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보당 당대회, 정책토론회 소개와 2026 지방선거 목표와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29일 미국의 대미투자 압박에 정부와 여당이 보다 강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당 지도부가 미국을 향해 비판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라는 국민의 여론에 진보당이 응답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대미관계에는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 굉장히 무리한 압박이 가해질 거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으나 그것이 외환보유고의 80% 내지는 그 이상을 당장 현금으로 내놓으라고 할 정도로 거친 압력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굉장히 거칠고 무리한 요구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나아가 한 인터뷰에서 '이러다가 내가 탄핵 당할 것 같다'는 얘기까지 쏟아냈다"며 "이는 국민적 요구가 어디있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여기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그런데 대통령의 말과 지금 여당이나 주변 참모진의 입장에는 온도차가 상당히 있는 것 같다"며 "제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지점은 이 관세 협상 국면에서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요구를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쏟아내고 있는데 정청래 대표가 직접 이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저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쩔 때는 이 대통령이 너무 외롭게 싸우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라며 "국민적 관심사이기도 하고 한국 경제의 명운이 걸려 있는 이 사안에 대해 도대체 왜 민주당이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저는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 대표는 최근 진보당 의원들을 비롯해 국회의원 65명이 3500억 달러 대미투자 철회와 한국 노동자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사실을 언급하며 "민주당 의원들은 56명 정도가 참여한 것 같다. 지도부의 독려가 있었더라면 훨씬 더 많은 분들께서 결의안에 참여했을 텐데 다소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후 결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적어도 민주당을 포함한 개혁 정당에선 100% 찬성이 나올 수 있도록 민주당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다 과감한 결정을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김 대표는 "오늘은 3500억 달러지만, 그걸 뜯어가고 난 다음에 그 이상을 더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게 트럼프의 본질이라고 미국 내 전문가들도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이야말로 가장 선명하게 부당한 요구에 맞서라고 하는 국민들의 여론에 답할 수 있는 것이 진보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당이 국민들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면밀히 보면서 한 발 앞선 입장, 그리고 행동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민생과 직결된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얘기하고 있는 이 주식시장 독려하는 것으로 민생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될 것인가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대미 투자 영역은 단순히 '진보당은 예전부터 반미 운동 했었던 세력이니까'(그래서 비판하는 것 아니냐) 이런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죽하면, 진보당을 두고 사람들이 다 '반기업'으로 알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만큼은 기업을 위해서라도 대미 투자의 무리한 압박을 막아내는 데 진보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하겠는가"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나아가 김 대표는 관세협상과 안보문제가 맞물려 미국 측에서 더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남북관계가 개선된다거나 한반도 평화 문제가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인다면 그 고리 역시 좀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봐다.
그는 "이재명 정부 시기 안에 남북 관계가 다시 회복 국면에 들어서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 계속되고 있는 한미군사훈련을 포함한 어떤 적대적인 정책들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보다 더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중단 조치를 정부가 결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보당 당대회, 정책토론회 소개와 2026 지방선거 목표와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9.29 ⓒ민중의소리
한편 김 대표는 여러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여권과의 관계에 대해 "이제 대선도 끝났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진보정당이 쓴소리를 많이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 협상의 문제라든지 노동 인권과 관련된 문제라든지 다양한 영역에서 이 대통령이나 정부가 옳은 길을 가면 저는 전폭적으로 지원도 하고 협력도 하고 성공을 빌어주기 위한 여러 역할을 해야 되는 것이 지금 진보정당인 진보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면에 말로는 약속을 하고 있지만 그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거나 속도가 대단히 더디거나 하면 그것을 채근하고 또는 견인하고 쓴소리도 하는 것도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다만 "지금은 원내 4석으로 대단히 작은 스피커이고, 제가 당 대표이긴 하지만 아직 중량감 있는 정치적 인물을 더 키워내지 못한 현실에서 저희의 목소리가 더 많은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이것을 극복하는 계기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다수 당선을 반드시 만들어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는 진보정치의 실력을 보여드리겠다는 것이 저희로서는 절박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선거연합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지난 총선 때 저희가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당시 윤석열 정권 때 퇴행적 정국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것을 막기 위한 당시 야당들의 연대연합은 민심에 따른 것이라고 저희는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현재 국민의힘에 굉장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정국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의힘이 여론조사에선 30%대의 지지율이 나오고 있고, 굉장히 극우적 선동을 하고 있는 인물들이 또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하마평까지 돌고 있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마침표를 찍고 내란 세력을 완전히 청산했다고 선언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정치적 시점은 내년 지방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란 세력 청산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따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결과를 잘 모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연대연합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저희가 민주당과 같은 곳에 출마했을 때 독자적인 당선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선거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뒤, "호남권에서도, 영남권에서도 할 수 있다면 민주당과 충분히 경쟁을 해서 역량도 있고 오랜 시간 동안 지역 주민들과 동거동락을 해왔던 후보들은 경쟁 구도 안에서도 당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보당 당대회, 정책토론회 소개와 2026 지방선거 목표와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9.29 ⓒ민중의소리
아울러 김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과 진보당을 비롯한 원내 5당 대표가 모여 합의한 개혁 과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정치개혁과 관련해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점에서 기초의원 2인 선거구제를 폐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을 통해서 물론 저희 같은 소수정당도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사실 국민의힘이 절반의 지방의회를 나눠 가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차단해 지금 민주당 지도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내란 청산이란 목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그래서 정치개혁은 단지 소수정당을 배려하기 위한 민주당의 선의에 기댄 개혁적 과제가 아니라, 내란 청산을 위해 국회 안에서 초당적으로 함께 협력해야 할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합의 사항인 '원내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빨리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김 대표는 "사회대개혁위원회를 만들겠다고도 합의했는데, 굉장히 더딘 상황"이라며 "그 외에도 다양한 광장 시민들과 했던 약속들이 빠르게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저희가 정부와 민주당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이래서 되겠냐, 믿고 기다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정치개혁을 하자고 함께 서명까지 하고 약속을 했는데 아직 아무런 얘기가 없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개혁의 약속을 내팽개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면서도 "개혁도 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벌써 정부 출범 4개월이 지났고 추석이 지나고 나면 이제 지방선거 국면으로 정치권의 시선이 다 넘어가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우리 국민들이 함께 요구했었던 개혁적 과제들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당이 책임을 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것이야말로 독식하지 않는 권력 주권자,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국민주권 정부다운 모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김 대표는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계류 중인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차별금지법, 그중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정치권의 지독한 경계가 있는 것 같다"며 "십수 년 동안 국민적 정서 또는 여론에 따라가지 못하는 이런 국회 안 분위기가 생활동반자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좀 반영이 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보당 손솔 의원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자고 공개 제안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22대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이 본격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 거취 논란에 관해서는 "지난 5월 1일 조 대법원장의 사법 쿠데타에 따른 충격은 우리 국민들에게 사법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충분한 이유를 제공해줬고, 반성하지 않는 사법 권력에 대한 적절한 통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정치권 안에서 다양한 세력들의 고민을 모아서 마련되고 있는 제도 개혁안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개혁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다만 그것이 지금 정치권이 몰두해야 할 최우선 과제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다"며 "제2의 IMF가 불어닥쳐 오고 있는 이 시국에 국회는 국민들이 더 요구하는 개혁의 과제 또는 당면한 민생의 과제에 보다 책임감 있게 나서야 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국가경제적 관점에서도, 인구 구성으로 봐도, 개인의 재테크라는 측면에서도 앞으로의 몇 년이 나와 한국의 성장·행복을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입니다.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지만 정치권마저도 부동산 중심의 사고에 매몰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국인들의 삶의 질이 풍요롭게 될지 함께 생각해 보는 마당이 되었으면 합니다.[기자말]
이번 주는 제가 구상한 연재의 순서대로 가지 못합니다.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만 짚고 있는다는 게 한가롭게 느껴집니다. 때를 놓치면 쓸 수가 없습니다. 미루다 쓰면 쓴다 해도 그 글은 효용이 떨어지죠. 사실 이 글도 늦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연재를 잠시 미루고 현안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양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미국과 관세 협상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 개의 뉴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속보입니다. 특보입니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혼란스럽습니다. 정리가 안 됩니다. 정리를 해야 합니다. 한미 양국의 관점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반영해 정리하겠습니다.
판단은 여러분이 하십시오. 다만 우리의 관점에서, 한국인의 시각으로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헌법에 쓰인 그대로, 이 나라의 주권은 '대한국민'에게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덕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가장 먼저 의미 있는 인터뷰를 한 사람은 이재명 정부의 인사가 아닙니다. 지난 4월 17일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입니다. 까마득한 옛날 같지만 불과 5달 전입니다. 그가 인터뷰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영미 자본주의의 대표 신문사지요.
▲보도자료국무총리비서실
총리실에서는 이렇게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핵심은 위에 나와 있지요? "맞대응하지 않겠다(will not fight back)." 미국의 관세 조치에 맞서 싸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어처구니없습니다. 관세 협상을 하기도 전에 먼저 항복 선언을 한 것이죠. 왜? 그 이야기는 뒷부분에 하도록 하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캐나다와 멕시코를 필두로 관세 전쟁을 벌였지요. 상호 관세라고 말했지만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관세에는 우방이나 적국의 개념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인도, 브라질은 50%를 맞았고, 중국은 30%였지만 미국의 이웃이자 최우방이었던 캐나다는 35%를 맞았습니다. 영국·호주는 10%, 대만은 20%, 일본은 15%, 한국도 15%라고는 했지만 협상이 끝나지는 않았죠.
뒤죽박죽입니다. 무역 흑자국들 순으로 관세를 매겼다면 왜 한 해 3000억 달러 안팎의 무역흑자를 거둬 온 중국에는 30%를 부과하고 캐나다는 35%를 맞아야 하지요? 협상 과정에서 저항했다고? 그렇다면 그건 미국 스스로 선진 문명국이 아니라 미국이 한때 북한을 향해 멸칭한 것과 똑같은 깡패국(Rogue state)이라는 걸 자인하는 꼴이지요.
▲4월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심지어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는 현찰(달러)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돈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무엇을 얼마나 왜 원하는 것일까요? 이 모든 건 미국의 거대한 빚에서 비롯됩니다.
미국은 빚에 쪼들려 있습니다. 연방정부가 지고 있는 빚이 37조 달러 정도 됩니다. 한해 이자만 9000억 달러쯤 내야 합니다. 미국의 한 해 국방비 예산에 버금가는 규모입니다. 그래서 일단 국방비를 줄이려고 합니다. 너희 나라들은 이제 각자가 지키라고 합니다. 유럽도, 일본도, 한국도, 대만도 국방비를 늘리라고 요구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시켜서 일부 정부 부처 통폐합하고 공무원들 자르게 한 것도 지출 줄이기의 일환입니다. 지출 줄이고 정부 재정에 여력이 있어야 트럼프식 포퓰리즘 정책도 계속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돈을 벌어서 미국인들에게 돈을 나눠주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트럼프에게 투표한 주 지지층은 가난한 백인 노동자 계층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되지요.
그럼에도 저 거대한 빚을 당장 갚을 수 없습니다. 이자라도 적게 낼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자를 적게 내려면 금리가 낮아야지요. 그래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압박해서 금리 내리라고 저 아우성인 것이지요.
그러나 연준이 기준 금리를 내린다고 시장 금리가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미국도 환율 안정이 필요합니다. 미국 달러의 가치는 손상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37조 달러의 빚 중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연장할 때 기준금리는 떨어져 있어도 시장의 수요는 살아 있어야지요. 미국 돈을 사는 국가들, 기관, 연금에 매력적인 달러 가치는 보존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야 하는데 달러 가치가 다른 통화에 비해 너무 높아버리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더 심해지겠지요. 상호 모순됩니다.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시장경제적 발상이 아닙니다. 천문학적 빚에 대한 이자는 적게 내고 싶지만, 달러를 계속 찍어서 미국 국채는 계속 발행하고 싶고, 미국 내 유권자들에게 돈은 계속 퍼주면서도, 무역적자는 줄이고 싶어 합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래서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각국을 미국이라는 침대에 묶어놓고 침대보다 키가 크면 발을 잘라버리고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모루 위에 달궈진 쇠를 놓고 망치질을 해댑니다.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멋대로 끼워 맞추려 합니다.
산업 경쟁력을 단숨에 뒤엎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논리를 제조해낸 것일가요? '차라리 달러를 덜 찍는 대신 달러를 뺏어오자. 수십년동안 불공정 무역으로 미국 달러를 가져갔으니 다시 돌려받아야 공정하지. 2024년 12월 말 기준 미국 재무부 채권을 1조 달러 이상 가지고 있는 일본부터, 그리고 한국. 중국은? 중국은 달러도 많지만 핵무기도 많잖아'.
누구나 상상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상을 시도라도 해보려면 2가지가 필요하지요. 힘과 뻔뻔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가지 모두를 가졌습니다.
한국
▲원/달러 환율이 넉 달 만에 장 중 1410원대까지 올라선 26일 서울 명동 시내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8.4원 오른 1409.0원으로 출발한 뒤 1410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5월 15일(장 중 고가 1412.1원)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연합뉴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00억 달러 정도입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외환을 전액 현금으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미국이든 영국이든 각국이 발행한 채권을 사면 조금이라도 이자를 주는데 왜 현금으로 갖고 있겠어요.
현금성 자산은 8%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직접투자나 위탁자산의 형태로 가지고 있습니다. 직접투자자산은 주요국의 중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자산으로 2024년말 현재 국외운용 외화자산의 67.2%를 차지하고, 위탁자산은 세계 유수의 자산운용사나 한국투자공사 등에 위탁해 운용하는 자산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다 '4000억 달러'라는 현금으로도, 다 달러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다는 말이지요. 달러가 많기는 하지만 유로화,엔화, 금 등의 형태로도 있고, 그래야 합니다. 오히려 금을 더 늘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다른 중앙은행들에 비해 달러화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게 70% 정도입니다. 4000억 달러의 70%면 2800억 달러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에 너희들 15% 관세만 맞으려면 3500억 달러를 선불로 내라는 것이잖아요. 아니면 25% 이상 때릴 거야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그 돈을 어디서 가져오지요? 결국 달러를 사야 합니다. 뭘로? 한국 돈으로.
자, 미국의 자칭 "핵심 안보 산업"은 왜 시들었나요? 안 팔려서 그랬습니다. 비싸서 그랬지요. 경쟁력이 없어서 안 팔렸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핵심 산업을 재건한다는 거지요? 투자를 해서 재건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미국 기업들은 그 산업에 투자하지 않았을까요?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패했기 때문입니다. 산업 자체가 범용제품(철강, 자동차, 선박, PC, 핸드폰, 메모리반도체)으로 다운그레이드 됐기 때문에, 어지간한 나라는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국이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그렇게 됐습니다. 미국은 설계하고, 기획하고,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금융으로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에 투자한다고 그 산업들이 다시 범용제품에서 높은 부가가치 제품으로 변모하지는 못합니다. 자본주의 산업사에 그런 적은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혁신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와야 수익이 나지요.
게다가 미국에는 수십년전 과거처럼 제철소에서, 조선소에서 일할 인력도 사라졌습니다. 미국 아재들의 환상일뿐입니다. 젊은이들의 생각은 전혀 달라요.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제조업에서 일하길 싫어합니다. 번화한 도시 식당에서 알바만 해도 수입이 짭짤하고, 똑똑하면 소프트웨어, 거대 플랫폼 회사 취직하고 싶어합니다. 노마드로 살고 싶어합니다.
그러다가 불황이 닥쳐서 해고 당하면 막대한 실업 보조금을 뿌려주는 든든한 국가 미국이 모국으로 있잖아요. 그래서 저축도 덜합니다. 65세 고령이 된 미국 시민이면 건강보험료도 국가에서 대부분 대줍니다.
