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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오전 10시 투표율 11%…지난 지선보다 2.3%p 높아

투표율 최고 대구 13.7%, 최저 광주 7.3%…사전투표 합산 전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6.06.03. 10:06:42

제9회 동시지방선거 투표율은 3일 오전 10시 기준 11%로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까지 전체 유권자 4464만 9908명 중 490만 8603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동시간대 투표율 8.7%보다 2.3%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의 투표율이 13.7%로 가장 높다. 그 뒤는 강원 13.3%, 경북 13.1% 등이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광주로 7.3%다.

지난달 29~30일 진행된 사전투표 투표율은 23.51%였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광주 33.9%. 가장 낮은 곳은 대구 18.7%였다. 이는 오후 1시부터 투표율에 합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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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날 선거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유권자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관할 투표소를 방문하면 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인천 연수구 선학초등학교에 마련된 선학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줄을 서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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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박민식 와 안 합쳤노" 단일화 어그러진 부산 북갑, 민심 '복잡'

[르포] 보수 유권자들 '하정우 어부지리' 우려...세 후보 당선 가능성 놓고 갑론을박

26.06.02 23:22최종 업데이트 26.06.03 08:58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하정우 부산 북구갑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뉴코아아울렛 덕천점 앞에서 열린 으랏차차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하정우 부산 북구갑 후보의 지지자들이 2일 오후 부산 북구 뉴코아아울렛 덕천점 앞에서 열린 으랏차차 유세에서 연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대교 사거리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시민들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다.유성호

'무소속 한동훈'과 '국민의힘 박민식'으로 갈라진 보수 표심이 선거 막판 소용돌이치고 있다. 6·3 부산 북갑 보궐선거 최대 변수였던 보수 야권 단일화가 어그러진 상황에서 두 정치인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민심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종잡을 수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맹공을 퍼붓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가 어부지리를 얻을 거란 예상과, 어부지리 승리를 민주당에 넘겨선 안 된다며 '당선될 사람'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민심 단일화' 분위기가 혼재했다.

부산 북갑에 속하는 구포·덕천동은 상대적으로 보수 지지세가 강하고, 만덕동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는 주거 지역이다. <오마이뉴스>는 본투표 하루 전날인 2일 부산 구포·덕천동 일대를 돌며 주민·상인들을 만나 보수 단일화 무산 이후 민심을 들어봤다.

울먹인 하정우 "우리 아이들의 미래 위해 꼭 이기겠다" ⓒ 유성호

"나는 한동훈, 둘째 아들은 하정우, 셋째 아들은 박민식"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젊음의 거리 인근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와 함께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자들이 2일 오후 부산 북구 젊음의 거리 인근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서 연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자들이 2일 오후 부산 북구 젊음의 거리 인근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서 연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유성호

"한동훈이랑 박민식이는 와 안 합쳤노!"

부산으로 시집 와 한평생 국민의힘 계열 정당을 찍어왔다는 덕천동 주민 박아무개(80·여)씨는 보수 단일화가 무산된 상황에서 "한동훈이 되지 싶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동훈, 둘째 아들은 하정우, 셋째 아들은 박민식"을 지지한다는 박씨는 "되는 쪽으로 밀어줘야지, 표 안 썩히고 한 표라도 살릴 거면 한동훈이 밀어줘야지"라고 말했다. 박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한 후보를 뽑아 보수 표가 사표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보수 단일화 무산 이후 한 후보 지지를 굳힌 이들에겐 지역 연고나 '외지인' 이미지 등이 더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덕천 젊음의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한 여성은 "한동훈이 내 물건을 많이 팔아줬다"라며 "우리 아파트 사는 사람들 (한동훈 뽑으라고) 몇 명 잡아놨다"라고 말했다. 구포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채아무개(68·여)씨도 "한동훈이 (출마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그만큼 열심히 뛰는 사람 없다"라며 "(당선) 가능성은 한동훈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채씨는 최근 부산 북갑 여론조사 추세를 언급하며 "박민식이가 단일화해서 한동훈이 밑으로 들어가면 부산이 살 텐데"라며 "사전투표도 끝났고 내일 본투표인데 (단일화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 박민식이가 좀 뒤처진다고 봐야 하는데 안타깝지"라고 말했다.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는 앞서 유세 도중 "엉터리 여론조사는 보이스피싱 같은 것"이라며 "박민식에게 가는 표심을 훔쳐 가려는 나쁜 조작"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흰옷을 입고 전국에서 몰려든 한 후보 지지자들의 세몰이도 주민들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구포시장 상인 박아무개(64·여)씨는 "팬덤이 중요하다"라며 "경기·서울 등 전국에서 다 오니까 아무래도 한동훈이 될 가능성이 많다"라고 봤다. 구포시장에서 20년째 도자기 장사를 하는 곽아무개(60·남)씨도 "외지 사람들이 와서 시장에 다니니까 북구도 활기가 생긴다"라며 "난 골수 보수지만 한동훈이 돼서 국민의힘이 개편돼야 한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젊음의거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성아무개(60대 초반·여)씨도 "여긴 박민식이 찍어줘야 한다는 분위기인데 나는 계속 설득을 당하다 보니 한동훈 쪽으로 마음이 굳어졌다"라며 "하얀 옷 입은 사람들이 설득했다. 지들이 판교에서 왔다, 서울에서 왔다 하면서 한동훈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자꾸 얘기하니까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가 싶더라"라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를 지지한다면서도 이번 선거에선 누굴 뽑아야 할지 고심하는 이도 있었다. 구포시장에서 양말 장사를 하는 김아무개(80·여)씨는 "누굴 찍을까?"라고 기자에게 연신 물었다. 김씨는 "한동훈이 찍어줬는데 (다른 데로) 가뿌면 그만이라 (뽑아주면) 안 된다 카는 사람도 있고, 박민식이는 찍어줘야 하는데 여론조사가 많이 떨어지데"라며 "박민식이는 표가 적어서 안 됐더라"라고 말했다.

이날 박 후보 유세를 지켜보고 있던 양아무개(60대 초반·여성)씨는 "내일 투표할끼라"라며 "아무래도 박민식이가 북구 사람이니까 내 소신대로 국민의힘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구포동에 산다는 양씨는 "내가 박민식 찍어도 당선은 안 되겠지만 지금은 국민의힘에 힘을 불어 넣어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박민식 "북구 발전 이룰 진짜배기 북구 사람은 나뿐" ⓒ 유성호

"전재수도 잘 하고, 대통령도 잘 하는데... 하정우가 될 것"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에게 찰밥 도시락을 건넨 김복악 할머니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공영주차장 인근 쌈지공원에서 열린 한 후보의 피날레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지지자들이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공영주차장 인근 쌈지공원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연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지지자들이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공영주차장 인근 쌈지공원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연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유성호

이처럼 보수 표심이 분열된 상황에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은 여야 지지층모두에서 나왔다. 젊음의거리에서 꽈배기집을 운영하는 김재훈(50대 후반·남)씨는 "하정우가 된다고 본다"라며 "(한동훈 지지자들이) 원체 세가 있으니까 좀 불안하긴 하지만 하정우가 무난하게 이기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도층이 다 한동훈한테 간다면 몰라도, 지금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도 잘하고 대통령도 잘하는데 그럴 수가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구포시장 인근에서 노점을 하는 국민의힘 지지자 홍아무개(71·여)씨도 "(박민식으로) 단일화했으면 1번(하정우)이 안 되고 2번(박민식)이 확실히 이겼을 건데 지금 (후보가) 3명이라 내일 표를 까봐야 알 것 같다"라며 "하정우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인터뷰에 응한 곽씨도 "부산시장은 전재수가 되더라도 북갑은 한동훈이 돼야 한다"라면서도 "(하정우가 당선될 가능성을) 50% 이상 생각하고 있다"라고 했다.

한 달 전까지 누굴 뽑을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구포시장 상인 최아무개(80·여)씨는 "구포시장에 한동훈 뽑겠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나는 1번(하정우) 찍을 거야"라며 "아직까지 대통령이 잘하고 있고 선거 공보물을 보니 북구 발전에 제일 도움 될 사람이 하정우 같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날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선거운동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한 후보 지지자들은 흰 우비를 입고, 하 후보 지지자들은 파란 우비를 입고, 박 후보 지지자들은 흰 우비 안에 빨간 옷을 입고 온종일 길거리 유세를 했다.

한동훈 "북구의 아들로 남겠다... 저를 버리지 말아달라" ⓒ 유성호

하정우 "눈물 난다, 꼭 이길 것"...박민식 "진짜배기 북구 사람"...한동훈 "보수 재건"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대교 사거리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어머니, 이모와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젊음의 거리 인근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서 김민전 의원과 함께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공영주차장 인근 쌈지공원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본투표를 하루 앞둔 만큼 세 후보도 막판 표심 잡기에 집중했다. 박 후보는 이날 부산 덕천초 앞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유세를 했고, 하 후보는 구포대교 사거리에서, 한 후보는 구포시장 인근 쌈지공원에서 각각 마지막 유세를 벌였다.

하정우 후보는 이날 마지막 유세에서 "구포시장에 가서 처음으로 수많은 분들과 만나는 상황을 겪다 보니 미숙한 점도 있었고 그것 때문에 논란도 많이 됐다"라며 "그걸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주민들과 지지자들이 격려해 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눈물이 좀 난다. 지지자들의 빚을 갚기 위해 저는 꼭 이겨야겠다"라고 호소했다.

박민식 후보는 이날 마지막 유세에서 다른 후보들을 향해 "북구에서 일 하나 해본 적 없고 북구에 살아본 적도 없고 침 한 방울 튀긴 적 없는 떴다방 후보들이 무슨 북구 발전을 이룩할 수 있겠나"라며 "북구에서 일해본 진짜배기 북구 사람은 박민식 후보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후보는 이날 마지막 유세에서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박살 내고 장동혁 당권파가 퇴행시키고 있는 보수를 재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권파 일부가 이상한 얘길 하면서 흑색선전을 투표 하루 전에 퍼뜨리고 있다"라며 "승리해서 보수를 재건하고 대한민국을 바꿀 것"이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하정우 부산 북구갑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뉴코아아울렛 덕천점 앞에서 열린 으랏차차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젊음의 거리 인근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선거 막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유성호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2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대교 사거리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시민들의 연호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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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선에 숨은 ‘차기 대권’…여야 전략통이 짚었다

성한용기자

  • 수정 2026-06-03 09:05

민주당, 8월 전당대회 정청래-김민석 격돌 예고

국민의힘, 장동혁 체제 둘러싸고 갈등 격화할 것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1,2,3,4가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직원이 기표용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는 여야 정당 내부 권력 구도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여야 중량급 인사의 당락은 당내 역학 구도 변화는 물론 향후 대선 구도까지 가늠해볼 수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모든 길은 차기 대통령 선거로 통한다. 정치인의 운명도 차기 대선 가능성과 연결 지어 해석하면 과히 틀리지 않는다. 22대 대통령 선거는 2030년 3월27일이다. 대선 2년 전인 2028년 4월12일에는 23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한다.

이번 선거에 숨어 있는 차기 대선 코드를 읽어내기 위해 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전략통 몇 사람에게 의견을 들었다.

민주당의 관심은 선거 한참 전부터 8월 전국당원대회에 쏠려 있었다. 지난해 8·2 임시 전국당원대회는 이재명 전임 대표의 잔여 임기를 채울 정청래 대표를 선출했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곧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민주당 차기 대표 경쟁이 뜨거운 이유는 다음 대통령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통령이나 민주당 대표를 하지 않았다면 대통령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누구든 8월 전국당원대회에서 대표가 되고 23대 총선에서 승리하면 차기 대통령 자리를 예약하는 셈이다.

대표 출마 예상자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사람들은 정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인영 의원 등 꽤 많다.

지금은 정 대표와 김 총리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를 ‘친청(친정청래) 대 친명(친이재명)’ 대립으로 읽는 사람도 있고, ‘친청(친정청래) 대 친석(친김민석)’ 대립으로 읽는 사람도 있다.

정 대표는 전북지사와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하면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김 총리는 선거 직후 그만둘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난해 8월 박찬대 의원을 대표로 밀었던 민주당 의원들은 김 총리가 대표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 대통령이 개입할까? 지난해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떨까? 지난 5월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 개입 논란이 불거진 것처럼 이번에는 ‘명심’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대표는 결국 당원들이 선출한다. 누가 ‘당심’을 잡느냐로 승부가 갈린다. 명심도 당심을 이길 수는 없다.

대선주자로 가는 길이 대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뽑히는 광역단체장 임기는 2030년 6월30일까지다. 광역단체장으로 일을 잘하고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면 2030년 3·27 대선에 곧바로 출마할 수 있다.

이번 선거 당선을 전제로 민주당에서는 김부겸 대구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추미애 경기지사 등을 대선주자급으로 본다. 여기에 정원오 서울시장, 전재수 부산시장 등 당선 이후 대선주자급으로 올라설 정치인들도 많다. 선거 이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합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민주당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6·3 선거 뒤 더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을 것 같다. 장동혁 대표가 선거 승리를 선언하려면 국민의힘이 초경합지로 분류한 서울, 부산, 경남, 강원, 충남 다섯곳 가운데 과반은 이겨야 한다. 현실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더구나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나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장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장 대표의 버티기다.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면 강제로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다. 최고위원 과반 사퇴로 인한 지도부 붕괴도 불가능하다. 국민의힘 지도부에 비당권파는 우재준 최고위원 혼자다.

장 대표는 어떻게든 버텨내면 차기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2020년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장 대표에게는 반면교사다.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두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강성 지지층과 ‘윤 어게인’ 세력에 휘둘리며 질질 끌려갈 가능성이다. 둘째, 붕괴하며 분열할 가능성이다. 둘째보다는 첫째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에는 절대권력자가 없다. 원로들도 힘을 쓰지 못한다.

붕괴와 분열은 길게 보면 나쁜 시나리오가 아니다. 무너져야 다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보수 언론은 국민의힘이 윤 어게인에서 벗어나 집권 가능한 새로운 보수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주문할 것이다. 한동훈 부산 북갑 후보가 당선되면 그 중심에 설 수 있다. 만약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되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이 보수 재건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중요하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에 차려진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투표지 분류기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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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압승론에 경고등...서울이 경남보다 위태

뉴탐사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서울시장 당선확률 28.8%, 기초단체장 우세는 120곳뿐

여심위 등록 여론조사와 과거 선거결과 넣어 선거 1만번 모의 시뮬레이션

서울시장 민주당 당선확률 28.8%...경남 39%, 대구 27%와 비슷한 경합권

기초단체장 227곳 중 민주당 우세 120곳...여론조사 압승 기류와 큰 간극

2026-06-03 07:31:41
 

6월 3일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뉴탐사가 선거를 1만번 모의로 치러봤다. 결과는 거리에 도는 민주당 압승론과 사뭇 달랐다.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은 28.8%로 나왔다. 경상남도 39%보다 낮았다. 험지로 꼽히는 대구 27%와도 별 차이가 없었다. 이 숫자는 여론조사가 아니다. 과거 선거 결과와 최근 여론조사를 함께 넣어 컴퓨터로 선거를 1만번 돌린 값이다.

 

만 번 돌린 선거

 

이번 분석에 쓴 기법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이다. 파이썬 프로그램으로 같은 선거를 1만번 반복해 치렀다. 진행진은 "선거를 만 번 한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가 한 번 묻는 것이라면, 이 방식은 만 번을 물어 누가 더 자주 이기는지 본다. 여론조사 결과가 한 점으로 찍힌다면, 시뮬레이션은 오차범위를 따라 종 모양으로 펼쳐진다. 그 분포에서 당선선을 넘는 넓이가 곧 당선 확률이다.

