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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했던 '민주당 돈봉투'…송영길 이어 이성만도 '무죄'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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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9.19 19:20

  • 수정 2025.09.1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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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핵심 증거로 내세운 이정근 녹취록 '불법'

1심 징역형 집행유예 뒤집고 2심 전부 무죄로

재판부 "이정근 휴대전화 녹음파일, 사건과 무관"

"별건으로 확보한 '위법 수집 증거'를 재판 제출"

이성만, 큰소리로 흐느껴…허종식 재판에도 영향

'몸통'이라던 송영길은 이미 1심서 돈봉투 무죄

사실상 별건인 '먹사연' 자금 유죄…보석 풀려나

송영길 보좌관도 마찬가지…녹취 증거능력 배제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이성만 전 의원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9.19.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수수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이성만 전 의원의 혐의 전부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유죄의 결정적 근거였던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이 '위법 수집 증거'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 사건의 '몸통'처럼 몰아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 역시 같은 혐의에 대해 이미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어 윤석열 정치검찰의 또 하나의 무리한 기획 수사였다는 사실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 박주영 송미경)는 19일 오후 정치자금법·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성만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8월 1심은 이 전 의원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만 원을 선고했었다. 검찰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4월 28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 지지 모임에 참석해 윤관석 전 의원으로부터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같은 해 3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송 전 대표 경선캠프 운영비 명목으로 100만 원,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게 지역 본부장 제공용으로 부외 선거자금 1000만 원 등 총 1100만 원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거로 내세운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록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 수사 당시 제출된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녹취록을 이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정당법 위반 사건에 증거로 쓸 수는 없다는 취지다. 즉, '본건'과 무관한 '별건'으로 확보된 탓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못박은 것이다.

 

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9.30. 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정부지원금 배정, 마스크 사업 품목허가, 공공기관 임직원 승진 등 각종 알선 청탁을 빌미로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32차례에 걸쳐 10억여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했다. 그 과정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3대에서 녹음 파일 3만여 개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들 파일 속에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관련 내용을 포착해 별건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의자신문 내용을 종합하면 이정근이 휴대전화 제출 당시 자신의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오늘 사건에 대해서도 전자정보를 전부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이 사건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송영길을 위해 돈을 주고받았다는 것으로 알선수재 사건과 범행 일시와 장소, 동기가 다르다. 통화 녹음 파일이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은 알선수재 사건과 관련이 없어서 결국 검사가 사건과 무관한 전자정보까지 압수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임의제출된 정보저장 매체를 탐색하던 중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전자정보를 발견한 경우 중단해야 한다는 법리는 이 사건 수사 당시 확립돼 있었다. 법리에 따른 절차는 반드시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며 "검사는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별도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야 함에도 이정근의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다가 아예 새로운 사건인 송영길 사건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의 증거로 제출했다. 이정근의 휴대전화에서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는 배제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이 법정 진술을 통해 일부 사실을 인정한 것도 결국 위법 수집 증거에 기반했으므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봤다. 법정에 출석한 이 전 의원은 무죄 선고를 듣고 큰소리를 내며 흐느꼈다. 이정근 녹취록의 증거 인정 여부는 유사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허종식 민주당 의원 등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허 의원은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윤관석 전 의원은 이미 지난해 10월 31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탓에 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 뒤 검찰 관계자와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검찰 청사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6.7

송 전 대표의 경우 1심에서 돈봉투 살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은 반면 사실상 별건인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서 유죄를 받아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 김재원 김창수)는 지난 1월 8일 '평화와 먹고 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 후원금 명목으로 총 7억 6300만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로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후원자들이 먹사연에 후원한 돈을 송 전 대표의 정치활동 지원금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2021년 민주당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이성만 전 의원과 사업가 김 모 씨로부터 각각 1000만 원, 5000만 원을 받아 경선캠프 지역 본부장 10명과 현역 국회의원 20명에게 제공했다는 본래의 돈봉투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때도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을 '위법 수집 증거'로 규정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이정근의 알선수재 사건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돈봉투 관련 통화 녹음파일 등 전자정보를 폐기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별도의 압수수색영장 발부·집행 없이 새 사건인 돈봉투 관련 사건을 시작한 것은 부당하다"며 "수사기관이 어떤 증거를 한 번 임의제출 받으면 어떤 사건에든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검사 주장의 법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을 지낸 박용수 씨도 마찬가지다. 같은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지난 2월 14일 박 씨가 컨설팅업체에 의뢰했던 송 전 대표 경선 관련 두 차례 여론조사 비용 9240만 원을 먹사연 돈으로 대납했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 전 부총장 등과 공모해 총 6750만 원을 살포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정근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배제했으니 당연한 귀결이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6월 23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최근 시민언론 민들레 정숙 시민기자와의 인터뷰에서 "(2023년 7월 25일) 다들 검찰 캐비넷이 두려워 숨죽이고 있을 때 검찰청 앞에서 윤석열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는데 제가 현역 의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든 레거시 언론사가 생중계를 했다. 그 뉴스를 윤석열과 김건희가 봤을 것"이라며 "(이틀 뒤인) 7월 27일 버스 2대로 검사와 수사관들이 여수상공회의소장부터 10여 군데를 동시에 압수수색 했다. 돈 봉투 사건으로는 구속시키기 어려우니까 제3자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하려고 주위를 조사하다가 이정근을 불러 가스라이팅해 조서를 받았지만, 녹취록 어디에서도 제가 지시했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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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관세전쟁에서 이기려면?

기자명

  •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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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9.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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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에서 미국의 동맹 수탈과 조지아주의 ‘쇠사슬 구금’ 사태가 불거지며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반미‧자주 여론이 거세다.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조현 외교부 장관은 “탈냉전 이후 30년, 미국이 달라졌다. 과거처럼 동맹국과 협력하던 미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미국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측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면 저는 탄핵당했을 것”이라며 부당한 요구를 간접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구금사태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동맹국 국민이 겪은 모욕과 인권 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서도 “불합리한 관세 부과를 중단하라”고 했다.

진보당은 미 대사관 앞 1인 시위와 정당연설회를 통해 “대미 투자 철회 선언으로 약탈적 협상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 역시 ‘트럼프 저지행동(준)’을 중심으로 110개 단체가 ‘트럼프 사과, 대미 투자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편 미국이 관세협상에서 이처럼 무례할 수 있는 이유가 한미 간 전쟁동맹 때문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종속동맹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 결과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면 미국의 부당한 요구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거세지며 전쟁 동맹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

남북이 적대를 거두고 평화공존이 정착하면 전쟁 동맹은 더는 필요하지 않다. 안보 의존이 줄어들면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에 주눅들 이유도 없다. 막강한 기술 인재와 탄탄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관세‧투자 협상에서 한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중국‧러시아‧이란 등과도 미국 눈치 보지 않고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펼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설 예비역 준장은 “한미는 동맹이면서 경제전쟁의 교전 상대라는 특이한 관계”라며 “군사동맹과 경제전쟁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전쟁에서 한미동맹이 오히려 장애로 작용하자, 동맹 재고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한반도 비핵화 목표 폐기’ 주장이 대표적이다.

정전체제에서 미국과의 군사훈련은 그 자체가 대북 적대의 상징이다. 대북 군사훈련을 강행하면서 평화공존을 말하는 것은 강도가 칼을 든 채 도둑질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비핵화 목표도 마찬가지다. 핵보유를 체제의 기둥(국체)으로 삼는 북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정권 붕괴를 뜻한다. 핵보유국과는 평화공존이 유리하며, 대결은 손해다. 미국‧영국‧프랑스는 모두 핵보유국이지만 한국은 이들을 적대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비핵화를 외교 목표로 내세우지 않는다. 다수 국가가 핵보유국을 대하는 공통된 외교 방식이다.

요컨대 미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이기려면 종속적 군사동맹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동시에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비핵화 목표 폐기’를 통해 평화공존 전략을 관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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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을 '갈등'으로 본 李대통령…"남녀가 편을 지어 다툰다"

젠더 불평등을 '성별 간 대칭 갈등'으로 단순화…"여자가 여자를 미워한다" 농담도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의 청년세대를 한국사회의 기회 부족으로 인한 "피해 계층"으로 규정하며 기성세대의 책임을 강조했다. 청년의 날을 맞이해 청년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직접 경청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 자리에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기성세대와 기존 사회구조에 의해 강요되는 불합리에 대해 "청년들이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청년세대 내부의 성차별 및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문제를 '성별 간 갈등' 정도로 단순화하는가 하면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건 이해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미워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19일 서울 마포구에서 연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 행사에서 "가까워야 할 청년세대, 특히 남녀가 편을 지어 다툰다"며 "어제 수석보좌관 회의 자료를 보니 20대 여성의 70.3%는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20대 남성의 70.4%는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일면 타당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한 분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 '취업하기까지는 여성이 좀 유리하고 남성이 차별받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남자는) 군대도 가야 하는데 가산점도 안 준다. 그런데 취직을 하고 난 다음에는 남자가 더 우대받고 여성이 차별받는 것 같다. 간부도 별로 없고, 상사도 다 남성 중심으로 조직이 돼 있고, 시설도 남성 중심이고, 유리천장 같은 게 실제로 있는 것 같다'(고 한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은 청년세대 내부에 존재하는 젠더 문제를 단순한 '성별 간 갈등'으로 인식해, 성차별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가릴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남성은 남성이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 '여성은 여성이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마치 각 집단의 '체감'이 문제인 것처럼 접근할 경우, 성폭력이나 유리천장 등 제도적 차별과 같은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방향성이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녀 사이에서 여성이 구조적으로 불평등하게 억압당하거나 불이익을 얻는 것이 맞는데, 특정 영역에서는 또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차별당하는 측면도 있다"(이 대통령) 같은 언급도 전형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각자 사회에서 마주하는 고충이 마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착시를 유도하는 면이 있다.

