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미-이란 첫 회담 80분 만에 종료…이란, 트럼프 위협 반발 협상장 떠나

김원철기자

  • 수정 2026-06-22 07:15

다음 회담 일정 아직 못 정해

이란, 협상서 철수는 아닌 듯

레바논 문제 막혀 핵 협상 못 들어가

“원유 제재 완화 초안 마련”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스위스 루체른호가 내려다보이는 뷔르겐슈토크 고급 호텔 단지에서 열린 미국·이란·파키스탄·카타르 4자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루체른/AFP 연합뉴스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 나흘 만에 열린 미국과 이란의 첫 후속 회담이 약 80분 만에 종료됐다. 협상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 발언이 전해지며 이란 대표단이 회담장을 떠났지만, 협상 자체에서 철수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회담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은 21일(현지시각) 스위스 루체른 호수 인근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파키스탄과 카타르의 중재 아래 고위급 4자 회담을 열었다. 미국에서는 제이디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참석했다. 이란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부 장관이 협상단을 이끌었다.

이란 대표단은 회담에 앞서 취재진에게 공개된 개회 발언과 미국 대표단과의 공동 사진 촬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란이 미국 대표단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최종 합의가 나오기 전 미국 쪽과 우호적인 장면이 연출될 경우 이란내 강경파가 반발할 것을 우려한 행보로 보인다.

이란 국영 이르나(IRNA) 통신에 따르면 4자 회담은 시작된 지 약 80분 만에 내부 협의를 위해 정회했다. 그러나 회담이 정회된 사이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위협이 전해지며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레바논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않으면 다시 공격하겠다며, “문제를 일으키는 고액 보수를 받는 대리세력을 즉시 멈추지 않으면 지난주보다 더 강하게 이란을 타격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에 격분한 이란 대표단은 회담장을 이탈했다. 이르나 통신은 협상이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협상단장인 갈리바프 의장 역시 소셜미디어 엑스에 “미국의 위협이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었다면 그들이 오늘처럼 절박한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미국은 발언을 신중히 하는 것이 좋다”며 “우리 군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그들이 아무리 말해도 행동하는 것은 우리”라고 경고했다.

공식 대면 회담이 한 시간여 만에 중단되자 중재국들이 긴박하게 움직였다. 엠에스나우(MS NOW)에 따르면, 파키스탄 내무장관 모신 나크비가 이란 대표단을 현장에 남게 하기 위해 막판 면담에 나섰다. 협상 상황을 아는 파키스탄 고위 당국자는 이후 엠에스나우에 “이란이 마음을 돌렸다”며 협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피(AP)통신과 시엔엔(CNN)도 협상 상황을 아는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 대표단이 중재국들에 철수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며 여전히 협상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첫날 회담에서는 이란이 최우선 의제로 내세운 레바논 문제가 주로 논의됐다. 뉴욕타임스는 양쪽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향후 처리 문제까지는 본격적으로 손을 대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협상팀의 한 인사는 이란 매체에 “레바논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다른 주제의 협상은 없다”고 밝혔다.

장외 대치는 이날 내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폐쇄하면 미국이 해협을 장악하고 통행료로 통과 원유의 20%를 가져가겠다며 스스로를 중동의 ‘수호천사’로 묘사했다. 또한 우라늄 농축 권리를 주장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을 향해 “입을 조심하라,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나라의 나머지를 장악하겠다”고 위협했다.

공개적인 충돌과 별개로 경제 분야에서는 일정한 진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협상단의 경제 전문가인 호세인 고르반자데는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이란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미국의 일시적 제재 면제 최종 초안이 완성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해외 동결자산을 해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