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중국 베이징 한 호텔에서 열린 재중 한국인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의 (중국) 답방은 과거 30여년의 수교 역사를 디딤돌 삼아 양국의 새로운 30년을 설계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방중 첫 공식 일정인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중국 국빈방문을 통해 달성하려는 최우선 목표는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급랭해 윤석열 정부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오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선결해야 할 양국 간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구상은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단절된 북-미 대화의 복원을 돕고 이를 계기로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는 것이다. 여기엔 북한의 혈맹이자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협조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해관계 공유가 필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도 “(중국의) 국빈관인 조어대는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6자회담이 개최된 곳”이라며 “중국은 우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서도 더없이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며 절박함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당장 중국으로부터 ‘확답’을 얻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한 뒤 중국은 북한이 껄끄러워하는 핵 관련 이슈에 대한 언급을 아예 피하며 메시지 관리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 쪽 관심사인 한한령 해제, 서해 구조물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중국은 ‘한한령’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문화 교류에 대한 상호 공감대를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게 우리 정부의 구상이다. 중국이 설치한 서해 불법구조물도 되도록 정상 간 ‘담판’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반면 경제 분야는 양국의 협력이 상대적으로 쉬운 분야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처하기 위해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이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중국과 양해각서(MOU) 체결 건이 10건이 훌쩍 넘는다”며 “경제 산업, 기후 환경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이 내밀 청구서 중에는 민감한 현안과 관련된 것들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대만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방송된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저 역시도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2021년 한-미 정상회담 이후 대만 문제에 대해 한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등을 언급하며 미국 입장에 동조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이번 방중을 앞두고선 정부의 기존 원칙과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이전보다는 중국을 배려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다.
이 대통령이 시시티브이 인터뷰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는 ‘안미경중’,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논리가 있었지만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율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미 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대중국 견제 역할에 무조건 동조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북한이 지난 3일 새벽 자행된 미국의 베네수엘라 무력침공에 대해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낙폭한 위반'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은 베네수엘라에서 감행된 미국의 패권행위를 가장 엄중한 형태의 주권침해로, 주권존중과 내정불간섭, 령토완정을 기본목적으로 하는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란폭한 위반으로 락인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는 지역 및 국제관계구도의 정체성 보장에 파괴적인 후과를 미친 이번 베네수엘라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미국의 상습화된 주권침해 행위에 응당한 항의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의 강권행사로 초래된 현 베네수엘라사태의 엄중성을 이미 취약해진 지역정세에 부가될 불안정성 증대와의 련관속에 류의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오래동안 수없이 목격해온 미국의 불량배적이며 야수적인 본성을 다시한번 뚜렷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하루동안 3차례 성명을 발표해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무력침공했다며 "매우 유감스럽고 규탄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라틴 아메리카는 2014년에 선언했던 평화 지대로 남아 있어야 하며, 베네수엘라는 파괴적인 외부 개입, 특히 군사적 개입 없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는 베네수엘라 국민과의 연대를 재확인하며, 국가의 이익과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볼리바르 지도부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베네수엘라 당국과 중남미 국가 지도자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즉각적인 회의 소집을 촉구한 성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 부부가 미국으로 압송된 사실이 확인 된 후 발표한 성명에서는 "미국 지도부는 입장을 재고하여 주권 국가의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를 석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기존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강제 억류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에 군대를 파병한데 대한 중국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미국의 이러한 행위는 명백히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규범, 그리고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고, 즉시 석방하며, 베네수엘라 정권 전복을 위한 모든 시도를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콜롬비아가 제출한 회의소집 요청에 따라 5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역내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며,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의사가 존중되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대화를 통해 베네수엘라 상황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 사진.
미국이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기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뉴욕으로 압송했다. 5일 주요 일간지는 일제히 해당 이슈를 1면에 배치하고 ‘불량 초강대국 시대’, ‘힘의 정치 과시’, ‘무력침공’ 등의 제목으로 다뤘다.
이날 조선일보를 제외한 주요 일간지가 모두 이 이슈를 사설에서도 다뤘다. 대부분 마두로가 독재자임에도,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는 미국의 행위에는 우려를 표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박4일 방중일정을 시작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관련해 한중정상회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주목된다.
다음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에 대한 주요 일간지 1면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트럼프, ‘불량 초강대국 시대’ 열었다>
국민일보 <마두로 잡은 트럼프 본색…“베네수엘라 직접 통치”>
동아일보 <트럼프, 마두로 ‘13년 독재’ 3시간만에 무너뜨렸다>
서울신문 <트럼프, 마두로 축출…“美, 직접 통치”>
세계일보 <마두로 ‘13년 독재’ 140분 만에 무너졌다>
조선일보 <마두로 美 압송, 트럼프 ‘힘의 정치’ 과시>
중앙일보 <마두로 한밤 축출, 거친 ‘돈로주의’가 왔다>
한겨레 <주권국가 무력침공, 대통령 끌고간 미국>
한국일보 <마두로 축출한 트럼프 “베네수엘라 당분간 통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독재자 마두로를 미국 법정에 세우기 위해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사작전을 펼쳤다”며 “적절한 시기에 안전한 정권 이양이 가능해질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대통령 압송 사실을 밝힌 뒤 “사회주의 정권에 강탈당한 미국 석유 인프라를 되찾겠다”며 “지상군 투입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5일자 조선일보 1면.
국민일보는 1면 기사에서 “국제법 위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5일 긴급회의를 소직해 미국의 군사작전을 논의할 것이라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국제법의 규칙이 존중되지 않는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제목에 마두로 압송에 대해 “트럼프 ‘힘의 정치’ 과시”라 언급하고 “미 정치권에서도 이번 공격이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불법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한동안 적법성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5일자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 1면은 이를 두고 ‘돈로주의’(트럼프식 먼로주의)라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 압송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작전의) 기원은 먼로 독트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이를 뛰어넘었고, 사람들은 ‘돈로’라고 부른다”고 말한 바 있다. 중앙일보 1면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돈로 선언(Donroe Doctrine)’이 현실화됨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천명한 ‘서반구(아메리카 대륙) 패권 회복’ 의지를 실제 무력 행동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라 전했다. 중앙일보는 돈로 선언에 대해 ‘도널드’와 먼로선언(유럽 내정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대신 유럽의 서반구 간섭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1823년 당시 제임스 먼로 미 대통령의 선언)을 합친 말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이번 사태의 파장은 국제질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이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다른 강대국의 무력 개입을 정당화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며 “국제법 측면에서는 유엔 헌장 제2조4항이 쟁점이다. 해당 조항은 타국 영토에 대한 무력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자위권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군사개입은 불법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美, 마두로 체포에 경향신문 “주권 침탈 규탄”·한겨레 “침략범죄 규탄”
조선일보를 제외한 주요 일간지 모두가 관련 사설을 실었다. 사설을 통해 미국의 마두로 체포를 ‘규탄’한다고 밝힌 것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다. 그 외 신문들도 마두로가 독재자이긴하나 미국의 침공은 국제법을 어긴 것이라는 시각을 공통적으로 보였다. 조선일보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사태에 대한 사설을 싣지 않았는데, 조선일보의 5일 사설 주제는 △민주당 공천 돈거래 의혹 △검찰의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사건 피고인 5명 중 2명에 대해서만 항소 △국민의힘에 보수 인사 조언에 관한 것이었다.
다음은 5일 미국의 마두로 체포에 대한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제국주의식 주권 침탈 규탄한다>
국민일보 <美의 마두로 체포, 국제 질서 지배한 힘의 논리 보여줘>
동아일보 <美, 마두로 축출…더 거칠어진 ‘힘과 국익’의 시대>
서울신문 <‘힘으로 국익’ 적나라하게 드러낸 美 마두로 축출>
세계일보 <美 베네수엘라 침공 사태, ‘힘의 논리’ 정당한가>
중앙일보 <대격변의 서막 베네수엘라 사태…강 건너 불 아니다>
한겨레 <미국 마두로 체포·압송, 불법적 ‘침략범죄’ 규탄한다>
한국일보 <미국의 마두로 전격 체포, 대혼란 직면한 국제질서>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미국이 서반구 지배력 강화와 석유자원 확보를 위해 무력으로 주권국가를 굴복시킨 경악스러운 사태”라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각자의 세력권에서 지배력 강화를 노골화하는 ‘불량 초강대국 시대’의 서막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미국의 침공은 국제분쟁을 ‘국제평화와 안전·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하고 ‘무력 위협이나 행사를 삼간다’고 규정한 유엔 헌장(2조 3·4항)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며 “물론 마두로 대통령이 독재자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점이 ‘자결 원칙 존중에 기초’(1조 2항)하도록 합의한 국제질서를 무시하고 군사적 공격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5일자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 역시 이날 사설에서 “미국은 마약 밀매와 테러 조직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베네수엘라의 영토와 주권을 침탈한 명백한 침략범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며 “이번 침공은 다른 국가에 대한 무력행사 금지와 주권 존중을 명시한 유엔 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 전했다.
