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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비수는 한미동맹을 향한 민중의 칼날이다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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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6.0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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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匕首)라는 말은 오래된 한자 어휘다. 최근에 현대 한국판 ‘비수’가 등장했다.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이 5월 22일 공개된 미 육군전쟁대학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진행자가 브런슨에게 “중국의 관점에서 지도를 동쪽이 위로 오도록 돌려 보면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는다. 이에 브런슨은 중국 동해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면 “한국은 아시아의 심장에 박힌 비수(dagger)이고, 그 뒤로 일본은 일종의 방패 또는 후방 차단선이며, 남동쪽에는 필리핀이 있다”고 말한다. 중국을 향해 한국은 공격용 무기가 되어야 한다는 가당찮은 의사표현이다.

 

망발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브런슨이나 미국은 한국을 주권국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노는 한낱 흉기쯤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둘째, 중국의 심장에 단도를 꽂는 한국의 모습을 부각시켜 한중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저의를 드러낸다. 셋째, 그리하여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 견제의 고정 플랫폼 이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넷째, 한반도의 ‘비수’가 중국을 겨누듯 주한미군의 역할 역시 북한 억제가 아니라 중국 공격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가만히 두고 보기에는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자존의 모멸감’이다.

야콥 메켈(Jakob Meckel)이라는 프로이센 육군 장교가 있었다. 1866년 보오전쟁, 1870-71년 보불전쟁을 겪었다. 1881년 소령이 되었고 1885년부터 3년 간 일본에서 교관으로 지낸다. 프로이센식 개혁을 선택한 일본 육군의 지원으로 메켈은 일본 육군을 주둔부대 중심의 프랑스식 체계에서 기동형 프로이센식 사단체제로 바꾸었다. 동시에 그는 충성, 복종, 의무 같은 프로이센 장교단의 윤리를 일본 천황제 군대의 규율과 결합시켰다. 일본 군국주의사의 관점에서 보면 메켈은 단순한 기술고문이 아니라 일본 육군의 전략적 세계관을 바꾼 인물이다.

1885년 메켈은 일본군에 새로운 전략적 시각을 제공한다. 조선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던 메이지 일본에게 메켈은 한반도를 “일본의 심장을 겨눈 비수”라고 비유하면서, 조선이 적대세력의 손에 들어가면 일본 본토를 위협하는 전진기지가 된다고 경고했다. 조선이 독립적이고 안정된 완충지대라면 문제가 덜하지만, 러시아나 청나라 같은 제3국에 장악되면 일본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전진기지가 된다는 논리였다. 물론 그것은 조선이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강대국들이 활용하는 도구로 취급하는 인식론이다. 브런슨의 사고가 바로 이것이다.

메켈이 쓴 ‘비수’라는 단어의 독일어 원어는 없고 일본어로는 ‘다가’(ダガ: 短刀), 영어로는 dagger로 기록되어 있다. 일본어도 영어 음차다. 한자 비수(匕首)는 ‘숟가락(匕) 머리(首)’라는 기묘한 조합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자객열전〉은 “비수는 소매 속에 숨길 수 있는 짧은 칼로, 그 머리가 숟가락(匕)과 같아서 비수라 부른다”고 기록한다. 기원전 227년 자객 형가(荊軻)가 암살 목적으로 진왕에게 바칠 지도 속에 돌돌 말아 숨겨 들어간 무기가 역사상 가장 유명한 단검인 독약이 발라진 조나라의 비수(趙國匕首)다.

브런슨은 한국을 미국의 다채로운 전력수단인냥 조롱한다. 그는 2025년 5월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육군협회 심포지움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야간 위성사진으로 보면 한국은 물 위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첫째, 한반도는 중국 동부 연안과 가까운 고정 군사 플랫폼이라는 뜻이다. 둘째, 주한미군은 “거리의 횡포”를 줄이는 전진 배치 자산이라는 뜻이다. 셋째, 미국은 한국-일본-필리핀을 잇는 삼각 구도를 통해 중국의 방어 구역 안쪽에서 작전할 수 있다고 본다는 뜻이다.

 

1983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는 워싱턴 방문 중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열도를 미국의 대소련 전진기지, 즉 “불침항모(unsinkable aircraft carrier)”처럼 만들겠다고 말한다. 미국에 나라를 바치겠다는 매국발언이었다. 일본 내에서 소동이 일었지만 자주성 상실이라는 측면보다 일본의 재무장 야욕이라는 차원의 비판이 대부분이었다. 브런슨의 “한국항모” 발언은 나카소네의 불침항모 정신이 한국에서도 고취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깔고 있다. 스스로 미국의 항모가 되지 못해 안달하는 일본처럼은 아닐지언정, 나라를 영광스러운 미국의 항모로 만들어주겠다는 주인국의 후의에 감지덕지할지니. 더 이상 고약하기 어려운 극도의 오만함이다.

지중해의 말타는 1940-42년 추축국의 집중 폭격을 받으면서도 영국 공군과 해군의 전진기지로 기능했다. 1942년 가을 미국과 호주의 언론은 말타를 영국의 “불침항모”로 묘사한다. 이를 처칠 수상이 인용해 유명해진다. 1950년 맥아더는 대만(포모사)이 공산권 손에 들어가면 “불침항모”가 되어 미국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런슨의 “한국항모” 발언은 말타에서 대만으로, 그리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어지는 언어의 최신 변형이다. 요는 ‘비수’가 됐든 ‘항모’가 됐든, 스스로 항모가 되든 남이 나를 항모로 만들든, 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69년에 나온 〈케이마다〉(Queimada)라는 영화가 있다. 극영화를 다큐멘터리 식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질로 폰테코르보 감독의 작품이다. 보통 〈번!〉(Burn!)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무대는 케이마다라는 가상의 카리브해 섬이다. 포르투갈어로 “불태워진 곳”이라는 뜻이다. 영국인 주인공 워커(말론 브랜도)가 포르투갈의 식민 독점을 깨러 케이마다로 들어간다. 그가 가르친 노예 돌로레스가 앞장 선 반포르투갈 반란이 성공해 포르투갈 지배는 무너지고 노예제는 폐지된다. 그러나 섬은 영국의 지배 아래 들어갔을 뿐이다.

제국주의는 노골적인 점령군의 얼굴로만 오지 않는다. 처음의 영국과 워커는 해방자처럼 등장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민중의 자유가 아니라 지배권의 확보였다. 일본의 식민을 청산하러 한반도에 들어온 미국 역시 해방자처럼 입장했다. 하지만 미군정은 친일청산을 봉쇄하고 이승만이라는 현지 대리 권력을 통해 분단국가의 폭력적 기초를 놓았다. 이승만은 돌로레스가 아니었다. 돌로레스가 제국에 이용당하다가 다시 맞서는 민중적 저항의 이름이라면, 이승만은 저항의 가능성을 짓밟고 미국의 품 안에서 권력을 움켜쥔 토착 관리인이었다.

현대판 워커가 브런슨이다. 이 자의 “한국항모”와 “아시아의 심장부에 박힌 비수”라는 표현은 한국을 기껏 지들의 전략적 위치와 군사적 기능으로 위축시킨다. 〈번!〉의 케이마다가 영국에게 무역거점이요 해상전략의 요충지였을 뿐이었던 것처럼 미국에게 한국은 주권국이 아니다. 중국에 대들기 위한 전진기지에 병참거점일 뿐이다. 한마디로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다. 언제까지 이런 수모를 당하고 살 것인가. 지저분한 입술로 농락을 일삼는 자는 당장 추방시킬 일이다. 지금 우리의 비수가 꽂힐 자리는 이런 자의 정수리요 한미동맹의 명치일지니. 끝.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다. 1985년에 외무부에 처음 들어간 이후 약 15년 이상을 해외에서 지냈다. 보스턴, 파리, 텔아비브, 하노이, 워싱턴,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바르샤바, 루안다(앙골라)가 그의 활동 공간이었다. 1962년에 태어난 저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에 곧바로 외무부에 입부했다. 자연히 외무부 내에서의 경력도 경제외교 분야에 집중되었다. 코이카 창설, 우리나라의 OECD 가입, 한미 FTA 협상의 과정에 관여했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을 협상했고, 보건복지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총괄했으며, 2014년부터 2년간 앙골라에서 대사로 일했다. 이후 2018년 6월 외무부를 퇴직하고 국제기구인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의 사무총장으로 행복도시를 창조하는 도시외교를 추진했다. 2021년 6월 말로 지난 36년간의 공직을 모두 마친 저자는 마침내 자유인이 되어 지금은 시, 소설, 에세이, 칼럼, 인류문명 비평서 등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판타스틱 폴란드: 아흔아홉 개 이야기 더하기 하나』(2023. 12, 지만지)의 저자이고, 이창천이라는 필명으로 『명품외교의 길: 좌파 외교관이 보는 한국외교』(2025. 3, 진인진), 『브라보 한미동맹: 숭미동맹의 그늘 벗어나기』(2025. 8, 진인진), 『하늘과 사람과 촛불과 시네마: 청춘 너머의 독서와 영화 읽기』(2026. 1, 진인진)를 출간했다.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다. 1985년에 외무부에 처음 들어간 이후 약 15년 이상을 해외에서 지냈다. 보스턴, 파리, 텔아비브, 하노이, 워싱턴,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바르샤바, 루안다(앙골라)가 그의 활동 공간이었다. 1962년에 태어난 저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에 곧바로 외무부에 입부했다. 자연히 외무부 내에서의 경력도 경제외교 분야에 집중되었다. 코이카 창설, 우리나라의 OECD 가입, 한미 FTA 협상의 과정에 관여했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을 협상했고, 보건복지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총괄했으며, 2014년부터 2년간 앙골라에서 대사로 일했다. 이후 2018년 6월 외무부를 퇴직하고 국제기구인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의 사무총장으로 행복도시를 창조하는 도시외교를 추진했다. 2021년 6월 말로 지난 36년간의 공직을 모두 마친 저자는 마침내 자유인이 되어 지금은 시, 소설, 에세이, 칼럼, 인류문명 비평서 등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판타스틱 폴란드: 아흔아홉 개 이야기 더하기 하나』(2023. 12, 지만지)의 저자이고, 이창천이라는 필명으로 『명품외교의 길: 좌파 외교관이 보는 한국외교』(2025. 3, 진인진), 『브라보 한미동맹: 숭미동맹의 그늘 벗어나기』(2025. 8, 진인진), 『하늘과 사람과 촛불과 시네마: 청춘 너머의 독서와 영화 읽기』(2026. 1, 진인진)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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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투자냐 재분배냐…정부 ‘반도체 초과세수·이익’ 활용법 분분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6/01 08:47
  • 수정일
    2026/06/01 08: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신민정,서영지,권효중기자

