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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배후설, 정청래가 이미 답해놨다

"직책 없이 비켜 있는 게 낫다" 6년 전 정청래가 옮긴 양정철 본인 진술

양정철 배후설엔 침묵, 다른 비판엔 즉각 고소·고발

6년 전 정청래가 옮긴 양정철의 "비켜 있어야 한다"

무감점 공천 박우량, 햇빛연금 돌려막기까지

2026-05-04 07:26:1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배후설에 입을 다물고 있다. 자신을 향한 비판이 나오면 곧장 고소·고발로 응수하던 정 대표의 평소 패턴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침묵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정 대표 본인이 이미 답해놨다. 2019년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풀어놓은 발언 그 자체가 답이다.

 

5월 1일 전주, 양정철 묻자 고개 돌린 정청래

 

지난 1일 전주를 방문한 정 대표에게 뉴탐사 취재진이 직접 물었다. "양정철씨 공천 개입 의혹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장인재 부단장한테 계속 감찰 업무 맡길 건가요." "박우량, 김산, 장세일 후보 영장 얘기도 나오는데 공천 취소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정 대표는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양정철이라는 이름이 들렸을 만한 거리였지만 고개만 살짝 돌렸다. 다른 비판에는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던 그가 양정철 배후설에는 어떤 해명도, 부인도 내놓지 않는다.

 

2019년 판도라, 양정철 통화 토씨까지 옮긴 정청래

 

정 대표가 침묵하는 사이, 6년 전의 정청래는 다르게 말했다. 2019년 3월, 미국에 머물던 양정철씨가 민주연구원장직 수락을 앞두고 있었다. 한국에서 그의 입장을 풀어준 인물이 정청래 당시 전 의원이다.

 

정 의원은 MBN '판도라'에 출연해 양씨와 통화한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양씨는 5월 1일 노동절을 피해 5월 2일부터 출근하기로 했고,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의 제안을 처음에는 고사하다가 수락했다는 사실까지 정 의원이 풀어놨다. "본인이 이런 데서 얘기해도 된다고 그러더라고요"라며 운을 뗐다.

 

"본인은 원래 앞에 선봉에 선 사람이 아니라, 조절하고 통합하고 이런 역할을 주로 했다. 대선도 자기가 디자인을 했다. 그런 경험을 살려서 총선을 한번 디자인해 보고 싶다." 양씨가 했다는 말을 정 의원이 거의 토씨까지 옮긴 것이다.

 

진행자가 "공천 학살이죠"라고 받자 정 의원의 답이 더 구체적이다. "민주연구원에 공천하는 권한도 있냐"는 물음에는 "그런 건 없고요"라면서도 "당의 100대 정책, 총선 지역별 맞춤형 공약 이런 것 한다. 후보들이 필요한 거 갖다 쓰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면 실세 이상이 났네 이거"라는 진행자 말에 "어, 근데 이제 아무래도 이런 사람들을 공천해야 된다는 공천 방향성 정할 수는 있죠"라고 답했다. 양씨가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사실을 정 의원 본인이 인정한 셈이다.

 

청와대 안 들어간 이유, 양정철 본인이 풀어놓은 비선 정치

 

판도라에서 정 의원이 옮긴 양씨의 또 다른 발언이 있다. 양씨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다. 정 의원은 자신이 양씨와 직접 통화한 내용이라며 그대로 풀어놨다.

 

"자기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쨌든 대통령하고 가깝기 때문에 자기가 직책이 높든 낮든 자기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자기가 있다 보면 대통령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못 본다는 거예요. 가린다는 거예요. 자기가 없어져야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가서 활발하게 일할 수 있다는 거예요. 자기가 비켜 있는 게 낫다는 거예요."

 

직책에 들어가지 않고 비켜 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본인이 설계한 정치 방식이라는 진술이다. 정 의원은 이 말에 어떤 이의도 달지 않고 그대로 옮겼다. 양씨는 지금 어떤 직책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 공천과 인사 곳곳에서 그의 손이 보인다는 의심은 끊이지 않는다. 6년 전 양씨 본인이 정 의원에게 풀어놓은 그림과 정확히 같다.

