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며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여한 무궁화 대훈장. 사진=APEC 2025 KOREA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 관세 협상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언론의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반도체 부문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어내며 한국 기업의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도 이재명 정부가 냉철하게 협상에 임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연간 200억 달러의 현금투자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외환시장이 출렁일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을 승인해주면서 한반도 평화에 부정적 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은 상호관세 세율을 15%로 유지하고, 한국은 미국에 매년 200억 달러의 현금 투자를 하기로 했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주요 일간지는 30일 1면에서 관세협상 타결 소식을 메인뉴스로 꼽았다. 아래는 주요 일간지의 30일 1면 기사 제목이다.
▲30일 주요 일간지 1면 기사 갈무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긍정평가 이어진 관세협상… 외환 유출 우려는 여전
경향신문 <한·미 관세협상 타결… 연 200억달러 한도 ‘현금 투자’>
국민일보 <한·미 관세협상 극적 타결… 경제 불확실성 해소됐다>
동아일보 <‘年 200억달러 한도 대미투자’… 한미, 관세협상 타결>
서울신문 <한미 관세 타결… 연간 투자 한도 200억달러>
세계일보 <한·미 관세 ‘빅딜’… “年 200억달러 상한 현금투자”>
조선일보 <관세협상 타결… 年 200억불씩 2000억불 현금투자>
중앙일보 <한·미관세 타결… “대미투자 연 200억 달러 상한”>
한겨레 <한·미 관세협상 타결… 2천억달러 현금투자>
한국일보 <‘年 200억弗 한도 투자’ 한미 관세 빅딜>
▲30일 한국경제 6면
전반적으로 주요 언론들은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3면 보도에서 “반도체는 대만 수준의 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전망”이라며 “‘수퍼사이클’에 진입한 반도체도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호황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는 6면 <“韓, 버티기와 합리적 요구 병행한 줄다리기 전략 주효”> 보도에서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해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사설 <정부 노고 끝 극적 관세 타결, 이제 또 다른 과제 속으로>에서 “우리 정부가 일부 정치권의 반미 정서에 기댄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국익을 우선시하며 냉철하게 협상을 진행해온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이재명 정부를 긍정 평가했다.
▲30일 조선일보 사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현금 투자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지고, 혜택을 입은 자동차 업계와 달리 철강업계에 고율 관세가 유지되면서 산업계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3면 <외환보유고 안 건드리고… 외화 자산 수익·채권으로 연 200억불 조달> 보도에서 “한국이 투자할 프로젝트 선정 권한 등에 대해서는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한다’는 합의만 있을 뿐 미국의 ‘선의’에 기대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문제는 한국 측 협의위원회가 투자처 선정에 얼마나 권한을 가질지다. 협의위가 투자위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투자위는 협의위에 프로젝트 상세 정보를 제공하게 돼 있지만 양측 의견이 갈릴 경우 어떻게 될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30일 경향신문 3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3면 <자동차업계 ‘반색’… 철강업계는 50% 유지에 ‘한숨’> 보도에서 “산업계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25% 관세를 적용받던 자동차업계는 15%로 인하되면서 한숨을 돌린 반면, 철강업계는 50% 고율 관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시름이 깊어지는 모습”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산업이 철강업인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했다.
사설에서도 이번 관세협상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후속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미국에 투자할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달러 가치가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출렁일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30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연 200억불 투자’로 고비 넘긴 한미 관세협상… 후속조치 만전을> 사설을 내고 “협상 타결로 일본 등 주요 경쟁국 기업과 대미 관세 격차로 어려움을 겪었던 자동차 등 수출기업의 부담은 덜게 됐다”며 “다만 미국 측이 실제 관세 인하 시점을 우리 정부가 투자펀드기금특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로 제한한 만큼 정부는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투자 프로젝트 선정 및 실행, 투자원금 회수, 수익금 배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설 <한·미 관세협상 극적 타결, 피해 최소화 나서야>에서 “최종 합의 내용도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려스럽다”며 “(현금 투자는) 외환시장에 잠재적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우리나라가 1년에 쓸 수 있는 금액이 150억~200억달러라고 밝힌 바 있다. 긴급 사안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여유분을 남겨둬야 하는 만큼 투자 가능한 외환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30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조선 분야에서 추가로 외환을 조달해야 한다. 외환시장에서 매입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조달한다고 했는데, 우리나라가 왜 남의 나라 제조업 부흥에 이렇게 무리를 해가며 지원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지울 수 없다”며 “(투자처) 최종 결정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갖는 구조다. 우리가 ‘협의권’만 갖는 것으로 얼마나 견제·감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추가적인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핵잠 도입해야 한다는 조선, 신중하자는 한겨레
원자력 추진 잠수함도 화두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이 연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는 요구를 꺼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개발을 위한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핵을 동력으로 하는 잠수함을 뜻한다. 잠항 기능이 사실상 무제한이어서 일반적인 디젤 잠수함보다 작전 지속성이 길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속 협의를 하자고 했으며, 30일 자신의 SNS에서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30일 조선일보 사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李 “원잠 허락을” 트럼프 “공감” 반드시 결실 맺길>에서 “한국은 원잠을 자체 건조할 능력이 있지만, 한미 원자력 협정 등에 묶여 연료인 농축 우라늄을 확보할 수 없었다”며 “북이 잠수함으로 핵 공격을 하면 탐지와 방어가 사실상 어렵다. 우리 잠수함이 북 잠수함 기지를 상시 감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다. 그런데 디젤 잠수함은 물속에서 길어도 3주를 넘기 어렵지만 원잠은 수개월간 작전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전에도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을 요구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2023년 3월 미국이 호주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판매하기로 하자 사설을 내고 “호주 못지않게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필요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군사력 강화를 주장했다.
▲30일 한겨레 사설
반면 한겨레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양날의 칼’로 묘사했다. 군비 경쟁으로 이어져 대북, 대중 관계에 해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양날의 칼’ 핵추진 잠수함, 활동영역 한반도로 제한해야> 사설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반도 주변의 ‘안보 균형’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우리 군사적 역할을 늘려 미국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카드를 던진 것”이라며 “핵잠을 개발·운용하게 되면, 북·중과 군사적 마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이제까지 없던 치명적인 군사적 능력을 갖추게 되면, 동중국해·남중국해까지 끌려다니며 중국을 견제하는 데 동원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활동 영역을 동해·서해 등 한반도 인근으로 제한해 중국과 직접 충돌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을 거론하며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 지적이 나왔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었겠지만 11월 1일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굳이 중국을 언급하는 게 적절했는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버티는 최민희, 난처한 민주당”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 딸 결혼식을 개최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축의금을 받고, 논란이 불거지자 보좌진에게 반환 지시를 한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또 MBC 비공개 업무보고 자리에서 개별 보도를 문제삼고 보도본부장을 퇴장시키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난 29일 최민희 의원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회의에 불참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최민희 의원에 대한 고심이 크다. 국민일보는 10면 <정청래, 최민희와 직접 통화 ‘MBC 퇴장’ 경위파악 나서> 보도에서 “정청래 대표가 최근 국정감사 도중 벌어진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의 MBC 보도본부장 퇴장 조치에 대해 경위 파악에 나섰다. 당내에서는 딸 결혼식 논란까지 겹치며 질타를 받는 최 위원장에 대한 거취 문제를 국회 국정감사 이후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30일 중앙일보 10면
중앙일보는 10면 <버티는 최민희, 난처한 민주당> 보도에서 “해프닝으로 끝날 수준이 아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 억울해도 가만있어야 하는데 최 위원장이 ‘끝까지 이겨보겠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 당내 동정 여론이 없다”는 민주당 핵심 관계자 인터뷰를 전했다.
이에 대해 국민일보는 사설 <며칠 남았지만 더 볼 것도 없다… 역대 최악의 저질 국감>에서 “(과방위 국정감사는) 딸 결혼식을 비롯해 숱한 논란을 낳은 최민희 위원장을 놓고 공방이 이어져 ‘최민희 청문회’에 가까웠다”며 “‘국정’도 ‘감사’도 없었다. 행정부가 하는 그 많은 일을 샅샅이 들여다볼 권한과 자원을 가졌지만, 이렇다 할 폭로도, 눈에 띄는 제언도, 송곳 같은 질의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30일 국민일보 사설
동아일보 윤완준 논설위원은 칼럼 <“최민희 딸 SNS엔 작년에 결혼”>에서 “적어도 국감 기간에 딸 결혼식을 치러 피감기관들을 오게 해놓고 이를 ‘건전한 세포’라고 주장하는 것이 노무현 정신은 아닐 듯”이라고 밝힌 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없애야 할 암세포라고 낙인찍으며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낡은 진영논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중앙일보 김정하 논설위원도 칼럼 <최민희와 ‘슈뢰딩거의 축의금’>에서 “감투 쓴 김에 ‘축의금 테크’를 하다 사고가 난 듯하다. 만에 하나 거액의 축의금을 예상치 못하고 국감때 국회에서 결혼식을 치렀다면 더 큰 문제”라며 “그런 엉성한 판단력으로 정치를 하면 국익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편집자말]
▲아빠와 아기 이미지pxhere
정훈님, 얼마 전 아이가 태어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누워만 있던 아이가 이제는 걷고 뛰어다닙니다. 예비신혼부부로 신청을 했다가 덜컥 당첨되어 결혼까지 하게 만든 임대아파트는 방 한 칸 거실 하나가 있는 37제곱미터입니다. 큰 집에 살 욕심도, 자산으로 돈을 벌 욕심도 없던 부부에게는 넉넉한 크기였습니다. 결혼도 시켜주고 애도 낳게 해준 소중한 임대아파트였지만 걸어 다니는 아이를 감당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글을 쓰고 밥을 먹던 커다란 식탁을 버렸습니다. 소중하게 쌓아두고 있던 책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입지 않는 옷은 버리고 새 옷은 사지 않아 아이 옷을 넣을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장난감은 장난감도서관에서 빌려서 사용하고 쌓아두지 않았습니다. 갖은 노력을 다해 한 평이라도 넓은 공간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한창 뛰어다니는 아이를 감당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가을에야 부지런히 밖으로 나가면 되지만 겨울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 같아 걱정입니다. 건조대에 널린 축축한 빨래를 까치발을 들어 꺼내는 아이를 보며 귀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빨래를 널 수 있는 베란다가 있거나 건조기를 놓을 수 있는 크기의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의 욕심과 마음은 끝이 없나 봅니다.
언론에는 20억 아파트이야기만... 전세사기 걱정 없이 살고 싶다
이사를 갈 마음을 먹고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 플랫폼에 접속해보았습니다. 구경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단지형 아파트들 가격을 살펴보았습니다. 15억. 20억. 핸드폰 화면 속 지도에 떠 있는 비현실적인 금액들을 보니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언론에 나오는 20억짜리 아파트는 다른 세상이야기이니 그냥 넘어가더라도 서울에는 5억 이하 아파트조차 찾기 어려웠습니다.
능력도 안 되지만 부동산 소유는 가급적 하고 싶지 않아 전세를 알아보는데, 전셋값도 비현실적인 것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도 나름 '영끌'을 해보았습니다. 신생아 특례 전세자금 대출 한도인 2억 4천과 현재 집 보증금과 모아놓은 돈을 합쳐 3억 5천 미만으로 조건을 걸어 검색해보았습니다. 전세 매물이 0이라고 떴습니다.
아파트는 무슨, 역시 집은 빌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빌라거지'라는 언론의 자극적인 표현이나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면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는 일은 극히 일부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빌라 가격이 저렴한 강서구 화곡동으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빌라 매매가가 전세가랑 비슷했습니다. 전세사기라도 당하면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갈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역시 임대아파트밖에 답이 없다는 생각에 매일같이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접속해 수능 공부를 하듯 공고문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런데 합격의 길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아이 하나로는 바로 탈락입니다.
제1차 국민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 결과 평균 경쟁률은 33대 1이었고, 가장 인기가 많았던 마장동 49제곱미터 경쟁률은 230.5대 1이었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민간아파트 일명 로또 분양과 비슷한 경쟁률입니다. 최종 당첨이 아니라 서류제출 대상자로 선정된 커트라인을 보니 소득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월평균소득의) 50% 이하, 미성년 자녀는 3명 이상은 있어야 했습니다.
5인 가구 50%이하 가구원 소득은 451만 5524원입니다. 저도 복권 긁는 심정으로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59제곱미터에 넣어봤지만 보기 좋게 탈락했습니다. 59제곱미터는 제가 생각해도 아이 둘 셋 있는 분들부터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찾고 찾다 보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좁아도 이집에 좀 더 살다가 이사하면 되지 않을까? 애초 신혼부부는 6년까지 살 수 있는데, 아이를 낳으면 20년 까지 살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모두 단칸방에서 살았는데, 아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버티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동산을 둘러싼 불안
▲마포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써붙어 있는 모습.연합뉴스
그러나 불안합니다. 이러다 영영 이사를 가지 못하지 않을까? 내가 이러고 있는 사이 집값과 전셋값이 더 오르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듭니다. 사람들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이유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현금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집값은 계속 오릅니다. 할 수 있다면 30년까지 상환기간을 잡고 최대한 많은 대출을 끌어서 구입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겁니다.
