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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시 '줄 서는 나라' 될 건가? 질서 설계하는 중견국 될 건가?

[기고] 일극의 붕괴, 다극의 도래 : 위기가 아닌 기회 되려면…

원동욱 동아대 교수 | 기사입력 2026.02.06. 08:00:45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은 한 기이한 정치인의 귀환을 넘어선 사건이다. 그것은 지난 70여 년간 국제정치를 규율해온 미국 중심의 '규칙 기반 자유주의 질서'가 구조적 전환점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논의는 이 변화를 "미국이 언제 다시 정상으로 복귀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환원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일시적 이탈이 아니라, 일극 패권 질서 자체의 약화와 다극 질서로의 이행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다.

이 전환을 단순한 혼란이나 위기로만 인식한다면 한국은 다시 선택을 강요받는 주변국의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으로 읽는다면, 한국의 전략적 위상은 달라질 여지가 있다. 관건은 '어떤 질서를 지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선택이 한국의 국가이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가라는 질문이다.

'미국의 부재'가 아니라 '제국의 귀환'

트럼프식 외교의 본질을 단순히 먼로식 고립주의로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서울대 박종희 교수가 지적했듯(인터뷰 바로 보기), 그것은 상업적 제국주의와 세력권 정치의 노골적 복원에 가깝다. 서반구는 절대적 영향권으로 관리하고, 그 밖의 세계는 거래와 압박의 대상으로 다루겠다는 발상이다. 동맹과 규범은 가치가 아니라 비용의 문제로 환원된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질문이 있다. 과연 '규칙에 입각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옹호하는 것이 자동적으로 한국의 국가이익을 보장하는가 하는 점이다. 규칙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규칙이 누구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는가가 핵심이다. 규범이 언제나 정의롭고, 규범을 지키는 것이 언제나 중견국의 이익으로 귀결된다는 전제는 현실 정치에서 성립하기 어렵다.

더구나 오늘의 세계는 19세기 제국 질서와는 전혀 다른 조건 위에 놓여 있다. 핵무기, 깊이 얽힌 글로벌 공급망, 기후·보건·기술 규범과 같은 초국경 의제는 강대국이 세력권을 일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강대국은 여전히 영향권을 원하지만, 그 질서를 유지할 능력과 정당성은 동시에 약화되고 있다. 이 간극은 위기이자, 중견국에게는 새로운 전략적 공간이다.

다극 질서는 '규범의 도덕화'가 아니라 '이익의 조직화'

다극 질서는 강대국 간 자동 균형의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중견국들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이익과 비용, 규범과 시장을 결합하느냐에 따라 형성된다. 중견국 연대는 '미국 없는 질서'를 지향하는 선언이 아니라, 어떤 강대국도 규칙을 일방적으로 훼손할 경우 실질적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 장치다.

한국·일본·EU·캐나다·호주, 그리고 일부 아세안 국가는 개별적으로는 제한된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규범, 기술 표준, 공급망, 시장 접근을 결합할 경우 강대국조차 무시하기 어려운 구조적 영향력을 형성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유주의 질서를 도덕적 이상으로 '완전 복원'하려는 접근을 경계하는 일이다. 대신 무력 병합 불인정, 핵확산 억제, 글로벌 공공재 보호 등 한국의 국가이익과 직결되는 핵심 규칙을 선택적으로 방어하는 현실적 연대가 필요하다.

안보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중심의 집단안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안정이 아니라 취약성을 낳을 수 있다.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인도·태평양 중견국 간 협력, 그리고 경제·기술·에너지 안보로의 확장은 동맹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에 과도하게 종속되는 위험을 관리하는 전략이다.

한국의 선택: '충성의 증명'이 아니라 '연결의 설계'

이 지점에서 한국은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라 질서를 중개하는 국가(order broker)가 될 수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 깊은 경제 관계를 갖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이자 민주주의와 산업 역량을 동시에 갖춘 드문 중견국이다.

이는 특정 질서의 이념적 선봉에 서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안보와 경제, 규범과 거래, 가치와 이익을 연결하는 교량 국가(linker state)가 되라는 의미다. 중견국 외교의 핵심은 어느 편에 서느냐가 아니라, 선택의 비용을 어떻게 분산시키느냐에 있다.

대만 문제에서도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무력 병합과 현상 변경에는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군사적 개입이 자동화되는 구조, 즉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한국과 일본이 떠안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해법은 중견국 공조를 통해 군사적·경제적·외교적 비용을 국제적으로 분산시키고, 중국과 미국 모두에게 무책임한 선택의 대가를 분명히 인식시키는 데 있다.

자강의 재정의: 군비가 아니라 국가이익의 자율성

이 모든 전략의 출발점에는 자강에 대한 재정의가 있다. 진보적 관점에서 자강은 군비 증강이나 힘의 과시가 아니다. 그것은 외부 질서가 어떻게 변하든 한국이 스스로 국가이익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축적하는 과정이다.

에너지 전환과 기후 대응은 더 이상 환경 담론이 아니라 안보 전략이다. 기술과 표준의 주도권은 외교 협상의 실질적 지렛대다. 불평등 완화와 사회적 회복력은 외교 정책의 내구성을 좌우한다. 여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축적된 외교·정보·전략 기획 역량이 결합될 때, 자강은 구호가 아니라 능력이 된다.

자강이란 결국 국방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얼마나 자기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질문

지금의 국제질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정상적 복귀'를 기다리며 흔들릴 수도 있고, 세력권 질서에 순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중견국들이 힘의 야만성을 낮추고, 다극 질서의 규칙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한국이 던져야 할 질문은 더 이상 "어느 편에 설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이 변화 속에서 한국의 국가이익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확보할 것인가"다.

일극의 붕괴는 위기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이 국제질서의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문제는 가치의 순수성이 아니라, 전략의 성숙도다. 지금이 바로 그 가능성을 현실의 정책과 외교 언어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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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세운 정부는 미국의 돌격대가 아니다...한미군사연습 즉각 중단하라"

평화연대, 민중행동...3월 프리덤실드 훈련 당장 철회 촉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2.05 15:58
  •  
  •  댓글 0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은 5일 오전 9시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3월 '프리덤실드'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전작권 환수를 인질삼은 한미전쟁연습 강행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밟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은 5일 오전 9시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3월 '프리덤실드'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전작권 환수를 인질삼은 한미전쟁연습 강행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밟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올해 상반기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 FS)가 3월 9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되고 본 연습에 앞서 위기관리연습(CMX)은 3월 3일부터 6일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정부는 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2026년 상반기 한미연합훈련 실시계획'과 이에 따른 '전지작전통제권 전환 검토'를 핵심 안건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여기서는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훈련을 강행해야 한다는 국방부와 남북관계 개선 및 평화공존'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훈련 규모 조정이나 공개수위 조절을 제안하고 있는 통일부의 입장이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사회는 "전쟁연습을 강행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대립과 충돌위기를 고조시킬 뿐"이라며 "한미연합군사훈련·연습 실시를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은 5일 오전 9시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3월 '프리덤실드'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전작권 환수를 인질삼은 한미전쟁연습 강행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밟혔다.

참가자들은 강새봄 진보대학생넷 조직위원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에서 "'조건에 따른' 전시작전권 환수 검증은 우리 군의 대미종속을 유지, 심화할 뿐"이며, "한미연합군사연습 강행은 '안보딜레마'를 심화시켜 전작권 환수 조건을 스스로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군 지휘권을 돌려받는 당연한 권리마저 미국의 기준과 조건에 따른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굴욕이고 주권침해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군사전략 수행을 기준으로 정한 '조건'에 우리 군의 역량을 끼워맞추는 과정은 대미종속성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

또 이번 연습에 포함되어 있는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은 핵심 전구작전 수행능력을 평가받는 과정으로 , 이를 빌미로 북에 대한 선제공격과 참수작전, 평양 및 전체 영토 점령을 포함하는 '작전계획 2022'에 따라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역으로 전작권 환수조건 중 하나인 '안정적인 역내 안보환경 조성'을 더욱 요원하게 하는 안보딜레마를 자초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작계2022에 포함된 ‘북한 핵사용 징후 탐지, 핵사용 억제 및 방지’ 개념, 그리고 대중국압박 개념을 반영하며 '현대화'되고 있는 한미동맹의 추이를 감안하면 핵전쟁의 위험을 현실화하고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그동안 정부가 북미대화를 위해 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결국 '훈련 강행'을 선택했다고 하면서 "남북관계와 북미대화가 파탄난 가운데, 역내 안보 환경은 악화되고 ‘전작권 검증’의 시간만 늘어났다"고 우려했다.

'전작권환수 인질 삼은 한미전쟁연습 강행 규탄한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작권환수 인질 삼은 한미전쟁연습 강행 규탄한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현재 미국은 무너져가는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쟁과 침략을 일삼고 있으며, 한미동맹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바로 이러한 패권 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미 제국주의의 몰락이 자명해지는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이 미국 패권전략의 앞잡이 노릇에 앞장서는 것은 통탄할 일"이라고 직격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미 제국의 패권을 수호하기 위한 전쟁 연습이자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이며, 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낱같은 희망의 바늘구멍마저 콘크리트로 꽉 막아버리는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전쟁 훈련 결정을 중단해야한다.  그것만이 대한민국 경제와 안보를 살리고 우리 민족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민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는 "이번 자유의방패 훈련은 단순히 북한을 겨냥한 방어훈련이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적으로 상정하고 우리 군을 그 첨병으로 동원하려는 패권 전략의 일환"이라며, "대한민국이 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 아래 타국의 전쟁을 뒷바라지하는 붙박이 항공모함이 되어야 하나? 중국과의 적대적 대결에 앞장서는 것은 한반도가 동북아 긴장의 한가운데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자살 행위"라고 개탄했다.

나아가 "적대적 군사연습은 안보가 아니라 전쟁위기를 부를 뿐이며 상대를 선제 타격하고 점령하겠다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평화를 말하는 것은 기만일 뿐"이라고 정부의 태도를 규탄했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실용, 평화, 국민주권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묻고는 "전작권 환수를 미국의 허락과 검증에 맡기고 미국의 패권 전략에 우리 군의 역량을 끼워 맞추는 것은 자주 국방의 모습이 아니다. 진정한 주권은 강대국의 전략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일어날지 모를 전쟁의 불씨를 우리 손으로 끄는 결단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김 상임대표는 "우리는 미국의 돌격대가 되기 위해 정부를 세운 것이 아니다. 전쟁의 위협을 가중하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즉각 중단하라"며, "그것이 바로 평화가 곧 경제라는 정부의 약속을 지키는 길이며, 거대한 국제 질서의 격변속에서 우리 국민을 지키는 유일한 자주적 해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지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한미연합군사연습이야말로 안보를 명분으로 펼쳐지는 행위로 인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전형적인 '안보딜레마' 상황이라며 "한반도를 주변국 갈등의 불길 속으로 밀어 넣는 위험한 전쟁연습을 즉각 중단하고, 진정한 평화 주권을 선포하라. 평화가 곧 안보이고, 평화가 곧 민생"이라고 호소했다.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이미 동맹현대화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연합전쟁훈련은 가까운 이웃 중국을 비롯해 동북아평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도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평화가 곧 국익이고 균형적 외교'이니 "국익을 생각한다는 말보다 평화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달라"며,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손실, 평화의 국익을 깨트릴 프리덤쉴드 한미군사전쟁연습 실시를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지예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공동대표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지난해 미국과 합의한 한미동맹 현대화의 한 과정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하면서  미국의 새 국방전략에 따라 주한미군 뿐만 아니라 한국군의 역할도 북한 대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중국 억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당장 3월 한미연합훈련부터 중국을 목표로 한 작전개념을 적용한다면, 예컨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가정적 상황에서 대응 시나리오에 따라 동맹국인 한국의 전력 자산을 활용한다면,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한반도 평화, 이대로 가다가는 택도 없다"고 일갈했다.

전작권환수는 조건도 기만적일 뿐더러 군사훈련 수십년에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보면 결과는 이미 나와 있는 것이고, 한미연합훈련의 야외실기동훈련을 분산, 축소하겠다는 정부의 입장도 크게 의미 없다고 비판했다.

