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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54년 만의 달 유인 우주선 ‘아르테미스 2호’ 지구 귀환…태평양 착수

수정 2026.04.11 09:41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유인 우주선 ‘아르테미스 2호’가 10일 오후 8시7분(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태평양에 착수하고 있다. NASA 제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2호가 10일 오후 8시7분(현지시간) 태평양에 착수하고 있다. NASA 제공

10일 오후 8시7분(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태평양에 착수한 아르테미스 2호가 수면에 떠 있다. NASA 제공

10일 오후 8시7분(현지시간) 태평양에 착수한 아르테미스 2호(빨간색 원) 주변으로 미 해군 소속 선박들이 접근하고 있다. NASA 제공

54년 만에 발사된 달 유인 우주선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 ‘아르테미스 2호’가 10일 오후 8시7분(현지시간) 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아르테미스 2호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태평양에 착수했다. 지난 1일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아르테미스 2호는 총 10일간 임무를 수행했다.

아르테미스 2호는 지난 6일 달 뒷면을 유턴하듯 돌아 지구로 복귀하는 비행을 시행했고, 이 과정에서 탑승 우주비행사들은 카메라로 월면을 근접 촬영했다.

착수 약 30분이 지난 현재 아르테미스 2호 우주비행사들은 선내에 머무르고 있으며, 잠시 뒤 미 해군 요원들이 보트로 접근해 외부로 이송할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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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시 살해, 위안부 강제·유대인 학살과 다를 바 없어”

  • 김미란 기자

  • 업데이트 2026.04.10 13:51

  • 댓글 0

“인간 존엄성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국제인도법 준수돼야”

이재명 대통령이 전쟁 상황에서 벌어지는 민간인 살해 행위에 대해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10일 ‘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고문한 뒤 건물 옥상에서 밀어 떨어뜨렸다는 취지의 설명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며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미지 출처=이재명 대통령 'X' 캡처>

이후 해당 게시물을 다시 공유하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제인도법은 준수되어야 하며, 인간의 존엄성 역시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유한 영상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영상은 24년 9월 발생한 실제 상황으로 미국 백악관이 매우 충격적(deeply disturbing)이라고 평가했고, 존 커비 등 미당국자가 혐오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까지 언급했던 일”이라고 설명한 뒤 “이에 이스라엘의 관련 조사와 조치도 이루어졌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조금 다행이라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시신이었다는 점”이라면서도 “시신이라도 이와 같은 처우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 간담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 대통령은 “지난 역사 속에서 일어난 수많은 비극은 인권의 소중함이 무엇보다 최고이자 최선의 가치임을 가르쳐 주었다. 뼈아픈 상처 위에 남겨진 교훈을 반복된 참혹극으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야 인류 모두가 상생하는 화해와 협력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유에서든 어디에서든 인권은 최후의 보루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인권의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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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제 발전보다 미국 경제 부흥에 복무하는 삼성전자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4/11 09:58
  • 수정일
    2026/04/11 09: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장
  •  
  •  승인 2026.04.10 17:28
  •  
  •  댓글 0
 
   
 

한국경제, 기술의 대외 의존성 (3)
1. 시가총액 세계 13위 삼성전자
2. 속빈강정 수익구조
3. 삼성전자의 국민경제 기여도

ⓒ뉴시스
ⓒ뉴시스

1. 시가총액 세계 13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23%로 세계 13위이다. 삼성전자의 수출은 한국 전체 수출의 18% 이상을 차지하며 2025년 매출액은 334조원, 영업이익은 44조원(영업이익률 13.1%)이나 되는 국내 대표기업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재벌의 성장은 정부 특혜와 사회적 자원에 기반하여 이루어졌다. 첫째, 법인세·상속세 감세, 해외 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율 20% 인상, 법인세 관련 세액공제 및 감면(2025년 8.4조원), 국책은행을 통한 저리융자·신성장동력·기술개발 자금지원 등이다. 둘째, 탄소중립 속도 조절, 그린벨트 해제, 금산분리 완화(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 등의 규제 완화다. 셋째, 산업용 전기료 특혜, 기반 시설 무상 지원(용인 등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전력망·도로 인프라 지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토목·건설 사업) 등이다. 넷째 수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고환율 정책, 노동유연화 등이다.

2. 속빈강정 수익구조

삼성전자가 눈부시게 성장하였지만 당기순이익(2024년 35조원, 2025년 45조원)보다 많은 금액을 매년 설비투자(2025년 53조원, 2026년 65조원)로 지출한다. 삼성전자는 100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으나, 수익구조는 설비투자 없이 설계만 담당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보다 불리하며 먹이사슬에서 하위구조를 담당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화려한 지표를 자랑하지만, 장치산업으로 설비투자 비용이 많아 알맹이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미국 수출로 번 돈은 기술사용료와 배당금, 미국 설비투자, 미국 국채 매입 등으로 환원되어 국내 유입이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삼성전자는 고용창출, 협력사 상생, 지역경제 발전, 세수 등에서 국민경제 기여도가 높지 않다.

3. 삼성전자의 국민경제 기여도

첫째, 삼성전자가 베트남, 중국, 인도, 미국 등 해외 공장 비중을 높이면서 국내 산업 연관이 낮아지고 고용효과도 감소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5)를 보면 2024년 말 직접고용 임직원 수는 262,647명인데, 이중 해외 임직원은 137,350명, 국내 임직원은 125,297명으로 해외 고용이 더 많다. 간접고용 근로자 수는 59,693명인데, 국내 42,589명이고 나머지는 아시아 6,713명, 북미·중남미 3,667명, 유럽 5,115명, CIS 515명, 중동·아프리카 1,094명이다. 2025년 노동부 고용공시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아래 표). 소속외 근로자(불안전 고용) 수 비중은 국내가 많고, 일용직 등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인원도 있다. 계열사인 삼성전자서비스는 2018년 불법파견으로 지적된 사내하청 8,0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였다. 해외의 간접고용 내용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자료 : 노동부 고용공시
자료 : 노동부 고용공시

둘째, 삼성전자는 핵심기술 역량에 집중하면서, 비용 절감, 유연생산체계 구축을 목표로 외주화를 확대하여 협력업체가 많이 늘어났다.

 

삼성전자 국내 1차 협력사 700개에 37만여 명이 고용되어 있고, 2·3차까지 포함하면 협력사는 2,503개에 이른다.

삼성, 1차 협력사, 2·3차 하청업체로 내려갈수록 마진율이 낮아지고 불공정 거래 위험에 노출되는 등 낙수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의 기술 속도가 너무 빨라 국내 중소 협력사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해외 업체에 물량을 뺏기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을 진행하면서 하도급업체 A사에 공장 이전을 강요하였다. 통신장비에 쓰이는 케이블 1차 공급업체로 승인하고 계약을 체결한 후 납기 단축을 요구했다. 업체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을 텍사스주로 이전했다. A사는 "삼성전자가 2021년 ‘버라이즌이 5G 장비에 쓰이는 케이블 종류를 바꿨다’라고 통보하며 발주 물량을 점차 줄임에 따라 A사 발주 물량이 공장 이전 직전인 2020년 하반기 520만 달러에서 2022년 하반기 56만 달러로 90% 가까이 감소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2023년 4월 발주가 중단됐고, A사 미국 법인은 경영난을 겪다가 같은 해 12월 파산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였다.

삼성전자서비스 등 계열사에서 협력업체를 하부조직처럼 운영하며 노조 설립을 방해하거나 와해시키려 해서 법원에 유죄로 인정된 바도 있다.

셋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이 2025년 51%로, 배당금의 절반 이상이 해외로 유출되었다.

주주들에게 2025년 11.1조원이 배당되었는데, 이중 5.7조원이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되었다. 최근 5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33%로, 외국인 주주(절반 이상이 미국계 자본임)는 평소에 높은 배당금을 챙기고 경기변동에 따라 시세차익을 얻는다. 2025년 말 삼성전자 발행주식 수는 보통주 약 59억주, 우선주 약 8억주였고, 같은 날 종가는 보통주 119,900원, 우선주 89,200원이었다. 여기에 외국인 지분율(51%)을 곱하면, 2025년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시가평가액은 보통주 약 361.8조 원, 우선주 약 53.9조 원, 합계 약 416조원 수준이다. 2024년 말(외국인 보유지분 시가평가액 193조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223조원의 시가평가액 상승이 발생하였다.

넷째, 삼성전자는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고, 최근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어, 국내 산업생태계에서의 역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총매출 334조원 중 국내 매출은 47조원이고, 나머지는 수출인데 미주 133조원, 유럽 53조원, 아시아·아프리카 53조원, 중국 47조원이다. 판매시장을 해외에 기반하므로, 우리 국민보다는 외국 바이어와 소비자에게 잘 보여야 하며, 그들의 요구에 우선 복무하게 된다. 미국으로 가는 수출이 가장 크고 중국·아세안 등으로 가는 수출도 최종적으로 미국으로 가는 경우(관세 등 보호무역 우회 또는 중간재 수출)가 많다. 또한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인해 중국 수출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중국 시안공장에서 메모리(낸드플래시)의 40%를 생산하지만, 첨단 반도체 장비·기술의 반입은 미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미국 원천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미국 중심 반도체 동맹체제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제국주의 침략과 수탈을 노골화하여, 한국의 기술·자본·숙련인력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한미 관세 합의로 한국은 2026년부터 5,000억 달러(정부 투자·보증 3,500억 + 재벌 투자 1,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를 10년에 걸쳐 투자한다고 하면, 약속한 금액만 해도 매년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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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기증, 장례비용 27만5천원... 여수 홍등가 큰누님 춘자씨의 해피엔딩

경희대 의학계열실습지원센터가 시신 기증하고 떠난 안춘자씨에게 감사장으로 숭고한 뜻을 기렸습니다. 춘자씨의 실제 출생 년도는 1940년 용띠로 밝혀졌습니다. ⓒ 조호진

전남 여수의 유명한 홍등가였던 여수극장 휘파리 골목 건달들의 큰 누님이었던 춘자씨가 지난 3월 28일 큰 숨을 세 번 내쉰 뒤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홀가분하게 떠났습니다. 향년 87세.

춘자씨의 시신은 생전 뜻대로 경희대학교 의학계열실습지원센터에 기증 됐습니다. 춘자씨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건 육신을 고이 벗어두고 떠난 덕분입니다. 고령의 시신은 고인이 생전에 기증 등록을 했더라도 전염성 질환이나 심각한 외상 등의 문제가 있거나 유가족 중의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기증이 무산됩니다.

춘자씨를 검증한 시신 기증 코디네이터는 시신 인도 의사를 밝히면서 "수의도 관도 하지 마시고 돌아가실 때 입었던 옷 그대로 두어 달라"고 당부했고, 춘자씨는 값비싼 수의와 관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봄 밤에 떠났습니다. 춘자씨의 시신은 지난 3월 30일 경희대 의학계열실습지원센터에 인도됐습니다.

경희대학교 의학계열실습지원센터(센터장 허영범)는 감사장을 통해 "고인께서 보여주신 숭고한 사랑과 희생정신은 전체 경희인은 물론 후대 자손들의 마음속에 길이 빛나리라 믿는다"며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렸습니다. 고인의 시신은 의학 발전을 위해 1~2년 가량 사용된 후에 유가족에게 인도될 예정입니다.