30년 동안 갚는 도중에도 현금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 가치는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상환부담액도 줄어듭니다. 지금 200만 원을 상환할 때의 경제적 부담과 물가가 상승할 10년 뒤 200만 원을 갚을 때의 경제적 부담은 다릅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한다면 월 200~300만 원씩 원리금을 균등 상환하는 것 정도는 해볼 만한 일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월급이 고정적으로 들어온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저같이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은 매달 월급이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것에 확신을 가질 수 없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이 무려 856만 명으로 전체노동자 중 38.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08만 8000원에 불과합니다. 정규직 노동자의 월급은 389만 6000원으로 비정규직보다 180만 원을 더 벌지만 집값을 생각하면 노동소득만으로 집을 장만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제 나이가 40인데 30년 동안 대출을 받으면 70세까지 돈을 갚아야 합니다. 70세 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도 없습니다. 2년짜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음 직장을 어디서 얻을지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부동산은 노동의 문제와 떼려야 뗄 수가 없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노동과 지역균형발전의 문제
마지막으로 서울을 벗어나 지역으로 이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처가와 가까운 경북 지역을 살펴보니 전세는 1억 5천, 매매는 2억이면 25평 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있었습니다. 1억 5천 정도를 3% 정도로 대출받으면 20년 동안 약 83만 원씩 원리금 균등상환을 하면 되니 이 정도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역시 일자리가 가장 큰 문제이지만 무슨 일이든 성실하게 하면 길은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개인이 노력한다고 바꿀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바로 환경입니다. 아이를 키워보니 믿을 수 있는 소아과, 산부인과, 어린이집이 중요합니다.
코미디언 임라라씨는 산후출혈로 정신을 잃었지만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40분간 당했다고 합니다. 서울이 아닌 지역이었다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겁니다. 2019년 양산에서는 의식을 잃은 4살 아이가 양산부산대병원을 찾아갔다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부산의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끝내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만 치료가 가능한 병을 앓는 아이를 데리고 서울역으로 향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결국 부동산 대책은 일자리 문제와 육아 대책, 교통과 병원 문화 등 지역균형 발전의 문제입니다. 모두가 근본적 원인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논쟁과 대책의 중심이 모두 20억짜리 아파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는 정치인들도 이런 아파트들을 가지고 있다 합니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관심과 에너지를 조금만 돌려보면 좋겠습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평생 1억을 모으는 것도 어려운 사람들, 지역의 사람들이 어디서 먹고 살 수 있을지, 이들의 자녀와 부모들은 어떤 공간에서 살아야 할지를 고민한다면 더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할 거라 믿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국립 경주박물관에서 취임 후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고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는 3500억 달러(500조 원) 패키지의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해 마침내 합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저녁 브리핑에서 "한미가 관세협상의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합의했다. 무역 협상이 거의 타결됐다"고 말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트럼프 경주회담…전격 ‘무역 합의’
트럼프 ”한국과 훌륭한 회의…협상 타결“
김 실장에 따르면, 한국의 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문제가 됐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중 현금 비중을 2000억 달러로 하되,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연간 200억 달러로 제한했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마스가 프로젝트'로 명명된 조선업 협력에 투자된다. 김 실장은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 달러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우리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의 조정을 요청할 별도 근거도 마련했다"며 "투자 약정은 2029년 1월까지이지만 실제 조달은 장기간 이뤄지고, 시장 매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조달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양해각서(MOU)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품목관세 중 의약품·목제 등은 최혜국 대우를 받고, 항공기 부품·제네릭(복제약) 의약품·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우리의 주된 경쟁국인 대만과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으며, 쌀·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은 막았다고 김 실장은 덧붙였다.
2025. 10. 29. 연합뉴스
대다수 분석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타결 가능성이 낮다고 점쳤지만, 예상을 깨고 전격 타결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한미는 22일 워싱턴D.C.에서 진행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의 대면 협의에 이어, 28일 김정관-러트닉 화상 협의를 통해 대미 투자 패키지 실행 방안을 놓고 막판 타결을 시도해왔다.
양국의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발언을 하면서 제기됐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직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특별연설에서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일본과 획기적인 협정을 체결했다. 한국과의 무역협상을 곧 마무리할 것이다"라며 말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8.25 백악관 정상회담 때에 이어 이번에도 트럼프에게 '한반도 피스 메이커'(평화중재자) 역할을 다시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한 지 9개월이 됐는데 지금까지 전 세계 8곳의 분쟁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그 위대한 역량을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내는 큰 업적으로 남기면 세계사적으로도 큰일을 이루시는 것이다"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큰 역량으로 전 세계와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주시면,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회동 불발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 중 북미 정상 회동 불발에 아쉬움을 밝히는 과정에서 한 차례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트럼프도 곧바로 화답했다. 그는 모두 발언을 통해 "난 한반도에서 여러분이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상황을 "아직 남아있는 먹구름"이라고 표현한 트럼프는 이 대통령을 향해 "당신과 협력해 그 하나 남은 것을 해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주안점을 둔 다른 사안들은 '한미동맹 현대화' 차원에서 한국의 자체 방위 역량 강화와 우라늄 농축 권한 제한과 핵 재처리 원천 금지를 담은 한미 원자력 협정의 개정이다.
먼저 이 대통령은 현재 한국의 방위비 지출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고, 세계 5위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소개한 뒤 한국의 자체 방위 역량 강화와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방위 산업 지원이나 방위비 증액은 저희가 확실하게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2025. 10. 29. 연합뉴스
이재명 '종속적인' 원자력 협정 개정 촉구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우라늄 농축 요청"
특히 눈길을 끈 건 이 대통령이 양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앞에서 트럼프에게 '종속적인' 한미 원자력협정(2015년 6월 발효)의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지지해주신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부문에서도 실질적 협의가 진척되도록 지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을 20% 미만으로 제한하고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전면 금지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현재 한국이 경주 월성 원전 등 26기의 상업용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는데다, 핵연료를 프랑스(34%)와 러시아(34%)를 포함해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 요구는 바로 핵연료를 한국이 스스로 만들어 쓸 권한을 달라는 얘기다.
그리고 미국이 핵 비확산을 구실로 전면 금지해온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허용 요구는 한국 경제와 에너지 주권을 옥죄고 있는 '족쇄'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당장 시급한 건 사용 후 핵연료들 담가둘 '수조'가 5년 후에 포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 원자로의 핵연료가 다 타면 새로운 핵연료를 넣어야 하는데, 수조가 꽉 차면 더 이상 사용 후 핵연료를 넣을 수가 없어 원전 가동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사용후 핵연료를 비싼 비용을 치르고 외국으로 반출하거나, 아니면 재처리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재활용 가능한 95%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연료로 뽑아내고 핵폐기물은 5%만 남는다. 그때 부피는 전체의 5% 수준으로 줄어 수조를 비우는 효과를 얻는다.
또한 외국에서 전량 수입해 쓰는 핵연료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이중의 효과를 누린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핵무기 제조가 아닌, 상업용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전면 허용해왔다. 현재 원자력은 반도체와 철강, 조선, 석유화학을 포함해 한국의 산업을 가동하는 전기 에너지의 약 30%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년 후 수조가 꽉 차거나, 그 이전에 핵연료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 한국의 산업엔 재앙이 닥친다.
이와 관련해 조 현 외교부 장관은 23일 MBC라디오에 나와 미국에 "우라늄 농축을 해야 하고,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아주 강력하게 요청했고, 그게 받아들여졌다"며 "한미 간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곧 시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6일 KBS 일요진단에서 "일본하고 똑같이 될지 아니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든지, 하여튼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면서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트럼프, 산업화·민주화 동시 성취한 한국 격찬
"이런 곳은 거의 없다…전 세계 영감 받아야"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행한 APEC 최고경영자 서밋 특별연설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대한민국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여기에 온 것은 큰 영광이다. 놀라운 국민이고 놀라운 나라"라며 "한국은 미국의 소중한 친구이자 가까운 동맹"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반도에서 한국인은 보기 힘든 산업·기술 강국으로서 경제 발전의 기적을 이뤄냈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사회에 지속적인 민주주의, 번영하는 문명을 구축했다"며 "나는 정말 축하하고 싶고, 이런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특히 "전 세계가 여러분이 이룬 것에 영감을 받아야 하며, 연구해야 하며, 여러분이 해낸 일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부분은 이루지 못할 것이고 아마도 여러분에게 좋을 것이다. 이 방식을 계속 유지하시라"라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성공은 의심하는 자들이 틀렸음을 입증할 수 있는 확신과 용기를 갖는 데서 나온다"며 "자주 당신들은 거의 모든 사람의 반대 방향으로 갈 것이고, 당신은 옳고, 다른 사람들은 틀리게 될 것"이라면서 "함께 우리는 우리 앞에 아무도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고 있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모든 사람을 위해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회담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는 이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이미 훌륭한 대통령이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이 일(한반도 문제 해결)을 함께 해낸다면, 당신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 인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반대하는 기습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25.10.29
한편, 한미 정상회담장인 국립경주박물관 인근에서 자주독립대학생시국농성단과 민주노총 관계자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60여 명이 동궁과 월지 주차장 앞에 배치된 경찰 저지선을 넘어 경주박물관 인근 도로까지 접근해 기습 시위를 했다. 이들은 'NO Trump, 대미 투자 철회'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트럼프에 반대한다. 대미 투자 철회하라. 굴욕 동맹 반대한다"라고 외쳤다. 이후 트럼프의 숙소인 경주 힐튼호텔 앞 도로에서 자주독립대학생시국농성단 소속 회원 20여명이 트럼프 미 대통령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 국민 불법 체포·구금 사과하지 않는 트럼프 방한 반대한다', '트럼프의 날강도적인 3500억달러 투자 강요 규탄한다'는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반트럼프 구호를 외쳤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 주도 첫 다차원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5.10.28. ⓒ뉴시스
한국 사회에서 소득 격차는 완화돼 왔지만, 여전히 부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불평등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소득뿐만 아니라 교육, 건강, 자산 등 다양한 요인들까지 함께 고려해 사회 전반의 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를 연구한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결과, 소득 불평등 수준 완화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불평등 수준은 점차 심화됐다. 주된 이유는 자산의 격차 때문이었다.
이에 이제는 자산의 재분배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소득·교육·건강·자산 등 고려한 '다차원 불평등 지수'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소득, 교육 등 분야별 불평등 수준을 살펴보는 연구는 많았으나, 이를 모두 고려해 사회 전반의 불평등 지수를 연구해 국회가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불평등을 소득, 교육 등 1차원적인 요인만 분석하지 않고 소득·자산·교육·건강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종합적인 불평등 지수를 제시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주도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진행된 것으로, 이번이 첫 다차원 불평등 지수 발표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에 대한 연구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단지 하나의 문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연구 결과 발표는 맡은 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연구실 부실장은 "만약 하나의 불평등이 다른 불평등의 원인이었다고 한다면 그것만 해결하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게 아니고 각각의 불평등이 다른 인과관계로 서로 엮여 있다라고 한다면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이런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사회가 발전하면서 불평등 문제를 단지 소득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문제도 생겼다. 김 부실장은 "소득 중심 사고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도"라며 "소득만이 인간의 행복을 좌우하는 건 아니다. 교육, 건강, 인간 관계 같은 것들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소득, 교육, 건강 등 11가지 항목을 측정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BLI)'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BLI는 36개 회원국 중 28위로 하위권이다.
실제로 소득이 좋아진다고 해서 이에 비례해 다른 요인들이 무조건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김 부실장은 "다른 지표가 소득과 다르게 나타나 실제로 비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며 "소득이 늘면 당연히 건강도 좋아질 줄 알았는데, 일정 소득을 넘어서면 건강이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상관관계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소득, 자산, 교육, 건강 등 요인을 반영한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는 최근 13년간(2011∼2023년)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해당 2011년 0.176였으나 2023년 0.190으로 상승했다.
이번 연구에서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다차원 측정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혼합다차원지수(Hybrid Multidimensional Index, H-MDI)를 사용했다. 소득, 자산, 교육, 건강 등 각 요인의 불평등 정도를 지니계수로 표현하고, 여기에 집중지수, 민감도, 가중치를 계산해 산출한 수치다. 지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수준이 높다는 의미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의 지속적인 상승은 그동안 소득 불평등이 완화된 것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소득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2011년 0.387에서 2023년 0.323으로 낮아졌다. 지니계수는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뜻이며, 반대로 1에 가까워질수록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는 것을 나타낸다.
