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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내란, 민들레가 여전히 필요하다면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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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을 중단하신 분들, 중단을 고려하는 분들,

처음으로 후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께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 영상 중. K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내란 세력이 준동할 때마다 떠오르는 '계엄의 밤'

내란 세력과 그 잔당이 수시로 준동할 때마다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계엄의 밤'을 떠올립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40분쯤 다급한 전화를 받고 TV를 켰을 때 마주했던 윤석열의 그 광기 어린 표정. 국민을 상대로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상체를 구부정하게 앞으로 숙인 채 두 팔을 뻗어 연설대 위에 올려놓은 공격적인 자세. 그리고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 등등 악에 받친 듯한 표현에서 느껴지던 그 번뜩이는 살기.

편집국장 역할을 겸한 편집인으로서 곧바로 PC를 켜고 민들레 단체대화방을 통해 대략적인 기사 아이템을 배분한 뒤 데스크 업무를 보다가, 편집 담당 에디터가 휴가를 급거 취소하고 복귀하면서 저도 제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언론들이 실시간 상황을 전달하는 속보성 스트레이트 기사를 쏟아낼 때, 맥락과 관점을 중시하는 민들레로서 윤석열이 왜 이런 폭주극을 감행했는지 배경을 분석하는 <명태균 게이트, 특검 조여오자 최후의 몸부림쳤나>라는 제목의 직설적인 해설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기사를 쓰기 시작할 때 사실 본능적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손이 미세하게 떨리더군요. 집 앞에서 경찰 수사관 4명에게 붙들려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당했던 경험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이번엔 당장이라도 군인들이 집 문을 박차고 들어올 것 같았습니다. 아내도 행여 제가 잡혀갈까 봐 안절부절…. 비상계엄령이 국회에서 해제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시점이었니까요. 김어준 씨처럼 살해 위험까지 느낄 정도는 아니더라도, 민들레가 엄혹하던 윤석열 정권 초기에 태동해 '대항 언론' '대안 언론'을 기치로 시종 '전투적 글쓰기'에 전념해온 만큼 계엄당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 보듯 뻔해 보였습니다. 다만 시간문제일 뿐.

기사를 좀 완곡하게 쓸까 하는 '자체 검열'의 유혹도 잠시 일었으나, 곧 정신을 수습하고 원래 하던 대로 타협 없이 써 내려갔습니다. 이 기사를 출고하고 어디론가 끌려가도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었습니다. 밤 11시쯤 나온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면서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에 의하여 처단한다"고 서슬 퍼런 엄포를 놓고 있었으니까요. 윤석열 정권엔 하나같이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일삼는 집단으로 인식됐을 민들레 에디터와 기자들이 다 비슷한 각오였을 겁니다. 국회에서 극적으로 계엄을 해제한 뒤에도 '이대로 끝날 리가…'하고 2차 계엄을 우려하며 새벽을 맞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당시 민들레 단톡방에서 긴박하게 오갔던 대화들을 찾아보니 새삼 그날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신을 찾아온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인사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2025.10.13. 연합뉴스

기득권 카르텔과 극우 집단에 미국 마가 세력까지 '불안 증폭'

'계엄의 밤'에 느꼈던 실존적 공포감이 지금도 때때로 엄습하는 것은, 민주 시민들 대다수가 실감하듯 내란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지난한 과정을 거쳐 윤석열과 김건희를 구치소까진 보냈지만,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판을 뒤집고 구체제로 회귀하려는 기득권 카르텔과 극우 파시스트 집단의 반동은 정권 교체 뒤에도 노골적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좌파 척결'과 사리사욕을 위해서라면 글자 그대로 나라도 팔아먹을 매국 집단에 미국 '마가(MAGA)' 세력까지 연계돼 이재명 정부를 협공하고 있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합니다. 한국 극우 진영은 트럼프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을 제거해줄 것이라며 그날만 학수고대하고 있죠. 서울을 비롯한 전국 도심 곳곳에 어마무시하게(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표현) 내걸린 '6·3 대선은 부정선거' '가짜 대통령' '중국인은 간첩' 운운하는 현수막들이 이들의 발작적 심리를 웅변하는 듯합니다.

그중에서도 제도권 극우를 대표하는 국민의힘은 '깽판'에 가까운 온갖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망동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기 일쑤이고, 안 그래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적대적인 다수 언론은 그런 국힘 주장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보도를 포털 사이트를 통해 무수히 유포하며 공세를 나날이 강화해갑니다. 당대표 취임 때부터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호언했던 장동혁 대표는 수감 중인 윤석열을 기어이 면회한 뒤 "좌파 정권으로 무너지는 자유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하나로 뭉쳐 싸우자" "민주당도 곧 전직 대통령을 면회할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라면서 제2의 내란 선동에 거침이 없습니다.

특히 내란 종식의 최대 걸림돌이 조희대 사법부라는 점이 불안감을 증폭시킵니다. 사상 초유의 '사법 쿠데타'에 실패한 이후에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조선일보를 위시한 수구보수 언론의 엄호 속에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한덕수 전 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이 '수원지법 3인방'을 주축으로 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에 의해 줄줄이 기각되면서, 과연 윤석열 재판을 지귀연 부장판사가 언제 어떻게 결론낼지 불확실성은 커져만 갑니다. 급기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신임하는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조 대법원장이 계엄 이후인 올해 1월 서울고법원장으로 발탁하고 2월엔 중앙선관위원으로도 지명한 인물)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을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진행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공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자체를 무효로 만들 수도 있다는 협박이자 선전포고로 들리는데, 최근 일선 법원장과 판사들 태반이 정부·여당에 대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기류와 맞물려 심상치 않은 징후로 해석됩니다.

 

주요 신문사 매출액 도표. 미디어오늘

민들레의 역할 여전히 필요하지만 재정 갈수록 악화

민들레는 촛불 시민들의 이런 위기의식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래서 기득권 카르텔과 내란 세력의 기만적 여론몰이에 대항하는 '독립언론' 민들레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믿고 한정된 인력이 생산하는 기사와 칼럼의 소재 및 방향도 핵심 전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기성 언론 대부분이 쓰는 사안을 민들레까지 다룰 필요나 여력이 없기도 합니다). 몇 안 되는 진보 매체들이 민주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어용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비판 강박증'을 보이고 보수 진영이 설정한 프레임에 쉽게 휩쓸리곤 하면서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샀던 점을 각별히 성찰하며 탄생한 민들레인 만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점도 늘 유념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국내외 환경에서 출범해 첩첩산중을 헤쳐나가면서도 집권 초기부터 '중대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해 일관되게 추진하고 보수 진영이 극렬 반발하는 '노란봉투법'과 '더 세진 상법 개정안' '노동절 부활' 등을 관철시키며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한을 풀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이재명 정부의 민생·개혁 노선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기대가 바탕에 있음은 물론입니다. 주요 과제로 꼽히는 검찰 개혁의 경우 '친윤' 검사들이 호시탐탐 발호하면서 혹시 되치기를 당하는 게 아닐까 하는 시민들의 일부 우려가 있고 민들레에서도 주변 참모들에 대한 비판 기사를 여러 번 쓰기도 했습니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확고한 문제의식과 의지를 갖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검찰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참모들을 '단도리'하고 있다는 얘기를 여러 경로로 들으며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촛불 시민들과 국민주권정부가 윤석열 정권이 구석구석 무너뜨린 국가 체계를 바로잡고 내란을 청산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민들레도 초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기성 언론과는 대비되는 차별성과 깊이를 갖춘 '일간 텍스트 매체'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윤석열 정권엔 애완견이자 경비견이었으나 이재명 정권엔 감시견 또는 광견으로 표변한 언론들은 변함없이 대기업 광고·협찬, 정부 광고, 포털 클릭 수입으로 배를 불리는 반면 독립언론의 재정은 아직도, 아니 더더욱 옹색하기만 합니다. 지난해 6월 <'애완견' 전성시대와 '감시견' 민들레의 현실>이라는 민들레 편지를 올린 바 있는데 그때보다 악화가 됐으니 면목이 없습니다.

독립언론의 물적 토대를 갖추기 위해 '후원자 1만 명'을 목표로 창간한 이래 민들레 사이트 가입자는 점점 늘어 전체 회원 수가 현재 1만 4500명에 달합니다만, 6500명 부근까지 갔던 후원 독자 수는 오히려 줄어 5000명 선도 무너질 듯 위태롭습니다. 텍스트 기반 콘텐츠의 유료화 모델로 상당한 관심을 받았으나 결국 경영에 실패하고 회사를 매각한 박소령 전 퍼블리 대표의 언론 인터뷰를 얼마 전에 읽다가 "창업 초반엔 책 사는 데 월 5만~10만 원 정도 쓰는 콘텐츠 헤비 유저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관련 콘텐츠를 월 구독료 2만 1900원에 공급했다. 머릿수가 5000명을 넘기 힘들더라"고 토로한 대목에 한동안 눈길이 꽂혔습니다. '기사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한 현실에서 월 1만~2만 원 내는 텍스트 매체 후원 독자 수를 더 끌어올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건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며 손을 잡고 있다. 2025.9.4. 연합뉴스

민들레 후원을 중단하는 여러 이유와 독자층의 분화

민들레 구성원들이 더욱 걱정하는 부분은 정권 교체 이후에 후원 독자 이탈이 추세적으로 굳어지는 듯한 흐름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윤석열이 파면되고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촛불 시민들의 긴장감도 종전보다 느슨해진 측면이 있어 후원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제도 어려운데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충분히 헤아립니다. 저도 전 직장을 그만두면서 주머니 사정 탓에 시민사회단체 후원을 여러 곳 끊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보다 더 민들레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부분은 진보적 독자층의 일종의 분열 또는 분화 양상입니다. 정확한 수치를 집계할 순 없지만 조국혁신당은 물론 민주당 관련 인사들 기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후원과 연결시키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는 듯합니다. 이전에는 민들레에서 거의 볼 수 없던 현상인데, 가령 <내란세력 준동 계속되는데 또 양비론, '김어준 죽이기'>에 달린 "이런 논조의 기사가 불편해서 민들레 후원 끊었어요. (…) 민들레도 계엄 날 이재명의 라이브 부탁을 거절하고 도망가 숨은 것에 부끄러움도 못 느끼는 김어준의 방패막이 되어 주더군요"라는 댓글을 읽으며 글자 그대로 기운이 쭉 빠졌습니다. 김어준 씨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를 수는 있으나 그를 주제로 다룬 기사(단순한 방송 인용을 제외하고) 자체가 민들레에 극히 드물었는데도 다른 수많은 기사와 칼럼을 제치고 후원 중단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착잡하더군요. 윤석열 정권 시절 김어준 씨가 탄압받고 뭇 언론에 의해 매도당할 때 민들레에 어쩌다 그에 관한 글이 실리면 응원 일색이었는데 지금은 긍정과 부정이 반반으로 나뉜 듯합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을 두고서도 몇 가지 단편적이고 주관적인 근거를 들어 민들레 논조를 못마땅해하고 필자를 향해 막말과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댓글을 다는 분들까지 있습니다.

새삼 말씀드리지만 민들레 에디터와 기자들은 사실과 진실을 좇아 저널리즘적 양심과 소신에 따라 '뉴스 밸류'를 판단하며, 지금은 무엇보다 '내란 종식'에 최우선 가치를 둬 보도하고 논평할 뿐 그 어떤 사적 이익이나 정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고 무슨 혜택은커녕 덕을 본 바가 일절 없습니다. 대통령 비판이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만약 개혁 노선에서 탈선한다는 판단이 서면 언제든지 매섭게 회초리 또는 몽둥이를 들게 되겠죠. 김어준 씨를 포함해 민주당 관련 개별 인사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민들레 이미지. 챗GPT

상업광고 없는 '청정지대' 독립언론의 꿈 계속 키울 수 있도록

민들레가 부족한 점도 있고 애초에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만, 특정 사안에 관한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 등에 따라 현재 추세대로 후원 독자가 계속 줄면 민들레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고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은 다른 진보 매체는 아무리 촛불 시민들의 원성을 사는 보도를 해도 어차피 광고·협찬에 기대 운영하는 탓에 꿈쩍도 안 합니다만, 민들레가 창간 정신을 버리고 광고주들에게 문을 활짝 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민들레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독자층의 저변이 넓어져 포털 입점(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독자 여러분께 따로 보고드리겠습니다)도 머지않은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시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내부 구성원들에겐 매일의 고민거리입니다.

