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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진정한 성장의 출발점

김동현 시민기자

brayden.kim@uos.ac.kr

지방에서 상경한 경영학부 대학생입니다. 섬세한 감각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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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위 소득격차 20배 사회 분열 야기

해외 기본소득 실험 긍정적 결과 보여

포괄적 조세 개혁 통해 재원 마련 가능

분배는 성장 포기가 아니라 질적 성장

소득 격차(PG) 연합뉴스

성장 우선주의의 구조적 한계

한국 사회는 압축 성장의 신화 속에 반세기를 달려왔다. 개발독재 시대부터 민주화 이후까지 경제성장률은 모든 사회적 모순을 해결할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우선주의 틀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2024년 한국의 소득 분포는 이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상위 10%의 연평균 소득은 2억 1051만원으로 하위 10%의 1019만원의 20배가 넘는다. 이런 격차는 단순한 소득 불평등을 넘어 사회적 이동성의 사실상 봉쇄를 의미한다. 하위 계층이 상위 계층으로 이동하려면 현재 소득의 20배 이상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적 불가능성 앞에 놓여 있다.

 

최상위와 최하위계층 연도별 소득 격차 추이. 연합뉴스

저출생 현상을 둘러싼 담론 역시 이러한 구조적 맥락에서 재해석돼야 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와 성역할 인식 변화는 분명 중요한 요인이다. 과거 '바깥사람'과 '안사람'이라는 이분법적 성역할 구조가 해체되면서 맞벌이 가구가 일반화 됐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는 출산과 양육을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만 떠넘기는 사회 구조에 있다.

여성을 '출산 기계'로 환원하는 관점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본질을 흐린다. 성별에 따른 일반화와 편견에서 벗어나 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 생물학적 차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상호 보완적 관계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를 위계적 구조로 고착화하는 사회적 장치다.

능력주의 신화와 잠재력 발굴의 정치학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또 다른 신화는 능력주의다. '1등 만들기'에 매몰된 교육 시스템과 사회 구조는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양산한다. 그러나 1등은 구조적으로 1명만 가능하다는 단순한 사실을 간과한다. 나머지 99%를 실패자로 규정하는 시스템이 지속할 가능성은 없다.

진정한 문제는 개인의 다양한 잠재력을 획일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구조적 경직성이다. 산업화 시대에 최적화된 일자리 구조에 개인을 끼워 맞추는 방식은 개인적 불행과 사회적 손실을 동시에 초래한다. A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개인이 B영역의 일자리에 억지로 배치되는 구조적 미스매칭이 만연하다.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접근 방식도 재고돼야 한다. 인구 감소를 단순히 '더 많이 낳으라'는 구호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부족한 현실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기업이 기술 개발의 한계에 도달했을 때 생산 효율성 향상으로 대응하듯, 인구 정책도 양적 확대보다 질적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

진로 교육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개인의 적성과 사회적 필요를 연결하는 장치가 부재하다. 생계 유지를 위해 자신의 잠재력을 포기하는 구조적 강제가 지속되는 한, 사회 전체의 창의성과 생산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출생기본소득 3법(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아동수당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6.17. 연합뉴스

기본소득 실험과 재분배 정치의 실증적 근거

기본소득에 대한 회의론은 주로 '근로 의욕 저하'와 '재정 부담'에 집중된다. 그러나 최근의 해외 실험 결과들은 이러한 우려가 실증적 근거를 갖지 못함을 보여준다.

핀란드의 2017-2018년 기본소득 실험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무작위로 선발된 2,000명의 실업자에게 월 560유로를 조건없이 지급했다. 수급자들의 정신적 건강과 삶의 만족도가 현저히 개선되었고, 생존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자 오히려 더 적극적인 경제 활동이 나타났다.

케냐에서 진행 중인 GiveDirectly의 장기 기본소득 실험 역시 유사한 결과를 보인다. 12년간 매월 22달러를 지급받는 마을과 일시불로 지급받는 마을의 대조군을 비교한 결과, 기본소득 수급 마을에서 창업과 교육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러한 실험 결과들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기본소득은 게으름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창의성을 촉진한다. 생존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면 개인은 더 장기적이고 의미있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가장 현실적 장애물은 재원 마련이다. 이는 기술적 문제라기보다 정치적 의지의 문제다. 포괄적 조세 개혁을 통한 다각적 접근이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토지보유세 강화다. 토지는 개인이 창조한 가치가 아닌 사회적 가치의 산물이다. 지하철역 주변 땅값 상승은 개별 토지 소유자의 노력이 아닌 사회적 투자의 결과다. 토지 보유에 따른 세금을 점진적으로 강화하면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면서 안정적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탄소세와 환경세 도입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재원 마련을 동시에 달성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탄소 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내재화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논리에도 부합한다.

셋째, 디지털세 신설이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창출하는 막대한 부가가치에 대한 합당한 과세가 필요하다. 이들 기업은 한국의 디지털 기반시설과 인적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지만, 세금은 본사 소재국에만 납부하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사회적 신뢰 회복과 포용적 성장 모델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한 재분배 정책은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다. 이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전략적 투자다.

현재의 극심한 불평등 구조는 사회적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한다.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20배 격차는 단일한 사회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분열은 민주주의의 기반 자체를 위협한다.

결국 분배 우선주의는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질적 전환을 추구한다. 소수의 승자 독식 구조에서 벗어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포용적 성장 모델로의 전환이다. 이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의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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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룰 지켜라” 이재명 “질문도 답의 일부” 날선 2차 토론

서영지,엄지원기자

수정 2025-05-24 01:34등록 2025-05-23 23:3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23일 열린 대통령 후보 2차 티브이(TV) 토론을 주도한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였다. 두 사람은 시작부터 막판까지 상대를 의식한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모든 문제를 지나치게 왜곡한다”고 비판했고, 이준석 후보는 “비판을 받으면 ‘극단적이다’라는 말로 덮으려고 한다”고 응수했다. 이준석 후보는 자신이 이재명 후보 대항마로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점을 부각하려 애쓰는 모습이었고, 이재명 후보는 이런 이준석 후보에게 ‘수세’가 아닌 ‘공세’로 예봉을 꺾으려고 했다.

두 후보는 시작부터 토론회 규칙을 두고 감정적 언사를 주고받았다. 이준석 후보는 자신의 질문에 ‘역질문’으로 응수한 이재명 후보에게 “저한테 (질문)하시면 안되는 거다. 원래 룰(원칙)상 (그렇다)”고 이재명 후보의 토론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재명 후보가 “질문도 답의 일부다. 이게 토론이 쉽지가 않다. 중간에 안 끼어들면 좋겠다”고 받아치자 이준석 후보는 “결국 제가 질문드린 것에 답은 안 하시고 저에게 훈계하듯 말씀하시며 끝내려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불참한 사실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이준석 후보는 12월3일 밤 다른 사람들이 전부 국회 담을 넘어들어가서 계엄 해제에 참여했는데 담을 넘자는 참모들을 야단치고 말다툼을 하면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싸우는 척하면서 계엄해제에 반대한 게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음모론적이고, 세상을 참 삐딱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반대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재명 후보가 정치 공세를 위해 트집을 잡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파란 옷 입은 또 다른 계엄세력”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정책에 대한) 대책을 물으면 ‘잘하면 된다’는 말을 반복하고, 비판하면 ‘극단적이다’라는 공격으로 덮으려 한다”며 “무지성, 비과학, 비합리, 파란 옷을 입은 또 다른 계엄 세력”이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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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 11일 전, 전국지표조사(NBS) 발표 2025년 5월 4주 여론 요약

 
6.3 대선 11일 전, 전국지표조사(NBS) 발표 2025년 5월 4주 여론 요약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임두만 | 2025-05-23 09:14:3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6.3 대선 11일 전, 전국지표조사(NBS) 발표 2025년 5월 4주 여론 요약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실시되는 6.3 조기대선일이 이제 11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가운데 22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가 합동으로 조사 발표하는 전국지표조사(NBS)는 지난 19일 ~21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했다.

아래는 이날 전국지표조사가 발표한 전체 여론조사의 항목별 요약 내용이다.

▲정당지지도

– 더불어민주당 40%, 국민의힘 31%, 개혁신당 5%, 조국혁신당 5%, 진보당 1%, 태도유보 17%

▲ 도표제공, 전국지표조사    

▲대통령 후보 지지도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46%, 국민의힘 김문수 32%, 개혁신당 이준석 10% 등의 순 (태도유보 10%)

▲ 도표제공, 전국지표조사    

▲대통령 후보 지지 강도

– 계속 지지할 것이다 83% > 지지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 16%

▲ 도표제공, 전국지표조사    

▲당선 전망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67%, 국민의힘 김문수 23%, 개혁신당 이준석 1% 등의 순 (태도유보 8%)

▲ 도표제공, 전국지표조사    

▲대선후보 호감도

– 호감이 간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46%, 국민의힘 김문수 33%, 개혁신당 이준석 27%

▲ 도표제공, 전국지표조사    

▲대선 구도 인식

– 정권 교체 55% > 정권 재창출 34%

▲ 도표제공, 전국지표조사    

▲대선 후보 선택 기준

– 리더십과 위기 대응 능력 26%, 후보자의 도덕성과 청렴성 25%, 정책 공약의 실현 가능성 19%, 정권 교체 또는 유지 9% 등의 순

▲대선 투표 의향

– ‘반드시 투표할 것’ 적극적 투표층 87%

▲사전 투표 의향

– 당일 투표 59% > 사전 투표 36%

▲TV토론회 시청 여부

– TV, 유튜브, 다시보기 영상 등으로 토론회를 보았다 64%, 보지 않았지만 관련 내용을 접했다 20%, 보지도 않았고 내용도 잘 모른다 16%

▲TV토론을 잘한 후보

– 이재명 42%, 이준석 28%, 김문수 19%, 권영국 5%

▲차기 대통령 해결 필요 과제

– 민생경제 회복 49%, 정치제도 개혁, 사회갈등 해소 각 11%, 일자리와 고용 확대 10% 등의 순

이번 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기관 4개사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성·연령·지역으로 층화된 휴대전화 가상번호 내에서 무작위 추출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26.7% ,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p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전국지표조사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 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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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목소리로 ‘안전하고 저렴한 원전’ 주장한 김문수·이준석

이재명 “우리도 재생 에너지 산업으로 전환해야”

권영국 “신규 핵발전소 폐기물 처리장 어디에 지을 건가”

대선후보 2차 토론회 ⓒ뉴시스

 
23일 열린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TV토론회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입을 맞춘 듯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기후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한다면서도 탈원전 정책을 강행했다”면서 “그 결과로 원전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원자력 발전을 가스 발전으로 대체하면서 수십조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원자력 발전 단가는 50원이나 60원 사이다. 반면에 재생 에너지 발전 단가는 3,300원에 이른다”며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고 AI 사용으로 전기가 많이 필요한데 이럴 때 값싸고 안정적이고 깨끗한 원자력 발전을 많이 준비하는 것이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지금 기술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또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시공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선도 국가가 될 것”이라며 “우리 국내에 기술로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정책이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도 탈원전 정책을 두고 “대통령이 재난 영화 한 편 보고 감동해 시작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탈원전 정책은 전국의 농지와 임야를 태양광 패널로 바꿔 놓고 운동권 마피아들이 태양광 보조금 받아 흥청망청하다가 결국 사법 처리를 받기도 했다”며 “이준석 정부는 비과학적 환경주의가 아니라 과학과 상식, 그리고 국제적 기준에 입각한 합리적 기후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 후보는 재생에너지로의 점진적 전환을 내세웠다.

