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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은 주둔군이 아닌 점령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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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5.10.0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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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구조에서 드러나는 한미 군사 관계의 종속성 ①

주한미군은 주둔군이 아닌 점령군

주한미군이 점령군이 아닌 주둔군이라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2021년 대선후보 당시 “정부수립 이후 주둔하는 미군은 대한민국 정부의 요청과 합의에 따라 합법적으로 대한민국과 미국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관계로 합법적으로 주둔하는 것”이라면서 “이건 점령군이 아니고 동맹군”이라고 주장했다. 

점령군이 아닌 주둔군이라는 착시가 일어난 원인은 1953년 10월 1일 체결되고 1954년 11월 18일 발효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이하 한미조약) 때문이다. 즉 한미조약이 체결되기 전엔 점령군이었으나 한미조약 체결로 합법적인 주둔군으로 바뀌었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한미조약은 동맹조약이라고 볼 수 없다. 동맹조약은 “자국이 위협에 처했을 때 동맹국이 군사적으로 지원한다는 구체적 공약을 명문화한 조약”이다. 따라서 동맹조약의 핵심은 “자국이 침략을 받았을 때 동맹국의 군사적 지원 제공”이다. 

문제는 한미조약이 미국의 군사적 지원 제공을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래는 한미조약 3조이다.

제3조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 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
Article 3 Each Party recognizes that an armed attack in the Pacific area on either of the Parties in territories now under their respective administrative control, or hereafter recognized by one of the Parties as lawfully brought under the administrative control of the other, would be dangerous to its own peace and safety and declares that it would act to meet the common danger in accordance with its constitutional processes.

분명 3조는 한국이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 한국을 지원하는 군사적 행동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이다. 한국이 무력 공격을 받을 때 미국의 헌법 절차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는 미 의회가 거부할 경우 군사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불확실한 미래’를 뜻하는 조동사인 ‘would’가 쓰인 것이다. 

즉 한국이 무력 공격을 받을지라도 미국이 군사 지원을 할지 여부는 불확실한 영역으로 남겨뒀다. 이것을 동맹 조약이라고 볼 수 없다. 나토의 경우 “will assist”라고 쓰여있다.

한편 미군 주둔 조항인 4조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제4조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Article 4 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

한국땅에 미군을 주둔할 수 있는 권리(주병권)를 한국은 허여하고, 미국은 수락했다. 주병권이 한국에 있지 않고 미국에 있다는 뜻이다. 이는 헌법에도 위배되는 조항이다.

다음은 대한민국 헌법 60조 2항이다.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헌법상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외국 군대는 주둔할 수 없다. 하지만 한미조약은 이러한 국회의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 미군 주둔에 관한 한 이미 그 권리를 미국에 ‘허여’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합법적 주둔’이라고 할 수 있는가. 미국은 동맹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 ‘무력공격을 당하는 한국’을 지원할지 여부는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무한한 주병권을 갖는다. 이승만 정부는 한미조약을 통해 미군의 한국 배치에 관한 모든 권리를 미국에 넘겨준 상태이다. 그 이후 어느 정부도 이 문제를 바로 잡지 않았다. 아니 바로 잡으려는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은 여전히 점령군일 뿐이다. 한미조약이 점령군을 주둔군으로 착각하게 만들 뿐이다. 한미조약은 동맹 조약이 아니다. 미군의 점령을 은폐시키는 장치일 뿐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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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국가보안법의 뿌리, 인종주의와 기독교’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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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10/07 07:42
  • 수정일
    2025/10/07 07:4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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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통제 100년 기획강좌③] 김동춘, 혐오와 폭력에 맞서기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5.10.06 23:07
  •  
  •  수정 2025.10.06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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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와 빨갱이, 그리고 트럼프

 김동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는 9월 30일 서울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 혐오와 폭력에 맞서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동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는 9월 30일 서울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 혐오와 폭력에 맞서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반공주의는 의사 인종주의입니다. 빨갱이라고 하는 담론 속에는 빨갱이는 인간이 아니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빨갱이를 인간이 아니라고 정의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빨갱이를 죽여도 되는 거예요.”

성공회대 명예교수 김동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는 9월 30일 서울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기획강좌에서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 혐오와 폭력에 맞서기”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국가보안법이 인종주의와 기독교와 연관돼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권력과 사상통제』(역사공간)을 저술한 김 교수는 오래 전 자신의 저서 『전쟁과 사회』(돌베개, 2006)를 인용하며 “국가보안법에는 인종주의적인 요소가 있다”며 대동아전쟁 당시 일제가 ‘황인종과 백인종의 대전’ 구도로 몰아갔고, 이것이 해방후 ‘변형된 인종주의, 반공주의’로 나타나 ‘빨갱이’에 대한 학살을 정당화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 사람들은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이 아니고 사회 병균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저들을 제거해도 나는 아무런 도덕적 책임감이 없다’고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 면죄부를 주는 게 인종주의 담론”이라며 “지금 트럼프가 하는 게 바로 전형적인 인종주의, 백인 우월주의”라고 평했다.

나아가 “일본의 식민지 정책은 전부 다 영국에서 왔고, 인도 등에 제국주의 침략을 할 때 각종 비상사태, 긴급 조치, 예비검속, 이런 모든 법적 장치를 다 영국이 고안했다”며 “앞선 제국주의 국가들이 했던, 식민지 백성들을 비인간화하고 토벌하면서 학살하던 논리들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고 역사적 배경을 밝혔다.

또한 “반공이 극도로 위세를 떨치는 1947년 트루만 독트린 이후 1950년 전후 매카시즘 시대의 반공주의는, 소련은 ‘붉은 악마’라는 것이다”, “(한국전쟁 때)서울이 90일 동안 인민군에게 점령된 것을 가리켜, ‘붉은 개’(赤狗)가 지배했다는 것이다”며 “이런 사고가 국가보안법의 저류에 깔려 있다”고 역사적 사례를 들었다.

미군정과 ‘기독교 국가’, 그리고 월남 기독교인들의 ‘불안’

김동춘 교수는 국가보안법이 인종주의와 기독교와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동춘 교수는 국가보안법이 인종주의와 기독교와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 교수는 특히 “‘적과 나’라고 하는 이분법과 ‘적은 사탄’이라는 기독교적인 생각이 결합되는데, 이 경우에 기본적으로 자기와 정치적인 입장이 다른 사람을 같은 종류의 인간으로 보지 않는 논리가 깔려 있다”며 “이것이 지금 같은 때는 혐오로 나타나지만 전쟁 위기로 가면 곧바로 학살로 간다”고 인종주의와 기독교의 결합에 주목했다.

그는 먼저 “6.25 때 내려온 사람들은 핵폭탄의 두려움 때문에 내려온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기득권 세력이 아니고 농민 등이 많고 함경도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많다”며 “이와 달리 1945년 말이나 46년에 내려온 사람들은 지주나 기독교인들이나 엘리트 층이 많고 계급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내려온 사람들이 많다”고 구분했다.

따라서 “월남 기독교인들의 불안”이 상존했고, “초기에 내려온 사람들이 북한에서 겪었던 사회주의 개혁에 대한 공포감이 서북청년회 등 조직으로 연결되고 좌익에 대한 공포로 연결된다”며 “북한에 대한 공포감이나 이런 부분들이 극단적인 반공주의로 연결되고, 국가보안법을 지지하게 된 이유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근대 국가의 기본 정신인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정교분리(政敎分離)’ 원칙이 무색하게 한국은 미군정기(1945-1948)부터 ‘기독교 국가’로 자리잡아 “전쟁과 맞물린 반공주의와 기독교가, 이분법적인 세계관과 종교적인 세계관이 결합됐다”며 “지금 태극기 부대에서 나오는 성조기 흔드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그대로 연결이 되는 거다”고 역사적 맥락을 제시했다.

그는 정병준 교수의 『1945년 해방 직후사』(돌베개, 2023)을 인용, “대한민국은 실제로는 미군정이 크리스천들을 자기들의 자문 역할로 기용한 것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라며 특히 “월남 크리스천들은 당시 인구의 아주 소수에 불과했는데, 엘리트 층, 이른바 장차관을 비롯해서 군부, 경찰 중요 포스트에는 월남한 크리스천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음만 먹으면 토지 온갖 건물 이런 부분들을 곧바로 미군정이 접수를 해서 우파들이나 기독교인들에게 나눠줄 수가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이승만 정부 당시 기독교인이 전 인구의 5%밖에 안 되지만 크리스마스가 국가의 휴일로 지정이 된다. 기독교 인구가 10%밖에 안 됐던 시기에 군종 제도가 만들어졌다”며 “기독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서 특권적 지위를 갖게 됐다”고 정리했다.

그는 ‘국가보안법과 기독교와 연결성’에 대해 “북에서 농지 개혁을 피해서 내려온 것을 엑소더스, 모세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한다”며 “미국을 구세주와 동급으로 본다”고 말하고 “군사 정권 시기 조찬 기도회가 있고, 유별나게 미국의 근본주의가 한국 선교를 많이 해서 한국 기독교가 반공주의하고 결합된다”고 설명했다.

월남자들이 ‘불그죽죽한 땅’에다가 ‘복음’을 전파하려는 책무를 갖게된 것은 ‘이주자로서의 불안감’이 종교에 대한 집착으로 연결됐다는 것. 이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정서, “완전히 주변에 사탄으로 둘러싸인 중동에서 자기들은 외로운 섬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불안감”과 같다는 것.

그는 “국가보안법은 충분한 동의와 토론을 거치지 못하고 날치기로 통과되었다”며 “정당성의 기반이 약하면서도 구태어 통과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불안”이라고 ‘불안’에 방점을 찍었다. “여순 사건 이후의 불안의 근원은 공산주의자가 무섭다는 것뿐만 아니라 친일 세력의 기득권 상실의 불안이 더 크다”는 것.

나아가 “이승만은 6.25 때 피난 가면서 보도연맹원들을 싹 학살한 것” 역시 “후방에 있는 정치적 반대 세력이 더 두려운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가장 큰 두려움은 내 재산을 상실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가진 것을 상실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국가보안법으로 표현된다”며 △친일파의 불안 △월남 기독교인의 불안 △북한 위협과 체제경쟁 불안 △5.18 학살 정당성 결여에 대한 불안 등을 꼽고 “국가보안법이 80년 유지되었지만 이게 똑같은 상황이 아니다... 계속 지그재그로 진화를 해 왔다”고 요약했다.

20대 남성 우경화 현상과 ‘여혐’

김동춘 교수는 우리 사회의 혐오, 특히 20대 남성의 '여혐'에 대한 개인적 통찰을 꺼내 놓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동춘 교수는 우리 사회의 혐오, 특히 20대 남성의 '여혐'에 대한 개인적 통찰을 꺼내 놓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 교수는 학살은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것이고, 혐오는 사회적 다수자가 소수자에게 가하는 것이지만 “다수자가 소수자를 폭력으로 제거할 수 있을 때는 혐오 현상이 그다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며,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도 “빨갱이 사상 검증이 가장 노골화된 것은 바로 김대중 집권부터”라고 말했다. “자기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존재에 대해 발동하는 것이 혐오”라는 것.

구체적으로 “2000년 이전에는 우익이 구태여 광화문에서 시위하거나 할 필요가 없었다. 경찰이나 군이나 공안기관이 다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이 위기의식과 두려움을 갖게 된 거다. ‘행동하는 우익’이 나타나게 된 거다”라고 해석했다.

특히 “2000년대 때는 과거 전쟁을 겪었던 세대나 기성세대가 우익 시위의 주동이었는데, 2005년부터는 젊은 세대가 우경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젊은 세대의 우경화, 특히 남성들의 우경화,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가 나타나게 된 것이 2015년쯤”이라고 짚고 “노동시장에서 남성의 힘을 필요로 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던 조건이 90년대 중반 되면 사라진다.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완전히 무너지는 시기가 2000년대 중반 정도고, 군 가산점 문제가 그때 터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은 6.25 전쟁이나 북한과의 대결 구조에서 오는 만성적인 전쟁이 아니라 일상의 전쟁 상태에 있다고 본다”며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위기의식과 불안과 고용 불안과 실업의 공포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그 자체가 전쟁”이라고 규정하고 “전쟁의 일상화가 2000년대 이후에 젊은 세대들의 혐오를 부추기는 사회 심리적인 기반이고, 이 점에서 2000년대 이후에 한국에서 나타나는 혐오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혐오 현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느끼기에는 여전히 사회적인 소수자”라며 “이 생각의 괴리가 젊은 여성과 남성들 사이에서 너무나 커지고, 그 상황 속에서 그래도 약간의 기득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자기가 가진 불안감이나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함 때문에 여자들을 적으로 돌리는 쪽으로 가고 남성의 보수화와 연결되는 것 같다”고 해석하고 “남성들의 보수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기획강좌, 치안유지법-국가보안법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세 번째 강좌도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기획강좌, 치안유지법-국가보안법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세 번째 강좌도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그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냈던 실업의 위기와 고용 불안의 위기가 겹쳐지게 되고 경쟁에서 탈락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2000년대 이후 젊은 세대의 혐오의 기반이 된다”고 풀이하고 “사회적 혐오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여혐’(여성 혐오) 현상”이라며 “일베, 디씨인사이드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담론은 여성 혐오”라고 짚고 5.18과 민주화운동에 대한 비아냥도 이같은 혐오의 연장선이라고 파악했다.

