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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김건희가 비상계엄에 연루돼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박세열 칼럼] 윤석열의 '패밀리 비즈니스'에서 빠진 김건희?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5.12.20. 08:42:04

 

1961년 5월이 되자 박정희의 신당동 집에는 군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정보기관도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었다. 5월 15일, 김종필은 군복을 입고 신당동 처삼촌(박정희) 댁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만삭의 부인에게 "내가 이 거사에서 죽더라도 그놈(자식)만은 잘 키워주시라"고 말했다.

 

박정희와 장태화, 김종필 등 쿠데타 주역들은 혁명 채비를 했다. 육영수는 비장한 각오로 부하 군인들과 집을 나서는 박정희에게 "근혜 숙제 좀 봐주시고 나가세요"라고 말한다. 박정희는 묶던 군화 끈을 풀고 박근혜의 그림 숙제를 도와줬다. 육영수는 박정희에게 권총을 꺼내줬고, 박정희는 현관을 나서면서 육영수에게 "내일 아침 5시 라디오를 들어보오"라고 말했다. 육영수는 박정희의 쿠데타를 알고 있었고, 그것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전두환은 1979년 12월 11일, 쿠데타를 하루 앞두고 네 아이를 불러모았다. 그리고 "어쩌면 아버지는 너희를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부인 이순자는 아이들이 아버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장남인 전재국은 "아버지가 옳다고 생각하시는 일이면 소신 있게 해나가십시오. 저희는 아버지를 믿고 신뢰합니다"라고 말했다. 전두환은 이순자에게 그날 밤 잠자리에서 "모든 일은 하늘에 맡깁시다. 사심 없이 하는 일이니 하늘의 보살핌이 있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이순자는 남편의 쿠데타를 알고 있었다.

 

군인들이 신당동 사택을 뻔질나게 오가는 가운데, 남편과 그의 부하들이 무슨 모의를 꾸미고 있는지 알고 있었던 육영수는 그 와중에 자녀의 숙제 걱정을 했다. 그의 걱정은 쿠데타 이후에도 꾸려갈 육아와 같은 일상적 삶이었다.

 

이순자는 남편이 쿠데타를 저지르고 있는 동안에 늦깎이로 입학한 자신의 대학 공부에 지장이 생길까 걱정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고문당하고 두드려 맞고 있는 와중에 이순자는 "느닷없는 10·26 사건으로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자 '나는 왜 이렇게 공부 운이 없나' 싶어 거의 울기 직전의 심정이었다. 실의에 빠진 나를 구원해준 건 남편이었다. 아예 외국어대 영어학과에 편입시험을 쳐 원 없이 공부에 몰두해보라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우린 사회적 공감 능력이 없는 상태를 '소시오패스'라고 규정한다.

 

박정희, 전두환은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 부인과 교감을 나눴다. 그 부인은 남편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대통령 영부인이 됐다. 윤석열의 말대로 "선거(정치)는 패밀리 비즈니스"였다. 부일장학회를 탈취해 만든 정수장학회(박정희의 정, 육역수의 수를 딴 이름)에는 그들의 '공동 통치' 철학이 녹아들어 있었다. 이순자는 남편 전두환과 함께 만든 엄청난 재산으로 평생을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살았다.

 

내란특검이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V0인 김건희에 대해 "김건희의 비상계엄 관여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상 계엄을 선포한 이후 "김건희와 윤석열이 심하게 싸웠고, 김건희가 되게 분노하고 '생각하고 있는 게 많았는데', '너 때문에 다 망쳤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이 김건희마저 배제시켜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봤다. 김건희의 '사법 리스크' 그 자체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김건희의 '사법 리스크'가 자신의 권력에 위해를 가하는 걸 차단하려 했다고 봤다.

 

법을 집행하는 특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상식적으로 김건희가 어떤 방식으로든 계엄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법은 거미줄과 같은 것이다. 거미줄은 날파리나 작은 벌레들을 잡을 수 있지만, 새는 거미줄을 뚫고 지나간다. 그리고 법은 후불제다.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할 때 법은 무력했다.

 

계엄 이후에야 비로소 법은 힘을 발휘한다. 김건희가 비리를 저지를 때 법은 무력했지만, 윤석열 탄핵 이후에야 비로소 힘을 발휘했다.

 

우린 김건희가 자신의 보좌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윤석열을 '너'라고 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건희는 대통령의 위에 있다. 대통령의 상관이다. 무려 2023년 10월부터 준비한 계엄, 아니 그 이전부터 '비상 대권' 운운하며 길길이 날뛰던 그가 친위 쿠데타를 구상했음을 김건희가 몰랐다는 게 상식적일까? 아마 그것이 내란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뿐이고, 내란죄 구성 요건을 충족시킬 증거가 없었을 뿐일 것이다. 이순자가 전두환의 쿠데타 모의를 알고 있었다는 이유로 검찰이 그를 내란죄로 단죄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일이다.

 

계엄을 선포한 그 날, 유독 김건희는 윤석열에게 전혀 연락하지 않았다. 아주 희한한 일이다. 마치 계엄날 김건희라는 인물이 스스로 사라져버리는 걸로 미리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는 남편과 대통령실 보좌진들과 모든 연락을 딱 끊었다. 평소 새벽까지 남편의 휴대전화와 메신저 프로그램을 만지작거리던 김건희가, 다른 일도 아니고 '비상계엄' 상황인데 남편과 소통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만들어낸 '알리바이'일까?

 

윤석열의 계엄은 두 가지 층위로 이루어져 있다. 사적 감정과 보복심. 그리고 그 결과로서 바란 것은 공적 권력의 독점이고 그 권력 독점은 '패밀리 비즈니스' 차원이었을 것이다. 이는 역대의 쿠데타가 말해주는 것이다.

 

계엄 선포 한 달여 전인 작년 11월 9일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열린 저녁 식사 자리에서 윤석열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만취한 상태"에서 이진우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한동훈을 언급하며 "내가 살면서 보면 배신을 당한다"고 말했다. 한동훈이 법무부장관 시절 김건희 사건을 처리하지 않아 그를 당 비대위원장으로 내보냈다는 주장에 신뢰를 보태준다. 윤석열과 김건희는 한동훈 후임 법무부장관을 심부름꾼처럼 수시로 연락해 검찰을 주물렀다. 핵심은 '김건희를 무혐의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윤석열은 분노와 복수의 심정으로 계엄을 준비했다. 특히 한동훈을 두고는 정치의 가장 밑바닥 언어를 동원했다. 윤석열 표현대로 한동훈이 "빨갱이"라면, 평생 윤석열 밑에서 수사하던 엘리트 검사가 '공산주의자'였단 말인가. 김건희에게 디올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왜 '수거 대상'에 포함돼 있어야 했을까.

 

역사를 기록할 때 우린 항상 같은 고민에 빠진다. 사적인 감정이 공적인 역사를 어떻게 뒤틀 수 있는지, 공적인 결정은 어떻게 사적인 일화들에 휘둘리는지. 1979년 박정희 시해를 다룬 두 개의 영화가 있다. <그때 그 사람들>은 블랙코미디였고, <남산의 부장들>은 느와르에 가까운 역사물이다. 윤석열 정권은 나중에 어떻게 재현될 지, 그건 예술가와 역사가들의 몫이 될 것이다. 다만 짐작할 수 있는 건 하나 있다. 윤석열 정권을 다룬 영화가 있다면 그 주인공은 아마 김건희일 것이다. 거미줄 같은 연약한 법이 할 수 없는 것을 역사와 예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인간이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김건희가 몰랐다? 아마 아무도 그걸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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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전 코바나 대표.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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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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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윤석열, 마이크 네 번 잡고 한 말..."내달 선고, 불의타"



[체포방해 15차 공판] 재판부, 12월 26일 결심·1월 16일 선고 일정 재차 확인...방청석 생일 노래 제지 당해

  • 김종훈(moviek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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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체포방해 등 사건 15차 공판에서 윤석열씨가 재판부의 신속 재판 진행 방침에 반발해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윤석열씨 체포방해 등 사건 재판부가 내란특검법의 '공소 제기 후 6개월 내 1심 선고' 조항에 맞춰 2026년 1월 16일 선고를 목표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자 윤씨는 1시간 동안 진행된 공판에서 네 번이나 마이크를 잡고 "명백한 불의타"라면서 "재고해 달라"라고 거듭 요청했다.

 

'불의타(不意打)'는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라는 뜻이다. 윤씨는 "갑작스러운 선고 일정 통보는 정당한 방어권 행사도 못 하게 만든다"라고 항의하면서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15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가 모두 불출석했다. 백대현 부장판사는 "이상민 증인에게 소환장을 보냈는데 본인 재판이 오늘 있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못한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며 "최상목은 연락이 안 된다. 증인신청 사유 기재된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냈는데 출석을 안 한 것 같다"고 했다.

 

재판부는 불출석 증인에 대해서는 오는 26일 오전 신문을 진행한 뒤, 같은 날 오후 예정대로 결심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1월 16일 선고 계획도 바뀌지 않았다.

 

다급해진 윤석열, 마이크 잡고 잡고 잡고 또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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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체포방해 등 사건 15차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지난 16일 공판에서 백 부장판사는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 당시 윤씨 변호인단은 외신을 대상으로 계엄을 정당화하는 공보를 하도록 만들었다는 내용의 PG(Press Guidance)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언급하며, 비상계엄 선포의 불법성 여부를 다루는 내란우두머리 재판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백대현 부장판사는 "(내란특검법에 의거) 6개월 이내 최대한 종결 노력하는게 맞겠다는 판단이 있었다"면서 윤씨 쪽 주장을 물리쳤다.

 

"(윤씨 측이) 사정변경으로 증거제출 기회라든지 증인신청 기회를 다소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이해한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과 쟁점은 고합129 사건(내란우두머리 재판) 쟁점과 분명히 다르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 공보담당관 등에게 지시해 이뤄진 PG 내용이 당시 상황, 객관적 외부적 사실관계와 부합하느냐를 쟁점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과 관련자들 사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언행 지시가 있었는지 이런 부분을 다 판단돼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기일 재판부는 이 사건을 6개월 이내 종결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백 부장판사의 단호한 입장 표명에 윤씨 측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윤씨는 "한마디 해도 되겠냐"며 네 번에 걸쳐 마이크를 잡고 입장을 밝혔다.

 

첫 발언 : "공소장에는 '체포 방해'라고 돼 있다. 그런데 저희는 그게 '위법한 수색영장을 저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법리 판단뿐만 아니라 계엄 선포의 성격, 그리고 전체적인 상황의 흐름을 같이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법리 판단이 가능하다고 본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다 계엄과 관련돼 있는 거다. 지금까지는 검찰이 입증 책임을 가지고 자기들 증거만 가지고 증거조사를 진행해 왔는데 이제는 피고인 측, 변호인 측에서도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고, 그것에 대해서도 증거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거다."

 

두 번째 발언 : "일반 형사사건도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으니, 검찰 증거 가지고 먼저 심리와 증거조사를 하고 나면 피고인 측에서 그동안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 심리한 것에 피고인에 유리한 여러 정상이나 책임 문제를 포함해서 범죄 성립 관련된 것을 제출하면, 그걸 또 판단하는 게 모든 형사사건 공통이다. 이게 강행규정으로 6개월 안에 끝내야 하는 거라면 그건 재판을 일주일에 4일씩 해야 하는데, 다른 사건도 많아서 그렇게 못 했다. 재판 기간 동안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 가지고 증거조사를 마치고 그걸로 재판을 종료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형사재판에서 보기 어려운 것이다. 저희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고, 거기에 대해 증거조사와 심리 기회를 부여해달라."

 

세 번째 발언 : "헌재 판결을 보면, 전제가 됐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등이 그 이후에 많이 뒤집혔다. '국무회의가 없었다', '제대로 한 게 아니다'라고 했던 총리의 헌재 증언에 대해서도 위증으로 기소됐다. 헌재 판단 어디에도 계엄령 선포가 효력이 없다는 판단은 없었다. 계엄은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 국회의 해제 요구에 따라 효력 여부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해제한 것이다. 포고령의 위헌·위법에 대해서는 사법심사가 가능하다. 여기는 형사재판이다. 그리고 특전사가 국회 봉쇄했다고 하는데, 특전사 92명이 들어가서 마당에서 민간인을 폭행하거나 억압한 것도 없고, 철수하면서 즉각 철수했고, 시민들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간 것도 나왔다. 공소장 전제를 그대로 둔 채 형사재판을 끝낸다고 하면, 그건 다른 통상적인 재판과 비교해 봐도 피고인에게 증거를 제출하고 심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네 번째 발언 : "재판장께서도 소송지휘할 때 애초에 6개월 이내 안 될 거라고 생각하셨을 거고, 저희도 마찬가지로, 특검 입증이 끝나면 그에 따라 저희가 제출할 증거, 조사할 내용도 수집하려고 했던 거다. 그런데 지금은 (특검이) 어마어마한 분량의 기록을 그냥 던져놨다가, 나중에 철회한다고 했다. 하지만 변호인들은 실제로 그걸 다 봐야 한다. 처음부터 6개월 선고 예정 얘기가 없었다가 느닷없이 이런 결정이 이뤄진 거기 때문에, 변호인 입장에서는 하나의 '불의타'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기회를 좀 주십사 하는 거다. 재고해 주시는 것이 어떨까, 그렇게 요청드린다."