만약 자신이 성실해서 30년이상 일했다면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퇴직연금이 은퇴 자금으로 톡톡히 한 몫 하지요. 흥청망청 써도 금융위기가 나면 미국 달러 찍으면 되는 나라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때도, 2020년 코로나때도 미국은 달러를 거의 무제한으로 찍어 스스로를 또 세계 경제를 구제했지요. 경제위기가 되니 전 세계가 더 미국 달러를 찾게 되더라는 모순적 상황은 매번 되풀이됐습니다. 그게 기축통화의 위용입니다.
그러나 원화는 그렇지가 않지요. 과도하게 찍으면 자연히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 돈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어떻게 되나요?
원유를 비롯해 대부분 산업용 원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한국은 그만큼 더 많은 원화를 주고 더 적은 달러로 바꿔야 합니다. 수입물품의 가격이 올라갑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겠지요. 그러나 경기가 좋지 않습니다. 한국의 중앙은행만 나홀로 금리를 낮출 수 있을까요?
고물가인데도 고금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인들이 한국 돈을 더 팔아버릴 것이고, 그럼 원화의 가치는 더 떨어지겠지요. 악순환의 소용돌이로 휘말려 들어가게 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지요. 최악의 경제 시나리오가 되는 겁니다.
통화스와프가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통화스와프를 해도 이미 미국에서는 사양산업이 된 산업에 '투자'하면 위험합니다. 투자가 아니라 대출이나 대출보증을 해야 합니다.
투자와 대출의 차이는 뭔가요? 대출은 빌려주고 이자를 받습니다. 이자율은 정해져 있습니다. 투자는 투자하고 배당을 받습니다. 배당은 이익이 나야 줍니다. 만약 기업이 망하면 대출한 은행은 선순위로 원금의 몇 푼이라도 돌려받지요. 그러나 투자자는 가장 끝순위입니다. 기업이 망하면 대출해준 은행에서 선순위로 채권을 회수하고 그래도 남은 게 혹시라도 있다면 주식 투자자들에게 돌아가지요. 그러나 대개의 경우 그 정도 상황이면 남는 건 없습니다. 빈털터리가 되고 마는 것이지요.
미국은 한국에 2가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 3500억 달러 또는 그 이상을 선불로 내라. ▲ 대출이 아니라 투자다.
한국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어쩌면 진짜 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역제안하는 것이지요. ▲ 통화스와프를 하자. 마이너스 통장처럼 쓸 수 있게 당신들이 원하는 달러를 마이너스 통장에 꽂아주라. 그럼 그 돈으로 미국에 투자할게. ▲ 투자는 하겠지만 어디에 하는지는 우리도 미리 알고 결정은 같이 해야지.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선(commercially reasonable)에서 투자할 수 있게 해주라는 것입니다.
이분법은 위험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억울하지만 그렇다고 판을 깨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현 상황을 단순하게 둘로 나눠보면 이렇게 됩니다. '3500억~5000억 달러를 주든지 vs. 관세 25% 또는 그 이상의 관세로 보복을 당하든지.'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차라리 관세를 맞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관세 15%에서 25%가 돼도 수출대기업들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지 수출대기업들이 망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반대로 500조 원 안팎의 달러는 조달할 형편도 안 되고,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동안 한국의 원화가치는 폭락해서 한국의 금융시장은 초토화되고 한국은 또 다시 외환위기를 맞게 될 지도 모릅니다. 잘못하면 정말 나라가 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세가 15%가 아닌 25%, 또는 트럼프의 성격상 협상을 타결 짓지 못하고 버틸 시 그 이상의 보복관세를 맞게 된다면 한국의 많은 수출대기업들이 지금보다 더 빨리 공장을 이전해 미국 현지 생산을 하려 들 겁니다.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밀집된 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부울경) 지역이 타격을 심하게 입겠지요. 수출대기업들과 협력업체들의 해외 공장 이전이 지금보다 훨씬 더 대규모로, 더 빠른 속도로 전개되면 부울경 지역은 미국의 러스트벨트화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이 극우화된 이유,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를 한가지만 뽑으라면 미국 공장지대의 러스트벨트화였습니다.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과연 정부나 집권여당이 이런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을까요?
게다가 우리 스스로의 인식 속에서 미국은 어떤 나라입니까? <뉴스타파>가 지난 8월 광복절을 맞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51%는 미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 주변 5개국(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중 최고의 호감도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과의 관세협정은 타결지어야 합니다. 중간에서 타협해야지요. 다만 그 중간이 우리쪽 중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미국의 요구는 극악스럽다고 표현해야 할 만큼 심합니다. 그러나 돌아앉아 생각해보면 모든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분투하는 건 당연합니다. 자연스럽습니다. 각자의 관점에선 합리적입니다.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이후부터를 다시 돌아볼까요? 12·3 계엄은 시민들과 국회가 제압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혼란스러졌죠. 헌법재판소를 흔들어대는 세력이 있었습니다. 탄핵 반대집회가 일어났고 당시 여당 의원들 대부분은 탄핵이 부당하다며 윤석열씨를 옹호했지요.
지난 3월 7일 지귀연 판사는 윤석열에 대한 구속을 취소했습니다. 3월 27일 지상파인 SBS는 별다른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헌법재판소가 5대 3 데드락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다시 공포에 사로잡혀야 했습니다. 4월 4일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파면 결정으로 나라는 정상을 되찾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4월 20일 한덕수 총리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게 손짓을 했습니다.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관세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놓고 말했지요. 미국이 취하는 관세 조치에 맞서지 않겠다. 나 또는 내가 속해 있는 정당으로 힘을 실어달라는 표현이었을까요? 사실상 주권을 포기하는 듯한 뉘앙스의 인터뷰를 하고선 그걸 토대로 총리실은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악의적으로 해석하면 나라 팔아먹겠다고 미국에게 SOS를 친 꼴이지요.
그런데 그 다음달 5월, 대법원이 또 이상한 짓을 합니다. 한국의 대법원은 이른바 '이재명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5월 1일이었습니다. 고법의 판사들이 파기 환송심을 연기했기에 망정이지 대법원의 뜻대로 갔다면 이재명은 대선 후보로 나서지 못했습니다. 유권자가 선택할 기회 자체를 대법원이 박탈해버렸다는 의심은 지금도 팽배합니다.
5월 10일 어쩌면 그게 국민의힘의 마지막 시도였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무산됐지만 김문수에서 한덕수로 대선후보를 강제로 교체하려 했지요. 김문수 후보에 비해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명확히 다른 점은 미국 유학파다, 경제관료 출신이다, 친미라는 인식을 명확히 심어줄 수 있다, 외신에서 난 관세에 저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6월 3일에 있었습니다. 불과 넉달 전이네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했습니다. 우리는 이른바 내란세력이 한국을 통치했던 서너 달의 기간 미국과 물 밑에서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탄핵반대집회에 늘 등장했던 미국 성조기, 헌재를 흔들려했던 오래된 기득권세력, 한덕수씨의 4월 17일 외신 인터뷰, '이재명이 대선후보 되는 것을 막아라'는 언질을 누군가로부터 받은 듯한 5월 초 대법원의 기괴한 정치적 행보, 그리고 끝내 한덕수씨로 대통령 후보를 바꾸려한 국민의힘의 의도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리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한미극우동맹의 혐중, 부정선거론, 그리고 노골적인 대선불복(China Lee Out!!!)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연결지어 생각해보세요. 소름 끼칩니다.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소속 민주노총, 진보당 등 정당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집회를 열어 한국노동자 구금과 인권유린을 규탄하고, 트럼프 대통령 사과, 관세협박 중단, 대미투자 철회 등을 촉구하며 미국대사관앞까지 행진을 벌였다.권우성
한국의 상당수 언론은 막무가내로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미국을 탓하기 보다는 한국 정부 비난에 더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언론 거의 전부가 미국이 3500억 달러가 아니라 5500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단독 기사를 인용 보도했습니다만, 그 기사의 헤드라인과 첫문장이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잘 모릅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강경노선을 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무역협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한국 관료들은 우방국들에게 백악관이 골대를 옮기고 있다고 비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President Trump's trade deal with South Korea is on shaky ground, with Commerce Secretary Howard Lutnick taking a tough line in talks as some Seoul officials privately argue to allies that the White House is moving the goal posts.)
미국도 한국과의 관세협상이 원만히 타결되길 원합니다. 미국도 아직 수십개국들과 관세협상을 더 해야 하기 때문이죠. 다만 미국도 타협해 줄 여지가 크지 않습니다. 한국과의 관세협상 결과가 앞으로 협상할 나라들뿐만 아니라 이미 타결한 일본같은 나라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가기 때문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가져가는 것처럼 보인다면 일본도 다시 협상하자고 나설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떤 나라가 얼마나 얻고 얼마나 잃을까? 자신들의 처지에서 객관적으로 자국의 국가이익만을 고려하면서 미국과 대화하고 싸우고 갈등하고 타협하려 하지요.
다만 한국의 국민의힘, 다수 언론, 일부 국민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미국에게 다 갖다줘야, 한국은 미국 트럼프가 하라는 대로 다 해야, 한국이 그래서 완벽히 친미라는 것을 세계 만방에 떨쳐보여야 이재명 정부가 인정받은 것인양 주장합니다.
왜 한국 정부가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합니까?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의 대통령, 한국 정부, 한국인들을 뭐라고 생각하든 한국의 대통령, 한국 정부, 한국인들은 최대한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미동맹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국익을 몽땅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결국 중간에서 타협하더라도 최대한 우리쪽 중간에서 합의할 수 있게 전 국민이 밀어줘야 합니다.
좀 더 기다려야 한다면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잠시 기다리는 게 고통스럽다고, 당장 확정되지 않은 내일이 불안하다고 망할 길로 가는 게 뻔한 미래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 인식은 냉철하게, 판단은 주체적으로 해야 합니다. 미국의 4년짜리 대통령 트럼프에게 한국의 미래를 맡기지 마십시오. 한국의 주권은 '대한국민' 우리에게 있습니다.
▲지난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 등의 화재 정밀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민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정치권은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조치를 하지 못했기에 피해가 확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 수습과 후속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국회에서 정쟁이 이어지자 “국가적 재난이 벌어질 때마다 반복된 꼴불견 행태”(중앙일보) “한심한 노릇”(국민일보) “3년 동안 손 놓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취임 100일 넘도록 점검 못한 정부여당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한국일보) 등 언론의 비판이 나온다.
30일 주요 아침신문은 1면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기사를 실었다. 정부의 데이터 대책과 디지털화가 미진하다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주요 일간지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을 1면 메인기사에 배치한 것과 달리 조선일보는 여당이 4심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30일 주요 일간지 1면 갈무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정부24’ 복구… 나흘 만에 급한 불 껐다>
국민일보 <‘재해복구 센터’ 18년째 표류… 피해 키웠다>
동아일보 <서류 떼려 연차, 수기 결재… ‘아날로그 정부’>
서울신문 <배터리 교체 무시… ‘세 번의 경고’ 놓쳤다>
세계일보 <“정상화에 최소 4주”… 민원대란 장기화>
중앙일보 <“한과 수만개 버릴판” 소사장들의 눈물>
한겨레 <국민신문고 등 96개 정상화에 최소 4주>
한국일보 <‘민원 스톱’은 풀었지만, 정상화까지 한 달>
추석 민심 향배 된 정부 책임론… 중앙 “책임 소재는 이후에 따지자”
언론은 이번 사건을 인재로 보고 있었다. 화재 이후 대처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 국정자원 한 곳에서 화재 사고가 불거졌음에도 피해가 정부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된 것에 대한 비판이 크다. 이는 ‘백업’ 역할을 할 국정자원 개소가 연기됐기 때문이다.
▲30일 경향신문 3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3면 <운영 계획보다 13년 지연… ‘백업 역할’ 실패, 뼈아픈 ‘공주센터’>에서 “공주센터는 1·2·3센터의기능이 동시에 마비되더라도 정상 작동될 수 있는 ‘트윈 백업센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며 “문제는 이 시스템이 구축돼 개소할 시기가 올해 10월 초로 예정돼 있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결국 필수적인 시스템 구축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이번과 같은 대규모 전산망 마비 사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2023년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를 겪고도 예산 확보에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4면 <사고 겪고도 2년간 예산만 따져… ‘시스템 이중화’ 골든타임 놓쳤다>에서 “정부가 ‘디지털 정부’를 표방하며 ‘정부24’ 서비스를 개통한 건 2017년이다. 그러나 이중 운영 체계에 대한 투자는 없었다”며 “2023년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를 잇따라 겪은 뒤 행안부는 ‘1·2등급 시스템은 모든 장비에 대한 이중화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확보한 이중 운영 체계 사업 예산은 약 24억원뿐”이라고 지적했다.
▲30일 한겨레 3면 갈무리
한겨레는 윤석열 정부 시기 이중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 <윤석열 정부, 행정망 마비 겪고도… 대전센터 이중화 예산 61% 깎았다> 보도에서 “‘쌍둥이 시스템’ 구축 예선이 윤석열 정부에서 대폭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수십조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 탓에 기획재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화재 등에 대비한 시스템 이중화가 늦어진 것이 국가 전산망 먹통 사태를 부른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30일 중앙일보 10면 갈무리
여야는 이번 사태를 두고 책임 공방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을 요구했으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이 이중화 대처를 하지 않으며 사건이 확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10면 <국민 속타는 이 와중에… 여야, 전산망 마비 놓고 정쟁> 기사에서 “국가 전산망 마비의 여파가 피부로 와 닿기 시작한 29일 여야의 책임 공방이 한층 치열해졌다”며 “정부 책임론 화살이 전 정부로 향하느냐 현 정부로 향하느냐가 추석 민심 향배를 결정할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30일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사설에서도 정치권의 네 탓 공방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책임 소재를 따져물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은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국가 전산망 마비에 또다시 번진 ‘네 탓’공방 고질병> 사설에서 “국가적 재난이 벌어질 때마다 반복된 꼴불견 행태라 놀랍지도 않다. 사태 수습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정쟁에 몰두하는 모습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여야가 공수만 바뀌었을 뿐 근본적으로는 달라진 게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는 당연히 밝혀야겠지만, 지금은 사태 수습이 급선무”라며 “중요한 건 정부 전산망의 총체적인 점검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다… 소모적 정쟁이 아닌 생산적 대안을 찾는 데 정치권은 힘을 모아야 한다. 책임 소재는 이후에 따져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30일 국민일보 사설 갈무리
국민일보도 사설 <전산망 마비 책임 놓고 ‘네 탓’ 공방만 하는 여야>를 내고 “정치권은 사태의 해결보다 상대방을 향한 비난에 힘을 쏟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책임 있는 자세 대신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 눈높이와 한참 동떨어져 있다”며 “국민은 불편과 불안을 겪고 있는데 정작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이 진짜 듣고 싶어 하는 대책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한심한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국가전산망 마비 민원 대란에도 여야는 네 탓 공방> 사설을 통해 “민주당은 윤석열정부가 정보시스템 이중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사달이라고 전 정권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이나 요구하며 쟁점화하고 있다. 수습은 안중에 없고 정쟁만 반복하는 여야를 성토하고 싶은 심정의 국민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30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는 여야 모두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민원대란 부른 ‘서버 이중화 방치’… 과정 낱낱이 밝혀야> 사설에서 “지난 3년간 손을 놓고 있었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취임 100일이 넘도록 점검을 못 한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여야가 네 탓 공방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사안인 만큼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쟁점 법안 강행 “후폭풍은 어떡할 건가”
더불어민주당의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 언론 비판이 이어진다. 정부조직법, 증언감정법 등 숙고를 거쳐야 할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일방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사설 <쟁점 법안 일방적 강행 처리…후폭풍은 어떡할 건가>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각 법안 의결을 고작 24시간 지연시킬 뿐 사실상 무력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78년 만에 검찰청이 사라지는 데 따른 후폭풍이 가장 심각하다”며 “만약 검찰청 폐지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난다면 정부와 여당은 엄청난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생각인가”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국회에서도 재연된 여당의 입법 폭주는 이재명 정부의 협치 약속을 무색하게 한다”며 “졸속 법안이 야기한 부작용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강성 지지층만 의식한 비이성적 독주를 계속한다면 결국 중도층을 포함한 국민 다수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여당은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30일 서울신문 사설 갈무리
서울신문도 <강성 지지층만 보이는 여야…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 사설을 통해 “민주당의 급발진 법안 처리는 우려할 만하다”며 “과유불급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이런 독단적 행보는 이재명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한국일보는 추미애 위원장 체제 법제사법위원회가 국회의장 권한까지 넘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회의장 권한까지 넘으려 한 '추미애 법사위'의 안하무인>에서 “민주당은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우원식 국회의장보다 더 센 권한을 부여하는 개정안을 졸속 처리하려다 결국 당 안팎 반발에 물러섰다”이라고 지적했다.
