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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양은...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 앞두고 다양한 경축 행사 열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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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다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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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10.0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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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조선)의 언론매체와 외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평양은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10월 10일)을 앞두고 각종 기념행사와 국제 교류 일정이 진행되며 경축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로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는 9일 공동사설에서 “위대한 당의 령도는 주체조선의 힘이며 승리”라고 강조하며, 김정은 총비서의 영도 아래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다짐했다. 7일에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조선로동당 창건 80돐에 즈음하여 삼가 올리는 충성의 편지 증정모임’이 열렸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평양공항에 도착, 박태성 북(조선) 내각 총리가 영접하고 있다 ⓒ신화통신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평양공항에 도착, 박태성 북(조선) 내각 총리가 영접하고 있다 ⓒ신화통신

9일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에 도착했으며,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이 대표단과 함께 방북 일정에 돌입했다. 또한 토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 국빈방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

8일에는 라오스 인민민주주의공화국 주석인 통룬 시술릿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경의를 표하고,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 등 여러 시설을 참관했다.

조선주재 중국대사 왕아군은 8일 《로동신문》 기고문에서 “전통적인 친선을 계속 이어나가며 아름다운 미래를 공동으로 창조하자”고 밝혔다.

지난 5일부터는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 경축행사 참가자들이 평양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중국조선족총연합회 축하단(6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축하단(7일), 니카라과 산디노민족해방전선 정부대표단(7일), 멕시코노동당, 적도기니민주당, 브라질노동자당, 이란이슬람연합당, 베네수엘라통일사회주의당 대표단 등 각국 인사들이 잇따라 입국했다.

 

또한 세계민주청년연맹, 국제민주여성연맹, 세계직업연맹 등 국제기구 대표들도 평양을 찾았으며, 중국 상하이예술단(7일), 러시아 문화성 대표단(8일) 등 문화·예술 분야 교류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김일성상·김정일상이사회 서기장과 이사회 일행, 김일성·김정일기금총회 대표단, 국제고려인사회연합회 축하단 등도 7~8일 사이 평양에 도착했다.

6일에는 주체사상국제토론회에 참가하는 여러 나라의 주체사상연구조직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고, 8일에는 평양고려호텔에서 이들을 위한 연회가 마련됐다.

평양 시내에서는 다양한 경축 문화행사도 열리고 있다. 5일에는 중앙산업미술전시회와 인민문화궁전에서는 영화상영주간이 개막했으며, 7일 인민대학습당에서는 국가도서전람회가 개막했다. 7~8일에는 ‘은반우에 펼친 10월의 환희’를 주제로 한 평양국제빙상피겨축전이 빙상관에서 진행됐다.

지금 평양은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각종 전시, 공연, 학술행사, 외교 일정이 연일 이어지며 경축 열기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평양공항에 도착, 임천일 외무성 부상이 영접하고 있다 ⓒ타스통신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평양공항에 도착, 임천일 외무성 부상이 영접하고 있다 ⓒ타스통신
토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 평양공항에 도착, 환영을 받고 있다 ⓒVNA
토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 평양공항에 도착, 환영을 받고 있다 ⓒVNA
당창건 80주년 경축행사 참가자들이 평양에 도착하고 있다 ⓒ로동신문
당창건 80주년 경축행사 참가자들이 평양에 도착하고 있다 ⓒ로동신문
 충성의 편지 증정모임이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다 ⓒ로동신문
충성의 편지 증정모임이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다 ⓒ로동신문
평양국제빙상피겨축전이 평양 빙상장에서 열리고 있다 ⓒ로동신문
평양국제빙상피겨축전이 평양 빙상장에서 열리고 있다 ⓒ로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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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먹거리 물가…정부, 물가관리 총 동원령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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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10.09 20:40

  • 수정 2025.10.0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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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5년새 22% 올라 전체 물가 상승 앞질러

'빵플레이션'…3년간 베이글 44%, 소금빵 30%

이 대통령 "고삐 놔주면 담합·독점해 폭리 취한다"

공정위·국세청 적극 나서 시장실패에 대응할 듯

5년새 우유 등의 먹거리 물가가 20% 넘게 뛰며,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아득히 넘어섰다. 특히 베이글 등의 가격이 폭등해 ‘빵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상궤를 벗어난 먹거리 물가 폭등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도 '시장 실패'라고까지 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 관련 부처가 업체들의 담합 의혹 등을 본격적으로 살펴 대응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먹거리의 습격, 체감물가에는 직격탄

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2020년 9월에 비해 2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16.2%)보다 무려 7%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먹거리 물가가 전체 물가보다 훨씬 큰 폭 올랐다는 말이다.

과일(35.2%)과 우유·치즈 및 계란(30.7%) 등은 5년 전에 비해 30% 넘게 치솟았다. 빵(38.5%), 케이크(31.7%), 떡(25.8%), 라면(25.3%) 등이 크게 올라, 빵 및 곡물(28.0%)도 상승 폭이 컸다. 과자, 빙과류 및 당류도 27.8% 상승했다.

고춧가루, 참깨 등이 포함된 기타 식료품(21.4%), 육류(21.1%), 어류 및 수산(20.0%)은 먹거리 평균보다는 조금 낮았지만 상승률이 20%가 넘었다.

비주류 음료 중에 커피·차 및 코코아가 38.2% 치솟았고, 생수·청량음료·과일주스 및 채소주스도 22.7% 올랐다. 주류 및 담배는 상승률이 5.0%에 그쳤지만 이 중 주류만 보면 13.1%에 달한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연도별로 2020년 4.4%, 2021년 5.9%, 2022년 5.9%, 2023년 5.5%, 2024년 3.9%로 계속 높은 수준의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0년 0.5%, 2021년 2.5%, 2022년 5.1%, 2023년 3.6%, 2024년 2.3%다.

지난 5년간 생활에 밀접한 품목들의 물가도 수준이 크게 올랐다.

'음식 및 숙박'은 24.8%로 가장 크게 상승했고 이중 외식 비용을 뜻하는 ‘음식 서비스’는 상승률이 25.1%로 더 높다. 식료품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비누·샴푸·미용료 등이 포함된 ‘기타 상품 및 서비스’는 24.1% 상승했다. 세제, 청소용품 등 살림에 필요한 물품과 세탁·청소 같은 가사 서비스를 포함한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 물가는 19.4% 올랐다.

전월세를 포함한 주거비와 각종 공공요금 등이 포함된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 물가는 16.7%, ‘의류 및 신발’은 16.2%로 평균 상승률과 거의 비슷했다.

다만 연료비, 차량 유지비, 대중교통 요금 등을 포함한 ‘교통’ 물가는 15.9%로 평균보다 낮았다. 오락 및 문화(9.5%), 교육(8.8%), 보건(6.2%)도 상승 폭이 작은 편이었고 통신비는 0.2%로 유일하게 하락했다.

먹거리 등의 가격 폭등은 일상과 직결된 것이라 소비자들의 체감물가가 훨씬 높게 인식되는 효과가 있다.

 

5년간 주요 물가 등락률. 자료 : 국가데이터처

‘빵플레이션’의 폭격…3년 새 44%나 폭등한 베이글 가격

'빵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빵값 폭등도 서민들의 허리를 휘게 만들고 있다.

9일 한국신용데이터(KCD)의 '베이커리 시장 트렌드 리포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평균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빵은 소금빵(15.7%)이다. 샌드위치(15.0%)가 2위였고, 식빵(7.2%), 크로아상(5.3%), 베이글(5.2%) 등이 뒤를 이었다.

KCD가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빵 10종류의 중위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 베이글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베이글은 6월 말 기준 중위 가격이 4400∼4900원으로, 3년 전인 2022년 6월에 비해 44%나 뛰었다. 샌드위치(7500∼8300원·32%)와 소금빵(3300∼3700원·30%)도 3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빵 종류별 월평균 중위가격은 각 빵 메뉴별로 사업장에서 책정한 판매 금액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에 위치하는 가격을 뜻한다.

 

빵 종류별 가격 증가율. 자료 : 한국신용데이터(KCD)

KCD에 따르면 소금빵이 2022년 하반기만 해도 2000∼2500원대인 매장이 많았으나, 이후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현재는 3000원∼3500원대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8월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5% 상승했다. 2022년 6월과 비교하면 19.4% 뛰었다. 베이글, 샌드위치, 소금빵 가격은 이 기간 평균 빵값보다 배 이상 많이 뛴 셈이다.

 

31일 서울 성동구 글로우 성수에 마련된 유튜버 경제유튜버 슈카의 ETF 베이커리 팝업 스토어에 소금빵이 진열돼 있다. 2025.8.31.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고삐를 놔주면 담합·독점하고 횡포 부리고 폭리 취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물가 안정이 곧 민생 안정"이라고 강조하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도 없지만, 시장도 정부 정책을 이길 수 없는 관계"라며 “고삐를 놔주면 담합하고 독점하고 횡포를 부리고 폭리를 취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눈 똑바로 뜨고 기준을 똑바로 만들어서 엄격하게 제시하고 엄정하게 관리하면 정부 마음대로는 안되지만, 또 시장 마음대로 하는 건 통제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식료품 물가 상승이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시장 실패'라고 보고,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물가 동향 관련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5.9.30.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이 담합 등의 조사에 착수해

대통령의 적극 대응 주문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이 본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지목한 공정위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이달 안으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설탕 담합 혐의와 관련해서 제재 절차(심사보고서 발송)에 나선다. 설탕과 함께 빵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밀가루·계란 가격 담합 혐의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계란 가격 담합은 현재 조사 중이다. 국내·국제 가격에 차이가 큰 밀가루는 집중 모니터링해 담합 혐의가 잡히면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가공식품 출고가 줄인상과 관련해 농심, 오리온, 롯데웰푸드, 크라운제과 등의 담합 혐의도 조사 중이다. 공정위는 돼지고기 가격 담합 혐의를 받는 목우촌·도드람·CJ피드앤케어 등 6개 육가공 업체 조사 마무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가공식품 등 국민 생활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 밀접 품목에서 담합 등 경쟁을 가로막는 행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있다고 의심이 되는 부분은 직권 조사로 엄중하게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9.5. 연합뉴스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였던 '가격 조정 명령'이나 한국 경쟁법에는 근거 규정이 없는 '기업 분할' 카드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가격 조정 명령은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정부가 강제로 가격을 내리도록 하는 제도로,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했다. 공정거래법에 규정돼 있지만, '정상 가격'이 얼마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실제로 집행된 적은 없다.

또한 이 대통령이 언급한 기업 분할은 독점 기업을 강제로 쪼개는 제재다. 미국에서는 '셔먼법'을 근거로 1911년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을 34개 기업으로 분할하는 등 사례가 있다. 이 대통령은 "제도를 바꾸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꼭 공정위 안에서 시정할 수 있는 것만 하지 말고, 제안이나 보고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국세청도 물가안정을 향한 칼을 빼 들었다. 국세청은 지난달 생활물가와 밀접한 업종의 55개 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14개), 가공식품 업체(12개), 농·축·수산물 업체(12개) 등이다.