또한 “북한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북한에 대한 혐오로 발전하게 되고 북한에 대한 혐오 현상이 반북주의로 바뀌게 됐다”며 2000년 이전까지의 ‘정치적 혐오’와 남북간 격차가 현저해진 2000년 이후의 ‘사회적 혐오’를 구분했다.

나아가 “반공주의-반북주의적인 혐오가 중국에 대한 혐오로 연결되고, 중국에 대한 혐오와 그 기저에는 우리 사회에서 87년 이후에 있었던 지역주의, 호남에 대한 혐오와 연결돼 있다”고 확장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그것이 전통적인 극우반공주의나 국가보안법 체제하고 결합되어 있고, 보수 기독교와 결합되어 있다”며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가장 유사하다. 미국의 거의 쌍둥이 형태”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이 없어진다면 상대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더 많이 열려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가능해지는데, 국가보안법이 존재함으로써 논쟁이 안 되는 것”이라며 “자기 검열을 하게 되고, 논쟁 구조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계속 유지된다. 이것이 국가보안법의 존립 이유”라고 갈파했다.

박석운, 공감대 확산과 ‘상층부 공포심’ 극복 중층적 작업 필요

기획강좌를 공동주최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의 박석운 공동대표는 강연에 앞서 인사말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기획강좌를 공동주최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의 박석운 공동대표는 강연에 앞서 인사말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기획강좌를 공동주최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의 박석운 공동대표는 강연에 앞서 인사말에서 “국가보안법은 친일 군부 내지 공안 세력들이 주도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미군정이 사실은 백업을 정확하게 한 그런 사안이라 볼 수 있다”며 “53년도에 형법이 만들어졌고, 그러면 53년도에 국가보안법을 딱 끝내야 되는 그런 상황인데 이게 지금 오늘날까지, 그리고 당분간도 그렇게 쉽게 잘 사라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이런 굉장히 끈질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2004년도 촛불항쟁 직후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는 그런 의석수를 만들었는데 그때 민주당 쪽 국회의원들 중에 괜찮은 사람들조차도 멈칫멈칫하더라”며 “민중들 차원에서의 공감대가 넓어지기도 해야 되고 또 상층부에 있어서의 공포심도 극복하는 그런 중층적인 역할 작업을 해야 되는 상황 아니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동희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좌는 통일뉴스와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가 주관하고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주최했으며, 경희대·서울대·연세대·외국어대 민주동문회, (사)양심수후원회, 한국 YMCA전국연맹이 후원했다.

‘기획강좌, 치안유지법-국가보안법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마지막 4강은 10월 14일 오후 6시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이정희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 대표가 “혐오표현 규제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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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원준 교수 “미국 관세 위기, ‘소부장 사태’처럼 오히려 기회 삼아야”

“트럼프 요구 끝이 없을 것...협상 결렬 선언도 염두해야”

나원준 경북대 교수(자료사진) ⓒ자주통일평화연대 제공

  • 김백겸 기자 kbg@vop.co.kr
    •  
    • 발행 2025-10-05 15:43:27
    •  
    • 수정 2025-10-05 21:36:51
    •  


     
  • 한미 무역합의의 세부 내용을 다루는 후속 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액을 현금으로 입금할 것을 요구하는 등 도저히 한국이 실행할 수 없는 조건을 무리하게 들이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탄핵감'이라며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일본과 EU(유럽연합)가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한국보다 먼저 자동차 관세 인하를 적용받았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들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면서 한국 정부가 언제까지 시간을 끌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알고 있다는 듯 "한국으로부터 받는 3,500억달러는 선불"이라며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과감히 협상 결렬까지 염두해야 한다고 말하는 몇 안 되는 경제학자 중 하나인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협상 시기를 앞당겨 관세 인하를 받아내려는 건 효과적인 협상 전략이 전혀 아니"라고 말한다.

    나 교수는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를 한국은 할 수도 없지만 해서도 안 된다"며 "그렇다면 거꾸로 협상 결렬 선언을 하는 편이 오히려 맞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압박은 점차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의 핵심 수출품에 대한 고율의 품목관세를 예고하고 있어 한국에 더 치명적이다.

    나 교수는 미국의 압박에 대해선 "지금 수출 시장은 미국에 지나치게 너무 편중해 의존하고 있다"며 오히려 "미국과의 교역이 줄어드는 것은 2019년 일본과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태'처럼 장차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일본의 소부장 수출 제재 당시 한국의 산업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독자 기술 개발 등 소부장 자립화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성과를 얻기도 했다. 소부장 사태 2년 만인 지난 2021년 기준 소부장 분야 특허 출원 1,570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발표 2,171건이 발표되고, 일부 소재에 대해선 원천기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미 관계에서 한반도 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 만큼 결국 주한미군주둔비(방위비 분담금의 한국 몫), 국방비 인상 등 안보 요구와 함께 압박이 가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나 교수는 "미국이 그렇게 못하게 하려면 한국이 판을 흔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먼저 주한미군철수를 요구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나 교수는 미국에 의존도가 높은 수출주도의 한국 경제 구조를 내수주도로 변화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수경제 기반을 지금보다 더 확충해야 한다. 안 그러면 지금처럼 외풍에 뿌리가 뽑힐 것"이라며 "경제적 자립의 미덕은 이런 정세에서 발휘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약속한 대미투자 규모 3,500억달러를 두고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며 강조하며 미국 주도의 현금입금 투자 방식을 받아들일 것을 압박했다. 미국이 한국이 실행할 수 없는 대미 투자 방식을 계속 강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트럼프의 협상 방식은 압박의 수위를 계속 끌어올려 상대를 몰아간 다음, 일부 조건을 완화하면서 결정적인 양보를 받아내는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단, 자신이 요구하는 대미 투자가 한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라는 사실을 얼마나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은 쉬운 상대라는 계산은 섰을 것이다. 결국 자기 뜻대로 협상을 이끌 수 있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한국이 수출에 목매는 나라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미 투자를 잔뜩 부풀려 요구하는 것도 한국만큼 관세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나라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하를 시행했다. EU에 대해서는 한국, 일본에 요구한 현금 입금 방식의 투자 조건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EU는 미국과 합의에 따라 미국산 공산품 관세를 철폐하는 법을 만들었다. 미국 입장에서 EU의 대미투자보다 관세 철폐가 더 이득이라고 본 것일까?

     

    트럼프가 특별히 유럽의 투자보다 유럽 관세 철폐를 선호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최근 무역협정 결과는 미국은 유럽산 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고, 반대로 EU는 미국 제품의 관세를 폐지하는 것이어서 향후 EU 수출업체들 중심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EU 내 회원국들 사이에 경제 여건에 차이가 큰데 이와 같은 통상 여건의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EU의 구심력 약화로 이어질지 알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유럽과의 교역에서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법하다. 대미 투자의 경우, 재정난을 겪고 있는 유럽 각국 정부들이 직접 나설 형편은 아닐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유럽 정부들이 나서건 유럽 기업들이 나서건 그 차이는 덜 중요할 것이다.


    앞서 미국과 EU는 지난 8월21일 발표한 무역협정에 대한 내용을 문서화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대미투자와 관련해 '유럽 기업이 2028년까지 6,000억달러를 전략 산업에 투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명시했다. 한국과 일본에 '투자를 거부할 경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조건을 건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만약 한국이 달러화를 직접 미국에 입금하는 방식의 대미투자 방식을 받아들일 경우, 일본과 함께 한국이 대량의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놓게 되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기준 금리 인하에도 부정적인 상황이 조성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화 직접 입금 방식의 투자를 강요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한국과 일본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채 이자율이 상승하면 미국에 불리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국과 일본부터 먼저 더 불리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국채를 매도하는 이유가 달러 현찰을 확보하려는 것인데 국채 매도 가격부터 먼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시장 영향을 관리하면서 매도의 규모와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밖에 없다.
     
    미국으로서는 한국과 일본이 현찰을 직접 입금하는 방식이 제일 좋은 건 당연한 것이다. 대출을 하거나 대출 보증을 서는 정도면 미국으로서는 받을 수 있는 돈 자체가 줄어들 테니 당연하지 않은가. 트럼프가 상대방을 봐가면서 수탈할 사람은 아니지 않나. 뜯어낼 수 있으면 전부 다 뜯어내고, 뜯어냈다 싶은데 나중에 보니 더 뜯어낼 게 남아있다 싶으면 그 남아있는 것까지 몽땅 뜯어내려고 다시 달려들 것이다. 트럼프와 미국의 요구는 끝이 없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에 이어 EU도 한국보다 먼저 자동차 관세 인하를 적용받으면서 한국 정부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관세 인하를 위해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협상 시기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관세 조건에서 한국이 일본이나 EU보다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관세 조건과 관련해 지금 제일 큰 문제를 안은 곳은 자동차 완성차 업체, 즉 현대·기아차다. 그런데 현대·기아차는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을 이미 다 세웠다. 반대로 (현대·기아차가) 관세율이 일본이나 EU 수준으로 낮아지면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을 변경해서 한국 내 생산을 늘린다고 한 적은 없다. 당장은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줄어드니까 손해를 보겠지만 길게 보면 어차피 떠날 사람들이다.
     
    진짜 문제는 그런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이다. 이들의 경쟁력과 일자리 공급 능력을 지탱시킬 산업정책의 큰 밑그림이 없는 것이야말로 정작 큰일이다. 협력사들과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적인 수출 판로를 확보하는 방향, 전기차 등 산업 전환과 관련된 방향 등으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은 정부와 업계에서 해결해야 할 몫이다. 그렇다면 협상 시기를 앞당겨 관세 인하를 받아내려는 건 효과적인 협상 전략이 전혀 아니다. 어차피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를 한국은 할 수도 없지만, 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거꾸로 협상 결렬 선언을 하는 편이 오히려 맞다.

     

     

    관세협상 타결이 지연될 경우 트럼프 특성상 반도체 등 한국이 더 치명적인 분야로 공격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당연히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올릴 것이다. 미국이 자기들 마음대로 그런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관세협상을 빨리 타결해 미국이 요구하는 대미 투자를 다 들어주고 나라가 거덜 나면 되는 것인가. 이런 상황일수록 미국만 바라보는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 반도체 수출을 미국 아니면 못 하나? 중국과 경제 관계를 회복시키면서 남아시아, 러시아, 중남미 등으로 수출선을 어떻게든 더 다변화해야 한다. 중국에도 미국에도 어느 한쪽에 편중되면 안 된다. 지금 수출 시장을 미국에 지나치게 너무 편중해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과의 교역이 줄어드는 것은 2019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태'처럼 장차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지난 2019년 일본은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던 한국에 대해 소부장 수출 제재를 가했다. 당시 한국의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정부와 업체가 소부장 기술 자립에 적극 투자하면서 일부 반도체 소재에 대한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등 국내 공급망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미 관계에서 한반도 안보 문제가 빠질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결국 미국이 주한미군주둔비(방위비 분담금의 한국 몫), 국방비 인상 등 안보 요구를 통상문제와 함께 엮어 한국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된 직후부터 안보와 통상을 함께 엮어 한국 정부를 압박해왔다. 이재명 정부도 국방비를 올리겠다는 입장인데 국방비 인상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주한미군 주둔비 문제는 말도 안 되는 요구라서 강하게 맞서야 한다. 미국은 안보 관련 요구를 통상 문제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하곤 한다. 그렇게 못 하게 하려면 판을 흔들어야 한다.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면 어떨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기존의 자유무역체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수출시장 다변화 차원에서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검토를 공식화했다. CPTPP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또 일각에서는 미국을 버리고 중국·러시아를 비롯한 브릭스, 글로벌 사우스와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변화 차원에서 중국, 러시아,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브릭스 회원국 가입을 왜 검토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서둘러야 한다. 지금은 '명청교체기'다. 어차피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다.
     