출처 입력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각종 혐의가 이미 제출된 증거로 충분히 입증됐으며 신속한 재판 원칙과 특검법 취지에 따라 구속 기간 내에 1심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고 맞섰다. 또 열람 등사 신청과 증거 인부 의견 지연 등 윤씨 측이 재판 지연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판 시작 전 방청석에 있던 윤씨 지지자가 느닷없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려다 법원 경위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18일 윤씨는 65번째 생일을 옥중에서 맞았고, 변호인은 '자녀에게 올바른 나라를 물려주려는 절박함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내용의 옥중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

 

#윤석열#체포방해#백대현#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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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평화’에서 ‘뜨거운 만남’으로?

[2025년 송년특집] ①북미관계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12.19 14:28
  •  
  •  수정 2025.12.19 17:37
  •  
  •  댓글 0
 
 

2025년에는 한국에 이재명 정부가, 미국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각각 새로 출범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변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북한의 거부와 무응답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이고 또한 북한도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있어, 한반도 문제의 세 주역인 남-북-미의 새로운 조합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올 것을 기대하면서 [2025년 송년특집]을 ①북미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 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2025년에도 북·미 대화는 열리지 않았다. 2024년에 이어 대화 없는 차가운 평화가 지속됐다. 

4년 만에 백악관을 다시 차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인적 친분을 앞세우며 꾸준하게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으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결과가 불확실한 북미대화 재개보다는 ‘핵억제력 강화’와 ‘진영 외교’에 몰두했다.

다만,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앞두고 북한 내에서 대화 재개에 대비하는 동향이 일부 포착된 것으로 밝혀졌다. 내년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워싱턴과 모스크바 등에서는 종전 협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전쟁의 향방과 함께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주목된다. 북미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취임’에서 ‘북한군 파병 확인’까지

북한의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사진-노동신문]
북한의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사진-노동신문]

1월 6일 북한은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극초음속미싸일체계는 국가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태평양지역의 임의의 적수들을 믿음직하게 견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월 20일(아래 현지시간) 취임식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그는 핵보유국(nuclear power)”이지만 “우리는 잘 지냈다. 그는 내가 돌아온 걸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뒤 [폭스뉴스]로부터 ‘그에게 연락해보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와 잘 지냈다”며 “그는 광신자(religious zealot)가 아니”고 “똑똑한 사람”(smart guy)이라고 치켜세웠다.

1월 26일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해상 대 지상 전략순항유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사진을 내보냈다. 사흘 뒤에는 김 위원장이 “핵물질생산기지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알렸다. 

2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일본 총리와의 공동회견에서 “우리는 북한과,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미일 정상 공동성명」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해결 필요성,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확인했다. 

2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통화하고 ‘하루빨리 전쟁을 끝내자’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3년’(2.24)을 앞두고 종전협상을 본격화한 것이다.

취임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 갈무리-PBS 유튜브]
취임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 갈무리-PBS 유튜브]

3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계기에 기자로부터 ‘가까운 시일 안에 김정은과 연락할 계획이 있는가’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나는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우리는 어느 시점에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4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은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을 거론하며 “긴장성과 불안정성은 이미 위험수위를 훨씬 넘어섰다”고 밝혔다. “미국이 계속하여 군사적 힘의 시위 행위에서 기록을 갱신해나간다면 우리도 마땅히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을 갱신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것은 정당한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4월 27일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비해 전·현직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비공개 토의’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미국 당국자’는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헌법에 명문화하는 등 “오늘 우리는 (1기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으로부터 보고 받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크렘린궁]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으로부터 보고 받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크렘린궁]

이 즈음 러시아와 북한이 ‘북한군 파병’과 ‘쿠르스크 전투 참가’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4월 26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쿠르스크 국경 지역 해방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들이 참가했음을 지적하고 싶다”면서 “이들은 양국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 침략군을 격퇴하는 데서 중요한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비슷한 성명을 발표했다.

4월 28일 푸틴 대통령이 “조선인민군 부대는 우리 영토에 침입한 키예프 정권의 신나치 부대를 격퇴하는 데서 적극적 역할을 했다”며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 북한의 전체 지도부와 인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대조국 승전 8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5월 8일 0시부터 11일 0시까지 휴전(ceasefire)을 선포한다”면서 “이 기간 동안 모든 군사작전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28일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모스크바와 키이우 양측에 종전 협상에 동의하라는 압력을 강화하는 데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브라이언 휴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분쟁 중단 의지를 환영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구적 휴전을 바라고 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하이퍼 전략’과 북·중·러 정상의 ‘톈안먼 회동’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구사하는 새로운 대외정책 기조를 ‘하이퍼 전략’(hyper strategy)이라 개념화했다. “북한이 일부 강대국과 유사한 행태를 과시하면서 이익 팽창에 나서는 적극적 정책”이고 “북한이 하이퍼 전략을 가동하게 된 것은 사실상 핵무장을 완성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동한 결과”라고 봤다.  

그는 “2025년 4월 북한이 처음으로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으로 인정한 것은 하이퍼 전략 추진을 위한 여건 조성”이고 “10월 노동당 창건 80돌 행사에 중·러 2인자를 초청하고, 베트남 등 여러 국가의 대표단을 맞이한 것도 외교 차원에서 하이퍼 전략을 행동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군 파병’ 확인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시도는 이어졌다. 

6월 11일 ‘미국 정부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 외교관들이 수령을 거부했다’는 보도 관련,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서신교환에 열려 있으며, 그는 첫 임기 때 여러분이 2018년에 취재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진전을 보고 싶어 한다”고 확인했다.

조셉윤 주한 미국대사대리. [사진-헌정회]
조셉윤 주한 미국대사대리. [사진-헌정회]

6월 27일 헌정회 오찬에 참석한 조셉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정상회담을 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으로부터 특별히 무언가를 약속받지 못한 상황에서 회담에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7월 29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북한의 정리된 입장을 밝혔다. 

미국을 향해 “지금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고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에 있어서 또한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인정”을 요구하면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요구했다.  

“강세한 핵 억제력의 존재와 더불어 성립되고 전체 조선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최고법으로 고착된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여지를 남겼다. 

8월 12일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가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로간 조약의 정신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며 앞으로도 로씨야 지도부가 취하게 될 모든 조치들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8월 14일 김여정 부부장은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미한합동군사연습을 통해서도 다시금 한국의 적대적 실체가 의심할 여지없이 확인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충성스러운 하수인이고 충실한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곧 열리게 되는 로미 수뇌회담에서 미국측에 보내는 우리의 의중이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는 억측을 내놓았는데 바로 허황한 꿈을 꾸고 있다는 대표적 실례”라며 “우리가 미국측에 무슨 리유로 메쎄지를 전달하겠는가”라고 일축했다.

알래스카에서 만난 미국과 러시아 정상. [사진 갈무리-팜비치포스트 유튜브]
알래스카에서 만난 미국과 러시아 정상. [사진 갈무리-팜비치포스트 유튜브]

8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앨먼도프-리처드슨 공군기지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6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소인수회담, 공동 회견, ‘소련 조종사 묘’ 헌화 뒤 귀국길에 올랐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성공적인 날이었다!”는 SNS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끔찍한 전쟁을 끝내는 최선의 방안은 평화협정으로 직행하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조만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이 잘 되면 푸틴 대통령과 다시 만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8월 25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제 분쟁에서 ‘피스메이커’ 역할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운 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달라”며 “김정은도 만나시고”라고 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은 일”이라며 “추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올해 안에 그를 만나고 싶다”고 토로했다. 특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만남을 추진해보자는 얘기가 오갔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의 눈길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8월 28일 오후 훙레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 승리 80돌'(전승절) 행사에 외국 국가원수와 정부수반 26명이 참석한다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2번째로 “조선노동당 총비서, 국무위원장 김정은”을 호명했다. 시진핑 주석 좌우에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나란히 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텐안먼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지켜보는 북중러 정상. [사진-노동신문]
텐안먼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지켜보는 북중러 정상. [사진-노동신문]

9월 3일 오전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오른 북중러 정상이 중국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지켜봤다. 미국 [CNN]은 “미국 주도 세계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나라가 미국에 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이날 오후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같은 차를 타고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이동한 뒤 정상회담을 가졌다. 4일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시 주석은 “중조는 운명공동체이자 서로 돕는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지”라고 밝혔다.

3국 사이의 좋은 분위기는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80돌 열병식’으로 이어졌다. 9월 28일 최선희 외무상의 방중에 이어 10월 9일 리창 국무원 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방북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도 평양을 찾았다. 

10월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윤봉희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직무대리는 “이번에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북중러 연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재래식 전력 현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우선주의’ 내세운 트럼프, 중·러와는 타협?

1기 때보다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MAGA)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4월 거의 모든 국가에게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자유무역질서’를 와해시켰다. 그러나, 대두 수입 중단과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강경하게 맞선 중국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자, 타협 쪽으로 돌아섰다.     

9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방금 시 주석과 매우 생산적인 통화를 마쳤다”면서 “무역,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필요성, 틱톡 협상 승인 등 매우 중요한 문제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또한, 경주 APEC 때 시 주석과 만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해공항 나래마루에서 만난 미중 정상. [사진-중 외교부]
김해공항 나래마루에서 만난 미중 정상. [사진-중 외교부]

우여곡절 끝에 국빈 방한한 두 정상은 10월 30일 부산 김해공항 공군 기지 내 ‘나래마루’에서 만나 ‘무역 갈등 완화’에 합의했다. 6년 4개월만의 대면 회담이다. 

귀국길 약식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 유예하고 펜타닐 미국 유입을 차단하며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성과를 자랑했다. 두 정상의 상호방문 얘기도 나왔다고 밝혔다.

11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시 주석이 ‘내년 4월 베이징에 오라’ 초청했고 나는 수락했으며, 답례로 내년 중 미국에 국빈으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매우 좋은 통화”였고 “중국과 우리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강하다!”고 밝혔다.

이틀 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만 관련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이룩한 ‘데탕트’가 대만을 둘러싼 마찰로 인해 위험에 빠지는 걸 바라지 않았다고 알렸다.

미·중 관계를 봉합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끝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11월 23일 마르코 루비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겸 국무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회담 직후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을 밝혔다. 3주 전부터 문서화 작업을 통해 “기본적 문서를 만들었다”고 알렸다.

11월 25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메시지.
11월 25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메시지.

25일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이 초안한 28조항 평화계획은 양측의 추가 의견을 반영하여 세부 조정됐으며 이제 몇 가지 이견만 남았다”고 확인했다. “이 평화 계획을 마무리하기 위해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더러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도록 지시했으며, 동시에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이 우크라이나 측과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종전 시한으로 잡았던 11월 27일은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적어도 3개의 난제가 남아 있다며, △돈바스 영토 문제,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 병력 규모, △안전 보장과 관련된 나토(NATO) 가입 문제라고 짚었다.

12월 2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4시간 넘도록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논의했다. 

12월 9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더러 ‘며칠 내에 답하라’고 다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전날 [폴리티코]와 인터뷰한 트럼프 대통령은 “공은 그(젤렌스키)에게 넘어갔고, 그가 패배하고 있으므로 이것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12월 1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 가까워졌다”며 기대감을 키웠다. [CNN]과 인터뷰한 ‘미국 당국자들’은 쟁점 90%가 해결됐지만 영토 문제가 여전히 난제이고, 안전보장 방안과 우크라이나 재건 문제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시기를 점치기는 이르지만, 이 전쟁이 끝난다면 북미 대화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이 전쟁에 참가한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지가 또다른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러면 북미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구애에도 불구하고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은 재연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도 “가능성은 낮다”고 했으나, 마지막까지 기대를 접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볼만한 동향이 일부 포착됐기 때문이다. 

11월 4일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은 “APEC 계기 북미정상회동은 불발되었으나, 북한이 물밑에서 대화에 대비해온 동향이 다양한 경로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이성권 정보위 간사가 전했다. 

9월 김정은 위원장의 ‘조건부 북미대화 시사’ 발언 이후 북한이 명시적인 ‘핵무장’ 발언을 자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때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로의 출국을 막판까지 고심했던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갖고 있으며 향후 조건이 갖춰지면 미국과의 접촉에 나설 것”이라고 국가정보원이 판단하고 있다고 이성권 간사가 전했다.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박선원 정보위 간사도 “국정원에서는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확인했다. 