  • 수정 2026-06-01 06:52

구윤철·박홍근 “첨단산업에 투자”

김영훈 “협력업체 동반성장에 공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연합뉴스

반도체 산업이 벌어들이고 있는 막대한 이익 규모를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일단락된 뒤, 정부에서도 저마다 활용법을 둘러싼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역사상 유례없는 천문학적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해 윗목과 아랫목의 온도 차를 줄이거나, 반도체의 뒤를 이을 새로운 먹을거리를 개발하는 투자에 나서겠다는 등 정부 부처마다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30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티브이(TV)’에서 정부가 걷을 초과세수와 관련해 “제2의 메모리반도체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8월 법인세 중간예납을 해봐야 알 수 있지만, 초과세수가 더 생길 건 명약관화하다”며 “메모리반도체의 수입을 가지고 제2, 제3의 메모리반도체에 준하는 품목별 아이템에 과감하게 투자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1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대전환기에 확실한 분야에 돈을 써야 한다”며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초전도체·그래핀 등 신소재를 언급한 뒤 “초과세수의 상당 부분을 국부펀드에 넣겠다”고 덧붙였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이날 같은 채널에서 “지금은 물이 들어올 때”라며 적극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장관은 “재정을 적재적소에 써서 경제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하면 성장의 성과가 세수로 이어진다. 세입이 확충되면 다시 재투자하는 게 선순환”이라며 “내년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첨단산업 미래 먹거리에 과감하게 투자하되,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격차에 따라 사회안전망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당국 ‘투톱’이 정부의 초과세수 쓰임새를 놓고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기업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 이익을 두고서는 부처마다 엇갈린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에서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며 “인공지능 호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대한민국 산업 대도약의 성장엔진을 확보해야 한다”고 썼다. 이를 위해 막대한 이윤을 낸 기업들이 미래를 대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하고, 정부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반도체 호황을 지렛대 삼아 한국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써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김정관 장관의 게시물에 “협력업체 동반성장으로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을 만들자”고 댓글을 다는 등 시각차를 보였다. 그는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날 삼성전자의 성공은 해당 노사의 헌신적 노력에 더해 국가·지역·사회의 노력이 합쳐진 것”이라며 “초과이익의 공유가 원청 정규직에만 한정되는 게 옳은가. 협력업체가 동반성장하면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 공유를 통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기초체력을 키워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유럽에서 도입한 사회연대임금을 본뜬 ‘한국형 사회연대임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노동시장을 관장하는 부처 수장으로서 재분배에 방점을 찍은 사회적 논의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애초 노동부는 이를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6월1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다양한 의견수렴’을 이유로 개최를 연기한 상태다.

청와대는 결론을 열어두고 여론을 수렴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사회적 의견을 수렴해보겠다는 것이다. 집단지성을 믿는 만큼 국민의 의견을 귀담아듣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신민정 서영지 권효중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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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대통령 투표 독려, 도리어 정쟁 소재 되고 정치적 갈등 증폭”

[아침신문 솎아보기] 6·3 지방선거 D-2 사전투표율 23.51%로 역대 최고치

선거 앞두고 여야 갈등 최고조, 이재명 대통령 사전투표 해프닝에 우려도

한겨레 “부정선거 주장, 최고법원이 배척한 음모론 선거철마다 반복하는 것은 범죄”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6.06.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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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026년 5월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사전 투표 중 기표 도장 관련 문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 당일까지 이틀이 남은 가운데, 지난달 29·30일 실시된 사전 투표율이 23.51%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으로, 2022년 지방선거 사전 투표율보다 2.89%포인트 오른 것이다. 14개 지역에서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율도 24.12%였다. 높은 사전 투표율이 높은 본투표율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사전투표 제도가 정착된 결과로 언론은 해석했다.

1일 지면을 발행하는 주요 일간지들은 선거가 이틀 남은 시점에 여야가 이재명 정부 지원이라는 논리와 심판론을 펼쳤다고 전했다. 선거 막바지에 뚜렷해지는 여야의 논리를 전하고, 소수 정당을 중심으로 여전히 주장되는 부정선거론은 이제는 정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공통적이었다.

▲1일자 중앙일보 1면.

다음은 1일 선거와 관련된 1면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막판 다다른 선거 키워드는 ‘이재명’>

국민일보 <“30대 표심” vs “강남 투표율” 초접전 서울시장 막판 변수>

동아일보 <한 기관 두고 서오 “유치” 같은 당끼리 겹치기 공약>

서울신문 <격전지 사전투표 결집 전북·대구 확 늘었다>

세계일보 <사전투표율 최고…“정권 안정” “독주 심판”>

조선일보 <與 “李에 힘 실어줘” 野 “샤이보수 결집”>

중앙일보 <MB도 뛰어들었다, 막판 진영 총결집>

한겨레 <“이명박근혜 등판 정치 퇴행” vs “이재명 심판”>

한국일보 <파랑·빨강 입고…정치 중립 무색한 교육감 선거>

경향신문 1면 기사는 “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이재명 대 반이재명’의 선거 구도가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여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성과를 강조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나선 보수 결집 시도를 견제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1면 기사에서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여야가 막판 투표율 해석을 놓고 정면으로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높은 사전투표율을 ‘정권 안정론’에 대한 호응으로, 국민의힘은 ‘정권 심판론’에 따른 결집으로 각각 해석했다”며 “이제 관건은 본투표를 포함한 최종 투표율”이라 전했다.

▲1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도 1면 기사로 <與 “李에 힘 실어줘” 野 “샤이보수 결집”>를, 중앙일보도 1면 기사에 <李 “구태기득권” MB “마이크 처음 잡아”…막판 진영 총결집>을, 한겨레도 1면으로 <“이명박근혜 등판, 정치퇴행” vs “이재명 정부 심판”> 기사를 배치하면서 막판 격전을 전달했다. 중앙일보는 “선거 기간 내내 지역 방문 일정과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비판 등으로 여권 내 이슈를 주도해 온 이 대통령의 존재감이 선거 막판 극대화 되는 모양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교육감 선거를 1면에서 다루면서 “정치권력과 중앙정부로부터 독립해 교육 자치를 실현하자며 2007년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 그러나 약 20년 만에 그 취지가 유명무실해지면서 교육감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대안으로 거론되는 러닝메이트제, 임명제 등에 대해선 교육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극명히 갈려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고 했다.

▲1일자 한국일보 1면.

한겨레 “부정선거 주장, 최고법원이 배척한 음모론 선거철마다 반복하는 것은 범죄”

사설에서도 사전투표와 함께 선거 직전 분위기들이 전달된 가운데, 특히 부정선거 음모는 이제는 정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공통적이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선거 직전 이재명 대통령의 SNS 메시지 등을 비판하는 사설을 내보냈다.

다음은 1일 주요 일간지 사설 가운데 선거와 관련한 내용의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부정선거 음모론자 모스 탄, 지선 방해하러 입국했나>

동아일보 <사전투표 역대 최고… ‘부정선거 음모론’ 심판한 유권자들>

서울신문 <역대 최고 사전투표… 선거 후유증 없도록 공정 관리를>

세계일보 <투표지 노출 논란, 공정·투명선거 관리 강화 계기로>

조선일보 <선거 앞두고 이어지는 대통령의 거친 언행>

중앙일보 <성숙한 사전투표 속 논란 부른 전·현직 대통령 행보>

한겨레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선거방해, 두고만 볼 건가>

한국일보 <역대 최고 사전 투표율, 여야 아전인수 말고 민심 살펴야>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부정선거론을 설파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자 모스 탄 교수의 입국을 전달하면서 “음모론이 선거판을 흔들면 유권자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왜곡되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공적 제도에 대한 불신만 커질 뿐”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와 수사당국은 허위정보 유포와 조직적 선동으로 유권자를 기만하는 음모론자들의 선동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탄 교수가 제멋대로 한국을 드나드는 것을 경찰이 용인해선 안 된다”고 했다.

▲1일자 경향신문 사설.

동아일보 역시 이날 사설에서 “높은 사전투표율은 유권자들이 일부 극단 세력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동안 부정선거 음모론은 대부분 사전투표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한 번도 부정선거 주장을 인정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일부 극단 유튜버들은 이번 사전투표 첫날에도 조작설 같은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사전투표를 거부해야 한다는 궤변을 반복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옹호한 한국계 미국인도 입국해 부정선거 감시 운운하며 선동을 시도했다”며 “지난 대선이 불법 계엄으로 인해 퇴행한 민주주의가 정상화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그 어떤 망국적 음모론도 다시는 발붙일 틈이 없도록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부정선거 국제감시단’은 과거 미국의 민간단체가 독재 국가나 내전 등으로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가 취약한 나라에서 했던 활동이다. 한국은 민주주의 모범 국가로 인정받은 지 이미 오래인데 부정선거 국제감시라니, 무슨 궤변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이미 명확하다. 대법원은 그동안 제기된 선거소송을 구체적인 물증과 법리를 바탕으로 예외 없이 배척했다. 부정선거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는 판결”이라며 “최고법원이 배척한 음모론을 선거철마다 반복하는 것은 선거를 방해하는 범죄 행위다. 정부는 탄 교수의 입국을 계기로 부정선거 궤변을 퍼뜨리는 음모론자들의 선거 방해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자 한겨레 사설.

조선일보 “대통령 투표 독려, 도리어 정쟁 소재 되고 정치적 갈등 증폭”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투표 직전 행보들에 대해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이 대통령이 어느 정당,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는 예상이 가능하다. 굳이 선거운동을 위해 투표용지를 노출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라면서도 “다만 청와대는 이번 논란이 선거 관리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증폭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유감 표명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선거 앞두고 이어지는 대통령의 거친 언행>에서 △대통령 SNS에서의 메시지 △사전투표 도중 기표소 나와 투표용지 노출 논란 △서소문 고가 사고 진상규명과 서울시 압수수색 등을 언급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계속되는 대통령의 거친 말과 행동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투표 포기는 중립이 아니라 내 삶과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 “투표 포기는 국민을 속이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며 나와 가족의 삶을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SNS에 쓴 것에 대해 “대통령의 투표 독려가 도리어 정쟁의 소재가 되고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킨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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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자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에서도 <성숙한 사전투표 속 논란 부른 전·현직 대통령 행보>라는 사설에서 대통령의 SNS 메시지에 대해 “투표 독려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특정 진영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향해서 해야 하며 투표일이 코앞인 시점에서 조금이라도 선거개입 오해를 살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선거 당일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이다. 정치권은 보다 많은 국민이 투표장에 가서 주권을 행사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사전 투표율을 놓고 아전인수식으로 민심을 호도하는 데만 열심”이라며 “여야 모두 자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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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지 노출, 비밀보장 원칙 위반”…국힘 장동혁, 이 대통령 경찰 고발

수정 2026.05.30 17:38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가운데)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이 사전투표에서 투표지를 노출했다며 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30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을 방문해 이 대통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 대한 고발장을 냈다.

