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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0여명 사망, 130만명 피난… 9년 분쟁, 아직 정확한 실태 파악도 전무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⑥ 숫자로 보는 모잠비크 분쟁…모잠비크 천연가스 개발이란?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2.02. 07:04:36

카부델가두에서 개발되는 가스전은 무엇이고, 한국은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를 숫자와 그림으로 정리했다. 이어 분쟁 현황도 함께 분석했다. 그래프에 쓰인 수치와 원자료는 기사 맨 하단 웹사이트 링크에 게시했다. 편집자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연재 바로가기 ☞ : 클릭)

1. 모잠비크 지리

모잠비크는 아프리카 대륙 사하라 이남, 동남부 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 있다. 북쪽으로 탄자니아, 남쪽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접한다. 세로 길이는 1900~2000km(킬로미터)로, 1000km가량인 한반도의 2배다. 면적은 약 80만km²다. 약 22만km²인 한반도보다 3.6배 넓다.

1505년부터 1975년까지 포르투갈 식민 지배를 받았다. 유럽 제국주의 열강이 자의적으로 아프리카 식민지 국경선을 그린 베를린 회담(1885) 이후 현재 국경이 만들어졌다. 선주민의 관습, 언어, 지리적 경계는 철저히 무시됐다. 국경 내엔 10개 넘는 민족 공동체가 산다.

총 10개 주가 있다. 이 중 카부델가두는 탄자니아와 접한 최북단의 주다. 천연가스 개발지는 카부델가두에서도 가장 북쪽인 팔마 지구 인근에 있다.

▲모잠비크와 카부델가두주 지도. 왼쪽 모잠비크 국경 내 분홍색 지역이 카부델가두주다. 오른쪽의 노란색 점은 LNG 개발이 이뤄지는 아푼기 지역과 민간인 살상 사태가 벌어졌던 팔마 지역이다. ⓒ프레시안(손가영)

▲아푼기 반도의 모잠비크 LNG 단지와 바로 옆의 키툰다 재정착 마을이다. (유럽항공청 Sentinel-2 L2A 2025년 8월 4일) ⓒ프레시안(손가영)

2. 천연가스 개발

카부델가두 최북단 팔마 해변에서 약 50km 떨어진 해저에 로부마 분지가 있다. 생물다양성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연안은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중심지인 모잠비크 북부 해협에 속한다. '모잠비크 연안 번식지 중요 해양 포유류 지역(IMMA)'으로도 지정됐다. 세이고래, 녹색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등 멸종위기종이 발견된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탄소흡수원인 맹그로브숲도 이 지역 명물이다.

로부마 분지 가스 매장량은 약 180 TCF로 추정된다. TCF는 '조 단위 입방피트(Trillion Cubic Feet)'로, 총 180조 입방피트다. 세제곱미터로 환산하면 5조 940억㎥다. 한 국가가 수십 년 동안 쓸 수 있는 규모다.

6개 광구에서 탐사가 진행됐다. 이 중 1·4광구만 2010년대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됐다. 총투자 금액이 500억 달러(72조 원)다. 예상 총 생산량은 한 해 3088만 톤이다. 전 세계 LNG 거래량의 약 7.5% 정도다. 1광구의 주 운영사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토탈에너지(2019년까진 아나다르코)다. 4광구는 미국의 엑손모빌과 이탈리아의 에니가 주 운영사다.

▲모잠비크 1·광구 컨소시엄 현황. 파란색 글씨는 주 운영사를 나타낸다. ⓒ프레시안(손가영)

총 4개 사업이 추진된다. 1광구에선 육상 사업인 ①모잠비크 LNG가 진행된다. 4광구에는 육상 사업으로 ②로부마 LNG가 있고, 해상사업으로는 ③코랄 술④코랄 노르떼 사업이 있다. 포르투갈어로 술(Sul)은 남쪽을, 노르떼(Norte)는 북쪽을 뜻한다.

육상과 해상 사업의 가장 큰 차이는 가스 처리 플랜트의 위치다. 육상은 채굴한 가스를 육지의 LNG 플랜트로 가져와 액화 처리하는 방식인 반면, 해상은 바다 위에 뜬 선박형 생산설비(FLNG)에서 바로 가스를 액화해 운송한다.

개발이 완료돼 가스를 생산하는 사업은 현재 코랄 술밖에 없다. 2022년 10월 가스 생산을 시작했다. 연간 340만 톤을 생산하고, 주로 아시아로 수출된다. 코랄 노르떼는 지난해 10월 2일 최종투자결정(FID)를 내렸다. 2028년 생산이 목표다. 생산량은 연간 355만 톤이다.

모잠비크 및 로부마 LNG는 2021년 가스전 지역에서 1000명 넘게 사망하는 유혈사태를 겪으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은 전쟁, 전염병, 자연재해 등으로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 선언한다. 그러다 토탈에너지(모잠비크 LNG)는 지난해 10월, 엑손모빌(로부마 LNG)은 11월 불가항력을 해제했다. 로부마 LNG는 2026년 중 최종투자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모잠비크 LNG는 2019년 최종투자결정을 내리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3. 한국의 투자

▲모잠비크 1·4광구 천연가스 개발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 현황. 2023년 기준으로, 발주연기로 표시된 1광구 프로젝트는 현재 재개했다. 기후솔루션 2024년 발간 보고서 '불가항력 선언' 중 ⓒ기후솔루션

① 1광구 : 모잠비크 LNG

육상 LNG 플랜트는 2019년경부터 팔마 지구 아푼기 반도에 건설되고 있다. 플랜트 시공에 대우건설이 참여한다. 2020년 5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했다. 이와 관련 한국수출입은행은 지금까지 대출, 보증 등으로 대우건설에 총 7300억 원(5억 달러)을 지원했다고 <프레시안>에 밝혔다. 산업은행도 215억 원(2025년)을 보증으로 지원했다.

모잠비크 LNG 운반선 건조엔 삼성중공업과 HD현대삼호가 참여한다. 삼성중공업은 8척, HD현대삼호는 9척 수주를 예정해뒀다. 운반선은 2025년 기준, 한 척당 3500억 원 수준이다.

▲한국 기업 및 공적금융기관 모잠비크 1·4광구 투자 참여 및 금융 지원 현황 ⓒ프레시안(손가영)

② 4광구 : 로부마 LNG·코랄 술·코랄 노르떼

4광구 컨소시엄 지분 10%를 한국가스공사가 갖고 있다. 광구 탐사를 포함해, 로부마·코랄 술·코랄 노르떼 3개 사업 개발에 모두 참여한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08~2023년 누적 사업투자비는 1조 2000억 원이다. 로부마LNG가 본격 추진되면, 1조 7600억 원 이상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국수출입은행은 2017년부터 이달까지 10억 달러를 대출·보증으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로부마 LNG엔 3300억 원의 보증을 지원했다. 코랄 술 FLNG 사업에 한국산업은행은 3억 달러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11억 8000달러를 보증으로 지원했다.

코랄 술과 코랄 노르떼의 FLNG는 모두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 FLNG(Floating Liquefied Natural Gas)는 부유식 LNG 생산·저장·하역 설비다. 쉽게 말해 '바다 위에 뜬 LNG 공장'이다. 코랄 술 FLNG는 2조 8000억 원 규모였다. 2022년부터 가동 중이다.

코랄 노르떼 FLNG는 3조 500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선체 길이 432m, 너비 66m, 진수 중량은 12만 3000톤이다. 단일 해양 가스생산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6일 모잠비크 광물에너지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거제 조선소에서 진수식을 마쳤다. 진수는 선체만 바다에 띄운 것이다. 가스 처리·액화·저장 설비 등 상부 설비를 탑재하고 시운전까지 마쳐야 건조는 완료된다. 2028년 완공이 목표다.

코랄 술에선 채굴된 가스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만든 LNG 운반선 6척이 운반한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1조 3658억 원의 계약을 수주했다. 2018년부터 운영 중이다.

4. 분쟁 현황 분석

반군(비국가 무장단체)의 무력 반란은 2017년 10월 시작됐다. 카부델가두 북부 해안마을 모심보아 다 프라이아의 경찰서 세 곳을 습격해 구금된 이들을 풀어줬다. 이후 지금까지 분쟁은 끝나지 않고, 2025년엔 오히려 증가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의 공식 조사가 이뤄진 적은 아직 없다. 반군의 규모나 사망자 수 등에 대한 신뢰할 만한 확정치가 없는 상황이다.

제한적이나마 전 세계 무력 분쟁 사건을 조사하는 ACLED 자료를 기반으로 현황을 정리했다. 언론 보도, 현지 정보원, SNS 등의 공개자료를 취합해 분쟁 횟수, 종류, 사상자 수 등을 정리한 자료다. 현장 조사를 하지 않은 구조적 한계 때문에, 실제 피해 규모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추세와 경향성만 나타낼 수 있다.

ACLED(Armed Conflict Location & Event Data Project)는 미국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독립 연구 기관이다.

① 분쟁 추이

▲ACLED가 자체 집계한 2017년 10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월별 카부델가두 분쟁 발생 횟수 및 사망자 수. 막대는 사건 발생 횟수, 빨간색 선은 사망자 수를 나타낸다. ⓒ프레시안(손가영)

▲앞선 그래프를 2017년 10월부터 2024년까지 연도 별로 정리한 그림. 푸른 막대는 사건 발생 횟수, 붉은 선과 숫자는 사망자 수를 나타낸다. ⓒ프레시안(손가영)

ACLED에 따르면, 2024년 12월 31일까지 최소 5965명이 분쟁으로 사망했다. 무력 충돌 횟수는 2029건이다. 분쟁은 2017년부터 계속 증가하다 2020년 급증했다.

2022년까지 계속 격화된 상태가 이어지다, 2023년에 완화됐다. 르완다 보안군이 파병돼 반군의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2024년부터 분쟁은 다시 심화하는 추세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에 사망자가 가장 많이 집계됐다. 이는 대규모 살상이 벌어졌던 '팔마사태'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21년 3월, 반군이 팔마 지역을 공격해 최소 1000여 명이 살해되거나 실종됐다고 알려진 사건이다. 팔마는 모잠비크LNG 가스전 개발지다. 이 사태로 운영사 토탈에너지는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개발을 중단했다.

② 지역 및 사건별 현황

▲카부델가두주 지구 별 사망자 현황 분포. 숫자는 사망자 수, 영문은 각 지구 이름이다. ACLED가 2017년 10월 ~ 2024년 12월까지 집계한 사망자 수다. ⓒ프레시안(손가영)

▲사건 유형 별 발생 횟수 및 사망자 수. 푸른색은 사건 횟수, 붉은 색은 사망자 수이고, 숫자는 각 그래프의 실제 수치다. 2017년 10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ACLED가 집계한 자료와 사건 분류에 근거했다. ⓒ프레시안(손가영)

17개 지구 중 사망자가 가장 많이 집계된 곳도 팔마다. 팔마를 포함해 그 아래 2개 주의 사망자 집계가 가장 높다. 모두 북동부 해안이다. 반군의 공격이 집중된 지역, 즉 반군이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지역으로 보인다.

