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왼쪽)과 그가 지난 4일 개척자들에 전달한 사진(오른쪽). ⓒ 해초 제공, 개척자들 인스타그램
"우리는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비폭력 향해를 하고 있습니다. 식민지가 무엇인지 너무나 명확하게 알고 있는 한국인들이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그 비참함과 슬픔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해초(27, 김아현)가 한국 시간으로 7일 새벽 <오마이뉴스>를 통해 전한 말이다.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인 그는 지난달 27일 자유함대연합(FFC) 소속의 '가자로 향하는 천개의 마들린호(TMTG)' 선단에 합류해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을 출발, 11일째 항해하고 있다.
선단은 현재 이스라엘군의 나포 위험구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해초가 승선한 배 '알라 알 나자르'는 7일 오전 7시 38분(한국 시간) 기준 가자지구까지 약 420km를 남겨두고 있으며, 오는 8일이면 팔레스타인 인근 해역에 도착해 이스라엘군에 나포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 ⓒ 해초 제공
해초는 지난 2일 질문지를 보낸 <오마이뉴스>에 6·7일 이틀에 걸쳐 답변과 사진·영상을 보내왔다. 그는 "나포 위험구간에 들어서기 전에 소식을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며 "(이스라엘군에) 나포될 것을 대비해 출항 이전과 항해 중에도 트레이닝 중이지만, 어떤 상황이 닥칠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나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자지구에 도착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팔레스타인에 드리운 봉쇄를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는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시민이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행동하고 있고 우리 또한 이곳의 평화를 위한 비폭력 항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으로서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한국 기업과 이스라엘의 공모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팔레스타인과 한국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그 비참함과 슬픔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고 다른 한국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해초가 보내온 답변 전문을 아래 정리했다.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책임감 느껴"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지구 서쪽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손된 건물 밖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2025. 9. 15. ⓒ 연합뉴스/Hasan Alzaanin/TAS
- 가자지구로 향하는 과정에 나포되거나 공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스라엘군에) 나포될 것을 대비해 며칠간 트레이닝을 진행한 후 출항했다. 또한 항해하면서도 어떤 상황이 닥칠지에 계속 공유하고 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상황에 처할지 예상이 되면서도 동시에 누구도 (그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이 현재 예측할 수 없는 만행을 아무런 수치심 없이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의 태도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비폭력 항해를 하고 있다."
- 가자지구에 도착한다면, 그 순간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현 상황에서 가자지구에 도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의 행동은 팔레스타인에 드리운 봉쇄를 계속해서 두드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일어나고 있다."
-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의 유일한 한국인이다.
"어젯밤(5일) 달을 보면서 추석이 가까워졌다는 걸 알았다. 이곳에 혼자 한국인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선단에는 여러 나라와 민족에서 온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국가라는 정체성보다는 자신이 어떤 역사에 속해 있는지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한국 기업인 한화와 이스라엘의 공모에 대해 비판의식과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 한국에서부터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팔레스타인까지 가는 길은 멀다. 그런데 (이렇게 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참혹한 일에 한국이 가담하고 있다. 이 사실이 부끄럽다."
"한 배에 탄 동료들, 서로의 노래 듣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 사진 맨 왼쪽이 해초. ⓒ 해초 제공
- 가자지구로 향하는 항해는 어떤가. 선단 내 활동가들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가고 있다고 들었다.
"내가 탑승한 배에는 총 4명이 타고 있다. 한국인이 1명, 프랑스인이 3명이다.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지만, 모두 비슷한 또래라서 화목하게 지내고 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 한 배에 타고, 함께 감옥에 가고 또 돌연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매번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운명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드는 거 같다. 활동가들은 서로의 노래를 나눠 듣고 있다. 한 활동가는 프랑스 브르타뉴에서 왔는데 그곳의 역사가 내가 활동했던 제주도와 비슷하다. 우리 모두 핍박받은 역사를 가진 곳에서 왔다는 동지애를 느끼며 브르타뉴의 전통음악을 함께 듣고 있다."
- 왜 한국인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한국인 활동가로서 팔레스타인과 한국이 어떤 점에서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식민지가 무엇인지 너무나 명확하게 알고 있는 한국인들이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그 비참함과 슬픔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내 여러 지역에서도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집회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또한 팔레스타인평화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한국에서 목소리 내는 시민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자세히 설명하고 행동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규탄 한국 시민사회 51차 긴급행동'이 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열렸다. ⓒ 유지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 ⓒ 해초 제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선단 내 유일한 한국인인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의 활동가 해초(27, 김아현)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 ⓒ 해초 제공
▲"우린 나포될 겁니다" 팔레스타인 목전 배 위, 보름달 만난 한국인의 호소이진민, 소중한
위 설명대로 지상구성군사령관을 한국 육군 대장이 맡는다면, 미8군은 한국 장성의 작전 통제를 받게 된다. 주한미육군이 한국 대장의 작전통제를 받는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 진실을 이해하려면 미8군(주한미육군)의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미8군은 미2사단, 19지원사령부, 35방공포여단, 501군사정보여단, 제1통신여단, 2501디지털연락분견대, 2502디지털연락분견대 등으로 구성된다.
19지원사령부는 미8군에 군수 물자를 제공하는 부대이므로 전투부대가 아니다. 그러므로 논외가 된다.
패트리어트와 미사일 방어체제를 운용하며 항공 및 미사일 방어 작전을 수행하는 35방공포여단은 미육군94방공및미사일사령부의 전방배치여단이다. 따라서 전시가 되면 직속 사령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다.
영상, 신호, 인적 정보를 다루는 501군사정보여단은 미육군정보보안사령부의 예하 부대이다. 따라서 전시가 되면 직속 사령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다.
주한미군의 통신 정보 관리 역할을 담당하는 제1통신여단은 제9통신사령부의 예하 부대이다. 이 역시 전시가 되면 직속 사령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다.
따라서 19지원사령부, 35방공포여단, 501군사정보여단, 제1통신여단은 주한미육군에 편제되어 있지만, 전시가 되면 미본토에 본부를 둔 직속 사령부의 작전 통제를 받는다. 한국 육군 대장의 작전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미2사단과 2501/2502디지털연락파견대이다. 과연 이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들은 전시에 한국 육군 대장의 작전 통제를 받는가?
미8군 부대가 한국 육군의 용인 기지에 상주하는 이유
미8군의 설명에 따르면 2501디지털연락분견대(25012 DLD, 이하 2501분견대)는 “미군 합동전력(Joint Force) 차원의 임무와 주한 미8군이 한국 내 미 육군구성군(ARFOR-K)으로서 수행하는 임무를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대한민국 지상작전사령부(ROK 육군 4성 장군이 지휘하는 사령부)에 파견”되어 있다.
복잡한 이야기라 설명이 좀 필요하다.
1> 2501분견대는 2개의 임무를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2개의 임무는 미합동군 차원의 임무와 미8군이 한국내 육군구성군으로서 수행하는 임무이다.
2> 미합동군 차원의 임무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미합참의 임무이거나 주한미군사령부의 임무이다. 아니면 둘 다 해당할 수 있다. 미본토 혹은 주한미군사령부에서 내려오는 작전 및 전투 임무로 이해하면 된다.
3> 미국은 합동군(Joint Force) 체계 안에 육해공 등 각 군을 "구성군" 단위로 편성한다. 육군은 ARFOR, 공군은 AFFOR, 해군은 NAVFOR로 불리운다. 따라서 미8군이 한국 내 미 육군구성군(ARFOR-K)으로서 수행하는 임무는 미8군의 육군전투부대 임무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4> 2개의 임무를 통합한다는 것은 미합참 혹은 주한미군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지상군으로서 미8군의 전투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시를 전달하는 것이 2501분견대의 임무라는 것이다.
이는 사실 상식적인 임무라고 볼 수 있다. 주한미육군이 미합참이나 주한미군사령관의 지휘나 통제를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그 역할을 2501분견대가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8군 홈페이지의 그 다음 설명까지 읽으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2501분견대는 “한국 지상작전사령부(한국 육군 4성 장군이 지휘하는 사령부)에 파견”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2501분견대는 주한미육군기지 즉 캠프 험프리스 혹은 다른 주한미육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지상작전사령부가 있는 용인 기지에 파견되어 있다.
따라서 2501분견대가 통합하는 것은 단지 미합참(혹은 주한미군사령부)와 미8군의 전투임무만이 아니다. 2501분견대는 미군의 전투임무와 한국 지상작전을 통합하는 임무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지작사에 파견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대목에서 미8군은 “embedded”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우리 말로 옮기면 “내장되어 있는” 정도로 해석된다. 즉 단지 물리적 파견 정도가 아니라 한국 지상작전사령부에 파견되어 하나의 조직처럼 통합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2501분견대의 부대 마크 역시 비슷한 내용을 드러낸다. 한국 지상작전사령부는 과거 1군과 3군을 통합하여 2019년 만들어진 조직이다. 따라서 미군과 한국의 1군, 3군이 악수를 하는 부대마크는 결국 미8군과 지상작전사령부를 연결하는 역할을 2501파견대가 수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연결한다는 것은 단지 연락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아니다. 미합참 혹은 주한미군사령부의 작전 지시를 한국 지상작전사령부에 전달하는 역할이다.
2502디지털연락분견대(이하 2502분견대) 역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2502분견대는 한국 육군 제2작전사령부(대구 기지)에 상주한다. 지상작전사령부는 수도권과 강원도에서의 지상작전을 담당하며, 제2작전사령부는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에서의 지상작전을 담당한다.
따라서 2501/2502분견대는 비록 인원은 소수이지만 한국 육군의 작전사령부에 상주하면서 미군 수뇌부의 작전 지시를 한국군 지상 작전에 침투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주한미육군의 핵심 부대라 할 수 있다.<계속>
서울시 대표 주거 정책사업 중 하나인 ‘청년안심주택’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청년안심주택 일부에서 입주자들이 임대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공공이 지원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거지를 공급하는 청년안심주택이 입주자들의 임대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무늬만 ‘공공’인 서울시 ‘청년안심주택’의 민낯
우선 ‘임대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이해하려면 ‘청년안심주택’이 어떤 정책사업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시가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임대주택이다. 2016년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시작해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인 2023년 4월 현재의 청년안심주택으로 개편됐다. 만 19~39세 청년·신혼부부 무주택자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거지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서울시도 청년안심주택이 임대료 부담을 낮추고 공공성을 강화해 청년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주거 대안’이 될 것이라고 홍보해 왔다.
이처럼 공공이 지원하는 주거 정책사업에서 ‘전세사기’와 같은 피해가 발생한 건 청년안심주택이 ‘무늬만 공공’일 뿐 대다수가 민간에서 운영되기 때문이다.
청년안심주택은 ‘공공임대’와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나뉜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운영하는 ‘공공임대’형 청년안심주택과 민간 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형 청년안심주택이 혼합돼 있다는 뜻이다. 전체 청년안심주택의 30% 남짓만 SH가 공공임대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민간 임대사업자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식이다.
민간사업자들이 정책사업인 청년안심주택에 뛰어드는 건 공공의 지원 때문이다.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에 참여하는 민간사업자에게 용도지역 변경(종 상향),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여기에 임대기간까지 고려해 주택금융공사(HF)로부터 10년간 보증을 받아 저리대출도 가능하다.
공공지원을 받은 민간사업자는 최소 8년 동안 청년안심주택을 운영해야 한다. 대신 8년 이후부턴 청년안심주택을 분양전환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를 챙긴 민간사업자는 8년 동안 임대사업을 진행한 뒤 분양이나 매각을 통해 발생할 이익을 기대하고 사업에 뛰어든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임대보증금 미반환 사태’도 민간 임대업자가 운영하는 청년안심주택에서 벌어졌다. 공공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면서도 입주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상황이 속출한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원인은 시행사인 민간 임대 사업자가 시공사에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서다. 금융기관에 근저당이 잡힌 상태에서 경매가 진행되면 세입자들은 절차가 끝날 때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최근 임대보증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한 잠실 센트럴파크 단지도 이 같은 이유로 134채, 238억원의 보증금이 묶여 있는 상태다.
