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尹-韓 2차 충돌…한동훈 손 들어준 조선일보



[아침신문 솎아보기] 비례대표·황상무·이종섭 두고 정부·여당 신경전

조선 “여론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더 거꾸로 간다” 비판

동아는 황상무 수석 경질 요구 “대통령실, 문제 본질 인식 못 해”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4.03.20 07:51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9일 낮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용산 집무실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2대 총선을 21일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명단, 이종섭 호주대사 출국 문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막말 논란이 갈등의 주된 이유다. 정부·여당의 갈등으로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여당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에 조선일보는 “다수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며 국민의힘 손을 들어줬다.

▲3월20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20일 1면 <韓 “패배 땐 尹정부 뜻 못 펼치고 끝나”> 보도에서 “국민의힘에서 총선 패배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며 “여당 출마자들은 친윤·비윤을 가리지 않고 ‘이대로 가다간 기록적 패배였던 4년 전 21대 총선 결과가 되풀이될 것’이라며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이종섭 대사 출국 뒤 국민의힘 서울 지지율이 15%p(한국갤럽 기준) 빠졌다면서 “대통령실의 결자해지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3월20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 역시 1면 <尹-韓 충돌에, 與 “4년전 악몽 재연 우려”> 보도를 내고 여당의 위기론을 부각했다. 동아일보는 “여권의 자중지란에 수도권 후보들은 ‘중도층이 떠나 이대론 총선에서 폭망한다…’고 우려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1면 <한동훈 대리인이냐 지휘자냐 ‘윤·한 갈등’ 본질은 총선 주도권>에서 정부와 여당의 갈등 중심에는 공천권이 있다고 했다.

▲3월20일 조선일보 사설.

사설에서도 국민의힘 총선 패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때문에 총선에서 여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총선 지면 尹 정부 뜻 한번 못 펴고 끝” 알면서 이러나>에서 “윤 대통령에게 개혁에 필요한 다수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종섭·황상무 사건은) 상식에 안 맞고 선거에도 악영향을 줄 일인데 윤 대통령이 이러는 이유를 참모들조차 잘 모른다고 한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언론과 여론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더 거꾸로 간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3월20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황상무 수석에 대한 결정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황상무 수석 “회칼 테러” 언급… 진짜 심각한 건 저열한 언론관>에서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 할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저열하고 위험한 언론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무리한 방송심의 논란, 사라져 버린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말하는 것처럼 언론 자유에 대한 몰이해가 용산을 감싸고 있는 것 아닌가. 대통령실이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심각한 일”이라고 했다.

▲3월20일 매일경제 사설.

매일경제는 사설 <총선 코앞에 尹·韓 갈등 … 8년 전 선거 패배 잊었나>에서 “대통령실과 당의 엇박자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총선을 앞둔 상황과 판박이”라며 “20대 총선 패배 후 급속하게 힘이 빠진 여권은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까지 겪었다… 여권은 8년 전 선거 패배 후 국정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던 기억을 곱씹어봐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민주당에 양문석 후보 결단 요구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의 과거 막말 논란 파장이 가시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칼럼을 쓰면서 비하 발언을 했다는 것이 논란의 주된 이유인데,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후보가 공천을 취소할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음에도 불씨는 남아있다.

▲3월20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막말에 공천 의혹 양문석, ‘국민 눈높이’로 판단해야>를 내고 민주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을 넘어, 양 후보가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발언하고 비명계를 향한 막말을 일삼았다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한겨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에 이어 비이재명계를 향한 폭언 수준의 언사가 연일 공개된다”며 “양 후보 발언 중에는 비명계 인사들을 향한 증오·혐오 발언이 더 큰 문제로 여겨진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은 오래전 일이지만) 비명계를 향한 거친 언사는 최근 일이며, 이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 변화도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양 후보가 공천 경쟁자였던 전해철 의원을 수박에 비유했다가 징계를 받았다면서 “양 후보가 국회에 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짐작하게 한다. 애초 민주당 공관위는 ‘증오와 폭력 발언’ 등을 공천 기준에 반영했다고 했으나, 양 후보의 이런 발언에도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 기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정치가 극단화되면서 증오를 부추기는 정치인의 말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며 “여야 가리지 않고 ‘막말’ 후보들에 대한 공천 취소가 줄을 잇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를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월20일 매일경제 칼럼.

김명수 매일경제 논설실장은 칼럼 <벌써부터 걱정되는 22대 국회>에서 “국회 생산성을 높이려면 제대로 된 상향식 경선을 통해 당선된 국회의원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양문석·김우영 후보처럼 막말 정치인이더라도 친명계라면 공천을 받는 구조”라며 “결국 당대표나 공천 지명권자, 강성지지층에 충성하는 지역구 의원들이 득실거린다면 지방정부 부패는 넘쳐나고 중앙정치에선 갈등과 혐오만 난무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호남 홀대에 들끓는 전북 민심

국민의힘이 전라북도를 홀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발표한 비례대표 공천 결과에서 전북 인사들이 없다는 것이다. 강선영·인요한 등 호남 출신 인사들이 당선권에 이름을 올리긴 했으나,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활동을 이어온 건 아니라고 비판이 일고 있다.

▲3월20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3면 <‘호남 홀대’ ‘사천’… 국힘 비례 위성정당 공천 논란도 확산> 보도에서 “국민의미래가 공천한 후보를 두고 ‘호남 홀대론’이 들끓고 있다”며 조배숙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이 후보직을 내려놓은 소식을 전했다. 한겨레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과 강선영 전 사령관은 ‘호남배려’ 인사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3월20일 전북일보 사설.

지역지 여론도 좋지 않다. 전북 지역 일간지들은 사설을 내고 여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북일보는 사설 <약속 안 지킨 국힘, 표 달라는 말이 가당치 않다>에서 “당세가 열악한 지역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국민의힘을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고 국민통합의 국가적 염원을 이루는 첫걸음”이라며 “단순히 배지를 달기 위해 갓 입당한 인사를 발탁하라는 게 아니다. 수십 년씩 독립운동하듯 불모지에서 당을 지켜온 인사들을 발탁하는 게 공정과 상식”이라고 했다.

▲3월20일 새전북신문 사설.

새전북신문은 사설 <국민의힘 비례 호남 배려, 허언이었나>에서 “당선권은 고사하고 아예 비례 의원명단에 전북 출신 인사가 없다”며 “당헌·당규도 무시하는 정당이 선거 과정에서 쏟아낼 공약은 지킬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지난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15% 미만인 시도 출신 인사 5명을 비례대표 20번 안에 우선 추천해야 하는데, 광주·전남·전북이 이에 해당한다.

 

윤석열 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전면 폐지… 동아 “조세 포퓰리즘”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마저 정부가 총선 직전 조세 포퓰리즘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공시가 현실화 계획 폐지”… 대안도 없이 불쑥 던질 일인가>에서 “급격하게 오른 부동산 세금 부담을 낮춰 준다는 취지지만, 구체적인 대안 없이 총선 직전에 일단 폐지 방침부터 밝힌 것은 조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땜질 처방을 반복할 게 아니라 국민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복지 제도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교한 중장기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 방문진 여권 이사 “황상무 발언, 아무 문제도 아닌데 과도한 반응”

  • 용산 언론관 파문, ‘입틀막’에서 ‘칼틀막’으로

  • 한동훈 “여당 오만하면 큰 위기”

  • [미오 사설] 대통령은 황상무 수석 경질하라

▲3월20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 <공시가 현실화 폐지가 '서민층 거주비용 경감' 대책이라니>에서 “(정부는)공시가가 낮아지면 복지 제도 수혜 대상이 넓어질 거라며 서민층 대책이라고 포장한다. 전세 살기도 버거운 서민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라며 “문 정부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시세 변동에 유연하게 연동되면서도 시가와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했다.

▲3월20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공시가격 현실화, 더디 가도 가야 할 길 아닌가> 사설을 내고 공시가격 현실화는 필요한 정책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까지 완전 폐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은 아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과거 보수·진보를 떠나 마땅히 가야 할 방향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던 정책”이라며 “속도 조절을 둘러싼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 # 해시태그

 

윤수현 기자구독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단독] 김건희 '여사' 빼면 제재...막가는 심의 어떻게 가능했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3/20 08:01
  • 수정일
    2024/03/20 08:0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선방위 관계자 "위원장, 모든 민원 안건 올려라 지시"...기존엔 '선거 관련 없는 민원' 제외

24.03.19 20:29l최종 업데이트 24.03.19 22:42l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7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2024/1/15)
▲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7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2024/1/15)
ⓒ SBS

관련사진보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위원장 백선기)가 김건희 '여사'라는 호칭을 쓰지 않은 방송사를 제재한 것을 두고 '과도한 입막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백선기 선방위원장이 "모든 민원을 회의 안건으로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처음 확인됐다.

기존에는 선방위 사무처가 선거 연관성을 사전 검토해 적절치 않은 민원은 심의에 올리지 않는 식으로 처리해왔다. 반면 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위 들어서는 김건희 '여사' 호칭 문제, "이태원참사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등 선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이 선방위 회의 안건으로 직행해 법적 권한을 넘어선 직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방위, 민원검수 없이 회의안건 상정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선방위는 민원인이 '선거와 관련 있다'고 제기하면, 사전검수 없이 모두 회의 안건으로 올려 심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백선기) 위원장이 민원이 제기되면 (모두) 안건화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면서 "선거 관련성에 대한 판단도 심의위원들이 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직원들이 실제 회의 준비를 할 때도 선거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안건을 올리고 있다고 또다른 관계자도 밝혔다. 

과거 선방위의 경우, 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더라도, 선방위 실무진들이 선거 관련성이나 내용 적정성을 검토하는 작업이 이뤄져왔다. 이같은 과정은 선방위가 선거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에 따른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8조의2에 따르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선거방송의 정치적 중립성·형평성·객관성 및 제작기술상의 균형유지와 권리구제 기타 선거방송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재 선방위는 기존 절차와는 달리 '선거와 관련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면 사전 검수 없이 회의 안건으로 직행하는 것이다. 그 결과 김건희 '여사' 호칭 같은 선거와 관련이 없는 사안까지 무차별적으로 심의해 제재하는 '월권 심의'로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7일 회의에서 선방위는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의 출연자가 김건희특검법 논란을 다루면서 출연자가 '김건희여사특별법'이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제재(권고)를 했다. 지난 15일 회의에선 MBC 뉴스데스크가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현 방송통신위원장) 비공개 이임식을 보도하면서 '몰래'라는 표현을 쓴 것도 행정제재(권고)했다. 가톨릭평화방송(pcbc) 김혜영의 뉴스공감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 거부 논란을 다루면서 출연자가 "아무도 책임을 진 사람이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법정제재까지 추진하고 있다. 

백선기 위원장은 해당 안건을 다루면서 "대단히 문제가 많다", "'김건희 여사' 정도 해주는 게 좋다"고 하면서도 정작 선거 관련성 여부에 대해선 별다른 판단이나 논의를 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의견진술에 나온 방송사 관계자가 "선거와 관련 없는 주제"라고 항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CBS "방심위 보도가 선거와 무슨 관련?" 항의도
 
큰사진보기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는 12월 1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 위촉식을 진행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는 12월 1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 위촉식을 진행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관련사진보기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을 다뤘다는 등의 이유로 선방위가 의견진술을 결정해 지난 14일 선방위 회의에 불려나온 유창수 CBS 부장은 "방송심의위원회라는 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왜 선거 방송에 저촉이 되는지 저희가 이해를 못하고 있다", "(선거방송규정은) 선거와 관련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다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한 얘기를 하는 게 선거와 관련된 게 어느 부분인지 모르겠다"면고 항의했다.

유 부장의 이같은 문제 제기에도 선방위는 이날 CBS에 대한 '법정제재'를 결정하고, 조만간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 결과 14일까지 선방위가 10차례 회의를 여는 동안 법정제재 건수가 벌써 12건에 이른다. 5월까지 활동기한이 더 남은 점을 감안하면 역대 최다 법정제재 건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전 심의위원 "선거 관련 없는 민원 제외"
방심위 지부장 "방송사 법적대응시 심각한 결격사유"


6.1 지방선거방송심의위원과 20대 대통령선거방송심의위원을 역임한 김언경 전 위원은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접수되는 민원에 대해선 사무처에서 사전에 검토해, (적절하지 않은 민원은) 제외했다"면서 "이런 절차를 통해 안건 심의를 할 때는 선거와 관련 없는 방송은 논의 대상에서 배제해왔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은 이어 "선방위가 선거와 관련 없는 방송 내용까지 심의, 제재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강조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장은 "선방위는 선거와 관련된 내용만 심의를 해야 하고, 선거와 관련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뤄져야 하지만, 회의에선 선거 관련된 내용이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선거와 관련 없는 내용까지 심의한 것에 대해선 위원장 등의 책임이 크고, 향후 징계를 받은 방송사가 법적 대응을 할 경우에는 심각한 결격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마이뉴스>는 '월권 심의'에 대해 백선기 위원장에게 문자로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큰사진보기4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에 반대하는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4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에 반대하는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수림

관련사진보기


태그:#선거방송심의위원회#총선#백선기#방심위#김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언론부역자, 여당 국회의원으로 부활하나?••김장겸 비례 당선권

MBC 탄압했던 김장겸, 국회 입성?

2017년 김장겸 MBC 전 사장이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 출석하며 노조원들의 항의를 듣고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정권이 지난해 MBC 조합원들에게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형이 확정된 김장겸 전 MBC 사장을 이번 총선에 내세웠다. 대놓고 MBC를 향한 적개심을 드러낸 것.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MBC를 콕 집어 ‘회칼테러’를 언급한 가운데 ‘언론부역자’ 낙인이 찍힌 인사를 비례대표 당선권인 14번에 배치했다. 21대 총선에서 현 여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미래한국당은 19번까지 당선됐다.

대통령은 김 전 사장에게 사면·복권으로 면죄부를 줬고 여당은 총선에 내세웠다. 그동안 MBC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정부와 여당이 MBC 조합원을 탄압한 김 전 사장을 총선에 내세웠다는 점은 MBC를 향한 탄압의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는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조성 및 콘텐츠 산업 육성에 주력할 전문 언론인’이라고 김 전 사장을 추켜세웠다.

김 전 사장은 MBC에서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MBC 노조원 37명을 신사업개발센터·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에 보냈다. 이 센터들은 2012년 MBC 총파업을 주도했던 직원들을 본사 밖으로 격리하기 위해 만든 ‘껍데기 조직’'이었다.

서울서부지법도 이처럼 판단해 부당전보와 승진 배제 등 김 전 사장에게 적용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오히려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조성을 파괴한 인물인 셈이다.

그런 인물이 확정판결 4개월도 안 돼 사면을 받고, 국회의원으로 금의환향하게 됐다. 언론노조는 곧바로 성명을 통해 ‘언론부역자 김장겸 비례 추천한 국민의미래, ‘회칼' 황상무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언론노조는 (김 전 사장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벌어진 참혹했던 언론장악의 선봉에 섰던 ‘언론 부역자’ 명단의 첫 줄에 등장하는 자”라고 지적하며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언론인들에게 ‘부당전보’라는 흉기를 휘두른 김장겸이 언론인에 대한 테러 협박에 나선 황상무와 무엇이 그렇게 다르냐”고 따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사면·복권된 인물이 계속해서 총선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범죄자 공천’이란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 야당의 공천 잡음은 잠잠해진 가운데, 여당의 문제적 공천으로 여당발 공천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 정부, 고시원·오피스텔에서도 임대업자 수익만 생각한다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청년 주거지는 더 좁게, 더 비싸게 만들어질뿐

조정흔 감정평가사 | 기사입력 2024.03.19. 08:02:38

 

우리 사무실이 있는 건물 4층에는 고시원이 있다. 어느 날 고시원에서 드르륵드르륵, 쾅쾅하며 뭔가를 뜯어내는 듯한 공사소음이 들렸다. 건물 앞에는 몹시 더럽고 헐어빠진 매트리스와 브라운관이 볼록한 구형 텔레비전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 시설이 낡아서 교체하는 모양이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고시원 사장님이 바뀌어 전체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소란한 공사소음이 언제쯤 끝나는지 물어볼 겸, 공사 중인 고시원에 슬쩍 들어가 보았다. 50여 개나 되는 방이 좁은 공간에 붙어 있었다. 이 공간에 이렇게 많은 방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여기 살던 많은 사람이 그렇게 짧은 시간에 소리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집기들은 모두 반출되고, 벽지와 바닥이 모두 철거된 방은 숨 막힐 정도로 작았다. 50여 개의 방 중 절반은 창문이 없는 복도 측 방이다. 눈대중으로 보니 가로, 세로의 길이는 2미터도 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1평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1.8미터이니 한 평 될까 말까한 방이다. 가끔 시끄러운 적이 있었으나, 이렇게 좁은 공간에 그 많은 사람이 복닥복닥 살았다면 실은 너무나 고요했었음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고시원은 두 달여 간 공사를 마치고 멋진 조명, 깨끗한 시설과 새로운 이름으로 새단장되었다. 종전에는 주로 중년과 노인이 거주하는 낡은 고시원이었지만, 공사 후에는 주로 청년이 거주하는 코리빙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변신하였다. 고시원일 때 월세는 30만 원이었지만, 코리빙하우스로 이름을 바꾸자 월세는 50만 원이 되었다. 시설이 개선되면서 가격이 올랐고, 1인용 매트리스와 책상이 하나 놓인 이 작은 공간의 주인은 노인에서 청년으로 바뀌었다. 노인에서 청년으로 입주민이 바뀌면서 코리빙하우스는 더욱 고요해졌다.