 

이 대통령이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청년 여성과 남성이 대화와 토론을 할 공론장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언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각자가 피해자라고 '느끼는' 청년 남성과 여성이 한데 모여 토론을 해보라는 것은, 성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인 정부가 오히려 양측 주장의 조정자 내지 사회자 역할에 머무르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살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행사 마무리 발언에서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을 향해 '남성 차별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것은 심지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는 여성들의 차별감, 차별 느낌은 이해한다. 워낙 많이 연구돼 있고 언급돼 있는데, 남성들이 차별받는다(는 주장은), 아는 것도 있고 짐작되는 바도 있는데 몇 가지 사례 때문만은 아닐 듯하다. 종합토론을 하든 조사를 하든 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차별)인지, 어떻게 시정할 수 있을지 전체적으로 한 번 알아봐달라"고 당부했다.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차별감', '차별 느낌'으로 표현한 점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거듭 원 장관을 향해 "70.3% 여성이 차별받는다고 생각하고, 그보다 0.1% 더 많은 70.4% 남성이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는데 구체적으로 그게 뭔지…(조사하라)"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주재한 두 번째 국무회의(7.10) 당시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에게 "남성들이 불만을 가진 이슈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느냐"며 "우리 정부는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해서 폭넓게 그런 것들을 좀 보려고 한다", "남성 차별 부분을 연구하고 대책을 만드는 방안을 점검해달라"고 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李대통령"청년 남성, 경쟁에서 여성에 밀려 피해의식 클 것 같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토크콘서트 행사 도중 "괜히 여자가 남자 미워하면 안 되지 않나.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건 이해하는데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미워한다? 이게 상상하기 어려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농담 섞인 발언이었다고는 하나, 이른바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라는 성차별적 통념을 무비판적으로 재생산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이날 토크콘서트 행사는 대통령실이 기획한 '청년정책 주간'의 일환으로 열렸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9월 20일 청년의 날을 준비하는 의미로 이번 한 주간 청년과 소통하고,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풀어보고자 '청년정책 주간'을 운영했다"며 "오늘 개최된 2030 청년소통공감 토크콘서트 주제와 같이 '청년의 목소리로 청년의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는' 진짜 대한민국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 성과를 보여드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열린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에서 참석자 발언을 메모하며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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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사랑탑'을 어떻게 다시 세울까?

문재인, '9.19군사합의 복원'이 관계개선 출발점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09.19 23:51
  •  
  •  수정 2025.09.20 00: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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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남쪽의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내 캠프 그리브스에서 「9.19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합의 7주년 기념식 및 2025 한반도 평화주간 개막식」이 진행됐다. [사진-경기도 제공]
19일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남쪽의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내 캠프 그리브스에서 「9.19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합의 7주년 기념식 및 2025 한반도 평화주간 개막식」이 진행됐다. [사진-경기도 제공]

7년전 오늘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고 '판문점선언 군사분야이행합의서'(9.19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채택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철저한 준수와 성실한 이행을 다짐했다.

언제든지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우려를 남북이 합의하여 문서로 발표한 9.19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일 뿐만 아니라 평화체제로 가는 튼튼한 기초를 놓았다는 의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내란의 광기가 바로 잡히기 전까지 한반도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군사적 긴장상황에 내몰렸으며, 심지어 전임 대통령 윤석열은 지난 2023년 11월 내용적 관련성이 없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문제삼아 기다렸다는 듯 '9.19남북군사합의' 일부 정지를 의결함으로써 합의 파기를 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비상계엄의 명분을 위해 북을 도발해 공격을 유도하려 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7년이 지난 19일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남쪽의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내 캠프 그리브스에서 「9.19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합의 7주년 기념식 및 2025 한반도 평화주간 개막식」이 진행됐다.

경기도와 통일부, 그리고 지난 6월 역대 민주정부를 계승하는 김대중재단, 노무현재단, 포험 사의재, 한반도평화포럼이 뜻을 모아 발족한 '민주정부 한반도평화계승발전협의회'가 공동주최한 기념식에 참석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주역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이다. 남북군사합의 복원은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은 모든 평화프로세스의 전제조건"이며, "재래식 군사력에 대한 통제장치가 마련되고 안보환경이 안정적으로 관리되어야만 북한 핵에 대한 논의도 진전될 수 있고 북미 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

"남북한 사이에 당장 전방위적인 대화 재개가 어렵다면, 먼저 9.19 남북군사합의의 복원부터 논의해 나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역대 남북 간의 합의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이 없다"며, "9.19군사합의를 선제적, 단계적으로 복원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전적인 동의를 표시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연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이끌어내고 한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낸 것에 대해서도 '탁월한 제안'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다만,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기대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남북의 정상이 함께 선언문에 서명하며 나눈 약속이 멈춰 선 것은 결코 남과 북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국제정세가 우리의 의지를 따라주지 못했을 뿐이다"라고 한 대목은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의 사회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정동영 통일부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패널로 참가한 특별토론이 진행됐다. [사진-경기도 제공]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의 사회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정동영 통일부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패널로 참가한 특별토론이 진행됐다. [사진-경기도 제공]

기념식에 앞서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의 사회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정동영 통일부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패널로 참가한 특별토론에서도 모든 참가자들은 '9.19군사합의 복원'을 △남북정상회담 개최 △한미연합군사훈련 취소, 연기, 변경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제1과제로 꼽았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9.23)에 앞서 '9.19군사합의 복원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또 "내년 한미연합훈련이 어떤 규모로 실시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의 시간은 결정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동영 장관은 "현재 정부내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를 넘기지 않고 선제적으로 9.19군사합의가 복원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정부내 기류를 설명했다.

서훈 전 국정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했는데 언제 한 번 쉬운 때가 한번도 없었다. 그렇지만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상회담이 가장 유효하고 검증된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고 하면서 "결국 준비된자가 할 수 있다. 강한 의지와 함께 철저히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남북정상회담은 임기중에 반드시 두번은 해야 한다. 너무 늦어지면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임기 절반이 넘어가기 전에 한번하고 그 과정에서 합의결과를 점검하고 다음 정권에 넘겨주기 위해서 후반기에 한번 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 남북관계가 누구도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어려운 이유는 결국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조가 바뀐데 있다"며, "미국과 협의하는 것도 중요하고 미국이 북한과 먼저 회담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못지 않게 우리가 중국, 러시아와 대화, 소통, 협의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특별사절단으로 방북할 당시 한미연합훈련을 하면서도 왜 정상회담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리를 2페이지에 걸쳐 빼곡하게 준비해 갔는데, 김 위원장이 '예정된 훈련을 어떻게 하겠느냐, 그러나 앞으로 남북 협의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찾아오면 그런 훈련은 필요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먼저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고는 "우리가 지금부터 숙고하고 준비하면 전반기에 남북정상회담은 반드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 장관은 "우리가 페이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한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동시에  "한중관계, 다음 단계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지난 3년을 뛰어넘는 남북관계의 시간으로 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이지만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이 부딪힐 때가 많다"며 "적어도 한반도 평화에 관한 한 우리의 독자성, 자율성, 자주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DMZ와 접경지역에 대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평화에너지 프로젝트 △경기북부 평화경제특구내 기후테크 스타트업과 유망기업 육성 사업 △접경지역 배후지인 미군 반환 공여구역 개발사업을 경기도가 즉시 할 수 있는 평화경제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임동원 한반도평화통일포럼 명예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 대통령의 8.15경축사를 언급하며 "9.19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는 다짐,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모든 적대관계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은 남북기본합의서를 비롯해 6.15남북공동선언, 10.4공동선언,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등 모든 남북합의에 담긴 기본정신이며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지난 민주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이어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갈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를 향한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다.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달리다보면 반드시 결승선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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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무인공격기 성능시험 지도…“무력현대화 최우선 과제”

18일 신의주온실종합농장 건설장도 현지지도

노동당 창건 80돌 앞 ‘민생·군수’ 양날개 행보

이제훈기자

수정 2025-09-19 09:09등록 2025-09-19 08:31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8일 “무인항공기술연합체 산하 연구소와 기업들에서 개발하고 있는 무인무장장비들의 성능시험을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금성’ 계열 전술무인공격기”를 포함한 “전략 및 전술무인정찰기, 다목적무인기” 등 “각종 무인무장장비”의 성능 시험을 지도했다고 19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18일 “무인항공기술연합체 산하 연구소와 기업들에서 개발하고 있는 무인무장장비들의 성능시험을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현대전에서 무인장비들의 이용 범위가 확대되는 현실은 무인무장장비 체계들의 인공지능 및 작전능력 고도화를 무력 현대화 건설에서 최우선적인 중요과제로 제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무인항공기술 연합체의 기술적 잠재력을 확대 강화하기 위한 조직기구적 대책이 반영된 중요계획 문건을 승인·비준”했다고 신문이 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8일 신의주온실종합농장 건설 및 지역개발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아울러 김 총비서는 18일 신의주온실종합농장 건설 및 지역개발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유리수경온실 구역과 남새(채소)과학연구 중심(센터)” 등을 둘러보곤 “한해 전만 해도 년년이(해마다) 들이닥치는 큰물로 하여 불모의 땅으로 취급되던 이 섬지구가 지방경제의 급진적 발전과 지역인민들의 물질생활 향상을 주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대단히 큰 ‘보물섬’이 됐다”고 만족을 표시했다고 신문이 전했다. 그는 “신의주온실종합농장 건설은 우리 당이 지역경제의 자립적이며 다각적인 발전을 위하여 제일 큰 규모로 조직한 사업”이라고 강조하며 “당 제9차 대회에 선물로 드리자”고 열렬히 호소했다고 신문이 전했다.

앞서 김 총비서는 지난 12일 ‘평양지구 제38훈련기지’를 방문해 저격수 구분대의 사격경기를 참관하고, 남포시 룡강군병원 건설사업을 현지지도했다.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80돌을 앞두고 ‘인민경제’와 ‘군사부문’을 두루 챙기고 있다는 정치적 신호를 발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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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7시간 넘는 대치 끝 ‘국힘 당원명부 DB 관리업체’ 압수수색 집행

‘통일교 교인 집당 의혹’ 관련 압수수색, 7시간 넘는 대치 끝에 강제 집행

 

18일 오후 김건희 특검의 당원 명부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원 명부 데이터베이스 관리 업체 사무실에서 의원들이 배석해 있다. 2025.09.18. ⓒ뉴시스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18일 국민의힘 당원 명부 데이터베이스(DB) 관리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통일교 교인의 당원 가입 여부 자료를 임의제출 받기 위한 협의를 시도했지만, 국민의힘의 반발로 7시간 넘도록 대치가 이어진 끝에 관리 업체에 대한 강제 집행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17시 35분경부터 강제 집행이 시작됐다”며 “국민의힘 500만 당원 명부에 대해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고, 변호인과 함께 강제 집행 과정에서 제기된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특검이 요청한 건 500만 당원 전체 명부”라며 “저희가 문제 삼는 부분은 신규로 유입된 당원 숫자가 많지 않음에도 500만 전체 당원 명부를 통째로 요구하는 데 대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도 “국민의힘이 당사를 지키며 당원 명부를 절대 내줄 수 없다고 하자, 이제는 저희 당원 명부를 관리하는 민간 업체까지 빈집 털이하듯 쳐들어와 당원 명부를 탈취해 가겠다고 한다”고 강변했다.

