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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재판부법, 이대로면 윤석열 '꽃놀이패' 될 수 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6차 전체회의에서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을 전담 처리하는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2025.12.3 ⓒ 연합뉴스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 판사회의만으로 구성해야 하는 이유

민주당 지도부에게,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 추천권자에서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을 빼고 각급 법원 판사회의만 남겨주기를 정식으로 요청한다. 독일 법원조직법상 사무분담위원회 구조의 입법화 방식과 다를 바 없는 지극히 합헌적 방식이다.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 재판이라는 사법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최초의 선례에 이 정도의 재판부 구성 특례를 두는 것을 위헌으로 보기는 힘들다. 즉 이렇게 추천위원회 구성만 합헌적으로 바꾸기만 해도 전담재판부 법안의 합헌성은 크게 올라간다. 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수백명의 판사 다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광기어린 계엄선포가 내란죄에 일응 해당한다는 5.18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수긍하고 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지귀연 판사의 허술한 구속취소 논리와 공정의 외관에 둔감했던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례적 초스피드 상고심 진행이, 사법부 전체에 대한 음모론적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법원 다수의 판사들은 잘 해주었다는 점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내란죄 수사에 필요한 핵심적 압수수색, 체포, 구속영장을 판사들은 법리에 기초해 잘 발부해주었다. 그 중에는 군사상 장소인 경호처에서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이 가능한 취지를 확인적으로 기재했다(형사소송법 110조, 111조 예외)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과 고초를 겪은 판사도 있고, 윤석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이유로 몇 분, 몇십 분만 늦었으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폭도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던 판사도 있었다.

외부의 오해와 일부 선동과 달리 3천명의 판사들이 결코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지 않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위 사법농단 사 이후, 그 엄청난 충격과 다양한 제도적 변화는, 개별 판사들의 독립성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여 놓았다. 물론 헌법상 비상계엄 요건, 형법상 내란죄 구성요건 적용을 부정하는 이상한 판사가 극히 소수 존재할 수도 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회의에 참석할 수백명의 판사들이 그런 판사들에게 비상계엄, 내란 재판을 맡길 정도로 모두 어리석지는 않다.

하지만 전체 판사회의를 통하더라도 내란죄 재판을 비틀어 왜곡할 만한 재판부가 구성되리라는 불신에 기초하여 전담재판부 구성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 대법원과 경쟁관계에 있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끌어들인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다른 내란공범들에게 꽃놀이패를 쥐어 줄 조치로 끝날 수 있다.

과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들이 판사회의를 열어 3명을 추천할지도 의문이다. 판사회의 개의를 위해서는, 판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 판사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판사회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10조). 내란전담재판부에 반대하는 판사들은, 그냥 판사회의에 불출석하여 과반수 출석을 막는 것 만으로,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 구성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러면 판사회의 추천을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판사회의 추천을 건너뛰고 6명만으로 구성할 수 있나? 이렇게 구성한 추천위원회는 법관 관여가 전혀 없는데, 외부만으로 구성한 추천위가 구성한 내란전담재판부는 헌법상 법관독립, 재판독립 규정을 침해하는 것인가? 내란전담재판부 법관은 현직 판사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6인의 법원 외부위원만으로 구성된 추천위의 법관 추천에 응할 판사가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할 생각으로 속마음을 숨긴 채 추천에 응하는 판사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

또한 피고인 측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기각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위헌심사형 헌법소원 심판 청구는 정해진 수순일 것이다.

그 외에 내란재판부 구성과 무관하게 이런 제도 자체가 자신의 법관이라는 헌법상 독립 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내란전담재판부가 구성되는 법원의 법관이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하면 그 결론은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는 내란 재판 절차는 진행해야 하나, 정지해야 하나? 재판절차 진행정지 가처분을 함께 신청하면 어떨게 결정해야 하나? 그냥 진행했는데,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가?

이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죄 공범들에게, 정말 훌륭한 꽃놀이패를 쥐어주는 일 아닌가?

이런 결과가 내란죄 재판에 도움이 될까?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2025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런 위험한 입법을 강행하는 것이, 온 국민의 헌법수호 의지를 이어 내란죄 재판이 합헌, 합법적으로 진행되도록 입법으로 지원할 국회의원과 정당의 헌법적 책무에 충실한 일인가?

헌법재판소의 다수 재판관이 법원 출신이고, 내란전담재판부의 위헌성 판단은 정치인과 국회의원의 손에 맡겨진 아니라, 율사들의 손에 달려 있는데, 과연 위헌이 나올 위험이 무시해도 될 정도로 작은가?

민주당 지도부에 묻고 싶은 질문들이다. 만약 필요하다면 민주당 지도부와의 공개 토론회에서 함께 토론할 기회를 가질 용의도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반년간의 비상계엄 대응으로 다른 밀린 연구계획들이 다시 밀리더라도, 내란죄 재판이 어그러져 헌정질서가 흔들릴 위험에 처한다면 그 많은 다른 연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민주당 의원들(동시에 함께 한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들에게도)에게는 비상계엄의 엄혹함을 뚫고 계엄해제 요구를 만들어낸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물론 국회 앞으로 달려간 국민(유언에 가까운 말을 남기고 간 분도 있다), 내란의 폭동행위를 거부한 일개 군인과 일개 경호처 직원이 가장 큰 영웅임은 물론이다. 그 과정에서 나도 조금 힘을 보태 경호처 앞에서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저지 지시를 거부할 것을 경호처 직원에게 요청하고,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구속취소결정에 대해 (집행정지효가 없어 위헌성이 없는) 즉시항고를 한밤중에 1인 시위로 요청한 것은, 국민들의 투쟁의 결과물이 율사들의 기만적 법기술로 날아가는 것을 막는 것이 율사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탄핵과 대통령 선거의 종료 이후, 말과 글을 통해 율사로서 최소한의 할 도리를 할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하여, 이후 비상계엄 관련 페북글, 지인 스팸성 단체문자 발송, 언론 출연이나 기고를 끊었다. 그런데 영장전담재판부와 윤석열 재판에 적용될 수 있는 1심 내란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내란공범들에게, 꽃놀이패를 쥐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딱 한 번 긴 페북 글을 쓰고 지인 스팸성 단체 문자를 재개했다(관련 기사 : "느려터진 내란재판은 문제" 판사 출신 교수의 제안 https://omn.kr/2fekx).이후 내란전담재판부 입법 논의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의 발언을 안했다.

다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영장을 포함해 많은 특검 영장의 기각으로 내란전담재판부 입법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이 우려스럽다.

영장기각율이 높은 건, 물론 개별 사건별로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당연한 결과이다. 검찰, 경찰, 공수처가 (물론 여유도 없는 면도 작용했지만) 비상계엄 직후 그 때 했어야 할 수사들이다. 여러 혐의의 당부를 판단할 증거들이 다수 없어지고 인멸되었다.

일부 언론의 잘못된 프레임처럼 특검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 검찰, 경찰, 공수처의 부실한 수사 혹은 그 수사의 거부, 해태가 잘못이다. 그러나 내란죄 수사, 재판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조금 낮더라도 영장 신청을 해 법원 판단을 받으려고, 낮은 영장기각율이라는 비난을 감수할 용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영장 신청을 해 어떻게든 증거를 더 수집해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특검은 해야 한다.

하지만 법관들 입장에서, 너무 늦은 영장 신청으로 인하여 이미 다수 증거가 소멸, 인멸되고, 동시에 정치적 주요 인물에 대한 수사에서 도주의 우려가 인정되기 힘든데, 제때 신청된 일반 사건 영장과 똑같은 비율로 영장 인용율 평균을 맞춰줄 수는 없을 수 있다.

'판사 출신'이라 말하는 '진짜' 법원개혁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월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경호처에 부당지시거부 소명서 전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3 ⓒ 연합뉴스

내가 '판사' 출신이라, 법관들의 이해관계에 치우친 입장을 취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맞다. 나는 이제 자랑스러움이 아닌 부끄러움과 질타의 언어가 된 '판사 출신' 교수이다.

하지만 나는 어떤 판사 아닌 그 어떤 사람보다, 법원의 집단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국민을 위한 공정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게 보이는 충실한 재판을 중심으로 나의 사고를 형성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왔다.

오해를 풀고 싶다. 특정재판부 사무분담을 다루는 입법, 제왕적 대법원장 체재 개혁을 위한 사법행정회의, 재판소원, 법왜곡죄 도입 자체가 위헌이라는 법원행정처 등의 논리에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동시에 그것이 반대하는 측의 소신에 기반한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법관들 전체가 사법행정에 관한 경험과 공부에 극히 태만해 온 현실, 아니 태만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소수 상근법관 중심의 밀실 사법행정으로 인한 피해자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법원 사법행정을 공부해 보려 해도 단 1권의 교과서조차 없지 않은가. 같이 공부해가면서 토론해가면 그 위헌성에 대한 오해는 풀려갈 수 있다.

사안별로 내 입장을 적어본다.

첫째,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개혁하는 사법행정회의안(사법농단 사태를 계기로 열린 2017년 제1회 전국법관대표회의 제도개선특별위 위원이었던 나는 사법행정회의의 원형을 제안하는 보고서 작성을 맡았다)을 밀어붙이는 민주당 지도부의 용기에도 감사를 표한다. 정치적으로 표를 일부 잃는 일일 수도 있지만, 이는 과거 해야 했던 일을 정파적 이익 등으로 처리하지 않은 당시 여야 국회의원과 정당들의 실수를 바로잡는 일이다. 사법행정의 틀은 잡는 것은 국회 입법의 영역이다. 사법권에 사법행정권도 전속된다는 이상한 법 논리는 사법농단 당시 이미 충분히 논파된, 공부가 덜 된 견해일 뿐이다.

다만 다른 선진국과 달리, 법관 본인 동의 없이 승진이나 전보되지 않는다는 '법관 부동성 원칙'이 입법화되지 않은 한국에서 3000명 판사의 전보인사를 다루는 사법행정은 외부의 관여를 없애고 법관들만의 위원회로 해야 위헌성 시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재판소원을 입법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감사하다. 선진국 판사보다 2~4배 많은 사건을 더 빨리 처리하라는 불가능한 요구가 원인이기는 하지만, 위헌위법한 재판절차(구술집중변론, 변론갱신, 신속재판 위한 재판기간 제한 규정 등을 형해화하고, 3인 합의부가 2인 합의를 하는 등등)로 국민의 재판청구권 침해가 일상화된 재판을 바로잡으려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재판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대상으로 추가해야 한다. 역시 입법사항일 뿐이다. 재판소원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 이후 멈춰버린 재판의 투명성, 신뢰도, 충실성을 위한 재판절차 혁신 노력의 불씨를 되살려 줄 거의 유일한, 강력한 외부적 자극이 될 수 있다. 재판청구권 침해를 이유로 한 재판소원은 제발 통과시켜 달라. 그것이 일부 민주당의 표를 갉아 먹더라도 국민의 사법서비스 접근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다만 디테일도 중요하다. 헌재의 재판 절차 지연을 막기 위해 헌재 재판연구관을 대폭 늘리고, 재판소원 전담 수리소원부를 설치하고, 하급심 판결은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소액 사건의 경우 상고 제한이 잘못 적용된 일부 사례만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독일에서 재판소원의 순기능을 확보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기 위하여 발전된 제도와 법리를 연구해, 재판소원 인정 대상 범위를 정교하게 설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동시에 재판절차를 다 지키는 충실한 합헌·합법의 재판이 가능하도록 법관 3천명을 3~4배 늘려 1만명으로 늘려가야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나의 판사 3~4배 증원 주장에 대해, 판사의 희소성 감소로 인한 사회적 지위 약화의 속내로 반대한 법관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민주당은 그런 반대를 뚫고 나아가기 바란다.

또한 변호사 접근성을 대폭 높이기 위해, 로스쿨 정원을 2천명에서 5천명으로 3배 정도 늘리고, 변호사 시험 정원제한을 철폐해 변시를 자격시험화해야 한다. 나도 잠재적 전관 변호사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저명한 미국의 법경제학자인 포스너 판사가 김호 자유기업원장의 <신동아> 2008년 4월 7일자 인터뷰에서 말했듯, 완전 경쟁시장화는 국민에게는 높은 접근성 확보를 의미하지만, 전관 변호사인 나는 생계유지를 위협받을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로스쿨 정원철폐와 변시 자격시험화를 주장하는 지금도 나의 잠재적 전관변호사 정체성이 마음속에서 딴지를 건다. 이는 시험에 안 나온다는 이유로, 이번 비상계엄 내란죄 판단에 핵심이 되는 5.18 내란죄 대법원 판결문은 공부도 안 시키는 학원화된 로스쿨 교육을 바로잡는 일이기도 하다.

셋째, 법왜곡죄 도입에도 찬성하지만 아쉽다. 큰 효과 없는 상징적 입법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징적 입법도 재판절차의 투명성, 외관의 공정성 확보, 책임성 확보에 때로는 필요할 수 있다. 법관임용 후 주변의 전화변론, 몰래변론, 관선변론(현직 판검사, 직원, 경찰이 담당자에게 전화해 한 마디하는 변론)에 대한 자성의 부재, 개혁 노력의 부족을 본 나는, 이 문제를 오래 연구했다. 독일 법왜곡죄 논문과 독일 주석서를 뒤지고, 미국의 사법방해죄를 연구했지만, 내 결론은 한국 사법절차의 독특한 현실은 추가적 구성요건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부정청탁방지법의 부정청탁 개념을, 수사, 재판 절차의 문제 상황에 적용할 수있는 형태로 수정하여 처벌하는 맞춤형 입법은 이미 내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담겨 있으니 참고 바란다.

넷째, 전관예우 문제라는 훨씬 더 큰 문제에 대해서도 나는 잠재적 전관변호사로서의 이익에 충실하려는 본능을 거스르려고 열심히 노력해왔다. 법관들, 검사들,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찰들(로스쿨에 전직은 물론 현직 포함 경찰 제자들이 늘고, 김앤장 등 대형로펌의 경찰 출신 입도선매 현상도 늘고 있다)의 집단적 이해관계로, 국민의 사법서비스 접근권은 물론, 수사, 재판의 신뢰가 뒤흔들린지 오래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도 대법관,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 개업금지(필요하면 헌법을 바꿔라)와 당근으로서 퇴임 후 공적 직업 마련(원로법관, 중재업무, 기타 공공성이 강한 직위, 사법연수원 석좌교수 등), 연금제도 개선(개업 포기하고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들에게 주어지는 연금까지 정지해 박탈할 필요가 있나. 부분적 공무원에 대한 공무원연금 지급정지 규정을 개별 사례별로 합리적 예외를 설정하는 입법이 시급함) 입법을 내주길 요청한다.

'판사' 출신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내 주장의 내용을 국민의 관점에서 분석해 주길 바란다.

1심 내란 재판의 결과, 지켜보면 어떨까

지귀연 부장판사(가운데)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하기 위해 4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리고 1심 내란 재판의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면 어떨까 싶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한 국민적 열망이 몇 년 만에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인 윤석열의 집권으로 이어졌고,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의 현실이 발생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독립성, 책임성, 공정성이 보장된 재판은 정권의 교체에도 견딜 수 있는 제도로 설계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과 대법원과 경쟁관계에 있는 헌법재판소 측이 9명 중 6명을 추천하며, 위원 6인만으로 회의를 열어 5명 이상 찬성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원회에서 특정 재판의 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선례는, 이후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

사법행정위원회 도입 법안이 오히려 늦었음을 질타하면서 법관 전보인사만 법관들의 위원회로 빼 위헌 소지를 없애라는 것도, 법관 부동성 원칙이 제도화하지 않은 가운데 사법행정위원회 의결로 공식으로 판사를 지방으로 날려보낼 수 있는 제도는 제2의 윤석열 같은 대통령이 집권하면 충분히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정권, 유태흥 전 대법원장 시절인 1985년 박시환 전 대법관(당시 인천지법 판사)이 강원도 영월로, 이를 비판한 서태영 서울지법 판사가 경남 울산으로 날아간 것과 같은 일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2015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정책에 반대한 송승용 판사가 통영으로 좌천성 인사를 받은 일을 기억하자.

미래의 사법부 지형과 정치적 상황이 엄혹해질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최소한의 재판독립, 법관독립의 안전장치는 유지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차성안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는 전직 판사입니다.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내란#윤석열#차성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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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을 만들다] ⑤국가보안법 폐지 않고는 반복된다

한요나 시민기자

hanyona@naver.com

전직 기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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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상 심판…국보법의 민낯

무죄에도 "피고인이 안 만났음을 증명하라" 항소

조작 주도한 한은지 검사, 사과 없이 대형 로펌 행

국정원, 대법원 확정 판결 후 등 떠밀린 '뒷북 사과'

묵비권 행사한 이들에게는 유죄 판결 내린 사법부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는 2023년,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당국은 신 대표가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해 지령과 공작금을 수수하고 국내에 비밀 결사 조직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피의 사실을 공표하며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에게 '간첩' 낙인을 찍었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활동 이력과 엮어 '세월호 간첩'이라는 악명까지 붙였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에 이어 지난 9월 25일, 대법원은 그에게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이는 보수 언론이 즐겨 쓰는 '증거 불충분'과는 본질이 다르다. 신 대표가 밝혔듯, "수년간에 걸친 내사와 불시의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증거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은, '증거 자체가 부재'를 확인한 사건이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막대한 인력과 세금을 투입해 한 평범한 시민을 어떻게 '간첩'으로 조작하려 했는지, 그 비상식적인 조작의 전 과정을 추적한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연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 발의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12.1 연합뉴스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로 신동훈 제주 평화쉼터 대표를 향한 국가정보원(국정원)과 검찰의 거대한 '간첩 조작'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렇다고 끝난 게 아니다. 국가기관의 집착에 가까운 항소와 무리한 수사로 평범한 시민활동가의 삶은 처참하게 망가졌고 아직도 회복이 되지 않았다.

