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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연임에 싸늘한 호남…전북 "이원택 찍었어도 당대표는 아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6/22 07:42
  • 수정일
    2026/06/22 07:4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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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김민석 선호 기류 확인되자 정청래 지지층 동요…여론조사보다 깊은 거부감

광주·전주 거리서 시민 30여 명 직접 인터뷰…숫자로 안 잡히는 바닥 민심

정청래 다녀간 전주 남부시장, 환대 일색 아냐…김관영 지지층 등 돌려

여론조사 김민석 19.8 대 정청래 18.1 접전…정청래 선호층 60%는 대통령 부정평가

2026-06-21 08:59:02
 

6·3 지방선거가 끝나자 민주당의 시선은 8월 17일 전당대회로 옮겨갔다. 차기 당대표 자리를 놓고 정청래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고,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전 대표가 경쟁 상대로 거론된다. 호남뉴탐사는 이틀에 걸쳐 광주와 전주를 돌며 시민 30여 명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여론조사 막대그래프로는 보이지 않던 정서가 거리에 깔려 있었다. 정청래 대표의 연임을 떠받치는 호남 민심이 생각만큼 단단하지 않다는 신호였다.

 

"거기서 거기여" 무관심 속의 냉소

 

광주에서 처음 만난 한 노인은 당대표 얘기를 꺼내자 손부터 내저었다. 누가 나오는지는 알지만 "한 놈도 생각 없어"라고 했다. 왜 그러냐는 물음에 "거기서 거기여"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통령 기자회견을 봤느냐고 묻자 "먹고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런 걸 보고 있겠냐"며 자리를 떴다.

 

장기판을 사이에 두고 앉은 노인들도 비슷했다. 누가 당대표로 나오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그놈이 그놈인 줄 알지"라고 했다. 정치엔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며 속을 감추던 이들도 대통령이 김민석 총리를 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관심 없다는 말과 달리 돌아가는 판은 다 들여다보고 있었다. 광주 유권자 특유의 고관여층다운 모습이었다.

 

법사위원장의 잔상, 정청래를 지지하는 사람들

 

정청래 대표를 한 번 더 밀고 싶다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길에서 만난 한 남성은 "정청래가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유는 법사위원장 시절이었다. "법사위원장 할 때 잘했다"는 기억이 가장 큰 근거였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야당 대표와 여당 대표의 그릇이 달라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아느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집사람도 정청래에게 표를 던지더라"며 호의를 보였다. 윤석열 정권과 맞서 싸웠고 그동안 고생했으니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이 김민석 총리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는 안다면서도, 그래도 정청래 대표가 한 번 더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 대표가 당대표로서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거기까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정책이나 성과보다 강한 인상으로 정치인을 소비하는 지지였다.

 

내란 세력 청산을 이유로 든 사람도 있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불완전한 청산이라고 보고, 정청래 대표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확실히 제압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정 대표의 강성 이미지가 그대로 자산이 되는 지점이다. 전주에서 만난 진보당 성향의 한 시민은 "아직도 정청래"라며 "정청래 외에 무슨 대안이 없다"고 했다. 유튜브로 정청래의 행보를 많이 봤다고 했다.

 

고장은 안 났는데 자꾸 걸린다, 등 돌린 사람들

 

반대편 목소리도 또렷했다. 김민석 총리를 지지한다는 한 시민은 정 대표의 카리스마를 명과 암으로 나눠 설명했다. 강성 이미지를 좋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선거 공천과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을 정 대표가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였다.

