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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폭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수정 2026-09-14 08:26

피폭자 지원 특별법, 2세 고통은 외면

한정순 회장과 이남재 원장 등 특별법 개정 호소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한지 어느덧 81 년이 지났다 . 당시 약 70 만명의 피폭자 가운데에는 조선인도 약 10 만명이 있었다 . 이들은 오랜 세월 ‘ 강제 징용 - 피폭 - 외면 ’ 으로 이어진 삼중고를 겪으면서 경계인의 삶을 살아왔다 . 2016 년에 ‘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 이 제정되었지만 , 국가 보호의 책임은 부족했고 대를 이어 피폭의 고통을 받아온 후손들에게는 보호의 손길조차 뻗치지 못했다 . 올해 정기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한정순 한국원폭 2 세환우회 회장과 이남재 한국원폭 2 세환우쉼터 합천평화의집 원장을 9월 9일 한겨레신문사 인근 식당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 올해 정기국회에서 <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데 , 기존 특별법과 어떤 차이가 있나 ?

“ 원폭피해자들과 22 개 범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 한국인 원폭피해자 및 피해자 자녀지원법 추진공동대책위 ’ 의 지속적인 요구로 2016 년 5 월 29 일 제 19 대 국회에서 ‘ 한국인 원폭피해자 지원법 ’ 이 통과되었다 . 주요 내용은 법적 피해자는 당시 피폭 현장에 있었던 1 세로 한정하고 원폭피해자 지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의료와 장례비를 지원하고 추모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 하지만 이 법안에는 국가적 보호책임이 명시되지 않았다 . 대를 이어 피폭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2,3 세를 법적피해자에서 제외하였고 , 전국적인 실태조사 , 지원사무국 설치를 누락한 반쪽짜리 형식적인 지원법이었다 . 이에 2016 년 9 월 원폭 2 세환우회와 원폭 2 세환우쉼터인 합천평화의집이 중심이 되어 ‘ 원폭피해자지원법 개정추진위원회 ’ 를 구성해 개정안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 주요내용은 법적 피해자를 2 세로 확대해 의료비와 장례비 , 그리고 2 세 피해자단체를 지원하고 , 국가 돌봄 차원에서 원폭피해자 유일의 공동생활시설인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입소하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이다 .”( 이남재 )

- 개정안의 골자 가운데 하나는 원폭 피해자 2 세에 대한 지원인데 , 2 세도 고통 받고 계신 분들이 많은가 ?

” 경남 합천에 피해자들이 많은데 2,3 세들은 부모의 피폭으로 유전체 변형이 나타나 평생을 병마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 사회적 편견과 차별 , 그리고 유전적 질환으로 자신의 신분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 . 2002 년 고 김형률 열사가 조직하여 만든 한국원폭 2 세환우회에 가입하여 각종 질환을 호소하고 커밍아웃한 환우는 1350 여명에 불과하다 .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것은 국가 지원은 없는데 피폭의 유전적 질환으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면 결혼과 직장 등 사회생활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 2004 년 12 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 의뢰해 ‘ 한국인 원폭피해자 2 세 건강영향조사 ’ 를 진행한 바 있다 . 그 결과 피폭 2 세도 3.4 〜 89 배의 높은 질병 발생률을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다 . 1991 년과 2018 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및 2013 년 경남발전연구원의 조사보고서에도 원폭피해 2,3 세에게도 피폭후유증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 지금도 합천에는 다운증후군 , 지적장애 , 정신질환 , 대퇴부무혈성 괴사증 , 피부질환 등 병을 앓고 있는 2 세들이 많다 .“( 한정순 )

- 한국이 원폭 투하의 당사국도 아니고 일본처럼 전범국도 아닌데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낯설게 느끼는 국민도 있을 것 같다 .

“ 한국의 원폭피해자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받는 피해자이다 . 그동안 한국의 원폭피해자들은 일본정부를 상대로 34 차례의 지난한 소송투쟁을 통해 피해자로서 최소한의 인권과 권리를 회복해왔다 .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는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오히려 소송을 방해했다 . 1965 년 한일협정 과정에서 일제의 강제동원으로 발생한 원폭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고 , 2011 년 헌법재판소의 원폭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부작위 결정에도 일본과 미국정부를 상대로 한 어떠한 외교적 노력도 하지 않았다 . 더욱이 한국인 원폭피해자 전모를 규명하는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 추모공원 조성 등은 물론 제도적 지원대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 피폭 80 년이 지나도록 자국의 원폭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 하나가 없다 . 이렇듯 한국정부는 국민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보편적 인권과 국가의 보호책임을 외면하면서 자국의 원폭피해자들을 방치해 왔다 .”( 이남재 )

- 개정안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반응은 어떤가 ?

“ 개정안에 대해 여야가 이견 없이 공동 발의하였는데 이후에도 국회와 열심히 소통하고 있다 . 지난 4 월 발의된 김선민 의원의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와 충분히 협의하여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적극적으로 보건복지부에 정부안을 제출해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 현재 두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 제 2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되어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아직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 그동안 정부기관의 조사보고서에도 권고했듯이 이제라도 우리 2 세들의 절박한 상황을 반영해 국가의 돌봄 책임을 다해주길 바란다 .”( 한정순 )

- 일본의 원폭 피해 2 세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

“ 일본은 1957 년 3 월 원폭의료법을 제정하여 자국 피폭자에게 건강수첩을 발급하여 치료지원을 하고 있다 . 1968 년 5 월에는 원폭특별조치법을 제정하여 자국내 원폭피해자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위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 1994 년에는 피폭자원호법을 제정하여 건강관리 , 생활향상 , 복지증진을 위한 포괄적 지원의 법적 근거를 정비하였다 . 하지만 피폭자원호법 대상에 2 세가 포함되지 않아 피해자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 . 다만 후생노동성이 정한 피폭 2 세 건강진단조사사업 위탁사업 형식으로 일부 지방정부가 시행요강을 정해 2 세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 월에 한정순 회장이 피폭 2 세로는 처음으로 나가사키에서 증언을 했는데 , 상당한 방향이 있었다 . 지금까진 피폭 2 세가 일본에서 금기시되어왔는데 , 한 회장의 증언을 계기로 2 세의 고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 이남재 )

-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

“ 정부에 정부안 제출을 요구하는 게 핵심이다 . 보건복지부는 2020 년 3 월부터 2024 년 12 월까지 ‘ 한국인 원폭피해자 코호트 구축 및 유전체 분석연구 ’ 를 진행한 바 있다 . 이 조사연구결과를 반영하여 정부안을 내놓기로 약속했다 . 그런데 유전체 변형으로 인한 피폭 인과관계가 13% 확인되었다는 조사보고서가 나왔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추적관찰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 생명권에 앞서는 인권은 없다 . 유전의 의학적 , 과학적 증명을 넘어 피해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돌봄 역할을 할 정부가 그동안 보호 책무를 방기해왔다 . 인권보호의 규범적 차원에서도 “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호책임 ” 으로 후손을 법적 피해자로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 피해자들과 함께 ‘ 원폭피해자 지원 특별법 개정공대위 ’ 를 사회단체들과 폭넓게 구성하여 정부가 개정안을 조속히 국회에 제출하도록 기자회견 , 국회 공청회 , 서명운동 , 문화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나가려고 한다 .”( 이남재 )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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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도 알리지 못한 정호용 죽음…끝내 5·18 사과 없어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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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6.09.14 07:25

  • 수정 2026.09.14 07:38

  • 댓글 0

광주 투입 공수부대에 발포 명령 여부 안 밝혀져

전두환·노태우와 육사 동기, 하나회 인맥 핵심

5·18 당시 네 차례 광주 방문해 진압작전 관여

육참총장·내무·국방장관 거쳐 국회의원 두 번

내란목적살인죄로 징역 7년 확정 뒤 특별사면

12·12 40년 되는 날 전두환 등과 만찬 즐겨

김문수, 지난해 대선 상임고문 위촉했다가 취소

전남도청 추가 희생자 7명 관련 추가 고발 의결

앞으로 진상 규명, 기록과 자료에만 의존할 듯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유혈 진압에 관여한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이 13일 오전 사망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정 전 장관의 빈소. 2026.9.13 연합뉴스

14일 아침 7시 현재 경기도 수원의 아주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홈페이지 빈소 안내에는 35호실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연합뉴스>는 전날 밤까지 이 장례식장 35호실의 부고 알림 모니터가 꺼져 있었으며, 장례식장 홈페이지에는 35호실이 '점검 중'이라고 표시돼 있었다.고 보도했는데 몇 시간 만에 이렇게 바뀐 것이었다.

35호실에 빈소를 마련한 유족은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유혈 진압에 관여한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의 유족이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주도한 신군부 '핵심 5명' 가운데 한 명이었으며 마지막 남은 생존자가 제대로 된 반성이나 사과 없이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고인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이 병원으로 옮겨진 뒤 이날 오전 숨을 거뒀다. 유족은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이 빈소 안내를 마다하는 이유는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유혈 진압에 관여한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이 13일 오전 사망했다. 사진은 이날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빈소 앞에 설치된 고인 부고 알림 모니터가 꺼져 있는 모습. 2026.9.13 연합뉴스

1980년 5월 18일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은 전두환 보안사령관, 노태우 수도경비사령관, 이희성 계엄사령관, 황영시 계엄부사령관과 함께 5·18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하는 주요 의사 결정에 관여했던 신군부 핵심 실세였다.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 당시 그는 대구에 주둔한 육군 제50사단장이었다. 전두환·노태우 등과 함께 서울에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 연행하거나 병력을 출동시킨 지휘관은 아니었다.

하지만 반란 직후 그의 군내 지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신군부는 12·12에 저항하다 부하들에 의해 체포된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해임하고 그 자리에 정호용을 앉혔다. 신군부가 군의 핵심 전투부대인 특전사를 장악하려는 포석이었다. 정 전 장관이 맡은 특전사 예하에는 이듬해 광주에 투입된 제3·7·11공수특전여단이 있었다. 이들 부대는 광주 시민과 학생을 구타하고 총격을 가한 계엄군의 핵심 병력이었다.

1980년 5월 17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도 정 전 장관은 계엄의 전국 확대가 꼭 필요하다고 힘을 보탰다. 계엄 확대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대해 그는 '사회 안정을 위해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날 밤 비상계엄은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됐다. 정치활동 금지와 대학 휴교령이 내려졌고 국회는 군 병력에 의해 봉쇄됐다. 정치인과 재야인사, 학생운동 지도자들도 체포됐다. 광주에서는 계엄 확대와 휴교령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됐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금남로에서 시민들과 계엄군이 대치하고 있다. 김민기는 훗날 공수부대원들이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부르며 행진하는 모습을 봤다고 회고했다. 사진: 5.18재단(황종건 제공)

그는 이듬해 대장으로 진급한 데 이어 1983년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뒤 1985년 예편했다. 전두환의 육사 11기 동기로 하나회 주축 멤버였던 그는 전두환 정권에서 내무장관·국방장관을 역임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뒤에 대구에서 13,14대 의원을 지냈으나 1996년 과거사 청산 당시 구속돼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모의 및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그의 내란목적살인 혐의에 대해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공수여단에 대한 행정, 군수지원 등의 지원을 하는 한편, 전교사령관에게 공수여단의 특성이나 부대훈련상황을 알려주거나 재진입 작전에 필요한 가발·수류탄과 항공사진 등의 장비를 준비해 예하부대원을 격려하는 등 광주재진입작전의 성공을 위해 측면에서 지원했다"고 판시했다.

정호용은 당시 특전사령관을 맡고 있었음에도 광주에 투입됐던 공수부대가 전투병과교육사령부 등 현지 지휘계통에 배속돼 있었기 때문에 자신은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할 권한이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즉 자신은 광주에 배속된 부대원들을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명령만 내렸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후 5.18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과정을 통해 정호용이 1980년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약 81시간 동안 광주에 머물렀던 사실이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정호용이 처음 광주에 내려간 5월 20일 작전 현안을 보고받는 회의를 주재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장세동 특전사 작전참모가 회의를 진행했고, 광주에 투입된 3·7·11공수여단장이 참석해 시위 진압 상황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회의는 정호용이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열린 것으로 파악됐다. 전교사 상황실 2층에는 특전사가 별도로 사용하는 상황실도 설치돼 있었다.

5월 22일 박충훈 당시 국무총리 서리가 광주를 방문했을 때 촬영된 영상에는 정호용이 군 관계자들과 함께 회의하는 장면도 담겼다. 이 영상은 자신이 광주에서 열린 주요 작전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설명과 정반대였다.

정호용은 전남도청 재진입작전을 하루 앞둔 5월 26일 밤에도 광주로 내려왔다. 법원과 진상조사위는 그가 공수여단의 특성과 훈련 상태를 현지 지휘관에게 설명하고, 작전에 사용할 가발과 수류탄, 항공사진 등 장비를 마련해 배분한 사실을 확인했다. 작전 투입을 앞둔 예하부대원들을 격려한 사실도 인정됐다.

 

그런데도 그는 그 뒤에도 자신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거나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군사반란과 내란 관련 유죄 판결로 지급이 중단된 군인연금을 다시 지급해 달라는 소송에도 참여했다. 법원은 헌정질서 파괴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연금을 제한한 조치가 정당하다고 보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9년 12월 12일에는 전두환, 최세창 등 신군부 인사들과 서울의 한 고급 음식점에서 오찬하는 모습이 포착돼 다시 한번 세상의 지탄을 받았다. 군사반란 40년이 되는 날에 관련자들이 함께 식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성 없는 '기념 오찬'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 전 장관은 2021년 5·18진상조사위에 자신의 책임을 다시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자신이 5·18 책임자로 지목된 것은 노태우 정부가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서였다며 내란목적살인죄로 처벌받은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진상조사위는 작전회의와 특전사 전용 상황실, 광주 체류 기록, 전남도청 재진입작전 지원 사실 등을 근거로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전 장관은 진정서를 제출한 뒤 미국으로 출국했고, 조사위의 대면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위는 서면 답변과 기존 자료를 검토한 끝에 정 전 장관을 광주 진압의 지휘·책임선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에서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간이 의원들 질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1988.12.7.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사위는 2024년 기존 형사재판의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던 5월 27일 전남도청 진압 희생자 7명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정 전 장관과 당시 공수여단장 등을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의 핵심 책임자이며 제대로 반성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은 고인을 대선 후보 상임고문으로 임명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5월 14일 오후 선대위 추가 인선 명단에 정호용을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종하·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목요상·신경식·유용태 전 헌정회장 등과 함께 후보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가 '내란 본색' 논란이 일자 그날 저녁 취소했다.