특검팀은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이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을 당 대표로 밀기 위해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통일교 교인들이 실제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13일과 18일 두 차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국민의힘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날 당원 명부 DB 관리 업체를 압수수색한 특검팀은 문제가 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일정 기간에 대한 국민의힘 당원의 명부와 특검이 확보한 특정 통일교 교인들의 명단을 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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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엘리트의 권력 사유화 욕심 보여준 결정적 두 장면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법 위에 군림하는 '사법 권력',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25.09.19 06:34최종 업데이트 25.09.19 06:34

100년 전, 유럽은 문명 전체가 종말로 치닫는 듯한 '세기말적 위기'의 정서에 휩싸여 있었다. 반면, 오늘날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위기는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붕괴, 곧 '체제말적 위기'다. 제도가 더 이상 자가 재생 능력을 가지지 못한 채 기반이 침식되고, 민주주의의 존속 자체가 위협 받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양상은 민주주의 체제의 구조적 피로다. 극우의 부상, 권위주의의 부활, 시민 주체의 탈정치화, 권력분립 원칙의 왜곡으로 인해 선거·입헌주의·삼권분립·공론장 같은 민주주의의 근간 장치들이 권력의 순환과 제한, 갈등의 제도화, 시민 대표성 확보라는 본래 기능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

사법 권력의 특권화

2024년 7월 1일, 트럼프 대 미합중국 판결을 앞두고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AP/연합뉴스

프랑스 정치학자 클로드 르포르는 민주주의를 '권력의 공석'을 인정하는 체제로 보았다. 권력이 특정 집단에 고정되지 않고 경쟁과 교체 속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집단은 '제도적 독립성'을 내세워 권력을 폐쇄된 영역에 고정시키며 민주주의의 개방성과 상호 견제를 무력화하고 있다.

'독립성'이라는 명분 아래 제도적 예외를 부여받은 권력 집단은 이를 방패 삼아 공적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 영역을 성역화한다. 이 순간 권력의 특권화는 더욱 견고해진다. 이들은 민주주의에 내재된 절차와 긴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민중의 선택을 중우적 현상으로 경시하는 우월적 시선을 갖는다.

그들에게 권위는 대중의 승인이나 선택이 아닌, 지명과 내부의 인정에서 성립된다. 비판이나 설득에는 응답하지 않고 자격을 앞세우며, 스스로를 대중정치의 소란과 분리된 존재로 간주한다. 경쟁이나 선출보다는 닫힌 세계의 평가와 자격으로 권위를 계승하려는 이들은 민주주의 내부에서 그 원리를 잠식하는 집단이다.

오늘날의 많은 국가에서 사법부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내부 집단의 대표적 사례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을 대중정치의 바깥에 있는 존재로 상정하며, 국민의 위임이나 선출과 무관한 권위를 주장한다.

그 정당화의 논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권력의 독립성'이다. 이 '독립'은 민중(demos)이 지배(kratos)하는, 즉 민주주의 정치구조로부터 자신들을 분리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삼권분립은, 자신들의 결정권과 접근불가능한 권위 영역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변질된 채 본래의 사상에서 심각하게 이탈해 있다.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강조한 삼권분립의 목적은 권력의 일방적 행사를 막는 '상호 견제'였다. 그는 "권력이 권력을 제어하게 하라"는 원칙으로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려 했다. 요컨대 삼권분립은 권력 사유화를 막기 위한 공동 통제의 수단이다.

오늘날 사법 권력이 이 원리를 '스스로는 통제 받지 않으면서 타 권력만을 감시하는 일방적 특권'으로 해석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철학적 기초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것이며, 사법 카르텔을 지키기 위한 의도된 왜곡에 가깝다. '전문성'이라는 명분 아래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되풀이되어 온 것이다.

사례 1: Trump v. United States (2024)

첫 번째는 2024년 미국의 트럼프 대 미합중국(Trump v. United States)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의 '공식 행위(official acts)'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문제는 그 '공식 행위'의 범주를 누가 정하느냐다.

대법원은 이 권한을 전적으로 자신들이 독점함으로써, 대통령의 어떤 행위는 기소할 수 있고 어떤 행위는 면책된다는 선을 자의적으로 그을 수 있게 되었다. 대통령 권력의 범위를 규정하고 정치적 책임의 무게를 조정하는 권한이, 선출되지 않은 소수의 사법 엘리트 집단에 집중된 셈이다. 선거를 통해 대표성을 위임받은 의회가 아니라,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들이 민주주의의 심판자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사례 2: 슬로터 해임 사건 (2025)

두 번째는 올해 있었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 레베카 슬로터 해임 사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메일 한 통으로 민주당 성향의 위원을 해임했고, 1심과 2심 법원은 이를 불법이라 판결하며 복직을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결정을 일시 정지시키며 대통령의 조치에 사실상 힘을 실어주었다. 이는 1935년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확립된 '험프리 집행인 사건(Humphrey's Executor)' 판례, 즉 대통령이 독립기구 위원을 정치적 이유로 해임할 수 없다는 90년 전의 원칙을 뒤흔드는 조치였다.

대법원은 과거 의회가 정립한 제도적 독립성을 약화시키며, 대통령 권한과 정치 균형을 재정의하는 위치에 스스로 올라선 것이다. 이로써 사법부는 해석의 범위를 넘어 민주주의 권력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행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껍데기로 전락하는 이유

판사봉 이미지연합=OGQ

이렇게 정치의 최종 판단권은 민의의 충돌과 조율 속에서 작동하던 의회에서 벗어나, 스스로 통제받지 않는 사법 엘리트 집단으로 넘어가고 있다. 관료주의가 민주주의를 침식하는 가장 은밀하고 위험한 방식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단순한 정권 교체나 특정 정치 세력의 일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 체제 자체가 스스로를 갱신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구조적 징후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선거의 절차를 반복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 구조의 내면을 감시하고, 그 정당화의 논리를 끊임없이 되묻는 일이다.

'법의 지배'라는 이상이 '사법의 지배'로 전도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이름만 남은 껍데기로 전락한다. 법은 원래 민의의 총합이자 제도화된 정의의 형식으로, 사회 구성원 전체가 따라야 할 보편적 규범의 체계다.

반면 사법은 그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기능적 권한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상적인 민주주의 체제에서 사법은 법에 복무해야 하며, 민의를 대표하는 입법 권한에 대해 기능적으로 종속된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법이 법의 해석 권한을 독점하고 그 의미와 경계를 자의적으로 정하기 시작할 때, 권력의 위계는 뒤바뀐다. 법은 보편성과 예측 가능성을 잃고, 사법이라는 폐쇄된 엘리트 구조 안에서 선택적으로 해석되고 차등적으로 적용되는 도구가 된다. 그 결과 권력의 감시는 불가능해지고, 사법은 책임 없는 권력으로 변한다.

민주주의란 본래 다수 의지와 공론의 절차에 의해 제정된 규범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됨으로써 성립하는 정치 질서다. 하지만 그 규범을 사법이 독점적으로 해석하고, 정치적 맥락 속에서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순간, 민주주의의 본질은 훼손된다.

'법 앞의 평등'은 사라지고, '판사 앞의 불평등'만이 남는다. 이처럼 사법이 법 위에 군림하는 순간, 권력은 더 이상 통제되지 않고, 시민은 더 이상 주권자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껍데기로 전락하는 이유다.

#민주주의 #임상훈의글로벌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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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책 토론회, 진보당 “3차대전 막으려면 한미훈련 중단”

기자명

  •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09.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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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2025 제1차 정당정책 토론회’ ⓒ유튜브 캡처
1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2025 제1차 정당정책 토론회’ ⓒ유튜브 캡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2025 제1차 정당 정책 토론회’가 9월 18일 열렸다. 토론은 △신냉전 시대 외교·안보 전략 △정부 조직 개편안 두 축으로 진행됐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긴장 고조를 낮추는 위험관리, 권력 분산과 공적 통제 강화가 지금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외교·안보: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진짜’ 평화를 위한 행동 필요

정혜경 의원은 신냉전의 군사적 긴장을 1순위 변수로 놓았다. 그는 “한미일 군사 훈련으로 인해 자칫하면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라며 “선제적으로 한미 군사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훈련의 상시화가 역내 충돌 위험을 키운다고 진단한 것이다. 또한 “우리는 중국과 싸울 이유가 전혀 없다”라며 중립 외교를 제안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저쪽(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핵을 개발하는데 우리는 손을 묶을 것이냐”라며 한미 연합훈련은 두둔했다. 억지의 강도를 높이면 안전해진다는 오래된 도식에 머문 인식이다.

개혁신당 김성열 최고위원은 더 나가 “북한을 주적이라고 명시하지 못하는 국무위원들이 있는 정권을 데리고 남북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조금 의심이 된다”라고 말했다.

대미 통상·관세: 판이 불공정하다면 멈추고 바꿔야

정혜경 의원은 미국의 25% 관세 위협과 3,500억 달러 현금성 투자 요구를 “국익을 해칠 정도로 불공정한 협상”이라고 규정하며, 보다 단호한 태도를 주문했다. 그는 “관세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전면적 조치가 오히려 주도적이고 공격적으로 협상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 기업이 미국 내에 지은 공장은 전면 철수까지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기보다, 필요하다면 협상을 멈추고 다른 선택지를 준비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아세안과 중국 등 대체 시장 확보하고, 국내 산업·고용 완충책 마련까지 아우르는 플랜 B를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외교 참사가 틀림없다”라며 협상의 경과와 정부의 정보 비공개를 비판했지만, 구체적인 교환 조건이나 실행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개혁신당 김성열 최고위원은 “미국산 쇠고기 규제 완화와 자동차 관세를 맞바꾸는 식”의 아이디어를 언급했지만, 이는 식품 안전과 농업 주권, 그리고 자동차 공급망의 연쇄 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단선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조직 개편·사법·금융 감독: 권력은 분산하고 감독은 강화해야

정혜경 의원은 검찰 권한 집중을 해소하고 금융 감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청 해체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고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라임, 옵티머스 같은 악성 투기 자본들에 의해 우리 경제가 망가졌다”라며 “감시·감독의 권한을 국가와 정부가 가져와야 한다”라고 지적하며, 금융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영 의원은 검찰청 폐지를 “명백한 위헌”이며 “범죄자들이 판치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열 최고위원도 이번 개편을 “일극 체제, 집권화”라고 평가하며 재정과 금융, 사법권이 대통령에게 집중될 위험을 비판했다.

기후·에너지: 컨트롤타워의 실질화와 정의로운 전환 준비해야

정혜경 의원은 토론회에서 기후 정책의 핵심은 실질적 권한을 가진 컨트롤타워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석유, 가스, 석탄 정책이 그대로 산업부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2030 NDC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냐”라고 지적하며, 감축 목표를 선언만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에너지 믹스 조정 권한을 컨트롤타워로 옮기고 노동자와 지역이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 예산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의 참여와 피해 완충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정책이 공허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영 의원은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원전을 막아 에너지정책에 타격을 주려는 시도”라며 기후 정책을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찬반 구도로 단순화해 버렸다.