'고시원'은 건축법상 주택이 아니라 2종근린생활시설 중 다중생활시설에 포함된다. 애초 거주 목적의 용도로 정의된 건축물이 아니다. 그러나 고시원 또는 코리빙하우스의 거주자들은 대부분 주거 목적의 공간으로 사용한다. 주택법상 주택이란 구성원이 장기간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된 건축물이다. 가난한 노인과 청년에게는 '주택'이 허락되지 않는다. 잠잘 수 있는 '공간'이 허락될 뿐이다.

작년 2월 1~2인 가구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임대형기숙사(코리빙하우스)라는 형태의 건축물이 건축법상 주택에 들어왔다. 국토부는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양질의 주거환경을 갖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임대사업자들은 이 정책이 주차장 면적 기준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통하여 원룸보다 더 큰 수익률을 올리게 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실제 정부 발표 후 유튜브 채널에는 임대형기숙사 투자 노하우를 연구하여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영상이 많이 올라왔다. 수익률이 커질수록 임대형 기숙사를 지을 땅값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노하우'란 결국 최소한의 면적에 최대한 많은 기능을 욱여넣고,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결국 임대주택 사업이 성장한다는 건 점점 청년에게 허락되는 공간이 작아지고, 가격은 오른다는 의미이다.

얼마 전 서울 구로구의 공공임대주택 임대료를 평가하면서 수요층이 유사하고 대체성을 갖는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 소형 아파트 시장 특성을 분석한 적이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서 공개하고 있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구로구 소재 다세대주택 전월세 거래 5300여 건을 분석하였다. 최근에 건축된 다세대주택일수록 전유면적이 작아졌다. 전체 다세대주택의 평균 전유면적은 약 45제곱미터(㎡)였는데, 2020년 이후에 건축된 다세대주택 평균 전유면적은 33㎡에 불과했다. 건축법상 주택이 아니라 업무시설로 분류되는 오피스텔 전월세 7300여 건의 평균 면적은 28㎡였다.

서울시 전체의 2021년도 다세대주택 전월세 데이터 5만6000여 건을 분석해 보면, 2018년 이후 지어진 다세대주택 평균 전유면적은 29㎡이다. 전체 다세대주택의 평균 전유면적인 40㎡보다 현저히 작아졌다. 전유면적 30㎡는 10평 정도로, 방 1개, 잘하면 2개가 나온다. 특히 신축 오피스텔일수록 전유면적 20㎡ 미만의 원룸이 많았다. 화장실과 주방을 빼면 매우 협소한 공간이다.

오피스텔 시행사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닭장 같은 건물을 짓는다. 오피스텔 역시 코리빙하우스와 마찬가지로 주택 규제를 받지 않아 주거시설로서의 쾌적성이 떨어진다. 2022년 기준 오피스텔 재고는 100만 호 수준이다. 이 중 70~80%가량이 주거용으로 활용되고, 평균가구원수는 1.3명, 가구주 연령은 36.7세다(오피스텔 관련 현황과 제도개선 방안, 2024. 3. 11. 국토연구원). 오피스텔은 청년의 주거시설로 널리 활용된다.

시장조사를 하러 부동산 몇 군데를 들렀다. 부동산 사장님은 전유면적 6평 신축오피스텔 전세로 1억6000만 원을 불렀다. 이것도 하나밖에 안 남았단다. 월세는 마지막 매물 계약이 오늘 끝났다고 했다. 월세는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0만 원이다. 전세 사기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설이 깨끗한 신축 오피스텔이 귀해서 전세가 잘 나간다고 했다. 매매가격은 얼마인지 물었더니, 정말 싸게 내놓은 물건이라 강조하면서 1억7000을을 말한다. 전세 1억6000, 매매 1억7000이면 깡통전세가 되기 십상인 물건인데도, 이렇게 전세가 귀하다고 한다.

원룸 월세를 알아 보는 두 젊은 여성을 우연히 만났다. 20대 초중반이 됐을까 싶은 젊은이들이다. 사장이 신축 말고 다른 월세방이 있다며 보여주겠다기에 같이 따라나섰다. 젊은 여성들이 경계하는 눈치라 조금 떨어져 따라갔다. 유흥가 모텔 2개를 지나쳐 외진 길을 따라 걸으니 지은 지 10년 쯤 지난 듯한 오피스텔에 다다랐다. 원룸 상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지만 방 모양이 사다리꼴이었다. 못생긴 땅에 최대한 방을 많이 뽑아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 5평짜리 원룸은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5만 원이었다. 관리비는 10~15만 원 정도 나온단다. 두 명이 살기에는 비좁아 보였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이들을 위한 주거 면적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1인 가구 수요에 맞춰 주거 면적이 작아지는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시기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자들이 주거 면적을 최소화해서 공급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청년 수요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 면적이 작아질수록 이들이 가정을 꾸리고 살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청년의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혼인율이 떨어진다. 2015년 이후 초혼연령은 남녀 모두 30세를 넘었고,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2023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태 코호트조사에 따르면 88년생 만 36세 남성의 혼인율은 50%에 미치지 못하였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를 기록하면서, 출산율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낮다. 전 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1.0보다 낮은 나라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한국뿐이다.

 

신축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은 1인 가구가 겨우 살 수 있을 정도로 주거 면적이 작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작은 주택의 전세, 매매가격은 만만하지 않다. 1인 가구용 작은 주택을 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만으로도도 사회 초년생이 허덕일 정도다. 자연히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사는 삶을 꿈꾸기가 힘들어진다. 1평도 안 되는 코리빙하우스에서, 매트리스 하나 놓으면 방이 가득 차는 5평 원룸 오피스텔에서 신혼살림을 계획하기는 어렵다.

▲1인 가구용 열악한 주거 형태인 고시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1인 가구 면적은 좁아지고, 가격은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감정평가할 때는 실거래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늘 등기부등본을 살펴본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신축 다세대주택. 전유면적 29㎡, 10평이 채 되지 않았는데 실거래가격 4억1500만 원이 찍혀 있었다. 이 실거래가격은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 공시가격 참고 자료에 버젓이 올라가 있었다. 시세로 보아 이 가격의 약 60% 수준인 2억6000만 원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공시되어 있다. 이 다세대주택을 4억1500만 원에 매수한 이의 주소지는 경상남도였다. 보험회사와 햇살론을 취급하는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소액의 가압류를 조치해 둔 것을 보니 신용불량자인 모양이었다. 같은 건물의 다른 호수들에도 여러 건 임차권등기명령이 기재되어 있거나, 경매 진행 중이거나, 주택도시보증공사 또는 구청의 가압류가 걸려 있었다. 매수자가 시장분석을 하지 않고 실거래가만을 추종하여 가격을 결정하다 보니 전세 사기꾼이 만들어 놓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 그대로 감정가격이 되고, 공시가격이 되며, 전세대출과 전세보증기준이 된 것이다. 화곡동 다세대주택의 공시가격과 실거래가를 보면서, 청년 서민 주거지에 대한 부동산 가격정책이 얼마나 저급한 수준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는 부동산 가격과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기준과 목표와 정책이 없다. 한국부동산원의 공시가격은 수요분석과 시장분석 없이 사기꾼이 만들어 놓은 실거래가를 추종한다. 부동산 시장분석, 수요분석, 실거래가 적정성 검증, 감정평가 3방식의 적용을 통한 감정평가는 실종된 지 오래다. 감정평가사는 업자들 뒤를 쫒아 다니며 그들이 원하는 가격을 만들어 주는 기술자로 전락했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는 감정평가기법과 규정을 활용하여 사업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데 복무한다.

이 다세대주택들의 임차인은 대체로 90년대생 청년들이다. 고작 6평에서 10평 정도 되는 다세대주택에 전세로 들어가기 위해 이들은 전세자금대출을 동원하여 3억에서 4억 원이 넘는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전세금은 이들이 저금리시대에 영끌하여 마련할 수 있는 최대치일 것이다.

15년 전 강남의 27평 아파트 전세가격은 2억이 채 되지 않았다. 2009년에는 2억 원으로 강남에서 27평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있었지만, 2022년에는 강서구의 10평 다세대주택 전세가격이 3억을 넘어 4억 원대가 되었다. 신축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의 면적은 1인 가구 혼자서 겨우 살만할 정도로 작아졌으며, 가격은 방 3개 짜리 아파트보다도 더 올랐다.

2022년에 59억 원에 거래된 반포동 주공아파트 32평의 1971년 최초 분양가는 600만 원이다. 1987년 35평 목동아파트의 분양가는 4500만 원, 95년도 매매가격은 1억5000만 원이었는데, 2022년의 실거래가는 22억 원이었다. 투자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아파트 가격은 노동소득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기존 소유자만이 주택을 팔아서 갈아 타기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이다. 그런데 이제 자신의 노동소득으로 아파트 하나 장만했던 기존의 소유자들은 모두 늙어가고 있다. 갖고 있는 아파트 외에는 소득이 없는 사람이 많다. 오래되고 비싼 아파트단지마다 노인들만 넘쳐나는데, 정치권은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하는 정책을 펼 수가 없다. 청년들은 부모의 집을 물려받거나, 더 작고 더 비싸고 더 위험한 집에 사는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진정 서민을 위한 적이 없었다.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은 건설사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한 조치였다. 임대사업자 등록 정책은 다주택자에게 세제·금융 혜택을 주기 위함이었다. 10년 분양전환 임대주택은 건설 자금을 확보하고, 부동산 경기 하락기를 피해 높은 가격에 분양하는데 활용되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눈에 띄는 대책 두 가지를 보자. 지난 13일 정부는 민간 건설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낼 땅값을 공사비로 갚는 방식의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경기 활황기에 책정된 높은 토지가격과 높은 공사비를 기준으로 분양가격이 책정된다면, 시장성과 분양성이 하락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PF대출과 브릿지론의 부실 위험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고분양가로 분양이 안 되면 그 책임은 누가 부담할지에 관한 대책이 빠져 있다. 잘못하면 수익은 민간이, 위험은 공공이 부담하는 결과가 된다.

지난 14일 정부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도입을 위한 규제개선과 지원방안을 논의하겠다고도 밝혔다.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도입을 위해 준비하는 정책은 임대료 규제 완화 방안, 세제·금융 지원 방안이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형 임대사업자의 수익성을 높여주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니 앞으로 임대료는 더 올라갈 것이다. 정부의 셈법은 늘 이런 식이다. 이러한 정부 정책으로 인하여 향후 청년의 주거 여건은 더욱 열악해 질 것이 자명하다. 주거 면적은 더욱 작아지고, 임대료는 더욱 오를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지원방안이 그리는 미래다.

현재 대한민국 인구수는 5100만여 명. 50년 후엔 3600만 명대가 된단다. 이중 65세 이상이 절반이 된다. 환갑을 지난 이가 나라의 중심 연령이 된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시간이 갈수록 좁아지는 임대주택, 오르는 임대료에 그 답이 있다. 청년의 출산·결혼 파업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오히려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으니, 일견 그럴듯한 출산 대책을 내놓은들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조정흔 감정평가사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중앙일보 “조국혁신당 비례 앞 순위 10명 중 4명이 수사·재판 중”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민의미래 비례 순번 확정에 호남 언론 “호남 배려 없었다”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대통령실 반응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비판도 계속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4.03.19 07:34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사진=조국혁신당

조국혁신당이 조국 대표와 박은정 전 검사, 황운하 의원 등 ‘반윤’ 인사들을 4월 총선에 나설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웠다. 중앙일보는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순번 발표 소식을 전하면서 앞순위 10명 중 4명이 수사·재판 중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한편 호남 지역신문들은 해당 지역 최근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이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며 ‘조국 돌풍’ 소식을 전했다.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비례대표 공천을 확정한 가운데 호남 지역에선 ‘호남 홀대론’이 나온다.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 위원장은 지난 18일 “광주 배려는 아예 없었다”며 비례대표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 반응에 대해 보수언론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이 대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며 “공수처가 조사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황 수석 발언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은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고 했다.

▲ 19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중앙, 조국혁신당 10명 중 4명이 수사·재판중

중앙일보는 4면 <박은 정 1번, 조국 2번…앞순위 10명 중 4명이 수사·재판중>이란 기사에서 “박은정 전 검사와 조 대표는 후보 20인 중 나란히 비례 1·2번을 받았다”며 “박 전 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이른바 ‘찍어내기 감찰’ 의혹으로 해임 처분을 받았으며,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조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며 “8번을 받은 황운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받았는데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조국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고 전했다.

또 “10번에 배정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2022년 조사를 받고 직위 해제됐다”며 “관련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고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당선권으로 거론되는 10순위 이내 인사 중 4명이 재판이나 수사 대상자 신분”이라며 “특히 조 대표와 황 의원은 비례대표로 당선되더라도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음주·무면허운전 전과 4범인 신장식 변호사는 4번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전북일보는 <전북 조국 바람 ‘태풍’으로 바뀌나>에서 “조국혁신당의 ‘비조지민(비례는 조국, 지역은 민주)’ 바람이 전북을 강타하고 있다”며 “비례정당 투표에 있어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제치고, 전북 제1야당으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전북일보는 “전북은 전통적으로 비례정당 투표에 있어 1위 민주당, 2위 녹색정의당(기존 정의당), 3위 국민의힘 순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전북 내 비례정당 정치구도가 대폭 재편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KBC 광주방송과 UPI뉴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한 광주 광산을 여론조사를 보면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어느 당에 하겠느냐는 질문에 조국혁신당을 꼽은 응답자가 42.6%로 25%에 그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섰다. 이낙연 신당인 새로운미래가 7.1%로 뒤를 이었고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6.5%, 개혁신당 5.4%, 녹색정의당 2.8% 순이었다.

관련해 광주전남 지역신문인 남도일보는 사설 <조국혁신당, 민주당 텃밭서 비례 ‘돌풍’ 예고>에서 남도일보 등 광주지역 5개 언론사가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군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남녀 52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정당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에 조국혁신당이 40.1%를 기록해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34.5%를 오차범위 내에서 5.6%p 앞섰다고 전했다.

남도일보는 “조국혁신당의 전남 4개 군지역 돌풍 예고는 ‘3년은 너무 길다’ 등 상대적으로 선명한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선거 전략이 민주당 텃밭 민심을 움직이게 했다는 평가”라며 “조국혁신당이 이번 총선 ‘폭풍의 핵’으로 부상했다”고 했다.

광주매일신문도 <조국혁신당 ‘돌풍’…광주·전남 지지율 상승세 심상찮다>에서 위 여론조사를 인용하면서 “이 같은 조국혁신당 바람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총선 때까지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목표 의석 수 10석을 초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19일 중앙일보 만평

대통령실 반응에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중앙일보는 대통령실 반응에 대해 사설에서 “전날 저녁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 대사 즉각 귀국과 황 수석의 거취 결단을 요구하자 대통령실이 곧바로 반박에 나선 모양새지만 이런 대통령실의 시각은 이 문제를 지켜봐 온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져있다”며 “아무리 대통령실 자체 검증에선 문제가 없다지만 공식적으로 피의자 신분인 이 대사를 별다른 설명도 없이 공직에 발탁했던 게 온당한지, 이 대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드러나자 법무부가 신속히 출국금지를 풀어준 것은 특혜가 아닌지, 이 대사가 왜 ‘도주대사’란 말을 들을 정도로 쫓기듯 비행기를 타야 했는지 대다수 국민은 사정을 납득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섭 대사는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중앙일보는 “황 수석 문제도 버틴다고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라며 “지금 여야는 중도층을 붙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망언 후보’들의 공천을 취고 하고 있고 10여년 전의 발언도 소환되는 판”이라고 한 뒤 “그러니 황 수석의 ‘횟칼 테러’ 발언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조속한 거취 정리 요구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지금 대통령실은 상대의 잘못엔 추상같은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자기편의 과오엔 관대하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논란을 겸허히 성찰하고 민심을 수용해 이 대사와 황수석 문제에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 19일자 한겨레 만평

조선일보는 대통령과 공수처를 모두 비판했다. 사설 <대통령도 이상하고 공수처도 이상하다>에서 “윤 대통령은 두 사람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며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무슨 일이든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국정 책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국민 여론을 악화시켜 국정 수행에 장애가 될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며 “그게 민심을 반영하는 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공수처에 대해서도 “사안이 복잡할 것도 없고 관련 내용도 다 드러나 있어 오래 걸릴 수사가 아닌데도 공수처는 지난 1월 해병대 간부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을 뿐 핵심 관련자들은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공수처가 수사를 제때 끝냈다면 애초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19일자 조선일보 사설

국민의힘 위성정당 비례 공천에 ‘호남 홀대론’

주기환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가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며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당선권에 호남 인사를 25% 우선 추천하는 내용을 당규에 담고 있지만 이번 공천에서 광주는 완전히 배제됐다”며 “당원들과 약속을 당에서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주기환 후보는 당선권으로 보기 어려운 비례대표 24번 순번을 받았고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 위원장은 22번을 받았다.