“북한이 미국 내 대북 일꾼들 등에 대한 정보를 최근 들어 많이 축적하는 것이 하나의 증거”라며 “러시아와의 밀착,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북미관계를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3월 한미연합훈련 이후 (...) 북미정상회담도 추진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문제는 ‘조건’이다. 지난 9월 하순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한·미의 메시지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인다. 

지난 11월 14일 공개된 「한미 공동설명자료」는 “양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11월 24일 공개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서는 북핵은 물론이고 북한에 대한 언급 자체가 빠졌다.

지난 2일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연설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 2일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연설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 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출범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핵 없는 한반도를 추구하며,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6개월 동안 미국발 관세폭탄 대처에 고심했던 이재명 정부는 내년에는 북미-남북대화 재개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은 회복을 넘어 도약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면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하여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남북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미국과의 협의를 위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한 위 실장은 “상대적으로 보면 남북보다는 미북에 대한 가능성이 조금 더 열려 있다”며 “지난 번 경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미북 정상 간 접촉에 관한 기대를 갖고 계신 걸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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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준형 “미국은 약탈적 불량 제국… 한국, 중국 막는 ‘첨병’ 전락 위기”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5.12.19 08:49
  •  
  •  댓글 0
 
   
 

[1문1답] 미국 국가안보전략(2025NSS) 관련 김준형 의원 인터뷰
중국·북한 지운 자리, 실리만 챙기는 ‘불량 제국’
‘제1도련선’과 한국 운명, ‘첨병’으로 전락하나
자주권 잃으면 ‘소모품’ 될 뿐... 자주 외교 절실

김준형 의원은 미국의 ‘2025 국가안보전략(NSS)’을 한마디로 “짬뽕”이라 일갈했다. 군부 의견과 대통령 생각이 부딪히는 대목을 빼고 억지로 짜 맞추다 보니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이 문서를 패권 한계에 부딪힌 미국의 “강제된 철수”를 기록한 결과물로 분석했다.

중국·북한 지운 자리, 실리만 챙기는 ‘불량 제국’

이번 전략서에서 중국을 ‘중대한 위협’이라 부르던 표현과 ‘조선’(북한) 언급이 사라졌다. 김 의원은 내년 4월 타결을 목표 삼아 중국과 손잡으려는 트럼프의 실계산이 작용했다고 보았다. 트럼프는 적대국보다 “동맹국과 우방국”이 미국을 망쳤다고 본다. 김 의원의 진단이다.

김 의원은 미국이 세계 경찰 자리를 내려놓는 현상을 ‘천하삼분지계’라 칭했다. 유럽은 러시아가, 아시아는 중국이, 남미는 미국이 갖는 구도다. 김 의원은 이를 “자발적 축소”가 아닌 “강요된 철수”라며 미국의 패권 후퇴를 명확히 했다. 동시에 미국은 가치나 안보보다 돈벌이에만 매달리는 “약탈하는 제국주의, 불량 제국”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1도련선’과 한국 운명, ‘첨병’으로 전락하나

 

김 의원은 ‘제1도련선’ 사수 전략이 한국에 위험하다고 보았다. 전략 무대를 국경으로 좁히려는 트럼프에 맞서 미국은 동맹 도움을 받아 이 선을 지키겠다는 타협안을 냈다. 김 의원은 “한국을 중국을 막는 첨병으로 만들겠다는 게 지금 미국의 생각”이라며 미국이 한국에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작전권은 주지 않으려 한다고 폭로했다.

자주권 잃으면 ‘소모품’ 될 뿐... 자주 외교 절실

김 의원은 “중국은 한국이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질까에 가장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자주권을 보여주지 못하면 결국 “미국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김 의원은 트럼프 시대를 역이용해 미 군부의 강경책을 누르고 한반도 운신 폭을 넓히는 자주 외교에 당장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문1답] 미국 국가안보전략(2025NSS) 관련 김준형 의원 인터뷰

Q1. 중국을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 규정했던 문구가 왜 빠졌을까요?

트럼프 당선인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되었습니다. 미국은 내년 4월을 중국과 협상을 마무리할 시점으로 잡고 있습니다.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등이 협상을 앞두고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상황을 피하려 문구를 바꾼 것입니다. 트럼프는 미국을 망친 주범이 적대국보다 오히려 “무임승차하는 동맹국과 우방국”이라 믿으며, 이런 세계관이 전략서에 그대로 투영되었습니다.

Q2. ‘제1도련선’ 강조의 의미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미국 군부는 전략 무대를 미국 국경으로 축소하려는 트럼프 구상에 반발하며, 동맹 도움을 받아 이 선을 사수하겠다는 타협안을 냈습니다. 이는 결국 한국과 일본 자산을 이용해 중국 부상을 막겠다는 속내입니다. 군부가 주장하는 ‘현대화’는 한국을 중국을 막는 “첨병(앞잡이)”으로 세우겠다는 의도이며, 우리에게 더 많은 비용과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작전권은 넘겨주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Q3. 미국 전략 중심축이 아시아에서 남미로 이동했다고 보면 될까요? ‘천하 삼분지계’를 결심했다고 봐야 할까요?

트럼프 구상 속에는 유럽은 러시아, 아시아는 중국, 남미는 미국이 관리하는 분할 구도가 들어 있습니다. 특히 남미를 미국의 확실한 세력권으로 묶어 에너지를 확보하려는 “트럼프식 먼로주의”가 선명합니다. 하지만 이는 평화로운 공존이 아니라, 미국이 감당하지 못하는 지역에서 손을 떼는 “강요된 철수”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Q4. 세계 경찰 지위를 내려놓았는데, 미국이 패권을 포기하고 다극 질서를 수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는 이를 자존심 상하는 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실리적인 거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평화로운 다극 체제로 편입이 아닙니다. 가치나 명분을 버리고 동맹 자산을 빨아먹으며 힘을 휘두르는 “약탈적 제국주의, 불량 제국”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입니다. 미국 내부에서도 군부를 중심으로 이런 구상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습니다.

Q5. 트럼프 1기 전략서와 달리 ‘조선’(북한) 언급은 왜 빠졌을까요?

비핵화 딜레마를 피하려는 계산입니다. 북한을 언급하면 비핵화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하는데, 이는 향후 트럼프가 북한과 벌일 직접 협상에서 카드를 미리 버리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협상력을 온존하기 위해 일부러 지운 것으로 보입니다.

Q6.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베네수엘라 대응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돈이 계속 들어가는 상황을 끝내고 자기가 “피스메이커”라는 명성을 얻기 위해 조기 종료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입니다. 중동은 에너지 자립과 이란 핵 억제를 명분 삼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어냈습니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남미 세력권 확보와 에너지 공급원 확보를 위해 “특수 작전” 같은 방식으로 정권 교체를 압박할 가능성이 큽니다.

Q7. 장사꾼 트럼프가 경제적 이익만 따지기에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해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념이나 안보로 싸우지 않기에 미·중 간 고강도 전쟁 위기는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힘을 가지고 돈벌이를 하는 무대”로 세계를 봅니다. 평화주의자가 아니라 힘만큼 뜯어내겠다는 “불량 제국주의자”이기에, 저강도 충돌과 동맹에 대한 경제적 약탈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Q8. 결론적으로 동아시아 전쟁 위기는 높아진 걸까요, 낮아진 걸까요?

남북 간이나 미·중 간 전면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봅니다. 트럼프는 고강도 갈등을 피하려 하며, 일본 재무장 등도 미국 돈이 안 드는 범위 내에서만 용인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국을 대중국 견제용 소모품으로 쓰려는 미 군부의 압박은 여전합니다.

Q9. 2025NSS가 대미 관세 협상과 안보 협상에 미칠 영향은?

NSS 자체가 구체적인 지침이 되기보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각개격파식 양자 협상” 기조를 확인해 줍니다. 관세는 안보 전략보다 법원 판결이나 이자율 등 경제 변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입니다. 안보는 한국이 북한을 막고 자기는 중국을 막겠다는 군부 구상 아래, 더 많은 무기 구매와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근거로 쓰일 것입니다.

Q10. 미국이 남미에 집중하면 한국은 주권 국가로서 입지가 넓어진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운신 폭을 넓힐 배경은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스스로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틀에 갇혀 자율성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중국조차 한국이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는지 의심하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자주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미국 실무진 요구만 따른다면, 주권 행사는커녕 미국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소모품으로 전락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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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AI·딥테크 스타트업 1만개 육성한다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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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12.18 23:30

  • 수정 2025.12.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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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 발표

 

벤처 생태계에 40조 원 규모 자금 공급

 

제도 혁신으로 K-벤처 성장 뒷받침

 

창업 생태계 확대에도 정책적 고려 흔적 많아

이재명 정부가 ‘벤처’를 국가 전략 중심으로 설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30년까지 AI·딥테크 스타트업 1만 개 육성, 유니콘·데카콘 50개 창출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 목표가 현실화되도록 연간 벤처투자 40조 원 시장을 만들고 이른바 K-벤처 성장을 뒷받침할 제도 혁신도 추진할 계획이다.

 

AI·딥테크 스타트업 전폭 지원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

 

이재명 정부가 벤처를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아 5년 안에 인공지능(AI)과 심층기술(딥테크) 중심의 벤처·스타트업 1만 개를 국가 성장의 주역으로 키우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 AI·딥테크 스타트업 1만개 육성 ▲ 유니콘·데카콘 50개 창출 ▲ 연 40조 원 규모의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 진입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확보 예정인 5만 장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운데 일부를 벤처·스타트업의 연구개발과 실증에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첨단 제조 등 6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개편해 오는 2030년까지 AI·딥테크 스타트업 1만 개를 육성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창업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도’를 ‘창업·혁신제품 공공구매’로 개편해 벤처·스타트업이 공공시장(B2G)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다.

 

국내에서 성장한 벤처·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쿄,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 주요 혁신 거점에 스타트업·벤처 캠퍼스를 구축한다.

 

글로벌 한인 창업가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빅테크 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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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 인포그래픽. 자료 : 중소벤처기업부

벤처 생태계의 숨통을 틔워 줄 자금 공급에도 심혈을 기울여

 

한편 이재명 정부는 벤처 생태계에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투자 시장을 연 40조 원 시장으로 만든다.

‘차세대 유니콘 발굴·육성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기업당 최대 1000억 원 규모의 단계별 투자·보증으로 2030년까지 13조 5000억 원을 지원하고,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한 대규모 후속 투자와 금융 지원도 지속한다.

 

현재시장조사 전문기관 ‘CB 인사이트’의 기준에 따라 유니콘 기업을 분류하는데 중기부는 국내 현실을 반영한 자체 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모태펀드에 연기금·퇴직연금 전용 국민계정을 신설하고, 모태펀드가 손실을 우선 부담하도록 했다. 또한 운용의 투명성과 전략성을 높이기 위해 범부처가 참여하는 모태펀드 운용위원회를 구축한다.

 

금융 규제를 벤처출자 친화적으로 개편해 민간 자본 참여를 확대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는 정책펀드 출자 시 위험가중치 적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증권사는 대형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비상장 벤처투자를 포함한 모험자본의 의무공급을 추진한다.

 

모태펀드를 마중물로 3조 5000억 원 규모의 지역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일반 모태자펀드에도 지역투자 의무비율과 인센티브를 도입한다.

 

혁신벤처의 공공시장 진출 경로도 넓힌다. 창업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도를 벤처기업의 제품·서비스까지 확대해 중·후기 벤처의 공공시장(B2G) 진출을 촉진한다.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도쿄·싱가포르·런던·뉴욕 등 주요 혁신 거점에는 종합지원센터인 스타트업·벤처 캠퍼스를 구축하고, 서울에는 글로벌 창업허브를 조성해 국내외 벤처 생태계의 연결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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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18. 연합뉴스

제도 혁신을 통해 인재 유입과 기업 성장을 촉진

 

혁신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 인정 범위를 중견기업까지 확대한다.

 

복수의결권 제도를 합리화해 지배구조의 선진화와 경영 유연성을 높이고, 벤처기업 스톡옵션은 이사회 결의로 부여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시가 미만 한도를 5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확대한다.

 

선배 벤처기업과 창업가가 후배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배 벤처펀드’도 조성한다.

 

벤처 주간을 법제화하고 ‘벤처 명예의 전당’을 신설하는 한편, 매출 1000억 원 달성 기업을 ‘벤처

마일스톤 클럽’으로 브랜드화해 벤처 성과를 국가적 자산으로 확산한다.

 

세제 인센티브도 대폭 강화한다. 피투자기업 업력 제한을 7년에서 10년으로 완화하고, 법인의 벤처모펀드 출자 세액공제율을 확대한다.

