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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쪼개고, 검찰청 사라진다...이재명 정부, 정부조직 개편안 확정

기재부, 예산·재정 기능 분리...금융감독위 신설

77년 만에 검찰청 폐지...공소청·중수청 신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조직 개편방안 등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가 7일 기획재정부의 예산기획 기능을 분리하고,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 김백겸 기자 kbg@vop.co.kr2025.09.07.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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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고위당정협의회를 진행한 뒤, 이 같은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윤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정부조직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핵심 국정과제를 이행하고 새 정부 국정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한 첫 단계"라며 "정부 부처 기능을 효율화하고 기후위기, AI대전환 등 복합 문제를 다룰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시절 공약인 기재부 분리, 검찰청 폐지가 포함됐다.



    기획재정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된다. 국무총리 소속의 기획예산처가 예산 기능을 가지고 떼어내 균형적 예산편성·재정기획을 전담한다. 경제부총리가 총괄하는 재정경제부는 경제정책과 세제, 국고 관리 기능을 맡는다. 기재부가 담당하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재정경제부 소속으로 바뀐다.



    국내 금융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가 맡게 된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 기능을 맡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해 재정경제부 산하에 둔다. 기존 금융감독원은 특수법인에서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 금감원 산하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 공공기관으로 신설한다.



    검찰청은 77년 만에 폐지된다. 공소제기·유지 기능은 법무부 소속 '공소청'으로, 수사 기능은 행안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분리된다. 정부는 총리실 산하에 '범정부 검찰개혁 추진단'을 설치해 세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환경·에너지 정책을 전담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했다. 기존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 일부를 합쳐 탄소중립·기후위기 대응을 총괄하게 된다. 기후대응기금과 녹색기후기금 관리도 맡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한다. 해당 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송진흥 정책 기능을 이관해 권한을 더 강화한다. 기존 방통위와 과기부로 이원화돼 있던 방송 정책을 일원화하겠다는 취지다. 위원 정수는 7인으로 늘려 공영성을 강화하고, 민관협의회를 통해 미래 미디어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AI 거버넌스를 강화하기 위해 과학기술부총리를 신설하고, 과기부 장관이 겸임하도록 했다. 과기부 내에 AI 전담부서가 설치되고, 대통령 소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도 개편된다.



    교육부 장관이 겸임했던 기존 사회부총리는 폐지한다. 윤 장관은 "넓은 정책 범위 및 낮은 실효성을 고려해 폐지한다"고 설명했다.



    또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한다. 각종 산업재해 예방·대응 등 산업안전보건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밖에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전담차관 신설 △통계청의 국가데이터처 승격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 △특허청의 지식재산처 승격 등이 추진된다.



    이번 개편으로 중앙행정기관은 기존 48개(19부 3처 20청 6위원회)에서 50개(19부 6처 19청 6위원회)로 변화된다.



    윤 장관은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국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정부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원칙 아래 정부 조직을 무조건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일을 잘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하는 데 집중했다"며 "이번 개편은 정부조직법 등 법률 개정안이 공포되는 시점부터 즉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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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2025-09-07 19: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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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 '국민주권위원회'와 '국민주권센터'를 설치하자

임진철 담대한 혁신사회 플랜

dreams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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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극우연대의 모략을 넘어서기 위한 전략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의 글로벌 중견국가 지향

동학의 선진적 정치모델 ‘교정청’ ‘집강소’ 원용

‘보국 안민’의 민중 자주적 주체건설 노선이자

지식진보-광장진보-풀뿌리진보간의 협업노선

이를 토대로 ‘제7공화국’ ‘2025년 체제’ 열어야

임진철 직접민주마을자치 전국민회 상임의장

담장 위를 걷는 소년공 출신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 임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마음이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이지 않았을까? 세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팍스아메리카나의 대통령과 그 속국과 자주국 사이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포지션으로 살 수밖에 없는 나라 대통령의 운명을 잘 보여주고 있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혹은 혁명 같다. 우리는 그런 것을 용납할 수 없고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북미전쟁을 부추기는 미국 내 네오콘과 국내의 매판 극우세력들은 이재명이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처럼 되기를 염원하는 듯했다. 내란에 실패하고도 반성은커녕 피에 굶주린 승냥이들 마냥 이재명이 실패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린 세력은 차고 넘친다. 국내 극우와 공작세력 등은 아예 미국의 일부 극우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 세력과 짜고 회담을 망가뜨린 후, 반이재명 투쟁을 벌이려 작업했다. 국힘당 대표에 당선된 장동혁 당대표의 첫 발언이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내리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였다. 이 말은 적대성의 표현을 넘어 마가와 손잡았다는 극우 국제연대의 서사로 들린다. 트럼프가 이재명을 아웃시켜 주리라 믿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2025.8.26. 연합뉴스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의 글로벌 중견국가 대통령 이재명의 영향력 정치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첫 백악관 회담에서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을 보여주었다. 강압과 협박이 아닌, 관계와 신뢰, 그리고 유머와 인간미로 시작되는 외교로 트럼프의 글로벌 깡패 방식의 외교에 맞섰다. 세계는 더 이상 힘과 폭력의 정치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힘없는 자들의 힘(power of the powerless)인 영향력의 정치가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불확실성과 폭력의 시대를 넘어설 때 필요한 것은, 바로 신뢰와 상생의 언어이다. 이재명의 외교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이라는 국가위상의 뒷받침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은 미․중․러․유럽연합과 같이 글로벌 중추국가는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중견국가이자 동북아와 유라시아의 중추국가인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국가 위상에 걸맞게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동북아와 유라시아의 정치경제 부문에서 공동설계자의 역할을 함께하자고 제안할 수 있는 위치와 그에 걸맞는 역량을 가지고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 임했으리라.

최근 트럼프-이재명 정상회담을 보면서 영향력의 정치와 중견국가로서의 대한민국 국격을 실감하면서도 130년 전 동학혁명의 데자뷰가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예민함인가? 그때와 지금은 정도 차이는 있으나 그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날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당시 동학혁명의 ‘보국안민(輔國安民) 척양척왜(斥洋斥倭)’의 정신과 그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130여 년 전 동학농민혁명이 드높이 내걸었던 반봉건, 반외세, 인내천(人乃天)의 기치는 ‘기득권 카르텔 청산, 자주적 복지국가 건설, 직접민주주의 시민정치(국민주권정치) 실현’이라는 오늘날의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다.

그 옛날 호시탐탐 조선을 노리던 일본과 청나라를 대신해 오늘은 미국이 외세 노릇을 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에게 양날의 칼이다. 우리의 든든한 안보경제 동맹자로서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과 5위권의 군사대국으로 성장하게 한 후견인 역할을 해왔다. 다른 한편으로 주한 미군으로 이 땅을 점령한 이후 한국을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역할지우고 한미 워킹그룹을 통하여 국정에 사사건건 간섭하며 협박을 일삼는 조폭 두목형님과 같은 역할 또한 만만치 않게 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서 역할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왕년의 새우가 아니라 남북 간 평화를 통한 동북아시아와 유라시아의 공동 설계자로서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학혁명 주도세력이 서명한 '사발 통문' 위키백과

130년 전 선진국형 정치모델인 ‘교정청과 집강소 체제’를 창조했던 동학혁명

동학농민혁명(1894년)이 일어난 지 어언 130년이 지났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는 보국안민, ‘외세인 일본과 서양 오랑캐를 물리친다’는 척양척왜를 기치로 봉기했던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우금치 전투에서 장엄한 패배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는 세계사에 길이 남을 아래로부터의 혁명이었다. 이 아래로부터의 동학혁명은 폐정개혁을 통한 봉건제 타도와 정치민주화, 경제민주화, 외세척결 등 온전한 국가건설을 위해 30만~50만 명이 피를 흘렸다. 프랑스 대혁명보다 더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한민족 5천년사의 최대 사건이었다. 그러한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로, 촛불혁명 이후에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를 동학농민혁명군은 130년 전에 내세웠던 놀라운 진보성과 담대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동학혁명군이 제시한 폐정개혁안을 볼 때, 노비문서 소각을 통한 신분제 폐지는 놀랍다. 탐관오리 엄징과 양반무리 징계, 관리 채용 과정의 지벌 타파 등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여 고위직 관료의 부패와 부정을 엄단하라는 오늘날의 국민적 요구와 정확히 일치한다. 횡포한 부호 무리 엄징, 토지균분과 분작 등은 재벌그룹 오너들의 초법적 갑질과 일탈을 엄벌하고 경제민주화를 향해 거보를 내딛으라는 시대적 열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둘째로, 동학농민혁명은 좌절되었지만 대한민국과 아시아의 운명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반봉건 민주화, 반외세 자주화를 앞세운 동학농민혁명 정신은 독립운동을 거쳐 4.19혁명, 5.18 광주항쟁, 6.10 민주항쟁, 그리고 오늘의 촛불민주주의 빛의 혁명으로 면면히 이어졌다. 동학혁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도 존재할 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는 민족은 창성하고 망각하는 민족은 멸망하는 것이 흥망성쇠의 이치다.

셋째로,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민치(民治)와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統治)의 협치(協治) 체제라는 선진국형 정치모델을, 이미 130년 전에 교정청(校正廳)과 집강소(執綱所) 체제 형태로 출범시킨 선진성과 진보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1894년 갑오년에 동학군과 조선정부는 국민협약과도 같은 전주화약을 맺고 중앙정부에는 오늘날 상설 국민주권위원회 같은 교정청을 신설하고, 전라도 지방 53곳에 오늘날 주민자치정부(민정자치기관)와 같은 집강소를 설치해 제정관료 통치와 국민직접 민치의 협치 체제를 합의하고 잠정 운영한 바 있다.

애석하게도 일본의 침탈과 우금치 전쟁의 실패로 좌절되었다. 역사의 가설을 동원하면, 갑오년의 이 협치 체제가 성공했더라면 ‘서구적 근대’에 짓밟히지 않고 이를 넘어선 ‘개벽적 근대’가 꽃을 피웠을는지도 모른다. 고대 한민족의 찬란한 고조선의 화백민주주의와 이군일민(二君一民) 협치 체제의 20세기적 현현(顯現) 말이다.

오늘날 K-민주주의는 넥스트 샤먼 문명의 맹아로 전 세계를 강타하는 K-POP에 이어 촛불민주주의 빛의 혁명으로 상징되고 있다. 이제 K-민주주의는 상징에서 구체성의 현실로 내려와 ‘상설 국민주권위원회’와 ‘읍면동 마을자치정부’의 제도화를 통하여 21세기형 교정청-집강소 체제를 창출하고 안착시켜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안고 있다.

이미 스위스는 이러한 체제를 마을연방 민주공화국이라는 형태로 상당한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본다. 촛불민주주의 빛의 혁명을 체현하는 K-민주주의는 스위스를 넘어서는 정치인류학적 DNA를 가지고 있기에, 한국인은 더 잘해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동학농민혁명 이미지화. 플랫폼.C

2025년 체제 구축을 위해 ‘상설 국민주권위원회’를 구성하자

2025년은 1894년 갑오농민혁명이 일어난 지 130년, 1905년 을사늑약으로 사실상 국권을 상실한 지 120년 되는 해이자, 1945년 해방으로 광복을 맞은 지 80년 되는 해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5년은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 전환점인 2025년 체제를 만드는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설렘을 주고 있다.

2025년 체제란 한반도에서 지긋지긋한 냉전의 겨울을 날려버리고 한반도의 영구평화를 활짝 여는 체제일 것이고, 민생경제가 활기차고 부유하며 진짜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는 체제이리라! 이러한 2025년 체제는 제7공화국 건설로부터 본격화될 것이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제7공화국의 상(象)은 직접민주주의 3법(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에 기초한 국민주권 ‘시민정치’와 풀뿌리민주주의 ‘주민자치’ 그리고 주민원탁회의와 시민의회와 같은 ‘공론정치’를 기반으로 한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민치’와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의 협치 체제이다.

대의민주주의 제도는 문맹률이 95% 이상이고 불록체인이나 인터넷 망도 없던 시대에 생겨난 제도이고 그 실현 수단으로 정당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문해력 98%, 대학 입학률 83%, 대졸 유권자 비율 30%(아일랜드 1위, 한국 2위)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고학력 국가이며 초고속 디지털통신망 국가이다. 이러한 조건만 보면 대의제 기반의 정당은 필요 없이 곧바로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연방국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민주주의 시민정치 주체 형성 및 제도 안착의 관점에서 보면, 그 준비정도가 낮다. 그러기에 과도기적으로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민치와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 통치가 융합한 협치 공화체제를 상당 정도 운영해야 할 것이며, 그 첫 시작이 제7공화국 건설이어야 할 것이다.

