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설] 지금이 ‘반미자주’ 대중화의 최적기

  • 기자명 데스크
  •  
  •  승인 2026.02.04 17:23
  •  
  •  댓글 0
 
   
 
ⓒ 자주시보
ⓒ 자주시보

미국이 가면을 벗어 던졌다. ‘동맹’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 숨겨왔던 약탈자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를 제 땅인 양 휘저으며 우리 국회의 입법권까지 가로막는 오만함, 우리 국민의 혈세를 가로채고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미국 자본의 횡포, 대놓고 내정간섭을 일삼으며 관세 폭탄으로 주권 국가를 협박하는 무도함까지.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협력하는 동맹이 아니라 사나운 이빨을 드러낸 제국주의의 본색이다.

주권 침해의 수위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는 것은 실체 없는 억지지만, 유엔사의 탈을 쓴 미국이 우리 영토인 DMZ에 대해 ‘승인’ 운운하며 국회의 법안 통과를 막아 세우는 것은 실질적이고 치명적인 주권 유린이다. 우리 땅에 우리 국민이 들어가는데, 미군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이 현실은 일본의 독도 망언에 비길 바 아니다. 영토 주권과 입법 주권이 동시에 짓밟히고 있는데도 이를 묵인하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미국 자본주의의 탐욕은 우리 국민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 한국지엠(GM) 사태를 보라. 8,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받아 챙기고 부지까지 무상으로 빌려 쓰더니, 결국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물류센터와 정비소를 폐쇄하며 ‘먹튀’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 자본에 노동자는 소모품일 뿐이며, 우리 국고는 그들의 곳간을 채우는 사냥감에 불과하다.

쿠팡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중대 범죄를 수사하려 하자 미 부통령이 나서서 ‘상호 관리’를 운운하며 수사기관을 압박한다. 제 나라 기업의 불법 행위까지 비호하며 내정간섭을 서슴지 않는 것이 미국이 말하는 ‘규칙 기반 질서’의 실체다.

정치는 더 참담하다. 트럼프는 관세 25% 인상을 무기로 대한민국 국회를 향해 ‘투자법을 당장 통과시키라’며 하수인 부리듯 명령을 내린다. 나라의 최고 의결기구가 미국 대통령의 SNS 한 줄에 벌벌 떨며 조공 법안을 바치는 모습은 주권 국가의 수치다. 여기에 남의 나라 국방비를 올리라고 강박하더니, 미국산 무기를 강매한다. 내란세력을 몰아내고 국민주권 정부를 세웠지만, 한국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위기가 반미자주화 투쟁을 대중화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의 투쟁이 주로 주한미군의 천인공노할 범죄와 횡포, 한반도 전쟁 위기 조장 등 군사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면, 오늘의 투쟁은 민중의 생존권과 직결된 경제와 생활, 국민주권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내 일터가 사라지고, 내 세금이 미국 무기값으로 빠져나가며, 우리 법이 미국에 의해 무력화되는 현실을 목격하며 대중은 이미 분노를 축적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이미 일상 속에서 미국의 약탈 행각을 실시간으로 보고 느끼며 반미자주 없이는 내 삶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진리를 깨우치고 있다.

대중은 이미 준비됐다. 이제 공은 진보진영으로 넘어왔다. 미국의 제국주의 민낯이 이토록 선명하게 드러난 적은 없었다. 대중을 설득해서 투쟁으로 끌고 나오던 때는 지났다. 미국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이미 폭발했다. 진보진영은 정세의 유리함을 확신하고 자신감 있게 반미자주화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한다. 미국의 약탈 구조를 실감나게 폭로하고, 국민주권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 반미자주에 있음을 당당히 선포하자. 지금이 ‘공미, 숭미’의 사슬을 끊고, 반미자주를 대세로 만들 절호의 기회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혈맹' 말하던 시절 끝났다... 트럼프 '변덕' 대응은 이렇게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미국의 새로운 동맹 전략... 한미동맹의 형태도 바뀌어야

26.02.05 06:54최종 업데이트 26.02.05 06:54

2025년 11월 11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재향군인의 날 기념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해 말 미국은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이 문서는 미국이 무엇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어떤 세계 질서를 상정하며, 동맹을 어떤 틀에서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정치·외교적 방향 선언이다.

트럼프 2기 체제에서 발표된 이 NSS는 가치와 규범보다 이해관계와 경쟁을 전면에 내세웠고, 동맹 역시 공동체가 아니라 전략자산으로 다루는 시선을 분명히 했다. 동맹은 신뢰의 관계라기보다, 전략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대상으로 재정의됐다.

이어 올해 초 발표된 국가방위전략(NDS)은 그 인식을 군사 전략으로 구체화한 문서다. 여기서 미국은 동맹의 역할을 다시 정의한다. 미국이 모든 전장을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라, 동맹이 각자의 지역에서 더 많은 부담과 책임을 지는 방향이 명확히 제시됐다. 국방비, 전력 유지, 산업 기반까지 동맹의 기여 범위에 포함됐다.

두 문서를 함께 보면 하나의 흐름이 드러난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질서를 주도하겠지만, 그 비용과 위험을 혼자 떠안겠다는 생각에서는 멀어졌다. 동맹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역할과 부담을 분명히 따져야 하는 관계로 재정의됐다.

"누가 전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가"

2022년 3월 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고렌카에서 영토방위대원인 한 시민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집 뒷마당에서 얼굴을 닦고 있다.AP=연합뉴스

한국의 방위 전략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을 혈맹으로 규정해 왔지만, 이제 미국은 그러한 정서적 언어에 더 이상 전략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트럼프식 동맹 인식에서 과거의 희생과 연대는 설득의 근거가 되지 못하며, 협상력을 높이는 자산으로도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호소는 변화된 조건을 읽지 못한 낡은 언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지만, 동맹을 대하는 태도는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다. 트럼프식 외교는 예측 가능성을 전략자산으로 보지 않고, 불확실성 자체를 협상 도구로 활용한다. 동맹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조건이 맞으면 거래하고 아니면 압박하는 상대가 된다.

이 변화는 연인 관계에 비유할 만하다. 과거의 관계가 믿음과 절개에 기반했다면, 지금은 조건이 맞을 때 유지되는 계산의 관계다. 이런 환경에서는 신뢰를 호소하기보다, 계속 만나고 싶게 만드는 조건이 필요하다.

상대가 변했고, 그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조건이 됐다. 그럼에도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면, 과거의 언어와 방식에 머물 수는 없다. 변화를 인정하고 관계의 조건을 다시 설계하느냐, 아니면 감정에 기대다 선택의 대상에서 밀려나느냐만 남았다.

이 같은 변화는 추상적인 가정이 아니다. 한국의 대미관계는 필수적이지만, 그 관계가 자동 개입이나 무조건 헌신 위에 놓여 있다고 기대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변화된 조건 속에서 한국이 어떤 설득력을 보여줄 것인가다.

이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 국방전략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이 오늘날 전쟁을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고 관리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군사 지원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과 비용 평가의 대상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현대전의 승패가 미국 수준의 최첨단 무기를 누가 더 많이 보유하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밀한 무기는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있지만, 전쟁을 끝내지는 못한다. 전선에서 더 자주 작동하는 것은 포탄과 보급, 수리와 생산, 그리고 소모된 전력을 얼마나 빨리 다시 채울 수 있느냐라는 문제다.

이 점에서 2024년 9월 발행된 미국 의회의 보고서(CRS "Defense Production for Ukraine")는 솔직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국방산업 구조 자체가 고강도 장기전에 맞게 설계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냉전 이후 방산기업의 통합과 생산라인 축소, 저강도 분쟁 중심의 전략 사고가 누적되면서, 대규모 소모전을 감당할 산업적 체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로 155밀리미터 포탄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증산 속도와 납기, 공급망 병목은 여전히 전략적 부담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미국은 전쟁을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동원'의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를 보충하는 동시에, 미국 내 재고를 채우고, 동맹과 함께 글로벌 생산 능력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관리하고 있다. 미 의회가 강조하는 것은 "누가 더 많이 도와줬는가"가 아니라, "누가 전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가"다.

새로운 한미동맹의 방향

2025년 8월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지점에서 한미 간 역할 분담의 논리는 더욱 분명해진다. 지금까지처럼 군사력의 주종 관계를 전제로 동맹을 설명하는 방식은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는다. 전쟁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에 맞춰, 각자가 잘할 수 있는 기능을 분담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이 강점을 갖는 영역은 핵 억제와 확전 통제, 그리고 전략자산 운용이다. 이 힘은 최후의 단계까지 상황이 치닫지 않도록 막는 장치로 작동한다. 실제로 사용되지 않더라도, 존재 자체만으로 위기 계산을 바꾸는 억제 효과를 낸다.

반면 한국이 설득력 있게 맡을 수 있는 영역은 전쟁을 버티는 힘이다.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을 압도하는 군사력과 축적된 방위산업 역량은, 단순한 방어 수단을 넘어 외교적 협상력을 뒷받침하는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듯, 승패를 가르는 것은 단발의 성능이 아니라 소모된 전력을 얼마나 빠르게 다시 채울 수 있는 능력이다. 물량은 전쟁을 지속시키고, 정밀은 전쟁의 결과를 바꾼다. 양과 질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다. 이때 핵심은 탄약과 부품의 비축, 수리와 보급 체계, 전시 생산 전환 능력, 공급망의 내구성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동맹을 '의존의 대상'이 아니라 '전쟁 지속 능력을 함께 구성하는 파트너'로 재정의하고 있다. 공동 생산, 표준화, 납기 조율, 공급망 분산이 새로운 동맹의 언어가 됐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방위산업은 단순한 수출 산업이 아니라, 동맹 전체의 전쟁 지속 능력을 떠받치는 핵심 자산으로 재정렬될 수 있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전쟁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피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냉정하게 계산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트럼프식 협상은 가치나 의리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와 거래 조건에 반응한다.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군사적 모험이 아니라, 협상 환경에서 억제력을 높이고 부담을 관리할 수 있는 현실적 지렛대다.

이 역할론은 미국의 구조적 부담을 겨냥하는 동시에, 미국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방식이다.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워진 전쟁의 지속 비용을 줄여주고, 동맹 전체의 준비 태세를 높이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방위비 인상이나 일방적 압박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변덕스러운 동맹 환경에서 전쟁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방어적 협상 전략이 되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한미동맹의 방향은 명확하다. 미국은 전쟁을 억제하는 힘을 제공하고, 한국은 전쟁이 길어질 경우 버티는 힘을 제공하는 분업 구조다. 이 분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구호가 아니라 숫자와 체계로 증명돼야 한다. 연간 생산량, 비축 일수, 수리 회전율, 전시 전환 시간 같은 구체적 지표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더 이상 '손해를 본다'는 프레임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한국이 동맹 안에서 설득력 있는 역할을 제시할 수 있는 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방향을 이미 현실로 보여줬다.

#임상훈의글로벌리포트 #한미동맹 #우크라이나전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70여 년 만의 귀향, "하르방, 이제 고향 제주서 펜안햅써"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7구 가족 품으로...

  • 기자명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  
  •  입력 2026.02.04 11:54
  •  
  •  수정 2026.02.04 12:06
  •  
  •  댓글 0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가 3일 오후 3시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유족이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의 유골함에 이름을 붙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유해로만 남아 있던 희생자의 이름을 찾았습니다. 이제 유족 대표는 그 이름을 달아주십시오."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7구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되어 유가족에게 인계됐다. 대전 골령골 발굴유해 3구(강두남․김사림․양달효), 경산 코발트광산 발굴유해 2구(송두선.임태훈), 제주공항 남북활주 인근 발굴유해 2구(강인경.송태우)에서 확인됐다.

이중 제주도 외 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된 희생자 5명의 유해는 지난 2일 세종시 추모의집에서 행정안전부로부터 유해를 인계받고,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화장한 후 김포발 항공기를 통해 3일 오후 2시경 제주국제공항으로 돌아왔다. 

이날 제주국제공항에서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직접 유해를 영접하고, 고향 제주로 돌아온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제주도가 아닌 도외 지역에서 발굴된 4·3희생자의 유해가 제주로 봉환한 것은 2023년 故 김한홍 씨(대전)와 2024년 故 양천종(광주) 씨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경산 코발트 광산에서 발굴된 유해에서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대전 골령골과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발굴된 유해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를 봉환하고, 제주공항에서 발굴돼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를 함께 추모하며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3일 오후 3시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진행된 봉환식과 보고회에는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해 오영훈 제주도지사,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 장동수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장,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및 4·3 관련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 장동수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장,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등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오영훈 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지난 역사의 어둠 속에서 오랜 세월 이름 없이 잠들어야 했던 제주4·3 영령들의 명복을 기원한다"고 말한 뒤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영겁의 세월을 눈물로 보냈을 유족 한 분 한 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확인의 열쇠는 방계 8촌까지 가능한 유족 채혈 참여"라며 "제주도는 단 한 분의 희생자라도 끝까지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주4·3평화재단과 함께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 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장동수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장 대독), 이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도 추도사를 통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또한 박연술 무용가는 진혼무로, 오승국 시인은 '뻐의 노래'라는 제목의 헌시로 추모에 동참했다.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박연술 무용가가 진혼무를 추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박연술 무용가가 진혼무를 추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유가족들은 그동안 못했던 가슴 속의 말을 전하자 장내는 더욱 숙연해졌다. 故 강두남의 손자 강수철 씨는 "77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이름 없는 영혼으로 타향의 차가운 골짜기,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 불리는 골령골에서 홀로 얼마나 외롭고 추우셨습니까. 저희 곁으로 돌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고향 제주에서 편안히 잠드십시오."라고 말했다. 

강두남(당시 25세)은 제주읍 연동리 출신으로 1948년 10월경 한라산에서 피난 생활 중 가족과 소식이 끊겼다. 조사 결과 1949년 7월경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6·25전쟁 발발 직후 대전 골령골 집단학살로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되어왔다. 고인의 유해는 2021년에 대전 골령골 1학살지 B구역에서 수습됐다.

故 김사림의 손자 김남훈 씨는 "어제 아버지와 저는 76년 만에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백발이 된 아들인 아버지는 할아버지 앞에서 지난 효도를 못한 불효의 자식으로서 흐느껴 우셨습니다. 이제 다 같이 우리 집으로 돌아가 할머니 곁에서 영원히 평안히 주무십시오."라고 전했다. 제주읍 이호리 출신인 김사림(당시 25세)은 한라산에서 피난 생활 중 1949년 2월경 주정공장수용소에 수감된 이후 형무소로 끌려갔다는 소문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조사 결과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일어난 집단학살로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고인의 유해는 2021년에 대전 골령골 1학살지 A구역에서 수습됐다.

