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10/05 14:42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현대자동차 노조 신문에 실릴 글이다. 최근 노동강도의 개념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 구체화 되고 집단화되고 있는 것의 결과가 이번 노동강도 평가이다. 아직 결과가 완전히 나온 것은 아니지만 많은 논쟁의 지점과 꺼리들, 그리고 확장의 지점들을 찾아가고 있다.

 

보고서를 쓰면서 많이 들었던 고민들이 충분히 묻어나지는 못했지만... 보고서를 공개하기전 현대자동차 신문을 통해 고민의 일부가 전달되는 것이다.

 

문제는 알겠는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정규직도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비정규직에는 접근조차 안 되니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추상이 머릿속을 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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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에 걸친 노동강도 평가가 마무리를 향해 달리고 있다. 그 동안의 사업과정에서 우리는 ‘왜 노동강도를 평가하는데 노동자들의 일상을 묻고, 생각을 묻고, 활동가들을 만나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부족한 수준에서나마 해보고자 한다.


1. 현대자동차 얼마나 잘 나가나?


2010년 ‘GT-5 진입’을 외치는 현대자동차의 목표는 이미 실현되고 있다. 2004년 현대[기아]자동차는 2004년 판매대수 336만대로 세계 8위를 차지했다. 판매 대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1993년 6조여 원이던 총자본금이 2004년 약 25조로 증가하였고, 자기자본과 적립금 및 잉여금 역시 1조여 원에서 12-13조원으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2000년 이후에는 총자본금, 자기자본, 적립금 및 잉여금에 비해 총부채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지 않아 안정적인 자본구조가 안착되어 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매출액은 1993년 7조여 원에서 2004년 27조여 원으로 증가하였고, 영업이익, 경상이익, 당기순이익 역시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98년 급감했던 매출액은 99년 바로 98년 이전 상태를 회복하고 이후 2004년까지 98년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 여기에 95년 346만원이었던 노동자1인당 순이익은 10년이 지난 2004년 각각 3,537만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10년 사이에 노동자 1인당 생산성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노동자1인당 인건비는 1995년 3001만원이던 것이 10년이 지난 2004년 5,410만원으로 2배도 증가하지 못하였다. IMF 당시 사상 최고의 위기라고, 국가가 당장에라도 무너질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자본은 곧 자신의 이윤을 회복하고 이전과 비교에 매우 빠른 급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일방적인 노동의 희생, 즉 위기의 전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2. 노동자의 삶, 자본의 이윤을 위해 일상과 시간을 기획당하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세계 최고의 노동시간을 자랑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OECD 가입국 중 연간 2,000시간이 넘는 나라가 없는데 우리나라만 2,000 시간이 넘는다. 현대자동차의 노동자들은 기꺼이(?) 잔업과 특근을 할 수밖에 없다. 수당체계로 운영되는 저임금 구조와 고용불안감 때문에 벌 수 있을 때 벌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먼저 임금과 관련한 것을 살펴보자. 2002년의 자료에 따르면 입사 14년차인 노동자가 한달에 통상임금으로 받는 돈이 130만원이었다. 고정 상여을 제외하면 잔업·특근·야간 수당으로 90만원 정도의 돈을 더 받아간다. 2005년 정부가 밝힌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는 월 113만원이다.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으면 최저생계비를 겨우 면하는 수준의 임금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자본이 이윤을 많이 내어야 상여금도 올려주고 물량도 많아 잔업·특근을 할 수 있다. 회사의 운명이 바로 나의 운명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인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98년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을 통해 현장을 떠난 사람은 만여명에 달했다. IMF이후 물어나는 물량은 비정규직으로 채워졌고, 이는 고용 불안에 대한 현실로 나타났다. 이후 자본은 차종이관, 플랫폼 통합, 모듈화 도입 등등을 이야기하며 라인중심, 물량중심의 고용불안을 근거로 한 내부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이미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없어졌고, 이런 구조조정을 막아 줄만큼 활동가들이나 조합이 믿음직스럽지도 않다. 활동가들은 활동가들대로 조합원이 이기적이고 개인적이라고 비판만 한다. 이러다 보니 ‘개별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무너진 현장 통제력과 고용불안감 속에서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강화된 노동강도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잔업·특근 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가 잘 나가는 것이 내가 잘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자본이 GT-5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3. '노동해방 평등세상’의 다른 이름인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과 일터 만들기


현대자동차에서는 한해 8명의 노동자가 과로사로 죽는다.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동료들이 근골격계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 하루가 피곤한 일상은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우리는 확인했다. IMF 이후 회사는 살았지만 노동자는 죽었다는 것을...


지금 자본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의 ‘이윤’이 공격받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그리고 인간답게 살기를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노동강도 강화를 통한 자본의 이윤율 극대화 구조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해외공장, 물량 경쟁, 고용이데올로기, 모듈화, 플랫폼 통합과 자본의 관리와 통제하에서 높아져 가는 노동강도를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완화’ 시키겠다는 우리의 요구는 자본의 ‘이윤 생산 구조’, 즉 노동의 ‘착취 구조’에 대해 맞서기 위한 대장정의 출발이다. 그러하기에 우리가 외치는 건강하게 일할 세상과 일터는 바로 노동해방과 평등세상의 다른 이름이고 노동강도 완화 투쟁은 노동해방과 평등세상을 위한 투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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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5 14:42 2005/10/0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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