다른 일간지 사설에서도 미국의 행위가 국제법 위반일 수 있다는 의견이 공통되게 나왔다. 국민일보 역시 경향신문 사설과 마찬가지로 “명분이 아무리 옳다 해도 한 나라를 침공해 주권국가 수장을 무력으로 체포한 것은 명백한 유엔헌장 위배”라 짚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에서 “미국이 2020년 기소한 마두로 대통령은 마약 밀매 의혹과 부정선거 및 반대파 탄압 등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한 나라 정상을 마약 범죄자 다루듯이 군대를 투입해 체포한 미국의 작전에 국제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마두로를 미국 법정에 세우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조치는 국제법을 무시한 ‘힘의 논리’의 관철이라는 측면에서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평화 안전판인 국제법은 준수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범죄자이자 독재자에 대한 체포 작전이라 하더라도 주권을 상징하는 국가원수를 무력 공격으로 강제 제거한 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기 충분하다”며 5일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하는 유엔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법 위반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해당 행위에 대한 판단보다 “안보와 통상 등 모든 면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일 수 없다”며 “당장은 미·중 대립의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며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으로 사설을 썼다.
▲5일자 중앙일보 사설.
이 대통령 3박4일 방중 일정 시작…‘마두로 체포’ 상황서 中 만남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3박4일의 방중 기간 중 이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 리창 국무원 총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중국의 권력서열 1~3위를 모두 만난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美中 갈등 고조속…李대통령 방중 일정 시작>에서 “이 대통령의 방중 직전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미국으로 압송했다. 중국은 ‘미국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고, 시 주석이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비난할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 외교부는 미국을 언급하지 않은 채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사가 존중되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상황이 안정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5일자 조선일보 1면.
이날 마두로 체포 사설에서도 이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 <‘힘으로 국익’ 적나라하게 드러낸 美 마두로 축출>에서 이 대통령의 방중일정을 언급하며 “당장 미중 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부터 깊이 고심해야 한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라 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은 중국의 대만 군사작전에 대한 오판 가능성을 키울 수도 있다. 마침 중국 국빈 방문길에 올라 오늘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미군에 생포돼 미국 뉴욕으로 압송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마두로가 USS 이오지마에 탑승해 있다”는 글과 함께 이 사진을 올렸다.
마두로 대통령은 두 눈을 안대로 가린 채 양손에 수갑을 차고 있다. 한 손에는 생수병을 들고 있다.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미국에 생포된 듯 나이키 운동복을 입은 모습이다. CNN에 따르면, 미군은 한밤중에 자고 있던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침실에서 끌어냈다.
마두로 대통령의 이 사진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2003년 12월 부귀영화를 누리며 한 나라를 호령하던 지도자의 모습이라곤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헝클어진 머리와 초췌한 모습으로 미군에 의해 끌려 나온 사진이 공개됐다.
뉴욕타임스 언론인인 데이비드 생어는 CNN에 “후세인을 떠올리며 이 이미지를 보면 결국 이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게 된다”며 “운동복 차림의 굴욕적인 이미지는 선전의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진은 미국이 여러 겹의 보안망을 뚫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는 미 군사력의 막대한 도달 범위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전 세계 독재자들은 이 사건을 미국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2일 "통일부는 노동신문 개방을 시작으로 북한 정보의 개방을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주권자 국민의 성숙한 눈높이에 부응해 갈 것"이라며 "북한 정보의 개방은 오랜 기간 국민을 '감시의 대상’으로 여겨온 냉전적 사고와 관성에서 탈피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며,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의 결과물이다. 「남북기본합의서」에서부터 수차례 밝혀 온 상호 체제 존중, 그리고 교류 협력에 대한 남북 간 합의를 우리가 선제적으로 그리고 분명하게 이행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통일부 시무식 신년사에서 "어제 대통령께서 신년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위한 대전환의 길’을 제시하셨다"며 이렇게 밝혔다.
정 장관은 또 "지금 우리가 비록 안으로는 남북관계 차단과 단절의 벽 앞에 서 있지만 다른 한편, 밖으로부터의 역사적 기회요인도 마주하고 있다"며 "이틀 후 이재명 대통령님의 방중(訪中)을 시작으로,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까지 몇 달의 시간은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 구축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알렸다.
정 장관은 "거듭 강조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체제를 존중하며, 북측이 말하는 '도이췰란드식 체제 통일’을 배제한다"며 "상호 간 어떠한 '공격적 적대 행위’도 일체 거부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화공존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우리 정부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귀측의 지방 발전과 보건혁명은 물론, 남북 공동 발전을 위한 대규모 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갈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며 "인근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백두산 삼지연관광지구를 연계한 초국경 프로젝트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전쟁상태 종식’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과 함께, 평화공존을 향한 남과 북의 의지, 그리고 주변국의 협력이 맞물린다면, 반세기가 훨씬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전쟁을 끝내는 역사적 결과물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올해는 '적대 관계’를 끝내자. 우리가 먼저 노력할 것이며, 우리가 먼저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 신년사 전문은 다음과 같다.
통일가족 여러분,
병오년(丙午年) 새해입니다.
새해, 큰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복 받으시라고, 옆 사람에게 박수 한 번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여름부터 우리는 돌밭을 가는 소, ‘석경우(石耕牛)’처럼 묵묵히 전진해 왔습니다.
남북관계의 폐허 위에서 맨손으로 돌을 골라내듯이 함께해 온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비록 아직 거친 돌밭 위에 서 있지만, 남은 돌들을 완전히 걷어내고 평화의 싹을 심기 위해서 붉은 말의 해, 천리마와 적토마의 기세로 다시 힘차게 달려 나갑시다.
통일부는 지난 연말 업무보고를 통해서 2026년을 ‘한반도 평화공존 원년 만들기’로 정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은 올해 대한민국이 가고자 하는 경제 성장, 그리고 민생 안정, 국민 통합을 위한 대전제입니다.
어제 대통령께서 신년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위한 대전환의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그 마지막 다섯 번째 대전환의 길은 “전쟁 위협을 안고 사는 불안한 성장에서,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인 성장으로의 대전환”이었습니다.
평화, 평화공존, 쉽지 않은 길입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이것은 낭만적 당위나 희망 사항이 아닙니다.
절박한 호소이며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머뭇거리지 않고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그곳에 도착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일찍이 옥중의 안중근 의사께서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한 우리 민족의 비원(悲願),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역대 정부가 35년 동안 걸어온 노선에 대한 역사적 계승, 분열이냐 통일이냐, 조국은 하나다를 외치며 분단 시대를 헤쳐 온 수많은 이들의 눈물 섞인 염원 그리고 빛의 혁명을 통해 탄생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을 관통하는 시대적 과업, 그것이 바로, 한반도의 평화공존입니다.
통일부는 절망의 끝, 패배의 시간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의 역사를 한 줄 한 줄 쉼 없이 써내려 온 모든 이들의 계승자입니다.
올해도 우리는 그 역사적 사명을 안고 주권자 국민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 나갈 것입니다.
통일가족 여러분,
통일부는 앞으로의 몇 달을 한반도 평화의 분수령, 대북 정책의 성공을 좌우할 관건적 시기라고 국민 앞에 보고했습니다.
안팎의 정세를 예의주시하면서, 바늘구멍을 뚫겠다는 간절함과 의지로 우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습니다.
우선, 전략적으로 움직입시다.
어제 대통령께서는 ‘이제 실천과 행동의 시간’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우리가 비록 안으로는 남북관계 차단과 단절의 벽 앞에 서 있지만 다른 한편, 밖으로부터의 역사적 기회요인도 마주하고 있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틀 후 이재명 대통령님의 방중(訪中)을 시작으로,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까지 몇 달의 시간은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 구축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페이스메이커로서 ‘한반도 평화공존이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안으로는 선제적인 대북 조치를 통해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밖으로는 주변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가일층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북미대화를 적극 지원해 가면서 ‘전쟁 상태 종식’ 등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주변국의 건설적 역할도 이끌어 내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특사는 남북관계 복원을 포함한 우리의 자율성 확보 노력과 함께 주변국 협력의 충실한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게 일해야 합니다.
국민주권정부의 정책은 곧 국민의 목소리입니다.
국민들께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생한 내용이 담겨야 합니다.
통일부는 노동신문 개방을 시작으로 북한 정보의 개방을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주권자 국민의 성숙한 눈높이에 부응해 갈 것입니다.
북한 정보의 개방은 오랜 기간 국민을 ‘감시의 대상’으로 여겨온 냉전적 사고와 관성에서 탈피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며,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의 결과물입니다.
「남북기본합의서」에서부터 수차례 밝혀 온 상호 체제 존중, 그리고 교류 협력에 대한 남북 간 합의를 우리가 선제적으로 그리고 분명하게 이행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오늘부터 ‘북향민’이라는 새 호칭도 사용합니다.
가장 좋은 호칭은 아무런 이름도 붙이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착을 위한 보호, 지원, 안전 등 측면에서 부득이 호칭이 필요하다면 본인들이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탈북민이라는 이름 대신 고향을 북에 두고 온 사람이라는 뜻을 담은 북향민이 그나마 차별과 배제를 떠난 중립적 호칭이 될 것입니다.
