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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 대통령을 무시하는 주한미군사령관, 당장 전작권 환수해야

  • 기자명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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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4.2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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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22일(현지시각)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22일(현지시각)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감히 전작권 환수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브런슨 사령관은 22일(현지시각)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면서 2029년 3월에 가서 전작권 환수 조건이 마련됐는지 따져보겠다는 거다.

지가 뭔데? 우리 군이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이 되는지 안 되는지 평가하겠다는 건가. 마치 우리 전작권이 본래 자기 것인 양 시혜를 베푸는 주인행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방한한 미 상원 의원단에게 “전작권 환수를 통해 우리 자체적으로 동북아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야겠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도 이 대통령과 뜻이 같다. 지난 20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 10명 중에 7명(69.3%)은 전작권을 조속히 환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주권자 국민과 군 통수권자 대통령이 전작권을 행사하겠다고 했으면 그만이지, 왜 주권국가의 군사작전권을 미군 사령관이 준다만다 떠드는가 말이다.

전작권은 '조건'을 충족해야 돌려받는 선물이 아니다. 본래 주인인 우리 군이 당연히 행사해야 할 천부적 권리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전시 상황에서 제 나라 군대를 스스로 지휘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제적 웃음거리이자 주권국가로서의 수치다.

 

지휘권 없는 군대가 무슨 대한민국 국군인가. 최고 명령권자가 미군사령관인 우리 군을 미군이라 불러도 어찌 항변할 수 있겠나.

더구나 미국은 이란을 불법 침략한 전범국이다. 전쟁범죄를 저지른 침략군의 지휘를 계속 받다가는 우리 국군도 언젠가는 침략전쟁에 동원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를 “중국 앞에 떠 있는 항공모함”에 비유한 바 있는 브런슨 사령관은 이번에도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시야를 서쪽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주한미군기지를 대중국 전쟁의 전초기지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최근 군국주의 부활을 노린 일본이 미국의 사주 아래 제1도련선에서 전쟁 불씨를 지피고 있다. 이런 작금의 정세는 전작권 환수를 한시도 늦출 수 없다고 웅변한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 주권은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당장 전작권을 환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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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 맛본 이 대통령 “실패 없다더니 사실이더라”···베트남 하노이 밤거리 깜짝 등장

수정 2026.04.24 08:20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현지시간) 저녁 베트남 하노이 도심 거리 산책 도중 상점에 들어가 베트남 전통 모자인 ‘논라’를 착용해보고 있다. 이 대통령 인스타그램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베트남 하노이의 시내에서 식사한 뒤 “베트남에서는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실패하지 않는다던데, 그 말이 사실이더라. 덕분에 맛있는 저녁 식사를 즐기고 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하노이의 저녁은 참으로 아름다웠다”며 “호안끼엠 호수와 구시가지 골목을 걸으며 베트남 국민 여러분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격식 있는 일정이 아닌 일상의 공간에서 마주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현지시간) 저녁 베트남 하노이 도심의 한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 인스타그램

이 대통령은 이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도 마음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며 “건네주신 환한 미소와 인사를 오래도록 기억하겠다. 앞으로도 우리 두 나라가 깊은 우정과 신뢰를 쌓아가며 활발히 교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을 마주친 현지 주민들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거나 “웰컴 투 베트남”이라고 외치며 이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고 안귀령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 대통령 부부도 베트남어로 ‘안녕하세요’를 뜻하는 “신짜오”로 화답했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현지시간) 저녁 베트남 하노이 도심 거리를 산책하고 있다. 이 대통령 인스타그램

이 대통령은 거리에서 판매하는 돼지고기 꼬치구이와 사탕수수 음료를 즉석에서 맛을 봤고, 두리안을 구매해 동행한 참모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고 안 부대변인은 소개했다. 이후 이 대통령 부부는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쌀국수와 볶음밥으로 저녁 식사를 한 뒤 일정을 마무리했다.

안 부대변인은 “이번 방문은 격식 있는 공식 일정을 벗어나 베트남 국민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고자 마련한 것”이라며 “양국 국민 간 정서적 유대를 깊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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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오만한 힘 과시' 베트남,이란 전쟁은 이란성 쌍둥이

이길주 뉴욕통신원

kiljy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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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악마, 미국은 구원자' 성전으로 미화 똑같아

폭격을 역사의 한 수단으로 설정한 두 전쟁

"석기시대" 발언은 히틀러의 인종 청소 닮아

삶과 죽음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극한 교만

'힘의 오만'이 불러온 베트남 패전 교훈 새겨야

도널드 트림프 미국 대통령과 각료들이 지난해 3월 26일(현지시간) 제2기 첫 백악관 각료 회의를 시작하기 전 기도를 올리고 있다. 그는 최근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하고 자신을 구원자로 제시하는 이미지를 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 전쟁을 성전화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2025.3.26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며칠 후면 두 달이 된다. 지금은 잠정 휴전 합의에 따라 미국, 이스라엘의 폭격과 이란의 드론, 미사일 반격이 공식적으로는 중단된 상태다. 언제 또 군사 행동이 재개될지 모른다. 양측 모두 전쟁으로 지치고 중단의 필요를 느끼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이 날선 공방을 주고받고 있으며, 휴전 협상 의제인 이란의 핵 정책에 대해서도 진전이 없어 보인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와의 휴전 합의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이란 전쟁의 피해와 비용은 엄청나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4월 중순 현재 이란인 약 3500명이 사망했다. 이중 383명의 어린이가 생명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공격과 침공을 당한 레바논에서는 약 2500명이 사망했고 12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어린이 희생자 수는 약 2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 피해는 13~15명, 이스라엘은 약 30명의 민간인과 군인이 사망하는 피해를 보았다.

전쟁의 경제적 비용은 정확한 계산이 어렵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까지 전쟁을 위해 300억~500억 달러를 군사비용으로 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쟁 비용이 1조 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전쟁이 끝난다 해도 세계 경제는 오랫동안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물가 상승은 이미 당면한 문제이고, 앞으로 장기 불황이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지난 1월 3.3%에서 4월 중순 3.1%로 하향 조정했다. 만약 이란 사태가 지속된다면 성장률은 2~2.5%로 더 내려앉을 가능성이 있다. 불안한 경제 상황의 피해는 저소득층에 집중된다. 전쟁이 나면 가난한 가정의 자식이 전장에서 싸우고 부모는 뒤에 남아 가계부와 싸운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형국이다.

돌아보면 이란 사태가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었다. 이란은 미국에 분명 불편한(uncomfortable) 상대였다. 하지만 고통을 주는(painful) 나라는 아니었다. 이 둘은 다르다. 외교에서 불편한 상황은 두 국가가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고 갈등의 소지가 있지만 서로에게 존재적 위협은 아니다. 소화가 잘 안돼 몸이 불편하다고 할 일을 못하지는 않는다. 고통은 다르다. 통증은 일상의 기능을 저해한다.

이란은 미국에 그냥 불편한 상대였다. 핵무기 개발, 석유 수출을 통한 중국과의 밀착,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지원 등은 불안 요소였지만 미국의 헤게모니를 막고 저해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협상과 설득의 공간이 있었다는 뜻이다.

줄다리기가 팽팽했지만, 협상으로도 해결할 수 있었던 미국과 이란의 핵을 둘러싼 마찰이 왜 전쟁까지 불러왔나? 갑자기 이란이 미국에 불편함을 넘어 통증을 안기는 존재로 변했다. 따라서 치유책도 압력과 봉쇄에서 폭격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의 근저에는 ‘힘의 오만'(Arrogance of Power)이 있다.

미국이 베트남전쟁의 수렁으로 깊이 빠져들던 1966년, 아칸소주 출신 제이 윌리엄 풀브라이트 상원의원(외교위원장)이 베트남 전쟁의 원인을 분석하는 책을 발간했다. 책 제목이 바로 ‘힘의 오만’이다.

 

'힘의 오만'의 저자 윌리엄 풀브라이트 상원의원의 생전 모습 (IMDB.com)

“’힘의 오만’이란 국가들이 다른 국가보다 더 크고, 더 낫고,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심리적 욕구를 말한다. 이러한 욕구에는…무력이 우월성의 궁극적인 증거라는 가정이 내포되어 있다. 즉, 한 국가가 더 강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더 나은 국민, 더 나은 제도, 더 나은 원칙, 그리고 일반적으로 더 나은 문명을 갖고 있음을 증명한다는 생각이다.”

풀브라이트는 “미국이 전례 없는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과 다른 국가 간 힘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힘의 오만에 빠져든다고 보았다. 이때 오만한 힘에서 비롯된 군사 행동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책임과 사명으로 미화된다.

트럼프를 지배한 힘의 오만은 단순한 군사력에 있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통해 신성함을 보았다. 풀브라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역사에 반복해서 나타난 의식 구조이고 행동 양식이다.

 

미국은 베트남에서 다량의 네이팜탄(소이탄)을 투하했다. 태워서 없애고 죽이는 네이팜탄 공격은 마을과 사람들을 광범위하고 강한 불길에 휩싸이게 한다. 미국의 한 공군 지휘관은 이런 공격으로 베트남을 석기 시대로 되돌리겠다고 공언했다. (Public Domain)

“우리 (미국) 역사를 통틀어 두 가지 흐름이 불안정한 공존 관계를 이어왔다. 하나는 지배적인 흐름인 ‘민주적 인본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비록 그 비중은 작으나 끈질기게 지속되어 온 ‘배타적 청교도주의’이다.” 미국이 “민주적 인본주의”를 견지했을 때는 “상황이 그럭저럭 순조롭게 돌아가거나 당면한 문제가 명확하고, 한정적이며,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일 때”였다. 이 경우 “이성과 절제가 우위를 점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나 여론 주도자가 대중을 격앙된 감정 상태로 몰아넣을 때면, 우리의 청교도적 정신이 불쑥 튀어나와 (미국이) 가혹하고 분노에 찬 도덕주의라는 왜곡된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란과 싸우는 미국과 트럼프의 생각과 행동이 바로 이렇다.

가혹하고 분노에 찬 ”청교도적 도덕주의"는 마녀사냥 같은 극단적인 내부 통제와 원주민 학살이란 팽창주의로 나타났다. 마녀는 신성한 신앙 공동체를 파괴하는 악이고, 토지를 생산수단, 부의 척도로 간주하지 않는 원주민은 청교도 공동체의 번영과 발전을 저해하는 방해 요소가 되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력은 성전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1630년대 청교도 정착민들이 지금의 코네티컷주에서 피쿼트 원주민을 상대로 벌인 전쟁을 묘사한 19세기 판화. 청교도들의 압도적인 힘과 승리를 표현하고 있다. 풀브라이트 상원의원은 이런 역사와 사고가 '힘의 오만'으로 이어졌다고 보았다. (Public Domain)

청교도들이 마녀를 사냥하고 원주민과 전쟁하며 그랬듯이 트럼프는 이란 전쟁에서 절대적 선과 압도적 힘의 우위를 믿었다. 그는 미국의 군사행동에 힘입어 이란인들이 압제의 상징으로 채색된 이란의 신정 체계에 반기를 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또한 이란의 비대칭 군사력을 “활과 창”으로 무장한 원주민 수준으로 깔봤다. 체계적인 분업과도 같았던 이스라엘과 미국의 폭격으로 이란을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란은 부서졌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의 지적대로 진정한 이란의 능력과 위협은 핵탄두가 아니라 지리적 위치(geography)에서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외부 압박과 공격에 대한 이란의 투쟁성과 능력 또한 없어지지 않는다.

 

공격 첫 날인 2월 28일, 폭격을 당한 이란의 도시들이다. 트럼프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폭격으로 이란을 무릎 꿇릴 것을 자신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이란을 "석기 시대로 돌리겠다"고 극언에 가까운 경고를 날렸지만 이란은 아직 전쟁을 포기할 태세가 아니다. (알자지라)

그래서 나온 답이 트럼프의 “석기시대” 발언이다. 그는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그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석기 시대로 되돌려 보낼 것”이라며 문명의 종말을 경고했다. 단순화하면 인류 지도에서 없애주겠다는 뜻이다.

