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사교육비 지출이 코로나19 펜데믹 시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반면 서울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고물가 시대에 집값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가 좀처럼 줄이지 않는 사교육비 씀씀이까지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혼 자녀가 있는 부부 가구의 월평균 학생 학원 교육비 지출은 전년 동분기 대비 0.7% 줄어든 41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자녀가 있는 가구의 학원 교육비가 1년 전보다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인 2020년 4분기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이다. 사교육비 지출은 2020년 1~4분기까지 연속 감소한 이후 18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그러나 올 3분기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특히 중산층이 사교육비 지출을 크게 줄였다. 3분기 월평균 소득 7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의 학생 학원교육비 감소율은 2.9%였으나, 월 소득 300~400만 원대 가구의 감소율은 21.3%에 달했다.
극심한 입시 경쟁으로 인해 사교육비 지출을 좀처럼 줄이지 않는 한국 가계의 씀씀이 특성을 고려하면, 사교육비 지출을 줄였다는 건 가계 지출이 한계에 이르러 가장 마지막으로 줄여야 할 사교육비 지출에도 지갑을 닫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AI 활용 설정
▲자녀가 있는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21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혼 자녀가 있는 부부 가구의 월평균 학생 학원 교육비 지출은 41만3천원으로, 1년 전보다 0.7% 줄었다. 자녀가 있는 가구의 학원 교육비가 전년 동기대비로 감소한 것은 2020년 4분기 이후 약 5년 만이다. 사진은 21일 서울 시내의 학원가. ⓒ연합뉴스
가계 소비 압박 상황은 지속하는 소득 양극화에 장기간 이어지는 물가 급등이 잡히지 않는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관련해 이날 한국부동산원 발표를 보면 올해 1~11월 서울 아파트 월세는 3.29% 올라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연간 상승률 3%를 넘었다. 서울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달 월세 상승률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없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 연간 월세 상승률은 작년(2,86%)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47만6000원(보증금 1억9479만 원), 중위 월세는 122만 원(보증금 1억1000만 원)이었다.
집값의 수도권/비수도권 양극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집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가계의 집값 부담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원화 가치 하락세로 인해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가계의 소비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가 학원비 지출마저 줄이는 '허리띠 졸라매기' 상황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단 당정은 당초 올 연말 발표하기로 한 집값 대책인 주택공급 방안 발표 시기를 내년초로 미루기로 했다.
21일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가진 후 국회에서 연 브리핑에서 주택공급 방안 발표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가 (내년) 1월 중으로 넘어갈 가능성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며 "그 답변으로 갈음하겠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한편 "10.15 대책 발표 후 서울과 수도권 집값의 단기 과열 양상은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그간의 공급 부진, 유동성 유입 등으로 인한 가격 상승 압력이 여전히 존재하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AI 활용 설정
▲올해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이 정부 공인 시세로 3%대에 처음 진입하며 연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아파트 월세는 3.29% 올라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5년 이래 처음으로 연간 상승률 3%를 넘었다.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10·15대책 발표 이후 세를 낀 '갭투자'가 원천 차단되자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21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붙은 매물 게시판. ⓒ연합뉴스
서울·인천·경기·강원 등 4개 시도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퇴근길 차량들이 눈길에 큰 정체를 빚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과 수도권에 내린 6㎝ 가량의 눈으로 서울 전역의 교통이 마비되는 대란이 발생했다. 서울시가 올해 초 변경한 강설 대비 사전제설 지침이 대란의 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이전보다 더욱 강화된 사전제설 지침을 슬그머니 도입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눈 오기 1시간 전 제설제 사전 살포 완료’라는 기존 지침에 더해 ‘출근 전 오전 6시, 퇴근 전 오후 5시까지 사전 제설을 완료한다’는 지침을 마련해 올해 3월까지 운영했다. 눈이 내리기 전에 제설제를 미리 뿌려 출퇴근 차량정체를 막고 추가 제설작업 지연을 방지하려는 조치였다.
서울시는 올해 ‘2025~2026년 겨울철 재난안전대책’을 새로 만들면서 해당 지침을 삭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1~3월 출근 시간대에 눈이 오지 않아 지침을 적용할 일이 없었고, 제설제 살포에 따른 환경 민원이 발생해 지침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4일 내린 강설은 퇴근차량이 몰리는 오후 6시부터 집중적으로 내렸다. 서울시는 오후 5시부터 제설제를 도로에 뿌렸다. 강설에 임박해 살포된 제설제는 본래 기능인 융빙효과(눈과 얼음을 녹이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더구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도로는 빙판이 됐다. 서울시는 오후 6시48분부터 추가 제설에 나섰지만 도로로 쏟아져 나온 퇴근차량과 함께 발이 묶이는 신세가 됐다. 그 결과 18개 노선에서 38개 구간이 통제됐고 추돌사고가 잇따랐다.
서울시는 늑장제설이라는 비판에 “5㎝ 이상의 많은 눈이 1시간 동안 갑자기 쏟아져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강설 대비 사전 제설 지침을 삭제한 것이 이번 대란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은 없었다.
서울시는 최근 기존 지침보다 강화한 강설 대비 사전제설 지침을 25개 자치구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뀐 지침은 ‘서울에 5㎝ 이상 눈이 올 것으로 예보되면 출퇴근 시간 3시간 전까지 사전 제설을 끝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5㎝ 이상 눈이 예보되면 시내 모든 지역은 출근 전 오전 4시, 퇴근 전 오후 2시까지 사전 제설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설제는 시간당 3㎝의 눈을 녹이는데, 4일에는 이례적으로 시간당 5㎝ 이상 눈이 내려 대응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라며 “삭제한 기존 지침대로라도 교통대란은 불가피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퇴근시간대 전까지는 사전제설을 끝내야 퇴근길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출퇴근 시간대에 강화된 지침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내년 중 서울연구원과 공동으로 눈의 형태·강설 시간대 등을 분석해 제설효과를 높이는 제설방안 메뉴얼을 만들고, 자동차 전용도로 정체시 회차가 가능한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시민언론 민들레>의 시민기자 송년 간담회와 '올해의 시민기자' 시상식이 17일 열렸습니다. 국내외 시민기자들과 상근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올 한 해를 돌아보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시민기자들이 <민들레>가 그야말로 진정한 시민언론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들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이날 참석한 시민기자 상당수는 지난해 12.3 불법 계엄을 보면서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심경으로 〈민들레〉 시민기자에 참여했다고 말했습니다. 자화자찬으로 들릴까 쑥스럽기는 합니다만, 이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찾아온 매체가 〈민들레〉였다는 게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김호경 편집인은 이날 행사 모두 인사말을 통해 "민들레는 시민언론이고, 시민언론은 시민기자들과 불가분의 관계"라며 시민기자 제도의 밑돌을 놓았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김 편집인은 "창간 당시 시민언론으로서의 계획 중 '시민들의 참여'가 잘 안 됐었는데, 시민기자제 도입 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여러분 덕분에 순조롭게 정착해 가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AI 활용 설정
17일 시민기자 송년 간담회와 올해의 시민기자 시상식에서 김호경 편집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주택금융공사 홍보실 제공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창당 90돌을 맞은 민주당이 홈페이지에 당시 조병옥 공동대표 등이 친일파라는 사실을 명시하라는 요구를 실어줄 매체를 찾다가 〈민들레〉 시민기자로 등록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방 기자는 "앞으로 이런 행사를 하려면 민족문제연구소 회의장을 이용하라"며 〈민들레〉와 연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전업 작가이면서 스스로 체험한 '대리기사' 문제를 시리즈로 연재했던 이득신 시민기자는 "최근 쓰고 있는 고아시설 피해자 인터뷰에 지면을 허락해 준 〈민들레〉에 감사한다"며 "앞으로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민들레 '1호 시민기자'인 정숙 기자는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문제를 취재하면서 맺은 〈민들레〉와의 인연을 회고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시민활동을 하고 있는 한요나 기자는 "윤석열 정권 시절 공안세력에게 제주가 당한 피해가 너무 컸다"며 '간첩을 만들다'를 연재해 준 〈민들레〉에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정연주 시민기자는 헌법재판소 창설 때 연구관을 지낸 경험을 소개하면서 "불법 계엄에 대해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없는 우리 같은 사람이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올해 2월부터 민들레에 글을 쓰게 됐다"며 "복잡하고 긴 내용을 잘 정리해 실어준 민들레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시작한 〈민들레〉 시민기자는 12월 15일 현재 230여 명이 등록했습니다. 일부 고정 필진이 포함돼 있습니다만, 13개월 만에 200여 명이 시민기자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보인 셈입니다. 아직 등록만 해놓고 기사 쓰기는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내 작은 기사 하나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용기를 내 주시기를 청합니다.
AI 활용 설정
민들레 시민기자 기사 건수 및 비중 추이
시민기자들의 기사 건수는 15일 현재 누적 850건, 월 평균 70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추세로 보면 올해 전체로는 900건이 넘어설 전망입니다. 시민기자 도입 초였던 올해 1분기에는 월 20~50건 정도였던 기사 건수가 6월 100건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내년에는 〈민들레〉가 '다음' '네이버' 등 포털의 검색 대상에 포함돼 보다 많은 시민기자의 참여와 기사 건수 증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민들레〉 시민기자가 기자 수나 기사 건수 등 양적으로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정치는 말할 것 없고, 경제, 사회, 국제, 외교 안보는 물론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기자들은 전문성과 정의감, 열정을 담은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시는 시민기자들이 기꺼이 통신원을 자임해, 아직은 소박하지만 해외 취재망을 갖추는 계기를 마련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AI 활용 설정
올해의 시민기자로 선정된 홍순구 시민기자(만평작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면에는 홍 기자의 만평 '동그라미 생각' 작품들. 사진=한국주택금융공사 홍보실 제공
AI 활용 설정
17일 시민언론 민들레의 시민기자 송년 간담회 모습. 2025.12.17. 이유 에디터
올해의 시민기자에는 국내외에서 9명이 선정됐습니다. 국내에서는 홍순구, 이득신, 정숙, 권영태, 강홍석, 정연주 님 등 6명이, 해외에서는 이길주(뉴욕통신원), 김성수(영국통신원), Thomas Kim(캐나다) 님 등 3명이 수상했습니다. 만평작가인 홍순구 기자는 캐리커쳐 만평에 글을 곁들인 '동그라미 생각'을 150건 넘게 출고했습니다. 이득신 기자는 전업 작가로 직접 체험을 토대로 '대리기사' 시리즈를, 정숙 기자는 1호 시민기자로서 화제의 인물들의 인터뷰 기사를 썼습니다. 북한학 박사이면서 활발한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권영태 기자는 다양한 분야의 기사로 〈민들레〉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이론화학자인 강홍석 기자는 '과학자의 눈'이라는 고정 코너에 수준 높은 과학 기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헌법학을 전공한 법대 교수 출신인 정연주 기자는 12.3 내란 이후 벌어지고 있는 위헌 논란에 대해 최고로 권위 있는 해설기사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해외에 살고 있는 시민기자들은 이날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지만, 영상을 통해 인사와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뉴욕통신원인 이길주 기자는 미국에서 외교사를 전공했고, [베트남 참전 60돌] 시리즈를 21회에 걸쳐 연재했습니다. 뉴욕통신원을 자임한 후 [뉴욕프리즘] 코너에 현장감 높은 국제 뉴스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 통신원은 "앞으로 한반도의 미래와 떼어 놓을 수 없는 미국의 상황을 더욱 자세히 전하겠다"면서 "지난 3년처럼 〈민들레〉가 바른 언론의 꽃씨를 널리 퍼져나가는 게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영국통신원 김성수 기자는 [영국 이야기]를 통해 많은 역사 인물을 소개하고 있으며, 의문사위와 진실화해위 등 국내 활동에서 얻어진 경험을 토대로 시사 해설도 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Thomas Kim 기자는 음악을 곁들인 기사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민들레> 창간 3주년을 축하하는 뜻으로 보내준 '우리는 민들레'가 이날 행사의 바탕 음악으로 사용됐습니다.
AI 활용 설정
17일 열린 시민언론 민들레 시민기자 송년 간담회에서 이호 작가가 특별상을 받고 있다. 사진=한국주택금융공사 홍보실 제공
AI 활용 설정
특별상을 받은 이호 작가가 자신의 사진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2025.12.17. 김호경 편집인
시민기자로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기자 못지 않게 〈민들레〉에 기여해 주신 이호 작가는 특별공로상을 받았습니다. 촛불행동 전속 사진작가인 이호 님이 제공해 주신 사진들은 사진기자 없이 대부분의 사진을 연합뉴스에 의존하고 있는 <민들레>로서는 너무나도 소중한 일입니다. 이 작가는 수상 소감을 통해 오히려 "<민들레>가 국내 언론사 중 유일하게 촛불집회 현장 소식을 빼놓지 않고 보도해 주어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참 훈훈한 광경이었습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올해의 시민기자에 선정되지 못한 시민기자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시민기자 한 분 한 분 모두가 크고 소중한 기여를 하셨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이런저런 수정과 요구가 때로는 자존심도 상하고, 짜증도 났을텐데, 정의롭고 바른 언론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참아주신 시민기자들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제 이런 마음을 아셨는지 은퇴 목사이신 박철 기자께서 이날 참석 못하는 대신 글을 하나 보내 주셨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며 편지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2025년 11월까지 지출·수입 내역 처음 확인...빌린돈 1376억 상환에 의구심 제기... SH "시설 명소화 등 추가 수입원 발굴할 것"
김지현(diediedie)
AI 활용 설정
▲한강버스가 12일 오후 여의도 선착장을 출발해 마포대교를 지나고 있다. ⓒ 소중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의 주력 사업인 '한강버스'가 올해까지 1487억 2500만 원을 사업비로 지출하고 104억 4100만 원의 운영수입(부대시설 매출+선박 관련 수입)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운영수입 중 승선료 및 부대시설에서 50억 9900만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한강버스의 운영 실적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강버스를 운영하는 민관합작회사 (주)한강버스는 향후 금융권·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로부터 빌린 돈 1376억 원을 갚아야 한다. 승선료 및 부대시설 매출이 커져야 한강버스의 상환 능력도 커지는 것인데 '이 상태로 빚 상환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나온다. 건조보조금·부가세 환급 등 선박 관련 수입은 매달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수입원이 아니다.