민들레 기사를 오래 봐온 분들은 '왜 이 에디터 이름이 요새 안 보이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 에디터들은 퇴사했습니다. 저마다의 과정이 있으나 민들레 재정 형편과 근무 환경이 적잖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저는 창간 때부터 편집인으로 일하다 올해 1월 물러나고 다른 에디터가 그 직무를 맡았는데, 그분이 6월 대선 직후 다른 언론사로 옮기면서 다시 겸직을 하게 됐습니다.

대표적 경제지에서 현직 논설위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합류했을 만큼 민들레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분이고 저도 할 수만 있다면 붙잡고 싶었습니다만, 월 250만 원의 봉급 실수령액(민들레 에디터들은 직책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월급을 받습니다)으로 '법카'도 없이 대외 활동을 하고 생계를 꾸려가기가 여의치 않았던 사정을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은행 대출이 잔뜩 남은 50대 중반 나이에 전 직장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입으로 지내다 보면 이런저런 상념에 들 때가 있습니다.

민들레 에디터들은 다들 윤석열 등장 이후 언론의 행태를 더 견딜 수 없어 조금이라도 지형을 바꿔보고자 모인 사람들이고, 사명감을 원동력 삼아 떠난 자들의 몫까지 메우려 매일 녹록지 않은 업무량(외부 원고들도 에디터들이 분담해 데스크를 보고 편집합니다)을 감당하고 있습니다만, 창간 초기 불가피하게 외부에서 조달한 억대의 차입금도 갚지 못한 상태에서 '긴축 경영'이 더 장기화, 심화하면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민들레 광장'의 정규 필진에게 드리는 원고료를 정상화(적어도 삭감 이전으로 원상복구)하고, 감사하게도 꾸준히 증가하는 '민들레 들판' 기고자 및 시민기자분들께도 적정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은 에디터들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합니다. 앞으로 포털에 진입해 기사 주목도와 영향력이 훨씬 커지면 갖가지 '전략적 봉쇄소송'에 직면할 위험도 급상승할 텐데 현 상태로는 민형사 소송 몇 건만 당해도 휘청이게 될 것이라는 점은 편집인으로서 또 한 가지 근심거리입니다. 저는 사실 윤석열 정권 퇴진 및 민주 정부로의 교체라는 민들레 창간 목표는 달성됐으니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이쯤에서 해산해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기울기도 했습니다만, 동료들과 독자들에 의지해 이 고비를 또 넘겨보자는 마음으로 각오를 새롭게 다졌습니다.

민들레가 인력을 충분히 보강해 제2, 제3의 내란 세력과 최선봉에서 싸울 수 있도록, 상업광고 없는 '청정지대' 독립언론의 꿈을 계속 키워갈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성원해주시길 독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후원 중단을 고려하는 분들, 이미 중단하신 분들은 민들레가 창간 이래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한 번쯤 재고해주시고, 후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도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흔쾌히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독초가 무성한 한국의 언론 풍토에서 꼭 필요한 민들레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자립 경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독자분들께 혹 부담이 될까 오랫동안 주저하다 쓴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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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펙, 트럼프의 '쇼' 아닌 이재명의 '전략'이 펼쳐지는 무대 돼야

 [기고] 트럼프의 유령외교: 반(反)외교적 외교의 귀환

이번 2025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또다시 북미대화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등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와 벨라루스 방문 소식이 맞물리면서 혹시 다시 한 번 북미 정상이 극적인 회동을 연출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관측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2019년 오사카 G20 직후 판문점에서 벌어진 '번개 회동'을 지금의 경주 APEC에 대입하는 것은 국제질서의 변화를 무시한 단선적 상상에 가깝다.

 

2019년과 2025년은 전혀 다른 세계다. 북한에게 2019년 미국은 생존을 위한 협상의 필요충분조건이었다. 미중 경쟁의 틀 안에서도 외교적 협상형 국제질서가 작동하던 시기였다. 트럼프의 판문점 방문은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극적 장면을 만들어내며 외교와 이벤트가 교차하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2025년의 세계는 미중러 3개의 강대국이 혼재한 '무극의 진영화'이자 강대국 중심의 카르텔 구조가 고착된 시기다. 협상의 공간은 사라지고 외교는 각자도생의 무대에서 연출되는 정치 퍼포먼스로 전락했다.

 

최근 북한이 '자주·전승·혈맹' 담론을 강조하며 러시아와 중국, 베트남까지 포함한 새로운 연대의 장면을 연출한 것은 결코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다. 평양의 무대에서 김정은은 더 이상 트럼프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는 이미 전승국의 지도자, 핵보유국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했다.

하노이의 실패가 남긴 교훈은 단 하나였다. 김정은에게 미국과의 대화는 더 이상 체제 보장이나 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흔드는 위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김정은에게 트럼프와의 재회는 영광이 아니라 굴욕이며, 혈맹 담론을 희생시키는 정치적 모순이다.

 

트럼프에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는 이제 미국 내에서조차 신뢰를 잃은 정치적 유령이다. 의회와 사법, 언론의 견제 속에서 그가 의지할 것은 정책이 아니라 무대다. 트럼프에게 외교는 협상이 아니라 장면이고, 국제정치는 쇼 비즈니스다. 그가 다시 북한 카드를 꺼낸다면 그것은 회담이 아니라 연출, 대화가 아니라 독백일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김정은의 이름을 언급하고, "나만이 그를 다룰 수 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다시 세계의 중심에 선 듯한 착각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트럼프식 '유령외교(Phantom Diplomacy)'의 본질이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언급을 공식 회담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것을 미국 내 분열과 외교적 혼란을 보여주는 증거로 활용할 것이다. 북은 트럼프를 대화의 상대로서가 아니라, 자기선전에 유용한 정치적 재료로 소비할 가능성이 높다. 북미 간의 실질적 교류는 부재하지만, 상징적 언급과 상호 활용만이 남는 '유령적 관계'가 이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경주 APEC을 계기로 한 북미정상회담은 공간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북한은 이미 남북관계를 헌법적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구역으로 오는 것은 체제 논리상 불가능하며, 트럼프가 북측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 역시 모순이다. 제3국 회동도 일정상 불가능하다. 즉, 물리적 조건만으로도 경주 APEC을 계기로 '북미대화 재연'은 불가능하다.

 

결국 남는 것은 회담이 아니라 이벤트, 협상이 아니라 연출이다. 트럼프는 쉽게 무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외교를 실질적 협상이 아니라 '장면의 정치'로 이해한다. 이번 APEC 기간 중 DMZ나 판문점 인근에서 단독 행보를 보인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연출이며, 외교가 아니라 쇼 비즈니스다. 문제는 그 '쇼'가 단순한 허상으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트럼프에게 외교는 형식이 내용이 되는 영역이다. 쇼 비즈니스에서 '연출'은 곧 '내용'이다.

 

그가 만약 DMZ를 배경으로 "나는 평화를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면 북미회담 없이도 강력한 정치 행위가 된다. 그는 한국을 우회해 한반도 안보문제를 '나와 김정은'의 1:1 구도로 프레임화할 것이다. 결국 한국의 외교채널을 무력화하고, APEC이라는 다자무대를 개인 정치의 도구로 바꾸는 행위다. 실패하더라도 손해는 없다. 그는 "나는 대화의 문을 열었지만 상대가 응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평화의 이미지는 가져가고 책임은 상대에게 전가할 수 있다.

 

이처럼 트럼프의 '유령외교'는 내용이 없는 외교가 아니다. 오히려 외교의 제도와 질서를 파괴하는 '반(反)외교적 외교'로서 실질적 파괴력을 갖는다. 그것은 정상 외교의 시스템을 비틀고 외교를 이벤트로 치환하여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매우 불편하지만 현실적인 힘을 가진다. 외교에 '유령'은 실체가 없지만 그 영향은 실재한다.

 

그렇다고 북한은 단순히 트럼프의 유령극을 소비하는 수동적 존재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독백을 인정하거나 무시함으로써 쇼의 흥행을 좌우할 수 있는 연출자의 위치에 설 수 있다. 북한이 완전한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트럼프의 퍼포먼스는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반대로 김여정 명의의 조롱 담화 하나로 트럼프의 독백을 '정상외교'가 아닌 '촌극'으로 격하시킬 수도 있다. 북한은 트럼프 유령외교의 관객이 아니라 '연출 감독'으로서 판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무대는 트럼프(주연 배우)와 김정은(연출 감독)의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내부정치와 북한의 체제정치가 서로의 연극을 필요로 한다. 북미 모두 외교를 정치의 연극으로 만들고 있지만, 그 연극의 무대가 한반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가 이 무대에 '페이스 메이커'나 '중재자'로 끼어들려 하면 오히려 들러리로 전락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전략은 그들의 무대를 중재하거나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대를 넘어서는 것이 되어야 한다. 트럼프의 쇼와 북한의 맞대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APEC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며 중국·일본 등 실질적 파트너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 대응이다. 과감히 '유령외교'의 무대를 거부하고 새롭게 무대를 장악해야 한다.

 

유령에 맞서기 위해 우리도 유령이 될 수는 없다. 실력은 실체에서 나온다. 진짜 문제는 북미회담이 열리느냐가 아니라 외교의 실체가 사라진 자리에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면이 아니라 구조이며, 쇼가 아니라 제도이다. 트럼프의 쇼가 아니라, 우리의 전략이 이 무대를 설계해야 한다. 전략적 자율성이라는 외교의 실체를 복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한 번 타인의 연극 속에서 관객이나 조연으로 남게 될 것이다.

 

▲ 사진 공유 플랫폼 플리커 백악관 공식 계정에 올라온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플리커.

김동엽

김동엽 교수는 해군과 국방부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1년 중령으로 예편했습니다. 국방부에서 북핵과 군사회담을 담당했고, 예편 이후에는 북한대학원대학교 민족공동체지도자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지금은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저술 및 연구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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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 외무상,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예방

‘한반도 긴장 고조 주요 원인은 미 정책 때문’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10.28 07:26
  •  
  •  수정 2025.10.28 07:32
  •  
  •  댓글 0
 
27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한 최선희 북 외무상. [사진-주북러시아대사관]
27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한 최선희 북 외무상. [사진-주북러시아대사관]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했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에 따르면, 최 외무상은 푸틴 대통령에게 “바쁜 와중에도 이 만남을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신을 만나 기쁘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관계와 발전 전망에 대해 베이징에서 상세하게 논의했다”면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계획’의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최선희 외무상은 “당신이 김정은 동지와 매우 따뜻한 만남을 가졌다고 들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앞서, 최 외무상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회담했다고 러시아 외교부가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제3차 유라시아국제안보컨퍼런스 참석차 (벨라루스) 민스크로 가는 길에 (모스크바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며 “당신이 이 중요한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유라시아와 다른 지역에서 정의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한다는 공동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3일 평양에서 열린 ‘쿠르스크 해방작전 영웅 기념비 착공식’을 거론한 뒤 “조선 친구들과 함께 러시아 전문가, 건축가, 조각가들이 이 프로젝트 개발 및 실행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짚었다. “계획대로라면 2026년 2월에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오늘도 주요 양자 문제를 계속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국제정세와 귀 지역 및 유라시아 지역 상황, 유엔 및 다른 다자 장소에서 우리의 노력을 조율할 데 대해 확실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는 지난해 6월과 지난 9월 이뤄진 북러 정상 간 합의 이행에 유의하면서 실질 협력을 비롯한 양국관계 발전 현안이 집중 논의됐다.   