 

중소벤처기업 인수·합병(M&A) 플랫폼을 고도화해 발굴·자문·금융을 종합 지원하고, M&A 보증 규모를 2030년까지 2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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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 인포그래픽. 자료 : 중소벤처기업부

재도전 창업가와 지역 참여를 늘려 창업 생태계를 확장 구축

 

지역과 사회 전반으로 혁신의 저변도 확장한다. 재도전 정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재도전 응원본부’를 신설하고 전국 19곳의 지역별 재도전 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재도전에 친화적인 문화를 확산한다.

 

2030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재도전 펀드를 조성하고, 보증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창업자의 재창업 신설법인에도 기술보증을 신설한다.

 

소셜벤처 분야에서는 임팩트 펀드를 통해 안정적인 투자자금을 공급하고 매년 1500억 원 이상의 임팩트 보증을 지원하며, 팁스(TIPS) 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스타트업을 10% 우선 배정한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벤처 4대 강국으로의 도약은 우리나라 미래와 생존이 걸린 시대적 과제”라며 “앞으로 구축될 AI 고속도로에서 탄생할 차세대 유니콘의 성패가 내수 의존성을 넘어선 글로벌 확장 역량과, 고난도 딥테크 난제를 돌파하는 기술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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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벤처부 외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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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윤석열 ‘여동생’ 나경원·‘꼬붕’ 한동훈의 공통점, 논란에 답 안하는 것”…‘천정궁·당원 게시판’ 꼬집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2/19 09:16
  • 수정일
    2025/12/19 09:1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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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2.19 08:07

  • 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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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9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를 각각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여동생, 부하로 칭하며 자신들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나경원과 한동훈, 둘 다 ‘친윤(친윤석열)’이었다. 나경원은 윤석열의 ‘여동생’이었고, 한동훈은 윤석열의 ‘꼬붕(부하)’”이라며 “그러다가 두 사람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과 12·3 내란을 계기로 갈라섰다”고 적었다.

 

조 대표는 “그런데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면서 “법정에 선 피고인이 아닌 대중 정치인인데, 국민과 언론이 매우 궁금해하는 매우 간단한 것에 답하지 않거나 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나경원은 ‘통일교 천정궁 갔느냐’는 질문에 ‘간 적 없다’라고 말하지 않고 ‘더 말씀 안 드린다 했죠’라고 답한다”며 “한동훈은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익명으로 쓴 윤석열-김건희 비방 글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두고 격렬한 논란이 됨에도 ‘내 가족이 아니다’라고 답하지 못 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또 “두 사람 다 윤석열 검찰총장, 대통령을 찬양했던 것을 사과하지 않는다” “한동훈은 채널A 사건의 비밀이 들어 있는 자기의 휴대전화에 20여자리 비밀번호를 걸고 풀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심하게 켕기는 게 있음을 아는 것이다. 이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비방하는 데는 거품을 문다”고 했다.

 

조 대표는 “나경원에게 계속 물어야 한다. ‘천정궁 갔지?’ 한동훈에게 계속 물어야 한다. ‘네 가족 맞지?’”라면서 “활동하고 있는 현역 정치인에게는 진술거부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병관 기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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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미 국방수권법 통과 “주한미군, 대중국 군사작전 위해 주둔… 전작권 이양 불가”



출근길 뉴스 브리핑(2025.12.18.)

-김기현 압수수색, 특검 “김건희 준 가방값 세비 계좌서 나갔다”

-[울산] “덕분에 재선”…울산 정가 곳곳 ‘통일교’ 흔적

-국방부, 여인형 등 8명 곧 징계‥'계엄버스' 지시·탑승 장교 포함

-원-달러 환율, 장중 1480원 돌파…한은, “상황 심각”

-트럼프 '보조금 삭감'… 포드, LG엔솔 9조 계약 해지

-황주군 지방공업공장 준공, “지방 변혁 새 시대 열어”

미 국방법 의회 통과 “주한미군, 대중국 군사작전 위해 주둔… 전작권 이양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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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내년도 '국방수권법안'이 연방 하원에 이어 상원도 통과했다. 법안에는 만약 주한미군을 줄이려 한다면, 그것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의회에 증명해야 한다. 증명한 뒤에도 90일이 지나야 비로소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한국(동맹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미국의 안보 이익’이 우선이다. 특히 국방수권법에는 “미군의 준비 태세와 배치를 강화하기 위해 태평양 억제 구상(PDI)을 포함하여,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 작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대중국 군사작전을 위해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설사 한국이 "나가라"고 해도.

대한민국 전작권 관련 언급은 더 심각하다. 전작권을 한국에 넘기는 일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했다. 기존 합의된 계획에서 벗어나 전작권을 넘기려 할 경우, 미 국방부 장관의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여 사실상 전작권을 전환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이 채점권을 쥐고 "아직 능력이 안 된다"고 하면 전작권을 넘기지 않기 때문이다.

 

김기현 압수수색, 특검 “가방값 세비 계좌서 나갔다”

 

김건희 특검은 17일 김건희 씨 관련 명품 가방 전달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압수수색을 실시한 검찰은 18일 절차에 따라 김 의원에 대한 재출석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의원 부인이 김건희 씨에게 준 '로저비비에' 손가방 구입비 267만 원 중 절반 정도는 상품권과 백화점 포인트였고, 나머지는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카드 결제 대금은 국회의원 세비를 받는 남편 계좌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특검이 확인했다.

 

[울산] “덕분에 재선”…울산 정가 곳곳 ‘통일교’ 흔적

 

울산시장과 국회의원, 구청장 등 울산 지역 정치인이 통일교 산하단체와 유착한 사실이 드러났다. KBS가 입수한 영상에는 김두겸 울산시장, 박성민·서범수 국회의원 등이 통일교 단체 천주평화연합(UPF)에 축전 보낸 모습이 담겼다. 박천동 북구청장은 행사장에서 “덕분에 재선했다”며 대놓고 고마움 표했다. 이채익 전 의원도 직접 참석해 단체 노고 치켜세웠다. 이들은 한일 해저터널 심포지엄을 열거나 구청에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취재가 진행되자, 이들은 천주평화연합이 통일교 관련 단체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여인형 등 8명 곧 징계‥'계엄버스' 지시·탑승 장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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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에 연루된 군 지휘관들과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 조치가 조만간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MBC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모두 8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버스' 출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고현석 전 육군참모차장과, '계엄버스'에 탑승한 김승완 군사경찰실장도 징계대상에 포함됐다. 합참 소속 장교 1명과 방첩사 대령 1명도 비상계엄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징계를 앞두고 있는 걸로 파악됐다. 또한 비상계엄 때 동원됐던 방첩사가 당시 출동했던 부대원 180여 명을 인사 조처했다.

 

원-달러 환율, 장중 1480원 돌파…한은, “상황 심각”

 

17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를 활용해 시장 방어에 나섰지만,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와 국내 증시 부진 등 내부 수급 불균형 탓에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현재의 고환율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성장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이번 상승세는 대외 변수보다 국내 경제의 기초 여건 악화와 수급 쏠림 현상이 주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보조금 삭감'… 포드, LG엔솔 9조 계약 해지

 

포드와 LG에너지솔루션이 맺은 9조 원 배터리 공급 계약이 깨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삭감을 예고하자 포드가 전기차 사업 방향을 틀면서 생긴 일이다. LG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보고 투자했으나, 정권 교체와 함께 정책이 180도 뒤집히면서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 위기 상황이다. 포드가 LG와의 계약을 해지한 것도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전기차를 팔아도 손해라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 정책 변화에 한국 핵심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대미투자는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이 입증된 사례다.

 

황주군 지방공업공장 준공, “지방 변혁 새 시대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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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북도 황주군에서 ‘지방발전 20×10 정책’ 실현을 위한 지방공업공장이 지난 16일 준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용원·리일환 비서와 노광철 국방상을 비롯한 당·정·군 간부 참석했다. 준공식에서 연설자는 김정은 총비서의 영도로 착공 당해 공사를 마친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긴등벌’, ‘황주천’ 같은 지역 상표를 단 기초식품과 일용품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주민 생활 향상 이끄는 보루가 될 전망이다. 통신은 현대화한 생산 현장을 돌아본 주민은 지방 변혁 새 시대를 실감했고, 간부들은 생산 정상화와 품질 제고로 인민 복리 증진에 이바지할 결의를 다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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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납품 지연'에 "사기당한 것 같다"던 李대통령…문제는 '최저가 낙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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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12/19 08:55
  • 수정일
    2025/12/19 08:5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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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기차에서 본 세상] "일단 먹고, 계산은 나중에" 식의 경쟁 구도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전문위원 | 기사입력 2025.12.19. 05:48:38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한국철도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가 드러났다. 바로 철도차량 산업 분야가 처한 현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다원시스가 납품을 지연했음에도 열차 계약금의 절반 이상이 이미 지급된 점을 두고 "정부 기관들이 사기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산업인 철도는 전국적 망을 가진 거대 장치산업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막대한 투자와 유지비용이 필요하다.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 경쟁체제란 이름으로 찢기 시작하면 필요 없는 중복비용을 지불하거나 본질을 망각한 경쟁을 위한 경쟁에 매몰되어 산업 자체가 황폐화되고 결국 국민 불편으로 돌아온다. 철도를 구성하는 3요소는 철도망을 이루는 시설과 열차를 운행하는 운영, 그리고 차량 제작 산업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바람직한 구조는 이 3요소가 통합된 체제이겠지만 각 국가의 철도 역사나 사회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최소한 유기적인 보완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철도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 중의 하나인 차량 제작 산업은 정부가 정책으로 면밀하게 주도하고 지원해야 하는 분야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주기적으로 마련하는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에 이를 포함하지 않고 시장에 전적으로 맡겨놓은 상태다. 한국은 세계에서 5번째로 고속철도 운영을 시작한 나라로 철도 분야의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전체 영업거리의 한계로 인하여 차량분야 시장은 협소하다. 때문에 차량제작사의 난립은 경쟁의 효과를 얻기보다는 자칫 차량제작분야의 국제 경쟁력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

 

한때 한국 철도차량제작 분야는 대우, 한진, 현대 등 대형 중공업 회사들이 경쟁하는 시장이었다. 그러나 국내의 작은 내수 시장 규모에 부침을 겪다가 IMF를 지나며 현대에 흡수되어 로템으로 일원화 되었다. 이후 2010년경부터 철도차량제작 업체들이 새로 등장하고 이들 간에 인수 합병 과정 등을 거처 현재 현대로템, 다원시스, 우진산전 삼각구도로 경쟁하고 있다. 문제는 앞서 지적한 대로 한국 철도차량제작 시장은 이들 업체가 적절히 사업을 영위할 만큼의 시장 규모가 되지 않기 때문에 세 회사는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한다. 어느 한 업체가 대량의 차량을 수주할 경우 다른 업체는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할 물량을 수주하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철도 차량 입찰 경쟁은 회사의 사활이 달린 문제이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수주전에서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

 

철도선진국들은 철도차량제작분야를 주요 국가 기간산업으로 간주하고 주력 업체가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지멘스, 프랑스의 알스톰 등 차량제작사는 자국을 대표하는 고속철도 차량은 물론 국제철도 시장에서 다양한 철도 차량을 공급함으로서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 이미 충분히 큰 회사들도 규모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로 간 인수와 합병으로 더 몸집을 불리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은 히다치, 가와사키, 미쓰비시 등의 차량제작사가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특이한 점으로 일본 최대의 철도회사 동일본 JR의 경우 JR종합차량제작소라는 직할 자회사를 제작사로 두고 있다. 자신이 사용할 철도차량을 직접 제작함으로써 차량 구매 비용의 적정성은 논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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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고의 철도차량제작사는 중국 중차이다. 중국 중차는 중국 북차와 남차라는 거대 차량제작 회사를 하나로 합쳐 세계 최대의 차량 제작회사로 발돋움 한 뒤 세계 차량시장 점유율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고속철도망과 대륙을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는 철도망을 갖고 있기에 탄탄한 내수 시장이 받쳐주는 가운데 아프리카와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에까지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 같은 양적 확대를 바탕으로 중국의 철도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최소한 철도 분야에서 만큼은 중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국이 되어있다. 세계 철도차량제작 분야의 흐름은 덩치를 키우고 그 힘으로 내수 시장을 선도하며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게 시장 자율에 맡겨서 경쟁체제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또 이 경쟁 구도 속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치가 있는 데 바로 '최저가 낙찰제'다. 발주 업체가 선정한 기준에 충족하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입찰 업체가 선정되는 방식이다. 업체의 가격 횡포를 방지하고 예산 낭비를 막는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최저가 낙찰제는 다른 문제를 불러왔다. 업체들이 담합하여 교대로 낙찰을 받는 고전적인 방식부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낮은 가격을 써내 일단 수주부터 받고 보는 식이다. 그 대가로 안전에 문제가 생기거나 유지보수비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문제는 업체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구호 같은 "일단 먹고, 계산은 나중에" 방식이 차용됐다.