이 대통령이 전날 사전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기표한 투표지를 들고 기표소 밖으로 나와 선거사무원에게 문의한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투표의 비밀 보장 원칙 위반이라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기표한 투표지가 공개됐는데 이를 회수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관위 관계자도 같이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 전통시장을 방문하고 공식 행사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상징을 강조해 공무원의 선거 관여 금지 조항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지난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를 찾아 투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장 위원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재명, 이제 눈치도 안 본다. 대놓고 민주당 선대위원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투표 표기는 중립이 아니라 내 삶과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이날 엑스(X) 글에 대해서도 “이게 대통령의 글이 맞나. 선거 중립 의무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건가”라고 썼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억지 공격’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순한 해프닝”이라며 “국민의힘에서 과격한 표현을 써가면서 억지 공격을 하는 데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임세은 더불어민주당 선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이 기표 도장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선거관리관에게 문의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황을 두고 억지 정치공세를 펼친다”며 “대통령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정쟁거리로 만들려는 집착부터 버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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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국가 모독한 주한미군사령관, 비공개 '유감' 표명으로 끝낼 일 아니다

기자명

  •  박재산 기자
  •  
  •  승인 2026.05.30 19:26
  •  
  •  댓글 0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뉴시스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뉴시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오만하고 위태로운 발언이 연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22일 미 육군 전쟁대학 팟캐스트에서 한국을 ‘중국을 겨냥한 단검’으로 묘사했다. 파문이 일자 그는 3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작전 환경을 설명하려던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구한말 프로이센 군사고문의 망언까지 소환하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청와대는 30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국방부 등 각급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사실상의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고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주권국가에 대한 심각한 내정간섭이자 자주권 침해다. '속국'이라는 비뚤어진 인식을 가지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망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한낱 '물밑 소통'으로 적당히 수습하려 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이 같은 안하무인식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가 주권의 핵심 과제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도 일개 국가의 군인 신분으로 공개적인 딴지를 걸며 월권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7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전쟁반대 및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추방, 주한미군 철수 등을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7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전쟁반대 및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추방, 주한미군 철수 등을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 나라의 군사적 주권과 외교 전략은 오직 주권자인 국민과 정부가 결정할 영역이다. 그럼에도 번번이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대중국 전진기지로 제멋대로 규정하고 흔드는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오만함이다.

 

가령 일본의 방위상이나 자위대 막료장이 공식 석상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발언했다면 우리 정부의 대응이 어떠했겠는가. 당연히 주한 일본대사를 즉각 초치하고 강력한 공식 성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엄중히 요구했을 것이다.

유독 미국에 대해서만 작아지는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은 주권국가의 자존심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다. 이번 사안은 조용히 소통하고 뒤에서 유감을 표명했다고 언론에 넌지시 흘리며 적당히 수습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정부는 당장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초치해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엄중히 항의하고, 주권 침해성 발언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의 거듭되는 설화를 개인의 즉흥적 비유나 해프닝으로 묵인한다면, 동맹이라는 미명 아래 대한민국의 자주권은 끊임없이 잠식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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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하이닉스 돈벼락! 이재명 정부가 당장 해야할 일은?

[월간 프레시안]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②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6.05.30. 19:14:41

이재명 대통령이 5월 들어 두 차례나 '긴축 재정론'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 실장이 '국민배당금'을 제안하고 나선 것도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 때문이다.

재정 전문가인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8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초과세수 논쟁의 핵심은 초과세수가 아니다"면서 "중장기적 차원에서 '세수 증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과 세수란 예산, 즉 예상 세입보다 실제로 더 많이 걷힌 세수를 뜻한다. 올해 국세수입 본예산은 395조 원이었는데, 실제로는 여기서 약 50조 원가량이 더 걷힐 것으로 예측된다고 이 연구위원은 밝혔다. 본예산 추계를 지나치게 낮게 잡은 탓에 '초과' 세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세수 증대는 전년도 대비 세수가 얼마나 더 늘었느냐를 따지는 개념이다.

"내년 국세수입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500조 원이 무조건 넘습니다. 내년에는 예산 추계를 제대로 하면 초과 세수가 생겨서는 안 됩니다. 대신 세수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증대되는 것이죠."

결국 지금의 논의를 '올해 더 들어온 세수를 어떻게 처리할까'라는 기술적 고민에 가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도, 내년도, 내후년도 지속적으로 세수가 크게 늘어나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쓸 게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통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90.86포인트(3.55%) 오른 8476.15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내년 법인세 150조 예상, 500조 세수를 어떻게 쓸 것인가

최근 김용범 정책실장이 SNS를 통해 'AI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의 노력만으로 된 게 아니니, 초과세수 일부를 국민에게 직접 돌려주는 국민배당금제를 고민해보자'고 제안해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연구위원은 김용범 실장의 글을 '국민배당'이란 특정 단어만 보지 말고 전체적으로 읽어보면, 핵심은 사실 단순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든 SK하이닉스든 기업이 이익을 내면 법인세는 자동으로 늘어난다. 국가는 가만히 있어도 어마어마한 법인세가 들어온다. 실제로 내년에는 법인세 세수가 150조 원을 넘어 소득세보다 더 많이 걷힐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는 통상 소득세(110조)가 법인세(80조)보다 컸는데, 내년에는 이 구도가 역전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추가로 돈을 더 내라는 게 아닙니다. 자동으로 들어오는 법인세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잘 쓰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말인데, '국민배당'이라는 표현 때문에 법인세를 현금으로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처럼 오해를 사고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국민배당'이나 '초과 이윤'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기보다,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500조 원이 넘는 세수를 어떻게 쓸 것인가.

세수 풍년의 역설, 양극화 원년의 시작

그러나 이 '행복한 고민'이 모두에게 행복하지는 않다. 올해 1분기 국내 20대 대기업의 영업이익 가운데 무려 9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독식했다. 코스피가 8000선을 넘어섰지만, 그 과실도 사실상 두 회사에 집중돼 있다.

"저는 올해와 내년을 세수 풍년인 동시에 양극화 원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양극화가 '매우 심한 편'이었다면, 지금부터는 훨씬 더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늘어난 세수로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이 연구위원은 새로운 제도를 고민하기 보다는 현재 있는 복지제도를 더 두텁게 만들자고 제안한다.

"이미 좋은 제도가 있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입니다."

현재 생계급여 수급 기준은 중위소득의 32% 이하다. 빈곤층의 일반적인 기준인 중위소득 5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은 중위소득 60%까지를 빈곤층으로 보고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 때 기존 30%를 32%로 올렸는데, 이재명 정부는 아직 이를 더 올리지 않고 있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지 않더라도,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근로장려세제(EITC) 등 기존 제도를 내실 있게 강화하면 빈곤층과 차상위 계층이 더 두텁게 복지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32%를 34%, 35%로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늘어난 세수, 어디에 써야 하나

세수를 쓸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국가 부채를 갚는 것, 소비를 늘리는 것, 그리고 투자를 하는 것. 이 가운데 이 연구위원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투자, 특히 에너지 인프라 투자다.

"투자를 하면 GDP가 상승합니다. GDP가 오르면 빚을 직접 갚지 않아도 국가 부채비율이 낮아집니다. 재정 건전성이란 부채의 총량이 아니라 GDP 대비 부채 비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에너지 인프라인가. 이 연구위원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인공지능 전환(AX)과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GX)인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한국의 재생에너지 수준은 경제 규모에 비해 선진국 최하위다. "뒤처진 편"이 아니라 "최하위 수준"이다.

"매년 500조 원이 넘는 세수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국가가 에너지 인프라에 과감하게 투자한다면, GDP는 더 성장하고 국가 부채비율은 자동으로 낮아집니다. 소비로 후생을 높이는 것도 의미 있지만, 투자는 후생 증진과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내년 500조 세수 풍년! 삼전·닉스 호황에 이재명 정부의 선택은? ② l 이상민 연구위원

전홍기혜 기자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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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참화 몰고오는 브런슨을 추방하자!”…193차 촛불대행진 열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6/05/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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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단검’ 망언으로 국민적 분노가 치솟는 가운데 촛불행동이 주최한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93차 촛불대행진’이 30일 오후 5시 미 대사관 인근에서 열렸다. 

 

  © 김영란 기자


‘브런슨을 추방하자! 미셸스틸 저지하자!’는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연인원 2,4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지방선거 전날 부정 선거와 가짜 뉴스를 살포하는 미국 간첩 모스 탄이 버젓이 한국에 들어왔다”라며 “당장 추방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외쳤다. 

 

또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은 대한민국에 불침항모라고 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중국을 향한 단검이라는 막말을 해댔다. 이와 관련해서 다행히도 우리 정부가 10차례나 브런슨 입 좀 닫으라고 항의했다”라며 주권을 지키기 위해 광장으로 모여 달라고 호소했다. 

 

사회자의 선창으로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시작했다. 

 

“전쟁사신 주한극우대사 미셸스틸 저지하자!”

“핵참화 몰고오는 브런슨을 추방하자!”

“전작권 환수하여 전쟁을 방지하자!”

“주권모독 전쟁화근 주한미군기지 철수하라!”

 

▲ 김지선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최승재 경기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입만 열면 대한민국 주권을 모독하는 망언 제조기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은 한국을 중국이 보기에 아시아 심장부에 꽂힌 단검이라고 했다”라며 “노골적으로 한국을 대중국 전쟁의 돌격대로 쓰겠다고 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은 ‘내일 전작권을 회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전작권 환수에 대해 강한 의지를 연이어 표명했다. 그런데 브런슨 등이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라며 “미국의 전략대로 한국을 미국의 전초기지, 병참기지로 사용하고 동원”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정주희 춘천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어떻게 감히 내란에 직접 가담했던 자들, 윤석열을 적극 비호했던 자들이 서슴없이 후보로 출마해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가 있나? 또,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 숱한 후보들이 내란 청산이나 조희대 탄핵에 대해 그토록 침묵할 수 있나?”라고 묻고 “이런 행태는 목숨을 걸고 내란의 그 밤을 이겨낸 국민에 대한 명백한 배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윤석열 위증 혐의 무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직무 유기와 국정원법 위반 혐의 무죄 ▲비화폰 정보를 삭제한 박종준 전 경호처장 무죄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뉴스를 반복 보도한 이은우 구속영장 기각 등 재판 결과를 소개하며 “이건 솜방망이 처벌 정도가 아니다. 내란 범죄를 격렬히 지지하며, 반드시 풀어주겠다는 의지를 선포한 것”이라고 개탄했다. 