한 민족을 완전히 파괴해 문명사와 결별시키겠다고 위협한 인물은 아돌프 히틀러 이후 처음이다. 히틀러 사고 체계의 핵심인 우수 민족(지배자 민족) 독일에 꼭 필요한 “생존 공간(lebensraum)”도 같은 맥락이다.

독일이 침략해 차지할 땅을 역사의 실수 때문에 열등 민족이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공간을 비워야 한다. 잘못 형성된 민족 공간을 원점으로 돌리고 그곳에서 게르만 민족의 찬란한 역사를 펼친다는 논리였다. 히틀러는 폴란드를 시작으로 러시아에 이르는 땅을 독일화하기 위해 극도로 파괴적인 전쟁을 벌였다. 인종 청소 전쟁이라고도 한다.

트럼프의 석기시대 발언도 이란의 민족성이 사라진 공간에 미국 문명을 옮겨 심겠다는 사고를 반영했다. 그는 대규모 공습을 앞두고 “오늘 밤, 하나의 문명 전체가 소멸할 것이며 다시는 되살아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기존 통치 체제가 무너졌으니 "이전과는 다르고, 더 현명하며, 덜 급진적인 사고를 지닌 이들이 주도권을 쥐게 되었으니, 어쩌면 혁명적일 만큼 놀라운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트럼프도 히틀러처럼 문명의 소멸을 역사의 전환이며 진보로 보았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을 자신하면서 전쟁 후에 이란은 물론 세계 공동체가 새로운 역사를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아돌프 히틀러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이 우수 민족 독일이 다스리는 새로운 세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Publid Domain)

문명의 소멸과 부활은 절대자 창조주의 권능을 떠올리게 하는 언어이다. 히틀러가 이 언어에 능했다. 유대인 차별과 학살 정책에 대해서 “오늘 나는 전능하신 창조주의 뜻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믿는다. 유대인들을 배척함으로써, 나는 주님의 대업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까지 했다. 이 대업을 예수가 시작했으나 끝내지 못했다며, 그러나 “나 아돌프 히틀러가 완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1939년 9월 3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 이틀 후 히틀러는 세계대전의 불가피성을 호소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에도 신이 등장한다. “자신을 돕기로 굳게 다짐한 사람(민족)에게 언제나 자비를 베풀어 오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우실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땅을 우수 민족 독일의 "생활 공간"으로 만들어 그곳의 열등 민족을 다스리면 인류 역사가 새롭게 쓰일 것이라는 히틀러의 망상으로 동부 전선에서 독일군은 사람들을 살육하고 집을 불태웠다. (Publid Domain)

트럼프는 이란과의 전쟁 초기부터 신앙을 끌어들였다. 전쟁의 성전화를 위해서였다. 이란 폭격 개시 일주일 뒤인 3월 초 백악관에 모인 종교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둘러싸고 합심해 기도했다.

 

이란에 대한 폭격이 시작된 일주일 뒤 백악관에 모인 기독교 지도자들이 그를 위해 안수 기도를 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고통과 파괴, 죽음이 지배하는 세상의 질서를 극복하고 화해와 평화가 이 땅에 이루어지길 간구하는 부활절을 앞두고 트럼프는 또 기독교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이들도 트럼프와 미국, 전쟁을 위해 기도했다. 기도로 힘을 얻었는지 그는 부활절을 맞아 이란에 위협을 날렸다. 곧 “발전소의 날이자 다리의 날 -- 이 모든 ([공격 목표가) 하나로 어우러진 특별한 날”을 맞이할 것이라며 민간의 고통을 극대화할 폭격 대상을 콕 집어 경고했다.

최근에는 트럼프의 이란 전쟁 신성화 캠페인에 성직자들을 넘어 예수가 직접 등장했다. 그는 예수와 연계된 두 개의 이미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갈무리

예수가 왼팔을 트럼프의 왼쪽 어깨에, 오른손은 오른쪽 가슴에 대고 그를 축복하는 모습이다. 뒷배경에 빛을 발하는 성조기가 있다. 구약 이사야서 41장 10, 11절을 떠올리게 한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다음 이미지는 앞엣것보다 먼저 트루스소셜에 올린 것이다. 한 발짝 더 나갔다. 예수 또는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수준을 넘어 트럼프는 예수가 되었다. 얼굴만 다를 뿐 예수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의 트럼프는 왕권을 상징하는 보주(십자가가 달린 구슬)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을 병자의 이마에 손을 얹은 채 치유의 기도를 하고 있다. 평범한 미국인들을 상징하는 이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다. 뒤에는 성조기, 미국의 상징 독수리, 자유의 여신상과 전투기, 참전 병사들의 모습이 형상화됐다. 그가 구세주로 격상했다. 논란이 일자 두 사진 모두 SNS에서 내려졌다.

 

트럼프는 최근 병자를 치유하는 예수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란과의 전쟁을 성전으로 포장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갈무리

전쟁을 성전, 또 자신을 구원자로 채색하려는 트럼프는 교황 레오 14세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레오 14세가 힘의 오만과 같은 맥락인 “전능의 망상” 때문에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신앙 지도자로서 교황의 능력을 문제 삼았다.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교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좋은 교황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쏘아붙였다.

베트남 전쟁 때도 미국을 신성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1965년 5월 미 해병대 3500명이 남베트남 다낭에 상륙했다. 베트남이 미국의 전쟁이 되는 순간이었다.

한 달 전 린든 존슨 대통령은 워싱턴 D.C. 인근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 홉킨스 대학을 찾아 베트남 전쟁에 대해 연설했다. 연설의 결론 부분에서 존슨은 구약 성서 신명기 30장 19절을 인용했다. “내가 오늘날 천지를 불러서 너희에게 증거를 삼노라 내가 생명과 사망과 복과 저주를 네 앞에 두었은즉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고…”

사백 년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 약속의 땅으로 향하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지도자 모세는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여호와를 믿고 따라 생명과 복을 얻을 것인가 그의 뜻을 어겨 사망과 저주의 길을 갈 것인가? 하늘과 땅을, 증인을 선 절체절명의 선택이었다. 모세는 물론 이스라엘 민족이 복되게 사는 길을 택하라 했다. 존슨에게 베트남 전쟁은 “파괴할 것인가, 건설할 것인가. 죽일 것인가, 도울 것인가. 미워할 것인가, 이해할 것인가”의 선택일 따름이었다.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의 민족해방전선이 어떤 쪽을 택하든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규모”의 파괴 또는 건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했다. 존슨에게 미국의 선택은 "선한, 생명의 길"이었다. 그렇게 해서 전장에서의 적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적, 그리고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적들을 싸워 물리칠 것이라고 했다.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의 민족해방전선은 존슨이 권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미국은 베트남을 마치 석기 시대로 돌리려는 듯 맹폭을 가했다. 그는 “평화의 수호자들은 어떠한 시련 속에서도 굳건히 견뎌낼 것이며…기필코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성경에는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 했다. 이렇게 베트남 비극도 미국은 신성한 전쟁으로 포장했다.

 

1975년 4월 베트남 패망 당시 헬리콥터를 바다에 내버리는 미군. 미국은 자유 독립 국가 남베트남을 지킨다는 신성한 전쟁 목표를 내세웠지만 전쟁은 큰 아픔과 치욕을 안겨주었다. (Public Domain)

결과는 참담했다. 연인원 약 300만 명을 베트남에 보냈고 이 중 거의 6만 명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부상자는 30만이다. 요즘 가치로 약 1조 달러를 베트남에 뿌렸다. 1975년 4월 베트남은 패망했다. 전혀 성스럽지 못한 결과였다.

그리고 반 세기가 흘렀는데도 미국은 그 교훈으로부터 배우지 못해 이란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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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기지 철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미 대사관 앞 촛불문화제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6/04/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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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 기자

 

“이란전쟁을 통해 미국에 대해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되는 몇 가지가 있다. 미국은 깡패 양아치 국가라는 것, 미군기지가 전쟁의 화근, 타격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 미국의 군사력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는 것이다.” 

 

22일 오후 7시 광화문 미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파병강요 전쟁화근 주한미군기지 철수 촛불문화제’의 사회자인 김세동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가 이같이 말했다.

 

이날 ‘파병강요 전쟁화근 주한미군기지 철수 긴급행동’(긴급행동)이 개최한 촛불문화제에 약 100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김 공동대표는 “최근 일본 자위대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미국·필리핀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훈련 ‘발리카탄’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프리덤 플래그라는 한미연합 대규모 공중훈련이 지금도 광주 공군기지에서 진행되고 있다”라며 “미국이 (이란) 다음으로 물색하고 있는 전쟁지가 어디겠는가? 북한, 중국, 러시아가 다 동북아에 있다”라고 말해, 동북아지역의 정세가 심상치 않음을 암시했다.

 

이어 “전시작전권 환수, 주한미군기지 철수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 김세동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참가자들이 “파병강요, 전쟁화근 주한미군기지 철수하라!”, “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훈련 전면 중단하라!”라고 힘차게 외쳤다.

 

윤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이란이 미국의 불법 침공에 맞서 주변 친미국가의 미군기지를 폭격했듯이, 전 세계 곳곳에 자리 잡은 미군기지는 결국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며 “이번 (미국의) 파병 강요 사태와 이란의 미군기지 폭격을 보며 우리는 미국이 우리에게 전쟁 피바람을 불러올 뿐이지 우리의 안보와 주권을 지켜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이런 미국과 완전히, 반드시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전쟁과 학살을 일으키고 이제는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조차 처리 못 해 쩔쩔매는 미국의 모습을 보니 미 제국주의의 처참한 몰락이 온몸으로 느껴진다”라며 “아름다운 우리 땅 한반도에서 하루빨리 주한미군기지를 뽑아버리고 안전하고, 깨끗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자”라고 호소했다.

 

정성희 자주연합 집행위원장은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구성 핵시설’을 언급한 것에 대해 미국이 대북 정보를 일부 제한하는 행태를 “주권에 대한 공개적인 도전”, “한국의 입과 정책을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이란전쟁에서 이기고 있는가? 패배하고 있다. 중동에 있는 미군기지가 박살 나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은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중동에 있는 미군기지로 날아갔다. 이제는 더 이상 중동에 (미군이) 주둔하기도 어렵게 됐다”라며 “한반도의 주한미군기지도 다르지 않다. 중국, 러시아, 북한 미사일의 1차 타격 대상이 어디인가. 평택, 오산, 군산 등의 미군기지이다. 주권자의 힘으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자”라고 호소했다.

