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헌법개악 반대! 다카이치 퇴진!” 집회에 일본 국민 5만 명 참가

 

3일 도쿄에서 열린 2026헌법대집회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5/04 [21:07]
  •  
  •  
  •  
  •  
  •  
  •  
  •  
  •  
  •  
 

일본 헌법기념일인 3일, 일본 국민 5만 명(주최 측 추산)이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에 저항하는 집회에 참여했다. 해당 집회는 일본에서 열린 평화헌법 개정 반대 집회 중에선 역대 최대 규모다.

 

이날 오전 11시 도쿄 린카이광역방재공원에서 ‘연결하자 헌법을 살려서 평화로운 세계를! 2026헌법대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모임인 ‘평화와 목숨과 인권을! 5.3헌법실행위원회’가 주최했으며 남녀노소 일본 국민이 참여했다.

 

▲ 2026헌법대집회의 한 장면.  © 일본공산당

 

일본공산당, 사회민주당, 레이와신센구미 등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야당도 집회에 함께했다. 제1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은 주최 측을 통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현행 일본 헌법은 9조에 군대 보유 금지, 전쟁 금지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평화헌법’이라고 부른다. 지난 10월 집권한 다카이치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 등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려는 군국주의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이에 주최 측은 두 달 전인 3월 1일부터 해당 집회를 연다고 미리 공지하며 자국민에게 집결하자고 호소해 왔다.

 

주최 측은 이번 집회 기조로 ▲개헌안 발의를 용납하지 않으며 헌법을 살려 평화·목숨·생활·인권을 지킬 것 ▲미국·이스라엘의 무력 공격을 용납하지 않으며 일본 정부에 헌법 9조를 살리는 평화 외교를 촉구할 것 ▲대만 유사시를 선동하고 미일 양국의 군사 일체화를 용납하지 않고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미사일 기지 배치 철회를 촉구할 것 ▲오키나와 헤노코 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불평등한 미일 지위협정을 근본적으로 개정할 것 ▲자민당 중심의 금권 부패 정치를 구조적으로 전환할 것 등을 강조했다.

 

“주권자는 우리들!”

“현법개악 절대반대!”

“헌법 지켜라!”

“퇴진! 퇴진! 다카이치 정권!”

 

참가자들이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아키야마 마사오미 헌법공동센터 공동대표는 주최 측을 대표해 한 인사말에서 “평화헌법의 위기를 맨피부로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정치 환경이 존재하고 있다”라면서 내년 봄 자민당 당대회 시점에 평화헌법 개정을 암시한 다카이치 총리를 겨눴다.

 

그러면서 “헌법대집회를 (연대를 위한) 연결점으로 삼아 헌법을 살려 평화·목숨·생활·인권을 지켜 나가자”, “지금까지 개헌을 용납하지 않은 건 시민운동이 있기 때문이었다. 풀뿌리(시민)가 목소리를 크게 높여 가자. 9조 개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한 점”에 모으자고 호소했다.

 

일본펜클럽 회장을 역임한 작가 요시오카 시노부 씨는 다카이치 정권이 스파이방지법과 국기손괴죄 등 일본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면서 “강한 나라”를 지향하겠다고 주장하는데 “(그) 도착지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공산당의 다무라 도모코 위원장은 “(일본) 국회는 개헌파가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한다”라고 현 상황을 냉정히 진단하면서도 이번 집회의 의미에 관해 “‘9조를 지켜라’라는 국민을 다수파로 만드는 시작점”이 되리라고 소망했다.

 

다무라 위원장은 기자단 질의에선 “지난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지지한 사람 중에서도 개헌에 백지위임한 건 아니라는 마음”이 있다며 “‘전쟁은 싫다’라는 목소리를 일치점으로 삼아 여론을 넓혀 다카이치 정권을 퇴진시킬 힘으로 삼고 싶다”, “국민 안에서 벌어지는 투쟁이 앞으로의 정치를 결정해 간다”라고 강조했다.

 

▲ 다무라 도모코 일본공산당 위원장.  © 다무라 도모코 페이스북

 

사회민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당수는 “(2차 세계대전) 전후 일본이 전쟁할 수 없었던 건 (평화헌법) 9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9조가 전쟁을 멈추고 있다”라며 “절대로 바꿔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가한 남성은 아사히신문의 질의에 “지금 현행 헌법에 뭔가 나쁜 내용이 있나? 정말 모르겠다. 어디에 나쁜 내용이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거꾸로 헌법을 개정하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 국민주권 등이 제한된다”라며 “(다카이치 정권이) 전쟁을 하고 싶으니까 헌법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정권이 전시 상황을 명분으로 “(일본) 국민을 고문하고 싶어 하니까, (일제강점기 당시 치안을 이유로 사상을 탄압한) 치안유지법 시대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헌법을 개정하려 하는 게 분명하게, 투명하게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헌법개악 절대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근처를 행진했다.

 

지난해 같은 날 열린 집회 참가 인원은 주최 측 추산 3만 8천 명이었다. 올해 집회에는 1만 2천 명이 더 늘어나 개헌 반대 동력이 상승 추세임이 확인됐다.

 

현재 일본에는 지난 2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한 뒤, 다카이치 정권에 정면으로 맞설 구심점이 될 정당·단체가 딱히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올해 헌법기념일에 도쿄 한복판에 평화헌법 개헌 반대를 강조한 최대 규모 인파가 모인 것이라 의미가 있어 보인다.

 

헌법기념일을 맞아 같은 날 오사카에서는 주최 측 추산 4,500명이 참가한 개헌 반대 집회가 열렸다. 그 밖에도 일본 각지에서 집회가 진행됐다.

 

평일과 토요일에는 이전부터 일본 국회의사당과 역 앞 등 곳곳에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평화번법 개헌 반대” 등을 주제로 발언하고 노래하는 문화제 형식의 집회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개헌 반대”, “다카이치 퇴진”을 강조하는 일본 시민사회 처지에선 흩어진 개헌 반대 동력을 하나로 아울러 총결집시켜야 할 과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올해 4월 8일 진행된 '평화헌법 지켜라!'를 기조로 일본 전국 165곳에서 진행된 집회에 4만 9천 명이 참가했다고 나와 있다.  © 일본공산당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