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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껍데기만 남은 동맹, 미국은 ‘안보 약탈’을 선언했다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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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1.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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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약탈적 동맹을 선언한 2026 미국 국가방위전략
-발간사에 핵심이 있다: ‘유연한 현실주의’를 표방한 선택적 침략의 선언
-미국의 국방전략 중심: 본토 방어의 실존적 고민과 대중국 ‘힘의 비축’
-안보와 통상 약탈의 예고: GDP 5%의 굴레와 ‘역외 동원’의 덫
-사라진 '비핵화'와 실종된 조선 정책: 위협은 인정하나 대책은 없는 미국의 딜레마
-결론: 전작권 환수의 덫과 동맹의 종언, ‘약탈적 동원’을 거부해야

발간사에 핵심이 있다: ‘유연한 현실주의’를 표방한 선택적 침략의 선언

2026년 1월 23일 발간된 미 전쟁부의 국가방위전략(NDS)은 첫 페이지부터 기존의 외교적 수사를 가차 없이 걷어내고 있다. 피터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이전 행정부들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가 사용한 “허황된 국가 건설 프로젝트”, “규칙 기반 국제질서라는 공중에 떠 있는 추상적 개념”이라는 표현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사회를 바라보는 냉소적이고도 실용적인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헤그세스 장관이 이를 결코 ‘고립주의’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보고서에서 “유연한 현실주의적 접근 방식”을 강조하며,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이 걸린 곳에만 압도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트럼프 국가안보전략(NSS)의 핵심 기조인 ‘선택과 집중’의 연장선에 있다. 전 세계 모든 분쟁에 개입하여 자원을 낭비하는 대신, 미국의 본토 안보와 경제적 실익에 직결된 사안에만 국방력을 투입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의 존재 이유는 더 이상 민주주의 가치 수호나 막연한 국제 평화 유지가 아니다. 보고서는 군의 목적을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는 핵심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목표”와 “전사 정신의 회복”으로 규정한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매우 엄중한 경고다. 미국이 공유하는 가치나 도덕적 의무 때문에 한국을 지켜주는 시대는 끝났으며, 이제 모든 안보 지원은 미국의 핵심 이익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라는 철저한 ‘전략적 효용성’에 따라 평가될 것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방전략 중심: 본토 방어의 실존적 고민과 대중국 ‘힘의 비축’

보고서가 제시한 4대 노력 방향(LOE) 중 최우선 순위는 단연 ‘미국 본토 수호’다. 표면적으로는 서반구(남미) 내 마약 카르텔 소탕과 국경 안보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미 본토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실존적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을 모델로 한 ‘골든돔(Golden Dome)’ 체계를 전 미 대륙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미국을 거대한 요새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초강대국 미국이 느끼는 안보적 불안감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며, 내부 자원을 외부 투사보다 본토 방어에 우선적으로 할당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대중국 견제 전략 역시 단순한 대결을 넘어선 ‘힘을 통한 평화’와 ‘비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고서는 중국과의 즉각적인 전면전보다는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를 강조한다. 이는 트럼프 국가안보전략(NSS)이 천명한 "미국을 압도하는 국가의 등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되, 당장 중국과 정면충돌하기보다는 승리를 위해 필요한 압도적 힘을 먼저 복원하겠다는 계산이다. 즉, 대결의 포기가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시점’을 만들기 위한 장기적 준비 단계인 셈이다.

결국 이번 NDS가 그리는 구도는 신냉전의 완화가 아니라 ‘중국을 압도하기 위한 장기전’의 본격화다. 미 본토를 요새화하여 배후를 안정시킨 미국은, 이제 인도-태평양의 최전선인 제1도련선에 미군의 전략 자산을 더욱 조밀하게 배치하며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포위망을 유지하는 핵심 동력으로 동맹국들의 군사력과 재원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동원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제1도련선 방어의 고삐를 죄는 만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미국의 패권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과 인명을 투입해야 하는 ‘동맹의 병참기지화’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안보와 통상 약탈의 예고: GDP 5%의 굴레와 ‘역외 동원’의 덫

이번 NDS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동맹국에 요구하는 구체적인 비용 청구서다. 보고서는 동맹국들이 GDP의 최소 5%(핵심 군사비 3.5%, 안보 인프라 1.5%)를 지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현재 한국 국방비의 두 배에 달하는 압박인 동시에, 안보를 담보로 한국의 재정과 산업 주권을 침해하는 ‘약탈적 동맹관’의 실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돈보다 ‘전략적 유연성’의 강요에 있다. 보고서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어에만 묶어두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역외 기동군’으로 전환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는 주한미군이 미국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한반도를 떠나 분쟁 지역으로 투입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나아가 ‘상호운용성’과 ‘현대화된 동맹’이라는 미명 하에 한국군 역시 미국의 역외 작전에 강제 동원되는 길을 열어놓았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우리 국익과 무관한 타국의 전장에 동원될 위험이 가시화된 것이다.

또한, 보고서가 강조하는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critical but limited) 지원’이라는 표현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는 미국이 안보 책임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독자적인 안보 역량 강화를 요구하면서도, 핵심적인 군사 자산과 지휘 통제권은 여전히 미국이 쥐고 흔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즉, 전쟁의 결정적 순간에는 미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인명 피해, 그리고 재래식 방어의 부담은 한국에 전가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한국의 방위 산업 기반(DIB)을 자국의 공급망에 편입시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통상 약탈’과 동시에, 한국군을 미국의 글로벌 전략을 뒷받침하는 하위 군사 체계로 예속시키려 하고 있다. 한국은 천문학적인 방위비를 지불하면서도 정작 우리 안보의 주도권을 잃고 미국의 ‘병참 기지’이자 ‘인적 자원 공급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사라진 '비핵화'와 실종된 조선 정책: 위협은 인정하나 대책은 없는 미국의 딜레마

이번 NDS에서 한반도 정책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비핵화’ 목표의 실종이다. 트럼프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조선이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 NDS는 조선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 등에 비하면 그 비중은 현격히 낮다. 이는 조선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기 꺼려하면서도, 고도화된 핵 위협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트럼프 행정부의 깊은 고민을 드러낸다.

보고서는 조선의 핵무력을 “미 본토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규정하며 미 본토 방어와 현대적 억제력 구축을 강조한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지점은 ‘비핵화’가 빠진 자리에 ‘핵보유국 인정’ 역시 들어서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즉, 현재 미국의 대조선 정책은 사실상 ‘실종 상태’에 가깝다. 조선의 핵이 본토를 위협하는 실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호함은 조선과의 대화 선언도, 그렇다고 무제한적인 대결 선언도 아니다. 오히려 조선의 비약적인 핵무력 증강 앞에서 군사적 대결을 회피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불가피한 처지가 반영된 결과다. 미국은 대화와 대결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는 듯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전략적 유연함이라기보다는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태에서 상황을 관리하려는 ‘전략적 방치’에 가깝다.

결론: 전작권 환수의 덫과 동맹의 종언, ‘약탈적 동원’을 거부해야

미국은 이 모든 파괴적 변화를 ‘동맹 현대화’와 ‘책임 균형의 재편’이라는 그럴듯한 용어로 포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더 많은 군사적 주도권을 부여하겠다는 식의 논리는 자칫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나 자주국방의 완성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상은 전작권 환수라는 달콤한 미끼를 던져 한국의 국방 자원을 미국의 방위전략에 강제로 동원하려는 ‘기만적 술책’에 불과하다. 미국이 말하는 ‘자주’는 한국의 주권 회복이 아니라, 미국이 지고 있던 위험과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고 미군은 대중국 견제라는 자신들의 핵심 이익을 위해 자유롭게 움직이겠다는 ‘전략적 유연성’의 극치일 뿐이다.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한미, 한미일 군사연습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지고 고도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 연습들의 실질적인 목적은 한반도 방어가 아니다. 미 본토 방패막이를 세우고 대중국 포위망에 한국과 일본을 돌격대로 세우려는 ‘동원 시스템’의 강화가 본질이다. 미국의 국가방위전략을 위해 우리 군과 자산을 동원하는 시스템이 공고해질수록,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환경은 완화되기는커녕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로 내몰리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제 한미동맹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맹의 기본 전제는 상호 방위다. 그러나 자국의 위협은 자국이 책임지라는 이번 NDS의 선언은 사실상의 ‘동맹 파기 선언’이자, 미국이 더 이상 동맹 논리가 아닌 ‘약탈 논리’로 국방 정책을 펼치겠다는 선포다. 미국의 전략적 편익을 위해 동맹국을 약탈하는 시스템은 결코 ‘동맹’이라 불릴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전작권 환수나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에 현혹되어 미국의 국방 예산을 대신 분담하고 국가의 운명을 타국의 패권 전략에 맡기는 위험한 거래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이제 맹목적인 ‘한미동맹 신화’의 시대는 끝났다. 2026 NDS가 보여준 냉혹한 현실주의에 맞서, 우리 역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이 우리를 파트너가 아닌 약탈의 대상으로 대한다면, 우리 또한 동맹의 가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주권 국가로서의 길을 당당히 선언해야 한다. 그것이 이 약탈적인 국가방위전략이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이자 가장 엄중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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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칼 빼든 대통령…추가 대책 촉각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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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6.01.26 00:20

  • 수정 2026.01.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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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주 1주택자 장특공 축소·보유세 강화 변수

이재명 대통령 “정부 이기는 시장 없어"

이 대통령 “(양도세)유예 반복한 정부 잘못도 있어”

"저항 많아도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

강남 재건축엔 수억원 낮춘 급매물도 등장해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재연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불과 며칠 전에 같은 의사를 피력했는데도 또다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5월 9일로 끝날 것이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이에 관한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를 종결하는 걸 정상사회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지금껏 그래왔듯 이번에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가 연장될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은 놀란 기색이다. 급매물이 나오는 곳도 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대거 없애고 고가 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정상화시킨다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대한민국 예측가능한 정상사회로 복귀 중”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5월 9일 만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와 관련해 “재연장을 하도록 법을 또 개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25일 말했다.

윤석열 정부 때 도입된 이 제도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도모하는 취지에서 다주택자의 주택 매매 시 부과되던 양도세 중과분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것으로,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기간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말하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다시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5월 9일에 종료되는 것은 지난해 이미 정해진 일”이라며 제도를 유예하지 않고 폐지하겠다는 뜻을 다시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

이어 “비정상으로 인한 불공정한 혜택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비정상적인 버티기가 이익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한민국은 예측 가능한 정상 사회로 복귀 중이다.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 탈출해야”

또한 이 대통령은 “지난 4년간 유예가 반복되면서 (또 기간이 연장될 것이라고) 믿도록 한 정부의 잘못도 있다”며 “올해 5월 9일까지 계약한 것에 대해서는 중과세를 유예해 주도록 국무회의에서 의논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주택시장 정상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상법 개정 이슈를 예로 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화를 위한 상법 개정을 두고 기업과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저항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막상 개정하고 나니 기업과 국가, 사회가 모두 좋아지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잃어버린 30년’을 향해 치닫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탈출하는 데에도 고통과 저항은 많겠지만, 필요하고 유용한 일이라면 피하지 말아야 한다”며 “큰 병이 들었을 때는 아프고 돈이 들더라도 수술할 것은 수술해야 한다. 잠시 아픔을 견디면 더 건강해지고 돈도 더 잘 벌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집을 손에 들고 발언하고 있다. 2026.1.2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호가 수억원 낮춘 급매물도 등장한 서울 아파트 시장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를 폐지하겠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거듭 강조함에 따라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막연히 유예연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탓이다.

