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았던 한 생존자는 참혹한 기억의 상처 속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세상을 등졌다. 끝까지 그를 괴롭힌 것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은 끊임없이 조롱하고 모욕하던 '악성댓글'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참사 이후 지난 3년간, 온라인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을 겨눈 악성댓글 6만 건의 실태를 빅데이터 딥러닝 분석으로 추적했다. 참사 직후부터 특별법 제정까지 특정 시기마다 폭증하고 진화를 거듭해온 악성댓글의 잔혹한 기록을 남긴다.
▲이태원 참사 유튜브 영상에 달린 악성댓글, 위에는 159번째 희생자 고 이재현군이 악성댓글을 비판하는 댓글도 있다. ⓒ 신상호
이태원 참사 159번째 희생자인 이재현군, 이씨가 세상을 떠난 날은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이 아니라 40여 일이 지난 2022년 12월 12일이다.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이군은 그러나, 자신의 소중한 친구들을 하늘로 보내야 했다. 친구를 잃은 슬픔에 젖은 이군을 더욱 괴롭게 만든 것은 '악성댓글'이었다.
159번째 희생자 이재현.... '그알' 유튜브 영상에 그가 단 댓글
ⓒ 봉주영
'마약을 했다', '연예인 보러 갔다' 등 온갖 허위정보로 희생자를 모욕하는 악성댓글, 보다 못한 이재현군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영상(https://zrr.kr/T0ZVIH)에 '참사 생존자'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 그는 이 댓글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두 명의 사람과 함께 추억을 쌓으려고 이태원을 갔지만 결과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 두 명을 잃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이군의 진심 어린 댓글 역시 '악성댓글'의 표적이 됐다. 이군이 쓴 댓글에 "친구 관리 잘 하세요", "피해자 ㄴㄴ 그냥 놀다가 다친 사람", "유명인 본다고 멍청하게 비집고 들어갔고", "경찰서장탓 정부탓 하기 전에 개념부터 심는 게 시급할 듯" 등의 악성댓글이 붙었다. 이군은 악성댓글 게시자를 향해 다시 댓글을 달았다. 슬픔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긴 글이었다.
"진짜 이태원 참사 피해자 탓하는 니 개념부터 다시 심는 게 우선인 것 같은데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많이 돌아가셨는데 저따위로 말을 하냐 진짜..."
이군의 모친인 송해진씨는 재현군을 떠나보낸 뒤 해당 댓글들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고 했다. 송씨는 재현군이 악성댓글과 관련해 했던 말들을 똑똑하게 기억한다.
"저녁에 식탁에 같이 앉게 됐는데, (이재현군이)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억울함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온라인상에서) 친구들 욕을 한다고 그러면서 막 우는 거예요. 막 울면서 '친구들 보고 싶다, 죽고 싶다', 그 얘기를 했었어요.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애가 우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이군의 휴대전화에는 SBS 유튜브 영상 외에도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들을 찾아본 기록들이 남아있다. '45명의 증언, 300여 개의 제보 영상이 말하는 그날의 진실'을 비롯해, '"사람 무게 이기지 못해 사망"...'복부 팽창' 이유는?'(YTN)(https://zrr.kr/ffC0Cq), '이태원 참사, 사망자 1명 늘어 총 158명…10명 입원 중'(SBS)(https://zrr.kr/llEGXa), '사고 위험 직감했나…이태원 참사 인파 속 벽 기어오른 외국인'(SBS)(https://zrr.kr/gJan1G) 등이다. 해당 영상들에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악성댓글'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는 이군이 확인했던 영상을 이태원 참사 악성댓글을 골라내는 딥러닝 모델을 통해 분석해본 결과(자세한 내용 아래 상자 기사 참고) '45명의 증언' 영상의 악성댓글 비율은 19.9%(5448개 중 1089개)였다. '"사람 무게 이기지 못해 사망"...'복부 팽창' 이유는?' 영상의 악성댓글 비율은 41.2%(515개 중 212개), '이태원 참사, 사망자 1명 늘어 총 158명…10명 입원 중' 영상의 악성댓글 비율은 40.7%(423개 중 172개), '사고 위험 직감했나…이태원 참사 인파 속 벽 기어오른 외국인'도 40.7%(423개 중 172개)로 나타났다.
해당 영상을 본 이재현군 역시, 이런 악성댓글들을 마주하면서 심리적으로 변화를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군의 모친 송씨는 온라인에 익숙했던 아들이 '악성댓글'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온라인이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기성세대보다 충격이 더했을 거란 얘기였다.
"아들이 이전과는 달라졌거든요. 스스럼없이 저랑 대화하던 재현이가 말을 안 하는 거예요. 참사를 바라보는 분위기. 그 분위기를 파악하는 제일 첫 번째는 온라인상의 글들이니까, 얘한테는 (온라인) 사회라는 게 하나의 큰 사회잖아요. 중요했을 거라고 봐요, 재현이한테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네이버 등 포털에 직접 악성 댓글 삭제 요청
ⓒ 봉주영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유족인 A씨 참사 직후부터 쏟아진 악성 댓글을 막고자 노력했던 인물이다. 나의 가족, 그리고 다른 유가족들이 악성댓글로 힘들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행동에 나섰던 것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댓글들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악성댓글이 많은 기사들을 캡쳐했고, 네이버 등 포털에 직접 댓글창 삭제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기사를 쓴 담당 기자에게 개별적으로 댓글창을 닫아달라 요청하는 메일도 보냈다. 참사가 난 뒤 3개월 동안 그는 직접 '악성댓글'과 마주하며 지냈다.
"가짜 뉴스 같은 거 있잖아요. 간첩이네 북한에서 왔네 등등의 내용도 일일이 신고를 누르거나 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런 것들 보면은 일일이 댓글을 보고 닫아달라고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이게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기사 댓글창을 닫아달라고 해도 이걸 수용하지 않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때는 그냥 하루 종일 멍하니 있거나 이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고..."
유가족 당사자인 그가 댓글들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받는 정신적 충격은 상당했다. 온갖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들, 유가족과 희생자에 대한 인신모욕성, 성희롱성 글들을 직접 본 기억은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는 사람이 두려워졌다.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혹시나 '악성 댓글을 단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가짜 뉴스도 많다 보니까 (사람들이) 저희를 어떻게 볼지 내가 아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무서워졌어요. 사무실 같은 공간에 가면 숨이 잘 안 쉬어졌어요. 화장실이나 복도에 나가서 숨을 쉬고 다시 돌아오곤 했어요. 익명의 악성 댓글이 정말 무서웠어요. 애써서 잊으려고 하는데 그동안 봐온 게 너무 많으니까 여전히, 지금도 생각이 나요."
▲지난 2022년 10월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경찰통제선이 설치되어 일반인들의 접근이 통제되고 있다. ⓒ 권우성
악성댓글에 맞서다가 악성댓글의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이 된 A씨는 "온몸에 독이 퍼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2차 가해를 예방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그는 당시 악성댓글과 맞섰던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더 많은 악성댓글이 활개를 쳤을 것이고, 그만큼 많은 유족들이 다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가 좀 유난히 댓글들을 많이 접했어요. 악성댓글을 보면서 독이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 들었요. 다른 참사 유가족 분들도 똑같았을 거예요. 2차 가해를 예방하는게 그래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태원 참사 악성댓글 분석, 어떻게 진행했나
<오마이뉴스>는 유튜브 API를 활용해, 이태원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부터 2025년 6월 10일까지 '이태원 참사'를 다룬 방송 및 언론사(중복 채널명 제외하고 총 68개) 유튜브 영상 929건에 달린 댓글 26만 7635개를 수집하고, 자체 개발한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악성댓글을 분류했다. 악성댓글에 대한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자문을 거쳐 모두 4646건의 댓글에 대해 악성 여부를 판단해 학습데이터를 만들었고, 한국어언어모델인 KcELECTRA에 학습시켰다. 최종 댓글 분류에 활용된 딥러닝 모델은 훈련손실값(Train loss) 0.28로 적정 성능을 확보한 모델로 진행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가 서로 짠 듯이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불법 청탁 및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권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한 총재도 특검 소환이 머지않은 상황에서 혐의 일체를 끝까지 부인하겠다는 의지를 함께 다진 모양새다. 그러나 특검이 관련 진술은 물론 문자 메시지와 사진 등 명확한 증거를 다수 확보하고 있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가 통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권 의원은 31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근 일부 언론과 특검, 그리고 민주당은 제가 대선 기간 중 통일교를 방문한 사실을 침소봉대하며 요란 떨고 있다"면서 "방문과 인사는 사실이지만 금품을 받은 일은 없다. 정치인으로서 예의를 갖춘 것이었을 뿐, 부정한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인사' '예의'는 한 총재에 대한 '큰절'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 의원은 이어 "정치인은 선거에서 단 1표라도 얻기 위해 불법이 아닌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성당에 가면 미사에 참여하고, 절에 가면 불공을 드리며, 교회에 가면 찬송을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종교 시설에 방문하면 그 예를 따르는 것은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통일교 신자는 아니지만 정치인으로서 어디까지나 선거 운동 차원에서 한학자 총재를 방문해 관례에 따라 절을 올렸을 뿐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없다는 얘기다. 권 의원은 "그런데도 특검은 증거 대신 낙인 효과를 통해 여론을 선동하고, 민주당은 이를 확산시키며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특검과 민주당을 동시에 비난했다.