SH는 "시설 활성화·명소화 등 추가 수입원 발굴을 통해 차입금의 원리금 상환에 문제 없도록 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한강버스 운영수입 104억 4100만원... 부대시설 월 평균 매출은 13억 원에 그쳐
<오마이뉴스> 취재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비례대표)이 확보한 SH 자료를 종합하면 (주)한강버스는 2024년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사업비 명목으로 총 1487억 2500만 원을 지출했다. 세부적으로 건조사업비(선박·선착장·도선장·기반시설)로 1422억 7600만 원을 썼다. 운영사업비 지출은 64억 4900만 원이었다.
한강버스를 만들기 위해 초기 비용이 크게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한강버스는 법인 출자금 100억 원(SH 51억, 이랜드 계열사 이쿠르즈 49억)과 SH로부터 장기 대여한 271억 원을 다 쓰고 자금 고갈 상태에 놓였었다. 그래서 SH에서 총 605억 원을, 신한·우리은행에서 500억 원을 빌렸다. SH는 서울시가 100% 출자한 지방공기업이므로 서울시와의 연관성을 뗄 수 없다.
결과적으로 돈을 빌려와 필요 자금을 충당한 것. 운영수입으로 빌린 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4년 2월 19일 작성된 <한강 리버버스 사업 출자 시행(안)>을 보면 2024년과 2025년 한강버스를 통한 운영수입은 총 284억 9100만 원으로 예상됐다. 2개 년도간 승선료 57억 4400만 원, 편의점 매출 32억 3000만 원, 식당 매출 25억 4900만 원, 광고 51억 원 등의 수입을 기대했다.
하지만 2024년부터 2025년 11월 17일 기준으로 발생한 운영수입은 104억 4100만 원에 그쳤다. 한강버스 운행 시작 시기가 당초 2024년에서 올해 9월 18일로 늦어졌기 때문이다.
한강버스의 운영수입은 크게 '한강버스 부대시설 매출'과 '선박 관련 수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승선료 및 부대시설 매출은 이 기간 50억 9900만 원을 기록했다. 한강버스 정식 운항 후 선착장 편의점 등 부대시설 월 평균 매출은 13억 원 수준이다. 선박 관련 수입은 모두 53억 4200만 원(건조보조금 37억 4400만 원, 부가세 환급 15억 9800만 원)이었다.
한강버스 출자 시행안에 명시된 예상 운영수입과 실제 운영수입과 180억 5000만 원의 차이가 생긴 것에 대해 SH 측은 "한강버스 선박 건조 지연으로 인해 정식 운항 시기가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SH가 "부대시설 매출에서 인건비 등 비용 차감 후 잔여 수익은 운항·시설유지 보수 등에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 중"이라고 설명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거둔 순수익은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SH는 한강버스 부대시설 매출액 중 비용을 제외한 수익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사업주체인 (주)한강버스가 답할 문제'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와 서미화 의원실이 확인한 세부 내용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한강버스 운영수입 총계>(2024~2025.11.17.)
①부대시설 매출(승선료만 2025.09.30. 기준)
- 승선료 : 2024년 없음 / 2025년 7100만 원(9월만 집계, 편도 3000원 계산시 약 2만 3666명)
- 편의점 : 2024년 없음 / 2025년 29억 7700만 원
- 식당(치킨PUB) : 2024년 없음 / 2025년 11억 9200만 원
- 카페(테이크아웃 커피 포함) : 2024년 없음 / 2025년 4억 5400만 원
- 광고 : 2024년 없음 / 2025년 2억 5100만 원
- 임대료(여의도, 잠실, 압구정 카페) : 2024년 없음 / 2025년 1억 3600만 원
- 선내매점 : 2024년 없음 / 2025년 1800만 원
총 : 50억 9900만 원
②건조보조금(2025.09.30. 기준)
- 101호 : 2024년 9억 3600만 원 / 2025년 없음
- 102호 : 2024년 9억 3600만 원 / 2025년 없음
- 103호 : 2024년 7억 2800만 원 / 2025년 2억 800만 원
- 104호 : 2024년 7억 2800만 원 / 2025년 2억 800만 원
총 : 37억 4400만 원
③부가세 환급(2025.09.30. 기준)
2025년 : 15억 9800만 원
운영수입 총계(①+②+③) 104억 4100만 원
(이자수입, 매각수입, 운영손실보전금 없음)
출처 입력
AI 활용 설정
▲한강버스 사업비 지출 - 운영수입(2024~2025) ⓒ 김지현
빌린 돈이 1376억 인데... SH "시설 활성화·명소화 등 추가 수입원 발굴"
출발이 늦은 데다 현재 한강버스는 '반쪽 운항' 중이란 점에서 실적 정상화 시점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 9월 18일 정식 운항 시작 후 한강버스는 잦은 고장 등의 이유로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었다. 재정비 후 11월 1일에 운항을 재개했지만 11월 15일 잠실 선착장 인근에서 강바닥 걸림 사고가 발생, 이후 한강버스는 7개 구간 중 4개 구간의 운항을 멈췄다. 서울시는 정부합동점검 결과 반영을 마친 뒤 내년 1월에 전구간 운항을 재개할 방침이다. 전구간 운항 재개 후 부대시설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한강버스가 거둔 운영수입 수준으로 1376억 원에 이르는 SH 대여금, 금융권 대출 상환이 가능하느냐는 지적에 SH는 "선착장 시설의 활성화, 명소화 등 추가 수입원 발굴(팝업 및 대관, 옥외광고판 설치 등)을 통해 차입금의 원리금 상환에 문제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한강버스는 신한·우리은행에게 빌린 500억 원을 2037년까지 갚은 뒤 2038년부터 SH에 빌린 대여금 876억 원을 갚아야 한다. SH는 2034년 상환 시작 장기대여금으로 271억 원, 2025년 만기 상환 단기대여금으로 (주)한강버스에 605억 원(1차 단기 대여금 495억, 2차 단기 대여금 110억)을 꿔줬다. 하지만 모두 2038년부터 갚을 수 있게 상환 시기를 미뤄줬다. 이는 <오마이뉴스>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서미화 민주당 의원은 "한강버스는 1000억 원대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제 수입은 계획에 크게 못 미친다"라며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책적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SH의 상환 가능성 설명 역시 근거 없는 기대에 공공부채 부담을 미루는 것"이라며 "차기 서울시장 선거를 의식한 무리한 정치 사업의 부담을 결국 미래세대와 청년층에 떠넘기는 구조"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단독] '오세훈 한강버스'에 876억 빌려준 SH, 2038년 이후에 회수 추진... 세금 낭비? https://omn.kr/2g691
간판만 갈아치운 ‘이름 세탁’, 굴종은 가려지지 않는다
‘승인’ 없인 아무것도 못 한다는 모욕의 역사
대통령 결단 뭉개고 미국 상전 모시는 안보실
평화는 구걸이 아니다, 당당한 주권의 길로 가자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외교부가 주도하는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가 지난 16일 가동됐다. 통일부가 ‘주권 침해’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며 제동을 걸었으나, 외교부는 미국과 마주 앉아 협의체 가동을 강행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우리 정부 자율 공간을 스스로 폐쇄한 행위다.
간판만 갈아치운 ‘이름 세탁’, 굴종은 가려지지 않는다
외교부는 논란이 일자 협의체 이름을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협의’로 슬그머니 바꿨다. 하지만 간판을 바꾼다고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는 통일부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교묘하게 피해 결국 미국 의도대로 대북 정책을 통제하겠다는 ‘이름 세탁’에 불과하다. 껍데기만 바꾼 협의체는 사실상 부활한 ‘제2 한미워킹그룹’이자 우리 정책을 검열하는 통제 기구일 뿐이다.
이 협의체는 태생부터 위법하다. 우리 법은 남북 관계 주무 부처를 통일부로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북 정책 조율권을 외교부가 쥐고 미국과 실무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근간을 흔드는 월권이다.
‘승인’ 없인 아무것도 못 한다는 모욕의 역사
우리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관계 개선 움직임을 두고 “한국은 미국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모욕적인 언사를 똑똑히 기억한다. 당시 그 고압적인 ‘승인’ 체제의 실체가 바로 한미워킹그룹이었다.
2018년 평양 정상회담 감동이 채 식기도 전, 워킹그룹은 ‘공조’를 앞세워 남북 사이를 가로막았다.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 철도·도로 연결 같은 내부 사업조차 미국 사전 승인 없이는 한 걸음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 교류마저 제재 문턱에 걸려 멈춰 섰다. 전직 통일부 장관 6인이 한목소리로 “제2 워킹그룹은 안 된다”고 경고한 것은 반복되는 실패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다.
대통령 결단 뭉개고 미국 상전 모시는 안보실
이번 첫 회의 결과는 참담하다. 양국은 ‘빈틈없는 공조’를 내세웠으나 내용은 케케묵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압박 강화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제안하고 대통령이 언급했던 ‘한미연합군사훈련 조정’이나 ‘대화 여건 조성’은 논의 안건조차 되지 못했다.
정부 주무 부처 평화 전략은 미국 ‘우려’ 한마디에 허망하게 무너졌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통치 철학을 앞장서 실현해야 할 위성락 안보실장이 도리어 미국 대통령의 기색을 살피며 훈련 축소 가능성을 일축한 처사는 실로 개탄스럽다. 대통령 결단보다 미국 눈치를 앞세운 안보 수장의 굴욕적인 후퇴 직후 이 협의체가 가동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공조’ 명분이 실제로는 우리 정책을 검열하고 통제하는 족쇄임을 입증한다.
평화는 구걸이 아니다, 당당한 주권의 길로 가자
위성락 실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과 일본을 돌며 한미일 안보협력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작 한반도 긴장을 낮추는 핵심 열쇠인 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과감한 신뢰 구축 조치는 안중에도 없다. 미국 실무 관료들의 냉전적 사고에 우리 정책 운명을 맡기는 한, 평화는 결코 오지 않는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미국 허락을 구하는 정부가 아니라, 스스로 평화 길을 여는 주권 정부다. 평화 공존 전략이 ‘공조’ 족쇄에 묶여 폐기되는 현실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 이름만 바꾼 채 주권을 침해하는 이 기형적 협의체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당장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를 해산하라. 낡은 굴레를 벗고 당당하게 주권의 길로 나서는 것만이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기조 발언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자체가 위헌이라고 그렇게 떠들어 대던 조희대 사법부”가 “난데없이 자기들이 하는 건 괜찮다며 자체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겠다고 소동을 피우고 있다. 주권자가 주도하는 건 위헌이요, 사법 내란세력들이 하는 건 합헌이다? 말이 되는가. 이런 발상 자체가 위헌이요, 국민을 조롱하는 작태”라고 규탄하면서 “진작에 응징해야 했을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이 내놓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을 두고 “기껏 내놓은 게 ‘도로 조희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라며 “주권자는 물러서지 않고 있는데 집권 여당이 물러선다면 그건 싸우기도 전에 백기를 드는 것이며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경고했다.
김기열 괴산촛불행동 대표와 염미례 강서양천촛불행동 대표가 「민주당에 보내는 촛불국민의 명령」을 낭독했다. (명령서 아래 첨부)
이들은 “민주당이 우물쭈물하고 자꾸 물러서니 내란세력들은 더 기가 살아 날뛰고 이로 인해 내란 청산에 엄중한 장애가 조성되고 있다”라며 “내란세력과의 총력전이 국민들의 선택이며, 민주당에 하는 국민들의 명령”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이제 더 이상 호소는 없다”라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을 철회하라!”, “조희대를 탄핵하라!”, “특별재판부 즉각 설치하라!”, “민주당은 각성하고 싸워라!”라고 명령했다.
시민 발언에 나선 서지연 수원오산화성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조희대에게 판사를 추천할 권한을 준다니 이걸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는가?”라며 “내란 공모 정황이 뚜렷한 조희대가 판사 임면권을 휘두르며 내란세력을 비호하는 꼴을 국민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라면서 “(조희대를) 하루빨리 대법원장 자리에서 쫓아내야 한다”라고 했다.