 

관련기사

  • “언론부역자 김장겸 추천 국민의미래, ‘회칼’ 황상무와 뭐가 다른가”

  •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명단 오른 노무현 ‘검사와의 대화’ 그 검사

  •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조선일보 유용원 12번 MBC 김장겸 14번

  • 국민의힘도 “황상무 회칼 테러 언론 겁박, 즉시 사퇴”

▲ 19일자 새전북신문 기사

새전북신문도 19일 3면 <“말뿐인 호남배려”…국민의미래 비례후보 당선권 전북 인사 없어>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비례대표 후보자 공모에 나선 조배숙 전 국회의원과 허남주 전 전북도의원, 정선화 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과 김경민 전 국민의힘 전북도당 고문은 35명 후보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당선 안정권은 순천 출신인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8번)이 유일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광남일보 정치면 <국민의미래 비례 당선권 ‘호남은 없었다’>, 남도일보 1면 <‘당선권 단 1명’…국힘 비례 호남 배려 없었다>, 지난 18일 뉴시스(전주)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전북 0명’…“지역 배려 없었다”> 등의 기사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다뤘다.

 

  • # 해시태그

 

장슬기 기자구독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가짜 민주주의' 강요"

전국민중행동, '입틀막', '보틀막' 당하며 정권 규탄 기자회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3.18 17:49
  •  
  •  수정 2024.03.18 17:51
  •  
  •  댓글 0
 
전국민중행동은 18일 오전 장충동 신라호텔 앞 대로변에서 '미국패권 유지, 신냉전 대결정책 위한 민주주의정상회의 개최반대, 윤석열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뒤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의 피케팅 시위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국민중행동은 18일 오전 장충동 신라호텔 앞 대로변에서 '미국패권 유지, 신냉전 대결정책 위한 민주주의정상회의 개최반대, 윤석열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뒤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의 피케팅 시위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8일 오전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열린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윤석열 대통령은 토니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으로 공고하게 진화한 한미동맹을 자화자찬했고, 같은 시각 신라호텔로 향하는 길목인 동대입구 전철역 앞에서는 '입틀막'으로 상징되는 '가짜 민주주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미국이 '글로벌 민주주의의 투사'라고 추켜세운 한국정부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려는 기자회견을 차벽과 경찰병력으로 꽁꽁 에워싸고는 '입틀막'을 넘어 보이지 않도록 틀어막는 '보틀막'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멀리 신라호텔이 마주 보이는 길거리 기자회견장은 차벽에 막힌 채 '미국의 패권유지와 신냉전 대결정책을 위한 가짜 민주주의'를 성토하는 규탄 구호와 연설이 뒤섞여 1시간 이상 지체되어 진행됐다.

앞서 같은 장소에 자리잡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의 피케팅 시위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현장은 연설과 구호, 경찰의 위협적 경고방송이 뒤범벅된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팔레스타인에서 3만명이 넘는 부녀자와 어린이를 학살하는 이스라엘을 부추기면서, 전쟁으로 먹고 사는 미국이 과연 미래세대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이날부터 20일까지 3일간 '미래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를 주제로 진행되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허구를 비판했다.

최근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으로부터 출범 2년만에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앞에서는 자유와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뒤에서는 민주주의 파괴를 위해 모든 수단, 특히 검찰과 권력기구를 동원하며 권력남용과 성평등 파괴를 일삼고 있다"며, "이런 정권이 무슨 낯으로 민주주의와 자유와 인권을 입에 올리는가"라고 일갈했다.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중요한 취지인 한미동맹 강화에 대해서도 '미국의 이익과 미국의 전쟁만을 위한 동맹'이자 "미국의 패권을 강화하고 동북아 지역의 전쟁 기운과 진영간 대결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며,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미국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새봄 진보대학생넷 대표는 최근 22대 총선 비례 후보 공천과정에서 반미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공천배제된 여러 사례를 거론하고는 "반미가 100% 틀렸다면 친미는 100% 옳은가"라고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6조원이나 삭감하면서 20조원에 달하는 미국산 무기를 강제구매하는 현실 △입대한 청년들은 일년 365일이 모자라도록 연합군사훈련에 동원되는 현실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인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길이 막혀 경제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 등을 거론하고는 "민주주의는 반미하면 안되는게 아니라 반미해도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희진 진보당 공동대표는 "대통령은 입맛에 맞지 않는 국민의 목소리는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끌어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는 여당이 앞장서서 종북프레임을 휘두르고 있다"며 "이게 무슨 민주주의라고...윤석열 대통령이 민주주의정상회의를 주재한단 말인가"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국익에도, 국내민주주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허울뿐민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공들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먼저 돌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는 의견이 달라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이 병력과 차벽으로 회견장을 가로막아 1시간여 지체된 가운데 진행됐다. 기자회견 방해에 항의하는 전국민중행동 간부를 경찰이 끌어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이 병력과 차벽으로 회견장을 가로막아 1시간여 지체된 가운데 진행됐다. 기자회견 방해에 항의하는 전국민중행동 간부를 경찰이 끌어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전국민중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윤석열 정부는 국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판단없이 바이든의 이분법적 세계관, 미국 주도의 진영대결정책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앞장서고 있다"고 하면서 "그 결과 이념과 체제는 다르더라도 경제적, 외교적으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북한·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가 1990년 이래 최악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21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실상은 세계 민주주의 실현의 기본전제인 다극화 추세를 오히려 역행하고 있으며, 오히려 냉전적 외교노선에 기초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를 '글로벌 민주주의의 투사'로 한껏 치켜세우는 것은 "무너지고 있는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을 진영대결의 선봉으로 내세우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세계 민주주의 증진'을 앞세워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미국 이외 지역에서 처음으로 단독 개최하지만 "정작 한국의 민주주의는 급속도로 후퇴시키고 있다"며 '가짜 민주주의'를 강요하고 있다고 거듭 규탄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부모님은 조국혁신당 찍는다는데..." 90년대생 스윙보터들의 고민

[인터뷰] 지지정당 없는 6명의 이야기..."임태훈 컷오프 민주당에 절망""이준석은 이젠 말 안해"

24.03.19 06:54l최종 업데이트 24.03.19 08:17l
 

 

지난 2023년 11월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2023 용인시 하반기 일자리 박람회 청년 잡 페어'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  지난 2023년 11월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2023 용인시 하반기 일자리 박람회 청년 잡 페어'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너무 살기 힘들잖아요. 제가 누굴 뽑는다고 해서 사회가 개선될 거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점점 정치에 관심을 잃어가요", "마지막까지 고민할 것 같아요." 

<오마이뉴스>가 나이, 성별, 직업, 거주 지역, 투표 경험, 선거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모두 다른 1990년대생 6명을 만났다. 6명 모두 뚜렷하게 지지하는 정당이 없고, 몇 차례의 선거에서 각기 다른 정당을 찍어왔으며,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스윙보터(Swing Voter)'들이다. 

이들은 모두 선거에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오는 4월 10일 치러질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만큼은 투표하러 갈 생각이라고 했다. "권리"라는 생각에서다. 

"정책이 뭔지 모르겠다" 

 

이번 총선 정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국혁신당(대표 조국)은 다른 세대와는 달리 18~29세에서는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3월 1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0%를 기록하기도 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정진우(29, 가명)씨는 최근 부모님이 조국혁신당을 찍겠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으나 정작 본인은 크게 관심이 없다. "부모님이 지지한다고 말하니 비판하기 조심스럽지만, 정당을 만들 정도로 정치인으로서 보여준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최재현(28, 가명)씨 또한 "정당을 만드는 건 본인의 자유이지만 지지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데 놀랍다. 그런데 주변 또래들 중에서는 지지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라며 "조국 대표의 자녀와 비슷한 해에 입시를 치러서 그런지 뉴스에서 접한 '조국 사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수락연설 도중 연호하는 당원들과 함께 주먹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조국혁신당 창당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수락연설 도중 연호하는 당원들과 함께 주먹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최씨는 제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 뉴스에서 많이 회자되는 15명 내외의 국회의원들 페이스북(SNS)을 팔로우해놓고 총선 관련 소식을 접한다. 그는 "여야 관계 없이 구독한다. 아무래도 정치인들이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들이니 보고 (나도) 배우려고 한다"라면서도 "그런데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많이 남았으니 도와주라고 하고, 민주당은 심판해야 한다고만 한다. 정작 정책을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작년 말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개혁신당 대표로 총선에 나선 이준석 후보를 두고는 "이준석을 좋아했던 친구들이 많은데, 지금은 단톡방에서 이야기조차 나오지 않는다. 매일 뉴스에 나오다가 탈당하니 이제는 뉴스에도 잘 나오지도 않는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임태훈 컷오프, 민주당에 절망"

부산에 사는 프리랜서 김지영(32, 가명)씨는 '총선과 관련해 표 행사를 결정할 만한 가장 인상적인 정보가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민주당 비례위성정당 공천 심사에서 지난 13일 '병역기피' 사유로 컷오프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언급했다. 김씨는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는 국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후진적인 결정"이라며 "사실상 일부 개신교 측의 압박에 굴복하여 성적 지향을 문제삼는 차별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절망적"이라고 전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김씨는 "2017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 시 계엄령을 선포하겠다는 문건이 공개됐기 때문"이라면서 "아직도 대한민국의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의 토대가 취약하다 싶었는데, 윤석열 대통령 임기 이후 그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런데 민주당이 (컷오프로) 모욕을 주니까 회의감이 든다"라고 말했다. 

역시나 같은 질문에 행정 사무직으로 부산 동래구에 거주하는 한민준(30, 가명)씨 또한 임태훈 전 소장 컷오프를 언급했다. 한씨는 자신을 "지지 정당은 없으나 '반 국민의힘' 성향으로, 비례대표도 다양하게 찍었지만 '국민의힘'만큼은 찍지 않았다"라고 소개했다. 한씨는 "세 살 때부터 부산 동래구에 살았는데, 보수 표심이 워낙 강한 지역이라 민주당이 아닌 다른 진보 정당이 나오면 다행인 수준"이지만, 최근까지도 비례대표(정당) 투표를 망설이고 있다. 그는 "군 생활을 하면서 군인권센터에 긍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는데 임태훈 소장이 탈락돼서"라고 말했다.
 
큰사진보기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장직에서 물러나 범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국민후보' 공모에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장직에서 물러나 범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국민후보' 공모에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그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만드는 소위 '위성정당'에도 회의감을 드러냈다. 한씨는 "새로 생긴 정당이 오래 갈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철 지나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 흡수되겠지"라면서 "위성정당 같은 장난을 치지 말고 평소에도 철학이나 강령에 따라 국회의원 몇 십 명씩 따로 정당을 꾸리다가 필요에 따라 묶이는 '다당제'로 갔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지역에 쏟아내는 일자리 공약, 믿기 어렵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5일 부산을 찾아 윤석열 정부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언급하면서 민주당의 지지를 호소했다. 한씨는 여기에 대해 "의외로 주변에서 엑스포에 대해 비판 여론은 크지 않았다"라며 "엑스포를 유치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지가 없고 유치하면 외국인들이 돈 싸들고 부산에 찾아온다는 말 외에는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엑스포에 떨어져도 타격이 없었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워낙 보수 정당이 강세인 지역이라 지역의 유력 인사들 역시 보수 정당에서 정치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납득 가능한 활동을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 동네 구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인데 페이스북 스크롤을 몇 번 넘기면 조국 수호 집회에 참석했던 사진이 나온다"라고 의아함을 표시했다. 

충청북도에 거주하는 회사원 박은정(33, 가명)씨는 그간 집으로 배송돼오는 선거 공보물에 나오는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해왔다. 매번 꾸준히 투표해왔다는 박씨는 "거부감 드는 후보는 빼고 차악을 골라온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누굴 뽑는다고 해서 정치가 좋은 방향으로 개선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럼에도 투표를 한 번도 빠진 적은 없다"라며 "그게 나의 권리라고 생각하고, 그 한 표를 행사하지 않고 정치에 대해 불평하는 것만큼 한심스러운 일도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한 계속 투표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충청북도에서는 아무래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이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 일자리가 고정적으로 만족스러운 소득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인지 의문이 든다"라며 "사실 지방에 괜찮은 일자리가 없을 뿐더러 국회의원이 홀로 추진할 수 있는 공약인지 또한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정치 이야기는 더는 하지 않는다"

1990년대생 '스윙보터'들은 공통적으로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과 더는 정치 관련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조금 더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투표를 결정할 것"이라는 대기업 직장인 이수지(32, 가명)씨는 "대화를 나눌 경우에도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가 아니라 '총선 이후 금리가 어떻게 달라질지, 부동산 가격의 변동은 어떻게 될지' 등 경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지영씨 또한 "총선 관련 이야기는 피한다"라면서도 "다만 찍을 데가 없다는 정서적인 합의를 암묵적으로 공유한다. 그 어느 때보다 당은 많은데, 찍을 데가 없다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박은정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투표할 때만 해도 친구들과 말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말하지 않는다. 각자 나이가 들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투표 성향도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기사에 언급된 갤럽 여론 조사 개요>
- 조사기간: 2024년 3월 12~14일
-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 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 – 주요 지표 표준오차·신뢰구간·상대표준오차 제시
- 응답률: 14.7%(총 통화 6,829명 중 1,002명 응답 완료)

 
태그:#스윙보터#총선#조국혁신당#위성정당#임태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경기 ‘편입’과 ‘분도’ 동시 추진한다는 한동훈... “부동산 기대감 자극한 총선용 공약”

[윤석열 당선 2주년, 초라한 경제 성적표④] 지역 균형발전 무시한 ‘서울 메가시티’... “선거 끝나면 사라질 총선용 공약”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경기 김포시 라베니체광장에서 김포검단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김포-서울 통합 GTX-D 노선안 환영 시민대회'에 참석해 전달받은 김포-서울 통합 염원 메시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4.02.03. ⓒ뉴시스
‘김포 서울 편입’ 이슈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총선을 앞두고 김포에 이어 구리, 고양을 방문한 한 비대위원장은 “동료 시민들이 원하면 (서울 편입을)할 수 있다”고 했다. 사라진 듯 보였던 ‘서울 메가시티’ 공약을 다시 한번 꺼내 든 것이다. 

또 의정부를 찾은 한 위원장은 “현실을 반영한 행정구역 재편이 필요하다”며 경기 분도를 적극적 추진한다고도 했다. 경기도 북부지역을 떼어내는 분도를 서울 편입과 병행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이 동시에 꺼내든 경기 ‘편입론’과 ‘분도론’양립불가능하다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총선용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기 ‘편입’과 ‘분도’ 동시에 추진한다는 한동훈


지난 11일 고양시 일산동구 라페스타광장을 찾은 한 비대위원장은 시민간담회를 열고 “(서울 편입을)고양만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김포도 한다. 하지만 의정부는 분도를 원한다”면서 “우리의 답은 이거다. 원샷법을 통해서 한 번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편입과 경기 분도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이른바 ‘원샷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추진 시점은 총선 이후인 5월 말 구성되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로 제시했다. ‘서울 편입론’과 ‘분도’를 원한다면 선거에서 여당을 뽑아 달라는 의도다.

하지만 경기 일부지역의 서울 편입을 골자로 한 ‘편입론’과 경기도에서 북부지역을 떼어내 경기북도를 만드는 ‘분도론’은 양립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서울 편입이 거론되는 김포와 고양, 구리 등 경기 북부의 도시들을 서울로 편입시키면, 경기 북부지역이 크게 축소돼 분도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경기 분도론의 핵심은 한강을 기준으로 북쪽의 고양·남양주·파주·의정부·양주·구리·포천·동두천·가평·연천 등 10개 지역을 ‘경기북도’로 분리하자는 것이다. 남아 있는 수원·용인·성남·화성 등 21개 지방자치단체가 ‘경기남도’가 되는 식이다. 경기남도는 1,003만명, 경기북도는 354만명 규모의 도시가 된다.

이 같은 경기 분도론이 제기된 건 경기 북부 지역의 낙후된 여건 때문이다. 경기북부지역은 면적만 놓고 보면 경기도 전체의 41%에 달한다. 하지만 휴전선과 가까운 접경지여서 군사시설보호법, 수도권정비계획법, 개발제한구역, 상수도보호구역 지정 등의 규제로 인해 경기남부지역에 비해 개발이 뒤처져 있다.