평화경제특구 지정을 위한 만반의 준비와 함께 '평화의 길’ 비무장지대(DMZ) 구간도 재개방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지층 반대하는 군사 행동 벌인 트럼프, 감당할 수 있을까…혼란 불가피한 베네수엘라 상황에 정부, 재외국민 안전 점검 회의 예정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6.01.03. 19:57: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이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해외로 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급변 사태에 정부는 재외국민 안전 점검에 나서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그 지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상대로 한 대규모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마두로 대통령은 그의 부인과 함께 체포되어 베네수엘라를 떠나 이송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작전은 미국 법 집행기관과의 공조 하에 이뤄졌다. 세부 사항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라며 "오늘 오전 11시 플로리다 마러라고(Mar-a-Lago)에서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습에 이어 마두로 대통령 체포까지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베네수엘라에는 향후 적잖은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정부는 재외국민 안전 점검에 나서고 있다.
외교부는 "현재 베네수엘라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70여 명(수도 카라카스에는 50여 명)으로, 3일 18시(한국시간) 현재 우리 국민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라며 "외교부는 즉각 재외국민보호대책반을 가동하고 현지 공관과 함께 교민 안전 확보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와 함께 상황 점검 회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했다고 발표한 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폭발음과 큰 소음이 들리고 전면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티우나 요새 인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카리브해에 항공모함·강습상륙함을 포함한 10척 이상의 해군 함정 및 1만5000명가량의 병력을 집결하고 카리브해 및 동태평양에서 마약을 운반하는 의심선박에 수십 차례 폭격을 가했는데, 이로 인해 100명 이상이 사망하면서 마두로 정권을 압박해 왔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베네수엘라의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 거래를 막기 위해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1일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정권이 이처럼 베네수엘라에 대해 직접적 압박을 가하는 이유는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국에 순응하는 나라에는 보상을 하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벌을 주는 변경된 국가안보전략과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를 관리하는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의 패권을 유지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강대국들과 세력균형을 유지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안보 전략을 실행하는 하나의 사례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이 실행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당시 신문은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조치 관련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며 마두로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것은 무력을 통한 정권교체인데 이는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로 트럼프의 선거 구호)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여론조사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17일 공개된 미 퀴니피악대 여론조사를 보면 베네수엘라 내부 군사 작전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25%에 불과했고 63%가 반대했다. 공화당원 찬성도 절반(52%)을 겨우 넘겼고 33%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트럼프 정부 외교 정책 지지율도 41%로 반대(54%)가 더 많았다. 이 조사는 지난 11~15일 등록 유권자 1035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을 감행하고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는 등 베네수엘라에 대한 급변 사태를 촉발시키면서, 이번 사태가 트럼프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일 윤석열씨 내란 재판 결심공판 예정... 체포방해 재판은 16일 1심 선고... 8개 재판 진행 중
선대식(sundaisik)
AI 활용 설정
▲윤석열씨가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우두머리' 재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마음 같아선 윤석열 사형을 구형하고 싶다."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에 몸담았던 한 파견 검사의 말이다. 다음 주 진행될 윤석열씨 내란우두머리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 구형량에 관심이 쏠린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 지귀연 재판장은 다음 주 나흘 재판을 연 뒤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1월 5, 6, 7, 9일 공판이 열리는데, 늦어도 9일에는 검찰 구형과 윤씨의 최후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선고일은 2월 중하순으로 예상된다.
특검, '내란우두머리' 사형 구형할까?
내란죄를 처벌하기 위한 형법 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 가운데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조항처럼 실제 사형 구형과 선고가 이뤄질까. 내란특검에 몸담았다 복귀한 한 검사는 "전두환 반란·내란 사건 형량을 참고해야 한다"면서 실제 윤석열씨 사형 구형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은 지난 1996년 8월 전두환씨 사건 1심 결심 공판에서 반란수괴(12·12 사건), 내란수괴(5·17, 5·18 사건),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고, 1심은 전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전씨에게는 12·12 관련 초병 살해, 5·18 관련 내란목적살인 혐의 등이 추가로 적용됐고, 2205억 원의 뇌물수수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 있었다.
반면, 윤씨에게는 내란우두머리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만 적용된 상태다. 윤씨의 외환(일반이적) 혐의의 경우, 따로 기소돼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있다. 또한 전씨의 경우,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내란특검과 지귀연 재판부 모두 전두환 판례와 형량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모두 8개 재판 진행 중... 재판 날짜 잡기도 힘들다
AI 활용 설정
▲12.3 내란 재판 지연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기영 내란청산사회대개혁부산행동 상황실장이 23일 낮 부산법원종합청사 앞을 찾아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규탄하는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김보성
윤씨가 다른 사건에서 어떤 처벌을 받을지도 관심거리다. 윤씨는 ①내란우두머리 재판을 포함해 모두 8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법원은 최장 6개월의 윤씨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터라, 윤씨는 앞으로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②체포 방해 등 재판은 26일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내란특검은 윤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윤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체포영장 집행 저지(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인도피교사) ▲군사령관들 비화폰 현출 방해(대통령경호법 위반) ▲사후 계엄선포문 허위 작성·폐기(허위공문서작성·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 관련 국무위원 심의 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외신기자 상대 허위 공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오는 16일 1심 선고가 나온다.
③외환 혐의 재판은 오는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윤씨의 구체적인 혐의는 북한 도발이라는 비상계엄 선포 명문을 쌓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 침투를 지시했다는 것으로, 일반이적(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1월 주 2회 → 2월 주 3회 → 3월 주 4회 재판 진행을 예고한 바 있다.
윤씨의 ④~⑦번째 재판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사건 쟁점과 심리 계획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만 정해진 상태다.
채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기소한 ④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재판(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과 ⑤이종섭 호주대사 도피 의혹 재판(범인도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은 각각 29일과 14일에 공판준비기일이 처음 열린다.
내란특검이 추가 기소한 ⑥위증 재판(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 증인으로 나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국무회의를 소집했다는 거짓 증언을 한 혐의)은 13일,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기소한 ⑦정치자금법 위반 재판(20대 대선을 앞둔 2021~2022년 명태균씨로부터 2억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은 27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잡혔다.
김건희 특검이 지난달 26일 재판에 넘긴 ⑧공직선거법 위반 재판(20대 대선 과정에서 김건희씨로부터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소개받았음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은 아직 공판준비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일 윤석열씨는 배의철 변호사와의 접견에서 "상처를 입어도 쓰러지지 않고 다시 거침없이 달리는 적토마처럼, 진정한 용기와 담대함으로 다시 일어서 자유와 주권회복 그리고 번영을 위해 나아갑시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파이팅합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의 환율이 너무 높다'면서 '곧 원화가 휴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는 유튜버들을 직격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순채권국으로 과거의 관점으로 현재의 환율을 보며 위기라고 평가하는 것도 경계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할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한편 이 총재는 양극화 심화를 내장한 이른바 ‘K자형 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냈다.
대미 투자 연 200억 달러 기계적 집행? 단호히 거부한 한은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대미 투자 연 200억 달러 집행과 관련해 “절대로 기계적으로 안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기자실을 찾아 “내가 한은을 떠난 뒤라도 금융통화위원들이 안 해줄 것이다. 한은이 금고지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의 이런 발언은 국내 일각의 환율 상승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의 연장선에서 나왔다.
이 총재는 “해외 IB(투자은행)는 1480원 환율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며 “대개 1400원 초반 정도로 (전망하는) 보고서가 다 나오는데, 국내에서만 유튜버들이 원화가 곧 휴지 조각이 된다고들 한다”고 직격했다.
이어 “내국인 기대가 환율 상승을 크게 드라이브하고 있다”며 “얼마를 적정 환율이라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이 DXY(달러인덱스)와 괴리돼서 올라가는 건 기대가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AI 활용 설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6.1.2.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에 중대한 역할해야’
또한 이 총재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국민연금 역할론도 거듭 언급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거시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지금보다 헤지를 더 많이 해야 하고, 해외 투자를 줄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자기들이 외채를 발행하게 해주고 그걸 통해서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그렇게 하면 한 20% 헤지가 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을 동원해 국민 노후 자금의 수익률을 훼손한다는 일각의 비판도 일축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사람들 취업이 안 된다든지, 환율이 올라 수입업체가 어려워진다든지 하는 코스트(비용)를 지금까지 하나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서학개미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워낙 옆으로 기었으니까 해외로 나가는 게 좋다고 당연히 생각했던 것이고, 국민연금도 거시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률만 높이려 하면 각자 합리적 방향이겠지만, 큰 틀로 봤을 때 나라 전체에는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활용 설정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경제 펜더멘털과 현재의 환율 간의 괴리 차 강조한 이 총재
또한 이 총재는 환율과 관련해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 1400원대 후반까지 올라 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히 크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순대외 채권국으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만큼, 최근의 환율 수준만으로 과거 위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다만 환율 상승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내수기업 등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여 앞서 언급한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최근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은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괴리가 큰 수준”이라며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한국·미국 간 성장률·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기업 저평가 현상) 등을 꼽았다.
