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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등 육사 입학, 수학 과락할 뻔, 쿠데타 '일등' 전두환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현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저서에 [함석헌 평전], [고문과 학살의 현대사],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퀘이커교도. 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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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읽는 『반헌법행위자열전』 1권

12·12 군사반란과 광주학살의 최종책임자

육사생도 지지 시위 이끌어 박정희 눈 들어

특유의 기질로 하나회 조직, 군 내 친위세력

12·12와 5·17로 번번이 법과 제도 짓밟아

삼청교육대와 언론학살, 녹화사업도 책임

빠른 사면이 12·3 내란 불러낸 것은 아닌지

2026년 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1권을 펼쳤다. 전두환(1931~2021) 항목 첫 줄이 눈을 잡아끈다.

"12·12 군사반란 및 5·17 내란 수괴이자 광주학살 원흉."

수괴(首魁). 우두머리 괴수. 대법원이 1997년 확정한 표현이다.

그런데 이 수괴는 1995년 구속됐다가 1997년 무기징역이 확정됐고, 1997년 12월 사면됐다. 구속에서 사면까지 2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광주에서 쓰러진 사람들이 흙 속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1959년의 전두환(위키피디아)

226등 입학, 수학 과락 면제, 그래도 쿠데타는 일등

전두환은 1931년 1월 18일 경남 합천의 빈농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일본인 순사에게 부상을 입히고 만주로 도주하는 바람에 가족 모두 만주 생활을 하다 1941년 대구로 이주했다. 빈민촌에서 약 배달을 하며 또래보다 늦게 학교를 다녔고, 1952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성적은 228명 중 226등. 스스로도 1차 합격자 발표에 끼지 못하고 "보충생"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육사 시절 수학 과락을 면하기 위해 동기생에게 개인교습을 받았다. 그 동기생은 "전두환의 끈질긴 요청 때문에 황금 같은 외출시간을 거의 다 빼앗겼다"고 회고했다. 졸업 성적은 156명 중 126등. 성적으로는 도저히 상위권에 들 수 없었던 그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오직 하나, 기질과 투지였다. 축구부에서 실력이 아닌 기질로 주장이 된 그는 나중에 군대에서도, 정치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정상에 올랐다. 능력이 아니라 기질로. 법이 아니라 투지로.

 

1985년의 전두환(위키피디아)

하나회, 그리고 박정희의 친위대

1961년 5·16 쿠데타 당시 서울대 ROTC 교관이던 전두환은 육사생도들의 쿠데타 지지 시위를 이끌어냈다. 이것이 박정희(1917~1979)의 눈에 들었다. 박정희의 비호 아래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육사 11기들은 비밀 사조직 '하나회'를 만들었다. 군부 내 친위대가 필요했던 독재자와 빠른 출세가 필요했던 야심가의 이해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1973년 윤필용 사건으로 하나회 전체가 예편 위기에 몰렸으나 박정희가 수사 확대 중지를 지시해 살아남았다. 그리고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피살됐다. 기회가 왔다.

 

1985년의 전두환(위키피디아)

12·12, 5·17, 그리고 광주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은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을 겸직하며 수사권을 장악했다. 1979년 12월 12일, 그는 육군참모총장 정승화(1929~2002)를 불법으로 연행했다. 12·12 군사반란이다. 계엄사령관의 지휘를 받아야 할 보안사령관이 그 상관을 체포한 것이다. 법은 이미 그날 밤 죽었다.

1980년 5월 17일 전두환은 전국 비상계엄 확대를 강행했다. 5·17 내란이다. 바로 다음날, 광주에서 계엄군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이 시작됐다. 전두환은 강경 진압을 지시했다. 열흘 동안 수천 명의 시민이 살상 당했다. 공수부대 특전사 부대원들이 광주 시내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대검으로 찌르고 곤봉으로 내려쳤다. 계엄군의 총에 쓰러진 사람들 가운데는 학생도, 노인도, 아이를 안은 어머니도 있었다.

 

전두환.(Chun Doo-hwan, South Korea's Most Vilified Ex-Military Dictator, Dies at 90 - The New York Times)

세계사 속의 동류, 제복을 입은 학살자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역사 속 닮은 인물들이 떠오른다.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비델라(Jorge Rafael Videla, 1925~2013)다. 1976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해 이른바 '더러운 전쟁(1976~1983년)' 동안 3만 명으로 추산되는 민간인을 납치·고문·학살했다. 비델라는 2010년 반인도 범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2013년 사망했다. 그는 끝내 풀려나지 않았다.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 1915~2006)와도 닮아 있다. 1973년 쿠데타로 민주정부를 뒤엎고 권력을 장악해 3000명 이상을 죽이고 수만 명을 고문했다. 피노체트는 1998년 런던에서 체포됐다. 스페인 법원의 국제 체포영장이 집행된 것이다. 영국 법원이 그의 신병 인도를 심리하는 동안 런던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결국 건강을 이유로 칠레로 돌아갔고 2006년 사망할 때까지 최종 처벌은 면했다.

전두환은 1997년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12월 특별 사면됐다. 추징금은 사망할 때까지 대부분 내지 않았다. 29만 원밖에 없다는 말을 남긴 채.

 

1976년의 호르헤 비델라(위키피디아)

삼청교육대, 언론학살, 녹화사업

광주 학살 이후 전두환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상임위원장으로 실질적 최고권력자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그가 한 일들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삼청계획'을 승인해 6만 명 이상을 영장도 없이 군부대로 끌고 가 가혹한 훈련과 폭력에 시달리게 했다. 사망자만 수십 명에 이르렀다. 언론인 700여 명을 강제해고하고 언론사를 강제통폐합했다. '녹화사업'으로 군 내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사찰하고 프락치로 만들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해 김대중(1924~2009)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5공화국 내내 박종철(1965~1987) 고문치사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등이 줄을 이었다. 전두환은 이 모든 것의 최종 책임자였다.

 

1981년의 전두환과 이순자(위키피디아)

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아르헨티나는 비델라를 종신형에 처했다. 칠레는 피노체트를 국제체포영장으로 런던에서 붙잡았다. 스페인은 프랑코(Francisco Franco, 1892~1975) 총통 사후 40년이 지나 그의 유해를 국가묘역에서 파냈다. 이 나라들이 완벽한 정의를 실현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독재자를 2년 만에 사면해 골프장으로 보내지는 않았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 )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나는 영국에서 생중계로 지켜 보았다. 계엄군이 국회를 향해 움직이던 그 밤, 나는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떠올렸다. 전두환이 2021년 11월 23일 사망할 때까지 광주 피해자들에게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는 반헌법의 문법과 무관하지 않다.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반드시 다른 옷을 입고 돌아온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전두환을 "12·12 군사반란 및 5·17 내란 수괴이자 광주학살 원흉"으로 기록했다. 대법원이 확정한 표현이다. 그런데 그 수괴는 사면됐고, 추징금을 내지 않았고, 사과하지 않았고, 자연사했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 법정의 방청석에 앉은 우리가 이 기록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유일한 심판이다.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광주 5·18 국립묘지에 있는 추모관. 이곳은 학살범 전두환이 자행한 광주 학살 희생자들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다.(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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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지역행보에 국힘 “관권선거”..민주 “말도 안되는 공세”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5/16 11:44
  • 수정일
    2026/05/16 11: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민일성 기자

  • 업데이트 2026.05.16 09:38

  • 댓글 0

송언석 “한번 더 하면 법적조치”..조승래 “대한민국이 마비돼야 한단 건가”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경기 성남 모란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청와대 >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 행보를 두고 관권선거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정치 공세”라고 맞받았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당히 수준 낮아도 한참 수준 낮은 얘기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SNS에서 이 대통령의 전통시장 방문 등을 언급하며 “노골적인 관권선거, 선거개입이다. 대통령이 선거개입의 수준을 넘어 아예 직접 선거운동을 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특히 성남 모란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고, 김병욱 성남시장 후보가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 장소 선정의 기획의도부터 매우 불순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마다 선거개입 논란이 있곤 했지만, 이렇게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매일 같이 전국의 전통시장을 직접 돌며 선거운동을 한 대통령은 없었다”며 “한 번만 더 진행된다면, 국민의힘은 즉시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운동에 대한 법적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승래 사무총장은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되는 거냐”라며 “그러면 국무회의도 관권선거가 되겠다. (그런 논리라면) 언론도 (대통령) 동정 보도를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반박했다.

조 사무총장은 “선거라는 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정은 돌아가야 한다”며 “대통령이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안보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과 관련된 정책이나 의제에 대해 점검하고 현장 확인하고 시민과 소통하는 것을 할 수 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마비되어야 한다는 얘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대통령 일정은) 지방선거와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이규연 수석은 “코멘트할 정도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 명분 있는 행사, 가야 할 곳을 가고 계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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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여당 승리’ ‘야당 승리’ 40% 동률…민주 ‘긴장’ 국힘 ‘기대’

조희연,장나래,김채운기자

  • 수정 2026-05-16 08:12

특검 공소취소 권한 ‘반대’ 44% ‘찬성’ 27%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 셋째)가 15일 제주 연북로 위성곤 제주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가 19일 앞으로 다가온 15일. 여야는 지방선거 결과 전망에 관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술렁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 인터뷰) 결과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은 44%,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3%로 11% 포인트 차였다. 3∼4월 같은 조사에서는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보다 평균 17% 포인트 가량 웃돌았던 것에 견주면 격차가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여당 후보가 당선 돼야 한다’는 답변과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이 40%로 같게 나왔다. 2주 전 조사에서는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8%포인트 높았는데, 격차가 사라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앞줄 왼쪽 둘째)와 송언석 원내대표(셋째) 등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무시 심판 공소취소 저지 국민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긴장’…국힘은 ‘기대’

양당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지지율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는 반응이다. 영남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를 돕고 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이제 선거가 20일도 안 남은 상황인 만큼 긴장해야 한다”며 “다음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가는 만큼, 다음주 여론까지 (여야 격차가) 더 좁혀진다면 민주당이 고민을 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지지율이 상당히 좁혀질 거로 예상했고, 그 예상 시기보다 오히려 (좁혀지는 시점이) 늦게 왔다”며 “지방선거의 성격, 각 정당에 대한 태도 같은 국민들의 구조적 인식이 바뀐 건 아닌 것 같다. 이 구조적 인식이 투표로 나타나도록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고무된 모습이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공소취소 특검 추진과 부동산 가격 상승, 나무호 피격 등이 겹치면서 분위기가 바뀐 건 사실”이라며 “이 흐름을 이어가면서 현역 광역단체장의 안정성 등을 강조하면 보수뿐 아니라 중도층의 마음까지 되돌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당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정원오 후보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데다 공소취소 특검 추진 등이 겹치면서 보수 결집 흐름이 서울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이럴 때 더 낮은 자세로 읍소해야 하는데 장동혁 대표가 당당하고 거칠게 나오는 게 역효과가 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선거가 임박하자 영남마저도 민주당에 넘겨줄 순 없지 않느냐는 보수 결집 움직임이 확연히 느껴진다”면서도 “보수 결집이 충청과 강원, 수도권까지 확산하는 바람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특검 공소취소 권한 ‘반대’ 44% ‘찬성’ 27%

한편, 이번 갤럽 조사에서 응답자 44%는 ‘조작기소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공소취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응답은 27%, 의견 유보는 28%였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층은 공소취소권 부여에 찬성하는 의견이 43%, 반대가 27%였다. 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반대(68%)가 찬성(14%)보다 많았다. 무당층 또한 반대(50%)가 찬성(12%)을 크게 웃돌았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자신이 중도적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반대(45%)가 찬성(27%)보다 많았다. 이 대통령 직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공소취소권 부여에 찬성하는 의견이 39%, 반대하는 의견이 30%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소취소권 부여에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찬반 여론을 보면 서울은 44%·27%(이하 찬·반), 인천·경기 24%·49%, 대전·세종·충청(26%·44%), 대구·경북(25%·51%), 부산·울산·경남(20%·49%)였다. 민주당 지지가 강한 광주·전라(35%·39%)마저 찬반 여론이 오차범위 내에서 다퉜다.

