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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전에 알고도 국회 보고 안해…조태용 구속영장 발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1/12 09:04
  • 수정일
    2025/11/12 09: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정원법 위반, 국회 의증 등의 혐의도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5.10.15 ⓒ뉴스1 
 
직무유기와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구속됐다.

박정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5시 30분쯤 조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전날 오전 10시 10분부터 오후 2시쯤까지 4시간가량 진행됐다.

내란특검팀은 지난 7일 조 전 원장에 대해 직무 유기, 국정원법 위반, 위증,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에게 관련 계획을 듣고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또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 전 대통령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 내용을 알렸는데도 역시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를 직무유기로 판단했다.

또한 홍 전 1차장의 국정원 내 움직임이 담긴 CCTV 영상을 국민의힘에만 제공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자신의 행적이 담긴 CCTV 영상은 제공하지 않는 등 사실상 정치행위를 해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의무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조 전 원장이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비상대권이란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으나 특검팀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의 비화폰 내역 삭제에도 관여하는 등 증거인멸 행위도 가담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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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복원'이라더니... 산림청이 손댄 숲의 참혹한 모습

[최병성 리포트] 산사태와 유적 파괴 우려된다... 산림사업 전수 조사가 필요한 이유

25.11.12 06:40최종 업데이트 25.11.12 07:06
단풍 숲에 하얀 첫눈이 온 것일까?최병성

단풍 숲에 첫눈이 온 걸까? 언뜻 보면 화려한 빛깔의 단풍과 백설로 덮인 나무가 어울리는 황홀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는 '흰 눈'이 아니라 산불에 타 죽은 소나무가 잎을 다 떨어뜨린 채 반짝이는 모습이었다. 하얗게 빛나는 소나무보다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참나무들이 빚어내는 알록달록 무지갯빛 단풍이었다.
 
산불 후 3년여에 불과한데, 참나무들이 가득한 숲으로 자연 복원되고 있다.최병성

이곳은 국내 최대 피해 산불로 기록되었던, 지난 2022년 3월 발생한 경북 울진 산불 현장이다.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울진 산불 현장을 돌아보았다. 2022년 산불로부터 겨우 3년 7개월 정도 지났을 뿐인데, 숲은 벌써 높이 수미터에 이르는 참나무 숲으로 스스로 회복하고 있었다. 소나무가 다 타버리자 불탄 숲에서 참나무가 올라온 것이다.

산불 직후 모든 것이 불타 사라진 새까만 숯덩이 숲이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이렇게 자연 스스로 회복하여 화려한 단풍으로 빛난다는 게 참으로 놀라웠다.
 
2022년 3월 산불 직후 새까맣게 불탔던 숲이었는데, 자연은 3년만에 불에 강한 참나무 숲으로 스스로 회복하고 있다.최병성

복원인가? 산림 파괴인가?

산불 피해지역 중 일부를 자연복원지로 남겨두는 곳이 있는데 이곳 울진이 산림청의 인공복원과 자연복원의 차이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곳이다. 자연 스스로 회복 중인 숲과 산림청이 복원한 숲은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산림청이 조림한 나무들 대부분은 고사했다. 조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가느다란 대나무 막대기만 남아 있다. 나무가 없기에, 비만 오면 언제든 대형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불탄 곳인데, 자연 복원과 산림청의 복원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자연이 스스로 복원한 숲(좌)과 산림청이 복원했다는 숲(우)과의 차이. 자연 복원 숲은 산사태 위험도 없고, 숲의 빠른 회복을 이루고 있으나, 우측의 산림청이 복원한 숲은 조림한 나무들은 대부분 고사됐다.최병성
 
불탄 소나무를 벌목하고 새로 나무를 심은 곳이다. 나무를 조림했다는 표시 막대는 있으나, 조림한 나무들이 고사되고 없고, 주변에 싸리나무 등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최병성
 
자연 스스로 복원 중인 숲과는 달리, 산림청이 복원했다는 숲은 조림목은 사라지고, 지지대만 남아 있을 뿐이다.최병성
 
자연 복원과 산림청 산불 복원의 차이.최병성

산림청의 복원 현장 일부만 이런 것일까? 좀 더 넓게 살펴보았더니, 참혹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방으로 보이는 모든 산이 마치 거대한 사막처럼 민둥산이다. 황폐해진 숲 사이사이에 임도가 사방팔방으로 펼쳐졌다.

카카오맵 항공사진을 보자. 2022년 사진엔 온 숲이 새카맣게 불탔다. 2024년 항공사진엔 불탄 나무를 싹쓸이 벌목하고 없던 임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게 보인다. 이미 불탄 숲에 왜 이렇게 많은 임도가 필요한 것일까?
 
카카오맵 항공사진의 모습. 2022년 항공사진엔 온 숲이 새카맣게 불탔다. 2024년 항공사진에 불탄 나무가 싹쓸이 벌목되고, 없던 임도가 만들어지고 있음이 보인다. 최병성
 
산림청이 복원한 현장이다. 자연이 스스로 복원하는 숲과는 달리 산사태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최병성

임도를 만들며 급경사면을 깊게 파내면서 산림의 심각한 훼손도 가져온 것으로 보였다. 절토 사면이 여기저기 무너지고 있었다. 무너진 절토면을 보수하면, 또 무너지기를 반복되는 현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리한 임도 공사로 절토사면이 곳곳에 무너지고 있었다. 좌측의 임도 역시 두 곳이 무너져 있다최병성

더 놀라운 광경도 있었다. 과도한 임도 건설공사로 인해 산이 정상부로부터 붕괴된 현장이었다. 붕괴 사면을 보수 공사했으나 여전히 무너져 내리며 산사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무리한 임도 공사로 산이 붕괴되었다. 보수공사를 했으나 여전히 계속 무너지고 있다. 임도 절토 사면엔 무너지는 곳이 곳곳에 보인다.최병성

바로 인근의 임도 성토 사면 역시 줄줄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언제든 대형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이었고, 이런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미 불탄 숲에 거대한 임도를 만들었다. 임도가 언제든 산사태로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지뢰밭임을 보여주고 있다.최병성

곳곳에 대형 콘크리트 사방댐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대형 콘크리트 사방시설만으로는 산 아래 마을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산을 위태롭게 만든 후, 산사태 막는다며 사방시설들을 해 놓았다.최병성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산림청은 불탄 나무들을 위험목이라며, 산사태를 막기 위해 긴급 벌채를 하고 어린나무를 조림해왔다. 그러나 조림한 나무들이 대부분 고사되면서, 산사태 위험이 도사리는 위험한 지뢰밭이 만들어졌다.

산림청의 국가유산기본법 위반?

특히, 산림청이 지금껏 벌목·임도·산불 피해지 복구·소나무 재선충 수종갱신 사업 등을 실시하며, 국가유산기본법(전, 문화재보호법)을 제대로 지켰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개발사업이 매장유산 또는 지정유산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인지 여부를 미리 조사·예측·진단하여 국가유산의 가치를 보호하고 이를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유산영향진단법 제9조에 따르면 사업면적이 3만제곱미터(3ha) 이상일 경우 영향 진단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산림청의 벌목 등 산림사업도 이 법에 의해 역사유적 지표 조사를 해야 한다. 산불 피해지 벌목 역시 마찬가지다. 산불특별법이라 할지라도 이 법을 초월할 수 없다.

법제처는 지난 9월 10일 "사업 면적 3만제곱킬로미터 이상인 벌채지에서 작업로·임산물 운반로가 산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경우, '국가유산영향진단법 시행규칙' 규칙 제4조제1항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지표조사 및 유존지역평가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산림청의 질의에 "지표조사 및 유존지역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산림의 형질변경을 초래하는 3ha 이상의 벌목 사업은 반드시 역사유적 지표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림의 형질변경을 초래하는 3ha 이상의 벌목 사업은 반드시 역사유적 지표 조사를 해야한다고 법제처가 산림청에 답을 했다.법제처

법제처는 "이 사안의 경우에는 '산지관리법' 제15조2제4항제7호에 따른 작업로·임산물 운반로의 개설을 수반하는 입목의 벌채는 산지의 형질 변경을 유발하게 되므로, '국가유산영향진단법' 제9조제1항에 따른 영향진단을 실시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 사항에 해당되지 않으며, 국가유산의 가치보호라는 '국가유산영향진단법'의 입법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산림청의 벌목 사업 등도 "지표조사 및 유존지역평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그 이유를 부연 설명했다.

대법원은 '산림의 형질 변경'을 '절토, 성토, 정지 등으로 산림의 형상을 변경함으로써 산림의 형질을 외형적으로 사실상 변경시키고 또 그 변경으로 말미암아 원상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산림청은 그동안 벌목과 조림 등이 산림 훼손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하다며 국가유산영향진단법 시행규칙 제4조제2항의 예외 규정(지표조사 및 유존지역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본다)을 적용해 역사유적 지표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06년 국민권익위원회에 '벌목과 조림사업 등이 산림 훼손 영향이 미비함에도 역사유적 지표 조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국가유산영향진단법으로 인해 벌목과 조림 사업에 어려움이 있다'며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위 산림청의 말을 근거로 국가유산청(전, 문화재청)에 산림청의 산림사업을 '예외적으로 지표조사 및 유존지역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본다'는 국가유산영향진단법 시행규칙 제4조제2항에 포함시켰다.

산림청이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받아낸 '지표조사 및 유존지역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본다'는 국가유산영향진단법 시행규칙 제4조제2항에 포함된 것은 산지의 형질 변경이 없는 벌목과 조림 사업에 한정된 것이었다.

그러나 산림청은 이를 근거로 지금까지 역사유적 지표조사 없이 산림의 심각한 훼손을 일으키는 사업을 오랜 시간 지속해왔다. 핀란드처럼 평지인 외국의 산림과 달리, 대한민국은 급경사 산림에서 벌목 작업이 진행된다. 벌목한 나무를 끌어내기 위해 중장비가 오가는 작업로가 만들어지며, 이 때 산지 훼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6년 벌목사업의 역사유적 지표 조사를 제외토록 하게했다. 그러나 예외조항에 포함되는 벌목사업은 작업로 등의 형질변경이 없는 경우에만 해당된다.국민권익위원회

대한민국 산림에 가득한 국가유산

많은 사람들이 깊은 산에 무슨 국가유산이 있는지 의아해 한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우리 산림에 어떤 역사 유적들이 있는지, 또 산림청의 벌목과 임도에 의한 역사 유적 훼손이 왜 문제인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의 산림은 단순한 자연 환경만이 아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산림은 삶의 터전, 군사적 요충지, 그리고 피난처로서 기능해 왔다. 우리 산림에는 1300여 개의 산성이 분포해있다는 조사 기록이 있으며, 독특하고 광범위한 역사 유적들이 산림에 밀집되어 있다.

산성은 산악 지형을 이용한 국경 방어선일 뿐만 아니라 전시 피난처로서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해왔고, 이러한 산성들은 적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능선이나 고지대에 축조되었다. 이뿐 아니라 삼국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전란을 겪었는데, 깊은 산림은 가장 안전한 은신처이자 거주지로 이용되었고, 근대까지 화전민(火田民) 문화가 있는 등, 산림에 많은 역사 유적들이 남겨져 있는데, 이에 대한 지표조사 없는 벌목과 임도 공사 등에 의한 역사 유적 훼손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8년 5월 29일, 영남고고학회는 성명을 통해 '경북 고령의 대가야 고분군에 폭 2m가 넘는 임도가 약 1㎞에 걸쳐 조성되며 고분 10기 이상이 파괴되었다"라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바 있다.

또, <계족산 임도 신설 공사 구간 내 문화재 지표조사 보고서>(2008)에 따르면, 개발 행위 이전에 시행했어야 할 역사유적 지표조사 없이 임도 공사하다가 뒤늦게 문제가 되어 지표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산림사업들이 지표조사 없이 시행되며 역사 유적 훼손을 해왔을까?
 
역사 유적 지표조사 없이 임도 공사를 진행하다 뒤늦게 지표조사를 하게 되었다는 보고서.계족산 임도공사

이게 산불 피해지 '복구'가 맞나?

거미줄처럼 작업로와 임도가 온 산을 헤집어 놓았다. 2019년 산불이 발생한 강릉 옥계 산불 피해지 복원 현장의 2024년 모습이다. 항공사진을 통해 산림 면적을 계산해보니 무려 1200ha에 이른다. 지표조사 기준 면적의 400배가 넘는다.
 
강릉 옥계산불(2019)의 2024년 복원 현장 모습. 임도와 작업로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최병성

산불 피해지를 복원한다며 온 산을 헤집어 놓은 울산 울주군이다. 2020년 산불이 발생 한 후 2025년 3월 현장 모습이다. 현장에 세워진 팻말엔 조림 면적이 18ha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게 정말 산림 복원일까? 아니면 산림사업자들의 돈벌이를 위한 산림파괴일까?
 
울주산불(2020년)의 복원 현장의 2025년 3월 모습. 이곳 역시 임도와 작업로가 온 산을 헤집어 놓았다.최병성

이곳은 지난 3월 역대 최악의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경북 안동. 산불 피해지 복원 사업이 한창인 현장이다. 지난 10월 말 산불 피해지 복구사업 현장을 돌아보았다. 벌목을 위한 작업로 때문에 곳곳에 파헤쳐진 산림이 눈에 들어왔다. 살아있는 참나무들까지 불법 벌목된 모습도 보였다.
 
벌목을 위한 작업로들이 산을 헤집고 있다.최병성

지금 한창 진행 중인 2025년 산불 피해 복구 현장들에선 과연 역사유적 지표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을까?

지난 7일 안동시청 산림과에 문의했다. 안동시가 산림청으로부터 할당받은 산불 피해지 벌목 면적은 813ha라고 했다. 역사유적 지표조사 면적 기준 3ha의 271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산불 피해목 벌목 사업 중 역사유적 지표조사가 이뤄진 게 있는지 물었다. 그 부분은 문화유적과 담당이라고 했다. 문화유적 담당부서에 문의했다. 돌아온 대답은 "지금까지 한 건도 없다"였다.

경북 의성군청에도 문의했다. 의성군이 산림청으로부터 할당받은 산불 피해지 벌목 면적은 334ha(지표조사 기준 3ha의 약 111배 면적)라고 했다. 의성군 역시 역사유적 지표조사 서류가 접수된 것이 한 건도 없었다.

산사태 유발, 문화재 파괴... 산불특별법 우려된다

지자체 산림 담당자들과 통화하며 산림 형질 변경이 발생하는 3ha 이상의 벌목 사업에 대한 역사 유적 지표 조사를 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설명해 주었다. 그들은 산림청이 지금까지 알려주지 않아 아직 모르고 있었다며, 이런 사실을 왜 이렇게 다른 경로로 알아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지난 3월 의성산불 피해지에 벌목이 시작된 지 오래다. 법제처의 역사유적 지표 조사에 관한 유권해석(9월 10일)이 나온 지도 벌써 두 달이 되었다. 그러나 산림청은 이같이 중요한 사실을 지자체 산림 담당자들에게 공지하지 않은 채, 살아 있는 나무들의 불법 벌목은 물론 산불 피해지의 역사 유적 훼손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안동산불 복원 현장이다. 살아있는 참나무들이 참혹하게 잘려나가는 불법 벌목 모습이다.최병성

산불 피해지 벌목과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지 벌목 이외에도 산림청은 해마다 평균 2만~2만5000ha를 벌목 조림해 왔다. 이는 역사 유적 지표조사를 해야 하는 기준 3ha의 6666배~8333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에게 지금까지 산림청이 역사유적 지표조사를 신청한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 물었다. 그는 법제처와 해당 법률의 유권해석을 하며 산림청의 지표조사 신청 목록을 뽑아보니 약 150건 정도였으며, 이 중에 벌목과 산림사업 등과 관계된 것은 약 100건 미만이라고 했다.

국가유산청은 현재 진행 중인 산림청의 산불피해지 벌목과 소나무재선충 피해지 벌목 등을 중단시켜야 한다. 정부는 벌목과 임도 등 산림청의 산림사업을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위법행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산불특별법에 의한 산사태와 문화재 훼손 우려돼
 
불탄 나무가 위험한 게 아니다. 불탄 나무를 위험목이라며 잘라내는 산림청의 산불 복원사업이 더 위험하다.최병성

지난 7월 산청 산사태로 많은 인명 피해와 큰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했던 산청 부리마을의 산사태는 지난 2009년 발생한 산불 피해지 복구 사업이 진행된 곳이다.