    그러나 CPTPP는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해 왔듯이 대안이 될 수 없다. CPTPP는 일본이 주도하는 메가 FTA(자유무역협정)이다. 한일 FTA를 직접 이야기하기 부담스러운 분들이 CPTPP부터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은 CPTPP 가입을 위한 조건으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과 과거사 문제를 덮자고 주장해 왔다. 정부는 후쿠시마 수산물, 국민들 먹게 하고 싶으신가? 한일 역사 정의 문제는 잊자고 말씀하고 싶으신가? 더욱이 CPTPP에 가입함으로써 정밀기계, 첨단소재 등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 제조업이 보호막 없이 경쟁하면 한국이 입는 타격이 클 텐데 그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는가?
     
    CPTPP는 가장 극단까지 치달은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결과가 트럼프 같은 괴물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안에서는 2차 대전 이후 자유무역 체제와 신자유주의로 인한 과도한 세계화로 미국이 불이익을 당했다는 피해의식이 깔려있다. 신자유주의의 결과로 미국의 무역적자와 제조업 붕괴가 일어났고, 이에 불만을 가진 세력의 지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조하는 것은 또다른 트럼프 대통령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관세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미중에 편중된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경제 구조를 수출주도에서 내수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국민들 안에서는 미국의 경제보복이나, 미국과의 경제협력에서 이탈할 경우, IMF 외환위기 사태 이상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공포가 있다. 내수경제 확대가 대안이 될까?

     

     

    상황을 관리하면서 변화 속도를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어려운 길이다. 내수경제 확대가 대안이지만 그렇다고 수출을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고립되자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국제적으로 지금보다 넓게, 브릭스든, 이북이든, 미국이든 모두 포함해 더 많은 나라들과 경제적으로 협력하는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다만 내수경제 기반을 지금보다 더 확충해야 한다. 안 그러면 지금처럼 외풍에 뿌리가 뽑힌다. 경제적 자립의 미덕은 이런 정세에서 발휘되는 법이다. 한국경제는 내수경제 기반으로 정상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하다. 그 사실은 이미 여러 실증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다. 내수경제를 확대하려면 다수 대중의 구매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하려면 불평등을 완화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향의 사회대개혁이 필요하다. 진보 정치가 아니면 그 역할을 할 주체가 없는데 참으로 걱정이다.
     
    중장기적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해가야 한다. 체제 전환의 경제적 상을 정립해야 한다. 과거 소득주도성장처럼 한두 해 소란만 피우다가 접는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트럼프 사태를 계기로 그런 문제의식이 확산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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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내인생 황금기", 90세 장금이의 도전은 계속된다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의 공동체사업단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용숙(90)·구문임(76) 어르신(사진 왼쪽부터). 구문임 어르신이 장금이들이 만든 전통된장을 용기에 담는 모습을 보여주신 후 활짝 웃고 있다. ⓒ 유창재

"젊은 사람들이 (노인들을) 보기에는 '인생 다 살았지'라고 할 거다. 나도 그땐 그랬으니까. 하지만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너무 좋다."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9월 3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구문임(76)씨는 우리 전통 식문화인 '장 담그기'를 통해 인생 2막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는 30년간 국무총리실에서 공직자로 일하며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보니, 은퇴 후 쉬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2~3년 지나니 좋았던 마음도 시들해졌고, 소개를 받아 노인복지관을 찾게 됐다. 처음 참여한 노인일자리가 '종로&(앤)장금이'다.

이 일자리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13년 노인자원봉사단으로 처음 시작했다. 어르신의 전통장에 대한 지혜와 경험을 다양한 세대에 전승하고 확산하는 공동체사업단 사업이다. 2017년 복지관 증축 때 현재 장체험관과 카페 공간이 마련되면서 본격적인 일자리사업에 진입했다. 2023년부터 시장형 일자리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20명의 장금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루 4시간 일주일에 이틀을 기본으로 한다. 바쁠 때는 시간을 넘겨 일하기도 한다. 임금은 시급 1만300원을 기준으로, 최저 35만 원에서 시간을 초과할 경우 40만 원 전후를 받는다.

"자식들도 커서 (독립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 총리실에서 일할 때 너무 많은 일로 고생했다. 직장 다닌다고 친정 엄마가 다 해줘서 먹을 줄만 알았다. 처음엔 장 담그는 일이 굉장히 어려웠지만 지금은 아주 잘하고 있다. 장 담글 때마다 엄마가 생각나서 죄송하다."

구씨의 말에선 '은퇴가 인생의 끝'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이가 들었지만 일할 의지만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일을 배우고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체 인구 20% 고령인구... 노인일자리 성공사례 된 '종로&장금이'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의 공동체사업단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용숙(90)·구문임(76) 어르신(사진 왼쪽부터). '종로&장금이'의 주무대인 복지관 5층 장독대에서 전통장이 담긴 장독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유창재

통계청이 전날(29일) '2025 고령자 통계'를 발표했다.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3%에 달하는 1051만4000명이라고 한다. 이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음을 확인하는 결과다. 달리 생각하면 새로운 '노년' 노동 자원이 배출되는 것이다.

'장 담그기'는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2013년 김장문화에 이어 두 번째다. 노년이 잘할 수 있는 '종로&장금이'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새 길을 제시하는 성공사례가 됐다.

제1대 장금이로 13년째 참여 중인 조용숙(90)씨에게 더 이상 노년은 잿빛 미래가 아님을 볼 수 있었다.

"음식을 좋아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해 참여하게 됐다. 장 담그는 법은 시어머니로부터 전수 받았다. 복지관에 와서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봉사도 하고, 수업도 받고, 안 해본 게 없다.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그의 도전은 놀라웠다. "지금 나이가 있지만 드럼도 배우고 있다. 치매도 안 오고 너무 즐겁다. 마음 자체가 즐거우니, 활력도 생긴다"며 "실버(시니어) 모델도 한다. 내 주변에 복지관이 있는 게 '노인들의 천국'이다. 마음도 젊어진다"고 말했다.

올해 아흔인 그가 '드럼', '모델'이란 단어를 말할 때 눈빛은 반짝였고 표정은 밝았다. 끊임 없는 도전의 삶이 주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구현동화도 5~6년 했다. 당시 나이가 70대였는데, 어린이집 사업이 없어지면서 봉사 활동을 해왔다"며 "우리 애들이 그런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하세요'라고 하지만, 복지관에 오는 게 너무 즐겁다. 여기 아니면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함께 만들고 나누는 '장 담그기'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의 공동체사업단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용숙(90)·구문임(76) 어르신이 전통장을 보여주고 있다. ⓒ 유창재

인생 1막을 끝낸 노년을 능력 있는 노동자로 빛나는 제2 인생으로 살게 하는 노인일자리 기획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더구나 서울 도심 속에서 전통장을 만드는 일을 생각해냈을까.

정수란 종로노인종합복지관 과장은 "종로구 특징은 문화재가 많아 전통미가 있고, 대기업도 밀집해서 현대적인 모습도 갖추고 있다"며 "두 가지가 공존하는 역사 도시 종로 한가운데서, 우리가 전통문화를 직접 전수해보자,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취지에서 장금이 사업이 처음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안내를 받아 장금이들의 주무대인 복지관 5층 장마당을 둘러봤다. 눈에 들어온 것은 100여 개의 윤기 흐르는 장독들이었다.

정 과장에 따르면 50년간 장을 담아온 어르신들이 전통 방식을 고집해서 장을 담근다. 이 때문에 대량 생산이 아닌 1년간 천천히 숙성시킨 한정판 장을 생산한다. 음식의 뿌리인 '장'을 어르신들이 직접 후손들에게 전수한다는 가치 또한 담겼다. 처음에는 어르신들마다 손맛이 달라 장맛의 표준화를 위해 장 전문가 등과 함께 종로&장금이만의 레시피도 만들었다고 귀띔해줬다.

올해 목표는 인재육성 시스템을 통한 신노년 일자리 확대라고 한다. 2023년 처음 문을 연 취업교육인 '장금이학교'를 통해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 교육을 한다. 첫해 15명, 다음해 20명의 장금이를 양성했다. 올해 11월에 세 번째 교육 예정이다. 또 장체험 요리클래스 신규 코스를 개발하고, 어린이집 대상으로 찾아가는 장금이, 서울시민 대상 장독분양사업 등을 진행한다. 현재까지 전통장 프로그램에 4423명이 참여했다. 이 모델을 4곳에서 배워갔다.

된장과 고추장, 간장 등을 판매해 상당한 매출도 올렸다. 전통된장 1통(500g) 가격은 9000원, 찹쌀고추장은 1만2500원이다. 2023년 디지털 커머스 사업에 도전해 연 180만 원의 매출을 냈다. 이후 홍보 활동을 적극 한 결과, 지난해 약 1억1000만 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월 100~4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번 추석 때 4000만 원 정도의 선물세트 주문이 들어와 완판 되는 등 지난해 연매출을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노하우를 담은 <장금이의 장맛>이란 책도 내놨다.

이는 시니어 장금이들이 고령화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바꿔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능력 있는 노동자로 인생 후반기를 정체기로 보내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인생 황금기의 연속이다.

한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정관 스님(관장)을 비롯해 46명이 종사하고 있다.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 40명도 있다. 등록 회원수는 1만3971명이며, 60세 이상 종로구민의 33.4%가 등록돼 있다. 여성(62.4%)이 남성(37.6%)보다 많다. 70대(41.3%)와 80대(32.7%)가 주로 활동한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5층에 있는 장카페. 이곳에서 '종로&장금이' 노인일자리를 통해 1년간 숙성시켜 만들어진 전통된장, 찹쌀고추장 등이 판매되고 있다. 현재 진열장에 있는 상품은 이번 추석 명절 선물로 예약 주문이 완료된 제품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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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제3회 이산가족의 날..."대화·협력으로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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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10.04 16:00
  •  
  •  댓글 1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3회 이산가족의 날 기념식에서 임웅순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3회 이산가족의 날 기념식에서 임웅순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이 머리를 맞대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며, "정부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이산가족의 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재회의 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3회 이산가족의 날 기념식에서 임웅순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정부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며, "국민과 이산 2, 3세들이 이산의 아픔을 기억하며 그 기억 속에서 희망을 꽃피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산가족들에게는 "분단과 대결이 삶의 울타리인 가정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고, 많은 가족들이 긴 세월 동안 서로의 소식을 알지 못한 채, 뼈저린 그리움과 아픔 속에서 살아왔다. 1985년 역사적인 첫 이산가족 상봉 이후 2만 8천여 분들이 서로 만나 안부를 확인했지만, 끝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고 위로를 전했다.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정부 출범 이후 남북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차분히 이어오고 있다"고 하면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 국회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다"고 협력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이 적대와 대결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공존의 길을 걸을 때, 우리는 전쟁의 공포와 이별의 아픔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풍요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남북의 적대 해결과 평화를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23년 3월 28일 '남북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이산가족법) 개정안 공포에 따라, 매년 추석 전전(前前)날(음력 8월 13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이산가족법 제12조의 2(이산가족의 날)는 제1항에 "남북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및 교류를 촉진하고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추석 전전(前前)날(음력 8월 13일)을 이산가족의 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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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서 추석 맞는 윤석열 부부…명절 특식 없지만 지상파TV 시청 허용

  • 이정애기자

    • 수정 2025-10-06 09:05
    • 등록 2025-10-06 09:00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3년 9월28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한복 차림으로 추석 대국민 영상 메시지에서 명절 인사를 하는 장면.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3년 9월28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한복 차림으로 추석 대국민 영상 메시지에서 명절 인사를 하는 장면.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구치소에서 추석을 맞는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교정 당국은 재소자들에게 올해 추석 연휴에 별도 특식 없이 실외 운동 시간만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이 수용된 서울구치소는 7일, 김건희 여사가 있는 서울남부구치소는 8일에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설에 이어 구치소에서 두번째 명절을 맞는다. 공휴일이라 변호인은 접견할 수 없고, 지난 4일에만 가족을 만나는 일반 접견이 가능했다.
     

    윤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구치소의 추석 아침 식단은 미니치즈빵·삶은 달걀·종합견과·두유다. 점심에는 유부우동국·돼지갈비찜·양념고추지·배추김치가 나오고, 저녁에는 소고기뭇국·꽁치김치조림·생김과 양념장·발효유를 배식한다.

    김 여사가 수감된 서울남부구치소는 아침으로 두부김칫국·오복지무침·김자반볶음·총각김치가 나온다. 점심은 청국장·달걀후라이·비빔나물·무생채, 저녁은 쇠고기매운국·잡채·열무된장조림·배추김치다.
     