보증금 사고는 잠실만의 일이 아니다. 도봉구 ‘에드가쌍문’ 단지에서는 2023년 말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벌어져 세입자 일부는 여전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동작구 단지도 임대 사업자의 채무 문제로 집이 가압류되며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입주자들은 청년안심주택을 ‘서울시가 보증해 준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민간 책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셈이다.
강제경매 사태가 발생한 청년안심주택인 잠실센트럴파크 세입자 등이 서울시의 늑장 대응 비판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민달팽이유니온 제공
각종 인센티브 지원했는데... “서울시, 민간 사업자 검증 소홀”
서울시는 ‘임대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청년안심주택은 ‘청년 주거 안정’을 내세웠던 서울시의 공공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보증보험 미가입, 허술한 사업자 검증, 사후 관리 부재 등이 겹치면서 수백억원대 보증금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는 민간사업자의 ‘임대보증금 반환보증(보증보험)’ 미가입이다. 보증보험은 임대 사업자가 채무불이행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보증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 민간임대 물량에 대해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으면서도 현장에서 이를 철저히 점검하지 않았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간임대주택법)에 따르면 모든 임대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잠실, 동작을 포함해 총 4개 사업장 287가구가 이런 이유로 보증금 미반환 우려에 놓였다. 또 강서구 내발산동, 강남구 도곡동 등 4개 사업장(총 944가구)도 보증 보험 미가입한 곳이다. 해당 지역은 대주단 동의하에 보증금 인출이 가능한 별도 계좌를 관리하고 있어 아직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더 나아가 서울시가 파악한 보증보험 미가입 가구 수는 무려 1,200여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에 가입된 것처럼 속았다”는 세입자들의 증언까지 나왔지만, 서울시는 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
또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 물량 확보를 위해 민간사업자 참여를 적극 독려했지만, 사업자의 재무 건전성과 채무 관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뒷전이었다는 비판도 받는다. 실제로 일부 사업자는 건설자금 대출과 근저당 설정이 다수 얽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안심주택으로 지정돼 입주가 진행됐다. 그 결과 세입자들의 보증금은 선순위 채권자에 밀려 반환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입주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임대보증금 반환 능력이 의심되는 사업장에 대해 서울시는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고, 사후 점검 시스템도 유명무실했다. 가압류·경매 절차에 들어간 사업장이 적지 않았지만, 피해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서울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전문가들도 서울시의 관리 소홀이 보증금 사고를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민간 임대 사업자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부분, 기본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을 모집했다는 사실 등은 서울시의 책임이 굉장히 크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그런데도 서울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아무런 조치 없이, 실태 조사 정도만 진행했다.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문제를 키워왔다는 점만으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도 “서울시는 민간 개발에 기댄 방식으로 청년 주거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거기에 대한 충분한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공공이 지원하는 각종 인센티브를 챙겨 수익을 올리려는 민간사업자들을 제대로 검증조차 없이 선정한 건 굉장히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면 서울시는 한동안 “민간임대에 개입할 법적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라는 식으로 보증금 사고 책임에 대해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보증금 미지급 사태가 확산하자, 뒤늦게 세입자 구제 방안을 내놨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지난 8월 20일 서울시청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선순위 피해자들의 경우 주택진흥기금(내년 도입 예정)을 통해 보증금을 지원하고 그전에 퇴거를 희망하는 경우 시 예산을 일부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선지급하고 경매를 통해 그 금액을 회수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송파구 청년안심주택 잠실센트럴파크 세입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잠실센트럴파크 청년주택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보증보험 미가입 사업장 더 늘어날 수도... “공공임대 비중 늘려가야”
문제는 추후 보증보험 미가입 사업장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청년임대주택 사업장 1곳(공공지원 민간임대)이 보증보험을 연장(갱신)하지 못했다. 현재 감정평가액이 과거 제출한 감정평가액보다 낮아져 가입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같은 이유로 올해 하반기 보증보험을 연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사업장이 8곳이 더 있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보증보험 연장이 어려워진 데는 올해 6월 국토교통부의 민간임대주택법 시행령 개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전까지는 보증보험 가입을 위한 공시가격 감정을 사업자가 선정한 감정평가 기관이 하도록 했는데, 시행령 개정으로 보증기관이 정한 곳에서 감정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사업자가 감정평가기관을 선정할 때는 사업자가 영향력을 행사해 주택 가치를 부풀려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던데 따른 조치다.
실제 그동안 보증기관이 사업자를 대신해 변제한 임대보증금도 점점 증가해 왔다. HUG가 지난해 대신 갚은 임대보증금은 1조6,093억원으로 전년 대비 53%나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지원 민간임대’ 방식의 청년안심주택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공공임대 비중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짚었다. 민간임대의 경우 8년 후 분양 전환할 수 있어 결국은 공공의 지원이 사유화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동규 위원장은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민간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원해 주면 해주는 만큼 거기에 맞춘 위험한 재무구조가 세팅돼 같은 잘못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결국 다 사유화될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유지하기보다 공공임대처럼 공공성을 확대하고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효주 주거조세팀장도 “공공에서 지원하고 민간이 공급하는 현재의 청년안심주택은 이미 여러 가지 한계나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 “이런 방식보다는 차라리 SH의 공공임대를 늘려 공공성을 강화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요일인 5일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이례적으로 뉴욕타임스(NYT) 기사를 링크했다.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에 대한 분노가 어떻게 네타냐후를 가자 문제로 내몰았나'란 제목의 지난 3일 자 기사였다.
여기엔 9월 9일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에서부터 9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20개 항의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가자 평화 구상)을 발표하기까지 미국과 아랍 중재국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상대로 펼친 비화들이 담겨 있었다. 트럼프는 이 기사를 링크함으로써 '팩트'가 맞다고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에서 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2025. 09. 29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가자 평화안 성안 '비화' 다룬 뉴욕타임스
트럼프, 트루스 소셜에 관련 기사 링크
이스라엘군은 9월 9일 카타르 도하의 한 주거 건물에서 가자 전쟁 종식 관련 트럼프의 제안을 검토하던 칼릴 알하야 정치국 부의장 등 하마스 협상 대표들을 미사일로 타격했다. 알하야는 살았지만 그의 아들과 카타르 보안 관리를 포함해 모두 6명이 숨졌다. 이에 NYT는 "협상 대표들을 폭격해 협상한다는, 너무 충격적인 이스라엘의 도발이었다...이번 공격은 이 지역과 워싱턴의 정부 관리들을 너무 격분시켜 휴전 전망을 산산조각 낼 위협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마저 폭격한 이스라엘의 '만행'이 오히려 네타냐후에게 '고삐'를 채우는 계기가 됐다고 NYT는 봤다. 그 이전 몇 달 네타냐후가 무슨 짓을 해도 놔뒀지만, 카타르 공격은 트럼프와 그의 보좌관들을 격분시켰고, 전쟁 종식에 나서도록 네타냐후를 압박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20일 후 트럼프 가자 평화 구상으로 귀결됐음은 물론이다.
NYT는 "이 과정은 트럼프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이전의 중동 협상가 역할로 복귀시켰다. 그건 네타냐후를 압박해 굴욕적 사과를 하도록 했고, 하마스엔 이스라엘의 끝없는 공세를 저지할 마지막 기회를 남겼다"고 논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계정. 2025. 10. 05 시민언론 민들레
이스라엘, 공격 당일까지 휴전안 협의 '만행'
미, 전날 장시간 협의하고도 폭격 눈치 못 채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 전날인 9월 8일 월요일이었다. 트럼프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쿠슈너는 마이애미의 위트코프 자택에서 네타냐후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 장관과 만나 여러 휴전안을 놓고 3시간 논의했으며, 그 주 후반에 그 안을 하마스에 제시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특히 회의가 끝난 뒤 이스라엘의 더머는 카타르 시간으로 이른 새벽까지 카타르 관리와 몇 시간 더 전화 통화를 했다. 그 통화가 끝나고 약 12시간 후에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하마스 협상대표단이 있는 도하의 주거 건물에 미사일들을 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위트코프 특사는 이스라엘의 공격 시점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고, 위트코프는 소식을 들은 즉시 카타르 측에 전화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위트코프는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 총리와 다른 아랍국들에게 백악관의 '불개입'을 해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들 뒷얘기는 협상에 참여한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여러 아랍 국의 관리 14명과의 익명 인터뷰를 기초로 해서 작성됐다.
충격과 배신감을 느낀 카타르는 미국 측에 분노를 터뜨리고, 쿠슈너에게 자신들은 중재자로서 성실하게 행동했는데도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에서 마치 카타르가 하마스의 대리인인 듯이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당시 알-타니 총리는 도하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런 야만적 행동에 지역 전체가 대응해야 하는 결정적 순간에 도달했다"며 이스라엘 정권은 "평화를 위한 기회를 만들려는 모든 시도를 방해"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카타르 측은 사실상 휴전 협상 중재 역할을 중단했고, 가뜩이나 취약했던 협상은 난항에 빠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평화 구상안의 문구를 따져 보고 있다. 2025. 09. 29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카타르 공격 '악수'로 네타냐후 수세 몰려
"트럼프, 휴전뿐 아니라 종전 계획 주장"
9월 15일, 카타르는 도하의 쉐라톤 호텔에서 아랍·이슬람 국가 정상 약 60명이 참가한 가운데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을 강하게 규탄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일부 아랍 국가 정부들은 네타냐후가 수세에 빠진 이 계기를 활용해 그동안 네타냐후가 오랫동안 반대해왔던 몇몇 쟁점에 대한 양보를 끌어내자는 데 공감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밑에선 협의가 진행됐고, 그 결과 최종 목록에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지속, 영토 병합 또는 점령,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금지 등이 담기게 됐다고 한다.
9월 20일 알-타니 카타르 총리는 뉴욕에서 위트코프와 쿠슈너를 만나 아랍의 요구 사항을 제시했고, 이스라엘이 다시는 카타르를 공격하지 않도록 미국이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1일엔 트럼프가 쿠슈너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찰리 커크의 추모식에 가면서 전화로 위트코프와 협상안 세부 내용을 협의했고, 여기서 트럼프는 어떤 가자 계획이든 휴전을 포함할 뿐 아니라, 모든 당사자가 동의하는 "종전 계획"이 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틀 뒤인 9월 23일 유엔 총회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과 위트코프는 아랍·이슬람 국가 고위 관리들과 회의를 열어 종전 계획의 대강을 설명했다. 여기서 미측은 △ 하마스가 무기를 "항복" 대신 "해체"하고 △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며 △ 팔레스타인인은 가자에 남고 △ 인질을 석방하고 하마스 대원을 사면하는 등의 대목을 강조했고, 아랍·이슬람 측은 수용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아랍 대표는 미국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느냐고 물었지만 답변을 피했고, 이 계획에 네타냐후의 동의와 이행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우려도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이 두 문제 모두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네타냐후를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리곤 24일 미국 측은 롯데 뉴욕 팰리스에서 아랍·이슬람 국가들에 21개 항의 계획을 제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함께 한 가운데 백악관 집무실에서 카타르 총리에게 전화로 카타르 공격에 대한 사죄의 뜻을 전하고 있다. 2025. 09. 29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 네타냐후에 "매사에 왜 그리 부정적?"
"네타냐후, 막판까지 가자 평화안에 회의적"
위트코프와 쿠슈너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와 25일과 28일 뉴욕에서 마라톤 회의를 했다. NYT는 "네타냐후는 그 제안에 회의적이었다...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관한 모든 언급을 삭제하고, 팔 자치 정부(PA)가 가자에서 어떤 것도 운영하지 못하게 하고자 했으며, 이스라엘 군의 완전한 철수 가능성을 낮추고자 제안된 이스라엘의 가자 철수에 단서를 추가하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줄다리기 과정에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군의 철수 문제에서 문구를 유리하게 변경하는 데 성공하자, 하마스의 반대를 우려한 아랍국들은 발표 연기를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트럼프가 "만족한다"면서 공개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남은 문제는 카타르 공격에 대한 네타냐후의 직접 사과였다. 이는 카타르가 '필수 조건'으로 요구해온 것이었고, 트럼프는 "일주일 넘게" 네타냐후에게 사과를 종용해왔다고 한다. NYT는 29일 네타냐후는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면서 가자 평화 구상을 발표하기에 앞서 트럼프 집무실에서 전화로 직접 작성한 사과문을 카타르 총리에게 읽어줬다고 전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29일 가자 평화 구상 발표 당시 네타냐후가 그다지 기념할 일이 아니라면서 시큰둥해하자 트럼프는 "당신은 왜 매사에 그렇게 부정적인지 모르겠다. 이건 승리한 거다. 받아들여"라고 말했다. 또한 나중에 네타냐후가 딴짓할까 우려하는 목소리엔 "비비(네타냐후)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는 괜찮을 거다. 나랑 함께 있으면 (싫어도) 괜찮아야 한다"고 말해 네타냐후를 강하게 압박할 뜻을 비쳤다고 한다.