 

  © 김영란 기자

 

김은희 ‘용산 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대표는 “용산 미군기지는 아직도 다 반환되지 않았다. 미국은 대중국 압박 전략에 따라 용산 미군기지를 반환하는 대신 평택에 미군기지를 확장했다. 그런데 2008년까지 용산 미군기지를 반환하겠다는 협약은 20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지켜지지 않았으며 이제 겨우 30%만 반환되었다”라며 “주한미군은 평택 미군기지도, 용산 미군기지도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미군은 남산에 있는 주한미군 통신기지 캠프 모스를 일부 반환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 얼마만큼 반환되었는지, 언제 반환이 완료되는지 알 수 없다”라며 “만일 미국이 대중국 전쟁을 일으키면 캠프 모스 같은 미군의 통신기지는 제1의 타격 대상으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한봄 청년촛불행동 대표는 “이란전쟁 중 처참하게 폭격당한 중동지역의 미군기지 사진들을 봤다. 미군기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 폭격의 과녁으로 되는 것”이라며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면 중동의 처참하게 파괴된 미군기지의 모습이 곧 우리 한반도의 내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로 자주국방을 실현해야 한다. 전작권 환수가 되면 한미연합사령관은 이제 더 이상 미군이 아닌 우리 군이 맡게 된다. 또 주한미군의 지휘를 받을 필요가 없어지고 미군 주둔의 명분도 사라진다. 주한미군의 지휘 아래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릴 위험도 끊어낼 수 있는 것”이라며 “전작권 환수하고 한반도와 그 인근의 방위를 한국이 맡으면 미군은 자신들의 본토인 아메리카나 지키러 가면 된다. 그리고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게 주한미군기지 자체를 철거해 버려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한편 긴급행동에는 국민주권당, 도쿄민주실천연대, 독일함부르크촛불행동, 동행풍물패, 미국 내정간섭 반대 대학생 운동본부, 미주양심수후원회, 민족작가연합, 민중민주당, 사)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 사)평화어머니회, 시민인권위원회,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 자민통위, 재미노동자투쟁연대, 전북민주동우회, 조선일보폐간시민실천단, 촛불행동, 통일중매꾼, 평화이음, 프랑스민족의집, 한강하구평화센터,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한국중립화추진시민연대, 한민족유럽연대 등 24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단체들이 더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긴급행동은 29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

 

  © 김영란 기자

 

▲ 윤민 회원(왼쪽), 정성희 집행위원장.  © 김영란 기자

 

▲ 김은희 대표(왼쪽), 김한봄 대표.  © 김영란 기자

 

▲ 가수 동백 씨가 「소리 질러요」, 「이젠 나가」, 「행복의 나라로」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박대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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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올해 1분기 한국 GDP 전 분기 역성장 벗어나 1.7% 성장

[속보] 올해 1분기 한국 GDP 전 분기 역성장 벗어나 1.7% 성장

허환주 기자 | 기사입력 2026.04.23. 08:07:06

올해 1분기 한국의 GDP가 전 분기 역성장에서 벗어나 1.7% 성장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7%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0.2%를 기록했던 성장률이 한 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6%였다.

ⓒ연합뉴스

허환주 기자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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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 혼자 전쟁 탈출 못해"…대치 장기화 예고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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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04.22 17:30

  • 수정 2026.04.22 17:44

  • 댓글 2

트럼프 "휴전 무기 연장, 해상봉쇄는 계속"

이란 "휴전연장 인정 안해…국익따라 행동"

미국 해상 봉쇄, 이란은 호르무즈 봉쇄 지속

이란, 미국 기습 공격 위한 시간 벌기용 의심

이스라엘 전쟁 지속, 미군만 철수 가능성도

이란 대통령, 중세 민족시인 기도문 올려

미·이스라엘과의 전쟁 '몽골 침략'에 비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주 휴전' 기한을 목전에 둔 21일(현지시간) 돌연 휴전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이란은 일방적 선언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른 시일 안에 양국 간 2차 종전 회담 개최는 어렵고,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이란 선박에 대한 미국의 해상봉쇄에 이란이 다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서면서 군사 충돌이 재연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일 이란 테헤란의 한 광장에서 한 이란 남성이 호르무즈 해협을 상징하며 페르시아어로 '영원히 이란의 손에'라고 적힌 대형 광고판 앞을 지나가며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2026. 04. 19 [EPA=연합뉴스]

트럼프 "휴전 무기 연장, 해상봉쇄 계속"

이란 "인정 못해…국익 따라 행동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동부시간으로 오후 4시 9분쯤 본인의 트루스소셜에 올린 '대통령 성명"을 통해 "그들(이란)의 안이 제시되고 논의가 이렇든 저렇든 결론이 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군에 해상봉쇄를 지속하고 그 밖의 모든 면에서 대응할 준비와 역량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휴전 무기 연장의 구실로 이란 내부의 강·온 분열과 중재국 파키스탄의 요청을 내세웠지만, 그다지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4시간 반 뒤 또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이란이 즉각적 해상봉쇄 해제를 원한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이란과 절대 합의를 이룰 수가 없다. 우리가 남은 그들의 나라를 날려버리지 않는다면. 그들의 지도자를 포함해!"라고 썼다. 이란을 '석기 시대'로 돌려놓겠다고 위협한 대로 이란의 핵심 인프라 초토화 작전에 들어가기는 리스크가 너무 크고, 이란을 압박할 수단도 마땅치 않은 만큼 해상봉쇄 카드는 접지 않겠다는 계산을 했음 직하다.

이에 이란 국영방송은 22일 트럼프의 휴전 연장을 인정하지 않고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대변하는 타스님 통신은 22일 다양한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은 휴전 연장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 미 동부시간으로 오후 4시 9분쯤 본인의 트루스소셜에 올린 '대통령 성명"을 통해 "그들(이란)의 안이 제시되고 논의가 이렇든 저렇든 결론이 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군에 해상봉쇄를 지속하고 그 밖의 모든 면에서 대응할 준비와 역량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2026. 04. 21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이란, 기습 공격을 위한 시간 벌기용 의심

이스라엘 전쟁 지속, 미군 철수 가능성도

그러면서 휴전 무기한 연기 결정의 '함의'를 풀이했다. 첫째는 트럼프가 전쟁 기간에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실행했지만, 전쟁을 통해 얻을 건 아무것도 없음을 알게 됐고, 이제 전쟁 탈출을 최선으로 여기고 있다고 봤다. 타스님은 "트럼프는 전쟁에서 졌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겉으론 휴전 연장을 선언했지만, 트럼프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기만책'을 쓰는 만큼,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 공격을 재개할 수 있고, 현재 이란 당국은 그럴 가능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란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의 한 참모는 21일 X를 통해 "트럼프의 휴전 연장은 분명 기습 공격을 위한 시간 벌기용 계책"이라면서 미국의 해상봉쇄에 "군사적 대응"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타스님에 따르면, 지난 2주의 휴전 기간 전쟁 재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전력을 재배치했으며, 다시 군사 공격을 받을 때 미리 정해둔 미국과 이스라엘 목표물을 즉각 타격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아랍뉴스에 따르면, 마지드 무사비 IRGC 항공우주군 사령관은 "남부의 이웃들이 적이 이란을 공격하는 데 자국의 시설 사용을 허용한다면 중동의 석유 생산은 끝장이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셋째는 미국은 전쟁에서 철수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레바논 휴전을 깨면서 전쟁을 계속할 가능성도 예상했다. 이에 타스님은 "(이란은) 이전에 이미 이스라엘은 계속 싸우게 두고, 미국이 혼자 전쟁에서 탈출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고 강조했다.

 

21일 이란 테헤란 엥겔라브 광장에서 열린 정부 협상팀 지지 집회 도중 '코람샤르-4(Khorramshahr-4)'로 확인된 미사일이 전시되어 있다. 2026. 04. 21 [UPI=연합뉴스]

이란 "미국, 전쟁서 일방적 도망 못가"

해상봉쇄-호르무즈 봉쇄 대치 장기화?

넷째론 이란은 미국의 해상봉쇄가 지속되는 한 호르무즈 봉쇄를 유지하고, 필요하다면 무력으로 해상봉쇄를 부술 가능성도 거론했다. 끝으로 휴전 무기한 연장과 해상봉쇄는 미국이 이란을 전쟁에 계속 묶어 둠으로써 경제적 질식과 정치적 분열을 노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에 타스님은 현 상황은 이란이 "호르무즈를 통제"한다는 점에서 작년 6월 '12일 전쟁' 이후의 상황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미국이 전쟁의 그늘이 계속되길 원한다면, 호르무즈는 완전히 폐쇄된 채로 남을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21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이란 상선 공격을 "미국 테러리스트 군대의 불법적이고 야만적 행위"라면서 강력히 규탄하고 선박과 선원, 승무원과 그 가족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호소했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X를 통해 "이란의 항구 봉쇄는 전쟁 행위이고 휴전 위반이다. 상선을 공격하고 선원들을 인질로 삼는 건 훨씬 더 큰 위반이다"라면서 "이란은 (해상봉쇄의) 제약을 무력화하는 방법, 이란의 이익을 지키는 방법, 협박에 저항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했고, 갈리바프 의장은 "그들은 전쟁을 팔아서 뭘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22일, 필리핀 마닐라 소재 미국 대사관으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열린 집회 도중, 시위대들이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풍자 이미지를 들고 있다.. 2026. 04. 22 [EPA=연합뉴스]

트럼프, 48시간 통첩 이후 4차례 유보

텔레그래프 "모든 게 완전히 엉망진창"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함께 '2·28 불법 선제공격'을 개시하고 3월 21일 '48시간 안에' 호르무즈를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던졌으나, 이틀 후 이란과 협상 중이라면서 닷새간 유예, 뒤이어 열흘 유예와 2주 휴전, 그리고 이날 휴전 연장까지 포함하면 모두 네 번 '유보'했다. 애초에 전쟁의 명확한 목표와 전략, 상대에 대한 면밀한 전력 분석 없이 이스라엘의 '꼬드김'에 빠져 참전했다가 출구전략을 못 찾고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더구나 미 의회의 승인 없는 전쟁 수행 가능 기간이 4월 말로 끝나는 것도 부담이다.

하루가 멀다고 뒤바뀌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상대인 이란과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에서조차 극심한 '트럼프 피로'를 촉발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텔레그래프는 이날 트럼프와 가까운 관계자를 인용해 "행정부 내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계획이 무엇인지, 심지어 지금 우리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며 "모든 것이 완전히 엉망진창이고, 책임 소재도 완전히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뭣보다 트럼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협상 관련 메시지를 연신 쏟아내면서 최측근 참모들조차 손 쓸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는 휴전 무기한 연장 선언을 하기 직전만 해도 미 CNBC 방송 전화 인터뷰를 통해 휴전 연장에 "그러고 싶지 않다"면서 합의 불발 시 "폭격할 걸로 예상하고, 그 게 더 낫다고 본다...미군은 당장 출격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6일 이란 테헤란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파키스탄 군 총사령관 아심 무니르 원수와 만나고 있다. 2026. 04. 16 파키스탄 군 홍보처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을 참혹했던 중세 '몽골 침략'에 비유

이란 대통령, 중세 민족시인 기도문 올려

한편, '2주 휴전' 기한 만료를 목전에 두고 이처럼 트럼프가 합의 불발 시 '폭격'을 위협한 그 시각에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X에 중세 때 페르시아 민족시인 사디 시라지의 글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21일은 그를 기념하는 '사디의 날'이었다.

"파르스 땅은 세월의 풍파에도 슬픔을 알지 못하네,

그대와 같은 신의 그림자(정의로운 통치자)'가 그 머리 위를 지켜주고 있으니.

오 주여, 파르스의 땅을 재앙의 바람으로부터 지켜주소서,

이 땅이 있는 한 바람이 머무는 한 영원토록 그러하소서."

이 내용은 참혹한 몽골의 침략과 학살, 폐허 속에서 방랑 끝에 고향 파르스로 돌아온 사디가 몽골군이 바그다드를 함락했던 1258년 완성한 굴리스탄(Gulistan‧장미원)의 서문에 있는 기도문이다. (제미나이 번역) 미국과 전쟁 중인 점을 고려할 때 페제시키안은 이 글을 인용함으로써 지금의 '트럼프 미국'을 한때 이슬람 문명과 페르시아 문명을 붕괴 직전으로 몰아넣은 몽골과 같은 '재앙'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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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나프타 대란’으로 누가 웃나 봤더니…전쟁 직후 미국산 수입액 57배 급증

수정 2026.04.23 06:30

중동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등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인천 서구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종량제 봉투 제조 공장에서 종량제 봉투가 생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으로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미국산 나프타 수입액이 1년전보다 50배 넘게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의 22일 수출입통계를 보면 미·이란 전쟁 직후인 올해 3월 아랍에미리트·카타르·쿠웨이트·이라크·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산유국으로부터의 나프타 수입액은 총 5억228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9억406만달러)에 비해 42% 감소했다.