‘상설 국민주권위원회’ 창설은 명칭을 달리하여 여러 사람과 단체에서 주창되고 있다. 이원영 한국국토미래연구소장은 시민언론 민들레 칼럼 “행정-입법-사법부에 ‘국민참여부’라는 밥상”(2025년 7월 29일)에서, 제4부로서의 국민참여부(국민주권부) 창설을 제안 주창하고 있다. 기존 3부는 원래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해 공화주의를 실천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상은 기득권의 서식처로 변질되고 상호 견제는커녕 소위 스카이 학벌 중심으로 지배 카르텔이 공고하다. 기존 3부의 대리운전만으로는 국민주권을 담을 수 없으므로, 나라의 주인답게 국민주권을 직접 행사하며 이들을 향도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제4부로서의 국민참여부(국민주권부) 창설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국민참여부를 당장 시행하자면 헌법을 고치지 않아도 되며, 일반 입법으로 대통령은 헌법 제1조의 더 구체적인 실천을 위해 국민참여부서를 둔다는 취지의 일반 입법을 하면 된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우는 ‘국민주권’ 정부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단체로서는 직접민주주의 연대(상임대표 연성수)가 중앙의 ‘상설 국민주권위원회’와 시군구 단위의 ‘국민주권센터’ 창설을 주창하고 있다. ‘직접민주주의연대’는 2025년 6월 18일 “국민주권위원회 신설을 환영하며 국민주권위원회를 국민주권 제도화를 위한 상설적인 조직으로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한다!”라는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이 성명서의 내용은 기존의 국정기획위원회 내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국민주권위원회를 상설적인 국가조직으로 제도화하라는 것이다.

개헌개혁행동마당(상임대표 송운학)외 55개 단체는 2025년 9월1일 ‘상해 통합임정 출범 106년 교훈과 집권100일 이재명 정부 1호 국정과제 평가 및 국민발안 개헌 운동 추진 제안문’에서, 국민주권위원회의 제도화를 위한 법적 담보로서 (가칭)국민주권행사 보장 기본법 제정을 제안하고 있다.

국민주권의 완성은 민원성 의견을 접수하는 청원제도를 넘어서 입법을 통한 제도화로부터 비롯된다. 국민주권을 제도화하기 위해 국민발안제, 국민투표제, 국민소환제, 국민감사제 등을 법적으로 완비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설령 완비된다고 해도 빠른 시일 안에 이를 국민들이 익숙하게 이용하면서 국정에 일상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그러므로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와 같이 국민주권위원회를 독립행정기관으로 설치하여 국민주권을 제도화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민이 국민주권 활동을 일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국민주권위원회 산하에 ‘(가칭)국민주권센터’를 시군구 단위로 개설하여 이를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권자는 대한민국의 주인이므로 국민의 공복인 공직자를 향도, 견인,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권력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국가의 주인으로서 앞장서서 헤쳐 나가는 것이 주권자의 실천의무다.

 

동학농민군의 깃발 구호 '척왜양창의'. 서양과 왜(일본)를 물리치기 위해 의병을 일으켰다는 의미. 위키백과

상설 국민주권위원회의 존재 이유, '민치'와 '통치'의 '협치' 공화체제 건설

상설 국민주권위원회는 좀 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기 위함인가? 보국안민을 하기 위함이다.

첫째는 보국(輔國)이다. 외세로부터 나라의 주권이 휘둘리지 않고 자주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주변 강대국들의 입김과 갑질, 횡포를 헤쳐 나가며 민족의 미래를 구축해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주권 침해와 시어머니 갑질이 일상적으로 빈발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도 그 대처가 쉽지 않을 것이다. 5년 임기제의 대리 권력인 그들에게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운명을 통째로 내맡길 수는 없다. 미국의 주권 침해는 주권자 국민만이 대응 가능하다. 국민의 뜻을 효과적으로 수렴하고 그 뜻을 직접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방안이 ‘상설 국민주권위원회’와 ‘국민투표제도’이다.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에 관하여 외국의 무도한 압력에 처해지면 국민투표제도를 통해 전국민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은 국내외 정치꾼 간의 어떤 독단적 협상, 협정, 조약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둘째는 안민(安民)이다. 국민이 온갖 저열한 가짜뉴스와 포퓰리즘 팬덤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집단지성과 공론이 바르게 안출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국민주권정부가 개혁과 번영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갈 수 있도록 하여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국정을 민치와 통치가 각각 50%씩 분담하는 협치 공화체제로 운영해야 할 때가 왔다. 그래야 50% 이하에서 맴도는 국민들의 정치효능감이 75% 이상으로 높아지며 국민들의 마음이 편안해진다. 민치와 통치의 협치 공화체제란 민치 권력이 국정의 50%를 맡고, 통치 권력이 국정의 50%를 감당하는 명실상부한 상호견제 체제를 의미한다. 여기서 민치 권력이 국정의 50%를 맡는다는 의미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국민발안 국민입법 방식으로 킹핀(Kingpin)과도 같은 중요한 핵심 입법을 만들어 대의정치인과 관료를 통제하고, 나머지 자잘한 것부터 꽤 중요한 법률까지 수없이 많고도 많은 법률은 국민의 공복인 대의정치인과 관료들이 감당케 한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이 국민이 국정의 50%를 직접 감당하기 위해서는, 국민주권위원회(국민주권센터)의 상설 운영이 필요한 것이다. 상설 국민주권위원회는 국민이 주인으로서 권리를 직접 행사하는 제4부로서, 한편으로는 견고한 지배 카르텔을 구성하고 있는 기존의 3부(입법, 행정, 사법부)를 감시 통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향도 견인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①입법부에 대한 공화주의적 견제의 역할로서 국민주권 시민정치, 주민자치, 공론정치의 제도화와 이를 위한 예산과 운영 지원이다. 구체적으로 직접민주주의 3법(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의 헌법 개정, 주민자치권 헌법 명시와 주민자치기본법 제정, 주민원탁회와 시민의회법 제정이 요청된다.

②사법부에 대한 공화주의적 견제의 역할로서 시민법정과 재심법원 설치, 그리고 대법원장 선거제 등에 대한 제도적 예산과 운영 지원이다.

③행정부에 대한 공화주의적 견제의 역할로서 행정부의 시대착오적 행태와 기득권 카르텔(고시제도 폐지 등), 예산 낭비와 부정부패 감시에 대한 제도적 예산과 운영 지원이다.

 

광복 80주년인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주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장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2025.8.15. 연합뉴스

민중의 자주적 주체건설 노선과 진보의 협업 노선

상설 국민주권위원회와 국민주권센터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첫째로, 구걸하듯 청원하지 말고 요구하고 쟁취하는 주체건설 노선의 정립이 필요하다.

우선 민(民)의 자주자립 조직으로 시민권력을 구축하며, 이재명 정부와 줄탁동시(啐啄同時)형 협치와 협업을 요구하며 쟁취해가야 한다. 1894년 당시 동학군은 조선 중앙정부의 교정청과 지방군현의 집강소 체제를 구축하며 촌락마다 자치조직인 접(接)을 건설하였다. 우금치 전투에서 당시 일본군의 선진적 총기기술의 위력에 무지했던 동학군 20만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오늘 한국의 촛불민주주의 사회정치혁명은 키보드(손가락)와 풀뿌리 대중조직 네트워크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촛불민주주의 빛의 혁명은 AI첨단문명 기기로 조직된 100만 1000만의 손가락 응원봉 혁명군(손봉혁명군)으로 진화발전하면서 그 전도를 개척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부상한 영국의 혁신좌파정당 유어 파티(Your Party)는 이미 이걸 잘 보여주고 있다. 유어 파티는 극우 파시즘 정당의 부상을 막고 영국 정치판을 뒤집는 정치혁신을 위해 탄생한 온라인 기반 직접민주주의형 정치 결사체이다. 이 정당은 AI정책메시지를 통한 지역네트워크 조직과 온라인 정당체제를 가지고 전광석화 방식으로 정치혁신을 이루어감으로써, AI시대 직접민주주의 정치의 전형을 앞서 보여주고 있다.

2025년 8월 3일자 한겨레21은 ‘창당 발표 일주일 만에 60만 당원 가입…영국 좌파 신당, 극우 막을 희망될까’ 기사에서 “지지율 1위 독점 중인 영국개혁당… 영국 정치판 뒤집기 나선 신당 유어 파티”에 대해서 알리고 있다.

무릇 정치사회적 행동이 강력하려면, 온-오프라인이 기동전과 진지전의 하이브리드 행동으로 함께 춤을 추어야한다. 21세기 한국의 네오 교정청-집강소 체제가 필요하다. 상설 중앙 국민주권위원회와 시군구단위 국민주권센터 그리고 읍면동단위 주민총회/주민자치정부의 유기적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풀뿌리 대중들의 토대인 리통반/읍면동 풀뿌리 대중조직을 건설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구체화하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통합돌봄/인공지능 데이터 등을 매개로 한 10만여 개의 협동조합, 독서토론회, 원탁회의 등을 조직하고, 3500개 읍면동에 주민자치회(주민자치정부)를 건설하는 조직적 실천이 필요하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듯이,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 시기에 우후죽순 방식과 점(點)-선(線)-면(面) 확산전략으로 나아가면 빠른 기간 안에 가능할 것이다.

둘째로, 이재명정부-시민사회-풀뿌리 대중조직 그리고 지식진보-광장진보-풀뿌리현장 실천진보 삼자 간의 협치와 협업 노선의 정립이 필요하다.

오늘의 역사를 위해 역사의 가설을 동원해 보자. 고종이 탁월한 민본주의 개혁군주였고 대원군이 자신의 권력복귀를 넘어서 선견지명 있는 경세가로서 동학혁명세력과 3자 개혁동맹을 추진했더라면? 아마도 비운의 한국현대사는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서구적 근대’를 넘어서는 차원이 다른 ‘개벽적 근대문명국가’로 등장했을 것이다. 역사의 대전환기에 서 있는 현 시점에서, 이와 같은 역사의 가설이야말로 이재명정부-시민사회-풀뿌리 대중조직 3자 간의 협치 및 협업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알려주고 있다.

동시에 시민사회의 3층위 구조(지식진보-광장진보-풀뿌리 현장진보)간의 협업과 어깨동무 과정이 절실하다. 2025년 8월 27일(수) 문화공간 온에서 열린 ‘풀뿌리경제 공동체발전 삼중혁신전략 제2차 위크숍’에서 허영구 마을공화국 지구연방스튜디오 대표는 시민사회 3층위 구조 간의 협업 방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한 바 있다.

“①지식진보는 제도 설계, 정책 입안, 법제화 지원, 담론 생산을 맡습니다. ②광장진보는 대중적 캠페인, 집단행동, 사회적 여론화 역할을 담당합니다. ③풀뿌리 현장실천 진보인 골목/마을/지역공동체는 실제 주민참여와 실행력을 확보합니다. 즉, 지식진보가 ‘지도’를 그리고, 광장진보가 ‘함성을 모으고 길을 열며,’ 골목/마을공동체가‘ 발로 걷고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정부 시늉만 하다가 실패한 정부가 되었다. 진실로 바라건데,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여 무늬만 국민주권정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명실상부한 국민주권정부로서 성공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촛불민주주의 빛의 혁명을 수행하는 민관 협치기관인 ‘상설 중앙 국민주권위원회와 시군구단위 국민주권센터’를 곧바로 창설해야 한다. 민치 세력과 통치 세력이 어깨동무하여 ‘제7공화국’을 열고, ‘2025년 체제’구축의 대역사를 창조하는 잰걸음을 놓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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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천년 전 기술이라니... 토끼 세 마리가 떠받친 국보

백자 청화투각 향자 모양 향꽂이. 조선시대 ⓒ 국립중앙박물관

좋은 냄새를 뜻하는 낱말 '향(香, Incense)'은 인류 역사와 함께 탄생했다. 인류 문명사를 봤을 때 향은 단순히 '향기로운 물질'이라는 보통의 개념을 넘어 그 이상의 의미와 역할을 확장시키며 사회, 문화, 종교적으로 거듭 진화하고 발전해 왔다. 먼 옛날부터 향은 인간의 정신 세계와 영성(靈性)에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향의 역사

인류는 언제, 어디서부터 향을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고대 인도일까, 이집트일까, 아니면 중국일까. 여러 설들이 있지만 현재까지 연구 결과만으로는 정확히 어느 곳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다만 기원전 4000년경 고대 인도에서 향을 피우는 도구인 향로가 발견되었다. 이를 근거로 그 시기와 장소를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처음에 향은 사람의 신체나 음식 또는 실내 공간의 나쁜 냄새를 없애거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다 점차 신앙적 도구로 종교 의례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기독교의 구약 성경에는 향과 향로에 대한 많은 기록이 나온다. 크리스트교에서는 향을 귀하고 좋은 것으로 여기고 신령스러운 의미로 사용해 왔다.

지금도 크리스트교 가운데 천주교, 동방정교회 등은 여전히 특별한 미사나 종교의식에서 향을 사용한다. 향로에 넣어서 태운 향은 예배의 공간을 정화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종착지인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에는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 성당이 있다. 이곳은 예수의 12 사도 중 첫 번째 순교자인 대(大)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로마, 예루살렘과 더불어 가톨릭 3대 성지 중 한 곳이다.

이 성당에는 '보타푸메이로(Botafumeiro)'라는 거대한 향로가 있다. 이 향로는 높이 1.5m 무게 53kg으로 청동으로 만든 다음 은으로 도금을 했다.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전설에 의하면 그 기원은 중세 시대라고 한다.

미사가 시작되면 대성당 중앙돔에 매달린 도르래를 이용해 '티라볼레이로'라고 불리는 8명의 성직자들이 밧줄을 당겨 향로를 들어 올린다. 그런 다음 20m의 높이에서 시속 68km 속도로 좌우로 움직이며 성당 안을 향으로 가득 채워 순례자들의 영혼을 정화한다. 이 분향 의식은 콤프스텔라 대성당의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의례 중 하나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하이라이트라고 한다.