故 양달효의 아들 양계춘 씨는"저는 79년 만에 아버지를 어저께 만났습니다. 아버지가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도 모른 채 살아왔는데 오늘 이렇게 얼굴을 찾아뵙게 되어 얼마나 반갑습니까. 이제는 아버지가 고향 제주도까지 왔으니까 하늘나라에서 어머님과 만나 편안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제주읍 도련리 출신인 희생자 양달효(당시 26세)는 1948년 6월경 행방불명됐다. 이후 주정공장수용소에 수감됐다는 얘기를 듣고 한 차례 면회한 것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조사 결과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대전 골령골 집단학살로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해 왔다. 고인의 유해도 2021년에 대전 골령골 1학살지 A구역에서 수습됐다.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 모셔진 7위의 유골함.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7구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되어 유가족에게 인계됐다. 유족들이 유골함을 들고 봉안관으로 가기 위해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7구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되어 유가족에게 인계됐다. 유족들이 유골함을 들고 봉안관으로 가기 위해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故 송두선의 손자 강준호 씨는 "아무 죄 없이 희생되신 가족을 이제라도 찾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이름을 되찾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르방 고향에 왔수다, 펜안햅써."라고 말했다. 송두선(당시 29세)은 서귀면 동홍리 출신으로 1949년 봄 경찰에 연행된 이후 행방불명됐다. 1949년 7월경 대구형무소에 수감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6·25전쟁이 발발 후 경산 코발트광산 집단학살로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되어왔다. 고인의 유해는 2008년에 경산 코발트광산 수평갱도에서 수습됐다.

故 임태훈의 딸 임진옥 씨는 "얼굴도 모르지만, 많이 그립고 보고 싶고 목놓아 불러보고 싶은 아버지입니다. 그래도 제가 살아있을 때 시신이라도 모시게 되어서 참으로 기쁘고 감사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애월면 소길리 출신인 임태훈(당시 20세)은 1948년 12월 경찰에 연행된 이후 행방불명됐다. 

조사 결과 목포형무소에 수감됐다가 대구형무소에 이감된 사실이 확인됐다. 유해가 발견된 경산 코발트광산 집단학살로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의 유해도 2008년에 경산 코발트광산 수평갱도에서 수습됐다.

故 강인경의 외손자 고남영 씨는 "차가운 공항 활주로 아래에 계시던 할아버지를 기적처럼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저희 가족의 간절한 채혈과 유전자 감식 덕분이었습니다. 핏줄의 이끌림이 긴 세월을 돌아 마침내 할아버지를 가족의 품으로 인도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미력한 힘이나마 동료 유족들이 시신을 찾는 데 힘을 보탤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라고 말했다. 강인경(당시 46세)은 한림면 상명리 출신으로 1950년 6·25전쟁이 발발 후 경찰에 연행된 후 행방불명됐다. 

모슬포 탄약고에서 희생당했다고 알려졌으나, 유해는 2009년에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서북편에서 발굴됐다.

故 송태우의 아들 송승문 씨가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故 송태우 씨의 어린 시절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故 송태우의 아들 송승문 씨가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故 송태우 씨의 어린 시절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故 송태우의 아들 송승문 씨는 "1949년 군사재판으로 사형 언도를 받고 총살된 아버지를 저는 77년 동안 찾지 못했습니다. 포기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두 아들과 손자들이 채혈에 참여하면서 결국 아버지를 찾게 되었습니다. 채혈과 유전자 감식에 애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제주읍 오라리 출신인 송태우(당시 17세)는 1948년 11월 한라산에서 피난 생활 중 토벌대에 의해 연행된 후 바다에 수장됐거나 제주공항에서 희생되었다는 등 전언만 있었으나, 유해는 2009년에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북편에서 발굴됐다.

희생자의 신원확인은 직계 유족은 물론 방계 유족의 적극적인 채혈 참여를 통해 이뤄졌다. 김사림·임태훈의 경우 조카의 채혈 참여가, 강두남·강인경·양달효·송두선·송태우의 경우 손자와 외손자의 채혈이 결정적이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측은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확인을 위해서는 직계와 방계를 아우르는 8촌(조카, (외)손, 증손 등)까지의 가족 단위 채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보다 많은 유족의 채혈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채혈에 참여해주길 당부했다.

이번 신원확인으로 4·3희생자 중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이는 제주도 내 147명, 제주도 외 7명을 아울러 총 154명으로 늘어났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가족도 없는 타지에서 70여 년간 영문도 모른 채 잠들어 있던 행방불명 희생자 5명의 유해를 최고의 예우로 고향 제주로 봉환하기 위해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과 신원확인된 유족 대표 등 22명으로 유해인수단을 꾸렸다. 유해인수단이 5명의 유해를 모시고 제주공항에 도착하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유해 영접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가족도 없는 타지에서 70여 년간 영문도 모른 채 잠들어 있던 행방불명 희생자 5명의 유해를 최고의 예우로 고향 제주로 봉환하기 위해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과 신원확인된 유족 대표 등 22명으로 유해인수단을 꾸렸다. 유해인수단이 5명의 유해를 모시고 제주공항에 도착하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유해 영접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마치고 유골함을 봉안관에 봉안하기 위해 제주4·3평화교육센터를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마치고 유골함을 봉안관에 봉안하기 위해 제주4·3평화교육센터를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권력투쟁으로 번진 합당 내홍…당권 경쟁 얽히며 전선 확대

최하얀기자

수정 2026-02-04 09:30등록 2026-02-04 05:0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국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당헌개정의 건(1인1표제)이 통과된 뒤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조국혁신당과 합당 여부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이 권력투쟁 양상으로 번지며 여권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합당이 불러올 당내 세력 균형의 변화를 의식해 차기 당권 주자와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를 노리는 중진, 지역구 상황에 민감한 현역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하며 사생결단식 대결을 펼치는 탓이다. 당의 원로와 중진, 정치 전문가들은 개인적 진로나 권력 확장을 염두에 둔 ‘공학적 접근’ 대신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한 세력 통합’에 초점을 맞춰 생산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3일 합당 논의에 반대하는 강득구 최고위원과 일대일로 만나 의견을 들었다. 전날 이언주·황명선 최고위원을 만난 데 이어 이날까지 ‘반정청래 3인방’과 모두 개별 접촉을 한 셈이다. 합당에 가장 격렬하게 반발하는 이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정 대표에게 전날 ‘이재명 대통령 임기 초 합당 추진은 에너지 소모이며, 논의를 중단하고 선거와 민생에 주력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황 최고위원은 ‘합당 수임 기구를 만들어 합당 논의와 실무 준비를 맡기되, 본격 논의는 지방선거 뒤로 미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정 대표 쪽에 거듭 전달했다고 한다.

‘합당 제안을 했을 뿐, 최종 결정은 당원들이 하는 것’이라던 정 대표가 ‘반합당파’를 직접 만난 것은 합당 반대론이 당내에서 점차 조직화·세력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원 여론에선 찬성 의견이 60~70%로 앞선다며 자신감을 가졌지만, 갈등이 장기화되고 목소리 큰 의원들이 당내 논쟁을 주도하면서 결과를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고 본 것이다.

이날도 경기도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한준호 전 최고위원이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지방선거 이후에 해야 한다”고 했고, 당내 친이재명계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는 합당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전 당원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합당 찬성파와 반대파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자 당 중진 그룹을 중심으로 갈등 중재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중앙위원회 당헌개정의 건(1인1표제)가 통과된 후 기자간담회를 하며 조승래 사무총장, 박수현 수석대변이과 이야기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그동안 의견 개진을 자제해온 진성준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당 지도부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고, 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준비하는 박지원 의원도 중진 간담회를 열자고 판을 깔았다. 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중진들이 나서 불도 끄고 싸움도, 충돌도 막아야 한다”고 썼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보완수사권 등 검찰개혁 논의나 장기적인 증시 활성화 대책 논의 등이 뒷전으로 밀렸고,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관련 고강도 메시지를 내보내는데 여당은 그저 구경만 하는 듯한 상태”라며 “넉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까지 무엇으로 득점 포인트를 쌓을지, 합당 찬반 어느 쪽이건 차분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논의를 생산적으로 이끌어갈 책임은 정 대표에게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정 대표가 합당을 기습 제안하는 순간 논의가 꼬여버렸다. 이 상태면 합당에 이르는 단계마다 갈등이 표출되게 돼 있다”며 “예측 가능한 조직 내 논의 절차를 거쳐 상황을 풀어가지 않으면 찬반 진영의 ‘동원 경쟁’이 과열되고 이렇게 되면 지방선거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고 말했다. 임채정 민주당 상임고문은 “정치공학적 접근을 내려놓고 국민적 지지를 받아가며 합당 논의를 하길 바란다”며 “특히나 후유증이 남지 않는 논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최하얀 김채운 기자 chy@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숫자 함정' 빠진 모잠비크 천연가스…기후에 독인가 약인가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⑧ 기후 영향 조사 : 가스 탄소 배출, 결코 과소평가 못해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2.04. 05:31:30

천연가스 개발 사업은 모잠비크에 기후·환경적인 피해를 남기진 않을까. 그동안 에너지 업계는 천연가스는 석탄에 비해 '깨끗한 에너지'라고 밝혀 왔다. 최근엔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쌓이고 있다. 환경적 측면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연재 바로가기 ☞ : 클릭)

모잠비크는 분쟁뿐 아니라 기후 난민 문제도 심각하다. 적도에 가까운 모잠비크 중·북부는 사이클론 영향권이다. 2019년엔 시속 200㎞(킬로미터)가 넘는 이다이와 케네스가 한 달 터울로 상륙해 40만 명 넘는 이재민을 낳았다. 지난해에도 시속 225㎞의 치도를 시작으로 3개 사이클론이 연이어 발생해 주민 35만 명이 피난을 떠났다고 추정된다.

기온은 2050년까지 10년마다 약 0.31℃씩 상승한다고 예측된다. 건기는 길어지고 총 강수량은 줄 것으로 보인다. 극한 호우, 극한 가뭄 등 극한 기상 현상도 늘고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모잠비크의 해안선은 약 2500㎞인데, 해수면은 상승 중이다. 대부분 인구가 환경 변화의 직격타를 받는 농·어업 종사자다.

동시에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카부델가두 해상 가스전이다. 그런데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신규 화석연료 개발 중단을 권고한다. 기존 화석연료 설비도 조기 폐쇄해야 '1.5도 경로'를 지킨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구 평균 기온은 2024년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55°C 상승을 기록했다.

가스전 참가 기업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에너지 인프라를 스위치 끄듯 하루 새 바꿀 수 없으며, LNG는 에너지 전환의 '가교'라고 밝혀 왔다. LNG가 석탄보다 20~50%가량 탄소배출량이 적다는 입장이다. 또한 탄소 포집 등의 기술 발전을 통해 탄소배출을 더 많이 억제할 수 있다고 본다.

'LNG 당장 중단'과 'LNG 계속 개발' 주장이 양립하고 있다. 카부델가두 가스전을 둘러싼 기후 영향 논쟁을 조사했다.

▲2019년 3월 10일 사이클론 이다이 위성사진. 왼쪽의 대륙이 모잠비크 북부 해안이다. (NOAA-20 극궤도 위성 촬영) ⓒNOAA

가스 탄소배출량 규모, 아직 몰라

가스가 석탄보다 탄소배출량이 적다는 주장은 논쟁적이다. 관측치와 독립적인 자료로 이를 반박하는 연구가 늘고 있다. 천연가스는 알려진 만큼 탄소 배출이 적지 않고, 메탄 배출까지 고려하면 석탄보다도 탄소배출이 많다는 연구다.

2024년 미국 셰일가스 채굴의 탄소배출량을 연구한 로버트 하워스 코넬대학교 생태학 교수는 "LNG가 석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33% 더 많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LNG 효용을 주로 강조하는 에너지 업계 보고서와는 크게 세 부분이 달랐다. 연구는 △가스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을 검토했고 △'실측' 데이터를 주로 썼으며 △'메탄'의 기후 영향력을 더 높게 반영하는 지수를 활용했다.

가스 생산은 채굴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하에서 채굴된 가스는 보통 파이프라인을 타고 육상 터미널로 운반돼 액화처리된다. 기체는 부피가 크므로, -160℃에서 냉각해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든 액체 LNG로 만든다. LNG 수송선은 이를 전 세계 소비지의 LNG 수입 터미널로 운반한다. 도착한 LNG는 저장탱크에 보관되고, 이를 가정이나 발전소에 공급할 땐 다시 기체로 만드는 '재기화'를 거쳐 가스관으로 보낸다.

이 운송부터 소비까지의 모든 과정이 대부분의 기업 보고서에서 누락된다. LNG 전 과정 배출량 중 약 80~95%를 차지하는 규모다.

모잠비크 4개 LNG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도 모두 이를 제외했다. 예로, 모잠비크 LNG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연간 1300~1800만 톤(CO₂e)으로 계산됐다. 사업 수명 25년간 4억 5000만 톤이다. 반면, 전 과정을 검토한 영국 수출금융청은 8억 500만 톤을 예상했다. 영국 신경제재단과 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공동연구에서 33억~45억 톤이라고 분석했다. 수출금융청은 기업 제출 자료에 근거했고, 신경제재단 등은 일부 논문의 엄격한 방법론을 택해 값 차이가 크다.

숫자 함정

'원자료 오염' 쟁점도 있다. 하워스 교수는 연구에 미국 환경보호청(EPA) 자료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는 선행 연구의 관측 자료를 활용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 EPA 추정치는 석유·가스 산업이 EPA에 보고한 수치만을 기반으로 하며, 독립적인 검증이 전혀 없다"며 "산업계는 배출량을 과소 보고할 명백한 유인이 있다"고 밝혔다. 또 "독립적인 선행 연구와 비교하면, 이 수치가 최소 2.5배, 많게는 5배까지 낮게 보고 된 걸 알 수 있다"며 "국제에너지기구는 정부의 인벤토리(배출량 장부)의 메탄 배출량이 실제보다 최소 1.7배 과소평가됐다고 보고한다"고 밝혔다.

단적인 예가 '메탄 유출'이다. 가스의 전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메탄이 새어 나가는가'의 문제다. 빈틈은 많다. 가스를 채굴할 때, 설비 결함으로, 저장소를 옮길 때, LNG를 연소할 때 등이다. '메탄 슬립'도 주요 현상이다. 발전소나 소비지, LNG운반선 등이 LNG를 연료로 사용할 때, 일부 메탄이 연료로 쓰이지 않고 대기로 빠져나가는 유출이다.

코랄 노르떼 환경영향평가의 메탄 누출률은 0.1~0.5%다. 모잠비크LNG는 0.2~0.5%를, 로부마 LNG는 0.23~0.29%라고 누출률을 평가했다. 반면, 하워스 교수는 연구에서 2.8%라고 분석했다. 셰일가스 생산지와 운반선 등의 인공위성 및 항공기 실측 자료를 활용한 결과다. 업계에선 최신 기술이 적용된 신식 운반선은 메탄 슬립을 크게 줄였다고 주장해 왔으나, 하워스 교수는 실제 운항 데이터상 여전히 상당량의 메탄이 배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잠비크 LNG 단지가 들어서는 아푼기 반도와 2022년부터 가스가 생산되는 해상의 코랄 술 가스전 모습. 오른쪽은 2026년 1월 16일 해상에 떠 있는 FLNG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했다. (유럽항공청 Sentinel-2 L2A) ⓒ프레시안(손가영)

▲코랄 술 가스전 해상에 떠 있는 FLNG. 육상 LNG터미널처럼 가스 액화·처리 공정이 바로 해상에서 진행된다. ⓒEni

귀에 걸면 귀걸이 '메탄'

메탄의 기후영향을 평가하는 방법도 쟁점이다. 메탄은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보다 복사강제력(온실효과)이 훨씬 강하다. 다만 이산화탄소는 수백 년 존속하고 메탄은 평균 12.5년 존속한다.