신동훈 대표는 수사 단계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부당한 권력에 저항했고, 재판 과정에서는 국정원이 들이민 조작된 증거들을 논리적으로 격파하며 자신의 결백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주었고, 국정원의 수사는 위법하고 무리한 것이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이 승리의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사법 정의를 조롱하는 검찰의 무책임한 태도와 헌법 위에 군림하는 '국가보안법'이라는 괴물의 존재다.

1심 완패에도 '복사 붙여넣기'… 피고인을 말려 죽이는 '묻지마 항소'

1심 법원은 신동훈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의 요지는 명확하고 단호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며, 간첩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캄보디아 현지 불법 사찰, 서로 시선도 맞지 않는 황당한 영상 증거, 수사관의 자의적 해석이 들어간 조서 조작 시도, 오락가락하는 '전문 증언꾼'의 진술 등 검찰이 내세운 칼날은 법정의 엄격한 증거주의 앞에서 모두 무디기만 했다. 상식적인 법조인이라면, 그리고 최소한의 인권을 생각하는 국가기관이라면 여기서 멈췄어야 한다. 잘못된 기소를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사과하는 것이 마땅한 수순이다.

하지만 검찰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문제는 항소의 근거다. 형사소송법상 항소는 1심 판결에 사실 오인이나 법리 오해가 있을 때 제기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항소하기 위해서는 1심 판결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거나 논리적인 반박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단 하나의 새로운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1심에서 이미 탄핵당한 논리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복사해서 붙여넣기' 수준으로 반복했다.

심지어 검찰은 항소 이유서에서 '피고인이 캄보디아에서 공작원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피고인 스스로 증명하라'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것은 논리학에서 말하는 '악마의 증명(Probatio diabolica)' 요구와 다름없다. 이는 법리적 다툼이라기보다, 무죄 판결로 인한 조직의 타격을 최소화하고 피고인을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오기'이자 '사법 폭력'에 가깝다.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판단 역시 1심과 다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대법원 역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사법부는 일관되게 혐의를 입증할 '증거 없음'을 알렸지만, 검찰은 귀를 막고 무조건 항소 진행만을 고집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검찰의 무책임한 '아집'이었다. 과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 다수의 공안 사건에서 보았듯, 검찰은 무죄가 명백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조직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기계적으로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는 악습을 반복했다. 이른바 '침대 축구'식 소송 지연이다. 그들에게는 자존심 싸움일지 모르나, 피고인에게는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고통의 시간이다. 신 대표는 "증거가 없다는 판사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정황상 간첩이 맞다'는 식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고 회고했다. 이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한 명백한 국가폭력이자 한 시민의 삶을 볼모로 잡은 사법 농단이었다.

조작 수사 주도한 검사는 로펌으로… 책임지지 않는 권력

더욱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이 무리한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책임자의 행보다. 수사 검사이자 공판 검사였던 한은지 검사는 1심 무죄 판결 이후,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되기 전에 슬그머니 검사복을 벗었다. 그리고 곧장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지평'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신 대표에게 "입을 열면 구속을 취소시켜 주겠다"고 지속적으로 회유했다. 신 대표가 이에 반발해 묵비권을 행사하며 저항하자 구치소에 '자해 우려가 있으니 특별 관리하라'는 공문을 보내 압박했던 당사자다. 헌법이 보장한 피의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인신 구속을 무기로 자백을 강요했던 검사가, 자신의 과오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사과나 반성도 없이 '전관예우'를 받으며 변호사로 변신한 셈이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그의 현재 전문 분야다.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몰아넣으려 했던 그는 현재 '중대 재해 및 산업안전' 전문 변호사를 자처하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분야에서, 조작 수사의 주역이 기업을 변호하며 정의를 논한다는 것이 가당하기나 한 일인가. 이런 수준의 '과거 세탁'은 단순히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 문제를 넘어선다. 공안 수사의 실패를 책임지지 않는 검찰 조직의 도덕적 해이와 전관 변호사를 모셔가는 법조계의 거대한 카르텔이 만들어낸 볼썽사나운 단면이다.

간첩 조작에 실패해도 검사는 거대 로펌으로 영전하여 부와 명예를 누리고, 피해자는 평생을 트라우마와 싸워야 하는 현실. 그 피해에 대해 국가는 쥐꼬리만한 형사보상금으로 입을 막으려 하는 행태.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 사법 정의의 현주소다.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 시스템 속에서라면 '제2의 신동훈'은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국정원에서 최근 신동훈 대표에서 구두사과에 이어 서면으로 '정식사과'를 하며 사과문을 보냈다, 사진 제주 평화쉼터 제공

뒤늦은 국정원의 사과, 그리고 여전한 '사상 심판'

그러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작은 변화의 움직임은 있었다. 대법원의 최종 무죄 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정보원이 신동훈 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전해 왔다. 국정원은 최근 신 대표를 직접 찾아가 이종석 국정원장 명의의 서면 사과문을 전달했다. 과거 간첩 조작 사건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뒤에도 국가기관이 사과에 인색했던 전례를 비추어볼 때 이는 매우 이례적인 조처다.

국정원은 사과문을 통해 지난 2년 9개월여간 진행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신 대표가 겪은 고초에 대해 위로와 사과의 뜻을 밝혔다. 특히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국정원이 수사 과정에서 세월호 활동을 언급하며 사건을 부풀렸던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는 신 대표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국가폭력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린 결과이자 끈질긴 투쟁이 만들어낸 작은 결실이다.

하지만 이 사과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신 대표와 함께 기소된 다른 두 활동가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같은 시기,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섰지만 운명이 갈렸다. 신 대표의 무죄가 '조작 시도의 실패'를 증명했다면, 다른 동료들의 유죄는 '국가보안법'이라는 괴물이 여전히 우리 사법 체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신 대표와 달리 유죄를 선고받은 두 활동가는 평생을 통일 운동에 헌신해 온 이들이다. 그들은 재판 내내 입을 닫았다. 혐의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양심과 사상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사상 검증'을 강요하는 이 부당한 재판 자체를 거부하기 위해 '묵비권'이라는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사법부는 그들의 침묵을 방어권 행사가 아닌 혐의를 인정하는 태도로 간주했다.

이는 국가보안법이 가진 전근대적인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행위가 아닌 '심증'과 '사상'을 처벌하는 법 앞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는 행위는 곧 '불온함'의 증거가 된다. 결국 법원은 그들의 행위가 아닌 그들의 '머릿속'을 심판했고, 그 사상에 유죄라는 낙인을 찍었다.

국가보안법의 자의적인 적용 기준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신 대표가 언급한 '이적 표현물 소지죄'가 대표적이다. 서점에서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사회과학 서적이나 북한 관련 서적을 소지하는 것 자체는 죄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순간, 그 책은 '불온 서적'이 되고, 소지자는 범죄자가 된다. 똑같은 책을 가지고 있어도 내면의 양심이 '붉어야만' 죄가 성립하는 기이한 구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생각과 목적을 도대체 무엇으로 입증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이는 수사관과 판사가 피고인의 마음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재단하는 '관심법'이자 명백한 '사상 심판'이 될 수밖에 없다.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 사진 한요나 시민기자

 

"국가보안법, 법 자체가 문제"

-재판의 1심에서 증거가 없음이 명백히 확인됐는데도 검찰이 항소와 상고를 이어간 진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법리적인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실수를 면피하기 위한' 시간 끌기 작전이다. 항소 이유서에는 '직접적인 증거는 부족하지만 정황상 간첩이 맞다' '피고인이 북한 공작원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식의 억지 주장만 가득했다.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요구다. 2심과 3심 무죄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작 시도가 실패하자 그 책임을 인정하는 순간 쏟아질 비난과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 나를 볼모로 잡고 대법원까지 사건을 질질 끌고 갔다. 이는 명백한 괴롭힘이자 2차 가해다."

-신 대표를 향한 무리한 간첩조작 수사를 주도한 한은지 검사가 대형 로펌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심경인가?

"참담함을 넘어선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 검사는 내게 온갖 회유와 협박을 가했던 사람이다. 구치소 독방에 가두겠다고 위협하고, 내 묵비권을 무력화하려 했던 장본인이다. 최소한 인간으로서 미안함이라도 느껴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무죄 판결이 예상되자 슬그머니 옷을 벗고 '법무법인 지평'이라는 거대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노동자의 생명을 다루는 '중대 재해 및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를 자처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들려던 사람이 이제는 기업을 변호하며 정의를 논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은 사라지고, 항의할 곳조차 없어진 현실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

-같은 사건으로 함께 수사를 받은 이들은 유죄를 받았는데, 유무죄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보나?

"나는 재판 과정에서 적극 대응을 했고, 그들은 재판 내내 입을 닫았습니다. 그들은 통일 운동가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양심과 사상을 지키기 위해 묵비권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고, 국가보안법은 그들의 사상을 심판했다. 그리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것이 국가보안법의 본질이다."

-국가보안법의 이러한 부분은 개인에게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과 충돌한다고도 보이는데.

"그렇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사람이 어떠한 사상을 가지며 선악에 대하여 어떠한 판단을 가지든지 국가 권력에 의하여 방해받지 않을 자유가 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이라는 하위 법률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으로 사상의 유무죄를 판결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소회는?

"국가보안법이 통일운동가나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을 탄압하는 악법이라 생각했지만 나와 무관한 것이라 느꼈기에 자유롭고 편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 평범한 일상들마저 저를 공격할 빌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국가보안법은 그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의 의지에 의해 누구나 죄를 적용시킬 수 있는 세상 편리하고도 어처구니없는 법이다."

신 대표가 살고 있는 제주는 이승만 정권의 4.3사건으로 인해 '레드 콤플렉스'의 상처가 깊게 패어 있는 곳이다. 현재까지 제주에서만 조작 간첩 피해자가 39명에 달하며, 이 중 35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고 4명은 여전히 재심이 진행 중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민낯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고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었던 희대의 악법 '치안유지법'.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은커녕 그 악법을 고스란히 베껴와 이름만 바꾼 것이 바로 지금의 국가보안법이다. 태생부터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이 법에 대해 미국 국무부와 국제앰네스티, UN 인권이사회 등 국제 사회는 수십 년째 꾸준히 폐지를 권고해 왔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방패막이 삼아 귀를 닫아왔다.

대공수사를 담당해 온 국정원은 이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다. 그들은 국가보안법을 그물 삼아 끊임없이 '간첩'을 생산해 냈다. 중앙정보부에서 안전기획부로, 다시 국가정보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도 그들은 질긴 생명줄을 이어왔다. 국정원과 국가보안법은 서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샴쌍둥이' 같은 기형적인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조직의 존립과 예산 확보, 그리고 정권의 안위를 위해 '없던 간첩'도 만들어내는 과업은 그들의 가장 주요한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었다.

신동훈 대표를 '간첩'으로 만들려던 국가기관의 집요한 시도는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일단락됐다. 최근 국정원은 여론에 밀려 신 대표에게 사상 최초의 사과를 건넸다. 하지만 신 대표는 이를 '진정성 없는 억지 사과'라고 규정했다. 조작에 가담한 수사관들은 처벌받지 않았고, 책임자들은 영전했으며, 국정원의 수사 관행과 국가보안법이라는 도구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한 개인의 무죄를 선고했지만, 그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상 심판'의 도구, 국가보안법은 헌법 위에 군림하며 오래도록 우리 사회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누군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그 생각을 처벌하려는 국가의 시도가 멈추지 않는 한 제2, 제3의 신동훈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시대에 이 국가보안법은 드디어 사라질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음지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감시하며 또 다른 조작의 시나리오를 쓰게 될까. 온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할 숙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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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뒤집힌 지도’와 전략적 유연성

두 달만에 무너진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적 유연성 발언

주한미군이 ‘뒤집힌 지도’를 사용하는 이유

주한미군의 새로운 발견,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략적 요충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 지대의 중요성

노골화되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

두 달만에 무너진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적 유연성 발언

 

“미국 측에서 주한미군의 유연화에 대한 요구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로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이 발언은 2개월 후 무너졌다. 한미 팩트 시트와 SCM 공동성명에서 사실상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가 합의되었기 때문이다.

팩트 시트는 “한미 양국은 북한을 포함하여,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을 포함하여,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은 북중러를 위협의 대상으로 지칭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의미한다. 즉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문장의 주어가 “한미 양국”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단 두 달의 유효기간을 가졌을 뿐이다.

팩트 시트와 같은 날 공개된 SCM 공동성명 역시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동성명 2항은 “양국은 북한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 위협에 대하여 미측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도 주어는 ‘양국’이다.

주한미군이 ‘뒤집힌 지도’를 사용하는 이유

이재명 정부의 동의를 구했기 때문일까. 11월 16일 주한미군 홈페이지에는 ‘뒤집힌 지도’의 의미를 설명하는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의 연설문이 게재되었다. 연설문의 제목은 “동쪽을 위로 하는 지도: 인도-태평양의 숨겨진 전략적 이점을 드러낸다”이다. ‘동쪽을 위로 하는 지도(The East-Up Map)’가 바로 ‘뒤집힌 지도’이다.

‘뒤집힌 지도’의 의미를 설명하는 브런슨 사령관의 연설은 거침이 없다.

우선 브런슨은 ‘북쪽을 위로 하는 지도’(조선이 한국 위에 위치하는 통상적 한반도 지도)가 갖는 맹점을 지적한다. 그런 지도로는 다른 지역의 전략적 효율성을 제한하는 사각지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은 바로 제1도련선 내에 있는 동중국해, 대만, 남중국해이다.

아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은 일본의 사세보,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대중국 봉쇄선(저지선)이다. 미국은 냉전 시기부터 제1도련선 개념을 적용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고 봉쇄하는 저지선을 설정해왔다.

따라서 제1도련선은 주한미군이 관할하는 저지선이 아니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관할하는 저지선이다. 문제는 주한미군사령관이 ‘뒤집힌 지도’를 갖고 제1도련선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시선이 제1도련선 안의 지역 즉 동중국해, 대만, 남중국해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뒤집힌 지도’의 존재가 드러난 것은 지난 6월 말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한 컨퍼런스에서 주한미군이 올해 초부터 ‘뒤집힌 지도’를 제작해 내부 교육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주한미군의 역할 범위가 남중국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새로운 발견,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략적 요충지

브런슨 사령관이 이 연설에서 지적했듯이,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초석은 제1도련선이다. 그런데 ‘뒤집힌 지도’로 보면 주한미군이라는 존재는 새로운 가치를 갖는다. 다음은 브런슨 사령관 연설의 한 문장이다.

“이미 한반도에 배치된 병력은 증원이 필요한 원거리 전력이 아니라, 위기나 유사시 미국이 돌파해야 할 도련선 내부에 이미 배치된 병력으로 드러납니다.”

이 발언은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제시한다.

첫째, 미국은 제1도련선을 방어선 혹은 저지선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돌파선(to penetrate)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지난 9월 실시한 한미일 프리덤 에지 군사연습을 설명하면서 “제1도련선 안에서 전투 가능성 전력”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러덤 에지가 제1도련선에서 중국 군사력을 방어 혹은 저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군사연습은 제1도련선 ‘밖’에서 해야 한다. 제1도련선을 돌파하여 중국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제1도련선 안’에서의 전투 전력을 언급한 것이다.

둘째, 주한미군의 가치이다. 브런슨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제1도련선 내부에 “이미 배치된 병력”이다. 그래서 한국은 자연스럽게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 브런슨의 사고이다.

그렇다면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주한미군의 역할은 무엇일까. 브런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관점의 전환은 한국이 지닌 자연적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거리 분석을 통해 캠프 험프리스가 잠재적 위협에 얼마나 가까이 위치해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평양까지 약 158마일, 베이징까지 약 612마일,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약 500마일입니다. 한국은 러시아로부터 오는 북방 위협에 대응하는 동시에, 한·중 간 해역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활동에 맞서 서쪽 방향의 작전 범위를 제공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위 발언은 주한미군 기지가 갖는 전략적 가치를 드러낸다.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는 평양, 베이징, 블라디보스토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따라서 러시아의 위협에도, 중국의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이익을 미국에 준다.

브런슨의 연설이 강조하는 것은 분명하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중국, 대러시아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뒤집힌 지도’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드러낸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중국으로의 역할 확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로의 역할 확대도 포함된다. 주한미군은 제1도련선 안에 있는 유일한 미군으로써 대중국 전초기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주한미군은 북방에서 내려오는 ‘러시아의 위협’에도 대응해야 한다.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 지대의 중요성

브런슨의 사고는 새로운 전략적 삼각 지대의 형성으로 확대된다. 한국과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삼각 지대를 형성(emergence)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런슨은 이를 ‘삼각 프레임워크’라고 표현하는데, 미국에게 상호 보완적인 역량을 제공한다. 특히 북중러를 동시에 대상으로 하는 ‘삼각 프레임워크’에서 한국은 전략적 깊이와 중심적 위치를 제공한다. 세 나라 모두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위치로 인해 한국은.러시아와 중국 모두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능력이라는 추가적인 이점도 제공한다.