반면 자산·교육·건강 등 다른 3개 분야의 불평등은 모두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자산 불평등은 2018년 이후 지속해서 심화하고 있다. 최근 13년간(2012∼2024년) 순자산(총자산-부채) 지니계수는 2012년 0.625에서 2017년 0.589로 낮아졌다가 2018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2024년엔 0.616을 기록했다.
다차원 불평등의 주된 요인도 점차 소득에서 자산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였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에서 차원(요인)별 기여도를 보면 2011년에는 소득이 38.9% 차지하면서 불평등의 주된 요인이었으나, 2023년에는 자산(35.8%)이 소득(35.2%)을 앞질렀다. 같은 기간 교육은 20.9%에서 16.0%로, 건강은 14.7%에 서 13.1%로 기여도가 줄었다.
현재 한국에서 다차원 불평등 지수의 증가는 자산 불평등 심화가 주된 원인인 셈이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 및 차원별 기여도 변동 추이 ⓒ국회 입법조사처
김 부실장은 "지금까지 전반적으로 소득 불평등도 완화되고, 교육과 건강 지표 자체는 기여도가 완만하게 유지됐다"면서 "반면 자산 불평등이 기여도에서 많은 부분이 반영된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김 실장은 소득과 함께 자산의 재분배를 위한 정책적 대안도 요구된다고 결론내렸다. 그는 "자산 불평등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계급 간 이동을 가로막고, 건강한 노동 윤리를 저해하는 요인도 된다"라며 "부의 대물림이 주된 경로가 된다는 부분은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고, 사회적 상속 정책에 대해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김 부실장은 "2012년도부터 소득 불평등이 꾸준히 괜찮아졌지만, 그러면 이대로 둬도 괜찮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라는 것"이라며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불평등한 나라"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데이터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 부실장은 "불평등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아예 없는 데이터도 있지만,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도 있다"면서 "이런 부분들에서 데이터의 더 퀄리티를 높여야 되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교육 불평등은 교육연수를 기준으로 측정돼 '교육의 양적 불평등'만 알 수 있다. 부모의 소득 및 자산 정도와 명문대 진학률 등 교육의 질적인 요인은 대학 등에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아예 데이터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연구실 부실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 주도 첫 다차원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2025.10.28. ⓒ뉴시스
"한국 사회 불평등의 근저에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지표"
전문가들은 이번 다차원 불평등 지수 연구에 대해 한국 사회 불평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표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이명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학 개론 교과서에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분산되고 파편적으로만 조사되고, 이렇게 종합적으로 살펴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반가운 연구"라고 평가했다.
임아영 경향신문 기자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구체적인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그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을 하는 게 좋은지 잘 되어 있지 않아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사건들을 보도하는 건 굉장히 쉬운 일인데 그 근저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해석하는 일은 굉장히 많은 도구들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서 이번에 이 연구가 굉장히 의미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지적된 데이터 활용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유종성 연세대학교 한국불평등연구랩 소장은 "건강 불평등 경우에는 다른 차원과 다르게 객관적 지표가 거의 없고, 주관적 지표를 많이 사용을 했는데 사실은 이제 이런 부분은 행정 데이터라든지 이런 게 활용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소장도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은 개인 소득을 다 파악할 수 있다"면서 "한국은 가계소득도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고, 또 연구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위 말하는 SKY 대학이 부모 소득에 대한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하버드 등은 다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학금이나 저소득층 배려 정책을 수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정보 공개를) 강제해야 되고, 철저하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서 교육의 질적 지표 분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에 더 많은 요인을 반영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명진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의 불평등에 대한 함의를 더 가진 부분은 세대 간의 불평등"이라면서 "세대 간의 불평등도 상당히 주목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정책적인 대안에 대해서도 단순히 재분배 방안뿐 아니라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전환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불평등의 문제를 재분배의 문제로 접근하는 건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경제구조는 성장 방식으로만 얘기를 하는데 그런 경쟁 구조가 자꾸 불평등을 강화하는 구조로 만들어 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문제를 조세정책 등을 통해서 완화한다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근본적 구조의 개혁과 전환에 대한 대안들을 좀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된 이후 열여섯 번째 재판에도 불출석했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해 글자도 제대로 보지 못하며, 재판 출석 시 혈당 급변으로 실명의 위험이 있다'이다. 변호인은 "의사의 소견에 따라 불가피한 불출석"이라고 변명했지만, 국민 다수는 이를 믿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동안 그가 살아온 방식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법치'를 외치며 수많은 사람들을 수사했다. 그는 피의자의 건강 사유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의 인권보다는 '법의 엄정함'을 앞세웠고, 피의자의 병원 진단서를 '시간 끌기용 꼼수'로 몰아붙였다. 그랬던 그가 이제 자신이 법정에 서야 할 차례가 되자 '실명 위험'이라는 방패를 들고 나섰다. 이것은 단지 건강 문제의 문제가 아니다. 정의에 대한 태도의 문제, 즉 책임의 부재에 관한 문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불출석이 아니라 '법 거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출석을 거부했다"면서 "법이 허용하는 절차에 따라 불출석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불출석 사유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헌정 사상 내란 혐의로 재판받는 전직 대통령이, 그것도 16차례나 연속으로 법정에 나오지 않은 전례는 없다. 이는 단순히 '출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헌법 질서에 대한 모독이며, 사법 정의의 권위를 훼손한 행위다. 그는 과거 자신이 신봉하던 '법과 원칙'이라는 말을 지금 자신에게 적용하지 않는다. 그에게 법은 타인에게는 냉정했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하다. 그의 이런 태도는 '법치'가 아니라 '권치(權治)', 즉 권력에 의한 지배의 민낯을 보여준다. 진정한 법치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의 통치이며, 법 앞의 평등이다. 그런데 지금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은 그 법의 근본 정신을 스스로 부정한다.
국민 앞의 책임, 그 무게를 잊었는가
대통령은 한 나라의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존재다. 그런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된 것은 그 자체로 국가의 수치다. 더 큰 문제는 그가 그 책임을 마주할 용기도 없다는 점이다. 국민은 병든 지도자를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책임을 회피하는 지도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병이 있다면 치료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그 어떤 병도 자신의 행위를 대신 변명해 줄 수 없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몸이 불편하더라도, 국민 앞에 나와 진실을 밝히고 사죄하며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공인의 도리이고, 국민이 그에게 기대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품격이다.
지금의 윤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을 피해자처럼 말한다.
"억울하다" "몸이 아프다" "재판 일정이 너무 잦다."
하지만 묻고 싶다. 그가 검찰총장이었을 때, 수많은 피의자들이 '억울하다' '병이 있다'고 호소했을 때, 그들의 사정을 들어준 적이 있었는가. 그의 정의는 언제나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가혹했다. 그 정의의 칼이 이제 자신을 향하자, 그는 그 칼날을 피해 달아나려 한다.
진정한 실명은 육체가 아니라 양심의 실명이다
그가 말하는 '실명 위험'보다 더 심각한 것은 양심의 실명, 도덕의 실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육체의 시력을 잃어가고 있을지 모르나,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그는 진실을 보는 눈을 잃었다. 권력의 빛에 눈이 멀어 국민의 고통을 보지 못했고, 사법 권력을 휘두르며 법의 본질을 잊었다. 이제 그 눈이 육체적으로 닫혀가고 있다면, 그것은 신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진실을 외면하고 불의 위에 군림한 자에게 내려지는 상징적 심판이다.
육체의 눈은 감을 수 있지만, 역사의 눈은 결코 감기지 않는다. 법정의 심판을 피해갈 수는 있어도, 역사의 심판은 피할 수 없다. 그는 이미 국민의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국민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고,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드러난다. 그때 윤 전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변명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촛불집회 참여 중인 민주사회를 위한 지식인, 종교인 네트워크(민사네) 회원들 모습. 2025.09.12. 사진제공 김근수 소장
법은 복수의 도구가 아니라 정의의 언어다
그가 법정을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법이 복수의 자리가 아니라 진실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법은 피고인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도덕적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절차다. 따라서 법정에 서는 것은 곧, 자신이 저지른 일을 인정하고 사회와 화해하려는 첫걸음이다. 그가 끝내 법정에 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형사 절차의 회피가 아니라, 민주공화국과의 단절이다. 우리는 이미 '법 위의 권력자'가 나라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경험했다. 박정희의 독재, 전두환의 쿠데타,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수많은 권력자들의 범죄가 있었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그들에게 마지막에 물었다. "당신은 법 앞에 섰는가?"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이제는 국민의 정의가 답할 차례
윤 전 대통령의 불출석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법치에 대한 도전이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검찰총장 윤석열'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는 단 한 사람의 피고인일 뿐이다. 검찰권으로 무장한 방패는 사라졌고, 남은 것은 오직 그의 행적뿐이다. 그가 법정에 서는 것은 국민을 위한 의무이며, 자신을 위한 마지막 구원이다. 법 앞에 서서 죄를 인정하거나, 억울함을 해명하라. 그것이 역사를 향한 최소한의 예의다. 끝까지 숨는다면, 그의 이름은 영원히 '도망자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냉정하다. 눈을 감는다고, 문을 닫는다고, 그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병든 몸보다 병든 양심을 먼저 치유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회복이며, 법과 정의가 그를 다시 받아들일 유일한 길이다.
2023년 8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를 한 지 2년 2개월이 지났지만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된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 이는 기술적 안전성만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과 국제적 책임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라 온도 차이는 있었지만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태평양도서포럼(Pacific Islands Forum: PIF) 회원국들은 일본의 일방적 결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특히 태평양도서국들은 "우리의 바다는 실험실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상 '공유해양(commons) 보호의무'를 상기시켜왔다. 이는 핵오염수 해양방류가 한 국가의 내부 문제가 아니라, 공유해양의 관리와 책임에 관한 국제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가와 히로미치(烏賀陽弘道)는 <ALPS수·해양배수의 거짓 12가지(ALPS水·海洋排水の12のウソ)>(2023)에서 일본 국내문제였던 방사성물질오염을 국제문제로 확대한 것은 정책 실패이며, '해양배수밖에 방법이 없다' '탱크를 놓을 장소가 더 이상 없다' 'ALPS(다핵종제거설비)에 방사성물질은 삼중수소밖에 남아있지 않다' '일본 정부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기때문에 안전하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으로 보아도 무시할 수 있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국내문제였던 방사성물질오염을 국제문제로 확대한 것은 '정책의 잘못'으로 국제정치상 ALPS수 해양방출은 '최악의 악수'이다. 왜냐하면 바다는 국제해양법상 '세계 각국의 공유재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모든 국가가 이 해양방출에 관해 의견을 말할 권리를 가지게 됐다. 적대적 국가라면 공격재료로는 최고 호재이기에 ALPS문제와 전혀 다른 정치·경제문제의 교섭·거래의 소재로 사용할지도 모른다. 배수는 30년간 계속될 것이기에 언제 어느 때나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주권국가는 각각 다른 법률과 규제를 정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 국제법상 현실이기에 일본 정부가 아무리 ALPS가 안전하다고 부르짖어도 그것은 일본 정부의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과학으로 증명돼 있다고 일본 정부가 주장하더라도 다른 주권국가가 과학에 따를 의무가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우가와는 또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해양배수는 어쩔 수 없다'는 말도 거짓이라고 말한다. ALPS를 해양투기하지 않고 육상처리해 보관하는 방법은 적어도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연증발법으로 미국 스리마일섬(TMI)원전사고 오염수 처리 때 실행한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오염수에 시멘트를 부어 넣어 고체로 만드는 콘크리트고화(固化)법이 있다. 그런데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는 원전사고의 오염물질 육상처리 원칙을 어기고 '방사성물질 봉쇄'라는 방사선방호철칙과도 완전 반대다. 일본 정부가 기존 원칙을 파괴한 '인류 최초의 시험' 영역에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탱크를 놓을 장소가 더 이상 없다'는 말도 현장에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탱크 놓을 장소가 없다는 말은 후쿠시마원전의 '구내(약 3.5㎢)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후쿠시마원전 주변 부지는 도쿄 신주쿠구와 비슷한 면적(약 16㎢)의 제염 오염토매립장이다. 이곳에 현재 주민은 한 명도 없고 30년간은 사용이 보장된 공터이다. 일본 언론은 공중촬영을 해도 모두 원전 구내의 탱크 밀집 사진만 찍어 '이미지조작'을 해 일본 국민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우가와는 폭로했다.
