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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벌써 1년'…촛불 시민 "특별재판부 설치하라"

김민주 기자

minju@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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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혁명

  • 입력 2025.11.29 21:45

  • 수정 2025.11.29 21:49

  • 댓글 0

167차 '긴급'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열려

"윤석열은 탄핵됐지만 나라가 안정 안 돼"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 청산을 방해한다"

"한덕수 구형 15년 아니라 150년 돼야"

"박성재 등 구속영장도 계속 청구 마땅"

6일 국회서 '국민주권승리 1주년 콘서트'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167차 긴급 전국집중 촛불대행진'를 진행했다. 2025.11.29. 이호 작가

"대선개입 내란공범 조희대를 탄핵하라!"

"내란세력 척결 위해 특별재판부 즉각 설치하라!"

"조작수사 범죄집단 정치검찰 진압하자!"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열린 '167차 긴급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특별재판부 설치를 촉구했다.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5000여 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12.3 내란 발생 1주년이 다 된 시점에 열린 이날 조희대 사법부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공범들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재판 진행을 거세게 비판했다. 또한 검찰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 징역 15년 구형과 패스트트랙 사건 항소 포기에도 거칠게 항의했다.

시민들은 "윤석열과 내란 공범들에 대한 특별재판부를 신속히 설치해야 한다"면서 "재판이 개판이다! 특별재판부 설치하라! 윤석열 접대재판 지귀연을 퇴출하라!"고 외쳤다.

집회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이 탄핵되고 새 정부가 시작된지 5개월이 지났지만 나라가 안정되고 있지 않다"면서 "조희대를 필두로 한 세력이 내란 청산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법 계엄 국무회의를 한 한덕수는 구형 15년이 아니라 150년이 구형됐어야 한다"며 "내란이 일어난 지 1년이 다 돼가고 있는데, 내란 청산에도 모자란 시간이 어영부영 지나가고 있다. 모든 권한을 이용해 내란 청산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희 중구용산촛불행동 대표는 기조 발언을 통해 "윤석열은 전 국민이 보는 재판에서도 자신의 죄를 다른 자들에게 떠넘기는 비열한 자다. 술에 취하고 권력에 취해 이 나라를 수렁에 빠뜨리고 대국민 학살을 하려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윤석열 재판장이 지귀연이다. 윤석열을 풀어줄 것이 확실하니 국민들이 울화통 터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내란 당시 목숨을 잃을 것을 각오하고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은 지금도 계속 싸우고 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라"고 했다.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167차 긴급 전국집중 촛불대행진'를 진행했다. 2025.11.29. 이호 작가

집회에서는 '조희대 탄핵, 특별재판부 설치 추진 국회의원 선언'에 참여한 국회의원 명단도 공개됐다. 선언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승원·김우영·김준혁·민형배·염태영·이해식·장종태·장철민·진선미·차지호·김병주 의원과 조국혁신당 강경숙·김준형·차규근·황운하, 무소속 최혁진 의원 등이 함께했다.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이렇게 정치가 민심을 받들어 하나될 수 있도록 국민이 손잡아 이끌어줘야 한다"면서 "여전히 내란 세력들은 준동하고 정치는 내란 청산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이번에는 내란 청산에 불을 붙이고 국회를 움직여야 한다"면서 "국회가 조희대를 탄핵하고 특별재판부 설치에 즉각 나서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KBS 홍사훈 기자도 촛불 시민들에게 계속 집회에 나와 주도록 독려했다. 그는 "조희대 사법부의 의도는 지금 (윤석열, 한덕수 등 내란범) 재판이 역사적인 것이 아니라고 희화화면서, 동네 소매치기 잡범 재판이라고 (국민에게) 주입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 기자는 이어 "다음 주 추경호 구속영장 심의가 있지만, 영장 전담판사 4인방이 버티고 있으니 우리 기대와는 달리 기각될 확률이 높다"고 우려하면서 "우리가 계속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기자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계속 신청해야 한다"면서 "이 나라의 사법부가 얼마나 썩었는지, 이 나라가 법관들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틀렸지만 우리의 딸, 아들이 사는 세상만은 조금이라도 바꿔야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167차 긴급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서 조은성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2025.11.29. 이호 작가

내년 1월에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대한민국은 국민이 합니다' 조은성 감독도 무대에 올랐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해 12월 3일 내란 때 시민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기록한 영화다.

조 감독은 "나는 12·3 내란 날 총을 든 군인이 국회에 들어가고, 계엄군이 몰고 온 장갑차를 시민들이 맨몸으로 막아선 것을 봤다"면서 "윤석열 정권의 절망감은 여러분의 위대한 헌신과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눈빛에서 흔적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여러분의 용기로 내가 다시 카메라를 잡게 됐다"면서 "그런데 조희대 사법부는 무엇을 하고 있냐. 자신의 안위만 걱정하는 판사들의 기계적 중립은 스스로 내란 공범이라고 (자백)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그는 이어 "판사들의 시선을 모두 카메라로 기록해 훗날 역사의 법정에서 민주주의를 누가 구했고 내란을 누가 방조했는지 알리겠다"면서 "비겁한 사법부는 깨어있는 시민을 이기지 못한다. 이 땅의 사법 정의가 바로서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집회는 무대 위 발언이 끝난 뒤 오후 5시 10분 서초역을 시작으로 강남역을 거쳐 CGV 강남까지 행진했다. 길가의 시민들은 행진을 보고 손을 흔들거나, 응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촛불행동은 12·3 내란 1주년에 맞춰 12월 3일(수) 오전 11시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국힘당 해산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6일(토) 열리는 '내란저지 국민주권승리 1주년 촛불콘서트'는 오후 4시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사전집회를 한 뒤, 오후 5시부터 국회에서 본 행사를 열 예정이다.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167차 긴급 전국집중 촛불대행진'를 진행했다. 2025.11.29. 이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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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미국 허락' 기다리다 100년 간다... "통보하고 당장 가져와야"

세계 6위 군사강국이 '능력 부족' 핑계... 굴종의 사슬 끊어야

이승만은 편지 한 통으로 넘겼는데, 되찾는 건 왜 이리 힘든가

연합 편대비행 공중 지휘에 나선 진영승 합참의장과 존 대니얼 케인 미국 합참의장이 탑승한 KF-16, F-16과 E-737 항공통제기 등 항공기가 11월 3일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뉴시스

최근 한미 안보협상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가 다시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에 조건을 달고 훈련 강화,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연합지휘체계 유지 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협상 역시 한국의 군사주권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기보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복무하는 종속 구조를 공고화하는 방향이었다.

한미가 발표한 협의 결과에는 전작권 환수를 위한 세 가지 조건(한국군 능력 검증, 연합지휘 능력, 안보환경 안정)이 앵무새처럼 반복됐다. 문제는 이 조건들이 철저히 미국의 입맛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다.

세계 6위인데도 능력 부족?

미국과 군 당국은 늘 "아직 한국군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한국의 군사력은 이미 세계 5~6위 수준이다. 이미 차고 넘치는 능력을 갖췄는데도 '조건 미충족' 타령을 하는 것은, 미국이 전작권을 돌려줄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조건부 전환 구조에서는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전환을 무기한 늦출 수 있다. 주권 회복을 남의 나라 채점표에 맡기는 꼴이니, 애초에 조건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승만은 편지 한 통으로 넘겼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알 수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에게 보낸 편지 한 통으로 국군 지휘권을 넘겼다. 그렇게 간단했다. 그런데 되찾아오는 길은 왜 이리 험난한가.

노무현 정부는 전작권 환수 기한을 못 박아 주권 회복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라는 족쇄를 스스로 찼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 덫에 걸려 능력 검증을 위한 연합훈련에만 매달렸고, 현 정부 들어 논의는 실종됐다.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환수를 선언했지만, '동맹 현대화'라는 미명 아래 미국산 무기 구매만 늘어나며 예속은 깊어지고 있다.

껍데기만 한국 사령관, 알맹이는 여전히 미국

백번 양보해서 전작권을 환수한다고 쳐도 문제는 남는다. 현재 논의되는 한미연합사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무늬만 환수'가 될 공산이 크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더라도,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으로 버티고 있는 한 실질적 지휘권 행사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현대전의 핵심인 정보 자산과 전략 무기 통제권을 여전히 미군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연합작전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미군의 시스템 안에서 허수아비 노릇을 할 위험이 크다.

정답은 '통보 후 환수'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기한을 또다시 미루는 조건부 환수가 아니다. 애초에 한국의 군사주권을 제약해 온 구조 자체를 걷어내야 한다. 한국군이 이미 갖춘 능력을 의심하며 미국의 '합격 도장'만 기다리는 노예 근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해법은 명쾌하다. 문장렬 전 교수는 "그냥 주었듯 그냥 가져오는 것이 답"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에 구걸할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 가져오겠다"고 사전 시한을 통보하고 실행하면 된다.

조건 조항과 연합지휘 종속, 미국산 무기 의존을 유지한 채 추진되는 환수는 기만이다. 이제는 종속 구조의 해체를 전제로 당당하게 주권을 선언해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전작권 환수가 주권 회복이라는 본래 목적에 다가설 수 있다.

한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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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를 구해야 한다

 

파시즘 체제와 유착, 대형화 웰빙 추구로 극우화

애초 한국 원신앙, 이기이원론, 유교윤리가 기반

일제 강점기 항일참여 여부로 가톨릭-개신교 갈려

미국 등에 업은 이승만 정권에서 사실상 국가종교화

새는 양 날개로 난다지만, 한국교회는 ‘극우주의’와 ‘웰빙’이라는 양 날개로 추락중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외형적인 몰락에 접어든 한국교회는 2025년 12월 3일, 윤석열이 저지른 불법계엄을 옹호하는 것으로 영적·도덕적 파산을 맞았다. 전광훈이나 손현보 목사 같은 이들이 윤석열을 ‘하나님이 세운 사람’으로 내세우며 계엄령을 신탁인 양 여길 때, 한국 기독교의 주류는 아무도 저들을 질책하지 않았다. 이제 한국교회는 성도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

아사미 마사카즈와 안정원은 『한국 기독교, 어떻게 국가적 종교가 되었는가』(책과함께,2015)에서 “일본에서 기독교가 거의 수용되고 있지 않음을 고려한다면, 한국 기독교를 둘러싼 현상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8쪽)라고 말한다. 일본에서는 기독교를 말할 때 가톨릭(천주교)과 개신교 양측을 다 포함하지만, 한국에서는 양자를 엄밀하게 구분한다.

1784년, 이승훈(1765~1801)이 베이징에서 세례를 받고 최초의 신자가 되면서 한반도에 기독교가 들어왔다. 사은사(謝恩使)의 일원으로 베이징에 갔던 그는 자연과학 서적을 수집하면서 천주교 관련 서적도 함께 수집하게 되었고 프랑스 신부까지 접촉하게 됐다. 귀국한 이승훈은 사제를 대신해 세례를 베풀었는데[代洗], 새로운 신자는 대부분 양반 계급이었다. 이들은 관학(官學)이던 성리학에 의문을 품고 학문적 모순과 사회를 개혁할 원리를 찾는 중에 천주교를 연구하게 되었다.

 

서울 명동성당 전경.

천주교는 종교가 아니라 서학(西學), 즉 유럽의 학문으로 수용되었다. 그러나 신 앞에서의 평등을 가르치는 천주교는 엄격한 신분 질서 아래 억압당하던 하층계급으로 빠르고 널리 퍼져나갔다. 1791년 최초의 천주교 박해 사건인 신해교난(辛亥敎難) 이후, 약 100년 동안 되풀이된 교난에서 희생당한 천주교 신자의 숫자가 그것을 증명한다. 1801년 신유교난(辛酉敎難) 때 약 3000명, 1839년 기해교난(己亥敎難) 때 113명, 1866년에서 1871년까지의 병인교난(丙寅敎難) 때 약 8000명의 순교자가 나왔다. 당시의 인구를 감안하면 천주교 교세가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아사미 마사카즈와 안경원의 말대로 “조선 기독교의 역사는 곧 조선가톨릭교회의 박해와 순교의 역사였다.”(94쪽) 그러나 오늘의 한국에서는 1879년, 천주교보다 약 1백년 늦게 세례자를 배출했던 개신교가 기독교를 대표한다.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일화이지만, 천주교 사제보다 뒤늦게 한반도에 당도한 개신교 전도사는 한국에서 천주교 신자들과 접촉했고 그들에게서 조선말을 배웠다. 그러기만 했을까? 신천지가 기성 교단의 신자를 빼가듯이, 천주교 신자를 개종시키기도 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개신교가 득세한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천주교가 처음 들어왔을 때, 조선 왕실 500년을 지켜주던 중국이 아직 서구의 간섭과 침략을 막을 수 있을 만큼 건재했다. 그래서 서구는 조선에서 무수한 순교자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으나, 개신교가 들어올 즈음은 청나라가 아편전쟁에 패하여 중화질서가 급속히 해체되는 때였다. 신미교난(1871)을 마지막으로 조선은 미국과 조미수호통상조약(1882)을 체결하지 않을 수 없었고, 서구와 맺은 최초의 조약으로 미국 개신교 선교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상 숭배를 중시하는 유교와 제사를 우상 숭배로 간주한 기독교 교리가 대립하면서 조화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 천주교 박해의 원인이다. 이 사실만 보면 유교의 가르침을 목숨 걸고 따랐던 조선인이나 그 뒤의 한국인은 영영 기독교를 배척해야 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한국 기독교, 어떻게 국가적 종교가 되었는가』는 한국 사회에 기독교가 깊이 침투한 요인을 이렇게 짚었다. ①한국의 원신앙(原信仰)이 일신교적 요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신교인 기독교를 수용하는 기반이 되었다. ②조선시대에 주자학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에는 기독교의 세계관과 유사한 점이 있었다. ③유교 윤리를 중시하는 자세가 기독교 윤리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했다. ④일제 강점기에 기독교가 항일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①~③은 한국에 기독교가 전파되는 데 유교가 오히려 유리한 기반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가톨릭과 개신교 ④에서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 동안 개신교는 민족주의와 굳게 결합했고, 독립 투쟁에 적극적이었다. “사실 항일운동의 중심이던 독립협회 지도자의 대다수는 개신교로 개종한 사람들이었다. 교회가 항일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였고, 1907년부터 일본은 항일운동의 거점이 교회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136쪽)

지은이들은 한국전쟁 후 개신교회가 확대되어가는 반면에 가톨릭교회가 현저하게 열세가 된 이유 중 하나로 가톨릭교회가 식민통치에 침묵했던 사실을 든다. “가톨릭교회는 식민지 시대에 항일운동에 관여하는 것을 꺼렸고 신사 참배 문제에서 보듯이 정치적 발언을 회피해왔다.”(147쪽) 가톨릭교회는 항일운동과 더불어 고양된 민족의식을 수용하지 못했다. 게다가 일제 강점기 때 미국에 다녀온 유학생 태반이 기독교 신자이거나 기독교에 우호적인 사람들이었다. 반면 가톨릭교회의 경우 미국 유학 경험자가 거의 없었다.