국세청은 이들 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인상 등을 호소하면서 상품 가격을 올린 뒤, 뒤로는 8000억 원 규모의 탈세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공식품 업체 중 10% 이상 가격을 올린 곳은 8곳이었고, 30% 올린 곳도 있었다. 프랜차이즈 업체 역시 10곳이 10% 이상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들은 원재료 비용이나 인건비를 허위로 올리는 수법으로 원가를 뻥튀기한 뒤 소득을 줄이는 꼼수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국세청은 판단하고 있다.

세무조사는 직접 물가를 낮추는 수단은 아니지만, 가격 인상의 정당성을 검증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간접적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바로 드러나지 않는 폭리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불공정거래행위를 엄단함과 동시에 먹거리 가격을 구조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시스템 정비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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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돌 한글날…토박이말 추어올리자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

얼말글 지킴이 토박이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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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토박이말, 우리 말글살이의 두 날개

외국어 남용 나무라기보다 토박이말 살리자

우리말의 뿌리 사랑하는 마음 큰 울림 되길

아름다운 우리글 한글. 연합뉴스

어느덧 579돌 한글날을 맞았습니다. 온 누리에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을 기리는 이날, 우리가 함께 헤아려야 할 뜻깊은 이야기가 있어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는 늘 "말이 먼저일까, 글이 먼저일까?" 묻곤 합니다. 어린아이들도 금세 답하듯, 말은 글보다 먼저입니다. 우리에게 이토록 뛰어난 한글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넉넉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었기에 비롯된 것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우리말다운 토박이말은 한글을 낳은 '한글의 어머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한글을 기리는 한글날에는 우리 고유의 말인 토박이말을 함께 생각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다른 나라 말을 잘못 마구 쓰는 것과 지나친 줄임말을 쓰는 것을 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이는 한글이라는 글자의 풀거리(문제)라기보다는 우리말이라는 삶의 그릇에 대한 풀거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훌륭한 그릇이 있어도 담을 것이 알차지 못하면, 그 멋과 쓰임새를 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글과 토박이말]

우리 말글살이(언어생활)에 있어 한글과 토박이말은 마치 하늘을 훨훨 나는 새의 두 날개와도 같습니다. 한쪽 날개만으로는 드넓은 하늘을 날 수 없는 새처럼, 한글이나 토박이말 어느 하나만으로는 우리의 느낌, 생각, 뜻을 막힘없이 오롯이 주고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나라 말을 마구 쓰는 사람들을 나무라기보다,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찾아 곱게 살려 쓰는 사람들을 더 많이 추어올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어릴 때부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우게 하고, 나날살이에서 될 수 있으면 토박이말을 살려 쓰는 자리느낌(분위기)을 만들어 주는 일이 무엇보다 종요롭습니다. 온 나라 사람들이 함께 토박이말을 잘 알고 즐겨 쓰는 나라를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 말글살이의 두 날개를 튼튼하게 하는 길입니다.

어느새 다른 나라 말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게 된 토박이말을 다시 우리 삶과 가깝게 만들어 쉽게 느끼도록 '토박이말 나눔'에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토박이말과 한글을 함께 챙기고 가꾸어 가자는 아름다운 움직임이 온 나라로 힘차게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힘과 슬기를 모아야겠습니다.

새로 알게 된 토박이말을 나날살이에 부려 쓰는 것을 넘어, 그 깊은 뜻과 멋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샘솟기를 바랍니다. 579돌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의 뿌리인 토박이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모여 한글의 큰 울림을 만들어 온 누리에 더욱 맑고 밝게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뜻을 같이하시는 분들의 발걸음이 모여 더 값진 걸음이 되길 빕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모람되기(회원가입) 도움주기

도움 돈자리(후원 계좌) : 농협 351-1053-3219-73(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

[토박이말바라기 모람되기(회원가입) 들기바람종이(입회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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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스라엘·하마스, 평화구상 1단계에 서명”

트루스소셜 개인 계정에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8.26. ⓒ뉴시스

평화구상을 놓고 협상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단계에 합의해 서명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 계정에 9일(한국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평화구상의 1단계에 서명했음을 발표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고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인질이 곧 석방될 것이며, 이스라엘은 합의된 선으로 군대를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이번 합의를 “강력하고 지속 가능하며 영원한 평화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하며 “모든 당사국은 공정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은 아랍과 무슬림 세계, 이스라엘, 모든 주변 국가, 그리고 미국을 위한 위대한 날‘이라며 ”전례 없는 역사적 사건을 성사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한 카타르, 이집트, 튀르키예의 중재자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에 맞서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기습공격과 인질 납치를 단행했고 2년 간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만 6만7000명 이상이 숨졌고, 이스라엘에서도 약 2000명이 사망했다. 상당수 사망자를 포함한 이스라엘 인질 47명은 아직도 억류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72시간 내 모든 인질 석방, 이스라엘의 단계적 철군, 가자지구 전후 권력체계 등을 담은 평화구상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협상 타결을 강력하게 종용했다.

지난 6일부터 이집트 홍해 휴양지 샤름엘셰이크에서 이집트·카타르 등의 중재 하에 인질 석방과 휴전을 위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로 중동정책에 관여해온 재러드 쿠슈너와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도 협상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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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건강을 향한 행진에 함께 하실까요?

안종주 진단

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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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과 2021년 잇달아 지구건강 관련 책 나와

한국에선 2025년 10월 한국어판 처음 선보여

지난 1월 연대 미래캠퍼스에 지구건강연구소 설립

지구건강 달성하려면 ‘담대한 전환’ 꼭 이루어져야

 

안종주 언론인, 보건학 박사

여러분은 건강을 많이 생각하시죠. 건강에 좋은 음식, 나쁜 음식은 물론 건강 습관과 건강 상태, 질병에 관심을 쏟고 있을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 나아가 여러분 주위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건강까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하지만 지구건강이란 말을 들어 본 분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만 하더라도 최근에야 알았으니까요.

지난 1월 대학 간 연구소로 처음 만들어진 지구건강연구소

지난달 29일 연세대 미래캠퍼스(원주) 컨버전스홀 323호에서는 지구환경과 건강증진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 전문가 30여 명이 집필한 「Planetary Health-Protecting Nature to Protect Ourselves」의 한국어판 「지구 건강-자연과 인간이 함께 잘 사는 길」의 출판기념회가 조촐하게 열렸습니다. 저는 오랜 지인이자 한국어판 대표 감수자인 전 세계보건기구(WHO) 표준국장 김록호 박사의 요청으로 축사를 하기 위해 그곳에 갔습니다.

 

이 자리에서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Planetary Health」란 제목의 두 책을 서로 다른 저자들이 각각 펴냈고 이번에 나온 한국어판은 2020년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2021년 책도 한국에서 내년 상반기에 번역돼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한국어판은 한국지구건강연맹 창립준비위원회 모임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창립준비위 모임이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월 처음으로 지구건강이 물 위로 떠올랐습니다.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에 지구건강연구소(Institute for Planetary Health, IPH)가 1월 13일 대학 간 연구기구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연구소는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노진원 교수를 설립 추진 책임자로, 철학, 데이터사이언스학, 디지털헬스케어학, 의학, 간호학, 경영학, 환경에너지공학, 의공학 등의 전임교원 13명을 공동 발기인으로 해 출범했습니다. 한국 최초로 지구건강이란 이름을 내건 연구소인 셈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인이 깨닫게 된 인간과 지구의 관계

여기서 먼저 지구건강이란 정의 또는 개념부터 간략하게 살펴보고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인간의 건강은 지구의 건강에 달려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전 세계인들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구의 자연 시스템, 즉 공기, 물, 생물다양성, 기후는 우리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는 어떻습니까? 지식인이 아니더라도 학생, 일반 시민들은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토지와 담수 부족, 오염, 그리고 기타 많은 위협이 이러한 시스템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즉 지구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거죠.

몇 년 전부터 새롭게 우리 곁에 다가온 지구건강은 뉴 패러다임으로 기후 변화 등이 우리의 건강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그리고 우리 자신과 나머지 생물권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구건강은 앞서 소개한 대로 많은 분야를 아우르고 서로 영향을 끼치고 있어 진단, 연구. 해결 등에 학제적 접근 방식이 필수적입니다.

「침묵의 봄」 「가이아-생명체로서의 지구」 등과 비견할 만한 책

이 「지구건강」 책은 지구 환경과 인간의 건강, 나아가 지구건강 문제를 해결할 나침반이자 교과서라 할 수 있습니다. 식량과 영양, 감염성 및 비전염성 질병, 이주와 갈등, 정신건강 등 인류세에서 피부로 느끼는 광범위한 건강 영향을 다룹니다. 또한 독성 노출 관리, 청정에너지 투자, 도시 디자인 개선 등 환경 변화와 그 악영향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도 제시합니다.

우리는 20세기 이후 우리의 생각과 행동, 생활습관을 바꾼 책과 패러다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세계 환경운동의 시발점이 된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1962)과 자원 고갈과 무분별한 성장을 경고한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1972), 그리고 환경호르몬(내분비계장애물질)의 역습을 우리에게 각인시켜준 「도둑맞은 미래」(1996)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1979년 ‘지구는 살아 있다’라는 슬로건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른바 지구 가이아 이론과 이를 소개한 책 「가이아-생명체로서의 지구」(제임스 러브록)가 나와 지금까지도 환경주의자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가이아 이론은 1970년대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과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코스모스」로 유명한 칼 세이건의 첫 번째 부인)가 처음 제안했습니다. 이 이론은 지구는 생명체와 무생물 요소가 상호작용하여 지구 전체가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스스로 환경을 조절하고 유지하는 시스템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지구건강의 개념과 잘 들어맞는 주장입니다.

 

“인간 복지 좋아진 만큼 생태계 건강과 복지 나빠졌다”

이날 책을 번역해 펴내게 된 과정과 책 내용을 소개하는 발제를 한 김록호 박사는 “2차대전이 끝나고 1950년 이후 소비가 급증해 자연계에 악영향을 심각하게 끼치기 시작했다”라며 “부의 증가와 함께 평균수명과 인간의 복지는 급격히 좋아졌다. 하지만 그 반대로 생태계 건강과 복지는 나빠졌다”라고 밝혔습니다.

김 박사는 또 “우리 환경의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지난 수십 년간 이루어 온 공중 보건 성취를 위태롭게 한다”라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항생제 내성, 독성물질과 다이옥신 노출, 영양결핍,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같은 호흡기 질환, 열사병, 심장혈관질환 증가와 감염병 전파의 패턴 변화, 내전과 트라우마, 정신건강 악영향 등을 꼽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 시대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바로 앞에서 열거한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이 변화합니다. 그래서 그는 인류세(Anthropocene) 지구생태계 교란이 인간의 건강과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주는 충격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문제 해결 지향 초학제 분야 연구 및 사회운동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지만 이제 시작은 한 셈

이 책은 지구건강을 온전히 달성하려면 ‘담대한 전환’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도시 건설과 도시 속 삶, 식품, 생산품, 에너지 생산과 소비,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재정립, 자연경관과 자원 관리 등 거의 모든 것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게 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 박사는 또 지구건강 실천 영역으로는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 구축 △생물 다양성 보전 △자원 효율적 사용 △공공 보건 인프라 강화 △도시 교통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 △환경 교육 및 인식 제고 △정책 통합 및 협력 △환경보건 연구 증진 △공정성과 형평성 보장 등 10가지를 꼽았습니다.

