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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연임에 싸늘한 호남…전북 "이원택 찍었어도 당대표는 아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6/22 07:42
  • 수정일
    2026/06/22 07:4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 대통령 김민석 선호 기류 확인되자 정청래 지지층 동요…여론조사보다 깊은 거부감

광주·전주 거리서 시민 30여 명 직접 인터뷰…숫자로 안 잡히는 바닥 민심

정청래 다녀간 전주 남부시장, 환대 일색 아냐…김관영 지지층 등 돌려

여론조사 김민석 19.8 대 정청래 18.1 접전…정청래 선호층 60%는 대통령 부정평가

2026-06-21 08:59:02
 

6·3 지방선거가 끝나자 민주당의 시선은 8월 17일 전당대회로 옮겨갔다. 차기 당대표 자리를 놓고 정청래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고,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전 대표가 경쟁 상대로 거론된다. 호남뉴탐사는 이틀에 걸쳐 광주와 전주를 돌며 시민 30여 명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여론조사 막대그래프로는 보이지 않던 정서가 거리에 깔려 있었다. 정청래 대표의 연임을 떠받치는 호남 민심이 생각만큼 단단하지 않다는 신호였다.

 

"거기서 거기여" 무관심 속의 냉소

 

광주에서 처음 만난 한 노인은 당대표 얘기를 꺼내자 손부터 내저었다. 누가 나오는지는 알지만 "한 놈도 생각 없어"라고 했다. 왜 그러냐는 물음에 "거기서 거기여"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통령 기자회견을 봤느냐고 묻자 "먹고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런 걸 보고 있겠냐"며 자리를 떴다.

 

장기판을 사이에 두고 앉은 노인들도 비슷했다. 누가 당대표로 나오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그놈이 그놈인 줄 알지"라고 했다. 정치엔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며 속을 감추던 이들도 대통령이 김민석 총리를 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관심 없다는 말과 달리 돌아가는 판은 다 들여다보고 있었다. 광주 유권자 특유의 고관여층다운 모습이었다.

 

법사위원장의 잔상, 정청래를 지지하는 사람들

 

정청래 대표를 한 번 더 밀고 싶다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길에서 만난 한 남성은 "정청래가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유는 법사위원장 시절이었다. "법사위원장 할 때 잘했다"는 기억이 가장 큰 근거였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야당 대표와 여당 대표의 그릇이 달라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아느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집사람도 정청래에게 표를 던지더라"며 호의를 보였다. 윤석열 정권과 맞서 싸웠고 그동안 고생했으니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이 김민석 총리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는 안다면서도, 그래도 정청래 대표가 한 번 더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 대표가 당대표로서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거기까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정책이나 성과보다 강한 인상으로 정치인을 소비하는 지지였다.

 

내란 세력 청산을 이유로 든 사람도 있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불완전한 청산이라고 보고, 정청래 대표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확실히 제압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정 대표의 강성 이미지가 그대로 자산이 되는 지점이다. 전주에서 만난 진보당 성향의 한 시민은 "아직도 정청래"라며 "정청래 외에 무슨 대안이 없다"고 했다. 유튜브로 정청래의 행보를 많이 봤다고 했다.

 

고장은 안 났는데 자꾸 걸린다, 등 돌린 사람들

 

반대편 목소리도 또렷했다. 김민석 총리를 지지한다는 한 시민은 정 대표의 카리스마를 명과 암으로 나눠 설명했다. 강성 이미지를 좋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선거 공천과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을 정 대표가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였다.

 

택시기사 한 명은 더 직설적이었다. 그는 정 대표가 "자기 위주 정치를 하는 것 같다"며 연임에 강하게 반대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의 비유는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정청래는 고장이 난 건 아닌데, 차가 자꾸 걸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야당일 때는 강속구를 던지는 사람이 유리하지만, 여당이 되면 강속구만으로는 안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커브도 던지고 빈볼도 던지면서 통합해 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대통령이 회견에서 꺼낸 창과 그릇의 비유와 그대로 포개졌다. 그는 "물러나 있으라고 하면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리당원들의 셈법은 한층 정교했다. 송영길 전 대표 쪽으로 마음이 기운 한 권리당원은 "민주당 전체를 봐야 한다"며 새로운 사람을 원했다. 그는 정 대표가 "갈 데만 가고 안 갈 데는 안 가서 지지자들을 제대로 못 챙겼다"고 했다. 김민석 총리를 향해서는 "본인의 색깔을 보여줘야 우리가 판단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전주 남부시장의 두 얼굴

 

이번 르포에서 가장 눈에 띈 곳은 전주 남부시장이었다. 정청래 대표가 하루 먼저 다녀가며 상인들의 환대를 받았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진을 올린 바로 그 시장이다. 정 대표는 상인들이 등을 토닥이고 손을 잡아줬다고 적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호남뉴탐사가 만난 상인들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한 노인은 "정청래 진짜 반대"라고 잘라 말했다. 이유는 "중심이 오락가락한다"는 것이었다. 선거에서 졌으면 깨끗하게 물러나야 하는데 연임인지 불출마인지 태도가 애매하다는 취중 진담이었다. 전북지사 선거에서 김관영 후보를 찍었다는 시민들의 반감은 더 깊었다. 한 권리당원은 민주당 후보 이원택을 찍었지만, 당대표는 정청래가 아니라고 했다. 당 후보라서 이원택에게 표를 줬을 뿐, 당대표로는 김민석 총리를 지지한다고 했다. 지난 전당대회 때도 대통령이 지지한 박찬대를 찍었다고 했다.

 

김관영 후보의 낙선을 제 일처럼 아파한 상인도 있었다. 그는 김 후보가 4년 동안 일을 잘했는데 공천 다툼에 휘말려 고생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정청래 대표가 당대표가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전북지사 선거에서 김관영 후보를 찍은 42%는 정청래 대표에게 쉽게 돌아오지 않을 표다. 정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호남에서 얻은 60% 중반의 지지를 다시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현장에서 읽힌 흐름이다.

 

대통령의 뜻과 여론조사의 역설

 

거의 모든 인터뷰를 관통한 변수는 대통령의 뜻이었다. 정청래 대표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조차 고민의 지점은 같았다. 대통령이 김민석 총리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권 남용을 걱정하며 정 대표에게 마음이 가던 한 시민은 "불을 다 안 끄면 대통령이 또 죽는다"고 했다. 검찰이라는 불씨를 끄는 데 정청래가 나을 것 같지만, 대통령 뜻은 아닌 것 같아 고민이라고 했다. 정 대표를 지지하던 또 다른 상인은 "대통령이 헷갈리게 좀 하지 말라"고 푸념했다.

 

천지일보가 6월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민석 19.8%, 정청래 18.1%로 두 사람은 접전이었다. 이 조사에는 특이한 대목이 있었다. 김민석·송영길 선호층은 85% 안팎이 대통령 국정수행을 긍정 평가한 반면, 정청래 선호층만은 60%가 부정 평가했다. 정청래 연임을 지지하는 표의 상당수가 오히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청래로 이어지지 않고, 정청래를 지지하는 사람은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교차 현상이 호남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순방 기자회견에서 포용과 개방을 거듭 강조했다. 같은 진영 안에서 경쟁을 해야지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없는 사실을 지어내지 마라"는 말도 했다. 검찰의 보안수사권 폐지 문제는 국회 논의에 맡기겠다며, 이를 정치적 이익으로 챙기려 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정청래 대표가 보안수사권 전면 폐지를 선명한 깃발로 들고 나온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정청래 대표가 남부시장에서 받은 환대 사진을 민심 전체로 포장하는 사이, 김관영 후보를 지지했던 또 다른 민주당 지지층은 상처를 받고 있었다. 대통령이 강조한 포용과 개방이 정작 호남 갈라치기 앞에서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호남뉴탐사가 만난 시민들의 솔직한 속마음은, 전당대회가 정 대표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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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이란의 완전한 승리 아닌가: 이슬라마바드 MOU 분석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6.06.21 19:30
  •  
  •  댓글 0
 
 

전선 통제권과 체제 보장: 이란의 요구 전면 관철
미국의 의무는 ‘강제’, 이란의 권리는 ‘확보’
3,000억 달러의 ‘전후 배상금’과 경제 제재 무력화
핵 문제의 절충과 트럼프식 파기 방지 안전장치
종합 평가: 이슬라마바드 MOU 14개 조항 핵심 요약
총평 및 전망: 평화가 아닌 ‘새로운 전장’으로의 전환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이란의 역대 최고지도자 사진 앞에서 MOU를 보여주고 있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이란의 역대 최고지도자 사진 앞에서 MOU를 보여주고 있다.

중동 정세를 뒤흔든 미국과 이란 간의 휴전 협정, 이른바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가 공식 체결되었다. 파키스탄의 중재로 도출된 총 14개 항의 합의문이 공개되자, 국제 외교가 안팎에서는 “미국이 이란에 판정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합의문의 겉모습은 ‘양해각서(MOU)’라는 느슨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세부 조항을 뜯어보면 핵심 알맹이는 대부분 이란의 요구대로 채워졌다. 전체 14개 조항 중 무려 10개 조항에서 이란의 판정승이 확인된다.

이번 협정이 왜 ‘이란의 완승’으로 평가받는지 조항별 분석과 향후 정세를 정밀 진단한다.

전선 통제권과 체제 보장: 이란의 요구 전면 관철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군사적·정치적 주도권을 이란이 쥐게 되었다는 점이다.

레바논 헤즈볼라까지 묶은 군사 조항 (1항): 합의문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식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레바논 헤즈볼라를 공격하는 행위까지 이 MOU의 영향력 아래 묶어두겠다는 이란의 의도가 그대로 관철된 결과다.

미국의 내정 간섭 차단 (2항): 상호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함으로써, 미국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이란 내 ‘정권 교체(Regime Change)’ 및 체제 전복 시도를 국제 합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차단했다.

미국의 의무는 ‘강제’, 이란의 권리는 ‘확보’

군사적 족쇄를 풀고 막대한 경제적 실리를 챙긴 쪽도 이란이다.

해상 봉쇄 해제와 미군 철수 (4항): 미국은 MOU 서명 직후 즉시 이란 해상 봉쇄 해제를 시작해 30일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 또한 최종 합의가 타결되면 이란 인근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해야 하는 거대한 의무를 짊어지게 되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배제 (5항): 이란은 60일간 해협 통항 선박에 비용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으나, 이는 뒤집어 말하면 60일 이후에는 합법적으로 ‘통행료’를 청구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뜻이다. 특히 대화 주체를 미국을 배제한 채 ‘이란-오만 및 페르시아만 연안국’으로 한정해 미국의 개입 여지를 원천 차단했다.

3,000억 달러의 ‘전후 배상금’과 경제 제재 무력화

경제적 합의 사항은 이란 외교의 ‘화룡점정’이라 부를 만하다.

우회적 ‘전쟁 배상금’ 확보 (6항): 미국은 지역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3,000억 달러(약 400조 원) 규모의 이란 재건 및 경제 발전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명분은 재건 비용이지만, 사실상 이란이 요구해 온 전쟁 배상금을 미국이 지불하는 형국이다. 이에 필요한 금융 거래 라이센스와 제재 유예도 미국이 전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포괄적 제재 전면 해제 (7항·10항·11항): MOU 체결 즉시 미국의 경제 제재는 선제적으로 유예(10항)되며,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 및 자산은 즉각 완전히 해제(11항)되어 이란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최종 합의 후에는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모든 제재가 완전히 철회(7항)된다. 이로써 이란을 옥죄던 미국의 경제 제재망은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핵 문제의 절충과 트럼프식 파기 방지 안전장치

미국이 목을 매던 핵 문제에서도 이란은 판정승을 거두었다.

‘이란 내 처분’으로 핵 주권 고수 (8항):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합의(미국 요구 반영)했으나, 핵심인 핵물질 처분 방식을 ‘IAEA 감독하 이란 현장 처분’으로 제한했다. 그동안 미국이 주장해 온 '핵물질의 이란 밖 반출'을 완벽히 배척하고 핵 통제권을 영토 내에 둔 것이다.

미국의 ‘쇠고랑’이 된 선결 조건과 유엔 보장 (13항·14항): 이란은 미국이 해상 봉쇄 해제, 자금 지급, 제재 유예 등 핵심 의무를 하나라도 위반할 경우 즉각 MOUFMF 파기할 수 있는 강력한 브레이크(13항)를 쥐었다. 나아가 최종 합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승인(14항)받도록 해, 과거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핵합의(JCPOA)를 파기했던 사태를 다시는 재현할 수 없도록 국제법적 안전장치를 박아 넣었다.