▲30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민주당이 추진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증감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나 특위에 출석한 증인·감정인의 위증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이 아닌 법사위원장 명의로 고발하고, 법사위원장이 위증사건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 제동과 당내 반대에 개정안을 다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국회법 등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초유의 권한을 ‘추미애 법사위’가 행사하겠다는 의도”라며 “법치와 의회민주주의의 보루여야 할 법사위가 왜 이 지경이 됐는가를 추 위원장과 민주당이 돌아보기 바란다”고 했다.
▲30일 조선일보 1면 갈무리
조선일보, 김현지 비서관에 “만사현통”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야당에선 김현지 비서관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조치가 내려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4면 <국감 회피용?… ‘李 측근’ 김현지 돌연 보직변경> 기사에서 “사실상 국감 출석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현지 비서관을 향한 조선일보의 비판이 거세다. 조선일보는 1면 <‘만사현통’의 힘> 보도를 통해 “이번 (대통령실) 인사는 국민의힘이 김현지 비서관의 국감 출석을 요구하고, 민주당이 거부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김현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시민단체 활동 시절부터 함께해 온 가장 오래된 핵심 측근으로, ‘실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30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또 조선일보는 사설 <‘실세 비서관’ 국회 출석 막으려 보직까지 바꿨나>를 내고 “국감을 앞두고 돌연 부속실장으로 발령 낸 것은 국회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김 실장은 ‘실세’라는데도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이 대통령을 시민운동 시절부터 줄곧 보좌해왔다는 것이 전부다. 1급 공무원이지만 나이, 학력, 경력 같은 기본 사항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도 ‘모든 일은 김현지를 통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람일수록 국회에 나와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그래야 훗날 정권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관광온 중국인에 ‘혐중’ 발언하는 국힘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행됐지만 국민의힘은 연일 ‘혐중’ 발언을 쏟아낸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무비자 입국으로 국민 불편과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중국인 관광객 범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비를 걸어오는 낯선 사람을 직접 응대하지 말고 신고와 촬영을 하라”는 주장을 내놨다, 나경원 의원 역시 “국정자원 화재로 국민 신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30일 경향신문 4면 갈무리
야당처럼 ‘혐중’ 인식을 드러내는 일간지는 없었다. 경향신문은 4면 <또 ‘혐중’ 선동하는 국힘> 보도에서 “(국민의힘 주장은) 올해 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서 중국의 선거 개입 등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하며 혐중 분위기를 고조시킨 극우 세력의 주장에 맞닿아 있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유커 무비자 입국 개시, 한중 상호인식 개선 계기 되길>에서 “불법체류와 질서문란 행위에 대해선 반중 정서를 확산시키는 만큼 당국의 정당한 대응이 이뤄져야겠으나, 분별없는 혐중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30일 매일신문 사설 갈무리
지난 비상계엄 국면에서 보수적 논조를 보여온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 역시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지역 관광 활성화 계기로> 사설을 내고 중국인 관광객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혐중’ 논조는 없었다. 매일신문은 “3인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시행이 이뤄지면서 ‘차이나 특수’를 통한 내수 회복이 기대된다”며 “중국 국경절 연휴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 등이 활력을 보탤 전망”이라고 했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28일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지난 26일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정부 전산 서비스가 대규모로 마비된 바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647개의 정부 주요 시스템이 일제히 마비됐다. 그중 96개 시스템은 완전히 불에 타버렸다. 정부24, 모바일 신분증, 우체국 우편·택배·금융 서비스, 범칙금 납부 등 정부의 온라인 행정이 멈췄다. 2022년 10월 카카오톡이 입주한 경기도 성남 판교의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난 지 3년여만이다. 당시 5000만 국민이 가입한 카카오톡을 포함해 국민 생활에 스며든 카카오 계열 플랫폼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화재는 지난 27일 오후 6시쯤 진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송구하다. 중요 민생 시스템은 밤을 세워서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복구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3년 전 카카오톡이 먹통 됐을 당시 정부는 카카오톡에 똑같은 기능의 서버 2대를 데이터센터 간 동시에 가동할 수 있게 이원화를 주문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손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자 아침종합신문들 1면은 일제히 ‘정부판 카카오톡 먹통’ 사태 소식을 다뤘다.
카톡 먹통 사태처럼 배터리 불이 원인, 데이터센터 이원화 미비도 유사
이번 정부 시스템 마비 사태는 3년 전 카카오톡 먹통 때와 유사하다. 카카오톡 역시 데이터센터 전기실 내부의 배터리에서 불이나 전체 전원이 차단돼 서비스가 멈췄다.
▲2022년 10월17일 조선일보 4면.
당시 시총 22조 기업인 카카오는 다른 곳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등 비상복구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고 지적받았다. 2022년 10월17일 조선일보는 4면 기사에서 “10년 전인 2012년 4월에도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이 끊겨 카카오톡이 4시간가량 먹통이 됐는데, 카카오의 데이터센터가 단 한 개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당시 카카오는 사과문에서 ‘어서 돈 많이 벌어서 대륙별로 초절전 데이터센터를 분산 가동해 안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카카오는 매출 6조1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현재 수도권에 4곳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버 3만2000대를 둔 판교가 ‘메인 데이터센터’다. 카카오는 비용 문제를 이유로 판교 센터의 트래픽을 소화할 만큼 충분한 공간을 다른 데이터센터 3곳에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평소 메인 데이터센터가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재난 복구 훈련도 제대로 이루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29일 한겨레 3면.
29일 한겨레는 3면 <2년 전 행정망 마비 겪고도…정부, 전산망 이중화 손놓고 있었다> 기사에서 “3년 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를 계기로 기업에 ‘데이터센터 간 이중화’를 요구했던 정부가 정작 재해복구(DR·Disaster Recovery)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라고 보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12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개선책으로 ‘데이터센터 간 이중화’를 요구한 바 있다.
한겨레는 “정부는 동작(액티브) 중인 서버가 화재 등으로 멈췄을 때 대국민 서비스가 차질 없이 제공되도록 대기(스탠바이) 서버를 외부 데이터센터로 분산할 것을 주문했다. 나아가 똑같은 기능의 서버 2대를 데이터센터 간 동시에 가동할 수 있게 ‘동작-동작’ 형태로 이중화할 것도 요구했다. 실제 정부는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서비스가 일시에 중단될 경우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방송통신발전기본법상 ‘재난관리 의무 대상 기업’을 기존 이동통신사에서 부가통신사업자 및 데이터센터 사업자까지 크게 확대했다.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구글, 쿠팡 등의 기업에 재난관리 책임이 부여된 셈”이라고 했다.
▲29일 한국일보 3면.
그러면서 정작 정부는 데이터센터 이원화를 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하지만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도 민간 사업자가 아닌 정부 전산망의 이중화에 대해선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는 탓에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의 허술한 관리 체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조선·한겨레 “카카오톡에 보완책 지시한 정부, 정작 자신들은 손 놓아”
조선일보는 <국가 전산망 마비, 재생에너지 무분별 확대에 보내는 경고음> 사설에서 “2022년 카카오톡이 화재로 마비됐을 때 전 국민이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국가 전산망은 카카오톡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당시 카카오톡에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해 놓고 정작 정부는 2년여간 손 놓고 있었던 셈”이라고 비판했다.
▲29일 조선일보 사설.
▲29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도 <‘정부 디지털 심장부’ 마비, 정보기술 강국 맞나> 사설에서 “정보기술(IT) 강국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재발 방지 대책을 강력히 요구했던 정부가 정작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역시 <‘국정자원’ 화재로 국가전산망 올스톱… 이게 대한민국 맞나> 사설에서 “ 3년 전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서버 분산, 실시간 백업 체계 구축 등의 대책을 강도 높게 요구해 놓고는 정작 국가 전산망 관리는 손놓고 있었던 셈이다. 국정자원의 자동 백업 시스템은 시험 가동 중이고 충남 공주의 백업서버센터 개소는 예산 문제로 연기됐다고 한다”라고 지적한 뒤 “2년 전에도 국정자원의 네트워크 장비 이상으로 행정 전산망이 마비된 적이 있는데, 땜질 처방만 하다가 사태를 키운 꼴이 됐다. 정부는 국가 전산망 실태를 전면 재점검하고 최악의 상황까지 포함한 위기 대비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국정자원 한 층이 불났다고 대한민국 행정이 올스톱되는 현실에선 ‘디지털 정부’ ‘IT 강국’을 운운하는 것조차 낯뜨거운 일”이라고 했다.
15년 만에 대규모 개편한 카톡… 중앙·동아 “이용자들 혹평에 개선”
15년 만에 카카오톡 메신저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자 이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이용자들의 주된 불만은 카톡 메뉴 가장 왼쪽에 위치한 친구탭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처럼 피드형으로 전환한 것이다. 직장동료 등 지인들의 사생활이 자꾸 보인다는 점이 부담으로 느껴진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이에 따라 카카오 측은 28일 “이용자들 반응 및 피드백을 면밀히 듣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개선 방안을 적극 논의 중이다. 친구탭 개선 방안도 조만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9일 중앙일보 경제 1면.
중앙일보는 경제 1면 <15년 만에 개편한 카톡…이용자 악평 쇄도하자 5일 만에 “개선안 낼 것”> 기사에서 “하지만 개편 이후 이용자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속출했다. 23일 이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카톡 앱 후기에는 1점 평가가 줄을 이으며 ‘불편하다’ ‘본연의 메신저 기능에 집중하라’ 등의 악평이 쏟아졌다. 업데이트 이전 4점 대였던 플레이스토어 평점도 28일 기준 2.8점으로 떨어졌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용자들의 주된 불만은 카톡 메뉴 가장 왼쪽에 위치한 친구탭을 피드형으로 전환한 데에서 나왔다. 카톡 친구가 프로필 사진을 바꿀 때마다 피드에 크게 뜨게 돼 직장 동료 등 지인들의 사생활을 의도치 않게 자꾸 보게 된다는 것이다. 사적인 사진이 카톡 친구들에게 노출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들의 하소연도 이어졌다”라고 했다.
▲29일 동아일보 경제 1면.
동아일보도 경제 1면 <카톡 개편 혹평 쏟아지자 “친구-숏폼탭 개선”> 기사에서 “카카오톡 개편 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28일 소프트웨어 기업 피엑스디가 카카오톡 개편이 있었던 23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앱스토어에 달린 카카오톡 리뷰 1000개를 분석한 결과 업데이트 전반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리뷰가 42%를 차지했다. 앱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별점 평가’에서도 업데이트 이후 5점 만점에서 1점으로 평가한 리뷰가 크게 늘었다”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특히 이번 업데이트로 목록형에서 격자형으로 바뀐 ‘친구탭’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격자형으로 바뀌며 마치 인스타그램처럼 원하지 않는 친구의 소식과 광고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숏폼탭을 두고도 미성년자가 숏폼에 무제한 노출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라고 했다.
대한민국헌법은 사법권의 독립에 관하여 제103조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대 어떤 대법원보다 지금의 조희대 코트가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희대 코트는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마치 아무 이유 없이 사법부의 권한을 침탈하려는 것처럼 주장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 조희대 코트가 사법부 독립을 주장했던 예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사법권의 독립을 존중했고, 이재명 정부는 그렇지 않은 건가요?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권의 독립을 판사의 심판 권한에 대한 절대적 존중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법권의 독립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헌법 원칙으로서의 사법권 독립이 판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요? 그것은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서 정립되었을까요?
사법권 독립의 역사적 기원은 잉글랜드의 1701년 왕위계승법(Act of Settlement)에 규정된 제한 조항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영국 국왕이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한 판사를 수시로 해임했고, 그에 대해 의회가 반발하면서 의회의 동의가 없다면 판사를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이 사법권 독립의 시초입니다. 왕에게 불리한 판결이란 시민에게 유리한 판결을 의미합니다. 즉 사법권 독립의 목적은 판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사법권 독립의 주창자는 행정 권력에 대항한 의회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권을 침탈하는 주범으로 민주당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법원 개혁의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지 민주당이 법원을 장악하기 위한 것인가요?
조희대 코트의 5 ․ 1 판결의 위헌성
2025년 4월 22일 대법원 제2부에 접수된 이재명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은 배당된 지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에 올려졌고, 한 달에 한 번 열리던 합의 기일을 이틀 간격으로 두 차례 열어 사건이 접수된 지 9일 만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대법원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유죄 취지로 환송했습니다. 심리에 관여한 12명의 대법관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10명이 파기환송 의견을 냈고, 2명만 반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반대 의견을 냈던 오경미 · 이흥구 대법관은 “문제 되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의견 표명으로 보는 것이 그동안 선거의 공정과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에서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법원 판례의 흐름에 부합한다”면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은) 죄형법정주의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의 실체적 측면을 먼저 살피면, 판결의 대상은 ‘선거법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리였고, 해당 사건 주심 대법관이 그 보다 몇 개월 전 유사한 사건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으며,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이 무죄 선고의 법리적 근거로 삼은 판결이 바로 이 판결이었습니다. 그리고 절차적 측면을 보면, 제1심과 항소심의 견해가 나뉘었다는 점에서 단지 9일 만에 각 쟁점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대한민국 어느 시골의 작은 법원도 접수된 지 9일 만에 판결을 선고한 사례가 없습니다. 그런데 파기환송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왜 그렇게 신속한 판결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구구한 변명을 제시했습니다. 그중에 한 보충의견은 초고속 판결의 근거로 미국 연방대법원의 2000년 대선 직후 재검표 사례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위 케이스는 당해 선거의 당선자를 서둘러 확정하기 위한 것이었음에 반해, 이재명 사건은 이미 3년 전 패배로 끝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적용의 유사성이 인정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해당 케이스는 미국 내에서도 연방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한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는 사례였습니다. 당시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대법원이 유례없이 짧은 기간 내에 심리를 마무리하고 결론을 내놓게 되면서 법원의 공정성과 심리의 충실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대한 우려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조희대 코트의 이재명 판결은 단지 국민 신뢰를 저버린 정도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우리 헌법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판결이 정당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쳤다면 그 결론을 다툴 수 없을 것이나, 단지 9일 만에 선고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절차가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하게 진행되었다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이로써 이재명은 6 ․ 3 대선 전에 후보 자격을 상실당할 처지에 빠졌고, 5월 11일 후보 등록 마감 기간을 놓친 민주당은 후보 등록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법관들이 6만 쪽이 넘는 재판기록을 이틀 만에 다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 시민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적어도 그 전자기록을 열람했는지 로그기록을 공개하라는 서명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운동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였고, 이러한 시민들의 거센 열기에 서울고등법원은 변론기일을 추정하고 재판을 중지하였습니다. 시민들이 거세게 저항하였기 때문에 조희대 코트의 위헌적 판결의 효력이 현실화하지 않았을 뿐, 당시의 판결은 법원이 행정부 수장 선거에 개입하여 3권분립을 침해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유력한 공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의 보통선거권(헌법 제24조)을 침해한 것이었고, 피고인으로서의 이재명의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를 침해하였습니다.
26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하는 판사가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법권 독립 침해 문제 등을 논의했다. 2025.5.26. 연합뉴스
왜 판사들은 5 ․ 1 판결의 위헌성을 비판하지 못할까?