 

최저가 입찰제의 또 다른 문제는 국내 철도 차량 제작 기술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프랑스로부터 TGV 기술을 들여와 갖은 노력 끝에 고속철도 자체 생산이라는 기술 독립을 이루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오랜 연구개발 끝에 달성한 성과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3년 1조 원대 SRT 고속차량 2차 발주 경쟁에 국내기업과 스페인 탈고가 연합한 컨소시엄이 입찰에 나섰다. 만약 스페인 탈고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낙찰받았다면 한국고속철도 차량 제작 기술을 원천 보유하고 있는 로템과 그 협력사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되었을 것이다. 국내 주력 철도 차량 제작사가 내수시장에서 밀리는 만큼 연구 개발이나 선진 기술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난해부터 새로 도입되어 달리는 ITX-마음의 핵심부품인 견인전동기는 중국 중차 제품이고 신호 보안 시스템의 주요 부품인 ATP에는 히다치라는 일본 제작사의 영문 이니셜이 선명히 박혀있다. 환경부가 전기버스 도입을 추진했더니 값싼 중국 전기버스 제조사가 시장을 장악해 국내 전기버스 제작 생태계가 무너졌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적이 있다. 최저가 입찰제가 치열한 국제 경쟁속에서 국내 산업을 위협하는 국토부판 전기버스 사례가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제작사가 납품 기일을 못 맞춰 운영사인 코레일의 열차 운행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문제는 더 있다. 운전실이 좁게 만들어지는 바람에 기관사가 좌석에 앉아 몸을 조금 돌리더라도 무릎에 객실 냉난방 조절기가 닿아 제멋대로 돌아간다. 안전을 위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운전실 안은 냉난방 능력이 모자라 여름엔 덮고 겨울엔 추워서 보조 수단을 갖춰야 할 판이다. 승무 교대나 차량기지에서 수직 이동으로 승하차 해야하는 운전실 출입문은 손잡이 구조가 불편해 안전사고 위험까지 있어 기관사들의 불만이 크다. 하지만 신형 차량이라 폐차연한 30년이 도래할 때 까지는 마땅한 해결방법이 없다.

 

필자는 로템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철도산업의 생태계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고민해야한다. 로템 독주 시절에 경쟁자가 없다고 차량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또한 입찰 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한 행위를 했다는 지적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들은 입찰제도의 혁신이나 경쟁 입찰 과정의 엄정한 관리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철도차량제작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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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5.12.1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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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비상계엄 발표 이후 경찰들이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쪽문에 배치된 경찰. 사진=금준경 기자.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경찰을 투입해 국회 봉쇄는 물론 국회의원 출입을 제지한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헌법재판소 단죄가 내려졌다. 헌정사상 최초로 경찰청장 탄핵을 결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는 “계엄 문건을 받은 사실조차 쉬쉬했던 국무위원들, 군 수뇌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번 탄핵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무조건적 상명하복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막은 경찰청장 파면… 동아 “관련자 사법적 단죄까지 이뤄내야”

 

헌법재판소는 지난 18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 등 출입을 막아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경찰을 배치해 내란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을 결정했다.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소추된 윤석열 정부 고위 인사 중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파면된 인사다. 헌법재판소는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고도 오히려 자신의 지휘하에 있는 경찰들을 동원해 시민과 대치하도록 하고 경찰 조직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불신받을 상황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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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자 동아일보 사설

주요 일간지는 19일 조지호 경찰청장 파면 관련 소식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조지호 파면… ‘12·3 계엄은 위헌’ 전원일치로 거듭 확인한 헌재>에서 “조 청장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봉쇄하고 선관위에 경찰을 배치해 무장한 계엄군을 지원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지시를 실행한 조 청장의 행위가 대의민주주의와 권력 분립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해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엄중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불법계엄 정당성을 주장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궤변”이 힘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이후에도 사과와 반성은커녕 재판 내내 야당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었다거나 계엄으로 시민들이 깨어났다느니 하는 ‘계몽령’ 같은 궤변을 늘어놓았다”며 “하지만 헌재는 계엄은 이론의 여지 없이 분명히 위헌적이고 불법적이었다고 쐐기를 박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헌재의 이번 결정은 계엄을 선포하러 가는 윤 전 대통령을 누구 하나 막아서지 않고서도 계엄 문건을 받은 사실조차 쉬쉬했던 국무위원들,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을 땐 위헌인지 따질 여유가 없었다고 주장한 군 수뇌부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위헌적 계엄에 대한 헌법적 심판에 이어 그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적 단죄까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이뤄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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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도 사설 <‘국회 봉쇄’ 조지호 경찰청장 파면, 공직자 경계 삼아야>에서 “(이번 판결을 통해) 공직자는 무조건적인 상명하복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12·3 내란은 우리 사회 엘리트들의 비겁하고 이기적인 민낯을 낱낱이 드러냈다”며 “위헌이 명백한 계엄에 직을 걸고 반대한 국무위원은 한명도 없었고, 계엄이 실패하자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비겁한 변명과 거짓말로 국민을 속였다”며 “승자독식의 경쟁 일변도 교육이 자기밖에 모르는 엘리트들을 키운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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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자 한국일보 10면

한국일보는 10면 <윤석열부터 조지호까지… ‘12·3 계엄 위헌성’ 강조한 헌재> 보도에서 “헌재는 국민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고위공직자의 책임도 일관되게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이 불법계엄의 이유로 ‘다수 야당의 횡포’를 들었지만, 결국엔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처했어야 했다고 지적하면서 국민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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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대법원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설치… “논란 단초, 사법부가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법률로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내란·외환 사건만 전담하여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예규를 제정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 안의 경우 내란재판부 구성 추천위원 추천권을 법원 내부에서 갖도록 하고, 대법원장이 대법관 회의를 통해 이를 확정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에 관련 재판을 무작위 배당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선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강행 움직임을 멈춰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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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서울고법 ‘12·3 전담재판부’ 구성, 민주당 위헌법은 철회를> 사설을 통해 “민주당의 위헌적 내란전담재판부 법안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대법원이 헌법과 법률, 상식의 테두리 안에서 선제적 조치를 했다고 볼 수 있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을 강행하는 것은 ‘내란 몰이’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가려는 선거 정략이란 사실도 점점 드러나고 있다… 위헌적 법률까지 만들어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해야 할 어떤 명분도 없으니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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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법원 스스로 내란재판부 구성… 여당은 위헌성 법안 접어야> 사설에서 “사법부가 스스로 만든 예규를 통해 전담재판부를 운영하면 여당 법안에서 지적된 여러 위헌적 요소를 비켜갈 수 있다”며 “대법원이 추진 중인 전담재판부는 무작위로 지정되기 때문에 대법원장이 개입할 여지가 없고, 계엄 사건만 심리하기에 신속한 진행을 기대할 수 있다. 여당이 강조해 온 법안 취지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사정이 이러함에도 민주당은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며 “다른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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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도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강행을 멈춰야 한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사법부가 이번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대법 “예규로 내란재판부 설치”… 이제 논란 끝내야 한다> 사설에서 “내란재판부 논란의 단초는 사법부가 제공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사법부가 이런 지적에 선제적으로 대책을 내놨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도 대법원이 이번에 제시한 방안은 신속하고 공정한 내란 재판 진행이라는 여당의 법안 취지를 큰 틀에서 수용한 만큼, 여당은 사법부 안을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3면 <대법, 내란재판부 입법 임박해오자 뒤늦게 ‘자구책’> 보도를 통해 “(대법원의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설치는) 민주당 주도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입법이 임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며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면서 대법관 증원 등 여당의 다른 사법개혁안까지 실현될 상황이 되자 대법원이 궁여지책으로 ‘이름만 전담재판부’를 만들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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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연합뉴스

끝없는 쿠팡 논란… 경향 “김범석 체포해 수사하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해킹 관련 청문회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 외국인 대표를 출석시켜 언어장벽으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힘들게 하고, 주요 의혹에 대한 해명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청문회 다음날인 지난 18일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사설을 통해 쿠팡을 비판한 것에 이어, 19일에도 한국일보·중앙일보 등이 사설로 쿠팡을 규탄하고 나섰다. 쿠팡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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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국민 화만 돋운 쿠팡 청문회… 엄중히 책임 물어야> 사설에서 “문제의 본질은 쿠팡의 태도다. 쿠팡은 34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초유의 사태 앞에서도 끝내 무성의로 일관했다”며 “쿠팡의 오만한 태도는 유통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독점적 지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는 휴일 영업 제한 등 각종 규제로 국내 토종 유통업체의 경쟁력을 약화했고, 그 결과 미국 기업인 쿠팡의 시장 지배력만 키워주는 역설을 초래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유통산업발전법을 손질하는 등 쿠팡의 독점 폐해를 완화할 제도적 해법을 모색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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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 <국민 우롱 쿠팡청문회, 근본 문제 파헤쳐 응분의 조치를>에서 “소나기를 피해 책임을 뭉개 보자는 속내가 노골적이었다”며 “쿠팡은 수천만 명의 소비자가 이용하고 유통 물류 고용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 기업이다. 이런 대형 기업이 한국에서 돈은 벌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속내를 노골화하는 만큼,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선 법 제도 개선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쿠팡이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산업재해 신청 포기 합의를 요구하고 돈으로 입막음을 하려 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쿠팡 배송기사로 일하던 정슬기씨가 숨지자 쿠팡CLS 측이 가족에게 찾아가 산재신청 대신 합의금을 받는 게 더 좋다고 합의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이 2020년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사망한 장덕준씨와 관련해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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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 “정부, 쿠팡 영업정지 여부 논의 엄중한 판단 내려라”

  • 조선일보 “이 대통령 전담 재판부 만들면 납득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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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자 경향신문 2면

경향신문은 2면 <1억5천 부르며 “나 같으면 산재 신청 안 해” 노동자들의 죽음을 ‘돈’으로 덮으려는 쿠팡> 보도에서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이 물류센터 산재 사망 사건 은폐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쿠팡이 ‘산재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조직적 은폐를 시도한 사례가 더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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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자 경향신문 사설

또 경향신문은 <과로사에 ‘열심히 일한 기록 없애라’, 쿠팡 김범석 수사하라> 사설에서 “밤샘노동을 하던 노동자의 죽음에도 사죄·반성은커녕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고, 노동자를 비하하는 파렴치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창업자이자 최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김 의장의 생각과 언행이 이리 비뚤어졌으니 과로사가 속출하는 ‘죽음의 일터’가 된 게 아닌가… 범죄 혐의가 짙은 반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김 의장을 체포해 수사하고, 소비자 피해 보상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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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재판부 수정안 철회”…시민들, 민주당 향해 목소리 높여



이영석 기자 | 기사입력 2025/12/17 [22:51]

 

촛불행동이 주최한 ‘조희대 탄핵! 특별재판부 즉각 설치! 수요 촛불문화제’가 17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열렸다.

 

© 이영석 기자

 

문화제에 참가한 150여 명의 시민들은 민주당을 향해 16일 의원총회에서 내놓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사회를 맡은 김세동 도봉촛불행동 대표가 구호를 선창했다.

 

“무용지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을 철회하라!”

“민주당은 각성하라! 민주당은 싸워라!”

 

14일째 민주당사 앞에서 긴급농성 중인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기조 발언에서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과 관련해 “내란세력에 대한 명백한 투항”이라며 “내란 단죄를 포기하고 국민을 모욕하는 수정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민주당을 향해 “내란 청산이라는 당면한 임무 앞에 정치적 타산을 앞세우는 고질병이 나타났”다고 지적하며 “국민을 속이고 국민을 배신하면 안 된다. 구태를 멈추고 비겁과 타협을 중단하라”라고 요구했다.

 

© 이영석 기자

 

문화제에서는 촛불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상우 강동촛불행동 상임대표는 “민주당 수정안은 법비들에게 선의를 기대하는 것인데, 이렇게 법이 통과된다면 내란 청산이 되겠는가?”라며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헌정사를 바로 세우는 길은 타협이 아니라 단호한 응징에 있다”라며 “민주당은 국민을 믿고 강력히 싸워라”라고 촉구했다.

 

김수진 남양주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수정안을 내놓으면 저들(내란세력)이 시비를 안 하는가? 수정안을 내놓으면 위헌 소송을 포기하는가?”라며 “민주당은 지금부터라도 위헌 시비에 또박또박 반박하며 싸워야 한다. 언제까지 위헌 시비에서 허우적댈 건가?”라면서 “민주당 제발 정신 좀 차리라”라고 외쳤다.