5·18 이후 46년이 흘러 신군부 핵심 인사들도 모두 세상을 등졌다. 노태우·전두환은 2021년 잇따라 숨졌고, 황영시와 이희성도 2022년 뒤를 따랐고, 이제 정호용마저 세상을 떠나 5·18 당시 발포 지휘체계 등 신군부의 의사결정 과정과 신군부 수뇌부의 개입 과정 등에 대해 핵심 당사자의 입으로 진실을 확인할 길은 사라졌다. 결국 남은 진상규명은 기록과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발포 결정 과정과 신군부 수뇌부의 개입 정도, 행방불명자 소재와 암매장 의혹, 민간인 집단살해의 책임 소재 등은 여전히 밝혀야 할 과제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까지 사망하면서 5·18 당시 신군부 핵심 관계자에게 직접 진실을 확인하고 책임 있는 사죄를 요구할 기회는 사라졌다"며 "발포 지휘체계와 행방불명자 소재 등 아직 규명되지 않은 과제를 기록과 자료를 통해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현재 정호용과 일가(부부와 자녀) 명의의 부동산 내역. 뉴스타파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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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대, 사람 지도]노동 출신 3인방 민주당 가장 왼쪽…국힘 김예지 이념 점수 ‘민주당 중간’

오른쪽 끝 국힘, 왼쪽 끝엔 진보당

민주 정중앙 우원식, 국힘은 추경호

김예지 의원 “스스로 보수라 생각”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지키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경향신문이 지식콘텐츠 스타트업인 언더스코어와 함께 2024년 6월부터 지난 7월 초까지 22대 전현직 국회의원 319명의 대표발의 법안과 공개 발언 등을 수집해 분석해보니, 박 의원의 행보는 데이터로도 확인됐다. 이념 점수로 보면 박 의원은 -0.963점으로 민주당 의원 중에서 가장 왼쪽이다. 비슷한 위치에는 이용우(-0.929), 김주영(-0.922) 의원이 있었다. 이 의원은 ‘직장갑질119’ 창립 멤버이고, 김 의원도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이다. 노동계 출신 의원이 민주당의 가장 진보적인 ‘3총사’로 왼쪽에 서 있는 셈이다. 세 의원의 당파성 점수는 민주당의 중간 수준이었다.

박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며 “진보의 제일 끝이라니 부담스럽지만 노동 관련 법안 발의가 많았고,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기자회견이 많아서 그렇게 나온 것 같다”며 “노동문제를 다루면서도 공격적인 언어로 얘기하기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8일 정상 영업을 재개한 홈플러스 아시아드점을 찾아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홍배 의원 페이스북

전현직 의원 319명을 이념 점수에 따라 줄 세워보면 국민의힘 소속인 유용원(+0.913), 고동진(+0.906), 박수영(+0.901) 의원이 가장 보수적인 인물로 나타났다. 가장 진보적인 쪽에는 정혜경(-1.441)·손솔(-1.413) 진보당 의원이 있었다. 민주당 의원을 이념 점수에 따라 줄 세워봤을 때 정중앙에 있는 인물은 우원식 의원(-0.389)이었고, 국민의힘은 추경호 의원(+0.499)이었다.

당적이 곧 이념은 아니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이념 점수는 -0.422로 민주당 의원들 사이 한가운데 있었다. 참전용사 예우 등에서는 보수 쪽으로, 장애인 권리 옹호 등에서는 진보 쪽으로 평가받았다. 김 의원은 “법안 이름에 ‘복지’가 들어가서 그렇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스스로는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데이터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보훈 법안도 많이 냈고 국가 안보나 범죄 처벌도 중시하고 있다”며 “(진보에 가까운) 노동조합 활동을 강조한다기보다는 당사자 중심(으로 생각한다)”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어떻게 분석했나 | 국회의원의 대표발의 법안, 본회의와 상임위 발언, 기자회견문, 주요 포털사이트의 211개 언론 보도에 인용된 발언 등 54만여건을 수집한 뒤, 인공지능(AI) 모델 GPT-5.4를 이용해 이념과 당파성에 따라 7점 척도(+3~-3)로 채점하게 했다. 측정 점수를 ‘베이지언 추론’이란 통계 방법에 적용해 의원들의 이념과 당파성 점수를 추정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신용구간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점수로 단순 순위를 비교하는 일은 무의미하지만 경향성을 살펴볼 수는 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나 아래 링크를 통해 인터랙티브 뉴스에 접속하면 보다 자세한 데이터를 볼 수 있다.

박채움 기자

데이터저널리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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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장관 후보직 포기한 용혜인… 조선일보 “청년 정치의 민낯”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9/14 09:16
  • 수정일
    2026/09/14 09:1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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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6.09.14 07:36

  • 수정 2026.09.1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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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본소득당 의원직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직 모두 고수하겠다고 밝힌 용혜인 의원이 끝내 장관 후보자직을 내려놨다. 더불어민주당이 결단을 요청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주요 일간지는 청와대의 인사 부실 검증이 이번 문제를 불러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용 의원뿐 아니라 신약 임상시험 부정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이 중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월14일 주요 일간지 1면 화면 갈무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끝내 사퇴한 용혜인… 경향 “청와대 인사 실패 반복”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이 (사퇴) 결단을 요청했다”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주요 일간지는 14일 이 소식을 1면에서 전했다. 아래는 주요 일간지 1면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여당 결단 요구에… 결국 물러난 용혜인>

국민일보 <與 손절에… 의원 쥐고 장관 놓는 용혜인>

동아일보 <용혜인, ‘민주당이 물러나라 했다’며 자진사퇴>

서울신문 <지지율만 까먹고 결국 물러난 ‘용’>

세계일보 <용혜인 결국 낙마 이젠 ‘김승원 정국’>

조선일보 <龍은 의원직 사수, 與는 김승원 사수>

중앙일보 <용혜인 사퇴… “민주당서 결단 요구”>

한겨레 <용혜인 결국 사퇴… 장관 인사 네 번째 실패>

한국일보 <용혜인, 청문회 전 사퇴… 의원직 안 놓았다>

한국일보는 1면 보도를 통해 “각종 논란에도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던 용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사퇴 권유와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끼고 지명 2주 만에 완주 의사를 접었다. 1990년생 정치인을 발탁해 진보 진영과 청년, 여성을 다잡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개각 의도와 달리 2030의 ‘불공정’ 뇌관을 건드리며 정권 부담만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용 후보자가 사흘 만에 백기를 든 것은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최후 통첩성’ 사퇴 권유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용 후보자가 10일 청와대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기자회견을 강행하면서 여권 내부 무게추가 ‘조기 정리’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고 밝혔다.

▲9월14일 조선일보 1면 보도

조선일보는 1면 보도에서 “장관으로서의 전문성, 과거 군소정당 시절 경력 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국민 10명 중 7명이 임명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주말 사이 민주당이 자진사퇴를 설득했다고 한다”고 용 의원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신문도 1면 보도를 통해 “장관·의원 겸직 논란 등을 둘러싼 계속된 비판 여론에 김민석 대표가 직접 사퇴를 권유하자 더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청년·진보층 지지를 위한 ‘파격 카드’였던 용 후보자 지명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만 남긴 채 마무리된 셈”이라고 했다.

▲9월14일 한겨레 3면 보도

한겨레는 청와대의 부실 검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 <검증 단계서 ‘겸직 고수’ 못걸러 공정 민감한 청년세대 반발 초래> 보도를 내고 “허술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며 “청와대는 그간 비례대표 의원직-장관직 겸임 논란 등을 두고 비판 여론이 거셌음에도 ‘인사청문회 개최 뒤 거취 판단’ 입장을 고수했다. 용 후보자가 속한 기본소득당이 범진보 연합정치 구상의 한 축인 데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한겨레는 “용 후보자 ‘낙마’로 청와대는 2030 외연 확대와 범진보 야당과의 연대 강화 두가지 목표를 모두 상실하게 됐다”며 “청와대는 ‘30대 청년 여성 장관’이라는 파격과 상징성에 치중하다가 젊은 층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다. 부실 검증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9월14일 경향신문 사설

사설을 통해서도 비판이 이어진다. 경향신문은 사설 <2주 만에 낙마한 용혜인 후보자, 이런 ‘인사 실패’ 다시 없어야>에서 “용 후보자 낙마는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과 정무적 판단 부재가 낳은 ‘인사 실패’다. 청와대는 ‘진보정당 소속 30대 워킹맘’이란 상징성을 앞세웠으나 정작 ‘위성정당 출신 비례 재선’ 경력이 불러올 불공정 논란은 간과했다”며 “검증 과정에서 의원직 포기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용 후보자 낙마로 성평등정책 컨트롤타워는 또다시 흔들리게 됐다”며 “청와대는 반복되는 인사 실패를 겸허히 반성하고 검증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9월14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30대 장관 후보자가 보여준 한국 청년 정치의 민낯과 현실>을 통해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은 그가 ‘청년 정치’라고 부르는 것이 무엇인지 어두운 민낯을 보게 됐다”며 “지금 우리 정치에서 청년이 설 자리는 좁다. 조직·자금·인물에서 기성 정치인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용 후보자처럼 기성 정치인들에게 잘 보이고, 그들처럼 행동하는 청년 정치인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9월14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용혜인 사퇴… 정치 역행 부른 기형적 위성 정당 다신 없어야>에서 “용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기형적 위성정당’이 낳은 이런 폐해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제도의 취지를 무너뜨린 책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양당은 지금부터라도 위성정당이 다시는 등장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남은 건 김승원 후보자… 조선 “김승원 살리려면 대가 치러야”

용혜인 의원이 낙마하면서 이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신약 임상시험 부정 청탁 의혹을 받고 있으며, 민주당이 김 후보자를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월14일 국민일보 4면 보도

국민일보는 4면 <‘인사청문 슈퍼위크’ 시작… 김승원 통과에 국정 향배 달렸다> 보도에서 “청와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왼쪽 통합’ 인사가 수포로 돌아간 데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라며 “가파른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추가 악재가 터질 경우 국정동력 회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이 제기되고 낙마할 경우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에 악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9월14일 조선일보 3면 보도.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3면 <용혜인보다 의혹 심각한데… 與 “김승원 밀리면 끝장” 버티기> 보도에서 “두 사람(용혜인 의원과 김승원 후보) 모두 부적격이라는 여론이 많았지만, 특히 김 후보자의 경우 식약처 청탁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소액 주주 피해 논란까지 겹쳐 정의와 공정, 인권을 담당할 주무 장관으로 문제가 더 심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9월14일 국민일보 1면 보도

한국일보는 4면 <‘김승원 의혹’ 공익신고자 7일째 신변보호 못 받아> 보도를 통해 “김승원 후보자의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승인 로비’ 의혹을 최초로 공론화한 공익신고자가 일주일째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신변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민주당이 사실상 공익신고자 신원을 공개하다시피 한 데 이어, 과거 브로커 양모씨가 주변에 ‘신고자를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신변보호 결정은 지지부진하다”고 했다. 또 국민일보는 1면 보도에서 김승원 후보 의혹 공익신고자 인터뷰를 통해 신고자가 알 수 없는 이들로부터 협박 전화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9월14일 조선일보 사설

주요 일간지는 용혜인 의원 사퇴로 김승원 후보 의혹을 막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사설 <김승원 법무 후보자 의혹, 용혜인 사퇴로 덮을 수 없다>에서 “용혜인을 버리는 데에만 이미 큰 내상을 입은 여당이 ‘신약 로비 의혹’으로 만신창이가 된 김승원을 살리려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법무장관 인사는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임무를 맡기려는 목적성 인사라고 의심받고 있다. 검증 측면에서 용혜인 못지않은 실패 사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인사 시스템이 이런 식이라면 남은 4년 내내 인사 참사는 반복되고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9월14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용혜인 버리고 김승원 지키기’ 생각도 마라> 사설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무너지는 와중에 여권이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는 것은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며 “신약 부정 청탁 사건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당사자가 법무부 수장이 되는 것을 누가 납득하겠나. 김 후보자 임명 강행은 정권 위기를 가속화하는 최악의 악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 길을 걸으며 공부하는 학생 모습. 사진=GettyImagesBank

민간기업에 맡긴 수시 지원 시스템… “독과점 구조 개편해야”

2027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원서접수 대행사 유웨이어플라이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민간업체의 관리 실패가 아닌, 정부의 행정 실패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9월14일 한국일보 11면 보도

한국일보는 11면 <민간 기업 두 곳 ‘독점 대행’ 구조… 교육부, 원서 접수 체계 전면 검토> 보도에서 “민간 기업 두 곳의 독점 대행 구조를 둘러싼 원성도 들끓고 있다. 대학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20여 년 전부터 인터넷 원서 접수 대행을 맡기면서 유웨이와 진학사가 시장을 양분해왔다”며 “교육부는 유웨이 서버 장애 원인을 조사한 뒤 필요시 수사의뢰 등 사법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했다.

▲9월14일 한겨레 10면 보도

한겨레는 10면 <수시 마감 연장에 형평성 논란… “왜 민간에 맡기나” 비판도> 보도를 통해 “전국 수험생의 대입 지원을 좌우하는 시스템이지만 교육부와 대교협의 감사·관리 대상도 아니다”라며 “정부는 공통원서는 대교협을 통해 작성하되, 대학별 원서접수는 민간업체를 통하도록 해오다가 이번 사고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9월14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공정성 논란 부른 대입수시 원서 접수 먹통 사태>를 통해 “대학 입시에서 ‘공정’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민감하다”며 “특정 민간 대행사에 원서접수를 의존하는 현행 독과점 구조를 전면 개편하지 않으면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단순히 기술 보완에 그칠 게 아니라 국가 차원의 통합접수 시스템 구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9월14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원서접수 폭주에 서버 먹통, 주먹구구 대입 행정의 민낯> 사설에서 “사상 초유의 이번 사고는 교육 당국의 주먹구구식 대입 관리와 위기 대응의 민낯을 보여준다”며 “원서접수 서버 이중화와 최대 부하 테스트를 강화하고 장애가 발생하면 즉시 모든 대학의 경쟁률 공개를 동결하는 등 비상대응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안일한 자세로 수험생들에게 혼란과 피해를 야기한 담당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영화 가능한 사랑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국내 영화 투자사 외면한 ‘가능한 사랑’, 베네치아 영화제 수상

이창동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해고 노동자를 주제로 한 이 영화는 국내에서 투자자를 찾지 못했고, 결국 넷플릭스 지원을 통해 선보였다. 이창동 감독은 시상식에서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믿고 제작이 가능하도록 해준 넷플릭스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관련기사

▲9월14일 세계일보 2면 보도

세계일보는 2면 <넷플릭스 업은 ‘가능한 사랑’ 오스카도 넘본다> 보도에서 “‘가능한 사랑’은 국내 투자사들이 외면해 제작이 무산될 뻔했다가 넷플릭스 투자로 세상에 나온 작품”이라며 “이 영화의 넷플릭스행은 지난해 한국 영화계 안팎에 쇼크를 안겼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인 이창동의 신작조차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해 OTT로 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라고 했다.

