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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길] 158호, 현대자동차 민투위, 2005.1.11

 

새해, 짧은 생각 하나

 

연초에 어느 TV 방송국에서 특집으로 꾸민 한국자동차산업에 대한 방송을 보았다. 현대자동차가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제일의 품질 평가를 받았고, 세계 5위의 자동차업체로 무섭게 질주한다는 내용이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만든 차가 잘 팔리고 한국 자동차회사가 잘 나간다니 자부심도 느껴질만 했다. 그러나 곰곰히 내용을 보고 있자니, "그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했다.


현대와 기아에서 만든 자동차가 잘 팔리는 이유는 미국 BIG3나 유럽, 일본에서 만드는 자동차와 비슷한 품질의 차를 다른 데보다 훨씬 싸게 팔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렇게 싸게 팔 수 있을까?


유럽이나 일본, 미국의 자동차 노동자들보다 현대자동차의 노동자들이 생활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 노동자들보다 많게는 두배 이상 더 오래 일을 하기 때문이다.


주야맞교대에 특근철야를 말 그대로 밥먹듯 하는 자동차공장은 지구상에 한국 말고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모비스 같은 모듈외주공장은 무노조에 100% 비정규직이 생산을 하고 있다. 자본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꿈의 공장이다.


이러니 유럽이나 미국, 심지어 일본 자동차가 동급 자동차시장의 경쟁에서 현대자동차에 밀리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자, 이건 좋아할 일이 결코 아니다. 유럽, 미국, 일본 자동차 자본이 한국 자동차와의 경쟁에 밀리면서 자기 나라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정리해고, 노동시간 연장, 노동조건 악화, 임금양보 강요...


막강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유럽의 노동조합조차 속수무책이다. 한국 자동차의 저가공세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유럽이나 미국의 노동자들이 한국 자동차 노동자들을 어떻게 볼까 걱정이 된다. 2010년 GT-6를 목표로 한국의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는 중국 자동차와 그 노동자들에 대해 우리는 또 어떻게 판단하게 될까?


새삼, 노동자는 하나라는 말이 떠오른다.


누가 그랬던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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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14:35 2005/02/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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