이슬람 경전 '쿠란'(Quran)'에도 향과 향로를 사용한 기록이 많이 있으며, 향이 신성한 의식이나 예배에 사용되었다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경전에서 향은 신에게 드리는 헌신이나 예배의 한 형태로 묘사되고 있으며 천국을 오가는 매개체로 여긴다.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성덕대왕신종(에밀레 종)에도 연꽃 형태의 향로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는 비천상이 조각돼 있다 ⓒ 임영열

유교에서도 분향은 중요한 의례 행위로 여러 의미가 있다. 제사나 차례에서 향을 피우는 행위는 조상에 대한 경의와 공경을 나타낸다. 또한 의식이 행해지는 공간을 정화하고 신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어느 종교에서나 향은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것으로 여겼다. 특히 불교에서의 향은 모든 의례에 빠질 수 없는 공물이다. 부처님께 올리는 여섯 가지 공양물 즉 '육법공양(六法供養)'이 있는데 이는 향(香), 등(燈), 차(茶), 꽃(花), 과일(果), 쌀(米)을 말한다. 이중 향은 불단의 중심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공양물이다.

우리의 향 문화도 불교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 인도에서 창시된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에게 전래되면서 향도 함께 전해졌다. 4세기에 조성된 고구려 고분 안학 3호분 벽화 '부인도'에 향로를 들고 있는 여인이 묘사돼 있고 불교 색채가 강한 쌍영총 벽화에도 향이 타오르는 향로를 머리에 인 시녀가 승려와 여인들을 인도하는 '공양행렬도'가 그려져 있다.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에밀레종에도 연꽃 형태의 향로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는 비천상이 조각돼 있다. 이처럼 불교가 전래된 이후 범종과 사리기(舍利器) 등 많은 불교 공예품이 제작되었다. 그중에서도 향을 피웠던 향로(香爐)는 조형과 장식이 뛰어나 탁월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24년 말 우리나라에는 361점의 국보가 있다. 그중에 향로가 6점이 있다. 백제에서 만든 것이 1점이고 나머지 5점은 고려시대의 것들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수많은 향로 중에서 국보로 지정되어 시대를 대표하는 불후의 명작 두 점을 감상해 보자.

아비 잃은 아들의 한이 담긴 '백제금동대향로'

1993년 12월 12일 충청남도 부여읍 능산리 절터에서 발견된 국보 백제금동대향로. 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 국가유산청

1993년 12월 12일. 충청남도 부여읍 능산리에서는 추운 날씨와는 달리 고고학계를 뜨겁게 달군 세기의 발굴이 이루어졌다. 부여읍 능산리는 사비 시기 백제왕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7기의 왕릉과 귀족들의 무덤이 모여 있어 국가 사적지로 지정된 곳이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는 백제 후기 역사의 중요한 사적지로 매년 관람객들이 늘어났다. 이에 부여군청에서는 주차장 확장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현장은 고분군과 나성 사이에 있는 논이었다. 1차 매장 문화재 조사 결과 건물 터와 불탄 흔적, 금속 조각들이 나왔지만 특별한 유물은 나오지 않았다.

지표 조사는 별 소득이 없었고 공사는 그대로 진행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못내 아쉬웠던 발굴단은 한 번만 더 파 보자며 군청을 설득했다. 그렇게 발굴 작업은 계속됐다. 그러던 1993년 12월 12일 발굴 현장. 기와 조각과 물로 가득 찬 물웅덩이에 엎드려 고인 물을 퍼내가며 힘들게 작업을 하던 연구원의 눈에 뭔가 반짝거리는 게 발견되었다.

1993년 12월. 발굴당시 백제금동대향로의 모습 ⓒ 국립부여박물관

발굴단장이었던 신광섭 국립부여박물관장은 직감적으로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보안 유지를 위해 인부들을 모두 퇴근시키고 밤늦게 박물관 학예실장과 연구원들이 직접 불을 밝히고 언 손을 녹여가며 발굴 작업을 계속했다. 물웅덩이에서 기와 조각을 하나씩 걷어내자 진흙 속에서 뚜껑과 몸체가 분리된 뭔가 모습을 드러냈다.

발견 당시 연구원들은 유물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조심스럽게 박물관으로 옮겨와 진흙을 떼어내고 보존 처리를 끝낸 다음 세상에 드러난 유물의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높이 64cm 무게 11.8kg의 완벽한 형태의 대형 향로였다. 청동에 금을 얇게 입힌 금동향로는 거의 온전한 상태였다.

향로는 크게 받침대와 몸통, 손잡이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받침대는 한 마리 용이 고개를 들고 연꽃이 새겨진 몸통을 수직으로 떠 받치고 있다. 연잎 하나하나에 불사조와 물고기 등 각종 동물들이 새겨져 있다. 뚜껑에는 23개의 산들이 첩첩산중을 이루고 5인의 악사가 피리, 소금, 비파, 북, 거문고를 연주하며 호랑이 사슴등 동물들과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백제금동향로 받침대. 용 한 마리가 고개를 들고 연꽃이 새겨진 몸통을 수직으로 떠 받치고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몸체는 활짝 피어난 연꽃을 연상시킨다. 연잎의 표면에는 불사조와 물고기, 사슴, 학 등 26마리의 동물이 배치되어 있다 ⓒ 국가유산청

산꼭대기에서 봉황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편 채 목과 부리로 여의주를 품고 산 아래 세상을 관조하고 있다. 봉황의 가슴과 산골짜기에 12개의 향 구멍이 뚫려 있다. 흡기와 배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향연이 피어오르도록 하였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 향로가 중국 한나라에서 유행한 '박산향로'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박산향로는 이처럼 화려하고 입체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이 아름다운 향로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향로가 발견되고 추가 발굴을 통해 이곳이 백제 왕실의 절터였음이 밝혀졌다. 온전하지는 않지만 불상과 광배가 출토되었고 결정적 단서가 되는 '석조사리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학자들은 백제 제27대 창왕(昌王·위덕왕)이 567년에 아버지 성왕(재위 523∼554)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절을 세우고 향로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위덕왕은 아버지 성왕을 그토록 추모했을까. 서기 554년 지금의 충북 옥천 관산성에서 신라와 백제 간 대전투가 있었다. 최전방에서 전투를 지휘하던 아들 창이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한 백제 성왕은 급히 아들을 구하려 가던 중 매복하고 있던 신라군에게 잡혀 비참하게 목숨을 잃고 만다.

손잡이 부분. 봉황이 여의주를 목에 끼고 산아래 세상을 관조하고 있다 ⓒ 국가유산청

향로의 뚜껑. 23개의 산들이 첩첩산중을 이루고 5인의 악사가 피리, 소금, 비파, 북, 거문고를 연주하며 각종 동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 국가유산청

자식을 구하려다 최후를 맞은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시신마저 온전하게 수습하지 못한 아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평생을 슬픔과 회한과 죄책감 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아들은 왕위를 버리고 승려가 되려 했을까.

아버지의 뒤를 이은 아들 위덕왕은 능산리에 절을 짓고 부왕의 꿈이 담긴 최고의 향로를 만들어 향을 사르며 아버지의 명복을 빌었다. 많은 사람이 이 아름다운 향로를 바라보며 왜 눈시울을 적시는지 그 연유를 알 것 같다. 1500여 년 전, 전쟁 중에 아비를 잃은 '아들의 한과 염원'을 담아 하늘로 올라간 '천상의 향'은 흩어지고 없지만 향을 피웠던 금동대향로는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애달픈 사부곡을 부르고 있다.

신의 손을 가진 인간의 작품... '청자 투각 칠보문 향로'

국보 청자 투각칠보문뚜껑 향로. 12세기 고려청자의 전성기 때 만들어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국립중앙박물관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고려 시대에는 각종 불교 의례가 성행하였고 이에 따라 왕실과 귀족들은 다양한 형태의 향로를 사용했다. 한 곳에 세워 놓고 사용하는 거향로(居香爐)를 비롯해 걸어두는 현향로(懸香爐)와 손잡이가 달린 이동식 병향로(柄香爐)가 유행했다.

또한 고려의 하이테크 산업이었던 청자 산업의 발달과 함께 청자 향로가 등장했다. 특히 왕실에서는 동물이나 사물의 형태를 본떠서 만든 상형청자 향로를 많이 사용했다. 현재 청자 향로 3점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그중 청자 투각 칠보무늬 뚜껑 향로는 고려청자의 정수라 할 만큼 아름답고 세련된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고려청자의 최전성기 12세기에 만들어진 이 향로는 높이 15.3cm 지름 11.5cm로 아담한 사이즈다. 당시 고려청자에 사용된 음각·양각·투각·상감·첩화·상형 등 모든 장식 기법을 총동원되어 만든 것으로 고려청자의 절정기 모습을 볼 수 있다.

청자 투각 칠보무늬 뚜껑(좌)과 꽃잎을 첩화하여 만든 몸통(우) ⓒ 국립중앙박물관

향로의 뚜껑 ⓒ 국립중앙박물관

이 향로 역시 뚜껑과 몸체 그리고 판형 받침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향이 피어오르는 둥그런 공 모양의 뚜껑에는 기하학적인 칠보(七寶) 무늬를 투각하였고 무늬가 교차하는 지점마다 하얀 백토를 상감하여 포인트를 주었다. 칠보는 불교에서 말하는 일곱 가지 보물을 가리킨다.

몸체는 틀에서 찍어낸 꽃잎들을 첩화 기법을 사용하여 하나하나 붙여 활짝 핀 연꽃 모양으로 표현했다. 꽃잎은 가느다란 잎맥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여 섬세함과 사실감을 더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향로의 하이라이트는 받침대에 있다.

넓적한 모양의 받침대를 작고 앙증맞은 세 마리 토끼가 떠받치고 있다. 귀여운 토끼의 눈에 철화로 검은 점을 찍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금방이라도 토끼가 깡총 하고 뛰어나올 것만 같다.

1000여 년 전,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고려청자를 만든 도공은 아마도 신의 손을 가진 인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이 아름다운 비취빛 향로의 감흥을 느낄 수 있다.

받침대를 떠받치고 있는 토끼. 금방이라도 깡충하고 뛰어나올 것처럼 매우 사실적이다 ⓒ 국립중앙박물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격월간 문화메거진 <대동문화> 150호(2025년 9, 10월)에도 실립니다

#향로#백제금동대향로#청자투각칠보문뚜껑향로#향로의역사#보타푸메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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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공장 지으라'더니, 돈 싸들고 가자 체포?…외신 "모순"

 NYT·BBC "'제조업 확장'과 '이민 단속' 긴장관계 드러나"…닛케이 "딜레마"

미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서 이민자 단속을 벌여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450명을 구금한 사태에 대해, 외신은 이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두 가지 정책목표인 △미국 내 투자 확대를 통한 제조업 부흥과 △이민자 단속·추방 사이의 모순된 관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단속작전이 이뤄진 공장 건설 현장은 "한국의 막대한 투자"로 지어지고 있었다며 "연방 이민당국이 공장을 습격하면서 비전이 불확실해졌다"고 논평했다.

 

NYT는 "트럼프 정부 내에서, 이 체포작전은 대통령이 압박하고 있는 '미 제조업 확장'이 그의 공격적 이민 단속과 충돌하며 이해관계 상충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태미 오버비 전 암참 수석부회장은 NYT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 '친구'로부터 "우리는 (미) 정부로부터 '우리의 돈은 원한다. 그러나 우리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혼란스런 메시지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 사건은 아시아 전역의 기업에 찬물을 끼얹었다(chilling impact)"고 말했다.

 

NYT는 한미 간 통상협상과 이어진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하며 "미국에 그렇게 (공장을) 한꺼번에 많이 짓기 위해서는 수천 명의 건설 노동자가 필요"하지만 "이런 노동 수요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남부 국경으로부터 유입되는 이민 흐름을 차단했고, 최근 몇 달간 국토안보부는 현장 단속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비즈니스 리더들과 한미관계 건문가들은 이번 작전이 신뢰 훼손과 분노 조장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한국계 마크 김 전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이 "기록적 금액을 투자한 공장을 급습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를 대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도 전날 기사에서 "이번 작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2가지 최우선 과제, 즉 미국 국내 제조업 육성과 불법 이민 단속 사이에 긴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미국의 핵심 동맹국과의 관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논평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미 양국은 8월 정상회담을 했고 한국은 대미 투자 확대를 약속했지만, 경제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7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외국 기업 노동자에게 비자를 충분히 발급하지 않아 현지에서 바로 고용할 수 있는 숙련 노동자가 별로 없다는 '딜레마'가 지적되고 있다"고 전하며, 미국은 애초에 제조업 노동력이 부족한 편이어서 외국 기업이 새로운 공장을 지으면 인력 쟁탈전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 강화는 미국 경제활동에 이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불법 이민이 폭넓은 산업을 지탱해 온 측면도 있다"고 했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연합뉴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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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전쟁이 없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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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09.05 19:15
  •  
  •  댓글 0
 
조은석 특별검사팀 직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앞에서 압수수색영장을 꺼내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의원총회 농성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은석 특별검사팀 직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앞에서 압수수색영장을 꺼내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의원총회 농성을 하고 있다. ⓒ뉴시스

총성이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곧 평화라 믿기 쉽다. 그러나 오늘날 전쟁은 총보다 사이버·법·언론·사회·문화에 대한 공격이 먼저다. 전선은 국경선이 아니라 국민의 의식, 사회 공동체를 향한다. 한 사회의 의지를 마모시키는 전쟁,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선전포고도 없이 시작되고 종전선언도 없이 끝난다. 정상적이지 않은 현상이 반복되고, 뒤늦게 우리의 일상과 제도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을 깨닫게 된다.