또 "더 나아가 민주당이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을 제 체포동의안 표결로 덮으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를 정치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면서 "저는 2018년 문재인 정권 탄압 때 불체포특권을 포기했고, 2023년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체포 국면에서는 특권 포기를 촉구했으며, 2024년 총선에서는 국민께 서약서로 약조한 바 있다"고 열거했다.
그러면서 "특권 포기는 저의 일관된 소신"이라며 "거듭 우원식 의장께 정중히 요청한다. 제 불체포특권 포기를 정략적으로 악용하지 말라. 민주당과의 정치적 일정 거래에 이용하지 말라"고 전했다.
통일교 교주인 한학자 총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영상 갈무리
한학자 총재도 이날 오전 통일교 예배를 통해 금전 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교 전 세계 지도자와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참어머님 특별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한 총재는 "나의 지시로 우리 교회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였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나는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말씀드린다.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건희 특검팀의 통일교 관련 수사가 시작된 이래 한 총재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총재는 이처럼 권성동 의원과 얽힌 의혹 전부를 포괄적으로 부인한 뒤 교인들에게 "여러분의 동참과 헌신, 그리고 기도와 정성에 깊이 감사한 마음"이라며 "선민과 세계평화 주역의 사명을 다하는 감사의 삶을 살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특별 메시지는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특검 수사 내용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동요하는 신도들을 단속하기 위한 목적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서 한 총재는 직접 인사말을 했지만 이후엔 건강상의 문제로 한 총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통일교 방송 'PeaceTV' 아나운서가 메시지를 대독했다. 한 총재는 "나는 일생을 하늘부모님(하나님) 해방, 인류 구원, 항구적 평화 이상세계 실현을 위해 살아왔다"는 말로 결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인 정원주 씨가 8일 조사를 받기 위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로 출석하고 있다. 정 씨는 통일교 측이 2022년 4∼8월께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씨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백 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2025.8.8 [공동취재] 연합뉴스
그러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부인이자 통일교 재정국장을 지낸 이모 씨가 지난해 12월 한학자 총재의 비서실장인 정원주 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대선 때 권 의원이 천정궁에서 두 차례 한학자 총재를 만났다" "한 총재가 여러 말씀과 함께 권 의원에게 선물과 금일봉도 줬다"고 보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 천정궁은 통일교 본산인 경기도 가평에 있는 건물로 한 총재가 머무는 상징적 공간이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에서 "권 의원이 2022년 2~3월 천정궁을 두 차례 방문해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아갔다"며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쇼핑백을 건네주는 걸 봤다. 권 의원이 한 총재에게 큰절을 하고 받아갔다"고 진술했다. 윤 전 본부장은 앞서 2022년 1월 5일 서울 여의도의 고급 중식당에서 권 의원을 만나 현금 1억 원을 전달하고 그 뒤 권 의원에게 "(윤석열) 후보님을 위해서 요긴하게 써달라"는 문자 메시지도 보낸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통일교 재정국장으로 세계본부의 자금 관리를 총괄하던 이 씨가 접선 2시간 전 해당 현금 다발 4~5개가 담긴 종이 상자를 촬영한 사진까지 존재한다.
특검팀은 권 의원이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 정보를 통일교 측에 흘려 수사에 대비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또 윤 전 본부장과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2023년 3월 치러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권 의원을 밀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킨 정황도 파악하고 있다. 이에 더해 권 의원이 각종 선거에서 통일교 측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는 대가로 교단 현안은 물론 교계 인사의 공직 천거 등에 도움을 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8일 권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인데 오는 9월 9일 또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10일에는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권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을 제 체포동의안 표결로 덮으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7월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7.30.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권성동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통일교와 어떤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적 없다'고 부인하더니, 이제는 '통일교 총재에게 큰절은 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변명과 말 바꾸기로 사건의 본질을 덮을 수는 없다. 통일교 게이트와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실체적 진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교 총재를 두 차례나 만나 큰절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제는 국민 앞에 큰절하고 석고대죄해야 할 때"라면서 "윤석열-김건희 정권의 국정 농단을 방조하고 대선 후보 교체를 시도한 정치 쿠데타의 공범으로서 정치적 책임도 명확히 져야 할 것이다. 특검은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한 통일교 게이트를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당대표가 2일 오후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5.08.02 ⓒ민중의소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검찰개혁과 관련해 수사·기소 분리 입장과 방침에 대해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청은 폐지된다. 검사는 수사를 못 하게 된다. ‘파열음’, ‘암투’, ‘반발’, ‘엇박자’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께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는 말씀은 백번 천번 옮다"면서 "당은 일정 시점에 충분한 토론을 준비하고 있으며, 법사위 공청회나 의원총회, 필요하면 더 많은 공개토론회도 열 수 있다. 정부조직법은 곧 성안이 돼 9월 안에 통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 대표는 “검찰개혁에 관한 정부조직법 중에서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을 행안부에 둘 거냐, 법무부에 둘 거냐’는 문제는 원래 방침대로 당정대간 물밑 조율을 하고 있다”면서 “참고로 국정기획위는 행안부로 제안했다. 곧 공론화가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가짜뉴스는 팩트왜곡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황당한 주장도 일종의 가짜뉴스”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개혁에 대한 당정대간 이견은 없다”고 거듭 강조하며 “언론들은 당정대간 불협화음 기우제를 멈추라”고 경고했다.
<국회에 온 '당신의 이야기'>는 사회적 갈등의 최전선이자 해법을 찾는 공간인 국회에서 생략되고 지워져 온 목소리에 주목합니다. 저마다의 이유를 품고 국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 국회 출입기자가 전합니다.
▲'과거사법 개정' 촉구 회견 참석한 문호현씨집단수용시설 동명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 문호현씨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인의 권리를 반영한 '과거사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소년공 출신'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날, 또 다른 소년공 출신 한 남성은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았다. 기자 한 명 없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가 네 줄짜리 문장이 적힌 손팻말을 쥐고 햇빛을 받으며 말없이 서 있었다. 얼굴이 벌겋게 익어가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던 그가 유일하게 입을 뗀 건 손팻말 문구를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로 외칠 때였다.
"국회는 집단 수용시설 / 진상규명을 강화하고 / 피해생존인의 권리를 반영한 / 과거사법 즉각 개정하라!"
구호를 제외하면 한마디 말도 없던 문호현(48)씨가 국회를 찾은 이유를 털어놓은 건 인근 카페로 장소를 옮긴 뒤였다. 25일 기자와 만난 그가 "1989년 9월쯤이었다"라며 고향인 전남 해남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아원 등을 전전하다 12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강제로 보내졌다는 '그곳', 목포역에서 도보로 20km 남짓 떨어진 그곳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가 그곳을 설명하기 위해 반복해서 하는 말이 있었다.
"거긴 고아원이 아니라 교도소예요. 완전히 삼청교육대라니까, 형제복지원이랑 똑같다니까."
바닷가 소년공, 그 고통의 증언
동명원.
1967년 전남 목포시 대성동 211번지의 '성덕부랑아보호소'로 시작해 1972년부터 운영돼 온 부랑아 수용시설. 아동을 대상으로 감금, 폭행·가혹행위, 강제노역 등 인권침해가 발생한 곳. 1967년부터 1983년까지 매 연말 기준 90명(평균 입소자 145명, 퇴소자 152명)을 수용했다고 법인 대장에 나오지만, 실제론 180명 이상을 수용한 것으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판단한 그곳.
이후 전남 무안군 청계면으로 이전한 동명원은 1984년 현 위치인 청계면 복길리 산57 일대 부지(5959㎡·180만 2598평)에 시설을 신축했다. 1988년엔 시설장 둘째 아들이 무안군 삼향면 지산리 농공단지에 산업폐기물 포장재를 만드는 금호포리머 주식회사 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은 동명원의 수익사업으로 활용됐다. 1989년 12월부터 1993년 3월까지 동명원 수용 아동 20여 명이 이곳에서 강제노역에 동원됐다고 진실화해위는 밝혔다.
문씨의 증언은 다만 초점이 달랐다. 농공단지로 공장이 이전하기 전 동명원에서 2.7㎞ 떨어진 복길나루터(무안군 청계면 복길리 556) 해변에 금호포리머로 불리는 공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금호산업' 간판을 달았다는 이 공장에 문씨의 고통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바닷가에 금호포리머가 있었어. 거기서 3년을 일했지. 날마다 안 맞은 적이 없어. 겨울엔 영하 20도 바닷물에 들어가게 하는데 진짜 죽지. 그때 같이 일했던 20명 이름을 내가 지금도 다 기억하잖아."
2시간 넘는 증언이 이어졌다. 동명원으로 문씨와 함께 끌려갔다는 동생 문인현(44)과 그보다 4년 전 끌려갔다는 동료 이현주(52)가 옆에서 증언을 보탰다. 지난 4월 동명원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한 진실화해위 결정서가 이들의 증언을 뒷받침한다(이현주는 신청인으로 진실규명 대상자, 문호현·문인현은 미신청인으로 참고인).
강제노역 3년, 세 번의 탈출
▲집단수용시설 동명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 문호현씨(가운데)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과거사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주, 문호현, 문인현씨다. ⓒ 남소연
그 공장에선 크고 작은 섬들이 보였다.