▲9월14일 한겨레 2면 보도

한겨레는 2면 <“영화는 무엇을 할 수 있나”… 비극·폭력에 내몰린 인간 응시> 보도에서 “‘박하사탕’에서 1980년 광주의 국가 폭력이 개인에게 남긴 상처를 그리는 등 무거운 현실을 응시해온 이 감독은 ‘가능한 사랑’에서 대기업 해고 노동자 부부와 부유한 부부를 한 글에 담으면서 계급과 관계, 소통의 가능성에 대한 주제를 담았다”며 “‘가능한 사랑’이 완성되기까지는 영화 외적인 고비도 있었다. 영화 산업의 불황으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새로 만든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됐으나 나머지 예산에 대한 투자사를 끝내 찾지 못해 극장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지원을 받아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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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엔 풀이 먼저 일어났는데 지금은 왜 안될까' 정의당 대표의 질문

9일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양경규 신임 대표. ⓒ 정의당

"바람보다 풀이 먼저 일어나던 시대였습니다."

양경규 정의당 신임 대표가 기억하는 1987년은 지도자가 바람을 일으켜 대중을 움직인 시대가 아니다. 풀이 먼저 분노했고 먼저 일어났다. 앞장선 사람은 흩어진 분노를 묶고 투쟁을 조율하면 됐다. 뚝심이 있고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것이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이던 때였다.

지금은 정반대라고 했다. "선풍기를 갖다 붙이고 왕부채로 부쳐도 풀이 일어나지 않는 시대"다. 조직된 노동자에게 비정규직·영세사업장·플랫폼 노동자와의 연대를 호소하기는 훨씬 어려워졌다. 노동과 자본의 대립만으로 기후와 젠더, 인종과 전쟁까지 설명할 수도 없다. 조합원은 과거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판단한다. 지도자가 더 공부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시대다.

지난 9일 서울 구로구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만난 양경규는 '정의당 신임 대표'라는 현재 직함도 중요하지만, 한국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전 과정을 증언할 수 있는 당사자라는 점이 특히 중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 노동조합에서 출발한 그의 이력은 노동조합운동이 독자 정치세력화를 결의하고 정당을 세운 시기부터 원내 진출과 분열, 재통합 시도, 사회운동과 정당의 이완, 정의당의 원외화까지를 한 줄로 잇는다. 새 대표에게 당의 쇄신책을 묻기 전에 그가 지나온 노동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시간을 먼저 물은 이유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삶을 설명하며 꺼낸 말은 투쟁도 희생도 아니었다. '자유'였다.

삶과 생존 그리고 자존

양 대표가 노동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거창한 이념이 아니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들어간 직장은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곳이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을 거치며 굳어진 병영식 위계가 일터에도 이어졌다. 1987년 민주화의 바람이 직장 안으로 들어오자 "이렇게는 못 사는 것 아니냐, 우리도 일어서자"는 분위기가 생겼다.

1987년 대한상공회의소 노조 활동 중 촬영된 사진. 맨 왼쪽이 양경규. ⓒ 양경규

"처음에는 구체적인 이념보다 삶과 생존 그리고 자존의 문제로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인간적 대우에서 출발한 일이 평생의 운동으로 이어질 줄은 당시에는 몰랐다. 그는 학생운동을 거쳐 현장에 들어온 '학출 노동자'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먼저 부딪치고 실천한 뒤 부족한 것을 공부했다. 자신을 "자연발생적인 PD(민중민주 노선을 뜻하는 말- 편집자주)"라고 부른 이유다.

운동 때문에 다른 삶을 포기했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했다.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갈수록 맞설 자신감이 생겼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성경 구절이 있잖아요.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이 세상과 부딪히는 데 자신감과 자유로움이 있었다는 뜻이겠죠."

그 자유의 대가를 가족이 함께 치렀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았다. 해고된 뒤 오랜 생활고가 이어졌고 가족은 그의 선택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몫을 희생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1999년, 양 대표는 수배 생활 중 부모를 모두 여의었다. 두 분의 임종은 지키지 못했다. 장례식에는 갔느냐고 묻자 그가 되물었다.

"그런 게 궁금하세요?"

그는 이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4월 19일 공공부문 총파업 뒤 수배된 그는 5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빈소를 지켰다. 발인 날 새벽에는 변장하고 빠져나와 명동 농성장으로 돌아갔다. 그해 9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경찰과 협상해 발인과 삼우제까지 마친 뒤 출두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발인 날은 민주노총 임원 선거일이었다. 장례를 마친 뒤 "부위원장에 당선됐다"는 전화가 왔다.

2000년 민주노총 부위원장 시절 단병호 위원장과 함께한 양경규(맨 왼쪽). ⓒ 양경규

그가 되물은 것은 자신의 고생을 특별한 이야기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훨씬 어려운 조건에서 이름 없이 운동한 사람이 많았고,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며 노조 활동을 시작한 자신은 오히려 편하게 운동한 편이라고 했다. 개인의 고생을 앞세우기보다 그 시대를 함께 지나간 사람들을 먼저 기억했다.

그때는 박수를 받았고 지금은 왜 받지 못하나

1987년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출발점은 임금과 노동조건이라는 '내 호주머니'의 문제였다. 그런데 한 사업장의 승리가 이웃 사업장으로 번지고, 공공부문의 승리가 전체 노동자의 조건을 끌어올렸다. 다른 사업장의 승리를 곧 내 승리로 받아들이면서 연대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전투적 조합주의였지만 밖으로 드러난 모습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고, 그 수익자는 시민들이었습니다."

노동운동이 바꾼 것은 임금만이 아니었다.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지 않게 된 것이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전이라면, 직장에서 '노'라고 말하는 문화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바꾼 일이었다.

"하늘 같은 사장한테 삿대질을 하고 '노'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한국 사회의 기본 구조를 바꿔놨습니다."

자기 사업장의 요구를 걸고 싸웠지만 그 성과가 아직 노조가 없는 노동자와 시민의 삶까지 바꾸던 때였다. 노동운동이 격렬하게 싸우면서도 사회의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사업장이 안정되고 기업별 노조가 자리 잡으면서 노동운동은 자기 울타리 안으로 좁아지기 시작했다. 회사가 잘돼야 임금이 오른다는 이해가 강해지면 노동자는 계급의 주체보다 회사의 종업원으로 묶인다. 기업별 노조는 노동자의 계급의식을 깨우면서 동시에 조합주의를 강화하는 모순을 안고 있었다.

오늘의 조직노동은 이미 일정한 생활기반을 가진 노동자가 중심이다. 그들에게 사업장 바깥의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와 함께 세상을 바꾸자고 설득하기는 과거보다 어렵다. 양 대표가 "왕부채를 부쳐도 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대중을 탓해서가 아니라 달라진 노동운동 리더십의 조건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요즘은 조합원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판단합니다. 조합원보다 더 공부하고 더 많이 알지 않으면 이들을 움직일 리더십을 갖기 어려워요. 뚝심이 있고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것만으로 지도자의 자질이 확보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노조 간부라면 공부해야 합니다."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넘어 노동운동이 사회 전체의 조건을 바꾸는 힘을 이어가려면 조직과 정치가 함께 달라져야 했다. 1995년 출범한 민주노총은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양대 과제로 세웠다. 전자는 기업별 노조의 벽을 넘기 위한 것이었고, 후자는 투쟁으로 얻은 힘을 제도의 변화로 이어가기 위한 것이었다.

총파업이 가르쳐준 '여의도의 정치'

1996~97년 노동법 개정 총파업은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선언과 교육에서 실제 정치조직 건설로 넘어가는 변곡점이었다. 당시 전문노련 위원장이던 양 대표는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교섭을 투쟁 준비의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쪽이었다. 노동자들은 1996년 12월 26일부터 1997년 1월 18일까지 24일간 이어진 3단계 전면 총파업과 이후 산발적인 파업과 집회투쟁 등을 통하여 정부의 사과와 법안 재논의를 끌어냈다. 노동운동이 정치적 쟁점을 걸고 벌인 전무후무한 규모의 파업이었다.

그러나 국회로 돌아간 법은 일부만 고쳐 다시 통과됐다. 막대한 투쟁력을 보여주고도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곳에 노동자의 자리는 없었다.

"승리한 파업이었지만 정치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파업이 됐죠.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수백 번의 교육보다 단 한 번의 투쟁으로 깨달았어요. 투쟁의 정치와 여의도의 정치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을요."

1997년 5월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이 된 양 대표는 권영길 위원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와 국민승리21 결성을 위한 조직사업을 맡았다. 산별연맹과 지역본부, 대공장을 돌며 100차례 가까운 간담회와 정치교육을 했다.

"민주노총이 모이라고 하면 다 모이던 시대"였지만 생각까지 같지는 않았다. 김대중 후보를 통한 정권교체가 먼저라는 쪽과 현장투쟁·산별노조 건설에 집중해야 한다는 쪽이 맞섰다. 양 대표는 조합원과 지도부의 간극보다 지도자들 사이의 간극이 더 컸다고 기억했다.

민주노총 밖에서는 전국연합과 사회운동 세력, 서로 다른 좌파 정치세력까지 한자리에 모아야 했다. 정치세력화에는 동의해도 어떤 정당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현장 조합원의 기대와 변혁정당을 구상한 정치활동가의 목표 사이에도 거리가 있었다.

1997년 9월 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약 2000명이 모인 국민승리21 발족대회에서 양 대표는 사회를 봤고 권영길은 대통령 후보로 추대됐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어렵게 어렵게 노동자들을 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차는 다음 정거장이 어딘지도 모른 채 그렇게 출발하고 있었습니다."

2001년 6월 11일 아시아나항공노조 파업 현장에 함께한 양경규 당시 공공연맹 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 양경규

당을 키운 배타적 지지, 정치를 맡기는 대리주의

국민승리21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양 대표는 민주노총의 모든 정치활동을 민주노동당을 통해 한다는 배타적 지지 방침을 대의원대회에 제출했다. 민주연합론자와 일부 좌파 세력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는 배타적 지지를 이념의 당위가 아니라 당을 존속시킬 현실적 수단으로 설득했다. 대의원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과거 진보정당이 선거 뒤 해소된 것은 대중적 기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거에서 패배해도 살아남는 당이 되려면 대중적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민주노총이 만든 당마저 다시 문을 닫는다면 한국에서 진보정당은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배타적 지지는 선거 뒤에도 민주노동당이 성장할 조직적 기반이 됐다. 2004년 국회에 진출했고 2006년 지방선거에는 전국에서 802명이 출마해 81명이 당선됐다. 무상급식과 무상의료처럼 훗날 상식이 된 의제를 제기하며 보수 양당 체제를 넘어설 가능성도 보여줬다.

성공의 방식은 부작용도 낳았다. 노동자는 현장을 맡고 정치는 당에 맡기는 대리주의가 강해졌다.

"노동자는 노동운동을 하고 정치는 너희가 알아서 해라, 우리는 돈 대주고 당비 내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생겼어요. 앞으로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배타적 지지를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올바른 방식도 아닙니다."

노동운동의 공간은 현장이었고 정당 활동의 공간은 지역이었다. 하루 종일 교섭하고 조합원과 부딪친 노동자가 퇴근 뒤 지역 당 회의까지 계속 참석하기는 어려웠다.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가 줄면서 당은 정치활동가의 무대가 됐고, 노선 차이에 인사와 패권 경쟁이 겹쳤다.

2001년 자주·민주·통일 계열이 민주노동당에 본격 결합하면서 당의 외연은 넓어졌지만, 북한과 통일 문제, 민주당과의 관계, 독자적 계급정치를 둘러싼 자주파와 평등파의 노선 대립도 선명해졌다. 여기에 비례대표 순번과 지역위원장, 당직과 인사를 둘러싼 경쟁이 얽히면서 정파 갈등은 더욱 격렬해졌다.

2005년 5월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참석한 양경규 당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공공연맹) 위원장. ⓒ 양경규

2008년 분당 때 양 대표는 끝까지 반대했다. 민주노동당의 실패를 NL의 패권주의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PD 계열의 실력 부재와 노동운동·정당운동의 분리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정파 간 대립 때문에 활동가들이 피곤한 줄은 알겠는데, 활동가가 피곤하다고 대중을 피곤하게 하지 마라. 꼭 분당하고 싶으면 대중을 설득한 다음에 나가라. 번갯불에 콩 튀어 먹듯이 나가지 말라고 했어요."

그는 진보신당에 가지 않고 오랫동안 무당적 상태로 남았다.

1987년에는 풀이 먼저 일어났고 지도자는 그 분노와 희망을 묶었다. 지금은 지도자가 왕부채를 들어도 풀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 사이 노동운동과 진보정치는 세상을 바꿨고, 동시에 자기 울타리와 진영 안에 갇혔다. 그 성취와 실패를 모두 지나온 양경규가 다시 정의당 대표가 됐다.

그는 운동을 통해 세상을 이해했고, 그 이해 속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과거를 잘 아는 사람이 얻은 자유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을 자유까지 뜻한다면 이제 답해야 할 것은 하나다. 1980년대의 답안지 없이 오늘의 풀을 어떻게 다시 일으킬 것인가.

- <[인터뷰②] "1980년대의 답안지로 2020년대 문제를 풀 수는 없다">로 이어집니다.

#양경규#정의당#진보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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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꺼진 뒤 굶어 죽은 '성공 사례'... 북향민 증언 소비의 민낯

북한인권 증언의 무대와 스튜디오 ⓒ 조경일

방송이나 인터뷰 섭외를 받으면 질문지가 온다.

"어떻게 넘어오셨어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가족은 어떻게 됐어요?"

질문지를 받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여기에 성실히 답하고 나면 내 이야기는 정해진 모양의 그릇에 담기게 된다. 내가 요즘 무슨 고민을 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어떤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지 묻는 질문은 종이에 없다.

북한 인권은 지난 30여 년 동안 거의 하나의 형식으로만 전달되어 왔다. 무대는 바뀌었다. 1990년대에는 기자회견장이었고, 2000년대에는 국제회의장이었고, 2010년대 이후로는 방송 스튜디오였다.

그런데 골격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겪은 사람이 나와서 겪은 일을 말하고 보여주는 형식이다. 증언은 이 운동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국제사회를 움직인 힘이었다. 그런데 같은 형식이 어떤 자리에서는 역사의 기록이 되고 어떤 자리에서는 한 회분의 콘텐츠로 소비된다. 이 글은 그 갈림길을 따라가 본다.

제네바와 서울

2013년 3월 21일 유엔인권이사회는 결의안 22/13호를 채택해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설치했다. 47개 이사국 중 어느 나라도 표결을 요구하지 않았다. 조사위원회 설치 결의안 가운데 처음으로 투표 없이 통과된 사례다.

