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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부 판사가 '사고 친 아이들' 100명과 함께 걸었다, 그 결과...

[소셜 코리아] 촉법소년 논쟁에 부치는 현장의 제언

26.04.29 06:47최종 업데이트 26.04.29 06:47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촉법소년 연령 하한 논의가 한창이다. 대통령이 직접 공론화 과정을 거쳐 조속한 결론을 요구하면서 행정부 담당부처는 공청회와 포럼 등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를 통해 소년사건을 접하는 대부분의 시민 입장에서는 촉법소년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마어마한 사건을 저지르고도 만 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형사재판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은 문제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일벌백계(一罰百戒)를 외치는 일부 언론의 논조가 여론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형법에서는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는 나이, 즉 형사책임능력을 만 14세 이상으로 규정한다. 형벌을 전제로 하는 형사재판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만 14세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촉법소년 연령하한 논의는 이 지점을 건드리는 것이며, 이제는 형사 책임 능력을 한 살 내려 만 13세부터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자는 얘기다. 이제는 그동안의 공론화 과정에서 나온 충분한 숙의 내용을 토대로 정책 결정권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필자는 법관으로서 소년보호재판 업무를 5년째 이어가고 있다. 그간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소년재판만이 아니라, 재판에 이르기까지 보호소년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보호처분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계속 드는 생각은 하나다. 우리 사회가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좋은 어른의 부재가 근본 원인... 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필자는 올해로 4년째 걷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좋은 어른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도록 1:1 멘토-멘티를 연결한다.류기인 제공

비행청소년은 남의 아이들이 아니다. 모두 우리 사회의 아이들이다. 소년사건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왜 비행청소년이란 이름표가 붙게 되었는지 차분히 들여다봐야 한다. 소년재판에 오는 많은 아이가 가정의 방임과 방치, 또는 과도한 간섭 등으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다. 변화무쌍한 사춘기인 아이들 곁에서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때로는 따끔한 조언을 하는 좋은 어른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재판 2년 차부터 걷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어른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목표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걷기학교는 1:1 멘토 멘티 연결을 기반으로 한다. 반나절 걷기학교를 통해 매년 100여 명의 아이들이 자신만의 멘토와 걷는 시간을 갖고, 1박2일 걷기학교에서는 써클 대화를 통해 좋은 어른들과 깊은 교감을 나눈다.

걷기학교에 참여했던 모든 멘토는 입을 모아 얘기한다. "소년범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왔는데, 막상 함께 걸어 보니 일반 아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당연한 말이다. 처음부터 비행청소년으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다. 아이들이 자란 환경이 아이들을 비행의 길로 내몰았을 뿐이다.

비행을 선택한 아이들을 나무라기만 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아이들이 처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사회·구조적 문제가 분명한데도 이를 외면하고 손쉽게 연령만 내린다고 해서 소년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당장 손쉬운 선택으로 엄벌을 전제로 한 분리와 배제는 결국 오늘의 소년범을 내일의 '성인범'으로 마주하는 미래를 낳을 것이다.

시집 한 권이 열어준 세계... 배제보단 참여의 기회를

스마트폰, 유튜브, 웹툰, SNS가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필자가 시를 읽자고 권하는 것은 언감생심처럼 들린다. 소년재판까지 온 친구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러나 창원지방법원 소년부는 2024년 여름, 첫 시도를 했다. 1호 처분을 받고 경상남도 청소년회복지원시설 6곳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는 평산책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여기서 청소년 시집 <난 빨강>의 저자 박성우 시인을 만났다.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자신들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시를 만난 기쁨이 대단했다. 저자와의 만남 자리에서 아이들은 시를 읽고 시를 지어 보았다. 박 시인은 친구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아이들은 스스로 지은 시를 낭독하는 경험도 했다. 얼굴이 환해졌다. 그 결실이 2025년 가을 청소년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 출간으로 이어졌다.

2024년부터 시작된 ‘찾아오는 평산책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상남도 6곳 청소년회복센터 청소년 76명의 쓴 시를 모아 <이제는 집으로 간다>를 출간했다.평산책방

좋은 어른의 경험이 없던 아이들에게 걷기학교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책과 거리가 멀었던 아이들에게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소년범을 미래의 성인범으로 예단하여 분리와 배제의 길로 나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내 아이, 네 아이 가리지 않고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마음으로 곁을 내어주고, 귀 기울여주고, 함께 걸어주는 기회가 많이 있다면, 오늘의 비행청소년이 미래에는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어엿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본인

필자 소개 : 류기인은 검사·로펌변호사·국선전담변호사를 거쳐 2011년부터 법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민사·형사·행정·가사 등의 재판 업무를 두루 담당했고, 2022년부터 소년보호재판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소년재판의 현장 이야기를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법원 직원과 국선보조인 등 관계자 총 16명이 함께 쓴 책 <네 곁에 있어 줄게>를 2024년 6월 출간했습니다. 2023년부터 걷기학교를 운영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시 쓰는 기회를 통해 <이제는 집으로 간다> 청소년 시집을 공동으로 엮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촉법소년 #연령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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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포용' 담긴 TACO와 트럼프 '거짓' 버무린 TACO

Thomas Kim 시민기자

songofwoobo@gmail.com

愚步(詩人作詞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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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요리 타코는 모든 것 섞이는 융합의 음식

장사꾼 트럼프의 타코 볼엔 현란한 거짓 가득

진정성과 오만한 자신감 극적 대비를 보여줘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 TACO 유행

세계 향해 겁박·허풍 떨다 슬그머니 뒷걸음질

Gemini로 만든 이미지. Thomas Kim 시민기자

타코(Taco)를 처음 만난 건 아주 오래 전 일이다. 손바닥만 한 옥수수 토르티야 위에 훈제 돼지고기가 소복이 얹히고, 고수와 양파가 올라가고, 거기에 라임즙 한 방울이 떨어지면 — 먹는 순간 입안에서 폭발하는 맛의 세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매콤하고 새콤하고 기름지고 향긋하고, 그 복잡한 맛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그 느낌. 멕시코 사람들은 이걸 8000년 전부터 먹어 왔다니, 그 옛날 사람들이 현대인들보다 훨씬 세련된 미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멕시코 정통 타코에는 나름의 철학이 담겨 있다. 타코 알 파스토(Taco Al Pastor)를 생각해보자. 아랍 이민자들이 가져온 샤와르마(Shawarma) 조리법에 멕시코식 돼지고기를 합체시키고, 거기에 파인애플을 올리는 발상- 이건 요리가 아니라 문화 융합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토르티야(Tortilla)는 그저 빵 껍데기가 아니다. 8000년 된 옥수수 문명의 정수이자, 세상 모든 재료를 끌어안는 포용의 빵이다. 대통령부터 길거리 노동자까지 다 먹고, 할머니의 손맛도 타코로 표현되며, 천재 셰프의 실험도 타코로 시작된다. 유네스코(UNESCO) 인류 무형문화유산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음식. 타코는, 결국 멕시코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2016년 5월 3일,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날 씨앗이 뿌려졌다. 바로 그날,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의 마지막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사퇴를 선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었다. 승리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트럼프의 눈에 달력이 들어왔을 것이다.

이틀 뒤가 바로 신코 데 마요(Cinco de Mayo) - 멕시코가 1862년 푸에블라 전투에서 프랑스 군대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날이자, 미국 내 멕시코계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축하하는 날이었다. 트럼프는 마침 선거운동 내내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 강간범'이라 불러댄 적이 있으며, 갤럽 조사에서는 히스패닉 유권자의 77%가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트럼프에게 이날은 절호의 반전 기회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날 5월 5일, 트럼프는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트럼프 타워의 사무실 책상 위, 노란 껍데기 그릇에 담긴 무언가를 앞에 두고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운 채. 캡션은 이랬다: "Happy #CincoDeMayo! The best taco bowls are made in Trump Tower Grill. I love Hispanics!"(신코 데 마요 축하해요! 최고의 타코 볼은 트럼프 타워 그릴에서 만들어집니다. 나는 히스패닉을 사랑합니다!) 선거 기간 내내 그들을 모욕하고 추방하겠다고 외쳤던 자가, 음식 한 그릇 들고 '사랑한다'라고 궤변을 펼친 것이다. 후보 확정 이틀 만에 히스패닉 표심을 돌려보겠다는, 장사꾼답게 얄팍한 화해의 제스처를 드러내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일단 잠깐, 숨 한번 쉬고 생각해보자.

첫째, 그가 집어 든 건 '타코 볼(Taco Bowl)'이다. 타코 볼이란 무엇인가. 바싹하게 튀긴 밀가루 토르티야를 그릇 모양으로 만들고 그 안에 간 쇠고기, 상추, 노란 체더 치즈, 사워크림을 때려 넣은 것이다. 이것은 멕시코 음식이 아니다. 프리토(Frito) 브랜드 창업자 엘머 두린(Elmer Doolin)이 고안한 '타컵(Tacup)'에서 출발해, 타코벨(Taco Bell)이 1984년 패스트푸드로 상품화한 순수한 미국 음식이다.

칼로리는 빅 맥(Big Mac)보다 훨씬 높으며, 어느 멕시코 음식 평론가는 이 타코 볼을 직접 먹어보고 "맛이 너무 없어서 멕시코인들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라고 썼다. 아, 그리고 그 '최고의 타코 볼'은 트럼프 타워 그릴 메뉴에도 없었다. 같은 건물 다른 층 카페 메뉴에 '타코 피에스타! (Taco Fiesta!)'라는 게 있었을 뿐이다. 그는 철저한 거짓말쟁이다.

둘째, 그 사진을 자세히 보면 책상 위에 잡지가 깔려 있었는데, 바로 트럼프의 전 부인 말라 메이플스(Marla Maples)가 표지를 장식한 1987년 잡지였다. 본인 전처 잡지 위에 타코 볼을 올려놓고 찍은 것이다. 이건 뭔가. 풍자도 아니고, 예술도 아니고, 그냥…. 트럼프다운 허접한 기행이다.

셋째, 그리고 이게 진짜 핵심인데 - 바로 전날, 트럼프는 NBC 앵커 레스터 홀트(Lester Holt)와의 인터뷰에서 히스패닉 이민자들을 추방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들은 추방될 것입니다." 그러고서 52분 뒤에 "나는 히스패닉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친 것이다. 철저한 장사꾼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캠프는 이 두 문장을 나란히 붙여 바로 트윗으로 날렸다. 어느 트위터 이용자는 더 날카롭게 포착했다: "저 트럼프 타코 볼은 말 그대로 멕시코 음식 주변에 장벽을 두른 것이다." 바삭한 그릇이 장벽이고, 그 안에 갇힌 내용물이 히스패닉 문화인 셈이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 라인스 프리버스(Reince Priebus)가 "그는 노력하고 있어요. 진짜로, 노력 중이에요(He's trying. Honestly, he's trying.)"라고 해명했을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처량한 문장 중 하나로 기록됐을 뿐이다.

자, 이 두 개의 타코를 나란히 놓고 살펴보자.

멕시코 정통 타코. 8000년 역사. 옥수수 토르티야. 훈제 돼지고기에 고수와 라임. 아랍, 스페인, 마야, 아즈텍 문명이 한데 녹아든 융합의 음식. 길에서 가난한 할머니가 팔고, 노벨상 후보 같은 셰프가 재해석하는 음식. 세상의 모든 재료를 토르티야 하나로 끌어안는, 포용의 음식이다.

트럼프 타코 볼. 1984년생. 튀긴 밀가루 그릇. 간 쇠고기에 노란 체다 치즈와 상추. 타코벨이 발명한 패스트푸드. 트럼프 타워에서도 팔지 않는 음식. 전처 잡지 위에 올려진 음식. "맛이 없어서 모욕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음식. 국경 장벽처럼 생긴 그릇에 담긴 음식이다.

이 둘의 차이가 곧 타코를 바라보는 두 세계관의 차이다. 하나는 섞이고 융합하고 포용하고 진화하면서 수천 년을 살아남은 문화다. 다른 하나는 섞이는 게 싫어서 일부러 담장 친 그릇 안에 가둬놓고, 그것도 모자라 "이게 최고다!"라고 엄지를 세우는 엉뚱한 장사치의 오만한 자신감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로부터 9년이 흘러 2025년 5월 2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암스트롱(Robert Armstrong)이 '언헤지드(Unhedged)'라는 칼럼 시리즈에 조용히 새로운 단어 하나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 단어는 바로 TACO. 전 세계 금융 시장이 그 뜻을 순식간에 알아챘다. 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언제나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린다.“

배경은 이랬다. 2025년 4월 2일, 트럼프는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전 세계를 향해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언했다. 주요 교역국에 최고 50%를 웃도는 관세 폭탄을 퍼붓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그는 외쳤다.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 세계 주식 시장은 즉각 수직 낙하했다.

