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근육맨은 어쩌다 ‘앞니 빠진 장관’이 됐나

심우삼기자

  • 수정 2025-10-15 10:14
  • 등록 2025-10-15 10:10
  • 법무부 티브이(TV) 유튜브 갈무리
    법무부 티브이(TV) 유튜브 갈무리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다부진 체격을 보유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격무로 인해 앞니가 빠진 모습이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2일 법무부 공식 유튜브 채널인 법무부 티브이(TV)에 공개된 영상에는 정 장관의 앞니 일부가 없는 모습이 담겼다. 정 장관이 지난달 26일 법무부 소속 정심여자중고등학교(안양소년원)을 방문해 교육 현장을 참관한 자리에서였다.

    정 장관은 제과제빵반 실습실을 찾아 학생들을 격려하면서 직접 짤주머니로 반죽을 짰는데, 이를 본 학생들이 “너무 잘하셨어요”라고 칭찬하자 활짝 웃으며 앞니가 빠진 모습이 노출됐다. 정 장관은 바로 입을 가리면서 “웃으면 안 되는데”라며 “이가 빠져가지고”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머쓱한 듯 “웃으면 안 되는데, 웃지 말라고 했는데”라고 거듭 말했다.
     

    채널에이(A) 유튜브 갈무리
    채널에이(A) 유튜브 갈무리

    정 장관은 치아가 빠진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으나 영상 자막으로 검찰개혁 등의 격무로 인해 이가 빠졌다는 설명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5선 의원인 정 장관은 지난 7월21일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정 장관은 김상욱 민주당 의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등 국회에 몇 안 되는 ‘근육맨’ 가운데 최연장자이기도 하다.

    정 장관은 치아 소실 때문에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할 땐 틀니와 같은 보조기구를 착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의원들과 질의할 때 입을 크게 벌리지 않거나, 다소 발음이 어눌한 모습도 확인됐다.
     

    고위공직자가 격무로 치아가 빠지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일하며 과로로 치아를 여러 개 빼내고 임플란트 치료를 받은 일화가 가장 유명하다. 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보통 직장은 직책이 높을수록 일에 여유가 생기는 법인데, 청와대는 아래 행정요원, 행정관, 비서관, 수석비서관 순으로 직책이 높을수록 거꾸로 일이 많았다. 나는 첫 1년 동안 치아를 10개쯤 뽑았다”고 적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의 중압감으로 치아가 흔들릴 정도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3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 “(관세 협상은) 좁게 보면 기업들의 해외 시장에 관한 얘기기도 하지만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 부담일 수도 있고 그 결정 하나하나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부담감에) 이빨이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제2의 무상급식 바람 일으킬까…지선 앞두고 ‘공공서비스 공영화’ 전면화한 진보당

[사유와 민영에서 공유와 공공으로1] 불평등 해소 위한 진보당의 새 제안 “모두를 위한 소유”

진보당이 13일부터 나흘간 국회 곳곳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진보의 새로운 대안-모드를 위한 소유’라는 주제로 정책대토론회를 진행한다. ⓒ진보당

진보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평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본격 제시했다. 바로 ‘공공서비스의 공영화’다. 그동안 주로 집중했던 복지정책 확대만으로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불평등을 낳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다. 사람들의 삶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민간 기업이 자산으로 소유하면서 손쉽게 수익을 누리는 현실을 바로잡아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20여년 전 무상급식 운동을 주도했던 진보 정치가 이번에는 ‘공공서비스 공영화’라는 새로운 장을 열어낼지 주목된다.

진보당은 13일부터 나흘간 국회 곳곳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진보의 새로운 대안-모두를 위한 소유’라는 주제로 정책대토론회를 진행한다. 첫날은 개막식과 함께 진보당이 왜 이 시점에 공공서비스 공영화라는 정책 의제에 집중하는지를 설명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신석진 진보정책연구원장은 진보당의 구상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이 상품이 되어버린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집약했다. 그는 “소득과 부의 불균형 문제를 사후 보정하는 재분배 정책을 넘어 소유 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며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투기 자본의 가장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한 공공서비스를 공공의 것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신 원장은 “공공서비스가 민영화되면서 불로소득의 수단이 되어왔고, 그 결과 시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며 “오늘 토론회 주제인 ‘모두를 위한 소유’도 거창한 구호가 아니고 우리가 타는 버스, 쓰는 전기, 맡긴 예금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사회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추세로 확인된 공공서비스 공영화
20여년간 최소 80개 국가, 1300여개 도시서 재공영화 추진

진보당이 13일부터 나흘간 국회 곳곳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진보의 새로운 대안-모드를 위한 소유’라는 주제로 정책대토론회를 진행한다. ⓒ진보당


공공서비스 공영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확인되고 있다. 국제 비영리 싱크탱크인 초국적연구소(TNI)에 따르면, 2000~2023년까지 최소 80개 국가, 1,341개 도시에서 1,712건의 재공영화가 추진됐다.

사회공공연구원 이재훈 연구실장은 “공공서비스 생산과 공급에 민영화를 도입한 국가들이 20~30년 지나면서, 비용은 증가했고 나쁜 일자리가 확대됐고 서비스 질은 하락하는 등 (민영화에 대한) 나쁜 경험적 효과가 나타났고, 2000년대 이후 민영화는 결국 실패한 실험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재공영화 흐름으로 나아갔다”며 “재공영화 범위도 교통, 통신, 금융, 에너지, 수도 등 광범위한 부분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재공영화해 보니 비용과 노동문제 개선 등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가장 큰 효과는 지역 사회 자산 형성과 서비스 제공에 대한 공공투자 확대, 정책 목표 달성에 대한 기여였다”며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보면, 지역 사회가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라는 데에 대한 전략적인 목표를 세우고, 재정을 통제하고, 지역 사회 내에서 하나의 자산을 형성한다는 게 큰 의미이고 동기부여가 된다. 앞으로 (한국의 각 지역에서도) 공영화를 할 때 가장 큰 효과이자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실장은 “재공영화는 민주적 운영을 위한 기반인 것이지, 실제 어떻게 운영되는지가 중요하다”라며 “공영화를 했다고 해서 공기업, 공공기관, 관료주의에 포획된다면 공영화의 기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공영화는 민영화 이전의 낡은 관료주의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 소유라는 것과 함께 민주적 운영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진보당의 원칙과도 맞닿아있다. 진보당은 공공서비스 공영화를 추진하는 4가지 원칙으로 ▲자원과 공공서비스는 공적 운영을 원칙으로 한다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고 ▲현장의 경험을 가진 노동자가 운영 주체로 함께 하고 ▲공공기관 의사결정에 노동자와 이용자 대표가 참여하는 민주적 통제가 이뤄지고 ▲수익을 지역에 재투자하고 주민 참여를 제도화해 지역 사회의 부를 형성하도록 하고 있다.

 

 

 

교통, 에너지, 은행부터 추진
“우리가 타는 버스, 쓰는 전기, 맡긴 예금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사회”

진보당이 13일부터 나흘간 국회 곳곳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진보의 새로운 대안-모드를 위한 소유’라는 주제로 정책대토론회를 진행한다. ⓒ진보당


진보당이 우선 집중하는 분야는 지역공공교통과 지역공공에너지, 지역공공은행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조사한 한국의 버스 운영제도 비율을 보면, 민영제 재정지원형이 63.6%, 민영제 수입금 공동관리형이 31.3%, 준공영제 노선관리형이 4.1%, 공영제는 1.2%에 불과하다.

서울, 부산 등 많은 지자체가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노선권은 민간 업체가 가져가고 표준 수익을 지자체가 보전해 주는 사실상 민영제다. 노선권을 공공이 보유하지 않고 있으니, 민간 업체는 수익성만을 따지며 비수익 노선을 일방적으로 감축하거나 폐지하고, 이는 그대로 시민들의 기본권인 이동권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지자체의 교통정책 수립 권한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교통 정책이 민간 업체의 이해에 좌우돼 공공적인 교통망 설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도 갈수록 악화된다. 이에 진보당은 노선 소유권을 정부와 지자체가 소유하고, 주민이 노선의 신설, 변경, 폐지에 참여할 수 있는 지역공공버스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역공공에너지’는 지역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 소유, 통제하자는 구상이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전 세계 평균(32%)에 한참 뒤떨어지는 10% 수준이다. 더욱이 정부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를 지방에 세우고, 초고압 송전선을 이용해 수도권으로 전기를 실어 나르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을 추진하는데, 이는 수도권 집중의 불평등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정책이라는 게 진보당의 지적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의 90% 이상이 민간을 민간이 소유하고 있고, 해상풍력의 경우 63%가 외국계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민간 기업과 외국 자본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재생에너지의 국·공유 원칙을 정립하고, 지자체가 일정 지분을 확보해 공영성을 유지하자는 게 진보당의 제안이다. 발전시설 설치 시 농민과 주민의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고, 민간사업자의 매출액 10% 이내를 부담금으로 규정하면, 지역 에너지 복지나 정의로운 전환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공공은행’은 지역 발전 기여를 목적으로 하는 특수은행이다. 현재는 지역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지역에 쓰이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데, 지방자치단체별로 설립한 공적 은행에서 지자체 예산 기금을 수탁해 지역 내 자금 수요자에게 투자 및 융자를 제공하고, 이렇게 생산된 가치를 지역사회에 재투자하는 식이다. 미국의 노스다코타주의 주립은행, 독일의 슈파카센, 캐나다 앨버타주의 앨바타 주립 은행 등이 지역공공은행의 대표적인 사례다.

진보당 정책대토론회는 교통과 에너지, 은행 분야의 주제를 심도 있게 토론하는 순서로 이어진다. 14일 ‘모두를 위한 공공버스’, 15일 ‘지역을 살리는 재생에너지 공영화’, 16일 ‘금융의 새로운 대안, 지역공공은행’ 순이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진보당은 공공이 중요한 필수재를 직접 소유하고 공급하는 ‘공공서비스 공영화’로 오늘의 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안을 제시한다”며 “시민이 참여해 공동체 전체의 자산을 형성하고 확대하는 ‘공공서비스 공영화’는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진보당의 새로운 해법”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진보당의 사명은 언제나 ‘더 나은 세상’을 먼저 제시하는 데 있다”며 “새로운 평등 공화국을 열어내는 발걸음을 더욱 힘차게 내딛겠다”고 밝혔다. 

 

 

 

진보당이 13일부터 나흘간 국회 곳곳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진보의 새로운 대안-모드를 위한 소유’라는 주제로 정책대토론회를 진행한다. ⓒ진보당


 

관련 기사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덕수 이어 박성재까지 기각, 사법부 어찌 믿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0/15 09:55
  • 수정일
    2025/10/15 09:5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충재의 인사이트] CCTV 공개됐는데도, 증거인멸 우려 없다는 법원의 황당한 판단...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법원 보여준 또하나의 사례

25.10.15 06:01최종 업데이트 25.10.15 06:42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연합뉴스

법원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까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사법부 스스로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가담·방조 혐의를 보여주는 결정적 근거인 CCTV 영상 공개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사법부 전체가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으로부터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 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사례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원의 박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 사유부터가 터무니 없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박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이 지난 8월 한 전 총리를 기각하면서 밝힌 사유와 똑같습니다. 당시도 혐의를 소명하기 어렵고 전직 총리라는 지위로 보아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했는데, 이런 판단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터무니 없는 기각 사유, 노골적인 거짓말 봐주는 법원

'피의자의 거짓말'은 그 자체로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 전 장관은 계엄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계엄쪽지는 받은 적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왔습니다. 하지만 CCTV에는 박 전 장관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보고 해당 문건에 메모하는 장면 등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반응입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하는데 영장을 기각하는 건 봐주려고 작정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판단이라는 겁니다.