이미 다주택자의 상당수가 매도나 증여를 택했지만, 지금까지 처분을 망설이던 사람들은 급하게 됐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세금을 올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니까 집을 팔지 않고 버티던 다주택자들이 비상이 걸렸다”며 “토허구역이라 임차인의 임대기간이 남아 있으면 당장 집을 팔 수도 없는데 이제와서 양도세 중과 유예 일몰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남권이나 한강벨트 일대는 10.15대책 이후 초강력 대출 규제로 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 시행 전까지 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서울 강남권 초고가 재건축 단지에선 이미 직전 거래가 대비 수억 원 낮은 급매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아파트값이 60억∼130억 원에 달하는 강남구 압구정 구현대는 현재 정상 매물 대비 5%가량 싼 급매물이 나와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위해 양도차익이 적은 주택부터 매각하면서 서울보다는 수도권이나 지방 주택 시장이 더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과 경기 12곳을 제외한 비규제지역의 주택은 양도세 중과 대상이 아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자료 : 국세청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특공 축소하고 고가주택에 대한 종부세 정상화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일단 시장에서 예의주시하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를 연장하지 않고 폐지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이제 그 다음 스텝이 무엇일지에 쏠리고 있다.

힌트는 이 대통령이 25일 자신의 X에서 “읽어버린 30년을 향해 치닫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탈출하는 데 고통과 저항은 많겠지만, 필요하고 유용한 일이라면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미 역대 가장 강력한 대출정책을 쓰고 있는데다 곧 공급대책까지 나올 예정이다. 토지거래허가제까지 사용해 거래도 묶은 터다. 남은 건 세금정책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앞으로 보유세와 양도세를 포함해 강도높은 부동산 세제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만약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혜택을 대거 축소하고 고가1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정상화시킨다면 ‘한강벨트’를 위시해 들끓던 서울 아파트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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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지지율 53% 제자리…“오천피 이뤘지만 이혜훈 악재” [리얼미터]

민주 42.7%, 국힘 39.5%

장나래기자

  • 수정 2026-01-26 09:22등록 2026-01-26 08:43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지난주와 같은 53.1%를 기록했다. 코스피 5000선 돌파 등으로 주 중반까지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혜훈 청문회 등 악재가 겹치며 보합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23일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의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포인트)를 보면, 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와 같은 53.1%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지난주보다 0.1%포인트 하락한 42.1%로 조사됐다. 긍·부정 격차는 지난주 10.9%포인트에서 11%포인트로 소폭 벌어졌다.

리얼미터는 “코스피 5000 돌파라는 경제 호재와 신년 기자회견 효과로 주 중반까지 상승세를 유지했다"며 “그러나 주 후반 이혜훈 장관 후보자의 ‘부정청약 및 갑질’ 의혹을 둘러싼 인사청문회와 여권 내 합당 논란이 인사리스크와 정치적 내홍으로 작용해 경제적 상향 압력을 상쇄하며 최종 보합세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간 흐름을 보면, 지난주 16일 긍정평가가 51.7%로 마감한 뒤 20일 53.3%, 21일 55.9%로 올랐고 코스피지수가 장중 5000을 돌파한 22일 55.2% 등 50% 중반대를 이어갔으나 이 후보자 청문회가 실시된 23일 50.9%로 전날보다 4.3%포인트 급락했다.

또 지난 22∼23일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주보다 0.2%포인트 오른 42.7%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2.5%포인트 오른 39.5%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소폭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2주 연속 상승하면서 양당 격차는 지난주 5.5%포인트에서 3.2%포인트로 좁혀졌다.

리얼미터는 “민주당은 지역 통합 추진과 경제 호재가 지지율을 견인했지만, 공천 헌금 스캔들 수사 확대와 기습 합당 제안에 따른 당내 갈등이 도덕성 및 운영 안정성에 타격을 주며 상승 폭을 억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장동혁 대표 단식 종료(박근혜 방문)를 계기로 보수 통합 명분을 확보하며 상승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국혁신당 3.2%(0.7%포인트↑), 개혁신당 3.1%(0.2%포인트↓), 진보당 1.5%(0.2%포인트↓), 무당층은 8.9%(2.6%포인트↓) 등 차례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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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과 조카를 직접 묻었다"… '천연자원의 땅' 모잠비크에 무슨 일이?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① 실향민 마을 르포(상) : 굶주리는 사람들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1.26. 07:08:44

지난해 11월 말과 12월 초 모잠비크를 방문했다. 한국 기업과 공공기관이 참여한 신규 천연가스 개발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기후 위기 가속화를 막으려면 더는 화석연료를 새로 개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국제적 권고다. 모잠비크에서의 가스 개발 문제는 더 깊고 거대했다. 현지에서 기후 위기를 질문했으나, 돌아온 답은 기후 정의였다. '기후 과학'만 보는 렌즈는 관찰자들의 여유로움이라고 했다. 현장은 황폐하고 참혹했다. 가스전은 자연과학의 문제를 벗어나, 개발 지역 300만 명 인구의 죽음에까지 영향을 주는 거대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확장돼 있었다.

개발지역 카부델가두주는 9년 째 분쟁이 끝나지 않는다. 최소 6200여 명이 죽고 130만 명이 피난했으며, 가난은 더 심화했다. 분쟁과 가난은 가스전과 이어져 있고, 가스전에서 나올 돈은 한국과 이어져 있다. 기후 정의의 눈으로 본 모잠비크 가스전 현장을 9개 기사로 연재한다. 가장 먼저 분쟁의 모습부터 전한다. 편집자

마리아(35)는 6년 전 그날을 아직 생생히 기억했다. 2019년 3월, 무장한 반군이 고향 마을 무코조(Mucojo)를 습격해 방화, 살상을 벌였다. 총성이 들리자 마리아는 마을 뒤 숲으로 내달렸다. 그렇게 내리 3일을 숲에 숨어 지냈다. 풀숲과 나무 기둥에 몸을 숨겼고, 밤이 되면 나무 아래에서 잤다. 물도, 밥도 없이 견뎠다.

마리아는 그날 삼촌의 머리도 손수 땅에 묻었다. 습격자들은 삼촌의 머리를 잘랐다. 그러곤 잘린 머리를 그의 아내에게 줘 직접 들고 가게 했다. 마리아는 도망친 숲에서 가족들과 땅을 파고 삼촌의 머리를 묻어줬다. 삼촌 말고도 머리가 잘린 이웃들은 많았다.

3일 후, 마리아는 피난을 떠났다. 가족, 이웃 등 수십 명이 함께 였다. 대부분이 신발을 신을 새 없이 도망친 상태였다. 이들은 맨발로 꼬박 15시간 동안 45㎞(킬로미터) 숲길을 걸어 읍내 마코미아(Macomia)시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노인과 아이들 여럿이 죽었다. 마리아는 "먹을 게 없어서, 배가 고파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며 "우리는 울고, 울고, 또 울었다"고 말했다.

피난민을 딱히 여긴 한 주민이 이들을 시우레(Chiure)구까지 차로 데려다줬다. 남쪽으로 150여㎞ 떨어진, 그때는 반군의 영향권 밖에 있었던 카부델가두(Cabo Delgado)주 최남단 지역이다. 마리아는 그로부터 지금까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6년째 이곳 시우레의 메가루마 강제실향민 마을(Megaruma IDPs center)에서 산다.

<프레시안>은 지난해 11월 29~30일 이틀간 메가루마 실향민 마을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만난 10명의 피난민이 가장 절박하게 얘기한 건 식량이다. 이들은 "너무 배가 고프다", "죄수처럼 살고 있다", "너무 오래 굶고 있다"라고 힘겹게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파울로(왼쪽)와 셀리마의 뒷모습. ⓒ프레시안(손가영)

▲2015년 11월 29일 방문한 카부델가두주 메가루마 강제실향민 마을(Megaruma IDPs center). ⓒ프레시안(손가영)

가장 가난한 땅, 카부델가두

모잠비크 카부델가두는 분쟁지역이다. 2017년 10월부터 지금까지 9년째 반군과 정부군의 무력 충돌과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외교부도 출국을 권고하는 적색경보를 발령 중이다.

반군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알샤바브(Al-Shabaab)', '안사르 알순나(Ansar al-Sunna)' 등 종교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단어부터 비국가 무장 단체 등이다. 지역 주민들은 알샤바브라고 흔히 부르고, 유엔(UN)은 비국가 무장 단체라고 표현한다. 이들이 등장한 맥락은 복합적이다. 종교, 민족, 빈곤, 불평등, 정부 부패, 자원 착취 등의 문제가 오래 누적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금까지 130만여 명 피난민이 발생했다. 주 전체 인구 대비 46.4%다. 이 중엔 고향으로 다시 돌아간 주민도 있고, 2번 이상 피난을 반복하는 주민도 있다. 실향민 마을은 주 전역에 98개(2024년 7월 기준)가 있다. 이곳 메가루마 실향민 마을은 2020년 만들어졌다. 지금은 52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초기 반군의 목표는 공무원과 경찰, 군인 등이었으나, 폭력 행위는 민간인 살상, 약탈, 방화 등으로 무차별적으로 확산했다. 주민의 정체를 의심하는 군인과 경찰의 주민 살해와 약탈 문제도 심각하다. <프레시안>이 만난 실향민 10명 모두 "누구도 구원하지 않는 땅"이라고 비관했다.

▲모잠비크 카부델가두주 위치(왼쪽)와 카부델가두 확대 지도. 분홍색 점은 인터뷰에 응한 피난민 10명의 고향이다. 노란색 점은 <프레시안>이 방문한 IDP 마을과 LNG 개발지인 아푼지 지역을 표시했다. ⓒ프레시안(손가영)

호아키나(61)는 2019년 가족 넷을 잃었다. 반군이 고향 마을을 습격했을 때, 그의 딸은 남편과 아이 2명과 함께 집 안에 있었다. 습격자들은 그 집에 불을 질렀다. 호아키나는 딸의 가족이 산 채로 불타는 것을 봤다. 그는 다른 가족들 5명과 함께 숲으로 도망쳤다.

"반군이 사람들을 참수했어요. 이웃들의 잘린 머리 사이로 도망쳤어요. 걷고, 걷고, 또 걸었어요. 계속 숲속에서 잤어요. 그렇게 계속 걸었더니 도로에 이르렀어요. 누군가의 차를 타고 이곳까지 왔어요. 모두가 오진 못했죠.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 노인과 아이들이 먼저 죽어갔어요. 몇 명이 죽었냐고요? 그건 몰라요. 그러나 매우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건 알아요."(호아키나)

살해된 가족, 이웃을 땅에 손수 묻어준 피난민도 한둘이 아니다. 6년 전 이곳에 온 중년 남성 아싸니는 "머리가 잘린 삼촌과 조카의 시신을 직접 땅에 묻어 줬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첫 습격이 시작된 때 숲으로 도망쳐 3개월간 노숙했다. 3개월간 카사바(모잠비크 주식인 뿌리식물)와 물만 먹었다. 마을이 잠잠해진 때 다시 돌아갔으나, 무장 세력에게 내쫓겼다. 그는 "사냥하듯 숲까지 우릴 쫓아왔고, 사람들을 죽였다"며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모든 과정이 고통이었다. 지금도 고통밖엔 없다." 아싸니는 이리 말하며, 정주하지 못하는 고통을 토로했다. 그는 마을에서 다시 추방된 후 인근 큰 마을로 도망가 그곳에서 다른 이의 농사를 대신해 주거나 임시직을 전전하며 돈을 모았고, 돈을 번 즉시 남쪽의 남풀라주까지 피신했다. 농부였던 그에게 생계는 곧 농사였다. 그러나 농지는 구할 수 없었고, 집세는 감당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곳 실향민 마을로 찾아오게 됐다.