반군 공격, 교전 외에도 납치, 성폭력 등의 사건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성폭력은 20건 발생, 사망자는 23명이라고 파악됐다. 납치는 104건이다. 대부분 언론 보도가 출처라, 이는 전체 사건 규모에 비해 크게 축소됐을 가능성이 높다.

▲민간인 공격 사건의 주체 별 사건 발생 비율. ACLED가 2017년 10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집계한 자료에 근거했다. ⓒ프레시안(손가영)

민간인 사망의 대부분은 반군 공격 때문으로 추정되나, 정부군이나 민병대 등의 사건도 적지 않다. 민간인을 공격한 사건(1288건)만 보면, 반군 공격으로 2250명(1143건) 사망이 보고됐고, 정부군 등에 의해선 242명(145건)의 사망이 보고됐다.

실제 주민들은 위협의 측면에서 반군과 정부군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반군으로 보인다'거나 '반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정부군이 주민을 살상하는 일이 꾸준히 발생했다. 해안 마을 주민들이 주요 피해자다. 2025년에도 어업 중인 어부들이 자주 살해됐고, 9월 8일엔 최소 16명이 한꺼번에 사살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③ 2025년 분쟁 증가 추세

▲ACLED 1차 모니터 자료에 따른 2025년 발생 사건 및 사망자 수. 매달 발표된 임시 보고서에 근거한 것으로, 최종 자료가 아니다. ⓒ프레시안(손가영)

ACLED의 2025년 1차 모니터 자료를 보면, 반군의 활동 지역은 넓어졌고 횟수도 점차 증가했다. 지난해 11월에만 10만여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고 추정된다. 카부델가두 경계를 넘어 남쪽 남풀라주에서 발생한 반군의 공격 때문이다.

ACLED 자료를 모두 종합하면, 2017년부터 2025년 12월까지 무력 충돌 사태는 2258건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6292명으로 파악됐다. 모두 최소 추정치다. 2025년 분쟁 수와 사망자 수 모두 증가 추세를 보였다. 분쟁은 지금까지도 발발해,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5. 피난민 실태

▲카부델가두 분쟁에 따른 국내 피난민 수 추이. IOM이 2020년 7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시점 별로 분석한 DTM 보고서에 근거했다. ⓒ프레시안(손가영)

국제이주기구(IOM) 이동 추적 매트릭스(DTM, Displacement Tracking Matrix) 분석에 따르면, 국내 피난민 실태는 2022년 11월 가장 심각했다. 102만여 명이 피난 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 중 93만여 명이 카부델가두주에 있었다. 카부델가두 인구 300여만명 중 31%가량이다. 2020년 7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시점별로 분석된 결과다.

시간이 갈수록 전체 피난민 중 카부델가두 피난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감소한다. 분쟁이 장기화하며, 다른 주로 피난을 떠난 후 고향에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주민이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생계 수단을 모두 잃은 피난민들은 대부분 극심한 빈곤에 빠진다.

▲IOM이 2025년 시점 별로 분석한 모잠비크 피난민 발생 수 현황. ⓒ프레시안(손가영)

지난해 시점별로 조사된 자료를 보면, 피난민 수는 계속 증가했다. 7월경 반군의 공격이 심화하며 국내 피난민 5만 7000여 명이 발생했다고 추정됐고, 9월엔 9만 2000여 명, 11월엔 10만 7700여 명이 발생했다고 추정됐다.

IOM은 2017년 10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총 130만여 명(중복 포함)의 피난민이 카부델가두주 전역에서 발생했다고 파악했다. 총인구의 43%가량이다.

▲2024년 7월 카부델가두 국내 피난민 마을 현황 분포도. 왼쪽은 각 지구별 마을 수이고, 오른쪽은 마을에 거주하는 피난민 수를 나타낸다. IOM 자료에 근거했다. ⓒ프레시안(손가영)

IOM에 따르면, 피난민들이 임시 정착한 마을은 2024년 7월 기준 98개가 북부에 있다. 이 중 94개가 카부델가두주에 있고, 2개는 서쪽 니아사주, 나머지 2개는 남쪽 남풀라주에 있다.

파악된 피난민 마을 거주자는 총 21만 3635명이고, 이 중 97.7%인 20만8690명이 카부델가두에 있다. 이 중 64% 가량인 13만여 명은 남부에 밀집해 있다. 북부 무에다 지구는 마을은 8개인데, 조사된 거주자는 3만 3650명이다. 마을 당 4200여 명이 모여 있다.

※ 그래프 자료 출처 등 게시 : https://github.com/Pressian-team/Mozambique/

※ UN 등은 국경을 넘지 않은 피난민을 강제실향민(IDP)으로 정의하나, 이 글에선 국내 피난민이라고 썼다. 강제실향민 마을은 피난민 마을로 표현했다.

※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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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총리의 눈물... "'이제 자네들이 해', 그 말씀이 우리 소명"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헌화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제 누구에게 여쭙고, 누구에게 판단을 구해야 합니까"

31일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거행된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조사를 낭독하던 김민석 국무총리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김 총리의 목소리가 떨릴 때마다, 영결식에 온 각 당 정치인과 유족들 역시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내빈석 맨 앞자리에 앉은 이재명 대통령 역시 근조 문양을 가슴에 단 채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옆자리에 앉은 김혜경 여사 역시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며 장내의 비통함을 더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상임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 총리는 이 전 총리와의 30년 인연을 회고하며 고인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실제 이 전 총리와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그는 "여쭤볼 게 아직 많고 판단할 게 너무 많은데, 흔들림도 여전한데 이제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느냐"며 "'나는 판단관이지' 하셨던 선배님의 시야가 이미 다음 정부까지 향해있던 것을 안다. '이게 마지막이니 이제 자네들이 해'라던 그 말씀이 무거운 압박이자 소명이 됐다"고 고백했다.

김 총리는 "빚을 많이 졌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활짝 웃고 있는 고인의 영정 사진을 향해 깊게 허리를 숙였다.

기후위기 세종의사당부터 다당제 연합까지… "이해찬의 남은 숙제 완수" 약속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고인을 "시대의 버팀목이자 영원한 동지"라고 소개하며 1982년 춘천교도소 수감 시절부터 이어진 오랜 인연을 떠올렸다. 우 의장은 "어떤 독재 권력 앞에서도 시퍼렇게 호령하시던 남다른 기개가 생생하다"며 "사람들은 당신을 '전략의 달인'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그 전략이 역사적 가치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성실한 노력의 다른 이름임을 알고 있다"고 했다.

고인의 핵심 업적으로 '국가균형발전'과 '세종시 건설'을 꼽은 그는 "참여정부 초대 국무총리로서 세종시를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상징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한 결정적 역할을 하셨다"며 "선배님이 열정적으로 추진하셨던 '세계 첫 기후위기 대응 국회 세종의사당'이 불과 몇 달 뒤면 청사진을 드러낼 텐데, 이를 보지 못하고 가신 것이 너무나 원통하고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시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상임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았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애통하고 또 애통하다"는 말로 시작해, '시스템 공천' 등 고인이 민주당에 남긴 유산을 하나하나 짚어갔다.

이 전 총리가 베트남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인 지난 29일 오후 6시, 고인과 저녁식사를 앞두고 있던 그는 "일정을 아직 지우지 못했다"며 "벌써부터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고 울음을 삼켰다. 그는 고인을 '민주당의 나침반이자 구원투수'였다고 평가한 뒤 "고인이 강조한 '성실·절실·진실'의 정신을 민주당의 DNA로 삼아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백낙청 교수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시민사회를 대표해 조사를 낭독한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1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을 국가적 예우가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기까지 그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새삼 되새기게 된다"며 "고인이 현실 정치와 국정운영의 주역으로서 '민주적 국민정당' 건설에 골몰했다면, 나는 촛불혁명을 기억하고 진전시키는 일을 여생의 과업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정치 상황과 관련해 "민주당이 민주 정치를 혼자서 온통 떠맡으려 하기보다, 변혁적 중도주의를 공유하는 다당적 네트워크가 형성된 가운데 폭넓은 연합 세력을 주도하길 바란다"면서도 "이러한 숙제를 놓고 고인의 예리한 통찰력과 공심이 어떤 지혜를 내놓을지 물어볼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것이 이번 서거의 가장 큰 상실"이라며 비통함을 전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명숙 전 총리는 "총리님, 왜 대답이 없으십니까"라고 고인을 불렀다. 한 전 총리는 "나의 정치 인생 가장 추운 겨울에 나의 진실을 믿고 지켜준 분"이라며 고인에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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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전 총리의 영결식은 국방부 의장대가 소총을 들어 '받들어 총' 자세로 경의를 표하는 가운데 엄수됐다. 영결식이 끝난 후 손자가 직접 골랐다는 환하게 웃는 이 전 총리의 영정 사진 뒤로 비통한 표정의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등 다수의 정치인들이 따라 걸으며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운구차를 향한 묵념이 끝나고, 하늘로 조총이 발포된 뒤 운구차는 장지인 세종시로 떠났다.

세종시는 이 전 총리 부모님이 모셔진 곳이자 고인이 생전 국회의원을 지냈던 지역구로,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3시 30분경 은하수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 이해찬 전 총리 마지막 길 배웅 유성호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이 전 총리 유가족, 이재명 대통령 내외, 권양숙 여사,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가 묵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 참석한 뒤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뒤따르고 있다. ⓒ 유성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 사회장 영결식이 끝난 뒤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 사회장 영결식이 끝난 뒤 유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해찬 전 국무총리 사회장 영결식이 엄수된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앞에서 영결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이 고인의 영정에 묵념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31일 오전 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운구차량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고 이해찬 전 총리의 영정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옛 당대표 집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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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붙어있던 "독하게"…26년 한국경제에 SK하이닉스가 없었다면?

[프레시안 books] SK하이닉스의 언더독 스토리 <슈퍼 모멘텀>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6.02.01. 09:03:25

'화장실에 붙어있는 '독하게'라는 표어는 최태원 회장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피릿이 상당히 좋았다. 하이닉스 내부에서 독하게 비즈니스해야 된다는 말을 쓰고 있었다. SK에는 절대 없던 단어였다." 최 회장이 본 하이닉스는 아침 7시부터 출근해 하루를 계획하고 업무에 임할 정도로 마음 무장이 잘 되어 있었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의 이 '독한 야성'을 SK 그룹 전체에 심고 싶었다.'(39쪽)

2002년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넘어갔다면...

2026년 1월30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90만 원을 넘어섰다.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쌍끌이 반도체주' 덕분에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코스피 5000도 지난 1월 22일 넘어섰다.

'2002년,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넘어갔다면.

2012년,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2013년, 하이닉스와 AMD의 HBM 실험이 좌초됐다면.

2020년, 엔비디아의 AI칩에 HBM2E가 탑재되지 못했다면.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에 하이닉스가 없었다면.