먼저 이재명 후보는 “전 세계의 전체적인 에너지 흐름은 화석 에너지에서 재생 에너지로 넘어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재생 에너지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직전 정부가 재생 에너지 산업을 탄압하는 바람에 우리나라 재생 에너지 산업이 매우 위축됐다”며 “RE100 그러니까 재생 에너지 제품만 산다는 게 국제 표준이 되고 있는데 어쩌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서남 해안 주변으로 소멸 위기를 겪는 농어촌을 중심으로 태양광·풍력 발전 등을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며 "전남 일대에 재생 에너지가 송전망이 부족해서 추가 발전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신속하게 송전망을 건설해야 한다"며 "해당 지역에 데이터 센터 같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을 유치하고 재생 에너지 중심 산단, RE100 산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권영국 후보는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기업과 부유층에 ‘기후 정의세’를 도입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취약 계층을 지원하겠다”며 “석탄 화석 연료 시대를 끝내고 공공이 주도하는 재생 에너지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권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원전비중을 31.7%에서 60%로 두 배 확대하고 신규 원전을 2개 더 짓는다고 했는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못 지어서 현재 폐기물이 포화 생태"라며 "신규 핵발전소 폐기물 처리장은 어디에 지을 것이냐"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가 "원전 폐기물 처리 기술을 높이면서 여러 공론화 과정을 통하겠다"고 답하자, 권 후보는 “‘화장실 없는 아파트를 계속 짓자’는 말과 같다”며 “아파트 지었는데 화장실이 없으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핵폐기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시나. 후쿠시마에서도 로봇으로 처리 못 하는 것이 고준위 핵폐기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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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추모하며…반복된 반역의 역사 끝장내자

전경일(인문경영연구소장)

humanity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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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직한 대통령을 왜 지키지 못했나

6.3대선 무너진 역사 다시 세우는 시간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노무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2024.5.23. 연합뉴스

2009년 5월 23일의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가눌 수 없을 만큼 심장이 뛰고, 피가 솟구쳐 올랐다. 깊은 추도와 묵상을 했고, 이어 조사(弔詞)를 썼다.

16년 지난 지금도 생각해 본다. 노무현 대통령은 누구인가?

강산이 두 번 가까울 만큼 변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지도자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나 이제나, 또 우리 역사를 통털어, 지도자란 민인(民人)을 뜨겁게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 높이의 삶 그 아래로 내려가 민인을 뜨겁게 품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옛말에도 대천이물(代天以物)이라 하여 지도자란 민(民)인 하늘(天)을 섬기고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지도자가 그래야 하듯 국민 또한 지도자를 아낌없이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사랑받는 지도자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통절한 역사가 16년 전에 벌어졌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 하면 지금도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가슴 여민다. 다른 한편,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세력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 우리 역사상 그토록 서민적이고 민주적인 대통령을 본 적이 있는가?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대통령을 가까이 한 적이 있는가? 마음 씀에 있어 그토록 상대를 배려한 대통령을 본 적이 있는가? 없다.

그런데도 그런 대통령을 왜 지켜주지 못했는가? 왜 그 잘난 자들의 허위에 맞서 분노하고 싸우지 않았던가? 생각할수록 부끄러울 뿐이다. 그래서 지도자를 추모하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세월이 갈수록 연민의 정이 더해진다. 너무나 안쓰럽고 울컥해 목이 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목 놓아 울고 싶어진다.

보라, 사랑하는 이를 지켜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역사는 이미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있을 텐데. 반역의 세월이, 퇴행의 역사가 짙게 어둠을 드리우고 있는데….

16년 전 썼던 조사에 인용한 다산 정약용의 <솔피 노래(海狼行)>를 다시 읽는다. 물고기의 왕 고래가 솔피 무리의 공격에 비참하게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시다. 1800년 정조대왕의 갑작스럽고, 의문스런 죽음을 에둘러 묘사하며 탄식한다.

<솔피 노래(海狼行)>

솔피란 놈, 이리 몸통에 수달 가죽

가는 곳마다 열 마리 백 마리 무리 지어 다니는데

물속 날쌔기가 나는 듯 빠르기에

갑자기 덮쳐오면 고기들 알지 못해.

큰 고래 한입에 천석 고기 삼키니

한번 지나가면 고기 자취 하나 없어

솔피 먹이 없어지자 큰 고래 원망하여

큰 고래 죽이려고 온갖 꾀를 짜내었네.

한 떼는 앞쪽에 들이대고 한 떼는 뒤를 에워싸고

한 떼는 왼편 노리고 한 떼는 오른편 공격하고

한 떼는 배를 올려치고 한 떼는 등에 올라탔네.

상하 사방 일제히 고함지르며

살가죽 찢고 깨무니 얼마나 잔혹한가.

고래 우뢰처럼 울부짖으며 물을 내뿜어

바다 물결 들끓고 푸른 하늘 무지개 일더니

무지개 사라지고 파도 차츰 가라앉아

아아! 슬프도다 고래 죽고야 말았구나.

혼자서는 무리의 힘 당해낼 수 없어라

약삭빠른 조무래기 드디어 큰 짐 해치웠네.

너희들 피투성이 싸움 어찌 여기까지 이르렀나

본뜻은 기껏해야 먹이싸움 아니더냐.

큰 바다 끝없이 넓기만 하여

지느러미 날리고 꼬리 흔들며

서로 좋게 살 수 있으련만

너희들은 어찌 그리 못하느냐.

피투성이 싸움에서 고래의 죽음은 다산에겐 노론 벽파가 정조를 사정없이 물어뜯던 모습으로 비쳤으리라. 완성되지 못한 개혁의 종착점이 고래의 죽음으로 상징된 것이다.

어떤가? 민주주의가 압살되는 형국이나, 노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인 세력을 고발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의 죽음을 통한 항거와 그다운 명백함의 의사 표현을 구경거리 삼아온 우리의 졸렬한 자화상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오늘 불현듯, 다산의 글을 다시 떠올리며, 지금 우리는 민족사의 어느 파고를 헤쳐 나가고 있는지 묻게 된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역사에서 정의로움은 패배당하고 마는가?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어떻게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숱한 상념이 고개를 수그릴 줄 모른다.

뿌리 깊은 사대와 작은 기득권의 끊임없는 강화가 민족사를 어지럽힌 주범이라면, 이 처연한 슬픔은 행동으로 넘어서야 하리. 그것이 죽음을 삶으로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도이기에. 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 한 대목을 살펴본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29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끝난 뒤 한 시민이 자신의 마음이 담긴 문구가 세겨진 종이를 들며 화장장으로 떠나는 장례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2009.5.29. 연합뉴스

주변에 미안해하고, 삶과 죽음이 ‘한 조각’이라는 망자의 처연함 뒤엔 문득, 광주 망월동을 외로이 지키고 선 무수한 혼령들의 작은 빗돌처럼 그의 ‘오래된 생각’이 비친다.

노 대통령을 공격해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그 ‘솔피 무리’는 16년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그것이 지난 12월 3일 국민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에 벌어진 일대 폭거가 아니겠는가?

어찌하여 우리는 똑같은 질곡의 역사를 16년 지난 지금 이렇듯 또다시 반복하는가? 또 어떻게 국민들은 공격받은 민주주의를 다시 들쳐업고 분연히 일어나는가? 자연히 숙연해진다.

이제 반복되는 반역의 역사를 끝장내야 한다. 6월 3일. 무거운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아니 윤 정부가 들어서고부터 무너져온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한 겨울의 어둠을 뚫고 다시 봄이 왔듯, 이제 우리는 퇴행의 역사를 밀어내고 새로운 각오로 내일을 다짐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만세! 라고 다시 외쳐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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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 피살…용의자 "팔레스타인 해방을"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5/23 09:02
  • 수정일
    2025/05/23 09:0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스라엘군, 서안지구서 EU 등 외교관들 향해 경고 사격·각국 분노…"분위기 변했다" 이스라엘 내부서 반전 목소리 커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세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친 용의자에 의해 숨졌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둘러보던 유럽연합(EU) 외교관을 포함한 수십 명의 대표단에 경고 사격을 가했다. 유럽은 가자지구 식량 봉쇄를 비판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을 키우는 중이다. 각국은 이스라엘에 분노를 표하며 조사를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21일 오후 9시께 워싱턴DC 유대인 박물관 인근에서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총을 맞고 사망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출신의 용의자 엘리아스 로드리게즈(30)는 사건 직후 붙잡혔다. 경찰은 로드리게즈가 총격 뒤 박물관에 진입했다가 경비원에 붙들렸고 구금 뒤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쳤다고 밝혔다.

 

이날 해당 박물관에서는 미국유대인위원회가 주최한 젊은 외교관 대상 행사가 열렸다. 피해자들은 행사장을 나서던 길에 총에 맞아 숨졌다.

 

 

피해자 신원은 즉시 공개되지 않았지만 예히엘 레이터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피살된 남녀 직원이 연인 관계로, 남성이 여성에게 곧 청혼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을 단독 범행으로 보고 추가 위협이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범행 전 박물관 밖을 서성이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덧붙였다. 용의자는 이전에 경찰에 위험 인물로 특정된 적은 없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사건을 "반유대주의"로 규정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 사건이 "반유대주의와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거친 선동의 끔찍한 대가"라며 전세계 이스라엘 공관의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사건이 가자지구 전쟁에서 강경책을 취하려는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극우 파트너들에게 정치적 탄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을 강화 중인 서방 동맹국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워싱턴 DC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무고하게 희생된 두 명의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과 그들의 유가족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며 "우리 정부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야만적인 범죄행위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서안 인권 상황 살피던 EU 등 외교관 수십 명 향해 경고 사격…유럽 압박 커진 상황서 마찰 심화

 

유럽이 이스라엘의 최근 가자지구 공세 확대 및 장기 식량 봉쇄에 대한 압박을 키우는 가운데 이날 앞서 서안지구를 둘러보던 EU 포함 수십 명의 외교 대표단이 이스라엘군에 경고 사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 <AP> 통신 등을 보면 21일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주관 아래 서안지구 제닌에서 공식적으로 인도주의 상황을 살피던 EU 및 영국, 이집트 등 20개국 이상의 외교 대표단을 향해 여러 발의 경고 사격을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무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약 20명 규모의 대표단이 제닌 난민촌 현장을 둘러보고 언론 인터뷰를 하던 중 최소 7발의 총성이 들렸고 외교관들은 황급히 대피했다.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팔레스타인 외무부는 외교관을 향한 발포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대표단이 "승인된 경로를 이탈해 허가 받지 않은 지역으로 진입"해 경고 사격이 이뤄졌다고 설명하며 "불편을 초래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다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제닌 시장 모하마드 자라르는 대표단 방문 경로는 이번 주 초 이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당국이 합의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장엔 외교관과 언론인만 있었고 방문 계획은 공식 초청장에 첨부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각국은 이스라엘에 항의하며 조사를 촉구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용납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에 이 사건 조사와 외교관들의 생명을 위협한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이탈리아 외무부도 사건에 항의하며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정당한 이유 없는 총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스라엘 정부에 "즉각 조사"를 촉구했다. 스페인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을 "강력히 규탄"하며 "국제법 존중"을 요구했다.

 

튀르키예(터키) 외무부는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의 국제법과 인권에 대한 체계적 무시"를 드러낸다며 조사 및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이집트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모든 외교 규범을 위반했다"며 설명을 요구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진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외국 파트너들 간 마찰을 심화시켰다고 평가했다. 20일 영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작전 확대와 식량 봉쇄가 "혐오스럽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이스라엘과의 무역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스라엘의 최대 무역 상대방인 EU는 이스라엘과의 무역 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작전 종료 뒤 가자 모든 지역 이스라엘이 보안 통제"…구호 빌미 주민 남부 이동도 시사

 

네타냐후 총리는 유럽의 압박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네타냐후 총리는 21일 기자회견에서 "유럽국들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며 이스라엘의 안보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우리 핵심 목표를 포기하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강력히 반대"하며 군사 작전이 끝나면 "가자지구의 모든 지역이 이스라엘의 보안 통제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종전 조건으로 "모든 인질이 귀환하고 하마스는 무장 해제하고 권력을 내려 놓으며 지도부는 가자지구에서 추방될 것, 가자지구가 완전히 비무장화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 더해 "트럼프(미국 대통령)의 계획을 실행하는 것"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미국이 소유해 휴양지로 개발하고 주민들은 인근 중동국들로 이주하는 구상을 밝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의 비판을 받는 구호를 빌미로 한 가자 주민 이주 또한 시사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기본 식량"을 허용하고 곧 미국 주도 민간 기업들의 구호 배분이 시작되면 "하마스로부터 자유로운" 가자지구 남부 "살균 구역"에서 "가자 주민들이 완전한 인도적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분위기 바뀌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서 반전 여론 크고 날카로워져…가자선 하마스 반대 시위

 

최근 이스라엘 내부에선 가자지구 전쟁 반대 목소리가 더 커지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21일 영국 BBC 방송은 이스라엘 방송 채널12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인들의 다수(61%)가 전쟁 종식 및 인질 귀환을 희망했다고 보도했다. 응답자의 25%만이 전투 확대 및 가자지구 점령을 지지했다.