▲실향민 마을의 집. 피난민들은 인간답게 살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한다. ⓒ프레시안(손가영)

▲인터뷰에 응한 아싸니의 뒷모습. ⓒ프레시안(손가영)

군경도 주민 살상

어떤 여성들은 피난길에 출산했다. 파울로(53)가 2020년 2월 가족 9명과 함께 고향에서 도망쳤을 때, 그의 아내는 출산이 임박했다.

"아내와 아이들, 형제들을 데리고 도로가 보일 때까지 15㎞ 정도를 하염없이 걸었어요. 1시간 정도 기다리니 차가 지나갔고, 우릴 도와줬어요. 다음 날 다시 차를 빌려 타고 남쪽을 가는데 다리가 끊겨 있었어요. 강을 걸어서 건너야 했어요. 그렇게 또 길에서 차를 빌려 타고 또 타, 이곳까지 왔어요. 우리가 이곳에 온 첫 번째 실향민입니다."

습격은 두 번 세 번 되풀이되고 있다. 그의 마을도 2년 후 두 번째 습격을 받았다. 고향엔 피난을 떠나지 못한 이들이 남아 있었다. 파울로는 "다시 마을에 방화, 살해가 이어졌고, 이번엔 37명이 참수됐다"고 전했다. 남은 이들은 해안에서 배를 구해 70㎞를 넘게 항해해 남부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임신한 그의 조카는 숲속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반군의 살상에 더해, 모잠비크 군경의 가혹행위도 주민들을 힘들게 한다. 살리모(45)의 고향 마을은 2019년 11월 반군의 습격으로 12명이 사망했다. 살리모는 "그러나 군대와 반군을 구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대가 숲속에 있는 자들(반군)보다 더 나쁠 때가 있다"며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아 가기도 일쑤"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 피난을 온 압달라(40)도 "반군, 군대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보고 피난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압달라는 2020년 이곳으로 처음 피난을 왔다가 2022년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고향에서 군대가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다시 고향에서 도망쳤다. 그는 "주민을 보호해야 할 군대가 주민을 '알샤바브'라 몰아세우며 죽이기 시작했다"며 "사람이 죽어가는 곳에 머물 수 없다. 우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근 도로 모잠비크 군대 차량. ⓒ프레시안(손가영)

▲셀리마가 두 살 난 아이를 안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땅은 사람 버리지 않아' 귀향 간절한 사람들

"너무 오래 굶고 있어요. 우리는 농부예요. 그런데 땅이 없어요. 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요. 돈을 벌 수 없고, 나를 먹일 수가 없어요. 너무 고통스러워요."

두 살 아이를 안은 채 인터뷰에 응한 셀리마(24)는 "죄수처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카부델가두 주민들은 대다수가 농부, 어부다. 이들에게 피난은 생계의 붕괴다. 셀리마는 "음식을 구하려면 다른 이들의 농지에 가서 일을 해주고 카사바를 얻는 방법밖엔 없다"며 "그런데 주인들로부턴 부당대우를 받기 일쑤고, 우린 농지를 임대할 돈도 없다"고 말했다. 한 해 1000메티칼(약 2만 4000원) 임대료도 낼 형편이 안 돼, 농지 임대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교통비 100메티칼(약 2400원)조차 내지 못해, 아파도 병원을 못 가는 처지다.

그의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아싸니는 "땅은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Land never reject anyone)"는 지역의 오랜 속담을 말했다. "농부들은 땅이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고, "고향엔 그런 땅이 있었고, 우린 살아갈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하지만 여기선 그렇게 살 수가 없다"며 "고향에 꼭 돌아가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다.

12명의 자녀를 둔 파울로는 "자식들에게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에서 농사와 기계수리를 하며 살았다. 피난 후, 고혈압 증세가 심해진 그는 그동안 여러 번 쓰러졌다. "병원에 갈 수는 있지만, 병원에 약이 없다. 약은 비싼 사립 약국에 있다"고 말했다. "멀리 북부에 사는 아들 하나가 캐슈너트를 팔아 보내주는 돈으로 겨우 옥수수를 사먹으면서 산다"고도 했다.

피난 초기 지원받았던 가재도구들, 이를테면 냄비, 바구니, 오두막집, 지붕으로 쓸 비닐 등은 지난해 초대형 사이클론으로 모두 잃었다. 모잠비크는 기후변화로 심각한 기상이변을 겪는 나라다. 파울로는 "모든 게 사라져 고향으로 돌아가려 해도 '알샤밥'이 여전히 그곳에 있어서 갈 수가 없다"고 말하며 덧붙였다.

"제가 이 이야기를 계속 하면, 밤이 될 거예요. 그래서 여기서 그만하는 게 낫겠어요." (계속)

▲마을 한 편에 건축에 쓰기 위한 목재가 쌓여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기사의 모든 피난민의 이름은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을 썼습니다. 고향, 피난 시기 등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사에서 지역 구분 Province는 '주'로, 주 내의 행정구역 District는 '구'로 번역했습니다.

- 마리아 : 마코미아구 무코조 출신. 2019년 3월 무장단체의 마을 습격으로 피난.

- 호아키나 : 키상가구 출신. 2019년 피난.

- 살리모 : 모심보아 다 프라이아구 출신. 2019년 11월 피난.

- 아싸니 : 마코미아구 샤이 출신. 2020년 피난.

- 마을 대표 : 모심보아 다 프라이아구 출신. 2020년 피난.

- 파울로 : 키상가구 카젬베 출신. 2020년 2월 피난.

- 셀리마 : 마코미아구 샤이 출신. 2020년 여름 피난.

- 압달라 : 모심보아 다 프라이아구 출신. 2020년 10월, 2022년 두 번 피난.

- 라시드 : 시우레구 마제제 출신. 2023년 2월 피난.

- 우쎄네 : 시우레구 시우레벨류 출신. 2024년 3월 피난.

※ 용어 통일 : 카부델가두에서 무력 공격행위를 이어가는 무장 단체는 '반군'이라고 적었습니다. 일련의 폭력 사태와 무력 충돌은 '분쟁'이라고 적었습니다.

※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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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대부' 이해찬 별세... "평생을 민주주의에 헌신"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베트남에서 치료 중 별세했다고 민주평통이 밝혔다. 향년 73세. 사진은 2025년 11월 열린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취임식에 참석한 이해찬 수석부의장 모습 ⓒ 연합뉴스

[기사 보강 : 25일 오후 7시 10분]

베트남 출장 중 건강이 악화한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별세했다.

민주평통은 이날 "이해찬 수석부의장님이 별세하셨다"라며 "현지 의료진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현지시간 1월 25일 오후 2시 48분 운명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유가족 및 관계기관과 함께 국내 운구 및 장례 절차를 논의 중"이라며 "유가족에게 따뜻한 위로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민주평통에 따르면 이 수석부의장은 민주평통 베트남 운영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2일 호찌민에 도착했다. 이후 23일 급작스럽게 몸 상태에 이상을 느껴 긴급 귀국 절차를 밟았지만 호흡 곤란으로 현지 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이 수석부의장은 현지에서 스텐트 시술 등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1952년 충남 청양에서 7남매 중 다섯 째로 태어난 수석부의장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재학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을 계기로 학생 운동에 뛰어들었다. 민주화 이후 정계에 입문한 고인은 7선 의원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취임했으며, 이후에도 민주 진영의 어른으로 구심적 역할을 해왔다. 이재명 출범 후 지난해 10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임명됐다.

이 부의장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이재명 대통령은 조정식 정무특보를 베트남으로 급파했다. 이재정·김현·이해식·최민희 의원 등 '이해찬계'로 통하는 의원들도 베트남 현지로 향해 국내 병원 이송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치권 애도글 잇따라... "민주주의 위해 헌신하신 이해찬 전 총리님... 명복을 빈다"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베트남에서 치료 중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6월 9일 '민주통합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수석부의장이 대의원들과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 ⓒ 유성호

이 부의장의 영면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에서는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별세 소식을 접하자마자 제주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로 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해찬 전 총리님께서 운명하셨다는 비보에 가슴이 무너진다"라며 "평생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님의 명복을 빈다"라고 추모했다.

고 이해찬 부의장의 문병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 중이던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평생동안 민주화와 민주정부를 위해 헌신하신 총리님, 훌훌 털고 편안히 영면하십시오"라며 "감사했고 진정으로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하겠습니다. 총리님!"이라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비서실장이 된 이후 총리님께서 하셨던 말들이 불현듯 떠오를 때가 많다"라며 "결국 정치는 사람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현실을 고민하셨다"고 고인을 기렸다. 그는 "'가치는 역사에서 배우고, 방법은 현실에서 찾는다' 총리님 삶을 관통하던 이 한 문장 저 역시 가슴에 새기겠다"라며 "한 번만 더 뵐 수 있다면 좋았을 것을요. 부디 평온하게 영면하시기를 바란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해찬 총리님은 평생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지키기 위해 헌신하셨다. 감히 후원회장을 맡기도 하였지만 늘 여쭙고 배웠다"라며 "2019년 제가 독화살을 맞던 시간 당신께서는 단호한 어조로 사태의 본질을 말씀하시며 흔들리지 말고 마음 굳게 먹으라고 당부하셨다. 꽉 잡아주시던 그 손을 잊지 못한다"며 추모 글을 올렸다. 조 대표는 "이해찬 총리님,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고 평온히 쉬십시오"라며 "가르쳐주신 대로 남겨주신 발자국을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당신의 치열함과 치밀함을 새기겠다"라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라며 "오랜 세월 대한민국 정치 현장에서 소임을 다하셨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라고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 "깊은 애도 표한다"

국민의힘도 "급작스러운 비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공식브리핑을 통해 "이해찬 수석부의장은 7선 국회의원과 국무총리를 지내며 정치의 중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분이었다"라며 "재야에서 시작해 국정의 책임을 맡기까지의 길은 우리 정치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국민들과 함께 슬픔 속에 계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인의 발자취를 기억하겠다"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오 시장은 "대한민국 정치의 한 축을 책임지시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신 고인의 발자취를 국민과 함께 기억하겠다"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슬픔 속에 계실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전했다.

#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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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대미 로비, 개인정보 유출 조사 ‘미국 기업 탄압’으로 둔갑

미국 여론 흔드는 쿠팡 로비

미 부통령, 쿠팡 사태 언급

“전략적 로비 없이는 불가능”

쿠팡, 4년간 156억 로비 활용

“조폭이 경찰을 협박하는 것”

쿠팡의 로비가 미국에 먹힌 모양이다.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쿠팡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온 가운데,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와 첫 만남에서까지, 쿠팡 사태를 언급한 거다.