 

여기에 들어간 자료는 네 가지다. 2022년 지방선거, 2024년 국회의원 선거, 2025년 대통령 선거 결과다. 여기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최근 여론조사를 더했다. 공표금지 기간을 지키려고 5월 27일까지 조사된 여론조사만 썼다. 박근혜 탄핵 직후인 2018년 지방선거 흐름에도 가중치를 일부 줬다. 국내에서 이 기법을 선거 예측에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내놓은 숫자는 지지율이 아니라 당선 확률이다. 일기예보의 강수 확률과 같은 개념이다. 강수 확률 60%는 비가 60만큼 온다는 뜻이 아니다. 같은 날씨가 100번이면 그중 60번 비가 온다는 뜻이다. 당선 확률 54.9%도 마찬가지다. 열 명 중 다섯 명이 지지했다는 말이 아니다. 선거를 100번 치르면 약 55번 이긴다는 의미다.

 

서울이 경남보다 위험했다

시도지사 민주당 후보 당선 확률
6·3 지방선거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1만회 결과
당선 확률 50% 이상50% 미만
인천
 
100%
제주
 
100%
세종
 
99.1%
경기
 
95%
충북
 
71.8%
대전
 
71.1%
강원
 
69.3%
부산
 
54.9%
충남
 
52.2%
울산
 
52.2%
경남
 
39%
서울
 
28.8%
대구
 
27%
전북
 
1.8%
경북
 
0%
광주·전남은 압도적 우세로 수치 표기에서 제외. 5월 27일까지 여심위 등록 여론조사와 과거 선거 결과를 반영해 산출.

시도지사 16곳 가운데 민주당 우세는 11곳이었다. 국민의힘 우세 4곳, 무소속 우세 1곳이 뒤를 이었다. 민주당이 넉넉하게 앞선 곳부터 보면 인천 박찬대 후보와 제주가 당선 확률 100%다. 세종은 99.1%, 경기 추미애 후보는 95%로 나왔다. 충북 71.8%, 대전 허태정 후보 71.1%, 강원 우상호 후보 69.3%가 그 아래에 자리했다.

 

문제는 50%를 겨우 넘기거나 밑도는 지역이다. 부산 전재수 후보는 54.9%였다. 충남과 울산은 나란히 52.2%로 아슬아슬했다. 경남 김경수 후보는 39%에 그쳤다. 여론조사로는 50%를 넘나드는 곳인데, 시뮬레이션에서는 경남 주민의 과거 투표 성향이 더 무겁게 반영됐다.

 

서울 정원오 후보의 당선 확률은 28.8%다. 대구 김부겸 후보 27%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최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상승세가 숫자에 묻어났다. 당선 확률만 놓고 보면 서울이 경상남도보다 위태롭다. 전북은 민주당이 우세하지 못한 유일한 곳이다. 이원택 후보 당선 확률이 1.8%에 그쳤고, 무소속 후보가 앞섰다. 경북은 민주당 후보 당선 확률이 0%로 나왔다. 1만번을 돌리는 동안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시장과 구청장의 운명은 갈렸다. 구청장 선거는 강남 3구를 빼면 대부분 민주당 우세로 나왔다. 반면 강남과 서초는 민주당 후보 당선 확률이 1%까지 떨어졌다. 시장은 위태로운데 구청장은 싹쓸이에 가까운 그림이다.

 

기초단체장 우세는 120곳뿐

 

기초단체장 227곳을 돌린 결과는 더 팽팽했다. 민주당 우세 120곳, 국민의힘 우세 97곳, 무소속·기타 우세 10곳이다. 절반을 갓 넘긴 수치다. 더 엄격하게 확실한 당선만 추리면 민주당은 111곳이었다. 국민의힘은 107곳으로 오히려 더 많았다. 양쪽이 딱 붙어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접전 지역은 18곳으로 집계됐다. 호남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영광과 무안도 이 접전 명단에 올랐다. 두 곳은 뉴탐사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많이 취재한 지역이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11대 3 구도로 예측됐다.

 

강원도의 그림도 평소와 달랐다. 전통적 국민의힘 텃밭이 줄줄이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화천 99%, 속초 98%, 춘천 95%로 당선 확률이 높게 나왔다. 영동의 강세 지역인 속초까지 높은 확률이 잡힌 점이 눈에 띈다. 다만 강릉은 48%, 양양도 50%를 밑돌았다. 여론조사로는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곳인데도 과거 성향이 발목을 잡았다.

 

여론조사와 엇갈린 까닭

 

여론조사만 보면 민주당은 대부분 압도적으로 이긴다. 그런데 시뮬레이션 값은 민주당에 박했다. 이유는 과거 투표 성향이다. 사람은 한 번 굳어진 투표 습관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그 관성이 숫자에 그대로 들어갔다. 여론조사 숫자만 보고 낙관할 일이 아니다.

 

방향이 엇갈린 곳도 있다. 충북과 대전은 여론조사로는 박빙인데 시뮬레이션에서는 안정권으로 나왔다. 반대로 강릉과 양양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데도 당선 확률은 50%를 넘지 못했다. 줄곧 국민의힘을 찍어온 지역의 표심을 컴퓨터가 끝내 믿지 않았다. 결과를 정하는 건 여론조사에 답한 사람이 아니라 투표장에 가는 사람이다.

 

AI 예측의 한계

 

이 결과를 절대화할 필요는 없다. 과거 투표 성향에 가중치를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값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컴퓨터는 숫자만 볼 뿐 밑바닥 민심까지 읽지는 못한다. 강릉처럼 현장 분위기가 숫자와 다른 곳도 있다. 1만번의 모의가 어느 쪽을 가리키든, 실제 답은 6월 3일 투표함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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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집어치우고 연합사 해체하여 전작권을 회수할 때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6.02 08:53
  •  
  •  댓글 0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 ⓒ뉴시스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 ⓒ뉴시스

“한미동맹 파괴하는 전작권 환수 결사 반대.” 거리거리마다 걸려 있는 현수막이다. 물론 숭미인들의 절규다. 전작권을 가져오면 한미동맹이 파괴되고, 한미동맹이 파괴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나라가 망하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막을 수밖에. 한 나라가 전작권도 없이 독립과 주권을 논하고 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우리는 독립도 주권도 필요 없다고 소리치는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은 더욱 기가 막힌다. 노무현 대통령이 회수 시점까지 정한 것을 이명박근혜가 미국에 다시 반납할 때의 심정이 바로 저 현수막의 절절한 ‘애국심’이었을 터.

 

5월 26일 이재명 대통령은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안규백 국방장관이 전작권 회복 준비 상황을 설명하면서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지켜낸다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하자 “크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겠다”고 말했다. 아니, 노 대통령이 회수 시점으로 정한 해가 2012년이었지 않은가. 14년 전에 회수해도 문제가 없다고 한미 양국이 이미 판단한 것이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회수하는 것은 ‘아무 문제’라기 보다는 ‘너무 늦어 문제’인 사안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가 나섰다. 이틀 후인 28일 신문은 “美, 전작권 조기 전환 땐 한미연합사 해체 시사” 제하의 단독 기사로 미국은 “통제 능력 없이 조기 전환되면 한국 사령관 지휘 받기 어렵다”라는 취지의 우려를 우리 정부에 수차례 전달해 왔으며, “한미연합사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은 같은 날 “한미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현재의 연합사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해당 보도에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피트 해그세스 미 전쟁장관은 5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안보대화 연례회의 연설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전작권 이양에 관한 한국인 참석자의 질문을 받고 빠른 시일 안에 전작권을 반환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국에서는 “한국의 주도적인 안보 책임 의지는 환영한다”는 그의 말만 강조해 마치 미국이 조기에 전작권을 반환할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아니다. 그는 “하지만 미군 장병들이 수십 년 동안 짊어져 온 군사 계획과 책임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며 철저한 속도 조절을 요구했음을 잊으면 안 된다.

현 정부의 입장은 일단 연합사 해체를 통한 전작권 회수는 아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전작권 전환 후 연합사를 해체하고 한미가 각각 자국군 작전통제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병렬형’ 지휘체계를 추진했었다. 그 후 이명박근혜 숭미정부는 노 대통령이 애써 작성해 놓은 로드맵을 지우는 한편 ‘조건’을 붙이는 ‘기상천외’한 방안을 미국에 제안해 스스로 주권국임을 포기했다. 미국으로서는 ‘한미동맹을 파괴하는 전작권 환수’를 기어코 마다하는 속국의 갸륵한 뜻을 어찌 받지 않을 수 있었으리요.

우리가 지금 전작권 회수를 논한다 해서 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은 우리가 평시작전통제권(평작권)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1994년 12월 국군은 평작권을 환수 받으면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일부 권한을 위임했다. 연합권한위임사항(CODA: Combined Delegated Authority)이라 한다. 전시 작전계획 수립, 연합 훈련의 계획과 실시, 조기경보를 위한 연합 정보관리, 양국군의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시스템(C4I)이 서로 원활하게 연동되도록 조율하는 권한 등 6개 항이다. 한마디로 평작권 조차도 핵심은 전부 미군에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전작권 이양 논의는 전체 작전통제권(작통권)의 회수 논의로 바꾸어야 한다.

결국 답은 ‘조건’에 입각한 환수가 아니라 ‘시점’에 기반한 회수가 되어야 한다. ‘미래연합사’도 필요 없다. 미군은 외국군 지휘 아래 두지 않는다는 “퍼싱 원칙”이 미국 군사문화의 강한 관행이라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미국은 한국이 연합사를 지휘하려면 이러저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라면서 방위비와 국방예산 증액을 갈취해 왔다. 더 이상 끌려 다닐 일이 아니다. 연합사는 해체해 버리고 작통권을 가져올 일이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가 가장 종합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래에 문 교수의 칼럼 “완전한 작전통제권 환수, 어떻게 할 것인가”(민플러스, 2026. 5. 9)의 논점을 요약해 정리한다. 다섯 가지 요점은 자주국방의 필수항목들이다. 

첫째, 주권의 관점에서 작통권 환수의 답은 단순명료하다. ‘본래 내 것이니 그냥 맡겼듯이 그냥 돌려받는 것’이다. 나머지는 세부사항이다. 무엇보다 대미종속 심리와 불안감의 극복이 긴요하다. 작통권을 회수하면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북한이 남침하여 적화통일이 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불안심리가 남한 사회에 아직도 질기게 남아 있다. 미국은 이를 이용하고 ‘요리’한다. 미국은 세계 5위의 막강한 한국군에 대한 통제권한을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단단히 기억해야 한다. 그러니 미국의 선의에 기대서는 일이 안 되게 되어 있다.

 

둘째, 양국 간 조기 합의가 안 되면 ‘시한 통보 후 환수’가 답이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029년 1분기까지 조건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환수시점이 아니라 조건 달성 시점이다. 작통권을 가지고 ‘요리’를 즐기겠다는 심산이다. 그는 또 한국이 ‘정치적 편의주의’에 따라 전작권을 회수하면 안 된다고 무엄한 발언을 했다. 미국이 어떠하든 한국은 나름의 독자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승만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부여(assign)했듯 시한이 되면 이 대통령이 연합사령관의 작통권을 ‘해제(de-assign)’하면 된다.

셋째,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연합사 해체 및 한미 병렬적 지휘체계 수립이다. 현행 ‘미래연합사’ 창설 방안은 작통권 행사에 있어 본질적인 모순과 현실적인 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 언어 문제, 지휘권 충돌의 문제 외에 한미일 3국간 연합작전의 지휘통제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이를 한꺼번에 해소하는 방법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지휘계통을 분리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필요한 협조기구를 두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자체적인 지휘통제체계를 운용하는 ‘병렬형’ 지휘 및 군사협력 체계다. 이것이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합의했던 방안이다.

넷째, ‘재래식-핵통합’을 일반적 협력체계로 전환하고 여타 연합작전에서 독자적 작통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핵전쟁을 가정한 ‘한미연합 핵작전’은 미국이 절대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한국의 재래식 첨단무기를 총동원하는 ‘재래식-핵통합(CNI)’개념이다. 작통권을 회수하면 여기서도 한국군은 미군의 지휘나 통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등한 지위를 전제로 하는 병렬형 지휘구조에서 핵작전 역시 역할 분담과 상호 지원을 통해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일반적인’ 군사협조체계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

다섯째, 중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 관계의 재정립을 모색해야 한다. 작통권 회수는 단순히 한국군의 군사주권을 되찾아 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새로 설계하고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의 국력과 군사력에 걸맞게 한미 군사관계의 모든 면에서 철저히 국익중심의 자주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동맹의 성격을 전쟁수행을 위한 군사 협력과 지원의 관계에서 평시 평화를 유지하고 위기를 관리하며 전시에도 평화의 회복을 제1의 목표로 추구하는 ‘평화동맹’으로 바꾸는 것이다.

명쾌하다. 조선일보와 극우파들 그리고 숭미관료들이 들고 일어나겠지만 연합사가 깨진다고 우리의 국방이 한 순간에 거덜 나는 일은 없다. 하물며 주한미군이 나간다 해도 의연해할 우리 국민이 막연한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저들의 술책에 넘어갈 일도 없다. 또 문장렬 교수가 지적하듯이 한국이 작통권을 회수하고 군사 정책과 전략의 자율성을 견지하면서 새로운 한미 군사협력 관계를 수립한다고 해서 미국과 적대국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미동맹이 당장 와해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더 높은 전략적 차원으로 진화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길거리의 현수막이 부르짖고 조중동이 협박조로 글을 써대고 있지만 늠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자주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고, 우리의 국방주권은 한미동맹의 하위개념이 아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것을 넘어 우리를 수탈하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는 한미동맹을 위해 언제까지 우리가 국방주권을 포기하고 있을 것인가. 이 대통령 말처럼 전작권을 ‘내일’ 회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바로 내일 회수하는 것이다. 연합사 해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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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장동혁 연상케 하는 “좌우로 갈라진 커피 한 잔의 자유”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화에어로 폭발 5명 사망, 3차 참사에 안전실태 지적

6·3 지선 D-1…1면에 최종 판세 전망 전한 신문들

교육감 선거에 한겨레 “가장 비교육” 조선 “정책 실종”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6.06.02 07:40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5월31일 강남역을 찾아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갈무리

로켓 추진체를 생산하는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1일 화재로 인한 폭발이 발생해 노동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2일 신문들은 1면에 참사를 전했다. 같은 사업장에서 8년 새 세 번째 일어난 참사다. 신문들은 공통으로 안전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56동 세척실에서 이날 오전 10시59분께 폭발로 인한 화재가 일어나 작업장에 있던 직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전신 화상을 입은 1명은 위중한 상태다. 소방당국은 장비 40여대와 인력 200여명을 동원해 오후 1시7분께 불을 껐다. 한겨레는 “사쪽은 사망자들 중 2명은 20대 계약직, 2명은 50대 정규직, 1명은 40대 정규직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이날 사고로 지상 1층 건물 1동이 모두 불탔다.

▲2일 동아일보 1면

▲2일 중앙일보 1면

신문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 관계자 입장을 인용해 “로켓 추진체를 만드는 공정 중 화약이 묻은 도구를 세척하다가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해당 관계자가 “다만 사업장은 보안시설로, 작업 과정 등 구체적인 사항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훼손 심해 사망자 신원 확인 안돼…유족 “아직 아무것도 몰라” 오열> 기사에서 “신원 확인이 이뤄지지 못한 건 폭발 충격과 이어진 화재로 시신 훼손 상태가 심하기 때문”이라며 대전경찰청이 DNA 대조와 감식을 통해 2일 신원 확인을 마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문들은 이번 참사가 처음이라 아니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업장에선 2018·2019년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해 안전 관리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사업장은 7년여 전에도 두 차례 폭발 사고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이어서 안전관리 실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곳에선 2018년 5월과 2019년 2월에도 폭발 사고가 일어나 각각 5명, 3명이 목숨을 잃었다.

