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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통일, 아니면 핵무기?

[초록發光]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바라본 한반도 평화

진상현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 기사입력 2026.05.07. 07:32:42

현재 진행 중인 두 개의 전쟁은 모두 핵무기와 관련된다. 먼저 이란전은 미국 측 설명에 따르면, 핵폭탄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선제 타격이라고 한다. 사실 이란의 핵 개발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 출범 이전에도 다양한 제제를 통해 핵확산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진행됐기 때문에, 굳이 지금 이 시점에서 전쟁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로 인해 이번 전쟁의 진짜 이유가 이스라엘의 야욕 때문이지 않냐는 의혹까지 확산하는 실정이다. 아무튼 핵확산 방지를 위해 시작된 불가피한 전쟁이라는 설명이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공격이 시작됐던 원인은 둘째치고, 이제는 전쟁을 매듭짓기 위한 종전 협상에 주목해야 한다. 다만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이 막대한 국방 예산을 쏟아부으며 보여줬던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와 달리 이란에서는 정권 교체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반미 세력의 입지가 강화되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했던 핵시설 검증 및 우라늄 반출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아예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경파가 득세하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는 핵무기와의 관계가 약간 숨겨져 있다. 물론 직접적으로는 두 국가 사이의 영토 분쟁뿐만 아니라, 유럽 권역의 친서방 혹은 친 소비에트 같은 신냉전 체제의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기 이전에 보유했던 핵무기를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러시아의 침략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가 핵보유국이었다면 국가의 안전이 담보됐을 텐데, 원자폭탄을 갖지 못한 약소국이어서 나라의 안위가 위협에 처했다는 후회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반도로 눈을 돌려 우리나라의 안보를 살펴보자.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의 군사력을 세계 5위 수준이라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즉, '글로벌 파이어 파워'라는 이름의 민간 업체가 발표하는 비공식 통계를 바탕으로 국방 정책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성 기사가 등장했다. 그렇지만 이 통계는 미국의 중앙정보국이 국가별 군사력 순위를 2007년 무렵부터 공개하지 않으면서, 그나마 접근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의 공신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학술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많은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널리 회자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순위에 국한되지만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군사력이 높은 수준이라는 진단은 비교적 합리적인 평가라고 판단된다.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의 버섯 구름. ⓒBy Charles Levy - 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다만 이 군사력 순위는 보다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즉, 평가 대상국의 핵무기 전력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핵보유국이 전쟁에서 원자폭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재래식 무기에 기반할 경우에 국한되는 전투력만을 비교하는 약점을 평가 업체 자신도 인정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각국의 군사력에서 핵무기의 반영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한국과 북한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국방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순위에서 북한은 군사력이 세계 31위에 불과하지만,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위상을 지니고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해서 논란의 여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서 지금은 인도나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간주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도 북한처럼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곤 한다. 물론 미국이 허가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행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강경한 목소리를 자제하는 편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핵잠수함 개발을 추진하면서, 미국 측에 핵무기 개발의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는 편이 유리하다는 논설이 대내외에서 설득력을 높이는 실정이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한국이 굳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한반도가 통일되면, 자연스럽게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합리적 기대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남북통일과 더불어서 우리는 과연 핵보유국이 될 수 있을까? 이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바로 우크라이나를 통해서 한반도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1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하던 무렵에 우크라이나는 수 천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똑같은 처지의 체제전환국이었던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도 다량의 핵미사일과 핵탄두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같은 열강은 이들 군소국의 핵무기 보유를 세계 평화의 위협으로 간주했었다. 게다가 당시 신생 독립국으로 경제난과 각종 어려움을 겪던 우크라이나는 결국 1994년에 이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안전 보장 각서를 체결한 뒤, 핵무기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해 보자. 만약에 남북이 지금의 정전협정을 종결하고 단일 국가를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주변국들은 우리나라의 핵보유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기존의 핵보유국들은 핵확산방지협약을 토대로 위험의 확장을 억제하려고 할 것이며, 이웃 나라 일본은 자국이 보유하지 못한 핵무기를 한국이 갖게 되는 상황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세계열강은 한국에 남북통일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핵무기의 폐기 또는 인계를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요즘은 국내에서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여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낮아지는 추세다. 심지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불러 본 청소년이 30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은 평화 통일을 민족의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통일은 독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언제 어느 순간에 도둑처럼 찾아올 수 있다. 그러면 그때 우리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지, 아니면 핵무기인지.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2026년 4월 8일 레바논 베이루트 탈레트 알카야트(Tallet al-Khayat)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주거 건물 잔해 아래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epaselect epa12875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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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국힘 공천재난'… 김태규 돈통 4개·김두겸 사조직 동시 도마

6·3 지방선거 앞둔 울산서 출판기념회 헌금 정황과 시장 사조직 의혹 잇따라

남구갑 김태규 북콘서트에 검은 돈통 4개… 시의원 후보 도서비 500만~1000만원 정황

김두겸 시장 사조직 '금섬회' 회장은 정무특보 김재익… 회계장부 정치인 이름 삭제 지시

당원 모집 실적 70% 공천 가중치… 가입서 추천인란 비우라는 요구도

2026-05-07 08:11:51

 

울산이 국민의힘 공천 재난지역으로 떠올랐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갈래 의혹이 한꺼번에 분출됐다. 남구갑 당협 위원장이었던 김태규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올해 2월 연 출판기념회에서 검은색 돈통 4개를 놓고 시의원 예비후보들로부터 거액의 도서비를 거뒀다는 정황이 첫째다. 김두겸 울산시장의 사조직으로 의심받는 '금섬회'의 회장이 김 시장이 직접 임명한 정무특보로 확인된 점이 둘째다. 두 사안은 6일 뉴탐사 9시 보도에서 함께 공개됐다.

돈통 4개 놓인 출판기념회

김태규 전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차례로 지냈다. 방통위 부위원장 시절 이진숙·이상인 체제에서 언론 학살의 실무를 맡은 인물로 꼽힌다. 윤석열에 대한 1심 무기징역 구형 직후에는 "예상된 정치 판결"이라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가 울산 남구갑 당협 위원장에 부임한 시점은 지난해 11월이다. 김상욱 의원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자마자 박성민 울산시당위원장이 그 빈자리를 김 전 위원장에게 내줬다. 박성민 위원장은 이른바 윤석열 술친구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문제는 올해 2월 열린 북콘서트다. 책 제목은 '법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다'였다. 국민의힘 중앙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 개최 자체와 도서비 명목 모금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일선에 내려보낸 직후였다. 그런데도 행사는 강행됐고, 김 전 위원장 측은 약 2,0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기현·박성민·장예찬·류희림·강민구·석동현·임현철 등이 자리했고, 나경원·윤상현·김문수·황교안 전 총리, 가수 윤형주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 아크릴 돈통과 비밀번호 자물쇠

행사장 입구마다 놓인 것은 검은색 아크릴 돈통 4개였다.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재질에, 위쪽 투입구로만 봉투를 떨어뜨릴 수 있는 구조였다. 봉인은 비밀번호 자물쇠였다. 행사 주관을 맡았던 홍보실장 이원무씨는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그 위로 돈이 한 번 들어가고 나면 다시는 못 꺼낸다. 돈통의 주인은 김태규 위원장"이라고 설명했다. 자물쇠 비밀번호도 김 전 위원장이 직접 설정했고, 행사가 끝나자 돈통 4개는 그의 차 트렁크에 그대로 실렸다는 것이 이씨의 진술이다.

핵심은 이 돈통에 1,000만원, 500만원어치 도서비를 봉투에 담아 넣은 시의원 예비후보가 있다는 점이다. 책값은 한 권에 25,000원이었고, 인쇄 부수는 약 2,200권이었다. 참석자 2,000명이 한 권씩 사 갔다고 가정해도 매출은 5,000만원 안팎이다. 그 액수의 수 배에 이르는 봉투가 한꺼번에 들어갔다면 책값이라기보다 사실상 정치자금에 가깝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 의혹은 이미 국민의힘 공천비리 신고센터에 제보됐고,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에도 고발장이 접수됐다. 기자회견에 나선 한 출마자는 "도서비를 내지 않으면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 뻔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뉴탐사 통화에서 "터무니없는 말이다. 다 고소 조치해 놨다"고 부인했다. 그는 "체크하는 사람들이 앞에서 다 지켜보고 있는데 그 거금을 어떻게 현금으로 주고 사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이원무씨가 묘사한 운영 방식은 김 전 위원장 외에는 누구도 안을 확인할 수 없는 봉인 구조였다. 김 전 위원장은 책 인쇄 부수와 기획사명을 묻는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당원 모집 실적 70% 공천 가중치

같은 출판기념회에는 또 다른 장치가 함께 작동했다. 김 전 위원장이 남구갑 공천 평가 기준에 '신규 당원 모집 실적'을 70%까지 반영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운영위원 채점은 30%였다.

이 기준이 공표되자 시·구의원 출마 예정자들은 보험 모집인처럼 당원 가입서를 끌어모았다. 이원무씨 본인이 모은 신청서만 550장이라고 했고, 김 전 위원장은 누적 4,189장을 박 시당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핵심 의혹은 그 다음에 있다. 적지 않은 후보가 자신이 모은 가입서의 추천인란을 비워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그 모집 실적은 김 전 위원장의 본선 표밭으로 입도선매되는 효과를 냈다는 것이 출마자들의 토로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런 적 없다. 한쪽 말만 듣고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금섬회 회장은 김두겸 시장 정무특보였다

울산 국민의힘의 또 다른 뇌관은 김두겸 시장 쪽에서 터졌다. 김 시장의 후원 사조직으로 의심받아 온 '금섬회'의 회장이 그가 임명한 김재익 정무특보로 확인됐다.

울산시청 담당과 통화 결과, 김재익씨의 정무특보 위촉 기간은 2022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다. 시장 임기와 사실상 일치한다. 같은 기간 김씨는 울산시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시 담당자는 "비상임 민간위원 신분이고, 회의 참석 수당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금섬회는 김 시장이 2022년 당선된 직후 선거 캠프 출신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김 시장이 이 모임에 직접 참석해 선거 전략을 설명한 영상은 앞서 공개된 바 있다. "한 곳에 몰려 있지 말고 4인조로 흩어져 박수를 쳐라"는 식의 이른바 괴벨스식 동원 전략이 그 자리에서 전수됐다. 같은 자리에서 김재익 회장도 같은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회계장부에서 사라진 정치인 이름

김재익 회장은 올해 정기총회 자리에서 지난 1월 회계 보고와 달라진 변경 사항을 직접 설명했다. 회비 지출 항목 중 특정 정치인 이름이 적혀 있던 칸을 모두 비우고 '예비비'로 일괄 처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김 회장의 발언은 이렇다.

"그런 예비비라는 항목은 절대 문제가 생기게 돼서 그 항목은 지웠다."

회비 일부가 어떤 정치인에게 얼마나 흘러갔는지가 회원들 앞에 그대로 적시돼 있던 종전 보고에서, 그 꼬리표를 본인 손으로 떼어낸 셈이다. 거명되던 이름 가운데는 김기현 의원과 임현철 남구청장 예비후보가 포함됐다는 게 영상으로 드러난 정황이다.

임현철 후보 명예회원 긴급 추대

같은 회의에서는 임현철 남구청장 예비후보를 금섬회 명예회원으로 추대하는 안건이 긴급 상정됐다. 김 회장이 박수로 의결을 받아내자 임 예비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저는 이미 경선을 통과했기 때문에 요만큼만 도와주시고, 우리 김두겸 시장님 팀을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금섬이라는 조직이 우리 시장님과 관계되는 조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가 시장 측 사조직 모임에서 마이크를 잡고 시장 지원을 호소한 발언이다. 시기와 장소, 발언 내용 어느 것을 보더라도 사전 선거운동 시비가 일 만한 장면이다.

박맹우 단일화 조건으로 떠오른 두 의혹

이 같은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무소속 박맹우 후보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는 줄곧 "단일화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6일 들어 "단일화의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금섬회와 신천지 관련 의혹 해명, TV 토론 수용이 전제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박성민 시당위원장과 서범수 전 사무총장의 비공개 회동, 그리고 김문수 전 후보가 단일화 압박에 가세한 직후의 변화다.

같은 울산 남구갑에서는 민주당 김상욱 후보가 방검복을 입고 선거운동을 다니고 있다. 울산경찰의 신변보호 협조 요청이 4일부터 받아들여졌다. 위해 우려가 그만큼 구체적이라는 의미다. 강준현·김기표 민주당 대변인은 금섬회 의혹을 두고 두 차례 성명을 냈지만, 기성언론의 후속 보도는 6일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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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개정 헌법에 영토조항 신설...대남적대 표현은 미반영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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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6/05/07 09:07
  • 수정일
    2026/05/07 09:1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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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김정일주의 '서문' 전면 개정...국무위원장 권한 대폭 강화 특징(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5.06 17:32
  •  
  •  댓글 0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 [사진-노동신문]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최근 헌법 개정을 통해 영토조항을 신설(제2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설된 제2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령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령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령해와 령공을 포함한다."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령역에 대한 그 어떤 침해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의 주권영역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해당 영역에 대한 '불가침성'을 명문화한 것이지만, 명시적인 '대남 적대' 표현은 반영하지 않았다.

6일 오전 통일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이정철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헌법 개정에서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국가성을 강조하는 표현과 규정들을 추가했지만 '적대적'이라는 형용사와 관련된 표현을 찾아 볼 수 없어서 남북 평화공존으로 가는 하나의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겠다는 희망적인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기존 헌법 제9조에 있던 '북반부의 사회주의 완전 승리,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 실현' 목표 등이 개정 헌법에서 삭제된 것에 대해서는 북이 '두 국가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대목이지만 남북의 평화공존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에서 개정된 북한 헌법은 기존 '사회주의 헌법'이라는 표현을 떼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이라는 담백한 명칭으로 바꾼데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표현이 순화되고 굳이 사회주의적 성격을 강조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조치들로 헌법을 디자인한 것으로 본다"면서 '정상국가화' 지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다.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회의에서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과 비교해 전체 구성은 서문과 7개 장 168조로 4개조가 줄었으며, 헌법 명칭 뿐만 아니라 서문과 본문에서 '사회주의' 표현이 대폭 줄고 명시적인 '대남 적대' 표현도 찾을 수 없다는 특징이 확인된다.

서문 뿐만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사회주의 자립적 민족경제노선'을 '자립적 민족경제노선'으로, '사회주의 법무생활', '사회주의 법무제도' 등은 '법무생활', '법무제도'로 단순화한 것이 특징적이다.

개정 헌법은 서문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국가건설과 활동의 유일한 지도적 지침', '국가건설의 총적방향, 총적목표'라고 간단히 언급하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며 사회주의 위업을 위하여 투쟁하는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 국가이다"라고 표현했다.

지난 '사회주의 헌법' 서문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의 주체적인 국가건설사상과 국가건설업적을 법화한 김일성-김정일헌법"이라고 명시한 것을 전면적으로 개정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심 담론인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국가건설과 활동의 근본 원칙으로 정식화하고 대외정책의 기본 이념인 자주·평화·친선'에 '국익수호'를 불변의 원칙으로 추가한 것도 특징.

개정 헌법은 국무위원장의 권한과 위상을 대폭 강화했다.

국가기구에 대해 규정한 제6장에서 국무위원장을 최고인민회의 앞 제1절에 처음으로 배치했다. 또 국무위원장을 기존 '최고령도자'에서 '국가수반'으로 정의(제86조)해 국가 대표성을 부여하고, 국무위원장의 핵사용 권한을 최초로 명시(제89조)해 모든 무력에 대한 통솔권을 명문화한 것이 눈에 띤다.

기존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을 소환할 수 있는 삭제됐으며,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내각총리 등 국가 중요간부에 대한 국무위원장의 임면권한(제 90조)을 명시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2026) (전문)

서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며 사회주의위업을 위하여 투쟁하는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국가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국가건설과 활동의 유일한 지도적지침으로 하며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국가건설의 총적방향, 총적목표로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국의 해방과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영광스러운 혁명투쟁에서 이룩된 빛나는 전통을 견결히 옹호고수하고 끊임없이 계승발전시켜나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수령의 유일적 령도체계를 확립하고 자주의 혁명로선을 견지하며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하는 것을 국가건설과 활동의 근본원칙으로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수령의 구상과 의도대로 국가사업 전반을 조직진행하며 수령의 국가건설사상과 업적을 견결히 옹호고수하고 끝없이 빛내여나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가건설과 활동에서 자주적대를 세우고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를 자기 식으로, 자력으로 발전시켜나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대중의 요구와 리익을 최우선, 절대시하며 인민의 복리증진을 자기 활동의 최고원칙으로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그 기능과 역할을 높이면서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철저히 수행하는 것을 사회주의건설의 총로선으로 틀어쥐고나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시대의 변천과 혁명실천의 요구에 맞게 사회전반에 대한 인민정권의 통일적지도와 관리를 끊임없이 강화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3대혁명수행에 대한 국가의 지도적역할을 높여 모든 사회성원들의 혁명화, 기술경제력의 고도화, 사회전반의 문명화를 다그쳐나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계급로선과 군중로선을 철저히 관철하여 온 사회의 일심단결을 백방으로 강화하고 모든 문제를 인민대중의 애국열의와 창조력에 의거하여 풀어나가며 인민민주주의 독재를 강화하여 사회주의제도와 인민의 권익을 믿음직하게 보위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군대를 강화하고 전민무장화, 전국요새화를 보다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국방공업을 발전시켜 국가방위력을 끊임없이 향상시켜나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법률제도를 개선완비하고 법무생활을 강화하여 법이 인민을 지키고 인민이 법을 지도록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주, 평화, 친선을 대외정책의 기본리념으로, 국익수호를 불변의 원칙으로 틀어쥐고 대외관계를 확대발전시키며 세계의 평화와 안전, 인류공동의 번영을 위하여 투쟁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진정한 인민의 법전이며 혁명과 건설의 강위력한 정치적무기인 헌법을 튼튼히 틀어쥐고 주체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해나갈 것이다.

 

제1장 정치

제1조: 우리 나라의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제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령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있는 령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령해와 령공을 포함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령역에 대한 그 어떤 침해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제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다. 공민은 거주지와 체류지에 관계없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보호를 받는다.