여기서 비용 부과 능력(cost-imposition capabilities)은 적에게 군사적으로, 전략적으로 부담을 주는 효과를 의미한다. 즉 ‘삼각 프레임워크’ 안에 한국이 존재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 작전을 성공하기 어려운 부담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노골화되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한 적은 없었다. 이는 한미 팩트 시트와 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우리 정부가 동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브런슨의 연설문 공개는 이재명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합의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제 주한미군 기지를 대중국, 대러시아 전초기지로 만드는 과정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미 그것은 시작되었다. 군산 기지로 F-16이 집결하고 있다. 지난해 31대의 F-16으로 첫 수퍼비행대대를 창설한 미군은 올해 두번째 수퍼비행대대를 창설했다. 주한미군은 시범 운영을 위한 조치라고 밝히지만, 새로운 기지에서의 F-16 비행을 테스트하는 단계라는 말이지 F-16이 오산기지에 임시 머물렀다가 다른 곳으로 이전 배치된다는 뜻이 아니다.

2020년에 군산 기지에는 강화된 격납고 20개가 신설되었다. 올해 추가로 18개의 강화된 격납고가 완공될 예정이다. 이곳엔 F-35A 전략폭격기가 배치될 전망이다.

이미 주한미군의 대중국, 대러시아 전초기지화는 추진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브런슨이 밝힌대로, 한국-일본-필리핀을 통합하는 ‘전략적 삼각 지대’ 형성이다. 브런슨은 위 연설에서 “미국은 별도의 양자 관계를 유지하기보다는 각 파트너의 지리적 이점과 상호 보완적인 역량을 활용하는 3자 협력을 촉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라면서 한-일-필 3자 협력 촉진 의사를 피력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와서도 동맹 현대화는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대중국•대러시아 전초기지화, 안보비용의 동맹 전가를 핵심축으로 한다.

이대로 전략적 유연성, 동맹 현대화가 추진된다면 미국의 대중국, 대러시아 전쟁에 한국은 끌려들어가는 파국적 결과를 면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나 한 것인가.

장창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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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주저 말고 지금 당장 행동하라



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예수살기 대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 상임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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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들레 들판

  • 입력 2025.12.01 22:00

  • 수정 2025.12.01 22:18

  • 댓글 2

한국의 민주주의 다시 시험대에

 

국민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들은 단지 한 정권의 시행착오나 여당 내부의 갈등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민주주의가 다시 시험대 위에 올랐다는 증거이며, 국민이 지난 수년 동안 고통과 분노 속에서 만들어낸 정권교체의 의미가 무너질 기로에 서 있다는 신호다. 국민은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정치, 새로운 질서, 새로운 개혁의 출발점을 기대했지만,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 기대와 거리가 멀다. 조심스럽다는 명분 아래 멈춰 선 개혁, 정치적 부담을 피하느라 미루는 결정, 내부 다툼 속에서 탕진되는 시간, 그리고 검찰과 사법 권력의 관성이 다시 살아나는 현실은 지금 정부가 '주춤거리는 정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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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2025.12.1. 연합뉴스

국민은 지난 정권의 난폭함, 제도 붕괴, 관료 권력의 일방적 독주를 견디다 못해 민주당에게 권력을 맡겼다. 그러나 정권교체는 곧 개혁의 시작이 아니라 단지 '전제 조건'에 불과했다. 그 뒤에 무엇을 하느냐가 정권교체의 진짜 의미다. 지금의 민주당과 정부는 이 당연한 사실을 잊은 듯하다. 권력은 얻는 순간부터 무게를 지닌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는 정부는 국민의 기대가 아니라 국민의 인내를 소모할 뿐이다.

 

조심스러움을 가장한 무기력…개혁의 후퇴는 민주주의의 후퇴다

 

민주당과 정부의 첫 번째 문제는 개혁의 동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개혁·방송 개혁·정보기관 개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룬 시대적 과제다. 권력기관의 집중을 해소하고 민주주의의 균형을 되찾는 일은 어느 정권이든 회피할 수 없는 책무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검찰 권력이 보여준 강압적 수사, 정치 개입, 선택적 기소는 국민이 정권교체를 결정한 핵심 요인이다. 민주당은 정권을 잡은 이후 이 명백한 시대적 요청 앞에서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역풍을 걱정하는 관료적 주저함'만 보일 뿐이다.

 

검찰 권력은 한번 비대해지면 스스로 축소되지 않는다. 기관은 자신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조직적 저항을 선택한다. 최근의 집단 항명 사태는 단지 내부 의견 충돌이 아니라, 검찰이 여전히 선출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다시 증명했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의 근본 원칙을 위협한다. 법 집행기관이 정치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순간, 법치주의는 목적을 잃고 권력투쟁의 도구로 변질된다. 개혁의 속도를 늦출수록 검찰 조직은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그 반발은 곧 정치적 압박으로 되돌아온다. 지금의 정부가 '개혁을 주저하는 정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은 조심스러운 정부를 바란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균형을 회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제도적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분명한 결단을 바랐다. 뒷걸음질 치는 정부는 개혁정부가 아니다. 스스로 두려워하는 정부는 국민이 지켜줄 수 없다. 개혁의 칼을 칼집에 넣어버린 정부는 언젠가 그 칼에 자신이 베일 뿐이다.

 

국민의 신호를 읽지 못하는 정부…실천 없는 정부는 신뢰를 잃는다

 

민주당과 정부는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우리가 잘 설명하지 못했다"거나 "국민이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은 설명 부족이 아니라 실천 부족을 문제 삼고 있다. 정권교체 이후 국민이 요구한 것은 말이 아니라 결과다. 지난 정권에서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고 헌정질서가 흔들리는 장면을 목격한 국민은 더 이상 '말로 하는 개혁'을 믿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당의 안이함이 드러난다.

 

정치적 상황을 지나치게 관리하려는 태도, 충돌을 피하려는 소극성, 더 나은 명분을 찾겠다며 판단을 미루는 행태는 결국 정부 스스로에게 부메랑이 된다. 국민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일로 보여라. 결과로 판단하겠다."

 

이 메시지를 읽지 못하는 정부는 위험하다. 그러나 자신의 무능을 인지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정부는 더 위험하다. 무능은 의도치 않게 나라를 위험에 빠뜨린다. 정권교체를 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국민이 느끼는 순간,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더욱 빠르게 잃게 된다.

 

국민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개혁의 속도가 더뎌지고, 명확한 방향성 없이 정치가 표류하기 시작하면 국민은 언제든 정치적 선택을 다시 바꿀 수 있다. 민주당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지금 행동은 그 사실을 잊어버린 정당처럼 보인다.

 

내부 싸움에 빠진 민주당…개혁의 동력을 스스로 파괴하다

 

현재 민주당이 마주한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내부 갈등이다. 지도부의 명확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고, 계파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전략적 판단은 사라져 간다. 당내 논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민주 정당의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의 갈등이 '정책적 논쟁'이나 '전략적 토론'이 아니라, '이익을 둘러싼 소모전'이라는 점이다.

 

계파 간 다툼은 정당의 힘을 약화시키고, 특히 개혁과제 추진의 동력을 파괴한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내부 단합을 통한 정책 일관성 확보다. 지금은 정반대다.

 

주요 개혁 의제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당 내부의 자리 갈등, 영향력 경쟁, 책임 회피 논쟁이 오히려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은 이 싸움에 관심이 없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다. 누가 싸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해내느냐가 중요하다. 국민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싸우고 싶으면 당사에서 싸워라. 국정은 멈추지 말고."

 

민주당이 이 단순한 원칙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정권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검찰 권력의 관성…선출권력의 주저는 비선출 권력의 재확장을 부른다

 

한국에서 검찰 권력은 단순한 법 집행기관을 넘어선 역사적 특수성을 가진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한 기관에 집중된 구조, 정치권과의 밀접한 상호작용, 관료적 문화, 언론과의 결합 구조는 검찰을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만들어 왔다. 정권이 흔들리면 검찰은 움직였다. 정치적 공백이 생기면 검찰은 그 틈을 메웠다. 이것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한국 정치사의 반복된 패턴이다.

 

AI 활용 설정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21. 연합뉴스

최근의 집단 항명 사태와 고위 검찰 간부들의 조직적 반발은 검찰이 여전히 선출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민주당이 바로 이 지점에서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혁의 속도가 느려진 순간, 검찰 조직은 스스로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즉각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선출권력이 주저하는 동안 비선출권력은 더욱 대담해진다. 이런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정치적 실수가 아니라, 제도적 재난이다. 사법이 정치로 이동하는 순간, 법은 공정성을 잃고 권력투쟁의 무기가 된다. 기소 여부가 국정 운영의 변수가 되고, 판결 시점이 여론의 흐름을 결정하는 도구가 된다면 민주주의는 본래 기능을 상실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그 연장선 위에 있다.

 

내란 사건과 전담재판부…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범죄 의혹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 질서를 뒤흔든 사건이며, 헌정체제의 근간을 다루는 중대 사안이다. 이런 사건을 일반 형사 사건처럼 다루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방대한 증거, 복잡한 법리, 거대한 정치적 파급력을 감안하면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전담재판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담재판부 설치가 없을 경우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가?

 

첫째, 재판부 구성의 우연성이 사건의 공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둘째, 특정 재판부가 여론·정치적 외풍·조직적 압박을 받기 쉬운 구조가 된다.

 

셋째, 적절한 재판 구조가 마련되지 않으면 판결은 법적 판단보다 정치적 계산에 의해 좌우될 위험이 커진다.

 

특히 특정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될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국민이 불안과 의심을 표하는 이유는 단순한 편견이 아니다. 한국 사법 시스템이 정치와 충돌한 여러 장면을 목격해 온 국민은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경험적 판단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전담재판부 설치는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 설계다.

 

민주당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일부는 사회적 갈등을 우려하고, 일부는 사법부와의 관계를 고려하고, 일부는 당내 계산을 앞세우고 있다. 내란 사건은 이런 정무적 고려로 재단할 사안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문제는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다. 이를 회피하는 순간, 민주당은 가장 중요한 책임을 방기하는 셈이다.

 

지금 민주당이 가져야 할 네 가지 결단

 

첫째, 개혁의 일관성을 회복해야 한다. 중간에 멈추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머뭇거리는 순간 검찰 조직은 즉각 반격에 나서고, 그 반격은 개혁의 후퇴로 이어진다.

 

둘째, 제도적 완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는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이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직무유기다.

 

셋째, 국민과의 직접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에게 명확한 설명 없이 개혁을 진행하면 프레임 전쟁에서 패배하고, 여론은 쉽게 왜곡된다.

 

넷째, 정부·여당·국회의 전략적 조율이 필요하다. 각자가 제멋대로 판단하면 곧바로 '틈'이 생기고, 그 틈은 비선출 권력의 재확장 통로가 된다.

 

지금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단순히 정치적 위기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안정성, 국민이 선택한 정권교체의 의미, 앞으로의 정치 시스템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의 순간이다. 민주당에게 남은 말은 단 하나다. 주저하는 순간, 당신들은 다시 패배한다. 그리고 그 패배의 책임은 오롯이 당신들의 몫이 된다. 개혁이 두렵다면 권력을 잡지 말았어야 했다. 결단할 용기가 없다면 국민에게 약속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간이다. 멈출 것인가, 밀어붙일 것인가. 책임질 것인가, 변명할 것인가. 역사를 바꿀 것인가, 역사의 짐이 될 것인가. 국민은 더 기다려주지 않는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지금 당장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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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나 없다고 안 바뀔지 모르지만"…계엄의 밤, 국회 지킨 시민들의 이야기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12/02 09:18
  • 수정일
    2025/12/02 09: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2.3 비상계엄 1년] ② 소식 듣고 곧장 달려간 시민들의 마음

최용락 기자/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5.12.02. 06:58:36 최종수정 2025.12.02. 07:40:42

12월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1979년 10.26 사건 이후 45년 만에, 그리고 1972년 유신 이후 52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선포한 '친위 쿠데타'이자 '내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8일 갤럽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1명의 전직 대통령(윤보선, 최규하 제외) 중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비상계엄 사태는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여전히 내란 관련자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고 국민의힘에서는 '윤 어게인'을 외치는 상황이다. <프레시안>에서는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비상계엄이 우리에게 준 의미, 그리고 청산해야 할 문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헌정질서를 뒤흔든 무도한 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에서 흘러나온 시각은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30분경이었다. 지인의 연락이나 방송을 통해 이 말을 접한 모두의 일상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 속에 흔들렸다.

어지러운 속에서도 몇몇 시민은 발 빠르게 용기를 냈다. 경찰 비공식 추산 4000여 명의 시민이 그날 밤 국회에 모였다. 장갑차를 막아서고, 총을 든 군인을 꾸짖고, 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는 경찰에 항의했다.

훗날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 윤석열"의 탄핵을 선고하며 계엄 해제 의결의 가장 큰 공을 "시민들의 저항"에 돌렸다. 그날 시민들은 어떤 마음으로 국회 앞을 지켰을까. 무도한 계엄령에 맞서 시민들이 밤새 나눴던 말로 이를 복기했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을 탄핵하라", "체포하라", "구속하라" 밤새 반복된 구호

계엄의 밤, 시민들의 각본 없는 자유발언이 시작된 때는 지난해 12월 4일 새벽 3시경이었다. 장소는 국회 정문 2문 앞.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지회가 국회 앞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고용승계 등을 주장하기 위해 사용하던 앰프 4대가 그곳에 있었다.

지회 앰프를 통한 발언은 당일 0시 30분경 시작됐으나, 처음에는 정당인 등 정치 웅변이 익숙한 이들이 주로 마이크를 잡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지회 측은 정당인의 발언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에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러자 금세 긴 대기줄이 생겼다.

<프레시안>에 당일 발언 녹음을 제보한 김석현 씨도 그 즈음 녹음기를 켰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시민들은 "비상계엄 해제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 "체포하라",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는 "이 도발은 일주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오늘 우리가 강고한 대오를 유지하고 싸우면 더 많은 국민이 모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국회로 모여 달라고 호소해달라. 즉시 핸드폰을 들고 모두 이곳으로 모여달라고 호소해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그날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해제한 것은 국회가 윤 전 대통령과 국방부에 계엄해제 요구 통지를 보낸 때로부터 2시간 반, 시민들이 자유발언을 시작한 때로부터 1시간 반이 지난해 12월 4일 오전 4시 30분경이었다.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밤 저 하나 없다고 바뀌는 건 없을지도 모르지만…"

당일 국회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었지만, 초반 발언자는 20대가 많았다. 학생운동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도 꽤 됐다. 이들은 먼저 국회 앞으로 나온 이유를 밝히고 시민들을 독려하는 발언이 주를 이뤘다.

대안학교를 졸업해 내년이면 스무 살이 된다고 밝힌 한 청년은 "오늘 밤에 저 하나 없다고 바뀌는 게 없을지도 모르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며 "아무리 절망하더라도 냉소적이 되지 말자. 저도 국가에 의한 학살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움직이겠다"고 다짐했다.

한 대학생은 "친구들과 술 마시다 나왔다. 술 마시고 나라 욕하려다 나라가 진짜로 욕 먹을 짓을 해 바로 나왔다. 이 자리에 오니 시민들의 열망이 느껴져 너무나도 기뻤다"며 "계엄령이 해제될 때까지 이 자리를 절대 벗어나지 않겠다. 우리가 주인이다"라고 외쳤다.

그날 시민들이 총구 앞에 섰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발언도 있었다. 또 다른 대학생은 철수하지 않은 군을 향해 "불법적인 명령은 단호히 거부해 국민의 군대로서 흔들림 없이 임무를 수행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한 뒤 "우리에게는 양심이 있다. 군인들이 그 양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함성 한 번 보내자"고 시민들에게 제안했다.

▲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들에게 대통령은 헌법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직장인과 10대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전북 익산에서 온 크레인 기사는 "각지로 일하러 다니는데, 경상도든 전라도든 강릉이든, 어디를 가도 다 윤석열 욕 안 하는 데를 못 봤다"며 이미 망가져 있던 정권에 대한 민심을 전했다. 이어 "저녁에 자다 유튜브를 봤다. 가짜뉴스 같은데 진짜였다. 열 받아서, 잠이 안 와서 뛰어왔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서 온 15년차 초등학교 교사는 "군인들이 총을 들고 국회에 들어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이 자리에 ㄴ나오게 됐다며 "두렵기도 했다. 교사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호 공무원인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하지 않는데 일개 공무원인 제가 징계를 두려워해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아이들에게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해야 하고 법을 지켜야 하고 무엇보다 최상위법인 헌법을 지켜야 된다고 가르치고 싶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경기 안산, 인천 영종도, 경기 남양주 등에서 온 각양각색의 시민이 발언대에 올랐다. "79년도에 계엄군이었다"고 밝힌 한 시민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나와 추운 겨울에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여러분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곧 출근해야 한다고 소개한 한 시민은 "윤석열 해고"를 외쳤다.

청소년 심리센터 상담사, 독립영화 제작자,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직장인, 기말고사를 5일 앞두고 거리로 나온 고등학생,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장애인 아들로 이뤄진 부자 등도 마이크를 잡고 윤 전 대통령을 질타했다.

▲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광주와 박근혜 탄핵 기억한 시민들

그날 시민들의 마음 한 켠에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령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다 산화한 광주의 영령들이 자리했다는 점도 기억할 대목이다.