한국 경제의 굴곡과 AI 시대라는 기술패권 전환기를 관통하는 SK하이닉스의 서사를 압축한 5개의 질문이다.' (2쪽)

<슈퍼 모멘텀>(이인숙·김보미·김원장·유민영·임수정·한운희 지음, 플랫폼 9월 3/4 펴냄)은 2012년 SK에 인수되기 전까지 '생존'을 걱정하던 하이닉스가 2025년 2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메모리 시장 세계 1위를 차지하기까지 20여년의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유민영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전략 컨설팅 회사 '플랫폼 9와 3/4'이 기획, 출간했다. 이들은 "2024년부터 AI(인공지능)라는 시대 아젠다를 움직이는 엔비디아, 오픈AI, TSMC, 테슬라, AMD, 팔란티어 같은 기업의 사례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HBM(고대역폭 구현 기술)과 하이닉스라는 기업을 마주했고, 한국경제와 글로벌 AI 산업에서 꼭 기록되어야 할 주제라고 직감했다"고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매출액 97조원, 영업이익 47조원을 넘어 2024년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매출 32조원, 영업익 19조원을 넘어 연간과 분기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까지 58%로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사진은 28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최태원이 꼽은 성공 배경 : 언더독 스피릿, 길목론, AI 삼각동맹

책에는 최태원 회장 인터뷰도 담겼다. 최 회장은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과 SK 내부의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된 이유,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의 과정, AI시대의 서막을 연 삼각동맹과 향후 10년의 전망 등에 대해 밝혔다.

최 회장은 글로벌 환경에서 "독하게" 경쟁해서 살아남은 하이닉스의 '언더 독 스피릿'을 중요하게 평가했으며, HBM 성공에 대해 "우리는 길목에 서 있었다"며 운이 아닌 전략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AI 시대가 도래하기 전부터 서버용 D램 등 차별화된 기술에 집중했으며, 주요 타깃 고객이 AI로 급전환되는 시장 시그널을 누구보다 빨리 포착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특히 엔비디아(가속기)-TSMC(파운드리)-SK하이닉스(메모리)로 이어지는 '삼각동맹'이 없었다면 "AI는 지금의 퍼포먼스를 낼 수 없었다"고 단언했다. 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30년 동안 경영을 하게 되면서 "생태계를 전체를 보는 버릇이 있다"고 밝힌 최 회장은 직접 젠슨 황(엔비디아)과 웨이저자(TSMC)를 설득해 손을 잡았다.

"2002년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매각됐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봅니다. 한국 반도체 시장은 지금쯤 벼랑에서 떨어진 상태가 됐을지도 모르죠(…) (AI는) 초기에 시장에 진입하는 자와 진입하지 못하는 자가 극명하게 갈립니다.(하이닉스가 없었다면) 각국 정부와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인프라 투자를 이야기할 때 한국은 배제됐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236쪽)

최 회장은 지금의 성공으로 만족할 수 없고 "엔디비아와 비교하면 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커져야 한다"며 "지금까지 AI 반도체가 만든 임팩트는 서곡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One of Them'에서 'One and Only' 기업으로...피, 땀, 칩의 역사

이제 SK하이닉스는 단순히 메모리를 공급하는 제조사를 넘어, AI 인프라의 핵심 설루션을 제공하는 '메모리 파운드리'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범용 제품(Commodity)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핵심 자산으로 협상 테이블의 주도권을 쥔, 'One of Them'에서 'One and Only' 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슈퍼 모멘텀>은 단순히 하이닉스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책이 아니다. 자본도 사람도 없던 언더독이 어떻게 기술적 해자를 구축하고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랐는지에 대해 짚어보는 일은 제2, 제3의 하이닉스를 꿈꾸는 기업들의 '미래 설계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 모멘텀> ⓒ플랫폼 9와 3/4

전홍기혜 기자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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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에 올인하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2/01 09:17
  • 수정일
    2026/02/01 09: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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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6.02.01 01:45

  • 수정 2026.02.01 08:43

  • 댓글 0

“부동산 정상화 불가능 같나…5천피보다 쉽고 중요”

“종묘 앞 개발은 되고, 태릉 옆 주택공급은 안 되나”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혁파하는 대통령 되길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상화에 총력을 경주할 뜻을 SNS에서 분명히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관련해 유예연장이 더 이상 없을 것임을 거듭 못박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망국적 부동산”의 정상화에 올인을 선언한만큼 이를 실현할 공급정책과 세제정책들이 윤곽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만약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난 암종이자 만악의 근원이라 할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을 혁파하는 계기를 마련할수만 있다면 이 대통령의 업적은 그 무엇과도 비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K-스타트업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30 연합뉴스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과의 전쟁 선포?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망국적 부동산’의 정상화가 불가능할 것 같은가”라며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하면 될 일”이라면서 주택시장 안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집 주인들 백기 들었나, 서울 아파트값 급브레이크'’'라는 제목의 기사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기사에는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 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소폭 하락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과거 경기지사 시절 계곡·하천 불법시설 정비사업을 펼친 일을 거론하며 “불법 계곡의 정상화로 계곡 정비를 완료했다”고 언급했다.

또 “불법과 부정이 판치던 주식시장을 정상화해 5천피(시대)를 개막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동산 정상화는 5천피,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 잡으시길 바란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음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와 양도세 중과 유예연장에 대한 희망에 기대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일부 투기성 다주택자 등을 겨냥한 경고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

태릉CC주택 공급 반대 서울시 정조준

한편 이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 중인 태릉CC 주택공급계획에 딴지를 걸고 나선 서울시를 직격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종묘 앞 고층 개발은 안 되고, 태릉 옆 주택 개발은 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한 것이다.

문화유산 보호를 이유로 종묘 인근 개발에 부정적이던 정부가 주택공급을 위해 태릉 개발에 나서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는 야당 측 인사의 지적을 소개한 기사다.

이에 이 대통령은 “종묘 앞 고층 개발은 되고, 태릉 옆 주택 공급은 안 되나”라고 남겼다. 일종의 미러링인데, 개발을 절제해야 하는 종묘 앞에는 고층빌딩을 지으려고 안달난 서울시가 정작 주택공급을 할 수 있는 적지인 태릉CC에 정부가 주택을 공급하려하자 이에 딴지를 걸고 나선 걸 직격한 것이다.

이러한 오세훈 서울시의 태도는 서울 집값은 주택공급으로 잡아야 한다던 평소의 지론과도 상반되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을 통해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건 비싼 주택을 공급해 시장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으로 난센스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

한편 정부는 지난달 29일 ‘도심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확대방안에는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태릉CC 등의 국공유지 등을 활용해 32000호에 달하는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태릉CC에 주택을 공급하려던 계획은 문재인 정부 당시 입안됐으나 주민 반대 등의 이유로 실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태릉CC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도심 주택공급 확대방안 주요내용. 자료 : 재정경제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남긴 워딩을 보면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을 혁파할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이 대통령이 명시했듯 부동산은 망국병이 맞다.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은 사회 전체를 지대추구 사회로 재편하며, 자원의 배분을 왜곡하고, 계층간·지역간 양극화를 극단화시키며, 저출산의 원흉이다.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을 발전적으로 해체하지 않고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를 꿈꾸거나 지방중심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추구하는 건 망상에 불과하다.

이 대통령은 이런 지점들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기에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한 것일게다. 이 대통령의 선언이 선언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정책의 설계와 집행이 무엇보다 긴절하다.

우선 생각나는 것이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에 공급할 주택 유형을 기존의 불로소득 유발형 토지건물 일체형이 아니라 불로소득 차단형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상급지 갈아타기 1주택자들을 겨냥한 실효적 종부세가 정밀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대출규제는 강력하게 하고 있는만큼 토지임대부 주택을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에 대규모로 밀어넣고, 실효적 종부세를 집행한다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이다. 아울러 부동산대전환이 시작될 것이다.

모쪼록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 해체의 문을 활짝 연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으면 좋겠다. 그 보다 더한 업적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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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 노릇 끝내자” 보신각에 집결한 시민들, “미국 수탈·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

  • 기자명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6.01.31 20:14
  •  
  •  댓글 0
 
   
 
31일 오후, 주권침탈 미국규탄!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시민행진 ⓒ한경준 기자
31일 오후, 주권침탈 미국규탄!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시민행진 ⓒ한경준 기자

미국의 관세 압박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반대하는 시민행진이 2026년 1월 31일 오후 2시 서울 보신각에서 열렸다. 노동자·농민·청년 학생 등 각계 참가자들은 미국의 주권 침해와 경제 수탈을 규탄하며,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자주통일평화연대, 전국민중행동,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이 공동 주최했다. 참가자들은 “주권 침탈 미국 규탄”, “전쟁 연습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보신각에서 종로를 거쳐 미국대사관까지 행진했다.

“몰락하는 패권, 공세적 후퇴일 뿐”

주훈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조합원은 “미국은 서반구를 지배 거점으로 삼고, 동맹국에 대한 착취와 제재, 정권 교체 시도를 병행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각 나라의 노동자와 민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반제·자주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년 진보당 노동자당 대표는 “노동자 민중의 혈세와 노동으로 축적된 국부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동원되고 있다”며 “수천억 달러 규모로 거론되는 대미 투자 압박부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 수사와 관련해 미국 측 인사들이 ‘관리’ 운운하며 발언하는 것은 명백한 내정 간섭”이라며 “사법 절차에까지 미국의 이해관계를 들이미는 현실은 대한민국을 사실상 속국으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31일 오후, 주권침탈 미국규탄!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시민행진 ⓒ한경준 기자
31일 오후, 주권침탈 미국규탄!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시민행진 ⓒ한경준 기자

‘평화’ 말하면서 ‘전쟁 연습’ 강행하는 모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둘러싼 비판도 이어졌다. 박희인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대전·세종·충남 공동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군사훈련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안보 라인에서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말로는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전쟁 연습을 확대하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접경지역 주민의 증언도 나왔다. 전환식 파주농민회 공동대표는 “9·19 군사합의 이후 중단됐던 미군 사격 훈련이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시작됐다”며 “접경지역 주민들은 다시 전쟁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휘주 진보대학생넷 전국대표는 유엔군사령부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유엔사라는 조직이 국회에 상정된 비무장지대법을 문제 삼으며 입법 주권에까지 개입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유엔 산하 기구도 아닌 조직이 한국의 입법과 평화 정책을 가로막는 현실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미국의 주권 침해와 경제 수탈 중단, 대미 퍼주기식 투자 압박 철회, 종속적인 한미동맹 구조 극복과 유엔사 해체, 9·19 군사합의 완전 복원과 접경지역 실사격 훈련 중단, 3월 한미연합 군사훈련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오는 2월 28일에도 같은 요구를 내걸고 다시 시민행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31일 오후, 주권침탈 미국규탄!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시민행진 ⓒ한경준 기자
31일 오후, 주권침탈 미국규탄!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시민행진 ⓒ한경준 기자
31일 오후, 주권침탈 미국규탄!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시민행진 ⓒ한경준 기자
31일 오후, 주권침탈 미국규탄!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시민행진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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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성 들이받은 특검 "대법원 판결에 정면 위배"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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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6.01.30 20:40

  • 수정 2026.01.31 07:44

  • 댓글 0

김건희 특검, 도이치 등 1심 무죄에 항소

"공소시효 만료, 대법원 판결 정면 위배"

"미필적으로 인식했어도 공동정범 해당“

"재판부, 증거 뒤바꿔서 공범 인정 안해"

"편파적 여론조사, 계약서 쓸 성질 아냐"

"윤석열, 김영선 공천 지시 명확히 확인"

"샤넬백 전부 통일교 청탁 염두에 둔 것"