제4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은 로동자, 농민, 군인, 지식인을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다. 근로인민은 자기의 대표기관인 최고인민회의와 지방 각급 인민회의를 통하여 주권을 행사한다.

제5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모든 국가기관은 민주주의 중앙집권제원칙에 의하여 조직되고 운영된다.

제6조: 최고인민회의로부터 군인민회의에 이르기까지의 각급 주권기관은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원칙에 의하여 비밀투표로 선거한다.

제7조: 각급 주권기관의 대의원은 선거자들과 밀접한 련계를 가지며 자기사업에 대하여 선거자들앞에 책임진다. 대의원이 선거자들의 신임을 잃은 경우에는 언제든지 소환할수 있다.

제8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사회제도는 근로인민대중이 모든 것의 주인으로 되고있으며 사회의 모든 것이 근로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사람중심의 사회제도이다. 국가는 로동자, 농민, 군인, 지식인을 비롯한 근로인민의 리익을 옹호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

제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

제10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두리에 굳게 뭉친 전체 인민의 정치사상적 통일에 의거한다. 국가는 사상혁명을 강화하여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혁명화, 로동계급화하며 온 사회를 동지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집단으로 만든다.

제11조: 국가는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을 비롯한 혁명적인 대중운동, 애국운동을 힘있게 벌려 사회주의건설을 최대한으로 다그친다.

제1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해외에 있는 조선동포들의 민주주의적민족권리와 국제법에서 공인된 합법적권리와 리익을 옹호한다.

제1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기 령역안에 있는 다른 나라 사람의 합법적 권리와 리익을 보장한다.

제14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우리 나라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나라들과 완전한 평등과 자주성, 호상존중과 내정불간섭, 호혜의 원칙에서 국가적 또는 정치, 경제, 문화적관계를 맺는다. 국가는 자주와 정의를 지향하는 세계인민들과 단결하며 온갖 형태의 침략과 내정간섭을 반대하고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적, 계급적해방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나라 인민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성원한다.

제15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법은 근로인민의 의사와 리익의 반영이며 국가관리의 기본무기이다. 법에 대한 존중과 엄격한 준수집행은 모든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에게 있어서 의무적이다.


제2장 경제

제16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적생산관계와 자립적민족경제의 토대에 의거한다.

제17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생산수단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한다.

제18조: 국가소유는 전체 인민의 소유이다. 국가소유권의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나라의 모든 자연부원, 철도, 항공운수, 체신기관과 중요공장, 기업소, 항만, 은행 등 국가경제의 기본명맥을 이루는 대상은 국가만이 소유한다. 국가는 나라의 경제발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국가소유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며 장성시킨다.

제19조: 사회협동단체소유는 해당 단체에 들어 있는 근로자들의 집단적소유이다. 토지, 농기계, 배, 중소공장, 기업소 같은것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할수 있다. 국가는 사회협동단체소유를 보호한다.

제20조: 국가는 농민들의 사상의식과 기술문화수준을 높이며 협동적소유에 대한 전인민적소유의 지도적역할을 높이는 방향에서 두 소유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고 협동경리에 대한 지도와 관리를 개선하여 사회주의적 협동경리제도를 공고발전시키며 협동단체에 들어있는 전체 성원들의 자원적의사에 따라 협동단체소유를 점차 전인민적 소유로 전환시킨다.

제21조: 개인소유는 공민들의 개인적이며 소비적인 목적을 위한 소유이다. 개인소유는 로동에 의한 사회주의분배와 국가와 사회의 추가적혜택으로 이루어진다. 개인이 합법적으로 얻은 수입도 개인소유에 속한다. 국가는 개인소유를 보호하며 그에 대한 상속권을 법적으로 보장한다.

제2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들의 물질문화생활을 끊임없이 높이는 것을 자기 활동의 최고원칙으로 삼는다. 우리 나라에서 늘어나는 사회의 물질적부는 전적으로 근로자들의 복리증진에 돌려진다. 국가는 인민들에게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조건을 마련해주기 위하여 투쟁한다.

제2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마련된 자립적민족경제는 인민의 행복한 생활과 조국의 륭성번영을 위한 튼튼한 밑천이다. 국가는 자립적민족경제건설로선을 틀어쥐고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다그쳐 인민경제를 고도로 발전된 주체적인 경제로 만들며 완전승리한 사회주의사회에 맞는 물질기술적토대를 쌓기 위하여 투쟁한다.

제24조: 기술혁명은 사회주의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고리이며 과학기술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자원이다. 국가는 모든 경제활동에서 과학기술의 주도적 역할을 높이며 과학기술과 생산을 일체화하고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힘있게 벌려 경제건설을 다그쳐나간다.

제25조: 국가는 도시와 농촌의 차이, 로동계급과 농민의 계급적차이를 없애기 위하여 농촌기술혁명을 다그쳐 농업을 공업화, 현대화하며 농촌에 대한 지도와 방조를 강화한다. 국가는 농촌에 대한 국가적보장과 지원을 늘여 농업의 물질기술적토대를 강화하고 농촌주민들에게 훌륭한 생활환경을 마련하여준다.

제26조: 국가는 시, 군의 자립적이며 다각적인 발전을 추동하여 모든 시, 군을 문명부강한 사회주의 강국의 전략적거점으로, 자기 고유의 특색을 가진 발전된 지역으로 만든다. 국가는 모든 시, 군들에서 자기 지역의 자연부원, 경제적자원을 적극 개발하고 유용하게 활용하며 지방공업공장의 현대화, 정보화를 다그쳐 지방특색위주의 동시적, 균형적발전을 보장하도록 한다. 국가는 지방발전의 물질기술적토대와 조건을 마련해주고 지방이 자체의 력량과 잠재력을 튼튼히 키워 공고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룩해나가도록 한다.

제27조: 사회주의는 근로대중의 애국적열의와 창조적로동에 의하여 건설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로동은 근로자들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로동이다. 국가는 근로자들의 로동이 사회와 집단, 자신을 위하여 자각적열성과 창조적적극성을 내여 일하는 보다 즐겁고 보람찬것으로 되게 한다.

제28조: 근로자들의 하루로동시간은 8시간이다. 국가는 로동의 힘든 정도와 특수한 조건에 따라 하루 로동시간을 이보다 짧게 정한다. 국가는 로동조직을 잘하고 로동규률을 강화하여 로동시간을 완전히 리용하도록 한다.

제2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공민이 로동할수 있는 나이는 17살부터이다. 국가는 로동할 나이에 이르지 못한 소년들의 로동을 금지한다.

제30조: 국가는 사회주의경제에 대한 지도와 관리에서 정치적지도와 경제기술적지도, 국가의 통일적 지도와 매개 단위의 창발성, 유일적지휘와 민주주의, 정치도덕적자극과 물질적자극을 옳게 결합시키며 실리를 보장하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한다.

제31조: 국가는 생산자대중의 집체적지혜와 힘에 의거하여 경제를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관리운영하며 내각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인다. 국가는 경제관리에서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를 실시하며 원가, 가격, 수익성 같은 경제적공간을 옳게 리용하도록 한다.

제3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경제는 계획경제이다. 국가는 사회주의 경제발전법칙에 따라 축적과 소비의 균형을 옳게 잡으며 경제건설을 다그치고 인민생활을 끊임없이 높이며 국방력을 강화할수 있도록 인민경제발전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국가는 계획의 일원화, 세부화를 실현하여 생산장성의 높은 속도와 인민경제의 균형적발전을 보장한다.

제3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경제발전계획에 따르는 국가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한다. 국가는 모든 부문에서 증산과 절약투쟁을 강화하고 재정통제를 엄격히 실시하여 국가축적을 체계적으로 늘이며 사회주의적소유를 확대발전시킨다.

제34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대외무역은 국가기관, 기업소, 사회협동단체가 한다. 국가는 대외무역에서 신용을 지키고 무역구조를 개선하며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서 대외경제관계를 확대발전시킨다.

제35조: 국가는 우리 나라 기관, 기업소, 단체와 다른 나라 법인 또는 개인들과의 기업합영과 합작, 특수경제지대에서의 여러가지 기업창설운영을 장려한다.

제36조: 국가는 자립적민족경제를 보호하기 위하여 관세정책을 실시한다.


제3장 문화

제37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개화발전하고있는 사회주의적문화는 근로자들의 창조적능력을 높이며 건전한 문화정서적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이바지한다.

제38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문화혁명을 철저히 수행하여 모든 사람들을 자연과 사회에 대한 깊은 지식과 높은 문화기술수준을 가진 사회주의 건설자로 만들며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다그친다.

제3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근로자들을 위하여 복무하는 참다운 인민적이며 혁명적인 문화를 건설한다. 국가는 사회주의적민족문화건설에서 제국주의의 문화적침투를 배격하며 주체성의 원칙과 력사주의 원칙, 과학성의 원칙에서 민족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사회주의현실에 맞게 계승발전시킨다.

제40조: 국가는 과학연구사업에서 주체를 세우고 선진과학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며 과학연구부문에 대한 국가적투자를 늘이고 새로운 과학기술분야를 개척하여 나라의 과학기술을 세계적 수준에 올려세운다.

제41조: 국가는 과학기술발전계획을 바로세우고 철저히 수행하는 규률을 세우며 과학자, 기술자들과 생산자들의 창조적협조를 강화하도록 한다.

제42조: 국가는 사회주의교육학의 원리를 구현하여 후대들을 사회와 집단,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투쟁하는 참다운 애국자로, 지덕체를 갖춘 사회주의건설의 역군으로 키운다.

제43조: 국가는 인민교육사업과 민족간부양성사업을 다른 모든 사업에 앞세우며 일반교육과 기술교육, 교육과 생산로동을 밀접히 결합시킨다. 국가는 교육구조와 내용, 방법을 개선하여 교육을 우리의 미래를 마음놓고 맡길수 있는 가장 우월한 교육, 리상적인 교육으로 발전시킨다.

제44조: 국가는 1년동안의 학교전의무교육을 포함한 전반적 12년제의무교육을 현대과학기술발전추세와 사회주의건설의 요구에 맞게 높은 수준에서 발전시킨다.

제45조: 국가는 학업을 전문으로 하는 교육체계와 일하면서 배우는 여러가지 형태의 교육체계를 발전시키며 교육조건과 환경을 부단히 개선하여 유능한 과학기술인재들을 키워낸다.

제46조: 국가는 모든 학생들을 무료로 공부시키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후대들을 위한 사회주의적시책을 확대강화한다.

제47조: 국가는 사회교육을 강화하며 모든 근로자들이 학습할수 있는 온갖 조건을 보장한다.

제48조: 국가는 학령전어린이들을 탁아소와 유치원에서 국가와 사회의 부담으로 키운다.

제49조: 국가는 사회주의보건제도를 공고발전시키며 의료봉사의 질을 개선하고 보건부문의 물질기술적토대를 강화하여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며 근로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킨다.

제50조: 국가는 민족적형식에 사회주의적내용을 담은 주체적이며 혁명적인 문학예술을 발전시킨다. 국가는 창작가, 예술인들이 사상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많이 창작하며 광범한 대중이 문예활동에 널리 참가하도록 한다.

제51조: 국가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사람들의 요구에 맞게 현대적인 문화시설들을 충분히 갖추어주어 모든 근로자들이 사회주의적문화정서생활을 마음껏 누리도록 한다.

제52조: 국가는 체육을 대중화, 생활화하여 전체 인민을 로동과 국방에 튼튼히 준비시키며 우리나라 실정과 현대체육기술발전추세에 맞게 체육기술을 발전시킨다.

제53조: 국가는 혁명적이며 고상한 사회주의생활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키며 사회주의생활양식에 어긋나는 현상들과의 투쟁을 강화한다.

제54조: 국가는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언어생활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지키며 평양문화어를 보호하고 적극 살려나가도록 한다.

제55조: 국가는 생산에 앞서 환경보호대책을 세우며 자연환경을 보존, 조성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여 인민들에게 문화위생적인 생활환경과 로동조건을 마련하여준다.


제4장 국방

제56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가방위에서 전인민적, 전국가적방위체계에 의거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핵무기발전을 고도화한다.

제57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장력의 사명은 국가주권과 령토완정, 인민의 권익을 옹호하며 모든 위협으로부터 사회주의제도와 혁명의 전취물을 사수하고 조국의 평화와 번영을 강력한 군력으로 담보하는데 있다.

제58조: 국가는 인민들과 인민군장병들을 정치사상적으로 무장시키는 기초우에서 전군간부화, 전군현대화, 전민무장화, 전국요새화를 기본내용으로 하는 자위적 군사로선을 관철한다.

제59조: 국가는 군대안에서 혁명적령군체계와 군풍을 확립하고 군사규률과 군중규률을 강화하며 관병일치, 군정배합, 군민일치의 고상한 전통적 미풍을 높이 발양하도록 한다.

제60조: 국가는 국방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나간다.

제61조: 국가는 온 사회에 군사중시기풍을 세우고 전민항전준비를 빈틈없이 갖추도록 한다.


제5장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

제6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공민의 권리와 의무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원칙에 기초한다.

제63조: 국가는 모든 공민에게 참다운 민주주의적 권리와 자유, 행복한 물질문화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공민의 권리와 자유는 사회주의제도의 공고발전과 함께 더욱 확대된다.

제64조: 공민은 국가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누구나 다 같은 권리를 가진다.

제65조: 18살이상의 모든 공민은 성별, 민족별, 직업, 거주기간, 재산과 지식정도, 당별, 정견, 신앙에 관계없이 선거할 권리와 선거받을 권리를 가진다. 군대에 복무하는 공민도 선거할 권리와 선거받을 권리를 가진다. 재판소의 판결에 의하여 선거할 권리를 박탈당한자, 정신장애자는 선거할 권리와 선거받을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제66조: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국가는 민주주의적정당, 사회단체의 자유로운 활동조건을 보장한다.

제67조: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것으로 보장된다.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사회질서를 해치는데 리용할수 없다.

제68조: 공민은 신소와 청원을 할수 있다. 국가는 신소와 청원을 법이 정한데 따라 공정하게 심의처리하도록 한다.

제69조: 공민은 로동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로동능력있는 모든 공민은 희망과 재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며 안정된 일자리와 로동조건을 보장받는다. 공민은 능력에 따라 일하며 로동의 량과 질에 따라 분배를 받는다.

제70조: 공민은 휴식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로동시간제, 공휴일제, 유급휴가제, 정휴양제와 다양한 문화시설들에 의하여 보장된다.

제71조: 공민은 치료받을 권리를 가지며 나이많거나 병 또는 신체장애로 로동능력을 잃은 사람, 돌볼사람이 없는 늙은이와 어린이는 물질적 방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늘어나는 현대적인 의료시설과 국가사회보험, 사회보장제에 의하여 보장된다.

제72조: 공민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선진적인 교육제도와 국가의 인민적인 교육시책에 의하여 보장된다.

제73조: 공민은 과학과 문학예술활동의 자유를 가진다. 국가는 과학과 문학예술발전에 기여한 공민을 우대한다. 국가는 공민의 지적소유권을 법적으로 보호한다.

제74조: 공민은 거주, 려행의 자유를 가진다.

제75조: 영웅, 전쟁로병, 전시공로자, 영예군인, 혁명렬사가족, 애국렬사가족, 해외군사작전참전렬사 유가족, 사회주의애국공로자, 제대장령, 세대 군관, 인민군 후방가족은 국가와 사회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제76조: 녀자는 남자와 똑같은 사회적지위와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산전산후휴가의 보장, 여러 어린이를 가진 어머니에 대한 우대, 산원, 탁아소와 유치원망의 확장, 그밖의 시책을 통하여 어머니와 어린이를 특별히 보호한다. 국가는 녀성들이 사회에 진출할 온갖 조건을 지어준다.

제77조: 결혼과 가정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국가는 사회의 기층생활단위인 가정을 공고히 하는데 깊은 관심을 돌린다.

제78조: 공민은 인신과 주택의 불가침, 서신의 비밀을 보장받는다. 법에 근거하지 않고는 공민을 구속하거나 체포할수 없으며 살림집을 수색할 수 없다.

제7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평화와 민주주의, 민족적독립과 사회주의를 위하여, 과학, 문화활동의 자유를 위하여 투쟁하다가 망명하여온 다른 나라 사람을 보호한다.

제80조: 공민은 인민의 정치사상적통일과 단결을 견결히 수호하여야 한다. 공민은 조직과 집단을 귀중히 여기며 사회와 인민을 위하여 몸바쳐 일하는 기풍을 높이 발휘하여야 한다.

제81조: 공민은 국가의 법과 사회주의적생활규범을 지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민된 영예와 존엄을 고수하여야 한다.

제82조: 로동은 공민의 신성한 의무이며 영예이다. 공민은 로동에 자각적으로 성실히 참가하며 로동규률과 로동시간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제83조: 공민은 국가재산과 사회협동단체재산을 아끼고 사랑하며 온갖 탐오랑비현상을 반대하여 투쟁하며 나라살림살이를 주인답게 알뜰히 하여야 한다. 국가와 사회협동단체 재산은 신성불가침이다.

제84조: 공민은 언제나 혁명적경각성을 높이며 국가의 안전을 위하여 몸바쳐 투쟁하여야 한다.

제85조: 조국보위는 공민의 최대의 의무이며 영예이다. 공민은 조국을 보위하여야 하며 법이 정한데 따라 군대에 복무하여야 한다.


제6장 국가기구

제1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제86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이다.

제87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전체 조선인민의 총의에 따라 최고인민회의에서 선거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거하지 않는다.

제88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제8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최고사령관으로 되며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에 대한 지휘권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력사용권한을 위임할수도 있다.

제90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권한을 가진다.

1. 국가의 전반사업을 지도한다.

2.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의장, 내각 총리를 비롯한 국가의 중요간부의 사업을 정지시키거나 임명 또는 해임한다.

3. 인민들의 신임을 잃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사임시킨다.

4. 최고인민회의 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채택한 법령·정령·결정·지시가 국가의 발전과 인민의 요구에 부합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다.

5. 특출한 공로를 세운 대상들에게 국가표창을 수여한다.

6. 다른 나라 외교대표의 신임장을 접수한다.

7. 다른 나라에 주재하는 외교대표를 임명 또는 소환한다.

8. 다른 나라와 맺은 중요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한다.

9. 특사권을 행사한다.

10. 나라의 비상사태와 전시상태, 동원령을 선언한다.

