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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국감 행태에 조선일보 “국감 아닌 ‘사감’” 한겨레도 “점입가경”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10/23 09:47
  • 수정일
    2025/10/23 09:4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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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언론자유 운동 헌신해온 최 위원장 행동, 놀라움 금할 수 없어”

정부 ‘해킹과의 전쟁’ 선포…경향신문 “예산부터 확충하라”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5.10.23 07:37

▲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 사진출처=국회방송 갈무리.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국정감사 MBC 업무보고에서 자신이 등장한 보도를 문제 삼으면서 MBC 보도본부장을 회의장에서 퇴장시킨 뒤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사안에 MBC 기자회가 성명을 내자 최 위원장은 “친 국힘 편파보도가 언론자유냐”고 거듭 의견을 남겼다. 이에 한국기자협회는 “진영 논리로 자신의 부당한 행위를 덮으려는 시도”라며 최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사안을 포함해 언론은 국감장에서의 논란들을 지적하며 국감장이 사유화되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1면 <국감 아닌 ‘사감’>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입법부의 권력 감시 기능인 국정감사를 사유화(私有化)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비공개 국정감사 도중에 과거 자신에 대한 보도를 문제 삼아 MBC 박장호 보도본부장을 퇴장시킨 것을 한 예로 들었다.

▲23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3면으로 이어진 <“나를 비판? 퇴장” “당신 탓에 기소 당해” 개인 분풀이 장 된 국감> 기사에서 “이 일로 MBC 기자회가 ‘국회 상임위원장이 공영방송의 업무 보고 자리에서 보도 관련 임원을 상대로 퇴장을 명령한 행위는 명백한 부적절함을 넘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 성명을 냈다”며 “이에 최 위원장은 22일 페이스북에 ‘MBC 보도본부장은 비공개 국감에서의 한 문장 지적조차 못 견디나’라고 썼다. 그러면서 ‘MBC 보도본부장은 여전히 특권이며 성역인가. 국민의힘 행태를 한마디 지적도 못 하면서 무슨 언론의 자유 운운하느냐’고도 했다. 이 직후 한국기자협회는 최 위원장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같은 면의 또 다른 기사 <옆자리 의원 빤히 응시, 억지 공세…개딸 보여줄 ‘쇼츠각’ 잡는 의원들> 기사를 배치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의원들의 기행은 당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인터넷에선 유튜브 쇼츠 등을 통해 미화되면서 영웅담처럼 퍼지고 있다”며 친여 성향 최혁진 무소속 의원의 사례와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사례를 들었다.

▲23일 조선일보 3면.

최민희 과방위원장에 대한 비판은 한겨레 5면 <점입가경 최민희, 이번엔 “MBC는 친국힘”>이라는 기사에서도 다뤄졌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MBC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보도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보도본부장을 퇴장시킨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친 국힘 편파보도가 언론자유냐’며 문화방송을 거듭 압박했다”며 “자신의 행태를 두고 문화방송 기자들이 ‘언론 자유 위협’이라며 반발하자, 이번에는 문화방송 보도에 ‘친 국힘 편파보도’라는 낙인을 찍은 것”이라 썼다.

서울신문은 6면 기사 <최민희 “친국힘 보도가 언론 자유인가” MBC 항의 성명 강력 비판>에서 이 사안을 다루면서 “MBC 내부에선 최 위원장의 언행이 언론 자유 위협이자 도 넘은 간섭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며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최 위원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도 10면 <최민희 “MBC, 親국힘 편파보도가 언론자유냐” 기자협회 “언론 독립 침해 행위” 공식 사과 요구> 기사를 통해 해당 사안을 다뤘다.

▲23일 한겨레 5면.

한겨레 “언론자유 운동 헌신해온 최 위원장 행동, 놀라움 금할 수 없어”

최민희 과방위원장에 대한 비판은 사설에서 이어졌다. 한겨레는 언론자유 운동에 헌신해온 최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놀랍다면서 기자협회에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최민희 과방위원장에 대한 23일 신문 사설 제목이다.

서울신문 <상임위 사유화까지…과방위원장의 잇단 부적절 처신>

세계일보 <꼴불견 행태로 국정감사 품격 떨어뜨리는 의원들>

한겨레 <MBC보도본부장 퇴장시킨 최민희, 언론자유 위협 아닌가>

한국일보 <딸 축의금, 기자 퇴장…과방위원장 사유화하는 최민희>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자숙은커녕 되레 엄포를 놓고 있으니 할 말을 잃게 된다. 국민 눈이 무섭지 않은 모양”이라며 “막강 권력을 행사하는 과방위원장이 상임위마저 사유화한다면 국감도, 입법 활동도 정당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번 일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개혁 방안이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친여 성향 방송의 보도본부장도 쫓겨나는데 여권에 비판적인 매체는 어떤 대우를 받겠나”라며 “지금은 여야 할 것 없이 지지층만 의식하니 국민 눈에는 꼴불견이다. 계속 이런 식이면 국감 무용론이 커질 것”이라 우려했다.

▲23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다른 이도 아닌, 언론자유 운동에 헌신해온 최 위원장이 정반대에 가까운 행동을 했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누구라도 언론 보도에 문제 제기하고 정정·반론 등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의 행동은 대상, 방식 모두 부적절했다. 과방위는 방송 관련 법을 관장하며,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공영방송 구성·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상임위원장이, 자신과 관련된 특정 보도를 상임위 회의에서 문제 삼으면서 보도본부장을 퇴장까지 시킨 것은 언론자유 위협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런 식으로 언론을 겁박하려는 태도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개혁이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최 위원장은 사과하기 바란다”며 “최 위원장은 전두환 정권 시절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진보적 시사잡지 ‘말’ 기자 출신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상임대표 등을 지내며 20여년을 언론민주화 운동에 몸바쳤다. 보수정권의 언론장악에도 앞장서 싸웠다. 그런데 국감 기간 중 딸 결혼식 논란을 포함해 요즘 최 위원장의 모습은 의아하다. 최 위원장의 인식과 태도가 국민 상식과 먼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23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과방위원장은 방송 편집의 독립성을 지켜줘야 하는 자리다. 더구나 최 위원장은 당내 언론개혁특위 위원장까지 맡고 있다. 이런 그가 공영방송 업무보고 자리에서 자신과 관련한 특정 보도에 대한 불만으로 보도 관련 임원을 퇴장시킨 건 권력을 이용한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 전했다.

이어 “보도 내용에 이견이 있다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당한 절차를 밟으면 될 일 아닌가”라며 “최 위원장의 부적절 처신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팻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장관 인사청문회를 일방 산회하기도 했고, 탈북민 출신 의원을 혐오하는 발언도 했다. 반성 기미는 전혀 없다. 그는 22일에도 소셜미디어에 ‘MBC의 편파 보도가 언론 자유인가’라고 적었다. 이쯤 되면 상임위원장 자리의 사유화라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 ‘해킹과의 전쟁’ 선포…경향신문 “예산부터 확충하라”

정부가 22일 잇단 해킹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번 종합대책의 핵심은 ‘기업 신고’ 없이도 해킹 정황이 있을 경우 정부가 현장조사에 나설 수 있고, 보안 의무 위반 시 과태료 등 처벌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 공공·금융·통신 등 대다수가 이용하는 1600여개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보안 점검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날 대책에서 정부의 ‘정보화 예산’ 대비 15% 이상을 보안에 투자키로 하고, 공공기관 평가 시 사이버보안 배점을 높이겠다고 했다. 나아가 정부는 중장기 과제를 망라하는 ‘국가 사이버안보 전략’을 연내에 수립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경향신문과 국민일보는 이 사안을 1면으로 다뤘다. 국민일보는 1면 기사 <1600곳 IT시스템 점검… 해킹 사태 칼 빼들었다>에서 정부의 대책을 다룬 후 “업계에서는 해킹 관련 정부의 조사권 확대가 자칫 민간기업에 대한 경찰권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하기도 했다.

▲23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해킹과의 전쟁’ 선포한 정부, 보안 예산부터 확충하라>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해 ‘해킹의 안전지대’가 급격히 사라지는 와중에 관련 예산과 투자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며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정보보호 예산과 인력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기업들도 보안 투자를 더 이상 비용으로 봐서는 안 된다. 민관 구분 없이 정보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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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자리?'…김건희, 경복궁 '용상'에 앉았다

문체위 국감장 증언…국중박 정책질의도 "외국인 관람객 4%뿐"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 2023년 경복궁을 방문했을 당시 국보 223호 근정전 내에 있는 왕좌에 올라가 앉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역사문화박물관·국립박물관문화재단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은 김 전 대표가 근정전 어좌에 앉았는지 따져묻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의 질의에 "그런 것 같다"고 시인했다.

 

정 사장은 당시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대통령 영부인이었던 김 전 대표를 수행해 경복궁을 방문했던 이다. 그는 2023년 9월 12일 김 전 대표의 경복궁 방문 행사에 대해 "월대 복원 기념식과 UAE 국왕 국빈방문 (행사) 답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앞서 민주당 양문석 의원의 관련 질의에 "뒤에서 수행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가, 이 의원이 '정 사장이나 당시 문화체육비서관이 김 전 대표에게 용상에 앉을 것을 권유했나'고 묻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동행했던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이를 권유했느냐고 묻자 "정확하게…(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서도 "그러지 않았겠나"라고 답변했다.

 

정 사장은 당시 대통령 영부인에게 경복궁 관련 문화유산 측면에서의 설명을 이 전 위원장이 맡아 했다고 전하면서 "상황이 그렇게…(보인다)", "당시 이 전 위원장이 계속 경복궁에 대해 (김 전 대표에게) 설명하며 걸어갔다"고 증언했다.0

다만 양 의원은 정 사장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근정전은 국보인데 누가 앉으라고 했느냐"고 언성을 높이면서 "일개 아녀자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경복궁 근정전 어좌 자료사진을 화면에 띄우며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 영부인이 어좌에 앉았다는 의혹에 대해 추궁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화면 갈무리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한 정책 질의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관람객 500만 명을 넘기며 관람객 수 기준 세계 5대 박물관에 진입하는 업적을 달성했지만 "전체 관람객 중 외국인은 4%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2025년 10월 20일 기준 누적 관람객은 510만 3709명이며, 이 중 외국인은 19만 52명으로 3.7%"라며 "성과 자체는 의미있으나 관람객의 96%가 내국인이라는 점은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 아쉽다. 국가 대표 박물관의 외국인 접근 환경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자적했다.

 

한편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지난 2020년에서 올해 9월까지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자료 중 9478개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훼손 사례는 낙장·본문지·표지·제본 훼손 등으로 정상적으로 읽거나 확인할수 없는 수준이며 특히 볼펜·마커 등으로 훼손된 경우에는 복원이 어려워 자료를 폐기해야 하는 등 총 32억3200만의 예산이 자료 보존처리에 투입됐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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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고소득층이 독식…고통 있어도 축소해야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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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10.22 18:15

  • 수정 2025.10.22 18:37

  • 댓글 1

소득 상위 30%가 65% 차지, 하위 30%는 7.6%

8월 기준 5대 은행 전세대출 잔액 123조 넘어

이창용 "전세제도, 고통 있어도 끊어야 할 때"

전세대출에 대한 근본적 수술 불가피한 시점

최근 전체 전세대출 잔액의 3분의 2가 고소득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전세대출에서 소외되는 가운데, 소득 하위 30%가 전세대출 중 고작 7.6%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는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주택가격 상승의 화수분 역할을 하고 있는 은행권 전세대출이 8월 기준 123조 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전세대출의 폭발적 확대, 더 나아가 전세제도의 근본적 문제점을 직격한 것도 전세제도가 주택시장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에 미치는 해악이 심대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의 한 시중은행에 게시돼 있는 전세자금 대출 안내 홍보물의 모습. 2025.6.1. 연합뉴스

전세대출 제도는 고소득층을 위한 것인가?

한국은행이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상위 30% 고소득 차주가 받아 간 전세대출은 전체 잔액의 65.2%에 달했다. 무주택 저소득층이 자구책으로 전세대출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세간의 고정관념과는 완벽히 배치되는 수치여서 충격을 안겨준다.

소득 상위 30%의 고소득층 전세대출 잔액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셋값 상승기와 맞물려 꾸준히 높아졌다. 2021년 1분기 61.2%에서 2022년 1분기 62.3%, 2023년 1분기 62.4%, 2024년 1분기 62.8% 등으로 차츰 늘다가 올해 1분기 64.6%로 크게 뛰었다. 이어 올해 2분기 들어 65%를 넘었다.

차주 수 기준으로도 2021년 1분기 49.8%로 절반 이하였으나, 2022년 1분기 50.9%, 2023년 1분기 51.8%, 2024년 1분기 52.3%, 올해 1분기 54.0% 등으로 비중이 꾸준히 확대됐다. 올해 2분기는 54.6%로 집계됐다.

이는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층 전세대출 비중이 잔액 기준과 차주 수 기준에서 모두 추세적으로 줄어든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올해 2분기 저소득 차주가 받아 간 전세대출은 전체 잔액의 7.6%에 그쳤다. 이 비중은 2021년 1분기 9.1% 수준이었으나, 2022년 1분기와 이듬해 1분기 각 8.9%, 2024년 1분기 8.1%, 올해 1분기 7.7% 등으로 점차 낮아졌다.

차주 수 기준 비중도 2021년 1분기 12.5%에서 계속 줄었다. 2024년 1분기 10.3%에서 올해 1분기 9.9%로 하락해 10%를 밑돌았고, 2분기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소득 상위 30∼70%의 중소득층 전세대출 비중 역시 잔액과 차주 수 기준으로 모두 줄어 저소득층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결국 전세대출의 고소득층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 셈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는 우선 2021년 이후의 가파른 전세 보증금 상승이 지목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세 보증금도 함께 올랐다"며 "고소득층의 보증금 절댓값이 크기 때문에, 같은 상승률이라도 대출 잔액이 더 많이 늘어 비중이 커졌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부 고소득층은 대출 규제 강화 전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매)로 수도권 핵심지에 '똘똘한 한 채'를 사두고,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지역에서 세입자 생활을 하는 경우도 가능했다. 이쯤되면 전세대출 제도가 고소득층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근본적 회의까지 들 지경이다.