그런데 딱 일주일 뒤인 4월 9일, 국가별 고율 관세는 90일 유예되었다. 채권 시장이 심상치 않게 출렁이자 스스로 물러선 것이다. S&P 500 지수는 그날 하루 9.5%나 폭등했다. 암스트롱은 이 패턴을 명쾌하게 정의했다. "미국 행정부는 시장과 경제의 압력을 견디는 내성이 그다지 높지 않으며, 관세가 고통을 유발하면 재빨리 후퇴할 것이다." 그리고 그 패턴에 이름을 붙였다. TACO라고.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TACO 이론을 곧바로 투자 전략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터뜨리면 주가가 급락하고, 이어 트럼프가 '협상 중'이라며 슬며시 후퇴하면 주가가 다시 반등한다 - 이 사이클이 너무나 규칙적이어서, 트럼프의 협박 발언 자체가 '저가 매수 신호'로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린란드 합병 협박을 했다가 흐지부지 물러선 것도, 연방준비제도 의장 제롬 파월 해고를 공언했다가 시장이 폭락하자 번복한 것도, 모두 TACO 사례집에 추가되었다.

심지어 이란과의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달 초 트럼프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을 모두 폭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48시간 시한을 걸었다가 시한이 지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트럼프는 '협상이 잘 진행 중'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란 측은 "협상한 적 없다"라고 했다. CNN은 이런 헤드라인을 달았다. '또 한 번의 TACO 화요일(TACO Tuesday).' 지미 키멀(Jimmy Kimmel)은 밤마다 트럼프가 어긴 마감 시한 목록을 읊었다.

프랑스 언론은 TACO를 "트럼프는 언제나 쪼그라든다"로 옮겼고, 이탈리아 신문들은 대략 "언제나 바지에 지린다"쯤 되는 속어로 번역했다. 트럼프는 이 별명을 특히 혐오했다고 한다. 그러자 싫다고 할수록 더 퍼지는 인터넷의 법칙인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가 발동되어 TACO는 더 크게, 더 빠르게 거센 불길처럼 전 세계로 번져나갔다.

Gemini로 생성한 이미지. 시민기자 Thomas Kim

이제 두 개의 TACO가 완성되었다. 2016년의 TACO, 그 노란 그릇 안에 담긴 허술한 타코 볼. 그리고 2025년에 탄생한 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 놀랍게도 이 두 단어는 같은 인간을 같은 방식으로 가리키고 있다. 멕시코 문화를 '사랑한다'라고 외치면서 실제로는 멕시코 음식도 아닌 것을 들고, 실제로는 장벽처럼 생긴 그릇에 담아 내민 그 거짓된 제스처. 그리고 관세 폭탄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결단'이라고 선언했다가 시장이 울렁이면 슬그머니 90일 유예로 빠져나가는 그 패턴. 본질은 하나다. 세계를 향해 큰소리치고, 조용히 물러난다.

반면 진짜 타코는 세계를 향해 조용하게 맛으로 승부한다. 골목 노점에서 아저씨가 손으로 빠르게 토르티야를 펴고 고기를 얹고 고수를 뿌릴 때, 그것은 광고도 아니고 퍼포먼스도 전혀 아니다. 그냥 수천 년의 세월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 것이다. 말은 없어도, 먹는 순간 설득력이 넘친다. 위협도 없고, 유예도 없고, 번복도 없다. 그냥, 맛이 있을 뿐이다.

TACO. 이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이제 두 개의 이미지가 겹쳐 보인다. 라임 향 넘치는 멕시코의 순박하고 정직한 음식과, 세상을 흔들어대는 허풍쟁이 인간의 이미지가 아른거리는 것이다. 이쯤에서 한마디를 해야겠다. 도널드 트럼프, 제발 정신을 차리시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화를 당할 겁니다. 이 말을 꼭 기억하시오. 합장(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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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尹 사기극’ 비호 국힘, 대선 혈세 397억 토해내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4/28 08:56
  • 수정일
    2026/04/28 08: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김미란 기자

  • 업데이트 2026.04.27 16:18

  • 댓글 0

건진법사 증언 언급하며 맹폭.. “국민 속인 사기극 명백해져”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윤석열의 ‘거짓말 재판’, 국민의힘이 대선비용으로 받은 397억 원 국민혈세를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27일 경기 안성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거짓말 사건 재판에 건진법사 전성배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재판에서 윤석열이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을 속인 거짓말 사기극이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지난해 8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석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전 씨는 2013년경 김건희를 통해 윤석열을 소개받았고, 이후 여러 번 만나 인생 상담과 정치 조언을 해 준 사실, 윤석열에게 정치인을 소개한 사실 등을 증언했다.

이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윤석열은 2013년부터 김건희의 소개로 무속인 전성배를 알게 되었고, 징계와 대구지검 좌천, 검찰총장 시절 등 수시로 만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당 관계자에게 소개받았다’고 거짓말을 해댔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소윤 윤대진의 형, 윤우진 서장 변호사 소개 관련 허위 발언까지 더해서 윤석열이 국민을 속인 거짓말을 엄정 단죄해야 한다”며 “윤석열의 뻔뻔한 사기극을 비호했던 국민의힘이 대선 보전 비용으로 받은 국민 혈세 397억 원을 토해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직도 내란 세력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뻔뻔스럽게 ‘내란은 정당했다’고 궤변을 늘어놓는 이유는 조희대 법원이 1심에서 법위에 군림한 V0 김건희와 윤석열에게 솜방망이 판결을 했기 때문”이라며 “북한 군사 도발까지 유도하며 영구 독재와 국정농단 범죄를 저지르려 한 윤석열‧김건희를 국민의 이름으로 엄중 단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명확한 기준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이는 “국민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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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과 대화하고 싶었을 뿐인데...죽은 이에게 쏟아진 모욕

[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 우리는 '노동'을 되찾을 수 있을까

26.04.28 06:44최종 업데이트 26.04.28 06:44

'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은 시민기자가 쓰는 지방선거 관련 칼럼입니다.[편집자말]

‘살인기업 CU(BGF리테일) 규탄 민주노총 긴급 기자회견’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앞에서 열렸다. 지난 20일 경남 진주 CU물류센터앞에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위한 교섭을 욕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중 대체차량의 출차 강행 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치여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민주노총은 교섭을 거부한 BGF리테일과 강제 해산과 대체차량 투입을 지원한 경찰을 규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권우성

경남 진주의 CU 물류센터 앞에서 한 화물 운송 노동자가 죽었다. 어느 죽음이라고 그렇지 않겠냐만, 이 죽음은 참 서럽다. 며칠째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 죽음에는 애도와 추모보다는 조롱과 욕설이 따라붙는다. 도대체 무엇이 죽음마저 조롱하는 세계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나는 당신 회사에서 일하는데, 당신은 왜 내 사장이 아닌가?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회사는 BGF리테일이다. BGF리테일의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건 자회사인 BGF로직스다. BGF로직스는 각 지역의 물류 운송사와 하청 계약을 하고, 각 지역의 물류 운송사는 또 다른 하청 운송사와 다시 재하청 계약을 맺는다. 하청 운송사들은 화물 노동자들과 다시 하청 계약을 맺는다. 몇 단계인지를 헤아리다가 손가락이 부족해질 것 같을 정도의 단계를 거쳐 화물 운송 노동자들은 CU 로고가 새겨진 트럭을 몰고 전국 각지의 CU 편의점에 CU 로고가 박힌 물건들을 운송한다.

몇 단계의 하청 구조를 거치면서 화물 노동자들의 환경은 지독히도 열악해진다.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물건을 파는 편의점을 위해 이들은 끊임없이 물건을 옮긴다. 하루 중 배송을 하는데 6~7시간, 물건을 싣고 내리는데 또 5~6시간, 또 물건을 기다리는 대기시간까지 하면 CU 편의점에 물건을 나르는 운송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2~13시간을 일한다.

그렇게 하루 12~13시간, 주 6일을 일하면 손에 쥐어지는 돈은 하루에 10만 원 남짓이다. 그중에 기름값(이 고유가 시대에!) 빼고, 엔진오일, 타이어 갈고 (이들은 한 달에 6000킬로미터 이상을 운행한다!) 나면, 실제로 손에 쥐는 건 월 250만 원 정도다.

일을 이렇게까지 하다 보니 몸이 아파서, 혹은 집안에 경조사가 있어서, 부모님 제사가 있어서, 아니면 그저 쉬고 싶어서 하루를 쉬려면 '대차비'라는 것을 내야 한다. 대차비는 '네가 쉬어서 다른 사람을 써야 하니까, 그 돈은 네가 내'라는 의미다. 그렇게 하루쯤 어쩔 수 없는 날이 있어서 대차비를 낸 날이 있는 달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게 된다.

지난 20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관계자가 센터 입구로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센터 입구에서 집회 중 2.5t 화물차가 집회 참가자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중상·경상 각 1명)이 다쳤다.연합뉴스

CU의 화물 운송 노동자들은 그래서 '교섭'을 요구했다(노란봉투법 때문에 이들이 원청교섭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화물 운송 노동자들은 노란봉투법이 있기 전부터 늘 줄기차게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해 왔다). 이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노동을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이들의 노동환경과 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이들의 노동을 통해 실제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우리 회사', BGF로직스와 BGF리테일에게. 그러나 BGF는 그 교섭을 거절했다.

교섭을 요구하며 투쟁이 시작됐고, 파업을 시작했다. 파업의 사전적 의미란 노동력의 제공을 멈춰 사용자에게 타격을 주는 일이다. 헌법으로 보장된 일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회사가 '응 너 말고 다른 사람 쓰면 됨'이라고 하면 법이 보장한 파업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법에는 '대체인력 사용은 금지한다'는 조항도 만들었다. 대체인력을 사용하면 부당노동행위다. 물론 대체로 대부분의 기업은 파업이 시작되면 어떻게든 대체인력을 사용하려고 한다. 단체행동에 들어간 노동자들은 그래서 대체인력을 가로막는데 파업 동력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이렇다. 노동자들이 다단계 하청 구조 때문에 악화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 실질적인 지배력과 사용자성을 지닌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고, 원청이 거부했고,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대체인력 투입이라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지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었다.

슬프고 안타깝고, 또 분노스러운 일이다. 동시에 유구한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종종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상할 정도로 서글픈 것은 그 죽음에 따르는 말들이다.

우리에게 노동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 글에도 달릴지 모를) 악플 중엔 별로 서글프지 않은 것들도 있다. 천박하고 상스러운 욕설로 고인을 욕하거나, 화물연대나, 민주노총이나, 종북 빨갱이나, 현 정부를 욕하는 사람들의 말은 별로 서글프지 않다. 정말 아프고 서러운 건 이런 말들이다. "대체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CU 보고 망하라는 것이냐"라든가 "근로조건이 좋지 않으면 다른 일을 알아보면 되지, 누가 화물 운송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라거나 "CU의 영업이익률이 다른 편의점에 비해 현저히 낮아서 비용 절감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 같은 것들. 이런 말들이 서글픈 이유는 이런 말들이 찌르는 곳이 곧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대체인력 투입을 하지 않으면 대기업이 망한다고 걱정하느라 (아마도 노동자일) 자기 자신의 권리를 제한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운운하면서 다른 일을 찾아보라는 말은 (아마도 노동자일) 자기가 하는 일, 노동을 자기 삶의 역능으로 여기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적어서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말은 (아마도 노동자일) 자기 존재를 스스로 비용으로만 치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노동은 무엇일까.

지난 20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입구에서 화물연대 관계자가 이날 집회 중 차 사고로 숨진 A 조합원의 영정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교과서에선 노동의 의미를 생계유지의 기반이자, 자아실현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 확인을 위한 것이라고 배웠다. '생산'이라는 것은 그대로 자연과의 관계 맺기, 자기 역능의 발견, 사회적 존재로서의 위치 확인이다. 보고 만질 수 있는 모든 물질, 존재하는 모든 것이 노동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사실 노동은 삶의 근본이고 기초다. 모든 존재는 노동한다.

우리는 그런 노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스스로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고 있진 않을까. 그래서 일을 하겠다고, 생계유지를 위해 정당한 임금을 받겠다고, 삶의 행복을 위해 휴식할 시간을 보장받겠다고, 그것을 결정하고 논의할 수 있는 '진짜 사장'과 대화하겠다고 나섰다 죽은 이를 모욕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왜 노동을, 그러니까 우리 삶 그 자체를 이토록 폄훼하게 되었을까.