종합 평가: 이슬라마바드 MOU 14개 조항 핵심 요약

  내용 관철주체 판단 근거
1항 군사작전 이란 헤즈볼라 대상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종식
2항 주권존중과 내정불간섭 이란 미국의 체제전복 시도 차단 및 이란 주권 공식 인정(미국의 정권교체 시도 실패 확인)
3항 60일 이내 타결 절충 기본 시한을 정하되, 상황에 맞게 합의에 의해 연장
4항 해상봉쇄해제/군대철수 이란 즉각적인 봉쇄 해제 및 이란 인근 미군 철수 의무화
5항 해협 관리권 이란 60일 이후 통행료 청구 근거 마련 및 대화 주체 한정으로 미국 개입 차단
6항 이란 재건 비용 이란 '전쟁 배상금' 성격의 자금 확보 및 미국의 금융 제재 무력화
7항 제재 해제 이란 최종 합의 후 모든 제재 해제 약속
8항 핵협상 절충 핵협상 개시로 미국의 요구 일반 반영. 그러나 '이란 내 처분'이라는 이란 주장 관철
9항 현상 유지 절충 협상 동력 유지와 상호 신뢰
10항 미국제재유에 이란 MOU 체결 직후부터 제재를 선제적으로 유예
11항 동결자산해제 이란 이란이 요구한 해외 자산의 완전한 사용 보장
12항 모니터링 절충 상호간의 이행 준수 감시
13항 선결조건이행 이란 핵심 조항 위반 시 협상 파기, 미국 압박 카드
14항 유엔안보리결의 이란 트럼프식 일방 파기 막고 합의의 구속력과 지속력 확보

 

총평 및 전망: 평화가 아닌 ‘새로운 전장’으로의 전환

이처럼 이란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협정이 맺어진 배경에는 양국의 동상이몽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용 ‘잠정적 숨고르기’
미국 행정부의 이번 서명은 철저히 국내 정치적 수요에 등 떠밀린 결과다. 다가오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동발 전황 악화와 그에 따른 유가 폭등을 어떻게든 통제해야만 했던 정무적 판단이다. 고강도 군사 압박으로도 이란의 저항 능력을 꺾지 못하자, 선거 전 국면 전환을 위해 군사행동을 ‘잠시 멈춤(Pause)’ 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선거가 끝나거나 이스라엘의 반발이 극에 달할 경우 언제든 강경 기조로 회귀할 수 있는 취약한 시한부 성격을 띤다.

이란: 군사전에서 '정치외교전'으로의 공세적 전환
반면 이란은 이번 MOU를 미국·이스라엘의 군사적 압박을 자력으로 버텨내고 거둔 ‘사실상의 전술적 판정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장에서 확보한 힘의 우위를 외교 문서로 확증한 것이다. 이란에 있어 이번 휴전은 평화의 도래가 아니다. 군사적 전장에서 고도의 정치·외교적 전장으로의 ‘전장 이동’일 뿐이다.

이란은 MOU라는 강력한 지렛대를 쥐고 향후 60일간 제재 해제 이행과 핵 문제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일 가닥을 잡았다.

살얼음판 위의 중동 정세
결국 이슬라마바드 MOU가 가져온 현 정세는 안정적인 종전이 아니라,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극도로 불안정한 잠정 대치 상태’에 가깝다. 미국의 선거용 군사 숨고르기와 이란의 외교적 실리 굳히기가 맞물려 탄생한 거대한 타협일 뿐이다. 특히 합의에 격렬히 반발하며 레바논 남부 철수를 거부하고 있는 이스라엘이라는 메가톤급 변수가 살아있는 한, 중동의 항구적 평화를 논하기는 이르다. 중동은 지금 평화 구역으로 진입한 것이 아니라, 한층 더 치열하고 정교해진 ‘2라운드 정치전’의 포문을 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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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이 사실을 밀어내는 시대, 누가 민주당 정권을 망치는가

[조성식의 통찰] 폭력적 진영논리 폐해 심각...집권 여당, 책임 정치 필요

26.06.22 07:01최종 업데이트 26.06.22 07:01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늘날 한국 정치의 가장 큰 위협은 폭력적 진영논리다. 이는 정치적 양극화의 산물이다. 베스트셀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에 따르면, 정치적 양극화는 민주주의의 최대 적이다. 정파적 언론이 편향 보도를 일삼고 진영논리에 따른 확증편향이 여론을 지배하면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관용과 자제가 설 땅을 잃는다.

물론 진영주의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신념이 같은 사람들끼리 무리를 지어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연스럽다. 언론의 정파성도 마찬가지다.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정치 유튜브와 달리 언론은 객관성과 중립성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각 매체의 정체성에 맞는 정파성을 교묘히 드러낸다.

문제는 정파성 자체가 아니라 정파성의 상업화, 또는 교조주의화다. 진영주의자들은 무리의 정치적 신념에 맞지 않는 사실은 배제한다. 진영에 불리한 사실은 왜곡하거나 덮어버린다. 반대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나 심지어 거짓이라도 정치적 신념이나 진영의 이익에 부합하면 사실로 단정하면서 지지자들을 선동한다.

진영논리에 젖은 선동가들의 공통점은 지속적인 편 가르기와 타도 대상 설정, 사실의 선택적 수용이다. 수사와 재판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증거와 논리를 따져보기에 앞서 수사기관과 사법부 비난부터 한다. 실체적 진실과 별개로 진영에 유리한 판결을 하면 '참 법관'이라고 칭찬하고, 불리한 판결을 내놓으면 '적폐 판사'로 낙인찍는다. 그들 눈에는 정치적 성향이나 지향점이 비슷하더라도 '주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다 적폐요, 반개혁 세력이다. 나아가 내란 동조 세력이다.

내란 청산은 부인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지만, 그것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의구심이 짙어지면 중도층은 거리를 두거나 등을 돌리게 된다. 이를테면 3대 특검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2차 종합특검법을 발의한 것이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대통령 관련 사건이 다수인 조작기소 특검법을 제출한 것은 그런 '오해'를 받기에 충분했다.

불법 비상계엄이 빚은 내란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에 천재일우의 호기였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 없었다면, 민주당이 다음 대선 때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의 덫에서 빠져나와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지도 불분명했고. 군인들이 무장하고 국회로 쳐들어오는 난리가 났는데도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의 표차가 8.27%p밖에 나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만큼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려면, 나아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려면 이 대통령 지론대로 지지 기반의 외연을 넓히는 게 맞는 듯싶다. 민주당 정체성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인사를 영입하거나 중용하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합리적 중도 보수층은 최대한 끌어당겨야 한다. 그러려면 밀어붙이되 절제해야 했다. 권력 잡았다고 다 가지려 한다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했다. 선동으로 사실을 밀어내거나 왜곡하지 말아야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 편이면 무조건 감싸는 진영주의가 '독' 됐다

지난 2025년 9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출석 증인을 대표한 이희동 부산고검 검사를 비롯한 증인들이 선서하고 있다. 우측 끝 남성이 조경식씨.연합뉴스

지난해 9월 민주당이 주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와 올해 3월 출범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조작기소 특위)'는 성과도 많았지만, 선동 정치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다수의 힘을 바탕으로 한 민주당 의원들의 무차별 공세에 지지층은 환호했지만, 합리적이고 공정한 진실 규명과는 거리가 있었다.

검찰개혁 명분으로 삼으려 했던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 사건은 민주당 완패로 끝났다.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만한 사건이었으나 확증편향이 문제였다. 청문회에 출석한 검사들과 담당 수사관들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진실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건만, 민주당은 무분별한 정치공세로 일관했다. 검찰을 개혁 대상이 아니라 척결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90일 동안 수사한 상설특검(특별검사 안권섭)은 "검찰 지휘부의 은폐 지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실무자의 단순 업무과실로 결론 내렸다.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사기전과 9범이자 동거녀에 대한 특수상해(구타, 회칼 위협 등), 특수공갈, 특수감금 등의 혐의로 구속돼 수감 중이던 조경식씨를 증인으로 내세운 것은 민주당 수준을 의심케 했다.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다는 조씨는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의혹 사건의 내막을 잘 아는 듯이 증언했으나, 이 사건을 조사한 법무부 특별점검팀은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조경식이 연어·술파티에 참석한 사실이 없으며 왜 참석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수원구치소 수감 당시 이 전 부지사와 같은 수용동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민주당과 연결된 것은 이 전 부지사 변호인으로 활동한 김광민 변호사 덕분이다. 지난해 4월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씨 사건을 수임한 김 변호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된 조씨의 갖가지 '폭로'를 민주당과 언론 매체를 통해 공론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조씨는 청문회 출석 당시 KH그룹 부회장으로 행세하며 알펜시아호텔 인테리어 공사 명목으로 지인에게 수억 원을 받아가 갚지 않은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였다. 그는 청문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배상윤 KH그룹 회장 구명로비를 벌였는데 권 의원 요구로 48억 원이 전달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가 권 의원과 접촉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지만, KH그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조씨가 스스로 'KH그룹 부회장' 명함을 제작해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의 범죄사실 중에는 쌍방울 회장과의 친분을 이용한 나노스(쌍방울 관련주) 주식 관련 사기도 있다. 청문회 이후 보석으로 출소한 그는 지난 4월 조작기소 특위 증인으로도 활약했다.

대장동 사업으로 1000억 원대 수익을 올린 남욱 변호사에 대한 민주당의 기울어진 잣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가 검찰 강압 수사의 '피해자'라고 해서 대장동 관련 범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검찰이 이 대통령의 배임 혐의를 조작 기소했다고 해서 민간업자들의 천문학적 수익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전 정권에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이 대통령을 궁지에 몰았다가, 현 정부 출범 후 정반대로 돌아선 그의 오락가락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그는 올해 4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민주당이 화력을 쏟아부은 명태균 게이트는 용두사미로 끝나는 모양새다. 비록 명씨가 자초한 면이 있긴 해도, 명씨 사건 1심 재판부 판단대로 윤석열씨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과 그가 김영선 전 의원과 업무적·금전적으로 얽힌 관계는 별개로 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신들이 공익제보자로 지정한 전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 강혜경(1호), 소장 김태열(3호)씨의 일방적 주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검증에 소홀하고 심지어 허위 주장까지 퍼트렸다.

특검이 기소한 혐의 대부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김건희씨 항소심 재판부가 유독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만 무죄를 선고한 것도 새겨봐야 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문제가 된 여론조사 58건은 대부분 명씨가 윤씨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실시한 게 아니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영업 활동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해 언론 매체 등을 통해 공표한 여론조사였다.

명씨는 58건 중 14건(공표 10건, 비공표 4건)을 윤씨 부부를 비롯한 여러 정치인에게 무상으로 보냈다. 그중 윤씨 부부에게만 전달한 여론조사는 비공표 3건(김건희 2건, 윤석열 1건)이다. 윤씨 부부가 여론조사에 관여한 흔적도 없었다. 1, 2심 재판부가 똑같이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이유다. 명씨에게 사전에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혐의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일부 후보들의 비리 의혹에 이중잣대를 들이댐으로써 공정하지 않다는 인상을 줬다. 당리당략에 치우쳐 사실을 무시하거나 외면한 결과였다. 어느 당이나 마찬가지지만, 중대한 비리나 불법 행위가 드러났는데도 우리 편이면 무조건 감싸는 진영주의는 단기간에는 약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독이다.

'선동 정치'는 자멸의 길... 사실 앞에 겸손해야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박성준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2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가칭)'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남소연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이른바 민주화 세대는 공정보다는 진영논리에 익숙하다. 거대 악과 싸우면서, 나와 우리 편 잘못에는 관대해졌다. 우리 편의 반칙과 특혜는 대수롭잖게 여기면서 상대편 잘못은 칼같이 단죄하려 든다. 젊은 세대는 이런 이중성을 싫어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기득권층으로서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입으로는 서민과 약자, 진보적 이념을 외치는 민주화 세대 꼰대들의 위선이 역겨운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탈리아 순방 중인 지난 13일 소셜미디어에 '집권여당은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고 적었지만, 민주당은 그 반대로 행동했다. 신념을 앞세운 나머지 책임에 소홀했고, 정치적 판단의 기준을 국민 전체가 아닌 강성 또는 열성 지지자들에게 맞췄다.

개혁 대상을 타도 대상으로 삼으면 보복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상대는 악이고 우리는 선이라는 이분법은 개혁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역대 정권을 보면, 민심과 동떨어지거나 현실을 무시한 교조주의적 개혁이 제도를 개악하고 민생을 더 힘들게 한 사례가 적지 않다. 개혁은 확실하게 하되,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목소리를 '반개혁'으로 몰아붙이는 원리주의적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이 대통령 말마따나 결과까지 책임질 게 아니라면.

민주당이 내란 청산을 공정 가치를 구현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국민적 공감을 얻을 것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은 '내로남불' 타파다. 상대편이 강도질한다고 우리 편이 도둑질하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조중동은 더하는데" 식의 논리는 균형이 아니라 변명이다.

검찰과 사법부를 믿을 수 없다고 해서, 특검에 현직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까지 주는 건 공정과 법치주의에 반한다. 특검 수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공소청)이 공소 취소를 하거나 재판부가 공소 기각을 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다. 공정은 사실을 존중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사실은 누구에게나, 어느 쪽에나 공평하다. 권력을 쥔 쪽일수록 사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실을 비트는 선동 정치는 자멸의 길이다.

이 점에서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이른바 셀럽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유튜버 등이 사실과 맞지 않는 주장을 펴는 건 자제해야 한다. 우리 편에 불리한 사실이라도, 기대하거나 믿는 바와 다른 사실이라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컨대 여권이 임명한 특검 수사 결과 비상계엄 당시 검찰이나 사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증거로 확인됐는데도, 계속 "그럴 리가 없다"며 불신과 적대감을 조장하는 행위는 정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길이다. 과유불급이다.