지난해 한국은 이 새로운 전장의 실체를 뼈아프게 체감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으로 한국 사회가 얼마나 뒤틀려졌는지 깨달았다. 다행히 광장의 힘으로 윤석열을 탄핵하면서 위험의 고비를 가까스로 넘어섰다. 그러나 내란·외환을 가능하게 한 뿌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25년의 한국 정치 풍경은 극우 준동이 제도와 거리를 동시에 흔드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귀연 재판부가 보여주는 윤석열 내란 재판의 지연전술은 그 상징적 사례다. 4월 14일 시작된 1심에서 특검이 신청한 110여 명의 증인 가운데 법정에 선 이는 고작 19명에 불과하다. 한 달에 2~4번 열리는 느슨한 재판은 내년 1월 구속 만료와 맞물려 윤석열을 풀어주기 위한 시간 끌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장동혁을 당대표로 선출하며 스스로 극우화의 길을 택했다. 장동혁은 취임 연설에서 “모든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겠다”고 선언했고, 자신의 승리를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 낸 성과”라고 규정하며 극우 유튜브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은 가정적 주장"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지난 3일에는 특검의 압수수색에 농성으로 대응했다. 국민의힘은 내란 수사를 '야당 말살, 정치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특검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과 거리에서도 극우의 준동은 계속된다. 전한길을 비롯한 극우 유튜버들은 여전히 ‘탄핵 음모론’과 ‘내란 무죄론’을 퍼뜨리며 여론을 교란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를 받아쓰고 재생산하면서, 당의 정치적 프레임이 극우 선전선동과 결합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동시에 태극기 집회 세력은 ‘대선 무효’, ‘윤 어게인’을 외치며 거리로 다시 집결하고 있다.

결국 2025년의 한국 사회는 법정과 의회, 언론과 온라인, 그리고 거리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하이브리드 전쟁에 직면해 있다. 

하이브리드 전쟁의 본질은 ‘승리’가 아니라 사회를 분열시키고 혼란을 이어가는데 있다. 국민이 서로를 불신하고 제도를 의심하게 만들면, 몇 발의 총포성만으로도 국가는 무너질 수 있다. 지금 한국 정치의 풍경이 바로 그것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결과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을 이해하려면 2014년 마이단 사태를 짚어야 한다. 당시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극우 시위는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극우 민병대 신나치 세력인 아조프 부대가 급부상했다. 이들은 내무부 산하 국가방위군에 공식 편입되고 규모도 확대됐다.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친러 지역 주민들에 대한 학살과 탄압이 뒤따랐다. 러시아의 든든한 우방이었던 우크라이나가 불과 몇 년 만에 적이 되었다.

중동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미사일과 드론이 오가며 민간인의 희생은 쌓여간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국면 이후 팔레스타인의 고통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여전히 총성은 울리고 있지만, 평화와 전쟁의 경계는 희미해졌다. 이것이야말로 하이브리드 전쟁의 특징이다. 전선은 눈에 보이지 않고, 피해는 은폐되며, 전쟁은 일상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런 변태적인 상황의 밑바탕에는 하이브리드 전쟁이 있다. 전쟁의 방식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의 전쟁 개념으로만 이해하려 한다면, 우리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맥락을 놓치게 된다. 총성이 울리지 않으면 평화 상태라고 오인하게 하는 것, 정상적이지 않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해도 무감각해지는 것이 하이브리드 전쟁의 시작점이다.

미국이 하이브리드 전략을 선택한 것은 전략적 진화가 아니다. 오히려 군사 패권의 상대적 약화가 그 배경이다. 압도적 군사력으로 세계를 통제하던 시대가 저물면서, 미국은 사이버전·경제제재·여론전과 같은 비정규 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미국의 생존전략이자 동시에 한계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패권의 불안정은 세계 곳곳에서 극우 정치의 부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분열과 혐오를 자산으로 삼는 극우 세력은 하이브리드 전쟁의 토양에서 힘을 얻는다. 우크라이나의 아조프 부대가 그러했고, 유럽 각국의 극우 정당들이 그러하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내란 사태를 옹호하는 정치 지도부, 사법부, 언론을 동원한 통치와 극우 유튜브 채널에 의존하는 정당의 행태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한 형태다.

따라서 우리는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로 넘길 수 없다.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전략적 대응은 요원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하이브리드 전쟁을 정확히 이해하고 맥락을 짚어내는 일이다. 그래야만 올바른 과녁을 겨눌 수 있다. 분열과 혼란을 넘어 평화와 자주, 민주주의를 지켜낼 힘을 모을 수 있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전쟁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하이브리드 전쟁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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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도 포기한 CPTPP 가입 재검토, ‘트럼프 관세’에 자유무역 강화가 해법일까

기재부 “경제동맹 확보 위해 CPTPP 가입 검토”
FTA보다 더 강한 자유무역...‘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 조건될지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03.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미국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재검토에 나섰다.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무역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추진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CPTPP 가입에 따른 경제적 실효성이 낮고 오히려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으로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중 의존도 높은 한국 수출...CPTPP 가입으로 다변화 모색


5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미 관세 협상 후속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CPTPP 가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지난 3일 경제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사 입장국 간 경제동맹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한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에 편중돼 있는 한국의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CPTPP가 제시된 것이다. 2024년 기준 대미 수출 비중은 약 18.7%, 대중 수입 비중은 19.5%다. 특정 수출국에 집중된 만큼 수출 품목도 자동차·반도체·기계류 등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소수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일부 품목에만 집중될 수록 통상 리스크가 커진다. 관세뿐 아니라 미중 간 패권 다툼 속에서 한국의 공급망 안정성과 미래 산업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CPTPP가 한국의 무역 다변화 전략에 있어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CPTPP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영국 등이 가입돼 있다. 자원과 시장을 갖춘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와 새로운 수출 시장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는 가입 검토를 재개한 것이다. 여기에 모두 미국 관세에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연대해 공동대응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섞여 있다.

사실 한국 정부는 이미 CPTPP 가입을 오래전부터 검토해 왔지만 아직까지 결론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 CPTPP 가입을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2022년 4월에는 'CPTPP 가입 추진 계획'을 의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과의 외교 갈등, 농어민 단체의 강한 반발 등에 부딪혀 가입 추진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CPTPP 가입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정부 내부 검토 수준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가입국 대부분과 FTA 맺은 한국, CPTPP 실효성 의문


국제 통상의 양축인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경제협력체라는 점에서 CPTPP는 수출 다변화를 꾀하는 한국에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상 CPTPP는 한국 수출 다변화에 큰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CPTPP 가입국 대부분이 이미 한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회원국인 호주, 캐나다, 베트남,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등 10개국은 이미 한국과 FTA를 맺고 있다. 이에 CPTPP 가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관세 인하나 시장 접근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중복 협정으로 인한 '무역 전환 효과'가 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중이 배제된 경제협력체이지만, 미중 패권 전쟁에서 무관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CPTPP는 본래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주도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과거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무역 질서를 미국이 주도해야 한다는 전략 아래 TPP를 추진했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탈퇴했다. 이후 협정은 지금의 CPTPP로 재편됐다.

미국이라는 핵심 축이 빠졌지만, CPTPP는 여전히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중국은 CPTPP 가입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가입 신청까지 제출했으나, 일본이 적극 반대하면서 중국 견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환태평양 국가가 아닌 영국이 최근 CPTPP에 가입하고, EU(유럽연합)도 가입에 관심을 보이면서 CPTPP는 서방세력의 경제협력체로 기울고 있다. 미국이 빠졌지만, CPTPP는 여전히 미국의 환태평양 전략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기존 FTA보다 높은 자유무역 기준…국내 산업 부담


더구나 CPTPP는 한국이 기존에 체결한 FTA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과 규범 준수를 요구한다. 단순한 관세 철폐를 넘어, 투자·서비스·지식재산권·노동·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국내 산업·투자와 관련한 법을 개정해야 했던 한미FTA처럼 CPTPP도 국내 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CPTPP는 회원국 간 상품 무역에 대해 평균 96.3%의 관세 철폐율을 요구한다. 이는 한국이 체결한 FTA의 평균 관세 철폐율 79.1%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농축수산물 분야에서 민감한 품목에 대한 보호 장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한국은 개별국가와의 FTA에서 쌀 등 민감 품목에 대해 협상에서 제외하는 등 보호장치를 두고 있지만, CPTPP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더구나 CPTPP는 검역절차를 비관세장벽으로보고 완화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은 FTA를 통해 대부분의 농산물을 개방했지만, 검역을 이유로 외국산 농산물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 CPTPP에서는 이 같은 조치들이 원천봉쇄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CPTPP 회원국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농업 강국의 값싼 농산물과 수산물이 대거 국내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CPTPP는 디지털 무역과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특히 위한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현재 수요가 높은 K-콘텐츠 산업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국내 산업이 새로운 규제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CPTPP는 공공조달 시장의 개방과 외국 기업의 참여 확대를 요구한다. 이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특히 의료·교육·법률 등 일부 민감 서비스 분야에 대한 외국 자본의 진입 가능성도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비교적 경쟁력이 높은 한국의 제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일본의 수출 제한 사태를 생각하면 한국의 소부장 시장이 일본에 장악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5.08.23. ⓒ뉴시스

사실상 일본과의 FTA...'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가입' 조건화 우려


가장 큰 문제는 일본과의 관계다. CPTPP는 미국이 빠지면서 사실상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CPTPP 가입은 곧 일본과 높은 수준의 FTA를 맺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일본은 한국의 CPTPP 가입을 두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일본산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과거사 문제다. 과거 정부에서도 CPTPP 가입과 관련해 가장 큰 반대를 받은 부분이다. 만일 CPTPP 규범에 따라 일본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요구 등을 수용해야 할 경우 반대 여론이 재점화될 수 있다.

여기에 CPTPP는 만장일치로 가입을 승인하고 있어 다른 회원국의 요구사항도 들어줘야 한다. 각국 FTA에서 한국 정부가 막아놨던 보호장치들이 해제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광장세력' 반대 재점화될 듯...더 강한 신자유주의가 해법일까?


정부의 CPTPP 가입 재검토는 윤석열 정권 퇴진을 이끌었던 '광장 세력'의 큰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CPTPP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계부터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4일 논평을 내고 "기존 FTA에서 관세를 철폐하지 않았던 품목들은 쌀, 고추, 마늘, 양파 등 대부분 우리 국민의 주요 먹거리이자 농민들의 주요생산품목"이라며 "이마저 개방한다면 우리 농업과 생산기반은 완전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CPTPP 가입은 자동차 몇 대, 휴대전화 몇 개 팔아보겠다고 우리의 생산기반을 통째로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식량주권 없이는 세계화시대에 당당한 자립국가가 될 수 없다'는 남태령 시민의 외침을 기억해야 한다"고 가입 검토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CPTPP 가입 재검토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자국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기존 자유무역 질서는 흔들리는 가운데 대안으로 제기된다. 자유무역질서가 흔들리고 있으니 더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체제로 가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자유주의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지적한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CPTPP의 문제 핵심은 국민국가의 권한을 시장 권력이 침해한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를 피하고 싶으면 CPTPP를 해선 안 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권력이 국가 권력을 침해하는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미국의 제조업 몰락 등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대한 반대 기조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가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더 강한 자유무역체제는 또 다른 트럼프를 낳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다.

나 교수는 "우리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통상 정책을 하려면 각 나라의 정책적 자율성이 지켜지고, 보편적인 규범이 통하는 비지니스가 돼야 한다"면서 "관리되고 규범이 있는 자유무역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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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사라질 수도... "영정사진 찍으러 오라"는 사람들

[2025 환경생태 현장르포]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원종태 활동가와 함께한 대흥란 답사

사회 정윤영(y_iuna)

25.09.05 17:14최종 업데이트 25.09.05 20:23

기후위기와 생태학살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정의. 하루하루 현실로 다가오는 생존의 위기 앞에서 과연 다른 세계는 가능할 것인가를 묻는다. 다른 세계는 물론 가능하다고 믿는다. 다만 다른 행성이 아니라 바로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과 아직 푸른 하늘과 바다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나무와 새들, 함께 호흡하는 뭇생명들이 공존하는 세계를 함께 상상하고자 한다.[기자말]

골프장 예정지로 지정된 노자산의 모습.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산에 골프장이 들어선다. 18홀짜리 골프장 하나가 들어서는데 최소 30만 평의 산이 깎인다. 키가 큰 나무와 온갖 꽃들이 베이고 흙과 바위가 속절없이 쓸려 나간다. 온갖 동물들이 흙과 함께 쫓겨난다. 30만 평, 축구장 150개 면적의 살아있는 산이 사라지고 녹색으로 고르게 뒤덮인 잔디가 들어선다.