▲2일 동아일보 2면

 

한국 “소방, 자체 점검…보안 이유로 안전 소홀한 듯”

한국일보는 “보안의 이유로 안전실태 점검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소방당국은 해당 사업장에 대해 지난해와 올해 화재 안전조사를 실시했으나 주로 본관동 위주로 점검했으며, 사고가 난 건물은 한 번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사업장에서는 연 2회 자체적인 소방 점검 결과를 관할 소방서에 제출해야 하지만, 사고가 난 건물은 건물 연면적이 작아 보고 예외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소방법상 (감독기관이) 개별적으로 모두 점검하기엔 어렵다”며 자체 점검을 한다고 밝혔다.

▲2일 한국일보 11면

노동조합은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고 성명을 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동조합은 “비슷한 사고를 잊기도 전에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한 것에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며 “회사는 이번 사고에 대한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에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대전경찰청은 전담 수사팀을 꾸렸고 고용노동부는 작업중지 조처를 했다. 한화그룹은 유가족과 국민에 사과하면서 “유명을 달리한 직원들에 대한 모든 예우를 다하고, 부상을 입은 직원의 회복을 위한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문들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애통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면서 사고 수습을 위한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지선 D-1, 경향·세계 1면에 판세 전망

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신문들은 1면을 비롯한 주요 지면에 지선 관련 소식을 올렸다.

경향신문은 1면 <정치전문가 절반 “서울·대구 경합”>에서 전문가 6명에게 물어 최종 선거 판세 전망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렸다”며 이강윤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경합 우세”라며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표를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다”고 평가했지만, 김준일 평론가는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이 과표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했다.

▲2일 경향신문 1면

세계일보도 1면 <“與 우세” 공감대 속 “압승” “접전” 예측 분분>으로 판세 전망을 내놨다. 세계일보는 “승부의 초점은 ‘승패’보다 ‘격차’에 맞춰졌다”며 “민주당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여당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고 보면서도, 서울·부산·충남 등 주요 격전지에서는 보수층 결집과 정권 견제론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했다.

▲2일 세계일보 1면

동아일보는 1면에 여야가 서울과 부산을 승부처로 보고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고 전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부산 16개 구군 전체를 도는 도보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일 밤 충남 천안에 마지막 유세를 계획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면 <격전지 늘자 사라진 정책, 또 네거티브>에서 “본투표를 이틀 앞둔 1일 여야는 상대를 겨냥한 ‘심판론’을 내세우며 사생결단 식의 선거 유세전을 벌였다”고 했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대선·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까닭에 ‘내 편’을 투표장으로 불러들일 방법으로 네거티브가 이용되는 측면도 크다”는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3면 <與 “우리 찍으면 예산 폭탄 지원”… 野 “나랏돈 앞세워 표심 사나”>에서 “당초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압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할 수 있는 ‘조작 기소’ 특검법을 추진하면서 정권 견제론이 부상하자 민주당은 주가 상승을 강조하고 지역별 예산 지원을 약속하며 막판 유세에 나서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조작 기소 특검법, 정권 차원의 스타벅스 불매 운동, 고물가와 고환율로 인한 민생 경제 부담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감 선거…한겨레 “가장 비교육적” 조선 “정책 실종”

신문들은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가 혐오 공세와 정책 실종, 고소·고발전으로 얼룩지고 있다고도 했다. 한겨레는 1면에 <정파 편승·혐오 경쟁…가장 비교육적인 교육감선거>를 배치하고 “‘교육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교육 정책은 자취를 감주고 상대 후보 비방을 넘어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가장 비교육적인 선거’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극우 경쟁에 나선 후보는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다. 한겨레는 조전혁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공소취소장’이라 적힌 종이를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며 “교육감 선거와 무관한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라는 정치 현안을 선거 주요 메시지로 내세운 것”이라고 했다.

▲2일 한겨레 1면

조 후보는 또 서울 곳곳에 ‘퀴어·동성애 교육 아웃(OUT)’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연배 서울시 교육감 후보도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고, 윤호상 후보도 “우리 공교육에서 언제 동성애 교육을 한다고 했느냐”고 두 후보를 비판했다가 입장을 바꿔 서울 광화문 등에서 ‘동성애 교육 반대’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했다.

한겨레는 “중앙선관위가 펼침막의 혐오 표현이 공직선거법상 비방이나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미루는 사이, 혐오의 양상은 전국으로 번졌다”며 “조전혁 후보를 비롯해 강원도 신경호, 인천시 이대형, 충남도 이명수, 부산시 정승윤 등 5명의 교육감 후보들은 ‘동성애 퀴어교육 아웃, 전교조 아웃’이라는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든 사진을 공개하며 이를 ‘정책 연대’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주제로 12면에 <서울교육감 선거, 교육 사라지고 동성애 공방만>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보수 성향 조전혁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동성애 교육 반대’는 서울교육감 선거 이틀 전까지도 후보들 사이 최대 이슈였다. 상대 후보들뿐 아니라 교사 단체들도 ‘학교 현장에서 혐오와 대립, 갈등을 불러온다’고 비판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조 후보는 28일에는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의견서를 조직위원회에 공식 전달하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이날은 서울 강서구 전교조 본부 앞에서 ‘동성애 퀴어 축제 참여 독려와 편향적 성교육은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2일 조선일보 12면

 

조선일보 “좌우로 갈라진 커피 한 잔의 자유”

한편 조선일보는 이날 종합면(8면) 머리에 5·18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를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는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사태를 두고 <좌우로 갈라진 커피 한 잔의 자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놨다. “커피를 마시는 평범한 일상이 진영 대결의 소재로 비화하자 일부 시민은 ‘정치권이 갈등을 지나치게 부추기고 있다’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기사다.

▲2일 조선일보 8면

기사엔 전국적으로 확산한 불매 운동과 항의 움직임을 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선일보는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 카운터에 ‘스타벅스 회원 탈퇴 방법 안내문’이 걸렸으며, 매장 직원이 “탈퇴 방법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 전국적으로 안내문을 걸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날 점심시간에 매장을 찾은 손님은 7명뿐이었다며 탱크데이 마케팅 항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광주시청 한 공무원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기가 눈치 보인다”는 익명 인터뷰를 전했다. 이어 “일부 서울 지역 스타벅스 매장도 불매운동 타깃이 됐다”며 “진영 싸움의 불똥은 스타벅스 근로자들에게도 튀었다”고 했다. 익명의 스타벅스 바리스타가 “우리 월급도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한편 조선일보가 제목에 붙인 ‘커피 한잔의 자유’는 선거를 앞둔 마지막 주말 유세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내세운 문구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서울 성수동 등 일대에서 “커피 한 잔의 자유”가 적힌 팻말과 앞치마를 들고 유세에 나섰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를 ‘좌우 공방’이나 ‘진영 싸움’으로 규정하는 것은 민주화운동과 역사적 사건에 대한 비하 논란을 정치적 대립 구도로 치환하는 프레임으로 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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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조직적 위장전입?…한동훈 측 불법 의혹 증폭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6/02 07:41
  • 수정일
    2026/06/02 07: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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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정당

  • 입력 2026.06.01 22:00

  • 수정 2026.06.01 22:04

  • 댓글 1

6·3 선거 앞두고 부산 북갑에 몰려온 지지자들

유사 선거사무소, 관광버스 동원 논란 이어져

"한 달 살면서 봉사" "덕천로터리 주변에 원룸"

대거 위장전입 정황까지…지역 민심 왜곡 우려

전국의 '위드후니', 주말엔 수백 명이 지역 누벼

시장 상인 '파란당' '빨간당' 나눈 블랙리스트도

민주 "구태 정치 망령"‥선관위 신고, 경찰 고발

한동훈 "내가 두려워서 각종 마타도어 난사해"

21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쌈지공원에서 열린 무소속 한동훈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출정식에서 지지자들이 연설을 듣고 있다. 2026.5.21. 연합뉴스

6·3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한동훈 후보의 열성 지지자들이 현지에서 무더기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다는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자원봉사자 쉼터'를 내세운 이들의 불법 선거사무소 운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이어, 이번엔 전국의 한 후보 지지자들이 부산 북갑 지역구로 대거 위장 전입한 정황이 파악돼 여당 측이 선관위 신고 및 경찰 고발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인 한병도 원내대표는 1일 오전 충남 천안시 현장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부산 북구에서 대규모 조직적 위장 전입이 있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민의를 왜곡하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공직선거법 제247조에 따라 특정 선거구에 투표할 목적으로 주민등록을 허위로 신고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선거구에는 무소속 후보의 유사 선거사무소 운영 의혹에 대해 선관위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면서 "선관위와 경찰은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엄정하고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한 후보를 겨냥했다.

박홍배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부산 북구 선거에서 유사 선거사무소 의혹, 관광버스 동원 논란, 원룸 숙소 운영 정황, 조직적 위장 전입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3김 시대 차떼기와 조직 동원 정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줄 알았는데 북구 선거판에서는 구태 정치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유사 선거사무소 의혹이 제기된 공간에서는 대형 복사기와 사무집기, 한동훈 후보의 초상화까지 확인됐다고 한다. 친한계 유튜버의 주민 폭행 논란이 벌어지더니, 이번에는 친한계 의원실에서 한동훈 후보를 지원하는 유튜브에 보좌진을 동원했다는 갑질 의혹까지 제기됐다"고 열거했다.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캠프 수석대변인이기도 한 박 대변인은 "한동훈 후보 주변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논란이 터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선거 질서를 흔드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데도 한동훈 후보 측에서 시민들 앞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선관위와 경찰은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의혹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신속하고 철저하게 실체를 밝혀야 한다. 한동훈 후보 역시 더 이상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북구 주민들 앞에 직접 답하라"고 촉구했다.

 

21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 쌈지공원에서 열린 무소속 한동훈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출정식에서 지지자들이 연설을 듣고 있다. 2026.5.21. 연합뉴스

민주당 부산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측은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위장 전입을 비롯한 한 후보 측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변성완 부산시당위원장과 박홍배 대변인은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한동훈 후보 관련 불법 유사 선거사무소 운영 의혹과, 덕천 젊음의 거리에서 한 후보를 지지하는 유튜버가 북구 주민을 폭행한 사건에 이어, 지지자들의 조직적인 위장 전입 모의 정황까지 포착됐다"며 "외지인들을 대거 유입시켜 지역 민심을 왜곡하려는 이러한 행태는 주민들의 신성한 투표권을 유린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구태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변 위원장과 박 대변인은 '국민의힘 책임당원 비대위'라는 단체 대화방에서 참여자들이 '부산에 봉사 갈 수 있다' '구포·만덕중(학교)에 숙소' '덕천로터리 주변으로 원룸을 구하라' '원룸 내일 계약합니다. 나머지 4개' '한 달 살면서 봉사활동 하러 간다' '그냥 한달살이 한다고 하면 되지 뭐 그리 눈치 보느냐' 등의 글을 올렸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유사 기관 설치 및 위장 전입을 노골적으로 모의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구포역 인근 모텔과 B맨션 등 만덕 지역 일부 공동주택 등이 외부 인력의 숙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숙박비 부담 주체와 운영 실태 등에 대한 확인이 시급하다고 했다. 부산 북구갑 선거구는 구포동(1~3동), 덕천동(1~3동), 만덕2동, 만덕3동을 관할하고 있다.

또 일명 '위드후니(with Hooni)'라는 팬덤 지지자들이 수도권 등 전국 각지에서 부산 북구갑 지역으로 이동해 선거운동에 참여하는데 특히 주말에는 수백 명이, 대규모 집회가 있는 날에는 관광버스 수십 대가 동원된 정황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외지인들이 주요 교차로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체계적으로 배치되고 4~5명 단위의 팀 형태로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거리를 다니며 '자원봉사자'라고 강조하면서도 한 후보의 기호인 숫자 '6'이 찍힌 흰옷 차림으로 주요 지역과 주변부를 교대로 도는 등 조직적 불법 선거운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수적으로 소수인 민주당 하정우 후보 측 선거사무원을 위협하거나 피켓을 가리는 식의 선거운동 방해 행위를 지속적으로 저지른다고 한다.

변 위원장과 박 대변인은 한 후보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단체 카톡방에서 구포시장 상인들을 정치 성향별로 분류한 '블랙리스트' 문건이 발견됐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해당 문건에는 특정 점포와 상인들에 대해 '파란당' '빨간당' '빨간색 거부감 심함' '오리지날 전라도'라고 지칭하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면서 "주민들을 이쪽저쪽으로 편 가르고 상인들을 색깔로 나누며 유권자를 갈라치기 하는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6·3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1일 오후 부산 북구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손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다. 2026.6.1. 연합뉴스

민주당 부산시당은 기자회견 뒤 한 후보 지지자들의 조직적·집단적 위장 전입 의혹에 관해 공직선거법 위반 신고를 중앙선관위에 접수하고 부산시선관위에는 신속하고 엄정한 대응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나아가 부산 북부경찰서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앞서 부산시선관위는 지난달 29일 한 후보 측의 유사 선거사무소 운영(자원봉사자 쉼터) 의혹과 관련해 "특정 후보자를 위해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기관을 설치했는지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공직선거법 제89조에 따르면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는 1개의 선거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지만 유사 선거사무소는 설치할 수 없다. 경찰은 해당 시설이 실질적인 선거운동 지원 역할을 한 것인지,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만든 단순 휴식 공간인지 조사 중이다. 이와 별개로 선관위는 한 후보 자원봉사자들에게 생수 1000여 병을 무료로 배부한 시민 2명을 부산경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이날 오후 자신의 덕천동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마치 쌍팔년도 선거를 보듯이 민주당은 커뮤니티에 떠도는 각종 마타도어를 선거 막판에 난사하고 있다. 민주당의 흑색선전은 모두 거대정당인 국민의힘과 박민식이 아니라 혈혈단신 무소속 한동훈에게 향하고 있다"면서 "결국 민주당 정권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제가 승리해 민주당 정권의 폭주를 박살 낼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당선될 경우 반드시 국민의힘으로 복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도 말했다.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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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광역단체장 후보 절반, 탄핵반대 집회 참가했다

[12363] 16명 중 8명, 그 면면들... 서부지법 폭동 청년 '석방' 주장했던 후보도 단수공천

26.06.01 19:22최종 업데이트 26.06.01 19:22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자들은 윤석열 12·3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어떤 정치적 선택을 했을까. 그 선택이 유권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라고 판단했습니다. 12363을 통해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와 광역단체장 후보자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유권자들에게 알려드립니다.[편집자말]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 중 절반이 윤석열 탄핵반대 집회에 참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 16명 중, 탄핵반대 집회에 참가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는 김두겸(울산광역시장)·김영환(충청북도지사)·김태흠(충청남도지사)·양정무(전북특별자치도지사)·이장우(대전광역시장)·이철우(경상북도지사)·최민호(세종특별자치시장)·추경호(대구광역시장) 후보 등 8명이다.

이들 8명이 참가한 집회 대부분은 손현보 목사가 주도한 세이브코리아 집회였다. <오마이뉴스>는 후보자 본인이 SNS를 통해 집회 참여 상황을 직접 밝힌 경우와 해당 집회 유튜브 영상 그리고 관련 보도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아래 참조)했다. 이중에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 당시 현직 단체장 신분이었던 경우도 6명이나 포함돼 있다.

