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세력 청산이라는 근본적인 과제와는 별개로 우리 사회의 보수화와 우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보수화, 우경화가 내란 세력의 준동이나 극우세력의 확대와 비슷한 의미로 이해되어서도 안 된다. 둘은 엄격히 다르다. 특히 서울은 이제 보수와 우경화의 도시임이 명확하다. 대구와 경북이 '지역주의에 기반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지역'이라면 서울은 어쩌면 최초로 이익과 이념을 근거로 보수주의가 자리 잡은 도시일 수 있다.
한국, 특히 서울은 코스피 지수와 부동산 가격 같은 '지대'의 가치가 최우선이 되며, 공공성보단 능력주의, 개인의 존엄성보다는 학벌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사회는 필연적으로 우경화된다.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현 정부·여당, 즉 민주당은 코스피 지수와 실용주의를 강조하면서 이 우경화를 추동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공약은 개발과 토건에 몰려 있었다. 재산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수도권 후보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당이 여전히 진보 개혁, 또는 중도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현실적인 진보, 개혁적인 중도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우경화 정책을 펼치는 것이 표를 얻어오는 데 유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우경화되고 보수화된 땅에서 더 이상 이런 기만책이 표를 벌어다 줄 수 없다. 당장 서울시장 선거가 이를 방증한다.
어디에선가 권영국 정의당 후보가 가져간 1% 때문에 졌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표차가 적게 패배하면 민주당 일각에서 늘 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진보정당 때문에. 어차피 같은 편인데, 왜 괜히 나와서는 국민의힘 좋은 일만 시키냐는 식의. 여기에 이대남의 극우화 같은 이야기들도 옵션처럼 이어진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정의당에 단일화 제안도 하지 않았다. 정의당의 정책과 비전에서 민주당과의 유사성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민주당이 적어도 과거만큼이라도 진보와 개혁에 대한 비전을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다면 모를까,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 습관적으로 진보정당을 탓하는 것으론 쇄신이나 반성, 비전 같은 것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이제 이 기만적 노선은 수명이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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