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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시 일부 부활’ 검토…연 50~150명 별도 선발

서영지기자

  • 수정 2026-03-12 07:02등록 2026-03-12 05:00

청와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청와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와 별도로 사법시험을 통해 연간 50~150명의 법조인을 추가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청와대는 조만간 이 방안을 최종 점검한 뒤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로스쿨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대한민국 평균을 대변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며 “그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사법시험 일부 부활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사법시험으로 선발한 인원을 1년 동안 교육한 뒤 로스쿨 졸업생들과 함께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도록 하거나 이들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자격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초안 검토는 끝났다. 최종 검토를 마친 뒤 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이후 법무부에서 검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법시험은 누적된 고시생으로 인한 자원 낭비를 줄이고 법조인 양성 교육을 시험 중심에서 교육 중심으로 전환하려고 2017년 폐지됐다. 청와대가 근 10년 만에 사법시험 부활 검토에 나선 건, 비싼 학비로 로스쿨 진입 장벽이 높아져 법조인 선발이 불공정해졌다는 지적이 이어져온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사법시험 일부 부활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찬반 갈등이 커지면서 이후 대선 공약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25일 광주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한 시민이 ‘사법고시를 부활시켜달라’고 제안하면서 이 문제가 재점화됐다. 이 대통령은 당시 “개인적으로 일정 부분 공감한다”며 “실력이 되면 로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변호사 자격을 검증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민정수석실에 직접 사법시험 제도 검토 지시를 했다. 청와대에서 내부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사법시험 부활에 70% 이상이 찬성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서영지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서영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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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서 태국·일본 선박 등 4척 피격···이란 “배럴당 200달러 각오하라”

수정 2026.03.11 22:36

이란 소행 태국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가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공격을 받은 후 선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12일째인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선박 4척이 공격을 받았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중 2척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회사가 소유한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 엑스프레스룸호를 이날 오전 타격해 배를 멈춰 세웠다면서 “혁명수비대 해군의 경고를 무시한 채 운항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또 태국 선적 컨테이너선 마유리나리호도 경고를 무시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고 해 이를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이 배는 피격된 뒤 화재가 발생했다. 태국 해군에 따르면 선원 20명이 구명정을 타고 탈출했으며, 오만 해군이 이들을 구조해 이송했다. 남은 3명은 구조 중이다.

같은 날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북서쪽 25해리(약 46.3km) 해상에서는 일본 선적 컨테이너선 원마제스티호가 미확인 발사체에 맞았다.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부상자는 없으며 침수나 화재, 기름 유출 등도 발생하지 않았다. 운항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피격 선박은 UAE 두바이 북서쪽 50해리(약 92.6㎞) 해상에서 공격받은 벌크선으로 파악됐다. 해상 위험관리업체 밴가드에 따르면 이 선박은 마셜제도 선적 스타귀네스호로, 선체가 손상됐지만 승무원들은 모두 안전한 상태다.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려는 모든 배는 이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 정도가 지나가는 곳이다. 이란이 사실성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현재 중동산 원유와 석유제품 등을 실은 선박의 통항이 중단됐다.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지금까지 공격받은 선박은 최소 15척으로 늘어났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카탐 알안비야는 이날 국영TV를 통해 성명을 내고 “미국과 이스라엘, 그들의 동맹국들에 소속됐거나 이들 나라의 석유 화물을 실은 어떠한 선박도 정당한 표적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석유와 에너지 가격을 인공호흡기로 낮추진 못한다”며 “유가는 당신들이 불안케 한 역내 안보에 달린 것인 만큼 배럴당 200달러를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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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우리를 미국의 노예로 만드는 법”…특별 대담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3/1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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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동이 ‘국가보안법 폐지 특별 대담’을 11일 진행했다.

 

이날 저녁 유튜브 채널 ‘촛불행동tv’가 실시간 송출한 대담에는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와 장경욱 변호사가 대담자로 출연했다.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 촛불행동tv

 

대담은 “국가보안법을 올해 안으로 폐지해야 한다”라는 목표를 제안하며 역사상 국가보안법 피해 사건을 언급했다.

 

대담자들은 국가보안법이 일제가 우리 민족을 탄압한 치안유지법을 이승만 정권이 끌어다 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배후에는 패권 유지를 위해 한국에 냉전 체제를 조성한 미국이 있었다고 짚었다.

 

국가보안법이 한국에 냉전 체제를 조성한 미국, 미국을 추종하고 분단을 유지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 친일·독재·극우세력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지속돼 왔다는 것이다.

 

대담자들은 해방 이후 제주4.3항쟁, 여순항쟁 당시 ‘빨갱이 처단’을 명분으로 이승만 정권이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고 강조했다.

 

미군정 그리고 이승만을 필두로 한 극우세력은 제주도 주민 3분의 1을 ‘빨갱이’로 몰아 제주4.3항쟁(1947년 3월~1954년 9월) 시기 대량학살 범죄를 자행했다.

 

같은 시기 제주도 주민들을 학살하라는 이승만 정권의 명령을 거부한 여수 주둔 국군 제14연대 대원들이 일으킨 여순항쟁(1948년 10월)도 있었다. 이승만 정권은 제주도 주민 학살을 거부한 대원들을 ‘반란군인’으로 낙인찍어 진압했다.

 

그 뒤에도 ▲이승만이 자신의 정적이며 평화·통일을 강조한 조봉암 선생을 ‘빨갱이’로 몰아 사법 살인한 조봉암 사건(1958년 7월) ▲박정희 정권이 무고한 시민들을 간첩으로 몰아 사법 살인해 공포 분위기를 극대화하고 체제 유지에 악용한 인혁당 사건(1964년 8월, 1974년 4월) ▲공안기관이 홍콩에서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고 북한 대사관으로 망명하려 했던 윤태식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반공 투사’로 악용하려 한 수지 김 사건(1987년 1월) 등 숱한 조작 사건이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명박 정권 말기, 박근혜 정권 초기에 국정원·검찰이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인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조작하려 했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2013년) ▲윤석열 정권 시기 민주노총 출신 인사들을 간첩으로 몬 ‘민주노총 전·현직 간첩단 사건’(2023년) ▲북한에 관한 기사를 쓴 기자들을 국가보안법상 피의자로 몬 자주시보, 사람일보 사건(2024년)의 배경에도 국가보안법이 있다고 했다.

 

김 상임대표는 “미국의 통치 아래 들어가 있던 한국이 바로 그 영향 속에서 냉전 체제, 국가보안법 체제로 굴러가게 됐다”라며 “그래서 굉장히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다”라고 설명했다.

 

‘국가보안법과 싸우는 변호사’로 알려진 장 변호사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분단 체제에서 각종 날조 사건들,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결국 분단을 유지해야 정치적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세력이 있다. 그 세력이 파시즘화된 국가 지배 체제에서 정적을 제거하고 민중 운동이라든지, 진보적인 사상을 탄압하는 데 국가보안법을 끊임없이 활용해 왔다. 내란 수괴 윤석열도 국가보안법을 (공안탄압을 위한) 무기로 활용했다.” 

 

장 변호사는 윤석열 정권이 2022년 12월부터 민주노총 출신 인사들을 간첩으로 엮어 민주노총 전·현직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는 등 “대대적인 종북몰이”를 시도했으며 “그 과정에서 (간첩단 사건 조작이 잘 통하지 않자) 결국은 계엄까지로 이어졌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12.3내란의 배경에 관해 “(국가보안법에 맞서) 법정에서 계속 싸우는 과정에서 공안탄압이 효과가 없어지는 와중에 윤석열은 대북 강경 정책에서 더 나아가서 (북한에) 도발”하고 “외환, 전쟁을 불러와서 계엄으로까지 가려는 구상”을 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만약 국민이 12.3내란을 제압하지 않았다면 윤석열과 내란세력은 국가보안법을 무기 삼아 “대북 적대 분단 체제”, “전시 체제”를 작동해 많은 이들을 학살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이재명 정부 들어서 노동신문이 일반 자료로 분류돼 누구든 읽을 수 있게 됐다지만, 만약 노동신문을 읽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거(북한의 현실은)는 우리가 알고 있던 거랑 좀 다른 것 같아’라고 얘기만 하더라도 북한을 미화하거나 찬양한 걸로 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 누가 질의를 하면 (별다른 답변 없이) 넘어간다”, “대통령조차도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받을까) 눈치를 보고 그 선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똑같은 북한 원전이라도 북한을 적대하는 조선일보 기자나 극우세력이 읽으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반면, ‘북한 바로 알기’ 활동을 하는 통일운동가가 읽으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걸려드는 상황을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에 맞서) 싸우지 않고 과연 우리 한국 사회가 어떻게 인권이 보장되는가? 어떻게 민주화가 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런 의미에서 국가보안법 체제가 작동하는 한국 사회는 “파시즘 체제에 갇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 때문에) 우리 주권자의 권리가 처참하게 제약당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 스스로가, 주권자가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저항하고 연대”해서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상임대표는 “국민 전체가 (국가보안법의) 피해자”라면서 내란 수괴 윤석열의 1심 재판 최후 변론에서 김계리 변호사가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라며 자신과 촛불국민을 간첩으로 몰고 가려 했던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전 같으면 “종북몰이”라는 “광풍”이 불고 위축돼 “촛불이 와해됐어야 했는데 국민이 그걸 뚫고 나가 버렸다”라며 윤석열 탄핵, 내란세력 청산을 위해 떨쳐나선 촛불광장의 힘이 있었기에 국민이 탄압받지 않았다고 바라봤다.

 

다만 그럼에도 여전히 국가보안법의 마수에 걸려들면 “처벌 정도가 아니라 처단”당할 위험성이 크기에 국가보안법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남북관계에 관해 남북 간 대화를 통해야 서로를 알 수 있지만 “남북 대화는 일정한 권한을 가진 사람만 할 수 있고, 일반 국민은 남북 대화의 주체가 될 수가 없다”라면서 “그러한 권리를 정치적 기본권으로 누려야 하는 국민이 헌법보다 밑에 있는 국가보안법에 의해서 처벌받는 것”이라고 했다.

 

김 상임대표는 민족, 자주 문제를 거론하지 못하게 막는 “국가보안법은 우리를 미국의 노예로 만드는 법”, “우리의 자주, 해방 투쟁을 가로막는 노예법”, “헌법이 보장한 정치 기본권 자체를 파괴하는 법”이므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공동대표는 다음과 같이 국가보안법에 따른 폐해, 자기검열을 언급했다.

 

“지금은 유튜브만 그냥 들어가도 북한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냥 공개적으로 널려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만 못 보는 거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그 내용들을 여기저기 공유하고, 엑스에만 들어가도 정말 많다. 사진이 막 올라온다. 그런데 우리는 못 본다. ...(중략)... 이런 것들이 너무 웃기다는 얘기다.”

 

촛불행동은 올해 내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다양한 실천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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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에 기뢰 부설 시작했나…트럼프 “기뢰부설함 10척 완파, 설치했다면 즉각 제거하라”

수정 2026.03.11 07:21

CNN “기뢰 수십개 설치…수백개 추가 가능성”

트럼프 “선제적 타격…기뢰부설함 계속 격침할 것”

미 에너지 장관 “호르무즈 유조선 호위” 글 삭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한 가운데 유조선들이 9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기뢰부설함 10척을 완파했다”며 “앞으로 더 많이 격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아직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지만, 만약 그들이 그렇게 했다면 즉시 제거되기를 원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란에 대한 군사적 결과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반대로 그들이 설치했을 수도 있는 기뢰를 제거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큰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이어 추가로 올린 글에서 “지난 몇 시간 동안 가동이 중단된 기뢰 부설함 10척을 완전히 파괴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기뢰부설함을 격침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CNN은 이날 미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지난 며칠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지만, 그 숫자는 수십 개 정도로 많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군의 해군 시설 폭격에도 이란의 소형 선박과 기뢰 부설함 80~90%는 여전히 건재하다면서, “이란군이 앞으로 수백 개의 기뢰를 추가로 설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상 기뢰는 수중에 설치하는 자폭형 폭발무기로, 선박의 접근이나 접촉에 의해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다.

