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땐 근로계약서 쓴다던 증인들 법정선 번복…수업 명목 동원에 단역 출연료는 석 달에 20만원
4년 전 제기된 송현옥 교수 갑질 의혹, 방실침입 재판 증인신문서 사실로 확인
취재 현장선 급여 준다던 배우·조교, 법정에선 학생 근로계약서 안 썼다 번복
송현옥 측 명예훼손·선거법 고소 모두 무혐의…방실침입도 대법원 무죄
2026-05-27 06:36:10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인 송현옥 세종대 교수가 자기 수업 수강생을 극단 공연에 동원해 온 정황이 법정 증언으로 사실로 확인됐다. 송현옥 교수가 운영하는 극단 물결의 연습 현장을 취재했을 때, 배우들은 근로계약서를 쓰고 급여도 준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사람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서는 정반대로 진술했다.
이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4년 전 지방선거 때다. 당시 언론은 강의실을 찾아간 취재가 방실침입 고소로 번진 사실에만 주목했고, 정작 학생 동원 실태는 묻혔다. 그 재판은 무죄로 끝났다. 오세훈 시장이 다시 선거에 나선 가운데, 재판 과정에서 나온 증인신문 진술이 이번 보도로 드러났다.
현장 취재 땐 쓴다더니 법정선 번복
취재는 한 건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송현옥 교수에게 해명을 요구했지만 연락을 피했다. 결국 학생들이 연습 중이던 세종대 강의실을 직접 찾았다. 그 자리에서 근로계약서를 쓰느냐고 묻자 배우들은 "저희는 다 씁니다"라고 답했다. 최저임금도 지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배우와 조연출은 뒷날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취재하러 간 당시 학생 배우의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위증을 하면 처벌받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준다던 말도 사실과 멀었다. 재판에서 공개된 출연계약서엔 단역 학생 배우의 출연료가 20만원으로 적혀 있었다. 석 달 연습과 여덟 차례 공연을 합친 대가다. 안무를 맡은 이영찬 교수는 연습 기간의 임금을 주지 않는 이유를 수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에게 돈을 줄 이유가 없고, 무대에 오른 공연에 대해서만 출연료를 준다는 논리였다. 이 출연계약서조차 보도가 나간 뒤에야 작성됐다. 그 전에는 출연료를 준다는 약속도 없었다.
수업 명목으로 밤 10시까지
송현옥 교수 쪽은 이 연습을 '수업을 통한 공연'이라고 불렀다. 재판 과정에서 처음 나온 표현이었다. 상업 공연을 위한 연습에 수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규 수업은 수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였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날은 목요일이었다.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주연 배우는 연습 시간을 묻는 질문에 "저희는 모이면 오후 2시부터 밤 10시 정도까지 합니다"라고 답했다. 수업일도 아닌 날 밤늦게까지 이어진 연습을 어떻게 수업이라 부르느냐고 추궁했지만 증인들은 또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반대신문에서 수강생은 16명인데 연습에는 9~10명만 나온 점을 짚었다. 나머지 학생이 수업을 받지 않은 것이냐는 물음에 증인은 답하지 못했다.
출연계약서를 보면 코러스 배우는 8월부터 11월 3일까지 연습한 뒤 11월 4일부터 8일까지 무대에 올랐다. 공연 장소는 세종대였고, 제작사는 극단 물결이었다. 출연료 20만원은 그마저도 공연이 끝난 뒤에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15만원짜리 계약서도 있었다. 비중 있는 배우라야 300만원 안팎이었다. 이 공연은 대사보다 몸의 움직임이 두드러진 무용극이어서 연습 강도가 셌다.
학점으로 묶인 동원
학생들이 거부하기 어려웠던 까닭은 따로 있었다. 공연이 끝나면 그 공연을 근거로 학점이 매겨졌다. 한 증인은 공연이 상업 연극이긴 해도 배우들이 "학점을 부여받는 수업의 연장선"이었다고 진술했다. 공연에 캐스팅된 학생들은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연습에 묶였다. 송현옥 교수는 강좌를 두 개 열어 같은 학생들이 양쪽에 모두 등록하게 했다. 정규 수업이 없는 요일에도 학생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짜임이었다. 송현옥 교수는 연극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다. 학점과 졸업은 물론 졸업 뒤 무대에 설 기회까지 교수의 손에 달려 있었다. 한번 찍히면 길이 막힌다는 두려움에 학생들은 연습을 마다하지 못했다.
송현옥 교수는 정작 연습 현장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연습실을 찾았을 때도 교수는 없었고, 대학원생인 조연출 황모씨가 연습을 이끌고 있었다. 학생이 학생을 지도하는 구조였다. 황모씨는 법정에서 자신이 학생을 지도한 것은 아니라고 했고, 주연 배우 역시 강사비나 경비를 받은 적이 없으며 지도라고 할 수도 없다고 인정했다.
연습실 독점에 밀려난 졸업반
극단 물결은 본래 따로 연습장을 두고 있었다. 송현옥 교수는 그 연습장을 다른 극단에 빌려주고, 정작 상업 공연 연습은 세종대 교내 연습실에서 했다. 학생들이 써야 할 연습실을 극단 공연이 차지하면서, 졸업 공연을 준비하던 3·4학년 학생들은 연습 장소를 잃었다. 한 증인도 이런 불만이 나온 것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부산국제연극제 폐막작으로 오른 '귀여운 여인'에 조직위원회는 4000만원을 일괄 지급했다. 사무국장은 극단이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따로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극단은 그 돈을 받아 학생 배우에게는 20만원, 15만원을 쥐여 줬다. 당시 부산국제연극제 조직위원장은 박형준 부산시장이었다.
무혐의·무죄로 끝난 고소
송현옥 교수와 딸 오주원씨는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의혹 보도를 문제 삼아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딸이 주연을 독점했다는 보도, 부산국제연극제 폐막작에 안무조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허위 스펙이라 한 보도, 학생들이 개런티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보도, 학교 공간을 사적으로 썼다는 보도가 모두 고소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들 혐의는 전부 '혐의없음'으로 끝났다. 함께 고소된 방실침입 혐의만 기소됐지만, 이마저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가 나왔다.
오주원씨는 부산국제연극제 폐막작에 안무조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연습 현장에서 확인된 그의 역할은 한 달에 두어 번 음료수와 빵을 사 오는 정도였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시장에게 부인의 갑질 의혹을 직접 묻자, "방송 갑질 하지 마세요"라고 되받았다. 방실침입 무죄는 일찌감치 확신했다. 다만 그 재판을 학생 노동의 실체를 기록으로 남기는 기회로 삼았다. 피고인 신분으로 직접 증인을 신문하며 파고든 증언이 이번 보도의 바탕이 됐다. 오세훈 시장이 내건 구호는 '약자와의 동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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