11. 전시에 국가방위위원회를 조직지도한다.

제91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명령·성령을 낸다.


제2절 최고인민회의

제92조: 최고인민회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주권기관이다.

제93조: 최고인민회의는 립법권을 행사한다.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도 입법권을 행사할수 있다.

제94조: 최고인민회의는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선거원칙에 의하여 비밀투표로 선거된 대의원들로 구성한다.

제95조: 최고인민회의 임기는 5년으로 한다. 최고인민회의 새 선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선거를 하지 못할 경우에는 선거를 할 때까지 그 임기를 연장한다.

제96조: 최고인민회의는 다음과 같은 권한을 가진다.

1. 헌법을 수정, 보충한다.

2. 부문법을 제정 또는 수정, 보충한다.

3.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채택한 중요부문법을 승인한다.

4. 국가의 대내외정책의 기본원칙을 세운다.

5.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선거한다.

6.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제의에 의하여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부위원장, 위원들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7. 최고인민회의 의장, 부의장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8.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 위원들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9. 내각 총리를 선거 또는 소환한다.

10. 내각 총리의 제의에 의하여 내각 제1부총리, 부총리, 위원장, 상, 그밖의 내각성원들을 임명 또는 해임한다.

11. 최고검찰소 소장을 임명 또는 해임한다.

12. 최고재판소 소장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13.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들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14. 국가의 인민경제발전계획과 그 실행정형에 관한 보고를 심의하고 승인한다.

15. 국가예산과 그 집행정형에 관한 보고를 심의하고 승인한다.

16. 내각 위원회, 성을 내오거나 없앤다.

17.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 최고검찰소, 최고재판소의 사업정형을 보고받고 대책을 세운다.

18. 최고인민회의에 제기되는 조약의 비준, 폐기를 결정한다.

제97조: 최고인민회의는 정기회의와 림시회의를 가진다. 정기회의는 1년에 2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소집한다. 림시회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대의원 전원의 3분의 1 이상의 요청이 있을 때에 소집한다.

제98조: 최고인민회의는 대의원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석하여야 성립된다.

제99조: 최고인민회의는 의장이 사회하며, 의장이 없을 때에는 부의장이 사회한다.

제100조: 최고인민회의에서 토의할 의안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국무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과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가 제출한다. 대의원들도 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

제101조: 최고인민회의는 법령과 결정을 낸다. 최고인민회의가 내는 법령과 결정은 그 회의에 참석한 대의원의 반수 이상이 찬성하여야 채택된다. 헌법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여야 수정, 보충된다.

제102조: 최고인민회의는 법제위원회, 예산위원회, 외교위원회 같은 부문위원회를 둔다.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들로 구성한다.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는 최고인민회의 사업을 도와 국가의 정책안과 법안을 작성, 심의하며 그 집행을 위한 대책을 수립한다.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는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지도 아래 사업한다.

제103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불가침권을 보장받는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고인민회의, 그 휴회 중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승인없이 체포하거나 형사처벌을 할수 없다.


제3절 국무위원회

제104조: 국무위원회는 국가주권의 최고정책적 지도기관이다.

제105조: 국무위원회는 위원장, 제1부위원장, 부위원장, 위원들로 구성한다.

제106조: 국무위원회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제107조: 국무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임무와 권한을 가진다.

1. 국가의 중요정책을 토의결정한다.

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정령, 국무위원회 결정, 지시집행정형을 감독하고 대책을 세운다.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명령, 성령, 국무위원회 결정, 지시에 어긋나는 국가기관의 결정, 지시를 폐지한다.

4.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내각총리의 제의에 의하여 제1부총리, 부총리, 위원장, 상, 그밖의 내각성원들을 임명 또는 해임한다.

제108조: 국무위원회는 결정, 지시를 낸다.


제4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09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의 최고주권기관이다.

제110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서기장, 위원들로 구성한다. 최고인민회의 의장, 부의장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을 겸임한다.

제111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와 같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최고인민회의 임기가 끝난 후에도 새 상임위원회가 선거될 때까지 자기 임무를 계속 수행한다.

제112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임무 권한을 가진다.

1.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한다.

2.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제기된 새로운 부문법안과 규정안, 현행 부문법과 규정의 수정, 보충안을 심의채택하며 채택실시하는 중요 부문법을 다음번 최고인민회의의 승인을 받는다.

3. 불가피한 사정으로 휴회기간에 국가의 인민경제발전계획, 국가예산과 그 조절안을 심의하고 승인한다.

4. 헌법과 현행부문법, 규정을 해석한다.

5. 국가기관들의 법준수집행을 감독하고 대책을 세운다.

6. 헌법,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정령, 최고인민회의 법령, 결정, 국무위원회 결정 지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결정, 지시에 어긋나는 국가기관의 결정, 지시를 폐지하며 지방인민회의의 그릇된 결정집행을 정지시킨다.

7.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위한 사업을 하며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사업을 조직한다.

8.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과의 사업을 한다.

9.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와의 사업을 한다.

10.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내각 위원회, 성을 내오거나 없앤다.

11. 최고인민회의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 위원, 최고인민회의 부문위원회 성원들을 선거 또는 소환하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문위원회 성원들을 임명 또는 해임한다.

12. 최고재판소 판사, 인민참심원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13.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 제기되는 조약의 비준, 폐기를 결정한다.

14. 지방인민위원회의 주권사업을 지도한다.

15. 훈장과 메달, 명예칭호, 외교직급을 제정하며 훈장과 메달, 명예칭호를 수여한다.

16. 대사권을 행사한다.

17. 행정단위와 행정구역을 내오거나 변경시킨다.

18. 다른 나라 국회, 국제의회기구들과의 사업을 비롯한 대외사업을 한다.

제113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전원회의와 상무회의를 가진다. 전원회의는 위원전원으로 구성하고, 상무회의는 위원장, 부위원장, 서기장으로 구성한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임무와 권한을 실현하는데서 중요한 문제들은 전원회의에서, 그밖의 문제들은 상무회의에서 토의결정한다.

제114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정령과 결정, 지시를 낸다.

제115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자기 사업을 돕는 부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제116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자기 사업에 대하여 최고인민회의앞에 책임진다.


제5절 내각

제117조: 내각은 국가주권의 행정적집행기관이며 전반적국가관리기관이다.

제118조: 내각은 총리, 제1부총리, 부총리, 위원장, 상과 그밖에 필요한 성원들로 구성한다. 내각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제119조: 내각은 다음과 같은 임무 권한을 가진다.

1. 국가의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대책을 세운다.

2. 헌법과 부문법에 기초하여 국가관리와 관련한 규정을 제정 또는 수정, 보충한다.

3. 내각의 위원회, 성, 내각직속기관, 지방인민회의의 사업을 지도한다.

4. 내각직속기관, 중요행정경제기관, 기업소를 내오거나 없애며 국가 관리기구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세운다.

5. 국가의 인민경제발전계획을 작성하고 그 실행대책을 세운다.

6. 국가예산을 편성하고 그 집행대책을 세운다.

7. 공업, 농업, 건설, 운수, 체신, 상업, 무역, 국토관리, 도시경영, 교육, 과학, 문화, 보건, 체육, 로동행정, 환경보호, 관광, 그밖의 여러 부문의 사업을 조직집행한다.

8. 화폐와 은행제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대책을 세운다.

9. 국가관리질서를 세우기 위한 검열, 통제사업을 한다.

10. 사회질서유지,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의 소유와 리익 보호, 공민의 권리 보장을 위한 대책을 세운다.

11. 다른 나라와 조약을 맺으며 대외사업을 한다.

12. 내각 결정, 행정명령, 지시에 어긋나는 행정경제기관의 결정, 지시를 폐지한다.

제120조: 내각총리는 내각사업을 조직지도한다. 내각총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를 대표한다.

제121조: 내각은 전원회의와 상무회의를 가진다. 내각전원회의는 내각성원전원으로 구성하고, 상무회의는 총리, 제1부총리, 부총리와 그밖에 총리가 임명하는 내각성원들로 구성한다.

제122조: 내각은 결정과 행정명령, 지시를 낸다.

제123조: 내각은 자기 사업을 돕는 비상설부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제124조: 내각은 자기 사업에 대하여 최고인민회의와 그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앞에 책임진다.

제125조: 새로 선거된 내각총리는 내각성원들을 대표하여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서를 한다.

제126조: 내각 위원회, 성은 내각의 부문별집행기관이며 중앙의 부문별관리기관이다.

제127조: 내각 위원회, 성은 내각의 지도밑에 해당 부문의 사업을 통일적으로 장악하고 지도관리한다.

제128조: 내각 위원회, 성은 위원회회의와 간부회의를 운영한다. 위원회회의와 간부회의에서는 내각 결정, 행정명령, 지시 집행대책과 그밖의 중요한 문제들을 토의결정한다.

제129조: 내각 위원회, 성과 부문별관리기능을 수행하는 내각직속기관은 지시를 낸다.


제6절 지방인민회의

제130조: 도(직할시), 시(구역), 군인민회의는 지방주권기관이다.

제131조: 지방인민회의는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선거원칙에 의하여 비밀투표로 선거된 대의원들로 구성한다.

제132조: 도(직할시), 시(구역), 군인민회의 임기는 4년으로 한다. 지방인민회의 새 선거는 지방인민회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해당 지방인민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선거를 하지 못할 경우에는 선거를 할 때까지 그 임기를 연장한다.

제133조: 지방인민회의는 다음과 같은 임무와 권한을 가진다.

1. 지방의 인민경제발전계획과 그 실행정형에 대한 보고를 심의하고 승인한다.

2. 지방예산과 그 집행에 대한 보고를 심의하고 승인한다.

3. 해당 지역에서 국가의 법을 집행하기 위한 대책을 세운다.

4. 해당 인민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장, 위원들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5. 해당 인민위원회와 하급인민회의, 인민위원회의 그릇된 결정, 지시를 폐지한다.

6. 해당 인민위원회의 도(직할시), 시(구역), 군급기관들의 사업정형을 보고받고 대책을 세운다.

제134조: 지방인민회의는 정기회의와 림시회의를 가진다. 정기회의는 1년에 1~2차 해당 인민위원회가 소집한다. 림시회의는 해당 인민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대의원전원의 3분의 1 이상의 요청이 있을 때 소집한다.

제135조: 지방인민회의는 대의원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석하여야 성립된다.

제136조: 지방인민회의는 의장과 부의장을 선거한다. 의장은 회의를 사회한다. 의장이 없을 때에는 부의장이 회의를 사회한다.

제137조: 지방인민회의는 결정을 낸다.


제7절 지방인민위원회

제138조: 도(직할시), 시(구역), 군인민위원회는 해당 인민회의 휴회중의 지방주권기관이며 해당 지방주권의 행정적 집행기관이다.

제139조: 지방인민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장, 위원들로 구성한다. 지방인민위원회 임기는 해당 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제140조: 지방인민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임무와 권한을 가진다.

1. 인민회의를 소집한다.

2.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위한 사업을 한다.

3. 인민회의 대의원들과의 사업을 한다.

4. 인민회의 휴회중에 해당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사무장, 위원들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5. 인민회의 휴회중에 해당 재판소의 판사, 인민참심원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

6.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정령, 최고인민회의 법령, 결정, 국무위원회 결정, 지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결정, 지시, 내각 결정, 행정명령, 지시, 내각 위원회, 성과 부문별 관리기능을 수행하는 내각직속기관 지시, 해당 지방인민회의, 상급 인민회의 결정, 지시를 집행한다.

7. 해당 지방의 모든 행정사업을 조직집행한다.

8. 지방의 인민경제발전계획을 작성하며 그 실행대책을 세운다.

9. 지방예산을 편성하며 그 집행대책을 세운다.  

10. 해당 지방의 사회질서유지,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의 소유와 리익의 보호, 공민의 권리보장을 위한 대책을 세운다.  

11. 해당 지방에서 국가관리질서를 세우기 위한 검열, 통제사업을 한다.  

12. 하급인민위원회 사업을 지도한다.  

13. 하급인민위원회의 그릇된 결성, 지시를 페지하며 하급인민회의의 그릇된 결정의 집행을 정지시킨다.  

제141조: 지방인민위원회는 전원회의와 상무회의를 가진다. 지방인민위원회 전원회의는 위원전원으로 구성하며 상무회의는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장들로 구성한다. 지방인민위원회의 임무와 권한을 실현하는데서 중요한 문제들은 전원회의에서, 그밖의 문제들은 상무회의에서 토의결정한다.  

제142조: 지방인민위원회는 결정과 지시를 낸다.  

제143조: 지방인민위원회는 자기 사업을 돕는 비상설부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제144조: 지방인민위원회는 자기 사업에 대하여 해당 인민회의 앞에 책임진다. 지방인민위원회는 상급인민위원회와 내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지도 밑에 사업한다.  


제8절 검찰소와 재판소

제145조: 검찰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준법성감시 및 기소기관이다.  

제146조: 검찰사업은 최고검찰소, 도(직할시), 시(구역), 군검찰소와 특별검찰소가 한다.  

제147조: 최고검찰소 소장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제148조: 검사는 최고검찰소가 임명 또는 해임한다.  

제149조: 검찰소는 다음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1.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이 국가의 법을 정확히 지키는가를 감시한다.  

2. 국가기관의 결정, 지시가 헌법,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정령, 최고인민회의 법령, 결정, 국무위원회 결정, 지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결정, 지시, 내각 결정, 행정명령, 지시에 어긋나지 않는가를 감시한다.  

3. 범죄자를 비롯한 법위반자를 적발하고 법적책임을 추구하는 것을 통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과 사회주의제도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 재산, 인민의 헌법적 권리와 생명재산을 보호한다.  

제150조: 검찰사업은 최고검찰소가 통일적으로 지도하며 모든 검찰소는 상급 검찰소와 최고검찰소에 복종한다. 

제151조: 최고검찰소는 지시를 낸다.  

제152조: 최고검찰소는 자기 사업에 대하여 최고인민회의와 그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앞에 책임진다.  

제153조: 재판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재판기관이다.  

제154조: 재판은 최고재판소, 도(직할시)재판소, 시(구역), 군인민재판소와 특별재판소가 한다. 판결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이름으로 선고한다.  

제155조: 최고재판소 소장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최고재판소, 도(직할시)재판소, 시(구역), 군인민재판소의 판사, 인민참심원의 임기는 해당 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제156조: 특별재판소의 소장과 판사는 최고재판소가 임명 또는 해임한다. 

제157조: 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1. 재판활동을 통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과 사회주의제도, 국가와 사회협동단체재산, 인민의 헌법적권리와 생명재산을 보호한다.  

2. 모든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이 국가의 법을 정확히 지키고 계급적 원쑤들과 온갖 법위반자를 반대하여 적극 투쟁하도록 한다.  

3. 재산에 대한 판결, 판정인 집행하며 공증사업을 한다.  

제158조: 재판은 판사 1명과 인민참심원 2명으로 구성된 재판소가 한다. 특별한 경우에는 판사 3명으로 구성하여 할수 있다.  

제159조: 재판은 공개하며 피소자의 변호권을 보장한다. 법에 정한데 따라 재판을 공개하지 않을수 있다.  

제160조: 재판은 조선말로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재판에서 자기 나라 말을 할 수 있다.  

제161조: 재판소는 재판에서 독자적이며 재판활동을 법에 의거하여 수행한다.  

제162조: 최고재판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재판기관이다. 최고재판소는 모든 재판소의 재판사업을 감독한다. 

제163조: 최고재판소는 지시를 낸다.  

제164조: 최고재판소는 자기 사업에 대하여 최고인민회의와 그 휴회중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앞에 책임진다.  


제7장 국장, 국기, 국가, 수도

제165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쓴 붉은 띠로 딸아 올려감은 벼이삭의 타원형테두리안에 웅장한 수력발전소가 있고 그 우에 혁명의 성산 백두산과 찬연히 빛나는 붉은 오각별이 있다.  

제166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기는 기발의 가운데에 넓은 붉은 폭이 있고 그 아래우에 가는 흰 폭이 있으며 그 다음에 푸른 폭이 있고 붉은 폭의 기대 달린쪽 흰 동그라미안에 붉은 오각별이 있다. 국기의 세로와 가로의 비는 1:1.65이다.  

제167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는 우리 조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유구한 력사, 찬란한 문화와 영광스러운 투쟁전통을 대를 이어 고수하고 길이 빛내여나가며 조선로동당의 령도밑에 사회주의조국을 영원한 인민의 나라, 세계적인 강국으로 만방에 떨쳐갈 애국의 신념과 의지를 담고있는 전인민적인 송가이다.  

제168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는 평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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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7000 일제히 ‘1면 톱’…빚투, 고물가, 양극화 문제 우려도

[아침신문 솎아보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끌어올린 7000피 시대

FOMO, 빚투, 양극화, 고물가 문제 진단, 중앙일보 “안전밸트 단단히”

경향신문 사설, “볼썽사나운 요즘 민주당 행태, 선거 압승 전망에 취했나”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6.05.07 07:41

▲코스피가 전장보다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으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2026년 5월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6일 ‘7000피’를 넘긴 가운데, 7일 발행하는 주요 일간지들은 1면 머리기사(톱기사)를 일제히 ‘코스피 7000 시대’와 관련한 기사로 배치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47.57포인트(6.45%) 뛴 7384.56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했다. 언론은 7000피 시대를 열 수 있었던 이유로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들을 대거 사들인 것을 꼽고 반도체 업황 호조가 주가 상승을 한동안 견인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언론은 지수가 급등하는 시기, 동시에 단기 과열과 ‘빚투’(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 현상이 많아졌다며 경고를 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7000 축포, 그 속에 묻힌 경고음>이라고 뽑고 주식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이 겪는 ‘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현상과 빚투 현상을 우려했다. 또한 경향신문은 자산 격차로 인한 양극화가 심화되다며 자본소득 과세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실물 경제도 고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됐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 1면 머리기사의 코스피 7000시대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반도체 타고…‘2→7’ 딱 1년 걸렸다>

국민일보 <‘반도체 파워’에 외국인 러시…7000피 뚫었다>

동아일보 <AI 엔진 달고, 단숨에 7000피 질주>

서울신문 <7000 질주 코스피>

세계일보 <코스피 7000시대…‘빚투’도 사상 최대>

조선일보 <7000 축포, 그 속에 묻힌 경고음>

중앙일보 <스마트 개미, 7000피 열다>

한겨레 <아찔한 반도체 랠리 코스피 7천도 넘었다>

한국일보 <7000피 시대, 반도체 랠리의 힘>

▲7일자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코스피가 빠른 속도로 올라왔음을 강조했다. 해당 기사에서 경향신문은 “불과 1년 사이 1000 단위 지수선을 다섯 차례나 돌파하며 올해 들어 세계 주요국 중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며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대거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업황 호조가 한동안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했다.