김 총리는 밴스 부통령과의 만남에서 그가 가장 먼저 꺼낸 질문이 “쿠팡 문제였다”고 말하며 “양국 간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자는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보나 경제 협력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부통령급 회담에서 기업 간 문제를 최우선으로 언급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 내정 간섭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데일러 콜러(The Daily Caller) 기사 갈무리. (제목:그리노크스, 한국 정부 미국 기업 차별 및 베이징과의 유착 관계 비난) ⓒ The Daily Caller

2025년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참사를 기점으로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한국의 규제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란 주장이 거세진다. 이에 국내에서는 “미국의 정·재계가 쿠팡의 불법 행위는 외면하고 내정 간섭을 함부로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쿠팡의 주요 투자사인 그린오크스와 알리미터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는데, 로이터 통신, 비즈니스 와이어 등 해외 언론이 이를 그대로 보도하면서 미국 내 여론을 흔들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매체인 데일리 콜러(The Daily Caller)는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한중회담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자 공격’이라고 규정한 대럴 이사 하원의원의 기고문을 기재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22일 한국 정부의 조사가 ‘미국 기업 쿠팡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Unprecedented assault)’이라고 명시했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속적으로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테크 리더들을 공격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반복하고 있다.

쿠팡의 전방위적인 로비가 미국 정치권과 언론을 움직여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미국 매체인 악시오스(Axios)는 “벤처 캐피털이 국가를 상대로 이 정도 수준의 통상 압박을 가하는 것은 쿠팡의 전략적 로비 없이는 불가능한 이례적 행보”라는 취지의 분석을 내놨다.

이런 미국을 향한 쿠팡의 로비가 내정 간섭으로까지 치닫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로비 자금 공개 사이트인 오픈시크릿(OpenSecrets)과 미 상원 로비 공개 자료(Senate Lobbying Disclosure)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뉴욕 증시 상장 이후 2025년 3분기까지 약 1,075만 달러(한화 약 156억 원)를 로비 자금으로 활용했다.

이 때문인지, 미 정치권에서는 한국 정부의 규제를 미국 기업에 대한 적대적 행위라는 주장이 나온다.

에이드리언 스미스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장은 13일 청문회에서 “한국 규제 당국이 미국 기술 기업들을 공격적 표적 삼고 있다” 주장했고, 캐럴 밀러 하원 의원 역시 “한국 국회는 최근 통과된 ‘검열 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포함해 미국 기업을 겨냥한 입법을 계속하고 있으며, 미국인 경영진을 대상으로 ‘정치적 마녀사냥’을 시작했다”고 쿠팡을 옹호했다.

미 정치권의 이러한 발언들은 주권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하는 내정 간섭이자 통상 압력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한국 법령에 따른 엄중한 조사 대상임에도, 이를 ‘마녀사냥’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부의 수사 동력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135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안전한 쿠팡만들기 공동행동’과 ‘온라인플랫폼법제정연대’는 “미국 정·재계의 이러한 행태는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며, 쿠팡을 향해서는 “불법을 저지른 쪽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외부 힘을 빌려 공권력을 압박하는 행태는 조폭이 경찰을 협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준 기자jkim103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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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검찰에게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것은 국민”…175차 촛불대행진 열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1/25 09:50
  • 수정일
    2026/01/25 09:5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6/01/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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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4시 대법원 앞에서 촛불행동이 주최한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75차 촛불대행진’이 진행됐다. 

 

  © 김영란 기자


‘조희대를 탄핵하라! 국힘당을 해산하라!’는 부제를 단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연인원 약 3,100명이 매서운 한파를 뚫고 모였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이진관 판사가 ‘계엄을 막은 것은 우리 시민들의 용기였다’고 말했다. 내란을 단죄하는 것도 우리들의 용기와 투지에 달려 있다. 결국 국민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내란 단죄의 시간은 머지않았다”라면서 구호를 외쳤다. 

 

“대선개입 내란공범 조희대를 탄핵하라!”

“내란동조 내란본당 국힘당을 해산하라!”

“정교유착 위헌정당 국힘당을 해산하라!”

“검찰수사권 박탈하고 검찰개혁 완수하자!”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한덕수가 징역 23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던 내란 단죄의 장면 아닌가?”라고 한 뒤 “조희대는 이미 이진관 판사의 판결을 뒤집기 위해 항소심, 상고심 재판 작전을 짜고 있을 것”이라면서 “한덕수 23년 선고는 윤석열 사형 선고와 조희대 탄핵으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내란범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고, 내란범과 함께 정권을 운영했고, 내란 수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고, 내란 수괴의 체포를 온몸으로 방해한 국힘당”을 “정치계에 그대로 방치하는 것 자체가 직무 유기”라면서 “강력한 내란 정당 해산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외쳤다. 

 

이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내가) 검찰에 가장 많이 당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한 것을 염두에 둔 듯 “정치검찰에게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국민”이라면서 “정치검찰에게 바늘구멍만 한 틈도 허용하면 안 된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여기에서 한치의 후퇴도 허용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남명진 가천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는 “윤석열과 조희대 모두, 그 학교(서울대)를 졸업했다. 그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엉망이다”라면서 “인격 수양, 인성 교육은 뒷전이고 국가고시 합격에만 목숨을 거는 대학의 문제점이 아닌가? 법대뿐 아니라 수많은 부정부패한 관료들의 양성소가 되어버린 대학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법대 출신은 입법·행정·사법 요직을 독점하는 ‘권력의 입구’ 역할을 해왔다. 이들이 검사·판사·고위 공무원·정치인으로 서로 보호하는 카르텔을 형성하면서 잘못해도 견제 받지 않았다”라며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 권오혁 공동대표(왼쪽)와 남명진 교수.  © 김영란 기자


진미봉 안성평택촛불행동 회원은 “아직도 제 주변에는 제가 조희대 탄핵 집회를 간다고 이야기하면 ‘조희대가 무슨 대학교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썩은 가구에 페인트를 칠한다고 새 가구가 되지 않는다. 썩을 대로 썩은 국힘당은 당 이름을 바꾼다고 해도 더 이상 국민을 속일 수 없다”라면서 “다가오는 지방 선거에서 내란 정당에 단 한 표도 주지 않도록 끝까지 알릴 것이다”라며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날이 인천촛불행동 사무국장은 “(국힘당은) 오랜 기간 통일교, 신천지와 같은 세력과 끈끈한 유착 관계를 맺고, 그들의 조직력을 빌려 권력을 탐해왔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사이비의 손을 잡고, 그 대가로 인사권을 내주며 국정을 농단했다”라며 “국민의 안위보다 사이비의 이익을, 법치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국힘당은 존재 자체가 헌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 진미봉 회원(왼쪽)과 그날이 사무국장.  © 김영란 기자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고속터미널까지 행진했다. 

 

행진 차량 방송을 맡은 변은혜 씨는 “내란 주요 임무 종사자 한덕수가 징역 23년에 법정 구속이면 내란 수괴 윤석열은 필히 사형을 선고받아야 한다. 문제는 그 판결을 조희대가 꽂아 넣은 지귀연이 한다는 데에 있다. 주권자 국민이 조희대 사법부를 멱살 잡고 가자”라고 외쳤다. 

 

한편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진행하는 ‘촛불국민 속으로’ 시간에 조을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조 작가는 “대법원에 가면 ‘정의의 여신상’이라고 있다. 다른 나라의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가리고 있는데 한국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그게 우리나라 사법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라고 하여 이를 모티브로 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의의 여신상’이 눈을 가린 모습을 한 것은 피고의 신분이나 지위에 따른 선입견을 버리고 판결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 조을 작가.  © 김영란 기자

 

▲ 배우 백지은 씨가 최신 뉴스를 재미있게 풍자한 ‘백지의 촛불뉴스’를 진행했다.  © 김영란 기자

 

▲ 대진연 노래단 ‘빛나는 청춘’이 「국힘당 해산송」, 「우리가 바라는 대로」, 「들꽃」을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가수 정도훈 씨가 「재판을 아무나 하나」, 「내란청산 말달리자」, 「촛불로 내란청산하자」 등의 개사곡들을 불렀다.  ©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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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비호' 미국의 내정간섭…"이재명 정부는 굴복 말라"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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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 입력 2026.01.24 21:30

  • 수정 2026.01.24 22:15

  • 댓글 0

쿠팡 집요한 로비, 미국 정·재계 압박 점입가경

시민사회 "횡포 묵과 못 해…내정간섭 중단하라"

"주권 국가 정당한 법 집행과 규제 위축시키려"

"정부·국회, 흔들리지 말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쿠팡 영업 정지, 천문학적 과징금 부과 등 촉구

김민석 "밴스 부통령에 차별 대우 없었다 설명"

"양국 정상 관계, 특정 기업 로비에 안 흔들려"

여한구 "통상 보복? 오해 최대한 해소 노력 중"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불법기업 쿠팡 비호, 내정간섭 일삼는 미국 정·재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23. 연합뉴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빚은 쿠팡을 오히려 두둔하며 한국 정부와 여당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미국 정·재계를 향해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강한 규탄 목소리를 냈다. 김민석 총리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쿠팡을 차별 대우하는 것이 아니다. 쿠팡 수사를 일반적인 통상 이슈와 구분해야 한다"고 설득하면서 사태가 한미 양국 간 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쉽게 인식을 바꿀 태세가 아니다.

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연구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택배노조,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135개 단체가 결성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맞은편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정·재계의 쿠팡 비호와 내정간섭 행태를 규탄하고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 정부와 국회에는 미국 측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범죄 기업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와 제재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당당하게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엄미경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쿠팡은 우리 국민을 우롱하는 불법 기업이자 반사회적 기업이다. 노동자의 과로사를 조장하고 은폐, 조작했으며 노조 탄압을 기획했기 때문"이라며 "쿠팡은 사과는 하지 못할망정 되레 미국 정·재계를 통해 내정간섭을 하려 한다. 이런 쿠팡의 반사회적 태도와 미국 정·재계의 내정간섭을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쿠팡은 당사(當社)의 입장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소가 웃을 일이다. 핵심 이해관계자인 주요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의 법 집행이나 제도적 대응을 문제 삼아 미국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관련이 없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면서 "쿠팡 사태의 본질은 외교도 통상도 아니다. 한국에서 벌어진 불법과 불공정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정부와 국회는 흔들리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은 "자영업자들의 피땀 어린 고혈을 짜내며 성장한 쿠팡의 파렴치한 행태와, 그런 범죄 기업을 대놓고 두둔하며 우리나라의 주권을 흔드는 미국의 오만한 태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이런 내정간섭을 계속한다면 미국산 불매 운동에 전 자영업자가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불법 기업 쿠팡 두둔 미국 정·재계, 주권 침해 당장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미국 정·재계의 일련의 협박성 움직임을 들어 "주권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과 규제 권한을 왜곡하고 위축시키려는 적반하장이자 언어도단"이라며 "이들이 쿠팡이 한국에서 벌이고 있는 온갖 불법과 편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불법을 저지른 뒤 수사와 규제를 압박으로 되돌려놓으려는 쿠팡의 행태는 경찰을 협박하는 조직폭력배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미국 상장 기업이 기본적인 정보보호 조치도 하지 않아 한국 국민의 4분의 3에 달하는 막대한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그런데도 미국 정·재계가 해당 사안의 심각성이나 피해 회복, 기업의 책임을 언급하기는커녕 한국 정부의 조치를 문제 삼아 외교·통상적 압박에 나선 것은 문명국가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니다"라며 "만약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거두면서 미국 노동자들을 과로사시키고 자영업자들을 수탈하며 337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어도 가만히 있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 시민들은 힘을 앞세워 쿠팡의 책임을 무마하려는 미국 측의 횡포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 정·재계의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당당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며 "불법 기업 쿠팡의 영업을 정지시키고 희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라. 쿠팡을 포함해 독과점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조속히 도입하고 국제투자분쟁에도 엄중히 대처하라"고 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동시통역기 착용 요구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30. 연합뉴스

앞서 쿠팡의 미국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2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현저히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며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하고 한국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및 기타 제재를 포함한 무역 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 쪽에는 "쿠팡에 대한 차별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기 때문에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할 의향이 있다"는 내용의 의향서를 발송했다.