이를 곱씹어보면 지구건강을 위해서 관심을 쏟아야 할 분야와 할 일은 너무나 많고, 목표를 이루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며, 성공으로 가는 길에 놓인 걸림돌들이 우뚝 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지구건강을 향해 작은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뒤를 따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시작은 미미해도 그 끝은 창대하리라 믿습니다. 이 책을 교재로 해 대학(원)에서 지구건강 전도사를 키우고 이들이 각계각층으로 퍼져나가면 헛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10월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100개가 넘는 협회와 NGO(비정부기구)로 구성된 연합체인 "기후연합"이 주최한 기후 행진 2025에서 시위대가 지구 모형과 함께 걷고 있다. 2025.10.5. AFP 연합뉴스

모두가 함께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한국에서 지구건강연맹이 발족하면 국제지구건강연맹과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기후 위기는 건강 위기”라는 의제로 만들어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논의를 본격화하겠죠. 또 학자들도 기후보건과 관련한 연구에 최근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험합니다. 지구건강을 올곧게 실천하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모든 정부 부처가 나서고 지방정부까지 하나가 되어 관련 정책을 곧추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또 성공한 모든 정책과 행정의 밑바닥에는 일반 시민의 지지가 있습니다. 이들이 지구건강의 중요성을 잘 알고 일상생활에서 많은 것을 바꿔야 하니까요. 테크노 가수 이정현의 “바꿔,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란 노랫말처럼요.

지구건강은 지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자기만 아는 인간의 욕심과, 그런 인간이 모여 만든 국가는 한술 더 떠 자기 국가만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혀 지구건강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담대한 전환을 위해서는 우리, 대한민국부터 바뀌고 단단해져야 합니다. 나아가 세계 각국과 어깨를 서로 겯고 흔들림 없이 지구건강을 향한 대장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바로 이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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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전한길 곱셈정치"보다 더 충격적인 그의 대정부질문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0/09 10:17
  • 수정일
    2025/10/09 10:1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2.7 탄핵박제 105인 - 82회 임이자] 2024년 12월 4일, 국힘 원내대표실에 있었던 8명 중 한 사람

정치 이경태(sneercool)

25.10.08 16:59최종 업데이트 25.10.08 16:59

2024년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 무산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국가보다 정당을 중시하는 길을 선택한 최악의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친윤계 윤상현 의원은 "1년 후에는 다 찍어준다"는 말로 표결 불참에 따른 정치적 영향 가능성을 일축합니다. <오마이뉴스>는 12.7탄핵 보이콧에 가담한 105인의 면면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편집자말]

▲대정부질문 나선 임이자 의원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상대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남소연

"그것은 바로 이재명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것입니다. 반드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십시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경북 상주시문경시)이 9월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을 마무리하면서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시급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도록 하겠다"며 한 말이다. 민주당 쪽에서 "대선 불복"이란 고성이 나왔다.

취임 100일을 갓 넘긴 이 대통령을 집권여당이 나서서 탄핵소추해야 할 이유는 딱히 제시되지 않았다. 임 의원은 이날 "이재명 정권은 존재감·양심·진심 등 세 가지가 없는 삼무정권"이라면서 비난을 쏟아냈다.

최근 발생한 군에서의 각종 사고를 거론하더니 "중대재해처벌법 논리에 따라 국무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거나, "친북반미주의자들이 떡 하고 버티고 있는데 제대로 된 대미 협상이 가능할 리가 있겠냐"고 말했다. 또 검찰 수사·기소 분리의 롤모델은 중국의 공안통치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9월 1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야당탄압 독재정치 규탄대회에서 "그 어려운 노력 끝에 탄생시킨 윤석열 정부를 지키지 못했다. 통렬히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 있다.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서 독재타도와 헌법수호를 위해 싸워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보시라. 우선 정치(분야). 무조건 내란몰이로 우리 보수우파를 궤멸시키고 말살시키려 하고 있다. (중략) 저들은 전교조·민노총 똘똘 뭉쳐서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뺄셈정치 그만하자. 전광훈 목사가 극우라고, 전한길 강사가 더 나갔다고, 이준석이 결이 다르다고 뺄셈정치를 하면 우리는 진다. 이제 곱셈정치 합시다. 이제 뭉칩시다."

임 의원은 2024년 12월 4일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안에 머물면서 계엄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 8명 중 한 명이다. 앞서 내란 특검은 이들이 계속 참고인 조사 요청에 불응하면 강제조사가 가능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윤석열 체포영장 발부에 "서부지법 이땡땡 판사님, 양심 걸고 일하시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왼쪽 두 번째)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야당탄압 독재정치 규탄대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5.9.12남소연

임 의원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전직 대통령 박근혜 탄핵을 반대했던 친박근혜 의원 중 한 명이다. 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같았다.

윤석열 대국민 담화(12.12)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탄핵 찬성 입장을 공식화 한 한동훈 당시 대표를 향해 "뭐 하자는 거냐"고 쏘아붙였다.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12.14) 열린 의원총회 때도 한동훈 대표에게 "왜 당론을 따르지 않느냐. 누굴 위한 당 대표냐"고 따졌다. 그는 이후 한동훈 지도부 붕괴 후 구성된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비대위원으로 지명됐다.

임 의원은 1월 6일 비대위원 중 유일하게 윤석열 체포를 저지하기 위해 한남동 관저에 갔다. 특히 그날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에 대한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직접 겨냥해 "서부지방법원 이땡땡 판사님, 양심을 걸고 일하시라. 어떻게 법관이, 판사가 자기 자의적으로 법을 만든단 말인가"라고 공격했다.

윤석열 체포 다음 날인 1월 16일 당 비대위 전체회의에서는 "사법부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대통령에게 적법한 방어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면서 계엄 선포 이유를 다음과 같이 추측했다.

"미래 성장 동력의 고사와 안보 붕괴 초래, 간첩 천국, 마약 소굴, 조폭 나라로 변질될 우려를 국민들께서는 걱정을 많이 하시고, 국가 안보 및 경제 기반 파괴에도 국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대통령께 많이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번민이 굉장히 크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왜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는지 여기에 대한 내용이 중요하다."

3월 10일 비대위 회의 땐 "계엄령은 윤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통치권 회복 방안이었다"는 내용의 칼럼을 낭독했다. 그러면서 "범죄 피고인 이재명 대표, 똑똑히 들으시길 바란다. 당신은 점령군도, 대통령도 아니다. 그저 범죄 피고인일 뿐이다"고 했다.

윤석열 탄핵선고를 하루 앞둔 4월 3일 비대위 회의 땐 "민주당은 일방적인 예산 삭감 횡포로 국정을 마비시키고 오로지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국가 혼란을 획책해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가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인들 어떻게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임 의원의 12.3 계엄 이후 주요 정치적 선택이다.

2024년

12월 4일 : 12.3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불참했다.

12월 7일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했다.

12월 10일 : 12.3 비상계엄사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12월 26일 :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불참했다.

2025년

1월 6일 :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당시 한남동 관저 앞 집결에 참가했다.

2월 17일 : 헌법재판소 항의 방문에 참가하지 않았다.

3월 1일 : 극우세력의 3.1절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3월 12일 : 탄핵심판 각하 촉구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다.

6월 5일 :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외환 특검 표결에 불참했다.

7월 14일 :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리셋코리아 발대식(전한길 연설)에 불참했다.

[프로필] 한국노총 출신 3선 중진...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조장법"

임이자 국민의힘(경북 상주시문경시)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5유성호

1964년 경북 예천군에서 태어났다. 상주송계초·화령중·화령고를 졸업했다. 이후 경기대 법학과를 거쳐 고려대 노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노동운동을 했다. 사조대림 노조위원장을 시작으로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상임부의장, 여성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17대 총선 때 한국사회민주당과 녹색평화당의 통합으로 출범한 녹색사민당의 후보로 안산시 상록구 갑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당시 한국노총과 연대했던 녹색사민당은 녹색정치와 사회민주주의를 내걸고 원내진입을 꿈꿨지만 정당지지율 0.5%에 그치면서 해산됐다.

2006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안산시의원(비례대표)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2008년 2월 임기를 다 마치지 않고 중도사퇴했다. 임 의원은 당시 <반월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도의원 출마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지만 최종 명단에는 들지 못한 상태였다. 언론에 밝힌 대로 2010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 안산시 도의원 선거에 나섰지만 결과는 낙선이었다.

한국노총과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간의 정책연대가 파기됐던 20대 총선 때 현역 한국노총 임원이었음에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비례대표 3번에 배치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2016년 노동절을 맞아 열린 한국노총 주최 '5.1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되지 않냐. 호랑이에게 잡혀먹지 않도록 해야할 말은 해서 노동자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21대·22대 총선 때 경북 상주·문경 지역구로 출마해 3선 고지에 올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이던 2022년 11월, 그는 당시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무분별한 사측의 손배소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을 '합법파업보장법'으로 부르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난하면서 "(노란봉투법은) 노동이슈를 넘어서 헌법과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것이고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이 선출된 20대 대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복지분과 간사를 맡았다.

임이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복지분과 간사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백경란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 2022.3.28인수위사진기자단

12.7 탄핵박제 105인 시리즈 전체 기사 보기( https://omn.kr/2bxjc )

다음은 12.7 탄핵 보이콧 105인 명단(가나다 순)

12.3 계엄 이후 정치적 선택에 대해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단 굵은 글씨 표기)

6월 5일, 박수민 의원(서울 강남을)은 "대통령이 동원한 계엄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며 같은 당 의원들의 릴레이 반성을 제안했다. 6월 6일, 최형두 의원(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은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엄청난 오산과 오판을 결심하는 동안 여당 의원으로서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8월 12일, "1년 후에는 다 찍어준다"고 했던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12.3 비상계엄은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사과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각자가 고해성사하며 서로 또 용서하고 국민으로부터 대용서를 받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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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윤(비례), 최수진(비례), 최은석(대구 동구군위군갑), 최형두(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 추경호(대구 달성군)

한기호(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을), 한지아(비례)

#임이자 #탄핵박제 #윤석열 #한국노총 #내란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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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 “쓸데없는 소리!”, 정복 입고 ‘거수경례’···내란특검 소환 ‘천태만상’

입력 2025.10.09 08:04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6월28일 대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시작한 지 9일로 114일째다. 넉 달 가까운 기간 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현직 국회의장, 전·현직 장관과 군 장성들이 각기 다른 방식과 태도로 특검에 출석했다. 어떤 고위공무원은 기자들을 피해 달음박질해 청사로 들어갔고, 한 장군은 피의자 조사를 앞두고 기자와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매일 그 현장에 있었던 기자가 엄혹한 조사 목전에서 이들이 보인 각기 다른 반응을 관찰해 정리했다.

