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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없는 집'이라더니...누수에 역류까지, 악몽이 된 사회주택

26.05.09 19:06최종 업데이트 26.05.09 20:08

[나의 사회주택 일기 1] 녹색친구들 삼송점, 관리비 미지불에 건물 관리 중단... LH는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할 수 없어"

5평 원룸. 실제로 살아보면 인간적인 크기의 주택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유난히 사회 초년생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5평 원룸에서 나는 4년을 살았다. 해가 들지 않아 빨래에서 매번 꿉꿉한 냄새가 나게 만들었던 애증의 공간이었다.

드디어 4년 만에 이사할 결심이 들어 집주인에게 연락했을 때 그가 나에게 말했다. 보증금을 줄 돈이 없다고. 그날부터 매일 집주인과 소리를 지르며 싸웠다. 돈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기까지 정말이지 10년은 늙은 것 같다.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이사 갈 집의 최우선 조건은 '전세사기가 없는 집'이 되었다. 전세사기가 없는 보증된 집이라고 하면 역시 '공공이 지은 집'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모든 공공임대주택에 서류를 집어넣었다. 그러다가 세상에 사회주택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후부터는 보이는 모든 사회주택에도 입주 지원서를 넣었다.

사회주택은 공공이 땅을 빌려주면 민간이 주택을 짓고, 시세보다 싼 값에 청년들에게 공급하는 주택이라고 했다. 운 좋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에 위치한 '녹색친구들'이라는 주택에 입주 허가를 받았다. 주변에 아름다운 하천이 흐르고, 빨래를 말릴 수 있는 옥상이 있으며, 통창으로 햇빛이 스며드는 집이었다. 이 가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집 중 단언컨대 최상인 집이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땅 주인인 공공과 건물 주인인 민간 명의가 달라 보증보험 가입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으나, 설마 '공공이 진행하는 사업에 문제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어 괜찮다고 답했다.

이사한 후에는 집을 원하는 색으로 장식하고, 하천 산책을 하고, 친구들도 잔뜩 초대했다. 매달 진행된다던 세입자 반상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단체 대화방의 이웃들은 퍽 친절해 보였다. 그리고 이사한 지 1년 반이 지났을 때, 녹색친구들과 모든 세입자의 연락이 갑자기 끊겼다.

눈떠보니 전세사기 주택 입주민이 되었다

처음엔 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2025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녹색친구들의 채무가 240억 원에 달하고,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82억 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애써 못 본 척하고 싶었다.

누수 이후 수리가 한 달 동안 방치되어 곰팡이로 뒤덮인 세대가 단체 대화방에 아우성쳐도, 녹색친구들의 다른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관리 부실로 단전·단수가 발생한 사례가 보도됐다는 사실도 외면하고 싶었다.

건물 내·외부 전반에 걸쳐 심각한 누수와 미세 균열, 천장 마감재 탈락으로 내부 구조가 노출된 상태. ⓒ 신민주

건물 내·외부 전반에 걸쳐 심각한 누수와 미세 균열, 천장 마감재 탈락으로 내부 구조가 노출된 상태. ⓒ 신민주

그러나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소방 안전, 엘리베이터 관리, 청소 및 분리수거 등 건물 관리 업체 모두 9개월 동안 보수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때문에 올해 4월부터 모든 건물 관리가 종료될 예정이고, 법적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책임으로 세입자들이 과태료를 부담할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녹색친구들이 세입자에게 관리비를 받은 후 건물 관리 업체에 지불하지 않은 탓이었다. 녹색친구들 본사에도 네 차례 찾아갔지만 직원과는 대화조차 할 수 없었다. 겨우 한 번 마주친 직원은 내가 세입자라는 것을 밝히자마자 뛰듯이 도망쳐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녹색친구들 주택이 전세사기 주택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사회주택 '녹색친구들' 전세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 ⓒ 연합뉴스

더 이상 모든 것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건물 관리 업체 사장님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녹색친구들 본사 사무실에 찾아가고, 수많은 공공기관에 민원을 넣었다. 그 사이 수많은 시민단체에 제발 살려 달라는 메일도 보냈다. 심지어는 녹색친구들이 열어주지 않았던 최초의 입주자 반상회까지 내가 열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기민한 사람인지,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잠들 때까지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했다. 이상하게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 날들이 이어졌다.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은 수많은 일들 속에서도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수많은 일들을 쳐내고 있었다. 아니,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사과받고 싶었다

이 모든 일이 경고 없이 시작된 것처럼, 내 몸을 움직이던 무한동력 또한 예기치 못한 아주 작은 종이 한 장으로 끝이 났다. 건물 청소를 하던 업체 사장님이 붙인 종이 때문이었다. 너무 긴 시간 돈을 받지 못해 4월을 마지막으로 건물 청소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편지 중간에는 이런 말도 쓰여 있었다.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건물 엘리베이터에 붙은 청소 중단 공지 ⓒ 신민주

"죄송합니다." 그 말을 곱씹으며 집으로 가는데 마음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돈 한 푼 못 받고 청소를 해서 그런지 청소가 재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던 사장님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집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속이 울렁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엎드려 처음으로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사과받고 싶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를 내면서까지 사과받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던 나조차도 너무나 사과가 필요한 순간이 오고 말았다.

그동안 아무도 나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녹색친구들도, LH도, HUG도, 리츠도. HUG는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LH는 답변서를 통해 "사업자 공모 및 토지 매각 이후 사회주택의 운영 및 관리 등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

입주민과 소통해야 할 녹색친구들 담당 부장 등 직원들은 이미 퇴사했고, 대표는 모든 것이 공공이 민간에 대한 신뢰를 깼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입주민들이 관리비를 걷어 관리를 해달라"고 답했다(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김아무개 녹색친구들 대표는 "일부 세대와 보증금 반환 시점을 협의했고, 중단된 시설 관리도 이번 달부터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편집자 말).

녹색친구들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 대표는 5월 정상화를 언급하며 "입주민들이 관리비를 걷어 관리를 해달라"고 했다. ⓒ 신민주

모두가 서로의 탓을 할 때 무급으로 수개월 청소를 해준 사장님만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청소업체 사장님에게 처음 전화하며 미안하다고 했던 것 같기도 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만이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것이 견디기 어려웠다.

그 이후에는 마치 수도꼭지가 틀어진 것처럼 매일 울었다. 오전 9시 30분으로 정해진 회사 출근 시간 전에 수많은 공공기관에 전화를 돌리다 지하철에서 울었고, 집에 돌아와 자료를 정리하다 울었고, 민원을 쓰다가도 울었다.

그러다 사람들을 만나면 웃고 대화하며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아야 한다는 사실이 서러워 퇴근 후 또 울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많이 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나는 아직 녹색친구들 삼송점에 살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라면, 나에게 집은 더 이상 편한 곳이 아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반짝이게 청소했던 싱크대와 화장실도 이전보다 많이 더러워졌다.

복도와 세대 내부(A동 201호 등)에 지속적인 누수로 곰팡이가 벽지 전체에 번졌으며, 일부 세대는 싱크대 역류 현상까지 발생하여 세입자가 사비로 수리하고 있는 실정. ⓒ 신민주

유일하게 나에게 힘을 주는 것은 뜻밖에도 세입자들이었다. 데면데면하던 세입자들이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고,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나는 주택을 통한 '사회적 연대감의 회복'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그 가치가 실현된 것은 몹시 유감스럽다. 진정한 사회주택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사업을 바라보는 공공의 자세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감사보고서를 확인했을 때, 녹색친구들의 재정이 어려워진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조금만 더 일찍 사업 주체들이 인지했다면 어땠을까. 사회주택 민간사업체가 튼튼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 공공이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대비했다면, 피해가 세입자들에게 집중되는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세입자들이 넣은 민원은 수많은 기관에 이송되고, 반송되다가 결국 "답변이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로 끝났다. ⓒ 녹색친구들 삼송 세입자

사회주택 공급을 단순한 성과로만 남길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운영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적극적인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성과는 널리 알리면서도 정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공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면, 공공사업 자체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도 사과받기를 원한다. 전세사기가 없는 나라에 살고 싶다. 사회주택도 사기 치는 세상이 아니라 공공이 나서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과를 하기 위해서도, 받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은 '도망치지 않는 자세'다. 나와 세입자들은 이 문제를 숨기지 않고 슬기로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결코 도망치지 않는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한 공공의 입장을 요구한다.

#녹색친구들#LH#H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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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슨 나가! 미셸 스틸 오지 마!”…190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열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5/10 08:57
  • 수정일
    2026/05/10 08:5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6/05/09 [18:43]

 

촛불행동이 주최한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90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이 9일 오후 4시 미 대사관 인근인 광화문역 7번 출구에서 열렸다.

 

© 김영란 기자

‘브런슨은 나가라! 미셸스틸 오지마라!’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연인원 3,4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참가했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한덕수가 한 모든 일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23년 형을 15년으로 후려쳐버렸다. 내란 전담 재판부는 그냥 조희대 재판부였다는 것만 확인된 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또 “틈을 주니까 이때다 싶어서 내란범들이 여기저기 선거지역마다 출몰하고 있다”라면서 “내란범들이 이렇게 날뛸 수 있는 든든한 뒷배는 미국이다. 미국과 내란당, 내란범들 모두 합세해서 이재명 정부를 흔들고 있다”라며 구호를 외쳤다.

 

“전작권 내놓고 브런슨은 나가라!”

“윤어게인 주한미대사 미셸스틸 오지마라!”

“이재명 정부 흔들어대는 미국을 박살내자!”

“친미꼴통 매국역적 내란당을 해체하자!”

“주권자 국민, 그 존엄 앞에 미국은 무릎을 꿇어라!”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우리가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촛불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5.18광주민중항쟁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반민주 독재세력을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는 것”과 “광주 학살의 배후가 미국이었듯이 내란세력의 배후인 미국의 실체를 똑바로 보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 등 두 가지를 교훈으로 꼽았다.

 

© 김영란 기자

또 “미국이 지금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을 앞세워 우리의 전작권 환수를 방해하고 동북아에서 전쟁 준비에 정신이 없다. 이자를 당장 추방해야 한다”, “미국은 전광훈, 전한길, 손현보 등 친미꼴통세력들의 반정부 투쟁을 지휘하기 위해 미셸 스틸이라는 윤 어게인 극우인사를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했다. 이자의 부임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 정세가 예측 불허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란세력들의 준동, 미국의 압박이 극심하다. 그래서 우리는 5월 촛불 총력전을 펼치자”라고 호소했다.

 

7일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 항의방문을 갔다가 연행된 후 8일 밤 풀려난 대학생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을 대표해 발언을 맡은 안정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은 “지금 미국이 이 땅에서 벌이려고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대리전쟁이다. 북·중·러와의 전쟁을 위해 한국을 병참기지로 만들고 한국 군인들을 총알받이 삼으려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구상은 이 땅 곳곳에 박혀 있는 주한미군기지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쟁의 참극을 우리는 팔레스타인에서, 이란에서 보았다. 이런 전쟁이 미국에 의해서 우리나라 일이 된다는 것이 참을 수 없이 분노스러웠다”라며 “윤석열의 12.3계엄 선포 때도 지나가는 장갑차에 ‘나를 밟고 가라’고 명령하며 목숨 걸고 지킨 나라다. 감히 저 미국 따위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위대한 주권자 국민의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라고 외쳤다.

 

▲ 미 대사관에 항의방문을 갔던 대학생들. © 김영란 기자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은 “2년 전 12.3내란 때 우리 국민이 전광석화처럼 국회를 지키지 않았다면, 그 계엄이 일주일, 한 달, 6개월, 1년이 지속됐다면, 그 내란을 미국 트럼프가 승인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이게 바로 미국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이어 “1940년 충칭에서 임시정부가 광복군을 만들었는데 ‘충칭 땅은 중국 장개석이가 지배하는 땅이니까 국민당 말 들어라, 인사권·지휘권 다 국민당에 있다’는 약속을 한다. 이 협정을 구개준승이라고 한다”라고 소개하며 “독립운동가들은 2년 10개월 동안 목숨 걸고 굴욕적인 전작권 찾아왔는데 지금 우리가 전작권 빼앗긴 지가 70년이 넘는다”라며 조속한 전작권 환수를 촉구했다.

 

김정선 부산해운대수영남구촛불행동 사무국장은 “공은희 (부산촛불행동) 대표가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다가가 악수하며 직접 의사를 전달했다. ‘조희대 탄핵 당론 채택해야 한다’. 정청래 대표는 눈도 못 마주치고 ‘알겠습니다’라고 연신 대답만 했다. 정청래 대표가 우리 촛불행동 대표단의 면담을 피하며 ‘내란 청산의 대로’가 아닌 ‘샛길’로만 다니다가 큰코다친 것 아닌가?”라고 했다.

 

또 “내란 청산하고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평택 주한미군기지도 돌려받고, 전작권도 돌려받고, 할 일이 너무 많다”라면서 “이 모든 것은 다 연결되어 있다. 브런슨을 내쫓고, 미셸 스틸을 못 오게 하는 것이 내란 청산이요, 조희대를 탄핵하고 내란을 단죄하는 것이 지방선거 승리 아니겠나”라고 외쳤다.

 

한명학 인천촛불행동 대표는 “지금 법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라. 이게 재판인가? 내란범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방탄 재판’ 아닌가?”라며 “한덕수의 형량은 어떤가? 국민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형량 내려치기’로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내란 단죄 거부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 기가 막힌 사실은 나라를 어지럽힌 내란세력들이 반성은커녕 다시 권력을 잡겠다고 파렴치하게 이번 6월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사법부가 무너지고 내란범들이 활개를 치는데 왜 (민주당은) 조희대 탄핵에 앞장서지 않는 건가?”라며 분개했다.

 

▲ 왼쪽부터 방학진 사무처장, 김정선 사무국장, 한명학 대표. © 김영란 기자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했다.

 

미국 대사관 앞에 이르러 참가자들은 변은혜 노원중랑촛불행동 대표의 선창에 따라 “브런슨 나가라!”, “미셸스틸 오지마라!”, “주한미군기지 철수하라!”, “주권자 국민, 그 존엄 앞에 미국은 무릎을 꿇어라!”라고 외쳤다.