이들 6개국은 걸프만 안쪽에 위치해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을 직격으로 받는다. 특히 한국이 나프타를 가장 많이 들여오는 아랍에미리트에서의 수입액은 지난해 3월 4억457만달러에서 올해 3월 1억7178만달러로 57.5% 감소했다. 이라크(-83%), 쿠웨이트(-48.1%), 사우디아라비아(-38.5%) 등도 두자릿수 이상의 감소폭을 보였다.

전체 나프타 수입액 대비 이들 6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월 59.0%에서 올해 3월 39.1%로 2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미국 등 비중동산 나프타로,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미국이었다. 미국산 나프타 수입액은 지난해 3월 108만달러에서 올해 3월 6245만달러로 무려 57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1월~3월) 전체 나프타 수입액에서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8%로, 지난해 1분기의 0.51% 대비 15배 증가했다.

미국 정유사들은 셰일 가스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콘덴세이트’에서 나프타를 대량으로 추출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나프타 수출량은 150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가 나지 않는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 등 비중동산 나프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나프타의 45%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일본 또한 미국으로부터의 나프타 수입을 부쩍 늘려 하루 약 6만1000배럴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산 이외에도 그리스로부터의 수입액은 지난해 3월 4446만달러에서 올해 3월 1억3049만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고 페루산 수입액 역시 790만달러에서 2048만달러로 2.5배 늘었다. 중동 국가이지만 인도양과 접해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오만산 수입액도 28.5% 늘었다.

나프타 이외에도 미국에서 들여오는 원유도 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3월 미국산 원유 수입은 전년 대비 75.8% 늘어난 13억7804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쟁을 일으킨 미국은 원유 생산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전쟁에도 각종 석유제품 판매로 이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외에 공급망 다변화를 하려는 움직임이 워낙 활발한 상황”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프타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서 장기 계약이 아닌 그때그때 현장에 나와 있는 물건을 당겨 오는 스팟(spot·현물) 거래 중심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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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떠받친 한국, 정작 반도체는 '헬륨'에 달렸다

한은 "나프타 한 달 만에 68% 폭등", 4년 만에 최대 폭… KIET 시나리오 '11.8% 생산비 상승' 현실화

자원안보 특별법 본문에 '핵심광물'만 적혀… 반도체 공정 필수 가스는 누락

국책연구기관·국회예산정책처·중앙은행·외국 금융기관까지 4곳이 서로 다른 각도로 같은 경고

2026-04-22 15:17:36
 

삼성전자가 4월 7일 1분기 영업이익 57조원을 발표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는 4월 2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가는 32조~40조원 영업이익을 예상한다. 두 회사 1분기 합산만 100조원에 근접한다. 21일 코스피는 2.72% 올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22일 장중에는 6,400선을 돌파하며 또 신기록을 썼다. 반도체가 중동 전쟁 여파 속에서도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같은 날인 22일 오전, 한국은행은 3월 생산자물가지수를 발표했다. 전월 대비 1.6% 상승. 2022년 4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그 안에 더 눈에 띄는 수치가 있다. 나프타 가격이 한 달 만에 68.0% 올랐다. 경유는 20.8%, 석탄·석유제품은 31.9%, 화학제품은 6.7% 상승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밸류체인의 최상류 원료다. 플라스틱·비닐·페트병·전선 피복·비료의 출발점이다. 한국은 나프타 수입의 82.8%를 중동에 의존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불안해지자 가격이 먼저 움직였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2~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한 달 만에 68%, 업계에는 이미 경고음

 

이달 초 한국전력이 연 전선 수급 대책회의에서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주요 제품 생산 차질 가능성을 전달했다. 나프타 수급 불안이 실물 공급망으로 이어지는 첫 신호다. 4월 들어 브렌트유는 배럴당 95달러 수준으로 3월 말 112달러 고점 대비 15% 내렸다. 이란 종전 협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3월 통계에 박힌 나프타 68%는 이미 일어난 일이다. 2~3개월 뒤 시민의 지갑으로 온다.

 

산업연구원(KIET)은 3월에 보고서를 두 번 냈다. 사흘 간격이다. 3월 16일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1차 분석에서는 유가 10% 상승 시 제조업 평균 생산비가 0.71% 오른다고 제시했다. 석유제품 산업은 6.30%, 화학제품은 1.59% 올랐다. 3월 19일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심화 보고서에서는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기반으로 한 균형가격모형을 써서 3단계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최악의 3단계, 호르무즈 봉쇄가 3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유가는 배럴당 150~180달러, 극단적으로 200달러까지 오른다. 이때 제조업 생산비는 11.8% 상승한다. KIET는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위기는 그동안 반복돼 온 구조적 리스크"라고 적시했다.

 

반도체가 달린 하나의 가스, 카타르 65%

 

관세청과 한국무역협회의 공식 수입통계를 보면 중동 의존도가 눈에 띄는 품목이 네 가지다. 나프타 82.8%, 원유 약 70%, 무수암모니아 약 43%, 그리고 헬륨이다. 헬륨만 구조가 다르다. 중동 전체가 아니라 카타르 한 나라에 65%가 몰려 있다. 나머지는 미국 27%, 러시아 6%, 중국 2%다.

 

헬륨은 반도체 공정의 필수재다. 웨이퍼에 회로를 새길 때 극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데, 온도가 조금만 올라도 회로가 틀어진다. 헬륨이 공정을 냉각한다. 반도체 내부의 미세 누설 검사에도 헬륨이 쓰인다. 분자가 작아 미세한 틈도 빠져나간다. 대체재가 없다.

 

헬륨은 별도 공장에서 뽑는 자원이 아니다. 천연가스를 액체로 만드는 LNG 공정의 부산물로 나온다.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인 카타르가 세계 최대 헬륨 공급국이 된 이유다. LNG가 멈추면 헬륨도 멈춘다. 구조적으로 묶여 있다.

 

3월 24일 카타르에너지는 LNG 장기공급 불가항력을 공식 선언했다. 로이터가 보도했다. 불가항력은 전쟁 같은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공식 방어막이다. 손해배상 책임도 면제된다. 수출 배가 뜨지 않으면 저장고가 찬다. 저장고가 차면 액화 공정을 멈춰야 한다. 그러면 부산물인 헬륨도 연쇄 중단된다. 21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며칠 내 이란 하르그섬 원유 저장고가 가득 찬다"며 "이란 유정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고 공식 성명을 냈다. '경제적 분노 작전(Operation Economic Fury)'의 일환이다. 다른 나라, 다른 이유, 같은 구조다.

 

2022년 네온가스 대란 때는 중국과 미국으로 다변화해 극복했다. 지금 헬륨에는 갈 곳이 없다. 2021년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이유로 전략자원 헬륨 수출을 축소했다. 러시아는 전쟁국이다. 중국은 소량이다. 결국 카타르다.

 

석유엔 플랜, 가스엔 공개된 플랜이 없다

 

이재명 정부는 석유 분야에 빠르게 움직였다. 3월 13일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3월 17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필요하면 자동차 5부제, 10부제 등 수요 절감 대책을 조기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3월 31일 추경 발표 당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KBS 인터뷰에서 "나프타 플랜 A, B, C 3가지 대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정 가스에 대해서는 4월 현재까지 공식 대책이나 관련 간담회 기록이 공개되지 않았다. 산업부, 기획예산처, 정책브리핑 자료에도 없다. 김 장관이 석유·나프타에 대해 "플랜 A, B, C"를 언급한 수준의 공개 발언이 헬륨·특수가스 분야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정부가 3월 31일 발표한 추경 26조2000억원 가운데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은 2조6000억원이다. 정책브리핑 공식 자료를 보면 공급망 안정 항목에 나프타 수급 안정 5000억원, 석유 비축 확대 2000억원이 적혀 있다. 그 뒤로 희토류 재자원화 시설 확충, 요소 수입선 다변화가 이어진다. 품목 이름이 명시된 건 나프타·석유·희토류·요소 네 가지다. 헬륨이나 반도체 공정 가스는 없다.

 

국회에 제출된 세입세출예산명세서(547쪽)를 보면 정부 인포그래픽에 없는 사업이 하나 더 있다. '소부장공급망안정종합지원' 6084억원이다. 산업통상부 성과계획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6개 과제로 구성된다. 수입처 다변화, 공급망 정보 분석, 컨설팅, 고위험 경제안보품목 국내생산 촉진, 중소·중견 투자, 글로벌 매칭이다. '고위험 경제안보품목'의 구체적 품목 리스트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6084억원 중 반도체 공정 가스에 얼마가 배정됐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법 본문에 가스류는 없다

 

한국에는 2025년 2월 제정된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 있다. 공급망 위기 시 무엇을 지킬지 정한 법이다. 산업통상부 성과계획서에 법의 적용 대상이 명시돼 있다. "이차전지·반도체·항공 분야 공급망 안정화에 필요한 핵심광물 확보 및 국내외 핵심광물 생산기반 확충 지원. 리튬·니켈·타이타늄·텅스텐 등." 여기서 법이 보호하는 건 '핵심광물'이다. 리튬·니켈·타이타늄·텅스텐 같은 이차전지 관련 광물이다. 헬륨·네온·크립톤은 광물이 아니다. 가스다. 자원안보 특별법 본문의 보호 대상에서 구조적으로 빠져 있다.

 

정부는 소부장 특별법이나 하위 시행령으로 가스류를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자원안보 특별법 본문에 명시되지 않으면 위기 대응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분산된 법망보다 법 본문 명시가 예산 배정을 안정적으로 보장한다.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은 이차전지 공급망 보호를 중심으로 설계됐고, 가스류는 처음부터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회예산정책처(NABO)의 2026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보고서(741쪽)에도 사각지대가 확인된다. 보고서에서 '이란' '호르무즈' '카타르'는 20회 이상 등장한다. 반면 '헬륨' '네온' '크립톤' '특수가스' '희귀가스'는 0회다. 국회 독립 기관의 공식 분석 보고서에서도 반도체 공정 가스 리스크가 한 줄도 다뤄지지 않았다.

 

4기관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NABO는 이번 추경의 재원 구조에 대해 "반도체 업종의 역사적 호황이라는 특수한 경기 요인에 기인한 법인세로, 일시적·비반복적 성격의 재원"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추경 26조2000억원 중 초과세수는 25조2000억원이고, 그중 법인세 증가분은 14조8000억원으로 전체 재원의 59%를 차지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3월 31일 "반도체 경기 호황과 증시 호조에 기댄 재원"이라고 밝혔다.

