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2016년 4월, 성 구매자와 포주에 대한 처벌, 성매매 여성 비처벌 및 탈성매매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성매매폐지법이 채택되었으나, 반대 진영은 해당 법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보다 더 상위에 있는 가치이며, 타인의 신체를 구매할 권리까지 자유의 범주에 포함되지는 않는다"라며 그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대 진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건을 유럽인권재판소까지 끌고 갔다. 이 재판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성매매 정책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2024년 프랑스 정부가 다시 한번 승소하면서, 법적·사회적으로 완벽한 명분을 구축했다. 프랑스의 법은 적발된 성 구매자에게 1500유로(260만 원)의 벌금과 성교육 프로그램 수강, 재범일 땐 3750유로(65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며, 18세 미만의 청소년을 구매했을 경우엔 7만 5000유로(1억 3000만 원)와 5년 이하의 징역, 15세 미만인 경우 15만 유로(2억 6000만 원)와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
현재 약 80%의 프랑스인들이 인간의 몸이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성 구매자만 처벌하는 이 법에 동의한다. 법 제정 전의 여론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그러나 해당 법을 통해 실제 성매매가 근절되고 성매매 여성들이 새 삶을 찾았는지, 즉 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성공을 말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법 제정 이전, 1년 이내에 성 구매를 한 적이 있는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10~12%가 있다고 답했으나, 최근 조사에서 이는 약 5~6% 수준으로 절반가량 하락했다. 이로써 성매매 시장을 유지시키는 '수요자층'은 확실히 얇아지는 성과가 있었으나, 가시적 성매매가 줄었을 뿐,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 비중(62%)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 현실의 냉혹한 평가다.
법 집행 이후, 3만여 명이 적발(연평균 약 3000명), 벌금을 지불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성교육을 받았으나, 이 중 58%가 파리와 그 인근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전체 100개의 도에서 33개 지역에선 한 번도 단속이 이뤄진 적이 없다. 이처럼 지역별 법 적용의 격차 극복도 중요한 과제다.
프랑스 성매매 종사자 중 90%가 이주 여성들인데, 이들 중 정부가 제시하는 탈성매매 지원 경로를 통해 체류증 취득, 직업교육, 생활비 지원 등의 혜택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탈성매매의 길을 간 경우는 2025년 말 집계로 약 1000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3만 7000여 명의 성매매 종사자가 프랑스에 있는 것으로 집계되는바, 이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다. 불법 체류 중인 성매매 이주 여성에게는 합법적인 체류증을 제시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고 있어, 경찰 당국은 오히려 이 통로를 이용해 체류증을 얻고자 하는 여성이 없는지를 색출하는데 골몰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 대상 범죄·조직적인 성매매 범죄 등에 대한 수사가 57%가량 늘어났고, 성매매 조직들로부터 몰수된 수익이 그대로 피해자 보호와 그들의 탈성매매 지원금으로 전해지면서, 더디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청신호들이 보여진다. 무엇보다 프랑스 사회가 '성매매는 범죄'라는 사실이 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포럼에 참석한 오로르 베르제 성평등부 장관은 디지털 성매매에 대한 수사인력 강화, 성매매 광고를 방치하는 웹사이트와 SNS 플랫폼에 대해 천문학적인 벌금 부과 등을 통해 변모해 가는 성매매 환경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합법화의 길을 걸은 독일의 경우
독일은 프랑스와 달리 2002년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어차피 없어지지 않을 바엔, 드러내 놓고 영업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성매매 산업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길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독일의 사례는 성매매 합법화가 가져온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합법화 이후 독일은 유럽의 사창가라는 오명을 얻었고, 성매매 여성의 사망 사고는 폭증했다.
성매매가 합법이 되자 수요가 폭발했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인신매매 조직이 독일로 밀려들었다. 2024년 말 기준 등록된 성매매 종사자는 약 3만 2000명이지만, 실제 종사자는 15만~20만 명으로 추산된다. 80% 이상이 여전히 불법 영역에서 범죄 조직의 통제 하에 있는 셈이다. 독일 성매매 시장에서도 이주 여성들의 비율은 83%로 압도적이다. 결국 합법화라는 독일의 선택은 사회적 안전망에서 제외된 외국 여성들의 성을 합법적으로 착취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 되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독일의 마리아 노이클 사회민주당 의원은 2023년 9월 유럽의회에서 자신이 주도한 결의안(성매매를 '인권 침해'이자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규정하는)이 찬성 234, 반대 175로 채택된 바 있음을 전하며, 독일 내부에서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스웨덴식 모델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또렷해지고 있음을 전했다.
이날 포럼에서 한국 사례를 발표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이하영 공동대표는 일제의 일본군 성노예 제도 이후, 독재 정권의 주한 미군과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성매매가 국가에 의해 관리되면서 관 주도로 이어져 왔던 한국 성매매 제도의 역사적 특수성을 설명했다.
2004년 개정된 법에 따라 한국에서도 성매매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긴 하나, 여전히 남성들은 그 어떤 제약도 없이 성 구매를 쉽게 할 수 있는 모순된 현실을 전했다. 프랑스나 스웨덴 사례처럼 구매자만 처벌하는 대신 성매매 여성도 함께 처벌하고 있고, 이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이 폭력, 협박, 사기 같은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기 어려워서 법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한국도 실질적인 폐지제 국가에 동참할 수 있기 위해 국제적인 연대를 호소했다.
불과 1세기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선 노예제가 작동하고 있었다. 노비는 주인의 사유재산이었고, 노비의 자식은 노비여야 했다. 그들에겐 그 어떤 인간의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 모두에게 익숙한 관행이었다. 1894년 갑오경장이 노비제를 폐지하였으나, 그것이 실질적으로 사라진 것은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모든 질서가 전복되면서다.
이제 한국 사회의 누구도 노예를 부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같은 논리로 얼마간의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타인의 몸을 소비하는 행위가 인간사의 자연스러운 관행일 순 없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결합한 이 오래된 착취의 구조는 필연적으로 '인간성 파괴'라는 고통스러운 대가를 동반한다.
사랑의 결실을 맺는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돈으로 행위만 구매하는 인간관계가 만연할 때, 건강한 관계가 훼손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성매매를 폐지하기로 법 제도를 마련하였으나 선명하지 못한 이중잣대를 방치함으로써, 제도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제도 정착을 위한 의지의 문제다. 젊은 세대에서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젠더 간 갈등에도 이 어정쩡한 제도가 한몫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포럼 마지막 세션의 사회자였던 스웨덴 활동가 카즈사 에크만의 말처럼 "신자유주의 체제가 기승을 부리며 인간성을 파괴하던 시절에 기적처럼 만들어진 이 제도"에 한국도 온전히 동참할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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