"서부지법 폭동 청년 석방하라"던 후보 단수공천, 박덕흠 "결격 사유 없다"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앞에서 박종진 위원장, 저 양정무, 신재경 위원장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싸우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4일, 양정무 후보 페이스북)

2025년 1월 4일 양정무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박종진 인천시당 위원장은 현재 인천 연수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다. 신재경 인천 남동을 당협위원장은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캠프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다. 양정무 페이스북 갈무리

양정무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전 전주갑 당협위원장)가 특히 눈에 띈다. 양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여러 차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상황을 전하면서, 2월 22일과 3월 22일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3월 22일 집회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축인 자유통일당이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개최한 경우로, 양 후보는 같은 달 24일 자신의 SNS에 "광화문 탄핵반대 시위 현장"이라며 "우리 대통령은 반드시 돌아오신다"고 적었다.

양 후보는 서부지법 폭동사태 직후였던 2025년 1월 24일 자신이 SNS에 "구속된 청년들을 석방하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2030 청년들이 법원에 진입하는 행동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면서도 "그들의 행동은 나름의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 후보는 "대통령 관저를 무력화시켜 침범하는 일은 내란죄에 해당하는 중죄"라며 "대한민국 애국 청년들이 밤새 서부지원(지법-기자 말)을 지키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순간 흥분하여 법원에 진입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22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양 전 위원장을 후보로 단수공천한 바 있다. 공천 결과에 대해 박덕흠 공천관리위원장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전북의 경제 활성화와 민생 회복을 완수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검토 결과 결격 사유가 없다"는 판단도 함께 밝혔었다.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후보,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이장우 대전광역시장 후보,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후보 등도 단수 공천된 경우로, 모두 현직 단체장 신분으로 윤석열 탄핵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특히 최 후보는 2025년 3월 16일 자신의 SNS에 집회 참가 소감을 다음과 같이 직접 밝혔다.

"어제(3월 15일) 세종 '세이브코리아'에 참여하여 충북 김영환 지사와 함께 무대에서 '충정가(양양가)'를 불렀다. 가사와 선율 익히 잘 알고 있는 군가다. 가슴이 먹먹했다."

"가슴이 먹먹"... 그들의 탄핵반대 집회 참가 기록

2025년 3월 16일,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후보가 전날 탄핵 반대 집회 소감과 사진을 자신에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와 연단에서 함께 있는 모습 뒤 대형 화면에 세이브코리아 측이 광역단체장들의 이름을 띄워놓고 있다. 최민호 페이스북

다음은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 중 탄핵반대 집회에 참가한 경우를 날짜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2025년 2월 8일,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가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국가 비상 기도회에 참가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팻말을 들었고, 전한길씨는 "비상계엄은 계몽령"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 후보는 무대에서 애국가를 제창했다. 추경호 대구광역시장 후보도 참석했다.

2025년 2월 15일,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후보가 울산 중구 태화강 둔치 체육공원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대회'에 참여했다. 이날 집회는 개신교 단체인 '깨끗한나라만들기 울산본부' 주최로 열렸다. 연설을 통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애국 충정을 가진 윤 대통령을 빨리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5년 2월 22일, 이장우 대전광역시장 후보가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및 국가 비상 기도회'에 참여했다. 양정무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도 참가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사기 탄핵 기각하라", "좌파 사법 카르텔 인민재판", "선관위 서버 까" 등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2025년 3월 1일, 추경호 대구광역시장 후보가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 참가했다. 세이브코리아 측은 이날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 37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기현 의원은 참석 의원들을 일일이 호명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최종 진술을 들으며 눈물이 났다"고 했고,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이 내란몰이로 대통령을 탄핵했다"고 주장했다.

2025년 2월 15일,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후보는 울산 중구 태화강 둔치 체육공원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대회'에 참여했다.MBC 유튜브 갈무리

2025년 3월 1일, 추경호 대구광역시장 후보는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 참가했다. 추경호 페이스북 갈무리

2025년 2월 22일, 이장우 대전광역시장 후보가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및 국가 비상 기도회'에 참여했다.MBC 유튜브 갈무리

2025년 3월 15일, 김영환(충북지사)·김태흠(충남지사)·최민호(세종특별자치시장) 후보 등이 세종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국가 비상 기도회'에 참여했다. 이틀 전(13일),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충청권에 약속한 사항이 차질이 없도록 하루빨리 직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대전일보>가 보도했다. 신문은 사설을 통해 "충청권 지방자치단체자들의 정치적 견해 표출이 도를 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2025년 3월 22일, 양정무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가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연단에 올라 "(윤석열 대통령이) 살아오지 않으면 내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옥중 서신도 전해졌다. "국민 주권을 훔치려는 종중·종북 세력이 있다. 이들을 척결해달라"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서부지법 #김두겸 #이장우 #최민호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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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위축과 저임금, 대구 청년의 유출은 현실입니다

[안진이의 일자리 심층대담] 대구노동권익센터+민주노총 대구본부

안진이 독립연구자∙활동가 | 기사입력 2026.06.02. 05:31:02

우리 사회에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논의는 빈약한 편이다. '경제뉴스N시선'의 안진이 독립연구자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대구 지역의 노동실태를 잘 알고 있는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지역의 일자리 현황뿐 아니라 문제의 원인까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1. 대구의 주요 산업과 일자리 현황은 대략 어떠한가요?

김무강(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정책기획국장, 이하 '김') : 2025년 상반기 통계를 기준으로 대구시의 고용률은 58.4%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고요(전국 평균은 63.2%).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60.6%로 전국 평균보다 4.5%p 낮아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의지 자체가 위축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이 심각해요. 청년 니트(NEET) 비율이 18.8%로 전국 평균보다 3.3%p 높고 전국 17개 시도 중에 16위.

대구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85.7만 원으로 전국 평균과 37만 원 정도 차이가 나고, 지난 10년간 전국적으로 임금이 평균 100만 원 상승하는 동안 대구는 87만 원 상승에 그친 상황입니다. 성별 임금 격차도 심각해요. 대구 남성 노동자가 341만 원 받을 때 여성은 227만 원 정도 받는다고 나와요. 여성이 남성의 66.4% 수준이죠. 그래서 고용률로 보나 임금으로 보나 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태에 있다고 봅니다.

이정진(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기획·법률 실장, 이하 '이'): 대구광역시에서 발행한 경제동향 2026년 3월호에 따르면 대구시의 실업률과 고용률은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전분기나 전년도 대비로 보면 크게 악화된 건 아니지만, 실업률에 비경제활동인구라든가 구직단념자 등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일자리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는 못하죠.

대구 지역의 주요 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전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구조적 변화를 겪었습니다. IMF 이전에 섬유, 안경, 인쇄 산업 중심이었다면 IMF 이후에는 자동차 부품, 기계, 금속이 지역 산업에 한 축을 담당했어요. 또 신산업 육성은 코로나19 이후로 많이 정체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대구 지역의 노동환경은 아주 열악하다고 말할 수 있지요.

신은정(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이하 '신'): 지금은 자동차 부품 산업이 축소되고 서비스 산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산업구조의 변화가 없으면 지역이 앞으로도 침체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 대구는 사실상 소비 도시거든요. 그래도 경북 지역의 국가 산업단지 덕분에 대구가 도시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죠. 대구에 사는 사람들이 경북에 가서 돈을 벌어다 다시 지역에서 소비했던 건데, 지금은 경북 구미 같은 곳도 많이 축소됐어요.

▲대구의 노동시장 현황. 통계는 2025년 기준이다. 출처: 민주노총 대구본부

2.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셨는데, 대구 청년들이 사회에 처음 뛰어들 때 힘들어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이: 대구 지역에서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산업이 육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생산시설 등이 갖춰지지 않아서 지역 인재들에게 기회가 별로 없고요. 예전처럼 공개 채용이 활발한 것도 아니고 수시나 경력직 위주로 채용하기 때문에 지역 청년들이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일단 지역 청년들은 지역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고 싶어도 주변 친구나 선후배, 부모님으로부터 늘 '대구를 떠나야만 네가 잘될 수 있다'는 말을 들어왔고, 지역 내 산업 구조가 열악해서 지역사회에서 첫발을 내딛어 봐야 시간만 허비할 것이라는 생각이 많아요. 그래서 내가 대구에서 시작해야 하나, 아니면 서울, 경기로 올라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윤서윤(대구노동권익센터 부장, 이하 '윤'):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고학력자가 많고 거기에 맞는 일자리는 부족한 것 같은데, 우리 센터에서 영세사업자 간담회를 하면 또 구인난이라고 해요. 사람이 없다는 거죠. 누구나 힘든 곳에는 안 가고 싶고, 힘들면 그만큼 보상이 따라야 하는데 임금도 낮으니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아요.

신: 민주노총 대구본부에서 상담한 학생 하나는 지금 서울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고 했어요. 비영리 부문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그런 자리가 대구에는 거의 없었던 거죠. 대구에서 다양한 직업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도 청년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김: 특히 여성의 경우 사회복지업 같은 부문을 제외하면 구직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서비스업에서 비교적 괜찮은 기업이나 공기업 정도면 처우가 괜찮을 텐데, 그런 자리들을 빼면 지역에서 진입 가능한 서비스업 일자리는 대부분 영세한 수준이에요. 여성이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가 조금 더 어려워 보입니다.

신: 청년 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노동법 위반 경험률이 여성이 더 높거든요. 일자리 질이나 환경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이: 청년들에게 제조업체 생산 현장직을 소개하면 상당히 고민을 합니다. 고민 끝에 취업을 했더라도 일단 가보면… 제조업 현장에서는 거의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청년들 입장에서는 여기서 내가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나라는 고민을 또 하는 것 같습니다.

4. 지난해에 대구 편의점에서 일했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았다는 이야기가 SNS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대구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 민주노총 대구본부 조사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월급여 기준으로 30.8%로 나오고, 시급 기준으로는 26.6%가 최저임금을 못 받은 것으로 나옵니다. 산업별로는 숙박음식점업이 제일 높고 다음으로 보건복지서비스업 38%, 도소매업 32%입니다. 영세할수록 최저임금 미만율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요.

올해 청년 노동실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2%가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고 답했는데, 그 대부분은 편의점, 음식점, 카페 같은 업종이에요.

신: 최저임금 위반으로 상담을 오신 분이 있었는데, 점주들 단톡방에 (블랙리스트 같은 것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일을 구하려고 이력서를 넣잖아요. 그런데 자기 번호로 넣으면 연락이 안 온다는 거예요. 이미 공유가 된 거죠. 그래서 자기 친구 번호로 넣어봤더니, 바로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윤: 불법은 불법이죠. 사업주들도 그렇고, 일을 하는 청년들도 안 된다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냥 일을 해버리니까 (이런 관행이) 계속 이어지는 겁니다.

이: 과거에 수많은 노동자가 임금 착취, 노동 착취를 당했는데, 그때는 당연한 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않은 거거든요. 지금도 청년들이 이렇게 당연하지 않은 일을 겪는다는 것, 우리 대구가 이렇게 최저임금도 안 주는 도시로 알려졌다는 것이 마음 아픕니다.

▲2026년 대구·경북 대학생·청년 노동실태조사 결과. 출처: 민주노총 대구본부

5. 그럼 이 문제가 왜 계속되는지, 왜 바뀌지 않는지를 한번 이야기해 볼까요?

신: 우리가 거리 행사를 해본 적이 있는데, 사장님들은 '최저임금 주면 고마워해야 한다' 같은 의견을 적어서 내시더라고요. 그런 마인드가 기본으로 깔려 있으니 해결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 거꾸로 생각해서 그 사장님들의 자제분이 다른 데 가서 일하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면 어떨까요? 말이 안 되잖아요.

신: 저는 그분들에게 정말 지불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야말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하고 사람을 쓰는 관행이 보편화되어서 그렇다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어요.

윤: 강력하게 제재를 안 해서 그럴까요?

김: 제재가 필요하죠. 그런데 노동청도 풀기 쉽지 않은 문제들은 있는 것 같아요. 재작년에 민주노총 대구본부에서 건의했더니, 노동청에서 근로감독을 한번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적발이 잘 안 되었어요. 근로계약서 위반이라고 해서 들여다보면 허위라도 서류가 있고,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서 최저임금 위반이 서류상 확인되지 않고, 최저임금을 100% 지급했다가 나중에 돌려받기도 하고…. 현장에서 다 적발할 수 없는 문제들이죠. 다행히 작년에는 노동청이 대구·경북 200개 사업장을 감독해서 수십 건을 적발했어요.

윤: 학생들은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익명으로 진정할 수는 없잖아요. 누가 임금을 덜 받았는지 조사를 진행해야 하니까요. 감독관님들은 그런 부분이 힘들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뭔가 확실한 제도 개선이 되면 좋겠어요.

신: 이제 대구시에도 노동감독 권한이 생길 테니까 적어도 최저임금 위반 관련해서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1년에 한 번 감독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에요. 사업주들과 청년들에 대한 교육이라든가, 법이 지켜질 수 있도록 뭔가 적극적인 조치를 계속하지 않으면 저절로 해결되진 않을 것 같아요.

6. 대구의 월평균 임금 자체가 다른 지역보다 낮다고 하는데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 산업구조와 인구 추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요. 먼저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전국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요. 다음으로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 및 기계·금속 사업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기업이 없습니다. 제조업체 10곳 가운데 9곳은 50인 미만 사업장이고, 지역 노동자의 상당수가 10인 미만의 소상공인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고임금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구조 자체가 형성이 안 되어 있는 것이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니 청년층이 수도권 등으로 떠나고, 내수 중심 서비스업과 자영업은 과밀이 되면서 도시의 평균 생산성과 소득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구시의 신산업 부문이 더 성장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지자체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가 어렵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합니다.

김: 맞습니다. 산업체들이 영세하고 전반적으로 낙후돼 있으니 높은 임금을 지급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건 최저임금법 위반과는 다른 문제죠. 통계로 봐도 5인 미만 사업장과 300인 이상 사업장의 시급은 6,000원 이상 차이가 나거든요. 5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 비율이 훨씬 높고요.

이: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점업은 거의 5인 미만 사업장이잖아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고임금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긴 사실 어려워요.

그런데 제조업 관련해서는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습니다. 영세할수록 산재 비율이 높아지거든요. 다른 지자체에서는 공동 안전관리자처럼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을 많이 진행해요. 일부 지자체에서는 근로자 복지기금을 공동 출자 형식으로 만들어서 노동환경 개선에 사용하고요. 대구는 그런 사업이 별로 없습니다.

신: 조사를 해보면 노동조합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가 너무 뚜렷해요. 노동조합이 조직된 곳은 대부분 300인 이상 사업장이고, 중소·영세 사업장은 조직률이 너무 낮아서 스스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기회조차 못 잡는 경향이 있어요. 대구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아서 다른 지역과 노동조건의 격차가 더 커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7. 대구지역 중소 병·의원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발표하셨는데, 현장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가요?

신: 증언대회를 한 번 했는데, 노동환경이 많이 열악하더라고요. 일단 대체 인력이 없어서 쉴 수가 없어요. 중소 병의원은 대체 인력을 여유 있게 채용하지 않으니까, 내가 아파도 계속 나가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또 여성들이 많은데 출산과 육아에 대한 배려를 받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보통 입사할 때는 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처럼 역할이 있는데,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업무의 경계가 없어져요. 접수를 받다가 검사도 해야 하고… 이런 식이니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또 하나, 경력이 쌓이면 보통 임금이 올라가는데 (중소 병·의원에는) 이런 게 없어요. 임금을 올리려면 이직을 해야 하는 현실이더라고요.

이: 이직률은 상당히 높아요. 병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만성피로 상태입니다. 이제는 감정노동 직군으로 분류되어서 권리 보호나 구제를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환자나 병원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말을 못 했죠. 이런 부분도 더 개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9. 대구의 일터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윤: 20대 남성이 숙박음식점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성추행으로 퇴사한 사건이 있었어요. 직장내 괴롭힘 상담도 여러 건 있었고요. 제조업 사업장인데 포괄임금제가 적용되고 있어서 문의한 경우도 봤어요.