이들은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중국 대기업들과 긴밀한 관계(close ties)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한국 및 중국의 대기업 경쟁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악의적 '반미·친중' 프레임 공세까지 펼쳤다. 쿠팡의 3300만 개 계정 유출 사고를 두고 실제 유출 건수는 3000개에 불과하다는 일방적 논리를 반복하면서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한 차별적 캠페인을 중단하지 않으면 수십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 중재의향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을 수신인으로 기재했다.

이 같은 으름장에 미국 연방 의회 의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집요하게 로비를 벌인 쿠팡 측 노림수가 통한 것으로 보인다.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의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공화·네브래스카)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무역소위 청문회에서 "내가 관찰하기에 한국은 미국 기업들을 명백하게 겨냥하는 입법 노력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며 "한국 규제 당국은 이미 미국의 기술 리더들을 공격적으로 표적 삼고 있는 것 같다. 쿠팡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 조치가 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캐롤 밀러 하원의원(공화·웨스트버지니아)도 다른 나라들이 디지털 분야에서 자유로운 교역을 계속 막으려고 한다며 이런 움직임이 "한국에서 가장 명백하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밀러 의원은 "한국이 최근 두 명의 미국 경영인을 상대로 정치적 마녀사냥을 시작했다"고 규정했는데, 이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와 김범석(범킴) 쿠팡 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에 대한 수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1.24 [총리실 제공]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방문 중인 김민석 총리는 23일(현지시간) JD 밴스 미국 부통령에게서까지 쿠팡 관련 질문을 받음으로써 이 문제가 한미 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현실을 직접 실감해야 했다. 김 총리는 이날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백악관에서 진행된 회담 내용을 소개하며 밴스 부통령이 "미국 기업인 쿠팡이 시스템이 다른 한국에서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문제가 되는지 궁금해했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나는 쿠팡 문제에 대해 미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료히 얘기했고, 밴스 부통령은 아마 한국 시스템 아래 법적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면서 이해를 표했다"며 "그럼에도 밴스 부통령은 이 문제가 양국 정부 사이에 오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과열되지 않게 잘 상호 관리를 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밴스 부통령의 문제 제기에 적극 공감하고 이후 쿠팡 진행 상황에 대해선 팩트를 있는 그대로 최대한 가장 신속하게 공유받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쿠팡 투자사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반미 친중' 성향으로 몰아간 데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낙관적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 들어와서 한미 양국의 정상 간 (관계가) 특정 기업이 로비로 흔들 수 있는 정도의 단계를 넘었다. 그것보다 훨씬 단단해졌다"며 "양국 어느 정부도 특정 기업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차별을 이유로 당사국 정부에 호소해서 진실을 왜곡시킬 수 있을 정도로 허약한 기반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게 오늘 회담의 의미"라고 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2026.1.23 [산업통상부 제공] 연합뉴스

한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다보스포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쿠팡에 대한 국내 수사를 일반적인 통상 이슈와 구분해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24일 밝혔다. 여 본부장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출장 일정을 마치고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나 쿠팡에 대한 국내 수사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아니며 통상 문제로 비화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에게 "쿠팡이 미국 기업이라 그런 게 아니다. 한국 기업이 이런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겪었더라도 동일하게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게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여 본부장은 미국 측의 관세 부과 등 통상 보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그 단계까지 예단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USTR 등 미국 정부, 의회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오해되는 부분을 최대한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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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은 왜 이주노동자의 무덤이 됐나

입력 2026.01.25 08:00

양돈 산업 규모 커지고 고도화…이주노동자 의존도 높은 고용 구조

작업환경 열악해 질식 등 사고 빈발…농장주 폭언·폭행도 끊이지 않아

2023년 3월 경기도 포천의 한 돼지농장주가 10년간 농장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태국 국적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시신을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근무했던 돼지농장.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 제공

[주간경향] 지난 1월 19일 제주도의 한 농장. 작업 중이던 6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분뇨처리장에 빠졌다. 크레인으로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분뇨에서 나오는 가스에 질식해 의식을 잃고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일주일 전인 1월 12일에는 전북 김제의 한 농장에서 추락 사고가 일어났다. 태국 국적의 남성이 가림막 보수 작업을 위해 3m 높이 지붕에 올라갔다가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안전 장구는커녕 사다리도 없이 높은 곳에 올라가 작업을 했다고 한다. 추락한 남성은 뇌를 다쳤고, 현재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에는 전북 정읍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네팔 국적 남성 3명이 농장 관리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남성들은 이 농장에서 일하면서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뒤인 12월 20일에는 정읍의 또 다른 농장에서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일하는 도중 잠시 쉬는 시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경찰이 경위를 파악 중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전국의 돼지농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돼지농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일들이기도 하다. 돼지농장에서는 잊을 만하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안전사고가 일어난다. 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도 이따금 수면 위로 올라온다. 재해 희생자가 한국인인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외국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희생된다. 폭언, 폭행, 괴롭힘 등은 거의 모두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왜 돼지농장에서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지를 살펴봤다. 이주노동자 의존도가 높은 고용 구조, 다른 축산농가보다 위험한 작업 환경, 그럼에도 미비한 안전 의식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규모가 커지고 고도화된 양돈 산업의 이면이기도 하다. 잇단 사고에도 당국이 충분한 지도·감독에 나서지 않으면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돼지농장 지탱하는 이주노동자

우리나라 농림업 생산 품목 중에 생산액이 가장 많은 단일 품목은 무엇일까? 경작 농가만 100만가구에 달하는 쌀보다 생산액이 많은 품목이 하나 있다. 돼지다. 2024년 돼지 생산액은 약 9조2000억원 규모로 전체 농축임산물 중 1위를 차지했다. 생산량도 많고 소비량도 많다. 양돈업계의 규모화, 기업화가 이를 가능케 했다.

농산물 생산액 3위를 차지한 한우와 비교하면 돼지농가들이 얼마나 산업의 규모를 키워왔는지를 더 잘 알 수 있다. 돼지의 경우 전국 약 5500개 농장이 1100만마리의 돼지를 키운다. 농장 1곳당 평균 2000마리가량의 돼지를 키울 정도로 규모를 갖춘 셈이다. 반면 한우는 7만8000개 농장이 340만마리의 소를 키운다(이상 2025년 3분기 가축동향조사). 대규모로 소를 키우는 농장도 있지만, 전체 농장의 45%가량은 20마리 미만의 소를 키우는 소규모 농장이다.

여타 축산농가와 달리 돼지농장에서 이주노동자 관련 사건·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도 이 규모의 차이와 관련 있다. 예컨대 소규모 농장의 비중이 높은 한우농가는 농가당 평균 고용 인력의 수가 많지 않다. 농장주가 자신이나 가족의 노동력을 우선 활용하다 보니 전체 고용 인력에서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5% 수준으로 낮다. 반면 농가당 사육두수가 많은 돼지농장은 노동력도 더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열악한 근무환경, 저임금 등의 이유로 내국인 노동력을 수혈하는 데 실패하면서 이주노동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돼지농가는 1만7500여명의 노동자를 고용했는데 이중 48.9%가 이주노동자였다.

양돈농가 컨설턴트인 김정현 신박한컨설팅그룹 대표는 “양돈농가는 자동화가 좀 진행됐다 하더라도 사육두수가 많아 사람이 손으로 해줘야 하는 업무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 시골에 있다 보니 젊은 한국인은 거의 오지 않는다. 그만큼 외국인 비중이 늘어났고,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지게 됐다. 현재는 외국인들이 관리자이거나 책임자인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주노동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안전관리는 그에 걸맞게 변화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돼지농장에서 일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이주노동자 대상 교육이나, 농장 내 위험 요인에 대한 외국어 표지판 비치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가 지난해 돼지농장 이주노동자 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농장에 모국어로 된 안전 표지판이나 안내서가 없다고 답한 노동자가 15명에 달했다. 응답자 중 14명은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교육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2024년 12월 전북 완주군의 한 돼지농장 분뇨처리장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2명이 황화수소에 질식해 사망했다. 사고가 일어난 분뇨처리장 사진. 전북소방본부 제공

빈발하는 질식사고

돼지농장은 그 자체로 위험한 일터이기도 하다. 다른 축산업과 달리 돼지농장에서만 발생하는 치명적인 산재 유형이 있다. 돼지 분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질식사고다. 대부분의 돼지농장은 틈새가 있는 바닥재인 ‘슬로트’ 위에서 돼지를 키운다. 과거에는 사람이 일일이 돼지 분뇨를 치웠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분뇨가 자연스럽게 아래로 흘러내리는 슬로트 돈사가 보편화됐다. 틈새로 흘러내린 분뇨는 농장 한편의 집수조에 저장된다. 문제는 슬로트로 떨어진 이물질에 의해 배관이 막히거나 집수조 내 설비가 고장 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집수조에 모인 분뇨는 부패하면서 황화수소라는 중독 가스를 머금게 되는데, 작업자가 배관을 뚫기 위해 분뇨를 헤집는 순간 한 번에 가스가 배출되면서 질식사고로 이어진다.

지난해까지 대한한돈협회 부회장을 지내며 양돈농장의 질식사고 문제를 들여다본 문석주 바른농장 대표는 “산업이 발전하고 분뇨 처리 시설이 바뀌면서 위험도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 예전부터 반복되는 사고라 예방 교육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가스가 나오는 걸 알면서도 배관이 막히면 돈사로 분뇨가 역류하니까 급한 마음에 들어간다. 양돈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인명 피해 규모가 크다는 점도 질식사고의 특징이다. 질식해 쓰러진 작업자를 구하려고 들어간 동료 작업자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4년 12월 전북 완주의 한 돼지농장에서는 분뇨처리장에 연결된 관을 청소하던 이주노동자가 돌연 기절하는 질식사고가 발생했다. 관에 있던 오래된 분뇨가 흘러나오면서 황화수소 가스에 질식된 것이다. 황화수소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쌓이는데 해당 작업자는 다행히 벽면에 기대 쓰러지면서 목숨을 건졌다. 다만 그를 구하러 분뇨처리장에 들어간 한국인 농장주와 동료 이주노동자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목숨을 잃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가축사육시설 재해 현황을 보면 2010~2021년 질식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10건 발생해 15명이 숨졌다.