법원의 결정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때와 다르다는 점에서도 논란입니다. 당시 이 전 장관 구속에는 CCTV 영상이 중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전 장관은 그간 계엄 쪽지를 "멀리서 봤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CCTV 영상에 한 전 총리와 함께 계엄 쪽지를 보면서 논의하는 장면이 담긴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당시 특검은 이를 근거로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번에도 특검은 영장심사에서 같은 논리를 제시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했으니 논리적 모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박 전 장관이 받는 범죄 혐의의 중대성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계획 단계에는 참여한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의 내란 실행 과정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계엄 선포 직후 간부회의를 열어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했고,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하도록 했습니다. 실제로 계엄 당일 밤 출입국 관련 대테러 업무를 맡는 출입국규제팀이 청사로 출근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계엄 이후 정치인과 포고령 위반자를 수용할 목적으로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을 지시한 혐의도 있으며, 복원된 문건에는 수도권 구치소에 계엄 관련자 3600명 추가 수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데도 범죄 혐의의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건 법원이 박 전 장관의 행태를 적극 옹호해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지난 13일 한 전 총리 재판에서 공개된 비상계엄 전후 CCTV 영상 공개는 국민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어느 국무위원도 윤석열의 내란과 국헌문란 행위를 말리지 않았습니다. 말리기는커녕 서로 문건을 돌려보고 상의하거나, 심지어 웃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국민과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도 태연한 이들을 단죄하지 않는다는 건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지귀연 재판부가 기상천외한 계산법으로 내란 수괴 윤석열을 풀어주는 희대의 결정을 내린 것처럼 국민적 불신을 법원 스스로 키우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식이니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이라는 역사적 범죄를 제대로 단죄할 지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건 당연합니다. 조 대법원장에게 사법부 불신 사태에 책임 있는 해명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조 대법원장은 삼권분립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위법 소지 운운하며 입을 닫고 있습니다. 박 전 장관 영장 기각으로 15일 열리는 법사위 국감 대법원 현장검증에서 조 대법원장이 답변을 해야 할 사안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법원이 지금이라도 내란 사범의 사법 절차를 법과 상식에 맞게 진행하지 않으면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습니다.

#조희대 #한덕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중동에 ‘평화’가 찾아왔나?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10.14 10:59
  •  
  •  수정 2025.10.14 11:07
  •  
  •  댓글 0
 
13일 이집트 샤름엘세이크에서 열린 '가자 평화 정상회의'. [사진 갈무리-알 자지라 유튜브]
13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 평화 정상회의'. [사진 갈무리-알 자지라 유튜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중동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2년을 끌어온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일단 멈추는 작업을 중재한 미국 등 4개국 정상이 ‘가자 평화 계획’에 서명한 직후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방금 역사적 합의에 서명했는데 수백만명의 기도가 마침내 응답을 받았다”면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한 것을 우리가 함께 성취했다. 마침내 중동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휴전 1단계 기간 가자 지구에서 인질들이 풀려나 가족들과 재회함과 동이시에 터널에서 나온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통제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가자 전체가 아닌 절반에의 통제권만 회복된다. 

나머지 절반 이상에는 이스라엘군 주둔이 허용된다. 하마스가 다시는 이 지역에 들어갈 수 없도록 외국 군대의 진입도 허용하고 있다. 대다수 아랍 및 무슬림 국가들은 이 계획을 지지하고, 하마스 무장 해제도 촉구하고 있다.  

이 계획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가자 지구에 임시 보안군과 정치구조 수립이다. 

“이 구조가 설립된다면 20개 항의 계획은 성공 기회가 주어질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하마스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무력으로 그들의 권한을 재확립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 평화나 가자 지구 재건 희망을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CNN]은 짚었다.

향후 몇주 간 지켜봐야 할 포인트는 각국이 임시 보안군에 병력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울러 향후 몇 달 간 다툼 없이 임시 통치기구를 세울 수 있는지 여부라는 것. 미국 중부사령부 예하 병력이 가자 지구 외곽에 자리를 잡고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지원하는 건 “좋은 신호”라고 이 방송은 평가했다.

10년 이상 수천억 달러가 들어가는 가자 재건 비용도 문제다. 과거 이라크 북부 모술 재건이 모델이지만, 가자 지구는 더 복잡하다. “지구 전체 지하에는 여러 층으로 300마일에 이르는 터널이 뚫려 있는데”, 하마스가 20년 넘게 구축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하마스가 건재할 경우다. 주변국들이 재건에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마스가 무장력에 의해 가자를 장악할 수 있다면 가자는 물론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의 희망은 없다”는 게 [CNN]의 시각이다.

반면, 중동권 매체인 [알 자지라]는 이스라엘이 평화의 장애물이라고 짚었다. “팔레스타인 권리 옹호자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계속 점령하고 예속시킨다면 항구적 평화와 안정은 없다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시리아 전역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는 한편 점령한 서안 지구에서 불법 정착촌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각국이 가자 지구에서 일어난 2년 간의 끔찍한 학살 종식을 환영하고 있으나 이번 합의가 지역 내 더 광범위한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또 다른 불씨는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전시 지도자’로 치켜세우고 ‘사면’을 촉구하고 있으나, “인권 옹호자들은 대량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알 자지라]가 전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 세계 151편에서 뽑은 26편, 어떤 영화 볼까?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집행위원회

mindlenews01@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휘슬러영화제 소개 ①] 개막작·폐막작 등 5편

이스라엘 폭력 맞선 활동가 영화 개막작에 선정

내란 특별 영화 ‘힌츠페터 스토리’ 등 4편 상영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제2회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에서 상영될 영화 26편에 대한 심사평을 연재합니다.

올해 영화제에는 전 세계 37개 나라에서 151편의 장·단편 영화가 출품돼 국내외 영화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이 가운데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26편의 영화가 상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첫 회는 윤정모 조직위원장의 총평, 개막작 <알 아우다>와 폐막작 <힌츠페터 스토리> 그리고 올해 특별히 마련한 ‘내란 특별 섹션 영화’에 선정된 <단카 프리실라 단카> <정돌이> <군락>에 관한 심사평입니다.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가 올해 ‘내란 특별 섹션’을 마련한 이유는, 지난해 12월 3일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윤석열 쿠데타 내란을 기억하고 '휘슬'을 불기 위해서입니다. 폐막작 <힌츠페터 스토리>는 내란 특별 섹션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총평:출품작 다수가 국가, 사회, 자본의 폭력 문제 다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출품해온 작품이 150여 편입니다. 국가, 사회, 자본의 폭력 문제가 다수였고 주제도 다양했습니다. 모든 작품들이 대체로 수준이 높았습니다.

선별된 작품은 장·단편 26편이고 개막작 <알 아우다(Al Awda)>는 세계 18개 국의 행동대원들이 ‘알 아우다’라는 이름의 어선을 타고 비폭력을 외치며 이스라엘이 봉쇄한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를 향해 가는 얘기입니다. 폐막작 <힌츠페터 스토리>는 5.18광주항쟁 당시 그 모든 사실을 영상으로 찍어 전 세계로 전송한 독일인의 이야기입니다. 그분이 보낸 항쟁과 살상의 영상은 독일, 미국, 프랑스 등의 적십자사에서 상영을 했고 그때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그 영상을 보고 뉴스에 캄캄했던 한국과 세계 각국 유학생들에게 알렸다고 합니다.

진한 인생 이야기에서 지중해를 떠도는 중동 난민들, 세월호까지 있으니 이 가을 우리는 매우 알찬 이야기들을 수확한 것 같습니다. /윤정모(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조직위원장, 소설가)

알 아우다: 이스라엘 폭력 맞서 떠난 22인 활동가 이야기

(개막작, 제이슨 수(Jason Soo) 감독, 1시간 10분, 요르단, 싱가포르)

고발할 필요가 없어지는 세상을 꿈꾸는 휘슬러영화제는 존립 이유 자체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에서 악은 때로 국가라는 이름으로 언제나 존재해왔고 미화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학자로서 역사는 발전해왔다고 믿는다. 악에 맞서 인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작은 사람들 때문이었다.

 

현재 가장 큰 악으로 간주되는 이스라엘 정부의 무도함에 맞서 대양 위의 낙엽 하나에 불과한 플로티야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비폭력의 연대를 이루며 단지 그 사실이 알려지도록 고투한 알 아우다의 22인에 대해 만든 영상에 높은 점수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해가 미미한 한국 사회에서 관심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높은 평가를 만든 요인이다. 꼭 봐야 한다. /조한욱(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힌츠페터 스토리: 광주항쟁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의 미공개 영상

(폐막작, 장영주 감독, 내란 특별 섹션 영화, 1시간 35분, 한국)

영화 <힌츠페터 스토리>는 1980년 5·18 광주민중항쟁의 참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힌츠페터의 신념과 양심, 그리고 진실의 위력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그의 용기와 진실의 힘이 한국의 민주화에 굳건한 토대가 되었음을 감동적으로 증언한다.

‘국가폭력 앞에 침묵하지 않고 저항한 5·18 광주의 정신’을 조명한 이 영화는 침묵하지 않고 저항을 지향하는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의 취지와 가장 잘 맞는다.

 

목사로서 나는 힌츠페터의 진실을 향한 믿음, 고통받는 광주시민과 연대, 평화를 향한 헌신에 최고점을 준다. 특히 유언처럼 “광주에 묻히고 싶다” 하는 그의 말은 갈릴리에서 다시 만나자던 부활의 예수를 떠오르게 한다.

오늘날, 우리는 12.3 내란을 넘어 국민주권 정부를 세웠다. 하지만 묻고 싶다. “우리는 여전히 진실 앞에 떳떳한가?”, 이 물음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우리가 삶으로 응답해야 할 부르심이다. 힌츠페터의 카메라 앵글에 담긴 진실과 정의는 오늘 우리에게도 생생한 울림을 준다. /백은경(사회운동가)

단카 프리실라 단카:칠레 배경으로 한 권력·학대의 본질 찾는 영화

(내란 특별 섹션 영화, 이나키 발레스케즈 감독, 23분, 칠레, 미국)

23분간의 드라마는 120분간의 장편 시네마에 비해 많은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간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단카 프리실라 단카(Danka Priscilla Danka)>는 그 어려움을 이 영화의 매력으로 바꾸어 놓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메시지 전달의 압축성과 강렬함을 맞보는 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간결해서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강렬한 암시성에 기초해 관객의 상상으로 채워넣는 서사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조직의 비리를 접한 구성원의 양심의 목소리를 재현내면서 그 고뇌와 어려움에 관객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장편영화여야 가능한 스토리 전개의 핍진성(개연성)에서의 부족함을 이 영화는 서사의 앞뒤로 배치한 프리실라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 이야기로 만회하고 있다. 일에 쫓겨 유보시키고 있던 그녀의 사랑은 결국 어머니의 품안에서 완성된다.

주인공의 이름 프리실라(Priscilla)는 스페인어로 시대의 변화에 관계없이 ‘오래되어 유서깊은, 그래서 존중받을 만한’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말이다. 극중 프리실라의 양심의 목소리가 어디서 왔는지, 우리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동시에 대세에 몸을 실어 승리를 향해 진군하던 단카(Danka)의 회심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의 후반부 역시 개연성 부족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역시 이 영화의 좀더 큰 맥락, 즉 인간의 근원적 양심과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23분의 짧은 시간이 내뿜는 암시의 힘에 설득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카’는 고마움을 시사하는 이름이다. 이 영화의 관객들은 양심의 목소리를 내어주는 모든 고통받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이승렬(전 영남대 영문학과 교수)

정돌이: 전두환 독재 시절 운동권에 나타난 가출소년 이야기

(내란 특별 섹션 영화, 김대현 감독, 1시간 32분, 한국)

다큐멘터리 <정돌이>는 중1 때 알콜 중독과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떠나 가출한 어린 소년이 당시 고려대 정경대 운동권 학생들의 보살핌 속에 커나가는 성장담과 그의 내레이션으로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전위로서 역할을 했던 학생운동, 특히 고대 학생운동의 치열한 투쟁과 고민 그 후일담을 들여다보는 기록영화이다.