한겨레도 1면 기사에서 “지난 2월25일 6000을 넘어선 이래 70일 만이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여파를 뚫고 전 세계적인 ‘반도체 랠리’를 선도하는 모양새”라며 단기적인 상승 이유로는 “이달 들어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4일 5%대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지수가 폭등한 것은, 노동절·어린이날 국내 증시가 쉬어가며 그간의 미국 증시의 상승분을 쫓기 위해 투자 심리가 과열된 영향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상승을 이끈 주요 종목은 반도체 대형주다.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AI발 반도체주 랠리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26만6,000원, SK하이닉스는 160만1,000원으로 각각 14.4%, 10.6% 상승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최근 AI 에이전트 등 신규 서비스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기대가 투자심리에 불을 붙이고 있다”며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엔비디아와 알파벳 등 전 세계 13곳에 불과하다”고 했다.

▲7일자 조선일보 1면.

다만 언론은 동시에 급한 상승에 ‘포모’와 함께 ‘빚투’ 현상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세계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코스피 7000시대… ‘빚투’도 사상 최대>로 뽑고 “증권가에선 올해 코스피가 최대 8500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우세하지만, 증시 폭등 이면에는 변동성 확대 징후도 뚜렷하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장 대비 4.20포인트(7.52%) 급등한 60.07을 기록했다”며 “이런 가운데 빚투 지표로 통하는 신용융자잔액은 연초 27조원대에서 4일 기준 35조원대까지 불어났고, 반대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대기 자금 성격의 대차거래 잔고는 174조원대에 이른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1면 기사 <7000 축포, 그 속에 묻힌 경고음>에서 “주가가 단기에 급등하면서 ‘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에 빚을 내서 뛰어들거나 아예 너무 과열됐다고 보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빚투(빚내서 투자)’를 뜻하는 신용융자 잔고가 지난달 29일 사상 처음 36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또 공매도 잔고는 지난달 27일 올해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었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FOMO, 빚투, 양극화, 고물가 문제 진단에 자본소득 과세 제안도

특히 이같은 우려는 사설에서 공통적으로 더욱 짙게 나타났다. 7000피 시대를 환영하는 동시에 FOMO 현상에 따른 빚투, 양극화와 고물가, 반도체 업에 집중된 주식 시장 문제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다음은 코스피 7000 시대와 관련된 이슈를 다룬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코스피 7000 돌파, 환호만 하기엔 그늘도 짙다>

국민일보 <코스피는 ‘새 역사’… 실물경제는 물가 불안, 반도체 쏠림>

동아일보 <1년 새 3배로 뛴 코스피… ‘반도체 편중’ ‘변동성 과잉’ 극복이 숙제>

서울신문 <코스피·수출 신기록 속 커지는 인플레 경고음, 적극 대비를>

세계일보 < ‘코스피 7000’에 취하지 말고 변동 장세 대비를>

조선일보 <파죽지세 코스피 7000 돌파, ‘반도체 쏠림’이 숙제>

중앙일보 <본격화하는 고물가 쇼크, 안전벨트 단단히 맬 때>

한겨레 <코스피 7000 돌파, 변동성·자산격차 심화 대응해야>

한국일보 <7천피 새 역사 쓴 증시, 반도체 쏠림과 ‘빚투’는 경계를>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코스피 7000 돌파, 환호만 하기엔 그늘도 짙다>에서 “실적 대비 여전히 저평가된 국내 증시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자산가격 급등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 양극화 등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며 빚투 외에도 “자산가격 상승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주식 상당수를 상위 소득자나 기관이 보유하고 있어 주가 상승 혜택은 소득별로 차이가 크다. 먹고살기도 빠듯해 주식에 투자할 돈조차 없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극화 완화 대안은 여야 합의로 2024년 말 폐지된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해 자본소득 과세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7일자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 역시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가 2024년 증시 위축을 이유로 폐지한 금융투자소득세를 비롯해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방안을 다시 적극 검토해야 한다. 코스피가 7000을 돌파한 지금, 더는 논의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짚었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코스피의 상승 흐름은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실물 경제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짙다”고 했다. 이어 “우리 경제는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돌발변수를 마주하면서 부실한 에너지 공급망을 노출하는 중이다. 이는 고스란히 물가로 분출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1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21.9%나 뛴 석유류 물가가 주범이다. 국제유가가 촉발하는 인플레이션의 전형적 경로”라 경고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반도체 쏠림 현상’도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쌍발 엔진’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건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며 “두 종목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지만, 해외 AI데이터센터의 투자·건설 차질 같은 작은 뉴스 하나에도 증시가 요동칠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다”고 했다.

▲7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본격화하는 고물가 쇼크, 안전벨트 단단히 맬 때>에서 “처음 보는 지수 7000고지에 희희낙락할 때가 아니다. ‘빚투 지표’인 국내 증시의 신용융자 잔액이 36조원 선까지 급증했다. 이젠 투자자 스스로 안전벨트를 매고 위험관리를 해야 할 시기가 됐다”며 “정부 재정이 물가를 더 불안하게 하지 않도록 절제와 균형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증권사에서 빌린 돈인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역대 최대인 37조 원을 넘은 것도 심상찮은 신호이다. ‘나만 소외된 것 아닌가’란 두려움과 조바심에 뒤늦게 무리해 투자에 나서는 셈이다. 단기 대박을 노리고 주가 하락에 돈을 거는 인버스에 투자했다 손실만 커진 이들도 적잖다.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위험 거래에 대해선 당국의 적절한 관리도 필요한 때”라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 “볼썽사나운 요즘 민주당 행태, 선거 압승 전망에 취했나”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6일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안’ 추진을 6·3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재선출된 뒤 “특검법 처리 시기·절차·내용과 관련해 지방선거 이후 국민과 당원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 절차를 거쳐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은 사설 <볼썽사나운 요즘 민주당 행태, 선거 압승 전망에 취했나>에서 “지난달 30일 법안을 발의한 지 일주일 만이다. 특검법에 ‘공소취소’ 내용까지 담아 야당에 ‘대통령의 셀프 사면’ 공격 빌미를 주면서 유리하던 선거구도가 급변하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것”이라며 “영남권은 물론 서울과 수도권 격전지에서 국민의힘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을 감안하면 여전히 현실의 엄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듯 보인다.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우려를 표명한 공소취소 조항은 명료하게 삭제하는 게 순리”라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선거 압승 예상에 들떠 아예 분별력을 상실한 듯 보인다”며 최근 정청래 대표와 하정우 부산 북갑 보선 후보의 ‘오빠 해봐요’ 논란과 ‘돈선거’ 잡음 등을 언급했다.

관련기사

▲7일자 경향신문 사설.

중앙일보도 이와 관련해 사설 <국민은 ‘대통령 공소취소 특검’이 옳은지 여당에 묻고 있다>를 싣고 “옳은 법안이라면 연기할 이유가 없고, 연기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일 텐데 가타부타 설명은 없었다. 너무도 당연한 궁금증에 여당은 답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해 본인 연루 사건의 공소취소 등 면죄부를 줄 수 있게 한 입법이 과연 민주국가에서 옳은 일인지 묻고 있다”며 “특검법의 정당성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당장의 선거는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커다란 걸림돌을 만들게 된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첫 연임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 앞에 놓인 과제>에서 “조작 전모가 규명된다면 공소취소를 통해 조작 피해자의 고통을 신속히 중단시키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숙의를 통해 찾아내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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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전진기지가 아니다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5.0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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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 뉴시스
ⓒ 뉴시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4월 21일 미 의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정치적 편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제넘은 시건방진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또 다른 핵심 사안을 거론했다. ‘권역 지속지원 허브’(RSH)라는 낯선 용어였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밀접한 개념이다. 한국을 미국 군사자산의 ‘유지·보수·정비’(MRO)를 위한 거대한 수리소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한국의 항만과 조선소와 정비시설은 미국의 전쟁 수행 능력을 증강하는 군사 인프라가 된다. 중국이 볼 때 한국은 미군의 전진기지가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한마디로 미국이 제멋대로 한국을 이용하겠다는 말이다. 병력과 장비의 출입 자유는 물론이요, 전략적 가치가 있는 한국의 모든 거점을 구애받지 않고 쓰겠다는 저의다. 그러니 한국을 미군 지원의 허브로 삼는 것은 그러한 전략 하에서 당연한 일이다. 한국은 고정되어 있는 ‘항공모함’이요 미군 무기와 장비의 정비소 밖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이러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일개 미군 장성 따위가 한국을 갖고 노는 모습이라니 쓴웃음만 나오는 형국이다.

물론 우리의 책임이다. 비록 숭미 극우정권이 주된 비판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주적이라고 일컬어지던 정권들 역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숭미정권도 결국 국민들이 선택한 결과였지 않은가. 우리는 지난 80년 가까이 미국이 하자는 대로 전부 순응하고 굴종해 왔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한미동맹의 강화”라는 구호다. 그리고 그것만이 우리 외교의 단 하나의 원칙이고 방향타였다. 그러다보니 주한미군은 당초의 대북방어라는 주둔 목적을 벗어나 어느덧 중국을 겨냥하는 실체가 되었고 한국은 그런 미국을 떠받치는 기지가 된 것이다.

미국은 아직도 북한의 위협을 미군 주둔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 군사적 배치는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사드 레이더의 운용이 대북 방어용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지난 2월 중순 미국은 우리에게 사전 보고도 허락도 없이 서해상에서 대규모 공군 훈련을 하면서 중국 전투기와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다. 중국이 한국을 미국의 대중국 전진기지로 여기는 것은 결코 과민한 반응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한중관계의 완전한 복원을 말할 수 있겠는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중국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1월 한미 양국 외교장관의 공동성명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it’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문구를 박음으로써 안전판을 마련했다고 믿었겠지만, 미국은 그건 “당신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을 것이 뻔하다. 왜냐면 ‘개입’의 주체를 영어로만 ‘it’로 표기해놓고 ‘그것’이 미군인지 한국인지를 의도적으로 흐려버렸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그것을 주한미군이라고 생각했지만 미국은 한국이라고 보고 있다.

요는 그것이 미군이든 한국이든 우리 입장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한국군이 대만해협 분쟁에 휘말리는 것이든 주한미군이 대중 전쟁에 출동하는 것이든, 한국이 결국 지역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란전쟁에서 이란의 공격으로 대파되는 중동 지역 내 미군기지의 모습을 잘 보았듯이, 주한미군이 중국과의 분쟁에 참전하는 즉시 중국은 미군 기지가 있는 한국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혹자는 대만해협에서의 사태 발발 가능성이 없다면서 기우를 버리라 하겠지만 안보에 ‘설마’란 없는 법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국가안보전략(NSS) 및 국가방어전략(NDS)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최우선의 경계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이라는 중국의 전략적 파트너들을 때리고 있는 판국에 언제 어디서든 양국 간에 ‘사달’이 날 가능성은 저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미국은 MRO 기지를 한국에 조성함으로써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한층 더 강화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중국에 대한 도발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 한국은 바야흐로 미국의 더 확실한 전진기지로 변모하려는 중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변화가 평시의 항만 운영과 정비 계약, 군수지원 협약 같은 일상적 절차를 통해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평택과 부산의 항만, 거제와 울산의 조선·정비 설비가 미군 함정과 수송자산의 상시 순환 거점으로 굳어지면 한국은 직접 총 한 발 쏘지 않아도 미국의 역외 작전을 떠받치는 후방기지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중국이 맞붙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기지만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군을 지원하는 한국의 수많은 거점들이 중국 미사일의 목표가 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MRO를 두고 조선업의 일감이 늘어나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숭미주의자들은 바로 그러한 측면을 강조해 한국인을 현혹시킬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목적은 산업협력이 아니라 군사 인프라의 확장이다. 본질은 한국이 얻을 얼마간의 경제적 이득과 국가 안보를 맞바꾸는 위험천만한 거래라는 것이다. 2006년 1월 공동성명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그것’이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했지만, MRO는 자칫 한국민의 동의로 ‘그것’이 개입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분명한 대책을 세울 때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 2006년 문서의 ‘그것’은 주한미군이라고 확실히 규정해야 한다. 또 MRO 협력은 철저히 경제적으로만 이용하고 군사안보 목적과의 결합은 막아야 한다. 그리고 전작권은 당장 회수해야 한다. 한미연합 체제를 파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전진기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을 절대 선으로 떠받드는 자세를 떨쳐내는 일이다. 그리하여 자주의 길을 걷는 것만이 주한미군 때문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끝.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s://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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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제2의 이재명 배출 선거? 제1의 우리 구청장 뽑는 선거!

[도쿄의 변혁, 서울도 가능할까] ① 주민 추천으로 당선된 기시모토 사토코(岸本聡子) 스기나미구 구청장

이재호 기자(=도쿄) | 기사입력 2026.05.06. 07:13:59

2022년 6월 일본 수도 도쿄의 23구 중 한 곳인 스기나미구에서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한 다나카 료(田中良) 구청장이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았으며 기존 일본에서 정치 활동도 하지 않았던 여성 후보 기시모토 사토코(岸本聡子)에게 187표 차이로 패배했다. 이 선거 승리로 사토코 후보는 스기나미구 최초 여성 구청장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사토코 구청장이 시작한 새로운 정치 흐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 해인 2023년 열린 구 의회 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48명 의원 중 절반인 24명의 여성 의원이 당선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의원이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 도쿄의 자치구 의회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 구의원이 배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사토코 구청장의 당선 이후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의원 선거에 많은 여성 후보와 신인 후보들이 출마했고, 실제 이러한 움직임이 결과로 이어지자 일본에서는 이를 '스기나미의 변혁'이라고 불렀다.

스기나미구의 이런 변화는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토코 구청장은 '주민을 생각해 주는 구청장을 만드는 모임'이라는 구민들의 자발적 모임에서 추천을 받아 구청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 모임은 자민당과 남성 중심의 구정을 바꾸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특정 정당이 아닌 다양한 정당과 세대, 성별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정당이 공천하는 후보에 주민들이 표를 주는 것이 아닌, 주민이 스스로 지역을 대표할 후보를 발굴하고 적극적 선거 운동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일본뿐만 아니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지역의 문제를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지방자치제도의 목적을 실제 구현한 사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도쿄 스기나미구를 찾아 사토코 구청장과 '주민을 생각해 주는 구청장을 만드는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도모토 히사코(東本久子) 구민, 그리고 2023년 구의회 선거에서 당선된 블랑샤르 아스카 녹색당 의원, 데라다 하루카 (てらだはるか) 입헌민주당 의원 등을 만나 스기나미구의 변화상을 듣고 직접 들여다봤다. 주민들이 일궈낸 스기나미구의 변화가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한국 사회에 '선거'라는 절차 뒤에 가려진 지방자치의 본질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관련 연재는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 도쿄 스기나미구에서 기시모토 사토코(岸本聡子) 스기나미구 구청장을 만났다. ⓒ프레시안(이재호)

주민들의 고민이 곧 나의 고민이었다

'스기나미의 변혁'을 불러온 사토코 구청장은 출마 전 20여 년 간 해외에서 생활했다. 2003년부터 국제 정책 싱크탱크 비정부기관(NGO)인 '트랜스내셔널 연구소'(TNI)에서 활동하던 그는 벨기에에 거주하고 있던 때 구청장으로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그는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에서 후보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제가 정책 지원 정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며 본인이 직접 출마할 생각은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주 고민스러웠다. 가족들도 모두 벨기에에 있었고 하던 일도 있고, 출마하면 생활 거점도 바뀌는 것이라 단기간에 결정한다는 것에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완전히 새로운 전략, 경력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방자치의 민주화나 공공정책을 통한 민주적 정치를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특히 공공서비스, 공공재, 민주적인 관리 운영 등을 연구한 학자로서 스기나미구가 안고 있는 과제들을 들었을 때 이건 공공정책의 문제라고 느꼈다.

제 경험과 스기나미구의 고민,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합치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렇지 않았다면 출마가 무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와 관련 운동을 하면서 정치를 통해서 이를 현실화하고 싶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사토코 구청장은 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출마를 결심했다. 짧은 선거 운동 기간에 단연 주목받았던 것은 여성 선거 운동원의 비중이 컸다는 점이다. 스기나미구에는 총 18개의 전철 및 기차역이 있다. 모든 역에 여성 운동원들이 나서서 사토코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 것이 화제가 되었다.

이처럼 여성들이 주도하는 선거 운동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사토코 구청장은 "지역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면서 여성이 힘을 발휘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통상 선거는 단체나 운동원, 운동원 가족 등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정당 관계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참여하기 어렵다. 기존 운동원들은 대부분 남성 중심이었다"며 "선거에서 일반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라고 그간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사토코 구청장은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 선거의 경우 개인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즉 하고 싶은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열려 있고, 실제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라며 특정 집단에 주도되지 않는 선거운동 특색으로 인해 여성들의 힘이 발휘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스기나미구가 가지고 있는 자발적 시민운동의 전통도 이러한 흐름이 만들어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사토코 구청장은 "스기나미구의 뿌리 깊은 시민 자치는 정말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비키니 환초에서 미국의 핵무기 실험이 이어졌다. 1954년 스기나미구의 오기쿠보 마을 회관에서 핵실험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이 운동의 시발점은 여성들이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생선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다는 이유였다. 40일동안 이어진 운동에 구민의 70%가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아주 역사적인 일인데 당시 스기나미구가 핵무기에 반대하는 세계의 운동 중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으로 스기나미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됐다.

1950~60년대 여성들의 활동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 낸 사례가 있는데 바로 어린이집이다. 여성이 사회활동을 시작한 이후 어린이집을 만드는 운동이 시작됐다. 아이를 맡기지 못하면 여성들이 일을 하지 못하다 보니 생긴 변화였다.