골프장에는 생명이 살지 못해 녹색 사막이라 부른다. 그런 골프장이 전국에 525개(2024년기준,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있다. 한국의 골프장 개수는 전 세계 8위, 국가 면적 대비 전 세계 3위('한국 골프장 숫자 전 세계 8위?', <뉴스톱>, 2023. 09.27)이다.

골프장 건설로 생기는 지역 갈등과 환경 파괴 등의 문제는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국적인 땅값 폭등으로 재벌들의 부동산 소유에 대한 여론이 커지자, 기업들은 부동산을 줄이는 대신 비난을 피하면서 부동산을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골프 대중화 정책이 추진된 것은 바로 그때이다.

먼저 1988년 교통부 장관의 '골프장 조성 사업 계획 승인권'을 각 시, 도지사에 넘기는 방침이 정해졌다. 그때도 명분은 지방 재정 확충이었다. 승인권이 넘어가자마자, 농경지와 산림 보전 지역에도 골프장을 지을 수 있도록 법령이 바뀌었다. 다음 해 5월 대통령은 골프 대중화를 지시하고 당시 체육부가 이를 추진했다. 차례차례, 빠르게 골프장 건설을 위한 정책이 착착 진행되고 1990년, 재벌이 소유한 골프장은 업무용으로 인정받는다.

'토지 투기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특혜(조성윤, '개발, 환경, 그리고 농촌 공동체의 붕괴' 1993.)', '국가가 정치 자금과 뇌물을 받는 형태로 골프장 승인이 이루어'진 것(윤종한, '환경문제에 대한 국가 대응 양식에 관한 연구', 1992)'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였다.

골프장이 마구 생겨났다. 지역 재정 확충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골프장이 들어선 자리는 주민들이 농사를 짓던 땅이었고, 동식물이 살던 산이었다. 골프장은 지역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했고, 대중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회원제 골프장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골프장을 반대했다.

물론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사업자는 행정기관을 등에 업고 승인을 얻을 수 있었으며 보상금으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골프장이 들어서자 산과 함께 마을이, 공동체가 무너졌다.

산은 물을 품고 있지만 잔디는 주변의 물을 빨아들인다. 잔디가 자라기 위해서는 비료와 살충제, 살균제와 제초제를 뿌려야 한다. '독(조지 마시, <인간과 자연>)'을 뿌리지 않으면 땅은 식물들의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온갖 독성 물질이 물과 함께 흙으로, 또 하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농약에는 EU에서 사용이 금지된 어독성 I 급 클로로탈로닐 살균제를 비롯해 발암 물질인 비펜트린, 이프로디온 등이 들어있다. 전국 골프장에 쓰이는 농약은 294품목으로 213톤(2021년 기준)이 사용됐다. 골프장이 들어서자 산이 메마르고, 물과 땅에 독이 흘렀다.

거짓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에도 사업 승인, 걸림돌 없어진 난개발

올해는 팔색조 새끼 열다섯 마리가 골프장 예정지에서 태어나 숲을 날아다닌다. 노자산은 팔색조가 잠시 머무르다 가는 곳이 아니라,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집이자 고향이다.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경남 거제 노자산에도 골프장이 들어선단다. 100만 평의 땅에 관광 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100만 평의 깎아지른 산을 골프장으로 만들려면, 160만 톤의 흙을 파내고, 173만 그루의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 사업주는 경동건설(주), 경상남도에서 승인하고 협의 기관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이다. 2017년 경동건설에서 '거제남부관광단지' 지정을 신청할 때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

2018년 전략환경영향평가(아래 전략평가, 환경영향평가 중 하나로 개발기본계획 단계에 해당한다) 협의가 완료되고 2019년 경남도는 거제남부관광단지로 지정한다. 그러나 전략평가는 거짓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환경단체는 거짓 작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조사를 요구했다.

국립생태원이 조사하자 관광 예정지 면적 중 1.8%라던 생태자연도(자연환경을 생태적 가치, 자연성, 경관적 가치 등에 따라 등급화하여 자연환경보전법 제34조의 규정에 의하여 작성된 지도) 1등급이 41%로 나왔다. 생태자연도 1등급은 보존 가치가 높아 개발이 매우 제한되는 구역이다.

산지경사도도 거짓이었다. 개발 예정지 43.7%가 경사도 25도 이상으로 급경사이다. 경사도가 심한 만큼 훼손이 심각하기 때문에 골프장으로 적합하지 않다. 전략평가에서는 경사도를 낮추기 위해 바다의 면적을 포함해 경사도를 계산했다가 바다 면적을 제외하라는 수정 권고를 받았다.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등 법정보호종도 없거나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고 거짓 작성했다. 환경부는 생태자연도를 수정하도록 했고, 2020년 낙동강환경청은 전략평가를 거짓 작성한 업체를 고발했다.

개발은 멈춘 듯 보였다. 부산지검은 전략평가를 작성한 업체를 기소했고, 낙동강환경청은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를 개최했다. 경동건설은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2022년 정권이 바뀌자 상황이 달라졌다. 사업체는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했다. 환경부는 낙동강환경청에 생태자연도 1등급을 적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고, 멸종위기종 추가 조사를 조건으로 본안에 협의해 준다. 그 사이 거짓부실전문검토위원회는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이나 부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한편 전략평가를 거짓 작성한 업체 관계자는 환경평가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다시 공동조사를 실시했다. 시민과 환경단체가 낙동강환경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수차례 생태보고서를 발간하고 또 수없이 많은 기자회견과 캠페인을 한 결과였다. 공동조사 결과 전략평가에는 없다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대흥란 727촉을 발견했고, 거제외줄달팽이 22마리를 찾았다. 거제에는 법정보호종 50여 종이 살고 있었다. 특히 거제외줄달팽이는 멸절된 줄 알았던 종이었다.

거제외줄달팽이를 만난 것은 우연이라고 했지만, 노자산을 지키려는 시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매일같이 산을 오르고 대흥란과 팔색조를 찾아나선 덕이었다.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의 원종태 활동가는 거제외줄달팽이를 만난 날을 잊지 못한다.

"팔색조 우는 소리를 따라다니다가 지쳐서 앉아 있는데, 이상한 달팽이가 하나가 보여요. 껍데기가 거제외줄달팽이 같더라고요. 멸종위기종 중에 유일하게 '거제'자가 붙어 있어서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전문가랑 다시 조사를 갔어요. 그동안 껍데기만 가지고 연구할 정도로 (거제외줄달팽이가) 귀했다더라고요. 폭우가 오는 날 가슴 장화를 신고 올라갔는데, 그날 거제외줄달팽이를 찾은 거예요. 그 뒤로 5년 동안 100마리쯤 봤어요. 거제외줄달팽이한테는 여기가 제일 좋은 장소인 거죠."

비가 오는 날이면 노자산에서 거제외줄달팽이를 볼 수 있다.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멸종위기종이 확인되자 낙동강환경청은 본안에 조건을 추가한다. 대흥란 727촉 중 230촉을 이식하고, 그 가운데 23촉의 경우 2년간 생존 여부를 모니터링한다는 내용이다. '대흥란 이주 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대흥란 증식 기술을 보유한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와 협업을 통해 이주·이식을 실시할 계획'이라는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라 대흥란 이식을 허가한 것이다. 그러나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대흥란 증식은 연구중이며 이식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원종태 활동가는 두꺼운 환경영향평가서를 한 장씩 넘기며 '이것도, 또 이것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의 환경영향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할 때 그는 격앙되어 있었다.

"환경영향평가제가 제 역할을 하면 난개발을 막을 수 있어요. 이것 말고는 걸림돌이 없어요. 왜냐하면 (사업자나 행정) 모두 같은 편이니까. 지금 환경영향평가는 그냥 통과의례예요. 사업 계획의 마지막 단계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사회적 비용이나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간 거예요. 애초에 전략평가를 공정하게 했으면 헛돈 안 쓰고 사회적 갈등도 이렇게까지 안 생겼겠죠.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를 사업 계획 전에 하도록 하자는 거예요."

그러니까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되었다면 출발조차 하지 못했을 사업이었다. 할 수 없는 사업, 해서는 안 될 개발을 하려니 거짓이 늘고 일이 복잡하게 꼬여갔다. 환경영향평가를 작성하는 건 개발사업을 하는 사업체지만, 사업체뿐 아니라 행정기관의 역할을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는 멸종위기종 보호 책임이 있어요. 공무원들이 대놓고 (멸종위기종)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난리냐고 얘기해요. 국가의 귀중한 자산을 사업자한테 맡겨버리면, 사업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시키려고 할 거예요. 이미 땅도 다 파헤쳤는데 어짤기고, 잘못은 있지만 되돌릴 수 없다는 '사정판결'(처분이 위법하지만 취소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아 기각하는 판결)을 받으려고 죽어라 속도 내는 거예요."

일이 복잡해지는 만큼 지역 주민들의 갈등도 깊어졌다. 노자산을 사이에 두고 탑포 마을과 율포 마을이 갈라졌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물이 오염되고, 물에 살아가는 생명들은 사라질 게 뻔하다. 남해에 기대 살아가는 어민들은 먹고 살 일이 막막해진다.

골프장을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다.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이 집회를 하면 그 앞에서 맞불집회를 한다. 2017년 처음 주민설명회를 할 때만 해도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던 주민들은 '마을 복지시설과 주민고용 등 보상'을 이유로 찬성으로 돌아서 '남부관광단지 탑포마을 대책위'를 만들었다. 갈등이 심하겠다고 하자, 원종태 활동가는 한숨을 푹 쉬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아~ 말이 아니죠. 우리는 죽겠다고 데모하고, 또 (사업체와) 협상이 끝난 주민들은 빨리 만들라고 맞불집회하고. 서로 마주 보고 이게 뭔 일입니까. 마을 주민들은 평당 천 원짜리 땅을 5만 원, 10만 원에 사준다니까 지금이 절호의 기회인 거예요. 저한테도 '이기 어찌 되겠노? 지금 팔아야 될 시기가?' 물어보는데 본심은 그거죠. 제가 볼 때 대규모 개발의 최대 목표는 부동산 가치 상승이에요."

갈등이 깊어지자, 경남도는 2022년 사회대통합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개발 부지에서 제외하는 등 협의 내용을 권고했지만, 경동건설은 골프장 건설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현재 골프장을 공공 필요성이 있는 체육시설로 인정받기 위해 국토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토지강제수용을 요청한 상태이다.

토지보상법에 따라 공익사업으로 인정받으면 협의 매수되지 않은 사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관광단지는 공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결된 토지수용계획을 2025년 다시 요청한 것이다.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결과를 기다리며 다음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기사를 쓰는 동안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거제남부관광단지' 공익사업 인정 심의 결과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 관광단지의 핵심은 27홀짜리 골프장. 중토위가 골프장을 공익사업으로 인정해 준 꼴이 되었다.)

(관련기사: 거제 노자산 개발, 토지 강제 수용 가능 결정 두고 논란 https://omn.kr/2f552_)

땅속 균들의 네트워크로 살아가는 대흥란

땅 위로 올라온 대흥란. 땅속에는 대흥란의 뿌리줄기와 근균이 한 몸처럼 얽혀 있다.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지난 7월 13일,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과 함께 대흥란 답사를 위해 시민 30여 명이 노자산에 올랐다. 시민들은 골프장 건설로 곧 사라질 '대흥란의 영정사진'을 찍으러 와달라는 말에 모였지만, 사실은 대흥란의 최대 서식지, 노자산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산에 오르기 전부터 원종태 활동가는 사람들에게 조심해서 걸으라고 신신당부했다. "여기 전부가 대흥란밭"이었기 때문이다. 산에 오르며 본 대흥란만 200촉이 넘었다. 답사에 함께 한 김종원 식물사회학자는 '골프장이 아니라 대흥란 보전지역을 만들어야 할 곳'이라고 평했다. 시범적으로 이식한 대흥란에는 분홍색 테이프가 둘러 있었고, 이식 장소에는 깃대가 꽂혀 있었다. 김종원은 대흥란 이식은 '성공한 사례도 없고 이식한 사례도 없다'고 열을 올렸다.

"대흥란은 땅속에 뿌리줄기가 연결되어 있거든요. 뿌리 하나에 몇 촉이 있어서, 꽃대가 하나만 올라왔더라도 나중에 십 수개가 올라올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체 서식지가 의미가 없습니다. 근균과 나무가 오랜 세월 동안 땅속에서 관계 맺었는데, 산을 통째로 들어올리면 몰라도 이식은 말이 안 돼요."

대흥란은 난초과의 부생식물로 근균에 기대서 살아간다. 근균도 식물뿌리와 공생체를 이루어 식물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땅에 살며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대흥란만이 아니다.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거제외줄달팽이와 도롱뇽, 그리고 인간도 이 땅에서 같은 물과 공기와 햇볕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땅이 파헤쳐지고 근균의 네트워크가 훼손되면, 식물과의 연결은 끊어지고 산은 생기를 잃는다. 팔색조는 고향을 잃고, 거제에만 살아서 거제외줄달팽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는 아마 멸종될 것이다. "나무 하나 쓰러질 때 온 산이 함께 운다"(<멸종위기종>, 원종태, 푸른사상)라고 한 이유이다. 동물이 살지 않는 땅은 죽어가는 땅, 죽은 땅에서 인간의 삶이,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지 묻게 된다.

