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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DMZ 관련법 정전협정과 상충없다...유엔사와 사전협의 절차 밟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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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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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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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첫날인 지난해 7월 25일 판문점을 찾아 남북 연락채널 복원 의사를 밝혔다. [사진 제공 - 통일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첫날인 지난해 7월 25일 판문점을 찾아 남북 연락채널 복원 의사를 밝혔다. [사진 제공 - 통일부]

통일부가 최근  비무장지대(DMZ) 관련 법안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는데 대해 "유엔군사령부와 사전협의 절차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정전협정과 전혀 상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2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며, 이러한 입장에서 국회에서 논의중인 DMZ 관련 법 제정 논의에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유엔사가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DMZ 출입 권한을 통일부로 일부 이양하려는 국회 입법안에 대해 "대한민국이 DMZ 출입 승인 권한을 갖는 것은 정전협정에 정면 충돌하는 것으로 유엔군사령관 권한을 과도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데 대한 입장 표명이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조항을 언급하며 "DMZ에서 사건이 발생해 적대 행위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을 추궁받을 사람은 한국 대통령이 아니라 유엔군사령관"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입법 추진중인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 및 지원에 관한 법률'(DMZ 특별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재강, 한정애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DMZ 관련법의 핵심을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의 DMZ 출입 승인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하도록 하는 것'으로 파악한 것.

2018년 평양공동선언을 통해서도 비무장지대의 화지대화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된 바 있으나 현행 법제가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비전과 체계적인 지원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5년마다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을 지원하는 종합계획 수립과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 △통일부 내 비무장지대평화이용위원회와 통일부장관 소속 비무장지대평화이용기획단 설치 △관계 시도지사와 협의 결정하는 비무장지대 평화이용지구 지정 △국민참여사업 개발 시행을 담고 있는 법안의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날 정동영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유엔사가 얘기한 건 유엔사의 입장인 것이고 국회가 법을 제정하는 것은 입법부의 고유 입법 권한"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DMZ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유엔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유엔사의 입장은 DMZ 관련 법안과 '평화의 길' 운영에 관한 것인데 새로운 건 아니다"라며, "통일부는 법안 제정 관련해 국회 입법권을 존중한다는 것이고 '평화의 길' 운영과 관련해서는 유엔사와 계속 관련 협의를 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정리했다.

또 책임론과 연계해 유엔사 관할권을 강조한 주장에 대해서는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유엔사가 책임진다는 개념인 것 같은데, 그건 존중하지만 만약 우리 국민이 다쳤다면 그것이 오롯이 유엔사 책임일 뿐인지는 의문"이라며 이견을 제시했다.

한편, DMZ 관련 법은 3개 법안이 발의되어 현재 외통위에 계류되어 있으며,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되지 않고 있다.

3개 법안을 하나로 취합해 논의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출입과 관련해 유엔사와의 사전협의 절차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화의 길' 운영과 관련해서는 현재 실무 수준에서 유엔사와 소통하고 있으며, 관계 기관인 문체부·행안부·경기도 등에서도 원하고 있는 만큼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유엔사와 본격 협의해 나갈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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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공 외교와 주권의 실종,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 기자명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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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1.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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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제국, 웃통 벗고 덤비는 깡패
주권 없는 선진국은 화려한 식민지다
비참함을 느끼지 못하는 비참함
애국과 매국의 갈림길

ⓒ 뉴시스
ⓒ 뉴시스

트럼프의 SNS 한 줄에 나라 전체가 대혼란에 휩싸였다. 관세 15%를 25%로 올리겠다는 경고 앞에 ‘정치’를 한다는 자들은 앞다투어 미국을 향해 엎드릴 준비를 마쳤다. 정부는 서둘러 입법을 읍소하고 여당은 ‘신속 처리’를 약속한다.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매국(賣國)의 경매장’ 같다. 누가 더 비굴하게 나라 곳간을 열어젖히느냐를 두고 벌이는 참담한 충성 경쟁을 보고 있다.

저물어가는 제국, 웃통 벗고 덤비는 깡패

우리가 마주한 미국은 더 이상 힘세고 여유 있는 패권국이 아니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 웃통까지 벗어 제치고 달려드는 무도한 깡패이자, 급격히 저물어가는 황혼의 제국이다. 깡패가 몽둥이를 휘두르는 이유는 힘이 넘쳐서가 아니라, 가진 것이 바닥나 불안하기 때문이다.

동화 속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속여 어머니의 떡과 팔다리를 뺏었듯, 미국의 관세 협박은 쇠락하는 제국의 수명을 연장하려 우리 국부를 훔쳐 가기 위한 끝없는 올가미다.

오늘 관세 협박에 겁을 먹고 요구를 들어주면, 내일은 더 가혹한 제물을 요구할 것이다. 종속된 구조에서는 평생 호랑이에게 떡을 바치며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굶주린 호랑이에게 제 살점을 떼어주며 산 고개를 넘으려는 자살행위는 결국 파멸로 치닫는 예속의 굴레다.

주권 없는 선진국은 화려한 식민지다

정부와 여당은 입만 열면 선진국 타령이다. 주식 시장 지표와 GDP 수치를 들이밀며 자찬에 열을 올린다. 묻고 싶다. 주권을 잃은 나라가 주식 좀 오른다고 선진국인가? 저물어가는 제국 통치자의 말 한마디에 국가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입법부마저 깡패의 압박에 ‘조공 법안’을 상정하는 나라를 누가 주권 국가라 부르겠는가.

미국은 무역 흑자를 줄이라며 ‘원화 가치 강제 절상(환율 하락)’을 압박하고, 정부는 이에 맞춰 환율 주권을 포기하며 국민의 지갑을 털고 있다. 여기에 3,500억 달러라는 조공 액수를 맞추려 국민의 노후 생명줄인 국민연금까지 미국 자산을 사들이는 방패막이로 내던졌다. 알맹이인 주권은 다 내주고 껍데기뿐인 지표에 매달리는 꼴은 목줄에 묶인 노예가 비단옷을 걸친 꼴이다. 참된 선진국은 부의 양이 아니라 제 나라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주성에서 결정된다.

 

비참함을 느끼지 못하는 비참함

더욱 통열한 사실은, 이 굴욕적인 현실을 마주하고도 마땅히 느껴야 할 수치심조차 마비되었다는 점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실용’이라 부르고 ‘현실론’이라 포장한다.

진정한 비극은 매를 맞는 것이 아니라, 매를 맞으면서도 그것이 아픈 줄 모르고 도리어 때리는 자의 기분을 살피는 노예 근성에 있다. 120여 년 전, 나라를 팔아넘겼던 이완용은 “대한제국은 약소국이고 일본은 강대국이므로 일본과 손을 잡는 것이 조선의 숨통을 트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정치권이 걸어가는 길은 그때 그 매국노의 길과 무엇이 다른가.

애국과 매국의 갈림길

정치권에 묻는다. 미국을 추종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면, 당신들은 더 이상 국민을 대변할 자격이 없다. 이번 관세협상 비준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주권 국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제국의 속국으로 전락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애국과 매국의 갈림길’이다.

우리 국민은 누가 이 조공 바치기에 찬성표를 던졌는지 누가 침묵했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 이제 대중이 깨어나야 한다. 굴종을 대가로 얻는 평화와 번영은 가짜다. 스스로를 존엄하게 여기지 않는 자에게 돌아올 것은 오직 끝없는 수탈과 멸시뿐임을 우리는 직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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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발견된 빛나는 돌 하나로 살해와 가난, 방화가 마을을 덮쳤다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④ 모잠비크 루비 광산 비극, 자원 추출은 어떻게 전쟁터를 만드는가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1.29. 06:38:41 최종수정 2026.01.29. 06:39:32

카부델가두엔 왜 분쟁이 발발했나? 카부델가두 현장을 오래 조사해 왔던 연구원, 주민 권리 활동가, 기자 등 9명에게 물었다. 식민주의, 부패, 민족, 종교, 빈곤 등 다양한 요인 중에서도 빠짐없이 강조된 단어가 있었다. '자원'이다. 한 연구원은 "자원이 저주가 돼 돌아왔다"며 "루비 광산을 먼저 검색해 보라"고 권했다. 가스 개발 현장과 닮은, 루비 광산에서 벌어진 갈등을 먼저 싣는다. 편집자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연재 바로가기 ☞ : 클릭)

카부델가두는 모잠비크에서 천연자원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다. 석탄, 금, 흑연, 루비, 철광석, 티타늄, 목재, 천연가스 등 다양한 자원이 몰려 있다. 동시에 가장 가난하다. 2020년 기준, 77%의 가구가 하루 40메티칼(약 960원) 이하로 생활하고, 주민 3분의 2가 하루 세 끼 식사를 다 하지 못한다. 만 5~17세 아동의 절반 이상이 학교에 다닌 적이 없고, 45%가 만성 영양실조 상태다.

루비는 카부델가두의 주요 광물 중 하나다. 특히 남부 몬테푸에즈(Montepuez)구에 광산이 몰려 있다. 루비는 1캐럿(0.2g)당 적게는 약 45만 원(300달러), 많게는 1억 4000만 원(10만 달러) 이상을 호가한다. 이런 루비 광산이 개발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주 빈곤율은 반대로 더 악화했다. 자원이 가장 풍족한 지역이지만, 그곳 주민은 계속 가난해지고 있다.

"2009년 어느 날, 이 땅에서 빛나는 돌 하나가 발견됐다. 서구 세계에서 이건 사치, 매력, 부를 의미하지만, 내 동포들에겐 그 반대다. 죽음, 가난, 살인이다."

모잠비크의 탐사보도기자 에스타치오 발로이(Estacio Valoi)의 말이다. 10년 넘게 카부델가두 내 자원 채굴 현장을 취재해 온 그는 2015년 루비 광산 영세 광부들의 억울한 죽음을 보도해 문제를 세계적으로 알렸다. 그로부터 모잠비크의 "피로 물든 루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모잠비크 몬테푸에즈 광산의 루비 원석. ⓒ젬필즈

▲카부델가두주 지도. 빨간색 점이 몬테푸에즈 지구에 있는 나만훔비르 루비 광산 위치다. ⓒ프레시안(손가영)

그 땅엔 무슨 일이 벌어졌나

2015년 어느 날, 발로이 씨는 이름 없는 무덤들 앞에 섰다. 그해 4월 몬테푸에즈 나만훔비르(Namanhumbir) 광산에서 사망한 두 명의 청년 영세 광부였다. 한 명은 고작 만 18세였다. 동료 광부들은 "정부 경찰 소속 FIR(신속개입부대)가 총을 쐈다"고 유족에게 밝혔다.

영세 광부들이 광산을 지키는 경찰, 민간 보안요원으로부터 총을 맞거나 구타당한다는 목격담은 개발 초기부터 마을에 돌았다. 발로이 씨는 다리에 총상 구멍이 남아 있는 영세 광부들, 사촌이 갱도에 파묻혀 죽어버린 '생매장' 목격자를 만났다. 압둘이란 영세 광부는 "3~4m 파 내려 간 구덩이에서 광부 셋이 함께 일하다가 나와 한 동료가 루비를 숨기러 잠시 나왔다가 돌아가는 사이, 불도저가 그 구멍을 메우는 것을 봤다"며 "2015년 8월이었다. 같이 일하던 내 사촌은 구덩이 안에 있었다"고 밝혔다.

영세 광부들은 '불법 광부'라 불린다. 2011년경 한 기업에 독점 채굴권이 부여되면서 불법화됐다. 그런데 광부들은 이 시스템이 있기 전부터 존재했다. 원석, 목재 등 자원을 캐고 파는 일은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왔고, 가난한 가구의 생존 수단이기도 했다. 2009년경 루비 광산을 처음 발견한 이도 이 지역 농부였다. 루비가 있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탄자니아, 소말리아, 콩고 등 주변 나라의 이민자들도 들어왔고 영세 광부는 많이 늘어났다. 이를 중심으로 거래상, 식당, 숙소, 운송 등의 상권도 형성됐다.

그런데 루비가 발견된 지 6개월여 후, 음위리티(Mwiriti)라는 회사가 나타나 정부로부터 이 지역 탐사권을 받았고, 2년 후엔 2036년까지 25년 간의 독점 채굴권을 부여받았다. 면적은 340㎢에 달했다. 음위리티는 자본력, 기술력을 가진 영국 회사 젬필즈(Gemfields)와 각각 지분 25%, 75%로 'Montepuez Ruby Mining(MRM)'이란 회사를 설립해 루비 채굴을 시작했다. 음위리티 이사회 의장은 모잠비크 초대 대통령의 아들이다. 회사의 전무 이사는 과거 프렐리모(현재 집권당) 게릴라 사령관의 아들이었다. 즉, 집권당 유력 인사들이 개입된 회사다.

영세 광부들은 채굴을 멈추지 않았다. MRM 측은 이들의 불법 채굴을 막기 위해 민간 보안 업체 요원을 두는 등 경비 태세를 강화했고, 경찰과 특수부대 FIR 등도 광산을 보호하면서 가혹행위와 살상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2015년 12월 알자지라가 에스타치오 발로이 기자와 함께 취재해 방영한 '모잠비크 보석 전쟁(Mozambique's Gem Wars)' 영상 중 영세 광부 사망자 무덤. ⓒ알자지라

▲2017년 7월 한 모잠비크 언론인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루비광산 영세 광부들의 고문 피해 영상 갈무리. ⓒLázaro Mabunda 페이스북

'나카타나스(Nakatanas)'는 이 과정에서 등장했다. '마체테를 든 남자들'이란 뜻으로, 총과 몽둥이, 마체테를 든 남성들을 칭했다. 마체테는 정글도 같은 큰 칼이다. 광부들은 "사복을 입고 MRM 구역에서 활동하며 몽둥이와 마체테를 휘두르며 돌진해 광부를 때린다"면서 "백인을 위해 일한다"고 묘사했다.

2017년 7월, 이들이 광부들을 고문하고 구타하는 영상이 SNS상에 폭로되며 도마 위에 올랐다. 어린 광부들이 나무에 묶여 울면서 몸을 이리저리 피하며 맨몸에 매를 맞는 모습, 총으로 위협하는 남성들 앞에서 단체로 고문받는 모습 등은 아직 X, 페이스북 등에 영상으로 남아 있다. 발로이 씨는 "고문을 당해 왼팔이 심하게 부러져 지금도 힘을 못 쓴다"거나 "무릎 관절을 가격해 일을 못 하게 만들었다"고 증언하는 광부들을 만났다.

MRM의 모회사 젬필즈는 당시 "MRM이나 그 계약자 중 누구라도 '나카타나스'라고 불리는 비공식 보안 부대를 후원한다는 주장은 거짓일 뿐 아니라, 터무니없고 모욕적"이라며 "젬필즈는 어떠한 폭력 행위도 승인하거나 용인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발로이 씨는 이들이 MRM 소유 사택에서 지내거나, 광산 지역에서 청소 등의 일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12월 1일 프레시안과 만난 에스타치오 발로이 기자. ⓒ프레시안(손가영)

모든 걸 빼앗긴다

"주민은 원래 그 마을에서 살았고, 대부분이 농사를 합니다. 집이나 농사에 쓰려고 건축용 목재나 대나무 등을 구하러 산에 갔을 뿐인데, 구역을 침입했다는 이유로 불법 광부로 몰려 구타당하고 살해되고 감옥에 갇힙니다. 단지 거기 있었다는 이유로 도둑이 됩니다. 어떻게 자기 땅에서 살아가려는 사람을 도둑이라 할 수 있습니까?"

발로이 씨는 광산 구역은 "군사화가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대로 이 숲에 의존해 살았던 이도, 루비 광산을 발견한 이도 주민인데 이젠 모두 불법 광업의 용의자가 돼 불안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또한 생계 수단을 더 빼앗겨 가난도 심화했다고 했다.