 

또 일본 대사관 앞을 지날 때는 윤경황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의 선창에 따라 “군국주의 부활음모 규탄한다!”,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 다카이치 총리 규탄한다!”라고 외쳤다.

 

▲ 촛불합창단이 「촛불답게」, 「독립군가」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아름다운 나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집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무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다. © 김영란 기자

 

▲ 대진연 노래단 빛나는청춘이 「그깟 동맹」, 「강물처럼」, 「불꽃이 되어」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가수 임대한 씨가 「전쟁을 걷어치워」, 「트럼프는 지구를 떠나라2」, 「촛불로 몰아쳐」를 불렀다. © 박명훈 기자

 

▲ “행동하지 않는 동의는 침묵보다 더 무섭다. 여기에 있는 모든 분이 침묵하지 않고 행동하러 나와서 정말 우리 미래가 더 밝다.” -수원에서 온 참가자. © 김영란 기자

 

▲ “주한 미국 대사관 항의방문을 간 대학생 중에 대구 학생도 있었다. 자랑스럽다. 잘했고, 고맙다.” -대구에서 온 참가자. © 김영란 기자

 

▲ “촛불을 3년 넘게 해왔는데 긴 시간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하면서 투쟁하다 보니까 우리만큼 또 끈끈한 가족이 어디 있겠나 생각이 들고 마주할 때마다 참 사랑이 샘솟고 감사하고 존경스럽고 늘 고마운 마음들이 솟아난다.” -강남서초촛불행동 회원. © 김영란 기자

 

▲ “민주주의를 위해서 이렇게 나선 이들이 있으니까 내가 거기에 감동받아서 나오고 있다.” -부산에서 온 참가자. © 김영란 기자

 

▲ 광주 광산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구본기 예비후보.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대학생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국회가 내란당을 해체하지 않으니 개헌이 안 된다. 국회가 조희대를 탄핵하지 않으니 내란 공범 한덕수가 국가에 기여한 공로가 많다며 감형됐다. 내란범들의 반란이다. 이 반란 속에 웃고 있는 자가 바로 미국이다.” -변은혜 노원중랑촛불행동 대표. © 박명훈 기자

 

▲ “우리나라 사람들을 들쥐 취급하고 우리나라를 자신들의 군수 창고쯤으로 여기는 미국에 우리나라 군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일본이 독도를 침략해도, 미국이 군대를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 마음대로 독도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나?” -백륭 대진연 회원. © 박명훈 기자

 

▲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이재명 죽이기 공작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정치검찰이 뻔뻔하게 국민을 상대로 거짓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더는 안 속는다 이놈들아!” -윤경황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 © 박명훈 기자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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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극우세력의 '원픽' 미셸 박 스틸, 그들의 정치적 목적은?

[월간 프레시안] 박동규 변호사 "한미 시민사회·학계, 주한미대사 지명 철회를 주장하는 이유"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6.05.09. 13:05:14

"저는 미셸 박 스틸 주한미대사 지명자가 한미 극우 세력이 조직적으로 지지하는 '트로이 목마'이자, '제2의 존 볼턴'이 될 수도 있는 인물이라고 봅니다."

1년 넘게 공석이던 주한미대사에 미셸 박 스틸(한국이름 박은주) 전 공화당 하원의원이 지명됐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양국 간 외교 인사가 마침내 진행되는 것이지만, 정작 한국·미국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 민주참여포럼 법률위원장, 이민자 보호교회 네트워크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하는 박동규 변호사(뉴욕주)는 프레시안TV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외교 인사가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반대 이유를 밝혔다.

"대만 침공 시 한국이 도와야 한다" 스틸 지명자는 누구인가

▲연방하원 의원 시절 미셸 박 스틸. ⓒ연합뉴스

스틸 지명자는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다 1975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가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를 거쳐 2020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2024년 선거에서 낙선할 때까지 4년간 의원직을 수행했다.

한국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계 대사가 오면 더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박동규 변호사는 정치인 스틸의 구체적인 행보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면서 대표적인 극우 행보 6가지를 꼽았다.

첫째, 윤석열 전 대통령 공개 지지. 그는 심지어 윤석열을 만난 날을 '내 생애 가장 위대한 날'이라고 표현했다.

둘째, 극우세력이 만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영화 <건국전쟁>의 미 의회 상영을 주선했다.

셋째, 35명의 공화당 의원이 참여했던 종전선언 반대 서한을 주도하는 등 미국의 한반도 평화법안 추진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

넷째, 한미일 3각 동맹 강화와 대중국 강경 노선. 그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한국이 대만 방어를 도와야 한다'는 발언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특히 '중국'을 '중공(CCP)라고 표현한다.

다섯째, 한반도 평화 노선에 대한 노골적 비판.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노력을 '김정은 정권에 대한 굴복'이라고 비판했다.

여섯째, 극우 인사들과 네트워크. 고든 창, 애니 챈, 모스 탄, 스티브 배넌 등 미국의 극우 인사들과 연계돼 있다. 박 변호사는 "이들은 일관되게 촛불혁명 시민들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를 친북이다, 공산주의화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며 "최근 이들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이야기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 이재명 정부의 정권교체까지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트 깅리치, 윤석열 탄핵 직후 스틸을 추천했다"

▲박동규 변호사ⓒ 본인 제공

박 변호사는 스틸 지명을 단독 사건이 아니라 한미 극우 세력의 초국적 연대라는 더 큰 그림 속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의 연계가 한미 관계를 어떻게 위협하는지는 이미 현실에서 확인된다. 지난 해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발언을 SNS에 올린 일, 김민석 국무총리 방미 시 J.D 밴스 부통령이 첫 마디로 쿠팡 문제를 꺼낸 일 등이 대표적이다.

박 변호사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틸 지명자를 추천한 인물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언론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 깅리치가 스틸 지명자를 추천한 것은 2024년 12월 29일 친트럼프 매체 <뉴스맥스>를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미묘한 것은 이 타이밍입니다.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가 윤석열을 탄핵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거든요. 미국 극우 세력으로서는 한국의 촛불시민들과 민주당 세력에 대항하는 충성파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합니다."

깅리치라는 인물 자체도 문제다. 하원의장 시절부터 북한·이란·이라크에 대한 강경 노선을 지지해온 그는 최근 이재명 정부에 대해 "너무 좌로 가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종교를 탄압하고 있으며, 이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극우 네트워크의 목표 "이재명 정부 흔들기"

박 변호사는 또 고든 창, 모스 탄 같은 미국 극우 인사들의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고든 창과 모스 탄은 보수성향의 한 방송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친중, 친북, 반미 정치인" 더 나아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왔다고 한다. '빈손 외교'라고 빈축을 샀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최근 방미도 이들 극우세력과의 국제적 연대라는 차원에서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모스 탄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정당한 대통령으로 인정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 내 유엔사령부 지휘권을 가지고 있으니 계엄을 선포하고 이재명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고, 한국인들은 미국의 도움을 강하게 바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이것이 그들의 최종 목표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박 변호사는 "미국 극우세력이 스틸 지명자를 통해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미국 내 강경한 메시지를 전하고 이재명 정부 흔들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며 "과거에도 주한미대사가 한국정부와 미국의 입장이 다른 방향으로 갈 때 한국 정부 흔들기를 하는 사례는 많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그레망 거부할 수 있다"…국제법적 근거와 선례

아직 미국 상원의 인준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박 변호사는 국제법적 근거와 실제 선례를 들어 한국 정부가 스틸 지명자에 대한 "아그레망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61년에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국제협약 4조 2항을 보면, 주재국이 외교 사절 수용 여부를 결정할 때 그 거부 사유를 파견국에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외교 사절 임명 여부가 전적으로 주재국의 주권적 판단 영역임을 확인해주는 국제법적 원칙입니다. 2015년 브라질이 정착촌 논란을 이유로 이스라엘 대사 지명자에 대해 사실상 아그레망을 거부한 선례도 있습니다. 최근인 2020년대 들어서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외교관 또는 대사 후보에 대해 안보 우려를 이유로 수용을 미루거나 거부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

터커 칼슨, 마조리 테일러 그린, 캔디스 오웬스…트럼프에게 등 돌리는 마가 인사들

한편 이란전쟁, 엡스타인 파일 등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이었던 마가(MAGA) 진영이 분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곤경에 처했다.

지지층 분열의 상징적인 인물은 폭스뉴스 전 앵커 출신인 터커 칼슨이다. 그는 트럼프에게 "배신당했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박 변호사는 "칼슨은 트럼프가 원래 내세웠던 '아메리카 퍼스트'와 '새로운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공약에서 벗어나 실제로는 중동에서 적극적인 군사 개입을 하고 있으며, 이 변화의 배경에 신보수주의 성향의 인사들과 정책적 영향이 있다고 인터뷰했다"며 "칼슨은 트럼프를 지지했던 것에 대해 후회한다, 미국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까지 말했다"고 밝혔다.

터커 칼슨 외에도 마조리 테일러 그린, 캔디스 오웬스, 알렉스 존스 등 마가 진영의 핵심 스피커들이 잇달아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란 전쟁, 그리고 엡스타인 파일 문제, 또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을 버리고 소수의 부자들, 이른바 올리가르히에게 트럼프가 포획되었다는 인식이 '배신'이라는 감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트럼프 지지율이 30대 초중반으로 급락했고, 다시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면 11월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뿐 아니라 연방 상원까지도 민주당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공화당 내부에서 팽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트럼프 내셔널 도럴에 세워진 6미터 크기의 트럼프 대통령의 황금 동상. ⓒSNS 갈무리

멜라니아의 돌발 기자회견 "트럼프에겐 악재 중 악재"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난달 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나는 엡스타인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선언한 일도 트럼프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워낙 돌발적인 회견이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여러 추측과 분석이 무성합니다. 세 가지로 정리하면, 첫째는 추가 폭로를 미리 차단하려는 선제 대응, 둘째는 자신의 법적 대응을 위한 명분 쌓기, 셋째는 백악관 내부의 메시지 관리 차원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분석들은 멜라니아의 관점에서 본 것이고, 트럼프의 관점에서는 이 기자회견이 명백히 악재 중의 악재였다는 점입니다."

이어진 폭로들도 심각했다. 피해자이자 생존자임을 자처하는 아만다 웅가로의 폭로가 터져나왔다.

"웅가로는 자신이 멜라니아와 20년 가까이 알고 지냈다, 트럼프·멜라니아·엡스타인 주변에서 많은 것을 봤다, 그들의 부패한 시스템을 폭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를 '소아성애자'라고 부르면서 법적 대응을 언급하기도 했고요. 트럼프에게 엡스타인 게이트는 무덤입니다. 멜라니아의 기자회견은 트럼프의 관에 못을 박는 것과 같은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 트럼프는 플로리다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 동상을 세우는 등 지지자 결집을 꾀하려 하지만 이런 꼼수로 벗어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라고 박 변호사는 단언했다.

"이란 전쟁과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은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날 일이 아닙니다. 중간선거, 그리고 다음 대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이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첫 한국계 주한미대사 지명자 미셸 박 스틸, 환영할 일인가 아니면 재앙의 시작인가ㅣ박동규 변호사

전홍기혜 기자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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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사법·흉기·명예살인 위협에서 국민이 저를 살렸다”

수정 2026.05.09 09:55

당대표 시절 피습사건 헬기 전원 사건 권익위 부당 개입 언급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9일 “검찰의 조작기소를 통한 사법살인, 테러범을 동원한 흉기살인, 조작언론을 동원한 명예살인. 이 위중한 3대 살해 위협으로부터 국민 곧 하늘이 저를 살려 주셨으니 제 목숨은 이제 온전히 국민의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에 국민권익위원회가 2024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자신의 헬기 전원 신고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정승윤 전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다고 결론내렸다는 내용의 경향신문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이 대통령은 “하늘이 제게 생명 보전을 넘어 큰 일까지 맡겨 주셨으니 제가 할 일은 오로지 국민을 위한 나라,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 작동하는 권력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 그저 고맙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 한 순간까지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 곧 하늘을 위해 충심과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일연 국민권익위원장은 전날 ‘권익위 정상화 추진 태스크포스(TF) 운영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승윤 전 부위원장이 2024년 7월 이 대통령의 헬기 전원 신고 사건과 관련해 전원위 회의에서 다루지 않은 사항을 의결서에 포함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TF는 담당 부서가 응급의료 헬기로 이 대통령의 이송을 결정한 부산소방본부 직원에 대한 제도개선 취지의 ‘기관 송부’ 의견을 냈지만, 정 전 부위원장이 행동강령 위반 통보로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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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업, 노조·기업·공동체가 함께 승리하려면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

ibaek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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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경제에 위협인가, 정당한 분배 요구인가

EVA의 한 요소 자본투자비용의 모호성 문제

일반 시민, 여타 기업, 주주들 위화감도 가세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노조 요구는 정당하나

400만 주주 이익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삼성전자의 세계적 생산성은 전 사회적 산물

사회적 지분에 대한 대폭 할당으로 민심 얻어야

임금체계 혁신과 경영참여 시스템 설계도 과제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

연일 삼성전자가 화제다. 1년 전 대비 5배 폭등한 주당 26만 원(5월 6일), 사상최고 시총(1500조 원), 수출 최고와 영업이익 최대치 등등, 최고의 샴페인이 동시다발로 터졌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과 AI 거품론으로 주가가 하루에 10% 폭락했을 때가 언제였더라?

삼성전자가 400만 삼성 주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던 그 순간,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소식이 들린다. 나라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우려의 소리가 터진다. 그간 부당한 성과급에 대한 노조의 정당한 요구라는 소리도 희미하게나마 들린다. 내용인즉 1분기 영업이익 75조 원에 대한 성과급 15%(11조 원), 약 45조 원(4분기 합) 요구에 대한 이견이다.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노조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2026.4.23. 연합뉴스

삼성전자 성과급 기준 EVA의 모호성과 타당성

사실관계를 따져보자면 이렇다. 삼성전자의 성과급(OPI)은 기준자료로 EVA(Economic Value Added, 경제적 부가가치)를 지표로 사용하는데 이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뺀 금액(EVA =세후영업이익-투하자본×가중평균자본비용)이며, EVA의 20% 이내를 성과급(OPI) 재원으로 사용한다. 논점은 두 가지다. 성과급 기준지표로 영업이익과 법인세를 뺀 당기순익 중 어느 것을 사용할 것인가. 둘째 자본투자비용까지 공제 후 성과급을 지불하는 EVA 구조의 정당성에 대한 것이다.