"반성 없는데 20개월 징역 너무 가벼워"

우인성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 통일교 명품 목걸이·가방 수수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에 대해 특검이 "법원의 판단에 심각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고, 유죄 부분에 대한 형도 지나치게 가벼워 양형이 부당하다"면서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특검은 법원의 판단을 조목조목 따지면서, "대법원 판결에 정면 배치된다"며 "무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검은 30일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지난 28일 선고된 피고인 김건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해 오늘 항소장을 제출했다"며 "무죄 부분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에 심각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나머지 유죄 부분에 대한 1심의 형도 지나치게 가벼워 양형부당의 위법이 있다는 것이 특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무상여론조사 수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통일교 명품 목걸이·가방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281만 5000원을 선고했다. 특검이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징역 15년, 벌금 20억 원, 추징금 9억 4864만 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선 시세조종세력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며 범죄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에 대해선 여론조사를 의뢰·지시하지 않았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받은 것도 아니라며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김 씨가 통일교 교단 청탁을 받고 샤넬백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수수한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 현판. 연합뉴스

"공소시효 만료, 대법원 판결 정면 위배"

이에 대해 특검은 이날 기자들에게 항소 사실을 알리면서, 15쪽 분량의 별도 설명자료를 내고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공소시효 만료로 무죄라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권오수(전 도이치모터스 대표), 이종호(전 블랙펄 인베스트 대표) 등 시세조종 세력의 판결에서 1~2차 시세조종행위를 포함해 2010년 10월 20일경부터 2012년 12월 5일경까지의 시세조종행위 '전체'를 포괄일죄(여러 개의 행위로 구성된 하나의 범죄)로 본 기존 대법원 판결에 정면으로 위배됐다"며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①2010년 10월 22일~2011년 1월 13일 ②2011년 3월 30일 ③2012년 7월 25일~2012년 8월 9일 등으로 시세조종 범행을 쪼개서 각각 공소시효를 판단한 데 대해서도 "피고인(김건희)의 범행 의사는 권오수 측의 요청이 있을 때 시세조종에 가담하겠다는 의사와 다르지 않다"며 "마치 매번 새로운 범행 의사를 가지고 실행에 착수한 것처럼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리적인 관점에서도, 피고인이 권오수 측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시세조종을 돕거나 가담했다고 하여 그때마다 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어떤 정범에게는 일죄(1개의 죄), 다른 정범에는 수죄(2개 이상의 죄)가 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기존 판례의 태도와도 상치된다"고 했다. 다른 주가조작범과 달리 김 씨만 여러 죄로 쪼개 예외를 준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첫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5.8.6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미필적으로 인식했더라도 공동정범"

특검은 "김 씨가 시세조종 세력과 공동정범으로서 범행을 실행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검은 "피고인은 이종호가 애초 권오수의 시세 조종 부탁에 따라 지속적으로 주가조작을 해 온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2011년 1월 14일 이후(1차 시세조종 이후)에도 계속해 권오수 측의 요청에 따라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통정거래한 사실이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은 시세조종 범행기간 내내 인식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봄이 합리적인 사고"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물론이거니와 권오수 역시 '주포'인 이종호, 김기현의 세부 시세조종 전말을 모르더라도 그들에게 시세조종을 의뢰하거나 그들의 요청에 따라 주식거래를 위한 자금과 계좌를 제공했다면 시세조종에 대한 '공동가공의사'를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인 귀결"이라며 "보이스피싱 등의 경우에도 주범 외에 현금인출, 송금 등 말단 실행행위를 수행한 사람도 전체 범행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실행한 경우 '정범' 인정한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세조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세조종 자금'과 '시세조종 주문'"이라며 "피고인은 시세조종 자금의 대부분인 20억 원을 제공했고, 시세조종 초기 '거래량 폭증'를 위해 10만주 1회 통정거래를 실행하는 등 범죄 실행에 있어서도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김건희에게 판결을 내리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연합뉴스

"재판부, 증거 뒤바꿔서 공범 불인정"

특검은 민태균(블랙펄 인베스트 이사)과 김기현(2차 주포)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피아가 분명한 팀은 이제 조금씩 사야지. 김건희, 재희 X가지 시스터스 같은 선수들 말고")를 재판부가 공범 불인정의 근거로 제시한 데 대해서도 "이 문자는 오히려 피고인 계좌 역시 시세조종에 사용하는 계좌라는 사실을 반증할 뿐"이라며 "이를 시세조종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마치 흑백을 뒤바꾸는 증거 판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권오수 측의 연락을 받고 매수했더라도 김 씨의 주가조작 가담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재판부 판단에 대해선 "권오수 측의 요청이 없다면 (김 씨가) 갑자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앞서 여러 차례 권오수 측에 시세조종을 위해 자금과 계좌를 빌려주고 통정거래까지 수행한 바 있기에 구체적인 시세조종 계획이나 방법을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시세조종' 목적으로 매수를 요청했을 것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김영선 공천 지시 명확해"

특검은 재판부가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한 데 대해서도 "맥락과 실체를 도외시한 채 각 사실관계를 파편화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으로, 매우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특검은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명태균 씨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지적에 대해 "명태균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통상적인 것이 아니라 당내 기반이 없는 윤석열에게 편파적으로 유리한 변칙적인 것으로,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다른 여론조사 수령자들과 달리 결과를 수령한 것에 그치지 않고 여론조사 방식, 공표매체 등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명태균이 이를 반영해 여론조사를 진행한 점 ▲명태균이 피고인 부부를 만난 것을 기점으로 일관되게 윤석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점 등을 언급하며, "1심 판결은 맥락을 명백히 오인한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부인 김건희 씨(왼쪽), 통일교 한학자 총재

여론조사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약속했다고 볼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실제 윤석열이 윤상현(공천관리위원장)에게 김영선의 공천을 지시한 사실이 명확히 확인된 점 등에 의하면, 김영선의 공천이 투표 과정을 거쳐 피고인 부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다는 1심의 판결은 공천관리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실제 운영 현실을 도외시한 판단으로, 합리적인 경험칙에 반한다"고 했다.

"샤넬백 전부 통일교 청탁 염두에 둔 것"

특검은 통일교가 청탁 명목으로 제공한 샤넬백 2개 중 1개만 유죄로 판단된 데 대해선 "통일교 측에서 2022년 4월 7일 고가의 명품 가방을 선물한 것(1차 금품 수수)은 설사 바로 그 시점에는 어떤 청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향후 통일교 정책에 대한 청탁을 염두에 두고 선물을 제공한 것임이 전후 사정상 명확하다"며 "청탁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 크게 어긋날 뿐 아니라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도 어긋난 기계적인 판단으로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배우자의 위치에서 부패 행각을 일삼음으로써 국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점, 수수한 금품(샤넬백 2개,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1개 등)의 액수가 8293만 원으로 다액인 점, 일부 사실관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그 경위에 비춰 진지한 반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 고려하면 징역 1년 8월의 양형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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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압박에도 응답 없는 이란… ‘봉쇄 카드’ 만지는 미국의 딜레마

  • 기자명 박재산 기자
  •  
  •  승인 2026.01.30 16:36
  •  
  •  댓글 0
 

미국이 이란을 향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이란은 위축되거나 양보하는 대신 오히려 미국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협상 테이블로 끌려가기보다 외교적 자율성과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하며 주도권 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협상에 거리 두는 이란… 군사 대비태세 강화

이란은 미국의 공격 위협 속에서도 대화 재개에 조급함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의 터키 방문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매달리기보다 역내 우방국과의 외교를 우선하겠다는 태도다.

이란 협상팀 고위 인사인 카젬 가리바바디는 “현재 이란의 최우선 과제는 협상이 아니라 방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의 메시지 교환은 인정하면서도 협상 자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등을 이란 인근 해역에 배치하며 무력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란은 이를 협상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해상 봉쇄’ 카드와 전면전의 부담

미국은 군사 타격 가능성을 전제로 이란을 압박하면서도, 경제·해상을 중심으로 한 봉쇄 수단에도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항모와 구축함을 동원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베네수엘라에 적용했던 해상 압박 전략과 유사하다.

이 같은 접근은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초래할 파국적 결과를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압박은 강화하되 최종 결단은 유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란 역시 석유 수출 차단이나 국경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역내 미군 자산이나 이스라엘을 겨냥한 단호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하며 맞서고 있다.

 

비대칭 전력의 위협… 미국의 제한된 선택지

군사 작전상으로도 미국의 일방적 우위가 아니다. 이란은 대규모 함대 대신 대함미사일, 드론, 고속정을 결합한 비대칭 전력을 통해 미 해군에 높은 비용을 강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대함미사일 ‘누르(Noor)’는 저고도 해면 비행 방식으로 요격이 까다롭고, 연안 발사대와 항공 플랫폼에서 통합 운용된다. 좁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지형적 특성도 미 해군의 전력 우위를 희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 해군 내부에서도 이란의 ‘스웜(Swarm·벌떼) 공격’이 방어망을 포화 상태로 만들어 실제 타격을 허용할 가능성을 주요 위협으로 꼽고 있다.

출구 없는 대치, 커지는 비용

현재 미국의 압박 전략에는 명확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군사 행동은 전면전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고, 해상 봉쇄는 즉각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압박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미국이 감내해야 할 정치·군사적 비용도 함께 상승하는 구조다. 이란의 억지력이 작동하면서 미국의 행동 반경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현재의 미국과 이란의 대치는 누가 더 큰 비용과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미국은 그 비용 앞에서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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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기득권층의 어깃장...이재명, 루즈벨트의 뚝심이 필요하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1/31 08:55
  • 수정일
    2026/01/31 08: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 글은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으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는 그들(부유한 기득권층)의 증오를 환영합니다."

진보적 개혁에 반대하는 적대세력의 증오에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환영한다는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의 이 발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정치가의 어록에서 이 구절만큼 자주 인용되는 것은 별로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루즈벨트 대통령이 '그들'이라고 지칭한 사람은 금융계와 독점기업을 주름잡고 있는 기득권층 사람들입니다. 대통령은 그들을 '조직된 돈'(Organized money)라고 불렀지요. 마피아(Mafia) 같은 조직범죄를 가리키는 Organized crime이란 말을 연상시키는 표현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진보적 개혁정책은 그의 첫 임기 내내 기득권층의 집요한 방해에 시달렸습니다. 재선에 도전하고 있던 그는 이 연설에서 "그들은 나에 대한 증오로 일치단결해 있습니다. 나는 그들의 증오를 환영합니다(They are unanimous in their hate for me; and I welcome their hatred)"라는 말로 기득권층에 선전포고를 했던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개혁이란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회 전체에 큰 이득을 가져다 주는 선의의 개혁이라 할지라도, 어느 누구에게는 반드시 손해를 가져다주게 되어 있지요. 그리고 그 개혁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계층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 개혁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게 마련입니다.

주택 투자, 다른 투자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하는 이유

루즈벨트 대통령은 다행히 진보적 개혁정책에 어깃장을 놓는 기득권층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고, 미국정치에서 화려한 진보의 전성시대를 열었습니다. 그가 열어 놓은 진보의 전성시대는 1980년의 '레이건 혁명'(Reagan revolution)에 의해 그 끝을 보게 되었지만, 그 기간 동안 미국 사회의 평등성에는 커다란 진전이 있었습니다.