한 대학생은 "44년 전 제 고향 광주에서 수많은 시민이 비상계엄에 분노하며 일어섰다. 어젯밤 비상계엄이라는 믿지 못할 소식을 듣고 무척 화가 났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이야기가 제 이야기가 될 줄 정말 몰랐다"며 "시민들이 죽음으로 만들어 낸 민주주의가 고작 한 사람의 어이없는 한순간 행동으로 무너져 내렸던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 소식을 듣고 5명의 친구와 함께 광주에서 출발해 3시간여 만에 국회에 도착했다고 밝힌 시민이 "저는 80학번이다. 광주민주화운동도 함께 했다"고 소개하자 함성이 터져나 온 장면도 있었다. 그는 "윤석열이 자기가 내려갈 단초를 자기가 만들었다. 윤석열이 내려갈 때까지 함께 싸우자"고 말했다.

전라도가 고향이라고 밝힌 대학생은 "한때 저는 전라도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숨기고 싶었다. 인터넷에서는 전라도를 조롱하고 욕했다"며 "그에 대한 말을 하면 오히려 저를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지역차별로 인한 상처를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이 자리에서 더는 제 고향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분 덕분에 지금도 5.18의 저항정신이 살아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의 뜻을 담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그러자 시민들 사이에서도 노래가 퍼져나갔다.

민주주의를 직접 지킨 경험도 시민들이 이날 국회 앞을 지킨 자양분이었다. 한 대학생은 중학교 3학년 때 교실에서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감격을 떠올렸다. "민주시민의 힘은 잊지 않는 것이다. 세월호를 잊지 않고, 이태원을 잊지 않고, 박근혜 탄핵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 지금 다시 한 번 나왔다. 오늘을 잊지 말자"고 강조하는 시민도 있었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날이 밝는 가운데에도 시민들이 국회 앞을 지키고 있다. ⓒ김석현

민주주의, 지역·이념 가리지 않는 보편적 가치…따뜻한 격려의 말도

민주주의와 이를 지켜온 시민들의 뜻이 지역과 이념을 가리지 않고 한국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말들도 있었다.

한 대학생은 "경북 경산에서 밤 12시에 차를 몰고 왔다. '오늘 이 국회 앞이 혹시나 광주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열심히 왔다"며 "비상식적인 권력에 맞서 싸우자. 권력을 남용한 윤석열을 무너뜨리자"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여기 계신 분들과 저의 정치관념이 굉장히 다를 수 있다. 저는 자유주의자다"라면서도 "그런데 이건 너무 선을 넘었다. 제가 윤석열 뽑았는데 제가 뽑았으니 제가 탄핵해야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를 욕하던 시민도 발언 끝에는 "나와줘서 고맙다"고 외쳤다.

'보수의 뿌리' 대구 출신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다른 의원들은 그 긴박함을 감수하면서도 국회 담을 넘어 달려왔는데 비겁하게도 국회에 올 용기조차 없는 그런 집단은 당사로 도망가서 꽁꽁 숨었다"며 "이런 자들도 부역자 아닌가"라고 국민의힘을 질타했다.

따뜻한 격려도 그날 시민들이 밤새 국회를 지키게 한 힘이었다. 한 직장인은 "기억이 전승되는 한 우리는 지지 않을 것"이라며 "저는 이제 출근 준비하러 가봐야 되는데, 이 자리에 나와 밤을 지킨 우리 스스로를 위해 박수 한번 쳐주자"고 말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밝힌 한 시민은 "방금 전까지 침대에 누워 있다 여러분이 나와 계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 부끄러운 마음에 늦게나마 달려왔다"며 "여러분이 이렇게 모여주신데 대해 한없이 존경하는 마음이라도 전하고자 올라왔다"고 했다.

그날 저녁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집회는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이어 12월 7일에는 국회 앞에만 100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남태령 대첩', '키세스단'으로 불리는 싸움도 있었다. 지난 4월 5일 "피청구인 윤석열"이 파면될 때까지 시민들은 끊임없이 거리로 나왔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 지난해 12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수많은 시민이 모여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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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사과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수정 2025.12.02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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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도 계엄 반성 요구 분출하는데 지도부는 “이미 했다” 일축

차떼기 사건 천막당사·대국민 사과 등 숱한 위기 극복 정공법 ‘외면’

12·3 불법계엄 1년을 이틀 앞둔 1일 국민의힘이 계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이미 사과했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당내에선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과거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당명까지 바꾸는 혁신, 대선 후보의 출신을 따지지 않았던 담대함, 지금 우리는 그만큼의 혁신을 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며 “미래로 나아가고 싶은 당원과 지지자를 정작 우리 지도부가 그날(12월3일)에 붙잡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라 말했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도 “성난 지지층을 배척해서도, 이용해서도 안 되고 함께 설득해 미래로 나아갈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도 사과 요구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장 대표는 인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 수호 국민대회에서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라며 “우리가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싸우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이미 김문수 전 대선 후보,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계엄에 대해 사과했고 재차 사과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 휘말리는 것으로 본다. 다만 그간의 사과가 충분한 진정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김 전 후보의 경우 사과 당시 당내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가 나오자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며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선거용 사과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 지도부가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던 과거를 외면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 드러나자 17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대표를 중심으로 천막당사를 만들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중진 의원들도 대거 불출마 선언을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0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에 대한 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를 하고 5·18민주묘지 참배에 나섰다. 이후 2021년 4월 치러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그 후 국민의힘 대표가 된 이준석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고 주장했고, 2022년 5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내각이 교체될 때마다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에 비유하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정성국 의원은 지난달 2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 통렬한 반성을 했지만 일본의 지도자가 바뀔 때마다 우리가 (사과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나”라며 “지도자가 바뀌면 현재의 지도자에게 당연히 사과를 요구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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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시대의 괴물일뿐...없어져도 대한민국 흔들리지 않는다"



 

32명 국회의원 국가보안법 폐지 공동발의 기자회견...923개 단체 대표자 동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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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제정 77년인 12월 1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국회는 국가보안법 폐지하라'는 간절한, 절박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가보안법 제정 77년인 12월 1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국회는 국가보안법 폐지하라'는 절절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국가보안법 제정 77년,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 공동발의 기자회견'에는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을 비롯한 923개 단체 대표자들과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을 공동발의한 32명의 국회의원이 동참했다.

 

법률안 공동발의에 서명한 의원들은 민형배·이학영·김준혁·김우영·이재강·문정복·조계원·신영대·김정호·김상욱·이기헌·김용민·이재정·이주희·양문석·김문수 의원(더불어민주당 16명). 김준형·김선민·정춘생·김재원·이해민·신장식·강경숙·박은정·차규근 의원)조국혁신당 9명, 윤종오·손솔·정혜경·전종덕 의원(진보당 4명), 용혜인 대표(기본소득당 1명), 한창민(사회민주당 대표 1명), 최혁진 의원(무소속 1명) 등 32명의 국회의원이다.

 

참가자들은 김다은 한국청년연대 상임대표와 최휘주 진보대학생넷 전국대표가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해 "국가보안법의 자의적인 악용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역사와 조문 한줄한줄에 꼼꼼하게 담겨 있는 악법의 폐해는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로만 끝낼 수 있다"며, "촛불혁명과 빛의혁명 시민정신을 이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정부와 사회대개혁의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22대 국회는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시대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국가보안법 폐지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날 민형배, 김준형, 윤종오 국회의원이 공동대표발의하는 '국가보안법폐지 법률안'은 지난 2004년 17대 국회 이후 처음으로 30명을 넘기는 등 가장 큰 규모의 폐지법안 발의라고 하면서, "국회내 국보법 철폐 여론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갑차와 총을 든 군대를 앞세운 비상계엄을 응원봉 하나로 평화적으로 막아낸 우리 시민들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인권을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다"며, "이제 국가보안법없는 대한민국을 누릴 시간"이라고 외쳤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국가보안법은 반인권·반민주·반민족 악법이며,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불구대천의 원수이다. 이번에 국가보안법 딱 폐지해야 한다."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불과 1년전인 작년 12월 3일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을 내세웠다. 국가보안법은 낡은 유물이 아니라 언제든지 우리의 민주주의를 없앨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국가보안법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혐오의 뿌리이며, 잘못된 행위가 아니라 사상과 생각을 처벌하는 잘못된 악법이다. 국회가 결단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국가보안법없는 나라로, 혐오와 차별이 없는 연대와 공존의 나라로 나아가자."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혐오와 배제, 차별과 폭력을 낳는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다. 국회는 새로운 미래, 온전한 대한민국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보안법 폐지에 한치의 망설임없이 나서주기 바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인 류순권 목사 "국가보안법이 남겨 놓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이 법을 역사 속으로 보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온전한 민주주의와 평화를 누릴 수 없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는 날까지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사회속에서 진실을 외치며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길을 끝까지 지켜 나갈 것이다."

 

안영민 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회 상임집행위원장 "민가협보다 더 오래된 시민사회단체는 없다고 한다. 그 40년 동안 민가협은 줄기차게 국가보안법 처례와 양심수 석방을 위해서 투쟁해 왔다. 12월 13일 오후 4시 한양대 올림픽 체육관에서 열리는 민가협 40주년 기념사업에 다시 한번 모여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마음을 한번 더 모아달라."

 

박미자 국가보안법 7조부터폐지시민연대 대표 "단체를 결성한 것이 2000년 1월 25일이었다.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중심으로 교육단체들이 모였다. 우리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국가보안법의 굴레가 더 이상 씌워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 를 더 이상 미래 세대에게 국보법의 굴레를 물려줄 수 없다. 국가보안법 폐지되는 날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

 

노성철 연세민주동문회 회장 "전국 90개 대학 민주동문회로 구성된 전국대학민주동문회 협의회에서 지난 10월 전국 워크샵을 통해 국가보안법 철폐에 대한 의지를 모았다. 많은 민주동문들이 국가보안법 피해자이다.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에 적극 참여하여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국가보안법은 △차별과 혐오세력에게 정당성을 보여하는 법 △빨갱이 종목이라 지목하면 우리 사회에서 배제와 낙인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법 △건전한 토론과 무한한 상상력을 가로막는 법 △우리 국민의 저력보다 외세에 의존하게 하는 법 △악법도 법이라며 민주시민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법이다. 이건 법이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국가보안법과 결별해야 한다.

 

정문식 민족통일애국청년회 회장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는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존재할 수 없다. 내란에 맞서 싸운 우리 국민들은 이제는 국가보안법과 함께 하루도 살 수 없다. 계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나라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국가보안법 폐지와 그리고 분단 체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이런 법 제도들을 뜯어 고쳐야 한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은 이제는 없어져야 하고 그 근거로 작용하는, 영토 범위를 정한 헌법 3조에 대한 논의도 함께 시작해야 된다."

 

김준형 의원(조국혁신당) "1953년 7월, 전쟁의 포화속에서도 전시 임시수도 부산에서 일본 제국시대의 형사 법령을 대체할 새로운 형법 제정안이 논의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가 논의된 바도 있으나 세계가 완전히 바뀌고 세대가 교체되는 와중에도 국가보안법은 시대변화의 흐름에 단 한번도 따라오지 않았다.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권 보위와 정적 제거, 국민 통제의 수단이었다.자유민주주의의 수호가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를 억압했다. 그래서 유엔도, 국제 인권단체도 이미 지난 세기부터 폐지를 권고해 왔다. 국가보안법 폐지해도 대한민국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국민이 직접 민주주의를 되찾은 국민주권 시대 그 길을 가로막아 다가온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더 이상 존재할 이유도 존속할 명분도 없다. 시대의 괴물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폐지하자.

 

윤종오 원내대표(진보당) "국가보안법이 없어져야 진짜 민주공화국이고, 진짜 대한민국이다. 며칠 뒤면 내란수괴 윤석열이 반국가세력 척결을 외치며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댄 비상계엄 1주년이 된다. 국가보안법이라는 희대의 악법이 있었기에 윤석열 내란 일당이 감히 민주 헌정 파괴시도를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뿌리째 바꿔야 한다.

 

한창민 대표(사회민주당) "77년 국가보안법의 역사는 바로 조작과 날조, 폭력. 이로 인해한 인권유린과 민주주의 탄압의 역사였다.이제 그 질기고 질긴 국가보안법 우리 여기 함께하신 모든 분들의 마음을 모아서 꼭 폐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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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호 씨의 국가보안법 피해사례 증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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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의 부인 구선옥 씨가 발언중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참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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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권호 씨의 아들 석정무 씨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겪는 국가보안법 피해를 토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경남 하동에서 올라 온 강성호 씨는 1989년 '북침설 교육 조작 사건'에 엮여 10년 세월을 학교 밖 교사로 지내다 32년 만에 재신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국가보안법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아버지는 충격으로 돌아가셨고, 당시 대학생이던 동생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국가보안법은 과거의 법이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를 의심하고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 내일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 이웃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이제 더 이상 국가보안법 앞에서 무너지는 삶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절규했다.

 

최근 남편인 이정훈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5년 선고에 법정 구속된 구선옥 씨는 남편에게 씌운 '국가보안법 회합통신 편의제공'혐의는 증거도, 논리도 없이 실체 자체가 모호한, 이미 해외에서 사망한 '북한공작원'과의 연루설을 주장하며 부당하게 구속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석정무 씨는 1980년 진도간첩단 사건의 피해자인 할아버지 석달윤에 이어 '민주노총 간부 간첩사건'에 연루돼 지난해 11월 1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인 아버지(석권호)까지 3대째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벌어진 비극을 토로했다.

 

기자회견문(전문)

국가보안법 폐지에 뜻을 같이하는 국회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기자회견문(전문)

국가보안법 제정 77년,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 공동발의 기자회견

“이제 국가보안법없는 대한민국을 누릴 시간”

 

오늘로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꼭 77년이 되었다. 1949년 이후 출생한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국가보안법 없는 세상에서 단 하루도 살아보지 못한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77년 동안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의 인권을 침해 해 왔다. 평화와 양심의 목소리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탄압받았고 정권은 위기 때마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공안탄압을 자행했다. 지금도 지난 정권에서 국가보안법으로 가둔 아홉 명의 양심수가 감옥에 있다.

 

일제강점기를 넘어 해방을 맞이하고도 정작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해 일제가 만든 치안유지법을 버리지 못하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 국가보안법을 탄생시켰다. 77년 동안 국내외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유일한 법인 국가보안법은 일제 식민지 시대를 계승하고 있다.

 

군사독재정권이 이어지며 자신들이 권력을 유지하느라 국가보안법을 악용하여 날조된 간첩사건을 만들어내어 수많은 사람들을 고문하고 가두었음이 재심 등을 다 밝혀졌음에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라는 단 한줄의 법률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해 이 악법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참담한 현실 앞에 국회와 시민사회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심각한 문제들은 몇 개 조문을 개정하거나 법 집행을 엄격하게 하겠다는 정부의 다짐만으로는 해결 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의 자의적인 악용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역사와 조문 한줄한줄에 꼼꼼하게 담겨 있는 악법의 폐해는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로만 끝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다섯 번째로 당선되었으면서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사회권규약위원회, 고문방지위원회, 진실정의특별보고관, 표현의자유특별보고관 등으로부터 수 차례 국가보안법 폐지와 개정을 권고받았다는 것은 참담한 부끄러움이다.

 

촛불혁명과 빛의혁명 시민정신을 이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정부와 사회대개혁의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22대 국회는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시대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이제 우리 시민들은 정치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인권감수성이 한층 높아진 시민들의 의식은 우리 사회의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는 악법,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기대하고 있다.

 

1년 전, 비상계엄선포라는 참담한 일로 온 국민의 인권이 침해당했던 기억은 국가보안법 폐지의 염원을 더 간절하게한다. 비상계엄 체제가 더 오래 이어졌다면 무도한 정권은 국가보안법을 다시 꺼내 들고 ‘반국가세력’ , ‘종북좌파’를 처단한다며 수많은 사람들을 가두고 억압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국가보안법 없는 대한민국을 누릴 시간이다!”

장갑차와 총을 든 군대를 앞세운 비상계엄을 응원봉 하나로 평화적으로 막아낸 우리 시민들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인권을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다.

 

오늘 민형배, 김준형, 윤종오 국회의원이 공동대표발의하는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이 발의된다. 공동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 수는 지난 2004년 17대 국회 이후 처음으로 30명을 넘겼다.