조희대 코트의 이례적 판결로 인한 정치 개입에 대해 현직 판사들의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로 인해 2025년 5월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개의되었는데, 안건은 의장인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제안한 두 건이 상정됐습니다. 첫 번째는 “민주국가에서 재판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바탕인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힌다”는 안건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추궁과 제도 변경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입장은 조희대를 지지하는 강경파의 의견으로 사태의 원인이 조희대 코트의 판결로부터 기인하였다는 사실 자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입장이 아주 특이합니다. 조희대 판결의 문제점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인정하였으면서도,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는 기괴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원인이 조희대라면 조희대에게 책임을 추궁해야 하는데, 거꾸로 조희대에 대한 비판을 재판독립의 침해라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비슷한 취지로 최근 9월 18일에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송승용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조희대 대법원장에 건의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5 ․ 1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5 ․ 1 판결은 2025년 5월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두 번째 입장이 밝힌 것처럼 단지 사법 신뢰가 흔들린 정도에 불과한 것이 아니며, 송승용 부장이 표현한 것처럼 유감을 표시할 정도의 사소한 대상이 아닙니다. 그 판결은 우리 헌법을 중대하게 훼손한 위헌적 판결이며, 조희대 코트는 그 판결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송승용 부장은 자신의 글에서 모든 판결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용기 있는 주장을 하면서도 “저 같은 일개 판사가 하는 하급심 판결…”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대한민국 판사들은 설령 대통령이 자신의 법정에 당사자로 서더라도, 결코 주눅 들지 않으며 대단히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일관합니다. 다만 그들은 오직 단 한 사람에 대해서는 “저 같은 일개 판사”라고 자신을 낮추는데, 그는 바로 대법원장입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가?
그 이유는 대법원장이 모든 판사에 대한 인사권과 보직권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헌법과 법원조직법에 따라 법관 3,000명의 임명권과 승진, 전보의 권한을 갖고 있으며, 재임용 여부도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출세가 보장되는 영장전담판사를 법원장이 정하고, 법원장은 대법원장이 임명하며,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함으로써 제왕적 대법원장-제왕적 대통령제가 완성됩니다. 따라서 ‘일개 판사’는 대법원장 또는 대법원의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감히 비판하지 못합니다. 설령 조희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장이나 대법원을 비판한 젊은 판사는 다음에 임명될 대법원장에게 찍힐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18대 대선에서 원세훈 국정원장의 댓글공작 사건에 관하여 서울중앙지법 이범균 부장판사가 “정치 개입은 맞지만, 대선 개입은 아니다”라는 기괴한 논리로 국정원법위반 유죄, 선거법위반 무죄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동진 부장판사가 ‘지록위마’라고 비판하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에 중점을 둔 판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뒤 이범균은 고등법원으로 승진했고, 김동진은 징계를 받았습니다.
왜 극단적 편향성을 가지는 사람이 대법관과 대법원장으로 선임될까?
아마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할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며, 그 근거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헌법 제24조의 보통선거권입니다. 그러나 개인으로서의 조희대가 아닌 대법원장으로서의 조희대가 그러한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대법원의 판결로써 관철하는 것은 3권 분립이라는 헌법원칙을 훼손하는 것이고, 국민의 보통선거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희대 판사의 극단적 편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보였습니다. 36년 뒤에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던 1989년 인노회 영장발부 결정, 친일파 이해승 후손 토지환수 사건에서 개정법의 소급적용 불가의견, 2017년 40대 기획사 사장의 여중생 임신 사건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2018년 ‘리벤지 포르노 재촬영’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주한미군의 한국인 여경 성폭행 미수사건에서 감형, 집행유예 및 무죄판결, 2019년 이재용이 정유라에게 ‘3필의 말’을 제공한 것에 관한 무죄취지 소수의견, 2020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등이 그것입니다. 위 판결들이 가지는 극단성이 5 ․ 1 판결에도 일관되게 이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치적 편향성 또는 비상식적 극단성을 가지는 대법관 또는 대법원장이 선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희대의 5 ․ 1 판결을 비판하면서, 유시민이나 김어준과 같은 비법조인을 대법관으로 등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등장했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민주당 대통령이 유시민이나 김어준을 대법관으로 임용한다면, 나중에 보수당 대통령은 전광훈이나 전한길을 대법관으로 임용할지도 모릅니다. 문제의 본질은 대법관이 법조인가 비법조인가에 있지 않고, 그를 누가 임명하느냐에 있습니다. 즉 제왕적 대통령이 극단적 편향성을 가지는 대법원장을 선임하고, 그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선택하여 제왕적으로 지배하면서, 지금의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에, 조희대가 충성을 다했던 거라는 유치한 논리를 주장하려는 게 아닙니다. 윤석열이 극우적 편향성을 가진 조희대라는 사람을 대법원장으로 선택했다는 것이 사태의 핵심입니다. 조희대의 극단적 편향성이 5 ․ 1 사법쿠데타를 감행하게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은 상식적인 인물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당파적으로 부합하는 인물을 우선하여 대법원장으로 임명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대법원장은 다시 비슷한 성향의 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이들을 제왕적으로 지배해 왔습니다. 단적으로 2025년 4월 22일에 배당된 사건의 판결을 9일 만에 선고하는 것에 대해, 대법관 12명 중 9명이 마치 군사 조직의 일원인 것처럼 유죄 취지의 파기 의견을 그대로 따랐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을 어떻게 혁파할 수 있을까?
대법원장이 ‘사법 군주’로서 제왕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이유가 ‘인사권’에 있으므로, 바로 인사권을 박탈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인사권을 누가 가지는 게 올바를까요? 대통령, 의회 또는 외부 기관 누군가가 판사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는 순간, 사법권은 그 기관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판사회의를 법률기구로 구성하고, 각 판사에 대한 인사권과 보직권을 판사회의에 일임하는 것이 옳습니다. 판사 사회가 집단지성으로써 자신들의 인사와 보직에 관한 기본 규칙을 정하고, 그에 따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각 조직이 그 구성원들의 총의에 의한 민주화를 이룸으로써,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한층 확장될 것입니다. 여기서 판사회의는 지금 구성되어 있는 대의기구로서의 ‘법관대표자회의’가 아닌 직접민주주의 기구로서의 전체회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극단적 편향성을 가지는 사람들이 대법관이나 법원장에 선임되는 것을 막으려면,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선택하는 현재의 구조를 깨트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판사전체회의가 대법관을 선출하고, 대법관 중에 대법원장을 호선하도록 함으로써 대법원장에게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끄는 권한만을 부여하고 그 이외의 사법행정에 관한 권한은 판사전체회의가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법원장은 해당 법원의 판사들이 직접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법원장이 판사들의 판결 업무를 지원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법관과 법원장을 뽑는 선거는 공약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그 판사가 선고했던 과거의 판결을 토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또한 판사회의는 변호사협회의 판사 평가를 공식적인 자료로 채택하고 부당하게 행동하는 판사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고 사실이 밝혀진 때에 페널티를 부과해야 합니다. 이로써 판사들의 판결을 공론의 장에 공개하고, 판사들로 하여금 자신의 판결을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40대 기획사 사장의 여중생 임신 사건 무죄나 ‘리벤지 포르노 재촬영’ 무죄와 같은 판결을 선고한 비상식적이고 극단적인 판사가 법원장이나 대법관에 선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판사들의 집단지성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사를 고위 법관으로 선택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무슨 무슨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구성된 준정부적 기구가 그 선출에 관여하게 되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친정부적 인사들로 고위 법관들의 자리가 채워질 것입니다.
법관의 독단, 법원의 오류는 어떻게 수정되어야 하는가?
사법권 독립의 역사는 불가피하게 법관의 독단과 법원의 오류를 양산해 왔습니다. “왕은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다!”(The King does not wrong!)는 군주제적 신화는 이제 “대법원은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다!”(The Supreme Court does not wrong!)는 변형된 신화로 부활했습니다. 당장 조희대 코트의 위헌적인 5 ․ 1 판결을 취소할 수 있는 제도가 우리에게 없습니다. 따라서 지귀연 구속영장 취소 결정과 같이 법률의 문언을 넘은 판결, 5 ․ 1 판결처럼 절차를 중대하게 위반하고 헌법원칙을 위반한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사유들은 법관의 징계사유로도 삼아 사법권 남용을 경계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개정헌법에서는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랄 독립하여 심판한다.”의 문장 뒤에 “다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판결은 이 조항으로 보호되지 아니한다”라는 단서를 부가해야 할 것입니다.
애초에 본문 자체로 헌법과 법률을 벗어난 판결은 사법권 독립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헌법을 위반한 5 ․ 1 판결이나 지귀연 결정이 헌법 제103조를 앞세워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위 단서를 명문으로 규정함으로써, 사법권 남용의 위험성을 판사들에게 경고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당의 대법관 30명 증원 방안은 필요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적확한 조치는 아닙니다. 당장 조희대 코트의 위헌적인 5 ․ 1 판결이나 법률의 문언을 넘어서는 지귀연 결정과 같은 법관의 독단을 방지하는 조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대법관의 숫자를 막연히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법원은 판결의 통일성 확보라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독일연방기본법은 일반 민형사는 연방최고법원, 그리고 행정, 재정, 노동, 사회분야로 나누어 최상급법원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방재정법원과 연방노동법원 사이에 판결의 통일성이 덜 예민하게 요구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분야의 구분 없이 대법관의 숫자를 만연히 증대하면, 대법원판결 사이에 불일치가 초래되고 법률 해석과 법적용의 일반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습니다.
청년 판사들에게 호소함
대한민국 청년 판사들에게 간절히 고합니다. 사법권 독립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조희대 코트의 5 ․ 1 판결이 과연 정당한 절차를 밟았는지, 지귀연의 결정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정당한 해석방법을 따른 것인지 되돌아볼 것을 호소합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법원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피고, 그 문제를 혁파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고 행동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사법권 독립’은 사법엘리트의 엘리트 독재로 변질될 수 있는 위태로운 경계에 언제나 서 있습니다. 5 ․ 1 판결이 선고된 다음 날인 2025년 5월 2일 송경근 청주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올린 “국민이 주인입니다”라는 글을 아래 링크에 연결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부끄러운 선배만이 있지 않고, 이렇게 따를만한 분도 계십니다. 조희대 코트의 5 ․ 1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서 가장 위험스럽고 치욕스러운 판결로 기록될 것입니다. 다만 이 사건을 대한민국 법원이 국민의 편에 설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며, 개혁의 대상이 되지 말고 개혁의 주체가 되기를 권고합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공소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남소연
지난 26일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전환되고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됨으로써 수사·기소 분리의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 바야흐로 민주 진보 진영의 숙원이던 검찰 권력 해체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틀이 만들어졌으면 내용물을 채워야 한다. 검찰권 분산이 실현된 만큼(유예기간 1년 내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현시점에서는 좀 더 검찰개혁의 본질에 맞는 방법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것은 바로 견제와 균형 원리에 맞는 효율적 수사구조 확립과 대국민 수사 서비스 향상이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전환되면 조직과 인력 재정비가 불가피하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의문 한 가지. 그렇다면 그간 수사 업무에 관여해 온 검사와 수사관은 어떻게 되는 거지? 검찰개혁의 사각지대라 할 만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기에는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 요청권 존치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사·기소 분리가 제일 중요한데 그건 하기로 하지 않았나? 수사가 부실해지지 않도록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적 전문적으로 검토하자."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 검찰개혁에 관해 한 말이다. 이 대통령 특유의 실용적 가치관이 돋보이는 이 말에는 이런 함의가 담겼다고 본다.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청의 공소청 전환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로 일단락됐다. 그런데 검찰 수사권 폐지로 경찰(또는 중수청)의 부실 수사가 우려되는바, 이를 보완할 제도(장치)가 필요하다.'
검찰개혁 논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대통령이 말한 '장치'에 '보완수사'도 포함됐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권의 검찰개혁 강경파는 '보완수사 절대 불가'를 외친다. 보완수사도 수사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검찰 수사권을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야말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다.
그런데 검찰권력의 최대 피해자라 할 만한 이 대통령이 여기에 '제동'을 건 셈이다.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적 전문적으로 검토하자"는 말은 검찰개혁 강경론자들의 주장이 이성보다는 감정에, 실용보다는 도그마에 치우쳤음을 넌지시 지적한 것이다.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충분히 논의하자는 뜻으로 이해된다. 검찰개혁 목적이 검찰권력 해체를 넘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수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면, 이 대통령 말을 곡해할 이유가 없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대안 고민해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연합뉴스
수사는 기본적으로 강제성을 띤다. 인권침해적이고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는 목표지향적 경향이 있기에 점검과 견제가 필요하다. 수사하는 사람의 능력과 의지, 양심에 따라 사건 향방이 달라진다. 수사권 오남용 폐해는 검찰이나 경찰이나 마찬가지다.
보완수사 찬반논쟁이 뜨거운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다만 검찰 수사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반감이 워낙 큰 만큼 수사/기소 분리 취지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실 보완수사나 보완수사 요청 절차가 사라지면, 검사의 수사 권력은 사라지지만 기소 권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수사 부실이든 과잉이든 증거 부족이든, 검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기소하지 않거나 기소를 미루면 경찰의 대응 방법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 경찰 처지에서는 검사에게 목맬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과 기소기관 간 협력이 원활치 않으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 일본의 공소심사위원회처럼 검사의 불기소에 대해 민간인이 심의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형사소송법 195조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 제기 및 공소 유지에 관하여 서로 협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검경 수사 준칙(대통령령)에는 상호 협의 의무화(6, 7, 8조)와 수사기관협의회 상설 운영(9조)에 관한 규정이 있다. 이런 법규대로만 검경이 협력한다면 굳이 보완수사를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그런데 현장에서 이 규정은 빛 좋은 개살구다. 기관 이기주의와 편의주의 탓이다. 검경 간 오랜 반목과 불신도 한몫한다.
이에 대한 실효적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게 검사 파견제다. 이를테면 공소청 검사가 경찰 국가수사본부 법률지원검사단(가칭)에 파견돼 수사 초기부터 송치 단계까지 관여하면서 수사 내용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조언하는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 차원에서 파견 기간 내에는 공소청 소속에서 벗어나 경찰에 배속하게 한다. 검찰 수사관들이 주축을 이룰 중수청에도 이를 적용할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잘만 운용된다면 불필요하게 과열된 보완수사 논쟁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실용적인 검경 수사 협력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파견 검사의 조언을 충분히 받고 송치한다면 공소청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청할 명분도 약해질 테니. 다만 자칫 수사 지휘로 비치거나 변질될 수 있다는 점과 경찰의 반감과 위화감이 걸림돌이다. 따라서 파견 검사의 업무는 법률적 조언이나 자문에 국한하고 대등한 협력관계의 틀을 벗어나지 않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 경우 파견 검사가 영장 청구 업무를 겸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검찰개혁안에 따르면 영장청구권은 공소청 검사의 몫이다. 수사기관 견제용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영장청구권도 수사권의 일환인 만큼 공소청에서 그 권한을 갖는 것은 역으로 수사·기소 분리 취지에 맞지 않는다. 일본 경찰이나 미국 연방경찰(FBI)처럼 수사기관이 직접 법원에 청구하는 게 자연스럽고 효율적이다. 물론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명시한 헌법(12조 3항)을 개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럽지만.
검사 파견제는 검찰 인력 재배치 차원에서도 고려해 봄 직하다. 현재 검찰청 소속 검사 수는 약 2300명이다. 그런데 검찰에서 직접수사(인지수사)를 하는 반부패수사부나 공공수사부는 규모가 크지 않고 검사 수도 얼마 안 된다. 상당수 검사는 간접수사를 하는 형사부 소속이다. 형사부 검사는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을 점검하고 보완해 기소하는 것이 주 업무다. 따라서 공소청으로 바뀌더라도 대다수 검사는 하던 일 그대로 하면 된다. 독자적인 수사 욕심 내지 말고.
