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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비호' 미국의 내정간섭…"이재명 정부는 굴복 말라"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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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 입력 2026.01.24 21:30

  • 수정 2026.01.2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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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집요한 로비, 미국 정·재계 압박 점입가경

시민사회 "횡포 묵과 못 해…내정간섭 중단하라"

"주권 국가 정당한 법 집행과 규제 위축시키려"

"정부·국회, 흔들리지 말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쿠팡 영업 정지, 천문학적 과징금 부과 등 촉구

김민석 "밴스 부통령에 차별 대우 없었다 설명"

"양국 정상 관계, 특정 기업 로비에 안 흔들려"

여한구 "통상 보복? 오해 최대한 해소 노력 중"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불법기업 쿠팡 비호, 내정간섭 일삼는 미국 정·재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23. 연합뉴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빚은 쿠팡을 오히려 두둔하며 한국 정부와 여당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미국 정·재계를 향해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강한 규탄 목소리를 냈다. 김민석 총리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쿠팡을 차별 대우하는 것이 아니다. 쿠팡 수사를 일반적인 통상 이슈와 구분해야 한다"고 설득하면서 사태가 한미 양국 간 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쉽게 인식을 바꿀 태세가 아니다.

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연구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택배노조,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135개 단체가 결성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맞은편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정·재계의 쿠팡 비호와 내정간섭 행태를 규탄하고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 정부와 국회에는 미국 측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범죄 기업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와 제재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당당하게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엄미경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쿠팡은 우리 국민을 우롱하는 불법 기업이자 반사회적 기업이다. 노동자의 과로사를 조장하고 은폐, 조작했으며 노조 탄압을 기획했기 때문"이라며 "쿠팡은 사과는 하지 못할망정 되레 미국 정·재계를 통해 내정간섭을 하려 한다. 이런 쿠팡의 반사회적 태도와 미국 정·재계의 내정간섭을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쿠팡은 당사(當社)의 입장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소가 웃을 일이다. 핵심 이해관계자인 주요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의 법 집행이나 제도적 대응을 문제 삼아 미국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관련이 없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면서 "쿠팡 사태의 본질은 외교도 통상도 아니다. 한국에서 벌어진 불법과 불공정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정부와 국회는 흔들리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은 "자영업자들의 피땀 어린 고혈을 짜내며 성장한 쿠팡의 파렴치한 행태와, 그런 범죄 기업을 대놓고 두둔하며 우리나라의 주권을 흔드는 미국의 오만한 태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이런 내정간섭을 계속한다면 미국산 불매 운동에 전 자영업자가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불법 기업 쿠팡 두둔 미국 정·재계, 주권 침해 당장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미국 정·재계의 일련의 협박성 움직임을 들어 "주권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과 규제 권한을 왜곡하고 위축시키려는 적반하장이자 언어도단"이라며 "이들이 쿠팡이 한국에서 벌이고 있는 온갖 불법과 편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불법을 저지른 뒤 수사와 규제를 압박으로 되돌려놓으려는 쿠팡의 행태는 경찰을 협박하는 조직폭력배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미국 상장 기업이 기본적인 정보보호 조치도 하지 않아 한국 국민의 4분의 3에 달하는 막대한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그런데도 미국 정·재계가 해당 사안의 심각성이나 피해 회복, 기업의 책임을 언급하기는커녕 한국 정부의 조치를 문제 삼아 외교·통상적 압박에 나선 것은 문명국가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니다"라며 "만약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거두면서 미국 노동자들을 과로사시키고 자영업자들을 수탈하며 337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어도 가만히 있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 시민들은 힘을 앞세워 쿠팡의 책임을 무마하려는 미국 측의 횡포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 정·재계의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당당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며 "불법 기업 쿠팡의 영업을 정지시키고 희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라. 쿠팡을 포함해 독과점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조속히 도입하고 국제투자분쟁에도 엄중히 대처하라"고 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동시통역기 착용 요구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30. 연합뉴스

앞서 쿠팡의 미국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2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현저히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며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하고 한국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및 기타 제재를 포함한 무역 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 쪽에는 "쿠팡에 대한 차별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기 때문에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할 의향이 있다"는 내용의 의향서를 발송했다.

이들은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중국 대기업들과 긴밀한 관계(close ties)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한국 및 중국의 대기업 경쟁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악의적 '반미·친중' 프레임 공세까지 펼쳤다. 쿠팡의 3300만 개 계정 유출 사고를 두고 실제 유출 건수는 3000개에 불과하다는 일방적 논리를 반복하면서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한 차별적 캠페인을 중단하지 않으면 수십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 중재의향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을 수신인으로 기재했다.

이 같은 으름장에 미국 연방 의회 의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집요하게 로비를 벌인 쿠팡 측 노림수가 통한 것으로 보인다.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의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공화·네브래스카)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무역소위 청문회에서 "내가 관찰하기에 한국은 미국 기업들을 명백하게 겨냥하는 입법 노력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며 "한국 규제 당국은 이미 미국의 기술 리더들을 공격적으로 표적 삼고 있는 것 같다. 쿠팡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 조치가 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캐롤 밀러 하원의원(공화·웨스트버지니아)도 다른 나라들이 디지털 분야에서 자유로운 교역을 계속 막으려고 한다며 이런 움직임이 "한국에서 가장 명백하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밀러 의원은 "한국이 최근 두 명의 미국 경영인을 상대로 정치적 마녀사냥을 시작했다"고 규정했는데, 이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와 김범석(범킴) 쿠팡 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에 대한 수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1.24 [총리실 제공]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방문 중인 김민석 총리는 23일(현지시간) JD 밴스 미국 부통령에게서까지 쿠팡 관련 질문을 받음으로써 이 문제가 한미 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현실을 직접 실감해야 했다. 김 총리는 이날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백악관에서 진행된 회담 내용을 소개하며 밴스 부통령이 "미국 기업인 쿠팡이 시스템이 다른 한국에서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문제가 되는지 궁금해했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나는 쿠팡 문제에 대해 미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료히 얘기했고, 밴스 부통령은 아마 한국 시스템 아래 법적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면서 이해를 표했다"며 "그럼에도 밴스 부통령은 이 문제가 양국 정부 사이에 오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과열되지 않게 잘 상호 관리를 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밴스 부통령의 문제 제기에 적극 공감하고 이후 쿠팡 진행 상황에 대해선 팩트를 있는 그대로 최대한 가장 신속하게 공유받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쿠팡 투자사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반미 친중' 성향으로 몰아간 데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낙관적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 들어와서 한미 양국의 정상 간 (관계가) 특정 기업이 로비로 흔들 수 있는 정도의 단계를 넘었다. 그것보다 훨씬 단단해졌다"며 "양국 어느 정부도 특정 기업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차별을 이유로 당사국 정부에 호소해서 진실을 왜곡시킬 수 있을 정도로 허약한 기반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게 오늘 회담의 의미"라고 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2026.1.23 [산업통상부 제공] 연합뉴스

한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다보스포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쿠팡에 대한 국내 수사를 일반적인 통상 이슈와 구분해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24일 밝혔다. 여 본부장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출장 일정을 마치고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나 쿠팡에 대한 국내 수사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아니며 통상 문제로 비화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에게 "쿠팡이 미국 기업이라 그런 게 아니다. 한국 기업이 이런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겪었더라도 동일하게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게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여 본부장은 미국 측의 관세 부과 등 통상 보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그 단계까지 예단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USTR 등 미국 정부, 의회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오해되는 부분을 최대한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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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은 왜 이주노동자의 무덤이 됐나

입력 2026.01.25 08:00

양돈 산업 규모 커지고 고도화…이주노동자 의존도 높은 고용 구조

작업환경 열악해 질식 등 사고 빈발…농장주 폭언·폭행도 끊이지 않아

2023년 3월 경기도 포천의 한 돼지농장주가 10년간 농장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태국 국적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시신을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근무했던 돼지농장.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 제공

[주간경향] 지난 1월 19일 제주도의 한 농장. 작업 중이던 6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분뇨처리장에 빠졌다. 크레인으로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분뇨에서 나오는 가스에 질식해 의식을 잃고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일주일 전인 1월 12일에는 전북 김제의 한 농장에서 추락 사고가 일어났다. 태국 국적의 남성이 가림막 보수 작업을 위해 3m 높이 지붕에 올라갔다가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안전 장구는커녕 사다리도 없이 높은 곳에 올라가 작업을 했다고 한다. 추락한 남성은 뇌를 다쳤고, 현재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에는 전북 정읍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네팔 국적 남성 3명이 농장 관리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남성들은 이 농장에서 일하면서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뒤인 12월 20일에는 정읍의 또 다른 농장에서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일하는 도중 잠시 쉬는 시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경찰이 경위를 파악 중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전국의 돼지농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돼지농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일들이기도 하다. 돼지농장에서는 잊을 만하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안전사고가 일어난다. 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도 이따금 수면 위로 올라온다. 재해 희생자가 한국인인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외국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희생된다. 폭언, 폭행, 괴롭힘 등은 거의 모두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왜 돼지농장에서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지를 살펴봤다. 이주노동자 의존도가 높은 고용 구조, 다른 축산농가보다 위험한 작업 환경, 그럼에도 미비한 안전 의식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규모가 커지고 고도화된 양돈 산업의 이면이기도 하다. 잇단 사고에도 당국이 충분한 지도·감독에 나서지 않으면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돼지농장 지탱하는 이주노동자

우리나라 농림업 생산 품목 중에 생산액이 가장 많은 단일 품목은 무엇일까? 경작 농가만 100만가구에 달하는 쌀보다 생산액이 많은 품목이 하나 있다. 돼지다. 2024년 돼지 생산액은 약 9조2000억원 규모로 전체 농축임산물 중 1위를 차지했다. 생산량도 많고 소비량도 많다. 양돈업계의 규모화, 기업화가 이를 가능케 했다.

농산물 생산액 3위를 차지한 한우와 비교하면 돼지농가들이 얼마나 산업의 규모를 키워왔는지를 더 잘 알 수 있다. 돼지의 경우 전국 약 5500개 농장이 1100만마리의 돼지를 키운다. 농장 1곳당 평균 2000마리가량의 돼지를 키울 정도로 규모를 갖춘 셈이다. 반면 한우는 7만8000개 농장이 340만마리의 소를 키운다(이상 2025년 3분기 가축동향조사). 대규모로 소를 키우는 농장도 있지만, 전체 농장의 45%가량은 20마리 미만의 소를 키우는 소규모 농장이다.