산청 산사태만 아니다. 2010년 남원 목동마을 산사태, 2002년 강릉 사천면 산사태, 2009년 7월 제천 봉양 팔송리 산사태 등은 산불 발생 후 산림청의 복구 사업이 진행됐던 곳이다. 이처럼 산림청의 산불 피해지의 복구 사업이 내일의 산사태를 유발함을 수없이 목격해 왔다.

대형 산불 발생 원인과 산불 재발 방지책은 단 하나도 마련하지 않은 채, 지난 9월 18일 산불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많은 시민단체들은 산불특별법이 산불 피해주민 지원을 핑계로 '산주 동의 없는 위험목 제거'와 '골프장과 콘도 등의 난개발을 초래 할 수 있는 각종 특혜 조항'들을 담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산불과 산사태를 초래하는 악법이라고 지적하였음에도, 지난 10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 법을 재가했다.
 
지난 7월 산사태가 줄줄이 발생한 산청 모고리마을의 모습. 2009년 산불 후 복원한다며 싹쓸이 벌목을 한 곳이다. 산불특별법이 불러 올 미래가 두렵다.최병성

괴물산불이라 불리는 지난 3월 의성산불은 서울시 두 배가 넘는 면적이 불타는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대 산불 피해를 기록했다. 여러 독소 조항까지 넣은 산불 특별법은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악의 산사태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또한 지금처럼 역사유적 조사 없는 산불 피해지 복구 사업이 계속 진행된다면 '역사 유적 파괴'라는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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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란 가담 공직자’ 걸러낼 TF 설치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11.11 16:14
  •  
  •  수정 2025.11.11 17:44
  •  
  •  댓글 0
 

정부가 내란에 가담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들을 걸러낼 조직을 설치하기로 했다. 

11일 국무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정부 내에 구성했으면 좋겠다”면서 “TF는 비상계엄 등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내부조사를 거쳐서 합당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자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헌법수호 의지를 바로 세워서 공직 내부의 갈등을 조속히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정부 내 각 부처와 기관별로 공정한 TF를 구성해서 내년 1월까지 신속하게 질서 있게 조사를 마치고 설 전에 후속조치까지 마련”하겠다며 “대통령님과 국무위원들께서 동의해지시면 총리 책임 하에 총리실에서 보다 상세한 추진지침을 만들어서 배포 드리고 추진해 나갈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확립”인데 “현재 내란 재판과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경찰의 국회 출입 통제, 계엄 정당성 옹호 전문 발송 이런 것들이 정부 내부에서 내란에 동조한 행태인데 이에 대해서 국회 국정감사, 언론 등을 통해 그간 계속 문제제기가 되어 왔다. 내란에 가담한 사람이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등 문제도 제기되고 결국은 이것이 공직 내부에서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고 이것이 결과적으로는 공직 사회 내부에서도 반목을 일으키고 궁극적으로 국정 추진 동력을 저하시킨다는 목소리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내란에 관한 문제는 특검에서 수사를 거쳐 형사처벌을 하고 있는 건데 내란에 관한 책임은 관여 정도에 따라서 형사처벌할 사안도 있겠고 또는 행정책임을 물을 사안도 있고 또는 인사상의 문책이나 인사 조치를 할 낮은 수준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1일 오후 브리핑하는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사진 갈무리-KTV 유튜브]
11일 오후 브리핑하는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사진 갈무리-KTV 유튜브]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새 정부 출범 5개월이 지나서야 내란 가담 공직자 조사에 나서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은 강유정 대변인은 김민석 국무총리의 발언을 빌려 대답했다. 

“국정감사 그리고 언론 등을 통해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거나 “여전히 공직사회 내부에서 반목을 일으키거나 내지는 국정 추진 동력을 저하하는 경우 그리고 때때로는 인사 승진 대상 목록에도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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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평양·핵시설 타깃" 여인형 메모 속 전쟁도발 계획... 특검, 윤석열 일반이적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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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
  •  
  •  승인 2025.11.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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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뉴스 브리핑 (202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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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국 병참 기지, “한국 활용해야”
-조선중앙통신 “황해남도 배천군 새집들이 모임 진행”

"평양·핵시설 타깃" 여인형 메모 속 전쟁도발 계획... 특검, 윤석열 일반이적 기소 

내란·외환 특검팀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과 관련해 윤석열과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일반이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근거로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10~11월 작성한 휴대폰 메모 일부를 공개했다.

▲불안정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기회를 잡아야 한다. 타깃은 평양, 핵시설 2개소. (10월 18일)

▲풍선, 드론, 사이버, 테러, 국지포격, 격침 등 적의 전략적 무력시위 시 이를 군사적 명분화할 수 있을까. (10월 23일)

▲포고령 위반 최우선 검거 및 압수수색. (10월 27일)

▲비상계엄 당시 체포 명단에 오른 "이재명, 조국, 한동훈, 정청래, 김민석" 언급. (11월 9일)

특검은 메모를 근거로 비상계엄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전쟁 도발을 시도했다는 결론이다.

송미령 장관 증언 "윤석열과 한덕수는 그날‥" 재판정 술렁

내란수괴 윤석열이 12·3 계엄 선포 당일 “(계엄을)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송미령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증언이 나왔다. 윤석열은 또 ‘마실 걸 갖고 와라’고 했고, 한덕수 총리에게 “당분간 대통령이 가야 할 일정이나 행사를 대신 가달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당분간’이 문제가 된다. ‘당분간’ 이라면 ‘일회성 경고 계엄’이라는 윤석열의 주장이 거짓이기 때문이다. 또한 송 장관은 한 전 총리가 ‘좀 더 빨리 오시면 안 되냐’고 서너차례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한 총리가 국무회의 의사 정족수를 채워 불법 계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채해병 특검, 임성근 전 사단장 구속기소···2년여 만에 재판으로

채해병 특검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속 기소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은 (당시 수중) 수색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묵인 방치했다”며 “임 전 사단장의 작전 지휘가 업무상과실에 해당되고 (채 해병의) 사망 원인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채 해병 순직 2년만에 순직사건에 대한 책임을 법정에서 판단받게 됐다. 채 해병 순직 당시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을 경북경찰청에 송치했는데, 윤석열의 격노 소식이 전해지자 군검찰은 이날 사건을 회수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회수한 사건을 이첩받아 재조사한 뒤, 임 전 사단장을 명단에서 뺐다.

진보당 울산, ‘감사 쪽지’로 드러난 당권 조작 의혹 “김기현, 철저히 수사하라”

 

진보당 울산시당 김진석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지난 주말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아크로비스타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기현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쪽지와 고가의 명품 가방이 발견됐다. 이에 김진석 부위원장은 “이것이 단순한 선물 전달로 보이십니까?”라고 반문하며 “이는 집권 권력이 여당 당대표 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정면으로 드러내는, 매우 중대한 정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기현 의원의 해명은 국민 기만에 불과하다”며 “대통령 배우자와 여당 대표 배우자가 ‘사적 관계일 뿐’이라는 주장에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라고 일갈했다.

일본 총리 “대만 유사시, 자위대 출동”…중국 총영사 “그 더러운 목 베어버릴 수밖에”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의 비상사태가 '존립위기상태'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10일 또다시 “만약 군함이 사용되고 무력 행사가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보더라도 실존론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존립위기상태'는 지난 2015년 아베 총리 당시 제정한 안보 관련법에 명시된 개념으로, 일본이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본과 밀접한 다른 국가가 공격을 받아 일본의 영토가 국민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 이를 '존립위기상태'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여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했을 때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8일 쉐젠 중국 총영사는 다키이치 총리를 향해 "멋대로 들어오는 그 더러운 목은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라며 “각오가 되어 있나"라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대중국 병참 기지, “한국 활용해야”

미 군사 전문 매체를 통해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억지 전략에 있어 최대 약점은 병참이 될 수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한국 등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의 에이크 프레이먼 연구원)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병참은 평화 시기 비용 절감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광활한 태평양에서 치러질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해상 병참 시스템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6천 척 이상이었던 미국 상선은 현재 200척 미만이고 미군 해상수송 사령부는 승선원 부족으로 인해 선박을 퇴역시키고 있다.

연구진은 미군이 병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등의 동맹과 서둘러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세계적 수준의 조선소와 탄탄한 상선을 갖추고 있어 병참망 구축을 위한 주요 동맹국이란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한편 지난 5월 주한미군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는 “한국은 중국 앞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fixed aircraft carrier floating in the water)이다.”라고 언급했다.

조선중앙통신 “황해남도 배천군 새집들이 모임 진행”

“서해곡창 연백벌에 위치한 황해남도 배천군 역구도농장이 새시대 농촌혁명의 자랑찬 실체로 전변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통신은 “조형 예술성과 편리성 보장의 원칙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 역구도농장에는 우리식 사회주의 농촌의 문명과 발전상이 비껴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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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李대통령, 항소 포기 지시 안 했다면 국민 앞에 해명해야”

[아침신문 솎아보기] 전국 검사장 18명 집단성명 “경위와 이유 납득 안돼”

한겨레 “반성 없는 선택적 집단행동” 조선 “힘으로만 누르면 검란 국민적 확산”
종묘 앞 고층 건물 이슈로 오세훈·김민석 서울시장 선거 전초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검찰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10일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들의 집단반발이 나왔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항소를 포기한 이유에 대해 지난 9일 “법무부 의견 참고 후 항소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밝힌 것이 납득이 안 간다는 입장이다. 이에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18개 지검장과 공동명의로 작성한 입장문에서 “검찰총장 권한대행께서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대검에서 근무하는 평검사들인 검찰연구관들은 노만석 대행을 향해 “거취 표명을 포함한 합당한 책임을 다하시기를 요구한다”라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11일 자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1면에 보도했다. 검찰의 이례적인 항소포기를 두고 신문들은 “납득이 안 된다”라고 대체로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검사들의 집단반발을 두고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정반대의 사설을 썼다. 한겨레는 “검찰의 반성 없는 집단 행동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겠냐”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검찰을 힘으로만 누르면 검란(檢亂)은 국민적 반발로 확산할 수 있다”라고 했다.

▲11일 조선일보 1면.
▲11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 “李대통령이 항소 포기 지시하지 않았다면 국민 앞에 해명해야”

조선일보는 검찰의 이번 항소 포기에 대통령실이 어느 정도 관여했을 것이라 주장하는 국민의힘의 입장을 주요하게 다뤘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도 법무부가 민정수석실에 사전에 관련 내용을 공유했지만 어떤 지침도 내린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권은 이재명 대통령 변호인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실 민정 라인과 법무부 등에 포진해 있으면서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일선 검찰청은 주요 사건의 수사·재판 경과를 수시로 대검에 보고하고, 대검은 법무부에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는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에 보고하는 게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11일 조선일보 2면.
▲11일 조선일보 2면.

국민의힘은 “법무부와 대검, 민정수석실까지 대통령 관련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법무부·검찰청·민정수석실이 다 관여됐을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한다.

조선일보는 “실제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밑에 있는 비서관 4명 중 3명이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이다. 이태형 민정비서관은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부장검사 출신인 그는 검찰 내 인맥도 여럿 있다. 이 비서관은 2018년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인으로도 일했다. 이 사건에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파생되기도 했다. 이장형 법무비서관은 쌍방울 사건의 변호인 출신이다.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은 대법원이 지난 5월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법무부에도 대장동 변호인이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조상호 장관 정책 보좌관이 대장동·쌍방울·위증교사 사건의 변호인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검사들로부터 사퇴를 요구받고 있는 노만석 직무대행과 직접 통화했다. 중앙일보는 1면 기사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10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사의 표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라며 “노 대행이 사퇴할 경우 2012년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놓고 촉발된 한상대 검찰총장 사퇴 이후 13년 만에 검찰 내부의 요구에 의해 검찰 수장이 물러나게 된다”라고 보도했다.

▲11일 중앙일보 1면.
▲11일 중앙일보 1면.

노만석 직무대행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몸이 좋지 않아 하루(11일) 쉬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할 것이다. 홀가분한 심정이다. 검사 노만석이 아닌 인간 노만석으로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찰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리(항소 포기를 지휘) 했는데 후배들은 동의를 안 하는 것 같다. (용산 언급은) 검찰총장으로서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라 모든 일 처리에서 용산과 법무부는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항소 포기를 지시하지 않았다면 국민 앞에 나와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검찰 ‘대장동’ 항소 포기, 이 대통령 뜻인가> 사설에서 “정 장관은 공식적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에게 항소 포기를 지휘하는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사실상 뒤에서 수사 지휘를 했다. 그 자체로 검찰청법 위반이자 직권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한 뒤 “가장 큰 의문은 이 충격적인 지시를 정 장관 단독으로 했겠느냐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신문은 “대장동 항소 포기를 하면 대장동 일당이 검사의 손발을 묶어 놓고 재판을 할 수 있다. 재판이 일방적으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대장동 일당에게 수천억 원의 돈이 그대로 흘러들어 가게 된다. 이런 결과를 낳을 항소 포기가 국민적 반발을 살 것이란 사실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이런 큰 일을 정 장관 한 사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1일 조선일보 사설.
▲11일 조선일보 사설.

이어 “현재 이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라면서도 “하지만 정황상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다. 대장동 항소 포기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대장동 일당과 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 최측근 인사이고, 현재 검찰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이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이다. 이 대통령이 항소 포기 문제를 몰랐다고 한다면 상식 밖이다.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현황 보고는 받았지만 지침을 대통령실이 내린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지시하지 않았다면 의혹이 더 커지기 전에 국민 앞에 나와 해명해야 한다”라고 했다.

한겨레 “반성 없는 선택적 집단행동” 조선 “힘으로만 누르면 검란 국민적 확산”

한겨레와 조선일보는 검사들의 집단반발에 정반대 사설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의 행동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검찰의 선택적 반발, 부끄럽진 않은가> 사설에서 “국민들은 이보다 더한 사건에서도 지금 이 검사들이 침묵했던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반성이 없는 선택적 집단 행동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11일 한겨레 사설.
▲11일 한겨레 사설.

이어 “검찰 수뇌부가 담당 검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 결정을 내렸다면, 검사들이 합당한 설명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검찰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사건들이 부지기수였던 윤석열 정권에서는 왜 이런 요구가 없었나. 지금 기준이라면 범죄 혐의가 명백한 김건희씨를 무혐의 처분했을 때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했을 때도 들고일어났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검사들 반발, 힘으로 누르면 국민 반발로 확대될 것> 사설에서 “(노만석 직무대행을 향한) 입장문을 발표한 검사장 18명과 노 대행 사퇴를 요구한 대검 부장 7명은 현 정부 출범 후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 간부들이다. 여기엔 이 대통령이 임명한 요직인 전국 지검장 15명도 포함돼 있다”라고 한 뒤 “민주당은 이번에도 막강한 권력을 앞세워 정치적 편 가르기와 검찰 악마화로 국면을 바꿔보려고 한다. 하지만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민의 법 상식과 정의감에 너무도 동떨어졌다. 대장동 일당이 6000억원 이상을 차지하게 만들어준다면 법치가 어디에 있나. 힘으로만 누르면 검란(檢亂)은 국민적 반발로 확산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11일 조선일보 사설.
▲11일 조선일보 사설.

대체로 11일 자 아침신문들 사설은 항소 포기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히 노만석 직무대행은 지난 9일 “법무부 의견 참고 후 항소 제기하지 않는 것이 판단했다”라고 말했는데, 정성호 법무장관은 지난 10일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만 전달했다”라고 말한 뒤 외압 행사는 부인했다.