▲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일본 불매운동 제안 퍼포먼스. ⓒ함께사는길(이성수)
싱가포르국립대 국제법센터 데니스 청(Denise Cheong)·니베디타 S(Nivedita S)는 <Korean Journal of International and Comparative Law(국제법 및 비교법 저널)> 제12권 제2호(2024)에 게재된 논문 <후쿠시마 제1원전 ALPS처리수 해양방류-해양환경 보호 규범 강화 방안(Fukushima Daiichi ALPS-Treated Water Discharge: Bolstering Norms to Protect the Marine Environment)>에서 일본 도쿄전력의 후쿠시마오염수 해양방류는 해양환경보호라는 규범 측면에서 매우 복합적인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원자력 분야와 해양법 분야의 국제규범이 교차하는 지점에 주목해 일본의 조치가 이들 규범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 논문의 주요 논점은 일본 정부 및 도쿄전력의 방류 결정과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검토는 주로 '안전기준 충족 여부'에 집중되었으나, 인접국 협의·정보공개·참여형 거버넌스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특히 규범을 실행하는 '거버넌스 인프라'가 약한 것은 신뢰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공동감시(multilateral monitoring)' 및 '공동시료채취(joint sampling)'의 제도화를 권고하고, 해양폐기물·처리수에 관한 규범 간 갭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규범 또는 실질적인 강력한 규제체계 구축과 인접국·국제기구·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절차와 정보공개 메커니즘 구축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논문은 기술적·안전성 중심의 논의가 과도하게 강조된 현 상황에서 '절차적·제도적 정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특히 한국·중국 등 인접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단독 결정이 국제규범과 상관없이 진행될 경우, 외교·수산물 신뢰·해양생태계 보호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중국 중궈스유대(中國石油大學) 인문법학원 멍리(孟丽, Meng Li)와 왕쉐둥(王学东, Xuedong Wang)은 2023년 영국에서 발행되는 '오픈액세스 다학제 국제 학술지'인 <Heliyon(헬리온)>에 게재된 논문 <Legal Responses to Japan's Fukushima Nuclear Wastewater Discharge into the Sea(일본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국제법적 대응)>에서 일본의 조치가 런던협약과 국제해양법 제194조(오염방지의무)·제197조(국제협력의무)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0172886).
일본은 인접국과 실질적 협의를 거치지 않았고, 해양오염 행위에 요구되는 사전 통보 및 환경영향평가(EIA) 절차도 미흡했다는 것이다. IAEA 검증이 일본의 자료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독립적 검증'이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들 학자는 일본의 후쿠시마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을 국제법적 절차와 책임 관점에서 분석했는데 오염수 해양방류가 단순한 과학·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접국의 권익과 국제해양환경의 보전의무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일본이 국제사회와 충분한 사전 협의, 환경영향평가, 데이터 공개(data transparency)를 거치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
이 논문의 주요 논점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①국제법적 정당성이 결여됐다. IAEA의 검증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에 기반한 기술적 검토에 불과해, 독립적 감시로 보기 어렵다. 이는 1972년 런던협약(London Convention)과 1996년 의정서, 그리고 유엔해양법협약 제194조(오염방지 의무) 및 제197조(국제협력 의무)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가 '기준치 이하 희석으로 안전하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이는 국제환경법의 '예방원칙' 및 '사전예방적 조치의무'(precautionary principle)와 배치된다. 따라서 일본의 해양방류는 '국제규범상 합의된 투명 절차를 무시한 행위로, 사실상 불법 해양배출(illegal discharge)에 해당한다'고 평가될 수 있다.
②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 해양오염 행위는 국경을 넘어 영향을 미치므로 사전통보·협의 의무가 적용된다. 일본은 인접국 및 태평양도서국 등 피해 가능국과의 실질적 협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방류 결정 과정과 ALPS 검증 자료 공개가 제한적이었다.
③IAEA 검증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 IAEA는 회원국 정부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하므로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본이 IAEA 보고서를 '면죄부'로 활용하는 것은 과학적 검증의 정당성을 훼손한다.
④중국의 권익 보호 전략의 제안이다. 중국은 유엔해양법협약 및 런던의정서 당사국으로서 △다자 감시체계(multilateral monitoring) △공동 시료채취(joint sampling) △실시간 정보공개 △분쟁 조정절차 가동을 제안할 수 있다고 논문은 권고한다. 이는 정치적 대립이 아닌, 법적·제도적 책임 구조 안에서 일본에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들 논문의 정책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①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즉 단일 국가의 자체 검증이 아닌 다자 협력 형태의 공동 데이터 체계가 필요하다.
②법적 협상을 구조화해야 한다. 즉 유엔해양법협약 및 런던의정서 의무를 근거로 '국제법적 협의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③피해국의 권리 확보가 중요하다. 즉 중국의 경우 어업·수산물 시장 피해에 대한 '환경책임 배상청구' 의제 검토가 필요하다.
④다자협의모델을 제시 국제사회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즉 중국·한국·태평양도서국가들이 '동아시아 해양환경 감시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일본의 단독 방류 구도를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로 과학적 안전성을 주장하기 전에 법적 절차와 국제협력을 보장해야 하며,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출은 '국가주권의 문제'를 넘어 '공유해양의 책임 문제'임을 강조하고 모든 당사국은 국제법상 의무와 시민사회의 감시 요구를 충족시킬 투명한 검증 체계를 공동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샹강종원대(香港中文大学) 로스쿨 장하오(张浩, Hao Zhang)·쉬하오(徐浩, Hao Xu)는 2024년 <Environment, Development and Sustainability(환경, 발전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게재한 논문 <Reflections on governing Japan's discharge of Fukushima nuclear wastewater(일본의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거버넌스에 대한 성찰)>에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IAEA 등 거버넌스 구조를 중심으로, 처리수(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및 실행 과정에서 나타난 책임구조의 불투명성, 지역사회 참여 부족, 국제협력 및 법제도적 틈새 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논문은 △해양방류 결정이 기술적·공학적 측면에 치우쳐 있고, 어업인·지역주민 등의 이해당사자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일본 정부 및 도쿄전력이 국제적 이미지·외교 전략 측면에서 처리수(오염수)를 다루면서, 실제로는 정보공개·모니터링·독립검증 체계에 신뢰성의 문제가 존재한다고 비판하고 △국제법·해양환경법적 규율이 아직 후쿠시마 처리수 같은 대규모 해양방류 사안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제도적 공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논문은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을 향해 세 가지 주요 거버넌스 딜레마로 △이해당사자 참여 부족으로 어민·인접국 시민·태평양도서국 등 다양한 목소리가 정책결정 초기부터 반영되지 않았으며 △규제체계의 낡음, 즉 일본 국내규제·국제해양환경법 체계 모두가 구식이며, 사후관리·예측모델 등에 대한 법적 틈새가 존재하고 △신뢰위기로 일본의 투명성 부족, 도쿄전력의 정보은폐 논란, 국제적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한 자료 공개 미흡 등이 복합해 거버넌스 정당성이 약화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 학자는 이러한 문제를 '미래공동 해양사회(Maritime Community with a Shared Future, MCSF)' 개념으로 해결 가능한 거버넌스 프레임을 제안한다. 해양문제는 단일국이 독립적으로 다룰 수 없으며, 다국가적 협의체·정보공유·장기 모니터링이 필수라는 논리로 이 개념을 법적·제도적 틀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다. 이에 한국·중국·태평양도서국 등이 일본의 단독 방류를 넘어 공동 거버넌스 메커니즘을 제안해야 한다고 본다. 이에는 다자협의, 공동샘플링, 처리수 관련 정보의 '지속가능한 공유'가 포함되며 규제 틈새를 메우기 위해 해양법·환경법 차원의 국제조약 강화도 병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논문의 시사점은 과학적 안전성 논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거듭 준다. 기술적으로 '피폭선량이 낮다'고 한들, 절차적 정당성·참여형 거버넌스·정보공개가 부족하면 국제사회와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논문들이 해양환경 거버넌스를 둘러싼 외교적 틀 마련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겠다 싶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모습. ⓒ연합뉴스
2025년 10월 21일 일본은 사상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64세) 정부로 바뀌었다. 미국 알링턴 소재 독일미디어그룹의 국제적인 뉴스 플랫폼으로 신속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보도로 알려진 <폴리티코(POLITICO)>는 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에 대한 특집기사를 내보냈다(Politico, 2025.10.21.)(https://www.politico.com/news/2025/10/21/j
apans-parliament-elects-nations-first-female-prime-minister-00616219?utm_source=chatgpt.com). 기사 요지는 이러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 대표적인 극보수 인물로, 아베 신조 노선을 계승하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수정주의, 대중(對中) 강경 노선으로 알려져 있다. "워라밸은 폐기하겠다.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발언처럼 경제안보·국방 강화에는 적극적이지만 젠더 평등과 다양성에는 냉소적이다. 다카이치의 외교 스타일은 '국익 우선·내정 간섭 거부'로 요약되며, 이는 후쿠시마오염수 문제에서도 '과학적 안전성 강조–정치적 책임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카이치는 전임 정부시절 오염수 관련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보수외교 노선과 역사인식에서 한국·중국 등과 갈등을 유발해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후 한일관계 및 해양환경 외교에 긴장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총리로서 한일관계에 대해 '중요한 인접국'이라 표현했음에도, 다카이치의 과거 행보는 어업·환경·역사 문제와 직면해 있는 한국 입장에선 경계의 시선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틀간 경주, 제주, 인천, 부산에서 'APEC 2025 Korea'(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이 열린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 Connect, Innovate, Prosper)'이 주제 및 중점과제이다. 아·태지역 내 다자협력 확대, 공급망·환경·디지털 거버넌스 등이 핵심 쟁점이다. 이 국제무대는 단지 경제협의체가 아니라, 해양환경·투명성·공동감시와 같은 거버넌스 외교의 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이 APEC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일본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문제에 대해서도 공동규범·투명검증체계 차원에서 국제적인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강경 대중국 노선 등 한일·한중 관계에서 긴장을 유발해온 배경이 있기에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의 후쿠시마오염수 해양방류 정책은 단순한 원전·과학 이슈를 넘어 외교·책임·신뢰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점을 잘 살려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향루 다카이치 일본 정부와의 환경외교에서 어떤 전략을 구축해야 할까? 이재명 정부가 주목해야 할 전략의 축으로 명심해야 할 것은 국내외 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하면 이런 점들을 제안할 수 있겠다.
첫째, '공유해양 보호 의무' 논리다. 일본의 해양방류는 단순한 자국의 기술문제가 아니라, 다자적 해양환경 관리에 대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태평양도서국과 연대해 '국경을 초월한 환경영향평가제도(Transboundary EIA)'를 제도화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을 단순히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법의 틀 안에서 투명한 검증과 협의의 장을 만드는 접근이다.
둘째, '투명성과 독립감시'다. IAEA의 검증은 회원국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며, 일본이 발표하는 정보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일본과의 양자 채널을 넘어, 한국·중국·태평양도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감시체계와 공동 시료채취 시스템 구축을 제안해야 한다. 이는 기술적 신뢰성을 넘어 정치적 신뢰회복의 길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셋째, '어업인 및 소비자 보호'이다. 오염수 방류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이며, 식탁 위의 소비자들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방류로 인한 수산물 이미지 손상과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제법적 배상책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해양방류가 해양생태와 수산물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피해 발생 시 국제법적 배상 책임을 논의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넷째, '다자외교와 협력'이다. 이 문제를 일본과의 양자 갈등으로 국한하지 말고, APEC·'ASEAN+3'·유엔 해양총회 등에서 후쿠시마오염수 문제를 '동아시아-태평양 해양공동체의 신뢰회복 의제'로 격상시켜야 한다. 한국이 이끌어 '공동감시·정보공유·시장신뢰회복'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표준 프레임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데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 주도권을 전 세계에 보일 필요가 있다.
APEC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할 수 있는 '다자외교 액션플랜'을 고민해야 한다. APEC 정상회의의 주제에 맞게 ①'해양환경공동검증 TF', ②'공동 데이터 플랫폼', ③'수산물시장 신뢰 회복 트랙'을 제안함으로써 일본의 단독 결정 구조를 '아시아 태평양 공동 표준'으로 바꾸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초국경 환경영향평가(Transboundary EIA) 작업반' 신설 제안(ALPS수 방출과 같은 공유해양 리스크 사안에 대해, APEC 산하에 기술작업반(TF)을 구성해 데이터 표준·정보공개·사전통보 의무 가이드라인 마련) △'독립 합동샘플링+실시간 공개' APEC 파일럿(한국·일본·중국·태평양도서국이 해수·퇴적물·수산물의 공동 시료채취 및 원자료(raw data)의 즉시 공개로 PIF패널이 지적한 '데이터 부족' 문제를 APEC 프레임으로 보완 가능) △'수산물 시장 신뢰회복' 트랙(공동 라벨링·추적과 상호인증으로 시장 불확실성을 축소하고 중국이 전면금지에서 부분완화로의 흐름 전환을 신뢰회복의 계기로 삼되, 기준·증빙을 APEC 공통양식으로 표준화 제안) △'피해·분쟁 해결원칙' 합의(방류로 인한 이미지·거래 피해 발생시 신속조정 메커니즘(조사–중재–보상 가이드라인) 마련)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APEC에서 '초국경 EIA 작업반–합동샘플링–시장 신뢰회복–분쟁해결' 4단계 패키지를 제안해, '일본의 단독 통보' 구도를 '아시아-태평양의 합의·검증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은 무역·공급망 공동대응에 이익 공유가 있지만, 영토·역사·오염수 문제는 여전히 갈등 요인이기에 공조는 '데이터 공동검증·시장투명성 표준' 같은 기술적 협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정치적 연대 프레임'보다 '데이터 표준·공동검증'의 기능적 연대가 먼저이며 한국은 이를 설계·주도하는 '규범 제공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오염수 해양방류는 한 나라의 결단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바다는 국경을 알지 못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일본이 내린 해양투기에 대한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협의와 검증의 체계를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 스스로 벌인 국제환경범죄에 대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가 해양환경보전에 힘쓰는 전기를 만들어야하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아가야 할 환경외교의 방향이 아닐까 싶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유성호
매년 수백 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지만, 어느 기업에서 사고가 발생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산업재해에 관심 있는 시민들도 SPC 계열사나 고 김용균씨의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난 포스코이앤씨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아직까지도 SPC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모습을 보면, 시민들이 산재 문제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보 부족이다.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산재를 취재하는 기자들조차 어느 기업에서 얼마나 산재가 발생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했다.
