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10/01 00:08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오늘,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아침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비는 단 1초도 쉬지 않고 쏟아졌고 병원 업무를 마치고 1시반쯤 농성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근로복지공단 옆으로 강이 만들어져 있었다.

 

조별로 모여 뭔가를 하고들 있었고 민주노총 순회투쟁단이 결합하면서 집회가 시작되었다. 눈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지는 비 속에서 정문과 후문으로 나뉘어 싸우던 대오들중 후문의 대오가 경찰들한테 맞고 뿌연 빗속을 헤치면서 뛰어왔다.

 

뛰어가면 3초도 안 걸릴 근로복지공단의 정문과 후문사이에 전경들의 벽이 있어 빙 돌아 몇 번씩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바지가 너무 많이 젖었다. 빗물이 신발에 차고 넘쳐 신발 속으로 물이 굴러다니고 물에 젖은 바지가 천근 만근이다. 속옷까지 젖다 보니 그 불쾌함이 이루 말할수 없었다.

 

그 와중에 전경에게 맞아 머리가 찢어진 동지(이 동지는 지난번 집회에서도 머리가 찢어졌었다)의 상처도 살피고 전경의 방패에 허리를 찍혀 걷지도 못 하는 학습지의 한 여성동지를 부축해 천막안으로 옮기고 상처를 살폈다. 머리를 맞아 괴로워하는 여성동지들도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바삐 돌아다니는 사이...

 

그렇게 뿌옇게 쏟아지는 빗 속에서 결국 공단 마당에서 연좌 농성을 하던 62명의 동지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도대체가 방용석은 어디까지 가고 싶은 걸까? 뭘 원하길래 순순히 정문으로 나오겠다는 동지들을 그렇게 전부 연행해 간걸까?

 

쏟아지는 빗속에 6년전의 일이 문득 생각났다. 이상관 투쟁을 하던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근로복지공단 마당에서 전경들에게 고립되어 있던 47명의 동지들이 달랑 들려나왔었다. 그때 전경들에게 양팔과 양다리를 붙잡혀 버둥대면서 욕하면서 끌려나오면서 봤던 하늘은 '그래두' 맑았다.

 

오늘 연행된 동지들은 그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다 맞으며 끌려 나왔을 생각을 하니 더 화가 난다. 빌어먹을! 하늘까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니...

 

하지만, 그 쏟아지는 비를 다 맞아 가면서, 추운 날씨에 오돌오돌 떨어가면서도 문화제까지 자리를 지키고 항의 면담까지 사수한 동지들의 얼굴에 힘을 얻었다. 전경차에 태워져 끌려가면서도 밖의 대오를 향해 손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는 동지들의 모습이 맑아보였다.

 

하늘이 우리를 버릴지라도 (왠지 신파스러운 문구다. ㅡ.,ㅡ) 오늘 농성장을 찾아준 많은 동지들 덕에 다시 힘을 얻는다. 근로복지공단이 가볼때까지 가보자고 하는데 도망갈 이유가 하나도 없다. 우리도 갈 수 있을때까지 가면 되는 거다. 오늘 모였던 500의 동지들이 다시 마구마구 증식할 것을 믿는다.

 

그래두... 하늘이 원망스럽다. 연행된 동지들은 홀라당 젖은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얼마나 추울까?

 

나쁜놈! 방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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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1 00:08 2005/10/0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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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비에 젖다

    Tracked from / 2005/10/03 00:45  삭제

    해미님의 [하늘이 원망스럽다.] 에 관련된 글. 9월 30일은 진작부터 하이텍알씨디 500인 동조단식에 참가하기로 한 날이었다. 5:20 휴대폰 알람이 울리다. 깨어나서 알람을 멎게 하고, 잠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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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재유 2005/10/01 16: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동지들의 투쟁에 경의를 표합니다. 투쟁에 함께 하지 못해 그저 죄스러울 따름입니다.

  2. 해미 2005/10/02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재유/ 흠...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시다니... 누구신감요? ^^ 죄스러워 하시지 마시고 한번 오세요.

  3. 이재유 2005/10/02 16: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소개를 못했네요. 미안합니다. 전 대학에서 학생들과 철학을 같이 공부하고 있는 비정규직 교육 노동자(시간강사)입니다. 동지라고 하기엔 제가 너무 부끄럽단 생각에... *^^*...

  4. 이재유 2005/10/02 1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요즘 학위 논문 준비 때문에 경황이 없는지라(핑계없는 무덤 없다고 합니다만^^) 준비 끝나는 대로 투쟁에 결합하겠습니다. 다들 몸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5. 해미 2005/10/02 18: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재유/ 핫! 그러시군요. 저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시길래 전공의 선생님인줄 알았거든요. ^^ 비정규직 교육 노동자시라구요? 철학을 공부하시는군요. 왠지 어려워 보여요.

  6. NeoScrum 2005/10/03 0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지부장 동지한테 단식에 참여한다고 전화해서는 달랑 건강 잘 챙기라는 말만 하고 말았네요. 지난번 통화했을 때보다는 목소리가 좋아서 그래도 상황이 괜찮은가보다 했었는데..

  7. 해미 2005/10/03 1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오/ 지회장 동지가 네오의 전화를 받았단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몸은 비록 떨어져 있으나 단식을 하시겠다고 했다던데... 혹시 모르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아직까지 단식을 하고 계시다면 얼렁 식사하세요. 60명이 넘게 연행해서는 엄하게 총연맹 쟁의국장이나 구속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작태를 일삼는 정부에 대해서 열심히 먹고 힘내서 끝까지 싸우기로 했거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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