 

386세대가 양극화의 주범으로 이중적 잣대를 가진 엘리트주의 강남좌파로 공격받고 있는 지금 감독은 왜 80년대의 학생운동을 끄집어내게 되었을까? 우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기억하라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말이 있다. 우물에 이끼가 끼었다고 우물을 누군가가 조금 더 퍼 간다고 피 흘려 맨손으로 그 우물을 판 자들의 희생을 잊을 것인가. 2025년, 정돌이는 연민과 연대를 아는 훌륭한 전통 음악의 지도자가 되었고, 나는 그리하여 그 우물의 생명력을 아직 믿는다. /허수경(기업인)

군락: 73년 칠레와 80년 한국의 국가폭력 비극은 어떻게 연결되었나

(Good Luck, 내란 특별 섹션 영화, 모현신 감독, 1시간 36분, 한국)

<군락(Good Luck)>은 얼핏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이야기를 통해 한국 광주민중항쟁(1980)과 칠레 피노체트 쿠데타(1973) 당시 벌어진 끔찍한 국가폭력에 대한 기억을 현재화한다는 점에서 ‘휘슬러영화제’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칠레인 동화작가 구나이가 나무를 소재로 쓴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고, 그가 한국 독자를 만나기 위해 내한한 곳이 하필 광주였으며, 이곳의 어느 길거리 전파상(전기제품 수리점) 쇼윈도에서 광주 민중항쟁 당시의 끔찍한 영상을 보고 칠레 피노체트 정권이 저지른 학살 만행을 연상하는 발상이 참신하다. 은폐된 국가 폭력 사건들의 내막을 어떻게든 들춰내려는 감독의 필사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구나이는 어릴 적 실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GPS 탭을 나무 뿌리 속에 심었고, 그 나무가 칠레에서 마약을 들여온 이들에 의해 우연찮게도 그가 들른 광주 외곽의 어느 농원으로 옮겨져 있었고, 한국의 ‘정글’을 보고 싶어 하는 그가 그의 책을 출간한 재경의 안내로 우연히 찾아간 곳이 하필 이 농원이었으며, 이곳에서 자신의 GPS탭을 뿌리에 간직한 나무를 발견한다는 설정은 공상적이지만 유의미하다.

칠레와 한국에서 오래 전 자행된 국가폭력과 칠레에서 광주로 마약을 들여오는 이들의 사적 폭력이 ‘빨갱이는 죽여’라는 표어로 합일하는 줄거리는, 2차 대전 이후 세계사를 관류해 온 반공·적대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 이미 마약처럼 번졌음을 고발하는 은유다.

이 은유는 2차 대전 이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반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인 국가폭력 사건들 모두 반공·적대 이데올로기라는 한 뿌리에서 발원했음을 시사한다. 우리 사회가 80년째 분단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반공·적대 이데올로기 때문이라는 단순명쾌한 사실을 <군락>이 일깨워주기를 바란다. /강진욱(전 연합뉴스 기자)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국 대사관이 우리 영토 무단 점거”…국감서 김준형 의원 지적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5/10/13 [23:42]

 

미국 대사관 임대료 체납 문제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도 나왔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미국 대사관이 지금 우리의 영토를 무단 점거하고 있다”라며 “연 193억 원의 임대료를 한 푼도 내고 있지 않다”, “1980년부터 45년간 불법이고 무법인 점유 상태”라고 지적했다.

 

▲ 김준형 의원. © 김준형 의원실

또 “우리 (주미) 공관이 (미국에) 내고 있는 월세가 47만 달러”라면서 “이게 (형평에) 맞다고 생각하는가?”라고 격분했다.

 

이에 조현 외교부장관은 “합의에 따라서 내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고 김 의원은 “그런 협정 없다”라면서 “장관이 얘기하는 협의는 (대사관) 이전에 관한 협의”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조 장관은 “이전에 관한 합의를 빨리 지킴으로써 (대사관을) 이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답했고 김 의원은 “이전 전에는 월세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이전 후까지 기다려주나?”라고 물으며 “미국하고 임대료 협상 따로 하고 이전 협상 따로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김 의원은 “동맹 무임승차는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지금 미국이 하고 있다”라면서 “평택(주한미군기지) 1년에 임대료를 받으면 4조다. (그런데) 우리가 1조 5천억 정도 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꼬박꼬박 (대사관 임대료를) 받고 있고 체납분까지 해소했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조 장관은 “그간의 여러 가지 연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거나 “지금은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는 등 시종일관 미국 편에서 변명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아니다. 나는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지금이야말로 국민감정이 이럴 때 왜 요청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내가 지난번에 여기서 불법적으로 영어 강의를 하는 사람들을 실태 조사하라고 그랬다”라면서 “적어도 우리가 그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미국이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시간을 초과해 질의응답이 여기서 멈췄다가 다음 순서에서 김 의원이 이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

 

김 의원은 조 장관이 주장한 ‘대사관 임대료 면제 합의’에 관해 “오해”라면서 대사관 건물을 원래 유솜(USOM·주한미국경제협조처)이라는 미국의 원조 기관이 쓰면서 면제를 합의했지만 유솜이 철수한 뒤 주한 미국 대사관이 법적 권한도 없이 무단으로 건물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장관은 “보는 관점에 따라 좀 다른 것 같다”라며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지만 근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미국에 임대료를 청구하지 않으면 조 장관이 “배임 행위로 고소”당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또 김 의원은 조 장관이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노동자가 단속된 것의 법적 문제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라고 답한 것을 언급하며 “왜 우리 외교부가 그것을 편들어 주는가? 이건 분명히 우리한테 잘못한 행위인데 왜 이게 미국으로서는 합법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가?”라고 질타했다.

 

한편 최근 주한 미국 대사관 임대료 체납 문제를 제기했던 국민주권당은 곧바로 논평을 발표해 김 의원 주장에 힘을 실었다.

 

논평에 따르면 “(유솜은) 1980년 활동을 종료하면서 미국이 대사관 건물을 무상 사용할 근거가 사라졌”으며 “1968년 한국 경제기획원장 명의의 공문에 ‘주한미국대사관의 건물 사용은 임시적인 것이며, USOM의 존속 기한을 초과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또 1993년엔 감사원이 “미국 정부가 대사관 건물을 사용하면서 아무런 근거 없이 13년 동안이나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며 “외교부는 미국 대사관에 임대료를 징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유재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문경환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기자수첩] 중국 혐오 부추기는 국민의힘의 자가당착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5-10-13 16:19:04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 29일 인천 중구 인천관광공사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으로부터 인천항 내항 재개발 사업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2025.09.29. ⓒ뉴시스


지난 9월 29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인천시를 방문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시의 주요 현안사업 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지역 민심을 다진 것이다. 인천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제공항이 있는 곳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을 때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 상징적인 곳이다. 그런 만큼 관광 산업이 중요하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인천시를 방문해 찾은 곳도 바로 인천관광공사였다.

이곳에서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유정복 인천시장으로부터 인천항 내항 재개발 사업에 관한 설명을 듣고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유 시장은 지역 활성화를 기대하며 관광객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유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유력 후보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탄핵 여파로 내년 지방선거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국민의힘 입장에선 인천시 사수를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 '초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국민의힘 인사들이다. 이날 유 시장의 사업 설명이 끝나자, 박종진 국민의힘 인천시당 위원장이 장 대표를 붙잡았다. 그러면서 입에서 내뱉은 건 타국에 대한 혐오 발언이었다. "아주 심각합니다. (중국인) 무비자 문제가 심각합니다. 월미도고 뭐고 중국이 전부 다 장악해버렸어요. 이게 장기화되면...홍콩이 그래서 멸망한 거예요."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그의 발언은 뜬금없는 것을 넘어 절망스러웠다.

심지어 국민의힘 지도부도 호응했다. 장 대표는 "그런데 왜 아까 그 말씀을 안 하셨냐. 그 말씀 하라고 마이크 드렸는데"라고 맞장구를 치며 큰 소리로 웃었다. 더 적극적으로 혐오 발언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날은 이른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작된 날이었다. 정부는 지난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연일 안보 우려와 불법 체류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검토된 정책인데, 정권 교체 이후 국민의힘이 돌연 '반중', '혐중' 프레임을 들고 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박 위원장의 이날 발언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하는 국민의힘이 간과한 것이 있다.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겠다는 유 시장 앞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 들어오는 것에 반대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의 시작은 내수활성화, 경제회복에 많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관광객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장사로 하루하루 먹고 사는 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얻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유 시장은 박 위원장의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만약 그가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다면, '이대로 가다간 지방선거 망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한술 더 떠 국민의힘은 중국인의 의료·선거·부동산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길고 긴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나온 국민의힘의 대표 정책이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민주당이 지방선거 때 중국어로 선거운동을 하는 이유가 뭘까. 외국 국적이라도 영주권을 얻고 3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 거주 안 해도 투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뒤 3년이 지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와 있는 만 18살 이상 외국인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지방의회의원 선거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중국은 인접국가이기 때문에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 중 중국의 비중은 높은 편이다. 이를 빌미로 중국을 겨냥해 혐오를 부추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은 우리나라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통상적으로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정했다고 하더라도 그 법이 그대로 통과될 리 만무하다.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이대로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 서울 구로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중국어로 적힌 현수막을 내걸거나, 중국 출신 주민에게 중국어로 투표를 독려한 바 있다. 그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보면, 중국 출신 주민을 만나자 유창한 중국어로 대화를 했고 주민을 향해 "짜요(힘내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렇게 다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스스로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꼴이다. 

“ 최지현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방부 “북, 열병식 통해 ‘북중러 연대’ 대내외에 과시”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10.13 14:30
  •  
  •  수정 2025.10.13 14:35
  •  
  •  댓글 0
 
13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하는 윤봉희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직무대리. [사진 갈무리-국회방송 유튜브]
13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하는 윤봉희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직무대리. [사진 갈무리-국회방송 유튜브]

“국방부는 이번에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북중러 연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재래식 전력 현대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3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에 나선 윤봉희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직무대리가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3일 ‘중국 전승절 80돌 열병식’ 때 북중러 정상이 집결한 데 이어 지난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80돌 열병식’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한 자리에 집결한 바 있다. 

또한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80돌 열병식 계기에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등 핵·미사일 전력과 ‘천마-20’형 신형 탱크, 무인기 발사차량, 신형 자주포 등 현대화된 재래식 전력도 선보였다.    
   
국방력 분야에서 북한의 동향 관련, 윤봉희 직무대리가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현대전 수행을 위한 재래식 전력 확보를 통해 내년 1월 예정인 9차 당 대회 이전에 성과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한 이유다.  

그는 “북한은 대외적으로 혈맹관계 수준으로 격상된 북·러 협력을 공고히 하면서, 중국과의 관계회복을 통한 대외적 입지 상승과 경제적 수혜를 도모하고 있”으며, “남북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 하에 대남 물리적 단절조치를 지속하고 있으나, 우리의 긴장완화 노력에 일부 호응도 식별되고 있다”고 알렸다. 