CBS 역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2~3개의 기뢰를 탑재할 수 있는 소형 선박을 이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고 있다”면서 “이란의 기뢰 보유량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러시아제 기뢰까지 포함해 2000~6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다만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이란의 기뢰 부설 계획 첩보에 따른 선제적 조치”였다며, 이란이 아직 기뢰 부설에 착수하지는 않았다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기뢰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포브스는 “상선 운항을 마비시키는 데는 비교적 적은 수의 기뢰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단 한 척의 유조선이라도 기뢰에 파괴되는 순간 보험사들이 보증을 중단해 해상 교통이 거의 즉시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번 설치하면 제거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기뢰 설치는 이란에게도 ‘최후의 카드’다.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면 이란의 석유 수출이나 식량 수입을 위한 선박도 운항이 불가능해져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약 34㎞이지만, 유조선과 선박들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약 2마일 너비의 두 개 항로로만 이동한다. 이 중 북부 항로는 이란 해안선과 가까워, 이란군이 해안 기지에서 드론, 미사일 등으로 손쉽게 공격할 수 있다.

이란의 정규 해군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기뢰, 폭발물을 실은 보트, 해안에 배치된 미사일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죽음의 통로(gauntlet)’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포브스는 “이란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핵폭탄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이라면서 “이 해협이 장기간 폐쇄되거나 통행이 크게 제한되면 그 경제적 여파는 대규모 군사적 충돌에 버금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기뢰부설함을 격파했다는 소식을 서둘러 전한 것도 기뢰 부설 소식에 유가 불안 심리가 자극될 가능성을 황급히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 장관은 소셜미디어에 “미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해 전 세계에 석유가 계속 공급되도록 했다”는 글을 올렸다가 몇 분 후 삭제했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직원들이 자막을 잘못 달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 해당 영상을 삭제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해명했다. 그러나 라이트 장관의 글이 게시돼 있던 10여분 동안 원유 선물과 연동된 한 상장지수펀드의 시가총액 8400만달러가 증발하는 등 시장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미 해군이 유조선 등을 호위한 적은 없다”면서 “물론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 적절한 시기에 호위 작전을 반드시 활용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댄 케인 합참의장도 국방부 브리핑에서 “미 중부사령부가 오늘도 (이란의) 기뢰 부설 함정과 기뢰 저장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면서 “만약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위 임무를 맡게 된다면 군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군사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국자동차운전자협회에 따르면 미국 주유소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5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8월 이후 최근 18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제재를 추가로 완화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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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직접 하라면서요?” 민주노총, 정부부터 교섭에 나오라 ‘압박‘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3/11 08:34
  • 수정일
    2026/03/11 08:3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6.03.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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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첫날, 본사 앞 하청노동자 분노
법은 생겼으나, 책임자 없는 교섭 테이블
“정부 먼저 나서야 민간 사업자도 나올 것”

10일 세종대로에서 열린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 ⓒ 민주노총
10일 세종대로에서 열린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 ⓒ 민주노총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는 오늘, 하청노동자들의 억눌렸던 한이 원청 본사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민주노총은 “법이 시행되는 오늘까지 아직 교섭에 응하겠다는 원청은 없다”며 “정부·부처부터 교섭에 응하라” 촉구했다.

10일, 20년 만에 하청노동자들의 권리가 현실이 됐다. 그동안 직접 고용이 아니란 이유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해왔던 원청에게 하청노동자들과 교섭할 의무가 생긴 거다. 그러자,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본사를 찾아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강남 테헤란로에는 현대모비스 하청노동자들이, 서울역 인근 CJ본사에는 택배노동자들이, 인천공항에는 인천공항지역지부 노동자들이,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였다. 지방에서도 건설노조가 한국전력 본사 앞을 찾아 교섭을 요구했다. 모두 간접고용·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는 사업장이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일인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2026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원청 교섭 요청과 연속야간노동으로 인한 과로와 사고를 막기 위한 4조2교대 전환 등을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일인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2026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원청 교섭 요청과 연속야간노동으로 인한 과로와 사고를 막기 위한 4조2교대 전환 등을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대정부 원청교섭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대정부 원청교섭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법은 시행되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원청 기업들이 즉각적으로 교섭 테이블에 나오겠다고 응한 사례는 아직 찾기 어렵다. 

고용노동부가 매뉴얼(원·하청 상생 교섭 및 노사관계 관리 가이드라인(2026))을 배포했으나, 강제성이 있는 ‘수사 기준’이라기보다는 ‘권고’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교섭 응답 사례를 남기고 싶지 않은 심리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서로 눈치를 보며 대치 중인 상황이다.

이에 10일, 민주노총은 원청교섭 쟁취 투쟁을 선포하며 “정부가 먼저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민간 사용자들이 교섭 자리에 앉을 것”이라며 “정부·부처 먼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교섭 자리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10일 세종대로에서 열린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 ⓒ 민주노
10일 세종대로에서 열린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 ⓒ 민주노총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운동 열심히 하세요, 여러분이 직접 하세요”라고 말한 것과 “공공부문 중심 모범사례 확산”을 강조한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의 말을 언급하며 “정부가, 대통령이 그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선 대통령 스스로가 진짜 사용자로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석 자리에 앉아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그래야 정부가 진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 민간 사용자들이 구석 자리에 나와 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완전한 교섭권 쟁취를 위해, 법이 시행되는 오늘 우리는 또다시 투쟁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현장에는 법 시행일까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는 사업장이 분노를 표했다. 최근 위장 파산 논란을 낳은 모베이스의 하청 우창코넥타 노동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민정 우창코넥타 지회장은 “회사는 사라졌다고 말하지만 자본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고 책임을 회피하는 자본의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도 하청 택배노동자들과 교섭을 거부하는 택배사들을 겨냥해 “배송 물량과 수수료를 정하는 것도 원청이지만 책임은 대리점 뒤에 숨는다”며 “교섭을 거부한다면 노동자들은 현장을 멈춰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세종대로에서 열린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 ⓒ 민주노총
10일 세종대로에서 열린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 ⓒ 민주노총
10일 세종대로에서 열린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 ⓒ 민주노총

10일 세종대로에서 열린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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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나서고 여당도 밀어붙이는 검찰개혁 정부안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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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 입력 2026.03.11 02:30

  • 수정 2026.03.11 04:57

  • 댓글 1

당정, 중수청·공소청법 3월 중 국회 통과 방침

민주 "당론 더 흔들면 안 돼" 대세…반대파 압박

이 대통령 '외과 시술적 신중 개혁' 결정적 영향

"정부안, 검찰권 남용 견제" 정성호 장관 옹호도

"당정청 충분히 협의, 기술적 미세 조정만 가능"

김용민 등 법사위원들은 "대폭 손질" 소신 고수

조국혁신·진보당, 주요 시민사회단체들도 동조

"국민 요구 명심해야…노무현 죽음도 기억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2026.2.25.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핵심 설계도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법안을 두고 여권과 시민사회에서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곪은 부위만 도려내는 '외과 시술적 교정'에 방점을 두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까지 '당정 협의로 만든 수정안'임을 부각시키자 여당에서도 "더 이상 당론을 흔들어선 안 된다"며 국회 법사위 반대파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등 정부안을 밀어붙이는 분위기가 대세로 굳어진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22일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대표의 제안에 따라 중수청·공소청법 정부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다만 기술적인 부분만 법사위에서 지도부와 조율해 수정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체계 자구(字句) 수준의 미세 조정' 정도만 가능하다고 밝힌 민주당은 이달 내에 두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완수하겠다고 못박은 상태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법사위원들은 정치검찰의 부활, 나아가 실질적 권한 확대를 노린 독소조항이 정부안에 여전히 다수 포함돼 있다며 대폭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민주진보 성향의 야당들은 당 차원에서 부정적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촛불행동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주요 시민사회단체들도 국민 열망에 한참 못 미치는 검찰개혁안이라며 정부·여당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어 여권 내부 및 지지층 사이의 혼란상은 상당 기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10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께서 SNS를 통해 권한과 책임, 개혁과 통합에 대한 진심을 전하셨다. 어느 한쪽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 전체의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이자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개혁은 말 그대로 가죽을 벗겨내는 일이다. 고통과 출혈을 최소화하고 병의 원인을 재빠르게 제거해야 실력 있는 의사다. 민주당은 실력 있는 개혁의 집도의가 되겠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박지원 의원의 공소청, 중수청 보완수사권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12. 연합뉴스

이 대통령의 '외과 시술적 개혁론'을 전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전용기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법사위 반대파를 겨냥한 듯 한층 직설적이고 강경한 어조로 발언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존중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안은 이미 우리 당이 6차례의 의원총회 논의를 거쳐 당론으로 채택한 사안"이라며 "의총에서도 분명히 정리됐다. 정부안을 뒤집자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고 체계 자구 수준에서 조정하는 방향이었다"고 당론 결정 과정을 환기시켰다.

이어 "이는 곧 이재명 정부가 제안한 개혁 방향을 존중한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판단이다. 정성호 장관이 밝힌 것처럼 이번 정부안에는 이미 중요한 변화들이 담겨있다"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을 폐지했고, 검찰을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또한 검사의 파면이 가능한 징계 제도, 정치관여죄 신설, 법왜곡죄 도입 등 검찰권 남용을 견제할 장치도 포함돼 있다"고 정성호 법무장관을 적극 옹호했다.

심지어 "검찰개혁은 어느 한 사람이나 진영의 과제가 아니라 집권 세력으로써 국민 앞에 책임 있게 완수해야 할 과제다. 당론은 이재명 정부의 개혁 방안을 분명히 했다. 더 이상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검찰개혁의 방향을 흔들어서도 안 될 것이고, 꺾어서도 안 될 것"이라며 "정부가 숙의를 거치고 당과 논의한 후 가지고 온 개혁안을 '개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와 개혁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까지 냈다.