여타 축산농가와 달리 돼지농장에서 이주노동자 관련 사건·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도 이 규모의 차이와 관련 있다. 예컨대 소규모 농장의 비중이 높은 한우농가는 농가당 평균 고용 인력의 수가 많지 않다. 농장주가 자신이나 가족의 노동력을 우선 활용하다 보니 전체 고용 인력에서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5% 수준으로 낮다. 반면 농가당 사육두수가 많은 돼지농장은 노동력도 더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열악한 근무환경, 저임금 등의 이유로 내국인 노동력을 수혈하는 데 실패하면서 이주노동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돼지농가는 1만7500여명의 노동자를 고용했는데 이중 48.9%가 이주노동자였다.

양돈농가 컨설턴트인 김정현 신박한컨설팅그룹 대표는 “양돈농가는 자동화가 좀 진행됐다 하더라도 사육두수가 많아 사람이 손으로 해줘야 하는 업무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 시골에 있다 보니 젊은 한국인은 거의 오지 않는다. 그만큼 외국인 비중이 늘어났고,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지게 됐다. 현재는 외국인들이 관리자이거나 책임자인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주노동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안전관리는 그에 걸맞게 변화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돼지농장에서 일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이주노동자 대상 교육이나, 농장 내 위험 요인에 대한 외국어 표지판 비치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가 지난해 돼지농장 이주노동자 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농장에 모국어로 된 안전 표지판이나 안내서가 없다고 답한 노동자가 15명에 달했다. 응답자 중 14명은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교육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2024년 12월 전북 완주군의 한 돼지농장 분뇨처리장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2명이 황화수소에 질식해 사망했다. 사고가 일어난 분뇨처리장 사진. 전북소방본부 제공

빈발하는 질식사고

돼지농장은 그 자체로 위험한 일터이기도 하다. 다른 축산업과 달리 돼지농장에서만 발생하는 치명적인 산재 유형이 있다. 돼지 분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질식사고다. 대부분의 돼지농장은 틈새가 있는 바닥재인 ‘슬로트’ 위에서 돼지를 키운다. 과거에는 사람이 일일이 돼지 분뇨를 치웠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분뇨가 자연스럽게 아래로 흘러내리는 슬로트 돈사가 보편화됐다. 틈새로 흘러내린 분뇨는 농장 한편의 집수조에 저장된다. 문제는 슬로트로 떨어진 이물질에 의해 배관이 막히거나 집수조 내 설비가 고장 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집수조에 모인 분뇨는 부패하면서 황화수소라는 중독 가스를 머금게 되는데, 작업자가 배관을 뚫기 위해 분뇨를 헤집는 순간 한 번에 가스가 배출되면서 질식사고로 이어진다.

지난해까지 대한한돈협회 부회장을 지내며 양돈농장의 질식사고 문제를 들여다본 문석주 바른농장 대표는 “산업이 발전하고 분뇨 처리 시설이 바뀌면서 위험도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 예전부터 반복되는 사고라 예방 교육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가스가 나오는 걸 알면서도 배관이 막히면 돈사로 분뇨가 역류하니까 급한 마음에 들어간다. 양돈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인명 피해 규모가 크다는 점도 질식사고의 특징이다. 질식해 쓰러진 작업자를 구하려고 들어간 동료 작업자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4년 12월 전북 완주의 한 돼지농장에서는 분뇨처리장에 연결된 관을 청소하던 이주노동자가 돌연 기절하는 질식사고가 발생했다. 관에 있던 오래된 분뇨가 흘러나오면서 황화수소 가스에 질식된 것이다. 황화수소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쌓이는데 해당 작업자는 다행히 벽면에 기대 쓰러지면서 목숨을 건졌다. 다만 그를 구하러 분뇨처리장에 들어간 한국인 농장주와 동료 이주노동자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목숨을 잃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가축사육시설 재해 현황을 보면 2010~2021년 질식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10건 발생해 15명이 숨졌다.

안전보건공단은 밀폐공간 작업 시 크게 3가지를 지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작업 전이나 중간에 산소와 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밀폐공간에 들어가기 전 충분히 환기를 시키며, 산소 공급용 송기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가에서는 실정에 맞는 안전장비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고 본다. 송기마스크의 경우 일반 방독마스크와 달리 산소통이나 전동 송풍기 등 산소 공급원과 연결해 사용해야 하는데 작업자들이 휴대하기가 쉽지 않다. 분뇨를 헤집는 순간 한 번에 터져나오는 황화수소의 특성으로 인해 작업 전 가스 농도 측정과 환기에도 한계가 따른다. 언제 급격히 가스가 확산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농장 내에 가스 농도 측정기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농장주들은 난색을 표한다. 분뇨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등 부식성 가스로 인해 장비를 정상 작동 상태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문석주 대표는 “지난해 한돈협회에 있으면서 작업자가 허리에 착용할 수 있는 휴대용 황화수소 감지기 개발을 업체에 의뢰했다. 농도가 짙어지거나 작업자가 쓰러지면 알림이 울리는 구조다. 1억원의 개발비가 필요해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의 예산 지원 여부를 검토했으나 결과적으로 지원받지 못했다. 현재 시제품이 나오는 단계인데, 이런 장비가 농장에 보급돼야 한다”고 했다.

돼지농가에서 재래식 재해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을 꼽기도 한다. 전북 지역은 지난 1년 동안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인명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그때마다 지역의 노동단체들이 돼지농장에 대한 실태조사와 관리·감독을 요구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에는 노동단체들이 돼지농장 이주노동자를 알음알음 조사해 만든 제안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유기만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 운영위원은 “농장의 가축 전염병 예방은 체계가 갖춰져 있고 지침도 명확하다. 반면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농장의 어떤 작업이 위험한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작업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주먹구구로 전달된다. 실태조사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해도 이렇다 할 답변이 없다. 방관이 부른 재해라고 본다”고 했다.

처우도 개선해야

돼지농가가 개선해야 할 것은 산재 위험만이 아니다.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처우도 개선해나가야 한다. 매년 돼지농장에서는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엽기적인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2023년에는 경기도 포천의 한 야산에서 태국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시신이 발견됐다. 인근의 돼지농장에서 10년간 일하던 사람으로, 그가 쓰러지자 농장주는 그의 시신을 유기했다. 그는 축사 안에 있는 숙소에서 생활했고, 1000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해당 농장의 유일한 고용 인력이었다. 지난해 2월에는 전남 영암의 돼지농장에서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자살했다. 원인은 농장주의 잦은 폭행과 괴롭힘이었다. 농장주는 동료 이주노동자 10명을 상습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다룬 책 <돼지 똥통에 빠져 죽다>의 저자 최선희 활동가는 “제조업과 달리 농촌에서는 이주노동자와의 고용 관계가 정립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일을 시켰다가 저 일을 시키기도 하고, ‘내가 너를 이만큼 살게 해줬다’는 시혜적인 분위기도 있다. 그 연장선에서 폭언, 폭행이 일어난다”고 했다. 유경희 전북노동권익센터 노무사는 “현재는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느냐가 농장주의 인성에 달려 있다. 실제로 이주노동자들이 국적별로 공동체를 만들어서 어디 농장주가 괜찮고, 어느 농장이 사고도 안 난다는 정보를 공유하는 상황이다. 결국 반복되는 사건을 막으려면 노동청이 책임 주체가 돼 현장 지도·감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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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백마 탄 여인'의 감동 스토리... 한국인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무의 노래> 스틸 이미지 ⓒ 미디어나무

믿기지 않는 영화를 봤다. 니카라과에 사는 백마 탄 공주의 이야기였다. 나라 이름도, 주인공도, 내용도 동화나 판타지 영화에 어울릴 법한데, 놀랍게도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백마를 타고 우거진 밀림 숲을 둘러보는 백발의 할머니의 모습이 나온다.

새의 속깃털 같은 보드랍고 새하얀 머리카락에, 흰색 옷을 즐겨 입는 모습 때문인지, 할머니라는 단어에 다 담을 수 없는 신비롭고도 맑고, 우아한 느낌을 풍기는 분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공주님'이라고 하나보다 생각했는데, 실제 조선 왕조의 후손이라는 걸 영화 중반부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숲 속을 거니는 내내 "아름답다!"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고, 커다란 나무 앞에 서서 끊임없이 경이로움 표현했다. 삶에서 받은 것들이 너무 많아, 죽기 전에 돌려주고 가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로 하고 이미 70, 8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 면적이 여의도의 7배가 된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황무지에서 몇십 년간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든 장 지오노 작가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책의 실사판이 아닐 수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무의 노래> 스틸 이미지 ⓒ 미디어나무

수십 년 전 44달러를 들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고, 과학자로 살아가며 세포를 연구하며 우주를 만났다는 그녀가 맨해튼 할렘가 건물을 사게 된 것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였다. 그 후 부동산으로 번 돈으로 니카라과에 맨해튼 크기의 땅을 사서 나무를 심어왔다고 한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돈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한 번도 그 돈을 내 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삶의 의미와 소명을 향한 단단한 중심과 힘이 느껴졌다. 그처럼 생각하고, 목표한 것을 현실로 이루는 삶을 살아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 해답은 영화 전반에 배경처럼 깔린 그녀의 목소리에서 찾을 수 있었다.

"두려움이 있을 때는 황홀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

"지난 과거를 후회하게 되면 생명이 멈추고, 썩기 시작한다."

"우리가 자신을 보지 못하면 유명해지려는 공명심을 목적으로 살게 된다. 그렇기에 자기를 상실하게 되고 관념의 틀 때문에 보고, 느낄 수 없게 되고, 자연에서 멀어지게 된다."

교육자이자 엄마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비교와 경쟁을 기반으로 한 현실의 교육이 진정한 자신을 만나고 자연과 연결하는 것과 반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동시에 진정한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나 암기로 이루어질 수 없고, 행동과 삶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신했다.

패널 대담과 관객과의 대화 ⓒ 달리아

지난 24일 다큐멘터리 영화 <나무의 노래> 상영회에 갔다. 묵직하고도 뭉클한 감동에 영화가 끝나고도 사람들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엔딩 크레디트에 주인공 다음으로 영화에 출현한 나무, 동물 등이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 어떤 마음으로 촬영했는지 단박에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뒤 이지혜 영화저널리스트의 진행으로 진재운 감독, 현경 교수, 김이나 작사가, 달시 파켓 번역가의 대담과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현경 교수의 <연약함의 힘>이라는 책에서 소개되었던 공주님의 이야기가 몇 년에 걸쳐 영화로 만들어진 이야기, 김이나 작가가 흔쾌히 내레이션을 수락했다는 이야기, 전갈에 쏘이는 등 여러 고생을 하며 만들었다는 이야기 등 영화의 뒷이야기도 재미가 쏠쏠했다. 즉석에서 QR 코드로 만들어진 오픈채팅방에는 가슴 뜨거운 감상평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선재 스님도 감상을 나눠주었고, 영화 <수라>에 출현했던 정희정 님은 수라의 대사 "아름다움을 본 죄"를 언급하며, 이런 영화들이 100개의 극장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늦은 겨울밤임에도 400석이 넘는 자리를 꽉 채웠던 대부분의 관객들이 남아, 마치 나무들이 산소를 내뿜듯, 각자의 가슴에서 솟아 나온 감동의 여운을 밤 10시가 될 때까지 나누었다. 문을 열고 나서는데, 하얀 가루 같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금세 눈이 쌓이며 하얗게 뒤덮인 거리에 발걸음을 내딛다 보니, 영화에 나왔던 인생을 사는 자세에 대한 대사가 내 안에서 울려 퍼졌다.