이어 학교가 종료된 이후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아동관'이라는 곳도 만들었다. 한 초등학교에 하나의 아동관을 만들었다. 스기나미구에는 주민들이 함께 이러한 시설을 만들어 간 역사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동관은 자민당 소속의 구청장이 구정을 맡은 이후 점점 기능이 축소되어 갔다. '행정의 합리성'을 이유로 아동관의 역할과 기능을 재편한 것이다.

사토코 구청장은 "시민자치의 상징인 아동관을 행정 합리성만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깊은 분노"가 주민들에게도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사토코 구청장은 취임 이후 아동관의 공적 기능을 이전으로 회복하고 확대하려고 시도했다.

"구청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었어요"

사토코 구청장은 취임 이후 아동관의 기능 복원뿐만 아니라 초중등학교의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등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인프라 중심 대 사람 중심', '밀실 결정 대 함께 결정', '사후적 행정 대 참여 행정 기반의 예방 행정'을 언급하며 취임 이후 후자의 방향으로 구정을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 2024년 여름 사토코 구청장이 구정책 보고를 위해 구민들에게 배포한 홍보 팸플릿. ⓒ사토코 구청장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구청장 취임 이후 주민들로부터 이전과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받는 부분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토코 구청장은 "자주 듣는 말은 직원들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구청 직원들이 마을 자치회 등에 대해 '민원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지금은 직원들이 구민들을 시간과 환경, 정보가 주어지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행정으로는 절대 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내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의 과제나 정책에 대해 취임 이후 3년 동안 구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채널을 만들어왔다. 주민들과 대화에 나선 직원도, 참여한 구민도 새로운 관계성이 형성됐고 공무원들도 구민들이 구정에 대해 생각해주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실제 구청 직원들이 구민과 접촉을 넓힌 이후에 밝힌 소감이기도 하다. 구민 입장에서는 직원들과 처음으로 같은 과제를 논의하는 계기가 됐다."

구민들의 참여로 당선된 구청장이 취임 이후에는 구민들의 참여로 구정을 운영하는, 지방자치의 이상적인 모습일 수는 있지만 직원과 주민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피곤했을 것이다. 지금도 아마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경험이 쌓이면 보이는 세계도 바뀐다. 힘들지만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구청 직원이 하는 일이 이상하게 많기도 하다. 꼭 안 해도 되는 일, 전례에 맞춰 해야하는 일 등이 있다. 이전 일도 하고 새로운 일도 해야 한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거기서 무엇을 하고 안 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구민 참여가 구정의 모든 것은 아니다. 행정의 일부이고 지역의 과제이기도 하다. 협의를 통해 새롭게 시행하려는 정책, 나라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구민과 함께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정책을 하고 싶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는 사회를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운영하는 것은 아주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위험요소가 많다."

사토코 구청장이 당선된지 4년째 되는 올해 스기나미구는 다시 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2022년과 올해는 정치적 상황이 매우 다르다. 지난 2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역사에 남을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4년 전 주민들의 힘으로 사토코 구청장이 당선됐다고 해도 이번에는 자민당의 기세를 막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사토코 구청장은 전국적인 정치 상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스기나미구만의 특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 정당 정치와 지방자치가 좀 다르다. 물론 일반적으로 일본의 지자체는 자민당 지배하에 있긴 한데, 스기나미구는 예외다. 자민당이 아닌 중의원도 있고 자민당이 아닌 다른 야당 출신이 승리하기도 했다. 당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 결과다."

그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 정치인이나 유권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이 한국 정치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설명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한국 사람들이 지켜야 한다고 보는 민주주의와 일본이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온도 차가 있는 것 같다. 그러한 가운데 오히려 일본 지방자치제의 정신은 한국에서 배우는 것이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사토코 구청장은 "한국은 (정치 무대의) 대립과 갈등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지방자치는 구민들의 생활을 지킨다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대립과 갈등이 심할 이유가 없다"라며 "한국이든 일본이든 풀뿌리 민주주의, 당연한 생활을 당연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지방자치의 목표이자 의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민의 추천으로 주민과 함께 4년 간 구정을 꾸려온 구청장의 묵직한 소회였다.

(통역 : 구와에 히로유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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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김민기’와 한국가요 ‘별의 순간’

곽병찬 언론인

chankb19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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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의 청년 김민기 이야기]⑮

최경식의 설득으로 탄생한 앨범 김민기

한국 포크의 효시, 우리 가요 100대 명반

김지하 영향,시대의 고민·이웃의 고통 품어

앨범 김민기 5개월만에 시판·방송 금지

1971년 9월 1일 양희은의 1집 <양희은 고운노래 모음>이 발매됐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꼭 이름을 올리는 앨범이다. 여기에 실린 10곡 가운데 7곡이 번안곡이고 나머지가 우리 포크였다.

2곡은 김민기가 작사 작곡한 ‘아침이슬’과 ‘그날’이었고, 나머지 1곡은 고은 작사 김광희 작곡의 ‘세노야’였다.

녹음은 김민기가 멜로디 파트를 맡고 시각장애인 가수 이용복이 12줄 쇠줄 기타로 리듬을 맡았으며, 피아노 반주는 김광희가 맡았다. 다들 둘째가라면 서러울 가객이었지만, 제 노래를 내주고 또 반주까지 해줬다. 그게 당시 포크를 하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이 음반은 김진성 CBS 피디 등 양희은을 아끼는 이들이 당시 잘 팔리던 트로트 가수 이해성, 신태성 씨를 앞세워 킹레코드사를 설득한 결과였다,

양희은의 따끈따끈한 음반을 받아 든 최경식의 머리에 문득, 저 깊은 곳에서 영혼을 울리는 ‘김민기’의 낮고 묵직한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양희은의 맑고 높은 목청과 선명하게 대조되는 소리였다. 그는 곧 김민기를 찾아 나섰다.

예상은 했다. 김민기는 어눌하지만 단호하게 ‘싫다’라고 했다. “희은이가 불렀으면 되지 않았느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경식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그는 김민기보다 열여덟이나 많은 대선배였다.

같은 노래라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그 맛과 의미가 달라진다. 외국엔 자작곡 포크 앨범이 수도 없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엔 하나도 없다. 포크는 나와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나의 노래로 전하는 것 아닌가, 우리에게도 그런 앨범이 나올 때도 됐다…. 설득은 집요하게 이어졌고, 김민기는 마침내 손을 들었다.

최경식의 끈질긴 설득이 없었다면 1971년 발매된 앨범 김민기는 빛을 보지 못했을지 모른다. 사진은 김민기가 YWCA 청개구리집에서 노래하고 있는 모습. 마이크를 기타 가까이 대어주고 있는 양복입은 이가 최경식 피디다.

사진출처: 국제신문

최양숙은 우리나라 최초의 샹송 가수로 알려져있다. 김민기는 최경식의 요청으로 최피디의 여동생 최양숙에게 가을편지의 곡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별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저서 <인류의 별의 순간>에서 한 말이다. “극적 긴장이 가득한 운명적인 순간이 닥치면 하루 만에, 혹은 한 시간 만에, 심지어는 단 일 분 만에 훗날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한 순간은 개인의 삶에서도 드물고 역사에서도 드물다. 내가… ‘별의 순간’ 혹은 ‘별처럼 빛나는 순간’이라 이름한 이유는 이러한 순간들이 부질없이 지나간 세월 속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츠바이크는 이 책에서 ‘사색하는 인간’ 키케로와 ‘제2의 모세’로 추앙받던 이상주의자 우드로 윌슨이 우왕좌왕하다가 인류사 위대한 전진의 기회를 놓친 것과, ‘냉소적이며 대담한’ 혁명가 레닌은 조국에서 혁명이 일어나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망명지 스위스에서 러시아로 돌아감으로써 혁명의 완성자가 된 사실을 비교하며 ‘별의 순간’을 설명했다.

김민기는 물론 이들과 달랐다. 우왕좌왕하지도 않았고, 단호하게 결단하지도 않았다. ‘소 뒷걸음질 치다가’ 그 순간을 잡았을 뿐이지만, 그건 대중가요와 예술가곡 등 우리 노래판에도 ‘별의 순간’이었다.

최경식과 김민기의 담판으로부터 한 달 보름쯤 뒤인 10월 21일 앨범 <김민기>가 발매됐다. 우리 음악가가 작곡하고 노래하고 출시한 첫 포크 음반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1971년은 ‘한국 포크의 원년’이 되었고, 앨범 <김민기>는 한국 포크의 효시가 되었다. 앨범 <김민기>와 함께 우리 음악계에는 자작곡 앨범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고, 한국의 대중음악은 서방 세계와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최경식은 1958년 부산MBC에서 음악 피디로 사회에 발을 디딘 한국의 1호 음악 전문 피디였다.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해박한 지식과 깊은 안목, 음악인에 대한 따듯한 배려로 존경을 받던 대중음악계의 맏형이었다. 1960년대에는 ‘재야 대통령’ 장준하가 발행하던 <사상계>에 음악 평론을 기고하던 저항적 음악인이기도 했다. 당대 지식인 운동의 한 축이었던 YMCA ‘시민 논단’을 창립하는 등 민주화에도 힘을 보탰다.

그는 일찍이 김민기 노래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봤다. 그것이 “거리 시위에서 불리면 운동가, 운동장에서 불리면 응원가, 장례식에서 불리면 장송곡, 예배당에서 불리면 찬송가가 되리라는 것”을 예감했고, 또 실제로 그것을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했다. 1970년 말 김진성 피디와 함께 김민기를 ‘젊은이의 840 CBS’ 프로그램에 초대해 그의 목소리로 ‘아침이슬’을 세상에 처음 송출한 것도 그였다. 1987년 7월 2일, 5공 정권이 6·29 항복선언을 했다지만 ‘아침이슬’이 여전히 금지곡으로 묶여 있을 때 KBS 라디오 <밤의 플라타너스> 프로에서 이 노래를 17년 만에 처음으로 송출한 것도 그였다.

최경식의 주도로 1971년 11월 발매된 앨범 김민기 표지사진. 표지 바탕이 하얀색이다. 한국 포크의 효시로 꼽히며 100대 명반 중 상위권에 속하는 음반이다.

사진은 2025년 11월 발매한 앨범 김민기 복각 LP 판 이미지. 출처 :학전 제공

앨범 <김민기>의 수록곡 10곡 가운데 ‘바람과 나’ ‘저 부는 바람’ 두 곡을 제외하면 모두 김민기가 짓고 부른 노래였다. 김민기의 노래 8곡 가운데 ‘친구’는 1968년에, ‘아침이슬’ ‘아하, 누가 그렇게’ ‘꽃 피우는 아이’ ‘길’ ‘그날’ ‘종이연’ ‘눈길’ 등 다른 곡은 1970~1971년 시대의 격동 속에서 탄생했다.

이 앨범이 ‘한국 포크의 효시’로 인정받는 것은 단지 시기적으로 앞섰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록된 곡들의 예술적 수준이 팝의 원조 국가 노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2007년 <경향신문>과 음악 전문 웹진 가슴네트워크(이하 ‘웹진’)가 공동 기획하고 웹진이 선정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이 음반이 평론가 52인 중 35인의 추천을 받아 3위에 올랐을 때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선정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 음반은 당시까지 서구 모던 포크의 번안 수준에 머물렀던 한국의 이른바 통기타 가요가 한국 젊은이들의 정신과 감성을 표현하는 음악 양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음반이고, 스스로 작사 작곡하고 노래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시대의 도래를 알린 음반이며, 대중가요가 그저 그런 사랑과 이별, 눈물뿐 아니라 깊은 철학적 사색과 시대적 고민을 담는 예술적 산물일 수 있음을 보여준 음반이기도 한 까닭이다.”

음악평론가들이 대체로 인정하듯이 국내 대중음악계에 형식적인 면(연주, 편곡)에서 혁명을 가져온 건 신중현과 그가 이끌던 ‘신중현과 엽전들’이었다. 이들은 한국에 록과 흑인음악을 도입하고 또 재해석해 한국 대중음악의 풍토를 흔들었다. 그러나 노랫말, 감성, 메시지, 가락과 장단 등 노래의 내용적인 면에서 혁명을 가져온 건 김민기였다. 그런 내용을 앨범 하나에 집약한 것이 그의 1집 <김민기>였다. 단순히 사랑과 이별 같은 흔한 주제가 아닌 철학적 사색과 시대적 고민을 담은 시적인 노랫말이나 메시지도 대중음악으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김민기의 노래들은 확인했고 또 일깨웠다.

당시 음악평론가와 포크를 사랑하는 이들은 환호했다. 해방이 되고 사반세기가 지났지만 가요는 여전히 식민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남의 다리나 긁는’ 번안 포크에 진력이 나 있었다. 나와 우리의 지금 이야기를 노래하고 또 듣고 싶었다. 한대수가 잠깐 맛만 보이고 사라진, 그런 노래들이 가능성이 아니라 굳건한 실체로 눈앞에 나타났다.

특히 환호한 것은 청년 학생들이었다. 암울한 시대 벗이 되고, 힘이 되어줄 우리의 노래가 드디어 내 곁으로 왔다. 골리앗과 맞선 다윗의 심정으로 그 시대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는 든든한 무기였다. 그동안 이들이 시위에 나설 때 부른 노래들이란 구전가요인 ‘해방가’, 찬송가 풍의 번안곡 ‘우리 승리하리라’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들에게는 서로를 격려하고 앞서 나아가도록 고무할 노래가 절실했다. 김민기의 노래는 시위에선 총이자 총알이었다.

노래들 가운데 ‘아하 누가 그렇게’는,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분신한 노동자 전태일의 꿈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돼 불렸다. ‘그날’은 ‘꽃이 한 송이도 없는, 아니 꽃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꽃밭(현실)’을 고발하고, ‘꽃 피우는 아이’는 ‘꽃은 시들어 땅에 떨어져, 아이도 앓아누운’ 암울한 현실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됐다.

기지촌 혼혈아의 절망을 그린 ‘종이연’은 당시의 민족적 현실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김민기가 앞으로 가게 될 길, 그의 노래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예고편이기도 했다.

‘혼혈아’는 한국전쟁 이후 외세에 의해 난자된 우리의 몸과 정신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그들은 분단과 전쟁이라는 민족적 비극 속에서 태어났지만, 이웃들이 감싸기는커녕 치부로 여겨 숨기고 따돌림을 당했다. 어쩌면 ‘나 대신 역사적 운명을 진 이들이었지만’ 정부는 물론 이웃들조차 그들을 ‘문둥이’ 보듯 했다.

“헬로 아저씨 따라갔다는 엄마/ 철길 저편엔 무슨 소리일까/ 하늘나라 올라갈 나팔 소리인가?” 등이 서늘해지는 대목이다. 노래 속의 아이는 하늘로 퍼지는 나팔 소리처럼, 이 참혹한 나라와 시대에서 떠나고 싶다. 그것만이 현실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길이었다.

‘종이연’의 원래 제목은 ‘혼혈아’였다. 당시 검열 기구였던 한국예술문화윤리위원회(예윤)이 이 제목을 거부해, 노랫말에 나오는 여러 낱말 가운데 하나인 ‘종이연’을 제목으로 삼았다. 예윤은 1975년 등장한, 한국 문화예술의 저승사자, 공연윤리위원회의 역할을 맡았던 이른바 ‘민간 자율기구’였다.

그 시대에 버려진 아이는 혼혈인만이 아니었다. 당시 ‘공돌이’ ‘공순이’라고 멸시하던, 주변부로 내몰린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도 그 부류에 속했다. 김민기는 그곳에서 ‘시대의 전형’을 찾았고, 그것을 노래로 표현하고 드러내는 ‘음악적 리얼리즘’을 추구했다.

그가 그런 작업을 의식적으로 혹은 의지적으로 한 게 아니었다. 그는 타고나기를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흘러가 그곳에 동화되고, 하나 됐다. 이런 품성이 적극적으로 발현되는 계기가 있었다면, 그것은 1971년 말 선배 화가 오윤의 손에 이끌려 참여한 ‘폰트라’(poem on the trash, ‘쓰레기 더미 위의 시’를 줄여 만든 명칭)라는 이름의 모임이었을 것이다. 이 모임을 이끌던 미학자 김윤수, 시인 김지하, 화가 오윤 등의 영향 속에서, 그는 의식적으로 시대의 전형과 민족적 형식을 찾아 나섰다.

김민기 3집 표지사진. 김지하의 요청으로 만든 금관의 예수 삽입곡, 주여, 이제는 여기에.가 수록되어 있다. 폰트라 회원들이 김민기의 노래를 들은 뒤 오윤이 한국의 밥 딜런이라고 소개하자, 누군가 폰트라 그 자체라고 하고, 김지하는 음유시인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앨범 <김민기>의 노래들은 노랫말, 메시지, 선율, 감성, 음악적 구조에서 혁명적이었을 뿐 아니라, 음악사적으로도 한국 대중음악계의 이정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대중가요는 일제부터 내려온 노래들이나, 이른바 ‘선진국’ 노래들이 대종을 이뤘다. 한편엔 트로트, 다른 한편엔 모던 팝이 양대 축을 이루고 있었다. 대중은 지금 여기의 삶과 동떨어진 이들 노래를 통해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하거나, 욕망을 내뱉었다. 특히 ‘사랑 타령’은 당시 가요의 절대 문법이었다.

앨범 <김민기> 수록곡은 이런 노래들과 비교하면, 중고교 음악 교과서에 실린 노래 같았다(실제로 먼 훗날 ‘아침이슬’과 ‘작은 연못’은 중고교 교과서에 실렸다). ‘사랑’이라는 말 자체는 물론 애상의 맥락 자체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당시 유행가로는 절대로 성립할 수 없을 법한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 시대에 대한 고민, 이웃의 고통 따위로 채워져 있었다.

당시 ‘인간의 노래’을 꿈꾸던 가수 권진원에게 이 앨범은 하나의 전율이었다. “(사랑이란 말이 이 음반에는) 딱 한 번 나오는데 그것도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 에로스가 아닌 아가페였다.”

이 앨범 발매 뒤 김민기가 가장 자주 듣던 질문 가운데 하나도 ‘어떻게 당신의 노랫말엔 사랑이란 말이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느냐’라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친구들이 그렇게 끌려가고 구속되고 군대에 강제로 징집되고 있는데,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어떻게 그런 노래를 할 수 있겠어요.”