이때 '메탄이 O년 동안 이산화탄소보다 얼마나 지구를 데울까'를 보는 지구온난화지수 GWP가 있다. 기준 시간이 100년이면 GWP100, 20년이면 GWP20이다. 메탄의 GWP100은 30, GWP20은 80이다. 배출 후 100년 동안 메탄의 총 영향력은 이산화탄소의 30배이고, 20년 동안은 80배란 뜻이다.

대부분의 정부와 기업은 GWP100을 쓴다. 하워스 교수는 GWP20을 연구에 썼다. 단기적으로 영향력이 막강한 기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표준 통계에 GWP20을 써야 한다는 건 과학계에서 매우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라며 "미국 뉴욕주는 2019년 기후 관련 법(CLCPA)에 메탄의 영향력 평가할 때 GWP20을 쓰도록 정했다"고 밝혔다.

하워스 교수는 "IPCC에 따르면, 산업화 시기 대비 지금까지 온실효과의 30%는 메탄 때문인데 GWP100을 쓰면 이 영향을 크게 과소평가하게 된다"며 "석유·가스 산업은 계속 GWP100을 사용하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부도 이를 유지한다"고 지적했다.

더 근본적으로 그는 "전 세계의 천연가스를 개발·처리·수송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메탄이 배출되는지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는 아직 부족하다"며 "미국은 10년 이상 많은 독립 과학자들이 집중 연구해 온 덕분에 이 배출률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에선 이런 연구가 훨씬 부족하다"며 "거의 모든 정부의 공식 추정치는 실제보다 낮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10월 22일 모잠비크 환경단체 JA!의 케테 푸모 활동가가 한국을 방문해 가스전 사업의 인권·기후 피해 영향 문제를 발표했다. ⓒ프레시안(손가영)

자료 없다→위험 낮다?

4개 LNG 사업 환경영향평가의 생태 피해 영향을 보면 대부분 '낮음' 이나 '중간'이다. 그러나 지구의 벗 등 9개 환경·기후 단체는 지난해 4개 사업지 환경영향평가를 분석한 <True Risk(숨겨진 진짜 위협)> 보고서를 내면서, 운영사들이 '기초 자료의 공백'을 '위험하지 않다는 결과'로 둔갑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업지 내 어종, 심해 어종, 암초 지형, 조류·파충류 등 육상생물 다양성, 인근 맹그로브숲 등에 대한 전문가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발 탐사 때 운영사들이 작성한 2차 자료가 쓰였거나, 조사가 누락됐다. 또, 해양 포유류들이 설비 음향 때문에 입을 피해나, 플랜트 폐수 방류 등의 영향은 단순히 '포유류들이 음향 오염을 피할 것'이라고 가정되거나 '무시할 수 있는 단기적 영향'이라고 평가됐다.

이들은 아직 충분한 연구 결과가 쌓이지 않은 쟁점도 '위험하지 않다'고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예로 들면 채굴 설비나 배관에서 나오는 가스 응축액의 독성 오염 피해다. 전 세계를 오가는 운반선이 배출할 평형수의 위험도 구체적인 근거 없이 '낮다'고 평가됐다. 지구의 벗 등은 평형수 때문에 외래침입종이 해양에 유입돼 생태계가 교란될 위험은 충분하다며 이를 "심각한 오류"라고 썼다.

부실 보고 의혹도 제기됐다. 2022년부터 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코랄 술의 운영사 에니(Eni)는 해상 설비가 최신 공법으로 설계됐기에 정상 가동 중엔 '플레어링' 현상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플레어링은 안전 등의 문제로 가스 설비에 남아 있는 가스를 태워서 수직 불꽃을 배출하는 현상이다. 약 2~10%의 메탄이 타지 않고 배출될 수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단체 르커먼(ReCommon)이 2022~2023년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총 7억 3300㎥ 가스가 태워졌고, 이에 따라 21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고 밝혔다. 에니는 2024년 주주총회에서 "초기 테스트 단계와 가끔 일어나는 시스템 재가동에 국한된 현상"이라고 답했다. 르커먼은 가동 후 초기 '6개월간'의 플레어링 만으로도 모잠비크 연간 탄소 배출량의 11.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코랄 술 FLNG의 플레어링 현상으로 추정되는 열 이상 신호 위성 사진. 플레어링은 다량의 메탄을 배출한다. 이탈리아 환경단체 ReCommon으로부터 위성 사진 검토를 의뢰받은 Placemarks가 분석했다. ⓒReCommon

영국 대법원 '모든 탄소배출량 공시'

천연가스 생산을 억제해야 한다거나, 기후 영향을 엄격히 평가해야 한다는 권고는 국제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영국 대법원은 2024년 6월 서리(Surrey) 카운티의 한 석유 시추 확장 사업 취소를 요구한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주며, 가스 운송부터 소비까지의 막대한 탄소배출량을 환경영향평가에서 누락하는 건 법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부터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0)를 위해 새로운 가스 인프라를 개발해선 안된다'고 권고해왔다.

이와 관련 <프레시안>은 모잠비크LNG 주 운영사인 토탈에너지에 가스 전 과정에 대한 탄소배출량과 파리협정 의무 준수에 대해 서면으로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LNG 운반선 수주 계약을 앞둔 삼성중공업과 HD현대삼호에 관련 기후 영향 평가와 신규 화석연료 개발 참여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으나, "모잠비크LNG 사업 관련해선 답할 내용이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관련 육상 플랜트 시공에 참여하는 대우건설은 환경영향평가와 관련 "사업 전제조건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사업주(토탈) 측에서 수행했고, 그 결과를 확인해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당사는 2022년 사내 ESG 체계를 확립하고 탄소중립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수출 사업에 금융 지원을 하는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1년 4월 정부의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 중단 선언 이후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신규 승인을 중단해 왔다"며 "향후 친환경분야 금융지원 확대 등 탈탄소 노력에 동참하는 동시에, 한국의 산업 경쟁력 및 신재생에너지 전환 소요 기간 등도 감안해 우리 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잠비크 4광구에 투자하는 한국가스공사에도 해당 사업 기후환경 영향 실사 내용과 신규 화석연료 개발 참여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서면으로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손가영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 확대… 대미 의존 벗어나기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다른 기사 보기

  • 외교국방

  • 입력 2026.02.04 08:30

  • 수정 2026.02.04 09:30

  • 댓글 0

유럽, 트럼프 맞서 무역 다변화 · 자주국방 추진

미ㆍ중ㆍ러 규칙 기반 세계 질서 무시 따라

민주주의 중견국들 '유라시아 블록' 구상도

잠재력서 미ㆍ중ㆍ러 능가…문제는 '단결 부족’

미 신뢰 상실땐 자체 핵 억지력 보유 나설 수도

부트 "트럼프 위협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 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나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길 원한다. 그린란드는 52번째 주가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53번째 주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사교모임 알팔파 클럽의 비공개 연례 만찬 연설에서 "우리는 그린란드를 침공하지 않고 구매할 것이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1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정‧재계 거물들이 참석하는 이 클럽에선 전통적으로 다양한 농담들이 오갔던 만큼 트럼프의 이번 발언도 '농담성'일 수도 있지만, 작년 1월 백악관 복귀 이후 캐나다 51번째 주 발언과 그린란드 합병 발언을 반복했던 터여서 예사롭지 않다. 특히 베네수엘라를 불법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 기소한 뒤 베네수엘라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한 적도 있어 그의 이날 발언이 단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백악관 부비서실장 댄 스카비노와 국무부 에린 엘모어 국장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6. 02. 01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캐나다, 그린란드, 베네수엘라

미국의 51, 52, 53번째주로 만들고파"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면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부르고 고율 관세로 위협해 누구보다 가까웠던 양국 관계를 역사상 최악의 국면으로 내몰고 있다. 이에 참다못한 카니 총리가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힘'에 의한 일방주의와 약육강식 질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중견국들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국제 질서의 구축을 호소하고 나서 엄청난 반향을 불렀다.

카니는 연설에서 "우리는 전환이 아닌, 파열의 한복판에 있다"며 "지난 20년 금융, 보건, 에너지, 지정학 분야에서 터진 일련의 위기들은 극단적 글로벌 통합의 리스크를 드러냈고, 더 최근에는 강대국들이 경제 통합을 무기로, 관세를 지렛대로, 금융 인프라를 강압으로, 공급망을 착취할 취약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들은 무력하지 않다...인권 존중, 지속 가능한 발전, 연대, 각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라는 우리의 가치를 포괄하는 새 질서를 구축할 역량이 있다"면서 "중견국들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식탁에 앉지 않으면 메뉴로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월 1일 중국 톈진의 메이장 컨벤션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 기구(SCO) 정상회의 2025를 앞두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환담을 하고 있다. 2025.9.1. 로이터 연합뉴스

"초강대국 미ㆍ중ㆍ러, 규칙 기반 질서 무시"

민주주의 중견국들의 '유라시아 블록" 제안

이에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외교정책 분석가인 맥스 부트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초강대국이 될 수 있는 세력을 소외시키고 있다'란 2일 자 워싱턴 포스트 칼럼에서 '중견국 연대'를 호소했던 카니의 다보스 연설을 언급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조한다면, 글로벌 균형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동조하고 나섰다.

부트 연구원은 초강대국들이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무시하는 최근의 사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뿐 아니라, 트럼프 미 행정부의 그린란드 합병 위협과 유럽, 한국, 일본 등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 대한 고율의 징벌적 관세 등을 들었다.

카니의 호소의 연장선에서 부트는 "강력한 중견국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거의 무한하다"며 동서양의 민주주의 중견국들이 참여하는 '유라시아 블록'을 제안했다. 그 대상으로 미국의 동맹인 나토 회원국들(유럽과 캐나다),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거대 민주주의 국가들인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 대만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관점엔 강력한 중첩이 있다. 이들 나라가 함께 행동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초강대국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부트가 보기에, 이 '유라시아 블록'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인구 약 9억 명, 국내총생산(GDP) 39.5조 달러, 국방비 8300억 달러, 병력 310만 명이다. 미국의 인구 3억3800만 명을 압도하고 GDP 31조 달러를 넘어서며, 국방비도 올해 미국의 85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중국의 경우 인구가 더 많지만 다른 모든 부분에서 뒤처져 있고, GDP는 유라시아 블록의 약 절반 수준이다. 러시아는 훨씬 더 뒤처져 있으며, GDP 2.5조 달러에 불과하다. 세계를 '삼분'하려는 미‧중‧러에 견주어 볼 때 잠재력 면에선 또 다른 초강대국의 체급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 01. 20 [AFP=연합뉴스]

유라시아 블록, 잠재력서 미ㆍ중ㆍ러 능가

유일한 문제는 중견국들 간의 '단결 부족'

이는 어디까지나 잠재력이고, 실현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부트는 이런 방향으로 가는 데 중견국들을 가로막는 유일한 요인으로 '단결의 부족'을 꼽았다. 러시아, 중국, 미국은 모두 단일 국가인 데 비해,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는 32개국, 유럽연합(EU)은 27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유럽의 자원은 느슨하게 결집해 있을 뿐이며,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과 조율도 거의 없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 역시 미국과 동맹으로 연결돼 있지만 서로 간에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지정학적 현실이 곧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들 나라가 더 광범위한 협력 속에서 행동할 수 있도록 취할 작지만 실질적인 조치들이 있다"고 썼다.

'작지만 실질적인 조치들'과 관련해 그는 ▲ 영국의 EU 재가입 ▲ 정신적으로는 유럽의 일부인 캐나다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허용 ▲ 헝가리나 슬로바키아 같은 소국들의 의사 결정 방해를 막기 위한 '만장일치 폐지' ▲ 나토의 세계화 또는 아시아판 나토 창설로 이어질 유럽‧호주‧일본‧한국 간 새로운 '쿼드(4자)' 대화체 창설 ▲ EU의 '유럽군' 창설 노력 등을 제안했다. 현재 노르딕-발틱 8개국인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스웨덴이 추진 중인 '국방 통합' 작업이 그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봤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한 유럽 지도자들. 1월 6일 베를린에서 촬영.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총리,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이들은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의 북극 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언급하자 덴마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주권, 영토 보전, 그리고 국경 불가침은 "보편적인 원칙이며, 우리는 이를 수호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6.1.6. AFP 연합뉴스

서방국들, 대미 의존도 낮추고자 동분서주

경제무역 다변화, 자주국방 역량 구축 모색

관세와 군사 행동 등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제국주의 위협에 특히 동맹인 서방 국가들은 미국 아닌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적극적으로 다변화를 시도하며 대미 의존도를 낮추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EU는 인도, 남미 5개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캐나다는 다소 제한적이긴 하지만 중국, 카타르와 무역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합의는 캐나다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트럼프의 위협을 불렀다.

부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EU 사이에 다리를 놓아 15억 인구의 새로운 무역 블록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했던 카니 총리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간 무역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더 많다"고 했다.

국방 분야에서도 이들 유라시아 국가가 대미 의존 축소 차원에서 국방 역량을 확대하는 게 급선무라고 부트는 지적했다. 물론 트럼프의 압박 등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유럽의 국방비 지출은 지난 10년간 약 두 배로 늘어났으며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그는 "조만간 한 독일 기업은 미국 전체보다 더 많은 155mm 포탄을 연간 생산하게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3 연합뉴스

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 대미 의존 탈피?

"트럼프 위협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하다"

이 대목에서 부트는 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 확대를 대미 의존 탈피 측면에서 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유럽은 선진적인 방위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한국의 공장에도 크게 의지하고 있다"며 "폴란드는 한국산 탱크, 자주포, 전투기를 구매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는 1월 30일 한국 다연장 로켓포 구매에 20억 달러를 쓰기로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캐나다는 미국의 F-35 구매를 줄이고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를 더 많이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노르웨이 국방물자청(NDMA)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 경제협력 특사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마르테 게르하르센 노르웨이 국방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다연장 로켓포인 한국산 천무 16문과 유도미사일, 종합군수지원 등을 포함하는 풀패키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움직임들을 두고 부트는 "트럼프의 위협을 고려하면,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산 무기 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건 이해할 만하다"고 촌평했다. 물론 스텔스기, 장거리 미사일, 위성 정찰 등 동맹국들이 미국에 크게 뒤처지는 핵심 역량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핵무기이지만, 만일 미국이 동맹국들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면, 더 많은 나라가 자체 핵 억제력 보유 쪽으로 나아갈 우려도 있다고 봤다.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다연장 천무가 이동하고 있다. 2024.10.1 연합뉴스

유럽과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이 '각자의 길'을 간다면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부트는 "미국 우선주의자들은 개의치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들이 무역과 안보 면에서 미국에 덜 의존하게 된다면, 그들을 마음대로 휘두르기 훨씬 어려워질 것이고 미국과 비즈니스를 할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다. 미국은 힘을 투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해외 기지들을 잃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적 영향력 축소와 해외 기지 상실의 대가를 치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부트는 "만약 '강력한 중견국들'이 뭉칠 수 있다면, 그들은 미국의 지배 시대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아마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한길 '청년 아카데미' 잠입, 나경원·김문수·이진숙·김계리·주옥순 격려 "커피 값으로 기부하라"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치고, 찰리 커크 추모 포스터를 붙이며, 혐중시위를 벌이는 이들의 맨 앞에 청년들이 서 있다. 대한민국은 '극우청년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분열을 마주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법정, 대학가, 시위 현장, 기도회 등에서 20여 명의 청년들과 직접 만나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취재했다.