 

소득수준별 전세대출 비중 추이. 자료 : 한국은행

8월 기준 5대 은행 전세대출 잔액이 123조 원을 넘어서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총 123조 3554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 2023년 6월(123조 6309억 원) 이후 25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22~2023년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4월 117조 9189억 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매달 증가하며 15개월 새 5조 4365억 원(4.6%)이 증가했다. 전세자금 대출과 보증에 대한 보다 강력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창용 총재마저 전세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촉구해

전세제도는 무이자 사금융이면서 주택구입의 강력한 레버리지 역할을 한다. 전세제도가 지닌 본질적 문제에 더해 전세대출 및 보증이 결합하면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세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레버리지(대출로 주택 구매)가 계속 확대된다"며 "고통이 있어도 끊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세대출 같은 제도로 가계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 부동산 시장은 현 상태로 지속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의 고강도 발언은 전세대출 및 보증을 포함해 전세제도가 주택 시장에 미치고 있는 치명적 해악을 직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0. 연합뉴스

전세대출 및 보증에 대한 대대적 개혁이 불가피해

경실련은 지난해 정권별 국내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 현황을 발표한 바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08~2023년 10월까지 정권별로 국내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 현황을 분석했다. 경실련은 이명박 정부 임기 초에는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고작 3000억 원에 불과했는데, 임기말에는 6조 1000억 원이 늘어 6조 4000억 원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에는 29조 6000억 원이 증가해 36조 원이 됐으며, 문재인 정부 때 무려 126조 원이 늘어 162조 원이 됐다. 한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2년경 전세자금대출은 170조 5000억 원까지 늘어났다가 2023년 10월 기준 161조 4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경실련이 발표한 전세자금대출 잔액 추이를 보면 전세자금대출이 이명박 정부가 시작하고 박근혜 정부가 계승한 주택시장 부양책이었음을 알 수 있다. 불행하게도 문재인 정부는 이를 단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전세자금대출 잔액을 폭증시켰다. 당시 아파트값 폭등의 주된 원인이 됐다.

분명한 것은 이창용 총재도 지적했듯 고통이 따르고 저항이 수반되더라도 전세대출 및 보증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불가피한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이재명 정부는 어렵더라도 이 숙제를 솜씨 있게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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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제대로 해냈다"... 뉴욕에 등장한 '태극기 피켓'의 정체

[2025 세계 속의 K문화] '민주주의를 지켜낸 나라' 한국에 대한 부러움 커져

민족·국제 최현정(baltic)25.10.23 06:42최종 업데이트 25.10.23 06:42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을 통해 다시 한 번 'K-POP은 세계적인 문화'라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더불어 한국의 드라마·음식·뷰티 산업 등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면서, 관광객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25 K문화>는 세계인들의 삶에 더 밀접하게 다가가고 있는 한국 문화를 보여주며, '한류'의 현재를 진단하고, 향후 방향성을 모색해봅니다.[편집자말]

10/18 No Kings Day 참가자들최현정

행진 대열이 지나가는 데만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어디선가 새로 합류한 인파가 또 다른 대열을 만들어서, 끝인가 하면 또 그만큼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지난 18일 미 전역에서 궐기한 '노 킹스 데이(No Kings Day)' 시위의 뉴욕 현장이다.

타임스 스퀘어가 위치한 7번 에비뉴는 분노와 축제의 에너지가 넘쳤다. 토요일 오전부터 유모차를 몰고 휠체어를 타고 걸으며 춤추고 소리치는 시위대들이 차량을 대신하고 있다. 이 시위는 미국 역사상 단일 집회로는 최대 기록이란다. 시위를 '테러'라고 일컫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맞서, 시민들은 개구리와 공룡, 상어와 포켓몬 인형으로 한껏 치장하고 손수 만들어 온 각양각색 피켓을 들었다.

10/18 No Kings Day 참가자들최현정

"쿠데타를 멈춰라."

"뉴욕에서 손 떼시지."

"(트럼프) 관세가 내 일자리를 날렸다."

"왕은 없어, 1776년(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해)부터!"

"미국의 왕은 '버거킹'밖에."

"이케아 캐비닛이 (현 내각보다) 낫겠다."

"ICE(이민세관단속국)는 예수님도 추방할 걸."

"우리는 모두 이민자들"

"대통령 탄핵한 한국 사례를 열심히 공부해야"

10/18 No Kings Day 참가자최현정

뉴욕 33 스트릿 매디슨 스퀘어 가든 앞 인도 턱에 올라서서 시위대들이 만들어 온 피켓들을 읽는데 이게 웬만한 쇼츠보다, 광고보다 재미있고 기발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피켓 하나.

"KOREA got it RIGHT(한국은 제대로 해냈다)"

태극기까지 '제대로' 인쇄해 만든 피켓의 주인공은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다. 피켓을 가리키며 수많은 인파 속에 목소리를 높여 물어본다.

"한국이 뭘 해냈다는 건가?"

"민주주의를 지켰지않나.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한국 의회가 국민들하고 제대로 막아낸 걸 알고 있다."

오늘 집회에 나온 미국인들이 걱정하는 '계엄령'이 정말로 발생했던 10개월 전 한국의 상황을, 이 깔끔한 차림의 할아버지는 제대로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얘기한다.

"그때 어떤 의원이 의회 담을 넘어가는 걸 봤다. <뉴욕타임스> 메인에 뜨더라. 결국 독재자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감옥까지 보낸 한국 사례를 지금 우린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제리(Jerry)라는 이름의 할아버지는 같이 온 친구를 비롯해서 다른 참가자들에게 열심히 한국 사례를 소개한다. 뉴욕 도로 위 시위대 한복판에서 우리나라 얘기를 들으니 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어디선가 귀에 감기는 노래가 들려 까치발을 들어 소리 나는 곳을 찾아보니 <골든(Golden)>이 시위대 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성능 좋은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Up Up Up"이 나올 땐 주변 참가자들의 팔이 힘차게 올라가며 행진의 템포가 한껏 높아진다.

아이돌 뉴진스 멤버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버니 응원봉을 들고 행진하는 사람, 비눗방울을 퐁퐁 쏘아대며 행진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몇 달 전 우리의 광화문과 헌재 앞의 평화로운 풍경을 이들도 보았겠지 싶었다.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된 요즘 같은 세상이라면 뭐.

10/18 No Kings Day 참가자들최현정

"이거 진짜 한국 음식 맞아?

오래 자리 잡고 살던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이 이사하고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지 몇 년이 됐다. 카리브해 음식들을 팔던 낡은 식당들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카페로 바뀌기 시작한 것도 같은 시기다. 브런치를 먹으러 찾은 동네 카페의 메뉴판에 낯선 메뉴들이 새로 입점해 있다. 떡볶이(Ttukbokki), 제육볶음(Jeyuk Bokkeumbap), 불고기 샌드위치(Bulgogi Sandwich).

동네에서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확한 발음으로 떡볶이와 제육과 불고기를 주문했다. 잠시 후 내 테이블에 올라온 음식들의 비주얼을 훑어보고 국물을 한 모금 넘기고는 서빙한 히스패닉 직원에게 물었다.

"너, 떡볶이 먹어 본 적 없지?"

해맑게 웃으며 직원이 대답한다.

"응, 한 번도 없어."

국물 흥건한 떡볶이에 너무 단 제육과 불고기를 입에 넣으며 다른 메뉴보다 1.5배 비싼 가격이 아까웠다. 내 지인들도 늘 묻는다. 이거 "진짜 한국 음식(Authentic Korean) 맞아?"

그런데 요 며칠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을 맛볼 기회를 가졌다. 160여 년간 미군의 선박 제조, 조립을 했던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에서 개최한 K-컬처·K-스타트업 페스티벌 행사장(KOOM 페스티벌)에서다. 보고 싶었던 에픽하이나 자이언티의 공연은 매진이었지만, 대신 한국의 유명한 창업자들과 기업인들이 나온다는 낮 행사는 참가할 수 있었다.

Koom Festival최현정

어렸을 때, 교보문고에서 여성 기업인의 책을 구입해 인상 깊게 읽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첫날 강연자 중 한 사람으로 나와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특권'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행운을 사용하면 좋을지 바람직한 예가 된다 싶었다. 배송시장의 신흥 강자로 등장한 회사의 창업자가 들려주는 일의 목표, 관점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나는 잘 모르지만 꽤 탄탄한 위치에 오른 AI 관련 스타트업의 젊은 대표들도 무대에 올라 자신의 실수와 성공의 경험을 나눴다. 다들 맨땅에 헤딩하는 고생을 했고 결과적으로 운이 좋아 이 자리에 올랐다며, 자신감 있고 겸손하고 진솔했다. 듣다 보면 나도 고개가 끄덕여지고 영감이 떠올랐다.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유용한 시간인 듯했다. 한국 국내 정치의 안정과 함께 이들의 에너지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노벨문학상 작품을 '원서'로 읽을 수 있다는 기쁨

책최현정

지난 13일, 우리 동네 도서관 북클럽에서 선정한 책은 <We Do Not Part(작별하지 않는다)>였다. 후다닥 저녁을 먹고 도서관 2층 콘퍼런스 룸에서 하는 모임에 자리를 잡았다. 비트윈 커버(Between Cover)라는 제목의 이 북클럽은 도서관장 크리스(Chris)가 직접 진행하는 일반 성인 독서 모임인데 다양한 장르의 책을 선정해 함께 읽고 토론한다. 지난 9월엔 클레어 키건(Claire Keegan)의 <Small things Like These(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었고, 11월엔 서맨사 하비(Samantha Harvey) <Orbital(궤도)>를 읽는다.

"좀 많이 어려웠어...."

대부분의 참가자가 과거와 현재, 생과 사의 교차가 수시로 드러나는 시적인 산문 글이 낯설고 쉽지 않았다 고백한다. 한국어 원서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작가 한강에 대해 꽤 소상히 알고 있는 나는 진행자 크리스보다 더 많은 말을 해야 했다.

한국어 원서 <작별하지 않는다>는 도서관 웹사이트에서 신청해 하루 만에 받았다. 내가 사는 카운티의 78개 공공도서관은 협력 도서관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약 13만 권 이상의 자료를 보유 중이다. 그중 10%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된 책인데, 최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책들이 많이 들어와 웬만한 베스트셀러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된 덕이다.

전에는 몰라도 상관없던 한국이란 나라의 현대사와 그 속에 숨어있는 미국 정부의 역할, 지구 반대편에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공감까지 책을 통해 함께 나눈다. 하드커버 표지에 붙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라는 황금색 스티커가 그 권위를 더해주면서 말이다.

크리스가 준비한 오늘의 질문 11번째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한 얘기였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라는 말의 의미를 물었다.

고개를 갸웃하는 다른 멤버들을 대신해 내가 답해야 했다.

"정확히 1년 전인 작년 10월,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어. 최초의 아시아 여성이고 최초의 70년대생으로. 일주일 만에 100만 부 넘게 팔렸고 한국인들은 폭력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다시 한 번 학습했지. 그리고 두 달 후 계엄이 발생했어. 본능적으로 <소년이 온다> 속 인물들을 자신에게 투영한 한국인들은 국회로 달려가고 거리로 나가 계엄에 저항했어. 그리고 현재, 그 대통령은 탄핵돼 감옥에 있어. 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한국인은 위 말의 의미를 100% 체득했지. 폭력은 없어지지 않겠지만 저항하는 이들이 있고 그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는 믿음을."

가장 열심인 북클럽 멤버인 안드레아는 부럽다고 했다. "아, 너네는... 대통령을... 탄핵했구나"하며. 바바라는 그게 문학의 힘이 아닌가 말한다. 그들은 젊은 작가들과 능동적인 독자들이 존재하는 한국 출판계를 더 알고 싶어 했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나라

'K'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한국 관련 콘텐츠는 확실히 큰 흐름을 타고 있다.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뿐 아니라 음식과 문학 작품 등등에서. 군사력이나 경제적 강압이 아닌, 나라 자체에 대한 매력과 호감이라는 소프트 파워가 더 큰 기세로 세계인들에게 스며드는 게 느껴진다.

그 정점은 지난 18일 미국의 2700여 곳에서 700만 명을 거리로 나오게 한, '위태로운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있는 나라에 대한 부러움이다. '세계'라는 무대에서 조명받고 있는 한국의 선택들 하나하나가 그래서 지금 더 중요하다.

전쟁으로 부서지고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울며 분노하는 나라, 불합리한 요구의 강압적 외교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의연한 나라. 정책과 행정에서 인간답게 사는 길을 늘 모색하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한류도 더 융성하면 좋겠다. 세계가 불안하고 위험한 2025년에 그걸 제대로 실현하고 보여줄 수 있는 건 우리 국민들,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아서다. 아직 진정한 우리의 매운맛을 보여주진 않았다 싶은 요즈음이다.

10/18 No Kings Day 참가자들최현정

10/18 No Kings Day 참가자들최현정

10/18 No Kings Day 참가자들최현정

10/18 No Kings Day 참가자들최현정

10/18 No Kings Day 참가자들최현정

#10/18 No Kings Day 참가자. 두려움과 추위와 긴 기다림을 견디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우리처럼, 다종다양한 구호로 즐겁게 분노하는 뉴요커들을 보며 미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파워풀하다고 느낀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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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칼럼] 미국은 시초부터 제국주의 국가였다

 
한자어 ‘맹(盲)’은 ‘못 본다’는 뜻으로 문맹(文盲), 컴맹, 색맹(色盲) 등에 두루 쓰이고, 페미니스트의 활약과 함께 성맹(性盲) 또는 젠더맹이라는 용어도 알려졌다. 어리석거나 아는 게 모자라서 눈 뜨고도 사물이나 사태를 제대로 못 보는 경우가 있으니, ‘맹’은 단순히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벌거벗은 한미동맹』(개마고원,2023)의 지은이인 김성해는 올해 새로 나온『제국 없는 제국주의 시대』(개마고원,2025)라는 책에서 한국 사회와 지식인이 ‘제국주의 미국’이라는 역사적 실체를 대하는 태도가 이와 아주 닮았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도 지식인도 “미국을 ‘초-제국’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안 하는데, 그 모습이 제국맹(帝國盲)에 가깝다.”(282쪽)는 것이다.