대통령 긍정 평가 61%…2주 전엔 64%

갤럽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61%, 부정평가는 28%로 나타났다. 2주전 같은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64%, 부정평가는 26%였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26%), 외교(10%), 전반적으로 잘한다(7%), 소통(6%), 직무 능력·유능함(6%) 등이 있었다. 갤럽 쪽은 “대통령 긍정 평가 이유에서는 경제 사안이 최상위”라며 “지난 몇 달간 파죽지세로 상승한 코스피가 이번주 8000에 육박했고, 우리나라 시가총액은 세계 6위로 올라섰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부정 평가 이유는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10%), 과도한 복지·민생지원금(10%), 경제·민생·고환율(9%), 전반적으로 잘못한다(8%), 부동산 정책(7%), 독재·독단(7%) 등이 꼽혔다. 2주 전(지난달 28~30일)과 비교하면 부정 평가 이유에서 도덕성 관련 지적이 늘었다. 갤럽 쪽은 “여당이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안’(조작기소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 부여 공방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과도한 복지’ 지적에 관해 “김용범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발언 영향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서 가짜뉴스라고 언급했지만, 초기 국민이 받은 충격이 워낙 커서 이 대통령 주장도 불씨를 끄기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조작기소 특검의 공소취소 문제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친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조작기소 특검법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특검이 수사하는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 등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됐다. 이후 이 대통령이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한 숙의 과정을 요청하자 민주당은 법안의 시기·절차·내용을 지방선거 이후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자세한 내용은 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보면 된다.

조희연 기자 choh@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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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유권자'들 손에 한국 정치의 '미래'가 달려 있다

[박세열 칼럼] 지역주의가 힘 못 쓴 최초의 선거로 기록될 수도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6.05.16. 09:27:20

노무현이 서울 종로를 떠나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면서 부산 북강서을 지역에 출마할 때가 2000년 총선이었다. 당시엔 합동유세라는 게 있었다. 운동장에서 유권자들을 모아놓고 유세하는 것이다. 그때 연단에 선 한나라당 허태열 후보의 유세 연설은 아마 한국 정치사상 최악의 기억으로 꼽힐 것이다.

"살림살이 나아지셨다는 분들 손 들어 보십시오. 혹시 전라도에서 오신 거 아닙니까?"

"부산시민들은 지난 2년간 DJ정권으로부터 가장 핍박과 홀대를 당해왔다."

"이번에 노무현 씨가 당선돼 기가 살아서 2년 반 뒤에 대통령 선거를 할 때 또 이사람이 출마를 한다면 부산의 표 또 일부 갈라가지고 또 누구 좋은 일 시키는 제2의 이인제 되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전라도 사람이 주축인 새천년민주당에서 영남 사람이 대선주자 되겠다는 것도 웃기는 얘기 아닌가."

현장에선 '지역감정 하지 말라'는 격한 항의가 나왔지만, 그는 늠름하게 유세를 마무리했다. 허태열은 53.9%로 당선됐고, 노무현은 37.0%로 낙선했다. 노무현은 낙담한 참모들에게 말했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은 시간이 약이다. 시간 만큼 확실한 대책은 없다. 고생 좀 더 하고 갑시다."

참으로 야만의 시대였다. 한국 정치사의 맥락에서 지역주의는 이념 투쟁의 비극적 역사의 상처를 후비고 인종주의적 외피를 입고서 상대 지역을 폄하하는 행태를 주로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 영남과 호남이라는 한국 정치의 '라이벌' 파벌이 전체 선거판에 영향을 미치는 특유의 현상을 말하기도 한다. '지역 파벌주의'로 규정해도 좋겠다. 전자의 지역주의와 후자의 지역 파벌주의는 꽤 끈끈하게 연결돼 있었다.

전자의 지역주의는 예나 지금이나 도덕적 지탄의 대상이었지만, 노무현이 말한 것처럼 26년의 시간이 흐르며 정치판에선 사실상 퇴출됐다고 봐도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지금 어쩌면 이번 지방선거는 영남과 호남의 지역 파벌주의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첫번째 선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 가지 징후들이 있다.

첫째, 부산 북갑에 나선 하정우의 출마 방식이다. 과거 노무현이 부산에 내려갔을 땐 '대의를 품고 희생하러 간다'는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현 정부의 '스타 참모'가 여론의 대대적 주목을 받으며 출마 선언을 했다. 26년만의 변화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국회 의석 18석 중 17석을 국민의힘이 차지했지만, 8년 전인 2018년 지방선거에선 부산시의회 전체 47석 중 41석을 민주당이 차지한 적도 있다. 여전히 '영남 파벌주의'가 강하다고 해도 부산은 점점 '스윙보터' 지역이 되고 있다.

둘째, 역시 부산 북갑에 나선 한동훈의 사례도 주목된다. 서울 태생의 한동훈이 무소속으로 부산 지역구를 선택한 것 자체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한동훈은 어찌됐든 국민의힘에서 '새로운 보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지역 연고가 전혀 없는 부산을 선택한 것은 국민의힘이 '본진'으로 여기는 영남의 한복판을 '보수 개혁'의 시작점으로 선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과거라면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 역시 최근 정치판의 변화를 상징한다 볼 수 있겠다.

셋째, 김부겸의 TK 진출이다. 민주당 후보 중 '역대급 스펙'을 가진 그의 대구시장 선거 출마로 국민의힘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김부겸의 당선 가능성과는 별개로 '영남 파벌주의' 세력이 현재 역대 가장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도 모두 인정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내에서 TK 지역의 토호 정치인들이 중앙 정치에서 더이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 가장 큰 유권자 집단인으로 묶일 수 있는 수도권 정치에서 TK 정서가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는 징후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넷째, 중앙 정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호남이다. '호남 파벌주의' 세력은 여전하지만,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을 거치면서 이미 수도권 정당으로 완전히 변모했다. 호남이 우호적 인물로 꼽는 조국은 경기도 평택에 출마했지만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중앙당이 공천한 전북도지사 후보에 맞서 무소속 후보가 나왔지만 수도권 민심과는 거리가 멀고, 전체 판을 흔들수도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멈추고 있다. 호남 지역의 이익이 중앙당을 흔들지 못하는 징후도 꽤 많다.

과거엔 영남과 호남의 지역 파벌주의가 중앙 정치에 실질적 힘을 발휘했다. 지역의 이슈가 중앙당을 흔들거나 수도권 민심에 영향을 미쳤다. 지금 이게 '액상화'되고 있다. 노무현의 말대로 '시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유권자 연령층 변화가 주요했다. 수도권의 영호남 커뮤니티는 고령화됐고, 경제 활동의 중심으로 올라온 그의 자녀 세대들은 '지역 정체성'에 굳이 얽매이지 않는다.

더 큰 이유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수도권 일극화가 강화된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지역주의를 희석하기 위해 수도권에 자원을 집중한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 일극화 현상이 의도치 않게 지역 파벌주의에 제동을 걸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외부 효과'다. 일극화된 수도권은 더 이상 지방에 흔들리지 않는다.

영남 기반의 국민의힘이 영남 소파벌주의로 쪼그라든 것, 호남 기반의 민주당이 수도권 정당으로 변모하며 호남의 중앙 정치 영향력이 약화된 것을 대한민국 정치 지형 변화의 조짐으로 읽을 수 있을까.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영남의 선택'이다. 영남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의 '텃밭'이란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게 될 경우, 한국 정치는 새 국면에 들어설 것이다.

보수의 고질병 같은 '윤어게인'을 끝내고, 한국 정치의 '지역 파벌주의'를 와해시키는 것은 결국 영남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영남이 한국 정치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셈이다. 대구에서, 부산에서, 경남에서 그들의 선택에 한국 정치의 미래가 달려 있다. 어쩌면 이번 선거는 '지역주의'가 힘을 쓰지 못한 최초의 선거가 될 지도 모른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하정우 부산 북갑 국회의원 후보, 한동훈 부산 북갑 국회의원 후보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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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사령관의 '한국군 재편 구상'... 하와이 발언의 함의와 다영역 전쟁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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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산 기자
  •  
  •  승인 2026.05.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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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12일 하와이에서 열린 인도태평양지싱군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12일 하와이에서 열린 인도태평양지싱군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전문성을 요하는 일을 일정을 정해 추진하려 할 가능성이 나를 잠 못 들게 한다”고 발언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 인도·태평양 지상군 심포지엄에서 나온 이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속도조절론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한국군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조 속에 완전히 편입하려는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전작권 문제와 더불어 ‘다영역 태스크포스(MDTF)’ 배치와 한국의 ‘권역 지속지원 거점(Regional Sustainment Hub)’ 역할을 동시에 강조했다. 이는 분리된 사안이 아니다. 한국군을 인도·태평양 전구 전체를 포괄하는 미국의 다영역 전쟁체계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이려는 통합 전략이다.

주목할 점은 이 구상이 지난 4월 말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발표한 ‘한미 연합 다영역 태스크포스 구성 계획’ 보고서 내용과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민간의 아이디어가 주한미군 지휘부의 전략으로 구체화되었음을 보여준다.

‘다영역 태스크포스’는 공중·해상·지상·우주·사이버를 통합한 네트워크형 전쟁체계다. 문제는 이 체계의 핵심 인프라인 우주자산, 전략정보, 데이터 링크, AI 기반 표적화 시스템을 미국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군이 이 체계에 편입될수록 외형상 독립 지휘체계를 갖추더라도 실질적인 작전 통제는 미국 시스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브런슨 사령관이 전작권 전환에서 “조건이 우선한다”고 강조한 본질도 여기에 있다. 이는 한국군의 군사적 준비 부족이 아니라, 미국의 다영역 통합전 체계에 한국군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편입·연동되느냐의 문제다. 