 

77년간 민주주의와 자유를 제약하고 국민을 탄압해 온 국가보안법을 22대 국회에서는 폐지해야 한다. 국가보안법과 민주주의, 국가보안법과 인권, 국가보안법과 평화, 국가보안법과 양심은 절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빛의 광장 혁명으로 사회를 지켜낸 주권자 시민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양심수를 석방하라!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2025. 12. 1.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 발의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공동주최 단체 (923개 단체)

 

건치 광주전남지부, 경기공동행동, 경기광주여성회, 경기자주여성연대, 경기자주통일평화연대, 경기중부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경기진보연대, 경기평화교육센터, 경남여성연대, 경남자주연합, 경남자주통일평화연대, 경남진보연합, 경남페미니즘동아리연합 아우르니, 경남평화너머, 경산시농민회, 경산시여성농민회, 경희총민주동문회,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고령군농민회, 고성군농민회, 고성군여성농민회, 고창군농민회, 고창군여성농민회, 고흥군농민회, 곡성군농민회, 공무원노조광주본부, 공주시농민회, 관악여성회, 광양시농민회, 광주.전남 민자통, 광주공감연대,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NCC),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 광주민청학련동지회, 광주불교연합회, 광주시농민회, 광주전남민주동우회협의회,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광주전남시민연대, 광주전남시민행동, 광주전남주권연대, 광주전남추모연대, 광주진보노점상연합회, 광주진보연대, 광주평화연대, 광주평화재단, 광주평화통일교육센터, 광주평화통일을여는사람들, 광주흥사단, 광주YMCA, 광주YWCA, 괴산군농민회, 교사노동조합연맹, 교육국본, 교육희망울산학부모회, 구례군농민회, 구례군여성농민회, 구로여성회, 구속노동자후원회, 구영여성회,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국가공무원노조,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민주연세인, 국가보안법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 국가보안법철폐긴급행동,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 국가보안법폐지부산행동, 국가보안법피해자모임대표, 국민의힘 해산청구 천만인서명 국민추진단, 국민의힘해체행동, 국민주권당, 국민주권당 광주시당, 국민주권당 서울시당, 국민주권연대, 국민주권연대 광주전남본부, 국보법 공부모임, 국보법7조부터폐지 시민연대 운영위원, 국힘해체행동, 군산시농민회 김제시농민회, 군산우리땅찾기시민모임, 금강산평화잇기, 기독교사회선교연대 평화통일위원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기본소득당, 기본소득당 광주시당, 김복동의 희망, 김재규장군명예회복을 위한 시민연대, 김제시여성농민회, 김준배열사정신계승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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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 죽이겠다", "싹 다 잡아들여"…내란 재판서 드러난 그날의 민낯

[12.3 비상계엄 1년] ① 광장 함성 잦아든 뒤 찾아온 법원의 시간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5.12.01. 08:58:10

12월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1979년 10.26 사건 이후 45년 만에, 그리고 1972년 유신 이후 52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선포한 '친위 쿠데타'이자 '내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8일 갤럽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1명의 전직 대통령(윤보선, 최규하 제외) 중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비상계엄 사태는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여전히 내란 관련자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고 국민의힘에서는 '윤 어게인'을 외치는 상황이다. <프레시안>에서는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비상계엄이 우리에게 준 의미, 그리고 청산해야 할 문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12.3 비상계엄 사태로부터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친위 쿠데타'로 민주주의의 근간과 모두의 일상을 뒤흔든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광장의 함성은 잦아들었지만, 그날의 진실을 밝히고 내란 우두머리와 가담자를 단죄하기 위한 법원의 시간은 꾸준히 이어졌다.

법정에서 드러난 그날의 민낯은 어땠을까. 사태의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서 한덕수·김용현·이상민 등 국무위원, 여인형·조지호 등 군경 수뇌부에 이르기까지 내란 관련 혐의자들이 받고 있는 재판의 경과와 주요 증언을 정리했다. 재판 기간 내내 일었던 재판부에 대한 잡음도 들여다봤다.

① 윤석열, 내란우두머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윤 전 대통령은 현재 두 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시작돼 32차 공판이 끝난 내란우두머리 혐의 등 재판, 지난 9월 시작돼 11차 공판이 진행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재판이다.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는 비상계엄 당일 국회 침탈에서 정치인 체포에 이르기까지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이 복수 증인의 일관된 증언을 통해 확인되는 중이다. "문짝을 부수고라도 안으로 들어가 다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들었다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증언, 계엄 당일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과 함께 "싹 다 잡아들여서 이번에 싹 다 정리해라"는 말을 들었다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증언이 대표적이다.

직권남용 재판에서는 경호처를 동원한 체포영장 집행 방해, 비상계엄 관련 국무위원 의결권 침해 등이 다뤄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주로 체포방해에 관한 신문이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 첫 체포 5일 전인 지난 1월 10일 사퇴한 박종준 전 경호청장은 윤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은 "전부 불법"이라 주장했다고 증언했다. 또 '영장 집행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 입장은 완강했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태도도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 석방돼 4개월만인 7월 재구속된 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16번 연속 불출석한 윤 전 대통령이 직권남용 재판 시작되자마자 보석을 청구하고 신문에 나와 "1.8평 방에서 서바이브(survive)가 힘들다"며 석방해주면 "사법절차에 협조하겠다"고 한 장면은 인구에 회자됐다.

그 뒤 재판 출석을 재개한 윤 전 대통령이 증인들과 설전을 벌이다 면박을 받는 장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10월 국군의날 군 간부 회동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이라는 말을 했는지를 두고 다투던 중 곽 전 특전사령관이 "이런 말까진 안 하려 했는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을 잡아오라며 당신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고 말하자 윤 전 대통령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닫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서도 윤 전 대통령은 '법률가 대통령이 불법지시를 내렸겠나'라며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독자 지시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던 중 홍 전 차장에게 "피고인,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건 아니죠"라는 꾸짖음에 가까운 말을 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② 한덕수·김용현·이상민…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받은 국무위원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국무위원들의 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재판도 다수 진행 중이다. 현재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김 전 장관과 이 전 장관은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건 한 전 총리다. 내란특검은 지난 26일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임에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의무를 져버리고 계엄 선포 전후 일련의 행위를 통해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며 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계엄 당일 국무회의실 CCTV 공개가 큰 관심을 받았다. 영상에는 한 전 총리가 계엄 관련 문건을 챙기고 다른 국무위원과 돌려보는 모습,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결국 한 전 총리는 지난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계엄 문건 등을 본 적이 없다'고 한 진술이 위증이었다고 인정했다.

김 전 장관은 사전모의 단계에서부터 사후처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아 총 3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그 중 내란중요임무종사 재판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헌병대장과 함께 받고 있으며 27차 공판까지 진행됐다.

재판에서는 주로 선관위 무력점거 및 사전모의 과정에 대한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데, 현역 정보사 군인이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이유로 상당 기간 재판 전체가 비공개돼 시민사회에서 비판이 일었다. 변호인들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고, 법정에서 소란을 일으켜 감치 명령을 받은 일도 논란이 됐다.

이 전 장관 재판은 8차 공판이 진행됐다. 주 쟁점은 언론사 단전, 단수 지시 여부다. 허석곤 전 소방청장은 이 전 장관에게 계엄 당일 '경찰이 언론사 단전·단수 요청을 하면 협력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전화를 끊은 뒤 소방청 간부들에게 "단전·단수가 우리 의무냐"고 물었는데, 아니라는 데 모두 동의했고 관련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소방청에 "만에 하나 그 문건과 관련된 사안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의 지시가 있더라도 안전에 유의하라고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경찰과 협의하라"고 한 것 뿐이라고 주장 중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이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제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③ 여인형·조지호,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받은 군경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군·경 인사도 대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과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다.

일부를 살피면, 여 전 사령관 등 재판에서는 곽 전 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11월 여인형·이진우 전 사령관이 동석한 국방부 장관 공관 모임 당시 '국회, 선관위 병력 충돌 언급이 있었고, 계엄 이틀 전 특전사 출동 장소를 들었다'고 밝혔다.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은 계엄 당일 선관위 출동 당시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서 가져오라'는 명령을 들었다고 진술했으나, 여 전 사령관은 부인 중이다.

여 전 사령관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도발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지난해 10월경 평양에 무인기를 투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받아 지난 10일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기소됐다.

조 청장 등 재판에서는 방첩사, 국가수사본부가 한 정치인 체포 시도 협력 여부, 국회 출입통제 지시 등이 관건이다. 정치인 체포와 관련 전창훈 전 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은 당시 연락을 맡은 경찰 간부로부터 조 청장이 "합동수사본부 100명, 차량 20대 등 명단 작성을 준비하라", "방첩사 지원 5명은 사복 차림으로 보내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국회 통제와 관련 임정주 전 경찰청 경비국장은 전면 재고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다.

조 청장은 현재 탄핵심판도 받고 있다. 변론은 끝났고 연내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첫 재판에서 조 청장 측 대리인은 "세 번의 항명"과 "사직 의사 표명"으로 "계엄 해제 의결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 대리인은 "계엄 해제 결의는 국회의원, 시민, 보좌관이 월담까지 해 이룬 것인데 피청구인이 소극적으로 혹은 용인해 발생한 일인 듯 주장하는 데에 분노마저 느낀다"고 맞받았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④ 내란 재판의 또 다른 주인공, 재판부

내란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재판부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었다.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이는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을 담당한 지귀연 부장판사였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이 처음 구속된 뒤 그간 관행과 달리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결국 윤 전 대통령을 풀어주는 결과를 낳아 많은 지탄을 받았다.

이후 재구속된 윤 전 대통령이 16차례나 재판에 불참하는데도, 지 판사가 미온적으로 대응한 일도 질타를 받았다. 지난 2일 내란재판 의무중계가 시작된 뒤로는 불출석 시 강제구인을 예고하는 등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재판을 진행한 다른 판사들과 지 판사의 재판진행이 대비되며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 1심 선고는 내년 2월경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에 앞서 1월에는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선고도 예정돼 있다. 내란 혐의자들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은 계엄의 밤 총구 앞에서도 민주주의를 지키려 한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하는 모습일까.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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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조선일보 “문 앞까지 털렸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쿠팡 계정 3370만개 무단 노출 사태 일제히 1면

늑장 인지에 축소 신고 의혹, 점유율 높이기 골몰에 로비·착취·사망 의혹까지

일간지들, 1면에 비상계엄 내란사태 1년 기획 시작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5.12.01 07:41

  • 수정 2025.12.01 07:43

▲쿠팡. ⓒ연합뉴스

국내 유통업계 1위인 쿠팡에서 발생한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1일 아침신문 1면에 올랐다. 외부로 누출된 고객 계정이 국내 성인 4명 중 3명 꼴인 초유의 대규모인 데다, 쿠팡 내부 직원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30일 “쿠팡 계정 3370만개가 무단으로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일부 주문 정보”라며 “쿠팡은 현재 기존 데이터 보안 장치와 시스템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전날 모바일 앱과 피해자 개별 연락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지했다. 쿠팡은 이날 박 대표 명의로 공개 사과를 했다. 전날 고객 계정 3370만건이 무단으로 노출된 사실을 알렸다.

이는 올해 3분기 밝힌 활성고객(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 2470만명보다 큰 규모로, 업계 안팎에선 사실상 쿠팡의 모든 고객 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추정한다. 동아일보 등 다수 신문들은 “쿠팡의 활성 이용자 수가 320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모든 회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셈”이라고 전했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집주소, 이메일, 주문 정보다. 외부 해킹이 아니라 내부 직원의 유출로 보인다.

9개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 가운데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가 1면 상단에 이를 보도했다. 중앙일보와 한겨레, 한국일보는 1면 하단에 이를 보도했다. 다음은 신문들이 1면에 올린 관련 기사 제목이다.

▲20일자 동아일보 1면

경향신문 : 쿠팡 3370만명 정보, 6월부터 샜다

국민일보 : 3370만명… 사실상 전 국민 개인정보 털렸다

동아일보 : 3370만명 정보 털린 쿠팡 “中직원 소행 의심”

서울신문 : 4명 중 3명이 털렸다 쿠팡발 ‘정보유출 포비아’

세계일보 : 고객정보 다 털린 쿠팡, 5개월간 몰랐다

조선일보 : 대한민국이 ‘문 앞까지’ 털렸다

중앙일보 : 쿠팡 중국인 전 직원, 고객에 협박메일

한겨레 : 쿠팡 3370만명 고객정보 유출

한국일보 : 3370만명…쿠팡 사실상 전고객 정보 털렸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9일 쿠팡으로부터 침해사고 신고, 20일(1차)과 29일(2차) 정보유출 신고를 각각 받았다. 이후 현장 조사 과정에서 공격자가 정상적인 로그인 없이 3370만개 이상 고객 계정의 고객명, 이메일, 배송지 전화번호 및 주소, 일부 구매 이력 등을 유출한 것으로 확인했다. 쿠팡의 1차 신고 당시 4536개 계정으로 파악된 피해 규모는 2차 신고 때 약 7500배나 폭증했다.

▲20일자 세계일보 1면

조선일보는 “특히 쿠팡의 경우 이름, 휴대전화 번호, 집 주소 같은 기본 신상 정보뿐 아니라 새벽 배송을 위해 소비자들이 기입한 아파트·빌라 공동 현관 비밀번호와 최근 주문 상세 내역까지 악용 소지가 큰 민감 정보가 모조리 유출됐다”며 “개인 정보를 활용한 문자나 전화 사기뿐 아니라, 주거 침입 같은 물리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는 이유”라고 했다.

유출 규모도 신고 당시보다 7500배 커 축소 신고 의혹도 일고 있다. 경향신문은 “개인정보 유출 규모도 당시의 4500명에서 7500배나 많아 피해 규모를 축소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11월 초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했다. 뒤늦게 경찰청·한국인터넷진흥원·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으나 당시만 해도 4500개 계정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는 데 그쳤다. 조사 결과 피해자 수가 7500배가량 늘어났다”고 했다.

▲20일자 조선일보 1면

세계일보는 “쿠팡의 1차 신고 당시 4536개 계정으로 파악된 피해 규모는 2차 신고 때 약 7500배나 폭증했다”며 “앞서 개인정보 보호 위반으로 역대 최대 과징금(1348억원) 처분을 받은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약 2324만명)보다 1000만여명이나 더 많다”고 했다.

당장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집단 소송 움직임도 일고 있다. SNS에 ‘집단 손해배상 청구’를 제안한 김경호 변호사는 통화에서 “대규모 플랫폼인 쿠팡에 요구되는 보안 수준은 매우 높다”며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관심과 투자가 부족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근 쿠팡으로부터 이번 사태와 관련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정확한 개인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서버기록 등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쿠팡 고소장에는 피고소인이 특정되지 않고 ‘성명불상자’로 기재됐다.

“노동자 목숨도, 고객 보안도 못 지켜”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다수 신문이 1면에 이어 2면과 3면 등 주요 지면 전면을 털어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쿠팡 이용자들의 원성과 보안 주의사항, 유출된 정보 유형, 그간 쿠팡의 잘못된 사업 방식과 대응 태도를 짚는 보도들이 이어졌다.

한국일보는 쿠팡이츠가 점유율을 높이는 이면에 노동을 불법 착취한 의혹을 보도했다. <“실적 못 채우면 강제야근, 연차 사용 제한”…쿠팡이츠 불법 노동착취 폭로도>에서 쿠팡이츠가 광고영업 부서 노동자들에게 강제로 야근을 강요하고 연차사용을 제한하는 등 노동착취를 일삼는다는 내부 폭로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60여 명의 계약직 노동자와 3개월 단위로 재계약하고 이들을 정규직 노동자 10여명이 관리하는 구조 속에서 퇴근을 안 시키고 할당량 채우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현직 노동자 증언을 전했다.

▲20일자 한국일보 2면

경향신문은 3면 <노동자 목숨·고객 보안 못 지킨 쿠팡…‘내실 없는 성장’의 민낯> 기사에서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한 불기소 외압 의혹으로 상설특검 출범을 앞둔 데다 심야 배송에 따른 물류센터 노동자와 택배기사의 과로사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쿠팡은 e커머스 업체로서는 기본인 고객 정보 보호에도 소홀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고객은 2470만명으로 2020년 대비 1000만명가량 늘었고 연간 매출도 지난해 40조원을 돌파했다. 이 신문은 업계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쿠팡이 노동자 복지와 고객 데이터 보호 등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는 관리를 소홀히 했던 것 아닌가”, “e커머스는 가지고 있는 고객의 민감한 정보가 많다보니 보안 관련 예산을 매출 대비해 계속 늘려야 한다”, “대외적 로비에 집중하느라 내실을 기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쿠팡은 정부 대관 업무 등을 위해 국회의원 보좌관 등 퇴직공직자를 올해 18명(계열사 포함) 영입했다.

▲20일자 경향신문 3면

조선일보는 4면에서 <로비로 각종 논란 틀어막아온 쿠팡, 올해 정부·국회 출신 18명 채용> 기사에서 “쿠팡은 전현직 대표 모두 대관 분야 출신이고, 야간 근무자의 잇따른 사망 사고, 입점 업체 수수료 문제 등 각종 논란을 막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정치권 인사를 대거 영입해 왔다”며 “야권에선 ‘대관 조직을 동원해 당장의 논란을 막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소비자는 안중에 없었던 것’이라며 ‘5개월간 정부도 쿠팡도 개인 정보 유출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썼다.

일부 신문은 중국 국적 직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강조해 보도했다. 국민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1면 본문 주요 대목에서 쿠팡에서 퇴사한 중국 국적 지원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제목에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세계일보는 기사 끝무렵에 이를 언급했다. 세계일보는 1면 기사 말미에 “일각에선 유출 주범으로 거론된 중국 국적의 전 쿠팡 직원은 한국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직원은 쿠팡 측에 협박성 이메일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쿠팡이 정부의 ‘정보보호와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두 차례 취득하고도 네 차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반복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일간지들, 비상계엄 내란사태 1년 기획 시작

대다수 신문이 1일부터 1면에 12·3 불법계엄 1년을 맞는 기획 보도를 시작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 12·3 불법계엄에 맞섰던 시민들을 다시 만나 이들의 지난 1년을 되짚었다. 계엄군을 소화기로 막았던 의원실 보좌관과 계엄 8일 뒤 부산 서면의 집회에서 발언한 ‘술집 여자’라고 밝히고 발언한 시민, 은둔하다 광장의 집회를 계기로 연대 활동을 시작한 청년, 광장을 지킨 의료 봉사자 등을 인터뷰했다.

