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동아시아를 하나의 전장으로 통합하려는 구상을 노골화하고 있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일본 영자지 재팬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필리핀을 하나의 군사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킬웹’ 구상을 밝혔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다영역 통합 타격체계...‘단일 전구’ 전략

‘킬웹(Kill Web)’ 구상은 한국·일본·필리핀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전 영역에서 즉각 타격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위성·드론·레이더 등 모든 감시 자산을 통합하고, 각국의 타격 수단을 실시간으로 연동해 ‘가장 빠른 공격’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구상이 단순한 군사 효율성 강화 차원을 넘어, 동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단일 전장’으로 재구성한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한반도,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각각 분리된 분쟁 가능 지역으로 인식되던 공간이 이제는 하나의 연속된 작전구역으로 묶이고 있다. 이는 특정 지역의 충돌이 곧바로 전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브런슨 사령관은 “현대 전쟁은 사이버와 전자기 공간에서 승패가 결정된다”며 통합 네트워크가 억지력의 핵심이라고 강변했다. 동시에 “동맹국은 누구도 고립되어 존재할 수 없다”며 동아시아를 ‘단일 전구’로 묶는 전략을 기정사실화했다.

뒤집힌 한반도 지도. 지난 11월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동아시아 지도를 뒤집어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뒤집힌 한반도 지도. 지난 11월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동아시아 지도를 뒤집어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제1도련선’ 핵심 거점으로 재편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일본·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을 강조하며, 기존의 양자동맹을 넘어선 3자 협력 틀을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동맹 구조를 다자 군사블록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 ‘삼각형’은 상호 협력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지휘·통제 체계에 종속되는 구조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의 역할 규정이 눈에 띈다. 미국은 한국을 ‘제1도련선 내부의 핵심 거점’으로 재정의하며, 병참·정비·재보급을 담당하는 지역 허브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한국을 단순한 방어선이 아니라, 역내 작전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전략적 유연성’ 개념이 다시 등장한다.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면서도 필요시 다른 지역 분쟁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이 개념은, 한국의 안보 이해와 무관한 군사작전에까지 개입될 수 있는 구조를 내포한다. 결국 한국 영토와 군사력이 미국의 전략 수행을 위한 플랫폼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일본 재무장화의 배후이자 전쟁의 화근

한일 군사협력에 대한 정치적 민감성, 일본의 평화헌법 제약, 필리핀 내부의 군사 의존 논란 등이 현실적 제약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미국은 방위비 확대와 제도 정비를 통해 이 구조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일미군과 자위대 협력의 제도화를 언급하며 일본의 방위력 강화와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동맹국의 군사 역할을 확대해 미국의 전략 부담을 덜고, 유사시 이들을 전쟁 체계의 전면에 내세우려는 의도다.

‘킬웹’ 구상은 군사 기술 개념을 넘어 동맹국을 미국의 전쟁 체계에 종속시키는 구조적 재편 전략이다. 역내 국가들을 연결해 ‘단일 전장’을 구축하려는 이 구상은 대결 구도를 고착시키고 동아시아를 전쟁 속으로 몰아넣는 화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