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10/11 00:15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일요일 밤, 오래간만에... 영화를 봤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추석연휴에 히치하치커를 봤으니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다만 일주일에 한편씩 보던 종전의 흐름에 비하면 좀 뜸해진것일 뿐. ㅡ.,ㅡ)

 

만날 때가 된 듯하면 만나는 절친한 (설마...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겄지?) 친구와 함께였다. 친구 아버지가 많이 아프신지라 씩씩해 하지만 이래저래 심란할거 같은 친구의 얼굴을 봐야 할 거 같아서였다.

 

물론 나랑 만난다고 하여 힘들다는 얘기를 또는 감정을 전달할 친구도 아니고 나 역시도 먼저 따뜻한 위로의 말 따위(?)를 건넬 인물이 아닌지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만나 영화보구 이런저런 수다 떨며 병맥주를 좀 마셨다.

 

영화두 좋았고, 몇일간 글 쓰느라 사회부적응자 같았던 나를 꺼내준 밤의 인사동 거리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이야기를 심각하게 하지 않을 수 있는... 그리고 가벼운 이야기를 무겁게도 할 수 있는 친구를 보는게 좋았다. ^^

 

 



 

정말 독특하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무쟈게 야하다는 소문을 익히 숙지하고 가서인지 뿌옇게 떠다니는 것도 없이 그대로 드러나는 여성과 남성의 성기와 섹스가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영화는 조금은 남성적인 시선에서 그려진듯 하다. 별루 매력있어 보이지도 않는 소설가(로렌조)를 중심으로 달빛속의 섹스 또는 6년전의 인생 최고의 격력한 섹스로 상징되는 엘레나와 햇빛속의 섹스 또는 사랑이 있는 깊은 섹스로 상징되는 루시아의 인생이 엮인다.

 

그리고 엘레나와 로렌조의 딸인 루나를 돌봐주는 벨라와 그녀의 어머니와 동거하고 있는 카를로스라는 남자... 그리고 이 남자와 루시아와 엘레나... 그리고 로렌조와 벨라와 루나... 이렇게 두 남자를 중심으로 여성과의 섹스에 대한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영화로 보기에도 충분하다.

 

엘레나처럼 그 한번의 기억을 품속에 그리고 가슴속에 평생 가지고 살거나 루시아처럼 자신의 욕구를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하고 즐기거나... 아니면 벨라처럼 어리고 이쁘기 그지없는 여인이 유혹을 해오거나...

 

문제는 이 영화가 이런 욕망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비극을 중심으로 한 인간들 사이의 관계 맺기를 극중 소설이라는 형식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을 통해 그리고 파도가 치면 울렁거릴정도로 흔들리는 섬을 통해 미묘하게 엮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뫼비우스의 띄를 연상시키는 감정과 욕망의 흐름이 이 영화를 매력적이게 만드는 힘이다. 결국은 해피엔딩과 일종의 공동체적 암시로 끝나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엮어내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거기에 스페인의 그 아름다운 또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닐것 같은 섬의 바다와 햇살이라니...  



 

 


 

또한 흥미로운 것은 두 극단으로 상징되는 엘레나와 루시아의 관계이다. 그녀들이 서로를 이해해가고 공감해 가는 것에 이 영화의 해피엔딩의 키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들이 싸우거나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동맹의 관계로 보이는 것이다. 남성은 욕망에 따라 움직이며 파멸의 길을 가지만 여성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화해의 길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반론도 가능하다. 그러한 화해 역시 남성의 판타지일 수 있다는...)

 

정말 이렇게 모든 것들이 이해되고 화해될 수 있는 섬이 존재한다면... 가보고 싶다.

 

덧니>

 

#1.

 

나도 루시아처럼 스토커가 되어 필이 꽂힌 누군가를 쫓아다니고 솔직하게 '사랑한다' 고백해볼까? 하지만 루시아처럼 그 반응이 '나도 사랑해'인 경우를 만나기는 대단히 힘들다. 적어도 내 경험에는 그렇다. 옆의 필름포럼에 붙어 있던 영화포스터의 '사랑은 타이밍이다'라는 카피가 더 현실적인거 같다. '사랑한다' 그러면 외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로 돌아오는 메아리...

 

#2.

 

루시아같은 헤어스타일을 해 보고 싶어졌다. 최근 나의 긴 생머리에 대한 지지자들이 많았는데 내년 겨울에는 루시아 같은 머리를 해보고 싶다. 루시아 같은 서구형 미인한테나 어울릴라나? ㅋㅋ

 

#3. 

 

영화를 보고 나오는 우리의 눈 앞에 정말 '바람부는 섬'이라는 카페가 나타났다. 몇병의 맥주를 비우고 담배를 피워대며 오래간만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활동, 가족, 연애... 정말 다양한 영역이다. 가을을 앓고 있는 나와 덤덤한 듯 하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 그 친구는 내가 가을을 앓는 다는 것을 알고, 나는 그 친구가 덤덤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것만으로도 왠지 행복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차가운 가을의 인사동 밤거리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10/11 00:15 2005/10/11 00:15
TAG :

트랙백 주소 : https://blog.jinbo.net/ptdoctor/trackback/151

댓글을 달아 주세요

About

by 해미

Notice

Counter

· Total
: 423553
· Today
: 173
· Yesterday
: 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