 

2023년에는 세수 결손이 56조4000억원에 달했다. 직전까지 반도체 호황이었다. NABO는 당시 원인으로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입 원자재 수급 불안"을 지목했다. 그해 지방교부세 불용액은 7조1700억원이었다. 2024년에도 2조500억원이 불용됐다. 중앙 세수가 흔들리자 도로·복지·지역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지방 사업이 함께 흔들린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4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급 충격"이라는 표현을 썼다. 같은 날 외국 민간 금융기관 ING는 한국 경제 분석 보고서에서 "현재 정부의 에너지 보조금이 지금처럼 강력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비용이 크고 효과도 줄어든다. 정부 재정 지원은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와 IT 제품의 누적된 물가 압력이 몇 달 뒤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썼다. KIET는 3월에 두 번, NABO는 4월 초, 한은과 ING는 4월 10일. 네 곳의 독립 기관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 반도체의 역사적 호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그 반도체 공정이 헬륨 하나에 달려 있고, 그 헬륨의 65%가 카타르에 몰려 있으며, 카타르는 3월 24일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자원안보 특별법 본문에는 가스류가 명시되지 않았고, 추경 세부 예산 중 반도체 공정 가스 배정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2023년 세수 결손 56조원의 기억은 3년을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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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휴전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란 공격 일시 보류

김원철기자

  • 수정 2026-04-22 08:12

“이란 정부 심각하게 분열된 상태

파키스탄, 이란 지도부가 단일한 협상안

마련할 때까지 공격 보류해 달라고 요청

협상 결론 이를 때까지 휴전 연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이보가인(ibogaine) 연구 확대를 장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일시 보류하고 휴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성명에서 이란 정부가 “심각하게 분열된 상태”라며 이란에 대한 공격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그는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육군 원수와 셰바즈 샤리프 총리로부터, 이란 지도부가 단일한 협상안을 마련할 때까지 공격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따라 미군에 대해 기존 군사 작전 중 공격은 중단하되, 해상 봉쇄는 유지하고 전반적인 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통일된 제안을 제출하고 협상이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에 이를 때까지 휴전을 연장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선언은 ‘2주 휴전’ 만료 전날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과의 2주 휴전이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22일 저녁까지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결정은 휴전 종료 시한을 앞두고 협상 교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한 중재 노력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미국은 봉쇄를 유지하며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는 ‘투트랙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에 감사를 표하며, “협상 타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양국이 휴전을 계속 준수하고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예정인 2차 회담에서 분쟁을 영구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포괄적인 ‘평화 협정’을 체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휴전 연장으로 미·이란 간 협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이란이 실제로 단일 협상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란은 트럼프의 휴전 연장을 평가절하했다. 이란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의 고문인 마흐디 모하마디는 소셜미디어에 “트럼프의 휴전 연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패배한 쪽이 조건을 정할 수는 없다”고 적었다. 이란 국영방송도 이날 이란이 미국의 휴전 연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이란의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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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3개월 보장했지만...아이는 하루도 머물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아이들] 자리는 있는데 왜 아이들은 시설로 가나

26.04.22 06:50최종 업데이트 26.04.22 06:50

베이비박스 내부 모습. 김지영

2012년 8월 6일 새벽, 입양 절차에 출생 등록을 강제한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다음 날이었다. 베이비박스 문이 열렸다. 강보에 싸인 아이가 있었다. 쪽지에는 법 시행에 따른 출생 등록을 할 수 없었다고 적혀 있었다. 거기 함께 써진 이름은 민수(가명)였다.

절차에 따라 경찰과 구청에 동시 신고했다. 구청 보고를 받은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아동일시보호소에서 아이를 데려갔다. 아이는 일시보호소에서 3개월 동안 머물 법적 권리가 있었다. 소장 권한으로 한 번 더 연장하면 최장 6개월까지 가능했다.

법에 따르면 그 기간 동안 지자체는 보호자를 찾는 15일간의 공고 기간을 거친 후 성본창설을 법원을 통해 완료한다. 동시에 아동복지심의위원회(현 사례결정위원회)를 열어 아동복리에 가장 적합한 보호조치를 결정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과 헤이그협약에 따르면 해당 아동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결론은 입양이나 위탁 등의 가정형 보호다.

시설보호는 가장 최후의, 어쩔 수 없는 결론이어야 한다. 심지어는 해외 입양까지 고려한 끝의 보호조치가 시설이다. 3개월이면 이 모든 법적·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충분한 기간이다.

하지만 민수가 일시보호소에 머문 기간은 24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민수는 곧바로 장기양육시설로 인계되었다. 해당 시설장은 곧 민수의 법적 후견인이 되었다. 민수에 대한 모든 보호 권한과 권리는 국가에서 민간으로 이첩되었다. 공적 책임은 이로써 간단하게 종결되었다.

민수가 시설에서 사는 동안 국가는 그 아이를 다시 찾지 않았다. 아이의 보호조치가 옳았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른 보호조치의 가능성은 없는지 국가는 묻지 않았다. 국가가 한 일은 민수에게 할당된 보조금을 시설장을 통해 입금하는 일이 전부였다.

올해 15살 중학생인 민수는 지금도 시설에 살고 있다. 이 이야기는 민수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것이 이 나라 아동일시보호소의 실제 작동 방식이었다.

제도의 공백이 아이들 삶에 깊은 상흔

당사자의 알권리를 위해 만든 좋은 법이 현실에서는 공식적으로만 1500여 명의 유기아동을 양산했다.김지영

1961년 12월, 아동복리법이 제정됐다. 아동일시보호시설이 법정 시설로 처음 명시된 순간이다. 조사하고 판단하는 동안 보호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곳. 설계 자체는 옳았다. 그러나 이후 60년 동안 시설 수는 2개에서 18개로 늘었지만 아직도 미설치 지자체가 남아 있고 설계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민수가 베이비박스에 놓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2012년 입양특례법은 입양을 위한 출생 등록을 의무화했다. 신원 노출을 꺼리는 생모들에게 출생 등록은 또 다른 벽이었다. 법 시행 전부터 입양 현장에서는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법 동시 입법을 요구했다.

당사자의 알권리를 위한 출생 등록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법의 사각지대를 만들게 분명했다. 유기아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과는 2015년 253명, 베이비박스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2024년 7월, 보호출산법이 시행됐다. 그해 유기아동 수는 30명으로 급감했다. 직전년도인 2023년 유기아동 수는 88명이었다. 12년 전 만들어졌어야 할 법이었다. 그 사이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2000명 넘는 아이 중 1500여 명이 민수와 같은 전철을 밟았다. 제도의 공백이 아이들 삶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아동복지법 시행규칙 제26조 제1항은 명확하다. 아동일시보호시설의 보호기간은 3개월 이내로 한다. 시설장이 특별한 사유를 인정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아 3개월 범위에서 1회 연장 가능하다. 최장 6개월. 이것이 법이 유기아동에게 약속한 시간이었다.

민수에게도 그 시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었다. 기간 동안 상담·건강검진·심리검사·가정환경 조사가 이루어져야 했다. 지금의 사례결정위원회인 아동복지심의위원회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민수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보호조치를 결정해야 했다. 아동일시보호시설은 단순한 보호시설이 아니다. 판단의 관문이다. 이 관문이 작동하지 않으면 아이는 판단 없이 시설에 수용된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동은 962명이었다. 감사원이 이 시기를 들여다봤을 때 나온 수치는 단 하나로 귀결된다. 시설보호 96.6%. 가정보호로 이어진 아이는 3.4%에 불과했다. 베이비박스 아이들의 보호기관인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아동일시보호소의 변명은 늘 '전문인력과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10년 넘게 아이를 양육시설로 밀어내

정부는 위탁가정 우선보호로 방향을 잡았지만 위탁가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일시보호소의 역할이 아직은 필요한 시점이다.김지영

2015년 베이비박스 입소 최고점 당시 정원 100명 대비 현원 79명이었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함정이 있다. 베이비박스 아동은 예외 없이 0세 신생아다. 전체 정원이 아니라 영유아실 침상과 24시간 전담 보육 인력이 기준이어야 한다.

큰 아이들의 방이 비어 있어도 영유아실은 늘 포화였다. 더 결정적인 것은 2021년이다. 학대 피해아동 즉각분리 제도가 도입돼 분리 수요가 법적으로 확대된 바로 그 해, 정원이 100명에서 70명으로 30% 축소됐다. 수요는 늘리고 공급은 줄였다.

서울아동복지센터는 아이를 받은 지 24시간도 안 되어 전국 각지의 양육시설로 밀어내는 강제 순환을 10년 넘게 반복했다. 사실상 방치였다. 구조적 원인은 있었다. 정원은 처음부터 부족했고, 시설에서 가정으로 돌아오는 재배치 경로가 법적으로 없었다. 그리고 단기 순환 인력이 아무 의문 없이 아이가 오면 비어 있는 시설에 전화해서 인계하는 전임자 방식을 반복했다.

감사원은 2019년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입양 등 가정보호 우선의 원칙이 지켜지도록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라." 베이비박스 최성기는 2013~2015년이었다. 감사는 5년이 지나서야 이뤄진 것이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가정보호 우선 원칙을 실질화하기 위한 업무 절차 개선과 기준 마련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지만 7년 후인 지금까지 현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뒷북 행정마저 선언에 그칠 뿐이었다.

서울의 문제가, 있어도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면 지방은 층위가 다르다. 2024년 기준 전국 아동일시보호시설 20개소, 정원 691명이다. 그러나 현원은 248명, 정원 충족률은 35.9%에 불과하다. 17개 광역시도 중 세종 충북 충남 경남 4개 시도에는 전문 시설 자체가 없다.

미설치 지역에서 유기아동 또는 학대아동이 발생하면 경로는 단순해진다. 경찰 신고 → 지자체 인계 → 타 지역 시설 이송 또는 즉시 아동양육시설 배치. 판단의 공간이 없으니 판단도 없다. 상담·심리검사·가정환경 조사는 건너뛰어진다.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느냐가 아이의 첫 행선지를 결정한다.

일시보호시설이 감당해야 하는 수요는 두 종류다. 유기 등 비학대 보호대상아동의 일시보호 조치(2023년 308명)와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가정 분리 보호다. 2024년 학대 가정 분리는 2292건으로 이 중 즉각 분리만 1575건이었다. 합치면 연간 2600건이 넘는다.

학대피해아동의 일시보호가 제도적으로 강화되었지만 장시양육시설 중심의 뿌리 깊은 보호관행으로 일시보호소의 역할이 제한적이다.김지영

2024년 정원 691명에 현원 248명. 충족률 35.9%다. 2022년 223명이던 정원은 691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실제 입소 아동은 248명에 그친다. 정원의 35.9%만 채워졌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아이들이 일시보호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장기 시설로 이송되거나 입소 직후 즉시 전원 되거나.

어느 쪽이든 결론은 같다. 일시보호소는 판단의 공간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자리가 없다는 변명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2024년 피해 아동 즉각 분리는 1575건으로 2022년(1153건)보다 422건 더 늘었다. 수요는 늘었고 정원도 늘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머물지 않는다.

시작부터 국가로부터 배제된 아이들

아동보호선진국은 일시보호 정책도 위탁가정 제도를 활용한다. 우리나라도 시설 중심에서 가정 중심의 보호제도로 방향을 틀었지만 기본적인 인프라 자체가 부실하다.김지영

긴급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어떻게 처음 맞이하느냐. 나라별 답은 극명하게 갈린다. 일본은 한국과 구조가 가장 유사하다. 아동상담소 내 부설 일시보호소(시설형)가 기본이고, 가정위탁 비율은 12%다. 일본의 아동학대 상담 건수는 33년 연속 증가세다. 시설 중심 구조가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증거가 33년째 쌓이고 있다.

영국은 1946년부터 방향을 틀었다. 지금 영국의 긴급보호 1차 경로는 긴급 위탁가정이다. 호주는 전체 보호아동의 93.5%를 가정위탁으로 보호한다. 한국이 1961년 시설 체계를 법제화할 때, 영국은 이미 15년 전에 그 방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은 가정위탁 제도 활성화도 아직은 앞이 안 보이는 암담한 현실이다.

지금으로서는 일시보호소가 제 기능을 해야 그다음 단계가 열린다. 아동복지심의위원회는 위탁·입양·원가정 복귀·시설 입소 중 무엇이 이 아이에게 최선인지를 심의하는 기구였다. 위원회가 심의하려면 자료가 있어야 한다. 상담 기록, 심리검사 결과, 가정환경 조사 보고서. 이것은 일시보호소에서 체류 기간 동안 만들어진다. 아이가 하루 만에 나가면 자료도 없다. 심의위원회는 빈 서류를 앞에 두고 앉거나 아이가 지나간 자리에 도장만 찍었다.

일시보호소가 제 기능만 했더라도 달랐을 수 있었다. 3개월이라는 법적 시간 안에 상담이 이루어지고 심리검사가 진행됐다면. 아동복지심의위원회가 이 아이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보호조치를 심의할 수 있었다면. 민수는 충분한 기간 보호받으면서 그 결정을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는 민수를 시설로 보내고 방치했다. 시설보다 나은 보호 환경에 대한 고려는 아예 없었다.

민수 같은 아이들의 운명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었다. 2012년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2024년 보호출산법 시행 이전까지, 그 12년 사이가 가장 불운한 시기였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2000명 넘는 아이들이 법적 권리를 박탈당한 채 대부분은 시설로 떠넘겨졌다.

일시보호소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결과였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아동일시보호소의 10년의 태만과 무능은 그곳을 거쳐 간 아이들의 삶으로 직결되었다. 자그마치 백 년을 살아가야 할 아이들의 인생이 시작부터 국가로부터 배제되었다.