 

김용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민주당을 향해 “조희대가 위헌인가, 아니면 국민이 위헌인가?”라고 물으며 “주권자 국민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라는데 무슨 위헌을 떠드는가?”라고 규탄했고, 조하경 청년촛불행동 교육국장은 “적폐 언론, 적폐 재판부 따위가 내란 청산을 막겠다고 떠들어대는 위헌 논란은 무시하라”라면서 “국민의 뜻을 받드는 데 역풍이 불어온다면 그 또한 국민이 막아낼 것”이라고 당부했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상우 상임대표, 김수진 공동대표, 조하경 교육국장, 김용환 회원. © 이영석 기자

 

한명학 인천촛불행동 사무국장은 “3대 특검은 나라의 헌정 질서를 위협했던 중대 범죄 일부를 밝혀냈을 뿐 턱없이 부족한 결과를 내놓았다”라며 “3대 특검의 한계를 넘어서서 사법부의 조희대, 국정농단의 김건희, 아직도 내란을 인정하지 않고 극우세력들과 한패가 되어 궤변을 늘어놓는 국민의힘, 그들과 연루된 모든 내란세력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며 종합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한편 촛불행동은 지금이 “긴급한 상황! 비상한 시기!”라며 내일(18일)과 모레 저녁 7시에 민주당사 앞에서 긴급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고 알리면서 시민들에게 “민주당이 하루빨리 수정안을 철회하고 국민이 바라는 안으로 입법할 수 있도록 긴급 촛불문화제로 모여달라”라고 호소했다.

 

© 이영석 기자

 

© 이영석 기자

 

▲ 한명학 사무국장. © 이영석 기자

 

▲ 김은국 국민주권당 인천시당 사무국장이 「모두 촛불을 들고」(개사곡)를 불렀다. © 이영석 기자

 

▲ 가수 임대한 씨가 「민주당은 제대로 된 특판을 설치해」, 「천하무적 촛불」, 「촛불로 몰아쳐」를 불렀다. © 이영석 기자

 

▲ 가수 백자 씨가 「특판설치가」, 「우린 포기하지 않아」, 「탄핵이 답이다」를 불렀다. ©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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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지성적인 원수사랑' 필요하다



정종훈 연세대 명예교수, 평통연대 공동대표

mindlenews01@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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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들레 들판

  • 입력 2025.12.16 17:40

  • 수정 2025.12.17 17:02

  • 댓글 1

평화 원하는 이웃국가로서 조건 없이 응답해야

 

문 정부 소극성, 윤 정부 폭력성 사과가 출발점

신학자이며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연대(평통연대)’ 공동대표인 정종훈 연세대 명예교수의 평통연대 칼럼을 필자의 승낙을 얻어 민들레에 게재한다.

 

독일의 물리학자이고 철학자, 평화운동가였던 칼 프리드리히 폰 바이젝커(Carl Friedrich von Weizsäcker, 1912–2007)는 동서독으로 분단된 독일의 현실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 진영과 동구 사회주의권으로 균열된 이데올로기 냉전 상황에서 ‘지성적인 원수사랑’(Intelligente Feindesliebe)을 제안했다. 이 개념은 기독교적인 사랑과 정치적 현실주의를 결합한 것이었다. 바이젝커는 이 개념으로 예수의 ‘원수사랑’을 출발점 삼아 감정적 호의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원수를 이성적 책임감 속에서 이해하며 화해와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설계하고자 했다. 그가 제안한 실천 항목으로는 원수의 두려움과 관심, 역사적 경험을 분석해서 원수인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어느 일방의 군사적 승리보다 상호신뢰와 안정적 관계를 먼저 추구하는 것이었다. 또한 적대적 담론을 넘어 핵 위협, 생태 위기와 같은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화와 협상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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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2018. 04. 27 [연합뉴스 자료사진]

바이젝커의 지성적 원수사랑은 꽉 막혀 있는 한반도의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 참고할 만한 중요한 지침일 수 있다.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이 남북 관계를 왜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 선언, 평양 선언,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조선으로부터 큰 환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조선의 관심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조선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 개성공단의 남북관계연락사무소를 신속히 폭파한 것은 실망감의 극단적인 표출이었다. 뒤를 이은 윤석열 정부는 선제타격과 수뇌부 척살을 운운하며 폭력적인 언어를 절제하지 않았고, 드론 침투와 전단 살포로 전쟁 발발을 유도했으며, 흡수통일을 전제하는 힘에 의한 평화만 강조했다. 이로 인한 조선의 분노는 남쪽에 대해서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 관계로서 대화할 만한 상대가 아님을 천명하도록 했다.

 

조선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국가안보와 정권 승계, 인민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 한국, 미국, 일본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를 원했다. 한국전쟁의 매듭 차원에서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협정을 맺고, 미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 수교해서 세계 무대로 나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한미일은 조선의 관심을 인정하고 지지하기보다는 적대 관계 속에서 군사훈련과 경제제재를 하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고 했다. 이때 조선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은 핵무장 말고는 없었다. 드디어 핵무장 국가로서 자신을 보호할 수단을 확보한 조선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이나, 비핵화를 운운하는 국가들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제 우리는 조선의 국가안보와 정권 유지의 관심을 인정하고 보장하는 것,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맺게 하는 것, 주요 국가들과 수교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이 평화로운 남북 관계를 위한 필수적인 사항임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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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9.24 연합뉴스

우리는 핵무장을 한 조선을 우리를 위협하는 원수로서 두려워하고 있다. 조선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거나 군사훈련을 하면, 그것은 우리를 공격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판단한다. 조선은 악의 축이라서 사악하고, 우리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며, 우리가 그들을 신뢰할 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조선 역시 세계 군사력 5위이고 세계 경제력 10위인 우리 대한민국을 두려워한다

 

핵 훈련을 동반하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는 언제라도 실전으로 전환될 수 있는 훈련이기에 그때마다 긴장한다. 일본까지 가세한 한미일 군사훈련과 밀착 관계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위협처럼 간주한다. 비핵화만 한다면, 조선의 요구가 무엇이든 이행하겠다는 미국과 한국의 제안에 대해서는 비핵화 후 이행되기는커녕 오히려 자기 정권을 말살할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불신한다. 이제 우리는 남북이 군사적 승리와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한 한반도에 평화보다 전쟁이 발발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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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2025.9.4 연합뉴스

그러나 우리는 남북 관계에 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방치하거나 포기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폐기된 9.19 남북군사합의의 복원이 시급하다. 남북 간에 핫라인이 차단되어 작은 충돌이라도 큰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소극성과 윤석열 정부의 폭력성을 사과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요즈음 이재명 정부가 대한민국의 핵무장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조선의 비핵화를 요구할 목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주장하는데, 아직은 핵 관련 사안 자체가 시기상조임을 보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남북을 두 개의 국가로 단호하게 규정한 조선에 대해서 평화를 원하는 이웃 국가로서 접촉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 서로 윈윈하기 위해서 일단은 조선에 이익이 되는 것과 조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우리가 먼저 조건 없이 응답할 때, 남북 간에 비로소 신뢰가 구축되며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도래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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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혜경 "학교급식법 통과, 가장 유능한 정치인은 노동자 자신임을 입증"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5.12.17 19:29
  •  
  •  댓글 0
 
   
 

"이제야 유령에서 인간이 된 기분입니다."
"내 이름이 법전에 있다니..." 50대 노동자가 울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3위일체'의 기적
"엄마, 손가락이 많이 휘었네"
"국회는 총성 없는 전쟁터… 가장 유능한 정치인은 노동자 자신"

ⓒ김준 기자
ⓒ김준 기자

"이제야 유령에서 인간이 된 기분입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보당 정혜경 의원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지난 9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십수 년 염원이 담긴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이 만든 '1호 법안'이 가장 높은 산을 넘은 것이다.

이 법안은 단순한 법 조항 몇 줄을 고친 게 아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뜨거운 솥을 안고 밥을 짓다 골병들고, 폐암으로 쓰러지던 '투명 인간'들이 자신의 직업과 이름을 대한민국 법전에 새겨넣은 역사적 사건이다. 정혜경 의원을 만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그 뜨거웠던 투쟁의 기록을 들어봤다.

"내 이름이 법전에 있다니..." 50대 노동자가 울었다

정 의원에게 교육위 통과 소감을 묻자 대뜸 '이름' 이야기부터 꺼냈다.

법안에 '급식조리사 및 조리실무사'라는 이름이 들어갔어요. 원래 학교급식법 어디에도 우리 직종 이름이 없었습니다. 유령이었죠.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기 힘으로 법에 자기 이름을 넣은 겁니다. 이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일 아닙니까?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의 책임'이다. 그동안 교육감 재량에 맡겨져 지역마다 들쑥날쑥하던 급식실 배치기준을 정부가 책임지고 정하라는 것이다.

지금 학교급식 노동자 한 명이 감당하는 식수 인원이 적게는 80명에서 많게는 240명까지 됩니다. 공공기관 평균보다 두 배는 더 일해요. 그러니 일반 기업보다 산재율이 5배나 높습니다. 이번 법안은 정부가 이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대해 책임을 지고 기준을 마련하라는 명령입니다.

ⓒ김준 기자
ⓒ김준 기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3위일체'의 기적

처음엔 다들 안 된다고 했다. 초선 의원이, 그것도 자기 상임위(환노위)도 아닌 교육위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혀를 찼다. 교육부는 돈 든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정 의원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진보당(당), 노동조합(대중조직), 그리고 국회의원(원내)이라는 강력한 삼각편대, 이른바 '3위일체'였다.

노조만 있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겁니다. 처음에 진보당이 제안했어요. '100만 청원운동으로 판을 흔들어보자'고 당이 먼저 길을 열었죠. 그러자 전국 학교비정규직노조가 화답했습니다. 일 끝나고 숟가락 하나 들 힘도 없는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가 서명을 받았습니다. 병원 의사한테, 장례식장 조문객한테, 남편 회사 동료한테까지 매달려 한 사람이 1천 명 서명을 받아온 조합원도 있었으니까요.

30만 명의 절절한 서명이 모였다. 여기에 정 의원의 '원내 투쟁'이 불을 지폈다. 국정감사장에 위생복을 입고 등장하고, 밥솥을 들고 장관을 압박했다. 급식실의 끔찍한 노동 현실이 전파를 타자, 요지부동이던 국회도, 교육부도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당이 기획하고, 노조가 현장을 조직하고, 의원이 국회 안에서 싸웠습니다. 이 셋이 하나로 뭉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엄마, 손가락이 많이 휘었네"

ⓒ김준 기자
ⓒ김준 기자

정 의원은 인터뷰 도중 한 통의 편지를 소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정감사에서 정 의원이 학교급식실 위생복을 입고 질의하는 모습을 본 한 조합원의 자녀가 쓴 편지였다.

사춘기 아들이 영상을 보고 엄마 손을 잡더랍니다. '엄마 손가락이 많이 휘었네.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줄 몰랐어.' 그동안 가족에게조차 말 못 하고 끙끙 앓던 노동의 고통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겁니다. 남편이 술 취해 전화해서 '미안하다'며 펑펑 울었다는 분도 계셨어요.

노동자가 국회의원이 된다는 건 이런 것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내 땀방울, 내 아픔을 대변해 주는 사람 하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노동자들은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국회는 총성 없는 전쟁터… 가장 유능한 정치인은 노동자 자신"

정혜경 의원은 "국회에 와보니 이곳은 철저한 기득권과 자본의 전쟁터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 냉혹한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유능한 정치인은 노동자 자신이라고 단언한다. 남의 민원을 처리해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절박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 파업 현장에서 한 경남 지역 조합원이 외쳤던 발언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의 가슴에 금배지의 무게를 다시금 새겨준 결정적인 한마디였다.

우리는 너무 힘들어서 우리 손으로 국회의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혜경 의원에게 '명령'했습니다. 급식법을 반드시 개정하라고 말입니다.

정 의원은 "그 '명령'을 듣는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며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교육위원장을 찾아가 펑펑 울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가 곧 그에게 내려진 엄중한 사명이자 명령이었던 셈이다.

정 의원은 이제 그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뭉친 단결의 힘을 투표장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동자가 노동자 후보를 찍는 상식이 통할 때, 비로소 우리가 주인 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김준 기자

[1문 1답]

Q1.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1호 국회의원으로서 ‘1호 법안’인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교육위 문턱을 넘었습니다. 단순히 법 조항 하나 바뀐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정혜경 의원: ‘유령에서 인간이 된 기분’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학교급식법 어디에도 밥을 짓는 노동자, 즉 ‘조리실무사’라는 직종의 이름 자체가 없었습니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죠 . 이번 개정안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기 힘으로 법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게 되었습니다 . 무엇보다 핵심은 '국가의 책임'을 명시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교육감 재량에 맡겨져 들쑥날쑥했던 급식실 인력 배치기준을 이제는 정부가(대통령령으로) 책임지고 정하게 됩니다. 노동 강도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입니다.