해방 직후 미군은 한국을 통치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활동한 경험을 가진 선교사들의 정보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군 통치 책임자였던 더글러스 맥아더와 존 리드 호지는 민주주의와 기독교 선교를 구별하지 않고 미 국무성에 선교사 파견을 요청할 정도로 신생국의 기독교화를 강력하게 지원했다. 초대 대통령이자 개신교 신도인 이승만의 제1공화국(1948~1960)에서 기독교는 사실상 국가 종교의 역할을 했다.『한국 기독교, 어떻게 국가적 종교가 되었는가』는 전광훈·손현보 등이 퍼트리고 있는 기독교입국론(基督敎立國論)의 뿌리가 해방 직후, 남한에 진주한 미 군정청의 정책과 닿아 있다고 암시해준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개신교 목사 전광훈, 손현보 씨.

배덕만은 『전광훈 현상의 기원』(뜰힘, 2025)에서 전광훈의 신학적으로 이단적인 행태와 극우주의 정치 행태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전광훈 현상’은 한국 개신교계에 돌출한 이질적이고 일회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 개신교계의 역사적·구조적 특징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 교회가 반공과 친미주의에 치우치면서 비도덕적이고 비민주적으로 행동하게 된 극우화의 원인을 네 가지로 꼽았다. ①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월남한 교인들에 의해 남한의 교회가 재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고향, 재산, 가족, 교회를 잃어버린 월남한 교인들은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근원적인 분노와 공포를 집단적 무의식이자 삶의 양식으로 내재화했다. 동시에 자신들에게 삶의 공간과 신앙의 자유를 제공한 미국과 그들이 추구하는 반공과 자유민주주의를 종교화하게 되었다. 제주 4·3사건에서 도살자 역할을 맡았던 서북청년단은 월남한 목회자였던 한경직이 세운 영락교회 청년회와 동일 조직이다.

②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파시즘 체제와 맺은 끈끈한 정교 유착과 거기서 얻은 기득권. ③한국 교회가 초창기부터 수용했던 근본주의적 신앙과 신학. 근본주의는 한국에서 우익 정부와 배타적 일치, 숭미와 반북, 진보적 좌파와 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극단적 적대감으로 표출되었다. ④한국 교회가 처한 존재론적 위기감이 초래한 종말적 광기. 한국 교회는 21세기에 진입하면서 빠르게 신자들이 이탈하고 교세가 급감하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교회가 반성과 개혁 대신, 문제의 원인을 페미니스트·종북좌파·이단·동성애자·외국인(중국인·무슬림)에게 돌리게 된 것. 여기에 한국 교회가 미국의 기독교 민족주의자(기독교 우파)의 기독교 국교화 전략을 따라하고 있다는 것을 추가해야 한다.

한국 교회의 보수화와 극우화에 대해 여러 권의 책을 쓴 김진호는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오월의봄, 2020)에서 현재 쇠락을 거듭하고 있는 대형교회의 극우주의보다는 그가 만든 개념인 ‘웰빙보수주의’ 현상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IMF를 막 극복한 2000년대 초반에 수입되어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태도’에 두루 쓰이는 웰빙(well-being)은 중상위 계층이 주도하는 계급 현상이다. 지은이는 강남에 몰려 있는 대형교회가 웰빙보수주의의 문화적 실천 장소가 되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2000년대 이후 교회에서는 가난이 사라져갔다. 특히 그 무렵 급성장한 교회들은, 대부분이 강남권에서 성공을 이룬 덕에, 태어날 때부터 부자였고 권력을 가진 자들로 채워졌다. 바야흐로 가난의 기억 자체가 없는 이들의 교회가 대두하고 있다.”(127~128쪽)

현재 신천지는 한국의 개신교 주류로부터 이단이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모든 대형교회와 목사들은 이단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젊은 여 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라고 호기롭게 떠벌이는 전광훈 말이다. 김진호는 “2000년대 어간부터 한국 개신교에서 이탈한 이들 중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이들의 다수가 신천지로 이동했다”(266쪽)면서, “교회가 잊어버린 약한 자들을 향한 위로와 치유의 기능은 신천지에서 매우 잘 발달되어 있다. 그것이 2000년대 신천지의 광속 성장 비결이다.”(268쪽)라고 말한다. 주여, 한국교회를 구해줍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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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50억 클럽' 곽상도 징역 3년 구형... 아들은 징역 9년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11/29 11:42
  • 수정일
    2025/11/29 11:4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50억 클럽'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곽상도 국민의힘 전 의원이 2023년 10월 25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로부터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약 50억 원의 뇌물을 받아 은닉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징역 3년을 구형했다.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재판장 오세용)는 곽 전 의원 사건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 아들 곽병채씨에 대해 징역 9년, 벌금 50억1062만 원, 추징금 25억5531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 범죄수익은닉죄에는 징역 2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합쳐 총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곽상도 전 의원은 2021년 4월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김만배씨로부터 하나은행 컨소시엄 와해 위기를 무마하는 등 국회의원 직무 관련 뇌물로 약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금액을 화천대유 직원이던 곽병채씨의 퇴직금 및 성과급으로 가장하고 은닉한 혐의도 있다.

당초 검찰은 뇌물 혐의를 적용해 곽 전 의원을 기소했으나, 2023년 2월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법원은 "병채 씨가 받은 돈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부자 간 공모 정황과 자금 수수 내역이 구체화됐다고 보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해 곽 전 의원을 다시 기소하고 병채 씨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 "말단 직원임에도 50억 받아... 사회 통념 반해"

검찰은 최종의견 진술에서 "이 사건은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에게 세전 5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실제 제공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면서 "말단 직원임에도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았고, 차량 및 주거 학자금 지원을 받았다. 대장동 개발사업 관계자 누구도 병채씨와 같은 직급의 직원이 이같은 수익을 받은 것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 덕분에 대장동 개발 사업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사실을 수차례 말한 사실과 곽 전 의원이 김씨에게 돈을 요구한 사실 등이 이 사건 재판과정에서 제3자 진술과 객관적 녹음파일을 통해 모두 확인됐다"며 "아들의 성과금 명목으로 교묘하게 금품을 수령해 죄질이 불량하고 사회 통념과 상식에 반한다"고 했다.

반면 곽 전 의원 측은 "피고인들에 대한 기소는 이중기소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은 선행사건으로 기소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3년 9개월 넘는 기간 동안 재판을 받아왔고, 선행사건이 선고된 이후에도 2년 9개월 넘는 기간 동안 또다시 1심을 재판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들의 성과금은 곽 전 의원과 관련 없이 지급된 것이며, 국회의원 및 여러 활동들과 연결시킬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만배씨 변호인은 "범죄수익은닉에 관해 김씨가 병채씨에게 과도한 금액의 성과급 등 명목으로 지급하는 게 일반적 상식에 벗어나는 일은 맞다"면서도 "그렇지만 그걸 억지로 김씨가 곽 전 의원과 병채씨에게 뇌물을 줬다고 할 수 없다"며 무죄를 요청했다.

곽상도 "증거 숨긴 건 검찰... 재판 받아야"

최후 진술에서 곽상도 전 의원은 "검찰은 처음부터 유죄결론과 어긋나는 증거가 나오면 증거를 제출하는 게 아니라 검사들만 아는 곳에 숨기고 사실인 듯 재판부에 제시하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는 조작이라고 단정했다"며 "증거를 숨긴 검사가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제가 뭘 단 하나라도 했다는 게 재판 대상이 돼야 하는데 제가 했다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뭘 해야 심판을 하는데, 권력자 지위에 있었던 걸 심판하고 처벌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아들 병채씨는 "무슨 이유인지 검찰은 선행 공판에선 공범이 아니라고 하다가 아버지에게 무죄가 선고되니 공범이라고 한다"며 "제가 타에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범죄에 연루되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아버지와 모의했다니 상상의 범위마저 벗어난다"고 말했다.

김만배씨는 "저의 잘못된 언어 습관과 공통비 다툼 여파로 곽 전 의원 부자에게 큰피해 입혔다 생각해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린다. 1심을 두 번 받게 된 것도 저의 탓 같아 죄송하다"며 "재판부가 여러 사정 감안해서 지혜로운 판결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30일 오후 2시에 1심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곽상도#김만배#곽병채#50억클럽#대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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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오세훈 운 끝났다…서울시장 승부, 김민석까지 총동원”

“당 안팎서 더 핫한 경선해야…정원오, 서울의 맘다니”

하어영기자

수정 2025-11-29 10:53등록 2025-11-29 09:05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8일 유튜브채널 한겨레티브이(TV) ‘뷰리핑’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8일 내년 지방선거 판세와 관련해 “서울시장이 관건이다. 민주당은 김민석 국무총리를 포함해 모든 자산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박주민, 전현희, 박홍근, 서영교 이런 분들이 먼저 세게 붙어야 한다. 최근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열심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유튜브채널 한겨레티브이(TV) ‘뷰리핑’에 출연해 “민주당에게 서울은 쉽지 않다. 그래서 당 안팎의 후보들이 모두 나와 핫한 경선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의원은 정 구청장을 따로 언급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정 구청장이 (구정을 한 것을) 보니 뉴욕시장 맘다니가 연상됐다”며 “‘서울의 맘다니’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본인의 특기인 실용적인 정책들을 앞세우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 밖에서는) 홀로 정치하는 건 안 되니 주변에서 좋은 후보군이 있으면 북돋고 경쟁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민석 국무총리 차출설에 대해선 “무조건 이기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 의원은 진행자가 ‘당에선 김 총리가 경쟁력은 있지만 그만큼 불리한 상황까지 가서는 안 된단 분위기가 아니냐’고 하자 “민주당은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된다”며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승리를 위해선 민주당의 모든 자산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선거 국면에서) 우리 당내 적격자가 없으면 외부에서라도 구해와야 한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조순 당시 서울대 교수나 고건 총리를 모셔와서 선거에 이겼다. 당시 그분들은 민주당의 ‘민’자도 잘 모르는 분들이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당시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물론 정체성은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내세운 대통령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과 관련해선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면 국민의힘에서 사라질 사람이 두 사람 있다”며 “한사람이 장동혁 대표고 두 번째가 오세훈 시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운이 다한 것 같다. 최근에 하는 것마다 잡음이 나고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한강버스도 그렇지만 ‘받들어 총’을 왜 광화문에 갖다 놓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특검에서 (오 시장과 관련한) 미진한 수사는 국가수사본부로 넘길 것이고, 그때는 명태균씨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민주당이 후보를 잘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은 무섭다. 역사를 돌아보면 누가 이승만을, 박정희를, 전두환을, 박근혜를, 그리고 윤석열을 정리했느냐”며 “역사의 흐름을 잘라보면 그 단면은 혼란스러울지 몰라도 그 흐름은 도도하게 좋은 방향으로 갔다”고 말했다. 또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은 역사는 발전하고 인생은 아름답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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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뭔가 다른 정보가 있는줄 알았다”···내란 1년, 여전히 남는 의문들

입력 2025.11.29 10:00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지난해 12월 4일 새벽 국회의사당에 도착한 무장군인들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직원 등이 격렬히 막아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주간경향] “심지어 수석들도 계엄 발표 직전까지 몰랐다. 기자들과 식당에서 술 마시다 용산에 들어간 사람도 있었잖나.” 지난해 12월 3일 불법 계엄 당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비서관을 지낸 인사의 말이다.