결론은 "진짜 평화와 주권을 위한 정책,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으로부터 주권을 지키는 첫걸음은 미국의 전작권 환수 기만에 놀아나지 말고 당장 한미연합군사훈련부터 중단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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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 '요구권'만 허용…공소청 3단 구조 그대로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2/06 08:21
  • 수정일
    2026/02/06 08:2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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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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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정당

  • 입력 2026.02.05 18:00

  • 수정 2026.02.05 21:03

  • 댓글 1

여당, 중수청 일원화 가닥…'수사관' 명칭 통일

6대 범죄 축소…사이버 범죄도 분야 특정

'예외적' 보완수사권도 인정하지 않기로

공소청 수장 명칭 "검찰총장 겸한다"로 정리

3월초 '데드라인'…"국회 논의 길진 않을 것"

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 공소청법·중수청법에 대한 정부안을 설명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관계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6.2.5.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이원화 구조를 일원화하고, 수사 범위도 9대 범죄에서 6대 범죄로 축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공소청에도 보완수사권이 아닌 '보완수사요구권'만 허용하기로 당내 의견을 모았다. 다만 논란이 됐던 공소청 3단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는 수사권은 인정하지 않고 보완수사'요구권'을 허용하되,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방안을 열어놓고 마련하도록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수석은 "보완수사권을 인정할 경우 수사·기소를 분리한다는 당초 목적이 퇴색되는 측면이 있고 지지자의 열망을 생각할 때 상징적인 부분이 있다"며 "보완수사요구권을 두되 피해자가 수사 지연으로 피해받지 않도록 공소청에서 다른 수사기관에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사실상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식으로 개정 방안을 준비했다"고 했다.

예외적 보완수사권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김 원내수석은 "보완수사가 필요한 영역이 있다는 주장도 나름 일리가 있는데, 일단은 보완수사요구권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만약에 어려움이 있다면 시행 과정에서 다시 보완하는 방안을 택하더라도 일단은 보완수사권 없이 요구권으로 당의 입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개별 의견을 낸 의원 중엔 보완수사권을 부여하지 않을 경우 경찰의 수사 미진, 피해자 보호 불충분에 대한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수석은 "이런 부분들은 추후 형사소송법 개정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대표의 합당과 관련한 발언을 듣고 있다. 2026.2.5. 연합뉴스

다만 기존 검찰청 조직과 동일한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 3단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법조계에선 기존 고등검찰청의 역할이 적기 때문에 고등공소청을 폐지하고 다른 행정 조직과 마찬가지로 중앙-지방 2단 구조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기존 체계를 없앨 경우 벌어지는 업무 공백을 채우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의원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고등공소청과 지방공소청 사이의 지휘권이나 체계 등을 다 부수기는 어려워서 3단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고검에 감찰권이 있는 것과 같이 내부 규율과 관련된 것들이 있는데, (고등공소청이 없다면) 그걸 대공소청이 전부 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 원내수석도 민들레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눈 대화에서 "현재 고검에서 담당하는 국가소송 등의 사무 승계 등, 현실적으로 고등공소청이 없을 때 발생하는 업무 공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수석은 공소청 수장 명칭에 대해선 "공소청장 이름을 쓰는 게 원칙이라고 정했다"며 "다만 헌법상 검찰총장이란 이름을 사용하게 돼 있기 때문에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을 겸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공소청장으로 부를 수 있도록 수정안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공청회 토론에서도 찬반 양쪽에서 비판이 제기됐던 중수청의 수사사법관(검사)-전문수사관(수사관) 이원화 구조는 일원화로 정리됐다.

김 원내수석은 "중수청 수사구조는 일원화해 수사관으로 명칭을 통일하되, 담당 업무에 따라 '법률수사관' 식으로 새 직책을 마련하는 건 정부가 고민하도록 의견을 모았다"며 "(수사관의) 자격 제한도 없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수청장도 15년 이상 검찰 출신 법조인 등이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15년 이상 수사 실무에 경력이 있는 경찰이나 수사관도 청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6.2.5. 연합뉴스

중수청법 정부안에서 규정한 9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마약·내란외환·사이버)도 대형 참사와 공직자, 선거범죄 3가지를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문제가 된 사이버범죄는 '국가 기반 시설 공격 및 첨단기술 범죄'로 한정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이 밖에 의원총회에선 수사 범위를 더 줄여야 한다는 개별 의원들의 의견도 있었지만, '현재도 괜찮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수석은 "해당 법안에 대한 수정 의견은 오롯이 당 의견을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세부적 당정 협의나, 대통령실과 법안 내용을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며 "(정부가) 얼마나 수용할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 오늘 의총에 정부 측 실무자가 와 있었기 때문에 당 의견을 신속히 이해하고 반영할 수 있을지 검토를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안에 당 요구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당정 협의를 다시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저희가 의견을 냈다고 정부가 100퍼센트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도 있을 거고, 정부가 수정안을 냈다고 저희가 무조건 수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결국 오늘 안을 냈지만 최종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원내수석은 "3월 초까진 법안 통과시켜야 10월 1일 정상적으로 공소청·중수청을 출발할 수 있다는 '데드라인'을 갖고 있다"며 "정부안이 오게 되면 국회 논의 과정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의총은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그간 취합한 당내 의견을 발표하고, 개별 의원 4명 정도가 의견을 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민주당은 이번 주 중으로 당에서 종합한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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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마지막 핵군축 조약 만료…"NPT 흔들어 한반도까지 영향" 우려

군축단체 "중국 포함 3자 군비경쟁 가능성·냉전 재체험 할 수도"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6.02.05. 21:01:05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남은 핵무기 통제 협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5일(이하 현지시간) 만료되며 세계가 다시 군비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빌미로 조약 이행을 중단한 뒤 지난해 1년 연장을 제안한 러시아는 대답 없는 미국을 비판했고 미국은 중국도 협약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체 협상 추진 조짐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양국이 단기적으론 비용 문제로 핵무기 수를 크게 늘릴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지만, 핵무기를 급격히 늘리고 있는 중국까지 포함한 3자 군비 경쟁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약 폐기가 핵확산금지조약(NPT)까지 흔들어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러시아는 뉴스타트 만료 결과를 경고하며 미국을 비판 중이다. 러 외무부는 4일 관련 성명을 내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뉴스타트 1년 연장을 공개 제안했음에도 "미국이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며 "이러한 접근은 잘못됐고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현 상황에서 우리는 뉴스타트 당사국들이 핵심 조항을 포함해 조약 관련 어떠한 의무나 대칭적 선언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향후 조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며 "러시아는 책임감 있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행동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단호한 군사기술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지만 "정치외교적 방안 모색에도 여전히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러 간 2010년 체결된 전략 핵무기 제한 조약 뉴스타트는 2011년 2월5일 발효됐고 2021년 5년 기한으로 한 번 연장됐다. 이 조약은 양쪽이 배치할 수 있는 전략 핵탄두를 각각 1550개로 제한한다.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배치는 700개, ICBM·SLBM 발사대 및 전략폭격기는 배치 여부와 관계 없이 800개로 제한된다. 양국이 관련 정보 공유 및 사찰도 수행하도록 돼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서방과 관계가 틀어지자 2023년 2월 조약 이행 중단을 선언하고 미국과 정보 공유 또한 하지 않고 있다.

새 협약에 중국 포함돼야 한다는 미국…중국은 일축

미국은 새 핵군축 협약을 맺는다면 중국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4일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 기자회견에서 뉴스타트 종료 관련 질문을 받고 "뉴스타트에 대해 지금 발표할 내용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의견을 밝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중국을 포함하지 않고는 21세기에 진정한 군축을 이룰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중국의 방대하고 빠르게 증가하는 비축량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뉴스타트 종료 관련 질문에 "만료되면 만료되는 것"이라며 "우린 더 나은 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협약 연장이 이뤄진다면 "중국이 반드시 협약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2일 백악관 당국자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통제 관련 결정을 "그 자신의 시간표에 따라"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참여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중국의 핵 능력은 결코 미국과 같은 수준이 아니다. 현 단계에서 중국에 핵군축 협정에 참여하라는 요구는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러시아의 뉴스타트 1년 연장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가 전세계 핵무기의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최근 5년간 핵무기 보유량을 300기에서 600기로 2배 늘렸다.

시진핑, 만료 앞두고 미·러 정상과 연쇄 통화 '존재감'

뉴스타트 만료를 코앞에 둔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러시아 및 미국 정상과 연쇄 통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중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이날 연쇄 통화가 "주요 국가 간 협력 증진과 세계 전략적 안정 유지에 대한 중국의 의지와 행동"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중국이 세계적 혼란 속에서 '안정적 닻'이자 '균형추'가 돼 가고 있다"고도 했다.

러 <타스> 통신을 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러 대통령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뉴스타트 만료 관련 러시아가 "전략적 안정 보장을 위한 협상 방안 모색"에 여전히 열려 있고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행동할 것임을 밝혔다고 전했다.

중 외무부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강조하고 새해엔 양국 관계에서 "더 크고 좋은 것을 성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한국 부산에서 만난 두 정상은 올해 4월 중국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국제사회, 후속 합의 촉구

국제사회는 협약 만료를 우려하며 후속 합의를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5일 성명을 통해 "반세기 이상 만에 처음으로 우린 전세계 핵무기 보유량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두 국가, 러시아와 미국의 전략 핵무기에 대한 어떤 구속력 있는 제한도 없는 세계에 직면했다"며 뉴스타트 만료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순간"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협약 종료가 "핵무기 사용 위험이 수십년 만에 최고조에 달한 나쁜 시기"에 이뤄졌다며 미·러 양국이 "지체 없이 협상 테이블에 복귀해 검증할 수 있는 제한을 복원하고 위험을 줄이며 우리 공동의 안보를 증진하는 후속 틀에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4일 주례한 일반 알현에서 뉴스타트 만료를 언급하며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후속 조치 보장에 대한 모색 없이 조약이 효력을 상실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고 <바티칸뉴스>가 전했다.

상대방 무기고 정보 통한 '무형의 억지력' 상실…핵심 합의 훼손으로 NPT도 흔들릴 가능성

조약 만료로 세계가 다시 군비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군비통제 및 비확산센터는 성명을 내 뉴스타트가 "미·러의 핵무기 수를 제한했을 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상대방의 무기고에 대한 전례 없는 통찰력을 제공해 양국이 추측이 아닌 실제 정보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협정 만료로 "전례 없는 검증 수단"을 잃었고 "50년 이상 핵 재앙을 성공적으로 막아 온 고된 외교적 노력도 끝났다"며 "이제 러시아와 미국 모두 핵무기 재확장에 법적 걸림돌이 없어졌고 우린 다시 냉전을 체험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 군비통제협회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AP>에 조약 만료가 "중국까지 포함한 제약 없고 위험한 3자 군비 경쟁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봤다. 미 랜드연구소의 킹스턴 레이프 선임연구원은 "미·러가 강인함과 결의를 보이기 위해 배치된 무기를 늘리거나 협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4일 논평에서 뉴스타트 종료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NPT의 핵심 합의는 비핵보유국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 대신 핵보유국이 핵 군축에 진전을 이루는 것인데 뉴스타트 만료로 이러한 "핵심 합의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NPT가 약화되면 중동 지역 핵확산 및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지고 일본, 폴란드, 한국, 우크라이나 등에서 핵무기 보유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뉴스타트 폐기가 "과도기"가 아니라 "양자 간 핵무기 통제의 장기간, 아마도 무기한 중단"을 의미할 수 있다는 무거운 전망을 내놨다.

다만 <로이터>는 전문가들이 비용, 기술, 물류 문제로 단기간에 핵무기 배치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큰 변화엔 최소 1년 가까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과학자연맹 핵정보프로젝트 부국장 맷 코르다는 "최대 확장 시나리오에선 배치 무기 규모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핵무기 비용을 고려할 때 뉴스타트 만료가 반드시 군비 경쟁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짚었다.