촛불행동 기수를 맡고 있는 이선호 씨는 “국민을 기만하는 세력들은 대환장 파티를 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아직도 우물쭈물한다. 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라며 “이대로면 내란 청산이 물 건너갈 수도 있다”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이번 특검의 결과는 되지도 않는 소리다. 노상원에 대해 여러 차례 수사했고 피의자 신문 조서도 받았지만 기소를 못 하고, 김건희는 상관없다느니, 조희대, 지귀연과는 상관없다는 식의 겉발림만 한 특검 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별재판부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여러분들이 특별재판부 말을 안 했으면 내란전담재판부 이야기가 나왔겠는가?”라며 민주당이 제 방향으로 가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경호 변호사는 “대한민국 사법부는 이미 사망했다. 그 사망 진단서에 최종 서명을 한 자가 바로 조희대”라며 “입으로는 사법 독립을 떠들고 정작 사법 독립을 외쳐야 할 때는 내란세력의 그림자 속에 숨은 것 자체가 탄핵 사유”라면서 “(조희대를) 탄핵해야 한다”라고 외쳤다.
내란세력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위헌이라며 난동을 부리고, 국민들은 내란 단죄를 위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있다.
조희대 사법부가 위헌 난동의 선봉에 서서 내란 청산의 틈을 벌리니 국힘당과 조중동, 극우세력들까지 대대적으로 합세하고 있다. 내란세력에 대한 법적 단죄를 가로막고 있는 내란세력의 최후 보루 조희대를 가만 놔두니 내란세력들이 숨 쉴 틈이 생긴 것이다. 그러자 궤멸 위기에 처해있던 내란세력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내란 청산을 약속한 민주당은 대체 무엇을 했는가!
조희대가 불법적으로 이재명 대통령 파기환송심을 시작했을 때부터 국민들은 조희대를 탄핵하라 했고,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 단죄를 사사건건 가로막자 전면전을 선포하고 싸워왔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내란세력과 조중동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12.3내란 1년이 지난 지금, 단 한 명의 내란범도 처벌받지 않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나마 민주당은 국민들의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법안마저 이제 조희대 사법부에게 전권을 주는 누더기 법으로 만들어서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위헌 논란을 없애기 위해 법안을 수정했다고 했지만, 조희대 사법부를 비롯한 국힘당, 조중동 등 내란세력들은 위헌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갑자기 대법원 예규로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겠다고 하니 국힘당과 조중동, 내란세력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자체를 무력화하기 위해 더 강력하게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이 우물쭈물하고 자꾸 물러서니 내란세력들은 더 기가 살아 날뛰고 이로 인해 내란 청산에 엄중한 장애가 조성되고 있다.
민주당에 묻는다.
민주당은 12월 3일 밤을 잊었는가?
개혁과 내란 청산에 앞장서겠다던 그 약속은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가?
우리 국민들은 내란 청산이냐, 내란세력의 부활이냐 하는 엄중한 갈림길에서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다.
내란세력과의 총력전이 국민들의 선택이며, 민주당에 하는 국민들의 명령이다.
이제 더 이상 호소는 없다.
민주당에 주권자 국민이 명령한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을 철회하라!
조희대를 탄핵하라!
특별재판부 즉각 설치하라!
민주당은 각성하고 싸워라!
우리는 조희대 사법부를 필두로 한 내란세력의 총공세를 철저히 진압하고 기필코 내란 청산을 완수할 것이다.
‘국가는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한일영 씨의 인생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그의 삶은 개인이 국가에게 당할 수 있는 처절함을 모두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는 독재정권이 행했던 모든 불법을 고스란히 떠안고 눈물겨운 1970 ~ 80년대를 건너왔다. 나이 70을 목전에 두고 있는 그가 피를 토하며 증언한 국가폭력은 상상력의 범주 밖이라 할 만큼 잔인하고 참혹했다.
이북에서 월남한 조부와 부친 형제들은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는 월남한 친척 사촌들 중에서 유일한 아들이었다. 당시 피아노 과외를 받을 정도로 유복했다. 용돈을 두둑하게 받을 수 있기에 주말이나 방학 때면 할아버지 댁으로 놀러가는 게 즐거움 중 하나였다. 1971년, 6학년이니 당연히 홀로 다니는 날도 많았다. 그날도 자택인 가평에서 열차를 타고 청량리역을 거쳐 성북구 삼선동의 조부 댁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경찰이 다가와 정강이를 걷어차며 영문도 모른 채 끌고 간곳이 파출소였다. 그곳에서 그는 부랑아 취급을 받으며 서울시립아동일시보호소로 넘겨진다. 군사정권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사회정화나 도시 미화 등을 이유로 부랑인과 부랑아를 단속하여 민간 시설에 강제 수용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무고한 시민이나 아동들이 강제 노역, 폭행, 성폭력, 사망에 이르는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했다. 경찰은 길거리에서 집을 잃은 아이나 행색이 초라해 보이는 아이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다 고아수용시설로 보내버린다. 한 씨도 역시 부랑아 취급을 받으며 끌려갔다.
AI 활용 설정
한일영 씨가 다니던 가평국민학교 생활기록부. 6학년 칸에 장기결석으로 처리되어 있다.
“집이 경기도 가평이라고 말했는데, 저를 종로3가 구두닦이 부랑아로 인적 사항을 조작했습니다. 경찰이 단 한 번이라도 학교로 확인전화를 했다면 금방 신원이 밝혀질 것 아닙니까? 경찰이나 시설은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단 한 번도 저를 부모에게 돌려줄 줄 생각이 없었던 겁니다. 시립아동일시보호소에서도 집으로 보내달라고 하면 주먹과 몽둥이가 먼저 날아왔습니다. 그곳에서 온갖 폭력을 당하며 2년을 감금당하며 살았어요. 탈출을 시도하다 걸려 맞아 죽는 아이들도 많았기 때문에 도망칠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시립아동일시보호소 부지 한쪽에는 작은 창고가 있었는데, 시신으로 보이는 아동의 발이 덮개에서 밖으로 널브러져 있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 시신창고가 그늘진 구석에 있어서인지 늘 음습한 기운 때문에 다들 얼씬도 하지 않으려 했어요. 그 시신들은 며칠마다 한 번씩 어디론가 실려 갔습니다.”
어느 날 집이 경기도인 사람은 집으로 보내준다고 하는 말에 속아 다시 끌려간 곳이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선감학원(당시 안산 선감도 소재)이었다. 선감학원은 1941년 일제에 의해 ‘부랑아 수용시설’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주된 수용자들은 항일 독립운동 행위자나 사회주의자 등이었으며 이유 없이 잡혀온 이들도 많았다. 사실은, 태평양 전쟁에 필요한 노역자와 전사로 동원할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아동들을 사회와 격리하고 탈출을 어렵게 만들었다. 해방 이후 관리권이 경기도로 이관되고 선감학원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여전히 ‘부랑아 수용시설’로 활용됐다. 당시 정권은 경찰력을 동원해 부랑아, 고아, 거지를 잡아들였지만, 실상은 부모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을 납치하다시피 끌고 가 수용했다. 결국 각종 인권유린과 횡령 사건 등의 비리문제가 커지면서 선감학원은 1982년에 문을 닫게 된다.
AI 활용 설정
선감학원 입소 당시 한일영 씨의 수용자 카드. 가정불화, 구두닦이로 그의 입소 경위와 신분을 조작했다.
“선감학원에 끌려온 아이들은 ‘학원’이라는 이름과 달리 ‘교육’을 받기는커녕 섬의 개간, 농사일 등 강제 노역에 시달렸습니다. 제가 있을 당시 약 200명 정도의 원생이 머물렀는데, 매일 얻어맞고 기합 받는 게 일상이었죠. 야간 점호 시간에는 관리자가 콘크리트 바닥에 곡괭이 자루를 끌고 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상황이 너무 공포스러워 오줌을 지리기도 했습니다. 먹는 것 또한 말도 못하게 부실해서 거의 매일 소금국으로 식사해야 했고 심지어 구더기가 기어 다니는 음식을 먹은 날도 많았습니다. 혹한에서 일하다 동상에 걸려 왼쪽 3개의 발가락 일부를 잘라내기도 했어요.”
선감학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고아수용시설은 원생들 간의 폭력으로 인한 피해도 상당히 많았다. 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중간 관리자 선임 및 군대식 조직 편제와 같은 폭력적이고 기형적인 구조가 시설 내부에서 작동함으로써 원생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방식을 추구하면서 함께 생활 하는 동료 원생들을 폭행하고 이 과정에서 약자는 더욱 큰 인권침해와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생활이 너무 힘들어 대부분의 원생들은 늘 그곳을 탈출하려고 했습니다. 가까운 대부도는 탈출이 조금 수월해도 금방 주민들에게 잡혀 다시 끌려오는 게 반복되었습니다. 탈출한 원생을 데려오면 주민들에게 일종의 수당 같은 것을 지급했습니다. 맞아 죽고, 굶어 죽고, 바다에 빠져 죽고, 탈출하다 죽은 원생들이 수백 명입니다. 저는 썰물 때를 골라 인근 섬으로 간신히 탈출에 성공했지요.”
그가 탈출한 ‘어섬’은 선감도에서 거리가 멀어 쉽게 탈출을 시도하지 못하는 곳이었지만 죽음을 각오했고, 위험하지만 잡힐 가능성이 적은 곳으로 결국 탈출한 것이다. 그러나 양식어업을 하는 어민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이곳에서 나랑 같이 일할래, 아니면 선감학원으로 데려다 줄까?”라는 어민의 말에 선감학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1년여 동안 또 다시 지옥 같은 노예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기회를 틈타 재탈출에 이르게 된다. 이후 어렵게 가평의 본가를 찾아갔지만 집 주인은 바뀌어 있었고 가정은 풍비박산 난 상태였다. 실종된 한씨를 찾아 헤매면서 불화가 생긴 부모님은 이미 이혼한 뒤였다.
국가는 그에게 지독할 만큼 잔인했다. 개인이 국가를 처벌할 수만 있다면 그는 ‘국가를 2중 3중으로 처벌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AI 활용 설정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사망자명단 공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왼쪽이 한일영 씨)
“막막한 마음에 기술이라도 배워야겠다 싶어 프레스 공장에 취직해 새 삶을 준비하던 중이었습니다. 1980년 8월 여름휴가를 받아 삼선동의 동네 아이들과 함께 뚝섬유원지 수영장으로 야유회를 갔습니다. 그곳에서 경찰이 저를 불렀습니다. 다시 영문도 모른 채 성동경찰서로 끌려간 겁니다. 죄를 지은 게 없으니 곧 풀려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저를 삼청교육대로 보냈습니다. 왼쪽 손목에 새긴 ‘삶’이라는 작은 문신을 이유로 끌려간 겁니다. 전과자도 아니고 깡패도 아닌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삼청교육대에 들어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경기도 연천에 위치한 5사단에서 4주 훈련을 받았다. 곧 풀려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근로봉사대로 차출되었다. 그곳에서도 각종 훈련과 노역에 시달리다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가까운 신탄리역으로 도망쳐 기차를 탔지만 다음 역인 대광역에서 헌병에 붙들려 잡혀오고 말았다. 이후 그는 계엄법 위반으로 군사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은 졸속이었다. 변호인의 조력 따위는 꿈도 꾸지 못했다. 오전에 징역 2년이 구형되었고, 당일 오후에 징역 1년이 선고되었으며 항소는 기각되었다.
그리고 공주교도소에서 꼬박 1년을 살고 만기출소하게 된다. 하지만 삼청교육대 출신은 요시찰 대상자였다. 취업을 하면 경찰이 나타나 ‘삼청교육대 출신이다, 교도소 출신의 전과자다’라는 사실을 사장과 직원들에게 폭로하는 바람에 취업하고 잘리기가 반복되었다.
AI 활용 설정
1980년 삼청교육대로 끌려가기 전의 한일영씨 모습.
“일을 하고 싶었지만 경찰과 기관의 방해로 정상적인 직업을 가질 수가 없었어요. 하는 수 없이 폐지와 철근을 줍는 넝마주의 일을 시작했는데 다시 부랑인 취급을 받으며 시립갱생원으로 넘겨진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조폭 출신들이 반장 역할을 하며 폭력을 일삼았고 낮에는 쇼핑백을 만드는 일을 하고, 공사장 단순 잡역에도 투입됐습니다. 견디다 못해 그곳에서도 간신히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국가폭력으로 이렇게 망가진 인생이 또 있겠습니까? 노숙이나 부랑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냥 할당량을 채우려고 끌고 가는 겁니다. 2024년 2월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에게 전화가 왔어요. 저의 시립갱생원 입소 기록이 2개라는 겁니다. 선감학원을 탈출해서 집으로 돌아갔던 1977년에도 입소기록이 있다는 것이었죠. 기억 저편에 있는 악몽이 되살아났습니다. 시립갱생원 생활만 2회에 걸쳐 약 1년 정도였는데, 기록상으로는 2회 4개월만 남아 있는 겁니다. 은폐 목적으로 국가가 고의 삭제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1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옥의 선감도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제목으로 선감학원이 방송을 탔다. 경기도에서 운영과 관리를 맡았던 수용시설이기에 당시 원장을 포함한 관리자들 모두 경기도 소속 공무원이었으며, 원장을 역임했던 백근칠은 한국사회봉사회를 만들어 초대회장과 이사장을 지냈고, 서울대에 사회사업학과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그를 우리나라 사회사업학의 대부로 부른다. 잔인하기로 유명한 선감학원 원장을 지낸 이가 자선의 탈을 쓰고 시설수용을 합리화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뜨린 장본인이라는 사실에 경악할 따름이다.