나아가 “미국은 국익을 최우선하는 가운데 대중 전략적 우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동맹 및 우방국 참여를 촉구하고 안보 분담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일본은 증가하는 북핵 미사일 위협과 안보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방위력 증강과 동맹국, 우방국과의 협력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 3기 체제 아래 내부결속과 경제회복에 주력하는 가운데, 정치·군사·외교력을 통한 존재감을 부각하면서 대미 전략적 압박을 시도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서 전쟁 지속 능력과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 등 관련국들과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고 봤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12·3내란 이후 '윤석열 낙하산' 104명 내려왔다…지금도 자리 보전중"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10/14 09:00
  • 수정일
    2025/10/14 09: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5.10.14. 08:40:37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내란 이후부터 6·3 대선 직전까지 기관장 53명, 상임이사 28명, 비상임이사 23명 등 총 104명이 이른바 '낙하산'으로 임명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13일 국정감사에서 자체 분석한 기관장 관련 자료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탄핵 이후에도 보은성 알박기 인사를 멈추지 않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시기별로 탄핵 선고 이전 65명, 탄핵 선고 이후 39명이 공공기관 기관장 등에 추가 임명됐다. 특히 기관장 30명은 한국교육방송공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코레일테크, 한국석유관리원 등 주요 공공기관을 포함하고 있었다.

또한 탄핵 선고 후 대통령이 없는 대행체제에서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주택관리공단,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등 23개 기관장이 새로 임명됐다.

 

정 의원은 "그러나 정작 제주항공참사 등으로 공항 안전의 중요성이 부각 되었는데도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임명하지 않았다"며 "다시 말해, 알짜이면서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알박기를 강행한 것으로, 국민안전을 위해 필요한 기관장은 임명하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특히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역시 편향된 인사 구성을 통해 알박기 인사의 통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작년 국감 당시 공운위 민간위원 9명 중 6명이 윤석열 정부·국민의힘 관련 인사였고, 올해 9월 기준으로도 7명 중 5명이 여전히 여권 관련 인사로 확인됐다.

 

정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낙하산·보은 인사로 공공기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훼손시킨 데 이어, 비상계엄 이후에도 '알박기 인사'를 강행해 국민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유연화라니…노동시장이 유연하다 못해 흐물흐물해요"

 [안진이의 일자리 심층대담]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우리 사회에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논의는 빈약한 편이다. 기업과 경제연구소와 경제신문은 항상 기업 지원과 규제 완화라는 답을 제시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그런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경제뉴스N시선'의 안진이 the삶 대표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3~4개월 동안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다음은 9월 24일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와 대면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1. 통계상으로는 고용률이 높고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시민이 체감하는 일자리 상황은 정반대라서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힘들다고들 합니다. 최근 일자리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일할 만한 일자리'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의 150% 정도 되는 일자리를 할 만한 일자리로 볼 수 있을 텐데, 그런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청년층이 가장 심각하고, 고령층은 고용률이 높다고 하지만 일주일에 1시간만 취업해도 취업자니까 사실은 불완전한 일자리에 있는 겁니다. 불완전하다는 건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큼 일해서 충분한 수입을 올릴 수 없다는 뜻이죠. 또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편입니다. 여성의 참가율이 결혼하고 임신하고 육아하는 기간에 굉장히 낮아지고 그 후에 금방 회복이 안 되는 U자형 구조, 후진국형 구조예요. 선진국형이 되려면 북유럽 국가들처럼 남녀가 거의 똑같아져야 합니다.

더 넓게 보면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에 비해 제조업과 건설업 비중이 큰 편이거든요. 이 두 산업이 중·고 임금 일자리를 많이 제공해요.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이쪽이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인데, 이 두 산업의 비중이 계속 축소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사회서비스 같은 다른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항상 최저임금에 묶여 있으니까 모든 연령층에 할 만한 일자리를 제공할 여력이 계속 떨어져요. 이제 우리 고용 문제의 총체적인 그림입니다.

 

2.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가 어떤지,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노동시장에서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37% 정도입니다. 임금 수준은 정규직의 절반이 안 되는 일자리고요. 여기에 더해서 '가짜 3.3'이라 불리는, 자영업자로 위장된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가 많게 잡으면 800만 명까지도 잡혀요. 이분들은 비임금 근로자로 분류되지요.

 

그러니까 임금 근로자 내 37%의 비정규직과 불안정한 비임금 근로자를 합쳐보면,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임금도 낮고 고용안정성도 낮아요. 이런 구조를 '이중구조'로 표현하기도 하고 '노동시장의 양극화'로도 표현하는데, 정확한 용어로는 '분단(분절) 노동시장'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자본의 의도적인 전략이 숨겨져 있지요. 직접고용하는 기간제나 계약직을 넘어 하청과 외주화를 대폭 늘렸어요. 외주화의 다른 형태가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만들어 버리는 건데, 이 가짜 3.3 노동자들은 사실 임금 노동자와 비슷하게 종속적인 위치에 있어요. 경제적으로도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있고, 지휘·명령을 받는다는 측면에서도 종속되어 있죠. 인적 종속성과 조직적 종속성이 다 있는데도 임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게 됩니다.

 

이렇게 종속적인 위치에 있는 비임금 근로자들은 정확하게 통계가 안 잡힐 정도로 숨겨져 있어요. 노동력을 활용하려면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는 책임성마저도 회피하는 전략을 쓴 겁니다. 그래서 노동시장이 질적으로도 심각하고 양적으로도 심각한 상황이 되었죠.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안진이

 

3. 어떻게 보면 노동시장이 2중 구조가 아니라 3중, 4중… 굉장히 복잡한 구조인 것 같습니다. 이 비임금 노동자들이 가장 취약한 위치일 텐데, 최근에는 법제도를 통한 해결책도 제시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예. 처음에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문제로 떠올랐는데, 여기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문제로 갔다가 사용자 책임까지도 외면하는 방식의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거죠. 4차 산업혁명이니 플랫폼 경제니 하면서 외양은 화려하게 치장하지만 사실은 임금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는 책임성마저도 배제하는 방식입니다.

 

노란봉투법은 이분들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건 아니고,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원청과 교섭이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입니다. 간접고용인 하청 노동자들 입장에서 보면 하청 사용자는 아무런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원청 사용자는 만날 수도 없으니, 임금을 한 푼이라도 올리려면 원청 본사 로비를 점거한다든가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건 다 불법으로 치부하죠. 노란봉투법이 제정되어 이제 교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는데, 실제로 교섭이 이뤄질지는 아직 장담 못 하는 상태입니다. 사실은 국제 기준으로 보면 산업 민주주의의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한 입법인데, 기업과 사용자 단체들은 그것조차도 용납 못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과도한 불만이죠.

 

또 비임금 노동자로 분류된 사업소득자지만 사실은 종속적인 임금 노동자와 동일한 속성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입니다. 산재·고용보험을 조금씩 적용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고, 보험료를 고스란히 자기가 부담해야 하니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의 사각지대에 있게 됩니다. 이분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 기본법(일터 권리보장 기본법) 같은 법을 제정해서 조금씩 조금씩 보호를 확장하겠다고 하는데, 사실 정면 돌파는 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분들을 노조법상, 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게 핵심입니다.

 

4. 청년층 고용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도 길어졌고 취업했다가 비경제활동 인구로 빠지는 경우도 많은데, 청년층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 요인이 무엇일까요?

 

쉬었음 인구로 빠진 청년이 50만을 넘었다고 '눈높이가 높다'느니 '비어 있는 일자리가 있는데 왜 안 가느냐'느니 하는데, 사실은 구직 활동을 해도 할 만한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여건이 안 좋은 일자리를 전전하고 시간 보내는 게 훨씬 낭비라고 생각하는 거죠.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전망을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고요. 할 만한 일자리에 종사해야 그런 미래를 설계할 수 있잖아요. 현재 생존이 가능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또 미래 설계도 가능한 수준의 일자리가 적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에요. 시장과 기업에 맡겨 놓는 방식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죠.

 

IMF 사태 이후에 커다란 청년 고용 대책이 7번 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매번 훈련, 인턴… 여기서 벗어나질 못해요. 일자리로 들어가는 문 자체를 넓혀줘야 되는데 그건 안 되니 훈련과 인턴을 전전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죠. 또 하나는 기업에 지원금을 주면서 청년 고용을 유도하는 방식인데, 그것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거기서 한 발짝 나간 제도가 청년수당이나 내일채움공제처럼 당사자인 청년에게 직접 수당을 지급하는 겁니다.

 

제가 전부터 강조했던 정책은 90년대 유럽에서 채택했던 로제타 플랜이라는 청년 고용대책입니다. 훈련이나 인턴, 기업 지원은 똑같이 있지만 의무고용제가 있어요. 기업에 지원금만 주는 게 아니라 청년 고용 할당량을 못 채우면 지원금의 3배 정도 되는 벌과금을 징수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의 강력한 의무고용제를 100인 이상 기업에 다 적용하고, 기업 규모에 따라 청년을 3% 또는 5%까지 고용하도록 차등을 뒀어요.

 

만약 한국에서 이렇게 기업에 벌과금을 부과하기 힘들다면, 청년 고용공시제를 잘 만들어서 기업의 사회책임성 지표 중 하나로 공표하게 하자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유인책만 써서는 안 되고 견인책이 있어야 해요. 지금까지 하던 패턴으로는 청년 고용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기가 힘들다고 봅니다.

 

5. 지금 청년층만 힘든 것이 아니고, 중장년과 고령층도 일자리 문제로 정말 힘들어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4050 중장년이 임금 수준도 가장 높은 연령대인데 건설업이나 제조업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요. 그래서 중장년도 위험 신호가 가끔 나타나죠. 불경기가 오래 가면 주된 일자리에 종사하는 중장년층 고용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리고 고령층은 고용률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령층 고용률이 굉장히 높은 편인데, 사실은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너무 많아요. 80% 정도가 불안정 일자리에 종사합니다. 그래서 노후 소득빈곤 문제가 심각해요.

 

지금의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고 숙련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지만, 지금 새로 고령층이 되는 분들은 굉장히 숙련도가 높고 학력과 경험도 많아요. 그분들이 갈 만한 일자리가 안 만들어지기 때문에, 역량에 비해 낮은 일자리를 찾아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보니 연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소득 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우리가 경제 규모나 인구 규모에 비해 좋은 일자리가 많이 없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령층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정년 연장입니다. 2013년에 58세에서 60세로 정년을 연장했어요. 그랬더니 주된 일자리, 즉 자기가 가장 오래 근무했고 생계에 가장 도움이 됐던 일자리에 종사하는 기간이 늘어났어요. 대기업과 공공부문만이 아니고 중소기업에도 그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사실 중소기업은 인력난 때문에 자발적으로 정년을 늘리기도 하죠. 법정 정년연장이야말로 주된 일자리에 종사하는 기간을 늘리는 핵심적인 장치입니다.

 

그렇다고 일률적으로 임금을 깎아버리면서 정년 연장을 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2033년까지 65세로 늦춰지잖아요. 지금도 63세로 되어 있는데 법적 정년은 60세입니다. 이 불일치는 노후 소득 빈곤을 제도로 공식화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그래서 2033년까지 정년도 65세로 연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처럼 기업에게 선택권을 줘서 임금을 깎아서 재고용하도록 하는 방식을 따라가면 안 됩니다. 그러면 노후 소득 빈곤 문제를 해결 못 해요.

 

▲9월 3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2025 관광 일자리 페스타'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6. 일자리와 관련된 역대 정권의 정책 중에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기억에 남는 거라기보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일자리 200만 개'처럼 수치가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르고요.

