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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없다⋯국명부터 서로 제대로 부르자

정범진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bjj08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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➂ 두려움·적대 거둔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

‘조선’으로 부르자⋯북은 ‘남조선’ 호칭 없애

정동영 통일부 장관, ‘조선’ 호명으로 첫 발

깊은 전쟁의 상흔 벗어나기 위한 적대 청산

적대 조치 찾아 시정 사항 점검 제도화해야

북 '최대 명절'로 꼽히는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인 15일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 개풍군 마을에서 어린이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6.4.15. 연합뉴스

이 글은 ‘남북 단절로 이어진 적대구조 청산 위한 제언’의 3차례 연재 중 마지막 회이다. 지난 2월 1일에 첫 번째 글 ‘① 한국사회의 대 조선 적대 구조’, 3월 15일 두 번째 글 ‘② 조선사회(북)의 대 한국(남) 적대 구조’에 이은 세 번째 글이다.

앞의 글들에서 우리는 남과 북에 공히 존재하는 적대 구조와 적대 의식을 재생산하는 제도 및 규범 등을 살펴보았다.

과연 한국 사회는 조선에 대한 적대 구조를 청산할 수 있을까? 나아가 조선은 한국에 대한 적대 의식을 거두고, 적대 구조 청산에 나설 수 있을까? 어디에서부터 이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인가?

켜켜이 쌓인 남과 북의 적대 구조

한국사회의 대 조선 적대구조는 전방위적이다. 「헌법」 3, 4조를 필두로 그 하위에 위치하는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은 조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정보의 차단, 부실한 교육과정, 취약한 연구 생태계는 조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고, 왜곡된 의식을 재생산한다. 늘어만 가는 국방비와 공격적 군사훈련은 화해와 협력의 근본 장애물이다. 패권국가와 결탁해 분단 구조에 기생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는 극우세력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로 대를 이어가며 남북 적대구조 유지의 최첨병으로 기능해왔다.

조선사회의 대 한국 적대구조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노동당 규약, 사회주의 헌법, 각종 제반 법률은 한국에 대한 적대의식 고취를 규범화하고 있으며, 이는 2023년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전쟁에 대한 공포, 흡수통일에 대한 불안은 차단과 봉쇄, 인민들에 대한 통제 강화로 나타난다. 남과 북이 한 민족임을 의미하거나 통일을 지향하는 표현과 상징물은 공식 매체에서 사라졌다. 한국 문화에 대한 접촉과 전파는 최고 사형으로 처벌하고,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수시로 한국을 최대의 적대국가로 규정한다.

 

레온즈 에더 FISU 회장이 20일 세종시청 기자실을 찾아 내년 8월 열리는 충청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북한이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2026.4.20. 연합뉴스

적대 조치 찾아 시정 사항 점검 제도화해야

적대의 시간이 긴 만큼 적대 의식을 재생산하는 구조와 제도, 문화는 우리 사회 곳곳에 산적해 있고, 폐해는 심각하다.

정치·경제·군사·교육·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대 조선 적대 조치와 구조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우선해야 할 작업이다. 시민사회와 관련 전문가, 행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해 철저한 실태 조사를 통한 적대 조치 발굴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정리된 과제를 영역별로 분류하고, 시정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해 매년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제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헌법을 수정하고,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고, 국방비를 줄이고, 공격적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정보를 개방하고,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제재를 해제하고, 공작원들을 송환하고, 대 조선 적대의식 재생산이 체화된 사회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 작업엔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며, 과정 역시 지난할 것이다.

통일부는 현재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계획이 존재하는지, 무슨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자체도 모르는 국민이 대다수이다.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대한민국 으뜸머슴(대통령)은 취임 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고 선서한다. 남북 관계를 안정되게 관리해야 할 최고책임자인 으뜸머슴은 적대 조치의 실태와 폐해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시정 조치와 그 결과를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 정도 수준에서 관리되지 않으면 이러한 노력은 곧 동력을 상실하고,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이들 조치는 한국이 먼저하고, 조선의 변화를 기다린다. 한국의 선제적 대 조선 적대구조 청산 노력은 조선의 상응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마중물이다.

 

평양국제관광기념품 및 건강제품전시회가 지난 10일 과학기술전당에서 개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2026.4.11. 연합뉴스

적대구조 청산은 반전평화운동

한반도에서 적대 구조 청산이 어려운 이유는 전쟁의 상흔이 깊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은 남과 북의 공동체 성원 모두에게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남겼다. 공포와 원한은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한 하늘 아래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남북의 권력자는 상대를 악마화하며, 자신의 폭정과 비민주성을 감췄다.

전쟁을 치른 당사자들에게 전쟁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다시는 전쟁을 또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산되지 않은 적대 구조는 우리를 언제든지 전쟁의 불구덩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 남북의 적대 구조를 청산하는 작업은 한반도 공동체의 성원들을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근본적으로 해방시키는 작업이기도 하다.

 

북 조선중앙TV는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 폐갱에서 일제시기 학살된 인부들의 유골과 유물들이 발굴됐다고 11일 보도했다. 2026.4.11.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북한’은 없다, ‘조선’이다

한국 사회에서 조선의 존재를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대표적 사례가 ‘북한’이라는 표현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북쪽에 북한이라는 나라는 역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존재한 적이 없다. 대한민국 통일부장관이 얼마 전 공식 석상에서 이북을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호명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상대방을 정확히 명명하는 것은 올바른 관계맺기의 첫걸음이다. 왜곡된 호칭은 상대의 존재에 대한 부정이거나 배제를 의미한다. 과거에 이북에서 한국은 ‘남조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조선’이라는 표현은 조선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물론 ‘괴뢰한국’이라는 대체 표현은 대 한국 적대 의식의 또 다른 형태의 표출이지만 어찌 되었든 한국이라는 국호로 호칭하는 것은 북에서 앞섰다.

정범진 사단법인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대 조선 적대구조 청산을 위한 1호 작업으로, 이북에 ‘조선’이라는 이름을 돌려주자. 실체가 아예 없고, 사실도 아닌 북한이라는 호칭을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야 한다. 이북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며 자연스러운 방법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언론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에서부터 시작하자. 이제 더 이상 북한은 없다. 조선이다.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한 두려움과 적대를 거둘 때 우리는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하나재단은 정부 자살예방 사업인 '천명지킴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천명수호처'로 위촉됐다고 24일 밝혔다. 하나재단은 북 이탈주민 자살 예방을 위해 '북향민 생명 지킴 5중망 구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은 이날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명지킴 발대식'에 설치된 하나재단 홍보부스. 2026.4.2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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