Q2. ‘죽음의 급식실’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노동 강도가 심각하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수치로 설명해 주신다면 어느 정도입니까?

정혜경 의원: 일반 공공기관 급식소는 조리원 1명이 50~80명 정도의 식사를 담당합니다. 그런데 학교는 적게는 80명, 많게는 1명이 240명 분의 식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 노동 강도가 2배 이상 세죠. 이러니 일반 기업보다 산재율이 5배나 높습니다 . 사람이 골병들고 폐암에 걸려 죽어 나갑니다. 서울의 경우 신규 채용을 해도 6개월 안에 절반이 그만두고, 10명을 뽑으려 해도 2명밖에 지원하지 않는 '채용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 이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줄이지 않으면 아이들의 무상급식도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Q3. 사실 개원 초기만 해도 "그 법은 절대 통과 안 된다"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교육부의 반대도 있었는데 어떻게 이 불가능을 뚫어냈습니까?

정혜경 의원: 보통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진보당(당), 노동조합(대중조직), 국회의원(원내) 이 셋이 하나가 된 '3위일체' 파트너십이 만들어낸 기적입니다 . 작년 9월 진보당이 먼저 "100만 청원운동으로 돌파하자"고 제안했고,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 이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화답해 현장을 조직했죠. 11월엔 총파업을 했고, 12월 법안소위가 난항을 겪자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 농성과 단식 투쟁을 감행했습니다 . 저는 원내에서 위생복을 입고, 밥솥을 들고 장관을 압박했습니다. 노조만 있었다면, 혹은 의원 혼자였다면 절대 못 했을 일입니다.

Q4. 100만 청원 운동을 언급하셨는데, 사실 서명 운동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현장의 절박함이 어느 정도였길래 국회를 움직인 겁니까?

정혜경 의원: 목표는 100만이었지만 실제로는 30만 명 정도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 하지만 그 질적인 무게가 달랐습니다. 일을 마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만큼 고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갔습니다.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서 의사에게 서명을 받고, 장례식장 조문객에게 매달리고, 남편 회사 동료들에게까지 부탁했습니다. 혼자서 1,000명의 서명을 받아온 조합원도 있었습니다 . "살아서 퇴직하고 싶다"는 그 처절한 절박함이 30만 명의 여론을 만들었고, 요지부동이던 교육부와 국회를 압박하는 결정적 '무기'가 되었습니다.

Q5. 국정감사장에 급식 노동자 위생복을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됐습니다. 단순한 퍼포먼스로 보일 수도 있었을 텐데요.

정혜경 의원: 그 옷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입니다. 제가 그 옷을 입고 "밤에 잘 때 손가락 마디가 아파서 잠을 못 잔다"고 질의했을 때, 현장의 수많은 조합원과 가족들이 울었습니다. 한 조합원은 사춘기 아들이 국감 영상을 보더니 "엄마 손가락이 많이 휘었네, 저렇게 힘들게 일하는 줄 몰랐어"라며 손을 잡아줬다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국회라는 공간은 항상 기득권의 언어만 가득했던 곳입니다. 그곳에서 '나의 노동', '나의 고통'이 처음으로 대변되는 모습을 보며 노동자들이 엄청난 정치적 효능감과 위로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Q6. 교육위는 통과했지만 법사위와 본회의가 남았습니다. 그리고 법안 시행 시기가 2027년 7월로 미뤄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정혜경 의원: 맞습니다. 교육부가 연구 용역과 예산 마련을 핑계로 시행 시기를 1년 6개월이나 뒤로 미뤘습니다. 당장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너무 먼 이야기죠. 하지만 30만 명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시행령(대통령령) 투쟁입니다. 법이 통과돼도 구체적인 배치기준을 헐겁게 만들면 소용없습니다. 노동 강도가 실질적으로 줄어들 수 있도록 끝까지 감시하고 싸워야 합니다. 본회의 통과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등으로 지연되고 있습니다.

Q7. 학교비정규직 노동자가 직접 국회의원이 되니 실제로 법이 바뀌었습니다. 밖에서 투쟁할 때와 안에서 직접 정치를 할 때, 동료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정치 효능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릅니까?

정혜경 의원: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예전엔 우리가 1만 명이 모여 6개월을 준비해서 파업하고 서울 광장에 모여도, 뉴스는 '교통 체증'이나 '급식 대란'이라며 딱 한 줄 나가고 끝났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세상은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료인 제가 국회 안에서 마이크를 잡으니 우리 이야기가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이 되더군요. 무엇보다 우리 노동자들이 '자존감'을 회복했습니다. 한 조합원 남편분이 제가 국감장에서 위생복 입고 질의하는 걸 뉴스에서 보고 아내에게 전화해 펑펑 우셨다고 합니다. '네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줄 몰랐다, 미안하다'고요. '내 노동이 존중받고 있다', '우리가 뭉치면 법도 바꿀 수 있다'는 그 자신감, 그게 바로 정치 효능감 아니겠습니까? 유령 취급받던 우리가 세상의 주인으로 서는 과정입니다.

Q8.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직접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시는데, 왜 노동자 후보여야 합니까?

정혜경 의원: 국회에 와서 보니 이곳은 철저한 '계급 전쟁터'였습니다. 법과 제도가 기득권의 로비로 만들어지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자본과 기득권에 맞서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노동자입니다. 우리는 평생을 현장에서 싸워온 전문가들이니까요. 노동자 의원은 남의 민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의 처지를 바꾸는 당사자이기에 그 누구보다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노동조합으로 뭉치는 것을 넘어, 투표장에서도 노동자 후보를 찍는 '정치적 단결'을 해야 합니다. 상임위마다 노동자 국회의원씩 배치돼야 하니 최소한 16명이 필요합니다. 교섭단체(20석)를 구성해야 노동자 뜻대로 법안을 만들어 노동자가 진짜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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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발 충격, 어디서 어떤 형태로 터질지 장담 못 해



[강명구의 뉴욕 직설] 일본 금리 인상, 글로벌 유동성 역전의 시작

25.12.18 06:58최종 업데이트 25.12.18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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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위치한 일본은행(BOJ) 본사 모습. 2023.8.18.AP/연합뉴스

 

이번 주 목요일과 금요일, 일본은행(BOJ) 정책위원회가 양일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50%에서 0.75%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이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숫자로 보면 고작 0.25%포인트에 불과하지만, 이 결정의 파장은 도쿄 금융가를 넘어 뉴욕과 서울까지 미칠 전망이다.

 

긴장의 신호는 이미 암호화폐 시장에서 감지된다. 비트코인은 일본은행 금리 인상 때마다 급락하는 뚜렷한 패턴을 보여왔다.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 종료 때 23%, 7월 첫 인상 때 26%, 올해 1월 두 번째 인상 때는 31%가 빠졌다. 비트코인이 글로벌 유동성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가장 민감하게 반영해 왔기 때문이다.

 

도대체 일본 금리가 왜 뉴욕 금융시장과 암호화폐까지 흔드는 걸까? 그 답은 '엔 캐리 트레이드'에 있다. 30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에 싼 돈을 공급해온 이 흐름이 역전되면, 그 돈으로 굴러가던 자산들이 함께 흔들리는 구조다.

 

엔 캐리 트레이드, 30년간 작동한 글로벌 유동성 펌프

 

흔히들 '엔 캐리 트레이드'라 부르는 자금 흐름의 작동 원리는 단순하다. 일본에서 거의 0%에 가까운 금리로 엔화를 빌려 이 돈을 달러로 바꾼 뒤 미국 국채나 기술주, 암호화폐처럼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한다. 금리 차이만큼 이익이 남는 구조다.

 

이익은 금리 차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엔화를 빌려 달러로 바꾸면 엔화 매도 압력이 생긴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나중에 갚아야 할 빚의 가치도 줄어든다. 100엔을 빌렸는데 갚을 때는 90엔 가치만 갚으면 되는 셈이다. 금리로 벌고, 환차익으로 또 번다. 돈을 빌릴수록 이익이 늘어나니 더 빌리고 싶어진다. 월가에서 '무한 돈복사(infinite money glitch)'라 부른 이유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공식 추정치만 1조~1.7조 달러에 달하고, 장부에 잡히지 않는 외환스와프까지 포함하면 2조 달러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큰 뭉치돈의 자금 흐름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시장에 확산되어 있다.

 

30년 가까이 이 펌프가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일본은행이 '세계 금융의 닻' 역할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자산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은 디플레이션과 싸우며 제로금리, 마이너스 금리, 수익률 곡선 통제(YCC)까지 동원했다. 전 세계 트레이더들에게 엔화는 '빌리는 통화'였지 '보유하는 자산'이 아니었다. 이 구조적 현실이 글로벌 채권 금리를 억누르고 위험자산 투자를 부추겼다.

 

그러나 이 닻이 들어 올려지고 있다. 일본 물가상승률이 43개월 연속 목표치(2%)를 상회하고, 10월 근원물가는 3%에 달했다. 엔저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기업들은 가격 전가에 적극적이다. 올해 춘투에서 대기업들이 5% 이상 임금 인상에 합의하면서'임금-물가 선순환'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의 명분이 갖춰진 것이다.

 

정치적 장애물도 사라졌다. 취임 전부터 금리 인상은 멍청한 짓이라며 반대 입장을 취해 온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엔화 약세와 물가 압력에 밀려 결국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그렇다면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시장에 어떤 충격을 주게 될까?

 

청산 충격의 전파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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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지난 9월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우리는 이미 두 번의 예고편을 목격했다.

 

첫 번째는 지난해 8월 '블랙먼데이'다. 일본은행이 7월 말 금리를 0.25%로 올리자 엔화가 급등했다. 빌린 엔화를 갚아야 하는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팔고 엔화를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8월 5일 하루 만에 일본 토픽스(TOPIX) 지수가 12% 폭락했고, 충격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 주식시장(S&P 500)을 6% 끌어내렸다. '공포 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는 평소 15~20 수준에서 움직이는데, 이날 65까지 치솟았다. 코로나 패닉 이후 최고치였다.

 

두 번째 예고편은 올해 1월이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0.50%로 올린 바로 그 주에,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 AI 모델을 공개했다. 미국 빅테크가 막대한 투자로 쌓아올린 기술 격차를 중국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는 충격이었다. 두 사건은 별개였지만 시장 충격은 동시에 터졌다.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17% 급락하며 시가총액 약 5900억 달러가 증발했다. 미국 증시 역사상 단일 종목 최대 낙폭이었다.

 

두 번의 예고편이 보여준 충격의 전파 경로는 명확하다. 1차는 엔화 강세다. 엔화가 오르면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은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자산을 팔아야 한다. 2차는 위험자산 매도다. 미국 기술주와 암호화폐가 가장 먼저 팔린다. 블랙먼데이와 딥시크 쇼크 때 목격한 패턴이다. 3차는 미국 국채 시장이다. 일본 자금이 본국으로 회귀하면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는다. 3차 충격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12월은 앞선 두 번과 조건이 다르다. 캐리 트레이드 수익은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에서 나오는데, 지금 일본은 금리를 올리고, 미국은 내리고 있다. 양쪽에서 금리 차가 좁혀지니 수익성이 더 급격히 악화될 전망이다. 청산 압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만이 아니다. 일본은행은 양적긴축도 병행 중이다. 국채 매입 규모를 분기당 4000억 엔씩 줄여오다가, 초장기물 금리가 급등하자 올해 6월 속도를 2000억 엔으로 늦췄다. 그럼에도 10년물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인 2%에 육박하고, 30년물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더 큰 우려는 장부에 드러나지 않는 레버리지다. 국제결제은행(BIS) 추정에 따르면 외환스와프 형태로 숨어 있는 엔화 차입 규모가 1.7조 달러에 달한다. 일본 생보사들의 환헤지 비율은 45%로 역사적 저점이다. 엔화가 급등하면 헤지되지 않은 55%가 손실로 직결된다. 지난해 8월 농림중앙금고(農林中央金庫)가 93억 달러 손실을 입고 630억 달러 외국채 매각에 나선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2026년 1분기, 진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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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일본 도쿄 긴자 쇼핑가에서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일본의 경제 관심사는 다가오는 일본은행(BOJ) 회의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은 임금 상승세가 여전히 유지되면서 금리 인상 조건이 충족되었음을 시사했다. EPA/연합뉴스

 

시장의 시선은 이미 내년 1분기를 향하고 있다. 엔 캐리 청산의 파급 경로 중 가장 우려되는 곳은 미국 국채 시장이다. 일본은 1.1조 달러 이상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세계 최대 채권국이다. 지난 수십 년간 일본 연기금과 생보사는 국내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 그러나 일본 국채 금리가 2%에 육박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굳이 환율 위험을 감수하며 미국 채권을 살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적극 매도까지 가지 않고 신규 국채 매입을 중단하는 것만으로 시장에는 충격이 될 수 있다. 미국 재정적자가 연간 2조 달러에 육박하고 시장이 흡수해 줘야 하는 물량이 연간 9조달러를 상회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채권국이 발을 빼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국 국채 금리는 연준 정책과 무관하게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은 이 충격의 가장 빠른 전달 경로다. 엔화 강세가 본격화되면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가속화되고, 그 충격은 아시아 신흥국 통화로 전이된다. 달러당 1470원을 넘나드는 원화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 또한 높다. 당연히 대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대비의 어려움이다. 30년간 쌓인 레버리지가 어디서 어떤 형태로 터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충격은 예정되어 있지만, 그 규모와 경로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도한 대비가 부족한 대비보다 낫다.