김성해는 ‘미국과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이유’라는 부제를 단『벌거벗은 한미동맹』에서 “한미동맹은 ‘약’이 아니라 ‘병’”(5쪽)이며, 오늘의 한국인은 일제 시대의 조선인들이 2등의 황국신민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2등 시민’”(76쪽)이라고 직격한다. 이 책이 나오기 몇 달 전인 2023년 4월, 한국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가안보실의 대화가 미국 정보부에 도청되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받아야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 사건을 덮는 데 급급했다. 도청당한 사실을 누구보다도 수치스러워해야 할 뿐 아니라, 도청을 적대행위로 간주해야 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지금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말로 미국을 옹호했다. 이 자는 현재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2025.9.6 ⓒ뉴스1
2025년 9월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을 기습적으로 체포·구금했다. 이민세관단속국은 한국인 노동자들을 체포하고 선별·조사하면서 적법한 분류를 지키지 않았고, 자진 출국 형식으로 구금에서 풀려난 노동자들은 감금 시설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 캄보디아 취업 사기 사건이 불거지자 군사적 대응을 주문한 여야 정치인은 있어도, 미국의 한국인 노동자 체포·구금에 강력한 항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정치인은 없다. 그와 반대로, 한국을 ‘작은 미국’이라고 착각하는 한국 정치인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내의 마약 문제를 꼬투리 잡아 베네수엘라에 군대를 보내겠다는 을러대는 것을 버젓이 흉내 낸다. 캄보디아에 군대를 보내는 것이 국제법 위반이자 침공이라는 것을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이 하는 모든 것이 절대선이라고 믿고 모범으로 삼았던 우리 근현대사와 무관하지 않다.

한 국가의 힘이 국경을 넘어 확장되는 것이 제국주의다. 강력한 군사력을 앞세워 타국의 영토나 이민족에게 정치·경제·군사적 지배권을 행사하려는 패권주의 정책이 제국주의로 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고전적이고 사전적인 제국주의 이해는 미국 제국주의를 바로 보지 못하게 한다. 3만명(28,500명)이나 되는 미군이 주둔해 있는 데다가 전쟁이 일어나면 미군에게 작전지휘권을 양도해야 하는 한국에서 미국을 ‘제국’이라고 부르지 않으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말처럼 영토를 탐하지 않기 때문에 제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어차피 한반도에 영토적 욕심을 가질 수 없어요. 시대적으로 식민지가 횡행하던 시대를 넘어섰고 국제적으로 용납이 안 되죠.”(장우성 기자,「친미도 반미도 아니다. 나는 용미(用美)주의자 -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 인터뷰」,『한국기자협회』인터넷판, 2010. 8. 18.)

그러나 제국주의가 활개를 치던 시절에도 식민 본국이 영토를 직접 지배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영국이 전 세계 인구와 영토의 4분의 1을 통제권에 두던 대제국이었을 때도 ‘식민지(Colony)’보다는 ‘자치령(Dominion)’을 선호했다. 자치령은 본국에서 직접 파견하는 관료와 군인은 줄이고 현지인 가운데 대리인을 뽑는 간접통치 방식으로, 군사와 외교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현지인의 자율 영역을 보장한다. 언어와 풍습과 종교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그들의 전통을 존중함으로써 피식민지의 저항감을 줄이는 전략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제국주의는 식민지 지배의 형태에서 이념을 지도하거나 불평등한 경제 협정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김성해의 책 제목『제국 없는 제국주의 시대』가 뜻하는 바가 이것이다. 지은이는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윌리엄 브룸의 논의를 빌려, 영토에 대한 야욕이 없더라도 미국이 제국주의 국가라는 것을 이렇게 증명한다. 즉,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아시아·중동 등지에서 정치적 개입과 무력 공격을 하게 된 공통적인 원인은 이런저런 형식의 ‘자주(自主)’ 정책 때문이다. 미국은 제3세계 국가뿐 아니라, 자신의 대외정책 목표에서 벗어나거나 독자적인 발전 노선을 추구하려는 어떤 국가에도 분노하며, 반드시 응징한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드스트림(Nord Stream)을 폭파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도 예외일 수 없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세계가 미국 유일의 단극 체제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제국주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일반토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 홈페이지
미·소 간의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미·중 간의 신냉전을 획책한다. 중국이 미국이라는 제국과 미국 단극체제를 와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제국주의가 벌이는 신냉전의 공범이 되기를 강요받고 있는 최대의 인질이면서도 미국의 정체에 관심이 없는 한국이다. 국제사회가 미국이라는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은 음모론으로 치부되거나, 한물간 이야기, 또는 헛다리 짚는다는 핀잔을 받는다. “철천지원수인 북한 정도나 아직도 그런 헛소리를 내뱉는다.”(15쪽)고 여기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자세로 미국이라는 제국을 대한다. 더욱 격해질 신냉전 체제에서 한국은 얼마나 맛난 떡을 먹을 수 있을까.

그런데 미국이 과연 ‘제국 없는 제국주의’의 국가이기나 할까. 178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은 1823년 먼로주의(고립주의)을 선언했으나, 1890년 더 이상 미개척지(frontier)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서부 개척 시대의 종언과 함께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미국이 쿠바와 필리핀을 놓고 스페인과 전쟁을 벌인 1898년을 미국 확장주의 출발점으로 본다. 하지만 미국 확장주의 곧 제국주의는 미군이 인디언을 보호구역으로 몰아넣는 인디언 전쟁(1776~1890) 와중에 멕시코와 체결한 과달루페 히달고 조약(1848년 2월 2일)이 시초다. 미국은 멕시코와 전쟁을 벌여 텍사스를 비롯해 지금의 캘리포니아 일부, 네바다·유타·콜로라도·뉴멕시코를 차지했고, 멕시코는 이 조약으로 거의 절반에 가까운 영토를 상실했다. 2025년, 트럼프는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가 미국 땅이 되어야 한다고 협박하는 한편, 캐나다를 향해서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농담 섞인 진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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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자리?'…김건희, 경복궁 '용상'에 앉았다

문체위 국감장 증언…국중박 정책질의도 "외국인 관람객 4%뿐"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 2023년 경복궁을 방문했을 당시 국보 223호 근정전 내에 있는 왕좌에 올라가 앉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역사문화박물관·국립박물관문화재단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은 김 전 대표가 근정전 어좌에 앉았는지 따져묻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의 질의에 "그런 것 같다"고 시인했다.

 

정 사장은 당시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대통령 영부인이었던 김 전 대표를 수행해 경복궁을 방문했던 이다. 그는 2023년 9월 12일 김 전 대표의 경복궁 방문 행사에 대해 "월대 복원 기념식과 UAE 국왕 국빈방문 (행사) 답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앞서 민주당 양문석 의원의 관련 질의에 "뒤에서 수행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가, 이 의원이 '정 사장이나 당시 문화체육비서관이 김 전 대표에게 용상에 앉을 것을 권유했나'고 묻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동행했던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이를 권유했느냐고 묻자 "정확하게…(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서도 "그러지 않았겠나"라고 답변했다.

 

정 사장은 당시 대통령 영부인에게 경복궁 관련 문화유산 측면에서의 설명을 이 전 위원장이 맡아 했다고 전하면서 "상황이 그렇게…(보인다)", "당시 이 전 위원장이 계속 경복궁에 대해 (김 전 대표에게) 설명하며 걸어갔다"고 증언했다.0

다만 양 의원은 정 사장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근정전은 국보인데 누가 앉으라고 했느냐"고 언성을 높이면서 "일개 아녀자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경복궁 근정전 어좌 자료사진을 화면에 띄우며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 영부인이 어좌에 앉았다는 의혹에 대해 추궁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화면 갈무리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한 정책 질의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관람객 500만 명을 넘기며 관람객 수 기준 세계 5대 박물관에 진입하는 업적을 달성했지만 "전체 관람객 중 외국인은 4%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2025년 10월 20일 기준 누적 관람객은 510만 3709명이며, 이 중 외국인은 19만 52명으로 3.7%"라며 "성과 자체는 의미있으나 관람객의 96%가 내국인이라는 점은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 아쉽다. 국가 대표 박물관의 외국인 접근 환경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자적했다.

 

한편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지난 2020년에서 올해 9월까지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자료 중 9478개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훼손 사례는 낙장·본문지·표지·제본 훼손 등으로 정상적으로 읽거나 확인할수 없는 수준이며 특히 볼펜·마커 등으로 훼손된 경우에는 복원이 어려워 자료를 폐기해야 하는 등 총 32억3200만의 예산이 자료 보존처리에 투입됐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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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허위조작근절법에 한겨레 “언론자유 위축 안 돼”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다수 신문 사설 통해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우려

재판소원 당론 놓고 여 ‘투 톱’ 또 엇박자...정부, 부동산 투기 근절 드라이브 속 고위공직자 투기·망언 비판

기자명노지민 기자

  • 입력 2025.10.22 07:41

  • 수정 2025.10.22 07:50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일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0일 ‘언론 개혁’ 일환으로 공개한 일명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다수 언론이 우려를 밝혔다. ‘불법 정보’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배액 배상제(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허위조작정보 ‘악의성’ 입증 책임은 피해자가 지되 ‘악의 추정 요건’을 법으로 명시하는 것이 골자다. 언론단체들이 요구해 온 정치인과 기업인 등 권력자 등에 대한 배액배상 청구권 배제는 반영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당초 언론중재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선회했으나, 언론도 배액 배상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22일자 주요 아침 신문 가운데 이른바 진보 성향의 경향신문과 한겨레, 중도 내지 보수 성향의 한국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이 사설을 통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언론자유 침해 우려에 신중한 입법 과정 당부

경향신문 사설 <허위조작 보도 징벌적 손배, 권력 감시 위축 없게 해야>의 경우 허위조작정보 근절 필요성 관련해 “윤석열의 12·3 내란 후 스카이데일리가 중국인이 한국 선거에 개입했다 는 식의 허위 사실을 보도하고,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킨 사례를 목도했다”면서도 “윤석열 정부 때 이 제도가 있었다면, 김건희 의혹 보도는 어려움에 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김건희가 허위 경력 의혹을 취재하는 YTN 기자에게 복수 운운하는 걸 목도하지 않았는가”라며 “정부와 여당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권력가 입맛에 따라 손배를 오남용하지 못하도록 법안을 숙의하고 정밀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가짜뉴스 근절’이 ‘언론자유’ 위축으로 이어져선 안 돼>에서 “가장 큰 논란은 ‘악의’를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라며 “의견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악의적 보도’라고 단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러면 객관적 증거나 증언이 일치하더라도 기사를 쓸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짜 뉴스를 막겠다는 정책 목표가 아무리 옳더라도 언론 보도에 대한 규제는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막는 양면성을 지닐 수밖에 없어 세밀하게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5년 10월22일자 주요 신문 사설 제목.

한국일보는 사설 <민주당 ‘언론개혁’안, 표현의 자유 위축된다>에서 “민주당 안은 배상 기준과 구제 대상이 모호하다. 언론 탄압과 여론 검열에 악용할 소지가 상당하다는 얘기”라면서 법안에 대한 우려점을 지적했다. 나아가 “여권 일부 인사들은 기성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며 “민주당 안이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언론 손보기’ ‘비판 여론 입틀막’용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입법 시한 보다 중요한 것은 입법 자체가 사회적 신뢰 속에 이뤄지는지 여부”라 강조했다.

세계일보 사설 <‘재갈법’ 우려되는 언론개혁안, 독소 조항 제거해야>은 “허위조작 정보를 막자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충분한 조치’나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 규정은 적용 여하에 따라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라며 “특히 취재원 보호 원칙이 무너지면 권력이나 기업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내부 고발자나 익명 제보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봉쇄 소송 방지’ 조항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신문 사설 <권력 비판 위축시킬 與 언론개혁안, 이대로 강행 안 된다> 또한 “입법을 서두르기에 앞서 폭넓은 공론장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허위조작 정보 근절의 대의와 언론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사법개혁’ 추진에도 “세심한 검토” “근본적 고민 수반돼야”

더불어민주당이 21일 재판소원제와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면서,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완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요 신문들은 해당 개혁안에 대한 분석에 더해 입법 과정이 속도전에 치중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25년 10월22일자 한국일보 기사

한국일보는 <“與 상고심 개편, 옥상옥 우려” 혼란 가중> 및 이어진 기사에서 독일, 프랑스 등 상고법원 제도를 분석했다. “상고법원에 2개 이상의 합의부를 둔 것은 최고 법 해석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위한 장치지만 실제 활동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며 “재판부 정원이 늘어나고 절차가 복잡해질 수록 합치된 결론을 위한 숙의는 힘들어지고 단순 표결에만 의존하게 돼 사회적 규범과 기준을 제시하는 정책법원으로서의 역할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결국 “상고심 충실화를 위해선 세심한 설계와 검토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전문가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쳤지만 ‘형식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면서 “여론과 시민사회, 법조계를 상대로 한 공론화 과정에서 민주당 안에 대해 제기되는 우려들을 얼마나 불식할지 여부가 사법개혁 성패를 가를 전망”이라 강조했다.

한겨레는 <‘대법 2개 전합’ 추진 놓고…“속도·전문성 제고” vs “정책법원 기능 약화”> 기사에서 “대법원에 1 · 2연합부를 신설해 2개의 전원합의체로 운영하는 안”을 두고 “현재 1개의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하는 주요 사건을 2개의 연합부로 분산시켜 심리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인데, 법조계에선 적절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과 대법원의 정책법원 기능을 약화시킬 거라는 우려가 엇갈린다”라고 했다. “결국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1면 <재판소원 당론 놓고 여 ‘투 톱’ 또 엇박자> 기사를 통해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 대표가 엇박자를 노출하자 민주당이 21일 이견은 없다 며 수습에 나섰다”라며 “당내에서도 혼선을 우려하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2025년 10월22일자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의 경우 <“대법이 재판 최종 심사, 헌법에 명시… 4심제 위헌 소지”> 기사에서 민주당 사법개혁안을 두고 “법조계에선 사실상 ‘4심제’ 자 위헌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라면서 “외부 인사 법관 평가 위헌 우려 민주당이 법관 평가에 지방변호사회의 법관 평정을 포함하게 한 것도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재판 지연’을 해소하겠다며 대법관을 증원하겠다는 민주당이 재판 지연을 심화할 가능성이 큰 재판 소원을 도입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가 게재된 4면 하단에 <與의원들, 김어준 유튜브 나와 “K법률 강국 되는 것”> 기사를 배치해 “민주당 의원들이 21일 김어준씨 유튜브에 나가 “재판 소원을 도입하면 K법률 강국이 되는 것”이라며 옹호했다고 보도했다. “김어준씨는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재판소원을 연결 짓는 주장에 경계령을 내리기도 했다”라고도 했다. 입법 추진이 정파적이라는 인상을 부각한 편집으로 읽힌다.