그는 “작년 10월 이후 달러화 움직임보다 원화 절하 폭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은, 늘어난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해 단기적으로 큰 환율 상승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경제주체의 투자 결정은 합리적 기대와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거주자의 지속적 해외투자 확대가 거시적으로 경제 성장과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성장 경로에 상·하방 위험이 모두 존재하고, 물가 흐름도 환율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동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도 있다”며 “이처럼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책변수 간 상충이 심해진 만큼 향후 통화정책은 다양한 경제지표를 자세히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AI 활용 설정
미국 달러화. 연합뉴스
이 총재, ‘K자형 회복’에 우려를 표해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올해 성장률이 1.8%로 잠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도체 경기에 힘입어 성장을 주도할 IT(정보기술)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에 그치고 부문 간 회복 격차가 커 체감 경기와 괴리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이렇게 전망하고 “이런 ‘K자형 회복(양극화 양상의 회복)’은 결코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신산업 육성을 통한 성장 기반 다변화 등 구조 전환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특정 부문에 편중된 성장·회복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I 활용 설정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부스에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 실물이 전시돼있다. 2025.10.22. 연합뉴스
2일 청와대 분수 광장 앞에서 열린 코레일네트웍스 지부 기자회견,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 지부 수석부위원장이 북을 치고 경찰에 끌려 나오고 있다. ⓒ 김준 기자
대통령실에서 청와대 복귀한 뒤, 5일 만에 신문고가 울렸다. 17일째 단식 중인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 지부 수석 부위원장의 손에 의해서다. 경찰에 의해 끌려 내려온 서 수석은 “노동자도 함께 빛의 혁명을 이뤘으나 우리 삶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2일 전국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 지부는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17일 차 단식 노동자의 절규를 들으라” 소리쳤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들은 신문고를 울리기 위해 대고각으로 향했으나,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AI 활용 설정
2일 청와대 분수 광장 앞에서 열린 코레일네트웍스 지부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이들이 청와대까지 와서 경찰의 저지에도 신문고를 울린 까닭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공공부문의 적정 임금 지시를 각 부처가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년 차 노동자도 1년 차 노동자와 다르지 않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사측에게 소폭 오른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기획재정부의 총인건비 지침을 핑계로 거부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에 침묵 중이다.
AI 활용 설정
2일 청와대 분수 광장 앞에서 열린 코레일네트웍스 지부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서 수석은 기자회견 발언에서 “내란이 있던 밤, 노동자들도 국회로 달려가서 맞서 싸웠었고, 한강진에서 2박 3일을 꼬박 새우며 꿈꾸었던 세상은, 평등한 세상, 차별 없는 세상이었다”며 “그런데 대통령이 바뀌고 수많은 말들이 국무회의에서 오가지만, 우리 삶은 전혀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 참혹한 현실로 빠져들고 있어서 참을 수 없었다”고 신문고를 두드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나라가 국민주권주의의 나라이고, 이재명이 대통령으로 있는 나라라면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첫걸음을 보여달라” 호소했다.
AI 활용 설정
2일 청와대 분수 광장 앞에서 열린 코레일네트웍스 지부 기자회견 ⓒ 김준 기자
김종호 코레일 네트웍스 쟁의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묻는다”며 “국무회의에서 왜 공공기관은 사람을 쓰면 최저임금만 주느냐며 적정 임금을 보장하라고 말씀하지 않았냐” 따졌다.
그러면서 “중노위의 조정안은 적정 임금은커녕 최저임금 수준을 겨우 맞추는 후퇴안”이라고 말하며 “노동조합은 이마저도 수용하며 양보했는데, 기재부는 총인건비 지침 위반에는 종이 한 장의 잣대를 들이대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가로막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여당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최고위원은 “20년 넘게 근무한 역장의 기본급이 202만 원”이라며 코레일 네트웍스를 언급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는 국무회의와 업무보고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정부는 왜 공공기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사람을 쓰면 꼭 최저임금만 주느냐’ 지적한 바 있다” 말하며 “‘공공부문부터 상식을 복원하자’는 대통령 말씀이 하루 빨리 현장에서 구현되길 바란다”고 모두발언에서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2024년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 계엄을 선포하고 만 1년이 훌쩍 지난 현재,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도 끝을 바라보고 있다. 해가 바뀌면서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난한 법정 다툼이 다음주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1월 현직으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은 그동안 각종 법 기술을 동원해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려 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은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정형이 오직 ‘사형과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인 내란 우두머리죄에 대해 특검이 어떤 형량을 구형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귀연 재판부, 윤석열·김용현·조지호 등 재판 병합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을 모두 병합해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군 수뇌부, 경찰 수뇌부 등 피고인들을 세 갈래로 나눠 진행하고 있었다. 사건이 병합되면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조 전 청장을 포함해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대령,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까지 총 8명의 사건이 함께 진행된다.
그동안 주요 피고인들의 전략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윤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권한 중 하나였다고 하고, 국회에 계엄 해제 의결권이 있기 때문에 금방 해제될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또 국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투입한 것에 대해서는 “지시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에 의해 재구속된 지난해 7월부터는 약 넉 달간 건강상 이유를 들며 재판에 출석하지도 않다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 주요 사령관들이 증인으로 나오자 적극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까지 재판에 나온 증인들의 이야기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과 정반대였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함께 계엄 선포 당일 국회로 출동했던 수방사 군인들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으로 체포 지시를 내리는 것을 들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두 번, 세 번 하면 된다”고 했다고도 증언했다.
경찰관들을 국회 등에 파견한 조 전 청장 역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들에 대한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직접 말했다. 조 전 청장은 그간 암 투병 등을 이유로 자신의 재판에도 거의 나오지 않아 궐석 재판이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열린 윤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조 전 청장은 피로한 기색에도 꿋꿋이 “대통령으로부터 체포 지시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조 전 청장은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다며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의원들을) ‘체포하라’ ‘불법이다’라는 지시였다. 이 두가지 지시가 충격적이고 임팩트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은 통화로 해당 지시가 이뤄졌다는 시간에 이미 경찰이 의원 등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고 있었다며 조 전 청장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체포 지시 들었다” 증언 이어지는데…김용현만 ‘경고성 계엄’ 옹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김용현 전 장관은 유일하게 윤 전 대통령의 ‘충신’으로서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이 ‘병력 3000명에서 5000명도 많다’면서 몇백명을 말해서, 제가 ‘이게 무슨 계엄입니까’라고 따지듯이 말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저 경고만 할 계획이었고, 자신이 사실상 군을 지휘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불리한 진술에 대해서는 증언을 거부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계엄 선포 전 용산 관저 모임에서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하는 걸 들었다”는 곽 전 사령관의 진술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대통령이 왜 그런 말을 하겠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휴대전화 메모장에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 체포 명단을 남긴 것과 관련해선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인원과 일부 관심 인원에 대해 제가 생각나는 대로 이름을 불러주고, 동정을 살펴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여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고 계엄 선포를 반대한 것을 봤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반대 입장을 얘기한 건 기억나지만, 구체적인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김 전 장관 측은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특검과 증인 측을 향해 호통치는 모습까지 보였다. 김 전 장관 측 고영일 변호사는 계엄 당시 조 전 청장과 김 전 서울경찰청장이 통화한 시간과 김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전으로 지시를 내린 시간이 겹친다며 문제삼았다. 고 변호사는 “서울청장이 증인(조지호)보다 경찰대 1년 선배 아닌가. 그래서 한손으로는 청장하고 전화를 하면서, 또 동시에 다른 한손으로는 무전기를 잡고 지휘한다는 건가”라며 “듣도 보도 못한, 증거로 가치도 없고 어떻게 편집했는지도 모를 자료를 특검이 제시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5~7일 3일 연속 증거조사 등을 진행하고, 9일 결심 공판을 열 것으로 보인다. 선고는 법관 정기인사 전인 2월 중순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부터 특검 측 최종의견 등 결심공판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는 2일에도 공판준비절차를 진행하고 증거조사를 이어갔는데, 조 전 청장 측은 이날 "피고인 건강상 이유로 6일부터 13일까지 재판에 나오기 어렵다"며 오는 22일 결심 공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정 안되면 피고인 7명에 대한 변론을 먼저 종결하고, 조 전 청장만 따로 종결할 수 있다"면서도 "몸이 좋지 않아 그동안 배려를 충분히 했으니 7일과 9일 재판에 참석하도록 말해달라. 안 되면 어쩔 수 없다"고 당부했다.
“비전향장기수를 가족품으로” 손피켓을 들고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오늘 이 자리는 단지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송환의 걸림돌이 되는 허들을 낮추고 한 시간이라도 빨리 선생님들을 고향으로 모셔오기 위한 투쟁의 자리입니다.”
비전향장기수들의 2차 송환을 바라는 25년의 간절한 염원이 한 권의 기록집으로 묶여 세상에 나왔다.
비전향장기수 2차송환 희망자들의 기록 .『47인의 희망을 담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2025년 12월 18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자주통일평화연대 교육장에서 열린 비전향장기수 2차 송환 활동보고 및 기록집 ‘47인의 희망을 담다’ 발간식은 단순한 출판기념회를 넘어, 생존 장기수들의 조속한 귀향을 촉구하는 결의의 장이 되었다.