복잡하지 않아 보이지만 여기에는 사실 자본투자비용의 모호성 때문에 그 투명성이 문제가 된다. 개인기업이라면 술에 물 타듯 기업주 맘대로 빼고 더한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러나 삼성전자는 400만 주주와 13만 노동자와 임원이 운영하는 사회적 주식회사다. 삼성노조가 영업이익을 성과급 기준 대체항목으로 지목한 것은 EVA의 불투명성과 그 20% 제약에 대한 문제제기인 셈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사실 EVA 자체의 타당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EVA의 기업경쟁력에 대한 문제제기 혹은 세계사적으로 임금과 잉여, 재투자의 최적 배분 쟁점과 합리성 검증을 요구하는 것이다.

EVA는 미국의 일부 기업에서 1980년대 유행하였으며, 풀이하자면 주주이익 가치 위주로 생산성을 도모한다는 개념이지만, 투자비용 산정에 따라 배당과 노동생산성이 삭감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이유 등으로 유럽 기업 및 많은 국내 기업은 기업경쟁력과 노사상생의 문제로 잘 도입하지 않거나 철회한 바 있다. 재투자비용 산정이 경영자 독단으로 결정된다면, 그 적정성 여부는 물론 노동자가 열심히 일할 동기가 일방적으로 사장되기 때문이다. 가령 동종업인 하이닉스는 2021년 EVA 폐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채택, 그 일부(50%)는 자사주로 선택하는 배분으로 전환(2025년)하였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즉 삼성전자의 EVA도 언젠가 그 타당성에 대해 한번 시비를 받아야 할 처지였다. 다만 요즈음에 장안의 화제인 이유는 아마도 영업이익(75조 원)이 너무 커서 일반 시민과 여타 기업 및 주주들의 위화감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대략 자본주의 기업에서 금기나 마찬가지인 주주 이익 침해, 생산 중단 피해 우려, 재투자비용과 경쟁력 감축, 법인세 지원 등 국가적 배려에 대한 사회적 책임, 타 산업(기업) 및 국민 상실감 등이 위화감의 정체일 것이다. 솔직히 사돈 땅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왜 있는가. 이성적이고 논리적 해법만이 다는 아니라는 얘기다. 수십조 원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걸 불편해 하지 않은 사람 몇이나 되나. 이럴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은 개별이익에 대한 적정 보상과 사회 전체적 이해의 조화를 통해서, 명쾌하지는 못할망정 그만하면 되었다는 원만한 타협논리, 또는 전체를 아우르는 상생논리를 펼치는 것도 필요하다 할 것이다.

성과급 배분의 경제적 기준: 노동생산성과 주주이익의 조화

성과급은 당연히 임금에 대한 보상, 특히 노동생산성에 대한 보상을 말하며, 이는 기본급과 달리 대개 사후적으로 결정된다. 노동생산성을 노동과 자본에 대한 이익배분으로 나누는 이유는, 증강된 생산성이 노동에만 분배되면 자본은 시설 및 연구개발 등에 대한 추가투입 유인의 상실, 자본에만 배분되면 더 열심히 일할 추가 노동 유인 상실 때문이기 때문에 그 분배에 대한 사후 협상을 필요로 한다.

영업이익이 성과급 배분의 1차 기준인 이유는 노동생산성의 일부가 영업단계에서부터 임금비용으로 처리되어야 생산동기를 유인하는 기초가 성립하며, 이는 100여 년 전 테일러(Taylor)때 부터 계승된 전통적인 방법에 속한다. 주주총수익율 TSR(기말주가-기초주가+주당배당금/기초주가×100)이란 주주가치를 평가하는 노동생산성 보조수단으로 사용된다. 한편 EVA란 법인세와 자본투자비용을 미리 공제한 것인바, 성과급 상한 20%를 뺀 나머지 즉 세후 기업이익의 80%가 배당되거나 분할되어서 다시 2차 재투자비용으로 편입되는 중복의 문제가 발생한다. 당연히 노동생산성을 자극할 유인의 소실, 성과급이 책정되는 취지가 무색해진다. 이런 면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요구란 노동에 대한 성과 본연의 취지를 되살리는 원칙으로 틀리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본투자비용의 산정은 차기 기업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배당의 희생과 재투자비용의 공격적 설정도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그 희생 근거와 소득 보전에 대한 설계없이 노동생산성을 자극할 수 없다. 삼성전자 파업은 귀족노조의 배부른 태업 수준이 아니다. 노동자 보수인 임금 몫 특히 노동생산성 향상이 필요한 기업경쟁력 제고의 기준을 정비하는 일이다. 대기업단계에서부터 이에 일획을 긋지 못하면 일개 단위 기업은 물론 연계 기업,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 다음 단계 노동생산성과 국가경쟁력까지 영향받는 중요한 갈림길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성과급 기준 정비에 따른 임금과 배당의 상생 효과

삼성전자 주식 총가치 1500조 원은 국가예산의 2배, 1일 주식가치 6.45%(약 100조 원. 5월 6일 기준) 상승, 주주수익율은 차고 넘치게 충족되었다. 한편 45조 원 성과급 요구란 13만 삼성전자 노동자 1인당 약 6억 원 가치로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며 심지어 명목상 주주수익률을 넘어선다. 가령 삼성전자 1년 주식가치 상승분(1200조 원)을 주주 수(400만 명)로 나누면 1인당 약 3억 원, 삼성전자 노동자는 주주 1인보다 명목상 약 2배가량 높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50% 연봉상한에 1인당 평균 약 8천만 원(+ TAI 기본급 100% 포함), 협상 후 예상 조정액까지 포함하면 1인당 약 1억 원, 실제 성과 예상치는 1/6로 축소된다. 이쯤 되면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연봉(OPI) 상한 철회 요구(하이닉스 기본급 1000% 상한 철폐)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주가 1년 추이

물론 평균 3억 원 주주수익가치 추정은 평균치 왜곡이라는 착시가 있다. 삼성전자 총주식가치 비중은 블랙록 등 외국인 대주주 지분 50%, 삼성 일가 대주주 지분 4%와 삼성생명 및 삼성물산 상호출자 포함 삼성계열 총출자지분 20%, 국민연금 8.7%, 대주주 지분 총합 80% 이상으로 구성된다. 즉 일반 소액주주는 약 20% 지분이며, 이중 1천만 원 이하 초소액주주 380여 만 명, 총 주주 중 약 90% 규모다. 2025년 분기별 주당 배당금은 370원(일반), 100주 소유시(1천만 원 가정) 용돈 수준인 3만 7천 원 배당금, 2026년 평균 2배 불장(연초 주가지수 4000, 5월초 7500)을 가정해도 소액주주 1인당 주식 총수익가치 증가분은 1천만 원(100주, 100% 수익 가정)에 불과하다. 평균이자율 대비 막대한 수익률이지만 총금액 규모가 문제, 소액주주 이익이란 소문만큼 먹을 게 없는 수준이다. 즉 영업이익 기준으로 환원시 적어도 원리상으로 노동자와 주주 모두 상생, 수익증가가 발생한다.

삼전 노사가 고려해야 할 주식시장과 세계경제의 불가예측성

삼성전자의 세계적 생산성은 전 사회적 산물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삼성전자를 위한 각계의 노력과 정부 지원, 국제정세의 유리한 측면과 국민 성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전자는 성립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 1위 애플도 한국시장에서는 20%대의 소수 점유율에 불과한 이유, 한국차 국내시장 점유율이 80%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전 사회적 기여도가 함께 제출되지 않으면 사내이익에 집착하는 이익집단 수준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둘째 삼성전자 고성장은 영원할 수 없음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겁주는 게 아니다. 반도체 대성황기의 도래, AI 대세론에 입각한 메모리 HBM과 고성능 반도체 활황이란 하루살이 운명일 수도 있음을 이란전쟁 한참 시점 수차례 서킷브레이커 폭락장이 증명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세계 최대 금융자본인 미국 블랙록의 삼성전자 지분이 5%대로 증가 추세라는 점도 못내 찜찜하다. 블랙록의 총자산가치는 삼성전자 1조 달러의 수십배다. 외국인이 돌아온 이면에는 불안한 고유가와 고금리, 높은 미국채 수익율(가격하락)이 있다. 요즈음의 이란전쟁 소문에 좌우되는 주가 폭등락현상이란, 불안한 유가에 대한 과도한 기대치로 인한 투기장 개장을 의미한다. 최근 주목할 만한 지표는 주식과 반대 방향의 미국 장기채권가격 폭락현상이다. 채권수익율은 3월 대비 10% 폭등, 5월 현재 10년 전보다 2배 이상 폭등한 4.4%(5월 7일 현재 4.35%)를 기록 중이다. 채권가격 하락은 미국채 투매, 외국인 이탈과 미국채시장 붕괴 가능성을 제고시킨다,

 

원유와 달러가 결합된 이미지는 에너지와 금융이 결합된 세계 질서와 그 균열 가능성을 상징한다.

미국의 고금리 유지란 고물가의 산물이다. 미국의 40조 달러 적자 재정, 과도한 AI 데이터센터 투자부담과 셰일가스 지속적 생산역량 의혹, 중동 유전 미복구 지속과 유류비축량 한계도달 시, 배럴당 125달러 이상의 유류가 폭등, 세계대공황(IMF의 심각 시나리오, 물가 5.8% 폭등) 가능성을 경계할 정보가 넘친다. 최근 엔비디아 GPU(H200)의 중국시장 점유율 급감, 딥시크4로 대체 소식은 미국시장 중심의 삼성전자 미래에 불편한 요소이고, 보편관세 10%와 15%(자동차), 철강 관세(50%), AI 연산칩(25%), 무역법 301조(불공정관행)의 위세도 물론 여전하다.

사회적 경제를 향한 노력으로 중대 타협안 만들어야

잘 나가는 기업에 악담으로 도배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지금의 5배 폭등 증시는 역대로 전무후무한 사건이기 때문에 오히려 분명히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낙관은 금물이다. 적어도 이란 전쟁 후과로 닥칠 고유가 고물가는 단숨에 해결될 수준이 아니다. 결론은 간단하다. 사회적 지분에 대한 대폭 할당을 중대 타협안으로 제출하여 민심을 얻을 것, 둘째 성과급을 개인보상 수단으로 만족하지 말고 생산성 원리인 노동생산성 고취와 임금체계 혁신과 연계시킬 것, 즉 하이닉스처럼 성과급 중 일정 몫을 개인보상에 대한 주식소유 지분 할당, 나아가 노동자 소유구조 개발, 경영참여 시스템 설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공동 책임경영에 대한 고민 없이 수십조 원 성과급 요구라는 당장의 실적에만 급급한다면, 설령 성공해도 명분에 실패하는 것이다. 노조원 7만이란 숫자는 이미 평범한 단위조합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삼성을 동경하고 그 성과에 관심을 둔다는 것은, 고환율 덕택, 법인세 삭감, 막대한 정부 지원, 국민적 애국소비가 뒷받침하고 있음을 알고, 사회적 책임을 기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갓 출범한 노조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 발은 뗄 수 있어야 한다. 과도한 성과급 요구라는 질투와 불신, 과도한 주주이익, 편파적 자본의 요구를 극복할 대안이란,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며 사회적 소통이 가능한 경제에 책임을 다 하는 노동조합의 숙련된 정치적 대응으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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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작전통제권 환수, 어떻게 할 것인가

  •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
  •  
  •  승인 2026.05.0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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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부적 문제인 대미종속 심리와 불안감의 극복
2. 임기내 조기 합의가 안 되면 ‘시한 통보 후 환수’가 답이다
3.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연합사 해체 및 한미 병렬적 지휘체계 수립
4. ‘재래식-핵통합’을 일반적 협력체계로 전환하고 여타 연합작전에서 독자적 작전통제권 행사
5. 중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 관계 정립

1. 내부적 문제인 대미종속 심리와 불안감의 극복

안보도 정치나 경제 현상 못지않게 심리적 측면이 크다. 주권의 관점에서 작통권 환수의 답은 단순명료하다. ‘본래 내 것이니 그냥 맡겼듯이 그냥 돌려받는 것’이다. 나머지는 세부사항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세부사항들이 답을 흔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랜 세월 미국의 영향과 미군의 통제 아래 살아온 한국 국민과 군인들 다수는 미국에 대한 의존과 종속이 체질화되었다. 이 심리는 미국의 품 안에서 편안을 느끼는 반면 미국의 심기를 살펴 비판하거나 거부하는 언행을 삼가며 미국의 ‘부재’와 진노를 두려워한다. 작통권 환수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근본원인이다.

정치와 군의 지도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대부분은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공포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통권을 환수하면 연합사가 해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북한이 남침하여 적화통일이 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불안심리가 남한 사회에 아직도 질기게 남아 있다. 보수 언론과 정치세력은 편향적 여론을 들이대고 수시로 이념공세를 펴면서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을 가진 정부의 작통권 환수를 방해한다. ‘표’의 노예가 된 정치인은 ‘국민의 눈높이’와 ‘현실’을 일치시키며 ‘신중’해지고 실무자들은 계속 미국과 ‘긴밀한 협의’만 하고 있다.

미국의 한국담당자들은 한국의 이런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를 매우 정확히 파악하고 ‘요리’한다. 미국(군)은 세계 5위의 막강한 한국군에 대한 통제권한을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작통권을 돌려주더라도 최대한의 이익을 챙길 대로 챙기고 일부 핵심 권한은 계속 유지하려 것이다. 한국의 안보를 위해, 한미동맹을 위해, 아니 미국을 위해 그렇게 하게 할 것인가.