서울신문 <재판소원 공론화… ‘이재명 구하기법’ 논란에 여론 살피는 여당> 기사는 “재판 제도의 골격이 바뀌는 재판소원을 급하게 도입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과 관련해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어 민주당이 여론의 추이를 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라면서,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소신을 드러냈다가 낙인이 찍힐까 봐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히진 못하지만 법조인 출신 의원들 사이에선 반대의 뜻을 가진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동산 투기 억제 주문한 대통령, 국토교통부 차관의 경솔한 발언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가용한 정책 수단과 역량을 집중 투입해서 경고등이 켜진 비생산적 투기 수요를 철저하게 억제해야 한다”며 “정부 각 부처는 국민 경제를 왜곡하는 투기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주택 시장 안정화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 등을 담당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발언 논란이 주요 신문에 올랐다.

조선일보는 3면 <갭투자·재건축 딱지로 수십억 차익… 민심 불지른 ‘부동산 4인방’>에서 이상경 국토교통부 차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의 아파트 소유 현황과 논란 등을 전했다.

▲2025년 10월 22일자 조선일보 기사

한국일보는 사설 <“여러분은 나중에 사세요”... 부동산 부자 국토차관의 경솔>에서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19일 유튜브 채널에서 “시장이 안정되고 소득이 쌓이면 그때 사면 된다”며 “어차피 기회는 돌아오니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갭투자 당사자가 갭투자 금지 대책(토허제)을 내놓은 뒤 ‘저는 먼저 샀지만 여러분은 나중에 사세요’라는 말을 했으니, 무주택 서민은 속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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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과거 부동산 대책 실패 사례를 목도했던 시장 참가자들은 관료와 정치인의 ‘말’이 아니라 ‘행동’에 진심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라며 “주무부처 차관이 갭투자 의혹을 받는데, 국민에게만 무리한 투자를 하지 말라고 하면 누가 그 말을 들을 것인가. 정책의 진정성과 신뢰성은 이런 ‘내로남불’ 구조를 깨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미칠 영향에 대해선 중앙일보는 금리가 낮은 은행으로 갈아타는 ‘대환대출’이 사실상 막혔다는 어려움, 경향신문은 전세 공급 축소에 따른 세입자나 실수요자에 미칠 영향 등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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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혐중 때문에 기껏 키운 ‘K문화’에 부정적 이미지 우려” 한목소리

[중국인 관광객 막자는 국민의힘 2] ‘불법체류 증가’ 제기하는 국민의힘...전문가들 “단체관광객은 이중 제재 받아”

  •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가운데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혐중 시위'를 벌이는 등 혐중 여론 부추기기에 한창이다. 국민의힘을 비롯해 여당 일부에서도 이번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으로 인해 중국인으로 인한 범죄, 불법체류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하면서 공포심을 심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혐중 여론으로 인해 중국을 상대로 한 관광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관광객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이 같은 혐중 여론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달 29일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됐다. 이에 따라 국내·외 전담 여행사가 모집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15일 이내 무비자 체류할 수 있다. 이는 내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정부는 이번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으로 약 1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추가로 한국을 더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쿠폰 효과에 이어 중국인 단체관광객 증가가 국내 경제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3년 중국 '리오프닝' 당시 중국인 단체관광객 100만명이 늘어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GDP, 국내총생산)이 0.08%p(포인트) 오를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 감소와 국내 경제규모 성장 등을 고려하더라도 0.05%p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극우단체들은 '혐중 시위'를 벌이며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회복 시점에 온 국내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희교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는 "명동을 포함해 중국 단체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팬데믹 이후 회복 시점에 있는데 '혐중 시위'로 인해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활성화되면 관광업계뿐 아니라 한국에서 일상 생활도 하면서 잡화도 소비하면서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한국은 중국을 싫어한다든지 이런 이미지가 퍼지면 가면 반한 감정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단순한 관광 산업에 타격 뿐만 아니라 'K-문화'로 한창 각광받고 있는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겸임교수는 "더욱 걱정되는 것은 중국 내에서도 SNS 통해서 혐중 시위가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태국이 지난해 한국 전자입국신고(K-ETA)에 대한 거부율이 많아지자, SNS에 반한 태그를 붙이기도 했다.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는 한국에서 혐중 시위를 목격했다며 관련 사진과 영상을 전하는 게시물들이 보인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바로 눈을 돌려 모른 척했다"며 두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국가 이미지에 대한 타격은 의도치 않은 경우에도 발생한다. 지난해 태국에서는 SNS에 한국에 대한 보이콧을 뜻하는 '밴 코리아(Ban Korea·한국 금지)' 해시태그가 유행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 정부가 태국의 불법 체류 문제로 입국 심사를 강화하면서 K-ETA 허가율이 감소하자 불만을 표한 것이다. 태국의 반한 분위기는 크게 확산되지 않았지만, 한국도 언제든지 다른 나라에서 여러 이유로 혐오와 반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나타난 사례다.

김강민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도 K-문화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명동 같은 대표적인 관광지역에서 시위, 집회가 상시적으로 벌어진다면, 부정적인 효과는 관광 지역에 대한 이미지에 타격으로 온다. 상인에도 여파가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K-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많은데, 반대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다면 간접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혐중'을 부추기는 극우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번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으로 불법체류가 증가하고, 중국인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정란수 교수는 "정치권 등에서 이번 무비자 입국으로 불법체류가 늘어날 것이라든지 이야기하지만 무비자 허용자체는 파급력이 크지 않다"며 "이미 중국인 개별 관광이 8~90%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 무비자 입국으로 중국인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릴 것이란 것도 과장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대상은 단체관광객이다. 단체관광객들은 미리 명단을 한국에 제출하고 심사를 받는 등 제약을 받는다. 정부에 따르면 여행사들은 단체관광객이 입국하기 24시간(선박 입국시 36시간) 전까지 정부에 관광객 명단, 체류지, 여권 정보를 올려 심사받아야 한다.

관광객 이탈이 발생하면 여행사에도 각종 책임을 부과한다. 여행사를 통해 관광객이 여행사 직원과 공모해 이탈하는 등 고의 이탈 사례가 발생하면 즉시 해당 여행사는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된다.

또 관광객이 무단으로 이탈하는 비율이 분기별로 평균 2% 이상일 때도 역시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된다. 기존에는 분기별 평균 이탈률이 5% 이상일 때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됐던 것에서 기준이 강화됐다.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되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더 이상 모객할 수 없다.

정 겸임교수는 "이번에는 자유일정이 없는 형태의 단체관광만 입국해서 불법체류나 이탈을 막기도 했다"며 "이런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잘못 알려지거나, 일부러 왜곡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희교 교수도 "단체관광객은 이중 제약이 있다. 출입국 관리소에서 검사를 받지 않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면서 "여행사에도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주고 체크하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보다 단체 관광이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준영 교수는 "(혐중 여론에서) 팩트도 아닌 것을 가지고 주장하는데, 중국도 굉장한 불이익을 본다"면서 "불법 체류를 하더라도 한국에서 불리하게 살아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마치 그런 일을 하려고 온 것인 양 호도하는 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혐중 시위'가 다른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희교 교수는 "한국이 세계에서 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1년에 2천만명 가까이 몰려드는 이유도 한국이 안전하고, 한국의 문화가 포용적이라는 이미지가 크다"면서 "이런 혐중 시위들이 중국인들만을 향한 시위로 보이지 않고, 외국을 배척하는 시위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다른 관광객도 줄어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 겸임교수는 "관광이라고 하는 부분은 사람들과의 교류이기 때문에 개방성에 기초해야 한다. '나도 환영받고 있다'는 환대받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어떤 지역에서는 '중국인들을 막자'라고 반대하는 시위를 하면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조금 한국보다 사회질서 인식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인종 자체를 무시하는 건 문제"라며 "(다른 나라의 외국인도) 그것이 자기한테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철회 주장까지 나온다. 송언석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에서는 "중국 무비자 입국 제도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당 일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중국 범죄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올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무비자 입국 문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조치는 중국이 먼저 한국에 대한 무비자 입국 허용한 것에 따라온 상대적인 조치다. 이를 무작정 철회한다면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24년 11월부터 한국, 일본을 포함한 9개국 국민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주변국에 대한 관계 개선를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한국은 한시적으로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도 지난해 연말부터 중국인 관광비자 유효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체류기간도 연장하는 등 완화 조치를 취했다.

강 교수는 "외교라는 게 상대적인 것인데 우리만 안 하겠다고 하면 되겠느냐"라며 "무비자 입국 때문에 결정적 문제가 있으면 철회하자는 주장도 가능하겠지만, 대량 불법체류나 범죄 같은 문제는 아직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선제적으로 철회하는 하는 건 어렵다"면서 "중국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때 한국은 '우리는 비자를 받겠다'고 하든지, 지금 와서 철회할 순 없다. 그런 식으로 가면 한국 외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극우단체와 국민의힘의 '혐중'이 중국의 어떤 문제 때문이 아닌 국내 정치양극화에서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강민 교수는 "이번 혐중 시위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상태에서 수단과 방법으로 활용된 것"이라며 "혐중이 정치 양극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정치 양극화된 상황에서 극우진영의 상대방을 향한 공격과 진영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혐중'을 들고 나왔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혐중이라고 구호를 외치는데 이게 자신들의 뜻을 전하는 실질적인 메아리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사상과 이념에 일상을 동화하려는 도구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혐중이라는 수단과 방법으로 큰 효과가 없다면 해당 진영은 다른 방법을 만들 것"이라며 "(혐중은) 수단과 방법에 불과하다. 양극화된 쟁점 중에서도 피상적인 이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혐중 시위로 인해 우려되는 문제들을 막기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희교 교수는 "한국이 혐오 사회가 되는 출발점에 있다"며 "한국이 수많은 인종주의 국가처럼 혐오분자로 인해 정치적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어 "법률로 다스릴 수 있는 건 다스려야 하고,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라도 대처할 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권에서 '친중 공세'를 우려해 쉬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더 중요한 것은 지금 혐중 여론이 사회적 병리 현상이라 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괜히 친중으로 몰리는 게 겁이 나서 주요 정치 리더가 손을 놓고 있다면 급속히 혐오사회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겸임교수도 법적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별금지법 등을 통해서 범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일본은 혐한시위를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는데 그런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2016년 '헤이트스피치 해소를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실제 처벌 조항은 없지만, 특정 국적이나 출신 지역을 이유로 차별적 언동을 하는 행위를 "용납될 수 없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의가 있다.

정 겸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주장한 것이라거나 어떤 정치 단체에 대한 문제여서 방관해야 할 게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준영 교수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함께 중국 정부와도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도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정보를 알려주고, 어떤 범죄든 국내법에 의해 당연히 처벌하겠다는 걸 확실하게 해야 한다"면서 "중국도 관광객을 보낼 때 신원이 분명한 사람만 보내는 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이러한 시스템을 위해 좀 더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양국이 밝히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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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효녀'를 아십니까? 정은경 장관이 알아야 할 현실

[2025 공동리포트 - 국민제안위원회] 농어촌의 돌봄통합, 도시와는 다른 길을 찾자

사회 김새롬(saeromkim)

25.10.22 06:41최종 업데이트 25.10.22 06:41

'국민제안위원회'는 생활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와 정책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는 참여형 의제 제안 프로젝트입니다. 시민과 정부를 연결하는 가교로서 다양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해 국민주권정부의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편집자말]

의료계에는 '효자 MRI'(자기공명영상), '응급실 효녀'라는 은어가 있다. 연휴에 고향을 찾은 자녀들이 오랜만에 본 부모의 쇠약해진 모습에 놀라 응급실로 달려오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매일 들여다보지 못했던 자녀로서 지금 당장 무슨 검사를 해서라도 부모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 이해하기 어려운 건 아니다. 하지만 의료진으로서는 모두가 쉬는 황금연휴에 밀려오는 환자, 보호자들이 그저 부담스럽고 피곤한 것도 인지상정이다.

저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입맛이 씁쓸해지는 은어를 써가며 이런 상황을 조롱하는 건 다소 징후적이다. 다급함 뒤에 놓여 있는 보호자의 죄책감을 다 헤아릴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의료는 본질적으로 돌봄의 책무를 가진다. 이 '조롱'은 의료가 감당해야 할 돌봄의 성격과 범위를 서로 다르게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때를 놓쳐 치료가 어려워지는 사정이 적지 않기에, 돌봄의 공백을 메우려는 정책은 폭넓은 지지를 받는다. 도시에 사는 자녀가 명절에야 부모를 찾기 전에 누군가 먼저 문제를 알아차리고 대응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식사량이 줄고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진 어르신을 보며 '지금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나서는 이가 곁에 있었다면? 의사나 간호사가 혼자 사는 노인을 찾아가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한 때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끔 돕는 미래는 어떻게 가능할까.

돌봄통합지원법이 그리는 미래, 그리고 지역의 현실적 고민

9월 30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통합돌봄정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상을 구체적으로 해보게 되는 이유는 새로운 정책 시행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 했다.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이 법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이들이 시설에 입원하는 대신,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의료·요양·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 누구라도 귀가 솔깃할 만한 약속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를 고심에 빠뜨리고 있다. 지역마다 사업 수행 여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끄는 통합돌봄정책위원회의 주된 걱정거리 역시 이 지역 격차 문제다. 관련 부처 고위직들이 위원으로 참여해 범부처 협력을 다짐하지만 쉬이 협력이 될 것 같지도 않다. 경기와 경남 부지사, 광주 북구청장, 충북 진천군수와 강원 춘천시장이 위원회에 참여하는 구성 자체가 지역별 편차와 현장의 목소리가 돌봄통합 사업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돌봄통합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의 긴 목록 중 지역 간 격차가 가장 큰 영역은 단연코 의료다. 재택의료와 가정간호 등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형 의료서비스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대신 집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하는 핵심 축이다. 그러나 이 서비스의 혜택을 받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도시 거주자들이 대부분이다. 전국 229개 시군구 중 재택의료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113개(49%)에 그친다. 가정간호를 제공하는 의료기관 역시 도시에 몰려 있고, 의료기관들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가정간호 확대에 소극적이다.