COI는 그해 7월부터 서울과 도쿄, 런던, 워싱턴에서 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80명 이상의 탈북민과 전문가가 공개 증언했고, 북에 남겨진 가족의 안전 등을 고려해 240여 건의 비공개 인터뷰도 진행했다. 이 조사 결과는 372쪽 분량의 보고서로 2014년 2월 17일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침해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하다며 국제법상 반인도범죄로 규정했다. 용기 내어 증언해 준 사람들의 힘이 만들어 낸 결과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공적 기록으로 남기기로 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을 다루는 방식은 지금과 달랐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시기 한국의 안방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2011년 12월 1일 종합편성채널 네 곳이 동시에 개국했고, 사흘 뒤 북향민이 출연하는 토크 프로그램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가 첫 방송을 했다.

무대에서 출연자들은 굶주림과 탈출과 이별을 이야기했다. 방청석은 울었고, 다음 주에는 다른 출연자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 프로그램은 종편 최장수 기록을 세우며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제네바의 청문회장과 서울의 스튜디오에서 말해진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굶주림, 수용소, 국경, 헤어진 가족. 한쪽의 말은 반인도 범죄를 입증하는 증거가 되었고, 다른 쪽의 말은 일요일 밤 편성표를 채웠다.

한국에서도 노력이 있었다.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됐고, 통일부 산하에 북한 인권 기록센터가 만들어졌다. 이 센터는 하나원에 입소한 북향민들을 면담해 인권 침해 사례를 기록해 왔다. 2017년부터 2025년까지 4001명을 면담 조사했다. 조사 방식과 내용의 차이가 있더라도 증언자 수로만 보면 COI보다 열 배 많다.

유엔 보고서와 텔레비전 예능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미국 의회나 영국 의회와는 달리 한국 국회에서 북한인권 증언을 지속적이고 제도적으로 듣는 자리는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다.

북한 인권 단체들이 증언 행사와 캠페인으로 꾸준히 자리를 만들어 왔지만, 그 자리에 오는 사람은 대개 이미 관심을 가진 이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인권 이야기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닿는 가장 넓은 문은 예능 스튜디오였다.

수요가 만들어낸 증언의 변주곡들

종편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프로그램의 이력에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2011년 12월, 첫 방송 때 이 프로그램은 시사교양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북향민 출연자들이 이산가족이나 실향민 출신의 일반 주민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며 삶을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 몇 개월 뒤 젊은 여성 출연자들을 앞세운 <미녀들의 수다> 포맷으로 개편되면서 예능으로 옮겨 갔다. 카테고리가 바뀌자, 무대에 서는 사람도 자리도 함께 바뀌었다. '탈북 미녀'라는 말도 이때 본격적으로 전파됐다.

북한 이야기를 하는 젊은 여성 출연자들이 등장하면서 시청률이 높아졌고, 비슷한 프로그램이 다른 채널에서도 뒤따랐다.

국제무대에서 증언이든 예능 프로그램에서 증언이든, 북향민들이 북한 인권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이는 북한 체제의 실패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북한의 인권탄압 실상을 알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북향민들의 증언이 쏟아지며 무대도 많아졌고, 증언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개인의 경험에 의존한 증언이 여러 무대를 통해 반복되면서 부풀려지거나 과장되는 설명이 더해졌다. 개인의 경험이 북한 전체의 모습처럼 일반화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과장된 증언을 모두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들이 겪어온 삶에는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사람의 증언을 북한 전체의 모습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확증편향이 생긴다. 한 사람의 경험은 북한 사회를 이루는 100개의 퍼즐 조각 중 한 조각일 뿐이다.

같은 증언도 여러 번 반복하고 나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이야기가 매끄러워진다. 어느 대목에서 사람들이 숨을 죽이는지, 어디서 말을 멈춰야 효과가 좋은지를 몸이 먼저 안다. 고통의 경험이 다듬어지고 각색되어 대중 앞에 전시된다.

한 사람 증언의 무게

북한에서의 인권침해 참상을 증언한 사람은 여럿이었지만, 그중 신동혁씨의 증언 번복 사건이 유독 크게 받아들여졌다.

그는 2015년 1월 자신이 수용소에서 겪은 일과 관련한 증언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했다. 이후 고문 시기와 가족의 처형 장소 등에 대해서도 일부 내용을 정정했다. 그는 수용소에서 겪은 일에 대한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워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측은 신씨의 일부 증언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고서의 결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COI 보고서 발표 직후부터 보고서가 조작된 것이라며 비난해 왔고, 이 일을 기존 주장을 뒷받침할 호재로 활용했다. 당사자 사회 안에서도 자극적인 거짓 증언이 진짜 증언까지 의심받게 만든다는 우려가 나왔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의 기억은 시간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기억에 시간적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증언 시장이 부풀림을 유도하기도 한다. 더 참혹한 이야기에 더 큰 무대가 주어지면서, 담백했던 증언에 드라마적 요소가 가미되고 이야기는 조금씩 세지는 쪽으로 흐른다. 이 과정에서 의도적인 과장이나 조작도 발생한다. 이것은 다르다. 증언을 과장하고 왜곡하는 것은 결국 공동체에 피해를 준다.

나는 북향민 증언에서 두 가지를 본다. 하나는 우리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에게 무엇을 요구해 왔는가이다. 우리는 그에게 생애 가장 참혹한 기억을 수백 번 반복하기를 요구했다. 사람의 기억이 그런 반복을 견디도록 만들어져 있던가. 더구나 말하는 사람 자신이 그 기억에 대한 죄책감까지 안고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다른 하나는 화자와 청자가 있는 이 운동의 생태계다. 2015년 한 사람의 증언이 흔들리자 운동 전체가 함께 흔들렸다. 그만큼 이 운동의 무게가 몇몇 증언자의 어깨에 실려 있었다는 뜻이다. 몇몇 증언자들은 스타로 부상했다.

여전히 무대에서는 거짓되거나 과장된 이야기가 재생산되고 있다.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다. 출연자가 있고 시청률은 높다. 고통의 문화산업이 형성돼 있다.

관심으로 포장된 동정의 시선

무대 위 증언이 청자에게 일으키는 첫 감정은 연민이다. 방청석의 눈물도 시청자의 눈물도 진심이다. 방송이 끝난 뒤 후원 계좌로 모이는 성금도 진심이다. 나는 그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진심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눈물을 흘린 시청자에게 무대 위 그 사람은 어떤 존재로 남을까. 도와야 할 사람. 안쓰러운 사람. 저런 일을 겪고도 살아남은 사람. 다 따뜻한 마음이다. 그런데 이 목록에 좀처럼 들어가지 않는 항목들이 있다. 함께 일할 동료. 조언을 구할 선배. 같은 문제로 목소리를 낼 이웃.

연민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다. 연민에서 시작된 후원이 사람을 살렸고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문제는 연민 말고는 아무 관계도 맺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함께 일해 본 적도, 무언가를 같이 만들어 본 적도 없이 안타까워하는 마음만 오갈 때 그 마음은 상대를 도움이 필요한 자리에 붙박아 둔다.

실제로 설문조사를 하면 북향민을 직장동료나 배우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은 낮다. 2022년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향민에 대한 포용 온도는 40.3점으로, 외국인 거주민의 44.6점보다 낮았다. 어떠한 관계로도 엮이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북향민이 22.2%로 외국인의 두 배를 상회했다.

직장동료나 배우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 역시 낮았다. 고통의 서사가 예능의 소재로 소비되는 동안에도, 정작 현실의 삶터에서 그들을 곁에 두려는 마음의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셈이다.

반복되는 연민에는 유효기간도 있다. 같은 이야기, 같은 톤, 같은 구도가 되풀이되는 사이 보는 사람은 지친다. 피로는 무관심이 아니라 자기방어다. 매번 강한 감정을 요구받는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을 지키려고 채널을 돌린다. 눈물로 시작한 관계가 외면으로 끝나는 것이다.

카메라가 꺼진 다음

증언과 짝을 이루는 또 하나의 이야기 형식이 있다. 구원의 서사다. 위험한 여정, 극적인 탈출, 그리고 자유의 품에 안기는 결말. 이 형식은 모금에 특히 효과적이었고 실제로 많은 동참을 확보하고 구출을 가능하게 했다. 다만 이 이야기에는 특징이 하나 있다. 이야기가 한국 도착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인천공항 도착에서 꺼진다. 그리고 사람의 삶은 정확히 거기서 시작된다.

카메라가 꺼진 다음의 시간은 통계나 사건을 다루는 뉴스에서나 확인된다. 2025년 기준 북향민의 실업률은 5.4%로 일반 국민의 2.8%보다 높고, 직장 근속 기간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북한이탈주민의 자살 관련 지표도 일반 국민보다 높다. 2025년 국정감사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의 자살률이 일반 국민보다 약 4배 높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숫자보다 무거운 장면도 있다. 언론에 성공 사례로 소개됐던 북향민이 어느 날 백골이 되어 1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된 일이 있었다. 굶어 죽지 않으려고 목숨 걸고 국경을 넘은 모자가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굶어 죽은 일도 있었다. 카메라가 켜졌을 때 그들은 성공 사례였고 자유를 찾은 사람이었다. 꺼진 뒤에는 고립되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숫자로 잡히지 않는 것들도 있다. 이력서에서 북한 출신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정체성 지우기, 아이 학교에 부모 출신을 어디까지 말할지 고민하는 순간, 명절에 갈 곳이 없어 텅 빈 도시를 걷는 시간. 이런 시간은 통계에도 방송에도 없다.

스스로 말하기 시작한 사람들

말할 권한을 자기가 갖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권한이 있어도 증언을 필요로 하는 시장(market)이 같은 것을 요구하면 나오는 이야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 등에서는 북향민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채널이 늘고 있다. 스스로 말하는 채널이라고 자유로운 건 아니다. 조회수는 자극적인 것을 보상한다. 북한의 충격적인 이야기가 더 잘 팔리는 건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다. 질문지가 사라진 자리를 알고리즘이 채우기도 한다.

출연료 받고 나가는 방송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증언의 소비가 작동된다. 탈북의 경험, 고통의 경험을 스스로 상품으로 내놓는 것이다. 이걸 비판만 하는 건 옳지 않다.

북한에 대한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몇몇 유튜버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자기 PR(홍보)의 콘텐츠라 이 또한 고통을 승리로 승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고통의 기억을 고통스럽게 말해야만 한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고통을 고통스럽게 증언하면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모두가 고통스러우니까.

그러면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나

북한인권 증언의 복합적인 이야기들 ⓒ 조경일

앞서 증언의 양면성에 대해 적었으니, 이제 실제로 우리가 전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적어 두고 싶다. 대단한 변화가 아니라 습관에 가까운, 의식하려는 노력만 기울여도 가능한 일들이다.

무대를 만드는 쪽부터 보자. 우선 질문지의 마지막 칸을 비워 두는 것이다. 준비한 질문을 다 물은 뒤에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느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자리의 성격이 달라진다. 답이 없어도 상관없다. 그 질문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대가 안다는 것이 중요하다.

북향민들에게는 한국에 도착한 이후가 더 중요하다. 그동안 탈출의 여정을 다뤘다면 오늘의 삶은 어떤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다음에 무엇을 하려는지를 같은 비중으로 다루는 것이다. 편집에서 가장 먼저 잘려 나가는 것이 대개 이 대목인데, 시청자에게는 그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여운으로 남겨주자.

무엇을 기획하든 기획 단계에 당사자를 부르는 것도 중요하다. 섭외는 이미 정해진 그릇에 사람을 담는 일이고, 기획은 그릇을 함께 만드는 일이다. 회의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한 명 달라지면 나오는 질문이 달라지고, 질문이 달라지면 방향도 결과물도 달라진다.

같은 사람을 다시 부르는 것도 중요하다. 한 번의 출연은 사연을 남기지만 세 번의 만남은 관계를 남긴다. 두 번째 만남부터는 대개 질문지가 필요 없어진다. 한 사람을 에피소드로 소비하지 말고, 장편으로 따라 가보자.

듣는 쪽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한 사람의 증언을 들었을 때 그것을 북한 전체 모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증언하는 사람이 언제 어느 지역에서 어떤 처지에 있던 사람의 이야기인지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그 사람의 경험으로만 이해하면 된다. 앞서 말했듯, 퍼즐 한 조각으로.

그리고 북향민을 만나는 자리를 북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만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강연 초청에 머물지 말고 사업 파트너로, 증언자나 간증자 말고 발제자로 부르는 자리가 늘어야 관계가 생긴다.

오해를 피하고 싶다. 북한의 참혹한 현실은 계속 말해져야 한다. COI 보고서를 가능하게 한 증언자들의 용기는 이 분야가 가진 가장 귀한 자산이고, 기록으로서의 증언은 앞으로도 필요하다.

이 글은 누구를 탓하려고 쓴 것이 아니다. 방송을 만든 사람도, 눈물을 흘린 시청자도, 무대에 오른 북향민도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했다. 다만 그 성실함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가 우리가 바라던 것과 달랐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것은 어떻게 질문할 것이며, 어떻게 말할 것인가이다.

30년 동안 우리 사회는 북향민들에게 탈북 스토리만을 요구해 왔다. 이제는 그들에게 꿈을 물어보자. 그리고 그 꿈들의 동료가 되자.

[조경일의 북한인권]

왜 북한 인권은 고립되었는가 https://omn.kr/2jdfj

같은 '인권'인데 왜 다른가... 북한 인권 운동 30년의 단절사 https://omn.kr/2jheb

덧붙이는 글 | 조경일 작가는 현재 피스아고라 대표로 활동한다. 정치개혁, 분단체제 해체 등을 연구하며 주체적 시민의 참여를 실천하고 있다.

#북한인권#탈북증언#탈북스토리#북향민#탈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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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의 해일에 직격당한 미국, 소비심리도 뚝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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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6.09.13 07:30

  • 수정 2026.09.13 08:42

  • 댓글 1

트럼프 비웃듯 경유값 사상최고 찍어

속수무책 백악관…휘발유도 5달러 전망

호르무즈 이어 홍해도 비상, 엎친 데 덮쳐

고유가 습격에 미 소비자심리 47.8로 추락

서서히 고개드는 '기대 인플레이션'

유가 급등의 쓰나미가 미국을 강타 중이다.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를 찍은데다 휘발유가격도 무섭게 폭등 중이다. 유가 급등이 물가 전반에 빠르고 확실하게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백악관은 사실상 대책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원유의 주 수송로인 호르무즈가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위협받는 가운데 홍해마저 후티반군의 감제를 받는 처지가 됐다. 유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고유가의 습격에 소비의 나라 미국은 휘청거리고 있다. 소비자심리가 역대 두번째로 낮은데다 기대인플레이션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을 나락으로 밀어넣고 있다.