그리고 지금, 일시보호소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보호출산법 시행 이후 급감한 유기아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대·방임·가정위기로 긴급 보호가 필요한 모든 아동에게 이 구조는 수십 년째 같은 방식으로 실패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시행규칙 제26조 제1항의 3개월은 아이들의 권리였다. 그걸 단 하루 만에 박탈당했던 1500여 아이들의 삶은 지금 시설 안에 있다.

덧붙이는 글 [주요 출처]

아동복지법 시행규칙 제26조 제1항(보건복지부령)

보건복지부, '2024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 2025.8

보건복지부, '2024년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2024.12.31. 기준), 2025

보건복지부, '2023년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 2024

보건복지부, '2023년 아동복지시설 현황'(2022.12.31. 기준)

감사원 2019년 감사결과(OhmyNews·한국일보 보도)

서울특별시아동복지센터 정원·현원(2014~2023) - 보건복지부·서울시 통계연보 기반

국가기록원, 아동복지 분야 주제검색 - 아동복리법(1961)·아동복지법 개정 경과

Borgen Project, 5 Facts About Japan's Foster Care System, 2022

Martin James Foundation, Exploring Foster Care: A Global Perspective, 2023

ISP Fostering(영국), Emergency Foster Care 운영 현황

UN General Assembly, Guidelines for the Alternative Care of Children (A/RES/64/142), 2009

#아동일시보호소 #서울시아동복지센터 #보호출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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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경찰, CU 화물연대 사망 사고 탑차 운전자 구속영장 신청···‘살인’ 혐의

수정 2026.04.22 08:42

진주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서 조합원 3명 들이받아

경찰, ‘미필적 고의’ 판단···운전자 “고의 없었다”

‘화물연대 사망 조합원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결의대회’가 열린 지난 2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주변에 전날 발생한 차 사고의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집회에서 조합원들을 차로 쳐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40대 비조합원 남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일 오전 10시 32분쯤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 CU진주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 인근에서 2.5t 탑차를 몰고 화물연대 조합원 3명을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50대 조합원 1명이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고, 또 다른 조합원 2명도 각각 중상과 경상을 입었다.

수사전담팀을 구성한 경찰은 A씨가 트럭을 운전 중 이를 막는 피해자들을 충격하고 정차없이 계속 진행해 사망이나 부상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A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으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로 변경해 적용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현장이 혼란스러워 빨리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차를 몰았을 뿐, 고의로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직구 A씨를 특수상해로 긴급체포한 뒤 관련자 조사, 영상 또는 전자정보 분석 등의 집중수사를 벌여 혐의를 입증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전국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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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핵시설’ 논란에 순방 중인 李대통령 직접 ‘등판’

  • 김미란 기자

  • 업데이트 2026.04.21 12:07

  • 댓글 0

민주당 “팩트 드러나자 딴소리하는 국힘…지선 패배 그림자만 짙어질 것”

이재명 대통령이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 논란에 대해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고 직접 반박했다.

해외 순방중인 이 대통령은 20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정 장관 ‘구성 핵시설’ 발언 이전에 구성 핵시설 존재 사실은 각종 논문과 언론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며 “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 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이재명 대통령 'X' 캡처>

당사자인 정 장관 역시 자신이 북한 구성 지역의 핵 시설을 언급해 한미 정보 공유가 중단됐다는 취지의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와 올해 3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이미 언급한 바 있는 발언이 “느닷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사실이 매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같은 날 SNS를 통해 “작년 7월25일 통일부장관 취임 후 국내외 관계정보기관으로부터 핵시설 관련 정보보고를 일체 받은 적이 없다”며 “통일부가 보유하고 있는 일반정보와 제가 오랜 기간 스스로 체득한 북핵 일반상식에 근거해서 국민들과 소통하고 국회에 보고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누출이라는 주장은 얼토당토않은 말”이라며 “정보보고를 받지 않았는데 무슨 정보누출을 한다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마디 없다가 이제 와서 한미 간 무슨 큰 이견이라도 있는 듯 부풀리며 정부를 공격하는 야당 등 일각의 행태도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이날 정 장관은 '북한 구성시 핵시설'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관련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1일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구성 핵시설’이 이미 과거에 각종 논문과 언론보도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던 사안이라는 팩트가 드러나자 ‘문제의 본질은 해당 정보의 언론 노출 여부가 아니다’라며 또 다시 엉뚱한 주장을 내놨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힘을 향해 “더 이상 국가안보를 정략의 도구로 삼지 말라”며 “무너져가는 당 지지율을 만회할 탈출구로 기껏 꺼내 든 것이 색깔론이라면, 지방선거 패배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질 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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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쏘아올린 '반미 자주', 새로운 상상력으로 꽃피우도록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4/22 08:40
  • 수정일
    2026/04/22 08: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세진·이재호 열사 투쟁 40주년 학술토론회, "그들이 우리에게 묻고 있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4.22 04:57
  •  
  •  수정 2026.04.22 05:03
  •  
  •  댓글 0
 
 
'김세진·이재호 열사 투쟁 40주년 학술토론회'가 21일 오후 3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세진·이재호 열사 투쟁 40주년 학술토론회'가 21일 오후 3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986년 4월 28일 오전 9시 서울 신림사거리에서 '반전! 반핵! 양키고홈!', '양키의 용병교육 전방입소 결사반대'를 외치며 산화해 간 김세진·이재호 열사의 투쟁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서울대 83학번으로 23살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전방입소교육 대상자이자 이를 거부하는 대열에 나섰다가 온몸이 불덩이가 된 선배들을 지켜보며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쳤던 수백명의 85학번들이 있었다.

40년이 지나 그때의 85학번들은 환갑이 되었고, 김세진·이재호 열사는 23살의 영원한 청년, 사월의 불꽃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이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하고, 또 변하지 않았다.

'김세진·이재호 열사 투쟁 40주년 학술토론회'가 21일 오후 3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영원한 청년 김세진, 이재호가 시대에 묻다!'라는 학술토론회 주제는 40년 전 그날 '급진적'이고 '예각적'으로 폭발시킨 '반미·자주'의 지향이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곰곰히 되새기게 하는 화두였다.  

학술토론회에 앞서 '김세진, 이재호를 기억하는 서울대 85학번'들은 이날 △이스라엘의 침략행위와 미국의 폭주를 규탄한다 △우리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한국군 파병에 반대한다 △우리는 지금 벌어지는 학살에 눈감지 않고 전쟁반대, 평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반전반핵 전방입소 거부투쟁 40주년 서울대 85학번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앞으로 서명자를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그날의 투쟁은 파쇼정권의 군사훈련 강요를 거부하고, 80년 5월 광주 민주시민에 대한 무자비한 진압에 맞선 외침이었다. 또한 그 진압을 묵인한 미군의 존재와 한국 주둔에 대한 공개적 문제제기였다"라고 짚고는 "민족대결, 전쟁연습, 군사훈련을 반대하며 온몸을 던졌던 그들이 40년이 흐른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다. 지금 당신들은 어떤 시대에 살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침묵하고 있는가?"라고 김세진·이재호 열사와 함께 한 '반미 자주'를 소환했다.

발표자들과 토론자 모두 뜨겁고 진지하게, 정성을 다해 자리에 임했다.

학술토론회는 변학문 평화너머 정책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교수(반미·자주 투쟁 40년의 회고와 평가)와 △장창준 한신대학교 한반도평화학술원 특임교수(향후 자주 평화운동의 방향과 과제), △박아름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자주평화운동의 저변 확대와 다각화 : 기후위기, 청년운동 등)가 주제 발표를 하고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김세진, 이재호 열사 40주년과 사회경제 분야 실천), △최은아 자주통일평화연대 사무처장(김세진, 이재호 열사 40주년, 자주평화운동의 과제), △전지예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공동대표(청년들은 새 질서의 주인이 될 수 있는가), △정단우 서울대학교 사회대 학생회장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이하 직함, 호칭 생략)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창작과비평』주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창작과비평』주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남주는 명확하게 반미 자주 지향을 드러낸 4.28투쟁 다음 날(4.29) 함석헌·이민우·문익환·계훈제·백기완·이돈명·김대중이 연명한 한국민주화를 위한 연락위원회 명의의 성명에서 '반미'라는 표현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는 "이 투쟁이 추구한 자주권의 확보는 지극히 정당한 요구였으나 투쟁주체들의 의도와는 달리 당시 사회적 수용성과의 격차는 컸고, 이를 의식할 수 밖에 없었던 정치인들이나 전체 민주화투쟁에서 중심적으로 역할을 했던 분들은 정면으로 다루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미국이 하나의 이데올로기 혹은 신화로 작용해 왔고 권위주의와 민주화 세력의 갈등이 최고조로 이르던 1987년 시점에서 이에 대한 이성적 토론이 가능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을 돌파하지 못하고서는  한국의 자주권 문제에 대한 논의도 진전될 수 없었다"고 짚었다.

4.28투쟁을 거치면서 미국 문제에 대한 논의 공간이 넓어지고 한미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반미자주'의 의제화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냉전체제 해체 이후 세계화 기획과 함께 진행된 미국의 패권이 강화되고 한국이 이의 주요 수혜자가 되면서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한국의 인식에 큰 변화가 있었고 △민주화 과정에 국가주의,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경향이 강화되면서 국가단위 기획이 될 수 밖에 없는 자주권 의제를 낡은 의제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것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주권을 의제화하기 위한 동력은 약화되었다"고 하면서 "이와 관련한 활동은 주로 개별적 사안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최근까지도 한국사회의 대전환 기획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흐름은 이른바 '진보정부'시기에도 큰 차이가 없었는데, 작전지휘권 반환 등의 시도가 없지 않았지만 적어도 수사적으로는 진보정부도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이남주는 이를 '반미자주 의제의 주변화'라고 표현했다. 

아무튼 한국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도 자주의 문제는 주요 의제로 제기해야 하는 당위도 있고, 40년전 반미 자주투쟁이 직면했던 곤경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필요성과 절박성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폭넓은 논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제는 충격요법에 의존하기보다 이러한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절대적 자주는 실현할 수도 없고 목표가 될 수도 없으니, 한미관계를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로 전환시키고 평화·안보·외교 영역에서 자주적 힘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자고 제안했다.

'작전지휘권 반환'이 그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작전지휘권 반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외교나 내정 전반에서 한국의 자주적 역할을 높일 수 있고 한미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촉진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궁극적으로 분단체제가 유지되는 한 미국과의 관계 조정이나 한국의 국방·외교 자주권 강화와 이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사이의 격차는 계속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관계와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북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쉽게 철회되지도 않겠지만, "한국이 남북관계의 적대적 성격을 약화시키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한다면 국가관계로서의 안정성을 확보해 가면서 남북관계를 더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했다. 
 
자주와 남북관계 전환이 진짜 문제로 등장했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 시점이니 추상적이고 원칙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국방·외교에서 자주성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모든 일에 앞서는 전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자주와 평화'의 선순환을 만들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식은 토론문에서 "핵심은 '분단체제 극복의 새로운 상상력과 실천"이라고 하면서, 미국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친미 한국'과 '반미 조선' 구도의 분단체제가 적대적 관계의 중심축이라는 관점에서는 '조선 대 미국'에서 '조선 대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으니 이 지점에 역설적인 기회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분단체제는 네가지 범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최악은 냉전시대 존재했던 '통일지향적인 적대 관계' △최선은 매우 짧았고 당분간 복원 불가능한 '통일지향적인 우호관계' △북이 주장하고 한국이 거부하는 '적대적 두 국가'는 차악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관계지만 '평화적 두 국가'는 차선이다.

"이제는 차선을 도모할 때"라는 것이 요지이다.