대흥란 답사를 위해 모인 사람들 바로 옆에는 골프장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남부관광단지가 희망’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골프장을 반대하는 주민도 찬성하는 주민들도 ‘생존’을 외치고 있었다. 대흥란이 살아가는 노자산에 오르고 보니, 산을 지키자는 목소리는 지역개발과 대립하는 ‘한가로운 주장’이 아니라 공존해야 생존한다는 절박한 외침이었다.정윤영

덧붙이는 글 기획 공동진행 : (사)세상과함께,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환경르포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노자산 #골프잔 #거제남부관광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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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과 회담 중 북한에 특수부대 침투 승인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9/06 07:27
  • 수정일
    2025/09/06 07:2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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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안보

  • 입력 2025.09.05 23:55

  • 수정 2025.09.06 00:28

  • 댓글 0

뉴욕타임스 "2019년 초 김정은 도청 극비 작전"

북한 반발 예고…문재인 정부 이 작전 알았나?

미 네이비씰, 북 해안 접근했다 민간인들 사살

백악관, 합동특수전사령부, 존 볼턴 논평 거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인 2019년 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미 해군 특수부대의 북한 침투를 허용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 06. 30 [AFP=연합뉴스]

트럼프, 김정은과 협상 중이던 2019년 초

김정은 도청차 북에 특수부대 침투 승인

뉴욕타임스(NYT)는 5일 '씰(SEAL) 팀6'의 극비 북한 침투 임무는 어떻게 실패했나'란 기사에서 미 해군 특수부대 중 최정예인 네이비씰 6팀 요원들이 2019년 초 한 겨울밤 '김정은 도청' 극비 작전을 맡아 북한 해안에 침투했다가 조우한 비무장 북한인들을 사살했을 뿐 임무를 마치지 못한 채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무는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급 핵 협상 중이던 북한의 은둔형 지도자 김정은의 통신을 도청할 수 있는 전자 장치를 심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면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시도 등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가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에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북한이 반발할 만한 극비 내용을 NYT에 흘려준 것은 북미 대화 재개를 방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또한 당시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한국 내에서 벌어진 이런 미국의 극비 작전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NYT는 이 같은 내용을 익명을 요구하는 수십 명의 전·현직 미 정부 및 군 관계자를 인용해 처음으로 폭로했다. 이 내용은 미 의회에도 보고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기밀로 유지돼왔다. 이 보도에 대해 백악관은 물론 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도 논평을 거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도중 악수하고 있다. 2025. 09. 04 [EPA=연합뉴스}

사실 드러나면 북미 대화 가능성에 악영향

북 반발 예고…문재인 정부 이 작전 알았나?

북한 침투 작전에 투입된 네이비씰 팀6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던 부대이며, 작전 개시 이전에 미국 해안에서 수개월 동안 훈련을 벌였다. 작전 당일 투입된 미 특수부대 요원 중 일부가 북한 해안에 도착하는 순간 어두운 바다위에 북한 민간인 여러 명을 태운 선박이 나타나자, 발각될 것을 우려해 이들을 모두 사살한 뒤 잠수함으로 돌아왔고, 결국 작전은 실패했다고 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인 2005년에도 미 네이비씰 대원들이 소형 잠수함을 이용해 북한 해안에 상륙했고 발각되지 않고 되돌아왔다고 한다.

NYT는 "군 관계자들은 2018년 가을, 북한과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씰) 팀6를 감독하는 합동특수작전사령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침투) 준비를 승인받았다고 말했다"며 "트럼프의 의도가 협상 중 즉각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더 광범위한 목표였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5일 트럼프 미 행정부 1기 때인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2019년 초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씰 팀6를 북한에 침투시켰으나 작전이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2025. 09. 05 [뉴욕타임스 캡처]

미 네이비씰, 북 해안 접근했다 민간인들 사살

백악관, 합동특수전사령부, 존 볼턴 논평 거부

NYT는 "트럼프가 처음 취임했을 때 최우선 순위는 김정은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김정은은 갈수록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해 보였고, 그와 트럼프 관계는 우정의 편지들과 공개적 핵전쟁 위협 사이에서 변덕스럽게 요동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8년에 (북미) 관계는 평화를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험들을 중지했고 양국은 협상을 개시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김정은의 의도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때 미 정보기구에서 백악관에 김정은을 도청할 수 있는 최신 전자 장치를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27일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한미 장병들이 부교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육군 제7공병여단과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제11공병대대 등이 참여했다. 2025.8.27 연합뉴스

NYT는 "씰 팀6는 몇 달간 미국 해역에서 훈련했고 2019년 첫 몇 주간 준비를 계속했다. 그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은 그달 말에 베트남에서 핵 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임무를 위해 씰 팀6는 미 해군 최고의 수중 팀과 협력해 핵 추진 잠수함에 타고 북한으로 향했으며, 잠수함이 공해에 진입하고 통신이 차단되기 직전에 트럼프로부터 최종 작전 승인을 받았다. 이에 대해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과 국방장관 대행인 패트릭 섀너핸은 논평을 거부했다. NYT는 "북한이 이 임무를 얼마나 파악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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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수가 드러낸 적폐 실태…"검찰개혁 5적 사퇴하라"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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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9.04 22:00

  • 수정 2025.09.04 22:44

  • 댓글 2

여론 지탄에 통일교 한학자 총재 변호인 사임해

이재명 정부 첫 민정수석이 특검 수사 방패 노릇

김오수 전 검찰총장도 통일교와 자문 계약 취소

전관예우 이용 최악 돈벌이…검찰 썩은 풍토 확인

촛불행동 "현 정부에 이런 자가 오광수뿐만 아냐"

"임은정이 지목한 검찰개혁 5적, 인적 청산 필수"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의 변호인단에 합류해 특검 수사의 방패 노릇을 한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여론의 지탄이 쏟아지자 결국 변호인직에서 사임했다. 한 총재에게 법률 자문을 해온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박상진 특검보와 같은 로펌 소속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미 통일교와의 자문 계약을 취소한 바 있다.

오 전 수석이 변호사로서 소속된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4일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오 변호사가 오늘 민중기 특별검사 쪽에 사임서를 제출하고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 변호인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를 통해 한 총재 사건 수임 사실이 알려진 지 이틀만이다. 그는 지난 2일 한 총재의 변호인 신분으로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을 찾아 박상진 특검보를 직접 면담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오 전 수석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서울서부지검 차장, 청주지검장, 대구지검장 등을 지낸 대표적 검찰 '특수통' 출신이다. 그는 지난 6월 8일 이재명 정부의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으나 거액의 차명 재산 관리 및 대출을 둘러싼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임명 5일 만에 사퇴했다.

하지만 그 5일 사이에 특검법이 공포됐으며 국회가 3대 특검을 추천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대통령을 보좌해 특검 임명 과정에 관여했던 직전 민정수석이 비위 행위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반성하고 자숙하기는커녕 불과 3개월 만에 수임료에 눈이 멀어 특검이 수사하는 주요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관예우를 이용한 최악의 돈벌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그럼에도 오 전 수석은 언론 취재에 "(한학자 총재 측에) 변호인들이 많이 계시는 걸로 알고 있다. '원 오브 뎀(one of them)'이겠지 뭐. 그렇게 이해합시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변명해 더욱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재명 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면서 여권 안팎의 압박이 커지자 오 전 수석도 더 못 버티고 한 총재 변호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순찬의 만화시사. 시민언론 민들레

앞서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광수 변호사가 그 안(한학자 총재 변호인단)에 포함됐다는 내용을 듣고 '이게 맞나?'라고 해서 기사 검색을 여러 번 해봤다"며 "적절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본인도 생각이 있었다면 이러한 제안을 왜 받았을까 의아하다"고 개탄했다.

이어 "김오수 전 검찰총장도 (법률자문단에) 포함이 돼 있고, (특수통 검사 출신이자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 변호를 맡았던) 강찬우 변호사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사람들이 포함될 정도면 통일교와 검찰의 관계가 도대체 얼마나 깊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수임료 때문인지 관계 때문인지, 두 가지를 다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과 김오수 전 검찰총장 사례를 통해 전관예우를 비롯한 검찰의 뿌리 깊은 적폐 풍토가 새삼 확인된 가운데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목했던 '검찰개혁 5적'에 대한 사퇴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검찰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개혁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왔던 임은정 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긴급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가 '참사' 수준이라며 대통령실 봉욱 민정수석과 법무부 이진수 차관, 성상헌 검찰국장, 김수홍 검찰과장, 그리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을 '검찰개혁 5적'으로 규정한 바 있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개혁의 쟁점은 무언인가 :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주제로 열린 검찰개혁 긴급 공청회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는 촛불행동,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연구소,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조국혁신당 황운하·박은정 의원 주최로 열렸다. 2025.8.29. 연합뉴스

촛불행동은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적임자라고 했던 오광수 전 민정수석은 결국 내란 세력의 편으로 갔다. 문제는 현 정부에 이런 자가 오광수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언급한 검찰개혁 5적은 겉으로는 검찰개혁을 말하지만 얼마든지 오광수처럼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봉욱 민정수석은 2022년 검수완박 논란이 있을 때 전직 검찰 간부들을 모아 입장문을 발표하며 반대 의견 피력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심우정 검찰총장이 윤석열 구속취소 즉시항고 포기를 지휘할 당시 대검 부장회의 멤버 ▲성상헌 검찰국장은 친윤 검사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에 대한 보복 수사를 자행하고 검사장으로 승진 ▲김수홍 검찰과장은 검찰개혁을 방해하는 논리를 개발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심우정을 보좌한 대검 부장회의 멤버였으며 이날 검찰개혁의 핵심 쟁점인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한다는 입장까지 내놓은 자라는 점 등을 열거했다.

이어 "내란수괴 윤석열의 측근으로 일하며 승승장구했던 이런 자들이 과연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을 국민 뜻에 따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오광수와 다를 바 없는 자들로 언제든지 내란 세력의 편에서 검찰개혁을 방해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최근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에서 확인된 것처럼 지금도 검찰은 내란과 국정농단의 증거를 인멸하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촛불행동은 '검찰개혁 5적 즉각 사퇴'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김건희 특검이 조사하는 16가지 범죄 혐의 중 대부분이 과거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들이다. 몇 주간의 특검 수사에서 다 드러난 범죄 혐의에 대해 검찰은 수사도, 기소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인적 청산을 통해 정치검찰을 해체하고, 검찰청 해체로 검찰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바로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길이다. 검찰개혁 5적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촛불행동은 이날 곧바로 검찰개혁 5적 사퇴 범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아울러 5일 저녁 7시부터 대통령실 인근 용산구 삼각지어린이공원에서 '검찰개혁 5적은 즉각 사퇴하라!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 검찰개혁 5적 즉각 사퇴 범국민 서명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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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북을 최상급으로 의전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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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다송 기자
  •  
  •  승인 2025.09.04 18:42
  •  
  •  댓글 0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많은 장면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망루에 선 모습이었다.

이번 행사에는 26개국 이상의 정상과 대표단이 참석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푸틴 대통령과 함께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았다. 중국 외교부 차관보는 “전승절 기간 외빈 의전 순서는 푸틴 대통령이 1순위, 김정은 위원장이 2순위로 확정되었고, 이에 따라 입장과 배치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조선)이 국제 무대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대우를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래서인지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 장면에 주목하며 다양한 반응과 해석을 내놓았다.

BBC, AP통신 등 서방 언론은 이번 행사를 두고 “중국이 미·중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북을 반서방 전선의 우군으로 세우려는 이벤트”, “북·중·러 연대를 통해 미국 중심 질서에 도전하려는 행보” 등으로 분석했다. 요컨대 ‘중국 주도의 반미·반서방 연대 과시 속에서 북을 전략적 카드로 활용했다’는 시각이다.

국내 언론들도 이와 유사한 맥락을 유지하면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북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며 대미 협상에서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연출”, “러시아 의존을 완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이번 행사는 항일전쟁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이 맥락에서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반파시스트 전선을 이끈 러시아를 최우선으로 예우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중국과 함께 동북항일연군을 구성해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던 조선을 예우한 것 역시 당연하다.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조선을 최상위로 대우한 것은 정치적 함의 이전에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현실 정치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조선은 이미 핵억지력을 갖춘 전략국가로 자리매김했고, 중국도 이를 부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26개 참가국 가운데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중국, 러시아, 조선 세 나라뿐이었다. 이는 중국이 조선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결국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선 장면은 중국이 조선의 정치적·군사적·역사적 전략 가치를 전면적으로 인정했음을 보여주는 외교적 신호라 할 수 있다.