‘지하주차장 신경전’ 벌인 윤석열…‘굴욕 출석’ 한덕수

특검 수사 중 출석 장면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렸던 인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전직 대통령이자 이 사건 정점에 있는 인물이어서도 그렇지만, 지난 6월28일 첫 출석 당일까지도 출석 방식을 놓고 특검과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청사 지하 주차장을 통해 비공개로 들여보내 달라고 특검에 요청했지만 특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측 변호인단은 당일 무작정 지하주차장으로 간 다음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공공연히 밝혔고, 특검 측은 “출석으로 보지 않겠다”며 맞섰다.

당일 포토라인은 서울고검 청사 1층에 설치됐다. 윤 전 대통령의 첫 공개 출석인 만큼 현장에는 기자 수십 명과 대통령경호처 직원, 전직 대통령 경호 규정에 따라 출동한 경찰들로 붐볐다. 어디선가 ‘윤 전 대통령이 지하로 갔다’는 얘기를 듣고 한 기자가 벌떡 일어서자 경호원이 제지하려 민첩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을 실은 승합차는 결국 지하가 아닌 1층 현관으로 올라왔고, 감색 정장을 입고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진술거부권 행사할 거냐’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곧바로 청사로 들어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7월2일 내란특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출석해 수사관의 안내를 받아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MBC 유튜브 갈무리

‘국정 2인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굴욕 출석’으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 7월2일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된 한 전 총리는 서울고검 청사 1층 자동문 현관으로 향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 자동문은 보안 출입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문으로, 평소엔 잠겨 있다. 한 전 총리를 안내하러 나온 수사관이 그의 팔을 잡고 측면 쪽문으로 안내했고 이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담기면서 한 전 총리가 강제 연행되는 것처럼 비쳤다. 이를 의식한 특검은 이후 한 전 총리를 소환할 때는 자동문 현관을 열어 두고 여기에 포토라인을 설치한 뒤 이를 통해 들어가도록 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8월19일 2차 출석 당시 취재진의 질문에 “고생 많으시다”고 말한 것 외엔 별도 발언을 하지 않았다.

출석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힌 피의자도 있다. ‘평양 무인기 작전’을 직접 실행한 김용대 국군드론작전사령관은 첫 특검 조사를 받은 지난 7월17일 정복을 입고 출석해 청사 1층 출입구 앞에서 짧은 기자회견을 했다. 김 사령관은 이 자리에서 굳은 표정으로 “저의 모든 행동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었지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문을 다 읽은 뒤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그는 9차례 넘는 특검 조사를 받으면서 이례적으로 매 차례 전투복을 입고 출석했다.

김용대 국군드론작전사령관이 지난 7월17일 내란특검 사무실 앞에서 입장을 발표한 뒤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KBS 유튜브 영상 갈무리

대부분 수사기관 조사를 앞둔 사람들은 긴장하거나 예민해져 있기 마련이지만 일부 소환자들은 비교적 편안한 태도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무인기 작전을 가장 윗선에서 지휘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피의자로 전환된 후 첫 조사를 받으러 온 지난 8월17일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석하면서 기자를 만나 피의자 조사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사복 차림의 이 본부장은 기자의 명함을 받고는 “경향신문의 다른 기자와 친분이 있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8일 첫 특검 조사를 받으러 온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지하주차장에서 기자를 만나 “나도 기자 시절 뻗치기(기자가 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현장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는 취재 방식을 가리키는 은어)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행한 변호인에게 “기자들에게 명함을 건네라”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반대로 예민한 성격을 취재진에게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내란 중요임무종사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는데, 특검 협의와 달리 포토라인을 피해 자의적으로 지하주차장 출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도 기자를 마주쳤고 ‘계엄 당시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지시했나’ 등을 묻자 “당신들에게 이야기해야 할 내용인가” “쓸데없는 소리” 등 신경질적인 반을 보이며 조사실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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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우상호 식의 '내부 균열'이 국민 불신 부른다"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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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10.07 18:20

  • 수정 2025.10.07 20:54

  • 댓글 2

'시끄러운 개혁' 탓에 대통령·여당 지지율 하락?

천주교정의평화연대 "개혁 동력의 균열이 핵심"

"보수언론 공격에 위축돼 자당 개혁파 공개 비난"

"중진들이 지지층 결집 막고 부동층에 혼란 줘"

"개혁의 속도와 방향 회복해야 지지율 움직여"

촛불행동 "국민은 고구마가 목에 걸린 답답함"

"타협 없는 내란 청산, 강력한 개혁 바라는 것"

박지원 "당정대 이견 노출되면 국민은 불안해"

"당이 왜 이래? 그런 말은 카톡방에서나 하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정체 현상을 보이거나 다소 하락하자 여권 일각에서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추미애 위원장을 위시한 국회 법사위원들을 탓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3선 중진 김영진 의원이 대표적이고, 이례적일 정도로 언론 인터뷰가 잦은 우상호 정무수석도 같은 맥락에서 '시끄럽지 않은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개혁 동력 내부의 균열'이 오히려 지지율 상승을 막는 실질적 요인이라는 요지의 반박이 민주진보 진영에서 잇따라 제기돼 눈길을 끈다. 타협 없는 내란 청산과 흔들림 없는 개혁 추진이 요구되는 시점에 국민이 느끼는 '고구마가 목에 걸린 것 같은 답답함', 그리고 수구보수 언론의 상투적 여론몰이에 휘둘려 거꾸로 자당 개혁파를 공격하는 일부 의원들의 여전한 행태가 지지층 결집을 저해하고 부동층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핵심 요인인데도 또다시 문재인 정권 시절의 전철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우려다.

천주교 평신도와 사제, 수도자들의 사회 참여 연대체인 천주교정의평화연대는 5일 <대통령 성과에도 지지율 정체의 역설, '개혁 동력의 내적 균열'이 핵심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경제·외교·안보·사회 전반에 걸쳐 실질적 성과들이 적지 않게 축적되고 있음에도 지지율은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언론 환경이나 여론조사의 기술적 문제를 넘어 개혁 동력 내부의 균열과 리더십의 분산이라는 구조적 원인과 맞닿아 있다"고 전제했다.

천주교정의평화연대의 분석에 따르면, 촛불 시민들은 윤석열 정권하에서 누적된 권력의 적폐를 단호히 청산하고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비롯한 구조 개혁을 새 정부와 민주당이 질풍노도처럼 밀어붙일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른 모습이다. 검찰개혁을 반대하거나 친윤 성향으로 평가받았던 인사들이 대통령실과 법무부 요직에 그대로 기용되었고, 개혁 저항의 상징인 검사들 행태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 사이에 "개혁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곧 개혁 세력 내부의 '전략적 불일치'와 '속도 차이'로 읽힌다. 국민은 성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성과가 방향성과 결합되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습에 실망하고 있다. 개혁은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이며, 그 결단의 부재가 지지율 정체의 실질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위원장이 대법원에 대한 현장검증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등 위원들이 항의하며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2025.9.30. 연합뉴스

천주교정의평화연대는 "최근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인터뷰에서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정청래 대표와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돌린 발언은 이러한 내부 균열의 전형"이라며 "보수언론의 공격에 위축되어 자당의 개혁파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모습은 문재인 정부 시절 개혁이 좌초된 과정의 '재판(再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김병기 원내대표의 윤리특위 구성 양보안, 특검법 협상 시도, 조희대 청문회 태도 등은 국민이 보고 있는 '민주당 중진 정치'의 민낯"이라며 "개혁파와 관리형 정치인의 온도 차이가 지지층의 결집을 가로막고 부동층의 신뢰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검찰개혁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촛불혁명의 핵심 과제이자 민주 진영의 정체성이다. 그러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발언과 행보는 이러한 상징성을 약화시켰다"면서 "중수청을 법무부 소속으로 두자거나 공소청 전환 반대, 윤석열 영장 미집행 등은 국민이 목격한 '결단의 회피'였다. 특히 임은정 지검장에게 경고 서한을 보내고, 검찰 내 반개혁 세력의 집단행동에는 침묵하는 모습은 상징적 균열로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천주교정의평화연대는 "정치에서 상징의 붕괴는 지지율 하락보다 더 심각한 신뢰 위기의 신호다. 촛불 시민이 느끼는 '고구마가 목에 걸린 듯한 답답함'은 바로 이 상징의 균열에서 비롯된다"며 "정청래, 추미애 등 개혁파 인사들은 보수언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동시에, 당내에서 적극적 방어와 프레임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진 의원들이 보수언론의 논조에 편승해 내부를 공격하는 상황은 지지층의 사기를 꺾고 부동층에게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낸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언론 대응력 부족이 아니라 정치적 의제 설정 능력의 부재이다. 개혁 진영이 주도권을 상실하고 수세적 여론전에 머물 때, 아무리 성과가 축적돼도 그것이 '정치적 지지율'로 전환되기 어렵다"며 "답은 명확하다.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회복해야 지지율이 움직인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정체된 이유는 성과 부족이 아니라 개혁 동력의 분산, 상징의 약화, 리더십의 눈치 정치, 여론전의 수동성이 맞물린 결과"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 민주당은 개혁의 상징적 인사와 정책을 신속히 정비하고, 중간층의 눈치가 아닌 개혁 지지층의 결집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 당내 리더십 구도를 재정렬해 개혁파와 관리형 정치인의 갈등을 명확히 조정해야 한다.

- 보수언론 프레임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공세적 서사와 의제 설정 능력을 복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촛불혁명의 정치적 심장'인 검찰·사법 개혁을 빠르게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계엄 내란이 발생한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는데도 재판이 지지부진하다. 문제가 심각하다.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덕수·최상목 내각과 대통령실 누구 하나 감옥에 들어가지 않았다.

 

촛불행동이 9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내란 사건 특별재판부, 위헌인가?' 긴급 공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9.17. 촛불행동

앞서 촛불행동 역시 지난 3일 발표한 <개혁을 방해하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비슷한 문제의식을 표명했다. 촛불행동은 "지지율 변화에 일희일비하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정청래·추미애 의원을 비난하니 졸아들어 자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여당 중진 의원의 언행이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김영진 의원의 반개혁 행보는 개혁 와중에 거꾸로 행보를 한 문재인과 이낙연의 재판(再版)이다. 김영진 의원이 계속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하면 삽시간에 추락한 제2의 이낙연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우리 국민들은 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대해 '고구마가 목에 걸린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며 화가 돋우어지고 있다. 검찰개혁을 반대하고 친윤 검사로 승승장구했던 자들이 대통령실, 법무부, 검찰의 요직에 오른 것도 내란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른 인사였다"면서 "검찰개혁 5적으로 지목된 봉욱 민정수석, 이진수 법무부 차관, 성상헌 검찰국장, 김수홍 검찰과장,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이 아직도 건재해 새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계속 키우고 있다. 이로 인해 이재명 정부의 개혁 의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일어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특히 정성호 장관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중수청을 행안부가 아닌 법무부에 두자고 했고,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도 반대했다. 윤석열에 대한 영장 집행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고,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검찰개혁을 대변한 임은정 동부지검장에게는 이례적인 경고 서한을 보내고,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노만석 대행의 행보와 검사들의 집단행동은 감싸기 바쁘다"고 짚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를 두고도 '반개혁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7월 29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당시 '1·2당 동수 구성'안으로 국힘당에게 양보하는 안을 제출했다가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 ▲9월 10일 특검 기간 연장과 인원 보강 등을 담은 3대 특검법 개정안을 두고 국힘당과 야합 시도 ▲9월 19일 SBS 라디오에 나와 조희대의 한덕수 회동 의혹에 대해 '처음 거론하신 분들이 해명해야 할 것 같다'며 조희대가 아니라 오히려 자당 의원에게 책임을 묻는 태도 ▲9월 22일 법사위에서 조희대 청문회 개최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지도부와 상의가 없었다며 비판적인 태도 등을 사례로 열거했다.