강제 이주와 부족한 보상은 또 다른 문제다. 광산 개발 지역엔 주민들이 대대로 살아온 7개 마을이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2017년경까지 강제 이주와 통행금지, 경찰의 고문, 방화 등의 피해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광산 지역을 정리하기 위해 FIR 요원들이 마을의 300채 집을 태우고 주민을 구타했다'거나 '동의도 없이 중장비를 동원해 집을 부수러 왔다', '불시에 소지품 검사를 당하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이동도 못하며 농사를 지을 수도 없다' 등의 주장이었다.

주민 273명은 2018년, 영국 법률 회사를 통해 젬필즈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영국 법원에 제기했다. 이들은 광산 경비 인력들의 구타, 살해, 방화, 성폭행과 MRM 측의 불법 토지 점유 등의 혐의를 주장했다. 이는 2019년 1월 젬필즈의 배상 합의로 마무리됐다. 젬필즈는 혐의는 인정하지 않으나 총 83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해 젬필즈는 모잠비크 루비 경매에서 1억 2100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

이후 한 마을만 강제 이주 대상이 됐고, 재정착 마을에 대한 투자와 구체적인 계획도 약속됐다. 2020년 12월 105가구가 재정착 마을에 이주했다. 젬필즈는 "전력과 상수도, 초등학교, 시장, 교회, 모스크, 공공건물, 각 가구에 할당된 농지, 그리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원까지 갖추고 있다"며 "지역사회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직업훈련센터도 성공적으로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로이 씨는 "기업이 탐사 영역을 확장할 때마다 주민들이 이주지로 옮겨야 하는데, 이주 단지는 가족이 제대로 살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며 "가족이 9명인 가장에게 방 3개짜리 집을 주는 식인데, 사람들이 어디서 잘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일부 마을에서도 '농업, 수렵, 댐 인근 어업 등을 못 하게 됐는데 이에 반해 보상이 부족하다'거나 '밭의 면적과 수에 상관없이 일괄 금액을 받았다'는 억울함이 터져 나왔다.

▲영세 광부가 채굴 현장에 들어가는 모습. 이들은 곡괭이 등을 이용해 구덩이를 직접 판다. ⓒ알자지라

▲루비 광산 인근에서 영세 광부들이 원석을 채굴하는 모습. ⓒ알자지라

루비는 비싸게, 주민은 가난하게

광산 개발이 본격화한 2011년부터 지금까지 나만훔비르 광산에서 몇 명이 죽었고, 얼마나 다쳤는진 아무도 모른다. 공식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구타와 사망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2024~2025년 발로이 씨가 확인한 사례는 사망 5건, 부상 3건으로 총 10명의 주민이 죽거나 다쳤다. 6건이 총격 사건이다.

영세 광부의 노동 환경은 위험천만하다. 땅을 파고 갱도를 만드는 과정 모두 곡괭이 등만 이용한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기계나 보호장치는 대부분 없다. 장갑, 마스크조차 거의 없다. 보통 6~12미터 깊이 구덩이를 파 내려간 후, 광맥을 살피기 위해 수평으로 갱도를 만든다. 터널 폭은 매우 좁고, 붕괴와 산사태가 빈번하다. 광부가 사태 속에 갇혀도 이들을 구조할 장비는 없다. 더구나 불법광산 지역은 생산성이 낮은 지역이 많다. 현장에선 "승산 없는 도박"이자 "영혼을 파괴하는 작업"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영세 광부가 되는 이유는 "다른 일자리를 결코 구할 수 없어서"다. 일부 영세 광부들은 총격, 구타 등에 대한 공포심에 인근 석류석(Garnet) 광산으로 옮겨 갔다. 이곳은 광산 지역보다 광물이 훨씬 적고, 루비만큼 가치 있는 원석은 더 드물다. 그러다 다시 광산 지역에 들어가 적발되면 최고 5년까지 징역살이를 한다. 광부는 대부분 청년 남성 가장이다. 가족의 가난은 심화된다.

주민들이 느끼는 빈곤과 배제가 심해지는 과정에서, 모잠비크 정부는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불법 광부 대규모 추방 작전을 벌였다. 6000명가량의 광부가 체포됐다. 이 중 외국인으로 분류된 70%가량이 추방됐고, 나머지는 교도소에 갇혔다. 루비 채굴을 둘러싸고 형성된 비공식 경제 규모는 최대 1만 명으로 추정됐다. 이들의 소득 수준도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7개월 후, 카부델가두 한 해안 마을에서 반군의 반란 사태가 시작됐다. 무장 세력은 경찰서들을 습격했고, 죄수를 석방했다.

반군의 대부분은 청년들이었다.

MRM은 루비 경매를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2억 달러(1조 7310억 8400만 원)의 누적 경매 매출을 올렸다. 경매 한 회당 666억 원 정도다. 2024년 6월 경매를 보면, 총 9만 7112캐럿을 6870만 달러(990억 원)에 팔았다. 모잠비크는 전 세계 루비 공급량의 50% 정도를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MRM은 사회적 책임에 대해 "루비 매출의 최소 1%를 지역의 사회·환경 프로젝트에 사용한다는 약속을 이행 중"이라며 "총수입의 25퍼센트 이상이 정부에 생산세와 로열티로 지급되고 있다"고 언론에 밝혀 왔다. 지역 행정당국은 광산 생산세를 거둬 학교 및 병원 건설, 농업 프로젝트 자금 지원, 물 공급원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수의 출처와 세출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여전히 주민들의 의심을 사고 있다.

발로이 씨는 "주민들이 직접 루비를 채굴하고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인정될 때까지 문제(분쟁)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이것이 상황을 완화할 수 있다. 왜냐하면 루비를 발견한 건 기업이 아니라 바로 그 주민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구급차 몇 대나 소규모 양계장 지원 같은 활동을 할 게 아니라, 주민을 교육하고 이것이 일자리로도 이어지는 교육과 고용 등의 구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엘도라도라 불린 광산 지역을 "엘 도브라도(El Dobrado)"라 비꼬아 부른다. 신화 속 황금 도시 엘도라도(El Dorado)에 b자만 더해 만든 '접히고 휘어진 땅'이란 단어다. 골드러시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전쟁터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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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가 성역인가…1심 겨우 1년 8개월 선고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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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8 17:10

  • 수정 2026.01.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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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2년· 통일교 윤영호 전 본부장 1년2개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2025.12.3.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 통일교 명품 목걸이·가방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52) 씨에 대해 1심 법원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15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법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선 시세조종세력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며 범죄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에 대해선 여론조사를 의뢰·지시하지 않았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받은 것도 아니라며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김 씨가 통일교 교단 청탁을 받고 샤넬백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수수한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대통령 위에 군림하며 일명 '브이제로'(V0)라고 불린 김 씨는 주가조작과 관련자 모두가 법정 앞에 섰을 때 유일하게 예외였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배우자였던 김 씨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고 심지어 영부인이 된 뒤에는 각종 특혜성 조사까지 받으면서 사법 시스템을 사실상 농락했지만, 법원은 면죄부를 줬다.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어떠한 단죄도 이뤄지지 않은 점은 향후에도 비슷한 범죄를 사회적으로 묵인할 여지를 줬다.

형벌에 차별없다면서 도이치모터스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8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무상여론조사 수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통일교 명품 목걸이·가방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1년 8개월, 추징금 1281만 5000원을 선고했다. 앞서 특검이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징역 15년, 벌금 20억 원, 추징금 9억 4864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형벌에 등급은 없다) 그리고 추물이불양(趣物而不兩·사물을 대할 때 둘로 나누어 차별하지 아니한다)이라는 말이 있다. 법에 적용에는 적용을 받는 사람이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며 "불분명할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와 같은 법의 일반 원칙도 피고인이 권력자라 하여 혹은 권력을 잃은 자라 하여 다르게 나누어 적용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시세조종세력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며 범죄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 4월 대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주(錢主·돈줄)'인 손아무개 씨에 대해 유죄(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를 인정한 것보다 훨씬 관대한 판단이었다.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씨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2026.1.28.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①2010년 10월 22일경부터 2011년 1월 13일경까지 김건희의 대신증권계좌 주식 18만 주와 20억 원이 입금된 미래에셋대우 계좌가 이용된 것 ②2011년 3월 30일 2만 3000주를 하나투자증권계좌로 매수한 것 ③2012년 7월 25일경부터 2012년 8월 9일경까지 1만 9635주를 하나투자증권 계좌로 매수한 것 등 크게 3가지로 공소사실을 나눴다.

재판부는 ①2010년 10월 22일경부터 2011년 1월 13일경까지 김건희의 대신증권계좌 주식 18만 주와 20억 원이 입금된 미래에셋대우 계좌가 이용된 것과 관련 "피고인(김건희)은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자금이나 주식이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면서 김 씨가 주가조작 행위를 인식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가조작 세력과의 공모 여부에 대해선 "시세조종 세력과 공동정범으로서 범행을 실행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면서 "시세조종 세력 중 누구도 피고인에게 시세조종에 관해 직접 알려준 바가 있다고 진술하는 사람이 없어서 피고인이 시세조종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였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통정매매라고 보기 위해선 그것을 통해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한 외관을 형성해야 하고 행위자에게 그러한 목적 등이 있어야 한다"며 "피고인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 주를 블랙펄인베스트에 넘겨주려는 목적으로 매도행위를 한 것으로 보일 뿐,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밖에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블랙펄인베스트에서 시세조종에 협력할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상대방을 섭외하는 등의 업무를 한 것에 대한 블록딜 수수료 4200만 원가량을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것은, 피고인이 블랙펄와 공모 관계에 있는 내부자가 아니라 공모 관계 밖에 존재하는 외부자, 즉 거래 상대방으로 취급됐기 때문으로, 이는 공모 관계에 있지 아니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블랙펄인베스트가 수익금 정산을 할 때, 주가조작에 이용한 다른 계좌에서 나온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김 씨의 계좌에서만 차익 계산을 한 것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로 들었다.

 

김건희 씨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린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6.1.28. 연합뉴스

재판부는 공소시효와 관련해서도 ①2010년 10월 22일경부터 2011년 1월 13일경까지 김건희의 대신증권계좌 주식 18만 주와 20억 원이 입금된 미래에셋대우 계좌가 이용된 것 ②2011년 3월 30일 2만 3000주를 하나투자증권계좌로 매수한 것 등에 대해선 "각 2021년 1월 13일 및 2021년 3월 30일에 10년의 공소시효가 도과됐다"며, 나머지 ③2012년 7월 25일경부터 2012년 8월 9일경까지 1만 9635주를 하나투자증권 계좌로 매수한 것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범죄 증명이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도 "대가성 없어" 무죄

재판부는 김 씨가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58회에 걸쳐 2억 7000여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공짜로 받아본 후, 그해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명 씨와 친분이 있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피고인 부부에게 제공했고 그 대가로 피고인 부부가 영향력을 행사해 김영선이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받은 것은 아닌가 의심이 가기는 한다"면서도 "명태균이 피고인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던 여론조사 결과를 피고인 부부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이를 두고 피고인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피고인과 미래한국연구소 또는 그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하는 기관인 피엔알(PNR) 사이에 여론조사 관련해 계약서 등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 부부는 명태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배포받는 상대방들 중 하나였을 뿐 여론조사 결과가 전속적으로 귀속되는 주체였다고 평가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명태균이 피고인 부부에게 선거 관련한 상담 및 조언을 했다고 여론조사 비용 상당액의 이익을 피고인 부부가 얻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비용과 관련해서도 "(명태균은) 국민의힘으로부터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지방자치단체 관련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여론조사 비용의 상당한 금원을 지급받아 이를 여론조사 비용에 충당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 씨에게 비용 청구를 위해 작성한 엑셀파일에 대해서도 "엑셀 파일은 명태균이 자신이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를 하고 정치 판세를 분석하면서 선거에 도움을 주었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일 수는 있어도 그것을 가지고 피고인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청구하려 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대해서도 윤석열과 명태균의 통화 등에서 공천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에 대한 공천을 약속받은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실제 김영선에 대한 공천은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위원들 사이의 토론을 거쳐 투표에 의하여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자신의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24.11.8. 연합뉴스

샤넬백 2개 중 1개만 인정하는 기괴함

재판부는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전직 고위 간부에게 샤넬백 2개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8000만 원 상당의 명품을 받고 통일교 청탁을 들어준 데 대해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샤넬백 수수에 대해선 "피고인은 7월 5일 가방을 교부받을 당시 통일교의 청탁 내용이 정부 차원의 경제적인 지원과 관련돼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샤넬 가방 등을 교부받은 것은 알선의 명목으로 수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선 김 씨 측에서 부인하지만 "전성배(건진법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면서 "청탁에 대한 알선의 대가 및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못박았다.

다만 김 씨가 수수한 샤넬백 2개 중 1개만 청탁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2022년 4월 7일경 802만 원 샤넬 가방 등 수수 관련해 그 수수 사실은 피고인이 인정하고 있고 이를 보강하는 증거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직전인 2022년 3월 30일경 피고인이 윤영호(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윤영호는 피고인에게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는 취지로 전화 통화를 했으나, 이는 의례적인 표현이고 그 대화 내용 중 청탁이라고 볼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유죄 양형 판단과 관련, "영부인은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라며 "그에 걸맞은 처신이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높은 청렴성과 연결성이 요구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솔선수범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국민에 대해 반면교사가 되어서는 아니 될 일"이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권력에 대한 금권의 접근은 다반사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위가 높을수록 이를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면서 "청탁이 결부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는 말처럼 굳이 값비싼 물건을 두르지 않고도 검소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위와 같은 금품의 수수를 피고인이 먼저 요구한 바는 없다"면서 "뒤늦게나마 가방 등을 공여받은 자신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대해 일부 자책하며 반성하고 있고,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다. 이러한 점들은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며 압수된 그라프 목걸이 1개를 몰수한다고 했다. 몰수가 불가능한 천수삼 농축차와 샤넬백 등에 대해선 1281만 5000원을 추징한다고 했다.

이날 김 씨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현정사에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실형을 선고받는 첫 사례로 남게 됐다.

그러나 구형에 크데 미치지 못하면서 정치권에선 곧바로 "해괴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도 함께 나왔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7.30.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브이 제로'라 불리며 국정을 좌우한 김건희 씨의 위상이 훼손될까 걱정될 정도의 형량"이라며 "내란으로 민주주의를 흔들고 사익으로 국정을 망친 죗값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하나의 명품 가방은 알선 명목 수수가 아니고, 또 다른 명품 가방은 알선 명목 수수라는 해괴한 판례를 역사에 남기게 됐다"며 "정의로운 심판을 위한 특검의 즉각 항소가 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판결은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봐주기의 결과"라며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의원도 "김건희는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성역이라도 되는냐"며 "법원의 현실 인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개혁을 서둘러 완수해야겠다"고 했다.

특검은 선고 직후 "법리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재판부가 "범죄증명이 없다"거나 "증거가 부족하다"며 특검에 '완패' 판정을 한 데 대해 수사가 미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김건희 특검의 경우, 파견 검사들이 검찰개혁에 반발해 집단 항명하는 등 내부가 소란스러웠던 만큼,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정에서 입증이 안 됐다, 그간 뭘한 건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2025.11.3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한편 김 씨의 선고에 이어 이날 오후 3시에는 김 씨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조직적으로 후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선고 공판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에게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4년의 절반도 되지 않은 수준이었다.

오후 4시부터는 윤 전 본부장에게서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선고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앞서 특검은 권 의원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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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부부 눈물의 조문…유시민 “이해찬다운 이별”

  • 김미란 기자

  • 업데이트 2026.01.28 11:19

  • 댓글 0

유족이 건넨 위로의 말.. “尹정권에서 이별했다면 눈 못 감았을 것”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故 이해찬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빈소를 찾아 눈물로 고인을 추모하고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27일 오후,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은 영정 앞에 헌화한 뒤 무릎을 꿇고 분향했다. 이어 대통령 부부는 영정을 향해 묵념했으며, 김혜경 여사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김혜경 여사는 이 수석부의장의 배우자인 김정옥 여사를 끌어안고 다시 한 번 눈물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도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으시겠습니까”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날 빈소를 지킨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SNS를 통해 “이해찬 총리님 빈소를 지키며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며 이 대통령 부부와 유시민 작가, 유족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전했다.