최근 애틀랜틱 카운슬의 전략보고서는 한미동맹의 역할을 한반도를 넘어 제1도련선 전체로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한국·일본·필리핀을 ‘전략적 삼각지대’로 묶어 공동 다영역 전력과 장거리 화력망을 구축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한국군을 한반도내 임무에 묶어두지 않고,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군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다. 대만 유사시나 동·남중국해 분쟁에 한국군을 동원하려는 포석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현대의 억제력은 참호만큼이나 공장 생산 현장에 달려 있다”고 언급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을 통해 장기전 수행을 위한 보급망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동맹국의 산업기반을 미국 중심의 전쟁경제 체계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한국은 이 구상에서 탄약, 미사일, 함정, 드론을 공급하고 정비하는 ‘권역 군수허브’ 역할을 요구받는다. 브런슨 사령관이 한국의 ‘권역 지속지원 거점’ 역할을 공론화한 이유다.

이러한 흐름은 전작권 반환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미국이 전략 정보와 타격망을 장악한 상태에서 작전 통제권을 넘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작권 전환이 지연되거나, 형식적 반환이 이루어지더라도 실질 통제권은 미국 중심 체계가 작동하는 기형적 구조가 될 우려가 크다.

브런슨 사령관이 제시한 구상은 단순히 부대 하나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군의 존재 목적, 한미동맹의 성격, 한국 산업의 전략적 방향, 나아가 대중국 관계와 한반도 평화 전반을 뒤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가 설계한 전략이 주한미군 사령관의 입을 통해 한국의 국가안보 전반을 뒤흔드는 현실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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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경고에도 침묵한 트럼프, 불안해진 대만? "美 대만 지지 약화 의구심 나와"

대만 외교부 "베이징, 국제사회에서 대만 대표해 어떤 주장도 할 권리 없어"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6.05.15. 05:58:57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대만 외교부는 중국 정권이 대만을 대표해 어떤 주장도 할 권리가 없다고 반발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대만 일간지 <자유시보>는 대만 외교부가 이날 오후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으며, 베이징 당국은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대표해 그 어떤 주장도 할 권리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대만 외교부는 "지금 이 시각에도 인민해방군이 제1열도선과 대만 해협 주변 해역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회색 지대' 도발 및 군사적 위협이야말로, 현재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유일한 리스크"라며 "대만은 미국을 포함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국가와 지속적으로 협력하여 역내 안보, 안정 및 번영을 보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오늘 오전 6시까지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 3대가 대만 서남부 및 동부 공역에 진입했으며, 중국 군함 6척이 대만 해협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포착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가 시진핑 주석의 발언만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 보도하지 않은 것을 두고 "미국의 반응이 '중국 매체가 쓸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예야오위안(葉耀元) 미국 성 토마스 대학교 국제학 석좌교수의 분석을 소개했다.

예 교수는 중국이 매우 화려한 의전을 제공하며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줬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모두 발언에서 시 주석을 치켜세웠으나, 체면을 세워줬다고 해서 실질적인 속내(裡子)까지 잘 풀린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이런 정상회담은 실무진이 사전에 의제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고 회담 후 '사후 발표'를 통해 결론을 설명하기 마련인데, 현재 아무런 발표가 없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신호"라며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음에도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결론을 발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국가 이익인 '제1도련선의 안보, 미국의 패권, 기술 우위' 등은 중국이 타파하려는 대상이기 때문에 애초에 합의가 나오기 어렵다면서 "반공 최전선 인사"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아무리 화려한 의전을 제공하더라도 실질적인 이득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2시간 반 정도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티엔탄(天壇) 공원에 시 주석과 함께 방문했는데,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논의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미국 방송 CNN이 보도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티엔탄에서 시 주석과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는 동안 대만 문제가 논의되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두 차례 나왔다. 평소 언론과 소통을 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진 촬영을 위해 시 주석과 나란히 섰지만, 두 명의 기자가 각각 다른 질문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답변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이 중국 정권과 더 광범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만에 대한 지원을 약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시 주석이 회담 모두발언에서 "중미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극복하고 강대국 간 관계의 새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까? 우리가 손을 맞잡고 전세계적 과제를 해결하며 세계에 더 큰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까?"라며 "강대국 지도자들은 우리 시대의 이러한 질문에 함께 답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말한 데 대해 대만 <연합신문망>은 대만의 도발이 없는 한 중국이 먼저 대만을 봉쇄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매체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표현을 대중적으로 널리 퍼뜨린 하버드대 교수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이 14일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 사적으로 미중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양국이 계속 적대 상태를 유지하면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앨리슨 교수는 미중 양측이 대만 문제와 같은 사안에서 제3자의 도발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앨리슨 교수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으며, 트럼프는 시진핑이 "재임 중에는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보장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매체는 "양측 모두 이 문제가 더 긴 시간에 걸쳐 해결될 것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만 측에서 심각한 도발이 없는 한, 중국이 올해 대만을 봉쇄할 가능성은 1% 미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미중 간 긴장 관계에 따른 위험은 커지고 있다면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직접적인 선전포고가 아니라, 대만해협·남중국해·한반도 문제 혹은 군함 충돌 같은 국지적 위기가 통제 불능으로 번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앨리슨 교수는 대만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대만해협을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발칸반도 화약고"에 비유하기도 했다. 매체는 "이는 (대만 문제가) 강대국 충돌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오후 티엔탄 공원에 방문했다. ⓒAFP=연합뉴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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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실사격훈련 3년만에 재개하는 건 반평화·비정상"

평화연대, 포천 승진훈련장 '2026 합동화력훈련' 즉각 취소 촉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5.14 23:31
  •  
  •  수정 2026.05.1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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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자주통일평화연대는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말뿐인 평화, 이재명 정부는 대규모 합동 화력훈련 취소하라!'는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통일평화연대는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말뿐인 평화, 이재명 정부는 대규모 합동 화력훈련 취소하라!'는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방부가 오는 18, 21, 27일 경기도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2026 합동화력훈련'을 진행한다.

식전 행사로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의 기동비행이 예정되어 있고 본 훈련에서는 육·해·공군 합동 전력의 실사격과 기동훈련이 공개된다. 

현장에서는 K2 전차, K9 자주포, 다연장로켓 등 이른바 K방산 주력 장비와 함께 신규 전력화 무기체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장비 전시도 진행된다.

국방부는 이번 훈련이 △국민주권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시행되는 합동화력훈련으로 △독자적인 방위능력과 합동성에 기반한 자주국방의지를 구현하고 △군의 굳건한 대비태세와 합동작전 수행능력을 보여주며 △K-방산 무기체계의 실전 우수성을 현장에서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국민참관단 1,200명을 모집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공군 전투기 오폭사고가 발생한 접경지역 훈련장에서 3년전 대북 적대를 고취하는데 여념이 없던 윤석열이 했던 것과 같이 국민참관단까지 모집해가며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재개하는 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바늘구멍이라도 뚫겠다는 정부의 언명이 무색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평양 연고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경기를 치르는 기간에 모처럼 조성된 평화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화력훈련'을 강행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대형 축구공안에 화염 속 '전쟁 훈련' 문구가 적힌 선전물에 'X'자를 붙이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대형 축구공안에 화염 속 '전쟁 훈련' 문구가 적힌 선전물에 'X'자를 붙이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는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말뿐인 평화, 이재명 정부는 대규모 합동화력훈련 취소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화력훈련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평화연대는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과 이연희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공동대표가 낭독한 기자회견문에서 "윤석열 정부가 2023년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한 이후, 3년 만에 또 다시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조선(북)을 살대한 한 대규모 실사격 훈련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평화를 말하는 이재명 정부 역시 이러한 훈련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깊은 우려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화력훈련 즉각 취소를 촉구했다.

또 "대통령 스스로 북에 대한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실제로는 상대를 겨냥한 전쟁훈련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규모 합동화력훈련은 공대지, 지대지 실사격을 포함해 상대를 '격멸'하는 화력 과시 군사훈련인데, "화해와 교류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는 것은 모순이며,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아니"라는 것.

더군다나 평화와 공존을 말하는 정부가 '국민참관단'을 모집해 '화력훈련'을 마치 축제나 스포츠경기를 즐기는 행사처럼 포장한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평화연대는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은 결국 맞대응을 불러오고, 이미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더욱 파국으로 몰아갈 뿐"이며, "접경지역 실사격훈련 중단은 대선시기 공약이기도 하다"고 하면서 거듭 훈련 취소를 요구했다.

자주연합 상임대표인 주재석 평화연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연합 상임대표인 주재석 평화연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연합 상임대표인 주재석 평화연대 상임대표는 "사람관계와 마찬가지로 국가관계에서도 겉으로 좋은 말 하면서 뒤로는 이상한 짓 하면 관계를 상하게 된다"고 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대규모 합동 화력훈련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특히 "이런 훈련이 뭐 그렇게 크게 홍보할 일이라고 국민참관단까지 대규모로 모집했느냐", "접경지역 주민들의 어려움도 무시하고 진행하는 훈련이 이재명 정부에 무슨 도움이 되는 일이냐"고 반문하고는 거듭 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주 대표는 "남북관계 경색의 가장 큰 이유는 역대 정부가 북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공언하는 이재명 정부마저 앞뒤가 다른 합동 화력훈련을 실시하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못한다"고 격한 심경을 토로했다.   

조항아 빈민해방실천연대 사무총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조항아 빈민해방실천연대 사무총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조항아 빈민해방실천연대 사무총장은 "평화를 말하면서 한편으로 '격멸'을 외치는 군사훈련을 계속하는 것이 과연 평화 정부의 모습이냐"고 하면서 "평화는 말로만 오지 않는다. 군사적 대결이 아니라 남북대화와 신뢰회복의 행동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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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 해결 못하면..." 광주항쟁 한 달 전 계엄군이 강원도로 향한 이유

[1980사북, 늦은 메아리] 신군부가 강요한 기억과 싸우는 광부들... 광주 이전에 사북 있었다

26.05.15 06:39최종 업데이트 26.05.15 06:39

특별기획 '1980 사북, 늦은 메아리'는 박봉남 감독의 영화 <1980 사북> 전국 상영을 계기로 공론화한 사북 사건을 단지 과거사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국가의 대응, 공동체와 시민 사회의 변화 과정을 추적 기록해 국가 폭력의 기억과 치유 과정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기자말]

1980년 12월 20일 <조선일보>에는 송년 특집 데스크 좌담이 실렸다. 이 좌담에는 안병훈 정치부장, 송형목 경제부장, 김대중 사회부장 등이 참여했다. 당시 한 데스크는 전두환의 5.17비상계엄 확대 조치를 정치 안정의 분기점으로 높이 평가하면서, "사북사태"와 "광주사태"를 권력의 공백이 초래한 무질서한 사태의 대표 사례로 언급했다.