이날 행사는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가 주최하고 비전향장기수 2차송환추진위원회가 주관하였으며, 4.9통일평화재단의 후원으로 마련되었다.
류경완 코리아국제평화포럼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현장에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종교계 인사 등 50여 명이 참석해 교육장을 가득 메우며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참석자들은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조국 송환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끝내 산화해간 비전향장기수 선생들과 민족민주열사들을 기리는 묵념을 올리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 결의를 다졌다.
기다림이 깎아낸 시간의 무게... “인도주의의 최소선 지켜야”
양심수후원회 김혜순 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양심수후원회 김혜순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비전향장기수의 2차송환은 분단과 대결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고 단순한 인권 문제를 넘어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정권의 성격에 따라 흔들리는 움직임보다 중요한 것은 송환을 가로막는 실질적인 필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결의를 밝히며 “어르신들이 고향 땅을 밟는 좋은 시절을 보실 때까지 꼭 건강을 유지해 주시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어 심주이 양심수후원회 사무국장으로부터 2000년부터 2025년까지 정권의 성격에 따라 부침이 심했지만 한결같이 길을 열어온 비전향장기수 2차송환 운동의 25년 경과보고가 있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인사들도 송환의 시급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한국교회 인권센터 소장 류승권 목사, 실천불교승가회 명예대표 원경 스님, 안학섭 선생 송환추진단 이적 목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한국진보연대 김재하 상임공동대표는 “대북 제재나 전쟁 위기설 같은 송환의 큰 허들을 낮추는 실질적인 투쟁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선생님들을 한 시간이라도 빨리 고향으로 모시는 길이며, 이것이 우리의 실천적 방안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회 인권센터 소장 류순권 목사는 2차 송환 희망자 47명 중 단 5명만이 남은 현실을 “우리가 흘려보낸 시간의 무게”라고 성찰했다. 류 목사는 “송환은 정치를 넘어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자 인도주의의 최소선”이라며, “성서의 가르침대로 고통받는 이들의 무게를 함께 지는 연대를 통해, 정부가 ‘언젠가’가 아닌 지금 당장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천불교승가회 명예대표 원경 스님은 “송환은 민주주의의 자유를 더 성숙시키고 구현하는 길이자 국가가 짊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지옥 중생을 구제하려는 지장보살의 원력처럼 우리의 염원이 남북통일의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며, 한국이 갈등을 극복해 내는 모범적인 국가로 거듭나기를 서원했다.
안학섭 선생 송환추진단의 이적 목사도 송환 운동의 역사적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 목사는 “42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가해진 국가적 탄압을 외신에 알리고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온 산증인들의 신념을 역사에 새기는 과정”이라며, “송환은 단순히 고향에 돌아가는 것을 넘어 제국주의의 탄압을 고발하고 민족의 지혜를 묻는 투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 돌아가리 내 고향으로”.. 장기수 어르신들의 눈물 섞인 다짐
행사에 참석한 비전향장기수 왼쪽부터 양원진, 김영식, 양희철 선생.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이날 행사의 백미는 송환을 신청한 당사자 3인의 발언이었다. 90세를 넘긴 고령의 장기수들이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장내는 숙연해졌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영식 선생은 남녘으로 오게 된 기구한 과정을 회상하며, “2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감옥살이를 다 마치고도 여전히 고향으로 가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도 슬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하루빨리 고향 땅을 밟게 해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전했다.
양희철 선생은 “남과 북 모두에서 비전향장기수들을 염려해주고 있으니 희망적”이라며, 그간 남녘에서 얻은 은혜와 연대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시 ‘그렇게 되리니’를 낭독하며 “나 돌아가리, 내 고향으로...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라는 구절에 이르자 끝내 목이 메어 눈물을 훔쳤고, 이를 지켜보던 참석자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양원진 선생은 “그저 양심이 시키는 대로 살았을 뿐”이라며 자신의 삶을 회고했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조국 통일과 젊은이들의 앞날을 위해 혁명의 길을 걷겠다”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전사로서 당당히 살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를 보여주어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25년 송환 운동의 기록, 이제는 실행으로 이어져야
615시민합창단이 행사 마무리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양심수후원회]
행사에서는 47인 희망자들의 사진으로 만든 영상과 생존자 5명의 구술 영상이 상영되어 참석자들에게 송환의 절박함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6.15합창단이 ‘머나먼 고향’, ‘홀로아리랑’을 불러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더욱 짙게 했다.
이번에 발간된 기록집 『47인의 희망을 담다』는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2차 송환을 희망했던 47명의 삶과 투쟁을 모은 결과물이다. 참석자들은 ‘비전향장기수를 가족품으로’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마지막 한 분까지 고향 땅을 밟는 그날까지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새해 첫날은 덕담으로 시작하고픈 게 인지상정이다. 2025년 다사다난한 해를 보내고, 우리는 여전히 살아남아 붉은 말띠 새해를 맞이한다. 불같이 펄펄 달리는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앞만 보고 뛸 수 있는 시대의 개막을 기원한다. 하지만 그 시작은 어줍잖은 희망고문이 아니라 냉엄한 현실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도처에서 들리는 고환율, 고물가에 대한 경계음의 진위는 무엇일까? 혹 IMF 외환위기에 버금갈지도 모르는 외환위기가 또 닥치는 것은 아닐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최고 환율은 1960원, 1998년 연평균 환율은 1395원. 2008년 리먼사태때 평균 환율 1440원, 2025년 연평균 환율은 1420원(12월 평균 1470원)이다. 외환위기 당시 환율은 달러당 900원 안팎에서 2배 가량 폭등, 평균 70% 상승, 리먼사태 때와도 거의 유사하다. 이 정도면 적어도 ‘환란’이라는 용어 사용을 나무라기만 할 수는 없다. 감이 가물가물하면 거리의 빈 점포를 세어보거나 신용카드 연체율, 지방의 빈 아파트, 노는 청년, 또는 새벽 첫 전철 노인이 얼마인지를 확인해 보시라.
논란의 여지는 있다. 1997년 당시 총 GDP는 4000억 달러, 현재는 그 4배(2024년 GDP 1.7조 달러)를 넘으며, 당시 불과 40억 달러 외환보유고를 100배(2025년 4300억달러) 훌쩍 넘는 능력을 보유한다. 트럼프 관세도발 및 고물가 여파, 경제성장율 1% 이내 불황에도 불구하고 25년 수출총액은 7000억 달러(추정)로 세계 6위권, 경상수지는 700억 달러(추정)로 나름 기대 이상이다.
23일 서울 중구 한 사설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이날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올해 10월말 기준 89.09(2020년=100)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2025. 11. 23 연합뉴스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여러 수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내 불안한 것은 이런 낙관적 지표들로도 결코 위로 받지 못할 불편한 현실들이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현 외환보유고는 GDP 대비 22% 수준, 대만(GDP 대비 74%)의 1/3 수준을 밑돈다. 경상수지는 2024년(990억 달러) 대비 30% 가량 하향세이고,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200억 달러, 전년 대비 –18% 가량 감소, 외환보유고는 미국채 30%, 모기지채권 26% 등 근 90% 가량 중장기 달러 채권형태로 보유중이어서 즉시 동원가능한 유동성 현금(예치금)은 250억 달러 가량, 단기 외채(1660억 달러) 조달에도 달랑달랑한 수준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적자 비중은 GDP 대비 5% 수준이나, 2025년 현재 GDP 대비 55% 1300조 원(관리재정) 수준으로 10배 증가하였다. 당연히 늘어난 적자비중만큼 재정 투하로 위기 상황을 대처할 여력은 줄어든다. 미국(GDP대비 130%), 일본(250%) 재정적자에 비하면 여유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미국은 기축통화국이자 한국 경제규모의 17배, 일본(엔화)은 2.5배이자 무역통화 또는 준기축통화국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연초부터 국민 불안을 가중시킬 일 없으니 더 이상의 나열은 삼가하고 싶으나, 기업부채 2800조 원(GDP 대비 110%), 가계부채 2300조 원(GDP 대비 90%) 포함하면 과연 IMF 사태 때보다 좋은 사정인지 의문이다. 사정은 꽤 심각하며, 외환당국이 아무리 낙관적 징후를 들이대도 사태가 손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결론은 간단하다. 그래서 그 해법은 뭔가.
