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관련: “핵무기수를 늘이고 핵운용수단과 활용공간들을 확장”
해군 수상 및 수중전력 관련: “핵무장화를 중심으로 해군작전능력을 급속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갱신”
여타 첨단무기 개발과 고성능화
대남공격용 주요타격수단의 강화
북한의 전쟁억제력과 한반도 전쟁위험성의 동시적 극대화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국방력발전 5개년계획’의 대부분을 달성했다. 2022년부터 2년 이상 팬데믹 때문에 스스로 국경을 폐쇄하고 외부의 경제 지원이 차단된 상태에서 거의 자력으로 이루어낸 성과이기에 놀라울 정도다. 계획의 주요 내용은 핵 능력 고도화(핵탄두의 소형·경량화 및 전술무기화, 초대형 핵탄두 생산), 미사일 체계 다변화(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 개발, ICBM과 SLBM을 위한 고체연료 추진엔진 도입), 정찰 및 타격 능력(군사정찰위성 운용 및 무인정찰기 개발) 등이다. 재래식 기반전력의 첨단화도 상당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KN-계열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또는 초대형 방사포와 전차 등의 지상무기, 5천톤급 이상의 구축함 및 잠수함도 개발했다. 그리고 이 모든 무기체계는 핵무기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6년 2월의 조선로동당 제9차 대회에서 발표된 새로운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은 지난 5년의 성과에 기초하여 핵무력과 재래식 무기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일종의 병진개발 정책이다. 고도화는 기존 무기체계의 성능 향상뿐 아니라 새로운 전술과 전략을 구현하는 수단과 방법을 포함한다. 예컨대 북한은 우크라이나전쟁에의 파병 경험과 이란전쟁 관찰을 통해 현대전에서 드론과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그것을 자기네 군사력의 건설과 운용에 반영하려는 듯하다. 북한의 새 국방발전 계획을 비교적 자세히 밝힌 노동신문 보도를 참고하여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짚어보자.
핵무기 관련: “핵무기수를 늘이고 핵운용수단과 활용공간들을 확장”
핵무기의 양적 증대와 운반체계 다양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던 사업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 처음으로 미국 본토까지 도달가능한 사거리 1만km로 추정되는 ICBM 발사에 성공하면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후 계속 ‘완성도’를 높여 2024년 10월 고체추진 화성-19형까지 시험에 성공했다. 전술용 또는 ‘대남용’이라 할 단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800km 이하)도 KN-23, 24 등 최소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대구경 방사포인 KN-25도 사실상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간주된다. 또한 사거리 2,000km 이상의 토마호크급인 ‘화살’-계열의 순항미사일과 ‘해일’-계열의 핵어뢰를 보유하고 있으며 발사 플랫폼은 지상과 해군함정 모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핵운용수단의 확장은 전혀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수단들을 핵과 재래식 2중용도로 개량하거나 지상과 해양 플랫폼에 사용가능하게 개조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북한이 2023년 3월 공개한 핵탄두 ‘화산-31’은 소형 카트리지 형상으로서 충분히 ‘범용’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핵무기 활용공간들을 확장한다고 언급한 것은 육·해·공뿐만 아니라 우주까지 포함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일 인공위성에 핵탄두를 탑재하여 지구궤도를 돌게 한 후 지상에서 공격명령을 발신하여 원하는 지상목표를 타격한다면 ‘우주 핵전쟁’ 능력을 보유하는 셈이 된다. 지상목표를 직접 타격하지 않더라도 우주에서 자상을 지향하여 핵폭발을 일으키면 강력한 전자기펄스(EMP)가 일정 지역의 거의 모든 전자장비들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북한은 자기 영토 상공의 우주에서 남쪽을 지향한 핵전자기펄스(NEMP) 공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해군 수상 및 수중전력 관련: “핵무장화를 중심으로 해군작전능력을 급속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갱신”
북한의 핵무력에서 해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보유한 중대형 구축함과 핵추진 잠수함을 중심으로 핵무장 해군력을 건설하려는 것이다. 2025년 4월에 5,000천톤급 신형 유도탄구축함 1번함 ‘최현호’가, 6월에는 2번함 ‘강건호’가 진수되었다. 잠수함 전력으로는 북한이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 부르는 ‘김군옥영웅함’을 2023년 9월 진수한 데 이어 2025년 12월에는 8,700톤급 잠수함 개발 현황을 외형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이들 잠수함에는 북극성-4/5형 등 SLBM과 ‘화살’-계열의 전략순항미사일이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당대회 후 2026년 3월 10일 김정은국무위원장은 8,000천톤급 대형 구축함 건조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급 구축함과 규모면에서 거의 대등한 것이다.
북한의 해군력 증강 속도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매우 빠른 것이다. 지상전력이나 미사일에 비하면 함정의 건조는 다양한 무기체계를 탑재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은 해군세력을 우선 최고급 수준에서 최소한의 수량을 확보한 후 점차 양적인 증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소량이라 하더라도 기능적으로 필요한 함정들을 핵무장하여 보유한다면 해전에서 한·미·일 해상세력과 유사시 어느정도 맞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타 첨단무기 개발과 고성능화
여타 군사적으로 의미가 큰 군사력 건설 계획을 노동신문 보도 원문(“” 인용)을 따라가며 살펴보자. “강력해진 지상 및 수중 발사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종합체” 중 수중 발사형 ICBM은 SLBM을 지칭하며 그 종합체들이란 ‘다탄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북한은 다탄두 미사일을 시험한 적이 없지만 일단 ICBM을 보유하면 다탄두화를 추구하는 것은 거의 정해진 수순이다. 1개의 모(母)탄두에 장착된 여러 개의 자탄(핵폭탄과 가짜탄의 혼합)이 발사 후 우주에 진입하면 분리되어 개별 목표를 향해 약간씩 다른 경로로 표적에 접근하기 때문에 모두 다 요격하기가 어렵다. 당연히 핵억제력은 배가하게 된다.