촛불행동은 "타협 없는 내란 청산과 강력한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이 정부와 여당의 이런 행보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김영진 의원은 조중동 눈치, 지지율에 매달리지 말고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도 이제 말만 하지 말고 실제로 개혁을 질풍노도처럼 밀고 나가야 한다"며 "개혁이 허풍이 된다면 국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고, 제대로 한다면 지지와 환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중앙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선대위 출정식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2025.5.12. 연합뉴스

한편 민주당의 현역 원로인 5선 박지원 의원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겨냥해 '당이 왜 이래'라는 식으로 당정간 엇박자를 노출하면 곤란하다며 국민 지지를 얻으려면 '정교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사실상 책망했다. 박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서 "내란 청산, 검찰·사법·언론 3대 개혁은 시대정신이고 국민적 요구다. 청산과 개혁은 신속 정확하게 환부만 도려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보와 민생경제"라며 "저는 일찍이 3대 분업, 즉 대통령과 정부는 안보와 민생경제, 국회는 개혁, 3대 특검은 내란 청산을 맡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정·대를 대표하는 여당 대표,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을 '빅3'로 칭하면서 "이견이 있으면 당정대 정책협의를 빅3 간 혹은 원내대표와 정무수석을 포함한 빅5 간 협의하면 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견이 노출되면 국민은 불안하고 청산과 개혁은 실패할 수도 있다. '당이 왜 이래' 하면 안된다"며 "이런 말은 빅5 간 '카톡방'에서나 할 말이다. 국민 지지는 정교한 정치에서도 나온다"고 직설적으로 훈계했다.

앞서 우 수석은 6일 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의 입장과 운영 방향에 대한 취지는 전부 동의하지만 가끔 (대통령실과 민주당 사이에) 속도나 온도 차이가 난다. 이로 인한 고민을 할 때 제일 난감하다"면서 "앞으로 여당과 대통령실이 협력해 개혁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당정 간 엇박자 문제를 스스로 꺼냈다.

또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중도나 합리적 보수 진영에 계신 분들과도 친분이 있는데 한결같이 말하는 게 '개혁하는 건 좋은데 너무 싸우듯이 하는 게 좀 불편하고 피곤하다' 등 피로도를 말씀하신다. 개혁을 안 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 사랑을 받고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접근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지금 민심은) '여권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데 세상이 조금 시끄럽다'는 게 총평으로 보인다. 시끄럽지 않게 개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사위에서 내란 동조 의혹이 짙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부장판사의 출석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비정상적인 사법부의 행위에 대해 파헤쳐야 하고 진상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방법은 좀 지혜로웠으면 좋겠다"며 "어찌 됐든 지금 마치 복수하고 보복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편하고 피곤하고 시끄럽지 않게' 개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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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10대 여성 집에 불러 마약·성착취…'우울증갤러리' 남성들, 유죄 선고에도 여성 찾고 있다

우울증갤러리 신대방팸·히데팸, 혐의 부인·양형부당 호소에도 2심서 줄줄이 유죄 선고

2023년 4월 16일 오후 2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한 건물 옥상에서 10대 여학생 A 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사망하는 과정을 생중계한 그는 옥상에서 내려오라는 시청자들에게 "울갤 접고 잘 사시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가 그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A 양의 죽음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10대 여성들이 우울증갤러리를 찾았다가 성인 남성들에게 성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성착취 피해를 입거나 목격해 온 우울증갤러리 이용자들은 20대 남성들이 숙소에 10대 여성들을 불러들여 마약과 폭행, 성적 학대를 일삼아 왔다고 증언했으며, 경찰 수사 결과 '신대방팸', '신림팸', '히데팸' 등 성착취를 목적으로 한 남성 무리가 실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A 양이 사망한 지 2년 지난 지금, 우울증갤러리를 통해 미성년 여성들을 착취해온 남성들은 현재 법정에서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부장 정승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히데팸' B(23) 씨와 C(26) 씨에게 징역 8년과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같은 달 11일에는 서울고법 형사14-1부(부장판사 박혜선·오영상·임종효)가 미성년자 의제강간 및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대방팸' D(20대) 씨와 E(20대) 씨에게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히데팸'으로 불리는 B 씨와 C 씨 등은 지난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인천·서울의 오피스텔·다세대주택에서 10대 중고등학생 4명과 만나 성관계와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들이 여성들을 불러들이는 창구는 우울증갤러리로, 커뮤니티에서 괴로움을 호소하는 여성들에게 친절히 대해 집으로 불러들인 뒤 항정신성의약품(마약류)인 수면제를 먹여 성폭행하는 식이었다.

'신대방팸'으로 불리는 D 씨와 E 씨 등은 2021년 4~7월 서울 동작구 신대방역 인근에서 자취방을 구한 채 우울증갤러리를 통해 10대 여성들을 불러 집에 감금하고 성관계를 한 혐의를 받는다. 15세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행한 뒤 범행을 숨기기 위해 죽여버린다고 말하거나 목을 조르는 등의 방법으로 신체적·정서적 학대까지 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를 통해 범행 증거가 확보되기 전까지 마약류 투여와 성폭행 등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히데팸 방장으로 불리는 B 씨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합의에 의한 성관계와 폭행이 이뤄졌을 뿐 범죄는 벌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2023년 신대방팸은 성착취 의혹을 퍼트린 이들을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재판에서도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거나 양형이 부당하다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으나, 결국 모조리 유죄를 선고받게 됐다. B 씨와 C 씨는 1심에서 선고된 징역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던 E 씨도 2심에서 공소사실이 인정돼 벌금형을 받았다.

 

성착취 가해자들의 서식지였던 우울증갤러리는 지금도 수많은 이용자들이 접속하며 매일 3000~4000개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중에는 1020 여성으로 보이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글, 남성 이용자들이 여성들을 '울순이'라고 부르며 희화화하거나 접촉을 시도하는 글들도 다수 보인다. 지난해 11월 디시인사이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요청에 따라 게시물 작성 시 성인 인증을 하도록 조치했으나, 이것만으로는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성착취 위험을 규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10대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착취의 대상이 되는 현상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확정한 123대 국정과제는 '아동·청소년 온라인성착취 선제대응 시스템 구축', '성착취 피해아동·청소년 발굴-자립 지원 등 아동·청소년 보호 강화' 등의 목표가 담겨 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온라인을 포함해 청소년들에 대한 성착취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복귀를 위한 실질적 자립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 관계자 등 시민사회 및 전문가들과 소통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울증갤러리에서 여성 이용자를 언급하는 게시물들ⓒ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갈무리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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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간·쓸개 내주고 손가락질·오해받아도 국민 삶 보탬 될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 각오”

이재명 대통령 부부 추석인사 ⓒ이재명 대통령 엑스 계정


이재명 대통령이 7일 “때로는 간과 쓸개를 다 내어주고, 손가락질과 오해를 감수하더라도 국민의 삶에 한 줌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엑스(X) 계정에 한복을 입은 대통령 부부의 추석 인사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히며 “국민 여러분의 오늘과 민생의 내일을 더 낮은 마음으로, 더 세밀히 챙길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 추석인사 ⓒ이재명 대통령 엑스 계정


국가전산망 사태 중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녹화에 참여한 것에 대한 국민의힘의 비난이 거세지는 와중에 추석 명절을 맞아 K푸드 홍보 취지였던 만큼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기 다른 환경과 상황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국민 여러분을 세심히 살피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임을 명정을 맞아 다시금 새겨본다”고 했다. 이어 “이번 추석 인사에서도 말씀드렸듯 명절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기에는 민생의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사랑하는 이들과 서로를 응원하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그럼에도’ 웃으며 함께 용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 추석인사 ⓒ이재명 대통령 엑스 계정

이재명 대통령 부부 추석인사 ⓒ이재명 대통령 엑스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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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나포될 겁니다" 팔레스타인 목전 배 위, 보름달 만난 한국인의 호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왼쪽)과 그가 지난 4일 개척자들에 전달한 사진(오른쪽). ⓒ 해초 제공, 개척자들 인스타그램

"우리는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비폭력 향해를 하고 있습니다. 식민지가 무엇인지 너무나 명확하게 알고 있는 한국인들이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그 비참함과 슬픔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해초(27, 김아현)가 한국 시간으로 7일 새벽 <오마이뉴스>를 통해 전한 말이다.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인 그는 지난달 27일 자유함대연합(FFC) 소속의 '가자로 향하는 천개의 마들린호(TMTG)' 선단에 합류해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을 출발, 11일째 항해하고 있다.

선단은 현재 이스라엘군의 나포 위험구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해초가 승선한 배 '알라 알 나자르'는 7일 오전 7시 38분(한국 시간) 기준 가자지구까지 약 420km를 남겨두고 있으며, 오는 8일이면 팔레스타인 인근 해역에 도착해 이스라엘군에 나포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 ⓒ 해초 제공

해초는 지난 2일 질문지를 보낸 <오마이뉴스>에 6·7일 이틀에 걸쳐 답변과 사진·영상을 보내왔다. 그는 "나포 위험구간에 들어서기 전에 소식을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며 "(이스라엘군에) 나포될 것을 대비해 출항 이전과 항해 중에도 트레이닝 중이지만, 어떤 상황이 닥칠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나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자지구에 도착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팔레스타인에 드리운 봉쇄를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는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시민이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행동하고 있고 우리 또한 이곳의 평화를 위한 비폭력 항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으로서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한국 기업과 이스라엘의 공모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팔레스타인과 한국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그 비참함과 슬픔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고 다른 한국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해초가 보내온 답변 전문을 아래 정리했다.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책임감 느껴"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지구 서쪽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손된 건물 밖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2025. 9. 15. ⓒ 연합뉴스/Hasan Alzaanin/TAS

- 가자지구로 향하는 과정에 나포되거나 공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스라엘군에) 나포될 것을 대비해 며칠간 트레이닝을 진행한 후 출항했다. 또한 항해하면서도 어떤 상황이 닥칠지에 계속 공유하고 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상황에 처할지 예상이 되면서도 동시에 누구도 (그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이 현재 예측할 수 없는 만행을 아무런 수치심 없이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의 태도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비폭력 항해를 하고 있다."