"첫눈이 내린 거리에 처음 발을 내딛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낸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걸어갈 때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만나게 된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무의 노래> 스틸 이미지 ⓒ 미디어나무

집에 도착해서는 문득, 대학생 때 읽고 좋아서 따로 적어두었던 나무에 대한 글이 떠올라 찾아보았다.

"나무들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 사람은 더 이상 나무가 되려고 갈망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 이외의 다른 무엇이 되려 하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고향이다.

그것이 행복인 것이다."

-헤르만 헤세, <정원 일의 즐거움> 중에서.

'나무는 말을 하고, 그녀는 듣는다'라는 영화 포스터의 말처럼, 그녀는 이미 나무의 노래를 듣고, 자신만의 고향과 행복을 찾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통해 <나무의 노래>를 더 많은 사람들이 듣길 바란다.

'그 노래를 듣는 이들은 깨어날 것이고, 깨어난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무가 될 것이고, 그 나무들은 연결되어 숲을 이룰 것이며, 그 숲은 기어코 이 땅의 무수한 상처를 무한한 사랑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와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나무의노래#진재운감독#니카라과#조선공주#환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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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도발의 몸통은 누구인가, 전쟁 획책 잔당의 뿌리를 뽑아라

  • 기자명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6.01.23 15:42
  •  
  •  댓글 0
 
   
 
북이 '한국은 무인기에 의한 주권 침해 도발을 또다시 감행한 데 대하여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10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했다.
북이 '한국은 무인기에 의한 주권 침해 도발을 또다시 감행한 데 대하여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10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했다.

민간인이 무인기를 북으로 날린 사건은 한 개인의 철부지 행동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쟁 개시 행위"라 규정한 것처럼, 이는 한반도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도발이다. 민간의 가면을 쓰고 남북 긴장을 조작하려는 배후 세력의 검은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

무인기 침투의 전말

북은 1월 10일, 작년 9월과 올해 1월에 남측에서 침입한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튿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내어 "한국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했다"며 그 실체를 밝히라고 거세게 압박했다. 도발이 계속되면 "끔찍한 사태"를 보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1월 13일에도 사과와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정부는 1월 11일 "북을 자극할 의도가 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군과 경찰이 합동조사단을 꾸려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1월 20일 국무회의에서 "민간인이 제멋대로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엄중히 꾸짖었다.

당국은 민간인 피의자 3명을 특정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월 21일에는 전담팀이 이들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확보했다. 23일에는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번 수사에서 범인 한 명 잡는데 그쳐선 안 된다. 무인기를 누가 만들고 개조하는데 동조한 이들은 누구인지, 비행 데이터와 자금이 어디서 흘러왔는지 파헤쳐야 한다. 특히 국가기관이 이들과 어떤 음험한 접촉을 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다.

무인기 업체와 외환 세력의 위험한 유착

사건의 배후에는 전쟁 기획의 냄새가 짙다. 무인기 제조업체 '에스텔엔지니어링'의 대북이사는 2024년 10월, "민간 영역의 평양 침투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민간 침투를 정상화하자는 발상은 통제 밖의 군사 충돌을 부추기는 범죄적 선동이다.

 

불법 도발을 부추기는 주변의 반응은 더 가관이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들을 "깨어있는 청년들"이라 미화했다. 군사적 긴장을 폭발시킬 위험한 장난질을 영웅시하는 풍조가 도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국군정보사령부와의 연관성이다. 정보사가 2024년부터 이 업체와 접촉하고 설립 자금까지 지원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은 민간의 도발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기획하고 사주한 ‘전쟁 기획’이다.

상명하복의 지시였는지, 묵인이었는지, 혹은 개인적인 뒷거래였는지 그 구조를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실행자의 처벌을 넘어 기획자와 자금줄, 그리고 이를 방치한 윗선까지 모두 법정에 세워야 한다.

전쟁 광신자들의 씨를 말려라

무인기 침투는 한반도를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는 천인공노할 짓이다. 전쟁을 조작해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잔당의 수법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윤석열 내란 수괴와 그 부역자들을 이 위험한 도발의 책임자로 엄벌해야 한다. 수사가 깃털 같은 민간인 몇 명에서 멈춘다면 그것은 민중을 기만하는 행위다. 누가 이들을 사주했고, 누가 이 위험을 바랬는지 끝까지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나라의 안위를 파는 외환 일당들을 영원히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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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교·학력 채용차별 방지법’ 대회 학벌사회 정조준

하성환 시민기자

ethics60@naver.com

한국교육의 위기와 민주시민교육(인간과 자연사, 2025)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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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30조원 시대, 입시 경쟁 교육에 고통 가중

국민 85% 이상 "채용 과정에 학벌의 영향 있다"

74% 이상은 " 채용 과정에 출신학교 차별 심각"

출신학교 채용 차별 금지 법안은 보수정당이 주도

‘채용 절차 공정화법’ 제4조 3항 개정 꼭 필요

출신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장면. 왼쪽부터 백승아 의원, 박홍근 의원, 김주영 의원, 안민석 전 의원, 강득구 의원, 손봉호 교육의 봄 이사장, 강경숙 의원, 서왕진 의원,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 최교진 교육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 교육의 봄, 국민대회 조한준 제공)

2026년 1월 2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출신학교·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약칭 ‘출차법’) 국민대회가 열렸습니다. 국가 공식 전자 정부 통계(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이 29.2조 원입니다.

 

초중고 사교육비가 매년 증가해 2024년 초중고 평균 474,000원에 달했다.(출처 : e - 나라지표)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가 2012년 23만 6000원에서 매년 올라 2024년엔 1인당 47만 4000원에 달했습니다. 의대 열풍으로 최근 초등 의대반, 4세 고시반, 7세 고시반이 등장할 정도로 경쟁 교육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한민국 어린이·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가 79.5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꼴찌 수준이라는 사실입니다.(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2021년 12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 11쪽)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발표한 ‘2024 아동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45.3점으로 매우 낮습니다. 맞벌이 부모의 늦은 귀가와 학원 수강 탓에 어린이·청소년 네 명 중 한 명꼴로 '혼밥'하는 현실입니다. 불행하게도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자살 충동을 경험하고, 어린이·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국가입니다. 실제로 2023년 한 해 동안 자살 사망한 초·중·고 학생이 214명입니다. 무엇보다 어린 초등학생조차 우울감 지수가 높다는 점이 걱정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이탈리아 언론 '라 레푸블리카'에 “한국에서 고교 마지막 생활이 너무도 고통스러워 죽고 싶었다”고 고백하며,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2026 미국경제학회에서 대한민국 입시 경쟁교육 시스템을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실제로 초초저 출산율은 그것의 결과입니다. 21세기 들어 출산율이 1.48명(2000년), 1.23명(2010년), 0.75명(2024년)으로 계속 추락하는 현상이 방증합니다.

저출산 – 초저출산 - 초초저출산으로 치닫는 현상은 학벌과 학력을 절대시하는 경쟁교육의 끝없는 고통, 그에 따른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청년 주거권을 보장하지 않는 취약한 복지 현실과 취업난도 가세했습니다. 2025년 사교육비 총액은 아마도 30조 원을 훌쩍 넘기겠지요.

 

리얼미터 여론 조사 결과 기업 채용 과정에서 학벌의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5.2%에 달했다(출처 : 교육의 봄 제공)

‘출차법’을 주도한 ‘교육의 봄’이 강득구 의원과 공동으로 의뢰한 리얼미터 여론조사(2024년 9월 20~21일)에 따르면 국민 85.2%가 기업 채용 과정에 ‘학벌의 영향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기업 채용 시 학벌, 출신학교 차별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4.7%에 달했다.(출처 : 교육의 봄 제공)

게다가 응답자 중 74.7%는 ‘채용 과정에 출신학교 차별이 심각하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이젠 출신학교 차별, 학력 차별을 멈춰 세울 때가 되었습니다. AI 시대, 미국 실리콘 밸리 빅테크 기업들마저 인재 채용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졸 학력에 의존하지 않고 고졸자라도 능력이 있으면 과감히 채용하는 추세입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 제정되고 1994년 시행했으며 2014년 박근혜 정권 당시 학력 차별을 추가한 법 개정이 있었다. (교육의 봄 제공)

우리나라 역시 1993년 김영삼 정권 때 ‘고용정책기본법’을 제정했습니다. 성별, 신앙, 연령과 출신지역, 출신학교를 이유로 채용 차별을 금지했습니다. 이후 2014년 박근혜 정권 시절엔 법을 개정해 '학력 차별'도 추가해 채용 차별을 금지했지요. 모두 보수 정당 집권 시절 있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음에도 고졸 학력이나 출신 학교를 따지는 차별은 여전합니다.

 

2016년 신입 행원 채용 당시 이른바 SKY, 위스콘신대 출신의 면접 점수를 임원들이 조정해 합격 처리한 하나은행 사례. (교육의 봄 제공)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출신 대학을 따져 임원들이 면접 점수를 조정해 합격과 불합격이 갈린 사건입니다. 공공기관인 충청북도가 2023년 11월 행정 인턴을 채용할 때 대학생으로 지원 조건을 제한하면서 학력 차별을 당연시한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졸 학력은 아예 지원조차 못하게 원천 배제했으니까요. 연세대, 조선대 등 사립 대학들 역시 2020년 교직원 채용 당시 출신 학교별로 차별해 채용했던 사실이 교육부 감사에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명백히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1항을 위반한 경우입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지만 이를 무시했습니다. 결국 교육부 감사에서 가벼운 경고 처분으로 끝났지요. 법을 어겨도 처벌 조항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응원봉 빛을 배경으로 출신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펼침막 (교육의 봄, 국민대회 조한준 제공)

지난 1월 20일 ‘출차법’ 국민대회는 법 개정을 통해 처벌 조항을 삽입하려는 교육·시민 운동 단체의 절규였습니다.

 

채용 절차 공정화법 제4조 3에 출신학교와 학력을 삽입해 개정하려는 법률안 (교육의 봄 제공)

다시 말해 2020년 시행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의 3( 출신지역 등 개인 정보 요구 금지)에서 용모, 키, 체중, 출신 지역, 학력뿐만 아니라 ‘구직자 본인의 출신학교· 학력(學歷)’을 법 개정 시 삽입할 것을 촉구하는 외침입니다. 앞으로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채용 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7조 2항(과태료)에 근거해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게 됩니다.