교과서 같은 말을 했지만, 기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의 본래적 의미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일한다. '삶의 역능'이라니. 배부른 소리라고 여겨지기 십상이다. 그 고통스러운 '일'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구직난, 해고, AI 대체 같은 말이 너무나 익숙하다. 이윤추구가 절대의 가치인 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체제, 삶의 순위를 경제적 순위로만 이해하는 사회적 인식, 그걸 부추기는 미디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거대한 자본. 자본주의의 역사는 결국 노동과 인간을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우리는 교과서 밖에서는 노동의 가치니 의미니 하는 것들을 배우지 못했다. 우리가 노동을 폄훼하게 된 것은, 일을 해서 삶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일에서 도망가기 위해 주식이나 코인을 하라고 부추기게 된 것은, 그저 돈을 버는 것만이 삶의 지고한 가치라고 오해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을까. 인간을, 생명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소외시키는 세계에서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엇으로 노동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우린 '이렇게 살면 다 죽겠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우리는 한 가지 약속을 만들었다. 적어도 우리 모두의 삶을 파괴하지 않을 어떤 '선'(善일 수도, 線일 수도)을 만들자고. 그게 '공공'이다. 함께 쓰는 것들, 함께 존재하는 것들, 나눠 쓰고 같이 쓰는 것들을 위한 사회적 약속이다. 법과 질서, 의료와 교육 같은 것들.

정부와 공공영역은 그 '선'을 지키고 제시한다. 법과 제도를 만들고 사회적 인식을 제시한다. 그 '선'에는 노동의 가치도 포함된다. 노동의 본의를 가르치고, 제시하고, 경험하게 하는 것. 그것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를 손보고 다듬는 것이 공공의 선이다.

공공영역이 노동의 '선'을 만드는 역할엔 제도적, 법적 역할만 있지 않다. 오히려 그보다 앞서 '사용자'로서의 역할이 우선된다. '우리 사회의 사용자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범 사용자'로서의 역할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기업엔 수많은 노동자가 있다. 이들의 진짜 사장은 자치단체장이거나 공공기관장이다. 거리를 청소하는 생활폐기물 수집 노동자, 학교 급식실의 조리 노동자, 학교의 특수교사나 실무사들. 하지만 애석하게도 공공영역은 '모범사용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생활폐기물 수집은 대부분 '민간 위탁'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새벽 출근을 강요받고, 적정임금을 받지 못한다. 지난 2019년부터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지침에 따라 청소 노동자들의 주간 근무가 원칙으로 제정됐지만 민간 위탁 업체는 이를 지키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인 지자체장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많은 지자체들이 이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주최로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폐암 산재 사망 학교급식노동자 추모 및 교육부 학교급식종합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폐암 산재로 사망한 학교급식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이정민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 노동자들은 집단으로 폐질환, 폐암을 앓고 있다. 뜨거운 기름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 때문이다. 한정된 인원이 무거운 식자재를 옮기고, 다듬느라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폐암으로 사망한 급식 노동자가 16명에 이르고 있지만 정작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율은 41%에 불과하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사용자는 '교육부'다. 모범사용자로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는 것.

공공부문이 모범사용자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단지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나아진다는 의미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노동에 대한 가치와 기준의 '선'이 된다는 의미가 있다.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진짜 사장'으로서 교섭에 임하고 다단계 하청 구조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우리가 볼 수 있다면, CU의 화물 운송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이유를 오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공기업이 노동자의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면 우리가 스스로 우리를 부품이나 비용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우리의 노동을 소중한 것이라고 말해준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의 노동을 폄훼하지도, 그 소중함을 지키려다 죽은 이를 조롱하지도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노동을 어쩌면 되찾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6월 지자체 선거에서 우리는 많은 기준과 가치를 두고 선택해야 한다. 난 공공 영역의 대표자로서 우리 사회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투표할 생각이다. 그리고 아마 그건 '진짜 사장'으로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약속하는 사람일 것 같다.

#CU #노동 #공공부문 #지자체선거 #화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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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갑 출마’ 하정우 사의 표명에 조선일보 “국민 속이는 것”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앙일보 “AI 국가 대계보다 선거 전략이 우선인가”

부산일보 “지선 최대 승부처 된 북갑, 정치 공학 아닌 지역 비전을” 당부

전은수 대변인도 출마 초읽기…세계일보 “청와대 근무는 선거 스펙용인가”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6.04.28 07:33

  • 수정 2026.04.28 07:58

▲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4월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하자, 정부가 강조해 온 AI 전략을 정치 구호로 퇴색시키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은수 청와대 대변인까지 보궐선거 출마를 예정하면서 청와대 근무가 선거 출마를 위한 경력 쌓기의 발판으로 활용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부산을 둘러싼 현 상황을 두고 부산일보는 정치적 셈법에 따라 후보가 움직이면서 선거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 “AI 국가 대계보다 선거 전략이 우선인가”

하정우 수석은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며 지난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전재수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북갑에 하 수석을 전략 공천할 방침이다. 이르면 오는 29일 인재영입식을 열어 하 수석 출마를 공식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 수석의 출마를 두고선 정부가 강조해 온 AI 전략이 정치 구호로 퇴색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사설 <“작업 걸지 말라”더니 AI수석 출마, 국민 속이는 것>에서 “일을 시작한 지 3년도 아니고 10개월 만에 출마를 위해 하던 일을 중단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지금까지 대통령이 강조했던 ‘AI 강국론’도 미래 전략이 아닌 정치 구호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28일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 역시 사설 <AI 국가 대계보다 선거 전략이 우선인가>에서 “국민의힘 후보에 더해 무소속 한동훈 후보까지 출마할 예정이라 격전이 예상되는 곳에 하 수석이 가장 경쟁력과 상품성을 갖춘 인물이라고 본 결과일 것”이라고 분석한 뒤 “민주당 선거전략가들은 혹여 AI수석이란 자리를 정치 입문을 위한 커리어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적임자를 인선해 업무를 이어받게 하더라도, 집권 초 하 수석을 영입하면서 힘을 실어주던 때와 비교하면 대내외에 주는 AI 전략의 메시지 강도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28일 중앙일보 사설.

대통령의 만류성 발언과 당 지도부의 설득 사이에서 입장 표명을 미루다 결국 출마를 결정하면서, 이 과정이 정치 신인인 하 수석을 알리기 위한 ‘띄우기’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일련의 과정들이 정치 신인인 하정우를 빨리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화제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하 수석도 그동안 청와대 일 때문에 보궐선거 출마가 어렵다는 식으로 말하면서도 거의 매일 언론 인터뷰에 나와 출마 가능성을 함께 열어뒀다. 하 수석은 민주당 인사들을 만나서는 일찌감치 정치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모두가 유권자들을 우롱하고 속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당 대표는 설득하고 대통령은 만류하고 자신은 고민 끝에 결단했다는 식의 ‘띄우기’는 AI 전문가라는 포장과 맞지 않는 구태”라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하 수석의 행보를 두고 “이 대통령이 ‘작업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한 이후에도 ‘아침저녁으로 생각이 달라진다’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노출하며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기업인 출신인 하 수석은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그의 당락으로 민주당의 국회 다수당 지위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국정의 책임을 나눠 지고 있는 여당이 AI 국가 전략보다 당장의 선거를 위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 28일 동아일보 사설.

한국일보 역시 사설 <하정우 사의, 선거에 휘둘리는 ‘AI 3대 강국’>에서 “정 대표의 강한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양보를 한 것인지, 아니면 하 수석의 출마 의지가 강했던 탓인지 모를 일이나 눈앞의 선거보다는 국가대계를 더 생각했어야 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청와대가 지난해 6월 조직 신설과 함께 네이버의 인공지능 선행기술을 총괄했던 하 수석을 전격 영입하면서 소버린AI를 제안하고 AI 선순환 성장 전략을 강조해 온 민간 전문가로 한껏 띄웠던 점에 비춰 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하루빨리 적정 인사로 빈 자리를 메워 공백을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산일보 “정치 공학 아닌 지역 비전을” 당부

부산 지역구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두고, 부산일보는 정치적 셈법에 따라 후보가 움직이면서 선거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은 전재수 의원 사퇴 시점을 둘러싸고 보선을 내년으로 미룰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가 4월30일 이전 사퇴로 정리했다. 하 수석 역시 대통령의 만류성 발언과 당 지도부의 ‘러브콜’ 사이에서 입장 표명을 미루며 혼선을 키웠다”며 “재보선 특성상 일정이 촉박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급작스레 출마를 결정하는 모습은 유권자의 숙고 시간을 제한한다. 결국 유권자의 선택권보다 당략이 앞선 정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 28일 부산일보 사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부산 북갑 보궐선거 출마 결정을 두고도 “대구 출마설에서 방향을 틀어 부산 북구갑 출마를 택하며 주소지를 옮겼지만 과거 부산고검 근무 외에는 뚜렷한 연고가 부족해 유권자 혼란을 키운다”고 꼬집었다. 부산일보는 “더욱이 특정 후보의 출마를 둘러싸고 정당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거나, 반대로 출마를 접어야 한다는 식의 논쟁이 벌어지는 모습은 유권자를 철저히 배제한 정치권의 민낯을 드러낸다”며 “선거는 유권자의 선택으로 완성되는 제도인데 정작 유권자는 배제된 채 정치 세력 간 이해득실만 앞세우는 양상”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일보는 “6·3 지방선거의 핵심인 부산시장 선거마저 북갑 보선 이슈에 가려지는 기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며 선거의 중심이 지역 발전이 아닌 정치공학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뒤이어 후보들을 향해 “왜 부산 북갑이어야 하는지, 이 지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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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수 청와대 대변인도 사의를 표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충남 아산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동아일보는 하 수석과 전 대변인의 출마를 함께 비판하며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다 해도 국정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은 보여야 한다”면서 “국가 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할 청와대 참모들이 그 자리를 선거 출마용 간판이나 경력 정도로 가볍게 취급해서는 어떤 선택도 존중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도 두 사람의 출마를 두고 “청와대가 ‘총선 캠프’ ‘정치 스펙용’이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청와대의 인력 운용이 선거라는 이벤트에 좌지우지되는 관행부터 타파해야 한다”며 “하 수석 등의 행보는 청와대 근무를 선거 출마용 경력을 쌓는 징검다리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을 보좌해 국익과 민생을 챙기는 곳이지 선거용 명함에 근무 경력을 적기 위한 ‘출마 대기실’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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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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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2021년 보궐선거 때 헌인마을 게이트 알고도 덮었다

양정철 복심 장인재, 청와대서 추적하던 비리 박영선 캠프선 묻었다

장인재, 19년 청와대 행정관 시절부터 헌인마을 비리 직접 추적

2021년 박영선 캠프 합류 후 1년 반 자료 수집했지만 선거 때 침묵

이낙연 동생 삼부토건 대표 취임…박영선은 "처음 듣는 얘기"

2026-04-27 08:54:49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가 윤석열 전 대통령 처가의 헌인마을 게이트를 인지하고도 선거 쟁점화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캠프에서 1년 반 가까이 자료를 수집했던 장인재 현 민주당 윤리감찰단 부단장은 이낙연 당시 선대위원장이 폭로를 막았다고 주민에게 해명했다. 박영선 전 후보는 26일 카카오톡 답변에서 "저는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라고 부인했다.

청와대 행정관 시절부터 직접 추적

장 부단장과 헌인마을의 인연은 2019년 청와대 근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인마을 토지소유자이자 사건 제보자는 뉴탐사 인터뷰에서 그해 7~8월쯤 장 부단장이 먼저 연락을 해 왔다고 증언했다. 청와대 신문고에 접수된 헌인마을 비리 제보를 들고 주민들을 직접 찾아온 것이다. 이듬해 1월 그가 작성한 청와대 보고서는 황희 의원실에도 전달됐다. 정윤회·최순실로 시작된 헌인마을 비리의 추진 경과와 우리은행, 강남PFV, 서초구청, 검찰청 등 관련 기관의 위법 행위가 수십 페이지에 걸쳐 적혀 있었다.

청와대를 나온 뒤에도 그의 추적은 이어졌다. 2020년 2월 우리은행이 부실 채권을 정체불명의 사모펀드에 넘긴 경위를 확인하는 자리에 직접 배석했다.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서초구청·토지소유자 합동 미팅에도 참여해 서울시와 서초구청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제보자는 토지소유자들이 그 모습에 큰 기대를 걸었다고 회상했다.