정면으로는 토끼섬(무안군 청계면)이, 왼쪽으로는 가란도·압해도(신안군 압해읍)가 있었다는 30여 년 전 기억을 문씨가 떠올렸다. 그는 1km 남짓 간격으로 모여 있는 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시늉을 하며 "공장 위치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명원에 들어가고 몇 달 뒤 금호포리머로 보내진 문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감옥"이라고 되뇌었다. 구타당한 어린 시절의 참혹함과, 강제노역의 고단함과, 끝 모를 감금의 막막함을 되살리는 증언이었다. 하루는 고압 전류에 감전돼 공장 직조기(베틀)에 딸려 들어갈 뻔한 일이 있었다. 목포 적십자병원으로 이송돼 의식을 되찾았으나 피 검사만 받고 퇴원해 다음 날 다시 강제노역에 투입됐다. 그때의 후유증이 20대 후반의 몸에 청각장애와 심장질환을 남겼다고 문씨는 기억했다.
"야간 반이면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일했지(12시간 2교대). 주간·야간으로 사람만 바뀌지 공장 일은 똑같아. 3톤짜리 직조기를 계속 돌리는 거예요. 하루 종일 80㎏짜리 쌀 포대 나일론 원단을 짜는 거야. 그걸 부산에 납품했었거든. 하루 할당량 못 채우면 책임자한테 뚜드려 맞는 거야."
겨우 10대 나이에 미처 헤아릴 수 없는 가혹행위들이 있었다. 콘크리트 타일 바닥에 내던져져 뒤통수를 부딪쳐 기절한 일,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동명원 자갈밭에서 포복한 일, '곡괭이 빠따'를 날마다 맞았던 일을 문씨는 하나하나 증언했다. 군대 가혹행위 '매미'를 묘사하는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신 교육을 받으러 동명원에 있는 2층 창고로 가서 3시간 동안 창틀에 매달려 있었어. 그러다 떨어지면 곡괭이 빠따로 죽도록 맞으니까 떨어지지도 못하고. 기계가 고장나서 생산을 못해도 뚜드려 맞는 거야. 죽을 고비를 넘겨서 천만다행이지."
참혹했던 증언은 탈출에 이르러서야 끝났다. 세 번만의 탈출이었다. 야반도주로 이틀에 걸쳐 목포에 있는 파출소에 도착했지만 그는 가족이 아닌 동명원에 다시 넘겨졌고(첫 번째 탈출 실패), 무안 청계면에 있는 창고에 숨어 잠들었다가 한 남성의 신고로 또다시 동명원으로 보내졌다(두 번째 탈출 실패). 1993년엔 동료 두 명과 세 번째 탈출을 시도했다. 산속으로 들어가 군부대를 지나고 해안선을 따라 사흘 만에 해남에 도착했다. 몇 달 뒤 외할머니와 이모부를 통해 동명원에 여전히 수용돼 있던 동생 문인현씨를 데리고 나왔다.
형이 잠시 증언을 멈춘 사이 동생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밭에서 배고프게 농사짓고 있는데 외할머니랑 이모부가 찾아오신 그 순간엔 진짜 울었죠. 아, 이제 나가는구나."
"이재명 대통령도 소년공이잖아"
▲'과거사법 개정' 촉구 회견 참석한 문호현씨집단수용시설 동명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 문호현씨(오른쪽 두 번째)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인의 권리를 반영한 '과거사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지난 4월 진실화해위가 '목포 동명원 부랑아 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이후 문씨와 동료들은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언론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적극 응한다. 문씨는 동명원 피해생존자들을 모으기 위해 전화번호까지 공개했지만 아직 연락이 온 건 없다. '동명원 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를 맡은 그는 다른 피해생존자들과 지난 20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장을 접수했다.
그가 소송에 그치지 않고 국회를 찾은 이유는 나흘 전(8월 21일) 발의된 법안 때문이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피해생존인 중심주의 원칙'과 '집단 수용시설 인권침해 직권 전수조사' 등을 담은 이 개정안은 3기 진실화해위 출범을 앞두고 문씨와 같은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법안으로 평가받는다.
당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일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영화숙·재생원 등 수많은 시설과 피해자가 존재했던 사건에 '집단 수용시설'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를 진상규명 대상으로 명문화했다. 또 국가가 직접 운영한 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시설도 조사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이는 진실화해위가 수용시설 사건의 중요성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개정안엔 '집단 수용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시설에 대해 시설별로 직권 전수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피해자가 고령과 장애로 고립돼 있고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수용돼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진실규명 신청의 장벽이 매우 높다"라며 "정부의 역할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시설 피해자를 찾아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24~27일)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문씨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자신과 같은 소년공 출신인 이 대통령에게 그는 국가 차원의 첫 사과를 바랐다. 그와 동료들은 2시간 넘는 증언을 마무리하며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지금까지 사과한 대통령이 없었으니까요. 그때 당시 대통령이 아니었어도, 본인 잘못이 아니어도 국가를 대표해 사과해야 하는 거예요. 이재명 대통령 본인도 소년공이었으니 누구보다 잘 알 거예요.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삼청교육대처럼 동명원 사건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해요."
트럼프 대통령의 징벌적 관세 조치는 미국 중소기업과 주 정부로부터 즉각적으로 법적 도전을 불러일으켰으며, 29일 연방 항소법원이 중소기업과 주 정부 쪽 손을 들어줌으로써 트럼프 정부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뉴욕타임스 8월 29일
미국 연방 순회항소법원은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에 부과한 징벌적인 관세 중 많은 것들이 불법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 5월 중소기업들과 주 정부들이 트럼프 관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연방 무역법원이 내린 1심 무효 판결을 지지하는 것으로,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 수행에 대한 의구심과 반대여론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연방 무역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와 마약 펜타닐 관련 징벌관세 조치가 대통령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며 헌법 위반이라 판결했다.
10월 14일 상고 기한까지 일단 현행 관세 유지
항소법원은 그러나 원고 쪽이나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10월 14일까지 집행을 연기해, 대법원이 상고심을 기각하거나 최종 무효판결을 할 때까지 현행 관세 징수는 계속할 수 있게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 계정에 “모든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당파적인 법원이 관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판결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미국에겐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다. 그는 법원이 자신의 관세 부과를 무효화해 이미 징수한 거액의 관세를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1929년과 같은 대공황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적인 주장을 펼쳤다.
IEEPA를 근거로 한 트럼프 관세는 위헌
미국에서 관세는 본래 의회의 전권사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에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대통령령을 발동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왔다. IEEPA는 미국 안보와 외교, 경제상의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에 대통령이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다.
연방 무역법원의 지난 5월 1심 판결과 이번 연방 항소법원의 2심 판결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세기 전에 제정된 IEEPA를 근거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며 위헌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중소기업 등 원고 쪽은 대통령이 부과할 권한이 없는 외국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때문에 재정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10명 중 6명 이상(반대 61%, 찬성 38%)이 트럼프 관세정책에 반대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응답자의 89%가 반대했다. 퓨리서치센터
미국 여론도 60% 이상이 트럼프 관세에 반대
법원의 판결은 트럼프 관세에 대한 미국 일반여론의 흐름과도 부합한다. 미국 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가 8월 4~10일 조사해 공표한 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61%가 트럼프 관세에 반대(39%는 ‘강력하게 반대’)했으며, 찬성자는 38%(‘강력하게 찬성’은 15%)였다. 정당 지지자별로는 공화당 지지자들은 32%가 반대하고 68%가 찬성했으나, 민주당 지지자들은 89%가 반대하고 11%가 찬성했다.
항소법원의 판결에다, 트럼프 고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8월 이후 악화된 여론까지 가세할 경우 트펌프 관세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분은 결국 자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8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인도 특산품 시장에 인도에서 수입된 제품들이 진열되어 판매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로 인해 부과된 25% 관세를 기존 25% 관세에 추가했다. 이로써 의류, 보석, 신발, 스포츠용품, 가구, 화학제품 등 인도에서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한 총 관세는 최대 50%까지 높아진다. 이 관세는 8월 27일부터 발효됐다. 2025.8.28.EPA 연합뉴스
상고심, 6대 3의 보수법관 우위 상황에서 예측 불허
1, 2심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소송이 연방 대법원에서 역전될 가능성은 낮지만, 지금 미국 연방 대법원 9명의 법관 구성이 보수6 대 진보3의 비율이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설사 법원 최종 판결이 관세 철폐나 인하 쪽으로 내려진다 하더라도, 이미 고관세를 통해 막대한 재원을 얻게 된 행정부가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이미 그 관세 수입을 토대로 한 재정운용에 길들여진 나머지 관세 부과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정권 출범 반년만에 관세수입 121조 원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반년(1~6월)만에 관세수입이 872억 달러(약 121조 원)에 이르렀으며, 이대로 가면 관세 수입이 법인세 다음으로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관세수입이 미국정부 고정재원으로 자리잡을 경우 앞으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고관세 정책을 폐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관세수입은 상호관세를 발동한 지난 4월부터 급증해, 6월에는 266억 달러(약 37조 원)로 예년의 4배에 달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6월 말까지 상호관세의 기본세율 10%만으로 관세수입은 177억 달러(약 25조 원)가 넘었다. 여기에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로 107억 달러(약 15조 원) 이상이 따로 징수된 것으로 CBP는 분석했다.