한국일보는 <대장동 항소 포기 일파만파… 대통령 관련 아니어도 그랬겠나> 사설에서 “정 장관 설명을 받아들이더라도, 하필 왜 이런 결정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에서 이뤄졌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계 없다’고 했지만, 이 대통령이 대장동 별도 재판(배임 혐의)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다. 헌법은 현직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했을 뿐 소추 자체를 무효로 간주하지 않는다. 대통령 사건에서 이런 예외가 계속된다면, 국민은 여권이 이 대통령 기소 자체를 무효로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대장동 항소 포기, 현명한 결정 아니다>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 때는 침묵하던 검찰이 이번 일에 집단 반발하는 모습은 볼썽사납지만, 실익이 뭔지 알 수 없는 항소 포기를 해서 이 혼란이 벌어진 상황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한 뒤 “항소 포기의 실익은 무엇인가. 표면적으로는 대장동 일당이 검찰을 상대하지 않고 2심 재판을 하게 됐다. 검찰이 그간의 무리한 수사·기소나 기계적 상소 관행을 바로잡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모범 사례는 결코 될 수 없다. 정 장관은 남욱 변호사가 ‘검사가 배를 가른다고 했다’고 한 점을 언급하며 ‘사건이 계속되면 오히려 더 정치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검찰이 ‘정치 사건’에 매달리지 말고 혁신·개혁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항소 포기로 정치적 문제가 더 커졌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부담도 커지게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11일 한겨레 사설.
▲11일 한겨레 사설.

종묘 앞 고층 건물 이슈로 오세훈·김민석 서울시장 선거 전초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이 정부와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고시를 바꿔 종묘 인근 건물의 최고 높이를 기존 71.9m에서 141.9m로 두 배 올린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6일 대법원은 서울시의회가 문화재 인근 개발 공사를 규제하는 조례를 일방 폐지한 것에 반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해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했다.

지난 10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서울시 종묘 일대를 직접 방문하면서 “국익과 국부를 해치는 근시안적 단견”이라고 비판에 나섰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 중 무엇이 근시안적 단견인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라며 반박했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두 후보가 선거 전초전을 벌인다는 해석이 나왔다.

▲11일 경향신문 5면.
▲11일 경향신문 5면.
▲11일 조선일보 5면.
▲11일 조선일보 5면.

경향신문은 빌딩을 세우려고 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42m 개발 앞의 종묘, 세계유산영향 평가 받았어야> 사설에서 “김건희식의 무도한 차담회나 초고층 건물 피해로부터 종묘를 보존하는 건 문화·역사의 가치와 미래를 중시하는 결정이다. 이제라도 유네스코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서울시는 눈앞의 개발이익 논리보다 문화유산과 공존하고 그 가치를 소중히 키워가는 도시계획을 짜기 바란다”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與, 문화재 문제 이슈 만들어 서울시장 선거운동 하나> 사설에서 “문화재 보호를 주무로 하는 부처들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고 상충하는 가치는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지금은 문화재 쪽에 너무 치우쳐 도시의 정상적 발전과 시민의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는 지경”이라며 “이상한 것은 이 문제에 갑자기 장관이 나서 아무 상관 없는 ‘김건희’까지 들먹이며 격하게 반응하더니 이제 총리까지 나선 사실이다. 이들도 대법원 판결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 것이다. 결국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오세훈 시장을 공격할 소재가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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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특검 '첫 번째 기소'…임성근 사단장 구속기소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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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11/11 08:55
  • 수정일
    2025/11/11 08:5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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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다니와 코놀리의 승리가 던진 질문

 [장석준 칼럼] 선거제도는 어떻게 변화를 이끄는가

11월 4일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조란 맘다니가 당선되자 언론 지면과 사회관계망 서비스 화면은 온통 '맘다니'라는 낯선 이름으로 도배됐다. 몇 달 전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예비경선에서 맘다니 시의원이 쟁쟁한 다른 주자들을 제치고 후보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만 해도 다들 '만다니'인지 '망담니'인지 이름마저 헷갈려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이름을 모르면 상식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할 지경이다. 그만큼 자칭 '민주사회주의자'가 자본주의 유일체제 시대에 뉴욕시장이 됐다는 사실이 세계인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뉴욕시장 선거 있기 며칠 전인 10월 25일에는 아일랜드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단일후보 캐서린 코놀리가 압승을 거뒀다. 아일랜드에서는 노선이야 달랐더라도 어쨌든 반영국 독립투쟁에 뿌리를 둔 두 우파정당, '피어너 팔'(흔히 '공화당'이라 소개된다)과 '피너 게일'(흔히 '통합아일랜드당'이라 소개된다)이 오랫동안 교대로 집권해왔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재정위기 이후 줄곧 신페인당, 사회민주당, '이윤보다 인간-연대' 같은 좌파 정치세력들이 지지를 늘리더니 급기야 이들이 함께 지지한 코놀리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NATO의 군비 확장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아일랜드공화국 대통령의 등장은 맘다니 당선과 함께 또 다른 신선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두 사건 모두 떠들썩한 주목을 받을만하다. 그리고 이런 흐름이 뉴욕과 아일랜드를 넘어 과연 어떤 보편적이며 중장기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이런 이변이 도대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 분석하고 진단할 필요가 있다. 한데 뜬금없이 '서울의 맘다니'를 자처하고 나서거나 다른 이들의 '맘다니'론에 훈수와 핀잔을 토하는 글들은 많아도 정작 두 사건을 관통하는 특정한 민주주의 제도의 중대한 역할에 충분히 눈길을 주는 경우는 찾기 쉽지 않다. 그 제도란 바로 선거제도다.

▲4일(현지시간) 뉴욕 시장으로 선출된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브루클린의 파라마운트 극장에서 열린 축하 연설에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jpg

 

맘다니와 코놀리, 즉석결선투표제도를 통과하다

뉴욕시장 선거를 앞둔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민주당 주류가 지지한 후보는 앤드루 쿠오모였다. 쿠오모는 예비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본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맘다니에게 결국 패배하고 말았는데, 어쨌든 예비경선에서 민주당 주류 성향 유권자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쿠오모 말고 다른 유력 주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주류를 심판하고자 한 진보적 유권자의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맘다니 말고도 유능하고 원칙 있는 후보가 한 사람 더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에 처음 뉴욕시의원으로 당선돼 12년 동안이나 시의회에서 활약했고 2021년에는 뉴욕시 회계감사관으로 선출된 브래드 랜더가 그 사람이었다.

 

랜더는 시의원으로 있으면서 뉴욕시에 참여예산제를 도입하는 데 앞장섰고, 노동자와 세입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정 활동을 펼쳤다. 이번 선거에서 맘다니 지지를 선언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2021년 회계감사관 선거에서는 랜더의 공식 지지자였다. 맘다니와 랜더의 차이라면, 맘다니는 민주당 후보이기 이전에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의 회원이라는 정체성이 강한 데 반해 랜더는 좀 더 전통적인 민주당 좌파 혹은 리버럴 좌파라는 정도였다.

 

한국이었다면 예비경선에 참여한 진보 성향 시민들이 맘다니와 랜더, 둘 사이에서 엄청나게 고민을 해야 했을 것이다. 평소 시의회나 시청에서는 막역한 동지 관계였던 두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서로를 깎아내리다 둘 다 상처투성이가 됐을 가능성이 높고, 유권자들은 둘 중 누가 쿠오모를 꺾는 데 더 유리한지 따지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뉴욕시 민주당 예비경선에서는 후보와 유권자 모두 이런 시련을 겪지 않아도 된다. '즉석결선투표제(instant-runoff voting)'로 시장 후보를 선출하기 때문이다. 즉석결선투표제는 '대안투표제(alternative voting)' 혹은 '선호투표제(preferential voting)'라 불리기도 한다. 한데 '대안투표제'나 '선호투표제'라고 하면, 이름만 들어서는 도대체 어떤 투표제도인지 감이 잘 안 온다. 반면에 '즉석결선투표제'는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해준다. 이 제도는 한 마디로, 유권자가 투표를 한 번만 하고도 1차 선거와 결선을 동시에 치르는 효과를 거두게 하는 투표제도다.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되려면 예비경선 투표자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결선투표제 원리와 같다. 그러나 뉴욕시 민주당은 시장 후보 결선을 따로 치르지 않는다. 유권자는 투표용지에 적힌 시장 후보 모두에 대해 선호 순위를 매긴다. 가령 맘다니를 1순위 지지 후보로 기표하고, 랜더를 2순위로, 쿠오모는 가장 낮은 순위로 기표하는 식이다. 이런 유권자의 선호도 표시 덕분에 즉석결선투표제에서는 굳이 결선투표를 따로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예비경선에서는 1순위 투표만 개표했을 때 맘다니가 44%, 쿠오모가 36%, 랜더가 11%를 득표했다. 맘다니가 1위를 달리기는 했지만, 민주당 시장 후보가 되는 데 필요한 과반은 획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각각 1위, 2위를 한 맘다니와 쿠오모를 제외하고 나머지 후보들을 탈락시킨 뒤에 이 후보들을 1순위로 지지한 표 가운데 2순위로 맘다니나 쿠오모를 지지한 표를 두 후보의 득표에 각각 합산했다. 그랬더니 맘다니 56%, 쿠오모 44%라는 결과가 나왔고, 맘다니가 과반수 지지를 받는 시장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이런 투표제도 아래에서 경쟁했기에 맘다니 진영과 랜더 진영은 굳이 복잡한 정치 게임을 벌일 이유가 없었다. 두 진영은 예비경선 캠페인 기간부터 서로 연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진보적 유권자들은 맘다니와 랜더를 1순위나 2순위로 기표하는 단순한 선택을 통해 이런 연대를 손쉽게 정치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실제로, 맘다니가 시장 후보로 결정된 뒤에 랜더는 맘다니 선거운동에 발 벗고 뛰어들었다.

 

뉴욕시 민주당에 이런 투표제도가 도입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6년 전인 2019년에 뉴욕시는 시민투표를 통해 처음으로 각 당의 시 공직자 예비경선에서 즉석결선투표제를 실시할 수 있다는(정확히는, 투표자가 복수 후보를 선택하는 투표제도를 실시할 수 있다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래서 2021년 민주당 예비경선부터 즉석결선투표제로 시장 후보를 선출했고, 이번에 두 번째로 이런 방식에 따라 맘다니를 시장 후보로 선택했다. 소선거구제-단순다수대표제만 완강히 고집하는 것 같은 미국에서도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이렇게 조금씩이나 기존 제도를 바꾸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뉴욕이 이제 막 이 길에 들어섰다면, 아일랜드는 즉석결선투표제의 본고장이라 해도 좋을 만큼 그 역사가 오래 됐다. 아일랜드에서는, 이번에 캐서린 코놀리가 승리한 대통령 선거를 오래 전부터 즉석결선투표제로 치러왔다. 이 제도 덕분에 양대 정당, '피어너 팔'과 '피너 게일' 말고도 노동당 같은 상대적 소수 정당 역시 대통령을 배출할 수 있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코놀리 후보가 워낙 압도적인 1순위지지 표(63%)를 얻는 바람에 결선투표에 해당하는 추가 개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도 되었다.

 

뉴욕뿐만 아니라 이런 아일랜드 사례까지 확인하고 나면, 이제 눈길이 우리 자신으로 향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도 투표자 과반수 지지로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 즉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개혁을 외치는 이들의 오랜 숙원이다. 지금 당장 헌법 개정을 추진한다면, 가장 확실하게 국민투표를 통과할 개헌 의제는 결선투표제 도입일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 시야를 조금만 더 확장하면, 결선투표제 도입 취지를 구현할 또 다른 방안으로서 아일랜드 대통령선거식 즉석결선투표제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결선투표를 실시하면 국력을 낭비할 뿐이라는, 지겨운 반론에 굳이 대꾸할 필요 없이 우리도 대통령을 즉석결선투표제로 뽑는 게 어떨까. 민주주의의 이상과 원칙을 구현하려는 제도적 틀은 이처럼, 대한민국 제6공화국이 허용해온 상식의 한계보다 훨씬 더 광범하고 다양하다.

 

▲지난 6월 25일 뉴욕 한 공립학교 근처에서 조란 맘다니 선거운동원들이 임대료 동결 등 구호를 걸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SWinxy, CC BY 4.0

 

아일랜드 정치의 역동성을 일군 단기이양식 비례대표제

 

아일랜드 이야기가 나왔으니, 아일랜드 하원의원 선거의 독특한 투표 방식도 짚어볼까 한다. 아일랜드는 '단기이양식 비례대표제(single transferable voting)'로 하원의원을 선출한다. '단기이양식'이라니, '대안투표제'나 '선호투표제' 같은 말보다 더 아리송하기만 하다. 일단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제도가 어쨌든 비례대표제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한 독일식 소선거구-정당명부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북유럽식 광역별(대선거구)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비례대표제다.

 

아일랜드식 비례대표제는 우선 광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마찬가지로 선거구마다 복수의 하원의원을 선출한다. 보통 한 선거구에서 3명에서 5명의 하원의원을 선출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제5공화국 시절의 중선거구제처럼 유권자가 한 명의 후보에게 표를 던지고 종다수로 2위 득표를 한 후보까지 국회의원으로 선출하는 방식이 '결코' 아니다. 유권자들은 마치 즉석결선투표제의 경우처럼 복수의 후보에 대해 선호도를 기표한다. 단, 이 경우에 복수의 후보를 선택하는 이유는 한 후보를 과반 득표자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다.

 

이 대목에서 좀 복잡한 논의가 등장한다. 아일랜드식 비례대표제에서는 각 선거구마다 복수 당선자의 당선 기준이 될 '기준수'를 산출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산정 방식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면, 3인 선거구에서 기준수는 26%이고, 4인 선거구에서는 21%, 5인 선거구에서는 17%다(데이비드 파렐, 󰡔선거제도의 이해󰡕, 전용주 옮김, 한울, 2012. 203쪽). 즉, 3인 선거구에서 당선자는 득표율이 26%를 넘어야 한다. 1순위 지지 표가 이미 기준수, 즉 26%를 넘는다면, 그 후보는 단번에 당선이 확정된다.

 

문제는 나머지 2인의 당선자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두 가지 방향에서 차순위 지지표를 각 후보에게 합산해 기준수인 26%를 넘는 또 다른 당선자들을 산정해낸다. 한편으로는 이미 당선이 확정된 후보의 득표 중 26%를 초과하여 '남은' 표를 2순위 지지 기표 내용에 따라 다른 후보에게 배분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1순위 지지 표를 가장 적게 받은 후보부터 탈락시키면서 그가 받은 표를 2순위 지지 기표 내용에 따라 남은 다른 후보에게 배분한다. 이런 절차에 따라 결국 최종 합산이 26%를 넘는 3인의 하원의원 당선자를 확정한다.

 

글로만 봐서는 누구든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누구나 모의 투표를 한 번만 해보면, 단박에 익숙해질 수 있다. 아일랜드 국민 500여만 명이 다 수학 천재라서 이런 투표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민주 사회의 시민이면 누구나 경험으로 익힐 수 있는 제도이기에 아일랜드에서 지금껏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일단 이런 아일랜드 하원의원 선출 방식이 다른 비례대표제들과 크게 다른 점이 무엇인지만 확인하고 넘어가자. 독일식이든 북유럽식이든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결국 유권자가 '하나의 지지 정당'을 선택하는 투표제도다. 그러나 아일랜드식은 비례대표제임에도 유권자가 '복수의 후보'를 선택한다. 유권자는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기보다는 자기가 선호하는 전체적인 정치 지형을 염두에 두고 그에 걸맞게 후보들에게 순위를 매긴다. 결과적으로 다른 비례대표제와 마찬가지로 승자 독식을 피하고 다당 구도를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작동하는 유권자의 선택 논리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들과는 다르다.

 

아무튼 아일랜드는 독립 이후 계속 이런 비례대표제를 실시했기 때문에 '피어너 팔'과 '피너 게일'이 교대로 집권하는 와중에도 상대적 소수 세력이나 신진 세력의 원내 진출 통로를 열어놓을 수 있었다. 덕분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통해 현실 정치에 계속 개입하면서 양대 우파정당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대표적 정치세력이 20세기에 아일랜드에서 좌파-노동계급 여론을 대변한 노동당이다.

 

그리고 오늘날은 아일랜드식 비례대표제를 바탕으로 새 세대 좌파 정치세력들이 노동당을 대체하며 성장하고 있다. 남북 아일랜드 통일과 사회주의를 동시에 강조하는 신페인당이 2020년 총선에서 제1당(1순위 지지 24.5%)으로 부상할 만큼 약진했으며, 사회민주주의 정치의 세대교체를 내걸고 노동당에서 분리한 사회민주당이 2024년 총선에서 노동당보다 많은 1순위 지지(4.8%, 노동당은 4.6%)를 기록하는가 하면 트로츠키주의 정파들의 연합인 '이윤보다 인간-연대'가 원내에 계속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이번 대선에서 코놀리 후보의 승리를 이뤄낸 주역들이다.