계엄 당일 이 인사는 조금 일찍 퇴근해 잠들었다가 새벽 2시쯤 외국에 체류 중인 딸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있는 걸 보고 깼다고 했다. “사전에 알았다면 집에 와서 잤겠나.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정진석(당시 비서실장)이나 홍철호(정무수석)에게 조금이라도 운을 뗐다면 아무것도 안 할 사람이었겠냐고.”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우발적으로 벌인 일이었을 것으로 추론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 인사들과의 술자리에서 대통령이 자꾸 비상대권이니 계엄이니 이야기하니 처음에는 이 사람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간신들이다. 심기 경호 차원에서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하면서 시늉만 냈다는 건데 실질적 준비는 없었던 것 같다.”

대통령실에서 본 내란 “다른 정보 있는 줄”

그는 2022년 대선초 윤석열 선거 캠프의 핵심 인사였다. 하루 8~10시간을 당시 출마를 준비하던 윤 전 대통령과 보냈다. 정권 중반기 그는 대통령실 핵심 참모로 발탁됐다. 그는 대선후보가 되기 전까지의 윤 전 대통령 모습은 지금 시중에 알려진 모습, 예컨대 ‘1시간 회의를 하면 59분을 혼자 떠드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정치권에서는 내가 이 사람(윤석열)과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 ‘어떤 사람이냐’라고 호기심 차원에서 묻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높게 평가했다. 내성적인 사람으로 봤다. 정책 논의 자리에서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지도 않았다. 듣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는데 상당히 예리한 질문이었다. 언젠가는 지나가는 말로 자기는 사람을 만나거나 전문가들과 이야기 나누는 게 너무 좋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오래 한 사람은 정책에 관심이 없는 편인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후보가 되면서 달라진 것 같았다. 권력이 쏠리면서 급격하게 흑화한 거로 보였다.”

계엄 직후 대통령실은 다 “황당해하는 분위기”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초기에 혼선이 온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이 그래도 우리와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믿었다. 어떤 정보는 대통령에게만 가니까. 부정선거도 본인이 뭔가 증거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북한 동향에 대해 뭔가를 알았다던가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갈수록 ‘개패’(투전이나 화투에서 좋지 않은 패)였던 것이 드러났다.”

지난 11월 14일 내란 특검은 내란 사건 핵심 피의자인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보안 폴더에 있던 메모 포렌식 결과를 공개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난해 11월 9일 작성한 명단이다. 지난해 12월 24일 검찰 조사에서 여 전 사령관은 계엄 직후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연락받았다는 체포대상자 명단 14명에 대해 진술한 바 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이 명단이 “평소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말하던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11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그런데 이번에 내란 특검이 공개한 여인형 보안 폴더 메모를 보면 이 명단이 12·3 내란 한 달 가까이 전부터 작성·검토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나름대로 치밀한 검토가 이뤄져 왔다는 뜻이다.

이번에 공개된 여 전 사령관의 메모를 보면 나중에 확정된 명단에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 명품백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다. 최 목사는 총 4개로 범주화된 리스트의 세 번째에 김민웅 목사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 거론돼 있다. ‘종북주사파’ 정도로 분류됐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도 한때 체포자 명단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12월 4일 오후 7시경 김현지(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이석기(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강위원(전라남도 경제부지사) 등의 이름을 메모한 사실을 인정하냐”라고 묻는다. 여 전 사령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검거 명단과 관련한 대부분의 질문에는 ‘자신의 형사재판과 관련돼 있다’며 증언을 거부하는 중이다.

“검찰·대법원 내란 참여도 밝혀야”

“군만 출동한 것이 아니다. 검찰과 대법원도 내란에 직접 개입했다. 아직 안 밝혀진 내란의 밤에 있던 사건의 핵심 대목이다.”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의 말이다.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출동한 군인들이 서버 포렌식에 나서지 않은 것은 검찰과 국정원이 그 역할을 맡기로 했기 때문이라는 증언이 현장 출동 군대 지휘부로부터 나온 바 있다. 실제 통화기록도 확보돼 있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신 교수의 지적이다.

“사실이 규명되면 처음부터 12·3 쿠데타에 모든 기관이 알고 가담했다는 것이 된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그날 자신의 행위를 통상업무라고 빠져나가면서 구속영장을 피했다. 그래서 수사의 칼끝이 대법원으로 가는 것을 막았다. 보도를 보면 지난해 12월 4일 새벽 0시 33분에 대법원 회의가 열렸는데 과거 대법원은 이런 비상훈련을 해본 적도 없고 모인 적도 없다. 그날 모여서 무슨 회의를 했는지 조희대 대법원은 지금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정권 교체 후 출범한 특검이 마지막으로 연장한 수사 기한은 12월 14일이다.

김유정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더는 연장은 안 되니 마무리를 해야겠지만 여전히 남은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포고령은 누가 작성했는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부처별로 받은 계엄문건은 누가 썼는지도 아직 안 드러났다. 국민이 정말로 궁금했던 대목, 12월 3일 계엄을 선포하면서 윤석열은 야당 핑계 대면서 반국가 종북세력 척결을 내세웠지만,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밝힐 수 없는 개인적 이유를 들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뭐였는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특검이 마무리되더라도 수사기관들이 여전히 남은 핵심의혹은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용인 기자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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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구나' 말이 절로... 제주 '파라다이스'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일

 

[제주 사름이 사는 법] 서귀포 '100년 솔숲' 지키는데 앞장선 여성학자 오한숙희씨

  • 사는이야기25.11.18 06:56최종 업데이트 25.11.18 06:56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라질 위기의 ‘100년 솔숲’서귀포시 동홍동 1000여 평 솔숲에는 25m 정도의 소나무 100여 그루가 밀집해 있다. 교육기관과 빌라가 인접한 이 솔숲이 우회도로 공사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황의봉

    "5살, 3살, 백일, 세 아이의 독박 육아 맘입니다. 이 솔숲은 유모차를 밀고 바로 들어올 수 있어서 딱 좋은 놀이터예요. 이만한 공간을 달리 찾을 수 없어요. 왜 없애는 거지요? 우리 애들에게는 도로보다 숲이 필요한데요"(박초연)

    "중학생입니다. 숲 없어지면 슬플 거 같아요. 학생문화원과 외국어학습관에 공부하러 오면 숲이 있어서 조용하고 아늑해 좋았는데, 차가 쌩쌩 달리게 하는 일을 어른들은 왜 하는 거죠?"(현다원)

    "은퇴 후 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는 낙으로 삽니다. 허리가 아파 오래 못 앉아 있는데 도서관 문 바로 앞에 솔숲이 있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나무에 기대거나 걸으며 독서할 수 있거든요. 100년 자란 솔숲, 남들은 못 만들어 안달인데, 이걸 없애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어요."(이상구)

    "맨해튼에서 1년 살았는데 거기 센트럴 파크만 있는 게 아니에요. 동네마다 긴 숲들이 다 있어요. 그래서 살면서 행복했어요. 솔숲 없어진다는 말 듣고 깜짝 놀랐어요. 애국가에도 나오는 귀한 소나무 숲을 너무 쉽게 없애다니 K컬처 자랑해도 내면은 후진국인 거 같아요."(구지슬)

    서귀포 동홍동의 '100년 솔숲'이 사라질 위기에 낙담하고, 분노하고, 하소연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다. 서귀포 우회도로사업으로 4차선 도로가 솔숲을 관통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솔숲을 지키기 위한 모임을 만들고, 서명운동하고,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서귀포시장과 제주도지사를 만났고, 이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 서귀포 타운홀 미팅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의 거센 반대 여론과 제주 지역 언론의 잇따른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강정 해군기지와 성산 제2공항 사태에 이어 또 한차례의 공사강행과 저지투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유명 방송인, 인기 강연자 그리고 베스트셀러 저자로 널리 알려진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도 서귀포 100년 솔숲 지키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서귀포 이주 11년, 이곳이야말로 행복한 삶의 모든 조건을 갖춘 파라다이스임을 실감했다는 그에게 솔숲이 사라진다는 소식은 푸른 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을 듯하다.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만난 오한숙희씨로부터 이른바 100년 솔숲이 어떤 곳인지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기가 파라다이스구나"... 이게 다 솔숲 덕분입니다
     
    오한숙희씨유명 방송인, 인기 강연자, 베스트 셀러 작가로 널리 알려진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는 11년 전 서귀포로 이주했다. 서귀포에서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요즘 서귀포 우회도로사업으로 ‘100년 솔숲’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황의봉

    "우리가 100년 솔숲이라고들 말하지만 어떤 나무는 200년이 넘었다고도 해요. 천여 평 정도 되는 땅에 높이가 25m는 됨직한 소나무 100여 그루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져 있는데, 100년이 더 되면 됐지 그 이하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 원래 이 지역 일대에 아름드리나무들이 연속적으로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조금씩 베어나가는 바람에 지금은 이곳에만 남게 되었다고 해요.

    이 솔숲 주변은 7개의 교육기관들이 모여 있어 교육벨트로 불리는 곳입니다. 해성유치원, 서귀포중앙여중, 서귀포고등학교가 가까이 있고, 학생문화원과 외국문화학습관, 서귀포도서관, 유아교육진흥원이 이 솔숲과 마주하면서 나란히 붙어 있어요. 또 주변에는 서민들이 주로 사는 빌라가 밀집한 곳이어서 학생은 물론 남녀노소가 즐겨 찾는 보물 같은 장소입니다. 2020년도 KBS 보도에 따르면 연간 27만 명이 이용한다고 합니다.

    이곳은 휠체어나 유모차가 바로 들어올 수 있고, 도서관에서 책을 들고나와서 읽을 수도 있는 그야말로 도시 생활숲이에요. 그리고 솔숲 옆으로는 잔디광장이 이어져 있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고, 해마다 서귀포 어린이날 잔치가 열리는 아이들의 놀이터입니다. 빌라 주민들에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는 숨통 같은 곳이고요."

    100년 솔숲과 가까운 곳에 사는 오한숙희씨는 개인적으로도 이 숲에 좋은 기억들이 많을 것 같다.

    "제가 11년 전 서귀포로 이사를 올 때 어머니가 싫어하셨어요. 어머니가 황해도 해주에서 내려온 실향민입니다. 6.25 전쟁이 났을 때 처음엔 배를 타고 섬으로 피난을 가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으셨어요. 그런데 중증 자폐가 있는 작은 딸애는 도시 생활이 힘들었거든요. 어머니가 결국 손녀를 위해 섬으로 오신 거죠.

    마침 세 얻은 집이 솔숲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어요. 어머니가 이 솔숲과 잔디광장을 보더니 '우리 여기 오길 잘했다, 여기가 파라다이스구나' 하시는 거예요. 어머니는 이 솔숲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셨어요. 딸아이도 할머니 옆에서 그림을 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요.

    저는 이 솔숲을 '원주민 족집게 관광코스'라고 불러요. 육지에서 친구들이 오면 제가 개발한 나만의 관광코스로 안내합니다. 100년 솔숲과 천주교 피정센터로 알려진 면형의 집(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그리고 새섬과 새연교가 바라다보이는 아름다운 바닷가 산책로가 있는 한국SGI 제주연수원이 그곳입니다. 여길 데려가면 사람들이 '너 정말 파라다이스에서 사는구나!' 합니다."
     
    서귀포도서관 앞 솔숲‘100년 솔숲’ 바로 앞에는 서귀포도서관을 비롯해 학생문화원, 외국문화학습관, 유아교육진흥원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고, 해성유치원 서귀포중앙여중 서귀포고등학교가 가까이 있어 교육벨트로 불린다.황의봉

    100년 솔숲은 현재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서귀포여자중학교부터 삼성여자고등학교까지 4.3㎞의 우회도로를 개설하면서 이미 잔디광장이 파헤쳐졌고, 솔숲에는 당장이라도 굴착기가 들이닥칠 기세다.

    우회도로는 교통이 혼잡한 도심을 피해 멀리 돌아가는 도로를 말한다. 서귀포시의 경우, 산록도로와 중산간도로가 이미 우회도로의 역할을 맡고 있다. 문제의 우회도로는 밀집한 교육기관과 주택가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오한숙희씨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이 우회도로란 게 실은 1965년에 고시된 도시계획에 따른 것이에요. 당시에는 1호 광장이라고 하는 중앙로터리 쪽에만 차도가 있었던 겁니다. 신호등도 없었고, 6개 방면으로 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보니 정체현상이 빚어진 것이지요. 그래서 여기서 좀 떨어진 데에 직선으로 우회도로를 내자는 도시계획이 나온 겁니다.

    현재 서귀포에는 일주도로를 비롯해, 4차선 중산간도로, 2차선 산록도로 등 곳곳에 많은 도로가 개설돼 있습니다. 솔숲이 있는 지역은 도심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 말만 우회도로이지, 실제는 도심 관통도로입니다. 교통난 해소가 목표라지만 오히려 교차로 정체를 일으키고 관통지점에 어린이 보호구역이 2곳이라 평균속도가 떨어진다는 게 2020년 도청의 용역결과 보고서에 나옵니다.