작년 통계를 보니 3분의 1 정도는 임금체불 상담이더라고요. 그런데 사업주들도 잘 몰라서 저희 센터에 많이 물어보시거든요. 영세한 곳에서는 돈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법제도를) 정확히 몰라서 문제가 자주 생기는 것 같아요.

김: 5인 미만 사업장은 대부분 연장근로를 시키고도 연장근로수당을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시급이 1만 원이라면 8시간 일해도 1만 원, 12시간 일해도 1만 원을 지급하는 거죠.

신: 중소병원에서도 10퍼센트 정도는 포괄임금제 계약을 하더라고요. 근로시간이 명확한데도요. 그리고 가짜 3.3 계약도 많은 편이에요. 청년들이 일하는 학원가도 당연한 듯이 3.3 계약서를 쓰고요.

이: 노동권익센터에도 근로자성 인정 건으로 많이 찾아오시긴 해요. 사장님은 청년들에게 '너는 프리랜서’라고 주입을 시키지만, 요즘에는 정보가 많이 공유되니까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그리고 법적으로 5인 미만이면 부당해고, 직장내 괴롭힘 같은 법적 조치가 안 되는 부분이 안타까워요. 그런 법을 악용해서 1명이 운영하는 카페인데 (사업장을) 쪼개서 4인 이하로 만들어 운영하는 사례들도 있죠. 상담을 해도 도와드리기가 쉽지는 않아요.

윤: 20대 여성 한 분은 네일샵에서 프리랜서로 계약하고 일했어요. 주 5일, 휴게시간 제외하고 하루 9.5시간씩 근무했는데 임금이 100만 원이 되지 않아서 최저임금 미달이더라고요. 그런데 최저임금법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먼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자료를 수집한 후 노동청에 진정을 해보기로 했어요.

10. 그렇다면 노동 행정이 어떻게 개선되면 좋을까요?

윤: 예방 차원의 조치를 하면 좋겠어요. 보통은 사건이 생기고 나서야 사람들이 정보를 찾아보게 되니까요. 그래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는 사람들 대상으로 기본적인 노동 교육을 하자는 의견도 시에 전달했고요.

신: 중소 사업장일수록 대체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제도적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해요. 예를 들면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대체 인력 시스템이 있잖아요. 병의원의 경우에도 대체 인력을 중앙 차원에서 보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김: 노동청에 갔을 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고용주 선에서 해결되지 않고 대지급금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개인들에게는 어려워요. 노동권익센터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고, 민주노총에도 법률구조공단 지원이 있는데 이런 중간 지원조직을 더 확충하든가, 아니면 노동청에서 사건을 좀 빠르게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왼쪽부터 이정진 실장, 윤서윤 부장, 신은정 수석부본부장, 김무강 정책기획국장. ⓒ안진이

11. 공공부문의 일자리 질 보장이라든가, 생활임금 같은 지자체 노동 정책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이: 한마디로 말하면 그렇지 못하죠. 2017년부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시작됐는데, 대구 지역에서도 대구시 본청 및 산하기관과 공기업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자회사 방식의 전환 비율이 높고, 기존 정규직과는 임금이나 직급에서 아직 차별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에, 공공이 사용자라고 해서 일자리 질이 민간보다 반드시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윤: 생활임금이 기초 지자체에는 적용되지 않잖아요. 그게 또 함정이더라고요. 대구시 소속인 노동자에게는 적용되는데 기초 지자체 소속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적용을 못 받고 있어요.

이: 대구의 경우 지역 내 31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중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하는 곳이 한 곳도 없어요. 심지어는 대구 교육청도 생활임금을 적용 안 합니다.

김: 공공이 직접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용역, 도급, 위탁 같은 간접고용도 있잖아요. 대구가 생활임금 적용 대상을 넓히긴 했지만, 여전히 공공부문에 직접고용된 노동자까지만 적용되거든요. 대구시에 간접고용된 노동자에게도 생활임금을 적용하면 공공부문의 임금 수준을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어요.

신: 아이돌보미나 생활지원사 같은 직종은 민간위탁이라고 하지만 임금이나 수당은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결정해요. 이렇게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부분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2026년 대구시 생활임금이 시간당 1만2011원으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권입니다. 사실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지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게 생활임금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지 않습니까? 대구시가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부문 생활임금 강화는 물론이고 민간 부문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죠.

12. 앞에서 대구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들어오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지자체 차원에서 기업 유치 정책도 추진되고 있지 않나요?

이: 지역에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없잖아요. 일단 대기업을 유치하면 다른 중소·중견기업들도 같이 들어올 수 있고 평균 임금이 낮은 부분도 해소될 수 있겠죠. 그게 지역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제일 빨리 만드는 방법일 겁니다.

신: 지자체 차원의 노력도 필요한데 중앙정부가 미래 산업과 관련된 부분을 잘 배치해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포항-대구-광주를 잇는 2차전지 벨트라든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산업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죠. 그런 전략 없이 그냥 지자체가 대기업 하나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극복하기가 힘들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대구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데, 여기서 지자체의 역할이 있다고 봐요. 서비스업 일자리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하면 좋겠어요.

윤: 다 연결되는 것 같아요. 대학생들을 좋은 인재로 양성하면 뭐 해요? 사람을 채용할 곳이 없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대학교에 투자하고, 기업이 와야 하고, 정책적으로 뭘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 다 연계해서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13. 대구경북 통합 논의하면서 최저임금 적용 제외 움직임이 있었잖아요. 5극 3특 같은 계획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또다시 노동권이 후순위로 밀려날 우려는 없을까요?

이: 한국노총은 대구경북 통합특별법 법안에 최저임금 및 근로시간 적용 배제 특례조항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지역본부 입장문도 냈고, 국민의힘에 항의 서한도 보냈습니다. 저임금 적용 제외 같은 발상 자체가 반헌법적이고 반노동적이라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정도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조항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제된 걸로 알고 있어요.

김: 법안에서 독소조항은 많이 빠졌고, 최종 법안 만들 때는 노동시간 관련 조항들도 빠졌어요. 여전히 우려되는 지점은 경제자유구역, 글로벌 미래 특구 관련 내용인데요, 경제자유구역에서 파견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나 주휴일을 무급으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남아 있어요. 저는 이런 식으로 노동권을 후퇴시켜서 경제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에서 법안 만들 때 이런 조항을 넣지 않으면 좋겠어요. 불필요한 논쟁이 생기잖아요.

14. 마침 지자체 선거가 진행 중이고, 대구본부에서는 '대구형 좋은 일자리 구축'을 제안하셨는데, 지역의 상황에 맞는 접근법에 대해 더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김: 수도권의 청년 담론들은 공공부문이나 서비스업 중심이고 대졸 청년들 이야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구·경북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를 거쳐 제조업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아요. 제조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죠. 그래서 경남, 부산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대구에서도 좋은 일자리 지표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어요.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면서 일을 계속하려면 임금도 중요하지만 산단 주변의 환경이나 통근, 육아휴직 같은 조건들도 괜찮아야 하니까요. 이런 것들로 '좋은 일자리' 지표를 개발하고, 적어도 대구시가 관여하는 일자리 사업이나 위탁 사업에 반영을 해보자는 거죠.

윤: 그리고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거든요. 다른 말로 하면 ‘네가 알아서 일자리 만들라는 정책’이라고 청년들이 농담처럼 말하더라고요. 스타트업 하라면서 돈을 빌려주는 거잖아요. 잘못하면 빚만 왕창 지게 된다는 인식도 있어요. 돈은 많이 쏟아붓긴 하는데, 이게 정말 청년을 위한 정책인지 다시 한번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신: 정책을 내는 것과 별도로, 실제 집행 과정에서 그 취지를 잘 살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하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대구는 그게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수치로 보여주는 데 너무 집중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일자리 정책 같은 경우 예산은 엄청나게 투입하거든요. 단기 일자리로 숫자를 늘리려고 하니 1년밖에 안 되는 일자리, 10개월밖에 안 되는 일자리를 만들고 있어요. 숫자나 통계에 매몰되지 말고 근본적인 변화를 목표로 하면 좋겠어요.

김: 지금 시장 후보가 셋인데 세 후보 모두 노동 공약이 잘 안 보여요. 김부겸 후보 같은 경우 산업전환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정도. 추경호 후보는 노동정책과를 신설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노동 정책이 아니라 기업 일자리 추진에 포함되어 있어요. 노동이 잘 안 보이는 선거라는 지점이 아쉽습니다.

이: 제가 문의를 해봤는데, 현재 성서공단의 공장 가동률이 70%를 넘지 않는답니다. 만약에 어떤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성서공단에 취업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언제 어느 순간에 공장이 멈출지 모르는데 마음이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그러니 정주 비용이 더 들더라도 차라리 서울이나 경기에서 오랫동안 안심하고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현실이에요. 사실은 시민들도 대구 지역의 열악한 노동환경이라든가 청년 유출 같은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건 관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지요. 누가 시장이 되든 간에 지금보다 더 노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인 노동 정책을 수립,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끝)

안진이 독립연구자∙활동가

노동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다가, 생각한 것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일자리, 자동화와 AI, 불평등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해서 여러 매체에 기고한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집행위원이며, 비영리 독립언론 디프레임(deframe)의 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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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일본과 ‘상호군수지원협정’ 고려 안해”

참여연대, “한일 간에 논의한 것조차 부적절하다” 질타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6.01 11:18
  •  
  •  수정 2026.06.02 05:50
  •  
  •  댓글 0
 
1일 오전 브리핑하는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 [사진 갈무리-ebrief]
1일 오전 브리핑하는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 [사진 갈무리-ebrief]

국방부가 1일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에 대해 고려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안규백 장관이 ACSA 관련해 국민들의 이해와 설득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군 차원에서 국민 설득 작업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해당 협정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장관은 ‘국민 설득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국방부 차원에서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된 입장 아닌가’는 지적에 대해서도 “모순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면서 “(군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일 국방장관. [사진-국방부]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일 국방장관. [사진-국방부]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샹그릴라 대화 계기에 싱가포르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과 회담을 개최한 안규백 장관은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간 수색구조훈련을 6월 중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해군 함정에 대한 일본 해상 초계기의 저공위협비행사건’ 이후 7년여 만이다. 

지난달 31일 기자 간담회에서 안 장관은 전날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에서 “(ACSA) 논의가 있었다”면서 국민 정서 등을 들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1일 ‘논평’을 통해 “한일 간 이러한 논의를 진행한 것조차도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군수지원은 군사동맹을 맺은 국가 간에나 가능한 일”이고 “한일 간 군수지원 협정을 맺는다는 것은 일본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고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는 일”이자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의 전환, ‘군사대국화’를 향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공개지지”라고 짚었다.

이 단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을 위한 그 어떤 논의도 중단해야 마땅하다”고 다그쳤다.  

자주통일평화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한일군수지원협정은 단순한 군수 협력 협정이 아니”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제도화하고, 한일, 미일 군사협력을 군사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있는 위험한 협정”이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가 일본이 요구하는 한일군수지원협정 체결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한일군수지원협정 논의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번 한일 수색구조훈련 재개와 림팩을 통한 상호운용성 확대, 그리고 ACSA 체결 추진은 각각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며 “한미일 군사협력을 제도화·상설화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수색구조를 명분으로 하는 한일 해상훈련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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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에 얽힌 복잡한 사연들

 

[개벽예감 680] 전작권 전환에 얽힌 복잡한 사연들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6/06/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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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20년 전의 기억을 불러내다

2.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3. 판정은 3단계로 진행된다

4. 제2단계 검증에서 불합격한 한국군

5. 동북아 전략동맹의 중심은 평양 

 

1. 20년 전의 기억을 불러내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 국방부 미국정책과장을 지냈고, 2013년 한미연합사령부 부참모장을 지낸 예비역 육군 중장 전인범은 2024년 7월 서울에서 출판된 자신의 회고록에서 2006년 초여름 노무현 정부 시기의 청와대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논의한 회의에 관한 자신의 기억을 서술했다. 회고록에 의하면, 회의에서 당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송민순은 전인범에게 전작권을 환수하려는 방침에 대해 무슨 의견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하면서 발언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전인범은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하면 미국은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겠다고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송민순은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질문했고, 전인범은 “연합사가 해체되면 ‘작전계획 5027’이 없어지고, 그에 따른 시차별 부대 전개 목록이 없어지므로 만약 전쟁이 나면 미군의 증원이 원활하지 않아 그 시간 동안 우리 국민들이 많이 죽을 수 있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7월 31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국가안보회의 사무처와 국방부 연석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핵심 국정과제로 정하고, 환수계획을 수립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5년 9월 28일 노무현 정부는 제4차 한미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전작권 환수 문제를 부쉬 행정부에 제기했고, 2005년 10월 21일 제37차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전작권 환수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기로 합의했고, 2006년 9월 14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노무현-부쉬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의 기본 원칙과 이행 지침을 합의했고, 2007년 2월 23일 한미 국방부장관 회담에서 한국군 전작권을 2012년 4월 17일에 반환, 환수하기로 합의했다. 

 

위에 인용한, 전인범의 회고록에 수록된 송민순과 전인범의 질의응답은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환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던 2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2006년 초여름 당시 육군 대령이었던 전인범이 전작권 환수 문제에 관한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것은 당시 그가 한국 국방부에서 대미정책과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과 미제국 사이에서 제기된 각종 군사 현안들을 조율하는 중책을 맡아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전인범은 당시 청와대 회의에서 전작권 환수 문제에 관한 자신의 개인 의견을 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한 미제국군사령부 관계자들에게서 들은, 전작권 환수 문제에 관한 미제국 국방부의 견해를 전달한 것이다. 

 

전인범이 참석한 2006년 초여름 청와대 회의는 2006년 9월 14일 노무현-부쉬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의 기본 원칙과 이행 지침을 합의하기 약 3개월 전에 진행되었다. 그러므로 전인범이 청와대 회의에 전해준 미제국 국방부의 견해는 전작권 전환의 기본 원칙과 이행 지침이 공식 합의되기 약 3개월 전 미제국 국방부가 가지고 있었던 견해인 것이다. 2006년 당시 전작권 전환문제에 대한 미제국 국방부의 견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미제국이 한국군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는 것과 동시에 한미연합사령부는 해체되고, 주한 미제국군사령부와 한국군사령부는 병렬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2)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한미연합군의 전쟁계획이 자동적으로 폐기된다. 

3) 한미연합군의 전쟁계획이 폐기되면, 한국군사령부가 독자적으로 전쟁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4) 한국군사령부가 수립하는 전쟁계획에는 전시에 미제국군이 한국에 증원부대를 파병하는 문제가 포함될 수 없다. 