 

'그럼에도' 선거제도 개혁은 중요하다

 

한국 진보정당운동의 필생의 과제였던 선거제도 개혁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비례위성정당의 일상화라는 난장판으로 귀결된 이후에 '선거제도 개혁'은 다시 꺼내기 쉽지 않은 구호가 되어 버렸다. 혁명의 원대한 꿈을 꾸는 이들은 여전히 이따위 하찮은 '개량'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현실 정치를 파고들자고 하는 이들은 더 이상 선거제도를 탓하지 말고 '한국형' 정치 지형에 익숙해지라고 훈계한다.

 

그러나 문제는 진보정당의 성장 여부가 아니다.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 민주주의 자체의 더 풍부하고 생생한 발전을 위해서다. 그런 성숙해진 민주주의가 있기에 좌파나 신진 세력이 진출하기도 수월해지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니다.

 

선거운동원의 호별 방문을 허용하는 민주주의였기에 맘다니 시의원 같은 신진 후보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고, 독특한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는 민주주의였기에 금융-재정위기 속에 신페인당 같은 대안 세력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한국의 '가난한' 정치 지형에 던져진다면, 맘다니는 '공직 박탈이 확정된 선거법 위반 사범'일 뿐이고, 북아일랜드 투쟁에서 잔뼈가 굵은 신페인당 고참 당원들은 '현실 정치에 무능한 늙은 운동권'이 될 뿐이다.

 

 

그래서, 이 모든 아수라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이라면 선거제도 개혁을 다시 의제에 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들의 긴 목록에서 민주주의 '제도'를 바꾸는 일은 여러 과제들의 하나일 수는 있어도 절대로 생략되거나 주변으로 밀릴 수는 없다.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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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천시대, 한국 보수언론의 천박함... 세계적으로 드문 행태

경영의 돈과 시간 이야기] 붕괴, 부글부글, 어포더블

25.11.11 06:54최종 업데이트 25.11.11 06:54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상승 출발해 개장 직후 4000선을 재돌파했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9시 3분 현재 전장보다 59.79포인트(1.51%) 오른 4,013.55에 거래되고 있다.연합뉴스

1. 붕괴

주가는 오르거나 떨어진다. 이런 현상을 표현하는 단어는 여러 가지다. 주가가 올랐다. 상승했다. 급등했다. 폭등했다. 내렸다. 하락했다. 급락했다. 폭락했다 등이다.

그렇다면 '붕괴'란 어떤 의미인가? 붕괴란 무너지고, 내려앉고, 허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집이 붕괴하고, 건물이 붕괴하면 폭삭 무너져 내려앉는 것이다. 폭락이나 급락해서 망해버렸다는 뉘앙스다.

아래 <주간조선> 기사는 주가지수 3900선이 붕괴됐다고 말하면서 앞에 "내 돈이 휴짓조각 됐다"고 표현했다. 4200정도가 고점이었는데 300포인트, 그러니까 7% 정도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투자한 돈은 휴짓조각이 된다는 뜻이 된다. 반대로 해석하면 2000선에 머물던 주가가 4200까지 치솟았다가 3900선으로 밀리자 내 돈이 갑자기 휴짓조각이 됐다는 말이다. 그럼 불과 1년전만해도 2000선에 머물렀던 그 시기 내 돈은 무엇이었다는 말이지?
 
기사는 "장 초반 낙폭을 키워가던 코스피는 10시 25분 전장보다 5.67% 하락한 3887.95를 기록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주간조선> 보도 갈무리

아래 <뉴스핌> 기사는 코스피 하락폭이 확대되며 장중 3820선이 붕괴됐다고 표현한다. 코스피 4000선이 붕괴됐다는 표현은 그나마 어색하지라도 않다. 그러나 코스피 3820선이 붕괴됐다면, 3810선도, 3790선도 붕괴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퍼센티지로 따지면 주가지수가 0.2% 정도만 떨어져도, 매 10단위로 주가지수가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지수가 0.2% 떨어지면 주식시장이 무너지고, 내려앉고, 허물어져서 망해버릴 것 같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언론이라니…
 
10월 22일 자 <뉴스핌> 기사뉴스핌 홈페이지 캡처

반면 주식시장의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이렇게 최고점 대비 7% 정도 하락하는 시점에 한결같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주가지수가 '조정'받고 있다".

'조정'과 '붕괴'는 투자자에게 주는 어감뿐만 아니라 본질적 의미가 다르다. 한국어를 배운 사람 중 조정과 붕괴를 똑같은 의미의 단어라고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조정은 급등했다가 숨 고르기를 한다는 의미지만, 붕괴는 종말, 끝, 죽음이다.

그런데 왜 기자들은 '붕괴'와 같은 선정적인 단어를 주로 쓰는 것일까? 전문가들처럼 투자이론을 배우지 못해서? 아니다. 저널리즘 교육을 할때도 기자들에게 이렇게 쓰지 말라고 가르친다.

세계 최대의 통신사인 미국의 <AP통신>은 매년 AP스타일북이라는 것을 발간하는데, 거기에도 경제 현상을 표현할 때는 언론 소비자들에게 절제된 표현을 하라고 명기되어 있다.

예를 들어 2분기 이상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그럴 조짐이 확실히 보여야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단어를 쓰라고 조언한다.

경제의 상당 부분은 소비자, 투자자, 기업인들의 소비 및 투자 심리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중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건 언론이다. 그래서 언론은 최대한 절제된 표현을 통해 객관적으로 상황을 설명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하루에 6%가 폭락했다면 폭락이 맞다. 누가 봐도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3900선이 붕괴되고, 3820선이 붕괴되고, 3800선이 붕괴되고, 3750선이 붕괴됐다고 말하는 건 장삿속 가득한 선정주의다.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자신들의 기사를 자극적 헤드라인으로 팔아먹기 위해 쓰는 천박한 상업주의다.

2. 부글부글
 
<한국경제> 11월 6일 자 기사 "서울 자가 대기업 김부장에 눈물?"…2030 '부글부글'한 이유한국경제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언론이 이렇게 과격한 형용사를 쓰는 이유가 꼭 선정주의 때문인가? 다른 이유는 없을까?
여기 또 다른 형용사가 있다. '부글부글'. 100도 이상에서 물이 끓을 때처럼 화가 넘쳐 나 있는 상황을 묘사한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라는 웹소설 기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2030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직장 구하기도 어려운데 극 중 50대의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은 서울에 자기 집도 있으면서 그런 사람에게 무슨 눈물을 짓느냐는 힐난이다. 드라마까지도 세대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판하지만 이 기사가 헤드라인과 부제를 통해 주려는 메시지는 '청년들이여 분노하라'는 것이다.

누구를 향해? 자신들의 삼촌이나 아버지뻘들을 향해. 자신들이 좋은 직장을 선택할 기회를 미리 빼앗은 것 같은 세대를 향해. 자신들의 좋은 집을 미리 빼앗은 것 같은 중장년층을 향해. 자신들의 연금도 빼앗을 것 같은 기성세대를 향해 분노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언론은 지난 20여 년 동안 이런 식의 분노를 부추겨왔다. 그리고 그 분노의 기준, 분노의 방향은 이른바 보수 정치권에서 정치적 이유로 설파해 온 이른바 '세대 갈라치기'와 맥을 같이 해왔다. 공교롭다. 2030과 나이든 보수세대가 연합해서 4060을 사회적으로 왕따시켜보려는 보수 정치권의 선거 전략과 흡사하다.

이들은 586을 겨냥했다. 기초연금을 받는 가난한 노인들을 겨냥했다. 지하철을 타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겨냥했다. 집이 있는 중장년 세대를 겨냥했다. 앞으로 청년세대들은 국민연금도 못 받는다고 불안과 공포를 부추긴다. 그 모든 게 기성세대 중장년층의 잘못이라는 투였다.

그러나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고 싶어서 받는 게 아니다. 국민연금이란 제도는 90년대 초반 도입돼서 90년대 중반이후에나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전후세대인 40~50년대 생들은 뼈 빠지게 노동했지만 돈을 벌 기회가 많지 않았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GDP는 북한에도 뒤졌다.

IMF전후 취업한 중장년세대는 1200조 원의 국민연금 대부분을 낸 주축 세대다. 상당수의 그들은 고등학교때까지 학교에서 몽둥이로 교사들에게 맞고 살았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불심검문을 당하면서 경찰에게 맞았다. 학생인권조례도 없었고, 대학교 장학금도 희귀했다. 복지제도도 열악했다.

실업급여제도가 도입된 연도도 겨우 1995년이다.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고 직장에서 쫓겨나도 어디에 하소연도 못 했던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극중에 나오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52세 김부장'도 만약 그 나이에 실직하면 국민연금을 받는 65세까지 남은 13년을 뭐로 먹고 살아야 할 지 막막한 가장일 뿐이다. 거기에 만약 갚아야 할 아파트 대출금까지 많이 남아 있다면 중산층에서 하층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다.

그렇다고 2030 청년세대가 무슨 죄를 지었나? 그들의 미래도 불안한 건 사실이다. 이들이 선망하는 직장 대부분은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는데 무엇보다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평균 12억 원이라는 서울 아파트를 자가 소유하려면 매년 5000만 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4년 모아야 한다. 결혼이 아니라 연애도 포기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집도 없고 직장 구하기도 힘든 청년들의 미래를 그렇게도 걱정한다는 이른바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신기하게도 서울 집값이 떨어지는 모든 정책들은 또 노골적으로 반대한다. 집값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집값 하락 조짐에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서울 집값이 오르고 분양가가 오르면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고 환호한다.

그러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세대 간 분노를 부추긴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대화와 타협을 하라고 하면서 본인들은 본인들의 독자와 시청자들을 향해 서로가 서로에 주먹질을 하라는 투다. 자식이나 조카가 삼촌이나 아버지의 재산을 뺏으라는 말인가?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9조는 이렇게 명기하고 있다.

"우리는 취재의 과정 및 보도의 내용에서 지역·계층·종교··집단간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차별을 조장하지 않는다."

3.어포더블
 
지난 10월 8일 미국 뉴욕시에서 뉴욕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가 무료 고속 버스 도입 제안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M57번 버스를 타고 이동 중 승객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적 도시인 뉴욕시의 시장이 된 조란 맘다니의 핵심 캠페인 전략을 한 단어로 정의하라면 "감당이 되는"(affordable)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감당되지 못했기에 뉴욕시민들은 맘다니를 선택했는가?

우리들은 일상에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주거비가 감당이 안 된다."
"아이들 교육비가 감당이 안 된다."
"요즘 물가가 감당이 안 된다."

맘디니는 약 100만 가구의 임대료를 동결하고, 생후 6주부터 5세까지의 모든 아동에게 무상 보육을 제공하고, 시내버스를 무료로 하고, 공공주택을 확대하고, 시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식료품점을 설립해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저렴한 가격에 식료품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건 사회주의인가? 맘다니를 공격하는 한국 언론의 주장대로 그의 정체성을 "무슬림 사회주의자"라고 정의한다면 미국적 자본주의를 만끽해 온 뉴욕 시민들은 하루아침에 맘다니의 마술에 걸려 사회주의자들이 되어버린 것인가? 갑자기 이교도적 이데올로기에 매혹되어 맘다니를 시장으로 뽑아버린 것인가?

그럴리가.

미국의 뉴욕시민들은 여전히 미국 자본주의의 신봉자들이다. 부자를 동경하고, 투자를 좋아하고, 돈을 사랑한다. 다만 그들의 형편이 어려웠을 뿐이다. 주거비가 감당이 안 되고, 교육비가 감당이 안 되고, 물가가 감당이 안 됐기 때문이다.

1년여 전 뉴욕에서 우버 택시를 탔을때 그의 월 소득을 물어보니 우리 돈으로 600~700만원 정도였다. 그가 사는 원룸의 월세가 400만 원이었는데 아프리카에서 이민 온 2명의 친구와 함께 3분의 1씩 부담한다고 했다. 월 소득 600만 원으로 혼자 월세 400만 원짜리 원룸에 산다는 건 감당이 안 된다.

그런데 앞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면? 아이를 낳는다면? 가정을 꾸린다면? 지금의 소득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근로소득 상승은 쥐꼬리,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미래가 불투명하면 좌절하기 쉽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의식주는 삶의 기본이다. 그런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뉴욕은 당장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기본도 안 된 도시다. 뉴욕 시민들이 조란 맘다니를 선택한 이유다.

물론 그가 임기 내 약속을 다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재원 조달이 문제다. 슈퍼리치나 법인에 대한 증세도 이미 저항을 맞고 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보조금 중단을 공언해왔다. 그의 실험은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그가 제시한 것은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이었다. 힐난이 아니라 힐링이었다. 부정이 아니라 긍정이었다. 갈등이나 대립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조정을 통해 화해와 통합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상징하는 핵심 단어는 뉴욕시민들의 삶의 형편,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였다. "당신 소득으로 뉴욕에서 살 형편이 되나요?"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질문이었다.

4. 한국인으로 어포더블하게 살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 삶의 기본은 의식주다. 먹을 것, 입을 것, 나와 내 가족이 저녁에 들어와 살 곳. 그게 기본이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언론은 빵값과 라면값은 몇백 원만 올라도 비싸다고 난리 치지만 신기하게도 집값은 1~2억 원이 일주일 새 올라도 눈 깜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 수도권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외치는 정치인, 전문가 등을 '좌파' 또는 '폭락론자'로 낙인찍는다.

한국의 보수언론들처럼 자기들의 주요 소비자인 독자, 시청자, 대중의 절반 이상(중장년층과 가난한 노인들)을 힐난하며 공격하는 언론은 전 세계적으로 희귀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스스로를 이른바 '정론지'로 자처한다. 일베같은 극우 커뮤니티처럼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부정확한 정보로 왜곡된 분노를 돋우는 '정론지'는 없다. 형용모순이다.

이들이 왜 이러는지, 그 정치경제적 이유는 앞의 설명으로, 지난 한국사의 경험으로 충분히 짐작 가능할 것이다. 다만 독자나 시청자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정론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한국 경제가, 우리가 실질적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소비도, 투자도, 경제도 심리가 절반이다. 경제는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대중의 심리가 부정적이면 경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경제 현실이 진짜 그런지, 객관적으로 폭락한 것인지, 붕괴한 것인지, 아니면 먹고 살만한 것인지, 서울 집값은 미친 집값이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따져보는 습관을 가져보자. 많은 언론들이 특정 목적을 위해 일부러 감정적이고 선정적이라면, 독자나 시청자들이라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경제 현상들을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 한국인으로 '어포더블'하게 살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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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KT…'국민기업' 개혁의 시금석 삼아야"

정숙 시민기자아이들 공부를 가르치는 공부방 선생님이자40대 후반 늦은 나이에 리포액트 시민기자로 글을 쓰기 시작해 민들레 시민기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다른 기사 보기
 

[인터뷰]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IMF 이후 주인 없는 기업 된 국민기업들

정권 낙하산 인사, 국민 기업 사적 이용

김영섭 대표도 공적 역할 도외시한 책임 

KT사태 통신업계 전반 문제…보안신뢰 떨궈

문재인 정부에 여러차례 건의했지만 침묵

국민기업 개혁, 공공 가치 바로 세우는 일

지난 24일 경기 고양시 사무실에서 1차 인터뷰 중인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2025.10.24.정숙 시민기자
지난 24일 경기 고양시 사무실에서 1차 인터뷰 중인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2025.10.24.정숙 시민기자

김영섭 케이티(KT) 대표이사가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히고 지난 4일 KT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 연임을 포기했다. KT는 초기 대응까지 최소 7일이 걸렸고, 지난달 11일 1차 브리핑에서 피해자를 278명이라고 발표했다가 이후 2~3차 발표에서는 피해 규모를 확대 발표하는 등 사후 대응 한계를 드러내 소비자 불신을 더욱 키웠다.

2017년부터 KT 관련 의혹들을 추적해 온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이번 KT 해킹 사태에서 보여준 미온적인 사후 대응도 민영화로 인해 국민기업이 '주인 없는 기업'이 되면서 공적 역할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IMF 이후 한국 사회가 떠안은 '구조적 병폐'들이 KT와 같은 국민기업의 민영화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단언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지난달 24일 경기 고양시 사무실에서 안 전 청장을 만나 공공성과 공익이 사라진 민영화의 민낯을 짚어 보며 KT를 비롯한 국민기업을 개혁해 공공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4일 김영섭 대표이사 사의 표명 이후엔 추가로 서면 인터뷰를 통해 KT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태에 대해 문답을 주고 받았다.