양측은 한반도와 동북아, 전 세계적 긴장 고조의 주요 원인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공격적인 정책 때문이라는 인식을 같이 했으며 “러시아 측은 조선 지도부가 국가주권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을 전적으로 지지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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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계층 10명 중 3명만 ‘저소득 탈출’...양극화 심화

2023년 소득이동통계 결과 발표, 소득이동성 34.1%...역대 최저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소득이동통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0.27. ⓒ뉴시

  • 김백겸
    •  기자 kbg@vop.co.kr


      지난 2023년 소득계층 이동성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34.1%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하위 20%인 1분위와 상위 20%인 5분위를 유지하는 비율이 높아 소득 양극화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가데이터처가 27일 발표한 '2023년 소득이동통계'에 따르면 2023년 근로·사업소득을 기준으로 소득 분위의 상승이나 하락을 경험한 비중 즉, 소득이동성은 34.1%로 집계됐다. 전년 34.9%보다 0.8%p(포인트) 줄어든 수치로, 통계를 추적한 2017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이중 소득 분위가 상승한 상향 이동은 17.3%, 반대로 소득 분위가 하락한 하향 이동은 16.8%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각각 0.3%p, 0.5%p 감소했다. 소득 분위를 전년에 이어 유지한 비율은 전년보다 0.8%p 늘어난 65.9%다.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득이동성이 감소했다는 건 전년보다 소득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좀 더 늘었다는 의미"라며 "고령화의 영향, 경제성장률이 저성장 기조로 하락 추이에 있는 부분 때문에 계속적으로 소득이동 상향과 하향이 다 줄어드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득 상·하위 20%에서 소득이동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소득 1분위(하위 20%)에 이어 2023년에도 1분위를 유지한 비율은 70.1%로 집계됐다. 반면 1년 사이 1분위를 벗어난 비율(탈출률)은 29.9%로 전년보다 1.0%p 줄었다. 1년 동안 1분위에 속한 사람들 10명 중 3명 만이 소득 분위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반면 5분위(상위 20%)는 85.9%가 그대로 5분위를 유지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2017년 1분위에 있던 사람 중 2023년까지 7년 동안 1분위를 벗어나지 못한 비율은 27.8%에 달했다. 또 같은 기간 5분위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59.3%로 훨씬 높았다. 소득 상위 20%에 한번 진입하면 절반 이상이 장기간 고소득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득이동성이 활발한 것은 중간 소득 계층이었다. 2023년 소득 2분위의 소득이동성은 48.6%, 3분위는 44.0%, 4분위는 34.0%로 나타났다.

      고소득 계층으로 진입하는 비율은 극히 낮았다. 2022년 1~4분위에서 2023년 5분위로 이동하는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종합하면 1분위, 5분위에 있는 사람들의 수입은 고착되는 비율이 높고, 중간 분위에서만 계층이동이 이뤄진다. 고소득층으로 진입하는 비율도 높지 않다. 저소득층이 되면 이를 탈출하기 어렵고, 고소득층은 계속 높은 소득을 계속 유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이야기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 실장은 "1분위에서 벗어나기 쉬운 사람들은 빨리 벗어나지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1분위를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2023년 소득이동통계 ⓒ국가데이터처

      성별로 보면 여성의 소득이동성은 35.2%로, 남성 33.3%보다 높았다. 여성의 상향 이동은 18.1%, 하향 이동은 17.1%였고, 남성은 상향·하향이 각각 16.6%였다. 다만 소득분포를 보면 남성은 4·5분위(23.3%, 27.9%) 비중이, 여성은 1·2·3분위(26.2%, 23.8%, 23.3%) 비중이 큰 것으로 집계돼 남성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청년층 이동성은 40.4%로 가장 높았고, 중장년층 31.5%, 노년층 25.0%다. 청년층은 상향이동(23.0%)이 하향이동(17.4%)보다 많은 반면, 중장년층(상향 14.7%, 하향 16.8%)과 노년층(상향 9.9%, 하향 15.1%)은 하향이동 비율이 상향이동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과 2023년 모두 유소득자인 청년층 중에서 중간 기간(2018~2022년)에 일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한 '간헐적 취업자' 비중은 16.6%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12.8%, 여성은 21.3%로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간헐적 취업자의 전체 소득이동성은 68.3%로 '지속 취업자'(58.4%)보다 높았지만, 하향 비율이 높았다. 2~5분위 모든 구간에서 간헐적 취업자의 하향 비율은 25.7%로, 지속 취업자(20.7%)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1분위 탈출률에서는 지속 취업자(75.8%)가 간헐적 취업자(62.7%)보다 13.1%p 높았다. 5분위 유지율 또한 지속 취업자(79.5%)가 간헐적 취업자(27.0%)보다 52.5%p 높았다.

      최 실장은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에 머무르는 사람이 상향 이동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정부 정책이 일자리의 지속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데이터처는 인구주택총조사 등록센서스와 국세청 소득자료를 연계해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동일 개인을 2년 연속 추적, 소득분위 변동을 분석했다. 이번 소득이동통계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발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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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6채 보유' 장동혁에 민주당 "의원 주택 보유 현황 전수조사하자"

 국민의힘에 "국회의원 주택 보유 현황 전수조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부동산 자산 6채를 보유한 것을 두고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공세를 정쟁용이라고 비판하며 "국회의원 주택 보유 현황을 전수조사하자"고 역공에 나섰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실과 민주당 국회의원 중에 다주택 보유자가 많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국민의힘은 의원 전수조사는 해보셨냐, 국회의원 주택 보유 현황 전수 조사에 대한 제안에 응답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장동혁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6채가 모두 실거주용이라고 밝혔다. 현재 거주 중인 서울 구로구 아파트와 지역구인 충남 보령 아파트, 노모가 거주 중인 보령 단독주택, 국회 앞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다. 별세한 장인에게 상속받은 경기도 안양 아파트 지분 10분의 1, 경남 진주 아파트 지분 5분의 1도 각각 갖고 있다.

장 대표는 "민주당이 지적하는 아파트 4채는 가격이 6억 6천 만원 정도이며 나머지 것을 다 합쳐도 8억 5천 만원 정도"라며 "민주당이 비판한다면 제가 가진 주택과 토지까지 모두 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가진 장미 아파트나,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와 바꿀 용의가 있다"고 해명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장 대표께서 6채가 모두 실거주용이나 다른 목적이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김병기 원내대표까지 끌어들였다"며 "그 정도는 물타기 해야 자신의 '내로남불'이 가려질 것이라 계산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국민은 장 대표 6채 주택의 사연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국민은 주택을 두 채도 아니고 한 채만이라도 내 집을 갖도록 소망하는 것"이라며 "구구절절한 6채로 절실·간절한 한 채의 꿈을 대신·대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장 대표를 향해 "혹시 장동혁 대표님의 아파트 6채 8억5000만원이 실거래가인가 아니면 공시가격인가. 혹시 공시가격에 의한 것이라면 스스로 사실을 밝혀주시길 요청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설치한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 단장직을 즉시 사퇴하고, 주택 안정화 협력 특위로 이름을 바꾸든지 아니면 주택 싹쓸이 위원장으로 새로 취임하시든지 선택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께서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사퇴만이 정답인 것처럼 법석을 떨더니, 사퇴하니까 이제 정책 모두를 바꾸라고 난리다"라며 "메신저가 사라지니 이제는 정책 자체를 흔들어대는 것이다. 꼬리로 머리를 흔들어대는 전형적인 정치 공세의 수법, 수순"이라고 했다.

 

그는 "장 대표께 묻는다. 10·15 대책이 정말 빵점(0점)인가. 국민의힘의 주장만 100점인가. 윤석열 정부 3년간 대한민국을 이렇게 망쳐놓고도 아직도 할 말이 있나"라며 "10·15 대책에 대해 부족한 점이 있으면, 또 걱정되는 점이 있으면 차분하게 지적해달라"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주택 현황 전수 조사 제안과 관련, "당연히 민주당도 포함된다. (국민의힘이) 제안에 동의하시면 구체적인 방법 등을 서로 협의하면 된다"며 "결과 처리 문제도 제안이 받아들여진 이후 협의해야 될 문제"라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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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한문혁 또 사달…'이종호 술자리' 왜 숨겼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0/27 09:19
  • 수정일
    2025/10/27 09: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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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10.26 21:30

  • 수정 2025.10.26 22:20

  • 댓글 0

파견 검사 40명 "검찰 복귀하겠다" 입장문 주도

김건희 특검 8개 수사팀 중 최선임 '수사1팀장'

도이치모터스 수사 이끌며 '이종호 만남' 함구

4년 전에도 수사…지인 소개로 우연히 술자리?

한우 식당에서 1차, 지인 자택에서 2차 이어져

"도이치 관련자인 줄 몰랐다" 해명 의문투성이

"이종호"라고 소개하자 "블랙펄?" 물었다 증언

특검, 파견 해제 조치…대검, 곧바로 감찰 착수

김건희 특검팀 한문혁 부장검사(아랫줄 가운데)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서 근무하던 2021년 7월쯤 지인의 자택에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윗줄 가운데)와 술자리를 갖는 사진. 이 전 대표 측에서 특검팀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온 한문혁 부장검사가 김건희 측근이자 이 사건 핵심 당사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과거 술자리를 가졌던 사실이 드러났다.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특검 측은 한 부장검사의 파견을 해제해 검찰로 돌려보냈고, 대검찰청은 곧바로 진상 규명을 위한 감찰에 착수했다.

한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김건희 특검팀 파견 검사 40명 전원이 검찰청으로 '원대 복귀'시켜달라는 입장문을 낼 당시 8개 수사팀 중 최선임자인 수사1팀장으로서 입장문 작성 및 제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해당 입장문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 개혁 방침에 사실상 반기를 든 내용을 담고 있어 공무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집단 항명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26일 언론 공지를 통해 "파견근무 중이던 한문혁 부장검사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된 사실관계가 확인됐다"며 "23일 자로 검찰에 파견 해제 요청을 해 27일 자로 검찰에 복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 부장검사가 과거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시기 '컨트롤타워'로서 김건희 계좌를 직접 관리한 이종호 전 대표를 사적으로 만난 적이 있음에도 이를 특검 측에 알리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특검팀은 최근 이 전 대표 측 인사로부터 한 부장검사와의 4년 전 술자리 사실과 현장 사진 등을 제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8.5. 연합뉴스

한 부장검사가 이날 내놓은 '이종호 만남 관련 경위'라는 제목의 입장문에 따르면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 부부장으로 근무하던 2021년 7월쯤 아이들 건강 문제로 상의하면서 친해진 의사와의 식사 자리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났다. 주말 저녁 약속 장소인 의사의 자택(서울 성동구 소재) 근처 식당에 가 보니 한 여성과 낯선 남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의사가 이 전 대표를 "오후에 업무 회의가 있어서 만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합석을 해도 되는지 물었고, 간단히 인사한 후 식사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의사의 자택으로 이동해 의사 지인 손님이 몇 명 더 왔고 함께 술과 배달 음식을 먹고 헤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술자리를 함께한 사람은 한 부장검사와 이 전 대표, 의사 최모 씨, 지방 정치권 관계자 B 씨, B 씨의 지인, 연예인 준비생 등 6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장검사는 입장문을 통해 "제 행동으로 인해 논란을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종호가 당시) 자신에 대해 구체적인 소개를 하지 않아 도이치모터스 관련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명함이나 연락처도 교환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이 전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2021년 9월 하순 입건돼 그해 10월 하순 구속된 만큼 술자리를 가졌을 때는 이 사건 피의자가 아니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무슨 목적으로 접근했는지, 2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한 부장검사는 왜 지금까지 함구했는지 등 의문점이 허다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범과 담당 부부장검사가 어쩌다 만났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공교로워 '우연한 동석'이라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전·현직 검사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에 대해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법기술을 발휘해 어떻게든 축소·은폐한 사례가 부지기수인 만큼 실제 진상은 감찰, 나아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은 26일 파견 중인 한문혁 검사가 검찰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 검사가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2013년 수사 결과를 발표 중인 모습. 2025.10.26. 연합뉴스 자료사진

식당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전 대표가 "이종호입니다"라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한 부장검사가 "블랙펄?"이라고 물었고, 그렇다고 답하자 한 부장검사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고 이 전 대표는 주장한다. 그럼에도 최 씨가 "(이 전 대표는) 친한 형님이고 (한 부장검사는) 친한 동생"이라고 얘기해서 자리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의사 최 씨의 자택 근처 한우 식당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 뒤 그 비용을 누가 계산했는지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한 부장검사는 자신의 밥값으로 현금 10만 원을 최 씨에게 건넸다고 기억하는 반면, 이 전 대표는 30만 원 안팎의 식사비를 자신이 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서 김건희 수사를 진척시키지 못하던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7월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2부장으로 발령 났다가 올해 4월 서울고검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기수사를 결정하자 5월에 재수사팀에 합류해 다시 이 사건을 맡았다. 이후 6월에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돼 팀장으로 수사를 이끌어왔으며, 8월엔 검찰 인사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으로 발령 난 상태다.