#조성식의통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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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갈 필요 없이 지금 이곳이 가장 빛나는 성지

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샘터교회 원로목사. 시인. 부산예수살기 대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 상임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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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걷기를 실천한 사람들 24회]

멀리 떠나는 길, 결국 내면으로 향한다

일상의 길을 순례로 바꾸는 태도와 실천

지금 여기, 발밑에서 완성되는 거룩함

걷는 자의 깨달음, 비워짐에서 다시 시작

2025 겨울 가지산 정상에서 필자

1. 멀리 떠나는 길, 결국 내면으로 향하다

인간은 끊임없이 떠나기를 갈망하는 존재다. 미디어가 쏟아내는 이국적인 풍경, 끝없이 펼쳐진 산티아고의 황금빛 밀밭, 혹은 구름을 발밑에 둔 히말라야의 만년설을 바라보며 우리는 매 순간 생각한다. 저곳에 가면 내 삶의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저 거룩한 길을 걸으면 내 안의 혼란이 가라앉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큰돈을 들이고, 바쁜 일상을 쪼개어, 무거운 배낭을 메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들의 열정과 용기는 분명 가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지점에서 아주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갈구하는 것은 스페인이나 네팔이라는 이국적인 공간 자체일까, 아니면 그 길을 걸으며 비로소 마주하게 될 내면의 나 자신일까. 성 야고보의 유해가 묻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이 성스러운 이유는 그 땅의 흙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수백 년 동안 그 길을 걸었던 수많은 순례자들의 간절한 염원, 스스로를 비워내고자 했던 침묵, 그리고 발바닥의 통증을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갔던 행위의 숭고함이 그 길을 성지로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뀐다. 그 간절함과 침묵, 비워냄의 태도를 지금 내가 사는 이곳으로 가져올 수는 없을까. 비행기 표를 끊지 않고도, 거창한 등반 장비가 없어도,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일상 공간을 성지로 만들 수 있다. 들길도 좋고, 산길도 좋고, 도심 속 작은 공원길도 좋다. 산티아고를 걷는 심정으로 걷는다면, 지금 내가 딛고 있는 바로 그 아스팔트와 흙길이 곧 세계 최고의 순례길이 된다.

현대인들은 장소를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특정 유명 관광지나 트래킹 코스에 가야만 비로소 진정한 휴식이나 영적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일종의 환상이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히말라야의 멋진 배경 사진이 내면의 평화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압도당하는 일시적인 카타르시스는 있을지언정,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순간 다시 공허해진다면 그것은 진정한 변화가 아니라 잠시 동안의 도피에 불과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그들이 얻는 깨달음의 대부분은 풍경 그 자체보다는 걷는 행위와 태도에서 온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으며 소유의 부질함을 깨닫고, 발가락에 잡힌 물집을 보며 내 육체의 한계와 겸손함을 배우며, 몇 시간 동안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 세 가지 본질은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당신이 오늘 퇴근길에 들르는 동네 뒷산 산책로나, 강변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도로 옆 보행로에서도 정확히 똑같은 본질을 구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비게이션이나 구글 맵이 가리키는 지도 위의 좌표가 아니다. 그 길을 걷고 있는 당신의 마음의 주파수다.

2022년 가을 다대포 해수욕장 저녁노을 풍경. 가끔 낙동강변 둘레길을 걷는다.

우리는 매일 지나는 길을 다 안다고 착각한다. 익숙함이라는 눈꺼풀이 우리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티아고를 걷는 순례자의 시선으로 동네를 바라보기 시작하면, 모든 공간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도시 외곽의 들길이나 강둑길을 걸을 때, 우리는 자연의 가장 솔직한 얼굴을 마주한다. 봄에는 파릇하게 돋아나는 쑥과 냉이의 향을 맡고, 여름에는 잡초의 무성한 생명력과 매미 소리의 진동을 느끼며, 가을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과 마른 풀잎의 서정성을 본다. 겨울의 들판은 어떤가. 모든 것을 비워낸 채 묵묵히 추위를 견디는 대지는 우리에게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준다.

들길을 걷는 것은 우주의 거대한 시계바늘과 나의 걸음걸이를 동기화하는 작업이다. 꼭 에베레스트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가야만 고독과 한계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동네 뒷산의 가파른 계단이나 경사로를 오를 때도 우리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허벅지는 터질 것처럼 팽팽해진다. 산길은 우리에게 중력이라는 정직한 법칙을 깨닫게 한다.

땀이 눈으로 흘러내리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머릿속을 복잡하게 채우고 있던 세상의 걱정거리들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오직 다음 한 걸음을 어디에 디딜 것인가라는 생존과 직결된 본질만 남는다. 그 순간, 동네 뒷산은 당신만의 히말라야가 된다. 도심의 공원 역시 현대인들을 위해 준비된 훌륭한 순례지다. 정형화된 보도블록이나 잔디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우리는 바쁜 도시의 소음 속에서 어떻게 나만의 고요를 유지할 수 있는지 연습할 수 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어머니, 벤치에 앉아 쉬는 노인,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인류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회복하기도 한다.

공원길은 고립된 명상이 아니라, 타인과 공존하면서도 내면의 중심을 지키는 시장 바닥에서의 명상을 실천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산티아고를 걷는 심정으로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다리를 움직이는 물리적 행위를 넘어선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아라는 세 가지 요소가 완벽하게 결합하는 철학적 사건이다. 우리의 마음은 대개 현재에 있지 않고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에 묶여 있다. 길을 걸을 때 비로소 우리는 현재라는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오른발이 땅에 닿는 순간, 왼발이 지면을 차고 나가는 순간, 그 찰나의 시간들이 모여 걸음이 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 내가 내딛는 한 걸음뿐이다. 일상 속의 걷기는 우리를 시간의 감옥에서 해방시켜, 오롯이 지금에 집중하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다.

또한 우리는 종종 내가 서 있는 이곳을 비하한다. 이 지긋지긋한 도시, 맨날 똑같은 동네라고 말이다. 하지만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당신이 서 있는 그 위도와 경도는 온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고유한 공간이다. 히말라야의 꼭대기나 스페인의 벌판만 우주가 아니다. 당신의 발밑에 있는 흙 한 줌, 아스팔트 한 조각도 모두 지구의 일부이며, 우주의 먼지가 모여 만들어진 기적의 물질들이다. 공간의 등급을 매기는 인간의 편견을 버릴 때, 내가 서 있는 방 한 칸, 집 앞 골목길은 곧 우주의 중심이자 신성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앉아 있을 때 머리는 복잡해지지만, 걸을 때 머리는 맑아진다.

 

2025년 여름 신불산 산행. 내가 자주 찾는 산이다.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걸을 때만 명상할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고 말했다. 니체 역시 모든 위대한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고 했다. 걸을 때 우리의 몸은 일정한 리듬을 타기 시작하고, 이 리듬은 뇌세포를 자극하며 영혼의 먼지를 털어낸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도저히 풀리지 않던 인간관계의 실타래나 업무상의 난제들이, 신기하게도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자연스럽게 풀리는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걷기는 내 안의 진짜 나와 대화하는 가장 정직한 통신 수단이다. 아무리 좋은 철학도 실천하지 않으면 관념에 불과하다.

2. 일상의 길을 순례로 바꾸는 태도와 실천

내일부터 당장 집 앞을 나설 때, 가슴속에 몇 가지 순례자의 태도를 품어보자. 첫째는 스마트폰과의 결별이다. 산티아고 순례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이다. 풍경을 담느라 정작 자신의 내면을 담지 못한다. 일상 순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어폰으로 음악이나 유튜브, 팟캐스트를 들으며 걷는 것은 걷는 행위를 소모하는 것에 불과하다.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 내 발소리, 옷깃이 스치는 소리,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소리를 들어라. 그 적막함과 심심함 속에 영혼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다.

둘째는 오감을 열어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매일 걷는 길이라도 매일 다르다. 어제는 보이지 않던 보도블록 틈새의 민들레가 보일 수 있고, 늘 지나치던 담벼락의 능소화가 눈에 들어올 수 있다. 공기의 습도, 햇살이 내리쬐는 각도, 흙내음의 짙고 옅음은 매시간 변한다. 마치 태어나서 이 길을 처음 보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관찰하라. 경이로움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에 있지 않고, 새로운 눈을 갖는 것에 있다.

셋째는 속도를 줄이는 일이다. 우리는 늘 어딘가를 향해 서둘러 왔다. 더 빨리, 더 먼저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이 몸에 배어 있다. 그러나 걸음의 의미는 도착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 평소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걸으며 발바닥 전체를 땅에 맡겨보자. 발뒤꿈치에서 시작해 발가락 끝까지 이어지는 감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딛고 있는 대지가 단순한 바닥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리임을 느끼게 된다. 속도를 낮출수록 주변의 소리와 빛, 바람의 결이 또렷해지고, 그 안에서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넷째는 무조건적인 수용이다. 하늘이 흐려도, 갑자기 비가 내려도, 길 위에 어지럽게 놓인 것들이 눈에 들어와도 그것을 판단하거나 밀어내려 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펼쳐진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좋고 나쁨의 기준을 잠시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현실과 다투지 않게 된다. 수용은 체념이 아니라, 지금 여기와 화해하는 태도다. 그 화해 속에서 걸음은 한층 가벼워지고, 마음은 예상치 못한 평온에 닿는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는 반드시 탁족을 하며 피로를 푼다.

마지막은 감사의 환대다. 오늘 하루 나에게 걸을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고, 숨 쉴 수 있는 맑은 공기가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파랑새를 찾아 온 세상을 헤매 다녔지만, 결국 파랑새는 내 집 마당 새장 안에 있었다는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어쩌면 내면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외국의 유명한 길, 거대한 자연, 값비싼 여행 상품을 기웃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의 진리나 평온함은 물리적 거리와 비례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지금 서 있는 방 안에서, 혹은 집 앞 골목길에서 평화를 찾지 못한다면, 스페인의 팔백 킬로미터 순례길을 걸어도,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정상에 올라도 결국 똑같은 공허함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 내가 어디를 걷고 있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에 의미를 부여하는 나의 마음이며, 시간과 공간과 내가 만나 스파크를 일으키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이다. 멀리 가기 위해 짐을 싸는 수고를 멈추어라. 거창한 계획을 세우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그저 편한 신발 한 켤레를 신고 문밖을 나서라. 그리고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 스스로에게 속삭여라. 여기서부터 나의 산티아고가 시작된다고 말이다. 당신의 발밑이 바로 성지다. 그 길 위에서, 오롯이 당신만의 우주를 만나기를 소망한다.

3. 지금 여기, 발밑에서 완성되는 성지

우리가 발을 내딛는 모든 곳이 사실은 거룩한 땅이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위대한 탐험가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 그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한 곳은 외부의 지리적 정점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이었다. 극단의 고독과 추위, 혹은 끝없는 지평선 앞에서 그들이 발견한 것은 인간의 미약함과 동시에 생명의 경이로움이었다. 일상의 걷기는 이러한 거대 여정의 에센스를 매일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일과 같다. 아침 출근길에 마주치는 가로수의 잎사귀 하나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우주의 역동성을 읽을 수 있고, 저녁 노을이 아파트 숲 사이로 붉게 물드는 풍경에서 히말라야의 일몰 못지않은 장엄함을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영혼의 깊이다. 깊은 영혼은 작은 조약돌 하나에서도 신의 지문을 발견하지만, 얕은 영혼은 그 어떤 웅장한 신전 앞에서도 지루함만을 느낄 뿐이다. 그러므로 먼 곳으로의 여행은 때로 우리의 영혼을 게으르게 만든다. 거대한 외부의 자극이 있어야만 겨우 깨어나는 영혼은 자생력이 없다. 반면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스스로 경탄할 줄 아는 영혼은 강인하다. 그들은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고 환경을 창조한다. 매일 걷는 골목길을 자신만의 수행 공간으로 삼는 사람은 그 어떤 시련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중심을 갖게 된다.

걷기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신체 활동이지만 가장 고차원적인 정신 활동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우리는 대지와 소통하고, 한 호흡을 마실 때마다 공기 중의 수많은 생명들과 연결된다. 이 연결감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순례의 진짜 목적이다. 머나먼 이국땅의 길들은 단지 우리에게 이 연결감을 강제적으로 깨우쳐주는 장치에 불과하다. 일상에서 이 장치를 스스로 가동할 수 있다면, 우리는 매 순간 여행자이자 순례자로 살 수 있다. 돈을 들여 먼 곳으로 떠나는 행위에는 일종의 보상 심리가 작용하기 쉽다. 내가 이만큼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으니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거대한 깨달음이나 감동을 얻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이러한 조급함은 오히려 순수한 몰입을 방해하고, 길 위에 서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미래의 결과만을 계산하게 만든다.

 

작은 나무 십자가를 손에 쥐고 "한반도의 평화를!" 암송하며 걷는다.

반면 일상 속의 걷기는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으며, 그렇기에 아무런 압박도 없다. 실패할 확률이 없는 여정인 것이다. 오늘 조금 덜 집중했더라도 내일 다시 걸으면 그만이고, 오늘 풍경이 지루했더라도 그것 나름대로 내 마음의 상태를 비추어보는 거울이 된다. 이 완전한 자유로움 속에서 비로소 인간은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인위적인 목적성이 사라진 자리에 순수한 존재 자체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가에서 말하는 무위자연의 상태이며, 불교에서 말하는 여여한 삶의 모습이다. 우리는 걸으면서 무언가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훌륭한 순례자가 될 필요도 없고, 대단한 철학자가 될 필요도 없다. 그저 걷는 자로 존재하면 충분하다.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 느껴지는 압력, 무릎이 굽혀졌다가 펴지는 리듬, 가슴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숨결의 흐름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과정에서 내 안의 불필요한 욕망들과 타인의 시선, 사회적 가면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간다. 집을 나설 때 가득 차 있던 머릿속이 돌아올 때쯤 텅 비어 있다면, 당신은 오늘 훌륭하게 순례를 마친 것이다. 그 비워진 자리에 비로소 새로운 생명력과 창조적인 영감이 채워질 수 있다.