JTBC 제보까지 갔지만 보도되지 않았다

같은 해 9월에는 JTBC에까지 제보가 닿았다. 장 부단장은 자신이 모은 자료를 들고 당시 시사 탐사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이규연 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직접 만났다. 황희 의원실에서 헌인마을을 추적했던 김순구 전 보좌관은 장 부단장의 부탁을 받고 동행해 자료 설명을 도왔다. 김 전 보좌관은 "크로스 체크까지 거친 자료를 넘겼으니 박근혜 정권 시절 비리는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JTBC는 끝내 보도하지 않았다. 헌인마을 사업권이 박근혜 정권 비리에서 윤석열 처가 게이트로 손바꿈이 일어난 시점도 그해였다. 당시 JTBC 모기업 회장 홍석현 씨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심야 회동, 차기 대권 주자설이 거론되던 무렵이다.

박영선 캠프에서 헌인마을 '헌'자도 안 나왔다

2021년 보궐선거에서 장인재는 박영선 캠프에 합류했다. 이번에는 오세훈 시장을 겨냥할 차례였다. 헌인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 인가를 내준 인물이 2009년 당시 오세훈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헌인마을 부지가 오세훈 시장 내곡동 생태탕집과 직선거리로 500m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내곡동의 헌인마을 게이트가 함께 터졌다면 보궐선거 결과가 달라졌으리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토지소유자들도 박영선이 시장이 되든 오세훈이 시장이 되든 이 문제가 정리되리라 기대를 걸고 자료를 넘겼다.

박영선 후보는 그러나 선거 마지막 날까지 헌인마을의 '헌'자도 꺼내지 않았다. 선거 후 장 부단장이 제보자에게 "캠프에서는 다 하기로 했는데 당 선대위에서 못 하게 했다"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당 선대위가 누구냐"고 묻자 그는 이낙연 당시 선대위원장을 지목했다고 한다. 장 부단장은 2019년부터 2021년 초까지 1년 반 동안 헌인마을 자료를 쌓아왔다. 오세훈을 겨냥할 결정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분량과 깊이였다. 큰 선거에서 상대 후보의 약점을 찾는 네거티브 팀이 자료를 묵힐 이유는 없다.

박영선 "처음 듣는 얘기"

박 전 후보 본인은 다른 답을 내놨다. 26일 카카오톡 답변에서 그는 "저는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라고 밝혔다. 헌인마을 게이트 자체를 캠프에서 검토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취지다. 캠프 핵심 인력은 매일 아침 모여 의제를 선정하고 후보에게 일정팀이나 수행팀을 통해 보고를 올리는 게 통상의 운영 방식이다. 박 전 후보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장 부단장이 캠프 차원에서 추진한다고 한 말이 거짓이거나, 보고 라인 어디선가 의제가 차단됐다는 이야기가 된다.

박 전 후보는 윤석열·김건희 씨 부부와 식사를 함께할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건희 씨와는 결혼 전부터 아는 사이라는 증언도 있다. 2024년 총선 직후 윤석열 정부 총리설이 돌았을 때 박 전 후보는 미국 체류 중 급히 귀국했다. 그때 비서실장 후보로 함께 거론된 인물이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다. 한겨레는 박영선·양정철을 윤석열의 비선으로 지목한 바 있다. 장 부단장은 양 전 원장의 복심으로 분류된다.

이낙연 동생 삼부토건 대표 취임

헌인마을 사업의 원소유주였던 삼부토건 대표이사 자리에 이계연 씨가 취임한 시점은 2020년 10월이다. 이 씨는 이낙연 당시 의원의 친동생이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같은 시기 이낙연은 차기 대선 1위 주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 씨가 대표로 취임한 뒤 삼부토건 주가는 10배 넘게 뛰었다. 중앙일보는 2021년 7월 삼부토건을 '이낙연 관련주이자 윤석열 관련주'로 거론하며 헌인마을 사업과 삼부토건 자금 흐름에서 두 사람의 커넥션을 짚은 바 있다.

이낙연 의원의 공보실장을 지낸 정운현 전 오마이뉴스 기자는 대선 직전 윤석열 캠프로 자리를 옮겼다. 윤석열 캠프 공보 기능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많던 무렵이다. 이낙연계 인사들이 윤석열 진영으로 흘러들어가는 흐름이 이 시기부터 두드러졌다.

정청래 체제에서 윤리감찰단 복귀

2023년 주가 조작 세력과의 부적절한 접촉 의혹으로 당직을 내려놨던 장 부단장은 정청래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윤리감찰단 부단장으로 복귀했다. 이재명 대표 시절인 202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윤리감찰단 부단장은 정득권이었다. 정 전 부단장은 자신의 임명장과 함께 내용증명을 뉴탐사에 보내와 그 시기 부단장은 본인이라고 정정을 요청했다. 김석담 변호사가 윤리감찰 단장이던 시기다.

현재 호남 지방선거 공천 검증은 장 부단장이 주도하고 있다. 영광군수 후보 장세일의 돈봉투 의혹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근거 없음으로 처리됐고, 오산시장 후보 최병민의 불법 전화방 운영 의혹도 그의 손을 거쳐 후보 자격이 회생됐다. 헌인마을 사업 부지에는 토지를 팔지 않은 원소유자들의 땅 약 10%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위에 평당 1억4000만~1억5000만원짜리 빌라가 분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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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트럼프 암살 시도가 드러낸 미 정치의 폭력성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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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6/04/27 08:50
  • 수정일
    2026/04/27 08:5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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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주 뉴욕통신원

kiljy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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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7 07:15

  • 수정 2026.04.27 07:26

  • 댓글 0

국가·사회 어젠다를 선악으로 가르면서 폭력화

2021년 의사당 진입 점거 사태에서 드러나

총기와 폭력, 정치 언어로 둔갑한 위험한 시대

총을 들어 미국을 지키겠다는 '마가'도 문제

경호 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정치의 극한 대립

'외로운 늑대' 열린 공간 끌어낼 정치력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세 번째 암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의 질문을 주의깊게 듣고 있다. 2026.4.25 워싱턴DC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취임 이후 처음 암살 시도를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밤 8시쯤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주최하는 연례 만찬에 참석했다. 약 30분 뒤 만찬장 밖 보안검색대에서 총격이 발생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은 경호원들의 보호 아래 현장을 떠났다.

용의자는 만찬장에 진입하려는 과정에 총을 발사했고, 한 보안요원이 총격을 당했지만, 방탄조끼를 착용해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캘리포니아주 토런스 출신인 31세 콜 토마스 앨런으로 알려졌다. 앨런은 불법 총기 소지 및 사용 혐의를 받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장에 총기를 쏘며 진입하려다 실패한 후 경호 당국자들에 의해 체포된 용의자 콜 토마스 앨런이 바닥에 엎드려 있다. 2026.4.25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첫 번째 암살 시도는 2024년 7월 13일 펜셀베이니아 소재 버틀러에서 있었던 대통령 선거 유세 도중일어났다. 현장에서 살해된 범인은 유세장 인근 건물 지붕에서 총격을 가했으며 총탄은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오른쪽 귀 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두 번째 암살 시도는 2026년 2월 발생했다. 무장한 범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인 마러라고에 침입하려다 대통령 비밀경호국 요원들에 의해 사살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머무르고 있었다.

세 번째 암살 시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여러 차례 암살 대상이 된 최고 지도자가 되었다. 이 사건은 미국 정치의 폭력화가 어디까지 왔나를 말해준다.

2021년 1월 6일 미 의회 의사당이 시위대에 의해 점거됐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2020년 재선에 실패했다면서 미 헌법의 절차대로 의회가 선거 결과를 최종 승인하는 절차를 막으려 했다. 헌법 절차를 방해하려 했으니, 이 사건은 “반란(Insurrection)”으로 불린다. 미 의사당 점거는 1812년 전쟁 당시 영국군이 수도 워싱턴을 장악해 의사당에 불을 지른 사건 이후 처음이었다. 시위대는 자신들의 행동을 정치적 의사 표출이라고 주장했다. 폭력이 적극적 정치 언어로 둔갑했다.

2021년 “반란” 때도 총기 위협이 있었다. 최소한 8명이 총기 소지 혐의로 체포됐고, 경찰은 시위대로부터 약 3000 발의 탄약을 압수했다. 난입 점거 당시 의사당 인근에 다량의 총기와 폭탄을 실은 트럭이 주차되어 있었다. 폭력의 정치 언어는 총기가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2024년 7월과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또한 범인들의 정신이상 증세가 유발한 행동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관점, 또는 그에 대한 실망을 극한 폭력성으로 표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 언어의 폭력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세력과 무관하지 않다. MAGA를 상징하는 이미지에는 총기가 들어있는 경우가 흔하다. MAGA 추종자들은 “트럼프, 총기, 하나님”을 하나로 묶고 미국의 위대함은 총기로 성취한다는 메시지를 외친다.

암살 시도를 포함해 미국에 총기를 이용한 범죄가 만연한 이유는 총기가 흔하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총기 소지를 사회 구성원의 권리로 인정한다. 오늘의 미국이 있기까지 한 손에 농기구를, 다른 손에 거머쥔 총기가 있어서 가능했다는 역사관이 총기 소지 권리를 성문화했다. 이로써 살상 도구가 상품화됐다. 선물로도 주고 받을 정도로 흔해진 폭력 수단이 수중에 있으면 이를 사용할 이유 또한 만들어진다. 술을 냉장고에 채워 놓으면 술 마실 이유가 쉽게 만들어지는 이치다.

 

미국 정치의 폭력이 극단으로 치달음을 보여준 2021년 1월 6일 의회 의사당 점거 당시 모습. 총기와 총기 사용이 정상적 정치 의사 표시로 둔갑했다. 2021.1.6 연합뉴스 자료사진

극한의 정치폭력은 국가와 사회의 어젠다를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선으로 규정하고 반대되는 세력을 악으로 설정하면 극한 폭력이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잘못된 세력을 설득해야 할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척결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정치에는 선과 악을 극단으로만 보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미국 우선주의에 반대하면 미국의 퇴화를 방조하는 세력 취급을 받는다. 이란 전쟁을 반대하면 이란의 핵을 방조한다는 손가락질을 받기 십상이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존재에 대한 위협을 방관하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동조하거나 묵인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국내 문제에 있어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위협을 비판하면 미국 노동자의 삶에 대해 무관심한 다국적 국제주의 엘리트로 몰린다. 중간지대가 사라진 곳에서는 상대가 없어져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극단주의가 들어설 여지가 많다. 친미가 아니면 모조리 친공산으로 몰았던 매카시즘의 재등장이다.

암살 시도와 같은 극단적인 폭력 동원은 '외로운 늑대(Lone Wolf)'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암살 시도 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 당국자들은 용의자가 "외로운 늑대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나도 그렇게 느낀다”라고 말했다. 용의자가 제정신이 아니라고도 했다. '외로운 늑대'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비이성적 확신이다. 여기에 자신이 일거에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사명 의식이 합쳐지면 비이성적 행동을 정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은 단정하기 어렵지만 용의자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암살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온라인을 통해 총기 구매와 사용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고, 행사장의 배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정보는 말 그대로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수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기계공학으로 학사, 컴퓨터 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25일(현지시간) 발생한 직후 경호요원들이 총을 꺼내들고 경계하고 있다. 2026.4.25 워싱턴DC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암살 시도 후 보안 인력과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지하에 4억 달러를 들여 최첨단 연회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 정치의 양극화와 이로 인한 정치언어의 폭력성을 돌아보지 않는 한 더 많은 비밀 경호 요원과 더 정교한 하이테크 검색으로도 정치 폭력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을 살피지 못한다"는 경구를 새겨야 할 때다. 더욱이 이 도둑은 정보 취합 능력이 뛰어나고 비이성을 정상으로 전환하는데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중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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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를 말하자 길들이기에 나선 워싱턴을 길들여야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4.2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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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이재명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난 후 이번 회담이 “한중관계의 완전한 복원”으로 향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미국만 보고 움직이지 않겠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 뒤 곧바로 쿠팡 문제가 워싱턴의 고위급 의제로 떠올랐다. 1월 23일 밴스 부통령은 김민석 총리와 만나 쿠팡 문제를 거론했고, 이튿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USTR 대표에게 “쿠팡 수사는 통상 문제가 아니라 국내법 문제”라고 따로 설명해야 했다. 한국의 수사를 한국 법으로 처리하겠다는 상식을 한국 정부가 미국에 해명해야 하는 장면이 벌어진 것이다.