    이렇게 서귀포의 현실에 맞지도 않는 우회도로를 4차선으로 4.3㎞나 만든다는 것인데, 이를 3개 구간으로 나눴어요. 지금 문제가 되는 솔숲과 잔디광장은 가운데 구간 1.5㎞로 여기에 들어갈 예산만 445억 원이에요. 전체예산은 1131억 원이고요. 올해 제주도 여성·가족·보육·청소년 복지예산 2232억 원의 절반이 넘는 거액을 녹지대를 파괴하면서 4.3㎞ 도로에 쏟아 넣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

    제주 사람들은 누구든 "미쳤구나" 하는 공사
     
    솔숲까지 밀어닥친 도로공사서귀포 우회도로는 서귀포여중에서 삼성여고까지 4.3㎞를 관통하게 된다. 모두 3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2구간이 교육벨트 앞의 100년 솔숲과 잔디광장을 훼손하고 지나가도록 돼있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황의봉

    100년 솔숲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서귀포 시민들의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시민모임들이 만들어지고,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각종 집회를 통해 솔숲의 가치를 알리고, 우회도로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이를 전국적 이슈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오한숙희씨는 서미모(서귀포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모임)의 회원이다.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5월에 어린이날 잔치가 끝나자마자 솔숲과 이어진 잔디광장에 펜스를 치고 나무를 뽑기 시작하는 걸 목격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제가 본격적으로 반대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저는 우회도로사업이 일몰제로 사라진 줄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던 거죠.

    2022년 6월 오영훈 도지사가 당선인 시절 제주올레센터에서 열린 서귀포 시민과의 대화에서 우회도로사업을 백지화해달라는 요구에 '알았다, 검토하겠다'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송형록 서귀포신문사 사장과 서귀포시민연대 대표가 우회도로 백지화를 건의했던 겁니다. 당시 제가 사회를 봤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거든요.

    2020년에 우회도로 공사가 고시된 때부터 이 사업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아오고 있는데, 현재까지 무려 2만 명이 넘었어요. 이 도로 개설에 대해 저희가 설명하면 제주 사람은 누구든 첫마디가 '미쳤구나' 합니다. 육지 분들한테도 이 이야기를 하면 한결같이 '제주도가 웬일이냐'는 반응이에요.

    100년 솔숲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여론을 조성해야 할 것 같아 환경부 등이 후원하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한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지키자'에 응모도 했습니다. '보전 가치가 우수하지만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이었는데, 100년 솔숲이 선정돼 지난달 25일 한국환경기자클럽상을 수상했어요. 100년 솔숲이 반드시 지켜야 할 숲으로 공인받은 셈입니다. 그런데도 제주도정은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선정 이유에서 '교통량이 감소하는 상황인데, 불필요한 도로 건설에 445억을 쏟아붓는 것은 예산 낭비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학습권과 건강과 정서적 안정의 공간을 짓밟았다는 점에서 저급한 행정'이라고 밝혔어요. 당시 현장 심사를 나온 내셔널트러스트의 숲 전문가도 '수령 230년으로 추정되는 소나무도 있으니 반드시 원형 보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고요."

    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에 선정됐어도 제주도 당국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서미모는 11월 3일 기자회견을 갖고 환경영향평가 전에 불법 공사를 강행한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제주도청은 그날 오후 도청 건설과에서 '솔숲은 유산적 가치가 없다'라는 반박 보도자료를 내기도 하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

    이처럼 반대 시민과 도청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도지사나 도의원 국회의원 등과 대화를 통해 해결을 모색할 수는 없었을까.

    "도청이 하는 사업이라 도지사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기만 하면 해결되리라 낙관했어요. 솔숲 지키기 문화제를 열고 관련 언론보도 내용을 첨부하여 도지사 면담을 요청했는데 답이 없더군요. 억지를 쓰다시피 한끝에 잠깐 반대운동 시민대표들과의 면담이 성사된 자리에서 당선자 시절 도지사가 했던 이야기를 리마인드 시켰어요. 그랬더니 '거기 반대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다'라며 건설국장한테 넘겨버리고는 소통비서관을 보내겠다고 하더라고요.

    이틀 후에 소통비서관이 솔숲 현장에 왔는데, 주민들이 50여 명 모여 있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딴 데 가서 대표 한두 명만 만나고 가는 겁니다. 그때 '아, 도지사는 이 공사를 중단할 마음이 없구나!'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죠.

    서귀포시가 지역구인 위성곤 의원은 명색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인데 이 문제엔 관심이 없어요. 서미모 대표의 전화 연락이나 문자에 아무 응답이 없고 아예 소통을 안 합니다. 도의원들도 그렇고요. 정치인들은 다 표만 계산하는 것 같아요. 무슨 협의회 같은 관변단체와 지가 상승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 건설 관련 업자들이 조직된 표라고 보기 때문에 중립을 내세우면서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시민모임 기자회견서귀포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모임(서미모)이 지난 11월 3일 기자회견을 갖고 “도시숲법에 따라 백년 소나무숲을 재평가하고, 처음부터 잘못된 환경영향평가를 재시행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미모는 또 이재명 대통령께 서귀포 타운홀 미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오한숙희

    서귀포 우회도로사업과 솔숲 파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주지역 언론에서도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다. <제주 KBS> <한라일보> <미디어 제주> 등 다수의 언론에서 솔숲 파괴에 대한 우려와 함께 '행정소송의 소지가 다분하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제주의 대표적 인터넷매체 중 하나인 <제주의 소리> 최근 관련 보도 제목만 일별해봐도 <4차선 도로로 베어낼 서귀포 '백년 솔숲'...숲 지켜야 문화제 개최>(2025.6.8), <천혜의 자연환경 제주? 전국적 훼손 우려지 9곳 가운데 2곳 선정 망신>(내셔널 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 선정관련, 2025.9.23), <제주판 양평고속도로? 서귀포 우회도로 100억대 보상 노선변경 추진>(2025.10.30), <"서귀포 도심 '100년 숲' 밀어버리는 사업 수정돼야">(2025.11.3) 등 우회도로사업에 대한 우려와 비판적 시각을 전하고 있다.

    오한숙희씨는 100년 솔숲 지키기 운동에 발 벗고 나서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특별자치도의 구조적 문제점, 정치인의 공약의 허실, 중립이라는 미명 하의 책임회피 등을 적나라하게 목격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별자치도의 구조적 문제를 절감하고 있어요. 서귀포시는 자치시가 아닙니다. 행정시여서 선출직이 아닌 도지사가 임명한 사람이 시장으로 옵니다. 임명시장 체제에서 서귀포 시민들의 민의가 적극적으로 수렴되기 힘든 것이지요. 솔숲이 사라진다고 문제를 제기해도 환경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어요. 특별자치도에서 셀프 승인하면 끝납니다. 자치권을 부여한 것이 본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폐해가 돼버린 것입니다.

    오영훈 지사는 대표 선거공약으로 '15분 도시'를 내세웠습니다. 직장 학교 상점 공원 등이 가까이 있어 자동차 의존도를 줄이고 친환경적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민이 행복한 도시숲 만들기 5개년 계획에 660억을 투입한다는 겁니다. 기존의 훌륭한 도시숲을 파괴하면서 한편으로는 돈을 들여 숲을 만들겠다니 정말 이율배반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국가적 과제와도 동떨어진 것이고요.

    고위공직자라는 분들은 시민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반대운동을 하면 찬반이 나뉘므로 '중립'이라는 식으로 모르는 체합니다. 과연 중립일까요? 올 6월 주소와 핸드폰 번호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공개하는 반대청원서에 사흘 만에 750명이 서명할 정도로 시민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찬성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들어 중립이라고 발뺌하는 건 책임 회피일 뿐이에요."

    '딸에게도 100점'인 서귀포
     
    발달장애 청년작가 전시회오한숙희 <사단법인 누구나> 이사장이 전시회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년 4월. <누구나>는 발달장애 청소년을 비롯해 결혼이주 여성, 다문화청소년 등에게 미술 사진 등 예술지원을 함으로써 위로해 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오한숙희

    잠시 화제를 돌려 오한숙희씨의 서귀포 생활을 들어보았다. 서귀포에서의 11년 삶이 어땠을까? 중증 자폐증세로 도시에서 살아가기 힘들어했던 딸은 잘 적응했을까?

    "한마디로 기대 이상입니다. 자연환경이 너무 좋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제주도 특히 서귀포의 자연이 더욱 귀하고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곳엔 사람이 적고, 이동거리 2.5㎞ 반경 안에서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다 보니 하루가 길게 느껴집니다. 또 사람들을 오래 사귀면 아주 정다워요. 제주올레가 있어 이를 매개로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요. 오일장이라든가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은 아날로그 정서여서 저는 좋습니다.

    딸 희나한테도 이곳은 100점입니다. 여기에 굉장히 철학도 좋고 환경도 좋은 사회복지시설이 있어 딸이 거기 다니는데 너무 행복해합니다. 여름에는 바닷가에 놀러 가고, 겨울엔 숲속에 가고, 주말이면 함께 올레길을 걷고요. 또 100년 솔숲에 가서 그림도 그리고 하니까 안정감을 얻은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장애가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육지만큼 예민하지 않습니다. 도시는 인구밀도가 높고 신경과민 상태라서 다들 각박하지만, 이곳은 좀 널널한 편이니까요. 마치 제주도의 전설 설문대할망이 저를 딱 픽업해 주셨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년여 전 오한숙희씨는 <우리, 희나>라는 책을 펴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딸, 희나와의 30년 동행기'다. 이 책에서는 딸 희나가 그림에 취미를 갖게 되다가, 매년 전시회를 여는 작가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서귀포에 와서 안정감을 찾았다는 희나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저희 집안에 미술 DNA가 있는 것 같아요. 어머니도 그림을 하셨고, 제 큰딸도 미대를 나왔어요. 희나는 구상화를 하는 게 아니라 색을 배열하고 층을 쌓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밤새도록 색칠을 하곤 했거든요. TV에도 하고 장롱에도 하고 벽이며 온갖 곳에 색칠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어느 날 미술작가 선생님이 보시더니 이게 쌓기 작업이라고 하는 거예요. 레이어(층)를 쌓는 작업인데 보통 작가 중에 좀 불안감이 있거나 극도로 예민한 사람들이 이런 레이어 작업을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색감이 굉장히 좋고 나름대로 구성력이 있다고 해요. 작가들이 보면 그림이라고 느낀다는 거예요."

    오한숙희씨는 제주도에 와서도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제주도 양성평등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100년 솔숲 문제에 대한 제주도정의 태도에 분노해 얼마 전 그만두었다. 서귀포 다문화센터 운영위원으로 자문을 해주고, 가끔 강연 요청이 오면 육지 나들이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요즘 심혈을 기울이는 건 사단법인 '누구나'를 키우는 일이다. 어떤 일일까?

    "제가 서귀포에 와서 살아보니까 육지와는 달리 생활에 여유가 생겼어요. 딸에게도 집중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발달장애 청년들과 함께 그림 그리는 동아리를 운영하다가 2018년에 '누구나'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이 지역에 사는 결혼이주 여성들이나 다문화 청소년들, 발달장애 청소년 그리고 노인들이 겪는 차별이나 외로움에 예술지원을 해줌으로써 위로해 주자는 취지입니다. 어머니가 늘그막에 그림 하시면서 삶의 질이 상당히 높아지는 것을 제가 생생하게 봤거든요.

    예술지원은 주로 그림을 많이 하고 사진도 합니다. 미술작업은 각자 직업에 따라 따로 또는 함께 할 수 있는 작업이고 음악과는 달리 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조용히 할 수 있잖아요. 그동안 그림책도 몇 권 냈고, 발달장애 청년들을 기성작가로 키워내기도 했습니다. 그중 몇몇은 많이 알려져 초대전에 출품하기도 했고요. 서귀포에 있는 키위새 스테이션이라는 갤러리 공간을 빌려 거기서 주로 전시합니다.

    사단법인 '누구나'를 하면서 저는 아트팜을 만들겠다는 꿈이랄까, 목표를 갖게 됐습니다. 말 그대로 예술과 농장을 결합해 '누구나' 식구들이 생태적으로 자급자족하고 각자의 취미와 특기를 살리면서 생활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땅을 좀 사서 게르촌처럼 각자의 공간을 하나씩 만들어 그곳에서 생활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스튜디오로 삼자는 것입니다. 또 집단이 이용할 수 있는 커다란 게르를 하나 만들어 전시회도 하고, 굿즈도 팔아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타운홀 미팅' 요청했지만...
     
    도지사 면담 촉구집회서귀포 시민들은 100년 솔숲을 지키기 위해 문화제 개최, 도지사 면담 촉구, 반대서명운동 등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오한숙희

    서귀포로 이사 오기를 정말 잘했다며 이곳이야말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지인들에게 자랑하던 오한숙희씨는 요즘 100년 솔숲 지키기에 올인하면서 삶이 고달파졌다고 토로한다. 지난 추석 무렵에는 두 달이나 몸져누워 꼼짝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요지부동인 제주도정의 공사 강행 방침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물었다.