권력의 질서가 잡히기 시작한 5.17을 하나의 분기점으로 삼는다면 그 이전까지는 권력의 공백상태가 사북사태, 학생데모, 광주사태 등을 촉발 시켰습니다. 이러한 사태들은 어떻게 보면 모두가 70년대의 유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진통이 아닌가 해요. 이러한 상처를 안은 채 5.17을 기점으로 양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개혁주도세력이 등장해서 정치 안정을 서서히 잡아갔고, 사회정화로 일반의 질서가 꽤 잡혀져가는 현상을 보였어요. (취재 데스크 좌담 "대전환의 진통, 격변 '80'", 1980년 12월 20일 <조선일보> 3면)

나란했던 이름, "사북사태"와 "광주사태"

1980년 12월 23일 <경향신문>은 '국내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평화적 정권교체… 새 정치 개막"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전두환 대통령 취임'을 10대 뉴스로 언급한 가운데, '광주사태'와 '사북광부소요'도 이름을 올렸다. '과격분자', '무법천지', '약탈', '치안부재', '폭동', '암흑천지', '파괴'… 이 때만 해도 광주와 사북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80년 12월 27일 <동아일보>도 "격변 충격의 '80 본사 선정 10대 뉴스"를 5면에 실었다. "광주사태"와 "사북사태"는 10대 뉴스의 처음과 끝을 장식했다. '유혈사태', '혼란', '행정공백', '무장한 폭도', '치안공백 사태', '유혈 충돌'… 두 사건을 바라보는 당시 언론의 시각은 거의 비슷했다.

1980년의 마지막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한 체제가 무너지면 그 체제가 내포했던 여러가지 대소 문제가 일시에 노출되어 혼란과 갈등이 뒤따르게 마련"이라면서 사북에서 광주로 이어지는 흐름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봄이 되면서부터 술렁거리기 시작한 학원가는 족벌체제 반대로부터 어용교수 배척 그리고 집체훈련 거부로 고양되고 교내시위로부터 가두시위로 번져나갔다. (중략) 열기는 횡적으로 노동계에로 비화하여 마침내 그 충격적이던 사북사태를 빚고 말았던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불안정 요인의 상승에 물리적 제동이 가해졌고, 그 제동 과정에서 현대사에서 가장 뼈아픈 광주사태라는 상처를 입고 말았던 것이다.("다난의 승화를 기약하며 -1980 경신년을 보내는 사념", 1980년 12월 31일 <조선일보> 사설)

똑같이 나흘 만에 알려진 '사북'과 '광주'

영화 <1980 사북> 스틸컷엣나인필름

1980년 4월 21일 월요일 강원도 사북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노조사무실 앞. 어용노조에 항의하는 광부들을 경찰 당국이 사찰하면서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사찰 행위가 발각된 경찰은 도망치면서 농성 광부들에게 지프차를 돌진시켜 광부 원일오(당시 36세)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그대로 도주했다. 흥분한 광부들이 사북지서를 파괴하고 경찰은 이웃 마을 고한으로 피신했다. 사북 광부들은 그날 저녁부터 사북 전역을 장악하고 광업소 본사와 동원탄좌 객실에 모여 있던 중앙정보부 조정관, 보안대 요원, 경찰간부들을 급습하였다. 이 날은 사북 사건의 성격이 노조 민주화 운동에서 공권력에 대항한 광부와 부녀자들의 항쟁으로 전환된 핵심 분기점이었다.

2008년 진실·화해위원회에 제출된 기무사 자료에 따르면 "1980년 4월 2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경찰 기동타격대 병력 2개 중대(간부 6명·병사 275명) 현지 급파"라는 기록이 있다. 서울기동타격대 병력이 특별열차 편으로 사북역을 통과하여 고한역에 내리는 것을 목격한 일부 주민들 사이에 공수부대 투입 소문이 났고 광부들은 이에 대비해 화약고와 무기고를 먼저 장악하기 시작했다.

1980년 4월 22일 23시 11특전여단 61대대 지휘관 40명과 병사 249명이 사북사건 진압을 위해 원주 1군사령부로 배속되었다(육군본부, <계엄사>, 1982, 383쪽). 1980년 4월 23일 오후 4시 한계령에서 훈련 중인 11특전여단 62대대 지휘관 40명과 병사 290명이 1군사령부로 추가 배속되고, 같은 날 19시 10분경 육군본부는 11공수여단 62대대에 사태 진압을 위한 부대 이동 지시를 하달 한다. 병력 투입 시점은 4월 25일 BMNT(동틀 무렵)으로 결정되었다(기무사 자료, <동원탄좌 사태 진전상황2>).

그러나 4월 24일 새벽, "오늘 중 해결 안 되면 말 못할 어려움이 온다"고 호소한 김성배 강원도지사의 중재로 협상이 극적 타결됨에 따라 11공수 병력은 실제 사북에 투입되지 않았다. 이날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주요 일간지는 사건 발생 나흘만에 처음으로 "사북사태"를 보도했다. 제11공수특전여단 61, 62대대는 4월 29일 20시를 기해 부대 배속이 해제되고 원대 복귀하였다.

한달 뒤인 5월 21일 경향신문 1면에는 "광주 일원 소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지난 18일부터 연3일째 전남 광주 일원에서 소요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계엄사령부의 발표를 전하는 형식으로 사건 발생 나흘 만에 "광주사태"를 처음 보도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도 꼭 한달 전 '사북'을 보도할 때처럼, '광주' 소식을 나흘 만에 1면 톱 기사로 전했다.

계엄사령부는 지난 18일부터 광주 일원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가 아직 수습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조속한 시일 내에 평온을 회복하도록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사북에서 경찰의 지프차 돌진 공격으로 대규모 항쟁이 촉발되었던 1980년 4월 21일로부터 정확히 한 달이 지난 5월 21일 수요일. 전라남도 광주시 전남도청 앞과 금남로 일대에서 시민들과 계엄군 사이에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 시민들과 대치하던 계엄군은 전남도청 앞에서 갑자기 집단 발포를 시작했고 당시 중3 학생이던 김완봉(15세)군 등 34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흥분한 시민들은 총기를 탈취하여 시민군을 조직했고 계엄군은 광주 외곽으로 물러났다. 광주의 치안은 시민군과 수습대책위원회로 넘어갔다. 이 날은 광주 사건의 성격이 민주화 시위에서 계엄군에 대항한 시민 무장항쟁으로 전환된 핵심 분기점이었다.

사북과 광주의 계엄군... 11공수특전여단

5월 21일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서 시위대를 향해 집단 발포를 한 부대 중 하나는 사북에 투입 예정이었던 11공수특전여단 62대대였다. 이 부대는 3공수, 7공수와 함께 시위대 진압을 맡은 주력 부대였으며, 곤봉과 대검을 사용하여 시민들에게 잔혹한 유혈 진압을 가했다.

군 기록과 계엄군 진술을 종합하면, 11공수여단은 5월 19일 새벽 4시부터 제7공수여단 33, 35대대로부터 광주 작전 거점을 인계 받았다. 이후 오전 10시 30분에 바로 62, 63대대 병력을 광주로 증원했다. 11공수 62대대는 5월 19일 15시경 도청 앞 금남로 남쪽에서, 63대대는 전남여고 맞은편 중앙국교 앞 사거리에서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은 '주남마을 민간인 학살'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11공수여단 62대대 부대원들은 5월 22일 새벽 광주에서 화순으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주남마을에 매복해 있다가, 5월 23일 오전 9시 30분쯤 나주 방면으로 향하던 미니 버스 1대에 무차별 사격을 가해 탑승객 18명 중 15명을 사살했다. 생존자 중 중상자인 청년 2명도 11공수여단 본부 작전보좌관의 처리 명령에 따라 인근 야산에서 총살 당했다.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증언자는 여고생 홍금숙이었다.

다음 날인 5월 24일, 제63대대는 주남마을에서 송정리 비행장으로 이동하던 중 송암동 효천역 부근에서 전투교육사령부대(보병학교 교도대)와 오인 교전을 벌였다. 이 교전으로 대대원 9명이 사망하자, 63대대는 이에 대한 화풀이로 송암동 인근 마을을 수색하며 초등학생 전재수부터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민간인을 마구 학살했다. 이때 시민군이었던 김종철과 주민 권근립, 김승후, 임병철 등이 사살됐다.

5월 27일 새벽 11공수특전여단은 전남도청으로 진입하여 최후 진압 작전을 벌였다. 도청에 남아 있던 시민군과 학생들이 마지막 항전을 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최종 진압되었다.

사북을 위해 투입 준비를 마쳤던 11공수를 주력부대로 광주민주화운동이 진압된 바로 다음날, 5월 28일 <경향신문>에는 "사북사태 관련 모두 26명 구속"이라는 짤막한 기사가 실려 사북에서 일어난 사태도 일단락이 되었음을 알렸다.

1980년 5월의 마지막 날을 장식한 기사는 '국가보위비상대책원회가 설치되었고, 그 위원장에 전두환 중앙정보부장서리가 취임했다는 소식이었다.

항쟁의 봉우리와 사건의 골짜기

선과 악이 뚜렷이 구분되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건에서 선악의 구도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때때로 폭력의 가해자가 폭력으로 되갚음 당하기도 하고, 폭력의 피해자가 어느 순간 폭력으로 대항하기도 한다. 가해와 피해가 교차되는 지점이 얼마간 존재하는 것이다.

각자가 어느 자리에서 사건을 경험했는가, 어느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보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주로 보고 들었는가에 따라 사건에 대한 개인의 평가는 종종 일반적인 평가와 궤를 달리한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지거나 크게 다친 당사자와 군경의 가족들에게는 시위 군중에 대한 원망과 반감이 앞설 뿐 '독재타도'니 '민주화'니 하는 대의는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반면, 시위 과정에서 군경의 총칼에 숨지거나 큰 피해를 입은 학생과 시민들에게는 계엄군에 대한 원한과 분노가 치밀어오를 뿐, '질서'니 '법치'니 하는 말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가 되는 것은 당사자의 기억이 아니라 집단의 기억이다. 사북과 광주는 바로 여기서 극명하게 갈렸다. 사북에 대한 집단의 기억은 심하게 왜곡되었고 광주에 대한 그것은 엄정히 바로잡혔다. 시간이 갈수록 '광주'는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사북'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잊었다.

우리는 광주에서 맞부딪힌 두 방향의 폭력 중에서 더 압도적인 계엄군의 폭력을 기억한다. 그것은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카메라에 비친 시민 항쟁의 장면들로서, 절망적으로 고립된 광주 시민을 측은히 바라보는 외부자의 시점이다. 그리하여 광주는 국가 폭력에 처참하게 짓눌린 힘없는 시민들의 고난사이자 영웅적인 저항의 서사로 기억된다.

다큐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의 한 장면(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우리는 사북에서 맞부딪힌 두 방향의 폭력 중에서 한때 압도적이었던 광부들의 폭력을 기억한다. 그것은 사북 광부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신아일보> 하두만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폭력의 현장으로서, 억울한 희생양으로 붙잡힌 여인에 주목했던 특종 뉴스의 시점이다. 그리하여 사북은 시위 군중에 패퇴한 공권력의 수난사이자 통제력을 잃은 원시적 분노의 서사로 기억된다.