대검찰청은 한 부장검사 특검 파견이 해제됐지만 현 보직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으로 복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법무부와 협의해 27일 자로 수원고검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대검은 언론 공지를 통해 "한 부장검사에 대해 특검으로부터 최근 관련 내용을 제공받아 곧바로 감찰에 착수했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선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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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5.10.27 07:39

▲ 지난 8월 한-일 정상회담 등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리고 이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개최되는 등 이재명 정부가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맞는다. 27일 주요 신문에선 이재명 정부를 향해 ‘국익 중심 실용외교’ 역량 발휘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온라인 스캠 범죄 대응 공조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같은 날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한 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이달 31일부터 11월1일까지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등 21개 회원국 정상 등이 경북 경주에 모인다. 이번 회의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상용화라는 전지구적 변화의 물결, 미국발 관세 전쟁이 초래한 정세적 혼돈 속에 열리며 글로벌 경제와 새로운 국제 질서의 향방을 가늠할 외교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이 차례로 이뤄질 예정이며, 한-일 정상회담 일정도 조율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북한을 “일종의 핵 보유국”으로 칭하며 김 위원장이 연락해 온다면 만나겠다고 밝혔다. 관련해 동아일보는 1면 기사 <트럼프 “北, 일종의 핵보유국” 김정은 만남 제안>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방한 기간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에 나설 의지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며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며 핵 폐기 대신 핵 동결 또는 핵 군축 협상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APEC 정상회의의 또 다른 관심거리로 ‘경주 선언’이라 이를 만한 공동선언이 나올 것인지, 나올 경우 ‘자유 무역’ 관련 언급이 포함될지를 꼽았다. 한겨레는 기사 <미·중 정상 첫 동시 국빈방한…20개국 정상들 숨가쁜 외교전>에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린 아펙 정상회의 공동선언에는 모두 ‘세계무역기구(WTO)가 그 핵심을 이루는 규칙 기반의 다자간 무역체제’라는 표현이 담겼다”며 “그러나 최근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주요국 간 통상 갈등으로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있어 올해 회의에서도 예년 수준의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 “외교 슈퍼위크, 이재명 정부 국익과 실용 택해야”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재명 정부가 국익과 실용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국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과 이행 방안 등을 두고 미국이 마지막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되, 국익과 상업적 합리성을 잃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선 “11년 만의 국빈 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한-중 관계 복원의 출발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당부했고, 일정을 조율 중인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극우적 성향이 우려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도 긍정적인 한-일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아무쪼록 이번 아펙 정상회의는 개최국으로서 전체 회의를 안정적으로 치러내 전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로 만드는 것과 함께, 미·중·일 등의 양자 회담을 통해 우리 국익을 지켜내야 하는 두가지 숙제를 동시에 수행해내야 한다”며 “전방위적 외교 과제 앞에 국익과 실용을 최우선에 두고 긴장과 세심함을 잃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도 사설을 내고 이번 한 주가 “이재명 대통령이 누차 강조해온 ‘국익을 지키는 실용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줄 시기”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난제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시기·방법을 놓고 여전히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는 관세협상”이라며 “통상여건 악화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조속한 매듭이 필요하지만, APEC 시한에 맞추느라 협상 타결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 대통령 다짐대로 ‘국익에 반하는 합의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막바지 협상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APEC 회원국들 간 협력을 조율하고 국제사회에 유익한 논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철저한 준비와 빈틈없는 진행으로 초대형 정상외교가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의장국인 한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고 한·미, 한·중 사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전기도 마련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외교당국자들이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은 일종의 핵보유국’ 발언에 대해선 우려가 나온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트럼프의 방한 중 깜짝 회동이 실제로 성사돼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복귀한다면 그 자체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미국이 북한의 핵을 사실상 인정한다면 한반도는 핵의 위협 속에 놓이게 된다”며 “우리 머리 위에 핵을 이고 살아야 하는 최악의 결과다. 동북아 ‘핵 도미노’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목표를 위해 국제 안보 질서, 특히 동북아 핵 질서를 흔드는 일이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된다. 북·미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그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완전한 비핵화’가 원칙이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이런 우려를 미국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북·미 접촉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 역시 사설에서 “트럼프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비핵화는 물 건너 간다. ‘미국 우선주의’ 입장에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만 없애고 중·단거리 미사일을 그대로 두면 한국은 핵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며 “‘정치 쇼’를 좋아하는 트럼프 성향을 김정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북·중, 북·러 관계가 순풍인 상황에서 ‘핵 보유’까지 언급하기 시작한 트럼프를 이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원철 ‘이재명 무죄’ 발언, 조선일보 “법제처장이 대통령 개인 변호 자리인가”

조원철 법제처장이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5개 사건 12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데 대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두 무죄”라고 주장했다. 조 처장은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사 출신이다. 이를 두고 일부 신문에선 ‘법제처의 책임자가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사설을 내고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에 대해 법제처장이 유무죄를, 그것도 국정감사장에서 주장해도 되나”라고 물으며 “부적절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조 처장은 공직을 맡고서도 여전히 이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전 정부 비난하더니 정권을 잡자 한술 더 뜬다”며 “조 처장 같은 사람이 계속 나오면 공직을 ‘대통령 방탄용’으로 나눠 줬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중앙일보 역시 관련 사설을 내고 “법제처 수장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두둔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법제처의) 책임자가 마치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판이 중단된 상태에서 유무죄를 언급하는 것은 법적으로 무의미하며, 정치적 논란만 키울 뿐”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법제처가 정권의 ‘법률 방패’처럼 행동하거나 정치적 편파성 시비에 휘말린다면 국민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사법 문제에 대한 평가는 법원의 몫이지 행정부 공직자가 함부로 언급할 일이 아니다. 국가 법제의 수장이 법치의 경계를 허물어선 안 된다”고 했다.

▲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도 “행정부 내 법령 해석 최고 권위 기관인 법제처의 수장이 재판 중 사건에 대해 무죄를 단정한 것은 사법 독립을 침해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조 처장은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장동·성남FC 사건 변호인으로 임명 때부터 ‘이해 충돌’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그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며 “법제처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개인적 인연이나 정치적 신의가 아니라 헌법에 대한 존중과 국민 앞에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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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잣 생산지의 비극... 목사가 보여준 잔혹한 광경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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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10/27 08:57
  • 수정일
    2025/10/27 08:5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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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환경생태 현장르포]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 반대 투쟁하는 박성율 목사

사회 차성덕(gloomy114)0

25.10.27 06:40최종 업데이트 25.10.27 06:40

박성율 목사는 길 위에 있다. 십자가와 저항의 깃발을 들고, 설교 대신 구호를 외치며 힘없는 이들 곁을 지킨다. 지난 9월, 그를 만나러 강원도 홍천을 찾았을 때도 박성율 목사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이제 막 도착한 차였다. 산황산 골프장 추가 건설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직접 트럭을 몰고 다녀왔단다.

"뭐가 많죠? 투쟁할 때 필요한 모든 걸 여기 싣고 다니거든요."

집기로 꽉 찬 운전석을 치우며 그가 말했다. 트럭은 박성율 목사의 교회였다. 연대가 필요한 곳이라면 그는 어디든 달려간다. 그의 트럭이 멈춘 곳에서 열리는 '강원 생명 평화 기도회'는 10월 17일, 671차를 맞이했다. 박성율 목사가 강원도 환경운동에 앞장서게 된 것은 2008년, 골프장 건설로 살던 땅에서 강제로 쫓겨나게 된 홍천군 두촌면 괘석리 주민들을 위해 '토지난민연대'를 꾸려 목소리를 내면서부터다. 그 후로 강원도 난개발을 둘러싼 투쟁엔 늘 그가 있었다. 현재 원주녹색연합 공동대표이기도 한 박성율 목사는 지금,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에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된 7여 년 긴 싸움의 최전선에 서 있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한 사람만 있다면..."

2025.6.10.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반대 기자회견 현장의 박성율 목사성덕

"국민이나 주민을 위한 개발은 아니에요. 저는 그건 확실하다고 봅니다."

풍천리는 잣으로 유명한 강원도 산골 마을이다. 1936년 일제 강점기 때 마을 숲에 심어진 잣나무들은 100년의 세월 동안 1800헥타르에 이르는 국내 최대 잣나무 숲을 이루었다. 숲에서 채취된 잣은 우리나라 잣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며 한 세기 가까이 마을 사람들의 생존을 든든히 책임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달,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의 집이기도 하다. 그런 풍천리에 양수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잣나무 11만 2천 그루가 벌목되거나 훼손되고 51가구는 수몰되어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당할 예정이다.

박성율 목사는 소개할 사람이 있다며 산자락 아래 다소곳이 자리한 어느 집으로 향했다.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아래 주민대책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창후의 자택이었다. 그는 대표도 부대표도 공석이 돼버린 주민대책위원회에 남은 유일한 임원이랬다.

"여기(풍천리)서 태어났어요. 어려서부터 활동했던 고향이죠. 동네 산도 물도 참 좋아요. 한여름에도 선풍기도 거의 안 틀어도 될 정도로 시원하고요. 공기도 깨끗하고, 사람들 인심도 좋고요…. 둥지가 가장 편하죠. 외지로 나갈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이창후)"

이창후에게 투쟁이니 운동이니 그런 건 먼 이야기였다.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에서 태어나 올해 환갑을 맞이한 그는, 양봉업과 잣을 수확하는 일로 온 생계를 꾸려왔다. 선대가 살아왔듯이 자연이 준 것에 감사하는 소박하고 순순한 삶이었다. 그런데 2018년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이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 그에게 이장은 목소리를 낮췄다. 혼자만 알고 있으라며 풍천리에 양수발전소가 들어서게 됐단 소식을 흘렸다. 아찔해진 이창후는 주민들에 이 소식을 알렸다. 양수발전소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부터 해야 좋을지 막막했다. 객관적으로 사안을 보고 구체적인 문제 제기와 대응 방법을 함께 찾을 사람이 필요했다. 그때 구원투수처럼 떠오른 이가 바로 박성율 목사였다.

"'싸우다 그만둘 거면 같이 못 한다. 보상이나 다른 목적이라면 함께 할 수 없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한 사람만 있다면 끝까지 하겠다.' 그게 저의 유일한 요구사항이었어요. 포기하지 않을 각오를 해야 지켜낼 수 있으니까요."

박성율 목사는 자신을 찾아온 이창후의 손을 기꺼이 맞잡았다.

박성율 목사를 가운데에 두고 이창후와 그의 어머니 허춘자님이 환하게 웃고 있다. 처음 서로 손잡았을 때의 약속처럼 박성율 목사와 이창후는 이 투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다.성덕

박성율 목사가 합류한 주민대책위원회는 2019년 3월, 홍천군에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립 반대' 민원을 접수했다. 당시 홍천군수(허필옹)는 3월 21일 "풍천리 주민들이 원치 않는다면 양수발전소 유치를 하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했고, 홍천군의회는 3월 28일 그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홍천군은 약속을 번복했다. 군수가 주민들에게 했던 약속은 뒤로 한 채 4월 17일, 주민들의 알권리를 주장하며 주민 설명회를 강행한 것이다. 양수발전소 찬성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다고, 박성율 목사가 덧붙였다.

그러나 군의 뜻과는 반대로 주민들은 설명회를 통해 양수발전소 건립이 추진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송전탑이 세워지고 고압선이 홍천리 일대를 지난다는 몰랐던 사실도 드러났다. 게다가 양수발전소 설립을 찬성하며 주민 설명회를 유도했던, 'A면 이장 협의회' 이름으로 전달된 주민 설명회 건의서도 이장 한사람의 뜻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민 보상 내용 또한 불충분했다. 피해지역에 가구마다 7500만원의 보상을 준다는 소문에 대해 한수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토지 강제수용으로 쫓겨나는 주민들에게 시세보다 3~4배 보상을 더 해준다던 것도 공시지가의 감정평가에 기준 하는 보상임도 확인했다. 쉽게 말해 당연한 것을 혜택인 양 포장한 거였다.

실상을 확인한 주민들은 분개했다. 결국 주민들은 2019년 4월 19일 밤샘 농성 끝에 홍천군수로부터 양수발전소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재차 받아 냈다. 그러나 두 번째 약속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군수는 끝내 홍천 풍천리양수발전소 사업을 유치했다. 홍천리 주민들의 투쟁은 본격화했다.

민주적인 절차를 외면하는 행정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안에 뛰어드는 만장일치 토론이야말로 가장 민주적이며 건강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박성율 목사는 이번 투쟁에서도 주민들이 주도하는 토론을 통해 주민대책위원회 내부 회의를 이끌었다.

"힘을 가진 소수 세력의 다수결로 중대 사안이 결정되는 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모든 활동에서 전적으로 구성원 간에 만장일치를 추구해요.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한 번씩 발언하는 게 기본 규칙인데요. 반대면 반대, 찬성이면 찬성이라고 자기 의견과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예외는 없어요. 회의에서 발언하려면 각자가 공부해야 해요. 공부하다 보면 이 문제에 대해 알게 되고, 주인의식이 생겨요. 자기가 싸우는 이유를 스스로 알게 되니까 흔들리지 않게 되는 겁니다."