정권 바뀌더라도 '달콤한 고율관세' 버리기 어려울 것
이처럼 별다른 노력 없이 정치적 결정만으로 이런 거액의 수입이 늘어나 정부 재정운영이 윤택해지고 고질적인 재정적자까지 손쉽게 줄일 수 있다면, 그러고도 별다른 부작용이나 저항이 없다면, 누가 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 문제는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관세전쟁 앞날에는, 미국 국내 여론이나 법원 판결에서 보듯 엄청난 부작용과 저항이 기다리고 있다. 교역 상대국들도 관세를 높이거나 미국과의 교역을 피하거나 줄이는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멕시코와 유럽연합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뒤인 7월 14일 독일 뒤스부르크 항구의 자동차 터미널에 미국으로 갈 새 차들이 잔쯕 적체돼 있다. 2025.7.14.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평균실효관세율 20%대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실효관세율은 지난 7월 13일 현재 20.6%로 19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수입품 가격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율도 급속히 늘고 있다. 8월 초부터 새로운 상호관세율이 발동된 뒤 “나라가 관세로 부유해질 것”이라는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강압적 관세협상으로 미국이 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평균관세율은 20%대인 반면 교역 상대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0%(제로)를 유지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이런 뒤틀린 상황에 환호하고 있다.
미국 세수 총액 대비 관세수입 비율 4%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6월 추가관세가 2035년까지 미국의 재정적자를 2조 8천억 달러(약 3890조 원) 줄여 줄 것으로 시산했다. 세수 총액인 67조 5천억 달러의 4%에 상당하는 액수다. 미국 초당파 재정감시기구인 CRFB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미국의 누적 재정적자가 22조 7천억 달러(약 3경 15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세수에서 관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에 2.8%였다. 이는 영국의 0.7%, 프랑스의 0.006%에 비해 월등히 높고, 중국의 2.7%보다도 높았다. 지금 미국의 총 세수 대비 관세수입 비율 4%는 일부 개도국들에서나 볼 수 있는 세수구조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면 차기 정권을 어느 당이 잡더라도 미국은 이 구조를 깨기 어려워질 것이고, 따라서 고관세 정책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들이 많다. 그러면 부작용과 저항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제25차 정상회의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20여 개국 정상들과 국제기구가 참석할 예정이다.
상하이협력기구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출범해 인도, 파키스탄, 이란, 중앙아시아 5개국 등이 참여하며 안보·정치·경제 협력을 포괄하는 유라시아 지역 협력체로 발전했다.
상하이협력기구가 안보 중심의 지정학적 협력체라면, 브릭스(BRICS)는 경제와 금융에 방점을 두고 있다. 중국·러시아·인도·이란이 공통으로 참여해 상호 보완적 성격을 띤다. 두 기구는 비서방권의 연대를 강화하며 다극체제 형성의 양축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톈진 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주도의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일단락된듯 보이지만 중국, 러시아, 인도 등과의 무역 갈등이 첨예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를 주목하는 이유는 세계전략이 맞부딪히는 전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세계전략의 중심이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하면서 동북아는 대중국 견제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최근 뜨거운 쟁점인 한미일 공조와 소위 ‘동맹 현대화’ 역시 그 일환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중동까지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대응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더해, 톈진 정상회의 직후인 9월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을 확정하면서 주목도는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톈진 정상회의는 비서방권이 얼마나 결속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이자, 미국이 주도해온 일극 체제와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주도하는 다극 체제가 충돌하는 국제지정학 질서에 또 하나의 전장이 될 전망이다.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5.08.29. 15:58:26 최종수정 2025.08.29. 15:59:37
이재명 대통령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을 만나 "국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며 "국회에서 개혁과제를 잘 추진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최근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 '정청래 민주당' 간의 강경 대결구도가 전망되는 가운데, 여야정 회동을 제안한 이 대통령이 '국회'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29일 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을 청와대 영빈관에 초청해 오후 12시께부터 약 1시간 반 동안 오찬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에게 이같이 발언했다고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전날부터 이어진 1박2일간의 국회의원 워크숍을 이날 오전 마치고 영빈관으로 이동해 오찬에 참석했고, 지도부를 비롯해 전날 워크숍에 참석한 대부분의 의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이 대통령은 오찬에서 "저에게는 지금보다 임기가 끝나는 날의 평가가 제일 중요하다"며 "말만 많이 하는 것보다 결과를 보여드리고자 한다. 말보다는 행동과 결과가 앞서는 국정을 운영해보고자 한다. 국회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거듭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제 말씀 한 마디에 수천만 국민의 삶이 달려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죽을 힘을 다해 국정에 임하고 있다"며 "의원 여러분께서도 지금이 역사의 변곡점이라 인식하고, 한 분 한 분의 책임이 정말 크다는 생각으로 임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작은 하소연까지도 들어드리고 소통하는 것이, 설사 그 목소리에 다 응답할 수 없다 하더라도 매우 중요하다"며 "지역구를 다니면서 많은 국민을 만나달라.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들에 대한 평가가 좋으면 결국 국정에 대한 평가도 좋아지는 것"이라고 구체적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의 목표는 민생개혁의 고삐를 단단히 죄는 것과 국민께서 명령하신 시대적 개혁과제들을 반드시 완수하는 것"이라며 "생활 속 변화를 가져올 민생법안을 통과시켜 국민의 눈물을 닦아드리겠다"고 호응했다.
정 대표는 특히 "지금은 원팀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당정이 한 몸 공동체로서 끝까지 함께 뛰어 국민이 바라는 성과를 반드시 만들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당정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 대표는 전날 워크숍에서도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당정 간 '원팀' 기조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최근 검찰개혁을 둘러싼 '당정이견'설이 불거진 데 대해 지도부가 진화에 나선 모양새라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이 당에 '국회의 역할'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선,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이 전망되는 최근 상황에서 대통령이 일종의 '협치' 메시지를 당부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후 기자들이 '오찬에서 이 대통령이 야당 관련 메시지를 전하지는 않았느냐'는 취지로 묻자 "(이 대통령이) '국회가 잘해 달라. 기대한다'는 말을 하셨다. 그 안엔 여야 모두가 포함된다고 생각한다"며 "여야관계를 잘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가 함께 담겨있다고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박 대변인은 "다만 지금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선출 이후에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 초대의 말씀이 있었다"며 "거기에 대한 국민의힘의 응답이 있길 대통령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여당 수석대변인으로서는 대통령의 순방, 회담 성과를 보고드리고 설명드리는 자리에서 여야 대표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통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동을 국민의힘 측에 제안해, 취임 직후부터 '내란에 대한 사과 없이는 국민의힘과 악수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일관해온 정 대표와 야당 대표 간의 회동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기도 했다.
당정 간 이견설이 불거진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고 민주당은 밝혔다. 박 대변인은 검찰개혁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당정 간의 '이견'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어떤 이견이나 충돌이라기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며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수습을 시도했다.
박 대변인은 당내 검찰개혁 논의 상황과 관련해서도 "최종 단일안으로 정리가 될 것이라고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최종 단일안이 나오지 못하면) 지도부가 여러 안 중에서 선택해서 결단해 정부조직법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변인은 다만 지난 당정 만찬에서 결정된 '정부조직법 9월 입법' 방침에는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하며 "9월 25일 본회의로 예정되는 그 (입법) 일정에는 변경이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2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진숙 위원장 직권면직에 대해 “정치중립 의무 위반으로 감사원에서 7월 초에 결론을 냈는데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정치중립 위반이 밝혀졌다”며 “정치중립 위반은 상당히 심각한 사안으로 방통위원장 직권면직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직윤리법 위반 관련 백지신탁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방송사업자 심의 의결한 부분에 대해 주의 처분이 있었다”고 했다.
이날 동아일보는 “대통령실이 국가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위원장을 직권 면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에 대해 브리핑에서 사실관계를 묻자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한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7월 이 위원장이 지난해 8월 국회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뒤 그해 9~10월 ‘펜앤마이크TV’ ‘고성국TV’ 등 보수 유튜브에 출연해 한 발언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 위원장은 자신이 보유한 MBC 자회사 iMBC 주식 등에 대한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직무 관련성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 MBC 재허가 직무에 관여했는데 이를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 판단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25.8.27. 연합뉴스
그 ‘법조계’ 씨는 실존 인물일까?
윤석열 치하에서 ‘바지 총리’로 존재감 없이 존재하면서 최장수 국무총리의 반열에 오른 한덕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12.3 계엄의 밤에 국무총리로서 그리고 그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그가 보여준 기회주의 처신은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심각하여 국민인 나의 법 감정으로는 구속이 마땅하나 판사의 법 감정은 미천한 국민 일반과 달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특검이 이미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여 인멸한 증거가 없고 노구에 많은 재산을 바리바리 짊어지고 야반도주를 하는 도망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여 그랬는지, 판사는 한덕수 구속영장을 기각하였다.