여수극장 휘파리 골목의 큰 누님... 가출, 여인숙, 술집, 교도소, 요양원

6.25 전쟁 과정에서 행방불명 된 안춘자씨의 작은 오빠 안일산. 작은 오빠를 그리워하던 춘자씨는 이 사진을 죽을 때까지 간직했습니다. ⓒ 조호진

봄에 태어난 춘자(春子)씨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신경림 시인의 시 '목계장터' 이웃 마을인 충북 중원군 소태면 양지마을에서 1940년 출생한 춘자씨는 11남매 중에 홀로 살아남았습니다. 10명의 형제들은 병으로 죽고, 전쟁에 끌려가 죽고, 강물에 빠져 죽고, 죽고 또 죽고... 10명의 생떼 같은 자식을 잃어버린 춘자씨 모친은 눈을 감지 못한 채 돌아가셨고 아내와 자식을 잃은 부친은 상실의 아픔을 노름으로 달래다 얼마 안 되는 가산마저 탕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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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 무렵에 무단 상경한 춘자씨는 춥고 배고픈 객지 생활의 서러움을 달래려고 배천 조씨(白川 趙氏)와 혼인했는데 알고 보니 나이 차이가 서너 살이 아니라 열여섯 차이였고 총각이라고 하더니 사실은 이북에 처와 자식이 있는 유부남이었습니다. 조씨는 6. 25전쟁이 발발하자 이북에 아내와 아들을 두고 이남으로 잠시 피난 왔다가 3.8선 철조망에 가로 막혀버린 '38 따라지'(이북에서 월남한 사람) 신세였습니다.

중매쟁이 거짓말에 속아 면사포도 쓰지 못한 채 '영등포 피난민촌'(현재 영등포 타임스퀘어) '하꼬방'(판잣집)에서 살림을 차린 춘자씨는 열여덟에 첫아들을 시작으로 3형제를 줄줄이 낳았습니다. 가난을 벗기 위해 노점상이 된 춘자씨는 아기를 포대기로 싸매고 장사했는데 배고프다고 칭얼대면 등에 업힌 아기를 돌려 젖을 물리기도 하면서 강냉이와 번데기, 오꼬시(쌀과자) 등을 팔았습니다.

그렇게 자식 새끼들과 먹고살려고 발버둥 쳤는데…. 물건을 빼앗고 걷어차는 노점상 단속반에 시달리던 어느 날, 자식 새끼 먹여 살리는 일이 이렇게 큰 죄인가! 서러움에 북받친 춘자씨는 참다 참다 눈이 뒤집혀서 깡패 같은 단속반의 손을 물어버렸습니다. 그 사건 이후, 영등포 피난민 노점상 거리는 더 악질적인 보복 단속과 행패에 시달렸고 라이터와 만년필 등을 팔던 노점상 남편 조씨는 단속반에게 물건을 빼앗기고도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서 구류 살기도 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가난은 죄였고 가난한 사람은 죄인이었습니다. 서럽고 괴로운 피난살이에 지친 남편 조씨는 술에 취하면 북녘 오마니와 북에 두고 온 처와 자식을 울며불며 부르고, 노점을 때려 치우고 경성방직 공장에서 일하다 폐병을 얻은 춘자씨는 아무리 싸우고 싸워도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가난에 절망했습니다. 돈을 벌어서 이 지겨운 가난에서 벗어나리라, 아무리 피눈물을 흘리고 또 흘려도 달라지지 않는 팔자를 뒤집으리라! 다짐한 춘자씨는 아들 3형제를 두고 밤 봇짐을 쌌습니다.

1969년 4월 29일. 부산의 여인숙에서 조바로 일하던 춘자씨는 심부름을 시켜 서울 오목교 신정동 판자촌에서 홀아비 조씨와 살던 3형제를 찍어오게 한 사진입니다. 첫째 아들은 2년 전에 사망했고, 둘째 아들은 위기 청소년 돕는 일을 하고, 셋째 아들은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습니다. ⓒ 조호진

가출한 춘자씨는 부산의 여인숙에서 '조바'(여인숙 종업원)로 일하다가 "전라도에 가면 떼 돈 번다고 하더라!"는 소문을 듣고 여천공단 공사판에서 노가다 인생들을 상대로 밥과 술을 파는 함바를 운영하다 일반 시민들은 무서워서 지나기를 꺼려하는 여수극장 휘파리 골목에서 '충청도집'이란 '색싯집'을 차렸습니다. 그리고는 신정동 오목교 판자촌에 살던 3형제를 급히 데려왔는데 그 까닭은 남편 조씨가 행방불명됐기 때문이었습니다. 행려병자로 발견된 조씨는 시립병원에서 1977년 사망했습니다.

춘자씨 큰아들은 어머니 떠난 후 고등공민학교를 때려치웠습니다. 그리고는 구두닦이와 신문팔이를 하고 불우 청소년들과 어울려 패싸움을 하고 물건을 훔쳤습니다. 소년원을 시작으로 경찰서와 교도소를 드나들던 그는 '법자'(법무부의 자식) 인생을 살았습니다. 술에 취하면 소주병과 유리창을 깨면서 "당신이 나를 버려서 내 인생이 이렇게 망가졌다"며 피투성이로 울부짖었습니다. 공소시효도, 특별 사면도, 가석방도 없는 '자식 버린 죄의 감옥'에 평생 갇혀 살던 장기수 춘자씨는 2026년 3월 28일 봄 밤에 석방됐습니다.

순천에서 홀로 살던 춘자씨가 인천 검단의 한 요양원에 입소한 2026년 1월 19일, 춘자씨가 담배 한 대 피우게 해 달라 요청하자 원장이 "공동체 생활에서는 규칙을 지켜야 된다"면서 거듭 안 된다고 하자 춘자씨가 느닷없이 교도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감방 생활을 경험했으니 요양원 규칙을 따르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도로 말한 것인데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흑역사를 까 버린 것입니다.

독고다이로 떠돌며 살아온 춘자씨는 타관 객지 세상에서 누군가 텃세를 부리면 '젠장,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며 맞짱을 떴고, '어디서 굴러왔냐!'고 시비 걸면 '버려진 짱돌처럼 구르고 깨지며 살아왔다'며 들이 박았고, 누군가 '거칠게 산 인생'이라고 깔보면 '내 인생이 어때서!'라며 당당했습니다.

춘자씨는 1980년 전두환의 삼청교육대 명단에 포함되면서 순천교도소로 끌려갔습니다. '오찌'(뇌물)가 판을 치던 당시, 휘파리 골목 술집에서 삥을 뜯고 봐주면서 공생하던 경찰들이 삼청교육대 할당량 지시가 떨어지자 검거 실적을 채우기 위해 마구잡이로 검거하는 속칭 '후리가리'에 나섰습니다. 휘파리 골목 건달들도 삼청교육대에 끌려 갔는데 무슨 죄가 있어서 잡혀간 것이 아니라 전과자라는 이유로, 술값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보원 노릇을 소홀히 했다는 등의 이유로 끌려갔습니다.

사전 정보를 입수한 춘자씨 큰아들이 도망쳐 검거에 실패하자 약이 오른 경찰들이 약점 많은 술집 주인 춘자씨를 순천교도소로 넘겼던 것입니다. 악으로 깡으로 살아온 춘자씨는 자신의 생존 투쟁 이력을 숨기거나 쪽팔려 하지 않았습니다. 휘파리 골목 건달들이 춘자씨를 큰 누님이라 부른 까닭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숨김도 거침도 없는 화끈한 성격으로 건달들을 감싸주면서, 보증까지 서주다 망하기까지 하면서 한 식구처럼 살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살아온 춘자씨는 '늙고 병들었다고 가오를 버리겠느냐!', '내 인생이 뭐가 어때서 살아온 세월을 감추겠냐!'라면서 당당했습니다.

무빈소-가족장 장례비용 27만5000원... 유가족 "신선하고 좋았어요"

무빈소 장례 비용 내역서 ⓒ 조호진

"사람들 귀찮게 하지 마라!"

춘자씨의 짧지만 굵직한 유언이었습니다. 유가족은 고인의 유언대로 '사람들 귀찮게 하는' 부고를 발송하지 않기로 하고 무빈소와 가족장으로 장례를 진행하면서 조문과 조의금을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그랬더니 첫째, 근조 화환으로 위세를 떨거나 기죽을 일이 없었고 둘째, 조문과 조의금 때문에 인간관계가 훼손되는 일이 없었고 셋째 조의금과 장례비 문제로 다투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일반 장례는 임종 직후에 영안실 시신 안치 → 장례식장 입실 및 빈소 준비 → 부고 문자 발송 등 장례 안내 → 조의금 접수 및 방명록 서명 → 조문객 접대 → 입관 → 발인 → 화장 또는 장지 이동 → 마무리 정산 등의 절차를 거칩니다. 하지만 춘자씨 장례는 영안실에 시신 안치 → 가정 추도 예배 및 발인 예배 → 시신 운구와 인도(경희대학교 의학계열실습지원센터) 등의 간소화 절차로 마무리됐습니다.

"어머니(할머니)를 이제 하나님 품으로 보내드립니다. 슬픔 가운데 있는 가족의 마음을 위로해주시고 평안으로 함께하여 주옵소서. 고인의 삶을 기억하며 우리도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게 하시고 남은 날들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둘째 아들(66. 공익활동가) 자택에서 진행된 춘자씨 추도 가정 예배에서 둘째 며느리(69·공익활동가)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이어서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요한복음 1~3절)라는 성경 봉독을 한 뒤에 아들, 손자, 며느리 등이 춘자씨에 대한 기억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추도 예배를 마치고는 작은 손자(33·소년희망공장 대표)가 위기 청소년에게 일터로 제공하는 커피숍으로 이동해 커피 등의 음료를 마시면서 부모 형제 간의 우애를 다졌습니다.

큰 손자(36·UNIST 연구교수)는 무빈소 가족장에 대해 "제가 짧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고 주위에서 들은 장례란 복잡하고, 힘들고, 돈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알았다"라면서 "그런데 할머니 장례는 첫째 신선한 방식이었고, 둘째 복잡하거나 힘들지 않았고 셋째 할머니 추모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큰 손자뿐 아니라 며느리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좋았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평균 장례 비용은 1000~2000만 원이라고 합니다. 서민에게는 부담스러운 장례 비용입니다. 춘자씨가 안치된 장례식장에서 발생한 비용은 안치실 사용료(175,000원)와 시신 이송료(100,000원) 합쳐서 27만5000원이었습니다. 장례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첫째, 상조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장례 절차를 진행한 점 둘째, 시신 기증에 의해 승화원 화장 비용과 값비싼 수의와 관과 상복 등을 생략한 점 셋째, 빈소를 빌리지 않고 가정에서 평상복 차림으로 가족 장례를 한 덕분이었습니다.

[에필로그] 해피 엔딩을 선물로 주고 떠나신 어머니!