처음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걸 주저하던 주민들은 토론이 거듭될수록 자기 의견을 내는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토론이 안 끝나서 2박 3일 동안 먹고 자고 한 적도 있어요. 어떤 사안이든지 만장일치를 해야 끝나니까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는 거죠. 회의 중간에 잠깐 쉬면서 담배를 태우다가도 또 서로 이야기를 나눠요. 그러면 '죽어도 아니다'라고 했던 사람도 생각이 바뀌어서 들어오기도 하고요."

이러한 주민들의 열정은 작은 성과로 이어졌다. 2024년 7월 1일,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립에 대한 토론회를 이끈 것이다. 이 자리엔 한수원(사업자), 홍천군(지방정부), 시민단체 3자가 참여했다. 주민대책위원회는 다시금 '끝장 토론회'를 제안했다. 끝장 토론회는 1차 토론회부터 2주 후인 7월 15일에 열렸다. 이 토론회에 참석한 한수원 측 홍천양수건설소장은 "홍천군이 양수발전소 개발을 포기하면 한수원과 산자원은 양수발전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마침내 한수원의 양수발전소 계획을 백지화시킬 수 있는 실낱같은 빛이 보이는 듯했다.

이에 주민들은 홍천군수에게 '만장일치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제껏 주민들이 해왔듯 가장 민주적인 방식인 만장일치를 통해 홍천군과 주민 모두에게 이로운 결정을 내리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홍천군수는 '찬반 토론회'를 주장하며 주민들의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양수발전소 개발을 포기하길 요청하며 군수의 답이 올 때까지 군청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들의 기다림은 나흘 동안 이어졌다. 군청에서 군수의 응답을 기다렸을 뿐인 60~80대 주민 7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퇴거 불응'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200만~300만 원씩 총 18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 법 앞에서 약자는 영원한 약자더라고요. 판결할 때 피해자의 의견이나 입장은 참조 사항일 뿐이고요... 힘 있는 자들은 편법을 일삼습니다.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법을 이용하는 거죠. 법이 피해자를 공격하는 무기가 돼버리는 겁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우리로서 양수발전소 반대는 투쟁이라기보다 몸부림이에요. 생계를 지키려는 몸부림… (이창후)"

풍천리 양수발전소 반대운동을 '몸부림'이라고 한 이창후의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양수발전소 건설이 본격화 되어 잣나무 숲이 사라지면, 잣 수확으로 생계를 꾸려온 풍천리 주민들 70~80%의 생존권이 흔들리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양수발전소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제일 쉽게 말하는 게 지역경제 활성화예요. 그런데 풍천리는 이미 국내 최대 잣 생산지로 유명하거든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더 적극적으로 잣을 홍보하고 상품화시키고 잣나무 숲에 트래킹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관광객을 유치시키는 등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왜 굳이 100년 된 숲을 없애고 주민들을 내쫓고 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박성율 목사는 홍천리 양수발전소 설립이 경제적 측면으로 봐도 '비상식적'이라고 일갈했다. 양수발전소 건설에 1조 원 이상이 투입되지만 현재 운영되는 양수발전소들도 적자 행진이다. 양수발전소를 굳이 새로 건립할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거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양수발전은 한수원 재정을 악화시키는 '돈 먹는 하마'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수원이 양수발전소 총 16호기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1323억 원의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2015~2019) 총 적자 규모는 연평균 1408억 원에 달한다. 양수발전은 일평균 가동시간이 3시간도 안 돼 발전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호기별 발전일 평균 발전 시간은 2시간 54분에 불과했으며, 전체 양수발전 16호기의 발전일 평균 발전 시간은 46시간에 그쳤다. (<에너지신문>, "한수원, '돈먹는 하마' 양수발전에 3.6조 투자")

게다가 양수발전소 건립은 시대착오적이며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박성율 목사는 말한다.

"양수발전소는 핵발전소와 쌍을 이루거든요?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낮에는 남아도니까 그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양수발전소를 만드는 거예요. 하지만 지금 전 세계적으로 탈핵을 외치고 있는데, 양수발전소를 또 짓는다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일입니다. 양수발전소는 절대 신기술도, 친환경 기술도 아닙니다. 있던 산을 깎고, 마을을 물에 잠기게 하고, 살던 사람들과 동물들을 못 살게 하고 송전탑을 놓고... 그거 어디에 친환경이 있습니까? 순 파괴뿐이죠."

양수발전 건설 계획 조감도에 보이는. 훼손될 지역(붉은색 안쪽)을 가리키는 박성율 목사. 양수발전은 전력수요가 적은 심야시간대의 전력을 이용하여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려 저장하였다가, 전력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에 상부댐의 물을 하부댐으로 떨어트린 낙차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따라서 양수발전을 위해서는 두 개의 댐이 지어져야 하는데, 이로 인한 지형 파괴 및 생태 훼손은 심각한 문제다.성덕

소리 없는 아우성은 계속된다

투쟁이 시작된 지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동네가 완전히… 양수발전소 문제로 동네가 쪼개졌어요…. 이 문제로 동네 자체가 망가졌어요." 이창후의 목소리에 슬픔이 어렸다.

풍천리에서는 매년 '한마음 잔치'가 열리곤 했다. 70년대 정부의 화전민 이주 정책으로 마을을 떠나게 된 옛 주민들까지 초대해서 풍천리 사람들 모두 함께 어울리는 자리였다. 그러나 양수발전소 문제로 주민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더 이상 한마음 잔치는 열리지 않게 됐단다. 투쟁에 앞장섰던 두 사람은 '빨갱이'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양수발전소 반대 투쟁을 이어나는 중이다.

2025년 6월 10일,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는 대통령실 앞을 찾았다. 이들은 새로운 정부를 향해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할 것과 전국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풍천리 주민들과 더불어 다른 환경단체들이 함께했다. 이날 박성율 목사는 풍천리 주민들을 대표로 새로운 정부 민원실에 의견문이 담긴 서한을 전달했다.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

2025년 8월 1일, 국정기획위원회 홍천양수발전소 반대 기자회견장의 풍천리 주민들.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

2025년 8월 22일, ‘강원생명평화기도회’에 모인 사람들이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와 송전탑 백지화 결의를 다지고 있다. 가운데 박성율 목사가 보인다.강원생명평화기도회

그러나 주민들의 꾸준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한수원은 홍천 양수발전소 1, 2호 토건 공사 시공사로 대우건설을 낙찰했고, 9월 1일, 공사 수주를 주었다. 그러나 끝까지 싸우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여전히 충만해 보였다. 어떤 힘으로 그 긴 시간을 싸울 수 있었냐는 내 질문에 "그냥 일상이 된 거죠"라며 박성율 목사가 웃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듯 하루의 일과 속에 풍천리 양수발전소 반대 운동이 자리 잡은 거였다.

"옳은 일이니까 끝까지 싸운다는 마음도 매우 중요하지만, 생태나 기후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하나의 일로써가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는 활동이 필요해요. 보수도 없고, 인정도 못 받고, 거꾸로 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데도 왜 이걸 하느냐? 삶의 일부니까 하는 거예요. 거기서 꾸준히 투쟁할 힘이 생겨요. (...) 결국 우리가 지향할 삶은 이타적인 삶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내 삶 속에서 실천하는 거죠. 서로 사랑하는 거란? 내가 당하기 싫은 걸 타인에게 하지 않고, 내가 좋은 걸 타인에게 하는 거죠. 그게 바로 '정의'예요. 그 정의를 실천할 때 느껴지는 게 '기쁨'이고, 그 기쁨 속에서 진정한 '평화'가 오게 됩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잣을 수확하러 일어서는 이창후와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트럭에 올랐다. 마을 곳곳에 양수발전소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댐 2개 양수발전소가 관광자원? 아무도 믿지 않을 거짓말!’ 풍천리 마을에 붙은 플래카드.성덕

트럭은 56번 국도로 향했다. 공사 먼지로 뒤덮인 '산촌생태마을 홍천 1리' 표지판을 지나자, 흙이 훤히 드러난 가리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사장 안내 표지판의 공사 목적엔 '홍천양수발전소 건설로 인한 매몰지 내 국도 56호선 이설로 지역 주민과의 교통편의 향상과 홍천양수발전소의 적정 공사기간 확보 및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양수발전소 사업이 통과 되지도 않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된 공사라고 했다.

이설 공사가 한창인 56번 도로 부근의 가리산이 훼손되고 있다.성덕

양수발전소 하부댐이 건설되면 사진에 속에 보이는 기둥 하단 1/3지점까지 물에 잠긴다. 그를 대비해 한수원은 56번 국도를 기둥 위로 끌어 올리는 이설공사를 진행 중이다.성덕

트럭은 공사장을 가로질러 가리산 진입로에 접어들었다.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 이 진입로는 통제될 것이다. 산길을 달리는 차 창 너머 어린이들을 위한 생태체험이 가능했던 '가리산 유아숲체험원'도 폐쇄된 채 방치 중인 게 보였다. 이윽고 산 중턱에 트럭이 멈췄다. 박성율 목사가 보여줄 게 있다며 앞장섰다. 좁은 오솔길을 오르자, 풍천리 전경이 펼쳐졌다. 첩첩이 숲을 이룬 아름다운 산자락에 벌목된 부분이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름답고도 잔혹한 풍경이었다. 박성율 목사는 풍천리 양수발전소 문제가 비단 풍천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 수사자가 새끼들에게 먹을 것을 넉넉히 찢어 주고 암컷들에게 먹이를 잡아 주더니. 제 바위굴을 먹이로, 찢어 놓은 고기로 제 굴을 가득 채우더니. (구약성서 나훔서 2장 13절)

"나훔서 2장엔 아시리아(고대왕국)의 멸망에 대해 쓰여 있어요. 먹지도 않을 고기를 굴에다가 잔뜩 쌓아놓은 사자처럼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타인의 것을 수탈하는 것이 곧 멸망의 길이라고 성경은 말하거든요. 저에겐 이 구절이 오늘날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로 읽혀요."

기후 위기가 현실 문제로 대두되고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 중인 우리의 세계는, 이윤 창출과 팽창의 열망을 연료로 폭주 기관차처럼 달릴 줄밖에 모르는 자본주의적인 방식이 아닌, 다른 가치로 재편돼야 한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저는 우리가 서로 먹고 먹혔으면 좋겠어요. 내가 얻은 것은 누군가의 희생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 '누군가'에는 자연도 포함돼요. 자연은 순환구조예요. 먹고 먹히죠. 최상위 포식자라 해도 죽으면 다시 썩어서 자연의 일부로 환원되고, 그게 다시 1차 생산자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요.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추구하는 구조는 피라미드 구조예요. 계속 위로, 더 위로 성장만 하려고 하죠. 그게 오늘날 인류의 위기이지 않을까요? 아무도 죽으려고 하지 않으면 파괴밖에 없으니까요. 파괴가 계속되면... 결국 종말이죠."

박성율 목사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개개인의 실천도 좋지만, 개발과 환경보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십수 년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 싸웠던 그였다. 그런 그가 새 정부에 바라는 게 무얼까 궁금했다. "글쎄요? 딱히 없는데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허허 웃던 얼굴이 이내 진지해졌다. 잠시 생각하듯 침묵을 지키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정부에) 바라는 건… 산은 산이게 하고, 강은 강이게 하고, 살던 사람은 살던 데서 그대로 살게 두는 겁니다. 멀쩡한 산을 헐어버리고, 잘 살던 사람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다 다른 걸 짓는 무의미한 개발을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뿐입니다."

드론으로 찍은 풍천리의 전경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

[필자 소개] 차성덕 :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이다. 중요하지만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는 것을 세상에 보이게 하고 들리게 하는 게 영화와 르포의 역할이자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이야기의 힘을 굳게 믿는다.

덧붙이는 글 기획 공동진행: <(사)세상과함께>,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자료참조: 한수원 「전략환경영향평가서」 ,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 #풍천양수발전소건설반대 #박성율 #강원생명평화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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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심우정 특활비 ‘명절떡값·셀프수령’···윤석열 의혹도 불붙었다

서울동부지검 ‘먹칠없는’ 자료로 드러난 검찰 특활비 실태···세금 오·남용, 전면 감사·수사 불가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 2024.9.18 ⓒ대통령실 제공
드디어 실체가 드러났다. 검찰 고위직들이 특수활동비를 ‘셀프수령’하고, 명절떡값으로 뿌리는 등 세금을 오·남용한 실태가 증거를 통해서 확인된 것이다.

필자는 2019년 10월부터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들을 대표해서 검찰을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했다. 그리고 2023년 4월 대법원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일부 공개하라’는 취지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2023년 6월 23일 사상 최초로 대검찰청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집행 관련 자료를 공개받았다.