이스라엘 접경의 가자 지구에서 폭발 직후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 10. 06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이집트서 1단계 협상에
트럼프 "하마스, 가자 권력 집착 땐 절멸"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 그리고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 대표단은 6일 이집트에서 트럼프 가자 평화구상의 1단계인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스라엘에선 더머 전략부 장관, 하마스에선 알하야 정치국 부의장이 참석하며, 미국에선 위트코프와 쿠슈너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기습테러 당시 가자로 납치한 인질 중 남은 사람은 생존자 20명과 유해 등 모두 48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석방되는 것과 동시에,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들도 석방하도록 되어 있다.
트럼프는 5알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번 주말 인질 석방과 가자 전쟁 종식, 더 중요하게는 마침내 오랫동안 추구해왔던 중동의 평화를 얻기 위해 하마스와 아랍·무슬림을 포함한 전 세계 나라들과 매우 긍정적인 논의들이 있었다"고 썼다. 트럼프는 "이 논의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신속하게 진행 중"이라면서 "나는 모두에게 빨리 움직일 걸 부탁한다. 나는 몇 세기에 걸친 이 오랜 '분쟁'을 계속 지켜볼 것이다. 시간이 핵심이다, 그렇지 못하면 누구도 보길 원치 않는 어떤 것, 대규모 유혈사태가 뒤따를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5일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하마스가 가자에서 계속 권력에 집착할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는 질문에 "절멸"(Complete Obliteration)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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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경찰관아이들에게 범죄 예방에 대해 경찰관들이 설명하고 있다. ⓒ 박승일
"서울경찰청 긴급 신고 112입니다."
"남편이 폭력적으로 욕을 하면서 때릴 듯이 위협을 해서 신고하려고요."
"주소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여기는 ○○○구 모 아파트 101동 101호입니다."
"지금 남편분과 함께 있는 건가요?"
"아니요. 지금 아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습니다."
"지금 순찰차가 출동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빨리 와 주세요."
"경찰관이 곧 도착할 겁니다. 남편의 직접적인 폭행도 있었나요?"
"조금 어깨 부위를 밀치긴 했는데 때리지는 않았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경찰관들이 거의 도착했네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명절 연휴에 죄송합니다."
지난 4일 밤. 그날은 추석 연휴가 시작된 둘째 날이기도 했다. 지구대 창밖으로는 명절 특유의 정적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지구대 실내는 24시간 불이 켜져 있다. 경찰관들은 평소보다 더욱 긴장하고 있다.
야간 근무를 시작하고 서너 시간이 흐른 뒤였다. '코드 0' 신고음이 지구대 소내 안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가정폭력' 신고다. 가장 민감하고 신경 써야 하는 신고 유형이다.
연휴 첫날 밤에 뜬, 코드 0
서울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에서 신고를 접수하면서 지구대에서 출동도 동시에 이뤄졌다. 그만큼 긴급하다는 뜻이다. 신고자가 접수하는 경찰관과 통화 중에도 지구대까지 실시간으로 내용이 전달되는 시스템이 있다. 그때를 '선 지령'이라고 부른다. 이번 신고도 그랬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순찰차가 출동했다. 나는 신고자의 녹취 내용을 들으며 추가로 인근에 있는 순찰차가 지원할 수 있도록 무전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있던 남편과 방 안에서 문을 잠근 채 딸과 함께 있던 아내를 분리해 진술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119구급대의 응급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무전이 흘러나왔다. 다행이었다. 나는 그제야 안도했다.
잠시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상황을 보고해 주는 전화였다. 상황은 이랬다.
결혼한 지는 14년이 됐고, 10살 된 딸이 현장에 있었다. 싸움의 발단은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에 내려갈 때 반려견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 차이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정말 사소한 문제가 부부싸움으로 이어졌고 경찰에 신고까지 하게 된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양측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다. 서로 욕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남편의 위협적인 행동이 있었지만, 아내는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호 간에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는 경찰관의 경고에 남편이 근처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장에 있던 10살 된 딸아이였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찍게 했다
▲사소한 문제가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료사진) ⓒ Unsplash
경찰관은 딸아이의 심리 상태를 걱정해야 했다. 아이는 누가 봐도 놀란 표정이었다. 현장에 있던 김모 경사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앉았다.
"엄마, 아빠가 싸워서 무서웠지?"
부부의 싸움은 단순한 다툼이 아니라, 아동의 정서적 학대의 순간이었다.
아이의 엄마는 남편과 말다툼 하는 과정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딸에게 직접 촬영하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 아빠는 아이가 있는 현장에서 아내를 때릴 듯이 위협하며 욕을 여러 차례 했다. 그것 말고도 아이의 당시 상황에 대해 고려해야 할 점들은 서너 가지 더 있었다. 사적인 문제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아동복지법은 18세 미만인 사람을 의미한다. 법에서 '아동복지'란 아동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지원이라고 규정한다. 또한 아동은 차별 없이 자라야 하며, 안정된 환경에서 조화롭게 성장해야 한다. 아울러 아동은 모든 활동에서 이익이 최우선 고려되어야 하며,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아동의 정신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거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라도 정서적 학대 행위라고 말한다. 정서적 학대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절대 가볍지 않은 범죄행위인 것이다. 이처럼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행위는 매우 폭넓게 해석되며,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아동의 정서적 학대 행위에 대해 언급한 이유가 있다. 가정폭력으로 현장에 출동했지만, 부부의 행위 또한 아동학대에 해당하였기 때문이다.
"애 앞에서 싸운 건 잘못했지만 그게 죄가 된다는 건가요?"
최근 법원 판결 사례를 보자. 피고인은 12살인 아들의 아버지다. 평일에 일을 하러 가야 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인 아들을 주거지에 혼자 남겨두고 주말에만 함께 지냈다. 물론 장기간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 혼자 스스로 일어나 학교에 다니게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게 되었다.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동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양육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했다는 판결이었다. 그만큼 아동복지법은 엄격하다.
피고인인 아버지는 징역형에 해당하는 집행유예 2년을 처분받았다. 또한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도 수강하도록 명했다. 아동 관련기관에는 2년간 취업도 제한되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아동의 방임 정도가 가볍지 않고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의 판결 이유를 밝혔다. 아동의 직접적인 신체 위해나 학대가 아니더라도 이 사례와 같이 혼자 두는 것도 아동학대에 포함한다. 어느 부모라도 법원의 판결 사례가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할 듯싶다.
그렇다면 이번 신고 현장은 어떨까? 일단 현장에 있던 부부 모두 아동학대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
"아이 앞에서 욕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 딸아이가 정서적으로 무섭지 않을까요?"
"그래서요?"
"그래서라뇨. 아동복지법은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서적 학대 행위도 해당합니다."
"아니, 애 앞에서 싸운 건 잘못했지만 그게 죄가 된다는 건가요?"
"아내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분과 다툼이 있다고 해서 그걸 아이에게 직접 촬영하라고 시키는 건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아이가 놀랄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두 분의 진술도 인정하는 부분이라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추가로 조사가 이뤄질 것입니다."
"정말 그게 죄가 되는지는 몰랐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부부의 행동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진짜로 몰랐을 수 있다. 그렇다고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부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앞으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관들은 놀란 아이를 안정시켜주는 데에도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중에 그 또래의 아이를 둔 김모 경사가 더욱 신경을 썼다. 다행이었다.
가정폭력의 진짜 피해자
▲지구대를 방문한 아이들함께 근무하는 후배 경찰관이 아이들과 대화하고 있다(이번 112 신고와는 관련이 없다) ⓒ 박승일
대부분 가정은 추석 연휴 집안에 웃음과 온기가 흐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집에서는 아이가 문틈 사이로 어른들의 언성을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경찰관으로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가정폭력의 진짜 피해자는 '대화의 대상이 아닌 아이'라는 사실을 느낄 때가 많다. 어른들의 언성이 높아질 때마다 아이의 마음은 조금씩 닫혀가는 듯싶다.
가정폭력의 진짜 피해자는 단지 맞은 사람이 아니다. 그 옆에서 두려움에 눈을 감은 아이가 진짜 피해자다. 부부의 말다툼 한 번이 아이의 정서에 남긴 상처는 법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깊게 남을 수도 있다.
가정은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첫 교실이라고 말한다. 아이 앞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말을 배우게 하는 것은 부모의 가장 큰 책임이다. 부부의 싸움보다 더 아픈 건, 그 싸움을 바라보는 아이의 두려움이다. 부모가 잠시 멈추어 "우리 아이가 이 장면을 기억한다면?"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한다. 그럼 또 다른 신고까지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됐다. 그리고 그날 밤은 여느 날보다 길었다. 가정폭력 신고는 그 뒤로도 2건 더 있었고, 교제(데이트) 폭력 신고도 1건 있었다. 그리고 추석 연휴의 셋째 날이 밝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박승일의 경찰관이 바라본세상에서) 금요일 연재에도 실립니다.추석 연휴기간에도 현장에서 자신의 일처럼 최선을 다한 김모 경사와 정모 경장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주한미군이 점령군이 아닌 주둔군이라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2021년 대선후보 당시 “정부수립 이후 주둔하는 미군은 대한민국 정부의 요청과 합의에 따라 합법적으로 대한민국과 미국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관계로 합법적으로 주둔하는 것”이라면서 “이건 점령군이 아니고 동맹군”이라고 주장했다.
점령군이 아닌 주둔군이라는 착시가 일어난 원인은 1953년 10월 1일 체결되고 1954년 11월 18일 발효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이하 한미조약) 때문이다. 즉 한미조약이 체결되기 전엔 점령군이었으나 한미조약 체결로 합법적인 주둔군으로 바뀌었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한미조약은 동맹조약이라고 볼 수 없다. 동맹조약은 “자국이 위협에 처했을 때 동맹국이 군사적으로 지원한다는 구체적 공약을 명문화한 조약”이다. 따라서 동맹조약의 핵심은 “자국이 침략을 받았을 때 동맹국의 군사적 지원 제공”이다.
문제는 한미조약이 미국의 군사적 지원 제공을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래는 한미조약 3조이다.
제3조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 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
Article 3 Each Party recognizes that an armed attack in the Pacific area on either of the Parties in territories now under their respective administrative control, or hereafter recognized by one of the Parties as lawfully brought under the administrative control of the other, would be dangerous to its own peace and safety and declares that it would act to meet the common danger in accordance with its constitutional processes.
분명 3조는 한국이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 한국을 지원하는 군사적 행동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이다. 한국이 무력 공격을 받을 때 미국의 헌법 절차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는 미 의회가 거부할 경우 군사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불확실한 미래’를 뜻하는 조동사인 ‘would’가 쓰인 것이다.
즉 한국이 무력 공격을 받을지라도 미국이 군사 지원을 할지 여부는 불확실한 영역으로 남겨뒀다. 이것을 동맹 조약이라고 볼 수 없다. 나토의 경우 “will assist”라고 쓰여있다.
한편 미군 주둔 조항인 4조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제4조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Article 4 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
한국땅에 미군을 주둔할 수 있는 권리(주병권)를 한국은 허여하고, 미국은 수락했다. 주병권이 한국에 있지 않고 미국에 있다는 뜻이다. 이는 헌법에도 위배되는 조항이다.