2025년 6월 2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발대식 현장 모습. ⓒ 오마이뉴스

"김진홍 목사의 영적 리더십과 전한길 선생의 뜨거운 열정이 용기를 줄 것입니다." –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교한국 선진한국'이란 원대한 비전을 실현할 김 목사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청년 여러분들이 이 아카데미에 계신 것만으로 대한민국을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으로 가지 않게 만드는 첫 걸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지난해 6월과 12월, 한국 청년들을 "자유 보수주의의 지도자"로 기르겠다는 한 아카데미의 발대식과 수료식에서 정치인들이 내뱉은 말이다. 보수를 표방한 이들은 실제론 '윤어게인(Yoon Again)'으로 대변되는 극우적 사고를 공유하고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발대식에서부터 이 아카데미에 잠입해 내부 강연, 수료식 등을 취재했다. 해당 행사는 공개된 것으로 유튜브를 통해 영상 등이 공유되기도 했다. 정치권의 지원 속에서 아카데미 소속 청년들은 "보수 지도자로 성장해 문화, 정치, 예술 곳곳에 씨앗을 뿌릴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좌파 세력과의 체제 전쟁에서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호응했다.

▲[잠입취재] 한손엔 성경, 또 한손엔 '머니'... 이미 시작된 극우청년의 전쟁 오마이뉴스

전문가들은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일부 정치권에서는 극우 세력과 결합해 자기 진영을 확장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보수적인 청년 세대를 미래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으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더해 "이런 흐름이 계속될수록 청년 세대 내부적으로 흑백 논리는 강화되고 대화와 협치의 언어는 사라질 것"이라며 "청년들이 극우관에 빠지지 않도록 내란 청산에 대한 사회적인 심판과 자생적인 시민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홍 이사장에 전한길 원장, 국힘 인사들 전폭 지지

2025년 6월 2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발대식 현장 모습. 전한길씨가 연단에 나섰다. ⓒ 오마이뉴스

"기독교적 보수주의"를 가르친다는 이 아카데미의 명칭은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다. 이사장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수감중인 윤석열에게 지난해 1월 성경을 보낸 김진홍 목사(전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이고 원장은 꾸준히 부정선거 음모론을 전파하며 윤석열을 옹호해 온 전한길씨다. 이들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6월 아카데미를 설립해, 1기로 청년 150여 명을 선발했다.

AD

1기 발대식에는 김문수·윤상현·이희규·홍석준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직접 참석했다. 나경원 의원은 축전을 보냈다. 현장에는 김계리 변호사(윤석열 변호인),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도 자리했다.

발대식 이후 여러 차례 진행된 강연에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의원이 연사로 나섰다.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수료식에선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축하영상이 상영됐다.

2025년 6월 2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발대식 현장 모습.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환영사를 낭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발대식에서 원장 전한길씨는 "이곳의 (교육) 기준은 건전한 보수주의 정신과 하나님을 믿는 성경적인 가르침"이라며 "신앙과 보수 자유 정치 철학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대학·세대별로 소그룹을 조직해 자유 보수주의 청년 지도자로서의 지도력을 함양시키는 것이 실천 계획"이라며 "아카데미를 거친 청년들이 또 다른 후배들을 양성해 5년, 10년 뒤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거대한 공동체로 확장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사장 김진홍 목사는 "이 나라에 정상배인 '폴리티션(사리사욕을 채우는 정치가)'이 정치를 주관하게 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그 대안으로 청년 정치가를 키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환영사는 당시 막 낙선한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맡았다. 그는 "김 목사의 영적 리더십과 전씨의 뜨거운 열정이 청년들에게 마르지 않는 기운과 용기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영사 낭독 직전엔 발대식 장소 곳곳을 다니며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현장에 참석하는 대신 축전을 보낸 나경원 의원은 "이 아카데미는 청년들의 건전한 사회관과 리더십 함양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응하는 대학생들 "모든 것 바치겠다"

2025년 6월 2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발대식 현장 모습. 김진홍 목사가 현장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발대식 후 꾸준히 이어진 강연에서도 아카데미와 국민의힘의 인연은 계속됐다. 윤석열 석방 등을 외쳐 온 김민수 최고위원은 지난해 9월 13일 '창업을 꿈꾸는 청년 멘토링'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이 강연에서 "사회지도층이 될 우리가 노동조합을 어떻게 다뤄야 하냐"는 한 청년의 질문에 "민노총(민주노총) 같은 강성노조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답했다. 더해 "대한민국 역사상 노동개혁을 가장 강력하게 밀어붙인 정치인은 윤석열"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정치인들의 부추김은 이어졌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3일 수료식에 보낸 축하영상을 통해 "정권의 부정부패를 목격하면 SNS를 통해 부지런히 말하자", "정권의 부정부패를 규탄하는 집회가 있으면 부지런히 참석하자", "집회에 참석 못하면 커피값으로 기부금을 보내자"고 말했다.

아카데미 소속 학생들도 정치권의 지지에 적극 호응했다. 지난해 3월 호남권 대학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나섰던 강인묵(전남대)씨는 발대식에서 "꺼져가는 자유 보수주의의 불꽃을 다시 한 번 지펴야 한다"며 "우리 모두 아카데미를 통해 함께 준비하자"고 밝혔다. 강씨는 "좌파 세력이 언론, 국회, 사법부와 결탁해 보수 단체들을 탄압하는 상황에서 감당할 힘이 없었다"며 "단기적 외침만으로 이 체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무너져 가는 체제를 다시 일으켜야 하는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소감을 밝힌 김준희 자유대학 초대 대표는 "좌파 카르텔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체사상을 뿌려 사회 지도층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우리는 이 아카데미를 통해 지도자가 돼 문화, 정치, 예술 곳곳에 씨앗을 뿌리겠다"고 말했다. 더해 "나도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반드시 자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켜나가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극우와의 결합, 지지층 늘리기 위한 숫자 경쟁"

2025년 6월 2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발대식 현장 모습.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현장에 축전을 보냈다. ⓒ 오마이뉴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2일 <오마이뉴스>에 "우리 사회가 가치 지향이 아닌 진영 대립적으로 바뀌며 일부 정치권에서 가치나 철학을 말하기보다 지지층을 늘리기 위한 숫자 경쟁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일부 2030세대, 특히 남성들은 과거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진보적인 기성세대에 반감을 갖는 상황"이라며 "이들을 미래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자 하는 극우 세력 정치인들이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청년 세대가 모든 것을 투쟁, 전쟁처럼 여기는 정서적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일며 "적과 편을 가르고 자기 진영만을 공고화하는 흐름이 청년들의 정치 문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정치권의 한 축인 국민의힘 내부에도 다양한 정치적 갈래가 있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당장의 지지층 내지 미래의 정치적 기반을 키우기 위해 극우 세력과 결합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경계해야 할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적 양극화와 극우적 흐름이 맞물리면서 점점 분노의 정치, 혐오의 정치로 바뀌고 있는 현 상황도 함께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일 국가적·사회적 차원에서 극우 세력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서부지법 폭동 사태처럼 극단적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정치적 오염을 씻어내고 내란 청산을 이루기 위한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며 "시민들이 스스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한 공론장을 넓히고 민주 시민 교육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2025년 12월 13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스페이스쉐어에서 진행된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수료식 현장 모습. ⓒ 오마이뉴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국, 가면 벗고 종속국 수탈에 나섰다

  •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장
  •  
  •  승인 2026.02.03 09:08
  •  
  •  댓글 0
 
   
 

1. 트럼프, 한국에 25% 관세 인상 협박
2. 대만 TSMC 생산의 40%를 미국에서
3. 캐나다 트럼프 협박에 중국과 관계개선 중단
4. 그린란드를 둘러싼 유럽연합과 미국의 갈등
5. 미국, 가면 벗고 제국주의 함포 외교로 복귀

ⓒ 뉴시스
ⓒ 뉴시스

2026년 새해부터 트럼프의 독주가 관세 인상에서 주권국가의 자원과 영토, 생산시설 강탈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해상봉쇄와 마두로 납치·테러에 이어 이란에 함대 파견, 그리고 그린란드 합병, 대만·한국의 생산시설 이전, 자국 이민자 체포·추방 등을 자행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라는 돌연변이의 출현 때문이 아니라 제국주의 미국의 기본 성격에서 발생한 것이며, 우연적이고 개별적인 현상이 아니라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약소국과 동맹국을 약탈하는 일관성 있는 정책이다. 차이가 있다면 예전의 국제 규범과 국제기구 등을 통한 절차와 설득 과정을, 트럼프는 불필요한 비용으로 간주하고 위선과 가면을 벗어버린 것이다.

1. 트럼프, 한국에 25% 관세 인상 협박

지난 1월 26일 트럼프는 갑자기 한국이 대미투자특별법을 입법화하지 않았다고 자동차 품목별 관세 및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CNBC에 출연해 “한국 국회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를 승인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는 것”이라며 “그들이 합의를 승인하기 전까지는 25%의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부랴부랴 방미하여 오해를 풀겠다고 설득해 나섰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따지면 국가 간 합의를 위반한 것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한미 팩트시트를 보면, 트럼프 임기 내(2029년 1월 19일까지)에 2,000억 달러 투자처를 결정하되, 1년 투자 규모는 200억 달러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내용만 있지 언제 투자를 개시한다는 시점은 명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은 트럼프 임기 내에 투자하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는데, 성미 급한 트럼프가 왜 바로 돈을 내지 않느냐라고 재촉한 것이다.

대미투자특별법도 합의문에 명시된 의무조항이 아니다. 한국은 투자를 집행할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과 기금 운용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자체 입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특별법은 한국 정부가 스스로 정한 절차일 뿐이다.

더구나 합의서에는 한국에 환율 불안 등이 있으면 투자 조건을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 한국은 고환율로 외환 위기 상태에 있다. 이런 조건에서 트럼프가 한국의 최고 의결기구를 협박하면서 관세를 다시 인상하겠다는 것은 날강도 같은 행위이다.

트럼프가 이 시기에 만만한 한국을 압박한 이유는, 첫째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전 500조 원 못 박기로 볼 수 있다. 이는 한국 국회의 비준을 압박해 한국의 대미 투자를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둘째 최근 이민단속국의 시민 사살, 그린란드 강탈 압박, 유럽연합·캐나다와의 대립 등으로 국내외 지지 기반이 흔들리자 뭔가 성과를 보여줘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었다. 트럼프가 가장 자랑했던 성과는 부자나라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여 조선소와 공장을 짓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한국이 투자를 빠르게 진행하면 이를 크게 선전할 수 있다.

셋째 쿠팡 수사, 온라인플랫폼 규제(구글, 애플 등) 등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의 움직임에 경고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이는 주권국가의 사법권, 과세권, 공정거래 단속 등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미국은 이미 상호 제로 관세를 약속한 한미FTA를 위반했다. 한국에 15% 관세를 부과하고, 자신들은 여전히 0% 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의 언론, 정치권, 관료, 경제학자 등 소위 지배층은 미국의 망나니짓에 침묵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 대한 굴종이 체질화되어 있고, 행여 불이익을 받을까 하는 보신주의에 빠져 있다.

2. 대만 TSMC 생산의 40%를 미국에서

대만 정부는 지난 1월 15일 무려 5,000억 달러 미국 투자를 약속하고 상호관세를 20%에서 15%로 낮추었다. 정부가 미국에 2,500억 달러(368조 원)를 직접투자하고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추가 투자를 위해 대만 기업들에 2,500억 달러 신용보증을 제공한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대만 전체 반도체 생산량의 40%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이 목표다.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다면 관세는 100%가 될 것이다”이라고 경고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6개를 짓고 있는데, 이번 합의로 5개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대만의 핵심 산업역량이 송두리째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미국은 특정 고성능 반도체에 25% 관세 부과를 1단계 조치로 규정하며, 향후 반도체 전반으로 관세 부과를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3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고, SK하이닉스는 38.7억 달러를 투입해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도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대만 관세 협상 타결을, “민진당 당국이 대만 민중과 산업발전 이익을 팔아넘긴 매국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펑칭원 대변인은 “미국의 괴롭힘 앞에서 비굴하게 고개를 숙인 항복 선언”, “무능하고 파렴치한 행태는 대만의 발전 전망을 완전히 파괴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5,000억 달러는 대만 외환보유고(6,000억 달러)의 80%에 해당하며 반도체 생산능력의 40%가 미국으로 이전되면 대만의 핵심 산업 경쟁력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3. 캐나다, 트럼프 협박에 중국과 관계 개선 중단

캐나다 총리는 지난 1월 16일 중국을 방문하여 9년 만에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인하와 시장개방 등 무역장벽 완화에 합의했다. 캐나다는 중국 전기차 4만9천 대를 6% 관세율(기존 100%)로 수입하고, 중국은 캐나다산 유채씨에 부과하던 80% 이상 관세를 15%로 낮추고 농산물 관세도 크게 줄일 예정이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으로 중국과 동일한 처지에 놓여 있는 캐나다 카니 총리는, 그린란드 합병과 캐나다 51번째 주 언급 등에 반발하여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과 새로운 전략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이에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중국과의 협의는 역사상 최악의 거래라며 “모든 캐나다 상품에 즉각 100% 관세가 부과될 것”을 경고하고, 카니 주지사가 캐나다를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의 하역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카니 총리는 미국, 멕시코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이들 국가에 사전통지 없이는, 중국과 FTA를 체결할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4. 그린란드를 둘러싼 유럽연합과 미국의 갈등

트럼프는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하는 덴마크 등 유럽 8개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6월 1일까지 그린란드 완전 병합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관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EU는 이를 강압적인 조치라고 규정하고 즉각 반발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을 중심으로 통상위협대응조치(미국 기업들의 EU 시장 진입 제한) 발동 및 930억 유로(159조 원) 규모의 보복 관세를 검토하며 강 대 강으로 맞섰다. 이는 나토 동맹국 간의 신뢰를 무너뜨려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트럼프는 1월 19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EU에 관세 100%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채권자로 10조 달러(1경 4,750조 원)의 미국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영국과 노르웨이를 포함하면 보유한 달러 자산이 12조 6천억 달러(1경 8,586조 원)에 달한다. EU가 1월 20일 미국 국채 매각 카드(셀 아메리카)를 압박하자, 미국 증시 선물과 달러화가 급락했고 금·은·스위스프랑 등 안전자산이 상승하면서 미국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았다.