우리가 걷는 길은 시간의 축적물이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은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안고 지나갔던 길이다. 그들의 기쁨과 슬픔, 고뇌와 희망이 이 땅의 분자들 사이에 스며들어 있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걸으면서 과거의 무수한 발자국들과 대화를 나누는 셈이다.

도심의 길이라면 수많은 노동자들과 이웃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 있을 것이고, 자연의 길이라면 자연을 지켜온 수많은 생명들의 서사가 깃들어 있을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바라보면, 내가 가진 고민들이 얼마나 작고 일시적인 것인지 깨닫게 된다.

4. 걷는 자의 깨달음, 비워짐에서 다시 시작되는 삶

인류의 역사라는 거대한 강물 속에서 나는 잠시 반짝였다 사라지는 물방울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그 물방울이 없다면 강물 또한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알아차림은 우리에게 깊은 위안을 준다. 내가 외롭고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거대한 전체의 일부라는 감각을 주기 때문이다. 일상 속의 걷기는 이처럼 나를 확장시키고 세상과 화해하게 만드는 평화의 정치학이다. 멀리 있는 성지만을 고집하는 것은 어쩌면 세상을 아군과 적군, 성스러운 곳과 속된 곳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의 연장선일 수 있다. 진정한 영성은 속된 곳을 성스럽게 바꾸는 힘에 있다.

당신이 걷는 일상의 길이 바로 그 연금술의 현장이다. 당신의 의식적인 발걸음이 아스팔트를 황금빛 순례길로 변화시킨다. 공간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의 의식을 통해서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뿐이다. 당신이 그 길에 무한한 가치를 부여한다면, 그 길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된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내가 어디를 걷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의미가 있다. 시간과 공간과 내가 만나는 곳이 중요하다. 매일 똑같은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똑같은 풍경이란 없다. 변하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이다.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문을 나선다면, 매일 새로운 세계가 당신 앞에 펼쳐질 것이다. 큰돈을 들여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내 방 문을 열고 나가는 그 순간부터 당신의 위대한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정성스럽게 땅을 딛어라. 그 발걸음마다 당신의 영혼이 깨어나고, 당신의 삶이 온전해질 것이다. 일상이라는 이름의 성지에서, 지금 바로 순례를 시작하라. 당신의 모든 걸음걸이에 평화와 축복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지금 당신이 걷고 있는 곳이 가장 거룩한 성지이다. 우리는 늘 어딘가 특별한 장소를 찾아 떠나야만 의미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먼 나라의 오래된 성전, 수많은 이들의 기도가 쌓인 순례지, 이름난 산과 강을 떠올리며 그곳에 도착해야 비로소 삶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딛고 있는 이 자리, 지금 숨 쉬고 있는 이 공간을 소홀히 지나치곤 한다. 거룩함은 특정한 장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존재하는 바로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조용히 깨어난다.

발걸음을 잠시 늦추고 주변을 바라보라.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길가의 작은 풀잎,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자동차의 소리까지도 하나의 흐름 속에 있다. 우리가 의식을 기울일 때, 그 모든 것은 분리된 사물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생명의 결로 다가온다. 그 연결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이미 성지에 서 있는 셈이다. 거룩함은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달려 있다. 마음이 깨어 있을 때 평범한 길은 제단이 되고, 우리의 걸음은 기도가 된다. 특별한 장소를 향해 떠나기 전에, 먼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와 화해하고 깊이 만나는 일. 그때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된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지금 이곳이 가장 빛나는 성지임을.

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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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21일 스위스 협상 앞두고 ‘호르무즈 재폐쇄’ 진실공방

김원철기자

  • 수정 2026-06-21 08:17

이란 “호르무즈 폐쇄” 주장에 미국 “정상 통항 중” 반박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21일(현지시각) 스위스에서 후속 기술협상을 개최하는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이유로 호르무즈해협 폐쇄를 발표하고 미국이 이를 부인하면서 양쪽이 치열한 장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미국은 실제 해협 봉쇄에 해당하는 군사적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선박이 항로를 돌리거나 해협 주변에서 멈춘 것으로 파악돼, 이란의 위협이 현장에 일정한 혼선을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20일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행을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작전 중단’을 명시한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제1조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미국이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란 쪽은 이번 조처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휴전 합의 위반에 대한 “첫 단계”라며, 공격이 계속될 경우 추가 조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선언이 실제 물리적 차단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 대변인 팀 호킨스 해군 대령은 로이터통신 등에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지 못한다”며 “선박 통항은 계속되고 있고, 미군은 이런 상황이 유지되도록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날 상선 55척이 해협을 통과해 1700만 배럴 이상의 원유와 대량 화물을 세계 시장으로 수송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비시는 해상추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부 유조선이 정상적으로 해협을 통과한 반면 최소 5척의 선박이 해협 주변에서 갑작스럽게 180도 방향을 돌리거나 멈춰 선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압박에 맞서 미국도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휴전 기간인 60일 동안 호르무즈해협에는 통행료가 없을 것이며, 60일이 지난 뒤에도 통행료는 없을 것”이라고 썼다. 다만 그는 “합의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중동 국가들에 대한 ‘수호천사’ 역할의 대가로 과거·현재·미래 비용을 보전받기 위해 미국에 의해, 미국을 위해 부과되는 경우는 예외”라고 밝혔다. 이란의 핵심 레버리지인 해협 통제권을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장외 기싸움이 거센 가운데 양쪽은 21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대면 협상 준비를 마쳤다. 이란 쪽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장관이 도착했고,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카타르의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도 스위스에 합류한다.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도 스위스에 머물며 이란 핵 프로그램 협상 일부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한 소식통이 시비에스(CBS) 뉴스에 전했다.

미국 협상단을 이끄는 제이디 밴스 부통령은 이날 스위스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만나 “스위스에 하루나 이틀 정도만 체류하며 최고위급 정치적 협상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며 “이후에는 실무진이 현장에 남아 기술적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협상에서 핵 문제와 레바논 휴전 문제의 진전을 이루는 것이 가장 큰 두 가지 목표”라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레바논 전선이 협상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질문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전체 팀이 레바논 상황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왔다”며 “실제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가 쏘면 누군가가 대응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있다”며 “충분히 오래 사격을 멈춰 휴전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모두 안전하고 안보가 보장되도록 계속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23~25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대표들이 워싱턴에서 협상을 가진다고 밝혔다.

막후에서는 이란을 달래기 위한 재정적 인센티브 논의도 진행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시엔엔(CNN) 따르면, 미국과 카타르는 카타르 은행에 묶여 있는 이란의 동결 자금 60억 달러(약 9조 1000억원)를 인도적 목적(식량 및 의약품 구매)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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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오염수 논쟁, 결국 방사선량이 아닌 시간의 문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6/21 09:48
  • 수정일
    2026/06/21 09: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를 둘러싼 진실] 삼중수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6.06.21. 05:01:05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즉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의 해양방류가 시작된 지 어느덧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논쟁의 중심에는 늘 삼중수소가 있었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는 자연계에도 존재한다"고 설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류 중인 처리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한다. 국내외 언론도 대부분 삼중수소 농도와 희석효과, 생물농축 여부를 중심으로 보도한다. 그 결과 후쿠시마오염수 문제는 마치 삼중수소 하나의 문제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후쿠시마오염수 논쟁은 삼중수소만의 문제인가. 필자는 지난 몇 달간 지면을 통해 후쿠시마 항만 생태계의 생물농축 문제, 체르노빌원전사고 40년의 교훈, 그리고 삼중수소 축적 모델의 불확실성 문제를 차례로 다루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왜 우리는 후쿠시마오염수의 수십 가지 핵종 가운데 삼중수소만 이야기하고 있는가. 그 질문은 결국 원자력이 남기는 '시간의 문제'로 이어진다.

ALPS는 원래 '다핵종제거설비'다. 우리가 흔히 '오염수'라고 부르는 물은 후쿠시마원전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로 처리한 뒤 방류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ALPS는 '다핵종' 제거를 전제로 설계된 시설이다. 도쿄전력이 관리대상으로 제시하는 핵종은 세슘-137(Cs-137), 스트론튬-90(Sr-90), 요오드-129(I-129), 코발트-60(Co-60) 등을 포함해 29종에 이른다. 도쿄전력은 ALPS를 통해 이들 핵종을 제거하거나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방류한다고 설명한다.

29종의 핵종 중 세슘-137은 반감기가 약 30년이며, 칼륨과 비슷하게 행동하기에 근육조직에 축적 가능성이 있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토양오염의 대표 핵종인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ALPS로 대부분 제거가 가능하며, 해수 및 수산물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스트론튬-90은 반감기가 약 29년으로 칼슘과 유사해 뼈와 치아에 축적되고 내부피폭 우려 핵종이다.

ALPS 제거 대상이지만 후쿠시마원전사고 초기에는 제거 실패 사례가 있어 논란이 있는 핵종이다. 요오드-129는 반감기가 약 1570만 년으로 갑상선에 축적 가능하며 반감기가 매우 길어 장기 환경문제 우려가 높다. ALPS 제거 대상이지만 장기 환경감시가 필요한 핵종이다. 코발트-60은 반감기가 약 5.3년으로 강한 감마선을 방출하는데 원전 구조재 부식 과정에서 발생한다.

ALPS로 제거 가능하며, 비교적 단기간에 감소한다. 루테늄-106은 반감기가 약 1년으로 원전사고 직후 우려됐던 핵종으로 생태계 이동성 문제가 존재한다. ALPS 제거 대상이다. 탄소-14는 반감기가 약 5730년으로 탄소순환에 편입되며, 식물·동물·인간의 생체조직 구성이 가능하고, 장기성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ALPS로 일부 제거 가능하나 완전 제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반해 삼중수소(H-3, Tritium)는 반감기가 약 12.3년으로 물(H₂O)의 일부로 존재하며 희석이 가능하기에 현재 방류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ALPS로 제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ALPS는 약 62종의 방사성 핵종 가운데 대부분을 제거하도록 설계되었다. 도쿄전력은 제거 가능한 핵종은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제거가 어려운 삼중수소는 해수로 희석하여 일본 규제기준(1500 Bq/L 이하)으로 방류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ALPS는 '모든 핵종을 제거하는 설비'가 아니라 '대부분의 핵종을 기준치 이하로 낮추는 설비'라는 것이다. 즉 '없애는 것'과 '기준치 이하로 관리하는 것'은 다르다. 따라서 후쿠시마 문제는 단일 핵종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경로를 가진 방사성물질들의 복합적 문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일본 언론과 정부 설명을 보면 거의 모든 관심이 삼중수소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이유는 있다. 삼중수소는 ALPS로 제거하기 어렵다. 방류되는 방사능 총량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물의 수소 일부가 삼중수소로 바뀐 형태이기 때문에 '희석'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는 후쿠시마원전사고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게 된다. 실제로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핵종은 각기 다른 물리적·생태학적 특성을 가진다. 반감기도 다르고, 이동경로도 다르며, 생물체에 들어가는 방식도 다르다. 그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핵종이 있다. 바로 탄소-14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저장 탱크 ⓒ연합뉴스

탄소-14, 원자력이 남기는 '시간의 핵종'

탄소-14는 일반인에게는 고고학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더 익숙할 것이다. 고대 유물의 나이를 측정하는 데 쓰이는 방사성 동위원소다. 하지만 원자로 내부에서도 탄소-14는 생성된다. 냉각재나 구조재 속 질소, 산소, 탄소가 중성자와 반응하면서 만들어진다. 후쿠시마 ALPS 처리수에도 탄소-14는 포함되어 있다. 물론 양은 삼중수소보다 훨씬 적다.

그러나 환경생태학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양만이 아니다. 그 물질이 얼마나 오래 존재하는가도 중요하다.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약 12.3년인 반면 탄소-14의 반감기는 약 5730년이다. 세슘-137이 약 30년인 것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길다. 이는 단순한 숫자 차이가 아니다. 삼중수소가 수십 년의 문제라면 탄소-14는 문명 단위의 시간 문제다. 지금 우리가 방류를 논의하는 오염수 속 삼중수소는 100년 뒤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탄소-14는 그때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후쿠시마오염수 논쟁이 현 세대의 문제라면 탄소-14는 미래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을 따라 움직이는 삼중수소, 생명을 따라 움직이는 탄소-14

탄소-14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동 방식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기본적으로 물이다. 그래서 물순환을 따라 이동한다. 바다로 흘러가고, 증발하고,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다시 돌아온다. 반면 탄소-14는 탄소다. 그래서 탄소순환을 따라 움직인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이용된다. 식물은 동물의 먹이가 되고, 동물은 인간의 먹이가 된다. 죽은 생물은 분해되어 다시 탄소순환계로 돌아간다. 탄소-14 역시 이 과정에 편입될 수 있다.

영국의 독립 방사선 전문가 이언 페어리(Ian Fairlie)는 「Tritium and Carbon-14: Hazards from Low-Level Radioactive Emissions(후쿠시마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와 탄소-14: 저준위 방사능 배출의 장기위험)」에서 탄소-14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Carbon-14 enters the biosphere as carbon itself(탄소-14는 탄소 자체로 생물권에 들어간다).” 이 말은 매우 중요하다. 탄소-14는 단순히 바닷물 속에 떠다니는 방사성물질이 아니다. 식물의 일부가 되고, 플랑크톤의 일부가 되고, 물고기의 일부가 되며, 결국 인간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삼중수소는 물을 따라 움직이고 탄소-14는 생명을 따라 움직인다. 이것이 두 핵종의 결정적 차이라는 것이다.