이번 토론회는 각 정당의 시각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정혜경 의원은 평화와 권력 분산, 공적 통제를 중심축으로 구체적인 대안과 방향을 제시하며 토론의 무게를 잡았다. 반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있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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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는 6천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전면 재검토하라"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인권침해 제보센터 운영·서명운동 등 적극 대응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09.18 17:01
  •  
  •  수정 2025.09.1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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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을 비롯한 110개 단체는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조지아 강제구금 인권침해 사과 및 대미투자계획 전면 재검토 촉구' 긴급 각계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에 대한 대미 직접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을 비롯한 110개 단체는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조지아 강제구금 인권침해 사과 및 대미투자계획 전면 재검토 촉구' 긴급 각계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에 대한 대미 직접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자행된 미국 당국의 한국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구금과 가혹행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12일 귀국한 노동자 316명을 통해, 지난 4일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475명 강제구금 과정에 미 이민국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은 4명에 불과했고, 강제 연행·체포 과정에 쇠사슬과 수갑이 동원됐으며, 극도로 열악한 시설에 구금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협상을 통해 4,500억 달러의 대미투자를 합의하고, 기업들이 추가 투자를 약속한 1,500억 달러를 합하면 외환보유고 4,113억 달러(2025.7. 기준)를 넘는 총 6,000억 달러가 투자명목으로 미국호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는 상황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우려와 분노가 분출하고 있다.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을 비롯한 110개 단체는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조지아 강제구금 인권침해 사과 및 대미투자계획 전면 재검토 촉구' 긴급 각계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에 대한 대미 직접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3,500달러 대미 직접투자와 그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걸 조건으로 관세 조정(25%→15%)을 확정하자는 압박을 가하는 상황인데, 그로 인한 한국의 이익이 150억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불균형한 협상 조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이재명 정부는 대미투자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협상 내용을 국민들에게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의 삶뿐만 아니라 미래의 생존과 희망을 국민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주권정부임을 표방한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한국정부는 미 이민국과 조지아주, 미국 당국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할 것,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당국은 피해자와 한국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강제구금과 가혹행위를 당한 뒤 귀국한 한국 노동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제보와 지원을 위한 '조지아 강제구금 인권침해 제보센터'(010-3398-0616)을 운영해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대미투자 전면 재검토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오는 26일 대규모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석운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 공동대표

박석운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LG배터리 공장에서 현장에 있던 475명을 싹쓸이 마구잡이식으로 모두 연행했다.

당시 취업비자를 갖고 있던 한 분은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서 법적으로 싸우겠다며 남아있고,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제한적이지만 합법적인 체류와 취업활동이 가능한 'B1 비자'(단기상용비자)를 받고 갔다. 연행자 중에는 심지어 임산부도 있었다.
한국정부가 귀국한 한국국민에 대해 전수조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애로 사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 시민사회가 나서서 제보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묵과할 수 없는 것은 미국 당국이 유엔 최저기준에도 위배되는 인권유린, 가혹행위를 자행했다는 것이다. 도와달라고 해서 갔더니 뺨을 때리는 상황인 된 것인데 조건이 안맞으면 우리는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외환보유고를 현저히 뛰어넘는 6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는데도,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극우매국세력들에 대한 문제이다.
가해자인 미국정부 편을 들어서 피해자인 한국정부를 비판하는 극우매국세력의 행테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응징해야 한다.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체포사태는 국제법상 용납될 수 없는 인권 침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구속력이 있는 자유권 규약이 있고 고문방지 협약 등의 국제인권조약이 있다.
그 조항에 따르면,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은 긴급한 상황에서도 유예할 수 없는 절대적 금지 사항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무분별한 보호장구의 사용은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에 명백히 해당되며 엄격한 요건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미국 이민 당국이 공장건설 현장에서 자행한 475명에 대한 영장 없는 체포는 적법 절차에 어긋난 체포였고, 금지된 보호 장비를 사용했고 무죄 추정의 원칙을 무시한 체포였다. 국제 인권규범이 허용하지 않은 자의적 구금이자 절대적으로 금지해야 돼야 될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에 해당됨이 명백하다. 미 이민당국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에게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828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대미투자를 약속한 가운데,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이민세관 단속국에 의해 극단적 인권 유린을 당하며 구금된 사건은 모욕당한 동맹의 본질적 성격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트럼프 정권의 공식적 사과는 향후 한미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최우선적 기본과제이다.

소위 동맹이라는 이름의 관계는 일방적·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주체적·수평적 관계가 되어야 한다. 이는 국가주권의 문제요, 주권자 대한국민의 자존의 문제이며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다.

트럼프 정권은 동맹을 마가를 위한 제국주의적 수탈전략의 도구로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안보 수탈전략은 한미 통상협상을 토대로 한미동맹 현대화를 압박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군사 보호를 받으려면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고 미국의 안보만 제공받지 말고 역내 글로벌 안보비용도 한국이 더 감당하고, 경제ㅊ기술 공급망에서 미국에 철저하게 의존하고, 대중국 관계에서 확실하게 미국 편에 서는 동맹의 종속적 일체화를 강요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안보 주권과 평화 주권과 이를 위한 전략의 자율성을 침해받지 않고 증진시키는 것 외에 또 다른 국익과 실용이 있다면 그것은 특정 분단 정권의 유지와 재생산을 위해 국민 주권을 파는 행위가 될 것이다.

주권자 대한국민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다극화 세계질서 속에서 한미동맹의 덫에서 벗어나 미국의 주권침략과 동맹의 거래화에 당당하게 저항하며 대미투자를 전면 재검토하고 자주와 자강을 기초로 동북아시아와 지구 남반부와의 상호 주체적·다층적 연대를 강화하는 평화적 외교·통상·안보 전략을 구사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대미투자 계획과 대미협상은 이미 국회가 비준 동의한 FTA 협정을 어기는 것이고 미국으로부터는 무시당한 결과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협상 결과가 아주 잘 된 것처럼 얘기해 왔지만, 이미 우리는 한미FTA를 체결하면서 국내법을 수십 개 바꾸면서 우리 제도 자체를 미국화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수출은 조금 늘었을지 모르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비자 쿼터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했고, 쥐꼬리만한 관세없앤 것도 이번에 적용받지 못해서 일본이나 유럽보다 훨씬 더 손해 보는 장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본 수준의 투자를 하겠다는 백지 위임을 하고도 이런 치욕적인 일을 당했다.
정부는 이미 국회가 위임한 범위를 넘어서는 협상을 하고 있다. 이 협상은 중단되어야 한다. 국회는 손 놓고 가만히 있을 것이 아니라 일단 우리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시작해야 되고, 위임범위를 넘는 협상 진행에 대해 지금 당장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대로는 안된다. 자유무역·FTA는 없어진 지 오래이고 유엔과 WTO 체제도 없어졌다. 지금 미국이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식민주의이다. 여기 굴복하면 안된다. 계속 국민주권정부임을 내세우려면 모든 투자협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국은 지난 240년간 전쟁으로 먹고 살았던 나라이다. 이젠 그마저도 안 되니까 남의 나라 등쳐 먹고 사는 그런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그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은 여전히 인종차별적이어서 인권 탄압은 문제도 안되는 노예 정도로 여기는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인권 유린하는 이런 동맹 필요 없다. 

미국에 올인하면 우리가 올킬당한다. 천문학적인 대미투자에 국내 산업은 이미 산업공동화와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미 투자를 전면 중단하고 그 투자를 노동자와 한국 산업을 살리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더 이상 지구촌을 상대로 안전도, 인권도 존중도 없고 오로지 갈취하고 안보 협박과 희생만 강요하는 미국은 더 이상 필요 없다. 민주노총은 이재명 정부가 대미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거나 중단할 것을 재차 강력히 요구한다.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익 최우선의 실용외교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목표이자 전략이다. 국익을 우선할 것인가, 불평등한 동맹을 중시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재명 정부는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며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대미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국이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우리 국민들과 우리나라에 더없이 폭력적이고 무례하게 굴고 있다.동맹이라고 해서 참고 참았더니 돌아온 게 무엇인가? 우리 국민을 중범죄자 취급하며 총과 헬기를 동원해서 체포하고, 마치 맡겨 놓은 것처럼 트럼프 기분따라 수천억 달러를 내놓으라고 휘두르고 있지 않나?
이재명 정부는 미국에게 더 강력하게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지금 주도권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경제 안보, 그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미국의 목줄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박세희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지부 대표

박세희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지부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세희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지부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제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 구금 사건은 반인권적 불법적 굴욕적 조치였다. 미국 이민국이 합법적 비자를 소지한 한국인 직원에게까지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태를 보며 미국 내에서조차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 이어 트럼프까지 미국은 한국에게 막대한 직접 투자를 요구하고 미국에 공장 설비를 지으라며 사실상 노골적인 조공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공의 대가는 보호도 동맹도 아닌 멸시와 인권 침해였다.
미국 이민국의 비인도적이고 불법적인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한국 정부는 국민을 대변하여 대미 투자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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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투자방식 이견 커…'한미 관세협상' 장기화 가능성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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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09.18 05:50

  • 수정 2025.09.18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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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장관 "한미 협상 밀고 당기는 과정"

안보실장 "내용이 중요, 감당 가능해야"

정부, 협상 장기화 대비 지원 방안 마련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대미 투자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합의한 방식을 한국에도 강하게 압박하고, 한국은 국익을 훼손하는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협상이 타결되는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부장관은 "한미 협상이 밀고 당기는 중"이라고 했고, 위성락 안보실장도 "관세협상은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등 이재명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도 같은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한미 관세 협상 타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정부에서는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을 적극 강구하고 있다.

일본방식 따르라는 미국 VS 그럴 순 없다는 한국

17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한미 통상 당국은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현재까지 협상의 세부 이행사항을 확정하고 문서화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미 양국은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협상안에 합의했다.