IMF 이후 주인 없는 기업 된 국민기업
정권 낙하산, 국민기업 사적 이용

-먼저 '국민기업'의 개념을 설명해 주세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은 구제 금융의 조건으로 한국 정부에 공기업 민영화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포스코, KT, 케이티엔지(KT&G) 같은 국가 기간산업 기업들이 지분을 외국인들과 국민들에게 개방하면서 줄줄이 민영화 됐습니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은 '국민기업'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인 없는 기업'이 됐습니다. 국민이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할 수 없으니 형식적인 주주일 뿐 실질적인 통제권은 없는 거죠. 국가가 100% 소유하던 공기업이 주식회사로 전환되면서 국민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소유권을 조금씩 나눠 가진 구조로 바뀐 겁니다."

-민영화 이후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나요?

"국민 개개인이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보니 주식은 국민이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기업이 됐습니다. 이런 틈을 타서 권력을 잡은 정권이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고 그 경영진들이 회사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결국 국민기업은 국민의 것이 아니게 된 거죠."

 

황창규 전 KT 대표이사(전 삼성전자 사장 출신 ). 연합뉴스 자료사진
황창규 전 KT 대표이사(전 삼성전자 사장 출신 ). 연합뉴스 자료사진

황창규 전 대표, 사적 재판에  KT 자금 사용
조선일보 사주 사위 회사 고가 매입 의혹도

특정 로펌 출장소 된 KT 감사실…내부감사 무력

-구조적 문제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KT를 언급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민영화 이후 KT는 정권의 놀이터가 됐습니다. 이명박 정부부터 낙하산 대표이사를 내려보내고 그 사람이 자기 입맛에 맞는 이사들을 뽑고 그 이사들이 다시 대표이사를 재선임하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사회를 장악한 사람들이 대표이사를 다시 뽑으니 권력의 사슬이 끊어질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포스코, KT, KT&G 등을 사적으로 이용했나요?

"회사를 이용해 돈을 빼돌리고, 알짜 회사를 헐값에 팔고, 반대로 부실 회사를 비싼 값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회사 자산을 빼돌렸습니다. 하지만 오너가 없으니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결국은 국민의 자산만 사라지게 된 겁니다."

-KT 내부의 대표적인 비리 의혹은 어떤 것이 있나요?

"황창규 전 대표이사 시절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입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후원금을 주기 위해 이사들에게 쪼개서 돈을 나눠준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는데 변호사 비용을 KT 돈으로 냈습니다. KT는 국민기업인데 사적 범죄를 방어하는 일에 국민의 돈을 쓴 거죠. 이런 일은 오너가 있는 사기업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계열사 거래입니다. KT는 앤서치마케팅 같은 자회사를 조선일보 사주의 사위가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헐값으로 팔고 나중에 다시 고가로 사들였습니다. 이건 단순한 경영상의 판단이 아니라 사실상 권력층과 언론사 간의 유착 거래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회사 돈을 빼돌려도 아무도 제지하지 못하는 구조가 돼버렸죠."

"인사와 감사 시스템도 무력화됐습니다. 감사실이 특정 로펌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돼 있어 회사 내부를 감사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경영진의 법적 방패막이가 된 겁니다. 사실상 KT의 감사실은 특정 로펌의 출장소나 다름없는 거죠. 이런 구조에서는 어떤 비리도 드러날 수 없습니다. 형식적으로는 민영화지만 실제로는 국가 자산이 사유화 돼 책임은 분산되고 이익은 특정 집단으로 집중됩니다."

 

지난 9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해킹 대응을 위한 과기정통부-금융위 합동 브리핑을 마친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과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왼쪽 네번째)이 대화하고 있다. 맨 왼쪽은 롯데카드, 맨 오른쪽은 KT 관계자. 2025.9.19. 연합뉴스
지난 9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해킹 대응을 위한 과기정통부-금융위 합동 브리핑을 마친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과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왼쪽 네번째)이 대화하고 있다. 맨 왼쪽은 롯데카드, 맨 오른쪽은 KT 관계자. 2025.9.19. 연합뉴스

보안 불감증이 부른 KT 무단 소액결제 해킹
김영섭, 공적 역할 도외시…실적 위주 구조조정
KT 사태, 통신업계 전반 문제…보안신뢰 흔들어

-지난 9월 18일 KT에서 무단 소액결제 및 해킹 정황이 발견됐는데 이번 사태의 본질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번 사건은 펨토셀이라는 소형기지국 장비를 해킹해 소비자 비밀번호를 빼내 통장에서 자금을 결제하는 신종 범죄행위 수법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KT 자체 서버를 침해한 흔적도 보여서 유심칩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불법 소액결제와 해킹은 보안 불감증이 근본 원인입니다. 통신기술 진전에 따라 범죄도 고도화되는데 문제의식 없이 대응에 미진했던 것입니다."

-해킹 정황이 9월에 신고됐지만 공식 대응은 한참 뒤에 이뤄졌는데 사후 대응이 늦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식 대응이 늦었다는 것은 책임 회피를 위함이거나 사건을 감추기 위한 것이고 고객을 무시하는 태도입니다. 보안 불감증과 고객 무시 사고에서 비롯된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섭 대표이사 취임 후 검찰 출신, 정치권 출신 인사 등을 주요 보직에 대거 영입하면서 '낙하산 인사' '검찰 기업화'에는 열을 올리고 정작 보안사고에는 미온적 대응으로 위기 대응의 한계를 보였습니다.

"김영섭 대표이사는 엘지시엔에스(LG CNS)에서도 국책사업인 차세대 사회보장시스템 구축 지연으로 LG를 부정적 이미지로 평가 받게 한 인물이고, KT에서도 공적 역할을 도외시한 실적 위주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에게는 매우 부정적인 인물로 평가됩니다. 특히 검찰 출신 특정 로펌 변호사들을 대거 주요 보직에 배치하여 KT를 검찰기업화 한 인물이기도 하고요."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9. 연합뉴스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9. 연합뉴스

-어떤 제도적 보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SK텔레콤도 유심을 무상으로 교체를 해주고 위약금을 면제하는 조치를 했는데 KT의 조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요. 통신 자체 보안도 중요하지만 핀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화폐 시대에 통신기기 금융서비스에 대한 보안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대응 방식과 속도에 고객 신뢰와 기업의 성패가 달렸습니다. 최적의 보안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건설 현장의 실적위주 안전 불감증처럼 통신업계도 보안 불감증이 작금의 사태를 야기했다고 봅니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세계적인 AI기반 보안시스템 업체와 협력체계 구축은 물론이고 불법 펨토셀같은 장치에 대해 상시 감시체계를 위한 인력보강을 하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보안이 강화된 유심을 공급하여 주고 더 나아가 기기 사용시 안면인식이나 지문인식 같은 2차, 3차 인증시스템을 구축하여 보안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KT만의 문제가 아니라 통신업계 전반의 보안 신뢰를 흔들고 있는 큰 사건입니다."

-이번 사태가 KT 중장기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전망하나요?

"이번 사태는 KT만의 문제가 아니라 통신업계 전반의 문제입니다. 사후 수습과 대책 마련의 결과에 따라 고객들의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신뢰 회복에 따라 사운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KT의 방대한 데이터와 전국망을 활용하여 AI로 비정상 상황을 미리 체크하고 학습 시키면 사전 감지한 데이타로 신속하게 비정상 상황에 대처하는 보안 솔루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로 사고와 자살률 급증
공공 책임 문제, 문재인 정부도 침묵·방조
국민기업 책임 있는 주주가 주인이 돼야

-KT의 노동 환경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죠?

"한때 KT는 복지 좋은 직장으로 꼽혔지만, 하청과 외주화의 전형이 됐습니다. 외주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려다 보니 정규직을 줄이고 협력업체를 늘렸죠. 그 결과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와 자살률이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가령 통신선이나 와이파이 설비 작업은 보통 2인 1조가 기본입니다. 한 사람은 위에서 작업하고 다른 사람은 아래에서 안전을 확인해야 하는데, 비용을 아끼려 한 사람이 혼자 작업하는 구조가 되니 일을 하다가 떨어져서 다치거나 죽고 감전 사고를 당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니라 기업 구조의 문제입니다. 공공성을 잃은 국민기업이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4월 17일 KT상용직노조, KT전국민주동지회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KT의 청문회 방해공작 진상규명 및 아현화재ㆍ채용비리 황창규의 신속한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9년 4월 17일 KT상용직노조, KT전국민주동지회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KT의 청문회 방해공작 진상규명 및 아현화재ㆍ채용비리 황창규의 신속한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 시절에서도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면서요?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민간 기업이니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말뿐이었어요. 통신망은 국가 안보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에 이런 대응을 한 문재인 정부는 명백한 직무 유기이자 방조입니다.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타격받는 게 통신입니다. 그런데 국가가 민간 기업이니까 손을 놓고 있는건 공공의 책임을 포기한 행위죠. 민간기업이라며 개입하지 않을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를 위해 개입해야 할 사안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국민기업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KT를 국민기업 개혁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회사의 정관을 바꾸어 이사회 구조를 완전히 새로 짜야 합니다. 대주주, 정부, 노동조합, 소액 주주, 정보통신업 협회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이사회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사회가 투명해지고 감사가 제 역할을 하면 정권이 손댈 여지가 사라집니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요?

"첫 번째는 이사회의 다원화입니다. 국민연금, 현대자동차. 신한은행 같은 대주주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동조합, 소액 주주 단체, 통신업 협회 등이 추천하는 각계 인사들을 이사회에 포함해야 합니다.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국민이 참여하는 이사회가 경영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감사가 본연의 기능을 다해야 합니다. 특정 로펌과의 유착을 단절하고 세무조사에 준하는 감사가 되도록 회계 전문가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지금처럼 경영진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감사는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세 번째는 노동 이사제 도입입니다. 현장 노동자의 안전과 인권 문제를 이사회 차원에서 다뤄 노동자를 회사의 동반자로 봐야 합니다.  이번 정부에서 이런 방식으로 KT의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최초로 노동자들의 염원과 한을 풀어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KT 무단 소액결제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기지국 아이디 개수와 해킹에 노출된 피해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범행에 쓰인 기지국 아이디(셀 아이디) 4개 외에도 추가 불법 아이디가 발견돼 현재까지 모두 20개가량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KT 대리점 모습. 2025.10.16. 연합뉴스
KT 무단 소액결제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기지국 아이디 개수와 해킹에 노출된 피해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범행에 쓰인 기지국 아이디(셀 아이디) 4개 외에도 추가 불법 아이디가 발견돼 현재까지 모두 20개가량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KT 대리점 모습. 2025.10.16. 연합뉴스

KT를 국민기업 개혁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국민기업 개혁, 공공 가치 바로 세우는 일

-왜 KT를 바꾸면 KT&G와 포스코 등도 바뀐다고 생각하나요?

"KT는 기업 규모와 성격상 국민기업 재도약의 실험 모델로 적합합니다. 정권의 입김을 막고 국민의 감시가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2017년부터 KT 관련 의혹을 추적하면서 KT가 자산을 사적으로 어떻게 빼돌렸는지, 계열사 거래를 어떻게 악용했는지 추적해 왔습니다. KT를 구조조정할 방대한 자료도 모았습니다.

또한 KT도 망 사업자라 AI, 디지털화폐 시대, 스카이라이프를 통한 K-문화 수출로 미래 먹거리를 KT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비전도 가지고 있습니다. KT가 표준모델로 안착하면 다른 국민기업도 이 방식을 적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동안 KT를 추적하며 모은 많은 정보와 자료로 국민기업의 개혁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주식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주인이 되는 게 아닙니다. 기업의 방향을 결정할 권한과 감시할 권리가 있어야 진짜 주인입니다. 지금 국민은 주주로 이름만 남았고 권력과 그 하수인들이 국민기업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국민기업에게 공공성과 투명성을 요구해야 합니다."

"KT는 민영화로 효율을 높인다고 했지만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이권과 이익을 몰아주는 부패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국민기업 개혁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정의와 민주주의, 공공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국민기업은 국민이 진짜 주인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국민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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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李 대통령 개인기로 핵잠 성과…윤석열이 지금도 대통령이었으면 못했다"저장 문서]

[정세현-박인규의 정세토크 시즌 2] "대통령은 9.19 복원 경축사에 넣었는데 참모들은 반대…참모들이 '방해'하나"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을 정상회담에서 제안했고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면서 군에서는 30년 숙원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박인규 <프레시안> 고문과 대담에서 에이펙 기간 중에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이 장면을 꼽았다.

 

그는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기로 돼 있는데도 이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 때문에라도 핵추진잠수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며, 한중관계가 우려되기도 했지만 저렇게 트럼프 대통령을 흔들어서 핵잠 기술을 주겠다고 말하게 하는 건 참모가 '말씀자료'를 써서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순발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기"라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소위 일선 행정의 달인으로 각인돼 있어서 국제정치적 식견이나 외교술은 약하다고 봤는데, 이번에 보니까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정도로 실력을 발휘했다"며 "소년공으로 일하면서 터득한 생존의 기술, 살아남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이런 순발력이 생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과 관련 "이번 에이펙 회의가 그동안 자주외교를 위한 역량의 양적 축적이 질적 전환을 가져온 계기가 됐는데, 자주국방의 물질적 토대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전 장관은 이번 에이펙에서의 또 하나의 포인트로 미중 정상회담을 짚었다. 그는 "시기적으로 굉장히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005년 부산에서 열렸던 에이펙 정상회의 때만 하더라도 미국이 중국을 의식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2010년이 되면서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미국의 40%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세계 2위가 됐다"며 20년 동안 미중 간 상황이 변화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고문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를 통해 중국을 무릎꿇리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중국의 대두 수입 재개 및 희토류 공급으로 관세 전쟁을 봉합했다"며 "이는 미국이 당초 목표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패배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 역시 "미국이 중국에 무릎을 꿇은 거라고 볼 수 있다. 무역 전쟁을 1년 휴전한 건데, 내년이라고 중국이 희토류를 미국에 양보하겠나?"라며 "앞으로 대략 10년 정도 지나면 미국이 중국을 저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정 전 장관은 지난 9월 이재명 정부의 관료들을 자주파와 동맹파로 나누면서 대통령 주변에 동맹파가 너무 많다고 발언한 데 대해 "복수의 관계자들로부터 들어 보니 9.19군사분야합의 복원에 반대하는 참모들도 있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경축사에 넣었다고 한다. 대통령은 9.19군가분야합의 이행을 국가장책으로 공표했는대, 참모들이 머뭇거리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면 참모들이 트럼프라는 '피스메이커'를 돕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보조자(assistant)가 되기는커녕, '페이스 디스럽터'(disruptor, 방해자)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서 한마디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은 5일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사)한국통일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대담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왼쪽) 전 통일부 장관과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 ⓒ프레시안(이재호)

 

박인규 : 지난 9월에 더불어민주당에서 개최한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세미나에 참석하셔서 대통령 주변에 동맹파가 너무 많다고 말씀하셔서 화제가 됐다.

 

정세현 :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 9.19 군사분야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이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이게 8.15 광복절로부터 한달이 넘도록 이행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대통령 주변에 동맹파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복수의 관계자들로부터 들어 보니 9.19군사분야합의 복원에 반대하는 참모들도 있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경축사에 넣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공식연설은 바로 국가정책이다. 대통령은 9.19군가분야합의 이행을 국가장책으로 공표했는대, 참모들이 머뭇거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면 참모들이 트럼프라는 '피스메이커'를 돕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보조자(assistant)가 되기는커녕, '페이스 디스럽터'(disruptor, 방해자)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서 한마디 했던 것이다.

 

박인규 : 일부에서는 동맹파와 자주파로 나누는 것 자체가 자주파는 '동맹 생각 안하고 북한만 추종하는 세력'으로 프레임을 씌우려 하는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정세현 : 내가 규정하는 동맹파는 한미관계를 더 중시하는 세력들이고 자주파는 남북관계를 더 중시하는 세력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한미관계만, 남북관계만 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자주파는 전체가 100이라면 남북관계를 70-80 정도로 중시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고, 동맹파는 70-80 정도를 한미관계에 주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비율의 문제지 대미 종속, 대북 추종 이런 의미가 아니다.