- 가자지구에 도착한다면, 그 순간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현 상황에서 가자지구에 도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의 행동은 팔레스타인에 드리운 봉쇄를 계속해서 두드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일어나고 있다."

-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의 유일한 한국인이다.

"어젯밤(5일) 달을 보면서 추석이 가까워졌다는 걸 알았다. 이곳에 혼자 한국인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선단에는 여러 나라와 민족에서 온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국가라는 정체성보다는 자신이 어떤 역사에 속해 있는지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한국 기업인 한화와 이스라엘의 공모에 대해 비판의식과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 한국에서부터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팔레스타인까지 가는 길은 멀다. 그런데 (이렇게 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참혹한 일에 한국이 가담하고 있다. 이 사실이 부끄럽다."

"한 배에 탄 동료들, 서로의 노래 듣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 사진 맨 왼쪽이 해초. ⓒ 해초 제공

- 가자지구로 향하는 항해는 어떤가. 선단 내 활동가들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가고 있다고 들었다.

"내가 탑승한 배에는 총 4명이 타고 있다. 한국인이 1명, 프랑스인이 3명이다.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지만, 모두 비슷한 또래라서 화목하게 지내고 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 한 배에 타고, 함께 감옥에 가고 또 돌연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매번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운명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드는 거 같다. 활동가들은 서로의 노래를 나눠 듣고 있다. 한 활동가는 프랑스 브르타뉴에서 왔는데 그곳의 역사가 내가 활동했던 제주도와 비슷하다. 우리 모두 핍박받은 역사를 가진 곳에서 왔다는 동지애를 느끼며 브르타뉴의 전통음악을 함께 듣고 있다."

- 왜 한국인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한국인 활동가로서 팔레스타인과 한국이 어떤 점에서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식민지가 무엇인지 너무나 명확하게 알고 있는 한국인들이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그 비참함과 슬픔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내 여러 지역에서도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집회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또한 팔레스타인평화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한국에서 목소리 내는 시민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자세히 설명하고 행동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규탄 한국 시민사회 51차 긴급행동'이 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열렸다. ⓒ 유지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 ⓒ 해초 제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 ⓒ 해초 제공

▲"우린 나포될 겁니다" 팔레스타인 목전 배 위, 보름달 만난 한국인의 호소 이진민, 소중한

#팔레스타인#가자지구#이스라엘#PALESTINE#G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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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8군 부대가 한국 육군의 용인 기지에 상주하는 이유

기자명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5.10.08 03:57
  •  
  •  댓글 0
 
 

주한미군 구조에서 드러나는 한미 군사 관계의 종속성 ③

한국 육군 대장은 미8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갖는가

위 설명대로 지상구성군사령관을 한국 육군 대장이 맡는다면, 미8군은 한국 장성의 작전 통제를 받게 된다. 주한미육군이 한국 대장의 작전통제를 받는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 진실을 이해하려면 미8군(주한미육군)의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미8군은 미2사단, 19지원사령부, 35방공포여단, 501군사정보여단, 제1통신여단, 2501디지털연락분견대, 2502디지털연락분견대 등으로 구성된다. 

19지원사령부는 미8군에 군수 물자를 제공하는 부대이므로 전투부대가 아니다. 그러므로 논외가 된다.

패트리어트와 미사일 방어체제를 운용하며 항공 및 미사일 방어 작전을 수행하는 35방공포여단은 미육군94방공및미사일사령부의 전방배치여단이다. 따라서 전시가 되면 직속 사령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다. 

영상, 신호, 인적 정보를 다루는 501군사정보여단은 미육군정보보안사령부의 예하 부대이다. 따라서 전시가 되면 직속 사령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다.

주한미군의 통신 정보 관리 역할을 담당하는 제1통신여단은 제9통신사령부의 예하 부대이다. 이 역시 전시가 되면 직속 사령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다.

따라서 19지원사령부, 35방공포여단, 501군사정보여단, 제1통신여단은 주한미육군에 편제되어 있지만, 전시가 되면 미본토에 본부를 둔 직속 사령부의 작전 통제를 받는다. 한국 육군 대장의 작전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미2사단과 2501/2502디지털연락파견대이다. 과연 이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들은 전시에 한국 육군 대장의 작전 통제를 받는가?

미8군 부대가 한국 육군의 용인 기지에 상주하는 이유

미8군의 설명에 따르면 2501디지털연락분견대(25012 DLD, 이하 2501분견대)는 “미군 합동전력(Joint Force) 차원의 임무와 주한 미8군이 한국 내 미 육군구성군(ARFOR-K)으로서 수행하는 임무를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대한민국 지상작전사령부(ROK 육군 4성 장군이 지휘하는 사령부)에 파견”되어 있다.

 

복잡한 이야기라 설명이 좀 필요하다.

1> 2501분견대는 2개의 임무를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2개의 임무는 미합동군 차원의 임무와 미8군이 한국내 육군구성군으로서 수행하는 임무이다.
2> 미합동군 차원의 임무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미합참의 임무이거나 주한미군사령부의 임무이다. 아니면 둘 다 해당할 수 있다. 미본토 혹은 주한미군사령부에서 내려오는 작전 및 전투 임무로 이해하면 된다.
3> 미국은 합동군(Joint Force) 체계 안에 육해공 등 각 군을 "구성군" 단위로 편성한다. 육군은 ARFOR, 공군은 AFFOR, 해군은 NAVFOR로 불리운다. 따라서 미8군이 한국 내 미 육군구성군(ARFOR-K)으로서 수행하는 임무는 미8군의 육군전투부대 임무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4> 2개의 임무를 통합한다는 것은 미합참 혹은 주한미군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지상군으로서 미8군의 전투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시를 전달하는 것이 2501분견대의 임무라는 것이다.

이는 사실 상식적인 임무라고 볼 수 있다. 주한미육군이 미합참이나 주한미군사령관의 지휘나 통제를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그 역할을 2501분견대가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8군 홈페이지의 그 다음 설명까지 읽으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2501분견대는 “한국 지상작전사령부(한국 육군 4성 장군이 지휘하는 사령부)에 파견”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2501분견대는 주한미육군기지 즉 캠프 험프리스 혹은 다른 주한미육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지상작전사령부가 있는 용인 기지에 파견되어 있다.

따라서 2501분견대가 통합하는 것은 단지 미합참(혹은 주한미군사령부)와 미8군의 전투임무만이 아니다. 2501분견대는 미군의 전투임무와 한국 지상작전을 통합하는 임무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지작사에 파견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대목에서 미8군은 “embedded”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우리 말로 옮기면 “내장되어 있는” 정도로 해석된다. 즉 단지 물리적 파견 정도가 아니라 한국 지상작전사령부에 파견되어 하나의 조직처럼 통합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2501분견대의 부대 마크 역시 비슷한 내용을 드러낸다. 한국 지상작전사령부는 과거 1군과 3군을 통합하여 2019년 만들어진 조직이다. 따라서 미군과 한국의 1군, 3군이 악수를 하는 부대마크는 결국 미8군과 지상작전사령부를 연결하는 역할을 2501파견대가 수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연결한다는 것은 단지 연락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아니다. 미합참 혹은 주한미군사령부의 작전 지시를 한국 지상작전사령부에 전달하는 역할이다. 

2502디지털연락분견대(이하 2502분견대) 역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2502분견대는 한국 육군 제2작전사령부(대구 기지)에 상주한다. 지상작전사령부는 수도권과 강원도에서의 지상작전을 담당하며, 제2작전사령부는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에서의 지상작전을 담당한다. 

따라서 2501/2502분견대는 비록 인원은 소수이지만 한국 육군의 작전사령부에 상주하면서 미군 수뇌부의 작전 지시를 한국군 지상 작전에 침투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주한미육군의 핵심 부대라 할 수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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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주택’이라더니... 근심덩어리 된 오세훈표 ‘청년안심주택’

허술한 사업자 검증·사후 관리 부재 등이 겹친 결과”

청년안심주택 방문한 오세훈 시장 ⓒ뉴시스


서울시 대표 주거 정책사업 중 하나인 ‘청년안심주택’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청년안심주택 일부에서 입주자들이 임대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공공이 지원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거지를 공급하는 청년안심주택이 입주자들의 임대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무늬만 ‘공공’인 서울시 ‘청년안심주택’의 민낯


우선 ‘임대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이해하려면 ‘청년안심주택’이 어떤 정책사업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시가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임대주택이다. 2016년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시작해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인 2023년 4월 현재의 청년안심주택으로 개편됐다. 만 19~39세 청년·신혼부부 무주택자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거지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서울시도 청년안심주택이 임대료 부담을 낮추고 공공성을 강화해 청년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주거 대안’이 될 것이라고 홍보해 왔다.

이처럼 공공이 지원하는 주거 정책사업에서 ‘전세사기’와 같은 피해가 발생한 건 청년안심주택이 ‘무늬만 공공’일 뿐 대다수가 민간에서 운영되기 때문이다.

청년안심주택은 ‘공공임대’와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나뉜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운영하는 ‘공공임대’형 청년안심주택과 민간 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형 청년안심주택이 혼합돼 있다는 뜻이다. 전체 청년안심주택의 30% 남짓만 SH가 공공임대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민간 임대사업자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식이다.

민간사업자들이 정책사업인 청년안심주택에 뛰어드는 건 공공의 지원 때문이다.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에 참여하는 민간사업자에게 용도지역 변경(종 상향),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여기에 임대기간까지 고려해 주택금융공사(HF)로부터 10년간 보증을 받아 저리대출도 가능하다.

공공지원을 받은 민간사업자는 최소 8년 동안 청년안심주택을 운영해야 한다. 대신 8년 이후부턴 청년안심주택을 분양전환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를 챙긴 민간사업자는 8년 동안 임대사업을 진행한 뒤 분양이나 매각을 통해 발생할 이익을 기대하고 사업에 뛰어든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임대보증금 미반환 사태’도 민간 임대업자가 운영하는 청년안심주택에서 벌어졌다. 공공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면서도 입주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상황이 속출한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원인은 시행사인 민간 임대 사업자가 시공사에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서다. 금융기관에 근저당이 잡힌 상태에서 경매가 진행되면 세입자들은 절차가 끝날 때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최근 임대보증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한 잠실 센트럴파크 단지도 이 같은 이유로 134채, 238억원의 보증금이 묶여 있는 상태다.

보증금 사고는 잠실만의 일이 아니다. 도봉구 ‘에드가쌍문’ 단지에서는 2023년 말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벌어져 세입자 일부는 여전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동작구 단지도 임대 사업자의 채무 문제로 집이 가압류되며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입주자들은 청년안심주택을 ‘서울시가 보증해 준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민간 책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셈이다.