5) 전시에 한국군은 전쟁을 주도하고, 미제국군은 한국군을 지원하게 된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보기에 미제국 국방부의 견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국군 전작권을 환수하는 경우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한미연합군의 전쟁계획이 폐기될 것이라는 극도로 불길한 예상이었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환수한 이후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한미연합군의 전쟁계획이 폐기되면 독자적인 전쟁계획을 수립할 능력을 갖지 못한 한국군은 전쟁계획도 없이 전쟁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미제국군이 한국군을 지원해 준다는 전시방위공약을 유지는 해주겠지만, 언제 어떻게 지원해 줄지 매우 불확실할 뿐 아니라, 한국군이 전쟁에서 위태로운 처지에 빠지는 경우 미제국은 전시지원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전시에 미제국이 전시지원공약을 이행해 주지 않으면 한국군은 전쟁에서 패하게 된다는 것, 이런 극도로 불길한 예상이 전작권 환수 문제를 들고 나온 노무현 정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전작권 환수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거나 미제국의 한국 방위공약을 무효화하지 않으며, 미제국이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한 뒤에도 주한 미제국군을 계속 유지시키고 전시지원공약을 확실히 보장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노무현 정부의 간절한 소원은 2006년 9월 14일 노무현-부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전작권 전환의 기본 원칙에 반영되었다. 노무현-부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전작권 전환의 3대 기본 원칙은 전작권 전환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거나 한미연합군의 전쟁 준비 태세를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미제국은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한 이후에도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위공약을 유지한다는 것, 그리고 미제국은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한 이후에도 주한 미제국군을 계속 유지하고, 전시증원부대 파병 약속을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2006년 당시 부쉬 행정부가 공약한 것처럼, 미제국은 한국군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고 한미연합사령부와 한미연합군을 해체한 이후에도 한미동맹체제를 여전히 유지하게 될 것이다. 미제국이 한국군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면, 한미연합사령부와 한미연합군은 해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미동맹체제 자체가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정을 자주적 시각에서 보면, 한국은 한국군 전작권을 환수하더라도 대미예속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군사 부문에서의 대미예속성이 전작권을 환수하는 것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제국은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더라도 유엔사령부를 내세워 한국군을 계속 통제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군사 부문에서 대미예속성을 해소하려면 미제국과 체결한 예속적인 군사조약 및 군사협정, 예속적인 군사 관계를 전부 폐기하고 한미동맹체제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진정한 의미에서 자주국방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전작권만 환수하면, 자주국방이 자동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허상을 버리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의 대미예속성은 군사 부문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사상, 언론, 학문을 비롯한 한미관계의 모든 분야를 총체적으로 얽어매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했다고 해서 여타 모든 분야의 대미예속성이 자동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2007년 2월 23일 한미 국방부장관 회담이 개최되었다. 그 회담에서 미제국과 한국은 한국군 전작권을 2012년 4월 17일에 반환, 환수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이런 사정은 미제국이 한국군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기까지 5년의 준비기간을 한국에 주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노무현 정부 시기의 국방부는 전작권 환수를 염두에 두고 한국군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인 ‘국방개혁 2020’을 2005년 9월 13일에 발표했고, 그 중장기 계획이 2020년까지 완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5년 임기를 마치고 2008년 2월 24일에 물러났다. 

 

2.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2008년 2월 25일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작성해 놓은 ‘국방개혁 2020’을 폐기하고, 2011년 3월 8일 그것을 ‘국방개혁 307계획’으로 대체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내외정세를 뒤흔든 놀라운 사변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1) 2008년 5월 2일 서울에서 일어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중투쟁이 2008년 8월 중순까지 계속되면서 반미감정이 고조되었다.        

2) 2009년 4월 5일 조선이 인공위성 ‘광명성-2호’를 탑재한 위성운반로켓 ‘은하-2호’를 발사했다. 

3) 2009년 5월 25일 조선이 제2차 핵시험을 실시했다.

4) 2009년 11월 10일 대청해전이 일어났다. 

5) 2009년 조선은 240밀리미터 방사포 200문을 군사분계선 일대에 증강 배치했다. 

6)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어나 한국군 47명이 사망했다.

7) 2010년 10월 10일 조선은 열병식에서 화성포-11형 전술유도무기를 공개하였다. 

8)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나 한국군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고, 한국군 16명과 민간인 3명이 부상했다.

9) 2012년 4월 15일 조선은 열병식에서 화성-13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공개하였다.

10) 2012년 6월 18일 조선의 최고 존엄 동상을 폭파하기 위해 폭발물을 갖고 잠입한 탈북자 출신 테러범이 체포되었다.

11) 2012년 11월 1일 조선은 한국의 심리전 전단 살포에 대처하여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였다. 

 

위에 열거한 엄청난 사변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정세의 격랑에 휘말린 미제국과 한국은 전작권 전환 계획을 폐기했어야 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Barrack H. Obama) 당시 미제국 대통령과 이명박 당시 한국 대통령은 2010년 6월 26일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 17일에서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3년 연기한 것은 전략적 오판이었다. 왜냐하면 전작권 전환 시기를 3년 연기했다고 해서 정세의 격랑이 멈춰지고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는 주객관적 조건이 성숙되는 것은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세의 격랑은 더욱 세차게 몰아쳤다. 하는 수 없이 미제국과 한국은 2014년 10월 23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전작권을 전환하는 시기를 정하지 않기로 하고, 그 대신 3대 조건이 충족될 때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Conditions-based OPCON Transition)’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합의한, 전작권을 전환하기 위한 3대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한국군이 한미연합군을 지휘할 수 있는 고도화된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이 제1조건이다. 제1조건에는 한국군이 전면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쟁 기획 능력, 다시 말해서 지휘(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컴퓨터(computer), 정보(intelligence)에서 고도의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2) 한국군이 전쟁 초기에 조선의 핵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고도화된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이 제2조건이다. 다시 말해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능력으로 이루어진 ‘한국형 3축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3) 한국과 주변지역의 안보환경이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것이 제3조건이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이 위에 열거한 3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제1조건과 제2조건을 충족시키려면 미제국, 중국, 로씨야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군사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1등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은 고사하고, 영국, 프랑스, 일본 수준의 2등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한 한국과 주변지역의 안보환경이 안정되어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는 제3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한국과 주변지역의 안보환경이 안정되기는커녕 무력 충돌 위험이 극도로 증대되었다. 그러므로 제3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은 0%다. 

 

그런데도 주한 미제국군사령부는 한국군이 위에 열거한 3대 조건을 충족했는지를 평가하고, 검증했다. 여기서 말하는 ‘평가(assessment)’는 한국군이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는 조건을 얼마나 충족시켰는지를 한미연합군 군사훈련 현장에서 매 항목마다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검증(verification)’은 평가자료(data)를 놓고 매 항목마다 제대로 충족되었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평가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 평가단이 한미연합훈련 과정을 항목별로 채점하는 것이고, 검증은 주한 미제국군사령부 검증단이 평가자료를 항목별로 채점하는 것이다. 주한 미제국군사령관은 채점 결과를 보고받고 이를 승인하게 되는데, 승인은 한미안보협의회에서 공식화된다. 이 글에서는 평가와 검증을 포괄하는 ‘판정’이라는 개념을 쓴다.    

 

3. 판정은 3단계로 진행된다

 

주한 미제국군사령부는 각 단계에서 사용되는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Combined Mission Essential Task List)’을 만들어놓고, 그 목록을 기준으로 하여 한국군이 전작권을 환수하기에 필요한 조건을 얼마나 충족시켰는지 판정한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판정은 3단계로 시행된다.   

 

제1단계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한국군이 한미연합군 작전을 수행할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판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기본운용능력(IOC)에 대한 판정이라고 한다. 

제2단계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전시에 한국군 사령관이 한미연합군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지를 판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완전운용능력(FOC)에 대한 판정이라고 한다. 

제3단계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한국군의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판정하는 것이다. 

제1단계 평가는 2019년 8월 11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한미연합훈련(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에서 완료되었고, 제1단계 검증은 2020년에 완료되었다. 제2단계에서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한국군 사령관이 전시지휘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 한국군과 미제국군이 실시간으로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지, 작전계획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지 등을 판정하는데, 2020년 이후 5년 동안 여러 가지 사정이 겹치는 바람에 제2단계 판정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2단계 평가는 2022년에 완료되었고, 제2단계 검증은 내부적으로 완료되었으나, 한미안보협의회에서 공식화되지 않았다.

 

2025년 11월에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에서는 아직 완료하지 못한 제2단계 판정을 2026년에 완료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서, 주한 미제군사령부 검증단이 2022년에 작성된 평가자료를 검증하고, 주한 미제국군사령관이 그 검증 결과를 승인할 것인지 아니면 승인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고, 2026년 하반기에 개최될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승인 또는 비승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2026년 5월 31일 싱가폴(Singapore)에서 진행된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그 회의에 참석한 미제국 상하원 대표단을 현지에서 만나 한국군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고 하면서 한국군이 2020년에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를 이미 충족시켰다는 사실을 미제국 상하원 대표단에 알려주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한국군은 전작전 전환 조건을 판정하는 3단계 중에서 제1단계만 통과했는데,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한국군이 2020년에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를 충족시켰다고 말했으니 이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미제국 상하원 대표단 앞에서 왜곡 발언을 늘어놓은 것이다. 그의 왜곡 발언을 파헤쳐보자.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한국군은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2019년에 실시한 제1단계 판정에서 합격했다. 이것은 한국군이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 중에서 94%를 충족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군이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 중에서 94%를 충족시켰으니, 앞으로 6%만 더 충족시키면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국방부는 전작권을 머지않아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망쳐놓은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중앙일보’ 2020년 8월 24일 보도에 의하면, 2020년 5월 당시 주한 미제국군사령관 로벗 에이브럼스(Robert B. Abrams)는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을 90개에서 155개로 대폭 늘렸다고 한다. 한국군은 제1단계 판정에서 90개 항목을 충족시켜 합격했는데, 제2단계 판정에서는 155개 항목을 충족시켜야 합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한국군이 2020년에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를 충족시켰다는 안규백 국방부장관의 말은 90개 항목 중에서 94%를 충족시켰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90개 항목이 115개 항목으로 늘어난 이후 한국군이 항목을 충족시킨 비율은 94%에서 약 50%로 떨어졌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155개 항목 중에서 약 50%밖에 충족시키지 못한 현재 실정을 은폐하고, 90개 항목 중에서 94%를 충족시킨 과거 실정을 부각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묘한 사실 왜곡이 아닐 수 없다.  

 

4. 제2단계 검증에서 불합격한 한국군

 

2026년 4월 22일 미제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주한 미제국군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Xavier T. Brunson)은 전작권 전환 조건(제3단계 판정)을 2029년 3월까지 달성하기 위한 시행계획서를 미제국 전쟁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2022년에 작성된 제2단계 평가자료를 놓고 155개 항목별로 정밀하게 분석하는 검증작업이 적어도 2026년 1월경에 완료되었음을 암시한다. 

 

주한 미제국군사령부 검증단이 2026년 1월경에 검증 작업을 완료했다고 보는 이유는 미제국 전쟁부 정책담당차관 엘브리지 콜비(Elbridge A. Colby)가 2026년 1월 25일 서울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콜비는 방한 첫날 한국 국방부를 방문해 안규백 국방부장관과 회담했고, 방한 둘째 날에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주한 미제국군기지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를 방문했다. 미제국 전쟁부가 2026년 2월 4일에 공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캠프 험프리스 영내에 있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를 방문한 콜비는 주한 미제국군사령관 브런슨으로부터 한미연합군의 전쟁 준비 태세와 작전계획, 그리고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정형”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주한 미제국군사령부 검증단이 제2단계 평가자료를 155개 항목별로 정밀하게 검증한 결과가 합격으로 나왔을까 아니면 불합격으로 나왔을까? ‘중앙일보’ 2020년 8월 24일 보도에 의하면, 당시 한국 국방부 소식통들은 주한 미제국군사령관이 155개로 늘려놓은 항목들에는 한국군이 달성하기 힘든 항목들이 많아서 앞으로 한국군이 전작권을 환수하는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2020년 8월 당시 한국 국방부 소식통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전시지휘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따라서 전시에 작전계획을 제대로 실행할 능력도 갖추지 못한 한국군은 제2단계 평가자료에 대한 주한 미제국군사령부의 검증에서 불합격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한 미제국군사령관 브런슨이 2026년 4월 미제국 전쟁부에 제출한 시행계획서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제3단계 검증)을 달성하는 시점을 2029년 3월까지 연기한 것은, 주한 미제국군사령부 검증단이 제2단계 평가자료에 대한 검증에서 한국군에 불합격점을 주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일 합격점을 주었다면, 제3단계 판정을 2029년 3월까지 연기하지 않고 2027년에 곧바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려는 욕구에 사로잡힌 이재명 정부는 한국군이 불합격점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제3단계 판정이 2027년에 완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떠있다. 하지만 기대는 현실이 아니다. 2026년 4월 21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브런슨은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려고 들떠있는 이재명 정부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정치적 이익 추구(political expediency)는 조건에 앞서지 않는다. 조건에 집중하는 것이 한국과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그가 말한 ‘정치적 이익 추구’는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경망스러운 행동을 가리킨다. 브런슨의 발언은 전작권을 환수할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경망스러운 행동을 제지한 것이었다. 이런 사정은 주한 미제국군사령부의 조건 충족 우선론과 이재명 정부의 조기 환수론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아니나 다를까, 2026년 5월 11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국방부장관 회담에서 조건 충족 우선론과 조기 환수론이 정면충돌을 일으켰다.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한미 국방부장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전작권을 전환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미제국 전쟁부가 한국 국방부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6년 5월 20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단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은 2026년 10월에 개최될 한미안보협의회 전까지 전작권을 환수하기 위한 시간표를 작성할 것인데, 제3단계 판정에 필요한 시간은 1년이면 충분하므로 이르면 2027년 하반기에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로부터 6일이 지난 2026년 5월 26일 경상남도 창원시에 있는 한국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가 진행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안규백 국방부장관은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제2단계 검증을 완료한 뒤 (이재명) 대통령께 전작권 시기를 건의해 환수를 가시화하겠다”고 말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전작권을 “신속히”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정은 이재명 정부가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27년 하반기로 정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 1년 몇 달 뒤에 전작권을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2026년 5월 11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국방부장관 회담에서 핏 헥세스(Peter B. Hegseth) 미제국 전쟁장관은 안규백 국방부장관에게 전작권을 전환하기 위한 조건을 먼저 충족해야 한다고 알아듣도록 설명했는데도 이재명 정부는 조기 환수론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고집스러운 태도 때문에 미제국 전쟁부는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그래서 주한 미제국군사령관 브런슨은 2026년 5월 12일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개최된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전작권 전환은 “전문성의 축적을 요하는 일”인데, 이재명 정부가 “시한(timelines)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바람에 ”나는 잠을 들지 못한다“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5. 동북아 전략동맹의 중심은 평양

 

2026년 1월 26일 브런슨이 주한 미제국군사령부를 방문한 콜비에게 전작권 전환 정형에 관해 어떤 보고를 했는지 당시에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2026년 5월 28일 ‘조선일보’ 단독보도를 통해 그 윤곽이 세상에 드러났다. 단독보도에 의하면, 브런슨은 콜비에게 “만일 전작권이 무리하게 조기 반환되면, 기존 합의대로 미래연합군사령부를 창설해 전시에 한국군 연합사령관이 주한미군을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보고했다”라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전작권을 수행할 능력(지휘통제능력과 정찰감시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한국군이 욕망부터 앞세워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면, 미래연합사령부를 창설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이재명 정부에 보낸 것이다. 

 

미래연합사령부를 창설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경고는 주한 미제국군사령부가 한국군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한 이후 기존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하고 나서 새로운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새로운 한미연합사령부는 한국군 육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고, 주한 미제국군 육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는 기형적인 사령부다. 미제국 육군 대장이 자기 발밑에 있는 한국군 육군 대장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므로 지형적인 지휘 구조가 아닐 수 없다. 미제국이 새로운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하지 않으면, 주한 미제국군사령부와 한국군사령부가 병존하게 된다. 그런 병존체제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지금 미제국의 관심과 노력은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려는데 집중되고 있는데, 한미연합사령부는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는 전시체제가 아니라 조선과의 전쟁에 대비하는 전시체계에 맞게 설계되었다. 따라서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려는데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는 미제국은 한미연합사령부를 계속 유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런 판국에 이재명 정부가 전작권을 무리하게 환수하면, 미제국은 새로운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하지 않고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는 새로운 형태의 연합사령부를 창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제국 전쟁부가 말하는 ‘동맹 현대화’와 ‘전략적 유연성’은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는 새로운 형태의 연합사령부 창설을 요구한다. 