▲20일자 경향신문 1면

동아일보는 1면 <계엄의 밤 1년, 어둠은 걷히지 않았다> 제하 보도로 “국격 추락까지 불러온 ‘그날’의 1년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신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만장일치로 파면됐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계엄을 선포한 동기와 김건희 여사와의 공모 여부 등이 규명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며 내란사태 진상규명 현황과 남은 숙제들을 전했다.

▲20일자 동아일보 1면

세계일보는 1면 머리기사 <12·3 비상계엄 1년, 그날 밤의 기록>에서 당시 현장을 다시 돌아보는 기사를 냈다. “밤늦게 대통령실이 방송사에 생중계 여부를 문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일보를 포함한 언론사들은 대통령이 심야에 직접 브리핑을 할 것이라는 점만 파악할 수 있었다 (…) 세계일보 정치부를 포함한 언론사 정치·사회부 기자들은 계엄 선포 직후 회사와 국회 등으로 긴급 소집됐다. 기자들은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실과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질 국회로 분주히 이동했다. 대통령실 인근에서는 계엄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20일자 세계일보 1면

한겨레는 <그날 국회로 달려가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을 찾습니다>란 제목의 사진 모음 기사를 1면 머리에 배치했다. 그 아래 배치한 <“군, 계엄 1년 전부터 대북전단 살포”>에서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심리전단이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전까지 대북 전단을 몰래 보냈다는 증언이 당시 대북 전단 살포 작전에 참여했던 장병에게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6면엔 대북전단 살포 병사의 인터뷰를 전했다.

▲20일자 한겨레 1면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 <국민이 계엄 끝냈지만 더 갈라진 정치>에서 내란 사태 의미를 짚으면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여야 원로, 정치학자, 평론가들은 ‘국민은 헌법 가치를 다시 새겼고, 사회는 빠르게 일상을 회복했지만, 정치만은 양극단으로 갈라져 오히려 분열을 부추기며 후퇴하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진단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 하단에 “계엄 1년”을 문패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 인터뷰를 배치하고 “내란 관여 세력에 대한 단죄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특검으로 끝내야 한다”며 “명백한 혐의가 있지 않은 한 보복성으로 파헤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전했다.

▲20일자 조선일보 1면

국민일보는 ‘비상계엄 1년 지금 대한민국은’ 기획에서 “한국사회는 단죄의 규모와 강도를 두고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는 부작용도 겪고 있다”며 “내년 내란 재판 선고와 지방선거를 계기로 이제는 정년연장, 연금개혁, 개헌 등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의제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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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군, 계엄 1년 전부터 대북전단 살포”…국방부 심리전단 전역자 증언

내란 365일

“23년 10월부터 2개월에 1~2번씩

계엄 직전 10㎏ 풍선 100개 보내”

권혁철기자

수정 2025-12-01 08:33등록 2025-12-01 06:01

국군심리전단의 대북 전단 살포 작전을 밝힌 ㄱ씨는 같이 근무했던 장병들을 생각해 실명과 얼굴 공개는 원하지 않았다.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심리전단이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전까지 대북 전단을 몰래 보냈다는 증언이 당시 대북 전단 살포 작전에 참여했던 장병에게서 나왔다. 윤석열 정부 집권기에 민간단체뿐 아니라 군 당국에서도 대북 전단을 보낸 사실은 일부 보도가 됐지만, 작전에 참여한 장병의 구체적 진술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심리전단은 유사시 대북 전단 살포,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을 수행하는 부대다.

2023~2024년 심리전단에서 군 복무를 한 ㄱ씨는 30일 한겨레와 만나 “2023년 10월 중순 최전방에서 부대원들과 함께 대북 전단을 담은 대형 풍선 10여개를 처음으로 북쪽으로 날려 보냈다”고 말했다. ㄱ씨 소속 부대는 그때부터 2024년 11월까지, 2개월에 한두 차례 정도 작전을 수행했다고 한다. 그 뒤로는 작전 때마다 풍선을 100개쯤 날려 보냈는데, 풍선마다 10㎏ 정도의 전단을 매달았다는 게 ㄱ씨 증언이다.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지난해 5월2일 밤 9시께 경기도 파주시에서 대북 전단을 매단 풍선을 날리고 있다.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제공

심리전단의 대북 전단 살포 작전은 2023년 9월26일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규제하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온 뒤 본격화됐다. ㄱ씨는 “헌재 결정 전에는 후방에서 전단 살포 훈련을 했는데, 그해 9월부터는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최전방 기지에서 훈련을 하기 시작했고 훈련 횟수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ㄱ씨는 실전 같은 훈련을 한달쯤 하고 다음달인 10월에 실제 북한으로 전단을 매단 풍선들을 보냈다고 했다.

ㄱ씨 설명을 들어보면, 당시 심리전단은 군사지도에 북한의 군사 기지, 공항, 일정 규모의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 좌표를 그려놓고, 풍향과 풍속 등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가장 적합한 지점을 살포 지역으로 정했다. ㄱ씨는 “가장 멀리는 동해안의 원산까지 전단을 보내봤다”고 했다.

지난해 5월29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사요리의 논에 북한에서 보낸 대남 전단 풍선이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심리전단은 전단 살포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는 날을 골라 작전을 했다. ㄱ씨는 “부대원들이 밤 9~11시쯤 이름과 소속 부대가 표시된 군복을 벗고 특수작전 요원이 입는 검은 옷(흑복)으로 갈아입은 뒤 작전에 투입됐다”고 했다. 심리전단은 ㄱ씨 부대뿐만 아니라 중·서부 전선 일대 여러 곳에서 전단 풍선을 날려 보냈다고 한다.

심리전단의 대북 전단 살포를 추적해온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평양 침투 무인기뿐만 아니라 대북 전단으로도 북한을 자극해, 계엄 선포 명분을 마련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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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용감한 행보... '노무현의 꿈' 이루기 위한 비책 있다

[전강수의 경세제민] 토지공개념 구현 위해 필요한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

25.12.01 06:43최종 업데이트 25.12.01 06:43

조국 조국혁신당 신임 당대표가 지난 11월 23일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남소연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11월 23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지금 부동산 시장은 다주택자의 이기심, 투기꾼의 탐욕, 정당과 국회의원의 선거 득표 전략, 민간 기업의 이해득실이 얽힌 복마전"이라며, 토지공개념과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7일에는 해방 후 농지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죽산 조봉암 선생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죽산은 이승만 정부에서 친일 지주 세력의 완강한 반대를 뚫고 농지개혁을 단행했다"라고 강조하며, 조국혁신당은 토지개혁을 토지공개념으로 이어받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윤석열 정권에서 종합부동산세(아래 종부세)가 무력화되고 거대 양당이 표심을 의식해 사실상 감세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정치적 위험이 따를 수도 있는 주제를 정면으로 꺼내 든 것은 실로 용감한 행보다. 이재명 정부가 유독 보유세를 빼놓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억지스러운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실현해서 부동산 공화국을 혁파하자고 오랫동안 역설해 온 나로서는 조국 대표에게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조국 대표의 외침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더불어민주당과 여권 인사들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토지공개념 정신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정부는 노무현 정부다(여러 사람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는 재집권에 성공하지 못한 탓에 탁월한 부동산 정책까지도 실패한 것으로 매도당하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부동산 투기라는 '괴물'에 맞서 부동산보유세 강화라는 정공법을 택했던 가장 개혁적이고 용맹한 정부였다. 조국 대표가 앞으로 진정으로 토지공개념을 구현해 가려면,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며 올바르게 세웠던 원칙을 정교하게 다듬어 완성해야 한다.

지대추구는 경제를 망치는 주범

지난 11월 17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부동산 투기를 개인의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지만,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병리 현상이다. 토지와 자본은 둘 다 생산수단으로 기능하지만, 양자 간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기계, 건물, 댐, 도로, 수로 등 자본은 인간이 비용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내기에 그 소유권을 철저히 보호하고 이익을 보장해야만 생산이 늘어난다. 반면, 토지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다. 게다가 토지의 가치는 소유주의 노력이 아니라, 도로가 깔리고, 지하철이 들어서고, 인구가 모이는 등 공동체의 발전에 의해 결정된다.

자본에 부여하는 것과 같은 절대적 소유권을 토지에 부여하면 토지 소유자에게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불로소득이 주어지지만,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기본적인 삶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땀 흘려 벌어들이는 노력소득을 착취당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기와 사회의 기반을 뒤흔드는 악성 불평등·양극화는 여기서 시작된다.

농지개혁 이후 수십 년이 지나는 사이에 대한민국은 기업이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보다 안전한 땅 투기에 몰두하고, 청년들이 창업을 도모하기보다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사고 건물주가 되기를 꿈꾸는 '지대추구 사회'로 전락했다. 토지 불로소득이 노동 소득과 생산적 이윤을 압도할 때, 근로 의욕과 투자 의욕은 꺾이고 사회의 역동성은 사라진다. 실제로 부동산은 대한민국에서 소득과 부의 양극화, 주기적 불황, 지역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바야흐로 부동산 문제는 단순한 집값 등락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내부로부터 갉아먹는 악성 종양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 정책은 실패가 아닌 미완의 혁명

2003년 9월 3일 당시 서민주거안정과 관련, 현장방문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이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주공아파트를 방문해 주민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의 역사에서 노무현 정부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 이전 정부들이 투기가 일어날 때만 반짝 규제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다시 투기를 조장하는 '냉열탕식' 정책으로 일관했다면, 노무현 정부는 문제의 근원을 건드렸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실거래가 제도를 도입해 시장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였고,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연 10만 호씩 공급하며 주거 복지의 물꼬를 텄다. 무엇보다 종부세를 신설하여 부동산 고액 보유자의 불로소득을 환수하면서 투기 근절의 기틀을 닦기도 했다. 종부세는 근로소득과 비근로소득 간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재원까지 마련하는 획기적인 정책이었다.

당시 보수 언론과 기득권 세력은 종부세에 대해 '세금 폭탄'이라며 격렬히 저항했고, 지방민과 중산층·서민층이 거기에 동조해 다수 국민이 동요했다. 하지만 사실 종부세 과세 대상은 전체 세대의 2~4%에 불과했다. 더욱이 종부세가 본격적으로 걷히기 시작한 2006~2007년경부터 부동산 가격은 완연한 하향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요컨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기득권의 조직적인 저항과 선동 속에서도 '부동산 공화국 해체'의 깃발을 끝까지 내리지 않았던 고군분투의 모범이었다. 그 정신은 결코 폐기할 것이 아니라 계승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퇴행과 오류의 시절: 이명박과 박근혜의 오류, 그리고 문재인의 실책

2019년 11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안타깝게도 노무현 정부가 물러난 뒤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은 처참하게 후퇴했다. 이명박 정부는 "아파트값을 세금으로 잡는 나라는 없다"라며 종부세를 무력화했고, 수도권 곳곳에 전면 철거 방식의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며 주민들의 탐심을 자극했다. 혹자는 이때의 정치를 '탐욕의 정치'라고 부른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았으며, 간신히 유지되고 있던 금융 규제까지 완화하며 부동산 시장 부양에 몰두했다. 2016년 이후 수도권에 불어닥친 부동산 광풍은 두 정부의 투기 조장 정책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했지만, 부동산 정책에서만큼은 노무현 정부의 철학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임기 전반 3년 동안 투기를 근절할 근본 정책인 보유세 강화에 극도로 미온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임대주택 등록제를 통해 다주택자들에게 과도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과세를 피할 길을 마련해주었다. 당시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제도를 두고 투기꾼들에게 '꽃길'을 깔아준 것이라며 혹평했다.

임기 4년 차부터 부동산 과세 강화로 시장 안정화를 도모했지만, 이미 집값은 오를 대로 오른 뒤였다. 취득세·양도소득세·종부세를 몽땅 급격히 강화하고 주택 수 기준의 차등 과세 방식을 적용했으니 격렬한 조세 저항이 일어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였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는 전반기에는 미온적인 부동산 조세정책으로 부동산값을 폭등시켜 서민층의 마음을 잃었고, 후반기에는 정반대의 극단적인 정책으로 세 부담을 급증시켜 중산층의 마음을 잃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당시 고위 공직자들이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인 것은 온 국민의 마음에 불을 지른 것과 다름이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감에 기대어 노골적인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로 돌아섰다.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을 낮추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함으로써, 종부세를 무력화해 버렸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전면 해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대출 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 부양 정책이 그 뒤를 이었다. 그 결과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수도권의 부동산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금은 투기 광풍의 조짐이 완연하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명박 정부 정책과 내용이 유사했지만, 속도와 범위 면에서 더 급진적이고 광범위했다. 이는 부동산 공화국을 더욱 공고히 해서 국가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위험한 도박이었다.

조국 대표가 가야 할 길: 노무현의 종부세를 업그레이드하라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대한민국 어떤 정치인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토지공개념과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을 인식한 조국 대표에게 제안하는 형식으로 논의를 전개해 보자. 조국 대표는 조봉암의 실천을 애써 기억하며, 노무현이 닦아놓은 토대 위에서, 문재인과 윤석열의 실책과 오류를 염두에 두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과 방식으로 정책을 만들어 끊임없이 의제화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조세 저항의 벽'을 넘을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고 그것으로 국민과 정치권을 계도하는 일이다.

첫째, 노무현 정부 당시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종부세를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 고액 보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무너뜨린 보유세 체계를 복원하되, 문재인 정부의 실책인 '주택 수별 차등 과세'를 '가액 기준의 일률 누진과세'로 개편해야 한다. 강남의 비싼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지방의 싼 집 두 채를 가진 사람보다 세금을 덜 내는 모순을 없애고, 오직 '자산 가치'에 따라 일률적으로 세금을 매기자는 말이다. 아래 표의 맨 오른쪽 열은 종부세 세율 개편의 한 가지 방안이다.

▲주택분 종부세 세율 개편안2005년 이후 종부세 세율의 변천과 향후 개편 내용전강수

일정한 조건을 갖춘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해서는 세금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현행 장기보유자 공제를 1주택 실거주자 공제로 전환해서, 1주택 실거주자로서 5년 이상 거주하고 과표 50억 원 이하인 경우, 매년 10%씩 세액을 공제하되 총 80%까지 공제해 주는 것이다. 이 장치를 두면 현재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염려하는 '한강 벨트' 주민들의 반발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둘째,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노무현의 정신을 완성하는 핵심 열쇠다. 국토보유세는 모든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부과하여 세수 순증분을 모든 국민에게 1/n씩 기본소득으로 분배하는 새로운 세금이다. 국토보유세는 여러 면에서 종부세보다 우수하다. 주택 따로, 종합합산 토지 따로, 별도합산 토지 따로 과세하는 용도별 차등 과세를 폐지하고, 건축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알려진 건물 보유세를 제외하며, 극소수 고액 보유자만이 아니라 모든 토지 보유자에게 부과하기 때문이다. 종부세보다 토지공개념 정신에 더 부합하는 것은 물론이다. 보유세 강화가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히는 이유는 '내기만 하고 받는 것은 없다'는 인식 때문인지 모른다. 세수 순증분을 다른 데 쓰지 않고 그대로 국민에게 1/n 씩 나눠주면 조세 저항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나는 "불평등 시대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라는 논문(서울사회경제연구소, <불평등 시대의 부동산 정책>에 수록)에서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전체 부동산 보유세(재산세 포함) 실효세율을 0.37~0.76%로 높이고, 세수 순증분을 전액 기본소득으로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지급하면, 순수혜 세대가 전체 세대의 83.4~85.9%에 달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비례세를 가정하고 계산한 결과로, 만일 누진세 구조를 도입한다면 순수혜 세대의 비중은 90%를 훌쩍 넘어설 것이다.

종부세는 그 세금으로 혜택을 입는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소수 기득권층의 조세 저항을 막아설 사회세력이 등장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국토보유세는 그렇지 않다. 순수혜자가 될 90% 이상의 국민은 소수의 순부담자들이 벌일 조세 저항을 막아설 강력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상위 2~4% 부동산 부자들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되어 종부세를 두고 '세금 폭탄' 여론이 형성되었지만, 전 국민의 약 90%가 혜택을 보는 구조를 만든다면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고 기득권층의 저항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개혁'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토지공개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제 개혁이 핵심이지만, 아울러 주택 공급 방식을 전면 전환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공공임대 주택을 건설해 공급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사유지를 강제수용해서 조성한 공공택지를 그대로 민간 건설업체에 매각하거나 그곳에 주택을 건설해서 분양하는 일에 몰두해 왔다.

사유지를 강제수용한다는 것은 매우 높은 공공성을 전제로 하는 행위다. 그와 같이 고도의 공공적 행위를 해놓고는 그 토지를 민간에 매각해 버렸으니,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원칙상 강제수용한 토지는 국공유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옳다. 또 빈약한 국공유지 비율을 생각할 때 공공기관 이전·유휴 부지와 군 골프장 같은 기존 국공유지도 국공유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는 공공택지와 국공유지를 가능한 한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토지임대부 주택과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집중해야 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에 적용되는,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여 임대료를 받는 방식은 서민들에게 저렴한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면서 투기를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 6% 수준(2022년)에 머물고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 비율을 OECD 평균(7.1%) 이상으로 높이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평등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 서민층이 주거 문제로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한국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OECD 평균이 아니라 유럽 모범 국가의 수준(약 20%)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의 꿈, 이제는 현실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유성호

노무현 대통령은 기득권층의 거센 저항 속에서도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부동산 불패 신화와 맞서 싸웠다. 비록 당시에는 기득권층의 조세 저항과 수구 언론의 왜곡으로 인해 그 뜻이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했지만, 그가 제시한 방향은 분명 옳았다.