AI 활용 설정
선감학원 아동인권진실규명추진위원회 개소식에 함께한 피해자와 유족들(사진 중앙의 양복차림의 사람이 한일영 씨다).
한일영 씨는 현재 인권운동가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시립아동일시보호소와 선감학원의 진실규명추진회장을 맡아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삼청교육대 피해자연합 단체에서도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고아수용시설에서 관리자로 몸담았던 이들이 중심으로 만든 내부고발자 단체 ‘아이즈’에서는 이사로 등재되어 그들을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다. 다시는 국가 폭력으로 인해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분노의 간절한 방식이다.
그의 계엄법 위반 처벌은 재심을 통해 최종 무죄판결 받았다. 진화위의 사과 권고에 따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022년 10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선감학원이 폐쇄된 지 40년 만의 일이다. 서울시립아동일시보호소의 인권유린에 대해서 서울시는 담당공무원들이 서면으로 형식적인 사과공문을 지난 9월 보내오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시립갱생원의 피해사실에 대해서 서울시는 묵묵부답이다.
어떤 형태로든 국가가 앗아간 청춘과 무너진 인생은 돌이킬 수 없다. 아직도 정부는 국가 주도의 고아수용시설 피해자에 대한 그 어떤 공식 사과도 없다. 3기 진화위에서는 반드시 고아수용시설피해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한일영 씨는 국가와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을 때까지 인권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처절하다.
[주간경향] “여기는 다른 데보다 임금이 높은 편이에요. 형틀목공 일당이 28만원으로 시중노임단가 수준이고요. 주 5일 꽉 채워 일하면 주휴수당이 추가로 나와요. 한 달에 25일 정도 일하고 주휴수당 4번 받아서 월평균 700만원 정도 받고 있어요. 다른 현장에선 도급(일당이 아니라 ‘물량팀’이 물량을 맡아 가져가는 방식)으로 월 1000만원 넘게 받아본 적도 있지만, 무리하게 속도를 내야 가능한 작업량이죠. 그러다 보면 품질·안전이 흔들릴 위험도 크고요. 여기는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임금이 정해져 있어 노동 강도가 덜하고 주휴수당도 나오니 몸과 안전을 지키면서 일할 수 있어 만족해요. 이직률도 줄었고요. 일요일 작업이 없는 것도 장점이라 이런 방식이면 건설 현장을 떠났던 청년들도 돌아오기 쉬울 거라고 봐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 발주 공사 현장의 작업반장 A씨는 적정임금제 적용 이후 임금 지급과 작업 여건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불법 하도급, 임금체불, 부실시공, 산재가 반복되는 건설업에서 이 현장은 예외로 꼽힌다. 다단계 하도급에 따른 공사비 삭감 대신, 발주처가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적정임금’이 적용되면서 현장 운영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만연한 공사비 삭감과 불법 하도급
적정임금제는 공공 발주공사에서 발주기관이 기준임금(시중노임단가)을 정하고 원·하도급 단계에서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이 근로자에게 지급되도록 하는 제도다. 1931년 제정된 미국 데이비스-베이컨법(Davis-Bacon Act)은 공공공사에 적정임금(Prevailing wage)을 지급하도록 해 저가 수주 경쟁의 고리를 끊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1997년 독일은 동유럽의 저임금에 대응해 임금 하한선을 규제,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도록 했다.
심규범 건설고용컨설팅 대표는 “건설 현장에서 나타나는 폐해의 근원은 공사비 삭감”이라며 “다단계 하도급으로 내려가면서 공사비가 반복 삭감되고 단가가 내려갈수록 작업 속도 압박이 커져 노동강도가 높아지며 안전은 무시되고 품질은 거칠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적정임금제가 이러한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주자는 낮은 가격을 제시한 입찰자를 선정하려 하고, 입찰자는 탈락을 우려해 저가로 입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저가 입찰 경쟁이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불법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반면 ‘적정 임금’이라는 임금 하한선은 임금 단가 후려치기를 어렵게 해 재하도급을 통한 추가 삭감을 자제하도록 한다는 주장이다.
통상 적정임금제 적용 현장은 1일 8시간 기준 일급제(시중노임단가 적용)와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주휴수당을 적용한다. 원수급자의 고용·시공관리 책임도 강화된다.
20대 노동자 B씨는 “작년에 10개월 정도 SH가 발주한 적정임금 현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건설 현장에서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주휴수당을 받았고 청년우대정책으로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지원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SH에 문의했고, 그럴 때마다 바로 시정됐다. 다른 건설 현장에서는 불이익이 우려돼 안전 문제에 대해 말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드문 현장이었다. 당시에는 걱정 없이 일했다. 다른 현장은 자재가 부족하거나 재사용으로 훼손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당시 현장에서는 새 자재도 계속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30대 노동자 C씨는 “적정임금 현장에서 일할 때는 하루 27만5000원을 받았다. 반면 일반 현장에서는 23만5000원을 받았다”라며 “대부분 현장은 포괄계약서로 처리되지만, 적정임금제에서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쓰고 주휴수당도 받았다”라고 했다. 이어 “하도급 단계에서 비용을 남겨야 하는 구조가 줄어들면서 안전이 상대적으로 나아졌고, 안전보호구 지급 같은 것도 더 확실하다고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3년 사이 30~40대 내국인 청년 건설노동자가 급격히 줄었는데 건설 현장에 미래가 없다고 느껴 떠난 경우가 많았다”라며 “적정임금제는 일한 만큼 받고 주휴수당도 받을 수 있어 청년노동자들이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취지와 달리 미흡한 운영
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12월 일자리위원회가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적정임금제 도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중심으로 20건의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이후 2021년 6월 일자리위원회는 총사업비 300억원 이상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사에 대해 2023년부터 적정임금제를 도입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해당 방침은 시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서울시가 2017년 5월, 경기도가 2019년 1월 각각 공공 건설공사에서 시중노임단가 이상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례·예규를 제정했다. 국회에서는 21대 국회 당시 적정임금제 도입을 위한 건설산업기본법 및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시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재는 서울시와 경기도,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발주한 공사는 원칙적으로 적정임금제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달리 현장 안착은 더디다. 실제 현장에서는 관리·감독이 미흡해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아예 적용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례로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서울시가 발주한 영동대로 지하 공간 건설 현장에서 일부 노동자가 폭염기에 월 300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됐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무리하게 공사 일정을 맞추느라 안전을 뒷전으로 미뤘다고 비판하며, 해당 현장에서 적정임금제와 표준근로계약서도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서울시 발주 건설 현장 5곳을 살펴봤다. 서울시에서 발주하는 공사 현장은 도시기반시설본부(도기본)라는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 확인한 현장 중 적정임금을 지급하는 곳은 없었다. 사실상 적정임금제가 무의미할 정도로 제대로 지켜지는 현장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20년째 형틀목공 일을 하는 현장 노동자 D씨도 적정임금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금 일하는 공사 현장 발주처가 도기본이지만 적정임금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적정임금으로는 27만5000원 받아야 하는데 23만원을 받는다”라며 “현장에서 안전수칙도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예컨대 철근이 노출돼 있으면 케이블을 씌우는 등 보호조치를 하고 사람이 투입돼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없다. 넘어지면 죽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일을 더 못 한다. 계약 단위도 한 달이라 잘릴까봐 말을 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C씨는 “적정임금제 시행 현장이라고 알고 갔지만, 실제로는 적정임금제를 시행하지 않는 곳도 있다”라며 “SH가 발주한 건설현장이었는데 ‘적정임금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적정임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신고하라’는 내용의 포스터까지 붙어 있다. 그렇지만 버젓이 적정임금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포괄임금제에 가까운 계약서를 썼고 주휴수당도 없다”라고 했다. 그는 “발주처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불가능한 구조다. 신고하라고 해도 신고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SH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성 지출시 적정노임 지급여부를 서울시 건설정보관리시스템(ONE-PMIS)을 통해 확인하고 있으며, 공사장 안전교육 시 적정임금제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AI 활용 설정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의 ‘모범 사용자’론
건설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 들어 적정임금제가 공공 분야에서 본격 도입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적정임금제를 도입했으며, 이번 대선 공약에도 이를 포함했다. 양대 노총은 이 사안을 주요 과제로 제시해왔다.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국정기획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적정임금제가 언급된 바 있다.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와 노정 교섭도 진행됐다”라며 “노동부는 이미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고, 국토부도 내년 연구용역 발주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 설계가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월 9일 국무회의에서 “공공 분야가 모범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돈을 벌기 위해 법이 허용하거나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범위에서 최저로 주고 이익을 최대화하는 게 이해될 수 있지만, 정부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심규범 건설고용컨설팅 대표는 이 대통령의 ‘모범 사용자’ 발언은 “건설 현장에서 논의돼온 적정임금제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 발주자가 적정임금을 보장하고 공사 기간을 합리적으로 연장하며 낙찰률(발주기관이 산정한 예정가격 대비 실제 계약금액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안전 확보와 내국인 일자리 유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당한 근거가 된다”라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광주 도서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를 거론하며 적정임금제 도입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해당 사고에 대해 “지방정부가 발주처”라고 짚으며 “발주처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주처가 발주 당시부터 안전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적정 임금과 적정 공사 기간을 보장하는 게 발주처의 책임이다. 공공 부문에서부터 그런 부분을 한번 살펴보겠다”라고 말했다.
관건은 재정 투입과 정교한 설계다.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일자리위원회에서 적정임금제 시범사업과 법안 논의까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됐지만,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데 끝내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공공 건설공사에 적용하려면 결국 예산을 태워야 하는데,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지지부진해졌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 대통령의 ‘모범 사용자’ 발언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올려주자’고 해서 곧바로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범 사용자’인 정부의 역할을 제도화하려면 예산과 인력·평가 체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총정원 관리제, 총액인건비제, 경영평가제라는 기재부의 예산 통제에 가로막히는 구조”라며 “기재부가 예산 통제를 가장 강력한 권한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그 산을 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으로의 확산을 위해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공공 부문은 사용자 자체가 정부인 만큼 규정과 예산을 갖추면 추진 속도를 낼 여지가 있다”며 “다만 설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직종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시장의 가격·임금 구조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에서 민간으로 파급될 수 있게 노동시장 격차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장]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서울 시민추모대회... 진상규명, 독립된 조사기구, 투명한 정보 공개 요구
소중한(extremes88)
AI 활용 설정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렸다. 추모대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소중한
"내 아내 정희야. 아직도 너의 카톡 프로필은 태국 파타야에서 여행 중이다. 가끔 지칠 때면 추모관에서 한없이 울고 다시 다짐한다. '무너지지 말자.' 우리 가족을 파괴한 주범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 영원한 김정희의 남편이자 김예찬, 김유찬의 아빠임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오늘도 너희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짐한다." -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김영헌씨
아내와 두 아들을 먼저 보낸 유가족의 절절한 편지에 푸른색 조끼를 입고 "진상규명"이 적힌 모자를 쓴 다른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도 함께 오열했다. 함께 자리한 노란 점퍼를 입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보라색 목도리를 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에 모여 진상규명, 독립적 사고조사위원회 즉각 설립,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위로의 말 필요 없다, 진짜 위로는 진상규명"
AI 활용 설정
▲추모대회에 참석한 유가족이 "책임을 규명하라!"가 적힌 피켓을 움켜쥔 채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서울 시민추모대회가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렸다. 빗속에서 열린 추모대회에는 위 세 참사의 유가족뿐만 아니라 화성 씨랜드 참사·인천 인헌동 화재 참사·광주 학동 붕괴 참사 유가족 및 산업재해 유가족 김미숙(고 김용균씨 어머니)·이용관(고 이한빛 PD 아버지)씨를 비롯해 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대회 무대에 올라 "저는 이번 참사로 아버지 김덕원, 어머니 정선숙, 남동생 김강헌을 잃었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여기 계신 희생자 179분의 유가족들과 새 가족이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가족 3명에 더해) 179분의 유가족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유가족들은 수없이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1년이 지났는데 무엇이 달라졌는가. 답은 참담합니다. 책임자 처벌 0건. 정보공개 0건. 179분이 희생된 이 참사에서 국가는 단 한 명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고 유가족에게 단 한 장의 자료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AI 활용 설정
▲추모대회 참석자들이 고인들을 애도하며 묵념하고 있다. ⓒ 소중한
이어 김 대표는 "국토교통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아래 항철위)는 지난 1년 간 셀프조사와 밀실조사로 일관했고, 유가족이 질문하면 침묵했으며, 자료를 요구하면 국제규정 뒤에 숨어 있었다"며 최근 유가족들의 삭발과 노숙으로 이어진 항철위의 공청회 개최 시도를 지적했다.