사상 최고치 찍은 경유값에 미국 소비자들 기함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공화당의 사상 첫 중간선거 전당대회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11월 3일(중간선거일) 투표할 것을 맹세한다”며 당원과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하지만, 그날 공교롭게도 물가 민심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유가정보업체 가스버디는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미국자동차협회(AAA)도 11일 평균 경유 소매가격이 갤런당 6.06달러를 기록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갤런당 3.71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63.3% 치솟은 것이다.

미국 주유소에서 팔리는 평균 경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를 넘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화폐가치를 감안한 실질 가격으로 따져보면 2008년 금융위기(갤런당 7.20달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6.56달러) 때만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란 전쟁 이후의 가파른 가격 상승에 따른 경제적 고통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유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경로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경유는 미국 내 주요 운송수단인 트럭과 기차의 연료다. 특히 전국 구석구석으로 물품을 나르는 트럭의 연료비 상승은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가격을 끌어올린다.

AP 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슈퍼마켓 7500곳으로 구성된 독립식료품연합은 연료비가 식료품 가격의 약 15∼30%를 차지한다고 추정했다.

최근 발표된 7월 물가지수에서 전체 식료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는데, 냉장·냉동 운송이 필수인 해산물 가격은 7.0%, 신선 과일은 4.9% 상승했다.

미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전쟁 이후 일부 판매자에게 3.5%의 연료 할증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페덱스, UPS, 연방우정청(USPS)도 일부 배송 소포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게 됐다.

 

미국 포틀랜드 주유소,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폭등하는 유가상승 영향 전방위로 확산 중

경유 가격은 운송비뿐 아니라 생산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산물을 재배·수확하는 농기계, 수산물을 포획하는 어선에 경유가 쓰이기 때문이다.

경유는 일부 지역에서 난방용이나 전력 생산에도 사용된다. 또 건설용 중장비와 버스 같은 대중교통의 연료로도 쓰여 경유 가격 상승은 다른 비용 상승으로 일파만파 확산한다.

결국 경유 가격은 장바구니 물가로 직결되고, 선거의 표심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생활비 부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의 책임론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문제는 전국에서 가정 난방에 난방유를 사용하는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메인주, 그리고 오하이오·캔자스·아이오와 같은 수확철을 앞둔 농업주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메인·오하이오·아이오와 등은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갤런당 6달러가 넘은 경유 가격은 공화당 후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경유와 함께 국제유가에 연동하는 휘발유 역시 평균 소매가격이 4.29달러까지 올랐다. 이란 전쟁 직전의 2.98달러와 비교하면 44.0% 오른 가격이다. 제프 커리 원자재 전략가는 선거일까지 휘발유 가격이 5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극도로 높다”고 말했다.

경유·휘발유 가격이 중간선거 판세에 ‘발등의 불’이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전략 비축유 방출 외에는 뚜렷한 정책 수단이 거의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중동에서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에너지 수송 병목 현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까지 겹쳐 수급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디젤 가격이 “중대한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할 있는 건 우려 뿐이라는 뜻이다.

 

미 몬태나주에서 농기계 운전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주요한 중동 원유 수송로인 홍해마저 후티 반군의 지배 아래 들어가

한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제한에 이어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까지 장악하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를 실어나를 수 있는 대체 수송로마저 위협받고 있다. 유가 급등에 기름을 붓는 일이 생긴 셈이다.

1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날 예멘의 전략적 홍해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 측 병력을 몰아냈다.

모카는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28일 이란을 공격한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을 제한하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사우디 원유의 주요 대체 수송로로 활용돼왔다.

그러나 후티가 모카를 장악하며 홍해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하면서 이 대체 항로마저 위협받게 됐다. 해상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해 홍해를 빠져나간 사우디 원유 화물은 단 2건에 그쳤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도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전쟁 전 하루 약 130척이 통과했던 호르무즈 해협의 이달 하루 평균 통항량은 19척으로 급감했다. 지난 10일에는 단 9척만 해협을 통과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지역에서 동서 파이프라인이 화재로 파손됐음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 Planet Labs / AFP=연합뉴스

미 해군이 이란 반대편인 오만 연안에 가까운 항로를 확보해 일부 원유 수송을 유지하고 있지만 선박 공격이 잇따르면서 운항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난 7~8월 오만 인근 해역에서는 최소 23척의 선박이 공격받았다.

육상 수송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홍해로 원유를 운송하는 데 이용해온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홍해와 육상 송유관까지 주요 원유 수출 경로가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수송 차질은 원유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은 지난달 최소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해양정보업체 윈드워드는 이란을 제외한 걸프 산유국의 지난달 원유 수출이 전쟁 이전의 약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이날 장중 배럴당 108달러를 넘어 전쟁 이전보다 약 50%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대체 수송로까지 잇따라 차질을 빚으면서 중동이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에너지 공급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송망 비상, 자료 : 로이터통신 등

고유가 여파에 미 소비자심리 47.8로 급락해

미 미시간대는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9월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가 47.8로 집계됐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달(51.7) 대비 7.5% 하락한 것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51.4도 밑돌았다.

이 수치가 이달 말 확정치에서도 유지될 경우,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래 두 번째로 낮은 기록이 된다.

현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현재 경제 여건 지수는 8월 51.9에서 9월 50.9로, 향후 전망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는 같은 기간 51.5에서 45.8로 떨어졌다.

 

소비심리 하락 (PG)

전월 대비 7.5% 하락하며 예상치도 하회…기대인플레 4.6%로 상승

향후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도 커졌다.

미 소비자들의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8월 4.0%에서 9월 4.6%로 상승했다. 미·이란 전쟁 발발 전인 2월의 3.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소비자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을 반영하는 5년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같은 기간 3.3%에서 3.4%로 올랐다.

트럼프가 벌인 미국-이란 전쟁이 유가를 천정부지로 앙등시켜 소비의 나라 미국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광경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건 호르무즈도, 홍해도 미국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정치지도자를 잘 못 뽑은 댓가를 미국의 유권자들이 처절하게 치르고 있는 것인데, '정치가 곧 경제'라는 명제는 변하지 않는 진리다.

 

미 아칸소주의 한 월마트 매장. AFP 연합뉴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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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이창동 베네치아 영화제 수상에 “한국 영화 빛나는 여정 응원”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9/13 10:44
  • 수정일
    2026/09/13 10: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심우삼기자

  • 수정 2026-09-13 10:37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이창동 감독의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을 축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창동 감독님의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며 “수상을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작품 ‘가능한 사랑’은 12일 저녁(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열린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은사자상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리 영화의 다양성이 더욱 넓어지고, 좋은 작품들이 세계 관객들과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창동 감독님과 모든 배우·제작진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앞으로도 한국 영화의 빛나는 여정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심우삼 기자

안녕하세요 한겨레 심우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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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은 매국적 결정...'침략국가'의 국민될 수 없다"

파병반대평화행동, 1차 시민대행진..."반드시 막아야 한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9.12 22:08
  •  
  •  수정 2026.09.13 00:07
  •  
  •  댓글 1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전국 374개 시민 사회단체와 조계종 사회불교위원회를 비롯한 종교계, 정의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을 비롯한 정당들이 망라된 '침략전쟁규탄파병반대평화행동'(파병반대행동)은 1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미국의 침략전쟁 중단과 정부의 호르무르 파병 거부'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전국 374개 시민 사회단체와 조계종 사회불교위원회를 비롯한 종교계, 정의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을 비롯한 정당들이 망라된 '침략전쟁규탄파병반대평화행동'(파병반대행동)은 1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미국의 침략전쟁 중단과 정부의 호르무르 파병 거부'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국방부 군조사단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의 미군기지와 함정 기항지를 현지조사 하는 등 파병 준비 정황으로 드러나는 가운데 '파병반대'를 외치는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조계종 사회불교위원회 등 종교계, 정의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을 비롯한 전국 374개 시민사회단체·종교계·정당들이 망라된 '침략전쟁규탄파병반대평화행동'(파병반대행동)은 1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미국의 침략전쟁 중단과 정부의 호르무르 파병 거부'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미국대사관과 청와대 앞까지 진출하는 '호르무즈 파병반대 시민대행진'을 진행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만 1천여 명이 넘는 대규모 시민 결집이 이루어졌다. 

대전(오후5시 으능정이거리)과 부산(오후5시, 서면 부전도서관 맞은편 놀이마루 앞), 울산(오후5시, 롯데백화점), 광주(후5시, 금남로 회화나무숲), 경남(오후 5시30분, 진주 경상국립대 후문 볼래로광장/오후 6시30분, 창원시청 사거리), 전북(오후5시,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동시다발로 '후르무즈 파병 절대반대' 목소리가 터졌다. 강원도에서는 13일 오후 4시 춘천 명동거리에서 집중선전전이 벌어진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침략범죄"이며, "우리 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유지에 기여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파병 절대 불가'를 강하게 외쳤다.

서울 시민대행진에서는 '파병하면 탄핵이다'라는 피켓도 등장했다.

'호르무즈 파병반대 시민대행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호르무즈 파병반대 시민대행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파병반대행동측은 '국회의 호르무즈 파병반대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12일 오후 비공개 전국대표자회의 직후 청와대 앞으로 자리를 옮겨 대통령의 파병거부 결단을 촉구한 뒤 일주일 후인 19일 오후 대대적인 '호르무즈 파병반대 제2차 시민대행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선우 스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국의 부당한 파병요구 단호히 거부하라 

모든 생명은 존엄하며, 그 어떤 국익과 동맹의 명분도 생명의 가치보다 앞설 수는 없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중동 정세의 안정을 바라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한미 동맹의 외교적 신뢰와 우리 선박의 안전한 통항이라는 현실적인 국익 사이에서 깊은 좌우 우명과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적 군사 행동으로 촉발된 이 분쟁은 명분 없는 침략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란 정부 역시 한국군의 파병을 직접적인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며 엄중히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러한 위협 속에서 수많은 시민 사회단체는 대한민국 헌법 제5조가 명시한 침략적 전쟁의 부인과 국제 평화 유지의 정신을 들어 파병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우리 청년들을 죽음의 바다로 내몰고 대한민국 전체를 전쟁의 당사자국으로 만들 수 없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지극히 정당하고 상식적이다.

이에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불살생 가르침에 따라 준엄하게 선언한다.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고,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의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다.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들라고 하는 강대국의 부당한 압박에 굴복하며 우리의 소중한 자녀들을 이기적인 전쟁의 도구로 희생시킬 수는 없다.

국익이라는 이름의 포장지가 생명의 무게보다 무거울 수는 없으며, 타국의 피 위에 세워지는 평화란 존재할 수 없다.

정부는 동맹의 쇠사슬에 묶여 침략전쟁의 죄를 함께 짊어지는 어리석은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당국은 당장 좌고우면을 멈추고 주권 국가로서 미국의 부당한 파병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라.

군사적 파병이 아닌 외교적 대화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중동의 평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대한민국의 품격이자 진정한 국익을 지키는 길이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선택하는 용기야말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진정한 대자대비의 실현이다. 정부는 단호하게 평화의 길을 택하라.

 

김종훈 진보당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건 결코 국익이 될 수 없다

진보당은 명분도 없고 잘못된 침략 전쟁에 파병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전당적으로 긴급 행동을 시작했다.

모든 당력을 모아서 반드시 이 잘못된 침략 전쟁을 파병하는 것을 앞장서 막아내겠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트럼프가 벌이는 이 잔혹한 침략 전쟁에 어떤 명분이 있으며, 이 전쟁에 한국이 참여해야 할 그 어떤 이유가 있나?

국익을 계산해 봐야 된다고 하는데, 국익에 도움이 되면 사람을 죽여도 되는 것인가?

미군의 폭격으로 한 초등학교의 운동장이 180명 어린 생명들의 무덤이 되었다. 그 죽음을 두고도 어떤 이익을 계산해 봐야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국가가 되는 것은 국익이 될 수 없다.

트럼프는 하나를 주면 둘을 내놓으라 하고, 둘을 주면 셋을, 셋을 주면 10개, 20개를 내놓으라는 사람이다.

그런 트럼프에게 이제 우리나라 군인들 생명까지 바쳐야 될 그 어떤 이유가 있나?

이재명 대통령께 말한다. 국민을 믿어야 한다. 내란에서 이 나라를 구해준 국민을 믿어야 한다. 계엄군의 총뿌리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고,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아 나섰던 국민들을 믿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다, 어쩔 수 없다고 아첨하는 굴욕적인 관료들, 파병을 해도 괜찮을 거라고 국민을 속이는 사람들은 트럼프한테 고개 숙여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굴종의 길로 가게한 그 배신자들이었다.

위대한 국민을 믿고 당당히 가길 바란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수호해 온 위대한 주권자인 우리가 파병을  반드시 막아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지켜내자.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 평화를 우리 스스로 지켜내자.

 

김숙영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민주권정부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시민단체 대표이기 이전에 11월 군 입대를 앞둔 청년을 둔 한 부모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왜 우리 청년들이 트럼프가 일으킨 침략 전쟁의 뒷처리를 감당해야 하나?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하면서 국민의 안전과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안전을 희생해도 된다는 말인가?

경제적 이익과 국민의 생명이 충돌한다면 정부는 당연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군입대를 앞둔 청년을 둔 부모에게 국가 이익을 위해 파병을 검토한다는 말은 결코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이 벌어지는 지역에 내 아들이 갈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다.

트럼프가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켰다. 호르무즈 파병은 국내 법으로나 국제법으로나 정당화할 수 없는 전쟁일 뿐이다. 그 전쟁의 비용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다 못해 이제는 그 전쟁에 군사적 부담까지 대한민국이 나눠야 하나?

이란은 대한민국이 어떤 식으로든 군사적 개입을 한다면 보복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우리 군 장병과 국민, 우리 선박과 기업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커지는 것 아니겠나?

우리 청년들의 생명은 경제적 이익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로서 단호하게 말한다. 국민주권 정부라면 대한민국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진정한 국익은 우리 국민이 안전하게 살아갈수 있도록 하는 것, 진정한 국가의 책임은 청년들에게 더 많은 위험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청년을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 요구한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 그리고 분명하게 선언하라.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의 침략 전쟁에 참전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대한민국 청년들을 전쟁터에 보내지 않겠다고 국민의 생명보다 앞서는 국익은 없다고...

이재명 정부가 어떤 방식이든 파병을 결정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단호하게 밝힌다.

 

청년 노동자 고건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침락자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싶지 않다

내일 모레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저는 내일 모레 예순 훈련을 받습니다. 전쟁이 터지면 언제든 사지로 내몰릴 수 있는 처지이다.

빛의 혁명을 거쳐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내란 수괴 윤석열도 감히 하지 못한 해외 파병을 추진한다는 사실에 깊은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

그때 우리가 꿈꿨던 '다시 만날 세계'는 전쟁걱정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나라 아니었나? 그 염원을 떠안고 탄생한 정부가 어떻게 우리 청년들을 불구덩이로 내던질 수가 있나?