영국과 이탈리아, 캐나다처럼 공공이 의료의 주축이었다면 상황은 좀 달랐을지 모른다. 20여 년 전 참여정부의 공약이 지켜져 의료의 30%를 공공이 책임지고 있다면 어땠을까? 인구가 줄고 산업이 쇠락한 지역에도 경찰서와 초등학교가 있듯 최소한의 공공의료 인프라를 갖출 수 있었다면 많은 것이 다르지 않았을까? 이런 질문을 무망하게 만드는 것은 2025년 공공병상 비율이 5% 남짓이라는 아픈 현실이다.

한국에서 돌봄통합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는 거의 전적으로 민간의 손에 달려있다. 정부가 건강보험이나 복지바우처로 서비스 구매를 보조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지역엔 민간사업자가 발을 들일 리 없다. 방문진료 수가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다면, 촘촘하게 밀집해 사는 도시와 띄엄띄엄 떨어진 촌집들을 찾아가야 하는 농어촌 지역에서 수익성 차이는 명백하다. 여기에 가능하면 서울의 삶, 적어도 대도시를 선호하는 의료인들의 성향까지 보태면, 농어촌에서 재택의료가 잘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농어촌 일차의료의 마지막 보루,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통일촌 마을에서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진료소연합뉴스

정부는 모든 시군구에 재택의료센터를 한 개 이상 설치하겠다며 방법을 찾는 모양이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시장 논리에 충실한 민간 의료는 움직일 리 없고, 공중보건의사가 농어촌 일차의료의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 낼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농어촌 지자체들이 돌봄통합사업에서 의료를 아예 포기해 버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현실적으로 남은 선택지는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가 거의 유일하다. 주로 농어촌 의료취약지에 자리한 이 기관들은 도시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생활기반시설이다. 보건지소에서는 공중보건의사가 일차진료를 제공하고, 보건진료소는 간호사 면허가 있는 진료전담공무원이 사전에 정해진 범위 안에서 일차진료를 맡는다.

안타깝게도 이들 기관의 역할은 강화는커녕 계속 축소되어 왔다. 공중보건의사 수는 가파르게 감소 중이고, 의료대란 시기에 현역 입대한 의대생이 많아 앞으로 더 줄어들 예정이다. 공중보건의사들이 첫해에는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에서 수련받고, 2~3년 차에는 의료취약지에서 지역의료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지원하자는 제안도 나오지만, 실현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의사가 되는 이들의 계급적 기반이 농어촌 의료취약지에서의 삶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집단으로 쏠리는 경향은 더 큰 장벽이다.

보건진료소의 상황 역시 여의치 않다. 전국 1900여 개 보건진료소에는 평균 경력 12년이 넘는 숙련된 보건진료소장들이 일하지만, 이용자는 줄고 기능은 약화하고 있다. 1인 근무 체제라 진료소를 비우고 교육받으러 가거나 환자 집 방문을 나가기도 어렵고, 의학 기술의 발전을 따라잡을 연수 기회도 부족하다. 1980~90년대부터 지역주민들과 호흡을 맞춰온 진료소장들은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신규 진료소장들의 역할은 예전 같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일각에서는 법적 근거를 갖춘 보건진료소의 역할을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깎아내리기까지 한다.

농어촌의 돌봄통합, 도시와는 다른 길을 찾자

그럼에도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의 가능성을 다시 살피는 이유는 명확하다.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교통이 나아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늙어가는 의료취약지 주민들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보내길 원한다. 의사들이 도무지 가서 살고 일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지역에는 도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상을 꾸려나가는 주민들이 있고, 이들이 바지런한 매일의 노동으로 지역사회를 돌보고 있기에 지역의 삶이 가능하다.

이런 자명한 사실을 굳이 설명까지 해야 하는 건 농어촌 지역보건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적극 활용하기 위한 정책이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오랜 기간 방치되어 왔기 때문이다. 보건진료소를 고령화 시대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역보건을 고민하는 이들의 오래된 숙제다. 다만 지역보건기관의 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인 상상과 기획을 추진해 낼 만한 정치적 동력과 의지가 부족했을 따름이다.

정부가 돌봄통합을 위한 노력을 약속한 지금, 낡은 편견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 농어촌의 주민들도 충분히 민간의료기관을 찾아 나설 수 있다는 말, 보건진료소 대신 응급이송체계를 개선하고 원격의료를 활용하면 된다는 말은 농어촌의 사정에 대한 무지와 오만 위에 서 있다.

몇 년에 한 번 들어오는 대학병원의 의료봉사 버스, 몇 달에 한 번 들어오는 무료 검진 버스는 돌봄통합과 거의 관련이 없다. 농어촌에 필요한 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일차의료다.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을 돌보고, 퇴원한 환자의 콧줄과 소변줄을 집에 찾아와 돌봐줄, 역량 있는 의료인이 읍면 지역에도 있어야 한다.

의사가 방문해 재택의료를 제공한다면 이상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오지 않을 의사를 기다리다 의료를 포기하는 상황을 방치하고 조장해선 안 된다. 도시에 맞춰진 의료의 양식을 고수하는 대신, 농어촌의 사정과 주민들의 필요에 맞는 일차의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낡은 핍박과 편견을 넘어 농어촌 의료를 위한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돌봄통합지원법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농어촌통합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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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혐오표현 규제 만드는 것으로 물꼬 틀 수도”

[사상통제 100년 기획강좌④] 이정희, 혐오표현 규제와 국보법 폐지

‘국가보안법,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혐오’

이정희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 대표는 14일 오후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혐오표현 규제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유일하게 단 하나 바뀌지 않는 혐오의 자유가 있습니다. 오히려 한 글자도 건드리지 못하고 법률에 80년 동안 계속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차별입니다.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폭력이고,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혐오입니다. 그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이죠.”

이정희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 대표는 14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치안유지법-국가보안법 사상통제 100년 기획강좌’ 네 번째로 “혐오표현 규제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국가보안법은 철저한 차별과 편견의 법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 세 번에 걸친 기획장좌의 내용을 “12.3 계엄의 근본 원인은 사상 혐오와 혐오 공격을 정당화해 온 100년의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 유지됐던 국가보안법이다. 그리고 일상의 혐오들이 계속됐던 것이 그 바탕이다”라고 요약하고 “국가보안법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이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한다”고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을 사유로 내건 점에 주목하며, 국가보안법 기소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국가보안법의 정치적 활용은 혐오표현을 타고 훨씬 더 강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노상원 수첩’을 언급하며 “그게 실행됐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하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말한 사실과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 시절 ‘멸콩 캠페인’을 편 사실 등을 적시하며, 1948년 여순사건 이후 이어져온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혐오표현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12.3 계엄은 이같은 혐오의 ‘폭발’이라고 해석했다.

‘혐오표현, 다수집단이 소수집단 차별하거나 적대하는 표현’

이정희 대표는 혐오표현의 '역사적 구조적 연원'에 방점을 찍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혐오표현을 거절할 자유』(들녘, 2019)를 출간한 바 있는 이 대표는 혐오표현을 “역사적 구조적 연원에 의해 형성된 다수집단이 소수집단과 그 구성원에 대한 배제 또는 축출을 주장하거나 정당화하며 차별하거나 적대하는 표현”이라고 규정하고 국가인원위원회가 「정치인의 혐오표현 예방·대응 의견표명」에서 규정한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서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을 인용했다.

또한 이승현이 「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헌법적 이해」(『공법연구』 제44권 제4호, 2016)에서 혐오표현의 해악으로 “일차적으로 그 대상이 되는 표적집단 구성원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해당 집단 구성원을 침묵시켜 토론의 장에 참여하는 기회를 박탈하며 다른 사회구성원들에게는 표적집단에 대한 적대적인 사상을 주입시킴으로서 공론장을 왜곡”한다고 지적했고, 궁극적 효과는 “표적 집단 구성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 불평등의 영속”이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국가보안법 사건 변호인을 맡아온 경험이 있는 이 대표는 “극우단체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빨갱이, 종북, 사회주의자, 뭐 이런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 계속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어 왔다”고 말하고, 이같은 판례들은 2018.10.30. 선고 2014다61654 판결로 뒤집어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시장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정치인에 대한 ‘종북’ 표현이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는 것.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간첩’ 발언이나 윤미향 전 의원 등에 대한 극우단체들의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이 대표는 “이 판결은 한국의 사상 혐오의 역사를 무시한 판결이라고 생각하고 사회 구조적 문제에 눈 감은 판결이 이후에 계속해서 가해를 방치하고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현실에서는 “특히 남북관계나 한미관계에 관해서는 극우 정치세력과 다른 생각을 갖는 순간 모든 공공의 영역에서 살아남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짚었다.

반공주의 사상혐오의 ‘자기 검열’

네 차례 진행된 기획강의는 참가자들의 높은 열기 속에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 대표는 “주로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 그리고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 이주 노동자, 이주민에 대한 혐오표현만 논의가 되었다”며 “사상과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해서는 혐오표현이라는 단어조차 붙이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이것이 반공주의 사상혐오의 자기 검열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북 빨갱이도 사상 혐오라고 이야기를 했다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오히려 배척을 받지 않을까 하는” 자기 검열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혐오에 대해 연구하면서 사상혐오는 말조차 꺼내는 않는 학자들이 다수였고, 이것 자체가 ‘반공주의 사상혐오의 자기검열의 효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현실은 동성애 혐오나 중국 혐오 같은 주요한 혐오들은 ‘반공, 반북, 종북, 빨갱이 혐오’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진단이다. “동성애는 사회를 혼란시킨다. 사회를 혼란시키면 북이 좋아한다”, “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지배한다”는 식이라는 것. 이 대표는 발표문에서 “한국 사회의 다양한 혐오표현을 쏟아내는 사람들은 정치·종교·언론 각 분야에서 서로 연결되어 한 덩어리가 되어 있다”고도 지적했다.

혐오표현 규제는 흔히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리로 제동이 걸렸고,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는 이유로 △인간의 존엄론 △국민자치론 △사상의 지유시장론 등의 이론이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이 대표는 “혐오표현은 인간의 존엄, 공존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혐오표현은 방치하면 숙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오염된다”, “권력이 억압하는 소수 의견을 보호하기 위해서다”라고 논박했다.

특히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올해 5월 12일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인종차별적 증오 발언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형법 개정과 ‘인종차별적 증오 발언 및 증오 범죄의 명시적 범죄화를 포함하는 포괄적 입법’, ‘정치인과 공인에 의한 표현을 포함한 모든 형탱의 혐오표현을 단호히 규탄’하고 조사 및 처벌, 교육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 점을 주목했다.

대한민국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과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철폐협약」(인종차별철폐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으로서, 이에 근거한 혐오표현 규제 입법을 해야 하지만, 당사국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은 이 두 규약과 협약을 거부하고 있고, 스웨덴를 비롯해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등은 아예 헌법에서 혐오표현을 규제하고 있다.

2차대전 전범국인 독일의 경우 헌법에 인종 차별, 인종 혐오를 부추기는 표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조항을 뒀고, 나치 지배하에서 범해졌던 인종 대규모 학살, 제노사이드에 대해서 부인하거나 고무한 사람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역시 전범국가인 일본은 벌칙은 없지만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시책 추진에 관한 법」을 제정했다.

“국보법 폐지는 큰 기둥을 자르는 것, 가지를 잘라내는 것도 필요”

이정희 대표는 인종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법안부터 추진하는 현실적 방안을 제안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기자]

이 대표는 “지금의 혐오표현의 양상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또 있다”며 “혐오표현에 대한 별도의 법적 규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는 큰 기둥을 자르는 것이고, 가지를 잘라내는 것도 필요하다. 이것이 각각의 혐오표현 규제 입법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적 규제만으로 다 되지 않는다”며 “혐오표현을 멈추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은 사실 시민들이 혐오표현을 들었을 때 멈추라고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내가 알게 모르게 부지불식 중에 혐오표현을 쓰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사회적으로 형성된, 역사적 구조적으로 형성된 소수 집단에 대해서 나와 같은 공동체에서 있을 수 있는 동료로 받아들이는 것. 이것들이 다 함께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항 표현이 활성화되어야만 한다”면서도 “여기에 모든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혐오표현의 피해자들은 거기에 맞서서 ‘하지 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든다”는 것. 더구나 “오히려 대항 표현을 하게 되면 그걸로 인해서 표적 찍혀서 쫓겨나는 경우들이 훨씬 많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제기했다가 직장에서 쫒겨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빛의 혁명을 만들어낸 시민들이 제일 중요한 과제로 꼽은 게 차별금지법 제정이지 않느냐”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서 혐오표현은 안 된다는 사회적 상식을 분명하게 하고, 표현의 자유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혐오표현 규제 입법을 만드는 것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성소수자 문제를 포함시킬 경우 발의조차 어려운 현실이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해 “인종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를 만드는 것으로 물꼬를 틀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구체적 포함 내용으로 △정당 현수막 규제 △인종 혐오 시위 규제 △역사부정 혐오표현 규제를 꼽았다.

아울러 “인터넷상 혐오표현 규제도 별도의 법률로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본 대사관 앞 수요 시위 때마다 벌어지고 있는 혐오 시위와 제주 4.3사건이나 여순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표현 등을 예시하며 “역사 부정 혐오표현에 대한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을 차별적인 국가 폭력으로 인식해야”

마지막 기획강의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 대표는 “국제 규약상 상 우리나라의 입법 의무가 명확하게 나와 있는 것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성공해야 된다”며 “일단 입법을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진보당 손솔 의원이 인종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것으로 한정해 내놓은 법률안을 주목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개별 혐오표현 규제 법령뿐만 아니라 더 계속 차별금지법 제정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혐오표현을 차별로 보고, 국가보안법을 차별적인 국가 폭력으로 인식하는 이것이 12.3 계엄을 극복한 우리 국민들의 열망과 맞물려지면, 국가보안법 폐지에 이를 날이 오래지 않아 올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다”며 “혐오표현을 규제하고 공존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이 과정을 지금부터 함께해 나가는 것이 결실로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애써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또한 ‘대한민국이 제노사이드 협약 비준국으로서 그 이행 입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도 당연히 제노사이드 협약이 형사처벌 규정에 들어 있기 때문에 들어가야 하지만, 우선돼야 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배상, 공식적인 사과와 제노사이드의 형식적인 수단 명분이 되었던 판결에 대한 일괄적인 무효 선언들이 같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답했다.