 

▲ 최승재 공동대표(왼쪽)와 정주희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김수진 남양주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최근 박근혜와 이명박의 선거운동을 언급하며 “어떻게 국정농단과 부정부패로 탄핵당하고 감옥까지 갔다 온 자들이 뻔뻔스럽게 웃으며 손 흔들고 악수하고 돌아다니는가?”라며 “독재세력과 파시즘, 혐오와 내란을 옹호하는 세력이 더 이상 날뛰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내란을 청산하자”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에도 강력히 요구하자. 법무부는 내란에 동조한 정당에 대한 즉각적인 해산을 청구하라! 내란을 옹호하고 동조하는 정당 해산에 대한 법리를 즉각 검토하라!”라고 외치고 국회에도 관련 법 제정을 촉구했다. 

 

백륭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내란잔존세력이 ‘윤 어게인’으로 뭉치고,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주적은 누구냐’는 철 지난 색깔론 질문을 해댄다”라면서 “국민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일거에 척결하려 했던 자들, 대한민국을 전복시켜 자신들의 장기 집권을 꿈꾸었던 자들,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며 뻔뻔하게 지방선거에 나온 자들, 내란세력. 이들이 바로 우리의 주적 아닌가”라고 물었다. 

 

또 “내란세력은 밀어주고,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정부를 공격하고 협박하는 미국, 촛불을 부정하고 내란 청산을 뒤엎겠다는 것”이라며 “감히 우리의 주적인 내란세력을 비호하고, 내란 청산을 가로막겠다면, 우리 촛불을 부정하고, 공격하겠다면 미국 또한 우리의 주적”이라고 주장했다. 

 

▲ 백륭 회원(왼쪽)과 김수진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집회를 끝내고 참가자들이 미 대사관을 크게 에워싸는 행진을 했다.

 

▲ 극단 경험과상상 배우 김지선 씨가 시 「비수」를 낭송했다.  © 김영란 기자

 

▲ 노래극단 희망새가 「영웅」, 「깨어있는 시민의 노래」, 「들어라 양키야」, 「으라차차」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가수 정도훈 씨가 「찐이야」, 「여행을 떠나요」, 「말달리자」를 개사해서 불렀다.  © 박명훈 기자

 

▲ “위증 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준 무죄 판결과 내란 수괴 혐의에 대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준 타협적인 판결은 사법부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강북에서 온 고등학생  © 김영란 기자

 

▲ “내정간섭의 역사는 참으로 오래됐다. 우리 국민이 본때를 보여줘야 미국이 이 못된 짓을 계속하지 못할 것이다.” -강북촛불행동 회원  © 김영란 기자

 

▲ “내란당이 나와서 표를 달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탄핵을 당한 사람(박근혜)까지 소환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한서진 안성평택촛불행동 대표  © 김영란 기자

 

▲ “미국이 우리나라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나가야 할 사람들이 대학생이기 때문에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서 열심히 투쟁하겠다.” -대학생 참가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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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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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명훈 기자

 

▲ 참가자들이 미 대사관을 향해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 박명훈 기자

 

  © 박명훈 기자

 

  ©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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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역 철근 누락' 서울시, 지난해 10월 22일 안전점검...인지 시점 거짓말? 엉터리 점검?

지난 5월 21일 서울 강남구 GTX-A 삼성역 공사현장에 안전제일 안내판이 놓여 있다. ⓒ 연합뉴스

[기사 보강 : 29일 오후 9시 40분]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의 책임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철근누락을 인지하기 하루 전날인 2025년 10월 21~22일 서울시 안전점검이 진행된 사실이 문서로 확인됐다. 서울시가 당초 밝힌 것과 달리 철근 누락 사실을 이미 인지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 25일 서울시는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건설공사 관련 입장문을 공개했다. 서울시는 "2025년 9월부터 10월 사이 지하 5층 기둥 콘크리트 타설 시공 과정에서 설계 도면상 2열로 배치되어야 할 주철근이 1열로 시공되는 오류가 발생하였다"며 시공사 현대건설이 10월 23일에 이를 인지한 후, 11월 10일 서울시 산하기관인 도시기반시설본부(도기본)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시가 처음 철근 누락 문제를 파악한 시점은 2025년 11월 10일이 되는 셈이다.

서울시 도기본, 2025년 10월 한 달간 안전점검... 철근 관련 점검 포함

서울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건설공사의 2025년 10월 안전점검 추진계획 문건. ⓒ 서울시

서울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건설공사의 2025년 10월 안전점검 추진계획 문건. ⓒ 서울시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건설공사 2025년 10월 건설공사장 안전점검 추진계획' 문서에 따르면, 도기본은 2025년 10월 한 달 동안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1~4공구 건설공사 현장에 안전점검을 계획했다.

점검방법은 공사관리관, 외부전문가 등이 병행해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외부전문가·공사관리관·건설사업관리단·비상주감리·시공사가 점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점검내용은 '건설공사장 중점관리 20대 기본 준수 항목 등'과 '주요 안전점검 사항'으로 분류됐다. 이중 20대 기본 준수 항목에는 '시공계획서와 시공상세도 규정대로 시행여부'도 포함되어 있다.

시공상세도란 설계도면을 기준으로 세부사항들을 상세하게 작성한 문서다. 건설기술관리법에 따라 발주청 및 시공자는 시공상세도를 작성해야 하며 이에 대한 작성지침은 지난 2010년에 행정규칙으로 발표됐다.

시공상세도 작성지침에서는 시공상세도에 작성해야 할 목록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중에는 공통사항으로 철근의 배근 전개도, 철근의 용접이음의 위치 등이 기재되어야 한다. 철근의 개수와 형상 및 길이, 중량 등이 적힌 철근재료표와 철근의 위치도 포함된다.

서울시 각 공구 공사관리관 참여... 2025년 10월 22일 철근 누락 3공구 점검

2025년 10월 10일 작성된 도기본의 내부 문서를 확인한 결과, 도기본 안전관리과와 영동대로복합개발추진단은 10월 21일과 22일에 걸쳐 외부전문가·공사관리관과 함께 합동 안전점검에 나섰다. ⓒ 서울시

2025년 10월 10일 작성된 도기본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서울시 도기본 안전관리과와 영동대로복합개발추진단은 10월 21일과 22일에 걸쳐 외부전문가·공사관리관과 함께 추진계획 문서대로 합동 안전점검을 진행하도록 돼 있다.

21일에는 영동대로 1~2공구 현장에서, 22일에는 이번에 철근 누락으로 문제가 된 영동대로 3공구 포함 4공구 현장에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참석자로는 서울시에서 각 공구 공사관리관이, 현장관계자로는 책임건설사업관리인과 현장소장, 안전관리자가 참여하도록 했다.

해당 문서에는 ▲공사관리관 현장 안전점검 결과 ▲외부전문가 안전점검 결과 ▲위험성평가 특별점검 결과 ▲원데이 안전점검 결과 등을 기한에 맞춰 제출하라고까지 명시되어 있다. 이후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건설공사 2025년 10월 건설공사장 안전점검 결과보고'라는 제목으로 제출됐으며 세부 내용은 현재 비공개 상태다.

해당 보고서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안전점검이 정상대로 진행됐다면 서울시는 현대건설이 인지했다는 2025년 10월 23일에 이미 철근 누락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만약 서울시 설명대로 현대건설이 보고한 후인 11월 10일에 알았다면 10월 22일 이뤄진 안전점검에서 철근 누락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점검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2일 안전점검에서 철근 누락 문제를 파악하고도 '10월 23일 현대건설 인지→11월 10일 현대건설이 서울시에 보고'라고 밝혔다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논란이 되자 거짓말을 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해당 사안의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가리기 위해서라도 지난해 10월 제출된 '안전점검 결과 보고'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서울시 해명 자료 "2025년 10월 22일 이전 철근 배근 완료, 상태 확인할 수 없었다"

<오마이뉴스> 보도 직후 서울시는 해명 자료를 통해 "지하 5층의 철근이 누락된 기둥은 2025년 10월 22일 이전에 철근 배근이 완료되고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이미 끝난 상태였다"면서 "당시에는 기둥 철근 배근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인지가 불가능했고, 점검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영동대로지하공간복합개발#철근누락#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시공상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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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첫날 승합차에서 우르르 내린 어르신들?···김부겸 캠프 “불법 실어나르기 포착” 신고

수정 2026.05.29 19:03

주간보호센터 차량으로 고령 유권자 이동

“조직적 개입 정황 대구 시내 곳곳서 목격

어르신 투표권 특정 정당 표 몰아주기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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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대구 범물종합사회복지관 앞에 주차된 한 차량에서 내린 주간보호센터 관계자가 요보호자들을 사전투표소로 안내하고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캠프 제공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캠프가 29일 대구 시내 주간보호센터 등에서 고령 유권자를 투표소까지 실어나르는 등 조직적 선거 개입 정황을 포착했다며 대구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김부겸 후보 캠프는 이날 “대구 전역의 주간보호센터에서 고령의 요보호 유권자를 사전투표소까지 조직적으로 차량 이동시키는 이른바 ‘불법 실어나르기’ 정황이 잇달아 포착됐다”고 밝혔다.

캠프에 따르면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인 수성구 만촌1동의 사전투표소 앞에선 A주간보호센터 소속 승합차가 센터 이용자인 유권자 12명을 투표소까지 이동시키는 모습이 포착됐다. 캠프는 범물종합사회복지관 사전투표소와 공산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 등에서도 센터가 차량을 제공한 정황을 발견해 대구시선관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캠프는 “한 주간보호센터 관계자는 ‘2025년에도 같은 행위를 했는데 아무런 문제 없었다’ ‘다른 요양보호센터도 모두 한다’고 말해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위법이 저질러졌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230조는 투표를 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인에게 금전·물품·향응·차마(자동차)를 제공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캠프는 투표 기간 대구시 9개 구·군에서 이러한 불법 편의 제공을 적발하기 위한 불법선거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 캠프 법률지원단은 적발된 주간보호센터 관계자와 배후 세력에 대해 형사고발 하겠다고 밝혔다.

