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2026년을 생각한다
영국의 '길퍼드 4인' 사건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기소한 검사와 경찰관들은 이후 광범위한 조사를 받았다. 일부는 형사 기소됐고, 비록 최종 유죄 선고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조사의 과정 자체가 기록으로 남았다. 그리고 영국 정부는 공식 사과와 함께 제도를 바꿨다.
한국에서는 김남옥이 1990년 사망할 때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재심 무죄는 그가 죽은 뒤에야 줄줄이 나왔다. 책임을 물을 대상이 사라진 뒤에야 역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것이 한국 공안검찰 역사의 가장 씁쓸한 패턴이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1960~ )의 비상계엄 선포를 영국에서 생중계로 보며 나는 김남옥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애매합니다만 사형에 처해주십시오."
이 한 문장이 공안권력의 본질을 압축한다. 애매하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원칙,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법의 근본 원칙이 이 한 문장으로 뒤집혔다. 그 문장을 가능하게 했던 구조는 지금도 살아 있다.
『반헌법행위자열전』은 김남옥의 이름을 기록했다. 5건의 재심 무죄를 만든 검사의 이름을.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참고문헌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2026, 『반헌법행위자열전 1~4』, 사회평론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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