만약 루즈벨트 대통령이 기득권층의 증오에 겁먹어 적당히 타협하고 말았다면 진보의 전성시대는 열리지 못했을 겁니다. 미국 사회는 계속 불평등화의 길을 걸어 현대판 카스트(Modern-day caste) 사회가 되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불굴의 의지로 개혁을 추구하지 않으면 개혁이 성공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정책에 대한 취임 전후의 발언을 향해 문제의 절박성에 비추어 볼 때 너무나도 안이한 자세라고 비판을 가한 적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선 나는 "집을 투자나 투기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라는 발언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이 이 발언을 주택에 대한 투기를 막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때 얼마나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지요.

주택에 대한 투자를 다른 대상에 대한 투자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예컨대 주식에 대한 투자가 주식 가격을 끌어올리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걱정을 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주식 가격이 올라가면 경제에는 플러스가 될 테니까 오히려 환영해야 할 결과이기도 하고요.

또한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 혹은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로 이것들의 가격이 뛰어 오른다 해서 걱정거리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가격 폭등으로 인해 누군가는 큰 돈을 벌겠지만, 이로 인해 서민들의 삶이 무너지는 것 같은 끔찍한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택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한 투자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필요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주택에 대한 투자는 경우가 다릅니다. 주택에 투자가 몰려 주택 가격이 폭등하면 서민들의 삶이 무너지는 끔찍한 결과가 빚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여러 가지의 투자 대상 중 주택은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택 투기 문제 해결 나선 이 대통령에게 박수를

▲정부, 주택 공급 대책 발표정부는 29일 9·7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인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공개했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도심의 공공부지와 유휴부지를 적극 활용해 총 6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과천시 과천역 인근 아파트의 모습. ⓒ 연합뉴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의 근저에 어처구니없이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른 주택 가격이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평범한 월급쟁이는 오직 숨만 쉬면서 몇 십 년을 저축해야 서울에 작은 아파트를 겨우 하나 마련할 수 있는 현실에서 누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고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정부가 주택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억제해 주택가격을 안정시켜야 할 이유는 자명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택가격의 폭등이 거품 붕괴로 이어져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을 겪게 될 것을 걱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주택가격 폭등이 집 없는 서민들에게 가져다줄 절망감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어처구니없이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른 주택가격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세금을 중과하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부동산 투기억제책의 본질은 투자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서 오는 수익률을 낮추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투자 수익률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세금 중과밖에 없고요.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서의 세금 중과를 스스로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입니다.

아무리 사람들이 세금 내기를 싫어한다 해도 어떤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세금을 거둬야만 합니다. 가난한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게 만들려면 자신이 살지도 않는 집을 몇 채씩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득불 세금을 중과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똘똘한 한 채"로 막대한 투자차익을 노리는 사람에게도 세금을 중과해야 하고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5월에 종료되기로 예정되어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보면 이제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것 같아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지 않고 버티는 것에 대비해 보유세 중과까지 고려하겠다는 말을 한 것을 보면 세금을 중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종전의 발언을 번복할 의사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스스로의 발언을 뒤집었다고 비난을 퍼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과거의 발언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도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것은 비겁하기 짝이 없는 태도입니다(영어로는 이런 상황을 가리켜 "Better late than never"라고 말합니다). 나는 뒤늦게나마 주택 투기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팔 걷고 나선 그에게 박수갈채를 보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용범 정책실장 발언, 굴복의 신호 되지 않기를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정부가 주택 투기 억제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자마자 기득권층의 십자포화가 맹렬하게 불을 뿜으리라는 사실입니다. 당장 눈 앞에서 몇 억 혹은 몇 십 억 원의 불로소득이 날아가 버릴 것을 뻔히 알면서도 뒷짐을 지고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야당, 보수언론, 그리고 사회지도층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한 덩어리로 뭉쳐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정부의 정책에 어깃장을 놓을 것이 분명합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적대세력의 증오를 오히려 환영한다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뚝심을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불퇴전(不退轉)의 용기로 기득권층의 집단이기주의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중단 시점을 몇 달 늦추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김용범 정책실장의 최근 발언이 기득권층의 십자포화에 굴복하겠다는 신호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주택#내집마련#이재명정부#공급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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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스카서 만난 한·일 국방, ‘수색구조훈련’ 재개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1.31 02:40
  •  
  •  수정 2026.01.31 04:48
  •  
  •  댓글 0
 
 
30일 요코스카 기지에서 만난 한.일 국방장관. [사진-국방부]
30일 요코스카 기지에서 만난 한.일 국방장관. [사진-국방부]

30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기지에서 만난 한·일 국방장관들이 “대한민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간 인도주의적 목적의 수색구조훈련(SAREX)을 실시하기로” 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안규백 국방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대신은 국군과 일본 자위대 간 인적·부대교류를 활성화의 일환으로 실시된 육군 3사관학교와 일본 육상자위대 간부후보생학교 간 교류, 공군 블랙이글스의 일본 항공자위대 나하 기지로의 첫 기착 및 블루임펄스와의 교류를 환영하면서 이같이 합의했다.   

한일 수색구조훈련은 1999년 시작되어 격년제로 실시되다 2018년 일본 초계기가 한국 구축함에 근접 위협 비행한 사건을 거치며 중단됐다. 지난해 11월 훈련 재개 예정이었으나, 한국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에 대한 중간급유지원을 일본 측이 거부하면서 보류되기도 했다. 

이날 두 장관은 엄중해지는 안보환경 속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한 양국 간 협력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한일·한미일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한일 국방교류협력”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두 장관의 상호 방문 및 국방장관회담을 연례화하기로 했으며, AI·무인체계·우주 등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 모색을 위한 국방당국 간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두 장관이 만난 곳도 주목된다. 

요코스카 기지는 미국 7함대가 주둔하는 곳으로, 유엔사의 일본 내 후방기지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함께 찾은 바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시위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지난해 11월 14일 공개된 제57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성명은 “양 장관은 북한 등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유지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성명은 “양 장관은 프리덤 에지 훈련 및 다른 군사 교류들을 통해 3국의 대응능력과 태세가 강화되었다고 평가하였다”면서 “양 장관은 고위급 정책협의, 3자훈련, 정보공유, 국방교류협력 등을 통한 3국 모두의 지속적인 성과를 평가하고, 한미일 협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개최한 신년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새해 방중 결과를 설명하면서 “지금 협의 중인 황해에서의 수색구조 합동훈련도 저는 해야 한다”면서 “(한·중 간의) 군사안보 분야의 협력도 신뢰 제고도 가능하게 됐다”고 자평한 바 있다.

일본과의 수색구조훈련을 재개하면서 중국에도 같은 종류의 훈련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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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강국' 염원한 백범은 '효창운동장 철거'를 납득할까?

[이종성의 스포츠 읽기] 애국선열 추모와 스포츠 유산 공존이 진짜 문화 강국의 길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6.01.30. 08:49:16

내 올해 계획 중 하나는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보는 것이다. 1982년에 개장한 잠실야구장이 올 시즌을 끝으로 사라지고 재건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성지(聖地)이자 학창 시절 추억이 담겨 있는 원래의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는 건 올해가 마지막인 셈이다. 하지만 이미 2년 전부터 입장권 구하기가 매우 힘들어진 잠실야구장 직관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야구 올드 팬들이 많다면 난 잠실야구장 직관에 실패할 것이다.

느닷없이 잠실야구장 얘기를 꺼낸 건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잇달아 효창운동장 철거를 재촉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12월 국가보훈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효창공원 안에 위치한 효창운동장 철거와 공원화 검토를 지시한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재차 국립공원화 방안을 강구하라고 보훈부에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김구 선생부터 많이 모셔져 있는데, 가끔씩 가보면 너무 음침하다"며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 등이 안치된 효창공원 전체를 항일독립투사들의 성지로 새롭게 단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이제 효창운동장은 철거 기로에 섰다.

▲ 효창운동장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왜 효창공원에 축구장이 건립됐을까?

물론 효창운동장이 효창공원에 세워진 배경에는 이승만 정권의 정치적 의도가 크게 작용했다.

1956년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1960년 대회 개최권을 확보했지만 대회를 개최할 만한 국제규모의 축구장이 없어 부득이 하게 경기장을 새로 지어야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승만 대통령이 국유지였던 효창공원 안에 축구장을 건설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효창운동장 건립 계획은 초기부터 거센 반대에 휘말렸다. 이 계획에는 이승만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백범 김구를 비롯한 순국선열들의 묘소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축구장을 세우려면 백정기, 윤봉길, 이봉창 의사의 묘소를 이장해야 한다는 당국의 계획이 발표되자 순국선열들의 유족들은 물론 언론과 국회까지 이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독립운동가들의 묘소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기장 건립이 시작됐다. 하지만 예산 부족과 잦은 설계 변경으로 무리한 공사 진행이 이어졌다. 대회가 개막하기 전까지 관람석 주위의 마무리 공사가 채 끝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한국 대표팀은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아시안컵 2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구름 관중이 몰린 한국과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불상사가 발생했다. '공짜 티켓' 때문에 효창운동장 관중 수용 규모보다 두 배나 많은 팬들이 몰려든 데다, 난간도 설치되지 않았던 부실공사까지 겹쳐 관중들이 넘어지고 2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한마디로 1960년 아시안컵 대회는 4.19 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뒤에 나타난 한국 사회의 혼란스러운 상황의 축소판이었던 셈이다.

▲ 1960년 10월 효창시립운동장 개장식 ⓒ서울기록원

효창운동장이 품고 있는 한국 축구 역사

하지만 효창운동장에서 이룬 아시안컵 2연패는 광복 이후 한국 축구가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칭을 얻는 계기가 됐다.

1961년 유고슬라비아와의 월드컵 예선전 경기가 효창운동장에서 펼쳐지기도 했다. 이 경기는 광복 이후 한국 대표팀이 공산권 국가와 가진 최초의 경기로 기록돼 있다. 효창운동장은 크고 작은 선거에서 정치인들의 유세 장소로도 자주 활용됐다. 대표적으로 1971년 대통령선거 당시 김대중 신민당 후보도 효창운동장에서 유세를 했다.

이후 효창운동장은 한국 고교 축구선수들의 땀과 꿈이 서린 무대로 스포츠 역사를 썼다. 주요 전국고교축구대회가 효창운동장에서 펼쳐졌고, 미래의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유망주들도 이곳에서 성장했다. 학창 시절 축구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던 팬들 역시 효창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응원전을 펼쳤던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 1983년 인조잔디가 깔리기 전까지 흙바닥에 먼지가 심하게 날렸고 접근성도 당시 고교야구의 성지였던 동대문야구장에 비해 열악했지만, 누가 뭐래도 효창운동장은 한국 축구의 산실이자 요람이었다.