다음은 대한민국 헌법 60조 2항이다.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헌법상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외국 군대는 주둔할 수 없다. 하지만 한미조약은 이러한 국회의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 미군 주둔에 관한 한 이미 그 권리를 미국에 ‘허여’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합법적 주둔’이라고 할 수 있는가. 미국은 동맹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 ‘무력공격을 당하는 한국’을 지원할지 여부는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무한한 주병권을 갖는다. 이승만 정부는 한미조약을 통해 미군의 한국 배치에 관한 모든 권리를 미국에 넘겨준 상태이다. 그 이후 어느 정부도 이 문제를 바로 잡지 않았다. 아니 바로 잡으려는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은 여전히 점령군일 뿐이다. 한미조약이 점령군을 주둔군으로 착각하게 만들 뿐이다. 한미조약은 동맹 조약이 아니다. 미군의 점령을 은폐시키는 장치일 뿐이다.<계속>
김동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는 9월 30일 서울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 혐오와 폭력에 맞서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반공주의는 의사 인종주의입니다. 빨갱이라고 하는 담론 속에는 빨갱이는 인간이 아니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빨갱이를 인간이 아니라고 정의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빨갱이를 죽여도 되는 거예요.”
성공회대 명예교수 김동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는 9월 30일 서울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기획강좌에서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 혐오와 폭력에 맞서기”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국가보안법이 인종주의와 기독교와 연관돼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권력과 사상통제』(역사공간)을 저술한 김 교수는 오래 전 자신의 저서 『전쟁과 사회』(돌베개, 2006)를 인용하며 “국가보안법에는 인종주의적인 요소가 있다”며 대동아전쟁 당시 일제가 ‘황인종과 백인종의 대전’ 구도로 몰아갔고, 이것이 해방후 ‘변형된 인종주의, 반공주의’로 나타나 ‘빨갱이’에 대한 학살을 정당화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 사람들은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이 아니고 사회 병균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저들을 제거해도 나는 아무런 도덕적 책임감이 없다’고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 면죄부를 주는 게 인종주의 담론”이라며 “지금 트럼프가 하는 게 바로 전형적인 인종주의, 백인 우월주의”라고 평했다.
나아가 “일본의 식민지 정책은 전부 다 영국에서 왔고, 인도 등에 제국주의 침략을 할 때 각종 비상사태, 긴급 조치, 예비검속, 이런 모든 법적 장치를 다 영국이 고안했다”며 “앞선 제국주의 국가들이 했던, 식민지 백성들을 비인간화하고 토벌하면서 학살하던 논리들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고 역사적 배경을 밝혔다.
또한 “반공이 극도로 위세를 떨치는 1947년 트루만 독트린 이후 1950년 전후 매카시즘 시대의 반공주의는, 소련은 ‘붉은 악마’라는 것이다”, “(한국전쟁 때)서울이 90일 동안 인민군에게 점령된 것을 가리켜, ‘붉은 개’(赤狗)가 지배했다는 것이다”며 “이런 사고가 국가보안법의 저류에 깔려 있다”고 역사적 사례를 들었다.
미군정과 ‘기독교 국가’, 그리고 월남 기독교인들의 ‘불안’
김동춘 교수는 국가보안법이 인종주의와 기독교와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 교수는 특히 “‘적과 나’라고 하는 이분법과 ‘적은 사탄’이라는 기독교적인 생각이 결합되는데, 이 경우에 기본적으로 자기와 정치적인 입장이 다른 사람을 같은 종류의 인간으로 보지 않는 논리가 깔려 있다”며 “이것이 지금 같은 때는 혐오로 나타나지만 전쟁 위기로 가면 곧바로 학살로 간다”고 인종주의와 기독교의 결합에 주목했다.
그는 먼저 “6.25 때 내려온 사람들은 핵폭탄의 두려움 때문에 내려온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기득권 세력이 아니고 농민 등이 많고 함경도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많다”며 “이와 달리 1945년 말이나 46년에 내려온 사람들은 지주나 기독교인들이나 엘리트 층이 많고 계급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내려온 사람들이 많다”고 구분했다.
따라서 “월남 기독교인들의 불안”이 상존했고, “초기에 내려온 사람들이 북한에서 겪었던 사회주의 개혁에 대한 공포감이 서북청년회 등 조직으로 연결되고 좌익에 대한 공포로 연결된다”며 “북한에 대한 공포감이나 이런 부분들이 극단적인 반공주의로 연결되고, 국가보안법을 지지하게 된 이유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근대 국가의 기본 정신인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정교분리(政敎分離)’ 원칙이 무색하게 한국은 미군정기(1945-1948)부터 ‘기독교 국가’로 자리잡아 “전쟁과 맞물린 반공주의와 기독교가, 이분법적인 세계관과 종교적인 세계관이 결합됐다”며 “지금 태극기 부대에서 나오는 성조기 흔드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그대로 연결이 되는 거다”고 역사적 맥락을 제시했다.
그는 정병준 교수의 『1945년 해방 직후사』(돌베개, 2023)을 인용, “대한민국은 실제로는 미군정이 크리스천들을 자기들의 자문 역할로 기용한 것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라며 특히 “월남 크리스천들은 당시 인구의 아주 소수에 불과했는데, 엘리트 층, 이른바 장차관을 비롯해서 군부, 경찰 중요 포스트에는 월남한 크리스천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음만 먹으면 토지 온갖 건물 이런 부분들을 곧바로 미군정이 접수를 해서 우파들이나 기독교인들에게 나눠줄 수가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이승만 정부 당시 기독교인이 전 인구의 5%밖에 안 되지만 크리스마스가 국가의 휴일로 지정이 된다. 기독교 인구가 10%밖에 안 됐던 시기에 군종 제도가 만들어졌다”며 “기독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서 특권적 지위를 갖게 됐다”고 정리했다.
그는 ‘국가보안법과 기독교와 연결성’에 대해 “북에서 농지 개혁을 피해서 내려온 것을 엑소더스, 모세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한다”며 “미국을 구세주와 동급으로 본다”고 말하고 “군사 정권 시기 조찬 기도회가 있고, 유별나게 미국의 근본주의가 한국 선교를 많이 해서 한국 기독교가 반공주의하고 결합된다”고 설명했다.
월남자들이 ‘불그죽죽한 땅’에다가 ‘복음’을 전파하려는 책무를 갖게된 것은 ‘이주자로서의 불안감’이 종교에 대한 집착으로 연결됐다는 것. 이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정서, “완전히 주변에 사탄으로 둘러싸인 중동에서 자기들은 외로운 섬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불안감”과 같다는 것.
그는 “국가보안법은 충분한 동의와 토론을 거치지 못하고 날치기로 통과되었다”며 “정당성의 기반이 약하면서도 구태어 통과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불안”이라고 ‘불안’에 방점을 찍었다. “여순 사건 이후의 불안의 근원은 공산주의자가 무섭다는 것뿐만 아니라 친일 세력의 기득권 상실의 불안이 더 크다”는 것.
나아가 “이승만은 6.25 때 피난 가면서 보도연맹원들을 싹 학살한 것” 역시 “후방에 있는 정치적 반대 세력이 더 두려운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가장 큰 두려움은 내 재산을 상실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가진 것을 상실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국가보안법으로 표현된다”며 △친일파의 불안 △월남 기독교인의 불안 △북한 위협과 체제경쟁 불안 △5.18 학살 정당성 결여에 대한 불안 등을 꼽고 “국가보안법이 80년 유지되었지만 이게 똑같은 상황이 아니다... 계속 지그재그로 진화를 해 왔다”고 요약했다.
20대 남성 우경화 현상과 ‘여혐’
김동춘 교수는 우리 사회의 혐오, 특히 20대 남성의 '여혐'에 대한 개인적 통찰을 꺼내 놓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 교수는 학살은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것이고, 혐오는 사회적 다수자가 소수자에게 가하는 것이지만 “다수자가 소수자를 폭력으로 제거할 수 있을 때는 혐오 현상이 그다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며,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도 “빨갱이 사상 검증이 가장 노골화된 것은 바로 김대중 집권부터”라고 말했다. “자기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존재에 대해 발동하는 것이 혐오”라는 것.
구체적으로 “2000년 이전에는 우익이 구태여 광화문에서 시위하거나 할 필요가 없었다. 경찰이나 군이나 공안기관이 다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이 위기의식과 두려움을 갖게 된 거다. ‘행동하는 우익’이 나타나게 된 거다”라고 해석했다.
특히 “2000년대 때는 과거 전쟁을 겪었던 세대나 기성세대가 우익 시위의 주동이었는데, 2005년부터는 젊은 세대가 우경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젊은 세대의 우경화, 특히 남성들의 우경화,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가 나타나게 된 것이 2015년쯤”이라고 짚고 “노동시장에서 남성의 힘을 필요로 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던 조건이 90년대 중반 되면 사라진다.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완전히 무너지는 시기가 2000년대 중반 정도고, 군 가산점 문제가 그때 터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은 6.25 전쟁이나 북한과의 대결 구조에서 오는 만성적인 전쟁이 아니라 일상의 전쟁 상태에 있다고 본다”며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위기의식과 불안과 고용 불안과 실업의 공포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그 자체가 전쟁”이라고 규정하고 “전쟁의 일상화가 2000년대 이후에 젊은 세대들의 혐오를 부추기는 사회 심리적인 기반이고, 이 점에서 2000년대 이후에 한국에서 나타나는 혐오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혐오 현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느끼기에는 여전히 사회적인 소수자”라며 “이 생각의 괴리가 젊은 여성과 남성들 사이에서 너무나 커지고, 그 상황 속에서 그래도 약간의 기득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자기가 가진 불안감이나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함 때문에 여자들을 적으로 돌리는 쪽으로 가고 남성의 보수화와 연결되는 것 같다”고 해석하고 “남성들의 보수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기획강좌, 치안유지법-국가보안법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세 번째 강좌도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그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냈던 실업의 위기와 고용 불안의 위기가 겹쳐지게 되고 경쟁에서 탈락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2000년대 이후 젊은 세대의 혐오의 기반이 된다”고 풀이하고 “사회적 혐오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여혐’(여성 혐오) 현상”이라며 “일베, 디씨인사이드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담론은 여성 혐오”라고 짚고 5.18과 민주화운동에 대한 비아냥도 이같은 혐오의 연장선이라고 파악했다.
또한 “북한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북한에 대한 혐오로 발전하게 되고 북한에 대한 혐오 현상이 반북주의로 바뀌게 됐다”며 2000년 이전까지의 ‘정치적 혐오’와 남북간 격차가 현저해진 2000년 이후의 ‘사회적 혐오’를 구분했다.
나아가 “반공주의-반북주의적인 혐오가 중국에 대한 혐오로 연결되고, 중국에 대한 혐오와 그 기저에는 우리 사회에서 87년 이후에 있었던 지역주의, 호남에 대한 혐오와 연결돼 있다”고 확장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그것이 전통적인 극우반공주의나 국가보안법 체제하고 결합되어 있고, 보수 기독교와 결합되어 있다”며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가장 유사하다. 미국의 거의 쌍둥이 형태”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이 없어진다면 상대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더 많이 열려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가능해지는데, 국가보안법이 존재함으로써 논쟁이 안 되는 것”이라며 “자기 검열을 하게 되고, 논쟁 구조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계속 유지된다. 이것이 국가보안법의 존립 이유”라고 갈파했다.
박석운, 공감대 확산과 ‘상층부 공포심’ 극복 중층적 작업 필요
기획강좌를 공동주최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의 박석운 공동대표는 강연에 앞서 인사말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기획강좌를 공동주최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의 박석운 공동대표는 강연에 앞서 인사말에서 “국가보안법은 친일 군부 내지 공안 세력들이 주도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미군정이 사실은 백업을 정확하게 한 그런 사안이라 볼 수 있다”며 “53년도에 형법이 만들어졌고, 그러면 53년도에 국가보안법을 딱 끝내야 되는 그런 상황인데 이게 지금 오늘날까지, 그리고 당분간도 그렇게 쉽게 잘 사라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이런 굉장히 끈질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2004년도 촛불항쟁 직후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는 그런 의석수를 만들었는데 그때 민주당 쪽 국회의원들 중에 괜찮은 사람들조차도 멈칫멈칫하더라”며 “민중들 차원에서의 공감대가 넓어지기도 해야 되고 또 상층부에 있어서의 공포심도 극복하는 그런 중층적인 역할 작업을 해야 되는 상황 아니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동희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좌는 통일뉴스와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가 주관하고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주최했으며, 경희대·서울대·연세대·외국어대 민주동문회, (사)양심수후원회, 한국 YMCA전국연맹이 후원했다.