"(항철위가 개최하려다 철회한) 공청회에서 유가족들에게 허락됐던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참석 유가족을 20명으로 제한하라. 유가족은 직접 발언하지 말라. 유가족이 지정한 전문가만 발언할 수 있다. 그 전문가 명단을 5일 안에 제출하라. 이것이 과연 179명의 희생 앞에 서 있는 국가 조사기구의 태도입니까. (공청회는) 정부와 조사기구가 이미 정해놓은 결론을 1주기 이전에 포장해 발표하려는 시도였으며 유가족에게 '조용히 받아들이라'는 통보였습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깎고 노숙하며 시민사회와 사생결단의 자세로 막아냈습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이제 다시는 국가의 치졸한 모습을 유가족 앞에서 보여주지 말아 달라.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은 필요하지 않다. 진짜 위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며 "시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기억해 달라. 외면하지 말아 달라. 이제부터는 정말 함께 해달라. 진실을 밝히는 일은 유가족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이 사회가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AI 활용 설정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추모대회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소중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김종기 재난참사피해연대 대표(고 김수진씨 아버지)는 "30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22년 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11년 전 세월호 참사, 3년 전 이태원 참사, 그리고 바로 1년 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났다"며 "쇼핑하고 장 보던 백화점에서, 매일 타는 지하철에서, 일상에서 이용하는 배에서, 항상 걸어 다니던 길에서, 업무나 휴가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이용하는 비행기에서까지 어느 특정한 곳이 아닌 우리 일상에서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은 우리가 그 참사의 피해자이지만 당장 내일, 아니면 몇 개월 뒤에 그 당사자가 여러분이 될 수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반드시 국가가 지킨다는 말씀을 실행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진상규명 투쟁을 이어가는 참사 유가족들이 참 많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도 지금 이 순간에도 싸우고 있다"라며 "정부와 국회는 매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 말하지만 참사는 멈추지 않고 있다.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책임자를 명확히 밝혀 처벌해야 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확실히 시행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더해 "참사 후 유가족의 고통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태원 참사에 이어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을 향해서도 음모론이 퍼졌고 보상금을 노린다는 악의적인 비하와 지역 혐오 발언까지 난무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러한 2차 피해가 고정된 패턴이 되었다는 것"이라며 "(참사 1주기 구호인) '기억하라. 막을 수 있었다. 살릴 수 있었다. 밝힐 수 있었다.' 여러분의 관심과 연대가 유가족들에겐 가장 큰 힘이다. 함께 기억하고 질문하고 목소리를 내주실 때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차관 "좀 더 세심히 유가족 곁 지키겠다"
AI 활용 설정
▲세월호, 이태원 등 다른 참사의 유가족들도 이날 추모대회에 참석했다. ⓒ 소중한
강희업 국토교통부 차관은 이날 추모대회 무대에 올라 "유가족 여러분의 일상 회복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과제"라며 "정부는 유가족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 더 촘촘히, 좀 더 세심하게 살피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유가족 여러분께서 참사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견뎌온 것, 저도 잘 안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끼셨을 여러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러한 목소리를 정부는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겠다. 항철위를 (국토교통부에서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로 이관하는 법률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국토교통부 차원에서도 신속히 이관 작업이 되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고통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더 이상 상처 위에 상처를 더하지 않고 모두가 유가족 여러분의 아픔을 나눌 수 있길 바라고 있다. 다시 한 번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영면을 기원하며 정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AI 활용 설정
▲강희업 국토교통부 차관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 소중한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인 송경용 대한성공회 신부는 "얼마 전 연로하신 제 친척이 집에서 돌아가셨는데 곧바로 장례를 치를 수 없었다. 경찰에 신고 후 사인을 정확히 기록해야 비로소 장례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며 "단 한 명이 죽은 살인 사건에 대해서도 국가는 공권력을 동원해 끝까지 추적, 범인을 잡아낸다. 그런데 (제주항공 참사처럼) 179명이 죽고 (세월호 참사처럼) 3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어도 정부와 공무원 조직, 그리고 대기업이 연관돼 있으면 그 앞에서 다 멈춰버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추모대회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데 의자가 비어 있다. 정부 당국자 단 두 명이 나와 있다. 참담하기 그지없다"라며 "국가와 기업, 책임 있는 기관들은 책임 있는 행동으로 유가족과 피해자 앞에 서야 하며 그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분명히 밝히는 모든 과정에 유가족 목소리를 중심에 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서울 추모대회에 이어 오는 27일 광주·전남 추모대회(오후 2시 5·18 민주광장), 29일 1주기 추모식(오전 10시 무안공항)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래는 유가족 김영헌씨가 이날 낭독한 편지 중 일부다.
AI 활용 설정
▲아내와 두 아들을 잃은 유가족 김영헌씨가 추모대회 무대에 올라 희생자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 소중한
한동안 '만약에'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만약에 내가 인도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면. 만약에 너희들이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패키지 상품을 탔더라면. 만약에 유찬이가 가고 싶었던 다른 곳으로 갔었다면. 만약에 날짜를 하루만 더 늦췄다면. 너희들이 없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 끝까지 생각했다. 만약에. 하지만 너희들을 기억하기 위해 나는 살아야 했다. 먼저 가버린 너희의 삶을 생각하면 너무나 원통하고, 그 비통한 마음은 갈수록 깊어진다.
내 아내 정희야. 아직도 너의 카톡 프로필은 태국 파타야에서 여행 중이다. 아이들의 엄마로, 어린이집 원장으로, 야간 대학원생으로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하면서도 늘 웃음을 앓지 않고 씩씩했던 예쁜 내 애인 정희. 사고 두 달 전, 신혼여행 이후 처음으로 둘이서만 인도를 여행했고, 그동안 힘들었던 점을 서로 이야기하며 앞으로의 우리 계획을 세웠지. 인생의 노년을 계획하며 '이제부터라도 더 잘해 줄 수 있는데, 이제부터 시작인데'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내가 너무나 미안했고 또 미안하다.
사랑하는 내 아들 예찬아. 어느덧 장성하여 아빠와 술잔을 부딪치며 세상을 이야기했었지. 아빠가 해외에 나가 근무하게 되면서 '아빠 없어도 엄마와 동생 잘 볼 수 있냐'는 말에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멋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던 내 아들 예찬이. 며칠 전 네 학교에서 1주기 추모식을 해 다녀왔다. 정성껏 준비해 준 교수님과 학교 관계자분들, 너희 친구들 보면서 '우리 아들 정말 잘 살았구나'라고 생각했다. 추모식이 끝나고 내려오는 길에 너무나 안타까워 한없이 울었다.
한없이 귀여운 막내 유찬아. 세상 고민 없이 사는 것 같던 네가 가끔 걱정이었는데 훈련소를 마치고 장애인 센터에서 공익근무하며 '스스로 일어나고 잘 생활한다. 우리 유찬이가 변했다'는 엄마의 말에 아빠는 역시 내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시기, 너무 짧은 너의 21년. 항상 아빠가 귀찮게 만지고 쓰다듬어도 귀찮아하지 않고 아빠를 가장 좋아해 준 우리 유찬이.
예찬아, 유찬아. 아빠는 아빠라는 말이 이토록 친근한 단어인지 이제야 알았다. 이제는 너희들에게 들을 수 없는 아빠라는 말. 아빠가 아빠답게 생활하고 너희들을 영원히 기억할게.
사랑하는 내 가족들. 나는 (참사 직후) 한국에 오는 비행기에서 생각했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유가족으로 살아가기에 너무 힘든 나라인데,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그래서 내린 결론은 단순 교통사고로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원인은 너무나 명확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광주·전남 지역민이어서 우리 지역의 정치권이 나서줄 것을, 우리 지역 경찰의 수사를 믿었다. 하지만 결국 다른 참사와 다를 바 없이 가고 있다. 아빠는 결심했다. 우리 아이들이 알고 있는 아빠의 모습으로서 너희의 억울함을 밝히고 최선을 다하기로. 아빠답게 당당히, 때론 단순하게 목이 터져라 외치고 미친 듯이 너희의 억울함을 알릴 것이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가끔 지칠 때면 추모관에서 한없이 울고 다시 다짐한다. '무너지지 말자. 아빠답게 행동하자.' 우리 가족을 파괴한 주범, 내 아내의 인생 계획을 파괴한 주범, 내 아들들의 청춘과 삶을 파괴한 주범, 그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아빠가 노력할게. 그때까지 멈추지 않고 달릴게. 다 끝나는 날 너희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최근 아무도 꿈속에 나오지 않아 많이 서운하다. 누구든 꿈속에 나와 응원 좀 해주라. 영원한 김정희의 남편이자 김예찬, 김유찬의 아빠임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오늘도 너희들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시 다짐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일문일답식 부처별 업무보고가 유튜브로 국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껏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이 문답식 보고는 크고 작은 국정 현안들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각 부처 장관들 및 공기업 기관장들의 의식구조와 업무 수행 능력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단순한 소통 방식의 변화를 넘어, 국정 운영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대담한 실험이 시작됐다.
AI 활용 설정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9.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이 방식을 도입한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망가진 행정부의 기능을 조속히 되살리지 않고서는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지난 3년 동안 공직사회는 복지부동이 만연하고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매일 폭탄주 마시느라 직무 수행을 소홀히 하는 분위기에서 관료사회는 활력을 잃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주요 부처 장관들이 내란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수사 대상이 되면서 행정부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공무원들의 생리를 체득한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붕괴 직전의 관료집단을 바로 세우는 일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취임 준비를 위한 시간적 여유도 없이 대통령 선거 다음날부터 직무를 수행해야 했던 이 대통령은 빠른 시간 내에 행정부와 공기업을 '일하는 조직'으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고강도의 충격요법이 필요했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그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실시간 생중계 문답식 국무회의와 업무보고였다.
이 새로운 방식은 기관장이 보고서를 읽어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존의 보고 방식을 과감하게 거부한다. 대신에 각 부처와 기관의 핵심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세밀하게 파고드는 질문을 던진다. 관료는 소관 업무를 완벽히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진땀을 흘리며 곤경에 빠지고, 반면 업무에 정통한 관료는 전 국민 앞에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할 기회를 얻는다.
질책 받는 기관장, 칭찬 받는 공무원, 긴장하는 관료사회
이로 인해 관료사회에는 전례 없는 긴장감이 흐른다. 특히 윤석열 정부 말기 '알박기'나 '낙하산' 인사로 임명된 기관장들이 준비 없이 보고석에 앉았다가 호된 질책을 받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책갈피 달러 밀반출 사건‘에 대해 동문서답식 답변을 하다가 직격탄을 맞은 것은 대표적 사례다.
AI 활용 설정
국토교통부 기관 업무 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 2025. 12. 12 KTV 유튜브 갈무리
가장 중요한 성과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관료들의 진면모를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표방하는 국민주권정부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지지기반이 필요한데, 문답식 생중계 국무회의역시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밀실 행정에 익숙했던 고위 공직자들은 이제 국민적 평가를 의식하며 자신들의 업무 수행에 한층 분발하게 되었다.
업무보고는 질책과 추궁의 자리만은 아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능력 있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찬사를 보냈다. 이는 공직자들에게 심리적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건설기술교육원이 연간 240억 원의 운영비를 자체 조달한 성과를 낸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이 "조직의 내공과 저력이 있다"고 직접 칭찬했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식량정책관은 상세한 '콩GPT' 스타일 답변으로 큰 점수를 땄다.
AI 활용 설정
농림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답변하는 변상문 식량국장. 연합뉴스 화면캡쳐
반면에 기획재정부와 노동부의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약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의 보안관리 실패에 대해 "법을 어겨도 처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니 손해를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곧바로 국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매출액 10% 과징금 법안이 신속히 처리되기도 했다.