정욱식은 세계적 범위에서 미국 패권이 약해지고 다극화 추구가 일어나고 있지만, 패권의 종말이 아니라 패권의 변질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라고 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부족한 나라들"을 향한 미국의 난폭함을 염두에 두고 우리의 현실이 어떠한 지를 자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평화공존을 목표로 제시하는 정책방향이 북(조선)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막혀 있는 가운데 군사력 강화를 동반하는 자주국방론을 표방하는 것은 "남북(한조)관계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주적 역량을 저해할 소지마저 있다"고 우려했다.

평화공존은 상호 군비경쟁을 완화하고 군비통제의 토대를 닦을 때 접근할 수 있는데, 이와 긴밀하게 연계되지 않는 자주국방론은 북의 '핵무력·재래식무력 병진'과 맞물려 군비경쟁 가속화로 흐를 수 있다는 것. 

최은아는 이남주의 4.28투쟁에 대한 평가에 대해 "당시 재야운동의 대표적 인사들조차 '급진적인 구호'로 치부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986년을 기점으로 학생운동에서 본격화된 '주한미군 철수' 요구가 불과 2년만인 19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 선언'에서 공개 언급될 정도로 종교, 사회운동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는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면서 넓어진 민주화운동의 공간에서 그동안 금기시됐던 미국과 미군 문제에 대한 전면적 문제제기, 그리고 평화적 통일문제가 사회운동의 의제로 본격화된 것이며, 이후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대미 예속성과 불평등한 한미관계, 전쟁정책과 전쟁체제에 대한 투쟁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40년 전 김세진, 이재호 열사의 문제제기는 현 시점까지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자주와 평화를 실현하는 과제는 한국 사회에 여전히 상존한다"고 말했다.

특히 패권의 약화를 동맹에 대한 '약탈'적 양태로 전가하는 미국의 패권정책에 맞서 저항을 확장하는 한편, 근본적인 사회대전환의 담론을 함께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자주평화운동의 과제를 제시했다.

최은아는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매우 높고 주권에 대한 의지도 강한만큼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을 표방하는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이겠지만 미국의 패권정책에 자발적으로 포섭, 협력하는 정책이 확인된다며 '자주로 포장한 대미종속'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패권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를 극복해야 할 한국 정부의 자주 정책에 대한 요구도 계속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주권에 대한 지향이 미국의 패권정책에 대한 자발적 협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주와 평화, 역사정의가 결합된 일관된 담론 형성과 실천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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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부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그 말을 깨부순 여성들

[목수정의 바스티유 광장] 프랑스 '성매매 폐지' 법안 통과 10년... 한국이 배워야 할 점

26.04.21 06:47최종 업데이트 26.04.21 09:37

지난 13일, 프랑스 하원에서 열린 프랑스 성평등모델 10주년 기념 국제 포럼. 시민사회운동 세션에 참석한 활동가들의 모습.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프랑스의 '생존자'로 10년전 입법에 지대한 공을 세운 로젠 이셰르다.목수정

"매춘부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디서든 종종 들을 수 있던 이 말은, 성매매라는 악습에 저항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차피 사라질 순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 앞에 사람들을 무력하게 투항시켜 왔다. 지난 13일 " 그 말은 틀렸을 뿐 아니라, 아주 위험한 말이다. 매춘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아니라, 가장 오래된 여성에 대한 지배 시스템이다"라는 말을 프랑스 전 여성부 장관 입을 통해 듣기 전까지 나 역시 그랬다.

이날은 프랑스 의회가 10년 전, 성매매 폐지를 위한 법안(성 매수자만 처벌하는 법)을 통과시킨 날이다. 법 제정 10주년을 기념하여,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성매매 폐지를 위해 힘을 모아온 활동가들과 정치인들이 함께한 프랑스 성평등 모델 10주년 기념 국제 포럼이 프랑스 의회에서 열렸다.

법이 통과될 당시 사회당 정부의 여성부 장관이던 나자트 발로벨카셈은 성매매 폐지 법안을 지지하는 자신을 조롱하던 주류 언론들의 공세를 회고하며, "매춘부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도시 괴담을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확인 사살했다.

12일 파리 팡테옹에서 앵발리드까지 이어진 전 세계 성매매 폐지 활동가들의 거리 행진으로부터 13일 8개의 방대한 세션으로 구성된 국회에서의 포럼까지 이틀 간의 뜨거웠던 순간들을 담아본다.

"성 구매는 폭력행위, 구매자는 범죄자"

4월 12일 파리 팡테옹 앞에서 시작된 성매매 폐지를 위한 집회에서 각국의 생존자(성매매에서 탈출한 여성들)이 성매매하다 죽어간 여성들의 초상화를 들고 서 있다.이하영

지난 12일 파리, 집회가 예고된 팡테옹 앞엔 '생존자'라 불리는 각국 여성들이 또 다른 여성들의 초상화를 들고 서 있었다. '생존자'는 성매매의 늪에서 탈출하여 완전히 다른 삶을 시작한 이들을 일컫는 세계 공통의 명칭이다. 성매매 여성의 사망률은 일반인들에 비해 6~12배까지 높다(2004년 영국 보건부 조사 결과).

'생존자'들은 성매매 중 죽어간 여자들의 초상화를 들고서, 그 지옥의 삶을 탈출해서 생존하고 있는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투쟁임을 입증하고 있었다. 집회에 참석한 한국의 생존자 '무무'(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운영위원장)는 한국 남성 2명 중 1명이 성 구매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한국엔 성매매 방지법이 있으나 성매매 여성을 '자발'과 '비자발'로 나누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발'로 판단될 경우, 매수자와 마찬가지로 처벌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법의 실효성이 상실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경험한바 "성매매 현장은 자유로운 선택의 공간이 아니라, 가난, 폭력, 차별, 사회적 고립 속에서 밀려난 결과"였다.

프랑스에 앞서 최초로, 여성 몸의 상품화를 범죄화한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 의회는 '성 구매자를 가해자로, 성매매 여성은 피해자로 규정하는' 성매매방지법을 1999년 통과시켰다. 이 법에서 성 매수자는 포주와 함께 처벌의 대상이 되고, 성매매 여성은 자활을 위한 지원을 받는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스웨덴 성평등부 장관 니나 라슨은 법 제정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법은 스웨덴 사회에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여성의 몸을 사는 것이 쉬운 사회에서 진정한 성평등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했다."

입법자들의 의지는 명료했으나, 여론은 그들 편이 아니었다. 반대 목소리와 그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 속에 법이 통과됐지만, 효과는 즉각 드러났다. 10년 뒤, 거리의 성매매 종사자 수는 절반 이상 감소했고 무엇보다 "성을 사는 것은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적 상식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법 도입 전엔 13.6%에 이르던 스웨덴 남성들의 성 구매 경험 비율이 10년 후엔 7.8%로 떨어졌다. 법 통과 당시, 30%의 국민만이 지지했으나, 10년 뒤엔 70% 이상의 국민이 해당 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웨덴 경찰청과 국가범죄수사국의 통계는 범죄 조직들이 스웨덴을 기피하게 되었음을 보여줬다. 스웨덴에서의 이러한 성과는 북유럽 국가 대부분의 성매매방지법을 바꾸게 했고, 프랑스의 법 개정에도 영감을 제공했다. 니나 라슨 장관은 프랑스가 스웨덴의 뒤를 이었을 뿐 아니라,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지적하며 양국 간의 연대를 통해 성매매 폐지법이 전 세계에 확산되도록 할 것을 다짐했다.

프랑스를 각성시킨 생존자 로젠 이셰르

성매매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타국의 사례 발표 세션에 참석한 인물들 : 좌로부터, 한국을 대표해 발표한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타이나 비앙에메 미국 Coalition Against Trafficking in Women 사무총장, 스페인 생존자 아멜리아 티가누스, 리디아 모레노 스페인 국회의원, 레기날도 프롤레스 멕시코 국회의원.목수정

2016년 법의 산파 역할을 한 오드 올리비에 전 사회당 의원은 평범한 시민들이 여성의 신체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고 취약 계층 여성들을 소비할 때, 인간의 존엄성에도, 평등의 원칙에도 반드시 균열이 온다고 생각했다. 스웨덴에서의 성과를 본 올리비에 의원은 공화당 기 조프루아 의원과 함께 2011년 성매매 관련 결의안을 마련했고 국회는 만장일치로 이를 채택했다. "성매매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폭력이고, 프랑스는 성매매 규제가 아니라 폐지로 나아갈 것이며, 이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근본 원인은 성 매수자에게 있음"을 결의안을 통해 천명한다.

인간의 몸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행위를 단죄한다는 철학적 바탕 위에, 매수자에게 책임을 묻고, 성매매 여성에겐 새로운 삶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 2014년 발의되었다. 하원은 압도적 표차로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상원은 이 법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표결을 미뤘다. 소비자의 권리 혹은 직업 선택권과 성적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는 세력들, 그들을 대변하는 주류 언론의 공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때 판세를 뒤집은 것은 '생존자'의 증언이었다. "생존자 로젠 이셰르(당시 57세)와 로랑스 노엘(당시 47세)이 없었다면, 이 법은 만들어질 수 없었다"라고 로랑스 로시뇰 전 상원의원은 증언한다.

사회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류라고 소개하고 싶다"라며 로젠 이셰르를 소개했을 때, 포럼에 참석한 350명의 청중은 일제히 일어나 뜨거운 박수와 경의를 표했다.

22년간 성매매를 해왔던 로젠은 어느 날 자신의 삶이 온통 폭력 속에 내던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늘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며 살아야 했던 그녀는, 더 이상 분열되고 파괴된 삶 속에 머물 수 없었다. 탈출을 결심했고, 탈출에 성공한 뒤엔, 세상 모든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처럼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성 구매자가 여자를 구매하는 순간, 한 여인의 영혼을 파괴하는데 동참하는 것이며, 그들이 있는 한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얻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증언을 멈추지 않았다. 방송에서, 크고 작은 모임에, 국회에서 그녀는 성매매가 여성의 육체와 정신에 가하는 폭력과 굴욕을 생생하게 전했다. 상원이 법안 표결을 미루었을 때, 그녀는 800km를 걸으며 여론을 움직였다.

"내가 처음 성매매를 시작했던 도시 생트에서 시작, 파리까지 도보로 이동하며, 각 지역의 시의원, 시장, 언론인, 시민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왜 성매매가 인간성을 파괴하는 일인지 설명했다. 새로운 도시에 발을 딛을 때마다, 모두가 나를 놀랍도록 환대해 주었다. 내가 걸으면 걸을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갔다."

성매매란 행위의 비인간성을 그 속에서 생활하던 여인의 육성으로 들었을 때, 그녀의 호소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프랑스의 법은 바로 그녀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았다.

헌법재판소 "성 구매는 인간의 자유도, 권리도 아니다"

2024년 파리올림픽 당시 프랑스 정부가 만들어 시내 곳곳에 부착한 성매매 근절 캠페인 포스터. "너 얼마야? 프랑스에서 15만 유로(2억 6000만 원)입니다." 성매매가 금지된 프랑스에선 성 매수를 하는 자에게 최대 15만 유로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내용이다.목수정

마침내 2016년 4월, 성 구매자와 포주에 대한 처벌, 성매매 여성 비처벌 및 탈성매매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성매매폐지법이 채택되었으나, 반대 진영은 해당 법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보다 더 상위에 있는 가치이며, 타인의 신체를 구매할 권리까지 자유의 범주에 포함되지는 않는다"라며 그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대 진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건을 유럽인권재판소까지 끌고 갔다. 이 재판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성매매 정책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2024년 프랑스 정부가 다시 한번 승소하면서, 법적·사회적으로 완벽한 명분을 구축했다. 프랑스의 법은 적발된 성 구매자에게 1500유로(260만 원)의 벌금과 성교육 프로그램 수강, 재범일 땐 3750유로(65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며, 18세 미만의 청소년을 구매했을 경우엔 7만 5000유로(1억 3000만 원)와 5년 이하의 징역, 15세 미만인 경우 15만 유로(2억 6000만 원)와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

현재 약 80%의 프랑스인들이 인간의 몸이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성 구매자만 처벌하는 이 법에 동의한다. 법 제정 전의 여론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그러나 해당 법을 통해 실제 성매매가 근절되고 성매매 여성들이 새 삶을 찾았는지, 즉 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성공을 말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법 제정 이전, 1년 이내에 성 구매를 한 적이 있는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10~12%가 있다고 답했으나, 최근 조사에서 이는 약 5~6% 수준으로 절반가량 하락했다. 이로써 성매매 시장을 유지시키는 '수요자층'은 확실히 얇아지는 성과가 있었으나, 가시적 성매매가 줄었을 뿐,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 비중(62%)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 현실의 냉혹한 평가다.