‘기획강좌, 치안유지법-국가보안법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마지막 4강은 10월 14일 오후 6시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이정희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 대표가 “혐오표현 규제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한미 무역합의의 세부 내용을 다루는 후속 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액을 현금으로 입금할 것을 요구하는 등 도저히 한국이 실행할 수 없는 조건을 무리하게 들이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탄핵감'이라며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일본과 EU(유럽연합)가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한국보다 먼저 자동차 관세 인하를 적용받았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들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면서 한국 정부가 언제까지 시간을 끌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알고 있다는 듯 "한국으로부터 받는 3,500억달러는 선불"이라며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과감히 협상 결렬까지 염두해야 한다고 말하는 몇 안 되는 경제학자 중 하나인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협상 시기를 앞당겨 관세 인하를 받아내려는 건 효과적인 협상 전략이 전혀 아니"라고 말한다.
나 교수는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를 한국은 할 수도 없지만 해서도 안 된다"며 "그렇다면 거꾸로 협상 결렬 선언을 하는 편이 오히려 맞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압박은 점차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의 핵심 수출품에 대한 고율의 품목관세를 예고하고 있어 한국에 더 치명적이다.
나 교수는 미국의 압박에 대해선 "지금 수출 시장은 미국에 지나치게 너무 편중해 의존하고 있다"며 오히려 "미국과의 교역이 줄어드는 것은 2019년 일본과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태'처럼 장차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일본의 소부장 수출 제재 당시 한국의 산업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독자 기술 개발 등 소부장 자립화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성과를 얻기도 했다. 소부장 사태 2년 만인 지난 2021년 기준 소부장 분야 특허 출원 1,570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발표 2,171건이 발표되고, 일부 소재에 대해선 원천기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미 관계에서 한반도 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 만큼 결국 주한미군주둔비(방위비 분담금의 한국 몫), 국방비 인상 등 안보 요구와 함께 압박이 가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나 교수는 "미국이 그렇게 못하게 하려면 한국이 판을 흔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먼저 주한미군철수를 요구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나 교수는 미국에 의존도가 높은 수출주도의 한국 경제 구조를 내수주도로 변화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수경제 기반을 지금보다 더 확충해야 한다. 안 그러면 지금처럼 외풍에 뿌리가 뽑힐 것"이라며 "경제적 자립의 미덕은 이런 정세에서 발휘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약속한 대미투자 규모 3,500억달러를 두고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며 강조하며 미국 주도의 현금입금 투자 방식을 받아들일 것을 압박했다. 미국이 한국이 실행할 수 없는 대미 투자 방식을 계속 강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트럼프의 협상 방식은 압박의 수위를 계속 끌어올려 상대를 몰아간 다음, 일부 조건을 완화하면서 결정적인 양보를 받아내는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단, 자신이 요구하는 대미 투자가 한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라는 사실을 얼마나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은 쉬운 상대라는 계산은 섰을 것이다. 결국 자기 뜻대로 협상을 이끌 수 있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한국이 수출에 목매는 나라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미 투자를 잔뜩 부풀려 요구하는 것도 한국만큼 관세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나라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하를 시행했다. EU에 대해서는 한국, 일본에 요구한 현금 입금 방식의 투자 조건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EU는 미국과 합의에 따라 미국산 공산품 관세를 철폐하는 법을 만들었다. 미국 입장에서 EU의 대미투자보다 관세 철폐가 더 이득이라고 본 것일까?
트럼프가 특별히 유럽의 투자보다 유럽 관세 철폐를 선호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최근 무역협정 결과는 미국은 유럽산 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고, 반대로 EU는 미국 제품의 관세를 폐지하는 것이어서 향후 EU 수출업체들 중심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EU 내 회원국들 사이에 경제 여건에 차이가 큰데 이와 같은 통상 여건의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EU의 구심력 약화로 이어질지 알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유럽과의 교역에서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법하다. 대미 투자의 경우, 재정난을 겪고 있는 유럽 각국 정부들이 직접 나설 형편은 아닐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유럽 정부들이 나서건 유럽 기업들이 나서건 그 차이는 덜 중요할 것이다.
앞서 미국과 EU는 지난 8월21일 발표한 무역협정에 대한 내용을 문서화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대미투자와 관련해 '유럽 기업이 2028년까지 6,000억달러를 전략 산업에 투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명시했다. 한국과 일본에 '투자를 거부할 경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조건을 건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만약 한국이 달러화를 직접 미국에 입금하는 방식의 대미투자 방식을 받아들일 경우, 일본과 함께 한국이 대량의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놓게 되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기준 금리 인하에도 부정적인 상황이 조성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화 직접 입금 방식의 투자를 강요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한국과 일본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채 이자율이 상승하면 미국에 불리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국과 일본부터 먼저 더 불리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국채를 매도하는 이유가 달러 현찰을 확보하려는 것인데 국채 매도 가격부터 먼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시장 영향을 관리하면서 매도의 규모와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밖에 없다.
미국으로서는 한국과 일본이 현찰을 직접 입금하는 방식이 제일 좋은 건 당연한 것이다. 대출을 하거나 대출 보증을 서는 정도면 미국으로서는 받을 수 있는 돈 자체가 줄어들 테니 당연하지 않은가. 트럼프가 상대방을 봐가면서 수탈할 사람은 아니지 않나. 뜯어낼 수 있으면 전부 다 뜯어내고, 뜯어냈다 싶은데 나중에 보니 더 뜯어낼 게 남아있다 싶으면 그 남아있는 것까지 몽땅 뜯어내려고 다시 달려들 것이다. 트럼프와 미국의 요구는 끝이 없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에 이어 EU도 한국보다 먼저 자동차 관세 인하를 적용받으면서 한국 정부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관세 인하를 위해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협상 시기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관세 조건에서 한국이 일본이나 EU보다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관세 조건과 관련해 지금 제일 큰 문제를 안은 곳은 자동차 완성차 업체, 즉 현대·기아차다. 그런데 현대·기아차는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을 이미 다 세웠다. 반대로 (현대·기아차가) 관세율이 일본이나 EU 수준으로 낮아지면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을 변경해서 한국 내 생산을 늘린다고 한 적은 없다. 당장은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줄어드니까 손해를 보겠지만 길게 보면 어차피 떠날 사람들이다.
진짜 문제는 그런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이다. 이들의 경쟁력과 일자리 공급 능력을 지탱시킬 산업정책의 큰 밑그림이 없는 것이야말로 정작 큰일이다. 협력사들과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적인 수출 판로를 확보하는 방향, 전기차 등 산업 전환과 관련된 방향 등으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은 정부와 업계에서 해결해야 할 몫이다. 그렇다면 협상 시기를 앞당겨 관세 인하를 받아내려는 건 효과적인 협상 전략이 전혀 아니다. 어차피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를 한국은 할 수도 없지만, 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거꾸로 협상 결렬 선언을 하는 편이 오히려 맞다.
관세협상 타결이 지연될 경우 트럼프 특성상 반도체 등 한국이 더 치명적인 분야로 공격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당연히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올릴 것이다. 미국이 자기들 마음대로 그런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관세협상을 빨리 타결해 미국이 요구하는 대미 투자를 다 들어주고 나라가 거덜 나면 되는 것인가. 이런 상황일수록 미국만 바라보는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 반도체 수출을 미국 아니면 못 하나? 중국과 경제 관계를 회복시키면서 남아시아, 러시아, 중남미 등으로 수출선을 어떻게든 더 다변화해야 한다. 중국에도 미국에도 어느 한쪽에 편중되면 안 된다. 지금 수출 시장을 미국에 지나치게 너무 편중해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과의 교역이 줄어드는 것은 2019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태'처럼 장차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지난 2019년 일본은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던 한국에 대해 소부장 수출 제재를 가했다. 당시 한국의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정부와 업체가 소부장 기술 자립에 적극 투자하면서 일부 반도체 소재에 대한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등 국내 공급망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미 관계에서 한반도 안보 문제가 빠질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결국 미국이 주한미군주둔비(방위비 분담금의 한국 몫), 국방비 인상 등 안보 요구를 통상문제와 함께 엮어 한국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된 직후부터 안보와 통상을 함께 엮어 한국 정부를 압박해왔다. 이재명 정부도 국방비를 올리겠다는 입장인데 국방비 인상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주한미군 주둔비 문제는 말도 안 되는 요구라서 강하게 맞서야 한다. 미국은 안보 관련 요구를 통상 문제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하곤 한다. 그렇게 못 하게 하려면 판을 흔들어야 한다.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면 어떨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기존의 자유무역체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수출시장 다변화 차원에서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검토를 공식화했다. CPTPP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또 일각에서는 미국을 버리고 중국·러시아를 비롯한 브릭스, 글로벌 사우스와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변화 차원에서 중국, 러시아,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브릭스 회원국 가입을 왜 검토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서둘러야 한다. 지금은 '명청교체기'다. 어차피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다.
그러나 CPTPP는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해 왔듯이 대안이 될 수 없다. CPTPP는 일본이 주도하는 메가 FTA(자유무역협정)이다. 한일 FTA를 직접 이야기하기 부담스러운 분들이 CPTPP부터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은 CPTPP 가입을 위한 조건으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과 과거사 문제를 덮자고 주장해 왔다. 정부는 후쿠시마 수산물, 국민들 먹게 하고 싶으신가? 한일 역사 정의 문제는 잊자고 말씀하고 싶으신가? 더욱이 CPTPP에 가입함으로써 정밀기계, 첨단소재 등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 제조업이 보호막 없이 경쟁하면 한국이 입는 타격이 클 텐데 그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는가?
CPTPP는 가장 극단까지 치달은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결과가 트럼프 같은 괴물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안에서는 2차 대전 이후 자유무역 체제와 신자유주의로 인한 과도한 세계화로 미국이 불이익을 당했다는 피해의식이 깔려있다. 신자유주의의 결과로 미국의 무역적자와 제조업 붕괴가 일어났고, 이에 불만을 가진 세력의 지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조하는 것은 또다른 트럼프 대통령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관세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미중에 편중된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경제 구조를 수출주도에서 내수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국민들 안에서는 미국의 경제보복이나, 미국과의 경제협력에서 이탈할 경우, IMF 외환위기 사태 이상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공포가 있다. 내수경제 확대가 대안이 될까?
상황을 관리하면서 변화 속도를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어려운 길이다. 내수경제 확대가 대안이지만 그렇다고 수출을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고립되자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국제적으로 지금보다 넓게, 브릭스든, 이북이든, 미국이든 모두 포함해 더 많은 나라들과 경제적으로 협력하는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다만 내수경제 기반을 지금보다 더 확충해야 한다. 안 그러면 지금처럼 외풍에 뿌리가 뽑힌다. 경제적 자립의 미덕은 이런 정세에서 발휘되는 법이다. 한국경제는 내수경제 기반으로 정상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하다. 그 사실은 이미 여러 실증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다. 내수경제를 확대하려면 다수 대중의 구매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하려면 불평등을 완화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향의 사회대개혁이 필요하다. 진보 정치가 아니면 그 역할을 할 주체가 없는데 참으로 걱정이다.
중장기적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해가야 한다. 체제 전환의 경제적 상을 정립해야 한다. 과거 소득주도성장처럼 한두 해 소란만 피우다가 접는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트럼프 사태를 계기로 그런 문제의식이 확산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의 공동체사업단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용숙(90)·구문임(76) 어르신(사진 왼쪽부터). 구문임 어르신이 장금이들이 만든 전통된장을 용기에 담는 모습을 보여주신 후 활짝 웃고 있다. ⓒ 유창재
"젊은 사람들이 (노인들을) 보기에는 '인생 다 살았지'라고 할 거다. 나도 그땐 그랬으니까. 하지만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너무 좋다."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9월 3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구문임(76)씨는 우리 전통 식문화인 '장 담그기'를 통해 인생 2막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는 30년간 국무총리실에서 공직자로 일하며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보니, 은퇴 후 쉬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2~3년 지나니 좋았던 마음도 시들해졌고, 소개를 받아 노인복지관을 찾게 됐다. 처음 참여한 노인일자리가 '종로&(앤)장금이'다.