‘조개껍질 운운’하는 노래는 윤형주의 ‘라라라’를 두고 한 말이었다. 이 노래는 1969년 여름 대천해수욕장에 놀러 갔다가 만난 여성들을, 속된 표현으로 ‘꼬실’ 속셈으로 윤형주가 지었다는 게 가요계의 속설이었다. ‘라라라’는 1970년대 청춘들이 생각 없이 가장 많이 부르던 노래, 당시를 대표하던 한국의 유행가였다. 윤형주가 제목도 붙이지 않아 처음엔 노래의 도입부를 그대로 인용해 제목으로 삼았다. 1972년 윤형주의 첫 앨범 ‘그님’이 나올 때쯤에야 ‘라라라’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런 풍토에서 나름대로 파격적인 가창과 메시지를 선보인 송창식, 조영남, 이장희의 노래도 크게 보아 ‘사랑의 문법’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김민기와 인간적으로 가까웠던 이들이었다. 송창식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형’이었고, 조영남은 민기가 인정하는 술친구이자 선배였다. 이장희와는 이른바 ‘지음(知音)’의 관계였다. 이들은 ‘청개구리’ 행사에도 참여했고, 양희은 등 후배들이 오비스캐빈이나 금수강산 무대에서 용돈을 벌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김민기가 하는 일이라면 발 벗고 도와주던 이들이었다.

앨범 <김민기>의 기획자이자 제작자, 그리고 ‘물주’이기도 했던 최경식은 이 앨범 재킷에 이런 발매사를 올렸다. 젊은 시절이나 말년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은 김민기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귀한 글이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언젠가 방송국에서 민기에게 내가 ‘김민기 논(論)’을 쓰겠다고 했더니 김민기가 ‘김민기 놈?’ 하고 되물어 거기 있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던 일이 생각난다. 민기는 그렇게 나이가 어울리지 않게 쓸쓸한 친구다.

그의 노래 속엔 대체로 콧대 높고 줏대 있는 ‘젊은 한국’이 도사리고 있다.

시간이 남아, 돌아가며 오래 기다려야 하는 스튜디오 밖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기타로 조용히 클래식 소품을 연습해 보던 그의 모습이나, 어느 날 오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함빡 비를 맞아 뼛속까지 젖었을 그가 맨발로 내 사무실에 걸어 들어오던 일(그는 금붕어처럼 뻐끔하니 입을 벌린 구두를 버리고 왔다고 했다)이며, 뭇사람에게 미움을 받으면서도 국산품 노래를 고집하던 일 등등. 그러한 그의 일상생활은 그의 음악 속에 미화되거나 위장됨이 없이, 있는 그대로 소박하고 순수하게 구현돼 있다.

이번 첫 디스크를 위해 특별히 음악적인 헌신을 보여준 정성조 쿼텟과 김광희 양에게 고마움을 금치 못한다. 한마디로 민기는 ‘복도 많은 놈’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다. 앞으로가 그의 가능성과 창조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본격적인 ‘김민기 논’은 그때 그날로 미루기로 하겠고, 끝으로 이 디스크가 민기의 참가치나 숨은 실력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금석이 되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많은 분에게 권한다.”

최경식이 본격적으로 ‘김민기 논’을 쓸 기회는 오지 않았다. 이듬해부터 김민기는 불온한 ‘놈’으로 정권에 찍혔고, 앨범 <김민기>는 발매는 물론 시판, 방송도 금지됐다. 이후 박정희, 전두환 정권 아래서 김민기는 저의 이름으로는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었다. 최경식은 유신체제가 마지막 발악을 하던 1979년 미국으로 아예 떠나버렸으니 더 논할 수도 없었다.

발매 금지의 직접적인 이유는 문리대 신입생 환영회에 초청받아, 신입생들에게 그의 노래 ‘꽃 피우는 아이’와 번안곡 ‘우리 승리하리라’, 그리고 구전가요 ‘해방가’를 가르친 것이었다. ‘해방가’는 학생 데모 때 불리던 몇 안 되는 구전가요였고, ‘우리 승리하리라’는 본래 찬송가로 불렸지만, 미국의 피트 시거가 포크 송으로 편곡하면서 반전 민중가요로 불렸다. 정권의 코털을 뽑은 노래는 김민기의 ‘꽃 피우는 아이’였다. 노랫말 가운데 ‘무궁화꽃이 피지 못하는’ 대목에 자극을 받은 정보기관이 발매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음반사를 압박해 시중에 깔린 음반을 모두 회수해 파기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김민기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이 노래는 무궁화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하는 불모의 시대를 비판한 반정부 가요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했다. 레코드사가 초판을 500부만 찍은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75년 유신정권은 대중예술에 대한 더 엄격한 통제를 위해 ‘공연 활동 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김민기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와 있던 모든 노래가 ‘공식적인’ 금지곡으로 낙인찍힌 것은 이때였다. 이전까지의 발매 금지, 방송 금지 따위의 조처는 권력과 그 부역자들의 자의적인 처분이었다. ‘가요계 정화’ 이후 당국은 변칙적으로 발매되고 유통되는 음반까지도 색출해 파쇄했다. 앨범 <김민기>에 대한 2차 확인 사살이었다.

최경식은 앨범 제작 당시 CBS의 음악 담당 부서 책임자였다. 앨범 재킷의 크레딧 칸에 기획 제작자로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없었다. 그래서 가까운 지인의 이름을 올렸는데, 이것이 화근이 되어 훗날 김민기는 오랫동안 팔자에도 없는 ‘저작권 소송’을 벌여야 했다.

앨범 <김민기>가 불과 5개월 만에 판매 금지되자, 이 앨범은 오랫동안 지하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됐다. 1987년 김민기의 노래가 해금되자, 그 지인은 자신이 앨범의 제작자라며 다른 레코드사에 저작권을 팔았고, 이 레코드사는 김민기의 뜻과 무관하게 CD로 복각해 앨범 <김민기>를 출시했다.

1987년 무단 복각해 만든 불법 앨범 김민기 표지사진. 앨범 바탕이 하얀색이 아니라 보랏빛이 나는게 특징이다..

김민기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만큼은 절대로 참지 않았다. 돈 때문이 아니라, 창작자를 능멸하고 죽이는 짓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 그는 ‘가짜 제작자’와 레코드사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었고, 장구하고도 지긋지긋한 재판 끝에 이 해적판 CD의 발매와 판매를 중단시켰다.

1971년 앨범 출시와 함께 김민기는 장안의 명사가 되었다. ‘청개구리 홀’을 드나드는 가수 지망생이나 일반 청소년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 그는 경이로운 존재가 되었다. 오비스캐빈이나 금수강산 등 상업적인 무대에 서는 가수들 사이에서도 김민기는 이제 그 뒤를 따라야 할 존재가 되었다. 당시 포크에선 최고라고 자부하던 송창식이 괜히 이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김민기가 먼저 노래를 시작했다면 나는 아예 데뷔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아카이브K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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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사 때문에 권고사직...파란만장 '반도체 38년'

[이봉렬 in 싱가포르] 1988-2026 '반도체 노동자'로서 마침표를 찍고, 새 출발 합니다

26.05.06 06:56최종 업데이트 26.05.06 06:56

1988년 10월, 서울 올림픽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이었지만, 현장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학기 중이더라도 취직만 되면 공부 대신 일을 할 수 있었거든요.

삼성그룹에 입사한 후 연수를 받을 때의 모습. 이때부터 저의 반도체 삶이 시작됐습니다.이봉렬

첫 직장 : 시위주동자로 몰려 권고사직을 당하다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지금 생각해도 실소가 터집니다. 3학년 2학기가 막 시작된 어느 날 교실에 삼성그룹 인사 담당자가 들어와 반 1등부터 10등까지 지원서를 가져가라더군요. 그런데 일주일 전, 이미 현대그룹에서 10등까지 싹 쓸어간 뒤였습니다. 결국 삼성은 어쩔 수 없이 11등부터 20등까지를 데려갔고, 저도 그 어쩔 수 없이 뽑힌 학생 명단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배치된 곳이 기흥의 1메가 D램 웨이퍼를 생산하던 3라인 팹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다들 반도체가 뭔지 어느 정도 알지만, 당시만 해도 부모님께 반도체니 팹이니 하는 용어를 설명하기란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저 전자기기 부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한다고만 말씀드렸습니다. 부모님은 그래도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직한 게 자랑스러웠는지 제가 회사에서 팹 완공 기념으로 받은 밥그릇을 38년이 지난 지금도 보관하고 계십니다.

삼성전자가 직원을 학력에 따라 5급(고졸), 4급(전문대졸), 3급(대졸)으로 나누던 시절,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승급할 수 있다고들 했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2년이 아니라 3, 4년이 걸려도 승급이 어려운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인사고과를 기다리기보다 졸업장을 따는 게 빠르겠다는 판단에, 교대 근무를 하며 야간 전문대에 지원했습니다. 반도체 팹은 교대 근무 체제라 아침 조로 일하면 저녁에는 가까운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1991년, 시대를 뒤흔든 파도가 저를 덮쳤습니다. 당시 노태우 정권의 폭정에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나섰고 그 과정에 대학생들이 경찰에 맞아 사망하고 또 분신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전 학교에서 뜻 맞는 동기들과 시위에 참여했는데, 그때 필요한 유인물을 제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회사에서 그 사실을 알고는 바로 해고하려 했지만, 명분이 조금 부족했는지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그날 이후로 매일같이 인사과 사무실로 출근시키며 사표를 강요했고, 밤마다 같은 부서 선배들이 기숙사로 찾아와 제발 사표를 써달라며 돌아가며 사정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버티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사표를 냈습니다. 제 삶의 첫 번째 사표였습니다.

인사과장은 그날로 저를 삼성전자의 협력업체 한 군데로 데려가 취업을 시켜주었습니다. 사표 강요가 문제가 될까 봐 입막음용으로 자리를 구해준 것이었죠. 하지만 반나절 만에 그곳은 제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 회사 사장에게는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하고 바로 나왔습니다. 그 후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은 6개월의 학업을 마쳤고, 졸업 후 군대에 갔습니다.

두 번째 직장 : 1990년대에 주5일제를 도입한 회사를 내 발로 그만 두다

제대 후 취직한 곳은 모토로라코리아였습니다. 이곳은 팹에서 만든 웨이퍼를 가공하고 포장하는 패키징 회사였는데, 1990년대 초 국내 기업 중 5일제를 시행하는 몇 안 되는 신의 직장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동료들도 여유가 넘쳤고 서로에게 다정다감했습니다. 제 삶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사표를 낼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모토로라코리아처럼 패키징을 주로 하던 아남산업이 웨이퍼 팹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당시 생활도 만족스러웠지만, 웨이퍼 팹과 패키징은 그 규모부터가 달랐습니다. 아직 젊어서였는지, 조금 더 크고 최신 기술이 적용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봤는데 곧바로 입사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사표를 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점심시간, 회사가 중대 발표를 한다며 팀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서울 광장동에 있던 공장을 경기도 파주로 이전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파주로 같이 갈 수 없어 사표를 내는 이들에게 퇴직금 외에 별도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발표 네 시간 전에 미리 사표를 낸 저는 어떻게 됐을까요? 다행히 인사팀에서는 발표 당일에 낸 사표부터 유효하다고 인정해주었고, 저는 뜻밖의 위로금까지 챙겨 회사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모토로라코리아에 대한 기억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세 번째 직장 : <오마이뉴스> 때문에 잘리다

아남반도체에 입사 후 제 손으로 첫 장비를 설치하고 기념으로 클린룸 안에서 방진복을 입고 찍은 사진입니다.이봉렬

아남산업에 합류했을 때는 이제 막 팹을 짓기 시작하던 단계였습니다. 여러 회사에서 스카우트된 경력직들이 각자의 능력치를 풀가동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저는 전공인 기계 설계를 살려 팹 내부 장비 레이아웃을 그렸습니다. 지금도 팹 전체의 구조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건 그때의 경험 덕분입니다. 이후 펌프나 스크러버 등 보조 장비를 담당하다가, 팹 완공 후에는 반도체 8대 공정 중 하나인 금속 배선팀에 속해 일했습니다.

3년도 채 못 채우고 떠났던 이전 회사들과 달리, 아남산업에서는 회사 이름이 동부아남반도체를 거쳐 DB하이텍으로 바뀔 때까지 9년 넘게 일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제가 쓴 <오마이뉴스> 기사가 발단이 되었습니다. 부실한 민방위 교육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는데, 이를 본 소방방재청에서 회사에 항의 전화를 한 것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쓰는 시민기자일 때는 방송 출연 요청이 오면 카메라를 들고 클린룸까지 들어가게 해주며 지원하던 회사가, 그날 이후로는 제가 쓰는 기사에 트집 잡으며 저를 불온한 인물로 몰아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DB하이텍 최초의 노조 결성에 제가 관여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자, 감당하기 힘든 업무를 맡기며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6개월을 버텼지만, 저 하나 때문에 조직까지 바꾸는 것을 보고 결국 근속 10년을 석 달 앞두고 세 번째 사표를 냈습니다.

DB하이텍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게 만든 오마이뉴스 기사. 하지만 싱가포르에 와서도 기사는 계속 썼습니다.오마이뉴스

네 번째 직장 : 싱가포르의 반도체 장비 회사, 한국인 사장에게 월급도 못 받고 그만두다

삼성전자와 DB하이텍에서 사표를 강요받은 저를 받아줄 국내 반도체 회사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결국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다행히 먼저 싱가포르로 건너가 자리를 잡은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의 소개로 싱가포르의 한 반도체 소부장 업체에 취업했습니다. 반도체 장비와 부품을 중개하고 셋업까지 담당하는 제법 규모 있는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사장이 문제였습니다. 사업이 잘될 때는 싱가포르에서 축구단을 인수하고 연예인과 싱가포르 국가대표팀을 후원할 정도로 기세등등했지만, 방만한 운영 끝에 회사가 급격히 기울었습니다. 협력업체 대금을 제때 주지 못해 수많은 소송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8년 정도 몸담았던 그곳에 네 번째 사표를 던졌습니다.

다섯 번째 직장 : 드디어 내 회사를 차렸으나, 친구에게 뒤통수를 맞다

퇴사 후 제 이름을 건 개인 회사를 차렸습니다. 싱가포르는 창업 절차가 까다롭지 않았고, 선후배들이 도와준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3년 정도 사업을 이어가며 수익도 꽤 좋았습니다.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 첫째 대학 등록금과 둘째 고등학교 학비를 모두 해결했을 정도니까요.

그러다 삼성전자 시절 함께 일했던 동기에게 뼈아픈 사기를 당했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해외를 떠돌던 옛 동기에게 프랑스에 있는 반도체 팹 관련 업무를 맡겼는데, 3개월 뒤 그는 제게 거짓말을 하고 그 업체와 직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사업 아이템을 뺏긴 것보다 20년 지기 친구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사실이 지금도 마음에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여섯 번째 직장 : 반도체에 대해 이야기 하지 말라기에 사표를 내다

상심해 있을 때, 싱가포르 STM에서 팀장으로 일하던 친구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험한 사업 그만두고 우리랑 같이 일하자고요. DB하이텍 시절부터 알고 지낸 그 친구는 제가 사업가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했답니다. 고민은 딱 3초면 충분했습니다. 회사를 정리하고 입사한 STM은 유럽계 기업으로, 세계 10대 시스템 반도체 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다시 시작한 직장 생활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일을 반복해야 했지만, 적어도 월급은 제날짜에 꼬박꼬박 들어왔으니까요. 사업할 때의 불안함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한국인 동료들과 의지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덧 입사 10년을 채웠고, 제 인생에서 가장 오래 다닌 회사가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다닌 회사를 되돌아보면 삼성전자는 설계와 생산을 다 하는 메모리 종합반도체(IDM), 모토로라는 반도체 웨이퍼를 테스트하고 조립하는 후고정(OSAT), DB하이텍은 팹리스로부터 주문받은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 그리고 STM은 시스템반도체 회사입니다. 거기에 반도체 소부장 회사도 다녔고, 개인 사업도 해 봤으니, 팹리스 정도를 제외하고 큰 틀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본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특정 분야를 깊게는 모르지만 반도체 관련해서 얕지만 넓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걸로 반도체 특별과외 기사도 쓰고, 가끔 강연도 할 수 있었죠.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직원을 회사는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이봉렬

그런데 얼마 전 다섯 번째 사표를 낼 일이 생겼습니다. 사실 전조는 3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어느 날 오마이뉴스에 반도체 관련 글을 쓰며 STM 직원임을 밝힌 게 화근이 되어 인사팀에서 호출이 왔습니다. 회사 측은 제 활동을 예의주시해 왔으나 간섭하지 않았는데, 제가 소속을 밝히는 순간 제 글이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며 다시는 소속을 밝히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했습니다. 어길 시 해고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요.

그 서약서를 쓴 후로도 반도체 관련 기사를 계속 썼지만 한 번도 STM 직원이라는 걸 밝히진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 초, 인사팀에서 갑자기 절 부르더니 제가 쓴 글 몇 개를 보여줬습니다. 반도체 팹이 호남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쓴 글이었습니다. 인사팀에서는 제가 그런 글을 쓴 이유를 물었고, 전 그런 글을 쓰면 안 되는 이유를 되물었습니다. 인사팀은 앞으로 그런 글을 쓰지 말라고 요구했고, 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인사팀은 결국 절 부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STM의 한국의 고객사에서 제가 쓴 글을 이유로 항의를 해왔다는 겁니다(인사팀에서는 회사 이름을 이야기했지만, 여기서는 굳이 밝히진 않겠습니다). STM 직원이라는 걸 밝히지 않고 글을 썼지만, 그 반도체 회사는 제가 STM직원이라는 걸 알고, 그런 글을 쓰지 못하도록 제가 아닌 회사에 압력을 가한 것입니다. 그날의 면담 이후 전 해당 회사와 반도체 관련한 글을 일부러 더 많이 쏟아냈습니다. 그 정도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거였죠.

사실 이렇게 강하게 나갈 수 있었던 건 진작부터 은퇴를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에 한국에 살 집도 계약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따뜻한 봄이 오면 사표를 내고 싱가포르 생활을 정리한 후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이런 일이 터지니 오기가 생겨 오히려 퇴사를 미뤘습니다. 이런 류의 압박에 못 이겨 나가는 모양새도 싫었고, 차라리 해고를 당한다면 제 삶에 더 강렬한 서사가 생길 거란 생각에 버텼습니다.