▲2025년 5월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 행사에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스템 부대가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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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경고’에 부동산 시장 요동…강남서도 급매 등장

  • 김미란 기자

  • 업데이트 2026.02.05 12:23

  • 댓글 0

‘똘똘한 한 채’도 예외 없다…“주거용 아니면 안 하는 게 이익”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자, 서울 강남권에서도 급매물이 등장하는 등 시장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4일 매일경제는 <‘압구정 현대’ 매물 한 달 새 60% 급증>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 강남권에서도 집이 급매로 나오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며 “서울 외곽지역 위주로 거래될 것이라는 전망을 뛰어넘는 모습”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진애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5일 SNS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드디어 강남 아파트 급매물 속속 등장. 이재명 대통령의 양도세 유예 없다는 구두 경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치유해야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된다”며 “‘다주택 처분을 강요하지 않는다. 보유하면 손해 본다는 상황이 되면 처분하지 않겠느냐’는 것도 실사구시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또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 공격이 다분히 정파싸움적인 성격으로 시작되었고, 소모적 논쟁으로 번졌다”고 되짚고는 “다주택이건, 고가 아파트건, 합당한 세금을 내게 하는 게 정공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도 ‘X’(옛 트위터)를 통해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집도 안 보고 계약” 다주택 압박했더니 1주택자 ‘갈아타기’ 꿈틀>이란 제목의 헤럴드경제 기사를 공유하며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주거용이 아니면 그것도 안 하는 것이 이익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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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뒤를 따라 자주·민주·통일 앞당기자!”…통일애국원로 홍갑표 선생 추모식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2/05 [22:58]

 

통일애국원로 홍갑표 선생 추모식이 5일 오후 7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 김영란 기자

 

유가족을 비롯해 국민주권연대와 진보당 고문인 권오창·이건 선생, 국민주권연대 회원,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와 당원, 박준의 국민주권당 상임위원장과 당원,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 권오혁·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 주재석 자주연합 상임대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등이 추모식에 함께했다.

 

추모식은 참가자들이 선생을 기리며 묵념하면서 시작됐다.

 

선생은 서울대 사범대학 역사교육과에 입학하고 이듬해인 1960년 4.19혁명을 겪었다. 당시 선생은 장기 독재를 이어가려는 이승만의 폭거에 맞서 맨 앞장에서 목숨 걸고 싸웠다. 그 뒤 30년 넘게 교직 생활을 하면서, 군부 독재세력의 모진 탄압과 고문을 이겨내고 한평생을 자주·민주·통일 운동에 바쳤다.

 

교사직에서 퇴직한 뒤에도 선생은 국민주권연대·진보당 고문으로서 후배 동지들에게 귀감을 주며 왕성한 투쟁을 펼쳐 왔다.

 

동지들과 함께하는 선생의 밝은 모습을 담은 영상, 자주·민주·통일을 위해 바친 삶, 동지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이 울려 퍼지자 참가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 김영란 기자

 

특히 선생은 평소에 민족과 동지들을 위한 “사랑”으로 넘쳐났노라고 참가자들이 회고했다. 선생의 부인인 오선자 여사가 댁을 찾은 동지들을 위해 풍성한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선생은 동지들을 위해 뜨거웠던 젊은 시절의 투쟁을 돌이키며 노래하고 시를 읊었다고 한다.

 

지난 4일 숙환으로 별세한 선생은 바로 며칠 전에도, 병원을 찾은 동지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고 한다.

 

각계가 추모사를 했다.

 

신은섭 국민주권당 지역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선생이 “젊은 동지들”보다도 훨씬 더 열심히 정세를 공부하고, 탐독했다면서 “선생님이 부른 그 노래, 선생의 드높은 심장 박동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비통하다”, “선생님이 마지막까지 보낸 응원과 사랑에 더욱 힘을 내 내란 청산, 국민주권 실현의 그날을 앞당기겠다”라고 다짐했다.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우리가 함께했던 선생님의 세월은 늘 노래와 해학이었다. 한국전쟁에서 미군의 세균전도 직접 겪은 선생님은 미국의 지배와 전쟁 책동에 분노했다. 그러나 그 분노도 날로 무너져 내리는 미국을 조롱하며 해학으로 풀어냈다. 그 해학의 말씀에 우리는 통쾌했고 즐거웠다”라고 전했다.

 

또한 “민주란 위에서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이루어 가는 것이라고 한 말씀, 한국 사회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그 말씀을 선생님의 유지로 받들겠다”라면서 “선생님이 넘겨준 역사의 계주봉을 굳건히 잡고 우리가 해야 할 시대적 임무, 역사적 사명을 다해 가겠다”, “자주와 민주, 평화, 통일의 새 세상을 우리 촛불국민과 함께 기필코 만들어내겠다”라고 피력했다.

 

황선 평화이음 이사가 추모 시 「4월생」, 권말선 시인이 추모 시 「홍갑표 스승님」을 통해 선생의 삶과 투쟁을 기렸다. (아래 추모 시 전문)

 

대학생들을 대표해 문한결 경기인천대학생진보연합 대표가 추모사를 했다.

 

문 대표는 “며칠 전 홍갑표 선생님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뵈었다. 그때 유가족들과 선배들에게서 선생님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이 싸움이 참 오래됐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오랜 시간 늘 후대들을 응원하고, 지원한 선생님에게 존경과 감사를 올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늘 원로 선생님들, 장기수 선생님들을 만나 뵐 때면 우리가 얼마나 풍족한 조건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선생님처럼 먼저 싸운 분들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제국주의 미국이 몰락해 가고, 반미·자주의 연대가 세계에 넘쳐나는 기회도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청년다운 용기와 겸손함, 무엇이라도 뚫고 나가는 투지와 단결로 끈질기게 싸워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 문한결 대표. © 김영란 기자

 

“아- 사랑아 남김없는 사랑아/그대 영원히 우리 가슴에/조국 위하여 동지들을 위하여/다바친 그대”

 

노래패 ‘우리나라’가 선생이 동지들과 후대들에게 남긴 사랑을 되새기며 「남김없는 사랑」을 불렀다.

 

선생의 장남인 홍성혁 씨는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은 아버님을 기억하는 각자의 방식으로 지금처럼 행동해 달라”라고 당부한 뒤 선생의 장례를 극진히 모시는 동지들을 겪어보니 “우리 아버지는 참 행복하시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즐거운 담소도 나누고, 너무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홍갑표 선생님’을 진심으로 기억”해 달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참가자들은 추모식을 마치며 자주·민주·통일의 한길에 앞장선 선생의 뜻, 열정, 소망을 함께 이어가겠노라고 다짐했다.

 

© 김영란 기자

 

▲ 남영아 국민주권연대 운영위원장이 선생의 약력을 소개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유정숙 배우가 선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남긴 말을 전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신은섭 위원장. © 김영란 기자

 

▲ 권오혁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 추모 시 「4월생」을 낭독하는 황선 이사.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노래패 ‘우리나라’ 단원들이 노래를 하기에 앞서 선생과의 추억을 회고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 © 김영란 기자

 

▲ 선생의 부인인 오선자 여사. © 김영란 기자

 

▲ 선생의 장남 홍성혁 씨. © 김영란 기자

 

아래는 추모 시 전문이다.

「4월생」

 

나는 4월을 살았소

광장에서 태어나

광장을 지키고

광장을 그리워하는 것이 생이었소.

 

그 해

총구 앞에서 어깨를 겯던

까까머리 단발머리 소년 소녀들,

저마다 다 쓰지 못한 유언장을

품고 질주하던 얼굴들,

꼭 4월의 꽃같던 벗들

북한산 자락에 뉘어두고

나는 매일 매일

그들의 못다한 삶을 살았소.

 

그러니 나의 인생은 4월

이승만의 동상을 무너뜨리던

궁극의 정치, 그것을 잊지 못 해

민주주의를 갈망했고,

오라 남으로 가자 북으로

애타는 그 열망 잊지 못 해

나의 광장은 판문점으로 판문점으로

번져만 갔소.

 

4월의 벗들이 살아온 듯

맑은 눈빛의 젊은 동지들을 만나

60년 4월을 들려줄 때,

열사 앞에 의리를 지키며 살아 다행이다 여겼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홍안의 동지들, 고마웠소.

 

떠나는 나를 배웅하러

병상으로 자꾸만 자꾸만 밀려와

귀에 대고 속삭여줘서 고맙소.

4월을 거듭 산 나에게 그대들은

4월이 낳은 열매였소.

광장을 지켜 산 보람이었소.

 

내 광장의 깃발이 선 곳은 백두산정.

내내 펄럭이며

나를 불러왔다오.

이제 나를 품고

통한의 분계선을 걷어버리고

그곳까지 내달려 주시게.

 

나는 동지,

동지들은 바로

 

나입니다.

 

「홍갑표 스승님」

 

그런 스승님을 뵈었습니다

투쟁 광장에 나서면

늘 밝은 미소로 반기시며

따뜻한 악수 선뜻 주시며

길을 잃지 않도록

두려워하지 않도록

든든한 산처럼

기대일 바위처럼

울타리가 되어 주신

 

그런 스승님을 뵈었습니다

외세가 뿌려댄 전쟁의 세균에

죽음의 경계 넘나들던 소년이

독재의 폭압 정면으로 맞받아

거침없이 내달리던 청년으로

구속 고문 협박이 막아서도

삶의 걸음걸음 자욱자욱이

애국 애민 애족 애향이셨던

신체 마디마디 상처보다

산하에 맺힌 상처가 더 괴로우셨던

지극한 사랑으로 살아온 삶이란

고행 아닌 기쁨이었음을 보여주신

소년같이 해맑은 얼굴,

그 얼굴만 보아도 다 알게 해 주신

 

그런 스승님을 뵈었습니다

오늘 투쟁에 나서는

우리 삶이 스승님 삶과

같은 맥으로 이어짐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해 주신

선명히 더욱 선명히

자주 민주 통일

그 길로만 올곧게 가라,

웃으며 가라 노래하며 가라

춤을 추며 가라고

일깨우고 북돋우시는

 

그런 스승님을 뵈었습니다

고마우신 스승님을 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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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레드' 벨벳이 공연한다면? '총맞은 것처럼'을 듣는다면? 무척 재미날 것 같았다"

[프레시안 books] <판문점 프로젝트> 출간한 윤건영 의원이 전해주는 2018년 뜨거웠던 한반도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6.02.05. 07:23:19

"평양에서 대한민국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반드시 성사시키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K-팝을 평양 시민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평양 한복판에서 울려퍼질 K-팝이 북한 사회에 어떤 나비의 날갯짓이 될지 궁금했다. 그런데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아이돌 그룹이 레드벨벳뿐이었다(솔직히 팀 이름에 'Red'가 들어가 있는 것도 참작했다).

백지영 님은 노래를 워낙 잘하시는 분이기도 하고, 그가 부른 <총 맞은 것처럼>을 평양 시민들이 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무척 재미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윤도현 님은 개인적으로 '최애' 가수였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최근 출간한 <판문점 프로젝트>에서 밝힌 일화다. 2018년 3월 말에서 4월 초 당시 평양에서 개최됐던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에 레드벨벳과 백지영, 윤도현 등이 출연하게 된 과정이 소개돼 있다.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윤 의원은 "탁현민 감독에게 레드벨벳을 불러야 한다고 '공갈'을 좀 쳤다. 북에서 원하는 것처럼. 왜 그랬냐하면 묘한 장난기 같은 것이 있었다. 북한이니까 빨간, 레드, 어떨까"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게다가 당시 (레드벨벳이) 선곡했던 곡도 <빨간 맛> 이었다"라며 "백지영 씨 같은 경우도 <총맞은 것처럼>을 선곡해서 북이 싫어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2018년 당시 당국자들이 떠올리는 것처럼 이 때의 남북관계는 8년 후인 지금 시점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동적이었다.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까지, 한반도 평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그해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난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남북관계는 사실상 차단됐다. 지금 북한은 핵 개발 고도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와 너무나 다른 2018~2019년의 상황을 2026년에 돌아보는 것이 '추억 팔이' 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당시의 북한과 미국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 시절의 기록을 살펴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국제 정세를 고려해서도 그렇다. 격동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오히려 트럼프라서 새로운 남북 관계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국내 정가에 존재한다.

▲ 지난 2018년 4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에서 레드벨벳이 열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풍계리 없앴는데 미국은 뭐했나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2018년 5월 24일 남한을 비롯한 해외 언론들을 초청해 2009년 2차 핵실험부터 2017년 9월 6차 핵실험까지 진행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의 2번 갱도와 관측소를 폭파했다. 이후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그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고 양측은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북한의 행동에 대해 미국은 별다른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북한은 이후 남한과 접촉에서 이 부분을 계속 거론했다. 윤 의원은 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 전인 2018년 9월 5일 선발대 특사단이 북한에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이 "'동시 행동의 원칙'에 따라 자신들은 이미 성의 있는 조치를 취했는데, 미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말만 앞세울 뿐, 어떤 호응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미 연합 군사 훈련도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라며 "미국이 북한 사정을 헤아려봐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를 추진할 동력을 키워줘야 한다. 우리가 동력을 가질 수 있도록 남측이 이해해서 미국 측에 잘 설명해주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에 따르면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 핵실험 및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에 따른 제재 해제 또는 완화 등을 요구했고, 미국의 '성의있는 조치'가 있다면 미 입회하에 핵시설을 불가역적으로 완전히 폐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윤 의원이 비공개로 접촉한 북한 당국자들 역시 지속적으로 이러한 의견을 표출했다. 하지만 미국의 반대급부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결렬로 마무리됐다.