이 일자리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13년 노인자원봉사단으로 처음 시작했다. 어르신의 전통장에 대한 지혜와 경험을 다양한 세대에 전승하고 확산하는 공동체사업단 사업이다. 2017년 복지관 증축 때 현재 장체험관과 카페 공간이 마련되면서 본격적인 일자리사업에 진입했다. 2023년부터 시장형 일자리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20명의 장금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루 4시간 일주일에 이틀을 기본으로 한다. 바쁠 때는 시간을 넘겨 일하기도 한다. 임금은 시급 1만300원을 기준으로, 최저 35만 원에서 시간을 초과할 경우 40만 원 전후를 받는다.
"자식들도 커서 (독립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 총리실에서 일할 때 너무 많은 일로 고생했다. 직장 다닌다고 친정 엄마가 다 해줘서 먹을 줄만 알았다. 처음엔 장 담그는 일이 굉장히 어려웠지만 지금은 아주 잘하고 있다. 장 담글 때마다 엄마가 생각나서 죄송하다."
구씨의 말에선 '은퇴가 인생의 끝'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이가 들었지만 일할 의지만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일을 배우고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체 인구 20% 고령인구... 노인일자리 성공사례 된 '종로&장금이'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의 공동체사업단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용숙(90)·구문임(76) 어르신(사진 왼쪽부터). '종로&장금이'의 주무대인 복지관 5층 장독대에서 전통장이 담긴 장독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유창재
통계청이 전날(29일) '2025 고령자 통계'를 발표했다.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3%에 달하는 1051만4000명이라고 한다. 이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음을 확인하는 결과다. 달리 생각하면 새로운 '노년' 노동 자원이 배출되는 것이다.
'장 담그기'는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2013년 김장문화에 이어 두 번째다. 노년이 잘할 수 있는 '종로&장금이'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새 길을 제시하는 성공사례가 됐다.
제1대 장금이로 13년째 참여 중인 조용숙(90)씨에게 더 이상 노년은 잿빛 미래가 아님을 볼 수 있었다.
"음식을 좋아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해 참여하게 됐다. 장 담그는 법은 시어머니로부터 전수 받았다. 복지관에 와서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봉사도 하고, 수업도 받고, 안 해본 게 없다.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그의 도전은 놀라웠다. "지금 나이가 있지만 드럼도 배우고 있다. 치매도 안 오고 너무 즐겁다. 마음 자체가 즐거우니, 활력도 생긴다"며 "실버(시니어) 모델도 한다. 내 주변에 복지관이 있는 게 '노인들의 천국'이다. 마음도 젊어진다"고 말했다.
올해 아흔인 그가 '드럼', '모델'이란 단어를 말할 때 눈빛은 반짝였고 표정은 밝았다. 끊임 없는 도전의 삶이 주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구현동화도 5~6년 했다. 당시 나이가 70대였는데, 어린이집 사업이 없어지면서 봉사 활동을 해왔다"며 "우리 애들이 그런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하세요'라고 하지만, 복지관에 오는 게 너무 즐겁다. 여기 아니면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함께 만들고 나누는 '장 담그기'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의 공동체사업단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용숙(90)·구문임(76) 어르신이 전통장을 보여주고 있다. ⓒ 유창재
인생 1막을 끝낸 노년을 능력 있는 노동자로 빛나는 제2 인생으로 살게 하는 노인일자리 기획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더구나 서울 도심 속에서 전통장을 만드는 일을 생각해냈을까.
정수란 종로노인종합복지관 과장은 "종로구 특징은 문화재가 많아 전통미가 있고, 대기업도 밀집해서 현대적인 모습도 갖추고 있다"며 "두 가지가 공존하는 역사 도시 종로 한가운데서, 우리가 전통문화를 직접 전수해보자,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취지에서 장금이 사업이 처음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안내를 받아 장금이들의 주무대인 복지관 5층 장마당을 둘러봤다. 눈에 들어온 것은 100여 개의 윤기 흐르는 장독들이었다.
정 과장에 따르면 50년간 장을 담아온 어르신들이 전통 방식을 고집해서 장을 담근다. 이 때문에 대량 생산이 아닌 1년간 천천히 숙성시킨 한정판 장을 생산한다. 음식의 뿌리인 '장'을 어르신들이 직접 후손들에게 전수한다는 가치 또한 담겼다. 처음에는 어르신들마다 손맛이 달라 장맛의 표준화를 위해 장 전문가 등과 함께 종로&장금이만의 레시피도 만들었다고 귀띔해줬다.
올해 목표는 인재육성 시스템을 통한 신노년 일자리 확대라고 한다. 2023년 처음 문을 연 취업교육인 '장금이학교'를 통해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 교육을 한다. 첫해 15명, 다음해 20명의 장금이를 양성했다. 올해 11월에 세 번째 교육 예정이다. 또 장체험 요리클래스 신규 코스를 개발하고, 어린이집 대상으로 찾아가는 장금이, 서울시민 대상 장독분양사업 등을 진행한다. 현재까지 전통장 프로그램에 4423명이 참여했다. 이 모델을 4곳에서 배워갔다.
된장과 고추장, 간장 등을 판매해 상당한 매출도 올렸다. 전통된장 1통(500g) 가격은 9000원, 찹쌀고추장은 1만2500원이다. 2023년 디지털 커머스 사업에 도전해 연 180만 원의 매출을 냈다. 이후 홍보 활동을 적극 한 결과, 지난해 약 1억1000만 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월 100~4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번 추석 때 4000만 원 정도의 선물세트 주문이 들어와 완판 되는 등 지난해 연매출을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노하우를 담은 <장금이의 장맛>이란 책도 내놨다.
이는 시니어 장금이들이 고령화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바꿔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능력 있는 노동자로 인생 후반기를 정체기로 보내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인생 황금기의 연속이다.
한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정관 스님(관장)을 비롯해 46명이 종사하고 있다.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 40명도 있다. 등록 회원수는 1만3971명이며, 60세 이상 종로구민의 33.4%가 등록돼 있다. 여성(62.4%)이 남성(37.6%)보다 많다. 70대(41.3%)와 80대(32.7%)가 주로 활동한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5층에 있는 장카페. 이곳에서 '종로&장금이' 노인일자리를 통해 1년간 숙성시켜 만들어진 전통된장, 찹쌀고추장 등이 판매되고 있다. 현재 진열장에 있는 상품은 이번 추석 명절 선물로 예약 주문이 완료된 제품들. ⓒ 유창재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3회 이산가족의 날 기념식에서 임웅순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이 머리를 맞대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며, "정부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이산가족의 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재회의 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3회 이산가족의 날 기념식에서 임웅순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정부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며, "국민과 이산 2, 3세들이 이산의 아픔을 기억하며 그 기억 속에서 희망을 꽃피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산가족들에게는 "분단과 대결이 삶의 울타리인 가정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고, 많은 가족들이 긴 세월 동안 서로의 소식을 알지 못한 채, 뼈저린 그리움과 아픔 속에서 살아왔다. 1985년 역사적인 첫 이산가족 상봉 이후 2만 8천여 분들이 서로 만나 안부를 확인했지만, 끝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고 위로를 전했다.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정부 출범 이후 남북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차분히 이어오고 있다"고 하면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 국회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다"고 협력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이 적대와 대결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공존의 길을 걸을 때, 우리는 전쟁의 공포와 이별의 아픔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풍요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남북의 적대 해결과 평화를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23년 3월 28일 '남북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이산가족법) 개정안 공포에 따라, 매년 추석 전전(前前)날(음력 8월 13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이산가족법 제12조의 2(이산가족의 날)는 제1항에 "남북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및 교류를 촉진하고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추석 전전(前前)날(음력 8월 13일)을 이산가족의 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4일 일본 자민당(LDP)의 새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가 2차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5.10.4.AP 연합뉴스
4일 치러진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극우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64)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제29대 총재로 선출됐다. 다카이치 당선자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야당과의 연립확대 토대 위에 차기 총리로 지명 선출돼, 자민당 첫 여성 총재이자 일본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다카이치 후보는 이날 자민당 국회의원과 당원·당우가 각각 295명씩 투표자로 참여하는 1차 투표에서 183표(국회의원 64, 당원·당우 119)를 얻어, 2위인 고이즈미 신지(44)로 후보의 164표(국회의원 80, 당원·당우 84)보다 19표를 더 얻었으며, 2차 결선투표에서도 예상을 꺾고 표차를 더 벌였다.
1차 투표 1, 2위를 두고 국회의원과 47개 도도부현 지방연합회가 승자를 가린 2차 결선투표에서는 다카이치가 185표(국회의원 149, 도도부현 지방연합회 36)를 얻어, 156표(국회의원 145, 지방 11)에 그친 고이즈미 후보를 29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당초 국회의원 지지율이 더 높았던 고이즈미 후보가 2차 결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들이 많았으나,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64)보다 더 많은 국회의원 표(80)를 얻었던 고이즈미는 2차 결선투표에서는 145표 대 149표로 역전당했고, 47개 도도부현 연합회 표에서도 11표 대 36표로 뒤졌다.
여러 사전조사에서 당원·당우 표에서는 다카이치가 우세를 보여왔으나 국회의원 지지율에서 늘 크게 앞섰던 고이즈미가 국회의원표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유리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결과는 1차 투표 때 3, 4, 5위를 차지했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134표/ 국회의원 72, 당원·당우 62)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전보장상(59표/ 44, 11),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49표/ 34, 15)에 표를 던졌던 국회의원들 중 다수가 다카이치 지지로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새로 선출된 일본 자민당(LDP)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축하박수에 일어서서 화답하고 있다. 2025.10.4. 교도 로이터 연합뉴스
총재선거판을 좌우한 여전한 파벌정치
이는 불법 정치자금 조성, 통일교와의 유착 등으로 중·참의원 선거 등에서 연패하는 위기상황에 몰리자 ‘당 해체 차원의 과감한 개혁’을 내세웠던 자민당이 여전히 ‘파벌정치’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 준다. 아베 신조 정권 때 불법 정치자금 조성 사실이 폭로된 뒤 위기에 몰린 자민당은 파벌 해체를 선언(아소 다로 파벌만 유지)하고 실제로 파벌 형식을 지웠으나, 이번 총재선거 결과를 보면 파벌, 특히 파벌 영수들끼리의 정치적 이해타산과 이합집산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현존 파벌 회장으로 이번 총재선거의 ‘킹 메이커’ 소리를 들었던 아소 다로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파, 모데키 도시미쓰 파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거 다카이치 지지 쪽으로 담합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이즈미로서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하야시 관방장관 및 기시다 파 국회의원들 일부, 그리고 소수파인 이시바 총리 쪽의 지지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최근의 극우바람과 미국발 관세전쟁 영향
게다가 지난 7월 참의원선거에서 극우 참정당과 우파 국민민주당의 약진에서 드러났듯이 최근 더 뚜렷해지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와 극우세력의 급속한 세력확장도 다카이치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 일본 선거전의 핫 이슈가 물가 급등(인플레)와 실질소득 감소 등 생활고와 외국인 노동자 및 관광객들 급증에 대한 거부감, 과거사에 대한 역사 수정주의적 주장 재강화 추세 등이 그와 불가분의 관계로 엮여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권의 막무가내식 관세전쟁도 이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되지 않았을까. 5500억 달러의 대미 직접투자 협상 결과에 대한 일본 내의 불만은 3500억 달러 투자 압박에 대한 한국의 그것보다 덜하지 않다.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대미 재협상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 목소리를 낸 후보가 다카이치였다. 그런 주장이 더 잘 먹히는 쪽으로 일본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베 신조의 ‘적자’ 다카이치의 위험한 역사관
1961년 교토 인근 나라 현 태생인 중의원 10선 의원 다카이치는 총재선거 때 “마차 끄는 말처럼 일하자”며 “나 자신도 워크 라이프 밸런스(‘워라밸’)이란 말을 버리겠다,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자”고 외쳤다. 전형적인 우익 부국강병론자의 구호를 연상케 하는 다카이치의 그런 주장은 그의 극우적 역사관, 가치관과도 밀접하게 엮여 있다.