 

이스라엘 좌파 정치인 야이르 골란은 19일 현지 방송에 "제정신인 국가는 민간인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 않고 취미로 아기들을 죽이지 않는다"며 자국 정부의 가자지구 작전을 거칠게 비판했다. 이에 더해 21일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지낸 모셰 야알론은 "이는 '취미'가 아니라 정부 정책"이며 "이것이 우릴 파멸로 이끌고 있다"고 개탄했다. BBC는 이러한 발언은 가자지구 전쟁 초기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BBC는 지난 주말 이스라엘의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스탠딩 투게더'가 이스라엘 남부 스데롯에서 가자지구 국경까지 행진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약 500명가량의 시위 참가자들은 "가자지구의 공포를 멈추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이스라엘 공습으로 살해 당한 어린이 사진을 손에 들었다. 방송은 이 단체 활동가 우리 웰트만이 전쟁 지속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해로운 동시에 (이스라엘) 인질, 군인, 우리 모두의 생명에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내부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21일 BBC는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한 하마스 반대 시위가 3일째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시위에 수백 명이 모여 "하마스는 전부 나가라!"고 외쳤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비판하면 위험에 처할 수 있지만, 시위를 시작한 사람 중 하나인 알라는 BBC에 "사람들은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하마스의 시도에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다. 굶주림, 대피, 폭격으로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9년에도 하마스 반대 시위를 벌여 투옥된 적 있는 알라는 "저항은 하마스와 함께 태어난 게 아니다. 하마스가 사라져도 다른 (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저항의 모습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21일(현지시긴) 밤 미국 워싱턴DC 유대인박물관 인근에서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총격으로 사망한 가운데 22일 한 남성이 사건 현장 근처에 이스라엘 국기를 몸에 두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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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대남 영입 후 철회’ 파장...한겨레 “확장에도 선이 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국일보 “원칙도 기준도 없는 외연 확장, 국민 통합 저해”

조선일보, 이재명 기본사회 공약 겨냥 “문제는 무슨 돈으로 하느냐다”

경향·한국 1면 대선 여론분석 “보수 결집중” “공공의대·부자증세 찬성”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5.05.23 07:44

  • 수정 2025.05.23 07:4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한동훈 공격·언론사 고발 사주’ 의혹 당사자인 김대남 전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을 영입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김 전 행정관은 곧바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사설을 내 “확장에도 선이 있다”며 “원칙 없는 통합”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21일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민참여본부 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 보수 인사가 민주당 선대위에 참여한 첫 사례라며 “윤 정부에서 일종의 핍박을 받은 인물”이라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윤석열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실에 근무하며 ‘한동훈 공격 사주’와 ‘언론사 고발 사주’에 관여한 의혹을 받았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울의 소리’와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바이든 날리면’ 보도를 한 MBC에 대해 자신이 보수단체를 동원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취지로 말하는 육성도 공개됐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맹목적으로 떠받들며 시민단체와 언론을 활용해 정당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훼손하려 한 인물을 민주당이 영입하려 한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기회주의적 인물인 줄도 몰랐단 말인가. 앞서 민주당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 캠프에서 활동한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를 영입하려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비하와 친일 발언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철회한 바도 있다”며 “지지만 하면 무조건 다 받아들이는 ‘무분별 영입’은 오히려 해악이 더 크다”고 했다.

▲23일 한겨레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은 앞서 용산 참사를 ‘자폭 테러’로 비난한 전력이 있는 TK 지역 3선 의원 출신 이인기 전 의원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해 논란을 불렀다”며 “원칙도 기준도 없는 외연 확장은 오히려 국민 통합의 저해 요인”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렇게 조변석개한 김 전 행정관이 왜 민주당 선대위에 들어가려 했고 민주당은 왜 받아들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내란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 또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강화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론조사·분석한 경향·한국 “보수 결집중” “공공의대·부자증세 찬성”

이날 신문들은 각자 1면에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팀과 지난 5개월 간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종합해 전체 추정 지지율을 뽑았다. 이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가 47.4%로 오차범위 밖 선두였고, 김문수 후보는 34.3%,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7.4%였다. 경향신문은 “김문수 후보 지지율이 일주일 전보다 약 9% 상승하면서 격차가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23일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대선 공약 인식 여론조사 결과를 1면 머리에 배치했다. 한국일보는 “유권자 10명 중 7명은 △공공의대 설립 △선택적 모병제 △부자 증세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를 없애거나 새로 만들고 권한을 쪼개는 정부 개편안 역시 긍정 여론이 우세했다”고 했다. 이어 “△주4.5일 근무 후 점차 4일 근무(44%) △장관 등 고위공직자 여성 할당(41%) △소액주주 대기업 임원 선출제(40%) △기본소득(39%) △법인지방소득세 세율과 최저임금 지자체 결정(33%) 등은 찬성 비율이 절반에 못 미쳤다”고 했다.

▲23일 한국일보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는 1면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9∼21일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5월 4주 차 정례 전국지표조사(NBS·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100% 방식으로 실시. 응답률 26.7%,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 이재명 후보 46%, 김 후보 3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10%였다고 보도했다. 일주일 만에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 간 격차가 22%포인트에서 14%포인트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23일 동아일보

이재명 후보 복지공약 ‘기본사회’ 겨냥하는 보수신문

이재명 후보가 22일 밝힌 사회복지 공약인 ‘기본사회’도 지면에 올랐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은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나아가겠다”며 기본사회 관련 정책을 담당할 국가전담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 주요 공약이었던 기본소득을 거두고, ‘기본사회’라는 대표 의제를 전담기구를 둬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신문 보도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기본사회 공약에서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누구나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동수당 지급 대상 단계적 확대 △청년 미래 적금 도입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확대 적용 등을 약속했다. 정년 연장을 사회적 합의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의료분야에서는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약속했고, 주거 분야에서는 맞춤형 공공분양과 고품질 공공임대 주택 공급 확대 등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를 수립하고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생애 소득 보장과 의료·돌봄·주거·교육 등 분야별 기본 서비스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시범 사업을 실시해 우수 정책을 확산·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23일 경향신문

한겨레는 2022년 대선 당시엔 기본사회 공약을 10대 공약에 전면 배치한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선 사회복지 공약 전반을 아우르는 열쇳말로 ‘기본사회’를 제시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대선에 핵심 공약이던 보편 기본소득은 제외됐다며 “경제위기 극복 방안으로 성장 중심 정책을 제시하는 최근 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성장을 회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기본적 인권도 제대로 보장될 수 있다”며 “분배와 성장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인데 지금은 회복과 성장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분배 문제를 경시할 수도 없다”며 “성장이 있으면 분배가 있고, 분배가 있어야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일부 보수 신문은 기본사회 공약을 겨냥한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기본사회’ 강행한다는 李, 책임질 생각은 있나>에서 “문제는 무슨 돈으로 하느냐다. 이 결정적 문제에 대한 설명은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기본사회’가 재정 대책의 바탕 위에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이라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 나오는 ‘기본사회’ 설명은 사각지대가 아니라 전체에 돈을 뿌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금은 경기 불황으로 세금이 안 걷혀 재정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수 부족엔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이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포용재정포럼·참여연대·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해 주최한 토론회에선 과거 2년 간 윤석열 정부 세법개정에 따른 감세규모가 63조2000억원(누적법 기준)에 달했다는 집계가 나왔다.

세계일보는 <미·일 국채 동시 발작하는데 기본사회 공약한 李>에서 이 후보가 “우리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인 GDP 대비 50%가 안 되는데 다른 나라들은 110%가 넘는다”고 말한 걸 두고 “재정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李 이후 ‘기본사회’, 재원 대책도 제시할 수 있어야>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동아일보 “대선-지선 다 이긴 尹의 부정선거 집착은 도착적 자기모순”

동아일보가 파면된 대통령 윤석열씨가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한 것을 두고 사설로 김문수 대선 후보를 향해 “파면 대통령의 상식 밖 행태와 절연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표를 달라고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대선-지선 다 이긴 尹의 부정선거 집착은 도착적 자기모순>이란 제목의 사설을 내고 윤씨가 “스스로 대선, 지방선거, 총선 때 매번 사전투표까지 해놓고, 이제 와 사전투표 조작을 주장하는 영화를 보며 음모론에 매달리고 있으니 도착적 자기모순”이라며 이같이 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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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제가 현실로] 결선투표 도입하면 국민의힘 쪼개질까

내란 옹호 세력과 내란 반대 세력의 불편한 동거, 정치개혁으로 해결 가능

편집자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원내 야5당이 대선을 앞두고 다당제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치제도 개혁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한편, 국회의원 선거 시 비례성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대로라면 양당체제가 고착된 한국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다당제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대통령 파면으로 존립 자체가 위기인 국민의힘, 반대로 강력한 정권을 차지할 더불어민주당, 그 거대양당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진보정당의 미래를 전망한다.

 
'윤석열 내란' 이후 국민의힘이 집안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내란을 옹호할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가 갈라지고 있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결국 탈당하면서 표면적으로는 내분이 정리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여전히 불편한 동거가 국민의힘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오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친윤'들은 국민의힘이 '윤석열 김건희 사당'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이 화해를 하고 손을 잡기엔 견해차가 너무 크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대선이 끝나면 국민의힘은 결국 분당까지 가게 될까.

아직은 모른다. '분열하면 망한다'는 인식은 국민의힘에 뿌리깊게 박혀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으로 대표되는 거대양당이 아니면 독자적으로 정치적 지위를 얻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 탈당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윤석열 비상계엄 해제 투표'에 불참하며 내란을 동조했던 정당 안에서 "제발 윤석열을 다시 구속해달라"(한 전 대표 측근 김근식 당협위원장)고 호소하는 내란 반대 세력이 어색하게 공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정치제도가 바뀌면 상황은 달라진다. 야5당이 합의한 결선투표제 도입과 원내교섭단체 기준 완화, 국회의원 선거 시 비례성 확대가 이뤄지면 보수정당도 자연스럽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진보진영의 숙원이었던 정치개혁은 이제 보수진영에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4.12.04 ⓒ뉴시스


특히 원내교섭단체 기준 완화와 결선투표제 도입은 '한동훈 독자정당화' 가능성을 높인다. 국회는 교섭단체간 합의로 운영된다. 그러나 교섭단체 구성 기준이 현재 '국회의원 20인'이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소수정당(국회의원 20인 미만)은 상임위원회 간사 배정, 의사일정 조정 등 국회 운영에서 배제되고 국고보조금 배분에서도 불이익을 당해왔다. 원내 소수정당인 진보당 관계자는 "갑자기 여야 합의로 본회의가 열려도 우리는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고 답답해했다.