미국은 한반도 평화를 원할까

윤 의원에 따르면 미국 측은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 발표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이라는 표현을 완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평화적 해결'을 공동발표문에 적시할 경우 일종의 대북 군사적 옵션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는 이유였다.

윤 의원은 "반면 우리로서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문제 해결은 결국 전쟁을 뜻하며, 이는 모두의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문 대통령의 설득이 통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동의해 '평화적 해결'이라는 내용을 담아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 <판문점 프로젝트>, 윤건영 지음, 김영사 펴냄. ⓒ김영사

미국의 경직된 모습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이어졌다. 윤 의원은 당시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간 회동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북한의 거부"로 알려져 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면서, 개막식 직전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과 탄도 미사일 야욕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또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 도착해서 첫 번째 일정으로 천안함 피격 사건의 희생자 가족을 만난 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북측 대표단과 같은 열에 앉는 것을 거부한 것 등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취했고, 결국 북한 대표단은 미국과 회동을 취소하게 됐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윤 의원은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의 행동이 북한의 행태를 답습한 것이라고 보았다. 이는 회동 장소까지 준비한 동맹국에 대한 예의 또한 아니라고 했다"며 당시 한국 정부가 북미 고위급 간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2019년 의약품인 타미플루의 대북 지원이 유엔군사령부에 저지됐던 사건도 미국이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분위기 구축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갖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주요 대목 중 하나였다.

"2018년 12월 21일, 한미 양국은 워킹그룹 회의를 개최했다. 여기서 양국은 북한에 대한 타미플루 지원에 합의하고 아울러 철도 연결 착공식, 남북 간 유해 발굴 사업 진행 등도 합의했다. 특히 타미플루 지원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조금도 이견이 없었다. 의약품이라서 인도적 지원 대상이며, 유엔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2019년 1월 11일, 막상 타미플루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측에 전달하기로 약속한 날 문제가 생겼다. 유엔군사령부가 타미플루를 실은 트럭의 휴전선(정확히는 군사분계선) 통과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타미플루 자체는 의약품으로 인도적 지원이라 대북 제재 품목은 아니지만, 이를 실은 트럭은 제재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억지였다. 우리는 타미플루만 북측에 내려놓고 트럭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설명했지만 유엔군사령부는 듣지 않았다."

이 일로 남북 간 신뢰는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북미 간 협상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평화를 이야기해야

2018년과 너무 다른 2026년의 한반도에서 굳이 책을 내고 북콘서트까지 연 이유에 대해 윤 의원은 "오늘 만큼은 '저 인간들 정말 미쳤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지금 남북관계는 정말 차가운 겨울과도 같다. 그런데 준비를 해야 기회가 온다. 누군가는 계속 평화 이야기를 하고 남북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길 주저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자리를 조금 억지스럽게 만든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평화의 길을 반드시 성공했으면 좋겠다. 이제 실패하면 정말 당시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북 대결 구도가 고착될 것 같다"라며 "이재명 정부만큼은 반드시 성공해서 '단단한 평화'를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한 번은 쨍 소리가 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의원의 바람대로 남북관계가 지금과 같은 차가운 긴장에서 단단한 평화로 가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이야기한 대로 남북관계에 '바늘구멍'이라도 내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윤 의원의 이번 저서에 이에 대한 힌트도 있었다. 북한이 진짜 원하는 것, 즉 한미연합훈련과 류경식당 종업원 문제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류경식당 종업원들은 지난 2016년 4월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에서 일하다 남한으로 들어왔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탈북자들의 입국 등에 대해 비공개로 하던 전례를 깨고 총선을 닷새 앞둔 4월 8일에 이를 공개해 기획 탈북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윤 의원은 해당 저서에서 류경식당 종업원 탈북 사건에 대해 "북측은 남측 정보기관이 기획한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 여성 종업원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탈북인 만큼 하루빨리 북으로 송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라며 "특히 해당 여성 종업원의 부모가 기다리다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등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면서, 북한 내부에서 감정이 있는 문제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라고 전했다.

윤 의원은 "북측 관료들은 한미연합훈련과 유경식당 여종업원 탈북 사건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한다. 두 사안은 남북관계 진전에 장애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 발도 나가기 어렵다는 듯이 이야기한다"라며 "북한 최고지도부의 언질이나 지침이 없는 경우 이들 이슈는 매번 걸림돌로 작용했다"라고 회고했다.

▲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판문점 프로젝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가졌다. ⓒ김영사 유튜브 갈무리.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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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계' 찍어내는 국힘…극우 유튜버 발언대로?

김민주 기자

minju@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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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정당

  • 입력 2026.02.04 17:55

  • 수정 2026.02.04 19:51

  • 댓글 2

고성국 제명 요구 일주일 만에 배현진 윤리위 제소

한동훈 제명 관련 입장 표명했다고 문제 삼아

배현진 아동학대 논란으로 추가 제소될 수도

정성국도 "의원도 아닌데" 막말로 제소 검토해

원외 당협위원장, 정성국 제소 보류했지만…

당내 갈등 극한으로…출구 안 보이는 국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외통위 보임 인사를 하고 있다. 2026.1.28. 연합뉴스

친한동훈(친한)계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것으로 4일 전해졌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계기로 벌어진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벼랑 끝으로 가는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윤리위 제소를 두고 '친한계 찍어내기'라며,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형 극우 유튜버 입맛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배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 신청서를 접수했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배 의원이 한 전 대표 제명 결정과 배치되는 입장을 서울시당 전체 의사인 것처럼 외부에 인식하도록 했다는 이유다.

앞서 지난달 27일 배 의원을 포함한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21인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한 전 대표 제명 징계를 철회하라고 입장문을 낸 바 있다. 당시 당협위원장들은 "한 전 대표 제명 징계를 강행한다면 당의 심각한 분열 가운데 서울의 선거는 더 큰 고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부디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선거 당사자들을 헤아려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제소 신청서에는 서울시당 위원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표시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도록 반복적으로 강요하는 건 예비후보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이 될 거란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배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신을 비판한 누리꾼의 자녀 사진을 무단으로 게재해 당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앞서 배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니는 가만히 있어라"라고 댓글을 단 누리꾼에게 "내 페북와서 반말 큰 소리네" "자식 사진 걸어놓고 악플질"이라는 대댓글을 달았다. 배 의원은 대댓글에 해당 누리꾼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여자아이 사진을 걸어 '아동학대' 논란을 일으켰다.

제이티비시(JTBC)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은 배 의원을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와 개인정보보호법, 초상권 침해 혐의로 최근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 여부에 따라 배 의원에 대한 추가 제소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장동혁 대표의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 2026.2.4. 연합뉴스

아울러 당권파 위주로 구성된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운영위원들은 친한계 정성국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도 검토했다.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정 의원이 원외이자 당권파인 조광한 최고위원에게 "의원도 아닌 것이 감히"라고 막말을 했다는 이유다.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78인은 막말을 한 정 의원을 향해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오전까지 검토되던 정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는 보류됐다.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는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정 의원 제소와 관련, "전체 명의로 (정 의원에게) 공개사과 요구 성명서 냈으므로, 정 의원의 인격을 믿고 기다려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현선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장 직무대행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원의) 사과를 촉구하고 하루도 안 된 시점에서 윤리위 제소를 논의하는 건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다"고 밝혔다.

정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는 한 차례 미뤄졌지만,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가 공개 사과 요구를 전제 조건으로 건 만큼 정 의원의 향후 행보에 따라 제소가 다시 이뤄질 수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제소 건으로 국민의힘이 대형 극우 유튜브의 입맛대로 당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당원인 극우 성향 유튜버 고성국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배현진의 패륜적 페북질, 제명이 답이다'라는 영상을 올리고 "즉각 제명해야 된다. 한동훈이랑 똑같다. 문제되면 댓글 지우면 되는 줄 아냐"고 했다. 이후 일주일 만에 고 씨의 발언대로 제명까지 검토될 수 있는 윤리위 제소가 이뤄진 셈이다.

고 씨는 이날도 '패륜적 막말, 정성국을 제명하라' 영상을 통해 "정성국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감히'라는 말을 쓴 것은 판단 부재, 정치적 경량화의 증거"라면서 "정성국은 당원 전체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한다"고 하기도 했다. 정 의원에 대한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공개 사과 요구 역시 고 씨의 주장대로 이뤄지는 듯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오른쪽). 2026.1.27.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친한계 소장파에선 '극우 스피커' 역할을 하며 당권파를 지지하는 고 씨에 대해 일찌감치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한 전 대표를 제명한 데 대한 반격이기도 하다.

친한계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형동·고동진·박정훈·정성국·우재준·유용원·안상훈·김건·한지아·진종오 의원은 지난달 30일 고 씨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국민의힘 서울시당 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고성국은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당의 정강과 기본정책 및 당론에 명백하게 어긋나는 언행 및 타인에 대해 모욕적·협박적 표현을 지속적·반복적으로 행했다"며 "철저히 조사해 당헌·당규에 따라 의율해 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고 씨가 국민의힘 당사에 전두환·윤석열 사진을 걸자고 주장한 데 대해 "현재 국민들, 특히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2024년 12월 3일 계엄선포행위와 그로 인해 촉발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차기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걱정이 많다"며 "이 시점에서 내란죄로 처벌받은 두 명의 전직 대통령(전두환·노태우)의 사진을 당사에 걸자는 주장은 당을 민심에서 이반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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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금이 ‘반미자주’ 대중화의 최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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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2.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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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가면을 벗어 던졌다. ‘동맹’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 숨겨왔던 약탈자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를 제 땅인 양 휘저으며 우리 국회의 입법권까지 가로막는 오만함, 우리 국민의 혈세를 가로채고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미국 자본의 횡포, 대놓고 내정간섭을 일삼으며 관세 폭탄으로 주권 국가를 협박하는 무도함까지.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협력하는 동맹이 아니라 사나운 이빨을 드러낸 제국주의의 본색이다.

주권 침해의 수위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는 것은 실체 없는 억지지만, 유엔사의 탈을 쓴 미국이 우리 영토인 DMZ에 대해 ‘승인’ 운운하며 국회의 법안 통과를 막아 세우는 것은 실질적이고 치명적인 주권 유린이다. 우리 땅에 우리 국민이 들어가는데, 미군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이 현실은 일본의 독도 망언에 비길 바 아니다. 영토 주권과 입법 주권이 동시에 짓밟히고 있는데도 이를 묵인하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미국 자본주의의 탐욕은 우리 국민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 한국지엠(GM) 사태를 보라. 8,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받아 챙기고 부지까지 무상으로 빌려 쓰더니, 결국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물류센터와 정비소를 폐쇄하며 ‘먹튀’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 자본에 노동자는 소모품일 뿐이며, 우리 국고는 그들의 곳간을 채우는 사냥감에 불과하다.

쿠팡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중대 범죄를 수사하려 하자 미 부통령이 나서서 ‘상호 관리’를 운운하며 수사기관을 압박한다. 제 나라 기업의 불법 행위까지 비호하며 내정간섭을 서슴지 않는 것이 미국이 말하는 ‘규칙 기반 질서’의 실체다.

정치는 더 참담하다. 트럼프는 관세 25% 인상을 무기로 대한민국 국회를 향해 ‘투자법을 당장 통과시키라’며 하수인 부리듯 명령을 내린다. 나라의 최고 의결기구가 미국 대통령의 SNS 한 줄에 벌벌 떨며 조공 법안을 바치는 모습은 주권 국가의 수치다. 여기에 남의 나라 국방비를 올리라고 강박하더니, 미국산 무기를 강매한다. 내란세력을 몰아내고 국민주권 정부를 세웠지만, 한국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위기가 반미자주화 투쟁을 대중화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의 투쟁이 주로 주한미군의 천인공노할 범죄와 횡포, 한반도 전쟁 위기 조장 등 군사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면, 오늘의 투쟁은 민중의 생존권과 직결된 경제와 생활, 국민주권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내 일터가 사라지고, 내 세금이 미국 무기값으로 빠져나가며, 우리 법이 미국에 의해 무력화되는 현실을 목격하며 대중은 이미 분노를 축적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이미 일상 속에서 미국의 약탈 행각을 실시간으로 보고 느끼며 반미자주 없이는 내 삶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진리를 깨우치고 있다.