외평채, 국민연금 통화스와프 환란 대처 미봉책
2026년 정부예산은 총 728조 원(8.1% 증가)으로 복지(270조 원), 행정( 121조 원), 교육(100조 원), 국방(66조 원) 순, 합계 557조 원(77%)이다. R&D(35조 원, 19% 증가)와 산업(33조 원)은 높은 증가율, SOC(27.5조 원) 농림(27.9조 원)은 중위, 환경(14조 원) 문화( 9.6조 원) 통일(7조 원 1%)은 하위 수준이다. 일반 예산 중 외환에 직접 관련된 것은 산업(33조 원)뿐이므로 이걸로 당연히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12월 23일부터 정부의 외환개입이 시작되어 환율은 연말 1440원으로 3.2% 가량 감소 효과가 있었다. 주요 조치는 외평채 기금 50억 달러(외국환평형기금 2000억 달러의 2.5%)로 인상, 국민연금 달러 매도 유관 조치로 한국은행과 통화스와프 650억 달러 체결, 외환 건전성 부담금 한시 면제, 거주자 외환대출 확대 등이다. 문제는 이 정도로 1500원 정도로 예상되는 올해 환율을 버틸 수 있나 여부다. 문제의 근본은 고환율의 원인, 즉 달러 중심 외환유출이 지속되는 이유일 것인데, 국민연금 해외투자(총기금중 57%, 780조 원)를 고환율의 주원인으로 지목하는 게 과연 맞나? 국민연금 운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도 되는가의 논란 여지는 둘째 치고, 외평채 기금이나 국민연금 통화스와프 등은 원인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 금융 기술을 동원한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못내 걸린다.
이른바 서학투자도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해외투자 증가란 당연히 해외 수익이 국내투자보다 월등히 높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이는 국내투자의 불확실성, 혹은 평균적 열등성의 산물 아닌가. 한국증시의 열등성 논란은 7월 이후 한국증시의 3-40% 폭발적 성장과 부동산 폭등, 12월 이후 재림한 한국형 산타랠리로 반박될 수 있다. 단적으로 이는 내외적 요인 개선(10.15 서울 지역 토허제 실시와 부동산 유휴자금 증시 진입, 세계적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과 고대역 반도체(HBM) 수요 폭증, 수출 호조에 따른 내외적 투자자금 유입 등) 덕택이다. 흔히 증시 호조는 외환유입, 환율인하로 연계되지만 이 시기 그 반대의 고환율 현상의 등장은 주로 외부요인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 10. 29 [대통령실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한미 금리차 등 고환율 현상 만든 4대 외부효과
근자의 고환율 현상은 미국 동맹국들이라는 한국 일본 등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이는 국별 금리차, 미국 주도 독점적 AI 동맹 효과, 달러 재패권화 및 미국 금융자본 팽창, 한미 협상으로 인한 달러 유출 요인 가속이라는 4가지 외부 요인으로 압축된다. 환율 결정의 기본요인인 한미 금리차는 그 지속 요인(물가와 국가총부채 수준 등)의 계속, 미국발 AI 동맹이란 트럼프 발표 AI 행동계획(혁신가속화, 미국 주도 AI 인프라 구축, 국제 AI 외교안보시스템 구축, 2025.7.25.)을 지칭하는 것으로 바이든 정부의 AI 규제 철폐(기후문제, 투명성 안전성, 노동, 소수자 보호, 다양성 등의 규제 철폐, AI 성장 대세론에 기여)와 데이터센터 및 전력망 구축, 900억 달러 민간투자 유치, 거대언어모델(LLM) 중심 AI 공급과 자율로봇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는 full-stack AI 패키지 기술을 한국 등 동맹국에 제공, 미국 현지 투자 유도 계획을 말한다.
달러 재패권 및 금융자본 세계화란 기축통화 달러의 위상 제고 계획으로 비트코인 등 각종 민간 암호화폐를 대신할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그리고 블랙록(자산규모 13조 달러)과 같은 거대 금융그룹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로 금융자본 팽창 및 세계 패권 확대, 결국 미국 증시 활황과 투자 유도를 뜻한다. 한미 협상이란 트럼프 관세전쟁(대미 관세 15% 인상, 대미투자 3500억 달러 강제) 부담과 미국 본토 수비 위주로 전환한 미국가안보전략(NSS) 및 동맹 현대화, 동맹국 방위분담비용 증액(한국 할당 : 무기구입 250억 달러 및 분담금 330억 달러 인상, GDP 대비 3.5% 방위비 인상) 등에 따른 협상종결(팩트시트. 2025.11)로 한국의 외화 유출요인 확대다.
문제는 이런 등등의 본질 요인을 놔두고 후속 수단(국민연금 통화스와프, 외평채 기금 동원 등)을 주로 건드리는 것은 일시적 땜질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선 곳간이 빈약하다. 현 수준 재정적자는 이자만 연간 37조 원(연간 재정적자 증액 분 100조 원의 30-40%)이며, 재정준칙(재정적자 증가율 연간 GDP 대비 3% 이내)이 무색한 확대재정 기조에도 그걸 외환 관리에 집중할 여력이 못 된다는 것이다. 1997년처럼 더 빌린다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만 ‘깨진 독, 물 붓기’ 아닌가. 환율조정 통상 해법인 이자율 인상도 녹녹치 않다. 정부 기업 가계 채무 합계(GDP 대비 2.5배 6330조 원)가 막대해서 0.5% 금리 올리면 채무이자만 30조 원 증가다. 금리인하면 고환율 가속, 진퇴양난 딱 걸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잘 찾아보면 이 난국에도 탈출구는 있다는 것.
2026년 조기 트럼프 레임덕? 희미한 환란 탈출구
무엇보다 변수는 2026년 트럼프의 위상 추락 형태로 국제사정이 변할 가능성이다. 우선 무역전쟁을 불사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위세는 적어도 하강할 것이다. 여기에는 아세안 EU 남미 MERCOSUR BRICs 등 미국을 제외한 세계 지역 블록별 각국의 이합집산 동맹 연합의 반격 움직임이 가시화할 조짐이고, 월드컵 전후 캐나다 멕시코 G7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경제 동맹 현대화는 각국별 경제 이해에 따른 균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둘째 미국의 기후협약 탈퇴에 따른 환경 악화와 세계적 기후협약 재구축이 연계될 것이고, 각종 규제에서 홀로 탈퇴한 미국은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다. 친환경 전기차, 원자력 재생에너지, 탄소중립의 문제가 재등장하면, AI 전력 수자원 과소비와 환경 악화를 지탄하는 세계 공조현상이 확대된다.
셋째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 배제 무역 다변화의 다른 축은 이미 세계 무역의 절반을 넘어서며, 미국 중심 무역질서의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고환율로 고전하는 국가군인 한국 일본과 달리 중국은 고환율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 중국은 25% 관세부과에도 불구하고 대미 무역흑자 최상위권을 지속하며, 희토류 공급 독점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관세 양보, AI 칩 공급 허용을 끌어내었다. 넷째 달러 재패권화 시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현상유지 정도로 예상된다. 각국도 저마다 고군분투 중. 중국은 달러 대항 통화전쟁을 준비(외환 보유고 중 달러 비중 7천억 달러로 30% 감소, 대체자산으로 금보유고 3100억 달러 외화자산 대비 8% 비중으로 확대, 위안화 무역결제화 세계 비중 30%, 위안화 연동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행 준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 영향력 확대, BRICs Pay 확대 및 공동통화화)하며, 기타 각국의 자국화폐 스테이블코인 움직임도 2026년 주시할 대목이다.
다섯째 트럼프 조기 레임덕의 실현 가능성이다. 적어도 트럼프 당선 때와 같은 미국 사회 우경화는 고관세, 고물가, 경기하락에 영향받을 것이며, 연말 중간평가 결과를 따라 조기 트럼프 레임덕도 가시권이다. 여섯째 AI 대세론의 조기 종식 가능성, 즉 AI 거품론의 재등판 여부이다. 이른바 트럼프 AI 동맹 추구는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과소비, 과잉 시설투자,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무기력화와 더불어 거품논란이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 이미 오픈 AI 특유의 정보 비독점성 비배제성을 활용하는 데이터 민주화와 네트워크 공공성, 혹은 저가 AI 딥시크류의 고효율 저비용 경쟁이 AI 시장의 주류로 올라서는 중이며, 이에 역행하는 미국 패권적 AI 동맹의 장래는 비용과다로 불투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가장 불행한 시나리오는 수조 달러를 들여 AI 빅테크를 추구하는 기업들인 구글 아마존 블랙록 엔비디아 중심의 거대 오픈 AI 데이터센터 구축경쟁이 끝나는 1-2년 후, 이 구조의 하위동맹 단위인 저장 메모리 담당의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공급 위축(시설 과잉) 현실화일 것이다.
지난 10월 2일,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 AI 데이터 센터에서 기술자가 작업하고 있다. 2025.10.2.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AI 동맹에 대한 과감한 인식 전환이 필요
외환위기는 단숨에 극복할 수 있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증시 고성장의 주역은 단연 반도체이며, 그 5-60%대 지분은 외국인 소유다. 이들은 안정적인 생산적 투자자가 아니라 금융적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존재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매도 전략으로 한국 태국 등의 아시아 증시와 외환을 흔들었던 공포의 헤지펀드류의 위협을 기억한다면 이들은 한국 증시 안정과 무관하다는 사실도 눈떠야 한다. 한국증시는 미국증시의 1/30, 단일 금융자본 블랙록의 1/6에 불과하다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여기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미국 중심 AI 반도체 하위 공급에 머물지 않는 멀리 보는 눈, 즉 데이터 주권에 대한 장기시장 전망이 필요하다. 미국 시장은 그 쇠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최대 시장이므로 이로부터 무조건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만용일지 모른다. 그러나 환란이 코앞인 한, 과감한 시각 전환은 불가피하다. 말띠 해의 당면 과제, 고환율 해소는 한국 자본의 해외유출을 막는 시장 변화에 대한 명쾌한 전망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조만간 미국발 AI 반도체 동맹의 균열을 예상한다면, 대규모 현지공장 투자는 위험한 것이다. 오히려 탈 미국 AI 동맹에 대한 과감한 인식 전환과 미래시장을 선도할 저비용 오픈 AI 효율화, 네트워크 공공화, 데이터 민주화 경향으로 흐르는 동향에 대한 관심이 요청된다.