교섭단체 구성 기준을 완화한다는 건 '국회의원 20인'이라는 기준을 더 낮추는 것이다. 이는 양당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고 다양한 여론이 국회에 반영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개혁의 핵심과제로 꼽혀왔다. 현재 국회에는 교섭단체 구성 기준을 '20인'에서 '15인'으로 줄이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민주당 박홍근 의원 대표발의) 등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만약 이대로 입법이 된다면 국민의힘에서 의원 15명만 탈당해도 원내에서 독자적으로 교섭단체를 만들어 국회 논의 과정에 국민의힘과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있다.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이었다. '20인'은 안 되지만 '15인'은 넘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에 항의하며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처럼 계엄에 반대하지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속앓이를 했던 의원들도 교섭단체를 가진다면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반윤' 세력의 구심점인 한 전 대표의 독자정당화도 현실이 될 수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를 향해 "무소속을 당 후보 만들려 불법부당 수단 동원, 중단하라"며 입장을 밝힌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 원내대표. 2025.5.9 ⓒ뉴스1

여기에 결선투표제까지 도입된다면 국민의힘의 분당을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선·지자체장 선거에서 다득표한 후보를 당선인으로 선출한다. 선출된 후보가 과반수를 득표를 못해도 1등을 했다는 이유로 국민을 대표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상위 득표자 2명만 놓고 다시 한 번 투표하는 제도가 결선투표제다. 국민의 의사를 보다 더 정확히 반영하고, 당선자의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로, 유럽 등 많은 민주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개헌 사항이지만, 지방선거 결선투표제는 법 개정으로도 가능하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포함된 개헌을 공약한 상태다. 이게 가능해진다면 대권을 노리는 한 전 대표가 굳이 국민의힘을 고집할 이유도 없어진다. 자기 반대 세력이 많은 국민의힘 안에서 내부경선을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대선에 출마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때처럼 김문수에서 한덕수로, 다시 한덕수에서 김문수로 후보가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황당한 일도 사라질 것이다. 1차 선거에서 진 후보가 이긴 후보를 2차 결선투표 때 지지하면 자연스럽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도 보수진영의 재구성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비례성 강화를 위해 2020년 21대 총선부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지만 법의 허점으로 이른바 '위성정당'이 등장하면서 비례성이 다시 약화되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 투표 의사가 의석수 배분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위성정당' 출현을 막고 비례성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된다면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독자정당을 꾸리겠다는 결심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뜻이 맞는 정당끼리 연합해 후보자를 함께 공천하고, 선거운동을 함께할 수 있도록 이른바 '선거연합정당'을 허용하는 것도 비례성 강화의 방안 중 하나다. 이 역시 다른 나라에선 흔한 제도다. 선거연합정당이 허용되면 국민의힘 밖에 있는 여러 보수정당이 선거 때 힘을 합쳐 '내란정당'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주류 세력을 몰아낼 수도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극우 내란세력 청산'의 한 방법이다.

이대로 가다간 정권도, 자기 배지도 빼앗길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 의원들 입장에서는 다당제 연합정치로 가는 정치개혁을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정치역사상 이례적으로 보수진영이 정치개혁을 주도하는 일이 생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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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군사협력·동맹은 안된다. 평화·협력 새시대로 나아가자"

한일기본조약 60주년 한일시민공동선언..."식민지배는 불법·무효, 북일 식민청산 기회 열어야"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05.22 17:50
  •  
  •  수정 2025.05.2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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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을 비롯한 한일 시민공동선언 제안자들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0년전 한일기본조약의 제2조와 제3조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통해 평화롭고 공정한 양국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을 비롯한 한일 시민공동선언 제안자들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0년전 한일기본조약의 제2조와 제3조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통해 평화롭고 공정한 양국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국과 일본이 식민지 지배·피지배 관계를 청산하고 외교 및 영사관계를 수립하기로 한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사이의 과거사 인식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첨예한 갈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을사늑약 체결 120년, 한반도 해방과 일본 패전 80년, 한일기본조약 체결 60년을 맞는 2025년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는 '일제에 의한 조선의 식민지배가 불법·무효'이며, '한반도에는 국제연합이 인정하는 두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는 조약 2, 3조 해석의 통일과 개정을 골자로 하는 한일 시민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을 비롯해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장관,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등 한일 시민공동선언 제안자들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 시민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정의와 인권에 기반한 역사화해를 통해 한일시민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작성된 한일 시민공동선언은 "한일 시민은 과거를 직시하고 동아시아 화해와 평화의 미래를 열어가는 길에 함께 하며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60년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 제2조에 대한 '해석의 통일', 제3조의 '해석 개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일기본조약 제2조에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로 되어 있는 내용을 일본은 '체결 당시에는 유효했으나 1948년 대한민국 성립으로 무효가 되었다'고 주장하며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1910년 8월 22일 한국 병합조약 및 그 이전에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은 불법 무효이다"라는 것으로 한일 시민사회는 일치하게 해석하겠다는 것.

또 한일기본조약 제3조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연합 총회의 결정 제195호(III)에 명시된 바와 같이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은 1991년 한국과 북한이 동시에 국제연합 회원국으로 가입함에 따라 국제법적으로 한반도에는 두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된 만큼 "한반도에는 국제연합(UN)이 인정하는 두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로 해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본의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그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있는 해결의 핵심기준이 되는 제2조에 대해 두 나라가 모두 "1910년 8월 22일 및 이전에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이 불법 무효임을 인정하고 확인해야 하며, 이러한 공동의 인식 위에서 한일 양국은 평화롭고 공정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반도 전역에 걸쳐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일기본조약은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만 체결되어 휴전선 이남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었던 한계를 극복하고 한반도 전역에 걸쳐 이뤄졌던 일본의 식민지배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일본간의 기본조약 체결과 외교관계 수립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취지이다.

"북한과 일본의 과거 청산과 국교정상화는 한반도 분단과 전쟁, 그리고 그 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냉전적 대치상태에 대해 일본이 책임을 다하는 길"이기도 하며, "북일간의 적대관계 해소는 70년 이상 지속된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역사정의와 화해에 기반한 시민중심 평화협력 △재일조선인 차별철폐와 조선학교 무상화 실현 △북일 및 북미수교를 통한 정전체제 해소 △한미일 군사협력 중심의 동북아 냉전구조를 넘어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 체제 등 평화체제 구축을 한일 시민사회의 공동 과제로 인식하고 함께 연대,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2010년  '한일지식인공동성명' 발표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당시 지식인선언에서 한일강제병합조약은 군사력으로 강제된 '불의·부당'한 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조약자체가 원천적으로 모효임을 천명했으며, 이후 2011년 일본군 성노예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작위의무위반 판결, 2012년 강제동원피해자 대법원 최초 승소판결, 2018년 강제동원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승소판결을 가져오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면서 "지식인성명을 시민사회가 다시 한번 확인하고 공유하며 연대하는 것이 특징적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과거사 문제를 문명화의 과제로 삼으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필요한 주제가 된다"며, "앞으로 한일 시민연대를 넘어 정부간 합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5년전 지식인성명의 '불의·부당'이 '불법·무효'라는 보다 분명한 표현으로 바뀌고, 북일관계를 염두에 둔 제3조 해석개정을 추가한 것이 이번 시민공동선언의 뚜렷한 특징이다.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15년전 한일 지식인성명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에 동의하는 일본 역사학계 인사는 극소수이며, 일본사회의 주류는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줄곧 외면하고 있다. 일본이 천황제를 극복하지 않는 상태에서 과거사 반성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나"고 하면서 "한일 시민공동선언은 평화롭고 공정한 한일 미래관계를 만들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고 꼭 성과를 내야만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일시민공동선언 집필에 참여한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는 "역사를 봉인한 채 준동맹의 한일관계를 확정하려는, 즉 올해 1965년 체재를 다시 확정하려는 한일 당국의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에 대항해 수교 60년을 맞는 한일관계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오늘 선언이 마련되었다. 식민지배는 불법이라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한일시민공동선언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식민지 불법화는 여러 사료로 뒷받침되고 있고 한국과 일본 사회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있으며, 미약한 움직임이었지만 이제는 국제사회의 커다란 흐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우리는 평화를유지하고, 전제(専制)와 복종, 압박과 편협을 지상에서 영원히 제거하고자 노력하는 국제 사회에서 명예로운 지위를 차지하기를 염원한다."(일본 평화헌법 전문 일부)를 인용해 "일본 정부는 이같은 헌법정신을 이웃나라와 국민에게 적용하여 한국과 일본이 함께 1965년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게 되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태호 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태호 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태호 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전범국이 분단된 것과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아니라 한반도에 삼팔선이 그어져 냉전시대가 시작된 것이 특징"이라고 하면서 "세계 냉전의 흐름속에서 이루어진 일본과의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는 식민지 피해국이 배제되었고,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서도 식민지배에 관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분단의 상황이 그대로 반영하게 되었다"고 한일기본조약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래서 "식민지배를 청산할 기회조차 사실상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1991년 유엔 동시가입 이후 북한과 일본간의 관계정상화와 식민지 지배청산이 별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정부도 한반도 전체 차원에서 식민지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북일수교를 적극 지원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합의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냉전시대를 연장하는 군사협력, 동맹으로 나아갈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협력을 통해 동아시아 전체에서 다시는 식민지배가 없는 세상을 여는데 함께 하자'는 것이다.

장완익 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완익 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완익 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 2005년 한일청구권협정 관련 문서가 공개된 뒤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당시 소송대리인으로 활동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2010년 한일지식인공동성명이 대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법원조차 일본에서 진행된 소송의 패소 판결을 그대로 승인하던 중 2012년 5월 24일 대법원이 "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판결과 함께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 뒤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본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최종 확정판결을 내리게 된 과정에는 한일 시민사회의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

지금도 윤석열정부가 고집하는 '제3자변제' 방식이 시도되고 있으나 결국 최종적인 해결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기억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법적 책임이기도 하지만 시민의 도덕적 책무이다. 특히 역사를 바로 세우고 기억이 올바른 백성은 민주주의 수호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우리는 12.3 내란 극복 과정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며, "120년전 을사늑약, 60년전 한일기본조약, 광복 80주년을 맞아 극우세력의 혐오와 배제, 차별, 역사부정의 언어를 기억과 인간 존엄, 연대, 정의와 평화의 언어로 덮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한일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한편, 한일시민공동선언은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공동위원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한국에서 옥현진 대주교(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지선 스님(전 실천승가회 대표), 정인성 원불교 교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 황석영 작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등 102명이 참여하고, 일본측에서는 우치타 마사토시 변호사, 노히라 신사쿠 피스보트 공동대표, 후지모리 요시미츠 일본기독교협의회 총무 등 44명이 참여하고 있다.

선언 취지에 동의하는 시민 서명을 받아 오는 6월 20일 일본과 동시에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일기본조약 60년을 맞는 한일 시민 공동선언문 낭독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일기본조약 60년을 맞는 한일 시민 공동선언문 낭독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일기본조약 60년을 맞는 한일 시민 공동선언 (전문)

들어가며
 
2025년은 대한민국(이하,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60년, 한반도 해방과 일본의 패전 80년, 을사늑약 체결 120년을 맞이하는 역사적 전환의 해이다. 한일 시민은 이 뜻 깊은 해를 가슴에 새기며, 우정과 역사 화해, 평화의 메시지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은 한국전쟁 정전과 냉전체제의 한계 속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역사적 책임과 배상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체결되었고, 이후 한미일 군사협력의 기반이 되었다. 양국 시민들은 문화적, 경제적 교류를 통해 관계를 점차 심화시켜 왔지만, 강제 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배 피해자들의 존엄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은 아직 북한과의 국교를 수립하지 않고 있다.
 
책임있는 국가는 가해의 역사를 문명사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이를 부끄러움으로 인식하며 먼저 해결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침략전쟁과 유대인 학살의 “역사적 책임에는 끝이 없다”라고 선언하고 식민 지배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것이 성숙한 국가의 책임이라는 인식은 국제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의 책임과는 별개로 독일은 나치 범죄에 대해 전폭적인 사죄와 배상을 실천했고, 미국은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했다. 덴마크와 프랑스도 식민 지배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했다. 이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 지는 것이 국제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길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일 관계 또한 이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 식민 지배, 한국전쟁, 냉전 구조를 관통하는 한일기본조약의 한계를 인정하고, 무력과 협박으로 체결된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한국 병합 조약이 국제법상 불법 무효임을 분명히 하며,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과거를 외면하고 부정하는 것은 불신과 적대의 악순환을 심화시킨다. 반대로 과거를 정직하게 바라보고 반성하는 것은 화해와 평화, 상호 이해를 여는 길이 된다. 한일 시민은 과거를 직시하고, 동아시아 화해와 평화의 미래를 열어가는 길에 함께 하며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한일기본조약 제2조·제3조 문제
 
-1910년 8월 22일 한국 병합 조약 및 그 이전에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은 불법 무효이다-
한일기본조약은 미국 주도의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제4조를 근거로 경제협력 중심의 외교적 타협을 통해 체결되었다. 당시 한국의 학생과 시민들이 보여준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식민 지배의 책임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가운데, 양국은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이 가능한 애매한 문구로 조약을 맺었다. 그 결과, 식민 지배와 관련한 중대한 인권침해 등 문제들은 계속 대립과 갈등의 쟁점으로 남게 되었다.
 