 

이명박 정부는 더 나아가서 300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인턴 자리를 잔뜩 만들어서 인턴 공화국이었죠. 인턴만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와서 인턴 일부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게 했어요. 그랬더니 유력자들이 로비를 시작해서 자기 자녀를 인턴으로 보내고 정규직 전환 TO에 집어넣은 거죠. 그래서 지금은 채용 예정형 인턴이 등장했잖아요. 어차피 정규직으로 뽑아야 할 인원을 수습 기간만 늘리는 경우도 많아요. 인턴을 많이 뽑고 정규직 전환은 일부밖에 안 되는데 과연 이걸 좋은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박근혜 정부는 '반듯한 시간제'라는 용어를 썼어요. 고용률 70%라는 목표를 잡고 여성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은 거죠. 반듯한 시간제란 일하는 시간은 절반인데 정규직으로 뽑는 상용형 시간제 일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규직하고 똑같은 시간 일하면서 임금은 절반밖에 못 받는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나라잖아요. 그런 데서 시간만 절반으로 줄인 일자리가 통하겠느냐는 이야기를 제가 했죠. 공공부문에서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라는 걸 만들었어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공무원 임금이 높지 않은데 그 절반을 받으니 생계 해결이 안 되죠. 그러니까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근로시간을 자꾸 늘려줘서 아마 주당 35시간까지 늘렸을 거예요. 실패한 정책이 된 거죠.

 

7. 유럽에서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시간제로 많이 일하는데, 그럼 그건 임금이 낮지 않아서 가능한 건가요?

 

그럴 수 있죠. 일정한 임금 수준이 되느냐가 문제인데, 한국에서 시간제라는 건 생계 보조형 노동밖에 안 됩니다. 시간제로 일해도 어느 정도 생활은 가능한 수준의 임금이 되는 나라에서는 시간제로 일하면서 만족하는 사람이 많죠. 네덜란드가 사실 시간제 천국인데, 시간제가 60% 가까이 되고 여성이 대부분이에요. 사실은 성차별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 거죠. 왜 그런가 했더니 네덜란드가 낙농 국가로 남성이 가장인 모형에 가까웠고 오래 전부터 여성 노동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네덜란드의 사회보장제도는 완벽하다고 칭송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은 네덜란드 사람들도 불만이 있어요. 그 사람들도 비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을 하는 경우가 절반이에요. 그러니까 온전한 일자리를 못 찾아서 시간제를 선택하는 거죠. 그렇게 보호 체계가 잘 갖춰진 나라도 비자발적 시간제 비중이 50%인데 우리나라에서 통계 내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했다는 비율이 50%를 넘어요.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이거는 질문을 잘못한 거다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죠.

 

8. 대통령이 재벌을 만나서 일자리 늘려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을 매번 봤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혜택을 주면서 일자리 창출을 부탁했고요.

 

정권 초기에 매번 그런 일이 벌어졌죠. 문재인 정부도 그랬고 노무현 정부도 그랬고 지금 이재명 정부가 또 그러고 있는데, 그렇게 기업들의 선의에 기대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건 아닙니다.

 

정부가 재벌 기업들에 강도 높게 요구했던 적도 있는데, (재벌들은) 겉으로만 일자리 늘리는 척하고 실제로는 똑같았어요.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끌어내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선의에 호소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죠.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게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 만드는 거라는 발상이 필요해요. 트럼프 집권 이후 약간 주춤하고는 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의미하는 ESG가 세계적인 흐름이잖아요. 그런 사회 책임성 지표와 일자리 문제를 연동시켜 매년 공표하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단순히 청년 신규채용만 따지는 게 아니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도 가점을 주는 식으로 고용의 질과 양에 대한 평가를 같이 하자는 거죠. 여성, 청년, 고령자, 질 나쁜 일자리의 전환을 두루두루 평가하는 겁니다. 만약 정년 연장을 해서 고령자를 채용했는데 청년 신규채용을 줄였다? 그럼 마이너스가 되어야 합니다.

 

고용공시제가 이미 만들어져 있는데, '소속외 근로자'로만 표현되어 있어서 너무 단순하긴 해요. 문재인 정부 때 임금 직무 공시제까지 만들었는데 제대로 활용하지는 않고 있어요. 여기에 착안해서 일자리의 양과 질 개선의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면 되는데, 지금 안 하고 있어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해요.

 

 

9. 지금 있는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요. 이재명 정부 공약에도 공공부문에서 정부가 모범 사용자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우선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일자리 창출도 필요하고, 유지도 해야 하고, 전환도 필요하죠. 일자리를 억지로 만들려고 이상한 숫자만 내세우는 것보다 질 좋은 일자리로의 전환이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질 좋은 일자리로의 전환에서 초점은 최저임금의 150% 정도를 지급하면서 고용 안정성이 어느 정도는 확보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일자리를 만들기에 제일 좋은 분야가 사회 공공 서비스입니다. 사회서비스 영역은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데 최저임금 일자리만 생겨나고 있잖아요.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회서비스의 일자리를 안정적인 공공부문 일자리로 바꾸는 정책이 필요해요. 이 분야는 계속 수요가 늘어나니까요.

 

공공부문 사회서비스를 처음 구축할 때 돈을 적게 들이려고 민간 위탁 방식을 주로 선택했어요. 새로 늘어나는 수요도 다 민간위탁으로 넘기고요. 병원이나 돌봄 영역의 90% 이상이 민간위탁이니, 지금 이쪽을 공공 서비스로 전환하려고 해도 업자들의 저항이 심하고 지역 유착관계도 있어서 쉽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신규 수요라도 공공부문이 감당하면서 적극적으로 서비스 질도 높이고 질 좋은 일자리도 늘리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공공요양원에 가보면 시설이 좋고 환자들을 돈으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운영도 훨씬 낫습니다. 지금 민간위탁 요양원은 대부분 돌아가시기 전에 생존만 시켜주는 수준이잖아요. 이런 식으로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공공부문이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공적 돌봄 시설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의료 영역도 심각하니 공공병원을 늘려야 해요. 그러자면 돈이 들죠. 정부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하면 바로 재정적자 같은 반론이 나오는데, 재정으로 감당 가능한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는 있겠지만 일자리 측면에서는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지금은 너무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10. 이재명 대통령이 고용의 유연성 또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자주 언급하는데, 이 '유연성'이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도 각기 다른 것 같고 앞으로 의견 충돌도 예상됩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고용 측면의 규제 완화를 강조할 때 노동시장에서의 유연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유연성이라고 하면 좋은 말 같잖아요. 신자유주의의 모티브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단어가 IMF 이후에 한국에도 들어와서 중요한 화두가 되었던 겁니다.

 

미국과 영국의 노동시장이 유연하고, 그래서 경직적인 유럽 대륙 국가들보다 노동시장 지표가 좋고 실업률이 낮다고 했거든요. 실제로 유럽의 실업률은 높죠. 적극적인 보호 장치가 있기 때문에 개인들이 실업자임을 적극적으로 선언해서 높은 겁니다. 우리는 가려져 있어요. 내가 실업자라고 선언해 봤자 효과가 별로 없으니까 실업자라는 걸 숨기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실업률이 낮게 나와요. 미국의 실업률이 낮다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옥에 갇힌 사람들만 합쳐도 수치가 달라진다는 소리도 나왔죠. 결코 경직된 노동시장이 성적표가 나쁜 게 아니고 유연한 노동시장의 성적표가 좋은 게 아닙니다.

 

또 하나, 유연안정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잖아요. 유연성과 안정성을 결합한다.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유연안정성 모델이라고 하는데, 두 나라가 같지 않아요. 네덜란드는 노동시장 안에서 유연성과 안정성을 결합하는 모델입니다. 시간제가 많지만, 보호장치를 같이 가동시키는 거죠. 덴마크 모델은 달라요. 안정성은 복지제도에서 구축되는 거고 노동시장은 유연하다고 하지만 집단적 정리해고는 굉장히 강력하게 제재합니다. 개별적 해고는 자유롭지만 유럽의 풍토에서 자의적으로 사람을 막 자르지는 않지요.

 

덴마크 모델에서 '안정성'에 해당하는 복지제도를 보면, 실업급여가 2년 동안 지급되고 그 이후에도 사회부조를 받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유연성을 가미한 게 뭔지 아세요? 1년 이상 실업 상태인 사람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구직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무를 붙인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메커니즘은 안정성이 하나도 없잖아요. 복지제도의 기반이 약한데 이런 나라에서 노동시장 유연성까지 높이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래서 (대통령과 정치권이) 무슨 맥락으로 유연안정성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건지, 고민은 있는지 의문입니다.

 

정말로 한국형 유연안정성을 구축하고 싶다면 질 좋은 일자리를 대규모로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추진해야겠죠. 옮겨갈 곳이 있어야 하잖아요. 유럽은 수평 이동할 곳이 많은 편이지만 우리는 수평 이동할 곳이 없잖아요. 해고는 살인이라고 표현되는 나라인데. 만약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수평 이동할 곳이 많을 정도로 일자리가 평준화되어 있고 도처에 있다면 (노동시장이) 유연해져도 견딜 수 있겠죠.

 

우리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다는 것도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비정규직이 많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고 또 새롭게 비임금 종속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나라에서 도대체 뭐가 경직돼 있다는 건지. 조직화된 노동자가 일부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집중된 것은 맞습니다. 그걸 해결하고 싶으면 기업별 노조 체계를 깨고 포괄적 협약이 산업 전반에 적용되도록 바꿔야죠. 조직화된 노동자를 공격할 게 아니라 교섭의 적용 범위를 넓혀서 미조직 노동자도 보호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지금처럼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다고만 이야기하는 건 민주노총을 비롯한 조직 노동마저 약화시키고 싶은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우리 노동시장은 결코 경직적이지 않다, 흐물흐물할 정도로 너무 유연해서 문제다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를 하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진이

안진이 the삶 대표는 '더 나은 일과 삶'을 위해 플랫폼 기업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노동 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the삶 공식 뉴스레터(33레터) 구독 링크 https://the3together.ghost.io/#/portal/signup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캄보디아 납치·감금 범죄 급증…중앙일보 “안이한 대응이 화 키워”

[아침신문 솎아보기] 캄보디아 검찰, 한국인 살해 혐의 중국인 기소

중앙일보 “정부, 지금이라도 외교 역량 총동원해 국민 안전 보장해야”

경향신문 “조희대 대법원장, 국감에서 대선 개입의혹 직접 밝혀야”

미·중 무역갈등 고조…한겨레 “경제 체력 길러 헤쳐 나가야”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5.10.13 07:33

▲ 경찰청. ⓒ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납치돼 고문·살해된 사건을 수사한 현지 검찰이 중국인 3명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국제범죄 조직에 의한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이 급증하는 가운데, 13일 주요 신문에서는 현지에서 한국인을 보호하고 범죄를 수사하기엔 인적·물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범죄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조직을 강화하고, 현지 정부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캄보디아 국영통신사 AKP에 따르면 10일(현지 시간) 캄포트지방검찰청은 살인과 사기 혐의로 중국 국적 남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산 인근에서 한국인 대학생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A씨는 지난 7월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떠난 뒤 8월8일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산 지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경찰은 1차 검안에서 A씨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로 기재했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동아일보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홍보에 낚여 캄보디아의 범죄조직에 감금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30대 남성을 인터뷰했다. 동아일보 기사 <“月 1000만원 알바에 낚여…‘개밭’에 갇혀 노예처럼 일했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동남아 여행 도중 여행 경비가 바닥난 그는 ‘캄보디아에서 월 7000달러(약 1000만 원) 이상 고수익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는 텔레그램 글을 접했고, 이에 지원하며 3개월 간의 ‘노예 감금 생활’이 시작됐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도착하게된 그는 여권과 휴대폰을 뺏기고 ‘로맨스 스캠’ 업무에 동원됐다. 콜라 한 잔이 5000원일 정도로 물가가 비싸 빚만 늘어나는 구조였고, 숙식비도 모두 빚으로 계산됐다.