한국 축구가 세계로 나아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4강 신화도 효창운동장에서 시작됐다. 당시 청소년 대표팀을 지휘했던 박종환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멕시코로 떠나기 전 효창운동장에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훈련을 했다. 멕시코 고원 지대에서 펼쳐질 경기에 대비한 이 특별 훈련은 멕시코 4강 신화 창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효창공원과 효창운동장 모두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 이전에도 효창운동장 철거는 자주 논의됐었다. 백범 김구 서거 50주년이던 1999년에는 효창운동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백범기념관을 건립하는 계획이 수립됐었다. 서울시의회는 효창운동장 철거를 뼈대로 하는 효창원 성역화 및 백범기념관 건립촉구 건의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1년에 1000여 건의 아마추어 경기가 열리는 효창운동장 철거에 반대의사를 냈다. "불과 1년 전에 8억 원의 예산을 들여 인조잔디를 새로 깔고 나서 운동장 전체를 철거하겠다는 건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꼬집은 대한축구협회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다. 결국 효창운동장 철거 계획은 백지화됐고 백범기념관은 효창공원 테니스장 자리에 건립됐다.

효창운동장 철거 문제는 2005년에 또 불거졌다. 노무현 정부는 효창운동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녹색 광장과 백범 광장 등을 조성하려고 했다. 국가보훈처는 당시 효창공원을 독립공원으로 만들어 이 공간을 애국선열들에 대한 '추모의 장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독립운동가 묘역이라는 효창공원의 성격과 맞지 않는, 대한노인회중앙회, 노인복지관, 반공위령탑, 배드민턴장과 체력단련장 등의 이전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계획도 체육계와 효창공원 인근 주민 등의 반대에 부딪쳐 좌초됐다.

2019년에 서울시와 국가보훈처는 '효창 독립 100년 공원 구상안'을 내놓았다. 이 계획은 효창운동장을 존속시키는 대신 독립운동가 묘역을 가로막고 있는 경기장 스탠드와 조명탑 등 일부 시설만 없애는 것이었다. 이 같은 결정은 서울시민과 각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효창공원과 효창운동장 모두 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 1983년 10월 효창구장시설공사 ⓒ서울기록원

스포츠 유산으로 남아야 할 효창운동장

동대문야구장이 사라진 뒤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설계한 건물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만 존재할 뿐, 내부 동선이 복잡하고 새로운 콘텐츠가 부족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관객 유입 효과는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자연스레 주변 상권도 침체되고 있다. 만약 동대문운동장이 그대로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효창공원에 위치하고 있는 효창운동장도 이 같은 관점에서 공존의 모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독립운동가들을 위한 추모 공간에 더 많은 시민들을 찾게 하려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벤치, 인근 주민들이 조깅을 할 수 있는 길, 동호인들이 공을 차는 축구장이 함께 있다고 한들, 추모의 의미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다. 축구도 하고 가족들과 나들이도 하면서 독립운동가들을 추모할 수 있는 '복합 공간' 말이다.

효창운동장 부근에는 이봉창 의사 동상이 폭탄을 던지는 모습으로 서있다. 축구장 바로 옆에 의거하는 독립운동가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이곳을 지날 때마다 효창공원과 효창운동장은 이미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승만의 불순한 의도로 건립된 경기장이라기보다,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하는 경기장이라는 느낌이다.

한국은 이제 백범이 꿈꾸었던 '문화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문화 강국이 된 한국에서 독립운동가 묘소의 성역화를 위해 지난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등재된 효창운동장이라는 스포츠 유산을 철거하는 게 타당한지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럼에도 굳이 효창운동장을 철거하면, 한국에서 스포츠 유산은 문화유산으로 대접받을 수 없는, 홀대의 유력한 근거가 될 것이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프레시안> 스포츠 전문기자 시절, 스포츠와 사회·문화·역사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에 주목했던 언론인 출신 학자다. 이후 축구의 본고장 영국으로 건너가 드몽포트대학교에서 '남북한 축구사'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야구의 나라>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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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자폭했는데, 난 못 했어요”…26살 북한군이 말했다

입력 2026.01.30 07:00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북한군 참전 1년’ 우크라이나는 지금?

김영미 PD가 경향신문에 전한 취재기

이토록 무참한…러-우전쟁 4년의 ‘참상’

다큐앤드뉴스코리아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2024년 말. 우크라이나군은 격전지 쿠르스크에서 적군의 시신을 수색하던 중 한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편지에는 한글로 ‘그리운 조국’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말로만 떠돌던 북한군 파병설을 증명하는 부정할 수 없는 물증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1년이 흘렀습니다. 전력을 강화한 러시아는 공세를 높였고, 북한군은 첨단 전쟁 기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고통은 더 길고 짙어졌습니다. 오늘은 북한군 참전 1년을 맞아 우크라이나를 찾은 김영미 국제분쟁전문 PD가 경향신문에 보내 온 생생한 취재기를 전해드립니다. 김 PD가 북한군 포로 2명을 인터뷰한 기록도 함께 담았습니다.

“북한군, 생포하려니 자폭하더라”

북한군이 투입된 쿠르스크는 러시아의 농업지대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과 원전이 위치한 요충지입니다. 우크라이나는 2024년 8월 최정예부대를 앞세워 쿠르스크를 점령했습니다. 허를 찔린 러시아는 북한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한쪽이 침공을 받으면 다른 쪽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돕는다’는 조약을 맺고 있었거든요. 2024년 10월 러시아에 도착한 북한군 1만3000명은 훈련을 받고 같은 해 12월 쿠르스크에 배치됐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70여년이 넘도록 대규모 교전을 치러본 적 없는 북한군은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군은 드론전에 적응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군에 전자전 장비와 드론 사용법을 가르쳤고, 나중에는 북한군이 직접 드론을 운용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을 질리게 만든 건 북한군의 ‘독기’ 또는 ‘광기’였습니다. 부상당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이 접근하면 수류탄 핀을 뽑아 자폭하기 일쑤였습니다. 생포되자 스스로 팔을 물어뜯어 숨진 이도 있었습니다. ‘포로가 되느니 자살하라’고 철저하게 세뇌당했기 때문입니다.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북한군을 앞세워 러시아는 2024년 4월 쿠르스크를 탈환했습니다.

‘미사일 오나’ 앱으로 확인하는 일상

북한은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KN-23)도 무더기로 제공했습니다. 명중률이 떨어지던 북한 미사일은 러시아 기술자들의 보완을 거쳐 더 정밀하고 강력해졌습니다. 북한군이 현대전에 익숙해지고 있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계자는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100만 대군을 훈련시키는 교관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은 용맹하고, 잘 훈련됐으며, 신식 무기로 무장한 적을 갖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큐앤드뉴스코리아 제공

북한군의 강화된 전력은 우크라이나 민간인까지 위협했습니다. 평범한 주택가에 북한제 미사일이 쏟아지고 있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시민 나탈리아(81세)는 “부엌에서 죽을 끓여 남편에게 건네려는 순간 미사일 파편들이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얼굴은 피범벅이 됐다”며 “집 전체가 통째로 솟구쳐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미사일 때문에 공포에 떱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 공습경보가 울리자 시민들은 바로 휴대전화를 열었습니다. 앱을 통해 미사일이 어느 지역으로 날아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사는 곳으로 미사일이 오고 있다면 물과 휴대전화를 챙겨 대피소로 이동한 뒤, 공습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버티는 게 우크라이나의 일상입니다.

“나는…자폭 못 했어요”

지구 반대편에서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김영미 PD는 우크라이나군에 잡힌 북한군 포로 2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최근 MBC <PD 수첩>에도 나왔던 그 인터뷰입니다.

북한 체제의 세뇌는 강력했습니다. 포로 김모씨(26)는 “다른 사람은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다 자폭했는데, 나는 수류탄이 떨어져 자폭을 못 했다”며 “살아 있는 게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기만전술에 걸려 생포된 백모씨(24)도 “명색이 조선군인데 적군의 포로가 돼 살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세뇌만큼이나 무서운 건 전쟁터의 참상이었습니다. 김씨는 “그렇게 피비린내 나는 살벌한 전투는 처음 목격했다”며 “온전한 시체가 없다. 온몸이 찢어지고 절단된다”고 했습니다. 백씨도 “제 나이 또래들, 말 한마디 못 하고 머리에 드론 폭탄을 맞아 그 자리에서 다 전사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북한군은 정말 죽음에 초월했느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더니 “같은 사람인데 죽고픈 사람이 어디 있고 목숨을 그렇게 쉽게 여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다큐앤드뉴스코리아 제공

26살과 24살, 어린 나이에 전쟁을 겪은 이들은 고향의 부모님을 떠올립니다. 백씨는 “군에 동원되러 갈 때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면서 손잡고 본, 눈물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마지막”이라고 했습니다. 성악가를 꿈꾸던 김씨는 인터뷰 중 북한 노래 ‘어머니가 제일 좋아’를 불렀습니다. “다 자라도 찾는 어머니. 백발 돼도 찾는 어머니. 엄마 없이 나는 못 살아. 어머니가 제일로 좋아….”

이들은 한국 송환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포로가 되면 역적이나 마찬가지”라며 “북한에 돌아가면 가족, 친척, 친구 등이 다 멸족당한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김영미 PD가 준비한 장아찌와 김밥을 먹으며, 포로가 된 뒤 처음으로 웃었습니다. 김 PD와 헤어질 때는 “엄마 같아서 보내기 싫다”며 눈물을 참았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의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반복해서 내보낸 CNN 보도를 비판하며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미디어가 전쟁의 강렬한 이미지를 유포하면서 참혹한 진실을 가리고, 전쟁을 영화나 ‘비디오 게임’처럼 보이게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룬 많은 기사도 최신 드론이나 국제정세 등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평범한 시민들과, 전쟁에 끌려온 젊은이들의 화려하지 않은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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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뉴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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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에서도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것이다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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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01.30 09:50

  • 수정 2026.01.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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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시즘 활개치는 미국서 '빛의 혁명' 가능할까

피살된 르네 굿과 프레티가 저항 구심점

미네소타 거리를 피로 물들인 트럼프 돌격대

시민 총파업 대성공 이후 전국적 파업 호소

흔들리는 트럼프와 숨겨진 발톱: 반란법 위험

신파시즘 뿌리를 뽑기 위한 과제와 행동지침

"난 정말 당신에게 화난 게 아니에요, 친구." 르네 굿(Renee Good)이 차창 너머로 자신을 위협하는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에게 남긴 이 말은, 살의로 가득 찬 공권력 앞에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비극적인 다정함이었다. 그녀는 폭력적인 이주민 단속 현장을 목격하고 항의했을 뿐이며, 위협을 느껴 차를 돌려 나가려던 순간 금속 탄환에 생을 마감했다.

"그녀를 건드리지 마! 괜찮으세요?" ICE 요원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던 한 여성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알렉스 프레티(Alex Pretti)의 마지막 말은 10발의 총성과 함께 영원히 끊어졌다. 그는 불의를 보고 약자를 도우려던 선량한 시민이었지만, 요원들에게 그는 보호해야 할 시민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이었다.

트럼프 정권은 즉각 이들을 '차량을 무기로 이용'하고 '무기와 탄약을 소지한' 위험한 '국내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었다. 희생자를 악마화함으로써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려 한 것이다. 진실은 시민들의 스마트폰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찍은 영상 속에서 르네 굿과 알렉스 프레티는 모두 평화적인 방식으로 항의 중이었다.