한일기본조약 제2조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already null and void)을 확인한다”라고 되어있다. 한국은 이를 ‘일본의 식민 지배가 애초부터 무효였다’고 주장하지만, 일본 정부는 ‘체결 당시에는 유효했으나 1948년 대한민국 성립으로 무효가 되었다’고 해석하며 식민 지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한국 병합 조약은 군사적 압박과 협박으로 체결되었으며, 국제법적으로도 무효이다. 1963년 유엔 총회를 위한 유엔 국제법위원회 보고서는 을사늑약을 강제 또는 협박에 의해 체결된 효력이 없는(무효) 조약이라고 판단하고, 총회는 이를 채택했다. 이는 일본의 식민 지배가 국제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이다.
 
이들 조약이 체결되기까지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면 그 불법성은 더욱 분명하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래 근대 한일 관계는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지속적인 무력 개입과 팽창 정책의 역사였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통해 조선을 외교・군사적으로 압박한 일본은 1904년 대한제국의 중립선언을 무시하고 중립국 영토를 불법으로 점령해 을사늑약과 한국 병합 조약을 군사적 협박으로 체결했으며, 이는 36년에 걸친 식민 지배로 이어졌다. 이에 맞서 한국인은 일제의 군사적 폭력과 학살에 대한 저항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갔다. 이는 오늘날 ‘한국 독립전쟁’이라 불리며, 우리는 일본의 한반도 식민 지배가 무력과 강제에 의한 불법적 강점이었음을 확인한다.
 
한일기본조약 제2조의 해석은 일본의 식민 지배의 불법성과 그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 있는 해결의 핵심 기준이 된다. 일본은 과거의 과오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해왔고, 이로 인한 피해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일본은 역사 정의와 인권에 기반한 정확한 해석을 통해 과거의 불법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1910년 8월 22일 및 이전에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이 불법 무효임을 한일 양국이 모두 인정하고 확인해야 하며, 이러한 공동의 인식 위에서 한일 양국은 평화롭고 공정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다.
 
-한반도에는 국제연합(UN)이 인정하는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한다-
일본의 식민 지배 과거사를 전 한반도 차원에서 온전히 청산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일본 간의 관계 개선과 과거사 정리가 필수적이다. 유럽에서 냉전체제가 침략국 독일의 분단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과 달리, 동아시아의 전후 체제는 전쟁의 책임이 전혀 없는 한반도의 분단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일본의 식민 지배와 그 후유증으로 이어진 냉전이 한반도에 가져온 비극이다.
 
한반도의 분단은 해방 이후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식민 지배가 한반도 전역에 걸쳐 이루어졌음에도 한일기본조약은 대한민국과 일본국 사이에서만 체결되었다. 한편, 북한과 일본은 식민 지배 문제에 대한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적대관계를 지속해 왔다. 그 결과 식민 지배 과거사에 관한 논의와 조치가 효력을 발휘하는 범위는 불가피하게 한반도 남쪽, 즉 휴전선 이남에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한일 양국 정부는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하며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연합 총회 결의 제195호(III)에 따라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확인한다(제3조)”고 합의했다. 그러나 1991년, 한국과 북한이 동시에 국제연합 회원국으로 가입함에 따라, 한반도에 국제연합이 인정하는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한일기본조약 제3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반도 전역에서 식민 지배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일본 간의 기본 조약 체결과 외교 관계 수립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우리는 일본 정부가 식민 지배 책임을 외면한 채 북한을 고립시키는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과거사 반성과 새로운 한일 관계에 대한 전망을 전제로 북한과 수교 협상에 나서기를 희망한다. 북한과 일본의 과거 청산과 국교 정상화는 한반도 분단과 전쟁, 그리고 그 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냉전적 대치 상태에 대해 일본이 책임을 다하는 길이기도 하다. 북일 간의 적대 관계 해소는 70년 이상 지속된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항구적인 평화 체제로 전환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한일기본조약 60년의 평가와 과제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1965년 한일기본조약은 일본의 전쟁범죄와 식민 지배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는 식민지 피해국이 배제되었고, 한일기본조약은 일본의 식민 지배에 관한 법적 책임을 해결하지 않았다. 일본은 이 문제가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강변하며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기본조약 체결에 뒤이어 식민주의에 뿌리를 둔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인종차별 철폐 협약이 같은 해 제20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었다. 한일기본조약은 식민주의와 그로 인한 차별을 극복하고자 하는 전후 국제인권법의 흐름과 방향에 역행하는 전후 식민주의의 산물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노예제와 노예무역은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라고 명시하며 식민주의를 비판한 2001년의 더반 선언은 이를 더욱 분명히 한다.  
 
일본은 여러 총리의 선언을 통해 과거사 책임에 대한 사과와 화해를 시도했다. 고노 담화(1993), 무라야마 담화(1995) 등은 일본군 ‘위안부’와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를 표명했으며,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과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에 따른 북일 평양 선언(2002)도 한일,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 특히, 간 나오토 담화(2010)는 일본의 식민 지배가 한국인의 뜻에 반한 것이었음을 인정하여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 이후,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서 퇴행을 거듭하였고, 2015년 ‘위안부합의’도 실질적 해결을 이루지 못했다.
 
강제 동원과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식민 지배와 전후 식민주의에서 비롯된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여전히 거부하며,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강제동원 판결 이래 일련의 판결을 통해 불법강점으로 인한 강제동원 및 일본군’위안부’ 피해에 대한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결하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일본 최고재판소 역시 2007년 판결에서 피해자 개인의 배상 청구권 자체가 소멸한 것은 아니며, 다만 재판을 통한 법적 구제 권능만이 제한되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스스로 여러 차례 국회에서 개인 청구권이 살아있다고 밝혔음에도 이후 입장을 번복하였다. 
 
또한 일본 정부는 한일기본조약 체결에 수반된 ‘재일 한국인 법적 지위 협정’에 따라 국적을 ‘한국’으로 선택한 사람에게만 ‘협정 영주권’을 허용함으로써 재일 한국인・조선인 사회 내에 법적 지위에 따른 분단을 심화시켰다. 이 협정을 근거로 문부성은 1965년 12월 이래 재일한국인・조선인에 대한 동화교육을 강화하고, 조선학교를 ‘각종학교’의 인가에서 배제하고자 했다. 우리는 일본정부의 식민주의적 민족차별이 오늘날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편, 한일 시민사회는 일본의 식민 지배 과거사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청산하여 인권을 바탕으로 역사 정의와 화해를 이루고, 한일 시민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회복하기 위하여 함께 협력하고 연대해 왔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쳐 아시아 각지의 전쟁 및 식민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약 100건의 소송을 일본에서 제기하였고, 그중 절반 이상은 한국인 또는 재일 조선인이 원고였다. 비록 일본 사법부의 소극적인 법 해석으로 승소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수많은 일본 시민과 일본인 변호사, 재일동포 변호사들이 함께 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조선인 강제 동원과 강제노동에 대해 일본 시민사회는 끈질긴 조사 활동을 수행하였고, 피해자와 유족을 초청하여 추도식을 진행하였다. 이 활동은 재일조선인 역사학자들의 선구적 연구와 한국・중국 연구자 및 시민단체와의 협력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일본 내 역사 수정주의에 맞서 진실을 지켜내는 일본 시민사회와 국제연대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다짐과 요청
 
지금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 트럼프 정권의 재등장은 국제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세계무역 질서도 대혼란에 빠져 있다. 시대적 전환기 속에서 전후 유럽이 폐허 위에서 공동체를 일궈낼 수 있었던 힘은 국가가 아니라, 68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시민들의 과거사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평화에 대한 열망이었다.
 
독일과 프랑스 시민들이 역사 왜곡에 맞서 진실을 요구하고 연대함으로써 전후 유럽의 도덕적 기초를 세운 것처럼, 한일 시민사회 또한 촛불혁명과 평화헌법 지키기 운동 등에 상호 연대와 지지를 표하며, 역사 화해와 평화의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는 2024년 연말 이래 내란 종식을 위한 한국의 평화 시민운동에 일본 시민이 연대하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우리는 다음의 과제를 제기하고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
 
1.    한일 양국은 ‘정의에 기반을 둔 역사 화해’를 시민 차원에서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 역사를 직시하는 일은 가해국과 피해국 시민 간 이해를 깊게 하고,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한일 시민은 과거의 벽을 넘어 역사 화해의 광장에서 만나,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향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한일 양국은 새로운 미래와 평화를 위한 조약과 협정 또한 준비해야 한다. 
 
2.   식민 지배로 인해 큰 고통을 겪은 재일 한국・조선인은 해방 이후 차별을 감내하면서도 모국과 일본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으며, 다문화 공생 사회의 실현에 이바지해왔다. 우리는 이들의 시련과 역사적 발자취를 공유하며, 재일 영주자 지방참정권 부여와 조선학교(고등학교・유치원) 무상화 실현을 화해와 연대의 과제로 힘차게 실천해 나갈 것이다. 
 
3.    북한과 일본, 북한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는 동북아시아 평화 정착의 시급한 과제이다. 북한과 일본은 북일 평양 선언을 토대로 국교 정상화와 상호 연락 사무소 설치를 고려해야 하며, 일본은 잘못된 과거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사죄와 배상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나아가 북한과 미국이 관계 정상화에 나서도록 하여 남북한 정전 상태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4.    미군 주둔에 기반을 둔 동북아시아 냉전 대결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아시아판 나토, 대만 유사시 대응 구상 등 적을 상정하고 배제하는 것으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 북한, 중국, 러시아는 화해와 평화를 함께 일구어 가야 할 이웃이자 친구이다. 일본은 평화헌법 제9조를 유지하고 실질적 효력을 높여가야 한다. 우리는 동북아시아 다자간 안보협력 체제 등 평화에 기반을 둔 역내 질서의 구축과 한일 피폭자들이 제시한 ‘비핵 평화’의 목소리를 이어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전쟁포기를 명시한 헌법 제9조를 지켜온 일본 시민과, 독재 정권을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한국 시민은 동아시아 평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우리 한일 시민은 역사 화해를 통해 한일 관계 및 남북 관계의 시련과 고난을 넘어 평화가 깊게 뿌리내리고 우정의 꽃이 만개한 세계를 향해 손을 맞잡고 전진할 것이다.