관료사회 내부 혁신 메커니즘으로 업무보고 성과 받쳐줘야
국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많은 시민들에게 이 생중계는 '넷플릭스보다 재미있는 정치 드라마'이자 흥미진진한 정치 이벤트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고위 공직자의 진면목과 업무 능력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으며, 부실한 답변에 대한 대통령의 직설적인 질책은 일종의 사회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누가 일하고 누가 직무를 유기하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반면, 보수 진영과 일부 언론은 이를 '망신주기', '갑질', '정치 쇼'로 폄하한다. 대통령의 직설적이고 때로는 거친 언어,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자르는 태도 등이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은 업무보고의 본질적 가치를 호도하는 것이지만, 지나친 공격적 질책이나 맥락을 벗어난 질문공세는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 실험은 위험한 측면도 있고 보완할 점도 있다. 우선 '책갈피 달러'나 '환단고기' 언급과 같은 지엽적 논란이 업무의 본질적 쟁점을 가리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의 직설적인 톤이 공직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거나, 조직 내의 사기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관료사회는 공포와 긴장만으로 지속적인 쇄신과 개혁이 어렵다. 이 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유능한 인재를 중용하고, 그들이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권한과 동기를 부여하는 내부 혁신 메커니즘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서 업무보고가 일방적 질문-답변에 머물지 않도록 국민의 실시간 질문을 국정에 반영하는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고려사항은 이 보고 방식의 지속 가능성 여부다. 대통령이 모든 보고회의에서 수백 페이지의 자료를 완벽히 숙지하며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따른다. 장기적으로는 핵심 쟁점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숙한 비판 필수적
그러나 이 대통령의 새로운 문답식 생중계 업무보고는 '국민주권정부'에 걸맞은 새로운 국정 운영 스타일임은 틀림없다.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시민 검증을 결합한 파격적인 실험이며, 국정이 더 이상 밀실에서 진행될 수 없다는 원칙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행정 과정을 시민에게 직접 공개하는 이 방식은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완전히 실현하지 못했던 길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토론식 국정 운영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했고, 문재인 정부가 넘지 못한 국정 공개의 장벽을 돌파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난 극단적 국정 난맥을 단시일 내에 바로잡으려는 자구책이기도 하다. 이를 계속 발전시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새로운 국정운영의 패턴으로 정착되도록 하고, 업무보고 때 제기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이 실제 행정 시스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국민에게 알리는 '피드백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생중계 업무보고를 보면서 그가 공공성의 원칙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이같은 철학은 모든 질문에 짙게 배어 있다. 남산 케이블카 장기 독점 문제 지적,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추궁, 지역대학 예산 불평등 질타 등에는 특정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자신의 실용 정치의 근간이 공공성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있음을 국정의 현장에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형식의 업무보고가 민주주의의 내실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려면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숙한 비판이 필수적이다. 또한, 단순한 '질문-답변'을 넘어 진정한 '국민 대화'의 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주요 안건을 사전 공개하여 국민 의견을 수렴하거나, 실시간으로 핵심 질문을 선별하여 소통하는 방식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이 시스템은 국민이 정책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1961년 5월이 되자 박정희의 신당동 집에는 군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정보기관도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었다. 5월 15일, 김종필은 군복을 입고 신당동 처삼촌(박정희) 댁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만삭의 부인에게 "내가 이 거사에서 죽더라도 그놈(자식)만은 잘 키워주시라"고 말했다.
박정희와 장태화, 김종필 등 쿠데타 주역들은 혁명 채비를 했다. 육영수는 비장한 각오로 부하 군인들과 집을 나서는 박정희에게 "근혜 숙제 좀 봐주시고 나가세요"라고 말한다. 박정희는 묶던 군화 끈을 풀고 박근혜의 그림 숙제를 도와줬다. 육영수는 박정희에게 권총을 꺼내줬고, 박정희는 현관을 나서면서 육영수에게 "내일 아침 5시 라디오를 들어보오"라고 말했다. 육영수는 박정희의 쿠데타를 알고 있었고, 그것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전두환은 1979년 12월 11일, 쿠데타를 하루 앞두고 네 아이를 불러모았다. 그리고 "어쩌면 아버지는 너희를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부인 이순자는 아이들이 아버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장남인 전재국은 "아버지가 옳다고 생각하시는 일이면 소신 있게 해나가십시오. 저희는 아버지를 믿고 신뢰합니다"라고 말했다. 전두환은 이순자에게 그날 밤 잠자리에서 "모든 일은 하늘에 맡깁시다. 사심 없이 하는 일이니 하늘의 보살핌이 있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이순자는 남편의 쿠데타를 알고 있었다.
군인들이 신당동 사택을 뻔질나게 오가는 가운데, 남편과 그의 부하들이 무슨 모의를 꾸미고 있는지 알고 있었던 육영수는 그 와중에 자녀의 숙제 걱정을 했다. 그의 걱정은 쿠데타 이후에도 꾸려갈 육아와 같은 일상적 삶이었다.
이순자는 남편이 쿠데타를 저지르고 있는 동안에 늦깎이로 입학한 자신의 대학 공부에 지장이 생길까 걱정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고문당하고 두드려 맞고 있는 와중에 이순자는 "느닷없는 10·26 사건으로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자 '나는 왜 이렇게 공부 운이 없나' 싶어 거의 울기 직전의 심정이었다. 실의에 빠진 나를 구원해준 건 남편이었다. 아예 외국어대 영어학과에 편입시험을 쳐 원 없이 공부에 몰두해보라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우린 사회적 공감 능력이 없는 상태를 '소시오패스'라고 규정한다.
박정희, 전두환은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 부인과 교감을 나눴다. 그 부인은 남편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대통령 영부인이 됐다. 윤석열의 말대로 "선거(정치)는 패밀리 비즈니스"였다. 부일장학회를 탈취해 만든 정수장학회(박정희의 정, 육역수의 수를 딴 이름)에는 그들의 '공동 통치' 철학이 녹아들어 있었다. 이순자는 남편 전두환과 함께 만든 엄청난 재산으로 평생을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살았다.
내란특검이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V0인 김건희에 대해 "김건희의 비상계엄 관여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상 계엄을 선포한 이후 "김건희와 윤석열이 심하게 싸웠고, 김건희가 되게 분노하고 '생각하고 있는 게 많았는데', '너 때문에 다 망쳤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이 김건희마저 배제시켜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봤다. 김건희의 '사법 리스크' 그 자체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김건희의 '사법 리스크'가 자신의 권력에 위해를 가하는 걸 차단하려 했다고 봤다.
법을 집행하는 특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상식적으로 김건희가 어떤 방식으로든 계엄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법은 거미줄과 같은 것이다. 거미줄은 날파리나 작은 벌레들을 잡을 수 있지만, 새는 거미줄을 뚫고 지나간다. 그리고 법은 후불제다.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할 때 법은 무력했다.
계엄 이후에야 비로소 법은 힘을 발휘한다. 김건희가 비리를 저지를 때 법은 무력했지만, 윤석열 탄핵 이후에야 비로소 힘을 발휘했다.
우린 김건희가 자신의 보좌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윤석열을 '너'라고 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건희는 대통령의 위에 있다. 대통령의 상관이다. 무려 2023년 10월부터 준비한 계엄, 아니 그 이전부터 '비상 대권' 운운하며 길길이 날뛰던 그가 친위 쿠데타를 구상했음을 김건희가 몰랐다는 게 상식적일까? 아마 그것이 내란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뿐이고, 내란죄 구성 요건을 충족시킬 증거가 없었을 뿐일 것이다. 이순자가 전두환의 쿠데타 모의를 알고 있었다는 이유로 검찰이 그를 내란죄로 단죄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일이다.
계엄을 선포한 그 날, 유독 김건희는 윤석열에게 전혀 연락하지 않았다. 아주 희한한 일이다. 마치 계엄날 김건희라는 인물이 스스로 사라져버리는 걸로 미리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는 남편과 대통령실 보좌진들과 모든 연락을 딱 끊었다. 평소 새벽까지 남편의 휴대전화와 메신저 프로그램을 만지작거리던 김건희가, 다른 일도 아니고 '비상계엄' 상황인데 남편과 소통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만들어낸 '알리바이'일까?
윤석열의 계엄은 두 가지 층위로 이루어져 있다. 사적 감정과 보복심. 그리고 그 결과로서 바란 것은 공적 권력의 독점이고 그 권력 독점은 '패밀리 비즈니스' 차원이었을 것이다. 이는 역대의 쿠데타가 말해주는 것이다.
계엄 선포 한 달여 전인 작년 11월 9일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열린 저녁 식사 자리에서 윤석열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만취한 상태"에서 이진우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한동훈을 언급하며 "내가 살면서 보면 배신을 당한다"고 말했다. 한동훈이 법무부장관 시절 김건희 사건을 처리하지 않아 그를 당 비대위원장으로 내보냈다는 주장에 신뢰를 보태준다. 윤석열과 김건희는 한동훈 후임 법무부장관을 심부름꾼처럼 수시로 연락해 검찰을 주물렀다. 핵심은 '김건희를 무혐의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윤석열은 분노와 복수의 심정으로 계엄을 준비했다. 특히 한동훈을 두고는 정치의 가장 밑바닥 언어를 동원했다. 윤석열 표현대로 한동훈이 "빨갱이"라면, 평생 윤석열 밑에서 수사하던 엘리트 검사가 '공산주의자'였단 말인가. 김건희에게 디올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왜 '수거 대상'에 포함돼 있어야 했을까.
역사를 기록할 때 우린 항상 같은 고민에 빠진다. 사적인 감정이 공적인 역사를 어떻게 뒤틀 수 있는지, 공적인 결정은 어떻게 사적인 일화들에 휘둘리는지. 1979년 박정희 시해를 다룬 두 개의 영화가 있다. <그때 그 사람들>은 블랙코미디였고, <남산의 부장들>은 느와르에 가까운 역사물이다. 윤석열 정권은 나중에 어떻게 재현될 지, 그건 예술가와 역사가들의 몫이 될 것이다. 다만 짐작할 수 있는 건 하나 있다. 윤석열 정권을 다룬 영화가 있다면 그 주인공은 아마 김건희일 것이다. 거미줄 같은 연약한 법이 할 수 없는 것을 역사와 예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인간이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김건희가 몰랐다? 아마 아무도 그걸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AI 활용 설정
▲김건희 전 코바나 대표. ⓒ대통령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체포방해 15차 공판] 재판부, 12월 26일 결심·1월 16일 선고 일정 재차 확인...방청석 생일 노래 제지 당해
김종훈(moviekjh)
AI 활용 설정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체포방해 등 사건 15차 공판에서 윤석열씨가 재판부의 신속 재판 진행 방침에 반발해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윤석열씨 체포방해 등 사건 재판부가 내란특검법의 '공소 제기 후 6개월 내 1심 선고' 조항에 맞춰 2026년 1월 16일 선고를 목표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자 윤씨는 1시간 동안 진행된 공판에서 네 번이나 마이크를 잡고 "명백한 불의타"라면서 "재고해 달라"라고 거듭 요청했다.
'불의타(不意打)'는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라는 뜻이다. 윤씨는 "갑작스러운 선고 일정 통보는 정당한 방어권 행사도 못 하게 만든다"라고 항의하면서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15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가 모두 불출석했다. 백대현 부장판사는 "이상민 증인에게 소환장을 보냈는데 본인 재판이 오늘 있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못한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며 "최상목은 연락이 안 된다. 증인신청 사유 기재된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냈는데 출석을 안 한 것 같다"고 했다.
재판부는 불출석 증인에 대해서는 오는 26일 오전 신문을 진행한 뒤, 같은 날 오후 예정대로 결심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1월 16일 선고 계획도 바뀌지 않았다.
다급해진 윤석열, 마이크 잡고 잡고 잡고 또 잡고
AI 활용 설정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체포방해 등 사건 15차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지난 16일 공판에서 백 부장판사는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 당시 윤씨 변호인단은 외신을 대상으로 계엄을 정당화하는 공보를 하도록 만들었다는 내용의 PG(Press Guidance)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언급하며, 비상계엄 선포의 불법성 여부를 다루는 내란우두머리 재판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백대현 부장판사는 "(내란특검법에 의거) 6개월 이내 최대한 종결 노력하는게 맞겠다는 판단이 있었다"면서 윤씨 쪽 주장을 물리쳤다.
"(윤씨 측이) 사정변경으로 증거제출 기회라든지 증인신청 기회를 다소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이해한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과 쟁점은 고합129 사건(내란우두머리 재판) 쟁점과 분명히 다르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 공보담당관 등에게 지시해 이뤄진 PG 내용이 당시 상황, 객관적 외부적 사실관계와 부합하느냐를 쟁점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과 관련자들 사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언행 지시가 있었는지 이런 부분을 다 판단돼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기일 재판부는 이 사건을 6개월 이내 종결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백 부장판사의 단호한 입장 표명에 윤씨 측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윤씨는 "한마디 해도 되겠냐"며 네 번에 걸쳐 마이크를 잡고 입장을 밝혔다.
첫 발언 : "공소장에는 '체포 방해'라고 돼 있다. 그런데 저희는 그게 '위법한 수색영장을 저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법리 판단뿐만 아니라 계엄 선포의 성격, 그리고 전체적인 상황의 흐름을 같이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법리 판단이 가능하다고 본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다 계엄과 관련돼 있는 거다. 지금까지는 검찰이 입증 책임을 가지고 자기들 증거만 가지고 증거조사를 진행해 왔는데 이제는 피고인 측, 변호인 측에서도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고, 그것에 대해서도 증거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거다."
두 번째 발언 : "일반 형사사건도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으니, 검찰 증거 가지고 먼저 심리와 증거조사를 하고 나면 피고인 측에서 그동안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 심리한 것에 피고인에 유리한 여러 정상이나 책임 문제를 포함해서 범죄 성립 관련된 것을 제출하면, 그걸 또 판단하는 게 모든 형사사건 공통이다. 이게 강행규정으로 6개월 안에 끝내야 하는 거라면 그건 재판을 일주일에 4일씩 해야 하는데, 다른 사건도 많아서 그렇게 못 했다. 재판 기간 동안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 가지고 증거조사를 마치고 그걸로 재판을 종료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형사재판에서 보기 어려운 것이다. 저희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고, 거기에 대해 증거조사와 심리 기회를 부여해달라."