춘자씨와 둘째 며느리 그리고, 반려견 진순이와 햇살이가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 조호진

마지막 주거지 '전남 순천시 주암면 창촌 마을', 시골 교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채 외톨이로 지낸 춘자씨는 늙고 병든 몸으로 객지에서 홀로 사느라 외롭고 쓸쓸했음에도 외로움과 쓸쓸함에 기죽지 않았습니다. 반려견 진순이와 반려묘 마루가 죽었을 때도 죽음에 흔들리지 않았으며 자식들이 잠시 왔다가 떠났을 때도 애틋한 눈빛으로 배웅하거나 쓸쓸한 손을 흔든 적도 없었습니다.

춘자씨 인생은 결코 훌륭한 인생이 아니었습니다. 부모 형제를 일찍 여읜 춘자씨는 가난과 불화에 못 견뎌 자식을 버린 적도 있었고, 비윤리적인 색싯집 술 장사로 거칠고 모난 세상을 살았고, 교회 집사가 됐음에도 성경보다 텔레비전을 더 사랑했고, 천식으로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담배를 끊지 않았고, 자식 손자들에게 존경 받거나 사랑 받은 적 없었던 춘자씨가 이대로 최후를 마쳤다면 가련한 인생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춘자씨의 인생은 해피 엔딩,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격언처럼 아픔과 고통의 세월을 훌훌 털어버린 마지막은 훌륭했습니다. 훌륭한 죽음으로 최후를 장식한 춘자씨, 모자지간의 오랜 상처와 불화를 치유와 화해로 녹인 선물 같은 죽음 덕분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담배 끊지 않고 왔다고 천국 입성을 거부하실 리 없으므로 안춘자 집사의 영혼은 버림도 버려짐도 없고, 아픔과 슬픔도 없는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실 것입니다. 어머니, 하늘 나라에서 평안하시길 빕니다.

[관련기사]

제 신장을 20대 청년에게 떼어줬습니다 http://bit.ly/FUWhQ

#시신기증#무빈소#가족장#신장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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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울 자유, 자주독립국 대한민국을 위하여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4.10 09:24
  •  
  •  댓글 0
 
   
 

실존주의가 인류에게 던진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단연 ‘자유’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르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존재라는 선언이다. 사르트르가 『존재와 무』에서 끝까지 밀어붙인 테마다. 인간에게 자유란 하늘이 내린 축복이 아니라 피할 길 없이 떠안아야만 하는 형벌에 가깝다. 그래서 자유는 삶을 치장하는 장식품이 아니라 존재의 뼈대다. “자유는 곧 책임”이다. 자기 삶의 이유를 끝내 남에게 미룰 수 없다는 처절한 자각이다.

하지만 구조주의의 파고가 덮치면서 이 자유의 빛은 바래기 시작했다. 인간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언어라는 감옥 안에서 생각하고 사회의 보이지 않는 규칙 안에서 움직이며 제도가 그어놓은 선 안에서만 판단할 뿐이라는 분석이다. 주체는 무대 뒤로 밀려났고 그 빈자리를 거대한 ‘구조’가 꿰찼다. 자유로운 인간의 형상은 희미해졌고, 언어와 사회가 배정한 좌표를 따라 그럭저럭 살아가는 수동적 인간이 그 자리에 섰다. 자유는 순수한 결단이 아니라 늘 특정한 틀 안에서만 허용되는 ‘한도’가 되어버렸다.

지금 한국의 현실도 이 철학적 구도와 궤를 같이한다. 공식문서 어디에도 ‘식민지’라는 글자가 박혀 있지는 않지만 주권국가의 자유가 온전히 제 발로 서 있는 모습은 아니다. 실존주의적 자유가 구조주의의 틀에 갇혔듯, 한국의 자주는 ‘한미동맹’이라는 일방적 구조 속에 편입되어 있다. 형식적으로는 독립국이지만 안보의 핵심 판단과 외교적 감각은 언제나 동맹의 문법을 먼저 살핀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가보다 동맹의 구조가 어디까지 허용하는가를 먼저 셈한다. 그 지점에서 자주는 더 이상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허가된 ‘재량권’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은 구체적인 제도와 관행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06년 ‘전략적 유연성’ 합의 당시 한국은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와 주한미군의 유연성을 존중하기로 했다.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지역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문구는 우리가 휘말릴 수 있음을 자인한 것이기도 하다. 또 SOFA(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르면 미군은 한국인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우월적인 상전이다. 한국은 미국의 ‘항공모함’일 뿐이다.

독립국이 군사 작전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도 기괴한 현실이다. 노무현 정부가 2012년까지 전작권을 회수하기로 합의한 것을 그 후 우파 정권들이 합의를 파기하고 다시 돌려준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 또한 단순 방어를 넘어 전 영역, 범정부, 유엔사 참여, 인도·태평양 안보까지 포괄하는 거대 구조로 확장됐다. 협력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이는 한국의 전략적 판단 공간을 동맹이라는 구조 안에 단단히 묶어두는 장치다.

오늘날 한국이 직면한 문제는 자주가 구조 속에 박제되어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정치경제적으로 누구 못지않은 선진국이다. 하지만 국가의 명운이 걸린 결정적 판단 앞에 서면 공기는 달라진다. 미국을 설득하기보다 미국의 속내를 먼저 살피는 데 익숙하고, 한국의 안보를 우리만의 언어로 설명하기보다 미국의 전략 언어를 번역해서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스스로 길을 내는 나라가 아니라 이미 깔린 레일 위에서 겨우 움직이는 나라다. 실존주의의 자유가 구조주의 아래에서 왜소해졌듯 한국의 주권도 한미동맹 하에 ‘망가진 주권’으로 전락했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그 기저에 개인적 자존과 국가적 자주라는 근원적인 갈망이 흐르고 있다. 니체의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 권력의지)가 자기 삶을 스스로 고양하려는 동력이었다면, 주체사상은 이를 집단과 국가의 차원으로 확장한 형태다. 사르트르가 인간은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면, 주체사상은 국가 역시 제 앞가림을 스스로 결정하고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자유가 존재의 근거이듯 국가의 자주는 국가 존재의 당위다.

 

그렇기에 한국의 모순은 더욱 선명해진다. 자유를 외치면서 자주는 비워두는 모순,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정작 국가적 판단은 외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굴종, 그것이 바로 ‘숭미주의’의 실체다. 미국과 손을 잡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을 주인으로 모시고, 미국의 생각을 앞질러 대필하며, 미국이 짠 질서 밖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태도는 명백한 문제다. 친미와 숭미는 엄연히 다르다. 친미가 국익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면 숭미는 정신적 예속에 불과하다. 동맹은 수단이 아니라 운명이 되고, 그 운명 앞에서 주권은 박제로 남는다.

물론 그 견고한 구조를 단칼에 베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후기구조주의와 해체주의가 우리에게 준 가르침은 희망적이다. 구조는 무너뜨릴 수 없는 절벽이 아니며, 제도와 언어의 체계는 결코 완벽하게 닫혀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틈이 있고 균열이 있기에 그 사이로 새로운 길을 낼 수 있다. 후기구조주의는 구조를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조의 안쪽에서부터 균열을 내고 그 속에서 다른 의미와 선택의 경로를 찾아냈다. 한국에 절실한 태도가 그것이다.

한미동맹을 당장 파기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동맹은 어디까지나 국가 이익을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주객이 전도되어 수단이 정신의 주인이 된 비정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반미라는 감정이 아니라 ‘자주’라는 이성이다. 한국의 이익을 한국의 문장으로 서술하고, 한국의 위협을 한국의 잣대로 판단하며, 한국의 선택에 따른 책임을 오롯이 우리가 지는 일이다. 동맹은 그 토대 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동맹의 이름으로 자주의 권리를 미뤄두는 관성부터 끊어내야 한다.

실존주의가 말한 자유는 결국 인간이 제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서는 일이었다. 구조주의는 그 주인이 사실은 구조의 포로임을 폭로했지만 후기구조주의는 다시 그 구조의 틈새를 열어젖혔다. 이 철학적 여정은 오늘날 한국이 걸어가야 할 길과 정확히 겹친다. 한미동맹이라는 구조 안에서 한국의 자유는 수축했다. 할 일은 명확하다. 구조를 현실로 인정하되 그것을 거역할 수 없는 천명으로 떠받들지 않는 것이다. 구조의 틈을 벌려 주권과 주체성을 다시 숨 쉬게 해야 한다. ‘자유로울 자유’는 개인에게만 허락된 사치가 아니라 나라가 지켜내야 할 존엄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자주독립국으로 거듭나려면 마음속에 깊게 뿌리박힌 숭미주의의 그늘부터 걷어내야 한다. 미국과 협력하되 미국의 그림자로 살지는 말아야 한다. 함께 가되 기대지 말고, 공조하되 예속되지 않으며, 동맹하되 우리 머리로 판단해야 한다. 실존주의적 자유가 한 개인을 세우듯 자주는 한 국가를 세운다. 구조에 억눌린 자유를 일깨우고 동맹의 틀에 갇힌 주권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 정치가 마주한 지상 과제다. 자주독립국 대한민국은 박물관의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여기서 회복해야 할 실존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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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전쟁 부추긴 이스라엘, 휴전도 방해하나…레바논 대규모 공습으로 수백명 사망

밴스 "휴전에 레바논 포함 안 돼"…이란 "이런 상황서 협상 불합리"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6.04.09. 19:33:04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레바논에서 개전 이래 일일 최대 사망자가 발생하며 이란 휴전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이란은 휴전 합의가 위반됐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레바논이 휴전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 중이다. 휴전 최대 쟁점이었던 호르무즈 해협 개방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로이터>, <AP> 통신을 보면 8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은 개전 이래 레바논에 가장 강력한 공습을 가했다. 레바논 민방위국에 따르면 레바논 전역에서 254명이 숨지고 1100명 이상이 다쳤고, 이날 오후 최소 5차례 공습을 받은 수도 베이루트에서만 91명이 숨졌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사망자 수를 182명, 부상자 수를 890명으로 집계했는데, 이는 최종 집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건부 집계 기준으로도 이날 개전 레바논에서 전쟁 발발 뒤 일일 최대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전역에 최대 규모 합동 공습을 실시해 베이루트, 베카, 레바논 남부에 위치한 100여 곳의 이란 연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본부, 군사 기지 및 지휘통제센터를 겨냥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레바논 공격이 휴전 협정 위반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8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성명에서 레바논 공격이 휴전 협정에 대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양자 휴전이나 협상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앞서 중재국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미국, 이란 및 양국의 동맹들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즉각적 휴전에 합의"했음을 명시한 바 있다.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레바논이 휴전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보면 JD 밴스 미 부통령은 8일 취재진에 "이란은 휴전에 레바논이 포함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며 "우린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휴전 초점은 이란과 미국의 동맹국들, 이란 및 걸프 아랍국들"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스라엘 쪽이 협상 성공을 위해 레바논에서 조금 자제"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8일 언론브리핑에서 "레바논은 휴전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미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별개의 작은 충돌"이라며 "헤즈볼라 탓"에 레바논이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 총리실도 레바논이 휴전 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휴전 발표 뒤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습 뒤 9일 공격을 재개했다. <로이터>는 헤즈볼라와 가까운 레바논 소식통들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7일 오전 이스라엘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8일 이스라엘 공습이 쏟아지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위반을 이유로 9일 오전 이스라엘 북부 마나라의 소규모 키부츠(집단농장)를 향해 로켓을 쐈다고 밝히며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을 향한 이스라엘-미국 침략이 중단될 때까지 보복이 계속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헤즈볼라 소속 의원 이브라힘 알무사위는 <로이터>에 "헤즈볼라는 휴전의 일부라는 통보를 받고 이를 준수했지만 이스라엘은 늘 그렇듯 협정을 위반하고 레바논 전역에서 대량학살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헤즈볼라 의원 하산 파드랄라는 통신에 이스라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전체 합의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도 레바논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후회할 만한 보복"이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악관이 11일 오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 대면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레바논 문제가 휴전을 흔들 뇌관이 될지 우려된다. 미국 대표단을 이끌 밴스 부통령과 이란 대표단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갈리바프 의장이 공개적으로 상반된 의견을 표출 중이기 때문이다.