2월 21일에는 국방부가 그 수일 전 서해 상공에서 자기 멋대로 훈련한 주한미군 측에 항의했다. 훈련의 세부 내용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고 미 공군은 서해상에서 중국 측과 대치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조성했다. 한국은 미국 군사행동의 방식과 범위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드문 장면이었다. 이틀 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서울을 국빈 방문했고 두 정상은 한-브라질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이어 남미의 브릭스(BRICS) 회원과도 외교 축을 넓힌 것이다. 워싱턴 입장에서 보면 서울은 ‘동맹은 동맹이고, 외교는 우리의 판단으로 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기 시작한 셈이다.

3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 장비의 중동 재배치에 한국은 반대 의견을 냈지만 관철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현실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지가 내포된 발언이었다. 지금의 동맹 운용 방식은 만족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이기도 했다. 이어 3월 12일 김민석 총리는 밴스 부통령을 다시 만나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에 관한 미국의 약속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쿠팡 문제도 다시 거론됐다. 한쪽은 안보와 농축·재처리를 밀어붙이고 다른 한쪽은 기업 수사 문제를 계속 붙들고 있었다.

3월 27일 이 대통령은 전작권을 조기에 되찾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4월 2일 방한한 미 상원의원들에게도 같은 뜻을 다시 밝혔다. 한국은 우리 능력으로 한반도를 방어하겠으며 그 방향에서 전작권 회수를 추진하겠다는 뜻이었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 문제를 예민하게 다루고 있다. 어떻게든 이걸 쥐고 흔들며 한국으로 하여금 미국에 충성하도록 종용하려는 것이 미국의 속셈이다. 미국은 서울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 정부가 기존의 금기를 조금씩 건드리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4월 10일에는 또 하나의 장면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SNS에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홀로코스트에 빗대며 강하게 비판했고, 이 발언은 곧바로 외교적 파장을 불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함께 움직이는 전쟁 국면에서 한국 대통령이 그 행동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그것은 마치 로미오 앞에서 줄리엣의 뺨을 후려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예민함이었다. 한국은 더 이상 미국과 늘 같은 문장으로 말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드러낸 것이었다. 그 며칠 뒤부터 워싱턴의 압박은 훨씬 노골적인 형태로 한꺼번에 쏟아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3월과 4월 국회에서 북한 구성 지역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언급했고, 4월 17일 숭미언론은 정 장관이 기밀을 누설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미국은 그 발언을 문제 삼아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했다고 보도되었다. 이 대통령은 21일 이 사태를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해야겠다고 코멘트 했다. 눈여겨볼 것은 사실관계만이 아니다.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사안이 ‘기밀 누출’ 프레임으로 조작된 것이 문제다. 미국과 국내 숭미주의 세력이 합세해 ‘반미집단’에 공세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4월 21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 문제도 불거졌다. 그는 200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출국금지 상태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대사관은 방 의장의 미국 방문을 위해 일시적인 출국 허용을 요청했다. 수사 중인 피의자의 출국 문제에 미국대사관이 끼어든 것이다. 미국은 지금 한국을 자신들의 속국으로 여기고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 단순한 사안이다. 미국의 요청은 무시하면 그만이다.

같은 날 미국 공화당 의원 54명은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한국이 미국 기업을 “조직적으로 표적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쿠팡 수사를 “정부 전체의 공격”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리고 다음날 로이터는 SBS 보도를 인용해 미국이 김범석 쿠팡 의장에 대한 법적 안전보장을 요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핵잠 같은 안보 현안의 고위급 협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의 압박이 있었다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의 언급도 같은 결이었지만, 미국은 지금 한국의 내정을 안보·통상 이슈와 묶어 다루고 있다. ‘식민지’ 한국을 길들이겠다는 저의다.

4월 21일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상원 청문회에서 한국의 전작권 회수 계획에 대해 “정치적 편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적권 전환은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지 정치적으로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군사 기술자의 중립적 설명이 아니다. 한국 정부의 전작권 조기 회수 의지를 두고 일개 미국 군 지휘관이 공개석상에서 한국의 군통수권자의 통치행위를 재단한 것이다. 전작권은 주권 문제다. 그 속도와 조건을 놓고 최종 판단하는 주체는 한국이어야 한다. 미군 사령관은 한국에 군림하는 미국의 총독이 아니다.

여러 사안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하나의 줄거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국과 숭미주의자들이 합작해 한국의 조그마한 ‘자주적’인 행보들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1월에는 한중관계 복원 선언이 있었고, 2월에는 서해 훈련 항의와 브라질 국빈 방문이 있었다. 3월에는 주한미군 장비 차출에 대한 불만 표출과 전작권 조기 회수 의지 천명이 이어졌다. 4월에는 미국과 다른 어법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워싱턴과 숭미파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한국이 이제 드디어 비록 수줍게나마 자기 판단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굴종이 우리가 지켜야 할 정상상태라는 말일까.

답은 분명해야 한다. 쿠팡 수사는 국내법대로 밀고 가야 한다. 24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미국의 ‘내정간섭’을 비판한 것은 절대 옳다. 정동영 장관 발언을 둘러싼 정보 제한과 국내 프레임 형성 과정은 면밀히 따져야 한다. 전작권 회수는 선언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 연합지휘 체제 조정과 한국군 단독지휘 체제 검토를 포함한 별도의 로드맵으로 옮겨가야 한다. 지난 80년 동안 한미동맹이라는 굴레를 뒤집어쓰고 살아온 우리가 자주를 말하면 압박이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그 압박은 우리가 비로소 출발선에 섰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눈치가 아니라 결심이다. 미국을 길들여야 할 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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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새 국방발전 5개년 계획, 억제와 위험의 극대화

  • 기자명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
  •  
  •  승인 2026.04.2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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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관련: “핵무기수를 늘이고 핵운용수단과 활용공간들을 확장”
해군 수상 및 수중전력 관련: “핵무장화를 중심으로 해군작전능력을 급속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갱신”
여타 첨단무기 개발과 고성능화
대남공격용 주요타격수단의 강화
북한의 전쟁억제력과 한반도 전쟁위험성의 동시적 극대화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국방력발전 5개년계획’의 대부분을 달성했다. 2022년부터 2년 이상 팬데믹 때문에 스스로 국경을 폐쇄하고 외부의 경제 지원이 차단된 상태에서 거의 자력으로 이루어낸 성과이기에 놀라울 정도다. 계획의 주요 내용은 핵 능력 고도화(핵탄두의 소형·경량화 및 전술무기화, 초대형 핵탄두 생산), 미사일 체계 다변화(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 개발, ICBM과 SLBM을 위한 고체연료 추진엔진 도입), 정찰 및 타격 능력(군사정찰위성 운용 및 무인정찰기 개발) 등이다. 재래식 기반전력의 첨단화도 상당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KN-계열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또는 초대형 방사포와 전차 등의 지상무기, 5천톤급 이상의 구축함 및 잠수함도 개발했다. 그리고 이 모든 무기체계는 핵무기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6년 2월의 조선로동당 제9차 대회에서 발표된 새로운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은 지난 5년의 성과에 기초하여 핵무력과 재래식 무기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일종의 병진개발 정책이다. 고도화는 기존 무기체계의 성능 향상뿐 아니라 새로운 전술과 전략을 구현하는 수단과 방법을 포함한다. 예컨대 북한은 우크라이나전쟁에의 파병 경험과 이란전쟁 관찰을 통해 현대전에서 드론과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그것을 자기네 군사력의 건설과 운용에 반영하려는 듯하다. 북한의 새 국방발전 계획을 비교적 자세히 밝힌 노동신문 보도를 참고하여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짚어보자.

핵무기 관련: “핵무기수를 늘이고 핵운용수단과 활용공간들을 확장”

핵무기의 양적 증대와 운반체계 다양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던 사업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 처음으로 미국 본토까지 도달가능한 사거리 1만km로 추정되는 ICBM 발사에 성공하면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후 계속 ‘완성도’를 높여 2024년 10월 고체추진 화성-19형까지 시험에 성공했다. 전술용 또는 ‘대남용’이라 할 단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800km 이하)도 KN-23, 24 등 최소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대구경 방사포인 KN-25도 사실상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간주된다. 또한 사거리 2,000km 이상의 토마호크급인 ‘화살’-계열의 순항미사일과 ‘해일’-계열의 핵어뢰를 보유하고 있으며 발사 플랫폼은 지상과 해군함정 모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핵운용수단의 확장은 전혀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수단들을 핵과 재래식 2중용도로 개량하거나 지상과 해양 플랫폼에 사용가능하게 개조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북한이 2023년 3월 공개한 핵탄두 ‘화산-31’은 소형 카트리지 형상으로서 충분히 ‘범용’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핵무기 활용공간들을 확장한다고 언급한 것은 육·해·공뿐만 아니라 우주까지 포함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일 인공위성에 핵탄두를 탑재하여 지구궤도를 돌게 한 후 지상에서 공격명령을 발신하여 원하는 지상목표를 타격한다면 ‘우주 핵전쟁’ 능력을 보유하는 셈이 된다. 지상목표를 직접 타격하지 않더라도 우주에서 자상을 지향하여 핵폭발을 일으키면 강력한 전자기펄스(EMP)가 일정 지역의 거의 모든 전자장비들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북한은 자기 영토 상공의 우주에서 남쪽을 지향한 핵전자기펄스(NEMP) 공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해군 수상 및 수중전력 관련: “핵무장화를 중심으로 해군작전능력을 급속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갱신”

북한의 핵무력에서 해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보유한 중대형 구축함과 핵추진 잠수함을 중심으로 핵무장 해군력을 건설하려는 것이다. 2025년 4월에 5,000천톤급 신형 유도탄구축함 1번함 ‘최현호’가, 6월에는 2번함 ‘강건호’가 진수되었다. 잠수함 전력으로는 북한이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 부르는 ‘김군옥영웅함’을 2023년 9월 진수한 데 이어 2025년 12월에는 8,700톤급 잠수함 개발 현황을 외형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이들 잠수함에는 북극성-4/5형 등 SLBM과 ‘화살’-계열의 전략순항미사일이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당대회 후 2026년 3월 10일 김정은국무위원장은 8,000천톤급 대형 구축함 건조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급 구축함과 규모면에서 거의 대등한 것이다.

북한의 해군력 증강 속도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매우 빠른 것이다. 지상전력이나 미사일에 비하면 함정의 건조는 다양한 무기체계를 탑재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은 해군세력을 우선 최고급 수준에서 최소한의 수량을 확보한 후 점차 양적인 증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소량이라 하더라도 기능적으로 필요한 함정들을 핵무장하여 보유한다면 해전에서 한·미·일 해상세력과 유사시 어느정도 맞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타 첨단무기 개발과 고성능화

여타 군사적으로 의미가 큰 군사력 건설 계획을 노동신문 보도 원문(“” 인용)을 따라가며 살펴보자. “강력해진 지상 및 수중 발사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종합체” 중 수중 발사형 ICBM은 SLBM을 지칭하며 그 종합체들이란 ‘다탄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북한은 다탄두 미사일을 시험한 적이 없지만 일단 ICBM을 보유하면 다탄두화를 추구하는 것은 거의 정해진 수순이다. 1개의 모(母)탄두에 장착된 여러 개의 자탄(핵폭탄과 가짜탄의 혼합)이 발사 후 우주에 진입하면 분리되어 개별 목표를 향해 약간씩 다른 경로로 표적에 접근하기 때문에 모두 다 요격하기가 어렵다. 당연히 핵억제력은 배가하게 된다.

“각이한 인공지능무인공격종합체들”이란 무인기를 AI와 결합하겠다는 의미이므로 ‘종합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서 무인기의 효용성을 절감하고 이란전쟁에서 AI의 위력을 목격했을 것이다. 이미 개발한 ‘샛별’-계열의 전략무인정찰기와 공격형무인기에 강력한 자폭기능을 결합하고 여기에 AI까지 접목하여 현대전의 변화추세에 빠르게 부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유사시 적국의 위성을 공격하기 위한 특수자산”은 위성요격(ASAT, Anti-Satellite)용 미사일이나 레이저무기가 될 수 있다. 사실 인공위성은 물리학적으로 정해진 궤도를 돌고 방어체계가 전혀 없기 때문에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지상이나 공중 또는 우주(요격위성)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격추하기가 어렵지 않다. 특히 지상에 안정적으로 거치된 레이저발생장치는 빔을 인공위성에 정확히 조사(照射)하여 무력화시킬 수 있다. 물론 레이저무기는 출력에 따라 무인기나 항공기, 심지어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적국의 위성을 요격하는 경우가 없었던 것은 공통의 취약성을 인식하고 자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능력의 개발과 보유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예컨대 중국은 2007년에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이용하여 자국의 기상위성을 (필요에 따라) 파괴한 사례가 있다. 북한도 그러한 능력을 보유하겠다는 것이다.