강제경매 사태가 발생한 청년안심주택인 잠실센트럴파크 세입자 등이 서울시의 늑장 대응 비판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민달팽이유니온 제공

각종 인센티브 지원했는데...  “서울시, 민간 사업자 검증 소홀”


서울시는 ‘임대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청년안심주택은 ‘청년 주거 안정’을 내세웠던 서울시의 공공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보증보험 미가입, 허술한 사업자 검증, 사후 관리 부재 등이 겹치면서 수백억원대 보증금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는 민간사업자의 ‘임대보증금 반환보증(보증보험)’ 미가입이다. 보증보험은 임대 사업자가 채무불이행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보증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 민간임대 물량에 대해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으면서도 현장에서 이를 철저히 점검하지 않았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간임대주택법)에 따르면 모든 임대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잠실, 동작을 포함해 총 4개 사업장 287가구가 이런 이유로 보증금 미반환 우려에 놓였다. 또 강서구 내발산동, 강남구 도곡동 등 4개 사업장(총 944가구)도 보증 보험 미가입한 곳이다. 해당 지역은 대주단 동의하에 보증금 인출이 가능한 별도 계좌를 관리하고 있어 아직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더 나아가 서울시가 파악한 보증보험 미가입 가구 수는 무려 1,200여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에 가입된 것처럼 속았다”는 세입자들의 증언까지 나왔지만, 서울시는 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

또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 물량 확보를 위해 민간사업자 참여를 적극 독려했지만, 사업자의 재무 건전성과 채무 관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뒷전이었다는 비판도 받는다. 실제로 일부 사업자는 건설자금 대출과 근저당 설정이 다수 얽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안심주택으로 지정돼 입주가 진행됐다. 그 결과 세입자들의 보증금은 선순위 채권자에 밀려 반환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입주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임대보증금 반환 능력이 의심되는 사업장에 대해 서울시는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고, 사후 점검 시스템도 유명무실했다. 가압류·경매 절차에 들어간 사업장이 적지 않았지만, 피해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서울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전문가들도 서울시의 관리 소홀이 보증금 사고를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민간 임대 사업자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부분, 기본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을 모집했다는 사실 등은 서울시의 책임이 굉장히 크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그런데도 서울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아무런 조치 없이, 실태 조사 정도만 진행했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문제를 키워왔다는 점만으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도 “서울시는 민간 개발에 기댄 방식으로 청년 주거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거기에 대한 충분한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공공이 지원하는 각종 인센티브를 챙겨 수익을 올리려는 민간사업자들을 제대로 검증조차 없이 선정한 건 굉장히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면 서울시는 한동안 “민간임대에 개입할 법적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라는 식으로 보증금 사고 책임에 대해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보증금 미지급 사태가 확산하자, 뒤늦게 세입자 구제 방안을 내놨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지난 8월 20일 서울시청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선순위 피해자들의 경우 주택진흥기금(내년 도입 예정)을 통해 보증금을 지원하고 그전에 퇴거를 희망하는 경우 시 예산을 일부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선지급하고 경매를 통해 그 금액을 회수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송파구 청년안심주택 잠실센트럴파크 세입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잠실센트럴파크 청년주택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보증보험 미가입 사업장 더 늘어날 수도... “공공임대 비중 늘려가야”


문제는 추후 보증보험 미가입 사업장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청년임대주택 사업장 1곳(공공지원 민간임대)이 보증보험을 연장(갱신)하지 못했다. 현재 감정평가액이 과거 제출한 감정평가액보다 낮아져 가입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같은 이유로 올해 하반기 보증보험을 연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사업장이 8곳이 더 있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보증보험 연장이 어려워진 데는 올해 6월 국토교통부의 민간임대주택법 시행령 개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전까지는 보증보험 가입을 위한 공시가격 감정을 사업자가 선정한 감정평가 기관이 하도록 했는데, 시행령 개정으로 보증기관이 정한 곳에서 감정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사업자가 감정평가기관을 선정할 때는 사업자가 영향력을 행사해 주택 가치를 부풀려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던데 따른 조치다. 

실제 그동안 보증기관이 사업자를 대신해 변제한 임대보증금도 점점 증가해 왔다. HUG가 지난해  대신 갚은 임대보증금은 1조6,093억원으로 전년 대비 53%나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지원 민간임대’ 방식의 청년안심주택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공공임대 비중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짚었다. 민간임대의 경우 8년 후 분양 전환할 수 있어 결국은 공공의 지원이 사유화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동규 위원장은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민간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원해 주면 해주는 만큼 거기에 맞춘 위험한 재무구조가 세팅돼 같은 잘못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결국 다 사유화될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유지하기보다 공공임대처럼 공공성을 확대하고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효주 주거조세팀장도 “공공에서 지원하고 민간이 공급하는 현재의 청년안심주택은 이미 여러 가지 한계나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 “이런 방식보다는 차라리 SH의 공공임대를 늘려 공공성을 강화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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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자 평화안 '비화' 담은 뉴욕타임스 링크 눈길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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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5.10.06 17:00

  • 수정 2025.10.06 17:20

  • 댓글 0

카타르 공격 '악수' 둬 수세 몰린 네타냐후 압박

"트럼프, 휴전뿐 아니라 종전 계획이 돼야 주장"

이스라엘, 공격 전날과 당일까지 '휴전안' 협의

트럼프, 네타냐후에 "매사에 왜 그리 부정적?"

이스라엘-하마스, 이집트서 1단계 협상 돌입

트럼프 "하마스, 가자서 권력 집착하면 절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요일인 5일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이례적으로 뉴욕타임스(NYT) 기사를 링크했다.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에 대한 분노가 어떻게 네타냐후를 가자 문제로 내몰았나'란 제목의 지난 3일 자 기사였다.

여기엔 9월 9일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에서부터 9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20개 항의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가자 평화 구상)을 발표하기까지 미국과 아랍 중재국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상대로 펼친 비화들이 담겨 있었다. 트럼프는 이 기사를 링크함으로써 '팩트'가 맞다고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에서 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2025. 09. 29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가자 평화안 성안 '비화' 다룬 뉴욕타임스

트럼프, 트루스 소셜에 관련 기사 링크

이스라엘군은 9월 9일 카타르 도하의 한 주거 건물에서 가자 전쟁 종식 관련 트럼프의 제안을 검토하던 칼릴 알하야 정치국 부의장 등 하마스 협상 대표들을 미사일로 타격했다. 알하야는 살았지만 그의 아들과 카타르 보안 관리를 포함해 모두 6명이 숨졌다. 이에 NYT는 "협상 대표들을 폭격해 협상한다는, 너무 충격적인 이스라엘의 도발이었다...이번 공격은 이 지역과 워싱턴의 정부 관리들을 너무 격분시켜 휴전 전망을 산산조각 낼 위협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마저 폭격한 이스라엘의 '만행'이 오히려 네타냐후에게 '고삐'를 채우는 계기가 됐다고 NYT는 봤다. 그 이전 몇 달 네타냐후가 무슨 짓을 해도 놔뒀지만, 카타르 공격은 트럼프와 그의 보좌관들을 격분시켰고, 전쟁 종식에 나서도록 네타냐후를 압박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20일 후 트럼프 가자 평화 구상으로 귀결됐음은 물론이다.

NYT는 "이 과정은 트럼프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이전의 중동 협상가 역할로 복귀시켰다. 그건 네타냐후를 압박해 굴욕적 사과를 하도록 했고, 하마스엔 이스라엘의 끝없는 공세를 저지할 마지막 기회를 남겼다"고 논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계정. 2025. 10. 05 시민언론 민들레

이스라엘, 공격 당일까지 휴전안 협의 '만행'

미, 전날 장시간 협의하고도 폭격 눈치 못 채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 전날인 9월 8일 월요일이었다. 트럼프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쿠슈너는 마이애미의 위트코프 자택에서 네타냐후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 장관과 만나 여러 휴전안을 놓고 3시간 논의했으며, 그 주 후반에 그 안을 하마스에 제시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특히 회의가 끝난 뒤 이스라엘의 더머는 카타르 시간으로 이른 새벽까지 카타르 관리와 몇 시간 더 전화 통화를 했다. 그 통화가 끝나고 약 12시간 후에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하마스 협상대표단이 있는 도하의 주거 건물에 미사일들을 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위트코프 특사는 이스라엘의 공격 시점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고, 위트코프는 소식을 들은 즉시 카타르 측에 전화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위트코프는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 총리와 다른 아랍국들에게 백악관의 '불개입'을 해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들 뒷얘기는 협상에 참여한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여러 아랍 국의 관리 14명과의 익명 인터뷰를 기초로 해서 작성됐다.

충격과 배신감을 느낀 카타르는 미국 측에 분노를 터뜨리고, 쿠슈너에게 자신들은 중재자로서 성실하게 행동했는데도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에서 마치 카타르가 하마스의 대리인인 듯이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당시 알-타니 총리는 도하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런 야만적 행동에 지역 전체가 대응해야 하는 결정적 순간에 도달했다"며 이스라엘 정권은 "평화를 위한 기회를 만들려는 모든 시도를 방해"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카타르 측은 사실상 휴전 협상 중재 역할을 중단했고, 가뜩이나 취약했던 협상은 난항에 빠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평화 구상안의 문구를 따져 보고 있다. 2025. 09. 29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카타르 공격 '악수'로 네타냐후 수세 몰려

"트럼프, 휴전뿐 아니라 종전 계획 주장"

9월 15일, 카타르는 도하의 쉐라톤 호텔에서 아랍·이슬람 국가 정상 약 60명이 참가한 가운데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을 강하게 규탄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일부 아랍 국가 정부들은 네타냐후가 수세에 빠진 이 계기를 활용해 그동안 네타냐후가 오랫동안 반대해왔던 몇몇 쟁점에 대한 양보를 끌어내자는 데 공감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밑에선 협의가 진행됐고, 그 결과 최종 목록에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지속, 영토 병합 또는 점령,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금지 등이 담기게 됐다고 한다.

9월 20일 알-타니 카타르 총리는 뉴욕에서 위트코프와 쿠슈너를 만나 아랍의 요구 사항을 제시했고, 이스라엘이 다시는 카타르를 공격하지 않도록 미국이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1일엔 트럼프가 쿠슈너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찰리 커크의 추모식에 가면서 전화로 위트코프와 협상안 세부 내용을 협의했고, 여기서 트럼프는 어떤 가자 계획이든 휴전을 포함할 뿐 아니라, 모든 당사자가 동의하는 "종전 계획"이 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틀 뒤인 9월 23일 유엔 총회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과 위트코프는 아랍·이슬람 국가 고위 관리들과 회의를 열어 종전 계획의 대강을 설명했다. 여기서 미측은 △ 하마스가 무기를 "항복" 대신 "해체"하고 △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며 △ 팔레스타인인은 가자에 남고 △ 인질을 석방하고 하마스 대원을 사면하는 등의 대목을 강조했고, 아랍·이슬람 측은 수용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아랍 대표는 미국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느냐고 물었지만 답변을 피했고, 이 계획에 네타냐후의 동의와 이행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우려도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이 두 문제 모두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네타냐후를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리곤 24일 미국 측은 롯데 뉴욕 팰리스에서 아랍·이슬람 국가들에 21개 항의 계획을 제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함께 한 가운데 백악관 집무실에서 카타르 총리에게 전화로 카타르 공격에 대한 사죄의 뜻을 전하고 있다. 2025. 09. 29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 네타냐후에 "매사에 왜 그리 부정적?"