인간의 신념과 심리는 고치기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 말 자체가 버리지 말아야 할 귀중한 신념이다. 작통권 환수의 근본적인 장애요인인 대미종속 심리와 불안감을 극복하는 ‘비책’은 없다. 그냥 가장 먼저 정부와 정치지도자(들)부터 해야 한다. 군대도 각성할 일이다. 정부와 군은 국민대중에게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자신감을 가지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민사회도 뜻을 같이하여 정부를 비판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2. 임기내 조기 합의가 안 되면 ‘시한 통보 후 환수’가 답이다

재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4월 22일 미국 상원청문회에서 작통권 전환에 대하여 발언한 내용은 좋지 않은 예감을 들게 한다. “2029년 1분기까지 조건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대개 목표연도는 실제로 이루어지는 해를 의미하므로 트럼프대통령의 퇴임(1월 중순)과 맞물리는 2029년 1분기가 돼서야 ‘조건 달성’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3단계 검증을 완료한 후 한미양국 정상이 승인해야 효력이 발생하도록 되어 있는 실제 전환은 미국의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이재명대통령의 임기는 끝나지 않기 때문에 ‘임기내’라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브런슨의 작통권 전환에 대한 진의는 ‘정치적 편의주의’를 운운한 데서 드러난다. 이재명 정부가 임기내를 목표로 한 것은 안보보다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다. 합의대로 시한 없이 철저히 조건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미국 군인으로서 미국의회에 나가 미국 의원들에게 답변한 내용을 두고 한국정부가 법적 조치를 취할 수는 없겠지만 이재명 정부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명백한 내정간섭성 망언을 한 것은 틀림없다. 이런 경우 대통령이 일개 미군장성에 대하여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국방부나 합참은 엄중히 경고하면서 오히려 그것을 ‘임기내’ 목표를 재강조하고 확고하게 못박는 기회로 역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이 어떠하든 한국은 일단 현재의 전환 방식과 절차를 따르면서도 나름의 독자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미국과 협의하고 목표를 관철해야 한다. 임기내는 마지노선이 될 수는 있지만 임기말까지 가면 정치일정이나 선거 분위기에 따라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자주 보아온 풍경 아닌가. 바람직한 환수 시점은 임기 ‘반환점’인 2027년 말이나 2028년 초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검증이나 정상회담(전환에 대한 최종 승인) 일정 등을 역산하여 맞추어야 한다. 먼저 미국을 설득하고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고 그게 안 되면 정치적 결단으로 그냥 ‘통보’해야 한다. ‘감히’ 한국이 미국에 통보한다고? 왜 안 되는가?! 이는 결코 미국에 대결적이지 않고 미국도 반대할 명분이 없지만 아마 작지 않은 용기는 필요할 것이다.

작통권 환수를 통보하는 실제 방법으로서 대통령이 연합사령관에게 ‘공식서한’을 보내는 것을 생각해 봄직하다. 1950년 7월 어느날 이승만대통령이 편지 한 장으로 유엔군사령관(지명자)에게 작전지휘권을 부여(assign)했듯이 예컨대 2027년 7월 어느날 이재명대통령이 연합사령관에 같은 방식으로 그 권한을 ‘해제(de-assign)’하는 것이다. 환수니 전환이니 하는 말을 쓸 필요조차 없다. 왜냐하면 해제된 권한은 원래의 주인(한국군과 그 통수권자)에게 당연히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역사적인’ 문서에는 그동안의 미군의 작전통제와 한국 안보에 대한 기여에 대하여 치하하고 감사하면서 미래의 한미동맹이 더 높은 차원에서 계속 호혜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신념을 담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 서한통보 방안은 현재 진행중인 전환절차의 마지막 단계로서 한미 정상이 승인한 후에라도 효력 발생일을 공표하는 데에 활용하여 형식상으로나마 주권국가로서의 위신을 살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3.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연합사 해체 및 한미 병렬적 지휘체계 수립

앞의 글에서 상론했듯이 현행 ‘미래연합사’ 창설(사실상 ‘개칭’) 방안은 작통권 행사 관련 본질적인 모순과 현실적인 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령관인 한국군 대장이 미군 4성장군과 한미연합 참모들을 지휘통제할 때 언어, 미군과의 힘관계와 협조, 유엔사와의 지휘권 충돌 가능성 등의 문제가 있고 더 나아가 재래식-핵통합체제에서의 핵작전과 한미일 3국간 ‘동맹급’ 군사협력 체제에서의 연합작전의 지휘통제 문제 등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노무현정부에서 처음 합의했던 대로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지휘계통을 분리하되 여러 수준에서 필요한 협조기구를 두는 것이다. 한국은 한국군에 대하여 완전한 작통권(지휘권까지)을 행사하고 주한미군은 자체적인 지휘통제체계를 운용하는 ‘병렬형’ 지휘 및 군사협력 체계다. 성서의 구절대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마태복음 22장 21절) 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와서 ‘미래연합사’ 관련 합의를 되돌려 병렬형 구조를 다시 만드는 일은 ‘임기내’ 목표 달성과 미국측과의 재협상 등에서 일견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군의 지휘체계는 합참에서부터 각군 작전사령부와 예하부대들까지 이미 잘 짜여져 합동작전을 원활히 수행할 능력을 갖추었다. 한국군의 지휘능력은 20년 전에 버웰 벨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그는 병렬형 지휘구조 기반의 작통권 환수에 대비하여 한국군이 주도하여 실시한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 참관하면서 한국군 장성들의 지휘능력을 관찰해 보았다. 그 후 2006년 9월 4일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전달한 비밀(2009년 1월 해제) 서한에서 “한국군은 미군의 지원과 함께 오늘에도 전구 전쟁 수준에서 고위급 전투지휘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었다(It’s my assessment that the ROK military is capable today of executing high level battle command at the theater of war level, with our support)”고 보고했다. 이에 대하여 이틀 후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귀관의 2009년까지의 (작통권) 전환 구상은 귀관이 관찰한 바에 근거할 때 군사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It sounds like your idea of a turnover by 2009 makes military sense, based on what you saw.)”라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다. (환수 시한이 2012년보다 3년 빨랐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오늘날의 한국군 지도자들의 능력이 20년 전에 비해 크게 퇴화하지 않았다면 임기내 환수와 함께 병렬형 지휘구조를 출범시키는 일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측과 합의가 안 되어 미래연합사 체제로 작통권을 환수한다면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령부를 해체하고 병렬형 지휘구조를 수립해야 한다. 사실 이것도 미국이 합의해 주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만 최적의 협조체계 수립을 포함하여 가능한 한 ‘좋은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도록 외교적 조치들을 취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병렬형 지휘구조에서는 한국군 전구사령부(최상위 ‘합동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 사이의 지휘권 충돌 가능성은 거의 없어지고 유엔사가 존속하는 동안 ‘협력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과제만 남게 된다. 유엔사는 본래 유엔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미군이 지휘하는 다국적군 ‘통합사령부’이고 오히려 정전체제의 관리라는 명목으로 비무장지대에 대한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 조속히 해체하거나 주한미군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재래식-핵통합’을 일반적 협력체계로 전환하고 여타 연합작전에서 독자적 작전통제권 행사

핵전쟁을 가정한 ‘한미연합 핵작전’은 미국이 절대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한국의 재래식 첨단무기를 총동원하는 ‘재래식-핵통합(CNI)’개념이다. 작통권을 환수하면 여기서도 한국군은 미군의 지휘나 통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등한 지위를 전제로 하는 병렬형 지휘구조에서 핵작전 역시 역할 분담과 상호 지원을 통해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일반적인’ 군사협조체계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

사실 핵전쟁은 군사작전보다는 정치의 영역이다.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낮으며 일단 일어나면 공멸로 가는 길이기에 세부적인 군사작전 계획과 훈련이 무의미할 수 있다. 적절한 수준의 억제력을 유지하면서 외교적 수단으로 방지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전략이다. 따라서 ‘핵작전 및 핵억제 지침’은 ‘핵억제’로 한정하고 더 높은 정치외교적 차원의 협력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의 핵포기를 대가로 미국은 핵우산을 제공(해야)하기 때문에 핵억제에 대해서도 과도한 ‘강화’ 노력을 기울이면서 미국에 대한 종속을 심화시킬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평화적인 남북관계의 복원·유지·발전이 핵억제에 더 효과적일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임이 자명하다.

한미일 3국 및 그 이상의 다국적 연합작전에서도 한국군은 협조는 하되 고유한 작통권을 행사해야 한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의 군사전략은 중국에 대한 견제로 확고히 재정립되었다. 바이든정부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사실상의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았다.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3국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은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3자 차원에서 서로 신속히 협의할 것을 공약(commitment to consult)”으로 합의했다. 후속으로 2024년 7월에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3자안보협력틀(TSCF)’을 출범시켰다. “3자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제도화하여 한반도, 인도태평양지역,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례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자유의 최전선(Freedom Edge)’이 실시되고 있다. 한편 일본은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재편하고 그 일환으로 2025년 3월 ‘통합작전사령부(JJOC)’를 창설했으며 그에 발맞추어 주일미군은 작전기능을 대폭 강화한 ‘통합군사령부(JFHQ)’로 전환되고 있다. 이대로 계속 가면 향후 한미일 3국 작전사령부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미군이 주도하는 사실상의 통합적 연합사령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뿐 아니라 동맹관계에 있는 필리핀을 포함한 ‘다자 동맹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말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국이 유사시 사이버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고 연합작전에서 나서는 소위 ‘킬웹(kill web) 구상을 밝혔다. 이러한 다자간 군사협조체계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함께 대만이 위치한 동중국해와 동남아의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한다는 것이며 다국적군의 지휘통제는 당연히 미국이 행사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작통권을 환수한 후에도 미국의 군사전략에 엮여 미군의 지휘통제를 받으면서 치명적인 국익손상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국적 군사협력은 한국의 자주권과 평화를 침해당하지 않는 범위내로 제한하고 정치외교적 수단을 우선시하며 군사훈련도 가능한 한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중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 관계 정립

작통권 환수는 단순히 한국군의 군사주권을 되찾아 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새로 설계하고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의 국력과 군사력에 걸맞게 한미 군사관계의 모든 면에서 철저히 국익중심의 자주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동맹의 성격을 전쟁수행을 위한 군사 협력과 지원의 관계에서 평시 평화를 유지하고 위기를 관리하며 전시에도 평화의 회복을 제1의 목표로 추구하는 ’평화동맹‘으로 바꿔야 한다. 그에 따라 주한미군은 최소한의 규모로 줄이거나 완전 철수 후 ’원격‘ 군사협력 체계를 수립하는 방안도 모색해 보아야 한다. 현재 70년 넘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여 평화동맹의 성격을 적시하고 주한미군 기지 사용 관련 주권침해 조항도 없애야 한다.

한국이 군 작통권을 환수하고 군사 정책과 전략의 자율성을 견지하면서 새로운 한미 군사협력 관계를 수립한다고 하여 미국과 적대적이 되지 않는다. 한미동맹이 와해되지도 않는다. 여전히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고 핵심적인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더 높은 전략적 차원으로 진화발전해 나갈 수 있다. 오늘로 다시 돌아오면 문제는 역시 ’정신‘에 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숭미주의‘를 떨쳐내고 용기있게 결단하고 지혜롭게 실행하는 정부와 군과 국민의 정신이다. /끝/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s://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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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 상정 포기 우 의장 조롱한 국힘..."외교결례, 사과하라"

▲'개헌안 표결 무산'에 울분 토한 국회의장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으로 개헌안 표결이 또 다시 무산된 데 대해 울분을 토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 ⓒ 남소연

[기사보강 : 8일 오후 6시]

"이러고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의심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우원식 국회의장이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이 개헌안에 대해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예고하자, 기가 차다는 듯 반응을 보였다. 우원식 의장은 제1야당을 향해 울분을 토한 뒤, 결국 이날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을 비롯한 50여 개 법안들의 상정을 포기했다.

대표적인 '개헌론자' 우원식 의장은 결국 개헌의 문턱까지 와서 야당의 발목잡기에 고개를 넘지 못했다. 전반기 국회의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그는 "산회를 선포한다"라며 의사봉을 세 번 강하게 내려쳤다. 의사봉을 두드리는 그의 입술은 꽉 깨물려 있었다. 그렇게 제435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는 23분 만에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도리어 그를 향한 조롱성 비아냥을 내어 놓았다.

우원식 "국힘, '불법 계엄 반성' 소리는 다 어디로 간 건가"

▲산회 선포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개헌안 표결을 다시 시도하기 위해 이날 본회의 개회를 선언한 우 의장은 국민의힘이 개헌안과 50개 민생법안 전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개헌안을 상정하지 않고 산회를 선포했다. ⓒ 남소연

전날(7일) 투표 불성립으로 표결이 무산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은 당초 8일 국회 본회의에 재상정될 예정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여권의 강행 의지는 컸지만, 국민의힘이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표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이틀 연속 반복될 공산이 큰 가운데, 국민의힘은 여기에 필리버스터까지 예고했다. 개헌안은 물론이고 나머지 민생 법안들에도 모두 반대하고 나서며 의사 진행 저지를 시도한 셈이다.

그러자 우원식 의장은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고 오늘로서 이 절차를 중단한다"라며 "국민 투표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선거인단에 등록한 재외 국민 여러분, 그리고 관계기관에도 유감의 뜻을 표하고 국회의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우 의장의 작심 비판 "국민의힘 정략과 억지 주장으로 39년 만의 개헌 무산"

이후 우 의장은 "매우 아쉽다. 정말 몹시 안타깝다"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개헌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분명하고 쟁점이 없어서 여야 간에 얼마든지 합의가 가능한, 사실상 내용에 반대가 전혀 없는 개헌안을 놓고도 개헌의 문을 열지 못했다"라며 "정략과 억지 주장을 끌어들여 39년 만에 개헌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번 개헌안은 전부 다 국민의힘이 국민들께 약속했던 내용들"이라며 "졸속 개헌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의장이 숱하게 제안했다. 그때마다 거부하고 대답하지 않은 것이 국민의힘"이라고 반박했다.

우 의장은 그간 지속적으로 밟아온 개헌 과정들을 언급하며 "이런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졸속 개헌이라는 것이다. 내용에는 반대할 게 없고 졸속 개헌이라고 하는데 제가 이렇게 여러 차례 제안했던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만든 개헌 기회를 걷어찼을 뿐만 아니라 공당으로서 국민께 한 약속을 실천하는 책임도 같이 걷어찬 것"이라며 "'불법 계엄을 반성한다', '반대한다'고 한 소리는 다 어디로 간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지만, 우 의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을 필리버스터까지 걸면서, 이러고도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로 무기를 선고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의심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힐난했다.