“적의 지휘중추를 마비시키기 위한 매우 강력한 전자전무기체계들”로는 앞에서 설명한 핵전자기펄스(NEMP)와 함께 비핵전자기펄스(NNEMP) 무기가 있다. NEMP는 어쨌든 핵폭탄을 터뜨리기 때문에 극단적 상황이 아니면 사용을 주저하겠지만 내폭형 재래식 폭탄과 전기장치를 사용하는 NNEMP는 전술적으로 얼마든지 사용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은 두 가지 EMP탄을 모두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NNEMP탄을 개발하고 있다.

“더욱 진화된 정찰위성들”을 포함시킨 것은 우주개발을 가속화햐겠다는 의미다. 북한은 2023년 ‘만리경 1호’ 위성의 궤도진입에 성공했지만 2024년 5월에 실패한 후 지금까지 재발사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 인공위성은 정찰 통신 지휘통제 우주교전 등 군사적으로 활용도가 매우 높은 현대전의 필요 자산이다. 북한이 새 국방발전 계획에 인공위성을 지속적으로 발사하겠다는 의지와 계획을 천명한 것은 군사력의 통합적 고도화 측면에서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대남공격용 주요타격수단의 강화

북한은 600㎜ 방사포와 신형 240㎜ 방사포, 작전전술미사일종합체 등을 대남공격용 주요타격수단으로 규정하고 “연차별로 증강배치하여 집초공격의 밀도와 지속성을 대폭 제고함으로써 전쟁억제력의 핵심부문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집초공격이란 목표물에 화력을 집중해 완전히 파괴하는 공격방식이다. 유사시 다수의 방사포 집중포격 등으로 남한을 초토화하고 소위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겠다는 것이다.(2023년 12월 30일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의 김정은 언급)

새 국방발전 계획에 의하면 남한에 대한 전쟁억제는 기본적으로 ‘핵-재래식 병진’ 전략이지만 재래식전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수단의 하나로 지난 4월19일 시험발사를 통해 새롭게 공개된 무기가 ‘집속탄두(cluster bomb)’를 장착한 ‘화성포-11라형’이다. 탄두부에 넣은 수 백개 이상의 자탄들이 목표지역 상공에서 산포·낙하·폭발하여 축구장 10개 정도 면적 내의 병력과 연성표적을 파괴한다.

북한의 전쟁억제력과 한반도 전쟁위험성의 동시적 극대화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월 9차 당대회 연설에서 지난 5년간의 성과를 자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5개년 국방발전계획이 수행되면 우리의 국가방위력은 비상히 증대되어 적들이 대처하지 못할 높이에 있게 될 것이며, 그 누구도 우리 국가를 넘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핵무장을 통해 이미 독자적인 대미 억제력을 어느정도 구비했지만 재래식무기의 첨단화를 병행하면서 미국과 남한에 대한 전쟁억제력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전쟁억제력 강화로 인하여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사실 미국은 핵전쟁을 불사하지 않는 한 북한을 침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한도 마찬가지다. 한편 북한이 먼저 남한이나 미국을 침공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남한에 대해서는 ‘적화통일’도 포기하고 휴전선에 방어용 방벽을 쌓고 있다.

그렇다면 전쟁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하여 평화가 증진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의 딜레마다. 군비경쟁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동북아의 군비경쟁은 과거 어느 때보다 격화하고 있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과 군사력 증강, 일본의 재무장, 한국의 국방비 폭증 등은 북한의 국방력 발전과 맞물려 전쟁의 가능성은 낮지만 ‘공멸’의 위험성은 극대화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남북관계가 막혀 막대한 경제사회적 기회비용이 허비되는 동안 주변 강대국은 전략적 이익을 편취하고 있다. 북한이 나름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국방발전 계획을 수립고 이행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남북이 함께 전쟁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진정한 평화와 안보는 남북이 두 국가이든 한 민족이든 공히 가장 절실한 소망이 아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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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이 대통령의 평소와 다른 화법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지만, 막상 선거 과정에선 지역의 중요한 의제와 이슈들이 간과되곤 합니다. [우리 동네 진짜 이슈] 기획은 각 시민기자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불편함을 지적하고, '정치'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제안합니다. 한 표 한 표가 지역을 바꿔줄 것을 기대하는 시민기자들의 목소리를, 선거에 나오는 후보자들이 경청하기를 바랍니다.

하늘에서 본 제주 제2공항 예정지. 2023.3.6 ⓒ 연합뉴스

제2공항 건설 찬성(안전문제 해소 전제), 주민투표와 공론조사 등 다양한 방식 검토(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보)

찬반 입장 표명 없이 갈등해결 주력, 주민투표 반대, 전문가 검증위원회 결론에 따라 결정(문성유 국민의힘 후보)

제2공항 건설 반대, 주민투표로 결정, 취임 즉시 중앙정부에 주민투표 건의, 추진(김명호 진보당 후보)

제2공항 건설 반대, 공론화 거쳐 주민투표로 결정, 취임 즉시 중앙정부에 주민투표 건의, 추진(양윤녕 무소속 후보)

*출처: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지난 15일 발표한 제2공항 도민결정권 관련 도지사 후보 입장 확인 자료

6·3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도의 최대 이슈는 단연 제2공항 건설 문제다. 단순히 공항 건설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차원을 넘어 누가, 어떤 방식으로 공항을 건설할지 말지를 결정하느냐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 중이다. 그리고 이 쟁점의 핵심은 '주민투표'로 집약되고 있다.

사실 주민투표 이슈를 제외하면 선거판을 달구는 뜨거운 쟁점은 아직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기조에 맞춰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개발 관련 공약이 그나마 활발하게 제시되는 형국이다. 2035년 탄소중립도시를 완성하겠다는 위성곤 민주당 후보나, 국립기후대학원을 설립하고 기후테크 분야의 신산업을 창출하겠다는 문성유 국민의힘 후보 등의 공약이 대표적이나 폭발력은 약해 보인다.

이 밖에도 대중교통이 불편한 제주도의 현실을 고려한 교통체계 개편, 육지로의 이탈로 인한 청년인구 감소를 막을 방안, 국제적 관광도시로의 비전 등 이런저런 공약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이나 이해충돌의 민감도 면에서 제2공항 이슈가 단연 뜨거운 게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의 풍경이다.

현역 도지사와 국회의원이 3파전을 벌였던 더불어민주당 경선 합동토론회에서도 제2공항으로 인한 갈등 해소 방안이 주도권 토론 주제로 제시됐고, 지역언론에서도 이와 관련한 각 당 후보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측은 도지사 후보는 물론 도의원 후보와 출마예정자들을 상대로도 주민투표 찬성 여부를 묻는 질문지를 보내 의사를 확인중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같은 당 후보들도 찬성, 반대, 유보 등 서로 다른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공항 건설 계획이 발표된 지 10년이 넘었고, 공항 건설을 위한 법적 절차인 기본계획이 고시됐고,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아직도 이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제2공항 문제를 두고 찬반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해법 찾기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아직은 공항부지가 수용되기 전이므로 이번 지방선거가 갈등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 국토부, 제주도정의 책임

겨울철 철새도래지가 밀집한 성산읍 제2공항 예정부지는 조류충돌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산읍 신양리의 바닷가 마을 상공에 오리떼가 수직 상승하여 날고 있는 모습. 2023년 2월27일 오후 2시31분 촬영. ⓒ 강석호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정치권과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제주도정의 책임이 크다. 발단은 보수정권으로부터 시작됐다. 2015년 11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를 제2공항 예정부지로 전격 발표한 박근혜 정권의 의문투성이 입지선정,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합의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 거부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윤석열 정권 국토교통부의 무리한 절차 강행에 이르기까지 보수정권이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로 일관해 온 책임이 크다.

민주당 정권의 책임이 가벼운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도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재조사 검토위원회 활동을 강제 종결하고, 현 제주공항의 개선으로 수용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문기관(프랑스 ADPI)의 용역보고서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있는 등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환경부에 의해 세 차례나 반려됐음에도 사업수정은 고려하지 않았다.

원희룡에 이어 도정을 맡은 민주당 출신 현 오영훈 지사도 도민결정권을 강조했을 뿐 줄곧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갈등을 키웠다. 또 민주당 소속 3명의 국회의원도 표를 의식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을 뿐 적극적으로 제2공항 이슈를 해결하는 데 나서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여부가 6·3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공항 건설에 제기된 각종 문제점과 의구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가 애초 예측했던 관광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제2공항 예정부지를 둘러싼 쟁점들은 저감방안 같은 보완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입지타당성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조류 충돌의 위험성, 부지 내 존재하는 동굴 파괴 우려, 지하수를 함유한 숨골과 법정보호종 문제에 대해선 마땅한 대책이 없음에도, 정치권과 제주도정은 우려의 목소리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특히 무안공항 참사의 단초가 된 조류충돌 사례가 겨울철 철새도래지가 밀집한 성산읍 공항 예정부지에 대한 의구심을 크게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015년 제2공항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제시한 공항 이용객 수는 2025년 3940만 명, 2035년 4548만 명이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제주공항 이용객은 3000만 명을 밑돌고 있다. 2025년 기준 약 1000만 명의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2024년의 전년도 대비 증가율은 0.9%, 2025년은 전년도 대비 0.6% 증가에 불과하다. 추세적으로 보아도 앞으로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2015∼2016년을 정점으로 제주 이주 열풍은 가라앉은 지 오래됐고, 현재 수준의 관광객만으로도 쓰레기와 교통체증, 환경훼손 등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관광수용력은 한계치를 벗어난 상태다. 한마디로 제2공항 추진 명분이 상당히 퇴색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뜻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30일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제주의 마음을 듣다'에서 발언권 요청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 한 발언도 제2공항 찬반 주민투표 이슈에 불붙인 측면이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즉석에서 거수로 찬반 의견을 물은 뒤 "하지 말자는 쪽이 여기서는 조금 더 보이기는 한다"라면서 "어쨌든 여러분이 잘 판단하십시오"라고 간단히(?) 마무리하고 넘어갔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과 논리 전개를 해오던 대통령이 유독 최대 이슈인 제2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평소와 다른 화법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제주 사회 일각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너무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반응에서부터, 찬반 의견이 팽팽한 만큼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사실 대통령의 진의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읽는 게 맞아 보인다.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인 국책사업인 만큼 "법대로 하는 게 당연하다"라거나, "도지사가 책임지고 절차대로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굳이 찬반 의사를 거수로 물어보고, '여러분(제주도민)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한 것은 주민투표 혹은 여타 방식의 도민결정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지난 2021년 9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당시 KBS 제주 인터뷰에서 내놓은 제2공항 문제 해결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제2공항 문제는 결국 제주도민들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고, 또 그것도 불합리한 의사가 아니라 합리적인 의사가 중요하고, 그게 과연 제주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되고 또 제주도민들에게 이익이 되느냐, '장기적으로' '궁극적으로' 이 점에서 좀 판단을 해봐야 되는데... 사실 환경부의 입장도 중요하긴 하지만 제주도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아직 최종적인 결론을 못 낸, 반대가 조금 많은, 이런 상태인데 합리적으로 설명해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정책이라면 사실 정치가 도민의 뜻에 반해서 강행할 일은 아닌 거죠. 충분히 절차상으로 국가기관 상호 간에 협의도 해야 되겠고, 또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도민들 간의 상호 토론을 통해서 합리적 의사결정이 되면, 그에 따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제주 공약 1호인 '탄소중립 선도도시'와 대규모 공항 건설 정책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제주 타운홀미팅에서 이 대통령이 도내 전기차 100% 전환 시기를 앞당기도록 장관과 도지사에게 거듭 촉구한 점과 연결해 또 하나의 공항 건설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도민결정권과 관련해 핵심적으로 제기되는 방법론이 바로 주민투표다. 직접 민주주의 원리에 비춰보면 갈등 사안 주민투표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명쾌한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지사 후보들이 주민투표를 가장 많이 거론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숙의형 공론조사나 여론조사가 도민결정권의 방법론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주민투표에 대한 수용성이 가장 높게 나오고 있다. 2023년엔 공항 건설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도민의 70% 이상이 주민투표로 결론을 내자는 데에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민투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다. 주민투표를 반대하는 주요 논거 중 하나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문성유 후보는 "현행법상 국가 사무인 제2공항 건설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위성곤 후보도 비슷한 이유로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민투표를 주장하는 측은 주민투표법 제8조(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 제1항에 '주요시설을 설치하는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해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라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과연 투표 결과에 패자 측이 승복하겠냐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실시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이 오차범위 안팎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마당에 투표로 결정하는 게 타당하냐는 것이다. 찬성 측이 주민투표를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반대 측은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을 떠안고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갈등이 큰만큼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패배한 측이 깨끗이 승복해 모든 논란이 일시에 사그라드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주민투표'이므로 일단 결론이 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적지 않다.