대중은 이미 준비됐다. 이제 공은 진보진영으로 넘어왔다. 미국의 제국주의 민낯이 이토록 선명하게 드러난 적은 없었다. 대중을 설득해서 투쟁으로 끌고 나오던 때는 지났다. 미국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이미 폭발했다. 진보진영은 정세의 유리함을 확신하고 자신감 있게 반미자주화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한다. 미국의 약탈 구조를 실감나게 폭로하고, 국민주권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 반미자주에 있음을 당당히 선포하자. 지금이 ‘공미, 숭미’의 사슬을 끊고, 반미자주를 대세로 만들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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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 말하던 시절 끝났다... 트럼프 '변덕' 대응은 이렇게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미국의 새로운 동맹 전략... 한미동맹의 형태도 바뀌어야

26.02.05 06:54최종 업데이트 26.02.05 06:54

2025년 11월 11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재향군인의 날 기념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해 말 미국은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이 문서는 미국이 무엇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어떤 세계 질서를 상정하며, 동맹을 어떤 틀에서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정치·외교적 방향 선언이다.

트럼프 2기 체제에서 발표된 이 NSS는 가치와 규범보다 이해관계와 경쟁을 전면에 내세웠고, 동맹 역시 공동체가 아니라 전략자산으로 다루는 시선을 분명히 했다. 동맹은 신뢰의 관계라기보다, 전략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대상으로 재정의됐다.

이어 올해 초 발표된 국가방위전략(NDS)은 그 인식을 군사 전략으로 구체화한 문서다. 여기서 미국은 동맹의 역할을 다시 정의한다. 미국이 모든 전장을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라, 동맹이 각자의 지역에서 더 많은 부담과 책임을 지는 방향이 명확히 제시됐다. 국방비, 전력 유지, 산업 기반까지 동맹의 기여 범위에 포함됐다.

두 문서를 함께 보면 하나의 흐름이 드러난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질서를 주도하겠지만, 그 비용과 위험을 혼자 떠안겠다는 생각에서는 멀어졌다. 동맹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역할과 부담을 분명히 따져야 하는 관계로 재정의됐다.

"누가 전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가"

2022년 3월 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고렌카에서 영토방위대원인 한 시민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집 뒷마당에서 얼굴을 닦고 있다.AP=연합뉴스

한국의 방위 전략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을 혈맹으로 규정해 왔지만, 이제 미국은 그러한 정서적 언어에 더 이상 전략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트럼프식 동맹 인식에서 과거의 희생과 연대는 설득의 근거가 되지 못하며, 협상력을 높이는 자산으로도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호소는 변화된 조건을 읽지 못한 낡은 언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지만, 동맹을 대하는 태도는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다. 트럼프식 외교는 예측 가능성을 전략자산으로 보지 않고, 불확실성 자체를 협상 도구로 활용한다. 동맹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조건이 맞으면 거래하고 아니면 압박하는 상대가 된다.

이 변화는 연인 관계에 비유할 만하다. 과거의 관계가 믿음과 절개에 기반했다면, 지금은 조건이 맞을 때 유지되는 계산의 관계다. 이런 환경에서는 신뢰를 호소하기보다, 계속 만나고 싶게 만드는 조건이 필요하다.

상대가 변했고, 그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조건이 됐다. 그럼에도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면, 과거의 언어와 방식에 머물 수는 없다. 변화를 인정하고 관계의 조건을 다시 설계하느냐, 아니면 감정에 기대다 선택의 대상에서 밀려나느냐만 남았다.

이 같은 변화는 추상적인 가정이 아니다. 한국의 대미관계는 필수적이지만, 그 관계가 자동 개입이나 무조건 헌신 위에 놓여 있다고 기대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변화된 조건 속에서 한국이 어떤 설득력을 보여줄 것인가다.

이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 국방전략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이 오늘날 전쟁을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고 관리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군사 지원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과 비용 평가의 대상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현대전의 승패가 미국 수준의 최첨단 무기를 누가 더 많이 보유하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밀한 무기는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있지만, 전쟁을 끝내지는 못한다. 전선에서 더 자주 작동하는 것은 포탄과 보급, 수리와 생산, 그리고 소모된 전력을 얼마나 빨리 다시 채울 수 있느냐라는 문제다.

이 점에서 2024년 9월 발행된 미국 의회의 보고서(CRS "Defense Production for Ukraine")는 솔직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국방산업 구조 자체가 고강도 장기전에 맞게 설계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냉전 이후 방산기업의 통합과 생산라인 축소, 저강도 분쟁 중심의 전략 사고가 누적되면서, 대규모 소모전을 감당할 산업적 체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로 155밀리미터 포탄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증산 속도와 납기, 공급망 병목은 여전히 전략적 부담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미국은 전쟁을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동원'의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를 보충하는 동시에, 미국 내 재고를 채우고, 동맹과 함께 글로벌 생산 능력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관리하고 있다. 미 의회가 강조하는 것은 "누가 더 많이 도와줬는가"가 아니라, "누가 전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가"다.

새로운 한미동맹의 방향

2025년 8월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지점에서 한미 간 역할 분담의 논리는 더욱 분명해진다. 지금까지처럼 군사력의 주종 관계를 전제로 동맹을 설명하는 방식은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는다. 전쟁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에 맞춰, 각자가 잘할 수 있는 기능을 분담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이 강점을 갖는 영역은 핵 억제와 확전 통제, 그리고 전략자산 운용이다. 이 힘은 최후의 단계까지 상황이 치닫지 않도록 막는 장치로 작동한다. 실제로 사용되지 않더라도, 존재 자체만으로 위기 계산을 바꾸는 억제 효과를 낸다.

반면 한국이 설득력 있게 맡을 수 있는 영역은 전쟁을 버티는 힘이다.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을 압도하는 군사력과 축적된 방위산업 역량은, 단순한 방어 수단을 넘어 외교적 협상력을 뒷받침하는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듯, 승패를 가르는 것은 단발의 성능이 아니라 소모된 전력을 얼마나 빠르게 다시 채울 수 있는 능력이다. 물량은 전쟁을 지속시키고, 정밀은 전쟁의 결과를 바꾼다. 양과 질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다. 이때 핵심은 탄약과 부품의 비축, 수리와 보급 체계, 전시 생산 전환 능력, 공급망의 내구성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동맹을 '의존의 대상'이 아니라 '전쟁 지속 능력을 함께 구성하는 파트너'로 재정의하고 있다. 공동 생산, 표준화, 납기 조율, 공급망 분산이 새로운 동맹의 언어가 됐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방위산업은 단순한 수출 산업이 아니라, 동맹 전체의 전쟁 지속 능력을 떠받치는 핵심 자산으로 재정렬될 수 있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전쟁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피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냉정하게 계산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트럼프식 협상은 가치나 의리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와 거래 조건에 반응한다.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군사적 모험이 아니라, 협상 환경에서 억제력을 높이고 부담을 관리할 수 있는 현실적 지렛대다.

이 역할론은 미국의 구조적 부담을 겨냥하는 동시에, 미국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방식이다.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워진 전쟁의 지속 비용을 줄여주고, 동맹 전체의 준비 태세를 높이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방위비 인상이나 일방적 압박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변덕스러운 동맹 환경에서 전쟁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방어적 협상 전략이 되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한미동맹의 방향은 명확하다. 미국은 전쟁을 억제하는 힘을 제공하고, 한국은 전쟁이 길어질 경우 버티는 힘을 제공하는 분업 구조다. 이 분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구호가 아니라 숫자와 체계로 증명돼야 한다. 연간 생산량, 비축 일수, 수리 회전율, 전시 전환 시간 같은 구체적 지표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더 이상 '손해를 본다'는 프레임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한국이 동맹 안에서 설득력 있는 역할을 제시할 수 있는 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방향을 이미 현실로 보여줬다.

#임상훈의글로벌리포트 #한미동맹 #우크라이나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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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년 만의 귀향, "하르방, 이제 고향 제주서 펜안햅써"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7구 가족 품으로...

  • 기자명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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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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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2.0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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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가 3일 오후 3시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유족이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의 유골함에 이름을 붙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유해로만 남아 있던 희생자의 이름을 찾았습니다. 이제 유족 대표는 그 이름을 달아주십시오."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7구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되어 유가족에게 인계됐다. 대전 골령골 발굴유해 3구(강두남․김사림․양달효), 경산 코발트광산 발굴유해 2구(송두선.임태훈), 제주공항 남북활주 인근 발굴유해 2구(강인경.송태우)에서 확인됐다.

이중 제주도 외 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된 희생자 5명의 유해는 지난 2일 세종시 추모의집에서 행정안전부로부터 유해를 인계받고,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화장한 후 김포발 항공기를 통해 3일 오후 2시경 제주국제공항으로 돌아왔다. 

이날 제주국제공항에서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직접 유해를 영접하고, 고향 제주로 돌아온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제주도가 아닌 도외 지역에서 발굴된 4·3희생자의 유해가 제주로 봉환한 것은 2023년 故 김한홍 씨(대전)와 2024년 故 양천종(광주) 씨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경산 코발트 광산에서 발굴된 유해에서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대전 골령골과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발굴된 유해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를 봉환하고, 제주공항에서 발굴돼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를 함께 추모하며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3일 오후 3시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진행된 봉환식과 보고회에는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해 오영훈 제주도지사,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 장동수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장,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및 4·3 관련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 장동수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장,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등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오영훈 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지난 역사의 어둠 속에서 오랜 세월 이름 없이 잠들어야 했던 제주4·3 영령들의 명복을 기원한다"고 말한 뒤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영겁의 세월을 눈물로 보냈을 유족 한 분 한 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확인의 열쇠는 방계 8촌까지 가능한 유족 채혈 참여"라며 "제주도는 단 한 분의 희생자라도 끝까지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주4·3평화재단과 함께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 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장동수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장 대독), 이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도 추도사를 통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또한 박연술 무용가는 진혼무로, 오승국 시인은 '뻐의 노래'라는 제목의 헌시로 추모에 동참했다.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박연술 무용가가 진혼무를 추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박연술 무용가가 진혼무를 추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유가족들은 그동안 못했던 가슴 속의 말을 전하자 장내는 더욱 숙연해졌다. 故 강두남의 손자 강수철 씨는 "77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이름 없는 영혼으로 타향의 차가운 골짜기,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 불리는 골령골에서 홀로 얼마나 외롭고 추우셨습니까. 저희 곁으로 돌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고향 제주에서 편안히 잠드십시오."라고 말했다. 

강두남(당시 25세)은 제주읍 연동리 출신으로 1948년 10월경 한라산에서 피난 생활 중 가족과 소식이 끊겼다. 조사 결과 1949년 7월경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6·25전쟁 발발 직후 대전 골령골 집단학살로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되어왔다. 고인의 유해는 2021년에 대전 골령골 1학살지 B구역에서 수습됐다.

故 김사림의 손자 김남훈 씨는 "어제 아버지와 저는 76년 만에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백발이 된 아들인 아버지는 할아버지 앞에서 지난 효도를 못한 불효의 자식으로서 흐느껴 우셨습니다. 이제 다 같이 우리 집으로 돌아가 할머니 곁에서 영원히 평안히 주무십시오."라고 전했다. 제주읍 이호리 출신인 김사림(당시 25세)은 한라산에서 피난 생활 중 1949년 2월경 주정공장수용소에 수감된 이후 형무소로 끌려갔다는 소문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조사 결과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일어난 집단학살로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고인의 유해는 2021년에 대전 골령골 1학살지 A구역에서 수습됐다.

故 양달효의 아들 양계춘 씨는"저는 79년 만에 아버지를 어저께 만났습니다. 아버지가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도 모른 채 살아왔는데 오늘 이렇게 얼굴을 찾아뵙게 되어 얼마나 반갑습니까. 이제는 아버지가 고향 제주도까지 왔으니까 하늘나라에서 어머님과 만나 편안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제주읍 도련리 출신인 희생자 양달효(당시 26세)는 1948년 6월경 행방불명됐다. 이후 주정공장수용소에 수감됐다는 얘기를 듣고 한 차례 면회한 것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조사 결과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대전 골령골 집단학살로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해 왔다. 고인의 유해도 2021년에 대전 골령골 1학살지 A구역에서 수습됐다.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 모셔진 7위의 유골함.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7구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되어 유가족에게 인계됐다. 유족들이 유골함을 들고 봉안관으로 가기 위해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7구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되어 유가족에게 인계됐다. 유족들이 유골함을 들고 봉안관으로 가기 위해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故 송두선의 손자 강준호 씨는 "아무 죄 없이 희생되신 가족을 이제라도 찾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이름을 되찾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르방 고향에 왔수다, 펜안햅써."라고 말했다. 송두선(당시 29세)은 서귀면 동홍리 출신으로 1949년 봄 경찰에 연행된 이후 행방불명됐다. 1949년 7월경 대구형무소에 수감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6·25전쟁이 발발 후 경산 코발트광산 집단학살로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되어왔다. 고인의 유해는 2008년에 경산 코발트광산 수평갱도에서 수습됐다.