경찰은 지난 12일 캄보디아 수사당국과 현지에서 공동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이 소식을 다뤘다. 경찰은 캄보디아 경찰에 상주 인력을 파견해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도록 하는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추진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그러나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거점으로 자리잡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한국인을 보호하고 범죄를 수사하기엔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 기사 <국제 범죄 거점 된 캄보디아…한국 경찰관 3명뿐 ‘대응 막막’>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에는 한국 경찰관 3명(주재관 1명·협력관 2명)이 근무 중이다. 경향신문은 “경찰청은 2023년 외국인을 전담하는 외사계를 정보과 등으로 통폐합했는데 국제수사를 전담한 국제범죄수사대도 마약수사대 산하의 국제범죄수사계로 축소시켰다”며 “경찰청에 국제협력·공조를 전담하는 국제협력관실이 있지만 수사를 전담하는 인력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와 구인 사이트 등이 해외 범죄 조직의 ‘구인 창구’로 악용되고 있지만 제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조선일보는 기사 <‘월 2000만원’ 내걸고 유인…“범죄인 줄 알면서 가담하기도”>에서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최소 월 2000만원 보장, 빚에 쫓기는 인생 한 번에 바꿔드립니다’ 공고 관련 문의를 시도했다. ‘송 실장’이란 이름의 텔레그램 유저는 먼저 ‘여권 사본을 보내라’, ‘안전하니 프로젝트에 참여하라’고 말했지만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런 광고에 대한 제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한 사이트는 ‘검증되지 않은 업체이니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를 붙여놓았지만 관련 게시글 삭제나 접근 차단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정부, 지금이라도 외교 역량 총동원해 국민 안전 보장해야”

중앙일보는 관련 사설을 내고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두 나라 경찰의 실질적인 공조 체계 구축이 시급한 실정인데 그동안 우리 경찰의 대응은 아쉬운 점이 많다. 이달 말 양자 회담에서 한국 경찰을 캄보디아로 파견해 현지 경찰과 공조하는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한다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이번 사건 전부터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선 국제 범죄 조직에 의한 한국인 납치 사건이 성행했지만 외교 당국이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정부는 캄보디아 당국의 비협조를 탓하기보다 지금이라도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우리 국민의 안전 보장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한겨레 역시 관련 사설에서 “우리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가족들의 호소와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가 없었다면 경찰과 외교부는 여전히 캄보디아 정부 탓을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교부와 국외 주재 대사관 및 영사관의 수동적이고 무책임한 민원 처리에 대한 성토가 잇따르는 현실을 관계 당국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아울러 “이번 사건이 발생한 캄보디아만이 아니라 필리핀, 타이, 미얀마 등에서 치안이 취약한 국경 지대를 중심으로 각종 범죄 조직이 활개치고 있다. 인터넷과 전화 등 통신의 발달로 범죄 유형이 다양해지고 범행이 손쉬워진 탓”이라며 “우리 정부와 사회의 인식과 대응이 안이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향신문 “조희대 대법원장, 국감에서 대선 개입의혹 직접 밝혀야”

이재명 정부의 첫 국회 국정감사가 1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국감에서는 여권이 정조준하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야권이 벼르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출석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3일 대법원 등을 상대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 대법원장을 증인석에 앉혀 파기환송 경위를 따져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법원이 대선을 33일 앞두고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이유를 따져 묻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때의 사법부의 태도 등도 문제 삼고 있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을 내고 조 대법원장이 국감에 출석해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조 대법원장의 국감 출석을 요구하는 이유는 간단명료하다며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과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법원장은 왜 침묵했는지, ‘이재명 선거법 사건’ 상고심 판결을 이례적 속도전으로 강행한 이유는 무엇이고 절차는 제대로 지켰는지,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은 정당했는지, 지 부장판사 비위 의혹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사법부 수장의 공식적인 답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헌법 수호 의무를 진 사법부가 내란 사태에 침묵한 이유는 사법부의 수장이 답해야 할 문제”라며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을 주도한 재판장이기도 하다. 사법부의 인사·행정권을 한 손에 쥔 ‘제왕적 대법원장’으로서 벼랑 끝에 몰린 사법부 신뢰를 회복시킬 무한한 책임 또한 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응답자가 절반에 육박하는 이유를 조 대법원장과 사법부는 성찰해야 한다”며 “국민 앞에서 국민의 의구심에 답할 의무를 끝내 팽개친다면 그로 인한 책임은 고스란히 조 대법원장과 사법부의 몫이 될 것”이라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 역시 조 대법원장이 국감에서 대선 개입의혹을 직접 밝혀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 문제는 조 대법원장이 직접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다. 그건 나락으로 떨어진 사법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전원합의체의 합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왜 재판을 이례적으로 서둘렀는지는 답변할 수 있다고 본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에 출석해 의혹을 직접 해명하고, 민주당도 아직 재판 절차가 남아 있는 이 판결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식의 질의는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미·중 무역갈등 고조…한겨레 “경제 체력 길러 헤쳐 나가야”

미·중 무역 갈등이 양국 정상회담을 약 2주 앞둔 시점에서 재점화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겨냥해 희토류 통제를 대폭 강화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맞서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1면 기사 <美中, 경주 담판 앞두고 막판 기싸움>에서 “서로에 대한 양국의 압박은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기싸움’으로 해석되지만, 물밑 조율에 실패해 ‘전면전’으로 비화할 경우 세계 경제에 큰 격량이 예상된다”며 “경주 APEC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아예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이어진 기사 <美 급소 때린 시진핑, 즉각 보복 나선 트럼프…강 대 강 충돌 격화>에서는 미·중이 완전히 판을 깰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양측에 경제적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청년 실업과 국내 소비 부진 등의 내부 문제가 심각한 만큼 미·중 관계의 추가 악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 했다. 또 미국도 중국이 희토류 통제를 실제로 하면 자동차 공장이 가동 중단될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한겨레는 발등의 불인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국익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내고 “우리 기업들이 희토류 수출 통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중국과의 대화 채널도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미국,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집중도를 낮추는 한편,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제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내수시장을 확대해 지나치게 높은 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가야 할 길이다. 험난한 관세전쟁 시대를 헤쳐 나가려면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 역시 사설에서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겠지만, 한국 기업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희토류 공급처 다변화와 국내 생산 기반 구축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는 금융시장 점검을 강화하고, 고환율이 고물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민생을 챙겨야 한다. 통상당국이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라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희대, 치외법권인가

[이충재의 인사이트] 13일 대법원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 않을 듯...이재명 초고속 전원합의체 과정 설명하라는 국민 요구 거부

25.10.13 06:19최종 업데이트 25.10.13 07:51

조희대 대법원장이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주요 대법관, 지귀연 부장판사 등이 13일 대법원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조희대 사법부'가 치외법권이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조 대법원장의 경우 지난 두 차례의 국회 청문회에 모두 출석하지 않은 데 이어 정기국회 국감에도 불출석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에 출석하더라도 증인석에 앉거나 선서를 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가 법원 안팎에서 나옵니다. 기관장으로서 국감 참석이 아닌 일반증인으로 채택한 데 대한 불만의 표출로 해석되지만, 입법부 권한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법원장의 국감 증인 채택은 오랜 논란이지만 조 대법원장처럼 증인으로 채택됐다고 해서 아예 참석을 거부하는 것은 비상식적입니다. 대법원 국감 시 대법원장이 나와 인사말을 한 뒤 의원들의 양해를 얻어 이석하는 게 관례인데, 이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통상 증인으로 나오면 '위증하면 처벌받는다'는 설명과 함께 증인 선서 요구를 받는데, 이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됩니다. 조 대법원장으로선 증인 선서 거부 장면이 생중계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는 쪽을 택하는 셈입니다.

조 대법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초고속 선고 과정에 대한 합당한 설명입니다. 다수 국민은 대법원의 전광석화와 같은 파기환송을 사법부의 대선 개입 시도로 보고 있습니다. 사법부가 권한을 남용해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면 중대한 위헌에 해당합니다. 그런데도 조 대법원장은 여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국감 불출석은 이런 의혹에 대해 사법부의 수장이 직접 설명을 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두 번의 청문회에서 그랬듯 조 대법원장의 불참 명분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은 청문 대상이 아니라는 건데, 교묘하게 법조항을 해석해 국회 출석 요구를 비껴가려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은 이미 대법원 판결이 끝나서 고등법원에 내려보낸 상태입니다. 청문회에서 짚으려는 내용도 전례 없는 속도전 판결이 나온 경위와 과정 등 절차적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 중인 사건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대법원장도 국정조사 대상 된다는 국회법 무시

현행법을 따르더라도 재판 중인 사건도 사안 성격에 따라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법 해설'에는 "국회가 독자적인 진실규명, 정치적 책임 추궁, 의정자료 수집 등의 목적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국정감사 및 조사를 진행한다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정감사 및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적법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조 대법원장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조 대법원장의 증인 출석 거부는 국회가 뚜렷한 강제수단을 갖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출석하지 않으면 법사위가 대법원장을 상대로 초유의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어 명령장 전달에 실패하거나, 전달되더라도 증인이 임의로 거부할 수 있어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동행명령이 불발되면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을 국회 증언감정법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수도 있지만, 실제 수사로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증인 출석 거부만으로 대법원장을 탄핵 심판대에 올려놓기는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결국 조 대법원장을 증인대에 불러세울 수 있는 건 국민의 여론밖에는 없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진 지 오래입니다.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검찰 다음으로 신뢰도가 낮은 기관이 법원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부가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고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날 기회를 놓친다면 여론의 압박은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법독립 보호막 뒤에 숨어 입을 닫는 식으로는 임계점에 이른 사법불신만 더욱 커질 뿐이라는 걸 조 대법원장은 직시해야 합니다.

#이재명대통령 #지귀연 #전원합의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 “100% 관세 추가” vs 중 “상응 조치”...APEC 앞 ‘관세전쟁’ 재점화

APEC 앞두고 중국 ‘희토류 통제 강화’로 무역 갈등 격화
대두에 희토류까지...아픈 곳 찔린 트럼프, ‘치킨게임’ 계속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제공 : 뉴시스, AP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던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에 '100% 관세 추가'로 경고하고, 이에 중국도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올해 초에 벌어졌던 '관세 전쟁'이 다시 재점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12일 중국 상무부는 문답 형식의 입장문을 통해 "미국이 고율 관세를 남발하며 협박하는 것은 올바른 관계 방식이 아니"라며 "우리는 (관세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단호히 조치를 취해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중국에 대한 '100% 관세 추가' 등 강력한 무역 보복을 경고한 데 대해 중국 측도 맞대응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중 간 강대강 공방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자국산 희토류와 희토류 관련 기술을 이용한 해외기업 생산 제품까지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는 등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또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관련 공정 반도체의 제조 장비, 테스트 장비, 소재 생산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에 대해서는 개별 심사를 받게 했다.

특히 중국은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희토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수출을 금지했다. 희토류는 첨단무기에 핵심 소재인 만큼 미국의 방산기업들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6월 런던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약속했던 희토류 수출규제 완화를 다시 되돌리는 조치다. 올해 초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에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대응한 당시에도 미국의 방산 업계들이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에 미국은 100% 추가 관세 등 강력한 무역 보복을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이 적대적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오는 11월 1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기존 관세에 더해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중국에 대해 반도체 설계 등에 사용되는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을 제재했는데 이 같은 조치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에 대해 "중국의 태도는 매우 공격적이며, 이번 조치는 미국을 겨냥한 적대 행위"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정됐던 시 주석과의 회담에 대해 "만날 이유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도 '상응 조치'를 언급하고 나서면서 강대강 대응을 이어갔다. 중국 상무부는 "오랫동안 미국은 국가 안보 개념을 남용하고, 수출 통제를 무기화해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 장비와 칩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해 일방적인 장기 조치를 취했다"며 무역협상 이후에도 미국의 반도체 등에 대한 제재가 계속됐다고 불만을 표했다.