조선일보는 신이 났다. 그럴 줄 알았다는 투다. 법조계에서는 “애초부터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내란 프레임’을 완성하기 위해 무리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다른 국무위원 수사도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말이 나왔단다. 판사든 검사든 변호사든 그런 주장을 하는 법조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주장이 법조계를 대표할 만한 의견인가? 법조계에선 그런 의견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가? 한덕수 영장을 기각한 판사를 비판하는 의견은 없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법조인인데, 창피해서 자기 이름을 내놓고 자기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니 익명 뒤에 숨었을 것이다. 다수의 의견이 아닌 소수 의견일지라도 자기의 주장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면 굳이 익명 뒤에 숨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나도 기자로 밥 먹고 살았는데, ‘법조계’라는 통칭으로 싸잡아 집단의 의견을 획일화하거나 ‘관계자,’ ‘부장검사 출신의 김 모 변호사’ 등 익명을 남발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기사 속의 저 취재원은 실존 인물일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 영장이 기각된 시간은 밤 9시 57분쯤이고 자정이 지난 0시 55분에 기사가 게재되었다. 기사 작성자는 오유진, 표태준이라는 두 명의 기자다. 궁금하다. 아무리 두 기자의 호흡이 척척 맞았다 해도 불과 세 시간 동안에 영장 기각 사유도 취재하고 법조계 의견도 취합하여 기사를 작성하고 데스크를 거쳐 완성된 기사를 게재까지 할 수 있었을까? 조선일보 편집국에는 언제든 조선일보의 의도에 맞는 의견을 말해줄 수 있는 ‘법조계’ 씨가 대기하고 있는 걸까, 조선일보의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의 ‘법조계’ 씨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 기자가 창작한 가상의 인물은 아닐까,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정보든 자료든 의견이든 출처를 밝히는 것이 기사 작성의 대원칙이다. 익명 보도가 아닌 실명 보도가 기본적인 언론의 윤리다. 언론의 생명은 신뢰다. 출처를 모르는 정보나 자료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누구의 의견인지도 모르는데 덮어놓고 끄덕끄덕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에 부합하는 사안인데, 그 사람이 아니면 정보나 자료를 구할 수 없고, 신분이 공개되면 신변에 위협을 받거나 심각한 불이익이 예상되는 경우에만 취재원 보호를 위하여 익명 보도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그런데, 우리 언론에선 기자들은 취재원 보호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기사에는 법조계, 관계자 등 익명 보도가 범람한다.
언론 윤리는 심오하여 난해한 철학도 아니고 고도의 도덕심이 있어야 실천할 수 있는 윤리도 아니다. 파란불에 건너고 빨간불이면 건너지 말아야 하는 교통규칙처럼 쉽고 쉬운 일상의 상식이다. 사실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여 확인된 사실을 기사로 쓰고, 정보의 출처를 밝히고 누구의 주장인지 실명으로 보도하고, 보도하는 사안과 관련한 중요하고 대표적인 사실과 의견을 외면하고 의도에 맞는 사실과 의견만을 선택하는 편파적인 보도를 해서는 안 되고, 보도에 오류가 발견되면 즉시 확인하여 정정 보도를 하고... 이런 것이 언론 윤리인데 그걸 지키는 게 그리 어려운가.
기자가 언론 윤리를 지키지 않으면, 천사를 악마로 만들 수도 있고 산 사람을 죽게 만들 수도 있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처럼 천지창조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삼일절에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내건 얼빠진 한국인이 있었다. 그는 국힘당 당원이고 직업이 목사였는데, 일본의 어느 신문이 한국에선 국힘당 당원들과 개신교 목사들은 삼일절에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건다고 과장하고 왜곡하여 보도하고는 한 사람이라도 그런 사람이 있으니 어쨌든 사실이고 극히 일부의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실을 보도하였으니 ‘사실 보도’라고 우기면, 익명의 ‘법조계’ 씨를 좋아하는 조선일보는 뭐라고 할까?
한덕수 구속영장 기각을 전하는 조선일보의 왜곡은 특검에 음모 프레임을 씌우는 게 전부가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덕수 영장 기각에 영향을 주기라도 한 것처럼 호도한다. 법조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SNS에 올린 ‘한국에선 지금 숙청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글이 판사에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단다. 그 말인즉, 한덕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올린 ‘숙청’ 글에 겁을 먹고 알아서 기었다는 것인데,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설령 그런 정신 나간 주장을 하는 법조인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조계의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의견이고 보도할 공익적 가치가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숙청’ 글을 올린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올린 SNS 글을 반박을 기회를 주었고, 누군가에게서 소문을 듣고 오해를 했다고 사과성 정정까지 하였다. 회담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했고 간간이 파안대소가 터지기도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당신의 위대한 지도자이고,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며, 나는 언제가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라는 덕담까지 건넸다.
이재명 대통령이 젤렌스키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면전에서 수모와 봉변을 당하기를 내심 간절히 기대했던 국내의 ‘윤 어게인’ 극우세력은 몹시 실망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속이 배배 꼬여 있는데 그 속이 더 배배 꼬여 배가 심하게 아팠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트황상’이라고 떠받드는 극우세력의 게시판에는 트럼프도 친중 좌파라는 막말까지 나왔다니 그들의 절망감을 어떠했는지 가늠할만하다. 궁금하다. 조선일보는 어땠을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오보는 범죄다
다시 언론 윤리를 얘기해보자. 한국기자협회의 윤리 헌장에는 진실 추구는 언론의 존재 이유이고, 사실을 부정하고 믿고 싶은 바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진실 추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며, 윤리적 언론은 정확한 사실을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맥락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또한, 정보원과 취재 과정 등을 가능한 한 투명하게 알리고, 내부고발자 등 취재원 보호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보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하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평무사한 자세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쓰여 있다.
언론 윤리를 성실하게 준수하면 가짜뉴스를 생산하지 못한다. 악의적 오보에 대한 징벌적 배상을 걱정할 일도 없다. 조선일보에는 뉴욕타임스가 부럽지 않다는 윤리 규범이 있다. 송희영 주필의 호화여행 접대 사건 이후 언론 윤리로 재무장하겠다며 뉴욕타임스 등 세계적인 언론사들의 윤리강령 등을 참고하여 새롭게 정비했다고 자랑하는 바로 그 윤리 규범이고, 기자들을 교육하겠다고도 하였다. 그러하니 트럼프의 SNS ‘숙청’ 글이 한덕수 영장 기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들도 출처를 밝히고 실명 보도를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윤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지켜야 한다는 준수규정이 있고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규정이 있다는 걸 알면서 안 지키는 걸 ‘미필적 고의’라고 한다. 언론 윤리는 기자들에겐 법이나 마찬가지다. 무지에 의한 과오는 용서할 수 있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과오는 용서가 아닌 징벌의 대상이다. 어느 기자든 언론 윤리를 성실하게 준수하면 해프닝으로 끝난 트럼프의 ‘숙청’ SNS 글이 한덕수 영장 기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기사를 쓸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의심마저 든다. 기자들이 언론 윤리를 지키지 않는 건, 언론 윤리에 있는 대로 취재하고 기사를 쓰면 의도하는 보도를 할 수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언론 윤리를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기자일수록 징벌적 배상에 극렬히 반대하는 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SNS에 ‘숙청’ 글을 올렸을까? 이재명 혐오에 목을 매고 있는 국내의 어떤 세력이 트럼프 주변의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게 접근하여 이재명을 젤렌스키처럼 만들어달라는 로비를 하지 않았을까?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조선일보 지면에선 전후 사정과 맥락을 무시하고 ‘숙청’이라는 두 글자만 부각하여 사실을 왜곡하는 기사를 종종 보게 될 것만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실용외교를 강조하며 했던 긴 발언에서 ‘셰셰’라는 두 글자만을 발췌하여 친중, 반미라는 혐오 프레임을 씌운 것처럼. 그것이 내가 조선일보는 가짜뉴스의 발원지라고 하는 이유다.
보건복지부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노정실무교섭이 극적 타결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나순자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이 지난 2021년 서명한 합의서를 교환하고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9.2 ⓒ뉴스1
불통과 탄압으로 점철된 윤석열 정권이 파면당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노정교섭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건설산업연맹)이다. 두 노조 모두 최근 정부와의 대화 테이블을 만들고, 각 산업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달 21일 보건복지부와 실무 협의를 통해 ‘9.2 노정합의’에 담긴 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그사이 추가로 제기된 보건의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노정 간 대화 모델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합의 사항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실무 협의체는 내달 본격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보건의료노조와 복지부 사이 이뤄진 ‘9.2 노정합의’는 우리나라 노정교섭 역사상 의미 있는 합의로 꼽힌다. 당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최전선에 있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 인력 확충이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한 전국민적 공감대가 모아졌다. 보건의료노조와 정부는 3개월여 간 13차례 교섭을 통해 감염병 전문 병원 설립 및 코로나19 치료 병원 인력 기준 마련,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공공병원 확충, 간호사 대비 환자 비율 법제화 등 구체적인 정책 과제들을 합의하고, 합의 이행을 점검하는 이행협의체도 정기적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라는 커다란 벽을 만나면서 제동이 걸렸다. 합의의 핵심인 공공의료 확충이 아닌 단순 의사 증원만을 밀어붙이고, 이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리려 의사 달래기용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자 정기적으로 진행된 이행협의체 논의도 2023년 6월 이후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더욱이 당시 정부가 의료 개혁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었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보건의료노조 등 양대노총 소속 노조가 아닌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를 포함하면서 사실상 노정 대화 자체가 멈춘 시기였다. 9.2 노정합의를 통해 해결하려던 보건의료현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표류하는 상황에서 의료 대란까지 겹치자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고통도 한층 극심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9.2 노정합의 이행은 새 정부에 요구해야 할 최우선 과제였다. 보건의료노조가 대선 전인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와 맺은 정책 협약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내용 역시 ‘9.2 노정합의 정신에 기초한 새로운 노정 협치 실현’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9.2 노정합의와 이번에 추가로 맺은 복지부와의 합의를 토대로 보건의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진전된 방식의 사회적 대화를 고심 중이다. 9.2 노정합의 4주년을 맞는 내달 2일에는 대규모 국회 토론회를 열고 노조의 구상을 공론화하고, 전문가와 정부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노정교섭이라는 수단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보건의료산업에 대한 노조의 정책 개입을 추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가장 효율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기에 노조에서도 힘을 들이는 것”이라며 “(그간의 경험을 돌아볼 때) 더욱 더 제도화된 방식을 통해서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회적 대화나 초기업 교섭을 통해 국회 논의 등 각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를 발전적으로 논의하는 게 좋겠다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노정교섭 이어온 건설산업연맹, 올해로 벌써 10번째
노정교섭 통해 ‘체불 근절’, ‘안전 강화’ 건설현장 변화 이끌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4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청 앞에서 열린 건설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위령제에서 사고로 떠난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5.4.23 ⓒ뉴스1
윤석열 정부가 ‘건폭’으로 몰았던 건설산업연맹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랜 기간 정부의 공식적인 대화 파트너였다. 과거에도 건설산업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수시로 소통을 이어왔지만, 공식적인 노정교섭을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노조 탄압이 극에 달했던 2023년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매년 1~2차례씩 노정교섭이 진행돼, 올해로 10차 노정교섭에 접어들었다. 노조 탄압의 여파가 계속된 지난해에도 건설산업연맹은 대화를 주저하던 정부를 끝까지 설득해 대화 테이블로 끌어냈다. 노정교섭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경험을 쌓아가기 위한 노력이었다.