만약 현행 보완수사권이나 보완수사 요청권이 살아남는다면, 형사부 검사 수는 굳이 줄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반대로 공소청이 보완수사 관련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면 조직과 인원 감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검사가 단순히 경찰이 넘긴 수사 기록만 검토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면 업무량도 줄고 업무강도도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 등에서 직접수사 업무에 종사했던 검사들은 직무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들에게는 크게 네 가지 길이 있다. ① 형사부 검사들이 주축을 이룰 공소청 검사 대열에 합류하거나 ② 중대범죄를 전담하는 중수청 수사관으로 옮겨가거나 ③ 판검사 잡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를 지원하거나 ④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이다.
중수청 설립 취지는 검찰이 맡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이관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개혁안에서 중수청이 우선 수사권을 행사할 중대범죄 수도 6개에서 8개로 늘렸다. 하지만 검사가 중수청으로 옮겨갈 일은 거의 없을 듯싶다. 검사 계급장을 떼고 오라는 것은 오지 말라는 뜻이다.
신념이나 이론에 실용 접목해야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 검찰개혁 입법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검사들의 명패가 준비돼 있다.남소연
검사보다 더 심각하게 거취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은 7000명 안팎의 검찰 수사관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사라지는 만큼 수사관 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설사 형사부의 보완수사 관련 업무가 계속된다 해도 최소한에 그칠 것이기에 지금처럼 검사실에 여러 명의 수사관이 근무하는 광경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차하면 변호사로 변신할 수 있는 검사와 달리 수사관은 직업 선택의 폭이 좁다. 중수청 설립 취지를 살리려면 인지수사 부서에 근무한 수사관이 많이 옮겨가야 한다. 중수청 전직을 원하는 수사관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인원이 제한된 만큼 상당수는 공소청에 남아 각자도생해야 할 처지다. 공소청에서 일하려면 수사 대신 기소와 공소 유지에 종사해야 한다.
그런데 형사부 소속 수사관조차 줄거나 자칫 직제에서 사라질 판이기에 생존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뀐다고 공무원 신분인 수사관들에게 기존 업무와 관계없는 전직이나 전출을 강요하면 법적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자칫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검찰 수사관 관련 규정을 개정해 법무부 산하 일반 행정직 전환의 길을 열어주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검찰개혁이 정치적 진영 대결의 전리품으로 인식되는 건 곤란하다. 어느 정권에서든 수사기관은 민주적으로 통제받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검찰개혁 방법론의 기준은 소수의 정치적 사건이 아닌 다수의 민생 사건이어야 한다. 검찰개혁 수혜자는 일반 국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념이나 이론에 실용을 접목해야 한다. 검찰 인력 재배치도 그런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검찰개혁론자 중에서 수사·기소 분리의 당위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사·기소 분리의 큰 틀이 갖춰진 이제는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당위성에만 매달리다가는 검찰개혁의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고 현장을 놓칠 수 있다. 한때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론에 의문을 품기도 했지만, 수사의 질과 국민 편익의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려는 자세는 옳다고 본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 비상계엄, 그리고 대통령 탄핵으로 초래된 조기 대선으로 이렇다 할 준비없이 출범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고 주어진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했지만 추경 편성, 민생회복지원금, 미국과 관세 협상, 정부조직 개편 등 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했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대체로 무난하다. 지난 9월 19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60%였다. 이는 대선 때보다도 높은 지지율이고 비슷한 시기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 중에는 세 번째로 높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하는 마지막 그 순간 국민의 평가, 즉 마지막의 지지율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처럼 아직 임기는 4년하고도 8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동안은 12·3 비상계엄으로 제기능을 못했던 국가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시간이었다고 한다면 남은 기간은 국민이 체감할 만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프레시안>은 창간기념으로 이재명 정부가 어디에 주목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좀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노동, AI, 재생에너지, 여성, 저출산, 부동산 등 6개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배로 확대하려 한다. 현재 35GW(기가와트)에서 78GW로 증대할 계획이다. 매년 9GW가량은 신설해야 하는 목표다. 대부분 서남해안 등 생산비용이 저렴한 지역에 풍력, 태양광 대규모 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뒤따를 지역 반발은 '햇빛연금'으로 알려진 주민참여형 에너지 생산 방식 등을 통해 잠재우면서 전환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또 다른 축이다. 서해안-동해안-수도권을 잇는 'U자형'의 전 국토 단위 전력망 인프라로, 송전선로와 변전소가 지금보다 30% 더 확충된다. 지금도 대부분 재생에너지 생산이 서남해안에 몰려 있기에,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균형을 송전선로 확충으로 해결하는 것이 골자다. 당장 전북을 지나는 초고압 송전선로만 13개가 신규 건설 계획에 포함됐다.
이때 에너지 전환의 육하원칙 중 입장 차이가 첨예한 요소는 '누가'와 '어떻게'이다. 공공과 민간, 누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그 경로는 어떤 원칙을 지키는 길이 돼야 하나? 이재명 정부는 민간의 역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발언 중에 국가 주도의 에너지 생산이나 공공성 등을 강조한 적이 없고, 국가 재정 투자 규모도 지나치게 적은 데다 공기업의 역할과 비중을 정책화하지 않았다.
공공성은 학계, 산업계, 관료사회를 통틀어 전기·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듣기 힘든 단어다. 비교적 논의가 활발한 유럽, 남미 등과 대조적이다. 이 와중 지난해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출범했다. 공공성과 민주성을 근간으로 한 에너지 전환 새판짜기를 주장하는 시민, 전문가들이 모였다. <프레시안>은 연대 구성원인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을 지난 17일 만나 현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프레시안 : 이재명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 설계에 대해 총평하자면?
한재각 :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보다는 훨씬 낫고, 문재인 정부보다도 좀 더 진일보했다. 실용주의 정부라 자임해서 그런지, 일단 근본적인 문제는 피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하자는 태도가 느껴진다. 이를테면 핵발전 문제다. '탈원전'을 얘기하진 않고, 덮고 간다. 재생에너지 분야도 비슷한데,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긍정적인 부분은 분명하지만, 이걸 누가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에 있어선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민간기업과 시장이 늘리도록 하고, 이들을 잘 지원하겠다는 걸로 보인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늘리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민영화를 가속하는 방식으로 확대가 될 것 같다.
국가 주도·공공성, 자취 감춘 단어
프레시안 : 민영화의 가속화라면, 현재도 한국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민간 기업이 많이 소유하고 있나?
한재각 : 한국은 전력시장 민영화의 역사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추진된 민영화는 당시 거센 반발에 부딪혀 1단계만 추진된 채 나아가지 못했다. 현재 전국 각지의 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 공기업 6개사는 당시 민영화 과정에서 한전에서 분리된 것들이다. 이후 지금까진 '우회적 민영화'가 진행됐다. 신규 발전에 민간 기업 진출을 허용한 방식이다. 주로 LNG(천연가스) 발전소가 그랬다. 57%(2021년 설비용량 기준)가량이 민간발전사 소유다.
풍력, 태양광 발전소는 97.7%가 민간 소유다. 지난 3월까지 허가받은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보면, 95개 중 87개가 민자 사업이다. 용량으론 94%다. 이 중 해외자본이 60.7%가량을 차지한다.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안은 이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 대부분이 민간 기업 소유로 구성된다. 그래서 우회적 민영화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프레시안(손가영)
프레시안 : 재생에너지는 늘리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민영화인지, 공영화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한재각 : 에너지 민영화가 진행되면, 결국 모든 시민이 더 비싼 전기요금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전기 싸게 써온 거 아니야?'라는 질문과는 구분해야 한다. 민간 기업이 이윤을 더 가져가기 위해 그 비용을 시민들이 더 내게 되는 문제를 말한다. 기업은 수익성 중심으로 투자할 텐데, 재생에너지가 수익이 안 되면 정부를 협박할 거다. '재생에너지 늘리고 싶으면, 보조금이든 뭐든 지원하라'는 식으로. 그럼 전기요금을 인상하든, 보조금을 늘리든, 국가가 감당하는 방식으로 지원은 늘 거다.
전기요금은 국가가 마음대로 못 올린다. 올릴 수 있어도 한계가 있다. 국가 재정상 보조금도 한계가 있다. 자기 목적만큼 돈을 못 번다면 기업은 '배 째라' 식으로 철수한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해가 되는 결과다. 이런 불확실성은 줄곧 있었다. 발전사업 허가 다 받아놓고 '금리나 자재비가 높아서 불리하다' 등의 이유를 대며 착공을 미룬다. 전력 당국은 계획대로 발전이 이뤄져야 하는데, 민간기업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지키지 않는다. 약속한 발전소 건설 계획을 늦추면 사업 허가를 취소하는 페널티 조항이 도입됐던 이유다.
프레시안 : 에너지 민영화가 문제가 된 사례가 있나?
한재각 : 유럽은 1998년부터 전력, 에너지 부문을 적극적으로 민영화해 온 대표 지역이다. 그런데 이제는 에너지 인프라가 '재공영화'되는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뿐 아니라, 수도, 교통, 폐기물처리 등 공공서비스 전반이 그렇다. 민영화의 실패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가격은 상승했고, 에너지 빈곤층이 양산됐다. 유럽연합이 보고서로도 여러 번 인정한 결론이다.
유럽연합은 2023년 총인구의 약 10.6%가 자택 난방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남부 유럽 경우 15%를 넘었다. 또 민간기업은 재생에너지의 큰 투자 비용과 낮은 이윤율, 긴 원금 회수 기간, 변동성 등의 문제로 투자에도 소극적이었다. 재공영화가 활발한 나라 중 하나가 독일이다. 2005~2017년 동안 독일에서는 284건의 에너지 인프라 재공영화 사례가 발생했다. 함부르크 주민들은 주민투표 등을 통해 2013년엔 송전망을, 2019년엔 가스망을 민간기업에서 주 공기업 소유로 바꿔냈다. 에너지를 완전히 민영화했던 영국조차 올해 국영 재생에너지 투자 기관(GBE)을 설립했다. 한국에선 잘 조명되지 않는 얘기다.
프레시안 : 한국전력,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 5곳(한국수력원자력 제외)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한재각 : 맞다. 대부분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데, 정부는 2040년까지 모두 폐쇄하겠다고 공약했다. 존폐 기로다. 근데 왜 안 할까? 언론들이 취재해달라. 부족한 노력 문제는 차치하고, 그들도 비공식적으로는 할 말이 많을 거다.
정부의 재정 건전화 계획을 보자. 기획재정부는 2022년 한전과 발전공기업 6곳을 '재무위험기관'으로까지 선정하며 쪼았다. 부채율이 높다는 이유다. 이때 가장 먼저 축소된 게 재생에너지 투자 계획이다. 부채율을 '악화'하는 사업 구조여서다. 재생에너지는 초기 투자 비용은 많이 들지만 원금 회수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가가 재정 통제만 하지 투자를 안 하니 불거지는 문제다. 공기업 자본을 늘려주든지, 회사채를 발행해 주든지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 공기업은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그럼 기획재정부가 줄 세우는 재정 건전성 지표에 당장 걸린다.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구조가 있다.
발전공기업 경영평가 지표를 봐도 100점 만점에 재생에너지 사업 지표는 3점이다. 공기업 사장들이 이걸로 동기부여가 될까? 2023년엔 재생에너지 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서부발전이 최종 평가에선 5개 사 중 꼴찌를 했다. 국가가 '국가 주도의 에너지 전환'을 정확히 공언하고, 충분하게 재정을 지원하고, 명확히 방법을 제시해야 공기업이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적이 있는가?
"7조 원? 턱 없이 부족… 민간 자본 끌어오겠단 뜻"
프레시안 : 결국 정부의 공적 투자 규모로 귀결되는 것 같다. 정부는 향후 5년간 7조 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한재각 : 턱 없이 부족하다. 송배전로 보강 등을 다 빼고 발전(생산) 부문만 산술적으로 보면,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략 1년에 20조 원 정도가 든다. 문재인 정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자료에 근거한 계산이다. 정부는 이렇게 말할 거다. '정부가 돈이 없지 않습니까' 라고. 즉 5년간 7조 원만 배정했단 건, 민간자본 끌어온다는 말이다.
7조 원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마중물이 될 것 같다. 가령 6조 원 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있다면 이게 성공할지 모르는 투자 불확실성이 있으니, 정부가 먼저 투자금을 넣고 이걸 최후순위 채권으로 둔다. '수익 나면 기업이 먼저 뽑아가고, 손해가 나면 공공이 보겠으니 투자하라.' 이렇게 자본을 조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비용이 상승할 거다. 저리 융자 정책자금 등 공공기관이 직접 투자할 때 금리가 1.75~3% 정도이고 민간에서 조달한 자본의 금리는 6%라고 비교하면 쉽다. 민간자본은 훨씬 높은 금리로 수익을 20년간 '쑥쑥' 뽑아간다.
프레시안 : 그럼 무엇을 할 수 있나? 공공재생에너지연대의 재정 원칙과 구상은 무엇인가?
한재각 : 재정 부문에선 '기후정의세' 도입과 '녹색공공투자은행' 설립이 골자다. 기후정의세는 탄소 배출에 더 큰 책임이 있는 부유층과 대기업에 소득세와 법인세의 누진율을 강화해 조성하는 세금이다. 녹색공공투자은행은 이를 주 재원으로, 발전 공기업의 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지원하는 국가은행이다.
공적 투자는 불필요한 '민영화 비용'을 없앤다. 수익성 때문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내버려두는 기업의 변덕 문제를 해소해, 에너지 정책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 민간 자본 조달에 따른 비용 증가도 방지한다. 해상풍력을 민간사업자가 개발할 경우, 1GW 용량 기준으로 연간 2000억 원의 비용이 더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다. 기업은 공공기관보다 약 3%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리니, 민간 자본이 공적 투자보다 약 15%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부는 햇빛바람연금 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주민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면, 발전 수익의 일부를 보상받는 제도다. 에너지 전환과 지역 반발 완화, 주민 소득 증가 등의 효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평가된다. 이는 어떻게 보나?
한재각 : 우려스러운 점은 언론, 정치권에서 잘 다루지 않는 것 같다. 수사적 측면은 지지하고 찬성하나, 실제로 그게 어떻게 작동되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는 가려져 있다. 우선 재생에너지 단지는 땅값이 가장 낮은 곳부터 차례로 채워졌다. 서남해안이다. 그리고 돈(투자금)이 있는 자가 누구인가? 부유층, 대기업이다. 거기서 수익을 대부분 가져가는데, 일부 투자할 기회를 열어 줄 테니 주민들이 와서 가져가라는 구조다. 재원은 한전의 전기요금 수입이다. 각 가구 전기 고지서에 적힌 '기후환경요금'에서 REC 판매 수입(재생에너지 보조금)이 나간다.
더 근본적으로는 '투자자 모델'의 문제다. '이익을 분배받길 원하면 투자하라'는 것인데, 재생에너지원은 공유재다. 공유재를 쓰면서 '공유재 모델'은 배제하고, 투자할 여력이 있는 계층만 이익을 취한다. 시민들의 전기료가 주주 배당, 금융 조달 비용이란 명목으로 투자자와 금융기관 주머니로 흘러 들어간다. 구조적으로 '돈 놓고 돈 먹기' 금융산업으로 전락할지 우려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햇빛과 바람은 모두의 것"이라 했다. 공유재는 사적 소유될 수 없다는 뜻 아닌가? 민간사업자가 공유재 재생에너지로 이익을 얻으면, 이를 독점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설치된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연합뉴스
재생에너지 시장, 공유재 활용해 수익은 사유화
프레시안 : 공유재 재생에너지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어떤 의미인가? 제도적으로 어떻게 가능한가?