한 대표에 따르면, 김혜경 여사가 자꾸 눈물을 보이자, 내내 눈물을 참지 못하던 유시민 작가가 미소 지으며 다음과 같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국민을 위해 공무 수행을 하다 해외에서 떠난 것이야말로 이해찬다운 이별입니다.”

또한 내내 담담함을 유지하던 이해찬 부의장의 배우자인 김정옥 여사도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권에서 이별했다면, 그이는 결코 눈을 감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대통령께 감사하며 눈을 감았을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빈소를 찾아 유족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한창민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진전에 함께해 온 사람들의 진실한 마음이자 위로의 대화”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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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준다고 해도 소용없어"... 미군이 '언니'들에게 저지른 만행

2022년 9월 29일, 대한민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8년간의 배상 소송에서 122명의 미군 '위안부'가 승소했다. 2025년 9월 5일, 117명의 미군 '위안부'들은 미군을 대상으로 한 소송을 하겠다고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에 이어 미군 '위안부'는 새로운 한국여성사를 쓰고 있다. 그렇다. 미군 '위안부'들은 국가폭력이 드리운 긴 그림자와 가부장제 성문화의 깊은 낙인, 사회 불평등과 차별의 벽을 뚫고 여성해방과 인간존엄성을 향한 선언을 하고 있다.

2025년 9월 8일 서울 서초구 민변에서 열린 '기지촌 미군 위안부 주한미군 대상 손해보상청구소송'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새움터 공동작업장에는 매일 '언니'[1]들이 모인다. 함께 일을 하고, 함께 점심을 먹고, 서로의 안부와 세상 돌아가는 소식, 그리고 지난해 9월 시작된 소송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절로 예전의 기지촌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런데 그 시절은 몸이 먼저 기억하는 고통이어서 한 마디만 꺼내도 마음이 무너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가를 훔치고, 숨을 고르고, 끝내 눈물이 떨어진다.

"나는 하도 울어서 눈물이 말랐어." 그렇게 말하던 언니도 또다시 운다. "백억을 준다고 해도 소용없어. 그냥 열여섯 그때로 돌려놓으라고 그래." 그리고 누군가는 조용히 덧붙인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단 한 번이라도 부모님이랑 함께 살아보고 싶어." 언니들이 꺼내는 기억은 결코 개인의 불행으로만 이야기될 수 없다. 폭력이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일상이 되도록 방치되고 때로는 '관리'되었던 구조의 흔적이다.

기지촌은 한국 땅이었지만 오랫동안 한국의 법과 인권이 미치지 못한 미국의 땅이었다. 총을 든 미군 헌병이 매일 클럽과 기지촌 골목을 순찰했고, 미군 부대의 통제와 관리에 놓여 있었다. 기지촌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일부 강력 범죄 이외에는 한국 사회에서 거론되지도 않았고,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그러나 잊힌다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 그때의 폭력이 남긴 상처를 안고,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미군 '위안부'들이 존재한다.

미군은 처벌받지 않았다

수많은 여성과 아동, 장애인들이 미군 성매매를 목적으로 기지촌으로 인신매매되었다. 미군 '위안부'들은 돈을 벌기 위해 찾아간 직업소개소와 서울역과 길거리에서 잠잘 곳과 일할 곳을 소개해 준다며 친절을 베풀던 사람들에 의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기지촌으로 끌려갔다. 심지어 길거리에서 납치되어 기지촌으로 끌려온 미군 '위안부'들도 있다.

기지촌으로 인신매매된 '위안부'들은 포주에 의해 성경험이 없다, 또는 숫처녀라는 것을 내세워 미군들과 흥정하는 대상으로 취급되었다. 그 과정에서 강제로 술이나 약물을 먹은 '위안부'들은 저항하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 보는 미군에게 강간을 당해야 했다. 인신매매된 순간부터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빚에 묶였고, 매일 포주의 감금과 감시, 경제적 착취, 폭력과 위협 속에 미군 성매매를 강요받았다.

"(인신매매된 다음날) 포주가 저에게 술을 먹이더니 알약을 몇 개 줬습니다. 이 약이 뭐냐고 했더니 술 먹고 속 안 아픈 약이니까 먹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무 의심없이 그 알약을 먹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포주에게 끌려 클럽으로 나갔고, 그날 ․․․ 미군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 약과 술에 취해 있었던 저는 그날 아무 저항도 할 수 없었습니다." (출처: 송연옥, 김귀옥 외, 식민주의, 전쟁, 군 '위안부' <김현선, 한국의 미군 위안부와 기지촌 여성들의 집단 손해배상소송> 277p에서 발췌, 2017, 도서출판 선인>)

심지어 미군 '위안부'들은 포주와 미군에 의해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는 미군 훈련장과 미군 부대 막사까지 들어가 미군을 상대해야 했다. 일부 미군 부대에서는 직접 자치회나 포주에게 연락해 '위안부'들을 모집하였고, 그렇게 모집된 '위안부'들은 미군 부대로 들어가 여러 명의 미군을 상대해야 했다. '위안부'들은 미군이 직접 운전하는 트럭과 지프차에 태워져 이동하기도 했다.

미군의 지속적인 성착취 과정에서 미군 '위안부'들이 겪었던 피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감금과 폭행, 협박은 반복되었고, 성병과 각종 질병, 원하지 않은 임신과 강제 낙태 같은 피해가 뒤따랐다. 결혼을 약속해 놓고 버리거나 방임하는 일도 있었다. 동료가 끔찍한 폭력과 학대를 당하다 결국 목숨을 잃는 것도 목격해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미군 부대에 신고를 해도 무시되었다. 바로 눈앞에서 폭행당한 여성을 보고도 헌병들은 미군을 체포하지 않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위안부'들의 구조요청도 묵살하였다. 미군들이 대부분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에 '위안부'들은 미군의 보복이 두려워 결국 신고조차 하지 못하였다.

"미군에게 맞아서 얼굴이 퉁퉁 붓고 피가 났었어요. 그래도 도망치는 미군을 잡으려고 부대 정문까지 쫓아갔는데 미군 부대 안으로 쏙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부대 정문에 있는 헌병에게 들어가는 저 미군 좀 잡아달라고 소리쳤는데 대꾸도 안 하는 거예요.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결국 못 잡았지."

<출처: 기지촌 피해 생존자, 2026년 1월 26일 구술>

미국과 주한미군의 책임을 묻는 싸움

'한미합동(위원회)회의록' 등 관련 기록에 따르면, 미군 부대는 기지촌에서 인신매매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과 미성년자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신매매 피해자인 미군 '위안부'들을 구조하거나 보호하는 조치는 하지 않았다. 또한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성구매하는 미군의 행동도 막지 않았다. 오히려 미군의 유흥과 병력관리를 위해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정당화하고 조장했다. 한술 더 떠 미군 위안부들에 대한 성병관리를 강화하고 통제하며 관리했다. 한 마디로 위안부들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었다.

1971년 11월 24일 열린 제68차 SOFA합동위원회 회의에서 군민관계임시분과위원회가 보고한 자료 중에는 ‘건강과 위생 위원회’에서 군민관계임시분과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와 건의서가 첨부돼 있다. ‘건강과 위생 위원회’가 건의한 내용은 첫째, 한국과 미군당국은 성병 보균자들에 대한 치료를 강화하고 성병 보균자가 완치될 때까지 공중에서 격리할 것, 둘째, 한국 민간과 미군당국의 성병의 원인과 효과, 제거에 대한 협력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강화할 것 등이다. <출처: 외교사료관, 제68차 SOFA 한,미국 합동위원회, 1971> ⓒ 외교사료관

관리 대상이 된 미군 '위안부'는 성병 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미군들에 의해 부대 병원으로 강제 연행되었고, 부작용 테스트도 없이 강제로 주사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미군 헌병들에게 끌려가 낙검자수용소에서 며칠씩 감금당하며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많은 '위안부'들은 미군들이 페니실린 주사제와 약품을 낙검자수용소로 실어 나르는 것을 목격하였다. 페니실린 부작용으로 쓰러진 동료들을 지켜봐야 했던 '위안부'들에게 수용소는 공포의 상징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미군 부대는 성병 통제를 위해 대규모로 '위안부'들을 검거하고, 강제로 페니실린 접종을 하였다. 이는 흡사 군사작전과도 같았다. 일부 생존자는 당시 미군에게 끌려가 길거리에서 강제로 페니실린을 맞은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군은 타국의 여성들을 체포하고 강제 치료할 아무런 법적 근거도 권한도 없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친 미군 부대의 불법행위와 미군의 성적학대는 미군 '위안부'들의 삶을 파괴하였다. 그러한 폭력은 '위안부'들이 전 생애에 걸쳐 후유증으로 지금까지도 고통 속에 살아가게 하고 있다. 미군 범죄로 인해 평생 장애를 안은 채 살아가야 하고 기지촌에서 겪은 신체적 학대로 중증질환과 만성 질환,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많은 '위안부'들이 정신적 장애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공황장애, 중증도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사회적 편견과 낙인,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은 '위안부'들을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고립시켰고, 그 고립은 '위안부'들을 평생 빈곤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미성년 시기에 인신매매되어 성적 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의 삶은 '살아남는 것' 자체가 고문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어린 몸에 남은 상해는 평생을 따라다니며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들었고, 지금도 불안과 심리적 고통으로 남아 있다.

지난 2025년 9월 5일에 117명의 미군 '위안부'들이 주한미군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2022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미군 '위안부' 문제가 모두 밝혀졌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반쪽자리의 진실이다. 실질적으로 기지촌을 관리했던 것은 주한미군이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미군 '위안부'들이 국가폭력 피해자로 인정되었음에도 지금까지 사과를 하지 않았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이번 소송은 바로 그 '반쪽의 진실' - 미국과 주한미군의 책임을 묻는 싸움이다. 미군 '위안부'들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더 늦기 전에 미국과 주한미군은 침묵을 멈추고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와 배상,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1] 새움터에서 미군 위안부를 부르는 호칭이다. 누군가를 돕고 돕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동등한 삶의 주체로 존중하겠다는 약속의 호칭이다.

#미군#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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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아동'에 약도 전달 못해"…세상이 잊은 참상, '의료 붕괴' 모잠비크 북부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③ 떠나지 못하는 긴급 구호 활동가들 "언론은 외면, 현장은 절박"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1.28. 06:18:33

카부델가두의 긴급 구호 활동가들은 모잠비크 분쟁의 규모와 심각성에 비해 국제 사회와 언론의 관심이 지나치게 적다고 입을 모은다. 분쟁과 가스전 개발의 관계를 살펴보기 전,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지역 사회를 긴급 지원한 활동가들을 만났다. 편집자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연재 바로가기 ☞ : 클릭)

카부델가두주는 분쟁 동안 의료 붕괴 상황까지 치달았다. 분쟁이 격화했던 2021~2022년, 지역의 모든 의료 시설이 파괴되고, 보건의료 인력도 피난을 떠나 1년 넘게 돌아오지 않았던 텅 빈 지역들이 있었다. 2023년 기반 시설이 재건되기 시작했지만 속도는 더디다. "아직 주 전체 의료 시설의 60% 정도가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 국경없는의사회 모잠비크 의료책임자 데닐송 보르제스 로우자다(Denilson Borges Louzada)의 진단이다.

카부델가두는 모잠비크에서도 가장 가난한 주다. 8만2000여 명이 사는 팔마 지구엔 의사가 2명 밖에 없다. 의료 장비가 없는 보건지소 하나가 1만9000명 주민을 담당한다. 이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모잠비크 보건부를 제외하면 거의 유일한 의료 지원 조직으로 2019년부터 카부델가두에서 활동해왔다. 분쟁 동안의 의료 붕괴 위기 지역에선 유일한 의료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동안 긴급 지원 활동가들이 목격한 카부델가두의 위기는 어떤 모습이었고, 현장엔 무엇이 필요할까. <프레시안>은 지난 11월 25일 수도 마푸토시, 12월 1~3일 카부델가두주 주도 펨바시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유엔난민기구(UNHCR), CUAMM(Doctors with Africa CUAMM) 등을 방문해 현장의 심각성을 전해 들었다.

▲2025년 11~12월 남풀라주에 반군의 무력 공격이 증가하면서 새로 발생한 피난민들이 남풀라주 에라티 지역에 모여 있다. ⓒUNHCR

▲12월 3일 프레시안과 만난 국경없는의사회 모잠비크 의료책임자 데닐송 보르제스 로우자다 활동가. ⓒ프레시안(손가영)

보건의료 다방면 붕괴

12월 3일 오전 방문한 국경없는의사회 펨바 사무소는 출장 준비로 한창 분주했다. 지난 11월부터 폭력사태가 연이어 발생한 남풀라주 지역 세 곳에 이동 진료소를 설치하려고 활동가들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풀라엔 11월에만 1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 상황을 확인한 로우자다 활동가는 피난민들이 극심한 영양실조와 탈수, 중증 피부질환,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피난민은 음식도, 물도 거의 먹지 못한다. 물을 구해도 오염된 물을 마시기 일쑤며, 장기간 걸어서 도망쳐왔기에 대다수가 질병에 걸리거나 극심한 탈수 상태로 발견된다"며 "아이들의 말라리아 감염과 영양실조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피난민들은 피난처에 도착한 뒤에도 굶주림에 계속 시달린다. 생계난에 허덕이며 충분한 식량을 구할 수 없다. 그는 이들의 하루 평균 음식 섭취량은 약 500kcal다. 통상 성인 평균 섭취량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실향민의 60%가 아이들이다. 많은 아이들이 굶주리고 영양실조에 걸렸으며, 말라리아와 설사증세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가장 위험한 질병은 말라리아다. 치사율이 높다. 그는 "이곳의 말라리아는 '열대열 말라리아'(말라리아 중 가장 치명적인 종류)로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기 쉽다"며 "임산부와 아이들이 특히 취약한데, 중증 말라리아에 걸린 아이들을 적지 않게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카부델가두에서 진료한 환자를 대상으로 통계를 내 본 결과, 환자의 60%가 말라리아 환자였고, 설사 환자는 30%가량이었으며 영양실조는 34%정도로 파악됐다. 로우자다 활동가는 "현지의 열악한 의료 접근성 때문에 이 통계가 전체를 반영할 순 없다"고 덧붙이며, "영양실조는 우리가 조사한 비율보다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나탈리 기엘렌(Natalie Gielen) 국경없는의사회 모잠비크 지부 대표. ⓒ프레시안(손가영)

"성폭력 피해 아동에 약품 전달도 못해…"

"현재 카부델가두주 마코미아구는 7개 보건센터 중 오직 한 곳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키상가구도 7개 보건센터 중 하나만 문을 열었고, 모심보아 다 프라이아구는 8곳 중 3곳이 가동 중입니다."