 

 

 

중국 장시성 간현의 희토류 광산(자료사진) ⓒ뉴시스

 

관세율 100% 넘는 미중 '관세전쟁' 재점화 가능성...협상 전으로 돌아가나


만일 미국이 100%의 추가 관세를 중국에 부과한다면 올해 초 미중 간 벌어졌던 관세 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나 2월 2기 임기 초반부터 중국에 대해 펜타닐 원료 공급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보복관세로 대응하면서 서로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는 등 관세 전쟁을 벌였다. 이후 지난 5월 스위스에서 진행된 양국 간 협상에서 서로 일정기간 동안 관세를 115%p(포인트) 낮추기로 하면서 관세전쟁은 휴전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이 100%의 관세를 추가하고, 중국이 이에 대응해 보복관세를 조치한다면 미중 간 통상 갈등은 5월 스위스 합의 이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양국 간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오는 31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의 만남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 중단으로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강대강 '치킨게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미국산 대두의 최대 구매처였던 중국은 올해 미국산 대두 구매를 중단하고 대신 아르헨티나에서 대두를 구입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 정책이 미국 대두 농가에 대한 피해로 나타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아르헨티나 정부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오히려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고 나서자 미국 농가 사이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더 확산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미국 첨단 무기 산업에 직접 타격이 될 수 있는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까지 나오면서 중국의 압박이 더 거세진 상황이다. 중국과의 강대강 무역 대치가 계속될 수록 트럼프 행정부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아예 닫지는 않았다. 그는 중국에 대한 100% 추가 관세를 경고했던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미중 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우리가 그것(정상회담)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곳(APEC)에 갈 것"이라며 "나는 아마 우리가 회담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00% 관세 추가 등 무역 보복 시점을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11월 1일로 제시하고 있는 점도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부도 "미국 측에 조속히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양국 정상의 중요한 통화 합의를 지침으로 삼아 어렵게 얻은 협상 성과를 잘 유지하며, 중미 경제무역 협상 메커니즘의 역할을 계속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며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양국 간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열린 상태다.

“ 김백겸 기자 ” 응원하기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임은정+백해룡' 콤비 떴다…이 대통령이 직접 힘 실어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 법조

  • 입력 2025.10.12 22:30

  • 수정 2025.10.12 23:55

  • 댓글 0

윤 정권 '세관 마약 수사 외압' 마침내 정조준

이 대통령 "지위고하 막론, 성역 없이 엄정 수사"

임은정에 수사팀 보강 등 진상 규명 특별 지시

심우정 인천지검장 시절…검·경·대통령실 연루

막대한 필로폰을 몸에 감고 인천공항 무사통과?

검찰은 출국금지 안 하고 압수수색 영장 반려

이재명 정부 출범한 뒤에야 합동수사팀 꾸려

대검이 직접 관장하다 '친윤 검찰' 공정성 의문

임은정이 지휘, 백해룡까지 투입…최상의 조합

"심우정이 '마약 게이트' 덮은 주범" 실체 주목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

이재명 대통령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수사팀도 보강하도록 했다. 2023년 발생한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사건 당시 인천지검장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었기 때문에 심 전 총장을 비롯한 윤석열 정권 검찰·경찰·관세청·대통령실 고위 인사들의 사건 개입 실체가 이번 이 대통령 직접 지시를 계기로 전모를 드러낼지 시민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12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검경 합동수사팀의 수사와 관련해 더욱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며 "이 대통령은 백해룡 경정을 검경 합동수사팀에 파견하는 등 수사팀을 보강하고, 수사 책임자인 임은정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은 필요시 수사 검사를 추가해 각종 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밝히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세관 마약 수사 외압이란 2023년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범죄에 대한민국 관세청 세관 공무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추적하던 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2과장의 수사팀이 당시 윤석열 대통령 치하의 경찰 윗선 및 검찰과 대통령실 등으로부터 집요한 압력을 받아 중도에 사실상 수사가 좌절됐다는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이다. 1년에 걸쳐 마약 수사를 주도하며 역대급 실적을 낸 백 경정은 도리어 '공보 규칙 위반'을 이유로 지난해 7월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되고 수사에서 배제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2과장이 10일 오전 대회의실에서 말레이시아 마약 밀매 조직이 제조해 국내 밀반입한 필로폰 74kg을 유통한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 밀매 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힌 뒤 증거물을 보이고 있다. 필로폰을 제조한 말레이시아 조직이 나무 도마에 홈을 판 뒤 약을 숨기는 식으로 국내에 몰래 들여오면, 한국 조직이 밀반입해 운반 및 보관을 하고 중국 조직은 유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10.10. 연합뉴스

백해룡 수사팀이 압수했던 필로폰 74㎏(시가 약 2200억 원)은 246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필로폰 단일 적발 압수량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였다. 이토록 막대한 양이 어떻게 공항 검색대를 무사통과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데, 해당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은 이 마약을 몸에 부착해 접착테이프로 칭칭 감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여왔다며 "인천세관 직원들이 우리를 먼저 알아보고 에스코트를 해줘서 검역과 세관을 그냥 통과했다. 입국장을 나와선 심지어 택시도 태워줬다"고 진술했다.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규모 마약 적발을 크게 칭찬했지만 백해룡 수사팀이 세관 직원들의 연루 의혹을 파헤치자 여기저기서 외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직속 상관인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은 "이 사건을 용산(대통령실)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언론 브리핑을 미루라고 지시했고, 일면식도 없는 데다 수사 지휘 라인도 아닌 조병노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까지 "세관 얘기 안 나오게 해달라.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며 외압성 전화를 걸어왔다고 백 경정은 폭로했다. 조병노 경무관은 김건희 측근인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 대표가 '치안감 승진 로비' 대상으로 언급해 더욱 의혹을 샀던 인물이기도 하다.

처음에 세관 수사에 협조했던 서울남부지검 마약 담당 검사들은 일제히 인사 조치됐고, 이후 백해룡 수사팀이 피의자 신분인 세관 직원들의 계좌와 휴대전화, 공항 CCTV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남부지검 측은 번번이 반려했다. 나중에 영장이 발부됐을 때는 피의자들이 이미 휴대전화를 수차례 초기화하거나 교체했고 CCTV 영상도 보존기간이 지나 삭제된 뒤였다. 검찰이 경찰 수사를 방해하며 증거 인멸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게다가 당시 심우정 검사장이 이끌던 인천지검은 인천공항을 통해 마약을 밀수한 같은 말레이시아 조직을 사전에 적발하고도 공범들을 출국 금지하지 않고 추가 수사도 안 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행적을 보였다.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이 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4. 연합뉴스

숱한 의혹에도 윤석열 정부 내내 수사를 뭉갰던 검찰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에야 마지못한 듯 합동수사팀을 발족시켰다. 대검찰청은 6·3 대선 직후인 지난 6월 10일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외혹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합동수사팀을 출범시키고 팀장은 윤국권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이 맡았다고 밝혔다. 20여 명 규모의 수사팀을 서울동부지검에 꾸리되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대검 마약·조직범죄부가 직접 지휘하기로 했다는 점도 공지했다.

그러나 대검은 두 달여 뒤인 8월 21일 "합동수사팀을 서울동부지검에서 직접 지휘하도록 소속을 변경했다"고 돌연 방침을 바꿨다. 대검 측은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고 수사 과정의 공정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담보하고자 고검 검사급 인사 이동에 맞춰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배경엔 친윤 검찰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 대검보다 새롭게 동부지검장으로 발탁한 임은정 검사장에게 수사의 전권을 주려는 대통령실 의중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백해룡 경정은 당초 대검이 지휘하는 합동수사팀에 대해 "검찰은 수사 대상이지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면서 "협조할 생각이 없다"는 완고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동병상련으로 교감해온 같은 '내부 고발자'이자 '검찰의 장의사'를 자처하는 임은정 검사장이 확실하게 지휘봉을 잡았고 본인도 공식 파견 형식으로 참여하게 된 만큼 앞으로 합동수사팀에서 핵심적인 실무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백 경정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인천지검장 시절 '마약 게이트'를 덮은 주범"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대통령이 직접 힘을 실어준 '임은정+백해룡' 콤비가 어떤 팀플레이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고장난 미국의 민주주의 시계

이병권 인문연구가

mindlenews01@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헌법의 경직성과 게리맨더링, 그리고 ‘지도 위의 쿠데타’

신화가 된 민주주의, 그러나 시계는 멈췄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리더로서 세계적 권위를 누려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 민주주의의 시계는 멈춰섰습니다. 헌법과 선거제도는 200년 전 마차 시대의 틀을 고집하며, 시대 변화 앞에서 스스로를 성역화했습니다. 건국의 주역들은 왕정과 귀족정, 독재의 폭주로부터 공화국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 취지는 ‘민주주의의 지속’이었지만, 그 장치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진화’를 봉쇄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후대의 정치 세력들이 헌법을 시대에 맞게 개정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점입니다. 결국 헌법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아니라 권력 유지의 방패로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헌법 제5조(Article V)는 개정을 위해 의회의 3분의 2와 50개 연방 주의회 4분의 3, 즉 38개 주의 동의를 요구합니다.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그 결과 헌법은 지난 200여 년간 단 한 번도 근본적 개정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시대의 변화는 헌법 밖에서 일어났고, 헌법은 변화에 눈을 감은 채 경직된 껍데기로 남았습니다. 이러한 헌법 해석권을 독점한 연방대법원은 스스로를 ‘헌법의 해석자’로 신격화하며, 선거법 개정 등 정치 개혁을 ‘헌법 위반’이라는 이름으로 무력화시켰습니다. 헌법의 경직성과 사법의 성역화가 결합되면서 미국 민주주의는 스스로의 개혁 가능성을 잃어버렸습니다.

게리맨더링 - 제도적 틈을 이용한 정치공학

이 경직된 헌정 구조 속에서 민주주의를 왜곡한 대표적 제도가 바로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입니다. 1812년 매사추세츠의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Elbridge Gerry, 1744–1814)는 자신이 속한 민주공화당(현 미국 민주당의 전신, Democratic-Republican Party)의 승리를 위해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조정했습니다. 새로 그려진 선거구의 지도가 도롱뇽(salamander)을 닮았다고 하여, 그의 이름 ‘게리(Gerry)’와 ‘맨더링(mandering)’이 결합된 단어가 탄생했습니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했고, 다음 해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 재임 1809–1817)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이후 이러한 선거구 획정(조작) 방식은 ‘합법적 부정선거’의 전형으로 미국 정치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 제도적 왜곡의 결과, 동일한 득표율이라도 의석 수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2016년 위스콘신 주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은 53%의 득표율로 36%의 의석만 확보한 반면, 공화당은 47%의 득표로 63%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법적 테두리 안의 ‘합법적 불평등’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이러한 게리맨더링이 구조화된 근본 원인은 이를 제지해야 할 법원이 방관하거나, 심지어는 합리화했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선거구 재획정이 10년마다 주 의회에서 이루어지며, 연방대법원 판사는 종신직입니다. 한국처럼 헌법기구로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존재하지 않으며, 대법관 임기 제한도 없습니다. 이 제도적 경직성이 정치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토양이 된 것입니다.