법 집행 이후, 3만여 명이 적발(연평균 약 3000명), 벌금을 지불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성교육을 받았으나, 이 중 58%가 파리와 그 인근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전체 100개의 도에서 33개 지역에선 한 번도 단속이 이뤄진 적이 없다. 이처럼 지역별 법 적용의 격차 극복도 중요한 과제다.

프랑스 성매매 종사자 중 90%가 이주 여성들인데, 이들 중 정부가 제시하는 탈성매매 지원 경로를 통해 체류증 취득, 직업교육, 생활비 지원 등의 혜택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탈성매매의 길을 간 경우는 2025년 말 집계로 약 1000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3만 7000여 명의 성매매 종사자가 프랑스에 있는 것으로 집계되는바, 이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다. 불법 체류 중인 성매매 이주 여성에게는 합법적인 체류증을 제시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고 있어, 경찰 당국은 오히려 이 통로를 이용해 체류증을 얻고자 하는 여성이 없는지를 색출하는데 골몰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 대상 범죄·조직적인 성매매 범죄 등에 대한 수사가 57%가량 늘어났고, 성매매 조직들로부터 몰수된 수익이 그대로 피해자 보호와 그들의 탈성매매 지원금으로 전해지면서, 더디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청신호들이 보여진다. 무엇보다 프랑스 사회가 '성매매는 범죄'라는 사실이 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포럼에 참석한 오로르 베르제 성평등부 장관은 디지털 성매매에 대한 수사인력 강화, 성매매 광고를 방치하는 웹사이트와 SNS 플랫폼에 대해 천문학적인 벌금 부과 등을 통해 변모해 가는 성매매 환경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합법화의 길을 걸은 독일의 경우

독일은 프랑스와 달리 2002년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어차피 없어지지 않을 바엔, 드러내 놓고 영업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성매매 산업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길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독일의 사례는 성매매 합법화가 가져온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합법화 이후 독일은 유럽의 사창가라는 오명을 얻었고, 성매매 여성의 사망 사고는 폭증했다.

성매매가 합법이 되자 수요가 폭발했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인신매매 조직이 독일로 밀려들었다. 2024년 말 기준 등록된 성매매 종사자는 약 3만 2000명이지만, 실제 종사자는 15만~20만 명으로 추산된다. 80% 이상이 여전히 불법 영역에서 범죄 조직의 통제 하에 있는 셈이다. 독일 성매매 시장에서도 이주 여성들의 비율은 83%로 압도적이다. 결국 합법화라는 독일의 선택은 사회적 안전망에서 제외된 외국 여성들의 성을 합법적으로 착취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 되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독일의 마리아 노이클 사회민주당 의원은 2023년 9월 유럽의회에서 자신이 주도한 결의안(성매매를 '인권 침해'이자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규정하는)이 찬성 234, 반대 175로 채택된 바 있음을 전하며, 독일 내부에서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스웨덴식 모델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또렷해지고 있음을 전했다.

이날 포럼에서 한국 사례를 발표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이하영 공동대표는 일제의 일본군 성노예 제도 이후, 독재 정권의 주한 미군과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성매매가 국가에 의해 관리되면서 관 주도로 이어져 왔던 한국 성매매 제도의 역사적 특수성을 설명했다.

2004년 개정된 법에 따라 한국에서도 성매매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긴 하나, 여전히 남성들은 그 어떤 제약도 없이 성 구매를 쉽게 할 수 있는 모순된 현실을 전했다. 프랑스나 스웨덴 사례처럼 구매자만 처벌하는 대신 성매매 여성도 함께 처벌하고 있고, 이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이 폭력, 협박, 사기 같은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기 어려워서 법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한국도 실질적인 폐지제 국가에 동참할 수 있기 위해 국제적인 연대를 호소했다.

불과 1세기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선 노예제가 작동하고 있었다. 노비는 주인의 사유재산이었고, 노비의 자식은 노비여야 했다. 그들에겐 그 어떤 인간의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 모두에게 익숙한 관행이었다. 1894년 갑오경장이 노비제를 폐지하였으나, 그것이 실질적으로 사라진 것은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모든 질서가 전복되면서다.

이제 한국 사회의 누구도 노예를 부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같은 논리로 얼마간의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타인의 몸을 소비하는 행위가 인간사의 자연스러운 관행일 순 없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결합한 이 오래된 착취의 구조는 필연적으로 '인간성 파괴'라는 고통스러운 대가를 동반한다.

사랑의 결실을 맺는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돈으로 행위만 구매하는 인간관계가 만연할 때, 건강한 관계가 훼손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성매매를 폐지하기로 법 제도를 마련하였으나 선명하지 못한 이중잣대를 방치함으로써, 제도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제도 정착을 위한 의지의 문제다. 젊은 세대에서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젠더 간 갈등에도 이 어정쩡한 제도가 한몫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포럼 마지막 세션의 사회자였던 스웨덴 활동가 카즈사 에크만의 말처럼 "신자유주의 체제가 기승을 부리며 인간성을 파괴하던 시절에 기적처럼 만들어진 이 제도"에 한국도 온전히 동참할 날을 고대한다.

#뭉치 #전국연대 #성매매폐지 #생존자 #로젠이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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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모디 "한국의 기술·스피드, 인도의 스케일 결합"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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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 입력 2026.04.21 08:20

  • 수정 2026.04.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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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교역액 500억 달러로 두 배 확대

"인도와 에너지·나프타 안정 수급 협력 계속"

뭄바이 코리아 센터를 상설 K-팝 공연장으로

이 대통령, 김수로 왕-허왕후 고대 인연 소환

모디 총리 "공통의 유산…한국은 동방의 등불"

"간디 님의 평화정신으로 평화 가득하길"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은 2박3일이란 짧은 여정이었지만, 한국과 인도 두 나라가 오랜 인연과 함께 상호보완적 존재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먼저 고대의 인연은 이 대통령이 소환했다. 20일 양국 경제인이 참석한 가운데 뉴델리에서 열린 비즈니스포럼 인사말을 통해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가야국 김수로 왕과 (인도 고대국가인) 아유타국의 허왕후가 만나면서 인도의 해양 문명은 2000년 전 한반도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파사석탑을 싣고 오던 허왕후의 배가 거센 풍랑을 이겨낸 삼국유사 얘기를 거론한 뒤 "파도가 두렵다고 항해를 포기했다면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교류를 더 확장하며 더 많은 파사석탑을 쌓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뉴델리 영빈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4.20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이 대통령, 김수로 왕-허왕후 이야기 소환

모디 "공통의 유산…한국은 동방의 등불"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허왕후와 김수로 왕의 사랑 이야기'는 우리의 공통된 유산"이라고 화답했다. 그리곤 "오늘날에는 K팝이 인도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한 뒤 "한국에서도 인도의 영화와 문화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들었다. 이 대통령도 인도 영화를 좋아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기뻤다"라고 말했다.

문화교류와 관련해 <디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이 대통령이 '뭄바이 코리아 센터'를 "상설 K-팝 공연장이자 K-컬처의 국제적 허브로 출범시켜, K-팝과 발리우드가 만나 새로운 문화적 협력을 창출하는 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으며 모디 총리는 2028년에 한·인도 우정의 축제를 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모디 총리는 "100여 년 전 타고르라는 인도 시인이 대한민국을 향해 '동방의 등불'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한국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뒤이어 정상회담에 앞서 두 정상은 인도 총리 관저에 '평안'을 뜻하는 아소카라는 나무를 함께 심었다.

정상회담을 마친 이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영빈관인 '하이데라바드 하우스'에서 공동 언론발표 행사를 열었다. 여기서 이 대통령은 인도를 "세계 4위 경제 대국이자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로, 그리고 한국을 "조선·반도체·방산·문화산업의 선도국"으로 각각 평가한 뒤 "양 정상은 서로가 성장을 촉진하는 최적의 전방위적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소개했다.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대통령궁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국빈 방문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가 사열해 있다. 2026.4.20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모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배워야"

2030년까지 교역액 500억 달러로 확대

모디 총리도 장단을 맞췄다. 그는 "조선업, AI, 반도체, 청정에너지 등이 향후 10년간 매우 중요하다"며 "인도의 스케일과 한국의 스피드가 결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두 정상은 경제협력 촉진을 위한 '전담 데스크'를 인도의 총리실과 한국의 청와대에 각각 설치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정상회담에 앞서 모디 총리는 본인이 마련한 한국 경제인 초청 오찬에서도 "앞으로 협력 범위를 더 과감하게 넓혀야 한다"며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배워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소년공 출신인 이 대통령은 모디의 '짜이 왈라'(홍차 판매상) 시절에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두 나라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의 연내 개최 등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교역액을 현재 250억 달러 수준에서 2030년까지 5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또한 AI와 중소기업, 스포츠, 문화 분야의 디지털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한-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위한 공동 전략 비전과 조선, 해운, 해양 물류 분야의 협력을 위한 포괄적 프레임워크에도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조선 분야에서는 한국의 기술력과 인도의 '시설 건설지원' 및 '선박 발주 수요 보장' 등 정책적 지원을 결합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이 인도 조선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뉴델리 영빈관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4.20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인도 채굴에 한국 기술 결합 방식 제안

"인도와 에너지·나프타 안정 수급 협력"

핵심 광물에 대한 양국 협력 방안도 깊이 있게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 자리에서 "최근의 중동 정세를 고려, 인도와 에너지 자원 및 나프타 등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협력을 계속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양국 간 장관급 경제협력 플랫폼인 '산업협력위원회'를 신설해 핵심 광물·원전 등 전략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통적인 원료 수입 모델을 뛰어넘어 인도의 채굴·제련 산업과 한국의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우리는 안정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을 함께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모디 총리는 "한국과 핵심기술 및 공급망 관련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양국 간 경제 안보 대화 역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두 정상이 중동전쟁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역내 평화와 글로벌 현안 대응에 계속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했고, 중동의 안정과 평화 회복이 세계 안보와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고...앞으로도 한반도와 역내 평화를 위해 인도가 건설적 역할을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간디 추모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 2026.4.20 연합뉴스

이 대통령 부부, 간디 추모공원 찾아 헌화

"간디 님의 평화정신으로 평화 가득하길"

한편, 이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는 이날 오전 뉴델리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을 찾아 헌화하며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마하트마 간디님의 평화정신으로 온 세상이 평화로 가득하길 기대하며 함께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헌화에 앞서 인도가 준비한 공식 환영식에는 모디 총리와 드로우파디 무르무 대통령이 모두 나와 이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인도가 이번 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어떻게 비중 있게 보는지는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가 전한 모디 총리의 발언에서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극히 중요하다. 민주적 가치, 시장 경제, 법치 존중은 우리 양국의 DNA 속에 있다. 우리는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동의 전망을 지니고 있다. 이런 모든 걸 바탕으로 우리는 지난 십 년 더 역동적이고 포괄적인 관계가 됐다. 오늘 이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우리는 이 신뢰의 파트너십을 미래지향의 파트너십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반도체에서 조선, 재능에서 기술, 환경에서 에너지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의 새로운 기회들을 실현하고, 양국의 진보와 번영을 함께 확실하게 만들 것이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델리 총리 청사에서 열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주최 오찬 및 한-인도 경제인 대화에서 모디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4.20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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