그는 "부끄럽고 두렵게 여기기를 바란다"라며 "이렇게 해서 만약에 20년, 30년 후에 이런 불법 내란이 또 벌어진다면 정말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라고 꼬집었다.

"합의된 민생법안 필리버스터는 국민에게 몽니 부리는 것"

우원식 의장은 또 이날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었던 다른 50개 법안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모두 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점도 맹비판했다. 우 의장은 "이번에 본회의에 제가 올린 50개 안건은 여야 합의로 법사위를 통과한 민생법안들"이라며 "그런 법안들에 대해서 필리버스터를 걸겠다니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이어 "합의된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국민들에게 몽니를 부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육아휴직 확대 법안 통과를 바라는 한 '워킹맘'으로부터 온 문자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정말 속 터진다. 속 터져"라며 "국민들의 삶에 필요한 법을 멈춰 세우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민생을 인질로 붙잡는 것"이라고 야당을 겨냥했다.

우 의장은 "필요한 법안을 제때제때 처리해야 국민들 불편이 줄어든다는 상식적인 국회 운영에도 어깃장을 놓는 이 상황이 저는 정말 분통이 터지고 눈물이 나올 것 같고 정말 화가 나고 답답하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눈가를 잠시 손으로 훔치기도 했다.

그는 "전반기 국회가 시작부터 험난했고 또 그 과정에 매우 험난한 과정들이 있었다"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행태를 겨냥해 "과오와 잘못을 반성도 하지 않고 불법 비상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까지 막아가면서, 국민들의 민생법안도 이렇게 막는 무도한, 국민과 국회 어디에도 아무 이득이 없는 이 무책임한 관성"으로 규정하면서 "규탄받아야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이 가정에서 우 의장은 중간중간 감정을 추스르며 간신히 말을 마무리했다.

국힘 "우원식 의장, 졸업여행 가야 해서 안건 못 올린 것"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는 송언석 원내대표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으로 개헌안 표결이 또 다시 무산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우 의장의 발언 도중 본회의장에서부터 격렬하게 항의했던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끝난 후 우 의장을 거세게 비난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원식 의장이) 10일부터 졸업여행 가야 해서 안건을 못 올린 것"이라고 폄훼했다. 우원식 의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해외 순방을 소화해야 하는데, 필리버스터 때문에 이 일정을 소화하지 못할까 봐 안건 상정을 포기한 것이라며 비꼰 것이다.

박충권 의원도 본인의 페이스북에 "필버 무산시키셨으니, 마지막 해외출장(졸업여행) 맘편히? 잘 다녀오시라"라고 적으며 조롱에 동참했다.

그러자 국회의장실이 반박에 나섰다.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언론 공지를 통해 "국회의장은 10~16일로 네덜란드 및 케냐를 대상으로 하는 외회 외교일정을 예정하고 있다"라며 "케냐는 작년 9월부터 무역 및 투자협력 확대를 위한 교류 일정을 논의해왔다"라며 "네덜란드 하원의장의 대한민국 국회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상당기간 준비한 외교 일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외교는 국익을 위해 초당적 방문단을 구성해 국회의장과 민주당, 국민의힘,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이 함께 하는 일정"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충권과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이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들의 공식 해외순방을 '졸업여행'이라고 조롱하는 것은 외교상대국인 케냐 및 네덜란드에 대한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직격했다.

"의회 외교는 국익에 있어 중요한 수단임에도, 국회의장을 공격하기 위한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악용하는 저급한 인식과 태도에 대한 매우 유감"이라며 "최수진 및 박충권 의원의 외교결례적 발언 철회 및 공식 사과를 요청드리는 바"라고 덧붙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대단히 유감스럽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 당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 표결을 위해서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했을 때, 우 의장과 민주당은 단칼에 거부했다"라며 "정 장관 해임건의안이 4월 임시회에서 폐기됐는데, 어제 헌법 개정안 표결이 부결로 끝나자마자 우 의장은 여야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오늘 또 본회의를 열었다. 아주 일방적이고 다분히 감정 섞인 본회의 개최"라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이 요구하는 본회의는 죽어도 열지 않고 국회의장이 원하는, 민주당이 원하는 본회의는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개최하고 이것이 국회의 모습인가?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송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도 현행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위헌 결정이 났다. 무슨 개헌을 해서 비상계엄을 막는다는 둥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라며 "여야 합의 없는 독재 개헌을 기필코 국민과 함께 끝까지 막아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식#국민의힘#필리버스터#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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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가 자녀 공격하는 병든 사회…'해든이'는 왜?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psyt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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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생각해보는 아동학대·자녀살해

양육에 실패하는 부모들이 왜 늘어나고 있을까

공동체 무너진 채 병든 사회가 병든 부모 만들고

병든 부모가 다시 아이들 병들게 만드는 악순환

공동체 복원, 경쟁 중심 사회제도 개혁 필요

아동 양육은 사회 전체 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을

5월은 어린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5월을 맞이할 때마다 가족의 소중함과 부모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의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린이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가장 큰 존재는 여전히 부모인데, 그 부모가 오히려 고통과 불행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극단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에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해든이(가명) 사건이다.

“쓸쓸하고 외로운 모습이 차라리 평온해 보인다”

해든이의 친모인 A씨(34)는 지난해 6월 해든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를 미워했다. A씨는 남편인 B씨(36)가 양육에 적극적이지 않고 외도를 하는 것 같다고 의심했고 자신이 불행한 이유를 해든이에게서 찾았다. A씨는 8월부터 약 두 달간 반복적으로 해든이를 폭행했다. 해든이의 친부인 B씨는 이런 A씨를 방관했다. 결국 해든이는 A씨의 지속적인 폭행으로 인해 2025년 10월 22일에 사망했다. 해든이가 얼마나 심각한 학대를 당했는지는 병원에 이송되었을 때 복부 속 장기들은 썩어서 괴사하고 갈비뼈 등이 부러진 상태였으며, 외부적인 힘에 의한 뇌출혈이 심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부검의는 해든이 사망의 주된 이유를 다발성 외상에 따른 출혈성 쇼크 및 다발성 장기부전이라고 밝혔다. 해든이 사건을 담당했던 재판부는 “안방에서 홀로 침대나 역류방지 쿠션에 누워 모빌을 보고 있는 피해 아동의 모습은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지만, 학대를 비롯한 아무런 위협도 없다는 점에서 차라리 평온해 보인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표현했다.(뉴스1, 2026년 5월 2일)

해든이 사건에서 드러난 것은 해든이가 보호받아야 할 공간인 집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되었고, 부모가 보호자가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였다는 사실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학대가 반복되는 동안 그 누구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23일 전남 순천시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서 열린 해든이 추모 및 아동학대 근절 법개정 촉구 집회에서참석자들이 생후 4개월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있다. 2026.4.23 연합뉴스

해든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부모에 의한 자녀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4월 30일에는 경기도 시흥시에서 생후 8개월인 영아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친모는 4월 10일 시흥시 자택에서 아들의 머리를 TV 리모컨으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이의 부모는 범행 이후에 병원을 방문했지만, 의료진이 두개골 골절 등 심각한 손상을 이유로 입원을 권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귀가했다. 이후 친모는 13일에 아이가 의식을 잃자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아이는 다음 날 숨졌다.(CJB청주방송, 2026년 4월 30일)

부모를 잘못 만났다?

한국에서는 부모에 의한 자녀학대 사건, 심지어 자녀살해 사건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부모를 잘못 만났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해버리곤 한다. 한마디로 이런 끔찍한 사건의 원인을 부모라는 개인에게서 찾아 그 개인을 비판하고 성토하는 것이다. 물론 개별적인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에서 멈추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을 가로막게 된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부모 자격을 상실한 부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부모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자녀 양육은 결코 부모만의 책임이 아니었다. 대가족 체제에서는 조부모, 친척 등 다양한 어른들이 아이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부모가 실수하거나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존재했다. 따라서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아이는 다양한 어른들을 통해 건전한 가치와 규범을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대가족이 해체된 이후에도 한국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은 마을 공동체나 직장 공동체 등이 그 역할을 일부 대신했다. 이웃과 주변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아이의 삶에 개입했고, 최소한의 사회적 감시와 보호가 작동했다. 부모의 영향력이 커지기는 했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부터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공동체는 거의 사라졌고, 한국인들은 핵가족으로 고립되었다. 이때부터 자녀 양육은 철저히 개별적인 부모의 책임이 되었으며, 외부의 개입이나 견제는 크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부모의 경제력이나 인격 수준, 정신건강 상태 등이 곧바로 아이의 삶 전체를 결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물론 이런 구조에서도 부모가 건강하고 안정적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부모가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정신적으로 취약할 경우 상황은 급격히 악화된다. 외부에서 이를 보완하거나 개입할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의 문제가 그대로 아이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극단적으로는 아이의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다.

왜 문제 있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는가?

이제 한국 사회는 부모답지 않은 부모를 비판하거나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다음과 같은 더 중요한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왜 이러한 ‘문제 있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는가?”

문제 있는 부모의 증가 추세를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이나 책임감 부족으로 설명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오늘날의 한국은 극단적인 개인 간 경쟁 사회다. 생존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개인 간 승자독식의 경쟁에서 이기거나 살아남아야 하고, 사회적 존중을 얻기 위해서는 치열한 개인 간 서열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반인간적인 사회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상실하여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불편함이나 고통을 넘어 급속한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진다.(이 주제에 대해서는 <풍요중독사회>, <가짜 정의 권하는 사회> 등의 저서 참고)

오늘날의 한국에서 정신건강이 악화된 개인이 부모가 되었을 때, 그 부모의 문제는 고스란히 자녀에게 전달된다. 양육은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인내심과 안정감, 공감 능력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무너진 부모들은 이런 능력을 가지기가 어렵고 그런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그 결과 부모의 스트레스와 분노 등은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에게로 향하게 된다.

정신건강이 악화된 부모가 자녀 양육을 전적으로 책임지면 자녀의 정신건강은 부모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자녀들이 자라나서 부모가 되면 자녀 양육의 질은 더 낮아질 것이다. 즉 사회가 병들면 부모가 병들고, 병든 부모가 자녀를 더 병들게 하고, 그 자녀들이 어른이 되면 사회는 더 병들어 부모와 자녀들을 더 병들게 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세대를 거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영아’와 관련해 영아학대치사와 시체유기 등 혐의를 받는 30대 친모 A씨가 8일 오전 광주지방 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3.7.8. 연합뉴스

근본적인 사회대개혁의 중요성

소위 부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흔하게 제시되는 방법은 부모 교육이나 상담이다. 물론 이러한 접근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것은 문제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아닌 이미 발생한 문제를 치료하는 방법일 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계속해서 절벽에서 뛰어내린다고 가정해보자. 절벽 아래에다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구조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절벽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드는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아동학대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학대 이후의 처벌이나 사후 개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병든 부모를 양산하는 사회적 조건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아동학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다음과 같은 사회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첫째, 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 가족 외부에서 아이를 보호하고, 부모를 견제하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관계를 악화시키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둘째, 개인 간 경쟁 중심의 사회제도를 개혁해서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안정적인 삶의 기반과 사회적 안전망이 확보되고, 건전한 인간관계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야 부모들이 보다 건강한 상태에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다.

셋째, 아동 양육을 개별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아이의 삶과 안전은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야만 국가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매년 5월이 되면 ‘가정의 달’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가정은 단순한 혈연적 관계가 아닌, 아이가 안전하고 사랑받고 존중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자 환경이어야 한다. 그런 환경은 부모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해든이와 같은 아이들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기 위해서는, 개별 사건에 대한 분노를 넘어 사회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병든 사회가 병든 부모를 만들고, 그 부모가 다시 아이를 병들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 한, 한국 사회는 똑같은 비극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사회개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아이들의 고통과 불행을 멈추기 위한 절박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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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미군 “자위 차원서 미사일·드론 기지 등 이란군 시설 타격”

수정 2026.05.08 07:14

선박들이 29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은 7일(현지시간)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으로 향하던 중 “이란의 무분별한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자위적 차원에서 타격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해군 구축함인 USS 트럭스턴, 라파엘 페랄타, 메이슨 3척이 국제 해협(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중 이란군이 다수의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발사했다”며 “미군 함정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부사령부는 이어 “접근하는 위협을 제거하고 미사일 및 드론 발사 기지, 지휘 통제소, 정보·감시·정찰 거점 등 미군을 공격한 이란군 시설을 타격했다”며 “중부사령부는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현재 위치를 유지하며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폭스뉴스 등 미 언론은 이날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이 이란 케슘 항구와 반다르아바스 등을 공습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 반관영 베흐르 통신은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와 인근 호르무즈 해협의 게슘섬 일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안을 담은 1쪽짜리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합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지만 양국 간 긴장은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김희진 기자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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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나토, 러시아, 조선, 한미동맹의 5차 방정식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5.08 06:41
  •  
  •  댓글 0
 
   
 

외교는 어렵다. 루빅스 큐브와 같다. 한 면을 맞추면 다른 면이 헝클어진다. 바둑과도 같다. 한 쪽에서의 전투는 판 전체로 번진다. 중동 정세는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고, 에너지 문제는 러시아 변수로 이어진다. 러시아를 생각하면 나토를 빼놓을 수 없고, 나토에 가까워지면 중국과 러시아가 예민해진다. 그 파장은 다시 조선의 계산법에도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 모든 선택의 바닥에 한미동맹이 놓여 있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듯 한국의 많은 외교 현안들은 따로 풀어낼 수 없도록 서로 얽혀져 있다. 여러 항들이 동시에 움직이는 복잡한 다차 방정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을 결정한 이유도 이 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윤석열이 3년을 연속해서 참석해온 회의였다. 대통령실이 내세운 공식적인 이유는 중동의 급박한 정세였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유가와 금융시장이 출렁이던 시점이었고 이 대통령은 중동 상황을 “매우 긴급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실제 판단은 훨씬 복합적인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전 정부의 적대정책을 지속한다는 의미를 던진다. 조선에도 호의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없다.