한미 통상 당국은 관세 협상 후속 조치를 위해 지난 8일 워싱턴 DC에서 실무협의를 갖고, 지난 12일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뉴욕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면담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장관 귀국 바로 다음 날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시 워싱턴 DC로 떠나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담하는 등 고위급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이 먼저 대미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일본차에 대한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치가 시행되자 국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실무협의를 통해 대미 투자 결정 주도권을 미국이 행사하고, 투자 이익의 90%(투자금 회수 전에는 50%)를 미국에 넘기는 조건에 합의하는 내용의 MOU에 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이 한국에도 일본과 같은 방식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3500억 달러를 주는 대신 차라리 25%의 관세를 물자'는 주장까지 분출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국익 관점에서 미국의 지나친 요구는 받기 어렵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5일 관세 협상 마무리가 늦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국익이 훼손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무리한 요구가 있다면 ‘국익의 보전’(목표로) 놓고 협상해 나가겠다는 원칙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의 대부분을 현금으로 투자하면 외환시장에 어려움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측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청하는 등 협상 세부 사항을 하나하나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합의문에 성급하게 서명하기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협상을 마무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기까지 조금 더 오래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 길면 두세 달 정도 서로 협의하면서 접점을 찾아나갈 것 같다"며 "조선, 원자력, 반도체 등 한국이 강점이 있고 미국은 잘 못하는 분야의 협력 방안을 통해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자동차도 중요하지만, 국민 경제 전체에 미치는 모든 영향을 고려해 협상해야 한다"며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마스가 등 카드로 재량권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계기로 한미 관세 협정 문서화 작업이 마무리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어쨌든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미소짓고 있다. 2025.8.26. 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협상이 밀고 당기는 과정에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와 관련해 "협상이 교착 국면에 있다가 이어지고 있는 과정"이라며 "협상이 밀고 당기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16일 세종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미 협상 관련 질문에 "(협상장에서) 저도 책상도 치고 목소리도 올라가기도 하고 하는 그런 과정에 있다"며 "양측이 '윈-윈'하기 위해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어떤 분들은 3500억 달러를 미국이 다 가져가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구조는 아니다"라며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1500억 달러 사업처럼,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 위해 3500억 달러를 미국에 주느니 협상을 엎자'는 이야기도 나온다는 질문에 그는 "저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면서도 "관세 협상 내용을 봤을 때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협상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도나 스위스, 중국을 보면 (협상이) 안되면 관세가 무지막지하게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협상 타결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 지금까지 스무번 미팅했다고 소개하고, "우리가 10년, 20년 전에 알던 미국이 아닌, 새롭게 태어난 미국을 상대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무역 합의를 압박하는 미국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한국보다 먼저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무역협정을 마무리한 일본의 대미 협상에 대해서는 "언더스탠딩(MOU의 '양해')이라는 측면에서 최고의 국익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본다"며 "자동차 전체 품목관세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딜(합의)은 언제든 일본 측에 불리하거나 국내법에 안 맞으면 깰 수 있고, 5500억 달러가 한꺼번에 가는 것도 아니어서, (합의가) 일본 기업에도 도움이 되고, 관세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6일 세종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17. 연합뉴스

위성락 안보실장, “관세협상, 장기화 바람직 않지만…내용이 중요, 감당 가능해야”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우리의 국익을 적절한 범위 내에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당장은 진전이 없지만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의 과정을 거쳐 뭔가 타협점을 찾아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언제쯤이라고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타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전망했다. 위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대통령실이 "시한에 쫓겨 손해 보는 합의에 서명할 수는 없다"는 뜻을 밝힌 것과 같은 호흡이다.

또한 위 실장은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와 관련해선 "(협상이)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실현 가능, 지속 가능해야 하고 국익을 적절한 범위에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에게 큰 손해가 되는 합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한미 관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감당할 수 있고 합리적인 협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9.17. 연합뉴스

정부는 한미 관세 협상 장기화에 대비해 피해 기업 지원책 마련에 나서는 중

한편 정부는 한미 관세 협상 장기화에 대비해 기업들의 대미 수출 감소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한 '미국 관세 협상 후속 지원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들을 위해 13조 6000억 원의 정책자금을 연내 긴급 지원할 예정이다. 이 정책 자금은 △한국산업은행 3조 원 △한국수출입은행 6조 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4조 2000억 원 △중소기업진흥공단 4000억 원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정부는 수출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무역보험 공급 규모를 역대 최대치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256조 원인 올해 무역보험 공급 규모를 270조 원으로 늘리고, 보험·보증료 60% 할인 대상을 기존 품목관세 업종에서 전 업종으로 넓힐 계획이다.

정부는 국익을 최대한 수호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호흡을 길게 하면서 끈질지게 이어가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대미 수출 감소로 피해를 입을 기업들을 위해 천문학적 정책자금을 배정하고 무역보험 공급 규모도 역대 최대치로 늘리고 있다. 한마디로 국익수호를 위해 안팎으로 분투 중이다.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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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투자’ 강요하는 미국...전문가들 “3,500억달러, 결국 국민 부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9/18 08:36
  • 수정일
    2025/09/18 08:3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대미투자, 이대론 안 된다 3]“무제한 통화스와프...실현 가능하지도 않고, 대안도 아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8.26.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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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무역합의의 후속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불평등한 조건의 투자를 수용한다면 결국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측은 일본이 서명한 대미투자 양해각서처럼 미국이 투자 주도권을 쥐고, 현금을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한국에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 상황에서 수용 불가능한 조건을 미국이 들이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책상치고 고성지르고..." 한미 후속협의 '난항'

17일 정부에 따르면 한미 무역합의의 세부내용을 다루는 후속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으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주말 직접 트럼프 행정부를 만나면서 어렵게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협상을 벌이고 돌아온 김정관 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협상이 밀고 당기는 과정에 있다"며 "(협상장에서) 저도 책상도 치고 목소리도 올라가기도 하고 하는 그런 과정에 있다"고 협상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미는 지난 7월 30일 무역합의를 타결하고 상호관세와 자동차 및 부품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대해서는 최종 서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한미는 무역합의에서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수익 배분 등을 두고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일본과 합의한 대미투자 방안과 비슷한 내용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이 서명한 '전략적투자 양해각서'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결정하면 일본이 45일 내에 지정된 계좌에 사용가능한 현금으로 투자금을 입금해야 한다. 일본이 투자를 거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돼 사실상 일본의 거부권을 봉쇄했다. 투자 이익도 일본이 투자금의 원금을 회수할 때까지는 양국이 50대 50으로 가져가지만, 원금 회수 이후 시점부터는 미국 90%, 일본 10%의 비율로 배분된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마음대로 일본 정부의 돈을 쓸 수 있는 '백지수표'를 얻어낸 셈으로,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측에는 투자 이익 배분에 대해 원금 회수 전까지 한국이 90%를 가져가고, 원금 회수 이후부터는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한국 정부는 지분을 가지는 직접 투자는 5% 내외로 하고, 대부분 정부가 융자보증(credit guarantees)을 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조달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융자보증은 민간은행 등이 융자를 할 때 정책금융기관이 보증을 서는 것이다. 국내 자본이 미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최소화하려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가진 현금을 직접 입금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외환보유고 털어 넣으라는 것...불가능한 조건"

미국의 요구에 대해 전문가들은 "애초에 한국이 실행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이 약속한 대미투자 규모 3,500억달러는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0%의 규모에 해당되는 막대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2026년도 예산안(728조원)의 67%에 달한다.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8월 기준 약 4,163억달러 수준인데, 여기에 80%에 해당하는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미국에 내놓을 경우 제2의 외환위기 사태가 올 가능성이 크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찍으면 한국 정부가 투자금을 현금으로 쏴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대로 하면 우리는 외환이 마르면서 또 외환위기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도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달라는 건 외환보유고를 털어넣으라고 하는 건데, 할 수 없는 일이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도 "돈을 주려고 해도 돈이 없다. 한국이 할 수 없는 제안"이라며 "미국이 제안을 바꿔주던가 그렇게 하지 않는 한 이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먼저 미국에 '백지수표'를 준 일본과 비교해도 한국의 부담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5,500억달러 대미투자를 약속한 일본의 경우, 지난 8월 기준 외환보유고 1조2,406억달러의 42% 정도 수준이다. GDP와 비교해도 13% 수준으로, 한국보다 부담이 덜하다. 여기에 일본은 기축통화국인 데다,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어서 달러 조달이 한국보다 유리하다.

나 교수는 "기축통화인 엔화와 원화의 지위 차이와 외환보유고의 수준을 비교하면 한국이 일본에 비해 큰 부담을 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제한 통화스왑' 대안 될까?..."결국 국민에 돈 걷어 미국 주는 것"

외환위기 우려에 한국 측은 '무제한 통화스왑'을 미국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스왑은 환율변동에 대응해 정해둔 환율로 통화를 교환하는 것이다. 만기 시에는 교환한 통화를 미리 정한 환율과 이자를 적용해 재교환한다. 사실상 원화를 담보로 달러화를 싸게 빌려오는 셈이다.

미국의 요구에 따를 경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사실상 지난 2021년 종료된 한미통화스와프를 더 강력하게 부활시켜 달라는 요구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무제한 통화스왑'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통화스왑으로 대미투자의 부담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통화스왑으로 달러화 조달은 수월해질 수 있지만, 결국 달러화를 빌려올 재원은 정부가 빚을 내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 교수는 "2026년 예산안을 보면 이미 적자 국채를 발행한다고 했는데, 여기에 추가 자금을 집행한다는 건 추가로 차입을 해야 한다. 3,500억달러만큼이 국가 채무로 쌓이는 것"이라며 "정부가 갚아야 하는데, 세금으로 갚아야 하잖나. 결국 전 국민이 달러 빚을 갚기 위해 투입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건 말만 독립국이지 전 국민이 식민지 노예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도 "통화스왑으로 달러를 제공하는 걸 정부가 구상하는 것 같은데, 현재 같은 상황에서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국민에게 돈을 거둬서 미국에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입장에서도 한국의 무제한 통화스왑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 국채를 팔아서 달러를 만들지 않고, 원화를 증발(增發)해서 100조원을 찍어서 달러로 바꿔 달라고 하면 어떡하겠나"라며 "미국이 한국보고 펀드에 돈 넣으라고 했는데 자기 돈을 넣는 것과 같다.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만일 한국이 무제한 통화스왑을 이용해 원화를 더 발행해서 이를 달러로 교체하는 것을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달러를 제공한 미국 입장에서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사진=뉴시스

일본 먼저 '자동차 관세 인하'..."서두를 필요 없다...급한 건 한국 아냐"

일본은 일방적으로 자국에게 불리한 대미투자를 합의한 대신 한국보다 먼저 자동차 관세 인하를 받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일본이 대미투자 양해각서에 서명하자 일본산 자동차 및 부품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인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 중인 한국 입장에서는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한미 후속협상이 길어질수록 불리한 상황도 계속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급한 건 우리가 아니다. 실제로 미국이 (자동차 관세 인하) 행정명령을 내려도 실익은 매우 적다. 125억달러도 안 될 것"이라며 "그런 조건에서 협상에 서명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딘 베이커 선임경제학자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다시 25%로 증가시킬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125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런데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를 위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서둘러 서명을 한다고 해도 125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얻지는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사실 한국이 자동차 관세 인하를 얻어 낸다고 하더라도 이전처럼 가격경쟁력 면에서 일본보다 유리해지지는 않는다. 기존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관세는 2.5%의 격차를 보였으나, 한미, 미일 관세 협상에서 모두 동일하게 15%의 자동차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 교수는 "자동차 관세가 문제인데, 현대차 등도 미국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린다든지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미국에 투자할) 그 돈이 있으면 차라리 국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오히려 미국의 요구대로 달러화를 직접 미국에 투자금으로 지급하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을 비롯해 각국의 외환보유액은 실제 달러화가 아닌 미국 국채 등 증권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데, 투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이를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막대한 물량의 미국 국채가 시장에 쏟아지게 되면 국채 금리가 오를(국채 가격 인하) 수밖에 없다. 그동안 금리 인하를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우 교수는 "국채를 팔기 시작하면 미국에도 도움이 안 된다"면서 "일본이 미국 국채를 많이 들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데 달러화를 주려면 이걸 팔아야 한다. 한국도 팔아야 한다. 중국도 이때다 하고 팔 수도 있다. 그러면 국채 시장 금리가 뛰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제 구조 전환하지 않으면 계속 미국에 종속"..."국민과 함께 대응해야"