지난 11월 25일 수도 마푸토시에서 만난 나탈리 기엘렌(Natalie Gielen) 국경없는의사회 모잠비크 지부 대표는 "의료 붕괴 위기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카부델가두주 4개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해왔는데, 지난 9월 불가피하게 1개 지역에서 인력을 임시 철수했다. 모심보아 다 프라이아구에서 무장 단체의 폭력 사태가 격화되며 활동가들의 안전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엘렌 대표는 "그곳에 남은 주민들은 (보건의료적으로) 방치된 상태여서 정말 걱정된다"며 "우리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 수천, 수만 명의 방치된 사람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분쟁과 관련해선 보통 피난민에 집중을 하지만, 피난조차 떠날 수 없어 남는 사람도 많다"며 "카부델가두의 주민 대부분이 어떤 식으로든 분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자원 공급망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육로 이동이 제한되고, 도로와 차량 등도 파괴되면서 물류 공급이 중단되고 있다. 이는 "치료할 수 있는 환자조차 치료하지 못하는 위기"를 초래했다. 기엘렌 대표는 모잠비크 최북단의 팔마(Palma)를 떠올렸다. 분쟁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지역이다. 그는 "한번은 팔마의 성폭력 피해 아동 둘에게 즉각 감염 예방 처치 약물을 공급해야 했음에도, 전달하지 못했다"며 "있는 약도 제때, 필요한 곳에 못 쓰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12월 3일 프레시안과 만난 이사도라 조니(Isadora Zoni) 유엔난민기구 보고관. ⓒ프레시안(손가영)

▲카부델가두 분쟁에 따른 국내 피난민 규모 추이. IOM이 2020년 7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시점 별로 분석한 DTM 보고서에 근거했다. ⓒ프레시안(손가영)

130만 명 피난, 분쟁 남부 확산

2017년 10월 분쟁이 본격화된 이래 현재까지 최소 130만여 명이 피난으로 강제 이주됐다. 카부델가두 인구 280만여 명의 약 46.4%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해 3월 기준 70만여 명은 고향으로 돌아갔고, 60만여 명은 여전히 돌아가지 못한 채 피난 중이라고 추정했다.

"안전한 지역이 줄고 있는 게 현재 가장 큰 우려입니다. 카부델가두를 넘어서 갈등이 확산하고 있어요. 가령 남풀라는 북부 카부델가두 주민이 피난갔던 곳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곳이 공격을 받고, 남풀라 주민이 카부델가두로 되레 도망칩니다. 확실히 새로운 양상입니다."

이사도라 조니(Isadora Zoni) 유엔난민기구 보고관은 "올해 7월 이후에만 30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며 "2023년 많은 주민들이 귀환했는데, 2024년부터 다시 피난민 수가 대폭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인도적 비상 사태가 끝나는 건 아직 멀게만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반복해서 피난을 떠나고 있다. 그는 "최근 발생한 피난민의 80%가량이 세 번 이상 피난을 겪은 이들이었다"며 "현장에선 '이젠 지쳤어요. 다시 돌아가지 않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고향으로 돌아간 피난민도 상황이 어렵긴 매한가지다. 조니 보고관은 "이들의 집은 불탔고, 마을은 거의 다 파괴됐다. 가령 6만여 명이 살았던 모심보아 다 프라이아엔 최근까지 시민등록소(동사무소), 은행, 주유소 등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며 "일상에 필요한 기본 요소들이 갖춰지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2월 2일 카부델가두 펨바시 한 안전가옥에서 열린 여성폭력 피해 생존자 모임 풍경. ⓒ프레시안(손가영)

▲CUAMM 활동가 엘리사 템베. ⓒ프레시안(손가영)

급증하는 여성 폭력

12월 2일 오전 유엔난민기구가 운영하는 한 비공개 안전가옥에선 여성 20여명이 모여 가정폭력, 조혼 등의 문제를 두고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CUAMM과 유엔난민기구가 지원하는 여성폭력(젠더 기반 폭력) 피해생존자 모임이다.

분쟁 동안 여성들이 반군에 납치돼 강제로 결혼을 당하거나 강간당한 사건들은 언론보도로도 여러 차례 확인됐다. 군인이나 경찰의 강간 사건도 보고된다. 실향민 마을에서는 물품 지원을 대가로 여성에게 성매매를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해 왔다. 피난민 여성들은 구호품을 배부받는 동안 물건을 가로채려던 남성들에게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베르티나(28·가명)는 5명의 자녀를 3년 넘게 홀로 키우고 있었다. 3년 전 남편은 가족을 버리고 떠났고, 먼 지역에서 다시 다른 여성과 결혼해버렸다. 2년 전 태어난 막내는 장애가 있었고 병원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했다. 어떻게든 돈을 구해도 병원비로 다 써버려 다섯 자녀를 제대로 먹이고 입힐 돈이 부족했다. 가까스로 남편을 찾았으나, 양육비를 요구해도 '돈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지금이 너무 절망적"이라며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폭력 피해생존자를 지원하는 CUAMM 활동가 엘리사 템베(Elisa Tembe)는 이를 경제적 학대(가족 유기)라고 봤다. "분쟁 전에도 있던 문제였으나, 분쟁 후엔 그 수가 정말 크게 늘었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성폭력, 납치, 조혼, 강제 노동, 가정폭력 등도 분쟁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다. 템베 활동가는 "가장들이 생업을 잃은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가족에게 폭력으로 전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 폭력 문제는 급증하지만,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지 못해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며 "피해생존자들은 이렇게 매주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힘을 받고, 우리는 사건을 지원하고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관심에 지쳐… '모잠비크라서' 외면할까

기엘렌 대표는 카부델가두주의 HIV 감염 확산 문제를 끝으로 강조했다. 2024년 기준 카부델가두의 HIV 유병률(15~49세)은 13.8%다. 전 세계 평균 유병률이 0.7%이고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도 1% 미만으로 추정되는 점에 비춰 매우 높은 수치다.

"오늘날 어떤 아이도 HIV에 감염된 채 태어나게 해선 안됩니다. 우리는 HIV를 진단하고 아이들을 보호할 수단을 이미 알고,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HIV, 결핵 등 감염병 대응은 국경없는의사회의 주요 임무입니다. 우리는 카부델가두에서 HIV 감염을 효과적으로 통제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쟁 발발 후, 우린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기엘렌 대표는 "분쟁으로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크게 훼손되면서, HIV를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도로 늘고 있다"며 "이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정말 슬프다. 이래선 안 된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나 현장의 참상에 비해 국제 사회의 관심은 지나치게 부족하다고 그는 느꼈다. 여전히 한 해 3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피난민이 되고, 한 사람이 세 번, 네 번씩 피난길에 오르고 있으나, 국제 사회의 해외 원조 규모는 3년 전부터 대폭 줄었다. 모잠비크 정부마저 지난해 보건의료 예산을 10% 더 삭감했다.

기엘렌 대표는 "특히 언론에서 카부델가두는 많이 다뤄지지 않는데, '모잠비크'가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아마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수단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은 곳에서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은 더 많은 인력과 약품, 보건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보건의료에 대한 지원을 잊지 않길 간곡히 국제사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조니 보고관 또한 "세상이 모잠비크에서 일어나는 일을 잊어간다는 생각이 든다"며 "2017년부터 시작된 위기지만, 안타깝게도 최악의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말로 생명을 구하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카부 델가두 분쟁으로 인해 팔마(Palma)로 피난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국내실향민의 모습. ⓒIgor Barbero/MSF

※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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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정치' 끝장낼 차별금지법, 국회 통과시키려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1/28 09:53
  • 수정일
    2026/01/28 09:5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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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정당

  • 입력 2026.01.28 06:50

  • 수정 2026.01.28 09:36

  • 댓글 0

혐오정치의 구조적 잔재와 이재명 정부의 과제

좌절된 역사의 복기, 종북몰이에서 혐오정치로

기득권 카르텔 이해관계와 정당화 이데올로기

승리 위한 전략 전술적 과제들과 실천적 고민

모든 시민 존엄 지키는 최소한의 생존 방어선

진보개혁 세력의 폭넓은 반차별 전선 구축으로

더 이상 나중이 아닌, 지금 당장의 정치를 향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손 의원 페이스북

윤석열의 12.3 쿠데타 시도와 그에 따른 탄핵 및 구속, 그리고 이어진 이재명 정부의 출범은 한국 사회에 거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암흑 같았던 겨울이 가고 새로운 공화국의 기틀을 세워야 할 시점에, 최근 진보당 손솔 의원이 주도하여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단순한 법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인권과 평등의 토대를 다시 단단하게 재건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우리는 지난 윤석열 정권 아래서 혐오가 어떻게 국가 통치의 핵심 기제로 작동했는지 목격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선언 아래 여성가족부 폐지가 추진되었고, 장애인과 이주민, 무슬림 등 소수자들은 국가의 '적'으로 규정되어 공격받았다. 기존에 존재하던 학생인권조례나 지역인권조례들이 곳곳에서 사라지거나 개악될 위기에 처했다.

집권 여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외국인(중국인) 혐오 선동을 했고, 보수 진영을 대표해 서울시 교육감에 출마한 후보는 "반동성애"를 주장하며 지지를 모았다. 보수 언론들은 '불법 체류자와 외국인 범죄가 증가했다'며 불안감을 유포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러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가장 반대하는 개혁 과제 중 하나였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 때부터 '다수자 역차별의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차별금지법에 반대했고, 국민의힘의 김기현 전 대표는 차별금지법이 "성경적 원리의 근본을 침해"한다며 반대했다. 국민의힘은 극우 개신교 단체들과 함께 "차별금지법이 성소수자와 이슬람 등을 특권층으로 격상시킨다"는 주장을 펴며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극우의 혐중 선동으로 무고한 중국인과 중국동포들이 고통받고 있다 - MBC 뉴스 화면 갈무리

비록 윤석열 정권과 쿠데타 주모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고 있지만, 그들이 퍼뜨린 혐오의 씨앗은 우리 사회 곳곳에 깊게 뿌리박혀 있다. 한때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거나 지지한다던 정치인들(김한길, 이상민, 금태섭, 류호정 등)이 국민의힘이나 그 아류 정당으로 흡수됐던 것도 뼈아픈 기억이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을 정치적 스펙으로 이용하고 헌신짝처럼 버렸다.

이런 기회주의 정치인들은 차별과 혐오에 기반한 정치를 더욱 강화하기만 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혐오의 유산'을 청산해야 할 역사적 책무를 지닌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언급한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무리하게 밀어붙일 사항은 아니다"라는 발언은 인권과 평등을 염원하는 이들에게 우려를 안겨준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 '희망고문'의 시즌2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중대한 개혁을 뒤로 미루는 전형적인 논리가 새로운 정부에서도 반복된다면, 쿠데타를 막아내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적지 않은 시민들의 기대와 열망은 다시 사그라들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목소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애써온 역사를 되돌아볼 때, 우리는 노무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약속하고 정부 입법을 추진했던 것을 그 출발점으로 기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득권 우파와 보수 종교계, 경제 단체들의 반발 속에서 좌절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 연장선에서 2013년에 당시 민주당이던 김한길 의원이 스스로 발의를 철회한 것을 보통 단절의 기점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결정적인 기점은 2012년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의 차별금지법 발의였다. 김재연 의원은 혐오 세력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무릎 꿇지 않았고 법안을 철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광기 어린 '종북몰이'와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속에서 2016년에 차별금지법은 자동 폐기됐고, 이후 관련 논의는 사회적 금기가 되고 말았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단식투쟁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바 있다. 2022.5.26. 연합뉴스

당시 통합진보당을 향했던 '종북 혐오'는 오늘날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을 향한 혐오와 그 궤를 같이한다. 기득권 우파 세력은 타자와 소수자를 '적'으로 규정하여 내부 결속을 다지는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혐오의 기술은 종북몰이의 핵심 무기인 국가보안법이라는 법적 장치와 결합하여 민주주의의 숨통을 조여왔다.

따라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함께 차별과 혐오에 기반한 정치를 이겨내기 위한 역사적 과제에서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금지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이라는 사상의 감옥을 허무는 길과 구분되기 어렵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두 법안의 제정과 폐지를 연결하려는 문제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마찬가지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가로막는 세력의 정점에도 극우 개신교와 기득권 보수 정치 세력의 카르텔이 존재한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의 본질을 왜곡하고 과장하는 가짜 뉴스를 유포하며 지지자들을 결집시킨다. 특히 핵심에 있는 극우 개신교 세력은 2년 전에 대규모 집회까지 열며 반대에 앞장섰다.

당시에 구약 전문가 김근주 교수는 극우 개신교의 이런 행태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성소수자들을 마음껏 비난하지 못할까 봐' 주일 예배까지 빼먹으면서 200만 명을 모은다? 정말 끔찍하다 싶어요. 미친 짓, 미친 짓의 한자어인 '광란', 거기에 접두사를 하나 더 붙여서 '대광란' 말고는 도대체 이걸 무슨 말로 수식할 수 있나 싶어요."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에 있다. 극우 개신교 쪽의 목소리 큰 사람들을 따라가 보면 우리 사회의 부와 권력을 독점한 사람들과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다. 강남의 대형 교회들은 단순한 신앙의 공동체가 아니라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파워 엘리트들의 허브이며 사교 공간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차별금지법은 교육, 고용, 재화 공급의 현장에서 학력, 성별, 종교, 인종에 따른 차별적 이익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만드는 위협적 장치다. 즉, 차별과 혐오를 통해 돈벌이를 하고 보수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에게 이 법은 눈엣가시이다. 반공주의와 연결해 복음과 구원을 강조하며 성장해 온 한국 개신교의 위기도 그 배경에 있다.

갈수록 사회적 신뢰와 신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세습하는 교회, 성폭력한 목사, 비리와 부패에 대한 자정이었지만 개신교 우파가 찾은 것은 무슬림,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이라는 희생양이었다. 결국 이들이 유포하는 종교적 논리는 기득권을 포장하고 지지자들을 묶어세우기 위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민변의 환영 성명

이것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80%가 찬성하는데도 보수적인 기득권 카르텔 세력이 차별금지법에 한사코 반대하며 그것의 제정을 막아서는 이유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눈치 보아야 할 것은 이러한 기득권 보수 카르텔의 목소리가 아니라, 차별과 불평등 속에서 고통받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신음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차별금지법 발의를 넘어서, 제정을 위한 지혜롭고 효과적인 전략과 전술을 고민해야 한다. 벌써 8번 넘게 발의했다 실패한 차별금지법은 더 이상 발의로는 만족할 수 없다. '우리는 어쨌든 발의했다'라고 자족하려는 게 아니라면 단순한 도덕적 당위의 선언이나 강조를 넘어서 정교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첫째, 전략과 전술에서 항상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적극 반대하는 기득권 우파 정당들이 상대적 소수이거나 분열해 있는 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개혁 정당들이 과반을 훌쩍 넘어선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달라진 상황과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둘째, 프레임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차별금지법 역시 마찬가지다. 혐오 세력은 이 법을 '소수자에게 특혜를 주는 법' 혹은 '다수를 역차별하는 법'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려 한다. 우리는 이를 돌파하여 모든 시민이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라는 점을 여론의 상식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을 때 여성, 노동자, 청년, 대다수 시민의 삶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아지는지, 그리고 이 법이 결국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보수적 족벌 언론들의 무관심과 적대감을 뚫고 SNS와 유튜브 등 대안 미디어들까지 최대한 활용하며 '혐오 뉴스'를 '평등 담론'으로 압도해야 한다.

셋째, 반대 세력의 핵심인 국민의힘과 극우 개신교 진영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철저히 고립시켜야 한다. 이들이 유포하는 가짜 뉴스를 팩트체크로 무력화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혐오 선동이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법적·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들이 얼마나 집요하게 차별금지법을 막아섰는지 기억하고 고발해야 한다.

 

3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가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 무지개 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공동 주최한 '혐오 앞에 중립 운운 안창호 국가인권위 규탄 및 공개 질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5.4.30. 연합뉴스

넷째, 진보 정당들이 그 중심에 있는 차별금지법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강화하며 협력 체제를 구축하면서 원내외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진보개혁 정치 세력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했던 정의당과 지금 22대 국회에서 그것을 이어받고 있는 진보당의 협력도 중요하다.

두 진보정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노력 속에서 어떤 걸림돌에 부닥쳤고, 우리 편에서는 어떤 시행착오와 부족함이 있었는지 서로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 얻는 교훈을 공유할 수 있다. 그것은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이후 이어진 서로 간의 불신과 반목으로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던 뼈아픈 과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섯째, 차별금지법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계속 국민의힘과 혐오 세력의 눈치를 보고 타협하려 하는 민주당을 압박하고 견인해야 한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지지와 동참이 없다면 차별금지법 제정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단지 민주당을 비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현명하고 효과적인 전술이 필요하다.