경찰 고위직 출신 이상식 원내부대표도 '완전한 검찰개혁'에 집착하다 실기(失期)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파를 견제했다. 그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10월에 중수청과 공소청을 출범시키지 못하면 검찰개혁이 좌초될 수도 있다"면서 "다소 부족하더라도 적기에 실행하는 것이, 완전함을 추구하다가 실기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두 법안은 당론으로 정해진 전체적 범위 내에서 기술적인 수정을 거친 후 반드시 3월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일부 보완은 할 수 있지만 '미세 조정' 수준만 가능하다는 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김현정 원내대변인 역시 원내대책회의 뒤 브리핑에서 "관련 논의를 빠르게 진행해 3월 중 최대한 빠르게 처리할 계획"이라며 "처음에 정부 입법안이 왔을 때 의총을 열어 공론화했고 당내 TF를 만들어 긴밀하게 논의도 했다. 정청래 대표도 물밑에서 면밀히 해서 잘 해결하겠다고 말했고, 그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 입법안은 갑자기 뚝딱 나온 게 아니라 당정청(민주당·정부·청와대)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만들어진 안"이라며 "내일 행안위(행정안전위원회)가 중수청법 공청회를 연다. 법사위를 잘 조율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공소청법은 법사위 소관, 중수청법은 행안위 소관이다. 향후 추가 수정 범위에 관해서도 "큰 틀에서 당론이 정해진 것"이라며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미세한 조정을 논의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행안위에서는 이날 여당 주도로 중수청 설치법이 상정돼 속도전을 예고했다. 정부 수정안 외에 민주당 민형배·이용우 의원안과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안 등 중수청 설치법 총 4건이 함께 전체회의에 부의됐으며 심사를 위해 법안소위로 회부됐다. 이성권 의원 등 국민의힘 측은 "집권여당 안에서도 서로 견해가 달라 싸움이 벌어지는 모양새"라며 강력 반발했으나 민주당 이상식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 "공소청·중수청은 준비에만 6개월이 소요돼 반드시 3월 국회에선 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개혁은 외과 시술적 교정이 유용할 때가 많다'는 제목의 글 일부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정오 무렵 엑스(X·옛 트위터)에 <개혁은 외과 시술적 교정이 유용할 때가 많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부패하고 부정의한 조직으로 비난받는 조직도 대개는 미꾸라지 몇 마리가 우물을 흐리는 것처럼 정치화되고 썩은 일부의 문제이지 대다수는 충직하게 공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서 "옥석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검찰개혁이든, 노동·경제개혁이든, 언론개혁이든, 법원개혁이든 그 무슨 개혁이든 그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외과 시술적 교정'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보조를 맞추듯 정성호 장관은 오후 2시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개혁의 구호는 우리의 것일지 몰라도,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모두의 것이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중수청법, 공소청법 정부안은 지난 2월 민주당의 수정 의견도 대폭 반영해 정부에서 집중 논의해 만든 법안"이라며 "그럼에도 내 뜻과 다르다 해 일부 조항을 확대 해석하고 오해해 반개혁으로 몰아가는 일각의 문제 제기는 정상적인 숙의, 국민 통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대파를 사실상 질타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의 박찬운 자문위원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단호히 말한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주장은 우리 형사사법 절차를 감내하기 어려운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을 위험이 크다"면서 보완수사권 폐지론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어 언론에 "급격한 검찰개혁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고 자문위원장직에서 사임한 뒤 다시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을 가로막는 다섯 가지 착각>이라는 글을 올려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맹신'으로 규정하고 '검사 집단에 대한 악마화'가 '집권세력의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재명 정부의 일련의 메시지 발신에 따라 여당 내에서도 '신중한 개혁'과 '당론 존중'을 앞세우는 기조가 갈수록 확고해지는 양상이다. 검찰개혁에 강경 입장이었던 법사위 소속 전현희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 발언을 다룬 기사를 링크하면서 "개혁과제는 흔들림 없이 추진하되 이재명 대통령님 말씀처럼 개혁으로 인한 상처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신중하게 추진하고 국정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건태 의원은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에 대해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을 결정했다. 정책위 의장이 당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해 정부안이 마련된 만큼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제안했고, 일부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적으로 당 대표의 제안에 따라 '정부안을 수용한다. 다만 기술적인 부분은 법사위에서 지도부와 협의해 수정할 수 있다'로 당론을 확정했다"며 "따라서 법사위가 '체계 자구 수정' 등 기술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내용을 주장하거나, 지도부와의 협의 없이 다른 입장을 내는 것은 당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법사위 반대파를 정조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을 통해 정부가 당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중수청·공소청 설치법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2026.2.22. 연합뉴스

그러나 언론에 의해 소위 '강경파'로 지칭되며 당내에서조차 코너에 몰리고 있는 법사위원들은 정부안을 이대로 통과시킬 수는 없다는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어떤 의중이신지 제가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며 "하지만 저는 정부에서 내놓은 검찰개혁안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를 오히려 훼손시키고, 검찰이 과거처럼 권한을 남용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흔드는 정치검찰로 여전히 남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에 포커싱을 하고 계속 그걸 말씀드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만들어질 공소청이 기존 검찰보다 더 센 기관이 될 수 있다. 왜냐면 '전건 송치'를 공소청법에 집어넣어 놨기 때문에 이 법을 시행하면 수사종결권도 공소청 검사들이 가져간다"면서 "아직 결정은 안 됐지만 지금 법을 보면 보완수사권을 주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전건 송치에 직접 수사권인 보완수사권을 주면 지금의 검찰보다 더 강력한 공소청이 탄생할 수 있다. 게다가 '사건 인지 즉시 검사 통보' '검사의 의견 개진권' '입건 요구' 등 중수청을 사실상 공소청의 하부구조로 둘 수 있는 조항들이 여럿 있다"고 깊이 우려했다.

아울러 "법사위원들이 시민사회, 학계랑 모여서 수많은 문제를 정리했다. 그래서 대안 입법까지 만들었다. '당론이니까 논의하지 마라, 문제 제기하지 마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며 "법사위에서 내부 회의를 해서 이런 문제들을 정리한 문건을 당 지도부, 정책위와 원내대표에게 다 전달했다. 그래서 법사위가 다시 어떻게 수정하면 될지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답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원 단체들의 공소청법 정부안 반대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3.6. 연합뉴스

진보당도 가세했다. 손솔 수석대변인은 <'간판갈이'로 검찰 독재 청산할 수 없다>는 제목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부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 뒤 이재명 대통령의 '신중한 개혁론'을 지목해 "정치검찰의 폐단은 일부의 일탈이 아닌, 깊이 뿌리박힌 구조적 문제다. 신중론이 자칫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고 정치검찰에게 피신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민주당에 강력히 촉구한다. 수사권이 완전히 제거된 실질적인 공소청 체제로 전환하라"면서 "기득권과 타협하는 '외과수술'이 아니라, 검찰 독재를 뿌리째 뽑아내는 '근본적 청산'의 길을 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권오혁·구본기 공동대표 등 참석자들은 회견문을 통해 "(정부안은)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허물고 검찰에게 새롭고 더 강력한 권한을 주는 정치검찰 강화 법안"이라며 역시 이 대통령의 트위터 글을 들어 "국민은 문제 있는 검사를 수사, 처벌하고 검사에게만 있는 특권을 폐지하라는 것이지 모든 검사가 죄인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내란을 진압하고 민주정부를 만든 국민들의 요구는 철저하고 단호한 검찰개혁이다. 애초 검찰 중심으로 짜여진 추진단이 검찰개혁안을 만든 것부터 잘못"이라며 "이재명 정부에 검찰개혁 정부안을 공식 철회할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고 전했다.

김민웅 상임대표는 따로 발언에 나서 "빈대 몇 마리 잡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를 죽여갈 암을 도려내는 과정이다. 통합을 앞세워 그걸 못한다면 초가삼간 정도가 타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죽는 것"이라며 "미꾸라지 몇 마리가 우물 전체를 흐린 것이 아니다. 소수의 정치검찰이 전체를 장악하는 시스템 위에서 군림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쿠데타요, 내란이었다"고 이 대통령의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 상임대표는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도 함께 기억해 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행동이 1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재명 정부의 철저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촛불행동 페이스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전날 <검찰개혁추진단은 '검찰 대변인'인가>라는 성명을 내고 "보완수사권은 검찰이 언제든 직접 수사에 개입하고 수사권을 남용할 수 있는 통로이면서,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수사-기소의 집중과 독점이 낳은 폐해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에야말로 주권자의 의지를 제대로 받들어 정의로운 형사사법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그 막중한 소임이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참여연대와 민변 사법센터는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이것만은 고쳐야 한다! 중수청·공소청법 입법청원 기자 브리핑>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미리 배포한 공지문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중수청법과 공소청법 제정안은 개혁의 본령을 훼손하고 기존 검찰의 기득권과 비대한 조직을 '간판만 바꿔' 온존시키려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며 ▲'공소청장'이 아닌 '검찰총장' 명칭 고수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의 3단계 수직구조 유지 ▲수사 개시 통보와 검사의 입건 요청 제도를 통한 수사지휘권 변칙 복원 및 중수청의 독자적 수사권 부정 ▲보완수사권 폐지를 포함한 형사소송법 개정 지연 등을 반드시 재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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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너무 못나서"...편지 속 2199명의 참혹한 사연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3/11 08:13
  • 수정일
    2026/03/11 08:1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보이지 않는 아이들] 베이비박스 통계로 본 유기아동 발생 원인

26.03.11 06:51최종 업데이트 26.03.11 06:51

부모에 의해 양육이 포기된 아이들, 세상에 나오자마자 ‘보호대상아동’이라는 행정 용어로 분류되는 아이들에게 국가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대한민국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행정 편의주의와 국가적 직무 유기로 보호대상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통계 속에 가려진 아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아이들이 당당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행정 시스템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기자말]

편지 이미지김지영

2014년 어느 날 새벽, 한 아이가 베이비박스 앞에 놓였다. 함께 넣어둔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기는 2014년 ○월 ○일 오전 7시 25분 태어났습니다. 여자아이구요. … 임신 5개월부터 아이 아빠는 연락도 두절되고 그 부모님을 찾아봤지만 나몰라라 하시고요. 법적으로 알아봐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만 하고요… 제 애기 잘좀 부탁드립니다."

번호 556. 베이비박스가 보관해 온 수백 장의 편지 중 하나다. 가장 흔히 보이는 사연이다. 남자(가끔은 여자)는 도망가고 부모님 도움은 바랄 수 없고,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처지.

2010년 12월,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담벼락에 작은 문이 하나 달렸다. 처음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아기들이 놓이기 시작했고, 2013년 한 해에만 252명이 맡겨졌다. 2014년도엔 253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가 집계한 베이비박스 현황통계(2026년 1월 기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누적 보호 아기 수는 총 2199명이다. 이 숫자 안에 편지나 쪽지가 있다. 그리고 이름 없이 시작된 삶이 있다.

"사랑하는 ○○아, 엄마가 너무너무 미안해.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키울 수 없어 잠시 떨어져 지내는 것뿐이니까 건강하게 무럭무럭 씩씩하게 크고 있어. 엄마가 꼭꼭 찾으러 갈게… (2018년)"

또 다른 편지(2018년)는 아버지의 손 글씨다.

"미안하다 ○○야. 아무리 설명하려고 노력해보려 해도 미안하다는 말 이상으로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아… 내 아들 ○○야 정말 사랑한다."

글은 짧지만 사연은 참혹하고 절박함은 깊다.

베이비박스 앞에 도착한 사람들이 모두 편지를 남기는 것은 아니다. 아이만 놓고 뛰듯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편지를 남긴 사람들은, 그 짧은 쪽지에 자신이 가진 전부를 쏟아냈다. 아이의 생년월일, 체중, 이름. 젖병과 인형. 그리고 누군가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약속. 이 편지들이 지금도 베이비박스 사무실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아이들이 단순한 통계 숫자가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베이비박스에 가는 아기 수는 왜 줄었을까

베이비박스김지영

베이비박스 입소 아기 수는 2015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왔다. 2015년 242명에서 2019년 170명, 2021년 113명, 2023년 79명, 2025년 26명으로 줄었다. 2026년 1월 현재 1명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2025년 발표한 2024년 유기 아동 통계는 30명. 역대 최저다. 언론은 이를 보호출산제의 성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왜 줄었는가.

감소의 배경에는 적어도 네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 첫째는 출생아 수의 구조적 감소다. 2015년 43만 8000명이었던 전국 출생아는 2024년 23만 8300명으로 10년 사이 45%가 줄었다. 위기 임신과 유기의 모집단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둘째는 분류 기준의 변경이다. 2024년 7월 보호출산제 시행 이후 병원에서 가명으로 출산해 국가에 맡겨진 아이들은 '유기아동'이 아닌 별도 항목으로 분류된다. 시행 이후 2025년 1월까지 보호출산 건수는 107건이다.

셋째는 복지 지원의 실질적 확대다. 2024년부터 0세 부모급여가 월 100만 원으로 인상됐고 첫만남이용권이 둘째 이상 300만 원으로 늘었다.