故 임태훈의 딸 임진옥 씨는 "얼굴도 모르지만, 많이 그립고 보고 싶고 목놓아 불러보고 싶은 아버지입니다. 그래도 제가 살아있을 때 시신이라도 모시게 되어서 참으로 기쁘고 감사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애월면 소길리 출신인 임태훈(당시 20세)은 1948년 12월 경찰에 연행된 이후 행방불명됐다. 

조사 결과 목포형무소에 수감됐다가 대구형무소에 이감된 사실이 확인됐다. 유해가 발견된 경산 코발트광산 집단학살로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의 유해도 2008년에 경산 코발트광산 수평갱도에서 수습됐다.

故 강인경의 외손자 고남영 씨는 "차가운 공항 활주로 아래에 계시던 할아버지를 기적처럼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저희 가족의 간절한 채혈과 유전자 감식 덕분이었습니다. 핏줄의 이끌림이 긴 세월을 돌아 마침내 할아버지를 가족의 품으로 인도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미력한 힘이나마 동료 유족들이 시신을 찾는 데 힘을 보탤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라고 말했다. 강인경(당시 46세)은 한림면 상명리 출신으로 1950년 6·25전쟁이 발발 후 경찰에 연행된 후 행방불명됐다. 

모슬포 탄약고에서 희생당했다고 알려졌으나, 유해는 2009년에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서북편에서 발굴됐다.

故 송태우의 아들 송승문 씨가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故 송태우 씨의 어린 시절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故 송태우의 아들 송승문 씨가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故 송태우 씨의 어린 시절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故 송태우의 아들 송승문 씨는 "1949년 군사재판으로 사형 언도를 받고 총살된 아버지를 저는 77년 동안 찾지 못했습니다. 포기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두 아들과 손자들이 채혈에 참여하면서 결국 아버지를 찾게 되었습니다. 채혈과 유전자 감식에 애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제주읍 오라리 출신인 송태우(당시 17세)는 1948년 11월 한라산에서 피난 생활 중 토벌대에 의해 연행된 후 바다에 수장됐거나 제주공항에서 희생되었다는 등 전언만 있었으나, 유해는 2009년에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북편에서 발굴됐다.

희생자의 신원확인은 직계 유족은 물론 방계 유족의 적극적인 채혈 참여를 통해 이뤄졌다. 김사림·임태훈의 경우 조카의 채혈 참여가, 강두남·강인경·양달효·송두선·송태우의 경우 손자와 외손자의 채혈이 결정적이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측은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확인을 위해서는 직계와 방계를 아우르는 8촌(조카, (외)손, 증손 등)까지의 가족 단위 채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보다 많은 유족의 채혈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채혈에 참여해주길 당부했다.

이번 신원확인으로 4·3희생자 중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이는 제주도 내 147명, 제주도 외 7명을 아울러 총 154명으로 늘어났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가족도 없는 타지에서 70여 년간 영문도 모른 채 잠들어 있던 행방불명 희생자 5명의 유해를 최고의 예우로 고향 제주로 봉환하기 위해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과 신원확인된 유족 대표 등 22명으로 유해인수단을 꾸렸다. 유해인수단이 5명의 유해를 모시고 제주공항에 도착하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유해 영접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가족도 없는 타지에서 70여 년간 영문도 모른 채 잠들어 있던 행방불명 희생자 5명의 유해를 최고의 예우로 고향 제주로 봉환하기 위해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과 신원확인된 유족 대표 등 22명으로 유해인수단을 꾸렸다. 유해인수단이 5명의 유해를 모시고 제주공항에 도착하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유해 영접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마치고 유골함을 봉안관에 봉안하기 위해 제주4·3평화교육센터를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마치고 유골함을 봉안관에 봉안하기 위해 제주4·3평화교육센터를 나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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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투쟁으로 번진 합당 내홍…당권 경쟁 얽히며 전선 확대

최하얀기자

수정 2026-02-04 09:30등록 2026-02-04 05:0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국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당헌개정의 건(1인1표제)이 통과된 뒤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조국혁신당과 합당 여부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이 권력투쟁 양상으로 번지며 여권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합당이 불러올 당내 세력 균형의 변화를 의식해 차기 당권 주자와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를 노리는 중진, 지역구 상황에 민감한 현역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하며 사생결단식 대결을 펼치는 탓이다. 당의 원로와 중진, 정치 전문가들은 개인적 진로나 권력 확장을 염두에 둔 ‘공학적 접근’ 대신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한 세력 통합’에 초점을 맞춰 생산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3일 합당 논의에 반대하는 강득구 최고위원과 일대일로 만나 의견을 들었다. 전날 이언주·황명선 최고위원을 만난 데 이어 이날까지 ‘반정청래 3인방’과 모두 개별 접촉을 한 셈이다. 합당에 가장 격렬하게 반발하는 이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정 대표에게 전날 ‘이재명 대통령 임기 초 합당 추진은 에너지 소모이며, 논의를 중단하고 선거와 민생에 주력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황 최고위원은 ‘합당 수임 기구를 만들어 합당 논의와 실무 준비를 맡기되, 본격 논의는 지방선거 뒤로 미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정 대표 쪽에 거듭 전달했다고 한다.

‘합당 제안을 했을 뿐, 최종 결정은 당원들이 하는 것’이라던 정 대표가 ‘반합당파’를 직접 만난 것은 합당 반대론이 당내에서 점차 조직화·세력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원 여론에선 찬성 의견이 60~70%로 앞선다며 자신감을 가졌지만, 갈등이 장기화되고 목소리 큰 의원들이 당내 논쟁을 주도하면서 결과를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고 본 것이다.

이날도 경기도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한준호 전 최고위원이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지방선거 이후에 해야 한다”고 했고, 당내 친이재명계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는 합당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전 당원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합당 찬성파와 반대파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자 당 중진 그룹을 중심으로 갈등 중재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중앙위원회 당헌개정의 건(1인1표제)가 통과된 후 기자간담회를 하며 조승래 사무총장, 박수현 수석대변이과 이야기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그동안 의견 개진을 자제해온 진성준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당 지도부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고, 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준비하는 박지원 의원도 중진 간담회를 열자고 판을 깔았다. 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중진들이 나서 불도 끄고 싸움도, 충돌도 막아야 한다”고 썼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보완수사권 등 검찰개혁 논의나 장기적인 증시 활성화 대책 논의 등이 뒷전으로 밀렸고,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관련 고강도 메시지를 내보내는데 여당은 그저 구경만 하는 듯한 상태”라며 “넉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까지 무엇으로 득점 포인트를 쌓을지, 합당 찬반 어느 쪽이건 차분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논의를 생산적으로 이끌어갈 책임은 정 대표에게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정 대표가 합당을 기습 제안하는 순간 논의가 꼬여버렸다. 이 상태면 합당에 이르는 단계마다 갈등이 표출되게 돼 있다”며 “예측 가능한 조직 내 논의 절차를 거쳐 상황을 풀어가지 않으면 찬반 진영의 ‘동원 경쟁’이 과열되고 이렇게 되면 지방선거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고 말했다. 임채정 민주당 상임고문은 “정치공학적 접근을 내려놓고 국민적 지지를 받아가며 합당 논의를 하길 바란다”며 “특히나 후유증이 남지 않는 논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최하얀 김채운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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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함정' 빠진 모잠비크 천연가스…기후에 독인가 약인가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⑧ 기후 영향 조사 : 가스 탄소 배출, 결코 과소평가 못해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6.02.04. 05:31:30

천연가스 개발 사업은 모잠비크에 기후·환경적인 피해를 남기진 않을까. 그동안 에너지 업계는 천연가스는 석탄에 비해 '깨끗한 에너지'라고 밝혀 왔다. 최근엔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쌓이고 있다. 환경적 측면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자원의 저주, 모잠비크 연재 바로가기 ☞ : 클릭)

모잠비크는 분쟁뿐 아니라 기후 난민 문제도 심각하다. 적도에 가까운 모잠비크 중·북부는 사이클론 영향권이다. 2019년엔 시속 200㎞(킬로미터)가 넘는 이다이와 케네스가 한 달 터울로 상륙해 40만 명 넘는 이재민을 낳았다. 지난해에도 시속 225㎞의 치도를 시작으로 3개 사이클론이 연이어 발생해 주민 35만 명이 피난을 떠났다고 추정된다.

기온은 2050년까지 10년마다 약 0.31℃씩 상승한다고 예측된다. 건기는 길어지고 총 강수량은 줄 것으로 보인다. 극한 호우, 극한 가뭄 등 극한 기상 현상도 늘고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모잠비크의 해안선은 약 2500㎞인데, 해수면은 상승 중이다. 대부분 인구가 환경 변화의 직격타를 받는 농·어업 종사자다.

동시에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카부델가두 해상 가스전이다. 그런데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신규 화석연료 개발 중단을 권고한다. 기존 화석연료 설비도 조기 폐쇄해야 '1.5도 경로'를 지킨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구 평균 기온은 2024년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55°C 상승을 기록했다.

가스전 참가 기업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에너지 인프라를 스위치 끄듯 하루 새 바꿀 수 없으며, LNG는 에너지 전환의 '가교'라고 밝혀 왔다. LNG가 석탄보다 20~50%가량 탄소배출량이 적다는 입장이다. 또한 탄소 포집 등의 기술 발전을 통해 탄소배출을 더 많이 억제할 수 있다고 본다.

'LNG 당장 중단'과 'LNG 계속 개발' 주장이 양립하고 있다. 카부델가두 가스전을 둘러싼 기후 영향 논쟁을 조사했다.

▲2019년 3월 10일 사이클론 이다이 위성사진. 왼쪽의 대륙이 모잠비크 북부 해안이다. (NOAA-20 극궤도 위성 촬영) ⓒNOAA

가스 탄소배출량 규모, 아직 몰라

가스가 석탄보다 탄소배출량이 적다는 주장은 논쟁적이다. 관측치와 독립적인 자료로 이를 반박하는 연구가 늘고 있다. 천연가스는 알려진 만큼 탄소 배출이 적지 않고, 메탄 배출까지 고려하면 석탄보다도 탄소배출이 많다는 연구다.

2024년 미국 셰일가스 채굴의 탄소배출량을 연구한 로버트 하워스 코넬대학교 생태학 교수는 "LNG가 석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33% 더 많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LNG 효용을 주로 강조하는 에너지 업계 보고서와는 크게 세 부분이 달랐다. 연구는 △가스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을 검토했고 △'실측' 데이터를 주로 썼으며 △'메탄'의 기후 영향력을 더 높게 반영하는 지수를 활용했다.

가스 생산은 채굴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하에서 채굴된 가스는 보통 파이프라인을 타고 육상 터미널로 운반돼 액화처리된다. 기체는 부피가 크므로, -160℃에서 냉각해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든 액체 LNG로 만든다. LNG 수송선은 이를 전 세계 소비지의 LNG 수입 터미널로 운반한다. 도착한 LNG는 저장탱크에 보관되고, 이를 가정이나 발전소에 공급할 땐 다시 기체로 만드는 '재기화'를 거쳐 가스관으로 보낸다.

이 운송부터 소비까지의 모든 과정이 대부분의 기업 보고서에서 누락된다. LNG 전 과정 배출량 중 약 80~95%를 차지하는 규모다.

모잠비크 4개 LNG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도 모두 이를 제외했다. 예로, 모잠비크 LNG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연간 1300~1800만 톤(CO₂e)으로 계산됐다. 사업 수명 25년간 4억 5000만 톤이다. 반면, 전 과정을 검토한 영국 수출금융청은 8억 500만 톤을 예상했다. 영국 신경제재단과 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공동연구에서 33억~45억 톤이라고 분석했다. 수출금융청은 기업 제출 자료에 근거했고, 신경제재단 등은 일부 논문의 엄격한 방법론을 택해 값 차이가 크다.