분석가들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끝내는 것이 이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이란 테헤란의 분석가 메흐디 라흐마티는 "우리가 동맹 중 하나인 헤즈볼라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그들을 버린다면, 동맹들에게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우린 그러지 않는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조지워싱턴대 중동 연구 전문가 시나 아조디는 이란이 "미국과 장기 휴전 협정을 체결할 때 역내 어디서도 전쟁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며 "만일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게속 허용한다면 이란이 다시 휘말릴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서 유조선 한 척도 통과 못해…사실상 폐쇄 유지

최대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8일 <뉴욕타임스>는 선박추적업체 케이플러 자료에 따르면 7일 휴전 타결 뒤 유조선이나 가스 운반선 한 척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건화물을 실은 벌크선 4척만 해협을 통과했다. 케이플러 홍보 담당자 니코스 포티타키스는 공식적 상황이 어떻든 해협이 "사실상 폐쇄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휴전 이후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수를 제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쪽이 중재자들에게 해협 통과 선박 수를 하루 약 12척으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2주간 공격 중단을 밝히며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을 밝힌 데 비해 이란 쪽은 해협 통과를 위해선 이란군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쟁 전 핵협상 쟁점이었던 이란 우라늄 농축 관련해서도 양쪽 견해 차가 여전히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갈리바프 의장은 성명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 부인"은 휴전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 "포괄적 합의 어려울 것…어려운 문제 방치 뒤 소규모 합의 예상"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미·이란이 포괄적 합의를 타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조 바이든 미 전 대통령의 이란 특사였던 로버트 말리는 "양쪽 입장 차를 고려할 때 포괄적 합의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고 처리를 포함한 가장 까다로운 문제는 내버려 둔 채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일부 제재 완화를 포함한 일련의 소규모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싱크탱크 에미리트정책센터의 에브테삼 알케트비 소장은 <로이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탄도미사일, 무인기(드론), 대리세력, 핵문제, 호르무즈 통제 규칙 등 핵심 쟁점을 해결하지 않고 이란과 합의한다면 분쟁은 사실상 미해결 상태로 남게 되고 이 지역은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타결 및 이행 때까지 모든 미군 전력이 이란 주변에서 대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든 미 함선, 항공기, 병력, 탄약, 무기"가 "진정한 합의가 완전히 이행될 때까지 이란 및 주변에 남을 것"이라며 "만일 어떤 이유로든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더 크고 강력하고 이전에 본 적 없는 '총격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핵무기는 없을 것이고 호르무즈 해협은 개방되고 안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탈렛 알카야트 지역에서 구조대원들이 이스라엘 공습 뒤 무너진 주거용 건물 잔해 아래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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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세대를 이어 영원한 역사가 되게 하겠다”

4.9통일평화재단 등 ‘4.9통일열사 51주기 추모제’ 개최

  • 기자명 이계환 기자 
  •  
  •  입력 2026.04.10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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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4.9통일열사 51주기 추모제’가 4.9통일평화재단과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주최로 9일 오후 4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4.9통일열사 51주기 추모제’가 4.9통일평화재단과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주최로 9일 오후 4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세대와 세대를 이어 영원한 역사가 되게 하겠다.”

51년 전 8명의 열사가 약 30분 간격으로 산화한 날인 9일 오후 4시, 4.9통일평화재단과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주최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4.9통일열사 51주기 추모제’.

추도사를 하고 있는 안영민 전대협동우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추도사를 하고 있는 안영민 전대협동우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이날 추도사에 나선 안영민 전대협동우회 회장은 “계승되지 못한 것은 역사가 될 수 없다. 단지 사건일 뿐이다. 4.9열사들의 삶과 투쟁을 변함없는 역사로 만들겠다”고는 이같이 다짐했다.

인혁 열사들과도 깊은 관계가 있던 고 안재구 선생의 아들이기도 한 안 회장은 초등학교 1학년 때와 22살인 대학생 때 인혁 열사들과 관련된 잊지 못할 두 가지 기억을 상기하고는 “1980-90년대에 변혁운동에 뛰어든 저희 세대에게 인혁 열사들은 삶의 나침반이었다”고 최대의 경의를 표했다.

안 회장은 인혁 열사들의 삶에 대해 “가장 높은 단계인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이었다”면서 “공동체를 파괴하고, 민중을 탄압하는 유신독재에 맞선 투쟁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삶이었다”고 기렸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형태 4.9통일평화재단 상임이사.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형태 4.9통일평화재단 상임이사.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이에 앞서 김형태 4.9통일평화재단 상임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윤석열 정부 때는 이 추모제가 비장감이 있었는데 정권이 바뀐 지금 편안한 추모제가 되었다”고 다소 안도감을 표하고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예를 들어 세계적 차원에서 대의민주주의 파괴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한국에서의 3.1운동과 4.19혁명 그리고 5.18민주화운동과 최근의 촛불혁명·빛의혁명을 통해 증명된 직접 민주주의의 힘이 세계에 희망을 주고 있다며 이른바 ‘K민주주의’의 역할에 기대를 표했다.

김 상임이사는 건강상 이날 추모제 참석하지 못하고 자료집에 올린 문정현 4.9통일평화재단 이사장의 인사말을 대독하면서 “망나니와 같은 미국 대통령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우리 4.9통일열사님들이 바라던 ‘사람 사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은 또 멀어져 보인다. 남북의 대화는 끊기고, 세계는 평화보다 전쟁의 언어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진단하고는 “우리는 다시 평화의 길을 물어야 할 때다. 4.9통일평화재단은 4.9통일열사님들의 뜻을 이어 고난받는 현장, 평화가 위협받는 곳에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유가족 인사를 하고 있는 서도원 열사의 아들인 동훈 씨.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유가족 인사를 하고 있는 서도원 열사의 아들인 동훈 씨.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이어 유가족 인사로는 열사들의 아내가 해왔던 예년과 달리 2세인 서도원 열사의 아들인 동훈 씨가 나섰다.

서동훈 유족은 “51년 동안 추모제에만 오면 힘들고 부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오늘도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내가 15살 때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내게 항상 ‘가만히 있으라’고 말씀하시던 어머니가 정작 우리 가족에게 막 대하는 외부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싸우셨다”고 회고했다.

서동훈 유족은 “알고 보니 기죽는 게 싫어서 그런 거였다”고는 “오늘 추모제에 오니 힘을 받는다”면서, 그동안 51년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심경을 토로했다.

우홍선 선생의 아내 강순희 여사와 인터뷰를 해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는 제목의 책을 낸 유시민 작가가 신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우홍선 선생의 아내 강순희 여사와 인터뷰를 해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는 제목의 책을 낸 유시민 작가가 신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특히 이날 추모제에는 8인 인혁 열사들 중의 한 사람인 우홍선 선생의 아내 강순희 여사와 인터뷰를 해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는 제목의 책을 낸 유시민 작가가 참석해 신간과 관련된 얘기를 전했다.

유 작가는 “강순희 어머니의 책쓰기 부탁을 받고 그가 쓴 2011년 구술 기록을 읽으면서 ‘이렇게 사는 게 품격이지, 가치있는 놀랄만한 책이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동안 억울하게 돌아가신 고인들에 대해 애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늘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 회고록을 정리하면서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애도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권유했다.

이소선 합창단의 추모공연.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이소선 합창단의 추모공연.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이날 추모제는 지난해 활동을 보여주는 영상과 이소선 합창단의 추모공연에 이어 참석자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다함께 불렀으며, 마지막 순서로 헌화가 진행됐다.

한편, 이날 추모제 중간에 4.9통일평화재단에서 진행하는 ‘2026년도 공모사업 협약식’이 있었다.

2011년부터 매년 시작해 코로나19로 인해 진행하지 못한 2022년을 제외하고 올해 15회를 맞은 공모사업에는 통일·평화 분야에서 (사)평화의길의 ‘청년, 평화의 내일을 만나다’ 등 7건과 인권·과거사 부문에서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의 ‘평화인권교육을 위한 2026 서울 4.3학교’ 등 6건 등 총 13개 사업이 선정돼, 이들 사업에 총 5000만원이 지원된다.

4.9통일평화재단 주최 ‘2026년도 공모사업 협약식’.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4.9통일평화재단 주최 ‘2026년도 공모사업 협약식’.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이날 김덕진 4.9통일평화재단 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제에는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우홍선, 하재완, 김용원. 이수병, 여정남 등 한날한시에 세상을 뜬 8명 통일열사들의 유족들을 비롯해 박중기, 임구호 등 통일운동 원로들,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 장남수 유가협 회장, 박홍섭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이원보 전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문국주 전국시국회의 공동대표, 주재석 자주연합 상임대표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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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환승장에서 423일 숙식…‘인천공항 난민’을 아시나요?

입력 2026.04.10 07:00

점(사실들): 공항에 갇힌 ‘423일’

선(맥락들): 11살 소년도 지금 인천공항에

면(관점들): 난민 허락하지 않는 코리아

인천공항 제1터미널. 연합뉴스

여행객들이 설레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공항. 그곳에 꼼짝없이 갇혀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한국 정부의 지나치게 깐깐한 난민 인정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난민신청자들입니다. ‘공항난민’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길게는 1년 넘게까지 공항에 갇혀 사실상 노숙을 합니다.

오래된 이슈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유엔이 400일 넘게 인천국제공항에서 생활해 온 한 공항난민 사례를 두고 ‘한국 정부가 국제협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인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점(사실들): 공항에 갇힌 ‘423일’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인 리카씨(52·가명)는 내전을 피해 2020년 2월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도착한 뒤 바로 난민 신청을 하겠다고 했는데, 법무부는 들어주지 않았어요. 법무부는 환승편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그가 ‘환승객’이라 난민 심사 기회를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공항 환승구역에 갇혔습니다.

리카씨는 인권단체들의 도움으로 소송을 걸었고, 2021년 5월 법원이 ‘난민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비로소 공항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공항 생활 423일 만입니다. 국내 최장기 공항 난민인 그는 공항을 나온 뒤에도 오랜 노숙으로 인한 허리 통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렸어요. 그는 한 차례 난민 불허 결정을 받고 지금은 재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0년 2월부터 14개월 동안 인천공항 환승구역 안에서 생활했던 리카씨(52·가명)의 모습. 리카씨 제공

리카씨는 공항에서 지내던 2020년 6월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는데요. 위원회는 6년 만인 지난 2일(현지시간) 마침내 답을 내놨습니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는 리카를 14개월간 비인도적 조건 속에 가두고 권리를 침해해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위반했다”며 “적절한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어요.