 

2025년 10월 9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근교 브로드뷰에 있는 불법이민자 구금시설 근처에서 군대 투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열리고 있다. (Photo by SCOTT OLSON / GETTY IMAGES NORTH AMERICA / Getty Images via AFP) 2025.10.10. 연합뉴스

개혁의 시도, 사법부의 방관, 그리고 일부 성과

미국에서 이러한 민의의 왜곡과 표의 등가성이 무시되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부 주에서는 게리맨더링 개혁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실험이 있었습니다.

애리조나주(2000년, Proposition 106): 주민 발의를 통해 독립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치했고,

캘리포니아주(2008·2010년, Proposition 11·20): 입법부의 권한을 시민위원회로 이관했습니다.

미시간주(2018년, Proposal 2): 주 헌법 개정을 통해 무작위 시민위원회를 도입했고,

미주리주(2018년, Clean Missouri Initiative): 투명성과 공청회 절차를 강화했습니다.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는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대다수 개혁은 정치권 개입과 법원의 소극적 태도로 무력화되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선거구의 왜곡 여부를 판단할 헌법적 기준이 없다”며 개입을 회피해 왔습니다. 결국 〈루초 대 커먼 코즈(Rucho v. Common Cause, 588 U.S. [2019])〉 판결에서 대법원은 게리맨더링을 ‘정치적 사안(political question)’으로 규정하며 사법심사 대상에서 배제했습니다.

이후 대법원은 2020년 이후 보수 우위(6대 3 체제)로 재편되며, 공화당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게리맨더링의 문제에 더욱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정치적 문제에 대한 불개입 원칙을 반복했습니다.

미국 헌법센터(The National Constitution Center)는 2022년 1월 25일자 칼럼 〈자신만만하고 공세적인 보수 세력(The Confident and Aggressive Conservative Majority)〉에서 “보수파가 다수인 대법원은 이제 스스로를 헌법의 중립적 수호자가 아니라, 적극적 정책 결정 주체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헌법센터는 이어 “최근 판결들이 민주적 합의나 입법의 영역으로 남겨야 할 사안에까지 사법부가 개입함으로써, 대법원이 헌법적 균형자에서 정치적 중재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출처: The National Constitution Center Blog, 2022.1.25)

한편 브레넌 센터(Brennan Center for Justice, NYU School of Law)는 2019년 보고서 〈극단적인 선거구 지도(Extreme Maps)〉와 2024년 보고서 〈게리맨더링이 2024년 미국 하원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How Gerrymandering Tilts the 2024 Race for the House)〉에서, 게리맨더링으로 인해 공화당이 전국적으로 약 16~17석의 구조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브레넌센터의 보고서 Extreme Maps(2019) 및 How Gerrymandering Tilts the 2024 Race for the House(2024)를 근거로 정리한 것임.

2025년 현재 미국 하원은 총 435석 중 공화당 221석, 민주당 214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근소한 격차는 단순한 선거 전략이 아니라 제도적 편향의 산물입니다. 전국 득표율이 동일하더라도 공화당이 평균 16~17석의 ‘내장된 의석 보너스’를 확보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공화당의 게리맨더링에서 시작한 ‘레드맵(REDMAP: 지도상에서 공화당을 의미하는 붉은색이 차지하는 정도를 뜻하는 표현이자 공화당의 선거 전략)’은 단순한 지역 전략이 아니라 지도 위의 권력 구조 재편이자 정치공학적 성공 사례가 되었습니다.

레드맵(REDMAP) ― “지도를 바꾸면, 패배해도 이길 수 있다”

2008년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II, 1961~)의 당선으로 정권을 잃은 공화당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게임의 규칙을 바꾸면, 패배해도 이길 수 있다.”

이 문구는 2010년 공화당 전국위원회 산하 공화당 주의회지도부위원회(RSLC)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내세운 전략의 요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레드맵(REDMAP)의 설계자는 크리스 얀코우스키(Chris Jankowski, 1968~), 데이터 설계는 토머스 호펠러(Thomas Hofeller, 1945–2018)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은 인구조사와 SNS 데이터를 결합해 방대한 유권자 지도를 정밀 분석하고, 민주당 유권자를 ‘패킹(packing)’과 ‘크래킹(cracking)’ 방식으로 재배치함으로써 표를 바꾸지 않고 의석을 바꾸는 기술을 완성했습니다.

여기서 ‘패킹(packing)’이란 특정 정당(주로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을 한 선거구에 과도하게 몰아넣어 그 표를 ‘낭비표(wasted votes)’로 만드는 전략이며, ‘크래킹(cracking)’은 반대로 상대 정당 유권자들을 여러 선거구로 인위적으로 분산시켜 세력을 희석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두 가지 조작 기술의 결합으로 공화당은 실제 득표율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전략은 완벽히 성공했습니다(앞의 표 참고). 2010년 이전 공화당이 장악한 주는 24개였지만, 2012년에는 31개로 늘었고 2020년에도 약 60%의 주에서 재획정 권한을 유지했습니다. 브레넌 센터 분석에 따르면 공화당은 레드맵 덕분에 2012~2020년 동안 하원에서 평균 15~18석의 추가 이익을 얻었습니다.

이는 국민의 표가 아니라 지도 위에서 벌어진 쿠데타였습니다.

MAGA와 REDMAP ― “지도 위에서 자라난 트럼프주의”

게리맨더링은 중도파를 몰락시키고 극단주의를 재생산했습니다. 경선만 통과하면 당선이 보장되는 ‘안전구역(safe district)’이 생겼고, 공화당의 주도권을 장악한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그 경선을 장악한 것은 극우 성향의 열성 지지층이었습니다. 한국의 대구·경북 지역에서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과 유사한 형국이 미국 정치에 고착화된 것입니다.

이 구조 속에서 트럼프주의(MAGA)는 단순한 정치운동이 아니라 제도적 기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결과 2020년 이후 공화당 하원의 약 40%가 MAGA 성향 의원으로 채워졌습니다. 게리맨더링은 사회의 균열을 제도화했고, 소수자·도시·진보 시민의 표는 무력화되었습니다. 이는 MAGA의 구호 ― “진짜 미국 대 그 나머지(Real America vs. the Others)” ― 를 정치구조로 고착시킨 셈입니다.

미국 사법부의 신성화와 한국 사법부의 교조주의

미국 대법관 루이스 브랜다이스(Louis D. Brandeis, 1856–1941)는 “법에 대한 존중을 원한다면, 먼저 법이 존중받을 만해야 한다(If we desire respect for the law, we must first make the law respectable.)”고 말했습니다.

이는 그의 저서 《남의 돈 - 그리고 은행가들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Other People’s Money and How the Bankers Use It, 1914) 서문에 등장하는 문장입니다. 브랜다이스는 이 책에서 ‘금융 신탁(Financial Trust)’과 월가의 독점 구조, 그리고 은행과 산업자본의 결탁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법이 도덕성과 정당성을 잃으면 국민의 신뢰 또한 무너진다고 경고했습니다. 훗날 그는 미국 연방대법관이 되어 공익 중심의 법철학을 실천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연방대법원은 오히려 그 정신과 반대로, 헌법 위에 군림하는 ‘법복 귀족주의(Judicial Aristocracy)’로 변질되었습니다. 이 교조적 태도는 한국 사법부에도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한국의 조희대 대법원은 ‘삼권분립’을 헌법의 신성불가침한 절대 조항처럼 오독하며, 국회의 사법개혁 입법, 대법관 증원, 대법원장 국회 출석 요구 등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헌법 어디에도 ‘삼권분립’이라는 문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권력의 상호 견제만이 강조되어 있을 뿐입니다.

한국 사법부는 미국식 사법엘리트주의를 수입하면서 ‘사법권의 독립’을 ‘사법권의 성역화’로 곡해한 구조적 오류에 빠져 있습니다. 조희대의 사법부가 내란 재판에 소극적인 것도, 지귀연 판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윤석열을 석방한 것도, 이재명 대통령 후보를 상고심에서 파기환송한 것도, 내란 재판의 비공개를 고수하는 것도 모두 스스로의 보수성(내란동조성)을 증명하는 사례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미국 사법부와 한국 사법부의 차이를 찾는다면, 미국 사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군을 투입하려 한 명령을 법적으로 기각하며 스스로의 권위를 지키고 있는 반면, 한국의 조희대 사법부는 극우 집회조차 모순된 판결로 허용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는커녕, 사법개혁의 명분만 쌓는 극단적 ‘자기분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법부가 스스로 자신의 권위와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특정 정치세력의 대변인으로 자처할 때, 국민과 시민이 선택할 길은 명료합니다. 이제 개혁의 시간표와 내용, 그리고 강도만이 남았습니다.

한국 민주공화정의 방파제- 혐오와 극단주의를 제어하는 제도 설계

오늘날 민주공화정의 위기는 단지 정치제도나 검찰을 비롯한 사법제도의 개혁만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더 근본적인 위협은 극우·혐오·반공 포퓰리즘의 결합이 시민사회를 잠식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의 MAGA가 게리맨더링의 제도적 보호막 속에서 자라났듯, 한국에서도 사법·검찰·언론의 권력 네트워크가 ‘법의 이름으로 정치’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지도 위의 민주주의’가 ‘제도 위의 독재’로 변질될지도 모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민주공화정의 가치를 곧추세워야 합니다.

첫째, 극단적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세력에 대한 법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둘째, 민주헌정을 위협하는 선동과 허위정보를 감시·제재할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미 논의되어 온 ‘혐오방지법’과 ‘차별금지법’ 제정은 단순한 인권 입법이 아니라, 헌정질서를 방어하기 위한 법적 방파제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독일의 연방헌법수호청(BfV, Bundesamt für Verfassungsschutz)처럼 헌법 파괴 행위를 감시·조사하는 ‘한국형 헌법수호청(가칭)’ 설립이 검토되어야 합니다.

이 기관은 특정 정파가 아니라, 시민이 주체가 되고 국회가 감시하며 정부가 집행을 보조하는 삼자 견제 구조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극단주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혐오와 차별, 반헌법적 정치 행위를 감시하는 국가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시민이 매일 새로 써 내려가는 사회적 계약입니다. 법은 인간의 약속이며, 그 약속이 시대정신과 시민의 뜻에 맞게 갱신될 때 공화국은 살아 숨 쉴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약속을 다시 써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 펜은 시민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 참고문헌 >

Brennan Center for Justice.(2019). Extreme Maps: How Gerrymandering Rigged American Democracy.New York University School of Law.

Retrieved from: https://www.brennancenter.org/our-work/research-reports/extreme-maps

Brennan Center for Justice.(2024). How Gerrymandering Tilts the 2024 Race for the House.New York University School of Law.

Retrieved from: https://www.brennancenter.org/our-work/research-reports/how-gerrymandering-tilts-2024-race-house

Rucho v. Common Cause, 588 U.S. ___ (2019).

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

Full text: https://supreme.justia.com/cases/federal/us/588/

The National Constitution Center.(2022, January 25). The Confident and Aggressive Conservative Majority.

Retrieved from: https://constitutioncenter.org/news-debate/blog/the-confident-and-aggressive-conservative-majority

Brandeis, Louis D.(1914). Other People’s Money and How the Bankers Use It.New York: Frederick A. Stokes Company.

(Reprinted by Bedford/St. Martin’s, 1995.)

Bowler, Shaun.(2025, March 17). “Gerrymandering and Political Distrust.” UCR News,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Retrieved from: https://news.ucr.edu

U.S. Constitution.(1787). Article V.National Archives.

Retrieved from: https://www.archives.gov/founding-docs/constitution-transcript

Jankowski, Chris.(Interview, 2012). “How REDMAP Won the Map.”The Economist,December 2012 issue.

(Referenced regarding REDMAP strategic design, Republican State Leadership Committee.)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