한국 제안자(총 102명)

강우일(주교, 전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현우(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총무), 권영길(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초대 위원장), 김경민(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공동대표), 김귀옥(전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상임공동의장, 한성대학교 교수), 김동명(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민문정(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민환(작가,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김삼열(독립유공자유지유족회 회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김상근(목사, 전 KBS이사장), 김영주(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이사장), 김영호(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전 유한대학교 총장), 김재하(전국민중행동 상임공동대표), 김정길(제45주년 5.18광주민중항쟁기념행사 위원장), 김정륙(반민특위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정헌(화가, 전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김종생(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공동대표), 김중배(전 MBC 사장), 김태일(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김평수(한국민예총 이사장), 김희중(대주교, 전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남기정(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 외교광장 사무총장), 남부원(아시아태평양YMCA연맹 사무총장), 노진철(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노태구(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 류종열(DMZ평화네트워크 이사장), 명진(원로스님), 문국주(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 박석무(다산연구원 이사장), 박석운(비상행동 공동의장,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창비 명예편집인), 서중석(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손미희(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대표), 송병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와통일위원회 위원장), 송성영(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송철원(현대사기록연구원 원장), 신관우(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신낙균(전 문화관광부 장관, 전 여성유권자연맹 회장), 신승민(기독교사회연구원 원장), 신인령(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신흥범(조선자유언론수호투위 위원장), 심정수(조각가, 국제 환경 조각 위원회 위원), 안병욱(카톨릭대학교 명예교수,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안재웅(목사, 전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총무), 안충석(신부, 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공동대표), 양경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염무웅(문학평론가, 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옥현진(대주교,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유홍준(명지대학교 석좌교수, 전 문화재청장), 윤경로(전 한성대학교 총장,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장), 윤석인(희망제작소 이사장), 윤정모(작가, 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나영(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이만열(시민모임독립 이사장,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부영(동아자유언론수호투위 위원장), 이완기(새언론포럼 대표, 제15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용길(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 이우재(고 윤봉길 월진회 명예이사장), 이은정(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이의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이장희(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전 대한국제법학회 회장), 이재선(자주통일평화연대 청년학생위원회 상임대표), 이준식(전 독립기념관 관장), 이지원(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대표), 이철우(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태진(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태호(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 이현문(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회장), 이홍정(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이희자(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 임우택(대학YMCA전국연맹 회장), 임재경(한겨레 신문 초대 편집인), 임진택(판소리 명창), 임헌영(문학평론가,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장완익(변호사, 전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장임원(의료인, 전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상임대표), 장회익(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전진우(언론비상시국회의 대표), 정강자(전 참여연대 상임대표), 정성헌(DMZ생명평화동산 이사장, 전 새마을운동중앙 회장), 정연주(전 KBS 사장), 정영이(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정인성(원불교 교무,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공동대표), 정해구(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성공회대학교 교수), 정희성(시인, 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조성두(역사기억 평화행동 상임대표), 조성호(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조인래(조소앙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조현주(흥사단 이사장 직무대행), 지선(원로스님, 실천승가회 전 대표), 지은희(전 정의기억재단 초대 이사장), 진영종(참여연대 공동대표), 채희완(민족미학연구 소장), 최영찬(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 최휘주(진보대학생넷 전국대표), 하원오(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한종범(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대표), 한충목(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공동대표), 함세웅(신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 현기영(작가, 전 한국문학예술진흥원 원장), 황석영(작가, 만해문학상 수상), 황지우(시인, 전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총장)


일본 제안자(총 44명)
김성제(金性済)(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서기), 김성태(金聖泰)(목사, 재일대한기독교회 도쿄교회), 나가사와 유코(長澤裕子)(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나카이 준(中井淳)(일본 가톨릭 정의와 평화 협의회), 노히라 신사쿠(野平晋作)(피스보트 공동대표), 다카다 켄(高田健)(허용하지 마라! 헌법 개악 시민연락회), 다케다 타카오(武田隆雄)(일본산묘법사 승려, 평화를 만들어내는 종교자 네트워크 공동대표), 류시경(柳時京)(일본 성공회, 오사카 가와구치 기독교회), 미츠노부 이치로(光延 一郎)(일본 가톨릭 정의와 평화 협의회), 사노 미치오(佐野通夫)(도쿄준신대학 교원, 조선학교 '무상화' 제외에 반대하는 연락회 공동대표), 사카이 요스케(酒井陽介)(예수회, 조치대학교 신학부 교원), 사토 노부유키(佐藤信行)(외국인 주민 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는 전국 기독교 연락협의회), 스즈키 카즈에(鈴木和枝)(후지 성심 여자학원 교원),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워크 21 대표위원), 시라이시 타카시(白石孝)(한일 시민 교류를 추진하는 희망연대), 시오에 아키코(潮江亜紀子)(외국인 주민 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는 가나가와 기독교자 연락회), 신창우(愼蒼宇)(호세이대학교 교수), 신용섭(申容燮)(오사카 KCC 관장), 에가미 아키라(江上彰)(일본산 묘법사), 오노 분코(小野文珖)(종교자 9조의 화 공동대표), 오다가와 코(小田川興)(재한 피폭자 문제 시민회의), 오오시마 카오리(大嶋果織)(일본기독교협의회 총간사), 오오쿠라 카즈미(大倉一美)(가톨릭 도쿄 교구 사제), 와타나베 켄쥬(渡辺健樹)(한일 민중연대 전국 네트워크 공동대표), 와타나베 타카코(渡辺多嘉子)(평화를 실현하는 기독교자 네트워크), 요시타카 카노(吉髙叶)(일본기독교협의회 의장), 우치다 마사토시(内田雅敏)(변호사), 이시카와 유키치(石川勇吉)(아이치 종교자 평화의 모임), 이이즈카 다쿠야(飯塚拓也)(일본기독교협의회 동아시아 화해와 평화위원회 위원장), 정수환(鄭守煥)(재일대한기독교회 총간사), 최선애(崔善愛​​)(피아니스트, '주간 금요일' 편집위원), 카와카미 시로(川上詩朗)(변호사), 쿠쥬 노리코(くじゅう のりこ)(동아시아 화해와 평화 네트워크), 키타무라 케이코(北村恵子)(일본기독교협의회 여성위원회 위원장), 타이라 아이카(平良愛香)(평화를 실현하는 기독교자 네트워크), 히다 유이치(飛田雄一)(고베 청년학생센터), 토츠카 에츠로(戸塚悦朗)(변호사, 영국 왕립 정신과학회 명예 펠로우), 하세가와 카즈오(長谷川和男)(조선학교 무상화 제외에 반대하는 연락회 공동대표), 하야시 히사시(林尚志)(예수회 시모노세키 노동교육센터), 후지모리 요시미츠(藤守義光)(일본기독교협의회 총무), 후지모토 야스나리(藤本泰成)(포럼 평화・인권・환경 고문), 히루마 노리코(昼間 範子)(일본 가톨릭 정의와 평화 협의회), 히시야마 나호코(菱山南帆子)(전쟁을 허용하지 마라・9조를 부수지 마라! 총합 행동 공동대표, 허용하지 마라! 헌법 개악 시민연락회 사무국장), 히키 아츠코(比企敦子)(일본기독교협의회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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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사회' 다시 꺼낸 이재명…"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 만들겠다"

 "국민 기본 삶은 국가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로"…주 4.5일제,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공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 다시 희망이 펄럭이는 나라, 국민의 삶을 지키는 기본이 튼튼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기본사회'를 대선 공약으로 다시 꺼내들었다. 맞춤형 공공분양 및 고품질 공공임대 주택 공급 확대, 주 4.5일제 단계적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기본사회 실현' 공약을 22일 발표한 것.

 

이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기본적인 삶은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주 4.5일제 단계적 도입, 고품질 공공임대 주택 공급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기본사회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기본사회는 단편적인 복지정책이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우리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과 인권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복지제도는 '누구나 일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탈락자를 대상으로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산을 주도할 첨단기술 사회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구멍이 있는 사회 안전망을 넘어 빈틈이 없는 두툼한 안전매트가 깔린 '기본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사회위원회'를 통해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소득 보장 체계를 생애주기별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청년미래적금'을 도입하는 등 "모두의 존엄한 노후를 위해, 세대 간 형평성과 연대를 실현하며 지속 가능한 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맞춤형 공공분양과 고품질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 주택 가격은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며 청년들이 미래를 꿈꾸려면, 적정한 주거비로 안정된 삶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주 4.5일제의 단계적 도입을 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AI와 첨단기술로 높아진 생산성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주 4.5일제 단계적 도입과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추진해, 일하는 권리도 쉴 권리도 당연히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년연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 고용보험의 사각지대 해소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공의료 강화도 공약했다. 이 후보는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고, 공공 의료 인력을 확충해 모두가 동등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며 "일차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의료 전달 체계를 정비해 사는 곳 중심으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온 사회가 함께 돌보는 돌봄 기본사회'도 공약했다. 그는 "초저출생·초고령 사회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이자 성장 전략"이라며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스템을 고도화해, 누구나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며 돌봄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교통 공공서비스 확대도 약속했다. 그는 "누구나 편리하게 이동하고, 자유롭게 연결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지역에 따른 맞춤형 교통서비스 확대,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광역시 계양역 앞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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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들 “거시경제학 교과서에도 기본적으로 실리는 내용”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준비하고 있다. 2025.05.18.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역화폐 중심의 내수 진작 방안을 ‘호텔 운영’에 빗대 설명한 것을 두고 보수진영에서 ‘호텔경제학’, ‘노쇼주도성장’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설명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꼬투리 잡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대선을 앞두고 상대진형 유력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6일 이재명 후보는 전북 군산 유세에서 기본소득의 경제 활성화를 설명하기 위해 ‘호텔 운영’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고객이 호텔을 10만원에 예약하면 호텔은 가구점에서 10만원에 침대를 구입한다. 가구점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10만원에 주문하고, 치킨집은 문방구에서 10만원어치 문구를 구입하고, 문구점은 호텔에서 빌린 10만원을 갚아 순환시킨다”면서 “여기에 고객이 호텔 예약을 취소해 결과적으로 투입된 돈이 없더라도 돈이 돌기 때문에 상권에 활기가 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호텔에 10만원의 예약금을 낸 후 숙박 없이 환불받더라도 예약금 10만원이 인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거치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게 이 발언의 핵심이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이재명 후보 설명의 진위여부를 따져가며 물어뜯기 시작했다.

지난 18일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1차 후보자토론회에 참여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그게(호텔경제학) 경제가 순환하면 케인스 이론의 승수효과(정부 지출을 늘릴 경우 지출한 금액보다 많은 수요가 창출되는 현상) 같은 것을 노리고 하신 말이냐”면서 “이재명 후보가 그린 그림을 보면 돈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한계소비성향이 1로 도는데, 무한동력이냐”고 비꼬았다.

한계소비성향은 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소비로 이어지는 돈의 비율을 말한다. 소득이 적은 저소득층일수록 한계소비성향이 높다.

이틀 뒤인 20일에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재명 후보 공격에 동참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의 지역화폐 중심의 내수 진작 방안 설명을 ‘노쇼주도성장’이라고 폄훼한 한 전 대표는 “이재명의 호텔경제학은, 여행객이 호텔에 10만원 예약금을 걸었다가 나중에 예약을 취소하더라도 그 10만원이 돌았기 때문에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라며 “공적 자금을 투입하면 내수 경기를 충분히 활성화할 수 있다면서 꺼낸 주장이다. 그 공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을 옥죈 결과, 기업이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고용도 줄일 뻔한 전개에는 생각이 닿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경제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표의 설명이 승수효과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한계소비성향을 1로 표현한 것일 뿐 근본 취지에 어긋난 건 아니라고 평가했다.

강남훈 한신대 명예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돈이 순환되면서 승수효과가 발생한다는 얘기 같다. 그걸 쉽게 설명하기 위해 한계소비성향을 1로 가정해 쭉 설명했는데, 그 부분 꼬투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한계소비성향을 보다 현실성 있게 0.7이나 0.6으로 설정해 설명했다면 계산도 복잡하고, 듣는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다. 작은 부분을 꼬투리 잡기보단 전체적인 맥락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명예교수는 “이재명 후보의 설명 방식은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승수효과를 설명할 때도 기본적으로 실리는 내용”이라며 “두 사람(이준석 후보, 한동훈 전 대표) 다 극단적인 가정을 가지고 비판하기보다 근본 취지를 좀 더 잘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가 주장한 지역화폐를 통한 내수 진작 방안이 실제 상당한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에서 보면 경기가 안 좋을 때 소비 성향이 높은 서민들에게 소득을 쥐여주는 것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소비성향이 매우 높은 만큼 주어진 소득을 모두 사용해 경기 부양 효과도 더 크게 나타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강 명예교수도 “경제학적으로 한계소비성향이 1보다 작더라도 돈이 돌면 돌수록 경제적인 효과는 점점 더 커진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제한된 시간 내에 전부 소비해야 하는 지역화폐는 현금보다 한계소비성향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 실제 지역화폐는 한계소비성향을 1에 가깝게 키워보려고 만든 제도”라고 강조했다.