노조 설립 후 비정상적인 건설현장을 바로잡는 데 매진해 온 건설산업연맹은 노정교섭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건설현장의 불합리한 관행과 부조리한 제도를 바꿔냈고,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건설노동자들의 노동환경도 개선할 수 있었다. 건설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들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제도 개선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 온 결과다.
대표적인 성과가 ‘건설기능등급제 도입’과 ‘공공 공사 임금직접지급제도’다. 건설기능등급제란, 건설노동자의 경력과 교육, 자격증 소지에 따라 기능별로 등급을 산정해, 숙련공인 건설노동자를 제대로 대우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다. 임금직접지급제도는 고질적인 건설현장 체불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전까지 건설사가 발주자로부터 공사비를 제 때 받더라도 건설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임금을 다른 곳에 쓰면서 임금 체불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는데, 이를 근절하기 위해 발주자가 직접 건설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이 외에도 강풍에도 안전하게 견딜 수 있도록 타워크레인 고정 방식을 벽체 지지 고정 방식으로 바꾸고, 전담 신호수를 배치하는 등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한 제도 개선 역시 노정교섭을 통해 이뤄질 수 있었다.
올해 노정교섭은 국토교통부만이 아니라 고용노동부와도 추진할 예정이다. 노동부와는 29일, 국토부와는 내달 5일 만날 예정이다. 핵심 의제는 건설현장의 근원적인 문제인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절이다. 최근 산재 근절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공개 국무회의에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고질적인 문제”라고 짚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토부와 노동부가 협업해 건설현장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구조적인 문제의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건설산업연맹에서 오랜 기간 노정교섭을 담당해 온 송주현 정책실장은 이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매우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송 실장은 “노조가 20여 년간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안전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얘기를 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간의 행정 경험으로) 건설을 아는 사람이라 현장에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공사비 거품을 없애기 위해 공공 발주 건설공사 원가 내역을 전국 최초로 공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송 실장은 “그간 이 대통령이 한 지시들은 굉장히 고무적”이라면서도 “실현이 되려면 빨리 진행돼야 한다. 정권 초기라는 골든 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앞서 건설산업연맹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해 현재 공공 공사에만 적용되는 임금 직접 지급 시스템을 민간 공사로 확대하고, 불법 고용을 하는 업체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안전기본법 개정을 비롯한 선제적인 예방과 함께 사후 제재 강화 대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송 실장은 “우리가 하는 요구는 단순 민원성 요구가 아니다. 노조를 만나면 알지 못했던 (현장의) 이야기를 해주는구나, 노조를 만났더니 실제 현장의 갈등이 줄어들고 건설현장이 나아졌다고 느낄 수 있는 요구를 노조가 제안해 온 것”이라며 “(정부와) 협의하지 않으면, 각자 위치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현장을 바꿔내야 건설노동자들도 살 수 있다. 정부 역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반드시 들어야 건설산업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별노조와 함께 민주노총 차원에서도 이재명 정부와의 노정교섭을 추진 중인 가운데, 양측 수장이 지역 차원의 노정교섭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점도 주목된다.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2018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회서비스원 설치, 대학생 노동인권 교육사업 등을 의제로 경기도와의 정책 협의를 추진해, 이듬해 선언문까지 도출해 냈다. 민주노총과 지방정부 간 노정교섭을 진행한 첫 사례였다. 당시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은 양경수 현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기도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이 선언을 계기로 경기도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대학교 노동인권 강좌 지원 사업을 시행해, 점차 확대하는 중이다.
지난 2019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청 상황실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과 함께 '경기도-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노정교섭 협력 선언식'을 열고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제공 = 경기도북부청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이유'를 묻자 헛웃음을 지었다. 12·3 비상계엄 직후 당시 대통령이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과 한 통화에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하라는 내용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도 "그런 게 있었겠냐"라고 쏘아붙였다.
-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하라는 내용이 (윤석열과의) 통화에 있었나요? 표결 불참 관련해서 당시 추경호 원내대표나 다른 의원들과 얘기 나눈 바가 있으실까요?
"그런 게 있겠습니까 지금. 그런 게 있겠냐고."
- 표결 방해 의혹을 특검이 수사중인데 소환하면 응하실 생각 있으신가요?
"그런 (표결 불참) 얘기가 없습니다."
-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허허."
-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회를 포위해서' 불참했다고 했는데, 입장은 그대로인가요?
"그거 한 번 봐보세요. 그 당시에 유튜브 확인해 보면 거기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이 들어가려다가 막 욕 먹고 못 들어가는. 내가 유튜브 확인해 줄테니까 나중에 보세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안심주택 보증금 미반환 사태' 긴급 간담회 직후 <오마이뉴스>의 '계엄 당시 윤석열과의 통화', '계엄 해제 표결 불참 이유', '내란 선동 혐의' 등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이진민
<오마이뉴스>가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검)의 수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지난 27일 찾아 12·3 내란 사태 당시 상황을 물었다. 그는 표결 방해 의혹을 일절 부인했고 앞서 밝힌 "민주당 지지자들 때문에 국회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유튜브 확인해 줄테니까 나중에 보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 의원에 질문을 던진 때는 그가 주최한 '청년안심주택 보증금 미반환 사태' 간담회가 마무리된 후였다. 나 의원은 취재진에 "오늘 이거(간담회) 하는 거니까 찍지 말라"고 했고, 그의 보좌진도 카메라를 막으며 "민생을 취재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찍지 말라", "그만하라"... 2분 만에 엘리베이터로
▲국민의힘 나경원, 김기현 의원 등이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에서 ‘내란수괴’ 혐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기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검)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표결에 불참하며 계엄 해제를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수사중이다. 특히 나 의원은 계엄 직후 윤석열과 40초간 통화해 특검팀이 의심하고 있는 주요 인물이다.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나 의원은 표결 방해 의혹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반복해 "그런 게 있겠냐"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표결 불참 이유를 묻는 질문엔 답하지 않은 채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나 의원은 '계엄 직후 윤석열과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냐'에도 손사래쳤다. 간담회를 언급하며 답변을 피하던 그는 카메라를 가리키며 "찍지 말라", "그만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질문 도중 나 의원 곁에 있던 보좌진은 취재진을 제지하며 "악의적으로 하지 말라"고 말했다. 직전 간담회가 진행된 장소를 가리키며 "저런 것 좀 취재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취재진을 향한 보좌진들의 항의 속에 나 의원은 약 2분 만에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자리를 떴다. 엘리베이터에 오를 때 질문을 더 던졌으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 내란 선동 혐의로 고발당해 특검이 수사 중인데 그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요?
"..."
-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 대통령을 옹호한 여당 의원으로 기록될 텐데 국민께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
- 표결 불참과 관련해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와 이야기 나누신 바 없나요?
"..."
추경호와 함께 주요 수사대상... 국힘은 그를 법사위 간사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안심주택 보증금 미반환 사태' 긴급 간담회 직후 <오마이뉴스>의 '계엄 당시 윤석열과의 통화', '계엄 해제 표결 불참 이유', '내란 선동 혐의' 등의 질문을 받자, 그의 보좌진이 카메라를 가리고 있다. ⓒ 이진민
나 의원은 지난 5월 계엄 직후 윤석열과의 통화 사실이 알려지자 "미리 (비상계엄 선포) 얘기를 못 해줘서 미안하다는 통화였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지난해 12월 19일 국회 산자위 긴급 현안 보고에서는 "국회 경내로 들어가려다가 민주당 지지자로부터 심한 말을 듣고 당사로 복귀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윤석열과 통화한 뒤 표결에 불참한 이는 나 의원만이 아니었다. 같은 당 추경호 의원(당시 원내대표) 역시 계엄 직후 1분가량 윤석열과 통화했으며 국회 본청에 머물면서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특검은 두 중진 의원이 윤석열로부터 표결 방해 지시를 받는 등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표결을 지연시킨 정황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실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108명 중 18명에 불과했으며, 당시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가 3번에 걸쳐 변경되며 혼선이 빚어졌다.
특검은 해당 의혹을 수사하며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의원 7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현재(28일)까지 우원식 국회의장, 김상욱·백혜련·김성회·박성준(이상 더불어민주당)·조경태·김예지(이상 국민의힘) 의원이 조사를 받았다. 또한 지난 21일 추경호 의원을 피의자로 적시한 채 국회 사무처를 압수수색해 국회 본청 CCTV 영상 및 사무처 문건 등을 확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1월8일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인사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19년 1월10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고 북한과 중국이 각각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2019년 1월 이후 6년8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이 다자 외교무대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방중하기로 하면서 다자 무대에서 북-중-러 정상이 처음으로 회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의 외교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스메이커, 자신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던 이 대통령의 현실외교론을 두고 한겨레는 자칫 한국이 패싱돼 국익이 훼손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우려했고, 중앙일보는 험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동아일보는 이재명 정부 실용외교가 승부처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김정은 방중 북중러 반미 연대 구축 가능성”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 승리 80돌(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같은 내용을 전한 뒤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이어진 우호적 이웃”이라며 “김 위원장의 기념행사 참석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김정은, 시진핑·푸틴과 천안문에 나란히 선다>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두고 “김정은 시진핑 푸틴이 3국 정상회담을 갖고 반미(反美) 연대를 구축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봤다.