그리고 3월에 휴가를 내고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퇴사 전이었지만 이사를 감행했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면 해고 통지서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확신했거든요. 하지만 다시 만난 인사팀장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법률 검토 결과 그 정도로는 해고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회사를 봐서라도 그런 글을 쓰는 걸 멈춰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저는 앞으로 더 열심히 쓸 예정이고, 곧 관련해서 책도 나올 것이라고 답하며 그 자리에서 사표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어차피 계획했던 일이었고, 10년 넘게 다닌 회사에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러자 인사팀장의 얼굴이 확 피더군요. 업무 인수인계 때문에 두 달은 더 일해야 하는 규정도 무시하고 당장 그만두게 해주겠답니다. 하지만 제가 속한 팀에서 인수인계를 위해 최소한 2주는 필요하다고 해서 3월 말까지 일하는 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동료들이 축하연을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이주노동자 생활을 하다가 은퇴하고 고향에 돌아가는 건 모두의 소망이니까요.

STM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겠다고 했더니, 딸들이 집에 이런 걸 붙여 놓고 상패까지 만들어 주며 축하해 줬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앞으로 잘 살겠습니다.이봉렬

1988년에 시작된 저의 반도체 대장정은 이렇게 2026년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다섯 번의 사표 중 세 번이 권고사직이라니, 그것도 모두 제가 쓴 글 때문이라니 참으로 굴곡진 인생입니다. 이제 국내외를 막론하고 저를 받아줄 반도체 회사는 없겠지만, 저 역시 미련은 없습니다. 아이들도 독립했으니 큰 짐도 내려놓았습니다. 살다 보면 또 살아지는 게 인생이기에, 이제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글을 썼다는 이유로 잘렸으니, 억울해서라도 앞으로 더 치열하게 써볼 생각도 있습니다.

되돌아보니 그다지 화려하진 않았어도, 크게 부끄러울 것 없는 반도체 노동자의 삶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습니다. 오늘 이후 혹시라도 어딘가에서 한가로이 어슬렁거리는 저를 마주친다면, 고생 많았다고 토닥토닥 한번 해줄 수 있죠? 전 그거면 됩니다.

#이봉렬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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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르무즈 한국 화물선, 독자 행동하다 공격당한 것”

입력 2026.05.06 07: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말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한국 화물선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단독으로 움직이다가 이란의 공격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43%의 석유를 조달한다고 하다가 “그런데 그들의 선박이 공격당했다. 그들은 선박의 대열에 없었고 혼자 행동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리고 그들의 선박은 어제 박살이 났다. 하지만 미국이 보호하던 선박들은 공격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있던 한국 화물선 HMM 나무호가 단독으로 움직이다가 이란의 공격에 노출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나무호에서 발생한 폭발·화재의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부터 이란의 공격에 따른 사건으로 규정하며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경색 해소 기여를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은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과 관련한 선박 이동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화물선 등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며 “한국도 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같은 날 ABC방송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그건 혼자 운항하던 한국 선박이었다”며 “한국 선박을 겨냥해 다수 발포가 이뤄졌고 한국이 어떤 식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미국은 4일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상선들의 탈출을 돕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시작했다. 당일 미군은 이란이 미사일·고속정 등을 동원해 상선들을 향해 공격해 이를 격퇴했다고 밝혀 휴전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란은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을 상대로 공격을 재개했다.

배시은 기자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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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화물선 공격 당한 한국, 이제 작전 참여할 때” 압박

김원철기자

  • 수정 2026-05-05 09:24

4일(현지시각) 키프로스 니코시아에서 촬영된 사진 일러스트로, 한 사람이 선박 추적 웹사이트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이동 상황이 표시된 대형 화면 앞에 서 있다. 니코시아/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해상 공격을 이유로 한국의 군사 작전 참여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호르무즈해협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프리덤’과 관련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해 관련 없는 국가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이 이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프리덤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수개월째 발이 묶인 각국 선박들을 미 해군이 호위·안내하는 작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발표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움알쿠와인항 인근에 정박 중이던 한국 선박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일어났다. 선원 24명(한국인 6명, 외국인 18명) 전원 안전이 확인됐으나, 한국 정부는 고의적 공격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항구의 석유 시설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또 이란은 접근하는 미 군함을 향해 경고 사격을 가했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이란의 소형 고속정 7척을 격파했다고 강조하며, 현재 해협 상황을 미군이 통제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다만 한국 선박에서 발생한 피해를 제외하면 추가적인 큰 피해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앞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선박을 공격하면 이란을 지구상에서 날려버리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나온 것으로,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동시에 동맹국의 참여를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무기와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상황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이란은 “해협에 진입하는 외국 군대는 공격 대상”이라고 경고했고, 실제로 무력 충돌에 준하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상선 보호 작전을 진행하며 미국 국적 상선 2척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지만,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를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는 등 양쪽 주장도 엇갈리고 있다.

외교적 해법은 여전히 교착 상태다. 이란이 최근 14개 항목의 평화안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수용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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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연고 '내고향여자축구단', 8년만에 한국 온다

평양 연고 '내고향여자축구단', 8년만에 한국 온다

17일 인천 입국·20일 수원에서 AFC 클럽대항전 준결승 경기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5.04 12:55
  •  
  •  수정 2026.05.04 13:08
  •  
  •  댓글 1
 
 
지난 '2025 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3:0으로 완파하고 대회 2연패를 기뻐하는 북한 선수들. [사진-FIFA 홈페이지]
지난 '2025 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3:0으로 완파하고 대회 2연패를 기뻐하는 북한 선수들. [사진-FIFA 홈페이지]

평양을 연고로 하는 북측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오는 5월 17일(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수원에서 경기를 펼친다. 8년만이다.

각국 리그 우승팀이 참가해 아시아 최강 클럽을 가리는 여자클럽 대항전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주최 '여자 챔피언스리그'(AFC Women's Champions League(AWCL) Final 2026' 준결승, 결승 경기에 참가하기 위한 목적이다.

4일 통일부에 따르면, 내고향여자축구단은 AFC에 예비선수 4명을 포함해 선수 27명과 스텝 12명 등 총 39명의 명단을 통보했으며, 대한축구협회는 AFC로부터 5월 1일 저녁 이메일로 명단을 전달받았다.

최종 명단은 17일 확정된다. 고위급 인사는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17일 베이징에서 에어차이나편으로 출발해 오후 2시 1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수원으로 이동하며, AFC 숙소 규정에 따라 준결승 경기를 하는 '수원FC 위민'팀과 '노보텔 엠베서더 수원' 호텔에 함께 묵는다.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한 차례 공식훈련이 예정돼 있으며,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팀과 준결승전을 벌인다.

같은 날 앞서 오후 2시 '멜버른시티 FC'와 '도쿄 베르디 벨레자'간 준결승전 제1경기가 벌어지며, 준결승전 우승팀들은 오는 23일(토) 오후 2시 수원종합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결승전까지 오를 경우 24일 귀환하고, 준결승전에서 수원FC위민'팀에 패할 경우 당일 귀환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FC는 준결승 경기 전날인 19일 4팀 감독과 선수 1명이 참가하는 프레스데이가 잠정 결정되었다고 알렸으나 아직 시간은 확정되지 않았다.

막판까지 선수단 명단을 통보하지 않은 북측은 지난 4월 28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AFC 총회에서 셰이크 살만 AFC회장이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따로 만나 협의했으며, 4월 29일 FIFA 총회가 이어져 이때 북의 최종 경기 참가 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내고향' 브랜드의 소비재 생산 기업인 '내고향'의 후원을 받는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21-2022 시즌 당시 북한 1부 리그에서 우승하면서 4.25체육단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선수단 상당수가 최근 연령별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국가대표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AWCL 2025-2026 조별예선에서는 수원FC위민(한국)와 ISPE WFC(미얀마)를 3:0으로 이기고 도쿄 베르디벨레자(일본)에게는 0:4로 패한 전적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리유일 전 북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휘하고 있다.

국가대항전이 아닌 클럽대항전이기 때문에 경기에서는 공식적으로 국가를 틀지 않고 국기 대신 클럽기를 사용한다.

우리 응원단의 경우 '공화국기' 사용은 법령에 따라 불허되며, '단일기'(한반도기) 사용도 반입금지 대상이 된다. 지난 3월 호주에서 열린 여자축구대회에서 AFC는 경기장내에서 정치적·종교적 표현을 금지하는 규정을 근거로 호주축구협회측에 '단일기' 반입을 금지한 바 있다.

경기는 쿠팡플레이에서 중계한다.

통일부는 "북측은 여자 축구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국제대회 준결승에 참가한 것으로 본다"며,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기대했다.

경기가 열리는 수원종합운동장은 1만 2천석 규모이지만 수원FC측은 축구전용구장이 아니기 때문에 약 7천명 규모로 예매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한국을 방문해 체육교류를 한 일은 여자축구팀의 경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이며, 전체 종목으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그해 9월 창원 세계사격선수권대회, 그해 10월 춘천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 그랜드파이널스대회 이후 8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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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인들이 서부 개척기 들소를 대량학살한 까닭은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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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05.04 21:00

  • 수정 2026.05.0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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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안보부장관직에서 쫓겨난 노엄의 광고

‘서부 개척’은 백인들의 선주민 식민지배 과정

440만~800만이던 인디언 20만~30만으로

3000만~6000만이던 들소, 456마리만 생존

선주민의 경제 젖줄 말리기 위해 들소 학살

버팔로 사냥하던 루스벨트, 들소 보호자 변신

인종차별주의자 루스벨트의 한국과의 악연

‘인종전시’까지 한 백인들의 비백인 차별 여전?

질주하는 들소들을 배경으로 흰 말을 타고 달려가는 노음 크리스티 전 국토안보부장관. 광고 동영상 갭처

갈색 말을 탄 카우보이 차림의 여인이 광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향해 자신만만하게 얘기한다.

“내가 왜 이런 광활한 공간(wide open space)을 사랑하느냐고? 우리 선조들이 왜 여기로 왔는지를 생각하게 해 주기 때문이지. 이 아름다움 때문만이 아니라 미국만이 줄 수 있는 자유를 위해. 나는 크리스티 노엄입니다.”

지난 3월 5일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국토안보부 장관자리에서 쫓겨난 그 크리스티 노엄(55)이다.

국토안보부장관직에서 쫓겨난 노엄의 광고

그녀 배후에는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미국역사 영웅들의 거대한 얼굴조각들이 새겨진 러시모어 바위산이 보인다. 그곳이 노엄이 2019년부터 트럼프 정권에 들어간 2025년까지 그녀 자신이 주지사로 있던 미국 중서부 사우스 다코타 주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장면이 바뀌면서 이번에는 다른 차림새로 백마를 탄 노엄이 앞쪽에서 달려가고 있고, 그 뒤에는 수많은 바이슨(baison 아메리카 들소. 미국에서는 버팔로(buffalo)라 불린다. 둘은 생김새가 비슷한 소과 동물이지만 조금 다르다) 무리가 초원을 떼재어 한 방향으로 질주하고 하고 있다.

 

제퍼슨, 루스벨트 등의 거대 얼굴조각이 새겨진 러시모어산을 배경으로 말을 타고 가는 노엄 크리스티. 광고 동영상 캡처

노엄은 미국이 자유를 찾는 사람들의 고향이 되겠지만, 자신은 ‘불법 이민’을 단속할 것이라며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미국 시민을 다치게 한 자는 응징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 1분짜리 동영상 광고 때문에 노엄은 쫓겨났다. 역설적이게도 응징을 당한 자는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의 경질 이유로 지난 1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이민단속 요원들의 무리한 불법 이민자 단속 중에 시민 2명이 잇따라 단속요원 총에 맞아 사망한 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오히려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된 사실이 거론됐다. 2월 말 미국의 이란 침공 뒤 원유공급 차질 등으로 가솔린값이 오르고 인플레가 더욱 악화되면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지고 있던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는 트럼프는 자신이 총애해 마지 않던 노엄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 며칠 뒤인 10일에는 백악관이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향해 중간선거 악재가 될 수 있는 이민자 대량 추방(mass deportation) 강행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처럼 국토안보부가 주도한 이민단속 정책에 대한 이미지 악화가 노엄 경질의 한 가지 이유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더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노엄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제작한 그 광고 동영상이었다. 그녀는 거기에 2억 2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정부자금을 가져다 썼고, 그것이 문제가 돼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갔다. 트럼프의 승인을 받았느냐는 의원들 추궁에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자기 광고를 불법이민 단속의 정당성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해 트럼프의 점수까지 따려 했다가 역풍과 함께 그러잖아도 떨어지는 지지율에 예민해진 트럼프의 역정까지 사 잘린 것이다.

‘서부 개척’은 백인들의 선주민 식민지배 과정

동영상에서 “서부를 개척한 카우보이들”을 “정당한 방법으로” 미국에 온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추구한 것은 ‘자유’였다고 주장한 노엄의 그 ‘자유’는 19세기에 새로 미국땅으로 편입한 ‘서부’로 몰려 간 백인 식민자들의 자유였다.

자유노동 이데올로기를 앞세우며 남부의 노예제를 반대하는 정당으로 1854년에 창당한 공화당은 1860년 대통령선거에서 링컨 정권을 창출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시작된 남북전쟁 때 경작자들에게 공유지를 무상 불하한 홈스테드법(Homestead Act. 1862년. 자영농지법으로도 불린다)을 제정해 연방정부가 입식자들(‘서부 개척’에 나선 백인 식민자들)에게 노엄이 얘기한 “광활한 공간”을 (각자가 가질 수 있을 만큼) 자기 땅으로 삼아도 좋다고 사실상 인정해 준 결과, 계속 확장되던 철도망(1865년에 최초로 대륙횡단철도 개통)까지 가세해 동부의 거대한 인파가 서부로 밀려 들어갔다.

하지만 서부는 빈 땅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많은 선주민들(아메리카 인디언)이 살고 있었다. 백인들은 남북전쟁을 통해 남부의 흑인 노예들을 ‘해방’시키면서 같은 시기에 서부 선주민들로부터 광대한 땅을 빼앗았다. 선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지정한 ‘보호구역’(Indian Reservation) 안에 그들을 가둬 넣고는, 무력으로 그들을 ‘토벌’해 궤멸적인 타격을 가했다. 백인들의 ‘서부 개척’은 실은 선주민들의 땅을 빼앗아 식민지로 만든 것이었고, 홈스테드법은 그들 백인 식민지 정착민(입식자)들의 토지 탈취를 합법화한 것이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나 요르단강 서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대인들의 선주민 땅 빼앗기와 입식이 이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아메리카 들소 바이슨. 미국인들은 버팔로라고 부른다. BBC

440만~800만이던 선주민 20만~30만으로

미국역사의 영웅,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 백인 지배계급 영웅들의 거대 두상이 새겨진 러시모어산을 포함한 ‘블랙힐즈’도 원래 그 일대에 살았던 선주민 라코타 수우족의 성지였던 ‘파하사파’(Paha Sapa 검은 언덕)였다. 백인정부는 1868년에 그 일대를 선주민의 영토로 지정하는 내용의 조약을 체결하고 그들을 그나마 그 한정된 지역에 가둬 ‘보호’하는 듯했으나, 6년 뒤인 1874년에 그 주변에서 금광이 발견되고 채굴자들이 몰려들자 1876년에 조약을 일방적으로 폐기하고는 전쟁을 벌여 그 땅을 모조리 빼앗았다.

노엄이 동영상에서 얘기한 그의 선조들의 ‘정당한 이민’의 실상이 그런 것이었다.

그 토지 강탈이 불법이었다는 것은 100년이 지난 1980년에야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선주민들에겐 이미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백년이었다.

유럽 백인들이 밀려들어오기 전의 아메리카 선주민 수는 440만~800만 쯤으로 추산됐으나 19세기 말, 20세기 초에는 20만~30만으로 줄었다. 최근까지 그들의 수는 다시 예전 수준을 회복해 가고 있지만, 그들의 잔혹한 수난사는 잊혀졌다.

노엄이 자랑스레 얘기한 “광활한 공간”은 청정한 빈 땅이 아니라 그들의 선조가 선주민들로부터 약탈한 피눈물로 얼룩진 땅이었다.

 

산처럼 쌓아 올린 무수한 들소들의 뼈. 디트로이트 공공도서관 임병선

3000만~6000만이던 들소들은 456마리만 생존

백인들의 그 식민지 약탈과정에서 죽임을 당한 것은 선주민들만이 아니었다. 선주민들의 삶을 지탱하게 해 준 기둥 가운데 하나였던 바이슨(미국인들은 ‘버팔로’로 지칭)도 대량 살해당해 거의 멸종 직전까지 갔다.

“선주민들의 (백인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높여 토지 양도에 응하도록 만들기 위해 합중국(백인 정부)은 정책적으로 평원 민족(대평원의 선주민들)의 기본적인 경제기반인 버팔로를 절멸시키도록 군에 지시했다.”(대니얼 임머바르 <제국 숨기기 How to Hide an Empire>, <미국, 제국의 연대기> 글항아리)

 

아메리카 들소 대량학살을 다룬 BBC 다큐멘터리가 인용한. 위의 사진 중 아래 부분.. BBC

선주민의 경제 젖줄 말리기 위해 들소 학살

1880년대까지 그레이트 플레인(대평원)의 들소들은 거의 절멸당했다. 백인들은 선주민 학살과 함께 선주민의 경제적 젖줄이던 들소들을 절멸시킴으로써 선주민들의 투항을 유도하려 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선주민들은 연간 10만 마리 미만의 개체만을 사냥해 들소의 수를 1800년대 초반까지 3000만~6000만 마리로 유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1889년 1월 1일 현재 미국에는 순종 들소가 고작 456마리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중 256마리는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한 줌밖에 안 되는 보호구역 안에 갇힌 상태로 생존했다.(BBC. 2024.12.4. ‘산더미처럼 쌓은 들소 해골들, 더 무섭고 소름끼치는 이유’ 임병선)

노엄이 만든 동영상에 배경으로 비친 들소들은 그러나 AI로 만든 가짜영상이 아니다. 1890년대에 조직적인 들소 보호운동이 시작됐고, 그 덕에 상당수가 복원됐기 때문이다.