넷째는 2020년 10월 신설된 아동보호전담요원과 베이비박스의 상담 기능 강화다. 두 곳 공히 2020년 이후 상담률이 97~100%를 유지하면서 원가정 복귀 사례가 늘었다.

이 네 요인이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현재의 통계 체계로는 분리해 낼 방법이 없다. 정부 통계는 결과만 보여줄 뿐 원인을 말하지 않는다. 30명은 하나의 숫자지만, 그 안에는 적어도 네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섞여 있다.

주사랑공동체 통계에서 '병원 외 출산' 비율은 2018년 12.4%에서 2025년 23.1%로 오히려 상승했다. 자가분만, 화장실 출산, 모텔 출산. 제도가 정비되고 지원이 늘어난 시기에 이 수치가 오히려 높아졌다. 공식 통계 밖에 있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게 된 것일 수 있다. 두 통계를 겹쳐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차 분석은 다음 회에서 별도로 다룬다).

왜 그들은 베이비박스를 택했을까

베이비박스에 오는 사람들김지영

누가, 왜 베이비박스에 오는가. 발생 유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가정상황별로 보면 미혼 어머니 비율이 가장 높지만(2024년 78.8%), 기혼 가정도 매년 7~27%가량 포함된다. 혼외 관계(외도)로 인한 경우도 3~17% 수준이다. 특히 국외자(局外者) 비율도 적지만 일정 정도 꾸준하게 차지한다. 일각에서 규정하는 미혼모 문제라는 프레임은 전체를 수렴하지 못한다.

연령대도 다층적이다. 20대가 46~67%로 가장 많지만 10대 청소년도 4~19%를 오간다. 2025년에는 10대 비율이 19.2%로 반등했다. 30대도 15~32%를 차지한다. 지역 역시 서울·경기 중심이지만 경상권(17~20%), 충청권(6~15%), 전라권까지 전국에서 온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의 작은 문 앞까지 찾아온다는 사실은 지역 복지체계의 공백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이 분포는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이들이 왜 다른 합당한 경로—병원, 지자체 상담, 복지관—가 아닌 베이비박스를 택했는가. 상담 기록이 남지 않고 아이를 맡긴 사실이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공식 경로에 들어서는 순간 신원이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리는 제각각의 사연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절박하게 이 문을 두드린다. 베이비박스는 제도에 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닿는 곳이었다.

제도의 이면을 보여주는 편지

베이비박스 이후 아이들이 간 경로는 시설이 압도적이다.김지영

아이들의 시설행, 그 이유는 '제도의 구멍'이었다. 베이비박스를 거친 아이들의 53%(최근 3년 평균)가 시설로 갔다. 원가정 복귀 28%, 입양 14%와 대비되는 숫자다. 가정보호 원칙을 강조하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따위 아예 모르쇠다.

베이비박스 아동은 경찰 신고 → 구청 인계 → 병원 검진 → 서울시아동복지센터(일시보호소)로 이어지는 절차를 거치지만, 일시보호소의 정원 초과나 행정 지연으로 인해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보육원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십 년이 넘도록 반복되어 왔다. 중간 단계가 생략된 채 시설로 직행한 아이에게 충분한 관찰과 사례 검토는 처음부터 없었다. 종이가 닳도록 펼쳐봐야 할 아동보호매뉴얼은 업무용 책장 안에 얌전하게 꽂혀 있을 뿐이었다.

2024년 7월 19일, 위기임신보호출산제가 시행됐다. 임신 사실을 숨기고 싶거나 양육이 불가능한 여성이 익명으로 출산하고 아이를 국가에 맡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시행 이후 2026년 1월 말까지 보호된 아기는 48명. 제도가 어느 정도 기능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편지들은 이런 제도의 이면을 말하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의 그늘진 곳에 늘 있어왔던 딱한 사연의 주인공들. 이들 곁에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의 순간에 기댈 가족이 없었고, 내 일처럼 의견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고립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었다.

2018년의 한 편지는 "혼자라도 키우겠다 키웠지만, 당장 아이 병원비조차 해결할 수 없어서"라고 썼다.

"엄마는 ○○ 싫어서도 아니고 미워서 널 보내는 것도 아니야. 엄마가 너무 못나서 ○○을 많이 사랑해줄지도, 웃고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어서… (2018년)"

'못난 엄마'라는 자책은 어디서 왔는가. 제도는 임신과 출산의 위기를 다룰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이 평생 축적해 온 고립과 자기불신, 돌봄 받지 못한 경험이 낳은 두려움은 제도의 설계도 안에 없다. 시스템이 닿기 이전에 이미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시스템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아이들

유기아동 통계는 세 개의 기관이 각각 다르다. 세 개의 통계 안에 가려진 아이들이 있다.김지영

보호출산제 시행 이후 통계만 보면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를 수치로 추적하면 세 개의 통계가 각자 다른 현실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보건복지부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에서 '유기'를 원인으로 한 보호조치 아동은 2020년 169명 → 2022년 73명 → 2023년 88명 → 2024년 30명으로 급감했다. 경찰 접수 영아유기 사건은 2016년 109건에서 2018년 183건으로 늘었다가 2020년 107건으로 감소했다(서울신문, 2022). 그러나 같은 기간 실제 기소·확정 사건은 연평균 10건 수준에 불과했다. 부모 중 한쪽이 자수하지 않는 한 수사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 접수 건수(연 100~180건대), 검찰 기소·확정 건수(연 한 자릿수~십수 건), 복지부 보호조치 건수(연 30~169명)는 각각 전혀 다른 현실의 단면이다. 그 숫자들 사이의 넓은 공백 속에, 제도 어디에도 잡히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

주사랑공동체의 2199명은 그나마 어딘가에 닿은 아이들이다. 편지라도 남겨진 아이들이다. 닿지 못한 아이들의 수는, 통계 어디에도 잡히지 않는다.

2018년 작성된 한 편지가 보이지 않는 그 아이들이 실제는 어떤 존재들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같이 살기 위해 잠시떨어져지내는 거야. ○○아. 정말 엄마 우리 ○○이 너무너무 사랑하고 엄마한테 와줘서 고마워… 빨리 만나는 그날까지…우리 너무 슬퍼하지 말고 용기내 씩씩하게 버티자."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편지 곳곳에서 숨 가쁘게 묻어나는 이 편지에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아이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살리기 위해 맡겨진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 아이들에게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응당 손을 내밀어야 한다. 아이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참고 통계 출처]**

-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 「기자&방송 인터뷰 관련 정보제공 — 베이비박스 현통계(2026년 1월 기준)」

- 보건복지부,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 연도별 (2020~2024)

- 보건복지부, 「2024년 출생통보제 및 위기임신보호출산제 시행 실적」 (2025)

- 통계청, 「출생통계」 연도별 출생아 수 (2015~2024)

- 서울신문 (2022), 경찰청 영아유기 접수·기소 통계 보도

- 아동복지법, 입양특례법, 위기임신보호출산법 관련 조항

*이 기사에 수록된 편지는 주사랑공동체의 협조로 제공되었으며, 아동 및 부모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모든 개인정보는 익명 처리하였습니다.*

#유기아동 #보이지않는아이들 #베이비박스 #주사랑공동체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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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걱정할 때 아니야...이재명 정부 검찰개혁 철저히 하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6/03/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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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 기자

 

촛불행동이 10일 오후 3시 30분 청와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정부에 검찰개혁 정부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 관련 정부 입법안은 검찰 강화법이므로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검찰을 철저히 개혁하라!”, “조작 검사 처벌하라!”, “검찰 특권을 폐지하라!”라는 참가자들의 외침이 청와대 앞 광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중하고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라며 “주권자들이 분명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찰개혁 관련 정부 입법안은 마땅히 그리고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지금 정부 안에서 위장한 채 암약하고 있는 정치검찰들을 모두 추방해야 한다. 그들은 이재명 정부의 간신배들이다. 겉으로는 입안의 혀처럼 놀고 있지만 정체는 역적 무리다. 이들에게 속아 넘어가지 말고 단호히 물리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상임대표는 “지금 (이 대통령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타 버릴까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대들보가 무너지게 생겼기 때문”이라며 “(검찰개혁은) 빈대 몇 마리 잡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를 죽여갈 암을 도려내는 과정”, “통합을 앞세워 그걸 못한다면 초가삼간이 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모두 죽는 것”이라고 했다.

 

계속해 “검찰을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 그 어떤 틈도 열어주면 안 된다. 정치검찰은 아무리 미세한 틈이라도 비집고 되살아나서 국민을 다시 고통 속에 빠뜨릴 것이다. 조작질하는 검사들은 모조리 단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검찰의 특권은 예외 없이 폐지해야 한다”라며 “이것이 대의이고 내란 척결의 임무를 다하는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 김영란 기자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주권자 국민의 명령은 간명하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우롱한 검찰세력에 그 어떤 수사권도 주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정면으로 불응하는 안을 벌써 두 차례나 내놓았다”라며 “정부는 대체 왜 국민의 뜻과는 전혀 다른 안을 계속해서 내는 것인가. 일을 이렇게까지 엉망으로 하는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30년을 끌어온 검찰개혁에 마침표를 찍어라!’ 이것이 정치검찰의 표적인 당신을 지켜내고, 기어이 대통령으로까지 만든 우리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주권자 국민의 심부름꾼인 당신에겐 그 명령을 받들 의무가 있다”라고 일갈했다.

 

김수진 남양주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공소청·중수청법으로) 들끓는 민심을 향해 대통령은 SNS를 통해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확실하게 개혁하겠다고 해서 표를 줬더니 통합하겠다고 한다. 성군이 되고 싶으신 모양”이라며 “그런데 작년 대선 때 이재명에게 표를 준 사람들은 대통령의 인품이 훌륭하다는 이유로 표를 준 게 아니다. 그가 뱉은 말은 독하게 지키는 사람이라 ‘이재명은 합니다’는 말을 믿고 표를 준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계속 올라가는 지지율에 취하신 건 아닌지, 검찰이라는 잘 드는 칼 내려놓기를 아까워하는 건 아닌지도 걱정된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고 믿고 뛰어난 행정력으로 검찰을 확실히 틀어쥘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이건 오만”이라며 “만약 부동산값이 안정 추세를 보이고, 주가가 올라 경제도 잘 한다는 여론을 보고 검찰개혁을 포기해도 지지율이 유지되리라고 판단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고 그야말로 국민을 개, 돼지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공동대표는 “정부와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음을 뼈저리게 인지하라”라며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정부 입법안을 즉각 폐기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내란을 진압하고 민주정부를 만든 국민의 요구는 철저하고 단호한 검찰개혁”이라며 “정치검찰을 검찰개혁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이것이 검찰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검찰개혁추진단을 즉각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검찰개혁 입법은 국회가 전적으로 맡아서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왼쪽부터 김민웅 상임대표, 구본기 공동대표, 김수진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이재명 정부는 검찰을 철저히 개혁하라!

 

검찰개혁은 국민의 오랜 숙원입니다. 검찰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윤석열이 일으킨 12.3내란 이후, 검찰개혁은 곧 내란 청산이자 더는 미룰 수 없는 민주개혁 과제가 되었습니다. 정부도 검찰개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습니다. 

그런데 검찰개혁추진단이라는 정부 조직이 국회가 마련한 검찰개혁안을 중단시키고 검찰개혁안을 내놓았습니다. 검찰개혁추진단이 발표한 공소청·중수청 입법안은 검찰 강화 방안입니다. 검찰개혁추진단이 발표한 법안은 검찰을 해체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라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허물고 검찰에게 새롭고 더 강력한 권한을 주는 정치검찰 강화법안입니다. 이는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와 맞지 않습니다. 국민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검찰개혁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면 안 된다, 소수 문제 있는 검사 때문에 모든 검사를 죄인 취급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은 문제 있는 죄인 검사를 수사, 처벌하고 검사에게만 있는 특권을 폐지하라는 것이지 모든 검사가 죄인이기에 수사, 처벌하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정치검찰은 수사권, 기소권을 독점해 조작 수사, 공작 수사를 벌이고 특권을 누려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을 분리하고 수사권을 박탈하자는 국민의 요구는 단 한 차례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내란을 진압하고 민주정부를 만든 국민의 요구는 철저하고 단호한 검찰개혁입니다.

