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려진 정보를 언급한 것이 ‘기밀 유출’로 비화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언급한 ‘구성 핵시설’ 발언을 두고 미국과 국내 일부 세력이 보여주는 반응이 이례적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부터 파장의 확산까지 그 배후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의도된 정보 유출과 논란의 증폭

시작은 정 장관의 공개된 정보 언급이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이를 ‘미국이 제공한 정보의 공개’라며 문제 삼았다. 이는 국내 보수 언론의 보도를 거치며 ‘안보 참사’, ‘동맹 균열’로 증폭되었다.

주목할 점은 그 이후다. 정 장관의 발언을 구실로 미국이 ‘대북 정보 제공’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사실 자체가 민감한 보안 사안임에도 언론에 노출된 것이다. 미국 혹은 정부 내부의 특정 통로를 통해 흘러나온 정보가 일부 언론과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이어지는 과정은 이번 사태가 치밀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 대외 전략의 위기와 동북아 관리

미국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그들이 처한 대외적 곤경이 있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상실은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에 타격을 입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을 빼면서 유럽에서의 영향력도 약화됐다.

중동과 유럽에서 입지가 좁아진 미국에 동북아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거점이다. 일본은 군사 대국화를 위해 미국과 밀착하고 있지만, 한국은 결이 다르다. 대결보다는 평화와 협력을 우선시하는 현 정부의 기조는 대중국 봉쇄를 위해 한반도 긴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충돌한다.

 

왜 하필 정동영인가

통일부는 현 정부 평화 기조를 실행하는 핵심 부서다. 특히 정동영 장관은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DMZ 관할권의 한국군 이관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 역시 미국 입장에서는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통제력 약화를 의미한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정보 유출 여부가 아니라 ‘자주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다. 국제적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마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통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소위 ‘시범 케이스’를 통해 한국 정부의 행보를 미국 전략의 틀 안에 묶어두려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자주권의 시험대, 대통령의 선택

이제 시선은 청와대로 향한다. 정동영 장관을 해임하라는 안팎의 거센 압박 앞에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 선택은 이재명 정부가 자주적 길을 당당히 걸어갈지, 아니면 다시 낡은 질서에 순응할지를 가늠할 시험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