중동 전쟁은 우리의 사활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곧 경제적 비상사태다. 중동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정부는 대체 공급선 확보에 신경을 곤두세워 왔다. 중동의 포성은 한국의 물가와 환율, 산업 원가로 직결되고 곧바로 민생 문제로 이어진다. 당시 정부가 나토 회의장보다 중동 상황을 더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작년의 위기상황은 해를 달리해 다시 우리에게 닥쳤다. 이번에는 전 세계에 메가톤급 충격이 실제로 가해지고 있다.

전쟁 과정에서 한미동맹과 현실의 상충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이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파견을 요구했을 때 한국 정부는 ‘신중 검토’와 ‘긴밀 협의’로 일관했다. 한국 정부의 딜레마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미국과의 동맹은 중요하지만 미국의 군사적 요구에 기계적으로 응하다가는 우리의 안위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요구를 즉각 거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미국은 5월 4일 ‘프로젝트 프리덤’을 전개하면서 다시금 한국의 군함 파견을 요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국의 화물선이 피격되었다.

트럼프발 나토 탈퇴 논의는 이 방정식을 한층 더 난해하게 만든다. 미국의 나토 탈퇴가 법적으로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다. 조약상 탈퇴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대통령이 마음먹는다고 바로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실제 탈퇴 이전에 탈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벌써 동맹의 의미가 바뀐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이미 독일 주둔 미군 5천 명 감축을 지시해 지금 실행 단계에 있다. 현재 나토는 공동의 가치보다 비용 분담과 대가를 먼저 따지는 관계로 옮아가고 있다.

변화는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 국방부가 2026년 국가방위전략(NDS)에서 한국에 조선 억제의 주된 책임을 지우고 미국은 역내 분쟁으로 주안점을 이동시키겠다고 밝힌 대목은 비슷한 압박이 한반도에도 이미 가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토의 변모는 남의 집 불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앞으로 감수해야 할 동맹의 가격이 어떻게 청구될지를 미리 보여주는 장면이다. ‘프로젝트 프리덤’ 동참을 거부하는 순간 미국은 주한 미군의 감축도 거론하기 시작할 것이다. 겁먹을 것은 없다. 우리는 동맹의 비용과 편익을 냉정히 계산하기 시작해야 한다.

러시아 변수 역시 다시 따져봐야 한다. 당장 러시아와 본격적인 에너지 협력을 재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제재와 국제정치적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대부분을 바다 건너 들여오는 한국에게 공급선 다변화는 생존의 문제다. 중동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러시아를 완전히 지워버린 에너지 전략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토 문제는 한미동맹의 연장선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 나토에 밀착할수록 러시아와의 외교 공간은 좁아지고, 이는 결국 에너지 안보의 선택지 축소로 이어진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조선 문제를 국제화하고 한미동맹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목적으로 나토에 접근했다. 북러 군사협력을 유럽 안보와 연결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국제무대로 끌어올렸다. 나토를 한미동맹의 범위 확장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도였고 이는 물론 미국의 의중을 충실히 따른 행동의 결과였다. 나토는 인도·태평양 안보를 유럽과 연결하고 중국을 러시아의 “결정적 조력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나토 옆에 서는 것은 베이징과 모스크바가 보기에 한국이 미국 주도 진영 정치에 더 깊숙이 편입됐다는 신호다.

조선의 ‘중차대한’ 결심이 이 대목에서 탄생했다. 서울은 2023년 7월 나토 정상회의에 재차 참석한데 이어, 8월에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전의 하노이 회담 결렬과 북중러 밀착, 그리고 한국의 9·19 군사합의 파기라는 배경 요인이 작용하면서 조선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재정의한 것이다. 여러 사안이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윤정부의 나토 밀착이 평양으로 하여금 남한을 같은 민족이 아닌 ‘적대 진영의 일원’으로 못 박게 만든 촉발제가 되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동맹을 강화하는 것과 동맹의 외연을 무한정 넓히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전자가 억지력이라면 후자는 스스로의 외교 공간을 좁히는 족쇄가 될 수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한다고 해서 한반도가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욱 불안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는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한미동맹의 강화를 한반도 안정이라는 등식으로 자동인식 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교의 여러 연관주제들을 도외시하고 하나의 요소에만 시선을 집중해 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외교는 저차 방정식이 아니라 최소한 5차 이상의 고차방정식인 것이다.

지금 우리는 연결된 현안을 각기 떼어 다루는 식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중동에서는 경제와 에너지 안보를 우선하되 군사 개입에는 신중해야 하고, 나토와의 협력도 필요한 범위 안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와는 하루 속히 관계정상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 한미동맹은 안보의 축으로 유지하되 남북관계의 공간까지 닫아버려서는 안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끝까지 조정해 내는 외교의 루빅스 큐브와 바둑의 전략적 해결 능력이다. 끝.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s://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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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럽에선...쿠팡 탈퇴를 부르는 네 가지 질문

[임상훈의 글로벌 리포트] 쿠팡을 끊기 어려운 사회, 그래도 끊어야 하는 이유

26.05.08 06:38최종 업데이트 26.05.08 06:38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Inc가 1분기 350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쿠팡In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2조 4597억 원(85억 4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했다고 5일(현지시간) 공시했다.연합뉴스

쿠팡 논란은 이미 단순한 소비자 불만의 단계를 지나왔다. 빠른 배송의 그늘에 있던 노동환경 문제에 이어, 개인정보 대량 유출, 납품업체와의 거래 질서 논란, 미국 기업 정체성과 로비 의혹까지 겹치면서 쿠팡은 한국 사회가 더는 사적 소비의 영역에만 둘 수 없는 공적 문제가 되었다.

특히 국민 정서를 건드리는 지점은 따로 있다. 한국에서 매출을 올리고, 한국인의 생활 정보를 다루고, 한국 노동자의 밤과 물류 흐름 위에서 성장한 기업이 정작 불리한 순간에는 미국 기업의 얼굴을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런 의심이 널리 번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쿠팡 사태는 이미 단순한 기업 평판 문제를 넘어섰다.

이 사태에는 네 가지 질문이 들어 있다. ▲ 노동자는 안전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가 ▲ 소비자의 생활 정보는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가 ▲ 납품업체와 판매자는 거대 플랫폼 앞에서 공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 한국 사회는 외국계 플랫폼 기업에 충분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쿠팡은 이제 물건을 파는 곳만이 아니라 생활, 노동, 정보, 유통이 만나는 거대한 통로가 되었다. 그래서 쿠팡 문제는 특정 기업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생활 기반이 된 플랫폼을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이런 점에서 탈팡운동은 단순한 소비 거부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의 물건을 사지 않겠다는 반응을 넘어, 거대 플랫폼 기업에 보내는 시민의 경고다. 소비자는 고객이지만 동시에 주권 국민이다.

어떤 기업의 편리함이 노동자의 위험, 소비자의 정보 유출, 국가 규율의 약화 위에 세워졌다는 의심이 커졌다면 소비는 사적인 선택에만 머물 수 없다. 계속 이용하는 행위는 그 기업의 방식에 보내는 승인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이용을 줄이고, 대체 수단을 찾고, 문제를 말하는 행동은 기업과 정치권 모두에게 압박이 된다.

물론 쿠팡을 끊기는 쉽지 않다. 새벽배송, 빠른 반품, 생필품 접근성, 육아와 돌봄의 시간 압박이 많은 사람의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직장과 가사를 병행하는 사람, 아이를 키우는 사람, 가까운 상점에 갈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 쿠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하루의 시간을 버티게 하는 장치가 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더 큰 경고다. 한 기업의 서비스가 없으면 일상의 균형이 흔들릴 만큼 의존이 커졌다면, 그것은 편리함만을 뜻하지 않는다. 끊기 어렵다는 현실은 면죄부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 기업의 방식에 얼마나 깊이 묶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유럽이 보여주는 방향

이탈리아 로마에서 배달앱 글로보의 배달원이 콜로세움 옆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EPA 연합뉴스

유럽은 이런 문제를 소비자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는다. 개인이 알아서 착한 소비를 하라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국가와 제도가 플랫폼 기업을 공적 규율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노동자의 처우, 소비자에게 제공된 기업 이미지, 시장 안의 힘,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이 함께 검토 대상이 된다.

이탈리아에서는 경쟁시장보호청(AGCM)이 배달앱 글로보와 딜리버루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AGCM은 시장의 공정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함께 맡는 독립 행정기관이다. 노동 당국만이 아니라 이런 기관이 움직였다는 사실은 플랫폼 노동 문제가 회사와 노동자 사이의 내부 갈등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당국이 보는 쟁점도 라이더 처우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글로보와 딜리버루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보여주었는지, 그 설명이 실제 노동조건과 법 준수, 알고리즘 운영 현실에 맞는지가 조사 대상이다. 플랫폼 기업이 윤리적 이미지를 팔았다면, 그 이미지 역시 검증받아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여기에 밀라노 검찰과 법원의 움직임도 겹친다. 글로보와 딜리버루의 이탈리아 법인은 노동착취 혐의와 관련해 사법적 감독을 받는 상황에 놓였다. 아직 최종 유죄 판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 노동 문제가 행정조사를 넘어 사법 절차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프랑스에서는 배달앱 우버이츠와 딜리버루를 상대로 형사고발이 제기됐다. 이 역시 판결이 아니라 고발 단계이며, 법적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 문제가 단순한 임금 논쟁을 넘어 취약노동, 이주노동, 인간의 존엄, 형사책임의 언어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사실은 가볍지 않다.

유럽연합은 이 흐름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플랫폼 노동지침은 노동자의 고용 지위뿐 아니라 자동화된 감시와 결정, 알고리즘 관리의 투명성 문제를 다룬다. 이제 쟁점은 노동자가 자영업자인가 직원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알고리즘이 노동을 지휘한다면, 그 알고리즘도 법과 사회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럽이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플랫폼 기업은 더 이상 혁신 기업이라는 이름만으로 면제받지 않는다. 노동자를 어떻게 대했는지, 소비자에게 어떤 얼굴을 보여주었는지, 시장 안에서 어떤 힘을 행사했는지, 알고리즘으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책임을 줄이는 이유가 아니라, 더 큰 설명 의무를 요구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물어야 할 것

공정위가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한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한 4월 29일 서울 서초구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용 가방이 야적되어 있다.연합뉴스

쿠팡은 글로보나 딜리버루, 우버이츠와 같은 기업이 아니다. 유럽의 배달앱은 주로 음식 배달을 중개하는 플랫폼이고, 쿠팡은 전자상거래, 물류, 배송, 회원제 서비스를 결합한 거대 유통 플랫폼이다. 그러므로 유럽의 사례를 쿠팡에 그대로 덧씌우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업종이 다르다고 질문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가 속도를 정하는가, 누가 밤을 떠안는가, 누가 생활 데이터를 가져가는가,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어디에 머무는가. 유럽이 배달앱을 향해 던지는 질문은 한국에서 쿠팡을 향해 되돌아온다.

한국 사회가 물어야 할 것은 쿠팡이 얼마나 빠르고 편리한가가 아니다. 그 빠름이 어떤 노동조건 위에 서 있는지, 그 편리함이 어떤 정보 관리와 책임 체계 속에서 유지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소비자가 받은 하루의 편의 뒤에 누군가의 위험과 침묵이 숨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혁신이라는 말 하나로 덮을 수 없다.

탈팡은 출발점이다. 소비자는 편리함의 수혜자에 머물지 말고, 불편을 감수하며 기업에 경고를 보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한순간에 쿠팡을 끊을 수는 없더라도, 사용을 줄이고 대체 구매를 찾고 문제를 말하는 행동은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의 불매만으로는 부족하다. 플랫폼이 생활의 통로가 된 시대에는 시민의 압박과 국가의 규율이 함께 가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의 안전, 개인정보 보호, 거래 질서, 기업 책임을 법과 제도로 다시 세워야 한다.

빠른 배송의 가격표는 다시 쓰여야 한다. 그 가격표에는 상품값과 배송비만 적혀 있어서는 안 된다. 누가 밤을 견디는지, 누가 위험을 감수하는지, 누가 책임을 지는지가 함께 적혀야 한다. 거기서부터 탈팡은 단순한 불매를 넘어, 플랫폼 권력을 다시 시민사회 안으로 불러들이는 첫걸음이 된다.

#쿠팡 #미국 #배송 #플랫폼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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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흔들어대는 미국을 박살 내자”...미 대사관 앞 촛불문화제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6/05/0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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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 기자

 

7일 오후 7시 미 대사관 인근에서 “주권모독 브런슨 이 땅을 떠나라”, “전쟁화근 주한미군기지 철거하라”라는 구호가 높이 울려 퍼졌다.

 

이날 ‘주권모독 전쟁화근 주한미군기지 철수 긴급행동’(긴급행동)이 주한미군기지 철수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지난 4월 수요일에 열리던 촛불문화제가 5월부터 매주 목요일에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이날 더욱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왜냐하면 이날 낮 12시 대학생 8명이 미 대사관에 항의 방문을 하다가 모두 연행됐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담아 구호를 외쳤다. 

 

김차환 강남서초촛불행동 회원은 “주한미군기지 철수시키고 자주독립 이룩하자”라는 구호를 외친 뒤 발언을 시작했다.