호르무즈 파병은 단순히 이란과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란에서의 확전은 중동을 넘어 세계의 화약고인 이곳 동북아까지 연쇄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힘없고 죄없는 청년들이 그 값을 가장 혹독하게 치를 것이다.

한 사람의 청년으로서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우리가 앞으로 수십년을 살아갈 이 나라가 전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침략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지 않도록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결국은 주권자 국민이 이긴다. 내란에 맞섰던 우리가 평화로운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함께 투쟁하자.

 

유은비 한국 YWCA연합회 활동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힘으로 굴복시켜 얻는 거짓 평화에 동원되기를 거부한다.

협상 중이던 이란을 향해 먼저 미사일을 퍼부은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었다. 아무 정당한 명분도 없이 한 나라의 주권을 짓밟고 시작한 명백한 침략 전쟁이다.

지금 우리 정부는 바로 그 침략 전쟁에 우리 군대를 보낼 것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한 헌법의 엄중한 약속을 정면으로 저버리는 행위이다.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정당하지 않은 침략전쟁에 부역하는 오명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침략의 아픔을 겪어본 나라이다. 우리의 땅과 삶이 짓밟혔던 그 역사를 기억한다면 지금 마땅히 침략을 당한 이들의 편에 서야 하는 것 아니겠나?

그런 우리가 강대국이 압박한다고 고개를 숙인다면 어떻게 정의를 말하고 평화를 말할 수 있겠나?

미국이 말하는 평화는 힘센 자가 강요하는 침묵일 뿐이고, 호르무즈는 손에 쥐고 통제해야 할 길목일 뿐이다.

우리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굴복시켜 얻는 거짓 평화에 동원되기를 거부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당장 호르무즈 파병을 비롯해 모든 군사적 기여에 관한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미국의 부당한 파병 압박을 단호하게 거부하라.

국회는 파병에 대한 헌법상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하고, 정식 절차를 우회하는 어떤 군사적 개입에도 반대하라.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향한 불법적인 침략과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

 

양경규 정의당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비전투요원 꼼수쓸 생각말라...전쟁에 협력하는 것 자체가 전투 참여

왜 대한민국은 파병을 해서는 안 되는가? 명분 없는 전쟁이어서 파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어떤 전쟁도 명분있는 전쟁은 없다. 전쟁은 모든 세계 시민을 굶주림과 빈곤으로, 절망적인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며,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시달리게 만들고 또 다른 전쟁을 만들면서 세계를 전쟁터로 만든다. 우리는 전쟁 자체를 반대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분명히 들어야 한다. 이 전쟁은 세계 시민이 모두 인정하고 우리 국민 모두가 우려하는 침략 전쟁이다.

이재명 대통령 침략전쟁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되지 않도록 강력히 촉구한다.

두 번째,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나라의 총뿌리를 돌리는 국가의 이익을 우리는 거부한다.
우리 국민 누구도 나의 행복을 위해서 세계 시민의 불행을, 세계 시민의 죽음과 이란 국민의 죽음을 원치 않는다.

우리에게 진정한 국익이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다. 지금 정부가 말하는 국익은 대한민국의 이익이 아니고 미국의 위기를 말하는 것 아닌가?

다음으로 기후위기와 이주민, 난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세계를 뒤엎는 현실에서 최소한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고민하던 세계의 질서는 힘의 논리에 의해 퇴행하고 있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전쟁은 역사를 퇴행시키고 있다. 이 야만의 역사에 결코 동참해서는 안된다, 

끝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비전투요원, 기술요원 등의 핑계를 대면서 파병의 정당성을 주장하지 않길 바란다.

전투지역에 비전투요원은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이 전쟁에 협력하는 것 자체가 바로 전투에 참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꼼수로 국민을 우롱하지 않길 바란다.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마치면서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파병을 찬성하는 자는 매국노"라며, "지난 8일 김민석 민주당대표가 '미국 입장이 뭔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집권여당이 그러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또 "다음 주에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그 다음 국무회의를 거쳐서 파병을 찬성하는 자들은 국회에 동의 절차를 넘길 것"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압력에 굴할 것인지, 아니면 이땅의 평화와 국익을 지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킬 것인지 두 갈래길에서 둘 다 만족시킬 수있는 선택은 없다"고 하면서 이재명 정부와 집권 여당의 '파병반대' 결단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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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돌팔매질…용혜인, 왜 표적이 되는가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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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6.09.12 08:00

  • 수정 2026.09.12 08:04

  • 댓글 2

대부분 근거없는 가짜뉴스와 억까, 인신공격

족벌언론과 보수세력이 주도하는 악의적 공세

확인도 없이 받아쓰는 기사들과 들끓는 여론

타당한 비판·지적은 꼴사나운 돌우박 그친 뒤

사퇴시킨 뒤에 진짜 노리는 것은 성평등 후퇴

'기생충'이라 욕하는 국민의힘의 기막힌 위선

용혜인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 논란에 대해서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 쏟아지는 근거 없는 아니면 말고 식 가짜 뉴스, 집단 린치적인 '억까', 조롱과 혐오성 인신공격에 반대한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주류 언론, 반페미니즘 집단과 세력에 의해 물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에게 돌 하나를 더 던지면서 '이것은 저들과 다른 정당한 비판'이라고 정신승리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용혜인 후보자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과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쏟아지는 돌무더기에 그러한 비판과 지적이 구분되기 어렵게 섞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런 장면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기본소득당과 용혜인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지적은 이 모든 꼴사나운 돌우박이 어느 정도 그치고 나서 차분히 제대로 할 일로 보인다.

특히 진보·좌파 진영에서 기본소득당과 경쟁 관계에 있던 이들은 더욱 그런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달리기 시합을 하다가도 상대가 돌에 걸려 넘어지면 잠시 기다려주는 법이다. 그것은 진보·좌파 운동 안에서 서로 정치적 입장과 노선이 다른 이들이 항상 서로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갈라진 틈을 이용하는 이간질과 공격이 거듭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쿠데타 실패와 이재명 정부 집권 1년이 훌쩍 지나면서 의제(아젠다)와 프레임 설정 능력을 상당 부분 회복하고 있는 족벌 언론과 보수 우파 정치 세력의 연합 공세이다. 그 힘은 역시나 진보·개혁 언론, 지식인, 평론가, 민주당 일부까지 올라타도록 만들고, 그렇게 다져진 구도 속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들리기도 어렵게 되어 있다. 이번에도 프레임 형성의 밑돌이 된 것은 온갖 허위 사실과 가짜 뉴스들이다.

'용혜인 후보자는 단 1건의 성평등 관련 법안도 발의하지 않았다 / 기본소득당은 유령 시·도당으로 보조금을 횡령했다 / 측근 인사들에게 일감을 몰아줘서 특혜를 제공했다 / 용혜인은 중국인에게 집을 팔아서 2천만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 남편을 당의 간부로 셀프 임명해 월급으로 몇 억을 몰아줬다 / 재산이 4억 원이나 증가했다 / 당비 납부를 악용해 꼼수 절세를 했다 / 지방선거 출마자에게 공천 헌금을 받고 밀실 공천을 했다 / 정부 지원금을 부당 수령했다 / 부부가 사적으로 운영하는 가족소득당이다 / 국고보조금에 의존하는 기생충 정당이다…'

이러한 비난과 의혹 제기의 대부분은 조금만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당사자에게 확인해 봐도 금방 과장이나 왜곡으로 만들어낸 허위가 드러날 내용들이다. 또 지금의 정치 현실과 기본소득당의 상황, 선거와 정당 관련 법과 제도 등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 허점과 모순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과 정치 세력, 평론가들은 게으르거나 악의를 가지고 일단 지르고 있고, 대부분 언론은 확인하거나 검증하지 않고 일단 받아쓰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낱낱이 해명하고 있지만, 언론과 방송에는 "용혜인, 오늘도 출근길 침묵", "묵묵부답"이라고 나온다. 대변인들이 나서서 해명하면 내용은 간데없고 '팔에 장미 문신을 했다'는 가십거리만 남고, 보다 못한 용혜인 후보자가 직접 기자회견을 해도 그 내용을 충실히 제대로 전달해 주는 곳은 거의 없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지금 제기되는 의혹과 문제들을 '진영을 넘어서 대부분 평론가와 언론이 다 말하니 사실이겠지' 하고 받아들인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9.11 연합뉴스

지금 쏟아지는 의혹과 보도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누가 봐도 용혜인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은 탐욕스럽고 위선적이고 파렴치한 괴물들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전 국민적 비난과 조롱의 난장판이 펼쳐지고, 용혜인 후보자에 대한 혐오감은 극에 달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하면 그 결과가 좋을 리가 없다. '혐오를 조장하는 극우가 문제'라고 비판하며 연재하는 글까지 쓰던 어떤 지식인도 "필요한 건 논평이 아니라 타액"이라고 거들고 나선다.

언론 기사와 유튜브 방송 댓글 창과 SNS에서는 당사자를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인신공격들이 경쟁적으로 펼쳐진다. 이런 집단 린치 속에서 용혜인 후보자를 사퇴시켜서 국민의힘과 보수적 주류 언론들이 이루려고 하는 것과 우리에게 남을 것은 '위성정당에 대한 정당한 심판'이 아니다. '어떤 흠결도 없는 더 철저한 페미니스트 장관'도 아니다.

그 정반대가 진실이다. 지금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 우파적 시민단체들은 '이러니 비례대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용혜인 후보자가 오랜 정치 활동 속에서 추진해 온 생활동반자법, 차별금지법, 동성혼 허용, 비동의 간음죄, 성소수자 차별을 막기 위한 군형법 개정 등을 문제 삼고 있다.

결국 용혜인 후보자는 이번 개각에서 가장 문제와 흠결이 많은 사람이기에 표적이 된 것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왼쪽도 챙기겠다'고 하면서 민주당 바깥의 소수 진보정당 출신 페미니스트를 지명한 것이 출발점이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페미니스트보다 차라리 종북이 낫다'는 비난이 신호탄처럼 올라오면서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이준석 의원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복어 독을 들이키는데 나라는 다시 한 번 진통에 휘말릴 것이라며 꼴페미들을 겨우 정리했더니 그걸 왜 또 건드리냐. 차라리 종북을 하라는 입장을 냈다. 2026.09.01. 이준석 페이스북 갈무리

기본소득당은 워낙 작고 사회적으로 기반이 취약하고 고립된 소수정당이니, 민주당이 나서서 방어해 줄 가능성도 적고, 강약약강의 언론들이 부담없이 더 쉽게 물어뜯을 것이며, 진보·좌파 운동 내에서도 오랜 갈등과 분열이 낳은 상처 때문에 손잡아 줄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도 모르지 않았거나 계산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인사와 개각 때마다 대기업이나 김앤장, 오랜 고위 관료 출신이면서 보수적 관점을 가진 후보자들은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는 그 정반대의 이유들 때문이다. 그런 후보들은 정치권과 언론에 더 많은 인맥과 친구들이 있다. 이들을 '파묘'하면 더 많은 진짜 결함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은 정부에 들어가서 위와 오른쪽의 압력을 전달하며 기득권의 이해를 대변하고 개혁을 가로막는 브레이크가 될 것을 기대받는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공정 과세가 후퇴하거나, 메가 프로젝트에서 재벌들의 요구가 반영되거나, 호르무즈 파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이런 인사들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성평등과 사회정의를 위해 우리가 더 집중해야 할 것은 진보적 사회운동이나 소수 진보정당 출신의 인물들보다는 이런 인물과 세력에 대한 검증과 비판이다.

물론 진보적 사회운동이나 소수 진보정당 출신이라고 해서 비판과 검증에서 면제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은 철저히 사실과 근거를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언더조직' 문제에서 용혜인 후보자가 실질적 책임자이거나 심각한 문제에 연루되어 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언더조직의 실재와 조직적 행태'에 대한 가장 철저하고 종합적인 내용을 조사한 노동당의 2018년 진상조사 보고서에서도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유튜브 방송 화면 갈무리 - 국민의힘 원하는 것은 성평등의 후퇴이다.

따라서 사실을 확인해 가며, 용혜인 후보자가 과연 제기되는 과거의 문제를 성찰하고 있는지, 이재명 정부를 압박해 차별금지법과 생활동반자법 등을 만들어 낼 의지가 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사실 막대한 돈과 권력을 가진 비공식적 실세들이 정권이나 정당을 뒤에서 주무르는 모습은 바로 이 나라의 기득권 체제와 역사에서 거듭 목격되던 모습이다. 온갖 성차별과 반인권적 편견을 가진 채, 아직도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기득권 세력이다.

그런 기득권 체제와 세력에 맞서 싸우겠다면서 만들어진 급진적 좌파 단체가 그런 잘못된 관행과 편견을 어떤 식으로든 작게라도 재생산하고 있었던 것이 '언더조직'의 진정한 문제였다. 따라서 그런 구조와 질서를 유지해 오던 세력들이 "지금같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 충격적이다"라면서 호들갑을 떨며 '언더조직'을 비난하는 것은 씁쓸한 면이 있다.

그리고 지난 열흘간 억지로 참고 지켜 봤지만 비위가 상해서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점이 또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들이 용혜인 후보자에게 '위성정당과 국고보조금'이 어쩌고 하면서 비난하는 장면들이다. 민주당과 소수정당들의 연동형 비례대표 합의를 깨고 위성정당을 먼저 만든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고 보수 언론들은 그것을 정당화해 왔다.

그리고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은 소수정당에게 그나마 일부라도 기회를 주겠다고 만든 '비례연합' 정당의 성격이 하나도 없는 '순도 100% 가짜정당이고 위성정당'이었다. 국민의힘과 그 주변 인사들이 모두 후보가 되었고 선거 이후에 독자적 활동을 하거나 목소리를 낸 적도 없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거나 견제한 적도 없고 그럴 의지도 보인 적이 없다.

당선자들은 선거 이후 모조리 국민의힘에 다시 흡수되면서 입당했고 당시 당선되었던 김민전, 인요한, 김장겸 의원 등은 윤석열의 12·3 쿠데타를 앞장서 지지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두 번의 위성정당 창당과 흡수 과정에서 국고보조금과 선거보조금만 110억 원 가까이 챙겼다. 기본소득당이 아직 받지도 못한 국고보조금의 열 배가 넘는 돈이다.

그래 놓고 지금 국민의힘은 용혜인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에 대해서 "기생충"이라고 욕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 비례대표 선거 제도의 취지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서 하는 모든 비판과 주장, 그것을 모른 척하면서 받아쓰는 언론의 모든 기사들에 대해서 나는 '모두 역겹고 새빨간 거짓'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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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특위 강제 해체 사건 진실 규명, 공화국 민주주의적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하는 토대”

기자회견 “반민특위 강제 해체 사건의 진실 규명을 촉구한다!”

