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청탁 의뢰와 3천만원 전달
K씨는 아버지의 항소심을 앞두고 지인인 사법 브로커 오모씨를 통해 차씨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K씨는 차씨가 "내가 잘 아는 판사가 있다"며 재판장에 대한 로비 가능성을 호언했다고 증언했다. K씨 진술에 따르면 그는 2021년 강진에 있는 차씨의 단독주택을 찾아가 과자 박스에 담은 현금 3천만원을 직접 건넸다.
K씨는 이때 차씨가 박스를 열어보고 "띠지가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돈다발의 띠지가 있으면 자금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며칠 뒤 같은 액수의 돈이 돌아왔는데 신권이 아니었다는 게 K씨 설명이다. "제가 가져간 돈은 은행에서 뽑은 새 돈이었는데 돌아온 돈은 새 돈이 아니었다." K씨는 다시 돈뭉치를 고무줄로 묶어 3천만원을 마련해 이번에는 차씨의 자택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건넸다고 한다.
연수원 26기 동창 판사 거론된 로비 라인
차씨가 K씨에게 내세웠다는 카드는 크게 두 갈래였다. 한쪽은 차씨 자신의 강진중학교 동창인 이모 전 지원장을 통한 재판장 공략이다. 이 전 지원장은 사법연수원 26기로 수도권 모 법원 지원장을 지낸 뒤 현재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로 있다. 문제의 재판장 역시 연수원 26기 동기다. 다른 한쪽은 같은 26기인 광주고법 김모 판사를 통한 별도 라인이라는 게 K씨 주장이다.
K씨는 차씨로부터 이 전 지원장 부부가 진도 솔비치에 내려온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차씨의 지시에 따라 전복과 과일 등을 사 솔비치 카운터에 맡기며 이 전 지원장 부인 앞으로 메모를 적어뒀다고 밝혔다. K씨는 "이 전 지원장 부인이 보건소 사무관이라고 차씨에게 들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당시 이 전 지원장의 부인은 영등포구 보건소장이었다. 이 전 지원장 부인이 해당 선물을 수령했거나 그 의미를 인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심 판사 라인은 광주 지역 최모 변호사가 담당한 것으로 K씨는 설명했다. 정식 변호사 선임계는 제출하지 않은 이른바 비공식 변호사다. K씨는 최씨에게도 1500만원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비밀계좌 입금하면 판사가 체크카드로 쓴다"…자금 세탁 설명
뉴탐사가 확보한 사법 브로커 오씨와 K씨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K씨는 차씨로부터 자금 세탁 방식까지 들었다고 증언했다. "차씨가 자기가 쓰는 돈이 아니라고 했다. 판사들끼리만 아는 비밀 계좌가 있고 거기 입금하면 판사가 체크카드로 돈을 빼서 쓴다고 했다."
차씨가 돈뭉치 띠지에 민감했던 배경 설명이다. 신권이나 띠지가 남은 돈은 일련번호 추적이 가능해 계좌 입금에 부담이 된다. 다만 이러한 비밀 계좌의 실제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차씨가 실제로 그런 계좌를 운용했는지, 또는 K씨에게 설명만 그렇게 한 것인지는 수사 영역이다.
로비 실패…재판장 "형이 억울합니까"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아버지의 항소심 형량은 1심보다 늘었다. K씨는 재판장이 선고 후 K씨 아버지에게 "형이 억울합니까"라고 되물었다고 증언했다. K씨는 이후 차씨에게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차씨는 연락을 피했다고 한다.
K씨에 따르면 2022년 무렵 3천만원이 돌아왔다. 차씨는 K씨에게 돈을 돌려주며 "자녀 결혼식 축의금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그 시기에 차씨 자녀의 결혼식이 있었던 사실은 강진 지역에서 확인됐다.
K씨는 뉴탐사 인터뷰에서 "저는 이 사건이 묻혔으면 했지만, 이런 사람이 군수가 된다면 나 같은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 같아 응했다"고 말했다.
차씨의 전면 부인, 엇갈리는 진술
뉴탐사가 현장에서 만난 차씨는 의혹 전반을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차씨는 처음에는 K씨를 모른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목포 커피숍에서 한두 번 봤다"고 말을 바꿨다. 강진 자택에서 돈을 받았다는 K씨 진술에 대해서는 "강진에서 본 적 없다"고 했고, 띠지 요구 사실도 "띠지가 뭔지도 모른다"며 부인했다.
동창 이 전 지원장과 관련해선 "명절 때 한두 번 만나는 친구일 뿐"이라고 했다. 뉴탐사가 이 전 지원장에게 직접 통화로 확인한 결과, 이 전 지원장 역시 K씨를 모른다며 해당 사건 관여 가능성을 부인했다. 다만 "차씨는 중학교 친구"이며 "시골 친구들과 수시로 통화한다"고 밝혔다.
168억 대출 사기·입시 부정 해명과 판결문의 괴리
차씨는 168억원대 은행 대출 사기 사건과 관련해 "그 회사 대표이사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 고등법원 판결문에는 차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분양 계약 체결을 동원한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대학원 입시 부정에 대해서는 "오픈북 시험이었다"고 해명했지만, 1991년 1월 25일자 경향신문은 해당 사건을 "조 교수가 시험 문제를 유출해 차영수씨에게 9문제를 알려준 부정행위"로 보도했다. 현직 공직 후보가 확정 판결문과 당대 언론 보도에 남아 있는 사실관계를 부인하는 것이어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논란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감점 없이 통과한 민주당 공천
차씨는 168억 대출 사기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경선에서 감점 없이 통과했다. 반면 같은 경선에 나섰던 30대 청년 후보 김보미씨에게는 15%의 감점이 부여됐다. 차씨는 근소한 차이로 경선을 통과했다.
뉴탐사가 확인한 사법 브로커 의혹은 민주당 공천 검증 과정에서 다뤄지지 않은 사안이다. 민주당 감찰부단장은 장인재씨다. 사법 개혁을 주요 과제로 내건 민주당이 검증 체계의 구멍을 그대로 둔 채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를 확정한 셈이 됐다.
강진군의 연 예산 규모는 8천억원에서 1조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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