들소 보호운동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가 뉴욕에서 1899년에 문을 연 브롱크스 동물원이었다. 거기에서 번식된 들소들 중 14마리가 1913년에 블랙힐즈 남쪽에 있는 윈드케이브 국립공원까지 철도로 실려가 증식됐다.

버팔로 사냥하던 루스벨트, 들소 보호자로 변신

서부 ‘개척’시대 이후 자연보호와 야생동물 보호운동, 국립공원 설치를 추진한 대표적인 인물 중의 한 사람이 시어도어 루스벨트다. 1901~1909년 대통령(제26대)직에 있던 루스벨트는 트럼프의 ‘돈로주의’보다 100년도 더 전에 제국주의적인 ‘먼로 독트린’을 다시 제창했다.

1858년 뉴욕의 부잣집에서 태어난 그는 20대 후반에 다코다에서 들소 사냥과 목장경영을 하면서 열정적인 ‘개척자적 삶’을 보냈다. 말하자면 그는 맥인들의 서부 ‘개척’시대의 선주민 배제와 들소 절멸정책의 마지막 연대에 가담하면서 자신이 파멸로 몰아간 대상을 애처롭게 여기는 도착적인 수호자와 같은 얼굴을 하고 브롱크스 동물원과 아메리카바이슨협회 설립에 깊이 관여했던 것이다.

그 무렵 국내 정복, 곧 내부 식민지 개척만으로는 부족했던지 루스벨트는 1898년에 미국-스페인 전쟁이 발발하자 해군 차관직을 내던지고 육군 지원병이 돼 선주민과의 전쟁 경험자들과 함께 ‘러프 리이더스’(Rough Riders)라는 의용군 기병대를 창설하고 스페인을 상대로 쿠바 정복 전쟁에 참전했다. 1901년에 대통령이 된 뒤에는 강력한 해군력을 토대로 카리브해 주변에서 강압적인 제국주의 ‘곤봉 외교’(Big Stick Diplomacy)를 펼치는 한편, 태평양 쪽에서는 열강들에 잠식당하고 있던 중국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문호개방’정책을 추진했다.

인종차별주의자 루스벨트의 한국과의 악연

그때 루스벨트는 일본을 아시아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이용하려 했다.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데에는 루스벨트의 그 전략이 크게 기여했다. 1904년 러일전쟁 때 루스벨트는 일본의 전쟁비용을 대는 재정 지원에 적극적이었다. 영국과 함께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도록 하는 데 기여한 그는 1905년 러-일 포츠머스 강화조약을 중개하면서 일본에게 유리하게 체결되도록 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그해 7월 루스벨트의 밀명을 받은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가 일본총리 가쓰라 다로를 만나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지배를 보장하는 대신 조선에 대한 일본의 지배를 보장해 준 것이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였던 루스벨트는 백인 외의 인종들을 경멸했으나 일본을 이용하기 위해 일본인들을 ‘준백인’ 대우를 해 주면서 조선인들을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아 마땅한 미개인 취급을 했다.(<시어도어 루스벨트와 한국> 나가타 아키후미)

이후 미국은 줄곧 일본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일본의 독점적인 중국침략이 노골화한 뒤 적대적 관계로 돌아섰고,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으로 대일 전쟁에 돌입했다. 일본 패전 뒤 미국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을 분단해 소련과 분할통치했다. 분단과 전쟁, 1천만 이산가족 등 한국현대사의 질곡이 거기서 비롯됐다는 것을 사람들은 잊고 있다.

‘인종전시’까지 한 백인들의 비백인 차별 여전?

브롱크스 동물원과 아메리카바이슨협회 설립에 관여한 또 다른 주요 인물 중에 매디슨 그랜트가 있다. <위대한 인종의 소멸>(1916)을 쓴 매디슨 그랜트는 당시 동유럽과 남유럽에서 새로운 이민물결이 미국으로 밀려들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인 이민도 늘어나자 ‘이민의 위협’을 선동하고 다른 인종과의 혼혈을 부정하면서 “위대한 인종”인 “북방인종”의 소멸을 걱정한 인종주의자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랜트의 우생학적인 주장은 결국 1924년의 이민법(1890년 인구 조사를 기준으로 미국의 국가별 이민 쿼터를 2% 이내로 제한해 동·남유럽 및 아시아 이민을 차별·배척한 법)으로 이어졌다.

이 또한 트럼프의 ‘돈로주의’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몽골계 선주민과 히스패닉 등 남방계 인종의 미국 이민에 거부감을 지닌 트럼프 정권의 전 국토안보부장관 노엄도 노르웨이계의 이른바 ‘북방인종’이다.

1906년 브롱크스 동물원에 '전시'된 오타 벵가. 위키피디아

2020년 5월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래퍼 조지 플로이드가 경관들 손에 살해당한 뒤 인종차별반대 시위가 미국과 세계로 확산되자 브롱크스 동물원은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반성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첫째 1906년 9월의 며칠 동안 아프리카 콩고 출신의 피그미족 오타 벵가라는 남성을 원숭이 우리 속에 넣어 오랑우탄과 나란히 ‘전시’한 것을 사죄했다. 그리고 우생학에 토대를 둔 그랜트의 사이비과학적인 인종주의에 대해서도 사죄하고 그것을 비난했다.

오타 벵가는 루이지애나 매입 100년을 기념한 1904년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 때 처음으로 전시됐고, 그때의 대규모 ‘인간전시’에는 아메리카 선주민과 미국의 식민지가 된 필리핀 사람과 아이누족 사람들도 ‘전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SNS에 올린,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원숭이로 묘사한 게시물.

미국은 그런 점에서 아직도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를 원숭이로 묘사한 인종차별적인 클립이 포함된 게시물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비난이 일자 삭제했다.

러시모어산에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백인들의 영웅을 새겨넣은 덴마크계의 가트슨 보그람 역시 노엄과 같은 ‘북방인종’으로, 그들 인종의 우월성을 맹신하며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집단 KKK에도 관여한 인물이다.

이 글은 일본의 진보적 월간지 <세카이(세계)> 5월호에 실린 모치즈키 히로키의 연재물 ‘아시아와 아메리카 사이’ 제16편을 토대로 해서 쓴 글이다. 작가이자 NPO법인 ‘난민지원협회’가 운영하는 웹매거진 ‘닛뽄 복잡기행’ 편집장인 모치즈키는 2024년부터 뉴욕 시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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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호르무즈, 우리 국민 인명 피해는 없는 걸로 파악"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6.05.04. 22:26:56 최종수정 2026.05.05. 06:02:34

미국의 호르무즈 민간 선박 지원 작전이 진행중인 가운데, 4일 한국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당했다는 정보와 관련해 외교부가 "우리 선박 피격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40분경(한국시간) 호르무즈 해협 내측 아랍에미리트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우리 선사 운용 선박 1척(HMM NAMU, 파나마 국적)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외교부는 "해당 선박에는 우리 국적 선원 6명 및 외국 국적 선원 18명이 탑승 중이었으며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폭발 및 화재 발생 원인과 구체 피해 현황 등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금번 사안에 대해 관련국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호르무즈 해협 내측의 우리 선박·선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에 따르면 해당 선박에는 한국인 6명과 외국인 18명 등 총 24명이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한국 승선원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선박의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가 협조해 피해 상황과 원인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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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개악 반대! 다카이치 퇴진!” 집회에 일본 국민 5만 명 참가

 

3일 도쿄에서 열린 2026헌법대집회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5/0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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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헌법기념일인 3일, 일본 국민 5만 명(주최 측 추산)이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에 저항하는 집회에 참여했다. 해당 집회는 일본에서 열린 평화헌법 개정 반대 집회 중에선 역대 최대 규모다.

 

이날 오전 11시 도쿄 린카이광역방재공원에서 ‘연결하자 헌법을 살려서 평화로운 세계를! 2026헌법대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모임인 ‘평화와 목숨과 인권을! 5.3헌법실행위원회’가 주최했으며 남녀노소 일본 국민이 참여했다.

 

▲ 2026헌법대집회의 한 장면.  © 일본공산당

 

일본공산당, 사회민주당, 레이와신센구미 등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야당도 집회에 함께했다. 제1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은 주최 측을 통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현행 일본 헌법은 9조에 군대 보유 금지, 전쟁 금지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평화헌법’이라고 부른다. 지난 10월 집권한 다카이치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 등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려는 군국주의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이에 주최 측은 두 달 전인 3월 1일부터 해당 집회를 연다고 미리 공지하며 자국민에게 집결하자고 호소해 왔다.

 

주최 측은 이번 집회 기조로 ▲개헌안 발의를 용납하지 않으며 헌법을 살려 평화·목숨·생활·인권을 지킬 것 ▲미국·이스라엘의 무력 공격을 용납하지 않으며 일본 정부에 헌법 9조를 살리는 평화 외교를 촉구할 것 ▲대만 유사시를 선동하고 미일 양국의 군사 일체화를 용납하지 않고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미사일 기지 배치 철회를 촉구할 것 ▲오키나와 헤노코 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불평등한 미일 지위협정을 근본적으로 개정할 것 ▲자민당 중심의 금권 부패 정치를 구조적으로 전환할 것 등을 강조했다.

 

“주권자는 우리들!”

“현법개악 절대반대!”

“헌법 지켜라!”

“퇴진! 퇴진! 다카이치 정권!”

 

참가자들이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아키야마 마사오미 헌법공동센터 공동대표는 주최 측을 대표해 한 인사말에서 “평화헌법의 위기를 맨피부로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정치 환경이 존재하고 있다”라면서 내년 봄 자민당 당대회 시점에 평화헌법 개정을 암시한 다카이치 총리를 겨눴다.

 

그러면서 “헌법대집회를 (연대를 위한) 연결점으로 삼아 헌법을 살려 평화·목숨·생활·인권을 지켜 나가자”, “지금까지 개헌을 용납하지 않은 건 시민운동이 있기 때문이었다. 풀뿌리(시민)가 목소리를 크게 높여 가자. 9조 개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한 점”에 모으자고 호소했다.

 

일본펜클럽 회장을 역임한 작가 요시오카 시노부 씨는 다카이치 정권이 스파이방지법과 국기손괴죄 등 일본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면서 “강한 나라”를 지향하겠다고 주장하는데 “(그) 도착지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공산당의 다무라 도모코 위원장은 “(일본) 국회는 개헌파가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한다”라고 현 상황을 냉정히 진단하면서도 이번 집회의 의미에 관해 “‘9조를 지켜라’라는 국민을 다수파로 만드는 시작점”이 되리라고 소망했다.

 

다무라 위원장은 기자단 질의에선 “지난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지지한 사람 중에서도 개헌에 백지위임한 건 아니라는 마음”이 있다며 “‘전쟁은 싫다’라는 목소리를 일치점으로 삼아 여론을 넓혀 다카이치 정권을 퇴진시킬 힘으로 삼고 싶다”, “국민 안에서 벌어지는 투쟁이 앞으로의 정치를 결정해 간다”라고 강조했다.

 

▲ 다무라 도모코 일본공산당 위원장.  © 다무라 도모코 페이스북

 

사회민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당수는 “(2차 세계대전) 전후 일본이 전쟁할 수 없었던 건 (평화헌법) 9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9조가 전쟁을 멈추고 있다”라며 “절대로 바꿔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가한 남성은 아사히신문의 질의에 “지금 현행 헌법에 뭔가 나쁜 내용이 있나? 정말 모르겠다. 어디에 나쁜 내용이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거꾸로 헌법을 개정하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 국민주권 등이 제한된다”라며 “(다카이치 정권이) 전쟁을 하고 싶으니까 헌법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정권이 전시 상황을 명분으로 “(일본) 국민을 고문하고 싶어 하니까, (일제강점기 당시 치안을 이유로 사상을 탄압한) 치안유지법 시대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헌법을 개정하려 하는 게 분명하게, 투명하게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헌법개악 절대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근처를 행진했다.

 

지난해 같은 날 열린 집회 참가 인원은 주최 측 추산 3만 8천 명이었다. 올해 집회에는 1만 2천 명이 더 늘어나 개헌 반대 동력이 상승 추세임이 확인됐다.

 

현재 일본에는 지난 2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한 뒤, 다카이치 정권에 정면으로 맞설 구심점이 될 정당·단체가 딱히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올해 헌법기념일에 도쿄 한복판에 평화헌법 개헌 반대를 강조한 최대 규모 인파가 모인 것이라 의미가 있어 보인다.

 

헌법기념일을 맞아 같은 날 오사카에서는 주최 측 추산 4,500명이 참가한 개헌 반대 집회가 열렸다. 그 밖에도 일본 각지에서 집회가 진행됐다.

 

평일과 토요일에는 이전부터 일본 국회의사당과 역 앞 등 곳곳에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평화번법 개헌 반대” 등을 주제로 발언하고 노래하는 문화제 형식의 집회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개헌 반대”, “다카이치 퇴진”을 강조하는 일본 시민사회 처지에선 흩어진 개헌 반대 동력을 하나로 아울러 총결집시켜야 할 과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올해 4월 8일 진행된 '평화헌법 지켜라!'를 기조로 일본 전국 165곳에서 진행된 집회에 4만 9천 명이 참가했다고 나와 있다.  © 일본공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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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의혹' 농협 회장과 손잡은 국힘 원내대표...당황스럽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5/04 10:46
  • 수정일
    2026/05/04 10:4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머리띠 함께 두르고 '농협 자율성 수호' 집회...농협 직선제·감사조직 독립에 여론은 압도적 찬성

26.05.04 06:41최종 업데이트 26.05.04 06:41

▲대화 나누는 강호동-송언석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4월 2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4월 21일 국회 앞에서 강호동 회장이 붉은 머리띠를 맸다. 씨름선수 출신 방송인이 아닌, 농협중앙회 강호동 회장 얘기다.

비리 의혹 당사자가 주장하는 '농협 자율성 수호'

강호동 회장이 두른 머리띠에는 '농협 자율성 수호'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필자는 뉴스에서 이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살아오면서 여러 기막힌 장면들을 보아 왔지만, 비리 의혹의 당사자가 집회에서 '자율성'을 주장하는 것은 처음 본 듯하다. 그가 주장하는 자율성은 도대체 무엇일까?

현재 강호동 회장과 그 측근들은 공금유용, 뇌물수수, 업무상 배임, 특혜성 수의계약 등 여러 비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혹들 중 상당수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고, 여러 언론들을 통해서 보도되기도 했다.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정부 특별감사에서 사실로 확인되어 수사의뢰가 된 건들이 여럿이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집회에서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강호동 회장 옆에서 붉은 머리띠를 두른 또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좀 당황스러웠다. 그는 '국민의 힘' 송언석 원내대표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 자리엔 같은당 이만희, 김선교 의원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 의혹을 받는 강호동 회장 옆에 앉은 송언석 원내대표가 두른 머리띠에도 '농협 자율성 수호'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송 원내대표나 '국민의힘'은 강호동 회장과 그 측근들이 받는 비리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이길래, 그 옆에서 같이 머리띠를 매고 있었던 것일까?

정부·여당 추진하는 농협법 개정안 반대...독립적인 감사가 자율성 침해?

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4월 4일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강호동 회장이 자율성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반대하고 있는 대상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재 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인 윤준병 의원이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이다.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를 거쳐서 발의한 법안이다. 여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혁법안의 내용은 무엇일까?

첫째, 농협 내부의 유명무실한 감사조직을 독립시키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숱한 비리와 공금유용, 부당계약, 부실대출 등의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협중앙회의 내부감사조직은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특히 중앙회장과 그 측근들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상 눈감아 왔다. 그리고 단위조합에 대한 감사에서도 조합장의 문제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분을 해 왔다. 성희롱, 업무상 배임 등에 대해서도 경징계를 한 사례가 여럿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중앙회에 소속된 내부감사조직의 인원과 예산은 어마어마하다 감사를 맡고 있는 인력만 해도 260명이 넘는다. 1년 예산도 500억 원 이상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제 역할을 못하는 이유는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사조직을 독립시키자는 것인데, 강호동 회장 등은 이것을 '자율성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설득력이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협동조합의 자율성이 비리를 저지를 자율성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협동조합과 모든 공익성 있는 비영리조직들은 주무관청의 감독과 감사를 받고 있다. 농업협동조합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게다가 농업협동조합은 금융업과 경제사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특례를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공적인 책임도 져야 한다.

둘째, 전조합원 직선제를 통해서 농협중앙회장을 뽑자는 것이다. 지금은 1110명의 단위 조합장들만 농협중앙회장 선거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금품선거가 만연하고 있다. 일반 조합원은 투표권이 없고 단위 조합장만 투표권이 있다 보니, 농민들을 위한 공약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그래서 187만 명의 조합원들이 직선으로 농협중앙회장을 뽑자는 것이다. 물론, 전조합원 직선제에 대해서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조합원 직선제가 '자율성 침해'라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셋째,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감시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은 어떤 조직이든 해야 할 일이다. 농협중앙회에 소속된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감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도 감시의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것이다. 지금은 특별감사를 하는데도 금융지주 자회사의 자료제출조차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의 검사와 중복될 우려 있다면, 상호 협의해서 조율하도록 하면 될 일이다. 지금 농협중앙회의 반대는 '감시의 사각지대'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벌어졌던 비리와 부조리가 계속되게 하겠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조합원과 국민 다수, 농협개혁에 찬성

▲위기의 농협중앙회지난 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 특별감사에서 비위 의혹과 인사·조직 운영 난맥상, 내부 통제 장치 미작동 등 65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두 건에 대한 법령 위반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2026-01-16연합뉴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전국 농협 조합원 1079명과 국민 1000명을 대상(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조합원과 국민들 대다수는 농협개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호동 회장이 '자율성 침해'라고 주장하는 독립적 농협감사위원회 설치는 조합원과 국민 각각 85.8%, 93.3%의 지지를 받았다. 모든 개혁방안 중에서 가장 높은 지지도이다. 그리고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전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는 것에도 조합원 83.1%, 국민 90.5%가 찬성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협 지주회사 및 자회사 감독권 강화에 대해서도 조합원 67.5%, 국민 85.0%가 찬성했으며, 조합원 1명이 조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각각 68.9%(조합원), 79.7%(국민)가 찬성했다.

이처럼 조합원들과 국민들의 뜻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국민의 힘'은 강호동 회장과 계속 손잡을 것인가?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농협개혁추진단 위원입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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