다행히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재해조사보고서 공개 확대, 중대재해 발생 기업명 정기 공개, 상장회사 중대재해 공시 의무화, 500인 이상 사업장 안전보건공시제 도입 등을 예고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지난 2일, 서울고등법원이 중대산업재해 발생 기업명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2022년 중대산업재해 발생 원하청 기업 명단 공개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도 승소한 것이다. 더 나아가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상고 의향을 묻는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노동부 입장에서는 상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과도한 비공개, 실효성 없는 공표제도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정보를 지나치게 감춰왔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는 국회의원에게조차 자료 제출을 꺼렸다. 고용노동부의 정보 차단으로 인해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이 17년간 계속 발표했던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은 2024년에 7명이 사망한 한화오션의 원하청 통합 산업재해조사표 현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2025년 10월 15일 기후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의원이 지적한 중대재해 기업 명단 공표제도의 문제점대한민국국회
그렇다면 고용노동부는 왜 이렇게 정보를 감췄을까? 과도한 비공개에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기업 명단을 공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표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졌다. 형이 확정된 이후에나 명단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3년이 지난 후에야 명단 한구석에 이름이 올라오기 때문에, 언론의 보도가치도 떨어졌고, 시민들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나왔듯이, 지난해 무려 23명의 사망자를 낸 아리셀조차 올해 고용노동부의 공표 명단에는 빠져 있다. 이런 제도로는 재해 예방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이유
법원이 두 번이나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이런 과도한 비공개 관행을 바로잡으라는 메시지다. 판결의 핵심 논리는 두 가지였다.
첫째,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 이름은 고용노동부 주장처럼 수사기밀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불과하다. 특히 재판부는 "이미 공표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의 주장을 기각했다. 정부가 어떻게 중대재해 정보에 대해 공표 제도를 운영하든, 시민의 정보공개 청구에 비공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수사 중 정보 공개가 무죄추정 원칙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지극히 추상적'이라고 판단했다. '피의사실 공표'를 운운하며 중대재해 발생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겠다는 것이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입장이었는데, 이를 기각한 것이다.
사실 중대재해 정보공개가 필요한 이유는 법적 당위성에만 있지 않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2009년부터 안전보건 법령을 위반한 기업의 위반 사실을 공개하고, 해당 사업장의 문제를 보도자료로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정보공개 정책을 펼쳤다. 듀크대 매튜 존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보도자료가 나올 때마다 주변 반경 5km 내 동종 사업장의 법규 위반이 73%나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적극적인 정보공개가 실제로 일터의 안전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안전보건공단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노동안전 종합대책 '알권리' 핵심과제안전보건공단
이제 실행만 남았다
"고용노동부 입장에서는 상고할 필요가 없다"는 김영훈 장관의 답변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단순한 입장 표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용노동부는 즉각 상고를 포기하고, 법원 판결에 따라 2022년 중대재해 기업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나아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약속한 대로 올 하반기 중에 그동안의 중대재해 발생 정보, 그리고 앞으로의 중대재해 관련 정보들을 공개해야 한다.
법원은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고, 장관은 긍정적 의지를 보였다. 이용우 의원의 지적처럼 "산재 예방의 핵심 장치는 재해정보 공개와 알권리"다. 노동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에서 더 이상의 지체는 있을 수 없다. 약속을 행동으로 옮길 때다.
출근길 뉴스 브리핑 (2025.10.29.)
-다 뺏긴 일본, 790조원 대미투자 합의문 서명
-정상회담 직전, 한미 협상단 다시 만난다…미국, 막판까지 조공 강요
-표결 방해 추경호, 30일 피의자 조사
-박성재 내란 가담 증거, CCTV에 그대로 포착…특검, 영장 재청구 준비 중
-작년 자유총연맹에 흘러간 지방비 149억…고액 지원 대부분 국힘 소속
-휴전협정 개시 18일만, 네타냐후 다시 가자지구 공격 명령
-조선 미사일총국, 해상대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진행
29일 경주, 트럼프 면전에서 ’NO TRUMP 시국대회’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경주(구 경주역 광장)에서 대미투자를 강요하고 안보를 위협하는 트럼프 규탄 집회가 열린다. 트럼프저지행동이 주최하는 이날 대회는 오후 3시를 시작으로 1부 민주노총 확대간부 결의대회, 2부 NO TRUMP 시국대회, 3부 행진 순서로 진행된다. “우리 국민은 3,500억달러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 트럼프 미국정부의 약탈 앞에 한국정부는 당당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다 뺏긴 일본, 790조원 대미투자 합의문 서명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28일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 무역 합의 이행 약속 문서에 서명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22일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각각 ‘15%’로 인하하고,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약 790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일본이 맨 먼저 미국에 5500억 달러의 조공을 바친 셈이다.
정상회담 직전, 협상단 다시 만난다…미국, 막판까지 조공 강요
한·미 정상회담 직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최종 협상을 진행한다고 알려졌다. 일본에 5500억 달러를 뜯어낸 미국이 한국도 어떻게든 조공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미 간 핵심 쟁점은 3500억 달러(502조원) 대미 투자 펀드 중 어느 정도를 현금으로 직접 투자할 것이고, 이를 몇 년간 분할할 것인지 문제다. 미국은 연간 250억 달러씩 8년 투자하라는 입장이고, 한국은 연간 150억 달러 넘는 액수는 투자하기 힘들다고 방어하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분할을 해도 조공은 조공이다.
표결 방해 추경호, 30일 피의자 조사
12·3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을 조사하는 내란특검팀이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를 오는 30일 첫 피의자 조사한다. 특검은 계엄 당시 추 전 원내대표가 내란수괴 윤석열의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바꾸는 식으로 다른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박성재 내란 가담 증거, CCTV에 그대로 포착…특검, 영장 재청구 준비 중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청구될 전망이다. 박성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직후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국무위원들의 부서(서명)를 받으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 선포 직후 대접견실에 머물던 박성재는 맞은 편에 서 있던 강의구에게 손짓으로 자신에게 오라고 한 모습이 CCTV에 그대로 포착됐다. 내란특검팀은 박성재의 이런 행위가 위법성을 인식하면서 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려 한 중요한 정황이라 보고 있다.
작년 자유총연맹에 흘러간 지방비 149억…고액 지원 대부분 국힘 소속
지방정부가 국내 대표적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자총)에 지난해 지방비로 지원한 금액이 149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액 기준 상위 10개 기초단체 중 7곳의 단체장은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1954년 아시아민족반공연맹으로 시작한 자총은 과거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 참가를 독려해 비난을 받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 정치적 중립 준수를 자체 정관에 명문화했으나, 윤석열정부 때인 2023년 3월 해당 조항을 삭제해 논란이 됐다. 자총 관계자들은 ‘윤어게인’ 집회에 참석해 발언과 시위를 주도했다.
휴전협정 개시 18일만에, 네타냐후 다시 가자지구 공격 명령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 지구에 대한 강력한 공격을 명령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총리실은 성명에서 "안보 협의가 끝난 후, 네타냐후 총리는 군 지도부에 가자 지구에 대한 강력한 공격을 즉시 개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은 이스라엘이 텔아비브 휴전협정을 위반했다며 인질의 유해를 이스라엘로 이송하는 것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 미사일총국, 해상대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진행
조선 미사일총국은 28일 서해 상에서 해상대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로동신문이 보도했다. 함상 발사용으로 개량된 순항미사일들은 수직 발사되어 서해 상공에 설정된 궤도를 따라 7,800여s간 비행해 표적을 소멸했다.
박정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각이한 전략적 공격수단들의 신뢰성과 믿음성을 지속적으로 시험하고 그 능력을 적수들에게 인식시키는 것 그 자체가 전쟁억제력행사의 연장이자 보다 책임적인 행사로 된다.”며 “국가수반은 이미 강력한 공격력으로써 담보되는 억제력이 가장 완성된 전쟁억제력이고 방위력이라고 정의하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기의 전투력을 끊임없이 갱신해나가야 하며 특히 핵전투태세를 부단히 벼리는것은 우리의 책임적인 사명이고 본분”이라고 강조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의 최대 쟁점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투자 방식, 투자금, 일정, 손실 분담 및 투자 이익 배분 방식 등이 모두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협상) 타결이 매우 가깝다”고 말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낸 것이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개된 미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은 당연히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겠지만, 그것이 한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의견 차이도 일부 존재하지만, 협상 타결 지연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한·미 협상이) 타결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이 준비됐다면 나도 준비됐다”라고 말했다.
일본 아닌 기업투자 주도 유럽식 모델 거론
조선일보는 28일자 4면 <李 “지연이 실패는 아니다” 내일 한미회담서 타결 힘들듯> 기사에서 “협상 국면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미 측은 3500억 달러 직접 현금 투자 요구를 조정해,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2000억 달러를 분할 투자하는 방안을 수정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은 국내 여론을 의식해서로 볼 수 있다. 미국 요구대로 따랐다가는 미국에 국익을 내줬다는 여권 지지층 반발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요구대로 연간 250억 달러를 나눠 내도 한국의 부담은 크다. 경향신문은 28일자 2면 <대미투자 협상 진통…공급망 재편 기회 있지만 자금 조달 부담 ‘수익 불확실’> 기사에서 “외화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경우 막대한 이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 측은 외채 발행하지 않고 연간 150억 달러(약 21조 원)선을 검토하고 있다. 외채를 발행하지 않는 조건은 협상에서 일종의 ‘배수진’을 친 셈”이라고 했다.
▲ 28일자 동아일보 4면 기사.
이 대통령은 일본처럼 급하게 타결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는 4면 <“한국은 일본이 아니다”… 기업이 美투자 주도 EU모델 거론> 기사에서 “한미 간 이견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금성 투자 중심인 일본식 모델 대신 민간 기업 주도의 EU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했다.
신문들도 급하게 협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28일자 사설 <간극 여전한 한·미 관세협상, 속도보다 실리가 중요>에서 “성급한 타결은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조급증은 금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에 끌려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언론조차 트럼프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지적할 정도”라고 했다.
한겨레도 28일자 사설 <‘타결 압박’ 트럼프 맞서 관세협상 ‘국익 3원칙’ 관철해야>에서 “미-일 양해각서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선정권을 갖는 것으로 돼 있다. 일본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불공정한 조항에 합의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우리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미국의 최종 요구가 우리의 감내 범위를 벗어나면 시간을 더 두고 협상해야 한다. 3가지 원칙을 관철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코스피 4000시대…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
코스피 지수가 지난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을 넘겼다. 전 거래일보다 101.24포인트(2.57%) 오른 4042.83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68.49%다. <4000도 뚫었다>(경향신문), <코스피 ‘4000시대’>(서울신문), <코스피 4000, 10만 전자… 못 보던 숫자 다 나왔다>(조선일보), <코스피 4000 새 역사>(한겨레) 등의 기사로 28일자 신문 1면이 채워졌다.
동아일보는 2면 <반도체-AI가 이끈 ‘K프리미엄’… 코스피 올해만 68% 뛰었다> 기사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기대감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뒷받침되자 외국인 투자가 코스피로 몰렸다”고 분석했다.
▲ 28일자 조선일보 2면 기사.