안전보건공단은 밀폐공간 작업 시 크게 3가지를 지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작업 전이나 중간에 산소와 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밀폐공간에 들어가기 전 충분히 환기를 시키며, 산소 공급용 송기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가에서는 실정에 맞는 안전장비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고 본다. 송기마스크의 경우 일반 방독마스크와 달리 산소통이나 전동 송풍기 등 산소 공급원과 연결해 사용해야 하는데 작업자들이 휴대하기가 쉽지 않다. 분뇨를 헤집는 순간 한 번에 터져나오는 황화수소의 특성으로 인해 작업 전 가스 농도 측정과 환기에도 한계가 따른다. 언제 급격히 가스가 확산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농장 내에 가스 농도 측정기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농장주들은 난색을 표한다. 분뇨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등 부식성 가스로 인해 장비를 정상 작동 상태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문석주 대표는 “지난해 한돈협회에 있으면서 작업자가 허리에 착용할 수 있는 휴대용 황화수소 감지기 개발을 업체에 의뢰했다. 농도가 짙어지거나 작업자가 쓰러지면 알림이 울리는 구조다. 1억원의 개발비가 필요해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의 예산 지원 여부를 검토했으나 결과적으로 지원받지 못했다. 현재 시제품이 나오는 단계인데, 이런 장비가 농장에 보급돼야 한다”고 했다.

돼지농가에서 재래식 재해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을 꼽기도 한다. 전북 지역은 지난 1년 동안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인명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그때마다 지역의 노동단체들이 돼지농장에 대한 실태조사와 관리·감독을 요구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에는 노동단체들이 돼지농장 이주노동자를 알음알음 조사해 만든 제안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유기만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 운영위원은 “농장의 가축 전염병 예방은 체계가 갖춰져 있고 지침도 명확하다. 반면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농장의 어떤 작업이 위험한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작업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주먹구구로 전달된다. 실태조사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해도 이렇다 할 답변이 없다. 방관이 부른 재해라고 본다”고 했다.

처우도 개선해야

돼지농가가 개선해야 할 것은 산재 위험만이 아니다.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처우도 개선해나가야 한다. 매년 돼지농장에서는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엽기적인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2023년에는 경기도 포천의 한 야산에서 태국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시신이 발견됐다. 인근의 돼지농장에서 10년간 일하던 사람으로, 그가 쓰러지자 농장주는 그의 시신을 유기했다. 그는 축사 안에 있는 숙소에서 생활했고, 1000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해당 농장의 유일한 고용 인력이었다. 지난해 2월에는 전남 영암의 돼지농장에서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자살했다. 원인은 농장주의 잦은 폭행과 괴롭힘이었다. 농장주는 동료 이주노동자 10명을 상습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다룬 책 <돼지 똥통에 빠져 죽다>의 저자 최선희 활동가는 “제조업과 달리 농촌에서는 이주노동자와의 고용 관계가 정립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일을 시켰다가 저 일을 시키기도 하고, ‘내가 너를 이만큼 살게 해줬다’는 시혜적인 분위기도 있다. 그 연장선에서 폭언, 폭행이 일어난다”고 했다. 유경희 전북노동권익센터 노무사는 “현재는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느냐가 농장주의 인성에 달려 있다. 실제로 이주노동자들이 국적별로 공동체를 만들어서 어디 농장주가 괜찮고, 어느 농장이 사고도 안 난다는 정보를 공유하는 상황이다. 결국 반복되는 사건을 막으려면 노동청이 책임 주체가 돼 현장 지도·감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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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백마 탄 여인'의 감동 스토리... 한국인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무의 노래> 스틸 이미지 ⓒ 미디어나무

믿기지 않는 영화를 봤다. 니카라과에 사는 백마 탄 공주의 이야기였다. 나라 이름도, 주인공도, 내용도 동화나 판타지 영화에 어울릴 법한데, 놀랍게도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백마를 타고 우거진 밀림 숲을 둘러보는 백발의 할머니의 모습이 나온다.

새의 속깃털 같은 보드랍고 새하얀 머리카락에, 흰색 옷을 즐겨 입는 모습 때문인지, 할머니라는 단어에 다 담을 수 없는 신비롭고도 맑고, 우아한 느낌을 풍기는 분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공주님'이라고 하나보다 생각했는데, 실제 조선 왕조의 후손이라는 걸 영화 중반부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숲 속을 거니는 내내 "아름답다!"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고, 커다란 나무 앞에 서서 끊임없이 경이로움 표현했다. 삶에서 받은 것들이 너무 많아, 죽기 전에 돌려주고 가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로 하고 이미 70, 8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 면적이 여의도의 7배가 된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황무지에서 몇십 년간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든 장 지오노 작가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책의 실사판이 아닐 수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무의 노래> 스틸 이미지 ⓒ 미디어나무

수십 년 전 44달러를 들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고, 과학자로 살아가며 세포를 연구하며 우주를 만났다는 그녀가 맨해튼 할렘가 건물을 사게 된 것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였다. 그 후 부동산으로 번 돈으로 니카라과에 맨해튼 크기의 땅을 사서 나무를 심어왔다고 한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돈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한 번도 그 돈을 내 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삶의 의미와 소명을 향한 단단한 중심과 힘이 느껴졌다. 그처럼 생각하고, 목표한 것을 현실로 이루는 삶을 살아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 해답은 영화 전반에 배경처럼 깔린 그녀의 목소리에서 찾을 수 있었다.

"두려움이 있을 때는 황홀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

"지난 과거를 후회하게 되면 생명이 멈추고, 썩기 시작한다."

"우리가 자신을 보지 못하면 유명해지려는 공명심을 목적으로 살게 된다. 그렇기에 자기를 상실하게 되고 관념의 틀 때문에 보고, 느낄 수 없게 되고, 자연에서 멀어지게 된다."

교육자이자 엄마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비교와 경쟁을 기반으로 한 현실의 교육이 진정한 자신을 만나고 자연과 연결하는 것과 반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동시에 진정한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나 암기로 이루어질 수 없고, 행동과 삶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신했다.

패널 대담과 관객과의 대화 ⓒ 달리아

지난 24일 다큐멘터리 영화 <나무의 노래> 상영회에 갔다. 묵직하고도 뭉클한 감동에 영화가 끝나고도 사람들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엔딩 크레디트에 주인공 다음으로 영화에 출현한 나무, 동물 등이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 어떤 마음으로 촬영했는지 단박에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뒤 이지혜 영화저널리스트의 진행으로 진재운 감독, 현경 교수, 김이나 작사가, 달시 파켓 번역가의 대담과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현경 교수의 <연약함의 힘>이라는 책에서 소개되었던 공주님의 이야기가 몇 년에 걸쳐 영화로 만들어진 이야기, 김이나 작가가 흔쾌히 내레이션을 수락했다는 이야기, 전갈에 쏘이는 등 여러 고생을 하며 만들었다는 이야기 등 영화의 뒷이야기도 재미가 쏠쏠했다. 즉석에서 QR 코드로 만들어진 오픈채팅방에는 가슴 뜨거운 감상평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선재 스님도 감상을 나눠주었고, 영화 <수라>에 출현했던 정희정 님은 수라의 대사 "아름다움을 본 죄"를 언급하며, 이런 영화들이 100개의 극장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늦은 겨울밤임에도 400석이 넘는 자리를 꽉 채웠던 대부분의 관객들이 남아, 마치 나무들이 산소를 내뿜듯, 각자의 가슴에서 솟아 나온 감동의 여운을 밤 10시가 될 때까지 나누었다. 문을 열고 나서는데, 하얀 가루 같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금세 눈이 쌓이며 하얗게 뒤덮인 거리에 발걸음을 내딛다 보니, 영화에 나왔던 인생을 사는 자세에 대한 대사가 내 안에서 울려 퍼졌다.

"첫눈이 내린 거리에 처음 발을 내딛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낸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걸어갈 때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만나게 된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무의 노래> 스틸 이미지 ⓒ 미디어나무

집에 도착해서는 문득, 대학생 때 읽고 좋아서 따로 적어두었던 나무에 대한 글이 떠올라 찾아보았다.

"나무들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 사람은 더 이상 나무가 되려고 갈망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 이외의 다른 무엇이 되려 하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고향이다.

그것이 행복인 것이다."

-헤르만 헤세, <정원 일의 즐거움> 중에서.

'나무는 말을 하고, 그녀는 듣는다'라는 영화 포스터의 말처럼, 그녀는 이미 나무의 노래를 듣고, 자신만의 고향과 행복을 찾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통해 <나무의 노래>를 더 많은 사람들이 듣길 바란다.

'그 노래를 듣는 이들은 깨어날 것이고, 깨어난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무가 될 것이고, 그 나무들은 연결되어 숲을 이룰 것이며, 그 숲은 기어코 이 땅의 무수한 상처를 무한한 사랑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와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나무의노래#진재운감독#니카라과#조선공주#환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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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도발의 몸통은 누구인가, 전쟁 획책 잔당의 뿌리를 뽑아라

  • 기자명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6.01.23 15:42
  •  
  •  댓글 0
 
   
 
북이 '한국은 무인기에 의한 주권 침해 도발을 또다시 감행한 데 대하여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10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했다.
북이 '한국은 무인기에 의한 주권 침해 도발을 또다시 감행한 데 대하여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10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했다.

민간인이 무인기를 북으로 날린 사건은 한 개인의 철부지 행동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쟁 개시 행위"라 규정한 것처럼, 이는 한반도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도발이다. 민간의 가면을 쓰고 남북 긴장을 조작하려는 배후 세력의 검은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

무인기 침투의 전말

북은 1월 10일, 작년 9월과 올해 1월에 남측에서 침입한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튿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내어 "한국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했다"며 그 실체를 밝히라고 거세게 압박했다. 도발이 계속되면 "끔찍한 사태"를 보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1월 13일에도 사과와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정부는 1월 11일 "북을 자극할 의도가 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군과 경찰이 합동조사단을 꾸려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1월 20일 국무회의에서 "민간인이 제멋대로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엄중히 꾸짖었다.

당국은 민간인 피의자 3명을 특정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월 21일에는 전담팀이 이들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확보했다. 23일에는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번 수사에서 범인 한 명 잡는데 그쳐선 안 된다. 무인기를 누가 만들고 개조하는데 동조한 이들은 누구인지, 비행 데이터와 자금이 어디서 흘러왔는지 파헤쳐야 한다. 특히 국가기관이 이들과 어떤 음험한 접촉을 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다.

무인기 업체와 외환 세력의 위험한 유착

사건의 배후에는 전쟁 기획의 냄새가 짙다. 무인기 제조업체 '에스텔엔지니어링'의 대북이사는 2024년 10월, "민간 영역의 평양 침투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민간 침투를 정상화하자는 발상은 통제 밖의 군사 충돌을 부추기는 범죄적 선동이다.

 

불법 도발을 부추기는 주변의 반응은 더 가관이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들을 "깨어있는 청년들"이라 미화했다. 군사적 긴장을 폭발시킬 위험한 장난질을 영웅시하는 풍조가 도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국군정보사령부와의 연관성이다. 정보사가 2024년부터 이 업체와 접촉하고 설립 자금까지 지원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은 민간의 도발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기획하고 사주한 ‘전쟁 기획’이다.

상명하복의 지시였는지, 묵인이었는지, 혹은 개인적인 뒷거래였는지 그 구조를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실행자의 처벌을 넘어 기획자와 자금줄, 그리고 이를 방치한 윗선까지 모두 법정에 세워야 한다.