#엔캐리트레이드 #일본은행 #미국재정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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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DMZ 관리는 정전협정에 규정된 권한' 이례적 성명 발표

DMZ법 대표 발의한 이재강 의원, "DMZ가 분단 상징으로 고착돼선 안돼...협의 필요"(추가)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12.17 15:17
  •  
  •  수정 2025.12.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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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유엔사와와 협의 추진...DMZ 평화적 이용 관련 국회 입법 지원 계획

판문점 [통일뉴스 자료사진]
판문점 [통일뉴스 자료사진]

유엔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 UNC)가 17일 성명을 발표해 1953년 7월 27일 서명한 군사정전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Civil administration and relief)은 유엔사령관의 책임이며, 비무장지대에 대한 출입 허가권한도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에 있다고 밝혔다.

최근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의 경우 한국정부가 DMZ 출입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DMZ법)에 대한 반대의견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

유엔사가 관련 현안에 공개적으로 성명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지난 8일 조원철 법제처장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정전협정은 DMZ를 포함한 정전 좐리지역에 대한 민간 및 군사적 접근을 모두 규율하는 구속력있는 틀'이라며, DMZ 출입 승인 권한을 한국정부에 넘기는데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했다.
 
유엔사는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UNCMAC, United Nations Command Military Armistice Commission)의 권한과 절차에 대한 유엔사 성명'에서 군사정전협정 제1조 10항과 9항의 규정을 들어 공식적으로 같은 주장을 반복해 강조했다.

군사정전협정 제1조 10항은 "비무장지대 내의 군사분계선 이남의 부분에 있어서의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이 책임진다", 제1조 9항은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의 집행에 관계되는 인원과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를 얻고 들어가는 인원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비무장지대에 들어감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1953년 이후 유엔사가 DMZ를 관리해 왔으나 현재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DMZ 내 군인과 민간인의 이동 및 기타 활동의 안정을 위해 정전협정의 조건과 정신을 준수하도록 감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MZ 방문승인 절차에 대해서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비무장지대 내 인원 이동이 도발적인 행위로 인식되거나 정전위원회 근무자와 방문객의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확립된 절차에 따라 접근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승인 또는 거부한다"고 말했다.

또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의 활동에는 유엔군의 임무에 대한 이해 증진을 위한 공동경비구역(JSA)내 교육 및 외교 활동이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DMZ 관리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하지만, 치안유지와 기반시설 지원, 의료 후송과 안전점검 등 주요 임무는 주로 한국 과 같은 주요 임무는 주로 대한민국 육군 부대가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사는 성명에서 "1953년 정전협정은 교전 당사국들이 한국전쟁의 재개를 막을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왔다. 유엔사령부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현재 18개 유엔사 회원국과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정전협정의 이행, 관리 및 집행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임무는 1953년 정전협정에 명시된 권한에 따라 수행되며, 당시 22개 파병국(현재 18개 유엔사 회원국)을 대표하는 유엔사령부와 대한민국군, 조선인민군, 그리고 1994년 해산 전까지 참전했던 중국인민지원군으로 구성된 서명국들이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사 성명에 대해 통일부는 "DMZ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국내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국회에서 DMZ 보전 및 평화적 이용을 위한 법안이 총 3건 발의되어 있는 만큼 관계부처 협조하에 유엔사와 협의를 추진하고 국회입법을 지원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사가 정전협정 틀을 강조하는데 대해서는 "유엔사가 DMZ에서 평화유지를 위해 노력해 온 것에 대해 존중"하지만 "정전협정은 서문에 규정한 바와 같이 군사적 성격의 협정으로, DMZ의 평화적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유엔사 성명에 대해 DMZ법을 대표발의한 이재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유엔사의 권한은 '순전히 군사적인 성질에 속한다'는 전제 위에 있다. 이 범위를 넘어, 민간인의 출입을 전면적으로 통제하고 비군사적·평화적 활용까지 제한하는 것은 정전협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DMZ가 분단의 상징으로 고착화되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비무장지대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담아내는 공간이자, 인류 공동의 생태자산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하면서 "정부와 유엔사, 국회간의 긴밀한 조율과 협력을 통해 DMZ가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자 국제적 공공자산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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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이관술의 죽음에 대한 언론의 책임



이명재 에디터

promes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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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비평

  • 입력 2025.12.16 17:50

  • 수정 2025.12.16 21:46

  • 댓글 2

'정판사 위폐' 이관술 무죄구형에 대한 무관심

 

'79년 야만의 세월'에 최소한의 책무 보여줘야

해방 직후 이른바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의 주모자로 몰려 죽임을 당한 독립운동가 고(故) 이관술이 79년 만의 재심에서 누명을 벗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이 15일 이관술의 통화위조 등 혐의에 대한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한 것이다.

 

이로써 미군정청에 의해 위조지폐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중 이승만 정부에 의해 어느 산골짜기에서 학살된 이 불굴의 독립운동가의 위폐범 혐의는 다음 주 법원의 최종 판결(22일)로써 해소될 전망이다. 이관술은 1946년 11월 무기징역형을 받고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 한국전쟁이 일어난 직후인 1950년 7월 3일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첫 번째로 처형당했다.

 

이관술은 단지 한 명의 독립운동가가 아니다. 광복 후 여운형ㆍ이승만ㆍ김구ㆍ박헌영에 이어 지지도 5위의 정치인에 꼽혔을 만큼 조선 민중들로부터 큰 신망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가 조직한 '경성콤 그룹'만 해도 일제강점기 말기 국내의 마지막 저항운동 조직으로서 일제에 꺾이지 않고 버틴 활동가들이 대부분 합류한 조직이었다.

 

AI 활용 설정

1933년 4월 11일 경성 반제동맹 사건으로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었을 당시 촬영된 이관술의 사진. 모진 고문을 받으며 갇혀있으면서도 사진기 앞에서 엷은 미소를 지은 것이 인상적이라는 평이다. 출처 나무위키

“이재유와 함께 지도부로 나섰던 경성트로이카와 박헌영과 함께 활동한 경성콤그룹은 모두 일제 경찰의 검거대상 중 맨 첫머리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이관술은 일제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조직도에서 맨 꼭대기에 놓였었다”.(배문석 <일제강점기 후반부를 뒤흔든 항일 독립운동가 학암 이관술> 등)

 

이번 무죄 구형은 대법원이 2015년 3월 “수감 중인 사람을 전쟁이 발발했다는 이유로 총살한 것은 불법부당하다”고 판결해 국가가 이관술의 죽음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 것에 이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관술에 대한 명예회복 작업에서 누명 혐의를 벗기는 것은 겨우 시작일 뿐이다. 아직 그의 독립운동가로서의 삶은 국가에 의해 공식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 흔한 서훈조차 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권 시절에 유족과 기념회 측에서 쪽에서 보훈처 심사를 요청했었지만 유공자 심사를 보류한다는 결정서가 나왔다. 그때 제시된 이유는 1948년 8월 남북한에서 동시에 선거를 통해 뽑은 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 이관술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관술이 정판사 사건으로 남쪽의 감옥에 있었기에 그 어떤 정치적 행동도 취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AI 활용 설정

정판사 위폐 사건에 대한 동아일보의 1946년 7월 20일자 보도.

이관술의 비운의 삶은 독립운동의 역사, 독립운동가들의 공적에 대한 온당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과연 그 헌신과 공적만큼 제대로 평가되고 '보훈'되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다. 특히 언론 보도에 대해 말하자면, 이관술 무죄 구형에 대해 대다수의 언론들은 전하지 않고 있다. 1946년 정판사 사건 미군정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이 사건을 '사실'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언론들이지만 그의 무죄 구형에 대해선 몇몇 매체들만, 그조차 짤막하게 처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최후의 순간에 대해 임경석 교수는 <독립운동 열전>에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구덩이를 향해 다시 고개를 돌린 이관술이 큰 목소리로 ‘조선 민족 만세’를 외치기 시작하는 순간 심용현의 ‘사격 개시’ 구호가 엇갈렸다. 이관술은 난사된 총탄에 뒤통수를 맞고 바로 쓰려져 구덩이에 몸이 빠졌다. 이관술은 이미 죽음을 예견하고 담담했으나, 그의 파란만장했던 생은 결국 비운으로 끝을 맺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나서기로 맘을 먹고 민족혁명운동의 맨 앞에서 온갖 고난을 감수하며 해방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해방의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던 시간은 무척이나 짧았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일제 경찰 대신 미군정 경찰에 체포돼 감옥에 갇힌 채 보낸 4년. 이관술이 그토록 염원했던 해방된 조국은 온데간데없이 높은 감옥의 담장을 거쳐 마지막으로 산골짜기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차디찬 주검이 된 것이다. 더구나 이 학살은 무척이나 잔혹했으며 야만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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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 발굴 과정에서 확인된 유골 구덩이. 출처 나무위키

이관술에 대한 '야만의 세월'에 책임이 적다고 할 수 없는 언론이지만 이관술의 너무도 뒤늦은 해원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뿐이다.

 

이관술이 남긴 흔적은 많지 않다. 적잖은 글들이 있었겠지만 독립운동을 하면서 오랜 기간 지하생활을 해야 했으니 스스로 저작자임을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다. 유일하게 실명으로 남긴 글은 해방 후 현대일보에 연재한 짧은 회상록인데 그 제목이 <조국엔 언제나 감옥이 있었다>였다.

 

“48년의 생애 중 20년을 혹독한 고문과 감옥살이, 밑바닥 생활을 하며 활동하고 도피했던 그에게 조국의 인상은 '감옥'이었는가 보다. 더구나 해방된 조국마저 그를 감옥에 보내 최후를 맞게 하였다.”(박현주)

 

한국 사회 전체가 이관술에게 '감옥'이 되게 한 것에서 언론은 이제라도 그를 감옥에서 나오도록 해야 마땅하지만 한국의 언론들은 아직도 그를 79년간의 감옥 안에 그대로 가두고 있다.  

 

언론의 이관술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는 이관술의 가족들의 삶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막내딸은 평생 아버지 부재의 삶을 살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위태로운 삶을 지탱해주던 후견자들도 난리를 겪으면서 스러져갔다. 엄마 박가야와 두 언니(성옥, 정성)는 6·25 전란 중 행방불명되고 말았다. 비명횡사했는지 아니면 월북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19살에 시집간 큰언니 이정환은 결혼 2년 만에 보도연맹 학살 탓에 남편을 잃었다. 갓난애 하나를 키우며 50 평생을 가난하고 외로운 과부로 살아야만 했다. 작은아버지 이학술도 보도연맹에 가입했다가 전쟁 초입에 학살당했다.

 

오직 막내딸 경환이만 남았다. 그는 청소년기에 접어들 즈음 ‘천하의 불쌍한 고아’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관술에 대한 연구를 해 온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임성욱 한국외국어대 교수, 배문석 울산노동역사관 사무국장 등이 증언하는 이관술의 가족들의 삶의 일부다.

 

이는 대전 골령골 학살사건의 주범 심용현의 삶과 대조적이다. 증언에 따르면, 당시 헌병 소위였던 심용현은 이관술 등 대전형무소 정치범들을 골령골로 끌고가 '사격 개시' 명령을 내리는 등 소위 1, 2차 골령골 학살을 지휘하고 점검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그 결과 1950년 6월 28~30일경 산내 보도연맹원 1400여 명과 1950년 7월 초에 형무소 재소자 1800여 명을 합쳐 모두 3200여 명이 학살됐다. 결론적으로 그의 손에서 3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심용현은 군에서 초고속 승진했고 중령으로 예편한 후 성신여대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성신학원의 이사장까지 지냈다.

 

소설 <만다라>와 <국수>의 작가 김성동이 2014년에 내놓은 책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혁명가들>은 혁명가 71명 중 한 명으로 이관술을 다룬다. 김성동 작가의 아버지 김봉한도 골령골에서 이관술과 함께 학살당했다.

 

언론이 이관술을 위해 '꽃'을 바칠 것은 없다. 다만 79년 만에 이뤄지고 있는 정정과 해원에 대해 그 자신들이 맡아야 할 최소한의 책무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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