세 번째 발언 : "헌재 판결을 보면, 전제가 됐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등이 그 이후에 많이 뒤집혔다. '국무회의가 없었다', '제대로 한 게 아니다'라고 했던 총리의 헌재 증언에 대해서도 위증으로 기소됐다. 헌재 판단 어디에도 계엄령 선포가 효력이 없다는 판단은 없었다. 계엄은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 국회의 해제 요구에 따라 효력 여부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해제한 것이다. 포고령의 위헌·위법에 대해서는 사법심사가 가능하다. 여기는 형사재판이다. 그리고 특전사가 국회 봉쇄했다고 하는데, 특전사 92명이 들어가서 마당에서 민간인을 폭행하거나 억압한 것도 없고, 철수하면서 즉각 철수했고, 시민들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간 것도 나왔다. 공소장 전제를 그대로 둔 채 형사재판을 끝낸다고 하면, 그건 다른 통상적인 재판과 비교해 봐도 피고인에게 증거를 제출하고 심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네 번째 발언 : "재판장께서도 소송지휘할 때 애초에 6개월 이내 안 될 거라고 생각하셨을 거고, 저희도 마찬가지로, 특검 입증이 끝나면 그에 따라 저희가 제출할 증거, 조사할 내용도 수집하려고 했던 거다. 그런데 지금은 (특검이) 어마어마한 분량의 기록을 그냥 던져놨다가, 나중에 철회한다고 했다. 하지만 변호인들은 실제로 그걸 다 봐야 한다. 처음부터 6개월 선고 예정 얘기가 없었다가 느닷없이 이런 결정이 이뤄진 거기 때문에, 변호인 입장에서는 하나의 '불의타'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기회를 좀 주십사 하는 거다. 재고해 주시는 것이 어떨까, 그렇게 요청드린다."
출처 입력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각종 혐의가 이미 제출된 증거로 충분히 입증됐으며 신속한 재판 원칙과 특검법 취지에 따라 구속 기간 내에 1심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고 맞섰다. 또 열람 등사 신청과 증거 인부 의견 지연 등 윤씨 측이 재판 지연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판 시작 전 방청석에 있던 윤씨 지지자가 느닷없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려다 법원 경위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18일 윤씨는 65번째 생일을 옥중에서 맞았고, 변호인은 '자녀에게 올바른 나라를 물려주려는 절박함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내용의 옥중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
2025년에는 한국에 이재명 정부가, 미국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각각 새로 출범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변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북한의 거부와 무응답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이고 또한 북한도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있어, 한반도 문제의 세 주역인 남-북-미의 새로운 조합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올 것을 기대하면서 [2025년 송년특집]을 ①북미관계 ②남북관계 ③북한 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2025년에도 북·미 대화는 열리지 않았다. 2024년에 이어 대화 없는 차가운 평화가 지속됐다.
4년 만에 백악관을 다시 차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인적 친분을 앞세우며 꾸준하게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으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결과가 불확실한 북미대화 재개보다는 ‘핵억제력 강화’와 ‘진영 외교’에 몰두했다.
다만,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앞두고 북한 내에서 대화 재개에 대비하는 동향이 일부 포착된 것으로 밝혀졌다. 내년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워싱턴과 모스크바 등에서는 종전 협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전쟁의 향방과 함께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주목된다. 북미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취임’에서 ‘북한군 파병 확인’까지
북한의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사진-노동신문]
1월 6일 북한은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극초음속미싸일체계는 국가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태평양지역의 임의의 적수들을 믿음직하게 견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월 20일(아래 현지시간) 취임식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그는 핵보유국(nuclear power)”이지만 “우리는 잘 지냈다. 그는 내가 돌아온 걸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뒤 [폭스뉴스]로부터 ‘그에게 연락해보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와 잘 지냈다”며 “그는 광신자(religious zealot)가 아니”고 “똑똑한 사람”(smart guy)이라고 치켜세웠다.
1월 26일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해상 대 지상 전략순항유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사진을 내보냈다. 사흘 뒤에는 김 위원장이 “핵물질생산기지와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알렸다.
2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일본 총리와의 공동회견에서 “우리는 북한과,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미일 정상 공동성명」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해결 필요성,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확인했다.
2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통화하고 ‘하루빨리 전쟁을 끝내자’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3년’(2.24)을 앞두고 종전협상을 본격화한 것이다.
취임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 갈무리-PBS 유튜브]
3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계기에 기자로부터 ‘가까운 시일 안에 김정은과 연락할 계획이 있는가’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나는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우리는 어느 시점에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4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은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을 거론하며 “긴장성과 불안정성은 이미 위험수위를 훨씬 넘어섰다”고 밝혔다. “미국이 계속하여 군사적 힘의 시위 행위에서 기록을 갱신해나간다면 우리도 마땅히 전략적 억제력 행사에서 기록을 갱신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것은 정당한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4월 27일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비해 전·현직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비공개 토의’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미국 당국자’는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헌법에 명문화하는 등 “오늘 우리는 (1기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으로부터 보고 받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크렘린궁]
이 즈음 러시아와 북한이 ‘북한군 파병’과 ‘쿠르스크 전투 참가’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4월 26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쿠르스크 국경 지역 해방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들이 참가했음을 지적하고 싶다”면서 “이들은 양국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조약에 따라 우크라이나 침략군을 격퇴하는 데서 중요한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비슷한 성명을 발표했다.
4월 28일 푸틴 대통령이 “조선인민군 부대는 우리 영토에 침입한 키예프 정권의 신나치 부대를 격퇴하는 데서 적극적 역할을 했다”며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 북한의 전체 지도부와 인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대조국 승전 8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5월 8일 0시부터 11일 0시까지 휴전(ceasefire)을 선포한다”면서 “이 기간 동안 모든 군사작전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28일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모스크바와 키이우 양측에 종전 협상에 동의하라는 압력을 강화하는 데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브라이언 휴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분쟁 중단 의지를 환영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구적 휴전을 바라고 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하이퍼 전략’과 북·중·러 정상의 ‘톈안먼 회동’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구사하는 새로운 대외정책 기조를 ‘하이퍼 전략’(hyper strategy)이라 개념화했다. “북한이 일부 강대국과 유사한 행태를 과시하면서 이익 팽창에 나서는 적극적 정책”이고 “북한이 하이퍼 전략을 가동하게 된 것은 사실상 핵무장을 완성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동한 결과”라고 봤다.
그는 “2025년 4월 북한이 처음으로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으로 인정한 것은 하이퍼 전략 추진을 위한 여건 조성”이고 “10월 노동당 창건 80돌 행사에 중·러 2인자를 초청하고, 베트남 등 여러 국가의 대표단을 맞이한 것도 외교 차원에서 하이퍼 전략을 행동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군 파병’ 확인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시도는 이어졌다.
6월 11일 ‘미국 정부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 외교관들이 수령을 거부했다’는 보도 관련,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서신교환에 열려 있으며, 그는 첫 임기 때 여러분이 2018년에 취재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진전을 보고 싶어 한다”고 확인했다.
조셉윤 주한 미국대사대리. [사진-헌정회]
6월 27일 헌정회 오찬에 참석한 조셉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정상회담을 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으로부터 특별히 무언가를 약속받지 못한 상황에서 회담에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7월 29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북한의 정리된 입장을 밝혔다.
미국을 향해 “지금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고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에 있어서 또한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인정”을 요구하면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요구했다.
“강세한 핵 억제력의 존재와 더불어 성립되고 전체 조선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최고법으로 고착된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여지를 남겼다.
8월 12일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가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로간 조약의 정신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며 앞으로도 로씨야 지도부가 취하게 될 모든 조치들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8월 14일 김여정 부부장은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미한합동군사연습을 통해서도 다시금 한국의 적대적 실체가 의심할 여지없이 확인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충성스러운 하수인이고 충실한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곧 열리게 되는 로미 수뇌회담에서 미국측에 보내는 우리의 의중이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는 억측을 내놓았는데 바로 허황한 꿈을 꾸고 있다는 대표적 실례”라며 “우리가 미국측에 무슨 리유로 메쎄지를 전달하겠는가”라고 일축했다.
알래스카에서 만난 미국과 러시아 정상. [사진 갈무리-팜비치포스트 유튜브]
8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앨먼도프-리처드슨 공군기지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6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소인수회담, 공동 회견, ‘소련 조종사 묘’ 헌화 뒤 귀국길에 올랐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성공적인 날이었다!”는 SNS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끔찍한 전쟁을 끝내는 최선의 방안은 평화협정으로 직행하는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조만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이 잘 되면 푸틴 대통령과 다시 만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8월 25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제 분쟁에서 ‘피스메이커’ 역할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운 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달라”며 “김정은도 만나시고”라고 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은 일”이라며 “추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올해 안에 그를 만나고 싶다”고 토로했다. 특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만남을 추진해보자는 얘기가 오갔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의 눈길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8월 28일 오후 훙레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 승리 80돌'(전승절) 행사에 외국 국가원수와 정부수반 26명이 참석한다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2번째로 “조선노동당 총비서, 국무위원장 김정은”을 호명했다. 시진핑 주석 좌우에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나란히 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텐안먼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지켜보는 북중러 정상. [사진-노동신문]
9월 3일 오전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오른 북중러 정상이 중국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지켜봤다. 미국 [CNN]은 “미국 주도 세계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나라가 미국에 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이날 오후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같은 차를 타고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이동한 뒤 정상회담을 가졌다. 4일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시 주석은 “중조는 운명공동체이자 서로 돕는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지”라고 밝혔다.
3국 사이의 좋은 분위기는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80돌 열병식’으로 이어졌다. 9월 28일 최선희 외무상의 방중에 이어 10월 9일 리창 국무원 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방북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도 평양을 찾았다.
10월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윤봉희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직무대리는 “이번에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북중러 연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재래식 전력 현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우선주의’ 내세운 트럼프, 중·러와는 타협?
1기 때보다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MAGA)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4월 거의 모든 국가에게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자유무역질서’를 와해시켰다. 그러나, 대두 수입 중단과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강경하게 맞선 중국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자, 타협 쪽으로 돌아섰다.
9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방금 시 주석과 매우 생산적인 통화를 마쳤다”면서 “무역,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필요성, 틱톡 협상 승인 등 매우 중요한 문제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또한, 경주 APEC 때 시 주석과 만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해공항 나래마루에서 만난 미중 정상. [사진-중 외교부]
우여곡절 끝에 국빈 방한한 두 정상은 10월 30일 부산 김해공항 공군 기지 내 ‘나래마루’에서 만나 ‘무역 갈등 완화’에 합의했다. 6년 4개월만의 대면 회담이다.
귀국길 약식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 유예하고 펜타닐 미국 유입을 차단하며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성과를 자랑했다. 두 정상의 상호방문 얘기도 나왔다고 밝혔다.
11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시 주석이 ‘내년 4월 베이징에 오라’ 초청했고 나는 수락했으며, 답례로 내년 중 미국에 국빈으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매우 좋은 통화”였고 “중국과 우리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강하다!”고 밝혔다.
이틀 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만 관련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이룩한 ‘데탕트’가 대만을 둘러싼 마찰로 인해 위험에 빠지는 걸 바라지 않았다고 알렸다.
미·중 관계를 봉합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끝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11월 23일 마르코 루비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겸 국무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회담 직후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을 밝혔다. 3주 전부터 문서화 작업을 통해 “기본적 문서를 만들었다”고 알렸다.
11월 25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메시지.
25일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이 초안한 28조항 평화계획은 양측의 추가 의견을 반영하여 세부 조정됐으며 이제 몇 가지 이견만 남았다”고 확인했다. “이 평화 계획을 마무리하기 위해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더러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도록 지시했으며, 동시에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이 우크라이나 측과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종전 시한으로 잡았던 11월 27일은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적어도 3개의 난제가 남아 있다며, △돈바스 영토 문제,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 병력 규모, △안전 보장과 관련된 나토(NATO) 가입 문제라고 짚었다.
12월 2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4시간 넘도록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논의했다.
12월 9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더러 ‘며칠 내에 답하라’고 다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전날 [폴리티코]와 인터뷰한 트럼프 대통령은 “공은 그(젤렌스키)에게 넘어갔고, 그가 패배하고 있으므로 이것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12월 1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 가까워졌다”며 기대감을 키웠다. [CNN]과 인터뷰한 ‘미국 당국자들’은 쟁점 90%가 해결됐지만 영토 문제가 여전히 난제이고, 안전보장 방안과 우크라이나 재건 문제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시기를 점치기는 이르지만, 이 전쟁이 끝난다면 북미 대화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이 전쟁에 참가한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지가 또다른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러면 북미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구애에도 불구하고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은 재연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도 “가능성은 낮다”고 했으나, 마지막까지 기대를 접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볼만한 동향이 일부 포착됐기 때문이다.
11월 4일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은 “APEC 계기 북미정상회동은 불발되었으나, 북한이 물밑에서 대화에 대비해온 동향이 다양한 경로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이성권 정보위 간사가 전했다.
9월 김정은 위원장의 ‘조건부 북미대화 시사’ 발언 이후 북한이 명시적인 ‘핵무장’ 발언을 자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때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로의 출국을 막판까지 고심했던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갖고 있으며 향후 조건이 갖춰지면 미국과의 접촉에 나설 것”이라고 국가정보원이 판단하고 있다고 이성권 간사가 전했다.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박선원 정보위 간사도 “국정원에서는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확인했다.
