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느냐다. 이번 지방선거를 단지 몇몇 결과에 대한 아쉬움으로만 넘기기 어려운 이유는, 앞으로 민주당에 닥쳐올 수 있는 더 심각한 위기의 전조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무얼 하려고 했나?
돌아보자. 이번 지방선거의 시대 과제는 무엇이었을까? 민주당은 어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 임했을까? 내란 세력 청산이었을까, 사회대개혁이었을까? 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민주당에게 어떤 일관된 기조와 방향, 메시지를 읽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내란 세력 청산이 절실한 1순위 과제였다고 보기에도 석연치 않다. 과거와 달리 전국적인 후보 단일화나 연대 시도도 없었고, 그나마 진행된 곳은 지역 차원의 연대뿐이었다. 그마저도 민주당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소수 정당의 양보에 따른 결과다. 일정한 희생을 해서라도 내란 세력을 청산하겠다는 의지보다, 자기 승리의 의지가 더 컸다.
동네 단위로 내려가면, 견고한 카르텔도 보인다. 정치개혁을 말하면서도 여전히 무투표 당선자를 양산한 2인 선거구를 그대로 둔 조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담합에 따른 결과다. 이는 내란 세력 청산은커녕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어떤 위기에 처하더라도, 서로 일정한 지분을 항상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안전망으로 작동한다. 동네 정치, 풀뿌리 정치를 중앙 정치에 복속시키고 공천헌금 논란을 만드는 것도, 이런 구조를 배경으로 한다.
내란 청산에 진심을 보이지 않은 대신, 사회 개혁의 의지를 보인 것도 아니다. 무상급식처럼 진보적 어젠다를 중심으로 야권 연대를 추진했던 지난 2010년 지방선거처럼 특별히 부각된 정책 어젠다도 없다. 마치 유리한 정치적 조건, 높은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해 이미 이기고 있는 분위기의 변수가 될 어떤 이슈도 만들지 않겠다는 듯, 민주당의 정책은 '무난함'으로 도배됐다.
선거 승리와 집권 경험이 풍부하게 쌓여 있는 민주당은 이제 굳이 개혁을 외치지 않아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득권을 가졌다. 이 거대해진 정당 주위에는 다양한 욕망과 욕심, 은밀한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달라붙고 있다. 이들은 때론 분노를, 때로는 열정을 시시각각 적절하게 표출하지만, 막상 자신이 결합해 있는 기득권의 핵심은 건드리지 않는 기묘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중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다양한 진보적 열망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존재해 왔다. 물론 진보정치의 실패와 주변화가 이런 경향을 촉진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결코 겨냥하지 않는 민주당식 개혁의 한계가 드러나면, 대중의 불만은 민주당을 넘어 진보라는 가치 전체로 향하게 되고, 그 반대의 세력에게 권력의 무게추를 옮겨 준다. 가설이 아니다. 수없이 반복되어 온 우리의 역사다.
새로운 분노와 적대를 담고 있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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