    교정 당국은 올해부터 예산 문제로 추석과 설 명절 특식 제공을 중단했다. 예산이 확보되면 특식을 재개할 계획이다.

    추석 특식은 없지만 서울구치소는 지난 2일 기부 물품인 백설기를 미리 나눠줬다. 서울남부구치소는 사과와 바나나, 백설기를 1인당 하나씩 지급한다. 한글날인 9일에도 1인당 1700원 이내 특식을 준다. 서울구치소는 조각 케이크, 서울남부구치소는 유과 1봉이 나온다.
     

    구치소에선 명절 연휴 기간인 3∼9일 오전 9시15분부터 오후 9시까지 한국방송(KBS)1·문화방송(MBC)·에스비에스(SBS)·교육방송(EBS)1 등 4개 지상파 채널 생방송을 볼수 있다.

    이비에스1에서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추석 특집 영화로 ‘백 투더 퓨처2’를 방영한다. 7일은 ‘레미제라블’, 8일에는 ‘화양연화’를 볼 수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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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자민당 새 총재에 극우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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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5.10.04 21:05

  • 수정 2025.10.04 21:20

  • 댓글 0

15일 임시국회에서 새 총리로 지명 선출되면

자민당 첫 여성총재,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

총재선거판을 좌우한 여전한 자민당 파벌정치

최근 거세진 극우바람과 미국발 관세전쟁 영향

아베 신조의 ‘적자’ 다카이치의 위험한 역사관

‘사상 최악’ 아베류의 한일관계 피해갈까?

4일 일본 자민당(LDP)의 새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가 2차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5.10.4.AP 연합뉴스

4일 치러진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극우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64)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제29대 총재로 선출됐다. 다카이치 당선자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야당과의 연립확대 토대 위에 차기 총리로 지명 선출돼, 자민당 첫 여성 총재이자 일본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다카이치 후보는 이날 자민당 국회의원과 당원·당우가 각각 295명씩 투표자로 참여하는 1차 투표에서 183표(국회의원 64, 당원·당우 119)를 얻어, 2위인 고이즈미 신지(44)로 후보의 164표(국회의원 80, 당원·당우 84)보다 19표를 더 얻었으며, 2차 결선투표에서도 예상을 꺾고 표차를 더 벌였다.

1차 투표 1, 2위를 두고 국회의원과 47개 도도부현 지방연합회가 승자를 가린 2차 결선투표에서는 다카이치가 185표(국회의원 149, 도도부현 지방연합회 36)를 얻어, 156표(국회의원 145, 지방 11)에 그친 고이즈미 후보를 29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당초 국회의원 지지율이 더 높았던 고이즈미 후보가 2차 결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들이 많았으나,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64)보다 더 많은 국회의원 표(80)를 얻었던 고이즈미는 2차 결선투표에서는 145표 대 149표로 역전당했고, 47개 도도부현 연합회 표에서도 11표 대 36표로 뒤졌다.

여러 사전조사에서 당원·당우 표에서는 다카이치가 우세를 보여왔으나 국회의원 지지율에서 늘 크게 앞섰던 고이즈미가 국회의원표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유리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결과는 1차 투표 때 3, 4, 5위를 차지했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134표/ 국회의원 72, 당원·당우 62)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전보장상(59표/ 44, 11),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49표/ 34, 15)에 표를 던졌던 국회의원들 중 다수가 다카이치 지지로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새로 선출된 일본 자민당(LDP)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축하박수에 일어서서 화답하고 있다. 2025.10.4. 교도 로이터 연합뉴스

총재선거판을 좌우한 여전한 파벌정치

이는 불법 정치자금 조성, 통일교와의 유착 등으로 중·참의원 선거 등에서 연패하는 위기상황에 몰리자 ‘당 해체 차원의 과감한 개혁’을 내세웠던 자민당이 여전히 ‘파벌정치’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 준다. 아베 신조 정권 때 불법 정치자금 조성 사실이 폭로된 뒤 위기에 몰린 자민당은 파벌 해체를 선언(아소 다로 파벌만 유지)하고 실제로 파벌 형식을 지웠으나, 이번 총재선거 결과를 보면 파벌, 특히 파벌 영수들끼리의 정치적 이해타산과 이합집산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현존 파벌 회장으로 이번 총재선거의 ‘킹 메이커’ 소리를 들었던 아소 다로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파, 모데키 도시미쓰 파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거 다카이치 지지 쪽으로 담합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이즈미로서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하야시 관방장관 및 기시다 파 국회의원들 일부, 그리고 소수파인 이시바 총리 쪽의 지지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최근의 극우바람과 미국발 관세전쟁 영향

게다가 지난 7월 참의원선거에서 극우 참정당과 우파 국민민주당의 약진에서 드러났듯이 최근 더 뚜렷해지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와 극우세력의 급속한 세력확장도 다카이치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 일본 선거전의 핫 이슈가 물가 급등(인플레)와 실질소득 감소 등 생활고와 외국인 노동자 및 관광객들 급증에 대한 거부감, 과거사에 대한 역사 수정주의적 주장 재강화 추세 등이 그와 불가분의 관계로 엮여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권의 막무가내식 관세전쟁도 이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되지 않았을까. 5500억 달러의 대미 직접투자 협상 결과에 대한 일본 내의 불만은 3500억 달러 투자 압박에 대한 한국의 그것보다 덜하지 않다.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대미 재협상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 목소리를 낸 후보가 다카이치였다. 그런 주장이 더 잘 먹히는 쪽으로 일본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베 신조의 ‘적자’ 다카이치의 위험한 역사관

1961년 교토 인근 나라 현 태생인 중의원 10선 의원 다카이치는 총재선거 때 “마차 끄는 말처럼 일하자”며 “나 자신도 워크 라이프 밸런스(‘워라밸’)이란 말을 버리겠다,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자”고 외쳤다. 전형적인 우익 부국강병론자의 구호를 연상케 하는 다카이치의 그런 주장은 그의 극우적 역사관, 가치관과도 밀접하게 엮여 있다.

일본 (평화)헌법 개정론자인 그는 군대 보유와 ‘전쟁 포기’를 명기한 헌법 제9조 1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신 ‘자위대’란 명칭은 ‘국방군’으로 바꿔 명기해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한결같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론자다.

2006년 아베 신조 1기 정권 때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오키나와 및 북방영토 대책, 과학기술정책,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담당)으로 처음 입각한 다카이치는 그해 8월 일본 종전일(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유일한 각료(대신=장관)였으며, 이후 초지일관하고 있다. 방위비(국방비)를 더 늘리고 적기지 공격능력, 사이버 안보를 더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아베 신조에서 기시다 후미오로 이어진 일본 우익 내지 극우적 전략 또는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다카이치는 일제의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의 ‘고노 담화’와 1995년 ‘무라야마 담화‘가 “일본을 일방적으로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아베 신조의 주장 그대로다.

일장기를 훼손하는 자를 처벌하자는 ‘국기 손괴죄’도 신설하자는 그는 여성 ‘천황’ 계승과 부부 별성제에 반대하는 가부장적 가치관의 소유자이면서 10%선에 머물고 있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을 늘리는 등 여성의 사회진출을 늘려야 한다는 마거릿 대처류의 모순적 여권신장론자이기도 하다.

‘사상 최악’ 아베류의 한일관계 피해갈까?

일본 현실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본 최대의 우익단체 ‘일본회의’를 만든 극우 아베 신조의 ’적자‘, ’제2의 아베‘라는 말을 듣는 다카이치 정권의 대외정책은 아베 정권 때의 그것과 얼마나 다를까? 아베 정권 때의 한일관계는 “사상 최악”이었다.

일본으로서도 그 사상 최악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거나, 할 수 없게 된 최근의 나라 안팎 상황변화가, 다카이치 정권 이후 한일관계를 아베 정권 때와는 또 다른 차원으로 이끌가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볼 수 있게 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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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트럼프 제안 수용...이스라엘 “즉시 이행” 가자 종전 분수령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0/05 09:24
  • 수정일
    2025/10/05 09:2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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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공동 기자회견 후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가자지구 전쟁 종식 계획에 네타냐후 총리가 동의했으며, 하마스의 동의만 남았다고 밝혔다. ⓒ제공 :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구상안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모든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재 아래 가자지구 종전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이 종전국면으로 접어들 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생존자와 유해를 포함한 모든 인질을 석방할 것”이라며 “세부 사항 논의를 위해 즉시 중재자를 통한 협상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 발표 직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은 즉시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히며 인질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이미 세부 사항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하마스가 지속적인 평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정부도 즉각 화답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실은 4일 새벽 성명을 내 “이스라엘은 모든 인질의 즉각 석방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한 협력을 통해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공동 발표한 ‘가자지구 평화구상안’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에 인질 전원 석방과 무장 해제를 요구하며, 이스라엘이 합의에 동의한 뒤 72시간 내 인질 송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하마스 궤멸전을 공식 지원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면 누구도 본 적 없는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강한 압박을 가했다.

다만, 하마스는 이번에 평화구상안의 20개 항목 중 인질 석방 조항만 수용했다. 무장 해제와 무기 반납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 일부에선 “무장 해제는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 정치국의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이 끝나고 팔레스타인이 자치할 수 있다면 모든 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카타르와 이집트 등 중재국들은 종전 절차를 위한 외교 협의에 착수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미국, 이집트와 협력해 전쟁 종식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고, 이집트 정부도 “모든 당사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책임 있게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환영했다.

“ 홍민철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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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 조짐? 외교·경제 때문 아니다

대통령 국정 긍정률과 여당 지지도 동시 하락 조짐의 원인 분석

정치 김봉신(bongshinkim)25.10.04 19:11최종 업데이트 25.10.04 19:11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국정 긍정률이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조사가 있었다. 게다가 같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역시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낮았다. 지금은 비상계엄으로 국정 혼란을 야기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주변인들을 수사하는 내란 청산 과정이기도 하고,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데도 이처럼 국정 긍정률과 여당 지지도가 동반 하락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정 긍정률과 여당 지지도 동반 하락 조짐

한국갤럽 지난 9월 4주 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 긍정률은 55%로 직전 60%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5%포인트 하락했고,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높았던 65%보다는 10%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38%로 직전 조사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3%포인트 하락해,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40% 선을 하향 돌파했다. 두 지표 모두 최저치이다.

전국지표조사(NBS) 10월 1주 조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 긍정률은 57%로 횡보에 가까운 오차범위 내 변동이었지만, 대조적으로 부정률은 34%로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국정운영 방향성을 묻는 문항에 대한 응답 결과를 보면, '올바른 방향'이라는 응답이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수치인 55%다. '잘못된 방향'이라는 응답은 37%로 나타나 주목된다.

한국갤럽과 달리 전국지표조사는 대통령 국정 평가 문항을 4점 척도로 응답을 받아 2점으로 묶어서 보여준다. 그러니, 부정률은 '잘못하는 편이다'라는 소극 부정과 '매우 잘못하고 있다'라는 적극 부정을 합한 수치이다.

지난 8월 3주 33%의 부정률이 이번 34%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높은 수치였는데, 당시에는 소극 부정이 15%였고 적극 부정이 19%로 4%포인트 격차로 비슷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소극 부정은 13%이고 적극 부정이 20%로 7%포인트 격차다. 두 수치의 격차가 오차범위를 넘어서, 적극 부정률이 소극 부정률보다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물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이러한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4회 연속 24%를 기록했다. 전국지표조사에서는 22%다. 장동혁 대표 체제 국민의힘은 전화면접조사에서 20% 초중반대에 강하게 고착돼 있다는 분명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국정 긍정률이나 여당의 지지도가 야당 지도부의 공격적인 메시지와 행보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현재 상황이 썩 좋다고 볼 수 없다.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하방 압력을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란 청산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슈 프리미엄'이 희석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이를 확인해보자.

'외교' 평가, 주된 하락 원인 아닌 까닭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 과연 이 대통령의 실적 관련 기대와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봐야 한다. 두 가지 지점에서 봐야 하는데, 현재 초미의 관심사인 트럼프와의 협상이라는 외교 현안과 함께, 경제 분야에서 얻는 긍정률을 직전 두 대통령과 비교해봐야 할 것 같다.

먼저, 외교 현안의 대통령 긍정률에 대한 영향이다. 한국갤럽에서 대통령 긍정률이 55%로 최저치를 기록할 때, 대통령 긍정·부정 이유를 묻는 자유응답식 문항에서 부정 평가자 중 14%가 '외교'라고 언급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그러니, 외교 난맥상이 국정 긍정률에 하방 압력이 된다는 해석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부정 평가자 중 외교 언급량은 2주 전 9월 2주에는 22%, 9월 3주에는 18%, 그리고 9월 4주에는 14%로 그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외교로 인해 대통령 긍정률이 하락한다면, 부정 평가 이유 중 외교 언급량이 계속 높아지던지 최소한 유지는 돼야 하는데, 오히려 줄고 있다는 것은 외교가 대통령을 부정 평가하는 주된 이유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해준다.