 

 

 

사상 최초로 공개된 특활비 집행명목과 수령인


그러나 검찰로부터 공개받은 특활비 자료에는 온통 먹칠이 칠해져 있었다. 검찰이 집행 명목, 수령인 등 핵심적인 정보를 가리고 공개한 것이다. 그래서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진실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뉴스타파가 검사장이 바뀐 4곳의 검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임은정 검사장이 있는 서울동부지검에서 집행명목과 수령인(수사관은 제외)까지 나와 있는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10월 2일 서울동부지검으로부터 집행내역과 수령인이 나와 있는 ‘먹칠없는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사상 최초로 공개받았다.

그리고 이 자료들을 검증한 결과 검사장의 특활비 ‘셀프 수령’과 같은 심각한 세금 오·남용이 드러났다. 또한 그동안 의혹이 제기되어 왔던 ‘명절 떡값’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셀프 수령’과 ‘명절 떡값’의 장본인은 바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었다.

 

 

 

사실로 드러난 ‘명절 떡값’


심우정 전 총장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근무했다. 그 기간 동안 추석명절과 설명절이 있었다.

그런데 심우정 전 총장은 두 번의 명절을 앞두고 서울동부지검의 모든 부서장과 차장검사 등에게 50만원~100만원씩의 돈봉투를 돌렸다. 전형적인 ‘명절 떡값’이다.

2021년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는 1,16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명절 떡값’으로 사용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 1·2·3·4·5·6부장과 여성아동범죄부장, 사이버범죄형사부장,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에게 특수활동비를 지급했고, 차장검사와 인권보호관 등에게도 특수활동비를 나눠줬다.

2022년 설 명절을 앞두고는 1,35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간부급 검사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검찰이 명절을 앞두고 특활비를 지급한 내역 ⓒ하승수 제공

명절 떡값 의혹은 그동안 윤석열의 특활비 사용과 관련해서도 제기됐던 의혹이다.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4번의 명절을 앞두고 총 2억5천만원을 떡값으로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동부지검 자료를 통해 특활비가 ‘명절 떡값’으로 뿌려져 왔다는 점이 명백하게 확인된 것이다. 심우정의 ‘명절 떡값’이 확인된 것은 윤석열이 뿌렸던 돈도 ‘명절 떡값’이었다는 점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이다.

 

 

 

심우정 등의 셀프 수령


또한 심우정 전 총장의 특활비 셀프 수령도 드러났다. 심우정 전 총장은 명절을 앞둔 때에 부하검사들에게 특활비를 나눠주면서 본인도 셀프 수령을 했다. 예를 들어 2022년 1월 24일 심우정은 100만원의 특활비를 셀프 수령했고, 1월 28일에도 50만원을 추가로 셀프 수령했다. 설명절을 앞두고 심우정 전 총장 자신이 150만원의 특활비를 챙긴 것이다.

 

 

 

심우정 전 총장의 특활비 셀프수령 사례 ⓒ하승수 제공

심우정 전 총장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재임한 13개월 동안 총 2,136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셀프 수령’했다. 그 기간 동안 서울동부지검에서 집행된 특수활동비 총액인 1억4천여만원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런 셀프 수령은 ‘업무상 횡령’이 될 수도 있다. 민간기업의 대표이사도 회사금고에 있는 돈을 가져다가 마음대로 썼다면 그건 횡령이다. 그런데 검사장이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나 정보수집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를 마음대로 가져다 썼다면 그건 횡령일 수밖에 없다.

심우정에게만 셀프 수령 행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8명의 검사장 가운데 5명에게서 셀프 수령 사례가 드러났고, 그 중 3명의 지검장은 셀프 수령한 특활비가 재임기간 동안 사용한 전체 특활비의 10%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셀프 수령건의 경우 카드영수증이 붙어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식당에서 밥값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활동에 사용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경우들이었다.

 

 

 

전면적인 자료공개와 감사·수사가 필요


이번에 서울동부지검의 ‘먹칠없는 특활비’를 통해 그동안 의혹으로 제기되어 왔던 세금 오·남용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심우정 등의 특활비 셀프수령, 명절 떡값 등의 행태가 모두 증거자료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서울동부지검만의 문제도 아니고, 심우정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 특활비 자료의 전면적인 공개가 필요하다.

서울동부지검은 공개 가능했는데, 다른 검찰청은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모든 검찰청의 특활비 자료는 공개 범위에 대해 다시 검토되어야 하고, 수령인과 집행명목까지 원칙적으로 공개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검찰 특활비 집행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수사가 필요하다. 이런 악질적이고 고질적인 세금 오·남용에 대해 제대로 제재하고 처벌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서 예산을 둘러싼 부패와 낭비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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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경주빵·귤 ‘먹방’…CNN서 “K푸드는 최고 건강식”

“십중팔구는 이 빵을 드시게 될 것”

박현정기자
  • 수정 2025-10-26 01:59
  • 등록 2025-10-25 19:17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미국 시엔엔(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미국 시엔엔(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언론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김밥을 비롯해 경주 황남빵, 제주 귤 등 한국의 먹을 거리를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시엔엔 누리집에 공개된 인터뷰 영상 ‘네, 심지어 한국 대통령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시청한다’에서 “케이(K) 푸드는 전 세계적으로도 건강식으로는 최고일 것”이라고 홍보했다. 경주 황남빵을 기자와 함께 먹으며 “아펙이 열리는 경주에 오시면 십중팔구는 이 빵을 드시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경주의 명물 ‘황남빵’은 외교부 심사를 거쳐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회의 공식 디저트로 선정됐다. 제주 귤에 대해선 “오렌지와 다른데 매우 맛이 좋다”며 먹어보길 권했다.

이 대통령은 제주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대해 “매우 한국적이고 한국 중에서도 아주 특정한 지역 제주이고, 시대로 보면 과거 (이야기인데) 이걸 과연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했다”며 “저 자신도 (이 드라마에) 매우 깊이 빠져들었지만 전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것 자체가 매우 놀라웠다”고 했다.

한국의 문화에 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이 문화의 최고봉은 가치와 질서인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함이 전 세계의 표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난해 12월3일부터 봄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들이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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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조끼' 입은 외국인 유족, 통곡의 이태원... "정의를 원한다"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자식 잃은 슬픔은 이날 이태원역의 공용어였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나흘 앞둔 25일,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처음으로 참사 현장을 찾았다. 곁엔 같은 보라색 조끼를 입은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함께 했다.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는 해밀톤 골목은, 유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슬픔을 토해내는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위로와 슬픔, 울음바다 된 이태원 해밀톤 호텔 골목의 외국인 유족들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을 찾은 희생자 유가족과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서로를 위로하며 고통과 슬픔을 나눴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사고 현장을 살펴본 뒤 유가족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사고 현장을 살펴본 뒤 유가족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희생자 유가족과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참사 현장을 방문한 외국인 희생자 유족은 40여 명이다. 이란, 러시아, 미국, 호주, 중국, 일본, 프랑스,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12개국에서 온 이들은 한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방한해 전날(24일)부터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 현장인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방문하는 것으로 방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유족들이 한국을 방문한 것도, 참사 현장을 찾은 것도 처음이다.

오후 1시 8분. 40여 명의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 유족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도착했다. 한국인 유족과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 유족임을 드러내는 보라색 조끼를 맞춰입은 채였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한국인 유족들이 곧바로 다가가 외국인 유족들을 맞이했다. 현장은 금새 눈물바다가 됐다. 유족들은 너나할 것 없이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울음을 토해냈다. 인종, 나이, 출신국을 불문하고 유족들은 연신 휴지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야 했다. 한 참석자는 보라색 손수건을 꺼내 히잡 쓴 또 다른 외국인 유족의 눈물을 직접 닦아주었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숨결이 흩어진 해밀톤 골목에 닿자, 외국인 유족들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이들은 좁은 골목을 차례로 오르고 헌화하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어떤 이는 미소짓는 딸의 영정사진 액자를 품에 안고 골목을 한바퀴 돌았고, 어떤 이는 추모 공간 한 구석에 멈춰서서 벽에 머리를 박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주황색 해밀톤 호텔 벽을 직접 쓸면서 희생자에 말을 건네는 유족도 있었다. 흰 국화를 든 유족들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일부 유족이 걷기 힘들어 넘어지려 하자 또 다른 유족이 이를 부축하기도 했다.

오열하며 참사 현장을 한바퀴 돌아본 유족은 이내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서로를 끌어 안으며 슬픔을 위로했다. 몇몇 유족은 골목 한켠에 조성된 추모 공간에 포스트잇 메세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들이 한국을 찾은 이유..."설명 불가한 슬픔, 책임자 합당한 처벌 원해"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러시아에서 온 라이나씨(고 크리스티나 가드너씨 여동생)는 참사 현장을 둘러보는 내내 언니의 사진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는 "언니의 작은 영혼의 조각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며 "한국에 있어 2년이나 보지 못하는 언니를 만나려고 약속을 잡는 사이에 언니가 희생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도 가슴이 많이 아프다"며 "책임자들의 처벌을 원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Grace Rached)씨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Joan Rached)씨 역시 한국을 찾은 이유를 "정의를 위해서(for justice)"라고 설명했다. 호주에서 온 그는 참사 후 한국을 세 차례 방문했고, 지난 2주기 시민추모대회 때도 직접 연단에 나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조안씨는 참사 현장을 둘러본 심경을 "슬프다(It's sad)"고 전하며 "안전 책임을 무시한 이들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원한다"고 밝혔다. 함께 온 남편 라쉐드 라쉐드(Rached Rached)씨 역시 "너무 힘들다(It's so hard)"며 "자식 잃은 심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라며 울먹였다.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은 직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3주기 4대 종교 기도회'에도 함께했다. 기도회 현장 맨 앞자리에 자리한 유족들은 동시통역되는 기도 내용을 들으면서도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모두들 "진상을 규명하라!"라 쓰인 피켓을 손에 들고, 서로의 손을 꼭 붙든 채였다.

이 자리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운영위원장 유형우씨(고 유연주 양 아버지)는 "3년이 흘렀지만 아직 진실은 다 밝혀지지 못하고, 책임져야 할 이들이 아직도 뉘우치지 못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추모의 자리는 단지 눈물로 그리움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 아픔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변화하도록 생명과 안전이 가장 우선되는 세상이 되도록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불교·기독교·천주교·불교의 추모 기도가 차례로 끝난 뒤, 외국인 유족들을 포함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한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 멈춰선 이들은 정부를 향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홍두표씨(고 홍의성 군 아버지)는 "진상조사가 시작된지 4개월이 됐지만 아직도 미비하다"며 "정부에 간곡히 말씀드린다.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밝혀달라.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광장까지 행진한 유족들은 이어 오후 6시 34분, 같은 곳에서 열리는 시민추모대회에도 참석한다. 시민추모대회 시작 시각인 오후 6시 34분은 참사 당일 최초 112 신고가 접수된 시각이다. 이날 추모대회에서는 각종 추모공연이 이어진 뒤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도 직접 추모 메시지를 낭독할 예정이다. 또한 이들은 오는 30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유가족 간담회, 특별조사위원회 방문, 합동 기자회견, 3주기 당일 정부 공식 추모식 등 일정을 이어간다.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고인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희생자 유가족과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불교 스님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합장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기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에서 원불교 교무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기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에서 기독교 목사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기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에서 천주교 신부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기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를 마친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를 마친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를 마친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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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3,500억 달러 요구는 투자 아닌 수탈...주권자 국민이 투쟁할 것

  NO트럼프 2차 범시민대행진..."정부는 美 압박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10.25 20:46
  •  
  •  수정 2025.10.25 20:49
  •  
  •  댓글 0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이 주최하는 '대미 투자강요 트럼프 규탄! 대미투자 전면 재검토 NO 트럼프 범시민대행진' 두번째 행동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이 주최하는 '대미 투자강요 트럼프 규탄! 대미투자 전면 재검토 NO 트럼프 범시민대행진' 두번째 행동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트럼프 방한을 나흘 앞둔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이 주최하는 '대미 투자강요 트럼프 규탄! 대미투자 전면 재검토 NO 트럼프 범시민대행진' 두번째 행동이 진행됐다.