    "저는 100년 솔규정합니다. 결국은 여론전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촛불집회처럼 우리도 침낭 가지고 숲에 누워서 천막농성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용산 대통숲 지키기 운동은 기득권과 서민과의 싸움, 중앙지향의 정치와 지방 생활정치의 싸움이라고 
    령실에도 서귀포 타운홀 미팅을 요구했는데 아직은 답이 없네요. 저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 문제를 인지하게 되면 어떻게든 숲을 보존할 수 있는 해결책을 강구하라고 할 것 같아요. 100년 솔숲의 소나무들에게, 그리고 우리 후손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뜻을 같이하는 국민적 차원의 힘을 합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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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일하는가'만 살피면 노동시간이 단축될까

[인권으로 읽는 세상]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노동시간 투쟁으로

오늘도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의 소식이 이어진다. 지난 7월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과로사로 추정되는 청년노동자의 죽음이 뒤늦게 알려졌고, 9월 SPC 공장에서 야간조 근무를 하고 온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이 최근 전해졌다.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며칠 전 제주에서 쿠팡 택배노동자가 야간배송 중 운전사고로 사망했다. 장시간 노동은 한국사회의 오랜 문제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실노동시간 단축을 제시하며 '주4.5일제' 추진을 예고했다. 정부가 말하는 노동시간 단축 목표가 노동자의 삶에 가닿을 수 있을까. 한국사회에서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되짚어보자.

 

▲사진은 5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노동시간 유연화로 뒤바꿔온 노동시간 단축

노동시간 단축은 언제나 노동자 투쟁의 주요 요구였다. 1953년 제정 당시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1주 48시간, 연장근로 '합의'시 1주 최대 60시간을 명시했지만, 현실은 동떨어져 있었다. 매일 16시간 골방에 갇혀 일하며 일요일도 쉴 수 없던 청계천 피복노동자의 노동조건에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1970년 전태일 열사가 산화했다. 장시간-저임금에 붙박으며 국가가 할당한 '산업역군' 자리를 부수며 노동자들은 싸워왔고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며 1989년 법정노동시간을 주44시간으로 단축했다. 그럼에도 세계 최장시간 노동을 이어가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기에 주5일 40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장시간 노동의 역사를 끝낼 것을 촉구해왔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며 주5일제 도입 논의가 시작되어 노무현 정부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보다는 일자리 나누기에 의미를 두었던 주5일제는 노동자들의 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법정노동시간은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짧아졌다. 그러나 1997년 IMF 위기를 이유로 업무량에 따라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가 도입되었고, 이로 인해 주40시간제임에도 최장 노동시간은 주68시간까지로 늘어날 수 있었다. 신자유주의 기조 속에 노동시간 단축을 말하며 동시에 노동시간 유연화를 추진하면서 사용자가 원할 때 더 많이 일을 시킬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주5일제가 도입되었어도 주말에 쉴 수 있는 노동자는 일부였다.

문재인 정부는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주5일 40시간제를 68시간까지 연장가능하게 했던 것을 바로 잡고 주40시간, 연장근로 포함시 52시간까지만 허용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앞선 정부들과 다를 바 없었다. 사업장 규모별로 도입하며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시켰다. 그리고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고 촉진하면서 이를 도입한 사업장은 평균 주40시간만 맞추면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주지 않고 12주 동안 주64시간씩 일을 시켜도 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또한 주52시간 상한이 예외되게끔 특별연장근로제를 본격화한 것 역시 문재인 정부였다.

 

그동안 노동시간 단축 요구에 대해 제도화를 주도해온 민주당 정부들은 모두 노동시간을 유연화시키며 단축 요구를 왜곡했다. 노동시간 길이를 줄인다며 정작 줄인 것은 노동자들의 권리였다. 노동시간 제한과 초과근무수당으로 장시간 노동을 제어해온 장치를 무력화했다.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권한을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부여했고, 덜 주고 더 일 시켜도 되게끔 정부와 국회가 합작해 장시간 노동구조는 견고히 유지될 수 있었다. 노동자의 임금을 빼앗고 시간을 기업에 내어준 노동시간 유연화 속에 노동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

 

달라진 일의 세계에서 노동시간

 

불안정노동의 심화는 법정노동시간이라는 기준의 의미를 와해시켰다. 근로계약을 통해 정한 노동시간에 따라 일하고 임금을 받는 '표준'적인 노동과는 전혀 다른 방식과 모습인 노동이 일반화되고 있다.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며 근로계약 바깥에 존재하는 비임금노동자가 2023년 862만 명,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에 이른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제한 등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데, 이들이 일하는 시간과 양을 스스로 '선택'해서 일한다는 이유다.

 

배달라이더들이 극한폭우를 뚫고서라도 오토바이를 타는 건 어떤 선택인가. 라이더는 배달플랫폼을 매개로 일감을 찾고 건당 수수료 방식으로 일한다. 한 건이라도 더 뛰는 게 그날의 소득과 직결되니 더 빨리 더 오래 일하려고 한다. '중개'할 뿐이라는 플랫폼 기업은 실시간으로 라이더의 수락률, 이동, 근무 여부를 확인하고 관리한다. 이용자의 별점 제도와 함께 라이더를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며 그 결과로 배차를 달리해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일감을 좌우한다. 이러한 플랫폼 자본의 개입과 통제 속에서 배달노동자들은 일감을 둘러싼 경쟁,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일하는 조건에 뛰어들게 된다. 하루 평균 10시간씩 일한다는 라이더의 응답이 즐비한 조건 속에서 올 상반기만 16명의 배달노동자가 도로 위에서 목숨을 잃는 일은 우연이 아니다.

 

주6일이 기본, 명절은 주7일이 당연, 하루 12시간을 일하며 쉬는 시간은 고작 30분. 특수고용직인 대다수 택배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실이다. 장례를 치른 뒤 추스를 새 없이 일하다 숨진 제주 쿠팡노동자, 그의 휴가 문의에 대리점은 그럴 거면 이직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해고와 같은 말인 계약해지를 쥔 채로 택배회사가 택배노동자의 일하는 강도, 일하는 시간을 실질적으로 통제한다. 쉬고 싶어도 수입과 연동되어 쉴 수 없다. 쉬거나 할당량을 못 하면 일이 끊긴다. 불가피 쉬어야 하거나 배송을 다 하기 어려울 때 대체인력 비용을 떠안는다. '자유로운' 개인사업자라는 택배노동자들의 산재율은 매년 전체 업종 평균보다 크게 오르고 있다.

 

전일제로 일하기 어려운 조건에, 또는 주업과 함께 부가적 수입을 위해 '선택지'를 늘려준 것처럼 여기는 초단시간은 어떨까. 주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 역시 계속 늘어 작년 기준 250만 명에 달한다. 취업난 속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힘든 10~20대 청년층, 노후 불안정으로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선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중이 높다.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유급휴일, 퇴직금, 사회보험 등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일제 노동자를 쓰는 것보다 초단시간 노동자를 여러 명 쓰는 게 사용자에게는 비용을 절감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노동을 위해 투여하는 시간들은 셈해지지 않는다. 방문요양노동자의 경우 한집당 제공서비스를 3시간으로 제한하는 조건에서 두세집을 함께 맡는 방식으로 일한다. 이 과정에서 이동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오롯이 노동자의 몫이다.

 

제조업 일자리가 중심이던 시기에 기업이 노동시간의 길이를 통해 노동자들을 통제하려 했다면, 신자유주의와 함께 달라진 일의 세계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기업의 통제는 비가시적으로 이루어진다. 노동의 유연화로 재편된 일의 세계에서 더 쉽게 노동자를 쓸 수 있게 되었고, 이들의 노동으로 이윤을 얻으면서도 사용자는 책임을 회피하기 더 쉬워졌다. 이제 노동시간 단축을 노동시간에 대한 길이 규정만을 두고 이야기할 때 일하는 사람 모두의 요구나 목표가 아니라, 출퇴근시간이 명확하고 고용관계가 분명한 노동자만이 해당하는 과제가 됐다. 노동자의 권리로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요구가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어 내려면 불안정노동이 일상이 된 사람들의 권리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노동시간의 주인이 되는 투쟁으로

 

그동안 노동시간 길이에만 초점을 두어온 것에서 노동시간을 노동자가 스스로 통제하면서 실질적으로 줄여가는 노동시간 단축 투쟁이 되어야 한다. 이미 노동자들은 법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권리를 세우며 투쟁의 경험들을 쌓아왔다. 24시간 가동되는 공장에서 기계와 운명을 같이 해야 했던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을 당연시해온 것에 질문을 던져왔다. "밤엔 잠 좀 자자!" 외치며 자동차부품업체들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 낮이건 밤이건 12시간씩 일하던 주야맞교대를 주간2교대 방식으로 바꾸어 노동시간을 줄이고 야간노동을 폐지했다. 건강과 생계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온 것이다. 필수적인 노동이지만 보이지 않기를 강요받았던 거리 청소노동자들도 "밤이 아닌 낮에 일하자"는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가를 두고 자본의 일방적 요구에 맞추는 게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확인해야 한다.

 

화물노동자들의 안전운임제 투쟁도 같은 맥락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적에 따라 지급받는 수수료 방식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을 외면하며 과적과 과속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국가와 자본에 맞서 더 많이 싣고 더 빨리 달려야 하는 구조를 바꾸자는 요구가 안전운임제였다. 자본이 요구하는 속도에 맞춰야 했던 노동에 대한 통제를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화물노조의 안전운임제 요구가 라이더유니온의 안전배달료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폭염 시 휴식 보장, 일요일 마트 휴무도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는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 속에서 만들어졌다.

 

얼마나 일하는가만이 아니라 언제 일하는가, 어떻게 일하는가에 대한 요구로 노동시간을 둘러싼 전선이 노동자 투쟁에서 다양하게 펼쳐져 왔다. 노동시간 투쟁은 자본의 입맛대로 시간을 배치하고 통제해온 것에 맞서 노동자가 시간의 주인이 되는 투쟁이다.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물리적인 시간(양)을 넘어 어떤 노동시간이 되어야 하는지 노동자들이 이야기하고 참여하며 함께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서로의 노동에 기대어 이 사회가 굴러가는 만큼, 언제/어떻게/얼마나 일할 것인가를 둘러싼 노동시간 논의는 우리 사회가 지금 어떠한지를 가늠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설정하는 방향키이기도 하다. 노동시간에 대한 숫자만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말할 수 없는 시대,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그저 노동시간 길이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가 스스로 통제하면서 노동시간을 구성하고 조직해갈 권리 투쟁으로 연결되고 확장해야 한다.

 

'새벽배송' 논란이 쏘아 올린 노동시간의 문제는 그 계기가 되길 바란다. 심야노동이 사회적 문제로 지목된 지금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선택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노동자를 연료로 태워온 24시간 생산-소비체제의 문제점을 살피는 일이다. 불필요한 생산과 위험한 노동을 함께 줄이는 방안을 찾고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돌아가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우리는 어떤 사회를 살아가고 싶은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노동자가 노동시간의 주인이 되어가는 투쟁을 함께 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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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성태, 1313호실서 이화영에게 30~40분 쌍욕"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다른 기사 보기

이화영 회유 안 되자 박상용 검사실로 불러 욕설

KH 조경식 부회장 "김성태에게서 직접 들어"

이화영에게 얘기하니 "어떻게 알았냐"고 놀라

이화영 쪽도 "연어·술파티 후 그런 일 있었다고"

수원지검, 가족에게 특혜 언급하며 회유 정황도

"남편과 단 둘이 특별하게 만나게 해드리겠다"

'진술 맞추기' 위법 수사 정황…추가 조사해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왼쪽)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오른쪽). 2025.9.17.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왼쪽)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오른쪽). 2025.9.17.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른바 '연어·술 파티' 이후에도 검찰 뜻대로 회유되지 않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30~40분가량 욕설을 하고 검찰이 이를 방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의 묵인·방조 아래 '공범 분리 원칙'을 어기고, 사건 관계인을 동원해 중요 피의자의 진술을 바꾸도록 한 정황이다. 또 검찰이 이 전 부지사 가족을 붙여서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하려한 정황도 추가로 확인됐다. 대북송금 검찰 수사팀의 위법 수사 논란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회유 안 되자 박상용 검사실서 30~40분 쌍욕"

김성태 전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조경식 전 케이에이치(KH) 강원개발 부회장은 17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과 단독 인터뷰에서 "김성태 회장이 (검찰에) 회유된 뒤, (자신의 주장을) 증빙하려면 김성태 회장의 말만으로는 먹히지 않아서 이화영 부지사(진술)까지 얹어야 했다"면서 "이화영 부지사를 설득하겠다고 (검사실로) 불러서 회유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재판정에서 이화영 부지사 부인이 검찰의 진술 강요가 있다고 해서 (회유 전략이) '아웃'됐다"며 "김성태 회장은 회유가 된 줄 알았는데 재판정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이화영 부지사 쪽에서) 아니라고 탁 (선을) 그어버리니까, 김성태 회장이 불러달라고 해서 이화영 부지사를 검찰청으로 불렀다. 박상용 검사가 수원지검 1313호실로 둘을 불러서 김성태 회장이 거기에서 이화영 부지사에게 30~40분 쌍욕을 했다"라고 말했다.