▲조선일보 2025년 8월29일자 1면
동아일보는 1면 기사 <韓-美 밀착하자, 中은 김정은 불렀다>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전승절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고, 김 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이 무산된 뒤 처음으로 방중을 결정한 것을 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한미, 한일 정상회담으로 한미는 물론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자 북-중-러가 다시 밀착해 대응하려 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 방중 계획 발표와 관련해 “정부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겨레 “김정은의 강대국 외교 새판짜기”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 배제, 한국 압박용이라는 분석까지 들어갔다. 한겨레는 1면 기사 <‘9·3 전승절’ 전격 방중…김정은의 강대국 외교 새판짜기>에서 “러시아와의 혈맹 관계를 확보한 김 위원장이 중국과도 관계를 개선해 외교적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을 배제한 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으로 나아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방미로 강화된 한·미, 한·미·일 협력에 대한 견제 성격도 있다”고 봤다.
중앙일보도 1면 기사 <다시 한미일 vs 북중러…한국 ‘新냉전’ 한복판 섰다>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안정적 한·미·일 협력 발전 의지를 밝힌 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며 “3국 협력의 ‘약한 고리’였던 한일 관계가 견고해지자 한국을 견인하려 하는 것보다는 북중러 간 연대로 대결 구도를 가져가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2025년 8월29일자 1면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적으로 장기간 고립되면서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봤고, 국민일보는 1면 기사에서 “러시아만으로 채울 수 없는 경제 효과, 근로자 파견 등을 위해 중국과 관계 개선을 타진하는 상황”이라고 경제적 효과에 주목했다.
동아일보 “이재명 정부 승부처 맞았다”
동아일보는 사설 <김정은 訪中으로 다자외교 데뷔… 승부처 맞은 李 실용외교>에서 “이번 방중은 김정은의 몸값이 한껏 오른 상태에서 이뤄진다”며 며칠 전 한미 정상회담에선 경주 APEC 정상회의 때 김정은과의 만남을 추진해 보자는 얘기도 나왔다는 점을 들었다. 동아일보는 “이재명 정부가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새 질서를 마냥 기다리다 맞을 수는 없다. 중국, 북한을 상대로 한 고난도 대응이야말로 새 정부 실용외교의 진짜 승부처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한미 손짓 받자 천안문서 중러 손잡는 김정은>에서 얼마 전 트럼프가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올해 내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했고, 북한도 트럼프에 대한 직접 비난은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김정은이 트럼프를 다시 만나 북핵 등을 놓고 담판하려면 든든한 뒷배가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중앙일보 “한반도 비핵화 우리 정부 앞길 험로”
중앙일보는 사설 <김정은 중 전승절 참석…한반도 비핵화 구상 차질 우려>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돌발 변수가 생긴 것으로 규정한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피스메이커(peacemaker)’, 이재명 대통령은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 역할을 분담해 ‘선(先) 북미, 후(後)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하려는 구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겼다”며 “중러의 지원을 동시에 확보한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강화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앞길에 험로가 예상된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사설 <김정은 중국 전승절 참석, 북한발 지각변동 시작되나>에서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달성하는 데 한미일 협력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주변 각국이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을 ‘피스메이커’로, 우리는 ‘페이스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대북 접근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겠다는 현실적인 태도다. 자칫 한국이 ‘패싱’돼 국익이 훼손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 2025년 8월29일자 사설
세계일보도 사설 <김정은 방중에 북·중·러 밀착 부각, ‘이재명 외교’ 시험대>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거론되는 와중에서 이뤄지는 이번 방중은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와 대북 관계 개선을 추진해온 이재명 대통령 앞에 거대 암초가 돌출한 셈”이라며 “정부는 외부 움직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주변국 동향 파악과 전략적 대책 수립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계일보 “뺄셈 정치 장동혁, 이 대통령 초청 응하길”
한겨레는 5면 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3박6일의 방일·방미 외교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여야 지도부 회동을 즉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회동의 형식과 의제가 중요하다”며 이 대통령과의 일대일 회동을 요구하는 등 만남 자체에도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실제 회동 성사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장 대표는 “정식 제안이 온다면 어떤 형식으로 어떤 의제를 가지고 회담할지 서로 협의하고, 영수회담에 응할 것인지도 그때 결정하겠다”며 “야당의 제안을 일정 부분이라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영수회담이 의미가 있다”고도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뺄셈 정치’ 하는 국힘 장 대표, 이 대통령 초청 응하길>에서 “이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야당 지도부와의 빠른 회동 추진을 지시한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장 대표를 향해서는 “보수 회생은 쇄신을 통해 민심의 지지를 회복하는 길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장동혁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과거의 옷을 벗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면서 “지금처럼 ‘뺄셈 정치’로만 가면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세계일보 2025년 8월29일자 사설
중앙일보도 사설 <여야 지도부 회동으로 극한 대결 정치 수위 낮춰야>에서 “대통령이 협치의 손을 내민 이상 여야는 응답해야 한다”며 “형식과 의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보다 외교·안보 성과를 공유하고 국익을 위한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이 대통령과 여야, 미·일 순방 대화로 ‘외교안보 협치’ 열길>에서 “지금처럼 안보·통상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대통령이 중요 순방 결과를 여야 지도부와 공유하고 협치를 도모하는 건 당연하다”며 “국민의힘도 이 대통령으로부터 회담 결과를 상세히 전해듣고 나서 비판과 제안을 하는 것이 불과 몇달 전까지 국정을 운영했던 제1야당의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라고 촉구했다.
권성동 구속영장 청구 “윤석열 후보 위해 써달라”
김건희 특검팀이 28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3대 특검이 현역 국회의원의 신병 확보에 나선 건 처음이다.
동아일보는 1면 <특검, 권성동 구속영장… “통일교서 1억수수 혐의”>에서 “권 의원은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5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구속 기소)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고 보도한 뒤 특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위해 써달라며 1억 원을 건넸고, 이는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지시와 허가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권 의원은 특검에서 윤 전 본부장을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불법 자금 수수를 비롯한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고도 했다. 권 의원이 보좌진 명의로 개통한 차명 휴대전화로 윤 전 본부장과 연락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소식을 들어 동아일보는 “권 의원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을 경우 관련자들과 말을 맞추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라고 봤다.
한덕수 영장 기각 반응 제각각
내란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그제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한 전 총리)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경력, 연령 등을 종합하면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설 <‘계엄 방조·위증’ 한덕수 영장 기각, 면죄부 아니다>에서 “정 판사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한민국 국무총리를 시쳇말로 핫바지나 심신미약자로 여기지 않고서는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국정 2인자이자 국무회의 부의장인 한 전 총리가 내란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서 이를 막지 못하고 도운 것 자체가 엄청난 죄”라고도 했다. 이 신문은 “문서 조작과 위증을 했는데도 한 전 총리가 증거를 인멸할 위험이 없다는 것인가”라며 “사법부가 내란 사범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도 사설 <한덕수 거짓말이 방어권이라며 영장 기각한 법원>에서 “법원의 결정이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으로부터 너무 동떨어져 있다. 이 판단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라며 “국회와 헌재 그리고 국민을 속이면서 증거가 나오는 만큼만 인정하는 식이다. 정 판사는 이런 행태를 방어권이라고 옹호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한덕수 기각, 면죄부 아니나 특검의 법리·증거 더 엄밀해야>에서 “법원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면죄부를 준 건 아니다”라며 “법원은 중요 사실 관계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세계일보는 사설 <한덕수 영장 기각, 특검 수사 되돌아보는 계기 돼야>에서 “특검팀은 법원이 영장 기각 결정을 내리며 설명한 사유를 경청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한 전 총리가 윤석열정부 2인자로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막지 못한 점은 분명한 잘못”이라면서도 “그것이 45년 가까이 공직에 몸담으며 총리만 두 번 지낸 76세 고령의 전직 관료를 구치소에 가둬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썼다.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5.08.28. 18:41:24 최종수정 2025.08.28. 19:02:52
고공에서 197일째 농성 중인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을 비롯한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6명의 복직을 위한 노사 교섭이 곧 열릴 것으로 보인다.
세종호텔지부 교섭대표단은 28일 서울 명동 세종호텔 인근 고 지부장의 고공농성장 앞에서 "오세인 세종호텔 대표와 노동조합 대표가 고용노동부가 함께하는 자리에서 오는 9월 둘째주 교섭을 하기로 했다"며 "오는 1일 날짜를 확정하기로 약속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세종호텔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양학원 재단 이사회는 지난 14일 2025년 3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 논의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회의 결과 이사회는 오 대표에게 복직 문제를 일임하고 이사회는 이에 따른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 뒤 2주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세종호텔 사측은 노조에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이에 세종호텔지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의 최대근 위원장, 허지희 세종호텔지부 사무장, 김난희 세종호텔지부 총무부장 등을 포함한 교섭대표단을 꾸렸다.