이 문제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똑같다고 한다면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가 아닐 뿐 아니라,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세력을 늘리는 것에서도 효과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 민주당 내부를 봐도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들은 소수이고 대다수는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 찬성하는 이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노골적 반대자에게는 단호한 비판을 가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함께하려는 의원들에게는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특히 '당원 중심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의 특성에 주목하며, 500만 민주당 당원과 더 많은 지지자들의 압력으로 차별금지법을 민주당의 핵심 과제로 만들도록 아래로부터의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민주당 정부에서도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 추미애 법사위원장 등은 차별금지법에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가 있고, 조원철 법제처장은 혐오 발언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는데 이런 것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 왔던 국가인권위가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빨리 몰아내야 한다.

여섯째, 차별금지법 발의 이후에 혐오 세력에게 공격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의원들을 방어하고 응원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 많은 의원이 불이익과 보복의 두려움 없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반대로 소신 있게 입법에 앞장서는 의원들에게는 압도적인 지지와 후원을 집중하여 그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진보당 손솔 의원은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작전회의'를 열었다. 사진=손 의원 페이스북

일곱째, 과거에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제정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한 힘이 됐는지 경험과 교훈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언제나 정확한 정세 판단과 기회의 포착, 강력한 프레임의 전환, 우호적인 여론의 조성, 민주 진보 개혁 진영의 폭넓은 연대, 정치권을 압박할 수 있는 거대한 아래로부터의 힘이 중요했다.

'사회적 합의'와 '나중에'를 말하며 기다리는 사이에, 차별과 혐오의 칼날에 상처 입은 소중한 이들이 너무 많이 우리 곁을 떠났다. 지금 문제는 사회적 합의의 부재가 아니라 '혐오할 자유'를 외치는 세력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닭장 속의 여우에게 활개 칠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닭에게는 죽음의 공포일 뿐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는 혐오의 공포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에 발의된 손솔 의원의 법안을 중심으로, 모든 힘을 집중하여 연대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혐오 세력을 타격하고, 동요하는 세력을 압박하며, 지지 세력을 총결집하는 지혜로운 투쟁이 필요하다. 노동, 여성, 환경, 이주민, 장애인 등 각계각층의 시민사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강력한 '반차별 공동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검찰개혁이나 사법개혁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차별금지법 제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식으로 대립시킬 이유는 하나도 없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이 혐오 정치를 끝내며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일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이 길의 끝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긍정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희망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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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뒤통수’에 조선일보 “정부, 美 동향 뭘 아나”

[아침신문 솎아보기] 트럼프 ‘뒤통수’ 의도에 정보통신망법과 쿠팡 언급되는 배경은

국민의힘, 김종혁 탈당 권유에 조선일보 “1970년대 정당 돼가는 국힘”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6.01.28 07:34

  • 수정 2026.01.28 08:23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사진=flic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에서 “자동차, 목재,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국산에 부과하는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며 “한국 입법부가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28일 주요 일간지의 1면과 사설에서 일제히 다뤄졌다.

언론은 트럼프의 행동을 두고 1면 기사 제목으로 ‘독촉장’, ‘관세 폭탄’, ‘관세 뒤통수’, ‘어깃장’ 같은 표현을 썼다. 또한 트럼프의 의도로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조속한 대미 투자를 받아 성과를 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미국이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관세를 무역 합의 이전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을 비판하는 제목이었으나 중앙일보는 미국에서 세 번의 경고를 했으나 정부와 국회가 묵살했다는 내용을 제목으로 뽑았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트럼프 “관세 인상”…대미투자 압박>

국민일보 <트럼프 “韓 관세 25% ‘빨리 돈 내라’” 독촉장>

동아일보 <합의 흔드는 트럼프 “한국 관세 25%로 인상”>

서울신문 <또 25% 관세 폭탄>

세계일보 <또 뒤집은 트럼프…“韓관세 25%로 인상”>

조선일보 <합의 석달 만에 ‘관세 뒤통수’>

중앙일보 <미 세 번의 경고장, 정부·국회가 묵살>

한겨레 <트럼프 “한국관세 25%로”…대미투자 실행 압박>

한국일보 <트럼프, 느닷없이 “韓관세 25%로” 어깃장>

▲28일자 조선일보 1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나는 2025년 7월 30일 두 나라를 위한 위대한 합의를 했고 내가 2025년 10월 29일 한국에 있을 때 그런 조건을 재확인했다. 왜 한국 입법부는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느냐”며 관세 인상은 “한국 입법부가 우리의 역사적 무역 합의를 법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들의 권한(prerogative)”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미는 지난해 7, 10월 정상회담 후 11월14일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 한국이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 대미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국가별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한다는 합의한 바 있다.

27일 청와대는 “미국 정부의 공식 통보나 세부 내용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방위산업 협력 강화 논의차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미국으로 보내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한국이 관세 인하 반대급부로 미국에 약속한 대미 투자를 요즘 원화 약세 등을 이유로 미루지 못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것은 조속한 대미 투자”라고 분석했다. 이어 “해당 합의에 따른 한국의 투자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인 것으로 보인다”며 입법 지연과 원화 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부담이 커진 한국 상황을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1면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정부는 결국 연간 200억 달러의 대미투자 집행을 독촉한 것으로 본다”라면서도 “한국을 먼저 본보기 삼은 것도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라 전했다. 이어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강한 반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일부 있다”며 “미 의회와 행정부는 한국의 디지털 규제 법안을 비판해 왔고, 지난 23일 J D 밴스 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쿠팡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을 묻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역시 1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 재부과 방침을 밝힌 것은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 전했다.

▲28일자 동아일보 1면.

대부분의 신문들이 트럼프의 돌발행동을 비판하는 것과 그 의도를 분석하는 제목을 뽑았지만 중앙일보는 <미 세 번의 경고장, 정부·국회가 묵살>이라 뽑았다. 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트럼프는 입법부(legislature)만 세 번 거론하며 불만을 토로했다”며 “직접적으로는 대미 투자의 법적 근거가 되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이어 “여당은 이제야 부랴부랴 입법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3면으로 이어진 <쿠팡 제재·온플법 불만…2주전 날아온 미 서한, 경고였다>는 기사에서 “미국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온라인 플랫폼 법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해왔다”, “정부와 국회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다루는 과정에 대한 미국의 불신도 관세 재부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 기사는 “결국 경고음이 여러 차례 울렸는데도 정부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28일자 중앙일보 3면.

트럼프 ‘뒤통수’ 의도에 정보통신망법과 쿠팡 언급되는 배경은

이날 주요 일간지는 일제히 사설도 썼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입법을 미룬 국회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이 디지털 규제 법안에 우려를 담긴 서한을 보낸 것이 경고였는데 미국 동향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점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사설 <韓 입법 문제 삼은 트럼프의 ‘관세 어깃장’…빌미주지 말아야>에서 “하지만 우리 국회도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상임위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국민의힘 모두 적극적으로 입법에 나서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對美핫라인 자랑 직후 ‘관세 25%’ 폭탄, 미 동향 뭘 아나>에서 “최근 한·미 간 경제 문제에서 여러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국회가 처리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중대 우려’를 표명했다”며 “미 빅테크 기업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2주 전에는 주한 미국 대사 대리를 통해 디지털 규제 법안에 대한 우려가 담긴 서한을 보냈다. 쿠팡 사태에도 예기치 않게 미국 조야에서 한국 정부에 항의하고 있다. 이 문제도 어떻게 비화할 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동향에 대해 정말 얼마나 알고 있나”며 비판했다.

▲28일자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 사설 <트럼프의 관세 압박, 원칙 지키며 치밀하게 대응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관세 번복이 한·미 간 소통의 균열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 대응의 안일함을 보여준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편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트럼프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관세 재압박’ 황당한 트럼프, 정부·국회 냉정한 대응을>에서 “우선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의도와 배경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단지 국회의 입법 지연으로 대미투자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인지,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정보통신망법이나 온라인 플랫폼 규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조사 등에 대한 불만이 영향을 끼친 것인지 확인하고, 상황에 맞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사설 <트럼프발 관세 압박 돌출, 대미 소통·후속 조치 만전을>은 “트럼프는 관세 재인상을 거론했지만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미 투자를 재촉하고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관세를 또다시 위협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일 수 있다”며 “정부는 양국 간 고위급 소통 채널을 가동해 트럼프의 본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회도 대미투자특별법 논의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8일자 경향신문 사설.

국힘, 김종혁 탈당 권유에 조선 “1970년대 정당”, 경향신문 “정치적 자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지난 26일 한동훈 전 대표 측근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탈당 권유를 결정했다. 당무감사위가 윤리위에 권고한 ‘당원권 정지 2년’보다 높은 수위의 징계로, 김 전 최고위원은 10일 내 탈당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명된다.

김 전 최고위원이 혐오·자극적 표현을 동원해 장동혁 대표와 당원들을 지속적으로 비난·비방했다는 게 징계 사유다. 윤리위는 김 전 최고위원이 장 대표 등을 비판하면서 “망상 바이러스” “장 대표가 영혼을 판 것” 등 표현을 한 걸 문제로 삼았다. 이와 관련해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들이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판하는 사설을 썼다.

경향신문 사설 <국민의힘 윤리위, 김종혁 탈당 권유 논리 황당하다>는 “당대표를 비난했다고 이런 중징계를 내린 전례가 있나. 정당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전체주의적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며 “내란 세력과 단절하기는커녕 극우 사당화의 길로 폭주하며 민심과 더욱 엇나가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정치적 자해가 없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끝없는 국힘의 자중지란, 국민 피로감만 높아진다>라는 사설을 내놨고 세계일보는 <당 대표 비판했다고 제명, 국힘 민주 정당 맞나>에서 “국민의힘이 대안 세력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는커녕 내홍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반대파 솎아내기’가 아니라 무너진 보수 재건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라 전했다.

관련기사

▲28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당 대표 모독죄’ 징계, 1970년대 정당 돼가는 국힘> 사설에서는 “지금 국힘 지도부는 도가 지나친 정도를 넘어서 이상하다”라며 “윤리위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부정선거론자와 ‘윤어게인’ 세력을 ‘망상 바이러스’라고 비판한 것도 문제 삼았다. 다수 국민은 부정선거론을 믿지 않고, ‘윤어게인’을 거부하는데 이 사실을 지적한 것이 어떻게 징계 대상이 되나.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도 <당 대표는 비판하면 안 된다는 국민의힘의 반헌법적 발상>에서 “단식을 끝내고 다시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하는 장 대표에게 윤리위의 상식 이하의 결정문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반하는 윤리위 결정을 하루 빨리 거둬들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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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형량, '부당이득'에 달렸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1/28 09:33
  • 수정일
    2026/01/28 09: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충재의 인사이트] 도이치 주가조작 판결 따라 형량 요동...부당이득 5억 이상 인정되면 다른 혐의 합산해 10년 이상 중형 가능

26.01.28 06:29최종 업데이트 26.01.28 06:36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지난 2025년 1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8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공천개입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형량은 주가조작 부당이득 액수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특검은 도이치 사건과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로 징역 11년,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이용 의혹에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습니다. 이들 세 가지 혐의 가운데 주가조작 사건이 가장 가변적이어서 전체 형량을 좌우할 거라는 게 법조계 전망입니다. 특히 도이치 주가조작 판결은 '2차 종합특검' 수사 대상 중 검찰의 김건희 봐주기 의혹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됩니다.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쟁점은 김건희의 시세조종 행위가 인정되는지, 인정된다면 부당이득이 얼마로 산정되느냐는 점입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시세조종 등 주가조작 행위는 1년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에 상응하는 벌금에 처해집니다. 여기에 주가조작으로 얻은 이익이 5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징역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습니다. 특검은 김건희가 도이치 주가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해서 약 8억 1000만원을 취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대로라면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라 최고 6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김건희의 주가조작 가담 사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입니다. 특검팀은 김건희가 시세조정 관련 계좌를 이용해 고가·허위매수 등 수법으로 3017차례 이상 매매주문을 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물증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김건희가 증권사 관계자에게 "계좌 관리자(블랙펄인베스트) 쪽에 수익금 40%가량을 주기로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녹음파일도 입수했습니다. 김건희는 줄곧 "주가조작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여러 정황상 단순방조자가 아닌 시세조종 공모자로 재판부가 판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부당이득 산정이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주가조작 사건에서 부당이득은 시세조종 행위로 인해 얻은 초과이익을 뜻하는 것으로, 정상거래와 조작행위로 얻은 이익을 구분하기가 여의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김건희 측도 이를 들어, 정상적인 주가변동 요인 등으로 인한 주가상승 가능성을 배제한 채 특검이 부당이득을 책정된 건 잘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검은 주가조작 기간 중 시세 변동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는 불투명합니다.

또다른 난관은 권오수 전 도이치 회장 등 사건 관련자들과의 형평성입니다. 이미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확정 판결까지 받은 권 전 회장은 같은 사안에서 부당이득을 산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시세조종 기간의 주가변동 중 정상적인 것과 위법한 것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런 판단은 1심에서부터 대법원까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건희의 경우만 부당이득을 인정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릅니다.

'김건희 모녀 도이치 주식거래로 23억 수익' 검찰 의견서 주목

긍정적인 대목은 김건희 부당이득이 앞선 검찰 수사에서도 제기됐다는 사실입니다. 도이치 사건을 수사한 검찰 1차 수사팀은 2022년 당시 도이치 사건 재판부에 제출한 종합의견서에 김건희 모녀가 도이치 주식거래로 모두 23억원의 수익을 올린 사실을 기재했다고 보도됐습니다. 당시 자료에는 김건희가 13억여원, 최은순씨가 9억여원의 차익을 거뒀다고 돼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검찰은 윤석열에 의해 서울중앙지검 수뇌부가 전격 교체한 뒤 "부당이득 산정은 불가능"이라고 입장을 바꿨지만, 검찰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던 셈입니다. 결국 관건은 재판부가 특검이 적시한 부당이득 산정 방식과 액수를 어느정도 수용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만약 도이치 사건 부당이득이 5억원 이상으로 인정되면 김건희 전체 형량은 징역 10년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큽니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적용된 알선수재죄는 법정형 상한이 징역 5년이고, 명태균 여론조사 혐의까지 인정되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형량이라는 게 법조계 예상입니다. 하지만 도이치 사건에서 부당이익이 산정되지 않거나 5억원 미만인 경우 형량은 길어야 2년 수준이고, 다른 혐의를 합산해도 총 형량은 구형의 절반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사건 발생 10년도 훨씬 지난 시점에서야 내려지는 법원의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심판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도이치모터스주가조작 #통일교 #명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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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없다. 쿠팡은 '관리' 아닌 '처벌' 대상"

전국민중행동·트럼프저지행동, '미국의 쿠팡사태 압박 규탄-내정간섭 중단하라'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1.27 15:22
  •  
  •  댓글 0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과 전국민중행동은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쿠팡 사태 압박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과 전국민중행동은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쿠팡 사태 압박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 문제가 양국 정부 사이의 오해로 비화하지 않도록 과열되지 않게 상호 관리해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중인 김민석 국무총리와 면담에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가 되었는지'를 묻고 이에 대해 김 총리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는 없다'고 설명하자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면담을 마친 김 총리가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전한 내용이다.

밴스 부통령은 면담 첫번째 의제로 쿠팡문제를 제기했는데, 전날 쿠팡의 주요 투자사인 그린오크스 캐피털 파트너스와 알티미티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이 뉴욕증시 상장기업인 쿠팡에 대한 한국정부의 조사를 '통상적 규제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조치'라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정식 조사를 요청하고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미국 스스로 사문화시킨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압박을 가한 것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과 전국민중행동은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쿠팡 사태 압박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대한민국 국민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사태를 두고, 미국의 행정부 2인자가 직접 나서 '관리'를 운운한 것"이라며, "쿠팡 측이 한국 정부가 미국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다는 식으로 미국 고위 당국자와 의회에 집중 로비를 펼친 이후 나온 이 발언은 한국에서 벌어진 쿠팡의 범죄행위를  한국의 법률로 조사, 처벌하지 말라는 압박이며 사실상의 내정간섭"이라고 규탄했다.