랄프 그로이브(Ralph Graeub), 어니스트 스턴글래스(Earnest J Sternglass)는 『The Petkau Effect(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저준위 방사능의 위협)』(히다 슌타로·다케노우치 마리 역, 2011)에서 특히 위험한 3가지 방사성 핵종으로 삼중수소 외에 방사성 탄소-14와 크립톤-85(Kr-85)를 들고 있다. 탄소-14의 성질로 특히 악명 높은 것이 장기 유전장애와 암을 포함한 체세포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UNSCER 보고에 따르면 핵시대 시작 이래 인간의 혈액과 모발에 포함된 탄소-14가 대류권의 함유량에 비례해 증가해왔으며 각종 핵시설 근처의 나뭇잎과 수피에 탄소-14 농도의 유의미한 증가가 확인돼왔다는 것이다. 또한 종래의 오염물질과 달리 탄소-14는 통상의 탄소-12를 포함한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강수를 통해 대기에서 간단히 씻겨지지 않기에 대기 중에 축적을 피할 수 없으며 방사능의 약 1%의 증가가 수목 성장에 오랜 시간에 걸쳐 약 18%의 손상을 준다는 것이다(UNSCEAR Annual Report, 1982).

생물농축보다 더 중요한 '생물학적 편입'

최근 후쿠시마 논쟁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생물농축(bioaccumulation)'이다. 실제로 일본 연구진 이케노우에(Ikenoue), 다니(Tani), 가와무라(Kawamura), 사토(Satoh)는 2025년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환경과학&기술)』에 발표한 「Negligible Tritium Accumulation in Japanese Flounder from Treated Water Released from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Plant: A Numerical Simulation Study(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 방류에 따른 일본산 가자미의 미미한 삼중수소 축적: 수치모델 시뮬레이션 연구)」에서 삼중수소의 생물축적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해수·먹이망 모델을 이용해 삼중수소가 어류에 장기적으로 축적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논문도 결국 삼중수소 이야기다.

탄소-14에서는 다른 개념이 중요해진다. 바로 '생물학적 편입(biological incorporation)'이다. 탄소는 생명체의 기본 구성 원소다. 따라서 탄소-14는 단순히 생물체 표면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지방, 세포, 조직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역시 탄소-14의 내부피폭 특성을 별도로 평가하고 있다(ICRP Publication 119, Compendium of Dose Coefficients based on ICRP Publication 60, 2012). 물론 이것이 곧 건강 피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탄소-14의 이런 특성을 충분히 논의하고 있는가 하면 솔직히 말해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왜 탄소-14는 관심 밖에 있는가

흥미로운 점은 일본 정부 자료나 IAEA 검토보고서에도 탄소-14는 등장하지만 사회적 논쟁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첫째, 설명하기 어렵다. 삼중수소는 "희석된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탄소-14는 광합성, 먹이망, 탄소순환, 장기체류 등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의 시간과 맞지 않는다. 정치는 보통 5년을 생각한다. 언론은 하루 하루를 생각한다. 그러나 탄소-14는 5730년을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셋째, 규제체계의 한계 때문이다. IAEA와 각국 규제기관은 기본적으로 방사선량과 농도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이 방식은 필요하지만 생태계 속 장기순환이나 세대 간 영향을 충분히 보여주지는 못한다.

셀라필드와 라아그가 던지는 질문

사실 탄소-14 문제는 후쿠시마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영국의 셀라필드(Sellafield) 재처리시설과 프랑스의 라아그(La Hague) 재처리시설에서는 수십 년 동안 탄소-14 방출 문제가 논의돼 왔다. 영국 환경단체들과 일부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탄소-14의 장기 환경영향을 제기해 왔다. 캐나다의 중수로형 CANDU 원전 역시 탄소-14 배출과 관련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United Nations Scientific Committee on the Effects of Atomic Radiation, Sources and Effects of Ionizing Radiation, 2008). 즉 탄소-14는 원자력 이용 역사 전체와 함께 존재해온 문제다. 다만 후쿠시마에서는 삼중수소가 워낙 큰 이슈가 되면서 가려졌을 뿐이다.

후쿠시마가 던지는 진짜 질문

후쿠시마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14년이 지났다. 체르노빌원전사고는 4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방사성물질의 장기 영향을 논의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자로 내부에는 아직도 녹아내린 핵연료가 남아 있다. 오염수는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계속 발생할 것이다. 여기에 탄소-14라는 시간축을 더하면 질문은 더욱 커진다. 우리는 원전을 이야기할 때 늘 현재의 안전성을 묻는다. 그러나 미래세대는 다른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사성물질은 얼마나 오래 남을 것인가."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후쿠시마오염수 논쟁은 단순한 삼중수소 논쟁이 아니다. 그것은 원자력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문제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확대, 신규 원전 건설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원전은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인 동시에 장기 방사성물질을 만들어내는 시설이다. 현 세대는 전기를 소비하고 편리함을 누리지만 방사성물질이 남기는 시간은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다.

후쿠시마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삼중수소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더 중요한 질문은 다른 곳에 있을지 모른다. 후쿠시마오염수 논쟁은 결국 방사선량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특정 핵종의 반감기의 시간, 5000년, 10000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았는가. 탄소-14는 우리에게 원자력의 반생태적인 시간을 다시 생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최근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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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놔두면 제2의 내란과 전쟁이 일어난다!”…전국집중 촛불 열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6/06/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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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동이 주최한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96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이 20일 오후 4시 대법원 앞에서 열렸다. 

 

  © 이영석 기자


‘참정권침해 전문범죄자 조희대를 탄핵하고 수사하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국에서 모인 연인원 3,2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촛불국민이 함께했다.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쾌속으로 달리던 내란 청산 흐름이 어디서 꺾였을까 생각해 보면 역시 조희대”라며 “내란범들에게 최종 면죄부를 내릴 권한을 가진 조희대가 희대의 대선 개입을 저질렀을 때 끝장을 봐야 했던 거 아닌가?”, “조희대를 살려둔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꼬인 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다시 내란 청산 속도를 붙여야겠다. 우리 자신을 믿고 힘차게 싸우자”라고 호소하며 구호를 외쳤다. 

 

“참정권침해 전문범죄자 조희대를 탄핵하고 수사하라!”

“부정선거 난동 극우정당 국힘당을 해체하자!”

“부정선거 내란선동범 모스탄을 체포하라!”

“이재명정부 전복공작 미국을 반대한다!”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내란세력 최후 보루 조희대가 판을 깔아주니 내란당과 윤 어게인 세력이 부정선거 난동을 부리며 이재명 정부를 맹공격하고 있다”, “전후좌우 사방팔방에서 이재명 정부를 엎어버리겠다고 작정하고 덤벼들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극우내란세력이 이재명 정부를 전복시키겠다고 난장판을 피우는데 집권여당은 권력 다툼에만 정신이 팔려있다”라며 “급기야 참정권 침해를 조사하는 국회 국조특위 위원장을 국힘당에 넘겨줬다. 민주당, 이게 제정신인가?”라고 물었다. 

 

또 “내란의 배후 미국도 이재명 정부 전복 작전의 전면에 나섰다”라며 “이들의 목적은 단 한 가지다. 촛불로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멈춰 세우고, 내란세력에게 다시 권력을 쥐여주고 제2의 내란, 전쟁으로 가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외쳤다. 

 

▲ 김은진 공동대표(왼쪽)와 김지선 공동대표.  © 이영석 기자


‘조희대 탄핵! 정청래 대표 면담 요구! 대학생-시민 시국농성단’의 하기연 총단장은 “일산에 사는 한 선생님이 밤늦은 시간에 농성장을 찾아와 ‘지금 사태가 통탄할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켜달라. 조희대를 탄핵하자. 안 그러면 제2의 내란이 일어난다. 전쟁이 일어난다’고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민심은 이미 조희대 탄핵이다”라며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해 “왜 국민과의 면담을 거부하는가? 국민의 면담을 거부한 것은 정청래 대표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실책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본기 국민중심선본 대변인을 역임했던 구산하 국민주권당 공동위원장은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등을 앞세워 동아시아 전쟁의 불을 지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2의 윤석열이 되어 줄 것 같지 않으니 정권 전복을 위한 공작을 노골화하고 있다”라며 “미국이 채워준 완장을 믿고 내란 극우들은 부정선거 난동을 피우며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 진영에 침투한 분열주의자들이 권력 다툼을 부추기며 중요한 시대적 과제들을 뒷전으로 밀어버리려고 하고 있다”라고 현 정국을 진단했다. 

 

이어 “이 정국을 돌파할 힘이 어디에 있나? 미국과 내란세력을 제압할 힘, 자주와 민주, 통일의 새 시대로 나아갈 힘, 그것은 오직 주권자 국민의 촛불광장에 있다”라고 외쳤다. 

 

2026년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무대에 올라 인사했다. 

 

▲ 왼쪽부터 윤단비, 김애란, 서지연 시의원.  © 이영석 기자


윤단비 부천시의원은 “이번 재선은 진심으로 부천촛불행동 동지 여러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깨어 있는 우리 촛불의 조직된 힘으로 앞으로 함께 하면서 세상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고, 부천을 바꾸는 ‘부천의 단비가 온다’ 부천시의원 윤단비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충남촛불행동 공동대표인 김애란 서산시의원은 “이재명 정부에 걸맞게, 빛의 혁명 시대 그리고 국민주권시대에 부끄럽지 않은 시의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수원오산화성촛불행동 공동대표인 서지연 수원시의원은 “대한민국이 정상화되지 않았는데 지방정부가, 지방의회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나? 반드시 조희대를 탄핵하고 이재명 정부를 흔들려는 내란세력과 미국을 응징해야 하겠다”라며 “촛불의 힘을 믿고 시의회가 정의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광주 광산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지금 여의도 정치권을 보라. 마치 내란 청산이 다 된 것처럼 굴다가 결국 썩어 빠진 내란세력에게 반동의 무기를 쥐여주지 않았는가?”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수직으로 추락, 더 나아가 집권당 민주당의 지지율은 국힘당에 역전까지 당했다. 이 모두가 다른 누구도 아닌, 해산이 정답인 내란 정당 국힘당과 겨루어 얻은 성적표”라고 분노를 표했다. 

 

이어 “정신 차려 이 바보들아! 목숨 걸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으냐? 실체 없는 역풍 타령 좀 그만하고 주권자 국민의 뜻을 받들어라”라며 “조희대를 탄핵하라! 국힘당을 해산하라!”라고 외쳤다. 

 

권민성 영등포양천강서(영양강)촛불행동 회원은 “과연 국힘당 낙선과 민주세력의 승리를 위해 내가 구체적으로 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나를 생각해 봤다”라며 “그저 12월 3일 여의도부터 4월 4일 송현광장까지 매일 투쟁했다며 자기만족에 푹 빠져 있지는 않았나? 우리 힘으로 당선시킨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우리 기대 이상으로 전 국민적으로 높은 지지도를 갖고 있기에 그 뿌듯함이 주는 자만감에 빠져 있지는 않았나?”라고 돌아봤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은 자만을 넘어 오만에 빠져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도 허우적대고 있다”라며 “국민을 개돼지로 알고 있는 국힘당과 차이가 무엇인가? 이러니 지지율이 뒤집히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 왼쪽부터 구본기 공동대표, 구산하 공동위원장, 권민성 회원.  © 이영석 기자


김수진 남양주촛불행동 공동대표, 염미례 영양강촛불행동 공동대표, 최지연 충남촛불행동 공동대표, 한서진 경기촛불행동 공동대표가 촛불행동 6월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투쟁 호소문 「애국민주의 촛불로 이재명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미국과 극우내란세력들을 진압하자!」를 낭독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6.3지방선거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내란세력이 이재명 정부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에 나서고 있다”, “극우내란세력의 배후에 있던 미국도 이재명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전면에 등장했다”라며 “조만간 미국판 윤 어게인 미셸 스틸이 주한 미 대사로 들어온다. 미셸 스틸 취임 이후 내란극우세력의 난동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저들의 시도를 막지 못한다면 제2의 내란이 일어날 것이며,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민주주의와 평화, 주권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심각한 갈림길 위에 우리가 서 있다”라며 “하지만 집권여당은 엄중한 시대적 임무를 외면하고 분열의 정치로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촛불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 앞 줄 왼쪽부터 김수진 공동대표, 최지연 공동대표, 염미례 공동대표, 한서진 공동대표.  ©이영석 기자

 

집회를 끝내고 참가자들은 강남역까지 행진했다. 

 

▲ 지역지부 깃발과 대표단이 무대로 입장했다.  © 이영석 기자

 

▲ 촛불합창단이 「내 나라 내 겨레」, 「천하무적 촛불」을 불렀다.  © 이영석 기자

 

▲ 이날은 특별히 촛불합창단 공연에 이어 100인 합창단이 「촛불의 나라」를 부르며 집회를 시작했다.  © 이영석 기자

 

▲ 노래패 우리나라가 「한 사람 더」, 「승리 위해 앞으로」, 「촛불로 몰아쳐」, 「적폐청산가」를 불렀다.  © 이영석 기자

 

▲ 가수 동백 씨가 「내란법비 조희대 탄핵쏭」, 「Smile boy」, 「그대에게」를 불렀다.  ©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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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제25기 평화통일민주교육위원 출범..."미래세대 맞춤형 교육"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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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기 평화통일민주교육위원들에 대한 위촉을 겸한 출범식이 19일 오후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 대강당에서 250명의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학교 교육 현장에서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의 씨앗을 뿌릴 제25기 평화통일민주교육위원들에 대한 위촉을 겸한 출범식이 19일 오후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 대강당에서 250명의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통일부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은 이날 출범식에서 제25기 평화통일민주교육위원 4천여 명을 우선 위촉하고, 일선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한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 활동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교육위원은 기존 1천명(국내 809명, 해외 191명) 규모에서 3,940명으로 대폭 확대했는데, 국내 위원 3,632명과 해외 위원 308명으로 구성됐다.