조선일보는 2면 <사놓고 놔둔 ‘그랜마 버핏’ 웃고 사고팔기 계속한 ‘이대남’ 울고> 기사에서 NH투자증권 데이터센터에 의뢰해 주식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 여성 투자자들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 투자자들은 연령대를 불문하고 여성 투자자들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특히 20대 남성 투자자가 수익률 꼴찌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주식을 얼마나 자주 사고팔고 했는지를 보여주는 ‘회전율’도 여성과 남성의 수익률을 가른 중요한 차이였다”며 “남성 투자자들의 평균 회전율은 181.4%로 여성 평균(85.7%)의 두 배가 넘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커지는 최민희 사퇴론”
국정감사 기간 자녀 결혼식 논란부터 MBC 보도본부장 퇴장 사태까지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28일자 8면 <민주당도 이젠 부담스럽나, 커지는 최민희 사퇴론> 기사에서 “여권 내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주력 사업인 AI 등 첨단 기술 정책을 뒷받침해야 할 과방위원장이 연일 구설에 오르자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최 의원 문제는 정청래 당대표든, 김병기 원내대표든 지도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며 “최 의원의 튀는 행동이 구설에 한두 번 오른 게 아니지 않은가. 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28일 <정치 양극화 뒤에 숨은 심각한 의원 윤리 타락> 사설을 내며 “국회 상임위원장이 의원 권력이 가장 커진다는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에서 자녀 결혼식을 여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이라며 “피감 기관들을 상대로 호통치고 모멸적 언사를 하는 의원일수록 자신의 윤리 수준은 바닥인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 28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28일자 사설 <이번엔 ‘축의금 100만원’ 최민희 리스크와 민주당의 방치>에서 “최 위원장의 절제되지 않은 언행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악성 리스크로 떠올랐다”며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국정 동력 훼손을 막기 위해 최 위원장을 사퇴시키거나 최소한 공개 경고를 했어야 했으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야당 등 상대 진영의 잘못은 매섭게 비판하면서 ‘우리 편’ 잘못엔 눈감는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라고 했다.
‘이종호 술자리’ 논란… 특검 비판 봇물
김건희 특검 수사팀장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한문혁 부장검사가 4년 전 주가조작 의혹 주요 피의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술자리를 함께 한 사진이 공개됐다. 공개 이후 한 부장검사는 업무에서 배제됐다.
한겨레는 5면 <이종호쪽, 술자리 사진 흘려 ‘흔들기’ 특검 “수사에는 전혀 문제점이 없다”> 기사에서 “해당 사진이 구속된 이 전 대표 측의 제보로 공론화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검 흔들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라고 했다. 추미해 국회 법사위원장은 페이스북에 “특검 내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흐름을 꿰뚫고 있던 파견 검사를 위증 사주로 고발된 자의 말을 듣고 자른 것이라면 심각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 28일자 경향신문 사설.
다른 언론은 특검을 비판하는 논조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이종호 술자리’ 4년 숨긴 한문혁 검사, 엄정 수사해야> 사설에서 “한 검사는 자신이 만난 사람이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 이 전 대표라는 걸 알고도 지휘부에 보고하지 않고 내내 쉬쉬했다. 검찰 기강이 땅이 떨어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 검사는 특검에서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그러다보니 이 전 대표 측이 이제서야 제보한 걸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그러나 제보 의도가 무엇이건 한 검사 처신에 매우 문제가 많았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검찰은 한 검사를 철저히 감찰·수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28일 <‘도이치 주포’와 술자리 후 수사, 재수사, 특검도 한 부장검사> 사설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서는 ‘친윤 검사’들이 검찰총장까지 ‘패싱’해 가면서 김 여사에 대해 특혜성 ‘출장 조사’를 한 뒤 불기소 처분을 하면서 검찰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지 않으면, 검찰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고 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 영상 중. K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내란 세력이 준동할 때마다 떠오르는 '계엄의 밤'
내란 세력과 그 잔당이 수시로 준동할 때마다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계엄의 밤'을 떠올립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40분쯤 다급한 전화를 받고 TV를 켰을 때 마주했던 윤석열의 그 광기 어린 표정. 국민을 상대로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상체를 구부정하게 앞으로 숙인 채 두 팔을 뻗어 연설대 위에 올려놓은 공격적인 자세. 그리고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 등등 악에 받친 듯한 표현에서 느껴지던 그 번뜩이는 살기.
편집국장 역할을 겸한 편집인으로서 곧바로 PC를 켜고 민들레 단체대화방을 통해 대략적인 기사 아이템을 배분한 뒤 데스크 업무를 보다가, 편집 담당 에디터가 휴가를 급거 취소하고 복귀하면서 저도 제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언론들이 실시간 상황을 전달하는 속보성 스트레이트 기사를 쏟아낼 때, 맥락과 관점을 중시하는 민들레로서 윤석열이 왜 이런 폭주극을 감행했는지 배경을 분석하는 <명태균 게이트, 특검 조여오자 최후의 몸부림쳤나>라는 제목의 직설적인 해설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기사를 쓰기 시작할 때 사실 본능적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손이 미세하게 떨리더군요. 집 앞에서 경찰 수사관 4명에게 붙들려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당했던 경험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이번엔 당장이라도 군인들이 집 문을 박차고 들어올 것 같았습니다. 아내도 행여 제가 잡혀갈까 봐 안절부절…. 비상계엄령이 국회에서 해제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시점이었니까요. 김어준 씨처럼 살해 위험까지 느낄 정도는 아니더라도, 민들레가 엄혹하던 윤석열 정권 초기에 태동해 '대항 언론' '대안 언론'을 기치로 시종 '전투적 글쓰기'에 전념해온 만큼 계엄당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 보듯 뻔해 보였습니다. 다만 시간문제일 뿐.
기사를 좀 완곡하게 쓸까 하는 '자체 검열'의 유혹도 잠시 일었으나, 곧 정신을 수습하고 원래 하던 대로 타협 없이 써 내려갔습니다. 이 기사를 출고하고 어디론가 끌려가도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었습니다. 밤 11시쯤 나온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면서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에 의하여 처단한다"고 서슬 퍼런 엄포를 놓고 있었으니까요. 윤석열 정권엔 하나같이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일삼는 집단으로 인식됐을 민들레 에디터와 기자들이 다 비슷한 각오였을 겁니다. 국회에서 극적으로 계엄을 해제한 뒤에도 '이대로 끝날 리가…'하고 2차 계엄을 우려하며 새벽을 맞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당시 민들레 단톡방에서 긴박하게 오갔던 대화들을 찾아보니 새삼 그날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신을 찾아온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인사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2025.10.13. 연합뉴스
기득권 카르텔과 극우 집단에 미국 마가 세력까지 '불안 증폭'
'계엄의 밤'에 느꼈던 실존적 공포감이 지금도 때때로 엄습하는 것은, 민주 시민들 대다수가 실감하듯 내란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지난한 과정을 거쳐 윤석열과 김건희를 구치소까진 보냈지만,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판을 뒤집고 구체제로 회귀하려는 기득권 카르텔과 극우 파시스트 집단의 반동은 정권 교체 뒤에도 노골적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좌파 척결'과 사리사욕을 위해서라면 글자 그대로 나라도 팔아먹을 매국 집단에 미국 '마가(MAGA)' 세력까지 연계돼 이재명 정부를 협공하고 있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합니다. 한국 극우 진영은 트럼프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을 제거해줄 것이라며 그날만 학수고대하고 있죠. 서울을 비롯한 전국 도심 곳곳에 어마무시하게(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표현) 내걸린 '6·3 대선은 부정선거' '가짜 대통령' '중국인은 간첩' 운운하는 현수막들이 이들의 발작적 심리를 웅변하는 듯합니다.
그중에서도 제도권 극우를 대표하는 국민의힘은 '깽판'에 가까운 온갖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망동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기 일쑤이고, 안 그래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적대적인 다수 언론은 그런 국힘 주장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보도를 포털 사이트를 통해 무수히 유포하며 공세를 나날이 강화해갑니다. 당대표 취임 때부터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호언했던 장동혁 대표는 수감 중인 윤석열을 기어이 면회한 뒤 "좌파 정권으로 무너지는 자유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하나로 뭉쳐 싸우자" "민주당도 곧 전직 대통령을 면회할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라면서 제2의 내란 선동에 거침이 없습니다.
특히 내란 종식의 최대 걸림돌이 조희대 사법부라는 점이 불안감을 증폭시킵니다. 사상 초유의 '사법 쿠데타'에 실패한 이후에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조선일보를 위시한 수구보수 언론의 엄호 속에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한덕수 전 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이 '수원지법 3인방'을 주축으로 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에 의해 줄줄이 기각되면서, 과연 윤석열 재판을 지귀연 부장판사가 언제 어떻게 결론낼지 불확실성은 커져만 갑니다. 급기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신임하는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조 대법원장이 계엄 이후인 올해 1월 서울고법원장으로 발탁하고 2월엔 중앙선관위원으로도 지명한 인물)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을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진행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공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자체를 무효로 만들 수도 있다는 협박이자 선전포고로 들리는데, 최근 일선 법원장과 판사들 태반이 정부·여당에 대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기류와 맞물려 심상치 않은 징후로 해석됩니다.
주요 신문사 매출액 도표. 미디어오늘
민들레의 역할 여전히 필요하지만 재정 갈수록 악화
민들레는 촛불 시민들의 이런 위기의식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래서 기득권 카르텔과 내란 세력의 기만적 여론몰이에 대항하는 '독립언론' 민들레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믿고 한정된 인력이 생산하는 기사와 칼럼의 소재 및 방향도 핵심 전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기성 언론 대부분이 쓰는 사안을 민들레까지 다룰 필요나 여력이 없기도 합니다). 몇 안 되는 진보 매체들이 민주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어용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비판 강박증'을 보이고 보수 진영이 설정한 프레임에 쉽게 휩쓸리곤 하면서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샀던 점을 각별히 성찰하며 탄생한 민들레인 만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점도 늘 유념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국내외 환경에서 출범해 첩첩산중을 헤쳐나가면서도 집권 초기부터 '중대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해 일관되게 추진하고 보수 진영이 극렬 반발하는 '노란봉투법'과 '더 세진 상법 개정안' '노동절 부활' 등을 관철시키며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한을 풀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이재명 정부의 민생·개혁 노선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기대가 바탕에 있음은 물론입니다. 주요 과제로 꼽히는 검찰 개혁의 경우 '친윤' 검사들이 호시탐탐 발호하면서 혹시 되치기를 당하는 게 아닐까 하는 시민들의 일부 우려가 있고 민들레에서도 주변 참모들에 대한 비판 기사를 여러 번 쓰기도 했습니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확고한 문제의식과 의지를 갖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검찰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참모들을 '단도리'하고 있다는 얘기를 여러 경로로 들으며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촛불 시민들과 국민주권정부가 윤석열 정권이 구석구석 무너뜨린 국가 체계를 바로잡고 내란을 청산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민들레도 초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기성 언론과는 대비되는 차별성과 깊이를 갖춘 '일간 텍스트 매체'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윤석열 정권엔 애완견이자 경비견이었으나 이재명 정권엔 감시견 또는 광견으로 표변한 언론들은 변함없이 대기업 광고·협찬, 정부 광고, 포털 클릭 수입으로 배를 불리는 반면 독립언론의 재정은 아직도, 아니 더더욱 옹색하기만 합니다. 지난해 6월 <'애완견' 전성시대와 '감시견' 민들레의 현실>이라는 민들레 편지를 올린 바 있는데 그때보다 악화가 됐으니 면목이 없습니다.
독립언론의 물적 토대를 갖추기 위해 '후원자 1만 명'을 목표로 창간한 이래 민들레 사이트 가입자는 점점 늘어 전체 회원 수가 현재 1만 4500명에 달합니다만, 6500명 부근까지 갔던 후원 독자 수는 오히려 줄어 5000명 선도 무너질 듯 위태롭습니다. 텍스트 기반 콘텐츠의 유료화 모델로 상당한 관심을 받았으나 결국 경영에 실패하고 회사를 매각한 박소령 전 퍼블리 대표의 언론 인터뷰를 얼마 전에 읽다가 "창업 초반엔 책 사는 데 월 5만~10만 원 정도 쓰는 콘텐츠 헤비 유저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관련 콘텐츠를 월 구독료 2만 1900원에 공급했다. 머릿수가 5000명을 넘기 힘들더라"고 토로한 대목에 한동안 눈길이 꽂혔습니다. '기사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한 현실에서 월 1만~2만 원 내는 텍스트 매체 후원 독자 수를 더 끌어올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건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며 손을 잡고 있다. 2025.9.4. 연합뉴스
민들레 후원을 중단하는 여러 이유와 독자층의 분화
민들레 구성원들이 더욱 걱정하는 부분은 정권 교체 이후에 후원 독자 이탈이 추세적으로 굳어지는 듯한 흐름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윤석열이 파면되고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촛불 시민들의 긴장감도 종전보다 느슨해진 측면이 있어 후원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제도 어려운데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충분히 헤아립니다. 저도 전 직장을 그만두면서 주머니 사정 탓에 시민사회단체 후원을 여러 곳 끊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보다 더 민들레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부분은 진보적 독자층의 일종의 분열 또는 분화 양상입니다. 정확한 수치를 집계할 순 없지만 조국혁신당은 물론 민주당 관련 인사들 기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후원과 연결시키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는 듯합니다. 이전에는 민들레에서 거의 볼 수 없던 현상인데, 가령 <내란세력 준동 계속되는데 또 양비론, '김어준 죽이기'>에 달린 "이런 논조의 기사가 불편해서 민들레 후원 끊었어요. (…) 민들레도 계엄 날 이재명의 라이브 부탁을 거절하고 도망가 숨은 것에 부끄러움도 못 느끼는 김어준의 방패막이 되어 주더군요"라는 댓글을 읽으며 글자 그대로 기운이 쭉 빠졌습니다. 김어준 씨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를 수는 있으나 그를 주제로 다룬 기사(단순한 방송 인용을 제외하고) 자체가 민들레에 극히 드물었는데도 다른 수많은 기사와 칼럼을 제치고 후원 중단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착잡하더군요. 윤석열 정권 시절 김어준 씨가 탄압받고 뭇 언론에 의해 매도당할 때 민들레에 어쩌다 그에 관한 글이 실리면 응원 일색이었는데 지금은 긍정과 부정이 반반으로 나뉜 듯합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을 두고서도 몇 가지 단편적이고 주관적인 근거를 들어 민들레 논조를 못마땅해하고 필자를 향해 막말과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댓글을 다는 분들까지 있습니다.