 

르네 굿과 알렉스 프레티 - 출처: 트위터(X)

하지만 그들은 마치 공개 처형당하듯이 죽었다. 미국의 진보적 법학자 아지즈 허크(Aziz Huq)가 지적했듯, 이는 단순한 과잉 진압이 아니라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적들을 처단하고 있다는 심리적 보상을 주기 위한 장식적 폭력"의 결과였다. 더구나 이 두 명의 죽음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미네소타의 거리는 이제 '자유의 땅'이 아닌 '점령지'의 풍경을 띠고 있다. ICE는 심지어 2살, 5살 아이들까지 체포하여 가족과 격리하고 있으며,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얼굴에 대놓고 최루액을 분사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은 트럼프의 '신나치 돌격대'로 기능하며 공동체의 안전망을 파괴하고 있다.

이제 미네소타 주민들은 모두가 미등록 이민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항상 시민권 서류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서류가 없다는 것은 언제든 ICE에 의해 '납치'되어 창고 같은 구금 시설로 끌려가 가족과 생이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곳에서는 며칠간 씻지도 못하고 굶주림과 폭력에 노출된다. 이는 미국 사회 전체를 공포로 길들이려는 신파시즘적인 통치술이다.

트럼프 정권은 제대로 된 검증이나 교육도 받지 못한 이들을 ICE 요원으로 채용하여 현장에 투입하고 대량 단속의 실적만 강요하며 무조건적인 면책특권을 약속했다. 즉, 르네 굿과 알렉스 프레티의 죽음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트럼프 정권의 정책 방향과 목적이 낳은 결과다. 폭력과 일탈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이 괴물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것은 공포가 아니라 저항을 낳았다. 미네소타 주민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지난 1월 23일, 미네소타는 멈춰섰다. '진실과 자유의 날'로 명명된 이날, 서비스노조(SEIU), 통신노조, 운수노조, 교사연맹 등 90여 개 단체가 힘을 합쳐 시민 총파업을 단행했다. 영하 29도 최악의 강추위에도 10만 명이 등교, 출근, 쇼핑도 거부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행진하며 'ICE 아웃!'을 외쳤다.

시민들은 ICE에 숙식과 편의를 제공하던 지역 기업들을 압박하여 협조를 중단하게 만들었고, 위험에 처한 이민자와 이웃들을 도왔고, 국가 기구가 시민 없이 존재할 수 없음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이 성공은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미네소타의 행동은 확대되어야 하며, 전국적 총파업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실제로 1월 30일 전국적 총파업이 예고되고 있다.

 

1.30 전국 총파업을 호소하는 광고

저항의 물결은 트럼프 정권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이민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응답이 과반을 훌쩍 넘었고, 그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소극적으로 관망하던 민주당 지도부와 주류 정치인들도 연방정부 셧다운을 감수하더라도 ICE 예산을 막겠다는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오바마 부부와 클린턴 역시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비난하며 시민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균열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미네소타 주지사 경선 후보였던 크리스 마델은 "차마 딸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공화당 후보로 나선다고 말할 수 없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트럼프 신파시즘의 중심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정권은 미네소타에서 ICE 감축과 단속 완화, 주 경찰과의 수사 협조, 악명 높던 국경순찰대장의 타 지역 발령 등을 이야기하며 물러서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반격의 기회를 기다리기 위한 '숨 고르기'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던 윤석열 역시 2024년 총선 패배 이후 주춤하며 물러서는 듯한 연극을 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결국 연말에 비상계엄이라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자아 비대와 과대망상의 정신 나간 망나니 같은 지도자들은 결코 쉽게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진짜 계획은 미네소타에서 폭력적 충돌을 유발하여 해당 지역을 '80년 광주'처럼 고립시키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빌미로 '반란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하여 계엄 상태를 조성하고, 중간선거를 무산시키거나 영구적 독재로 나아가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MAGA의 전략가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은 '반란법을 발동하고 군대를 투입해서 이민자를 더 대량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노골적으로 선동해 왔다.

트럼프는 현재 핵심 책임자인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노엄(Kristi Noem)을 유임시키겠다고 다짐하며, 국경순찰대장을 뒤로 물리는 대신 훨씬 교활하면서 잔인한 '국경 차르' 톰 호먼(Tom Homan)을 미네소타 전선으로 보내고 있다. 이는 잠시 상대의 방심을 부추기면서 더 큰 공세를 준비하는 파시스트 특유의 양동작전이다.

 

트럼프 지지자에게 피습을 당한 뒤에도 연설을 계속하는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 - 관련 방송 갈무리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여전히 조심스럽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민주당의 주류 기득권 정치인들보다 더 나서서, 선명한 투쟁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들은 민주당의 가장 좌파적 부분인 '민주적 사회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가장 분명한 투쟁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정부에 의해 거리에서 살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찢겨지고 우리의 권리는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저항합시다! 침묵은 곧 동조입니다. 우리는 이를 막을 수 있고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르네 굿을 백주대낮에 살해했습니다. 3주도 채 지나지 않아 그들은 알렉스 프레티에게 10발의 총을 쏴 살해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사람들이 차에서, 집에서, 삶에서 강제로 끌려나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ICE를 폐지해야 합니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민 저항을 호소하는 장면은 한국에서 12.3 '내란의 새벽'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민들을 국회 앞 결집을 호소하던 긴박한 순간도 떠오르게 한다. 이제는 인종, 젠더, 세대, 부문, 정파를 넘어서 모든 양심적인 미국 시민이 '반트럼프, 반파시즘 전선'을 형성해야 할 때다. 그 투쟁의 요구와 과제들도 분명해 보인다.

공권력의 투명성 확보: 미네소타를 시작으로 모든 지역에서 ICE 요원들의 마스크 착용을 전면 금지하고, 신원 노출을 의무화해야 한다. 익명성 뒤에 숨은 폭력은 그 자체로 불법이다. 무엇보다 어떤 짓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을 폐기해야 한다. 이것은 ICE의 전면 철수와 기구 폐지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가장 반동적인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탄핵: 국가 폭력을 기획하고 실행한 크리스티 노엄(국토안보부 장관), 스티븐 밀러(안보보좌관), 카시 파텔(FBI 국장), 피트 헤그세스(국방장관) 등에 대한 탄핵을 하나씩 추진하고 성공시켜야 한다. 이들이 공직에 머무는 한 민주주의나 인권은 단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 이것은 트럼프 탄핵으로 가는 길을 닦는 것이기도 하다.

반란법 발동에 대한 경고와 대응 태세: 트럼프가 반란법을 발동할 가능성을 계속 경고하고, 만약 그런 군사 계엄과 같은 상황이 일어날 경우에 의회와 시민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전국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오바마, 클린턴 전 대통령도 시민 저항을 호소하고 있다 - 관련 방송 갈무리

이 모든 것은 한국의 12.3 쿠데타와 '빛의 혁명'에서 배울 수 있는 경험과 교훈들이다. 한국 시민들이 윤석열의 쿠데타 시도를 단 몇 시간 만에 무력화하고, 나아가 윤석열을 탄핵하고 구속할 수 있었던 경험은 미국 시민들에게도 강력한 영감이 될 것이다. 조직된 시민의 힘만이 총칼을 앞세운 독재의 등장을 막아낼 수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막장극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의 존재는 인류 문명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 전 세계적 극우 네트워크의 우두머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 시민들의 투쟁은 한국의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고, 미국에서 트럼프를 몰아내는 것은 전 지구적 극우 반동의 흐름을 끊어내는 세계사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 미국의 저항을 지탱하는 것은 거창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그것은 이웃에게 친절했던 르네 굿의 다정함이며, 위기에 처한 이를 구하려 했던 알렉스 프레티의 용기다. 그들의 비참한 죽음과 그들을 모욕하는 권력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슬픔과 분노가 수많은 미국의 시민들을 거리로 불러내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 속에는 노예 해방과 인종차별 철폐,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수많은 영혼이 숨 쉬고 있다. 르네 굿과 알렉스 프레티는 그 위대한 연대기의 가장 최근 페이지에 올라간 이름들이다. 미국에서도 과거가 현재를, 그리고 르네 굿과 알렉스 프레티 같은 '죽은 자'들이 남은 '산 자'들을 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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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6만호 승부수...중요한 게 하나 남았다

▲정부, 주택 공급 대책 발표정부가 29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주택 공급 촉진 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당초 6천호에서 1만호로 4천호 공급이 늘어날 예정인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시장참여자들이 주택공급을 염원하는 서울 도심 등에 소재한 국공유지 등을 끌어모아 6만호 남짓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번 공급대책을 보면 입지와 물량과 속도 등의 면에서 후한 점수를 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구축시장에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무주택자들 중 상당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에 나오는 신규 분양물량을 기다리며 대기매수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꽤 높다. 주택가격이라는 것이 후속매수세가 붙어야 상승한다는 전제를 감안할 때 이는 서울 아파트 시장의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좋은 입지에, 빠른 속도로, 많은 물량을 공급해 서울 아파트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부동산 불로소득공화국'을 혁파하고, 지방주도 성장대전환을 추동하며, 자본시장 등 생산적 투자처로의 머니무브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급방식이 필요하다.

서울 아파트 시장 안정에 나선 이재명 정부

29일, 이재명 정부가 '9.7주택공급확대방안'의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도심부터 택지까지 수도권 이곳저곳에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135만호 이상 착공하겠다는 것이 '9.7주택공급확대방안'의 골자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서울 아파트 시장은 별다른 미동 없이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정부가 해당 공급확대방안 앞뒤로 초고강도 대출 규제 대책들까지 내놓았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놀랍기까지 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세제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정부가 추가공급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건 명약관화했다. 그리고 그 추가공급대책이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발표됐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서울과 경기권의 핵심 요지에 있는 국공유지 등을 최대한 활용해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주택공급을 신속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서울 26곳에 3만 2000호, 경기도 18곳에 2만8000호, 인천 2곳에 100호를 공급하겠다고 천명했다. 대략 6만호 가량이 공급되는 셈인데 특히 서울 같은 경우는 과거 보금자리주택 물량의 84%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 지난 10년간 서울 아파트 연평균 준공물량(입주물량)이 대략 3만 8000호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3만 2000호가 얼마나 많은 것인지 체감이 될 것이다.

대책을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국유지에 2만 8100호를, 공유지에 3400호를, 공공기관 부지에 2만 1900호를, 기타에 6300호를 각각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입지 또한 매우 우수하다. 서울 같은 경우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캠프킴, 태릉CC 등에 주택이 공급되고, 경기도는 과천 경마장 일대 등 노른자위 땅에 주택이 공급된다. 서울과 경기도에 산재한 노후청사 등도 복합개발을 통해 주택으로 공급되는데 모두 알짜배기 위치다.

입지와 물량만이 아니라 속도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르다. 빠른 사업장은 2027년부터 착공하고, 만약 늦어지더라도 2030년에는 착공하기로 계획됐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안에는 삽을 떠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기존의 분양방식 답습하면 정말 곤란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재정경제부

단순히 요동치는 서울 아파트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이 나온 것이라면 정책목표를 대략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누차 강조한 부동산 불로소득공화국 탈출, 지방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 자본시장 등 생산적 투자로의 자금 대이동 등의 원대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디테일이 더 필요하다.