백수범 캠프 대변인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투표권을 특정 정당의 표 몰아주기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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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캠프는 투표소 교통편의 제공 적발을 위한 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캠프 제공

김송이 기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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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우원식 의장 리더십, 헌정질서 지켜낸 버팀목”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5/30 07:49
  • 수정일
    2026/05/30 07: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김미란 기자

  • 업데이트 2026.05.29 10:47

  • 댓글 0

우 의장 퇴임에 감사 메시지…“대화·조정·타협 가치 놓지 않아, 정치권에 귀감”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서의 소임을 마무리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퇴임하는 우 의장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28일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돌아보면 지난 2년은 우리 헌정사의 중대한 변곡점이었다”며 “의장님께서는 역사의 거센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무거운 책무를 감당하셨다”고 밝혔다.

특히 “‘12·3 내란’이라는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 속에서 보여주신 의장님의 담대하고 강단 있는 리더십은 무너질 뻔한 헌정 질서를 지켜낸 버팀목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그 위기 앞에서 민주주의의 힘을 다시 확인했다”며 “‘민주주의 최악의 위기’를 ‘민주주의가 가장 빛난 순간’으로 바꾸어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주권정부가 안정적으로 출범하고 국정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었던 데에도 국회의 책임 있는 역할과 의장님의 헌신이 큰 힘이 되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11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친 뒤 우원식 국회의장과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 대통령은 우원식 의장에 대해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정치 현실 속에서도 언제나 대화와 조정, 타협의 가치를 놓지 않으셨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엇보다 국민의 삶을 최우선에 두고 정치의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해 오신 의장님의 행보는 여야를 넘어 우리 정치권에 귀감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 대통령은 “‘정치는 힘이 약한 사람들의 가장 강한 무기’라는 의장님의 오랜 신념처럼, 앞으로도 진짜 민주주의를 향한 길에 앞장서 주시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 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격변과 격동의 한복판에 있었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 의장은 임기 시작 당시 세웠던 역점 사업의 94.9%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성과로는 ▲비상계엄 정국에서 헌정질서 회복 ▲의회외교 집중 노력 ▲국회의사당 정문에 헌법 제1조를 새겨 국민주권 정신 구현 ▲국회 기록원 설립 ▲국회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 수립 등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는 개헌이 성사되지 못한 점을 언급하며 “후반기 국회에서는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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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격전지에서 잇단 대승적 양보…"내란 잔당 퇴출"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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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정당

  • 입력 2026.05.29 18:35

  • 수정 2026.05.29 18:41

  • 댓글 1

진보 당세 상당한 울산·경남 등에서 후보 사퇴

울산시장 김종훈 후보, 김상욱 선대위원장 맡아

경남지사 전희영 후보 "조건 없는 단일화 결심"

정청래 "대승적 결단에 감사…TK까지 좋은 영향"

김재연 "전국에서 기초단체장만 10명 이상 사퇴"

"당 대표가 출마한 평택을까지? 희생 너무 강요"

사퇴 전 총 316명 후보 등록, 181명이 기초의원

"당리당략 아닌 대의 선택해…국민 믿고 총력전"

28일 울산시 중구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욱(왼쪽), 진보당 김종훈 울산시장 후보가 김상욱 후보로의 단일화를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2026.5.28. 연합뉴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찍부터 더불어민주당과의 선거연대를 천명했던 진보당이 격전지로 꼽히는 울산과 경남 단체장 선거 등에서 잇따라 후보 단일화를 통해 민주당 측에 힘을 몰아줘 눈길을 끈다. 진보당 당세가 상당한 지역에서 후보들이 과감히 사퇴하고 공동 선대위원장 등을 맡아 함께 선거운동에 나섬에 따라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박빙 승부에서 좀 더 유리한 구도를 점하게 됐다.

울산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막판에 극적으로 사퇴한 진보당 김종훈 전 후보는 29일 민주당 김상욱 후보의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제안을 수락했다. 김상욱 후보는 이날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김종훈 전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신뢰하고 존경하는 선배님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모셔 민주·진보의 함께함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며 "진보당 동지들의 바람과 용기, 가치와 노력을 가슴에 새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훈 전 후보도 "성심을 다해 주민을 만나고 열심히 뛰어야 하며, 그것이 이번 단일화 의미가 더욱 빛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란 청산, 울산 대전환을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종훈 전 후보는 애초 김상욱 후보 측의 귀책사유가 있었음에도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 여론조사를 다시 진행하자는 요구를 우여곡절 끝에 전격 수용해 사전투표일을 하루 남겨놓은 전날 오후 5시 무렵 재경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후보 사퇴서를 울산시선관위에 제출했다.

김종훈 후보의 재경선 수용 때 "진보당의 대승적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경북 구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상욱 후보가 민주·진보 단일 후보로 등록하게 돼 다행스러운 일이다. 진보당과 손잡고 부울경에서 반드시 파란 바람으로 승리할 것"이라며 "울산뿐 아니라 부울경, 대구·경북 선거에도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한다. 더욱 고마운 것은 진보당이 단일화만 한 것이 아니고 선대위원장 등을 같이 맡으며 공동 선거운동을 펼치기로 한 점"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와 진보당 전희영 후보가 27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대전환 경남도지사 후보 단일화' 긴급 기자회견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두 정당은 김경수 후보로 단일화했다. 2026.5.27. 연합뉴스

앞서 진보당 전희영 경남지사 후보는 27일 여론조사도 없이 민주당 김경수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경남도청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 후보는 "경남에서 국민의힘을 심판하고 내란을 완전히 끝내고자 김 후보로 조건 없는 단일화를 결심했다"고 소개했고, 김 후보는 "내란 청산을 위해 어려운 결단을 해준 전 후보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전 후보는 사퇴 후 곧바로 김 후보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공동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로써 경남지사 선거는 초박빙 구도를 보여온 김 후보와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의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경남 김해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진보당 박봉열 후보도 26일 "극우 내란 세력 저지와 김해 대전환을 위해 단일화에 합의했다"면서 후보직을 사퇴하고 민주당 정영두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이 20일 실시한 울산 남구청장, 울주군수 후보 경선에서는 100%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민주당 최덕종, 김시욱 후보가 각각 승리해 단일 후보로 선출됐고 진보당 김진석, 강상규 후보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경남 진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갈상돈 후보와 진보당 류재수 후보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갈 후보로 단일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사례는 계속 이어졌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15일 페이스북에서 "울산과 부산에서 민주당-진보당 선거연대가 실현돼 양당 사무총장의 합의문 서명식이 진행됐다. 이번 합의는 진보당이 일관되게 제기해온 '당 대 당 선거연대' 제안을 민주당이 수용한 결과"라며 "격전지의 모든 선거구에서 1:1 구도를 만들어 내란 청산을 반드시 완수하자는 호소에 민주당이 화답한 것을 반갑게 생각한다. 이미 발표된 강원도, 경남 진주시, 서울 송파구와 현재 협의되고 있는 지역들을 포함해 모든 격전지에서 감동 있는 선거연대로 내란 청산의 역사적 사명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인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페이스북

그 자신이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이기도 한 김 상임대표는 25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민주당과 당 대 당 선거연대 협상을 해서 울산, 부산 등 전국적으로 저희가 기초단체장만 10명 이상 사퇴했다"며 "그런데 당 대표가 출마한 평택에서까지 (민주당‧조국혁신당과의 단일화를 위해) 포기하라고 얘기하는 건 좀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전국적으로 저희 후보가 너무 많이 사퇴했다. 만약 (선거 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과 합당을 하게 된다면 민주노동당 때부터 명맥을 이어온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은 진보당인데 저희한테 너무 많이 희생을 강요하시는 게 아닌가"라며 "작년 대선에서도 제가 후보 사퇴했고, 재작년 총선 때도 저를 비롯한 60여 명의 후보가 사퇴했다. 다른 곳에서는 저희가 많은 헌신을 하고 있는데 몇 군데, 평택 같은 곳에서는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마지막까지 사수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호소드린다"고 했다.

진보당은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선 후보 등록 마감일이던 지난 15일 당시 총 316명의 후보를 등록했는데 전체 출마자의 절반 이상인 181명이 기초의원 후보다. 손솔 수석대변인은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선거는 평소 지역일꾼을 뽑는 것 이상의 중대한 의미가 있다"며 "여전히 기득권에 숨어 재집권의 야욕을 꿈꾸는 내란 세력에게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하는 역사적 분수령"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진보당은 '내란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 앞에서 과감히 대의를 선택했다. 울산시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진보당 후보들이 감내한 양보와 희생은 눈앞의 당리당략이 아니라 내란 세력에게 조금의 권력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단이었다"면서 "진보당은 오직 국민의 명령만을 받들며, 민심에 당의 운명을 걸고 이번 선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주권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투표로 내란 잔당 국민의힘을 우리 정치에서 완전히 퇴출해 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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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딸' 대자보 주인공 "찍어야 바뀌죠! 대구가 저절로 바뀝니까"

[인터뷰] 2024년 12월 7일 대자보 쓴 당사자 "시민 버린 추경호, 무슨 염치로 대구 왔나"

26.05.29 06:54최종 업데이트 26.05.29 06:54

'TK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라고 쓴 대자보를 들고 나와 화제가 된 소결(활동명, 30)씨가 지난 28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이진민

"다시 대구가 '보수의 심장'이 아닌 보수와 진보가 맞붙는 선거 격전지로 불릴 날이 올까요? 12·3 비상계엄 때 시민을 버렸던 정치인들이 이곳에 출마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대구 정치의 방향을 바꿀 마지막 기회입니다."

'TK 딸' 대자보의 주인공이 다시 펜을 들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시민들이 "바까야지"를 말로만 외치지 않길 바라며, 대구에 출마한 후보들의 '과거'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마음에서다.

2024년 12월 7일 윤석열퇴진 대구시국대회에서 "TK(대구경북)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라는 대자보를 들었던 소결(활동명, 30)씨는 지난 2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소결씨가 처음 대자보를 쓴 건 2024년 12월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태도 때문이었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직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당사에 모여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화가 났다"며 "그런 행동이 가능한 건 어차피 선거철이 되면 대구가 다시 자신들을 뽑아줄 것이라는 오만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오만함에 작은 흠집이라도 나길 바라며 대자보를 들고 나섰다"고 회고했다.

