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9/25 23:16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가족을 만날 설레임으로 들뜬 추석 연휴 하루 전인 지난 9월 16일 저녁 근로복지공단은 100일차 노숙농성을 그리고 31일차 단식농성을 진행 중이던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자들의 집단 정신질환에 대한 심사청구를 전원 ‘기각’ 했다. 4년의 투쟁과정에서 설 연휴 전날 받은 해고통지서 때문에 눈물로 명절을 보내본 경험이 있는 하이텍 동지들에게 참으로 감회가 새로운(?) 추석 선물을 선사한 것이다.


이미 지난 5월의 최초 요양 신청시에 하이텍 노동자들이 제출한 감시와 통제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와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실시 자료를 누락시키고 ‘승인 결정에 있어 미미한 영향을 줄 뿐’이라고 우기던 근로복지공단이 이번에 한 이야기는 그들의 ‘승인’ 기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직장 내 차별과 감시와 관련해서는 업무상 스트레스임은 분명하지만 적응장애를 유발할 정도로 극심한 자극요인은 아니었으며, 또한 대부분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야기된 요인이 아니라 사업주와의 갈등 및 대립에서 초래된 요인”이라서 “업무적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기각 이유이다. 그렇다면, 노사관계가 좋은 사업장만 정신질환을 승인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런데 문제는 근로복지공단의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작태들이 비단 하이텍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인지사는 농성투쟁에서 승인을 약속한 바 있었던 재해노동자에게 심사청구가 기각되었으며, 농성 관련자는 고소·고발을 했다. 7월 통영지사에서는 잘못된 업무처리에 대한 민원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에 대해 서면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6일만에 말을 바꾸고 오히려 민원인을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같은 달 서울북부지사는 공정한 재해조사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항의하는 민원인에게 ‘산업쓰레기’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최근에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 신청을 한 대학병원 간호사에게 “산재 승인을 받고도 남을 문제지만 노조를 끼고 신청을 해서 어렵게 됐다”는 망발을 하고 민원인을 상시적으로 몰래카메라로 감시하고 있었음이 밝혀져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목표는 분명하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자본의 ‘관리인’과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부터 시작된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을 통해 폭로된 신자유주의의 탐욕과 끝없는 착취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 그들의 목표인 것이다. 경총에서 내부문건을 통해 ‘근골직업병 집단요양 투쟁은 반신자유주의, 반세계화 투쟁’이라고 자기 고백을 한 것처럼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투쟁은 바로 신자유주의에 균열을 내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지금, 자본과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라는 미명하에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가속화 시키고, ‘노사관계 합리화’라는 미명하에 노동조합의 무력화에 적극적이다. 한편 자본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가차없이 ‘직권중재’를 내리는 단호함(?)을 보이고 있다.


근로복지공단도 마찬가지로 순응하는 자에게는 굴종을 투쟁하는 노동자에게는 단호한 ‘탄압’을 서슴치 않고 있는 것이다. 저들이 저렇게 나오겠다면 우리의 선택은 하나일 수 밖에 없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신자유주의의 악랄한 행각들과 의도들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싸울 수 밖에 없다. 근로복지공단이 선포한 전면전이다. ‘이런 탄압을 하도 많이 받아봐서 오히려 담담하다’며 이후의 투쟁을 준비하는 하이텍 동지들과 함께 다시 결의를 다지며 투쟁의 요구에 화답해서 버릇을 고쳐주자. 투쟁하는 노동자들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

 

(울산노동뉴스에 쓴 글이라는 사실을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명을 확인하고서야 알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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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5 23:16 2005/09/2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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