 

별명부터 한보 이력까지, 30년 호위무사 정청래

 

양씨의 행보가 도마에 오를 때마다 정 의원은 빠짐없이 등장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양씨에게 붙은 "저주의 굿판 비서관", "언론 홍위병", "노무현의 언론 황태자"라는 별명까지 정 의원은 직접 변호했다. 양씨가 주도한 기자실 폐쇄 정책에 대해서도 "구태의 취재 관행을 좀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한 것인데 진보·보수 언론한테 다 집중 공격을 받았다"고 두둔했다.

 

2019년 5월 양씨가 서훈 당시 국가정보원장과 강남 한 식당에서 심야 회동한 사실이 더팩트 보도로 드러나자 야당이 거세게 반발했다. 정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변호에 나섰다. "그냥 아는 사람끼리 만난 거 아닌가요." "두 사람이 뭔가 사전 모의한 것처럼 몰아가고 싶은 거겠죠. 팩트와 주장은 또 다른 거니까요."

 

이튿달 양씨가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잇따라 만나 차기 대권 주자 줄세우기 논란이 일자 정 의원은 다시 같은 방송에 나왔다. "양정철 원장이기 때문에 생기는 말들인 것 같습니다."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슈 메이커이긴 하지만 좀 과도한 것 같다." 양씨를 변호하는 일에 정 의원만큼 열심이었던 인물은 당내에 없었다.

 

정 의원은 양씨의 30년 정치 이력을 방송에서 그대로 풀어놨다. 한국외국어대 학보사 출신으로 노무현 캠프에 합류한 일부터, 청와대에서 다른 사람보다 두 시간 먼저 출근하던 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가장 크게 운 사람이 양씨라는 일화까지. "운명이라는 책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권에 들어온 거예요. 데뷔를 한 거고. 그것을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이 양정철이에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계 입문 자체가 양씨의 기획이었다는 진술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18대 대선 패배 이후 4~5년에 대해서도 정 의원의 표현이 무겁다. "물 밑에서 온갖 일 다 한 거예요. 집사 역할도 하고 책사 역할도 하고 보좌관 역할도 하고 다 한 거예요." "김경수 지사랑 거의 맞먹는 책권이네요"라는 진행자 말에는 "사실은 더 친하다고 봐야죠"라고 답했다. 양씨의 한보그룹 시절 이력까지 정 의원이 직접 거론했다. "한보 정태수 측근으로도 있었더라고요. 부인을 하지 못하죠.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한보 정태수 시절 직장 상사 이춘발, 언론중재위 부위원장 임명

 

양씨는 1996년부터 정태수의 한보그룹에서 홍보 업무를 맡았다. 당시 직장 상사가 이춘발 전 문화일보 부국장이다. 이씨는 한보철강 부사장까지 올랐고 1997년 1월 한보 부도 당시 현직이었다. 이씨는 그 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로 정치권에 들어섰다. 2007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비서관이던 양씨가 이씨를 KBS 이사로 천거하면서 언론노조의 반발 성명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씨는 결국 2007년부터 2009년까지 KBS 이사를 지냈다. 양씨가 직접 모시던 한보 시절 상사를 공영방송 이사 자리에 앉힌 셈이다.

 

이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열린공감TV 부흥 행사에서 좌장 역할을 맡으며 뉴탐사를 공격해왔다. 뉴탐사에 자주 출연하던 인사들에게 직접 연락해 출연 자제를 압박한 정황도 확인됐다. 그런 그가 2025년 11월 17일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거쳐 12월 1일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이뤄진 인사다. 통상 언론중재위원은 현직에서 물러난 지 2~3년 안짝의 언론인을 임명한다. 이씨가 언론사에 마지막으로 몸담은 것은 1996년 문화일보 부국장 시절로, 30년이 다 돼 간다. 부위원장 자리는 판사 출신 위원장이 명예직인 만큼 사실상 위원회를 운영하는 핵심이다. 그 자리에 다시 양씨의 한보 시절 직장 상사가 앉았다. 양씨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의심이 따라붙는 이유다.

 

검찰 캐비닛으로 짠 2020년 총선, 양정철과 장인재

 

양씨는 2019년 5월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한 뒤 "총선 승리의 병참 기지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2020년 21대 총선의 공천 설계가 그의 손에서 짜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 캐비닛이 동원됐다는 증언이 민주당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양씨가 검찰이 보유한 약점 자료로 일부 중진 의원을 압박해 공천에서 배제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한 전직 장관을 통해 민주당 인사 6명에게 퍼졌고, 김어준 진행자 라디오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인사도 그 6명에 포함됐다.