신아일보 하두만 기자가 찍은 사진 중 한 장면을 실루엣으로 재구성한 이미지(제공: 정선지역사회연구소)정선지역사회연구소

그렇게 광주는 민주화의 봉우리가 되었고, 사북은 그늘에 가려진 채 깊고 깊은 사건의 골짜기로 남아 있다.

집단 기억을 가른 두 개의 상징

역사적 기록물은 당대에 있었던 모든 일이 아니라 기록자가 선택한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이고 사진과 영상으로 포착된 장면이며 소멸의 위험에서 살아남은 유물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런 기록, 사진, 유물을 통해서만 과거를 재구성할 수 있다. 어떤 장면은 부각되고 어떤 장면은 지워지며, 어떤 사람은 기억되고 어떤 사람은 잊힌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일이 십수 년 동안 '광주사태'로 폄하 되었지만, 1995년 12월 대한민국 국회가 같은 사건을 '5.18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한 것은 집단의 역사적 기억을 형성한 적절한 상징과 그에 맞는 진실의 발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5.18 당시 보안사가 군의 정보 활동을 위해 채증한 사진. 2019년 당시 국회에서 공개된 바 있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1980년 4월 사북 광부들의 항쟁을 무법 천지로 비난했던 신군부와 언론은, 한 달 후 계엄군에 맞섰던 광주 시민들의 항쟁을 똑같은 식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그에 반하는 증거를 넘치도록 확보한 2026년의 한국 사회는 광주에 대한 그런 비난에 그다지 현혹되지 않는다.

1980년 4월 21일 경찰의 비인도적인 차량 공격으로 쓰러진 광부들의 처참한 모습은 사북의 상징이 되지 못했다. 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 결정적 장면은 철저히 은폐 되었다. 신군부는 경찰의 원죄를 가리기 위해 애꿎은 피해 여성의 결박 사진을 사북 사건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사북 광부들의 울분으로 전도된 국가폭력의 이미지사북 광부들의 울분으로 전도된 국가폭력의 이미지(제공: 정선지역사회연구소)정선지역사회연구소

그 후 국가의 압도적인 보복 폭력에 철저히 유린 당한 사북의 이야기는 지난 40년 동안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북의 진실을 잘 알지 못하는 2026년의 한국 사회는 과거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80년 4월 사북에서 터진 일이 몇십 년 동안 '사북사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2026년 4월 대한민국 국회가 같은 사건에 대해 국가 사과 이행을 결의하고 나서도, 왜곡된 집단 기억을 바로잡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둘러싸고 심각한 기억 투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사북의 늙은 광부들과 그들의 편에 선 아주 적은 친구들은, 46년이 지난 지금도 신군부가 강요한 기억과 맞서며, 또 한편으로는 자꾸만 딴 곳으로 향하는 당국자들의 발걸음을 돌려 세우며 이중의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사북항쟁 시기 국가폭력에 대한 공식 사과 이행 촉구 사북사건 피해자 및 유가족 기자회견사북항쟁 제46주년을 1주일 앞둔 14일 오전 사북민주항쟁동지회 주최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사북항쟁 시기 국가폭력에 대한 공식 사과 이행을 촉구하는 사북사건 피해자 및 유가족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정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선지역사회연구소의 1980사북 특별페이지(www.jcrc.kr)에도 실립니다. 저자는 정선지역사회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사북항쟁과 국가폭력>(지식공작소, 2021)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광주민주화운동 #사북사건 #1980사북 #국가폭력 #11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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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중개인들의 한미동맹을 걷어낼 때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5.15 07:41
  •  
  •  댓글 0
 
   
 

19세기 아일랜드에 악질 지주 관리인이 있었다. 이름하여 찰스 보이콧(Charles Boycott), 소작농들이 그와의 모든 소통과 거래를 끊고 철저히 소외시킨 데에서 ‘보이콧’ 전술이 탄생한다. 영어 사전의 ‘quisling’이라는 단어는 나라를 팔아먹은 배신자를 뜻한다. 역사 속 실존 인물 비드쿤 퀴슬링(Vidkun Quisling)이 일반 명사화한 또 다른 사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웨이의 정치인 퀴슬링은 히틀러에 협력해 괴뢰 정부의 수반이 된다. 그는 독일의 힘을 빌려 반대파들을 탄압하고 나치의 인종청소 정책에 동조하다가 전쟁 후 사형에 처해졌다.

국힘 대표 장동혁이 4월 중순 방미한 이후 벌이고 있는 행태가 “국가의 주권을 외세에 팔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가 만난 미 의원들은 쿠팡으로부터 막대한 후원금을 받은 인물들이었다. 야당 대표가 미국과 합세해 쿠팡에 대한 플랫폼 규제를 막기 위해 자국 정부를 압박하려 했다는 내통 의혹도 있다. 귀국해서는 미국 인터넷 언론에 “이재명 대통령은 친중 좌파”라는 프레임을 전달하고 있다. 외세의 힘으로 자국 정권을 흔들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심산이겠지만 숭미주의자들의 매국 본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숭미인들이 ‘건국의 아버지’로 부르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부터 미국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잡은 대표적인 인물이 아니었던가. 그는 1919년 미국 대통령 윌슨과 국제연맹에 “한국을 국제연맹의 위임통치 아래 두어 달라”는 청원서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발각되어 1925년 3월 탄핵됐다. 그런 그였으니 그는 통치 기간 내내 미국의 원조와 군사력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민족주의 진영은 그를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민족의 자결권을 훼손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승만이 한국에 뿌린 숭미의 씨앗은 지난 80년 동안 쑥쑥 자라났다.

2011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주한 미국 대사관의 외교 전문에는 한국의 고위 공직자,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들이 ‘미국을 위한 정보원’ 역할을 한 기록들이 상세히 남아 있다. 2006년 7월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은 버시바우 미 대사와의 통화에서 한미 FTA 협상과 관련된 한국의 ‘약 가격 적정화 방안’을 미국 측에 미리 통보하며, 이 정책이 미국 기업에 불리하지 않게 하려고 자신이 청와대와 “필사적으로 싸웠다(fought like hell)”고 발언한다. 한미 FTA로 국익을 창출하겠다고 외치던 자가 사실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두발 벗고 나섰던 것이다.

미국 대사관의 전문에는 이 밖에도 당시 한미 FTA 수석대표 김종훈이 협상 과정에서 상부의 훈령을 어기고 미국 측에 유리한 정보를 흘린 사실, 당시 통일부 장관 현인택이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방문을 위해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려 했던 사실,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이 이명박의 최측근임을 과시하며 국내 정치 상황과 여론 동향을 수시로 미 대사관에 브리핑한 사실들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이토록 미국에 충성하는 인재들이 많은 한국을 미국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식민지인 카리브해의 마르티니크에서 태어나 정신과 의사요 탈식민주의 사상가이자 혁명 이론가로 우뚝 선 프란츠 파농은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과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이라는 저서를 통해 종주국에 부역하는 ‘식민 중개인’의 행태를 분석했다. 장동혁이 쿠팡의 독과점이나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내 정책을 조율하기보다, 미국 의원들을 찾아가 한국 정부를 압박해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중개자적 행태다. 또 미국 내 강경파들이 타국을 공격할 때 즐겨 쓰는 ‘친중 좌파’라는 프레임을 직수입해 이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 역시 ‘하얀 가면’을 쓰고 미국의 시각으로 터무니없게 한국을 부정하려는 태도다.

 

퀴슬링의 양태는 다채롭다. 천주교도로서 중국 북경의 주교에게 “서양 열강이 수백 척의 군함과 5만 명의 정예 군대를 보내 조선 정부를 굴복시키고 신앙의 자유를 얻게 해 달라”고 간청하려던 1801년의 황사영처럼 개인적인 동기의 매국이 있는가 하면, 신채호가 『조선상고사』에서 ‘민족의 반역자’라며 가장 통렬하게 비판했던 신라 김춘추(무열왕)가 동족인 백제와 고구려를 꺾기 위해 당나라를 개입시킨 정략적 매국이 있다. 그리고 이승만과 그 후예 장동혁이 벌이고 있듯이 숭미주의로 변형된 유전자가 숙주를 움직이는 원초적 매국도 있다.

“정치는 물가에서 멈춘다.”(Politics stops at the water’s edge.)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민주당 트루먼 행정부와 협력해 트루먼 독트린, 마셜 플랜, NATO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공화당 상원의원 아서 밴던버그가 한 말이다. “정쟁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거나 “외교·안보 앞에서는 당파정치를 멈춰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숭미주의자들에게 한미 간의 ‘국경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정쟁이란 주인국의 이익을 거양하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부풀려야 할 대상이다. 그들에게 한미동맹은 절대가치를 가진다.

1910년 8월 22일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의 자격으로 데라우치 마사타케와 한일병합조약에 서명한 이완용은 한일병합을 동양평화라 보았고 조선민족의 유일한 활로라고 불렀다. 1919년 3·1운동 당시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인 이완용은 경고문을 내고 독립운동 참가자들을 “민족을 멸망시키고 동양평화를 파괴하는 적”이라고 비난했다. 매국의 언어는 늘 이렇다. 종속을 평화라 부르고 굴종을 현실이라 부르며 외세의 이익을 민족의 활로라 번역하는 것이다.