한편 트럼프는 매파 성향의 케빈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고, 이는 긴축 신호(금리 인하를 추진하지 않을 것임)로 달러 강세를 초래했다. 또한 시키고상품거래소는 은과 금 선물 거래에 대한 증거금을 대폭 인상해 투자자들을 강제청산시켰다. 이에 금·은 가격은 30%나 대폭락하였다.

EU는 미국 패권을 거부하고 싶으나, 안보와 수출, 기술 전반에 걸쳐 미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 대응 카드가 제한적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21%로 2·3위인 영국과 중국을 합친 것과 비슷하고,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유럽 카드 결제의 2/3를 장악하고 있으며, 독일 기업의 80%가 미국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에 의존한다.

10년 전만 해도 EU는 미국과 대등한 파트너였으나, 세계금융위기에서 미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고 재정위기에 빠져 대침체가 지속되었다. 디지털 전환에 뒤처져 미국 빅테크 기업에 종속되었고,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 에너지 공급을 미국 천연가스로 전환하여 비용이 3배로 늘어났다. 우크라이나 군사 안보 비용과 이민자 급등으로 복지지출이 증가하여 재정이 고갈되고, 중국의 자립화로 수출보다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을 도입한 결과이며, 나토의 동진과 러우 전쟁의 후과이다.

5. 미국, 가면 벗고 제국주의 함포 외교로 복귀

미국은 대만, 일본, 한국 등 종속적인 동맹국들에 관세 인상을 압박하여 수천억 달러의 조공을 바치게 하였고, 캐나다(35%), 멕시코(25%)에도 높은 관세를 부과하였다. 유럽연합에도 6,0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에너지 구매, 디지털서비스세 폐지 등을 압박했으나, EU는 빅테크 기업에 규제·조세를 부과하고, 데이터 주권 등을 지키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무역조건이 아니라, 상대국의 시장을 개방하게 하고, 첨단기술과 자본을 미국으로 가져오며, 미국으로의 수출은 줄이고, 미국의 에너지를 사게 하는 수단이다. 그리고 최종 목표는 중국을 봉쇄·고립시켜 미국의 경제패권을 지키는 것이다.

교과서에 있는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는 미국에 유리할 때만 적용하고, 불리할 때는 지금처럼 보호무역과 국가 주도정책을 우선한다.

WTO, UN 등 국제기구와 국제규칙도 무시하고, 경제적 강압이 먹히지 않으면 함포 외교, 납치·테러, 공습 등 군사적 옵션을 사용한다. 중국에 석유를 제공하고 위안화로 거래하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미국의 경제봉쇄에도 굴복하지 않자 물리력을 사용하였다. 베네수엘라 해상봉쇄로 석유 거래를 차단하고 마드로 대통령을 납치하여 친미정권으로 교체를 시도하였다. 이란에는 시위를 계기로 소요 사태를 사주하여 정권을 전복하려 했고, 대규모 함대를 파견해 군사 침공을 예고하면서 굴복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에는 경제 압박과 군사 압박이 결합되어 있고, 이는 힘으로 약소국을 지배하는 제국주의의 본 모습이다. 오바마·바이든 때와 다른 것은, 국제 규범과 국제기구를 동원하거나 민주주의라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기존의 형식을 거부하고, 가면 없이 제국주의 속성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문제는 수출주도 제조업이 쇠퇴하고 있는 한국경제다. 주가는 5,000선을 넘었지만, 실물 가치는 매우 불안정하다. 이미 미국 자본은 한국의 금융과 정보통신 산업을 장악했고, 2026년 1월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은 37%이다(미국계 자본이 가장 많음). 쿠팡의 2024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당기순이익 7,489억 원보다 많은 9,390억 원이 미국 본사 등에 용역비·자문료 형태로 지급되었다. 홈플러스를 착취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투자자들은 대부분 미국 연기금 등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제조업 역량마저 미국으로 이전되면 미래가 암울하다.

트럼프는 한미 합의를 어기고 반드시 추가적인 시장개방, 미국 기업 규제·조세 면제, 미국에 추가 투자와 생산시설 이전을 다시 압박할 것이다. 이때 관세를 채찍으로 사용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지 모른다. 미국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버리고 근본적인 경제주권 수립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천연가스로 돈 취할 자 vs 황폐한 빈곤에 빠진 자', 누가 거짓말하나?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⑦ 인권 영향 조사 : 기업 "땅·보상 지급 완료" vs 주민들 "거짓말"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2.03. 09:18:57

카부델가두 주민과 연구자들은 왜 가스가 지역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할까. 반면 현지에 LNG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모든 피해 주민에게 땅과 보상을 충분히 지급했다고 대외적으로 밝혔다. 현장 실태를 조사했다. 편집자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연재 바로가기 ☞ : 클릭)

"'토탈' 말은 거짓말입니다. 아직 집을 받지 못한 사람도 많고, 농지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못 받았어요. 제 어머니만 해도 보상으로 150만 메티칼(3540만 원)을 받기로 합의했는데, 25만 메티칼(860만 원)만 받았어요. 어부는 생계를 다 잃었고요. 우린 더 가난해졌어요. 가스전 혜택? 아무것도 없어요."

12월 2일 통화한 키툰다(Quitunda) 주민 무사(가명) 씨가 말했다. 키툰다는 카부델가두 팔마 지구의 재정착촌이다. 모잠비크·로부마 LNG 개발이 이뤄지는 아푼기 반도에 있다. LNG 단지가 들어설 땅에 살고 있던 주민들이 키툰다로 모두 강제 이주당했다. 무사 씨는 그때부터 이곳 삶이 고통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카부델가두 팔마지구 아푼기 반도 모습. 모잠비크 LNG 단지와 바로 옆의 키툰다 재정착 마을이다. (유럽항공청 Sentinel-2 L2A 2025년 8월 4일 위성사진) ⓒ프레시안(손가영)

빼앗긴 땅

강제 이주는 2019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지금까지 농부는 농지를 잃고, 어부는 어장을 잃었다. 일부 주민을 제외하면, 대체 농지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팔마 주민이자 인권 활동가 오마르(가명) 씨가 11월 27일 통화에서 확인한 내용이다.

"강제 이주가 이뤄질 때 3가지 약속이 있었다. 재산, 집, 농지에 대한 보상. 그런데 집만 주어졌다. 코코넛 나무, 망고 나무 같은 재산의 보상이나 대체 농지는 아직까지 많은 주민들이 못 받았다. 농지는 나도 아직 못 받았다. 카부델가두 사람은 땅으로 먹고 산다. 즉, 살 수 없다."

오마르 씨는 "회사는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이유로, 주민 땅을 먼저 가져가는 데 급급했다"며 "그래서 새 집만 지어놓고 충분한 보상 계획 없이 주민들을 땅에서 내보냈고, 보상하기도 전에 땅을 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마르 씨는 사업주가 환경영향평가 결과로 공식 발표한 강제 이주 가구 수 '643'도 틀렸다고 주장했다. 현장을 조사한 그는 "실제로는 (최소) 767 가구"라며 "집을 받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정착촌에 사는 무사 씨도 "집을 받지 못하고, 이곳 저곳을 전전하는 주민 30명을 알고 있다"며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읊었다.

▲2024년 11월 아푼기 반도 LNG 개발 부지 앞에서 열렸던 주민 시위 풍경. 현수막에 '땅은 모잠비크 사람들의 것이지, 프랑스의 것이 아니다'가 적혔다. ⓒJustiça Ambiental

어부의 더 큰 고통

"어부는 더 심합니다. 가스전 개발지라며 기존 어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요. 대체 어장이라는 곳에선 12시간 낚시해도 고기 한 마리 못 잡습니다. 원래는 30~50㎏(킬로그램)을 잡았어요. 다른 곳을 가면, 이미 그곳에서 오래 일한 다른 어부들이 있고요. 다시 물고기 많은 내 어장으로 가면, 총 든 군인을 만납니다. 이런 어부들이 너무 많습니다."

무사 씨 말이다. 나아가 오마르 씨는 "토탈은 어장을 잃은 어부에게 월 5000메티칼씩 지급한다고 약속했으나, 이걸 받은 어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토탈이 지원한 어업센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한다. 새벽부터 나가 늦게까지도 일하는 어부들이 거길 통해 일을 할 수가 없다"며 "해안가에서 게를 잡고 살아가던 여성들도 생계 위험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보상 과정도 불공정했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모잠비크의 가족 개념은 대가족이다. 10명 넘는 가족이 한 대가구로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오마르 씨는 5개 가구 14명이 모여사는 '86세의 아부두 씨' 사례를 들었다. 아부두의 가족은 편의를 위해 보상금 지급 카드를 하나만 발급받았는데, 그 이유로 그의 가구만 보상을 받았다. 그는 "토탈이 가구 구성, 가족원 수 등을 다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라며 "가족 문화가 제대로 반영이 안 돼 보상을 덜 받은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카부델가두 어부들의 모습. 주도 펨바시 해변에서 촬영했다. ⓒ프레시안(손가영)

'학살' 사태

심각한 인권 유린이 2021년 3월 24일 가스전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른바 '팔마 사태'다. 분쟁 연구 기관 ACLED(Armed Conflict Location and Event Data, 무력 충돌 위치 및 사례 데이터)에 따르면, 정부군이 팔마 시내를 수복하기까지 2주 동안 주민, 가스전 노동자 등 1500여 명이 반군에 살해되거나 납치됐다. 2017년 시작된 반군의 무장 반란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더니, 2021년 가장 큰 참상이 벌어졌다.

사건 생존자와 유족 등 7명이 토탈에너지를 프랑스 낭테르 검찰청에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2023년 10월이다. 토탈에너지가 자사 직원이 아닌 하청업체 직원 구조는 방기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엔 배, 헬기 등 탈출 수단을 자사 직원 중심으로만 배정하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구조 요청은 외면했다는 증언이 실렸다. 이들은 또 LNG 단지에서 일한 한 보안업체가 시내 한 호텔에 고립된 수백 명을 헬기로 구조하려고 연료 공급을 요청했으나, 토탈에너지가 이를 거부했고 그 사이 많은 민간인이 탈출을 시도하다 반군 공격으로 사망했다고도 주장했다.

토탈에너지는 직후 보도자료를 내 "혐의를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또 사태 당시 "모잠비크 LNG는 페리를 전세 내어 항공과 해상으로 많은 민간인을 포함한 2500명 이상을 대피시켰다"며 "당시 어떤 계약업체도 아푼기 현장 외부에 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모잠비크 LNG는 (파악한) 모든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은 물론 다수의 민간인까지 아풍기 현장에서 안전하게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관련해 프랑스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군 전쟁범죄 의혹

정부군의 주민 살상 의혹이 3년 후 드러났다. 영국 탐사보도기자 알렉스 페리(Alex Perry)가 2024년 9월 <폴리티코>에 보도한 '컨테이너 학살'이다. 그는 장기간 현장 조사를 진행해, 2021년 6월경 모잠비크 정부군이 당시 피난을 가던 마을의 남성 200여 명가량을 두 컨테이너로 데려가 몰아넣고, 감금, 폭행, 고문, 그리고 살해까지 자행했다고 보도했다. 토탈에너지는 당시 모잠비크 정부와 협정을 맺고 2020~2023년 가스전 지역을 경비하던 정부군에 수당과 숙소, 식량, 장비 등을 제공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군은 주민들을 반군이라고 의심했다. 기자는 이들이 30℃ 넘는 날씨에 창문 없는 금속 컨테이너에 갇혀, 밥을 먹지 못하고 천장에 맺힌 물을 핥아 먹으며 생활했다고 밝혔다. 3개월 후, 팔마에 파병된 르완다군에 의해 발견돼 석방됐을 땐 26명 정도가 생존해있었다. 생존자들은 기자에게 '나머지 주민들은 모두 죽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살상 의혹은 최근 네덜란드 정부도 인정했다. 자국의 수출금융지원기관이 모잠비크 LNG에 참여한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독립적 인권 영향 조사를 따로 진행했다. 조사를 수행한 클링엔달 연구소(Clingendael Institute)는 지난해 11월 모잠비크 군대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해 "세부 내용 확인은 조사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나, 본 연구는 LNG 개발 사업 현장 앞에서 많은 민간인이 모잠비크 보안군 요원에 의해 구금되고 학대당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는 보고서를 인용하며 "모잠비크 군대가 구조적인 인권 침해를 자행했으며, 특히 2021년 3월 팔마 공격 이후 인권 침해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밝혔다.

모잠비크 군경의 폭력, 약탈은 분쟁 내내 일상적이었다. 오마르 씨는 한 예로 2020년 5월 실종된 아치무 사이드 콤보(57)를 말했다. 6명의 직원을 뒀던 팔마시 사업가였다. 무슬림이었던 그의 직원 모두가 반군으로 오인돼 체포되자, 이들을 석방해 주기 위해 경찰서에 간 아치무씨도 그길로 구금됐다. 아치무 씨는 거금을 내며 모두를 석방했는데, 이때 토탈로부터 많은 보상금을 받았다고 경찰을 설득했다. 집에 돌아온 지 3일 만에, 아치무 씨와 직원들은 한 군경 집단에 다시 체포됐고,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복수의 주민들은 아치무 씨가 군인, 경찰과 함께 은행에 같이 있던 걸 봤다고 밝혔다.

▲2024년 11월 아푼기 반도 LNG 개발 부지 앞에서 열렸던 주민 시위 풍경. 바리케이드를 쳤다. ⓒJustiça Ambiental

▲2024년 11월 시위에 나선 주민들이 LNG 단지 울타리를 에워싸고 있다. ⓒJustiça Ambiental

인권 실사 했는데

분쟁은 2017년 시작됐다. 토탈에너지는 2019년 이 사업 운영권을 넘겨받고, 인권실사를 추가로 진행했다. 토탈에너지는 2020년 12월, 이탈리아 컨설팅업체 LKL에 인권 실사를 맡겨 보고서를 낸 뒤, 이를 기초로 '인권 실사 수행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한 달 뒤 2021년 1월, 악화한 안보 상황에 건설은 잠정 중단됐다. 그리고 3월 24일 오전, 건설 재개를 발표했다. 바로 그날 오후 팔마 사태가 발발했다.

자연의 벗 등의 인권·환경 단체들은 이를 인권 실사가 실패한 방증이라고 평가한다. 이들 단체 의뢰로 토탈에너지 2020년 인권 실사 보고서를 검토한 업라이츠(Uprights)는 "조사는 분쟁 상황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고, '갈등 민감형 접근 방식'에 기반한 강화된 인권 실사를 수행하지 않았다"며 "(시기를 볼 때) 이런 방치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 인권실사는 사업 인수 전에 이뤄져야 했다고 지적했다.