 

출신학교 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의원들과 국무위원들(출처 : 교육의 봄, 국민대회 조한준 제공)

그런 의미에서 ‘출차법’ 국민대회는 공교육 정상화의 첫 걸음을 뗀 역사적인 일이었습니다. 교육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국가교육위원장 등 3명의 국무위원이 참석하였고 법안을 발의한 강득구 의원을 비롯해 8명의 국회의원과 서울시 교육감이 자리를 함께한 뜻깊은 대회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운동을 주도한 ‘교육의 봄’(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을 중심으로 311개 단체가 연대하고 420명이 참석한 국민대회였습니다. 대강당 좌석이 300석인데 양쪽 통로 바닥에 빼곡하게 앉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특히 법안 공동 발의에 이름을 올리는 걸 놓쳤던 교사 출신 백승아 의원은 축사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열심히 돕겠다”며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박홍근 의원은 “교육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국회의원은 명령을 따르는 자”라고 역설했습니다. 안민석 전 의원 또한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밥값 하는 거”라며 힘을 보탰습니다.

 

학벌이라는 거대한 괴수를 겨냥해 국회가 쏘는 첫 화살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하성환 시민기자)

무엇보다 가장 인상에 남는 발언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었습니다. 그는 출차법이 “거대한 괴수 같은 학벌주의를 국회가 정조준하여 쏘는 첫 화살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새로운 시야와 전망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모쪼록 망국적인 사교육비를 줄이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입시 고통에서 조금은 해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아가 갑갑한 현실에서 꿈을 꿀 수 있도록 ‘출차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출차법’ 개정을 주도하는 ‘교육의 봄’(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이 2월 안에 법 개정을 마치겠다는 각오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만큼 311개 연대단체의 의지와 열정이 충천한 국민대회였습니다.

처벌 조항 과태료가 500만 원이 아니라 해당 기업주나 공공기관장을 단호하게 징역형으로 처벌한다면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더욱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아이들이 겪는 경쟁교육의 고통과 부모들이 떠안은 사교육비 고통이 일부 사라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초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나아가 더 근원적인 처방으로 ‘출차법’ 개정과 동시에 대학 무상교육과 사회주택 공급을 통한 청년 주거권 실현을 요구합니다. 북서유럽 교육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대학 무상교육을 실현했습니다. 우리도 10조 원 정도면 대학 무상교육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진보당 정책자료)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 교육받을 권리를 인정하거나 교육의 사회 환원 효과를 생각하면 대학 무상교육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입니다.

나아가 핀란드 국민 7명 중 한 명이 국가가 제공한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것처럼 국공유지에 사회주택을 지어 청년들이 저렴한 월세로 평생 살 수 있도록 주택 정책을 대전환해야 합니다. 공무원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 자원관리공사, 해양수산부 등 적잖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 대법원, 대검찰청 등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그 공간에 청년 사회주택을 건설하면 가능합니다. 미8군이 머물던 용산동4가 80만 평에도 대규모 사회주택을 지어 청년들에게 제공해야겠지요.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는 게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정부의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유·초·중·고·대학 무상교육이 실현되고 청년들에게 사회주택이 제공되며 정부가 복지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저출산 문제는 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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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속인 트럼프... 마음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평화위원회'를 공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위원회는 원래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이후 가자지구 재건을 감독하기 위해 구상됐으나, 헌장상 활동 범위가 가자지구로 제한돼 있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유엔(UN)에 맞먹는 기구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연합뉴스/AFP

2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를 출범시켰다. 참여를 약속한 국가들의 정상들과 관료들이 자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 헌장에 서명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수십 년의 고통을 끝내고, 수 세대의 증오와 학살을 중단하고, 해당 지역과 전 세계를 위해 아름답고 영구하고 영광스러운 평화를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명식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아르헨티나, 아제르바이잔, 인도네시아, 헝가리, 모로코, 파키스탄 등 주로 중동, 아시아, 남미 지역의 19개국이 참여했다. 백악관 고위관리는 21일 50개 이상의 국가에 초청장을 보냈고 그중 35개국 정도가 서명식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국들은 참여하지 않았고 헝가리 외에 유럽국가들의 참여도 없었다.

한국도 초청장을 받았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초대받은 협의체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어떤 국가가 참여할지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들이 평화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거나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힌 이유는 평화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CNN이 입수한 헌장은 여러 면에서 평화위원회의 구성과 기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원회의 종신 의장을 맡는 것으로 이는 대통령 임기 종료 후에도 의장직을 계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장에 따르면 종신 의장인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자발적인 사임이나 직책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일 때 이사회의 전원일치 표결"로 교체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위원회를 사유화할 수 있고, 자신의 국제정치 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평화위원회를 악용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가장 큰 의심을 부르는 건 기능에 대한 것으로 헌장은 평화위원회를 "분쟁의 영향이나 위협에 처한 지역에서 안정 증진을 추구하고, 신뢰할 수 있고 합법적인 통치를 복원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확보하는 국제기구"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위원회를 유엔의 역할과 기능을 대체할 기구로 생각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는 내용이다.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로 향하기 전 연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평화위원회가 유엔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의심에 종지부를 찍고 자신의 진짜 의도를 확인했다. 그는 "유엔은 그동안 유용하지 않았다. 난 유엔의 잠재력을 높이 사지만 유엔은 전혀 그런 잠재력을 실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은 내가 끝낸 전쟁 중 하나라도 끝냈어야 했다"며 자신이 8개의 전쟁을 끝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22일에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 헌장 서명식에 앞서 로비를 가득 메운 기자들에게 "평화위원회가 완전히 구성되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유엔과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평화위원회와 유엔이 대등한 위치에 설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8개 전쟁을 끝냈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건 모두 휴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BBC는 일부 휴전은 이미 깨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끝낸 전쟁은 작년에 벌어진 이스라엘과 이란 간 12일 전쟁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방 국가들과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들은 평화위원회를 유엔을 대체할 기구로 만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고 이것이 평화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19일 프랑스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평화 계획을 지지하지만 유엔을 대체할 기구의 수립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슬로베니아 등도 비슷한 이유로 참여를 거부했다.

유럽 국가들이 참여를 거부한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러시아의 우방인 벨라루스에도 초청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19일 푸틴 대통령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이에 대해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BBC에 "푸틴 대통령이 참여해 평화를 얘기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가자 지구' 언급 전혀 없어... 세계를 속인 트럼프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공개된 '평화위원회' 로고. 이 위원회는 원래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이후 가자지구 재건을 감독하기 위해 구상됐으나, 헌장상 활동 범위가 가자지구로 제한돼 있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유엔(UN)에 맞먹는 기구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AFP/연합뉴스

평화위원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헌장에 가자지구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종전과 재건을 위한 구상으로 작년 9월에 20개 항으로 된 평화 구상을 제안했고 여기에 평화위원회 구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평화 구상에 따라 작년 10월 10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발효됐고 현재 종전을 위한 2단계 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 구상에 따르면 2단계 협상에서 하마스 무장 해제, 가자지구 재건과 통치 등을 감독하기 위한 평화위원회 구성과 구체적 역할 등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유엔 안보리는 작년 11월 17일 미국이 제안한 가자지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이 결의안에는 평화위원회 수립이 포함되어 있었다.

평화위원회 헌장에 가자지구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을 기만하고 세계를 속인 것과 다름이 없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말한 것처럼 가자지구의 종전과 재건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불안한 휴전 상황과 식품을 포함한 모든 물자의 부족으로 여전히 고통 속에 사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상황에 대해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점을 봐도 그렇다. 휴전 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공격과 주민 학살에 대해 이스라엘에 어떤 경고도 하지 않은 것 또한 그렇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0일 휴전 후 올해 1월 20일까지 이스라엘 공격으로 발생한 사망자는 466명이고 부상자는 1294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스라엘을 평화위원회에 참여시켰다.

평화위원회 헌장에는 가자지구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서명식에서 '새로운 가자(New Gaza)' 건설 계획을 담은 슬라이드를 상영했다. 슬라이드는 지중해를 따라 마천루가 가득 들어선 가자지구의 모습과 단계적인 주거, 농업, 공업 지역 개발을 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성공할 것이고 멋진 일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부동산을 잘 알고 있고 부동산의 전부는 위치다. 바다에 위치한 (가자지구를) 보라. 멋진 소유지를 보라"며 마치 부동산 사업가가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듯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재건과 사회 복구가 아니라 재개발과 투자에 관심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당장 필요한 건 충분한 식량과 숙소인데 그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주민들이 들어가 살 수도 없는 마천루를 내세우며 "새로운 가자"를 언급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트럼프 계획,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 서명식

현재로선 트럼프의 의도대로 평화위원회가 역할과 기능을 할지 알 수 없다. 현재 상황으로 봐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을 대체하는 건 국제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대다수 서방국들의 저항이 큰 상태고 국제사회의 합법적인 의결기구는 여전히 유엔이기 때문이다. 또한 참여국들의 면면으로 볼 때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줄을 선 것 외에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경험과 인적 자원 등의 부족으로 전쟁 종식과 전쟁 후 평화구축 등에 기여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재건 관련해서도 아랍 및 이슬람 국가들이 반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대부분의 가자지구 재건 비용은 아랍 국가들이 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랍 및 이슬람 국가들이 평화위원회에 참여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자지구기 때문이다. BBC는 아랍국가들과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들이 평화위원회에 참여한 이유를 "가자지구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와 재건을 위해서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평화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어 점진적으로 유엔을 대체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국제문제를 다루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망이 성공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193개 유엔 회원국 대다수를 설득해 참여시켜야 하고 아무리 한계와 허점이 많다 해도 80년 넘게 세계가 구축해 온 유엔을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를 짧은 시간에 흔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임기는 3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미국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는 자기 앞에 국가들을 줄 세울 수 없다. 결국 세계를 자기 손안에 넣고 말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은 세계를 흔들고 국제사회에 충격을 줄 수는 있지만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미 서명식이 평화위원회의 향후 행보가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트럼프평화위원회#평화위원회출범#가자지구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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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이해찬 전 총리 위독 소식에…조정식 특보 베트남 급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1/24 10:22
  • 수정일
    2026/01/24 10:2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입력 2026.01.23 22:06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해 8월1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건강 악화 소식에 조정식 대통령 정무특보를 베트남에 급파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무출장 중인 이 수석부의장이 위독한 상황을 보고 받고 긴급히 조 정무특보를 베트남에 급파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실은 공지를 통해 밝혔다.