숫자 함정

'원자료 오염' 쟁점도 있다. 하워스 교수는 연구에 미국 환경보호청(EPA) 자료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는 선행 연구의 관측 자료를 활용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 EPA 추정치는 석유·가스 산업이 EPA에 보고한 수치만을 기반으로 하며, 독립적인 검증이 전혀 없다"며 "산업계는 배출량을 과소 보고할 명백한 유인이 있다"고 밝혔다. 또 "독립적인 선행 연구와 비교하면, 이 수치가 최소 2.5배, 많게는 5배까지 낮게 보고 된 걸 알 수 있다"며 "국제에너지기구는 정부의 인벤토리(배출량 장부)의 메탄 배출량이 실제보다 최소 1.7배 과소평가됐다고 보고한다"고 밝혔다.

단적인 예가 '메탄 유출'이다. 가스의 전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메탄이 새어 나가는가'의 문제다. 빈틈은 많다. 가스를 채굴할 때, 설비 결함으로, 저장소를 옮길 때, LNG를 연소할 때 등이다. '메탄 슬립'도 주요 현상이다. 발전소나 소비지, LNG운반선 등이 LNG를 연료로 사용할 때, 일부 메탄이 연료로 쓰이지 않고 대기로 빠져나가는 유출이다.

코랄 노르떼 환경영향평가의 메탄 누출률은 0.1~0.5%다. 모잠비크LNG는 0.2~0.5%를, 로부마 LNG는 0.23~0.29%라고 누출률을 평가했다. 반면, 하워스 교수는 연구에서 2.8%라고 분석했다. 셰일가스 생산지와 운반선 등의 인공위성 및 항공기 실측 자료를 활용한 결과다. 업계에선 최신 기술이 적용된 신식 운반선은 메탄 슬립을 크게 줄였다고 주장해 왔으나, 하워스 교수는 실제 운항 데이터상 여전히 상당량의 메탄이 배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잠비크 LNG 단지가 들어서는 아푼기 반도와 2022년부터 가스가 생산되는 해상의 코랄 술 가스전 모습. 오른쪽은 2026년 1월 16일 해상에 떠 있는 FLNG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했다. (유럽항공청 Sentinel-2 L2A) ⓒ프레시안(손가영)

▲코랄 술 가스전 해상에 떠 있는 FLNG. 육상 LNG터미널처럼 가스 액화·처리 공정이 바로 해상에서 진행된다. ⓒEni

귀에 걸면 귀걸이 '메탄'

메탄의 기후영향을 평가하는 방법도 쟁점이다. 메탄은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보다 복사강제력(온실효과)이 훨씬 강하다. 다만 이산화탄소는 수백 년 존속하고 메탄은 평균 12.5년 존속한다.

이때 '메탄이 O년 동안 이산화탄소보다 얼마나 지구를 데울까'를 보는 지구온난화지수 GWP가 있다. 기준 시간이 100년이면 GWP100, 20년이면 GWP20이다. 메탄의 GWP100은 30, GWP20은 80이다. 배출 후 100년 동안 메탄의 총 영향력은 이산화탄소의 30배이고, 20년 동안은 80배란 뜻이다.

대부분의 정부와 기업은 GWP100을 쓴다. 하워스 교수는 GWP20을 연구에 썼다. 단기적으로 영향력이 막강한 기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표준 통계에 GWP20을 써야 한다는 건 과학계에서 매우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라며 "미국 뉴욕주는 2019년 기후 관련 법(CLCPA)에 메탄의 영향력 평가할 때 GWP20을 쓰도록 정했다"고 밝혔다.

하워스 교수는 "IPCC에 따르면, 산업화 시기 대비 지금까지 온실효과의 30%는 메탄 때문인데 GWP100을 쓰면 이 영향을 크게 과소평가하게 된다"며 "석유·가스 산업은 계속 GWP100을 사용하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부도 이를 유지한다"고 지적했다.

더 근본적으로 그는 "전 세계의 천연가스를 개발·처리·수송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메탄이 배출되는지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는 아직 부족하다"며 "미국은 10년 이상 많은 독립 과학자들이 집중 연구해 온 덕분에 이 배출률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에선 이런 연구가 훨씬 부족하다"며 "거의 모든 정부의 공식 추정치는 실제보다 낮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10월 22일 모잠비크 환경단체 JA!의 케테 푸모 활동가가 한국을 방문해 가스전 사업의 인권·기후 피해 영향 문제를 발표했다. ⓒ프레시안(손가영)

자료 없다→위험 낮다?

4개 LNG 사업 환경영향평가의 생태 피해 영향을 보면 대부분 '낮음' 이나 '중간'이다. 그러나 지구의 벗 등 9개 환경·기후 단체는 지난해 4개 사업지 환경영향평가를 분석한 <True Risk(숨겨진 진짜 위협)> 보고서를 내면서, 운영사들이 '기초 자료의 공백'을 '위험하지 않다는 결과'로 둔갑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업지 내 어종, 심해 어종, 암초 지형, 조류·파충류 등 육상생물 다양성, 인근 맹그로브숲 등에 대한 전문가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발 탐사 때 운영사들이 작성한 2차 자료가 쓰였거나, 조사가 누락됐다. 또, 해양 포유류들이 설비 음향 때문에 입을 피해나, 플랜트 폐수 방류 등의 영향은 단순히 '포유류들이 음향 오염을 피할 것'이라고 가정되거나 '무시할 수 있는 단기적 영향'이라고 평가됐다.

이들은 아직 충분한 연구 결과가 쌓이지 않은 쟁점도 '위험하지 않다'고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예로 들면 채굴 설비나 배관에서 나오는 가스 응축액의 독성 오염 피해다. 전 세계를 오가는 운반선이 배출할 평형수의 위험도 구체적인 근거 없이 '낮다'고 평가됐다. 지구의 벗 등은 평형수 때문에 외래침입종이 해양에 유입돼 생태계가 교란될 위험은 충분하다며 이를 "심각한 오류"라고 썼다.

부실 보고 의혹도 제기됐다. 2022년부터 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코랄 술의 운영사 에니(Eni)는 해상 설비가 최신 공법으로 설계됐기에 정상 가동 중엔 '플레어링' 현상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플레어링은 안전 등의 문제로 가스 설비에 남아 있는 가스를 태워서 수직 불꽃을 배출하는 현상이다. 약 2~10%의 메탄이 타지 않고 배출될 수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단체 르커먼(ReCommon)이 2022~2023년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총 7억 3300㎥ 가스가 태워졌고, 이에 따라 21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고 밝혔다. 에니는 2024년 주주총회에서 "초기 테스트 단계와 가끔 일어나는 시스템 재가동에 국한된 현상"이라고 답했다. 르커먼은 가동 후 초기 '6개월간'의 플레어링 만으로도 모잠비크 연간 탄소 배출량의 11.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코랄 술 FLNG의 플레어링 현상으로 추정되는 열 이상 신호 위성 사진. 플레어링은 다량의 메탄을 배출한다. 이탈리아 환경단체 ReCommon으로부터 위성 사진 검토를 의뢰받은 Placemarks가 분석했다. ⓒReCommon

영국 대법원 '모든 탄소배출량 공시'

천연가스 생산을 억제해야 한다거나, 기후 영향을 엄격히 평가해야 한다는 권고는 국제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영국 대법원은 2024년 6월 서리(Surrey) 카운티의 한 석유 시추 확장 사업 취소를 요구한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주며, 가스 운송부터 소비까지의 막대한 탄소배출량을 환경영향평가에서 누락하는 건 법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부터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0)를 위해 새로운 가스 인프라를 개발해선 안된다'고 권고해왔다.

이와 관련 <프레시안>은 모잠비크LNG 주 운영사인 토탈에너지에 가스 전 과정에 대한 탄소배출량과 파리협정 의무 준수에 대해 서면으로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LNG 운반선 수주 계약을 앞둔 삼성중공업과 HD현대삼호에 관련 기후 영향 평가와 신규 화석연료 개발 참여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으나, "모잠비크LNG 사업 관련해선 답할 내용이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관련 육상 플랜트 시공에 참여하는 대우건설은 환경영향평가와 관련 "사업 전제조건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사업주(토탈) 측에서 수행했고, 그 결과를 확인해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당사는 2022년 사내 ESG 체계를 확립하고 탄소중립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수출 사업에 금융 지원을 하는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1년 4월 정부의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 중단 선언 이후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신규 승인을 중단해 왔다"며 "향후 친환경분야 금융지원 확대 등 탈탄소 노력에 동참하는 동시에, 한국의 산업 경쟁력 및 신재생에너지 전환 소요 기간 등도 감안해 우리 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잠비크 4광구에 투자하는 한국가스공사에도 해당 사업 기후환경 영향 실사 내용과 신규 화석연료 개발 참여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서면으로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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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 확대… 대미 의존 벗어나기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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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국방

  • 입력 2026.02.04 08:30

  • 수정 2026.02.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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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트럼프 맞서 무역 다변화 · 자주국방 추진

미ㆍ중ㆍ러 규칙 기반 세계 질서 무시 따라

민주주의 중견국들 '유라시아 블록' 구상도

잠재력서 미ㆍ중ㆍ러 능가…문제는 '단결 부족’

미 신뢰 상실땐 자체 핵 억지력 보유 나설 수도

부트 "트럼프 위협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 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나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길 원한다. 그린란드는 52번째 주가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53번째 주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사교모임 알팔파 클럽의 비공개 연례 만찬 연설에서 "우리는 그린란드를 침공하지 않고 구매할 것이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1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정‧재계 거물들이 참석하는 이 클럽에선 전통적으로 다양한 농담들이 오갔던 만큼 트럼프의 이번 발언도 '농담성'일 수도 있지만, 작년 1월 백악관 복귀 이후 캐나다 51번째 주 발언과 그린란드 합병 발언을 반복했던 터여서 예사롭지 않다. 특히 베네수엘라를 불법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 기소한 뒤 베네수엘라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한 적도 있어 그의 이날 발언이 단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백악관 부비서실장 댄 스카비노와 국무부 에린 엘모어 국장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6. 02. 01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캐나다, 그린란드, 베네수엘라

미국의 51, 52, 53번째주로 만들고파"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면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부르고 고율 관세로 위협해 누구보다 가까웠던 양국 관계를 역사상 최악의 국면으로 내몰고 있다. 이에 참다못한 카니 총리가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힘'에 의한 일방주의와 약육강식 질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중견국들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국제 질서의 구축을 호소하고 나서 엄청난 반향을 불렀다.

카니는 연설에서 "우리는 전환이 아닌, 파열의 한복판에 있다"며 "지난 20년 금융, 보건, 에너지, 지정학 분야에서 터진 일련의 위기들은 극단적 글로벌 통합의 리스크를 드러냈고, 더 최근에는 강대국들이 경제 통합을 무기로, 관세를 지렛대로, 금융 인프라를 강압으로, 공급망을 착취할 취약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들은 무력하지 않다...인권 존중, 지속 가능한 발전, 연대, 각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라는 우리의 가치를 포괄하는 새 질서를 구축할 역량이 있다"면서 "중견국들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식탁에 앉지 않으면 메뉴로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월 1일 중국 톈진의 메이장 컨벤션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 기구(SCO) 정상회의 2025를 앞두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환담을 하고 있다. 2025.9.1. 로이터 연합뉴스

"초강대국 미ㆍ중ㆍ러, 규칙 기반 질서 무시"

민주주의 중견국들의 '유라시아 블록" 제안

이에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외교정책 분석가인 맥스 부트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초강대국이 될 수 있는 세력을 소외시키고 있다'란 2일 자 워싱턴 포스트 칼럼에서 '중견국 연대'를 호소했던 카니의 다보스 연설을 언급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조한다면, 글로벌 균형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동조하고 나섰다.

부트 연구원은 초강대국들이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무시하는 최근의 사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뿐 아니라, 트럼프 미 행정부의 그린란드 합병 위협과 유럽, 한국, 일본 등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 대한 고율의 징벌적 관세 등을 들었다.