 

조경식 전 KH강원개발주식회사 부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모처에서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13. 워치독
조경식 전 KH강원개발주식회사 부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모처에서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1.13. 워치독

조 전 부회장은 당시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상황을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이 보석으로 석방된 뒤, 김 전 회장에게 직접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와 만나 김 전 회장 발언의 진위 여부도 확인했다고 한다.

조 전 부회장은 다른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지난 4월부터 이달 11일까지 이 전 부지사가 있는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바 있다. 이때 조 전 부회장은 수원구치소에서 우연히 이 전 부지사를 만났는데, 2023년 5월 연어·술파티 이후 1313호실에서 김 전 회장이 30~40분간 욕설한 사건을 언급하자, 이 전 부지사가 '어떻게 알았냐'고 놀라며 되물었다고 한다.

조 전 부회장은 "교도관이 (수용자끼리) 서로 인사도 못하게 했는데, 변호사 접견 예약이 었어서 대기하며 잠깐 만날 때가 있었다. 변호사를 기다리던 중에 '성태한테 쌍욕 먹었다면서요?'라고 너무 '리얼'하게(본 것처럼) 얘기 하니까, 이화영 부지사가 그걸 '어떻게 아시느냐' '거기에 계셨느냐'고 반문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이 검찰 쪽 의도에 맞게 진술을 바꾸도록 이 전 부지사에게 욕설을 하며 압박한 정황에 대해, 이화영 전 부지사 쪽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도 "이화영 부지사가 연어·술파티 이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 2025.10.14. 연합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 2025.10.14. 연합뉴스

조 전 부회장 증언에서 드러난 정황은 그간 법무부 감찰과 대북송금 사건 공판 등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수원지검 감찰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연어·술파티가 있었던 2023년 5월 17일 수원구치소에 면회 온 회사 직원에게 '오늘 내가 이화영과 끝장을 본다. 소주라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해야 한다. (페트병에 담아) 물처럼 꾸며 소주를 준비해 와라. 내가 검사에게 이미 말했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를 확인했다. 검찰의 묵인·방조 아래 술자리를 열고 이 전 부지사를 상당한 강도로 회유·압박한 정황이다.

그러나 검찰 쪽 회유 작업은 무위로 돌아갔다. 조 전 부회장 증언대로 이 전 부지사 배우자가 법원에서 검찰의 진술 조작을 주장하고, 이 전 부지사도 옥중 편지로 이 대통령과 대북송금 사건의 연관성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백정화 씨는 2023년 7월 25일 법정에서 발언권을 얻어 "(이화영) 본인은 이재명에게 보고한 적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본인이) 하지 않은 일을 왜 했다고 얘기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 씨는 법원에 제출한 에이포(A4) 용지 2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에서도 "그 어느 것보다 힘든 것은 검찰이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의 증언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방북 대납 프레임을 씌워 기소하겠다는 것"이라며 "조작된 증언과 진술로 이 대표를 기소하기 위해 남편을 구속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 북한에 돈을 준 사실마저 마치 이재명 대표를 위해 보낸 것처럼 거짓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부인 백정화 씨가 MBC에 전달한 입장문. 2023.7.31. MBC 보도 갈무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부인 백정화 씨가 MBC에 전달한 입장문. 2023.7.31. MBC 보도 갈무리

또 백 씨는 같은 달 자필 입장문을 언론에 보내 '10개월간 검찰의 거짓 진술 강요가 자행됐다'면서, "법인카드를 이 전 부지사가 아닌 여비서에게 주었다고 김 회장이 진술하게 해,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혐의를 바꿔주고, 그 대가로 이재명 대표의 대북 대납 사건을 거짓 진술하라는 '딜'(Deal·거래)을 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이 전 부지사도 옥중 편지를 통해 "저 이화영은 쌍방울 (김성태)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의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연어·술파티'와 이른바 '진술 세미나'(말 맞추기)를 통해 검찰 쪽과 짜맞춘 진술들이 뒤집어지면서 김 전 회장 입장에서는 욕설을 해서라도 강하게 이 전 부지사를 압박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편과 둘이 특별히 만나게 해주겠다" 회유 정황

검찰이 사건 관계인을 동원해 압박을 하는 한편, 이 전 부지사의 가족들을 회유하려고 했던 정황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백정화 씨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2023년 5~6월쯤 구치소로 남편 면회를 갔는데 '검찰이 조사실에서 나와 남편 둘이 특별히 만나게 해주려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혜택을 주려나보다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가족을 동원해 (이 전 부지사) 회유를 하려 했던 것 같다. (이 전 부지사) 아들에게도 검찰이 같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백 씨는 다만 "검찰 조사실에서 남편을 따로 만날 이유도 없고 해서 검찰에서 오는 전화는 다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의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 중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발언권 요청하고 있다. 2025.10.23. 연합뉴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의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 중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발언권 요청하고 있다. 2025.10.23. 연합뉴스

사건 관계인들을 따로 불러 장시간 공간을 내어주며 욕설 등 강압 행위가 이뤄지도록 내버려두고, 가족 접견 혜택 등으로 회유한 것은 검찰의 '진술 세미나'(말 맞추기) 수사 기법으로 보인다. 검사나 교도관의 묵인이나 명시적 승인 없이 이뤄지기 어려운 위법 수사다. 형집행법에서 규정하는 공범 분리 원칙 등에 위반되는 만큼, 당시 사건에 연루된 수원지검과 수원구치소 관계자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워치독>은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욕설을 하며 진술을 강요하고 검찰이 가족을 회유한 정황 등과 관련, 박 검사와 김 전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성진·허재현·조하준·김시몬 워치독 기자, 강진구 뉴탐사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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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위한 핵추진 잠수함?…미 해군참모총장 “중국 억제용”

기자명

  •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11.17 15:06
  •  
  •  댓글 0
 
 

핵추진 잠수함, '자주'국방이냐 새로운 '족쇄'냐?

 강동길 해군참모총장과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14일 서울에서 만나 양국 해군 군사협력 증진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과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14일 서울에서 만나 양국 해군 군사협력 증진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노골적으로 ‘대중국 견제 전력’으로 규정했다. 한국 정부가 내세워 온 ‘대북 억제’ 명분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발언이다.

커들 총장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북한 억제에 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미국의 기본 목표는 중국 같은 핵심 경쟁국을 억제하기 위한 전 세계적 협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면 그 잠수함이 중국 억제에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며 “미국이 규정한 핵심 경쟁적 위협과 관련된 공동 목표를 한국이 함께 달성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핵추진 잠수함을 “전 세계 어디로든 전개할 수 있는 전력”으로 정의하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며 “한국도 언젠가는 그 잠수함들을 전 세계적으로 운용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한국 해군과 한국 핵추진 잠수함 전력을 미국의 전지구적 군사 전략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 놓인 한국 핵추진 잠수함

미국 국방전략은 중국을 미국의 가장 중대한 전략 경쟁자로 규정하고, 향후 전력 구조와 동맹 운용의 기준을 중국 견제에 두고 있다. 유럽과 중동,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시에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 인식 속에, 미국은 동맹을 자신의 군 자원으로 쓰는 방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커들 총장이 한국 핵추진 잠수함을 중국 억제 전력으로 못 박은 것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 핵추진 잠수함은 한반도 주변에서 북의 잠수함만 추적하는 전력이 아니라, 유사시 서태평양과 남중국해, 대만해협까지 나가 중국 해군을 견제하는 수단이다.

워싱턴 선언과 한미 핵협의그룹,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동맹의 틀은 이미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체로 확장됐다. 커들 총장이 말한 “전 세계적 운용”이라는 표현은 바로 이 확장된 동맹 틀 위에서 나온 요구다. 한미동맹이 한반도 방위조약을 넘어 미국 전지구적 군사 전략의 하위 체제로 바뀌는 가운데, 한국 핵추진 잠수함이 그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핵추진 잠수함 승인, 대미 투자와 패키지

핵추진 잠수함 승인 과정이 3,500억달러 대미 투자,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필라델피아 조선소 문제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한미는 관세 협상 과정에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에 합의했고, 이 중 1,500억 달러는 미국 조선업 부흥 프로젝트에 투입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리조선소를 핵추진 잠수함 건조 장소로 거론했다. 한화가 인수한 이 조선소가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투자하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승인은 한국의 자주국방을 위한 결정이기보다, 한국의 자본과 조선 기술, 해군 전력을 동원해 미국의 대중국 해군 전략과 미국 조선업 부흥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의미가 더 커보인다. 한국은 막대한 투자와 생산 기반을 제공하면서도, 핵추진 잠수함 사업의 방향과 통제권을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핵추진 잠수함의 운용 과정에서도 핵연료 공급과 설계·안전 기준은 미국이 쥐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연료와 유지·보수, 작전 범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반쪽 전력’을 갖게 된다.

대만해협으로 이어지는 ‘전 세계 운용’의 부담

커들 총장은 “전 세계 어디로든 전개할 수 있는 전력”, “전 세계적으로 운용할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상정하는 시나리오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충돌이다. 미국은 이런 상황을 기준 삼아 인도‧태평양 전력 재배치와 동맹 역할 분담을 설계하고 있다.

이 그림 속에서 한국 핵추진 잠수함은 한반도 유사와 무관한 전구, 즉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동중국해로 나가 중국 해군을 견제하라는 요구를 피하기 어렵다. 한국은 미국 전략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

커들 해군참모총장의 발언은 미국이 한국 핵추진 잠수함을 어떻게 쓸 생각인지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다. 한국이 내세운 ‘대북 억제용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설명은, 미국의 시각에서 “중국 억제에 쓰일 것이 당연하다”는 한마디로 지워졌다.

대미 관세ㆍ투자 협상의 후과를 '방어'하기 위해 내세운 핵추진 잠수함은 이제 건조 장소, 연료 문제, 용도 등 여러 각도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자주'가 아니라 새로운 '족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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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안

“북 MDL 침범-우리 군 대응 지속되면서 군사 충돌 우려”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11.17 18:26
  •  
  •  수정 2025.11.17 18:38
  •  
  •  댓글 0
 
17일 오후 '담화문'을 발표하는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 [사진 갈무리-ebrief]
17일 오후 '담화문'을 발표하는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 [사진 갈무리-ebrief]

국방부가 17일 오후 북한에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했다. 

김홍철 정책실장은 이날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관련 회담 제안을 위한 담화문」을 통해 “최근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술도로와 철책선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원들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지역을 침범하는 상황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해 우리 군은 작전 수행 절차에 따라 경고 방송, 경고 사격을 통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퇴거토록 조치하고 있다”며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과 절차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이 지속되면서 비무장지대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자칫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러한 상황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설치했던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상당수 유실되어 일부 지역의 경계선에 대해 남측과 북측이 서로 인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북한군이 설치중인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 [사진-합참]
북한군이 설치중인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 [사진-합참]

“이에 우리 군은 남북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개최하여 군사분계선의 기준선 설정에 대해 논의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며 “구체적인 회담 일정, 장소 등은 판문점을 통해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열어놨다. 

김 실장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군사적 신뢰 회복을 위한 제안에 대해 북측의 긍정적이고 빠른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알림’을 통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시 설치했던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상당수 유실되어 일부 지역의 경계선에 대해 남북 간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면서 “이에 우리 군은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에 대한 논의를 제안하였다”고 확인했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때 군사분계선을 따라 표지 1,292개를 설치했다. 세월이 흘러 일부 표지가 유실되면서 군사분계선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기 어려운 정도여서 침범 여부를 둘러싸고 남북 군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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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반복된 ‘내란 영장 기각’… 사법부는 내란의 방패인가

 
사법부의 반복된 선택이 던지는 신호
 
임두만 | 2025-11-17 09:05:10  
 


 

내란특검이 신청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특검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박성제 전 장관에게 거듭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결과는 두 번 모두 기각했으며, 증거가 분명하여 법원도 ‘사실관계는 확인된다’는 황교안 전 총리도 기각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예상 가능한 기각”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위험하다. 사법부가 단순히 ‘증거 부족’을 이유로 한 번 놓친 것이 아니라, 내란 수사의 주요 연결고리를 체계적으로 절단하는 듯한 흐름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이제 질문은 단 하나다. 사법부는 민주공화국의 마지막 보루인가, 아니면 내란범의 마지막 방패막인가.

▲ 정면으로 본 대법원 전경...사진, 대법원    

■ “위법성 인식 없었다?” 전 법무부 장관에게 적용된 전무후무한 면죄부

박성재 전 장관의 첫 번째 영장 기각 사유는 충격적이었다. 법원이 내세운 논리는 이랬다. “비상계엄이 불법인지 몰랐을 수 있다.”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이 위법한 계엄을 선포했을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주장, 계엄 선포 두 시간 전 대통령실로 긴급 호출돼 설명을 듣고, 문건을 주머니에 넣고, 메모를 했고, 법무부로 돌아가 ‘계엄 대응 지시’를 내린 사람에게 말이다. 이런 주장은 법적 판단이라기보다 세계관의 붕괴에 가깝다.