한재각 : 제주에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가 있다. 풍력발전사 당기 순이익의 17.5%를 기부받아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을 조성하는 제도다. 개발 이익을 도민에게 환원해, 지역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복지 기금에 쓰도록 한 조례다. 제주도는 이미 선례가 있었다. '지하수 공수화' 원칙이다. 제주도는 2000년 특별법을 통해 지하수를 도민 공동자산으로 명시하고, 사유재로 이용되는 걸 지양해 민간 기업의 진출을 엄격히 제한했다. 제주 지하수 먹는 샘물 사업은 제주도개발공사와 한국공항(대한항공 자회사)밖에 하지 못한다. 한국공항은 법 제정 이전부터 사업을 했기에 어쩔 수 없이 포함됐다. 지난 7월 27일엔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추진한 '공공재생에너지법'이 5만명 청원을 얻어 국회 정식 의안으로 상정될 자격을 얻었다. 전남도의회는 지난 19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 제정 촉구'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프레시안 : 에너지 시장 확대를 주장하는 측은, 한전이 재생에너지 전환의 걸림돌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한전의 송·배전망 독점 구조가 비효율성을 늘린다며 독점을 해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재각 : 한전이 그동안 재생에너지 투자를 제대로 안 한 건 맞고, 비판받아야 한다. 배전망 개선 얘기가 나온 지 10여 년이 더 지났는데, 이제야 관련 계획을 꺼내 든다. 배전망은 쉽게 전봇대를 생각하면 된다. 원래는 전기가 일방향으로 소비지로만 향했다면, 지금은 태양광이 배전망에 물리면서 전력이 들어오고, 전압도 올라가는 등 복잡해지는 거다. 인프라 개선과 관리가 필수인데 한전이 방치했다. 그런데 동시에 왜 투자를 못 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발전 공기업은 기획재정부의 재정 건전성 평가에 발목 잡힌다. 더 근본적으론 국가가 재정 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또 이 주장의 함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봐야 한다. 결국 더 많은 에너지 인프라가 시장화되는 결론이다. 통신에 빗대보면, 과거 공기업 한국통신(KT 전신)이 공적 투자로 통신망을 깔아서 제공하던 통신 서비스가 지금은 민영화돼 민간 기업이 엄청난 이익을 뽑아가고 있는 것처럼, 전력 서비스도 민영화를 하자는 이야기다. 통신업계의 '망중립성' 주장처럼, 발전 자회사를 가진 한전이 다른 민간사업자를 '차별'할 수 있다면서 '전력 산업의 망중립성' 주장까지 한다. 민간사업자들이 돈 벌어갈 수 있도록, 한전은 망이나 잘 깔고 유지하라는 소리다. '에너지로 돈을 버는 게 뭐가 어때서?'라 물으면, 돈 벌 수 있다. 그렇게 되는 순간 에너지는 공유재에서 멀리 벗어나 돈을 벌 투자 상품으로 전락한다. 마치 땅처럼. 과거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속하지 않았던 것이, 기술 발전 등으로 투자 상품이 돼 돈 있는 사람이 더 많이 투자해서 더 많이 이윤을 뽑아가는 수단이 된다.
프레시안 : 이 대통령은 발전공기업 통합을 직접 주문했다. 무엇이 기대되고, 무엇은 우려되나?
한재각 : 대통령의 직접 지시 사항이니 발전공기업은 어떻게든 통합될 거다. 민영화 추진은 중단됐는데 6개로 분사된 발전공기업 구조는 그대로니, 불필요한 경쟁 비용만 발생한다는 비판은 오래 있었다. 그러나 이 체제로 20여 년이 흘렀으니, 이런저런 기득권이 형성돼 반발은 만만찮을 수 있다. 이들이 지자체에 냈던 세금도 상당하다.
여러 개 안이 거론된다. 6개사를 모두 통합하자,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5개 사를 통합하자, 5개사를 지역별로 여러 개로 통합하자 등의 안이다. 한수원은 나머지 5개사와 상황이 달라서 6개사를 통합하는 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나머지 5개사를 두고 에너지원별, 지역별 통합 등이 거론되는데, 에너지원별 통합은 부적절하다. 석탄은 쇠퇴하고, 재생에너지는 확대되는데 원별로 구분하는 건 상생의 구조가 아니다. 연대는 '한국발전공사법'을 제안했다. 발전 공기업을 통합한 한국발전공사에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란 공적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정의로운 전환의 의무를 명시한 법이다. 발전 공기업 통합은 원·하청 발전노동자들이 화석연료 발전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으로 옮겨 가 총 고용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동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21일 내란특검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피고발인으로 소환해서 조사했다. 17시간 이상 진행된 조사에서 주로 추궁한 혐의 내용은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한 것과 관련된 의혹 ▲불법적인 비상계엄 후에 윤석열 측이 구성하려고 했던 합동수사본부에 검사들을 파견하려고 했다는 의혹이었다고 한다.
4일 동안 3억 4천 2백만원의 특활비를 사용한 심우정
특검의 수사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심우정 전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가 필요한 대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은 내란(비상계엄) 당일과 직후에 해당하는 2024년 12월 3일부터 6일까지 3억 4천 2백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집중적으로 사용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집행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12월 3일 5,300만 원, 12월 4일 6,400만 원, 12월 5일 6,100만 원, 12월 6일 1억 6,4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쓴 것이다. 이 돈들은 검찰총장 비서실이 관리하는 현금으로 지출된 것이다.
그리고 4일 동안 사용한 3억 4천 2백만 원은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월 평균 특수활동비 집행액(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비서실 보관 특수활동비를 집행한 월 평균액) 3억 3천만 원보다도 많은 금액이었다.
2024년 12월 4일 심우전 전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2024년 12월 4일 심우전 전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대검찰청
대검찰청의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
내란으로 인해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이렇게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검찰청은 ‘12월 6일 내란 혐의 수사를 위한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비용이 많이 들었다. 나머지는 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라고 해명했지만,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특수활동을 실제로 수행하는 자에게 필요한 시기에 지급해야 한다. 12월 6일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수사가 이뤄진 것은 그 이후이다. 따라서 12월 6일에 그렇게 많은 특수활동비가 집행될 이유는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 2024.9.18 ⓒ대통령실 제공
이뿐만 아니라 ‘나머지는 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라고 해명했는데 이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12월 3일부터 12월 5일까지 집중적으로 사용된 특수활동비 집행패턴은 그 이전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집행패턴이기 때문이다.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비슷한 집행패턴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연말 몰아쓰기와 잔액 털어쓰기?
또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은 2024년 12월 한달 동안 무려 7억 4,541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사용했다. 이는 평균적인 월별 사용액(3억 3천여만원)의 2배가 넘는 것으로, ‘기밀수사와 무관하게 연말에 남은 특수활동비를 몰아서 쓴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 2025년부터 검찰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하는 쪽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데, 그 직전인 2024년 12월에 이렇게 많은 특수활동비를 쓴 것은 ‘잔액 털어쓰기’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2024년 12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사용한 특수활동비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지난 9월 16일 공수처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만약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를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한 것이라면, 형법상 업무상 배임 또는 횡령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액수가 1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죄에 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내란특검이 진행 중에 있지만, 내란특검이 이 부분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별도의 상설특검을 통해서라도 이 문제는 반드시 진상규명이 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검찰 특수활동비 오ㆍ남용 및 자료폐기, 정보은폐 의혹에 대한 상설특검안’이 이미 발의되어 있기 때문에, 그와 병합해서 상설특검을 추진해도 된다. 발의되어 있는 상설특검안은 작년 12월 3일 황운하, 장경태, 윤종오 의원 등 국회의원 27명이 발의한 특검안이다.
현재 검찰청이 폐지되기로 확정되었지만,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은 여전히 심한 상황이다. 그럴수록 검찰이 그동안 국민세금을 어떻게 써 왔는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개혁에 대한 저항은 과거의 권력남용과 세금오·남용의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극복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호남에서 불 안 나나’라는 망언을 한 당사자가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는 차원이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지만, 파장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 과정에서 나왔다. 영남권 산불 피해를 지원하는 특별법안에 대해 투표하는 과정 중 국민의힘 의원석 쪽에서 “호남에서 불 안 나나”라는 발언이 튀어 나왔고, 주위에 있던 의원들이 크게 웃는 목소리까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파문이 커지자, 김정재 의원은 해명에 나섰다. 김 의원은 SBS,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등에서 해당 특별법에 대한 기권 표에 항의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조국혁신당 의원 등 일부 의원이 해당 특별법을 두고 산사태 유발 및 산림 난개발 우려 조항 때문에 기권 표결했는데 이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해당 인터뷰에서 “국가 재난만큼은 초당적인 차원에서 다 같이 찬성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표결에서 노란색(기권) 불이 들어오니, 재난에 영호남이 어디 있느냐, 그걸 경상도 말로 짧게 축약돼 말하다 보니 (오해를 산 듯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등에서 나오는 제명 요구에 대해서도 “저인 줄 알면서도 누군지 신고하라고 하고 게임을 하듯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의원의 해명에도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러니까 ‘호남에는 불 안 나나’의 주인공이 김정재 의원이라는 거죠”라며 “그 경을 칠 헛소리와 주변 의원의 웃음소리…그 소리를 들은 국민께 이걸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리위 제소하고 제명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혁신당 차규근 의원도 “김정재 의원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아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한다”며 “김 의원의 발언은 동료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부담하고 결정하는 표결 내용에 대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해하거나 그 고민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마치 ‘영남 지역 산불 지원법이니까 호남 쪽 의원들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반사회적 지역감정에 근거한 인식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 통합에 역행하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차 의원은 “영남 산불 지원법이라서 호남 의원들이 반대한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라며 “김 의원은 시대착오적인 지역감정에 근거해 사회통합에 역행하는 충격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검찰청 폐지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제도 개편을 넘어, 한국 사회가 수십 년간 쌓아온 권력 집중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체하고, 사법 정의를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역사적 사건이다.
‘조국 사태’ ‘세월호 참사’ 수사… 무수한 검찰 권력 남용의 예들
한국 검찰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의의 수호자’라는 이름으로 국민 위에 군림해왔다. 선택적 수사, 정치적 목적을 위한 기소 남용, 내부 은폐 문화는 이미 여러 차례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조국 사태’다. 당시 검찰은 조국 전 장관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서 과도한 압수수색과 언론 전략을 활용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수사 과정의 불투명성과 폭압성은 검찰 권력의 독점적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었고, 국민의 분노와 불신을 불러왔다.
또한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검찰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보다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하며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늦은 대응과 정보 은폐는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가중시켰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검찰 구조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권력집중형 검찰 구조가 국민의 권리와 정의를 얼마나 위협했는지를 분명히 증명한다.
검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주의 강화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권력 분산
검찰청 폐지의 핵심은 권력의 분산과 책임 있는 수사·기소 체계 구축에 있다. 단일 기관이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권력 남용을 초래하며, 자의적 판단과 정치적 편향으로 인해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위협받는다. 폐지는 이러한 구조적 독점을 해체하고, 독립적 감독과 기능 분리,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제도화함으로써 권력 남용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다.
해외 사례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독일과 일본은 검찰과 경찰, 사법 기관 간 권한을 명확히 분리하고 외부 감시 체계를 강화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했다. 독일에서는 검찰 권한이 지방검찰청과 연방검찰청으로 분산되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며, 주요 사건의 수사는 외부 감사와 법원의 감독을 받는다. 일본 또한 검찰과 경찰 기능을 분리하고, 수사와 기소에 대한 법적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여 정치적 편향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국제적 기준은 한국 사회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모범 사례였다.
기존 권력의 저항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물론 변화에는 저항이 따른다. 일부 검찰 관계자들은 ‘조직의 권한 약화’를 이유로 폐지에 반발할 것이며, 언론과 여론에서도 ‘법 집행의 혼란’을 이유로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권력의 불편함과 저항을 이유로 개혁을 미루는 것은 역사적 책임과 국민 정의를 외면하는 행위다. 권력의 독점적 구조 속에서 누려온 기득권의 안락함이 흔들리는 순간, 불만과 저항은 당연히 발생한다. 문제는 그 저항을 국민과 정의의 편에서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
이번 개혁은 단순히 한 권력기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권력 독점과 비민주적 관행을 끝내고 사법 정의를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역사적 결단이다. 선택적 정의와 권력 편향, 은폐와 축소 수사로 얼룩진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강력한 제도적 혁신을 선택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권력 기관의 불투명성과 독점에 의해 위협 받아서는 안된다. 국민의 통제와 참여, 그리고 투명성이 확보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실현된다.
정의 회복을 위한 결단
검찰청 폐지는 독점 권력의 불가피한 퇴장이고, 정의와 민주주의 회복의 시작이다. 불편함을 감수할 용기, 권력의 독점을 깨뜨릴 결단, 국민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세우는 실천이 결합될 때, 우리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과거 검찰 권력의 무소불위적 지배와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직시할 때, 이번 개혁의 의미와 필요성은 명백하다.
검찰청 폐지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권력 구조를 민주적으로 재편하고 정의를 회복하려는 사회적 결단이다. 국민의 신뢰와 정의를 되찾기 위한 이번 조치는 결코 멈출 수 없는 역사적 과정이며,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법 체계, 권력이 아닌 정의가 중심이 되는 사회를 위해 우리는 이 변화를 지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일부 정치적 검찰 세력의 반발은 예상된 일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들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권력이 아닌 정의가 중심이 되는 사회, 국민이 통제하는 사법 체계의 실현을 향한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야 할 때다.
진보당, 미 대사관 앞에서 5일 간의 농성
서울·경기·인천·강원 당원들, 철야 정당연설회
시민들의 발걸음 멈추게 한 ‘No Trump’
10월 13일부터 본격적 투쟁, “당 대회에서 결의할 것”
진보당은 26~27일, 미 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약탈적 대미 투자강요를 규탄하는 철야 정당연설회를 진행했다. ⓒ진보당
미국의 관세 수탈과 3,500억 달러 약탈에 맞서 미 대사관 앞에서 노숙 농성을 시작한 진보당. 26일 농성 4일 차를 맞아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당원 수백 명이 전례 없는 철야 정당연설회를 진행했다.
진보당은 23일, 약탈적 대미 투자 저지 주간을 선포하고 미 대사관 앞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서울시가 천막 설치를 막아서면서 5일간의 농성은 그야말로 풍찬노숙이었다.
바로 옆에는 서울시의 승인하에 모 행사에 사용된 수십 개의 천막과 무대가 그대로 설치돼 있었지만, 진보당은 이를 사용할 수 없었다. 진보당 당원들은 차가워진 밤공기 속에서 얇은 침낭에 의지해 바람을 견뎌야 했다. 경찰은 농성장 앞에 버스로 벽을 세워 미 대사관에서 농성장을 보지 못하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이날 저녁 7시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한국노동자 구금과 인권유린을 규탄하고, 대미투자 철회를 촉구하는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의 긴급행동이 있었다. 농성 중이던 진보당은 긴급행동에 힘을 실었다.
한국노동자 구금, 인권유린 규탄! 대미투자 철회! 트럼프위협저지 긴급행동 ⓒ민주노총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긴급행동에서 “트럼프의 말 한마디, 트위터에 올리는 글 하나하나에 우리 사회가 요동치고 있다”라며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도저히 묵과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고 규탄했다. 퇴근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긴급행동에서는 미국의 약탈과 폭력에 대한 규탄과 역사적인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터져나왔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조선의 집권층이 동북아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명나라를 쫓다가 결국 전쟁의 참화에 빠졌다”라며 “이제는 한미 동맹을 끊어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최영찬 공동의장은 “추석 때 미국이 수십 년간 저지르고 있는 일, 윤석열 같은 극우세력들의 행태를 제대로 알리고 더 큰 투쟁을 만들자”라고 호소했다.
이후 미 대사관까지 행진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불빛에 반짝이는 피켓들이 연이어 흔들렸고, 노래와 함께 구호가 터져 나왔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휴대폰을 들어 기록했고, 외국인 관광객 몇몇은 ‘No Trump’ 구호에 손뼉을 치며 호응하기도 했다. 윤석열 퇴진 투쟁의 겨울이 생각나는 광경이었다.