영화 <300>으로 유명해진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그리스 군은 에피알테스라는 자의 배반으로 뒷산의 샛길을 알아챈 페르시아 군에 포위되어 전멸한다. 외세는 성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만은 아니다. 뒷길을 알려주는 모든 식민 중개인이 에피알테스다. 인도 식민화의 문을 연 것도 벵골의 미르 자파르 같은 내부 중개인이었다. 그는 동인도회사와 손잡고 자기 주군을 배반했다. 중일전쟁 중 일본과 협력해 1940년 난징의 친일 괴뢰 정권 수반이 된 왕징웨이는 한때 쑨원의 측근이자 중국 국민당의 거물이었다. 그는 조국을 팔면서 조국을 구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이라는 굴레는 미국이 강제로 우리에게 씌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 내부의 퀴슬링과 에피알테스와 미르 자파르와 왕징웨이와 이완용과 장동혁 같은 식민 중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스스로 뒤집어쓰고 동족의 머리에도 눌러놓은 것이 한미동맹이다. 우리가 먼저 걷어내야 할 것은 동맹 그 자체이기 전에 동맹의 이름으로 주권을 팔아먹는 식민 중개인들의 기생 권력이다. 성문을 부수는 적보다 더 위험한 자는 성 안에서 적과 내통하는 자들이다. HMM 나무호 피격을 이유로 당장 미국의 명령에 따라 호르무즈로 전함을 파견해야 한다고 외치는 자들이 퀴슬링이 아니라면 과연 누구인가. 한미동맹을 국익의 도구로 되돌리려면 먼저 한미동맹을 사유화하고 국내 정치를 ‘물가’로 가져가려는 숭미 중개인들의 언어부터 박탈할 일이다. 끝.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다. 1985년에 외무부에 처음 들어간 이후 약 15년 이상을 해외에서 지냈다. 보스턴, 파리, 텔아비브, 하노이, 워싱턴,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바르샤바, 루안다(앙골라)가 그의 활동 공간이었다. 1962년에 태어난 저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에 곧바로 외무부에 입부했다. 자연히 외무부 내에서의 경력도 경제외교 분야에 집중되었다. 코이카 창설, 우리나라의 OECD 가입, 한미 FTA 협상의 과정에 관여했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을 협상했고, 보건복지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총괄했으며, 2014년부터 2년간 앙골라에서 대사로 일했다. 이후 2018년 6월 외무부를 퇴직하고 국제기구인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의 사무총장으로 행복도시를 창조하는 도시외교를 추진했다. 2021년 6월 말로 지난 36년간의 공직을 모두 마친 저자는 마침내 자유인이 되어 지금은 시, 소설, 에세이, 칼럼, 인류문명 비평서 등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판타스틱 폴란드: 아흔아홉 개 이야기 더하기 하나』(2023. 12, 지만지)의 저자이고, 이창천이라는 필명으로 『명품외교의 길: 좌파 외교관이 보는 한국외교』(2025. 3, 진인진), 『브라보 한미동맹: 숭미동맹의 그늘 벗어나기』(2025. 8, 진인진), 『하늘과 사람과 촛불과 시네마: 청춘 너머의 독서와 영화 읽기』(2026. 1, 진인진)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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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시민의회',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이원영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

kwaknh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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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6.05.14 16:20

  • 수정 2026.05.14 16:21

  • 댓글 1

20년째 바뀌지 않는 '개혁 불판' 교체해야

광장의 에너지를 숙의 테이블로 옮겨오자

2년 후 총선을 향한 시스템 개혁의 포문

2004년, 노회찬은 TV 토론장에서 이렇게 외쳤다.

"50년 동안 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먹으면 고기가 새까매집니다.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는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고, 두 차례의 촛불혁명을 일으켰으며,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까지 탄핵했다. 고기는 수없이 바뀌었다. 그런데 불판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젠 '불판'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왜인가.

답은 간단하다. 불판을 바꿀 권한을 가진 자들이 그 새까매진 불판이 그래도 자기들에게 유리하단 이유로 바꿀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룰을 선수가 직접 정하는 구조, 이것이 바로 '셀프 입법 특권'이다. 선거법도, 공천 규칙도, 의원 세비도, 국회의원 자신들이 스스로 정한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게 아니라, 중이 제 머리를 깎을 이유가 없는 구조다.

이번 공천 파동을 보라. 시민들은 분노한다. 그런데 그 분노가 향하는 곳은 언제나 '사람'이다. 저 후보가 나쁘다, 저 당이 문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진짜 문제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나쁜 사람이 반복해서 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천 룰을 국회의원이 직접 정하는 한, 공천 파동은 4년마다 반드시 되풀이된다. 불판이 바뀌지 않는 한, 고기는 계속 새까매진다. 세계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문제를 먼저 겪은 나라들이 이미 해법을 찾았다는 점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1996년 선거에서 BC자유당은 득표율 1위를 하고도 의석 2위로 패배했다. 소선거구제의 구조적 왜곡 때문이었다. 4년 뒤 집권한 고든 캠벨 주지사는 선거제 개혁을 약속했지만, 국회의원들에게 맡기지 않았다. 대신 160명의 시민을 무작위 추첨으로 뽑아 11개월 동안 학습하고 토론하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찬성률 91%. "일반 시민이 바보가 아닙니다. 정확하게 본인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봐요." 선거제 개혁이라는 난제를,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시민들이 훨씬 더 현명하게 풀어낸 것이다.

아일랜드는 낙태권과 동성결혼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시민의회에 넘겼다. 수십 년간 정치인들이 건드리지 못한 문제들이었다. 종교적 갈등, 선거 부담, 진영 논리—어느 쪽을 선택해도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었다. 시민의회는 9개월간 숙의 끝에 결론을 냈고, 국민투표로 확정됐다. 사회는 그 결정을 받아들였다. 정치인이 책임을 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수용이었다.

벨기에는 다민족·다언어 사회의 만성적 교착 상태를 시민의회로 돌파했다. 정당 정치로는 타협이 불가능한 의제들을, 이념과 지역색을 뺀 일반 시민들의 숙의로 풀어냈다. 특히 오스트벨기엔 모델은 시민의회를 일회성이 아닌 상설 기구로 제도화했다. 대의제의 보완재가 아니라, 대의제가 실패하는 영역을 책임지는 독립적 장치로 만든 것이다.

프랑스는 노란 조끼 시위라는 사회적 폭발 뒤에 기후시민의회(CCC)를 소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50명의 시민에게 "수정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파격적인 약속을 했다. 시민들은 9개월간 149개의 구체적 제안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상당수를 희석시키는 한계를 드러냈지만, 그 한계마저도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시민의 숙의에는 제도적 구속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민의회 국제심포지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 5.8 시민의회입법추진100인위원회 제공

네 나라의 공통점은 하나다. 기존 대의제가 더 이상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고장 난 상태'일 때, 시민의회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민의회를 소환한 것은 정치인들의 선의가 아니었다. 체제가 무너지거나 자신들의 정치 생명이 끝날 것 같다는 절박함이었다.

우리에게는 왜 어려운가

그렇다면 한국은 왜 안 되는가.

첫째, 승자독식 구조의 달콤함이다. 0.73%p 차이로도 모든 행정 권한과 인사권을 독점할 수 있는 구조에서, 기득권 양당이 굳이 시민들에게 결정권을 나눠줄 이유가 없다. 4년 기다리면 풍향이 바뀌어 이번엔 내가 싹쓸이한다는 계산이 여야의 암묵적 공모를 만든다.

둘째, 갈등을 자양분 삼는 구조다. 아일랜드가 난제를 시민의회에 외주 줘 리스크를 피한 것과 달리, 한국의 기득권은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연료 삼아 진영을 결집시키는 데 더 능숙하다. 합의를 이끌어내는 시민의회는 오히려 진영 논리를 약화시키는 방해물로 여겨진다.

셋째, 촘촘한 관료 시스템의 관리 능력이다. 프랑스처럼 국가가 마비되는 수준의 저항이 일어나기 전에, 한국의 행정 시스템은 보조금과 민원 처리와 공권력으로 갈등을 개별화하고 관리하는 데 능숙하다. 기득권이 느끼는 '한계점'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게 설정되어 있다.

넷째, 대의제 신화의 강고함이다. "선거로 뽑힌 우리가 곧 주권자의 대리인"이라는 선민의식이 뿌리 깊다. 추첨제 시민의회에 대한 엘리트주의적 반감이 기득권층 저변에 깔려 있다.

기존 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시민의회 운동은 열심히 하고 있다. 전국포럼이 창립되었고, 지역 포럼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세미나와 강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과 김상준 교수 등 뜻있는 인사들이 전국적인 차원의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도 '셀프 입법 특권'이라는 개념적 무기를 벼리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이것은 아직 '설득의 운동'에 머물러 있다.

설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기득권은 설득되어서 권한을 내준 적이 없다. 언제나 그들이 버틸 수 없을 만큼의 압력이 왔을 때, 혹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정치 생명이 끝날 것 같을 때, 비로소 움직였다.

2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선거제도·정치 개혁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1.21. 연합뉴스

지자체장이나 기존 의회가 시민의회를 수용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재선 부담이 없는 단체장, 지역소멸로 사면초가인 지자체, 소규모 기초단위 실험—이런 조건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에서도 법적 근거의 부재, 지방의회의 반발, 예산 문제, 정치적 리스크라는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저항은 어떤 단위에서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주권자 시민들이 그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그 인식이 선거 압력으로 전환되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다.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식이 행동으로, 행동이 조직으로, 조직이 선거 압력으로 전환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메커니즘의 출발점이 바로 '파일럿 시민의회'다.

파일럿이 '사건'이 되어야 한다

발상은 단순하다. 먼저 시민들이 직접 돈을 모은다. 1인당 10만 원, 1,000명에서 1,500명이 모이면 1억에서 1억 5천만 원이 된다. 이 돈으로 추첨으로 선발된 150명의 시민이 실제로 모여 '의원 특권 방지와 선거제도 개혁'을 숙의하고 구체적인 개혁안을 만든다. 그 과정을 전 국민에게 공개한다.

왜 10만 원인가. 서명은 공짜라서 헌신이 없다. 100만 원은 부담이 커서 망설인다. 10만 원은 딱 진심을 가진 사람을 걸러내는 필터다. 10만 원을 낸 사람은 이해당사자가 된다. 성공을 바라는 능동적 지지자가 된다. 그리고 모금 과정 자체가 홍보다.

왜 이 주제인가. '의원 특권 방지와 선거제도 개혁'은 셀프 입법 특권의 핵심을 겨냥하면서도, 공천 파동을 경험한 시민들이 즉각 체감할 수 있는 주제다. 이것을 국회의원에게 맡겨두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파일럿 시민의회의 숙의 과정을 통해 증명된다.

이 '사건'이 일으키는 공명이 핵심이다. 추첨으로 뽑힌 평범한 시민 150명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선거제도 개혁안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공개될 때, 두 가지가 동시에 증명된다. 시민이 그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사안을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지를.

총선을 향한 2년의 로드맵

파일럿 시민의회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그것은 2년 후 총선을 향한 첫 번째 포문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2년 후 총선이다. 파일럿 시민의회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동안, 시민의회법 입법을 공약으로 내거는 총선 후보들에게 전국민적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다.

공천 파동에 분노한 시민의 에너지를 구조의 문제로 연결하고, 그 구조를 바꾸겠다고 나서는 후보에게 조직적 지원을 보내는 것. 이것이 기득권이 무시할 수 없는 압력을 만드는 현실적 경로다.

사람을 바꾸는 정치는 일시적이다. 시스템을 바꾸는 정치는 영구적이다.

'불판교체단'이 필요하다

노회찬은 "판을 갈자"고 외쳤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불판교체단은 "우리가 직접 갈겠다"고 나선다. 그것은 실행이다.

모금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후원이 아니다. 20년째 바뀌지 않는 불판을 시민의 손으로 직접 교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기대반 호기심반으로 시작해도 좋다. "추첨으로 뽑힌 시민 150명이 선거제도를 설계한다고? 그게 정말 되나?" 그 호기심이 참여의 출발점이 된다.

광장의 에너지를 숙의의 테이블로 옮겨오는 것. 분노를 설계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민주주의의 다음 버전이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시대, 주권자가 직접 가위를 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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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업 전운에 ‘긴급조정권’ 발동 주장한 조선·중앙

[아침신문 솎아보기]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결렬

경향·한국 “긴급조정권은 기본권 제약, 악효과 크다”

9년 만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합의도출 어렵다”

정원오 후보 폭행 관련 주장 지면에 실은 조선·중앙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6.05.14 07:30

▲ 구호 외치는 삼성전자 노조원들)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성과급 관련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정부 중재에도 결렬돼 파업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파업 현실화 땐 긴급조정권을 써야 한다는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긴급조정권 발동이 노동권을 제약한다며 우려하는 사설을 냈고 동아일보는 노사정 합의를 촉구하는 사설을 냈다.