"네타냐후, 막판까지 가자 평화안에 회의적"

위트코프와 쿠슈너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와 25일과 28일 뉴욕에서 마라톤 회의를 했다. NYT는 "네타냐후는 그 제안에 회의적이었다...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관한 모든 언급을 삭제하고, 팔 자치 정부(PA)가 가자에서 어떤 것도 운영하지 못하게 하고자 했으며, 이스라엘 군의 완전한 철수 가능성을 낮추고자 제안된 이스라엘의 가자 철수에 단서를 추가하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줄다리기 과정에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군의 철수 문제에서 문구를 유리하게 변경하는 데 성공하자, 하마스의 반대를 우려한 아랍국들은 발표 연기를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트럼프가 "만족한다"면서 공개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남은 문제는 카타르 공격에 대한 네타냐후의 직접 사과였다. 이는 카타르가 '필수 조건'으로 요구해온 것이었고, 트럼프는 "일주일 넘게" 네타냐후에게 사과를 종용해왔다고 한다. NYT는 29일 네타냐후는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면서 가자 평화 구상을 발표하기에 앞서 트럼프 집무실에서 전화로 직접 작성한 사과문을 카타르 총리에게 읽어줬다고 전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29일 가자 평화 구상 발표 당시 네타냐후가 그다지 기념할 일이 아니라면서 시큰둥해하자 트럼프는 "당신은 왜 매사에 그렇게 부정적인지 모르겠다. 이건 승리한 거다. 받아들여"라고 말했다. 또한 나중에 네타냐후가 딴짓할까 우려하는 목소리엔 "비비(네타냐후)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는 괜찮을 거다. 나랑 함께 있으면 (싫어도) 괜찮아야 한다"고 말해 네타냐후를 강하게 압박할 뜻을 비쳤다고 한다.

 

이스라엘 접경의 가자 지구에서 폭발 직후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 10. 06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이집트서 1단계 협상에

트럼프 "하마스, 가자 권력 집착 땐 절멸"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 그리고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 대표단은 6일 이집트에서 트럼프 가자 평화구상의 1단계인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스라엘에선 더머 전략부 장관, 하마스에선 알하야 정치국 부의장이 참석하며, 미국에선 위트코프와 쿠슈너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기습테러 당시 가자로 납치한 인질 중 남은 사람은 생존자 20명과 유해 등 모두 48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석방되는 것과 동시에,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들도 석방하도록 되어 있다.

트럼프는 5알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번 주말 인질 석방과 가자 전쟁 종식, 더 중요하게는 마침내 오랫동안 추구해왔던 중동의 평화를 얻기 위해 하마스와 아랍·무슬림을 포함한 전 세계 나라들과 매우 긍정적인 논의들이 있었다"고 썼다. 트럼프는 "이 논의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신속하게 진행 중"이라면서 "나는 모두에게 빨리 움직일 걸 부탁한다. 나는 몇 세기에 걸친 이 오랜 '분쟁'을 계속 지켜볼 것이다. 시간이 핵심이다, 그렇지 못하면 누구도 보길 원치 않는 어떤 것, 대규모 유혈사태가 뒤따를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5일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하마스가 가자에서 계속 권력에 집착할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는 질문에 "절멸"(Complete Obliteration)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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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10살 딸 앞에서 싸운 부부, 진짜 피해자는 누구일까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과 경찰관아이들에게 범죄 예방에 대해 경찰관들이 설명하고 있다. ⓒ 박승일

"서울경찰청 긴급 신고 112입니다."

"남편이 폭력적으로 욕을 하면서 때릴 듯이 위협을 해서 신고하려고요."

"주소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여기는 ○○○구 모 아파트 101동 101호입니다."

"지금 남편분과 함께 있는 건가요?"

"아니요. 지금 아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습니다."

"지금 순찰차가 출동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빨리 와 주세요."

"경찰관이 곧 도착할 겁니다. 남편의 직접적인 폭행도 있었나요?"

"조금 어깨 부위를 밀치긴 했는데 때리지는 않았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경찰관들이 거의 도착했네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명절 연휴에 죄송합니다."

지난 4일 밤. 그날은 추석 연휴가 시작된 둘째 날이기도 했다. 지구대 창밖으로는 명절 특유의 정적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지구대 실내는 24시간 불이 켜져 있다. 경찰관들은 평소보다 더욱 긴장하고 있다.

야간 근무를 시작하고 서너 시간이 흐른 뒤였다. '코드 0' 신고음이 지구대 소내 안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가정폭력' 신고다. 가장 민감하고 신경 써야 하는 신고 유형이다.

연휴 첫날 밤에 뜬, 코드 0

서울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에서 신고를 접수하면서 지구대에서 출동도 동시에 이뤄졌다. 그만큼 긴급하다는 뜻이다. 신고자가 접수하는 경찰관과 통화 중에도 지구대까지 실시간으로 내용이 전달되는 시스템이 있다. 그때를 '선 지령'이라고 부른다. 이번 신고도 그랬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순찰차가 출동했다. 나는 신고자의 녹취 내용을 들으며 추가로 인근에 있는 순찰차가 지원할 수 있도록 무전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있던 남편과 방 안에서 문을 잠근 채 딸과 함께 있던 아내를 분리해 진술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119구급대의 응급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무전이 흘러나왔다. 다행이었다. 나는 그제야 안도했다.

잠시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상황을 보고해 주는 전화였다. 상황은 이랬다.

결혼한 지는 14년이 됐고, 10살 된 딸이 현장에 있었다. 싸움의 발단은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에 내려갈 때 반려견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 차이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정말 사소한 문제가 부부싸움으로 이어졌고 경찰에 신고까지 하게 된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양측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다. 서로 욕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남편의 위협적인 행동이 있었지만, 아내는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호 간에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는 경찰관의 경고에 남편이 근처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장에 있던 10살 된 딸아이였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찍게 했다

사소한 문제가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료사진) ⓒ Unsplash

경찰관은 딸아이의 심리 상태를 걱정해야 했다. 아이는 누가 봐도 놀란 표정이었다. 현장에 있던 김모 경사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앉았다.

"엄마, 아빠가 싸워서 무서웠지?"

부부의 싸움은 단순한 다툼이 아니라, 아동의 정서적 학대의 순간이었다.

아이의 엄마는 남편과 말다툼 하는 과정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딸에게 직접 촬영하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 아빠는 아이가 있는 현장에서 아내를 때릴 듯이 위협하며 욕을 여러 차례 했다. 그것 말고도 아이의 당시 상황에 대해 고려해야 할 점들은 서너 가지 더 있었다. 사적인 문제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아동복지법은 18세 미만인 사람을 의미한다. 법에서 '아동복지'란 아동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지원이라고 규정한다. 또한 아동은 차별 없이 자라야 하며, 안정된 환경에서 조화롭게 성장해야 한다. 아울러 아동은 모든 활동에서 이익이 최우선 고려되어야 하며,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아동의 정신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거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라도 정서적 학대 행위라고 말한다. 정서적 학대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절대 가볍지 않은 범죄행위인 것이다. 이처럼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행위는 매우 폭넓게 해석되며,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아동의 정서적 학대 행위에 대해 언급한 이유가 있다. 가정폭력으로 현장에 출동했지만, 부부의 행위 또한 아동학대에 해당하였기 때문이다.

"애 앞에서 싸운 건 잘못했지만 그게 죄가 된다는 건가요?"

최근 법원 판결 사례를 보자. 피고인은 12살인 아들의 아버지다. 평일에 일을 하러 가야 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인 아들을 주거지에 혼자 남겨두고 주말에만 함께 지냈다. 물론 장기간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 혼자 스스로 일어나 학교에 다니게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게 되었다.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동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양육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했다는 판결이었다. 그만큼 아동복지법은 엄격하다.

피고인인 아버지는 징역형에 해당하는 집행유예 2년을 처분받았다. 또한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도 수강하도록 명했다. 아동 관련기관에는 2년간 취업도 제한되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아동의 방임 정도가 가볍지 않고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의 판결 이유를 밝혔다. 아동의 직접적인 신체 위해나 학대가 아니더라도 이 사례와 같이 혼자 두는 것도 아동학대에 포함한다. 어느 부모라도 법원의 판결 사례가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할 듯싶다.

그렇다면 이번 신고 현장은 어떨까? 일단 현장에 있던 부부 모두 아동학대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

"아이 앞에서 욕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 딸아이가 정서적으로 무섭지 않을까요?"

"그래서요?"

"그래서라뇨. 아동복지법은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서적 학대 행위도 해당합니다."

"아니, 애 앞에서 싸운 건 잘못했지만 그게 죄가 된다는 건가요?"

"아내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분과 다툼이 있다고 해서 그걸 아이에게 직접 촬영하라고 시키는 건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아이가 놀랄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두 분의 진술도 인정하는 부분이라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추가로 조사가 이뤄질 것입니다."

"정말 그게 죄가 되는지는 몰랐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부부의 행동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진짜로 몰랐을 수 있다. 그렇다고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부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앞으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관들은 놀란 아이를 안정시켜주는 데에도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중에 그 또래의 아이를 둔 김모 경사가 더욱 신경을 썼다. 다행이었다.

가정폭력의 진짜 피해자

▲지구대를 방문한 아이들함께 근무하는 후배 경찰관이 아이들과 대화하고 있다(이번 112 신고와는 관련이 없다) ⓒ 박승일

대부분 가정은 추석 연휴 집안에 웃음과 온기가 흐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집에서는 아이가 문틈 사이로 어른들의 언성을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경찰관으로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가정폭력의 진짜 피해자는 '대화의 대상이 아닌 아이'라는 사실을 느낄 때가 많다. 어른들의 언성이 높아질 때마다 아이의 마음은 조금씩 닫혀가는 듯싶다.

가정폭력의 진짜 피해자는 단지 맞은 사람이 아니다. 그 옆에서 두려움에 눈을 감은 아이가 진짜 피해자다. 부부의 말다툼 한 번이 아이의 정서에 남긴 상처는 법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깊게 남을 수도 있다.

가정은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첫 교실이라고 말한다. 아이 앞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말을 배우게 하는 것은 부모의 가장 큰 책임이다. 부부의 싸움보다 더 아픈 건, 그 싸움을 바라보는 아이의 두려움이다. 부모가 잠시 멈추어 "우리 아이가 이 장면을 기억한다면?"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한다. 그럼 또 다른 신고까지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됐다. 그리고 그날 밤은 여느 날보다 길었다. 가정폭력 신고는 그 뒤로도 2건 더 있었고, 교제(데이트) 폭력 신고도 1건 있었다. 그리고 추석 연휴의 셋째 날이 밝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박승일의 경찰관이 바라본세상에서) 금요일 연재에도 실립니다.추석 연휴기간에도 현장에서 자신의 일처럼 최선을 다한 김모 경사와 정모 경장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박승일#송파경찰서#경찰관#추석#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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