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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8
    우엘벡, <어느 섬의 가능성> 중에서
    흑점

우엘벡, <어느 섬의 가능성> 중에서

바로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녀는 1년 예정으로, 어쩌면 영원히 미국으로 떠날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것이고, 물론 새로운 <보이프렌드>도 만날 것이다. 물론 나는 버림을 받을 것이다. 그녀가 지금 함께 수다를 떨고 있는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나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내 내부에서 느끼는, 내가 파멸할 때 까지 집요하게 괴롭혀 댈 이 배타적인 애착의 감정은 그녀에겐 전혀 의미가 없었다. 어떠한 정당성도, 어떠한 존재이유도 없었다. 우리의 살은 별개의 것이었고, 우리는 똑같은 고통도, 똑같은 기쁨도 느낄 수 없었다. 우리는 명백히 분리된 존재들이었다. 이자벨은 쾌락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스더는 사랑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사랑에 빠지길 <원치 않았다>. 그녀는 그 배타적이고 의존적인 감정을 거부했다. 나는 선사시대의 괴물처럼 내 낭만적 짓거리, 애착, 속박들을 질질 끌며 그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그 세대의 모든 젊은 아가씨들과 마찬가지로 에스더에게 섹스는 특별한 감정적 구속을 내포하지 않는, 오로지 유혹과 에로티시즘만이 문제되는 재미있는 오락거리에 불과했다. 니체에게 동정이 그렇듯, 사랑은 분명 약자들이 강자들에게 죄책감을 심어 주기 위해 지어낸 허구에 지나지 않았다. 여자들은 약했다. 특히 출산할 때는. 그들에겐 살아남기 위해 강력한 남성의 보호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을 지어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강해졌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워졌다. 그들은 이제 더는 어떠한 구체적 정당성도 갖지 못하는 그 감정을 불어넣거나 느끼려 들지 않았다. 섹스를 순수한 유흥의 장으로 내몰기 위해 그것에서 모든 감정적 의미를 제거 하는데 있는, 오늘날 포르노 영화에 의해 완벽하게 표현되는 남성의 천년대계가 그 세대에 와서 마침내 완성되었다. 내가 느꼈던 것, 그 젊은이들은  그것을 느낄 수도, 심지어 그것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럴 수 있었다면, 우스꽝스럽고 약간은 부끄러운 뭔가를 대하듯, 옛 시대의 상흔을 대하듯 일종의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은 성공했다. 수십년에 걸친 분위기 조성과 노력을 통해 그들의 가슴에서 가장 낡은 인간의 감정중 하나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깨진 잔 조각들이 저절로 다시 붙을 수 없듯, 한번 파괴된 것은 다시 형성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목표에 도달했다. 삶의 어느 순간에도 그들은 사랑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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