여성 위원은 제24기 33.4%에 비해 45.1%로 늘어난 1,776명이며, 청년 위원은 14.4%에서 16.9%로 증가한 663명이다.

이중 국내 위원은 초중고 교원 3,086명(2,543개교)과 대학교수 546명(158개교), 해외위원은 한국학교 교사 67명(12개국, 47개교)과 한글학교 교사 241명(43개국 198개교)이다. 

통일부는 특히 이번 위원 위촉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시작되는 평화통일교육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평화 감수성을 체화하고 민주적 통일의지를 함양하는 것을, 청년 세대에게는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 지적담론이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통일교육 지원법」에 따라 통일부 장관이 위촉하는 위원의 임기는 지난 6월 1일부터 2028년 5월 31일까지 2년이다.

통일부는 올해 하반기에 국내외 위원 6천여 명을 추가 위촉하여 1만명 규모로 확대하고 보다 폭넓은 평화·통일·민주시민교육 참여 기반 구축에 나설 예정이며, 이를 재정·행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위원들은 앞으로 △교과 연계형 교육, 체험 및 토론 프로그램 등을 통한 평화·통일 교육 실시 △청소년 및 청년 세대의 평화통일 인식 확산과 민주시민 가치관 형성 지원 △학교, 지역사회, 재외동포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교육 활동 확산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출범식에서 "이번 25기부터는 지난 40년간 유명무실했던 평화통일민주교육위원 제도를 대전환하여, 최소한 500만 우리 청소년, 학생들에게 평화·통일·민주 교육을 1년에 1시간은 전달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1만여 명의 교육위원을 위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온 최교진 교육부장관은 제25기 교육위원에 초중고 선생님들과 교수들이 많이 참석한 것을 지적하고는 "평화·통일이라는 주제가 우리 아이들에게 설레는 미래로 다가갈 수 있도록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 주기를 부탁드린다"라며, 교육부가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방용승 민주평통 사무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이 시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통일버스' 프로그램을, 방용승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해외에서 정착하고 있는 학생 대상 '주니어 평통'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확대되는 통일부의 '평화통일민주교육위원'들과 협력해 성과가 확대되기를 기대했다.

특히 방용승 사무처장은 "달라진 남북관계 환경에 맞추어 한반도 평화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해 나가고 그들이 미래를 스스로 설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평화통일 교육위 핵심"이라며, 교실에서 학생들과 호흡하는 위원들의 역할에 기대를 표명했다.

한편, 국민의 평화통일 의지와 역량 강화를 위해 1987년 통일교육전문위원(850명)을 위촉해 시작한 통일교육은 2005년 통일교육위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2009년 통일교육위원 위촉과 지원에 관한 법적 근거(통일교육지원법)를 마련했으며, 올해 39년만에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 2년마다 기수별로 1,000명 안팎의 인원이 위촉되어 활동해왔으나 그동안 통일교육위원은 민방위·예비군교육, 세미나, 강연회 등 지역사회에서 통일교육 활동을 해오면서 개인별 활동실적에 편차가 있고 청소년세대와 접점이 부족했으며, 일부 위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의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우선 명칭을 통일교육위원에서 평화통일민주교육위원으로 바꾸고 지난 제24기보다 약 4배 가까이 현장 교육전문가들로 인원을 확대하여 '미래세대 맞춤형 교육'을 기대하고 있다.

이날 남북 어린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러 감동을 더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남북 어린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러 감동을 더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내는 숙연한 통일 합창의 자리가 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내는 숙연한 통일 합창의 자리가 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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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북 제재 효과 없다"…트럼프에 '북미대화' 당부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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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국방

  • 입력 2026.06.19 18:23

  • 수정 2026.06.20 07:53

  • 댓글 1

이 대통령 "핵·미사일 동결' 단기 목표 삼자"

트럼프 "하나의 방법일 수도…충분히 고민"

이재명 "북에 미국은 대화할 유일한 상대"

트럼프에 북한 공감할 현실적인 대안 요청

"북‧러 군사 협력에 제재 실효성 떨어져"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제재와 압박은 효과가 없다"며 북한의 핵 능력 가속화를 막기 위해 추가 핵물질 생산 중단, 핵 물질의 해외 반출 금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의 추가 개발 중단 등 이른바 '핵‧미사일 동결'을 단기 목표로 삼고 이제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진행한 유럽·주요 7개국(G7) 순방 성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북한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 될 때가 됐다', '북한 문제 어떻게 돼 가느냐', '북한도 핵무기 보유 이전 단계에서 뭔가 조치를 못해 아쉽다' 등의 말을 먼저 꺼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6.17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이 대통령 "핵·미사일 동결' 단기 목표 삼자"

트럼프 "하나의 방법일 수도…충분히 고민"

이에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ICBM 능력의 고도화 상황을 설명한 뒤 이 대통령은 "중단하는 것만도 국제사회에는 이익이다, 방치하면 계속 상황이 악화된다, 북한이 체제 유지에 필요한 정도를 초과하는 핵물질을 보유하게 되면 아마 해외 반출 요구가 커지지 않겠느냐, 매우 실질적으로 위험한 상황 아니겠느냐"고 설명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태에서 그냥 원론적인 얘기를 서로 하면 접근이 불가능하다"면서 ".북한은 비핵화 얘기를 하지 말고 핵 보유를 인정해야 대화하겠다 이러고, 또 국제사회 입장에서는 비핵화를 포기할 수 없는데 이러니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단기적으론 중단, 중기적으로 감축, "그다음 단계로 서로 신뢰가 쌓이고...(북한이) 체제 위협이 더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을 서로 만들어서 비핵화를 향해 가면 되지 않겠느냐, 이를 장기 목표로 삼자는 단계적 접근에 대해 긴 시간 설명을 드렸다"고 했고, 이에 트럼프는 "그것도 뭐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충분히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G7 참석·유럽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6.19 연합뉴스

이재명-트럼프, 북핵 포함해 90분간 대화

"북‧러 군사 협력에 제재 실효성 떨어져"

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을 거론하며 "그 이전에도 국제사회가 봉쇄하고 제재했지만...내가 보기에 효과가 없었다"며 "제재에 따라 (북한이) 무슨 핵무기를 포기한 것도 아니고, 일정 수 이상의 핵무기를 현실적으로 이미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트럼프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 북한-러시아 간 군사 협력에 "제재의 실효성이 매우 떨어졌다" "러시아의 국경이 완전히 열려서 이제는 국제 제재가 의미가 없다"고 하자 트럼프는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와 90분간 대화를 나눴으며 가장 많은 시간을 북핵 문제에 할애했다면서 "지금은 다른 나라를 대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에 접근하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말하고 "그런데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아 고민인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북한을 국빈 방문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1박2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9일 오후 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환송했다. 2026.6.10 연합뉴스

이재명 "북에 미국은 대화할 유일한 상대"

트럼프에 북한 공감할 현실적 대안 요청

이 대통령은 "미국은 북한에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로 보이고, 북한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안을 좀 냈으면 좋겠다. 미국의 재야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도 좀 참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상징하듯 '남북 단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평화공존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그 길을 여는 데는 우리 대한민국 스스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트럼프 피스메이커, 이재명 페이스메이커' 역할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북한은 미국이 체제 안전에 관건이라고 여기는 현실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대화하도록 하고, 우리는 그런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면서 일각에서 이런 이재명 정부의 자세를 '비자주적, 비주체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본인의 견해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금 단계로는 완전히 교착 상태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교착 상태를 압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은데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냉엄한 현실이다"라면서 "정치란 현실에 기반해야 된다는 게 제 생각이다. 이상적이고 가치에 기반한 우아한 멋있는 주장을 하는 것도 중요한 데 주장하면 뭐 하겠는가. 상황이 더 나빠지는데 그건 무책임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최성남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함께 새로 가동한 핵물질 생산공장에서 원심분리기 사이로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 위원장 뒤로 강경호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수행하고 있다. 2026.6.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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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황제조사’ 전에 법무부·대검, 용산 물밑 접촉 시도 정황

  • 김미란 기자

  • 업데이트 2026.06.19 11:10

  • 댓글 1

종합특검, 김건희 서면 답변서 수정 흔적 확보…檢과 조율 가능성 수사

2024년 7월 이른바 ‘김건희 황제조사’가 이뤄지기 약 두 달 전,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용산 대통령실과 물밑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19일 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2차 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은 2024년 4~5월 무렵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지휘권이 없던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의 요청으로 법무부 검찰국이 용산 대통령실에 김건희 씨 조사를 위한 연락 창구를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정황을 파악했다.

노컷은 “(당시) 이 전 총장은 도이치모터스 수사와 관련해서는 수사지휘권이 배제돼 있었고,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총장만 지휘할 수 있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 역시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며 “그럼에도 대검과 법무부가 김 씨 조사와 관련한 제반 작업에 나선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시도는 2024년 5월 13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 도이치모터스 수사 지휘부를 교체한 뒤 법무부가 더 이상 협조하지 않으면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특검은 평소 김건희 씨에 대해 ‘성역 없이 원칙대로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이 전 총장도 실제로는 박 전 장관과 함께 ‘대면조사’ 방식에 동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5년 8월 6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 씨가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와 함께 2차 종합특검은 김 씨가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에 제출한 서면답변서 초안도 확보했다.

전날 MBC 보도에 따르면, PDF 파일로 된 70쪽 분량의 해당 문건에는 검찰 수사팀이 보낸 질문과 김 씨 측의 답변이 적혀 있었는데, 문건 곳곳에서 특정 답변이나 문구가 눈에 잘 띄도록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들이 발견됐다.

특검이 이 부분들을 2024년 7월에 제출된 최종 답변서와 비교한 결과, 빨간색 답변은 거의 그대로 유지됐고, 파란색 답변은 좀 더 구체적인 문장으로 수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은 수사팀인 반부패수사2부를 거쳐 새로 취임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에까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최종본이 오기 전에 수사팀이 피의자인 김 씨 서면 답변을 검토했고, 이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답변의 내용이 바뀌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보도했다.

특검은 김 씨 측과 검찰이 최종 답변서 내용을 사전에 조율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종합특검은 이원석 전 총장에게 오는 23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하는 소환 통지서를 보냈다. 다만 이 전 총장은 현재까지 출석 여부를 회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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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최대 피해' 걸프 국가들, 미사일·호르무즈 변동 없는 미-이란 합의에 '부글'

걸프국, 호르무즈 대체 수출길 '절실'·미 안보보장 불신 탓에 "한국에 자문할 수도"…이란, 호르무즈 요금 징수 채비 '콧노래'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6.06.20. 05:01:37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내용 공개 뒤 전쟁 지속 여론이 높은 이스라엘은 물론 이번 전쟁에서 이란 미사일 표적이 된 데다 요금 지불 가능성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에 지장을 받게 된 걸프국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미 공화당 내 비판도 확산하고 있다.

이번 전쟁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걸프국들은 이란 미사일 공격의 직접적 대상이 됐을 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를 포함한 수출길이 막혀 경제적 피해까지 입었는데 종전 양해각서는 이 두 문제 모두를 해결하지 못했다. 미사일 제한은 아예 다뤄지지 않았고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 향후 60일만 요금이 면제된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쿠웨이트대 역사학 교수 바데르 알사이프는 합의에서 이란 미사일과 무인기(드론)이 제외된 것은 미국이 "우리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이 이미 미사일과 무인기 역량을 재건 중이고 이번 합의로 인한 재정적 횡재를 추가 무기 구매에 사용할 거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 워싱턴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아랍걸프국가연구소 선임연구원 후세인 이비쉬는 이 지역 당국자들 사이에서 미국을 안보 보장국으로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국가들이 미사일과 무인기 대응 관련 한국과 우크라이나에 자문을 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이 향후 12개월 내 걸프국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들이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일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대안을 찾는 데는 10~20년이 걸릴 거라고도 했다.

이번 합의 결과 호르무즈 해협이 결국 이란 통제 아래 언제든 폐쇄가 반복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은 에너지, 비료 등 수출길 위협을 받는 걸프국들의 "경제적 생존 문제"로 떠올랐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통신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경로 개발 필요성이 역내 동맹 관계까지 재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 얀부항으로 향하는 송유관, 아랍에미리트(UAE)는 호르무즈 해협 바깥 푸자이라 원유 터미널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통해 이번 위기를 어느 정도 회피했지만, 지리적으로 이를 회피할 수 없는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등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통신은 생산시설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통하는 남부에 집중돼 있는 이라크의 경우 지중해에 접한 인접국 시리아와 튀르키예(터키)를 거친 수출 경로 확장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 카타르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이 필요한데 이는 이들 국가들에 대한 의존을 높이는 전략적 위험을 안고 있다. 해협 우회를 위해 사우디를 통해야 하는 쿠웨이트의 경우도 비슷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

<로이터>는 이스라엘, 걸프국 등 중동 전역 이란의 적들에겐 "이란을 더 안전하고 합법화하고 더 영향력 있게 만드는" 이번 합의가 "세기의 저주"로 보일 거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서 "외교적 10월7일" 격한 분노…밴스 "미국이 전세계 유일 동맹" 압박

이스라엘에선 극우를 넘어 언론, 정치권에서 이번 합의에 대한 격한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18일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이스라엘 방송 채널12 분석가 니르 드보리는 이번 합의를 "외교적 10월7일"에 비유했다. 이번 합의가 1200명이 숨지고 250명이 납치된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공격 만큼이나 충격적이라는 의미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창립자 데이비드 호로비츠는 17일자 사설을 통해 "트럼프의 합의는 이란 침략자들에 대한 재앙적 항복"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이 양해각서는 협상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이스라엘을 휴전에 묶어 두는 문구를 사용해 이스라엘을 직접적으로 제약하고 위험에 빠뜨린다"며 "트럼프의 거꾸로 된 세계관에선 이스라엘은 그의 영웅적 개입에 감사하지 않는 배은망덕한 존재"라고 비판했다. 종전 양해각서는 미국과 이란만이 아닌 "그들의 동맹들"의 군사 작전 종료도 규정한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소속 하노크 밀위드스키 의원은 18일 소셜미디어(SNS)에 빨간 마가(MAGA·트럼프 열혈 지지층) 모자를 벗고 히브리어로 "완전한 승리"를 뜻하는 내용이 적힌 파란 모자로 갈아 쓰는 영상을 게시했다.

