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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무식한 것인지 무대포인지…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면 좌파? 의료보험 정책은 좌파정책?
 
임두만 | 등록:2013-04-16 19:04:14 | 최종:2013-04-16 19:21:1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공공의료는 박정희 대통령 때 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출발한 좌파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런 홍준표의 심리, 이해를 못할 바도 아니다.

 

 

차기 경남도지사 선거와 더 나아가 ‘포스트 박근혜’를 향한 회심의 한방이라는 판단으로 ‘좌파’와의 전쟁에 앞장선 장수가 되고 싶은 점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란 얘기다.

특히 오세훈은 ‘무상급식 좌파’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죽었지만 자신은 ‘좌파 강경 노조’를 상대로 한 전쟁에 나섰으므로 전 우파들은 자신을 편 들 수밖에 없으리라고 판단했음직도 하다.

그랬는데 현재 자신의 던진 회심의 한 방이 사방의 반대로 되려 코너에 몰려 버렸다. 따라서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 즉 자신의 고집을 꺾기 싫은 것은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홍준표는 이런 심리적 다급함 때문에 더 깊은 코너로 몰리고 있다. 그래서 더 이길 수 없게 되어 간다. 자신이 살기 위해 보수진영에 아버지로 추앙하는 박정희를 좌파정책을 추진한 대통령으로 몰아버리고서도 살 수 있으리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이미 홍준표는 졌다. 도지사라는 직위로 갖고 있는 행정권과 자파가 원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경남도의회의 조례지원권까지 확보한 권력으로 고집스럽게 진주의료원 폐원을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은 이긴 것이 아니라 진 것이다. 여론전에서 졌고, 정당성에서도 졌으며, 심지어 자신의 소속당인 새누리당과 대통령의 신임에서도 졌다.

진주의료원 폐원결정으로 경남도의 민심이 어떻든, 그가 어떤 정책을 펴도 경상도는 새누리당이라는 투표성향 때문에 다시 공천만 받으면 또 도지사는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아래에서 박정희를 ‘좌파정책’을 추진한 대통령으로 몰아세운 점은 두고두고 그에게 족쇄가 될 것이다. 따라서 그가 공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홍준표는 정치적으로도 졌다.

16일 자 경향신문은 홍준표 지사가 15일 경남도 실·국장회의에서 “진주의료원은 노조를 위한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강성노조를 배불리는 데 도민세금을 한 푼도 쓰지 않겠다”고 주장한 뒤 “공공의료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의료보험제도 도입으로 출발한 좌파정책”이라면서 “이제는 공공의료 개념은 가난해서 병원에 갈 수 없는 불쌍한 서민들을 위한 서민의료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나는 이 기사 내용을 두 번 세 번 읽었다. 홍준표 지사의 말은 처음부터 틀렸기 때문이다. 홍준표 정도가 사실 관계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어서다.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면 좌파? 의료보험 정책은 좌파정책?

홍준표가‘박정희는 좌파’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제대로 된 공부도 안 하고 박정희가 도입한 의료보험제도를 ‘좌파정책’이라고 했을 수는 있겠다. 특히 지금 정국에 좌파라면 일단 쌍심지를 켜는 일베족들이 설치는 정국이니 ‘좌파=종북’딱지를 붙이면 일베족들을 위시한 홍위병들이 자기편이 될 것으로 판단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홍준표의 이런 판단은 홍준표 자신을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진주의료원, 도민이 판단하는 대로 하겠다”는 말로 국민여론을 중시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 그렇다.

그리고 이는 홍준표가 박정희를 ‘좌파’로 몰아버린 것에 대한 불쾌한 심경을 토로한 성격도 있음으로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홍 지사를 만나 진주의료원 폐원에 반대하며 홍 지사가 고집을 꺾지 않을 경우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겠다고 통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

그렇다면 정말 의료보험은 좌파가 만든 정책일까? 아니다. 의료보험 제도는 독일의 극우 정치가인 비스마르크가 만든 정책이다.

비스마르크는 19세기 말엽 우파독일제국의 기틀을 만든 ‘철혈 수상’으로 불린다. 이 비스마르크는 수상으로 재임하면서 1883년 의료보험을 도입했다. 그리고 1889년까지 산재보험을 도입하고 나중에는 연금보험까지 시행했다. 골수보수이자 철권통치자인 비스마르크가 왜 이런 복지정책을 도입했을까? 간단하다.

당시 유럽 전역을 휩쓸던 좌파혁명 바람을 독일에서 막기 위한 정책이었던 것이다. 독일 노동자들에게 불어 닥치고 있는 공산주의 바람, 즉 좌파혁명의 기운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공공복지였으므로 의료보험 등 공공보험 제도를 도입했던 것이다.

박정희의 의료보험 도입도 맥락은 같다. 의료보험에 도입된 1977년은 이미 우리나라 전역에서 독재의 저항과 공공복지의 요구가 봇물처럼 일어날 기미가 싹트고 있었다.

수출 드라이브와 경제개발 제일주의에 상당한 기본권을 박탈당했던 민중들, 때문에 산업화에 의한 사회양극화가 노동자와 민중들의 불만을 자극, 내부적으로 반발기미가 잠재한 상태였다. 어떤 방식으로든 분배정책을 국가적으로 펴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었던 것이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당시 서강대 교수이던 김종인(박근혜에게 경제민주화론을 주입시킨 그 김종인)이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씨의 손자인 김종인은 독일에서 재정학을 전공한 경제학자. 박정희는 김종인에게 독일의 의료보험제도 도입과 진행상황을 물었고 김종인은 박정희에게 제도도입을 적극 건의했다고 한다.

결국 박정희는 당시 경제계의 거센 반발과 이를 기화로 의료보험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각료들의 강력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홍준표가 이런 사실에 대한 공부라도 하고 의료보험을 도입한 박정희를 좌파로 몰았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홍준표란 사람의 행태로 보건데 최소한 이런 내용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본다. 이 정도까지 모른다면 그를 사시출신에다 검사출신이며 지역구 4선을 한 국회의원에 여당대표를 지낸 중진 정치인이라고 부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홍준표는 의료보험 정책이나 공공의료 정책을 도입한 박정희까지 ‘좌파’로 몰고 의료보험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독일의 비스마르크까지 ‘좌파’로 몰았다. 하여 나는 그의 이런 발언을 그의 여태껏 정치행태 때문으로 본다. 자신이 코너에 몰릴 때마다 ‘좌파드립’을 통해 빠져나오던 전술을 다시 사용한 것으로 본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닌 것 같다. 이번의 ‘좌파드립’에 박정희를 끼운 것, 그로 인해 박근혜를 격분케 한 것, 따라서 일베충들도 홍준표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기 어렵게 한 것, 이것들은 홍준표를 난국에서 탈출시키지 못할 것 같다. 홍준표, 그의 다음 수순이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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