선(맥락들): 11살 소년도 지금 인천공항에

리카씨 같은 공항난민, 한두 명이 아닙니다. 이집트 정부에 탄압당한 인권변호사 A씨는 지난해 6월 인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가 그의 출국 이력이 많은 점 등을 들어 “난민이 아니다”라며 심사를 거부해 4개월 동안 공항에서 노숙했습니다. 군부독재를 피해 고국 말리를 떠난 B씨와 11살 아들도 난민 신청이 기각돼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째 인천공항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한 기니 출신 난민 C씨도 5개월 동안 햄버거만 받으며 노숙했습니다.

공항난민들의 생활은 어떨까요? 경향신문은 2019년 2월 인천공항에서 노숙하던 난민 루렌도씨 가족을 만난 적 있습니다. 이들은 제1터미널 한쪽에 소파 3개를 붙여 놓고 살았습니다. 늦은 밤까지 불을 켜놓는 데다 사람들이 돌아다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겨울에도 틀어 놓는 에어컨 때문에 추위에 시달렸죠. 287일 동안 공항에서 지낸 루렌도씨 가족은 2021년 10월 난민 인정을 받았어요.

고된 생활에 병을 얻어도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렵습니다. 보안구역인 공항 특성상 이들이 밖으로 나가기도, 의료진이 공항 안으로 들어오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긴급상륙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긴급상륙허가 신청과 치료비 부담 등을 맡아야 하는 항공사의 협조를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공익법단체 ‘두루’는 2020년 공항난민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난민신청자들은 항공사가 치료비를 부담하는 것을 꺼렸고,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하겠다고 한 후에야 치료할 수 있었다”고 했어요.

면(관점들): 난민 허락하지 않는 코리아

이들이 오랫동안 공항에 갇히는 이유는,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려운 한국 정부의 깐깐한 난민 심사 때문입니다. 2024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4.8%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습니다. 난민 심사를 마친 뒤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만 따졌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리카씨처럼 난민 신청 자체를 거부당하는 경우도 많아요.

한국 정부가 난민 자격을 깐깐하게 따지는 이유는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난민 관련 정보 공개를 극도로 꺼리거든요. 그러나 난민 인정의 문턱이 높은 건 어쩌면, 한국 정부가 난민이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2022년 5월 경향신문은 밀실 속에 숨어 있던 정부의 ‘난민인정 심사·처우·체류 지침’ 문건을 처음 보도했습니다. 난민인권센터의 소송으로 드러난 문건에는, 한국 정부가 난민신청자를 기본적으로 ‘가짜난민’으로 의심하며 특정한 ‘난민다움’을 요구하는 듯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난민신청자가 체류자격 관련 소송 결과에 불복해 항소·상고하면 ‘소송남용자’로 낙인찍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도적체류자가 결혼하면 ‘혼인의 진정성’을 따지도록 하는 내용도 있었어요.

법무부는 소송 과정에서 “지침이 공개되면 난민신청자 등이 기준을 유리하게 적용해 체류허가 신청을 하거나 불법 취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법원은 “정보가 공개돼야 난민법령 등이 보장하는 관련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했고요. 소송 끝에 지침은 공개됐지만, 공항난민들의 사례를 보면 정부의 태도는 그리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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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뉴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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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영국 “새로운 대한민국 상상? 불평등·기후위기 말하는 후보 있어야 ”

김채운기자

  • 수정 2026-04-10 08:04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 “노동소득으로 살 수 있는 ‘적정 서울’을”

권영국 정의당 대표 겸 서울시장 후보가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서울은 가진 사람들이 점점 독점해가는 도시예요. 어떻게 하면 가지지 못한 사람들도 서울에서 공존할 수 있는지를 얘기할 수 있는 후보가 살아 있어야, 새로운 서울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상상력을 가질 수가 있는 거죠.”

6·3 지방선거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인 권영국(63) 정의당 대표는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나 “나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제대로 얘기하는 정치가 필요하고, 그것이 진보 정치”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날 서울 용산역에서 철거민 유족, 장애인, 배달노동자, 성소수자 등 다양한 시민이 모인 가운데 출마 선언을 했다.

권 대표는 “서울이 지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국가 균형 발전에 큰 저해 요인이 되고 있고, 그 과밀화 과정에서 서울의 생존 비용이 너무나 비싸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가 주거·교통·의료비를 책임져 “노동소득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적정 서울’”을 만들고, 수도권 집중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지역과의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분담하겠다고 공약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용산역 앞 잔디광장에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 대표는 “불평등과 양극화, 기후·생태 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진보 후보’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대선에서 정의당 후보로 나섰던 그는 “출마하지 않았으면 성장 담론으로 대선 토론의 장이 뒤덮였을 것”이라며 “‘정책 선거’가 돼야 한다는 걸 가장 적극적으로 얘기했고, 이번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정치개혁도 강조했다. 그는 “자기 목소리와 이해관계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어야 진짜 민주주의인데, 우리는 차악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선거를 수십년째 해오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때 결선투표제 도입을 공약했다. 정치개혁을 지금, 당장, 오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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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대통령 사진 사용이 당무 개입? 관계자 감찰해 문책하라" 지시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6.04.09. 05:34:19

'6.3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전 사진·영상 활용을 자제하라'는 더불어민주당 지침이 청와대 요청이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제보자 색출을 위한 감찰 지시를 내렸다.

8일 친명계인 강득구 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뜻을 왜곡해 언론에 흘리는 행위는 결코 단순한 일탈로 볼 수 없다"며 "엄중히 문책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한국일보>는 이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 참모들의 텔레그램방에 "보도에 인용된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감찰해 찾아낸 뒤 문책하고, 해당 보도에 대해 정정 보도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4일 지방선거 당내 경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이 대통령 취임 전 촬영된 영상과 사진을 홍보에 활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알렸다. 조 사무총장은 공문에서 "취임 전 시점의 영상이라 해도 대통령의 당무 개입 의혹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을 촉발할 소지가 매우 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당에 먼저 이같은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통상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은 대통령과 인연을 강조하기 위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선거 운동에 적극 활용한다. 이에 이런 지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곧바로 나왔다.

특히 이 지시가 내려진 후 친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왔으나 당 지도부는 해당 지침을 고수했다. 그러자 결국 이 대통령이 나서서 "이번 지시는 내 뜻이 아니"라는 입장을 참모들에게 직접 밝혔다.

이 대통령이 "감찰" "문책" 등의 강한 어조를 사용했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사태의 파장은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를 먼저 요청했다는 보도는 현재 온라인에서 삭제된 상태다.

이번 사태에 관해 여권 관계자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이러한 제보가 국정 방해에 해당하는 공작 또는 기만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며 "자신의 취임 전 사진과 영상을 민주당 경선주자들이 활용하는 것이 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도 의아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연임에 성공한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독자 여러분의 제보는 소중합니다.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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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1기 수사팀장 "이재명·김용·정진상 혐의 없었다"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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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정당

  • 입력 2026.04.08 14:30

  • 수정 2026.04.08 15:08

  • 댓글 0

국정조사 특위 증언…"특별한 혐의 발견 못해"

서영교 "2기 수사팀, 남욱에게 허위 자백 받아"

윤석열 사단, 주요 사건 독식…"한동훈이 배치"

엄희준·강백신, 정식 발령 전 대장동 기록 검토

이건태 "발령 전 수사기록 본 건 권한침해·불법"

엄희준, 이재명 기소하며 정진상 조사도 안 해

양부남 "유동규 말만 믿고 허위 공소장 쓴 것"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서영교 국조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정용환 서울고검장 직무대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정 고검장은 대장동 1기 수사팀장이었다. 2026.4.8. 국회방송 갈무리

대장동 사건 1기 수사팀이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당시 수사팀장의 증언이 나왔다. 또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로 전격 교체된 대장동 2기 수사팀의 부장검사들이 정식 발령이 나기도 전에 직무대리로 사건 기록을 미리 검토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정 전 실장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통령에게 대장동 수익 일부를 나눠갖기로 보고했다는 내용으로 공소 사실을 꾸미면서도, 정작 정 전 실장을 조사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검찰이 '정적 죽이기'를 위해 표적수사, 조작수사를 하고 허위 공소장을 썼다는 의혹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장동 1기 수사팀장 "이재명 혐의점 발견 못했다"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전날인 7일 국조특위 기관보고에서 정용환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 수사1부장(현 서울고검 검사장 직무대리)과의 질의에서 1기 수사팀이 이 대통령과 김 전 부원장, 정 전 실장의 혐의를 찾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 서영교 위원장 > 정용환 검사님, 1기 대장동 수사하셨죠? 1기 대장동 수사할 때 이재명, 김용, 정진상 혐의가 있었습니까?

◎ 정용환 검사 > 1기 수사팀에서는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서영교 위원장 > 1기에서 수사하셨습니까? 어디 수사하셨습니까? 대장동?

◎ 정용환 검사 > 저는 대장동 본류라고 불리는 그 부분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습니다.

○ 서영교 위원장 > 1기 대장동을 수사하는 와중에 김용도, 정진상도, 이재명도 혐의점이 없었다. 이 말씀이시죠?

◎ 정용환 검사 > 저희는 저희로서는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어 서 의원은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압박과 회유를 받아 진술을 번복한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가 2021년 10월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체포될 때 제이티비시(JTBC)와 했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남 변호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이재명을 아예 모른다" "내 입장에선 (이재명은) 합법적인 권한을 이용해서 사업권을 뺏어간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서영교 국조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10월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가 JTBC와 한 인터뷰 화면을 띄우고 설명했다. 남욱은 당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재명을 아예 모른다" "이재명은 합법적인 권한을 이용해서 사업권을 뺏어간 사람"이라고 증언했다. 2026.4.8. 국회방송 갈무리

서 의원은 "(그러나) 2022년 9월 16일 이주용이라는 검사가 재판 갔다 오는 남욱을 사냥하듯 데리고 온다. 그리고 구치감에 넣는다"며 "남욱을 구치감에 2박 3일 가둬놓고 정일권 검사는 남욱의 자녀 사진을 보여주면서 '애들 봐야 할거 아니냐' '여기 계속 있을 거냐'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드러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일을 당하고 남욱의 진술은 다 바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 의원은 "이주용(검사) 위에 강백신과 엄희준(당시 부장검사), 고영곤(당시 차장검사), 송경호(당시 서울중앙지검장)가 있을 것이고, 그 위에 한동훈(당시 법무부 장관), 윤석열(당시 대통령이)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이 주요 사건 수사를 독점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당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 엄희준·강백신 부장검사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대장동 사건 2기 수사팀 ▲김용 부원장 사건 수사팀 ▲위례 사건 수사팀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1기 수사팀 지휘 라인에 반복 등장한다며 "이들을 해당 자리에 배치한 것은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민정수석실이 없는 상황에서 인사검증단을 통해 법무부 장관이 인사를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서 의원은 그러면서 "범죄자를 잡으라고 있는 검사가 사람을 잡고, 대선 후보를 표적으로 삼아 수사해도 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엄희준·강백신, 정식 발령 전 대장동 사건기록 검토"