토탈에너지가 모잠비크 정부군의 범죄 가능성을 인지했다는 지적도 있다. 팔마 사태 이전부터 정부군이 성폭행, 살인, 약탈 등을 벌인 사건을 파악해 왔다는 주장이다. 이탈리아 환경 단체 리코먼(ReCommon) 등이 확인한 토탈에너지의 민간 보안 업체 문서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정부군의 민간인 상대 성폭행, 살인, 약탈 등의 범죄가 기록돼 있었다. 비영리기구 유럽헌법인권센터(ECCHR)는 이 자료를 근거로 지난해 11월 토탈에너지를 전쟁범죄, 고문, 강제 실종 공모 혐의로 프랑스 국가 대테러 검찰청에 고발했다.

토탈에너지는 이에 지난해 11월 보도자료에서 "정부군 범죄가 일어난 기간(2021년 6월 이후) 모잠비크 LNG 시설 직원들은 현장에 없었고, 시설은 2021년 4월 초에 이미 철수된 상태였다"며 "LNG 사업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카보델가도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 폭력적인 공격에 시달려 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군 전쟁범죄 혐의를 처음 알린 <폴리티코> 보도에 대해서도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내부 검증 결과, 모잠비크 LNG는 물론이고 (모회사) 토탈에너지도 당시 그런 행위가 발생했다는 어떤 정보도 입수하지 못했음을 확인했다"며 "첫 기사 이후, 토탈에너지는 폴리티코에 사건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 증거 또는 문서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폴리티코는 데이터 제공을 거듭 거부해 왔고 답변을 취사 선택해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토탈에너지는 전용 웹사이트를 만들어 해당 기자와 수개월간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주마 씨, 오마르 씨 모두 "주민들은 가스전이 분쟁의 촉매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오마르 씨는 "왜 카부델가두 북부 해안에서 분쟁이 시작했고, 왜 그때였나? 왜 팔마의 피해가 가장 심한가? 왜 안 끝나나? 왜 가스전 사업 재개 시점과 분쟁 격화 시점은 겹치나?"라고 되물었다. 지난해 토탈에너지는 상황이 나아져 불가항력 해제를 계획한다는 발표를 여러 차례 냈다. 그때마다 카부델가두 북부 지역에 반군의 공격과 국지전이 활개를 쳤다고 주민들은 느꼈다고 한다.

모잠비크 주재 미국 대사관은 2024년 "분쟁의 원인은 단순한 종교적 갈등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박탈감과 정부의 억압이 불씨가 됐다"며 "특히 거대 다국적 기업의 LNG 사업이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정착 현지 공동체엔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외부인에 자원만 착취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폭력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땅·보상 못 받은 반례들

토탈에너지는 2024년 5월 주주총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개발 부지 토지사용의 영향을 받은 가구 100%가 보상을 받았고 △키툰다(재정착촌)로 이주한 주민 모두가 토지를 포함한 모든 보상을 받았으며 △이들 모든 가구에 대체 농지 분배를 완료했고 4700건 넘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우리는 땅도 받지 못해 가난해졌다"는 주민들이 다수 남아 있다.

토탈에너지는 또 카부델가두 북부의 생계 안정을 위해 'Pamoja Tunaweza'라는 이니셔티브를 개발해 사회적 인프라, 교육, 고용 및 지역 기업 기회 제공을 통해 지역 사회에 혜택을 보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농민 5000명 이상을 지원하는 농업 프로그램도 진행했고, 기존 농지나 어장이 폐쇄된 모든 주민들이 대체 농지에 갈 수 있도록 버스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편도 20km 떨어진 농지나 어장을 버스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처벌 같다'고 말한다. 주마 씨는 "마푸투(수도)나 펨바(주도) 청년이 고용되는 건 봤어도, 이곳 (시골) 팔마 주민이 가스 회사에 고용된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며 "지역 개발 기금도 애초 약속한 금액과 다르고, 너무 부족해 우리는 계속 면담을 요구하고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5월 28일 아푼기 반도 위성사진. 정착촌과 공항 활주로, 건설본부 등 사무실 단지가 건설되고 있다. (유럽항공청 Sentinel-2 L2A 2019년 5월 28일) ⓒ프레시안(손가영)

▲2025년 8월 4일 아푼기 반도 위성사진. LNG 단지 건설 공사가 계속 진행된 변화가 보인다. (유럽항공청 Sentinel-2 L2A 2025년 8월 4일) ⓒ프레시안(손가영)

한국의 응답은?

모잠비크 LNG 사업 대주단(대출·보증 등을 해준 금융기관 모임)에 속한 한국수출입은행은 현지 인권 실사와 관련해 지난달 19일 "대주단 독립 환경·사회 자문사를 통해 모잠비크 LNG 사업의 환경사회 심사를 공동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토탈에너지 등 LNG 사업자가 수행한 환경영향평가와 인권 실사를 이른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현지 특수한 치안 상황을 고려해 강화된 인권 실사를 추가 수행했다"며 "2023년 5월 프랑스 인권 전문가가 인권 상황을 조사한 후, 권고사항을 도출했다. 대주단 등은 이를 바탕으로 대주단 독립 자문사와 공동으로 추가 인권 실사를 진행하고, 민간인 보호 강화 조치를 추가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LNG 운반선 등을 수주한 삼성중공업과 HD현대삼호는 "모잠비크 LNG 건 관련해선 답변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만 밝혔다. 해외 투자 사업에 대한 사회적 경영 책임 기준 질문에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육상 플랜트 시공에 참여하는 대우건설은 "사업 전제조건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사업주(토탈 등) 측에서 수행했고, 해당 결과를 확인해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관련 정세가 수시로 변하고 있지만, 사업 참여 전 실사를 수행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답했다.

한편 모잠비크 LNG 대주단에 자국 공적금융기관을 둔 네덜란드와 영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 자금 지원 협정을 철회했다. 현지의 인권 침해 위기와 탄소 중립이라는 기후 위기 대응 목표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영국 수출금융공사는 11억 5000만 달러를, 네덜란드 수출신용보증은행은 총 13억 달러를 지원해왔다. 토탈에너지는 이에 "프로젝트 자금의 70% 이상이 확보됐다"며 두 기관의 자금 지원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네덜란드 정부 의뢰로 조사를 수행한 클링엔달 연구소는 "현재 즉각적 운영 리스크는 완화됐지만, 반군의 회복력과 (사업) 재정적 취약 성 등 시스템적 리스크는 여전하다"며 "LNG 이해관계자들은 장기적인 리스크 노출 규모를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토탈에너지는 지난해 10월 24일, 엑손모빌은 11월 20일 불가항력 해제를 선언하며 사업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레시안>은 토탈에너지에 주민들의 인권 침해, 보상 지연 등의 문제제기 내용을 서면으로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전망에 대해 "모잠비크 정부는 다국적군 지원 아래 사업지 인근 지역을 수복했고, 르완다군 주둔과 보안시설 확충 등으로 사업지 방호 능력이 강화돼 사업주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사업 재개를 선언했다"며 "현재 사업별 대주단은 치안자문사를 통해 현지 치안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손가영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주식으로 돈 벌었던 사람들...이건 착각하지 마세요

[최경영의 돈과 시간 이야기] 인간과 원숭이의 다트 게임

26.02.03 06:52최종 업데이트 26.02.03 06:52

지난 1월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경제·주식투자 코너를 찾은 시민들이 관련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랫동안 궁금했습니다. 지금도 잘 믿지 못합니다. 정치인들의 이런 말들요.

"저는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믿습니다."

정치인들은 진짜 국민들을 진심으로 믿어서 저런 말을 할까? 국민들이 현명한가? 늘? 당장 윤석열이나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도 국민들이었는데…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우리는 현명합니까? 우리라는 무리가 결정하면 늘 올바른 판단이 나옵니까? 아니면 오히려 극단적인 '군중의 속성'이 자주 나올까요? 집단의 지혜는 진짜 존재할까요? 존재한다면 가끔 존재할까요? 아니면 자주, 또는 늘 존재하는 것일까요?

주식시장에서도 오랫동안 "국민은 늘 옳다"와 같은 이론이 각광을 받아 왔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유진 파마의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입니다.

이 이론은 "시장 가격은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미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시장은 언제나 옳지요".

시장은 늘 옳기 때문에 따라서 우리는 늘 지수(Index)투자만 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이게 진실이라면 인간은 개별 종목을 선정해서 시장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올릴 길이 없습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왜 주식의 가격은 그렇게 비이성적으로 요동치지요? 기업의 실적이 하루에 정확히 마이너스 5%만큼 빠져서? 아니면 기업의 실적이 그 순간에 정확히 플러스 14.5%만큼 올라서? 그래서 내리거나 오르는 걸까요?

'효율적 시장 가설'을 비판하는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와 같은 행동경제학자들은 반대로 말합니다.

"시장은 인간의 탐욕과 공포로 인해 자주 비이성적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버블이나 폭락을 설명하지 못한다."

여기에 더해 실러 교수는 더 복잡한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책 <내러티브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적 행동(주식을 사거나 팔고, 소비자가 거액의 집을 사거나 파는)을 함에 있어서 그 판단의 근거가 "숫자"를 통한 이성적 계산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는 이야기, 그 이야기에 배어 있는 맹신에 기초할 때가 많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바로 실러 교수가 말하는 맹신 같은 이야기죠. 그래서 숫자에 판단한 투자는 버블을 만들지 않지만, 이야기에 기초한 투자는 거품을 만들어 냅니다.

"이야기에 휩쓸리지 말고 펀더멘털 숫자(영업이익,주당순이익,주당장부가,성장률의 추이 등)를 봐"야 합리적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야기와 숫자

지난 1월 30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1포인트(0.06%) 오른 5,224.36으로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5.57% 오른 90만9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코스피 주가지수가 5000을 넘어섰습니다. 버블일까요?

2024년말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들 전체 영업이익을 찾아보니 190조 원 정도 되더군요. 그때 주가지수가 2500정도 됐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5000입니다. 그렇다면 올해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들의 전체 영업이익은 2배는 되어야 합리적이죠?

조사를 해보니 다행히 2배가 됩니다. 아니, 증권사들의 전망치가 400조 원에서 440조 원이니 2배가 더 넘을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에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 원이 될 것이라고 환호하더니 지금은 250조 원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옵니다. 그렇다면 코스피의 전체 영업이익은 440조 원이 아니라 500조 원 안팎이 될 수도 있겠지요. 지수가 2배나 올랐지만 여전히 전망치의 숫자로는 합리화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코스닥은요? 정부와 집권여당이 코스닥 3000도 외치고 있습니다. 코스닥의 영업이익도 크게 성장했습니다. 2024년 코스닥에 등록된 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9조 6000억 원 정도였지만, 지난해는 16조 원 정도가 될 것 같고, 올해는 25조 원쯤일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하더군요.

코스닥도 2배 이상 영업이익이 올랐으니까 당연히 2024년 대비 2배 이상은 올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미 코스닥의 주당순이익에 근거한 주가수익비율(PER)은 코스피보다 훨씬 높거든요. 코스닥의 어떤 기업은 주가수익비율이 이미 7천 배나 됩니다. 삼성전자가 아직도 10배 수준인데 말이지요.

물론 기술벤처기업들이 미래 성장성이 높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성장성은 스토리지요. 이성적 숫자라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꿈이 담긴, 실러 교수가 말한 이야기(narrative)에 가깝습니다.

같이 꿈을 꾸면 행복합니다. 이야기는 전달되기 쉽지요. 그러나 여러 종류의 숫자를 보고 판단하는 건 골치 아픕니다. 면밀히 조사하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먼 옛날 수렵시대부터 그런 골치 아픈 판단보다는 직감으로 움직이도록 튜닝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었으니까요. 탓할 수 없지요. 생존 본능을.

그러나 탓해야 합니다. 수렵시대도 아닌데 수렵시대의 원시인처럼 현대인이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그래서 유진 파마의 말처럼 코스닥도 지수(Index)에 투자해버릴까요? 그럼 속은 편하겠지요.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수를 구성하는 것도 결국 종목들입니다. 코스닥에 등록된 종목들.

결국 지수도 코스닥에 등록된 종목들의 "실적"에 따라, 숫자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는 것이죠. 언제? 그건 모르죠. 종국에는. 종국에는 이야기에 의해 아무리 올라도 결국 숫자가 확인되면 꺾일 것이고, 종국에는 아무리 흉흉한 소문 때문에 떨어져도 결국 실적이 뒷받침 된다면 오를 겁니다. 이익에 수렴할 겁니다. 결국은 그럴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게 '언제'인지를 모른다는 것뿐. '언제', '얼마큼' 우리가 이야기에 탐닉하다가 숫자를 돌아보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자주 이 노래의 가사를 떠올려보세요.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연극이 끝난 후/샤프, 1980년 대학가요제 은상곡)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

시장은 대체로 옳습니다. 유권자는 대체로 현명합니다. 언론인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독자나 시청자입니다. 정치인은 국민을 믿고 정치를 하는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시장이 틀렸다면, 시장이 너무 광분했다면, 유권자가 멍청했다면, 독자나 시청자들이 어떤 미신, 인물, 편견, 선입관 등(예를 들어 백인은 흑인에 비해 우월하다)에 근거한 이야기에 빠져 있거나 갇혀 있다면 정치인이나 애널리스트나 언론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 그러나 위 진술에도 한 가지 편견이 들어 있군요. 어떤 특정의 정치인, 애널리스트, 지식인들은 대중보다 우월한 판단력을 지녔다는.

행동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심지어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평정심을 유지해야 할 애널리스트들도 당시의 시장 분위기에 따라 보고서를 낸다고 하지요.

다트보드 이미지 연합=OGQ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석좌교수였던 필립 테틀록이 1984년부터 약 20년간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정치인·교수·TV에 자주 나오는 전문가·유명 박사들의 정치·경제·국제 전망 8만 2000건을 쫙 모아놓고 확인해 봤습니다. 그런데 다트를 무작위로 던지는 침팬지가 미래를 맞힐 확률보다 거의 차이가 없었거나 더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유권자, 투자자에게 필요로 하는 정보를 잘 전달하고, 잘 전달받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완벽히 현명한 유권자, 완벽히 이성적인 투자자의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다만 제가 알고 있는 건 우리는 무지하다는 것뿐입니다. 인공지능(AI)이 나중에 뭔가를 발견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확실한 건 인간의 무지예요.

그러니 무지한 인간이 쌓아놓은 수백억 개의 조각난 사실, 편견, 숫자, 거짓, 가공된 이야기들을 가지고 AI가 "저 사람이 미래의 훌륭한 정치인이야", "저 사람을 뽑아", "저 기업이 훌륭한 기업이야", "저 기업의 주식을 사"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네요. 설사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모든 사람들에게 100% 투명하게 동시에 전달된다면 여러분은 돈을 벌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동시에 똑같은 판단을 하는 세상에서 대체 누가 먼저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지요 ?

그래서 지금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자주 옳지 않은 세상이나 시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 시장, 대중이 자주 틀리기 때문 아닐까요?

덕분에 우리는 내란을 극복하는 짜릿한 감격의 역사를 만끽할 수 있고, 주식시장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삶의 기쁨도 누릴 수 있잖아요.

그러나 착각하지 맙시다.

지난 1년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아서 내란을 극복한 것이지 생각해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지난 1년 우리는 정말 시장이 좋아서 돈을 번 것이지, 내가 뛰어나서 100% 안팎의 수익을 낸 건 아닙니다.

