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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재산
바느질 하시는 걸, 장 담그는 걸, 나무 키우는 걸, 문에 창호 바르는 걸,
옛날 노래 부르는 걸 배우면 좋겠어.
그런 것들 가르쳐주는 작은 학교, 주말학교, 그런 것 있음 좋겠어.
노래 잘 하는 할머니반, 재밌는 이야기 할머니반, 장 담그고 김치 담그는
할머니반, 식물박사 할아버지 할머니반, 바둑과 장기 도사 할아버지반,
텃밭 가꾸는 할아버지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직접 선생님이 돼서 가르쳐주시면 좋겠어.
그분들, 세월 만큼 지혜가 쌓여서 얼마나 하고 싶은 이야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많을까.
처음엔 말씀이 많으실거야. 오래 묵혀있고 엉켜있어서,
깊고 깊은 항아리처럼, 오랜 혼잣말처럼,
긴 실타래처럼 말씀이 많으실거야.
하지만 점점점점, 이야기를 덜어내고 덜어내면서,
쏟아내고 쏟아내면서 스스로 가뿐해지실 거야.
그리고 우리에게 건강한 지혜와 정을 나눠주실거야.
그런 학교, 그런 모임, 그런 방송 프로그램 있음 좋겠어.
우리는 은연중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방 안으로
마을 안으로 몰고 우리 스스로도 급히 노화시키고 있으니,
우리가 더 지혜로워지려면 품성이 넉넉해지려면 정이 깊어지려면
눈이 넓고 밝아지려면 그분들의 것이 우리에게로 건강하게 이어져야지.
그분들의 깊은 항아리와 우리의 빈 항아리가 서로 만나면,
쌓인 이야기 쌓인 지혜 우리에게 덜어주고 나면,
우리는 튼실해지고 그분들은 밝아지겠지.
그렇게 순환이 되면, 더 힘쎈 나라가 될거야.
백은하 / 글.그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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