새삼 말씀드리지만 민들레 에디터와 기자들은 사실과 진실을 좇아 저널리즘적 양심과 소신에 따라 '뉴스 밸류'를 판단하며, 지금은 무엇보다 '내란 종식'에 최우선 가치를 둬 보도하고 논평할 뿐 그 어떤 사적 이익이나 정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고 무슨 혜택은커녕 덕을 본 바가 일절 없습니다. 대통령 비판이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만약 개혁 노선에서 탈선한다는 판단이 서면 언제든지 매섭게 회초리 또는 몽둥이를 들게 되겠죠. 김어준 씨를 포함해 민주당 관련 개별 인사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민들레 이미지. 챗GPT
상업광고 없는 '청정지대' 독립언론의 꿈 계속 키울 수 있도록
민들레가 부족한 점도 있고 애초에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만, 특정 사안에 관한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 등에 따라 현재 추세대로 후원 독자가 계속 줄면 민들레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고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은 다른 진보 매체는 아무리 촛불 시민들의 원성을 사는 보도를 해도 어차피 광고·협찬에 기대 운영하는 탓에 꿈쩍도 안 합니다만, 민들레가 창간 정신을 버리고 광고주들에게 문을 활짝 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민들레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독자층의 저변이 넓어져 포털 입점(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독자 여러분께 따로 보고드리겠습니다)도 머지않은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시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내부 구성원들에겐 매일의 고민거리입니다.
민들레 기사를 오래 봐온 분들은 '왜 이 에디터 이름이 요새 안 보이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 에디터들은 퇴사했습니다. 저마다의 과정이 있으나 민들레 재정 형편과 근무 환경이 적잖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저는 창간 때부터 편집인으로 일하다 올해 1월 물러나고 다른 에디터가 그 직무를 맡았는데, 그분이 6월 대선 직후 다른 언론사로 옮기면서 다시 겸직을 하게 됐습니다.
대표적 경제지에서 현직 논설위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합류했을 만큼 민들레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분이고 저도 할 수만 있다면 붙잡고 싶었습니다만, 월 250만 원의 봉급 실수령액(민들레 에디터들은 직책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월급을 받습니다)으로 '법카'도 없이 대외 활동을 하고 생계를 꾸려가기가 여의치 않았던 사정을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은행 대출이 잔뜩 남은 50대 중반 나이에 전 직장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입으로 지내다 보면 이런저런 상념에 들 때가 있습니다.
민들레 에디터들은 다들 윤석열 등장 이후 언론의 행태를 더 견딜 수 없어 조금이라도 지형을 바꿔보고자 모인 사람들이고, 사명감을 원동력 삼아 떠난 자들의 몫까지 메우려 매일 녹록지 않은 업무량(외부 원고들도 에디터들이 분담해 데스크를 보고 편집합니다)을 감당하고 있습니다만, 창간 초기 불가피하게 외부에서 조달한 억대의 차입금도 갚지 못한 상태에서 '긴축 경영'이 더 장기화, 심화하면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민들레 광장'의 정규 필진에게 드리는 원고료를 정상화(적어도 삭감 이전으로 원상복구)하고, 감사하게도 꾸준히 증가하는 '민들레 들판' 기고자 및 시민기자분들께도 적정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은 에디터들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합니다. 앞으로 포털에 진입해 기사 주목도와 영향력이 훨씬 커지면 갖가지 '전략적 봉쇄소송'에 직면할 위험도 급상승할 텐데 현 상태로는 민형사 소송 몇 건만 당해도 휘청이게 될 것이라는 점은 편집인으로서 또 한 가지 근심거리입니다. 저는 사실 윤석열 정권 퇴진 및 민주 정부로의 교체라는 민들레 창간 목표는 달성됐으니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이쯤에서 해산해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기울기도 했습니다만, 동료들과 독자들에 의지해 이 고비를 또 넘겨보자는 마음으로 각오를 새롭게 다졌습니다.
민들레가 인력을 충분히 보강해 제2, 제3의 내란 세력과 최선봉에서 싸울 수 있도록, 상업광고 없는 '청정지대' 독립언론의 꿈을 계속 키워갈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성원해주시길 독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후원 중단을 고려하는 분들, 이미 중단하신 분들은 민들레가 창간 이래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한 번쯤 재고해주시고, 후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도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흔쾌히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독초가 무성한 한국의 언론 풍토에서 꼭 필요한 민들레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자립 경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독자분들께 혹 부담이 될까 오랫동안 주저하다 쓴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2025.10.27. 14:30:04 최종수정 2025.10.27. 18:56:07
이번 2025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또다시 북미대화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등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와 벨라루스 방문 소식이 맞물리면서 혹시 다시 한 번 북미 정상이 극적인 회동을 연출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관측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2019년 오사카 G20 직후 판문점에서 벌어진 '번개 회동'을 지금의 경주 APEC에 대입하는 것은 국제질서의 변화를 무시한 단선적 상상에 가깝다.
2019년과 2025년은 전혀 다른 세계다. 북한에게 2019년 미국은 생존을 위한 협상의 필요충분조건이었다. 미중 경쟁의 틀 안에서도 외교적 협상형 국제질서가 작동하던 시기였다. 트럼프의 판문점 방문은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극적 장면을 만들어내며 외교와 이벤트가 교차하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2025년의 세계는 미중러 3개의 강대국이 혼재한 '무극의 진영화'이자 강대국 중심의 카르텔 구조가 고착된 시기다. 협상의 공간은 사라지고 외교는 각자도생의 무대에서 연출되는 정치 퍼포먼스로 전락했다.
최근 북한이 '자주·전승·혈맹' 담론을 강조하며 러시아와 중국, 베트남까지 포함한 새로운 연대의 장면을 연출한 것은 결코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다. 평양의 무대에서 김정은은 더 이상 트럼프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는 이미 전승국의 지도자, 핵보유국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했다.
하노이의 실패가 남긴 교훈은 단 하나였다. 김정은에게 미국과의 대화는 더 이상 체제 보장이나 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흔드는 위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김정은에게 트럼프와의 재회는 영광이 아니라 굴욕이며, 혈맹 담론을 희생시키는 정치적 모순이다.
트럼프에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는 이제 미국 내에서조차 신뢰를 잃은 정치적 유령이다. 의회와 사법, 언론의 견제 속에서 그가 의지할 것은 정책이 아니라 무대다. 트럼프에게 외교는 협상이 아니라 장면이고, 국제정치는 쇼 비즈니스다. 그가 다시 북한 카드를 꺼낸다면 그것은 회담이 아니라 연출, 대화가 아니라 독백일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김정은의 이름을 언급하고, "나만이 그를 다룰 수 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다시 세계의 중심에 선 듯한 착각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트럼프식 '유령외교(Phantom Diplomacy)'의 본질이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언급을 공식 회담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것을 미국 내 분열과 외교적 혼란을 보여주는 증거로 활용할 것이다. 북은 트럼프를 대화의 상대로서가 아니라, 자기선전에 유용한 정치적 재료로 소비할 가능성이 높다. 북미 간의 실질적 교류는 부재하지만, 상징적 언급과 상호 활용만이 남는 '유령적 관계'가 이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경주 APEC을 계기로 한 북미정상회담은 공간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북한은 이미 남북관계를 헌법적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구역으로 오는 것은 체제 논리상 불가능하며, 트럼프가 북측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 역시 모순이다. 제3국 회동도 일정상 불가능하다. 즉, 물리적 조건만으로도 경주 APEC을 계기로 '북미대화 재연'은 불가능하다.
결국 남는 것은 회담이 아니라 이벤트, 협상이 아니라 연출이다. 트럼프는 쉽게 무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외교를 실질적 협상이 아니라 '장면의 정치'로 이해한다. 이번 APEC 기간 중 DMZ나 판문점 인근에서 단독 행보를 보인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연출이며, 외교가 아니라 쇼 비즈니스다. 문제는 그 '쇼'가 단순한 허상으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트럼프에게 외교는 형식이 내용이 되는 영역이다. 쇼 비즈니스에서 '연출'은 곧 '내용'이다.
그가 만약 DMZ를 배경으로 "나는 평화를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면 북미회담 없이도 강력한 정치 행위가 된다. 그는 한국을 우회해 한반도 안보문제를 '나와 김정은'의 1:1 구도로 프레임화할 것이다. 결국 한국의 외교채널을 무력화하고, APEC이라는 다자무대를 개인 정치의 도구로 바꾸는 행위다. 실패하더라도 손해는 없다. 그는 "나는 대화의 문을 열었지만 상대가 응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평화의 이미지는 가져가고 책임은 상대에게 전가할 수 있다.
이처럼 트럼프의 '유령외교'는 내용이 없는 외교가 아니다. 오히려 외교의 제도와 질서를 파괴하는 '반(反)외교적 외교'로서 실질적 파괴력을 갖는다. 그것은 정상 외교의 시스템을 비틀고 외교를 이벤트로 치환하여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매우 불편하지만 현실적인 힘을 가진다. 외교에 '유령'은 실체가 없지만 그 영향은 실재한다.
그렇다고 북한은 단순히 트럼프의 유령극을 소비하는 수동적 존재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독백을 인정하거나 무시함으로써 쇼의 흥행을 좌우할 수 있는 연출자의 위치에 설 수 있다. 북한이 완전한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트럼프의 퍼포먼스는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반대로 김여정 명의의 조롱 담화 하나로 트럼프의 독백을 '정상외교'가 아닌 '촌극'으로 격하시킬 수도 있다. 북한은 트럼프 유령외교의 관객이 아니라 '연출 감독'으로서 판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무대는 트럼프(주연 배우)와 김정은(연출 감독)의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내부정치와 북한의 체제정치가 서로의 연극을 필요로 한다. 북미 모두 외교를 정치의 연극으로 만들고 있지만, 그 연극의 무대가 한반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가 이 무대에 '페이스 메이커'나 '중재자'로 끼어들려 하면 오히려 들러리로 전락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전략은 그들의 무대를 중재하거나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대를 넘어서는 것이 되어야 한다. 트럼프의 쇼와 북한의 맞대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APEC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며 중국·일본 등 실질적 파트너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 대응이다. 과감히 '유령외교'의 무대를 거부하고 새롭게 무대를 장악해야 한다.
유령에 맞서기 위해 우리도 유령이 될 수는 없다. 실력은 실체에서 나온다. 진짜 문제는 북미회담이 열리느냐가 아니라 외교의 실체가 사라진 자리에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면이 아니라 구조이며, 쇼가 아니라 제도이다. 트럼프의 쇼가 아니라, 우리의 전략이 이 무대를 설계해야 한다. 전략적 자율성이라는 외교의 실체를 복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한 번 타인의 연극 속에서 관객이나 조연으로 남게 될 것이다.
▲ 사진 공유 플랫폼 플리커 백악관 공식 계정에 올라온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플리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동엽 교수는 해군과 국방부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1년 중령으로 예편했습니다. 국방부에서 북핵과 군사회담을 담당했고, 예편 이후에는 북한대학원대학교 민족공동체지도자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지금은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저술 및 연구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했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에 따르면, 최 외무상은 푸틴 대통령에게 “바쁜 와중에도 이 만남을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신을 만나 기쁘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관계와 발전 전망에 대해 베이징에서 상세하게 논의했다”면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계획’의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최선희 외무상은 “당신이 김정은 동지와 매우 따뜻한 만남을 가졌다고 들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앞서, 최 외무상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회담했다고 러시아 외교부가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제3차 유라시아국제안보컨퍼런스 참석차 (벨라루스) 민스크로 가는 길에 (모스크바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며 “당신이 이 중요한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유라시아와 다른 지역에서 정의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한다는 공동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3일 평양에서 열린 ‘쿠르스크 해방작전 영웅 기념비 착공식’을 거론한 뒤 “조선 친구들과 함께 러시아 전문가, 건축가, 조각가들이 이 프로젝트 개발 및 실행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짚었다. “계획대로라면 2026년 2월에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오늘도 주요 양자 문제를 계속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국제정세와 귀 지역 및 유라시아 지역 상황, 유엔 및 다른 다자 장소에서 우리의 노력을 조율할 데 대해 확실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는 지난해 6월과 지난 9월 이뤄진 북러 정상 간 합의 이행에 유의하면서 실질 협력을 비롯한 양국관계 발전 현안이 집중 논의됐다.