또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수천만 한국 국민이 입은 피해와 분노를 철저히 무시한 채 자국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며 이를 '오해'라 치부하는 미국의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하면서 "밴스 부통령은 '범죄'를 '오해'로 둔갑시키는 기만적인 언동을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범죄 혐의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대상이지 외교적으로 흥정하고 '관리'할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 "동맹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을 미국의 입맛대로 주무르려는 오만한 패권주의를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새벽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와 의약품 및 모든 관세 25% 인상'을 발표한데 대해서는 '상호관세 25% 인상을 빌미로 3,500억 달러 대미투자를 강요하는 행위'라며, "한국 정부는 지금 당장 3,500억 달러 투자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쿠팡을 비호하고 있다며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체포를 촉구하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쿠팡을 비호하고 있다며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국내 송환을  촉구하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의 핵심은 어떤 국가도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정도의 지배적인 위치에 오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쿠팡의 범죄행위를 처벌하려는 한국을 대하는 일련의 태도는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쿠팡에서 전 국민의 75%에 해당하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에 대해 수사하고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면, 3억 4천만 명의 미국 인구 중 75%인 2억 5천만 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되어도 미국은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되물었다.

정성희 자주연합 집행위원장은 미국이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 강요 △외국 사업자 규제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역외적용 조치에 대한 압력에 이어 △쿠팡 지주회사 이윤 보호를 위한 노골적 간섭을 서슴치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미국으로 호출해 혼을 내고는 점잖은 표현으로 '관리 잘하자'고 했지만 사실 '협박'에 해당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 상법에 의해 만들어진 쿠팡 코리아는 당연히 한국법을 따라야 하지만 미국이 쿠팡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이에 간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미국의 대표적인 이중잣대이며 폭력적인 내정간섭, 주권침해라고 맹비난했다.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그동안 구팡이 기업경영 과정에서 보여준 산재 사망 은폐 시도 등을 열거하고는 "쿠팡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자각 자체가 없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이 없으며, 따라서 상대를 이해하고 책임지고 사과하며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이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힘의 논리로 범죄를 덮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더 큰 힘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존 태도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하면서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정당한 법 집행과 국민적 분노에 대해 내정간섭을 할 것이 아니라 범죄인인도 조약에 따라 김범석을 당장 국내로 송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3천만 명이 넘는 우리 국민의 민감한 개인 정보가 유출된 사태로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하면서 "국민의 개인정보와 인권, 사법주권은 외교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주권을 침해하는 그 어떤 개입에도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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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국민생명 위해 박물관으로

 

“국가보안법 국민생명 위해 박물관으로”

 

이정훈 통일시대 연구위원 항소심 모두진술, “평화통일 위해 무엇을 했나?”

기사입력: 2026/01/27 [00:54]

 

이정훈 통일시대 연구위원은 26일 오후 2시2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22호 법정에서 열린 자신에 대한 국가보안법사건 항소심 1차공판에서 모두진술을 했다. 모두진술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항소심 모두진술]

 

1심판결의 부당성, 편파성에 대해서는 이미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이 모두진술에서는 항소이유서의 미진한 부분과 항소심에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몇 가지 추가하여 진술합니다.

 

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합니다.

 

항소심을 시작하며 저는 재판부에 국가보안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청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하는 반헌법적, 반통일, 반민주 악법인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북한을 반란단체로 판단하게 만드는 비상식적 규정 또한 계속 존재하게 되며, 이로 인해 분단의 평화적 해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연장선인 공안당국의 관행적 수사조작과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자행되는 진보인사들에 대한 탄압과 인권유린은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의 1심판결처럼, 비록 공판의 형식적 절차는 복잡하고 엄밀해졌지만 국가보안법의 반헌법적 논리와 공안기관의 수사조작에 대해 편파적으로 눈을 감는 재판은 언제든 반복되고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제가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무엇을 해쳤는지에 대한 구체적 행위 내용이 아무것도 없는 사건입니다.

 

제가 대한민국 정부 전복을 모의하거나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했습니까? 공소장이 주장하는 적화통일, 즉 사회주의 통일을 주장하거나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모임이나 결사를 조직했습니까? 아니면 헌법에 반하는 시장경제나 사유재산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를 무력으로 타도하자는 주장을 했습니까?

 

제가 평생, 그리고 지난 십수년간 한 일은 취약한 한국 민주주의를 확장하면서 진보적 대중단체, 진보언론 매체, 진보적 통일연구단체에서 기자, 연구자, 활동가로 일한 것이 전부입니다. 제가 주장한 것은 공소장에 기재된 적화통일이나 대한민국 체제전복이 아니라 이 나라의 자주화, 민주화, 평화통일이었습니다.

 

공안당국은 4년을 넘게 제 동료들과 주변을 수사해도 공소장 공식에 맞는 행위가 없자, 엉뚱하게도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저의 통일 관련 저술물(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 87년 6월 세대의 주체사상 에세이)들을 북을 이롭게 할 ‘이적목적’으로 써서 출판했다고 공소장에 끼워 넣어 기소합니다. 그리고 1심 재판부(윤영수 판사)는 황당하게도 그것을 유죄로 인정합니다.

 

결국 이 사건을 추리고 추리면, 남는 것은 제가 서울에서 ‘고니시’란 정체불명의 사람을 만나 연락을 몇 차례 시도했는데, 공안당국의 주장대로라면 그가 북한공작원이었다는 것이 전부인 사건입니다.

 

그와 만났던 날, 저의 어떤 행위가 어떻게 대한민국 자유민주질서를 해쳤는지에 대한 아무런 내용이 없습니다. ‘고니시’는 북한공작원이며 그를 만나고 연락을 시도만 해도 국가보안법의 통신회합죄와 편의제공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1심판결 내용의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고니시’란 사람의 본명, 국적, 생사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고, 관련 수사기록의 합법적 국제공조 또한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는 확인된 것이 아니라 추정의 영역에 남아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수사, 기소, 재판의 불합리성과 반헌법성은 바로 이러한 법적 모순과 법의 태생적 한계로부터 발생합니다. 모든 수사와 기소 판결의 논리가 피고의 행위 자체가 아니라 단지 그가 북한주민이나 공작원이라는 사람을 만났는가, 혹은 통신했는가의 여부를 밝히는 데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유무죄는 오로지 그것으로 판단합니다.

 

왜 만났는지, 어떤 통신을 했는지는 굳이 밝힐 필요도 없습니다. 재판부는 정황증거, 주변증거로 유추하면 그만이지, 그것을 의심할 여지 없이 증명할 증거나 이유가 없어도 쉽게 유죄로 판결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국가보안법은 한국 진보운동을 ‘북한공작원’ 또는 ‘북한과 유사한 주장’과 연계해 탄압하고 처벌하는 전근대적인 간첩몰이범과 재판의 뿌리가 됩니다.

 

② 북한의 남조선해방이나 대남적화통일 전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국가보안법 공소장이 반세기 이상 금과옥조로 내걸어온 판박이 논리의 핵심근거인 북한의 ‘대남적화통일전략’이나 북이 주도하는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전략’이 현실에서 실재하며 제대로 작동하는가의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이러한 북한의 대남통일전략이나 남조선해방전략은 단계적으로 모두 폐기되어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허구의 논리와 싸우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2023년 이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결정으로 남조선 통일이나 기존 대남전략을 전면 폐기하였습니다. 이후 남한을 ‘남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 또는 한국이라 공식적으로 호칭하고 있으며 또 북한은 한국과의 통일을 원치 않으며, 현재 전쟁상태인 적대국 관계라는 것이 공식 입장입니다.

 

이것은 저의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이며 앞으로 다가올 시간과 현실이 이 모든 근본 변화를 확증해 줄 것이라 봅니다.

 

이러한 남북관계와 안보상황의 근본적인 변화는 마치 윤석열 정권이 비상계엄상황이 전혀 아닌데 비상계엄을 선언하며 계엄을 독재와 영구집권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할 것입니다.

 

남한정부 전복이나 통일을 위한 반국가단체 또는 그러한 것을 노리는 북한은 현실에서 사라졌으며, 한반도 북부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통일을 원치 않는 분리된 타국만 존재하는 것이 오늘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과거의 남북합의와 남북관계는 현실에서 모두 사라졌으며 무용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 또는 조선과의 근본문제는 과거와 같은 정부의 정통성 경쟁이나 또는 통일이나 교류협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직도 한국전쟁 상태가 종료되지 않은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 인정하고, 현 정전상태를 종료하기 위한 노력과 한국-조선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역사적 과제만 남아 있습니다.

 

현재 남북관계, 엄밀히 이야기하면 한국-조선 관계는 1945년 해방과 분단 이후 80여년 만에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역사적 환경과 새로운 도전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현명하게 풀어가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 행정, 입법부를 망라한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지금까지 80여년간 한반도라는 하나의 영토에서 2개의 대립된 정부, 즉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각기 정통성을 주장하며 남과 북의 주권을 행사하던 사실상 ‘내전상태’에서 남과 북이 결국 타국으로 분리 재정립되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재정립 과정에 들어선 한국과 조선이 전쟁상태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적 한국-조선 관계를 정립하는가, 아니면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채 다시 제2의 한국전쟁의 비극에 빠지는가의 문제가 현재 우리에게 놓인 냉정한 현실입니다.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현재 한국-조선 관계는 이미 한 나라 내부의 통일지향적 특수관계가 아닌 타국관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남과 북 중 한 주체가 공식적으로 통일을 원치 않아 통일정책을 폐기하면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의 국가발전 전략과 안보전략은 존재하지도 않는 북한의 ‘대남적화통일전략’이나 ‘남조선해방전략’과 싸우는 국가보안법에 기초하여 수립되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상호 적대정책과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낡은 구시대적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고, 전쟁요소와 전쟁상태를 과감히 종료하면서 적대적 관계를 항구적 평화관계로 전환하는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③ 대한민국 ‘전시헌법’을 ‘평화헌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앞서 저는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청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번번이 기각되는 국가보안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다시 신청하는 이유는, 앞으로 전변되는 새로운 정세와 남북관계의 질적 변화에 대한민국 사법부가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대처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이미 너무도 늦었지만, 보수적 판결을 거듭하는 헌법재판소도 이제는 이 거대한 시대의 변화를 더 이상 외면하며 뒷짐만 지지 말고, 현명한 역사적 판결로 새 시대의 물꼬를 터야 할 때라고 봅니다.

 

집권 민주당과 입법부인 국회도, 기존의 남북관계 접근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곧 인식할 것이라 봅니다. 따라서 현실을 반영한 ‘헌법 개정’을 가까운 미래에 결단해야 할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 봅니다. 저는 거기에 이재명 정부의 역사적 평가와 전도가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격변하는 대외환경에 맞게, 현재 한국전쟁 이후 전시 분단체제를 반영한 현행헌법을 수정하여 평화헌법으로 개정하는 것은 시대적, 국민적 과제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헌법은 한반도에 존재하는 ‘2개의 국가’, 즉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호 인정하며 평화관계를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헌법의 영토조항(제3조)를 한국 주권이 실제 미치는 남한지역으로 개정하여 한국과 조선이 상호 영토, 주권, 주민을 인정해야 합니다. 한국 국민이 평화통일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한국 국민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흡수통일로 해석 가능한 헌법 4조는 폐기해야 합니다.

 

이러한 대외관계와 정치개혁이 앞으로 한국과 조선이 평화관계를 수립하고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재개할 유일한 방도이자 그 전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평화헌법이 실현되면 국가보안법은 박물관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선과 미국의 평화협정도 병행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한국이 미국 꽁무니만 따라다닐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한국이 먼저 주도적으로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를 건설하려고 시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를 막론하고 우리 국민 모두의 안전과 운명을 좌우할 우리 시대의 숙제입니다. 일본의 평화헌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국의 ‘평화헌법’ 개정입니다.

 

④ 사상과 표현의 자유 탄압이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위협합니다.

 

맑은 공기를 마셔본 사람만이 자신이 지금 숨쉬는 공기가 탁한 지 맑은 지 알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탁한 공기 속에만 있었던 사람들은 자기가 숨쉬는 공기가 탁한 줄도 모릅니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받는 피해자이면서도 정작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민중들의 줄기찬 투쟁으로 독재의 탁한 공기는 상당히 제거되었으나,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북한에 대한 무지와 오해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양상입니다.

 

북한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발전상을 말하거나, 국가보안법의 적대논리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은 이 사건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이적표현물의 저자로 낙인을 찍어 법정에 세우고 쉽게 처벌받습니다.

 

이러한 처벌이 반복되면 아무도 다른 관점으로 북한 관련 주제를 다루지 않게 되며, 그것이 쌓이면 우리 사회는 누구도 진실의 공기를 마실 수 없게 됩니다.

 

처음에는 진보적 학자와 지식인들이 중단하지만 나중에는 언론인, 정치인, 학자, 일반인 모두 ‘북맹’이 됩니다. 이러한 탄압의 피해자는 결국 진실을 호흡하고 마실 수 없으며 진실에서 배제된 한국 국민 자신이 됩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지식인의 전유물이 아니며 사치품이 아닙니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이 만약 다양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가 윤석열 일당의 비상계엄의 불법적 선포를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한반도 전쟁 재발과 같은 국민생명과 국가안위를 위협하는 위기사태를 막을 수 있는 힘을 잃게 됩니다.

 

결국 위정자의 전쟁정책과 위험성을 방치하거나 용인하며 공동체 전부를 위기에 빠지게 합니다. 따라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 확보는 공동체의 생존과 안전의 문제입니다.

 

얼마전 정부가 북의 ‘로동신문’을 일반 국민도 볼 수 있게 허용하고 또 북한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도 대부분 접속을 허용한다고 합니다. 국가보안법으로 해석하면 이것은 가장 위험한 이적표현물을 온 국민에게 대량 유포하는 것이 됩니다.

 

이것에 비하면 제가 출판한 저술물들은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미미한 내용입니다.

 

저는 북한 방송과 주체사상 총서 등을 우리 정부가 전부 개방하고 출판을 허용해도, 한국 국민이 그것을 알아서 해석하고 소화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또 그것을 국민,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토론과 사색을 통해 판단하고 함께 정리하는 것이 바로 민주공화국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바로 알고 북에 대한 바른 정보를 제대로 있는 그대로 알리자는 동일한 목적의 행위가, 정부가 하면 통일정책, 안보정책이고 제가 하면 이적행위가 되는 이중잣대의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⑤ 재판부의 한국 진보운동과 공안사건에 대한 이해의 한계

 

판사들이 한국 진보운동과 연관되어 벌어지는 각이한 공안사건과, 그 속에서 전개되는 복잡한 인간관계와 인간 내면의 심리와 분위기를 잘 모르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1심판결에서 판사의 선입견에 의해 정황증거나 조작증거를 모두 사실로 인정하는 판결문을 보며 상당히 놀랐습니다.

 

실제 있지도 않은 일이었기에 피고인이 부정하는 진술도 마치 자신이 그 상황을 영화처럼 보고 온 양 모두 사실로 인정하는 편파적 오류를 1심판결은 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자유심증주의인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안사건 관련자 피고들의 특징은 각자 견해와 관점은 달라도 각자 나라와 민족 그리고 공익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각자 입장이 판이하게 달라도 발언을 존중하지만 말보다도 사람들의 태도와 진정성을 보면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1심판사는 제가 미가참치(2차회합) 대화에서 고니시를 떠보는 듯한 대화는 전혀 없었다고 했는데, 그것은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판단입니다. 미가참치 전반부 대화 전체가 사실 ‘고니시’란 사람의 정체를 확인하는 과정의 대화였기 때문입니다.