더군다나 긍정 평가 이유 중에서는 9월 4주에 '외교'를 언급하는 비율이 직전 조사 대비 9%포인트 더 많아져 20%로 1위이다. 그러니, 외교 현안에 대한 대응은 오히려 긍정 평가를 떠받쳐주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통해 동맹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지표조사 10월 1주 보고서에서는 한미 관세협상 기조 인식을 다루고 있다. '관세율을 낮추지 못하더라도 우리 경제 사정상 현금성 직접투자는 적절치 않다'라는 응답이 55%, '미국의 요구에 맞춰 현금성 직접투자를 하더라도 관세율을 낮추는 게 적절하다' 29%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와 대통령의 편에 함께 하는 국민이 절반을 넘는 다수다.

결국, 외교 현안에서 당장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를 하고 지켜보는 국민이 더 많다는 사실에서, 외교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감도는 높은 편이고 따라서 외교 현안으로 대통령 긍정률이 하방압력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경제' 분야 긍정률도 높은 편

또 다른 측면에서는 '경제' 관련 기대와 평가도 확인해야 한다. 지난 9월 2주 한국갤럽은 대통령 취임 100일 분야별 정책 평가 조사를 해 발표했다. 여기에서 경제 분야에서 '잘하고 있다'라는 긍정 평가는 43%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각 분야별로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비슷한 시기 평가와 비교를 해서 보여줬는데, 윤 전 대통령이 더 나은 평가를 받은 분야는 없다. 경제 분야에서 윤 전 대통령은 24%의 긍정률이었으니, 19%포인트의 격차를 보여 상대적으로 크게 저조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분야별 정책 평가 중 '경제 분야'에 대한 평가를 아래의 표로 정리를 해봤다. 문재인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 시기를 연결하고 마지막에 이번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붙였다. 이념 성향별로도 추이를 볼 수 있도록 긍정률을 그려봤다.

▲경제 분야 평가(한국갤럽, 2017~2025년)한국갤럽이 지난 문재인/윤석열 정부 시기와 이번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에 조사한 경제 분야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를 전체 평균과 이념 성향별로 추이를 확인해 봤다.한국갤럽

전체적으로 문 전 대통령 취임 후 1년 동안 평가가 좋았던 점을 발견할 수가 있는데, 그 후 급격히 하락했다가 윤 전 대통령 시기에는 전반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을 볼 수 있다. 성향별로 보면, 진보 성향자는 문 전 대통령 시기에 긍정률이 높았지만 윤 전 대통령 시기에는 아주 낮았다. 대조적으로 보수 성향자의 긍정률은 문 전 대통령 시기에 낮았고 윤 전 대통령 시기에 높아졌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평가에서는 진보 성향자의 긍정률은 72%다. 직전 윤 전 대통령 시기 마지막 조사에서 5%였는데, 무려 67%포인트 더 높아진 거다. 보수 성향자 중 긍정률은 23%인데, 이는 문 전 대통령 시기와 견줘도 그리 낮은 수치는 아닌 듯하다.

여기에서 중도 성향자(검정색 선)의 긍정률이 중요한데, 거의 전체 평균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알 수가 있다. 그렇지만, 윤 전 대통령 시기에는 전체 평균보다 중도 성향자의 긍정률은 항상 미세하게라도 낮았던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이재명 대통령 시기 첫 조사에서 45%로 평균 대비 극히 미세하게 높은 것처럼 나와서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얻은 중도에서의 45% 긍정률은 2017년 외에는 처음 나타나는 높은 수치다. 게다가 직전 윤 전 대통령 시기 마지막 조사에서 중도 중 긍정률은 12%였지만,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조사에서는 무려 33%포인트 높아진 결과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그렇다면, 하방 압력은 어디에서?

외교 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긍정률 하락의 원인을 찾기 어렵다면, 과연 최근 대통령 국정 긍정률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동반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원인을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최근 현안 중에서 대통령 긍정률이나 여당 지지도보다 낮은 수용도를 보이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 보자.

한국갤럽이 9월 4주 발표한 '12.3 비상계엄 및 내란 의혹 사건 재판'에 대한 조사에서 '전담 재판부 설치해 이관해야 한다'라는 응답은 38%로 나타났다. '현 재판부를 통해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라는 응답은 41%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다.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담 재판부 설치에 대한 국민적 동의 수준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 내란·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법 발의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이성윤 의원 등이 18일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물론 조사마다 조금 다르다. <세계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9월 29~30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재판부를 통해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40%인데, '내란 전담 재판부를 설치해 이관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47%로 오차범위를 넘어서 우세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견해도 보자. 전국지표조사 10월 1주에는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출석 요구에 대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과도한 조치'라는 응답이 41%, '중대 현안에 대한 의혹 해소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가 43%로 대등했다.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42%, '사퇴해선 안 된다'는 응답이 47%로 역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법부 관련 현안에서 여권의 주장에 호응하는 여론은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본다면, 한국갤럽 9월 4주 자체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중 '대법원장 사퇴 압박, 사법부 흔들기'가 5%로 새롭게 등장했다. 최신 이슈 중에서 부정 평가자들에게 상당히 인상적인 이슈가 사법부 관련 논란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긍정 평가의 이유 중에서는 사법부 관련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결국, 사법부 관련 이슈는 국정 긍정률이나 여당 지지도를 떠받치는 상방압력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생각해본다.

심판의 역할을 해오던 사법부까지 정치권에서 압박을 가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여론도 있다는 건데,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으니 심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또한, 이러한 주장이 대통령 국정 긍정률과 여당 지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봄직 하다.

덧붙이는 글 [인용한 여론조사]

-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9월 4주한국갤럽 자체조사, 9월 23~25일, 무선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

- 전국지표조사(NBS) 10월 1주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 자체, 9월 29일~10월 1일, 무선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

-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세계일보 의뢰 한국갤럽 조사, 9월 29~30일, 무선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

#이재명 #대통령국정평가 #정당지지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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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연구로 세상 통념 바꾼 제인 구달 타계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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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5.10.04 09:45

  • 수정 2025.10.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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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여행 중이던 1일 91세로 수면중 영면

“지칠 줄 모르는 자연 보호와 복원 옹호자”

침팬지 육식, 도구 사용 사실 처음으로 발견

"우리는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그 일부일 뿐"

현장연구 은퇴한 뒤에도 환경보호운동 계속

제인 구달, 침팬지와의 교감. 가디언 10월 1일

침팬지 등 영장류 현장연구의 최고 권위자이자 생명과 자연환경 보호운동 선구자였던 제인 구달이 10월 1일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34년 영국 런던 태생인 제인 구달은 그의 나이 23세 때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베 국립공원 숲 속의 야생 침팬지 서식지로 찾아 들어가 현장에서 그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이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하고 육식도 하며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사고력과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해 동물과 영장류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만년에 생명과 환경보호 운동가로 활동하면서도 운동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 주에 미국 뉴욕에서 강연하고 월스트리트 저널 팟캐스트에 출연한 그녀는 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신의 60여년의 연구와 삶의 이력을 되돌아보는 행사에 참석한 뒤 다음 주에는 워싱턴 D.C.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1977년에 설립된 제인구달연구소는 1일 구달이 미국 강연투어의 일환으로 캘리포니아에서 행사를 진행한 뒤 수면 중에 노환으로 자연사했다고 발표하고, “동물행동학자로서 구달 박사의 발견은 과학에 혁명을 일으켰다”면서 그녀가 “자연세계의 보호와 복원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옹호자”이기도 했다고 기렸다.

 

제인 구달. 2017년 런던에서 촬영. 가디언 10월 1일

타잔처럼 살고 싶었던 구달

가업인 카드 제조로 벌어들인 돈을 상속받은 카 레이서 모티머 구달과 영국 남부 본머스의 교회 목사의 딸이었던 마가렛 조지프 부부의 두 딸 중 맏이었던 제인 구달은 가난하지만 쾌활하고 자상한 여성들로만 구성됐던 가정에서 자랐다. 할머니, 어머니(2차 대전에 참전했던 모티머 구달과는 1950년에 이혼), 그리고 2명의 미혼 이모가 그 가정을 이끌었다. 어머니는 규칙보다는 합리적 이성을 우선하는 양육방식을 믿었고, 소녀들에게 기회가 제한돼 있던 그 시절에 딸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어린 시절 달걀이 어디서 나오는지 관찰하기 위해 닭장 안에 몇 시간이나 숨어 지켜보던 딸을 찾지 못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던 어머니는 딸이 나타나자 벌을 주는 대신 발견한 것들에 대한 구달의 얘기를 주의깊게 들어 주었다.

어린 구달이 가장 되고 싶었던 것은 나무 가지 위에 앉아 읽던 책 속의 영웅 타잔처럼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밀림 속을 줄을 타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타잔처럼 아프리카의 유인원들과 함께 사는 삶을 꿈꿨다. 그것을 위해 어릴 적부터 동물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침실 창문으로 다가오는 새들을 길들이고 말을 타는 법도 배웠다. 혼자 절벽을 오르내리며 여러 작은 포유류들도 만났다.

23세 때 옛 학교친구 초청으로 케냐 나이로비로

20대 초에 그 꿈을 이루게 해 줄 기회가 찾아 왔다. 예전 학교 친구로부터 편지가 왔는데, 그 친구는 영국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 외곽 언덕에 있던 자신의 아버지 농장에 와서 지내라고 구달에게 권했다. 1951년 남부 풀에 있는 남녀공학 업랜즈 고교를 졸업하고 비서 출신의 어머니 권유에 따라 옥스퍼드와 런던에서 비서 일을 하고 있던 구달은 옛 학교친구의 초청을 받고 어머니 고향 본머스로 가서 아프리카행 배 표값을 벌기 위해 웨이트리스로 일한 뒤 23번째 생일을 맞기 직전인 1957년 4월에 나이로비로 갔다. 친구 아버지의 농장에서 한 달을 지낸 뒤 구달은 마을에서 방을 잡고 비서일을 시작했다. 목표는 타잔처럼 아프리카 야생동물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구달이 찾아낸 방법은 나이로비에 있던 코린던 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였던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의 비서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리키는 인류의 진화가 아프리카에서 시작됐다는 확신을 갖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것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유인원 조상들의 행동을 이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아프리카 유인원, 특히 침팬지를 연구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야생의 침팬지를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침팬지는 사납고 변덕스러웠으며, 사람보다 몇 배나 힘이 세서 총 없이 침팬지를 찾아다니는 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로 여겨졌다.

 

가디언 10월 2일

1960년 탕가니카서 침팬지 ‘과학탐험’ 시작

바로 그때 구달이 리키 앞에 나타난 것이다. 리키는 첫인상이 좋았던 구달을 박물관 비서로 채용했다. 구달이 동물들과 오랜 시간 함께 지낼 수 있는 열정과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리키는 서부 탕가니카 지역(지금의 탄자니아)으로 야생 탐험을 떠나기로 했다. 구달은 영국이 곰베 스트림 침팬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탕가니카 호숫가 숲 외딴 곳에 캠프를 설치했다. 거기에는 야생 침패지들이 있었고, 리키는 비서가 자신의 확신을 뒷받침해줄 유용한 뭔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그때도 구달을 밀어준 것은 어머니였다. 원래 영국 식민당국은 여성이 혼자 숲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구달과 함께 들어가겠다며 그 금역을 허물어준 것이 어머니였다.

그리하여 1960년 7월 “세계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과학탐험이 시작됐다.”(<가디언> 10월 2일)

침팬지 육식, 도구 사용 사실 발견

그해 말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서 당시 26세였던 제인 구달은 야생 유인원 연구 현장 과학자로서의 그녀의 명성을 굳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는 침팬지가 그때까지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붉은 고기(red meat)를 먹는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그 전까지는 그런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관찰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침팬지는 채식주의자’라는 것이 정설로 굳어져 있었다.

또 한 가지는 더 놀라운 사실이었는데, 그것은 침팬지가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침팬지는 흰개미가 세운 높다란 흙탑 옆에 웅크리고 앉아 긴 풀줄기를 손질해 흙탑 속 구멍 깊숙이 찔러넣는 ‘탐침’(probe)이자 낚싯대로 활용했다. 침팬지가 그 탐침을 좁다란 흰개미 흙집 속 터널 안 깊숙이 찔러넣으면 굴 안에 있던 병정계급 개미들이 본능적으로 강력한 턱을 침입물체에 박어넣었다. 그러면 침팬지는 조심스레 그 풀줄기를 빼내서 달라붙어 있는 병정개미들을 훑어 먹었다.