이스라엘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8일 발표된 채널12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에서 이스라엘 이익을 지킬 거라고 믿는 응답자는 13%에 그쳤고 대다수인 71%가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 41%가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패했다고 생각했고 이겼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이란 전쟁을 시작했지만 휴전 협상에선 배제됐고 이란 탄도미사일 제한, 대리세력 지원 금지 등 핵심적 요구사항을 합의문에 단 한 줄도 담지 못했다. 이에 더해 합의는 이란에 석유 수출 재개, 단계적 제재 완화, 막대한 재건 자금 확보라는 경제적 이득까지 안겨줄 가능성을 열어 뒀다.

미국과 달리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이란 전쟁을 지지해 온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합의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영토에서 '완충 지대' 구실로 철군하지 않으며 종전 협상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 반발을 찍어 눌렀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18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는 현 시점 전세계에서 이스라엘에 유일하게 호의적인 국가 원수"라며 "만일 내가 이스라엘 정부 내각에 있었다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강력한 동맹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이 없으면 이스라엘은 없었다"며 반발을 강하게 짓누른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미사일이 닿을 수 있고 2015년 이란 핵합의에 참여했던 유럽 국가들도 향후 협상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서 비판 확산…"3000억달러 기금 비하면 오바마가 건넨 건 푼돈"

미 공화당에서도 종전 양해각서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18일 성명을 내 "이란 경제 개발과 재건을 위한 3000억달러(약 459조원) 기금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2015년 핵합의에 따라 이란에 건네려던 대가를 푼돈으로 보이게 한다"고 비판했다. 국방 강경파인 위커 위원장은 이란 군사작전을 재개할 것을 주장해 왔다.

<AP> 통신은 18일 양해각서가 의회에 공개된 뒤 존 튠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및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현재 많은 돈이 이란으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이란이 얻을 재정적 이득 및 테러 자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막을 조건에 대한 명확성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합의를 비판하는 이들은 "질투심에 눈이 멀었거나 나쁜 사람들이거나 바보"라고 일축했다. 이어진 여러 게시글에서 그는 주가 상승과 유가 하락을 반복해서 합의 성공 근거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바논, 헤즈볼라, 이스라엘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완전한 휴전"을 강조했다.

미, 해상봉쇄 해제이란 "호르무즈 건널 땐 신고를" 요금 징수 채비

이날 미·이란 양국은 양해각서 이행에 들어갔다. 미 중부사령부는 18일 이란 해상봉쇄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오늘 미군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 항구 및 연안 지역을 드나드는 모든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를 해제했다"며 "모든 미군의 봉쇄 활동은 중단됐다"고 했다.

이란은 60일 뒤 호르무즈 해협 요금 징수 채비에 나섰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를 보면 18일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는 성명을 내 "양해각서 제5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자 하는 상선들은 페르시아만해협청(PGSA.ir)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해각서에 따라 신청자는 60일간 어떤 수수료 및 요금도 부담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비용은 이란 정부가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8일 양해각서 관련 메시지를 통해 "향후 대면 협상이 적의 견해를 받아 들이는 걸 의미하지 않는 건 분명하다"며 이후 협상에서도 강경책을 펴 나갈 것을 시사했다. 그는 자신은 애초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지만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이란 국민과 저항전선의 권리를 수호하겠다고 약속해 합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절박한 심정"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19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 지역에서 바라 본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배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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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연임 매직넘버 권리당원 53만표

대통령 불신임·여론 열세에도 1인1표제·7대 3 룰이면 김민석 꺾고 당대표 연임 가능

1인 1표제로 대의원 표 소멸, 권리당원 70% 비중으로 정청래에 유리한 판

7대 3 룰이면 권리당원 57%·53만표가 연임 마지노선, 5대 5면 패배

석달 새 권리당원 53만 명 급증, 출처 둘러싼 유령당원·역선택 의혹 미해소

2026-06-19 06:38:2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의 불신임과 여론조사 열세를 무릅쓰고 연임을 강행하는 데에는 차가운 계산이 깔려 있다. 오는 8월 17일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표의 57%, 약 53만 표만 손에 쥐면 당대표 연임이 가능하다는 셈법이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두 배 가까이 밀려도, 권리당원만 틀어쥐면 이긴다는 구조다. 8월 전당대회 경선 룰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이 매직넘버가 또렷하게 떠오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9박 10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정 대표는 이날 공항 영접에 나가 대통령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그는 16일까지만 해도 영접에 가지 않을 뜻이었다. 비서실장이 부르면 가는데 아직 부르지 않았다는 취지로 불만을 흘리자, 청와대가 곧바로 불렀고 정 대표는 하루 만에 공항으로 향했다. 안 부르면 안 간다는 신호를 먼저 보낸 모양새다. 영접 대기 때부터 정 대표의 표정은 시종 굳어 있었다. 정 대표는 자신이 불출마하면 대통령의 당무 개입으로 비칠 수 있어 출마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까지 폈다. 정작 연임은 본인의 온전한 의지로 보기 어렵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 마지막 날 호남 유세를 마친 뒤 의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내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는 취지의 약한 말을 했다. 그런 그를 떠미는 쪽은 이른바 팀 김어준으로 불리는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다. 이번 승부에서 지면 당대표 자리는 물론 정치 생명까지 끝날 수 있다. 의원총회 사진 속 정 대표의 표정이 유독 어두운 까닭이다.

 

1인 1표제가 지운 대의원 표

 

이번 전당대회는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된다. 정 대표가 직접 만든 제도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까지는 권리당원 55%, 대의원 15%, 국민여론 30%로 표 비중이 나뉘었다. 당시 정 대표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66.5%를 얻고도 대의원 투표에서는 46%에 그쳐 박찬대 의원에게 밀렸다. 대의원 표가 발목을 잡았다. 그는 당대표가 된 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1대 1로 맞췄다. 전국 대의원을 다 합쳐도 만 명 안팎이라, 164만 권리당원 표에 묻혀 사실상 증발한다. 이렇게 되면 권리당원 70%, 일반 여론조사 30% 구도가 된다. 1인 1표제 자체는 당원 주권을 내건 명분 있는 제도다. 문제는 그 명분 뒤에서 대의원 표라는 변수가 통째로 사라진다는 데 있다.

 

7대 3이면 53만표, 5대 5면 진다

 

승부의 추는 이 70대 30 비율에 달려 있다. 지난해 8월 당대표 선거 기준으로 권리당원은 110만 명이었다. 권역별로 보면 호남이 33%, 약 36만 명으로 가장 많다. 경기·인천이 26%, 서울·강원·제주가 22%로 뒤를 잇는다. 충청과 영남은 각각 10%에 못 미친다. 권리당원 셋 중 하나가 호남에 몰려 있다. 수도권을 빼면 호남 표심이 당대표를 가르는 길목이다. 정 대표가 호남에 거듭 발걸음을 하며 표심을 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정 대표는 호남에서 66%, 경기·인천에서 68%, 서울·강원·제주에서 67%를 쓸어담았다. 다만 호남 투표율은 51%로 다른 지역보다 낮았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호남에서도 정 대표가 김 총리에게 밀린다.

경선룰별 정청래 필요 권리당원 득표율 비교
막대 길이는 이기는 데 필요한 권리당원 득표율(매직넘버). 8·2 전대 실제 당심 66.48%보다 짧으면 승, 길면 패.
정청래 매직넘버(당원 70 · 여론 30 룰) 57.1% · 약 53.6만 표(535,726표) 확보 시 승리 · 예상 유효투표 937,520표
7:3 당원 70 · 여론 30   필요 57.1% · 53.6만 표 · 승 (+9.3%p 여유)
57.1%
6:4 당원 60 · 여론 40   필요 61.1% · 57.3만 표 · 승 (+5.4%p 여유)
61.1%
5:5 당원 50 · 여론 50   필요 66.7% · 62.5만 표 · 패 (0.2%p 부족)
66.7%
8·2 전대 실제 당심 66.48% (당심 재현 기준선)
66.48%
가정: 권리당원 164만5061명(2025년 11월) · 투표율 56.99% · 여론조사 김민석 50 대 정청래 25(양자 환산 정청래 33.3 대 김민석 66.7). 단순 시뮬레이션으로 실제 후보군·자격 기준·투표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권리당원 164만 명, 투표율 56%, 그리고 정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에게 두 배로 밀린다는 전제로 돌렸다. 룰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렸다. 권리당원 70대 여론 30이면 정 대표는 권리당원의 57%, 약 53만 표로 당대표가 된다. 6대 4로 바뀌면 61%, 57만 표가 필요하다. 60%를 넘기는 일은 작년과 달리 만만치 않다. 5대 5까지 가면 66.7%, 62만 표를 얻어야 한다. 지난해 권리당원 득표율에 맞먹는 수치라 사실상 진다. 정 대표 측이 7대 3을 마지노선으로 삼고 5대 5를 한사코 거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민희 의원도 한 방송에서 같은 셈법을 내비쳤다. 1인 1표제는 못 바꾸니, 7대 3을 지키지 못하면 공정성 시비가 일 테고 그래서 결국 7대 3으로 갈 것이라는 취지였다. 팀 김어준 쪽도 1인 1표제와 7대 3 룰을 함께 사수하라고 강조한다.

경선룰별 정청래 예상 최종 득표율
정청래 당원 득표율을 8·2 전대 수준(66.48%)으로 가정 · 김민석과 양자 대결 · 최종 득표율 50%를 넘으면 승.
당원 기여 여론조사 기여
7:3 당원 70 · 여론 30   당원 46.5 + 여론 10.0 = 최종 56.5% · 승
 
 
6:4 당원 60 · 여론 40   당원 39.9 + 여론 13.3 = 최종 53.2% · 승
 
 
5:5 당원 50 · 여론 50   당원 33.2 + 여론 16.7 = 최종 49.9% · 패
 
 
50% 당선선 (양자 대결 기준)
50%
여론조사 비중이 커질수록 정청래 강점인 당원 기여가 줄어 5:5에서 최종 득표율이 50% 당선선 아래로 내려간다. 최종 = 당원 득표율(66.48%)×당원비중 + 여론조사(양자 33.3%)×여론비중. 가정: 권리당원 164만5061명(2025년 11월) · 투표율 56.99% · 여론조사 김민석 50 대 정청래 25. 단순 시뮬레이션.

 

석달 만에 53만 명, 그 표는 누구 것인가

 

정 대표가 자신하는 근거는 권리당원의 머릿수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당시 111만 명이던 권리당원은 같은 해 11월 20일 164만 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석달 반 만에 53만 명, 48%가 불었다. 대선이나 큰 정치 이슈가 있던 시기도 아니었다. 호남에서 당원이 급증했다는 지역 신문 보도가 잇따랐다. 전북 19만 명, 광주·전남 31만 명이라는 숫자가 돌았고, 한때 77만 유령당원이라는 말까지 번졌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77만 유령당원은 실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호남에서 30만 명 넘는 입당 보도들이 합쳐지며 70만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평소 한 달 입당이 만 명 안팎인데, 지난해 6~8월 석달간 종이 입당과 온라인 입당을 합쳐 60만 명가량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2022년 대선 패배 직후에도 비슷한 증가가 있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해명으로 의혹은 가라앉기는커녕 더 커졌다. 평상시의 수십 배에 이르는 증가폭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기 때문이다. 77만이든 60만이든, 비정상적으로 표가 불어났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 이 표가 정 대표를 지지해 제 발로 모인 표인지, 누군가 조직적으로 끌어모은 표인지에 따라 전당대회의 향방이 갈린다.

 

2021년 이낙연 몰표 15만, 신천지 역선택

 

1인 1표제의 급소는 역선택이다. 이중당적이 허용되는 한, 다른 당 지지자나 종교 단체 신도가 민주당 권리당원이 되어 표를 행사할 수 있다. 빈말이 아니다. 지난 2021년 9월 대선 경선의 마지막 서울 지역 3차 투표가 그 증거다. 직전 경기 지역까지 권리당원 투표에서 55%를 얻으며 과반을 굳히던 이재명 후보는, 마지막 3차 국민·일반당원 투표에서 7만4천 표에 그쳤다. 같은 투표에서 이낙연 후보에게는 15만 표가 쏟아졌다. 그 이전 어느 지역에서도 나오지 않던 몰표였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깊은 원한을 품은 신천지가 움직였을 가능성이 의혹으로 따라붙는다. 당시 동원됐을 표가 그사이 권리당원으로 가입해 이번 전당대회에서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다. 신천지의 국민의힘 경선 개입은 지금 수사를 받고 있다. 같은 조직이 민주당 경선만 비껴갔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정황은 호남에서도 읽힌다. 이번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이낙연계 핵심으로 꼽히는 신원식 전 전북정무부지사가 이원택 후보 지지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원택 후보가 낙선했다면 정 대표의 연임 발판도 흔들렸을 자리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5월 28일 전주로 내려가 후보들을 밤 10시에 모아 이원택 지원을 독려했다. 이낙연계 새미래민주당의 전병헌 대표는 6월 들어 정 대표를 공개적으로 두둔하고 나섰다. 친청 진영으로서는 단 한 표라도 아쉬운 처지라, 호남에 근거를 둔 이들의 표심이 반갑지 않을 리 없다.