애초 개혁 대상인 검찰 중심으로 짜여진 검찰개혁추진단이 검찰 개혁안을 만들게 한 것부터 잘못되었습니다. 이들 정치검찰을 검찰개혁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합니다. 이것이 검찰개혁의 출발점입니다.

정부는 검찰개혁추진단을 즉각 해소해야 합니다. 그리고 검찰개혁 입법은 국회가 전적으로 맡아서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재명 정부에 검찰개혁 정부안을 공식 철회할 것을 정중히 요구합니다.

국민은 내란 청산, 검찰개혁 완수를 위한 빛의 혁명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임무를 철저히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검찰을 철저히 개혁하라! 

조작 검사 처벌하라! 

검찰 특권을 폐지하라!

2026년 3월 10일

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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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78년 만에 폐지 앞두고 이견 충돌…김어준, 대통령에도 반기

정청래 특보 박우량, 바닷물 잠긴 땅 6만 평 하루 만에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내줘

2026-03-10 01:13:05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사이에 이례적 긴장이 흐르고 있다. 10월 2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보완수사권 인정 범위를 놓고 여권 내부가 첨예하게 갈라졌다. 이 대통령이 직접 SNS에 나서 당내 비판 의견에 제동을 걸자, 김어준은 대통령을 향해 "객관 강박"이라며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한편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특보인 박우량 전 신안군수가 군수 시절 바닷물이 드나드는 땅 6만 평에 대해 하루 만에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내준 정황이 뉴탐사 취재로 확인됐다.

검찰청 폐지, 수사와 기소의 분리

이번 개혁안의 골격은 78년 된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수청 두 기관으로 나누는 것이다.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서 기소와 영장 청구를 맡고, 중수청은 행안부 산하에서 6대 범죄 수사를 담당한다. 공소청 소속 검사들의 수사 개시권은 완전히 차단됐다. 기존 검찰청법에서 6대 범죄 아래 '등'자를 붙여 시행령으로 수사 범위를 무한정 넓힐 수 있었던 구조를 끊어낸 것이다. 경찰과 국수본이 행안부 산하에 있으므로, 수사는 행안부 산하 경찰청과 중수청이, 기소는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하는 구도가 됐다.

기관

소속

역할

수사개시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공소청

법무부

공소 제기·유지 전담

중수청

행정안전부

6대 중대범죄 수사 전담

경찰(국수본)

행정안전부

일반 범죄 수사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권이 폐지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며 성과를 인정해달라고 했다. 중수청의 수사 범위는 당초 9대 범죄에서 6대 범죄로 축소됐다. 중수청이 맡게 될 6대 범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방위사업범죄, 마약범죄,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범죄, 사이버범죄다. 기존 9대 범죄에 포함돼 있던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대형참사 범죄는 빠졌다. 검찰개혁추진단은 "다른 수사기관과 중복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사들이 주장했던 '수사사법관' 명칭도 '수사관'으로 일원화됐다.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은 3월 3일 정부안으로 올라와 있으며, 3월 중순 국회 처리가 예상된다.

보완수사권과 전건 송치, 쟁점은 어디에

가장 첨예한 쟁점은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이다. 보완수사권을 전면 인정하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무력화된다는 게 당내 비판 의견이다. 추미애 법사위원장, 김용민 의원 등은 "이름만 바꾼 수준"이라며 검찰총장 명칭 존치, 검사 동일체 원칙 유지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이 넘어온 경우 등 예외적 상황에서 제한적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왔다 갔다 하다 공소시효를 놓칠 수 있다"며 제한적 허용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전건 송치 문제도 뜨겁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사건까지 모두 공소청에 넘기면, 공소청이 경찰 수사에 과도하게 관여한다는 우려가 있다. 다만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외부 견제 장치가 없으면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묻힐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검찰개혁 자문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박찬훈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이날 "보완수사 폐지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히며 사퇴했다. 진보 법학자로 꼽히는 박 교수마저 전면 폐지에 반대한 것은, 이 쟁점이 진보·보수 구도로 단순히 나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3월 11일 대한변협 공개 토론회, 16일 추진단 종합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3월 중순 국회 처리 후, 상반기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마련되고, 이때 보완수사권의 구체적 범위가 결정된다.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수청이 출범한다.

김어준, 총리 때리기에서 대통령 비판으로

김어준은 그동안 검찰개혁안의 후퇴 책임을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집중시켜왔다. 정청래 대표를 개혁의 깃발로, 김민석 총리를 후퇴의 주범으로 설정한 구도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직접 "내 의견만이 진리라는 태도는 실패의 원인"이라고 SNS에 쓰면서, 정청래·김어준 대 김민석이 아닌, 정청래·김어준 대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김어준은 대통령의 입장을 "객관 강박"이라 규정하고, 보완수사권 논의를 "레드팀 자행"이라며 대놓고 비판했다.

정청래 대표는 "검찰 개혁은 민주당의 깃발이자 상징"이라며 대통령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입법권으로 조율하겠다"며 국회 주도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민석 총리 측 시민단체에서는 김어준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고, 김민석 총리는 처벌 불원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이므로, 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권 없음으로 끝난다. 한편 김민석 총리는 전북 익산에 전세집을 계약하고 4월 이사 계획을 밝혔다. 호남 권리당원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8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신안군 고이도, 포락지가 아닌 바다에 6만 평 허가

뉴탐사는 정청래 대표 특보인 박우량 전 신안군수의 또 다른 의혹을 취재했다. 신안군 고이도에 약 6만 평(19만6000제곱미터) 규모의 땅이 '포락지'로 인정돼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가 났는데, 이 땅은 포락지가 아니라는 것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포락지란 원래 육지였던 땅이 천재지변 등으로 바닷물에 잠긴 토지를 말한다. 포락지로 인정되면 국가가 매입하고,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거쳐 개발 행위가 가능하다. 그러나 원래 바다였던 곳에 돌담을 쌓아 경계만 만든 땅은 포락지가 될 수 없다.

뉴탐사가 확인한 1967년, 1986년, 2002년, 2023년 항공사진에는 돌담 안쪽으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물길이 혈관처럼 남아 있었다. 육지였다면 돌담 안으로 바닷물 물길이 들어올 수 없다. 현장에서 만난 60년 거주 주민도 "여기는 한 번도 염전이거나 논·밭이었던 적이 없다. 바다하고 물 빠지면 갯벌"이라고 증언했다. 같은 신안군 안좌면 한우리에 있는 실제 포락지와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진짜 포락지에는 염전이나 논·밭의 사각형 칸 흔적이 남아 있지만, 고이도에는 돌담 사이로 바닷길만 나 있다.

목포대 갯벌연구소의 거짓 증명

포락지 인정을 위해서는 전국 13개 지정 기관의 증명 조사가 필요하다. 고이도 포락지 증명은 목포대학교 갯벌연구소가 맡았다. 갯벌연구소가 제출한 보고서 결론에는 "해안면 상승에 따른 해안 침식, 방조제의 붕괴에 따른 염전 지역의 침수 등으로 기존의 염전 및 해안 육지의 일부가 공유수면으로 편입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 있다. 항공사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연구 책임자인 장모 교수는 올해 3월 1일 퇴직했고, 뉴탐사의 수차례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이모 연구원은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교수님을 통해 듣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답변을 피했다.

신안군 일대에서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의 어민 피해 보상 용역을 도맡아온 이재O 박사의 해양수산자원연구소가 SM E&C라는 태양광 업체와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박사는 "포락지 조사를 할 수 있는 라이선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지역에서는 이 박사가 용역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파다하다.

하루 만에 난 허가, 소관 부서도 아닌 곳에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는 전국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까다로운 절차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포락지를 토지로 조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조성 후 토지 감정평가액보다 적은 경우에만 경제적 가치가 인정돼 허가가 난다. 고이도 인근 포락지의 평당 가격은 3만~6만 원 수준이다. 6만 평에 최대 단가를 적용하면 토지 가액은 36억 원이다. 그런데 태양광 사업체가 신안군에 제출한 방조제 건설 매립 비용 예산서는 82억 원이었다. 용역비까지 합치면 100억 원에 달한다. 시행규칙상 허가가 날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런데 이 허가가 하루 만에 났다. 더 이상한 점은 소관 부서다. 신안군 분장 업무에 따르면 공유수면 관리 업무는 해양수산과에서 하되,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무는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태양광 사업을 위한 공유수면 허가는 신재생에너지국 태양광과 소관이다. 그런데 2023년 이 허가를 내준 곳은 해양수산과였다. 당시 해양수산과 과장은 현장에 가보지도 않았다고 인정했다. "서류가 완벽해서 했을 것"이라고만 답했고, 나머지는 "기억이 안 난다"를 반복했다. 해양수산과가 속한 섬안전개발국 국장은 뉴탐사의 4~5차례 전화를 받지 않았다.

7700만 원에 산 바다, 월 수억 원 수익 예상

이 땅은 1967년 처음 토지대장에 지번이 부여됐다. 2019년 3월 추모씨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당시 공시지가 기준으로 매수 금액은 약 7700만 원이다. 추씨는 "경매로 나온 큰 건이 드물어서 받았다. 가보지도 않고 경매받았다"고 했다. 포락지도 아닌 땅을 보지도 않고 7700만 원에 산 뒤,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가 하루 만에 떨어졌다. 여기에 20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면 월 3억~4억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조성 비용 100억 원을 감안해도 2~3년이면 회수되는 구조다.

태양광 사업을 맡은 SM E&C의 이용O 대표는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합법적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박우량 전 군수의 동생인 박우득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소문"이라고 부인했다. 다만 스스로 "바깥에서는 내가 바지사장이고 박우득이 진짜 주인이라는 소문이 돈다"고 먼저 꺼내기도 했다. 현재 이 공사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 미실시를 지적하면서 중단된 상태다.

박우량 전 군수는 뉴탐사의 문자 취재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사면 이후 올해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공천 사무 원칙을 강조하며 "비리 전력자는 단 한 명도 공천을 못 받는다"고 했다. 4무(無)의 '무'는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자회견에서는 "최대한 걸러내겠다"고 말을 바꿨다. '없다'는 것과 '최대한 걸러내겠다'는 건 다르다. 최대한이라는 단서가 붙는 순간 예외가 허용된다. 박우량 전 군수는 여전히 정청래 대표의 특보 직함을 달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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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원 혈세, 대미투자법 특위 통과... 국민연금 투입 근거 마련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6.03.09 18:49
  •  
  •  댓글 0
 

“입법 주권 내팽개친 굴욕의 만장일치”
“즉각 중단, 국민경제영향평가가 먼저”
“전쟁 참화까지 끌려다니려 하나” 우려

9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대미투자특별법 졸속추진 반대한다! 국민경제영향평가부터 실시하라! 기자회견 ⓒ 민주노총
9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대미투자특별법 졸속추진 반대한다! 국민경제영향평가부터 실시하라! 기자회견 ⓒ 민주노총

대미투자특별법이 여야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해당 법안이 가져올 국민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더해, 지금이라도 입법을 중단하고 ‘국민경제영향평가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특별법은 1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고 금융·투자·전략산업 분야에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인물에게 사장 자격을 주기로 했다. 산업통상부 산하 ‘사업관리위원회’, 재정경제부 산하 ‘운영위원회’와 투자공사 이사회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해, 투자 리스크를 관리하겠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투자 건마다 국회 동의를 받는 절차가 정부의 ‘사전보고’로 대체되는 등 민주적 통제 장치가 거세된 ‘깜깜이’ 입법이란 지적이 계속된다. 또한, 공사 설립 역시 2조 원 규모의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라 사전에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비판도 커진다.