지난 12일 오전부터 지난 13일 새벽 3시까지, 중앙노동위원회가 17시간 동안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에 나섰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전날에도 11시간 넘게 협상이 벌어진 것을 고려하면 28시간 넘는 마라톤 협상에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총파업 예고일(21일)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중재 여지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긴급조정 통해 산업 마비의 파국을 막아야 할 사태”

조선일보는 14일 지면에서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노조 요구가 산업계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게 문제라는 취지의 기사를 연이어 배치했다. <조선·차·IT 노조도 “영업이익의 N% 달라”>(1면), <삼바 20%, 현대차 30%, 카카오 13%… 성과급 요구 빗장 풀렸다>(3면) 등 노조에 비판적인 제목이 이어졌다.

▲ 14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 2면 <반도체 파업 쇼크, 차원이 다르다… 자동차의 12.6배 손실>, <인텔, 美정부 등에 업고 추격전… 中업체는 물량 공세> 등의 기사에선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조됐다.

이러한 논조는 사설에 그대로 반영됐다. 사설 <삼성 반도체 파업 강행 땐 ‘긴급조정권’ 발동할 수밖에>에서 조선일보는 “18일간 파업 시 최대 43조원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과 2005년 항공 파업 때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것을 근거로 “지금 삼성전자 문제 역시 긴급 조정을 통해 산업 마비의 파국을 막아야 할 사태”라고 주장했다.

▲ 14일자 조선일보 사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76조에 근거해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고, 30일간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으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조정을 수용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노동 3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하지만 그 어떤 권리도 국민 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정도로 절대적이지 않다”며 “친노동 정부가 노동계 반발을 우려해 눈치 볼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통상적 노동 문제가 아니다. 21일로 예고된 파업이 시작되면 긴급조정권 발동을 통해 파국을 막고 공정한 중재안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 14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긴급조정권 발동을 주장했다. 14일자 <정부, 긴급조정권 써서라도 삼성전자 파업 나서야>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정부도 긴급조정권 발동을 포함해 이번 파업 사태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며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검토한다는 시그널만으로도 노사가 막판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신문은 긴급조정권 발동의 역효과를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삼전 노사 총파업 전 합의점 찾고, 정부 중재 노력 계속해야>에서 “긴급조정권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제약하고 노사 간 자율협상 역량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크다”며 “정부는 노사가 대화의 끈을 놓지 않도록 중재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도 <공멸 낳을 삼성전자 파업 반드시 막아야> 사설을 내고 “민간기업 파업에 이런 예외적이고 극단적 카드까지 동원한다면 향후 노정관계가 급격히 얼어붙는 등 악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노사정 모두 끝까지 협상 타결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보수 성향 신문으로 꼽히는 동아일보도 긴급조정권을 언급하지 않았다. <삼전 사후조정 불발… ‘미래 투자 우선’ 노사정 합의 나서라>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반도체 성과급 갈등처럼 사회 내에서 분출하는 이익을 집약하고 공익에 부합하는 해법을 찾으려면 사회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가 개별 회사의 성과급 배분 기준에 일일이 관여해선 안 되지만, 노사정이 함께 반도체 슈퍼흑자 배분 대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필요는 있다”고 했다.

‘이란 전쟁’으로 협상력 약해진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정상회담을 가진다. 미국 대통령의 방중은 트럼프 1기였던 2017년 이후 9년 만이다.

▲ 14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한국일보는 1면 <이란전·대만·무역… 트럼프·시진핑 ‘세기의 담판’> 기사에서 “무역전쟁 휴전 연장부터 이란 종전 협상, 대만 문제까지 얽힌 이번 방중은 향후 미중 관계의 판도를 좌우할 중대한 담판으로 주목된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중심의 회담을 바라지만 실제로는 ‘전쟁’이 주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6면 <트럼프 “무역” 외치지만, 시진핑과 회담 주의제는 ‘이란 전쟁’> 기사에서 “중국과의 회담에서 무역 문제를 최우선에 놓고, 이란 문제는 스스로 풀겠다는 것이지만, 미국은 최근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은 이란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중동 내에서 미국이 주도해온 군사 개입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고 했다.

▲ 14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회담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는 게 공통적인 전망이다. 4면 <트럼프, 이란 전쟁에 협상력 약화…중국과 무역 합의도 힘들 듯> 기사에서 경향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기·소고기·대두 등 미국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을 중국이 대량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 성과로 삼으려 한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얻어내거나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 중단을 이끌어내는 것이 주요한 목표”라며 “회담을 둘러싼 기대는 크지 않다. 난항을 겪고 있는 이란 전쟁, 잇단 관세 무효화 판결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지렛대가 약화한 상황에서 큰 틀의 합의를 도출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김재섭의 계속되는 네거티브, 다수 일간지 외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폭행 전과에 대해 “여종업원과 외박을 요구하다 이를 거절하는 주인을 협박하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5년 10월 양천구의회 속기록에 적힌 폭행 관련 질의 내용이 주요 근거다.

관련기사

▲ 14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속기록에 적힌 내용 말고는 김 의원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사실관계가 없는 상황이다. 정원오 후보 측은 “사실이 아닌 일방 주장”이라며 “구의회 속기록에는 일방적 주장이 담긴 것일 뿐 실제 사건은 공신력이 있는 법원 판결문과 양측 입장을 종합한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여종업원 외박과 무관하게 5·18 민주화운동 관련 처벌 문제에 대해 다투다 폭행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14일자 주요 일간지 중에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만이 김재섭 의원의 주장을 지면에 실었다. 14일자 6면 조선일보 <野 “여종업원 외박 강요하다 주폭”… 정원오 측 “사실 아닌 일방적 주장”> 기사와 4면 중앙일보 <김재섭 “여종업원 외박 거절에 폭행”… 정원오, 허위사실 고발>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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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뼛속까지 숭미주의자… 또 매국 본색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5/14 10:03
  • 수정일
    2026/05/14 10:0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6.05.13 21:53
  •  
  •  댓글 0
 
 

미국의 '해양 자유구상' 참여 시사
전작권 환수, 이재명 공약인데 아직 로드맵도
사사건건 미국 대변, 말끝마다 미국 옹호
사대를 외교로 알고, 매국을 국익으로 포장

ⓒ뉴시스
ⓒ뉴시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3일 편집인협회 간담회에 참석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의 '해양 자유구상'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해 국가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신중론을 견지한 이재명 대통령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특히 정부 합동 조사단의 현지 감식이 완료되지 않았고 공격 주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적 성격의 연합체에 가입하겠다는 것은 위 실장이 객관적 증거보다 미국의 정무적 판단(이란 배후설)을 우선시한다는 방증이다.

‘해양 자유구상’ 참여는 미국의 침략전쟁에 우리 장병들을 몰아넣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한편 이날 위 실장은 "올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회복을 위한 로드맵을 완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임기 내 전작권 환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그런데 초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된 위성락은 1년이 다 되도록 ‘로드맵’조차 만들지 않았다는 말인가.

더구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방한한 미 상원 의원단에게 “전작권 환수를 통해 우리 자체적으로 동북아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야겠다”고 천명하자, 미군 장성(주한미군사령관) 따위가 감히 전작권 환수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이런 상황이면 청와대 안보실장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실행에 옮겨도 모자랄 판에 뒤늦게 로드맵을 완성하는 방안을, 그것도 이제야 추진한다니 이게 될 말인가.

정확히 말하면 미국은 전작권을 넘길 생각이 없고, 위 실장은 미국의 뜻을 헤아리고도 남는다. 어쩌면 그는 전작권 환수 요청 자체가 불손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니 집권 초 이재명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언급하며 전작권 환수 의지를 피력했을 때, "전작권 전환은 장기 현안일 뿐이며 다른 채널에서도 협의가 이뤄지는 것은 전혀 없다"라고 잘라 말하지 않았겠나.

청와대 안보실장이 백악관 시중드는 꼴사나운 행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위성락 실장의 사대 매국적 본색은 쿠팡 사태에서 극에 달했다.

미 의회가 쿠팡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미국 기업에 대한 공격’이라며 협박성 서한을 보냈다. 이에 위 실장은 미국의 내정간섭에 항의는커녕 안보협의가 지연되고 있다며 “(쿠팡에 대한 법 집행이) 동맹관계 전체에 도움이 안 된다”고 미국의 입장을 옹호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발언’을 둘러싼 한·미 간 입장차가 발생했을 때도 그랬다. 위 실장은 “원래 그것(구성 핵시설)이 한·미 연합 비밀이라는 점은 인정이 된다”며 “미국은 자기들이 준 정보가 흘러간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미국의 입장을 대변했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한미 합의를 뒤엎고 한국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통보했을 때도 그랬다. 위성락 실장은 “쿠팡, 디지털 무역장벽, 온라인플랫폼법, 손현보 목사 등 미국 정부가 동시에 다루는 현안이 있다”며 “미국의 기류는 ‘다른 쪽에 문제가 있어서 어렵다’는 것”이라며 마치 미국의 합의 위반과 관세인상 강압이 한국 탓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명백한 진실은 합의를 어긴 쪽은 미국이지 한국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의 부당한 강압에 항의는커녕 도리어 한국 입법부를 탓하며 미국에 동조하는 취지로 발언했다.

위성락 같은 친미 외교 관료들은 동맹을 종속이라 읽고, 사대를 외교로 알고, 매국을 국익으로 포장한다. 위성락이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있는 한 이재명 정부의 ‘국익중심 실용외교’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 당장 경질함이 마땅하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s://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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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생도들 5·18 묘지 참배가 민주시민교육 첫발

방학진 시민기자

vacationjin@empal.com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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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6.05.14 07:10

  • 수정 2026.05.1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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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15일 앞둔 3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전경. 2026.5.3. 연합뉴스

국방부는 지난 2월 12일 ‘12·3 불법 비상계엄’에 관여한 인원 180여 명을 특정하고, 이들에 대한 수사 의뢰와 징계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방특별수사본부는 이 중 장성 3명과 대령 5명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들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결을 내릴지 의문인 데다 12·3 당시 국회 봉쇄와 침투에 관여한 혐의로 파면된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등 그야말로 내란 잔당들의 적반하장이 예사롭지 않다.