이 수석부의장은 이날 베트남 출장 중 건강이 급격히 악화해 현지 병원으로 응급 이송됐다. 이 수석부의장은 베트남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평통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수석부의장은 이날 호치민 출장 중 호흡이 약해지는 증상이 나타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병원 이송 과정에서 심정지도 있었으나 지금은 호흡이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평통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병에 의한 것은 아니고 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며 “일단 수술에 들어가셨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전날 베트남으로 출국하기 전 몸살 기운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 ‘몸 상태가 안 좋다’는 판단으로 귀국 절차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부의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7선의 의원 출신으로, 지난해 10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임명됐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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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협력 재개, 공군 급유 거부 일본 태도 바꿔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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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국방

  • 입력 2026.01.23 07:50

  • 수정 2026.01.23 10:04

  • 댓글 0

3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 맞춰 나하 기지서 급유

독도 비행훈련 이유로 거부한 지 2개월여 만에

급유지원 거부로 중단된 한일 군사교류 재개

‘다카이치 발언’으로 경색된 중일관계도 영향

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역사·영토문제가 시험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는 30일 일본 요코스카에서 만날 예정인 한일 국방장관. 사진은 지난해 11월 1일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난 안규백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 아사히신문1월 21일.

지난해 11월 성사 직전에 무산됐던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 기지의 연료 급유지원이 오는 28일 처음으로 실시된다고 일본언론들이 보도했다.

자위대, 한일 국방장관 회담 직전 급유지원

일본경제신문은 21일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 오는 30일께 안규백 국방장관과 일본 가나카와 현 요코스카 시에서 만나 회담할 예정이며, 그 직전인 28일 오키나와 현 나하에 있는 자위대 기지에서 한국공군 ‘블랙이글스’에 대한 연료 급유지원을 실시한다고 일본 항공자위대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블랙이글스는 2월 8-12일에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국제 방위산업전시회(WDS 2026)에 참가해 에어쇼를 펼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나하 기지에 중간 기착해 일본 자위대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다.

 

블랙이글스 나무위키

급유지원 거부로 중단됐던 한일 군사교류 재개

이로써 지난해 11월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급유 거부로 중단됐던 한일간 군사교류 · 협력이 다시 강화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블랙이글스는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에어쇼에 참가하기 위해 나하 기지에서 자위대로부터 급유를 받기로 양국이 합의했으나, 급유 대상 항공기 중 T-50B가 독도 인근에서 통상적인 비행훈련을 한 것을 일본 쪽이 문제삼아 돌연 급유를 거부하는 바람에 한일간 최초의 공군 연료 급유지원이 무산됐다. 그에따라 블랙이글스의 두바이 에어쇼 참가도 무산됐다.

그 때문에 확장돼 가던 한국 공군과 자위대간 교류가 전면 중단됐다. 한국은 일본의 급유 거부 조치에 반발해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합동 조난 · 수색훈련과 지난해 9월 나카티니 겐 당시 일본 방위상의 서울 방문 때 합의한 한국 군악대의 자위대 음악축제 참가도 중지했다.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이번 급유 조치는 이처럼 중단됐던 한일간 군사교류 · 협력을 다시 재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되돌리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일본 나라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형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 사이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양국간 군사교류 중단 조치 뒤인 지난해 11월 28일 고이즈미 방위상 취임 축하차 방위성을 방문했던 이혁 주일 한국대사와 고이즈미 방위상도 한일, 한미일 방위협력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양국 국방장관 회담 조기 개최와 한일 군대간의 인적 교류와 공동훈련 등을 추진하자는 상호 입장을 확인했다.(닛케이 2025년 11월 28일)

대만 관련 ‘다카이치 발언’으로 경색된 중일관계도 영향

일본이 한국공군 블랙이글스 급유에 대한 태도를 2개월여 만에 바꾼 데에는 자위대의 급유 거부 결정 직후인 지난해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 관련 국회 발언이 부른 중일간의 대립에 따른 갈등과 긴장 고조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21일 출범한 다카이치 정권의 기반세력인 집권 자민당 안팎의 우익세력은 자신들이 일본 고유영토라고 주장해 온 독도(일본명 시마네 현 ‘다케시마’) 인근에서 실시한 한국 공군의 통상적인 비행훈련을 문제삼아 블랙이글스에 대한 자위대의 급유를 강하게 반대했고, 그렇게 해서 나온 급유 거부 결정은 지난해 10월 30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다카이치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로 그 뒤인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발언으로 중일관계가 경색되고 중국의 대일 제재조치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일본에겐 외교안보 면에서 한일관계를 개선,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오는 30일 일본에서 열리는 안규백-고이즈미 신지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지난해 9월 서울에 온 나카타니 겐 당시 일본 방위상의 방한 때 양국이 확인한 국방장관 상호방문의 일환이자 한국 쪽의 장관 답방 형식을 띠고 있으나, 다카이치 정권 출범 이후 출렁이고 있는 동아시아 정세변동도 영향을 끼쳤다.

규백 장관 방일 때 요코스카 시내의 해상자위대와 미군 기지를 시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직전인 28일 공군자위대의 나하 기지에서 한국공군기에 대해 급유할 예정이다.

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역사·영토문제가 시험대

한일간에는 연료나 탄약 등 군수물자를 상호 융통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으나, 항공자위대는 자위대법 116조 규정(자위대의 임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료를 무상대부할 수 있다)에 따라 블랙이글스에 연료 급유를 지원한다. 이런 급유 지원 조치는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과 함께 한일 및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의 근간이 될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위한 기반조성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한일간 과거사나 영토 문제를 양국이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지가 여전히 중요한 시험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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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동해안에 또 해안관광지…염분진공원지구 15년만에 준공

지난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개장 이어…김정은 불참

이제훈기자

  • 수정 2026-01-23 10:03등록 2026-01-23 10:01

함경북도 경성군 염분리에서 ‘염분진해안공원지구’ 준공식이 21일 진행됐으며, 박명호 함경북도인민위원회 위원장이 준공사를 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함경북도 경성군 염분리에 ‘염분진해안공원지구’가 준공됐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11년 7월 착공한 지 15년 만에 어렵사리 완공됐다. 2025년 7월1일 개장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이어 북한 동해안에 또다른 해변관광지가 문을 연 셈이다.

노동신문은 염분진해안공원지구 준공식이 21일 진행됐으며, 박명호 함경북도인민위원회 위원장이 준공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동해명승으로 자랑높은 염분진지구에 수백명의 숙박능력과 영화관, 상점, 전자오락장, 물놀이장을 비롯한 종합적인 봉사시설이 꾸려진 염분진해양려관과 해수욕장 등이 훌륭히 건설됐다”고 전했다. 이어 “염분진해안공원지구는 조선로동당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사상이 집대성된 기념비적 창조물”이라고 강조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숙박능력이 “2만명”이라는 노동신문의 보도에 비춰 “수백명 숙박능력”의 염분진해안공원지구는 규모가 훨씬 작은 것으로 추정된다.

염분진해안공원지구는 애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2011년 7월 ‘염분진호텔’ 착공으로 시작됐다. 그러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018년 7월 이곳을 찾아 “골조공사를 끝낸 때로부터 6년이 지나도록 내부미장도 완성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하여 지적”하고 ”수령(김정일)의 유훈관철전에로 총궐기시켜 다음해(2019년) 10월10일(노동당 창건 기념일)까지 염분진호텔을 보란듯이 일떠세워라”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염분진지구를 인민들의 훌륭한 문화휴식터로 이채롭게 꾸리기 위한 건설방향과 방도를 제시”했다고 당시 노동신문이 전했다. 이번 준공식에서 박명호 함북인민위 위원장이 준공사를 통해 “몸소 공사장에 찾아오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여러가지 봉사시설을 갖춘 현대적인 해안공원을 꾸리기 위한 방도들을 구체적으로 밝혀주셨다”고 밝힌 데 비춰, 2018년 김 총비서가 ‘염분진호텔’ 건설 사업을 ‘염분진해안공원지구’ 건설 사업으로 확장하라 지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김정은 총비서는 이날 준공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박태성 내각총리가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앞서 김 총비서는 지난 20일 함경북도 경성군의 ‘온포근로자휴양소’ 준공식에 참석했으나 그곳에서 멀지 않은 ‘염분진해안공원지구’ 준공식엔 불참한 것이다. 김 총비서가 2018년 7월 함북 경성군을 찾아 ‘온포휴양소’와 ‘염분진호텔’ 건설장을 함께 현지지도한 선례에 비춰, 눈에 띄는 ‘차별 대우’다. ‘염분진해안공원지구’의 규모가 작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이제훈 기자

1998년부터 남북관계의 현장을 목격하고 기록해왔다. 한국사회의 심부에 ‘북한문제’라 불리는 식민·전쟁·분단의 상처가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음을 아프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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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이 아니다: 베네수엘라가 한반도에 던지는 경고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6.01.22 13:05
  •  
  •  댓글 0
 
   
 

전작권 없는 나라의 비애, '참수 작전'의 도구로 전락할 것인가

최근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이 미 특수부대에 의해 전격 체포된 사건은 국제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주권 국가의 수장을 범죄자 취급하며 물리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행보는 이제 '남의 나라 일'을 넘어 한반도의 안보 지형을 다시 보게 만든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없는 대한민국에 있어, 이 사건은 단순한 뉴스가 아닌 실존적 위협의 예고편이다.

일상이 된 '참수 작전' 훈련, 한반도는 거대한 연습장인가

한반도에서는 매년 수차례 대규모 한미 합동 군사 연습이 열린다. 2025년 한 해 동안 한미, 한미일 군사 연습은 무려 111회나 벌어졌다. 365일 중 274일, 즉 일 년의 75%를 전쟁 연습에 쏟아부은 셈이다. 

아래 표에서 확인되듯이 전략자산 역시 빈번하게 전개되었다. 

‘확고할 결의’라는 작전명을 가진 마두로 참수 작전에 F-22 랩터, F-35A, F-35B, B-1B 등 전략폭격기가 동원되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의 방공 기지를 타격했고, 군사 요새를 폭격했다.  MQ-9 리퍼라는 무인기 역시 지상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 및 근접 공중 지원을 제공했다. 그 후 미국의 특수부대 델타포가 침투했다.

한미 군사연습 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낯익은 무기들이 마두로 참수작전에 동원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래는 2025년에 진행한 한미 특수부대 훈련 현황이다. 

