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10/18 14:24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지난 주 목요일부터 지방에 있었다. 소위 '전공의 합숙'이란 것이 진행된 것이다.

 

1월에 있을 전문의 시험을 위해 전국의 산업의학과 4년차가 모여서 '같이' 공부를 하는 첫 모임이었던 것이다.

 

민주노총 건으로 이래 저래 시절이  하수상하긴 했지만... 우짤 수 없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시험이 될 전문의 셤은 준비를 해야 하니까... ㅠㅠ

 

(다녀와서 어젯밤 하이텍 농성한후 오전 내내 밀린 이메일과 게시판을 챙겼다. 그 사이 하이텍 농성장은 어처구니 없는 '절도'를 당했고, 농성장에서 자기에는 바람도 너무 차졌고, 민주노총 지도부의 총사퇴와 관련한 다양한 일련의 흐름과 폭풍이 있었다. '그' 대공장의 보고서는 대다수의 대의원이 조는 가운데 발표가 되었고, 최종 마무리 작업등이 남겨져 있었다.

몇일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마치 태풍이 지나가고 남은 잔해들처럼 운동의 잔해가 서울에, 그리고 인터넷 상에 남아 떠 돌고 있었다.)

 

암튼 우연찮게(!) 전공의 1차 합숙의 장소는 지리산 중산리로 정해졌다. 부산에 있는 한 형이 아는 민박집을 통째로 전세 낸 것이다. 3박 4일간 실로 몇년만인지 기억도 안 나게 (아마도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처음이었던거 같은데...) 밥 먹고, 공부하고, 다시 밥 먹고 공부하고, 술한잔 하는... 시간이 흘렀다.

 

전공의라는 어쩌면 자유로운 시절을 떠나 보내는 10명의 전공의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에 바빴다.

 

몇몇은 군대를 가야한다. 군의관으로 2월 중순에 입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근데 고민이 쉽지가 않다. 야총은 군대에 간 후 어떻게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사실에 답답해(약간은 좋아해 하는거 같기도 했지만...ㅋㅋ) 하고 있었고, 충남에 있는 친구는 군대에 가고나면 만들어 놓은 지역 상담소와 활동들의 맥이 끊길까봐 걱정이었다.

 

한 중공업에 공장의사로 들어가려고 작업을 하던 형은 일이 무산되어 우찌하면 '현장'에 들어가서 돈을 잘 벌 수(핵심적 문제의식 은 '돈'이 아니라 '현장'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일 수는...) 있을지 걱정이었다.

 

한 2년간 원진에서 일하던 형은 자리를 만들어 그 곳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본인의 인생에서 '활동'에 대한 것을 어떻게 자리매길할 지 또는 '전문가로서의 운동'에 대한 정체성 찾기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한노보연의 입장이라면 쉬울수 있는 결정에조차 고심하고 있었다.

 

서로의 입장에서 때로는 격한, 때로는 안타까운 토론과 이야기가 이어졌다.

 

나는... 어쩌면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객관적 조건을 만들어 놓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거 같았다. 올해초 고민해보겠다던 '비정규직'의 노동보건문제도 한 선배가 해보라고 이야기한 '여성노동'의 건강문제도 아무것도 시작을 못했다.

 

지도도 이정표도 없이 '목표'만을 만들어 왔던것 같다. 경유지를 확인하고 지도를 만들고 이정표를 그리면서 전공의 생활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그냥 '성실함'만으로 운동을 하진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치열하게 고민하기, 만들어 내기에 애를 쓰면서 살아야하는게 아닐까?

 

올바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맞는 것과 틀리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그 속에서 모두들 길을 찾아 헤메이고 있었다.

 

 

 

 



#. 숙소 앞에 있던 코스모스... '가을'이구나 싶었다.


 

#2. 가을 햇빛 쏟아지는 섬진강... 재첩이 진짜 맛있었다. 걷고 싶은 길... 눕고 싶은 길... 안고 싶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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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8 14:24 2005/10/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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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헤매기 2005/10/18 14: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빛이... 가을이오. 헤메는 동안에도 긴장을 늦추지 마시오. 헤메어 보니, 헤메어서 찾는 결론이 중한 게 아니라 헤메는 동안이 소중하더이다.

  2. newtimes 2005/10/18 14: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 여름에도 공부하고 먹고 마시고 자고 공부하고 먹고 마시고 자고 했잖아..옥쇄 세미나...

  3. 해미 2005/10/19 08: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헤매기/ 긴장을 늦출 틈이 없지요. ^^ 시험끝나구 나서 마음껏 헤메어 볼까 생각중입니다. ㅋㅋ
    newtimes/ 하긴 옥쇄 세미나두 하기는 했는데... 왜 그 공부랑 이 공부랑 느낌이 이리도 다른 걸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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