 

자주파는 미국 이야기 들을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한미관계를 중시하지만 남북관계를 우선적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동맹파도 남북관계를 완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한미관계를 더 중시하면서 남북관계를 풀어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복잡하게 말할 수 없으니 자주파-동맹파로 이야기한 것이다.

 

20년 전에 있었던 논쟁을 다시 끄집어 내는 이유가 뭐냐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남북관계가 평화적 관계로 안정되고 미국의 간섭이 줄어들 때까지는 언제든지 자주파 동맹파로 나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박인규 : 지난달 말에 열렸던 에이펙(APEC)에서 경주 선언이 채택됐다. '자유무역'이라는 말은 못 넣었지만 무역 확대를 강조했다. 에이펙 계기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추진을 언급하기도 했다. 에이펙에서 한국의 외교적 성과는 무엇이며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정세현 : 한미 정상회담도 중요하고 한중 정상회담도 의미가 있지만 미중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렸다는 것이 시기적으로 굉장히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005년 부산에서 열렸던 에이펙 정상회의 때만 하더라도 미국이 중국을 의식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2010년이 되면서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미국의 40%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세계 2위가 됐다.

 

이후 2012년 11월 시진핑(習近平)이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뒤 2013년 3월 중국의 국가주석직도 겸직을 하게 됐다. 그러더니 2013년 6월 미국으로 가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시진핑은 미국과 중국이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하자고 했다. 이는 과거 미국과 소련의 경우 '제로섬' 게임의 대국관계였지만 미중은 '윈-윈'하는 대국관계를 구축하자는 의미였다.

 

그런데 중국을 소위 '대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과 함께 "지금은 내가 완전히 무릎 꿇은 것은 아니지만 잠시 네 밑에 들어갈 수 있어. 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너를 이길 수 있어. 그때까지는 내가 너 앞에서 먼저 인사할 수 있어. 그러나 우리를 대국 취급해줘"라는 의미가 숨어있었다.

 

미국 입장에서 더 놀랐던 것은 시진핑이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 나눠 써도 충분할만큼 넓다"고 이야기했던 지점이다. 이건 미국에 하와이를 기준으로 서쪽은 신경쓰지 말고 동쪽으로 나가라는 의미다. 그 이야기를 들은 미국이 중동과 아프가니스탄 등에 보냈던 미군을 철수하고 '아시아로의 회귀'(피벗투아시아·Pivot to Asia)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2017년 트럼프 첫 번째 집권기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가 '인도-태평양 개념'을 내놨는데, 이걸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서 '인도-태평양전략'이라고 부르며 중국을 에워싸고 있는 국가들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여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역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했고 따라서 군사력도 커졌다.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이 생존해 있던 1987년, 개혁개방이 시작된지 8-9년 만인 1987년 '두 개의 백년론'을 내놨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에는 '소강(小康)사회' 건설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는 '대동(大同)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2021년 중국은 1인당 소득 1만 달러를 달성했다. 중국은 빈부격차는 있지만 국민들이 그런대로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면서 '소강사회'를 건설하게 됐다고 선언했다. 이제 남은 것은 대동사회 건설인 셈이다.

 

'대동사회'란 중국의 휘하에서 천하가 태평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대체할 팍스 시니카(Pax Sinica: 중국중심의 국제질서)를 2049년까지 건설하겠다는 것이 덩샤오핑이 제시한 두 개의 백년론인데, 시진핑은 팍스 시니카 달성을 '중국몽(中國夢)'이라고 규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같은 과정으로 보면 이번 미중정상회담은 미국이 중국에 무릎을 꿇은 거라고 볼 수 있다. 무역 전쟁을 1년 휴전한 건데, 내년이라고 중국이 희토류를 미국에 양보하겠나? 앞으로 대략 10년 정도 지나면 미국이 중국을 저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을 트럼프가 예상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상대에 대한 파악을 먼저 한 뒤 자신의 능력을 분석함)할 수 있는 지혜가 없는 셈이다. 중국이 국제적인 경쟁력 있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세계의 공장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대중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이다.

 

박인규 :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를 통해 중국을 무릎꿇리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중국의 대두 수입 재개 및 희토류 공급으로 관세 전쟁을 봉합했다. 이는 미국이 당초 목표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패배라고 볼 수 있다.

 

정세현 : 이번 APEC을 계기로 한국이 미중 정상 간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준 셈인데, 이 틈새를 파고 들어가서 한중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과는 핵추진잠수함 문제를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승낙 받았고, 시진핑과 관계를 잘 관리해서 적어도 윤석열 정부 이전으로 한중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에이펙 회의는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출발점이 된 것으로 본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소위 일선 행정의 달인으로 각인돼 있어서 국제정치적 식견이나 외교술은 약하다고 봤는데, 이번에 보니까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정도로 실력을 발휘했다. 소년공으로 일하면서 터득한 생존의 기술, 살아남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이런 순발력이 생겼다고 본다.

 

일부 행운도 좀 있었던 것 같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한 것이 결과적으로 한국에는 잘 됐다. 지금 윤석열이 대통령 자리에 아직도 있었다면 이렇게 못했을 것이다. 즉석에서 시진핑과 농담하면서 시진핑으로 하여금 한중관계에 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능했겠나.

 

박인규 : 이번 에이펙을 계기로 각종 정상회담과 회의가 열렸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을 만한 일이 있었다면?

 

정세현 :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 이야기를 꺼낸 장면이다. 시진핑 주석을 만나기로 돼 있는데도 북한과 중국 때문에라도 핵추진잠수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며, 한중관계가 우려되기도 했지만 저렇게 트럼프 대통령을 흔들어서 핵잠 기술을 주겠다고 말하게 하는 건 참모가 '말씀자료'를 써서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런 순발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규 :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에게 당신이 '피스메이커'를 해라, 내가 '페이스메이커'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핵추진잠수함 이야기를 꺼냈다. 의도가 있어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세현 : 트럼프의 과시욕 성정을 건드려서 받아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역사적으로 평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기에 기초한 것이긴 하지만 한미 외교사에서 그 대목이 높이 평가돼야 할 것이라고 본다.

 

또 이 대통령이 미국과 관세협상에서 절대로 시한에 쫓기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협상 전략에 입각해보면 협상할 때는 '원칙의 굴래'나 '시한의 굴레'를 쓰면 안되는데, 이 대통령은 협상대표단에게 시한을 의식하지 말고 경제적 합리성과 국익만을 생각하고 버티라고 했다. 결국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박인규 : 한미 양측은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한국의 방위비를 높인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정세현 : 방위비 올리는 것은 미국 요구를 들어주는 것 같지만 한국의 군사대국화로 연결되는 길이기도 하다. 대북 저지로만 사용된다면 낭비지만, 무기 산업 발전의 토대를 갖추고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찾아오기 위한 물질적 기반을 마련하려면 방위비 증액이 필요하다.

 

박인규 : 자주 국방의 초석을 놓기 위한 국방비 증액이라는 뜻인가?

 

정세현 : 그렇다. 이번 에이펙 회의가 그동안 자주외교를 위한 역량의 양적 축적이 질적 전환을 가져온 계기가 됐는데, 자주국방의 물질적 토대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러면서 전작권 환수를 시작해야 한다.

 

원래 노무현 정부 때 한미가 2012년 4월 17일 전작권 환수를 하기로 합의를 해서 발표까지 했얶더.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이걸 2015년 연말로 미뤘고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환수 기준을 시한이 아닌 북한의 비핵화라는 조건으로 바꾸면서 전작권 환수 문제가 표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건 동아시아 정세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다. 2010년대부터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에 전작권을 돌려주는 것이 아시아에서의 군사적인 패권을 유지하는데 불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압박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박인규 : 전작권을 환수하게 되면 유엔사령부는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정세현 : 지금 유엔 사무처나 사무총장은 유엔사와 상관이 없다. 유엔 깃발만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유엔의 깃발을 계속 쓸 것인지의 문제가 나올 것이다. 법리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법무부든 대통령 안보실에서든 국제법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현 상황이면 전작권 환수 이야기 못한다. 환수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시키려면 유엔사 깃발 내려야 한다.

 

박인규 :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등 민주 정부들은 안보에 취약하다는 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방비를 늘려온 측면이 있다. 이재명 정부도 이같은 흐름에서 국방비를 늘렸는데 이렇게 된 거 핵추진잠수함 문제를 확 질러버리면서 국내 정치에서 우위를 차지해 보자는 생각이 있지 않았나 싶은데, 이럴 경우 남북관계에는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정세현 : 북한한테는 아마 굉장히 민감하게 꽂혔을 것이다. 실제로 북한을 공격해 들어오는 '행동'이 일어난 건 아니지만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핵추진잠수함을 만들어서 지금은 재래식 무기를 싣고 다닌다고 그러지만 얼마든지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로 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에 제해권을 사실상 뺏길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남한이 자금도 많고 잠수함 건조 능력도 좋기 때문에 군비 경쟁에 돌입하면 북한이 따라오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물론 1~2년 내에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 정신 때문에 10년 이상 걸릴 사업의 시간이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지방발전 20X10정책'을 통해 2033년까지는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소위 북한판 '소강사회'를 만드려고 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잘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남한이 핵추진잠수함을 만들면 북한 입장에서는 자기들 바다에 들어와서 무슨 장난을 치고 갈지 모르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이를 감시·경계 견제하기 위해 국방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북한은 처음에는 강하게 반발하다가 투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외교적 해결책을 찾으려 할 수도 있다. 지금이야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있지만.

 

박인규 : 남북관계에는 악화 요인인데, 이걸 좋게 포장해서 보면 '힘을 통한 평화 추구' 이기도 한 것 같다.

 

정세현 : 미소 군비 경쟁에서 소련은 군비 경쟁을 계속하다 보면 인민 경제가 망하게 될 것이라 보고 결국 미국에 손을 들게 됐다. 북한도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도입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에 순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국방력을 늘릴 수 있는 방위 투자를 높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감당을 못하게 된다. 지금은 말로 비판할 수 있지만 더 이상 말 가지고 안 되고 군사적으로 대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군비 통제 또는 감축으로 가자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5년 안에 온다고 본다.

 

12월 중순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서 내년 초 9차 당 대회를 계획해야 하는데, 다음 당 대회가 열릴 2031년까지 5년 동안 인민들에게 경제 발전 목표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전쟁 끝나면 북한이 어디에 손을 벌리겠나.

 

박인규 : 결국 북한에게도 북미 관계 정상화가 필요해 보인다.

 

정세현 : 트럼프가 북한이 핵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동결하라는 말을 풀어서 한 것이라고 본다. 즉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니 동결이나 비확산 정도에서 끝내자는 것과 함께 NPT(핵확산방지조약) 체제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가 들어있다고 본다.

 

근데 그것만 가지고는 김정은 위원장이 못나간다고 하면서, 트럼프를 좀 초조하게 만들어서 다른 협상 카드를 내놓게 하기 위해 최선희 외무상을 러시아로 보냈다고 본다. 원래 벨라루스에서 열리는 회의를 앞두고 최선희를 러시아로 보냈는데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인 러시아 방문이었던 것 같다. 김정은의 방러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얘기가 오히려 러시아 쪽에서 나왔다. 그러니까 이런 중요한 논의를 하러 간 것은 아니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행사가 지난 10월 9일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선희가 10월 26일 러시아로 떠났다고 하니 트럼프는 27일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오면서 북한이 회담에 나오면 제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정은 입장에서는 이것보다는 2018년 6월 12일 첫 북미정상회담 당시 싱가포르에서 했던 약속을 받고 싶을 것이다.

 

물론 북한도 계속 버티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지방발전 20X10정책' 성공시켜야 하는데 이거 하려면 필요한 자금이나 원부자재가 외부로부터 들어와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이든 남한이든 관계 개선을 해야 하는데, 미국은 사실 직접 지원해주고 이러지는 않는다. 러시아는 전쟁 끝나면 모른척 할 거고 중국은 북한을 키워놓으면 대들었던 경험만 있기 때문에 '불가근불가원'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남한과 해야 하는 건데,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입장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박인규 : 북미 간 물밑대화 가능성은 없나?

 

정세현 : 주유엔 북한 차석대사 자리가 비워져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말을 걸어도 대꾸할 창구가 없었다는 얘기다.

 

다만 케빈 킴 미 대사대리가 얼마 전에 부임했는데 그는 트럼프 1기 정부 때 스티븐 비건 당시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밑에서 일하면서 2018~2019년 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보면 뉴욕에서 워싱턴을 왔다 갔다 하면서 북한외교관들과 대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북한이 트럼프 방한 전 혹시 모를 회동에 대비해 판문점 청소하고 손님 맞이할 준비를 한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미국이 주려고 하는 반대급부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 합의했지만, 이후 당시 국무장관 폼페이로 등 네오곤의 반대 때문에 입구에도 다가가지 못했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원하는데 이걸 해주겠다는 사인을 안 보내니까 김정은으로서는 이번 트럼프와의 만남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박인규 : 워낙 세계적 혼란기라서 앞으로 많은 외교적 도전이 있을 텐데, 지금은 불통이지만 남북관계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 같다.

 

정세현 : 우리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려면 우선 내년 북미정상회담이 순탄하게 준비될 수 있도록 한국이 아이디어를 내고 로드맵까지 만들어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이번에 트럼프가 에이펙을 전후해서 내놓은 1) 핵보유국 지위 인정 2) 대북제재문제 논의 등 반대급부가 북한에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2018년 싱가포르 합의로 돌아가서 종전선언 하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협상을 해야 한다고 미국을 부추기고 설득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의 체면 상하지 않게 인도적 지원이라든지 이런 것을 하라고 남한에서도 좀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으로 아스팔트가 깔리면 남북 민간 차원에서의 버스가 달리고 그 뒤에 관용차가 따라가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말하자면 선북미 후남북(先北美 後南北), 선민후관(先民後官)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박인규 : 트럼프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이겨야 하는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문제는 어려워졌고 북핵 문제가 그래도 상대적으로 풀기 쉽지 않나.

 

정세현 : 트럼프가 노벨평화상 받고 싶으면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내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마감일인 10월 10일 이전에 북미수교를 위한 연락사무소 설치 정도가 되면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상 받으면 중간선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트럼프 1기 때 폼페이오 국무장관 같은 네오콘이나 아베신조(安部晉三) 같이 북미관계 개선 반대하는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파놓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 2기 정부에 국무장관이 된 루비오는 극단적인 반북반중(反北反中) 인사라는데, 1기 때 폼페이오가 그랬던 것처럼 루비오도 트럼프와 김정은 정상회담 후 합의이행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거나 북한의 반발을 유도하는 꼼수를 쓰지 못하도록 단속을 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2의 아베신조'-'여자 이베신조'라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를 비롯한 극우성향 일본 정부의 북미관계 개선 방해 동향도 견제하도록 한미 간에 긴밀한 협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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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5도 미만’ 초겨울 성큼…“두꺼운 옷 챙기세요”

김규원기자

  • 수정 2025-11-10 08:30
  • 등록 2025-11-10 08:17
추운 날씨를 보인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외투를 입은 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추운 날씨를 보인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외투를 입은 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월요일은 기온이 크게 떨어져 내륙을 중심으로 5도 미만이 된다. 겨울옷을 챙겨야 한다.

이날 기상청은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오늘 아침 기온은 어제보다 4~8도가량 떨어지고 내륙을 중심으로 5도 미만이 된다. 모레 수요일 아침까지 춥다. 오늘은 경기 동부와 강원 내륙·산지, 남부 높은 산지를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곳이 있다. 이들 지역에선 서리가 내리는 곳이 있고, 물이 어는 곳도 있다”고 예보했다.

오늘은 전국이 대체로 맑지만, 제주도는 오전까지 가끔 구름이 많다. 오늘 오전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고, 동해 먼바다를 중심으로 매우 강한 바람이 분다. 물결도 매우 높다.

오늘 최고기온은 10~16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다. 주요 도시의 최고기온은 서울 11도, 인천 10도, 수원 11도, 백령도 10도, 춘천 12도, 강릉 15도, 청주 12도, 대전 13도, 세종 12도, 전주 13도, 광주 14도, 제주 16도, 대구 14도, 울릉도 11도, 부산 16도, 울산 14도로 예상된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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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와 노인세대의 불평등은 다르다

[전혀 다른 불평등이 온다1] 자산 형성 포기하는 Z세대...소득·건강 등 불평등 집약된 노인세대

김백겸 기자 kbg@vop.co.kr

서울 아파트 자료사진 ⓒ뉴스1

수치상 한국의 불평등은 점차 완화되는 추세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제 사회에서는 여러 계층에서 불평등을 호소하고 있다. 숫자와 현실의 차이는 불평등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불평등 척도는 소득 지니계수였다. 경제 성장의 결실을 얼마나 평등하게 분배하고 있는지가 지금까지 불평등을 가늠하는 기준이었던 것이다.