조국 대표가 꺼내든 토지공개념은 조봉암의 실천을 재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노무현의 꿈을 다시 호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 이번에는 조금 달라야 한다. '세금을 더 걷겠습니다'가 아니라,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해 국민 여러분께 배당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정교하게 설계한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 모델은 노무현 정부가 겪어야 했던 조세 저항의 파고를 거뜬히 넘을 튼튼한 선박이 되리라 기대한다. 조국 대표를 필두로 대한민국 정치권이 이 길을 걸어가, 언젠가는 대한민국이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땀 흘린 사람이 대접받는 정의로운 나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사족 한 마디. 이 기대를 충족하려면 조국혁신당과 조국 대표는 너무 짙은 조국의 그림자를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당명에서부터 '조국'을 빼기 바란다. 지금보다 더 추락하지 않을까,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폭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기겠지만,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라고 하지 않았던가. 새로운 당명으로 당을 새롭게 하고 내부 조직의 '결함'을 철저히 제거한 다음, 조봉암의 토지개혁을 이어받은 토지공개념 비전을 소리높여 전파하라. 그러면 희망과 변화의 상징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처럼, 우리 국민은 조국 대표를 대한민국의 조란 맘다니로 세워 줄 공산이 크다.

#조국대표 #토지공개념 #종부세 #기본소득연계형국토보유세 #전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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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투쟁'에서 밀리면 내란 진압도 힘들다



이봉수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원장

hibongso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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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5.11.30 14:27

  • 수정 2025.11.3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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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현장칼럼] 엘리트 카르텔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 ④

우리나라 엘리트 카르텔은 내란을 주동하고도 반성은커녕 책임도 지지 않는 태도를 취하는데 이들이 어떻게 민주주의 복원을 방해하는지 분석하고 제동을 거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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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벨젠 수용소를 해방시킨 영국군은 방치된 시신들을 수백 구씩 집단매장했다. 안네 프랑크와 언니 마르고트 프랑크가 묻힌 곳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집단매장지 앞에 비석을 세워놓았다. © Pixabay

프랑스, 독일, 폴란드, 남아공… 그리고 한국이 비극을 극복하는 방법

 

2000년에 한겨레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중년의 만학도로 6년간 영국에서 살 때 방학이 되면 차를 몰고 유럽 전역을 여행하곤 했다. 여행계획을 짤 때 가족이나 친지들의 불평은 전쟁터나 학살지, 전쟁박물관, 포로수용소, 공동묘지 같은 비극의 현장을 왜 그리 많이 집어넣느냐는 거였다. ‘다크 투어리즘’이란 새 용어에 ‘죽음과 재난의 매력’이란 설명을 붙여야 했던 말콤 폴리와 존 레넌의 책<Dark Tourism: The Attraction of Death and Disaster>이 2000년에 나왔으니 그런 여행이 유행을 타기도 전이었다.

 

암스테르담을 여행할 때는 안네 프랑크의 은신처를 방문했다. 프랑크네 일가는 2년간 숨어살던 건물에서 체포돼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다. 그후 안네는 언니 마르고트와 함께 베르겐-벨젠 수용소로 이감된 뒤 둘 다 최악의 생존환경에서 전염병에 걸려 숨진다. 영국군이 수감자를 전원 구출하기 불과 한 달 전이었다.

 

“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

 

소설가나 기자가 되는 게 꿈이던 사춘기 소녀 안네는 언젠가 일기를 출판할 생각으로 밝히길 원치 않는 내용은 일부 편집한 뒤 <뒤채>라는 그럴싸한 책 제목까지 지어 두었다. 앞 건물에서 책장으로 가려진 비밀통로로 연결된 뒤채가 은신처였던 것이다.

 

안네는 ‘기록의 위대성’을 나름대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일기에 ‘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고 쓴 적이 있다. 그는 또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싶다, 난 죽어서도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고 썼다. 그는 또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인간 내면의 선함을 믿는다’고 했다. 그의 소망은 비극으로 끝났지만 일부는 이뤄졌다. 미국 대통령 케네디는 “역사를 통틀어 큰 고통과 상실의 시기에 인간의 존엄성을 대변해 온 많은 사람들 중에서 안네 프랑크만큼 설득력 있는 목소리는 없다”고 말했다.

 

가치의 경중을 따질 일은 아니지만, 나는 안네의 일기보다 훨씬 더 위대한 것이 제주4.3 관련 기록물이라고 생각한다. 둘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안네의 일기는 2009년에 등재됐고 4.3기록물은 올 4월에야 등재됐다. 한 소녀의 일기는 600만 유대인을 학살하는 광기의 시대에 반성과 희망의 메시지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에 견주어 4.3기록물은 너무나 길고도 험한 과정을 거쳐 방대한 기록물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전자를 압도한다.

 

‘12.3의 밤’이 되살린 추미애의 기억

 

제주4.3기록물은 1만 4673건이나 되는 희생자와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과 녹취록, 군법회의 수형인명부와 옥중엽서, 시민사회의 진상규명운동 기록과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로 구성돼 있다. 한마디로 개인 기억의 편린들을 집단기억으로 되살리고 기록한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다.

 

지난 13~14일 열린 제주4.3평화포럼에선 ‘제주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4.3의 세계화’를 주제로 추미애 국회법사위원장이 기조강연을 했다. 그가 강연에 초대된 이유는 제주4.3의 진상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한 덕분이다. 그는 정치인들이 ‘빨갱이 콤플렉스’를 겁내 제주4.3을 거론하길 꺼리던 1999년에 정부기록보존소를 샅샅이 뒤져 ‘제주4.3수형인명부’를 찾아냈고 제주4.3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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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으로서는 제주4.3 진상규명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추미애 국회법사위원장이 13일 제주썬호텔에서 열린 ’12.3의 밤이 되살린 4.3의 기억’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이봉수

수형인명부 발굴로 정부 책임을 끌어내다

 

그는 김민웅 교수와 나눈 대담집 <추미애의 깃발>에서 수형인명부에는 재판절차 없이 형을 매기고 육지 형무소로 보내졌던 교사∙농부∙학생 등 사상범이라고 추정할 수 없는 2530명이 기록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형인명부가 발굴되면서 제주4.3의 진상규명을 공식화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첫째는 정부가 제주4.3을 인정하고 유족들이 진상규명을 공식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둘째는 법적으로 재심 재판을 열 수 있는 근거가 되었지요. 이걸 근거로 22년이 지난 2021년 3월, 행방불명으로 처리되었던 333명의 희생자에게 재심 재판을 통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제주4.3 발발로부터 73년 만에 희생되신 영령들을 자유롭게 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제주4.3평화재단 강봉효 기념사업팀장에게 문의했더니 올 11월 4일 기준으로는 재심을 거쳐 무죄선고를 받은 제주4.3 수형인이 2132명에 이른다고 답했다.

 

4.3평화포럼에서 양정심 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은 제주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의의를 설명했고, 이용우 동덕여대 교수는 엄격했던 프랑스의 독일협력자 숙청 사례를 소개했다. 해방 전후에 8천~9천 명의 나치협력(혐의)자가 레지스탕스에 의해 정식 재판 없이 처형됐고, 재판을 통해서도 9만 8천명이 실형을 선고받고 1500명이 처형됐다. 공무원은 2만 1천명, 장교 등 군인은 1만 5천명이 축출됐다.

 

나치 협력 프랑스 언론 900종 발행 금지

 

특히 언론은 나치에 협력한 신문 900종의 발행이 금지되고 538개 언론사가 기소됐다. 그중 115개 사는 유죄 선고를 받아 재산이 몰수되기도 했다. 특히 언론인에게 엄정하게 책임을 물었던 것은 영향력이 컸고 물증도 남았기 때문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9월호에 소개한 바와 같이, 프랑스는 포고령으로 ‘언론인 신분증 없이는 기자로 일할 수 없다’고 못박은 뒤 긴 설문지를 주고 나치 점령기간의 활동내역을 적어내도록 요구했다. 드골 대통령은 숙청을 밀고 나가면서 “프랑스가 다시 외세의 지배를 받더라도 다시는 반역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4.3평화포럼에서 발제된 폴란드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례는 ‘위르겐 슈트로프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게토 봉기 진압작전을 지휘한 독일군 사령관 위르겐 슈트로프가 작성한 것이었다. 국립추모연구소의 마렉 돈브로프스키 기록보관소 부소장은 슈트로프가 허영심과 야망에 사로잡혀 너무나 잔혹하게 진압한 상세 보고서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슈트로프는 역설적으로 반인륜 전쟁범죄에 영원히 경종을 울린 장본인이 됐다.

 

폴란드는 이 보고서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저장해 뒀는데 내용을 검색해보니 그는 5만 6천 명 유대인을 체포했고, 작전중에 7천 명을 사살했으며 수용소로 이송중에 6929명을 처형하는 등 모두 13929명을 죽였다. 화재와 유탄에 맞아 숨진 폴란드인도 6천 명이 넘었다.

 

피해자의 진술이 아니라 가해자가 남긴 이 드문 보고서는 나치 체제가 저지른 범죄를 고발할 뿐 아니라 변론조차 불필요해진 최종 기소장이 됐고 자신도 처형됐다. 보고서에 첨부된 유대교회 폭파 장면을 찍은 사진 등은 유대인 대량학살의 보편적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돈브로프스키 부소장은 발제를 마무리하면서 “고통스러운 내용이 담긴 기록을 보존함으로써 전 세계에 걸쳐 회복탄력성을 구축하고 기억이야말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어책임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넬슨만델라기념관 건립과 아카이브 작업, 시민교육과 대외홍보 등으로 과거를 청산하고 민주주의 발전의 주춧돌로 삼았다.

 

아직도 아득하게 먼 한국의 과거사 청산

 

프랑스 독일 폴란드 남아공의 과거 청산 노력과 성과에 견주면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다. 제주4.3만 하더라도 공식적으로는 ‘제주4.3항쟁’과 같은 온전한 이름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제주4.3평화공원 전시장 안에 있는 비석은 비문이 없는 ‘백비’ 상태로 누워 있다. 평화공원 행방불명인묘역에는 유해를 찾지 못한 실종자들의 표석이 4078기나 서 있다. 제주항 근처 주정공장에 갇혀 있다가 재판절차도 없이 앞바다에 수장되거나 단기 징역형을 받고도 육지 형무소로 이감된 뒤 6.25전쟁이 발발하자 처형된 사람이 대부분이다.

 

AI 활용 설정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묘역에는 유해를 찾지 못한 이들의 표석이 끝없이 줄지어 서 있다. 위령조형물에는 처형장으로 향하는 수형자의 눈길이 애처롭다. © 이봉수

제주4.3은 그나마 재심이라도 이뤄졌지만, 1946년 대구10월항쟁과 1948년 여순항쟁, 1950년 20만이 희생된 보도연맹사건과 부역자 누명 학살 등은 대부분 재심은 물론 진상규명도 제대로 안 된 상태이고 가해자와 책임자 처벌은 시작도 못 했다.

 

시민사회의 성찰과 민주주의 교육, 그리고 집권세력의 철저한 반성으로 나치의 학정과 유대인 학살의 트라우마를 상당부분 극복한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기억 투쟁’에서 민주진영과 수구∙극우 세력이 팽팽한 대치 국면을 보이고 있다. 부패 카르텔의 정점에 있는 윤석열 정권 자체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전쟁까지 마다하지 않는 파시즘 성향을 여지없이 드러낸 게 12.3 내란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반성은커녕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며 내란 선동자를 비호했고, 제주4.3 왜곡 영화를 관람함으로써 제주도민을 조롱했다.

 

‘기억 투쟁’에 열성적인 수구기득권세력

 

진상규명은 도외시하고 ‘기억 투쟁’에 열성적인 쪽은 수구∙기득권세력이다. 그들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추앙하는 리박스쿨을 만들어 어린 학생들을 세뇌한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웠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송현광장에 이승만 기념관을 세우려 했다.

 

파리 개선문 아래에는 ‘영원한 불꽃’, 런던 세인트제임스궁 앞에는 추모탑 등 조형물이 마련돼 있는데, 우리나라 도시들은 어떤가? 광화문에도 전국 학교에도 지배자와 장군의 동상만 있을 뿐, 병사들의 충혼탑들은 산골짜기나 변두리로 ‘추방’되어 있다. 4.19혁명의 희생자들도 당시에는 시민이 거의 찾지 않던 수유리에 모셔졌다. 베를린을 여행할 때 베를린 중심지인 브란덴부르그 문 바로 옆에 ‘학살 유대인 추모공원’이 조성돼 있는 것을 보고 진정한 반성이 느껴졌다.

 

AI 활용 설정

〈인디펜던트〉는 영국의 중도신문인데도 나치 등 과거사 청산을 끈질기게 주장한다. 2008년 5월 2일자 1면은 90살 안팎의 노인들인데도 아직 검거되지 않은 나치 전범들을 수배하는 기사로 채워졌다. © Independent

내란 진압도 힘든 ‘기억 투쟁’의 공론장

 

‘기억 투쟁’에서 민주진영이 불리한 요인은 보수 편향이 심한 우리나라 언론 지형에도 있다. 선진국 가운데 한국처럼 재벌언론과 언론재벌, 그리고 수구 성향 종교단체가 소유한 매체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이스라엘의 극우 정권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언론인을 무차별 살상한 것도 ‘기억 투쟁’에서 이기려는 술책이라 할 수 있다. 영국 <가디언>은 2023년 10월 가자전쟁이 발발한 뒤 이스라엘의 공습 등으로 숨진 언론인이 247명에 이른다고 지난 8월 26일 보도했다.

 

제주4.3항쟁도 제주 언론들이 공감할 뿐 대부분 중앙언론들은 오히려 진상을 왜곡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민은 너도 나도 공감하는 4.3항쟁에 관해 육지 사람들은 “또 4.3이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어쩌면 제주도민만 서로 공명하는 반향실(echo chamber)에 갇혀 있다는 느낌도 든다.

 

1년이 다 지나도록 내란이 진압되지 않고 있는 요인도 기득권 카르텔이 워낙 공고한 데다 수구언론이 내란 진압에 제동을 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의 항명을 ‘조국사태’와 ‘추윤갈등’이란 틀로 왜곡해온 법조기자 카르텔은 여전히 멤버가 별로 바뀌지 않은 채 기자실을 장악하고 있다. 정치부 기자 구성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언론의 왜곡보도도 실명으로 비판하고 상세히 기록했더라면 그런 행태를 무한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처럼 기억해야 할 다크 투어리즘의 현장이 많은 나라도 없다. 분단과 전쟁, 학살과 재난, 탄압과 저항, 아픔과 슬픔의 장소가 전국 곳곳에 널려 있다. 제주에서 숱하게 터진 민란도, 동학농민전쟁도, 제주4.3도 제대로 기억되지 않았기에, 보도연맹사건과 부역자 누명 학살, 4.19학살, 인혁당사건 사법살인, 5.18광주학살로 이어졌다. ‘기억 투쟁’에서 밀리면 비극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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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봉쇄'가 일본의 존립위기? 대만은 왜 중국의 ‘발작 버튼’일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1/30 09:56
  • 수정일
    2025/11/30 09: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웃 나라 타이완] 대만의 지정학(地政學)적인 중요성

박범준 자유기고가 | 기사입력 2025.11.29. 22:35:20

일본과 중국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불구경, 싸움구경이 제일 재밌다고 하던가? 카페에서 옆자리 연인끼리 다투기만 해도 다른 일 보는 척하면서 온 신경을 집중하기 마련이다. 중국과 일본의 싸움, 우리는 바다 건너 불구경이나 즐기면 그만일까?

다툼의 양상은 이미 언론에 상세히 보도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첨예한 대립을 통해 대만이 가진 지정학적 중요성을 살펴보자.

먼저 사건의 발단이 된 다카이치 총리의 말을 살펴보자. 지난 11월 7일, 그는 일본 국회 답변에서 "중국이 대만을 해상 봉쇄할 경우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라는 후보 시절 자신의 발언을 재확인했다. 같은 말이지만 자민당 총재 후보의 발언과 현직 총리의 발언은 그 무게가 확연히 다르다. 일본, 미국, 한국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지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해협 봉쇄는 중국 국내 문제다. 그런데 그게 왜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가 될까? 일본이 존립위기 사태라고 판단하든 말든 그게 왜 또 이렇게 큰 문제가 될까? 중국은 왜 그 발언을 용납하지 못할까?

대만해협 문제를 자국의 존립위기 사태로 받아들인다는 건 일본이 동아시아 지역 패권국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인접한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일본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WSJ)의 칼럼 '왜 중국은 일본과의 싸움을 선택하고 있나(Why China is picking a fight with Japan)'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일본이 대만을 공격하면 일본에 막대한 위협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무역이 중단돼 일본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과 에너지 수입이 차단되며, 대만에 체류 중인 수만 명의 일본인이 위험에 처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발언을 옹호하는 주장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움직이는 시대가 아닌가? 이런 논리라면 전 세계 웬만한 분쟁에도 우리 문제라고 나설 수 있다. 대만해협이 아니라 페르시아만이나 말라카 해협 분쟁도 자국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본인이 많이 사는 하와이나 페루의 분쟁에도 개입해야 한다. 대만만큼 가까운 한반도 분쟁에도 당연히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 대만 문제를 자국의 존립위기로 받아들이겠다는 주장은 '지역 문제를 우리 문제로 인식하는' 지역 패권국의 꿈을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존립위기 사태'는 그저 나라가 위기에 처한다는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2015년 아베 정권은 안보법제를 제·개정했다. 그때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을 법적으로 규정한 용어가 바로 '존립위기 사태'다. 바꿔말하면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태'를 의미하는 법적인 표현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해석하면 중국이 대만과 군사적으로 대립하면 일본이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이 된다. 그동안 다른 현직 총리들이 대만 관련 발언을 자제했던 이유다.