 

이런 요구는 2025년 12월 2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한미연합사령부 주최로 진행된 제2회 한미연합정책포럼에서 동북아전투사령부 창설 구상으로 제기되었다. 그 자리에서 동북아전투사령부 창설 구상을 꺼내놓은 사람은 미제국 아시아태평양전략쎈터(CAPS) 부회장 데이빗 맥스웰(David Maxwell)이다. 미제국이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동북아전투사령부를 일본 도꾜에 창설하면, 주일 미제국군과 일본자위대가 그 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주한 미제국군도 그 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작권을 환수한 한국군만 고립될 수 있다.

      

지금 조선은 동북아시아에서 기존 양자 전략동맹을 다자 전략동맹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이미 시작했다. 조선은 중국과 로씨야와 각각 맺은 기존 양자 전략동맹을 동북아를 포괄하는 다자 전략동맹으로 전환시키려는 것이다.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총비서는 시진핑 중국 주석, 뿌찐 로씨야 대통령과 함께 텐안먼 망루의 주석단에 올랐다. 이 극적인 장면은 동북아를 포괄하는 다자 전략동맹이 태동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2026년 6월 초로 예정된 시진핑 주석의 조선 방문은 동북아를 포괄하는 다자 전략동맹이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변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무슨 의미를 내포하는 것일까? 시진핑 주석의 조선 방문은 동북아 전략동맹의 중심이 베이징이나 울라지보스또크가 아니라 평양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동북아 전략동맹의 중심은 평양이 될 수밖에 없다. 동북아시아 정세가 이처럼 급변하고 있는데, 동북아시아를 포괄하는 전략적 구상을 전혀 하지 못하는 이재명 정부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좁고 동그란 하늘을 쳐다보면서 전작권 환수에만 매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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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한 5건 재심서 무죄' 검사, 그래도 아무 일 없었다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현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저서에 [함석헌 평전], [고문과 학살의 현대사],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퀘이커교도. 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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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읽는 '반헌법행위자열전' 김남옥 편

간첩공장의 법률 품질 관리자로 1990년 사망

1972~81년 납북어부 간첩조작 사건들 기소

고문으로 허위 자백 받아낸 것 알면서도 '통과'

"모든 것이 애매합니다만 사형 처해달라" 황당

영국 '길퍼드 4인' 사과와 배상, 검사·경찰 조사

우리 공안검사들 조사받지도 처벌받지도 않아

2026년 봄, 영국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 4권을 받아 들었다. 김남옥(金南玉, 1937~1990) 항목의 부제가 눈을 사로잡았다.

"기소사건 중 5건이나 재심 무죄가 선고된 1970, 80년대 대표적인 간첩조작사건 검사."

5건. 한 검사가 기소한 사건 중 다섯 건이 수십 년 뒤 무죄로 뒤집혔다. 그것도 재심에서. 즉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는 뜻이다. 공장에서 불량품이 5개 나왔다면 품질 관리자를 즉시 불러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검찰공장'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남옥은 1990년 사망할 때까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며 한 가지를 생각한다. 5건의 재심 무죄가 나온 검사가 살아있었다면 과연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영국에서라면, 독일에서라면. 그리고 한국에서는?

 

김남옥(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

1937년 출생, 납북어부의 운명을 쥔 검사

김남옥은 1937년 태어났다. 검사로서 그의 행보가 집중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1970년대 목포 일대에서 근무할 때다. 광주지검 목포지청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그는 서해안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들을 줄줄이 담당했다. 1972년 동림호 사건, 1973년 김성학·이청일 사건, 1979년 태영호·강대광 사건, 1981년 김기삼 사건이 그의 손을 거쳤다.

납북어부란 무엇인가. 서해에서 고기를 잡다가 북한에 납치됐다가 돌아온 어부들이다. 그들은 이미 한 번 피해자였다. 국가가 바다에서 자국민을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수사기관이 그들을 간첩으로 의심하고,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내고, 검사가 기소했다. 납북의 고통 위에 간첩조작의 고통이 덧씌워졌다. 김남옥은 그 두 번째 고통의 문지기였다.

 

2023년 9월 3일 여수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세계사 속의 동류, '확증 편향'의 법률기술자들

영국에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사례가 떠오른다. 영국에서도 1970~80년대 아일랜드공화군(IRA) 관련 테러사건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간첩 또는 테러리스트로 기소됐다. '길퍼드 4인'(Guildford Four)과 '버밍엄 6인'(Birmingham Six)이 대표적이다. 고문으로 받아낸 자백으로 기소됐고, 수십 년 뒤 무죄가 확정됐다. 영국 정부는 공식사과하고 배상했다. 담당 검사와 경찰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졌다.

소련의 안드레이 비신스키(Andrey Vyshinsky, 1883~1954)는 스탈린(1878~1953) 치하 대숙청 재판의 공식 기소자였다. "자백은 증거의 여왕"이라는 그의 법리는 고문으로 받아낸 허위자백을 기소의 근거로 삼는 것을 정당화했다. 김남옥의 기소 방식과 구조가 다르지 않다. 다만 비신스키는 수천 명을 처형대로 보냈고, 김남옥은 수십 명의 인생을 망쳤다. 규모의 차이일 뿐, 방법은 같다.

 

제임스 번스 미 국무장관(왼쪽)이 1945년 7월 15일 포츠담 회담 참석을 위해 공항에서 안드레이 그로미코주미 소련 대사(가운데)와 안드레이 비신스키 당 중앙위원의 영접을 받고 있다.(위키피디아)

동림호 사건 고문은 경찰이, 기소는 검사가

1972년 동림호 사건이 김남옥의 첫 번째 문제 사건이다. 목포 앞바다에서 납북됐다가 귀환한 동림호 선원들이 수사기관의 고문을 받고 간첩으로 조작됐다. 목포지청 검사 김남옥은 고문의 흔적이 역력한 상황에서도 기소를 강행했다.

납북어부 간첩조작 사건의 공통된 패턴이 있다. 선원들이 바다에서 납치된다. 귀환한다. 수사기관이 연행해 불법 구금한다. 이근안(1941~2026) 같은 기술자가 혹독하게 고문한다. 어부들은 결국 이근안이 불러주는 대로 자술서를 베낀다. 사건이 검찰에 넘어온다. 검사는 고문의 흔적을 보면서도 기소한다. 법정에서 피고인이 고문을 폭로한다. 검사는 묵살한다. 유죄가 선고된다. 수십 년 뒤 재심에서 무죄가 나온다.

김남옥이 담당한 5건 모두 이 패턴을 따랐다. 그는 이 패턴을 만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패턴이 작동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맡은 사람이었다. 고문이 있어도 기소하지 않으면 간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소가 없으면 유죄 판결도 없다. 검사는 그 공장의 중간 공정이었다.

 

▲ 2008년 7월 9일 전북 부안군 위도의 한 섬마을에 410년 만의 무죄와 명예회복을 축하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어부들이 겪어온 설움과 고통은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 이주빈

"모든 것이 애매합니다만 사형에 처해주십시오"

김남옥의 이력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있다. 전주지검 정읍지청장 시절인 1981년 제주 간첩조작사건에서 그는 이렇게 논고했다.

"모든 것이 애매합니다만 사형에 처해주십시오."

모든 것이 애매하다. 그런데 사형이다. 이 논고 한 문장이 그가 어떤 검사였는지를 단번에 보여준다. 증거가 불분명해도 사형을 구형하는 것, 이것이 공안검사의 소신이었다.

이 사건은 2014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모든 것이 애매하다"고 스스로 인정한 사건에서 사형을 구형하고 유죄를 받아낸 검사. 30년 뒤 재심재판관은 그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99년 10월 28일의 이근안. 연합뉴스 자료사진

5건의 재심 무죄가 말하는 것

김남옥이 기소한 사건들이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날들을 상상해본다. 법원은 사과했다. 재심 재판관들은 눈물을 흘리며 국가를 대신해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그 기소를 강행했던 김남옥은 1990년 사망했다.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피해자들이 억울하게 감옥에 있는 동안 김남옥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반헌법행위자열전』이 확인한 것은 그가 1985년 전남대 삼민투 사건을 기소하고, 1986년 일본 관련 김양기 간첩조작사건을 담당하며 피의자의 고문 호소를 묵살하고 기소했다는 것이다. 퇴직할 때까지 그는 멈추지 않았다.

 

2021년 12월 28일 KTV '진실 그리고 화해' 유튜브 화면 갈무리

납북어부들의 겹친 비극, 국가가 두 번 버린 사람들

영국에서 이 기록을 읽으며 한 가지 사실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납북어부들은 국가가 두 번 버린 사람들이다. 첫 번째는 바다에서. 대한민국 해군과 해경이 지켜주지 못했다. 두 번째는 육지에서. 돌아오자마자 간첩으로 만들었다.

제2남진호 선원들의 경우를 보면 더욱 기막히다. 경찰은 선장에게 "북한 해상에서 조업하다 잡혔다고 진술하면 다른 선원들은 풀어주겠다"고 회유해 월선한 것으로 처리했다. 국가가 납치사실을 은폐하고 선원들을 협박한 것이다. 그리고 몇 년 뒤 이근안이 그 선원들을 다시 잡아다 간첩으로 만들었다. 이 구조 안에서 김남옥은 기소장을 썼다.

 

김남옥(반헌법행위지열전 편찬위)

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영국의 '길퍼드 4인' 사건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기소한 검사와 경찰관들은 이후 광범위한 조사를 받았다. 일부는 형사 기소됐고, 비록 최종 유죄 선고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조사의 과정 자체가 기록으로 남았다. 그리고 영국 정부는 공식 사과와 함께 제도를 바꿨다.

한국에서는 김남옥이 1990년 사망할 때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재심 무죄는 그가 죽은 뒤에야 줄줄이 나왔다. 책임을 물을 대상이 사라진 뒤에야 역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것이 한국 공안검찰 역사의 가장 씁쓸한 패턴이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 )의 비상계엄 선포를 영국에서 생중계로 보며 나는 김남옥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애매합니다만 사형에 처해주십시오."

이 한 문장이 공안권력의 본질을 압축한다. 애매하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원칙,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법의 근본 원칙이 이 한 문장으로 뒤집혔다. 그 문장을 가능하게 했던 구조는 지금도 살아 있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김남옥의 이름을 기록했다. 5건의 재심 무죄를 만든 검사의 이름을.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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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비수는 한미동맹을 향한 민중의 칼날이다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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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6.0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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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匕首)라는 말은 오래된 한자 어휘다. 최근에 현대 한국판 ‘비수’가 등장했다.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이 5월 22일 공개된 미 육군전쟁대학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진행자가 브런슨에게 “중국의 관점에서 지도를 동쪽이 위로 오도록 돌려 보면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는다. 이에 브런슨은 중국 동해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면 “한국은 아시아의 심장에 박힌 비수(dagger)이고, 그 뒤로 일본은 일종의 방패 또는 후방 차단선이며, 남동쪽에는 필리핀이 있다”고 말한다. 중국을 향해 한국은 공격용 무기가 되어야 한다는 가당찮은 의사표현이다.

 

망발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브런슨이나 미국은 한국을 주권국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노는 한낱 흉기쯤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둘째, 중국의 심장에 단도를 꽂는 한국의 모습을 부각시켜 한중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저의를 드러낸다. 셋째, 그리하여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 견제의 고정 플랫폼 이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넷째, 한반도의 ‘비수’가 중국을 겨누듯 주한미군의 역할 역시 북한 억제가 아니라 중국 공격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만히 두고 보기에는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자존의 모멸감’이다.

야콥 메켈(Jakob Meckel)이라는 프로이센 육군 장교가 있었다. 1866년 보오전쟁, 1870-71년 보불전쟁을 겪었다. 1881년 소령이 되었고 1885년부터 3년 간 일본에서 교관으로 지낸다. 프로이센식 개혁을 선택한 일본 육군의 지원으로 메켈은 일본 육군을 주둔부대 중심의 프랑스식 체계에서 기동형 프로이센식 사단체제로 바꾸었다. 동시에 그는 충성, 복종, 의무 같은 프로이센 장교단의 윤리를 일본 천황제 군대의 규율과 결합시켰다. 일본 군국주의사의 관점에서 보면 메켈은 단순한 기술고문이 아니라 일본 육군의 전략적 세계관을 바꾼 인물이다.

1885년 메켈은 일본군에 새로운 전략적 시각을 제공한다. 조선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던 메이지 일본에게 메켈은 한반도를 “일본의 심장을 겨눈 비수”라고 비유하면서, 조선이 적대세력의 손에 들어가면 일본 본토를 위협하는 전진기지가 된다고 경고했다. 조선이 독립적이고 안정된 완충지대라면 문제가 덜하지만, 러시아나 청나라 같은 제3국에 장악되면 일본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전진기지가 된다는 논리였다. 물론 그것은 조선이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강대국들이 활용하는 도구로 취급하는 인식론이다. 브런슨의 사고가 바로 이것이다.

메켈이 쓴 ‘비수’라는 단어의 독일어 원어는 없고 일본어로는 ‘다가’(ダガ: 短刀), 영어로는 dagger로 기록되어 있다. 일본어도 영어 음차다. 한자 비수(匕首)는 ‘숟가락(匕) 머리(首)’라는 기묘한 조합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자객열전〉은 “비수는 소매 속에 숨길 수 있는 짧은 칼로, 그 머리가 숟가락(匕)과 같아서 비수라 부른다”고 기록한다. 기원전 227년 자객 형가(荊軻)가 암살 목적으로 진왕에게 바칠 지도 속에 돌돌 말아 숨겨 들어간 무기가 역사상 가장 유명한 단검인 독약이 발라진 조나라의 비수(趙國匕首)다.

브런슨은 한국을 미국의 다채로운 전력수단인냥 조롱한다. 그는 2025년 5월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육군협회 심포지움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야간 위성사진으로 보면 한국은 물 위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첫째, 한반도는 중국 동부 연안과 가까운 고정 군사 플랫폼이라는 뜻이다. 둘째, 주한미군은 “거리의 횡포”를 줄이는 전진 배치 자산이라는 뜻이다. 셋째, 미국은 한국-일본-필리핀을 잇는 삼각 구도를 통해 중국의 방어 구역 안쪽에서 작전할 수 있다고 본다는 뜻이다.

 

1983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는 워싱턴 방문 중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열도를 미국의 대소련 전진기지, 즉 “불침항모(unsinkable aircraft carrier)”처럼 만들겠다고 말한다. 미국에 나라를 바치겠다는 매국발언이었다. 일본 내에서 소동이 일었지만 자주성 상실이라는 측면보다 일본의 재무장 야욕이라는 차원의 비판이 대부분이었다. 브런슨의 “한국항모” 발언은 나카소네의 불침항모 정신이 한국에서도 고취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깔고 있다. 스스로 미국의 항모가 되지 못해 안달하는 일본처럼은 아닐지언정, 나라를 영광스러운 미국의 항모로 만들어주겠다는 주인국의 후의에 감지덕지할지니. 더 이상 고약하기 어려운 극도의 오만함이다.

지중해의 말타는 1940-42년 추축국의 집중 폭격을 받으면서도 영국 공군과 해군의 전진기지로 기능했다. 1942년 가을 미국과 호주의 언론은 말타를 영국의 “불침항모”로 묘사한다. 이를 처칠 수상이 인용해 유명해진다. 1950년 맥아더는 대만(포모사)이 공산권 손에 들어가면 “불침항모”가 되어 미국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런슨의 “한국항모” 발언은 말타에서 대만으로, 그리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어지는 언어의 최신 변형이다. 요는 ‘비수’가 됐든 ‘항모’가 됐든, 스스로 항모가 되든 남이 나를 항모로 만들든, 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69년에 나온 〈케이마다〉(Queimada)라는 영화가 있다. 극영화를 다큐멘터리 식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질로 폰테코르보 감독의 작품이다. 보통 〈번!〉(Burn!)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무대는 케이마다라는 가상의 카리브해 섬이다. 포르투갈어로 “불태워진 곳”이라는 뜻이다. 영국인 주인공 워커(말론 브랜도)가 포르투갈의 식민 독점을 깨러 케이마다로 들어간다. 그가 가르친 노예 돌로레스가 앞장 선 반포르투갈 반란이 성공해 포르투갈 지배는 무너지고 노예제는 폐지된다. 그러나 섬은 영국의 지배 아래 들어갔을 뿐이다.