한국의 소득 지니계수는 최근 14년 동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11년(처분가능소득 기준) 0.387에서 2023년 0.323으로 꾸준히 낮아졌다. 2023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에 따르면 37개 회원국 중 한국은 11번째로 소득 지니계수가 높다. 다른 국가보다 소득 불평등 정도가 높은 편이지만, 미국(0.375), 일본(0.357), 영국(0.355)보다 낮은 수준이다.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높은 것을 뜻한다. 

수치상으로는 예전보다 불평등 정도가 나아졌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곳곳에서 양극화 심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 이상 소득만으로 불평등을 측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입체적으로 바라본 불평등...다차원 불평등 지수


지난달 2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 연구는 이 같은 고민에서 시작됐다.

수치상 소득 불평등은 완화되고 있지만, 이것으로 사회 불평등이 완화됐는지는 잘 체감되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가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BLI)나, UN의 '인간개발지수(HDI)'처럼 교육, 건강, 주거, 사회적 관계, 환경 등 비물질적 요소를 포함한 지표들이 등장했다. 이는 불평등을 소득의 재분배만 기준으로 두지 않고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과거에는 소득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었다. 소득 수준에 따라 교육, 경제 등 다른 지표들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고, 개인의 소득 수준이 높아진 현재에는 행복이나 건강이 개선되지 않는 '비동조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소득만으로 불평등이 완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돌봄, 고립, 외로움 등 관계 기반의 '신사회적 위험'이 부상하면서, 사회적 연결의 격차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소득을 비롯해 자산, 교육, 건강 등 다양한 차원의 불평등을 수치화해 입체적인 지표를 만든 것이 다차원 불평등 지수다.

 

 

 

 

 

 

소득에서 자산으로 옮겨간 불평등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소득, 자산, 교육, 건강의 네 가지 차원을 중심으로 불평등 지수(지니계수)를 산출하고, 각 차원이 전체 불평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분석했다. 지수가 높을수록 불평등 수준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의 추이를 살펴본 결과, 전체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우상향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1년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0.176였으나, 2023년 0.190으로 점차 상승했다. 지금까지 불평등의 척도로 삼았던 소득 지니계수가 완화된 것과는 다른 결과다.

과거 불평등의 주요 요인이었던 소득의 불평등이 완화됐음에도 불평등 정도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불평등의 주요 요인이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는 이야기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를 형성한 기여도를 보면 자산에 대한 불평등이 전체 불평등에서 가장 높은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2011년에는 소득의 기여도가 38.9%를 차지하면서 불평등의 주된 요인이었으나, 2023년에는 자산(35.8%)이 소득(35.2%)을 앞질렀다. 2022년에는 소득의 기여도가 31.7%, 자산이 40.3%를 기록하면서 차이가 더 벌어지기도 했다. 더 이상 소득만이 불평등을 결정짓는 주된 요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자산 불평등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자산 축적의 격차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 및 차원별 기여도 변동 추이 ⓒ국회 입법조사처

 

 

 

 

세대별로 달리 느끼는 불평등


다차원 불평등 지수를 세대별로 살펴보면 각 세대가 단순한 소득의 불평등을 넘어 다양한 양상의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에서는 ▲노인세대(1960년 이전 출생) ▲386세대(1961~70년생) ▲X세대(1971~80년생) ▲밀레니얼(M)세대(1981~90년생) ▲Z세대(91년 이후 출생) 등으로 구분해 각 세대별 불평등 추이를 분석했다.

Z세대는 전체 세대 중에서 가장 낮은 다차원 불평등 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노인세대가 2023년 0.226으로 가장 높고, Z세대가 0.145로 낮다. 특히 교육 기간과 건강에 대한 불평등 기여도가 세대가 어려질 수록 낮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Z세대는 교육 기간과 건강 면에서 비교적 균형 잡힌 삶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자산 축적이 미흡해 자산 불평등의 기여도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 Z세대의 자산 불평등 기여도를 보면 2011년 42.8%에서 2023년 44.7%로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2022년 자산의 기여도는 53.5%까지 차지했다.

이는 향후 자산 격차가 Z세대의 주요 불평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초기 경력 단계에서의 소득 안정성과 주거 지원, 금융 접근성 개선이 요구된다.

M세대는 다차원 불평등 지수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2011년 0.125에서 2023년 0.144로 꾸준히 상승했다. M세대는 경력 중반기에 접어들며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과 자산 형성의 어려움으로 인해 자산 불평등의 기여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M세대의 자산 불평등의 기여도는 2011년 34.3%에서 43.8%로 올랐다. M세대의 역시 자산과 소득 격차가 불평등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인 모양새다.

X세대는 소득, 자산과 함께 건강 격차가 세대 내 불평등의 주요 기여 요인으로 부상한 것이 눈에 띈다. 중산층 내 양극화가 심화와 함께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만성질환 등 건강 문제도 점차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소가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대별 다차원 불평등 지수 변동 추이 ⓒ국회 입법조사처


386세대 또한 자산 불평등 정도가 점차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소득 불평등 지수도 높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최근 5년(2019년~2023)년 사이 소득 불평등 지수는 32%에서 36%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소득 불평등이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이들은 은퇴 전후의 소득 격차와 부동산 보유 여부에 따른 자산 격차가 불평등을 주도하고 있다. 또 노화로 인한 건강 격차 역시 386세대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인세대는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은 다차원 불평등 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세대처럼 불충분한 소득 보장, 자산 보유 격차가 주된 불평등 요인이지만, 낮은 교육 수준과 불균형한 건강 상태로 인한 불평등 지수도 높아 거의 모든 차원에서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교육기간에 대한 불평등 기여도를 보면 Z~X세대는 6~9%대(2023년)를 보이지만 노인세대는 24.2%로 높다. 건강 불평등 기여도도 2023년 12.5%로 어느 세대보다 높은 수준이다.

노인세대가 복합적이고 누적된 불평등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라는 것이 지표로 나타난 것이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한국 사회의 복합적 격차가 단일한 소득 재분배 중심 정책으로는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각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삶의 조건과 불평등 요인을 반영하는 맞춤형 불평등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처럼 한국 사회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소득을 불평등의 단일한 지표로 삼던 것에서 벗어나 입체적으로 불평등을 측정하는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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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항소', 안한 게 맞다

[이충재의 인사이트] 검찰 항소 남용 관행에 경종, 무리한 기소 드러났고 법리적으로도 타당...민감한 시기 고려 않은 건 '실책'

25.11.10 06:18최종 업데이트 25.11.10 06:57
검찰이 대장동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항소하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항소 포기'가 아니라 '항소 자제'가 옳다는 지적이 나온다.연합뉴스

검찰이 대장동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항소하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항소 포기'가 아니라 '항소 자제'가 옳다는 평이 나옵니다. 최근 대장동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남욱 변호사의 진술 번복 등으로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데다, 항소권 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을 반영한 조처라는 반응입니다. 특히 검찰 내부의 항소 기준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검찰개혁이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항소를 포기해 논란을 자초한 건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장동 사건 수사팀은 반발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조처가 검찰의 잘못된 항소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그간 무분별한 항소로 피고인들이 과도한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검찰에선 1심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무턱대고 항소하고 보는 관행이 이어져 왔습니다. 선고형량이 검찰 구형보다 크게 낮을 경우 혐의 입증이 충분했는지 돌아보기보단 구형 대비 선고형의 비율만 따져 기준에 미달하면 기계적으로 항소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는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실제 검찰 내규로 정해진 항소 기준을 따르더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선고 형량이 구형의 3분의1 이하일 때 항소'하도록 돼있는데 대장동 1심 재판 피고인 전원이 이에 해당합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의 경우 검찰이 각각 징역 7년과 5년을 구형했는데, 법원은 이보다 높은 8년과 6년을 선고했습니다. 김만배와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등 다른 3명에게는 구형의 절반 이상이 선고됐습니다.

항소 포기의 당위성은 검찰 기소가 억지임을 보여주는 정황에서도 확인됩니다.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는 지난 7일 열린 정진상 재판에서 "검사가 배를 갈라버리겠다고 했다"며 구체적으로 검찰의 회유 압박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이 정도면 검찰의 협박이 명확해 진상을 규명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입니다.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수사팀과 검찰 간부진에는 당시 수사를 주도한 검사들이 거의 그대로 있습니다. 반인권적 강압 수사의 당사자들이 항소를 하지 않은 데 불만을 품는 건 적반하장에 가깝습니다.

1심 판결문에서도 검찰의 기소가 엉터리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검찰이 '이재명 저수지 자금' 등으로 몰아붙였던 428억원에 대해 재판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닌 '유동규 자금'으로 결론내렸습니다. 실제 검찰은 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나 공소장에서 이 대통령이 뇌물을 받기로 했다는 주장은 넣지 못했습니다. 뇌물을 받은 대가로 공공이익을 몰아줬다고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언론플레이를 한 결과치고는 너무도 초라합니다. 검찰이 압박 수사로 얻어낸 진술과 추측으로 짜맞춘 프레임은 이미 크게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대장동 수사팀 비롯한 일부 검사들 반발, 이중적

수사팀의 입장이 무조건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도 터무니 없습니다. 수사 방향과 기소 등에서 수사팀의 의견이 존중되는 것은 맞지만 지휘부 생각이 다른 경우 조율을 거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번 사태는 항소에 대한 일선 수사팀과 대검의 의견이 달랐고, 그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이 협의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9일 입장문을 내고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고 말한 건 변명에 불과합니다. 항소 여부는 정 지검장 전결사항이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는데 그는 결국 대검 의견을 수용했습니다. 수사팀 반발이 표면화되자 뒤늦게 사의 표명으로 빠져나가려는 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대장동 수사팀을 비롯한 일부 검사들의 반발이 이중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지난해 검찰이 김건희의 명품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황제조사' 하면서 무혐의 처분했을 때 수사팀은 물론 검찰 내부에선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지귀연 판사의 황당한 윤석열 석방에 대검이 즉시항고를 포기할 때도 검찰에선 한마디의 이의제기도 없었습니다. 검찰은 그간 여당에서 불법을 저지른 검사를 탄핵하려 하자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집단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대장동 수사팀에서 검찰 지휘부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공개 입장문을 냈습니다. 불의하고 비겁한 검찰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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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조작 수사 드러나도…항소 포기에 '검란' 조짐 문서]

김성진 기자다른 기사 보기
 

수사팀 반발, 중앙지검장 사의…집단 항명

대장동 수사·공소유지 '친윤' 강백신이 주도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중형, 항소 실익 없어

무차별적인 항소에 대한 문제도 고려된 듯 

국힘 박수영 선거법 사건에서도 항소 포기

윤석열 구속취소 즉시항고 포기 때도 조용

한동훈은 장관 시절 '패소할 결심' 상고 포기

'남욱 배 가른다'던 검찰, 사건 조작 의혹 고조

"조폭보다 무서운 검사들, 다 책임 물어야"

"이재명 위한 항소 포기처럼 눈속임 말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25.5.13.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25.5.13.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이 대장동 사건의 항소를 포기한 데 대해 수사팀이 항의 입장문을 내고,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란'(檢亂)으로 비화할 조짐이 보인다. 검찰 출신인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장동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재명 방탄' 프레임으로 몰아 정쟁으로 키우며 검사들의 항명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검찰개혁 과제 등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기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검찰, 대장동 1심 항소 포기…수사팀 반발
중앙지검장도 사의 표명 등 집단 반발 관측

앞서 8일 0시를 기해 서울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 씨와 김만배 씨를 비롯한 대장동 사업 민간업자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이들의 1심 판결 항소 시한은 7일 자정까지였다.

형사 사건은 판결에 불복할 경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항소해야 한다. 항소를 포기하면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 따라 1심보다 형량을 높일 수 없다. 유동규 씨, 김만배 씨 등 피고인 5명은 전원 항소한 상태다.

대장동 사건 수사를 주도했고 공소유지도 담당한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앞장서 반발했다. '윤석열 사단'에 속한 대표적 친윤 검사로 통하는 그는 8일 새벽 검찰 내부망 글을 통해 전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장이 항소장을 결재했지만 대검 반부패부장이 재검토하라며 항소 제기를 불허했다고 적었다. 또 "대검이 법무부에 항소 여부를 승인받기 위해 보고를 했고, 검찰과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항소의 필요성을 보고했으나 장관과 차관이 이를 반대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강 검사의 글이 올라온 뒤 대장동 수사·공판팀도 이날 오전 입장문을 배포해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전날 오후 무렵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며 "항소장 제출 시한이 임박하도록 지시 없이 기다려보라고만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해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23. 연합뉴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23. 연합뉴스

공판팀의 반발 뒤인 이날 오전엔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항소 포기에 대한 반발로 읽힌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 검사장을 시작으로 당시 항소 포기 결정에 관여한 검사들이 연이어 사의를 표명한다거나, 수사·공소 유지 등을 담당하는 일선 검사들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항소 포기 소식이 전해지자 "11월 8일 0시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고 적었다. 또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항소 포기라는 더러운 불법 지시를 한 대통령실, 법무부, 대검, 중앙지검 관련자들은 모두 감옥에 가야한다"며 "권력의 오더를 받고 개처럼 항소를 포기해주는 이따위 검찰을 폐지하는데 국민이 반대해줘야할 이유가 뭐냐"고 했다.

이미 1심서 중형 선고…항소 실익 없어
무차별 항소에 대한 문제도 고려된 듯 

검찰 수뇌부가 항소 포기 판단을 내린 데에는 대장동 사건 피고인들의 선고 형량 등을 고려했을 때 항소에 실익이 없다는 법무부 쪽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내부적으로 1심 판결이 기존 대법원 판례에 충실했고, 형량도 구형과 비교해 충분히 선고된 만큼 검찰의 항소 기준에 맞지 않다는 의견을 검찰 쪽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1심 재판부가 특경가법상 배임죄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하고 형법상 일반 업무상 배임죄만 인정했지만, 양형 자체는 형량이 센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에 준해 적절한 선고가 내려졌다는 판단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0.31 [공동취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0.31 [공동취재] 연합뉴스

특경법상 배임죄는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이 50억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는 그보다 낮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1심 선고에서 유동규 씨에게는 징역 8년과 벌금 4억 원, 추징 8억 1000만 원이 내려졌다. 대장동 민간업자인 김만배 씨는 징역 8년과 추징 428억 원을 선고 받았다.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에서 투자사업팀장으로 일했던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 벌금 38억 원, 추징금 37억 2200만 원이 선고됐다.

특히 1심 재판부는 유동규 씨, 정민용 변호사 등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관여하며 민간업자들에게 개발 편익을 봐준 이들에게는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통상 검찰 구형보다 적게 선고되는 관행을 고려하면 되레 검찰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보통 검사가 자동 항소하는 기준은 구형량의 3분의 1(미만)이다. 이 사건은 전체적인 평균을 놓고 보면 구형량의 70% 가까이 선고됐다고 볼 수 있다"며 "기준대로 (항소 포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장동 사업이 공공 기여를 얼마나 환수했느냐는 성과에 대해 정치적 논란만 있을 뿐, 대장동 비리 자체는 다툼이 없다"며 "죄에 상응하는 만큼 구형했고, 구형에 상응하는 만큼 선고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일부 검사와 국민의힘 반발에 대해 "무리하게 1심 패소한 걸 항소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도 아니잖느냐"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14.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14. 연합뉴스

법무부 안팎에선 이 대통령이 검찰의 무분별하고 기계적인 상소를 지적한 것이 검찰의 항소 포기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검사들이 (죄가)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거나, 무죄가 나와도 책임을 면하려고 항소·상고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무죄를 받고도 검찰의 무조건적인 항소에 고통받는 일반 국민의 사례를 언급했지만, 검찰의 관행을 개선하는 과정도 항소 포기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국힘 박수영 선거법 사건도 항소 포기했는데
왜 대장동만 난리?…항소 기준이나 있긴 하나

기성 언론 대부분에서 정치 사건이 된 '대장동 사건'을 항소 포기한 게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지만, 이 역시 검찰이 오랫동안 쌓아온 '반 이재명' 프레임에 근거한 분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항소 포기 사례는 대장동 사건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친윤석열계'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해 10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당시 자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단체 문자를 발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검찰이 150만 원(의원직 상실)을 구형했지만 그에 한참 못 미치는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법원에 의원직 상실형을 요청했으나, 그 목표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항소를 포기했다. 항소를 해도 벌금 100만 원 이상이 나오긴 어렵다는 판단에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박 의원의 선거법 사건과 대장동 사건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박 의원에 대해 항소 포기한 것과 같은 잣대로 본다면, 선고에 적용된 법리를 떠나 특경가법상 배임죄 수준의 더 센 형량을 받아낸 대장동 사건의 경우 항소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을 따져 포기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장동 사건 2심에서 특경가법이 적용되더라도 양형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이미 중형이 선고됐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대하는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2025.3.3. 연합뉴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대하는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2025.3.3. 연합뉴스

또한 검찰의 항소 포기가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엿장수' '고무줄' 기준이다. 과거 항소 행태를 보면, 무조건 기계적으로 항소를 했던 것도 아니다.