“북한이 미국 내 대북 일꾼들 등에 대한 정보를 최근 들어 많이 축적하는 것이 하나의 증거”라며 “러시아와의 밀착,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북미관계를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3월 한미연합훈련 이후 (...) 북미정상회담도 추진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문제는 ‘조건’이다. 지난 9월 하순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한·미의 메시지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인다.
지난 11월 14일 공개된 「한미 공동설명자료」는 “양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11월 24일 공개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서는 북핵은 물론이고 북한에 대한 언급 자체가 빠졌다.
지난 2일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연설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지난 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출범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핵 없는 한반도를 추구하며,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6개월 동안 미국발 관세폭탄 대처에 고심했던 이재명 정부는 내년에는 북미-남북대화 재개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은 회복을 넘어 도약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면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하여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남북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미국과의 협의를 위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한 위 실장은 “상대적으로 보면 남북보다는 미북에 대한 가능성이 조금 더 열려 있다”며 “지난 번 경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미북 정상 간 접촉에 관한 기대를 갖고 계신 걸 알 수 있다”고 밝혔다.
[1문1답] 미국 국가안보전략(2025NSS) 관련 김준형 의원 인터뷰
중국·북한 지운 자리, 실리만 챙기는 ‘불량 제국’
‘제1도련선’과 한국 운명, ‘첨병’으로 전락하나
자주권 잃으면 ‘소모품’ 될 뿐... 자주 외교 절실
김준형 의원은 미국의 ‘2025 국가안보전략(NSS)’을 한마디로 “짬뽕”이라 일갈했다. 군부 의견과 대통령 생각이 부딪히는 대목을 빼고 억지로 짜 맞추다 보니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이 문서를 패권 한계에 부딪힌 미국의 “강제된 철수”를 기록한 결과물로 분석했다.
중국·북한 지운 자리, 실리만 챙기는 ‘불량 제국’
이번 전략서에서 중국을 ‘중대한 위협’이라 부르던 표현과 ‘조선’(북한) 언급이 사라졌다. 김 의원은 내년 4월 타결을 목표 삼아 중국과 손잡으려는 트럼프의 실계산이 작용했다고 보았다. 트럼프는 적대국보다 “동맹국과 우방국”이 미국을 망쳤다고 본다. 김 의원의 진단이다.
김 의원은 미국이 세계 경찰 자리를 내려놓는 현상을 ‘천하삼분지계’라 칭했다. 유럽은 러시아가, 아시아는 중국이, 남미는 미국이 갖는 구도다. 김 의원은 이를 “자발적 축소”가 아닌 “강요된 철수”라며 미국의 패권 후퇴를 명확히 했다. 동시에 미국은 가치나 안보보다 돈벌이에만 매달리는 “약탈하는 제국주의, 불량 제국”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1도련선’과 한국 운명, ‘첨병’으로 전락하나
김 의원은 ‘제1도련선’ 사수 전략이 한국에 위험하다고 보았다. 전략 무대를 국경으로 좁히려는 트럼프에 맞서 미국은 동맹 도움을 받아 이 선을 지키겠다는 타협안을 냈다. 김 의원은 “한국을 중국을 막는 첨병으로 만들겠다는 게 지금 미국의 생각”이라며 미국이 한국에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작전권은 주지 않으려 한다고 폭로했다.
자주권 잃으면 ‘소모품’ 될 뿐... 자주 외교 절실
김 의원은 “중국은 한국이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질까에 가장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자주권을 보여주지 못하면 결국 “미국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김 의원은 트럼프 시대를 역이용해 미 군부의 강경책을 누르고 한반도 운신 폭을 넓히는 자주 외교에 당장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문1답] 미국 국가안보전략(2025NSS) 관련 김준형 의원 인터뷰
Q1. 중국을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 규정했던 문구가 왜 빠졌을까요?
트럼프 당선인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되었습니다. 미국은 내년 4월을 중국과 협상을 마무리할 시점으로 잡고 있습니다.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등이 협상을 앞두고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상황을 피하려 문구를 바꾼 것입니다. 트럼프는 미국을 망친 주범이 적대국보다 오히려 “무임승차하는 동맹국과 우방국”이라 믿으며, 이런 세계관이 전략서에 그대로 투영되었습니다.
Q2. ‘제1도련선’ 강조의 의미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미국 군부는 전략 무대를 미국 국경으로 축소하려는 트럼프 구상에 반발하며, 동맹 도움을 받아 이 선을 사수하겠다는 타협안을 냈습니다. 이는 결국 한국과 일본 자산을 이용해 중국 부상을 막겠다는 속내입니다. 군부가 주장하는 ‘현대화’는 한국을 중국을 막는 “첨병(앞잡이)”으로 세우겠다는 의도이며, 우리에게 더 많은 비용과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작전권은 넘겨주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Q3. 미국 전략 중심축이 아시아에서 남미로 이동했다고 보면 될까요? ‘천하 삼분지계’를 결심했다고 봐야 할까요?
트럼프 구상 속에는 유럽은 러시아, 아시아는 중국, 남미는 미국이 관리하는 분할 구도가 들어 있습니다. 특히 남미를 미국의 확실한 세력권으로 묶어 에너지를 확보하려는 “트럼프식 먼로주의”가 선명합니다. 하지만 이는 평화로운 공존이 아니라, 미국이 감당하지 못하는 지역에서 손을 떼는 “강요된 철수”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Q4. 세계 경찰 지위를 내려놓았는데, 미국이 패권을 포기하고 다극 질서를 수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는 이를 자존심 상하는 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실리적인 거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평화로운 다극 체제로 편입이 아닙니다. 가치나 명분을 버리고 동맹 자산을 빨아먹으며 힘을 휘두르는 “약탈적 제국주의, 불량 제국”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입니다. 미국 내부에서도 군부를 중심으로 이런 구상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습니다.
Q5. 트럼프 1기 전략서와 달리 ‘조선’(북한) 언급은 왜 빠졌을까요?
비핵화 딜레마를 피하려는 계산입니다. 북한을 언급하면 비핵화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하는데, 이는 향후 트럼프가 북한과 벌일 직접 협상에서 카드를 미리 버리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협상력을 온존하기 위해 일부러 지운 것으로 보입니다.
Q6.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베네수엘라 대응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돈이 계속 들어가는 상황을 끝내고 자기가 “피스메이커”라는 명성을 얻기 위해 조기 종료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입니다. 중동은 에너지 자립과 이란 핵 억제를 명분 삼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어냈습니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남미 세력권 확보와 에너지 공급원 확보를 위해 “특수 작전” 같은 방식으로 정권 교체를 압박할 가능성이 큽니다.
Q7. 장사꾼 트럼프가 경제적 이익만 따지기에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해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념이나 안보로 싸우지 않기에 미·중 간 고강도 전쟁 위기는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힘을 가지고 돈벌이를 하는 무대”로 세계를 봅니다. 평화주의자가 아니라 힘만큼 뜯어내겠다는 “불량 제국주의자”이기에, 저강도 충돌과 동맹에 대한 경제적 약탈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Q8. 결론적으로 동아시아 전쟁 위기는 높아진 걸까요, 낮아진 걸까요?
남북 간이나 미·중 간 전면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봅니다. 트럼프는 고강도 갈등을 피하려 하며, 일본 재무장 등도 미국 돈이 안 드는 범위 내에서만 용인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국을 대중국 견제용 소모품으로 쓰려는 미 군부의 압박은 여전합니다.
Q9. 2025NSS가 대미 관세 협상과 안보 협상에 미칠 영향은?
NSS 자체가 구체적인 지침이 되기보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각개격파식 양자 협상” 기조를 확인해 줍니다. 관세는 안보 전략보다 법원 판결이나 이자율 등 경제 변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입니다. 안보는 한국이 북한을 막고 자기는 중국을 막겠다는 군부 구상 아래, 더 많은 무기 구매와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근거로 쓰일 것입니다.
Q10. 미국이 남미에 집중하면 한국은 주권 국가로서 입지가 넓어진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운신 폭을 넓힐 배경은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스스로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틀에 갇혀 자율성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중국조차 한국이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는지 의심하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자주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미국 실무진 요구만 따른다면, 주권 행사는커녕 미국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소모품으로 전락할 뿐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벤처’를 국가 전략 중심으로 설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30년까지 AI·딥테크 스타트업 1만 개 육성, 유니콘·데카콘 50개 창출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 목표가 현실화되도록 연간 벤처투자 40조 원 시장을 만들고 이른바 K-벤처 성장을 뒷받침할 제도 혁신도 추진할 계획이다.
AI·딥테크 스타트업 전폭 지원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
이재명 정부가 벤처를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아 5년 안에 인공지능(AI)과 심층기술(딥테크) 중심의 벤처·스타트업 1만 개를 국가 성장의 주역으로 키우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 AI·딥테크 스타트업 1만개 육성 ▲ 유니콘·데카콘 50개 창출 ▲ 연 40조 원 규모의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 진입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확보 예정인 5만 장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운데 일부를 벤처·스타트업의 연구개발과 실증에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첨단 제조 등 6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개편해 오는 2030년까지 AI·딥테크 스타트업 1만 개를 육성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창업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도’를 ‘창업·혁신제품 공공구매’로 개편해 벤처·스타트업이 공공시장(B2G)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다.
국내에서 성장한 벤처·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쿄,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 주요 혁신 거점에 스타트업·벤처 캠퍼스를 구축한다.
글로벌 한인 창업가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빅테크 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AI 활용 설정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 인포그래픽. 자료 : 중소벤처기업부
벤처 생태계의 숨통을 틔워 줄 자금 공급에도 심혈을 기울여
한편 이재명 정부는 벤처 생태계에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투자 시장을 연 40조 원 시장으로 만든다.
‘차세대 유니콘 발굴·육성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기업당 최대 1000억 원 규모의 단계별 투자·보증으로 2030년까지 13조 5000억 원을 지원하고,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한 대규모 후속 투자와 금융 지원도 지속한다.
현재시장조사 전문기관 ‘CB 인사이트’의 기준에 따라 유니콘 기업을 분류하는데 중기부는 국내 현실을 반영한 자체 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모태펀드에 연기금·퇴직연금 전용 국민계정을 신설하고, 모태펀드가 손실을 우선 부담하도록 했다. 또한 운용의 투명성과 전략성을 높이기 위해 범부처가 참여하는 모태펀드 운용위원회를 구축한다.
금융 규제를 벤처출자 친화적으로 개편해 민간 자본 참여를 확대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는 정책펀드 출자 시 위험가중치 적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증권사는 대형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비상장 벤처투자를 포함한 모험자본의 의무공급을 추진한다.
모태펀드를 마중물로 3조 5000억 원 규모의 지역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일반 모태자펀드에도 지역투자 의무비율과 인센티브를 도입한다.
혁신벤처의 공공시장 진출 경로도 넓힌다. 창업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도를 벤처기업의 제품·서비스까지 확대해 중·후기 벤처의 공공시장(B2G) 진출을 촉진한다.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도쿄·싱가포르·런던·뉴욕 등 주요 혁신 거점에는 종합지원센터인 스타트업·벤처 캠퍼스를 구축하고, 서울에는 글로벌 창업허브를 조성해 국내외 벤처 생태계의 연결을 강화한다.
AI 활용 설정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18. 연합뉴스
제도 혁신을 통해 인재 유입과 기업 성장을 촉진
혁신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 인정 범위를 중견기업까지 확대한다.
복수의결권 제도를 합리화해 지배구조의 선진화와 경영 유연성을 높이고, 벤처기업 스톡옵션은 이사회 결의로 부여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시가 미만 한도를 5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확대한다.
선배 벤처기업과 창업가가 후배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배 벤처펀드’도 조성한다.
벤처 주간을 법제화하고 ‘벤처 명예의 전당’을 신설하는 한편, 매출 1000억 원 달성 기업을 ‘벤처
마일스톤 클럽’으로 브랜드화해 벤처 성과를 국가적 자산으로 확산한다.
세제 인센티브도 대폭 강화한다. 피투자기업 업력 제한을 7년에서 10년으로 완화하고, 법인의 벤처모펀드 출자 세액공제율을 확대한다.
중소벤처기업 인수·합병(M&A) 플랫폼을 고도화해 발굴·자문·금융을 종합 지원하고, M&A 보증 규모를 2030년까지 2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AI 활용 설정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 인포그래픽. 자료 : 중소벤처기업부
재도전 창업가와 지역 참여를 늘려 창업 생태계를 확장 구축
지역과 사회 전반으로 혁신의 저변도 확장한다. 재도전 정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재도전 응원본부’를 신설하고 전국 19곳의 지역별 재도전 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재도전에 친화적인 문화를 확산한다.
2030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재도전 펀드를 조성하고, 보증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창업자의 재창업 신설법인에도 기술보증을 신설한다.
소셜벤처 분야에서는 임팩트 펀드를 통해 안정적인 투자자금을 공급하고 매년 1500억 원 이상의 임팩트 보증을 지원하며, 팁스(TIPS) 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스타트업을 10% 우선 배정한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벤처 4대 강국으로의 도약은 우리나라 미래와 생존이 걸린 시대적 과제”라며 “앞으로 구축될 AI 고속도로에서 탄생할 차세대 유니콘의 성패가 내수 의존성을 넘어선 글로벌 확장 역량과, 고난도 딥테크 난제를 돌파하는 기술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