분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기 북부 지역을 분도하면 독자적 예산기관들이 북부에 생기면서 주민들이 행정참여 범위가 넓어지고, 의견도 적극 반영돼 정책수립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규모 도정사업도 시행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홍철호 국민의힘 경기 김포을당협위원장이 지난 9월 말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포 지역에 내 건 현수막. ⓒ홍철호 페이스북

문제는 서울 편입이 추진되면 경기북도의 규모가 급격히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경기 북부지역 중 서울 편입이 언급된 곳은 고양(107만명), 의정부(46만명), 남양주(73만명), 구리(18만명), 김포(48만명) 등이다. 실제 이들 지역이 서울로 편입될 경우 경기북도 인구는 354만명에서 62만명 수준까지 줄어든다. 사실상 경기 북부지역을 분도할 의미가 사라지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한 비대위원장이 경기 ‘편입론’과 ‘분도론’을 병행해 추진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공약의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대통령이 경기도를 7번이나 오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4번이나 와서 총선 후에는 대부분 사라질 그런 ‘빌 공’자 공약 내지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서울시 메가 편입은 양립하기 어렵다. 경기도를 한편에서는 쪼그라트리고, 한편에서는 나누고자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이 국토 균형발전에 따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추진에 동의한다면 주민투표부터 빨리 실천에 옮겨 힘을 실어줘야 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분도는 김 도지사는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에 특별법 제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행안부는 비용 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총선 전 주민투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논의는 22대 국회에서 결정하게 됐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모든 것이 어그러진 이유는 메가서울을 추진하면서 경기 분도에 대해서는 ‘행정편의주의’, ‘갈라치기’라며 공격해왔던 여당의 급발진”이라며 “경기북도에서 김포, 구리, 고양, 의정부를 떼어내면 절반 가까이가 사라지는 것인데, 경기북도에 해당하는 지역의 주민들도 과연 이런 형태의 분도를 원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시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언급된 지역들이 실제 편입될 경우 서울시가 이들 지역의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도 아직 낙후된 지역이 존재하는 데, 굳이 경기 지역을 편입해 개발해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일례로 5호선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김포의 경우 서울 편입 현실화하면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수천억원가량 늘어난다. 김포시는 주민들의 교통 여건 개선을 위해 서울 방화역에서 검단신도시를 거쳐 김포 장기역까지 23.89㎞를 잇는 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는 2조6,200억원 규모다. 2021년 발표된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검토사업에 포함됐다.

현재 지하철 5호선 연장은 서울시와 경기도를 잇는 광역철도로 구분돼 국비와 지방비 분담비율이 7대 3(서울 1.5, 김포 1.5)이다. 하지만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서울 도심 내 설치되는 도시철도로 바뀌면서 국비 지원을 50%밖에 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수천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김포 서울 편입 이슈가 불거지자 국민의힘 김재섭 도봉구 당협위원장은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있는 서울부터 잘 챙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도봉구를 비롯한 서울 외곽지역 역시 출퇴근 시간대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데다가 서울시의 한정된 재원을 낙후된 서울 외곽 지역에 투입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시민들도 경기 일부 지역을 서울로 편입하는데 반대의 뜻을 밝혔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 시민 81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김포·과천·고양·부천·성남·안양 등을 서울로 편입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59%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반대의 절반 수준인 30%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울 외곽지역일수록 반대한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서울 내에서도 외곽지역으로 분류되는 마포구와 서대문구, 은평구 등의 경우 반대 여론이 71%에 달했다.

 

 

 

고양을 찾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뉴시스

 

지역 균형발전 역행하는 한동훈표 ‘서울 메가시티’


‘서울 메가시티’ 공약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 메가시티로의 인구 쏠림 현상은 필연적으로 지방 소멸 우려로 이어진다.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메가시티는 도시집적지역의 거주자가 1천만명이 넘는 도시를 말한다. 여기서 도시집적지역이란 인공건조물과 주거지역, 인구밀도 등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지역을 가리킨다. 즉 메가시티는 인구 1천만명 이상의 ‘거대도시’를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이미 인구 2,500만명에 달하는 메가시티다. 국내 전체 인구가 5,175만명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서울 메가시티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국민의힘과 한 비대위원장이 수도권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의 규모를 더 키우려 한다는 점이다. 인구와 면적이 늘어날수록 서울로의 인구 집중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서울을 확대하기보다 타 지역과의 협력과 조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로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더 커진 서울은 지방 인구를 더 빠른 속도로 빨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지방 소멸을 앞당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은 비수도권을 어떻게 살릴지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지, 절대 서울을 더 키울 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도 “지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메가시티는 한국 전체 인구의 50%에 육박한다. 메가시티라고 해도 이건 너무 과도하다”면서 “그런데도 굳이 경기 지역을 서울 편입을 통해 서울의 영향력을 더 키우는 건 말도 안 된다. 다른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만 커질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서울의 기능을 지방으로 분리해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서울 메가시티에 대응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와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메가시티’가 추진돼 왔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2020년 추진된 부울경 메가시티는 2022년 4월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연합’을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해 6월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 2023년 2월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연합을 해체해 사실상 추진이 중단됐다.

충청권 메가시티는 올해 1월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을 출범했다. 대전시와 세종시, 충북, 충남 등 충청권 4개 도시가 참여한 합동추진단은 지자체간 업무 협력체계를 마련해 기존의 행정협의회의 한계를 넘어선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서울 메가시티 기조를 비수도권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지난해 11월 경기 김포·구리·하남 등의 서울시 편입을 주장한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는 국토 균형발전 문제가 제기되자, 뉴시티프로젝트 특별위원회(뉴시티특위)를 만들고 수도권 중심의 메가시티 기조를 비수도권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당대표가 사퇴한 이후 한 비대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뉴시티특위’의 이름을 ‘서울-경기 생활권 재편을 위한 TF’로 바꾸고 메가시티 담론 대상을 서울 수도권에 집중하기로 했다.

 

 

 

'김포 서울 편입' 관련 발언하는 김기현 대표 ⓒ뉴스1

 

“‘서울 메가시티’ 이유 모르겠다... 총선 끝나면 사라질 공약”


국민의힘과 한 비대위원장이 경기 ‘편입론’과 ‘분도론’ 병행 추진하는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텃밭이 된 경기 민심을 돌리기 위한 ‘총선용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로 편입되길 원하는 지역에 가선 ‘서울 편입’을 분도를 원하는 지역에선 ‘분도’를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 의석수가 60개인 경기의 민심은 2012년 이전까지 민주당이 다소 우세를 보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6년 급격히 민주당으로 기울었다. 2012년 민주당 29석,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20석이던 민심은 2016년 민주당 40석, 새누리당 19석을 기록했다. 그리고 직전 선거인 2020년엔 민주당 51석, 국힘 7석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총선을 다섯 달 가량 앞둔 지난해 11월 김기현 전 국힘 당대표가 ‘김포 서울 편입’ 이슈를 꺼내들었던 것도 이 같은 경기 민심을 흔들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시 당내에서조차 ‘총선용 공약’이라는 반발이 나왔고, 결국 김 전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관련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후 당권을 잡은 한 비대위원장이 다시 서울 편입 이슈를 꺼내 들며, 다시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서울 편입 특별법을 발의한 김포, 하남, 구리뿐만 아니라 광명, 과천 등에서 “동료 시민 원하면 모두 서울이 될 수 있다”며 인접 도시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선거 끝나면 사라질 ‘총선용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백인길 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공학적으로 서울을 더 키우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주소만 서울시로 바꾸는 정책일 뿐”이라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서울이 되면 땅값과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줘 표를 얻으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총선이 끝나면 사라질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이창수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도 “김포나 고양, 구리 등은 이미 출퇴근이 가능한 서울 생활권이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서울로 편입해 서울을 더 키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솔직히 총선용으로 꺼내든 카드가 아닐까 싶다. 과거 서울이나 경기도에 뉴타운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뉴타운은 서울에서 추진한 재개발 방식이다. 소규모 재개발 사업과 달리 광역 단위 생활권을 중심으로 재개발하는 정비 사업이다.  2008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뉴타운 개발사업’을 수도권 선거의 승부수로 내걸었다. 광역 단위 재개발로 수많은 서울 시민에게 집값 상승의 기대감을 준 것이다. 그 결과 야당 강세 지역이었던 관악, 도봉, 노원을 비롯해 수도권 81석이 보수 정당 지역구가 됐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은 이후 사업 지구가 남발되면서 그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서울시는 2012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600여곳의 정비사업 구역 중 300여곳을 해제하고, 전면 철거형 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 윤정헌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단독] 박용진 맞상대 조수진, 성범죄 가해자에 '강간통념 활용' 조언

'여성' 가점인데 성범죄자에 조언, 아동성착취 집유 판결문으로 블로그 홍보까지

서어리 기자/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4.03.18. 08:47:33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서울 강북을 전략경선에서 맞붙게 된 조수진 변호사가 변호사 업무와 관련해 블로그에 쓴 글에서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가벼운 처벌을 받는 방법을 조언하는가 하면, 10세 아동에 대한 성착취 사건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낸 이력을 홍보하며 해당 판결문과 주요 사건 내용을 동 블로그에 게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 변호사는 특히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성범죄 피해자들이 수사기관 신고를 체념하게 하는 요인인 '강간통념'을 적극 활용하도록 조언한 정황도 드러났다. 조 변호사는 인권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조수진의 국민참여 형사법정'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성범죄 재판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특히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이 유리하다?'는 글에서 성범죄 피의자를 대상으로 '강간통념'을 활용하라는 조언을 한다. 

 

조 변호사는 "강간통념이란 여성이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통념을 말한다"며 "성범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기에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국참(국민참여재판)이 일부에서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있다"고 했다. '위험한 생각'이라며 강간통념이 잘못된 인식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그럼에도 "자신이 피의자의 입장이고 배심원의 판결을 통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증거 자료와 상황이 있다면 이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다"며 강간통념을 활용할 것을 권했다. 

 

ⓒ조수진 변호사 블로그 갈무리

 

대표적인 강간통념이 '여성이 남성과 단 둘이 술을 마신 것은 성폭행의 여지를 준 것이다' '성폭력은 노출 옷 때문에 일어난다'는 식의 사고다. (☞관련기사 : 성폭력은 '노출옷' 때문에 일어난다?…'강간문화'가 통계로 드러났다)

 

여성·법조계에서는 강간통념을 성범죄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거나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설령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검찰에 송치되거나 검찰 수사 이후 기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른 종류의 사건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도 강간통념의 영향 때문이라고 본다. (☞관련기사 : [여성신문] "'비동의강간죄' 새로운 것 아냐… 재판서 이미 '동의 여부' 판단 중") 

 

조 변호사 스스로 인정하듯 강간통념은 점점 우리 사회에서 '위험한 생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인권 변호사 단체인 민변의 사무총장까지 지냈던 조 변호사는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하는 활동을 통해 바로잡아야 할 그릇된 성 인식을 오히려 강화한 셈이다. 

 

조 변호사는 이와 함께 "성범죄 혐의로 공소장을 받았다면 7일 내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을 원한다는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 기간만 잘 지키고 특별히 배제할 사유가 없다면 일반적으로 국참 진행이 가능해진다"며 "국참으로 무죄가 난 것은 약 10.9%의 비율이라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성범죄의 무죄율은 20.1%로 확인이 됐다고 하는데, 언뜻 보기에는 낮은 수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동일한 기간 동안 전체 형사재판의 무죄율은 3% 미만이었다는 점을 참고한다면 매우 높은 수치로 볼 수 있다. 아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열어두고 보아야 하는 만큼 유의깊게 기억해 두셔야 할 수치"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그는 "법원행정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참은 살인이나 강도와 같은 강력범죄에서는 유죄를 선고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성범죄에 한해서는 무죄 평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애초에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일부 논문에서는 배심원들이 '사회일반에 통용되는 강간 통념'을 가지고 피해자다움을 평가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일반 형사재판보다 국민참여재판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이유가 바로 '강간 통념', '피해자다움'이라는 관념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또 '아청법 집행유예 선고사례' 제하 이 블로그 글에서, 10세 여성 아동에게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변호해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낸 사례를 홍보하기도 했다. 그는 이 글에서 "D는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여 업로드하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친구를 하자고 글을 남겼다. 이후 만 10세의 여아 Q양이 연락을 해 왔고 이를 상대로 착취물을 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Q양에게 생활 관리라고 하면서 가슴과 음부를 노출한 사진을 보내라고 한 후에 신상정보를 파악했다. 자신이 모든 정보와 신체가 노출된 사진이 있으니 복종하라고 말을 했고, Q양은 겁을 먹어 나체로 춤을 추는 영상을 촬영해 전송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거쳐 성적인 행위를 담은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이뿐만 아니라 Q양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해 학대 행위까지 일삼은 것"이라고 해당 사례를 설명했다.

 

ⓒ조수진 변호사 블로그 갈무리

 

조 변호사는 "저희가 확인한 결과 Q양을 상대로 주고받은 대화 내역과 제작한 영상 등의 증거 자료가 이미 확실하게 데이터로 입증된 이상 혐의를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성착취물의 제작 및 협박, 학대 등의 행위로 경합 관계에 있어, 상당히 죄질이 나쁘기 때문에 감형에 필요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결국 D는 무사히 감형받아 5년의 집행유예 처분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특히 이 글에서 사회적 공분을 자아낸 n번방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몇 해 전에 세상을 놀라게 한 N번방 사건 이후로 일련의 디지털 성폭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수사 당국은 엄벌에 처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단순 가담 혹은 경미한 수준이라 하여도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며 "N번방 사건 이후로 모든 규정의 형벌이 상향 조정됐다. 게다가 상습범이라면 1/2까지 가중 처벌되므로, 자신이 아주 작은 실수라도 해당이 된다면 신속하게 관련 형사사건을 많이 해결한 변호사를 찾아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조 변호사는 17일 밤 블로그에서'아청법 집행유예 선고사례' 게시물을 삭제했다. 논란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변 회원인 A 변호사는 조 변호사의 블로그 홍보 글에 대해 "배심원들의 통념이라는 것이 피해자 여성의 감수성과 다를 수 있다는 얘기 같다"며 "피해자중심주의 접근이라는 사회적 변화가 있었는데 그와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A 변호사는 조 변호사가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로 나선 데 대해 "성범죄 사건 등을 수임하려 블로그에 홍보 글을 쓰거나 하는 것은 흔한 일이긴 하지만, (통상)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하지 않고 사건 수임도 조심하는 편"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수 년 간 다수 성범죄 사건 변호를 맡은 바 있는 B 변호사는 "글의 취지가 '강간 통념을 이용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무죄를 받자'는 것으로 읽히는 면이 있다"며 "'강간통념'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불필요한 표현으로 보이는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표현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법조 경력 10년차 안팎의 C 변호사도 "글의 맥락상, 피고인 입장에서는 이 글을 읽으면 '이런 통념을 이용해 나에게 유리하게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며 "('강간통념'이라는) 이런 말이 있는지 처음 들었다"고 했다. B 변호사는 "실제로 n번방 사건 이후로 모든 형벌이 상향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성범죄 처벌은 그 사건 이전부터 강화되는 추세였다"고 부연했다.

 

조 변호사는 이번 전략 경선에서 '여성·신인 가점'을 받았다. 경선 득표의 25%가 가산된다. 반면 조 변호사와 대결을 펼치는 박용진 의원은 현역 평가 하위 10%에 포함돼 30% 감산 불이익을 받는다. 서울 강북을 민주당 총선후보 전략경선은 18일부터 19일까지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당원 30% 비율로 진행되는 온라인 투표로 이뤄진다.

 

▲조수진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련의 언어, 한반도 비핵화



 

 

비핵화는 여전히 유효한가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2018년 찾아온 ‘한반도 평화의 봄’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마지막 기회였다. 그 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 북(조선)-미국(이하 조미) 정상회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주요 의제였다. 그러나 그 협상은 결국 실패했다. 따라서 비핵화의 마지막 기회마저 사라졌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제 미련의 언어가 되었다.

 

2018년에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의 위치와 정의

4.27 판문점 선언, 비핵화를 평화체제의 하위 카테고리에 배치

4.27 판문점 선언은 3번째 항목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을 합의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3항의 네번째 절에 위치한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단히 의의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첫째, 비핵화는 평화체제의 하위 카테고리에 존재한다. 비핵화보다 평화가 더 상위의 개념이고 상위의 목표이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비핵화 절차는 “핵없는 한반도”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데 복무한다. 한반도 비핵화가 조선의 일방적인 핵무기 포기(혹은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선 조미관계 정상화 후 비핵화 합의

6월 12일 조미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아래와 같은 문장이 핵심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이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호상 신뢰구축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성명한다.

조미관계를 새롭게 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이므로, 선 조미관계 후 한반도 평화를 의미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형성된 조미 신뢰가 비핵화를 추동한다고 했으니 비핵화는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다. 이를 정리하면 “새로운 조미관계 -> 한반도 평화 -> 한반도 비핵화”가 된다.

 

9.19 평양공동선언, 한반도 비핵화를 정의

9월 19일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은 5번째 항목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여기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정의되어 있다.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가 그것이다.

세 합의문에 담긴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와 위치는 다음과 같다.

1> 한반도 비핵화는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의미한다.

2> 한반도 비핵화는 조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의 뒤에 위치한다. 즉 조미관계 정상화가 되어야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수립되어야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다.

 

2019년 하노이 회담의 실패 후 한미 동맹의 대조선 적대행위 재개

2019년 2월 하노이 조미 정상회담은 싱가포르 회담에서의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회담이었다. 조선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미국은 민생 관련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조선의 영변 시설 폐기와 미국의 대조선제재 해제는 조미 관계 정상화에도, 한반도 평화에도, 비핵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의제 선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회담장에서 미국은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적인 요구를 들고나왔다. 즉 ‘영변 + @‘를 제시한 것이다. 조선은 이를 부당한 요구이며 신뢰 파기 행위로 간주했다. 결국 하노이 회담은 결렬되었다. 미국의 ‘영변 + @‘ 요구가 회담을 파탄냈다.