흰개미는 동아프리카 지역의 여러 종의 원숭이들에게 먹이가 될 만큼 그들에겐 맛있는 먹이였으나 그들을 이처럼 낚아서 먹는 전통(tradition of fishing)으로 발전시킨 것은 침팬지뿐이었다.

야생 침팬지가 물체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처음 목격한 사람은 구달이 아니었으나, 그 행동을 그토록 면밀하고 반복적으로 관찰하면서 철저하게 기록한 최초의 인물은 구달이었다.

침팬지가 고기도 먹고(육식)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놀라운 발견이었고, 구달은 그것으로 영쟝류학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원래 6개월 정도로 끝낼 예정이었던 그 연구 프로젝트는 구달의 그런 발견으로 새로운 지원 속에 더 많은 연구로 이어졌다.

당시까지 동물들은 대체로 반사작용과 본능의 무의식적 연쇄로 엮인 존재로 여겨졌으나, 구달은 야생 침팬지 관찰과 연구를 통해 그들이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계획을 세우고, 감정적인 삶을 영위하며 개별적인 성격(personality)과 특성(character)에 따라 행동하는 신중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가디언 10월 2일

케임브리지대 동물행동학 박사학위

구달은 자신만의 방식, 그리고 결단력과 용기, 회복력과 열정으로 동물관찰과 과학에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데 기여했다. 현장연구를 통해 그것을 보여 줌으로써 구달은 그때 이미 세계 최고의 야생 침팬지 전문가가 됐다. 그것으로 그녀는 대학 학부 졸업자에게 주는 학사학위도 없이 1962년에 캐임브리지대 동물행동학 박사 과정생으로 입학해 1966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시절 그녀는 이미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자신의 연구 주제들에 관한 글을 써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런 글들을 바탕으로 쓴 <인간의 그늘에서>(1971)는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과학적 명성과 세속적 인기의 충돌

한동안 그녀의 인기는 그녀가 쌓은 과학적 명성을 능가해 때로 그것이 서로 충돌하기도 했다. 좋은 과학이란 원래 지루해야 하는 것(boring) 아니냐는 당시의 통념과, 어떻게 그렇게 예쁘고 젊은 여성이 일류 과학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라는 경이의 충돌. 그런 논란의 중심에 동물학자 솔리 주커먼이 있었다. 1962년 구달이 과학 학회에서 첫 논문을 발표했을 때, 주커만은 침팬지 육식에 대한 그녀의 그 보고를 일상적이지 않은 일회성 기담(anecdote)에 토대를 둔 아마추어의 것이라 질책했다. 주커만은 그때 동물행동학자 데스몬드 모리스에게 보낸 짧은 서신에서 구달의 학회 발표에 의해 자극받은 자신의 ‘불안감’에 대해, “보통 비과학적인 취급을 받아 온 주제가 화려함(glamour. 젊고 아름다운 구달의 매력) 때문에 계속 비과학적인 그늘 속에서 다뤄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썼다.

그런 비난에도 구달의 전문가적 명성은 높아갔다. 1970년대 초에 구달은 스탠퍼드대의 정신의학 및 인간생물학 방문교수, 탄자니아 다르에살람대 동물학 방문교수가 됐다. 나중에 그녀는 미국 터프처대, 남가주대, 코넬대 교수도 역임했다.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낸 <곰베의 침팬지>(1986)는 곰베에서의 연구에서 얻은 야생 침팬지 연구 초기 25년의 지식을 요약한 것이었다. 이는 시카고 과학 아카데미에서 영장류학자들이 국제총회를 열게 만들었다. 그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야생 침팬지가 아프리카 전역에서 감소하면서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외부로 유출돼 우리에 갇힌 침팬지들은 종종 학대와 혹사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냉엄한 공통인식에 도달했다.

현장연구에서 은퇴한 뒤 환경보호운동가로

25년 넘게 곰베 숲에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관여했던 구달은, 현역 과학 연구직에서 은퇴하고 환경보호론자이자 활동가로 주 활동영역를 바꾼 뒤에도 곰베 스트림 연구센터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곰베 센터는 오늘날 가장 오랫동안 운영된 과학 현장 연구 시설로 남아 있다.

1991년, 연구소는 젊은이들을 환경 보호에 참여시키기 위해 '뿌리와 새싹(Roots and Shoot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구달과 함께 활동하는 학생들로 시작되었지만, 이후 약 100개국에 걸쳐 활동적인 젊은이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올해 초, 연구소의 '행동을 통한 희망(Hope Through Action)' 프로젝트는 5년간 2950만 달러(약 415억 원)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 계획은 탄자니아 서부의 멸종 위기에 처한 침팬지와 그 서식지를 재조림과 "지역사회 주도 방법론"을 통해 보호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며 지역 사회의 생계를 개선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하지만 1월 20일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는 그 지원금을 삭감해버렸다.

80대가 넘은 나이에도 구달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글을 쓰고 강연을 이어가며 활동의 속도를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가장 조용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

오랜 기간 그녀와 긴밀히 협력해 온 이스트 앵글리아대 생물학자 벤 개로드 교수는 타계 소식을 듣고 말했다. "제인 구달은 세상을 바꾼 인물이었다. 그녀는 시끄러운 방에서 가장 조용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녀는 젊든 나이들었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인간이든 동물이든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녀는 1년에 300일을 여행하며 쉬지 않고 일했다. 내가 그녀를 아는 동안 매일 일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환경 변호사 파르하나 야민은 구달이 "유인원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며, “그녀의 탁월한 관찰 덕분에 우리는 언어, 사랑, 배려가 인간을 넘어선 세상의 핵심 요소이며, 우리는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그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구달이 "자신의 영웅"이라고 했다. "탄자니아 침팬지에 대한 그녀의 획기적인 연구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척들이 어떻게 살고, 사회화하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켰다. 우리는 침팬지를 비롯한 유인원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녀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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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버스 노선 개편에 반발, 주민감사청구 서명 1만명 돌파

“혈세 1000억 투자하는데, 시민의 편의성과 공공성보다 버스 업체 이익이 우선인가”

울산 울주군 율리공영차고지에 배차를 앞둔 시내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뉴시스


울산시가 27년 만에 감행한 전면적인 버스 노선 개편이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한 주민감사청구를 촉구하는 주민 서명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1만 명을 돌파했다. 울산시는 '빠른 이동'과 '효율적 운영'을 명분으로 내세워 버스 노선 개편을 단행했지만, 지역에 따라 배차간격 증가, 차량 부족, 환승 지연, 정보 부족 등으로 혼란을 빚고 있는 현실이다.

 

 

 

울산의 유일한 대중교통 버스
27년 만에 노선 개편했다가 주민들 반발 왜?


울산시의 면적은 서울시의 약 1.7배이다. 제조업과 산업 중심의 도시인 만큼 유동 인구가 많다. 하지만 울산시 안에서 시민들의 일상적인 이동을 도와줄 대중교통 수단은 사실상 버스가 유일하다. 서울과 대구, 부산, 광주 등 주요 도시에 있는 지하철이 울산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버스 노선 개편은 주민들의 생활에 굉장히 밀접한 문제다.

울산시는 2022년 12월 용역 결과 분석과 2023년 11월 주민설명회 개최 등의 과정을 거쳐 2024년 12월 버스 노선 개편의 최종안을 마련했다. 일반버스 노선과 대수, 횟수를 줄이고 좌석버스의 노선과 대수, 횟수를 늘린 게 골자다. 이에 대해 울산 시민사회단체는 버스 이용자 입장에선 교통비가 상승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개편으로 인해 지나친 우회, 대기 및 이용시간 증가, 환승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울산시에 민원 제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울산시는 버스 노선 개편 최종안을 발표한 이후 지난 7월 5일까지 4차례에 걸쳐 미세조정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 울산시당 동구지역위원회가 지난 7월 8일부터 30일까지 동구 거주 주민 및 동구 생활 인구 201명을 대상으로 '버스 노선 개편 이후 전반적인 만족도'에 대해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과반인 61.7%(124명)이 '매우 불편해졌다'고 응답했고, '불편해졌다'도 19.9%(40명)에 달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불편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반면 '매우 편리해졌다'는 4.5%(9명), '편리해졌다'는 3.5%(7명)에 불과했다.

특히 미세조정을 실시한 이후에도 '만족하지 않는다'('매우 만족하지 않는다' 포함)는 응답이 72.2%(145명)로 높게 나타났다. 울산시의 미세조정도 실효적인 대응이 되지 못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선을 원상 복구하라"는 요구가 주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버스 노선 개편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4차 미세조정으로도 결정적인 불편사항은 해소가 안 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노인층, 청년학생들의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106번, 123번, 124번 등 장거리 일반버스 노선의 원상 복구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울산시 울주군 주민대회조직위원회와 UNIST 학부 총학생회도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가 병원에, 학생이 학교에 갈 교통수단이 제대로 없는 노선"이라며 "공공성이 결여된 채 진행된 울산시 버스노선 개편을 즉각 재조정하라"고 촉구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울산시민연대 역시 버스 노선 개편안이 나온 뒤 입장문을 내고 "버스노선 개편의 필요성은 있었지만, 준비 부족과 예산 절감 우선 및 버스 업체 이익 보장 등이 뒤섞이면서 결과적으로 시민 불편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부정적 여론은 주민감사청구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버스 노선 개편과 관련해 주민감사청구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에 돌입했는데, 추석 연휴를 목전에 두고 1만 명을 돌파했다. 서명 운동을 벌인 지 불과 보름 만이었다.

진보당 울산시당 관계자는 "서명에 참여하는 주민이 줄어들고 있지 않아서 목표 인원인 1만 명을 넘어섰지만 계속 서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민감사청구 요건은 청구인 300명 이상이기 때문에, 진보당 울산시당은 당장 주민감사청구를 할 수도 있지만, 주민 여론을 더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추석 연휴를 보내고 10월 23일 울산시청 앞에서 대규모 주민 집회도 열 방침이다.

 

 

 

진보당 울산시당이 지난 9월 11일 버스 노선 개편에 대한 주민감사청구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보당 울산시당 제공

 

 

 

시민 편의성보다 버스 업체 이익?
버스 공공성 강화 여론이 커지는 이유


진보당 울산시당은 ▲장거리 일반버스 노선 복원 ▲환승 노선 전면 개편 ▲출퇴근 시간시 버스 배차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별로 구체적인 버스 노선에 대한 조정안도 마련해 제시했다. 다른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도 마찬가지다. 

진보당 울산시당 관계자는 "(울산의 특정 지역 주민만이 아니라) 울산 시민 전체가 이렇게 한번에 공분한 적이 없을 정도로 모두가 (이번 버스 노선 개편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외곽지의 경우 멀리 이동해야 하는데 멀리 갈 수 있는 노선 자체가 없어기도 하다보니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도심도 마찬가지로 원래 있던 노선이 없어지다보니 환승을 해야 하는데 40~50분씩 기다려야 할 때도 있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통약자들이 특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어르신의 경우 휴대폰 앱을 이용해 버스 오는 시간을 확인할 수도 없다보니 답답함을 크게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무엇보다 버스 노선 개편 근거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줄 것을 울산시에 요구하고 있다. 앞서 울산시민연대도 울산시에 버스 운행 관련 기본정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울산시는 교통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적 자료뿐만 아니라 심지어 교통관리센터에 게시돼 있는 자료도 울산시는 대부분 '정보 부존재'로 답변했다. 이에 울산시민연대는 납득할 수 없다며 자료 공개를 위해 행정심판까지 청구한 상태다.