이날 국조특위에서는 엄희준·강백신 검사가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인 2022년 5월 공판5부 부부장 검사 직무대리 자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파견돼 대장동 사건 기록을 검토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2기 대장동 수사팀은 2022년 7월부터 가동되는데, 정식 발령을 받기 전에 수사 기밀을 들여다본 정황이다.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엄희준·강백신 검사에게 "윤석열 정권 들어선 직후인 2022년 5월 두 사람은 서울중앙지검 발령 받았냐"고 물었고, 이들은 "공판 5부 부부장이었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대장동 사건 기록을 검토했느냐'는 질문엔 "맞다"고 답하며 "(고형곤)차장을 통해서였는지, 직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지시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강백신 검사(왼쪽)와 엄희준 검사(오른쪽)가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인 2022년 5월 공판5부 부부장 검사 직무대리 자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파견돼 대장동 사건 기록을 검토했다고 시인했다. 대장동 수사팀은 2022년 7월부터 가동되는데 정식 발령을 받기 전에 수사 기밀을 들여다본 정황이다. 2026.4.8. 국회방송 갈무리

2기 수사팀을 미리 투입해 사전에 사건 기록을 검토한 사실은 당시 사건 담당인 1기 수사팀에도 비밀에 부친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1기 수사팀장 정용환 검사는 '2기 수사팀이 이재명·김용·정진상을 기소하기 전에 1기 수사팀과 협의하거나 의견을 물은 적 있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저와 협의나 의견 공유는 없었다"고 답했다. '2022년 5월 엄희준·강백신이 서울중앙지검에 배치된 이후 반부패 1부나 3부 검사들과 접촉하거나 지시한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엔 "그 부분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판부 부부장 직무대리로 파견된 검사들이 반부패부 사건 기록을 열람한 자체가 권한남용이고 불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 검사는 당시 사건 기록에 대해 "원본 1부 내에서 분산해서 보관한 걸로 기억한다. 드라이브 형태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서 권한 부여받은 사람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일 접근 권한'에 대해선 "저나 당시 차장, 검사장도 부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검사는 '수사 기밀인데 주임검사가 아닌 사람도 보는 게 적법하냐'는 질문엔 "(권한을 줬을 수 있는) 검사장, 차장 등을 상대로 확인해봐야 한다"며 "그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우리 검찰청법에 부장검사는 부를 지휘 감독한다고 돼 있다. 지휘 감독엔 수사 기록 관리도 포함된다"며 "(당시 1기 수사팀장이었던) 정용환 부장의 허락 없이 차장이나 검사장이 아무런 승낙이나 양해도 구하지 않고 기록을 볼 권한을 줬으면 부장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고 불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서 의원은 "1기 수사팀장(정용환)은 2022년 7월 초까지 있었고, 엄희준·강백신 두 사람은 2022년 5월에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고 난 뒤 수사 자료를 검토했다는데 가능한가"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공판부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이었는데 다른 사건들 기록을 검토하고 열람하는 게 적법한지 검토해봐야 할 거 같다"며 "서울고검 인권침해 티에프(TF)에서 철저히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6.4.8. 국회방송 갈무리

"이재명 기소하며 정진상 조사 안해…유동규 진술만"

대장동 2기 수사팀이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한 조사도 없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기소했다는 사실도 민주당 양부남 의원의 질의를 통해 드러났다. 정 전 실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대장동 수익 일부를 나눠 갖기로 보고했다는 내용으로 공소 사실을 꾸미면서, 정작 정 전 실장을 조사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 양부남 의원 > 정진상 실장을 데려다가, (정진상) 당신이 이재명 대표에게 428억 원을 준다고 보고했다는 조서 받은 적 없죠?

◎ 엄희준 검사 > 예, 그런 조서는 없는 것 같습니다.

○ 양부남 의원 > 그러면은 어떻게 공소장에다가 정진상을 통해서 이재명에게 보고해서 승인받았다는 내용을 쓸 수가 있습니까?

◎ 엄희준 검사 > 유동규 씨가 그렇게 진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양부남 의원 > 유동규가 정진상을 통해서 이재명한테 보고했다(고 말했다)? 유동규가 말했다고 공소장에 그렇게 씁니까?

◎ 엄희준 검사 > 구체적인 내용은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유동규 씨 진술이 있었습니다.

○ 양부남 의원 > 최소한 정진상을 통해서 이재명에게 보고했다면 정진상 조사를 해야 됩니다. 정진상 조사를 하려면 최소한 정진상이 이재명 대표가 보고했다는 녹취 파일이라도 있어야 돼요. 그것도 없잖아요? (중략) 유동규가 정진상이 이재명에게 보고한 현장을 봤다는 겁니까?

◎ 엄희준 검사 > 진술의 신빙성은 재판부에서 판단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 양부남 의원 > 아니, 이러한 증거 없이는 공소장에 쓸 수가 없는 겁니다. 검사가 이렇게 공소장을 써도 됩니까?

엄 검사는 양 의원 추궁에 "유동규 진술 외에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 의원은 "이렇게 (공소장을) 쓴 것은 희망 사항과 위에서 내려온 목표 사항을 적어놓은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무죄가 나든 상관없고, 기소하면 (검사의) 미션은 끝나고 목표는 달성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 의원은 "당시 이재명 대표가 당시 얼마나 파렴치한 사람이 됐는가. 428억 원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장동 배임 범죄행위 동기 목적을 설정한 것이다. (정진상 조사도 없이 기소했다면)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정적 죽이기, 표적수사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검찰이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니까 수사권까지 없어진 것 아니냐"면서 "조작 공소장" "허위공소"라고 비판했다.

엄 검사는 양 의원의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면서 "다른 증거를 종합해서 증거 관계를 갖춰서 기소했다"고 거듭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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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도둑놈이지"…김건희 고모부, 68억 공장 거저 먹고 59억 벌었다

뉴탐사, 장진호 육성 녹취 단독 확보…무자본 인수부터 신천지 매각까지 전 과정 드러나

상상인플러스 20억 채무 한 푼 안 갚고 승계, 추가 2억 대출까지 받아

공매 당일 10분 간격 유찰 반복…48억짜리를 22억으로 떨어뜨려

태양광·임대 수익 챙긴 뒤 신천지에 43억 매각, 총수익 59억5천만 원

2026-04-09 06:27:41

 

김건희 씨의 고모부 장진호가 충북 충주에 있는 68억 원짜리 방직공장을 자기 돈 거의 없이 인수한 뒤 6년 만에 59억5천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 뉴탐사가 장진호의 2019년 육성 녹취를 단독 입수하고, 권지연 기자가 장진호와 직접 통화해 확인한 결과다. 그동안 이 공장의 시세차익은 21억 원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 수익은 그 세 배에 가깝다.

68억짜리 공장이 어떻게 22억이 됐나

이야기는 충주의 방직공장 '가희'에서 시작된다. 30년 역사를 가진 이 공장은 장부가 68억 원, 감정가 약 50억 원 규모였다. 2015년 기업 사냥꾼들이 들어오면서 사명이 '에스마크'로 바뀌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명령으로 출범한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에스마크의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이 공장이 공매에 나왔다.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에 갚아야 할 20억 원을 못 갚았다는 이유였다. 2019년 7월, 윤석열이 검찰총장이던 때다.

공매 과정이 이상했다. 최저 입찰가 48억 원에서 경매가 시작됐는데, 당일 10분 간격으로 유찰이 반복됐다. 유찰 한 번에 낙찰 예정가가 10%씩 내려갔다. 10차 경매 만에 최저가는 22억 원이 됐다. 장진호는 이 가격에 낙찰받았다. 부가가치세 포함 22억5천만 원. 48억 원짜리가 하루 만에 반값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자기 돈은 얼마나 들었나

22억5천만 원에 낙찰받았지만, 장진호가 실제로 낸 돈은 거의 없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상상인플러스에 갚아야 할 20억 원을 실제로 갚지 않았다. 기존 빚을 그대로 떠안는 '승계 처리'를 한 것이다. 권지연 기자가 "20억을 어떻게 한 푼도 안 내셨느냐"고 묻자 장진호는 "20억 우리가 다 준비가 안 되니까 승계 처리한 거"라고 직접 인정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상상인플러스는 인수 당일 장진호에게 2억 원을 추가로 대출해 줬다. 20억 원을 받아내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2억 원을 더 빌려준 셈이다. 나머지 자금은 사채 대부업체에서 약 3억 원을 빌려 충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기 돈은 최대 3억5천만 원, 최소 5천만 원 수준이다.

장진호의 2019년 녹취에는 이 과정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나 1억 누가 준다고 입찰 받으라고 한 건데 안 넘겨줘 버렸다니까." 누군가 대리입찰을 부탁했으나 공장 가치를 보고 본인이 차지해 버렸다는 뜻이다. "땅값만 지금 팔아도 30억 원 쉽게 받을 수 있다", "감정가가 50억"이라고도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1억 가지고 할 생각했으니 나도 도둑놈이지."

왜 '제3자 뇌물'인가

신탁사는 가능한 한 높은 가격에 낙찰시키는 것이 기본 업무다. 그런데 48억 원짜리 경매를 당일 10분 간격 유찰로 22억 원까지 떨어뜨렸다. 대출은행인 상상인플러스도 한 푼도 상환받지 않고 채무를 승계시킨 뒤 추가 대출까지 해 줬다. 상상인플러스는 비슷한 시기에 기관 경고를 받았고 대표는 직무정지 상태였다.

등기부등본에는 취득 원인이 '공매'가 아닌 '매매'로 기재돼 있다. 매매로 처리하면 부동산이 깨끗한 거래로 보여 추후 대출을 받기 유리하다. 강진구 기자는 "상상인플러스, 신탁사, 기업 사냥꾼 출신 전 소유주 3자가 공모해 68억 원짜리 공장을 22억 원에 넘긴 것"이라며 "경매 형식을 빌린 제3자 뇌물"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를 받던 기업 사냥꾼 측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인물에게 뇌물을 제공한 구도다.

공장은 안 돌리고 돈만 뽑았다

장진호는 공장을 정상 운영할 생각이 없었다. 녹취에서 "물류창고나 했으면 했는데 여기 물류창고는 안 되더라. 농공단지다 보니까"라고 말했다. 업종 변경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장을 산 것이다. 대신 돈 되는 방법을 찾았다. 공장 지붕에 1.3MW 규모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4년간 약 8억 원을 벌었다. 건물 일부를 마스크 제조업체 등에 임대해 약 8억5천만 원도 챙겼다. 태양광 대출 18억5천만 원을 받아 상상인플러스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신협 대출로 갈아타기까지 했다.

신천지 매각, 그리고 59억5천만 원

올해 초 장진호는 이 공장을 신천지 간부에게 43억 원에 팔았다. 36억 원의 대출 채무까지 매수자가 떠안았다. 장진호 측은 신천지 관련 인물인 줄 몰랐다고 했고, 신천지 간부도 김건희 씨 고모 측 공장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권지연 기자가 "김혜섭 목사님 통해서 사게 하신 거냐"고 묻자 장진호는 답변 없이 전화를 끊었다.