그는 '누가 해코지할까' 벌벌 떠는 마음으로 대자보를 들고 매번 탄핵 집회에 나갔다. 그렇게 지켜낸 대구였다. 하지만 그곳에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소결씨는 "시민을 버렸던 사람이 다시 시민의 선택을 바라는 것이 너무 염치없게 느껴진다"며 "대구는 보수와 극우를 위한 회생의 땅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보수의 심장', '보수 텃밭'이라 불리던 도시가 다시 제9회 지방선거 앞에 서 있다. 소결씨는 "이번에야말로 그런 수식어를 뗄 기회"라며 "항상 보수만 뽑는 곳이 아닌 합리적인 선택을 할 줄 아는 도시로 불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시민들이 '이번에는 바까야지'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진짜 대구를 바꾸려면 말로만 할 게 아니라 투표장에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TK 딸' 대자보를 들었던 대구 동성로 거리에서 새로운 대자보를 펼쳐 보였다. (관련 기사 : 'TK딸' 챌린지 주인공 "보통 시민의 분노 알리고 싶었다" https://omn.kr/2braa)

아래는 소결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추경호 후보, 우리는 당신이 한 일을 기억합니다"

'TK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라고 쓴 대자보를 들고 나와 화제가 된 소결(활동명, 30)씨가 지난 28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이진민

- 2024년 12월 7일 대자보에 '우리는 보수의 텃밭이 아니다. TK의 콘크리트는 TK의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라고 적었다. 'TK 딸'로서 이번 선거를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나.

"2024년 12월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상계엄 직후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당사에 모여있고, 이후 이어진 의원들의 망언을 보며 너무 화가 나 대자보를 썼다. 그런 행동이 가능한 건 어차피 선거철이 되면 대구가 다시 자신들을 뽑아줄 것이라는 오만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구는 당신들의 비빌 언덕이 아니다, 내 도시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다. 내 대자보 사진이 그들의 눈에 들어가길 바랐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대구라는 도시의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진다. 대구가 더 이상 보수 텃밭이 아닌 선거 격전지로 불리고, 김부겸 후보같은 인물이 출마하는 것 역시 계엄 이후 정치 지형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제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대구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이곳은 보수와 극우 세력이 쉽기 기댈 수 있는, 그들을 위한 회생의 땅이 아니다."

- 여전히 대구가 '보수의 심장'이라고 보는가. 비상계엄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가.

"과거에는 외눈박이 나라에서 홀로 두 눈을 뜨고 사는 기분이었다. 비상계엄 국면 당시 대자보를 들고 집회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는 '자 와 저러노?', '왜 지한테 도움 안 되는 걸 하노?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다만 그 시간을 지나며 나도 변했고, 주변 역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요즘 어르신들이 '대구도 이제 바까야지'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그런데 말로만 바꾼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투표장에 가서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대구에는 지역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한 자리를 얻기 위해 오는 후보들이 너무 많다. 이제는 그런 사람들이 아닌 지역 발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

- 대구 시장에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했다. 추 후보는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시민을 버린 사람이 다시 시민의 선택을 바라는 상황이 염치없다고 생각한다. 그가 출마지로 대구를 선택한 사실 자체가 대구 시민으로서 치욕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추 후보에 대한 대자보를 쓰고 싶었다. 설령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당신이 한 일은 사라지지 않고, 이를 절대 잊지 않는 시민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자보에 적은 처음 세 줄이 추 후보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내란의 밤에 당신은 어디서 뭘 했나. 군홧발이 국회를 짓밟을 때 어디에 있었나. 12월 7일 시민이 부를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 이 질문을 지금의 추 후보에게 던지고 싶다."

"대구는 이래도 찍어주겠지? 우리 이런 말 그만 들어봅시다"

'TK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라고 쓴 대자보를 들고 나와 화제가 된 소결(활동명, 30)씨가 지난 28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이진민

- 이번 선거에서 대구라는 도시가 어떤 선택을 하길 바라나.

"대구가 더 이상 보수 텃밭이 아닌 선거 격전지로 불리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변화라고 본다. 이제는 보수의 텃밭도, 심장도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대구가 완전히 진보의 땅이 되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더 나은 선택을 할 줄 아는 도시,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줄 아는 도시가 되길 바랄 뿐이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에 유세하러 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여전히 도시가 '박정희 신화'에 갇혀 있는 거 같아서 답답했다. 이제는 정치적 선택지에 있어 조금 더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

- 'TK 딸'로서 함께 투표장에 나설 대구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뽑아놓고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타지에서 대구를 바라보며 '어차피 대구는 이래도 찍어주겠지', '대구는 결국 안 바뀌겠지'라고 보는 시선도 더는 원치 않는다. 우리 도시에 누가 도움이 되는 후보인지, 누가 진정으로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인지 생각하며 표를 던졌으면 한다. 어쩌면 대구가 선거 격전지로 호명되는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2024년 12월 7일 "TK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라고 쓴 대자보를 소결씨가 들고 있는 모습. 이 모습은 SNS를 통해 알려지며 5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독자제공

2024년 12월 7일 소결씨가 'TK 콘크리트는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라고 쓴 대자보를 든 후 대구에서는 집회현장과 SNS를 통해 'TK 딸' 챌린지가 이어졌다.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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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데 왜 ‘노가다’ 하냐고? AI는 못하니까”…기술직 뛰어든 여성 청년들

수정 2026.05.29 08:02

지난 25일 경기 구리시의 한 주공아파트에서 김효진씨(24)가 필름 작업을 하고 있다. 하주언 기자

지난 25일 경기 구리시의 한 주공아파트에서 일하던 김효진씨(24)의 무릎은 시멘트 가루로 하얗게 덮였다. 한 손엔 평평한 끌칼을, 다른 손엔 길쭉한 흰색 인테리어 필름을 든 김씨가 현관문 위 틈새에 필름을 붙이고 모서리를 꼼꼼히 눌렀다. 들뜬 부분이 없는지 살피느라 고개를 젖힌 김씨의 목선의 근육이 도드라졌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김씨의 눈빛은 진중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사무·서비스직 일자리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여성 청년들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이 올린 작업 영상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조회수 수만 회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경향신문이 만난 기술직 여성들은 “손으로 하는 기술은 생성형 AI가 쉽게 대체하지 못할 것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노가다요정’으로 활동하는 김효진씨(24)가 올린 영상들. SNS 캡처

욕실 리모델링 업체에서 ‘타일 조공’으로 일하는 A씨(35)는 예체능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지난해 일을 그만뒀다. A씨는 “생성형 AI가 발달하면서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사람 손으로 해야 하는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A씨는 국민내일배움카드로 타일 학원 과정을 수료한 뒤 타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금은 철거와 방수, 타일 시공 등을 배우며 현장에서 보조 업무를 하고 있다.

필름 조공 일을 하는 김효진씨 역시 비슷한 이유로 현장 일을 택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광고디자인학과 유학을 준비했던 그는 코로나19로 계획이 무산되자 디자인 작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가 일본 애니메이션 ‘지브리풍’ 그림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봤다. 김씨는 “이제 그림도 금세 대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테리어 필름 시공 기술을 배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AI가 청년·여성의 고용 불안을 키우는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본격 확산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청년층 일자리는 21만1000개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경제포럼(WEF)은 사무·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청년·입문층 일자리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분석했다.

여성 노동자는 더 취약한 위치에 놓였다고 평가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3월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발표한 ‘생성형 인공지능 일터에서의 차별과 성평등’ 보고서를 보면, 여성 중심 직종의 생성형 AI 노출 가능성은 29%로 남성 중심 직종(16%)보다 높았다. 자동화 위험이 큰 직군 비율 역시 여성 중심 직종(16%)이 남성 중심 직종(3%)의 다섯 배 이상이었다.

지난 25일 경기 구리시의 한 주공아파트에서 김효진씨(24)가 작업을 위한 장비를 옮기고 있다. 하주언 기자

현장에서 일하는 기술직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눈에 보이는 결과”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4년째 도배 일을 하는 이연재씨(36)는 “텅 빈 공간이 제 손을 거쳐 화사하게 변할 때 가장 뿌듯하다”며 “노력한 만큼 결과가 눈에 보이고, 연차가 쌓일수록 실력이 곧 경쟁력이 된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입주·퇴거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김현지씨(21) 역시 “오염이 심했던 공간이 깨끗하게 바뀌고 고객이 만족해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단순 노동처럼 보이지만 현장마다 다른 약품과 장비를 써야 하는 전문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SNS는 기술직 여성 청년들을 서로 연결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닉네임 ‘노가다 요정’으로 활동하는 김효진씨가 올린 첫 영상은 150만명이 넘게 봤다. 이들이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올리면 “멋있다” “나도 배우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진다고 했다. 이씨는 “예전엔 기술직이 거칠고 힘든 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요즘은 자기 관리에 철저한 전문가라는 인식이 생기는 것 같다”며 “기술직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다”고 말했다. 김현지씨 역시 “예전에는 청소업을 단순히 힘든 일로만 봤는데 요즘은 전문 기술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기술직 여성 브이로그(일상 영상 기록)에 달린 댓글. SNS 캡처

현장의 장벽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건 체력 부담이다. A씨는 “남자들이 시멘트 25㎏짜리 두 포대를 한 번에 들 때 저는 한 포대도 겨우 든다”며 “한 번에 많이 하기보다 한 포대씩 여러 번 나르는 방식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김현지씨도 “하루에 많게는 다섯 집까지 청소하면 체력 소모가 정말 크다”며 “몸이 따라주지 않아 힘들었던 적이 많다”고 말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실력을 의심받는 경험도 여전하다. A씨는 “현장에서 ‘여자가 여기 와서 뭐 하려고 하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SNS에는 ‘어차피 못하니까 시작도 하지 말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장에 여성 화장실이 거의 없어 위생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불편한 경우가 많다”며 “기본적인 환경이 개선돼야 더 많은 여성들이 현장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청년들의 기술직 진출이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지만 현장 환경 개선 없이는 또 다른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여성들이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하는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기술직 현장은 오랫동안 남성 중심 구조였던 만큼 여성 노동자를 위한 안전 체계나 성희롱 예방 시스템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여성 화장실 같은 기본 인프라부터 현장 노동자 교육, 관리·감독까지 정부 차원의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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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지나도록 재포장돼 활용되는 ‘한반도 비수론’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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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국방

  • 입력 2026.05.29 06:40

  • 수정 2026.05.2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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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미군 기지 총본산 ‘캠프 험프리스’ 탐방

새 병영 4개 곧 완공, 초등학교도 짓고 있는 중

“한국, 다른 어떤 동맹국도 대신할 수 없는 이점”

일본군 기지서 미군 기지로…기구한 평택 역사

일제는 조선반도 비수론 앞세워 한반도 강점

브런슨 비수론은 그 칼끝을 중국으로 돌려놓아

미·중 패권 경쟁으로 시험대 오른 한미 동맹관계

캠프 험프리스 유지 “미군 철수 가능성 낮다”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가디언 5월 22일

“거기에는 스쿨버스 노선, 야구장, 미식 축구장이 있다. 군인들은 패스트푸드 체인점 타코벨, 피자헛, 아비스 매장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선다. 미국 우편 서비스 로고가 찍힌 우체통이 미국 식료·잡화점으로 가득 찬 매점 밖에 서 있다. 거기에 편지를 넣으면 미국으로 바로 연결된다. 모든 안내판은 영어로 되어 있고, 미국 달러가 사용된다. 울타리 너머로는 군용 헬리콥터가 비행장 위로 솟아올라 푸른 하늘을 가로지른다.