진보당 울산시당 관계자는 "버스 노선을 개편할 때 시민들의 의견 청취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관련 회의 자료를 비롯해 노선 개편 근거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요청했지만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며 "울산시가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과 제대로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 제일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버스는 민영시스템에서 운영되다보니, 개편 과정에서 시민의 편의성을 따지기보다는 돈이 안 되는 노선을 이번에 없앤 거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저희가 주민 감사청구도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은 버스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전망이다. 미세조정만으로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방석수 진보당 울산시당 위원장은 "대중교통 개편은 공공성과 주민의 이동 편의성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데, 수익성을 기준으로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용률을 조사한다면, 인구가 많은 곳에선 많이 탈 것이고, 적은 곳에선 적게 타지 않겠나"라며 "울산시가 1년에 1000억원 가까이를 (버스 회사에) 지원하는 상태에서 그 예산이 주민의 이동 편의성과 공공성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몇 명이 타서 얼마나 수익이 남느냐를 기준으로 삼은 설계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민들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렴해야 하는데 형식적으로만 수렴해 제대로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분노가 심한 곳에 찔끔찔끔 미세조정을 하고 있다"며 "이건 대중교통의 일반적 기준 원칙에도 어긋나고 절차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그야말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방 위원장은 "대중교통은 일반 서민의 발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공공성을 기본으로 전제하지 않으면 시민의 혈세를 1000억 원 이상 투자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근본적으로는 노선의 결정 권한을 시민에게 돌려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울산시 측은 주민 의견을 계속 수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울산시 버스택시과 관계자는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주민이 개별적으로 민원을 넣거나, 구청 관계 부서, 시의회와 구의회 차원에서도 계속 요구가 들어오고 있다"며 "구체적인 제안이 있다면 검토해서 보완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또한 "7월 5일까지 4차례에 걸쳐 미세조정을 했다. 그 이후에 최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안정화하고 적응하는 기간 필요하고, 그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돼야 한다"며 "그 결과에 따라 노선을 최적화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개편된 노선을 원상 복구하거나 전면적으로 다시 개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정보 공개 요구에 대해선 "분석을 해서 통계를 내야 하는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고 해서 우리가 요구 사항에 맞춰 데이터를 계속 만들어줄 수는 없지 않나"라며 "정보 공개를 안 할 이유는 없지만, 행정에서 만들어져 있는 데이터가 아니면, 요청한 데이터를 모두 만들어서 제공해줄 수는 없다"고 답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버스 노선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버스 대수를 늘리는 게 최선의 방법인데,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에 대한 재정 지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무작정 버스 대수를 늘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지고 있는 한정적인 자원으로 27년 만에 한번 노선을 조정해보자는 게 이번 노선 개편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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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셰셰 정신'이 옳았다…조선일보 사설을 '국힘'에 권유하며

[박세열 칼럼] 혐중 정서에 매몰된 보수 정치의 각성이 필요한 때

<조선일보>가 최근 중국을 다룬 연속 사설을 지면에 실었다. 총 7개 사설을 쏟아냈다. 신문이 '연속 사설'이라는 이름으로 한 가지 주제에 대한 기획 논평을 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1번부터 6번까지의 사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한국 산업 다 잡은 중국 굴기 주역은 기업 아닌 공산당(9월 22일자), 가공한 차이나 스피드, 속도는 한때 우리의 정체성이었다(9월 23일자), 봉제에서 로봇까지, 모든 산업 다 하는 중국, 우린 뭐하나(9월 24일자), 몇년 앞서가 길목 지키는 중, 우리 미래가 막히고 있다(9월 26일자), '중국 밖의 중국'이 더 커져, 우리 설 땅 좁아진다는 뜻(9월 29일자), 이공계 매년 580만명 배출 中, 1년 출생 23만명 韓은 의대로(9월 30일자) 등이다.

 

"공산당", "우린 뭘 하나", "우리 설 땅 좁아진다"는 수사는 '소멸의 공포'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기획은 조선일보식 '공중증(恐中症)'의 표출로 읽힌다. '시장 보수' 논객인 정규재가 이를 두고 "중국 경계론의 전형적인 황색 과장이며 경제발전에 대한 몰이해"라며 "K시리즈로 시작되는 국뽕물들이 대체로 그렇다 하겠지만 중국을 거대하고도 불가피한 하나의 고형적 법칙처럼 인식하는 것도 실로 허망하다"고 논평한 데 대해 대체로 공감한다. 나아가 정규재는 "한국이 지금의 부국 혹은 유사 선진국으로까지 올라선 것은 그 상당부분이 중국 덕분이었다"며 "조선일보의 사설은 바로 그 본질적 줄거리를 생략한 채 혐중의 위기감을 극화하는데 분주하다. 그런 논리들이 명동거리와 대림동의 유사 폭력적인 극우 시위대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까지 비판한다.

하지만 마지막 7번 사설에서 '급변침'이 벌어졌다. 놀랍게도 조선일보의 사설 제목은 "중국 산업의 쓰나미에 올라타야 한다"(10월 2일자)였다.

ⓒ조선일보 누리집 갈무리

 

조선일보는 "쓰나미 위에서 파도를 타는 법은 무엇일까.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려고 하지만 미국조차 불가능한 일이다"라며 "우리는 방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심장부로 뛰어들어야 한다"면서 "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중국과 함께 세계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파격적이다.

'독재국가' 중국에 비판적이고 '친미 일변도'의 논조를 보이던 조선일보에서 이런 결론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은 공산당의 지휘 아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면서 '기술 발전' 그 자체를 위해 내달리는데, 그런 중국과 싸우기 위해 우리도 민주주의를 일부 희생할 준비가 필요하다"는 식의 결론으로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경제 논리'가 '정치 논리'에 앞서는 보수 내부의 위기감과 인식 변화를 보는 것 같다.

 

지금의 중국을 만든 건 아이러니라는 진부한 수식어를 붙일 필요조차 없이 미국이다. 21세기의 시작을 알린 세계사적 중요한 장면 두개를 꼽으라면 2001년 9월 11일의 9.11테러, 그리고 2001년 12월 11일 중국의 WTO 가입이다. 이 두가지 사건에서 세계 질서는 2001년 12월 11일 재편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혹독한 '시장 개혁'을 겪으며 개방과 구조조정에 나섰고, 구소련 붕괴 후 '1극체제'를 자신하던 미국은 중국의 세계 시장 편입으로 인한 자본주의 확장을 즐기며 부를 쌓아갔다. 그리고 세계는 중국과 함께 부를 쌓아갔다.

 

미국이 착각한 게 하나 있다면 '중국의 경제 발전이 중국을 민주주의로 이끌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오히려 '시진핑 체제'를 만들었다. 1983년 마오쩌둥 이래 개혁과 개방을 이끌고 평균 10%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이란 '성과'를 보여왔던 중국은 공산당 집단 지도체제를 '1인 독재' 체대로 전환했다. 사실 시진핑 체제는 중국의 '불안증'의 산물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시진핑 집권 이후 6.2%로 떨어졌다. 임금 상승, 인구 감소, 부동산 리스크, 경기 둔화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른바 '중진국 함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중국식 '추격형 성장의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시진핑은 지금 2차 '문화혁명'으로 거대 시스템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SNS 시대에 '국가주의'와 '쇼비니즘', 그리고 문화 통제를 통해 '자유주의'를 막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기술을 이용해 거대한 '디지털 독재' 모델을 전 사회에서 구현해내고 있는 중이다.

 

근본적인 의문은 중국이 '시진핑 체제'를 스스로 만들어 미국 및 서방과 대치하기 지작했는지, 아니면 미국과 서방이 중국을 '시진핑 체제'로 몰아갔는지 여부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따지기는 어렵지만, 1990년 소련의 붕괴 후 미국 중심의 1극 체제가 균열이 간 시점은 2008년 금융위기였다. 위기시엔 '적'이 필요하다. 미국과 서방은 흔들리는 경제 위기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외부의 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설정했고, 중국은 이에 대해 화답하듯 '시진핑 체제'를 구축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켰다.

 

트럼프라는 상징적 인물이 제국 미국이 앓고 있는 불안증(Anxiety disorder)의 표출이라면,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중국의 위협'은 과장된 측면이 많다. 오히려 중국의 내부 불안증을 해소해주면서, 미국과 서방 세계가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세계 경제는 중국 없이 돌아갈 수가 없다. 포린어페어스 편집장 등을 지낸 국제 정치 전문가 파리드 자카리아는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에서 "미국은 중국이 경쟁자이자 고객이며 적대자이자 협력자라는 복잡한 관계를 반영하는 대중국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국가들은) 국제 무대에 펼처진 메뉴판에서 미국 요리 일부와 중국 요리 일부를 각각 골라 단품으로 주문하고 싶어한다. 미국이나 중국이 정식 코스 요리만 고르라고 고집한다면, 즉 중국을 거부해야만 미국과 가까워질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면 각국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를 억제하고 무력화시키기 위한 경제 제재가 실패한 것은 세계 경제가 제재를 빠져나갈 수 있을만큼 광활한 공간이며 많은 국가가 미국이 무엇을 원하든 원치 않든 상관없이 어떤 나라와도 기꺼이 교역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되새겨 봐야 한다."

 

지금 국제질서는 80년대 '미소 양극' 체제를 벗어나 90년대 '미국 일극' 체제를 거친 후 '다극 체제'로 접어들고 있다. 쇠퇴하는 미국과 중진국 함정에 빠진 중국, 과거 향수에 빠진 러시아가 각자 처한 불안증을 표출하며 전지구적 불안과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이자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좁은 길' 외엔 없다. 그러니 우리는 조선일보의 지적대로 '중국의 심장'으로 뛰어들어 '중국과 함께' 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양자택일'은 만들어진 공포이자 환상이다.

 

국민의힘 등 보수도 세계가 '자유세계'와 '반자유세계'로 나뉘어 있으며, 우리 내부에 '자유주의 세력'과 '반국가 세력'이 암존하고 있다는 '윤석열식의 망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재명의 '셰셰 정신'을 비웃을 때가 아니다. 아니, 이재명의 '셰셰 정신'이 필요하다. 명동과 대림동에서 펼쳐지는 혐중 시위에 단호히 선을 긋고, '21세기 똘이장군' 같은 이준석 식 '영포티 감성'의 반중 혐오 정치를 버려야 한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보수 내부에도 성찰이 필요하고, 국제 전략이 필요하다. 조선일보의 사설을 보수 정치인들이 정독하길 바란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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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대미투자 3,500억달러 요구 철회 촉구

국회의원 13명, 미대사관에 '동맹무시, 경제침탈 미국 규탄' 항의서한 전달(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10.03 16:37
  •  
  •  수정 2025.10.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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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한창민, 이재강, 서왕진, 윤종오 의원(왼쪽부터)이 2일 오후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갖고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앞서 사진촬영을 했다. [사진-김준형 의원실 제공] 
김준형, 한창민, 이재강, 서왕진, 윤종오 의원(왼쪽부터)이 2일 오후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갖고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앞서 사진촬영을 했다. [사진-김준형 의원실 제공] 

대한민국 국회의원 13명이 추석연휴 전날인 2일 오후 미국대사관 앞 광화문광장에서 '동맹 무시, 경제 침탈 미국 규탄'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실무진을 통해 미 대사관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선불'로 할 것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상관없으니, 경제적 항복 문서에 당장 서명하라는 명백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한민국 외환보유액의 84%에 달하는, 3,500억 달러를 현금 선불로 지급하라는 요구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며, 대한민국 경제를 파괴하는 무도한 압박"이라고 하면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투자규모를 일본 수준인 5,500억 달러(770조 원)까지 늘리라는 비공식적 요구를 늘어놓은데 대해서는 "얼토당토않은 무도함을 넘어 경제적 수탈이자, 동맹이라 부르기조차 부끄러운 명백한 약탈"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의약품 100% 품목관세, 반도체 100% 수입관세, 미국밖에서 제작된 영화에 100% 관세 부과 등 미국의 요구는 "대한민국에 대한 경제 침탈과 세계를 향한 수탈적 압박 시도"라고 하면서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불합리한 관세협박, 이어질 안보협박에 흔들리지 않고 단호히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호 존중에 기반한 정당한 협력과 이익의 거래가 아니라, 불평등하고, 부당한 강압에는 불복종으로 강력하게 맞설 것"임을 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준혁(더불어민주당), 이주희(더불어민주당), 정춘생·박은정·김준형(조국혁신당), 한창민(사회민주당 대표), 이재강(더불어민주당), 서왕진(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윤종오(진보당 원내대표), 정혜경(진보당), 백선희(조국혁신당), 손솔(진보당), 이해민(조국혁신당) 의원이 참가했다.

앞서 지난 9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5명(김상욱, 김준혁, 이재강, 임미애, 권향엽 의원)이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구금사태 관련 미국측의 사과를 촉구하고 상호 호혜적 협상 등 입장을 밝힌 뒤 미국대사관을 항의방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준혁(더불어민주당), 이주희(더불어민주당), 정춘생·박은정·김준형(조국혁신당), 한창민(사회민주당 대표), 이재강(더불어민주당), 서왕진(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윤종오(진보당 원내대표), 정혜경(진보당), 백선희(조국혁신당), 손솔(진보당), 이해민(조국혁신당) 의원(왼쪽부터)이 참가했다. [사진-김준형 의원실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준혁(더불어민주당), 이주희(더불어민주당), 정춘생·박은정·김준형(조국혁신당), 한창민(사회민주당 대표), 이재강(더불어민주당), 서왕진(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윤종오(진보당 원내대표), 정혜경(진보당), 백선희(조국혁신당), 손솔(진보당), 이해민(조국혁신당) 의원(왼쪽부터)이 참가했다. [사진-김준형 의원실 제공]
기자회견문 (전문)

'동맹 무시, 경제 침탈 미국을 규탄한다.'
-미국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요구 즉각 철회하라-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의 국익과 미래가 걸린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선불’을 강조하며 압박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압박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상관없으니, 경제적 항복 문서에 당장 서명하라는 명백한 협박이다. 