 

생면부지의 해외동포가 통일운동을 돕겠다며 서울에 와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가 북한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면 그의 정체를 의심하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심리적 과정일 것입니다. 그것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그 만남이 무엇이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국가보안법 체제 한국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부류도 다양합니다. 북과 직접 연계되어 통일운동을 하는 동포들도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없는 해외에서는 이것이 합법적으로 가능합니다.

 

또 주로 경제적 이득이나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북과 접촉하는 사람들, 북의 공무원으로 실제 북한의 대외업무나 공개 또는 비공개 통일교류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 등 다양합니다.

 

또 이러한 흐름과 결이 다르게 국정원의 프락치로 움직이는 사람들, 외국계로 주로 미국 시아이에이(CIA)나 일본 시아이에이(CIA) 계열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등 다양합니다.

 

만약 ‘고니시’란 사람이 북한 대남사업 담당자였다면, 그는 최소한 저와 관련된 지난 사건에 대한 기본정보, 한국 통일운동의 일반적 상태, 북한이 직접 운영하는 매체인 ‘구국전선’의 내용과 실태, 한국 진보운동의 북한 통일정책에 대한 몰이해에서 벌어지는 혼동문제 등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이나 의견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날 이와 관련된 질문들을 그에게 하였으나, 그는 이에 대한 아무런 정보나 견해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당시 그를 예우하면서 대화한 후 내린 결론은 그는 북한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프락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심판사는 제가 그날 ‘고니시’라는 사람에게 ‘보고’를 했다고 했는데 술 2병 마시면서 혼자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혼자 이야기하는 보고도 있습니까? 실제 ‘고니시’란 사람도 저의 질문 의도를 속으로 알고 있었다고 봅니다. 사실 그 날 통신수단에 대한 전달은 관심 밖이었고 실제 그가 우려한 것도 그 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내용을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1심판사가 마치 피고의 입장을 다 이해하면서 공정하게 들어주는 듯 재판을 진행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정작 판결은 과거 군사정권의 국가보안법 판결처럼 내리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법부에 호소합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지난 반세기 이상 헌법에 명시된 평화통일을 위해 한 것은 무엇입니까? 뒤늦은 무죄판결과 반복되는 사과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안착했다고 믿었지만, 설마 하던 쿠데타와 위로부터의 내란이 발생했습니다. 전쟁과 한반도 평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위기를 높이고 평화관계를 저해하는 법적,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할 기회를 놓치고, 그러한 지적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설마 하던 전쟁도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한 것이 우리가 사는 한반도입니다.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때입니다. 사법부가 헌법 위에 군림하는 국가보안법의 위헌적 폐해를 막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 공존의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는 판결을 다시 한번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1.26.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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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 몸이 아니다"… 세상 외면 속 조용히 굶어죽는 모잠비크 피난민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② 실향민 마을 르포(하) : 영양실조 만연, 먼저 죽는 아이들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1.27. 08:34:06

아프리카 최대 규모 천연가스 개발이 이뤄지는 땅, 모잠비크 카부델가두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굶주림에 지친 피난민이었다. 카부델가두는 9년째 계속된 분쟁 속에서 황폐해졌다. 한국의 여러 기업과 공공기관도 이곳 가스전 개발에 참여 중이다. 분쟁과 한국의 연결 지점이다. 수년째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카부델가두 피난민의 현재를 (하)편에 담았다. 편집자

(관련기사 바로가기 :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① 실향민 마을 르포(상) "삼촌과 조카를 직접 묻었다"… '천연자원의 땅' 모잠비크에 무슨 일이?)

아싸니가 구멍이 난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인터뷰는 햇빛만 피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간이 오두막에서 진행됐다. 대나무로 외벽과 천장만 엮어 만든 오두막이다. 마을의 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무로 기둥과 벽, 지붕 구조를 만들어 세운 뒤 그 위에 진흙을 바르고, 천장 위엔 비를 막을 비닐이나 지푸라기를 덮었다.

비가 오면 천장 구멍으로 빗물이 떨어졌고, 뜨거운 햇빛도 그대로 내리꽂혔다. 때때로 뱀도 들어왔다. 비가 올 때마다 바닥에 둔 매트리스를 말아 들고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아싸니는 "가족들은 오두막 안에서 비를 피해 염소 떼처럼 몰려다녔다"고 표현했다.

대부분이 거실 한 칸의 집이다. 적게는 3~4명, 많게는 7~8명까지도 한집에서 지냈다. 천장에 씌울 비닐도 지원받지 않으면 구하지 못하는 귀한 재산인데, 구했다고 해도 수명은 1년 정도였다. 피난민들은 전기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압달라(40)는 "저기 있는 것들이 인간이 살 수 있는 집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었다.

지난해 사이클론은 모든 걸 앗아갔다. 모잠비크의 11~3월은 강수량이 증가하는 우기다. 적도에 가까운 모잠비크 북부는 사이클론의 영향권이다. 모잠비크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심화하며 사이클론의 강도와 개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2024년 12월 치도, 2025년 1월 디켈레디, 3월 쥬드 사이클론이 연달아 상륙했다. 이곳 메가루마 실향민 마을도 모든 집이 무너졌고 모아 놓은 식량, 옷, 가재도구 등도 모두 파괴됐다.

▲메가루마 실향민마을에서 찍은 가옥 사진. ⓒ프레시안(손가영)

▲메가루마 실향민마을에서 찍은 가옥 사진. ⓒ프레시안(손가영)

"굶주림차라리 분쟁으로 죽고 싶다"

"Food. Only food." (먹을 것이요. 먹을 게 가장 절실합니다.)

호아키나(61)가 말했다. 그는 자신의 몸을 가리키며 "이건 원래 내 몸이 아니"라며 "배가 고파 몸이 말라가고 있다. 신의 기적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 좋게 채소를 구하면, 그날은 채소와 소금을 같이 끓여 먹어 한 끼를 먹고 그 다음엔 물을 마시고 잔다고 했다.

피난민들은 3년가량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3년 전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더 심화했다. 분쟁은 장기화됐음에도, 농지를 구하지 못해 자립하지 못하는 이유가 크다. 호아키나는 "땅 주인들이 농지를 빌려주지 않을뿐더러, 운 좋게 허락을 받아도 토양이 맞지 않아 작물이 자라지 않고 벌레가 들끓는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만난10명의 피난민 모두 가장 힘든 게 뭐냐는 질문에 "굶주림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호아키나는 "여기서 굶어 죽는 것보다는 고향에 돌아가서(반군에 의해)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읍내로 나가 구걸하는 것뿐이에요. 사람들이 카사바를 조금 주면 그걸 가져와 먹어요. 그들의 집이나 농장에 일을 좀 해주면, 먹을 걸 받아요. 그러나 고향엔 내 땅이 있었어요. 난 곡물 분쇄기도 갖고 있었어요. 지금은 아무도 땅을 내어 주지 않아요. 모든 게 파괴됐고, 너무 절망적이에요. 먹을 게 없어서, 너무, 너무 고통받고 있어요."

2024년에 피난을 온 우쎄네(65)가 말했다. 우쎄네의 마을은 실향민 마을에서 40여㎞ 떨어져 있다. 같은 시우레구의 마을이다. 시우레구는 3년 전까진 반군의 영향이 크게 미치지 않은 남부 지역이었지만, 이제 상황은 변했다. 반군의 영향권은 남부까지 내려왔고, 이제 카부델가두주를 넘어 바로 아래의 남풀라주까지 분쟁 지역이 확대됐다.

▲피난민들이 지붕 아래 모여 있다. 한 주민은 재봉틀로 옷을 수선하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인터뷰에 응한 마리아(왼쪽)와 호아키나. ⓒ프레시안(손가영)

아동부터 죽는다

분쟁이 장기화하고, 피난민 마을이 조성된 곳마저 공격받게 되면서 새로운 갈등도 생겨났다. 카부델가두는 모잠비크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피난민뿐 아니라 선주민들도 빈곤과 기아 문제를 겪고 있다.

구호 물품이 수년간 피난민들에게만 분배되면서 생긴 형평성에 대한 불만, 같은 지역에 피난민이 대폭 늘어나며 구호 물품이 이들에게만 배분되면서 생기는 갈등 등이 누적됐다. 허위로 피난민으로 등록해 식량을 갈취하는 사례도 벌어졌다. 피난민들을 "쌀자루"라고 비하하거나 "이젠 너희 마을로 돌아가라" "이젠 우리가 공격받았으니, 너희가 포기해라" 등이라 공격하며 피난민을 내쫓으려는 여론도 생겨났다.

이곳 실향민 마을 대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말라리아로 최소 아이 세 명이 죽었다. 말라리아는 초기에 치료제를 먹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병원은 20㎞ 정도 떨어져 있다. 신속히 가려면 오토바이 택시를 타야 하는데, 100~150메티칼(2400~3000원)이 든다. 대부분 돈이 부족해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한다.

또 다른 아이 둘은 학교 가는 길에 큰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었다. 이 중 한 명은 파울로의 8살 난 조카였다. 파울로는 "가까이에 학교가 없어 아이들이 위험천만한 긴 도로를 왔다 갔다 해야 한다"며 "학교도, 병원도 쉽게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마을 대표는 "제대로 된 집이 제일 필요하다. 그래야 삶을 시작할 수 있고, 농사도 지으러 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작은 장사라도 시작하고 싶다. 지원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자립할 수 있도록 씨앗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사이클론이 덮쳐 모든 게 파괴돼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지금 또 우기가 다가와서 걱정이다. 비 오면 그나마 있던 식량도 다 젖는데, 바구니에 보관해 놓으려 해도 바구니가 없다"고 걱정했다.

▲우쎄네의 뒷모습. ⓒ프레시안(손가영)

살리모는 "여기 온 처음부터 전기는 없었고, 내일도, 모레도 전기는 없을 것"이라며 "여길 ‘대기 장소’라 생각하고 살고 있지만,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라 물었다. 그리곤 "그걸 모른다 해도, 우리는 이곳에서 더 나은 삶,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분쟁이 시작된 지 9년, 메가루마 실향민 마을이 조성된 지 올해로 6년째다. WFP 등 국제 사회의 원조는 3년 전부터 대폭 삭감됐고, 구호 자원은 수단, 팔레스타인 등의 분쟁 지역으로 옮겨 갔다. 그러나 분쟁은 아직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24년부터 반군의 소요 사태가 다시 늘었고 2025년엔 더 급증했다. 분쟁 지역도 확대돼, 카부델가두 경계를 넘어 남쪽 남풀라주와 서쪽 니아사주까지 반군의 폭력 사태가 보고되고 있다.

마리아가 말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어요. 한국의 동료들, 이웃들에게 알려주세요. 이곳은 굶어 죽고 있어요. 우리는 식량, 씨앗, 집, 옷이 필요해요. 장사라도 시작할 수 있게 작은 지원이라도 주어지면 좋겠어요. 정부 보복이 두려워 이런 얘길 어디다 하기도 힘듭니다."

▲2025년 11월 30일 실향민 마을에서 만난 라시드. ⓒ프레시안(손가영)

▲메가루마 강제실향민 마을을 멀리서 찍은 전경. 흰색 지붕이 주민들의 가옥이다. ⓒ프레시안(손가영)

※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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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꾼 이재명 정부? 조선일보 “원전 대못 뽑아” 한겨레 “의문과 비판 나와”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경향 “여론조사 유도질문, 꿰맞추기”

중앙일보 “신천지 수사는 급물살 통일교 전재수 수사는 잠잠 형평성 논란”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6.01.27 07:47

  • 수정 2026.01.27 08:19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6일 브리핑에서 신규원전 2기를 예정대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신규원전은 짓지 않겠다, 감원전하겠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던 이재명 정부가 결국 신규원전을 짓기로 결정했다. AI 시대 막대한 규모의 전기공급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공론화를 거치겠다는 약속과 달리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탈원전 대못을 뽑았다는 표현까지 썼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정부가 제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유도질문이 포함돼 있고, 꿰맞추기식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국민을 속였다고 했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 등 난제에 대한 해법없이 업계 이해만 받아들여 원전증설을 밀어붙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 “신규원전 건설 예정대로 추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기자 브리핑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원전 건설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조만간 2.8GW(기가와트) 규모 대형원전 2기의 부지 공모를 시작하고 2030년대 초 허가를 받아 2038년경 준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후부는 제11차 전기본의 신규원전 건설 계획에 대해 두차례 정책토론회(지난해 12월30일, 지난 7일)와 2개 기관을 통한 여론조사(지난 12~16일)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결과, 향후 확대가 필요한 에너지원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순으로 나타나고,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80% 이상,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원전 계획도 추진되어야 한다는 답변이 60% 이상으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김 장관은 “기후대응을 위해 탄소배출을 전 분야에서 감축해야하며, 특히 전력분야의 탄소감축을 위해 석탄·LNG 발전을 줄일 필요가 있으므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ESS·양수발전 등을 통한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과 탄력운전을 통한 원전의 경직성 보완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실성 없다던 장관 대통령 왜 돌변했나…AI 전력수급 필요성탓?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두고 “(건설) 가능한 부지가 있고 안전성이 확보되면 하겠지만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고. 김성환 장관도 “국민들과 숙의 토론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2월 여야 합의로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중 신규원전건설계획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급변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AI시대 ‘탈원전 대못’ 뽑았다>에서 “탈(脫)원전’ 또는 ‘신규 원전 억제’ 기조였던 현 정부가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과 탈탄소 전환이란 현실 속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고 판단해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보도했다.

▲27일자 조선일보 1면

동아일보는 1면 기사 <‘탈원전’ 접은 李정부, 신규 원전 2기 짓는다>에서 원전 찬성 여론과 함께 “전력 수급에 원전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날씨, 기후에 따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AI, 전기차 확산 등으로 늘어날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김 장관이 “(한국은) 에너지 섬나라이면서도 동서 규모가 워낙 짧아서 재생에너지 주력 전원인 태양광만으로 전력 운영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조건”이라고 말한 내용도 소개했다.

세계일보도 3면 기사에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이어받은 이재명정부가 입장을 바꾼 배경에는 안정적이고 충분한 전력 공급 없이는 국정 과제인 ‘인공지능(AI) 3강’ 목표도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큰 점 등 현실론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라고 해석했다.

“공론화 과정 탈원전 비판 의식한 요식행위, 국민 속였다”

한겨레는 1면 기사 <결국 ‘신규 원전’ 짓겠다는 이재명 정부…부지 선정 갈등·핵폐기물 어쩌려고>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약속했던 이재명 정부가, 원전도 함께 쓸 수밖에 없다는 ‘에너지 믹스’를 앞세워 기존에 비판했던 신규 원전까지 추진하는 모양새”라며 “이 때문에 이번 공론화 과정 전체에 대해 의문과 비판이 나온다. ‘탈원전 비판’ 여론을 의식해 요식행위를 밟은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탈핵시민행동’은 이날 낸 성명에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해결할 수 없으며,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미래 세대와 특정 지역에 전가할 뿐”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건설 강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핵산업계의 이해관계에 맞춘 짜맞추기 계획”이라고 비판했고, 녹색연합은 “난타전을 벌여서라도 논쟁하라는 주문과 달리 형식적 공론화로 국민을 속였다”고 질타했다.