3,500억달러를 그대로 미국에 투자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차라리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아예 무시하고 대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한미 관계는 한반도 문제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의 통상 협의가 풀리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축소를 포함한 전략적 유연화 등을 통해 정치외교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 교수는 "우리는 한반도 문제가 있다. 미국이 주한미국 축소 등 전략적 유연성을 들고나오면 이재명 정부가 책임론에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민에 협상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함께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 교수는 "정부가 이 상황을 너무 긍정적으로 알릴려고 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정확하기 알려야 한다"면서 "자동차 관세도 엎어질 수 있고, 보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도는 한국 국민의 이해도도 높으니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협상이 다 될 것처럼 하는 단계는 넘어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 교수는 "모든 리스크는 한국이 지고, 이득은 미국이 가져가는 그런 협의가 어디 있나. 그런 건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미국 의존도가 높은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원준 교수는 "한국 경제가 이렇게 미국이 이상한 소리하는 데에 흔들리는 고 있는 것은 미국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종속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는 계속 못 간다. 계속 미국에 끌려다니게 된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점진적으로 수출 주도에서 내수 지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 다수 대중의 소득을 늘리는 형태로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을 만나면 또 이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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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총리 "대미 협상, 감당할 수 없는 건 문서화하지 않겠다



정부 "노란봉투법 TF·매뉴얼·가이드라인 만든다"…여야, 부동산·재정 놓고 설전

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5.09.18. 05:00:33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을 맞은 가운데 정부가 "(협상의) 대전제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그리고 '국익과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문서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원칙을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답변자로 나서 "(협상) 전략적인 측면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하고 "대미 협상 전략 중 하나로 '마스가 프로젝트' 같은 것을 제기한 것은 굉장히 현명한 전략이었다"고 자평했다.

 

김 총리는 전날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언급해 화제가 된 데 대해 "미국이 달라졌다는 표현은 현재 미국을 포함한 세계 질서가 변화했다는 인식과, 미국의 정치를 이끌어가는 미국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 다른 방식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여러 의미가 복합적으로 담긴 표현이 아닐까"라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 김 총리에게 "제국주의 시대 불평등 조약을 연상시키는 미국과 일본의 통상협상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김 총리는 이에 "다른 나라의 협상 결과에 대해 제가 평가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답을 피하며 "다만 현재 상황은 저희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세계의 어느 나라도 수동적으로 협상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것도 일정하게 불리한 점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고 인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권 의원이 '미국 상무장관이 3500억 불 펀드의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고 수익의 90%를 미국에 귀속시키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김 총리는 "제가 확인해드리는 어렵지만 저도 언론에서 본 사실"이라며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 협상팀에서는 그런 방식과 기조에 대해서는 국익 차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AI 활용 설정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국회 본회의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특히 야당 의원들로부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 등이 '기업 옥죄기'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노사가 상생해야 되는데 지금 이재명 정부는 너무 노조 편향적"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잘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가 성공을 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 진영의 이념, 노조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편향적 정책으로는 대한민국 국민과 자식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총리는 이에 대해 "(노란봉투법은) 한국 경제가 노사관계에 있어서 한 단계 성장하는 측면에서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논의를 바탕으로 이뤄낸 것"이라며 "한국 경제 성장의 또 하나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노란봉투법의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보완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김 총리는 "한편에서는 오해, 또 한편에서는 과장, 또 한편으로는 불확실성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한다"며 "보완 입법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저희들이 TF, 또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답변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같은 주제의 질의에 대해 "노조든 기업이든 어느 정도 소통을 하고 필요한 부분의 정상화는 해야 된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지금 기업들이 우려하는 불확실성, 즉 사용주 개념이나 실질적 지배가 뭐냐는 등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 (중앙)노동위원회 결정,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서 시장에서 과도하게 우려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도 만들고 규정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또 배임죄 완화 등 이른바 '경제 형벌 합리화' 문제에 대해서도 "너무 과도하게 기업을 얽매는 부분은 맞지 않다. 전반적으로 한 6000여 개 경제 형벌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고의·중과실 없는 단순한 선의의 과실로 인한 위반의 경우는 시정을 하게 하고 기업 투자심리·의욕을 꺾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9월 중 1차적으로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고, 또 준비가 되는 대로 계속해서 (향후) 1년 안에 배임죄를 포함해 적어도 30% 정도는 개선토록 하겠다"고 했다.

 

여야는 9.7 부동산 대책이나 정부 재정운용 방향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9.7 부동산 대책에 대해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매우 높게 평가한다"며 "그동안 인허가를 가지고 (호수를 발표)해 왔던 것을 착공 기준으로 한 것은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을 내준 문재인 정부 시즌2를 보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와 포장만 다르다"고 비난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조 의원은 재차 "서민들은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청년들은 월세 폭등으로 좌절하고, 현금 부자들만 '똘똘한 한 채'로 몰리고 있다"며 "지방을 위한다면서 지방 미분양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허성무 의원은 여당 소속임에도 "9월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 정부 주택공급확대 방안이 발표됐는데 사실은 수도권 중심의 발표이고 지방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지방에 대해서 좀 관심을 가지고 보완 대책을 내달라"고 하기도 했다.

 

김윤덕 장관이 9.7 대책을 설명하면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3기 신도시를 미리미리 준비해 온 결과 3기 신도시가 곧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며 "1기 신도시나 2기 신도시에 비해 3기 신도시는 여러 가지 주택을 좀더 추가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는 게 상당히 중요한 특징"이라고 문재인 정부에 일부 공을 돌린 점도 주목을 받았다.

 

정부 재정운용 방향을 놓고 민주당은 "건전 재정은 중요하지만 무조건 쥐어짜는 게 능사는 아니다. 흥청망청도 안 되지만 스크루지도 안 된다"(이언주)라고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한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민생회복이라는 명분으로 소비쿠폰을 뿌렸는데 과연 민생이 얼마나 회복됐나. 소비쿠폰은 국가 재정뿐만 아니고 지방 재정까지 악화시킬 것이 뻔하다. 대통령 당선 축하금식 돈뿌리기"(이헌승)라고 비판했다.

 

이헌승 의원은 정부조직 개편안 가운데 기획재정부 분리안을 놓고도 "예산권을 가진 기관이 국무총리 산하로 들어가게 되면 결국 예산편성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정치적인 입맛이나 선거 표심에 따라 재정이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 총리는 이에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제가 잘 조정하겠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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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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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828조 대미 투자 압박, “나치독일, 전범 배상금보다 가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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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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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9.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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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가 9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주한미대사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서 한국노동자를 폭력적으로 연행한 미 트럼프 행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민주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가 9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주한미대사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서 한국노동자를 폭력적으로 연행한 미 트럼프 행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민주노총

미국의 관세 압박에 한국이 지불하도록 요구받은 금액은 총 6,000억 달러(약 828조 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대미투자 펀드 3,500억 달러, 미국산 에너지 구매 1,000억 달러, 한국 기업들이 별도로 약속한 투자 1,500억 달러가 합쳐진 규모다. 이에 대해 전쟁 배상금보다도 가혹한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 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는 17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5,000억 달러(에너지 구매 금액 제외) 대미 투자를 자신의 임기 내에 지불하라고 요구하는데, 이는 매년 GDP의 7.6%를 미국에 투자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종 전 교수 “1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이 전쟁범죄 배상금을 30년 이상 분할해서 지불해야 했다”라며 “이 금액은 해마다 GDP 대비 8% 수준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마저도 독일 경제가 어려워지자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매년 GDP의 8% 정도를 미국에 투자하라는 것은 전쟁 배상금을 지불해야하는 패전국 취급”이라고 지적했다.

대미 투자금의 사용처는 미국이 결정한다. 이에 대해 김흥종 전 교수는 “미국 돈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 프로젝트에 대부분 투입되고 일부는 장기 프로젝트에 투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리스크가 큰 부문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에 이익이 돌아올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대미 투자금의 수익 배분 구조에 따르면, 원금 회수 전에는 한국이 90%, 미국이 10%를 가져가지만, 원금이 모두 회수된 이후에는 비율이 뒤바뀌어 미국이 90%, 한국은 10%만을 배분받는다. 결국 투자 수익이 생기더라도 한국은 사실상 원금 회수에 그치고, 미국이 대부분의 과실을 가져가는 구조다.

트럼프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스티븐 마이런 미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은 미국과의 부담을 나누는 5가지 방법을 X에 공개했다. 그는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를 보복 없이 수용할 것 △시장을 개방해 미국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할 것 △국방비를 늘리고 미국 무기 구매를 확대해 미군의 부담을 덜 것 △미국 내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투자할 것 △재무부에 수표를 제출해 직접 돈을 낼 것이라고 정리했다.

 

김흥종 전 교수 “트럼프 대통령이나 스티븐 마이런의 생각은 일관된다”라며 “그들은 수십 년간 무역을 경제 전쟁으로 간주하고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통화 스와프의 경우, 미국은 3년 반 안에 한국에 돈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응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에서도 대미 투자에 대해 변화된 입장을 조심스레 비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미국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제시한 방안은 현재로선 수용하기 어렵다”라며 “그대로 문서화했다면 우리 경제에 큰 주름살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우리가 전혀 접하지 못한 여건 속에 있다”면서 “트럼프 변수를 보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딘 베이커는 “차라리 관세 25%를 맞고 그 돈을 국내 산업과 노동자 보전에 쓰는 편이 낫다”며, 한국이 이 합의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국 내에서 높아지는 대미 투자 철회 요구와 맞물린다.

동맹이 아니라 착취다. 전쟁 배상금 같은 대미 투자에 대해 단호하게 거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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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나 이때나 미국시대 … 진짜 세상 갈망한 소설가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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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09/18 07:26
  • 수정일
    2025/09/18 07:2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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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미소설 [분지] 60주년 기념식을 치르며

  • 기자명 최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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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7 12:12
  •  
  •  수정 2025.09.1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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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섭  / 출판인

 

‘남정현’ 하면 보통 <분지>를 떠올린다. 소설 <분지>를 통해 남정현(1933~2020)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1999년 봄 《한국 언론의 미국관》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서 자료를 뒤지다 소설 <분지>를 만났고, 당시 그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1965년에 쓰인 이 소설을 읽은 느낌은 전율이자 전의였다. 미군한테 겁탈당하고 미쳐버린 어머니, “이 죽일 놈들아! 날 죽여다오”라고 외마디소리 지르며 영영 눈을 감아버린 〈분지〉의 주인공인 홍만수 어머니의 참상에 대한 전율이었으며, 어머니를 죽게 만든 자들에 대한 전의였다. (‘2000년 1월 1일의 신문과 반미소설 〈분지〉’ 중에서)

지난 9월 3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발표 60주년 기념식–남정현의 삶과 문학’ 행사 장면. ⓒ최희영

40킬로그램의 몸으로 미국에 맞선 작가

<분지>는 널리 알려진 한국의 소설과는 그 내용과 형식에서 독특한 점이 많았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평지 돌출한 작품이었다. 《작가연구》 2001년 하반기호는 186쪽 분량의 특집으로 남정현 작가를 다뤘는데, 한국문학사에서 차지하는 그 '특이성'에 주목했다. 채호석 편집인은 책머리에 “한국문학사에서 앞도 없고, 뒤도 없는 자리가 바로 남정현 소설의 자리가 아닐까”라고 쓰기도 했다.

