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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좋은 시, 좋은 글 모아 놓겠습니다. 저작권법에 걸리려나?

1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8/11
    굳은 빵에 버터 바르듯(최영미)(3)
    하이하바
  2. 2007/07/22
    [최영미]비극의 시작(1)
    하이하바
  3. 2007/06/27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6월에 어울리는 시
    하이하바
  4. 2007/06/23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김용택-
    하이하바
  5. 2005/10/29
    꿈꾸는 사람(4)
    하이하바
  6. 2005/10/22
    강변역에서 -정호승-
    하이하바
  7. 2005/09/06
    나뭇잎을 닦다 -정호승-
    하이하바
  8. 2005/08/20
    산을 오르며 -정호승-
    하이하바
  9. 2005/06/24
    까닭 -정호승-
    하이하바
  10. 2005/06/19
    가난한 사람에게 -정호승-
    하이하바

굳은 빵에 버터 바르듯(최영미)

굳은 빵에 버터 바르듯

 

최영미-"돼지들에게", 실천문학사

 

 

 

그는 내가 그를 사랑할 시간도

미워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언젠가, 기쁨도 고통도 없이

굳은 빵에 버터 바르듯

너희들을 추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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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비극의 시작

                           비극의 시작

                                                                                                            최영미-'돼지들에게'-실천문학사- 중

 

 

 

 

 

진짜 진주는 자신이 진주임을 모른다

 

뭇 구슬들이 시기하고

뭇 돼지들이 탐하는 보석,

진주는 자신의 빛나는 몸을 가리는 외투가 없다

 

자신을 보호할 껍데기가 없는 진주는

심심한 돼지와 한가한 여우들이 즐기는 간식.

 

돼지들의 노리개가 되지 않기 위해 산으로 들어간 진주는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일 년이 못 되어

자신의 단단한 성이 답답했다

 

깊은 산중에서 혼자 지내다 병에 걸린 진주는

도시로 나왔다. 하룻밤 잘 곳이 없어 찾아간 진주를

하나뿐인 친구는 병원 냄새가 난다며 밖으로 내쫓았다

밖은 찬바람 이는 겨울,

 

붕대를 맨 진주의 손에서 피가 흘렀다

믿었던 친구에게 버림받은 그날 저녁,

진주는 여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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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6월에 어울리는 시

-돼지의 변신-

『돼지들에게』中  -최영미 -

 

 

그는 원래 평범한 돼지였다

감방에서 한 이십 년 썩은 뒤에

그는 여우가 되었다

 

그는 워낙 작고 소심한 돼지였는데

어느 화창한 봄날, 감옥을 나온 뒤

사람들이 그를 높이 쳐다보면서

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었냐고 우러러보면서

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졌다

 

그는 자신이 실제보다 돋보이는 각도를 알고

카메라를 들이대면(그 방향으로) 몸을 틀고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무슨 말을 하면 학생들이 좋아할까?

어떻게 청중을 감동시킬까?

박수가 터질 시간을 미리 연구하는

머릿속은 온갖 속된 욕망과 계산들로 복잡하지만

카메라 앞에선 우주의 고뇌를 혼자 짊어진 듯 심각해지는

 

냄새나는 돼지 중의 돼지를

하늘에서 내려온 선비로 모시며

 

언제까지나 사람들은 그를 찬미하고 또 찬미하리라.

앞으로도 이 나라는 그를 닮은 여우들이 차지라는

변치 않을 오래된 역설이  …… 나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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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김용택-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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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람

시인지 모르겠지만....
======================
 
꿈꾸는 사람 


세상이 두려워하는 사람은 
첫째로 꿈꾸는 사람입니다. 꿈꾸는 사람의 미래는 
꿈꾸지 않는 사람의 미래와 현저하게 다를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유를 초월한 사람입니다.
한 인간을 대단히 위대하고 두렵게 만드는 일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소유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집착을 넘어서 소유에 초연함이 필요합니다.


- 강준민의《꿈꾸는 자가 오는도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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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역에서 -정호승-

강변역에서

 

-정호승-

너를 기다리다가
오늘 하루도 마지막날처럼 지나갔다.
너를 기다리다가
사랑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어느새 강변의 불빛마저 꺼져버린 뒤
너를 기다리다가
열차는 또다시 내 가슴 위로 소리없이 지나갔다.
우리가 만남이라고 불렀던
첫눈 내리는 강변역에서
내가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의 운명보다 언제나
너의 운명을 더 슬퍼하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겨울산에서
저녁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우리가 사랑이라고 불렀던
바람 부는 강변역에서
나는 오늘도
우리가 물결처럼
다시 만나야 할 날들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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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을 닦다 -정호승-

나뭇잎을 닦다

 

 

정호승




저 소나기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가랑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봄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기뻐하는 것을 보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고이고이 잠드는 것을 보라
우리가 나뭇잎에 얹은 먼지를 닦는 일은
우리 스스로 나뭇잎이 되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푸른 하늘이 되는 일이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사람이 죽는다면
사람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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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며 -정호승-

산을 오르며

 

                                            =정호승=



내려가자 이제 산은 내려가기 위해서 있다
내려가자 다시는 끝까지 오르지 말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려가는 길밖에 없다
춘란도 피고 나면 지고 두견도 낙엽이 지면 그뿐
삭발할 필요도 없다 산은 내려가기 위해서 있다

내려가자 다시는 발자국을 남기지 말자
내려가는 것이 진정 다시 올라오는 일일지라도
내려가자 눈물로 올라온 발자국을 지우자
눈도 내렸다가 그치고 강물도 얼었다가 풀리면 그뿐
내려가기 위해서 우리는 언제나 함께 올라왔다

내려가자 사람은 산을 내려갈 때가 가장 아름답다
산을 내려갈 때를 아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강요당하지 말고
해방되기 위하여 속박당하지 말고
내려가자 북한산에도 사람들은 다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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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 -정호승-

까닭

-정호승-

내가 아직 한 포기 풀잎으로 태어나서
풀잎으로 사는 것은
아침마다 이슬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견디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 한 송이 눈송이로 태어나서
밤새껏 함박눈으로 내리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싸리빗자루로 눈길을 쓰시는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눈물도 없이 나를 짓밟고 가는
너의 발자국을 고이 남기기 위해서다.

내가 아직도 쓸쓸히 노래 한 소절로 태어나서
밤마다 아리랑을 부르며 별을 바라보는 것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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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에게 -정호승-

가난한 사람에게

-정호승-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밖에 걸어 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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