구광숙 | 기사입력 2026/09/10 [16:54]

9월 9일(수) 오후 1시 30분에 ‘반민특위기념사업회’,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국민주권사회대개혁전국시국회의’ 공동주최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앞에서 <반민특위 강제 해체 사건의 진실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후 “1949년 6월 반민특위 습격과 뒤이은 강제 해체의 핵심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며 진실규명 신청서를 진화위에 제출했다.

 

같은 날 기자회견 전 오후 1시에 반민특위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정륙(91) 외 7명이 함께 진화위 송상교 위원장과 면담을 했다.

 

▲ 2026.9.9.(수) 반민특위 강제 해체 사건의 진실 규명을 촉구한다! 기자회견 ©직접민주주의뉴스 기자 구광숙

 

기자회견문에서 “1949년 6월, 반민특위 습격, 국회 프락치 사건, 백범 김구 암살, 소위 ‘6월 공세’는 서로 무관한 우연적 사건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체성이 ‘민족’에서 ‘반공’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권력 지형 재편을 위해 기획된 일련의 폭거, 최초의 친위쿠데타 사건”이라고 밝혔다.

 

반민특위 강제 해체 사건은 꼭 진실 규명돼야

 

장영달 전국시국회의 공동대표는 “군인들이 총칼을 들고 이 거리를 헤매면서 대한민국을 농락할 뻔했던 12.3 윤석열 정권의 내란은 이승만의 반민특위 해체로부터 지금까지 연결돼 있는 일이다. 오늘날 이승만 국부론을 외치면서 이승만을 복원하자는, 그리고 이승만과 똑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는 윤석열을 다시 복귀시키자는 반역사적인 세력들이 언제 되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이 반민특위 해체 역사를 반드시 파헤치고, 반민특위 해체 세력들을 반드시 규명해서 국민 앞에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80년이 아니라 800년이 지나더라도 반민특위 습격과 강제 해체를 한 이승만 정권의 반민족적 죄악들을 뿌리부터 뽑아내야 한다. 이것이 여러분과 제가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는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시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김갑수 추모연대 부의장은 “반민특위 해체 사건은 국회의 정치적 균형을 무너뜨리고 친일파 청산 운동을 약화시키는 한편, 국가보안법 중심의 통치 체제가 강화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라고 하면서 “국회 프락치 사건의 당사자인 고 김옥주, 고 김병희 의원에 대해 2025년 4월 15일 중대한 인권 침해로 판단하고 진실규명 됐다. 반민특위 해체 사건도 국회 프락치 사건처럼 3기 진화위에서 꼭 진실 규명돼야 한다. 그래야 해방 이후 지금까지 눌려 있던 제대로 된 국가 정신인 민족 정의가 되살아 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민특위 해체의 진실 규명은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정해랑 전국시국회의 공동대표는 한강 작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데, 반대로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고 도와야만 한다. 과거를 돕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원통하고 억울한 죽음, 사연들을 명명백백한 진실로 복원해 내서 그분들의 뜻이 무엇이었는지를 만천하에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실 규명은 공화국의 민주주의적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하는 토대

 

기자회견문에서 “진실 규명은 특정 인물이나 세력을 단죄하기 위한 정치 보복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원적 상처를 치유하고 미완의 정의를 완수하기 위한 책무의 수행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출발점에서 발생한 원초적 헌정 파괴의 진상을 확인함으로써 공화국의 민주주의적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 반민특위 강제 해체 사건의 진실 규명을 촉구하며

 

지난 2025년 4월 15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국회 프락치 사건의 국가 불법 고문과 인권침해를 인정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것은 1949년 잔혹극의 어두운 단면을 복원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러나 헌정사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국회 프락치 사건 규명이라는 성과는 당대 잔혹극의 핵심이자 공화국 헌정 질서 파괴의 정점이었던 ‘반민특위 습격과 강제 해체’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949년 6월, 대한민국을 뒤흔든 반민특위 습격, 국회 프락치 사건, 백범 김구 암살, 소위 ‘6월 공세’는 서로 무관한 우연적 사건들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이 ‘민족’에서 ‘반공’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권력 지형 재편을 위해 기획된 일련의 폭거였다. 특히 반민특위 습격은 대한민국의 규율 권력이 헌법 기구의 정당한 활동을 물리적 폭력으로 파괴한 최초의 친위쿠데타적 사건으로, 우리 헌정사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그동안 반민특위 해체는 주로 ‘친일 청산의 좌절’이라는 결과론적 관점에서 다루어졌다. 그러나 본질은 입법부가 행정부의 초법적 폭력 앞에 무력화됨으로써 한국 정치사가 대화와 타협 대신 ‘배제와 숙청’이라는 권위주의적 경로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단편적 접근을 넘어, 국가권력이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에서 어떠한 통치 기술로 법치를 무력화하고 예외상태를 도출하려 했는지 구조적 시원을 총체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 성찰의 최전선은 공권력에 의한 헌법 기구 파괴의 상징인 반민특위 습격 사건의 전모를 완벽히 드러내는 일이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1949년 6월 반민특위 습격과 뒤이은 강제 해체의 진실 규명을 진실화해위원회에 요청한다. 사건의 개괄적 윤곽은 밝혀졌으나, 핵심 사실관계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누가 습격을 기획했는지, 이승만 대통령의 관여와 지시 수준은 어떠했는지, 강탈당한 수사 기록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반민특위 해체, 국회프락치사건, 김구 암살로 이어지는 ’6월 공세‘ 사건의 연관성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 그리고 당시 미국 정부와 군사·정보기관은 이 사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또한 밝혀야 한다.

 

흩어진 증언과 강탈당한 자료를 찾아 진실을 복원하는 작업은 공식 조사 권한을 갖춘 진실화해위원회만이 가능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진실화해위원회는 반민특위 해체를 국회 프락치 사건, 백범 김구 암살 등과 연동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개별적·분절적 접근으로는 국가권력이 민주주의의 토대를 파괴하려 했던 전체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 진실 규명은 특정 인물이나 세력을 단죄하기 위한 정치 보복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원적 상처를 치유하고 미완의 정의를 완수하기 위한 책무의 수행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출발점에서 발생한 원초적 헌정 파괴의 진상을 확인함으로써 공화국의 민주주의적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상규명은 과거 권력이 행사한 초법적 폭력을 민주공화국의 이름으로 부인함으로써, 어떠한 권력도 헌법 기구를 무력화하는 권위주의적 문법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시대적 서약의 토대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단 한 번의 헌법 제정이나 제도 구축으로 영구히 완성되는 체제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오류를 성찰하고 국가권력의 남용을 반복적으로 교정하며 헌정질서의 가치와 원칙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노력을 요구한다. 지난 12·3 내란 시도를 현장에서 저지하며 민주주의를 사수한 대한민국 국민은 이제 77년 동안 미완으로 방치되어 온 그 최초의 정의를 복원하고 완성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반민특위 강제해체 진실규명으로 역사정의 복원하자!

⭘정부는 강탈한 반민특위 자료를 즉각 공개하라!

⭘반민특위 강제 해체에 대하여 대통령과 행안부장관, 경찰청장은 즉각 사과하라!]

 

 

2026년 9월 9일

 

반민특위기념사업회,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국민주권사회대개혁전국시국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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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반대 민심은 확고”…트럼프 규탄 2일 차 촛불문화제 열려

이영석 기자 | 기사입력 2026/09/11 [22:30]

 

‘파병강요 국제깡패 트럼프 규탄 촛불문화제’가 11일 저녁 7시 30분 주한 미 대사관 인근 KT광화문빌딩 앞에서 열렸다.

 

© 이영석 기자

 

‘파병강요 국제깡패 트럼프 규탄 시민학생 농성단’(시민학생 농성단)이 주최한 이날 촛불문화제는 전날에 이어 2일 차를 맞았다.

 

사회를 맡은 김한봄 청년촛불행동 대표는 호르무즈 파병을 강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파병을 찬성하며 정부를 공격하는 국힘당에 대한 국민의 온라인 댓글을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엥? 나토도 안 움직이는데?? 우리가 왜 가야 함??”

“파병하면 전쟁 나는데 우린 어떡함? 진짜 동맹이면 우리를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님?”

“지가 똥 싸질러놓고 누구보고 치우래? 니네가 치워라!”

“성조기를 흔들며 트럼프, 윤 어게인 외치는 성조기 부대를 파병하는 게 좋을 듯”

“동맹은 침략당했을 때 도와주는 거지, 침략할 때 도와주는 게 아니다. 정부는 저런 거에 쫄지 마라. 국민이 있다.”

“친미세력은 더 이상 이간질하지 마라. 파병 반대는 국민의 명령이다!”

 

그러면서 “정말 속 시원하지 않은가? 정말 촌철살인의 댓글들 아닌가?”라며 “파병 반대 민심은 확고하다. 미국은 좋은 말로 할 때 주권자 국민 앞에 무릎을 꿇”으라고 경고했다.

 

▲ 김한봄 대표. © 이영석 기자

 

사회자의 구호 선창으로 약 50명의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며 촛불문화제를 시작했다.

 

“파병 강요 국제 깡패 트럼프를 규탄한다!”

“침략전쟁 파병 강요 미국을 규탄한다!”

 

한명학 인천촛불행동 대표는 “트럼프는 11월 1일이라는 시한까지 정해 파병을 압박했다. 이것이 대등한 동맹 간의 요청인가?”라며 “이것은 상전이 하인에게 내리는 명령이다. 자기 나라 중간선거에 써먹을 전리품을 내놓으라는 강탈”이라고 미국을 규탄했다.

 

이어 “청와대의 누군가는 밀실에서 트럼프의 요구에 답할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국민에게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 뒤로는 트럼프의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주권국가에서 미국 눈치를 살피는 하수인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제기했다.

 

김동완 도봉촛불행동 사무국장은 “일각에서 한미동맹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와 한반도 안보 문제 때문에 파병해야 한다고 한다”라며 “동맹국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총알받이로 쓰는 게 동맹인가? 명분 없는 불법 침략을 함께 하는 게 동맹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똘똘 뭉쳐 맞선다면 부당한 파병 압력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 김동완 사무국장. © 이영석 기자

 

이상윤 부천촛불행동 회원은 이란전쟁을 두고 “미국 내 법에 따른 전쟁도 아니고 트럼프의 군사행동”이라며 “일개 트럼프의 군사행동에 호구처럼 따라가 파병이라니 말이나 되는가?”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일제강점기도 극복하고, 군사독재도 끌어내리고, 독재 대통령도 두 번이나 탄핵한 민족 아닌가?”라며 “힘차게 싸워 국제 깡패 트럼프의 파병 강요를 꼭 막아내자”라고 당부했다.

 

시민학생 농성단 대학생 농성단장인 박근하 대진연 대표는 “미국만큼이나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 매국노들이 있다. 파병해야 한다며 찬성하고 있는 국힘당”이라며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정당인지, 아니면 트럼프 앞잡이 부대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안보나 국민의 생명보다 오로지 미국이 중요한 친미사대 정당 국힘당을 해산하는 것이 우리 주권을 지키는 길”이라며 “미국의 침략전쟁에 우리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안전을 모두 다 갖다 바치려는 국힘당 일당들에게서 국회의원 배지를 모조리 뺏어와 정계에서 퇴출시키고, 정당 자체를 깨끗하게 해산시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자는 다음 주 평일에도 매일 저녁 7시 30분 같은 자리에서 ‘파병강요 국제깡패 트럼프 규탄 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내일(12일) 오후 5시 미 대사관 인근 광화문역 3번 출구에서 208차 촛불대행진이 열린다고 알리며 촛불문화제를 마쳤다.

 

▲ 한명학 대표. © 이영석 기자

 

▲ 이상윤 회원. © 이영석 기자

 

▲ 박근하 대표. © 이영석 기자

 

▲ 최수진 청년촛불행동 회원과 대진연 회원들이 전체 참가자들과 함께 노래 「벗들이 있기에」에 맞춰 율동을 했다. © 이영석 기자

 

▲ 율동을 따라하는 참가자들. © 이영석 기자

 

▲ 가수 이광석 씨가 「다시 광화문에서」, 「전쟁을 걷어치워」, 「촛불로 몰아쳐」를 불렀다. © 이영석 기자

 

©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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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호르무즈 파병’ 반대 55% vs 찬성 32%

‘전쟁 치르는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 67% [한국갤럽]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9.11 13:23
  •  
  •  수정 2026.09.11 20:02
  •  
[자료 갈무리-한국갤럽]
[자료 갈무리-한국갤럽]

이란을 상대로 6개월 넘게 전쟁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군 파병을 압박하는 가운데, 국민 과반수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8~10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 대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군 병력과 자산을 보내야 하는지 물은 결과 ‘파병하지 말아야 한다’ 55%, ‘파병해야 한다’ 32%로 파악됐다. 13%는 의견을 유보했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과 모든 연령대에서 ‘파병 반대’가 과반을 넘거나 육박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파병 찬성 50%, 반대 36%로 나타났다.

‘전쟁을 치르는 양 진영 중 어디를 지지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 67%, ‘미국·이스라엘 연합 지지’ 25%, ‘이란 지지’ 5%로 나타났다. 4%는 의견을 유보했다. 미국·이스라엘 연합 지지는 국민의힘 지지층(50%), 성향 보수층(44%) 등에서 두드러졌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청했을 때도 파견 30%, 반대 55%였다. 한국 민간 선박 나무호가 피격된 5월에는 ‘군함 파견해 미국 군사적 지원’ 16%, ‘한국 선박 호위 전제 군함 파견’ 48%, ‘군함 파견 반대’ 24%로 조사됐다.

과거에도 해외 파병(파견) 임무와 범위에 따른 차이가 있었다. 2024년 10월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해서는 ‘비군사적 지원만’ 66%, ‘군사적 지원해야 한다’ 13%,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 16%였다. 

[한국갤럽]은 “더 오래전 한국인의 해외 전투병 파견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며 “예컨대 2003년 3월 이라크전 당시 미국의 전투병 파견 요청에는 76%가 반대(vs찬성 16%), 그해 9월 이라크 치안 유지 목적 전투병 파견 요청에도 55%가 반대(vs찬성 37%)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38%가 긍정 평가했고 51%는 부정 평가했다.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한국갤럽]은 “이번 주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추가 하락해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고, 부정률은 더 상승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에 대해 ‘장관으로 적합하다’ 22%, ‘적합하지 않다’ 43%, 의견 유보 36%였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에 대해서는 적합 13%, 부적합 61%, 의견 유보 26%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대부분 응답자 특성에서 두 후보 모두 부적합하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여권 지지층에서는 양자 평가가 달랐다”면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381명)의 적합:부적합 비율은 김승원 42%:22%, 용혜인 26%:51%로 상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의거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3.1%p(95% 신뢰수준), 응답률은 9.4%(총통화 10,622명 중 1,000명 응답 완료). 더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파병 반대’ 여론과 관련,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1일 오후 “호르무즈 해협 자유 항행의 조속한 회복과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 방안에 대해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 중”이나 “구체적인 기여 방안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며 “이게 저희 공식적인 입장이고, 여기서 사실 한 번도 바뀐 적은 없다”고 대답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 관련 내부 정보 유출 관련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감찰에 들어갔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군사나 외교·안보와 관련된 정보는 고도의 보안 사항”이고 “청와대는 관련 법령에 의거해서 비공개된, 공개가 결정되지 않은 군사·외교·안보 관련한 정보의 유출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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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린 히말라야 빙하와 '1.5도 목표'의 좌절…대응방안은?