이 장면은 미국 본토에서 5000km 이상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미국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주한 미군 기지의 총본산 평택 ‘캠프 험프리스’

지난 2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라파엘 라시드 기자가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찾아가 목격하고 체험한 현장 소묘다. 캠프 험프리스는 미국의 해외 기지 중 최대규모의 기지로 1372헥타(서울 여의도 면적의 5~5.5배)의 면적에 약 1000개의 건물이 있고, 미군 장병과 가족들, 그리고 한국인을 포함해 약 4만 1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한국 땅이지만 이곳 주소체계는 미국식으로 돼 있다.

캠프 험프리스 내의 쇼핑가.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이 늘어서 있다. 가디언 5월 22일

 

미국 우편 서비스 로고가 찍힌 캠프 험프리스 내의 우체통. 가디언 5월 22일

거기에 주한미군사령부(USFK) 본부가 있다. 서울 용산에 있던 주한미군 총본산이 그곳으로 옮겨 갔다. 캠프 험프리스는 “1953년 한국전쟁 휴전협정 이후 한반도의 안정을 뒷받침해 온 워싱턴과 서울 간 동맹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물리적 상징”이라고 라시드 기자는 썼다.

“캠프 험프리스의 한가로운 교외 풍경 뒤에는 전쟁 훈련을 하는 군사 시설이 숨어 있다. 최첨단 밴달훈련센터(Vandal Training Center)에서는 미군과 한국군 병사들이 헬리콥터가 바다에 추락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도록 설계된 거대한 수영장에서 수중 생존 훈련을 실시한다.

인공 연기와 전투음으로 가득 찬 어두운 의무실에서는 야간 투시경을 착용한 병사들이 40만 달러짜리 마네킹을 이용해 전장 후송 훈련을 한다. 이 마네킹은 팔다리가 절단된 채로 명령에 따라 피를 흘리는 장치가 돼 있다.

위층에는 가상 현실 시뮬레이터가 있어 부대원들이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나 지형에서 전투 시나리오를 체험할 수 있다. 기지 관계자는 준비 태세 기준은 ‘오늘 밤 전투 가능’(fight tonight, 상시 임전태세)이라고 말했다.”

 

미군과 한국군 병사들이 함께 훈련하고 있는 캠프 험프리스 내의 시뮬레이션 군사시설. 가디언

“한국은 다른 어떤 동맹국도 대신할 수 없는 이점”

주한미군의 주임무는 북한의 침공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발표된 미국 국방전략은 대북 억제의 주요 책임(primary responsibility)을 점차 한국이 떠맡고 미국은 제한적인 지원을 하는 쪽으로 역할 분담을 재조정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대신 미국은 주한미군의 임무 범위를 한반도를 넘어 더 넓은 지역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이른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즐겨 인용하는 뒤집어 놓은 동아시아 지도. 한국과 일본, 필리핀 삼각구도간 거리 등이 표시돼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 지도 중앙에 자리잡은 한국을 미군 대중국전략상의 '항공모함'이라고 말했다.

가디언 5월 22일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국은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 기지는 상하이에서 약 800km(500마일), 대만에서 1400km 이내 거리에 쟈리잡고 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역내 안보구도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다른 어떤 미국 동맹국도 대신할 수 없는 지리적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은 기지의 존재가 적(adversary)의 ‘모든 계산을 복잡하게 만든다(complicates every calculation)’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의 말은 22일 그가 미 육군전쟁대학 전략연구소(SSI)의 중국 지상병력(Landpower) 연구센터(CLSC)의 연례 육군 지상전 전력 심포지엄에서 한 기조발제 뒤에 한 얘기와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그는 기조발제 뒤 팟캐스트 대담에 출연해 “중국의 동부 해안에서 바라볼 때, 눈에 들어오는 건 한국이 아시아의 심장을 꽂는 비수이고, 일종의 방패이자 방어벽 같은 일본이 뒤에 있다”고 말했다.(시민언론 민들레 5월 27일, “이번엔 ‘한국은 단검’…브런슨 사령관 튀는 발언 왜?”)

100년이 지나도록 재활용되는 ‘한반도 비수론’

‘조선반도 비수(匕首)론’은 일본제국(일제)이 한반도를 강점할 때 써먹은 침략자의 논리다. 메이지 유신 이후 제국주의 대외팽창에 나선 일제는 사이고 다카모리의 ‘정한론’에 이어, 시베리아 쪽에서 남하하는 러시아제국으로부터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 일본열도를 겨누고 있는 비수 조선을 먼저 지배해야 한다는 침략주의를 방어적 모양새로 포장한 ‘국론’을 정착시켰다.

브런슨 사령관의 ‘한국(한반도) 비수(단검)론’은 100여 년 전 일본을 겨누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 그 단검의 칼 끝을 반대방향인 중국대륙을 향한 것으로 돌려 놓은 것이다.

일제는 조선반도 비수론을 앞세워 한반도를 강점한 뒤 중국대륙 침략의 교두보로 삼았다. 일제의 중국침략은 한반도 강점이 그 출발점이었다. 브런슨의 한국 비수론은 처음부터 그 칼 끝이 반대방향인 중국을 향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한국 평택에 해외 최대규모의 자국 기지를 두고 있다. 브런슨과 미국은 한국 비수론은 침략이 아니라 방어논리, 방어전략에서 나온 것이라 주장하겠지만, 중국이 그것을 그렇게 받아들일 리가 없다. “적의 모든 계산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브런슨 사령관의 말은 캠프 험프리스와 그들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이 중국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중국의 방어전략에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왜 브런슨은 하필 100여 년 전 일제가 대륙 침략의 도구로 써먹은 한반도 비수론을 다시 꺼내 방어논리로

국제관계에서 적대적인 이웃국가끼리는 늘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들을 겨누는 비수가 된다. 서로 그렇게 주장하면서 결국 힘 센 쪽이 약한 쪽을 침략, 강점하는 구실로 삼는다.

일본이 패전한 뒤 한반도는 일본을 점령한 미국과 중국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으로 대치하는 더 거대한 충돌대립구조의 접점이 됐고, 두 세력은 한반도 비수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조선) 주민들은 분단까지 당한 채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100여 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그 외부세력에 ‘안보’를 구실로 한 볼모로 붙잡힌 형국이 돼 있다.

 

1952년 9월 24일 항공촬영한 평택 K-6 미군기지 모습. 나무위키

기구한 평택의 역사

한국전쟁 때 들어 온 미군이 평택에 주둔하기 전에도 그곳은 외국군 기지였다. 1910년 강압적으로 조선을 점령한 일본제국(일제) 육군은 1919년 그 자리에 비행장을 건설해 항공기지로 썼다. 그 전인 1894~95년의 청일전쟁 때 그곳은 격전지였다. 1945년 일본 패전 뒤 한국군이 그곳을 잠시 사용했으나 1950년 6.25전쟁이 터지면서 미군이 차지했다. 그때 평택 미 공군기지는 K-6기지로 불렸다. 1962년에 기지 공식명칭이 캠프 험프리스로 바뀌었다. 그 전 해인 1961년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임무수행 중 숨진 미 육군 조종사 벤저민 K. 험프리스 준위를 기리기 위해서였다.

2004년부터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캠프 험프리스로 옮기는 논의가 시작됐고, 기존 기지를 서북쪽으로 10㎢나 확장하는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됐다. 그곳 안정리 서쪽 대추리 전역과 도두리의 75%가 기지로 편입됐다. 팽성읍의 서해 쪽과 안성천 주변 저지대는 주민들이 힘겹게 간척해 농지로 일군 땅이었으나 농민들은 강제 이주당했다. 2006년부터 주민들의 대대적인 저항이 있었고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가 함께 싸웠지만, 캠프 험프리스 확장은 그대로 추진됐다.

주변 부지를 대규모로 매입하고 흙을 채워 넣어 면적을 넓힌 결과, 여의도 면적의 5.5배에 이르는 규모의 초대형 기지가 완성되었다. 2017년 미군 제8군사령부가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했고, 2018년에는 용산 주한미군사령부도 옮겨왔다.

지금 USAG(US Army Garrison 미 육군 주둔지) 캠프 험프리스는 주한미군사령부(USFK), 유엔군사령부(UNC), 한미연합군사령부(CFC), 미 제8군사령부, 미 제2보병사단 등 주한 미군의 핵심 지휘부와 주력 부대가 모두 집결한 주한 미군의 심장부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군 주둔기지다. 기지 내부에는 전투시설뿐만 아니라 주거지, 학교, 대형 쇼핑몰, 병원 등 도시 하나에 버금가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나무위키)

 

대추리 농협 창고 외벽에 그려진 평택 대추리의 미군기지 반대 벽화. 위키피디아

시험대에 오른 한미 동맹관계

이런 기지를 세운 미국과 한국의 동맹관계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라시드 기자는 썼다.

“무역 긴장부터 안보보장에 이르기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의 양국 관계는 점점 더 거래적인(transactional) 양상을 띠고 있으며, 이는 북한에 대한 방어를 보장하는 데 오랫동안 워싱턴에 의존해 온 서울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 외국어대 메이슨 리치 교수(국제정치학)는 “신뢰성과 신빙성 문제가 이전보다 더 심각해졌다”며, 한미 두 나라가 여전히 긴밀한 작전적 연계(operational ties)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적 상황은 훨씬 더 불안한 상태(fraught)가 됐다고 했다.