전쟁 광신자들의 씨를 말려라

무인기 침투는 한반도를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는 천인공노할 짓이다. 전쟁을 조작해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잔당의 수법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윤석열 내란 수괴와 그 부역자들을 이 위험한 도발의 책임자로 엄벌해야 한다. 수사가 깃털 같은 민간인 몇 명에서 멈춘다면 그것은 민중을 기만하는 행위다. 누가 이들을 사주했고, 누가 이 위험을 바랬는지 끝까지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나라의 안위를 파는 외환 일당들을 영원히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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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교·학력 채용차별 방지법’ 대회 학벌사회 정조준

하성환 시민기자

ethics60@naver.com

한국교육의 위기와 민주시민교육(인간과 자연사, 2025)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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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30조원 시대, 입시 경쟁 교육에 고통 가중

국민 85% 이상 "채용 과정에 학벌의 영향 있다"

74% 이상은 " 채용 과정에 출신학교 차별 심각"

출신학교 채용 차별 금지 법안은 보수정당이 주도

‘채용 절차 공정화법’ 제4조 3항 개정 꼭 필요

출신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장면. 왼쪽부터 백승아 의원, 박홍근 의원, 김주영 의원, 안민석 전 의원, 강득구 의원, 손봉호 교육의 봄 이사장, 강경숙 의원, 서왕진 의원,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 최교진 교육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 교육의 봄, 국민대회 조한준 제공)

2026년 1월 2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출신학교·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약칭 ‘출차법’) 국민대회가 열렸습니다. 국가 공식 전자 정부 통계(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이 29.2조 원입니다.

 

초중고 사교육비가 매년 증가해 2024년 초중고 평균 474,000원에 달했다.(출처 : e - 나라지표)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가 2012년 23만 6000원에서 매년 올라 2024년엔 1인당 47만 4000원에 달했습니다. 의대 열풍으로 최근 초등 의대반, 4세 고시반, 7세 고시반이 등장할 정도로 경쟁 교육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한민국 어린이·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가 79.5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꼴찌 수준이라는 사실입니다.(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2021년 12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 11쪽)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발표한 ‘2024 아동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45.3점으로 매우 낮습니다. 맞벌이 부모의 늦은 귀가와 학원 수강 탓에 어린이·청소년 네 명 중 한 명꼴로 '혼밥'하는 현실입니다. 불행하게도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자살 충동을 경험하고, 어린이·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국가입니다. 실제로 2023년 한 해 동안 자살 사망한 초·중·고 학생이 214명입니다. 무엇보다 어린 초등학생조차 우울감 지수가 높다는 점이 걱정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이탈리아 언론 '라 레푸블리카'에 “한국에서 고교 마지막 생활이 너무도 고통스러워 죽고 싶었다”고 고백하며,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2026 미국경제학회에서 대한민국 입시 경쟁교육 시스템을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실제로 초초저 출산율은 그것의 결과입니다. 21세기 들어 출산율이 1.48명(2000년), 1.23명(2010년), 0.75명(2024년)으로 계속 추락하는 현상이 방증합니다.

저출산 – 초저출산 - 초초저출산으로 치닫는 현상은 학벌과 학력을 절대시하는 경쟁교육의 끝없는 고통, 그에 따른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청년 주거권을 보장하지 않는 취약한 복지 현실과 취업난도 가세했습니다. 2025년 사교육비 총액은 아마도 30조 원을 훌쩍 넘기겠지요.

 

리얼미터 여론 조사 결과 기업 채용 과정에서 학벌의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5.2%에 달했다(출처 : 교육의 봄 제공)

‘출차법’을 주도한 ‘교육의 봄’이 강득구 의원과 공동으로 의뢰한 리얼미터 여론조사(2024년 9월 20~21일)에 따르면 국민 85.2%가 기업 채용 과정에 ‘학벌의 영향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기업 채용 시 학벌, 출신학교 차별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4.7%에 달했다.(출처 : 교육의 봄 제공)

게다가 응답자 중 74.7%는 ‘채용 과정에 출신학교 차별이 심각하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이젠 출신학교 차별, 학력 차별을 멈춰 세울 때가 되었습니다. AI 시대, 미국 실리콘 밸리 빅테크 기업들마저 인재 채용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졸 학력에 의존하지 않고 고졸자라도 능력이 있으면 과감히 채용하는 추세입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 제정되고 1994년 시행했으며 2014년 박근혜 정권 당시 학력 차별을 추가한 법 개정이 있었다. (교육의 봄 제공)

우리나라 역시 1993년 김영삼 정권 때 ‘고용정책기본법’을 제정했습니다. 성별, 신앙, 연령과 출신지역, 출신학교를 이유로 채용 차별을 금지했습니다. 이후 2014년 박근혜 정권 시절엔 법을 개정해 '학력 차별'도 추가해 채용 차별을 금지했지요. 모두 보수 정당 집권 시절 있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음에도 고졸 학력이나 출신 학교를 따지는 차별은 여전합니다.

 

2016년 신입 행원 채용 당시 이른바 SKY, 위스콘신대 출신의 면접 점수를 임원들이 조정해 합격 처리한 하나은행 사례. (교육의 봄 제공)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출신 대학을 따져 임원들이 면접 점수를 조정해 합격과 불합격이 갈린 사건입니다. 공공기관인 충청북도가 2023년 11월 행정 인턴을 채용할 때 대학생으로 지원 조건을 제한하면서 학력 차별을 당연시한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졸 학력은 아예 지원조차 못하게 원천 배제했으니까요. 연세대, 조선대 등 사립 대학들 역시 2020년 교직원 채용 당시 출신 학교별로 차별해 채용했던 사실이 교육부 감사에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명백히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1항을 위반한 경우입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지만 이를 무시했습니다. 결국 교육부 감사에서 가벼운 경고 처분으로 끝났지요. 법을 어겨도 처벌 조항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응원봉 빛을 배경으로 출신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펼침막 (교육의 봄, 국민대회 조한준 제공)

지난 1월 20일 ‘출차법’ 국민대회는 법 개정을 통해 처벌 조항을 삽입하려는 교육·시민 운동 단체의 절규였습니다.

 

채용 절차 공정화법 제4조 3에 출신학교와 학력을 삽입해 개정하려는 법률안 (교육의 봄 제공)

다시 말해 2020년 시행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의 3( 출신지역 등 개인 정보 요구 금지)에서 용모, 키, 체중, 출신 지역, 학력뿐만 아니라 ‘구직자 본인의 출신학교· 학력(學歷)’을 법 개정 시 삽입할 것을 촉구하는 외침입니다. 앞으로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채용 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7조 2항(과태료)에 근거해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게 됩니다.

 

출신학교 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의원들과 국무위원들(출처 : 교육의 봄, 국민대회 조한준 제공)

그런 의미에서 ‘출차법’ 국민대회는 공교육 정상화의 첫 걸음을 뗀 역사적인 일이었습니다. 교육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국가교육위원장 등 3명의 국무위원이 참석하였고 법안을 발의한 강득구 의원을 비롯해 8명의 국회의원과 서울시 교육감이 자리를 함께한 뜻깊은 대회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운동을 주도한 ‘교육의 봄’(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을 중심으로 311개 단체가 연대하고 420명이 참석한 국민대회였습니다. 대강당 좌석이 300석인데 양쪽 통로 바닥에 빼곡하게 앉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특히 법안 공동 발의에 이름을 올리는 걸 놓쳤던 교사 출신 백승아 의원은 축사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열심히 돕겠다”며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박홍근 의원은 “교육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국회의원은 명령을 따르는 자”라고 역설했습니다. 안민석 전 의원 또한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밥값 하는 거”라며 힘을 보탰습니다.

 

학벌이라는 거대한 괴수를 겨냥해 국회가 쏘는 첫 화살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하성환 시민기자)

무엇보다 가장 인상에 남는 발언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었습니다. 그는 출차법이 “거대한 괴수 같은 학벌주의를 국회가 정조준하여 쏘는 첫 화살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새로운 시야와 전망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모쪼록 망국적인 사교육비를 줄이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입시 고통에서 조금은 해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아가 갑갑한 현실에서 꿈을 꿀 수 있도록 ‘출차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출차법’ 개정을 주도하는 ‘교육의 봄’(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이 2월 안에 법 개정을 마치겠다는 각오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만큼 311개 연대단체의 의지와 열정이 충천한 국민대회였습니다.

처벌 조항 과태료가 500만 원이 아니라 해당 기업주나 공공기관장을 단호하게 징역형으로 처벌한다면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더욱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아이들이 겪는 경쟁교육의 고통과 부모들이 떠안은 사교육비 고통이 일부 사라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초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나아가 더 근원적인 처방으로 ‘출차법’ 개정과 동시에 대학 무상교육과 사회주택 공급을 통한 청년 주거권 실현을 요구합니다. 북서유럽 교육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대학 무상교육을 실현했습니다. 우리도 10조 원 정도면 대학 무상교육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진보당 정책자료)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 교육받을 권리를 인정하거나 교육의 사회 환원 효과를 생각하면 대학 무상교육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입니다.

나아가 핀란드 국민 7명 중 한 명이 국가가 제공한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것처럼 국공유지에 사회주택을 지어 청년들이 저렴한 월세로 평생 살 수 있도록 주택 정책을 대전환해야 합니다. 공무원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 자원관리공사, 해양수산부 등 적잖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 대법원, 대검찰청 등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그 공간에 청년 사회주택을 건설하면 가능합니다. 미8군이 머물던 용산동4가 80만 평에도 대규모 사회주택을 지어 청년들에게 제공해야겠지요.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는 게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정부의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유·초·중·고·대학 무상교육이 실현되고 청년들에게 사회주택이 제공되며 정부가 복지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저출산 문제는 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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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속인 트럼프... 마음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평화위원회'를 공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위원회는 원래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이후 가자지구 재건을 감독하기 위해 구상됐으나, 헌장상 활동 범위가 가자지구로 제한돼 있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유엔(UN)에 맞먹는 기구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연합뉴스/AFP

2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를 출범시켰다. 참여를 약속한 국가들의 정상들과 관료들이 자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 헌장에 서명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수십 년의 고통을 끝내고, 수 세대의 증오와 학살을 중단하고, 해당 지역과 전 세계를 위해 아름답고 영구하고 영광스러운 평화를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명식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아르헨티나, 아제르바이잔, 인도네시아, 헝가리, 모로코, 파키스탄 등 주로 중동, 아시아, 남미 지역의 19개국이 참여했다. 백악관 고위관리는 21일 50개 이상의 국가에 초청장을 보냈고 그중 35개국 정도가 서명식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국들은 참여하지 않았고 헝가리 외에 유럽국가들의 참여도 없었다.