대미투자를 명목으로 지난 7월부터 한국 정부를 상대로 터무니없는 압박을 해온 트럼프가 에이펙에 앞서 최종 타결을 목표로 한국방문 일정을 잡은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의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김남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강원비상행동 상임공동대표, 이영곤 창원진보연합 상임대표, 박세희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넷 대표가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의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김남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강원비상행동 상임공동대표, 이영곤 창원진보연합 상임대표, 박세희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넷 대표가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NO트럼프 범시민대행진 참가자들은 시국선언문에서 "트럼프의 3,500억 달러 대미투자요구는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수탈하는 것"이라며, 이는 "무너져가는 미국 경제의 회생을 위해 한국을 쥐어 짜내려는 것이다. 트럼프의 강압적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약탈적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기업파산, 금융붕괴, 일자리 상실, 경제파탄으로, 가슴아픈 IMF의 비극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며, "우리는 이같은 굴욕적 협상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위기에 처한 쪽은 미국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하면서, 국민들은 트럼프의 협박에 결코 굴하지 않으니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 뜻을 따라 당당히 맞설 것을 촉구했다.

또 "수십년간 계속되어 온 불평등한 한미관계가 트럼프의 강압적 요구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한반도를 대중국 전쟁에 연루시키고 우리 혈세를 패권전쟁을 위해 강탈하려는 '동맹현대화'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석운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공동대표는 "마치 마피아인듯 휘몰아치는 트럼프의 협박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시한에 쫓겨 허겁지겁 약탈당하는 만만한 호구라는 걸 보여주면 안된다"며, "자주와 국익의 원칙아래, 국제적으로 정의의 연대를 모색하면서 실사구시 방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누가 대신할 수 있겠나? 통상과 경제주권을 지키기 위해, 일자리와 먹거리 주권을 지키기 위해, 공공정보와 안보주권을 지키기 위해 주권자인 국민들이 떨쳐 일어나 함께 투쟁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미국의 '동맹현대화' 요구는 '전쟁 현대화' 계획에 다름 아니라고 하면서 "지금 트럼프는 한국을 전쟁의 전초기지로 만들고 우리 국민을 파국의 전쟁에 내몰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재명 정부가 동맹현대화 요구를 수용하며, 국방비 증액과 미국 무기구입을 적극 추진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복남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복남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복남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미국이 '불공정한 조건 강요를 금지'한 한미FTA, 일방적 관세인상을 허용하지 않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은 물론 트럼프가 국제배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 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한 미국연방순회 항소법원의 결정을 모두 어기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데 한국정부가 이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재명 정부는 재정부담이 막중한 이 사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고 협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협상타결을 압박하고 있을 것이고, 정부 관료들 중에는 현금비율을 조금 낮추고 지급 기한 적당히 늘렸으니 빨리 도장 찍자고 서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미국의 거친 압박과 이를 수용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는 정권은 심판받게 된다는 것이 지난 겨울과 봄, 우리 모두가 똑똑히 확인한 역사"라며 "전 세계를 상대로 강도짓을 벌이고 우방국에게는 더 잔인한 약탈을 강행하려는 트럼프에 맞서서 모두 힘을 모아서 싸우자"고 독려했다.

대미투자 전면 재검토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미투자 전면 재검토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날갈도 미국. 이게 동맹이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날갈도 미국. 이게 동맹이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숭례문 앞에서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남대문-명동-종로-광화문 사거리를 거쳐 미국 대사관까지 'NO 트럼프' 구호를 외치며 도심행진을 진행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진행한 마무리 집회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는 투자가 아니다. 기준도 없고 이윤도 남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할 일방적인 강탈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만 현금 500조원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마치 식민지 노예처럼 살아가는 이 현실이 서글프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지금까지 한국이 많은 대미 무역흑자를 보았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은 그동안 달러를 흥청망청 찍어내서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저임금으로 생산한 공산품을 사들여가서 나라를 유지해 왔다. 지금도 미국은 대한민국의 국부를 갈취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3,500억 달러를 내놓으라는 미국의 요구에 분노하고 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 대표는 "나라의 지도자는 목숨을 걸고, 집권세력은 정권을 내려놓을 각오를 하고 전국민을 단결시켜 미국에 맞서 투쟁해야 그들을 이길 수 있다"며, "미국의 경제수탈에 분노하고 국익을 지키려는 80% 이상의 국민이 단결하여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9일 트럼프 방한 일정과 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대로 다시 한번 대규모 반대 대회를 준비해 공지하겠다고 알렸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오전 방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또는 부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하고 이튿날 오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진행한 뒤 당일 밤 미국으로 출국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관심사를 관철하기 위해 개별국가 정상들과의 만남을 중심으로 일정을 발표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 연결, 혁신, 번영(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 Connect, Innovate, Prosper)'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에이펙 정상회의 본 회의(10.31~11.1)에는 불참한다.

23일(현지시각) 캘러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에 따르면, 그는 한국에 오기 전 26일 말레이시아에 맨 먼저 도착해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 양자회담, 아세안 정상들과 실무만찬을 진행한 뒤 27일 일본 도쿄로 이동해 2박 3일간 머물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는다. 이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에서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과 별도 회담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주 에이펙을 계기로 압박 강도를 끌어올리며 한국이 최종 사인을 하게 하려는 일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에이펙 주제인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에는 관심없다는 듯 미국의 관심사를 관철하기 위해 개별 국가들과의 만남을 중심으로 짜여진 일정이다.

약탈적 투자강요 트럼프를 규탄한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약탈적 투자강요 트럼프를 규탄한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국 대사관 앞 마무리 집회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국 대사관 앞 마무리 집회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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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넘어야 할 두 개, 세 개의 산

장정수 편집위원

jsjangs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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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10.25 05:00

  • 수정 2025.10.25 09:08

  • 댓글 2

내란 세력 쳑결과 민생 안정, 검찰·사법 개혁

장정수 편집위원, 전 한겨레 편집인

윤석열 일당의 내란 책동을 이겨내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성패는 내란 척결, 검찰·사법 개혁, 민생 안정이라는 세 과제의 동시 실현에 달렸다. 3대 특검 수사로 드러나는 윤석열 정권의 추악한 민낯과 사법부의 사보타주는 민주당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입증한다.

나라 안팎 위협하고 있는 온갖 경제 악재들

그러나 내란 세력 청산이 곧 정부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생 개선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지기반이 확대되고 선거 승리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가 두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사법 처리하고도 재집권에 실패한 것은 부동산 가격 폭등을 억제하지 못한 탓이었다. 결국 민심은 경제에 의해 좌우된다.

49.4% 득표율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 55~65%를 유지하며 비교적 견고하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정치 지형에서 이는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현 지지율 유지는 보장되지 않는다. 집권 초기 정점을 찍은 지지율은 시간이 흐르며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책 불만층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지지율의 향방은 결국 경기, 부동산, 고용, 물가 등 민생 이슈에 달렸으나, 어느 하나 해법이 용이하지 않다.

대외 여건도 어둡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내란 청산에 비해 민생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 한미 관세 협상 같은 중대 사안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목소리는 두드러지나, 민주당의 구체적 대응은 미미하다. 내란 청산이라는 정치적 성과만으로는 민심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내분과 리더십 부재로 존재감이 희박한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긴장감을 흐트러뜨렸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안일함이 지속된다면 민심 이탈은 피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화환이 놓여 있다. 2025.10.20 연합뉴스

민생 놓치면 서울시장 선거 놓치고 보수 동력 살아날 것

한국 정치는 여전히 진보와 보수가 팽팽히 대립하는 구도다. 경제 전망은 어둡고 민생 현안은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에 안일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고전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결코 녹록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폭등을 억제하지 못한 정책 실패로 서울 정치 지형이 보수 우위로 기울었고, 이는 2022년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만약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연합이 성사된다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지방선거 시점에는 내란의 여론 효과가 희석되고 부동산 가격과 경제 상황이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이다. 만에 하나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한다면, 수세에 몰린 보수 세력은 심리적 동력을 얻어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를 맞는다. 민주당은 이러한 위험을 직시하고 다각적 민생 대책으로 서울 민심을 재확보해야 한다.

민생 안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도해야 할 핵심 과제지만, 민심과 접촉하는 민주당이 그 목소리를 경청하고 당정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온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당정 관계는 엇박자를 보여왔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당정의 속도와 온도 차이가 종종 있다"고 밝힌 점이 이를 드러낸다.

민주당 지도부 내부에서도 주요 현안을 둘러싼 불협화음도 감지된다. 윤석열 정권의 검찰 독재에 맞서 일사불란했던 과거와 달리, 집권 후 지도부의 리더십 혼란과 중진들 사이에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과열 경쟁 양상도 보인다. 이는 당내 응집력을 약화시키고 민생 대책 수립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불필요한 내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난맥상을 극복하고 민심에 기반한 실질적 민생 정책을 당정 협력으로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고강도 대출 규제가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도 계속 오름세를 보이며, 아파트값 양극화까지 심화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여전히 어렵다. 23일 오후 강원 춘천시에 자욱하게 핀 안개 위로 아파트 단지와 건설 현장이 보이고 있다. 2022.6.23 연합뉴스

당정 합심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양극화 해소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는 한국의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 해소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으며,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사회적 불안정은 임계점을 넘어선다.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은 46.5%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은 14.7%로 일본(10.4%)을 크게 넘어선다. 청년 체감 실업률은 16.4%에 달하며, 대졸자의 25.1%가 비경제활동인구이고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일자리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들에서 극우 세력이 확산되는 양상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 민주주의가 뿌리 깊은 국가들조차 경제적 불안정과 이민 증가로 정치적 극우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정치불안정의 위기임을 시사한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청년층의 극우화, 중산층의 불만 증폭, 계층 이동 사다리의 붕괴는 유럽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위험한 신호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한층 심화되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과도한 달러 찍어내기로 물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다 빈부격차 심화가 겹치면서, 'MAGA'라는 선동적 구호를 내세운 트럼프 정권이 부활했다. 미국 제조업의 심장부로 불렸던 러스트 벨트 지역의 몰락한 중산층과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었으나, 경제적 문제 해결에 무능한 민주당에 실망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주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포퓰리즘으로 자리 잡았고, 유럽 극우의 확산과 연동되어 세계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극우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제 불평등 완화와 청년 실업문제의 해결로 정치적 극우화의 싹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를 방문해 어린이 관람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10.24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10년 간 300만 청년 일자리 만들어낸 뉴딜 정책의 현재적 의미

역사적으로 중산층의 붕괴는 극우 세력의 득세와 민주주의 위기의 전조였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몰락이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독일 최초의 민주적 헌정체제이자 한때 유럽의 모범적 민주주의로 평가받던 정치 체제였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천문학적 전쟁 배상금과 1929년 대공황으로 촉발된 초인플레이션, 대량 실업은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을 경제적 절망으로 내몰았다. 이러한 경제적 파국 속에서 절망한 이들은 극단적 해법을 제시한 히틀러의 나치당에 몰표를 던졌다. 나치당은 1933년 합법적 선거를 통해 43.9%의 득표율로 권력을 장악했다. 쿠데타가 아닌 민주적 절차를 통한 집권이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붕괴는 경제적 안정 없이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이재명 정부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서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미국과 21세기 한국의 맥락은 크게 다르므로, 한국 실정에 맞춘 정책적 조정이 필수적이다.

 

일자리를 잃었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집에서 그냥 쉬는 '청년 백수'들이 지난달 120만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거나, 비경제활동 인구 중 '쉬었음' 또는 '취업준비자'인 청년의 수를 모두 더하면 120만7천명이었다. 사진은 17일 서울 한 대학에 채용 정보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3.17 연합뉴스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은 대공황으로 붕괴된 미국 경제를 재건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그중 시민보존단(CCC)은 대표적인 청년 실업 구제 프로그램으로, 1933년부터 1942년까지 약 300만 명의 18~25세 실업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CCC는 숲 관리, 도로·공원 건설 등 공공 인프라와 환경 보호 사업을 통해 청년들에게 임시 일자리와 직업 경험을 제공하며 경제적 자립을 지원했고, 참여자들에게 월 30달러(현재 가치로 약 600달러)의 임금을 지급해 생계 안정에도 기여했다.