기존과 같이 일반분양과 공공임대를 섞는 방식으로는 급한 불을 끄는 미봉에 머물기 쉽다. 예컨대 이미 서울은 정상적인 소득으로 신규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5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55.2로, 전 분기(153.4)보다 1.8p 뛰었다. 소득의 약 40%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쓴 셈이다. 서울 지역 지수는 2024년 4분기 157.9에서 지난해 1분기 155.7, 2분기 153.4 등으로 점차 하락하다가 3분기 들어 다시 상승했다. 서울 이외에 지수가 100을 넘는 지역은 없었다.

분기마다 산출되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주택을 표준대출로 구입한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의 정도를 보여준다. 총부채상환비율(DTI) 25.7%에 더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7.9%의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 조건을 표준 대출로 가정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서울에 사는 30대 무주택 가구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을 수밖에 없다. 30대 가구주 4명 중 집주인은 1명 뿐으로, 주택 소유율은 역대 최저였다. 서울 집값 폭등 등이 주된 원인이다. 지난해 서울 30대 주택 소유가구는 18만 3456가구로 전년보다 7893가구 감소해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무주택 가구가 주택 소유가구보다 2.9배로 많아 그 격차가 역대 가장 큰 수준으로 벌어졌다.

요컨대 기존처럼 일반분양을 메인으로 하고 공공임대를 일부 넣는 방식으로 알짜배기 국공유지에 주택을 공급한다면 달아오른 시장을 일시 냉각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표방하는 다층의 대전환은 난망이다.

'토지임대부 주택분양' 방식 전면 도입한다면

▲정부, 주택 공급 대책 발표정부는 29일 9·7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인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공개했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도심의 공공부지와 유휴부지를 적극 활용해 총 6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과천시 과천역 인근 아파트의 모습. ⓒ 연합뉴스

그렇다면 일반분양 방식 이외의 대안이 있는가?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분양 방식의 주택공급이 그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는 공공이 갖고, 건물만 분양하는 공급 유형이다. 건물을 분양받는 사람은 전용 25.7제곱미터 아파트를 대략 3억~4억 원 남짓에 매수한 후, 매년 공공에 시장 가치 상당액의 토지임대료를 납부하며 평생 자가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다. 물론 건물에 대한 재산권 행사는 전적으로 보장된다. 기존의 토지 및 건물 일체형 공급이 투기 유발형 공급인 반면, 토지임대부 방식은 시장안정형 공급이다.

직주근접에 각종 인프라와 편의 시설이 밀집한 곳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된다면 필경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지 부담가능한 저렴주택을 청년 등을 포함한 무주택자들에게 대규모로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발휘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만약 이재명 정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대거 공급한다면 이는 정부 주도 주택공급정책의 획기적 변화를 함의한다. 그전까지는 정부가 주도하는 주택공급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나누어 갖는 방식이었다면,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 탈출을 위한 첫걸음으로 부동산불로소득의 근본인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토지임대부 주택분양방식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소유자들이 주택구입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가처분 소득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피하게 만든다. 그전처럼 토지와 건물 일체형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은 원리금 상환에 소비마저 줄여야 하지만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아파트에 짓눌리는 대신 가처분 소득으로 주식 등 생산적 투자를 할 수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분양방식은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살 길로 제시한 '지방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과도 궤를 같이한다. 서울 등의 요지에 기존과 같은 분양주택들이 대거 공급된다면 서울일극화는 더 극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기존 주택공급 방식과 과감히 결별하는 결단을 할 수 있을지다. 이 대통령이 천명한 부동산 불로소득공화국 탈출, 지방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 생산적 투자로의 자금 대이동 등의 혁명적 대전환을 위해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의 금싸라기 땅에 반드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해야 한다. 서울 등의 요지에 있는 국공유지들을 탈탈 털어서 만든 주택공급계획이기 때문에 이 기회를 망실하면 다음에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모쪼록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환에 걸맞은 결단을 내려주길 소망한다.

#주택공급대책#용산국제업무지구#6만호#이재명#토지임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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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DMZ 관련법 정전협정과 상충없다...유엔사와 사전협의 절차 밟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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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1.29 12: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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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첫날인 지난해 7월 25일 판문점을 찾아 남북 연락채널 복원 의사를 밝혔다. [사진 제공 - 통일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첫날인 지난해 7월 25일 판문점을 찾아 남북 연락채널 복원 의사를 밝혔다. [사진 제공 - 통일부]

통일부가 최근  비무장지대(DMZ) 관련 법안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는데 대해 "유엔군사령부와 사전협의 절차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정전협정과 전혀 상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2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며, 이러한 입장에서 국회에서 논의중인 DMZ 관련 법 제정 논의에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유엔사가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DMZ 출입 권한을 통일부로 일부 이양하려는 국회 입법안에 대해 "대한민국이 DMZ 출입 승인 권한을 갖는 것은 정전협정에 정면 충돌하는 것으로 유엔군사령관 권한을 과도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데 대한 입장 표명이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조항을 언급하며 "DMZ에서 사건이 발생해 적대 행위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을 추궁받을 사람은 한국 대통령이 아니라 유엔군사령관"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입법 추진중인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 및 지원에 관한 법률'(DMZ 특별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재강, 한정애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DMZ 관련법의 핵심을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의 DMZ 출입 승인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하도록 하는 것'으로 파악한 것.

2018년 평양공동선언을 통해서도 비무장지대의 화지대화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된 바 있으나 현행 법제가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비전과 체계적인 지원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5년마다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을 지원하는 종합계획 수립과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 △통일부 내 비무장지대평화이용위원회와 통일부장관 소속 비무장지대평화이용기획단 설치 △관계 시도지사와 협의 결정하는 비무장지대 평화이용지구 지정 △국민참여사업 개발 시행을 담고 있는 법안의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날 정동영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유엔사가 얘기한 건 유엔사의 입장인 것이고 국회가 법을 제정하는 것은 입법부의 고유 입법 권한"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DMZ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유엔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유엔사의 입장은 DMZ 관련 법안과 '평화의 길' 운영에 관한 것인데 새로운 건 아니다"라며, "통일부는 법안 제정 관련해 국회 입법권을 존중한다는 것이고 '평화의 길' 운영과 관련해서는 유엔사와 계속 관련 협의를 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정리했다.

또 책임론과 연계해 유엔사 관할권을 강조한 주장에 대해서는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유엔사가 책임진다는 개념인 것 같은데, 그건 존중하지만 만약 우리 국민이 다쳤다면 그것이 오롯이 유엔사 책임일 뿐인지는 의문"이라며 이견을 제시했다.

한편, DMZ 관련 법은 3개 법안이 발의되어 현재 외통위에 계류되어 있으며,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되지 않고 있다.

3개 법안을 하나로 취합해 논의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출입과 관련해 유엔사와의 사전협의 절차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화의 길' 운영과 관련해서는 현재 실무 수준에서 유엔사와 소통하고 있으며, 관계 기관인 문체부·행안부·경기도 등에서도 원하고 있는 만큼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유엔사와 본격 협의해 나갈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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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공 외교와 주권의 실종,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 기자명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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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1.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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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제국, 웃통 벗고 덤비는 깡패
주권 없는 선진국은 화려한 식민지다
비참함을 느끼지 못하는 비참함
애국과 매국의 갈림길

ⓒ 뉴시스
ⓒ 뉴시스

트럼프의 SNS 한 줄에 나라 전체가 대혼란에 휩싸였다. 관세 15%를 25%로 올리겠다는 경고 앞에 ‘정치’를 한다는 자들은 앞다투어 미국을 향해 엎드릴 준비를 마쳤다. 정부는 서둘러 입법을 읍소하고 여당은 ‘신속 처리’를 약속한다.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매국(賣國)의 경매장’ 같다. 누가 더 비굴하게 나라 곳간을 열어젖히느냐를 두고 벌이는 참담한 충성 경쟁을 보고 있다.

저물어가는 제국, 웃통 벗고 덤비는 깡패

우리가 마주한 미국은 더 이상 힘세고 여유 있는 패권국이 아니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 웃통까지 벗어 제치고 달려드는 무도한 깡패이자, 급격히 저물어가는 황혼의 제국이다. 깡패가 몽둥이를 휘두르는 이유는 힘이 넘쳐서가 아니라, 가진 것이 바닥나 불안하기 때문이다.

동화 속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속여 어머니의 떡과 팔다리를 뺏었듯, 미국의 관세 협박은 쇠락하는 제국의 수명을 연장하려 우리 국부를 훔쳐 가기 위한 끝없는 올가미다.

오늘 관세 협박에 겁을 먹고 요구를 들어주면, 내일은 더 가혹한 제물을 요구할 것이다. 종속된 구조에서는 평생 호랑이에게 떡을 바치며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굶주린 호랑이에게 제 살점을 떼어주며 산 고개를 넘으려는 자살행위는 결국 파멸로 치닫는 예속의 굴레다.

주권 없는 선진국은 화려한 식민지다

정부와 여당은 입만 열면 선진국 타령이다. 주식 시장 지표와 GDP 수치를 들이밀며 자찬에 열을 올린다. 묻고 싶다. 주권을 잃은 나라가 주식 좀 오른다고 선진국인가? 저물어가는 제국 통치자의 말 한마디에 국가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입법부마저 깡패의 압박에 ‘조공 법안’을 상정하는 나라를 누가 주권 국가라 부르겠는가.

미국은 무역 흑자를 줄이라며 ‘원화 가치 강제 절상(환율 하락)’을 압박하고, 정부는 이에 맞춰 환율 주권을 포기하며 국민의 지갑을 털고 있다. 여기에 3,500억 달러라는 조공 액수를 맞추려 국민의 노후 생명줄인 국민연금까지 미국 자산을 사들이는 방패막이로 내던졌다. 알맹이인 주권은 다 내주고 껍데기뿐인 지표에 매달리는 꼴은 목줄에 묶인 노예가 비단옷을 걸친 꼴이다. 참된 선진국은 부의 양이 아니라 제 나라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주성에서 결정된다.

 

비참함을 느끼지 못하는 비참함

더욱 통열한 사실은, 이 굴욕적인 현실을 마주하고도 마땅히 느껴야 할 수치심조차 마비되었다는 점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실용’이라 부르고 ‘현실론’이라 포장한다.

진정한 비극은 매를 맞는 것이 아니라, 매를 맞으면서도 그것이 아픈 줄 모르고 도리어 때리는 자의 기분을 살피는 노예 근성에 있다. 120여 년 전, 나라를 팔아넘겼던 이완용은 “대한제국은 약소국이고 일본은 강대국이므로 일본과 손을 잡는 것이 조선의 숨통을 트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정치권이 걸어가는 길은 그때 그 매국노의 길과 무엇이 다른가.

애국과 매국의 갈림길

정치권에 묻는다. 미국을 추종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면, 당신들은 더 이상 국민을 대변할 자격이 없다. 이번 관세협상 비준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주권 국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제국의 속국으로 전락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애국과 매국의 갈림길’이다.

우리 국민은 누가 이 조공 바치기에 찬성표를 던졌는지 누가 침묵했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 이제 대중이 깨어나야 한다. 굴종을 대가로 얻는 평화와 번영은 가짜다. 스스로를 존엄하게 여기지 않는 자에게 돌아올 것은 오직 끝없는 수탈과 멸시뿐임을 우리는 직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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