 

택시기사 한 명은 더 직설적이었다. 그는 정 대표가 "자기 위주 정치를 하는 것 같다"며 연임에 강하게 반대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의 비유는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정청래는 고장이 난 건 아닌데, 차가 자꾸 걸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야당일 때는 강속구를 던지는 사람이 유리하지만, 여당이 되면 강속구만으로는 안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커브도 던지고 빈볼도 던지면서 통합해 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대통령이 회견에서 꺼낸 창과 그릇의 비유와 그대로 포개졌다. 그는 "물러나 있으라고 하면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리당원들의 셈법은 한층 정교했다. 송영길 전 대표 쪽으로 마음이 기운 한 권리당원은 "민주당 전체를 봐야 한다"며 새로운 사람을 원했다. 그는 정 대표가 "갈 데만 가고 안 갈 데는 안 가서 지지자들을 제대로 못 챙겼다"고 했다. 김민석 총리를 향해서는 "본인의 색깔을 보여줘야 우리가 판단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전주 남부시장의 두 얼굴

 

이번 르포에서 가장 눈에 띈 곳은 전주 남부시장이었다. 정청래 대표가 하루 먼저 다녀가며 상인들의 환대를 받았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진을 올린 바로 그 시장이다. 정 대표는 상인들이 등을 토닥이고 손을 잡아줬다고 적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호남뉴탐사가 만난 상인들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한 노인은 "정청래 진짜 반대"라고 잘라 말했다. 이유는 "중심이 오락가락한다"는 것이었다. 선거에서 졌으면 깨끗하게 물러나야 하는데 연임인지 불출마인지 태도가 애매하다는 취중 진담이었다. 전북지사 선거에서 김관영 후보를 찍었다는 시민들의 반감은 더 깊었다. 한 권리당원은 민주당 후보 이원택을 찍었지만, 당대표는 정청래가 아니라고 했다. 당 후보라서 이원택에게 표를 줬을 뿐, 당대표로는 김민석 총리를 지지한다고 했다. 지난 전당대회 때도 대통령이 지지한 박찬대를 찍었다고 했다.

 

김관영 후보의 낙선을 제 일처럼 아파한 상인도 있었다. 그는 김 후보가 4년 동안 일을 잘했는데 공천 다툼에 휘말려 고생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정청래 대표가 당대표가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전북지사 선거에서 김관영 후보를 찍은 42%는 정청래 대표에게 쉽게 돌아오지 않을 표다. 정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호남에서 얻은 60% 중반의 지지를 다시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현장에서 읽힌 흐름이다.

 

대통령의 뜻과 여론조사의 역설

 

거의 모든 인터뷰를 관통한 변수는 대통령의 뜻이었다. 정청래 대표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조차 고민의 지점은 같았다. 대통령이 김민석 총리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권 남용을 걱정하며 정 대표에게 마음이 가던 한 시민은 "불을 다 안 끄면 대통령이 또 죽는다"고 했다. 검찰이라는 불씨를 끄는 데 정청래가 나을 것 같지만, 대통령 뜻은 아닌 것 같아 고민이라고 했다. 정 대표를 지지하던 또 다른 상인은 "대통령이 헷갈리게 좀 하지 말라"고 푸념했다.

 

천지일보가 6월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민석 19.8%, 정청래 18.1%로 두 사람은 접전이었다. 이 조사에는 특이한 대목이 있었다. 김민석·송영길 선호층은 85% 안팎이 대통령 국정수행을 긍정 평가한 반면, 정청래 선호층만은 60%가 부정 평가했다. 정청래 연임을 지지하는 표의 상당수가 오히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청래로 이어지지 않고, 정청래를 지지하는 사람은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교차 현상이 호남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순방 기자회견에서 포용과 개방을 거듭 강조했다. 같은 진영 안에서 경쟁을 해야지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없는 사실을 지어내지 마라"는 말도 했다. 검찰의 보안수사권 폐지 문제는 국회 논의에 맡기겠다며, 이를 정치적 이익으로 챙기려 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정청래 대표가 보안수사권 전면 폐지를 선명한 깃발로 들고 나온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정청래 대표가 남부시장에서 받은 환대 사진을 민심 전체로 포장하는 사이, 김관영 후보를 지지했던 또 다른 민주당 지지층은 상처를 받고 있었다. 대통령이 강조한 포용과 개방이 정작 호남 갈라치기 앞에서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호남뉴탐사가 만난 시민들의 솔직한 속마음은, 전당대회가 정 대표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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