 박다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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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건희 일가 공흥지구 특혜 또 있다···‘유령 하수처리장’ 들여다보는 특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9/05 09:05
  • 수정일
    2025/09/05 09:0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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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9.05 07:17

 

가족회사 ESI&D 사업 승인 조건이었는데

2016년 개발 완료 때까지 첫 삽도 안 떠

양평군, 조건 미충족 알고도 아무 제제 안 해

경찰 “문제없다” 결론 냈지만 특검 ‘재검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사진공동취재단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경기 양평 공흥지구를 개발하면서 사업기한 연장, 분담금 감면 외에 또 다른 특혜를 받은 정황을 확인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사업 승인 조건이었던 개인하수처리장 설치를 착공조차 하지 않고도 아무 제재를 받지 않은 것이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김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를 불송치하면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결론 냈는데, 특검이 판단을 뒤집을지 관심이 쏠린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씨가 운영하는 가족회사 ESI&D는 2011년 9월 양평군에 공흥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요청하면서 410t 규모의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당초 ESI&D는 하수를 공공하수처리시설에 버릴 계획이었으나 양평군이 “해당 사업부지는 (공공)하수처리구역 외 지역으로 방류수 수질을 5㎎/ℓ이하로 처리할 수 있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면서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ESI&D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할 것처럼 서류를 만들고는 2016년 도시개발을 완료할 때까지 첫 삽조차 뜨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ESI&D는 양평군에 공용시설이 있는 아파트 단지 지하 1층에 정화조 두 개를 만들겠다고 오수처리시설 설치 위치도를 그려 제출했다. 또 “무산소·혐기·호기·탈기조와 침지식 중공사막을 이용한 오수처리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인 공법도 소개했으나 설치하지 않았다.

ESI&D가 제출한 개인하수처리장 위치도.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ESI&D가 제출한 개인하수처리장 위치도.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양평군은 이처럼 ESI&D가 사업승인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공흥지구가 하수처리 예정구역으로 지정돼 공공하수처리장을 쓰게 되었으므로, 개인하수처리장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어져 문제가 없다는 게 양평군의 논리였다. 그러나 공흥지구가 하수처리구역에 포함된 것은 2015년으로, ESI&D가 개발을 시작한 2011년보다 4년이 지난 뒤다. ESI&D가 4년 뒤 통과될 양평군의 정책을 예상해 착공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애초에 양평군이 김 여사 일가에게 아파트 개발을 할 수 있게 허가한 것 자체가 특혜라는 시각도 있다. 공흥지구는 상수원인 팔당호를 끼고 있어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1권역에 해당한다. 환경정책기본법상 1권역엔 원칙적으론 아파트 건설이 금지된다. 오수를 공공하수처리시설에 처리하도록 정해진 건축물, 지역주민 공공복리시설, 군사시설 중 환경부 장관의 동의를 받은 건축물만 건설할 수 있다.

앞서 경찰은 2023년 최씨를 불송치하면서 “공흥지구 개발부지가 수질보전지인 것은 맞지만, 양평군의 하수도 정비 기본 계획 등에 따라 하수처리시설 설치 등의 여러 의무 사항을 준수하면 아파트 건설 역시 조건부로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검이 하수처리장 의혹을 다시 들여다보고 경찰 판단을 뒤집을지 주목된다.

특검은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양평군에 대한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특검은 지난 7월25일 개발 당시 군수였던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1일엔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충식씨를 압수수색하고 22일엔 양평군청, 양평군 공무원 등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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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자처한 추경호 “계엄 해제 방해? 국힘 안 들어가도 의결 영향 없어”

‘원내대표실 있으면서 왜 표결 참여 안 했냐’는 질문엔 “총의 모으는 게 원내대표 책무”

남소연 기자 nsy@vop.co.kr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계엄당시 상황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09.04 ⓒ민중의소리

내란 특별검사팀이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가운데,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이 4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추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신의 행적을 밝힌 뒤 “국민의힘이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근거 없는 정치공작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해 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추 의원은 계엄 선포 후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로 소집했다가 국민의힘 당사로 변경했고, 다시 국회로 수정했다가 최종적으로 당사로 바꾸었다. 일분일초가 시급한 상황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물론 당시 야당 의원 대다수가 계엄군의 통제를 뚫고 담을 넘어 국회로 향하던 때, 국민의힘 의원들 일부는 국회로, 일부는 국회 통제를 이유로 당사에 모였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는 “집결 장소를 명확히 해달라”, “추 대표가 직접 말씀해달라”는 글이 여러 번 올라온 사실이 추후 드러나기도 했다.

추 의원은 의원총회 장소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처음 의원총회 장소가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된 배경과 관련해선 “(한동훈 당시 대표가 소집한) 최고위 장소가 국회에서 당사로 바뀌었는데, 실무진과 일부 의원들이 의원총회 장소도 변경해야 하지 않겠냐는 건의가 있었고, 저는 그 건의가 합당하다고 생각해 최고위 장소 변경에 따라 지도부가 당사로 이동하니 의총 장소도 변경해야겠다 결심했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이후 국회 출입 통제가 일시 완화됐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국회로 변경한 뒤, 당사에 모여있던 의원들과 함께 국회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국회에서 당사로 의원총회 장소를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임시 집결 장소의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23시 37분경부터 경찰 2천여명이 동원돼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한다. 제가 당사에서 국회로 진입한 직후에 전면 통제됐다”며 “이후 국회 전면 통제 상황이 의원들간 공유되고 단체방에도 많은 이야기가 나누어졌다. 일부 의원은 들어올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당사로 이동해 자발적으로 가게 되고 저에게 의총 장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다시 방침을 정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저는 불가피하게 국회 출입 전면 통제 때문에 의원들이 국회 안으로 진입하기 어려우니, 할 수 없이 의총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하는 문제를 보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국회에 들어오지 못한 의원에 대한 임시 집결 장소의 의미였고, 의총 장소를 변경했다고 해서 사실상 거기에서 제대로 된 의총을 개최하려던 의미는 아니었다”며 “당사는 국회 바로 길 건너에 있다. 상황이 허락하면 얼마든지 국회로 진입이 가능하고 짧은 시간 안에 국회 이동이 가능한 곳이다. 의총 장소를 불가피하게 당사 공지로 했다고 해서 이걸 표결 방해라고 했다는 건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추 의원은 계엄 해제 표결 당시 일부 의원들과 함께 국회 원내대표실에 있으면서도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선 “원내대표의 책무”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내대표로서 개인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다수의 중의를 모아 행동하는 게 원내대표의 책무이기도 하다”며 “당시 원내대표실에 있으면서 당사에 다수 의원들이 계시니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의견을 모아달라고 요청한 상태고 그 답을 기다린 상태였다. 그래서 원내대표로서 해야 할 책무나 위치가 있기 때문에 진중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해체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기 전 이뤄진 우원식 의장과의 통화에서 본회의를 늦춰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당연”한 요구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의원은 “국회의장이 저에게 전화하면서 1시간 뒤인 오전 1시 30분에 본회의를 개최하겠다고 해서, 직감적으로 의원들이 이동 중에 있고 당사에 일정 수 의원들이 있으니 의원들을 모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의장은 1시 30분에 열겠으니 그리 알라며 전화를 끊었다”며 “다시 7분 뒤 의장이 다시 전화해 30분 앞당겨 1시에 본회의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이게 너무 급하지 않나, 들어갈 시간을 달라’고 했고, 다수 의원들이 출입 통제로 못 들어와서 당사에 있는데 국회의장이 의원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의장은 ‘여당이 경찰에 요청하라, 이미 의결정족수가 확보됐다’고 말하고 끊었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이어 “현재 국회 의석 구조가 당시 거대 야당 192석으로 언제든지 단독 의결 정족수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우리 의원 일부가 들어가고 들어가지 않고가 의결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애초부터 아니었다”며 “이런 상황을 보면 국민의힘이 표결을 방해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자 정치공세용 거짓 프레임”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로 사흘째 특검의 원내대표실 압수수색을 막아서고 있다. 이날은 조은석 특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까지 했다. 이와 관련, 박지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른 원만한 진행을 위해 현재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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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직접 예산 토론? 28년만에 처음 봐...낭비성 예산 5조원 구조조정"

[김종철의 더토크]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 참석,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의 '진짜 예산' 이야기

25.09.04 11:48최종 업데이트 25.09.04 14:09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실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매년 수백조 원의 돈이 쓰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정부 예산, 나라 살림 이야기다. 윤석열 내란사태 후,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이 나왔다. 말 그대로 아직 '안(案)'일 뿐이다. 그럼에도 규모만 따지면 사상 최대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 예산안은 728조 원. 침체된 민생경제를 살리고 성장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관련기사: 이재명 첫 예산안 728조, '진짜 성장' 시험대 올랐다 https://omn.kr/2f4e6).

이보다 앞서 지난달 13일 대통령실에선 이례적인 회의가 잡혔다.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대통령 뿐 아니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예산관련 주요 경제부처 간부와 함께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정부연구기관 등이 참석했다. 이날 사회를 맡았던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은 "사상 최초로 대통령과 예산을 편성하는 공무원, 재정분야 전문가들이 자유 토론을 벌이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날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 편성과정에서 27조 원에 달하는 지출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큰 폭의 예산 증가에 맞춰 낭비성 예산 등을 대폭 줄이겠다는 것. 당시 회의에 참석한 우석진 교수는 "(정부의) 27조 절감 얘기는 믿기 어려운 숫자"라고 했고, 이 대통령은 "설마요, 불신이 깊다"는 발언이 그대로 생중계 됐다. 절감된 예산 가운데 5조원 가량은 나라살림연구소(아래 연구소) 보고서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정 토론회 연 까닭

간담회에 참석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이후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1997년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과 지출 과정에 대한 연구와 감시 활동을 해온 예산 전문가다. 지난 2000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지자체 예산 낭비 사례를 고발하는 '밑 빠진 독 상'을 진행하면서, 16개 사업의 폐지를 이끌기도 했다. 정 소장은 "실제로 '밑 빠진 독'을 모형을 만들어서 예산낭비 보고서를 들고 현장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회고했다. 당시 고발로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낭비성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

- 대통령이 직접 정부 재정을 두고 전문가를 불러 공개적으로 토론을 했는데.

"(예산 문제를 연구한 지) 28년만에 처음 경험한 일이다. 그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들을 상대로 예산 과외를 했었지만, 대부분 '검토해보자' 라는 말만 돌아왔다. 이 대통령은 재정 개혁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갖고 계셨고, 이번에 국민 앞에 직접 보여주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이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종철

- 연구소는 어떻게 참석하게 됐나.

"(대통령실로부터) 지난 6월말에 연락이 왔고, 당초엔 타운홀 미팅 방식이었다. 그런데 수차례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 형식으로 바뀌었다. 아쉬웠다. 이 대통령과는 과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예산 편성과 집행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던 사이였다."

- 간담회에서 정 소장이 제시한 여러 사업과 발언을 담은 영상들이 화제가 됐다.

"(간담회 이후) 많은 문자메시지와 연락을 받았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말그대로 '눈떠보니 유명인'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웃음)…재정과 예산을 주제로 한 영상 조회수가 어마했다. 대통령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당초 준비한 사업과 발언을 다하지는 못했지만…"

"27조 낭비성 예산 절감...국민주권정부의 철학에 맞게 예산 지출 구조 바꿔야"

연구소는 이번 간담회에 앞서 기재부 쪽에 지출 구조조정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사업 내역 공개를 비롯해 납세자 소송제도 도입, 복지급여의 자동지급제 등을 제안했다. 이어 석탄과 사회간접기반시설(SOC), 국가산업단지 조성과정에서의 비효율적인 예산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 간담회 자리에서 기재부가 지출 구조조정을 하면서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기재부는 매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사업 조정을 통해서 예산 낭비를 줄여왔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사업에서 어떻게 지출을 줄였는지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어떤 기준으로 금액이 나왔는지도 밝히지 않는다. 단순한 예산 절감 차원이 아니라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목표에 맞게 예산과 지출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당시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바로 화답했다. 정 소장의 정보공개 지적을 듣고, 기재부 예산실장에게 "무엇을 조정했는지, (공개를) 안 할 이유가 없는데 왜 그랬는가"라며 "오해 받을 필요 없다. (지출 조정이) 확정된 것은 공개하자"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과 예산실장 사이에 나눈 짧은 대화 영상은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낳았다. 이후 기재부는 국무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의 구체적인 지출 구조조정 내역을 열린재정 홈페이지에 자세히 공개했다.

다시 정 소장은 말을 이어갔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기재부 쪽과 사전 협의를 하면서 비효율적인 사업 등 35가지를 제안했는데, 물론 간담회 때는 중요한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다. 낭비성, 비효율적인 예산이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것은 과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일종의 카르텔에 (정부가) 포위돼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주권정부에 맞게 재정 운용도 개혁돼야 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8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개정부 졍제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이정민

- 납세자 소송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을 때, 대통령도 흔쾌히 동의한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 경전철 사업에 불법으로 4000억 원의 예산을 낭비한 전 시장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됐었다. 무려 14년 만에 법원에서 214억 원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우리나라에선 예산 낭비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은 적이 거의 없었다. 미국과 일본에는 납세자 소송제도가 있고, 수십조 원을 정부가 환수하기도 했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정과제로 채택됐지만, 추진되지 못했다."

- 친일파 재산 환수와 국가보훈처 소유의 골프장 매각 사례도 발표했는데, 광복절에 맞춰 사례를 준비한 것인가?

"그렇다. 친일파 재산 문제는 이미 정부에서 나름의 검증과 함께 환수를 추진해 왔다. 아직 환수하지 못한 재산이 1500억 원에 이른다. 주로 진보정권때 추진됐다가, 보수정권때 흐지부지 되는 경향이 컸다. 보훈처 소유의 88골프장도 10년째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수도권에 여의도 면적보다 큰 골프장을 굳이 가질 이유가 없다. 매각 대금이 최소 1조 원은 될 것이라고 추정된다."

"복지급여, 자동지급제로 바꾸는 것은 일종의 혁명"

- 기재부에서 연구소의 제안을 받아들여 5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고 밝혔다.