검찰은 지난 2021년에도 조수진 당시 국민의힘 의원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150만원을 구형했지만, 1심에서 벌금 90만원이 나오자 항소를 포기했다. 반면 2019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은수미 성남시장에 대해선 똑같이 150만 원을 구형하고 벌금 90만 원(시장직 유지)을 선고 받았지만, 검찰은 "형이 너무 가법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 여부는 결국 '검사 마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배 가르겠다는 검찰, 항소하는 게 타당한가
윤 구속취소 즉시항고 포기 땐 조용하더니
대장동 사건엔 지검장 사퇴하며 집단 반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항소 포기 결정에는 검찰의 그동안 무리한 '조작 수사' '증언 조작'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남욱 변호사의 충격적인 증언 등을 고려하면 검사들이 항소하는 건 검찰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나 분노를 더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 뇌물 혐의 재판에서는 '대장동 수사 과정에서 배를 가르고 장기를 꺼낸다는 협박에 못 이겨 검사의 수사 방향에 맞춰 진술했다'는 취지의 폭로가 나왔다.

남욱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검사들한테 '배를 가르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으니 네가 선택하라'고 했다"며 "이런 말까지 들으면 검사의 수사 방향을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또 "(정일권 부장 검사가) 애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애들 봐야 할 것 아니냐. 여기 있을 거냐'고 했다. 그날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도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누가 그딴 식으로 수사를 하느냐"고 어이없어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가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0.31 [공동취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가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0.31 [공동취재] 연합뉴스

앞서 남 변호사는 지난 9월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에프시(FC) 사건 공판에서도 유동규 씨가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과 관련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2022년 검찰 수사 받을 당시에 검사에게 처음으로 전해 들은 내용"이라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검찰이 그동안 이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해 조작된 증언으로 구속시키고 재판에 넘겼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진술 짜맞추기' '허위 진술 강요'는 과거에도 증언이 됐지만, 윤석열 정권 시기 모두 무시됐다. 김만배 씨는 2023년 4월 법정에서 "남욱이 '동생들 좀 살려달라'며 이재명 대표에게 돈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을 맞춰달라고 요청했다"고 폭탄 발언을 했지만, 언론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당시 제1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단식 투쟁 중 두 번째 구속 위기를 맞았다가 가까스로 풀려났다.

일각에선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조작 수사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검찰이 항소 포기를 이유로 자신들의 문제를 덮기 위해 집단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지귀연 부장판사의 어처구니 없는 내란 수괴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이 즉시 항고를 포기했을 때에도 검찰 내부에서 이 정도의 반발은 없었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에서는 항소 포기 이유만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이 사퇴하고 검사들이 집단으로 성명을 내며 반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뿌리 깊은 정치검찰의 단면을 보여준다. 공소유지 검사들의 심야 단체 입장 발표야 말로 최근 몇 년 내에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집단 항명으로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이 열린 4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을 규탄하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2025.11.4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이 열린 4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을 규탄하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2025.11.4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검란 부추기는 국민의힘…"이재명 방탄"

그간 검찰의 조작 수사에 대해 함구하고 내란을 옹호해 온 국민의힘은 이번 항소 포기를 고리로 '검란'을 부추기며 정쟁화하려 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항소 포기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공범인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포기할 것은 항소가 아니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라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정권의 권력형 수사 방해, 수사외압 의혹이 있다"며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처벌을 방해하기 위해 국가 사법 시스템을 뒤흔드는 정권 차원의 조직적 국기문란 범죄"라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친명(친이재명) 좌장'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 방탄을 위해 검찰 항소를 막았다"며 "정치적 개입에 따른 사건 무마 시도"라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에 '상고 포기'
'패소할 결심' 해놓고 비판할 자격 있나

한동훈 전 대표는 "검찰이 자살했다" "모두 감옥에 가야한다" 등 강도 높은 표현까지 써가면서 최일선에서 비난하고 있지만, 항소 포기를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본인도 법무부 장관 시절 '상고 포기'를 지휘했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는 2022~2023년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처분 취소청구소송 2심 재판에서 1심에서 승소한 '추미애 법무부' 변호사들을 갈아치우고 부실한 변론을 하며 '패소할 결심'으로 질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법무부의 징계에 소를 제기했지만,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자 셀프로 대통령 자신을 징계하는 꼴이 돼 법무부 장관이 나선 것이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2심에서 윤석열 총장 징계 취소를 선고하자 상고 포기를 지휘하며 노골적으로 윤석열의 편을 들었다. 심지어 소송의 대상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는 한동훈 검사장 관련 감찰 방해·무마가 이유 중 하나였다. 한 전 대표의 '패소할 결심'은 윤석열을 위한 패소일 뿐 아니라, 자신을 위한 패소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왼쪽),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7.24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왼쪽),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7.24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이재명 위한 항소 포기처럼 눈속임 말라"
"조폭보다 무서운 검사들, 다 책임 물어야"

여당인 민주당은 항소 포기가 아니라 법리 판단에 따른 '자제'라며 근거 없는 선동을 하지 말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이른바 재판중지법에도 제동을 걸었는데, 정치적인 판단으로 결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장윤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공소유지에 성공해도, 무분별하게 항소를 제기해 오던 관행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미 4년에서 6년의 중형이 선고된 대장동 일당들에 대해 항소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대장동 일당 봐주기'라거나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장 대변인은 "'검찰이 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거나 '대한민국 검찰이 자살했다'는 국민의힘의 반응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라며 "특히 이재명 대통령을 걸고 넘어지며, 공개적인 재판 불복 선언이라고 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고 했다.

그는 "이미 법원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업자들의 유착을 모르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수용방식을 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시했다"며 "이러한 법원 판단에 눈을 감고, 마치 이번 항소 자제가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것처럼 교묘하게 눈속임을 하려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대장동 항소심 결정을 두고 '정치적 개입'이라며 이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관계와 법리를 무시한 채 이미 무너진 정치적 프레임에 기대려는 구태 정치"라며, 항소 포기에 대해 "법률 원칙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였던 것이 드러나고 있는데, 법원이 무죄라 한 부분을 검찰이 항소하고 이의제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라며 "국민의힘은 '대장동 항소심'을 대통령과 억지로 연결 짓는 정치공세를 멈춰야 한다"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남욱 변호사가 전날 검찰로부터 "배를 가르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것과 관련, "검사가 아니라 조폭"이라며 "정치검찰의 회유와 협박으로 조작된 대장동 사건에 대해 즉시 공소 취하하고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검사가 조폭보다 더 무섭고 더 나빴다. 잡으라는 범죄자는 안 잡고 이재명 잡겠다고 남욱의 배를 가르겠다고 했다"라며 "나쁜 검사들 꼭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무부는 이 검사들 다 책임 물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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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사건 조작... 물고기 잡다가 고문당한 어부들

[재심: 바로잡은 역사] 월북으로 조작된 '태영호 납북 사건'

25.11.08 19:38최종 업데이트 25.11.08 19:38
25.11.08 19:38최종 업데이트 25.11.08 19:38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이 50년의 기다림 끝에 2023년 5월 12일 오후 춘천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던 납북귀환 어부 32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태영호 사건과는 다른 납북귀환어부 간첩 조작 사건)연합뉴스

납북이 월북으로 조작된 사례가 있다. 1970년대 대표적 조작사건 중 하나인 태영호 납북이 그것이다.

어선 태영호의 탑승자는 8명이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2006년 하반기 조사보고서>는 "전북 부안군 위도면에 사는 강대광(선주), 정몽치(선장), 박헌태, 이종섭, 박상용, 강용태(이상 선원), 전남 여수에 사는 박종윤(기관장), 박종옥(선원)"이었다고 알려준다.

민주공화당 정권이 대통령 재선(1967.5.3.)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3선 개헌 국민투표(1969.10.17.)를 향해 나아가던 때인 1968년 6월 4일이었다. 이날 목조기관선인 태영호가 위도면에서 출항했다. 이 배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인 경기도 옹진군 연평도 해역으로 가서 병치잡이를 했다. 그러던 중 7월 3일,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북한의 표적이 된 어민들

'남조선혁명과 통일은 동시에 이루어지리라'는 김일성의 구상은 1960년 4·19혁명을 계기로 벽에 부딪혔다. 북한 군대가 무너트리지 못했던 이승만 정권이 남한 민중에 의해 붕괴되자, 김일성은 남한 민중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그래서 그는 남한부터 먼저 혁명시킨 뒤 그 뒤에 통일을 추진한다는 남조선혁명론을 1961년 9월 제4차 조선노동당 당대회에서 천명했다.

북한은 남조선혁명을 유발시킬 위와 같은 목적과 더불어, 베트남전쟁에 투입되는 미국의 군사 역량을 분산시킬 목적으로 1960년대 후반에 무장공비들을 대거 파견했다. 미국 외교협회가 2011년 11월 10일 발표한 <한국의 군사적 긴장 고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문가들이 1955~2010년까지의 한반도 군사충돌로 인정한 1436건 중에서 49.4%인 709건이 1960년대 후반에 발생했다.

이 시기에 김일성 정권은 북에서 남으로 무장공비를 파견하는 동시에 남에서 북으로 어민들을 납치했다. 남한 주민들에게 북한의 발전상을 보여줘 남한 민심을 흔들기 위함이었다. 북한 경제가 남한을 앞섰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런데 육로를 통해 농민들을 납치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민들이 표적이 됐다.

1970년 7월 29일자 <동아일보> 기사 '귀환어부 좌담회'는 "최근 들어 북괴는 걸핏하면 생업에 종사하는 무고한 어부들조차 마구 납치해 허위선전, 강제 관광, 간첩 지령까지도 서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북에 의한 '강제 관광'은 '수학여행'으로도 불렸다. 1968년 12월 3일 피랍됐다가 귀환한 속초 어민 남기룡은 만경대대극장·황해제철소·청산리협동농장 등을 답사했다. 그런 곳들을 둘러본 소감을 남한에 가서 홍보하라는 게 북의 요구였다.

태영호 납북 때까지만 해도 남한 정부는 납북어부들을 가급적 처벌하지 않았다. 위의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는 "당시에는 고의로 월선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한 무죄 선고를 받는 것이 통례였다"고 말한다. 월선했더라도 고의 입증이 되지 않으면 처벌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방침이 계속 유지됐다면 태영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태영호 선원들은 정부 방침이 강경해지는 시점에 북에서 풀려났다. 이들이 귀환한 날은 강원도 울진·삼척에 무장공비가 출현하기 이틀 전인 1968년 10월 31일이다. 이로부터 9일 뒤 '월경 선박에 대한 전원 구속'을 경고하는 정부 방침이 나왔다. 11월 9일자 <경향신문> 7면 하단의 보도다.

"내무부는 요즘 동해에서 어부들의 납북사건이 자주 일어남에 따라 앞으로 어로저지선을 넘어 고기를 잡다가 납북되는 어부들은 모조리 수산업법 위반으로 입건, 휴전선을 넘어 고기를 잡다 납북되는 어부들은 수산업법과 반공법을 아울러 적용, 모조리 구속한다고 9일 상오 관하 경찰에 지시했다."

이 신문의 같은 해 3월 25일자 7면에 따르면, 이날 수산청은 서해 어로저지선을 NLL 남쪽 2마일에 설정했다. 어로저지선을 넘은 뒤 납북되면 수산업법 위반으로 모조리, NLL를 넘은 뒤 납북되면 수산업법 위반에 더해 반공법 위반(탈출·잠입 등)으로 모조리 구속시키겠다고 내무부가 경고한 것이다.

고문에 괴롭힘까지... 태영호 선원들의 억울함
 
민주노총 경남본부 건물 외벽에 "무죄로 판명된 조작사건들"이라고 새겨진 펼침막이 걸려 있다.윤성효

박정희 정권은 격증하는 어선 납북으로 사회가 어수선해지는 데다가, 어민들이 이북에서 진술한 남한 지형 및 초소 위치가 무장공비 침투에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일부 납북어민들에게 중형을 가하는 방법으로 분위기를 잡고자 했던 것이다.

태영호는 정부 방침이 강경해질 때 귀환했다. 이런 가운데 선원들에 대한 당국의 조사는 가급적 처벌을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당국은 이들이 스스로 월북했다는 쪽으로 상황을 몰아갔다.

10월 31일 북에서 풀려난 선원들은 인천경찰서에서 사흘간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그 뒤 인천서와 여수경찰서를 거쳐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과 전주지검 정읍지청으로 이송됐다. 위도면 선원들은 부안경찰서에서도 수사를 받았다. 이 경찰서에서는 고의 월북을 인정하라며 몽둥이로 구타하는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위 보고서는 말한다.

사건이 순천지청에서 정읍지청으로 넘어간 것은 1969년 4월 29일이다. 4개월여 뒤인 9월 9일, 정읍지청은 해군본부 및 해군인천경비부에 '1968년 7월 3일에 연평도 근해에서 북한 경비정에 납북된 어선이 있는지를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9월 9일에 공문을 받은 해군분부는 27일에 회신을 보냈다.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는 "태영호 선원들이 월선하지 않았으며 북한 경비정이 남한 해상으로 넘어와 나포해갔다"는 내용이 회신에 담겼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정읍지청은 회신이 도착하기 전인 9월 12일에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에게 기소 의견을 보고했다. '월북하겠다는 확정적 고의가 없었다 해도, 월북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냥 가보자는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9월 16일, 선원들은 반공법 및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에 기소됐다. 9일 뒤에 도착한 위 회신은 검찰의 사건기록 목록에도 기재되지 않고 정읍지원에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위 보고서는 지적한다.

고의 월북이라는 검찰 측 주장을 무너트릴 결정적 자료가 은폐됐다. 납북어민들에 대해 강경해지는 정부 방침에 편승하는 사건 조작이었다. 선주 강대광을 비롯한 선원 8명은 당시의 반공법 제6조 제1항이 규정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한 자"로 인정돼 징역 1년에서 1년 6개월 및 자격정지 1년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선원들은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일례로, 강대광은 "경찰관이 집에 하숙하면서 감시하였다"고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술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8년에 다시 수사를 받았다. 남한으로 귀환한 뒤에 북으로 탈출할 시도를 하고 북을 찬양·고무했으며 위도 주변의 군사기밀을 탐지했다는 혐의였다. 1979년에 광주고등법원은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은 사람들은 징역 5년을 받거나, 징역 3년에 집행유예를 받았다.

2006년에 진실화해위원회는 증거도 없이 고의 월북으로 처리되고, 영장 없이 장기간 구속됐으며, 고문과 폭행이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국가의 사과와 재심을 권고했다. 2008년에 정읍지원은 강대광 등 5명이 신청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선고는 검찰 항소가 없어 확정됐다. 2017년에 검찰이 직권으로 청구한 박종옥 재심과 관련해서도 정읍지원의 무죄 선고가 있었다.

태영호 선원들은 납북됐다가 귀환하는 어부들 때문에 고심하던 박정희 정권이 김일성 정권이 아니라 귀환어부들을 혼내주기로 결심한 시기에 공안조작의 대상이 됐다. 태영호 선원들은 국민에 대한 겁주기와 화풀이의 시범 케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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