그 후 2019년 3월과 8월 한미군사연습이 재개되었다. 특히 8월 한미군사연습은 ‘북한안정화작전’이 포함되어 있었다. ‘북한안정화작전’은 북의 영토를 점령하고, 잔당을 소탕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회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이는 명백한 정치적, 군사적 적대 행위였다.

 

날려버린 한반도 비핵화의 골든 타임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마지막 기회였던 2018년의 시도는 그렇게 실패로 돌아갔다. 다음 세 가지 점 때문에 2018년은 비핵화의 마지막 기회였다.

첫째, 2018년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골든 타임’이었다. 핵무기 보유는 다음과 같은 다섯 단계를 거쳐 현실화된다. 1> 핵무기 개발 성공 2> 핵무기 다양화 3> 핵무기 운반 수단인 미사일 보유 4> 미사일의 다양화 5> 핵무기와 미사일의 대량생산이 그것이다.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서가 제대로 이행되었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1단계에서 실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기회를 방치했다. 클린턴 정부는 ‘3.3.3 붕괴설’(조선은 3일, 3개월 늦어도 3년 안에 망한다는 미국의 사고)을 믿고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이 제대로 이행되었다면 2단계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회 역시 미국은 방치했다. 오바마의 정부는 ‘전략적 인내’(조선이 붕괴할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린다는 미국의 사고) 정책을 추진하느라 9.19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2018년 조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조선과 미국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할 때 조선의 핵보유는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국면이었다. 조선이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실어 미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4단계로 넘어가면 비핵화 협상은 더욱 어려워진다. 협상의 문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5단계로 넘어가면 비핵화 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선이 수많은 핵탄두와 다양한 형태의 미사일을 상당량 보유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는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2018년이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조선은 2020년 정면돌파전을 선택한 후 4단계와 5단계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둘째, 조선은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하게 협상에 임했다. 이는 조선이 한반도 비핵화 의제를 남북 회담에서 논의한 데서 확인된다. 조선의 핵개발은 미국 적대정책의 산물이므로, “철두철미” 조선과 미국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 조선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비핵화 문제가 논의되고 합의문에 담겼다.

또한 조선이 비핵화를 위한 선조치를 취한 데서도 확인된다. 조선은 싱가포르 조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2018년 5월 24일 풍계리 핵시험장을 폭파했다. 그 전까지 북은 ‘동시 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조선과 미국의 동시 행동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2018년의 풍계리 핵시험장 폭파는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미국과 한국 그리고 국제사회에 어필하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하노이 회담에서도 조선의 유연한 협상 태도는 유지되었다. 미국의 핵전문가 헤커 박사도 당시 언급했던 것처럼 영변의 모든 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민생 관련 대조선 제재를 해제하는 것과 동급이 아니었다. 영변은 조선 핵시설의 90% 이상이 모인 지역이다. 영변 핵시설이 폐기되면 조선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없다. 따라서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조선이 ‘핵무기 추가 생산 중단’을 의미한다. 당시 조선은 산술적으로, 정치적으로 손해보는 협상을 감내하려 했던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에도 조선의 유연한 행보는 계속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5월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제인 대통령을 만나 회담 국면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그 후 조미 실무급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도 했다. 2019년에 이미 회담이 결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이 핵무력 증강 정책을 재개한 것은 2020년 이후였다.

셋째, 2018년과 2019년 과정을 통해 조미 사이의 신뢰는 완전하게 파괴되었다. 특히 조선은 미국이 선 비핵화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결론,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추진할 시간을 벌기 위해 대화를 이용하고 있다는 결론 그래서 미국과의 대화는 필요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가 간 모든 협상의 기본은 신뢰이다. 특히 조미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것처럼 조미 신뢰구축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한다(promote). 신뢰의 상실은 비핵화 협상의 추동력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조선과 미국처럼 적대관계에 있는 두 국가 관계에서 추동력이 사라지면 협상은 불가능하다.

마지막 협상의 기회가 사라진 한반도 비핵화는 철지난 레코드판이 되었다.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 역시 비핵화 무용론 역설

30년이 넘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역사에서 리비아 모델, 우크라이나 모델 등 다양한 사례들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성공한 비핵화 사례는 없다. 핵을 포기한 국가들은 치명적인 국가 이익 손실을 겪어야 했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추구했던 사례는 리비아 모델이었다. 리비아는 미국이 강하게 비핵화를 요구하자 관계 개선과 경제 지원을 약속받고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다. 그러나 미국은 경제 지원도, 관계 개선도 추진하지 않았다.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은 결국 붕괴했다. 그 이후 조선은 ‘선 조미관계 개선, 후 비핵화’를 일관하게 요구해왔다.

우크라이나 모델 역시 한반도 비핵화에서 종종 거론되어 왔다. 소련 해체 이후 핵보유국이 된 우크라이나는 미국, 러시아와 비핵화를 합의했다. ‘부다페스트 협정’으로 알려져있는 이 합의는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를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도하다시피 미국은 자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대리전으로 내세웠고,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국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 조선을 적대국으로 명시하고 이 세 나라를 대상으로 신냉전 대결을 펼치고 있는 현 정세에서 조선에게 비핵화는 ‘투항’, ‘굴복’, ‘망국’의 언어로 각인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 역시 비핵화 무용론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현실을 망각한 미련의 언어

1990년대 이후 한반도 비핵화는 대화와 협상, 평화로 가는 상징의 언어였다. 조미 관계에서건, 남북 관계에서건 모든 대화와 협상, 평화적 국면은 한반도 비핵화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평화와 통일을 열망하는 우리들에게 한반도 비핵화는 희망의 언어였다. 비핵화의 진전은 한반도 적대체제, 분단체제, 정전체제를 극복하는 노력을 상징하는 언어였다.

그래서 비핵화가 물 건너간, 철지난 레코드판이 되어버린 현실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비핵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도 비핵화 협상이 가능해야 남북미 대화와 평화의 과정이 복원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미련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미련을 갖는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 하루빨리 미련을 털고 변화된 현실을 수용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끝났다는 현실을 인정했을 때 변화된 현실에 기반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비핵화라는 미련의 언어를 버려야 새로운 희망의 언어를 창조하거나 발견할 수 있다.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총선 3주 앞, 조선일보 “대통령실이 정권 심판론 자초”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종섭 즉각 귀국, 황상무 자진 사퇴 촉구에도 대통령실 ‘침묵’

야당은 사당화 논란…“‘박용진 절대 안 된다’가 공천 원칙인가”

‘정정보도 청구 알림’ 딱지 네이버 정책 변경에 사설로 맞선 언론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4.03.18 07:42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 지난 16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야구장에서 열린 메이저리거 참여 어린이 야구교실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론 악화로 지지율 하락이 감지되자 ‘도피 출국’ 논란이 있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즉각 귀국과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보수신문도 이와 발맞춰 윤석열 대통령의 침묵과 계속되는 독선적 결단을 비판하는 칼럼·사설을 냈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즉각 소환 통보를 해야 하고 이종섭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해서 국민들게 피로감 드릴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황상무 수석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라며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수도권 출마자들 아우성에도… 말 없는 대통령”

신문들도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한 위원장 발언을 실은 데 이어 4면에 <輿 출마자들 아우성에도… 말 없는 대통령>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에서 우려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다”며 “총선이 3주 남짓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원인을 제공해 ‘정권 심판론’ 확산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 18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침묵을 지킬 뿐 인사 조치 계획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종섭 대사는 17일 KBS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조사하겠다면 내일이라도 귀국하도록 하겠다”면서도 별도 사퇴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황상무 수석과 관련해 조선일보에 “발언이 부적절했지만 기자들과의 비공식 식사 자리”라며 “본인이 사과한 상황이라 현재로선 인사 조치까지 해야 하는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식 ‘1인 결단’ 시스템이 근본 문제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18일 논설실장 칼럼 <“부르면 귀국” 아니라 “당장 귀국”이 답이다>에서 “문제의 본질은 왜 야권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민감한 사건의 핵심 피의자를 서둘러 해외로 내보내려 한 건지, 일선 부처의 1급 실장 인사를 놓고도 한두 달씩 검증을 하는 판에 출금 여부조차 알아보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 건지, 혹시라도 기소되면 외교적 망신의 뒷감당은 어찌하려 했는지 하는 점”이라고 했다.

▲ 18일자 동아일보 칼럼.

동아일보는 “특정 정파에 속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요소들이 하나둘이 아닌 것”이라며 “결국 ‘나는 옳다’는 신념에 찬 ‘1인’ 중심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근본 문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참모들이나 장관들이 그저 정해진 결정의 집행자나 들러리 역할밖엔 못 하는 것 아닌지”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회칼 테러’ 운운 황상무 수석, 자진 사퇴하라> 사설에서 이종섭·황상무에 대한 한동훈 장관의 요구를 놓고 “만시지탄이다. 총선과 무관하게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들”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말은 평소 의식의 소산인 만큼 이번 사건(황상무 수석)은 단순한 설화가 아니라 황 수석을 비롯한 권력 핵심들의 언론관이 어떤 수준인지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며 “이종섭 대사 역시 즉각 귀국해 수사 프로세스에 응하는 게 마땅하다. (중략) 누구보다 법치에 철저해야 할 정부가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 신분인 그를 서둘러 대사에 임명하고 내보낸 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커지는 민주당의 ‘박용진 찍어내기’ 비판… “이중 삼중 족쇄”

야당의 악재는 박용진 의원의 공천 배제다.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정봉주 전 의원의 자리에 차점자인 박 의원이 공천되지 않고 조수진 변호사와 양자 경선을 하게 됐다. 박 의원은 ‘하위 10%’로 인한 30% 감산 룰이 적용되고 조 변호사는 ‘여성 정치 신인’으로 25% 가산을 받는다.

▲ 18일자 한겨레 1면 기사.

박 의원이 ‘족쇄’를 차고 있다는 평가다. 한겨레는 18일 1면에 <끝이 없는 ‘박용진 찍어내기’> 기사를 냈다. 한겨레는 “정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2위를 한 박 의원을 공천하지 않고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한 데 이어, 강성 친명(친이재명) 지지층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경선 방식까지 채택하면서 박 의원은 이중·삼중의 족쇄 속에서 경선을 치르게 됐다”고 했다.

한겨레는 “‘비이재명계 박용진 찍어내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5일 심야 최고위 회의 끝에 16일 새벽 해당 선거구를 전략 선거구로 지정해 전략 경선을 하기로 의결했다”며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지역에서 경선 부정이 확인된 손훈모 예비후보가 낙마하고, 차점자인 이재명 대표 특보인 김문수 예비후보가 공천을 받은 것과 다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경향신문도 4면에 <공천 막판까지 ‘비명 찍어내기’ 논란… 박용진, ‘강북을’ 놓고 조수진과 경선> 기사를 내고 “대표는 박용진 의원이 그렇게 두렵나. 민주당을 기어이 완벽한 이재명의 당으로 만드는 게 이번 총선의 목표인가”라고 한 김상희 의원의 민주당 의원 단체대화방 글을 인용했다.

▲ 18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18일 사설 <‘박용진 절대 안 된다’가 이재명의 공천 원칙인가>에서 “민주당은 당내 ‘차점자 승계’ 요구를 거부하고 전략공천지역 결정에 이어 친명 후보에게 유리한 전당원투표를 도입했는데, 이는 대선 경선 등에서 이재명 대표에 맞섰던 박 의원을 배제하는 것과 다름없”며 “공천 막판까지 이 대표의 ‘사천 논란’이 이어지는 형국”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서울 강북을 후보 선출에 전당원투표를 적용하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청년 전략공천지역인 서울 서대문갑(전국 권리당원 70%+서대문갑 권리당원 30%) 방식과 같다지만, 당시에도 지역 유권자 및 본선 경쟁력과 관계없는 방식이란 지적이 많았다”며 “특히 서대문갑 3인 경선 중 한 후보가 중도탈락하면서 4위였던 ‘대장동 변호사’ 김동아 후보가 합류해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공천장을 받았다. 서울 강북을 경선 방식도 특정인 배제를 위해 개딸의 입김을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이재명 사당’이란 의구심에 힘만 실어준 꼴”이라고 했다.

 

네이버 정책 변경에 동아일보 “월권이자 오만한 발상”

정정보도가 청구된 언론사 기사에 ‘정정보도 청구 중’이라는 알림을 띄우고, 해당 언론사에 ‘댓글창 일시 폐쇄’를 요청하기로 한 네이버 정책을 놓고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한겨레·한국일보가 비판 사설을 냈다.

네이버는 지난 15일 △정정보도 청구시 검색 결과에도 문구 표기 △반론보도와 추후보도 청구페이지 접근성 강화 및 절차 간소화 △정정보도 청구시 언론에 해당 기사 댓글창 일시 폐쇄 적극 요청 △기사별 내국인 외국인 비율 공개 △1인당 기사별 작성 가능한 답글 수 10개 제한 △선거법 위반 댓글 반복 작성자에 대한 댓글 작성중단 조치 등을 발표했다.

[관련 기사 : 네이버, 정정보도 청구 기사에 ‘댓글창 일시폐쇄’ 요청한다]

▲ 18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18일 사설 <정정보도 ‘온라인 청구’ 받아 ‘딱지’ 붙인다는 네이버의 월권>에서 “뉴스 제목에 이런 식으로 딱지를 붙이면 독자는 정확하고 올바른 기사까지 오류가 있거나 잘못된 것으로 오해하게 된다”며 “나아가 네이버는 해당 기사의 댓글 창까지 닫도록 언론사에 요구하겠다고 했다. 인터넷 뉴스 유통업자에 불과한 네이버가 보도의 신뢰성과 개별 언론의 여론 형성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건 월권이자 오만한 발상”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네이버의 새 정책이 적용되면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이해 당사자 등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 보도가 나오는 즉시 간단한 온라인 신청만으로 기사에 ‘정정 보도 청구 중’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다”며 “보도를 부인할 근거가 전혀 없거나 언론중재위원회엔 조정을 신청하지 못해도 이 딱지는 얼마든지 붙일 수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 등이 기사의 신뢰도에 흠집을 내고 비판 여론의 확산을 막을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어 “애당초 검색 결과만 서비스하면 되는 포털이 인링크로 사이트 내에서 기사를 유통하고, 뉴스 편집권까지 휘두르다 보니 그에 뒤따르는 논란이 두려운 것”이라며 “네이버가 뉴스로 트래픽을 올리는 일을 그만두고 검색 결과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링크제를 전면 도입한다면 정정보도 청구에 얽매일 일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18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정치권 압박을 언급했다. 한겨레는 18일 사설 <기사에 ‘정정보도’ 딱지 달겠다는 네이버, 악용 우려된다>에서 “네이버의 개편 방안은 갈수록 노골화하는 정부의 ‘비판 언론 재갈 물리기’ 흐름과 떼어 놓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관련기사

  • 국민의힘 “지지율 착시효과, 끔찍한 결과 우려” 위기감 감돌아

  • “농담이라는데 섬뜩” 기자·PD 현업단체도 ‘회칼 테러’ 황상무 사퇴 요구

  • 기사 쓸 때 칼 맞을 각오하라? “언론 협박 황상무 사퇴하라”

 

한겨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9월 ‘가짜뉴스 논란이 있는 보도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가 진행 중일 경우, 포털 사업자가 해당 기사에 ‘심의 중’임을 표시하거나 삭제·차단 등의 선제적 조치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언론 자유 침해라는 비판을 산 바 있다”며 “네이버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SNU 팩트체크’ 서비스를 돌연 중단한 일도 있었는데, 그 배경에 이 서비스를 ‘좌편향’이라고 공격해온 여당의 압박이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악용’ 가능성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절차를 간소화하고 댓글까지 차단하면 너도나도 가짜뉴스라며 정정보도를 청구할 것”이라며 “더구나 총선 후보자들은 저마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기사에 재갈을 물리려고 할 것이다. 그래놓고 나중에 언론중재위에 중재 신청을 안 해도, 또 문제없다는 판정을 받아도 그만이라고 한다. 심각한 언론 자유 침해 아닌가”라고 했다.

