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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멸스러웠던 평택을 아귀다툼, 서울 우경화...그나마 희망적인 건

[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 미완의 내란 세력 심판... 그 사이에서 길어올린 것들

26.06.05 06:48최종 업데이트 26.06.05 06:48

'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은 시민기자가 쓰는 지방선거 관련 칼럼입니다.[편집자말]

지방선거가 끝났다. 숫자만을 놓고 보면 '민주당의 낙승'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분위기는 영 그렇지 않다. 기대와 관심을 끌던 곳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신승', '석패' 같은 말을 오랜만에 봤다. 개표 막판까지 접전이 이어질 만큼 아슬아슬한 결과라 그 충격이 더 크다.

그야말로 '낙승'을 예상했던 서울시장 선거와 돌풍을 기대했던 대구시장 선거, 모든 선거판의 이슈를 빨아들인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다. 온갖 호들갑과 이슈로 도배한 선거들에서 정작 패배하고 나니 마치 모든 선거에서 패배한 것 같은 패배감이 민주당을 휩쓸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의 패배가 국민의힘의 약진으로 이해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됐다.

내란 심판이 국민적 선택임은 명확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방송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던 중 생각에 잠겨있다.연합뉴스

그러나 내란 심판이 국민 대다수의 선택이라는 점은 명확했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중 12곳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명확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226개 중 145개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95개 지역에서 승리했을 뿐이다.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이번 선거를 통해 명확하게 표출됐다.

그럼에도 내란 세력이 돌아왔다는 불안감이 드는 이유는 내란 세력 청산과 민주당 승리가 마치 같은 것이라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민주당이 그동안 '내란 세력 청산'이라는 기호를 자기들만이 전유할 수 있는 것인 양, 또는 자기들만이 내란 청산의 주체인 양 굴었기 때문이다. 하여 이 불안감의 실체는 국민의 불안감이라기보다는 민주당의 불안감이 국민에게 전염되고 있는 상황에 더 가깝다.

선거 이후 민주당은 당차원의 쇄신, 패배한 지역에서의 원인 분석과 반성, 무엇보다 압도적인 국회 의석수와 지방 권력,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만들어낼 비전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책임을 떠넘기고, 당내 어떤 세력 때문에 분열해서 패배했다면서, 비전을 만들기보다 당권을 차지하려는 데 혈안이 된다면 민주당의 불안감은 정말 현실이 되어 나타날 것이다. 내란 세력의 완전한 부활, 내란 청산의 기호로서 쓰임을 다한 민주당의 자멸 같은 결과로 말이다.

경계해야 할 보수화와 우경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선거캠프에서 입장발표를 위해 도착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내란 세력 청산이라는 근본적인 과제와는 별개로 우리 사회의 보수화와 우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보수화, 우경화가 내란 세력의 준동이나 극우세력의 확대와 비슷한 의미로 이해되어서도 안 된다. 둘은 엄격히 다르다. 특히 서울은 이제 보수와 우경화의 도시임이 명확하다. 대구와 경북이 '지역주의에 기반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지역'이라면 서울은 어쩌면 최초로 이익과 이념을 근거로 보수주의가 자리 잡은 도시일 수 있다.

한국, 특히 서울은 코스피 지수와 부동산 가격 같은 '지대'의 가치가 최우선이 되며, 공공성보단 능력주의, 개인의 존엄성보다는 학벌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사회는 필연적으로 우경화된다.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현 정부·여당, 즉 민주당은 코스피 지수와 실용주의를 강조하면서 이 우경화를 추동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공약은 개발과 토건에 몰려 있었다. 재산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수도권 후보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당이 여전히 진보 개혁, 또는 중도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현실적인 진보, 개혁적인 중도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우경화 정책을 펼치는 것이 표를 얻어오는 데 유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우경화되고 보수화된 땅에서 더 이상 이런 기만책이 표를 벌어다 줄 수 없다. 당장 서울시장 선거가 이를 방증한다.

어디에선가 권영국 정의당 후보가 가져간 1% 때문에 졌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표차가 적게 패배하면 민주당 일각에서 늘 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진보정당 때문에. 어차피 같은 편인데, 왜 괜히 나와서는 국민의힘 좋은 일만 시키냐는 식의. 여기에 이대남의 극우화 같은 이야기들도 옵션처럼 이어진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정의당에 단일화 제안도 하지 않았다. 정의당의 정책과 비전에서 민주당과의 유사성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민주당이 적어도 과거만큼이라도 진보와 개혁에 대한 비전을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다면 모를까,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 습관적으로 진보정당을 탓하는 것으론 쇄신이나 반성, 비전 같은 것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이제 이 기만적 노선은 수명이 다했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오른쪽).남소연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와 분석들이 무의미할 만큼 사실 이번 선거에서 환멸스러웠던 것은 '평택을' 재보궐 선거 과정이었다. '가짜 민주당' 논란을 비롯해, 두 진영의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 속에 온갖 발언들이 희화화되고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렇게 지방선거의 모든 이슈를 평택이 다 빨아들였다.

두 진영의 다툼은 이번 선거를 극도로 오염시켰다. 유튜브만 켜면 쏟아지는 양 측의 아귀다툼, 거기에 스피커로 나선 지식인들의 혐오를 부추기는 언행이 결국 무엇을 만들었는지,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를 정말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흘러간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4일 오전 2시 30분 대구 두류네거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소중한

그래도 길어 올린 것들이 있다. 안동에선 창당 후 처음으로 녹색당 시의원이 탄생했다. 전국 각지에서 진보정당의 기초의원들이 적게나마 일할 기회를 얻었다. 개발과 토건, 부동산과 주가 이야기밖에 없던 양당의 정치에 생활임금과 기후, 노동의 권리와 공공의 의료, 공공의료원에 갈 수 있는 마을버스 노선을 이야기할 기초단체 의원들이 탄생했다.

끝내 넘어서지 못했지만, 대구에서 민주당계 후보가 역대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근혜와 이명박까지 동원됐음에도 이뤄낸 성과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개인에 대해 좋고 싫음을 떠나, 끝내 지역에서의 편견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지역 정치의 본질을 보여준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이슈가 중앙 정치에만 쏠리고, 온갖 추태가 난무하는 혐오스러운 풍경에도 61%라는 투표율이 가장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유구했던 이십대 개XX론과, 정치혐오에도 끝끝내 내란 이후 이뤄진 첫 투표를 통해 내란 세력 청산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어떻게든 잘 흘러갈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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