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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노조신문 2005-18-11호] 칼럼. 2005.3.24

 

민주노조운동의 중핵 역할을 해왔던 금속대공장 민주노조가 하나 둘 무너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주노총에서 제명되었고, 몇몇 대공장 노조에서의 뇌물수수와 채용비리로 민주노조운동의 도덕성은 바닥에 떨어졌다. 민주노총과 산별연맹 내부의 정파간 분열과 대립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대중의 신망은 약화되었다. 노동조합 조직률은 정체되거나 축소되었고,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이 쌓아온 소중한 성과와 전통들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일자리는 불안하고 비정규직은 갈수록 늘어간다. 근골격계 직업병과 과로사는 줄어들 줄 모른다. 98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를 겪고 난 후 “있을 때 벌자”는 단기적 실리 추구가 현장에 팽배해지면서 조합원들은 점점 더 개별화되고 있다. 현장에서부터 새로운 활동가들이 재생산되지 않고, 노동운동은 미래의 희망으로 스스로를 혁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민주노조운동이 종말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지금의 위기는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으로 민주노조운동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치열한 비판과 토론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대한 노동운동의 전망을 찾아내며, 정파간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여 보다 굳건한 단결의 기풍을 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노동운동은 세상을 바꾸는 힘과 희망으로 거듭나야 한다. 언제까지 자본의 공격에 수세적으로 질질 끄달려 다닐 건가? “단기간의 고용만 보장되면 모든 것을 양보해도 된다”는 근시안적 대응만으로는 희망이 없다. 발상을 과감하게 바꾸고 공세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 일자리를 양적, 질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 장시간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방안, 고령화에 대비하여 개별적이고 집단적인 노동강도를 완화시키는 방안, 자본의 기업문화전략에 맞서 우리 자신의 노동문화를 세워내는 방안 등에 대해 치밀하게 정책대안을 만들어내고 우리의 미래 삶을 자신있게 설계해야 한다.


남미의 베네주엘라에서는 지금 ‘볼리바리안 혁명’이 한창 진행중이다. 지구 전체가 신자유주의 광풍에 휩싸여 있는데 베네주엘라는 거꾸로 신자유주의에 정면 대항하고 있다. 미국과 수구 보수 기득권세력의 온갖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볼리바리안 혁명은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올 초 브라질 포르트알레그레에서 열린 제5차 세계사회포럼의 최고 인기 연사는 브라질의 룰라가 아니라 베네주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었다.


차베스와 베네주엘라 민중들이 울트라 슈퍼 파워 미국에 맞서 벌이는 투쟁을 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다름아닌 ‘자신감’이다. GT-5가, 지구화된 현대자동차 자본의 힘이 아무리 크게 보인들 미국만 할까? 98년 이후에 우리 안에 웅크리고 있는 패배의식을 떨쳐버리자.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여전히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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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4 16:07 2005/03/2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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