경제 회복 없는 정치적 승리는 모래 위의 성 불과할 뿐

이재명 정부 역시 과감한 공공 투자와 사회 안전망 강화를 통해 현재의 경제 위기와 청년 실업, 부동산 문제 등 민생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화려한 정치적 업적만으로는 민심을 움직일 수 없다. 국민의 일상적 경제 고통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내란 척결 같은 숭고한 업적도 빛을 잃는다. 민생 없는 정의의 실현은 공허하며, 경제 회복 없는 정치적 승리는 모래 위의 성에 불과하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사법 개혁 포함한 내란 청산과 경제 회생이라는 두 가지 역사적 과제를 동시에 완수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수호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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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의 탄핵 깃발에 홀려버린 서울대 교수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당시 <일리아스>의 문장을 변형해 '분노를 노래하소서, 민중이여'라는 깃발을 들었던 석민주씨와 안재원 서울대 서양고전문헌학과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월대 앞에서 다시 만나 깃발을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2024년 12월 28일 오후 5시. 이른 일몰이 찾아온 광화문 광장은 어둑어둑했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낮게 깔린 그날의 광장을 밝힌 건, 각양각색의 응원봉과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시위 소리, 그리고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들이었다. 매주 탄핵 집회에 참가하던 석민주(여, 29)씨도 그날 깃발을 품에 안고 광장에 나섰다. 평소 좋아하던 호메로스(Ὅμηρος)의 <일리아스(Ἰλιάς)> 첫 구절을 변용한 문구가 적힌, 2m짜리 대형 깃발이었다.

"분노를 노래하소서, 민중이여!"

그때였다. 웬 아저씨가 다가와 민주씨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대뜸 민주씨가 깃발에 수놓은 <일리아스>의 첫 구절("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을 그리스어 원어로 읊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일리아스>를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민주씨의 깃발을 알아본 건,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서양고전문헌학과 교수(남, 56)였다. <일리아스>를 좋아하는 20대 여성 '덕후'와 <일리아스>를 가르치는 50대 남성 교수의 기묘한 만남이었다. '덕후'와 '교수'의 교류는 이어졌고 뜻밖의 사건들을 탄생시켰다.

첫 만남으로부터 10개월가량이 흐른 지난 18일, 민주씨와 안 교수는 다시 한 번 그들이 처음 만났던 광화문 광장 월대 앞에 섰다. <일리아스> 깃발을 사이 좋게 나눠 들며 활짝 웃은 두 사람은, 그간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전했다.

첫 만남 : <일리아스>를 아세요?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당시 <일리아스>의 문장을 변형해 '분노를 노래하소서, 민중이여'라는 깃발을 들었던 석민주씨와 안재원 서울대 서양고전문헌학과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다시 만나 근황을 나누고 있다. ⓒ 유성호

민주씨가 깃발을 탄핵 집회에 가져간 이유는 명쾌했다. 민주씨의 '최애'가 <일리아스>였기 때문이다. 그는 "유명한 문구여서 누군가 한 명쯤은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런 분(안 교수)일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당시 각자 좋아하는 걸 주제로 깃발 만드는 게 유행이었어요. (2024년 12월) 7일 탄핵소추안 표결이 한 번 불성립했을 때 사태가 장기화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자는 심정으로 <일리아스> 깃발을 제작해 들고갔어요." - 민주씨

지인과의 술 약속 때문에 우연히 광장을 찾았던 안 교수가 민주씨의 깃발을 알아본 것도 우연이 겹친 덕이었다.

"당시 광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만나기로 한 지인을 찾을 수 없었어요. 때마침 깃발들이 많으니까 지인에게 내 위치를 알려주려고 '이 깃발' 밑에 있다고 사진을 찍어보냈는데, 가만 보니 문구가 익숙했어요. 그게 바로 <일리아스> 깃발이었던 거죠." - 안 교수

"고전의 재활용이 흥미로웠다"는 안 교수는 곧장 민주씨에 다가가 "깃발 문구가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었다. 민주씨도 처음엔 안 교수를 "문구가 멋있어서 물어보러 온 사람인 줄 알았"으나, 전공 교수라는 말을 듣고 "너무 반갑고 신기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아킬레우스(<일리아스>의 주인공) 이름 뜻풀이"에 관한 대화를 나눴고, 신이 난 민주씨는 <일리아스> 첫 문장을 새긴 반지를 안 교수에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다.

민주씨는 이 만남을 엑스(X, 옛 트위터)에 생중계했고 많은 이들이 호응했다. INFP로 밖에선 낯을 가린다는 민주씨는, 엑스에서만큼은 '하길'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헤비 트위터리안'이다. 안 교수 또한 인터뷰하는 내내 민주씨를 "엑스의 여왕"이라 칭하며 "난 한 게 없는데 '엑스의 여왕' 덕분에 (사연이) 알려졌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민주씨는 안 교수와의 만남이 엑스에서 화제될 것을 곧바로 직감했다고 한다. 그는 "엑스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위 '팥차' 밈(meme)이라고 해서, 실력있는 대학생이 교수의 눈에 띄면 '팥차'를 타주면서 대학원으로 잡아간다는 밈"이라며 "이것도 교수님에게 간택받았다는 점에서 약간 그런 재질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두 사람의 '밈 같은' 만남이 담긴 엑스 게시글은 당시 1만 3000회 이상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석민주씨는 2024년 12월 28일 탄핵 집회 현장에서 <일리아스> 깃발을 알아본 안재원 교수를 만났고 이 이야기를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했다. 해당 게시글은 리트윗 수가 1만 3000회를 넘어갈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 석민주(하길)씨 엑스

두 번째 만남 : 해물라면에 삼겹살 어때요?

깃발 아래 첫 만남은 둘의 '서사시'로 치면 시작점일 뿐이었다. 현장에서 안 교수가 민주씨에 명함을 건네며 "대화를 더 나누고 싶다"며 본인의 연구실로 초대했고, 이후 두 사람의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만남 직후 안 교수는 엑스 이용자인 제자를 통해 민주씨에 "해물라면에 삼겹살을 사주고 싶다"고 재차 '러브콜'을 보냈다. 안 교수의 초대에 민주씨 역시 "한없이 설렜"다. "평소 좋아하던 <일리아스>에 대한 설명을 연구자로부터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민주씨의 심장을 뛰게 했다.

해가 바뀌고 1월 6일, 두 사람은 안 교수의 연구실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안 교수는 이 자리에서 "<일리아스>에 나오는 죽음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 다섯 가지"를 민주씨에게 들려줬다. 민주씨 또한 안 교수의 설명을 경청하며, 직접 제작한 <일리아스> 소형 깃발과 자석 굿즈를 안 교수에 선물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카카오톡 대화를 이어가며 '덕후'와 '교수'로서의 해석을 주고 받았다. 민주씨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와 <일리아스>를 비교한 감상문과 "좋은 나라"에 대한 안 교수의 칼럼을 읽고 이를 탄핵 정국과 연결지은 에세이를 작성해 안 교수에게 전했다. 민주씨는 또 "헥토르와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있어 각각에 대한 애도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 평소 <일리아스>를 독학하며 해소하지 못했던 궁금증을 안 교수에 질문하기도 했다.

석민주씨와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서양고전문헌학과 교수가 <일리아스>의 해석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았던 카카오톡 대화. ⓒ 석민주(하길) 제공

민주씨의 열정에 안 교수조차도 혀를 내둘렀다. 안 교수는 민주씨를 "전공자인 나조차도 감당못하는 진짜 덕후"라고 설명했다. 민주씨는 "덕후들은 책을 그냥 읽지 않고 캐릭터 분석을 많이 하는데 혼자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같이 얘기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이 나타났다. 나보다 훨씬 깊이 아는 전공자의 시각을 접하니 해석이 풍부해져서 좋았다"고 전했다.

민주씨와의 대화는 안 교수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덕후'가 던지는 질문들이 연구자인 그에게는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서로가 필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안 교수는 "아직도 생각나는 건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은 왜 썩지 않았는지 그 질문이 가장 힘들었다"며 "이는 학계에서는 저평가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죽어서도 온전했으면 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논의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덕후'들은 섬세하고 독특하며, 나보다도 훨씬 깊이 파고든다"며 "학계에서는 '<일리아스>의 저자가 한 사람이냐, 두 사람이냐'를 두고 싸우지만 이러한 논쟁만이 학문적 가치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전이 일반 독자와 '덕후'들에 던져질 때는 전혀 다른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원하는 해석의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열 달 사이 : 성덕이 된 덕후, 덕질 잔치 연 교수

▲'일리아스'를 아세요?...50대 교수는 탄핵 집회서 20대 '덕후'를 만났다 유성호

둘의 교류는 점점 더 화제가 됐고,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도 했다. 을지로에 위치한 독립서점 '소요서가'에서 안 교수에게 그리스 고전을 가르치는 강연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안 교수는 월 1회 소요서가에서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플라톤의 <국가> 등을 가르치는 특강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월 4일 '소요서가'에서 열린 첫 특강은 두 사람에게 뜻깊은 <일리아스>를 주제로 했다. 이 자리엔 안 교수와 민주씨 외에도 둘의 이야기를 듣고 달려온 또다른 고전 문학 '덕후'들로 가득했다. 안 교수는 "셰익스피어 덕후, 오페라 덕후 등 별별 덕후들이 다 있었다"며 "일종의 '덕질 잔치'인 셈인데, 한국에서 드문 새로운 종류의 취미 공동체의 탄생이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근처 술집에서 뒤풀이를 했는데 <일리아스> 속 캐릭터와 장면 분석도 하고 '윤석열 언제 쫓겨나나' 이런 얘기들도 했다"고 했다. 얘기를 듣던 민주씨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는 바람에 지하철 막차 때쯤 돼서 뛰고 그랬다"고 맞장구치며 웃었다.

민주씨의 삶도 180도 뒤바뀌었다. 그는 <일리아스>를 즐겨 읽던 독자에서, <일리아스>에 대한 해석을 전하는 저자가 됐다. 민주씨는 지난 2월 전자책 구독 서비스인 '밀리의 서재'로부터 연재 제안을 받았다. 이후 "일리아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총 13화 분량의 에세이를 지난 6월까지 연재하며, 본인만의 시각으로 <일리아스>를 풀어냈다.

내년 4월에는 정식 책 출판도 목표로 하고 있다. 출판사 '창비'로부터 "탄핵 광장과 <일리아스>"를 주제로 책을 써달란 요청을 받아 작업 중이다. 민주씨에게 이 기회가 더 뜻깊은 건, 공동 저자로 이준석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민주씨는 이 교수의 번역본을 통해 <일리아스>를 처음 접했다. 민주씨는 "유명한 곳들에서 자꾸 출판을 제안하니 얼떨떨하면서도 영광이었다"며 "특히 이 교수님과 함께 책을 쓰며 진정한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열 달 후 : 삶에 녹아든 광장의 가치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당시 <일리아스>의 문장을 변형해 '분노를 노래하소서, 민중이여'라는 깃발을 들었던 석민주씨와 안재원 서울대 서양고전문헌학과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유성호

두 사람은 서로의 만남이 이토록 화제가 된 이유를 "탄핵 광장에서만 탄생할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공감했다. 민주씨는 "고전과 관련 없는 일을 하는 평범한 20대 여성 직장인으로서 안 교수는 절대 만날 일 없는 사람이지만, 광장이 매개체가 돼줬다"며 "당시 광장에선 세대를 뛰어넘는 교류가 많았다. 만날 일 없는 이들이 위계 없이 수평적으로 소통한 의미 있는 현상이었다. (저와 안 교수의 만남은) 어둡고 힘든 시국을 이겨내는 소소한, 재밌는 일화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안 교수 역시 "탄핵 집회 당시 나부꼈던 수많은 깃발들에 적힌 내용들의 성격이 중요하다"며 "당시 고양이 밥주자는 사람들을 포함해 온갖 좋아하는 것들을 적은 깃발이 등장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광장에서 자랑한다는 것은 곧 타자가 좋아하는 것도 인정한다는 뜻이고, 이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와 포용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안 교수가 민주씨에게 선물받은 <일리아스> 깃발 굿즈를 그리스에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 교수는 지난 2월 말 직접 그리스를 찾아 아리스토텔레스대학의 학생들에게 민주씨가 제작한 <일리아스> 깃발 굿즈를 나눴고 "탄핵 광장이 지닌 가치"를 설명했다.

안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극우화가 진행 중이고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이 이를 극복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서 탄핵 광장의 <일리아스> 깃발 일화를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민주씨 역시 "(깃발 수출 사실이 알려지자) 다들 '김구 선생님, 보고 계십니까?'라고 그랬다(김구는 생전 문화의 힘을 강조 - 기자 주)"라며 웃었다.

두 사람은 이 우연한 만남이 각자의 삶에 미친 영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안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일리아스>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고 분석했는데 또 다른 적성을 찾은 느낌입니다. 생업에서의 스트레스를 푸는 돌파구이자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이습니다." - 민주씨

"내 인생 재밌는 에피소드의 한 챕터이자, 탄핵 광장 이후 공동체가 무엇일까, 국가와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 안 교수

안재원 교수는 석민주씨로부터 선물받은 <일리아스> 굿즈를 지난 2월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대학의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 안재원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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