이종문 진보당 부천시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좌는 통일뉴스와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가 주관하고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주최했으며, 경희대·서울대·연세대·외국어대 민주동문회, (사)양심수후원회, 한국 YMCA전국연맹이 후원했다.

기획강의를 공동주관한 통일뉴스 이계환 대표가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는 기획강좌를 마무리하며 “혐오표현의 피해자들, 역사 부정의 피해자들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원하는 사람들이 함께, 혐오표현 규제와 차별 금지법 제정,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 결국 국민이 한다”는 이정희 대표의 발표문 결론을 대독하는 것으로 인사를 가름했다.

‘치안유지법-국가보안법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기획강좌는 1강 “사상통제법으로서의 일제하 치안유지법”(홍종욱), 2강 “이승만의 국가보안법 제정과 제노사이드”(강성현), 3강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혐오와 폭력에 맞서기”(김동춘), 마지막 4강 “혐오표현 규제와 국가보안법 폐지”(이정희)가 진행됐으며,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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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유국 북한' 러시아는 공개적, 중국은 암묵적 인정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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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안보

  • 입력 2025.10.21 19:40

  • 수정 2025.10.2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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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회담 중국 발표에 '한반도 비핵화' 빠져

'핵보유국 북한' 인정한 러 따른다는 신호?

전문가 "중국, 비핵화에 새로운 공개적인 침묵"

한미, 미중 회담 때 '중국 진의' 확인될 듯

7~8년 전 한·미·일·중·러 북 비핵화 한목소리 격세지감

 

지난 10일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2025.10.11 연합뉴스

"러시아는 이제 거의 이것을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였다. 베이징 역시 그런 프로세스를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산하 아시아정책연구센터의 에번스 리비어 선임연구원은 20일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나'란 글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스탠스 변화를 이렇게 해석했다. 리비어는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차관보와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지낸 한반도와 중국 전문가로 통한다.

브루킹스 연구소 사이트에 실린 이 글에서 리비어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계기로 9월 4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 회담 결과 발표문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가 제외된 점에 주목했다. 중국의 이런 모습은 같은 달 28일 최선희-왕이 외교장관 회담 발표문에서도 되풀이됐다.

 

9월 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리셉션 장에서 함께 서 있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본경제신문 9월 3일

북중 회담 중국 발표에 '한반도 비핵화' 빠져

'핵보유국 북한' 인정한 러 따른다는 신호?

심지어 지난 7일 왕 부장은 한국의 조현 외교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조 장관은 "북·중 관계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실현에 기여하길 희망한다"고 했지만,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역내의 평화·안정"을 위한 중국 측의 노력을 설명했다.

이를 두고 조지 H.W. 부시 미중관계재단의 이성현 선임연구원은 6일 '더인터프리터' 기고를 통해 "수년간 이 표현은 중국의 대북 외교에서 상투적으로 써왔다. 갑자기 없어진 건 단순한 사무적 실수나 일회성 예우도 아니다"라면서 "베이징에선 언어가 곧 정책이다. 한 달 안에 여러 문서에서 판에 박은 문구가 사라진 건 실수가 아닌 신호다"라고 풀이했다.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한 러시아의 뒤를 따르겠다는 신호란 얘기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 장관은 지난달 25일 모스크바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종결된 사안"(closed issue)으로 본다고 말하고, 아태 지역에서의 한미일의 '핵 확장 억제'에 저항하는 북한 곁에 서 있겠다고 밝혔다. 북핵 이슈가 '종결'됐다는 표현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거의 수용한 것과 마찬가지다. 2023년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 작년 3월 대북 제재 모니터링을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에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그리고 6월 평양 정상회담과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담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작년 10월 북한 전투부대의 쿠르스크 파병 등을 거치면서 이런 움직임은 이미 예고됐다.

 

지난 14일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조선로동당 만세'가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2025.10.15 연합뉴스

"중국, 비핵화에 새로운 공개적 침묵"

러시아 걸어간 길에 이제 막 접어들어

러시아가 간 길로 중국이 이제 막 접어든 걸로 리비어와 이성현은 봤다. 리비어는 "비핵화에 대한 베이징의 새로운 공개적 침묵은 냉소적이고도 우려스럽다. 왜냐하면 평양이 비핵화 대화의 여지가 더 이상 없다고 선언하며,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희망의 문을 닫으려는 상황에서 중국이 공개적 침묵을 택했기 때문이다"라며 "이를 부각하고자, 북한은 대화 재개를 원한다면 미국이 비핵화 이슈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동의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정은은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 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 용의를 밝혔다. 그러면서 '핵 보유'가 북한 헌법에 명시된 점을 거론하고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해제 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에서 반파시즘 운동인 '안티파'(Antifa) 대책 회의 도중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말을 듣고 있다. 2025. 10. 08. [UPI=연합뉴스]

트럼프 방한 때 김정은과 '회동' 가능성

한미, 미중 회담 때 '중국 진의' 확인될 듯

이러한 맥락에서 리비어는 '중국이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는 주장에 고개를 흔든다. 그가 보기에, 가속화하는 북·러 간 군사협력이 역내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데도 이를 "침묵한 채 방관"하는 건 중국이 자기 이익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비어는 "중국의 접근법은 비핵화보다 대북 관계를 우선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따라서 중국이 비핵화에 도움 될 거란 추정이나 기대를 할 수 있는 때는 끝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성현도 "베이징은 이제 '핵을 가진 북한'을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실질적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렇다"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렇게 최근 중국의 말과 행동이 바뀌는 중인 점에 비춰 중국이 러시아의 행로를 따라 '핵보유 북한'에 대한 정책까지도 바꿀 것인지다.

그래서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를 찾을 때 김정은과의 회동 가능성도 제기하고, 그 이후 내년 초 베이징을 방문할 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가 아닌 '리스크 감소'에 초점 맞춘 북·미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리비어는 "평양이 핵보유국으로 남는 걸 사실상 용인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에서 북·미 대화의 초점은 △ 평양이 보유할 핵무기 규모 △ 추가 핵실험 여부 △ 미사일 전력 제한 여부 등에 맞춰질 걸로 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9.24 연합뉴스

한·미·일·중·러, 7~8년 전 한편

이젠 한·미·일 대 북·중·러 '3대 3'

이재명 대통령이 9월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일단'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한 △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 축소의 과정을 거쳐 △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전날 한미일 외교장관들은 뉴욕에서 3자 회담을 갖고 △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대북 제재 체제 유지,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 증가하는 북한-러시아 군사협력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 3자 다영역 훈련 '프리덤 에지'의 정기적 시행을 포함해 강력한 안보협력 증진을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엇박자가 아닐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 방문일정을 마치고 19일 밤 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국제공항에 나와 푸틴을 환송했다. 2024.6.20 연합뉴스

한·미·일·중·러 5개국은 불과 7~8년 전만 해도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한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북한은 수없이 유엔의 제재를 받았고 당시엔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동참했다. 당시 북한은 한·미·일·중·러와 '1 대 5' 구도로 고립무원의 처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러시아의 '공개적', 중국의 '암묵적' 지지를 바탕으로 '3 대 3' 구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북핵에 대한 중국의 스탠스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는 시진핑 주석의 경주 방문이다. 이 기간에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각각 양자 회담을 갖고 최대 현안인 관세 협상과 경제협력뿐 아니라, 북핵 문제도 논의하면서 비핵화에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 주석이 구체적으로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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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토허제 해제 반성은 않고 공급으로 사고치나?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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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10.20 22:40

  • 수정 2025.10.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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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답변서 '10.15 부동산 대책’ 과도하다 비난

토허제 풀어 투기 불지르고도 반성 없는 오세훈

'신통기획'은 공급으로 시장 안정시킨다는 망상

서울 주택공급, 토지임대부와 공공임대로 해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가 내놓은 '10.15 부동산 대책'을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하면서도, 투기의 불쏘시개를 만들었던 성급한 토허제 해제에 대해서는 반성이 없었다. 오 시장은 민간시장 활성화를 통한 공급물량 확보를 시장 안정의 첩경으로 주장하지만, 공급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킨 사례는 없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보유세 강화 등으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 및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 최선이다.

시장 안정 위해 최선 다하는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는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을 두고 '과도한 조치'라고 재차 비판했다. 오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평가해 달라는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 질의에 "2~3년 통계를 보면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은 지역도 있는데, 그런 구역이 (규제 대상에) 많이 포함돼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지정 문제는 발표 이틀 전에 (정부가) 서면으로 의견을 구해와 '신중한 검토가 바람직하다'는 답변을 보냈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발표 직전에 유선상 구두로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면서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면 의견을 개진하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오 시장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찬성이란 뜻인가, 반대란 뜻인가"라는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의 질의엔 "반대다"라고 답했다.

또한 오 시장은 "(대책 발표) 초기엔 수요 억제가 효과를 발휘해 가격이 당분간 안정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사기도, 팔기도 어렵고 전월세 물량 확보도 어려운 일이 도래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부동산 안정을 위한 충분한 물량 공급을 위한 지름길은 민간 시장 활성화"라며 "시장 원리를 활용해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적절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구사해 많은 물량이 공급될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재 절실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의 보유세 강화 움직임에는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기고 주택 가격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 뜻을 피력했다.

한편 여당 의원들은 지난 2월 서울시가 잠실·삼성·대치·청담(잠·삼·대·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여파로 갭투자가 늘고 집값이 급등했다며 오 시장에 책임을 물었다.

오 시장은 "다른 지역은 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리는데 '잠·삼·대·청'(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만 묶인 채로 오랫동안 지속돼 민원이 거셌다"며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위축된다는 각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오는 상태에서까지 해제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라는 판단에 내린 최선의 결정"이라고 항변했다.

또 재건축 활성화 정책을 겨냥해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강남 시장’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선 "제가 취임 후 4∼5년간 신규 지정한 정비구역은 강남·북에 골고루 있다. 저에게 강남 시장이라고 말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0. 연합뉴스

토허제 풀어 투기심리 자극하고도 개전의 정 없는 오세훈 시장

불타는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비난만 퍼붓는 오세훈 시장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게다가 오 시장은 염치도 없다. 강남 등의 토허제를 성급히 풀어 지금의 투기장을 만든 장본인이면도 반성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12일 "부동산 시장이 충분히 안정화됐다"며 서울 강남·송파구 '잠삼대청' 일대 아파트 291곳(재건축 대상은 제외)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잠실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기 이전에도 서울 집값은 너무나 비쌌다.

지난 1월 3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61.1로,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분기마다 산출되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주택을 표준대출로 구입한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의 정도를 보여준다. 총부채상환비율(DTI) 25.7%에 더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7.9%의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 조건을 표준 대출로 가정했다. 이 지수가 61.1이라는 것은 가구당 적정 부담액(소득이 25.7%)의 61.1%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2년 3분기 89.3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지난해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하락했다.

문제는 서울이다. 지난해 3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50.9로 집계됐다. 전 분기(147.9)보다 3포인트(2.0%) 상승한 것으로, 무려 소득의 38.8%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쓴 셈이다. 지난해 3분기 중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가계대출도 폭증해 은행들이 부랴부랴 가산금리 인상에 나섰던 때다. 서울을 제외하면 100을 넘는 지역은 없었다.

세종이 93.6으로 서울말고는 가장 높았고, 경기(80.9), 제주(72.3), 인천(65.4), 부산(62.0) 등이 전국 지수를 웃돌았다.

눈여겨 볼 것은 서울이 지난해 3분기에 벌써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전 분기 대비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푼다'는 오 시장의 당시 결정은 전제부터 잘못됐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감장에 나온 오 시장은 민원과 부동산 시장 위축 등등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며 토허제 해제 결정의 타당성만 역설 중이다. 뻔뻔하기 그지 없다.

 

정부는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규제지역으로 추가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강남북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 2025.10.15. 연합뉴스

6년내 서울에 주택 31만 호를 착공하겠다는 오 시장

한편 오 시장은 민간시장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을 시장 안정의 최선책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미 오 시장은 정비사업 속도를 대거 끌어올려 6년내 서울에 31만 호의 주택을 착공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중 이른바 '한강벨트'에 20만호 가까운 주택을 착공하겠다는 것도 오 시장의 승부수 중 하나다.

문제는 오세훈 시장의 공급대책이 실현 가능성도 낮을 뿐 아니라 수다한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공급대책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성공한 사례는 없다.

오세훈표 '신통기획 2.0' 공급대책을 보면 마치 대단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허다한 문제점들이 내장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오세훈표 공급대책은 실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행정절차 간소화로 사업 속도를 조금 높여준다고 해서 실제로 돌아갈 수 있는 사업장은 극히 드물다.

오세훈표 신통기획으로 노후 저렴주택이 격감하는 것도 문제다. 신통기획으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촉진되며 서민들이 사는 연립, 빌라 등의 주거유형은 멸실되기만 할 뿐 공급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비싼 아파트가 대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은 빠르게 중상층 이상만 살 수 있는 도시로 변모 중이다. 저렴주택의 멸실은 필연적으로 그 저렴주택에 살던 사람들을 서울 밖으로 축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공급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킨 사례도 없다. 흔히 집값을 안정시킨 주택공급 사례로 꼽히는 1기 신도시 등을 포함한 주택 200만호 건설도 택지소유상한제 등의 토지공개념 3법과 대기업을 상대로 한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등의 강력한 수요억제정책이 동반됐기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을 따름이다. 거기에 경기둔화도 한몫했다.