대선이 불과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꼬투리 잡기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투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어떻게든 서로 꼬투리 잡아 자기 지지 세력을 넓히려고 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서로를 물고 뜯기보단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명예교수는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뻔한 상황”이라며 “지금 국민들의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 너무 서로 꼬투리 잡기만 할 게 아니라 국민들이 큰 정책 그림과 방향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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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법 정의는 노동자 앞에서만 우물거리나

손정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

ksjso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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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누려야 할 신속하고, 신중, 충실한 재판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손정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하마터면 제1 야당 유력 대선후보가 투표용지에서 사라질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핑계로 국민의힘 등은 이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이 후보는 대선 패배 이후인 2022년 9월 8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검찰과 이 후보 측의 치열한 공방과 이 후보의 단식 등으로 1심 선고에만 2년 2개월이 소요됐지만 2심은 상대적으로 속도를 내서 4개월만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전속결로 심리를 진행해 21대 대선을 목전에 둔 지난 5월 1일, 2심 무죄 판결을 뒤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2심 무죄판결 선고 이후 36일만에 대법원 소부도 아닌,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린 것이다. 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그것도 6만 8000쪽에 달하는 소송자료를 읽고서 한 달여 만에 판결을 내리는 것은 필자로서도 상상이 안 되는 광경이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정의가 요구했던 시간은 7년

대법관 자신들이 보기에도 머쓱했는지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유례없는 초고속 판결의 이유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로 정당화했다. 관련 뉴스를 보면서 필자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지당한 말이지만 필자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그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노동자에게는 정의가 항상, 그리고 많이 지연되어 왔기 때문이다. 아니, 정의가 지연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시되어 왔다.

 

8일 현대자동차 송전철탑 농성을 해제하고 철탑에서 내려온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가운데)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은 하청근로자 최병승씨. 이들은 296일 동안 고공 농성을 벌였다. 2013.8.8 연합뉴스

2005년 2월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였던 최병승 씨가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활동을 이유로 사내하청 업체에서 해고됐다.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정규직화 투쟁을 해 왔던 최병승 씨는 곧바로 원청인 현대차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했다. 장장 7년여에 걸친 현대차 불법파견 법정 투쟁의 시작이었다. 핵심 쟁점은 최병승 씨를 현대차의 직원, 즉 고용관계에 있는 현대차 노동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부당해고를 다투기 위해서는 현대차가 최병승 씨의 사용자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1년 뒤인 2006년 3월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차는 최 씨의 사용자로 볼 수 없다’며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각하했다.

최병승 씨는 다시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고 2006년 8월, 중앙노동위원회도 각하했다. 그는 다시 행정법원을 상대로 ‘중앙노동위원회의 각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007년 1월 행정법원은 ‘현대차는 최 씨의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고 2008년 2월 고등법원도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2년도 훌쩍 넘은 2010년 7월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은 파견법 위반의 불법파견 관계이기에 현대차가 최병승 씨의 사용자라는 취지로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을 거쳐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기까지는 다시 2년이 더 소요되었다.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조립하는 작업장 현실이 파견법 위반의 불법파견 관계라는 것을 확인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정의 이루어진다면 7년 아니라 9년이 대수일까

최병승 씨의 사례는 그나마 짧은 편이다. 구미에 있는 디스플레이용 유리 제조업체인 아사히글라스의 사내하청 노동자 170명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2015년 6월 해고됐다. 최병승 씨의 사례처럼 형식은 사내하청 업체가 해고한 것이지만 배후에는 원청인 아사히글라스가 있었다. 아사히글라스지회는 2015년 파견법 위반 혐의 고소를 시작으로 아사히글라스를 상대로 지난한 법정 투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지회는 단식농성과 고공농성, 검찰청사 로비 점거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2024년 7월 대법원은 원청인 아사히글라스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사용자라는 판결을 내렸다. 아사히글라스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사용자라는 것을 최종 확인받기까지 무려 9년이 걸렸다. 최병승 씨, 그리고 아사히글라스지회는 비록 많이 지연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법원은 정의를 실현했다.

정의가 지연될 뿐만 아니라 부정되는 사례는 더 많다. 2004년 KTX 운행이 시작되면서 ‘땅 위의 스튜어디스’라는 화려한 채용광고를 배경으로 철도청에 채용된 여승무원의 근로자 지위 확인 및 부당해고 투쟁은 2008년 소송을 시작해 만 7년여가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결국 최종 패소했다. 2004년 철도청 자회사인 홍익회의 계약직으로 채용된 KTX 여승무원은 이후 철도유통, KTX 관광레저 등 철도공사 자회사로 소속이 계속 변경되는 위탁계약직 신분을 전전했다. 2004년 채용 당시, 1년 뒤 철도청이 공기업으로 출범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철도청의 약속과 달리 정규직 전환은 계속 미루어졌고 보다 못한 KTX 여승무원은 파업과 함께 2008년 11월 코레일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및 임금지급 소송을 냈다.

 

23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KTX해고승무원 UN인권위 및 ILO 진정관련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KTX해고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004년 당시 KTX 여승무원의 고용차별에 관한 문제를 UN인권위원회에 진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7.8.23 연합뉴스

2010년 1심과 2011년 2심 법원은 KTX 여승무원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2심 법원은 불법파견 관계라는 점까지 확인하면서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의 사용자임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4년 뒤인 2015년 양승태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KTX 여승무원 2인은 철도공사 소속 팀장 1인과 함께 KTX 운행 시 안전관리 및 서비스 업무를 수행했다. 안전관리는 철도공사 직원인 팀장이, 서비스 제공 업무는 KTX 여승무원이 하기에 업무가 명확히 구분된다는 논리로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판결이기도 하다. 20대를 거리에서 보낸 KTX 여승무원은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가 최종 부정되었다.

팔짱 낀 법관 앞에서 지금도 질질 끄는 노동 관련 재판들

최종 판결이 완료된 몇몇 대표 사례만을 언급했지만 노동자를 위한 정의는 지금도 지연되고 있다. 쿠팡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했다가 해고된 쿠팡 부천 신선센터 계약직 노동자 2인은 2020년 9월 쿠팡을 상대로 해고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2024년 6월에서야 부당해고라는 1심 판결이 내려졌다. 계약직 노동자의 근로계약이 반복 갱신되는 경우 사용자의 정당한 사유 없는 재계약 거부는 부당해고로 보는 것이 이미 확립된 판례임에도 1심 판결에만 거의 4년이 걸린 것이다. 2심과 최종 대법원까지 또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1심 재판부가 재판을 4년 간 질질 끌면서 해고 노동자들은 다른 일을 찾지 못한 채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고 소송을 낸 쿠팡 노동자 중에는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는 노동자도 있다.

헌법과 법률은 법관이 신속히 재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법관 윤리강령은 “법관은 신속하고 능률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며, 신중하고 충실하게 심리하여 재판의 적정성이 보장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사소송법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5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며, 변론이 종결된 날부터 2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도 변론이 종결된 날부터 4주를 넘겨서는 안 된다. 하지만 모두 강제성이 없는 훈시규정일 뿐이며 노동자에게는 딴 세상 얘기일 뿐이다. 한국 사회가 보수 편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지만 노동자에게 법원만큼 자본 편향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 정의가 구현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늘 지연되어 왔기 때문이며 이 과정에서 제 풀에 꺾여 중도에 소송을 포기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언급한 사례처럼 대한민국 법관 모두가 노동자를 위한 정의 실현을 지연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 법원 내 노동법 커뮤니티를 만들어 공부하는 판사들도 있다. 순환보직제 때문에 노동 전담 재판부에 속한 판사일지라도 2~3년 근무하다 이동한다. 지금의 사법시스템은 법관에게 사건을 배당할 뿐, 제도적으로 노동법 전문 역량을 쌓는 시스템은 아닌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사법고시와 로스쿨로 대표되는 폐쇄적이면서도 고비용의 양성 경로를 통해 축적된 법 전문가 그룹이 보통 평범한 노동자, 나아가 일반 대중과 유리된 채 이너서클(inner circle)화, 기득권화 되고 있기에 나타난 결과이다. 법 조항만을 전문적·기술적으로 따지면서 노동자 대중의 절박함을 경시하기에 나타난 결과인 것이다.

높은 법대에서 들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라는 헛소리

행정법원이나 가정법원처럼 아예 노동법원을 설립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는 낯설게 들리지만 유럽에서는 노동법원이 보편적이다. 한국에서 노동법원 설치 문제가 이제야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개혁위원회는 하급심 강화 차원에서 노동법원 설립을 준비했다. 당시 제안된 국민참여재판 제도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결실을 맺어 시행되고 있지만, 노동법원은 장기 과제로 넘겼다. 노동문제 전문 변호사로 대법관을 지낸 김선수 전 대법관은 대법관 퇴임사에서 최소한 준참심(準參審)형 노동법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노동 사건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반영하기 위해 노사단체가 추천·선출한 인물을 직업 판사와 함께 명예판사로 참여시키는 노동법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필자 또한 전적으로 동의한다.

노동자가 법원에 소장을 들고 오는 것은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자 방법이다. 그만큼 절박하고 간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은 대형 로펌을 앞세우며 노동자가 제풀에 꺾여 정의 구현을 포기하기를 바라 왔고 대한민국 사법부는 ‘지연된 정의’로 조력해 왔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한 것이다. 유독 노동문제 재판에서 ‘지연되는 정의’에 대한 반성 없이, 높은 법대(法臺)에서 세상을 재단해 왔던 인텔리 의식에 젖은 채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대법관들의 얘기는 표리부동한 판결을 감추기 위한 헛소리일 뿐이다. 대한민국 사법 흑역사에 기록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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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없이 퇴장하겠다. 청산해달라. 제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5/22 10:01
  • 수정일
    2025/05/22 10:0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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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중단 15년, '피해보상청산특별법' 제정 촉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05.21 15:42
  •  
  •  댓글 0
 
남북경협단체연합회(회장 김기창)가 21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투자자산 청산 △피해보상청산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남북경협단체연합회(회장 김기창)가 21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투자자산 청산 △피해보상청산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2010년 5월 24일 오전 10시 대통령 이명박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남·북간 교역과 교류 중단'을 선언했다. 

15년전 이날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교류와 교역이 멈췄다. 

이명박은 두해 전인 2008년 7월 12일 관광객 피격사건을 이유로 금강산관광을 중단시켰고, 뒤를 이어 박근혜는 북한의 4차 핵실험(2016.1.6)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2016.2.7)을 문제삼아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을 내렸다.

짧게는 9년, 길게는 1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남북 경제협력은 완전히 파탄이 났다.

기업은 문을 닫았고, 가족은 해체되었으며, 대표자는 신용불량자라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후 유명을 달리한 이도 여럿이다.

5.25조치 발표 15년을 앞두고 금강산관광 사업자들의 모임인 (사)금강산기업협회, (사)금강산투자기업협회, 남북교역과 경협 사업자들이 모인 (사)남북경제협력연구소, (사)남북경제협력협회, (사)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 등 5단체가 망라된 남북경협단체연합회(회장 김기창)가 21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투자자산 청산 △피해보상청산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회원사 대표들은 '남북경협은 다 죽었다'는 의미로 검은 망토를 두르고 '남북경협' 영정을 든 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에 참가한 회원사 대표들은 '남북경협은 다 죽었다'는 의미로 검은 망토를 두르고 '남북경협' 영정을 든 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기창 회장은 "언제까지 이런 소리를 외쳐야 하는가하는 자괴심과 힘든 세월을 넘어오면서 나라에 대한 원망을 가슴에 품고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호소한다"며, "이제라도 정부는 정부의 결정으로 피해를 입은 우리 대북경협인들에게 마지막으로 답하고 피해보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은 "기업인들의 의견은 더 이상 정부에 기대할 수도, 회복할 길도 없다는 것"이라며, "너무 험난했던 대북사업을 잊어버리고 싶다. 모든 것을 청산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북 경협사업 1세대인 자신들은 완전 청산한 뒤 물러나고 후일 남북관계 개선이 되면 2세대들이 남북경협에 나설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정부는 천재지변이나 주택전세보증금 사기사건 피해자도 특별법으로 긴급 지원하고, 경기악화로 인한 소상공인 영업대출 손실도 대출로 보전하는 만큼 정부의 잘못으로 기업이 손실을 본 경우 당연히 피해보상청산특별법을 제정해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24조치로 피해를 입은 내륙투자기업들과 금강산관광 중단 피해기업들은 정부 도움없이 자기자본과 개인 및 은행 신용대출 등으로 투자했던 피해자들이니 투자금 100%를 지급해 달라는 요구이다.