숙의형 공론조사나 여론조사 방식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공정한 절차와 내용을 정하는 과정이 주민투표 못지않게 진통을 겪을 공산이 크다. 만약 제주 제2공항 문제를 도민결정권에 의해 매듭짓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공론조사나 여론조사보다는 모든 제주도민이 참여하는 주민투표가 상대적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 제2공항 논쟁 끝내는 계기 돼야

지난 3월 30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한라컨벤션 앞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하는 이들이 피켓 등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3월 30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한라컨벤션 앞에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관계자들이 제주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성곤 후보가 당선할 경우, 먼저 주민투표와 공론조사 등 다양한 방식을 놓고 의견수렴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은 제2공항 문제에 대한 환경단체나 시민사회의 반대에 직면해 우유부단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도민결정권을 존중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위성곤 후보는 지역구 표심을 고려한 탓인지 예외적으로 제2공항 건설에 안전문제 해소를 전제로, 조건부 찬성 견해를 밝혀왔다. 어떤 선택을 하든 속도감 있게 관련 절차를 마련하여 더 이상 도민 분열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진보당 김명호 후보나 무소속 양윤녕 후보가 당선한다면 공약대로 주민투표가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문성유 후보가 당선하면 도민결정권 논리나 주민투표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제2공항을 조속히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펴왔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전문가 검증위원회의 결론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사실상 공항 건설이 취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제주사회를 10년 이상이나 분열과 갈등으로 치닫게 한 소모적 논쟁이 반드시 끝나야 한다. 후보자들은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확실한 소신과 해법을 제시하고 도민의 선택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지방선거#제2공항#주민투표#도민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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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만찬 총격범, 범행 10분 전 ‘선언문’ 전송…“고위 관료부터 암살”

김원철기자

  • 수정 2026-04-27 06:50

가족에게 범행 동기 알려…트럼프 참석 행사장 보안 허술하다 조롱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랜스 출신의 콜 토마스 앨런(31·빨간 원 표시)이 25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 중 워싱턴 힐튼 호텔 연회장 방향으로 보안을 뚫고 돌진하고 있다. 이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게시했다. 트루스소셜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행사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 콜 토머스 앨런(31)이 범행 직전 가족에게 범행 동기와 표적을 담은 ‘선언문’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이 선언문에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을 암살 표적으로 삼겠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포스트는 26일(현지시각) 앨런이 총격 약 10분 전 가족에게 선언문을 전송했다고 보도했다. 선언문을 받은 형제는 이를 곧바로 코네티컷주 뉴런던 경찰에 신고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선언문에는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을 고위직 순으로 표적으로 삼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앨런은 선언문에서 특정 인물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소아성애자·강간범·반역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남겼다. 그는 “더는 그의 범죄로 내 손을 더럽히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또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탄을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필요하다면 대부분의 사람을 관통해서라도 목표에 접근하겠다”고 적어 대규모 인명 피해 가능성도 암시했다.

특히 앨런은 행사 참석자들을 “범죄자의 연설에 자발적으로 참석한 공모자”라고 규정하며 일반 시민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정당화하는 주장도 펼쳤다. 또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면서 범행이 종교적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억압받는 타인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 것은 공모”라며 폭력을 정당화했다.

앨런은 성명에서 행사장이 위치한 워싱턴 힐튼 호텔의 보안이 말도 안 될 정도로 허술했다고 조롱했다. 그는 “무기를 여러 개 들고 들어왔는데도 아무도 위협으로 여기지 않았다. 이란 요원이 M2 기관총을 들고 들어왔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총기상에서 권총 2정과 산탄총 1정을 구매한 앨런은 항공기 탑승에 따른 보안 검색을 피하고자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카고를 거쳐 워싱턴까지 기차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의자를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앨런을 “매우 문제가 많은 사람”,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선언문을 읽어보면 그가 기독교인을 증오한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라며 “오랫동안 마음속에 깊은 증오를 갖고 있었고, 강경하게 반기독교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뉴런던 상황에 대해 들었다”며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알려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이번 사건으로 국정 운영이나 국가 행사가 흔들리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범죄자들과 정말 나쁜 사람들이 우리나라 행사의 흐름을 바꾸게 내버려둘 수 없다”며 중단된 출입기자단 만찬을 30일 이내에 다시 개최하기를 희망했다. 이어 당초 만찬장에서 “완전히 다른 ‘사랑의 연설’을 할 예정이었지만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예정된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방미 일정도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정상 외교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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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총격 피신 후 SNS 글 올린 트럼프 “총격범 체포···정신없는 저녁이었다”

수정 2026.04.26 10:38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특파원 만찬 행사 중 총격 사건 현장을 피신한 직후 SNS에 글을 올려 “총격범은 체포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워싱턴에서 정말 정신없는 저녁을 보냈다”며 “비밀경호국과 법 집행 기관은 정말 훌륭한 일을 해냈다. 신속하고 용감하게 행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총격범이 체포됐다고 밝히며 “나는 ‘행사를 계속 진행하자’고 권고했지만, 최종 결정은 법 집행 기관의 지시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곧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그 결정과 관계없이 오늘 저녁 행사는 계획과는 많이 달라졌고 우리는 다시 행사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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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정동영은 왜 표적이 되었나

  • 기자명 박재산 기자
  •  
  •  승인 2026.04.25 05:50
  •  
  •  댓글 0
 
   
 

이미 알려진 정보를 언급한 것이 ‘기밀 유출’로 비화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언급한 ‘구성 핵시설’ 발언을 두고 미국과 국내 일부 세력이 보여주는 반응이 이례적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부터 파장의 확산까지 그 배후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의도된 정보 유출과 논란의 증폭

시작은 정 장관의 공개된 정보 언급이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이를 ‘미국이 제공한 정보의 공개’라며 문제 삼았다. 이는 국내 보수 언론의 보도를 거치며 ‘안보 참사’, ‘동맹 균열’로 증폭되었다.

주목할 점은 그 이후다. 정 장관의 발언을 구실로 미국이 ‘대북 정보 제공’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사실 자체가 민감한 보안 사안임에도 언론에 노출된 것이다. 미국 혹은 정부 내부의 특정 통로를 통해 흘러나온 정보가 일부 언론과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이어지는 과정은 이번 사태가 치밀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 대외 전략의 위기와 동북아 관리

미국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그들이 처한 대외적 곤경이 있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상실은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에 타격을 입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을 빼면서 유럽에서의 영향력도 약화됐다.

중동과 유럽에서 입지가 좁아진 미국에 동북아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거점이다. 일본은 군사 대국화를 위해 미국과 밀착하고 있지만, 한국은 결이 다르다. 대결보다는 평화와 협력을 우선시하는 현 정부의 기조는 대중국 봉쇄를 위해 한반도 긴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충돌한다.

 

왜 하필 정동영인가

통일부는 현 정부 평화 기조를 실행하는 핵심 부서다. 특히 정동영 장관은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DMZ 관할권의 한국군 이관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 역시 미국 입장에서는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통제력 약화를 의미한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정보 유출 여부가 아니라 ‘자주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다. 국제적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마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통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소위 ‘시범 케이스’를 통해 한국 정부의 행보를 미국 전략의 틀 안에 묶어두려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자주권의 시험대, 대통령의 선택

이제 시선은 청와대로 향한다. 정동영 장관을 해임하라는 안팎의 거센 압박 앞에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 선택은 이재명 정부가 자주적 길을 당당히 걸어갈지, 아니면 다시 낡은 질서에 순응할지를 가늠할 시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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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동화책' 같았던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 진짜 질문은 없었다

[인터뷰] '우리가 숙의를 하긴 했나?' 묻는 기후 공론화 참가자들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4.26. 09:48:16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지난 13일 마무리된 '기후위기 대응방안에 대한 공론화'에 대한 평가는 거칠게 요약하면 조급함이었다. 겉으론 숙의민주주의를 표방했지만, 촉박한 일정과 부실한 토론 의제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공론화 의제숙의단에 참여한 시민사회 위원 8명이 다수 의사를 거스른 진행에 항의하며 중도 사퇴하는 일까지 있었다.

공론화는 2년 전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올해 초 추진했다.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이 정한 탄소중립 목표와 절차가 "미래 세대 환경권을 침해한다"며 '탄소 배출을 어떻게, 얼마나 줄일 것인지'를 제대로 정하라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 그런데 기후특위는 "국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지난 2월 '한국형 숙의 공론화'를 추진했다. 2월은 헌재가 정한 법 개정 마감 시한이었다.

그렇게 구성된 기구가 최종 352명이 모인 시민대표단이었다. 이들은 지난 3월 넷째 주와 4월 첫째 주 주말 동안 총 네 차례 토론에 참가했고, 마지막 날인 4월 5일 공론화위원회가 주문한 설문조사에 임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그런데 실질적인 토론 시간은 총 8시간은 될까요? 하루에 2~3시간 정도였으니."

시민대표단이었던 이용희 씨가 "숙의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지난 20일 <프레시안>과 만나 말했다. 이를 듣던 이보아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의제숙의단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의제숙의단은 시민대표단보다 미리 모여 이들이 논의할 의제를 정한 공론화 기구다.

<프레시안>은 지난 20일 서울 강서 공공운수노조 건물에서 이용희 씨와 이보아 정책국장을 만났다. 기후특위 공론화에 대한 이들의 평가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지난 20일 <프레시안>과 인터뷰한 이용희 씨(왼쪽)와 이보아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 ⓒ프레시안(손가영)

프레시안 : 3월 11일 시민대표단 모집이 확정됐다. 마지막 일정인 4월 5일까지 대략 한 달 활동했다. 시간이 촉박했나?

이용희 : 우선 지금 내는 비판 의견이 혹시라도 다음 공론장에 해를 끼칠까 걱정된다. 공론화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과정이다. 그럼에도 평가하자면, 시간은 촉박했다. 관련 내용을 미리 숙지하려고 시민대표단에 선정된 후부터 자료실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갔는데, 자료는 거의 본 행사 직전에 올라왔다. 가장 빨리 올라온 게 일주일 전쯤이었다. 미리 보라던 강의 영상은 3일 전에 올라왔다.

본 행사도 토론 자체보다 '리허설'을 더 길게 했다. 4일 간의 행사 일정은 매일 오전엔 강의를 듣고, 오후에 관련 토론을 하고 질문 취합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현장 참석자 160명이 8~10명씩 찢어져서 조별 토론을 했다. 그런데 실질적 토론 시간이 2~3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같은 조라 해도, 다들 처음 본 이들이다. 진행자가 '자 얘기해 보세요' 하는데, 토론하기 보단 피상적인 인상을 더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저녁에 있을 생방송에 대비한 리허설이 더 길게 진행돼 더 기억에 남는다.

프레시안 : 왜 피상적인 인상을 나눴다고 느꼈나?

이용희 : 토론 진행 방식 때문이다. 이 부분은 정말 아쉽다. 서로가 생각을 원활히 나누는 토론이 전혀 아니었다. 조별 진행자가 의견 분포를 균질하게 하는 데만 집중한다고 느꼈다. 어떤 주장이 나왔을 때, 이를 어떻게 볼 것인지 대화가 이어져야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의도는 없었겠지만, 토론이 통제되는 느낌이었다.

참가자들이 신뢰 관계를 쌓을 시간도 없는 상태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니 강의 듣고 점심 먹고 시작된 토론 자리에서 '교수님 생각에 동의한다' '이런 점을 새롭게 알게 됐다' 등 인상 깊은 점 위주로 이야기를 더 하게 됐던 것 같다.

프레시안 : 긍정적으로 본 부분은 없나?

이용희 : 당연히 있다. 가장 크게는 파편적으로만 알던 정보를 이번 기회에 종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 평소 기후위기를 잘 몰랐던 시민들은 '이렇게나 심각한 문제였다니' 하고 새로 알게 됐을 것이다.