한국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남정현 작가와 반미소설 <분지>를 나이 사십이 다 되도록 몰랐다는 사실에 일종의 자책감마저 들었다. 필자의 무지함과 게으름에도 책임이 있겠지만 국가보안법(반공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박정희 군사정권의 잘못도 크다. 1965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직후 필화사건으로 금서가 된 <분지>는 1987년 6월항쟁 이후에야 합법적으로 출간될 수 있었다.

<분지>를 읽고 감탄한 필자는 《말》지 기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이기형 시인에게 부탁해서 남정현 작가를 2000년 초 서울 동숭동 대학로의 한 음식점에서 함께 만났다. <분지>를 읽은 독자는 처음엔 힘깨나 쓰고 기운 세 보이는 야성적인 작가를 떠올린다. 하지만 막상 작가를 직접 만났을 때 왜소한 체격과 부드러운 인상에 놀라곤 하는데,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오적>의 시인 김지하도 2005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분지〉를 탁 보고 대단히 우람한 사람을 연상했어요. 그런데 조그마하니 약체, 그래서 더, 놀랐죠. 남 선배, 큰일 하셨다고 그랬어요. 아메리카에 대해 그 후에도 그렇게 쓴 작품이 없죠.”라고 증언했다.

그즈음 남정현 작가의 몸무게는 채 40킬로그램이 될까 말까 했다. 유소년 시절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나드는 병고에 시달리고, 20대 초반까지 결핵을 심하게 앓은 후유증 탓이었다. 그 병약한 몸으로 1974년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사태 때 남산 중앙정보부 지하실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했고, 이로 인해 평생 어지럼증을 달고 살아야 했다.

대학로에서의 만남 이후 10여 년이 지난 2013년 《분단시대의 지식인-통일 만세》를 쓰면서 남정현 작가를 세 차례 만나 인터뷰했다. 이때 그를 인터뷰한 장소는 자택 쌍문동에서 멀지 않은 대학로의 카페 앨빈이었다. 남정현은 이 카페의 단골이었다. 2017년에는 그의 마지막 소설집 《편지 한 통-미 제국주의 전상서》를 도서출판 말에서 출간했다.

“그의 작품은 분명히 훗날 재평가를 받을 것이다”

2024년 초에는 작가의 장남 남돈희 씨와 함께 마석 모란공원 묘지를 찾았다. 묘비 앞면에는 “민족자주를 열망한 ‘분지’의 작가 남정현의 묘”라고, 뒷면에는 문학평론가 김병욱의 ‘천부적 이야기꾼’에서 따온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는 필자가 묘지를 방문하기 전에 읽은 남정현 관련 비평 중에 가장 인상적인 구절의 하나였는데 묘비에서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남정현의 문학은 결코 농담에 가까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일깨우는 처절한 목소리다. 그런데도 그 작품에는 웃음이 있다는 것이 한 특징이다. 그것이 말하자면 남정현의 삶의 여유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오늘을 가장 정직하게 그리고 용감하게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문에 인용한 김병욱 평론가의 글 〈천부적 이야기꾼〉에는 위의 ‘왜냐하면’ 앞에 “그의 작품은 분명히 훗날 재평가를 받을 것이다.”가 들어가 있다. 이 비문은 남돈희 씨가 직접 골랐는데, “아버님을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 늘 마음속에 새기던 글귀”라고 했다. 마석 묘지에서 돌아오는 길에 ‘민족자주를 열망한’ 남정현 작가를 기리는 책을 한 권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누가 시키지는 않았으나 우연한 만남이 쌓여 운명적인 만남이 되었고, 인생의 숙제로 떠안게 된 셈이다.

2024년 초 마석 모란공원의 남정현 작가의 묘지를 방문한 《남정현의 삶과 문학》의 저자 최진섭 ⓒ최진섭
2024년 초 마석 모란공원의 남정현 작가의 묘지를 방문한 《남정현의 삶과 문학》의 저자 최진섭 ⓒ최진섭

처음에는 <분지> 60주년이라는 걸 머릿속에 떠올리지도 않았다. 4주기 추모식이 열리는 2024년 12월 21일까지 책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였다. 그러나 작가의 소설을 정독해서 읽고, 관련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1965년 《현대문학》에 실린 <분지> 이전의 작품도 금기가 많은 ‘경고 구역’에서 온 힘을 다해 쓴 ‘불온’하기 짝이 없는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남정현 작가는 《2004년도 한국 근현대예술사 구술채록연구 시리즈-남정현》에서 1958년 <경고구역>으로 등단해서 1965년 ‘분지 필화사건’을 겪을 때까지의 소설에 대해 회상하며 “내 능력으로는 이렇게 육체적으로 좀 허약하고, 또 정신적으로 허약한 데 그래도 내가 최선을 다했구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 처한 엄혹한 상황에서는 우리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울면서 썼다.”라고 회고했다. 남정현은 이렇게 죽을힘을 다해 쓴 소설을 지금 독자들이 잘 보지 않는 것을 아쉬워했다.

필자는 남정현 작가가 생전에 느낀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고 싶다는 마음에 그의 작품을 빠짐없이 다뤄야겠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 바람에 마감은 마냥 늘어졌다. 게다가 12.3 계엄 사태까지 터지면서 몇 달 동안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그 시기의 그로테스크한 초현실적 상황은 남정현 작가가 소설 <부주전상서>(1964)에 쓴 “현실에 참패한 픽션, 픽션을 제압한 현실”이라는 구절과 딱 어울렸다. 그렇게 해를 넘겨 집필 작업을 하다, 문득 2025년 3월은 <분지> 발표 60주년이고, 2025년 5월은 <분지> 필화사건 60주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됐다.

《남정현의 삶과 문학》 쓰다가 ‘분지 60주년 기념식’ 떠올려

한국 문단 최고의 풍자소설이자, 반미소설로 꼽히는 <분지> 60주년을 그냥 넘어간다는 것은 허전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 여겼다. 필자는 지난 7월 중순 《남정현의 삶과 문학-부활과 웃음의 미학》(도서출판 말)을 발간한 뒤 ‘<분지> 발간 60주년 기념식’을 조촐하게라도 하리라 마음먹었다. 바로 그즈음 우연한 기회에 문학TV의 최희영 대표를 페이스북에서 만났고, 이 행사를 공동주최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분지> 발표 60주년 기념식’은 지난 9월 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사회는 전대협동우회의 안영민 회장이 맡았고, 축사는 전덕용 사월혁명회 상임대표, 한도숙 민족작가연합 고문, 가수 백자가 했다. 지난 겨울 탄핵정국에 <탄핵이 답이다>라는 노래를 유행시켰던 가수 백자는 원래 <오작교> 등의 축가를 부를 예정이었으나 프란치스코 회관 측에서 규정상 노래, 공연은 할 수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축사로 대신했다.

1983년, 군 복무 중 휴가 나온 아들(남돈희)과 함께 쌍문동 자택에서 찍은 가족 사진. ⓒ남돈희
1983년, 군 복무 중 휴가 나온 아들(남돈희)과 함께 쌍문동 자택에서 찍은 가족 사진. ⓒ남돈희

기념식에서 작가의 아들 남돈희(65) 씨가 약력을 소개했고, 딸 남진희(56) 씨가 ‘다정다감한 나의 아빠’란 글을 써서 읽었다. 남진희 씨가 기억하는 소설가 남정현은 ‘반미작가’ ‘민족문학작가’ 이전에 ‘다정도 병인 양하여’라는 글귀가 꼭 들어맞는 다정다감한 아빠였다.

“고등학교 때까지 새 교과서가 나오는 날은 아빠가 제일 신이 나는 날이었다. 아빠는 며칠 전부터 고르고 골라 사 놓았던 포장지와 비닐로 온종일 교과서를 쌌다. 내 책가방에는 늘 포장지와 비닐로 예쁘게 싼 교과서들과 아빠가 깎아준 연필이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아빠는 내 소풍날과 운동회날도 항상 함께였다. 그 시절에는 아이와 관련된 일들은 엄마가 하는 게 당연하던 때라 아빠는 언제나 청일점이었다. 아빠는 내가 도시락을 두 개 싸가야 하는 학년부터는 따뜻한 밥을 먹으라고 저녁 도시락을 늘 학교로 갖다 주기도 했다.”

남진희 씨는 아빠의 다정함과 끝없는 사랑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뒤에도, 40이 넘어 뒤늦게 결혼을 할 때까지 같이 사는 동안에도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 작가들이 존경의 예를 표하는 남쪽 문인

최희영 문학TV 대표는 남정현 작가를 추모하는 영상을 준비했다. 10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남정현 작가가 생전에 국가보안법 폐지 연설하는 모습, 평양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에 참석한 장면, 그리고 장례식에 참석한 문인들의 발언 등이 담겨 있었다. 장례식장 화면에는 문학평론가 임헌영이 “남정현 작가는 사회과학 서적을 많이 봤고 제국주의론에 통달했다. 사회과학에서 리영희 선생이 한 똑같은 역할을 문학에서는 남정현이 했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왔다.

“두 분 주장은 똑같다. 우리나라 민족문제의 핵심은 친일파 청산, 미국 문제로 보았다. 미국은 분단, 남북긴장, 적대감 유지하는 정책을 폈다. 남정현은 등단 초기부터 국가보안법(반공법)은 일본이 만든 법을 미국이 현대화, 모더나이즈하게 만든 법이라고 보았다. 여기서 말한 국가보안법의 ‘국가’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이다.”

젊은 시절부터 남정현 작가와 문학적 교류를 한 임헌영 평론가 ⓒ최희영
젊은 시절부터 남정현 작가와 문학적 교류를 한 임헌영 평론가 ⓒ최희영 

임헌영 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 소장)는 이날 기념식에서 남정현 작가와의 추억담을 들려줬는데 “(1960년대에) 미국이나 일본에서 기자들이 왔을 때 가장 먼저 남정현 선생을 찾아가 인터뷰할 정도로 당시 국제사회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였다.”라고 말했다. 윤동주 묘지를 발견한 일본의 한국문학자인 오무라 마스오(1933~2023) 와세다대 명예교수도 한국에 오면 남정현 작가를 만났고, 부인 신순남 씨가 폐암에 걸렸을 때는 일본에서 약을 구해 찾아오기도 했다.