달러 중심 외환시장 지각 변동, 달러 집중 탈피해야
둘째 미국의 달러 재패권화 시도는 불발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까지 행태로 보면 외환당국은 이미 기정사실화 된 달러가치의 세계적 추락에 대해 거의 간과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 위안화의 결제통화로의 부상, 비트코인 같은 비법화 디지털 암호화폐의 세력화, 세계 동시다발 자국화폐 스테이블코인 움직임, 금 매입 경쟁, 금값 폭등 등은 결국 달러 중심 외환시장의 지각 변동이 진행 중임을 의미한다. 이를 외면하고 외환당국이 고집스럽게 달러 매집에 주력한다면 환란 극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재정도 넉넉치 않으면서 언제까지 외평채 기금 인상같은 부수적 수단에 의존할 것인가. 최근의 두드러진 고환율 국가는 미국의 동맹현대화, 동맹국 약탈식 투자 압박에 처한 한국 일본이라는 사실을 어찌할 것인가. 솔직히 이렇게 털리면서까지 얻어내는 이익이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차라리 고환율 수익을 기대하는 환란 인용 세력의 존재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수출기업들은 은연중 고환율 효과를 기대할 것이나, 금융자본 고도화시대에는 투기자본 개입과 환란 빌미라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종합하면 환율 급등은 위험한 현상, 환란 방지가 더 우선순위다. 외환 방어를 위해 다양한 세계 금융자산의 보유형태로 분산하는 방어적 화폐중립화가 충분히 보충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지난해 세계 시장의 변화, 다양한 화폐중립화의 흐름을 놓치고 미국시장, 달러에만 집중한 결과가 오늘의 외환위기 현상 아닌가. 그렇다면 대처 방법도 결코 복잡하지 않다. 외환 위험을 감내하고 부가수단에 연연하는 접근을 버리고 시대 흐름에 따라 근본문제에 접근하는 길을 여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첫발을 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번 한 금융위기 토론회에서 한미협상 팩트시트에 대한 국회비준 여부를 질문한 적이 있다. 비준절차로 진행하지 않을 듯한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내심 이 불공평한 협상에 비준을 거절했으면 하는 질문요지였지만, 이제 와서 보면 문서로 합법화 하지 않는 것도 차선책이라는 생각이다. 피같은 수천억 달러 외환을 주구장창 10여년 간 땡빚처럼 갚을 걸 생각하니 앞날이 캄캄한 데, 트럼프 퇴임 때까지 적당한 시점에서 지지부진 주는 듯 마는 듯 밀고 당기면 어쩔 건가. 내 코가 석자다. 또 한 번의 환란은 절대 사양이다.
지난 9월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세 명이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공개 편지를 썼다. 편지에는 한국인 소유 현지 공장에서 일하며 감내해야 했던 7년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임신부 해고 관행과 반복적 단기계약을 참지 못해 목소리를 내자마자 해고당했고, 법원이 부당해고 판결을 했음에도 복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비극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두 편의 기사를 통해 이를 전한다. 두번 째 편에서는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과 비슷한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담았다.
해방과 전쟁 뒤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1961년 92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어느덧 3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 사이 수많은 기업이 성장했고,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공급망을 구축하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 이야기만은 아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9930개의 한국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있다. 그 중 7263개는 아시아로 갔다. 다음은 북미 1065개, 유럽 1010개, 중남미 268개, 중동 214개 순이다.
한국 기업이 아시아를 주로 찾는 이유를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지리적 이점으로 인한 물류비용 절감은 물론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취약한 규제환경을 노린 것이다. 이는 기업의 생리에 가까운 활동이기에 이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문제는 한국사회에도 만연한 노동법 위반, 노조 탄압 같은 악습도 함께 수출됐다는 것이다. 임신부 해고, 반복적 단기계약 등에 항의하며 노조를 만든 캄보디아 CIK 노동자들이 해고된 일은 그 축소판이다. 심지어는 복직을 명한 현지 법원의 확정판결마저 무시되는 지경이다.
▲캄보디아의 한 의류공장(자료사진). ⓒ연합뉴스
한국 기업의 노동 착취·탄압, 한 기업만의 문제 아니다
한 회사의 일만은 아니다. 휴먼라이츠나우,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등이 함께 발간한 <노동 환경 및 아시아 다국적 기업>(2024) 보고서는 비슷한 사례로 넘쳐난다. 특히 CIK와 같은 의류산업은 "해외 한국 기업의 인권 침해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야"로 지목된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사모아에서 한국인 소유 의류 공장인 대우사사모아가 1999년 200여 명의 중국·베트남인 노동자를 감금하고 신체적 학대, 폭행 등을 동반한 강제노동을 시켰다. 이 사업주는 미 법원에서 실형 40년을 선고받았다.
다음으로 2006년 필리핀에서는 필스전이라는 회사의 한국인 기업주가 현지 대법원이 인정한 합법적 노조를 폭력배를 고용해 탄압했다. 이에 두 여성 노동자가 농성을 이어가자 괴한을 동원해 그들을 납치하기까지 했다.
비교적 최근인 2018년에도 인도네시아에서 SKB라는 회사의 사장이 약 60억 원의 임금을 체불한 뒤 자취를 감쳤다. 다른 구제책을 찾지 못한 300여 명의 인도네시아 노동자는 공장을 검거하고 자카르타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앞에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도 열었다.
한국 정부가 이런 일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SKB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체불임금 문제의 해결을 지시했다. 이에 한국 경찰 등 관계 당국이 움직임에 나섰고, 노동자들은 체불된 임금을 받았다.
이는 예외적인 일이다. 사건 직후 코로나19가 발생해 국제 교류 자체가 줄며 비슷한 일에 대한 구조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오죽하면 휴먼라이트나우는보고서에서 "한국 공장주의 임금 절도와 갑작스러운 도주는 흔한 일"이라고 기록했다.
이밖에도 보고서에는 미얀마 군부와 결탁한 포스코 인터내셔널의 가스전 개발,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직업성 질병, 환경오염, 장시간 노동, 근로계약 위반 등 문제를 일으킨 일 등 다른 산업 분야의 인권·환경 침해 이야기도 기록돼 있다.
▲기업인권네트워크가 2019년 3월 20일 오전11시 광화문 광장에서 "도망간 한국 기업주는 즉각 노동자 앞에 서라!"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공익인권법센터 어필
한국 기업의 해외 착취 막으려면…구조적 대책, 정부 태도 변화 병행돼야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며 노동권·인권 문제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기업의 공급망 윤리와 관련한 법제를 다듬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참고할 만한 사례는 유럽에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직원 1000명·세계 순매출액 4억 5000만 유로(약 7800억 원)이 넘는 역내 기업', 'EU 내 순매출액 4억 5000만 유로를 넘는 역외 기업'에 공급망 내 모든 업체에 대한 인권 실사 의무를 지우고 인권·환경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하게 하는 지침을 만들어 회원국에 입법 의무를 부여했다.
한국에는 비슷한 법이 없다. 21대 국회에서 상시 노동자 500명 이상, 매출액 2000 억 원 이상 기업에 국내외 공급망 전체에 대한 인권·환경 실사 의무를 부과하고, 미이행 기업에 공공조달 입찰 제한, 과태료 및 형사책임 부과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한 차례 폐기됐다.
이후 22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이 발의됐으나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되면, 예컨대 CIK에서 제품을 납품받은 롯데쇼핑, 이마트 등에 공급망 윤리 실사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외교 행정 차원에서도 EU는 유럽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지역에 회원국 합동 사무소를 두고 기업에 공급망 윤리를 지키라고 안내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사관에 기업 민원을 다루는 상무관은 파견하면서도, 노동 문제를 다루는 노무관은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소수 국가에만 파견하는 등 상대적으로 공급망 윤리에 무감하다.
시민사회에서는 법과 제도를 논하기에 앞서, CIK 사례와 같이 한국기업이 현지 법원 판결을 짓밟아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에 대해서는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한 행정적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국제인권운동을 오래 했지만, 한국 기업이 현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최소한 확정판결이 난 일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도 현지 법을 존중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캄보디아 노동자들도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CIK 사안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관련해서 그는 "한국인 기업주에게 요청해 노사 간 교섭 자리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대사관에도 연락해 봤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고 답했다.