 

김차환 씨는 “지금 대한민국은 휴전 상태다. 전쟁이 끝난 지 수십 년이 됐다. 종전을 선언해야 하는데 주한미군이 원치 않는다. 왜인가? 대한민국 국군의 작전권을 넘겨주기 싫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이승만 독재정권을 세워서 통일을 방해했고 지금도 통일을 원치 않고 있다. 한반도 통일이 되면 전작권도 넘겨줘야 하고, 주한미군기지도 철수해야 하고, 대한민국 정부를 자기들 맘대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통일방해세력인 주한미군과 주한미군기지 당장 철수시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한미군기지 철수에)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이 나서서 주한미군기지 철수를 국민투표로 정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 국민이 주한미군 주둔을 원하지 않으니 철수하라고 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은서 도봉촛불행동 회원은 “요즘 뉴스를 보면 대한민국이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미국의 내정간섭이 점점 심각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계속 강도를 높여 이재명 정부를 흔들고 공격하며 자신들에게 굴복하라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가 어떻게 세워졌는가. 우리 촛불시민들의 힘으로 윤석열을 몰아내고 세워낸 새 정부 아닌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공격하고 흔드는 것은 결국 주권자 국민을 굴복시키려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며 “우리의 주권을 모욕하고 있는 미국에 굴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 다시는 대한민국을 가지고 전쟁을 운운하지 못하도록 만들자”, “이재명 정부 흔들어대는 미국을 박살 내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 김차환 씨(왼쪽), 민은서 씨.  © 김영란 기자

 

고은광순 사)평화어머니회 상임대표는 “정부, 국회가 나서지 못하는 ‘미군기지 철거’를 지금 주권자가 나서고 있다. 미군기지 철거 투쟁에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해야 한다”라며 “시민들은 탐욕스러운 미국의 민낯을 최근 확실히 보았다. 미국이 내란당 등 친미·반북·반중 세력을 지지하기 위해 ‘여자 윤석열’ 미셸 스틸을 (한국에) 보내려 한다. (미국의 의도를 안) 시민들이 매주 토요일, 5.18, 7.27, 8.15 등에 모여서 ‘반미주권찾기 운동’을 가열차게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백륭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오늘 대학생들은 주한미군기지 철수와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을 추방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현수막을 들고 미 대사관에 찾아갔을 뿐이었다. 그런데 경찰은 대학생들의 목을 팔로 조르고, 땅에 질질 끌고 가고, 찍어 누르면서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주권을 모독하고 내정에 간섭하는 미국에 맞서서 자주독립을 위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선 대학생들을 어떻게 그리도 폭력적으로 연행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촛불로 세운 정부를 미국이 흔들고 길들이려 하는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며 “자주독립 국가의 주권자로서 단호히 맞서 싸워 미국을 무릎 꿇리겠다. 기필코 브런슨을 추방시키고 주한미군기지를 철거시키겠다. 대학생들이 맨 앞에서 자주독립기를 휘날리며 투쟁하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문혁 중구용산촛불행동 회원이 자작시 「목멱 남산은 내 어미의 심장」을 낭송했다. (시 전문 기사 하단)

 

참가자들이 독립군가를 제창하며 촛불문화제를 마쳤다.

 

긴급행동에는 국민주권당, 도쿄민주실천연대, 독일함부르크촛불행동, 동행풍물패, 미국 내정간섭 반대 대학생 운동본부, 미주양심수후원회, 민족작가연합, 민중민주당, 사)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 사)평화어머니회, 시민인권위원회,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 자민통위, 재미노동자투쟁연대, 전국시국회의 자주통일평화위원회, 전북민주동우회, 조선일보폐간시민실천단, 촛불행동, 통일공방, 통일중매꾼, 평화이음, 프랑스민족의집, 한강하구평화센터,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한국중립화추진시민연대, 한민족유럽연대 등이 참가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한편 이날 촛불문화제 초반에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음향 전원이 모두 꺼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누군가 고의로 전원을 고장 낸 것이다. 행사 관계자가 수상한 행동을 하던 20대 초반의 남성을 쫓아가 바로 잡았다. 현재 범인은 경찰로 인계돼 조사받고 있다.

 

주최 측은 반미 투쟁이 거세지자 극우세력이 ‘백색테러’를 자행했다고 분개했다. 극우세력의 방해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확성기를 이용해 촛불문화제를 힘차게 진행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고은광순 상임대표(왼쪽), 백륭 회원.  © 김영란 기자

 

▲ 문혁 회원.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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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목멱 남산은 내 어미의 심장」

 

목멱 남산은 내 어미의 심장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 푸른

저 소나무 철갑을 둘렀다.

 

비단실 뽑아내는 누에같은 너

삼천리를 화려강산으로 만들었다.

너는 내 어미의 포근한 젖가슴의 두 봉우리

내 어릴적 동무함께 뛰놀던

꽃동산.

 

지금 너의 이름은

켐프모스! 이름도 생소하다.

비단실 뽑아내던 누에의 머리에

켐프모스의 빨간 깃대가세워젔다.

포탄의 포적이다.

화마를 부르는 화근이다.

내 어미 앞가슴에, 

내 어미 뜨거운 심장에

내 뛰놀던 꽃동산에

600년 도읍지 서울 한복판이

불바다가 된다.

 

목멱 남산 남녘 

양지바른 곳 녹사평에

수호천사의 너울쓰고

점령군이 틀어 앉았다.

너는 진드기,거머리, 바이러스.

나의 육체가 내 생각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지독한 바이러스의 감염이다.

이 놈들의 탄저균 실험 탓인가?

그게 아니면 미군기지가 오염됐나?

아니 그도 아니면 내정간섭이 심했던가?

맞다! 이 양키놈의 

삥발이 앵벌이 때문이다.

점령군으로 까불대며 행하는 

내정간섭 때문이다.

 

야! 거지 발싸게 만도 못한 양키놈들----

너는 황야의 무법자!

너는 삥발이 앵벌이!

너는 오지랍!

너는 거지 발싸게!

너는 썩은 동앗줄!

 

중동이 불바다가 되였다.

천사같은 어린이가 하늘의 별이되었다.

카우보이 양키놈의 탐욕의 도발로---

전 세계가 몸살이다.

뻔뻔한 녀석이다.

생때 같은 내 자식들의 

피를 빨아대려한다.

호르무즈 검푸른바다에서

낯설은 이국 사막에서

피의 제물로 삼으려한다.

사랑하는 내 자식들을 

침략의 도구로 보낼 수 없다.

 

우리는 반만년을 홍익과 

제세이화 정신으로 살아왔노라.

전화의 폐허속에서도

이웃을 탐하지 않고도

상생의 정신으로

세계 10위권의 

유일한 경제국이다.

 

황야의 무법자 트럼프에게

권하노라.

방빼라!

철수하라!

내정간법하지마라!

전시작전권 환수하라!

상호선린관계를 존중하라!

우리는 평화을 추구하며

민족통일을 이루려한다. 

병오년 오월칠일 태평로 미대사관앞

 

국민주권당 만초노인 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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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판매하는 '전쟁기계' 미국, 군산복합체의 민낯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5/07 09:48
  • 수정일
    2026/05/07 09: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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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05.07 09:15

  • 수정 2026.05.0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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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구조 해부

아이젠하워도 경고, 전쟁기계의 민주주의 위협

양당 카르텔과 로비스트가 만드는 전쟁 생태계

WMD 거짓말에서 드론 암살까지 전쟁의 진화

AI와 테크노 파시스트가 함께한 이란 침략전쟁

연대와 공감으로 전쟁기계 전원을 꺼야 할 때

미군 중부사령부 공보실이 2026년 5월 2일 공개한 이 미 해군 제공 사진은, 2026년 4월 27일 알레이 버크급 유도 미사일 구축함 마이클 머피함(DDG 112)이 군수지원함 헨리 J. 카이저함(T-AO-187)으로부터 해상 보급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야심 차게 밀어붙였던 이란 침략전쟁이 처참한 패배와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미국의 패권주의는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 출간된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 트럼프와 1조 달러 전쟁기계의 야망>은 미국이 왜 평화가 아닌 파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를 해부하는, 흥미롭고도 유익한 텍스트이다.

이 책은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만 해외 군사개입을 통해 최소 40만 명의 사망자와 10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낳은 거대한 '전쟁기계'의 내부 구조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 책이 묘사하는 미국의 '전쟁기계'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 80개국에 걸쳐 약 750곳의 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17만 명에 달하는 상시 주둔군을 배치해 두고 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규모의 '지구적 포위망'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분쟁 지역을 살펴보면, 한쪽 혹은 양쪽 모두가 미국이 설계하고 제조한 무기를 들고 서로를 살육하는 비극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미국은 '평화의 수호자'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파괴와 살육의 도구를 공급하는 가장 큰 '죽음의 상인'인 셈이다.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트럼프와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야망/ 윌리엄 D. 하텅, 벤 프리먼 저/ 백우진 역/ 부키

역설적이게도 이 거대한 군산복합체의 실체를 가장 통렬하게 고발한 인물은 반전 운동가가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이자 5성 장군 출신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였다. 보수적 공화당이 배출한 대통령인 그는 퇴임 연설을 통해 군산복합체가 민주주의를 파괴할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이미 1953년에도 다음과 같은 연설을 남겼다.

“만들어지는 모든 총, 진수되는 모든 군함, 발사되는 모든 로켓은 궁극적으로 굶주리지만 먹지 못하는 자, 추위에 떨지만 입지 못하는 자로부터 도둑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문장은 전쟁의 비용이 복지와 생존권을 찬탈한 결과임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하지만 아이젠하워의 이 준엄한 경고 이후에도 미국의 전쟁기계는 더욱 거대하고 정교하게 성장해 왔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군산복합체를 단순히 무기 제조 기업들로 한정 짓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군비 확대를 가능하게 만든 공화-민주 양당의 카르텔, 거대 자금을 이용한 로비스트들, 전쟁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싱크탱크, 그리고 국방부의 연구비를 수주하며 지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학과 학계의 유착 관계를 촘촘하게 분석한다.

더 나아가 미디어와 할리우드, 그리고 오늘날의 게임 산업이 대중의 무의식 속에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환상을 어떻게 심어주는지를 세밀하게 고발한다. 할리우드 영화가 묘사하는 미군의 영웅적 서사와 전쟁 게임이 선사하는 가상 살육의 쾌감은, 실제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현실을 가리고 전쟁을 하나의 '멋진 소비재'로 탈바꿈시킨다.

이러한 긴밀한 연결망 속에서 미국의 군사주의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현상이자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이스라엘과 같은 대리 세력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며 폭격과 학살을 '외주화'하는 방식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베트남 전쟁의 참담한 패배 이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닉슨 독트린'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군의 폭격 피해가 발생한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 주 미나브 마을의 초등학교 인근 공동묘지에서 인부들이 수십개의 무덤 구덩이를 파고 있다. 2026.3.4. 로이터 연합뉴스

2003년의 이라크 침공은 이러한 '베트남 후유증'에서 벗어나 미국이 다시 한번 직접적인 무력을 과시하려 했던 위험한 시도였다. 이라크 전쟁의 서막은 거대한 거짓말이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고 있다'는 명분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가공할 사기극이었다.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콜린 파월은 이 허무맹랑한 사기극에 앞장섰다.

하지만 비판적이어야 할 미국의 '진보 언론'들조차 "그의 목소리는 힘차고 흔들림이 없었다"며 무비판적인 신뢰를 보냈다. 당시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는 미디어에 의해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칭송받으며 전쟁의 광기를 부추겼다. 결과는 처참했다. 이라크 전쟁은 민주주의의 이식은커녕 중동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지정학적 대재앙으로 끝났다.

미국 사회에는 베트남전보다 훨씬 심각한 '이라크 후유증'을 남겼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집권한 버락 오바마는 중동에서 지상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그는 드론을 활용한 암살과 정밀 폭격이라는 '깨끗해 보이는 전쟁'에 매달렸다. 오바마 집권기 동안 군비는 오히려 증가했고, 드론 공격 횟수는 부시 정권 때보다 무려 10배나 급증했다.

이러한 첨단 기술 중심의 군비 투자와 개발은 오늘날 일론 머스크나 팔란티어(Palantir)의 피터 틸과 같은 '신세대 기술낙관주의적 군국주의자'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전쟁을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 '테크노 파시스트'들은 트럼프의 네오파시스트 세력,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신네오콘(New Neocons)들과 결합했다.

이 기괴한 연합이 일으킨 것이 바로 이번 이란 침략전쟁이다. 그들은 이스라엘이라는 대리 세력을 앞세우고, AI 기반의 최첨단 무기들을 활용하면 단기간에 손쉬운 승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개꿈'을 꾸었다. 그러나 현실은 철저한 실패였다. 이제 트럼프와 미국은 베트남과 이라크를 뛰어넘는, 회복 불가능한 '이란 후유증'에 아주 오랫동안 시달리게 될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서 열린 '왕은 없다'(No Kings) 시위에 참가한 이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28 LA EPA 연합뉴스

패배가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트럼프는 내년 군비 예산을 1.5조 달러로, 기존보다 50%나 증액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군비 축소를 약속하며 다음과 같이 군산복합체를 비판한 적이 있다. “그들은 늘 전쟁을 하고 싶어합니다. 미사일 한 기는 200만 달러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벌어질수록 더 많은 무기를 팔아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구조를 지적한 발언이었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태도를 바꾼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만든 고가의 무기를 폭격 한 번으로 날려버리는 것은 극도의 자원 낭비이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 즉 '투자와 이윤'의 관점에서 보면 전쟁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첫째, 군수산업은 거대한 일자리와 수요를 창출한다. 둘째, 전쟁이 발발하면 소모되는 탄약과 무기를 보충하기 위해 군수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린다. 셋째, 신무기 개발 과정에서 탄생한 기술적 혁신(인터넷, GPS 등)은 민간 산업으로 전이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넷째, 전쟁으로 초토화된 국가의 '재건 사업'은 건설 자본 등에 또 다른 기회의 땅이 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창조적 파괴'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쟁의 승자는 약소국의 자원을 무상으로 혹은 헐값에 강탈할 권리를 얻는다. 좌파적 경제 분석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군사적 케인즈주의' 혹은 '영구 무기 경제(Permanent Arms Economy)' 효과로 설명해 왔다. 역사는 이를 증명한다.

세계 자본주의가 1930년대의 대공황을 완전히 탈출하기 위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불길이 필요했다. 또한 한국전쟁은 패전국 일본의 경제를 부활시킨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베트남 전쟁은 한국 경제 성장의 초기 자본을 마련해 준 토대가 되었다. 미국-소련 냉전기 동안 지속된 군비 경쟁은 역설적으로 미국 경제 장기 호황의 엔진 역할을 했다.

이 책이 인용하듯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같은 진보적 경제학자조차 과거에 "국방부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배경에는 이러한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아이젠하워의 군축 노선이 미국의 지배적 권력 집단에 의해 거부당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4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로 가기 위해 메릴랜드 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을 향해 걸어가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4.10 .AFP 연합뉴스

사실 아이젠하워가 평화주의자였기 때문에 군비를 줄이려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재래식 군사력을 줄이는 대신, 핵무기 같은 전략 무기에 의존함으로써 예산을 아끼고 그 돈을 민간 경제 발전에 투자하자는 '효율적 제국주의'를 지향했다. 하지만 군비 투자 그 자체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그런 목소리는 줄어들었다.