▲27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3면 기사 <“지을 곳 없다”→“필요하다”…원전정책, 전력수요·여론 내세워 급선회>에서 정부의 현실론이 실제 현실과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세운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탈핵시민행동은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우는 전력 수요 증가 전망은 심각하게 부풀려져 있다. 지난 10년간 전력예비율은 5%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반도체 산업단지 등 전력 수요지와 신규 원전 후보지가 서로 다른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재명 정부의 ‘지산지소’ 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이재명 정부도 “새 원전 2기 건설”>에서 핵폐기물 처리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않은 채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원전 증설을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에너지 안보차원 큰 다행” 동아일보 “실용적 리더십 보여줘”

조선일보는 사설 <탈원전 폐기 다행, 낡은 운동권 이념이 미래 발목 안 돼>에서 “현 정부 들어 원점에서 재검토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불확실성이 컸던 사안을 기존안대로 확정한 것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큰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가 사용할 전력 폭증을 감안하면 이번 2기 건설은 첫걸음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원전 1기를 짓는 데 평균 14년이 걸린다. 지금 삽을 떠도 전기 생산은 2040년은 돼야 가능하다. 문 정권 때 탈원전은 해가 갈수록 국가 산업 경쟁력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미국과 중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이 ㎾h당 120원 수준인데 비해 우리는 이들보다 1.5배나 비싼 182원에 전기를 쓴다라면서 “이렇게 해서 어떻게 제품 원가 경쟁을 하고, AI 혁신을 이뤄낼 수 있겠나”라고 재촉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기후부 “원전 계획대로 건설”… 갈등관리-전력망 구축이 과제>에서 “‘인공지능(AI) 3대 강국’ 목표 달성과 제조업 강국 위상 유지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결정”이라며 “더는 이를 놓고 소모적인 논란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특히 “이번 결정은 신재생 에너지에 비중을 둔 현 정부 정책 때문에 원전 건설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라며 “특히 이번 결정은 이 대통령이 소모적 탈원전·감원전 논란을 털어내고, 현실에 기초한 실용적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평가했다.

▲27일자 동아일보 3면

한국일보는 사설 <돌고 돌아 신규 원전 확정... 에너지정책 '정권 리스크' 없어야>에서 “작년 2월 확정된 계획이 정권이 바뀌면서 재검토됐다가 1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적잖은 시간만 허비한 셈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김성환 장관이 지난 5개월 동안 어떤 진전된 논의를 통해 입장이 정리됐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 차례 정책토론회에서도 내세울 만한 뾰족한 논의는 없었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신규 원전 건설 찬성(69.6%)이 반대(22.5%)보다 3배 이상 높다는 결과가 나온 게 사실상 전부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인공지능(AI) 시대 안정적 전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거세지자 여론조사를 구실 삼아 입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탈원전 진영의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다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뚜럿한 근거도 없이 뒤틀리는 일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

세계일보도 사설 <신규원전 2기 계획대로 건설… 더는 정치 개입 말아야>에서 “이번 결정은 진보 정부가 고수했던 ‘탈원전’ 기조의 전환점이란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하면서 “에너지 정책의 중심이 ‘이념’에서 ‘실용’ 노선으로 회귀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공론화 없이 밀어붙인 이재명 정부” 경향신문 “답 정해놓고 꿰맞추기 질문”

한겨레는 사설 <충분한 공론화 없이 한달 만에 신규 원전 밀어붙인 정부>에서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논의를 벌일 것처럼 보였던 정부가 불과 한달 만에 최종 결론을 내려버린 것”이라며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 미래 세대에도 영향을 미칠 핵심 쟁점에 대한 숙의 과정은 사실상 전무했다”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몇달 전만 해도 정부는 전임 정부가 수립한 11차 계획을 존중하지만 신규 원전을 짓는 문제는 공론화를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라며 “하지만 정부 내 기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업계 요구가 커지면서 급변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연말 정책 토론회를 열고 공론화에 착수했지만 정책토론회에서는 원전의 경직성을 어떻게 완화할지에 대한 기술적 논의만 이뤄졌을 뿐이고 여론조사에선 원전이 마치 불가피한 해법인 양 유도된 질문으로 중립성 논란을 초래했다고도 우려했다.

한겨레는 원전 가동에 따른 현실적 문제를 두고 “원전을 돌리면 배출되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현재 처리할 시설을 마련하지 못한 채 부지 안에 보관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는 것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를 계속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원전 2기 건설 공식화, ‘선 재생·후 원전’ 기조 이어져야>에서 “정부의 공론화 과정이 충분했는지는 의문이다. 기후부가 두 차례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결정했다지만, 답을 정해놓고 꿰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온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국민 여론조사에서 ‘신규 원전 계획이 추진돼야 한다’는 답변이 69.6%에 달했다는 기후에너지부 주장을 두고 “하지만 대규모 전력 수요를 전제로 원전 추진 입장을 묻는 여론조사 문항이 중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전력 수급이 불안하다고 느끼도록 설계된 문항에 원전 찬성 응답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결과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원전을 기저 에너지원으로 두는 한 재생에너지 확대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는 핵발전을 중심에 놓고 재생에너지를 보조 전원으로 간주해온 기존 정책에서 탈피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믹스’ 설계도를 마련할 것을 당부한다”라고 썼다.

신천지 수사는 급물살 통일교 수사는 더딘 경찰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교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올해 초 출범한 이후 신천지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합수본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신천지 인사의 만남 정황이 담긴 사진을 확보했고, 관련자 소환조사와 압수수색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통일교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잠잠하다.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 전 의원의 자택과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까지 진행했지만, 그 이후엔 별다른 소식이 없다.

중앙일보는 사설 <신천지 수사 급물살…통일교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에서 “종교 집단이 조직적으로 정치권과 접촉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실체는 엄정하게 규명돼야 한다”라면서도 “다만 수사 방식과 우선순위를 놓고서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통일교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해양수산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에 대한 수사는 상대적으로 진척이 더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실제로 현 정권 출범 이후 여권 인사에 대한 수사가 지연되면서 용두사미식으로 가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통일교와 신천지는 제기된 의혹과 시점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합수본이 출범한 이상 기본적인 수사 원칙과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 인사에게 불리한 사안만 부각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힘 윤리위 김종혁에 사실상 제명 ‘탈당권유’ “친한계 축출의도”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윤민우 가천대 교수)는 26일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윤리위는 지난 14일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결정했고 현재 최고위원회 의결을 남겨 놓은 상태다.

윤리위가 밝힌 징계 사유는 김 전 최고위원이 언론 인터뷰와 유튜브 방송에서 장 대표 등에 대해 “혐오·자극적 표현을 사용해 비난·비방”했다는 판단이다. 김 전 최고위원이 지난해 9월 월간지 인터뷰에서 “(부정선거 주장 등) 망상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는 극단적인 사람들과 손을 잡았기 때문에 지지율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윤리위는 이를 두고 “혐오 자극 공격”, “정당한 비판이나 표현의 자유 한도를 넘어서는 정보심리전”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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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위는 또 김 전 최고위원이 언론 출연 발언을 두고 “당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특정 여론조사만 소개하며 당 지도부를 공격하는, 매우 계획적이고 용의주도한 매체 테러 공격을 자행했다”고 했다. 탈당 권유는 10일 내 재심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그 기간에 자진 탈당하지 않을 시 제명된다.

김 전 최고위원은 “나치 주장을 보는 것 같다”며 “오늘(26일) 징계 통보를 받았는데 지난 23일 결정됐다고 들었다.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에도 나서겠다”고 했고,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에서 불법 계엄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당내에서는 “당 지지율이 낮은 여론조사를 인용해 장 대표 체제를 비판했던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그런 당원들도 쫓아내야 하는 것이냐”며 “친한계 축출 의도가 뻔히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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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858기, 최상 기후조건인 2월 전후에 수색 서둘러 주길”

KAL858기 유족 김영 명예교수, 이재명․우원식에 호소문 발표(전문)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6.01.26 13:55
  •  
  •  댓글 0
“이미 대구 MBC팀의 수색과정에서 추락 해역의 사고지점 좌표와 수심이 50여 미터라는 것이 확인된 만큼, 우선 긴급하게 예산을 편성하여 수색에 최상 기후조건인 2월 전후에 수색을 서둘러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1987년 11월 29일 아부다비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KAL) 858편이 115명의 승객을 태운 채 실종된 이른바 ‘KAL858기 사건’으로 친형을 잃은 김영 인하대 명예교수는 26일 KAL858기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의 수중수색을 서둘러 줄 것을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호소했다.

김영 인하대 명예교수는 26일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KAL958기 동체 추정 물체 확인을 위한 조속한 현지조사를 촉구했다. 사진은 2024년 KAL858 가족회가 개최한 37주기 추모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영 명예교수 모습. [자료 사진 - 통일뉴스]
김영 인하대 명예교수는 26일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KAL958기 동체 추정 물체 확인을 위한 조속한 현지조사를 촉구했다. 사진은 2024년 KAL858 가족회가 개최한 37주기 추모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영 명예교수 모습. [자료 사진 - 통일뉴스]

김영 명예교수는 ‘존경하는 이재명 대통령님과 우원식 국회의장님께’ 보내는 “KAL 858기 탑승 희생자의 유해와 유품의 확인을 위한 동체 조사와 인양을 촉구하는 한 유가족의 호소문”을 통해 “정부 당국은 2019년 대구 MBC의 심병철 기자를 비롯한 특별팀이 발견한 KAL기 비행기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1987년 11월 29일에 추락한 KAL기의 일부인지를 확인해주고, 그것이 맞다면 우선 수색과 인양을 서둘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2020년 1월 MBC는 KAL858기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미얀마 안다만 수심 50m 해저에서 발견됐다고 단독보도했고, 외교부는 현지 수색을 위해 예산까지 책정하기도 했지만 당시 코로나 팬데믹과 미얀마의 정정불안이 이어져 아직까지 현장 수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KAL858기 유족회와 박선원, 정진욱 의원실은 지난해 12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외교부와 국토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개최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KAL858기 유족회와 박선원, 정진욱 의원실은 지난해 12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외교부와 국토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개최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대한항공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회장 김호순, 이하 유족회)는 지난해 12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정진욱 의원실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하고 배편으로 태국 푸켓에서 안다만 해역으로 이동해 수색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외교부는 지난 22일 기자의 질문에 “KAL858기 추정 동체 조사단 파견을 미얀마 현지 정세와 우리 조사단 파견 시 안전 확보 문제 등 제반 사안을 고려하여 범정부 차원에서 신중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미얀마 군부 대 반군부 간 교전 중단 등 현지 정세가 안정화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2020년 1월 23일 미얀마 안다만 해저에서 KAL858기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MBC 뉴스데스크는 2020년 1월 23일 미얀마 안다만 해저에서 KAL858기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김영 교수는 “1987년 12월 대통령선거 직전에 벌어진 이 비극적 사건을 당시 정권은 사고의 실체적 진실 규명과 유가족들의 간절한 유해 수습 요구는 외면한 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하여, 진실 규명과 유해 수습과 동체인양 문제는 간과되어 왔다”며 “38년의 세월이 흐르도록 우리 유가족들은 KAL 858기 폭파사건으로 희생된 가족의 시신이나 유품 한 조각도 확인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의관장을 치를 수 밖에 없었고, 아직도 그 죽음을 실감할 수 없이 한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조사와 수색의 구체적 실행방법은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박선원 의원과 정진욱 의원, 그리고 정부의 외교부 동남아 2과 정중섭 서기관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박유준 과장, 전성환 경청통합 수석의 의견을 수렴해 실행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성환 대통령실 경청통합 수석은 지난해 11월 29일 KAL858 유족회가 개최한 38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진상규명에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전성환 대통령실 경청통합 수석은 지난해 11월 29일 KAL858 유족회가 개최한 38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진상규명에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전성환 대통령실 경청통합 수석은 지난해 11월 29일 KAL858기 사건 38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관련 수석실과 또 여러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며 “상황이 녹록치는 않긴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국민주권 정부에서 여러분의 그 기회의 끈들을 이어가서 진실 규명에 그날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이번 국민주권 정부 시대에 우리 유가족들의 38년간 쌓인 한이 풀리고 국민의 생명을 존중하는 인권존중의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며 “정부 관련 부처와 담당 책임자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실행을 할 수 있도록 신속히 조처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KAL858기 사건으로 실종된 김형 교체기장의 동생인 김영 명예교수는 ‘민주사회를 위한 지식인 종교인 네트워크 공동대표’로서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에 앞장서는 등 우리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김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이재명 정부 들어서 과거사 진상규명과 여러 사건으로 숨져간 분들의 명예회복, 인권회복 움직임이 있다”며 “현지 어부들과 대구MBC가 동체 추정 물체의 좌표를 알고 있으니 단계별로 먼저 확인하고 인양해 보자고 촉구하고 여론을 일으키기 위해 호소문을 냈다”고 밝혔다.
 

호소문(전문)

<존경하는 이재명 대통령님과 우원식 국회의장님께>
- KAL 858기 탑승 희생자의 유해와 유품의 확인을 위한 동체 조사와 인양을 촉구하는 한 유가족의 호소문 -

격동하는 세계 정세속에서 내란을 극복하고 민주헌정질서를 회복하시고 빛나는 외교적 성과를 이룩하시느라 노고가 많으신 두 분께 경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한 사람의 민주 시민이자 KAL 858기 유가족으로서 간절한 호소를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1987년 11월 29일 파리에서 바그다드, 아부다비를 거쳐 김포공항으로 오던 115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탑승한 대한한공 KAL 858기가 지금 미얀마의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폭파되었습니다. 1987년 12월 대통령선거 직전에 벌어진 이 비극적 사건을 당시 정권은 사고의 실체적 진실 규명과 유가족들의 간절한 유해 수습 요구는 외면한 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하여, 진실 규명과 유해 수습과 동체인양 문제는 간과되어 왔습니다.

38년의 세월이 흐르도록 우리 유가족들은 KAL 858기 폭파사건으로 희생된 가족의 시신이나 유품 한 조각도 확인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의관장을 치를 수 밖에 없었고, 아직도 그 죽음을 실감할 수 없이 한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민주시민들의 끈질긴 저항과 국민들의 주권행사로 권위주의 정권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문민정부로 바뀌면서 과거에 있었던 참사들에 대한 진실규명과 인권유린에 대한 관심과 조사가 이루어져, 제주 4.3 추모제에 대통령 참석, 양민학살에 대한 조사와 유해발굴, 4.16 세월호 참사 및 1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빛의 혁명’을 통해 민주시민들과 함께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의 내란을 극복하고 들어선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는 이전 정권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과거사 청산과 진실 규명,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주려는 국가적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국민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인권존중의 정책을 지향하고 실행하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방향과 노력에 대해 경의를 표하며, 1987년에 참사를 당한 KAL 858기 유가족들은 다음과 같이 호소를 드리오니, 정부 관련 부처와 담당 책임자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실행을 할 수 있도록 신속히 조처해주기를 바랍니다.

1. 정부 당국은 2019년 대구 MBC의 심병철 기자를 비롯한 특별팀이 발견한 KAL기 비행기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1987년 11월 29일에 추락한 KAL기의 일부인지를 확인해주시고, 그것이 맞다면 우선 수색과 인양을 서둘러주시기 바랍니다.

2. 이미 대구 MBC팀의 수색과정에서 추락 해역의 사고지점 좌표와 수심이 50여 미터라는 것이 확인된 만큼, 우선 긴급하게 예산을 편성하여 수색에 최상 기후조건인 2월 전후에 수색을 서둘러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3. 구체적인 계획은 2025년 12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민주당 박선원 의원과 정진욱 의원이 공동 주최로 개최된 <KAL858기, 동체확인조사,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논의 되었습니다만, 정부 주도의 실행의지와 소요 경비에 대한 국회의 적절한 예산 지원과 협조를 요청합니다.

4. 조사와 수색의 구체적 실행방법은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박선원 의원과 정진욱 의원, 그리고 정부의 외교부 동남아 2과 정중섭 서기관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박유준 과장,  전성환 경청통합 수석의 의견을 수렴해 실행해주시기 바랍니다.

5. 이번 국민주권 정부 시대에 우리 유가족들의 38년간 쌓인 한이 풀리고 국민의 생명을 존중하는 인권존중의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6년 1월 26일

민주사회를 위한 지식인 종교인 네트워크 공동대표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KAL 858기 유가족의 한 사람(순직한 KAL 858기 김형 교체기장의 친동생)

김영(金泳)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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