9일 자주통일평화연대, 전국민중행동,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은 대미투자특별법 졸속 추진에 반대하며 “국민경제영향평가부터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9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대미투자특별법 졸속추진 반대한다! 국민경제영향평가부터 실시하라! 기자회견 ⓒ 민주노총
9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대미투자특별법 졸속추진 반대한다! 국민경제영향평가부터 실시하라! 기자회견 ⓒ 민주노총
9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대미투자특별법 졸속추진 반대한다! 국민경제영향평가부터 실시하라! 기자회견 ⓒ 민주노총
9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대미투자특별법 졸속추진 반대한다! 국민경제영향평가부터 실시하라! 기자회견 ⓒ 민주노총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소불위 폭주에 끌려다니는 국회를 질타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대한민국 산업인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등의 기술과 생산 기반을 송두리째 미국 자신의 것으로 하겠다는 이 대한민국 강탈 행위”라고 규정하며 “국민과 국익을 위하여 반대 성명을 내도 부족함이 없으나, 앞장서 트럼프의 공갈에 굴복하여 법을 제정한다”고 규탄했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 의장은 “주권자의 동의 없이 초대형 대미 투자에 대한 경제 정책 방향이 결정돼야 하냐”고 따졌다. 

그는 “진정한 국익과 실용의 길은 경제 주권과 민주적 정책 결정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며 “국민 경제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초대형 대미 투자에 대해 장기 재정 부담에 따른 재정 영향 분석이나 국내 투자 감소 가능성, 산업 정책과 산업 구조의 변화, 고용 효과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투명하게 공유된 평가는 없었고, 국민적 공론화 과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최근 미국의 이란 침략 전쟁에 주한미군 무기가 차출됐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안 그래도 미국의 이란 침략 전쟁에 주한미군 방공 전력의 이동 정황이 포착되면서, 한국이 미국의 침략 전쟁의 전진기지, 병참 기지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처럼 미국에 계속 끌려만 다닌다면 경제 주권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전쟁 참화에까지 빨려 들어갈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손솔 진보당 의원은 민생 입법을 한다면서 대미투자법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하며 “트럼프가 한국의 입법 주권을 깔아뭉개고 있는데, 반항조차 못하고 왜 우리가 앞장서서 약탈의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냐” 따졌다. 

아울러 “진보당은 정부에 한미 관세 협상, 국민 경제 영향 평가 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며 “국민 경제와 대한민국의 입법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 필요한 것은 졸속 통과가 아니라 책임 있는 논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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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국제 유가…한국 경제도 위기감 확산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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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6.03.10 08:40

  • 수정 2026.03.1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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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배럴당 100달러→80달러 롤러코스터 장세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삼각 파도' 우려

중동 ‘감산 도미노’…원유 공급량 급감

“사상최대 석유 공급 차질”분석까지 나와

청와대 “유가 최고가격제 금주 시행할 것"

공포의 스태그플레이션, 한국경제 덮치나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도미노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각에서는 석유 공급이 사상 최대 규모로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형국이다. 유가가 치솟자 청와대는 발빠르게 움직이며 유가에 대한 최고가격제 시행 등을 포함한 시장안정화 대책에 나섰다. 중동전쟁이 지속되면서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중 파도가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지도 모른다는 염려까지 등장했다.

수도꼭지 잠기듯 급감하는 중동 원유 공급라인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전략적 요충지이자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길이 막히면서 저장 공간이 부족해진 중동 산유국들의 감산이 본격화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라크의 주요 남부 유전의 원유 생산량이 70% 급감해 하루 130만 배럴에 그쳤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 발발 이전에는 이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약 430만 배럴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라크 남부 유전의 생산 및 수출을 관리하는 바스라 석유공사(BOC) 관계자는 “원유 저장이 최대 용량에 도달했다”면서 대규모 감산 이후 남은 생산량은 자국 내 정유시설에 공급될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이라크의 원유 수출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라크의 원유 수출량은 이날 기준 하루 평균 약 80만 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어려워지면서 유조선 두 척만 선적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 석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이라크 남부 유전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333만 4000배럴이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미-이란 충돌'이라크 원유 생산량.수출량 급감, 자료 : 로이터통신, 국제에너지기구(IEA)

또한 블룸버그 통신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가 이미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피하면서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유조선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다른 국가들도 감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불가항력' 조항 발동도 잇따르고 있다.

바레인 유일의 정유시설을 운영하는 '밥코 에너지스'는 최근 자사 정유 단지에 대한 공격 여파로 9일 그룹 운영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불가항력은 전쟁, 자연재해 등 통제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해도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조항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앞서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지난 7일 성명에서 “쿠웨이트에 대한 이란의 계속된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에 대한 위협에 따라 예방적 조치로 원유와 정제 처리량을 감축한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여파로 아라비아만에서 원유를 운송할 선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KPC 측의 설명이다.

세계 2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 카타르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최대 LNG 생산시설이 타격받자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하고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중동 전역 공습 피해 현황, 자료 : 연합뉴스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라스타누라 단지가 드론 공격을 받자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걸프 지역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전례 없는 양의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사우디 서부 터미널을 통해 선적된 원유는 이달 들어 지금까지 하루 약 230만 배럴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사우디가 최근 몇 달 동안 페르시아만을 통해 수출해온 하루 600만 배럴에는 훨씬 못 미치는 규모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전 세계 석유 공급의 5분의 1이 영향

이번 전쟁 여파로 걸프 지역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한국시간 9일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이날 오전 7시 26분 기준 전장 대비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한때 111.24달러까지 올랐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같은 시각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 역시 한때 배럴당 111.04달러까지 고점을 높였다.

하지만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는 발언과 유가 안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락하며 배럴당 80달러대로 복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에너지 그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전 세계 석유 공급의 5분의 1(20%)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공급 차질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래피던 에너지 그룹은 이번 위기가 이전까지 최대 석유 공급 충격으로 꼽히는 1956~57년 수에즈 위기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고 FT는 전했다. 수에즈 위기 당시에는 전 세계 석유 공급의 10%가 차질을 빚었다.

 

국제유가 추이, 자료 : ICE선물거래소, 뉴욕상품거래소, 연합인포맥스

‘최고가격제’ 등 유가 안정을 위해 전방위로 나서는 정부

한편 정부는 중동 정세 불안을 틈타 급등하는 국내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번 주에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동 상황 등 비상경제점검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최고가격제 도입 배경에 대해 “석유제품의 비정상적 가격 결정을 방지하고 가격 예측 가능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정유사나 주유소가 가격을 올릴 때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기준 등은 산업통상부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는 2주 주기로 설계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중동) 상황 발생 이전을 기준으로 최고가격을 설정할 것”이라며 “첫 번째 최고가격은 지금 시중에서 소비자가 맞닥뜨리는 가격보다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사태가 장기화하고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경우 2주 단위로 가격을 조정할 때 유류세 인하를 '완충 카드'로 함께 고려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고가격제 시행 시 석유사업법상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을 해 봤다며 “산식 등을 논의해야 한다. 재정 소요는 기간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향후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검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고, 조기 수습되지 않으면 전망 자체가 의미가 없다”면서도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면 진지하게 고민할 상황이 됐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실효성 있는 제도 시행을 위해 시장에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는 없는지, 담합이나 세금탈루 등 시장 교란이나 불법 행위는 없는지 국세청 등을 중심으로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며 “정유사 담합 여부 및 주유소 가격 조사, 세무 검증, 가짜석유 적발을 위한 현장 점검 등에 관계기관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유사들에 대한 '횡재세' 도입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오전에 열린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3.9. 연합뉴스

이날 회의에서는 시나리오별 석유·가스 수급 대책 점검도 이뤄졌다.

김 실장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영향을 받는 원유 도입량은 하루 170만 배럴 수준으로, 이에 비해 한국이 비축한 석유량은 1억 9000만 배럴로 208일 지속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 상황 장기화에도 대비 중이라며 “산유국과 공동 비축한 물량인 0.2억 배럴도 우선 구매권을 행사하면 우리가 인수할 수 있으며, 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도 국내로 돌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는 나라를 통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물량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동 외 지역으로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가스 수급과 관련해서는 “올해 도입 예정 물량 중 중동의 비중은 14% 수준으로, 카타르 생산 물량 중 약 500만 톤(t) 차질이 예상되나 가스공사 등에서 대체 물량을 도입할 수 있어 수급 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카타르에너지 LNG 생산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조치, 유류 소비자에 대한 직접 지원 조치 등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 주체 부담 완화 방안을 폭넓게 세밀히 검토하라”고도 지시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부처들이 최고의 경각심을 가지고 시장 안정에 총력 대응하되, 이번 위기가 시장의 바닥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충격에 단단한 자본시장 체질 개혁에 더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김 실장은 “정부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은 정부를 믿고 정상적 경제 활동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중동전쟁의 여파가 높은 물가, 원화약세, 고금리의 삼중 파도로 변해 한국경제를 습격 중이다.

9일 오전 7시 26분 기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고유가는 한국 경제 전 분야에 입체적인 충격을 주는 악재다.

한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100%로, 202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다.

유가 상승은 석유류 가격을 통해 거의 즉각적으로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공산품 등 전 분야에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이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유가가 뛰기 전에 이미 고환율이 물가에 부담을 주는 상태였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린다.

 

가 급등으로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 중인 9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897.7원으로 전날보다 2.3원 올랐다. 경유 가격은 같은 시각 1천920.1원으로 2.3원 상승했다.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2026.3.9. 연합뉴스

이미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 중반에서 고공행진 중이었는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지난 3일 야간거래에서 1,505.8원으로 뛰었다. 거래가 많지 않은 시간대였지만 1,500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2일(장중 최고 1,500.0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도 전 거래일보다 16.6원 오른 1,493.0원에 개장한 뒤 오전 한때 1,499.20원까지 상승해 1,500원 턱밑에 다다랐다.

 

이란 사태로 국제유가가 폭등한 가운데 코스피가 6% 급락하며 5,200대로 마감한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코스피는 전장 대비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코스닥은 52.39포인트(4.54%) 내린 1,102.28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 19.1원 오른 1,495.5원이다. 2026.3.9. 연합뉴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작년 12월(121.76)보다 0.6% 높은 122.50(2020년 수준 100)으로,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엔 2.0%에 머물렀지만 3월부터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채권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 장 초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bp(1bp=0.01%포인트) 가까이 급등해 3.4%를 돌파하기도 했다.

경기침체 속 고물가 행진, 펼쳐질 것인가?

트럼프발 국제유가 폭등은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이 한국경제를 강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번지게 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인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한 결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8%p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소비자물가는 2.9%p 급등하고, 경상수지 감소액은 76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가 오르면 세계 교역이 축소되고 물류에도 차질이 발생한다. 수출기업 어려움이 커지고 수입 물가가 상승하며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소비 심리가 악화하면 내수·투자 회복 기대도 사그라들 우려가 있다.