제국주의는 노골적인 점령군의 얼굴로만 오지 않는다. 처음의 영국과 워커는 해방자처럼 등장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민중의 자유가 아니라 지배권의 확보였다. 일본의 식민을 청산하러 한반도에 들어온 미국 역시 해방자처럼 입장했다. 하지만 미군정은 친일청산을 봉쇄하고 이승만이라는 현지 대리 권력을 통해 분단국가의 폭력적 기초를 놓았다. 이승만은 돌로레스가 아니었다. 돌로레스가 제국에 이용당하다가 다시 맞서는 민중적 저항의 이름이라면, 이승만은 저항의 가능성을 짓밟고 미국의 품 안에서 권력을 움켜쥔 토착 관리인이었다.

현대판 워커가 브런슨이다. 이 자의 “한국항모”와 “아시아의 심장부에 박힌 비수”라는 표현은 한국을 기껏 지들의 전략적 위치와 군사적 기능으로 위축시킨다. 〈번!〉의 케이마다가 영국에게 무역거점이요 해상전략의 요충지였을 뿐이었던 것처럼 미국에게 한국은 주권국이 아니다. 중국에 대들기 위한 전진기지에 병참거점일 뿐이다. 한마디로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다. 언제까지 이런 수모를 당하고 살 것인가. 지저분한 입술로 농락을 일삼는 자는 당장 추방시킬 일이다. 지금 우리의 비수가 꽂힐 자리는 이런 자의 정수리요 한미동맹의 명치일지니. 끝.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다. 1985년에 외무부에 처음 들어간 이후 약 15년 이상을 해외에서 지냈다. 보스턴, 파리, 텔아비브, 하노이, 워싱턴,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바르샤바, 루안다(앙골라)가 그의 활동 공간이었다. 1962년에 태어난 저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에 곧바로 외무부에 입부했다. 자연히 외무부 내에서의 경력도 경제외교 분야에 집중되었다. 코이카 창설, 우리나라의 OECD 가입, 한미 FTA 협상의 과정에 관여했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을 협상했고, 보건복지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총괄했으며, 2014년부터 2년간 앙골라에서 대사로 일했다. 이후 2018년 6월 외무부를 퇴직하고 국제기구인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의 사무총장으로 행복도시를 창조하는 도시외교를 추진했다. 2021년 6월 말로 지난 36년간의 공직을 모두 마친 저자는 마침내 자유인이 되어 지금은 시, 소설, 에세이, 칼럼, 인류문명 비평서 등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판타스틱 폴란드: 아흔아홉 개 이야기 더하기 하나』(2023. 12, 지만지)의 저자이고, 이창천이라는 필명으로 『명품외교의 길: 좌파 외교관이 보는 한국외교』(2025. 3, 진인진), 『브라보 한미동맹: 숭미동맹의 그늘 벗어나기』(2025. 8, 진인진), 『하늘과 사람과 촛불과 시네마: 청춘 너머의 독서와 영화 읽기』(2026. 1, 진인진)를 출간했다.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다. 1985년에 외무부에 처음 들어간 이후 약 15년 이상을 해외에서 지냈다. 보스턴, 파리, 텔아비브, 하노이, 워싱턴,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바르샤바, 루안다(앙골라)가 그의 활동 공간이었다. 1962년에 태어난 저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에 곧바로 외무부에 입부했다. 자연히 외무부 내에서의 경력도 경제외교 분야에 집중되었다. 코이카 창설, 우리나라의 OECD 가입, 한미 FTA 협상의 과정에 관여했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을 협상했고, 보건복지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총괄했으며, 2014년부터 2년간 앙골라에서 대사로 일했다. 이후 2018년 6월 외무부를 퇴직하고 국제기구인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의 사무총장으로 행복도시를 창조하는 도시외교를 추진했다. 2021년 6월 말로 지난 36년간의 공직을 모두 마친 저자는 마침내 자유인이 되어 지금은 시, 소설, 에세이, 칼럼, 인류문명 비평서 등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판타스틱 폴란드: 아흔아홉 개 이야기 더하기 하나』(2023. 12, 지만지)의 저자이고, 이창천이라는 필명으로 『명품외교의 길: 좌파 외교관이 보는 한국외교』(2025. 3, 진인진), 『브라보 한미동맹: 숭미동맹의 그늘 벗어나기』(2025. 8, 진인진), 『하늘과 사람과 촛불과 시네마: 청춘 너머의 독서와 영화 읽기』(2026. 1, 진인진)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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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투자냐 재분배냐…정부 ‘반도체 초과세수·이익’ 활용법 분분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6/01 08:47
  • 수정일
    2026/06/01 08: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신민정,서영지,권효중기자

  • 수정 2026-06-01 06:52

구윤철·박홍근 “첨단산업에 투자”

김영훈 “협력업체 동반성장에 공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연합뉴스

반도체 산업이 벌어들이고 있는 막대한 이익 규모를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일단락된 뒤, 정부에서도 저마다 활용법을 둘러싼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역사상 유례없는 천문학적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해 윗목과 아랫목의 온도 차를 줄이거나, 반도체의 뒤를 이을 새로운 먹을거리를 개발하는 투자에 나서겠다는 등 정부 부처마다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30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티브이(TV)’에서 정부가 걷을 초과세수와 관련해 “제2의 메모리반도체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8월 법인세 중간예납을 해봐야 알 수 있지만, 초과세수가 더 생길 건 명약관화하다”며 “메모리반도체의 수입을 가지고 제2, 제3의 메모리반도체에 준하는 품목별 아이템에 과감하게 투자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1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대전환기에 확실한 분야에 돈을 써야 한다”며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초전도체·그래핀 등 신소재를 언급한 뒤 “초과세수의 상당 부분을 국부펀드에 넣겠다”고 덧붙였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이날 같은 채널에서 “지금은 물이 들어올 때”라며 적극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장관은 “재정을 적재적소에 써서 경제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하면 성장의 성과가 세수로 이어진다. 세입이 확충되면 다시 재투자하는 게 선순환”이라며 “내년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첨단산업 미래 먹거리에 과감하게 투자하되,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격차에 따라 사회안전망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당국 ‘투톱’이 정부의 초과세수 쓰임새를 놓고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기업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 이익을 두고서는 부처마다 엇갈린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에서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며 “인공지능 호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대한민국 산업 대도약의 성장엔진을 확보해야 한다”고 썼다. 이를 위해 막대한 이윤을 낸 기업들이 미래를 대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하고, 정부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반도체 호황을 지렛대 삼아 한국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써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김정관 장관의 게시물에 “협력업체 동반성장으로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을 만들자”고 댓글을 다는 등 시각차를 보였다. 그는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날 삼성전자의 성공은 해당 노사의 헌신적 노력에 더해 국가·지역·사회의 노력이 합쳐진 것”이라며 “초과이익의 공유가 원청 정규직에만 한정되는 게 옳은가. 협력업체가 동반성장하면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 공유를 통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기초체력을 키워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유럽에서 도입한 사회연대임금을 본뜬 ‘한국형 사회연대임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노동시장을 관장하는 부처 수장으로서 재분배에 방점을 찍은 사회적 논의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애초 노동부는 이를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6월1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다양한 의견수렴’을 이유로 개최를 연기한 상태다.

청와대는 결론을 열어두고 여론을 수렴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사회적 의견을 수렴해보겠다는 것이다. 집단지성을 믿는 만큼 국민의 의견을 귀담아듣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신민정 서영지 권효중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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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대통령 투표 독려, 도리어 정쟁 소재 되고 정치적 갈등 증폭”

[아침신문 솎아보기] 6·3 지방선거 D-2 사전투표율 23.51%로 역대 최고치

선거 앞두고 여야 갈등 최고조, 이재명 대통령 사전투표 해프닝에 우려도

한겨레 “부정선거 주장, 최고법원이 배척한 음모론 선거철마다 반복하는 것은 범죄”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6.06.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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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026년 5월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사전 투표 중 기표 도장 관련 문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 당일까지 이틀이 남은 가운데, 지난달 29·30일 실시된 사전 투표율이 23.51%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으로, 2022년 지방선거 사전 투표율보다 2.89%포인트 오른 것이다. 14개 지역에서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율도 24.12%였다. 높은 사전 투표율이 높은 본투표율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사전투표 제도가 정착된 결과로 언론은 해석했다.

1일 지면을 발행하는 주요 일간지들은 선거가 이틀 남은 시점에 여야가 이재명 정부 지원이라는 논리와 심판론을 펼쳤다고 전했다. 선거 막바지에 뚜렷해지는 여야의 논리를 전하고, 소수 정당을 중심으로 여전히 주장되는 부정선거론은 이제는 정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공통적이었다.

▲1일자 중앙일보 1면.

다음은 1일 선거와 관련된 1면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막판 다다른 선거 키워드는 ‘이재명’>

국민일보 <“30대 표심” vs “강남 투표율” 초접전 서울시장 막판 변수>

동아일보 <한 기관 두고 서오 “유치” 같은 당끼리 겹치기 공약>

서울신문 <격전지 사전투표 결집 전북·대구 확 늘었다>

세계일보 <사전투표율 최고…“정권 안정” “독주 심판”>

조선일보 <與 “李에 힘 실어줘” 野 “샤이보수 결집”>

중앙일보 <MB도 뛰어들었다, 막판 진영 총결집>

한겨레 <“이명박근혜 등판 정치 퇴행” vs “이재명 심판”>

한국일보 <파랑·빨강 입고…정치 중립 무색한 교육감 선거>

경향신문 1면 기사는 “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이재명 대 반이재명’의 선거 구도가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여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성과를 강조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나선 보수 결집 시도를 견제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1면 기사에서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여야가 막판 투표율 해석을 놓고 정면으로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높은 사전투표율을 ‘정권 안정론’에 대한 호응으로, 국민의힘은 ‘정권 심판론’에 따른 결집으로 각각 해석했다”며 “이제 관건은 본투표를 포함한 최종 투표율”이라 전했다.

▲1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도 1면 기사로 <與 “李에 힘 실어줘” 野 “샤이보수 결집”>를, 중앙일보도 1면 기사에 <李 “구태기득권” MB “마이크 처음 잡아”…막판 진영 총결집>을, 한겨레도 1면으로 <“이명박근혜 등판, 정치퇴행” vs “이재명 정부 심판”> 기사를 배치하면서 막판 격전을 전달했다. 중앙일보는 “선거 기간 내내 지역 방문 일정과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비판 등으로 여권 내 이슈를 주도해 온 이 대통령의 존재감이 선거 막판 극대화 되는 모양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교육감 선거를 1면에서 다루면서 “정치권력과 중앙정부로부터 독립해 교육 자치를 실현하자며 2007년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 그러나 약 20년 만에 그 취지가 유명무실해지면서 교육감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대안으로 거론되는 러닝메이트제, 임명제 등에 대해선 교육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극명히 갈려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고 했다.

▲1일자 한국일보 1면.

한겨레 “부정선거 주장, 최고법원이 배척한 음모론 선거철마다 반복하는 것은 범죄”

사설에서도 사전투표와 함께 선거 직전 분위기들이 전달된 가운데, 특히 부정선거 음모는 이제는 정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공통적이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선거 직전 이재명 대통령의 SNS 메시지 등을 비판하는 사설을 내보냈다.

다음은 1일 주요 일간지 사설 가운데 선거와 관련한 내용의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부정선거 음모론자 모스 탄, 지선 방해하러 입국했나>

동아일보 <사전투표 역대 최고… ‘부정선거 음모론’ 심판한 유권자들>

서울신문 <역대 최고 사전투표… 선거 후유증 없도록 공정 관리를>

세계일보 <투표지 노출 논란, 공정·투명선거 관리 강화 계기로>

조선일보 <선거 앞두고 이어지는 대통령의 거친 언행>

중앙일보 <성숙한 사전투표 속 논란 부른 전·현직 대통령 행보>

한겨레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선거방해, 두고만 볼 건가>

한국일보 <역대 최고 사전 투표율, 여야 아전인수 말고 민심 살펴야>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부정선거론을 설파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자 모스 탄 교수의 입국을 전달하면서 “음모론이 선거판을 흔들면 유권자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왜곡되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공적 제도에 대한 불신만 커질 뿐”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와 수사당국은 허위정보 유포와 조직적 선동으로 유권자를 기만하는 음모론자들의 선동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탄 교수가 제멋대로 한국을 드나드는 것을 경찰이 용인해선 안 된다”고 했다.

▲1일자 경향신문 사설.

동아일보 역시 이날 사설에서 “높은 사전투표율은 유권자들이 일부 극단 세력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동안 부정선거 음모론은 대부분 사전투표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한 번도 부정선거 주장을 인정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일부 극단 유튜버들은 이번 사전투표 첫날에도 조작설 같은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사전투표를 거부해야 한다는 궤변을 반복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옹호한 한국계 미국인도 입국해 부정선거 감시 운운하며 선동을 시도했다”며 “지난 대선이 불법 계엄으로 인해 퇴행한 민주주의가 정상화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그 어떤 망국적 음모론도 다시는 발붙일 틈이 없도록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부정선거 국제감시단’은 과거 미국의 민간단체가 독재 국가나 내전 등으로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가 취약한 나라에서 했던 활동이다. 한국은 민주주의 모범 국가로 인정받은 지 이미 오래인데 부정선거 국제감시라니, 무슨 궤변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이미 명확하다. 대법원은 그동안 제기된 선거소송을 구체적인 물증과 법리를 바탕으로 예외 없이 배척했다. 부정선거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는 판결”이라며 “최고법원이 배척한 음모론을 선거철마다 반복하는 것은 선거를 방해하는 범죄 행위다. 정부는 탄 교수의 입국을 계기로 부정선거 궤변을 퍼뜨리는 음모론자들의 선거 방해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자 한겨레 사설.

조선일보 “대통령 투표 독려, 도리어 정쟁 소재 되고 정치적 갈등 증폭”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투표 직전 행보들에 대해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이 대통령이 어느 정당,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는 예상이 가능하다. 굳이 선거운동을 위해 투표용지를 노출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라면서도 “다만 청와대는 이번 논란이 선거 관리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증폭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유감 표명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선거 앞두고 이어지는 대통령의 거친 언행>에서 △대통령 SNS에서의 메시지 △사전투표 도중 기표소 나와 투표용지 노출 논란 △서소문 고가 사고 진상규명과 서울시 압수수색 등을 언급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계속되는 대통령의 거친 말과 행동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투표 포기는 중립이 아니라 내 삶과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 “투표 포기는 국민을 속이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며 나와 가족의 삶을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SNS에 쓴 것에 대해 “대통령의 투표 독려가 도리어 정쟁의 소재가 되고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킨 것”이라 전했다.

관련기사

▲1일자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에서도 <성숙한 사전투표 속 논란 부른 전·현직 대통령 행보>라는 사설에서 대통령의 SNS 메시지에 대해 “투표 독려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특정 진영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향해서 해야 하며 투표일이 코앞인 시점에서 조금이라도 선거개입 오해를 살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선거 당일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이다. 정치권은 보다 많은 국민이 투표장에 가서 주권을 행사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사전 투표율을 놓고 아전인수식으로 민심을 호도하는 데만 열심”이라며 “여야 모두 자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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