한국노동자 구금, 인권유린 규탄! 대미투자 철회! 트럼프위협저지 긴급행동 ⓒ민주노총
행진이 끝난 오후 9시, 진보당 당원들은 곧바로 미대사관 앞에서 정당연설회를 이어갔다.
김재연 상임대표는 “윤석열은 파면시켰지만 트럼프라는 전세계적 깡패 앞에 우리가 싸울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이 국민들의 심정”이라며, “진보당이 이곳에서 밤을 지새우며 나라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앞장서고 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4일 동안 농성을 마음으로 함께한 전 당원의 뜻을 한 데 모아 28일 당대회에서 진보당이 앞장서서 온 국민이 함께할 투쟁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당연설회에서는 신입 당원이 무대에 올랐다. 신입당원인 송희태씨는 “당원들 앞에서 노래하려니 다른 어떤 공연보다도 떨린다”라면서도 “당원들의 힘으로 트럼프의 수탈을 반드시 막아내자”고 힘차게 말했다. 신입당원 김민정씨도 “함께 밤을 지새우는 여러분들이 제 노래로 조금이나마 더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와 함성이 조용한 광화문 광장을 메웠다.
진보당은 26~27일, 미 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약탈적 대미 투자강요를 규탄하는 철야 정당연설회를 진행했다. ⓒ진보당
미국과 관세 협상,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정부는 ‘선방했다’라며 자축했다. 그러나 곧이어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가 벌어졌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항의나 여당 차원의 당론은 나오지 않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백이 생긴 그 자리를 광화문 광장 바닥에 앉아 있는 진보당이 대신 메우고 있었다.
진보당은 미 대사관 앞 노숙 농성을 진행하면서 국회 차원의 행동에도 주위를 돌렸다. 윤종오 원내대표는 대미 투자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동료 의원들에게 제안했다. 65명의 국회의원들이 참여한 결의안은 25일 국회에 제출됐다.
1부 정당연설회 이후 진보당 당원들은 12시까지 휴식을 취했다. 휴식 시간, 무대 주변에서 발언을 준비하고, 즉석 공연을 위해 손발을 맞추는 당원도 눈에 띄었다. 다른 켠에선 다음날 있을 기후 위기 행동 피켓을 제작하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바닥에 깔개를 펴고 침낭으로 새벽 추위를 막으며, 간식을 나누기도 했다. 응원한다며 음료를 가져다 준 한 시민은 많이 가져오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짧은 휴식 후 12시부터 정당연설회가 이어졌다. 지역에서, 학교에서, 노동 현장에서 활동하는 당원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발언이 이어질수록 졸음이 몰려오고 기온은 떨어졌지만, 광장은 결기로 가득했다. 당원들의 발언은 비록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그 어설픔이 오히려 분노와 진심이 더욱 선명히 드러났다.
강동·송파 박지선 당원은 대미 투자 반대 촉구 서명운동의 경험을 전했다. 그는 “멀리서 안 좋은 표정으로 오는 어르신이 있으면 긴장하게 되는데, 대부분이 트럼프 욕을 많이 하고 가신다”라고 전했다. 또한 “어떤 분은 우리가 미국의 속국도 아닌데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하는 소리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냐고 한탄하고 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아직 이 투쟁에 분위기가 많이 무르익지는 않은 것 같다”라면서도 “진보당이 노숙 농성을 하고, 동네에서 서명운동을 하는데 앞장서면서 투쟁이 무르익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침까지 이어진 정당연설회로 정당연설회를 함께 하고 있는 진보당 당원들은 지친 기색은 역력했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진보당은 26~27일, 미 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약탈적 대미 투자강요를 규탄하는 철야 정당연설회를 진행했다. ⓒ진보당
신창현 사무총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트럼프의 만행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만큼, 오늘의 이 투쟁은 1차전일 뿐”이라며 “미국의 강력한 압박을 막을 힘은 국민에게 있다. 10월 13일부터 진보당은 본격적으로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주말마다 광장을 열기 위해 진보당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월드컵의 열기로 가득했던 2002년 6월,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미선·효순이 미국의 장갑차에 깔려 세상을 떠난 일이 있었다. 제대로 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미 SOFA협정으로 인해 미국이 진행한 재판에서 ‘어쩔 수 없었으므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며 무죄 평결을 내렸다. 온 국민은 ‘죽은 사람은 없는데 죽인 사람이 없다’라며 분노했다. 시청 광장을 가득 채운 최초의 촛불 집회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투쟁도 6월부터 겨울까지 이어진 꾸준한 투쟁이 있었기에 진상을 알리고 전 국민적인 분노를 한데 모을 수 있었다. 윤석열 파면 투쟁도 ‘바이든 날리면’부터 이어 온 투쟁이 있었기에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었다.
진보당은 28일 킨텍스에서 진행되는 당 대회에서 대미 투자 철회 투쟁을 결의하고 추석 직후부터 전국적인 행동에 나선다. 미 대사관 앞 풍찬노숙, 국회를 움직인 결의안, 전국적인 운동에 앞장서는 진보당의 결심으로 트럼프의 약탈을 거부하고 대미 투자를 철회하는 투쟁이 국민들의 분노가 또다시 광장에서 분출될 것이다.
진보당은 26~27일, 미 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약탈적 대미 투자강요를 규탄하는 철야 정당연설회를 진행했다. ⓒ진보당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전 의원(왼쪽부터), 이수진 의원,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동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수첩에 기재된 내용도 작성 시기 등이 불명확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주당 인사들을 겨냥한 정치검찰의 또 하나의 표적 수사가 법원에서 철퇴를 맞은 셈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성화 판사는 26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던 기동민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6년 20대 총선을 전후해 김 전 회장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수진 민주당 의원,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 대변인에게도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정 판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김봉현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는데 시기·금액·방식 등이 일관되지 않고 최초 진술과도 차이가 난다. 정치자금 교부 여부나 주체 등에 대해서 진술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며 "김봉현과 이강세의 증언도 서로 다르다. 김봉현의 자필 수첩에 피고인들과 관련한 내용이 사후에 일괄적으로 기재된 것으로 보이는 등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김봉현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을 수령해 정치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볼 객관적 물증이나 구체적 정황도 부족하다. 김봉현이 정치권 인맥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청탁한 것처럼 언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유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각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기동민 전 의원은 20대 총선 후보였던 2016년 2∼4월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관련 인허가 알선과 선거자금 등 명목으로 현금 1억 원 및 200만 원 상당의 수제 양복을 받은 혐의로 2023년 2월 불구속기소 됐다. 이수진 의원은 2016년 2월 500만 원, 김영춘 전 장관은 같은 해 3월 500만 원, 김갑수 전 대변인(전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같은 해 2월 50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정 판사는 기 전 의원에게 김 전 회장이 양복을 맞춰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기동민과 김봉현 사이에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안의 알선이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양재동 부지가 2016년 4월 제3자에게 매각된 점 등을 보면 양복이 양재동 부지 인허가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 등을 변론했던 이제일 변호사는 선고 이후 언론에 입장을 내고 "애초에 기소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닌데 검찰이 억지로 짜맞추기식 기소를 했던 사건"이라며 "2016년경의 사건이라 2019년경 발발한 이른바 '라임 사태'와도 전혀 무관하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기 전 의원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1억 2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의원에게는 벌금과 추징금 각 500만 원을 구형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형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을 잃게 된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기동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소회를 밝히고 있다. KBS 중계 화면 갈무리
기 전 의원은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착잡한 표정으로 한동안 입을 떼지 못하다 "저는 그동안 라임의 배후 인물로 국민에게 거론됐다"며 "김봉현을 만난 게 2016년 한두 차례에 불과하고 의정활동 8년 동안엔 단 한 차례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는데 검찰은 라임의 배후에 청와대와 민주당이 있고 그 중심에 기동민이 있다는 프레임을 짜서 집요하게 민주당과 저를 공격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봉현이라는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항변하지 못했다. 그 사람으로부터 피해받은 국민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안다는 자체가 죄송스러운 마음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완벽하게 조작되고 기획된 정치 기획 수사였다는 것이 확인됐다. 검찰의 무도하고 야만적인 행태를 바로잡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또 "2016년도 사건이다. 검찰은 4년 동안 수사하다 공소시효 만료를 며칠 남겨두고 설명도 없이 전격적으로 기소했다"며 "라임의 배후 인물로 실컷 언론 플레이를 했지만 정작 기소 내용 그 어디에도 라임과 관련된 부분은 없다. 저는 만난 적이 없으니까 엉뚱한 내용으로 조작 기소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당사자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하는지는 전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정치적 목적과 검찰 위상 강화를 위해 마녀 사냥하듯이 정치인을 옥죈 이런 무도한 검찰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 후과(後果)로 지금 검찰청 (폐지), 검찰에 대한 개혁 작업들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소회를 밝히고 있다. KBS 중계 화면 갈무리
이 의원도 "저를 수년간 억울하게 옭아맸던 정치검찰의 부당한 기소에 대해 재판부가 실체적 진실에 기반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마음이 편안한 것은 아니다. 수년간 너무나 고통스러웠다"며 "그래도 오늘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에 재판부가 분명한 철퇴를 가해줬다. 또 어떤 획책을 부릴지 모르지만 정치검찰은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의 증인이라는 사람들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어디가 시작인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내용을 갖고 억울하게 몰아붙였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드는 것은 조작 검찰 아닌가"라며 "열심히 일할 초선 국회의원에게 정말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그런 (범죄의) 딱지를 씌운 것에 대해서 저는 분노한다. 언론인들도 거짓말쟁이들의 그런 조작에 부화뇌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역 동화문세점 앞에서 “대미 투자 전면 중단! 구금 노동자에 대한 사과 촉구!” 긴급행동을 열었다. ⓒ민주노총
주말을 앞둔 26일 저녁 퇴근 시간, 서울 한복판에 노동자들이 모였다. 미국 현지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체포·구금하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직접투자를 강요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저녁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미 투자 전면 중단'과 '구금 노동자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긴급행동을 벌였다.
민주노총은 이번 긴급행동에서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대규모 불법 구금 사태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직접투자 강요 문제로 국민의 권리와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미 투자 규모에 대해 "이는 한국 외환보유액의 80%를 넘는 규모로, IMF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적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트럼프 정부의 인권유린과 경제주권 침탈을 중단시키고, 한국 노동자의 생존권과 일자리를 지켜내기 위한 범국민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역 동화문세점 앞에서 “대미 투자 전면 중단! 구금 노동자에 대한 사과 촉구!” 긴급행동을 열었다. ⓒ민주노총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트럼프 정부의 지금 행태는 명백한 경제 수탈이자 우리 사회의 자주권을 짓밟는 행위"라며 "누구를 위한 투자이고 누구를 위한 이윤 추구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노동자 일자리를 외면한 채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국내 산업 기반은 더욱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 위원장은 또한 "3,500억 달러는 무상교육·무상의료를 실현하고도 남을 천문학적 금액"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양 위원장은 "지금 미국의 약탈을, 지금의 굴욕적 외교를 방치하고 방관한다면 한반도는 또다시 전쟁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우리의 삶은 또다시 IMF 때로 돌아갈 것"이라며 "우리 노동자들이 민중들이 다시 거리로 나서서 우리의 자주권과 우리의 경제 주권을 지켜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이주안 건설산업연맹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은 "구금된 노동자 중 일부가 조합원일 가능성이 있어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트럼프 정부에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즉각 중단하고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국내 산업을 살리고 노동자들의 고용 창출을 위해 투자하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그는 "트럼프는 붕괴해 가고 있는 미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계를 협박하고 있는데, 국민주권국가를 전면에 내세운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경제 수탈에 맞서 경제와 노동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국민과 함께 투쟁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도 "25% 관세를 15%로 낮췄다고 실익을 지켰다는 정부의 설명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관세폭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그리고 노동자 구금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횡포 앞에서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굴종적 대미 투자를 끝내고 구금 노동자에 대한 보상과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역 동화문세점 앞에서 “대미 투자 전면 중단! 구금 노동자에 대한 사과 촉구!” 긴급행동을 열었다. ⓒ민주노총
한편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함께 모인 '트럼프위협저지 공동행동(준)' 역시 민주노총에 이어 긴급행동에 나섰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국내 정치권이 국익과 민생 앞에 더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며 "외환보유액의 84%에 달하는 돈을 현금으로 내놓으라는 협박은 국민주권의 침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제출된 '대미 투자 요구 철회·구금 사태 사과' 결의안이 압도적으로 통과되길 기대한다"며 "진보당은 미 대사관 앞에서 밤샘 농성 등으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전국시국회의 김영주 상임공동대표도 "우리 한국 정부는 미국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대미 투자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한국 정부와 경제계도 그동안에 실행해 왔거나 약속해 왔던 대미 투자를 즉각 중지하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나아가 군사동맹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과 공동행동은 긴급행동을 마친 뒤 과 함께 미 대사관 앞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민주노총이 26일 “대미투자 전면 중단! 구금 노동자에 대한 사과 촉구!” 긴급행동을 마친 뒤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과 함께 미 대사관 앞까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진보연대 영상 캡쳐
▲'검찰청 폐지' 정부조직법 국회 본회의 통과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표결 결과가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 남소연
검찰청이 78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국회는 26일 오후 본회의장에서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수정안)'이 재석 의원 180인 중 찬성 174인, 반대 1인, 기권 5인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집단퇴장한 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수정안 가결됐으므로 원안은 표결하지 않겠다. 대안은 수정안 수정한 대로, 기타 부분은 원안대로 가결을 선포한다"고 말한 뒤 의사봉을 세 번 두드렸다.
앞서 국민의힘은 "다수의 힘으로 폭주를 자행한다면 국회가 있을 필요가 있느냐"(유영하 의원),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는데 일방통행 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송언석 원내대표)"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작으로 결사 저지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의 건'이 투표-가결되면서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료됐다(184명 재석 중 184명 찬성).
노무현도, 문재인도 실패했던 검찰 개혁... 본회의 통과
▲정부조직법 가결 선포하는 국회의장우원식 국회의장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공소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남소연
1948년 검찰청법 제정 뒤 독자 조직을 갖춘 검찰청은 이로써 78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검찰 개혁'은 노무현 정부 시절(2003년~2008년), 문재인 정부 시절(2017년~2022년) 모두 시도됐으나 야당의 반발, 검찰 조직 내 강한 저항 등으로 인해 매번 좌초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 검찰 개혁에 나섰던 조국 현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이들의 칼질로 고통받은 사람이 수도 없다. 칼을 멋대로 휘두른 망나니로부터 칼을 뺏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윤석열이라는 괴물이 검찰총장과 대통령으로 벌인 검찰권 오남용의 결과다. 윤석열 '칼'이 되어 표적 수사, 별건 수사, 먼지떨이 수사를 벌인 정치검사들이 죄값을 치르는 것"이라고 썼다.
'검찰 해체'를 두고 야권은 "일방독주"라고 반발했으나, 여권에선 "인과응보,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명 정부의 밑거름이 되어줄 정부조직법이 통과되고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검찰 개혁도 힘차게 닻을 올린다. 추석 귀향길 라디오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되었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드리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기쁘다." (정청래 당대표, 오전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앞서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나,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수차례 받다가 의원직이 박탈되기도 한 윤종오 진보당 의원(울산 북구)은 법안 통과를 두고 "검찰공화국에서 민주공화국으로 대한민국이 다시 탄생하는 순간"이라면서 "'무소불위' 권력으로, 칼로 쓰이던 검찰이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차장검사)은 24일 "검찰을 지우는 것은 오히려 성공적 검찰개혁의 오점이 될 수 있다"는 등 맞서 왔다. 노 직무대행은 26일 저녁 업무 종료 뒤에도 퇴근하지 않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표결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청 이름은 사라지지만, 이후 기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이 법무부 산하에,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산하에 각각 신설된다. 보완수사권 등 새 조직의 권한에 대한 논의도 계속된다. 실제 시행일은 2026년 9월부터다.