운 좋게 다트가 던져진 원판 한쪽에 "100% 당첨"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일 뿐, 매번 매해 매순간 이렇게 될 수는 없습니다.

늘 경계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전도사였던 미국도 저렇게 됐습니다. 우리도 윤석열을 뽑았었습니다. 우리가 배울 제조국의 모범 사례였던 독일 경제도 어려움에 처한지 오래입니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구조적 저성장은 여전히 미해결된 상황입니다.

2023년 본격적인 AI 투자 붐이 일어나기 전, 전 세계 선진국들이 그린 본인들의 미래는 잃어버린 30년의 일본에 가까웠습니다.

전세계 선진국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인구 고령화,저성장, 복지 예산 증가, 누적되는 재정적자는 잠깐 잊혔을뿐 여전히 풀리지 않는 부정적 숫자들입니다.

어제, 잠깐의 운이 좋았을 뿐 오늘과 내일의 장기적 과제들은 그대로입니다. 흥분과 불안을 오고 가는 주식시장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급적 그래야 합니다.

원숭이에게 자신의 선택을 합리적으로 차후 설명이라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똑같이 원판에 다트를 던진 것일 뿐이라도.

#최경영의돈과시간이야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트럼프의 전후 질서 해체… '독ㆍ일 재무장' 부른다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다른 기사 보기

  • 외교국방

  • 입력 2026.02.03 08:30

  • 수정 2026.02.03 08:38

  • 댓글 0

'예측 불가' 트럼프에 군비 강화 …대항 세력 될수도

샌프란시스코대 니먼교수 '섬뜩한 경고'

전후 미국은 독ㆍ일 부유하되 무장 해제 시켜

독일 정상국가로 무장할 때 유럽 두 차례 재앙

트럼프는 동맹국을 경제적 적으로 취급

80년 만에 다시 소환되는 '독일 문제'

2차대전 추축국 일본도 군사주의화 가속

"우리가 '비정상적 독일'을 가능하게 했던 질서의 해체에 집착한다면, 우리는 역사가 가르쳐온 '정상적 독일'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때야 우리가 떠나온 세계는 짐이 아니라 횡재였고, 때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엘리엇 니먼 교수(유럽지성사)는 '나토가 없다고 상상해보라'란 29일 자 <페어 옵서버> 기고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이 미국 주도의 전후 자유주의 질서 그 자체를 해체하고 세계를 무정부 상태를 만들고 있다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니먼은 2차 대전 후 독일 사회에 집중하면서 우파 쪽은 나치즘 이후 문학 속 정치학, 좌파 쪽은 개혁에서 극단주의로 변질한 청년 세대의 반란을 연구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1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에린 엘모어 국무부 국장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6. 02. 01 [AF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의 전후 자유주의 질서 해체

두 차례 전쟁 일으킨 '정상적 독일' 예고

니먼이 보기에 역사적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트럼프주의(Trumpism)의 논리는 단순하다. 그동안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무역에선 막대한 대미 흑자를 보는 독일 등 유럽과 일본, 한국과 같은 "부유한 동맹국들"에게 미국이 '착취'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맹국들에게 비용을 강제하고, 미군 철수로 위협하며, 관세로 괴롭히면, 그들은 결국 제대로 행동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런 논리는 '동맹의 정치학'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는 "국가들은 신뢰할 수 없는 보호자에게 영구히 의존하지 않는다. 얽매여 있는 것보다 버림받을 두려움이 더 크다고 느낀다면 그들은 재무장하고 재정렬하게 된다. 이 논리는 미국의 철수가 초래할 구조적 결과를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했다.

니먼은 "더 심각한 문제는 트럼프가 1945년 이후 질서의 기본 논리 자체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그는 동맹을 방위비 갈취 조직처럼 본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공동체나 '서방'을 구호 이상의 어떤 걸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국방부가 23일 공개한 '2026 국방전략(NDS)'에 담긴 서반구 지도. 2026. .1. 23 연합뉴스

독ㆍ일ㆍ한 '부유한 동맹국' 미국 착취?

"트럼프, 동맹국을 경제적 적으로 취급"

그 연장선에서 트럼프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거듭 칭찬하는 반면, 동맹인 유럽연합(EU)은 '경제적 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독일차에 대한 관세,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강탈', 나토 무력화 시도 등은 그 상징적인 사례들이다. 니먼은 "그것들은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힘이 곧 거래를 결정하고, 규칙이 아닌 세력이 우선인 세계관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히 당황스러운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불안정을 초래한다. 왜냐하면 동맹국들이 미국의 약속을 액면 그대로 믿고 행동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경고했다.

이 대목에서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거론했다. 니먼은 "1949년 이래 서구 동맹의 핵심인 유럽인과 캐나다인은 러시아와 미국이라는 두 적대적이거나 믿지 못할 강대국 사이에 낀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의 대응 시나리오와 관련해 "일부는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일부는 미국의 압박하에, 일부는 중국을 향해 표류하는 영지들의 모자이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이미 그쪽으로 재균형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 전망에 직면해 유럽인, 특히 독일인은 마지못해 재무장을 선택할 것이다. 그들은 다시 '정상적인' 강국들이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1938년 뮌헨협정 서명 직전의 협정 서명자들 모습. 앞줄 왼쪽부터 네빌 체임벌린 영국총리, 에두아르 달라디에 프랑스총리, 아돌프 히틀러, 베니토 무솔리니. 위키백과

80년 만에 다시 소환되는 '독일 문제'

경제 그물로 묶고, 미군 상주로 억제

이 대목에서 '독일 문제(German problem)'를 소환했다. 독일제국의 빌헬름 2세가 일으킨 1914년의 1차 대전, 그리고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일으켰던 1939년의 2차 대전을 잉태한 구조적 문제다. 니먼은 "유럽 대륙 중앙의 강대국이 부유하고 통합되며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되 유럽을 지배하지는 못하게 하는 방안은 뭔가 하는 문제다"라면서 "유럽만으론 해결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 문제'를 풀고자 전후 유럽 질서는 두 가지 차원에서 설계됐다. 유럽 차원에서 서유럽은 석탄철강공동체(ECSC), 공동시장, EU 같은 제도를 구축해 독일을 상호의존의 그물망에 묶어 역내 전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 대서양 차원에선 미국이 유럽에 대규모 전투 병력을 주둔시키고, 핵 억제력까지 갖춘 나토를 만들어 최후의 안보 제공자, 북대서양 지역의 사실상 경찰로 행동하게 됐다. 이에 니먼은 "나토를 통해 워싱턴은 위계적이지만 전반적으로는 호의적인 질서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지배적이지만 비교적 온건한 패권국인 미국의 존재가 동맹국 간 '무정부 상태'를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8일 영국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헤어지고 있다. 2025. 12. 08 [EPA=연합뉴스]

"트럼프, 어떤 적대국도 못 한 일 해"

대서양 동맹 균열…'변신'하는 독일

이 체제 안에서 독일은 '비정상적(abnormal)'일 여유가 있었다고 그는 봤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방비를 낮게 유지하며, '민간 국가'와 '무역 국가'라는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니먼은 "독일은 항공모함과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자동차, 기계, 화학 제품을 만들었다. 전후의 '경제 기적'은 그 질서에 의지했으며, 정치적 정상화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바로 경고로 이어졌다. 그는 "민주적이고, 수출 주도적이며, 민족주의를 거부하는, 우리가 아는 독일은 미국 주도 자유주의 질서의 산물이지, 독일인의 영원불변한 본질이 아니다. 의문은 이런 '비정상성'이 자기를 지탱해 온 질서가 쇠퇴하거나 적대적으로 변할 때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느냐다"라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전후 자유주의 질서를 트럼프가 사실상 전면 부정하면서 대서양 동맹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니먼은 "트럼프는 여태껏 미국의 어떤 적대국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고 촌평했다. 니먼은 1차 대전을 일으킨 빌헬름 2세의 "과장되고 잦은 비이성적 발언들"이 독일을 예측 불가하고 위험하다는 확신을 줬고, 지금의 트럼프가 그와 판박이라고 비판했다.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로베르타스 카우나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을 영접하는 날, 군 의장대 옆에 여우 한 마리가 눈더미 근처에 서 있다. 2026. 01. 26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질서의 '핵' 독일…복합 도전 직면

"재무장, 미국 철수ㆍ변덕 대비 차원 커"

니먼은 '독일'을 유럽 질서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봤다. 역사적으로 독일이 '불안'을 느끼면 유럽도 불안해지는데, 바로 지금이 그런 상황이란 게 그의 진단이다. 독일은 한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러시아와, 다른 한편으론 예측 불가한 트럼프의 미국과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안보 전략을 재고하고 국내 정치 양극화와 씨름하면서 재무장과 함께 역내 협력도 심화해야 하는 복합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독일은 재무장에 나섰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당시 올라프 숄츠 총리는 '시대 전환'을 선언하고 독일연방군 현대화를 위해 1000억 유로(약 170조 원) 규모의 기금을 발표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의 2%란 나토 기준을 충족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이를 3.5%로까지 올리라고 압박 중이다. 무기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고 폴란드, 발트 3국, 북유럽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망도 더 세밀하게 짜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함에 따라, 독일을 중심 허브로 하는 북부·동부 안보 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니먼은 "독일의 대응은 당분간 역사와 법, 정치문화의 제약을 받을 것이다. 기본법, 나치 과거의 트라우마, 수십 년의 반군국주의는 여전히 중요하다"면서도 재무장 관련 작업들이 "익숙한 EU와 나토의 간판을 달고 진행되지만, 그 밑을 흐르는 전략은 변화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런 준비는 미국 주도 '유럽 기둥'의 강화보단, 미국의 철수나 변덕에 대비한다는 데 더 가깝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자주국방으로의 진지한 전환은 영토 방어를 위한 대규모 재래식 군대, 충분한 탄약과 연료 비축, 통합된 공중과 미사일 방어체계, 그리고 사이버, 우주, 인공지능(AI) 같은 핵심 기술에서 미국이 유럽을 쉽게 차단하지 못하도록 자체의 역량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니먼은 "이 첫 단계에서 독일은 여전히 형식상 전후 질서 안에 속해 있지만, 이미 무정부적 체제에서 행동을 준비하는 중견 군사 강국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라이히스타크) 앞에서 극우 세력에 반대하며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대규모 시민 시위 장면.-출처: 알자지라(Al Jazeera, 2024.02.03)

"정상 국가 독일, 유럽에 두 차례 재앙"

"전후 미국, 독ㆍ일 부유하되 무장 해제"

여기에 1930년대 나치당을 연상시키는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극좌인 '디 링케' 등 두 극단의 정치세력들이 모두 친푸틴, 반미 입장을 보이는 독일 국내 정치 상황도 독일의 '정상 국가화'를 부추기는 변수들로 봤다.

니먼은 "독일은 당분간 EU와 나토 안에 머물면서도 필요할 때 독자 행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는, 불가능한 일을 시도할 것이다"라면서 "그러나 워싱턴이 공개적으로 나토 제5조(집단방위)를 의문시하고, 군대를 철수시키며, 독일 산업을 상대로 달러를 무기화하고, 유럽을 러시아의 공격과 미국의 변덕 사이에 몰아넣는다면, 독일은 잔혹한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봤다.

니먼은 "자유주의 질서는, 그 모든 위선에도 독일이 '정상적' 강대국이 될 필요가 없는 세계를 가능하게 했다...그 질서의 종말은 정의나 자유를 가져오지 않는다"면서 "그건 정상성을 도로 불러들이는 것이며, 유럽에 독일의 정상성은 두 차례나 재앙을 의미했다"고 우려했다.

 

1월 23일, 도쿄 중의원 본회의에 앞서 사나에 다카이치 일본 총리(오른쪽)가 각료들과 담소를 나누며 미소 짓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2월 8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의회를 해산했으며, 내각의 높은 지지율을 발판으로 인기가 낮은 여당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2026.1.23. AFP 연합뉴스

"트럼프 불확실성, 일본 군사주의 가속"

"독ㆍ일 재무장, 잠재적 대항 세력 등장"

2차 대전의 '추축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 그는 "트럼프(의 요구)에 대응한 부담 분담(burden sharing)이 아니라 잠재적 '대항 세력'의 등장이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주된 관심사는 제1 도련선을 중심 초점으로 삼아 중국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는 것이지만, 트럼프가 만든 불확실성은 일본의 군사주의화를 가속해왔다"라고 우려했다. '제1 도련선'은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잇는 가상의 선이다.

니먼은 "미국은 지난 75년간 독일과 일본을 부유하되 무장 해제된 상태로 서방에 확실히 묶어둠으로써 아주 적은 비용에 유례없는 영향력과 안보, 번영을 누려왔다. 그걸 단기적 과시를 위해 버리는 건 현실주의가 아니라 파괴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독일이 1945년 이후 보여온, 강대국처럼 행동을 거부하는 '점잖은 경제 대국'의 모습으로 영원히 남아있을 것처럼 여겨선 안 된다. 보안관(트럼프 겨냥)이 배지를 내려놓거나, 빌헬름 2세처럼 군중을 압박하고자 무차별 사격을 하는 세계에서 그런 대국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너 나와 인마” “어디서 감히…” 아수라장된 국힘 의총, 한동훈 제명 놓고 정면 충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2/03 09:49
  • 수정일
    2026/02/03 09: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수정 2026.02.03 09:26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조광한 “정성국 의원에게 모욕·봉변당해” 주장

정 의원 “원외 최고위원 참석·발언에 문제제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2.2 한수빈 기자

지난 2일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을 논의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제명에 반대한 친한동훈(친한)계 의원들과 제명에 찬성한 원외 최고위원들 간 충돌이 벌어졌다.

장동혁 대표가 임명한 조광한 최고위원은 2일 페이스북에서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모욕과 봉변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조 최고위원은 “저는 한 전 대표 제명에 찬성 의결한 최고위원이기에 원내대표실의 참석 요청으로 그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참석했다”며 “모욕은 비공개회의로 전환된 직후 발생했다”고 했다.

조 최고위원은 “저와 김민수 최고위원이 앉아 있는 뒤쪽에서 ‘왜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이 있느냐’는 한지아 의원의 항의와 함께 정성국 의원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라고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조 최고위원은 “아주 모욕적이고 불쾌했지만 참고 자리를 지켰다”며 “여러 의원의 발언을 들은 후 저도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중 뒤에서 또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적었다. 그는 “‘발언권 주지마’, ‘여기가 어디라고’, ‘의원이 아니잖아’ 등 몇몇 의원들의 기세등등한 고함소리를 들었다”며 “그 후 사회자가 발언권을 줘서 발언했다”고 했다.

조 최고위원이 이후 정 의원에게 문제를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107명만을 위한 당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정 의원에게 “나하고 나가서 얘기 좀 합시다”라고 했더니 정 의원이 “어디서 감히 의원에게”라며 반말을 했고 자신도 반말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현진 의원과 한 의원까지 합세해 이런저런 모욕을 당하게 됐다”며 “제가 오늘 의원총회에서 직접 경험한 일부 몰지각한 의원들의 안하무인식 권위주의는 당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했다.