특검이 추가 압수수색과 포렌식으로 ‘계엄 합리화 문건’, 삭제 파일, 교정시설 수용 계획 등을 더 확보했고, 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똑같이 말했다. “여전히 혐의 다툼의 여지가 있다.” 법원에게 묻는다. ‘내란 브레인’으로 지목된 사람에게 그가 내란인지 몰랐다는 여지만 있으면 구속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어떤 고위 공직자도 “몰랐다”고 말하면 그만인가.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 사법부의 공식 태도인가. 국민은 이것이 궁금하다.

■ 황교안 영장 기각, “사실관계는 상당 부분 확보… 그러나 기각”

황교안 전 총리의 경우는 더 기이하다. 법원 스스로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확보되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결론은 기각이다.

황 전 총리의 SNS에 직접 적은 글은 명백하다. “비상계엄령 선포됐다” “종북·부정선거 세력 척결하라” “국회의장 체포하라” “한동훈 체포하라” 그럼에도 공안검사 출신이 계엄의 위법성을 몰랐다고 인정하는 법원. 이쯤 되면 정치논리가 아니라 사법부가 자기보호 본능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 판사 4명이 돌아가며 ‘내란 수사 방어막’? 조희대 대법원장의 그림자

더 심각한 문제는 구조적 패턴이다.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4명, 모두 조희대 대법원장이 계엄 사태 직후 발령한 판사들이다. 그 4명이 번갈아가며 특검이 청구하는 영장을 모두 막고 있다.

특검이 새 증거를 가져오면, 판사는 “그래도 혐의 다툼 있다”고 말한다. 특검이 삭제 파일을 복구하면, 판사는 “주거·경력 고려 시 위험 없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법원이 구하고자 하는 것은 법인가, 동료 집단의 안위인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의 밤’에 대법원 간부들과 계엄 대응 회의를 했다는 보도는 여전히 반박되지 않았다. 당시 대법원 내부 발언도 충격적이었다. “계엄사령관 지시에 따라 대응하겠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법원은 당시 불법 계엄에 협조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영장 기각은 단순한 판단이 아니라 수사로부터 대법원을 보호하는 구조적 방어막일 수 있다.

사법부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는 순간, 그것은 헌정질서 수호 기관이 아니라 헌정질서 위협 세력이 된다.

■ “주거·가족관계 안정”… 힘 있는 자만 누리는 기각 논리

두 사람의 영장 기각 사유에는 똑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주거·가족관계·경력 안정성 고려할 때 도주 우려 없다.” 이 말은 무엇인가? ‘권력 있고, 직업 있고, 재산 있으니 구속할 필요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반대로 묻자. 주거가 불안정하면 구속인가? 직업이 없으면 도주 우려가 큰가? 돈이 없으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많아지는가? 이런 판단은 법적 기준이라기보다 전형적인 특권 존중의 논리일 뿐이다.

■ 사법부의 반복된 선택이 던지는 신호

민주당은 “사법부는 내란범의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조국혁신당은 “특권 계급을 보호하는 퇴행적 결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비판은 ‘여야’가 아니라 ‘헌정주의자’라면 누구나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사법부의 지속적 영장 기각은 내란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고음을 지우고 있다. 그 신호는 곧, ‘내란을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는 위험한 메시지로 변질된다.

박성재·황교안은 지금 ‘죄가 없다’고 판단받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범죄 혐의는 상당 부분 인정되면서도 구속 필요성만 부정된 것이다. 이것은 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다.

■ 민주공화국의 최후 보루는 어디인가

사법부는 권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독립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그 독립은 헌법 수호를 위한 독립이지, 특권 수호를 위한 독립이 아니다.

지금 사법부가 보내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내란에도 자의적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특권층에게는 ‘위법성 인식 부재’를 들이댈 수 있다.”
“사법부 스스로를 향한 수사는 원천 봉쇄할 수 있다.”

이런 나라에서 내란은 어떻게 처벌되는가? 처벌되지 않는다. 역사에서 반복돼 왔고, 지금 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제 묻는다. 법원은 누구를 지키려 하는가? 헌법인가? 아니면 사법부 내부의 기득권인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는 사법부다. 그러나 지금 그 보루가 스스로 문을 닫고, 장벽을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이 내란의 밤을 지나 민주공화국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사법부는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제대로된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지금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나올 것이다.

헌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인가, 내란범의 최후 방패가 될 것인가. 지금 법원의 판단은 그 선택의 방향을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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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빛둥둥섬, 한강택시...오세훈 시장의 기막힌 실패, 이렇게 탄생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11/17 09:42
  • 수정일
    2025/11/17 09:4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우리가 꿈꾸는 한강] 한강사업본부 해체하고 한강재단 만들자

25.11.17 06:57최종 업데이트 25.11.17 06:57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을 막개발 중이다. 이대로 둬도 되는 것일까? 서울시의 랜드마크이자, 서울 면적의 6.7%에 해당하는 중요한 공유지가 서울시장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의 한강의 모습을 알리고, '우리가 꿈꾸는 한강'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기자말]
한강버스 정식 운항 시작일인 9월 18일 오전 한강 여의도 선착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사업이 조직을 만들고 조직이 사업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행정조직은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다. 성과 중심의 사업 구조는 제한된 자원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맞춰 집중하도록 하고 이에 따라 조직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 만들어진 조직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규모가 생긴 조직은 그만큼 새로운 사업을 원래 있었던 사업인 것처럼 흡수하여 자가발전 한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면 그에 따라 조직 구조도 변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갖춰진 조직은 정책 변화에 저항하는 자기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한강사업본부라는 조직의 등장

2006년 11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의 핵심은 민선4기 서울시의 핵심과제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었다. 임시기구였던 맑은서울추진본부, 균형발전추진본부, 경쟁력강화기획본부를 한시기구로 전환하는 것도 눈에 띄지만 기존 한강시민공원사업소를 한강사업본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었다.

기존 사업소 조직은 조직도에서 볼 수 있듯이 시설의 관리와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조직이 개편되기 직전인 2006년 7월 기준으로 총 485명의 정원이 있었는데, 각 지역의 한강공원을 직접 관리하는 지구사무소 인력이 319명, 본부가 166명으로 관리 운영 중심의 조직 구조를 볼 수 있다.
 
서울시의회 업무보고 자료에 첨부된 한강시민공원사업소 조직도. 전체적으로 시설 관리와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서울시의회

그런데 2006년 조직개편으로 기존 사업소는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오세훈 시장의 '한강 재창조 마스터플랜 총괄 기획 및 효율적 추진'을 위한 전담조직으로 한강사업본부가 만들고 이 조직에 한강사업기획단을 만들어 한강 이용활성화를 위한 정책개발 및 시행을 맡겼다. 이 사업은 이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라 불리게 되는데, 조직개편은 조례가 제안된 지 안되어 시의회를 통과함으로써 한강사업본부라는 거대 조직이 등장했다.

기존 관리, 운영 중심의 조직에 '한강사업기획단'이라는 거대 기획 부서가 만들어졌다. 기존 사업소는 3개의 부서로 구성되었는데 신설된 한강사업기획단은 한 번에 3개 부서를 가진 조직으로 구성된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한강사업기획단은 기존 한강에 대한 관리나 일부 시설에 대한 유지, 운영보다는 오히려 한강을 매개로 하는 사업개발과 특화사업을 집중하는 조직이 되었다.

2006년 조직 전환이 된 시기에는 정원이 238명으로 기존보다 줄어들었지만, 기존에 지구 사업소에서 직접 관리했던 한강공원에 대한 관리를 외부화하면서 기존 300명 이상의 현장 직원들은 사라지고 모두 본부 소속의 공무원들로 채워진 탓에 기존 166명 수준이었던 인력이 절반 이상 늘어났다.
 
한강사업본부 조직도. 기존 운영 관리 기능에 한강사업기획단이라는 사업부서가 추가되었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면서 조직 형태가 완전히 정비된다.서울시의회

이렇게 조직이 만들어지면 없던 사업도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지 않으면 조직의 존재의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야심 찬 기획이었던 세빛둥둥섬이 부실한 사업 구조 탓에 지지부진하게 되고, 한강운하 조성 사업은 무리한 양화대교 공사로 엄청난 교통체증을 불러오면서 오세훈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피로감은 커졌다.

실제로 한강변에는 특화공원을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오세훈 시장 임기 시기에 공사를 하지 않는 지구가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었고 한강사업본부는 바로 이런 사업으로 조직을 존속시켰다.

사라진 정책, 버티는 조직

무상급식 실시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를 계기로 오세훈 시장이 사임하자 그동안 서울시가 했던 문제성 사업을 검토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그 중 핵심적인 대상이었다. 2012년 8월 국회에서 열린 '세빛둥둥섬 사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는 서울풀시넷과 진선미 의원실이 공동 주관했다.

이 자리에선 서울시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새롭게 밝혀진 세빛둥둥섬(원 사업명 플로팅아일랜드) 추진 과정의 문제점이 공개되었고 이런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도적 대안이 논의되었다. 그 자리에 같이했던 대한변호사협회는 공식적으로 '지자체 세금낭비조사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세빛둥둥섬을 태백 오투리조트사업, 용인경전철사업 등과 함께 주요한 세금낭비 사례로 지정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이후 2013년 2월 대한변협은 세빛둥둥섬에 대해서는 오세훈 전 시장을 비롯하여 12명의 서울시 공무원을 수사 의뢰하는 것으로, 경인 경전철에 대해서는 주민감사를 청구하는 것으로 하였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해당 사업에 대한 감사와 별개로 사업의 존폐 여부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지만 이미 민간사업자의 투자가 진행된 상태에서 서울시가 해당 사업을 백지화할 경우 법적 책임과 더불어 한강에 남게 되는 시설물 처리 문제에 답을 못 찾았다.

결국 2014년에 개장하지만 2020년에는 완전히 자본 잠식 상태가 되고 손님이 늘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통에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가 추가로 대여한 자금을 출자금으로 전화시키는 등의 특혜를 통해 재무구조 개편을 도왔다.

그나마 2023년에 일부 흑자가 났다고 하지만 기존의 천문학적 적자를 고려하면 온갖 특혜를 받고 방문객이 이토록 늘어도 겨우 가능한 수준의 흑자라는 점에서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다. 한강 운하 사업은 말할 것도 없이 사회적 비용만 잔뜩 남겼고 한강택시 사업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가장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되었다.

이처럼 애당초 조직 확대의 이유였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원래의 정책 효과를 보지 못했음에도 한강사업본부라는 조직은 살아남았다. 원래대로라면 기존의 한강정책사업에 대한 조정에 맞춰 조직 개편이 있어야 했지만 박원순 시장은 기존 조직을 그대로 두면서 사업만 바꾸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현재의 한강 문제를 반복하게 만든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한강버스는 한강택시의 실패를 서울시 재정지원 방식으로 보완하는 모델이다. 원래는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선착장 조성 비용을 서울시 떠맡고 운영상의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억지스럽게 대중교통이라고 포장했다.

대중교통이라면 대중교통 통합을 위해 도시교통실이 주관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고, SH공사의 도움이 필요했다면 주무 부서인 주택실이 협력해야겠지만, 한강버스 사업은 이상하게도 교통 부문이나 SH공사와 별 상관없는 한강사업본부가 총괄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조직이 억지스러운 사업을 만들어 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한다.

한강사업본부 폐지, 한강재단 설립으로

2001년 당시 고건 서울시장은 여성사업 인프라로 서울여성플라자를 조성하면서 이를 운영하기 위한 조직으로 재단법인 서울여성을 설립하기로 한다. 1997년에 서울여성플라자 건립계획을 수립할 때는 직영 운영을 전제로 추진했으나 기존 중부여성발전센터 등의 운영평가를 통해 직영 체제보다는 민간의 책임운영제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통해 운영 방식이 바뀌게 된 것이다.

특히 당초 상임이사를 시장이 임명하도록 했던 것을 이사회 제청을 통해 시장이 임명하도록 바꾸면서 가급적 재단의 독립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재단법인은 민간의 기부금이나 출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서울시 여성정책이 가지는 한계를 전제로, 서울여성플라자라는 공간을 매개로 하는 여성사업들이 기존 행정사업의 틀에 갇히지 않게 추진되었으면 하는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재단법인 서울여성의 여성기업 지원사업 구조도. 기존에 사업부서가 직접 수행했던 사업을 재단 사업으로 이관하고 관련한 사업기금을 직접 관리하도록 하면서 자율성을 높였다.서울시의회

여성정책이 시장의 교체 등과 상관없이 일관된 원칙과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당사자에 의한 사업이 보장될 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정책 의지는 서울시의 직접 사업을 줄이고 독립기관으로서 재단을 설립하도록 했다. 사실 중앙집권적 행정 구조에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분권적 방식이 낯설지만 어느 정도 성숙해진 도시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조직 형태다.

이 점에 착안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오세훈 시장이 벌이는 다양한 사업들은 이를 전담하는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애당초 한강르네상스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자연성 회복 운운하면서 몸을 사릴 때도 있었지만 결국 가장 최적화된 것은 그레이트한강 프로젝트와 같은 개발사업이라는 것이 다시금 증명되었다.