카니의 호소의 연장선에서 부트는 "강력한 중견국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거의 무한하다"며 동서양의 민주주의 중견국들이 참여하는 '유라시아 블록'을 제안했다. 그 대상으로 미국의 동맹인 나토 회원국들(유럽과 캐나다),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거대 민주주의 국가들인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 대만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관점엔 강력한 중첩이 있다. 이들 나라가 함께 행동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초강대국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부트가 보기에, 이 '유라시아 블록'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인구 약 9억 명, 국내총생산(GDP) 39.5조 달러, 국방비 8300억 달러, 병력 310만 명이다. 미국의 인구 3억3800만 명을 압도하고 GDP 31조 달러를 넘어서며, 국방비도 올해 미국의 85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중국의 경우 인구가 더 많지만 다른 모든 부분에서 뒤처져 있고, GDP는 유라시아 블록의 약 절반 수준이다. 러시아는 훨씬 더 뒤처져 있으며, GDP 2.5조 달러에 불과하다. 세계를 '삼분'하려는 미‧중‧러에 견주어 볼 때 잠재력 면에선 또 다른 초강대국의 체급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 01. 20 [AFP=연합뉴스]

유라시아 블록, 잠재력서 미ㆍ중ㆍ러 능가

유일한 문제는 중견국들 간의 '단결 부족'

이는 어디까지나 잠재력이고, 실현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부트는 이런 방향으로 가는 데 중견국들을 가로막는 유일한 요인으로 '단결의 부족'을 꼽았다. 러시아, 중국, 미국은 모두 단일 국가인 데 비해,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는 32개국, 유럽연합(EU)은 27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유럽의 자원은 느슨하게 결집해 있을 뿐이며,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과 조율도 거의 없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 역시 미국과 동맹으로 연결돼 있지만 서로 간에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지정학적 현실이 곧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들 나라가 더 광범위한 협력 속에서 행동할 수 있도록 취할 작지만 실질적인 조치들이 있다"고 썼다.

'작지만 실질적인 조치들'과 관련해 그는 ▲ 영국의 EU 재가입 ▲ 정신적으로는 유럽의 일부인 캐나다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허용 ▲ 헝가리나 슬로바키아 같은 소국들의 의사 결정 방해를 막기 위한 '만장일치 폐지' ▲ 나토의 세계화 또는 아시아판 나토 창설로 이어질 유럽‧호주‧일본‧한국 간 새로운 '쿼드(4자)' 대화체 창설 ▲ EU의 '유럽군' 창설 노력 등을 제안했다. 현재 노르딕-발틱 8개국인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스웨덴이 추진 중인 '국방 통합' 작업이 그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봤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한 유럽 지도자들. 1월 6일 베를린에서 촬영.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총리,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이들은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의 북극 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언급하자 덴마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주권, 영토 보전, 그리고 국경 불가침은 "보편적인 원칙이며, 우리는 이를 수호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6.1.6. AFP 연합뉴스

서방국들, 대미 의존도 낮추고자 동분서주

경제무역 다변화, 자주국방 역량 구축 모색

관세와 군사 행동 등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제국주의 위협에 특히 동맹인 서방 국가들은 미국 아닌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적극적으로 다변화를 시도하며 대미 의존도를 낮추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EU는 인도, 남미 5개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캐나다는 다소 제한적이긴 하지만 중국, 카타르와 무역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합의는 캐나다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트럼프의 위협을 불렀다.

부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EU 사이에 다리를 놓아 15억 인구의 새로운 무역 블록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했던 카니 총리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간 무역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더 많다"고 했다.

국방 분야에서도 이들 유라시아 국가가 대미 의존 축소 차원에서 국방 역량을 확대하는 게 급선무라고 부트는 지적했다. 물론 트럼프의 압박 등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유럽의 국방비 지출은 지난 10년간 약 두 배로 늘어났으며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그는 "조만간 한 독일 기업은 미국 전체보다 더 많은 155mm 포탄을 연간 생산하게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3 연합뉴스

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 대미 의존 탈피?

"트럼프 위협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하다"

이 대목에서 부트는 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 확대를 대미 의존 탈피 측면에서 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유럽은 선진적인 방위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한국의 공장에도 크게 의지하고 있다"며 "폴란드는 한국산 탱크, 자주포, 전투기를 구매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는 1월 30일 한국 다연장 로켓포 구매에 20억 달러를 쓰기로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캐나다는 미국의 F-35 구매를 줄이고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를 더 많이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노르웨이 국방물자청(NDMA)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 경제협력 특사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마르테 게르하르센 노르웨이 국방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다연장 로켓포인 한국산 천무 16문과 유도미사일, 종합군수지원 등을 포함하는 풀패키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움직임들을 두고 부트는 "트럼프의 위협을 고려하면,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산 무기 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건 이해할 만하다"고 촌평했다. 물론 스텔스기, 장거리 미사일, 위성 정찰 등 동맹국들이 미국에 크게 뒤처지는 핵심 역량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핵무기이지만, 만일 미국이 동맹국들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면, 더 많은 나라가 자체 핵 억제력 보유 쪽으로 나아갈 우려도 있다고 봤다.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다연장 천무가 이동하고 있다. 2024.10.1 연합뉴스

유럽과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이 '각자의 길'을 간다면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부트는 "미국 우선주의자들은 개의치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들이 무역과 안보 면에서 미국에 덜 의존하게 된다면, 그들을 마음대로 휘두르기 훨씬 어려워질 것이고 미국과 비즈니스를 할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다. 미국은 힘을 투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해외 기지들을 잃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적 영향력 축소와 해외 기지 상실의 대가를 치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부트는 "만약 '강력한 중견국들'이 뭉칠 수 있다면, 그들은 미국의 지배 시대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아마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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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청년 아카데미' 잠입, 나경원·김문수·이진숙·김계리·주옥순 격려 "커피 값으로 기부하라"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치고, 찰리 커크 추모 포스터를 붙이며, 혐중시위를 벌이는 이들의 맨 앞에 청년들이 서 있다. 대한민국은 '극우청년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분열을 마주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법정, 대학가, 시위 현장, 기도회 등에서 20여 명의 청년들과 직접 만나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취재했다.

2025년 6월 2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발대식 현장 모습. ⓒ 오마이뉴스

"김진홍 목사의 영적 리더십과 전한길 선생의 뜨거운 열정이 용기를 줄 것입니다." –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교한국 선진한국'이란 원대한 비전을 실현할 김 목사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청년 여러분들이 이 아카데미에 계신 것만으로 대한민국을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으로 가지 않게 만드는 첫 걸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지난해 6월과 12월, 한국 청년들을 "자유 보수주의의 지도자"로 기르겠다는 한 아카데미의 발대식과 수료식에서 정치인들이 내뱉은 말이다. 보수를 표방한 이들은 실제론 '윤어게인(Yoon Again)'으로 대변되는 극우적 사고를 공유하고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발대식에서부터 이 아카데미에 잠입해 내부 강연, 수료식 등을 취재했다. 해당 행사는 공개된 것으로 유튜브를 통해 영상 등이 공유되기도 했다. 정치권의 지원 속에서 아카데미 소속 청년들은 "보수 지도자로 성장해 문화, 정치, 예술 곳곳에 씨앗을 뿌릴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좌파 세력과의 체제 전쟁에서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호응했다.

▲[잠입취재] 한손엔 성경, 또 한손엔 '머니'... 이미 시작된 극우청년의 전쟁 오마이뉴스

전문가들은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일부 정치권에서는 극우 세력과 결합해 자기 진영을 확장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보수적인 청년 세대를 미래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으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더해 "이런 흐름이 계속될수록 청년 세대 내부적으로 흑백 논리는 강화되고 대화와 협치의 언어는 사라질 것"이라며 "청년들이 극우관에 빠지지 않도록 내란 청산에 대한 사회적인 심판과 자생적인 시민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홍 이사장에 전한길 원장, 국힘 인사들 전폭 지지

2025년 6월 2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발대식 현장 모습. 전한길씨가 연단에 나섰다. ⓒ 오마이뉴스

"기독교적 보수주의"를 가르친다는 이 아카데미의 명칭은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다. 이사장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수감중인 윤석열에게 지난해 1월 성경을 보낸 김진홍 목사(전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이고 원장은 꾸준히 부정선거 음모론을 전파하며 윤석열을 옹호해 온 전한길씨다. 이들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6월 아카데미를 설립해, 1기로 청년 150여 명을 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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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발대식에는 김문수·윤상현·이희규·홍석준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직접 참석했다. 나경원 의원은 축전을 보냈다. 현장에는 김계리 변호사(윤석열 변호인),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도 자리했다.

발대식 이후 여러 차례 진행된 강연에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의원이 연사로 나섰다.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수료식에선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축하영상이 상영됐다.

2025년 6월 2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발대식 현장 모습.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환영사를 낭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발대식에서 원장 전한길씨는 "이곳의 (교육) 기준은 건전한 보수주의 정신과 하나님을 믿는 성경적인 가르침"이라며 "신앙과 보수 자유 정치 철학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대학·세대별로 소그룹을 조직해 자유 보수주의 청년 지도자로서의 지도력을 함양시키는 것이 실천 계획"이라며 "아카데미를 거친 청년들이 또 다른 후배들을 양성해 5년, 10년 뒤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거대한 공동체로 확장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사장 김진홍 목사는 "이 나라에 정상배인 '폴리티션(사리사욕을 채우는 정치가)'이 정치를 주관하게 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그 대안으로 청년 정치가를 키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환영사는 당시 막 낙선한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맡았다. 그는 "김 목사의 영적 리더십과 전씨의 뜨거운 열정이 청년들에게 마르지 않는 기운과 용기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영사 낭독 직전엔 발대식 장소 곳곳을 다니며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현장에 참석하는 대신 축전을 보낸 나경원 의원은 "이 아카데미는 청년들의 건전한 사회관과 리더십 함양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응하는 대학생들 "모든 것 바치겠다"

2025년 6월 2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발대식 현장 모습. 김진홍 목사가 현장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발대식 후 꾸준히 이어진 강연에서도 아카데미와 국민의힘의 인연은 계속됐다. 윤석열 석방 등을 외쳐 온 김민수 최고위원은 지난해 9월 13일 '창업을 꿈꾸는 청년 멘토링'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이 강연에서 "사회지도층이 될 우리가 노동조합을 어떻게 다뤄야 하냐"는 한 청년의 질문에 "민노총(민주노총) 같은 강성노조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답했다. 더해 "대한민국 역사상 노동개혁을 가장 강력하게 밀어붙인 정치인은 윤석열"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정치인들의 부추김은 이어졌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3일 수료식에 보낸 축하영상을 통해 "정권의 부정부패를 목격하면 SNS를 통해 부지런히 말하자", "정권의 부정부패를 규탄하는 집회가 있으면 부지런히 참석하자", "집회에 참석 못하면 커피값으로 기부금을 보내자"고 말했다.

아카데미 소속 학생들도 정치권의 지지에 적극 호응했다. 지난해 3월 호남권 대학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나섰던 강인묵(전남대)씨는 발대식에서 "꺼져가는 자유 보수주의의 불꽃을 다시 한 번 지펴야 한다"며 "우리 모두 아카데미를 통해 함께 준비하자"고 밝혔다. 강씨는 "좌파 세력이 언론, 국회, 사법부와 결탁해 보수 단체들을 탄압하는 상황에서 감당할 힘이 없었다"며 "단기적 외침만으로 이 체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무너져 가는 체제를 다시 일으켜야 하는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소감을 밝힌 김준희 자유대학 초대 대표는 "좌파 카르텔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체사상을 뿌려 사회 지도층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우리는 이 아카데미를 통해 지도자가 돼 문화, 정치, 예술 곳곳에 씨앗을 뿌리겠다"고 말했다. 더해 "나도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반드시 자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켜나가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극우와의 결합, 지지층 늘리기 위한 숫자 경쟁"

2025년 6월 2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발대식 현장 모습.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현장에 축전을 보냈다. ⓒ 오마이뉴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2일 <오마이뉴스>에 "우리 사회가 가치 지향이 아닌 진영 대립적으로 바뀌며 일부 정치권에서 가치나 철학을 말하기보다 지지층을 늘리기 위한 숫자 경쟁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일부 2030세대, 특히 남성들은 과거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진보적인 기성세대에 반감을 갖는 상황"이라며 "이들을 미래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자 하는 극우 세력 정치인들이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청년 세대가 모든 것을 투쟁, 전쟁처럼 여기는 정서적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일며 "적과 편을 가르고 자기 진영만을 공고화하는 흐름이 청년들의 정치 문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정치권의 한 축인 국민의힘 내부에도 다양한 정치적 갈래가 있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당장의 지지층 내지 미래의 정치적 기반을 키우기 위해 극우 세력과 결합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경계해야 할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치적 양극화와 극우적 흐름이 맞물리면서 점점 분노의 정치, 혐오의 정치로 바뀌고 있는 현 상황도 함께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일 국가적·사회적 차원에서 극우 세력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서부지법 폭동 사태처럼 극단적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정치적 오염을 씻어내고 내란 청산을 이루기 위한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며 "시민들이 스스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한 공론장을 넓히고 민주 시민 교육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2025년 12월 13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스페이스쉐어에서 진행된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수료식 현장 모습.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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