 

  • # 해시태그

 

박재령 기자구독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미연합군 겨눈 핵타격훈련에 중국 전략핵폭격기 16대 참가

 

[개벽예감 578] 한미연합군 겨눈 핵타격훈련에 중국 전략핵폭격기 16대 참가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3/18 [07:44]
  •  
 

<차례> 

1. 항공모함 랴오닝호 비행갑판에서 식별된 뜻밖의 물체

2. 미 제국 국가지리공간정보국 기밀문서 

3. ‘리바’에 게시된 중국인민해방군 공습훈련 상황도

4. 조중동맹군 핵협공 위험에 직면한 한미연합군

 

 

1. 항공모함 랴오닝호 비행갑판에서 식별된 뜻밖의 물체

 

2024년 2월 29일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가 랴오둥(遼東)반도에 있는 다롄(大連)조선소에서 출항했다. 랴오닝호는 67,000톤급 항공모함이다. 랴오둥반도는 보하이만(渤海灣) 동남쪽에 있고, 항구도시 다롄은 랴오둥반도 끝자락에 있다. 항공모함 랴오닝호는 2023년 2월 28일 다롄조선소에 들어간 때로부터 1년 만에 개조작업을 마치고 출항했다. 랴오닝호를 1년 동안 개조한 것은 그 항공모함을 전반적으로 개조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2024년 2월 29일 다롄조선소에서 출항한 랴오닝호 비행 갑판에서 뜻밖의 물체가 식별되었다. 그것은 젠(殲)-31 스텔스 전투기 실물 모형이다. 젠-31은 중국이 개발, 완성한 2세대 스텔스 전투기다. 

 

1년 동안 전반적인 개조작업을 마치고 출항한 랴오닝호 비행 갑판에 실린 젠-31 스텔스 전투기 실물 모형에 주목하는 까닭은 그 스텔스 전투기가 뛰어난 작전성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지금으로부터 근 10년 전인 2014년 12월 7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중국항공공업 회장 린쭤밍(林左鳴)은 중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젠-31 스텔스 전투기가 미 제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를 제압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기라고 말했다.

 

2021년 11월 1일 중국의 영문 언론매체 글로벌 타임스(Global Times)는 젠-31 스텔스 전투기의 날개가 접이식 날개(folding wing)로 변형되었고, 그 전투기 기체에 사출기(catapult) 이함 장치가 달렸다고 보도했다. 접이식 날개와 사출기 이함 장치는 항공모함이 싣고 다니는 함재기의 구조적 특징이다. 그래서 미 제국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젠-31 스텔스 전투기를 함재기로 변형시켜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인 푸젠(福建)호에 탑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6월 19일 진수된 항공모함 푸젠호는 현재 시운전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미 제국 군사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1년간의 전반적 개조작업을 마치고 2024년 2월 29일 다롄조선소에서 출항한 항공모함 랴오닝호에 실린 젠-31 스텔스 전투기 실물 모형은, 랴오닝호에 젠-31 스텔스 전투기가 탑재된다는 것을 예고해준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중국이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1년 동안 전반적으로 개조한 목적은 젠-31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젠-31 스텔스 전투기 30대를 탑재하면, 작전반경은 800km에서 1,200km로 늘어난다. 세계 최강 전투기라는 젠-31 스텔스 전투기를 항공모함 랴오닝호에 탑재하는 것은 중국이 대만해방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항모타격단은 항공모함 1척, 핵추진잠수함 2척, 이지스 구축함 3척, 호위함 3척, 종합보급함 1척으로 편성된다.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중국 항모타격단은 중국인민해방군 북해함대에 배속되었다. 북해함대 사령부는 중국 산둥성(山東省) 산둥반도의 항구도시 칭다오(靑島)에 있다. 

 

항공모함 랴오닝호의 모항은 산둥성 칭다오인데, 랴오닝호에 탑재되는 함재기들은 칭다오에서 약 500km 북쪽에 있는 랴오닝성 싱청(興城)에 주둔하는 해군항공대 함항1연대에 배속되었다. 그러므로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함재기를 탑재하려면 칭다오에서 약 500km 떨어진 랴오닝성 싱청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최근 중국인민해방군은 산둥성 칭다오에서 북동쪽으로 약 55km 떨어진 곳에 시댜오자오(石島礁) 공군기지를 건설했다. 이것은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칭다오에서 약 500km 떨어진 싱청으로 가지 않고, 칭다오에서 약 55km 떨어진 시댜오자오 공군기지에 가서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로써 항공모함 랴오닝호의 출동 준비시간이 대폭 단축되었다. 시댜오자오 공군기지는 산둥성 각지에 있는 12개 공군기지 및 해군 항공 기지들 중에서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공군기지다. 

 

항공모함 랴오닝호의 동향에 주목하는 까닭은, 랴오닝호 항모타격단이 배치된 칭다오 해군기지가 전라북도 군산 공군기지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칭다오 해군기지는 서해를 사이에 두고 군산 공군기지와 약 560km 떨어져 있다. 전투기와 미사일이 초음속으로 날아다니는 현대전에서 560km는 가까운 거리다. 

 

군산 공군기지에는 미 제국 공군 제8전투비행대와 한국 공군 제38전투비행전대가 함께 주둔한다. 제8전투비행대는 F-16 전투기 40대를 운용하고, 제38전투비행전대는 KF-16 전투기 20대를 운용한다. 

 

또한 칭다오 해군기지는 경기도 평택 해군기지와도 마주 보고 있는데, 서해를 사이에 두고 약 600km 떨어져 있다. 평택 해군기지에는 서해를 작전구역으로 하는 한국 해군 제2함대가 주둔한다. 

 

군산 공군기지와 평택 해군기지가 칭다오 해군기지를 마주 보고 있는 지리적 조건은, 유사시 칭다오 해군기지에서 출항한 랴오닝호 항모타격단이 군산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한미연합군 전투기 편대들 그리고 평택 해군기지에서 출항한 한국 해군 해상전투단과 마주치게 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군산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미 제국 공군 제8전투비행대와 한국 공군 제38전투비행전대, 그리고 평택 해군기지에 주둔하는 한국 해군 해상전투단은 유사시 칭다오 해군기지에서 대만해협으로 출동한 랴오닝호 항모타격단을 서해에서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유사시 랴오닝호 항모타격단을 대만해협으로 출동시키기 전에 우선 한국군 기지들과 주한미군 기지들부터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2. 미 제국 국가지리공간정보국 기밀문서 

 

중국인민해방군이 한국군 기지들과 주한미군 기지들을 무력화하는 일차적인 타격 수단은 미사일이다. 중국인민해방군 전략로켓군(火箭軍) 제51부대 산하에 4개 미사일 여단(彈道旅)이 있는데, 지린(吉林)성 퉁화(通化)에 주둔하는 제816여단, 산둥성 라이우(萊蕪)에 주둔하는 제822여단, 랴오닝성 다롄에 주둔하는 제810여단이 한국군 기지들과 주한미군 기지들을 겨눈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대거 배치해놓았다. 한국군 기지들과 주한미군 기지들을 겨누고 있는 중국인민해방군 전략로켓군 미사일들은 다음과 같다.

 

둥펑(東風)-11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 600~700km)

둥펑-16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 1,000km) 

창젠(長劍)-10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사거리 1,500km) 

둥펑-21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 1,800km) 

훙냐오(紅鳥)-3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사거리 2,000km) 

 

미 제국 국방부가 2019년 5월에 펴낸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인민해방군은 유사시 한미연합군을 공격하기 위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750발과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540발을 배치했다고 한다. 이것은 유사시 각종 미사일 1,200여 발이 한국군 기지들과 주한미군 기지들을 타격할 것임을 예고한다.

 

중국인민해방군의 전법은 기습-강압 전법이다. 그들이 말하는 기습전법은 미사일 발사대차에서 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해 적의 지휘 통제체계와 반항공망을 제거하는 것이고, 그들이 말하는 강압 전법은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대규모 공습으로 적을 섬멸하는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의 기습-강압 전법에 의하면, 중국인민해방군 로켓군이 각종 미사일 1,200여 발을 집중발사해 한미연합군의 지휘 통제체계와 반항공망을 제거하면, 전자 전기와 무인정찰기를 앞세운 전략폭격기들이 대규모 공습으로 한미연합군을 섬멸한다는 것이다. 이런 작전 씨나리오는 중국인민해방군이 운용하는 훙(轟)-6 전략폭격기의 동향에 시선을 집중시키게 한다.

  

중국인민해방군은 한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시댜오자오 공군기지에 훙-6 전략폭격기를 전진 배치했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지금까지 랴오닝성 다롄 인근에 있는 투청즈(土城子)에 주둔하는 제2해군항공사단 제6항공단에 훙-6 전략폭격기를 배치했는데, 이제는 산둥성 시댜오자오 공군기지에도 훙-6 전략폭격기를 배치한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이 운용하는 훙-6 전략폭격기는 14종으로 분화되었는데, 그중에는 항공정찰에 사용되는 훙-6B 전략정찰기, 공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는 훙-6D 대함폭격기, 전자전을 수행하는 훙-6G 전자 전기,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훙-6H 전략폭격기, 핵폭탄을 투하하는 훙-6E 전략폭격기, 핵탄두 미사일을 발사하는 훙-6N 전략폭격기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훙-6B 전략정찰기에 주목하는 까닭은 미 제국 국가지리공간정보국(National Geospatial-Intelligence Agency) 기밀문서에 훙-6B 전략정찰기에 관한 정보가 수록되었기 때문이다. 2023년 4월 18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국가지리공간정보국 기밀문서는 국가지리공간정보국이 2022년 8월 9일에 촬영한 위성 사진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그 기밀문서에 의하면, 중국 안후이성(安徽省)에 있는 루안(六安) 공군기지에 초음속 고고도 스텔스 무인정찰기 우전(無偵)-8이 배치되었는데, 훙-6B 전략정찰기가 이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싣고 날아가다가 공중에서 발진시킨다는 것이다. 

 

중요한 문제는 미 제국 국가지리공간정보국 기밀문서에 표시된 우전-8의 비행경로가 어디를 향했는가 하는 것이다. 그 기밀문서에 의하면, 훙-6B 전략정찰기는 중국 서부지역 상공(서해에 근접한 중국 동부 상공)을 날아가다가 공중에서 발진시킨 우전-8 스텔스 무인정찰기가 마하 3의 초음속으로, 고도 30.5km의 높은 고도를 비행하면서 한국 영공에 침투해 정찰비행을 하고 중국으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행경로는 우전-8 스텔스 무인정찰기가 당연히 대만 상공에 침투해 대만군을 정찰할 것이라는 상식을 거부하고, 전혀 뜻밖에도 한국 영공에 침투해 한미연합군을 정찰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해준다.

 

우전-8 스텔스 무인정찰기에는 합성개구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가 장착되어서 야간이나 구름 또는 안개 낀 날씨에도 지상을 정찰할 수 있고, 초음속 비행 능력과 고도도 비행 능력과 스텔스 기능을 골고루 갖추었으므로 한미연합군의 반항공 감시망을 감쪽같이 뚫고 들어가 정찰할 수 있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중국이 ‘비장의 무기’로 보유한 최첨단 스텔스 무인정찰기가 왜 대만 상공이 아닌 한국 영공에 침투하려는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간단명료하다. 중국인민해방군은 한미연합군을 주적으로 규정하였기 때문에 최첨단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한국 영공에 침투시켜 한미연합군을 정찰하려는 것이다. 

 

결전의 날이 오면, 중국인민해방군은 달빛도 없는 심야에 우전-8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한국 영공으로 침투시켜 한미연합군의 위치가 정확히 표시된 타격좌표를 실시간으로 파악한 다음, 정밀타격 능력을 가진 각종 미사일 1,200여 발을 집중발사해 한미연합군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3. ‘리바’에 게시된 중국인민해방군 공습훈련 상황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사회관계망 텔레그램(Telegram)에는 군사정보를 분석한 자료를 게시하는 ‘리바(RYBAR)’라는 이름의 군사 전문 계정이 있다. ‘리바’의 운영자는 로씨야 군사전문가 미하일 즈빈추크(Mikhail Zvinchuk)다. 그는 모스크바에 있는 수보로브 군사학교(Suvorov Military School)와 로씨야 국방부 부설 군사대학을 각각 졸업했고, 로씨야군 총참모부 직속 특수부대 스뻬쯔나즈(Spetsnaz)에서 군사복무를 했다. 지금 그는 로씨야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소속되어 로씨야 국방부가 제공하는 군사정보를 분석한 자료를 ‘리바’에 게시한다. ‘리바’의 구독자는 110만 명이며, 매일 평균 600,000명이 ‘리바’에 게시된 자료를 읽는다.

  

그런데 2024년 3월 7일 ‘리바’에 게시된 정보자료가 충격적이다. 그날 게시된 정보자료는 「미국-대한민국 군사훈련에 대한 중국의 반응(China’s Reaction to the U.S.-Republic of Korea Armed Exercises)」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되었다. 이 정보자료에는 “미한연합군이 조선과 중국을 상대로 싸우기 위한 연합작전을 연습하고 있으므로, 그에 대응해 중국 훙-6 전략폭격기들이 최근 서해 상공에서 한국을 상대로 무력 시위를 했다”라는 내용의 해설과 함께 중국인민해방군의 공습훈련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가 들어있다. 공습훈련 상황도를 보면, 백령도에서 제주도 서쪽 해상까지 빗금을 친 해역이 공습훈련 상황도 중앙에 표시되었는데, 거기에 “3월 4일부터 14일 자유의 방패 훈련(Freedom Shield Exercise March 4~14)”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 

 

한미연합군이 ‘자유의 방패’라는 작전 명칭의 전쟁 연습을 시작한 날은 2024년 3월 4일이고, 중국인민해방군 공습훈련 상황도가 ‘리바’에 게시된 날은 2024년 3월 7일이다. 그러므로 중국인민해방군이 훙-6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대규모 공습훈련을 실시한 날은 2024년 3월 5일인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서, 중국인민해방군은 2024년 3월 5일 자기들이 실시한 공습훈련에 관한 정보를 3월 6일 로씨야 국방부에 통보했고, 로씨야 국방부의 어느 소식통은 미하일 즈빈추크에게 공습훈련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었고, 즈빈추크는 공습훈련상황도를 3월 7일 ‘리바’에 게시한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은 2024년 3월 5일 자기들이 실시한 대규모 공습훈련에 관한 정보를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다.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3월 5일 공습훈련이 기존 관념을 깨뜨린 충격적인 훈련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의 3월 5일 공습훈련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1) 중국 중남부 장시성(江西省)에 중국인민해방군 우공(武功) 공군기지가 있다. 우공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중국인민해방군 제36항공사단은 훙-6A 폭격기연대, 훙-6E 폭격기연대, 항공정찰연대로 편성되었다. 훙-6A와 훙-6E는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하는 전략핵폭격기들이다. 

 

‘리바’에 게시된 공습훈련 상황도에 의하면, 2024년 3월 5일 우공공 군기지에서 이륙한 훙-6 전략핵폭격기 2대가 서해 상공까지 약 1,400km를 날아가 공중 핵타격훈련을 실시한 다음 우공 공군기지로 복귀했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중국 동부 산둥성에 있는 르자오(日照)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훙-6 전략핵폭격기 2대가 서해 상공까지 약 400km를 날아가 공중 핵타격훈련을 실시한 다음 르자오 공군기지로 복귀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니까, ‘리바’에 게시된 공습훈련 상황도에는 매우 긴 타원형 궤적을 따라 약 2,800km를 비행한 훙-6 전략핵폭격기 2대의 비행궤적이 나타났고, 긴 타원형 궤적 안에서 작은 타원형 궤적을 따라 약 800km를 비행한 훙-6 전략핵폭격기 2대의 비행궤적이 함께 나타났다.     

 

2) 중국 동부에 있는 안후이성에 있는 중국인민해방군 루안 공군기지에는 제10항공사단이 주둔한다. 제10항공사단은 훙-6E 전략핵폭격기 2개 연대와 전자 전기 1개 연대로 편성되었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우전-8 초음속 고고도 스텔스 무인정찰기와 훙-6B 전략정찰기도 루안 공군기지에 배치되었다. 

 

‘리바’에 게시된 공습훈련 상황도에 의하면, 2024년 3월 5일 루안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훙-6E 전략핵폭격기 6대가 제주도 남서쪽 해상까지 약 800km를 날아가 공중 핵타격훈련을 실시한 다음 루안 공군기지로 복귀했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상하이(上海) 충밍(崇明)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78항공여단 소속 훙-6E 전략핵폭격기 6대가 제주도 남서쪽 해상까지 약 300km를 날아가 공중 핵타격훈련을 실시한 다음 충밍 공군기지로 복귀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니까, ‘리바’에 게시된 공습훈련 상황도에는 긴 타원형 궤적을 따라 약 1,600km를 비행한 훙-6E 전략핵폭격기 6대의 비행궤적이 나타났고, 긴 타원형 궤적 안에서 작은 타원형 궤적을 따라 약 600km를 비행한 훙-6E 전략핵폭격기 6대의 비행궤적이 함께 나타났다.  

 

3)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2024년 3월 5일 훙-6 전략핵폭격기 16대를 서해 중부 상공과 제주도 서남쪽 상공에 각각 출동시켜 대규모 공중 핵타격훈련을 실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전략핵폭격기가 출동하면 전략핵폭격기들만 날아가는 게 아니라, 전자 전기와 무인전략정찰기가 앞서고, 전투기들이 좌우에서 호위하고, 공중급유기가 뒤에서 따라가는 편대 비행을 하게 된다. ‘리바’에 게시된 공습훈련 상황도에는 전자 전기, 무인전략정찰기, 호위전투기, 공중급유기에 관한 서술은 생략되었지만, 그날 공습훈련에서 전자 전기, 무인전략정찰기, 호위전투기, 공중급유기가 전략핵폭격기와 함께 편대 비행을 한 것이 분명하다.   