중국과 수교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 – 미국, 일본, 한국 등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렇다고 중국의 대만 병합을 허용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지지하지만, 그 '실현'은 엄연히 다른 얘기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하나의 중국을 변함없이 지지하지만,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이다. 원칙은 지지할 뿐 중국의 대만 병합에는 명확하게 반대한다. 중국은 '원칙'에만 만족하고, '실현'엔 욕심내지 말라는 뜻이다. 외교적인 말장난처럼 보인다. 초강대국이니까 할 수 있는 '배짱 외교'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대만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표현만은 자제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일본이 나섰다.

중국에게 대만은 소위 '발작 버튼'이다. 단지 체면 때문이 아니다. 그들 표현에 따르면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 이익'이다. 초강대국을 꿈꾸는 중군은 경제, 과학기술, 군사력,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중국이 넘어야 할 장벽은 소위 도련선(島連線, Island Chain)을 넘는 것이다. 지금 중국의 해상 영향력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갇혀 있다. 도련선 너머 대양으로 해군력을 내보낸다는 건 세계적인 군사적 영향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러시아, 소련 등 소위 '대륙 세력'이 한 번도 이루지 못한 꿈이고, 영국과 미국 등 '해양 세력'이 모든 것을 걸고 막아온 일이다.

▲ 소위 도련선(島連線, Island Chain)을 표시한 동아시아 지도. 냉전 초기 중국, 소련 등 공산진영의 대양 진출을 막기 위한 선으로 미국방부에서 고안한 개념이다. ⓒ나무위키

동북아 지도를 살펴보자. 중국에서 대양에 나가는 동쪽 길은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일본으로 막혀있다. 남쪽도 필리핀과 동남아의 섬들로 첩첩산중이다. 바다 위의 만리장성 같다. 그 장성(長城). 일차 도련선(First Island Chain)의 한 가운데 대만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일본, 대만, 필리핀은 모두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있는 나라들이다. 중국이 열심히 항공모함을 만들고 도련서 너머로 군사훈련을 해보기도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패권국에 걸맞는 대양해군을 운용할 수 없다. 여기서 대만이 중국 땅이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대만은 중국을 가두는 족쇄에서 중국이 대양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로 단번에 바뀐다.

도련선을 돌파해 대양으로 나가고 싶은 중국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는 대만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 소유권을 주장할 근거가 충분하다. 중국계 인구가 절대다수이고, 역사적으로 청나라의 일부였으며, 중화민국 정부가 1949년 대만으로 넘어가 존속하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세계 대다수 국가가 원칙뿐이긴 하지만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고 있다. '과연 대만이 중국의 일부인가'라는 주제는 이후에 다루겠지만 중국과는 전혀 다른 입장도 존재하고 역시 설득력이 있다. 여하간 초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에게 대만은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대만의 이러한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중국 정부는 대만 문제에 대해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의 민족 감정도 절대 타협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이 작심하고 중국의 '발작 버튼'을 눌렀다. 온라인 게임 중 중국 게이머에게 도발할 때 다른 나라 게이머들이 쓰는 표현이 'Taiwan Number One(대만 최고)'이다. 대한민국 초등학생도 아는 중국인들의 '발작 버튼'을 일본 총리가 모를 리 없다. 일본이 중국을 도발한 이유는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가 되어 초강대국 미국 아래서 지역 패권국이 되고자 한다. 패전 이래 80년 동안 변함없는 목표다. 그 목표가 옳은지 또 가능한지를 떠나서 일관된 목표를 추구하는 일본의 외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중국과 일본이 꾸고 있는 서로 다른 꿈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양국의 국내 정치를 봐도 물러설 이유가 없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가 중국 때려서 잃을 게 없다. 한국이나 북한을 때려서 정치적 이익을 얻는 것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이번 사태로 그의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 시진핑 주석의 인기도 일본을 때릴수록 올라간다. 양국의 정치 상황이 연료를 공급하고 있으니, 이 싸움이 쉽게 끝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그 싸움의 중심에 대만이 있다.

내가 대만으로 이주할 때부터 중국의 군사적 위협 때문에 위험하지 않겠냐는 걱정을 들었다. '2027년 대만 침공설'처럼 위험한 루머도 떠돈다. 정작 대만 사람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마치 휴전선 60km 아래 수도 서울을 둔 한국 사람들이 큰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대만을 두고 긴장이 높아지는 이유가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이라면, 대만에서 당장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보는 이유 역시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이다. 그 중요성 때문에 미국은 대만을 포기할 수 없다. 중국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마주하는 양안(兩岸) 사이에는 무수한 말 폭탄이 오갈 뿐 군사적 충돌 없이 현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박범준 자유기고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글쓰는 일을 하며 대전, 무주, 광양, 제주 등 전국을 떠돌았다. 제주도에서 바람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2016년 첫 타이완 여행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2024년부터 타이완에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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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카이치에게서 윤석열과 젤렌스키가 보인다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5.11.29 18:47
  •  
  •  댓글 0
 
   
 

젤렌스키의 길: 미국의 각본대로 춤춘 ‘광대’의 비극
윤석열의 길: 미국만 믿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독재자’
다카이치의 운명: ‘아시아판 나토’의 불쏘시개
미국이 쳐놓은 덫, 그 끝은 공멸이다

일본 열도가 다시 군국주의의 망령으로 뒤덮이고 있다. ‘여자 아베’로 불리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집권한 뒤, 일본의 우경화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가 되었다. 대만 유사시 자위대 출동, 평화헌법 개정 시도, 그리고 일본 자위대의 노골적인 전쟁연습‧군사훈련까지.

그의 행보를 보고 있자니 기시감이 든다. 어딘가 익숙하다. 우리는 다카이치의 얼굴에서 감옥에 있는 윤석열과, 전쟁의 수렁에 빠진 젤렌스키의 얼굴을 본다. 이 세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국을 믿고 자국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은 확신범’들이라는 점이다.

젤렌스키의 길: 미국의 각본대로 춤춘 ‘광대’의 비극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를 보자. 그는 집권 초기부터 자국의 지정학적 특성을 무시하고 미국의 부추김에 따라 나토(NATO) 가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미국은 뒤에서 박수를 쳤지만, 정작 전쟁이 터지자 우크라이나 땅을 러시아를 소모시키기 위한 ‘대리 전쟁터’로 이용했을 뿐이다.

결과는 참혹했다. 국토는 폐허가 됐고, 수많은 젊은이가 미국의 패권을 위한 총알받이로 사라졌다. 젤렌스키는 ‘자유 세계의 영웅’이라는 미국의 훈장을 받았을지 모르나, 역사 앞에서 그는 자국민을 파멸로 이끈 무능한 지도자일 뿐이다. 다카이치가 지금 일본을 ‘아시아의 우크라이나’로 만들려 하고 있다.

윤석열의 길: 미국만 믿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독재자’

1년 전, 12.3 내란을 일으켰다 감옥에 간 윤석열은 또 어떤가. 그는 집권 내내 “한미동맹 강화”를 앵무새처럼 외쳤다. 미국이 시키는 대로 퍼주기 외교를 하고,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다.

그의 맹신은 망상으로 이어졌다. 자신이 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도, ‘미국 형님’이 지켜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미국에게 윤석열은 필요할 때 쓰고 버리는 ‘일회용 장기말’에 불과했다. 결국 그는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비참하게 몰락했다. 외세 의존형 독재자의 말로는 언제나 감옥 아니면 망명이었다.

 

다카이치의 운명: ‘아시아판 나토’의 불쏘시개

지금 다카이치 총리는 정확히 이 두 사람의 전철을 밟고 있다. 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편승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용인하고 부추기자,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듯 날뛰고 있다.

다카이치의 착각은 젤렌스키, 윤석열과 똑같다. 미국이 일본을 지켜줄 것이라는 헛된 믿음이다. 그러나 냉정히 보자. 미국에게 일본은 동맹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막아낼 ‘방파제’이자 ‘최전선 총알받이’다. 다카이치가 꿈꾸는 ‘강한 일본’은 미국의 하청을 받아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 피를 흘리며 싸우는 ‘용병 국가’일 뿐이다.

미국이 쳐놓은 덫, 그 끝은 공멸이다

젤렌스키는 나라를 잃었고, 윤석열은 권력을 잃었다. 이제 다카이치 차례다. 미국은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을 희생양 삼는 데 주저함이 없다. 다카이치가 미국의 깃발을 들고 선봉에 서는 순간, 일본은 평화헌법이 지켜주던 번영을 잃고 전쟁의 공포 속에 갇히게 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외세를 등에 업고 자국민을 볼모로 잡은 지도자의 끝은 언제나 파국이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윤석열이 갇혀 있는 서울구치소와 포성이 멈추지 않는 우크라이나의 들판을 보라. 그것이 미국이라는 썩은 동아줄을 잡은 당신의 머지않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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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환 수석, “진실 규명의 그날까지 함께하겠다”

유족회, ‘KAL858기 사건 38주기 추모제’ 개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5.11.29 15:23
  •  
  •  수정 2025.11.29 1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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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가 주최한 ‘KAL858기 사건 38주기 추모제’가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역 4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대한항공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가 주최한 ‘KAL858기 사건 38주기 추모제’가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역 4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국민주권 정부에서 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저희가 사실 여러분의 그 여정을 어떻게 하면 끊어낼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87년 11월 29일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편 실종사건’의 유족들 앞에서 전성환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비서관은 “긴 세월 동안 기억의 끈을 놓지 않고 애써주신 유족 분들과 또 여러 시민단체 또 언론인들 또 관계기관들에 종사하셨던 분들에게 위로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성환 대통령실경청통합수석이 연대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추모제 참석은 처음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전성환 대통령실경청통합수석이 연대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추모제 참석은 처음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전성환 수석은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역 4층 대회의실에서 ‘대한항공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가 주최한 ‘KAL858기 사건 38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연대사를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KAL 858기 추모식에 참석해 공개 발언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전 수석은 “KAL858기 사건은 그 당시도 그렇지만 지금도 돌아보면 냉전과 분단의 상징이기도 하고 그 시대에 국가 테러의 혹은 여러 테러의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며 “정부가 그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수석실과 또 여러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며 “상황이 녹록치는 않긴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국민주권 정부에서 여러분의 그 기회의 끈들을 이어가서 진실 규명에 그날까지 함께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김호순유족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호순유족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호순 유족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재 저희 유족들은 하루하루를 기다림과 안타까움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미얀마 안다만 해역에서 칼 858기로 추정되는 동체를 발견하고도 6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수색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애타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회장은 “미얀마 군부의 구테타로 수색이 연기되어 이렇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며 “하루 빨리 KAL858기 동체를 찾아 유해를 수습하여 가족들의 슬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그리고 온 천하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날 추모제에는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987년 11월 29일, 115명의 승객을 태우고 바그다드에서 출발해 아부다비를 경유, 서울로 향하던  KAL858기가 미얀마 안다만 상공에서 실종됐고, 정부는 북한 테러범 김승일.김현희에 의해 공중폭파됐다고 발표했지만 국정원과거사위를 통해 이 사건을 대통령선거에 활용한 '무지개 공작'이 밝혀졌고, 진실규명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미국은 이 사건을 빌미로 북한에 대해 1988년 1월 20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구MBC는 2020년 1월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KAL858기 동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미얀마 안다만 수심 50m 해저에서 발견됐다고 단독보도했고, 외교부는 현지 수색을 위해 예산까지 책정하기도 했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미얀마의 정정불안이 이어져 아직까지 현장 수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병철 대구MBC 국장이 연대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심병철 대구MBC 국장이 연대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심병철 대구MBC 국장은 “저는 99% 추정 동체가 KAL858기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확인해 본 결과 추정 동체가 있는 지역은 미얀마 영해가 아닌 접속수역이다”며 “미얀마 정부의 도움이 있어야 되겠지만 그 이전과 비교했을 때는 우리 정부가 요구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접속수역(接續水域, contiguous zone)은 영해(12해리)에 접속해 있는 수역으로서, 영해기준선으로부터 24해리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그 영토 및 영해상의 관세·재정·출입국관리·보건·위생관계 규칙위반을 예방하거나 처벌하기 위하여 필요한 국가통제권을 행사하는 수역이다.

심 국장은 “ICAO(국제항공기구)에 보면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서 사고 조사 결과와 다른 새로운 어떤 사실을 알 수 있는 증거가 나타날 때는 재조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며 “영해는 조사할 수 있는 주체가 미얀마이지만, 영해가 아닌 경우에는 항공기 등록국인 대한민국이 조사 주체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런 부분들을 미얀마 정부에게 각인을 시켜서 우리 정부가 힘을 쓰고, 압박이라도 좀 하고, 그리고 여의치 않으면 우리 정부가 나서서라도 조사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면 미얀마 정부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고립되어 있는데 굳이 이런 문제까지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정부에 당부했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영상 연대사에서 “지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KAL858기 동체 인양과 미얀마 해역 수색 재개 문제를 외교부에 거듭 질의하면서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더 미룬다면 직무유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며 “국회에서 수색 재개와 유해 귀환을 위해 끝까지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유가족을 대표해 가톨릭대 교수 나형성 신부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유가족을 대표해 가톨릭대 교수 나형성 신부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유가족을 대표해 가톨릭대 교수 나형성 신부는 추도사를 통해 “이종인 대표 전언에 따르면 미얀마 안다만 해역은 1월에서 2월이 수색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한다”며 “알맞은 때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는 대구MBC 취재 당시 수중 수색작업을 맡은 바 있다.

류인자 유족회 부회장은 호소문 낭독을 통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우리는 지난 7월 초부터 수색 재개를 요청하는 활동을 시작하였다”며 “무엇보다도 먼저 동체 확인을 위한 소규모 수색대를 구성하여 2026년 1월 말 이전에 수색을 실시하여 더 이상 지체되지 않도록 조속히 추진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외교부는 미얀마 군부와의 협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다각도로 진행하여 가능한 방법을 찾아달라”, “기획재정부는 미얀마 수색이 가능해지는 즉시 예비비로 수색비용이 책정되도록 사전에 모든 준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오랫동안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에 앞장서온 신성국 신부(왼쪽)가 헌화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오랫동안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에 앞장서온 신성국 신부(왼쪽)가 헌화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보경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추모제에서는 ‘KAL858기 사건의 과거, 현재 미래’ 영상을 상영했고, 참석자들의 헌화와 유가족들의 기념촬영으로 마무리됐다.

추모제에는 진상규명 활동에 앞장서 왔던 신성국 신부와 김성전 항공기 전문가, 심동수 폭약 전문가, 이덕우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이사장, 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 김선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전 상임대표, 정대화 전 상지대 총장, 최규엽 신한대 초빙교수, 유지열 KBS PD 등이 참석했다.

추모제를 마치고 유가족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모제를 마치고 유가족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대한항공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가족 호소문(전문)

미얀마 해역에 있는 KAL858기 추정 동체와
유해 확인을 위한 수색을 조속히 추진해 주십시오

<대한항공 KAL 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이하 ‘유족회‘)>는 1987년 11월 29일 미얀마 안다만 해역에서 실종된 KAL 858기 탑승 희생자 가족들의 모임으로서, 지난 38년 동안 유해라도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지금까지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1월 초 대구 MBC의 KAL858기 특별 취재팀이 미얀마 안다만 해역에서 KAL858기 동체로 추정되는 엔진과 날개, 꼬리 부분의 잔해들을 발견하였고, 본 유족회의 요청으로 문재인 정부가 나서서 수색팀을 구성하고 국회에서 예산을 받아 2021년 2월 초 수색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미얀마로 떠나기 직전에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인해 수색은 연기되었고, 4년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미얀마 군부와의 협의에 진전이 없어 수색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해라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수색이 이루어지기만을 기다리던 저희 유족들의 가슴은 안타까움과 애통함으로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동영상으로나마 동체로 추정되는 것을 보았기에 그 잔상이 뇌리에 남아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안타까움은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우리는 지난 7월 초부터 수색 재개를 요청하는 활동을 시작하였고, 9월 11일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기자회견 때 KAL858기 추정 동체 수색에 관한 질문을 받은 대통령께서 고민해 보겠다는 답변을 하셨기에 조만간 수색이 시작되기를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속절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38주기 추모제를 지내며, 절박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 외교부는 미얀마 군부와의 협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다각도로 진행하여 가능한 방법을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 기획재정부는 미얀마 수색이 가능해지는 즉시 예비비로 수색비용이 책정되도록 사전에 모든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 무엇보다도 먼저 동체 확인을 위한 소규모 수색대를 구성하여 2026년 1월 말 이전에 수색을 실시하여 더 이상 지체되지 않도록 조속히 추진해 주십시오.

- 국민 여러분,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격려와 연대가 필요합니다. 부디 마음의 문을 활짝 여시어 저희 유족들의 절절한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KAL858기 탑승 희생자들의 유해가 하루 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5년 11월 29일

대한항공 KAL 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 회장 김호순과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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