구체적으로는 △금강산·내륙투자기업의 경우 보험제도 자체가 없었던 상황임에도 보험미가입 개성공단 기업들에게 적용한 투자금액 45% 지원만 받았으므로 이들에게 투자금액 손실 전액 지급할 것.(실제로는 자산실사 감가상각 등으로 투자금 대비 20% 정도를 받았다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 

△심사에 누락되어 정부지원금 조차 받지 못한 기업이 있으니 추가 심사할 것. △개성공단은 투자금 5,118억원 대비 77.8%인 3,980억원의 정부지원금이 지급되었으나 금강산기업들은 2,173억원의 투자금 대비 6.3%에 불과한 137억원이, 5.24조치 피해기업들은 750억원의 투자금 대비 34.1%인 256억원이 지원되었으니 개성공단 기준으로 맞춰줄 것.

△운영경비로 대출한 원금 이자 채무를 재조정할 것.그리고 △국회의 피해청산특별법 제정에 적극 협조할 것 등이다.

전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은 "제 나이도 65세이다. 이제 청산해 주고 새로운 정부에서는 새로운 대북 관계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서 다음 세대에서 다시 시작하도록 하되 우리는 이제 퇴장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퇴장을 하려면 청산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피해보상청산특별법도 만들어서 미련 없이 퇴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김기창 회장과 최요식 회장이 통일부장관에게 보내는 기자회견문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기창 회장과 최요식 회장이 통일부장관에게 보내는 기자회견문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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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5.05.22 07:23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고 영화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영화를 관람하자 대선을 앞두고 국론 분열을 시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을 단호하게 절연하지 못한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는 가운데, 일부 신문은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 공개 행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 영화관을 찾아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해당 영화는 이영돈 PD와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가 제작·기획한 영화이다.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상영 전후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보수·진보 성향 언론을 막론하고 윤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6·3 대선을 열흘여 앞두고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선거를 흔들고 국론 분열을 시도한 것”이라며 “국가를 위기에 빠트려 파면되고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이 무슨 뻔뻔하고 국민 천불 나게 하는 밉상짓인가”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기는 윤석열의 행태는 대선을 통해 비상계엄이 초래한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바라는 국민 열망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며 “‘활동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민심인데, 이런 망동꾼을 국민 세금으로 경호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한겨레도 사설에서 “그가 부정선거 영화를 관람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극우 지지층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부정선거론을 합리화해 자신의 파면과 내란 재판의 정당성을 깎아보려는 의도일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말했던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한 백의종군’이 이런 거였나. 윤 전 대통령의 행동은 극렬 극우 세력과 손잡고 부정선거론에 계속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비쳐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대선 재외국민투표가 이미 시작됐고, 다음 주 사전투표가 실시되는데 윤 전 대통령이 영화 관람에 나서면서 선거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이들의 황당한 주장에 힘을 실은 셈이 됐다”며 “국가 원수까지 지낸 사람이 비상계엄과 파면 등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부정선거 음모론의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어이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본인 때문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데 대한 책임을 느낀다면 윤 전 대통령은 어떤 형태로든 대선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이후 대국민 담화 등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했지만 근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지난 대선에서 본인이 승리한 것도 부정이고 윤 정부 관리 아래 치러진 지난 총선도 부정이라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김건희 여사의 ‘샤넬백 교환’ 의혹을 언급하며 “윤 전 대통령 부부의 행태는 도저히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이 국민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애초 윤 전 대통령을 단호하게 절연하지 못한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당장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지난 21일 윤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에 대한 질문에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명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부정선거론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한겨레는 “탄핵당한 대통령을 출당도 못 시키고, 끌려다니다 겨우 ‘자진 탈당’ 모양새를 갖다 바친 국민의힘의 자업자득”이라며 “‘이재명 대 윤석열’이라는 대선 필패 구도를 부여잡고 있는 것은 국민의힘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일부 신문은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기묘한 논리로 내란 수괴를 석방하고 즉시항고를 포기해 활개 치게 만든 법원과 검찰은 반성하고, 그를 재구속해야 한다”며 “정치권, 특히 국민의힘은 내란 수괴와의 철저한 절연을 통해 음모론에 기댄 내란 잔존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를 풀어줘 시내를 활보하며 음모론을 선동하도록 해준 법원·검찰의 잘못을 다시 짚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의힘에서조차 나오는 호소처럼,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창수·조상원 사의, 한겨레 “검찰 망가뜨리고 도망치는 윤석열 호위무사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헌법재판소가 두 사람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해 업무에 복귀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이 지검장은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지휘한 뒤 무혐의 처분한 인물이다. 조 차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지휘를 맡았다. 서울고검은 지난달 25일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수사를 결정해 수사 중이다.

두 사람의 사의 표명에 대해 중앙일보는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특별검사 수사나 특별감찰 등으로 고초를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것 같으니 검찰을 떠나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윤석열의 사병 노릇을 했다는 걸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호위하느라 검찰을 완전히 망가뜨려놓고서 이제 와선 정권이 바뀔 것 같으니 서둘러 도망치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 지검장이 그렇게 봐준 김씨는 ‘건진법사 게이트’에서 6000만 원대 다이아 목걸이에 이어 1000만 원대 샤넬백 수수 의혹까지 불거졌다”며 “이 모든 게 감찰 사유에 해당한다. 그걸 피하려고 새 정권이 들어서기 이틀 전에 야반도주하듯 검찰을 떠나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검사징계법은 검사가 퇴직을 희망할 경우 징계사유가 있는지 확인하도록 규정한다”며 “검사가 징계를 면하기 위해 사직하는 걸 막기 위한 조항이다. 법무부는 이 지검장의 사표를 수리해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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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도 사설에서 “이들이 사표를 낸 이유는 정권이 바뀐 뒤 시작될 감찰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사가 퇴직을 희망할 경우 먼저 징계 사유가 있는지 대검에 확인해야 하고, 일단 감찰이 시작되면 퇴직하지 못한다”며 “감찰 결과 징계를 받으면, 변호사법에 따라 해임의 경우 3년, 면직은 2년 동안 변호사 개업을 못 한다. 특정인에 대한 충성 대가로 개인적 영달을 누리며 조직을 망치더니, 이젠 변호사 개업을 못 할까 겁이 나 도망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1일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서는 사퇴하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검찰이 김 여사 사건 처리에서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고 해서 민주당이 과도하게 검찰을 압박하는 행위가 정당화되진 않는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행여라도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뒤 정치적 이해관계로 사법 시스템 전반을 뒤흔드는 일은 없길 바란다”며 “검찰은 다시는 권력 눈치보기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반성하고,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 공세를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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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빼고 다 다른 이재명과 김문수의 ‘주 4.5일제’ 비교

근로시간 줄인 이재명 ‘주 4.5일제’vs근로시간 단축 없는 김문수 ‘주 4.5일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왼쪽),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대구 서문시장에서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5.12 ⓒ뉴스1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주 4.5일제 도입을 두고 전혀 다른 구상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가 먼저 단계적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주 4.5일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자,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가 ‘근로시간 단축 없는’ 주 4.5일제로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12일 공개한 10대 공약에서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며 주 4.5일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더 정확히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임금 손실 없는 주 4.5일제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주 4일제로 향해 나아가겠다고도 했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23년 기준 한국의 근로시간은 1,874시간으로 OECD 연평균 근로시간(1,742시간)보다 132시간이 더 많다. 회원국 평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노동시간 단축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주당과 이 후보는 주 4.5일제 시행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 및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근로시간을 줄여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추가 채용된 노동자들의 인건비나 기존 노동자의 임금손실분 등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의 주 4.5일제 공약은 근무 일수만 같고, 추진 목표와 실행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지난 14일 국민의힘은 근로시간 단축 없는 주 4.5일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 일찍 퇴근하는 ‘주 4.5일제’다. 하루 9시간씩 일하고 금요일은 4시간만 일하는 방식으로 근무일수만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주 4.5일제’라기보단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은 유지하면서 유연하게 근무하는 유연근로제에 가깝다. 그 때문에 노사 합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다.

실제 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일부 대기업에서 이미 단계적으로 주 4.5일제가 시행 중이다. SK텔레콤, SK스퀘어, 포스코는 격주 금요일, SK하이닉스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을 쉰다.

김 후보도 자신의 10대 대선 공약에 ‘주 4.5일제 도입’이라는 표현 대신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주 52시간제 근로시간 개선’이라고 썼다.
 
출근길 열차 기다리는 직장인들(자료사진) ⓒ뉴스1
 

주 4.5일제 실현될까

대선 유력 후보로 꼽히는 두 후보가 ‘주 4.5일제’를 공약 내놨지만, 실현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모든 노동자에게 일률적으로 주 4.5일제를 시행하려면 근로기준법을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주 40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을 주 36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자율에만 맡긴다면 제도적으로는 장시간 노동이 가능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법정 근로시간 개정이 없으면 시간 외 수당 증가 방편으로만 쓰이고 실제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40시간을 유지한 채 주 4.5일제를 하라는 건 결국 일일 노동시간을 늘리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근무일수를 줄이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이는 건 필수적으로 병행해야 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법정 근로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임금 감소’라는 숙제가 남는다. 근로시간 단축이 임금 감소로 이어질 경우 저임금 노동자들의 ‘주 4.5일제’ 수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임금 노동자들은 임금 대신 짧은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지만, 생활임금 확보가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들은 결국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후보는 주 4.5일제 공약을 발표할 당시 “포괄임금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기존의 임금 등 근로조건이 나빠지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했다.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비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민주당이 주장하는 주 4일제 및 4.5일제는 근로 시간 자체를 줄이지만 받는 급여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비현실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주 4.5일제 도입을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데 있어, 임금을 삭감하는 건 반노동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장시간 노동 국가인 우리나라는 필연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인데, 이를 소득과 시간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데, 임금을 삭감하는 건 맞지 않다”며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삭감하는 건 조업 단축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어쩔 수 없이 일이 줄어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낮추는 조업 단축과 동일시하는 건 말도 안 되는 행위”라고 일축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노동시간이 OECD 평균보다 높은 한국이 노동시간을 점차 줄여 나가는 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임금 삭감이 선택지가 되어선 안 된다”라며 “다만 (주 4.5일제 도입)여력이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부 차원의 단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 효과로 이어져 임금을 유지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을 일정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이 논의될 때마다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그 결과 노동시간 단축이 업무 집중력과 생산성을 향상된다는 것”이라며 “이로인해 임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의 상당 부분을 커버할 수 있다. 근로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무조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2015년 공공부문에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한 아이슬란드에선 근로자 삶의 질과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부터 산업 전체로 주 4일제를 확대했고, 현재는 50% 이상의 근로자가 참여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2022년 연방 정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 4.5일제(주 36시간)를 전면 도입했다. 

국내에선 자동문 제조업체 코아드가 성수기인 11월부터 2월을 제외한 연중 8개월 동안 주 4일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제조업 특성상 생산 라인의 연속성이나 납기 준수 등의 제약으로 주 4일제 도입이 어렵다는 통념을 깬 사례다. 이 과정에서 코아드는 임금 삭감 없이 오히려 연봉을 인상하며 제도를 정착시켰다. 비효율적인 내부 문화를 개선하고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업무 전반을 재설계했다. 그 결과 연 매출 200억원, 영업이익률 20% 이상이라는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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