내란 청산과 극복은 내란에 가담한 군인에 대한 처벌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라는 군인 본연의 임무를 끊임없이 교육해 다시는 내란을 꿈도 꾸지 못하도록 군대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국방부

그런 점에서 지난 1월 22일 국방부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보고서에는 ‘헌법적 시민성 교육으로 추진’(장병 대상),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기본자세 확립’(사관생도 대상)을 시의적절하게 제대로 제시했다. 다음은 보고서 중 해당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헌법적 가치수호를 위한 교육 강화>

◦(교육원칙) 헌법적 가치 수호를 위한 교육은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며, 군 문화를 개선하고 군의 전문성과 자부심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중장기적 로드맵에 따라 추진

◦(교육체계) 헌법가치를 기준으로 군 교육체계 재정비

∙현재 다수의 군내 교육(22개 국방부 통제과목)을 헌법가치를 기준으로 구조조정

∙지식 습득이 아닌 헌법 가치 내면화에 중점을 두어 병영문화가 개선되도록 하는 헌법적 시민성 교육으로 추진(외부 네트워크 협력 필요)

∙초급장교 교육을 위한 헌법 및 민주시민 교육과목 추가 * 사관학교 교육과정에 관련 교과목 편성 등

<사관학교 교육개혁 - 문제 인식>

◦ (교육과정) △기초소양교육 부족, △주입식 교육, △양학사 제도(일반+군사학) 로 인한 과다한 이수학점 등으로 양질의 교육 미제공

◦ (교육내용) △자군 중심 사고방식으로 미래전에 대비한 합동성 교육, △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 내면화를 위한 ‘제복 입은 시민’ 교육 부족

한마디로 국군장병 대상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자문위 보고서에 대해 아직 구체적 실행 계획과 일정 제시가 없을뿐더러 어떤 이유인지 이 보고서 자체도 비공개로 묶어두고 있다.

따라서 각 군 사관생도와 국군장병에 대한 민주시민교육이 전무한 상태라 이들에 대한 민주시민교육이 시급하다. 현재 22대 국회에 발의된 2건의 민주시민교육 지원법안(한병도 안, 신정훈 안)에는 민주시민교육의 대상을 ‘모든 국민’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군인의 특성상 민주시민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군인에 대한 민주시민교육이 제대로 정착되기 전이라도 국방부 차원에서 실행할 수 있는 세 방안을 제안한다.

 

광주 북구 효령동의 5·18 민주화운동 암매장 추정지에서 13일 발굴 조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첫날 작업에서는 유해나 별다른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5·18기념재단은 1980년 5·18 당시 효령동 공동묘지 인근에서 군용 트럭이 야산 기슭으로 이동해 피가 묻은 포대를 내린 뒤 군인들이 삽을 들고 옮기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제보자의 진술에 따라 전문가 자문을 받아 의심 구역을 설정해 다음달 30일까지 발굴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2026.5.13 연합뉴스

첫째, 사관생도들의 국립민주묘지(국립3·15민주묘지, 국립4·19민주묘지, 국립5·18민주묘지) 참배이다. 특히 올해 5·18부터 각 군 사관생도 대표단만이라도 기념식에 참석하고 묘지를 참배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내란 극복과 민주 수호에 대한 군대의 강력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여순사건 희생자의 유가족이 지난 2020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현장을 지켜보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임재근

둘째, 군인들의 한국전쟁 전후 국가폭력과 민간인 학살 현장 답사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으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 유해 매장 추정지는 총 381곳으로 이 가운데 발굴이 가능한 곳은 37개소(잠재적 발굴 가능지는 45개소)로 대부분 군경이 가해자이다. 따라서 향후 유해 발굴에 자원봉사자로 군인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발굴된 ‘유해’는 단순히 ‘물질로서의 뼈’가 아닌 특정 시기의 담론과 기억을 내포하고 있는 하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유해매장 추정지 실태조사 및 유해발굴 중장기 로드맵 수립 용역 조사보고서」, 부경대학교 산학협력단·글로벌지역학연구소, 2022)

 

12·3 내란에 가담한 군 장병들을 비호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그대로 옮긴 2024년 12월 13일자 국방일보 1면 ⓒ국방일보

셋째, 국방홍보원이 제작하는 국방일보, 국방TV 등을 통해 우리나라 독립운동은 물론 국내외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꾸준히 연재, 방송하여 병영에서 민주시민교육에 활용해야 한다. 참고로 윤석열이 임명한 채일 국방홍보원장은 내란에 가담한 군 관계자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그대로 옮긴 기사를 2024년 12월 13일자 국방일보 1면에 게재하였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2월 20일 전역을 앞둔 육군 영관급 장교가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해 눈길을 끌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왜 현역 군인이 엄연한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이 이례적이어야 하나. 과거 문재인 대통령 자신은 5·18에 진심이었겠지만 국군 통수권자로서 군인들에 대한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하지 못한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12·3 내란 당시 군인들이 국회를 봉쇄하고 점거하는 데 주저했던 것은 학교나 군대에서의 민주주의 교육 덕이 아니라 영화 '서울의 봄' 영향이었다는 주장은 뼈아프다. 이재명 정부는 군인을 포함한 ’제복 입은 시민‘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강력한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현역 장교의 5·18민주묘지 참배를 보도한 2021년 2월 21일 서울경제신문 온라인 기사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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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어디인가? 남·북 여자 축구 준결승전이 던지는 어려운 질문

[기고]

서재정 전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6.05.14. 09:00:52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한국에 온다.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실력을 겨루기 위해서다. 평양을 연고로 하는 축구 클럽팀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환영한다.

스포츠는 스포츠다. 한국과 조선의 대결이 아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팀끼리 국기를 내걸고 자존심을 겨루는 월드컵이 아니다. 아시아축구연맹 여자챔피언스리그의 준결승전이다. 쉽게 말해 아시아에 있는 여자 축구 클럽 리그다. 유럽에 '챔스' 즉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아시아 여자챔피언스리그가 있다.

그러니 내고향여자축구단은 국가대표팀이 아니다. 내고향무역회사의 후원을 받는 기업형 구단이다. 이 후원사는 '내고향'이라는 상표로 운동복, 운동화 등 갖가지 스포츠 용품과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평양시 문수거리에 문수내고향체육상품점도 열었고, 국제상품전람회에도 출품했다. 2018년 평양동계올림픽에서는 북측 선수단을 후원하기도 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축구계의 엘지 트윈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012년에 창단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21~22 시즌 조선 여자축구 1부 리그에서 우승하며, 최강팀으로 부상했다.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도 여러 명 포진하고 있고, 올 여자챔피언스 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다. 20일 준결승전에서 수원FC 위민을 꺾으면, 도쿄 베르디 벨레자-멜번 시티 FC 전 우승팀과 23일 결승전에서 만난다. 물론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여기서 부끄러운 고백을 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조선 정부가 여자축구단의 한국 방문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김정은 정부의 대남기조가 워낙 강경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 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이 흡수통일을 도모하거나 적대적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핵탄두를 한국에 투발할 수 있는 수단을 포함해 한국을 겨냥한 군사조치들을 취하고 있었다.

이정도로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에 자국의 국민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당장은 휴전 중이지만 험악한 적대적 상태에 있는 미국과 이란이 축구선수단을 상대국에 파견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민간인이 적국에 입국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그야말로 무책임한 정부라고 할 것이다. 한국 정부도 전쟁 지역과 같은 위험지에는 국민의 입국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내 예측은 틀렸다. 이번에 내고향여자축구단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나의 상상을 초월한 어마어마한 변화의 조짐이다. 멀리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비둘기가 올리브 가지를 물고 돌아온 것이다. 평양의 축구선수들이 한국에 입국해도 생명이나 안전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김정은 정부가 판단한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평화의 메시지를 발신한 이재명 정부가 틔워낸 소중한 새싹이다. 내 고향은, 우리 모두의 고향은 평화다.

어려운 과제도 있다. 남북관계에서 적대성을 들어내는 것은 생명을 좌우하는 문제이지만, 국가관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고향여자국구단 선수들이 들고 들어올 여권에 사증을 찍어줄 수 있을까? 과거에 했던 대로 방문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정부만의 숙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시민 모두가 생각해보고 토론해야 할 문제다. 내 고향은, 우리의 고향은 어디까지일까.

▲ 북한 내고향축구단 선수들. ⓒAFC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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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밝힌 ‘중·미관계 3대 원칙’과 ‘4대 레드라인’?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5.14 09:00
  •  
  •  수정 2026.05.14 09:21
  •  
  •  댓글 0
 

14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한국시간 11시) 중국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전날 밤 베이징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하는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다. 양자회담, 톈탄 공원 방문, 국민만찬이 이어진다. 15일에는 중난하이에서 차담회, 업무오찬을 함께 한다.   

주요 의제로는 경제·무역 문제와 첨단 기술 통제, 대만 문제와 이란 전쟁 등이 꼽힌다. 

[사진출처-주미중국대사관 X]
[사진출처-주미중국대사관 X]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중을 앞두고 주미 중국대사관은 12일 X에 ‘중·미관계 3대 원칙’과 ‘중·미관계 4대 레드라인’을 게시했다. ‘3대 원칙’은 △상호존중, △평화공존, △윈-윈협력이고, ‘4대 레드라인’은 △대만문제, △민주주의와 인권, △경로와 정치시스템, △중국의 발전권이다. 

[신화통신]은 12일 밤 “중미 대국 간 공존을 위한 올바른 길 찾기”라는 제목의 시평을 올렸다.  

“상호존중은 전제조건으로서 서로의 사회제도와 발전경로, 핵심이익과 주요 관심사, 각자의 발전권에 대한 존중을 뜻한다. 평화공존은 최저원칙으로 양측 모두가 갈등과 대립을 피하는 것이다. 윈-윈협력은 궁극적 목표로서 ‘제로섬 게임’을 지양하고 상호이익을 최우선 고려하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중미 각자의 성공은 서로에게 기회가 된다”며 △중국 투자 미국 기업의 수익 증가, △중국 야생동물보호협회와 미국 애틀랜타동물원의 ‘판단 보존’ 공동연구, △마약 단속 협력 강화, △미국 청소년 대상 ‘5년-5만명 방문계획’ 등을 거론했다.

“역사와 현실이 증명하듯, ‘최대압박’과 ‘디커플링’으로는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면서 “중미 경제무역관계의 본질은 상호이익과 윈-윈이고, ‘무역전쟁’이나 ‘기술전쟁’에서는 승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은 “중국은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협력할 용의가 있지만 원칙에선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국가주권, 안전, 발전이익과 관련된 중대 문제에서는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은 양국관계의 정치적 기초로서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대만 문제, 민주주의와 인권, 경로와 정치 시스템, 발전권은 중국의 4대 레드라인이며 이에 대한 도전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화통신]은 “올해는 중국의 15차 5개년계획이 시작되는 해이고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는 해”인데 “양국의 발전과 부흥은 배타적이지 않고 상호 보완적이며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다”며 “양측이 장기적 협력과 공동이익 확대를 염두에 두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CNN]은 13일 해설기사를 통해 대만이 트럼프-시 회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린자룽 대만 외교장관은 “우리는 트럼프-시 정상회담에서 대만 관련 문제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그간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은 ‘미국은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는 표현을 얻어내려 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축소 또는 중단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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