총수익을 계산하면 이렇다. 신천지 매각 대금 43억 원, 태양광 수익 8억 원, 임대 수익 8억5천만 원. 합계 59억5천만 원이다. 거의 무자본으로 인수했으므로 사실상 전액이 순수익이다. 그동안 언론이 보도한 시세차익 21억 원과는 차원이 다른 액수다. 강진구 기자는 "윤석열 정권이 더 오래 지속됐으면 이 공장을 급하게 팔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건희 종합 특검에서 이 내용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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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종신 대통령'? 한국도 이 나라처럼 됐을지 모른다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민주주의 파괴' 막아낸 한국, 막아내지 못한 미얀마의 결정적 차이

26.04.09 06:57최종 업데이트 26.04.09 08:39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연합뉴스

프롤로그

밤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 포고령이 내려왔다. 설명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이 금지됐다. 집회와 시위도 금지됐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령부의 통제 아래 놓였다.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하고 구금할 수 있다는 문장이 뒤따랐다.

불과 몇 줄로, 말하고 모이고 다투고 표결하던 민주주의의 일상이 한순간에 멈춰 섰다.

사람들은 의사당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곳은 더 이상 열려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경찰이 둘러싸고 있었고, 출입은 통제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야 할 사람들은 길이 막혔고, 젊은 의원부터 노구의 의원까지 필사적으로 담을 넘으려 했다. 회의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민주주의로 향하는 마지막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곧이어 헬기가 도착했고, 창문이 깨졌고, 복도는 이동의 공간이 아니라 저지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날 밤의 중심은 단순했다. 과반을 채울 수 있느냐, 아니면 그 전에 막히느냐. 숫자 몇 개가 민주주의의 방향을 가를 상황이었다. 그 숫자가 무너지면, 그다음은 법도 제도도 다른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한 명씩 숫자로 셈해졌다. 한 사람이 더 들어오면 숨이 붙었고, 한 사람이 늦어지면 계산이 틀어졌다. "몇 명 남았냐"라는 말이 반복됐고, 150이라는 숫자가 민주주의의 보루가 되고 있었다.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상황은 빠르게 기울고 있었다. 포고령은 이미 내려졌고, 병력은 움직였고, 절차는 이미 뒤집히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의회는 열리지 못하고, 정치 활동은 그 자리에서 멈출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에 두 감정이 동시에 퍼졌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막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 한 치 앞의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것은 시작됐고, 이제 남은 것은 그 문턱을 끝내 넘느냐, 아니면 마지막 순간에 멈추느냐 뿐이었다.

서울에서는 막았지만

군부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연일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의 2021년 3월 12일 모습. 현지 사진기자 모임인 'MPA(Myanmar Pressphoto Agency)'가 미얀마의 대표도시 양곤에서 찍어 보내온 사진이다.MPA

그날 밤, 그 문턱은 끝내 넘어가지 않았다. 국회는 열렸고, 표결은 이루어졌고, 계엄은 해제됐다. 몇 시간 전까지 눈앞에 다가왔던 다른 가능성은 거기서 멈췄다. 절차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고, 그다음 장면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순서가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몇 년 전에 시작됐고, 그곳에서는 중간에 막아내지 못했다.

2021년 2월 1일, 미얀마에서는 새벽부터 군이 움직였다. 선거로 구성된 정부가 무너졌고, 아웅 산 수 치를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동시에 구금됐다. 통신이 끊겼고, 거리에는 병력이 배치됐다.

사람들은 거리로 나왔지만, 시위는 곧 총격으로 돌아왔다. 체포와 구금은 일상이 됐고, 정치 활동은 사실상 사라졌다. 의회는 열리지 않았고, 선거는 의미를 잃었다. 그날 이후 정치의 방식은 바뀌었고, 그 변화는 되돌려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권력은 다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반대 세력은 제거되거나 밀려났고, 정당은 해산됐고, 선거는 경쟁이 아니라 추인 절차가 됐다. 군이 장악한 구조 속에서 의회는 다시 구성됐고, 총으로 권력을 쥔 세력은 표결의 형식을 흉내내며 공화국의 외피를 둘렀다.

그리고 지난 3일,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 의회는 전체 의원 투표를 통해 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군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는 584표 가운데 429표를 얻었다. 뇨 사우는 126표, 난 니 니 아예는 29표를 얻어 각각 부통령으로 선출됐다.

쿠데타로 시작된 권력은 그날, 대통령이라는 이름의 끝이 보이지 않는 집권 구조로 바뀌었다.

왜 서울은 멈췄고, 미얀마는 끝까지 갔나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대통령. 2021년 3월 27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국군의 날 군사 퍼레이드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민주주의를 지킨 갈림은 국민성이나 용기의 차이가 아니라 저항이 도착해야 할 절차가 살아 있었느냐의 차이였다. 한국에서는 국회가 끝내 열렸고, 190명의 의원이 계엄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켰다. 헌법재판소도 그 신속한 해제가 가능했던 배경으로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태도를 적시했다. 서울은 마지막 순간까지 제도의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반면 미얀마는 2021년 2월 1일 군이 새 의회가 열리기 직전에 먼저 움직였다. 아웅 산 수 치와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지도부는 새벽 급습으로 구금됐고, 선거로 만들어진 권력은 의회에 도착하기도 전에 끊겼다. 한국에서는 회의장 안의 숫자가 마지막 방파제가 됐지만, 미얀마에서는 그 숫자를 세어볼 장소 자체가 먼저 사라졌다.

한국에서도 12월 3일 밤 계엄 시도는 말뿐이 아니었다. 포고령은 정당 활동과 집회, 언론을 한꺼번에 묶으려 했고, 군과 경찰은 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으려 했다. 다만 그 시도가 끝까지 성공하지 못했을 뿐이다.

한국 국회가 2025년 7월, 군·경이 의원들의 출입을 막거나 국회의장 승인 없이 의사당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규칙을 고친 것은, 그날 밤 드러난 문제가 과장이 아니라 실제 제도적 허점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얀마에서는 군의 강압이 제어되지 않았다. 군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파제가 아니라 쿠데타의 주력이었다. 그래서 한국의 12월 3일 밤, 현장 지휘관이 후속 병력에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은 더 크게 울린다.

그 말은 단순한 전술 판단이 아니라, 헌정질서 앞에서 고뇌하는 군인의 마지막 제동처럼 들린다. 최소한의 민주주의 교육과 헌법의식을 가진 군은, 위기의 순간에 자신이 지켜야 할 대상이 특정 권력이 아니라 헌정질서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그 최소한의 훈련이, 마지막 순간의 행동을 갈라놓는다.

그 뒤 미얀마는 내전과 통제 속으로 더 깊이 추락했다. 정치가 무너진 자리를 군이 차지했고, 선거는 권력을 바꾸는 절차가 아니라 이미 무너진 정치를 추인하는 형식으로 전락했다. 결국 2026년 4월 3일, 친군부 의회는 민 아웅 흘라잉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총으로 시작된 권력은 그렇게 폐허가 된 정치 위에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올라섰다.

미얀마가 쿠데타를 막지 못한 이유를 "저항이 약해서"라고 말하면 사실을 놓치게 된다. 미얀마 시민들도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그 대가는 훨씬 컸다. 쿠데타 이후 활동가와 민간인 사망은 거의 8천 명, 정치 구금자는 2만 2천 명을 넘었다.

문제는 용기의 크기가 아니었다. 그 용기가 도착해야 할 의회와 선거, 정당 체계가 먼저 절단됐고, 국가를 움직이는 공무원과 군·경의 내부에 헌법과 민주주의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정신이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결국 민주주의는 거리의 용기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에 공권력을 쥔 사람들이 정권의 명령과 헌정질서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구별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과 제도, 그리고 불법적 계엄을 초기에 차단할 헌법 장치가 함께 있어야 한다.

영웅이 아니라 절차로 막아야 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왼쪽부터),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국회 의장 집무실에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개헌안) 발의에 앞서 개헌에 동의한 의원 서명지를 개헌안과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남소연

한국 정치권은 지금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정부는 지난 6일 개헌 공고안을 의결했고, 대통령 공고를 거치면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개정안은 20일 이상 공고된 뒤, 국회가 공고일부터 60일 이내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국회 문턱을 넘으면 다음은 국민투표다. 국회 의결 뒤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지고,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이 투표해 그중 과반이 찬성해야 확정된다. 이 개헌안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 계엄 통제 조항이다.

새 개헌안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지체 없이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국회가 거부하거나 48시간 안에 승인하지 않으면 계엄이 곧바로 효력을 잃게 한다. 지금까지는 국회가 실제로 모여 해제를 의결해야 계엄을 멈출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국회의 비승인만으로도 효력이 꺼지게 하자는 취지다.

이 변화는 작지 않다. 12월 3일 밤 한국 민주주의는 시민과 의원들의 용기로 버텼지만, 헌법이 그런 돌파를 늘 전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 다음번에도 누군가 다시 담을 넘어야만 계엄을 막을 수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강함이 아니라 제도의 허술함이다.

미얀마는 그 반대를 보여줬다. 시민의 저항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 저항이 닿아야 할 의회와 절차가 먼저 끊겼고, 그 빈자리를 군이 차지했다. 그래서 계엄 통제 조항은 단지 대통령 권한을 조금 손보는 문제가 아니다. 한밤중의 불법적 명령 하나가 다시는 민주주의 전체를 흔들지 못하게 하려는 최소한의 자기방어다.

미얀마 민중이 피로 남긴 경고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만달레이 시민들이 2021년 3월 14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을 보내온 미얀마 사진기자 모임 'MPA(Myanmar Pressphoto Agency)'는 "군부의 총격으로 여러 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전했다.MPA

한국은 이번 위기에서 민주주의를 가까스로 지켜냈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주의의 안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담장을 넘는 용기가 아니라, 담장을 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제도가 민주주의를 지킨다.

그래서 이번 개헌에서 가장 무거운 조항은 계엄 통제다. 불법적 계엄은 영웅적 돌파가 아니라, 국회의 비승인만으로도 자동으로 멈추게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용기를 필요로 할 수는 있어도, 용기에만 기대어 살아남아서는 안 된다.

미얀마 민중은 저항하지 않아서 무너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저항했고, 그 대가로 총탄과 투옥을 감당했다. 다만 그 저항이 닿아야 할 의회와 절차가 먼저 끊겼을 뿐이다. 그들에 대한 가장 진지한 오마주는 애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헌법과 제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같은 밤이 다시 오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미얀마 #쿠데타 #임상훈의글로벌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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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의 진실과 ‘2주 휴전’의 이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4/09 08:44
  • 수정일
    2026/04/09 08: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6.04.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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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목표 달성이라는 트럼프 수사의 허구성
‘파키스탄 중재’라는 외교적 보호막
정보 왜곡을 통한 국내 여론 통제
가려지지 않는 전장의 진실

중동 전운이 기묘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란에 대한 공격을 2주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파키스탄 지도부의 요청과 군사적 목표 달성을 휴전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발표는 이란 국가안보최고위원회(SNSC)가 공식화한 ‘미국의 10개조 수락’ 성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화려한 수사 뒤에 은폐된 전황의 실체와 트럼프의 굴욕을 분석한다.