북에서도 남정현은 유명했다. 《실천문학》 주간을 지낸 소설가 김영현은 2005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에 참가했을 때 남정현 작가와 고려호텔에서 같은 방을 썼다. 그는 나중에 에세이 <엄마 하나님-남정현 선생과 함께>에서 “많은 북한 측 작가들이 같이 갔던 기라성 같은 남쪽의 작가들을 제치고 남 선생에게만은 진정으로 존경의 예를 표하는 것을 나는 곁에서 여러 번 보았다.”라고 썼다.

북의 작가들이 유독 남정현 작가에게 예를 갖추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국 최고의 반미소설 <분지>를 쓴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혹시 북한의 문학연구자들이 남정현이나 <분지>를 언급한 비평, 논문을 볼 수 있을까 싶어 국립중앙도서관 북한자료센터를 방문했으나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여성주의적 관점의 <분지> 비판에 대한 반론

기념식에서 소설가 이수경은 ‘<분지>와 여성주의 논쟁’을 주제로 한 비평문을 발표했다. 이수경 작가는 “여성의 신체와 그에 가해지는 폭력을 알레고리로 삼거나 성 역할을 고착하는 문학 현상에 대한 비판은 그것대로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며, “소설 <분지>의 상징적 요소와 잔인하리만큼 사실적인 묘사는 불편을 넘어 어떤 불쾌함을 줄 수도 있겠다고 일면 이해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지>를 ‘가부장제 식민지 남성주의’, ‘여성에 대한 겁탈, 강간, 혐오 서사’, 심지어 ‘음란물과 폭력물의 요소를 모두 갖춘 삼류성인소설’, ‘미국 여성의 신체를 제압하여 성적 욕망을 해소하고자 하는 남성의 뒤틀린 지배 욕구’ 같은 것으로 해석한 여성주의적 관점의 논문과 비평”에 관해서는 이렇게 반론을 펼쳤다.

“각별한 주의와 긴장을 유지하며 소설을 반복해서 읽은 저로서는, 이 비판들이 ‘텍스트에 대한 치밀한 독법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남정현 문학 연구> 강진구 선생의 지적이나 <분지>를 평하며 ‘발화자의 위치, 말하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어떤 시간적 공간적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의미 맥락이 달라진다.’ 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정선태 교수 등의 견해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은 표면적, 결과론적 사실을 넘어 플롯을 찾아가는 예술 행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수경 작가는 소설 <분지>에 대하여 “해방 후 미군이 주둔한 우리 민족의 현실과 그로 인해 훼손된 것들을 목격하고 인식하는 주체의 고통을 치밀한 알레고리로 구축한 저항 소설”이라고 평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지난 9월 3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발표 60주년 기념식 –남정현의 삶과 문학’ 행사에서 를 낭독하는 참석자들. 좌측 황선 평화이음 대표, 마이크 잡은 사람은 소설가 문영심 ⓒ최진섭
지난 9월 3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발표 60주년 기념식 –남정현의 삶과 문학’ 행사에서 를 낭독하는 참석자들. 좌측 황선 평화이음 대표, 마이크 잡은 사람은 소설가 문영심 ⓒ최진섭

행사의 끝에 네 명의 참석자가 <분지> 소설의 일부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황선 평화이음 대표는 소설 <분지>의 마지막 구절을 읽었다.

“앞으로 단 십 초. 그렇군요. 이제 곧 저는 태극의 무늬로 아롱진 이 러닝셔츠를 찢어 한 폭의 찬란한 새 깃발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구름을 타고 바다를 건너야지요(…) 자, 보십시오. 저의 이 툭 튀어나온 눈깔을 말입니다. 글쎄 이 자식이 그렇게 용이하게 죽을 것 같습니까, 하하하.”

임헌영 평론가는 남정현 작가에게 “<분지>를 쓰면서 ‘태극’이라는 단어를 두고 고심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반미’ 성향의 불온한 소설에 대한 방어막으로 ‘태극’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승만 정권 시절에 제작된 <피아골>이란 영화도 상영금지 됐다가,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빨치산 생존자의 모습 위에 태극기가 겹쳐 나오게 처리하면서 극장에 올릴 수 있었다. 남정현은 ‘태극의 무늬’를 안전장치로 삽입했지만 반공법의 마수를 피하진 못했다.

진짜 세상을 위한 홍만수의 ‘찬란한 새 깃발’은 어디에

단군의 후손이고, 홍길동의 10대손인 홍만수를 내세워 ‘찬란한 새 깃발’을 만들고자 했던 남정현 작가. 그가 2020년 12월 21을 세상을 떴을 때 김민웅 교수(촛불행동 상임대표)는 페이스북에 추모의 글을 올려 “미제국주의가 채운 노예의 족쇄를 금이야 옥이야 끼고 사는 세상은 반드시 허물어야 한다.”라고 썼다. 그리고 “근데 참, 그 홍만수의 옷을 찢어 만든 황홀한 한 폭의 깃발은 뭐였을까? 우리에게 그게 있긴 있을까, 지금.”이라고 질문을 던지며 글을 끝맺었다.

남정현 작가가 <분지>를 발표한 지 60년, 홍만수가 ‘새 깃발’을 만들어 바다 건너 ‘위대한 대륙’ 미제국주의의 땅으로 건너겠다고 선언한 지 60년이 흘렀다. 지금 사우스코리아,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남정현은 생전에 “그때나 이때나, 한국은 분지야!”라는 말을 자주했다. 미군 수만 명이 주둔하고, 군사작전권도 없으며, 그리고 미국이 창조한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살아 있는(남정현이 78세에 쓴 마지막 소설 <편지 한통 –미제국주의 전상서>의 주인공은 미국과 국가보안법이다) 남한은 지금도 60년 전과 다름없이 ‘똥땅’ 분지라는 것이다. 남정현은 시론 ‘그때나 이때나’에서 미국을 힘만 앞세우는 ‘밀림의 왕자’로 묘사했다.

“1960년대 초, 미국이란 존재는 나에게 있어서 왠지 혐오의 대상이었다. 어쩌자고 힘만이 곧 선이요, 정의라고 맹신하는 일종의 험상궂은 밀림의 왕자처럼 보이는 탓이었다.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어디 한 군데 예쁜 구석이 없어 보였다.”

<분지>는 자주독립을 향한 윤봉길의 도시락 폭탄 같은 소설

2005년 7월 백두산 밀영지에서 북한 안내원들과(가운데 남정현, 오른쪽 김영현, 왼쪽 박도). 북한 안내원 복장은 일본 강점기 항일유격대 여전사의 복장이다. ⓒ박도
2005년 7월 백두산 밀영지에서 북한 안내원들과(가운데 남정현, 오른쪽 김영현, 왼쪽 박도). 북한 안내원 복장은 일본 강점기 항일유격대 여전사의 복장이다. ⓒ박도

이렇게 힘으로 정의를 억누르는 미국이 주인인 세상을 남정현은 ‘가짜 세상’이라 했고, 외세로부터 독립을 이룬 ‘진짜 세상’을 갈망했다. 그는 “언젠가는 오고야 말 ‘진짜 세상’을 염원하는 것이 문학의 발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1993년 11월 사월혁명회 월례발표회)했다. 남정현 작가가 볼 때 가짜 세상은 곧 미국 세상, 미국 시대였다.

1945년 8.15 이후 한국민에게 가짜 세상을 강요해온 미국의 실상은 어떠한가? 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백여 명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 구금됐다가 8일 만에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귀국했다. 이 과정에서 손목과 발목이 쇠사슬에 묶인 채 끌려가는 한국인 노동자의 모습이 방송에 나왔다.

그 장면은 마치도 전쟁포로나 죄수, 아프리카 흑인노예를 연상시켰고 온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것이 미국의 본래 모습이며, 한미동맹이라 불리는 노예동맹의 실상이었다. 이 괴이한 장면 역시 “현실에 참패한 픽션, 픽션을 제압한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 <분지>가 발표된 지 60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이 소설을 자주독립 염원한 윤봉길의 도시락 폭탄처럼 우리가 가슴에 품고 지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1967년 《분지》 필화사건 공판을 마치고 법원에서. 왼쪽부터 안수길, 이항녕, 한승헌, 남정현.
1967년 《분지》 필화사건 공판을 마치고 법원에서. 왼쪽부터 안수길, 이항녕, 한승헌,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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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윤종오, 한미일 전쟁연습 비판···"APEC에도 부정적 영향" 우려

기자명

  •  김준 기자
  •  
  •  승인 2025.09.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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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오, 유일하게 한미일 군사훈련 지적
“10월 APEC에 영향 줄 수 있어” 우려
“전면철수도 고려해야 미국 정신 차려”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한미일 군사훈련을 지적하는 국회의원은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유일했다. 한미일 연합전쟁연습 '프리덤 에지' 훈련이 계속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리는 10월에도 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다. 한반도 긴장감 고조는 물론 APEC 성사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나, 다른 의원들은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1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의가 열렸다. 윤종오 의원은 유일하게 한미일 군사훈련을 지적하며, 한국노동자 구금 사태 관련해서도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촉구했다.

16일 진행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의 ⓒ 국회 방송 갈무리
16일 진행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의 ⓒ 국회 방송 갈무리

윤 의원은 “한미일 군사훈련으로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는다”고 지적하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윤석열 정부에서 3배나 늘어난 한미훈련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정 장관은 “한미일 군사훈련은 북중러 군사연습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답하며 “현 이재명 정부는 윤 정부의 한미일 훈련으로 가는 노선을 그대로 이어받는 입장이 아니다라는 말씀 드린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개성공단 협력사업 재개 등의 명목으로 늘어난 통일부 예산 관련해서 “적대적 군사훈련이 지속되는 상황인데, 집행이 가능하겠냐”고도 물었다. 정 장관은 “준비는 필요하다”고 말하며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은 가장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교류협력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답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에게도 10월 열리는 APEC의 실패를 우려하며 “함께 10월에 예정인 대규모 군사훈련(프리덤 플래그 Freedom Flag)은 최소화하거나 취소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 물었다, 김 총리는 “그에 대한 변동은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그런 것을 포함한 어떠한 것도 APEC 성공적 개최에 부정적 영향이 있으면 안 된다는 지적에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한국노동자 구금 사태에 관해서도 ‘한국노동자 전원 철수’를 비롯한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윤 의원은 “한국기업이 미국에 짓는 공장만 22곳, 약 140조 원 규모”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경문제 총책임자 톰 호먼은 ‘조지아주 같은 대규모 기업이 있는 곳은 더 많이 단속할 것’이라 엄포를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에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한국노동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선제적으로 전면철수 요구도 검토한 바 있냐”고 물었다. 김 총리는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사태 이후 같은 상황이 재발할 방식의 입국, 공장 관련 활동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며 “미국도 향후 한국과 투자문제를 논의할 것이기 때문에, 선제철수는 아니더라도 이런 방식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미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미국이 이렇게 무리한 투자를 요구하고 노동자를 구금한다면 이런 나라에 왜 투자해야 하냐”며 “전면철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미국도 정신 차릴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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