5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으로부터 미국이 "굴욕을 당하고 있다"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총리의 말을 들은 뒤 발끈하듯 독일주둔 미군 5000명을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하고,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미군병력 감축을 위협하자, 한국 언론은 한국도 다음 차례가 될지 모른다고 썼다. 트럼프 1기 집권 때부터 거론된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한 추측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국 국방부와 대통령실은 주한미군 병력감축 논의 보도를 신속하게 부인했고, 주한미군사령부는 주둔병력 규모 및 자산 조정설에 대한 질문에 현재의 2만 8500명은 기준치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고정된 병력 수보다 그 역량이라고 밝혔다.

가디언 기사는 그러나 지난해 미국 조지아 주에 건설 중인 현대-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이민단속과 한국인 기술자 체포 구금, 한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위협 등으로 동맹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그것이 안보문제로 번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거기에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북한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발언 뒤 미국이 정보 공유를 부분적으로 제한했고, 방대한 이용자 정보를 유출시킨 미국법인 쿠팡에 대한 수사를 이유로 미국이 내정간섭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핵잠수함 개발 협상 중단설까지 흘러나왔다.

가디언은 “이런 긴장 상황(tensions) 속에서 한국은 미국의 보호에 얼마나 의존할 수 있을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썼다. 그 긴장은 그런 긴장을 정치적 공세에 이용하기 위해 우파세력이 의도적으로 조성했거나 증폭시켰다는 의심을 샀지만, 가디언 기자가 캠프 험프리스를 찾아간 것은 그가 느낀 그런 분위기에 대해 주한미군사령부는 그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살피기 위혀서였을 것이다.

캠프 험프리스 유지 “미군 철수 가능성 낮다”

가디언은 “북한을 넘어선 미국의 지역 작전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을 원치 않는 중국과의 갈등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썼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을 미중대결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한국인들은 당연히 바라지 않을 것이다. 서강대학교 김재천 교수(국제관계학)는 “많은 한국인, 특히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주한미군의 임무가 중국 견제에 집중되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중 전략경쟁에 휘말릴 것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가디언은 기사 말미에 “캠프 험프리스에서는 새로운 병영(barracks) 4개 동이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새 초등학교 건설도 진행 중”이라면서 “기지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며, 적어도 현재로서는 대규모 병력 철수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썼다.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주한미군 사령부 앞에 서 있다. 조형물 한쪽 면에는 한국어로 ‘함께 갑시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함께 어디로 가자는 것일까?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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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부정하는 인디언들의 슬픈 처지를 벗어나야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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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5.29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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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닐 다이아몬드가 만든 다큐멘터리 〈릴 인준〉(Reel Injun)에서 원주민계 영화감독은 자신이 어린 시절 교회 지하실에서 서부극을 보던 경험을 말하면서, “카우보이와 인디언 이야기 속에서 자랐고, 우리는 카우보이를 응원했어. 우리가 인디언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라고 회고한다. 원주민 공동체의 아이들이 할리우드 서부극을 보며 자기 자신을 인준(인디언)이 아니라 카우보이와 동일시했다는 이야기다. ‘릴’은 영화 필름(Reel)을 가리키는 동시에 같은 발음의 진짜(Real)라는 뜻을 동시에 품고 있다. ‘릴 인준’은 정체성을 잃은 사람들이다.

 

영화 속 “허리에 천을 두르고 뛰어다니는 인디언들”은 자기들의 실제 삶과 너무 다르다. 할리우드 서부극의 ‘인준’은 대체로 말을 타고, 티피에 살며, 깃털 장식을 하고, 소리 지르며 백인 정착민을 습격하는 평원 부족 전사의 이미지로 획일화되어 있다. 영화 속 카우보이는 주인공이고 질서와 용기와 승리의 편인데 비해 인디언은 이름 없는 악당, 야만인, 습격자,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애물이다. 그러니 원주민 아이들도 영화의 서사 장치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주인공인 카우보이 편에 서게 된다.

세 가지 이유가 겹친다. 첫째, 재현의 불일치다. 영화 속 ‘인준’은 실제 크리, 스포캔, 오지브와, 나바호, 체로키 같은 다양한 원주민 현실이 아니라, 할리우드가 만든 단일한 가짜 인디언이다. 그래서 실제 원주민 아이들은 “저건 우리다”라고 느끼기보다 “저건 영화 속 나쁜 놈들이다”라고 받아들인다. 둘째, 서사의 강제다. 서부극은 대개 관객이 카우보이에게 감정이입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관객은 인종이나 출신과 무관하게 영화가 배치한 감정의 길을 따라간다. 셋째, 식민지적 내면화다. 피지배자의 후손이 가해자의 시선으로 자기 집단을 보는 것이다.

1980년에 출판된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의 첫 번째 챕터 「콜럼버스, 인디언, 인간의 진보」는 미국사의 출발점을 ‘콜럼버스의 발견’이 아니라 원주민 세계의 파괴, 노예화, 학살에서 다시 보자고 말한다. 보통 미국 교과서식 서술은 콜럼버스를 용기 있는 탐험가로 그리지만, 진은 시점을 뒤집어 원주민 입장에서 사건을 본다. 콜럼버스와 스페인인들은 ‘새 세계’에 온 것이 아니라 이미 사람이 살고 있던 세계에 침입했고 금, 노동력, 영토를 얻기 위해 원주민을 폭력적으로 지배했다는 것이 진의 기본 논지다.

진의 첫 번째 포인트는 원주민 사회가 미개하거나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콜럼버스 이전 아메리카는 복잡한 문화와 공동체를 가진 세계였고, 어떤 지역은 유럽 못지않게 인구가 조밀했다. “문명인이 야만의 땅을 발견했다”는 서사는 부정된다. 두 번째 포인트는 콜럼버스의 탐험이 곧바로 착취 체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카리브해 원주민 사회는 급격히 붕괴한다. 이는 발견이나 진보의 부수적 피해가 아니라 정복 자체의 귀결이었다.

세 번째 포인트는 역사서술의 문제다. 콜럼버스의 용기, 항해술, 유럽 문명의 확장은 크게, 원주민의 죽음과 고통은 작게 처리했다는 얘기다. 네 번째 포인트는 제목에 들어 있는 ‘인간의 진보’에 대한 비판이다. 유럽인의 신대륙 진출이 아무리 거대한 역사적 변화를 낳았다 해도, 그 과정에서 학살당하고 노예화되고 땅을 빼앗긴 사람들의 고통을 ‘진보의 대가’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후 영국의 식민지 건설, 북미 대륙의 팽창, 서부개척, 인디언 전쟁까지 이어지는 미국사의 큰 흐름은 ‘자유의 확대’가 아니라 정복과 배제의 연속이었다.

숭미 의식이 바로 ‘릴 인준’식 사고방식이다. 해방 후 한국도 북미 인디언들과 다르지 않은 길을 걸었다. 1945년 해방은 식민지 조선인이 자기 힘으로 세운 독립국가의 출발이어야 했지만, 현실의 남쪽 땅에는 미군정청이 들어섰다. 일본 제국의 총독부가 물러난 자리에 미국 군정이 3년 동안 통치권을 행사했다. 한국인은 해방된 주권자가 아니라 관리되고 교육되고 선별되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되었다. 이때부터 미국은 단순한 외국이 아니라 질서, 문명, 자유, 풍요, 구원의 이름으로 한국인의 의식 안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은 이 의식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미국은 탱크와 폭격기, 군복과 통조림, 원조물자와 달러의 얼굴로 나타났다. 많은 한국인에게 미국은 살려준 나라, 먹여준 나라, 지켜준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우리 역사를 우리 눈으로 보는 힘을 잃기 시작했다. ‘릴 인준’의 원주민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인디언이 아니라 카우보이 편에 세웠듯이, 한국인도 어느새 자신을 미국의 동맹자, 미국의 보초병, 미국 질서 수혜자의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미국이 가진 음흉한 속내는 선한 마스크 속에 진면모를 감추었다.

미국의 시각으로 우리 자신을 관찰할 때 우리 눈앞에 드러나는 우리 자신은 말할 나위가 없이 열등한 미개 족속이다. ‘릴 인준’의 재현의 불일치가 그대로 반복된다. 우리는 지워내야 할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동시에 미국식 발전은 지상최고의 가치로 등극한다. 서사의 강제다. 미국 문물은 우리가 따라가야 할 궁극이다. 그러면서 당연히 식민지적 내면화 과정도 펼쳐진다. 미국이 우리를 바라보는 경멸적 시선을 우리가 차용해 스스로를 업신여기는 것이다.

하워드 진이 미국사를 콜럼버스와 개척자의 영웅담이 아니라 원주민과 노예와 노동자의 고통에서 다시 써야 한다고 말했듯이, 우리도 한국 현대사를 미국의 시선에서 벗겨내 다시 보아야 한다. 우리는 미군정을 민주주의의 훈련 과정으로, 한국전쟁을 자유세계의 성전으로, 한미동맹을 번영과 안보의 절대 조건으로 배워왔다. 그러나 그 서술 속에서 빠진 것은 분단의 고착, 민중의 학살, 자주노선의 좌절, 전쟁체제의 영구화다. 미국화는 근대화의 동의어가 되었고, 영어와 미군은 성물로 숭배되었으며, 한국인은 주어가 아니라 하찮은 목적어가 되었다.

오늘의 현실은 그 결과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이 땅은 자주국가라기보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진기지, 대중국 군사전략의 교두보, 유사시 병참과 군수보급의 창고처럼 취급되고 있다. 우리의 안보는 우리의 판단보다 워싱턴의 세계전략에 더 깊이 묶여 있고, 우리의 외교는 한반도의 평화보다 미국 패권의 향방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전쟁이 나면 죽는 것은 한국 민중인데 전쟁의 버튼과 전략의 언어는 남의 손에 쥐어져 있다. 이것이 과연 해방인가. 이것이 과연 독립국가의 정상적인 모습인가. 우리가 스스로 정체성을 포기한 ‘릴 코리안’이 된 결과다.

그러므로 이제 필요한 것은 역사적 각성이다. 반미 감정의 분출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미국을 영웅으로 떠받들고 자신을 그 하위 동맹자로 상상해온 내면의 식민성을 직시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영원한 숙명이라는 주문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안보와 외교와 경제를 대한민국의 이익과 한반도 평화의 관점에서 다시 세워야 한다. 진짜 독립은 국기와 애국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자기 역사를 자기 눈으로 보고, 자기 운명을 자기 손으로 결정할 때 비로소 자주독립 진짜 대한민국은 시작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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