군사적 목표 달성이라는 트럼프 수사의 허구성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적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쟁 수행의 일반적인 논리에 비추어 볼 때, 승기를 잡은 교전국이 적대국의 요구안을 ‘협상의 기초’로 수용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란이 제시한 10개조 계획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미군 전투병력은 중동지역 내에서 완전 철수한다.

▲이란에 대한 모든 제재를 전면 해제한다.

▲미국은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금을 이란에 지불한다.

▲이란의 핵농축 권리를 인정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을 유지한다.

만약 미국의 주장대로 압도적인 군사적 타격이 관철되었다면, 이러한 굴욕적인 양보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정밀 타격 능력을 과시한 이란의 군사적 저항에 직면하여, 미국이 전략적 한계에 봉착했음을 시사한다.

승전보를 울려야 할 시점에 2주간의 휴전을 선택한 사실 자체가 이미 타격력을 잃었다는 자백이다.

‘파키스탄 중재’라는 외교적 보호막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의 동기로 파키스탄 지도부의 요청을 언급한 것은 어설픈 출구전략이다.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후퇴가 아닌, 제3국(파키스탄)의 간곡한 요청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군사적 좌절이라는 인상을 지우고 ‘관대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다.

과거 베트남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황망한 철수 당시에도 미국은 ‘동맹의 요청’과 ‘평화의 가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본질은 패배한 전장에서 쫓겨난 것이다. 이번에 파키스탄의 중재를 언급하며 '2주 휴전'을 선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정보 왜곡을 통한 국내 여론 통제

CNN 보도를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나이지리아발 유령 사이트를 언급한 대목은 트럼프식 정보전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란 SNSC의 성명은 이란 관영 타스님(Tasnim) 통신을 통해 세계 전역에 공식 배포된 문건이다. 이를 ‘사기’로 몰아붙이는 행위는 이란의 승리 담론이 미국 본토 내로 확산되어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 기제다.

정확한 사실관계의 반박보다는 ‘가짜 뉴스’ 프레임을 선제적으로 씌워 대중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전황의 불리함을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없을 때 동원되는 고전적 전술이다. 그러나 이란 외무장관의 성명을 직접 인용하며 10개조 제안을 ‘협상 가능한 기초’라고 시인한 트럼프의 발언은 오히려 이란의 승리를 입증하는 근거다.

가려지지 않는 전장의 진실

전쟁의 성패는 SNS의 수사적 기록이 아니라, 전장의 실질적인 통제권이 어느 편에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유지하며 미국의 해상 패권에 균열을 냈고, 이를 바탕으로 자국의 요구안을 관철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2주 휴전’ 선언은 전쟁 패배를 가리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화려한 언변으로 전장의 물리적 실체를 바꿀 수는 없다. 역사는 이번 사태를 미국의 군사적 패권이 중동 민중의 저항 앞에 멈춰 선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할 것이다. 이제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 아니다. 2주 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화려한 수사를 동원하든 호르무즈의 물길을 장악한 실질적 힘의 균형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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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실이 초대형 국정농단? 경향 “합리적 의심” 조선 “정치용어”

[아침신문 솎아보기] 쌍방울 대북송금 尹대통령실 개입 의심

“초대형 국정농단” 특검에 조선일보 “수사도 하기 전, 정치하나”

장동혁·정청래 악수 이끈 이 대통령에 경향 “협치 ‘시동’은 켰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 57조 ‘신기록’ 글로벌 빅테크 기업 규모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6.04.08 07:34

▲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 이후 남은 의혹을 수사하는 권창영 종합특별검사팀 진을종 특검보가 7일 경기도 과천시 종합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관련 사항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2차 종합 특검팀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개입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경향신문과 조선일보가 엇갈린 사설을 냈다. 특히 특검팀이 사건을 “국가권력에 의한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경향신문은 “합리적 의심”이라 했고 조선일보는 “정치 용어”라고 비판했다.

권창영 2차 종합 특별검사팀은 지난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달 초순경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서울고검에 사건 이첩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특검팀의 수사 대상 역시 특정 사기업이나 연어·술파티 의혹이 아닌 수사기관 오남용 등 국정농단”이라며 “특검팀은 이 사건을 국가권력에 의한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 “쌍방울 사건, 석연치 않은 대목 적지 않아”

경향신문은 8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용산’ 개입 의혹 철저 규명해야>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이종석 국정원장이 ‘수사 당시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한 대북 정보 관련 보고서 목록 66건 중 13건의 원문만 제출했다’고 말한 것을 언급한 뒤 “근래 국정조사특위 등을 통해 나오는 증언을 보면 이 사건 수사에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정원 감찰부서장에 임명된 유도윤 부장검사가 압수수색에 대비해 13건을 비닉하라고 지시했고,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해 이 문건들만 가져갔다는 것”이라며 “다른 문건들에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해외 불법도박 정황 등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첩보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 8일자 경향신문 사설.

이종석 원장은 또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김성태 전 회장으로부터 이 대통령 방북비용 300만달러 중 70만달러를 받았다는 북한 공작원 리호남은 당시 필리핀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실이라면 검찰의 공소사실은 근본부터 흔들린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검찰이 쌍방울의 주가조작 관련 조사를 요청해놓고 100억 원대 시세조종을 밝혀낸 자료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김 전 회장,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게 특정 방향의 진술을 회유·압박한 정황도 한둘이 아니다”라며 “이런 점들을 보면 대통령실을 배후로 검찰은 물론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동원돼 사건을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려 한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특검팀이 ‘국가권력에 의한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으로 규정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정반대의 논조다. 조선일보는 8일 <수사도 하기 전에 “초대형 국정농단”, 특검이 정치하나> 사설을 내며 특검팀이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이라고 한 것을 두고 “‘초대형 국정농단’이란 말은 정치 용어다. 수사기관은 수사 결론을 내려도 이런 말은 잘 쓰지 않는다.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8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2차 특검은 아직 이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하지 않았고, 대통령실 관계자 등도 입건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 시작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런데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초대형 국정농단이란 말부터 썼다. 현 정권은 과거 정치 검찰이 수사도 하기 전에 결과를 예단한 뒤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고 비판해 왔는데 현 정권이 임명한 특검이 그 행태를 똑같이 반복한 것”이라고 했다.

특검이 사건을 맡은 배경도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는 “내란·김건희·해병 특검 등 3대 특검의 잔여 의혹을 수사하라고 출범시킨 2차 특검이 수사 대상과 무관해 보이는 수사를 갑자기 하겠다고 나선 배경도 의심스럽다”며 “특검이 검찰에서 이첩받은 진술 회유 의혹은 윤석열 정부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을 대북 송금 공범으로 엮기 위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를 회유했다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사건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리면서 조작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장동혁·정청래 악수 유도한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모인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가 지난 7일 열렸다. 추가경정예산, 조작기소 의혹 등 대부분 사안에서 이견만 확인할 뿐 구체적 결실은 없었지만 이런 협의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야 대표에 “두 분이 요즘 손 안 잡고 그런 것 아니죠. 연습 한 번 해보세요”라며 악수를 유도했다. 여야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협치 가능성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경향신문 1면 제목은 <이 대통령 “위기 땐 내부적 단합 중요” 추경·개헌 이견… 협치 ‘시동’은 켰다>이다. 반면 중앙일보는 1면에 <각자 할말만 하다 빈손으로 끝났다>라고 했다.

▲ 8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장동혁 대표는 추경에 소득 하위 70% 민생지원금이 포함된 것을 두고 “물가와 환율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잠깐의 기쁨으로 긴 고통을 사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현찰 나눠 주기’라고 하는 것은 과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공동체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는 내부적 단합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장 대표는 국정조사 중단도 요구했다. 장 대표는 “경제 챙기고 민생 살피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 같은 일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 사이에선 ‘공소 취소한다고 물가가 떨어지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국가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조작기소, 이것은 범죄”라며 “국가가 저지른 범죄가 다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라고 했다.

협의가 이뤄졌던 부분도 있다. 국민의힘이 생계형 소규모 운수업자 지원 등 이른바 ‘국민 생존 7대 사업’을 제안하자, 민주당은 “긍정 검토하겠다”고 했다. TBS 지원 예산 49억 원이 ‘전쟁 추경’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도 정 대표는 “저희도 그것은 추진할 생각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를 “다행인 건, 이런 이견 속에서도 시급한 추경안 처리와 관련해 여당이 야당의 지적을 일부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 점”이라고 평가했다.

TBS 예산 지원이 무산된 것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TBS 정상화’에 대한 정부·여당의 의지를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강력한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는 “TBS 지원이 “수도권 시민의 알 권리와 안전망을 지키고, 벼랑 끝에 몰린 방송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절박한 예산”이라며 “벌써 무임금 19개월째다. 윤석열 정권과 오세훈 서울시의 탄압에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일터를 떠난 상황에서, 160여명의 구성원들이 1년 7개월째 무임금으로 버티며 오로지 TBS를 살리기 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57조, 중앙일보 “양극화 경계”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50조 원 고지에 올랐다. 7일 연결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이 133조 원, 영업이익이 57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것이다. <분기 영업익 ‘50조 시대’ 연 삼성전자>(경향신문), <석달간 57조 번 삼성전자 한국기업 실적 ‘새 역사’>(동아일보), <삼성 영업익 57조 세계 1위 넘본다>(세계일보), <삼성전자 영업익 57조 ‘세계 톱3’>(조선일보), <57조, K반도체 초격차의 힘>(중앙일보),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 ‘57조’ 韓기업 새역사>(한국일보) 등의 1면 제목이 나왔다.

▲ 8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중앙일보는 8일자 <기업사 새로 쓴 삼성전자 영업익 57조…경제양극화는 경계를> 사설에서 “이런 이익 규모는 애플·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상위 5개 기업에 들어갈 정도”라며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 역량을 갖춘 데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로직 반도체부터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까지 모두 갖춰 원스톱 솔루션이 가능한 세계 유일 반도체 기업이라는 삼성전자의 강점이 이번 반도체 수퍼 사이클에서 더욱 빛났다”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반도체는 잘 나가는데 일반기계·철강·자동차부품·가전 등 나머지 분야와 내수 소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고환율·고유가로 내수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더 커졌을 것이다. 경제의 양극화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취약계층은 정부가 재정을 풀어서라도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관련기사

한겨레는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만 ‘57조’, 혁신 게을리 말아야> 사설에서 “불과 3년 전만 해도 연간 적자를 기록했던 반도체 부문에서만 5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은 놀라운 반전”이라며 “이런 거대한 수익은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일군 성과인 건 분명하지만,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시장 팽창이 크게 작용한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몸집을 키워왔으나, 인공지능 전환에는 한발 늦은 모습을 보이며 고전을 해온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삼성전자에 “이제는 축적된 자본과 기술력을 디딤돌 삼아 진정한 기술 선도자로 거듭나야 한다. 단기 호황에 기대기보다,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 새로운 칩 구조와 시스템 아키텍처에 과감히 투자하고, 기존의 성공 공식을 스스로 깨뜨리는 ‘파괴적 혁신’에 부단히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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