“각이한 인공지능무인공격종합체들”이란 무인기를 AI와 결합하겠다는 의미이므로 ‘종합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서 무인기의 효용성을 절감하고 이란전쟁에서 AI의 위력을 목격했을 것이다. 이미 개발한 ‘샛별’-계열의 전략무인정찰기와 공격형무인기에 강력한 자폭기능을 결합하고 여기에 AI까지 접목하여 현대전의 변화추세에 빠르게 부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유사시 적국의 위성을 공격하기 위한 특수자산”은 위성요격(ASAT, Anti-Satellite)용 미사일이나 레이저무기가 될 수 있다. 사실 인공위성은 물리학적으로 정해진 궤도를 돌고 방어체계가 전혀 없기 때문에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지상이나 공중 또는 우주(요격위성)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격추하기가 어렵지 않다. 특히 지상에 안정적으로 거치된 레이저발생장치는 빔을 인공위성에 정확히 조사(照射)하여 무력화시킬 수 있다. 물론 레이저무기는 출력에 따라 무인기나 항공기, 심지어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적국의 위성을 요격하는 경우가 없었던 것은 공통의 취약성을 인식하고 자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능력의 개발과 보유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예컨대 중국은 2007년에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이용하여 자국의 기상위성을 (필요에 따라) 파괴한 사례가 있다. 북한도 그러한 능력을 보유하겠다는 것이다.
“적의 지휘중추를 마비시키기 위한 매우 강력한 전자전무기체계들”로는 앞에서 설명한 핵전자기펄스(NEMP)와 함께 비핵전자기펄스(NNEMP) 무기가 있다. NEMP는 어쨌든 핵폭탄을 터뜨리기 때문에 극단적 상황이 아니면 사용을 주저하겠지만 내폭형 재래식 폭탄과 전기장치를 사용하는 NNEMP는 전술적으로 얼마든지 사용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은 두 가지 EMP탄을 모두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NNEMP탄을 개발하고 있다.
“더욱 진화된 정찰위성들”을 포함시킨 것은 우주개발을 가속화햐겠다는 의미다. 북한은 2023년 ‘만리경 1호’ 위성의 궤도진입에 성공했지만 2024년 5월에 실패한 후 지금까지 재발사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 인공위성은 정찰 통신 지휘통제 우주교전 등 군사적으로 활용도가 매우 높은 현대전의 필요 자산이다. 북한이 새 국방발전 계획에 인공위성을 지속적으로 발사하겠다는 의지와 계획을 천명한 것은 군사력의 통합적 고도화 측면에서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대남공격용 주요타격수단의 강화
북한은 600㎜ 방사포와 신형 240㎜ 방사포, 작전전술미사일종합체 등을 대남공격용 주요타격수단으로 규정하고 “연차별로 증강배치하여 집초공격의 밀도와 지속성을 대폭 제고함으로써 전쟁억제력의 핵심부문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집초공격이란 목표물에 화력을 집중해 완전히 파괴하는 공격방식이다. 유사시 다수의 방사포 집중포격 등으로 남한을 초토화하고 소위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겠다는 것이다.(2023년 12월 30일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의 김정은 언급)
새 국방발전 계획에 의하면 남한에 대한 전쟁억제는 기본적으로 ‘핵-재래식 병진’ 전략이지만 재래식전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수단의 하나로 지난 4월19일 시험발사를 통해 새롭게 공개된 무기가 ‘집속탄두(cluster bomb)’를 장착한 ‘화성포-11라형’이다. 탄두부에 넣은 수 백개 이상의 자탄들이 목표지역 상공에서 산포·낙하·폭발하여 축구장 10개 정도 면적 내의 병력과 연성표적을 파괴한다.
북한의 전쟁억제력과 한반도 전쟁위험성의 동시적 극대화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월 9차 당대회 연설에서 지난 5년간의 성과를 자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5개년 국방발전계획이 수행되면 우리의 국가방위력은 비상히 증대되어 적들이 대처하지 못할 높이에 있게 될 것이며, 그 누구도 우리 국가를 넘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핵무장을 통해 이미 독자적인 대미 억제력을 어느정도 구비했지만 재래식무기의 첨단화를 병행하면서 미국과 남한에 대한 전쟁억제력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전쟁억제력 강화로 인하여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사실 미국은 핵전쟁을 불사하지 않는 한 북한을 침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한도 마찬가지다. 한편 북한이 먼저 남한이나 미국을 침공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남한에 대해서는 ‘적화통일’도 포기하고 휴전선에 방어용 방벽을 쌓고 있다.
그렇다면 전쟁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하여 평화가 증진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의 딜레마다. 군비경쟁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동북아의 군비경쟁은 과거 어느 때보다 격화하고 있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과 군사력 증강, 일본의 재무장, 한국의 국방비 폭증 등은 북한의 국방력 발전과 맞물려 전쟁의 가능성은 낮지만 ‘공멸’의 위험성은 극대화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남북관계가 막혀 막대한 경제사회적 기회비용이 허비되는 동안 주변 강대국은 전략적 이익을 편취하고 있다. 북한이 나름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국방발전 계획을 수립고 이행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남북이 함께 전쟁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진정한 평화와 안보는 남북이 두 국가이든 한 민족이든 공히 가장 절실한 소망이 아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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