또한 이자 부담을 높여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에서도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하며 수익성 악화와 설비투자 지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통화정책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외통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유가 상승이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입 가격 상승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되면, 국내 달러 수급 여건이 악화하며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유가 상승이 미국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해 다시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에 못 미치면 경기 침체에 빠지는 셈”이라며 “고물가와 경기침체를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 (PG), 양온하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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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절연’ 선언한 국힘… 한겨레 “전한길·고성국 당적 정리해야”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힘, 계엄 사과하고 윤석열 절연 선언

동아 “말 바꾼 적 있는 장동혁… 떠밀린 건 아닌지 지켜봐야”

검찰개혁 강경파 제동 건 대통령에 동의한 경향 “틀리지 않다”

변동성 커지자 늘어나는 ‘빚투’ 한국일보 “개인의 주의 필요”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6.03.10 07:32

▲전 대통령 윤석열씨와 김건희씨.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의원총회에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에 대한 절연을 공식화했다. 조선일보는 “국힘이 정상화로 가는 시작”이라며 “새로 태어났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바뀐다면 국민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겨레는 “그 진정성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전한길·고성국씨 등 ‘윤 어게인’ 세력에 대한 당적 정리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잘못된 계엄 선포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확히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날 의총은 당 노선 변화를 촉구하는 의원들 요구에 따라 소집됐다. 장동혁 대표는 대변인을 통해 “의원들의 총의를 존중한다”고 했다. 결의문 낭독은 송언석 원내대표가 했다.

동아 “이름만 올린 것인지는 장동혁 행보 두고 봐야”

한겨레는 10일자 5면 <당 지지율 ‘바닥’·오세훈 ‘반기’… 버티던 장동혁 결국 입장선회> 기사에서 “결의문을 낸 배경에는 석달도 남지 않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세훈 서울시장마저 ‘당 노선 정당화’를 요구하며 공천 신청까지 하지 않자 결국 노선을 전환했다”라고 했다.

▲ 10일자 한겨레 5면 기사.

장동혁 대표는 의총에서 별도 발언을 하지 않았다. 노선 변경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의에도 답 없이 자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10일자 5면 <성토 쏟아져도 침문학 張, 절윤 결의문엔 대변인 짧은 입장만> 기사에서 “당내에선 장 대표의 실제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내홍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10일자 사설 <宋이 낭독한 ‘윤 어게인’ 반대 결의문… 張이 지킬지가 관건>에서 “그는 지난달에도 의총에선 윤 어게인 세력에 동조한 적 없다고 하더니 전한길 씨가 지지를 철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자 곧장 말을 바꾼 적도 있다. 이번에도 당 의원들의 압박으로 궁지에 몰리자 떠밀리듯 결의문에 이름만 올린 것인지 아닌지는 장 대표의 이후 행보를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의원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복당을 요구했지만 이번 결의문에 징계 철회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다.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이 “어떻게 첫술에 배부르겠냐”며 전 대통령 윤씨에 대한 노선 정리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한 전 대표 복귀를 주문했다. 10일 <국힘 ‘윤 어게인’ 반대 결의 채택, 당 정상화 계기로>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이날 결의문은 국힘이 정상화로 가는 시작일 뿐이다. 결의문이 채택됐어도 장 대표가 이를 당 운영에 반영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국힘의 변화를 국민이 믿을 수 있으려면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한동훈 전 대표처럼 징계 또는 제명당한 사람들의 지위를 원상 회복시키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했다.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급하게 나온 노선 변경이라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겨레는 <만시지탄 국민의힘 ‘절윤’ 선언, 실천으로 이어져야> 사설에서 “국민의 외면으로 정당 지지도가 20% 아래로 곤두박질하고, 3개월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광역단체장선거 전패’의 위기감이 커지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위장 결별’을 선택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라며 “당내에 존재하는 윤석열 옹호 세력도 단호히 쳐내야 한다. 윤 어게인 세력의 상징인 전한길·고성국씨에 대한 당적 정리 여부가 그 가늠자”라고 했다.

여당 강경파 겨냥한 대통령… 경향 “당부 틀리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엑스에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법 등 정부 수정안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여당 내 강경파를 겨냥한 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0일자 6면 한겨레 <이 대통령 “초가삼간 다 태워서야”… 검찰개혁 강경파 제동> 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으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를 ‘공소청-지방공소청’ 2단계로 바꾸는 것은 동의하지만, 검찰총장 명칭을 공소청장으로 변경하거나 검찰청 검사의 공소청 검사 전환 시 면직 후 재임용 심사를 거치도록 하자는 방안에 대해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10일자 한겨레 6면 기사.

경향신문과 한겨레 사설이 엇갈린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 말이 틀리지 않다며 여당 강경파가 자제해야 한다는 사설을 냈고 한겨레는 “검찰개혁에 방해되는 조항이 남아 있다면 개혁의 완성도를 높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 ‘외과시술’ 개혁과 ‘절제’ 통합론, 여당도 새겨야> 사설에서 이 대통령 게시물을 “‘강하고 선명한’ 개혁 목소리만 대변되는 더불어민주당 상황을 우려하면서, 환부를 도려내면서도 갈등·혼란을 최소화하는 ‘외과시술’ 같은 개혁을 주문한 것”이라고 해석한 뒤 “이 대통령 당부가 틀리지 않다. 그럴 때 개혁 자체도, 국민 통합도 성공할 수 있다”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모든 개혁은 ‘선명성’과 ‘현실정합성’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선명하지 않은 개혁은 공허하고, 현실에 조응하지 못하는 개혁은 위험하다”며 “여당은 이 대통령의 ‘유능한 개혁’ 당부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작은 생선을 뒤집듯’(若烹小鮮·약팽소선) 조심스럽게, 대신 철저하게 완성도를 높여가는 게 개혁의 진리”라고 했다.

▲ 10일자 경향신문 10면 기사.

한겨레는 <공소청·중수청 법안, ‘검찰개혁’ 원칙 맞춰 당정 머리 맞대야> 사설에서 “중수청 수사관이 수사를 개시할 때 공소청 검사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한 중수청법 조항은 자칫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원칙을 흔들 수 있다. 이 조항이 검사의 보완수사권과 결합되면 공소청이 사실상 수사를 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중수청과 공소청이 대등한 관계로 상호 협력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렇게 설계한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한겨레는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개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개혁에 방해되는 조항이 남아 있다면 개혁의 완성도를 높일 수 없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정부 법안에 비판적인 여당 의원들도 ‘공소청 검사 전환 시 면직 뒤 재임용 심사 도입’ 같은 무리한 주장은 접고 실질적인 개혁안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전쟁 장기화 우려에 나오는 ‘4차 오일쇼크’ 우려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9일 장중 한때 8% 넘게 폭락했고 유가도 서부텍사스유(WTI)가 심리적 저항선인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중앙일보는 <4차 오일 쇼크와 ‘S’의 공포…실물경제 ‘복합 쇼크’ 막아야> 사설에서 “세계경제가 중동발 ‘4차 오일 쇼크’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한국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며 “원유 소비량 세계 7위인 한국은 그 대부분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이런 구조에서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곧바로 우리 산업과 가계에 파급된다. 특히 고환율·고유가·고물가가 동시에 진행되면 기업 비용 부담이 커지고 소비 위축이 뒤따르며 경기가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 이른바 ‘S 공포’, 즉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드는 이유”라고 했다.

관련기사

▲ 10일자 한국일보 2면 기사.

경제 불확실성은 커지는데, 빚을 내 주식투자하는 사람들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국일보는 <코스피 하루 12% 널뛰는데, 역대 최대 ‘빚투’라니> 사설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투자 위험을 간과하고 돈 놓고 돈 먹기 식 위험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시장 전체 위기로도 번질 수 있는 만큼 개인의 주의와 당국의 면밀한 관리가 절실하다”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개인들이 위험한 ‘빚투’에 나선 것은 상승장에서 배제되면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기회 상실 공포(FOMO)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은 법이고, 급락 원인인 미국·이란 전쟁은 장기화 우려가 크다. 거품이 많이 낀 상황에서 중동전쟁이란 불확실성이 덮친 것이라 충격이 더 크다. 비이성적 ‘빚투’는 투자자 개인의 재산 손해를 넘어, 불필요한 공포심과 비이성적 투매를 조장해 자본시장이 실물경제 둔화 이상으로 과민 반응하는 위기로 번질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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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연습으론 평화의 문 열수 없다...한미군사훈련 멈춰라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3.0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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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3.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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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이홍정)는 2026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시작되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건너편 광장에서 '북 점령 및 참수훈련, 대중국 압박 훈련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 규탄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개최해 훈련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이홍정)는 2026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시작되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건너편 광장에서 '북 점령 및 참수훈련, 대중국 압박 훈련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 규탄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개최해 훈련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3월 9일부터 한국 전역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FS, 자유의방패) 본 연습이 시작됐다. 

19일까지 열 하루동안 진행되는 FS에는 1만 8천여 명의 병력이 참가하고 22건의 야외기동훈련(FTX)이 실시된다. △방어적 성격 △연합 방위태세 강화 △상호 운용성과 전투준비태세 향상을 강조하는 한미 군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전쟁연습'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얼마 전 주한미군이 한국 군당국과 사전협의도 없이 오산기지에서 전투기를 출격시켜 서해 한·중 방공식별구역 중첩지점 인근에서 중국 전투기와 대치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최근에는 대형수송기를 동원해 주한미군 무기를 전쟁이 진행중인 중동지역으로 이전하고 있어 주한미군 기지를 '병참기지', '전초기지'로 사용하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이홍정)는 2026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시작되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건너편 광장에서 '북 점령 및 참수훈련, 대중국 압박 훈련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 규탄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개최해 훈련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평화연대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는 '한미 작전계획에 따른 전쟁수행절차에 대한 숙달연습'으로서, 선제공격, 지도부 제거, 북 전역 점령 등을 포함하고 있는 지극히 '공격적인 전쟁연습'"이라며, "동원되는 병력 규모, 대규모 실기동훈련의 실시 등 훈련의 양상도 적대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한반도 정세격화의 주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미 군 당국은 야외기동훈련 횟수를 지난해 51건에서 올해 22건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연중 분산 실시하기로 한 것에 대해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내세우지만, "애초에 야외실기동훈련 확대가 대북군사압박 강화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기도 하고, "이번에 야외기동훈련을 22회 진행키로 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일 뿐,  획기적인 변화라 할 수 없고, 나머지 훈련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분산하는 것일 뿐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지렛대가 되기에는 함량미달"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미국의 베네주엘라 대통령 부부 불법 납치,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이란 침공과 지도부 제거 작전은 '참수 계획'과 연습이 그저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미국이 정권교체를 위해 핵심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며, 언제라도 현실에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섬뜩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한미정부는 '대화를 원한다'는 말로 더 이상 평화에 대한 절박한 열망을 기만할 것이 아니라 당장 적대적 무력시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미국의 대이란공격에 활용된 중동지역 미군기지는 모두 공격의 대상을 면치 못했고, 중국과의 충돌시 주한미군기지 역시 그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최근 주한미군의 대중국 '대응태세'훈련 중 발생한 중국 전투기와의 대치, 주한미군 군사장비의 중동 이전이 미칠 파장을 걱정했다.

"정부는 한미연합훈련 미명아래 대중국압박의 전초기지를 자임해서는 안되며,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국이 전쟁 발진기지로 활용되고 미중 충돌의 전쟁터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하면서 "대중국압박을 향한 한미연합 '프리덤실드' 연습을 당장 중단하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한미 프리덤실드 연합군사연습을 '전쟁연습'으로 규탄하는 스티커를 붙이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한미 프리덤실드 연합군사연습을 '전쟁연습'으로 규탄하는 스티커를 붙이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선제공격을 당한 이란은 이후 미군의 병참과 발진기지 역할을 하는 걸프 지역 내 6개국 소재 주요 미군기지를 전방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에픽 퓨리작전'(Operation Epic Fury, 장대한 분노)으로 명명한 군사작전에 맞서 △미 중부사령부(CENTCOM) 전방본부가 위치한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Al Udeid) 공군기지 △약 5,000명의 미군이 주둔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소재  알 다프라(Al Dhafra) 공군기지 △미 공군 작전 중심지이자 레이더 기지가 있는 쿠웨이트의 알리 알 살렘(Ali Al-Salem) 공군기지 △바레인의 칼리파 빈 살만 항구 인근 미 해군 제5함대 사령부 관련 시설 △미군 중부사령부의 병참이자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가 배치된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Prince Sultan) 공군기지 등 18개 군사시설에 샤헤드 자폭드론과 탄도 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병참기지와 발진기지 뿐만 아니다.