일본 (평화)헌법 개정론자인 그는 군대 보유와 ‘전쟁 포기’를 명기한 헌법 제9조 1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신 ‘자위대’란 명칭은 ‘국방군’으로 바꿔 명기해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한결같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론자다.
2006년 아베 신조 1기 정권 때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오키나와 및 북방영토 대책, 과학기술정책,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담당)으로 처음 입각한 다카이치는 그해 8월 일본 종전일(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유일한 각료(대신=장관)였으며, 이후 초지일관하고 있다. 방위비(국방비)를 더 늘리고 적기지 공격능력, 사이버 안보를 더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아베 신조에서 기시다 후미오로 이어진 일본 우익 내지 극우적 전략 또는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다카이치는 일제의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의 ‘고노 담화’와 1995년 ‘무라야마 담화‘가 “일본을 일방적으로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아베 신조의 주장 그대로다.
일장기를 훼손하는 자를 처벌하자는 ‘국기 손괴죄’도 신설하자는 그는 여성 ‘천황’ 계승과 부부 별성제에 반대하는 가부장적 가치관의 소유자이면서 10%선에 머물고 있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을 늘리는 등 여성의 사회진출을 늘려야 한다는 마거릿 대처류의 모순적 여권신장론자이기도 하다.
‘사상 최악’ 아베류의 한일관계 피해갈까?
일본 현실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본 최대의 우익단체 ‘일본회의’를 만든 극우 아베 신조의 ’적자‘, ’제2의 아베‘라는 말을 듣는 다카이치 정권의 대외정책은 아베 정권 때의 그것과 얼마나 다를까? 아베 정권 때의 한일관계는 “사상 최악”이었다.
일본으로서도 그 사상 최악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거나, 할 수 없게 된 최근의 나라 안팎 상황변화가, 다카이치 정권 이후 한일관계를 아베 정권 때와는 또 다른 차원으로 이끌가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볼 수 있게 해 줄까.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공동 기자회견 후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가자지구 전쟁 종식 계획에 네타냐후 총리가 동의했으며, 하마스의 동의만 남았다고 밝혔다. ⓒ제공 :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구상안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모든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재 아래 가자지구 종전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이 종전국면으로 접어들 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생존자와 유해를 포함한 모든 인질을 석방할 것”이라며 “세부 사항 논의를 위해 즉시 중재자를 통한 협상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 발표 직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은 즉시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히며 인질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이미 세부 사항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하마스가 지속적인 평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정부도 즉각 화답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실은 4일 새벽 성명을 내 “이스라엘은 모든 인질의 즉각 석방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한 협력을 통해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공동 발표한 ‘가자지구 평화구상안’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에 인질 전원 석방과 무장 해제를 요구하며, 이스라엘이 합의에 동의한 뒤 72시간 내 인질 송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하마스 궤멸전을 공식 지원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면 누구도 본 적 없는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강한 압박을 가했다.
다만, 하마스는 이번에 평화구상안의 20개 항목 중 인질 석방 조항만 수용했다. 무장 해제와 무기 반납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 일부에선 “무장 해제는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 정치국의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이 끝나고 팔레스타인이 자치할 수 있다면 모든 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카타르와 이집트 등 중재국들은 종전 절차를 위한 외교 협의에 착수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미국, 이집트와 협력해 전쟁 종식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고, 이집트 정부도 “모든 당사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책임 있게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환영했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 긍정률이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조사가 있었다. 게다가 같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역시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낮았다. 지금은 비상계엄으로 국정 혼란을 야기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주변인들을 수사하는 내란 청산 과정이기도 하고,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데도 이처럼 국정 긍정률과 여당 지지도가 동반 하락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정 긍정률과 여당 지지도 동반 하락 조짐
한국갤럽 지난 9월 4주 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 긍정률은 55%로 직전 60%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5%포인트 하락했고,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높았던 65%보다는 10%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38%로 직전 조사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3%포인트 하락해,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40% 선을 하향 돌파했다. 두 지표 모두 최저치이다.
전국지표조사(NBS) 10월 1주 조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 긍정률은 57%로 횡보에 가까운 오차범위 내 변동이었지만, 대조적으로 부정률은 34%로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국정운영 방향성을 묻는 문항에 대한 응답 결과를 보면, '올바른 방향'이라는 응답이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수치인 55%다. '잘못된 방향'이라는 응답은 37%로 나타나 주목된다.
한국갤럽과 달리 전국지표조사는 대통령 국정 평가 문항을 4점 척도로 응답을 받아 2점으로 묶어서 보여준다. 그러니, 부정률은 '잘못하는 편이다'라는 소극 부정과 '매우 잘못하고 있다'라는 적극 부정을 합한 수치이다.
지난 8월 3주 33%의 부정률이 이번 34%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높은 수치였는데, 당시에는 소극 부정이 15%였고 적극 부정이 19%로 4%포인트 격차로 비슷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소극 부정은 13%이고 적극 부정이 20%로 7%포인트 격차다. 두 수치의 격차가 오차범위를 넘어서, 적극 부정률이 소극 부정률보다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물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이러한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4회 연속 24%를 기록했다. 전국지표조사에서는 22%다. 장동혁 대표 체제 국민의힘은 전화면접조사에서 20% 초중반대에 강하게 고착돼 있다는 분명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국정 긍정률이나 여당의 지지도가 야당 지도부의 공격적인 메시지와 행보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현재 상황이 썩 좋다고 볼 수 없다.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하방 압력을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란 청산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슈 프리미엄'이 희석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이를 확인해보자.
'외교' 평가, 주된 하락 원인 아닌 까닭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 과연 이 대통령의 실적 관련 기대와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봐야 한다. 두 가지 지점에서 봐야 하는데, 현재 초미의 관심사인 트럼프와의 협상이라는 외교 현안과 함께, 경제 분야에서 얻는 긍정률을 직전 두 대통령과 비교해봐야 할 것 같다.
먼저, 외교 현안의 대통령 긍정률에 대한 영향이다. 한국갤럽에서 대통령 긍정률이 55%로 최저치를 기록할 때, 대통령 긍정·부정 이유를 묻는 자유응답식 문항에서 부정 평가자 중 14%가 '외교'라고 언급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그러니, 외교 난맥상이 국정 긍정률에 하방 압력이 된다는 해석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부정 평가자 중 외교 언급량은 2주 전 9월 2주에는 22%, 9월 3주에는 18%, 그리고 9월 4주에는 14%로 그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외교로 인해 대통령 긍정률이 하락한다면, 부정 평가 이유 중 외교 언급량이 계속 높아지던지 최소한 유지는 돼야 하는데, 오히려 줄고 있다는 것은 외교가 대통령을 부정 평가하는 주된 이유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해준다.
더군다나 긍정 평가 이유 중에서는 9월 4주에 '외교'를 언급하는 비율이 직전 조사 대비 9%포인트 더 많아져 20%로 1위이다. 그러니, 외교 현안에 대한 대응은 오히려 긍정 평가를 떠받쳐주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통해 동맹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지표조사 10월 1주 보고서에서는 한미 관세협상 기조 인식을 다루고 있다. '관세율을 낮추지 못하더라도 우리 경제 사정상 현금성 직접투자는 적절치 않다'라는 응답이 55%, '미국의 요구에 맞춰 현금성 직접투자를 하더라도 관세율을 낮추는 게 적절하다' 29%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와 대통령의 편에 함께 하는 국민이 절반을 넘는 다수다.
결국, 외교 현안에서 당장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를 하고 지켜보는 국민이 더 많다는 사실에서, 외교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감도는 높은 편이고 따라서 외교 현안으로 대통령 긍정률이 하방압력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경제' 분야 긍정률도 높은 편
또 다른 측면에서는 '경제' 관련 기대와 평가도 확인해야 한다. 지난 9월 2주 한국갤럽은 대통령 취임 100일 분야별 정책 평가 조사를 해 발표했다. 여기에서 경제 분야에서 '잘하고 있다'라는 긍정 평가는 43%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각 분야별로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비슷한 시기 평가와 비교를 해서 보여줬는데, 윤 전 대통령이 더 나은 평가를 받은 분야는 없다. 경제 분야에서 윤 전 대통령은 24%의 긍정률이었으니, 19%포인트의 격차를 보여 상대적으로 크게 저조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분야별 정책 평가 중 '경제 분야'에 대한 평가를 아래의 표로 정리를 해봤다. 문재인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 시기를 연결하고 마지막에 이번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붙였다. 이념 성향별로도 추이를 볼 수 있도록 긍정률을 그려봤다.
▲경제 분야 평가(한국갤럽, 2017~2025년)한국갤럽이 지난 문재인/윤석열 정부 시기와 이번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에 조사한 경제 분야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를 전체 평균과 이념 성향별로 추이를 확인해 봤다.한국갤럽
전체적으로 문 전 대통령 취임 후 1년 동안 평가가 좋았던 점을 발견할 수가 있는데, 그 후 급격히 하락했다가 윤 전 대통령 시기에는 전반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을 볼 수 있다. 성향별로 보면, 진보 성향자는 문 전 대통령 시기에 긍정률이 높았지만 윤 전 대통령 시기에는 아주 낮았다. 대조적으로 보수 성향자의 긍정률은 문 전 대통령 시기에 낮았고 윤 전 대통령 시기에 높아졌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평가에서는 진보 성향자의 긍정률은 72%다. 직전 윤 전 대통령 시기 마지막 조사에서 5%였는데, 무려 67%포인트 더 높아진 거다. 보수 성향자 중 긍정률은 23%인데, 이는 문 전 대통령 시기와 견줘도 그리 낮은 수치는 아닌 듯하다.
여기에서 중도 성향자(검정색 선)의 긍정률이 중요한데, 거의 전체 평균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알 수가 있다. 그렇지만, 윤 전 대통령 시기에는 전체 평균보다 중도 성향자의 긍정률은 항상 미세하게라도 낮았던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이재명 대통령 시기 첫 조사에서 45%로 평균 대비 극히 미세하게 높은 것처럼 나와서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얻은 중도에서의 45% 긍정률은 2017년 외에는 처음 나타나는 높은 수치다. 게다가 직전 윤 전 대통령 시기 마지막 조사에서 중도 중 긍정률은 12%였지만,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조사에서는 무려 33%포인트 높아진 결과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그렇다면, 하방 압력은 어디에서?
외교 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긍정률 하락의 원인을 찾기 어렵다면, 과연 최근 대통령 국정 긍정률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동반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원인을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최근 현안 중에서 대통령 긍정률이나 여당 지지도보다 낮은 수용도를 보이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 보자.
한국갤럽이 9월 4주 발표한 '12.3 비상계엄 및 내란 의혹 사건 재판'에 대한 조사에서 '전담 재판부 설치해 이관해야 한다'라는 응답은 38%로 나타났다. '현 재판부를 통해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라는 응답은 41%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다.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담 재판부 설치에 대한 국민적 동의 수준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 내란·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법 발의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이성윤 의원 등이 18일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물론 조사마다 조금 다르다. <세계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9월 29~30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재판부를 통해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40%인데, '내란 전담 재판부를 설치해 이관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47%로 오차범위를 넘어서 우세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견해도 보자. 전국지표조사 10월 1주에는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출석 요구에 대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과도한 조치'라는 응답이 41%, '중대 현안에 대한 의혹 해소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가 43%로 대등했다.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42%, '사퇴해선 안 된다'는 응답이 47%로 역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법부 관련 현안에서 여권의 주장에 호응하는 여론은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본다면, 한국갤럽 9월 4주 자체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중 '대법원장 사퇴 압박, 사법부 흔들기'가 5%로 새롭게 등장했다. 최신 이슈 중에서 부정 평가자들에게 상당히 인상적인 이슈가 사법부 관련 논란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긍정 평가의 이유 중에서는 사법부 관련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결국, 사법부 관련 이슈는 국정 긍정률이나 여당 지지도를 떠받치는 상방압력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생각해본다.
심판의 역할을 해오던 사법부까지 정치권에서 압박을 가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여론도 있다는 건데,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으니 심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또한, 이러한 주장이 대통령 국정 긍정률과 여당 지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봄직 하다.