오 시장은 특혜에 특혜를 더해 재건축 및 재개발을 가능케 하고 그걸 통해 주택공급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복안인데, 그래봐야 주택 순증 효과는 미미하며, 투기수요 기승으로 주택 시장만 불안해질 뿐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이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 유리창에 아파트가 비치고 있다. 2025.5.26. 연합뉴스

보유세 등으로 기대수익률 꺾고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공공임대 공급해야

오세훈 시장은 토허제를 성급하게 풀어 투기에 불을 붓더니 '신통기획 2.0'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하향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절대 안 될 정책이다.

보유세 등의 부동산 세제를 강화해 기대수익률을 꺾으면서 서울 시내에 존재하는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중산층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만이 서울 주택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효과적 수요 억제정책과 투기차단형 공급확대 정책이 결합되어야 서울 아파트 시장의 하향안정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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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결과가 대학살로…홀로코스트를 다시 정의하자

 [오찬호의 틈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이 던진 질문

한글날, 세종호수공원 일대에는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를 보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거리며 나타난 비행 물체 여덟 대가 화려한 곡예를 30여 분간 선보이는 동안 모두가 탄성을 뱉기 바빴다. 블랙이글스가 전투기 명이 아니라 에어쇼를 선보이는 전담부대의 별칭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최대속도 마하 1.5를 자랑한다는 T-50B 기종은 당연히 전투기라 생각했는데, 곡예비행 전용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노란 바탕의 밑면에 새의 날개를 연상케 하는 검은색 무늬를 그려놓아서 아래에서 보면 정말 독수리가 연상된다.

 

시야에서 사라진 비행기가 더 낮고, 더 빠르게 그리고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순식간에 지나갈 때는 말 그대로 놀라 자빠졌다. 살면서 들었던 가장 큰 소리였다. 천둥소리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다. 2초 정도, 심장이 떨어질 뻔한 무서움에 몸을 반사적으로 움츠렸다. 아, 저런 게 지나가기만 하는 것으로도 무서울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그러다가 '쇼'란 걸 금세 깨닫고 안도하는 내 모습이 어색해 웃는다. 웃음의 크기만큼이나 유쾌한 가족 나들이였다.

 

이 장면, 가자지구 사람들에겐 얼마나 낯설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우리는 일부러 찾아가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찾아와 폭격하는 전투기를 피하기 바빴을 거다. 2초도 아찔한데, 이들은 2년 내내 그렇게 살았다. 죽지 않고 살았다는 기쁨은 찰나였을 거다. 옆에는 대답 없는 가족과 이웃이 있었을 거니 말이다. 그 수가 6만 명이 넘어가니, 이제야 휴전 협정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아동을 포함한 민간인 00명이 사망했다"라는 뉴스를 많이 접했다. 저 00명은 때론 세 자리가 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이스라엘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지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지만, 그래도 전쟁의 속살은 조금씩 인도주의적 면모를 갖춰가고 있지 않은가. 최소한 2차 세계대전 이후는 그렇다. 온 천지에 죽음만 남았다는 드레스덴 폭격이나 이틀 만에 10만 명이 사망한 도쿄 대공습은 전쟁 당시에는 적의 항복을 하루라도 빨리 받기 위한 전략처럼 소개되었지만, 제네바협약이 민간인 보호의 영역까지 확장되는 계기가 될 정도였다. 지금도 민간인 학살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전쟁 중 민간인 사망에는 최소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고 국제적으로 합의된 상식이다. 이스라엘은 그조차도 안 했다. 학교를, 병원을, 민간주택을 (실수가 아니라) 정밀 폭격한 다음 앵무새처럼 "하마스 지휘부 아무개가 숨어있어서"라는 성명만 발표했다. 난민촌을 향해, 배급을 받으려는 사람들을 향해, 기자들을 향해 (경고방송도 없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하마스 대원이 무리 중에 있다"는 걸 이유랍시고 말했다. 제주 4.3의 비극이 이런 이유로 시작되지 않았던가. 노근리 학살의 원인이 저런 논리 아니었던가. 하지만 세계의 질타에 이스라엘은 이런 식으로만 반응했다. "어쩌라고."

나는 홀로코스트를 고유명사로 설명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누군 따질 거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기습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해 천 명 이상이 사망한 게 먼저 아니었냐면서 말이다. 그 공격 전에 수십 년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어떻게 했는지를 길게 설명하긴 싫다. 이스라엘은, 원주민을 청소하듯이 쓸어버렸던 유럽인들처럼 영토를 멋대로 확장했다. 무장병력을 동원해 정착촌을 확대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킨 것도 모자라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감옥과 다를 바 없이 통제했다. 심지어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 모여든 무슬림들을 유린했다. 때가 되면 잔디를 깎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이 아니다. 저런 이유들은 하마스의 존재까지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어찌 저항하지 않을 수 있냐 정도의 질문 정도만을 수긍할 수 있다. 무슨 저항이든 괜찮다는 걸 전혀 보장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이스라엘도 이유 불문하고 민간인을 군사무기로 죽였다면, 그 자체로 정당화될 건 아무것도 없다. 사람 굶어 죽는 걸 눈으로 보면서도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품들을 철저히 차단했을 정도인데, 이를 이해할 맥락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심지어, 하마스의 습격 당시 한니발 지침이 내려졌다는 제보도 쏟아졌다. 한니발 지침은 인질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적의 포로가 되는 것을 막는다는 이스라엘의 교전 수칙인데 2016년에 폐지되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유야무야 적용되고 있었다. 2023년 10월 7일에도 하마스의 기습공격 얼마 후 한니발을 언급하며 "어떤 차량도 가자지구로 들어갈 수 없다"라는 무전이 곳곳으로 퍼졌다. 그래서 차량을 폭격했다. 누가 타고 있었겠는가. 하마스가 인질로 잡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있었다. 주택에 자국민이 인질로 억류되었다고 하자, 주택을 폭격했다.

 

홀로코스트 때문일까? 끔찍한 집단경험이 다시는 피해자가 되지 않겠다는 지나친 결의로 이어져서라는데, 말도 안 된다. 지금껏 대학살의 피해자들이 그런 논리를 펼치며 삼자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한 적이 없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백인들의 학살에 충격받아 아시아 이민자들을 죽인다면 이를 누가 수긍하는가. 한국 사람이 이주노동자를 괴롭히면서 일제강점기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우긴다면 참으로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그러는 건, 홀로코스트를 온전히 독점해서다. 나 역시 지금껏 보통명사 홀로코스트를,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고유명사로만 설명했다. 다른 홀로코스트를 무시한 건 아니지만, 단어의 무게를 오롯이 유대인들과 일치시키는 게 '역사에 대한 예의'라 여겼다. 그래야만, 인종을 청소하려고 했던 히틀러의 악랄함이 더 분명해지는 걸 기대한 것도 있다.

 

나치는 유대인을 '절멸' 수용소에서 무자비하게 죽였다. 유대인 사망자만큼 소련군 포로, 폴란드인, 장애인, 동성애자, 정치범, 집시 등도 죽였지만 나는 "유대인 600만 명을 죽인 홀로코스트"라면서 무의식적으로 범위를 좁히곤 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우리는 그럴 수 있다. 감히 홀로코스트를 이해할 수 있겠냐면서, 죽은 자들을 추모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의 고통, 슬픔, 분노는 자신들만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이상하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자신을 위로하는 사람들과 손잡고 다른 피해자에게 다가가는 것과,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내 잘못 아니라는 걸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건 많이 다르다. 이스라엘이 지금 그렇다. 절멸의 악몽을, 절멸을 하면서 극복하는 모양새다. 앞으로 홀로코스트는 넓게 설명되어야 할 거다. 학살은 그 자체로도 비극이지만, 그 악몽이 오랫동안 개인의 이성을 짓눌러 죽음이 다른 죽음으로 대체되고 있음을 반드시 짚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을 취재해 온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마리암 다가(33세)가 2024년 6월 14일 가자 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초상화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8월 25일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4명의 기자를 포함한 8명 중 한 명이다. ⓒAP=연합뉴스

 

대학살의 결과가 다시 대학살이라니

 

홀로코스트 독점의 폐해는 이미 여러 모습으로 드러난 바 있다. 부모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면서도,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악용을 비판해온 미국의 유대인 학자 노르만 핀켈슈타인은 저서 <홀로코스트 산업 : 홀로코스트를 초대형 돈벌이로 만든 자들은 누구인가?>(2004, 한겨레출판)에서, 부패한 이익집단들 때문에 생존자 보상금이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홀로코스트에 대해 당사자 외에는 어떤 질문도 던질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홀로코스트는 성역이었고 때론 신화였다. 수용소에 살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거짓 피해자 행세를 하며 보상금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경험을 날조해 유명세를 얻는 이들도 많았다. 1995년에는 <조각들 : 유년기의 기억, 1939-1948>(Fragments: Memories of a Childhood, 1939-1948)이라는 수용소 생존수기가 출간되었지만, 지어낸 이야기였다. 1997년에는 수용소를 탈출한 가족이 숲에서 늑대와 어울렸다는 놀라운 이야기가 등장했다. 허구로 밝혀지는데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그 사이에 영화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다.

 

1996년에는 수용소 안의 소년이 담장 안으로 사과를 던진 소녀와 나중에 재회해 사랑에 빠진다는 만화 같은 이야기가 '오프라 윈프리 쇼'를 통해 미국에 알려졌다. 주인공 허만 로젠블라트는 이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홀로코스트를 증언하는 강연만 수백 회를 하며 떼 돈을 벌었다. 이 이야기는 2008년 <울타리 위의 천사: 살아남은 사랑의 진실 이야기>(Angel at the Fence: The True Story of a Love That Survived)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었다가, 그제야 터진 진실공방으로 취소되었다. (홀로코스트 신화에 대해서는 프레시안 칼럼 "김재명의 전쟁범죄 이야기"의 121~126회를 참조할 것)

 

이런 이야기들은 이스라엘의 폭력적 행보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지만 나는 굳이 홀로코스트와 연결해서 말하지는 않았다. 개인 범죄행위와 홀로코스트 자체가 달라서이기도 하지만, 한국에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예를 들어, 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유공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이들이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거짓 사례를 은근히 강조하는 식이었다. 이런 오용을 걱정해 언급하지 않는 쪽을 택했는데 계속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유대인의 죽음을 부정해서가 아니다. 홀로코스트를 그때의 비극과 지금의 비극을 하나의 물줄기로 다루는 게 역사에 솔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경에 이른 걸 이스라엘 탓만 하는 것도 비겁하다. 우리가 얼마나 팔레스타인을 알고 있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팔레스타인을 잘 모르니, 그들이 매일 죽어도 대수롭지 않은 지를 반성해야 한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담 하나를 두고 존재하는 수용소와 꽃밭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누구는 가스실에서 죽고, 누구는 정원을 가꾼다.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지는 않은가. 담장 너머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외면하면서 말이다. 그쪽 사정이라면서 말이다. 그 무관심이, 홀로코스트의 결과가 홀로코스트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지독하게 물어야 한다.

오찬호

오찬호 작가는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2년 간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친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사회학적 시선을 바탕으로 일상 속 평범한 사례에 어떤 사회구조가 얽혀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글을 쓰고 있다. 자기계발 강박이 능력주의로 연결되어 공동체를 어그러트리는 모습을 추적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2013)를 시작으로 대학의 기업화를 비판한 <진격의 대학교>(2015), 경쟁사회의 내면을 파헤친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2018) 등 많은 책을 집필했다. 최근작으로는 <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2024), <납작한 말들>(202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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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기대와 혐중 불안 엇갈리는 상인들 “범죄자로 모는데 누가 오고 싶겠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0/21 08:33
  • 수정일
    2025/10/21 08: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중국인 관광객 막자는 국민의힘 1]혐중 정서 조장 나선 국민의힘... “정치인까지 저러니 답답해”

 

명동 거리 일대(자료사진) ⓒ뉴시스

지난 16일 오후 1시. 서울 명동 번화가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화장품 등 쇼핑 매장들이 즐비한 명동거리엔 각 매장 직원이 가게 앞까지 나와 오가는 외국인들을 멈춰 세우고, 호객에 열을 올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인 관광객은 점점 더 늘어났지만, 상인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최근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조치가 시행되면서 기대감도 커졌지만, 그 기대 속에 ‘혐중 정서’ 확산에 따른 긴장도 함께 자리한 탓이다.

 

 

 

매출은 늘었는데... ‘혐중’이 찬물 끼얹을까 불안한 상인들


오후 4시쯤이 되자, 노점들이 하나, 둘 장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명동거리 노점에서 분식을 판매 중인 20대 김모씨는 “명동은 쇼핑할 곳이 많다 보니 중국인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면서 “이달 들어 매출이 50%정도 늘었다. 아마 중국인 관광객이 그 이상 늘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무비자 입국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은 관광·업무 등 단기간 방문시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면서 내년 6월 30일까지 국내외 전담 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비자 없이 국내 관광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방한 외국인은 1,238만명(8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여기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무비자 입국 정책까지 더해져 올해 국내 방한 외국인은 사상 최대인 2,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상인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국내에 확산하는 혐중 정서가 무비자 입국으로 인한 관광 특수에 찬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씨도 얼마 전까지 명동거리에서 벌어졌던 혐중 시위를 잊지 못했다. 김씨는 “최근까지도 (노점)바로 옆 도로에서 혐중 시위를 하고 행진도 했다. 그땐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며 “명동에서 혐중 시위가 벌어지면 상인들은 매출이 줄어드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영업을 접어야 할 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혐중 시위라고 해서 중국인들만 피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시위대가 소리를 지르면서 관광객들을 위협하다 보니,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도 무서워 피한다. 그런 곳을 어떤 관광객들이 찾겠냐”고 한탄했다.

그래서 혐중 시위를 겪은 명동 상인들의 마음 한편에 언제고 손님이 다시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지난 2월 27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모임 및 친윤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을 반대하고 있다. 2025.02.27. ⓒ뉴시스

‘중국인=범죄자’ 혐중 선동하는 정치권
...상인들 “정치인들까지 저러니 답답”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정치권까지 나서 혐중 정서 확산에 일조하면서 명동 상인들의 불안은 더 커졌다. 김씨는 “폭탄이 있으면 시위하는 차에다가 그냥 던지고 제가 잡혀 들어가고 싶었을 정도였다”면서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떠드는 건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앞서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조치가 본격화하자, 야당인 국민의힘이 혐중 정서 확산에 동참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인해 “범죄조직이 침투하게 될 것이다”,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등의 주장으로 혐중 정서를 확산시켰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도 “중국인 무비자는 간첩에게 활동 면허증 내주는 격”, “중국인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고 혐중 정서를 부추겼다.