양측은 한반도와 동북아, 전 세계적 긴장 고조의 주요 원인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공격적인 정책 때문이라는 인식을 같이 했으며 “러시아 측은 조선 지도부가 국가주권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을 전적으로 지지했다”고 알렸다.
지난 2023년 소득계층 이동성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34.1%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하위 20%인 1분위와 상위 20%인 5분위를 유지하는 비율이 높아 소득 양극화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가데이터처가 27일 발표한 '2023년 소득이동통계'에 따르면 2023년 근로·사업소득을 기준으로 소득 분위의 상승이나 하락을 경험한 비중 즉, 소득이동성은 34.1%로 집계됐다. 전년 34.9%보다 0.8%p(포인트) 줄어든 수치로, 통계를 추적한 2017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이중 소득 분위가 상승한 상향 이동은 17.3%, 반대로 소득 분위가 하락한 하향 이동은 16.8%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각각 0.3%p, 0.5%p 감소했다. 소득 분위를 전년에 이어 유지한 비율은 전년보다 0.8%p 늘어난 65.9%다.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득이동성이 감소했다는 건 전년보다 소득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좀 더 늘었다는 의미"라며 "고령화의 영향, 경제성장률이 저성장 기조로 하락 추이에 있는 부분 때문에 계속적으로 소득이동 상향과 하향이 다 줄어드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득 상·하위 20%에서 소득이동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소득 1분위(하위 20%)에 이어 2023년에도 1분위를 유지한 비율은 70.1%로 집계됐다. 반면 1년 사이 1분위를 벗어난 비율(탈출률)은 29.9%로 전년보다 1.0%p 줄었다. 1년 동안 1분위에 속한 사람들 10명 중 3명 만이 소득 분위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반면 5분위(상위 20%)는 85.9%가 그대로 5분위를 유지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2017년 1분위에 있던 사람 중 2023년까지 7년 동안 1분위를 벗어나지 못한 비율은 27.8%에 달했다. 또 같은 기간 5분위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59.3%로 훨씬 높았다. 소득 상위 20%에 한번 진입하면 절반 이상이 장기간 고소득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득이동성이 활발한 것은 중간 소득 계층이었다. 2023년 소득 2분위의 소득이동성은 48.6%, 3분위는 44.0%, 4분위는 34.0%로 나타났다.
고소득 계층으로 진입하는 비율은 극히 낮았다. 2022년 1~4분위에서 2023년 5분위로 이동하는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종합하면 1분위, 5분위에 있는 사람들의 수입은 고착되는 비율이 높고, 중간 분위에서만 계층이동이 이뤄진다. 고소득층으로 진입하는 비율도 높지 않다. 저소득층이 되면 이를 탈출하기 어렵고, 고소득층은 계속 높은 소득을 계속 유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이야기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 실장은 "1분위에서 벗어나기 쉬운 사람들은 빨리 벗어나지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1분위를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2023년 소득이동통계 ⓒ국가데이터처
성별로 보면 여성의 소득이동성은 35.2%로, 남성 33.3%보다 높았다. 여성의 상향 이동은 18.1%, 하향 이동은 17.1%였고, 남성은 상향·하향이 각각 16.6%였다. 다만 소득분포를 보면 남성은 4·5분위(23.3%, 27.9%) 비중이, 여성은 1·2·3분위(26.2%, 23.8%, 23.3%) 비중이 큰 것으로 집계돼 남성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청년층 이동성은 40.4%로 가장 높았고, 중장년층 31.5%, 노년층 25.0%다. 청년층은 상향이동(23.0%)이 하향이동(17.4%)보다 많은 반면, 중장년층(상향 14.7%, 하향 16.8%)과 노년층(상향 9.9%, 하향 15.1%)은 하향이동 비율이 상향이동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과 2023년 모두 유소득자인 청년층 중에서 중간 기간(2018~2022년)에 일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한 '간헐적 취업자' 비중은 16.6%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12.8%, 여성은 21.3%로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간헐적 취업자의 전체 소득이동성은 68.3%로 '지속 취업자'(58.4%)보다 높았지만, 하향 비율이 높았다. 2~5분위 모든 구간에서 간헐적 취업자의 하향 비율은 25.7%로, 지속 취업자(20.7%)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1분위 탈출률에서는 지속 취업자(75.8%)가 간헐적 취업자(62.7%)보다 13.1%p 높았다. 5분위 유지율 또한 지속 취업자(79.5%)가 간헐적 취업자(27.0%)보다 52.5%p 높았다.
최 실장은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에 머무르는 사람이 상향 이동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정부 정책이 일자리의 지속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데이터처는 인구주택총조사 등록센서스와 국세청 소득자료를 연계해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동일 개인을 2년 연속 추적, 소득분위 변동을 분석했다. 이번 소득이동통계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발표다.
박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5.10.26. 16:29:07 최종수정 2025.10.26. 16:47:00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부동산 자산 6채를 보유한 것을 두고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공세를 정쟁용이라고 비판하며 "국회의원 주택 보유 현황을 전수조사하자"고 역공에 나섰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실과 민주당 국회의원 중에 다주택 보유자가 많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국민의힘은 의원 전수조사는 해보셨냐, 국회의원 주택 보유 현황 전수 조사에 대한 제안에 응답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장동혁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6채가 모두 실거주용이라고 밝혔다. 현재 거주 중인 서울 구로구 아파트와 지역구인 충남 보령 아파트, 노모가 거주 중인 보령 단독주택, 국회 앞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다. 별세한 장인에게 상속받은 경기도 안양 아파트 지분 10분의 1, 경남 진주 아파트 지분 5분의 1도 각각 갖고 있다.
장 대표는 "민주당이 지적하는 아파트 4채는 가격이 6억 6천 만원 정도이며 나머지 것을 다 합쳐도 8억 5천 만원 정도"라며 "민주당이 비판한다면 제가 가진 주택과 토지까지 모두 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가진 장미 아파트나,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와 바꿀 용의가 있다"고 해명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장 대표께서 6채가 모두 실거주용이나 다른 목적이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김병기 원내대표까지 끌어들였다"며 "그 정도는 물타기 해야 자신의 '내로남불'이 가려질 것이라 계산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국민은 장 대표 6채 주택의 사연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국민은 주택을 두 채도 아니고 한 채만이라도 내 집을 갖도록 소망하는 것"이라며 "구구절절한 6채로 절실·간절한 한 채의 꿈을 대신·대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장 대표를 향해 "혹시 장동혁 대표님의 아파트 6채 8억5000만원이 실거래가인가 아니면 공시가격인가. 혹시 공시가격에 의한 것이라면 스스로 사실을 밝혀주시길 요청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설치한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 단장직을 즉시 사퇴하고, 주택 안정화 협력 특위로 이름을 바꾸든지 아니면 주택 싹쓸이 위원장으로 새로 취임하시든지 선택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께서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사퇴만이 정답인 것처럼 법석을 떨더니, 사퇴하니까 이제 정책 모두를 바꾸라고 난리다"라며 "메신저가 사라지니 이제는 정책 자체를 흔들어대는 것이다. 꼬리로 머리를 흔들어대는 전형적인 정치 공세의 수법, 수순"이라고 했다.
그는 "장 대표께 묻는다. 10·15 대책이 정말 빵점(0점)인가. 국민의힘의 주장만 100점인가. 윤석열 정부 3년간 대한민국을 이렇게 망쳐놓고도 아직도 할 말이 있나"라며 "10·15 대책에 대해 부족한 점이 있으면, 또 걱정되는 점이 있으면 차분하게 지적해달라"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주택 현황 전수 조사 제안과 관련, "당연히 민주당도 포함된다. (국민의힘이) 제안에 동의하시면 구체적인 방법 등을 서로 협의하면 된다"며 "결과 처리 문제도 제안이 받아들여진 이후 협의해야 될 문제"라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팀 한문혁 부장검사(아랫줄 가운데)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서 근무하던 2021년 7월쯤 지인의 자택에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윗줄 가운데)와 술자리를 갖는 사진. 이 전 대표 측에서 특검팀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온 한문혁 부장검사가 김건희 측근이자 이 사건 핵심 당사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과거 술자리를 가졌던 사실이 드러났다.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특검 측은 한 부장검사의 파견을 해제해 검찰로 돌려보냈고, 대검찰청은 곧바로 진상 규명을 위한 감찰에 착수했다.
한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김건희 특검팀 파견 검사 40명 전원이 검찰청으로 '원대 복귀'시켜달라는 입장문을 낼 당시 8개 수사팀 중 최선임자인 수사1팀장으로서 입장문 작성 및 제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해당 입장문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 개혁 방침에 사실상 반기를 든 내용을 담고 있어 공무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집단 항명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26일 언론 공지를 통해 "파견근무 중이던 한문혁 부장검사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된 사실관계가 확인됐다"며 "23일 자로 검찰에 파견 해제 요청을 해 27일 자로 검찰에 복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 부장검사가 과거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시기 '컨트롤타워'로서 김건희 계좌를 직접 관리한 이종호 전 대표를 사적으로 만난 적이 있음에도 이를 특검 측에 알리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특검팀은 최근 이 전 대표 측 인사로부터 한 부장검사와의 4년 전 술자리 사실과 현장 사진 등을 제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8.5. 연합뉴스
한 부장검사가 이날 내놓은 '이종호 만남 관련 경위'라는 제목의 입장문에 따르면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 부부장으로 근무하던 2021년 7월쯤 아이들 건강 문제로 상의하면서 친해진 의사와의 식사 자리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났다. 주말 저녁 약속 장소인 의사의 자택(서울 성동구 소재) 근처 식당에 가 보니 한 여성과 낯선 남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의사가 이 전 대표를 "오후에 업무 회의가 있어서 만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합석을 해도 되는지 물었고, 간단히 인사한 후 식사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의사의 자택으로 이동해 의사 지인 손님이 몇 명 더 왔고 함께 술과 배달 음식을 먹고 헤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술자리를 함께한 사람은 한 부장검사와 이 전 대표, 의사 최모 씨, 지방 정치권 관계자 B 씨, B 씨의 지인, 연예인 준비생 등 6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장검사는 입장문을 통해 "제 행동으로 인해 논란을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종호가 당시) 자신에 대해 구체적인 소개를 하지 않아 도이치모터스 관련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명함이나 연락처도 교환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이 전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2021년 9월 하순 입건돼 그해 10월 하순 구속된 만큼 술자리를 가졌을 때는 이 사건 피의자가 아니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무슨 목적으로 접근했는지, 2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한 부장검사는 왜 지금까지 함구했는지 등 의문점이 허다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범과 담당 부부장검사가 어쩌다 만났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공교로워 '우연한 동석'이라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전·현직 검사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에 대해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법기술을 발휘해 어떻게든 축소·은폐한 사례가 부지기수인 만큼 실제 진상은 감찰, 나아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은 26일 파견 중인 한문혁 검사가 검찰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 검사가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2013년 수사 결과를 발표 중인 모습. 2025.10.26. 연합뉴스 자료사진
식당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전 대표가 "이종호입니다"라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한 부장검사가 "블랙펄?"이라고 물었고, 그렇다고 답하자 한 부장검사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고 이 전 대표는 주장한다. 그럼에도 최 씨가 "(이 전 대표는) 친한 형님이고 (한 부장검사는) 친한 동생"이라고 얘기해서 자리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의사 최 씨의 자택 근처 한우 식당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 뒤 그 비용을 누가 계산했는지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한 부장검사는 자신의 밥값으로 현금 10만 원을 최 씨에게 건넸다고 기억하는 반면, 이 전 대표는 30만 원 안팎의 식사비를 자신이 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서 김건희 수사를 진척시키지 못하던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7월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2부장으로 발령 났다가 올해 4월 서울고검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기수사를 결정하자 5월에 재수사팀에 합류해 다시 이 사건을 맡았다. 이후 6월에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돼 팀장으로 수사를 이끌어왔으며, 8월엔 검찰 인사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으로 발령 난 상태다.
대검찰청은 한 부장검사 특검 파견이 해제됐지만 현 보직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으로 복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법무부와 협의해 27일 자로 수원고검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대검은 언론 공지를 통해 "한 부장검사에 대해 특검으로부터 최근 관련 내용을 제공받아 곧바로 감찰에 착수했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선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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