한미 특수부대가 가상의 요인 암살 시나리오를 반복하며 손발을 맞춘다는 것은, 한반도가 언제든 미국의 결단에 의해 참수 작전이 실행될 수 있는 '상시 대기 지역'임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일격이 한반도에서는 이미 매달 예행연습으로 다듬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제법 위반인 '참수 작전', 저지할 권한조차 없는 한국군

냉정히 말해 타국 지도자를 겨냥한 '참수 작전'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일방적인 전쟁 행위다. 대한민국 헌법과 군의 존재 목적은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있다. 따라서 한반도의 긴장을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이러한 극단적인 군사 행동이 감지될 때, 우리 군은 마땅히 이를 제어하고 평화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전작권 부재'의 비극이 발생한다. 전작권이 주한미군사령관(연합사령령관)에게 귀속되어 있는 현재의 구조 아래서는, 미국이 참수 작전 개시를 결정하는 순간 한국군은 이를 저지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다. 오히려 우리 군의 정예 부대들이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원 부대'로 투입되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전작권 환수: 평화와 주권 그리고 생존의 문제

한국의 군대가 한국인의 생명보다 미국의 작전 시나리오를 우선시하게 되는 이 기괴한 구조는 전작권 환수가 주권의 문제임과 동시에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역설한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보여준 참수 작전이 한반도에서 재현될 때, 우리군은 그것을 막아서는 주체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 불길 속으로 앞장서 뛰어드는 도구가 될 것인가. 전작권 환수는 우리 군이 미국의 전쟁 수행 도구가 아닌, 진정한 평화의 파수꾼이자 침범할 수 없는 주권의 보루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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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입에서 끝내 나오지 않은 말, '위험한 신호'다

[전강수의 경세제민] 신년 기자회견에 드러난 우려스러운 부동산 인식

26.01.23 06:49최종 업데이트 26.01.23 06:49

21일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관계자가 이재명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주 근본적인 대책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것이기도 하고 자산 배분에서 부동산 보유 비중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세금이란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데, 이런 규제의 수단으로 전용하는 건 바람직하지는 않아요."

"단기적 대책으로 보면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공급을 늘리는 방법, 또 수요를 억제시키는 방법, 이 두 가지 아닙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에 관한 생각을 드러낸 말이다. 언변이 좋은 데다 얼핏 들으면 내용도 그럴싸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데, 경제학 이론과 부동산 시장의 현실에 밝은 사람들에게는 도리어 대단히 위험한 신호로 들릴 수 있는 내용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현대 조세 이론을 무시하고, 세금을 오로지 국가 재정 확보 수단으로만 치부해 버렸다. 수도권 집중 완화,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도, 공급 확대, 토지거래허가제 등 온갖 대책을 줄줄이 읊으면서도, 정작 한국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인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이런 태도를 실용적이라 여길지 모르나, 이론을 무시하는 해법이 현실에 먹힐 리 만무하다. 그럴싸한 '면피성' 대책들로 근본 원인을 덮으려는 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리도 없다. 한때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를 브랜드 정책으로 내세웠던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이 어쩌다 이토록 퇴화했을까.

세금이 재정 확보 수단일 뿐?

사실상 '세금은 재정 확보 수단일 뿐'이라고 천명한 이날 발언은 21세기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19세기 야경국가 시절 경비병의 낡은 레퍼토리처럼 들린다. 시장 실패가 완연하고 불평등과 양극화가 극에 달한 한국 사회에서, 국가가 조세의 교정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라고도 할 수 있다. 투기 세력에게 '밤에 도둑을 막아줄 테니, 낮에는 마음껏 불로소득을 챙기라'고 선언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탄소세를 부과하고,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오염 부담금을 매기고,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세를 걷는 것을 두고 "세금을 다른 정책 목표로 전용했다"고 비난할 경제학자는 없을 것이다.

부동산도 매한가지다. 천부 자원이자 공급이 고정된 토지(그리고 그것과 결합된 주택)가 투기의 대상이 되어 자원 배분을 왜곡할 때, 조세로 기대수익률을 조절하고 시장을 교정하는 것은 조세 본연의 임무다. 부동산 불로소득 때문에 날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질 때 불로소득에 과세해서 분배 상태를 개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중대한 사실을 외면하고, 세금의 목적은 재정 확보뿐이라고 강변하면 안 된다.

시중의 어떤 재정학 교과서도 세금을 단순히 재정 확보 수단으로만 정의하지는 않는다. 모든 교과서가 자원 배분, 소득 재분배, 경제 안정화를 세금의 3대 기능이라고 가르친다(조세의 교정 기능은 자원 배분 기능의 핵심이다). 부작용을 핑계로 세금을 재정 확보 수단으로만 한정 짓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결국 국가가 마땅히 쥐어야 할 이 세 가지 핵심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항복 선언과 다를 바 없다.

보유세의 교정 기능 절실한 부동산 시장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연간 상승률이 한국부동산원 통계 공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12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98%로 집계됐다.이는 부동산원이 KB국민은행으로부터 통계 작성 업무를 넘겨받아 공표하기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작금의 서울 부동산 시장을 보라. 이재명 정부 들어서 6.27대책, 9.7대책, 10.15대책 등 제법 굵직굵직한 내용을 발표했음에도 시장이 잠잠해지는 기색은 전혀 없다.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값은 8.98%나 올랐고, 2025년 11월 기준 실거래가는 이전 최고 수준이었던 2021년 10월 고점을 넘어섰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와 거래 규제가 시행되고 5년간 135만 가구 착공 계획이 발표됐음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빠져나갈 구멍이 숭숭 뚫린 규제와 시장 안정화는커녕 오히려 투기 촉발 효과를 유발하기 쉬운 공급 확대가 대책의 중심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나는 2025년 9월 11일 자 <오마이뉴스> 칼럼("이재명 정부는 달라야…'9.7 부동산 대책'의 결정적 문제점" https://omn.kr/2f9mi)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건물의 바닥에 온통 휘발유가 뿌려져 있는 상태"로 비유한 바 있다(여기서 휘발유란 불로소득 획득 가능성이다). 그러면서 다음의 말을 덧붙였다.

투기를 근절하려면 우선 바닥의 휘발유를 제거해야만 한다.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은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 보유 비용을 높여 투기 심리를 꺾는 효과가 있다. 대출 규제를 비롯한 각종 부동산 규제는 시장 참가자들의 행위를 직접 규율하는 것이어서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고, 시장이 위급한 상황에 빠진 경우 잠시 일정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건물 바닥의 휘발유를 제거하지는 못한다.

슬프지만 작금의 한국 부동산 시장은 이 말이 옳다는 것을 입증한다. 윤석열 정권이 잔뜩 뿌려 놓은 휘발유 위로 불길이 튀었는데, 이재명 정부는 건물이 어떤 상태인지 살피지도 않은 채 엉뚱한 곳에 물을 갖다 붓거나 되레 타기 쉬운 재료를 던져 불길을 잡으려 한 것이다. 이미 불길이 치솟은 현 상황에서 휘발유를 제거하자는 말이 한가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보유세를 필두로 한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은 단지 바닥을 닦는 걸레가 아니라, 타오르는 기름불을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강력한 거품 소화기 역할도 한다.

현재 항간에는 폭주하는 집값을 잠재우려면 결국 보유세 강화밖에 없다는 인식이 만연하고 있다. 국민은 이미 보유세의 효능을 다 알고 있는데, 정작 대통령은 그것을 최후의 수단으로 쓸지 말지 고민하겠다고 한다. 소화기를 손에 들고도 불구경하듯 망설이는 대통령의 발언, 과연 투기꾼들에게는 어떤 신호로 작용하겠는가.

문재인 정부는 전반기에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후반기에 가서 초강경의 부동산 조세 강화 정책을 펼쳤다. 타이밍을 놓친 급격한 정책 선회, 주택 수 기준의 차등 과세, 핀셋 규제 등으로 기술적 실패를 겪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지언정, 최소한 부동산이 불로소득의 원천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실패가 두려워 그보다 더 나쁜 포기를 선택한 듯하다. 경제 정책에서 정부의 메시지가 갖는 '공표효과'는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다. 정부가 나서서 수시로 대책을 발표하고 대통령이 정책에 관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바로 그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실상 '세금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이는 정부가 투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음을 자인한 꼴이며, 시장 참가자들에게 '마음 놓고 달리라'며 파란 신호등을 켜준 것과 진배없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과거에 나는 부동산 투기를 '괴물'에 비유한 적이 있다. 우리에 갇혀 있을 때는 아무 힘이 없는 듯하지만, 일단 우리를 빠져나오면 도로 집어넣기가 너무 힘들다. 설사 우리에 도로 집어넣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동안 괴물 때문에 무너진 건물들을 헤아리기 어렵다. 올바른 철학과 이론에 기초하여 정책 세트를 만들고 적기에 그것을 시행하지 않으면, 현재 서울의 부동산 시장에서 설치고 있는 괴물이 우리 사회에 어떤 피해를 가져올지 짐작하기가 두려울 정도다.

더욱이 지금 이재명 정부가 서울·수도권의 투기를 잠재우는 데 실패한다면,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지방 주도 성장'과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아예 경제성장 자체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대통령이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했던 '국민주권정부가 만들 창업·스타트업 열풍이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을 바꿀 구조적 전환점이 되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 삶을 저해하는 반칙과 특권, 불공정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는데,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반칙과 특권, 불공정은 부동산 불로소득에서 생기는 것 아닌가. 이를 외면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를 외치던 몇 년 전의 혜안과 용기를 다시 소환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신년기자회견 #이재명대통령 #보유세 #불로소득 #전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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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시대… 조선 “경제는 역성장 쇼크” 중앙 “꿈이 현실 됐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돌연한 합당론 뜨악한 감 없지 않아…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겨레도 “당원 주권 강조한 정 대표, 기습 합당 제안 앞뒤 맞지 않아”

단식 중단한 장동혁에 한국일보 “국민 공감 못 얻어… 국힘 지지율 3%포인트 더 떨어져”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6.01.23 07:42

  • 수정 2026.01.23 08:54

▲ (왼쪽부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조국혁신당을 향해 합당을 제안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에 제안한다. 우리와 합치자. 합당을 위해 조속히 실무 테이블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이재명 정부 출범을 위한 지난 대선을 같이 치렀다. 이번 지방선거도 같이 치렀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국민의 마음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6월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여권이 통합할 것으로 보인다. 두 당이 합당하면 174석의 거대 여당이 탄생한다.