나 국장은 "현지 법조차 지키지 않는 기업을 내버려두는 지금 같은 정부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어떤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물론 사회 전체가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관심을 가져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로봇·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분야는 물론,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도 중국에 따라잡혔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절대 우위를 누리고 있지만,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칩 등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생산 인프라 등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넘어서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4~7일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등으로 한-중 관계 회복이 속도를 내는 것에 발맞춰, 달라진 산업 여건을 반영한 협력 관계의 재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겨레가 입수한 산업연구원의 ‘중국제조 2025 주요 산업의 한·중 경쟁력 비교’ 자료를 보면, 한국은 자동차(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차 포함)·로봇·반도체 등 3대 산업 분야 경쟁력에서 대부분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앞서 지난해 9월 전문가 인터뷰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진단한 결과다.
연구원은 중국이 2015년 발표한 중장기 산업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집중 육성한 10대 핵심 산업 가운데 반도체 등 3대 산업 분야를 특정해 해당 산업의 전체 가치사슬(밸류체인)과 기술·가격·품질 경쟁력 등을 구체적으로 비교했다. 국책연구기관이 이처럼 특정 업종을 세분화해 경쟁력 우위를 따져본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석 결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 종합 경쟁력은 한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반도체 산업의 가치사슬 평가 항목 8개 중 칩 연구·개발(R&D), 완제품 생산, 제품 서비스, 자국 내 수요 등 4개 항목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섰다. 반면 한국은 소재·부품·장비 확보 등 공급망과 국외 수요 등에서만 중국 대비 우위였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로 핵심 장비 조달과 자국산 칩의 수출 등에 제약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국만의 강점이 거의 없는 셈이다.
또한 반도체 산업의 세부 분야별 기술·가격·인프라 등 30개 평가 항목 가운데 절반 이상인 19개(63.3%) 항목에서 중국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제조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술력 등을 빼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인프라 분야에서 중국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인공지능 대형 모델이 경쟁하며 발전했고, 반도체 자주 연구·개발에 새로운 진전이 있었다”며 “중국은 혁신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인공지능 칩을 포함한 반도체 설계 분야에선 기술·가격·인프라 모두 중국이 한국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웨이·캠브리콘 등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칩 자립에 성공하며 이제는 한국이 중국산 첨단 반도체를 사다 써야 할 판이다. 중국 칭화대 반도체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던 이우근 성균관대 교수(반도체융합공학과)는 “중국의 목표는 반도체 수출이 아니라 자국 내수용을 만드는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자국 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수만 3500개 이상으로, 전체 팹리스가 150개도 되지 않는 한국에 견줘 자생력과 잠재력이 크다”고 했다.
중국의 로봇·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차 종합 경쟁력(가치사슬 부문)은 한국을 이미 앞지른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개발부터 조달 공급망, 생산과 서비스, 시장 수요 등 모든 단계에서 한국에 견줘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전체 1~7점 중 점수가 중간인 4점보다 높으면 ‘중국 우위’, 낮으면 ‘한국 우위’라고 할 때 자율주행차(5.3점)·로봇·전기차(각 5.0점)·배터리(4.8점) 모두 중국이 한국을 앞섰다.
산업별 세부 평가 항목을 보면 중국의 기술 약진이 더욱 뚜렷하게 확인된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중국은 개발 및 설계, 소재·부품 조달, 완제품 생산 및 사후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앞서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자율주행차의 핵심인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고정밀 지도 등의 경쟁력에서도 중국에 크게 못 미쳤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이 로봇 제품 개발·설계 능력을 뺀 전 분야에서 사실상 중국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사를 담당한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연구팀장은 “로봇 산업의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한·중이 경합을 벌이고 있지만, 인프라·가격 등은 중국이 우위이며 자율주행은 중국이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제조 강국인 중국의 기술 생태계와 첨단 시장을 어떻게 활용할지 협력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중 간의 뒤집힌 주력 첨단산업 경쟁력 격차가 앞으로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제조2025’ 전략의 목표치를 90% 이상 달성한 데 이어, 그 후속 격인 ‘중국표준 2035’ 전략을 마련해 8대 신산업, 9대 미래산업 육성 및 정부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 30일 세계 최초로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표준’ 초안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시동을 걸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견줘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안전해 ‘꿈의 배터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 없는 까닭에 국제표준도 존재하지 않았다.
백서인 한양대 교수(글로벌문화통상학부)는 “중국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쫓아온 까닭에 우리로선 답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그나마 앞선 분야의 기술력 격차를 유지하며, 중국산의 안보 우려가 있는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중국을 좀 더 똑똑하게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중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12.3 내란 1년이다. 광장의 승리는 눈부셨으나 내란 청산을 향한 길은 아직 험난하다. 세간은 윤석열 복귀를 걱정하나 정세의 본질은 더 깊고 어둡다. 특정 인물의 행태보다 무서운 현실은 국가 기구 요직에 똬리를 튼 부역자들이다. 이들은 서로 감싸며 내란 범죄를 ‘합법’으로 세탁하려 치밀하게 움직인다.
감옥에 있어야 할 자들이 사법부, 검찰, 군 요직에 앉아 민주주의 법과 제도를 방패 삼아 음모를 꾸민다. 영장 기각으로 증거 인멸 시간을 벌어주고 재판을 무한정 지연하며 슬그머니 복귀하는 행태는 단순 버티기가 아니다. 국가 폭력 주역들이 독버섯처럼 번식해 다시 정권을 찬탈할 토양을 만드는 ‘내란 안착’ 기획이다. 이번에 내란의 뿌리를 완전히 도려내지 못하면 우리 역사는 쿠데타와 항쟁이라는 악순환에 영원히 갇힌다.
베일 벗는 ‘외환’ 실체, 미국은 침묵의 공범인가
내란 청산 핵심 과제는 12.3 당시 벌어진 ‘외환(外患)’ 실체 규명이다. 민주당이 특검법에 외환죄를 넣으려 하자 미국이 보인 이례적 우려는 역설적으로 그들 급소가 어디인지 보여준다. 한미연합사 체제 아래 한국군의 대규모 군사 행동을 미국이 몰랐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평양 무인기 침투와 대북전단 살포, 계엄 당시 국군심리전단 움직임은 미국의 묵인 없이 불가능하다. 여인형 메모에 적힌 ‘평양 타격’ 시나리오는 당시 미 행정부가 패권 유지를 위해 한반도 국지전을 방치했을지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을 낳는다. 예속 동맹 구조를 청산하지 않고 근원적인 주권 회복은 없다. 맹목적 혈맹 신화에서 벗어나 내란에 대한 ‘침묵의 파트너’ 미국 책임을 엄중히 묻는 일이 외환 청산 시작이다.
6.3 지방선거, 주권자 표로 내란정당 해산하라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는 내란과 외환 잔재를 청산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단순히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내란 동조 세력의 정치 기반을 뿌리째 뽑는 ‘정치혁명 공간’이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구국의 결단”이라 미화하며 탄핵을 저지한 그순간 이미 공당 자격을 잃었다. 독일이 나치당을 해산해 과거와 단절했듯 우리 주권자는 투표로 국민의힘이라는 ‘반국가 정치 결사체’에 실질적 해산 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번 선거는 내란 세력이 뿌리 내린 토착 카르텔을 해체하는 투쟁이다. 이들이 다시는 정치권에 발붙이지 못하게 지역적 기반을 거세하는 대중적 심판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진보정치 약진 없이 내란 청산 없다
진보정당 약진은 절박하다. 내란 청산 칼자루를 쥔 더불어민주당 행보는 우려스럽다. 그들은 ‘중도보수’를 자처하며 내란 부역자와 타협하고 ‘국민 통합’ 명분으로 면죄부를 주는 우를 범한다. 민주당 내 친미동맹파들이 미국 눈치를 보며 사회대개혁을 뒤로 미루는 현실은 민주당만으로 내란 청산을 완성할 수 없음을 증명한다.
개혁 동력은 가장 선명하고 전투적인 곳에서 나온다. 진보당을 비롯한 진보 민중진영이 강력한 제3축으로 일어서야 흔들리는 민주당을 내란 청산 투쟁으로 견인할 수 있다. 진보정치 약진은 보수양당의 적대적 공생 관계에 파열구를 내는 유일한 길이다. 진보가 승리하는 만큼 청산 강도는 높아지고 사회대개혁 속도는 빨라진다.
2026년, 결연한 주권자 결단으로 봄을 부르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두 가지 시대 요청을 마주한다. 내란 세력 본거지를 표로 들이쳐 정치 명줄을 끊는 일, 그 빈자리에 진보정치라는 새 주춧돌을 놓는 일이다.
내란정당 국민의힘은 단죄와 해산 대상이며 민주당은 투쟁으로 개혁 길에 세워야 할 대상이다. 이 동력의 핵심은 진보정당 자강과 약진에 있다. 진보정당 성장이 곧 내란 청산 완결임을 잊지 말자. 12.3 어둠을 뚫고 나온 주권자 지성은 이제 6.3 투표함으로 모여야 한다. 12.3 겨울을 완전히 끝내고 진정한 정치혁명 봄을 맞이하는 힘은 오직 민중의 결연한 결단에 달렸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