 

검찰 캐비닛을 양씨에게 연결한 인물로 지목된 사람이 장인재 현 민주당 윤리감찰단 부단장이다. 장 부단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가까이 지냈다.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손에 청와대로 입성했고, 이후 임 전 실장의 소개로 양씨의 민주연구원에 합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제보자는 양씨가 "일도 잘하고 그런 걸 사람들한테 잘한다"며 장 부단장의 처세 능력을 평가했다고 전했다.

 

장 부단장은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윤리감찰단 부단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2020년 총선 인사 영입을 맡았던 백원우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 문정복 의원은 정 대표의 최측근 최고위원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총선 무대를 짠 사람들이 2026년 지방선거에 그대로 복귀한 모양새다.

 

체포동의안 가결파 "이재명으로는 안 된다", 양정철의 비대위 체제 요구

 

2023년 9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국면에서도 양씨의 이름이 등장했다. 가결을 막으려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이 양씨를 만났다. 그 자리에 동석한 인물은 최재성 전 의원이다.

 

양씨는 이 자리에서 "양정철, 최재성, 이광재, 이인영 이렇게 만나서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의석수가 120개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 가지고는 안 되니까 역할을 해 달라"는 요구도 곁들였다. 부결시키면 그때 자신들의 분석을 들어보겠다고 했다는 것이 제보 내용이다. 결국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다. 양씨가 원한 그림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통한 2024년 총선 공천권 회수였다. 양씨에게 이재명은 처음부터 끌어내야 할 대상이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같은 시기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당이 제대로 된 개혁을 하든 말든 솔직히 상관이 없어요." 양씨와 가까운 인물로 알려진 탁씨가 이재명 체제에 거리를 둔 셈이다.

 

평택·안산 전략공천에 박지원 국회의장 시나리오까지

 

2026년 지방선거 공천 곳곳에서 정 대표 본인의 결정이라기보다 양씨의 손이 더 짙게 보인다는 의심이 당 안팎에 퍼져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저격수로 통하는 김용남 전 의원이 평택을 보궐선거에 전략공천된 것이 대표적이다. 정청래·조국 합당이 거론되던 흐름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인사다. 안산갑 출마 채비를 하던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남국 전 의원의 전략공천에 자리를 비켜준 일도 거의 같은 시기에 이뤄졌다.

 

국회의장 선거판도 같은 손이 짜고 있다는 분석이 따라붙는다. 박지원 의원과 조정식 전 정무특보, 김태년 의원의 3파전이 시작됐다. 박 의원은 집정부제와 책임총리제를 강하게 주장해온 인물이다. 박 의원이 국회의장이 되면 내각제 개헌이 탄력을 받는다. 조국 대표를 평택에 묶어둔 공천이 8월 전당대회 이후 조국혁신당의 흡수합당으로 이어진다는 시나리오도 같은 라인에서 그려진다.

 

햇빛연금 빼서 기본소득 돌려쓴 박우량, 무감점 공천의 실상

 

정 대표 체제의 공천 검증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후보가 박우량 전 신안군수다. 박 전 군수는 햇빛연금을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며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데려와야 되겠다"는 칭찬을 끌어냈다. 그러나 햇빛연금의 정식 명칭은 개발이익공유금이다. 태양광 발전소 주변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피해 보상금이다. 신안군 안좌면 한 주민은 분기마다 받던 36만원의 햇빛연금이 올해 1분기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옆집 40만원도 끊겼다. 그 자리에 기본소득 20만원만 입금됐다. 피해 보상금을 빼서 기본소득으로 돌려쓴 그림이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설계와 정반대다. 이런 후보를 정 대표 체제는 무감점으로 경선에 통과시켜 민주당 후보로 만들었다.

 

다시 전주, 6년 전 본인 발언이 그대로 답이다

 

2019년 판도라에서 양정철의 입이 되어주던 정 의원은 2026년 5월 전주에서 그 이름을 묻는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침묵의 이유를 정 대표 본인이 6년 전에 다 풀어놨다. 양정철은 총선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했고, 정청래는 그 말을 그대로 옮겼다. 양정철은 직책 없이 비켜 서서 일하는 것이 자기 방식이라고 했고, 정청래는 그 말도 그대로 옮겼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두 사람의 자리만 바뀌었을 뿐 그림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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