 

국힘도 바라는 연임, 2018년의 정청래

 

정 대표의 연임을 국민의힘이 반긴다는 정황도 드러난다. JTBC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한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는 국힘 입장에서 정 대표가 김 총리보다 낫다고 했다. 정 대표가 강성이라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을 유리하게 본다는 이유였다. 대화 상대로는 오히려 김 총리를 꼽았다. 외연 확장에 능한 상대보다 집토끼만 끌어안는 상대가 다루기 편하다는 속내다.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 지지층이 정 대표를 더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전체 적합도에서는 김 총리가 앞서고, 민주당 지지층에서 정 대표는 송영길 전 대표에게도 밀려 3위에 그쳤다.

 

정 대표는 요즘 이재명 대통령을 월드 클래스 지도자라 추켜세운다. 그런데, 지난 2018년 MBN '판도라'에서 그는 검찰 수사를 받던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를 두고 "생각하기조차 싫다"고 했다. 압수수색을 당하던 그를 "도와주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벼랑 끝에 몰렸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자 평가가 정반대로 뒤집혔다. 정작 정 대표는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겨눈 국정조사나 특검에는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여당 대표라면 마땅히 나설 사안에서 비켜서 있다. 8월 전당대회의 승부는 결국 경선 룰에서 갈린다. 7대 3이 지켜질지, 석달 새 늘어난 53만 표의 정체가 무엇일지. 두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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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선관위…사퇴한 서울시 선관위원장, 선거 직전 3개월간 단 7일 출근

"전국 시도선관위원장 17명 중 3개월간 10일 이상 출근한 위원장은 딱 1명"

허환주 기자 | 기사입력 2026.06.19. 10:31:43

'투표용지 부족'으로 사퇴한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이 선거 직전 3개월 동안 출근한 날이 절반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마찬가지로 사퇴한 오민석 서울시 선관위원장은 같은 기간에 단 7일만 출근했다.

<JTBC>는 18일 "전국 시도선관위원장 17명을 다 살펴보니 같은 기간 10일 이상 출근한 위원장은 딱 1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오민석 전 위원장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모두 7일, 3월과 4월에는 한 달에 하루만 출근했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됐던 다른 지역의 선관위원장들도 오 전 위원장의 출근 일수와 비슷했다. 경기도와 인천 선관위원장은 같은 기간에 각각 8일과 7일, 대구는 6일, 부산은 8일만 출근했다.

전국 시도선관위원장 17명 가운데 선거 전 3개월 동안 10일 이상 출근한 위원장은 울산 선관위원장 단 한 명뿐이었다.

시도선관위원장은 관례적으로 해당 지방의 법원장이 맡아 왔다. 선간위원장은 비상임직이기에 출근 의무 규정은 없다.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규명위원회 제7차 위원회의'가 열린 18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관련 조형물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허환주 기자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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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과방위원장 최민희, 유튜브·OTT 포함하는 통합미디어법 내놨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체제 정비…기존 방송법·IPTV법 통합

기존 방송법에서 KBS 분리해 ‘한국방송공사법’ 따로 발의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6.06.19 10:26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미디어오늘

기존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규제하는 법 체계에 유튜브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포함하는 통합미디어법 체계가 마련될 전망이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8일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반영해 확장된 미디어 전반을 다루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대표발의했다. 기존 방송법에서 규율하던 KBS를 분리해 한국방송공사법도 함께 발의했다.

현재 방송 관련 법체계는 방송법과 IPTV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법)으로 이원화돼 있고 여기서 OTT나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규율은 없다. 사실상 방송과 동일한 서비스인데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 사업자 간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규제를 정비하고 새로운 미디어까지 포괄한 통합미디어법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과방위원장이었던 최 의원은 지난해 6월 ‘과방위원장 직속 통합미디어법 TF’(이남표 용인대학교 객원교수,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 한정훈 K 엔터테크허브 대표,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 채영길 한국외국대 교수)를 구성해 관련 법안을 논의해왔고 지난 1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방향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거쳐 5개월 간의 수정·보완 작업을 통해 최종 제정안을 마련했다.

▲ 시청각미디어서비스 구조. 자료=최민희 의원실

이렇게 마련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안은 기존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정비하고 새로운 규제체계를 도입했고, 전파나 네트워크 설비 등 기술적 유형에 상관없이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매체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라는 하나의 법적 개념으로 통합했고, 서비스의 사회적 영향력과 성격에 따라 ‘공공영역’과 ‘시장영역’으로 분류했다. 기능별로는 ‘콘텐츠서비스’와 ‘플랫폼서비스’로 획정하는 ‘계층적·수평적 규제 모델’을 채택했다.

또한 공영방송을 정의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공적책무를 부여하면서 지원 규정을 마련해 공영방송 위상을 강화했다. 공영방송과 함께 지상파방송을 공공영역으로 분류했고, 기존의 종합편성·전문편성 제도는 폐지했다. 보도 기능이 있는 실시간 시청각미디어콘텐츠서비스(기존 종편이나 보도전문채널)는 ‘보도채널’로 규정해 공공영역에 포함시켰다.

이번 법안의 또 다른 특징은 OTT와 유튜브에 대한 규제를 마련한 부분이다. OTT는 ‘시청각미디어콘텐츠제공플랫폼서비스’, 유튜브 등 콘텐츠 공유 서비스는 ‘시청각미디어콘텐츠공유플랫폼서비스’로 규정한 뒤 동일한 성격의 서비스에 동일 규제가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버는 ‘이용자제작 시청각미디어콘텐츠서비스사업자’로 분류하고 이들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에 신고하도록 해 영향력에 비례하는 규제안을 설계했다. 또한 OTT와 유튜브에 대해서는 콘텐츠 배치나 추천 등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준칙을 시행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유튜브는 불법콘텐츠 유통을 방지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그 외 기술개발(R&D), 해외 진출, 전문인력 양성, 지역·중소사업자 지원, 조세감면 근거 등을 명시해 국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 발전 기반을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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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이 함께 발의한 한국방송공사법은 KBS의 위상을 강화하면서 공적 책임과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최 의원은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방송법이 만들어졌던 2000년과는 완전히 달라져 기술 변화와 미디어 이용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법체계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안의 발의가 통합미디어법제 마련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한 뒤 “방미통위와 관련 업계 및 학계, 시민사회의 많은 관심과 진지한 논의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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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인도지원 30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KSM'으로 단체명 변경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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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6/06/19 10:17
  • 수정일
    2026/06/19 10:1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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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30주년 기념식..."평화로 다시 시작!"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18일 단체 명칭을 'KSM'으로 바꾸고 '시민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김성경 공동대표(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함보현 감사, 차소민·박성기 회원, 이승환 간사(왼쪽부터)가 우리민족 창립 30주년 비전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18일 단체 명칭을 'KSM'으로 바꾸고 '시민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김성경 공동대표(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함보현 감사, 차소민·박성기 회원, 이승환 간사(왼쪽부터)가 우리민족 창립 30주년 비전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북 인도지원단체의 맏형격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18일 단체 명칭을 'KSM'으로 바꾸고 '시민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우리민족)은 18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동문회관 그랜드볼룸에서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갖고 "지금까지의 30년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 앞으로의 새로운 30년을 열어가겠다"며 비전 선언문을 발표했다.

'KSM'은 우리민족이 지난 30년간 영문 명칭으로 사용하던 'Korean Sharing Movement'의 약칭.

올해초 우리민족 공동대표로 새로 선임된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여러 차례의 공동대표 회의를 통해 오늘부터 'KSM'을 우리의 대표이름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며 단체 명칭 변경을 공식 발표했다.

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라는 이름은 KSM과 함께 병기하여 30년의 역사와 정신을 계속 이어간다"고 덧붙였다.

'KSM'을 단체 명칭으로 사용하되, 'KSM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도 함께 쓸 수 있다는 것.

올해초 우리민족 공동대표로 새로 선임된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오늘부터 'KSM'을 우리의 대표이름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올해초 우리민족 공동대표로 새로 선임된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오늘부터 'KSM'을 우리의 대표이름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 대표는 "KSM은 단순한 약칭이 아니라 경계를 넘어 시민과 시민을 잇고 한반도와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30년의 선언"이라고 하면서 "나눔에서 연결로, 일방향 지원에서 시민의 상호성으로 전환을 담은 이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사람과 사람을 잇고 협력과 공존을 넓히며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일은 앞으로도 쭉 계속된다"고 말했다.

한 세대에 해당하는 30년의 역사를 일단락 마무리짓고 새로운 단계로 계승 발전시키는 일이 단박에 명쾌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30년간 우리민족이 587회(서울-평양 직항로 이용 12회)에 걸쳐 6,587명의 인사들과 함께 방북했으며, 누적 총액 944억 9,247만 4천원에 달하는 인도지원을 했다는 사회자의 설명이 나오자 200여 명의 참석자들속에서는 비감어린 감탄사가 나즈막히 터져나왔다.  

1990년대 중반 북을 강타한 자연재해와 식량난을 목도하며, 1996년 6월 21일 범국민적인 북한동포돕기운동으로 시작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남과 북, 남과 남을 잇고, 한반도와 세상을 이으며 평화의 길을 오롯이 걸어왔으나 어느덧 변화하는 환경에 갈피를 잡기 어렵기도 했던 지난 30년의 세월이 새삼스레 회한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겠다.

단체 명칭 변경에는 매우 깊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1996년 창립 당시 '우리민족'이라는 이름은 분단과 대결을 넘어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자는 시대적 소망을 담고 있었으며, 그 이름 아래 지난 30년동안 북한 주민을 돕고 남북교류를 이어가고 시민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왔"으나 "남북관계도 변했고, 젊은 세대의 언어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지난해 단체명칭 변경을 위한 설문조사와 올해 공개모집을 통해 '평화 공존 협력 연결'의 가치를 담은 많은 제안이 있었으며, 공통된 의견은 "우리민족이 창립 이후 국제사회에서 사용해 온 영문 명칭인 'Korean Sharing Movement'(KSM)이 해외 파트너와 국제기구의 활동 현장에서 이미 우리의 얼굴로 통용되어 왔으니 그 이름을 국내에서도 대표명칭으로 앞세우자는 것"이었다는 점을 특별히 소개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밤 행사가 18일 저녁 연세대학교 동문회관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밤 행사가 18일 저녁 연세대학교 동문회관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김성경 공동대표(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함보현 감사, 박성기·차소민 회원, 이승환 간사가 낭독한 비전선언문은 1996년 우리민족의 창립이 "동포애를 통해 민족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한 계기"가 되었으나,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민족과 통일이라는 개념을 넘어 평화와 공존, 다양성과 연대의 가치가 더욱 절실한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직면한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새로운 접근과 전략적인 전환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남과 북의 관계맺음에 더해 △우리 사회안에서의 관계 회복 △이웃국가들과의 관계형성에 좀더 힘을 모으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원칙을 포용하면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 평화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을 더욱 활기차게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내세우면서,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 소통하며 평화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새로운 활동방향을 제시했다.

△변화된 상황에 맞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남북간 접촉을 유지하면서 남북 평화공존과 상생을 위한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우리 사회에서 평화 문화를 확산하고 한반도 동북아의 지속가능한 평화의 기틀을 다지는 활동을 통해 운동의 지평을 넓혀나가겠다는 것.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한반도와 이웃이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세상',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소통, 연대, 협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고, 평화공존의 토대를 만든다'는 비전과 미션이 발표됐다.

이어 새로운 KSM의 활동방향으로 △대화와 토론을 통한 평화문화 확산-시민대화 플랫폼과 서로 배우는 평화교육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속가능한 평화 기틀 확립-함께 하는 평화행동과 정책활동 및 재외동포사회와 평화연대 활동 △평화로운 공존과 상생을 위한 남북교류협력 추진-남북 및 국제적 차원의 다양한 대화 채널 확보 및 지속적인 만남과 교류, 남북협력사업 △평화 한반도를 꿈구는 모든 이들에게 열린 KSM-사람과 사람을 잇는 구심점과 지속가능한 활동기반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대순 경기도부지사와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크리스토프 호이저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장이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고 최창남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 박찬수 한겨레신문 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을 비롯해 그동안 우리민족과 함께 활동해 온 한종만 평양개성탐구학교 동창회장, 후원회원 가족, 미국 친우봉사위원회(AFSC) 아시아지역 코디네이터, 아사달 고려공동체 사회적단체 대표 등이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왔다.

KSM의 새 임원으로 △박남수 전 천도교 교령 △이일영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부회장 △쌍계사 주지인 영담 스님△윤여두 매헌 윤봉길월진회 회장 △인명진 갈릴리교회 원로목사(이상 고문) △우희종 한국마사회 회장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이상 상임고문)을 소개했다.

공동대표로는 △강영식 전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김광훈 광주전남본부 상임대표 △김동신 다우아트리체 회장 △김성경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박준영 을지재단 회장 △유완영 SGI컨설팅 회장, △윤지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최철영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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