청와대도 양당 합당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익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양당 통합과 정치적 통합은 평소 이재명 대통령의 지론이었다. 양당 간 논의가 잘 진행되길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청래 대표의 갑작스러운 혁신당 합당 제안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20명 이상의 의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 대표의 기자회견 전까지 민주당 의원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언주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JTBC에 출연해 “오늘 아침에 기자회견하기 직전에 알았다”며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저는 살면서 이런 의사결정도 있나?”라며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깜짝 합당 소식에 23일 아침신문들은 모두 1면에 이 소식을 다뤘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은 “당내 반발이 거세다” “여당이 하루 종일 술렁였다” “온종일 시끄러웠다”라고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합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건설적인 공론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선일보 “이재명 대통령 합당 의지 강했다” 동아일보 “반청계 포함 의원들 반발”

조선일보는 5면 <정청래, 조국과 수차례 접촉… 李대통령과 교감 후 합당 제안> 기사에서 “하지만 이번 발표는 청와대, 정 대표, 조국 대표가 극비리에 각자 사전 교감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재명 대통령, 정 대표, 조 대표가 ‘지방선거 압승을 통한 정국 주도권 장악’이라는 공동의 목표 앞에서 손을 잡은 것’이라고 했다. 이번 합당이 차기 권력 등을 둘러싼 여권 정치 지형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라고 보도했다.

▲23일자 조선일보 5면.

이어 “이 대통령은 이번 합당 논의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8·15 광복절 때 강성 지지층 반발에도 조 대표의 사면·복권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도 대통령의 생각이었다”라고 했다.

이번 합당을 두고 반정청래계를 포함한 20명 이상의 의원들이 정 대표를 향해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5면 <정청래, 최고위원에 20분전 ‘합당 제안’ 알려… 당내 반발에 “靑과 조율”> 기사에서 “반청(반정청래)계를 포함한 20명 이상의 의원들이 정 대표를 향해 ‘독단적 결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 반청계 최고위원은 정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도 거론했다”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언주 최고위원은 “전 당원에게 직접 다 물어보고, 당 대표의 진퇴도 묻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최고위가 거수기인가.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낀다.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됐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라고 비판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내세워 1인 1표제를 추진하면서, 정작 당의 중대한 의사 결정에서 당원을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23일자 동아일보 5면.

동아일보는 “20여 명의 의원은 정 대표의 합당 추진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반대 성명 릴레이를 이어갔다. 박홍근 의원은 이날 코스피 5,000 돌파를 거론하며 ‘경제 회복을 넘어 대도약의 문이 열리고 있다. 그런데 정 대표가 갑자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초대형 이슈를 여의도 한가운데에 투척했다’며 ‘이게 벌써 몇 번째냐’고 한탄했다.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은 180석 가까운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론을 퍼뜨리며 결집하는 반면 우리는 분열만 일으키게 될 것’이라며 ‘정 대표의 독단적 리더십에 대한 반발이 극대화된 상태다. 합당이 보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돌연한 합당론 뜨악한 감 없지 않아…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겨레 “당원 주권 원칙 강조한 정 대표, 기습 합당 제안 앞뒤 맞지 않아”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합당의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고 당원과 국민을 설득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는 <민주-혁신 합당 제안, 당원·국민 설득할 충실한 공론화를> 사설에서 “합당은 각 당의 전당대회 등 당원 총의를 모아야 하는 사안이다. 정 대표의 전격 제안 뒤 당내에서 상당한 반발과 항의가 나온 것을 보면 사전에 충분한 숙의와 소통은 없었던 듯하다. 당원 주권 원칙을 강조해온 정 대표가 당내에서조차 ‘기습적으로’ 합당 제안을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먼저 당내 이견부터 설득하고 확고한 당론을 모아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23일자 한겨레 사설.

이어 “합당이 지방선거용 졸속이나 지분 나눠 먹기로 비쳐서는 어떤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 당원, 나아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절차와 내용 면에서 충실하고 건설적인 공론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도 <민주·혁신 합당 논의, ‘중도보수·쇄빙선’ 가치 정립부터> 사설에서 “두 당의 합당 논의는 정치적 뿌리나, 지난 총선·대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에 힘을 모은 정치적 궤적의 귀착점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4개월 앞 지방선거 외엔 전격적이고 돌연한 합당론이 뜨악한 감도 없지 않다. 두 당은 지금 왜 합당이 필요한지, 명분·비전은 무엇인지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그게 두 당의 당원들과 지난해 총선에서 각 당을 지지한 국민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고 했다.

▲23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표면적 명분은 ‘이재명 정부 성공’과 범진보 진영의 ‘정권 재창출’이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의 ‘표 결집’이 필요했을 테고, 혁신당은 원내 12석 정당이면서도 비교섭단체인 한계가 동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합당을 고민하는 동기는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대의는 되지 못한다”라며 “두 당의 합당이 의미를 가지려면 ‘가치의 합당’이어야 한다. 합당하면 정치가 어떻게 좋아질 수 있는지 국민과 당원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선 각 당 내부의 민주적 토론과 국민 의견 수렴 과정 또한 필수적이다. 그게 특정인의 이해관계 논란을 넘어 국민과 당원들을 두려워하는 공당의 자세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70년 만에 코스피 5000, 조선일보 “기적적 성취” 동아일보 “기적의 드라마”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5000을 넘었다. 1956년 국내 증시가 출범한 지 70년, 1980년 100을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를 산출한 이후 46년 만이다. 코스피 5000 시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당선된 후 지난해 10월 4000선을 돌파했고 3개월 만에 5000피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23일자 한국경제 1면.

23일 아침신문들은 보수 진보 성향 신문을 가릴 것 없이 1면에 코스피 5000시대를 강조하는 보도를 했다. 또 한목소리로 “기적정 성취” “기적의 드라마” “폭발적 상승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행이 지난해 4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를 기록했다고 발표해 역성장한 사실을 짚으면서 실질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려면 좀비 기업들이 퇴출되고 기업들 고른 성장과 함께 실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는 1면 <코스피 5000 '터치'…K프리미엄 시대> 기사에서 “정부의 증시 선진화 정책과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주 급등세가 상승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돌리기 위해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증시 체질 개선 정책을 추진했다”라고 평가한 뒤 “반도체뿐만 아니라 조선, 방위산업, 원전, 자동차, 전력기기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주도주가 등장하면서 국내 증시가 ‘코리아 프리미엄’을 받았다는 평가다”라고 했다.

앞으로도 국내 증시의 성장 가능성이 더 있을 거라고도 했다. 한국경제는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여전히 저평가된 만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65배로, 미국(22.19배) 중국(13.67배) 일본(16.31배) 유럽(16.37배) 등에 비해 낮다”라고 보도했다.

▲ 23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1면.

다만 조선일보는 1면 제목 <코스피는 5000 찍었는데 경제는 -0.3% 역성장 쇼크> 기사에서 ‘경제는 -0.3% 역성장 쇼크’ 문구를 나란히 배치해 부정적인 면을 함께 강조하는 차이를 보였다. 중앙일보 1면은 <5000 꿈이 현실 됐다>, 동아일보 1면은 <오천피 시대, 첫 걸음 내딛다> 기사가 실렸다.

보수신문은 사설에서 코스피 5000시대에 규제완화 등 후속조치를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코스피 장중 첫 5,000 돌파…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열어야> 사설에서 “지난해 4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내걸었을 때만 해도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됐지만, 불과 9개월 만에 증시 몸집을 두 배로 불리며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면서도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병행해 성장 여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증시의 다음 도약은 기업들의 고른 성장과 함께해야 더 오래 멀리까지 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도 <‘코스피 5000’의 성취와 ‘성장률 –0.3%’의 현실> 사설에서 “1980년 지수 100으로 출발한 자본시장이 반세기 만에 50배 성장한 것은 K-제조업이 이룬 기적적 성취다. 그 사이 시가 총액은 4000조원을 넘겨 100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6월 코스피 3000선을 재탈환한 지 7개월 만에 2000포인트 가까이 올라간 폭발적 추진력은 세계 증시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다. 올 들어 코스피 상승률(18%대)은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도 압도적인 1위”라고 평가했다.

▲23일자 조선일보 사설.

그러면서도 “코스피 5000에 환호만 하고 있기엔 한국 경제의 실상이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주가와 민생 경제 사이의 간극이 크다. 수출 대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지만 고환율과 내수 침체로 서민 경제는 겨울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3%를 기록하며 다시 역성장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문”며 “코스피 5000에서 6000, 7000 시대로 나아가려면 대통령이 언급한 ‘성장을 위한 대전환’이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단기적으로 고통스럽겠지만 좀비 기업의 과감한 퇴출과 산업 재편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단식 중단한 장동혁에 한국일보 “국민 공감 못 얻어… 국힘 지지율 3%포인트 더 떨어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단식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찾아와 “이 자리에서 단식을 그만두겠다고 약속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하자, 장동혁 대표가 “좀 더 길고 큰 싸움을 위해 오늘 단식을 중단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이후 장 대표는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23일자 한국일보 5면.

한국일보는 <장동혁 단식 중단, 내란 반성하고 정치력 회복 계기 삼길> 사설에서 “지난 14일 새벽 국민의힘 중앙윤리위가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의결해 당의 내홍이 격화하던 상황에서 단행된 장 대표의 단식은 일시적이나마 당내 갈등을 잠재우는 효과를 거뒀다. 이날 탄핵 이후 처음 국회를 방문한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보수 인사들이 농성장을 방문해 범보수 결집의 계기를 마련한 것도 나름의 성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하지만 장 대표의 단식이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날 공개된 4개 여론조사 기관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2주 전 조사보다 3%포인트 더 떨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40%로,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20%포인트로 커졌다. 여권이 건강 악화를 무릅쓴 장 대표 단식을 차갑게 외면했는데도 중도층으로부터 동정 여론을 얻지 못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23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이는 장 대표 단식이 당의 질곡을 전혀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 전 대표 제명 여부를 두고 다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법원의 심판이 시작됐는데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는 것이 근본적 한계다. 특히 전날 서울중앙지법이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12·3 계엄이 위로부터의 내란’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는데도 국민의힘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일 장 대표는 ‘계엄이 잘못된 수단이었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내놓긴 했으나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앞으로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줄줄이 나올 법원 심판도 한 전 총리 판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장 대표의 단식 중단을 계기로 국민의힘이 내란정당 멍에와 당내 분란을 일소해야만 정권 견제를 위한 정치적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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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석유, 누가 통제하고 있나

  • 기자명 박재산 기자
  •  
  •  승인 2026.01.22 08:14
  •  
  •  댓글 0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는 미국과의 석유 거래는 협상과 계약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AVN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는 미국과의 석유 거래는 협상과 계약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AVN

베네수엘라가 석유 판매 수익금이 국내로 입금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석유 통제’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은 총 5억 달러 가운데 3억 달러가 이미 들어왔다고 밝혔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침공 이후 석유를 둘러싼 해석은 엇갈려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발언에서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통제하고 있다”, “석유 판매 수익은 전액 미국이 관리하는 계좌로 들어간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베네수엘라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공식 발표들은 이 같은 ‘전면 통제’ 주장과는 다른 정황을 보여준다.

베네수엘라 국영통신 AVN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는 지난 1월 7일 “양국 간 기존 무역 관계의 틀 안에서 미국 정부와 원유 판매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PDVSA는 해당 협상이 셰브론 등 국제 기업과의 거래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합법성·투명성·상호 이익을 기준으로 한 상업적 거래라고 설명했다.