미군의 전쟁수행능력을 저하시키고 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걸프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해 이들 국가의 에너지시설과 담수화 시설, 공항과 호텔, 도심 상업용 빌딩 등에 대해서도 드론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어느 전쟁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평화연대는 한미 정부가 연합훈련 강행의 명분을 '전시작전권 환수 조건 검증'에서 찾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비판했다.

대북적대, 대중국압박을 위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하면서 상대의 군사적 반발을 촉발하고 역내 안보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막대한 군사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도입, 대중국압박 동참을 의미하는 한미동맹 현대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추가적인 군사훈련이 계속 늘어나 오히려 전작권 환수 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기자]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기자] 

이홍정 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이재명 정부에 대해 △다국적 연합전쟁연습으로 평화를 만들 수 있나? △핵과 미사일의 공포 가운데 미래세대의 안전을 상상할 수 있나? △남북 상호체제존중과 흡수통일 불가를 선언하고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강조하면서 정권교체와 체제붕괴를 목표로 전쟁연습을 한다면, 어떻게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평화의 문을 열겠나?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적 긴장의 확대가 아니라 위기관리와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주권국가 대한민국의 국군 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에게 간청하며 명령한다'고 하면서 △전쟁의 길을 거부하고 평화의 길을 선택할 것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하고 남북간 군사적 신뢰조치와 충돌방지장치를 복원할 것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전환하는 제반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할 것 △ 한미동맹현대화를 단호히 거부하고 평화안보주권을 확립할 것 △동아시아공동안보체제 구축을 위한 적극적 평화외교에 헌신할 것을 당부했다.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한미연합군사연습은 한반도 유사시 대응을 명분으로 하지만 그 결과 한반도는 미국의 군사전략 전진기지가 될 것이고 최종적으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반도가 이용당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엄청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한 이재명 대통령은 왜 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멈추지 않느냐고 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주권국가라면 국제법을 존중하고 생명을 지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

우리 영토가 강대국의 군사전략에 이용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전쟁위험을 키우는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를 즉각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 규탄과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은 이날 △경남도청 앞 △대전시청 북문 앞 △충남도청 브리핑룸 △전북도청 앞 △제주도의회 도민카페 △허영 국회의원 사무실(강원)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10일 낮 12시 한일 CGV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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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항전’을 ‘항복’으로 둔갑시킨 트럼프의 기만극과 인지전의 실체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6.03.08 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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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텍스트 대조: ‘결사항전’을 ‘항복’으로 조작
2. 전략적 왜곡: ‘고립 탈피’를 ‘붕괴’로 해석
3. 정보 왜곡 이면에 숨겨진 세 가지 정치적 욕망
4. 인지전으로서의 트럼프 화법과 그 위험성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대통령의 특별 담화에 대해 자신의 SNS에 "지옥처럼 두들겨 맞고 있는 이란이 중동 이웃 국가들에게 사과하고 항복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들에게 총을 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오직 미국과 이스라엘의 가차 없는 공격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들은 중동을 장악하고 지배하려고 했다. 이란이 수천 년 역사상 주변 중동 국가들에게 패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중략)"라고 썼다.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7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발표한 ‘대이란 승리 선언’은 마스우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실제 발언을 정면으로 왜곡한 가짜 뉴스다. 이란의 항전 의지를 비굴한 항복으로 조작한 트럼프의 발언은 철저히 계산된 심리전이자 인지전의 산물이다.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란?

적의 지도부나 대중에게 가짜 정보를 인식시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하거나, 심리적으로 공포심을 조장해 전쟁 의지를 꺾는 5세대 현대전을 의미한다.

1. 텍스트 대조: ‘결사항전’을 ‘항복’으로 조작

트럼프는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타격에 굴복해 "사과하고 항복(surrendered)"했다고 단정했다. 하지만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실제 발언은 정반대다. 그는 "무조건 항복을 바라는 자들의 꿈은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것"이라며 전 인민적 항전을 선포했다.

트럼프가 주장한 ‘사과’ 역시 외교적 수사를 악의적으로 비튼 결과다.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도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주변국의 우발적 피해에 유감을 표했을 뿐이다. 이는 역내 갈등을 최소화해 미국의 개입 명분을 차단하려는 외교 전략이지, 주권을 포기하는 항복 선언이 아니다. 트럼프는 이란의 ‘평화 공세’를 ‘패배자의 비명’으로 둔갑시켜 사실관계를 완전히 뒤집었다.

2. 전략적 왜곡: ‘고립 탈피’를 ‘붕괴’로 해석

트럼프는 이란이 이웃 국가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타격에 의한 굴복"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중동 내 헤게모니 변화를 읽지 못한, 혹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해석이다.

이란은 현재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 맞서 지역 국가들과의 결속을 강화하며 외세의 개입을 배제하려 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우리의 갈등은 우리끼리 해결해야 하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장난감이 되지 맙시다."라고 강조한 것은 미국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강력한 자주 노선의 표현이다.

트럼프는 이란의 이러한 자주적 움직임이 가져올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은폐하기 위해, 이를 ‘힘에 눌린 패배’라는 프레임 속에 강제로 가두었다.

3. 정보 왜곡 이면에 숨겨진 세 가지 정치적 욕망

트럼프가 이토록 무리한 거짓말을 유포하는 데는 냉혹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의 성과 조작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군사 행동이 실질적 항복을 받아냈다는 서사를 유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국내 정치용 선전이다.

이란 내부 균열 유도를 위한 심리전

"지도자가 이미 사과하고 굴복했다"는 가짜 뉴스를 이란 군부와 민중에게 주입해, 내부 결속력을 파괴하고 레짐 체인지(체제 전복)의 토양을 닦으려는 악랄한 수법이다.

추가 학살을 위한 명분 쌓기

이란을 '패배자(LOSER)'로 규정하고 "완전한 파괴"를 언급한 것은, 이후 발생할 무차별적인 민간인 타격과 주권 침해를 '나쁜 행동에 대한 정의로운 응징'으로 포장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4. 인지전으로서의 트럼프 화법과 그 위험성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Fact)보다 인식(Perception)을 우선시하는 인지전의 전형이다. 그는 'HELL 지옥', 'certain death 피할 수 없는 죽음' 같은 자극적 어휘를 동원해 국제 사회에 공포를 심는 동시에, 자신을 '중동의 구원자'로 상징화한다. 이는 이란의 항전 의지를 보도에서 지워버리고, 오직 미국의 승리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기만 전술이다.

요컨대 트럼프의 SNS 게시물은 제국주의적 침략 야욕을 은폐하기 위한 배설물에 불과하다. 이란 대통령의 결사항전 의지를 '비굴한 항복'으로 조작하는 것은 진실에 대한 테러다. 트럼프가 휘두르는 '말의 폭력'은 이란과 세계 진보적 대중의 각성을 부르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최후 승리는 거짓을 일삼는 제국주의자가 아니라, 조국 수호를 위해 광장으로 나선 이란 민중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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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간판만 바꿔 달기…행정부의 입법 침탈 멈춰야

이원영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leewys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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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 입력 2026.03.08 14:10

  • 수정 2026.03.09 09:06

  • 댓글 2

중수청·공소청법, 시대적 요구 배반한 '누더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중수청·공소청 법안 관련 참여연대와 민변 사법센터 기자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2026.3.4. 연합뉴스

대한민국 형사사법의 역사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독점으로 인한 권력 남용의 역사였다. 그 뿌리는 1930년대 일제의 전시 총동원체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검찰에 집중된 기소권, 강제처분권, 사법경찰 명령권이라는 기형적 권력 구조는 해방 후에도 청산되지 않은 채 이승만 정권을 거쳐 유신과 군부독재의 자양분이 되었다.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1981년 부림 사건,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은 그 패륜적 행태의 이정표들이다. 독일·프랑스의 사인소추권, 미국의 대배심제와 검사장 직선제, 일본의 검찰심사회가 말해주듯, 선진 민주국가 어디에도 이런 구조는 없다.

2026년 오늘, 우리는 그 비정상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절박한 시대적 과제 앞에 서 있다. 4년 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시민들이 외쳤던 '검찰 개혁'의 본령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였다. 그러나 지금 이재명 행정부가 내놓은 공소청법 및 중대범죄수사청법안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정상적인 입법 절차를 가로챈 것도 모자라, 그 알맹이마저 검찰의 입맛대로 뒤바꾼 '누더기 법안'에 불과하다.

국회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절규 "검찰청법을 제목만 바꾼 것인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의원이 지난 5일 토해낸 비판은 이번 정부안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추 위원장은 정부가 재입법 예고한 공소청법안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검사동일체 원칙을 그대로 담았고, 제왕적 총장의 권한을 존치시켰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에 네 건의 글을 올린다"고 개탄했다.

특히 정부안 7조와 25조 등을 거론하며,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검사를 오히려 처벌할 수 있게 만든 구조를 맹비난했다.

영장 청구와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쥔 공소청이 여전히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그것이 과거의 정치 검찰과 무엇이 다른가. 이는 입법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개혁의 설계도를 행정부가 멋대로 가로채 검찰 기득권 보존용으로 개악한 명백한 월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2026.2.25.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의 처신…방조인가, 주도인가

이 과정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의 처신은 더욱 뼈아프다. 김 총리는 불과 두 달 전 "수사-기소 분리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과제"라며 기세 좋게 공언했다. 그러나 정작 결과물은 검찰의 직급 구조와 권한을 우회적으로 살려둔 '간판갈이' 수준에 머물렀다.

만약 김 총리가 이 누더기 법안을 주도했다면 그는 개혁의 배신자요, 대통령의 의중에만 충실하며 민의를 반영하지 못했다면 책임 있는 내각 수반으로서의 직무유기다.

범여권 내에서도 "김 총리가 검찰개혁 법안의 본질 훼손에 대해 분명히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행정부 2인자로서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고 헌정 질서의 균형을 잡아야 할 총리가 오히려 행정부의 입법 침탈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된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책임

이 모든 사태의 최종 책임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은 "당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정부는 그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지만, 실제 정부안은 국회 법사위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수정 요구를 묵살한 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상적인 국회 절차를 거쳐 도출된 법안을 행정부가 가져가 입맛대로 뜯어고치는 행위는 트럼프식 전횡과 다를 바 없다.

공수처가 이미 무력함을 드러냈음을 상기하라. 보완수사권 폐지와 검사동일체 원칙 해체가 담기지 않는 누더기 법안은 시대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검찰 권력 고스란히 살리기' 법안이 확정된다면, 이재명 행정부는 일제강점기와 80년 독재가 남긴 괴물을 청산할 천금 같은 기회를 발로 차버린 역사의 배신자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안의 전면 철회와 국회 입안권의 회복을

민주주의의 원칙은 간명하다. 법을 만드는 곳은 국회다. 행정부는 국회가 만든 법의 집행자일 뿐, 그 내용을 사후에 검찰과 공모하여 변질시킬 권한이 없다. 지금이라도 이재명 행정부는 검찰의 기득권을 수호하는 정부안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검찰 개혁의 선명한 깃발을 다시 국회 법사위로 돌려주라.

개혁 이후의 실무적 우려는 입법 과정에서 보완하면 될 일이지, 개혁의 본질을 훼손하는 핑계가 될 수 없다.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다시 아스팔트 위에서 이재명 행정부를 향해 엄중한 심판의 칼날을 겨눌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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