교섭대표단은 이날 세종호텔 로비에서 농성하며 교섭을 요구했고, 결국 교섭 날짜를 잡겠다는 사측의 약속을 받아냈다. 같은 시간 세종호텔 바깥에서는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고 지부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교섭 성사에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복직이 호텔의 정상적인 영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2021년 정리해고 뒤 세종호텔은 연회장 운영을 중단했고, 성급도 4성에서 3성으로 떨어졌다.
그는 이어 "오 대표는 호텔 운영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라며 "해고자들이 다시 호텔 안에서 일할 수 있게 되고, 관광객과 투숙객도 더 행복해지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미룰 이유가 없다. 복직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이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교섭은 2021년 12월 10일 해고된 세종호텔 노동자들이 이후 사측과 벌이는 첫 교섭이다. 세종호텔은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고 지부장 등 세종호텔지부 조합원 12명을 포함 15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흑자 전환을 이뤘지만, 세종호텔 사측은 복직을 요구하는 해고자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해고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소송에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고 지부장은 지난 2월 13일 세종호텔 앞 높이 10미터 도로시설 구조물에 올라 몸 한 번 편히 뉘기 어려운 공간에서 지내며 자신을 포함한 해고자 6명의 복직을 요구해 왔다. 벼랑 끝에 몰린 해고자가 할 수 있는 복직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선택지였다. (☞관련기사 : 25년 차 일식 요리사가 세종호텔 앞 10m 고공에 오른 이유)
▲ 28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에서 열린 세종호텔 고공농성 투쟁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 ⓒ민주노총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 청탁 의혹과 관련해 27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5.08.27. ⓒ뉴시스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28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권 의원을 피의자로 소환 조사 한지 하루 만이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 권성동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지난 2022년 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한 한학자 통일교 총재로부터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아 갔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특검팀은 이 외에도 윤 씨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2023년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인사였던 권 의원을 밀기 위해 통일교 교인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전날 권 의원을 소환해 13시간 30분 동안 조사했다. 권 의원은 특검에 출석하기 전 “특검 측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불체포 특권이 있는 현직 국회의원의 경우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이 불가능하다.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을 체포하거나 구금하기 위해 국회의 동의를 받으려면, 관할 법원의 판사가 체포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고, 정부는 국회에 체포 동의를 요청해야 한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이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당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서약한 바 있는데, 권 의원 역시 이 중 한 명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나와 차량에 탑승해 있다. 2025.8.27.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쿠데타 이래 시종 파렴치한 거짓말과 증거 인멸로 일관하며 '내란 대행' 역할을 수행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그 모든 중대한 악행에도 불구하고 구속조차 되지 않자 "판사들이 내란 척결의 걸림돌"이라는 시민들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지금까지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 연루 사건과 각종 전관예우 및 재산 문제 등을 둘러싼 숱한 의혹이 있었음에도 '기름장어'라는 별명처럼 매번 법망을 빠져나가더니, 급기야 윤석열 내란수괴의 공범 노릇을 했음에도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시킨 데 이어 법원이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까지 기각함으로써 '법꾸라지'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도 필요하지만, 주요 고비 때마다 내란 세력을 비호하는 듯한 조희대 사법부를 믿을 수 없는 만큼 '내란특별재판부'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도 여권과 시민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용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중요한 사실관계 및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또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제시한 54페이지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362쪽에 달하는 의견서, 160장의 PPT 자료, 그리고 CCTV 영상도 다 소용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25.8.27. 연합뉴스
이에 박지영 특검보는 28일 브리핑에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법의 엄중함을 통해 다시는 이런 역사적 비극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사법부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어 '아쉬움' 정도로 절제된 표현을 썼으나, 그 부당성에 대해서는 지난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비상계엄 사례까지 들며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박 특검보는 "과거 10월 유신이나 5·17 같이 권력을 가진 자들의 비상계엄은 권력 독점과 권력 의지를 위한 것이었다. 권력의 주변자들은 방임이나 이를 넘어선 협력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취했다"면서 "과거와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국민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전 총리가 국무총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다했다면 비상계엄 선포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적어도 동조하는 행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가 아닌 다른 혐의 적용을 검토할 것인지를 묻자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죄명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며 "범죄사실로 기재한 행위 자체는 다 인정이 됐고, 이에 대한 평가 문제로 보인다"고 답했다.
향후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거나 기소하더라도 처음 적용했던 혐의 자체는 크게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 특검보는 또 "법원이 '방어권 보장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본 부분에 대해서도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방어권 행사를 위해서는 증거인멸을 해도 된다는 의미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영장 재청구 없이 한 전 총리를 불구속기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기각 사유 등을 검토해 논의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답변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위 전현희 총괄위원장과 특위 위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보강수사를 통한 영장 재청구를 특검에 촉구하고 있다. 2025.8.28. 연합뉴스
특검은 영장전담 판사의 기각 사유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며서도 직접적인 불만 표시는 자제했으나 집권여당은 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가 '국민적 분노'와 '민심의 경고'를 직시해야 한다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한편, 특검이 한 전 총리에 대한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반드시 재청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3대 특검 종합 대응 특별위원회(총괄위원장 전현희)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은 이번 기각으로 내란 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 허위 계엄 문건 폐기 지시라는 노골적 증거 인멸 의혹마저 외면한 것은 사법 정의를 후퇴시키고 사법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위험한 선택"이라며 "국민은 이미 윤석열 구속 취소라는 석연치 않은 판결을 지켜봤다. 이번 기각은 사법부의 공정성, 절차적 정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욱 키웠다"고 직격했다.
이어 "사법부의 권위는 투명성과 공정성에서 나온다. 이를 스스로 무너뜨린다면 남는 것은 불신과 분노뿐"이라며 "특검이 이번 결정에 주저하지 말고 보강 수사 후 영장을 반드시 재청구해 내란 공범 세력의 범죄를 끝까지 규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미 국민 사이에서는 '내란특별재판부' 도입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사법부는 민심의 경고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8·2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란특별재판부 도입을 약속하며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실제 당내에서도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는 모습이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난 대선 때 조희대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함으로써 대선에 개입하려던 사례 ▲지귀연 판사가 법 왜곡으로 윤석열을 풀어준 데 이어 내란 주요 재판을 지지부진하게 진행하고 있는 사례 등을 꼽은 뒤 "어제 중앙지법은 증거 인멸과 진술 번복 등 구속 사유가 차고 넘침에도 불구하고 내란 공범 한덕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법원에 내란 사건을 맡길 수 없다. 내란특별재판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당 지도부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즉시 결단하라. 그것이 진정한 내란 종식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김 의원 주장에 동조하는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청래 대표도 이를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내란특별재판부 도입은 민주당 8·2 전당대회 당시 당권주자였던 정 대표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서 "법원에 지귀연 판사 같은 류가 있고, 내란 피의자 상습적 영장 기각 판사류가 암약하고 있는 한 내란특별재판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내란 척결의 훼방꾼들은 또 하나의 내란 동조 세력일 뿐이다. '내란특판'을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왼쪽부터), 김용민, 노종면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박찬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란특별법' 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5.7.8. 연합뉴스
정 대표와 함께 당권 경쟁을 벌였던 박찬대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달 8일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이 일으킨 내란 사태를 철저히 종식하기 위한 '내란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특별법은 ▲내란재판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를 비롯해 ▲내란범 사면·복권 제한 ▲내란범 배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차단 ▲내란 자수·자백자 및 제보자에 대한 형사상 처벌 감면 ▲내란범 '알 박기 인사' 조치 시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전 총리 구속 무산을 계기로 당내 공감대가 빠른 속도로 조성되자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내란특별재판부를 신속히 설치하기로 전격 결의했다.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법사위 전체회의에 특별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한 '내란 특별법'을 상정해 지체 없이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당 워크숍에서 법사위 분임 토론을 진행한 뒤 언론 브리핑을 갖고 "한 전 총리 구속영장 기각을 저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귀연 부장판사는 비리 의혹(룸살롱 접대)에 연루돼 있기에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내란 재판을 담당할 자격이 없다. 내란 특별법을 7월에 발의했는데 법사위 차원에서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표 의원도 "일부 정치 관여적인 판사들에 의해 전체 사법부가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정치권이라도 이 부분을 해소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면서 "특별재판부는 조 대법원장이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특별재판부 설치가 특별법원 설치를 금지하는 현행 헌법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김용민 의원은 "그게 대표적으로 잘못 알려진 오해"라며 "특별법원이 아닌 특별재판부 설치다. 쉽게 말해 서울중앙지법 내에 민사1부, 2부처럼 부(部)를 하나 더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에 하나도 위반되는 게 없다"고 단언했다.
28일 인천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 컨벤션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단 워크숍에서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기념 촬영 도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8.28. 연합뉴스
조국혁신당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재관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운 사건"이라며 "조국혁신당은 국민과 함께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 사건 전담 재판부 설치 등 제도적 보완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검은 포기하지 말고 신속히 보강 수사를 실시하고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며 "국민은 내란 공범을 단죄하지 못하는 사법부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내란 종식을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과 법 상식을 배반한 것이다. 내란 피고인들에 대한 반복되는 사법부의 과도한 관용, 즉 사법권 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특검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한덕수가 실제로 계엄 선포 과정에서 기여한 행적과 더불어 윤석열로부터 별도의 임무를 받은 것이 있는지, 특히 내란 특검법에 대한 자의적 거부권 행사를 비롯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이후의 석연치 않은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윤석열 측과 소통한 일이 있는지 등을 추가 수사로 규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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