[초록發光] 네팔의 복합재난 스펙터클과 글로벌 정의 프로젝트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6.09.11. 09:24:46

지난 8월 26일, 네팔과 중국(티베트)의 히말라야 국경 지대 보테코시 강 유역에서 빙하와 암석이 붕괴해 대형 산사태와 토석류 홍수가 발생했다. 많은 마을이 사라졌고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낳았으며, 악조건에서도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기후위기 대응을 상징하는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온 시점에 말이다. 우리는 산악 쓰나미라는 또 하나의 복합재난을 경험하고 있다. 올해 충청남도가 꾸린 '기후살인 방지 특별 TF'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후살인'에 해당한다. 더 일반적인 용어로는 에코사이드(ecocide, 생태 학살)가 있다.

네팔, 수력 강국의 꿈과 회복탄력적 재건

기후위기로 인한 빙하 감소와 빙하호 확장, 영구동토층 퇴화, 사면 불안정, 강우 패턴 변화, 그리고 홍수, 산사태, 토석류의 위험은 수백만 명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네팔, 부탄, 티베트, 파키스탄, 인도 등을 포함하는 힌두쿠시-히말라야 산맥은 주요 위험 지역, 즉 글로벌 핫스팟으로 불린다. 2020년대 들어 빙하호 붕괴 홍수로 인해 수력발전 등 사회기반 시설에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네팔에서는 2021년 이후 몬순이 찾아올 때마다 홍수와 산사태로 수력발전 인프라가 피해를 입었다. 상상을 벗어난 치명적인 대참사를 보여주는 사전 징후들이었다.

이번 대홍수는 수도 카트만두에서 약 70㎞ 떨어진 트리슐리 강에 건설 중인 216MW급 어퍼트리슐리-1(Upper Trishuli-1) 수력발전소도 덮쳤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금융기관의 민관협력(Public Private Partnership) 방식으로 추진되고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에 참여한 공사 현장이다. 한국인 실종 노동자 9명을 포함한 구조 활동을 위해 한국 정부도 긴급구호대를 파견했다.

세계 곳곳에서 복합재난 스펙터클이 루틴이 되는 현실에서 수색·구호와 함께 복구·재건 이슈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빙하 붕괴와 수력발전이라는 서로 다른 자연의 변형이 만나는 관계에 대한 검토도 중요하다.

네팔은 국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오랫동안 전력을 수입해 왔고 2018년 무렵 대부분의 지역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급속한 수력발전 건설 덕분에 2024년부터 수량이 풍부한 여름에는 잉여 전력을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수출하기 시작했다(총 발전용량 3900MW). 하지만 이번 대홍수 피해로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수력발전과 송배전 인프라가 상당 부분 파손됐다(총 발전용량의 10%). 정치 불안 속에서도 수력 강국을 꿈꾸며 발전용량을 2030년 1만 4300MW, 2035년 2만 8500MW까지 확대할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런데 네팔은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국가에 속한다. 기후위기에 책임 수준이 매우 낮은 나라에서 탄소 불평등과 기후 부정의가 복합재난의 생생한 사건으로 전개되고 있다. 네팔 정부가 유엔 손실·패해대응기금(Fund for Responding to Loss and Damage)을 요청한 것은 정당하다. 기후위기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과 빈국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 등 국제사회가 마련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금 조성은 미흡하고 자금 배분은 미진하다.

글로벌 기후위기 전문 미디어 및 데이터 플랫폼 역할을 하는 클라이밋 와치(The Climate Watch)가 전하는 네팔 현장의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팔은 이 재난을 혼자서 감당해서도 안 되고, 감당할 수도 없다. 참사 이후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히 소실된 메가와트(MW)를 얼마나 빨리 복구할 것인가가 아니다. 재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경제적 위험을 과연 누가 부담할 것인가이다. 이제는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가 몇 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네팔은 이제 자신의 인프라가 산악 지대의 가혹한 재해를 견뎌낼 수 있는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재난 이후 지역 사회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그 막대한 비용을 과연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함께 물어야만 한다(The Climate Watch, Nepal's hydropower boom faces rising climate risks after deadly floods, 2026.9.6. 요약 정리).

(관련자료 바로가기 : https://theclimatewatch.com/locals-watching-remains-of-mailung-khola-hydropower-project-in-rasuwa-photo-manish-aryal/)

복합재난 스펙터클의 현장을 고려하면 복구·재건을 전망하는 건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산악 주변국 대부분은 기후위기로 인해 예측 불가능성이 커진 그 강에서 수력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당장 해당 수자원을 포기할 수 없겠지만, 수력발전의 자금 조달, 건설 및 운영 방식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수로식 수력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등의 발전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안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기후위기의 가속화오버슈트와 티핑포인트

앞으로 파괴의 속도, 빈도, 강도와 규모를 달리하는 복합재난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까. 티핑포인트 리스크에 대한 적지 않은 예측과 경고가 있지만, 기후위기의 경향성에 따라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전망은 갈수록 암울해진다.

지난 2일 유엔은 <오버슈트 억제하기: 1.5도 초과 상승 전망과 정점 후 감소 경로 탐색>(Limiting Overshoot: Navigating exceedance of 1.5°C and pathways towards return)이라는 제목의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를 통해 파리협정의 지구 온도 상승 1.5도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리고 현재 정책하에서 2.6도(1.9~3.6도 범위)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고서는 오버슈트 경로(Overshoot pathways)로 불리기도 하는 초과, 정점 후 감소 경로(Overshoot, peak and decline pathways)를 제안한다. 지구 온난화 수준(1.5°C)을 초과한 후 특정 기간이 끝나기 전(2100년 이전)에 다시 그 수준 이하로 되돌아가는 경로를 의미한다. 해당 경로에는 오버슈트의 규모와 발생 가능성이 포함되기도 한다. 오버슈트의 지속 기간은 다양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최소 수십 년 동안 지속된다.

오버슈트 경로는 다음 네 단계로 구성된다. 1) 1.5°C 초과 단계(Exceedance of 1.5°C): 지구 온난화가 1.5°C를 넘어서서 최고 정점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기간. 2) 최고 정점 도달 및 유지 단계(Plateauing stage): 지구 온난화가 1.5°C를 초과한 최고 정점(peak warming)에 도달하여 하락하기 전까지 일정 기간 그 최대치에서 유지되는 기간, 3) 감소 단계(Decline stage): 지구 기온이 최고 정점에서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는 기간, 4) 안정화 단계(Stabilization stage): 기온이 정점을 찍고 반전된 후 다시 1.5°C 이하로 되돌아와 이 수준에서 안정화되는 단계.

이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보고서에서 오버슈트 경로가 언급되기도 했으며, 기후위기 대응이 실패하고 있다는 운동적, 과학적 경고도 많았다. 그러나 1.5도 실패가 공식화한 것은 다른 차원의 충격이다. 충격은 공포를 낳기도 한다. 오버슈트 시나리오에는 티핑포인트를 돌파하여 인간과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위험과 부정적인 영향을 수반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포함한다. 또한 1.5도 경로 복귀를 위해서는 탄소제거기술(CDR)을 통해 넷 제로(Net Zero, 탄소중립)가 아니라 넷 네거티브(Net Negative, 탄소순감)가 불가피한데, 탄소제거기술을 대규모로 도입하는 것은 실행 가능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지속가능한 수렴 & 신속한 탈탄소화 시나리오

반면 유엔이나 IPCC와 차별화된 비전과 전망도 존재한다. 올해 뤼카 상셀과 토마 피케티 등이 작성한 <글로벌 정의 보고서: 지구 한계 안에서 누리는 평등과 번영을 위한 계획>(The Global Justice Report: A Plan for Equality & Prosperity Within Planetary Boundaries)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세계적 차원의 재분배, 국제 금융 및 경제 질서의 심층 개혁, 에너지시스템의 근본적 전환, 소비 패턴의 실질적 변화를 결합하여 대안적인 시나리오를 제안한다. 특히 지구의 거주 가능성과 모두의 웰빙은 다음 세 축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선 에너지시스템의 신속한 탈탄소화가 필수적이지만, 충족성(sufficiency) 원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충족성은 노동 시간과 물질적 발자국의 급격한 감축, 그리고 소비 패턴, 식습관, 토지 및 산림 이용의 거대한 변화를 동반한다. 이에 더해 국가 내부와 국가 간의 소득, 자산, 권력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고서는 탈탄소화나 충족성 실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도, 정치적 지지를 유지할 수도 없다. 이렇게 불평등 해소와 충족성 및 수렴을 분석의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주류 모델링과 차별화된다.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한 수렴 & 신속한 탈탄소화 시나리오는 1.8도, 나아가 1.5도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속가능한 수렴 & 신속한 탈탄소화 시나리오의 감축 요인. 출처 : The Global Justice Report(2026: 47)

오버슈트 경로와 글로벌 정의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관점을 취하지만, 1.5도 목표 달성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최근 국내에서도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라는 중장기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목표 범위의 하한선도 문제지만 상향선은 또 다른 문제다. 수렴·감축 및 충족성 전환 원칙을 반영한 한국판 '글로벌 정의 프로젝트'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미래 전망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 마침 전국탈핵순례(9월 1~16일)와 기후정의실천단(9월 7~11일)이 전국을 누비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6 기후정의 실천단 발대식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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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빵' '더치페이' 대신 '도리기'라고 해 보면 어떨까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토박이말 길잡이(큐레이터), 결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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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돈을 나눠 내어 함께 먹는 일을 우리말로

[오늘의 토박이말] 도리기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도리기

앞서 ‘도르리’라는 말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차례로 돌아가며 먹거리를 내는 일을 ‘도르리’라고 합니다. 한 사람이 고기를 사고, 다음 사람이 회를 사고, 또 다른 사람이 다른 먹거리를 사는 식으로 차례를 이어 가는 것이지요. 오늘은 그와 소리도 비슷하고 뜻도 아랑곳한 말 '도리기'를 만나 보려고 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 가운데 ‘n빵’, '더치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밥을 먹거나 무엇인가를 사고 난 뒤, 한 사람이 돈을 내고 사람 수대로 나누어 내는 일을 흔히 이렇게 부릅니다. 그런데 우리말에도 이 일을 나타내는 말이 있으니 바로 '도리기’입니다.

함께 돈을 내고 함께 먹는 일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도리기’를 조금씩 다르게 풀이하고 있지만 뜻은 서로 닿아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나누어 낸 돈으로 음식을 마련하여 나누어 먹는 일.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고 있습니다.

"국수 도리기를 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3박 4일의 여행에서 식사는 모두 도리기를 했다." 라는 보기로 쓰임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뜻을 알고 나면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참 자주 하는 일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도리기’라는 말을 알고 쓰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n빵’, '더치페이'라고 하던 일을 ‘도리기’라고 해 보면

동무들이 몇 사람 모여 밥을 먹었습니다. 한 사람이 셈을 하고 나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이거 n빵하자.”

참 익숙하게 들리는 말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렇게 말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 도리기 하자.”

처음 듣는 사람은 “도리기가 뭐야?” 하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이렇게 알려 주면 됩니다.

“여럿이 돈을 나누어 내서 같이 먹는 거야.”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다른 말로만 쓸 까닭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말이나 새로 생겨난 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 이미 그 일을 나타내는 좋은 말이 있다면 찾아서 써 보는 것도 우리말을 살리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흐린 날에는 ‘부침개 도리기’ 어때요?

날씨가 흐린 날에는 부침개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비라도 내리면 더 그렇습니다. 동무에게 연락해서 말합니다.

“오늘 부침개 먹을래?”

몇 사람이 모여 부침개나 떡볶이를 사고, 재미로 사다리를 타서 누가 살 것인지 정하기도 합니다. 또는 몇 사람이 얼마씩 돈을 내어 먹거리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도리기’라는 말을 써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떡볶이 도리기 했어.”

참 재미있는 말이지 않습니까? 국수를 먹었다면 국수 도리기, 묵을 먹었다면 묵 도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먹는 것에 따라 앞에 말을 붙이면 되니 쓰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도르리’와 ‘도리기’는 어떻게 다를까요?

두 말이 비슷하게 들리다 보니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두 말을 이렇게 나누어 기억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차례로 먹거리를 내면 ‘도르리’, 돈을 나누어 내어 함께 먹으면 ‘도리기’.

보기를 들어 내가 먼저 고기를 사고, 다음 사람이 회를 사고, 또 다른 사람이 다른 음식을 산다면 ‘도르리’를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여러 사람이 얼마씩 돈을 내어 함께 국수를 사 먹거나 지짐을 사 먹었다면 ‘도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별해 놓고 보면 두 말의 쓰임이 한결 또렷해집니다.

알고 나면 쓸 수 있는 우리말

‘도리기’라는 말을 처음 만나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저는 이런 말을 만날 때마다 우리가 쓰지 않는 말이 아니라, 몰라서 못 쓰는 말이 참 많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여럿이 함께 밥을 먹고 돈을 나누어 내는 일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다른 말을 쓰다 보니 정작 우리말로 그 일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토박이말을 알아가는 일은 낯선 말을 억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하고 있는 일에 어울리는 우리말을 하나씩 찾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리기’도 그렇게 한번 찾아 써 볼 만한 말입니다. 오늘 동무들과 함께 먹을 일이 있다면, “이번에는 도리기로 하자.” 하고 한번 말해 보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쓰고, 또 한 번 쓰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입에 붙을지도 모릅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도리기’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동무들과 함께 먹고 돈을 나누어 낼 때 ‘n빵’이라는 말을 쓰셨다면, 오늘부터 한 번쯤 ‘도리기’라고 말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은 떡볶이 도리기 하자.” 이렇게 말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겠습니다.

[한 줄 생각]

우리가 몰라서 쓰지 못했던 우리말을 하나씩 찾아 쓰는 일도 우리말을 살리는 작은 실천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도리기

뜻: 여러 사람이 나누어 낸 돈으로 음식을 마련하여 나누어 먹는 일.

보기: 동무들과 얼마씩 돈을 내어 떡볶이 도리기를 했습니다.

오늘 한마디: “오늘 저녁은 우리 도리기로 먹자.”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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