즉 조직은 그것이 만들어진 태생적 요인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식 한강개발 정책에서 벗어나려면 비대해진 한강사업조직에 대한 개편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마치 한강이 이들의 사업을 위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양상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앞서 재단법인 서울여성의 창립에서 볼 수 있듯, 이제 한강 역시 시장에 따라 자신의 목적 사업을 위해 공유자원인 한강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관행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강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며 지금과 같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낭비적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존 한강사업본부를 해체하여 최소화하고 한강의 보전과 관리 그리고 시민참여를 위한 별도의 조직이 만들어져야 하고 한강재단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기본적으로 한강변이나 한강 다리에 설치된 이용시설 등에 대한 관리를 모두 이관하고 보존과 시민 이용을 지원하도록 하면 된다. 지금과 같이 한강에서 자연을 가꾸는 행위에 대해 '누구 허락을 받고 그러냐?'는 자격과 허락의 구조에서 벗어나 '한강이 소중하니까 내가 기꺼이 한다'는 시민을 조직하고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 공무원의 허가가 아니면 비어 있어도 사용할 수 없는 시설은 공유의 원칙에 따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되, 스스로 운영의 규칙을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누군가는 관리하고 누군가는 이용하는 분리된 관리-이용체계가 아니라 이용하면서 관리하는 커먼즈로서 한강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일을 하는데 한강르네상스를 위한 실행 부서로서 한강사업본부는 적절하지 않다. 서울시와 한강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협력하여 한강재단을 만들자.

마침 내년이 지방선거다. 현재 한강을 둘러싼 문제는 단지 특정 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오세훈 시장과 현재의 오세훈 시장 사이에 긴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한 순간에 한강개발 사업으로 뒤집힐 수 있었던 것은 원래 그런 사업에 최적화된 조직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난 시간에서 조금이라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새로운 정책을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별 사업을 넘어서 한강과 시민들의 새로운 관계 맺음을 위한 우리의 준비를 제대로 해보자.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김상철 시시한연구소 공동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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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관세협상, 방어 잘 해냈다"…이재용 "기업들 큰 안도"

 정부 "국내 투자 안 줄어들도록 잘 조치해달라"…삼성 "적극 협조, 5년간 6만명씩 고용"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들을 하는데, 그 걱정들은 없도록 여러분들이 잘 조치해 주실 걸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업인들과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를 갖고 "이번 한미 통상·안보 협상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계시겠지만, 가장 애를 많이 쓰신 것은 역시 여기 계신 분들을 포함한 기업인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7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등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를 시작하며 "누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합이 잘 맞아 가지고 공동 대응을 한 사례가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 기업인 여러분들 정말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며 감사 인사를 우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협상팀에도 격려의 뜻을 전하며 특히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 우리 '터프 사나이' 김 장관, 정말 애 많이 쓰셨다"고 치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국제 질서 변경에 따라서 불가피하게 우리가 수동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협상이어서, 어쨌든 좋은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나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었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다는 건 여러분도 잘 아실 것 같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과라면 성과, 방어를 아주 잘 해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러한 이 대통령의 말에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제가 자주 말한 것처럼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게 없고, 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첨병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힘 있게 전 세계를 상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정부의 주요 역할이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최소한 이 정부에서는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국내 투자에 대한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며 "경제라고 하는 게 사실 주관적 의도보다는 객관적 상황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더 강한데,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서 의사 결정을 하겠지만 비슷한 조건이라면 가급적이면 국내 투자에 지금보다는 좀 더 마음 써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대한민국 균형 발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역 지방 지방의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도록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좌우간 정부는 우리 기업인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정말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며 "예를 들면 규제 완화 또는 해제, 철폐 중에서 가능한 것 어떤 게 있을지 실질적으로 좀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면 제가 신속하게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노동과 경영이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노동계와 적대적 양상으로 흐르는 경영계 일각의 분위기에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노동 없이 기업 하기도 어렵고, 기업 없이 일자리 노동이 존립할 수도 없는데 상호 보완적이고 상생적인 요소가 언제부터 너무 적대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기업 측면에서도 '임금 착취'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노동 비용을 줄여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냐, 그런 점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첨단기술 산업 같은 경우는 사실 역량이 문제지, 인건비 액수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대기업 같은 경우는 그 비중도 매우 적을 거고,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관용적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있는 대로 터놓고 사회적인, 대대적인 논쟁을 통해서 일정한 합의를 이루어야 되지 않을까. 이 사회적 대토론과 대타협에 이르러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좀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회장은 "관세 협상 타결로 저희 기업들이 크게 안도하고 있다"고 이 대통령 말에 화답했다. 이 회장은 "기업들은 후속 작업에도 차질이 없도록 정부와 적극 협조하겠다"며 "국내 투자 확대, 청년의 좋은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벤처기업과의 상생도 더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한 이 회장은 "상황이 어렵더라도, 지금 경제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은데 지난 9월에 약속했던 대로 향후 5년간 매년 6만 명씩 국내에서 고용을 하겠다"며 "R&D도 포함해서 국내 시설 투자,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 AI 데이터 센터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 짓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 오른편 옆자리에 앉은(사진상 왼쪽) 이재명 삼성전자 회장의 모습도 보인다. ⓒ연합뉴스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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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항소 포기’ 해명 요구했다고 강등? 전례 드문 사실상 징계”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한겨레 등 ‘대장동 항소 포기 반발’ 평검사 전보 방침 비판

중앙일보 논설위원, 李 비판하며 “‘국무위원도 피해자’ 항변, 변명으로만 보기 어렵다”

 
▲사진=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정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해 집단 행동에 나선 검사장 전원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 성향으로 불리는 경향신문, 한겨레 등은 1면에 정부 방침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배치했다.

검사들의 대장동 항소 포기 반발, 정부 대처에도 비판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집단반발 검사장 전원 평검사 강등 검토 파문>에서 여권 관계자가 한겨레에 “정부가 집단 행동에 나선 검사장을 형사처벌, 감찰 및 징계, 전보 조치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검찰청법 6조는 검사의 직급을 검찰총장과 검사, 두 종류로만 구분하고 있어 평검사로의 보직 이동은 법률상 불이익 조처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 평검사로 전보하는 것은 일선에서 검찰청을 지휘하던 검사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등’과 다름없다”며 “법조계 일각에서 이런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어진 3면 <‘항소 포기’ 해명 요구했다고 강등?…전례 드문 사실상 징계> 기사에서 “직급 강등은 전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사실상의 징계로, 법조계에선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을 계기로 정부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라며 “대장동 항소 포기 뒤 검사들의 반발을 계기로 삼아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지 않아도 검사를 파면할 수 있도록 입법 논의(검사 징계법 폐지 및 검찰청법 개정)에 착수한 상황을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1면
▲한겨레 1면

경향신문은 1면 하단 <정부, ‘대장동 항소 포기’ 집단 항명 검사장 ‘평검사 전보’ 검토> 기사로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앞서 2007년 3월 권태호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급)이 로비 사건에 연루돼 평검사로 강등된 사례가 있다. 권 전 검사는 인사발령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임용권자의 인사 재량권을 인정했고 2010년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가 확정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사설 <검사 파면법·검사장 평검사 강등… 검찰 겁박 도 넘었다>도 “개혁의 명분 아래 일련의 조치들은 과연 사법 정의 회복을 위한 것인가. 불편한 기관들을 길들이기 위한 것은 아닌가. 민주당은 가슴에 손을 얹어 보기 바란다”라는 비판을 전했다.

보수 신문들 “신상필벌” 발언 비판적 집중

소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X(구 트위터)에 “신상필벌은 조직 운영의 기본 중 기본이다. 설마 ‘벌만 주던가 상만 줘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요? 내란극복도 적극행정 권장도 모두 해야 할 일”이라고 올린 대목에 주목했다. 이 대통령은 뉴시스의 <“내란 색출” 다음날 “파격 포상”… ‘병 주고 약 주나’ 공직 혼란 계속될듯>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런 발언을 올렸다. 정부가 지난 11일 공직자의 불법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구성하기로 의결하고, 다음날인 12일 대통령실이 ‘공직활력 제고 성과와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동아일보는 10면 <李 “신상필벌은 기본, 내란극복-적극 행정 모두 해야” TF논란 반박> 기사에서 이 대통령 발언을 “공직사회가 혼란에 빠졌다는 일각의 비판을 직접 반박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여권의 비판과 대통령실의 반박을 함께 다뤘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7월 국무회의 때도 ‘대책 없이 행동하는 정신 나간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아주 엄히 단속하기를 바란다. 공직사회는 신상필벌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이재명 대통령 X
▲이재명 대통령 X

중앙일보는 8면 <대통령 “신상필벌은 조직운영 기본” 내란공무원 조사에 힘 실어줘> 기사를 통해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지만 ‘내란 가담자’는 처음부터 통합 대상이 아니었다. 이번 TF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이 구체화된 결과”라고 썼다.

나아가 중앙일보는 사설 <‘내란 극복 ’이유로 공직사회 위축은 없어야 한다>, 논설위원 기명칼럼 <[장세정의 시시각각] ‘내란 가담 공직자’ 색출과 마녀사냥> 등에서도 이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특히 장세정 논설위원은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법정에서 ‘국무위원들도 피해자’라고 항변했는데, 변명으로만 보기 어렵다”면서 “국회의 신속한 계엄 해제 결의로 계엄을 6시간 만에 막았는데, 극소수가 작당한 계엄을 이유로 공직사회 전체를 잠재적 내란 동조자로 몰아가면 국민이 공감하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동혁 국힘 대표에 ‘내란 비호, 지지율 끌어내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는 성향을 막론하고 신문들의 비판이 모이는 모양새다.

경향신문 사설 <보수들마저 외면하는 장동혁의 내란 비호 ‘자해정치’>는 장 대표가 “극우세력과 당장 절연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의 민심 이탈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면회하고, 내란을 선동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옹호에 나선 장동혁 대표의 기행이 만든 자업자득”이라며 “위헌적 내란을 반성하지 않고 내란 세력을 비호해 온 것이 국민의 힘 위기 아닌가. 위기의 본질을 깨닫고 당을 쇄신해야 할 당대표가 납득 못할 기행을 벌이고 있으니 지지율 하락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는 연재 코너(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장동혁의 역설…“이재명” 거칠게 때릴수록 이 대통령 돕는다>에서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발언은 장동혁 대표가 흥분 상태에서 한 말이라고 저는 생각한다”며 “심지가 약하면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칫하면 장동혁 대표도 황교안 전 대표의 길을 갈 수 있다. 어쩌면 지방선거 전에 대표직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으면 승산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무당층보다 적은 국힘 지지자, ‘尹 단절’ 없이 미래 있나>에서 “아직도 불법 계엄을 주도한 윤 전 대통령과 손절하지 못하고 있으니 누가 국민의 힘을 수권 정당으로 인정하겠는가. 국민의 힘은 윤 전 대통령과 계엄 사태 등에 관한 명확한 입장 정리 없인 미래도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신문도 <무당층보다 지지율 낮은 국민의힘, 수권정당 포기했나> 제목의 사설을 썼다.

▲중앙일보 8면
▲중앙일보 8면

중앙일보 또한 8면 <부동산·대장동 터졌는데 … 국민의힘 지지율, 민주당 절반수준> 기사에서 “(국민의힘) 내부엔 부동산, 항소 포기 논란이 잇따라 불거진 ‘골든 타임’에서 ‘지도부가 민심과 괴리된 행보를 보였다’(중진 의원)는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 찾은 재계 총수들, 800조 투자 계획 밝혀

다수의 주요 신문 1면에는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그룹이 2028~2030년까지 총 800조 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일이 실렸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합동회의에서 밝힌 계획이다. 세계일보 <4대그룹, 국내에 800조 ‘통큰 투자’>, 중앙일보 <삼성 450조 현대차 125조, 사상최대 국내투자> 등은 1면 기사와 함께 이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 국민의례를 하는 사진을 배치했다.

국민일보 <李 “국내 투자에 신경”... 재계 “833조 투자”>, 동아일보 <삼성-SK-현대차-LG, 800조 국내 투자한다> 등은 1면 기사와 함께 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한 테이블에서 회의하는 모습의 사진을 썼다. 동아일보는 회의 참석자들과 이 대통령이 좌우로 앉아 있는 구도의 사진을 썼다.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 1면

논쟁에 오른 ‘쿠팡 새벽배송’

한국일보는 쿠팡 위탁 택배기사들이 새벽 배송 금지에 반대한다고 밝힌 설문 결과로 현실을 왜곡해선 안 된다는 분석을 보도했다. 지난 9월 택배 노조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쿠팡 퀵플렉스 배송기사 679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5.3%는 수입이 일정 정도 보장되면 심야근무를 회피하겠다고 답했고, 야간 배송을 회피하기 어려운 현실적 여건들이 있다는 지적이다. 11면 <쿠팡 기사들이 새벽배송 좋아서 선택?... 현실은 강제된 노동이었다> 기사다.

딥페이크 ‘성명 불상자’에 솜방망이

딥페이크 범죄에 관여한 이들 상당수가 검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는 한민경 경찰대 교수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딥페이크 편집·반포 판결문 124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피고인 129명 중 39명(30. 2%)의 판결문에서 ‘성명 불상자’가 등장했으며, 범죄 분담에 따라 범인들의 처벌 수위가 낮게 이뤄지는 경우가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8면 <딥페이크 ‘성명불상자’ 낀 범죄 분담에 처벌 ‘솜방망이’>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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