국민의힘, 다시 무제한 토론
의사일정 8항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가결된 이후 9항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됐으나, 국민의힘은 또 다시 무제한 토론으로 반대에 나섰다. 장외투쟁을 불사하는 제1야당 국민의힘은 이후 10항(국회법 일부개정안), 11항(국회 증언감정 등 개정법률안)에도 계속해 무제한 토론으로 결사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화하는 김병기-문진석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가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표결을 앞두고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검찰청 폐지' 정부조직법 표결 앞둔 정성호 장관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남소연
방용승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23일 [통일뉴스]와 인터뷰에서 "상황은 심각하고 고민은 깊지만 극복할 방법은 내부의 단합된 힘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자신의 소명에 대해 밝혔다. [사진-조천현]
평화공존과 통일의 올바른 길을 찾아 가는 여정이 쉽지 않은 시절이다.
격변의 세계 정세는 말 그대로 큰 바다에 떠 있는 한 척의 작은 배처럼 한반도를 흔들어대고 있고, 남북은 수년간 쌓여 온 대치로 인한 최소한의 대화마저 단절된 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권자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 회복을 이루어냈지만 내란의 광기는 숨죽인 채 반격을 노리고 있으며, 당장의 생존이 버거운 이들에게 앞날은 여전히 불안하고 평화와 통일의 미래는 꿈꾸기조차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바른 길을 찾아 나서기 위해 긴 호흡과 밝은 눈과 뜨거운 가슴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23일 오전에 만난 신임 방용승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상황은 심각하고 고민은 깊지만 극복할 방법은 내부의 단합된 힘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민의 총의가 하나로 모아져야 정부도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그 입장에서 일관되게 북과 대화하기 위한 노력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그 중간에 끼어있는 우리로선 운신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전례없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지만 우리 내부의 조건은 이념적 갈등과 세대간 단절이 심화되어 그 어느때보다 좋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다. 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내부의 단합된 힘'외에는 없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우리가 처한 상황이 이토록 엄중하니 보수·중도·진보가 다 함께 모여 해법을 찾기 위한 대화를 해보자'고 한다면, 혼쾌하게 자리가 마련될까?
방 처장은 "의견 그 자체보다는 어느 편이냐를 먼저 따지는 사회가 되어버렸다"며, "일단 평화롭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자는 것. 서로 다르다는 걸 존중하기보다는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분위기부터 개선하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에겐 "민주평통은 그런 사회적대화를 해 나갈 수 있는 최적의 기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젊은 시절부터 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시민들과 함께 평화와 통일을 현실적 체감으로 이야기하며 실천적 의지를 만들어 온 활동가로서의 단단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통일뉴스]는 지난 23일 오전 남산 집무실에서 신임 방용승 처장을 만나 민주평통의 여러 현안과 중요계획에 대해 묻고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8월 14일 60이 넘은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공무원선서를 하며 제28대 민주평통 사무처장으로 취임한 그는 오는 11월 1일부터 시작되는 제22기 자문위원단 구성과 사회적대화 구상에 여념이 없었다.
방 처장은 북의 적대적 두 국가 입장에 대해서도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주장의 전제를 충분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대화할 수 있는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여유를 갖고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사진-조천현]
아래는 일문일답.
□ 통일뉴스 : 오랫동안 현장에 뿌리박고 시민, 노동, 통일운동을 해 온 신임 사무처장의 경력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 8월 14일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인 민주평통 사무처장(제28대)에 취임한데 대해 기대가 많은데, 소감과 포부,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방용승 사무처장 : 이제 한달 조금 넘긴 상황인데요. 많은 분들이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계시죠. 비교적 자유롭고 창의적이었던 시민사회단체 활동과 달리 공직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국가 예산에 맞춰서 사업을 해야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다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 지금은 그 틀 안에서 사무처 식구들과 함께 변화된 남북관계 상황과 대외정세에 어떻게 우리가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지혜를 모아나가야 되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오자마자 11월 출범하게되는 자문위원들을 위촉하는 일이 바빠서 다소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 전날 북측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절대 핵을 내려놓지 않겠다(동결-축소-비핵화 3단계비핵화 해법 거부) △비핵화포기·평화공존의지 확인되면 미국과 회담에 나설 용의가 있다 △한국은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는 대미·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사이의 평화적인 대화를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이상 예전의 방식대로 접근해서는 어렵다는 정도의 판단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지금까지 북에서 대한민국하고는 통일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명시적으로 한번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맞닥뜨린 새로운 도전이라고 봅니다. 그에 맞는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겠죠. 김 위원장이 더 이상 대한민국을 상대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도 우리는 그 발언만 볼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주장이 나왔는지를 살피고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주장의 전제를 충분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대화할 수 있는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민주평통에서는 제22기 자문위원 위촉 관련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숙의·공론화 역량을 갖춘 인사 적극 발굴 영입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인적 구성의 다양성과 대표성 강화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전체 22기 자문위원은 국내 18,000명, 해외 4,000명으로 총 22,000명 규모입니다. 국내 자문위원은 대부분 추천기관을 통해서 들어오는데, 19일까지 끝났어요. 추천기관을 통하지 않고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의지가 있는 분은 직접 응모해달라고 해서 2,000명을 공개 모집하고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의원들을 당연직 자문위원으로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의원들이기 때문에 국민 의사가 골고루 반영될 수 있다는 판단은 있죠.
지난 지방선거 결과 기초 및 광역 단체장은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이 다수를 차지하고 국회의원은 여당인 민주당 소속이 많기 때문에 현재 민주평통 자문위원 균형으로는 얼추 맞습니다. 특별히 이번에 청년 자문위원을 참여공모로 1,500명 정도 더 확대하려는 건 기성세대에 비해 청년세대가 통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걸 좀 독려하고 장려하려는 차원입니다.
자문위원들은 국론을 하나로 모아나가는데서 '조정자' 역할을 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일반 공모로 연령제한없이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도록 500명 정도를 자문위원으로 모시려고 합니다. 이 분들에게는 사회적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회의나 그룹 활동에서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여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전문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하고 안내도 할 생각이에요. 우선은 분기별로 한번씩 있는 정기회의를 활용해 모범적 사례를 만들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울림이 되도록 하고 이후에는 잘 살려서 전면화 할 수 있겠죠.
특별히 기대하는 대상은 고등학교 2, 3학년에 해당하는 청소년들인데,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고 하지만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어서 결과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늘 사회적 쟁점이 되는 사안이기도 하지만 여성들의 참여 폭을 넓히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 청년(30%, 5,5000여 명), 여성(40%) 확대 방안이 눈에 띄던데요. 참여공모 현황은 어떻습니까?
■ 청년‧여성 확대를 위해 법정 추천기관에서 추천할 때 청년 30%, 여성 40% 비율을 유지하도록 하고 사무처장 제청과 참여공모도 같은 비율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여공모를 통해 2,000명(약 11%)의 자문위원을 새로운 인사로 영입하는 건데, 청년(18~45세, 고등학생 포함) 참여공모는 1,500명, 국민 참여공모는 연령제한 없이 사회적대화 경험이 있거나 평화통일 활동과 교육경험을 주로 파악하여 500명 규모로 발굴하려는 계획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청년 자문위원의 참여를 위해서는 특히 고 3학생도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학교 등에 협조를 구하고 있습니다. 적극성과 참신성, 지역 및 성별 비율 등을 고려해 심사를 통해 최종 선발할 예정입니다.
현재 민주평통에서 모집하려고 했던 인원은 넘어선 것 같습니다. 전체 구성에서도 계획한대로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아도 좋겠습니다.
□ 당연직 자문위원 대비 발굴·영입 자문위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는 않은지요?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게 있나요?
■ 일반 국민이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많이 참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출직 추천이 많아 자문위워단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서 일반 국민과 신진 인사들이 자문위원단에 참여할 수 있는 참여공모 확대를 통해 균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도 있습니다.
다른 추천기관을 통해서 추천을 받지 못했지만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싶은 경우에 권한이 있는 사무처장이 추천할 수 있는 제청 몫도 있습니다. 지금 정리는 하고 있습니다만, 의외로 개인적으로 저를 아는 분들은 해달라는 요청이 없어서 오히려 걱정입니다.(웃음)
사무처장 제청 몫으로 우수 활동 자문위원의 연임을 비롯해 남북관계와 시민사회, 종교·문화·예술·경제·교육·환경·과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영입해 자문위원의 전문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려는 취지입니다.
이런 자문위원 인선 방식은 직접민주주의 대표성과 관련하여 선출직 인사의 추천 참여를 보장해 민주적 정당성과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양성과 균형을 보장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민사회에서는 민주평통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습니다. 제 이력을 아는 분들이 이번엔 조금 기대를 갖고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한 것 같은데, 대중조직들에 참여를 요청하면 아직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애요.
□ 해외자문위원 추천위원회 필수 운영, 글로벌코리아리더 위촉 확대 등 개선책이 있으나 현지 동포 밀착형 통일 공감대 확산 활동 등에 대한 평가 기준 등 현황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해외자문위원은 재외공관 추천 3,200명과 사무처장 제청 800명 등 총 4,000명을 위촉할 예정입니다. 최근 해외 활동은 현지 주민 및 주류사회와의 연계로 범위를 확대해 한류 확산과 한국의 위상 제고에 활용하여 국가별 맞춤형으로 평화통일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한 인사를 발탁하려고 합니다.
10명 이상 후보자를 추천하는 재외공간의 경우에는 외부인사가 포함된 '해외자문위원 추천위원회'를 필수적으로 운영하도록 하여 투명성과 대표성을 확보하도록 했습니다. 국가별 환경과 특성이 서로 달라서 일률적인 평가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어렵지만 추천위에서 전문성과 활동성, 사회적 평판, 현지 정착정도와 영향력, 통일기반 조성활동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지사회와 주류사회에 영향력있는 인사를 위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주평통이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반헌법적인 행위를 한 사람들을 추천하는 것은 당연히 부적절하겠죠.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기수별로 성향은 다를 수 있지만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라는 지침을 보냈고 잘 구성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 민주평통 자문위원 구성이 집권세력 변화에 따라 매번 60~70%에 달하는 반복적 변화를 겪고 있는데, 여러 지역과 다양한 계층의 인사들이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안정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내 자문위원 1,8000명 중 절반 정도가 선출직 인사들의 추천을 통해 위촉되는 만큼 자문위원 구성의 다양성과 균형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부담이 발생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여야 집권세력이 바뀌면 선호에 따라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는 사람들도 좀 바뀌겠죠.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때도 일반 자문위원의 경우 약 60% 정도가 신규 자문위원이었고 윤석열 정부로 바뀌면서 그 비율은 비슷한 비율을 유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하던 분들이 계속 하는 것 보다는 신규 자문위원이 많다는 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여·야가 함께 추천하는 구조를 강화하여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을 지속하면서도 정치적 기반이 없는 일반 국민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는 국민참여공모, 청년참여공모 등을 확대하는 것을 그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곡해하여 배척하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며, 평화적으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듣고 수렴해 나가겠다는 것이 방 처장의 각오이다. [사진-조천현]
□ 다소 결은 다르지만 민주평통이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의 위상을 벗어나 '국회, 지방정부, 시민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독립적 공론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평화통일 논의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신지요.
■ 민주평통의 지위와 역할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해합니다. 장단점은 있을 수 있겠는데, 그것이 얼마만큼 효율성, 효능감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민주평통은 헌법 제92조에 평화통일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한 기구임을 명시하고 조직과 직무범위 등에 관해서는 법률로 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설립되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제6조에는 대통령이 민주평통의 의장이 된다는 규정도 있죠. 민주평통이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 자문기구라는 점도, 대통령이 의장이라는 점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구조로 인해 자문위원 구성과 활동이 정부의 성향에 영향을 받는 경향도 발생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반적인 정부 부처가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하지만, 민주평통은 국민의 의견 수렴과 국민적 합의 도출이 주요 기능이기 때문에 균형성과 중립성을 강하게 요구받기 때문에 문제가 제기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통령과 민주평통 자문위원, 그리고 국민과의 연결에 치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국회·시민사회 등과의 유기적 연계가 부족했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합니다만, 대통령 자문기구로서의 위상을 변경하는 문제는 제도 개편 차원을 넘어 보다 많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민주평통이 가진 조직적 강점을 바탕으로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를 논의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더 중요한 일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국민들의 여러가지 의견을 잘 모아서 대통령에게 잘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민주평통이 평화와 통일에 대한 범국민적 합의 기반을 확대하는 범국민적 조직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내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여야 추천을 통한 다양한 인사가 참여한다는 자문위원 구성 자체가 보수와 진보의 대화구조라는 성격을 가지지 않습니까. 우선 이런 조직적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평통은 지역에 뿌리내린 조직기반만 해도 광역단위 18개 지역회의, 그리고 시‧군‧구 228개 협의회가 있습니다. 가히 풀뿌리 평화통일 활동이 가능한 조직이죠. 평화통일 활동의 구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한 인적·구조적 강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민주평통끼리, 자문위원끼리 제한된 범주를 벗어나 자문위원 대상 사업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국회, 시민사회, 학계, 통일부를 비롯해 관계부처, 정책집단 등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구요.
특히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통령의 '입'을 보는 조직이 아니라 신뢰성있는 여론과 정책 제안을 생산하여 대통령의 '귀'를 여는 조직으로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회적대화' 추진은 지난 정부에서도 이루어졌지만 그 평가가 높지는 않습니다. 어떤 대책을 고민하고 있으신지요.
■ 말씀하신대로 사회적대화를 통해 합의를 형성하는 것이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닙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대화하고 소통하는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대화를 추진하면서 중요한 것은 조급하게 사회적합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성과에 급급해하기보다는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평화적으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평통은 그동안 평화통일원탁회의(2018-2020년 총 22회. 677개 단체, 32개 대학 등 5,920명 참여), 우리고장 평화플랜 및 평화통일시민대화(2021-현재. 총 20회. 250개 단체, 12개 중고교, 8개 대학 등 2,160명 참여) 등을 통해 자문위원, 시민사회,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대화를 꾸준히 실천해 왔습니다.
그동안 사회적대화가 다양하게 진행되어왔지만,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가지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큰 원칙을 정하는 사회적대화를 한번 해 보자는 겁니다. 아주 일반적 원칙에 대한 합의라고 하더라도 생산적이고 건강한 사회적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있습니다. 또 그런 조건이 조성되더라도 합의 도출을 위해서는 일정한 목적의식적 작업이 필요하고 이를 주도하는 몇몇 전문가들만의 일이 아니라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결코 쉬운일은 아닐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게 중요하죠.
우리 사회는 지금 남북 관계에서 이전엔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북이 대한민국을 통일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 처음이에요.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그 중간에 끼어있는 우리로선 여러 가지로 운신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걸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상식적으로 볼 때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내부의 단합된 힘만이 이걸 극복할 수 있어요.
국민의 총의가 하나로 모아져야 그걸 바탕으로 정부도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면서 북과 대화를 위해 노력도 할 것이고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대외 상황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조건은 세대간 단절과 이념 갈등으로인해 그 어느때보다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와 중도, 진보가 모여서 대화하자, 합의를 도출해 보자고 한들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조건속에서 평화롭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평통은 그런 사회적대화를 해 나갈 수 있는 최적의 기구가 될 수 있습니다. 2만2천명의 국내·해외동포가 함께 있구요, 그 안에 진보·보수·중도가 지역별로 다 망라되어 있지 않습니까? 우리 민족과 국가의 이익이 되는 통일을 이뤄 나가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분위기와 환경만 조성된다면 사회적합의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민주평통이 이루어 온 그간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민주평통 228개 지역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지역에서 시민사회, 지방정부, 학교, 언론, 학계 등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하는 사회적대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사회적대화를 통해 '다름'을 '틀림'으로 곡해하여 배척하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며, 평화적으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듣고 수렴해 나가겠습니다.
특히 민주평통은 풀뿌리 평화통일조직인 만큼 대화를 넘어 각 지역에서 시민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지역맞춤형 평화통일 활동도 논의하고 실천하는 일을 병행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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