이는 석유 거래가 미국의 일방적 통제 아래 놓였다는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 PDVSA는 원유 판매를 협상과 계약의 영역으로 규정하며, 거래의 주체가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영 기업임을 분명히 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가생산경제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AVN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가생산경제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AVN

베네수엘라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후 더욱 분명해졌다. 1월 16일,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가생산경제위원회에서 “모든 신규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되, 해당 투자는 반드시 국내 생산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 자본이 농업·제약 등 전략 분야에서 국내 제조업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에너지와 산업 정책의 결정권이 외부가 아닌 베네수엘라 정부에 있음을 재확인했다.

같은 날, 베네수엘라는 사상 처음으로 액화석유가스(LPG) 수출 판매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AVN에 따르면 해당 가스는 전량 국영 석유회사 PDVSA에서 생산됐으며, 베네수엘라는 이를 통해 국제 시장에서 공식 가스 수출국 지위를 확보했다. 시험 생산이나 상징적 조치만으로는 수출 계약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는 상업성 있는 생산 능력이 이미 전제돼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은 1월 18일 탄화수소 산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국내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는 LPG 수출 계약이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기술·설비 투자와 생산 능력 확충을 전제로 한 중장기 산업 전략의 일부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상업적 LPG 수출이 가능하려면 가스 처리·정제·저장·수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는 점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설비·기술 투자가 이미 진행됐거나 가동 단계에 들어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미군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카라카스의 주택단지 현장 방문 중에 석유·가스 수익을 기반으로 한 2개의 국부펀드  운용 방침을 발표했다 ⓒAVN 
델시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미군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카라카스의 주택단지 현장 방문 중에 석유·가스 수익을 기반으로 한 2개의 국부펀드 운용 방침을 발표했다 ⓒAVN 

재정 운용과 관련한 발표도 이어졌다. 1월 17일, 베네수엘라 정부는 석유·가스 수익을 기반으로 한 국부펀드 2개 운용 방침을 공개했다. 석유 판매 수익은 근로자 소득 지원과 사회보장, 공공 서비스 및 인프라 구축에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의 관리와 배분을 국가 정책의 영역으로 명확히 설정한 것이다.

결정적인 대목은 1월 20일이다. AVN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은 석유 판매 수익금이 국내로 유입됐으며, 총 5억 달러 중 3억 달러가 이미 입금됐다고 밝혔다. 자금은 중앙은행과 국가 은행 시스템을 통해 외환 시장 안정과 노동자 구매력 보호에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련의 발표를 종합하면, 트럼프가 말한 ‘석유 통제’는 실제 운영 구조를 과도하게 단순화한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해상 통제나 금융 제재를 통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계약 체결, 상업적 생산, 수익 유입, 재정 운용, 산업 정책 결정이라는 핵심 고리는 여전히 베네수엘라 정부의 손에 있다는 점이 구체적인 시점과 조치로 확인된다.

우리가 주의해서 볼 대목은, ‘누가 석유를 통제하느냐’는 선언의 문제가 아니라, ‘통제’라는 표현이 현실을 얼마나 왜곡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주권은 선언이 아니라 행위로 증명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행위의 주체는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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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친일 일변도 시대의 종말”...촛불행동 논평 발표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6/01/21 [20:33]

 

“미국 일극 패권 시대가 문을 닫고 다극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런 상황에서 국익은 뒷전이고 오로지 친미친일과 반북반중으로 전쟁까지 획책하는 국힘당은 국민주권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촛불행동이 21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단언했다.

 

촛불행동은 먼저 논평에서 국힘당의 최근 상황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힘당이 사면초가에 몰려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윤석열, 국힘당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시대를 역행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촛불행동은 “친미친일세력들이 반공과 반북, 국가보안법을 이용해서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정적들을 제거해 왔다”라며 “그런데 이제는 반공과 반북으로는 더 이상 국힘당을 지탱할 수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국민주권이 강력하게 발휘되는 시대에 더 이상의 속임수와 강압은 국민들에게 통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무인기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한국 정부를 국힘당이 비난한 것을 언급하면서 “예전 같으면 국힘당의 이런 색깔론이 힘을 발휘했을 것”이지만 “국민주권시대에는 턱없는 짓거리”라고 했다.

 

촛불행동은 논평에서 국민의 대미 의식에 대해서도 다뤘다.

 

촛불행동은 “국민주권시대에 국민들은 친미친일세력만 버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도 단호하게 배척한다”라며 “동맹에 오히려 더 심한 수탈을 하는 미국에 대한 분노가 대단히 높다”, “윤석열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보인 미국의 교활한 내정간섭에 대해서도 불같이 일어나 싸웠다”, “힘이 약해진 미국을 보면서 한국 국민들의 자신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일극 패권 시대가 가고 다극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 국민들은 한미동맹보다 국익을 더 철저하게 지키려 한다”라며 “이런 시대에 한국의 친미친일 일변도 세력들은 비빌 언덕이 사라진다”라고 했다.

 

촛불행동은 “성조기 부대는 트럼프에게 윤석열 구원을 바라고 있”지만 “제 코가 석 자인 ‘약체’ 미국은 ‘미쳤다’라는 명분을 대며 윤석열을 모른 척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힘이 빠졌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주권시대를 개척하는 촛불은 더 용감하게, 더 큰 포부를 가지고 싸우고 있다”라며 “촛불이 희망”, “촛불의 승리는 확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촛불행동 논평 전문이다.

 

[논평] 친미친일 일변도 시대의 종말

- 지금은 국민주권시대 -

 

국힘당 대표 장동혁이 윤석열 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당명도 바꾸겠다고 하고, 이제는 단식까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사과 쇼라고 비난하며 당명 개정도 결국 당명 하나만 바꾸고 말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힘당은 결국 윤석열과 단절하지 못할 것입니다. 윤석열과 단절하겠다는 것은 윤어게인에 동조해 온 국힘당 국회의원, 당원 대부분과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국힘당이 이렇게 사면초가에 몰려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윤석열, 국힘당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시대를 역행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08년, 이명박의 친형인 이상득 당시 국회부의장은 주한미국대사 버시바우를 만나서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라고 자랑했습니다. 이명박만이 아닙니다. 국힘당 세력 대다수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라는 것은 성조기 집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 친미친일세력들이 반공과 반북, 국가보안법을 이용해서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정적들을 제거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반공과 반북으로는 더 이상 국힘당을 지탱할 수가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전대협, 한총련의 대중적 학생운동과 노사모, 나꼼수라는 새로운 정치운동을 통해서 국민들의 정치 참여도는 계속 강화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정치에 대한 주인의식도 높아져 왔습니다. 그런 세월을 거쳐 지금과 같은 국민주권시대가 열렸습니다. 국민주권이 강력하게 발휘되는 시대에 더 이상의 속임수와 강압은 국민들에게 통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가 촛불국민들에 의해 탄핵을 당한 뒤 친미친일세력들은 반공반북만으로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극도의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국힘당 세력들은 온라인에서 댓글부대를 운영하고, 아스팔트에서는 전광훈과 같은 성조기 부대를 적극 육성했습니다. 또한 국힘당을 더 극우로 몰아가기 위해서 통일교, 신천지 등의 사이비 종교 세력들도 적극 인입했습니다.

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최근 무인기 사태만 봐도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한국 정부를 규탄하고, 한국 정부는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국힘당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아부한다고 난리를 피웁니다. 예전 같으면 국힘당의 이런 색깔론이 힘을 발휘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주권시대에는 턱없는 짓거리입니다.

국민들은 ‘윤석열 때 무인기를 보내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 국힘당은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고 무인기 침투 사건의 배후에 국힘당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진상규명을 적극 지지합니다.

국민주권시대에 국민들은 친미친일세력만 버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도 단호하게 배척합니다. 동맹에 오히려 더 심한 수탈을 하는 미국에 대한 분노가 대단히 높습니다. 윤석열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보인 미국의 교활한 내정간섭에 대해서도 불같이 일어나 싸웠습니다. 힘이 약해진 미국을 보면서 한국 국민들의 자신감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극 패권 시대가 가고 다극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 국민들은 한미동맹보다 국익을 더 철저하게 지키려 합니다. 이런 시대에 한국의 친미친일 일변도 세력들은 비빌 언덕이 사라집니다.

성조기 부대는 트럼프에게 윤석열 구원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주한 미국 대사 대리 조셉 윤은 성조기 부대를 향해 ‘미쳤다’라고 했습니다. 성조기 부대, 국힘당 세력의 면전에 대놓고 찬물을 뿌린 것입니다. 일극 패권 시대의 ‘강국’ 미국은 윤석열을 반드시 구원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코가 석 자인 ‘약체’ 미국은 ‘미쳤다’라는 명분을 대며 윤석열을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의 힘이 빠졌습니다.

미국 일극 패권 시대가 문을 닫고 다극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익은 뒷전이고 오로지 친미친일과 반북반중으로 전쟁까지 획책하는 국힘당은 국민주권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국민주권시대를 개척하는 촛불은 더 용감하게, 더 큰 포부를 가지고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촛불이 희망입니다. 촛불의 승리는 확정적입니다.

2026년 1월 21일

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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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덕도 피습=테러’ 공식 지정…김민석 “용서받지 못할 범죄”

  • 김미란 기자

  • 업데이트 2026.01.21 11:58

  • 댓글 0

민주당 “결론 아닌 출발점…종합‧독립적인 전면 재수사 즉각 착수해야”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 ‘가덕도 피습’ 사건을 ‘테러’로 공식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열어, 이재명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가덕도 피습 사건에 대한 테러 지정 건을 의결했다.

정부는 후속 조치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한편, 선거 기간 중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보호 강화 등을 통해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024년 이재명 대통령의 민주당 대표 시절 발생한 가덕도 피습 사건은 주요 정당 대표를 겨냥한 명백한 테러”라며 “목 부위를 찔려 근육 내 동맥이 잘리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고, 수술과 치료로 인해 당 대표 권한 행사가 중지됐다.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증거가 훼손되고 사건이 축소 은폐되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차 국가테러대책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김민석 총리는 “오늘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주재해 이 사건을 공식 테러로 지정하여 추가적인 진상규명의 길을 열었다”고 전하며 “대한민국에 테러 가능성을 완전히 없앤다는 각오로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테러 지정은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범행의 동기와 배후, 공범 여부는 물론 초기 대응 과정에서의 축소‧은폐 시도와 책임소재까지 한 점 의혹 없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를 향해 “테러방지법에 따른 엄정한 기준으로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종합적이고 독립적인 전면 재수사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처 : 고발뉴스닷컴(https://www.goba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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