정 의원은 조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서 “의원들에게 알림 없이 극히 이례적으로 원외 최고위원이 의총장에 참석해서 발언하는 데 대해 몇몇 의원들과 함께 문제를 제기했다”며 “한 전 대표 제명에 적극 찬성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최고위원들을 의총에 참석시키는 의도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조 최고위원은 발언을 마친 뒤 의총장을 나가면서 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야 인마, 너 나와’라는 도발적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뒷골목에서나 들을 수 있는 귀를 의심할 만한 발언을 듣고 저는 그냥 있을 수 없어 따라 나가서 강하게 항의했정 의원은 “본인의 상식을 벗어난 무례한 행동에 대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는 모습에 그분의 수준이 보인다”며 “이후 진행된 의총에서 송언석 원내대표께 해당 사안에 대해 엄중히 경고해 줄 것을 요청했고, 원내대표께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서방은 분열하는데, 손 맞잡은 중·러 안보 수장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2.02 17:10
  •  
  •  수정 2026.02.02 17:12
  •  
  •  댓글 0

 
 
1일 베이징에서 만난 왕이 주임과 쇼이구 서기. [사진-중 외교부]
1일 베이징에서 만난 왕이 주임과 쇼이구 서기. [사진-중 외교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과 ‘그린란드 합병 시도’ 등으로 서방이 분열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굳건한 전략적 연대를 과시해 주목된다. 

1일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베이징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회담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공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전략적 소통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쇼이구 서기와 왕이 주임이 두 손을 맞잡은 사진을 공개했다. 

왕이 주임은 “현재 세계는 더욱 혼란스럽게 뒤엉켜 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와 국제관계 준칙이 심각한 충격을 받아 세계가 ‘정글의 법칙’으로 후퇴할 현실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중러는 세계 강대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체계를 유지하며,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포용적 경제 세계화를 제창하고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설파했다.
       
왕 주임은 “중러는 서로가 최대 이웃이자 새 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로서 양국관계에 관한 중대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핵심 이익 문제에 대한 상호지원을 강화하며, 양국의 각자 이익과 공동 이익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상들의 지도는 중러관계를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서 최대 장점이자 근본적인 보장”이라며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양국 정상의 중요 합의를 잘 이행하고 전략 소통을 강화하며 전략 협조를 심화하여 새해 중러 관계가 새 국면을 열어 갈 수 있게 촉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쇼이구 서기는 ‘춘제’(설)를 미리 축하하면서 올해가 ‘러중 선린우호조약 체결 25주년’이라고 짚었다.

그는 “연초부터 세계가 급변하고 있으며 안보 현안이 빈발하고 있다”며 “러시아 측은 항상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해협의 안정을 해치는 적대세력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일본의 ‘재군사화’ 가속화 시도를 결연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쇼이구 서기는 “중국과 상호지원을 확고히 하고 양자협력을 긴밀히 하며 유엔과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 등 다자기구 내 협조를 강화하며 높은 수준으로의 러중관계 발전 추세를 함께 유지하고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다극화 세계와 유라시아 대륙의 불가분적 안보구조 구축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쇼이구 서기는 “양국 정상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매우 활발하게 대화하고 있다”면서 “올해에도 정기적 대화를 계속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고 말했다. 왕이 주임과의 회담에서 “정상 레벨을 포함한 접촉 일정을 협의했다”고 확인했다.

새해 들어 미국의 동맹국 정상들이 줄줄이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1.5),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1.16),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1.27),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1.29) 등이다. 특히, 영국과 캐나다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주권당 서울 강북구위원회 결성...“국민주권 전성시대를 개척하자!”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6/02/01 [17:20]

 

© 박대윤

 

“주민이 주인인 정치를 실현시킬 국민주권당을 만들어나가자!”

“국민주권 전성시대! 국민주권당 강북구위원회가 그 전성기를 개척하자!”

 

2월 1일 국민주권당 서울시당 강북구위원회(주권당 강북위)가 결성식을 갖고 위와 같이 선포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강북구에 있는 ‘마을사랑방 수다’에서 주권당 강북위 결성식이 열렸다.

 

주권당 강북위가 결성됨으로써 촛불국민과 함께 촛불광장에서 출범한 주권당의 수도권 첫 지역위가 건설됐다.

 

2023년 12월 16일 창당한 주권당은 서울, 인천, 경기, 광주, 전남에 광역시·도당이 있고, 광주 북구에 지역위원회가 있다.

 

6.3지방선거 강북구 의회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은주 지역위원장은 “이제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 때만 표로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정치의 주인이 국민인 정치가 그것”이라면서 “국민주권 시대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정당, 국민의 목소리를 하늘처럼 여기는 정당이 바로 국민주권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주권당은 광장에서 태어난 정당이다. 투쟁의 공간에서 국민이 모여 만들어 낸 정당이다. 투쟁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한걸음에 달려가는 당원들이 함께하는 정당”이라면서 “국민주권당을 강북에서 뿌리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결심을 밝혔다.

 

김은주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의 목표는 이미 정해져 있다. 내란의 완전 청산, 국힘당 해산, 국민주권 실현이 그것”이라며 “강북구에서부터 국힘당을 해산시키고 주민직접정치 실현으로 국민주권 시대를 만드는 선거를 만들어 내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 김은주 주권당 강북구위원회 위원장. © 박대윤

 

구산하 주권당 공동위원장,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 김진학 민주노점상연합 서울 북동부지역 위원장이 축사를 했다.

 

구산하 공동위원장은 “촛불에서 탄생한 우리 당이 이제 지역 곳곳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리며 국민주권 새 정치를 개척해 나간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주의 시대, 국민주권 시대가 밝았다. 나라의 주권을 바로 세워 국민의 존엄을 지키는 자주의 정치가 필요하다. 촛불 국민의 뜻을 가장 선봉에서 용맹하게 받드는 촛불의 정치가 필요하다. 오직 국민의 충실한 일꾼이 되는 정치가 필요하다”라며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국민과 함께 국민주권 새 정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쉼 없이 달려 나가자”라고 호소했다.

 

주권당 당원인 김은진 공동대표는 “내가 사는 강북구에서 (수도권의) 첫 지역위원회가 출범하는 것은 너무너무 자랑스럽고 기쁜 일”이라며 “국민은 목숨을 걸고 내란을 막아냈지만 지금의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는 내란 청산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결국 우리 주권자가 더 단단히 마음먹고 싸우는 것이 내란 단죄를 위한 유일한 방법”, “이번 지방선거가 중요하다. ‘일잘러’를 뽑는 선거라는 말이 나오지만 지방선거의 기조는 내란 청산, 국힘당 해산이어야 한다. 국민주권당이 누구보다도 더 잘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학 위원장은 “김은주 위원장 뒤에서 열심히 받쳐주고 우리 회원들을 당원으로 가입시키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 왼쪽부터 구산하 공동위원장, 김은진 공동대표, 김진학 위원장. © 김영란 기자

 

권순욱 주권당 서울시당 사무국장이 김은주 위원장에게 주권당 강북위 깃발을 전달했다.

 

참가자들이 “내란세력 완전 척결로 국민주권시대 열어내자”, “국민주권당 결심으로 2026 지방선거 승리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고 결성식을 마쳤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곽성준 주권당 당원이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박대윤

 

▲ 이성호 주권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주권당과 함께 만들어갈 정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자주시보

 

▲ 조종완 당원이 주권당과 함께 만들어갈 정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김영란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 대통령 고강도 ‘부동산 SNS’에 조선일보 “감정적 말 아닌 정책과 결과로”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 대통령, SNS에 연일 강력 메시지

중앙일보 “대통령의 SNS, 정제된 메시지 내야 오해도 없다”

한겨레 “대통령 ‘부동산 정상화’ 의지 뒷받침할 세제개편 필요”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6.02.02 07:34

▲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주말 사이 SNS를 통해 부동산 관련 4건에 이르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놨다. 2일 주요 신문은 1면에서 주택시장 안정화를 향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다루면서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했다. 최근 대통령의 잇따른 SNS 메시지 행보에 대해선 더 정교하고 정제된 방향의 메시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대통령, SNS에 연일 강력 메시지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엑스(X·옛 트위터)에 ‘10억 벌면 8억 토해내라 날벼락…혼돈의 시장, 다주택자 규제 10가지 부작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언론이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망국적 투기를 편드는 것이냐”면서 “날벼락 운운하며 정부를 부당하게 이기려 하지 마시고, 그나마 우리 사회가 준 중과세 감면 기회를 잘 활용하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오는 5월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일각에서 부동산 거래가 침체될 것이라고 우려하자 이를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 엑스에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 같은가요?”라며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만 하면 될 일이다. 기회가 있을 때 잡으시기 바란다”고 썼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에 매물을 정리하라는 메시지다.

▲ 2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이 대통령이 부동산 이슈로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는 배경으로 “임기 초반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줘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집권 기간 내내 시장에 끌려다니다 정치적 위기를 맞고 결국엔 정권마저 내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청와대 안팎에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굳어지기 전에 강한 메시지를 던져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자산 투자가 부동산이 아닌 주식 시장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머니 무브’ 효과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라고 설명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이 ‘집값 잡기’ 전면에 나선 이유로 “코스피 최고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는 지금이 집값 안정의 분수령이라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3면 기사 <집값 잡기 이번엔 다르다는 李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다”>에서 “시중 자금을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기는 ‘머니 무브’가 일어나도록 유도해야 집값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일각에서 과열 우려가 나오는 주식 시장을 떠받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주식 시장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 때와는 다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2일 조선일보 1면.

중앙일보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면교사라는 해석도 있다”며 “결국 예상을 깨고 단기간에 코스피 5000을 돌파한 경험이 이 대통령에게 강력한 부동산 규제 드라이브의 원천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들어 연일 SNS를 통해 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직접 피력하고 있다. 경향신문 3면 기사 <이 대통령 “어려운 문제일수록 토론해야”…‘SNS 정치’ 강화>에 따르면, 언론 기사를 제외하고 관련 의견을 적은 엑스 게시글은 지난해 12월 6건에서 지난 1월 36건으로 증가했다.

관련해 한겨레는 3면 기사 <이 대통령, 논쟁적 현안 ‘직접 등판’…주말 이틀새 7건 ‘SNS 폭풍’>에서 “참모·정치인·언론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의제를 던져 집권 2년차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며 “국무회의, 수석보좌관회의, 생중계 행사 등 대통령이 주재하는 주요 일정이 없는 날이나 언론 주목도가 떨어지는 심야, 업무가 느슨해지는 휴일에 집중적으로 글을 쓰며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정책 텐션’을 유지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에 대해 “빠른 의견 수렴과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는 긍정 평가와 함께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로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대통령의 SNS, 정제된 메시지 내야 오해도 없다”

화제의 중심에 선 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에 반응은 엇갈린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의 SNS는 일반인의 메시지보다 훨씬 더 신중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갖는 영향력과 무게가 큰 만큼, 예기치 않은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언론을 겨냥한 이 대통령 발언이 언론 자유 침해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2일 사설에서 “어떤 정책이든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역기능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이라며 “양도세 유예 종료의 경우, 중과 대상이 되는 조정대상지역이 강남 3구 및 용산구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로 확대되면서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사람도 있어 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두고 ‘저급한 사익 추구 집단이나 할 생각 아니겠습니까’라고 비난하면 자유로운 논의를 막고 언론 자유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2일 중앙일보 사설.

최현준 한겨레 정치팀장 역시 SNS 메시지가 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칼럼 ‘한겨레 프리즘’ <달변가 대통령과 SNS>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가 다양한 채널로 자기 생각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소통의 속도와 범위를 넓힐 경우 메시지는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특히 소셜미디어에 맥락 설명 없이 짧은 메시지를 낼 경우 ‘언론이 이를 어떻게 옮길지’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혼란이 증폭되기 쉽다”고 했다.

최 팀장은 그 사례로 설탕 부담금 논란을 들었다. 최근 이 대통령이 엑스에 설탕 부담금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는 글을 올렸고, 일부 매체가 대통령의 글을 ‘정부가 설탕세 도입을 검토한다’식의 제목으로 보도해 대통령이 비판한 일이다. 한겨레는 “대통령은 이런 보도를 두고 ‘조작’,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해 비판했다. 단어 개념을 분명히 하고, 과도한 해석을 경계해야 하지만, 이런 보도를 곧바로 ‘조작뉴스’, ‘가짜뉴스’ 범주에 넣어버리면 토론의 장은 좁아진다”며 “이 대통령은 ‘증세 프레임에 가두려는 조작·왜곡 주장은 사양한다’며 언론 보도의 의도를 의심하지만, 그의 애초 메시지에 오해의 소지가 담긴 점은 부인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이 대통령보다 소셜미디어를 더 오래, 더 활발하게 활용해온 국가 정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정책 발표는 물론 상대 진영 공격, 언론 공격 등 전방위 도구로 활용한다”며 “지지층 결집 효과가 확실하지만 사회 분열과 정치 불신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겠다면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라고 했다.

▲ 2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을 향해 “감정적 말 아닌 정책과 결과로 집값 안정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2일 사설에서 “대통령이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거나 ‘계곡 정비보다 쉽다’ 등의 감정섞인 언사로 맞서는 순간 시장은 대통령에게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며 “보유세 인상 카드나 양도세 중과 종료를 무기로 시장을 협박하는 방식은 일시적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결국 더 큰 시장 왜곡과 거센 조세 저항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야당과 언론을 적대시할수록 시장의 불확실성은 가중될 뿐이다.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등 두 차례 진보 정부에서 반복됐던 현상”이라며 “국민들은 ‘표 계산 않고 국민을 믿고 부동산 안정화를 이루어 내겠다’는 대통령 다짐이 이번 만은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말보다 실천 가능한 정책 수단을 제시하며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자세부터 보여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대통령 ‘부동산 정상화’ 의지 뒷받침할 세제개편 필요”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상화’를 향한 의지에 대해 한겨레는 이를 뒷받침할 종합적 부동산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같은 날 사설에서 “이재명 정부는 네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수요 억제의 중요한 축인 세제 강화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며 “물론 세금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세제 강화가 빠진 부동산 대책 역시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부동산 세제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여러 세목에 걸쳐 있고, 모든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교하고 꼼꼼하게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최종 개편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그 이전에 ‘보유세 강화’ ‘1주택자 과도한 세제 혜택 축소’ 등 큰 원칙이라도 천명해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관련기사

동아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오랜 시간 난마처럼 얽힌 부동산 시장은 ‘투기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 원칙을 지키며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안정시킬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은 주식 시장이나 계곡 정비 사업보다 이해관계자가 훨씬 많고 다양하다. 관련 법·제도도 복잡하다”며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다간 매물 잠김과 임대차 시장 불안, 매매 가격 상승을 불러온 과거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당장은 투기 수요가 가세하지 않도록 부동산 시장을 관리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 6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1·29 대책’이 실행 가능하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너무 복잡해 ‘양포세(양도세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누더기가 된 부동산 세제도 원칙을 제시하고 납세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정상화해야 한다. 이런 믿음이 커질수록 집값은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