한국도 초청장을 받았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초대받은 협의체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어떤 국가가 참여할지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들이 평화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거나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힌 이유는 평화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CNN이 입수한 헌장은 여러 면에서 평화위원회의 구성과 기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원회의 종신 의장을 맡는 것으로 이는 대통령 임기 종료 후에도 의장직을 계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장에 따르면 종신 의장인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자발적인 사임이나 직책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일 때 이사회의 전원일치 표결"로 교체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위원회를 사유화할 수 있고, 자신의 국제정치 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평화위원회를 악용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가장 큰 의심을 부르는 건 기능에 대한 것으로 헌장은 평화위원회를 "분쟁의 영향이나 위협에 처한 지역에서 안정 증진을 추구하고, 신뢰할 수 있고 합법적인 통치를 복원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확보하는 국제기구"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위원회를 유엔의 역할과 기능을 대체할 기구로 생각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는 내용이다.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로 향하기 전 연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평화위원회가 유엔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의심에 종지부를 찍고 자신의 진짜 의도를 확인했다. 그는 "유엔은 그동안 유용하지 않았다. 난 유엔의 잠재력을 높이 사지만 유엔은 전혀 그런 잠재력을 실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은 내가 끝낸 전쟁 중 하나라도 끝냈어야 했다"며 자신이 8개의 전쟁을 끝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22일에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 헌장 서명식에 앞서 로비를 가득 메운 기자들에게 "평화위원회가 완전히 구성되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유엔과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평화위원회와 유엔이 대등한 위치에 설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8개 전쟁을 끝냈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건 모두 휴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BBC는 일부 휴전은 이미 깨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끝낸 전쟁은 작년에 벌어진 이스라엘과 이란 간 12일 전쟁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방 국가들과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들은 평화위원회를 유엔을 대체할 기구로 만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고 이것이 평화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19일 프랑스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평화 계획을 지지하지만 유엔을 대체할 기구의 수립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슬로베니아 등도 비슷한 이유로 참여를 거부했다.

유럽 국가들이 참여를 거부한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러시아의 우방인 벨라루스에도 초청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19일 푸틴 대통령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이에 대해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BBC에 "푸틴 대통령이 참여해 평화를 얘기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가자 지구' 언급 전혀 없어... 세계를 속인 트럼프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공개된 '평화위원회' 로고. 이 위원회는 원래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이후 가자지구 재건을 감독하기 위해 구상됐으나, 헌장상 활동 범위가 가자지구로 제한돼 있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유엔(UN)에 맞먹는 기구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AFP/연합뉴스

평화위원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헌장에 가자지구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종전과 재건을 위한 구상으로 작년 9월에 20개 항으로 된 평화 구상을 제안했고 여기에 평화위원회 구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평화 구상에 따라 작년 10월 10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발효됐고 현재 종전을 위한 2단계 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 구상에 따르면 2단계 협상에서 하마스 무장 해제, 가자지구 재건과 통치 등을 감독하기 위한 평화위원회 구성과 구체적 역할 등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유엔 안보리는 작년 11월 17일 미국이 제안한 가자지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이 결의안에는 평화위원회 수립이 포함되어 있었다.

평화위원회 헌장에 가자지구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을 기만하고 세계를 속인 것과 다름이 없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말한 것처럼 가자지구의 종전과 재건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불안한 휴전 상황과 식품을 포함한 모든 물자의 부족으로 여전히 고통 속에 사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상황에 대해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점을 봐도 그렇다. 휴전 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공격과 주민 학살에 대해 이스라엘에 어떤 경고도 하지 않은 것 또한 그렇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0일 휴전 후 올해 1월 20일까지 이스라엘 공격으로 발생한 사망자는 466명이고 부상자는 1294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스라엘을 평화위원회에 참여시켰다.

평화위원회 헌장에는 가자지구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서명식에서 '새로운 가자(New Gaza)' 건설 계획을 담은 슬라이드를 상영했다. 슬라이드는 지중해를 따라 마천루가 가득 들어선 가자지구의 모습과 단계적인 주거, 농업, 공업 지역 개발을 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성공할 것이고 멋진 일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부동산을 잘 알고 있고 부동산의 전부는 위치다. 바다에 위치한 (가자지구를) 보라. 멋진 소유지를 보라"며 마치 부동산 사업가가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듯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재건과 사회 복구가 아니라 재개발과 투자에 관심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당장 필요한 건 충분한 식량과 숙소인데 그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주민들이 들어가 살 수도 없는 마천루를 내세우며 "새로운 가자"를 언급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트럼프 계획,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 서명식

현재로선 트럼프의 의도대로 평화위원회가 역할과 기능을 할지 알 수 없다. 현재 상황으로 봐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을 대체하는 건 국제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대다수 서방국들의 저항이 큰 상태고 국제사회의 합법적인 의결기구는 여전히 유엔이기 때문이다. 또한 참여국들의 면면으로 볼 때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줄을 선 것 외에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경험과 인적 자원 등의 부족으로 전쟁 종식과 전쟁 후 평화구축 등에 기여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재건 관련해서도 아랍 및 이슬람 국가들이 반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대부분의 가자지구 재건 비용은 아랍 국가들이 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랍 및 이슬람 국가들이 평화위원회에 참여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자지구기 때문이다. BBC는 아랍국가들과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들이 평화위원회에 참여한 이유를 "가자지구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와 재건을 위해서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평화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어 점진적으로 유엔을 대체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국제문제를 다루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망이 성공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193개 유엔 회원국 대다수를 설득해 참여시켜야 하고 아무리 한계와 허점이 많다 해도 80년 넘게 세계가 구축해 온 유엔을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를 짧은 시간에 흔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임기는 3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미국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는 자기 앞에 국가들을 줄 세울 수 없다. 결국 세계를 자기 손안에 넣고 말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은 세계를 흔들고 국제사회에 충격을 줄 수는 있지만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미 서명식이 평화위원회의 향후 행보가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트럼프평화위원회#평화위원회출범#가자지구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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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이해찬 전 총리 위독 소식에…조정식 특보 베트남 급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1/24 10:22
  • 수정일
    2026/01/24 10:2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입력 2026.01.23 22:06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해 8월1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건강 악화 소식에 조정식 대통령 정무특보를 베트남에 급파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무출장 중인 이 수석부의장이 위독한 상황을 보고 받고 긴급히 조 정무특보를 베트남에 급파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실은 공지를 통해 밝혔다.

이 수석부의장은 이날 베트남 출장 중 건강이 급격히 악화해 현지 병원으로 응급 이송됐다. 이 수석부의장은 베트남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평통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수석부의장은 이날 호치민 출장 중 호흡이 약해지는 증상이 나타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병원 이송 과정에서 심정지도 있었으나 지금은 호흡이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평통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병에 의한 것은 아니고 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며 “일단 수술에 들어가셨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전날 베트남으로 출국하기 전 몸살 기운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 ‘몸 상태가 안 좋다’는 판단으로 귀국 절차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부의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7선의 의원 출신으로, 지난해 10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임명됐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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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협력 재개, 공군 급유 거부 일본 태도 바꿔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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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국방

  • 입력 2026.01.23 07:50

  • 수정 2026.01.23 10:04

  • 댓글 0

3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 맞춰 나하 기지서 급유

독도 비행훈련 이유로 거부한 지 2개월여 만에

급유지원 거부로 중단된 한일 군사교류 재개

‘다카이치 발언’으로 경색된 중일관계도 영향

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역사·영토문제가 시험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는 30일 일본 요코스카에서 만날 예정인 한일 국방장관. 사진은 지난해 11월 1일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난 안규백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 아사히신문1월 21일.

지난해 11월 성사 직전에 무산됐던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 기지의 연료 급유지원이 오는 28일 처음으로 실시된다고 일본언론들이 보도했다.

자위대, 한일 국방장관 회담 직전 급유지원

일본경제신문은 21일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 오는 30일께 안규백 국방장관과 일본 가나카와 현 요코스카 시에서 만나 회담할 예정이며, 그 직전인 28일 오키나와 현 나하에 있는 자위대 기지에서 한국공군 ‘블랙이글스’에 대한 연료 급유지원을 실시한다고 일본 항공자위대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블랙이글스는 2월 8-12일에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국제 방위산업전시회(WDS 2026)에 참가해 에어쇼를 펼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나하 기지에 중간 기착해 일본 자위대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다.

 

블랙이글스 나무위키

급유지원 거부로 중단됐던 한일 군사교류 재개

이로써 지난해 11월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급유 거부로 중단됐던 한일간 군사교류 · 협력이 다시 강화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블랙이글스는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에어쇼에 참가하기 위해 나하 기지에서 자위대로부터 급유를 받기로 양국이 합의했으나, 급유 대상 항공기 중 T-50B가 독도 인근에서 통상적인 비행훈련을 한 것을 일본 쪽이 문제삼아 돌연 급유를 거부하는 바람에 한일간 최초의 공군 연료 급유지원이 무산됐다. 그에따라 블랙이글스의 두바이 에어쇼 참가도 무산됐다.

그 때문에 확장돼 가던 한국 공군과 자위대간 교류가 전면 중단됐다. 한국은 일본의 급유 거부 조치에 반발해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합동 조난 · 수색훈련과 지난해 9월 나카티니 겐 당시 일본 방위상의 서울 방문 때 합의한 한국 군악대의 자위대 음악축제 참가도 중지했다.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이번 급유 조치는 이처럼 중단됐던 한일간 군사교류 · 협력을 다시 재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되돌리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일본 나라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형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 사이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양국간 군사교류 중단 조치 뒤인 지난해 11월 28일 고이즈미 방위상 취임 축하차 방위성을 방문했던 이혁 주일 한국대사와 고이즈미 방위상도 한일, 한미일 방위협력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양국 국방장관 회담 조기 개최와 한일 군대간의 인적 교류와 공동훈련 등을 추진하자는 상호 입장을 확인했다.(닛케이 2025년 11월 28일)

대만 관련 ‘다카이치 발언’으로 경색된 중일관계도 영향

일본이 한국공군 블랙이글스 급유에 대한 태도를 2개월여 만에 바꾼 데에는 자위대의 급유 거부 결정 직후인 지난해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 관련 국회 발언이 부른 중일간의 대립에 따른 갈등과 긴장 고조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21일 출범한 다카이치 정권의 기반세력인 집권 자민당 안팎의 우익세력은 자신들이 일본 고유영토라고 주장해 온 독도(일본명 시마네 현 ‘다케시마’) 인근에서 실시한 한국 공군의 통상적인 비행훈련을 문제삼아 블랙이글스에 대한 자위대의 급유를 강하게 반대했고, 그렇게 해서 나온 급유 거부 결정은 지난해 10월 30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다카이치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로 그 뒤인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발언으로 중일관계가 경색되고 중국의 대일 제재조치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일본에겐 외교안보 면에서 한일관계를 개선,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오는 30일 일본에서 열리는 안규백-고이즈미 신지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지난해 9월 서울에 온 나카타니 겐 당시 일본 방위상의 방한 때 양국이 확인한 국방장관 상호방문의 일환이자 한국 쪽의 장관 답방 형식을 띠고 있으나, 다카이치 정권 출범 이후 출렁이고 있는 동아시아 정세변동도 영향을 끼쳤다.

규백 장관 방일 때 요코스카 시내의 해상자위대와 미군 기지를 시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직전인 28일 공군자위대의 나하 기지에서 한국공군기에 대해 급유할 예정이다.

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역사·영토문제가 시험대

한일간에는 연료나 탄약 등 군수물자를 상호 융통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으나, 항공자위대는 자위대법 116조 규정(자위대의 임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료를 무상대부할 수 있다)에 따라 블랙이글스에 연료 급유를 지원한다. 이런 급유 지원 조치는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과 함께 한일 및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의 근간이 될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위한 기반조성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한일간 과거사나 영토 문제를 양국이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지가 여전히 중요한 시험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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