결국 군비 확대의 뿌리에는 특정한 정파나 특정한 산업과 기업의 필요를 넘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라는 체제 자체의 내적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군사적 케인즈주의'나 '영구 무기 경제'에 지적과 분석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고민과 분석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적 토대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우리는 '반전 평화 운동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이해하고 반대해야 한다'는 식의 기계적인 결론에 빠져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이론적 분석과 단기적인 실천적 대응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성마른 어리석음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방향들을 제시하는 것도 장점으로 보인다.

현재 전통적인 반전 평화 운동은 참가자의 감소와 고령화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지적이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집단학살과 미국의 이란 침공이 자행되는 이 위태로운 시기에,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충분치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반전 운동은 새로운 세대와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시민이 쉽고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폭넓은 운동이 돼야 한다.

그 점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운동의 연결'은 더 가슴에 와닿는다. "그동안 이민 개혁, 인종과 경제 정의, 기후변화 대응, '끝없는 전쟁' 종식, 핵무기 경쟁 중단, 가자 지구 학살 저지 등 관련된 각각의 대응을 목표로 한 운동 조직들은 때때로 협력해 왔다. ···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연대와 협력, 그리고 더 넓은 평화 네트워크로 통합이 이루어져야 할 순간이다."

반전 운동은 고립된 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쟁기계가 1조 달러의 예산과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면, 우리는 연대와 공감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그들에 맞서야 한다. 트럼프의 야망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가라앉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전쟁기계의 전원을 꺼버리고 진정한 평화의 길을 되찾아야 할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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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통일, 아니면 핵무기?

[초록發光]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바라본 한반도 평화

진상현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 기사입력 2026.05.07. 07:32:42

현재 진행 중인 두 개의 전쟁은 모두 핵무기와 관련된다. 먼저 이란전은 미국 측 설명에 따르면, 핵폭탄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선제 타격이라고 한다. 사실 이란의 핵 개발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 출범 이전에도 다양한 제제를 통해 핵확산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진행됐기 때문에, 굳이 지금 이 시점에서 전쟁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로 인해 이번 전쟁의 진짜 이유가 이스라엘의 야욕 때문이지 않냐는 의혹까지 확산하는 실정이다. 아무튼 핵확산 방지를 위해 시작된 불가피한 전쟁이라는 설명이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공격이 시작됐던 원인은 둘째치고, 이제는 전쟁을 매듭짓기 위한 종전 협상에 주목해야 한다. 다만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이 막대한 국방 예산을 쏟아부으며 보여줬던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와 달리 이란에서는 정권 교체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반미 세력의 입지가 강화되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했던 핵시설 검증 및 우라늄 반출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아예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경파가 득세하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는 핵무기와의 관계가 약간 숨겨져 있다. 물론 직접적으로는 두 국가 사이의 영토 분쟁뿐만 아니라, 유럽 권역의 친서방 혹은 친 소비에트 같은 신냉전 체제의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기 이전에 보유했던 핵무기를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러시아의 침략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가 핵보유국이었다면 국가의 안전이 담보됐을 텐데, 원자폭탄을 갖지 못한 약소국이어서 나라의 안위가 위협에 처했다는 후회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반도로 눈을 돌려 우리나라의 안보를 살펴보자.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의 군사력을 세계 5위 수준이라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즉, '글로벌 파이어 파워'라는 이름의 민간 업체가 발표하는 비공식 통계를 바탕으로 국방 정책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성 기사가 등장했다. 그렇지만 이 통계는 미국의 중앙정보국이 국가별 군사력 순위를 2007년 무렵부터 공개하지 않으면서, 그나마 접근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의 공신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학술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많은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널리 회자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순위에 국한되지만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군사력이 높은 수준이라는 진단은 비교적 합리적인 평가라고 판단된다.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의 버섯 구름. ⓒBy Charles Levy - 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다만 이 군사력 순위는 보다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즉, 평가 대상국의 핵무기 전력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핵보유국이 전쟁에서 원자폭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재래식 무기에 기반할 경우에 국한되는 전투력만을 비교하는 약점을 평가 업체 자신도 인정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각국의 군사력에서 핵무기의 반영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한국과 북한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국방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순위에서 북한은 군사력이 세계 31위에 불과하지만,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위상을 지니고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해서 논란의 여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서 지금은 인도나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간주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도 북한처럼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곤 한다. 물론 미국이 허가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행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강경한 목소리를 자제하는 편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핵잠수함 개발을 추진하면서, 미국 측에 핵무기 개발의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는 편이 유리하다는 논설이 대내외에서 설득력을 높이는 실정이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한국이 굳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한반도가 통일되면, 자연스럽게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합리적 기대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남북통일과 더불어서 우리는 과연 핵보유국이 될 수 있을까? 이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바로 우크라이나를 통해서 한반도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1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하던 무렵에 우크라이나는 수 천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똑같은 처지의 체제전환국이었던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도 다량의 핵미사일과 핵탄두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같은 열강은 이들 군소국의 핵무기 보유를 세계 평화의 위협으로 간주했었다. 게다가 당시 신생 독립국으로 경제난과 각종 어려움을 겪던 우크라이나는 결국 1994년에 이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안전 보장 각서를 체결한 뒤, 핵무기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해 보자. 만약에 남북이 지금의 정전협정을 종결하고 단일 국가를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주변국들은 우리나라의 핵보유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기존의 핵보유국들은 핵확산방지협약을 토대로 위험의 확장을 억제하려고 할 것이며, 이웃 나라 일본은 자국이 보유하지 못한 핵무기를 한국이 갖게 되는 상황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세계열강은 한국에 남북통일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핵무기의 폐기 또는 인계를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요즘은 국내에서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여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낮아지는 추세다. 심지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불러 본 청소년이 30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은 평화 통일을 민족의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통일은 독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언제 어느 순간에 도둑처럼 찾아올 수 있다. 그러면 그때 우리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지, 아니면 핵무기인지.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2026년 4월 8일 레바논 베이루트 탈레트 알카야트(Tallet al-Khayat)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주거 건물 잔해 아래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epaselect epa12875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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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국힘 공천재난'… 김태규 돈통 4개·김두겸 사조직 동시 도마

6·3 지방선거 앞둔 울산서 출판기념회 헌금 정황과 시장 사조직 의혹 잇따라

남구갑 김태규 북콘서트에 검은 돈통 4개… 시의원 후보 도서비 500만~1000만원 정황

김두겸 시장 사조직 '금섬회' 회장은 정무특보 김재익… 회계장부 정치인 이름 삭제 지시

당원 모집 실적 70% 공천 가중치… 가입서 추천인란 비우라는 요구도

2026-05-07 08:11:51

 

울산이 국민의힘 공천 재난지역으로 떠올랐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갈래 의혹이 한꺼번에 분출됐다. 남구갑 당협 위원장이었던 김태규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올해 2월 연 출판기념회에서 검은색 돈통 4개를 놓고 시의원 예비후보들로부터 거액의 도서비를 거뒀다는 정황이 첫째다. 김두겸 울산시장의 사조직으로 의심받는 '금섬회'의 회장이 김 시장이 직접 임명한 정무특보로 확인된 점이 둘째다. 두 사안은 6일 뉴탐사 9시 보도에서 함께 공개됐다.

돈통 4개 놓인 출판기념회

김태규 전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차례로 지냈다. 방통위 부위원장 시절 이진숙·이상인 체제에서 언론 학살의 실무를 맡은 인물로 꼽힌다. 윤석열에 대한 1심 무기징역 구형 직후에는 "예상된 정치 판결"이라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가 울산 남구갑 당협 위원장에 부임한 시점은 지난해 11월이다. 김상욱 의원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자마자 박성민 울산시당위원장이 그 빈자리를 김 전 위원장에게 내줬다. 박성민 위원장은 이른바 윤석열 술친구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문제는 올해 2월 열린 북콘서트다. 책 제목은 '법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다'였다. 국민의힘 중앙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 개최 자체와 도서비 명목 모금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일선에 내려보낸 직후였다. 그런데도 행사는 강행됐고, 김 전 위원장 측은 약 2,0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기현·박성민·장예찬·류희림·강민구·석동현·임현철 등이 자리했고, 나경원·윤상현·김문수·황교안 전 총리, 가수 윤형주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 아크릴 돈통과 비밀번호 자물쇠

행사장 입구마다 놓인 것은 검은색 아크릴 돈통 4개였다.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재질에, 위쪽 투입구로만 봉투를 떨어뜨릴 수 있는 구조였다. 봉인은 비밀번호 자물쇠였다. 행사 주관을 맡았던 홍보실장 이원무씨는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그 위로 돈이 한 번 들어가고 나면 다시는 못 꺼낸다. 돈통의 주인은 김태규 위원장"이라고 설명했다. 자물쇠 비밀번호도 김 전 위원장이 직접 설정했고, 행사가 끝나자 돈통 4개는 그의 차 트렁크에 그대로 실렸다는 것이 이씨의 진술이다.

핵심은 이 돈통에 1,000만원, 500만원어치 도서비를 봉투에 담아 넣은 시의원 예비후보가 있다는 점이다. 책값은 한 권에 25,000원이었고, 인쇄 부수는 약 2,200권이었다. 참석자 2,000명이 한 권씩 사 갔다고 가정해도 매출은 5,000만원 안팎이다. 그 액수의 수 배에 이르는 봉투가 한꺼번에 들어갔다면 책값이라기보다 사실상 정치자금에 가깝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 의혹은 이미 국민의힘 공천비리 신고센터에 제보됐고,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에도 고발장이 접수됐다. 기자회견에 나선 한 출마자는 "도서비를 내지 않으면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 뻔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뉴탐사 통화에서 "터무니없는 말이다. 다 고소 조치해 놨다"고 부인했다. 그는 "체크하는 사람들이 앞에서 다 지켜보고 있는데 그 거금을 어떻게 현금으로 주고 사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이원무씨가 묘사한 운영 방식은 김 전 위원장 외에는 누구도 안을 확인할 수 없는 봉인 구조였다. 김 전 위원장은 책 인쇄 부수와 기획사명을 묻는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당원 모집 실적 70% 공천 가중치

같은 출판기념회에는 또 다른 장치가 함께 작동했다. 김 전 위원장이 남구갑 공천 평가 기준에 '신규 당원 모집 실적'을 70%까지 반영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운영위원 채점은 30%였다.

이 기준이 공표되자 시·구의원 출마 예정자들은 보험 모집인처럼 당원 가입서를 끌어모았다. 이원무씨 본인이 모은 신청서만 550장이라고 했고, 김 전 위원장은 누적 4,189장을 박 시당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핵심 의혹은 그 다음에 있다. 적지 않은 후보가 자신이 모은 가입서의 추천인란을 비워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그 모집 실적은 김 전 위원장의 본선 표밭으로 입도선매되는 효과를 냈다는 것이 출마자들의 토로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런 적 없다. 한쪽 말만 듣고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금섬회 회장은 김두겸 시장 정무특보였다

울산 국민의힘의 또 다른 뇌관은 김두겸 시장 쪽에서 터졌다. 김 시장의 후원 사조직으로 의심받아 온 '금섬회'의 회장이 그가 임명한 김재익 정무특보로 확인됐다.

울산시청 담당과 통화 결과, 김재익씨의 정무특보 위촉 기간은 2022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다. 시장 임기와 사실상 일치한다. 같은 기간 김씨는 울산시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시 담당자는 "비상임 민간위원 신분이고, 회의 참석 수당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금섬회는 김 시장이 2022년 당선된 직후 선거 캠프 출신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김 시장이 이 모임에 직접 참석해 선거 전략을 설명한 영상은 앞서 공개된 바 있다. "한 곳에 몰려 있지 말고 4인조로 흩어져 박수를 쳐라"는 식의 이른바 괴벨스식 동원 전략이 그 자리에서 전수됐다. 같은 자리에서 김재익 회장도 같은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회계장부에서 사라진 정치인 이름

김재익 회장은 올해 정기총회 자리에서 지난 1월 회계 보고와 달라진 변경 사항을 직접 설명했다. 회비 지출 항목 중 특정 정치인 이름이 적혀 있던 칸을 모두 비우고 '예비비'로 일괄 처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김 회장의 발언은 이렇다.

"그런 예비비라는 항목은 절대 문제가 생기게 돼서 그 항목은 지웠다."

회비 일부가 어떤 정치인에게 얼마나 흘러갔는지가 회원들 앞에 그대로 적시돼 있던 종전 보고에서, 그 꼬리표를 본인 손으로 떼어낸 셈이다. 거명되던 이름 가운데는 김기현 의원과 임현철 남구청장 예비후보가 포함됐다는 게 영상으로 드러난 정황이다.

임현철 후보 명예회원 긴급 추대

같은 회의에서는 임현철 남구청장 예비후보를 금섬회 명예회원으로 추대하는 안건이 긴급 상정됐다. 김 회장이 박수로 의결을 받아내자 임 예비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저는 이미 경선을 통과했기 때문에 요만큼만 도와주시고, 우리 김두겸 시장님 팀을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금섬이라는 조직이 우리 시장님과 관계되는 조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가 시장 측 사조직 모임에서 마이크를 잡고 시장 지원을 호소한 발언이다. 시기와 장소, 발언 내용 어느 것을 보더라도 사전 선거운동 시비가 일 만한 장면이다.

박맹우 단일화 조건으로 떠오른 두 의혹

이 같은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무소속 박맹우 후보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는 줄곧 "단일화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6일 들어 "단일화의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금섬회와 신천지 관련 의혹 해명, TV 토론 수용이 전제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박성민 시당위원장과 서범수 전 사무총장의 비공개 회동, 그리고 김문수 전 후보가 단일화 압박에 가세한 직후의 변화다.

같은 울산 남구갑에서는 민주당 김상욱 후보가 방검복을 입고 선거운동을 다니고 있다. 울산경찰의 신변보호 협조 요청이 4일부터 받아들여졌다. 위해 우려가 그만큼 구체적이라는 의미다. 강준현·김기표 민주당 대변인은 금섬회 의혹을 두고 두 차례 성명을 냈지만, 기성언론의 후속 보도는 6일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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