 

4) 대만군을 겨눈 공중 핵타격훈련을 계속하는 중국인민해방군은 2022년 12월 12일 훙-6 전략핵폭격기 18대를 동원한 대규모 공중핵타격훈련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2024년 3월 5일에는 훙-6 전략핵폭격기 16대를 동원해 규모가 두 번째로 큰 공중 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 평소에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군을 겨눈 공중 핵타격훈련에 동원되는 훙-6 전략핵폭격기는 10대 미만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중국인민해방군이 2024년 3월 5일 공중 핵타격훈련에 훙-6 전략핵폭격기 16대를 동원한 것은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5) 2024년 3월 5일 중국인민해방군이 훙-6 전략핵폭격기 16대를 서해 중부 상공과 제주도 서남쪽 상공에 각각 출동시킨 대규모 공습훈련은 한미연합군을 직접 겨눈 공중 핵타격훈련이었다. 중국인민해방군은 대만군을 겨눈 공중 핵타격훈련에만 열중하는 줄 알았더니, 대만군을 겨눈 공중 핵타격훈련보다 더 큰 규모로 한미연합군을 겨눈 공중 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인민해방군이 한미연합군을 겨눈 공중 핵타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군사 정세가 상식의 범위를 뛰어넘어 급속히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6) 훙-6 전략핵폭격기의 작전반경은 3,500km이고, 그 폭격기에 탑재된 창젠-20A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2,000km다. 훙-6 전략핵폭격기에는 창젠-20A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이 4발씩 탑재된다. 훙-6 전략핵폭격기는 B-611 공중발사 탄도미사일도 2발씩 탑재할 수 있는데, ‘리바’에 게시된 공습훈련 상황도가 보여주는 것처럼, 2024년 3월 5일 훙-6 전략핵폭격기들이 서해 중부 상공과 제주도 서남쪽 상공에서 500km 이상 멀리 떨어진 한미연합군을 겨눈 공중 핵타격훈련을 하려면 사거리가 400km밖에 되지 않는 B-611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은 사용할 수 없다. 그러므로 2024년 3월 5일 공중 핵타격훈련에 동원된 훙-6 전략핵폭격기에는 사거리가 매우 긴 창젠-20A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이 탑재된 것이 분명하다. 창젠-20A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하고, 해수면으로부터 100m 고도에서 초저공으로 비행한다. 이번 공중 핵타격훈련에 동원된 훙-6 전략핵폭격기 16대에 탑재된 창젠-20A 전술핵 순항미사일은 모두 64발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창젠-20A 전술핵 순항미사일 64발로 한미연합군을 겨눈 대규모 공중 핵타격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7) 중국인민해방군이 창젠-20A 전술핵 순항미사일 64발을 발사하는 것을 가상한 공중 핵타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그들이 64개의 표적 목록과 64개의 타격좌표를 이미 확보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유사시 중국인민해방군이 전술핵 순항미사일로 공격하려는 64개의 표적은 무엇일까? 64개의 표적은 ‘리바’에 게시된 공습훈련 상황도에 표시되지 않았다. 원래 전술핵타격에 사용되는 표적 목록은 군사기밀이므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그 대신 ‘리바’에 게시된 공습훈련 상황도에는 6개의 표적만 간략하게 표시되었다. 굵은 글씨체로 표시된 2개 표적은 서울 용산과 부산이고, 가는 글씨체로 표시된 4개 표적은 오산공군기지(Osan Air Base),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 캠프 캐롤(Camp Caroll), 캠프 헨리(Camp Henry)다. 

 

서울 용산에는 대통령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있고, 부산에는 미 제국 항모타격단과 핵추진잠수함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해군작전기지가 있다. 그러므로 ‘리바’에 게시된 공습훈련 상황도에 서울 용산과 부산이 각각 표시된 것은, 중국인민해방군이 훙-6 전략핵폭격기에서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그리고 부산 해군작전기지를 공격하는 공중 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오산 공군기지에는 주한미군 제7공군사령부와 한미연합공군 지휘부가 있고, 평택 군사기지(캠프 험프리스)에는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주한미8군사령부가 있다. 그러므로 ‘리바’에 게시된 공습훈련 상황도에 오산 공군기지와 평택 군사기지가 각각 표시된 것은, 중국인민해방군이 훙-6 전략핵폭격기에서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주한미군 제7공군사령부, 한미연합공군지휘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주한미8군사령부를 공격하는 공중 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왜관 병참기지(캠프 캐롤)에는 주한미군 물자지원사령부와 제501지원여단이 있고, 경상북도 대구에 있는 대구 지원기지(캠프 헨리)에는 주한미군 제19원정지원사령부, 제403야전지원여단, 제837수송대대가 있다. 그러므로 ‘리바’에 게시된 공습훈련 상황도에 왜관 병참기지와 대구 지원기지가 각각 표시된 것은, 중국인민해방군이 훙-6 전략핵폭격기에서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주한미군 물자지원사령부, 제501지원여단, 제19원정지원사령부, 제403야전지원여단, 제837수송대대를 공격하는 공중 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4. 조중동맹군 핵협공 위험에 직면한 한미연합군

 

2024년 3월 한미연합군이 ‘자유의 방패’라는 작전 명칭을 내걸고 전쟁 연습을 감행하는 중에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은 한미연합군을 상대로 각각 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 서로 조율하지 않은 독자적인 핵타격훈련이다. 비록 조선인민군이 자기의 핵타격훈련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어도 이번에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이 핵타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핵타격훈련을 각자 실시한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이 군사동맹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다.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의 군사동맹 관계는 1961년 7월 1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체결되었고, 같은 해 9월 10일 발효된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에 의해 법적으로 규정된다. 조중동맹조약 제2조는 다음과 같다. 

 

“체약 쌍방은 체약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어떠한 국가로부터의 침략이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조치를 공동으로 취할 의무를 지닌다. 체약 일방이 어떠한 한 개의 국가 또는 몇 개 국가들의 련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조중군사동맹조약은 20년에 한 차례씩 연장되는데, 1981년, 2001년, 2021년에 차례로 연장되었다. 조중군사동맹조약이 발효 중이므로,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은 사실상 동맹군이다. 조중동맹군은 합동군사훈련은 하지 않지만, 유사시 그들이 협공 작전을 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미연합군은 조중동맹군의 협공에 대처할 능력을 전혀 갖지 못했다. ‘자유의 방패’라는 작전 명칭을 내걸고 진행한 전쟁 연습 중에 2024년 3월 11일부터 15일까지 5일 동안 한미연합군이 전투기 40대를 서해 상공에 출동시켜 진행한 실탄 사격훈련에서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날 실탄 사격훈련은 적이 발사한 것으로 가정한 순항미사일 역할을 하는 표적기를 한미연합군 전투기들이 공대공 미사일로 요격하고, 적이 대구경 장사정포를 발사한 것으로 가정하고 한미연합군 전투기들이 공대지 유도폭탄을 투하해 가상의 대구경 장사정포 진지를 공격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한미연합군이 가정한 적은 조중동맹군이 아니라 조선인민군이었다. 한미연합군은 조선인민군이 자기들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한 전투훈련만 실시하고, 조중동맹군이 자기들을 협공할 것으로 예상한 전투훈련에는 무관심하다. 이런 전략적 무관심은 유사시 한미연합군에 대한 조중동맹군의 괴멸적 타격을 불러올 것이다. 왜냐하면 조중군사동맹조약이 체결된 1961년에 조선과 중국은 핵무기를 갖지 못했지만, 지금은 고도화된 핵무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고도화된 핵무력을 가진 조중동맹군이 유사시 각종 미사일 2,000여 발을 집중발사해 한미연합군의 지휘 통제체계와 반항공망을 제거한 다음, 동서남북 방향에서 전술핵 순항미사일을 집중발사하면, 한미연합군은 괴멸되고, 대한민국은 세계 지도에서 사라질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4년 전 기후위기 소송 청소년 "올해 나도 투표, 22대 국회 정말 중요"

[인터뷰] 청소년기후행동 상임활동가 윤현정씨가 말하는 '기후유권자의 생각'

24.03.16 19:07l최종 업데이트 24.03.16 19:07l
윤현정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가 11일 오후 서울 자하문로 청소년기후행동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윤현정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가 11일 오후 서울 자하문로 청소년기후행동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2020년 3월 13일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새벽 일찍 회색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향한 곳은 학교가 아니었다. 울산역이었다. 3시간 뒤 그 학생은 서울 광화문의 한 빌딩 세미나실에 들어갔다. 연단 뒤에는 '모두의 권리를 위한 청소년기후소송'이라는 펼침막이 걸려있었다.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 기후행동' 회원 19명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정부의 미흡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담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그 시행령 일부 조항이 생존권, 평등권, 인간답게 살 권리,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아시아 최초의 기후위기소송으로 기록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당시 고1 학생이었던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상임활동가는 이제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나이가 됐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자하문로 청소년기후행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활기가 느껴졌던 사무실에는 한쪽 벽면에는 헌재 공개변론 준비를 위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최근 헌재는 4년의 침묵을 깨고 여러 기후위기소송을 묶어 오는 4월 23일 공개변론을 연다고 발표했다.

공개변론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을 것 같다.

"정말 기뻤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난 다음 4년 만에 나온 헌재의 첫 응답이다. 지금까지는 헌재가 관심을 갖고 이 사건을 들여다보고는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는데, 헌재가 이제 정말 다루는구나 싶어 기대를 많이 하게 된다."

사실 지난해부터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8월 헌재에 청소년기후행동이 문제 삼은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인권위는 "기후변화로 인해 침해되는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에 위반되고, 포괄 위임금지 원칙, 의회유보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대한민국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강조했다.

- 인권위 결정에 기뻤겠다.

"작년에 직접 인권위 회의 방청을 다녀왔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한 인권위원이 우리 사건이 헌재에서 각하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출신인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많은 인권위원이 제 생각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기후위기를 이해하고 있었다. 울컥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와 희망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윤씨는 "사실 기후위기를 다루다 보면, 나쁜 소식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정부의 탄소중립 의지는 후퇴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4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량의 75%를 차기 정부로 떠넘기고 산업부문 감축량도 줄였다.

- 윤석열 정부 발표를 어떻게 평가하나.

"윤석열 정부 계획대로 간다면, 아마 우리는 최악의 기후위기 시나리오를 마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그 계획조차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 어떤 뜻인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한 바 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그 목표를 못 지킬 것 같으니, 그 목표를 폐기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도 목표를 폐기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페널티도 없으니까."

윤씨는 "지난해 정부가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기후위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금 탄소를 배출하면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산업계'라는 취지로 얘기했다"면서 비판하기도 했다.

"기후유권자들, 투표할 정당 찾지 못했다"
 
큰사진보기지난 2020년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위기소송 제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지난 2020년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위기소송 제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청소년기후행동

관련사진보기

 
인터뷰 주제는 자연스럽게 총선으로 넘어갔다.

- 이번 총선에서 어떤 정당에 투표할지 정했나?

"아직 정하지 못했다. 아직은 이 정당을, 이 후보를 뽑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었다."

- 이번 총선에서는 기후위기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각 정당은 기후위기 관련 인물들을 대대적으로 영입했다.

"이번 총선에서 우리 사회에서 지금 가장 크게 마주하고 있는 문제가 기후위기라는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 또한 여러 후보들이 기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윤씨는 2022년 대선 때를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정책이나 후보들의 발언에 기후위기랑 관련된 게 있는지 없는지를 뒷조사하다시피 했다.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기후위기 정책이 있었다. 되레 신공항 건설 등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공약들이 더 많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당시 후보가 TV토론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모른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두고 "모를 수는 있는데, 몰라도 되는 이슈처럼 취급한다거나 이를 정파적인 이슈로 해석해 반응했다"라고 꼬집었다.

- '기후유권자'라는 말도 나오는데, 주변 친구들은 이번 총선에 관심이 있나.

"주변 친구들은 정치적으로 무관심하지 않다. 하지만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는 것 같다. 왜냐고 물어보면, 그 어떤 정당도 기후위기를 포함해서 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투표할 정당을 찾지 못한 것 같다."

그에게 양대 정당의 기후 공약 평가를 물었다. 여당은 기후위기 극복에 원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RE100을 모르면 어떤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씨는 "제가 살던 곳은 원전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몇 년 전 심하게 태풍이 불어 원전 가동이 멈춘 적이 있었다. 자연재해의 위험이 커지면 원전은 안전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원전은 기후위기 시대와 같이 갈 수 없는 존재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총선 영입인재 1호는 기후위기소송 대리인 박지혜 변호사였다. 박 변호사는 청소년기후행동의 대리인이기도 했다. 윤씨는 "민주당이 기후위기를 다루는 데 진심이라면, 그 영입은 잘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단순히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국회의원 몇 명 국회에 들어간다고 해서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 사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았고, 기후특위도 꾸려졌다. 하지만 기후특위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각 당에서 기후공약을 내고 기후위기를 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기후 유권자에게 한마디 해달라.

"만약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나오면, 국회가 후속 입법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에서 뽑히는 22대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탄소중립법에 반영해야 한다. 22대 국회가 정말 중요하다.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
 
 
태그:#기후위기소송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뎡야핑 “기아의 무기화, 실제로 사람이 굶어 죽고 있다”

통일뉴스 월례강좌,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가?”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4.03.17 00:03
  •  
  •  수정 2024.03.17 02:07
  •  
  •  댓글 0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12일 오후 전태일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 '2024년 3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조천현]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12일 오후 전태일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 '2024년 3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조천현]

“10월 7일 이후에 5개월 동안 이스라엘이 살해한 팔레스타인 아동 숫자만 1만 3천 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실종 아동도 5천 명이 넘고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을 계기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일방적 ‘집단학살’(genocide)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절박한 호소가 울려퍼졌다.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12일 오후 서울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열린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긴박한 팔레스타인 상황을 전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내 활동가들은 본명을 가리고 활동가명을 쓰고 있다.

뎡야핑 활동가는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이스라엘이 기아를 무기로 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뎡야핑 활동가는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이스라엘이 기아를 무기로 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뎡 활동가는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이스라엘이 기아를 무기로 삼고 있다는 것”이라며 “기아의 무기화가 너무 심각해서 실제로 사람이 굶어 죽고 있다”고 폭로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탈수랑 영양실조로 사람이 죽는데 원래 이게 모든 사람이 동시에 죽는 게 아니고 그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부터 죽지 않느냐. 그래서 신생아들이 먼저 죽기 시작했고, 장애 아동들이 죽기 시작하고, 노인들이 지금 죽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이스라엘 공격을 개시한 이후에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바로 “우리는 인간 동물과 싸우고 있다”면서 10월 8일부터 전기와 수도 그리고 물과 음식을 완전히 끊겠다고 선언했고, 지금까지 봉쇄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유대인 홀로코스트 역사학자는 지금의 상황을 “너무 전형적인 집단 학살(genocide)”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유대인 홀로코스트 역사학자는 지금의 상황을 “너무 전형적인 집단 학살(genocide)”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전쟁 중이라도 민간인의 생존을 위한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은 보장돼야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마저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뎡 활동가는 지난 2월 29일 발생한 ‘밀가루 학살’ 사례를 들었다. 밀가루 등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에 달려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폭도’라며 이스라엘 군이 총과 탱크로 공격해 117명을 학살하고선 “서로 밀치고 깔려서 죽었다”고 무마하려 한 사건이다.

뎡 활동가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크게 6차례 침공을 해왔는데 그 전이랑 이번에는 규모가 차원이 다르다”며 “지금 이스라엘은 표적을 생성하는 속도가 폭격을 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고 한다”고 ‘인공지능을 사용한 학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나아가 10월 7일 이후에 첫째 주에 6천 톤의 폭탄을 쏟아부었다고 이스라엘이 공개한 사실을 예시하며, 유대인 홀로코스트 역사학자의 “너무 전형적인 집단 학살(genocide)”이라는 규정을 소개했다.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가자지구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사진 - 조천현]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가자지구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사진 - 조천현]

뎡 활동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개괄하고 “지금 서안 지구는 분리 장벽이라고 불리는 이 거대한 8m 높이의 장벽으로 완전히 둘러싸여져 있다”며 “이 정착촌은 원래 그냥 존재 자체로도 제네바 협약을 위반하는 전쟁 범죄”라고 짚고 “그냥 존재만 전쟁 범죄인 게 아니고 여기에 사는 정착민들이 실제로 전쟁 범죄를 매일 저지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스라엘 측의 ‘무차별 체포’와 살해는 일상화됐지만 언론보도나 국제여론은 꿈쩍 않고 있고 이스라엘은 노골적으로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다. 뎡 활동가는 “지금 가자지구에 국제 언론이 한 개도 들어갈 수가 없다”며 “이런 일들이 별로 국제 미디어에 보도가 안 된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다”고 말하고 “이스라엘 군인들은 자기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숨길 생각이 없다. 다들 되게 신나게 노래를 하면서 춤을 춘다. 가자지구에 무고한 민간인은 없다고 가자지구를 우리가 다 쓸어버리러 왔다고...”라고 전했다.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 1월 26일 이스라엘군의 집단학살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집단학살 관련 선동을 방지하고 처벌할 것, 집단학살 혐의의 증거를 보전할 것을 명령했다. 그나마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잠정처분이지만 이스라엘은 개의치 않고 있다.