그런데 자료집이나 영상은 솔직히 '좋은 동화책을 보는' 느낌이었다. 내용이 단편적이었고, 진짜 고민해 봐야 할 질문은 다루지 않는다고 느꼈다. 무엇을 안다는 건 시작점이다. 그래서 이제 뭘 어떻게 할 건데, 우리가 어떻게 변할 건데, 이걸 구체적으로 얘기해 나가야 하는데 관련 내용은 없었다. 전문가들의 주제별 발표 내용도 많이 겹쳤고, 내용도 시민대표단에 맞게 쓰기보다 시간이 촉박하니 대학에서 쓰던 자료를 급히 편집해서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들었다.

일주일 전 통보, 도돌이표 논의

프레시안 : 시민대표단이 논의할 의제를 의제숙의단에서 먼저 검토했다. 우선 의제숙의단은 뭔가?

이보아 : 의제숙의단은 시민대표단의 토론과 숙의를 위해, 이들이 논의할 의제를 설정하고 구체화하는 기구였다. 청년, 청소년들과 노동, 시민사회, 산업계에서 17명이 모였다. 또 분야별 전문가 자문단 13명도 따로 있었다. 이들 30명이 2월 26일부터 2박 3일로 워크숍을 했다. 그런데 워크숍 자체를 일주일 전에 통보했다. 며칠 전 통보받은 사람도 있다. 이런 촉박한 결정은 시민대표단 토론 행사 직전까지 계속 같았다. 모두 급하게 준비했고 참여했다.

프레시안 : 전반적으로 숙의가 안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왜 그런가?

이보아 : 가령 불이 났다고 해보자. 그럼 나와야 할 질문은 '누가 불을 질렀느냐'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혀야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이런 게 몽땅 빠졌다. 그러니까 기후위기라면, '누가 탄소배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데? 그 책임을 어떻게 지워야 하는데?'란 의제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대기업, 화석연료 기반 기업, 부유층 등이 탄소 배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발표에 참여한 학자들도 절대 모를 리 없는 내용이다. 국제적 상식이니까. 그런데 여기선 일언반구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 시민대표단 토론엔 법학·환경 분야 교수 등 박사 15명과 환경단체 관계자 3명이 함께 했다.

이보아 :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특히 시민대표단에 탄소 배출 구조를 설명하는 발표 내용을 보면, 정말 문제가 많다. 계속 '우리'를 거론한다. 산업계가 생산활동으로 배출한 걸 '우리가 먹고 자고 입고, 온수를 쓰고, 전기를 쓰는 데서' 나오는 걸로 설명한다. 발표자 자료를 미리 검수할 때 호도하면 안 된다고 네 차례나 의견을 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구조는 설명하지 않고 개인의 책임으로 표현했는데, 이 개인마저도 소득별로 탄소 배출량이 엄청 차이 난다. 고소득층의 탄소 배출 책임, 당연히 언급하지 않았다. '모두의 책임'만 물었다. 즉 누구의 책임도 묻지 않았다.

프레시안 : 의제숙의단은 무엇을 논의해서 시민대표단에 전달했나?

이보아 : 3가지 의제가 있다. 탄소 배출을 얼마나 줄일지 감축 목표, 어떤 경로로 줄일지 감축 경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낼지 이행방안이다. 이 중 책임과 대안 부분인 이행방안을 의제숙의단이 거의 다루지 못했다. 산업계 측을 제외한 의제숙의단 모두가 감축 목표와 감축 경로를 헌재 결정에 맞게 방어하는데 급급했다. 공론화위가 사실상 산업계에 편향돼 있었기 때문이다.

공론화위가 '볼록' 경로(먼 미래에 탄소를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 반대는 '오목' 경로)를 채택하자고 우기는 데서 드러났다. 헌재 결정 취지는 명확하다. "미래세대에 기후 부담을 지우지 말라"다. 그럼 적어도 국제 사회 수준에 맞게 감축량을 대폭 높이고, 지금 바로 급격히 줄여야 한다. 감축 목표와 경로 모두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워크숍에선 이를 두고 처음부터 다시 싸워야 했다. 끝내 30명 중 18명 이상이 '볼록 경로'를 설문조사 답변 항목에서 삭제하라고 투표해서 공론화위에 요구했다. 이후에도 여러 번 항의했다. 그런데 결국 넣었다. 다 누구를 위한 건가?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 의제숙의단 참여자 8인은 지난 3월 25일 공론화위원회를 규탄하며 공동 사퇴했다. 공론화위는 의제숙의단 대다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 감축량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볼록 감축 경로'를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문항에 포함시켰다. ⓒ환경운동연합

"공론화위·전문가, 실패한 정책엔 침묵"

프레시안 : 그밖에 아쉬운 점은?

이보아 : 지금까지 왜 탄소중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냐는 점도 쏙 뺐다. 지난 정부들의 정책 실패다. 이를테면 아무 실효성 없는 기업 규제, 배출권거래제 등이다. '이런 규제 수단이 있다'고 언급만 했을 뿐, 결과는 어떻고 평가는 어떤지 아예 논의되지 않았다. 결국 시민들이 마지막에 질문했다. "오늘날 그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라고. 규제수단을 설명했던 발표자는 동문서답했다. 해당 규제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답했다. 현재 규제가 실효성이 적다는 질문도 나왔는데, "다른 규제도 함께 작동하면서, 기업도 스스로 바뀌고 있다"고 근거없이 막연하게 답했다.

프레시안 : 추후 공론화 과정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바라는 점은?

이용희 : 정말 실효성있고 실질적인 숙의를 할 수 있길 바란다. 가령, 참가자를 '다 쪼개는 방식'의 공론화를 하면 좋겠다. 이렇게 300명씩 모이는 것보다, 분야를 나누든, 지역을 나누든 우리 현실에 맞닿은 문제 위주로 실효성 있는 토론이 가능하게끔 공론화 과정이 개선되면 좋겠다.

이보아 : 기후 공론화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원인을 알아야 해법을 찾는다. 누가 진짜 과다 탄소 배출에 책임이 있는지, 기후 불평등을 얘기하지 않는 건 원인 규명을 하지 않겠단 거다. 기후 불평등을 제대로 직시하고 공론화해, 이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반영해야 한다.

또 일회성 공론화 행사를 넘어, 각종 정부 산하 위원회, 논의 테이블에 기후위기의 진짜 당사자를 앉혀라. 기후위기가 이슈가 되니, 부처마다 각종 위원회가 난립 중이다. 정부는 전문가나 산업계 인사만 이해관계자로 인정해 테이블에 앉힌다. 그게 아니라 노동자, 시민, 지역 주민 등 현장 당사자가 그들처럼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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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없다⋯국명부터 서로 제대로 부르자

정범진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bjj08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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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전쟁의 상흔 벗어나기 위한 적대 청산

적대 조치 찾아 시정 사항 점검 제도화해야

북 '최대 명절'로 꼽히는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인 15일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 개풍군 마을에서 어린이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6.4.15. 연합뉴스

이 글은 ‘남북 단절로 이어진 적대구조 청산 위한 제언’의 3차례 연재 중 마지막 회이다. 지난 2월 1일에 첫 번째 글 ‘① 한국사회의 대 조선 적대 구조’, 3월 15일 두 번째 글 ‘② 조선사회(북)의 대 한국(남) 적대 구조’에 이은 세 번째 글이다.

앞의 글들에서 우리는 남과 북에 공히 존재하는 적대 구조와 적대 의식을 재생산하는 제도 및 규범 등을 살펴보았다.

과연 한국 사회는 조선에 대한 적대 구조를 청산할 수 있을까? 나아가 조선은 한국에 대한 적대 의식을 거두고, 적대 구조 청산에 나설 수 있을까? 어디에서부터 이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인가?

켜켜이 쌓인 남과 북의 적대 구조

한국사회의 대 조선 적대구조는 전방위적이다. 「헌법」 3, 4조를 필두로 그 하위에 위치하는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은 조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정보의 차단, 부실한 교육과정, 취약한 연구 생태계는 조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고, 왜곡된 의식을 재생산한다. 늘어만 가는 국방비와 공격적 군사훈련은 화해와 협력의 근본 장애물이다. 패권국가와 결탁해 분단 구조에 기생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는 극우세력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로 대를 이어가며 남북 적대구조 유지의 최첨병으로 기능해왔다.

조선사회의 대 한국 적대구조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노동당 규약, 사회주의 헌법, 각종 제반 법률은 한국에 대한 적대의식 고취를 규범화하고 있으며, 이는 2023년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전쟁에 대한 공포, 흡수통일에 대한 불안은 차단과 봉쇄, 인민들에 대한 통제 강화로 나타난다. 남과 북이 한 민족임을 의미하거나 통일을 지향하는 표현과 상징물은 공식 매체에서 사라졌다. 한국 문화에 대한 접촉과 전파는 최고 사형으로 처벌하고,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수시로 한국을 최대의 적대국가로 규정한다.

 

레온즈 에더 FISU 회장이 20일 세종시청 기자실을 찾아 내년 8월 열리는 충청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북한이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2026.4.20. 연합뉴스

적대 조치 찾아 시정 사항 점검 제도화해야

적대의 시간이 긴 만큼 적대 의식을 재생산하는 구조와 제도, 문화는 우리 사회 곳곳에 산적해 있고, 폐해는 심각하다.

정치·경제·군사·교육·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대 조선 적대 조치와 구조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우선해야 할 작업이다. 시민사회와 관련 전문가, 행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해 철저한 실태 조사를 통한 적대 조치 발굴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정리된 과제를 영역별로 분류하고, 시정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해 매년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제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헌법을 수정하고,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고, 국방비를 줄이고, 공격적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정보를 개방하고,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제재를 해제하고, 공작원들을 송환하고, 대 조선 적대의식 재생산이 체화된 사회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 작업엔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며, 과정 역시 지난할 것이다.

통일부는 현재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계획이 존재하는지, 무슨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자체도 모르는 국민이 대다수이다.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대한민국 으뜸머슴(대통령)은 취임 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고 선서한다. 남북 관계를 안정되게 관리해야 할 최고책임자인 으뜸머슴은 적대 조치의 실태와 폐해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시정 조치와 그 결과를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 정도 수준에서 관리되지 않으면 이러한 노력은 곧 동력을 상실하고,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이들 조치는 한국이 먼저하고, 조선의 변화를 기다린다. 한국의 선제적 대 조선 적대구조 청산 노력은 조선의 상응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마중물이다.

 

평양국제관광기념품 및 건강제품전시회가 지난 10일 과학기술전당에서 개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2026.4.11. 연합뉴스

적대구조 청산은 반전평화운동

한반도에서 적대 구조 청산이 어려운 이유는 전쟁의 상흔이 깊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은 남과 북의 공동체 성원 모두에게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남겼다. 공포와 원한은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한 하늘 아래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남북의 권력자는 상대를 악마화하며, 자신의 폭정과 비민주성을 감췄다.

전쟁을 치른 당사자들에게 전쟁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다시는 전쟁을 또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산되지 않은 적대 구조는 우리를 언제든지 전쟁의 불구덩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 남북의 적대 구조를 청산하는 작업은 한반도 공동체의 성원들을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근본적으로 해방시키는 작업이기도 하다.

 

북 조선중앙TV는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 폐갱에서 일제시기 학살된 인부들의 유골과 유물들이 발굴됐다고 11일 보도했다. 2026.4.11.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북한’은 없다, ‘조선’이다

한국 사회에서 조선의 존재를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대표적 사례가 ‘북한’이라는 표현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북쪽에 북한이라는 나라는 역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존재한 적이 없다. 대한민국 통일부장관이 얼마 전 공식 석상에서 이북을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호명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상대방을 정확히 명명하는 것은 올바른 관계맺기의 첫걸음이다. 왜곡된 호칭은 상대의 존재에 대한 부정이거나 배제를 의미한다. 과거에 이북에서 한국은 ‘남조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조선’이라는 표현은 조선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물론 ‘괴뢰한국’이라는 대체 표현은 대 한국 적대 의식의 또 다른 형태의 표출이지만 어찌 되었든 한국이라는 국호로 호칭하는 것은 북에서 앞섰다.

정범진 사단법인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대 조선 적대구조 청산을 위한 1호 작업으로, 이북에 ‘조선’이라는 이름을 돌려주자. 실체가 아예 없고, 사실도 아닌 북한이라는 호칭을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야 한다. 이북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며 자연스러운 방법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언론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에서부터 시작하자. 이제 더 이상 북한은 없다. 조선이다.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한 두려움과 적대를 거둘 때 우리는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하나재단은 정부 자살예방 사업인 '천명지킴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천명수호처'로 위촉됐다고 24일 밝혔다. 하나재단은 북 이탈주민 자살 예방을 위해 '북향민 생명 지킴 5중망 구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은 이날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명지킴 발대식'에 설치된 하나재단 홍보부스. 2026.4.2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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