"석탄과 연탄에 대한 보조금으로 올해만 1354억 원의 예산이 집행된다. 석탄공사가 유일하게 운영하던 도계광업소가 지난 6월 말에 문을 닫았다. 유일하게 남은 민영탄광 한 곳도 2030년이면 폐광된다. 연탄은 기후위기에도 맞지 않고, 국민과 농민들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 이제 바꿔야 한다. 도로와 철도, 공항 등 많은 건설 사업들도 예산들도 공정률이 매우 낮거나 아예 집행 자체가 안 되는 곳들도 많다."

정 소장의 지적 이후, 기재부는 내년 석탄 보조금 90%를 삭감했다. 그는 또 "전국에 걸쳐 만들어진 각종 국가 산업단지가 1331개나 된다"면서 "이들 가운데 생산액 한 푼도 없는 산업단지가 37개나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산단의 분양률이 매우 저조한데도 지역마다 각종 산업단지와 밸리, 연구단지 등을 만들려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기존 산업시설 리모델링하고, 중복투자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 정치권과 외부 기관 등에서 찾는 전화였다. 정 소장은 "9월께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각 상임위와 예결위 등에서 본격적인 예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국회의장이 주최하는 예산재정관련 타운홀 미팅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재정간담회에서 여러 재정 개혁관련 사업과 토론이 있었는데, 가장 평가할만한 내용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복지 부분이었다. 재정의 역할이 커지면서 복지관련 예산 집행이 늘어날 것이다. 특히 지급 방식을 개선하면 복지 재원도 확보하고, 국민들의 삶도 크게 나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신청하는 사람들에게만 예산을 집행할 경우, 복지에 대한 체감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행정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 대통령의 '잔인하다'는 인식과 함께 복지 급여 자격이 되면 자동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혁명에 가깝다고 본다."

- 재정개혁과 함께 기획재정부의 조직개편도 아직 남아있다.

"기재부를 예산과 경제정책 부문으로 나누는 것은 기정사실 아닌가. 공무원 입장에선 오히려 부서 개편과 함께 업무 자체가 늘어나면서 인사적체도 해소되고 장점이 있다. 기획예산처가 부활하면 예산 편성뿐 아니라 성과 분석에 따른 예산 재분배와 국가 경제 장기 계획 등을 세워야 한다.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에 기획예산처에서 '2030 플랜'을 세웠던 것과 비슷할 수도 있다."

연구소는 30명의 연구원을 두고 7년 동안 매주 정부의 세입과 세출 등의 과정을 주시하면서 재정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영혼을 팔지 않고 혁신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책상 위에는 두툼한 보고서가 놓여져 있었고, 내용 곳곳에 형광펜과 메모가 빼곡 했다. 28년 만의 재정개혁에 대한 기대감은 이제 현실이 돼 가고 있다. 그 첫 시험대인 내년도 이재명표 예산안의 처리 시한은 오는 12월 2일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이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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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초선 비하' 발언에 민주당 초선 "윤리위 제소"

김민주 기자

minju@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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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9.03 18:40

  • 수정 2025.09.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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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의원 발언은 국회 기능을 훼손한 것"

이성윤 "국힘 분위기가 그러니 그런 말 나와"

염태윤 "나 의원 비상계엄 때 한 행동 기억해"

"초선의 고민과 정책 역량을 집단 폄훼한 것"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이성윤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초선 비하발언을 규탄하고 윤리위 제소방침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초선 의원들을 향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라",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말한 바 있다. 2025.9.3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3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초선의원 비하 발언'을 규탄하며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의원들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도 나 의원을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말한 것에 대해 '국회 기능을 훼손한 것'이란 취지다.

민주당 초선 의원 70명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나 의원의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법사위원인 이 의원은 "나 의원은 법조계 경력으로 보나 지식으로 보나 나보다 후배"라며 "5선이면 초선 의원보다 5배를 더 잘 아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선 의원이면 도덕성도 높은 거냐"면서 "지금 시대는 국민 모두가 평등한 것 처럼, 국민들이 뽑은 의원들도 모두 평등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나 의원의 발언은 민주당의 현실을 모르고 한 발언"이라며 "민주당은 나이, 초선과 상관 없이 많은 전문가가 있어서 그런 발언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은 (나 의원의 발언 같은) 그런 분위기니 자연스럽게 그런 말이 나온 것 아니냐"며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더 열심히 하겠다. 회복하고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초선인 염태영 의원은 "우리는 12·3 내란의 밤에 나 의원이 어떤 행동을 알고 있다"며 "윤석열 체포 당시 나 의원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도 알고 있다. 나 의원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짓밟았는지 기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12·3 비상계엄 때 윤석열과 통화한 게 드러났고, 이후 계엄 해제 표결에 동참하지 않았다. 윤석열 체포 당시에는 관저 입구에 서서 체포를 방해했다.

염 의원은 "그런 나 의원이 민주당 70명 초선의원을 향해 '가만히 앉아 있어라'고 한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이제 국회의원 초선, 재선, 다선이 계급장으로 인식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추미애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5.9.2. 연합뉴스

초선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나 의원의 발언은 단순한 언어폭력을 넘어서 국회의원으로써 기본 예의와 동료의 존중을 저버린 권위주의적 태도이며 나아가 초선이 겪을 수 있는 고민과 정책 역량을 집단적으로 폄훼한 것"이라면서 "이는 국회라는 공적 공간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나 의원을 향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며 "국회 품위를 떨어뜨리는 이번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는 모든 의원이 동등한 자격으로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는 건전하고 민주적인 의회 문화를 조성하도록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정청래 대표는 오전 국회 본청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 의원 발언에 대해 "국회의원은 초선이든 5선이든 세비, 월급도 같고 똑같은 의무와 권리를 갖는다"며 "5선 국회의원이라고 초선보다 5배 훌륭하거나 5배 인격이 높은 것도 아니다. 구태스럽고 썩은 5선보다 훌륭한 초선 의원이 더 많다"고 했다.

정 대표는 나 의원을 비꼬듯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나경원 선배 의원의 분부대로 가만히 앉아 있더라도 민주당 초선 의원들께서는 가만히 앉아 있지 마시고 활발하게 자기주장을 펼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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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정상 66년 만에 한 자리...동아일보 “反서방 내건 ‘모래성 연대’”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시진핑 ‘왼팔’ 된 김정은, 66년 전보다 위상 높아져”

김건희 여사, 통일교에 명품가방 받은 뒤 “도움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5.09.04 07:38

▲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이동하는 장면이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일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행사에서 함께 망루에 올랐다. 세 나라 정상이 한자리에 선 것은 66년 만으로 새로운 ‘반서방 전선’, ‘신냉전 연대’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 “시진핑 ‘왼팔’ 된 김정은, 66년 전보다 위상 높아져”

시진핑 주석은 기념 연설에서 세계가 “인류는 다시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결, 윈윈(win-win)과 제로섬 게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 국민은 역사적으로 올바른 편에, 인류 문명의 진보의 편에서 평화 발전의 길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관세 협상 등 세계 질서 재편 시도를 전쟁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미 연대를 평화로 분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상 최고 수준 의전을 받았다. 1959년 열병식 때 김일성, 2015년 열병식 때 박근혜 대통령 등이 받은 예우보다 격상됐다. 조선일보는 2면 <시진핑 ‘왼팔’ 된 김정은, 66년 전 김일성보다 위상 높아졌다> 기사에서 “김정은 자리는 시진핑 바로 왼쪽이었다. 제1 상석인 시진핑 오른쪽에 자리한 푸틴 바로 다음 서열”이라며 “러시아가 중국의 ‘오른팔’이라면 북한은 ‘왼팔’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의 몸값과 전략적 가치가 한층 높아졌음을 의미한다”라고 해석했다.

▲ 4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4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도 이번 방중에 동행했다. 경향신문은 4면 <열병식 참석 안 한 딸 김주애, 방중 ‘후계자 수업 일환’ 분석> 기사에서 “후계자로 키우는 수업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후계자 수업→후계자 선정→후계자 공식화’라는 과정 중에 첫 단계에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들을 비꼬는 게시물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당신들은 미국을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시 주석을 향해 “푸틴과 김정은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 인사를 전해 달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4면 <트럼프, 시진핑·푸틴·김정은 비꼬며 “반미 음모, 안부 전한다”> 기사에서 “세 나라 정상과의 개인적 친분을 내세우며 외교적 해결을 호언장담해 왔던 것과 사뭇 다른 반응”이라고 했다.

다만 이 세 나라의 밀착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동아일보는 4일자 <열병식의 북-중-러 정상… 反서방 내건 ‘모래성 연대’> 사설에서 “저마다 제각각인 세 나라의 처지나 지향점을 살펴보면 당장의 편익을 위한 한시적 밀착에 불과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쏠린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중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며 새로운 질서의 주도자가 되고자 한다. 전쟁과 도발로 고립된 러시아나 북한과는 그 처지가 확연히 다르다”며 “당장은 러-북과 함께하지만 그 침략성, 호전성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기 위해 북한의 파병과 중국의 측면 지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북한에 대가를 지급할 여력이 충분치 않고, 중국에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내줄 생각도 없다”고 분석했다.

“한·미·일 집중하는 외교로는 한계” 신문들 한 목소리

북한이 세계 다자 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국의 외교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위상을 중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중국과 러시아라는 ‘뒷배’를 확보한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일 수도 있고, 국제 제재망의 균열을 통해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며 “우리에겐 상당한 안보 부담”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국이 과거처럼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그러나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러시아 역시 한반도 안보 문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국가”라며 “양자택일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이지만, 우리 입장에선 반쪽 외교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안보 문제에선 한·미·일 공조를 단단히 다져야 하지만, 경제나 비안보 분야에서는 중국과 협력 채널을 유지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도 비슷한 논조다. <나란히 선 북·중·러, ‘다극시대’ 국익 지킬 길 찾아야> 사설에서 한겨레는 “북은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한국은 우리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고 지적한 뒤 “이대로 상황을 방치하면 북의 ‘한국 패싱’ 시도에 밀려 큰 낭패를 보게 된다. 한·미·일에만 집중하는 ‘반쪽 외교’로는 이 거친 파고를 넘어설 수 없다.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대담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했다.

▲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김씨 일가를 비난하는 사설을 냈다. <기이해지는 김씨 왕조, 북 세습 때마다 한반도 풍파 겪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김주애는 베이징역에서 외무상 최선희보다 앞에 섰다. 이제 12세 정도인 김주애가 사실상 ‘후계자’ 자리에 선 듯한 모습”이라며 “근대 이후 특정 일가가 국가 권력을 4대 세습하려는 곳은 북한이 유일하다. 그런 김씨들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이겠나. 자신들이 권력을 잃는 순간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본인들이 가장 잘 안다. 핵도 궁극적으로는 김씨 왕조 수호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씨들은 세습용 ‘업적’을 만들기 위해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김정일의 아웅산 테러와 KAL기 폭파 테러, 김정은의 천안한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 그 예”라며 “노예화된 북 주민들의 비극, 우리 국민이 당하는 위협은 본질적으로는 북 김씨 왕조의 세습이 빚어내는 문제”라고 했다. 이어 “김씨 왕조가 후계자를 우상화하면서 세습 작업을 본격화하면 한반도 모두가 고통과 불안을 겪었다. 김주애의 베이징 등장이 그 전조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열두 살 딸 4대 세습 예고한 김정은...정상국가 더 멀어진 北> 사설을 통해 “12세 소녀가 백두혈통을 이을 김씨 일가의 후계자라고 상징적으로 알렸다. 유례없는 독재정권의 4대 세습을 국제사회에 공식화한 셈”이라며 “시 주석이 ‘중국의 꿈’을 꾸는 사이 김 위원장은 ‘세습의 꿈’에 젖었다. 김정은 체제의 버팀목인 핵을 포기하지 않을 이유가 늘었다. 한국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빌미로 삼을지 모른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 “김건희, 대통령 국정운영에 직간접 관여”

특검 공소장 등을 통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6면 <“김건희, 대통령 국정운영에 직간접 관여”…특검, 공소장 적시> 기사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 공소장엔 “선출되지도, 법에 의해 어떤 권한도 부여되지 않은 사인이 대통령실 자원을 이용해 사익을 위해 대한민국 법치 시스템을 파괴한 의혹의 실제를 밝히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통일교 측에 김 여사가 ‘도움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전화를 한 것도 확인됐다. 조선일보는 10면 <김건희, 샤넬백 받고 “정부 차원서 통일교 돕고자 노력”> 기사에서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측에서 명품 가방 등을 받은 뒤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의 통화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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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자 조선일보 10면 기사.

경향신문은 8면 <대선 후 “고맙다” 명품백 받고 “고맙다”…김건희 발목 잡은 ‘두 번의 전화’> 기사에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를 구속 기소하면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에게 건 두 차례의 전화 통화를 핵심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김 여사는 통화에서 ‘통일교가 남편의 당선에 도움을 줘 감사하다’는 취지로 인사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것이 김 여사가 청탁의 대가관계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봤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통일교가 윤 전 대통령이 20대 대선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했고, 당선 전후로 통일교 숙원사업을 추진하고자 청탁을 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라며 “김 여사 역시 선물이 그 대가라는 사실을 인지했다고도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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