뎡야핑 활동가는 “팔레스타인이 어떤 공격을 하든 그것은 점령의 결과로서 일어나는 행위이지 절대 원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 - 조천현]
뎡야핑 활동가는 “팔레스타인이 어떤 공격을 하든 그것은 점령의 결과로서 일어나는 행위이지 절대 원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 - 조천현]

이번 충돌이 하마스측 공격으로 시작된데 대해 뎡 활동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의 역사를 개괄하고 “팔레스타인이 어떤 공격을 하든 그것은 점령의 결과로서 일어나는 행위이지 절대 원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식민지배를 위한, 원주민 인종청소를 위한 ‘자위권’은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뎡 활동가는 “미국이 지금 당장 무기 보내는 그 돈만 끊어도 이스라엘이 이런 식으로 전쟁을 할 수가 없다”며 “그냥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대리 행위자로 역할을 굉장히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미국이 저렇게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짚고 “미국은 정말 초당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민주당인지 공화당인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10년간(2019-2028) 380억 달러의 군사원조를 이스라엘에 제공하기로 의결, 이를 집행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스라엘-가자 전쟁의 즉각 휴전 결의안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세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뎡 활동가는 “서양 언론이랑 서양 정부들이 내가 20년 동안 이스라엘 편드는 걸 봐왔지만, 지금은 정말 전례가 없다. 정말 같은 팀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된다. 그러니까 ‘학살에 공모하고 있다’가 아니라 그냥 같이 계획을 해서 같이 학살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BDS 운동’이 타겟으로 삼고 있는 브랜드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BDS 운동’이 타겟으로 삼고 있는 브랜드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국내 기업으로는 ‘HD 현대’가 BDS 운동 대상에 포함돼 있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국내 기업으로는 ‘HD 현대’가 BDS 운동 대상에 포함돼 있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뎡 활동가는 ‘BDS 운동’(불매 boycott, 투자철수 divestment, 제재 sanction) 동향을 전하며 “지금 맥도날드, 도미노피자, 피자헛, 버거킹, 파파존스 이런데들이 가자지구 가서 학살 잘 하라고 이스라엘 군대에 무료로 음식을 보냈다”며 “거기에 대해서 아무리 규탄을 해도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고 불매운동 대상으로 적시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HD 현대’가 BDS 운동 대상이라며 “현대 장비가 집을 부수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고 불법 전쟁 범죄에 상응하는 불법 정착촌을 짓는 데도 사용이 된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29일에 HD 현대의 주주총회가 있다. 그래서 그 앞에 가서 현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16일 오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11차 긴급행동’을 개최했다. [사진 - 조천현]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16일 오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11차 긴급행동’을 개최했다. [사진 - 조천현]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16일 11차 긴급행동에서 발언했다. [사진 - 조천현]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16일 11차 긴급행동에서 발언했다. [사진 - 조천현]

뎡 활동가는 “팔레스타인 민족의 미래는 그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167개 단체가 긴급 행동을 꾸려서 격주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주말에 집회를 하고 있고 매일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팔레스타인의 해방 운동이 그냥 팔레스타인 민족 한테만 국한된 게 아니고 이 사람들이 성공하고 그리고 이 사람들한테 연대하는 우리가 성공한다는 것 자체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서 미국을 끌어내리는 그 전체적인 맥락이 같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하고 “요르단까지 합쳐서 더 큰 해방된 사회를 상상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발상도 소개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총선판 요동친다…‘공천 파동’ 덮어버린 조국혁신당과 ‘도주 대사’

[한겨레S] 커버스토리 D-25 총선 전망
2월 ‘공천 내홍’ 땐 여당 압승 분위기…‘런종섭 사건’ 등 대형 악재
전문가 다수 “정권 심판론 복원, 여당 일방우세 국면 끝나” 입모아
“민주, 중도 확장 실패해 패배” 관측도…표심 좌우할 돌발변수 촉각

기자신승근
  • 수정 2024-03-17 09:51
  • 등록 2024-03-16 07:00

4·10 총선을 27일 앞둔 지난 14일, 여야는 격렬하게 요동쳤다. 후보 공천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윤석열 정권 심판론’ 점화에 다걸기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목발 경품’ 발언과 ‘거짓 사과’ 논란에 휩싸인 정봉주 후보(서울 강북을) 공천을 취소했다. 의정 활동 하위 10%로 분류돼 득표에서 30%를 감산한 박용진 의원과 벌인 결선에서 정 후보가 승리한 지 사흘 만이다. 야권의 총선용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시민사회 몫으로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 4명 가운데 2명(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 정영이 전국농민회총연맹 구례군농민회장)의 과거 활동 등을 문제 삼아 교체한 데 이어,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 기피’로 규정해 공천을 취소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해온 민주당의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 국민의힘도 돈봉투 수수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진 정우택 후보(충북 청주상당) 공천을 뒤늦게 취소한 데 이어,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도태우 후보(대구 중·남) 공천도 전격 철회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재검토 요청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쪽 인사인 도 후보자 공천을 유지하기로 한 결정을 이틀 만에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야당 심판론’과 ‘정권 심판론’으로 격돌하는 여야 모두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며 중도층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사활을 건 총력전에 나선 것은 총선 승패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독 과반인 “151석 확보”를 언급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현실적 목표는 ‘원내 제1당’이다. 지난 총선에서 103석을 얻는 데 그친 국민의힘도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을 위해선 제1당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1당, 더 나아가 단독 과반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열세로”

총선 현장에선 하루가 다르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에서 우선 공천을 받은 국민의힘의 한 후보는 “민주당은 공천 파동을 겪으며 맞을 매를 거의 다 맞았다. 이제 우리가 매를 맞을 차례인데 도태우 5·18 망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임명 등 악재가 터지면서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우세 국면이 열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김부겸 ·이해찬 상임 선거대책위원장 기용을 간단하게 봐선 안 된다. 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이력에 문제가 있는 시민단체 쪽 후보자를 다 쳐내면서 그동안 공천 파동의 감점을 만회하고 있다. 오는 22일 여야 공천 대진표가 다 짜이고 본선 대결이 펼쳐지면 민주당의 공천 갈등은 모두 잊히고 국민의힘과 민주당 공천 후보의 인물 경쟁력과 지지층 결집, 그리고 중도층을 얼마나 더 우리 편으로 끌어오느냐로 승부가 갈린다”며 “윤(석열)-한(동훈) 대립 때처럼 한 비대위원장의 ‘한칼’(독자성)을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수도권에선 힘겨운 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돈봉투를 받은 정우택 후보와 5·18 폄훼 도태우 후보 공천을 취소했지만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을 고리로 정권 심판론이 불붙을 것을 우려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후보가 지난 14일 이 전 장관 호주 대사 임명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국민의힘 안에서 “정무적 고려 없이 무턱대고 임명한 게 이해가 안 된다”(이상민 후보)는 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심상찮은 현장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엇갈린다. 서울 지역에서 공천받은 민주당 현역 의원은 “투표장에 안 가려던 지지자들이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투표장에 갈 요인은 생겼다. 하지만 민주당에 대한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지난 대선 때 30대 투표율이 낮아 이재명 대표가 아깝게 졌는데 지역구에서 마주친 30대의 반응은 정말 차갑다”며 “공천 갈등에 실망한 유권자, 특히 핵심 지지층인 호남 출신과 40~50대 유권자의 실망감도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제1당 목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조금씩 지역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각 지역구 대진표가 다 짜이면 결국 후보 경쟁력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 북부 지역에 공천을 받은 중립 성향의 민주당 의원도 “현역 의원이 마구잡이로 나가떨어진 민주당 공천을 보면서 지지자들이 갈등과 분열을 우려하면서도 ‘고소하다’,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나에게도 ‘너는 안 잘리고 어떻게 살아남았냐’고 할 정도”라며 “국민의힘 ‘현역 불패 공천’과 비교되는 민주당의 공천 혁신론이 먹힐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기준 254개 지역구 가운데 243곳의 공천을 확정한 민주당에서 ‘비명계 학살 논란’이 일고 있지만, 현역 의원 63명을 신인으로 교체한 공천이 국민의힘의 ‘고인 물 공천’에 견줘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경쟁력을 갖췄다는 주장이다.

김부겸·이재명·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부터)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에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자’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김부겸·이재명·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부터)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에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자’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민주당 참패 흐름 확실히 꺾였다”

조국혁신당 돌풍, 여야 후보의 막말 파문, 선심 정책 남발 논란을 빚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 단체 대립 장기화 등 총선 결과를 좌우할 변수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여야가 사활을 건 ‘정권(윤석열과 국민의힘) 심판론’과 ‘야당(이재명과 민주당) 심판론’ 가운데 어느 쪽으로 민심이 기우냐에 따라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총선 승패는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 박성민 민기획 대표,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등 정치 현실과 여론의 흐름을 분석해온 전문가 5명에게 총선 변수와 판세, 총선 결과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이들은 다양한 변수 가운데 “검찰 독재 조기 종식”을 선명하게 내건 조국혁신당 돌풍과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종섭 전 장관 호주 대사 임명,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이재명 대표 중심 단결론’ 등이 당장 총선 판세를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는 정부와 의사 단체의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여권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개혁신당·새로운미래 등 제3지대 후보는 지지율이 미미해 총선에서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정권 심판론에 공감하는 유권자의 투표장 참여 정도를 가늠할 투표율이 총선 결과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수 진영 전문 정치평론가를 자임해온 장성철 소장은 “조국혁신당 출현과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강행 이전과 이후로 총선 판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이라면 야당 심판론이 힘을 받고 국민의힘 승리를 점치는 게 맞지만, 이젠 윤석열 심판론이 더 크게 작동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2월까지는 민주당이 극심한 공천 갈등을 겪으며 분열한 데 견줘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은 윤-한 갈등 표출 등으로 정권 심판 대상인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분리 현상이 발생하고, 조용한 공천으로 국민의힘 우세 흐름을 유지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조국혁신당 돌풍, 이종섭 대사 임명과 출국으로 ‘런종섭’ ‘도주 대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시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불이 붙어 국민의힘 일방 우세 국면은 끝났다는 것이다. 장 소장은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민주당 공천 갈등 등에 따른 ‘일시적 착시효과’일 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윤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도도 높아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다수당을 차지하기는 힘들다”며 사실상 민주당 승리를 전망했다.

윤희웅 센터장도 “지난 2월 말까지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독무대였지만 민주당 공천이 마무리되고 임종석 전 실장의 민주당 잔류로 정권 심판론이 희석되던 흐름이 일단 멈췄다. 중도 성향의 김부겸 전 총리가 이재명 대표,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 정권 심판 캠페인을 본격화하면서 심판론과 (정권) 안정론의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센터장은 특히 “정권 심판을 원하지만 민주당이 마음에 안 들어 머뭇거리던 유권자들에게 윤 대통령, 한 비대위원장과 선명하게 각을 세운 조국혁신당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나면서 정권 심판론을 확실히 복원하고, 민주당에 실망해 투표장에 안 가려던 이들에게 ‘비례는 조국, 지역은 민주당’을 찍으러 투표장에 나갈 동기를 부여했다”며 “조국혁신당 돌풍이 민주당 비례대표엔 타격이 되겠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 탓에 단독으로 정권 심판론을 이끌고 갈 수 있는 그릇이 안 되는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을 확산시키는 데는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정당 지지율이 밀리지만 조국혁신당에 대한 6% 안팎의 배타적 정당 지지율을 합하면 국민의힘 지지율과 거의 비슷하다”며 “1~2% 차의 박빙 승부를 펼쳐야 하는 민주당 수도권 지역구 후보들에게 6%의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옮겨 간다면 승패를 가를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이 내건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비조지민’(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투표를 위해 투표장 간 김에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를 찍자)이 현실화하면 수도권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다만 “총선 승패를 지금 전망하긴 어렵다”며 “일단 2월 말까지 당연시했던 국민의힘 단독 과반, 민주당 참패 흐름은 확실히 꺾였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봄이 오면 국민의 삶이 피어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배경으로 회의를 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봄이 오면 국민의 삶이 피어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배경으로 회의를 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조국혁신당 때문에 중도층 이탈”

박성민 대표와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의 상황이 2월보다 호전됐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총선 결과에 대해선 더욱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박 대표는 “넓게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에 1당이 될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 다만 유권자들 기저에 정권 심판론이 크게 자리잡고 있어 민주당의 1당 가능성이 좀 더 있다는 정도로 전망할 수 있다”면서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심판론을 완전히 불식하지 못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공천 학살과 내분으로 정권 심판을 원하는 세력을 총결집하기엔 미흡하다. 종합적으로 볼 때 총선 결과에 대한 여야의 승패 판단은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신중하게 반응했다. 그는 다만 “정당 지지율은 총선 판세를 읽고 결과를 전망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현재 국민의힘이 우세한 정당 지지율로 총선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는 것을 경계하며 이렇게 말했다. “2016년 총선 한달 전 갤럽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39%, 더불어민주당 23%였다. 그런데 총선 결과 민주당이 123석을 얻어 122석을 얻은 새누리당을 이겼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갤럽 조사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34% 대 34%였다. 그런데 국민의힘 후보가 큰 표차로 졌다. 현재 서울 지역 일부 여론조사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에 견줘 아주 높게 나타나는데,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과 거의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건 서울의 여권 지지층이 다 결집했다는 지표일 뿐이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30% 안팎인데 윤 대통령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50~60%, 정권 심판론도 50% 전후로 나온다. 민주당 지지율과 20% 안팎의 갭이 있는데, 이 안에 실제 정권 심판을 가능하게 할 유권자가 포진하고 있다. 이들이 실제 투표장에 안 나올 때, 총선 투표율이 이상할 정도로 낮아 55% 밑으로 떨어져야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길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재명 대표의 공천 학살, 민주당 내분 때문에 정권 심판을 원하는 이들이 투표장에 안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최근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심판론에 불을 지피고,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도 정권 심판론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잘 지켜봐야 한다.”

윤태곤 실장은 “지금 총선 결과를 구체적인 의석수로 가늠하는 건 무의미하다. 대선과 달리 지역구별로 상황이 다르고, 여야 후보의 개인 경쟁력 등이 영향을 크게 미치는 총선에서 2020년 총선 때 코로나19 방역 효과로 여당인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우세했던 것처럼 확 쏠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말고 누가 총선 결과를 자신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른바 조국혁신당의 출현으로 정권 심판론이 불붙고, 야권 지지층이 투표장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민주당 승리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양면성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조국혁신당은 지금 지지율이 천장이다. 야당을 지지하고 정권 심판을 원하는 왼쪽 표가 뭉쳐 투표장에 나올 명분을 찾은 건 맞지만, 거꾸로 그만큼 오른쪽이 국민의힘으로 움직이고 중도층이 빠지는 것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는 조국 대표가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 젊은 층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뉴스레터’를 쳐보세요.

☞한겨레신문 정기구독. 검색창에 ‘한겨레 하니누리’를 쳐보세요.

 “중도 확장하는 쪽이 승리했다”

여전히 민주당 참패를 예견하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12년 당원이자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인 최병천 소장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지역주의에 기반한 3김 정치가 사실상 종식된 뒤 2004년부터 치러진 5차례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승리한 건 2016년 단 한번뿐이고, 모두 여당이 승리했다. 2016년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승리도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감별사들이 유승민 원내대표 공천을 배제하고 김무성 대표가 이에 반발해 ‘옥새 파동’(공천장에 대표 직인을 찍어주지 않고 버틴 사건)을 일으킨 여당의 분열 때문이었다”며 “상황이 일부 호전된 건 사실이지만 4주 앞으로 닥친 총선 막판에 정권 심판론이 작동해 민주당이 승리한다는 건 희망 사항에 가깝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160석 이상, 민주당 120석 미만’을 전망했던 그는 격차는 줄겠지만 국민의힘이 1당을 차지할 것이라는 의견은 고수했다. 최 소장은 “1987년 이후 총선·대선 등 17번의 선거를 분석해보면 분열·반사이익·중도 확장, 즉 분열하지 않고 실책하지 않고, 스스로 혁신해서 중도를 확장하는 쪽이 승리했다. 특히 254개 지역구 가운데 국민의힘 강세 지역은 영남 65곳, 강원 8곳 등 73곳인데 민주당은 호남 28곳, 제주 3곳 등 31곳이라 민주당은 42석이 불리한 구도에서 출발한다”며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2004년·2020년 총선의 공통점은, 민주당이 통합을 지향하고 중도를 확장해 충청권과 수도권에서 각각 70% 이상을 득표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통합과 중도 확장의 길을 따르지 않고 ‘문-명(문재인계·이재명계) 갈등’을 유발하고, 2016년 ‘진박 감별’처럼 ‘수박 감별’을 하고 있어 승리할 수 없다”고 했다.

정치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에서 비롯되는 전망적 투표보단 과거를 판단하는 회고적 투표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총선까지 시간은 아직 3주 넘게 남아 있다. 생각지도 못한 돌발 변수가 나타나 언제든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시간이다. 국민들은 누구를 심판할까.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