대한민국 외환보유액의 84%에 달하는, 3,500억 달러를 현금 선불로 지급하라는 요구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며, 대한민국 경제를 파괴하는 무도한 압박이다. 심지어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우리의 투자 규모를 일본 수준인 5,500억 달러(770조)까지 늘리라고 비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얼토당토않은 무도함을 넘어 경제적 수탈이자, 동맹이라 부르기조차 부끄러운 명백한 약탈이다. 오죽하면 플라자합의로 잃어버린 30년을 한탄해도, 결국 미국의 말이라면 무조건 찬성하는 일본의 유력 총리 후보조차 ‘불공정한 요구라면 재협상’을 하겠다고 국익을 앞세우겠는가?

미국의 부당한 관세 폭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장 의약품에도 100% 품목 관세를 적용하고, 반도체의 수입 비중이 미국 내 생산을 넘어서면 100%의 관세를 때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밖에서 제작된 영화에도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박과 현금 강탈도 모자라서 미국이 도둑을 맞았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세계를 강탈하고 파괴하고 있는 쪽은 미국 자신이다. 
대한민국을 배신하고, 세계를 배반한 자는 바로 트럼프의 미국이다. 

우리는 미국이 대한민국에 대한 경제 침탈과 세계를 향한 수탈적 압박 시도를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1. 미국은 대답하라. 
과연, 대한민국이 진정한 혈맹이자 동맹인가? 아니면 돈줄이자 현금인출기인가? 혹은 미군의 세계 전략 재편의 전위 부대일 뿐인가? 
한미동맹은 양국 국민의 고귀한 희생과 공동의 가치 위에 쌓아 올린 소중한 관계이다. 동맹은 존중과 이해 위에서 바로 설 수 있고, 지속될 수 있다. 

2. 미국은 사과하라.
미국을 신뢰하고, 미국민을 존중해 온 우리 국민이 오히려 배신을 당했고, 깊은 상처를 입었다.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킨다고 믿었고, 대한민국을 지켜줄 나라가 미국뿐이라며 억울하고, 불편해도 참았고, 불합리해도 이해하려 노력했으며, 불평등한 조약조차 감내해 온 국민이 그 누구도 아닌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 인내와 희생 위에 오늘의 한미동맹이 있다는 사실을 미국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3. 미국을 규탄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한미동맹을 뒤흔드는 자가 정작 누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이재명 정부인가, 아니면 오만과 협박으로 동맹을 파괴하는 트럼프 행정부인가?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은 관세 협상 리스크로 대한민국이 흔들린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들에게도 묻고 싶다. 국익을 지키기 위한 이재명 대통령의 당당한 요구가 부당한 것인가? 
오히려, 동맹을 무시하며 대한민국을 부도의 길로 몰아넣는 미국의 일방적 요구가 부당한 것이 아닌가? 협박과 강압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침탈하고, 우리 국민의 생존권을 무너뜨리려는 자가 누구인가? 결국, 근본적으로 한미동맹을 배신한 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요구를 즉각 철회하라. 

4. 미국은 더 이상 한미동맹을 흔들지 마라. 
더 건강한 동맹의 미래를 위해서는 동맹국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맹국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상호 존중과 호혜의 원칙, 민주주의와 평화‧안정 추구가 바로 동맹의 근간이다. 
대한민국은 언제나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핵심 파트너이자, 진정한 동반자이다. 
우리는 동맹이 결코, 미국의 일방적 요구와 압박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새로운 전략적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미국의 부당하고 불합리한 관세 협박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대미 투자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조지아주에서 우리 노동자들을 수갑과 사슬로 묶어 구금하고, 비인도적 처우로 고통을 준 것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동맹국인 한국을 존중하고 행동으로 증명하는 최소한의 도리이다. 

우리는 미국의 불합리한 관세 협박에 단호하게 맞설 것이다. 그리고 이어질 안보 협박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상호 존중에 기반한 정당한 협력과 이익의 거래가 아니라, 불평등하고, 부당한 강압에는 불복종으로 강력하게 맞설 것이다. 

  미국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요구 철회하라.
  트럼프는 현금 선불 투자 발언 즉각 취소하라.
  동맹 무시, 경제 침탈 미국을 규탄한다.
  동맹 무시, 안보 협박 미국을 규탄한다.
  동맹 무시, 한국 무시 미국을 규탄한다.

 

2025년 10월 2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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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찢기고, 여권에 입국 금지 스티커 붙은 트럼프’···확산되는 방한 반대 투쟁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5/10/02 [20:05]

   

▲ 대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찢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대구촛불행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국민의 투쟁이 확산되고 있다.

 

2일 강원도 춘천, 대구, 대전, 부산에서 각각 열린 ‘트럼프 방한 반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의 참가자들은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민 체포 구금 사태에 대해 한마디의 사과를 하지 않은 채 피해자가 있는 한국에 가해자가 온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먼저 부산촛불행동, 부산경남대학생진보연합, 미군철수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부산에 있는 미 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는) 대체 무슨 낯으로 오겠다는 것인가”라며 “민심은 우리 국민이 당한 그대로 트럼프를 쇠사슬로 묶어 무릎 꿇려 사죄를 받아내자고 들끓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권과 국민,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트럼프 방한 반대 활동을 적극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부산에서 열린 기자회견 상징의식. © 부산촛불행동

 

대전촛불행동과 대전충청대학생진보연합(대청대진연)은 이날 오후 1시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한성 대전촛불행동 공동대표는 “트럼프는 이 땅에 들어오고 싶다면 당장 우리 국민에게 사과하고 깡패 같은 행위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성환 대청대진연 회원은 “미국의 횡포에 더 이상 놀아나면 안 된다. 악랄한 미국에 맞서 싸울 때”라고 역설했다.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여권에 ‘입국 금지 스티커’ 붙이는 상징의식을 했다.

 

▲ 대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의 상징의식. © 대전촛불행동

 

강원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1시 30분,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길재 강원촛불행동 공동대표는 “트럼프는 비자 문제로 (한국민을) 체포했다고 했으나 핑계일 뿐이다. 더 많은 대미 투자금을 뜯어내려는 인질극”이라며 “트럼프는 사죄 없이 한국에 들어올 수 없다. 트럼프 방한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혁 진보당 춘천지역위원회 위원장은 연대 발언을 통해 “미국은 3,500억 달러도 부족해 5,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선불로 달라고 한다. 이건 협상도, 외교도 아니다. 그냥 날강도 짓”이라며 “진보당은 반트럼프 투쟁, 대미 투자 철회를 위한 투쟁을 계속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춘천에서 열린 기자회견 상징의식. © 강원촛불행동

 

대구촛불행동과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대경대진연)은 이날 오후 2시 대구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소현 대구촛불행동 집행위원장은 “미국의 요구로 전기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일하러 갔던 우리 국민은 하루아침에 불법 이민자로 낙인찍혀 다리조차 펼 수 없는 수용시설에서 최악의 날들을 보냈다”라며 “동맹국에 대한 예의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고 식민지 속국 취급하며 우리의 주권을 모독한 트럼프의 사죄가 없다면 방한을 거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은진 대경대진연 회원은 “우리나라를 속국으로 대하는 미국을 더 이상 존중하거나 들어줄 의무는 없다. 미국과의 종속적인 관계를 이참에 끊어내자. 사죄하기 전까지 트럼프는 이 땅에 발을 붙여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찢는 상징의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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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유치장 신세…'보수의 여전사' 행세 결국 화근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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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5.10.02 16:25

  • 수정 2025.10.03 00:04

  • 댓글 1

현직 때 유튜브서 "민주당·좌파집단" 비난 발언

"보수의 여전사, 참 감사…가짜 좌파들과 싸워야"

국가공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경찰 "6차례나 출석요구서 발송했는데도 불응"

감사원, 이미 '정치적 중립 훼손'으로 주의 조치

"특정 정당 거명, 편향성 나타내"…민주당이 고발

이진숙 "이재명이 시켰나? 정청래·개딸 시켰나?"

약 3시간 조사받고 입감…3일 체포적부심 청구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2025.10.2.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의 '방송 장악 돌격대'로 활동하며 '보수의 여전사' 행세를 해온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 방통위가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가 출범하면서 자동 면직된 지 하루만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일 오후 4시쯤 강남구 대치동 이 전 위원장의 자택 지하 주차장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경찰서로 압송했다. 경찰은 "피의자에 대해 8월 12일부터 9월 19일까지 6차례에 걸쳐 서면으로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며 "그럼에도 출석에 불응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택과 사무실 등으로 전화를 걸고 관련 서류를 보냈지만 이 전 위원장이 응하지 않았고, 9월 27일 오후 2시로 예정했던 소환 조사 요구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9~10월 각종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민주당이나 좌파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것도 하는 집단이다" "다수의 독재로 가게 되면 민주주의가 아닌 최악의 정치 형태가 된다" "보수의 여전사는 참 감사한 말씀으로, 가짜 좌파들하고 싸우는 전사가 필요하다" 등의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경찰은 이 같은 발언들이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대목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의 사전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전 위원장이 올해 3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미 감사원은 지난 7월 8일 현직에 있던 이 전 위원장을 향해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 전 위원장의 유튜브 출연 발언 등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당시 결정문을 통해 "이 위원장은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과 품위 유지가 요구되는 기관장"이라며 "파급력이 큰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해 특정 정당 또는 정치단체를 지지 혹은 반대해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하거나 공직사회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정당을 거명하며 이를 반대하거나 정치적 편향성을 나타내는 발언을 한 것은 방통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라며 "종합적으로 (이 위원장의 발언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사원은 "방통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으로 국가공무원법 등에 징계 규정이 없어 징계 요구가 불가능하다. 이에 방통위원장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가장 높은 수위의 조치인 '주의' 처분을 했다"며 고발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이 이 전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국가공무원법 제63조는 공무원이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65조 4항은 특정 정당 또는 정치단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9~10월 보수·극우 성향 유튜브에 세 차례 출연해 위법적 발언들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해 11월 이 전 위원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 의혹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재석 289명 중 191명 찬성, 98명 반대로 통과시켰다.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2025.10.2

이 전 위원장 측은 경찰이 출석을 요구한 9월 27일의 경우 국회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법안을 놓고 진행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일정으로 조사에 응하지 못한 것이라며 부당한 체포라고 반발했다. 법률대리인인 임무영 변호사는 "경찰에선 등기로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고 하나 자택에 없어 등기를 수령하지 못했다. 9월 9일, 15일, 27일 등 3차례 소환장은 전부 소환 일자가 지나서 왔다"며 "필리버스터 일정으로 9월 26일 저녁부터 27일 오후 8시까지 국회에 있었다. 26일 경찰에 전화해 내일 출석이 어렵다고 구두 통지했고 불출석 사유서도 팩스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 40분쯤 수갑이 채워진 채 영등포경찰서에 도착했다. 수갑은 천에 가려져 있었고, 수사관 2명이 이 전 위원장을 연행했다. 경찰서에 들어서기 전 이 전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이재명이 시켰나? 정청래가 시켰나? 아니면 개딸들이 시켰나? 방통위라는 기관 하나 없애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 이 이진숙한테 수갑을 채우는 것이냐?"며 5분간 격앙된 어조로 항변하다 손에 찬 수갑을 여러 번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오후 6시쯤부터 오후 9시까지 약 3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유치장에 입감됐다. 3일 조사는 오전 10시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임 변호사는 "오늘 조사에선 시간이 별로 없어 구체적인 범죄 사실보다는 실질적인 출석 요구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따졌다"면서 "출석 협의가 됐음에도 불응했다고 한 것은 경찰이 검사와 판사를 허위 공문서로 기망한 것이니 내일(3일) 바로 체포적부심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영등포경찰서에는 국민의힘 조배숙·김장겸 의원 등이 찾아와 "이진숙 죽이기" "경찰을 동원한 공포·공안 정치"라며 이 전 위원장 체포에 항의하고 지지환 서장 면담까지 요구했다. 지 서장은 면담에 응하기는 했지만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자유연대와 자유대한호국단,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등 극우 단체들도 몰려와 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열고 "정치 보복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 전 위원장 석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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