정치권이 미디어와 SNS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는 ‘중국인=범죄자’ 프레임에 기름을 부으며 선동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실제 강력 범죄를 포함해 국내 체류 중국인의 전체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낮다. 2023년 기준, 내국인의 범죄율은 2.36%였던 반면, 국내 체류 중국인의 범죄율 1.65%였다. 강력 범죄율 역시 내국인이 0.047%, 중국인은 0.031%로 중국인이 더 낮았다.

명동 번화가에서 ‘ㅅ’식당을 운영 중인 50대 최모씨는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마치 한국이 공산당이 되는 것처럼 얘기하거나, 장기매매하려고 한국인을 납치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믿는 사람도 없겠지만, 그런 말이 분위기를 더 얼어붙게 한다. 장사는 입장에선 손님 한 명이라도 더 오는 게 답인데, 정치인들까지 저러니 우리 힘으로 막을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예상보다 적다고도 했다. 최씨는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면 관광객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에 가게 문을 1시간 일찍 열고 1시간 늦게 닫았다”면서 “그런데 실제 무비자 입국 전후 매출을 비교해도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불과 1km가량 떨어진 종로 상인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무비자 입국이 본격화했지만, 아직 체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복궁역 인근에서 12년째 ‘ㅈ’ 한복 대여점을 운영 중인 김모(60대)씨는 “9~10월은 원래 성수기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매출엔 큰 차이가 없다”면서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체감되려면 단체 예약이 늘어야 하는데, 그것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사드 전만 해도 70~80%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지금은 10%도 안 된다”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면 뭐하나. 혐중 시위를 하면서 ‘범죄자’로 몰아가는데 누가 와서 한복 입고 기분 좋게 사진 찍겠냐”고 반문했다.

창경궁 인근에서 ‘ㄸ’ 기념품 가게를 운영 중인 김씨(42)도 체감은 비슷했다. 김씨는 “무비자 입국에 대한 기대도 별로 없었다”면서 “지난달엔 중국 손님이 꽤 있었는데, 이번 달엔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오히려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았던 원인으로는 극우단체들이 명동에서 벌인 혐중 시위의 영향을 꼽았다. 김씨는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이 늘었던 건 명동에서 있었던 혐중 시위 때문인 것 같다”면서 “혐중 시위가 자주 열렸던 만큼 일부 중국 관광객들이 근처 관광지가 있는 종로로 왔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인근에서 열린 자유대학 주최 혐중시위 모습. 2025.10.03 ⓒ뉴시스

부산·경주·제주 등도 ‘혐중’ 직격탄 우려 커져

이번 무비자 입국으로 관광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경주·제주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경우 해운대·광복로·부산역 일대 상권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면세점 및 쇼핑몰에서도 중국어 안내·결제 준비가 한창이며,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인 단체고객 증가로 인한 ‘큰손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개별 관광객 무비자가 허용된 경험이 있는 제주도도 이번 마찬가지다. 무지자 입국으로 중국인 관광객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경주 역시 이번 조치의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경주는 10월 말 열릴 APEC 정상회의 개최지라는 점에서 외국인 유치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방한 시장 1위인 중국의 입국 편의를 통해 관광 활성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이번 정책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약 1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추가로 한국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멈출 줄 모르는 혐중 시위와 정치권의 혐중 정서 조장이 ‘무비자 특수’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명동에서 혐중 시위를 주도해온 극우단체들은 경찰에 의해 시위가 막히자,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대림동으로 옮겨 혐중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의 혐중 정서 조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일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우리 국민이 낸 의료 보험료의 혜택을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가로채고 있다”, “한국에 살지 않는 중국인이 이 땅의 주권을 행사하는 건 상호주의에 배치된다”, “중국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들여 우리 국민에게 월세를 받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발의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중국의 반한 감정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무역이나 관광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상당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경우 사태는 더 커질 수 있다. 2016년 800만명을 웃돌았던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이 터지면서 1년만에 420만명 수준으로 반토막 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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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증원에 조선일보 “정말 李 재판 때문인가” 중앙일보 “사법 보복”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속도 보다 숙의” 한겨레 “법원 돌아봐야”

중앙일보, 민주당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민주주의 근간 흔들어”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5.10.21 07:40

  • 수정 2025.10.21 07:5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사법개혁 특위 개혁안 발표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대법관 정원을 대폭 확대하고, 법관 외부 평가제를 담은 개혁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4심제를 뜻하는 재판소원제는 이번 안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14명에서 26명으로 12명을 증원하는데, 모두 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고, 재판소원제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유죄취지 파기환송 재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조선일보는 모든 게 이 대통령 재판과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고, 중앙일보는 사법개혁이 아닌 사법보복이라고 질타했다. 경향신문은 방향은 맞지만 속도보다 숙의할 것을 주문했고, 한겨레는 법원도 자신을 뼈아프게 돌아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20일 △대법관 12명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다양화 △법관 외부 평가 등을 담은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건의 전문성과 다양성, 심리 충실도를 높이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두텁게 보장하겠다”며 대법원장을 포함해 기존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12명의 대법관은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증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법원이 아무리 높다 한들 다 헌법 아래 있는 기관”이라며 “개혁의 페달을 멈추지 않고 국민 명령인 3대 개혁을 차분히 완수하겠다”라고 말했다.

법원내부도 반발 기류, 부장판사 “보복의 의미”

국민일보는 3면 기사 <대법관 추천위 다양화·변협도 법관 평가… 법원 “보복” 반발>에서 한 고법 부장판사가 “대법원 사건은 줄어드는 추세고 오히려 하급심이 적체되는 상황”이라며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 개편안을 강행하는 것은 이 대통령 파기환송 판결 등에 대한 보복의 의미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 사법부 구성을 입맛에 맞게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사법부 근간인 법관의 독립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비용 문제로 경제적 약자가 제대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헌법적 틀 안에서 재판소원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찬반 양론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국민일보 2025년 10월21일자 3면

국민의힘도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독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사법부를 코드인사로 채우고 이재명 대통령실 아래 대법원 비서관실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 모든 것이 이재명 한 사람이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에 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대법관 증원안은 “정권 홍위병을 늘려 이 대통령 재판을 영원히 묻어두겠다는 속셈”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민주당 폭주 정말 이 대통령 재판 때문인가”

조선일보는 사설 <‘4심제’ 민주당 폭주, 정말 李 재판 때문인가>에서 민주당 사법개혁안을 두고 “이렇게 되면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중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라며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지금의 대법원 구성을 완전히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에 큰 관심을 보인 적이 거의 없다”라며 “그러다 대법원이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완전히 바뀌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소원 도입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와 동시에 밀어붙였다라는 점을 들어 “모든 게 이 대통령 재판과 관련돼 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2025년 10월21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사법부 독립 위축시키는 사법 개혁, 누가 원하나>에서 “이번 개혁안은 추진 배경과 절차, 내용 면에서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라며 “민주당 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대법관 26명 체제에서 22명(84.6%)을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대통령과 여당의 입맛에 맞는 법조인들로 사법부가 채워지게 된다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어느 정부에서나 친여 성향 대법관이 수두룩한 사법부를 과연 국민이 원할까”라고도 되물었다. 특히 이번 사법개혁안과 재판소원제 추진을 들어 중앙일보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노골적인 불신 표출로 읽힌다”라며 “‘사법 개혁’이 아니라 ‘사법 보복’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도 사설 <대법관 증원·재판소원제, 사법부 압박용 ‘개악’이다>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원을 겨냥한 ‘망신 주기’ 국정감사에서 정작 새로 드러나거나 확인된 사실은 하나도 없는데 ‘대선 개입이 밝혀졌다’니, 이 무슨 궤변이요 자가당착인가”라며 “더욱이 대선 개입 의혹과 대법관 증원 간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다”라고 비판했다. 재판소원제에 대해서도 세계일보는 “정권 마음에 안 드는 재판 결과가 헌법재판소에서 뒤집힐 가능성을 기어이 열겠다는 것으로, 이 역시 명백한 사법부 압박용 조치”라며 “정부 여당은 입법 과정에서 대법원·헌재 등 법조계 의견을 경청하고 야당과도 충분히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중앙일보 2025년 10월21일자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 <’李 대통령이 대법관 22명 임명’… 與 개혁안 불균형 심하다>에서 “이 안에 따른다면 이재명 대통령 임기 안에 모든 증원이 끝나, 대법원 이념 지형이 장기간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한 구도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한국일보는 “특정 대통령이 전체 대법관 84.6%의 임명권을 행사하면, 최고법원 이념 편중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라고도 했다. 정청래 대표가 사법개혁안 발표 자리에서 ‘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를 따져 부정한 판결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한 것을 두고 한국일보는 “더 나은 권력구조를 만들자는 고언과 제안을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자세를 이어간다면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도 사설 <민주당 사법개혁안, 이렇게 밀어붙일 일 아니다>에서 “민주당 개혁안은 그동안 국민이 납득하고 수용해온 절차를 송두리째 뒤엎으려 한다”라며 “더 정교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많은 논의와 숙고와 검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속도전보다 숙의 거쳐야” 한겨레 “사법부 스스로 돌아봐야”

경향신문은 사설 <‘대법관 증원’ 방향 맞고, 속도전보다 숙의 거치길>에서 “민주당이 발표한 5가지 사법개혁안의 큰 방향은 맞다고 본다”라면서도 “민주당 안대로 할 경우 현재 대법관 임기를 고려하면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 전체 26명 중 22명을 임명하게 되는데, 정권의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시비를 낳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속도전이 능사가 아니라 사법시스템의 새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자세로 충분한 숙의와 폭넓은 공론화를 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경향신문 2025년 10월21일자 사설

한겨레는 사설 <여당 사법개혁안, 충실한 공론화로 성과 거둬야>에서 “12·3 내란 이후 사법부가 보인 일련의 행태는 국민 위에 군림하고 소수가 전횡하는 기관이라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했다”라며 “사법부는 개혁 추진에 반발하기에 앞서 자신의 모습을 뼈아프게 되돌아보고 건설적 논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썼다. 한겨레는 “여야도 정략적 계산을 떠나 오로지 국민의 권리와 인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개혁 입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허위조작정보 금지법 “개혁명분 권력 비판 견제 약화 민주주의 근간 흔들어”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언론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언론·유튜버가 ‘불법정보’나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액 손해배상하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법안을 당론 발의해 올해 정기국회 내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 방안에는 정치인이나 대기업 임원처럼 강한 권력을 가진 공인을 배액배상 청구인에서 배제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당한 언론 보도를 막으려는 ‘전략적 봉쇄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 특위는 이를 방지하는 특칙을 뒀다.

특위안에는 배액배상의 핵심 요건인 ‘타인을 해할 의도’를 추정할 수 있는 조항을 뒀다. 불법정보나 허위조작정보로 판명된 내용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유통한 경우, 전체 내용에 없는 불법정보나 허위조작정보를 제목·자막으로 강조한 경우,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피해자의 입장·의견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 등이다.

▲한겨레 2025년 10월21일자 2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우려됐던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 위축을 불러올 여러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언론현업단체들이 일관되게 요구해 온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자격에서의 정치인, 고위공직자, 대기업 제외’가 포함돼 있지 않은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도 2면 기사 <‘허위’ 정보 근절한다지만 기준 모호…“표현의 자유 위축” 반발>에서 “여당은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시민 피해 구제 현실화 필요성 등을 추진 배경으로 내세웠지만, 특위안에 담긴 징벌 배상의 기준과 대상이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광범위해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우려가 나온다”라며 “향후 시민사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라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도 2면 기사에서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가 “한국형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도입한다면서 국가 규제를 대폭 강화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법안을 만들었다”며 “언론사가 정보통신망법 대상에 들어가면 법 규제를 중복 적용받아 보도 위축 효과가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고 전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도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여전히 모호하고 정리돼야 할 허점이 많아 불필요한 정치적 공격과 의심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국일보 2025년 10월21일자 2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허위조작정보의 폐해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표현의 자유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며 “개혁을 명분 삼아 권력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석연치 않은 민중기 특검 주식 내부거래 의혹

김건희 여사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비상장 주식 투자로 1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을 두고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제기됐다. 민 특검이 판사 시절 태양광 업체 네오세미테크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보유해 오다, 이 회사가 코스닥에 우회 상장된 이듬해인 2010년 거래 정지가 되기 직전에 주식을 모두 팔아 수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당시 다른 소액 투자자 7000여 명은 상장폐지로 4000억 원 넘게 피해를 봤다.

민중기 특검은 20일 공지를 통해 “저의 개인적인 주식 거래와 관련한 논란이 일게 되어 죄송하다”라면서도 “다만, 주식 취득과 매도 과정에서 미공개정보 이용 등 위법사항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민 특검은 “15년 전 저의 개인적인 일로 인해 현재 진행 중인 특검 수사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특별검사로서의 소임을 다 하겠다”라고 밝혀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야권에서는 민 특검에 대한 수사를 통해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소시효 등을 고려했을 때 수사나 처벌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지만, 특검 자격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구체적인 매매 경위나 시점 등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은 양평 공무원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직권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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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사설 <민 특검 “위법 없었다”지만 의문 여전, 소명 못 하면 물러나야>에서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라며 “특검 수사의 신뢰성을 위해서라도 해당 주식 매수를 권유한 지인, 매도를 권유한 증권사 직원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고 거래 과정도 소상히 해명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민 특검 주식 내부거래 의혹… 신뢰 위해 명확히 소명해야>에서 “특검은 김 여사를 상대로 주식을 잘 모른다면서 어떻게 이런 회사에 투자했는지 추궁했다고 한다”라며 “그런 논리라면 민 특검에게도 10년간 보유한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줄 어떻게 알고 거래 정지 직전에 다 팔았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민 특검은 김 여사 개인 비리는 물론, 매관매직 등 국정농단 의혹 전반을 수사하고 있다. 이 중대한 수사가 신뢰를 받으려면 민 특검이 명명백백히 소명해 시급히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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