덧붙이는 글[인용한 여론조사]
-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9월 4주한국갤럽 자체조사, 9월 23~25일, 무선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
- 전국지표조사(NBS) 10월 1주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 자체, 9월 29일~10월 1일, 무선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
-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세계일보 의뢰 한국갤럽 조사, 9월 29~30일, 무선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
침팬지 등 영장류 현장연구의 최고 권위자이자 생명과 자연환경 보호운동 선구자였던 제인 구달이 10월 1일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34년 영국 런던 태생인 제인 구달은 그의 나이 23세 때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베 국립공원 숲 속의 야생 침팬지 서식지로 찾아 들어가 현장에서 그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이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하고 육식도 하며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사고력과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해 동물과 영장류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만년에 생명과 환경보호 운동가로 활동하면서도 운동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 주에 미국 뉴욕에서 강연하고 월스트리트 저널 팟캐스트에 출연한 그녀는 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신의 60여년의 연구와 삶의 이력을 되돌아보는 행사에 참석한 뒤 다음 주에는 워싱턴 D.C. 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1977년에 설립된 제인구달연구소는 1일 구달이 미국 강연투어의 일환으로 캘리포니아에서 행사를 진행한 뒤 수면 중에 노환으로 자연사했다고 발표하고, “동물행동학자로서 구달 박사의 발견은 과학에 혁명을 일으켰다”면서 그녀가 “자연세계의 보호와 복원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옹호자”이기도 했다고 기렸다.
제인 구달. 2017년 런던에서 촬영. 가디언 10월 1일
타잔처럼 살고 싶었던 구달
가업인 카드 제조로 벌어들인 돈을 상속받은 카 레이서 모티머 구달과 영국 남부 본머스의 교회 목사의 딸이었던 마가렛 조지프 부부의 두 딸 중 맏이었던 제인 구달은 가난하지만 쾌활하고 자상한 여성들로만 구성됐던 가정에서 자랐다. 할머니, 어머니(2차 대전에 참전했던 모티머 구달과는 1950년에 이혼), 그리고 2명의 미혼 이모가 그 가정을 이끌었다. 어머니는 규칙보다는 합리적 이성을 우선하는 양육방식을 믿었고, 소녀들에게 기회가 제한돼 있던 그 시절에 딸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어린 시절 달걀이 어디서 나오는지 관찰하기 위해 닭장 안에 몇 시간이나 숨어 지켜보던 딸을 찾지 못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던 어머니는 딸이 나타나자 벌을 주는 대신 발견한 것들에 대한 구달의 얘기를 주의깊게 들어 주었다.
어린 구달이 가장 되고 싶었던 것은 나무 가지 위에 앉아 읽던 책 속의 영웅 타잔처럼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밀림 속을 줄을 타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타잔처럼 아프리카의 유인원들과 함께 사는 삶을 꿈꿨다. 그것을 위해 어릴 적부터 동물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침실 창문으로 다가오는 새들을 길들이고 말을 타는 법도 배웠다. 혼자 절벽을 오르내리며 여러 작은 포유류들도 만났다.
23세 때 옛 학교친구 초청으로 케냐 나이로비로
20대 초에 그 꿈을 이루게 해 줄 기회가 찾아 왔다. 예전 학교 친구로부터 편지가 왔는데, 그 친구는 영국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 외곽 언덕에 있던 자신의 아버지 농장에 와서 지내라고 구달에게 권했다. 1951년 남부 풀에 있는 남녀공학 업랜즈 고교를 졸업하고 비서 출신의 어머니 권유에 따라 옥스퍼드와 런던에서 비서 일을 하고 있던 구달은 옛 학교친구의 초청을 받고 어머니 고향 본머스로 가서 아프리카행 배 표값을 벌기 위해 웨이트리스로 일한 뒤 23번째 생일을 맞기 직전인 1957년 4월에 나이로비로 갔다. 친구 아버지의 농장에서 한 달을 지낸 뒤 구달은 마을에서 방을 잡고 비서일을 시작했다. 목표는 타잔처럼 아프리카 야생동물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구달이 찾아낸 방법은 나이로비에 있던 코린던 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였던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의 비서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리키는 인류의 진화가 아프리카에서 시작됐다는 확신을 갖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것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유인원 조상들의 행동을 이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아프리카 유인원, 특히 침팬지를 연구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야생의 침팬지를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침팬지는 사납고 변덕스러웠으며, 사람보다 몇 배나 힘이 세서 총 없이 침팬지를 찾아다니는 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로 여겨졌다.
가디언 10월 2일
1960년 탕가니카서 침팬지 ‘과학탐험’ 시작
바로 그때 구달이 리키 앞에 나타난 것이다. 리키는 첫인상이 좋았던 구달을 박물관 비서로 채용했다. 구달이 동물들과 오랜 시간 함께 지낼 수 있는 열정과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리키는 서부 탕가니카 지역(지금의 탄자니아)으로 야생 탐험을 떠나기로 했다. 구달은 영국이 곰베 스트림 침팬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탕가니카 호숫가 숲 외딴 곳에 캠프를 설치했다. 거기에는 야생 침패지들이 있었고, 리키는 비서가 자신의 확신을 뒷받침해줄 유용한 뭔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그때도 구달을 밀어준 것은 어머니였다. 원래 영국 식민당국은 여성이 혼자 숲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구달과 함께 들어가겠다며 그 금역을 허물어준 것이 어머니였다.
그리하여 1960년 7월 “세계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과학탐험이 시작됐다.”(<가디언> 10월 2일)
침팬지 육식, 도구 사용 사실 발견
그해 말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서 당시 26세였던 제인 구달은 야생 유인원 연구 현장 과학자로서의 그녀의 명성을 굳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는 침팬지가 그때까지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붉은 고기(red meat)를 먹는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그 전까지는 그런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관찰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침팬지는 채식주의자’라는 것이 정설로 굳어져 있었다.
또 한 가지는 더 놀라운 사실이었는데, 그것은 침팬지가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침팬지는 흰개미가 세운 높다란 흙탑 옆에 웅크리고 앉아 긴 풀줄기를 손질해 흙탑 속 구멍 깊숙이 찔러넣는 ‘탐침’(probe)이자 낚싯대로 활용했다. 침팬지가 그 탐침을 좁다란 흰개미 흙집 속 터널 안 깊숙이 찔러넣으면 굴 안에 있던 병정계급 개미들이 본능적으로 강력한 턱을 침입물체에 박어넣었다. 그러면 침팬지는 조심스레 그 풀줄기를 빼내서 달라붙어 있는 병정개미들을 훑어 먹었다.
흰개미는 동아프리카 지역의 여러 종의 원숭이들에게 먹이가 될 만큼 그들에겐 맛있는 먹이였으나 그들을 이처럼 낚아서 먹는 전통(tradition of fishing)으로 발전시킨 것은 침팬지뿐이었다.
야생 침팬지가 물체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처음 목격한 사람은 구달이 아니었으나, 그 행동을 그토록 면밀하고 반복적으로 관찰하면서 철저하게 기록한 최초의 인물은 구달이었다.
침팬지가 고기도 먹고(육식)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놀라운 발견이었고, 구달은 그것으로 영쟝류학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원래 6개월 정도로 끝낼 예정이었던 그 연구 프로젝트는 구달의 그런 발견으로 새로운 지원 속에 더 많은 연구로 이어졌다.
당시까지 동물들은 대체로 반사작용과 본능의 무의식적 연쇄로 엮인 존재로 여겨졌으나, 구달은 야생 침팬지 관찰과 연구를 통해 그들이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계획을 세우고, 감정적인 삶을 영위하며 개별적인 성격(personality)과 특성(character)에 따라 행동하는 신중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가디언 10월 2일
케임브리지대 동물행동학 박사학위
구달은 자신만의 방식, 그리고 결단력과 용기, 회복력과 열정으로 동물관찰과 과학에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데 기여했다. 현장연구를 통해 그것을 보여 줌으로써 구달은 그때 이미 세계 최고의 야생 침팬지 전문가가 됐다. 그것으로 그녀는 대학 학부 졸업자에게 주는 학사학위도 없이 1962년에 캐임브리지대 동물행동학 박사 과정생으로 입학해 1966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시절 그녀는 이미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자신의 연구 주제들에 관한 글을 써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런 글들을 바탕으로 쓴 <인간의 그늘에서>(1971)는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과학적 명성과 세속적 인기의 충돌
한동안 그녀의 인기는 그녀가 쌓은 과학적 명성을 능가해 때로 그것이 서로 충돌하기도 했다. 좋은 과학이란 원래 지루해야 하는 것(boring) 아니냐는 당시의 통념과, 어떻게 그렇게 예쁘고 젊은 여성이 일류 과학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라는 경이의 충돌. 그런 논란의 중심에 동물학자 솔리 주커먼이 있었다. 1962년 구달이 과학 학회에서 첫 논문을 발표했을 때, 주커만은 침팬지 육식에 대한 그녀의 그 보고를 일상적이지 않은 일회성 기담(anecdote)에 토대를 둔 아마추어의 것이라 질책했다. 주커만은 그때 동물행동학자 데스몬드 모리스에게 보낸 짧은 서신에서 구달의 학회 발표에 의해 자극받은 자신의 ‘불안감’에 대해, “보통 비과학적인 취급을 받아 온 주제가 화려함(glamour. 젊고 아름다운 구달의 매력) 때문에 계속 비과학적인 그늘 속에서 다뤄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썼다.
그런 비난에도 구달의 전문가적 명성은 높아갔다. 1970년대 초에 구달은 스탠퍼드대의 정신의학 및 인간생물학 방문교수, 탄자니아 다르에살람대 동물학 방문교수가 됐다. 나중에 그녀는 미국 터프처대, 남가주대, 코넬대 교수도 역임했다.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낸 <곰베의 침팬지>(1986)는 곰베에서의 연구에서 얻은 야생 침팬지 연구 초기 25년의 지식을 요약한 것이었다. 이는 시카고 과학 아카데미에서 영장류학자들이 국제총회를 열게 만들었다. 그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야생 침팬지가 아프리카 전역에서 감소하면서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외부로 유출돼 우리에 갇힌 침팬지들은 종종 학대와 혹사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냉엄한 공통인식에 도달했다.
현장연구에서 은퇴한 뒤 환경보호운동가로
25년 넘게 곰베 숲에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관여했던 구달은, 현역 과학 연구직에서 은퇴하고 환경보호론자이자 활동가로 주 활동영역를 바꾼 뒤에도 곰베 스트림 연구센터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곰베 센터는 오늘날 가장 오랫동안 운영된 과학 현장 연구 시설로 남아 있다.
1991년, 연구소는 젊은이들을 환경 보호에 참여시키기 위해 '뿌리와 새싹(Roots and Shoot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구달과 함께 활동하는 학생들로 시작되었지만, 이후 약 100개국에 걸쳐 활동적인 젊은이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올해 초, 연구소의 '행동을 통한 희망(Hope Through Action)' 프로젝트는 5년간 2950만 달러(약 415억 원)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 계획은 탄자니아 서부의 멸종 위기에 처한 침팬지와 그 서식지를 재조림과 "지역사회 주도 방법론"을 통해 보호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며 지역 사회의 생계를 개선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하지만 1월 20일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는 그 지원금을 삭감해버렸다.
80대가 넘은 나이에도 구달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글을 쓰고 강연을 이어가며 활동의 속도를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가장 조용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
오랜 기간 그녀와 긴밀히 협력해 온 이스트 앵글리아대 생물학자 벤 개로드 교수는 타계 소식을 듣고 말했다. "제인 구달은 세상을 바꾼 인물이었다. 그녀는 시끄러운 방에서 가장 조용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녀는 젊든 나이들었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인간이든 동물이든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녀는 1년에 300일을 여행하며 쉬지 않고 일했다. 내가 그녀를 아는 동안 매일 일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환경 변호사 파르하나 야민은 구달이 "유인원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며, “그녀의 탁월한 관찰 덕분에 우리는 언어, 사랑, 배려가 인간을 넘어선 세상의 핵심 요소이며, 우리는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그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구달이 "자신의 영웅"이라고 했다. "탄자니아 침팬지에 대한 그녀의 획기적인 연구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척들이 어떻게 살고, 사회화하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켰다. 우리는 침팬지를 비롯한 유인원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녀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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